국사관논총107집(전체화일)

Size: px

Start display at page:

Download "국사관논총107집(전체화일)"

혜경 빙
4 years ago
Views:

13 自主的開國論形成에 관한 硏究 백성들의 삶도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음을 전하면서 이는 天下大勢가 과거와 크게 다 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53) 그가 천하대세의 변화로 본 것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화륜선 화륜차 운행의 신속함과 電信의 신비로운 신속함, 철로와 도로의 편리함, 총과 화포의 정교함 등 기술적 진보가 전대미문이라는 점이다. 둘째, 서양인의 의도가 영토가 아닌 통상에 있을 뿐이라는 점이다.54) 장세준은 서양인의 놀라운 기술력을 대적하기 어렵 고, 그들이 원하는 것은 영토나 인민이 아닌 통상이라는 점을 내세워 서양인과의 和好를 권했던 것이다. 또한 그는 西洋人을 禽獸視하는 조선의 일반적 정서를 의식한 듯 서양인도 善을 즐기고 義를 좋아하여 타고난 天性을 지키는 常道를 얻고 있다 고 지적했다.55) 아울 러 그는 중국이 서양의 정형을 알기 위해 同文館을 곳곳에 설치하고, 개항장의 신문을 정 선하여 간행하고 있음을 전하면서 조선도 國中名家의 聰俊子弟를 가려 뽑아 北學할 것을 권하였다. 그리하면 서양 각국의 동정을 알게 될 뿐 아니라 서양인과 자연스럽게 교유하면 서 서로에 대한 오해와 원한을 풀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56) 끝으로 그는 전쟁을 고집 하여 큰 위기를 맞았던 중국의 실패를 다시 거론하며 10년 가까이 서양과 不和하면서도 단지 전쟁만을 고집하는 조선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것으로 필담을 매듭짓고 있다.57) 세 번째 필담은 서양의 침입에 대한 방어책을 화제로 진행되었는데, 서로간의 입장 차 이만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장세준은 중국의 경험을 언급하면서 군사력이 중국보다 못한 조선이 洋夷와 전쟁을 하면 승산이 없다고 만류했다.58) 조선이 천혜의 험준한 지형을 갖 고 있어 이에 의지하여 싸울 수도 있겠지만, 지형의 험준함도 洋夷의 침범에 대응하기에 는 미흡한 수준이라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59) 그런데 이에 대한 정건조의 반응은 대단히 이채롭다. 정건조는 선생의 據險淸野策은 실로 우리의 마음과 합치 한다며 자세한 이야 기를 해달라고 했던 것이다.60) 사실 장세준의 말은 거험청야책이 실효를 거두기 어려우 니 서양과 和好해야 한다고 권한 것이었다. 그런데도 정건조가 거험청야책으로 화제를 몰 53) 위의 책, p ) 위의 책, pp ) 위의 책, p ) 위의 책, pp ) 위의 책, pp ) 위의 책, pp 장세준은 영국군이 병기와 기계의 정밀함, 군율의 엄정함, 여러 차례 의 실전 경험이라는 세 가지 면에서 중국보다 뛰어났다고 말했다. 59) 위의 책, pp 다만 들으니 귀국은 지형의 험함이 하늘이 만들어 놓은 것 같아서 굳 게 지키기에 좋습니다. 그러나 들으니 수도와 바다의 관문 사이의 거리가 대단히 짧아 채식 한 군사도 한 달음에 이를 수 있고, 一帶의 긴 강은 원래 뛰어 건널 수 없을 정도로 험한 것이 아니고, 성과 담장의 제도도 또한 충분히 좋아서 金湯의 견고함이 있는 것도 아니니 이 전쟁 주 장이 어찌 위험한 방법이 아니겠습니까?. 60) 위의 책, p.842. 先生據險淸野之策實契我心願畢其說使弟得以藉手以聞於敝邦之當事者.

14 國史館論叢第108輯 고 간 것은 主和論이 수용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서 차선책을 마련하기 위한 의도 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장세준은 거험청야책이 지속적인 시행도 어려울 뿐 아니 라 국내외의 형편상 실효를 거두기 어려움을 지적했다. 西夷와 東倭가 萬全必勝을 기약하 며 조선을 도모하려고 벼르고 있다는 점, 西夷가 러시아 倭와 연합하여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백성 중 일부가 嚮導 노릇을 하고 정보를 유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이 그 것이었다.61) 따라서 장세준의 말은 자연스럽게 서양과 화호할 것과 서양 각국의 정형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권하는 데로 이어졌다.62) 정건조는 장세준의 말에 공감하면 서도 조선의 완강한 斥洋 분위기 때문에 결국 전쟁에 이르고야 말 것이라며, 洋夷의 기세 가 오래 가지는 못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피력하였다.63) 지금까지 북유담초 에 수록된 세 차례의 필담을 살펴보았는데, 각각의 필담에서 다뤄 진 화제에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정사 정건조의 관심은 1873년 6월의 연 침설 과 서양의 침략을 막아낼 방책 마련에 집중되었고, 장세준은 이러한 조선의 주전론 을 만류하며 서양과 和好할 것을 권하고 러시아의 위협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일관되었다. 정건조는 장세준의 화호 권유에 공감하면서도 조선내의 완강한 주전론을 들어 난색을 표 했다. 귀국 후 復命에서 정건조가 장세준의 권유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도 주전론 을 의식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64) 따라서 필담에서 장세준이 권고한 내용들이 정 책으로 현실화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강위 등은 이건창을 비롯한 주변 인물들에게 필담 기록을 보여줌으로써 지식인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던 것으로 보인다.65) 61) 위의 책, pp ) 위의 책, pp ) 위의 책, pp ) 정건조 일행의 귀국 復命은 承政院日記 고종 11년 3월 30일조에 보인다. 노대환은 1870년대 를 기점으로 洋務運動의 주안점이 군사공업 육성에서 富의 추구 로 옮겨간 점을 지적하면서 필담 내용을 이와 관련짓고 있다. 양무운동의 성격변화와 관련하여 장세준의 권고가 富 의 측면에 치 중되었던 데 반하여 정건조는 强 의 측면에 관심이 많았기에 이에 대해 불만을 가졌던 것으로 이 해했다(노대환, 앞의 논문, pp ). 경청할 만한 견해지만 정건조가 실제로 장세준의 권 고에 불만을 가졌을까 하는 점은 다소 의문스럽다. 왜냐하면 정건조가 조선의 주전론에 대해 경 계하면서 서양과의 和好를 권하는 장세준의 지적에 대해 선생의 이 주장은 가히 彼此가 모두 극 진하다 할 만하다 거나, 전쟁을 버리는 것 이외에 결단코 하나의 방책도 본받을 수 없고, 한 마 디 말도 시행할 수 없을 것 ( 북유담초, pp )이라고 말하여 공감을 표시하고 있기 때 문이다. 정건조가 서양의 침입에 대한 방어책을 묻고 있는 것은 장세준의 和好 권고에 공감하면 서도 조선내의 여론상 수용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에서 차선책을 얻고자 한 것으로 이해된다. 65) 李建昌全集(下), 姜古懽墓誌銘, p.1086 노대환, 위의 논문, p.205.

15 自主的開國論形成에 관한 硏究 차 연행 국제 정세 인식의 심화 1874년 6월 24일 일본의 침략 위협을 알리는 淸禮部의 긴급 咨文이 조선에 전해졌 다. 咨文은 나가사키에 5,000명의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는 일본이 대만에서 철병한 이후 조선을 도모하려 하고 있으며, 조선과 분쟁이 있었던 프랑스와 미국이 이를 도울 것이라 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66) 조선 조정은 다음날인 25일 次對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박규수가 결코 소홀히 넘길 일이 아니니 대비책을 강구할 것을 주장했지만, 이유원의 주장에 따라 일본 서양에 대한 방비를 엄히 한다는 수준의 입장 정리만 했을 뿐 구체적인 대책 마련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67) 하지만 6월 29일 박규수와 이유원이 倭學訓導安東晙의 문책과 대일 교섭의 재개를 주장한 데서도 볼 수 있듯이 淸 자문의 파장은 적지 않았다.68) 이러한 가운데 7월 12일의 都目政事에서는 李會正, 沈履澤, 李建昌이 각각 冬至使行의 正使와 副使, 書狀官으로 임명되었다.69) 冬至使 일행이 陛見하고 서울을 떠난 것은 10월 28일이었는데,70) 강위도 서장관 이건 창의 伴倘으로 사행에 참여했다. 비록 일본의 침략설이 현실화되지는 않았지만, 이에 관 한 정보의 탐문은 동지사 일행의 중요한 관심사일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동지사 일행은 다양한 인사들과 교유하며 일본과 서양의 동태 파악에 주력하는 한편 양무운동의 실상을 알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강위는 궁금한 점을 談草設問 으로 정리하여 휴대하고 다니면 서 필담 때 내어 보이고 답변을 들었던 것으로 보인다.71) 66) 淸咨文에서 일본의 침략 가능성을 경고한 근거는 辦理臺灣等處海防大臣沈葆禎의 상소에 언 급된 프랑스인 고문 지켈(Giquel, Prosper Marie)의 언급이었다. 지켈은 일본이 프랑스 미 국의 도움을 받아 朝鮮을 공격하면 조선이 당해낼 수 없다고 보고, 중국이 조선에 프랑스 미국 과의 통상조약을 맺도록 권유하여 일본을 고립시켜야 한다는 대처방안을 제시했다( 高宗純宗實錄, 高宗 11년 6월 24일조 권석봉, 洋務官僚의 對朝鮮列國立約勸導策, 淸末對朝鮮政策史硏究, 일조각, 1986, pp 송병기, 李裕元李鴻章의 交遊와 李鴻章의 西洋各國과의 修交勸告, 近代韓中關係史硏究, 단대출판부, 1985, p.23). 67) 서양과의 수교 권유에 대해서 조선조정은 李裕元이 總理衙門이 우리 나라에 알리고자 하는 일 이 있으면, 단지 그 일만 말하는 것으로 그쳐야 합니다. 무엇 때문에 通商 등의 이야기를 하여 마치 공갈을 치고 유혹하듯 한단 말입니까 라고 불만을 토로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세부적인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承政院日記, 高宗 11年 6月 25日條). 68) 손형부, 朴珪壽의 開化思想硏究, 일조각, 1997, pp ) 고종순종실록, 고종 11년 7월 12일조. 70) 고종순종실록, 고종 11년 10월 28일조. 71) 담초설문 은 姜瑋가 黃鈺에게 묻는 형식으로 되어있는데, 황옥으로부터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 했다. 북유속담초 에는 담초설문 이외에도 강위가 필담의 주체가 된 談草가 두 편 더 실려 있 다. 장세준과의 필담을 기록한 梅史談草 와 황옥과의 필담인 露香談草 가 그것이다. 로향담초 에서 강위가 한 차례 보충질문을 했을 뿐 이들 담초에는 공통적으로 강위의 물음이 보이지 않

16 國史館論叢第108輯 권두에 놓여진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담초설문 은 사실상 북유속담초 전체의 화제 를 집약해 놓은 성격을 띤다. 담초설문 이 첫 번째 연행 이후 새로운 국제질서를 견문하 면서 겪었던 강위의 사상적 고민을 設問 형태로 정리한 것이기는 하지만 이건창 등의 관 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72) 따라서 강위가 담초설문 에서 제기한 의문점 을 중심으로 북유속담초 의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담초설문 를 통해 1874년 연행에서 강위가 필담을 통해 얻고자 했던 바를 추출해 보면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淸禮部의 飛咨에서 전한 침략설과 대만사건의 전말에 대한 것이었다. 둘째는 두 차례의 중 영전쟁에서 淸國이 패하게 된 내막과 淸이 추진 중 인 양무운동의 성격에 관한 것이었다. 셋째는 향후 조선의 대응과 관련하여 이중적 태도 를 보이고 있는 일본과 서양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었다. 주목되는 것은 그 가 중 영전쟁과 양무운동에 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1873년 연행에서 이에 대한 기본 정보를 얻었음을 고려하면 납득 안 되는 점을 재차 확인한 것으로 이해 된다. 1) 일본의 침략설 및 대만사건의 전말 淸禮部에서 飛咨로 전한 일본의 침략설이 조선 사신들의 중요한 관심사였음은 분명하 다. 강위가 담초설문 에서 가장 먼저 침략설의 상세한 전말을 듣고 싶다고 한 것은 그러 한 관심의 표현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일본의 침략이 불발로 끝난 탓인지, 아니면 다른 경로로 상세한 전말을 들은 탓인지 알 길이 없지만, 필담의 초점은 침략설 자체보다는 대 만사건의 전말과 향후 서양 일본의 침략 가능성에 맞추어졌다. 李建昌이 刑部侍郞黃鈺 과의 필담에서 지난 해 淸禮部의 飛咨를 받고 조선에서 몹시 우려했음을 전하면서도 後日의 憂患을 더욱 염려한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73) 대만사건에 관해서는 이건창과 황옥의 필담인 寗齋與黃孝侯談草 에서 상세히 다루어져 있다.74) 는다. 이는 애초에 담초설문 을 작성한 목적이 필담시에 묻기 위한 것이므로, 이를 보여주고 답 변을 요청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장세준이나 황옥의 답변이 담초설문 에서 제기한 의문점 에 대체로 부합한다는 점도 이러한 추정을 가능하게 한다. 72) 세부적인 점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이건창이 필담할 때에 관심을 보인 내용도 대체로 담 초설문 과 유사하다. 73) 강위전집(하), 북유속담초, 寗齋與黃孝侯談草, p.888. 乃於去年秋總理衙門據督臣片奏洋將所報以爲日本欲於臺灣退兵後卽當從事高麗敝邦大小群情以此滋益憂慮雖幸目前無事恐有他日之憂". 74) 위의 글, pp 이건창과 황옥의 필담은 담초설문 작성 이전에 이루어진 것으로 생 각된다. 담초설문 의 질문 내용 중에 녕재여황효후담초 에서 황옥이 답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강위가 다른 경로로 해당 정보를 얻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황옥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녕재여황효후담초 에 붙어있는 점도 이러한 추정을 뒷받침한다. 북유속담초 에

17 自主的開國論形成에 관한 硏究 이건창은 일본의 대만침략을 일본 왕이 서학에만 힘쓰고 있고, 대장군의 무리가 곳곳 에 흩어져 난을 일으키는 등 소동을 부리자 일왕이 그들의 뜻을 강하게 금지하지 못하여 발생한 것으로 설명하며 사실 여부를 확인했다.75) 이에 대해 황옥은 廢藩置縣 이후 대장 군의 권력은 이미 없는 것이며, 일본인의 西洋服色 사용도 자강에 뜻을 둔 때문이라고 설 명하고, 대만침략도 선단의 규모로 보아 일본 정부의 命이 없이 游民이 벌인 사건으로는 볼 수 없다고 답변했다. 이어진 문답에서는 배의 숫자가 不知其數로 많았으며 일본이 戰費로 銀 80만냥을 서양인으로부터 빌었다는 사실 등이 언급되었다. 서양인이 전비를 빌 려주었다는 말에 의문을 품었던지 이건창은 대만의 일이 倭人들의 主見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별도로 종용한 자가 있는지를 물었다. 이에 황옥은 대개 주모자가 있기 마련인데 단지 표면에 드러나지 않을 따름 이라며 은연 중에 대만사건의 배후로 서양을 지목하고, 강화를 주선한 것도 서양인임을 첨언했다.76) 황옥의 뜻을 알아챈 이건창은 대개 주모자 가 있다(總有主謀) 는 한 구절이 이미 洋夷를 지칭 한 것이라며, 洋夷들이 대만사건을 모 의하고, 戰費를 빌려준 까닭이 무엇이며, 그러면서도 또 화해를 주선한 이유 등 洋夷의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했다.77) 이에 대해 황옥은 倭人들이 서양인의 지시를 받는 것이 많고, 또 서양인의 주선도 중국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간단히 답변할 뿐이었다. 주목되는 것은 대만사건 처리에 대한 황옥의 평가였다. 청국이 대만사건을 배상금 지 불로 매듭지은 까닭은 중국 땅에서 타인이 군대를 이끌고 다니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 이라는 것이다. 대만사건 처리의 득실에 대해서도 일본이 많은 戰費를 소비하고서도 적은 배상금을 받았기 때문에 뜻을 이루었다고 할 수 없는 반면, 중국은 서양의 의도를 파악한 조정의 당상관이 있어서 함부로 움직이지 않고 약간의 배상금 지불로 국면을 전환시켰으 니 오히려 큰 수확을 거둔 것으로 평가했다. 이건창 등이 이러한 평가를 쉽게 수긍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 때문인지 이건창은 곧바로 이미 징발된 군대가 있다면 편안히 끝까 는 談草設問, 梅史談草, 附寗齋與張梅史談草, 露香談草, 寗齋與徐頌閣談草(4차례), 寗齋與黃孝侯談草, 寗齋與陳筱農卽中福綬談草 의 순으로 담초들이 수록되어 있다. 연행일기가 남아있 지 않아 단정할 수는 없지만, 북유속담초 는 필담이 이루어진 날짜와 무관하게 강위가 자신을 중심으로 묶은 것으로 보인다. 즉, 강위 자신의 의문점을 정리한 담초설문 을 권두에 놓고 자신 이 직접 필담한 내용을 전반부에, 이건창의 필담은 후반부에 묶어 정리했던 것이다. 녕재여황효후담초 는 윤소영이 이건창의 대일인식을 살피는 과정에서 상세히 다루고 있어 참고 가 된다(윤소영, 轉換期の朝鮮の對外認識と對外政策, お茶の水女子大學博士論文, 1995, pp ). 75) 당시 조선 지식인의 일반적 인식은 일본의 舊制變更이 서양의 강요에 따라 추진한 것이기 때 문에 백성들의 호응이 없어 일왕이 고립된 상황이라는 것이었다(노대환, 앞의 논문, p.201). 이건창의 질문은 이러한 인식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된다. 76) 寗齋與黃孝侯談草, p.891. 似乎摠有主謀但不出面耳此間僅與犒師而還亦是西人說合. 77) 위의 글, p.892. 總有主謀一句旣指洋夷夷之於臺原無干涉何故主其謀何故借銀又何故後來說合其意爲中國排難解紛歟抑欲倭之受犒歟或其意並不爲彼此而說戰說款摠之欲天下多事歟.

18 國史館論叢第108輯 지 싸우는데 응할 수 있을 텐데 어찌 적을 위로하여 보내는 데 이른 것입니까 라고 의문 을 표했다. 이에 대해 황옥은 전쟁을 했다면 군대 동원에 쉼이 없어 나라의 재정을 모두 소비했을 것인데, 배상금으로 지불한 돈은 겨우 10만냥에 불과하다 는 궁색한 답변을 했 을 뿐이었다.78) 2) 중 영전쟁 및 洋務運動에 대한 평가 1873년 연행사 일행이 洋務論者인 張世準뿐 아니라 淸議論者萬靑黎를 만났던 것과 마찬가지로 1874년 연행에서 강위 등은 洋務論者인 張世準黃鈺 이외에도 淸議論者인 翰林院侍讀徐郙를 만나 필담했다. 강위 등은 당면한 대외적 위기를 바라보는 중국 사상 계의 판이한 두 시각을 모두 접했던 것이다. 필담에서 洋務論과 淸議論의 시각 차이가 가 장 극명하게 드러난 부분은 중 영전쟁과 양무운동에 대한 평가였다. 중 영전쟁에 대해서 장세준은 利害를 살피지 않고 전쟁만을 주장한 탓에 큰 화를 불 러왔다는 견해를 밝히면서, 지금 단지 전쟁을 말하는 것은 사람마다의 고상한 흥취이지 만 오직 국가가 그 곤궁함을 당할 따름 이라며 청의론자들의 主戰論을 비판했다.79) 장세 준은 서양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보았던 것이다. 황옥도 강위와의 필 담에서 오랑캐를 막는 데 좋은 방책이 전혀 없다는 것은 대략적인 정형 이라 하여 서양 의 군사적 우위를 인정하였다.80) 이러한 현실인식 속에서 장세준 황옥 등은 조선 사신에 게 서양과의 화친을 권고하며 양무운동의 논리를 설파했던 것이다. 한편, 강위 등은 중 영전쟁을 바라보는 徐郙의 완전히 다른 시각도 접했다. 이건창이 북경함락 직전 僧格淋沁의 北塘 방어 실패에 대해 묻자, 서부는 僧格淋沁이 일시적으로 북 당을 잃은 것은 사실이지만 패배한 것이 아니라고 답변했다. 僧格淋沁의 북당 회복 기도 가 간사한 이들의 주장에 밀려 좌절되어 通州로 철병한 것이니, 이는 국가가 스스로 天津 을 버린 것이지 저들이 함락시킨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81) 그는 서양인들이 뜻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간사한 자들이 내부에 있고, 추한 백성들이 외부에 있었기 때문이라며 서양 78) 위의 글, p.893. (寗齋) 旣是調兵便應鏖戰何至犒師而遣之 (孝侯) 戰恐用兵不休總費國帑犒僅十萬. 79) 북유속담초, 매사담초, pp 장세준은 1873년에도 중 영전쟁의 실패를 主戰論者들의 강경론에 원인이 있다고 한 바 있다( 북유담초, pp ). 80) 위의 책, 露香談草, p.873. 禦夷全無善策大約情形. 81) 위의 책, 寗齋與徐松閣談草(四次), pp 년 8월 1일에 北塘이, 14일에는 塘古 가 영불연합군에 의해 함락되자, 淸 조정은 화의를 추진하면서 大沽 방어를 하던 승격림심에게 천하의 근본은 海口에 있는 것이 아니라 京師에 있다 고 하여 철저히 방어하지 않음으로써 21 일에는 大沽가, 24일에는 天津이 영불연합군에 의해 점령되었다(신승하, 근대 중국의 서양인 식, 고려원, 1985, p.61).

19 自主的開國論形成에 관한 硏究 의 군사력 때문이 아니라 화의를 주도한 양무론자들 때문에 실패했다고 보았다.82) 淸의 洋務運動 추진 사실이 조선에 처음 알려진 것은 1866년경이었다. 1872년과 1873년 각각 연행에서 돌아온 朴珪壽와 閔泳穆에 의해 양무운동에 대한 긍정적인 보고가 올려지기도 했지만, 1870년대 초반까지는 대체로 양무운동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일반 적이었다.83) 1873년 연행에서 양무운동의 추진배경을 어느 정도 파악했던 강위가 담초 설문 에서 재차 이에 대한 의문을 표시했던 것도 조선내의 우려의 시각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장세준은 양무운동의 성격을 洋人의 長技를 모두 얻어서 저들이 믿을 바가 없도록 하 려는 깊은 뜻이 있는 것으로, 저들의 기술로 저들의 마음을 공격하는 것 이라 설명했다. 또한 강위의 우려를 의식한 듯 저들의 기술을 배우는 것은 그 기술로써 그들을 공격하는 것이지, (중국이) 오랑캐가 되어 오랑캐를 공격하는 것 은 아니라 하여 양무운동이 서양 의 발달된 기술만을 수용 대상으로 하고 있음을 명확히 했다.84) 황옥도 유학생 파견을 통해 서양의 언어 문자 기술을 배워 중국이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 다.85) 황옥은 또한 서양이 강한 이유를 묻는 이건창의 질문에 상업을 통해 國富를 증진 시킨 데서 기인한 것으로 설명하고,86) 서양과의 통상 이후 우려되는 은 유출도 상해를 기준으로 계산할 경우 오히려 유입이 많다고 했다.87) 반면 徐郙는 조정에서 추진하는 양무운동에 대해 대단히 비판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서양의 기술만을 배우는 것이라는 양무론자의 논리에 대해 결국은 洋敎를 배우는 것과 차이가 없다고 보았다. 또한 이건창이 서양과의 교역에서 은 유입이 더 많다는 황옥 의 말의 진위를 확인하자, 그는 중국 전역의 재력을 다하여 구만리 밖의 땅에 돌아가게 하고서도 일을 논하는 자는 오히려 洋銀이 많이 들어오고 中國銀이 적게 나간다고 한다 며 통렬하게 비판하였다.88) 82) 위의 책, 寗齋與徐松閣談草(四次), p.887. 大要奸人在內莠民在外夷遂得遂其志. 83) 주진오, 개화파의 성립과정과 정치 사상적 동향 ( 1894년 농민전쟁연구3, 역사비평사, 1993), pp 노대환, 앞의 논문, pp ) 위의 책, 매사담초, 864쪽. 學機器學言語也有深意欲盡得洋人之所長也使彼無可恃也以彼之術攻彼之心也我習彼術以其術攻之也非以夷攻夷也. 황옥도 양무운동의 취지를 古法에서 洋夷 를 막을 방책을 찾을 수 없어 부득불 점차 洋法을 써서 그 이로움을 함께 하고자 구하는 것이 라고 하여 장세준과 비슷하게 설명했다(같은 책, 로향담초, p.873). 85) 위의 책, 녕재여황효후담초, p.901. 曾有一主事帶諸童子入彼中學其語言文字而於技藝自然兼習緣彼技藝專尙器械於船砲等均得用. 86) 위의 글, p.900. (寗齋) 大抵洋之强悍天下畏之專由其兵力器械之精且强歟抑有他故歟 (孝侯) 大約由商賈而興其國貨足故兵强無他道也. 87) 위의 글, pp 通商此處無他患所患者銀出洋然以上海計之伊進洋之銀數較出洋爲多. 88) 위의 책, 녕재여서송각담초, pp (寗齋) 或云通洋而後洋銀之入中國者多而中國之銀出洋者尙少此語確否 (頌閣) 中國竭九州之財歸於九萬里之外而議事者尙謂洋銀多入而中國之

20 國史館論叢第108輯 담초설문 에서 강위가 중국이 서양과 일본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 려한 데서도 볼 수 있듯이,89) 서양과 일본의 침략 위협에 직면한 조선으로서는 향후 정책 방향과 관련하여 중 영전쟁, 양무운동 등 중국의 실상을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강위 등은 洋務論者와 淸議論者를 모두 만나 상반된 주장을 듣고 재확인함으로써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고자 했다. 강위가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어떤 결론을 내렸는지 북유속 담초 의 내용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렵다.90) 다만 강위가 이듬해 대일수교 교섭 과정에서 對日開國을 주장하고 있음으로 볼 때 양무론자들의 주장에 더 공감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3) 일본 서양의 의도와 조선의 대응 방법 두 차례의 양요와 연이은 일본의 침략설에 부심했던 조선으로서는 서양과 일본의 진의 를 파악하여 대처하는 것이 중요했다. 따라서 이 문제는 북유속담초 에 나타난 필담에서 도 주요한 화제 중 하나였다. 하지만 張世準徐郙와의 필담에서는 이 문제가 다뤄지지 않고 황옥과의 필담에서만 상세하게 나타나고 있다.91) 황옥은 서양인과 왜인들이 통상을 통해 이익을 얻으려 하는 의도일 뿐 나라를 멸망시 키거나 토지 인민을 빼앗으려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92) 이건창은 황옥의 설명을 납득하 기 어려웠던지 돈과 재물이 다하면 토지 또한 어찌 지키겠습니까 라고 반문하며 이 때문 銀少出. 89) 담초설문 에는 서양과 일본을 대하는 중국의 태도에 대한 강위의 깊은 우려도 나타난다. 중국 이 百用을 洋貨에 의존하고, 국가재정도 洋稅에서 취하고 있는 것은 서양인의 번성함이 반영된 것으로 비춰지는 데다가, 중국이 대만사건을 배상금 지불로 매듭지은 것은 서양 일본과 갈등을 빚고 있었던 조선으로서는 우려할 만한 일이었을 것이다. 중국이 신묘한 機略이 있어서 그렇게 한 것이라면 다행이겠지만, 두려움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라면 조선에게도 큰 근심이라는 그의 지적은 조선의 입장을 잘 반영하고 있다( 강위전집 하, pp ). 90) 淸議論者인 徐郙와의 필담은 洋務論者인 黃鈺張世準 등과의 필담이 끝난 후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듯하다. 서부와의 첫 번째 필담에서 이건창은 黃鈺張世準 등에게서 들은 내용을 되 묻고 있기 때문이다. 91) 강위 등이 장세준 서부에게는 서양에 대한 조선의 대응책을 묻지 않은 점은 공통적이지만, 그 이유는 서로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73년 연행 때 장세준이 정건조에게 조선의 主戰論을 우려 하며 서양과의 和好를 권유한 바 있어 사신 일행은 그의 입장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가 섣부른 전쟁이 중국에 불러온 화를 언급한 점만으로도 강위 등은 그의 생각에 변함이 없음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반면 서부의 경우는 양무파 정권의 수세적 대외정책에 비판적인 주전론자였 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건창은 그에게 중 영전쟁 및 그 이후 중국의 상황에 대해서만 물었는데, 이는 이건창 스스로도 전쟁을 통해 서양을 막아낼 수 있다고 믿지 않았기 때문인 것 으로 보인다. 92) 앞의 책, 露香談草, p.871. 西夷但欲通商立馬頭而不志滅國 같은 책, 寗齋與黃孝侯談草, p.904. 倭君自立爲主大將軍無權土地人民伊國自有之似不應覬覦他人卽西人亦只重錢. 오경 석도 1866년 吳懋林으로부터 서양인의 욕심은 토지에 있지 않고 천하가 모두 상업을 하게 하 여 그 가운데서 이익을 취하려는 계책 이라는 말을 들었다( 양요기록, pp.2 3).

21 自主的開國論形成에 관한 硏究 에 조선이 힘이 약한데도 和好하지 않는 것이라 했다. 이에 황옥은 이익을 취하는 데에도 道가 있어 재물이 다하는 상황에 이를 수는 없다며 이건창의 우려를 불식시키려 했다.93) 서양의 관심이 이익 추구에만 있다는 말은 자연스럽게 서양과의 和好 권고로 이어졌 다. 황옥이 강위에게 오랑캐를 막는 데 좋은 방책이 전혀 없다 며 洋人은 압박하여 이익 을 도모할 따름이므로 심하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 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和好 권고임이 분명한 황옥의 말에 대한 강위의 반응은 다소 엉뚱했다. 서양을 배척하자는 주장을 견지 하다가 능히 물리칠 수 없는 형세가 되면 어떻게 하겠는가 라고 반문했던 것이다. 이는 강위가 西洋과의 和好가 정책화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에 대해 황옥은 古義를 견지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조선도 만전을 기할 방책이 없으니 순 리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답변했다. 아울러 西夷가 전력을 기울인다면 조선이 막아낼 수 없을 것이라는 말로써 서양의 군사력을 조선이 감당하기 어려움을 재삼 강조했다.94) 그런데 황옥은 이건창에게는 사뭇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건창이 조선을 위한 조 언을 부탁하자, 황옥은 外患에 대해서는 그 힘을 헤아려 싸울 수 있으면 싸우고, 싸우는 데 능하지 못하면 和好하는 것이라 하였다.95) 이건창은 그의 지적에 공감을 표시하면서 도 조선 내의 완강한 斥洋 분위기를 전하였다. 그러자 황옥은 스스로 힘을 헤아릴 것을 충고하면서도 이미 힘이 약하지만 뜻이 강하니 또한 일을 성취할 수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힘써 행하고 天命을 기다리는 것이 좋을 것 이라고 했던 것이다.96) 강위에게 강한 어조로 전쟁이 승산 없음을 말했던 것과는 커다란 차이가 아닐 수 없다. 황옥이 강위에게 洋人들을 심하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한 것이나, 이건창에게 스스 로의 힘을 헤아려야 한다고 한 것은 그의 진의가 어디에 있었는가를 잘 보여준다. 그가 애초에 조선에 권하려 했던 것은 서양과의 和好였던 것이다. 황옥이 강위와 이건창에게 각기 다른 말을 했던 이유는 상대방의 반응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황옥의 말에 대해 두 사람 모두 조선내의 斥洋 분위기를 전하지만, 두 사람의 논조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즉, 강위는 서양을 배척하다가 실패할 경우를 우려하는 입장이었던 반면, 이건창은 조선 이 힘이 약하면서도 斥洋을 고집하는 이유를 변호했던 것이다. 황옥도 이건창의 척양의지 를 확인한 만큼 서양과의 和好를 강하게 말할 수 없었던 것으로 여겨진다.97) 93) 위의 책, 녕재여황효후담초, pp ) 위의 책, 露香談草, pp ) 위의 책, 寗齋與黃孝侯談草, p.894. 外患之來要在自量其力能戰則戰不戰能則和此外似無別論. 96) 위의 글, pp ) 노대환도 이건창과 강위 사이의 차이를 지적한 바 있다. 즉, 이건창은 洋務에는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나 和議에는 소극적이었던 반면, 강위는 서양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양무를 추진하 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보았다(노대환, 앞의 논문, p.212).

22 國史館論叢第108輯 황옥과 강위 등의 필담에서 특히 주목되는 점은 황옥이 倭洋一體 의 관점에서 일본을 바 라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일본과 西洋의 의도가 통상을 통해 이익을 얻는 데 있다는 점에서 일치한다. 또한 일본은 서양에 이용되고 서양을 위해 보복하려는 존재, 혹 은 서양인의 지시와 부림을 받는 존재로 설명된다.98) 황옥의 관점에 따르면 일본을 대하 는 방법 또한 서양에 대처하는 방법과 다를 수 없을 것이다. 이건창이 조선을 위해 근심스 럽게 여기는 바가 무엇이냐고 묻자, 황옥은 서양인을 대하는 것으로 대하는 것이 옳을 것 이라고 답하고 있다. 이에 이건창이 이는 倭를 대할 때 서양을 대하듯 하라는 말씀입니까 라고 반문하자, 명확히 그렇다 고 답변하였다.99) 황옥이 제시한 倭洋一體論에 대하여 이건창의 질문은 구체적인 대응 방법으로 이어졌다. 이에 대해 황옥은 군사들을 정비하고 훈련시켜서 그들(洋倭)이 오는 것 을 기다릴 것을 조 언하며 講和하는 것은 어쩔 수 없어서 행하는 것 이라 하였다.100) 황옥의 말은 洋倭와의 전쟁도 불사하려는 조선의 의지를 격려하는 듯이 보인다. 하지만 淸國도 이미 어쩔 수 없 어서 洋倭와 강화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는 오히려 척양의지가 강한 이건창에게 講和를 우 회적으로 권한 것으로 이해된다. 문답이 양무운동의 성과와 和好 이후 안정된 淸의 상황으 로 이어진 것도 이를 반증한다. Ⅳ. 開國論의 형성 지금까지 北游談草北游續談草 를 통해 두 차례 연행과정에서 강위가 어떤 활동을 했고, 또한 그가 얻었던 정보가 어떠한 것이었는지를 살펴보았다. 강위 등은 淸國의 수도 北京에서 다양한 성향의 인사들과 활발하게 접촉했고, 필담을 통해 일본과 서양의 동향, 양무운동의 진행상황, 중 영전쟁, 대만사건의 전말 등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했다. 필담에서 이들 문제에 대해 문답한 것은 향후 조선의 정책적 방향성을 결정하는 데 참고 하고자 함이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필담록은 어디까지나 필담에서 어떠한 대화가 오갔 는지를 보여줄 뿐 필담의 결과 참여자들이 어떠한 결론을 내리게 되었는지를 그대로 보 여주지는 못한다. 따라서 연행 경험을 통해 강위가 겪게 되는 사상적 변화는 연행 전후의 행적 변화에서 유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98) 앞의 책, 로향담초, p.872. 不過倭總爲西夷之用須防其爲西夷報復耳 같은 책, 녕재여황효 후담초, p.892. 伊服色已改西人大約受西人指使之處多. 99) 위의 책, 녕재여황효후담초, p.897. (녕재) 中朝君子爲敝邦慮患者又何如也 (효후) 以待西人者待之可也 (녕재) 此謂待倭如待洋歟 (효후) 然. 100) 위의 책, 녕재여황효후담초, pp

23 自主的開國論形成에 관한 硏究 연행에서 돌아온 이후 강위는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지만, 그 변화는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이루어졌던 것 같다. 이건창은 1차 연행 이후 강위가 자신에게 북유담 초 를 보여준 일을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때마침 君은 鄭判書를 따라 燕京에 갔고, 돌아와서 그 중국인과 더불어 이야기한 것을 글 로 만들어 나에게 보여주었는데 모두 예전에 금지하고 꺼리는 바여서 사람으로 하여금 놀라 고 두렵게 하는 내용이었다. 君은 읽으면서 탄식하고 또 웃음을 터뜨렸는데, 장한 기운이 흘 렀지만 나는 묵묵히 오직 짐작만 할 수 있었을 뿐이었다.101) 강위가 이건창에게 북유담초 를 읽혀 조선을 둘러싼 국제정세의 움직임을 알리려 했 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건창이 예전에 금지하고 꺼리는 바 이고 놀라고 두렵게 하는 내용 이라 한 것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강위도 친근한 몇몇 사람에게 조심스럽게 보여 줬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2차 연행 이후 강위의 행동은 완전히 돌변하여 주위의 시 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공공연히 天下事를 말하며 合縱連衡을 주장하는 적극적인 모습으 로 변화했다.102) 2차 연행 이후 강위가 적극적인 모습으로 돌변한 까닭은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 다. 첫째, 2차 연행을 통해 1차 연행 때 풀지 못했던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얻음으로써 적극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앞서 지적했듯이 강위는 북경에 도착한 직후인 1875년 초 筆談에 대비하여 미리 의문점들을 談草設問 으로 작성하여 두 고 筆談에서 활용함으로써 궁금증을 상당히 해소할 수 있었다. 둘째, 조선을 둘러싼 국제 정세의 급박함을 한층 더 절박하게 느끼게 되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1차 연행 이후 가까 운 인물에게만 필담록을 읽히는 극도의 조심성을 견지했지만, 이제 공공연히 국제정세를 말하고 합종연횡을 주장하게 된 것은 그가 느끼는 대외적 위기감이 대내적 위험을 감수 할 만큼 고조되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1870년대 초까지도 어떻게 하면 서양인의 침입을 물리칠 수 있을까 고심했던 그가 1875년에는 합종연횡의 외교를 주장하고 1876년에는 대일개국 을 주장하는 모습으로 변모했다. 또한 그의 이러한 변모는 년 두 차례의 연 행에서 얻은 정보와 경험에 기반한 것이었음은 의심할 나위가 없다. 이제 필담록에 나타 난 내용을 바탕으로 그가 開國論者로 변모하게 된 요인들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중국의 위상에 대한 재인식을 지적할 수 있다. 강위가 연행과정에서 직접 눈으로 101) 李建昌全集(下), 姜古懽墓誌銘, p 會君從鄭判書赴燕京歸以其所與中國人談者爲文示余皆舊所禁諱使人駴怖君且讀且噫且笑意氣流動余則黙然固有以卜之矣. 102) 주 28) 참조.

24 國史館論叢第108輯 목격하고 필담을 통해 확인한 중국의 모습은 종래의 大國的 면모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 었다. 중국의 힘은 서양 열강의 침략은 물론이고 일본의 대만침략에 대해서조차 강력히 대응하지 못할 정도로 보잘것없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양이나 일본이 조선을 침범 해 올 경우 淸國이 조선에게 별다른 도움이 못될 것임은 너무도 자명한 일이었다 년 冬至使行에서 李建昌이 일본의 침략 가능성을 우려하며 대처방안을 묻자, 黃鈺은 外患이 닥쳤을 때 요체는 스스로 헤아리는 데 있다. 그 힘이 능히 싸울만하면 싸우는 것이 고, 싸움에 능하지 못하면 和하는 것이다. 이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고 답변한 바 있다.103) 황옥의 답변은 지극히 원론적인 것이기는 했지만 淸國이 조선을 도울 여력이 없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것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그는 청국의 원조를 기대할 수 없 는 상황에서 서양 일본의 침략에 맞서 홀로 싸우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 경 우 개국통상은 서양 일본과의 무력충돌을 회피하는 하나의 외교적 대안으로 얼마든지 제기될 수 있는 것이었다. 둘째, 서양인의 의도와 서양인에 대한 재인식이다. 강위가 서양인과 그들의 의도를 어 떻게 생각했는지에 대해서 명확히 알 수는 없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강위는 장세준 황옥 등 洋務論者에게서 서양인의 의도는 통상을 통해 이익을 얻는 데 있을 뿐 토지 인민에 는 욕심이 없으며, 서양인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善을 즐기고 義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음이 확인될 뿐이다. 하지만 조선이 아무리 고립무원 상태로 서양 일본의 침략에 직 면해 있더라도 상대방인 서양 일본과의 和好 가능성을 인정하지 못한다면 개국통상을 주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강위는 서양인과 그들의 의도에 대한 양무론자들의 설 명에 대체로 공감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동일한 이야기를 듣고도 李建昌이 서양인과 의 和好에 강한 반감을 보이며 斥洋의 뜻을 강하게 보였던 것과 달리 그가 조선내의 강 한 主戰論으로 인해 서양과 전쟁하는 상황이 벌어질까 우려한 점에서도 엿볼 수 있다. 셋째, 급격하게 서구화를 지향하고 서양인과 동일한 이해관계 속에서 실질적으로 그들 과 한편이 되어 함께 보조를 맞추는 일본의 변화상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년 淸禮部가 보낸 두 차례의 飛咨에서 이미 일본은 서양인들과 함께 조선 공격을 꾀하는 존재로 묘사된 바 있다. 黃鈺과의 필담을 통해 강위 등은 일본의 대만침략이 국내에 알려 진 것과는 달리 일본정부 차원에서 이루어졌고, 그 과정에 서양인이 깊숙이 개입한 사실 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황옥이 필담에서 전한 일본의 모습은 기본적으로 倭洋一體論에 입각한 日本像이었다. 따라서 일본의 自强政策 추진에 대한 인식을 논외로 한다면,104) 103) 북유속담초, 寗齋與黃孝侯談草, p.894. 外患之來要在自量其力能戰則戰不戰能則和此外似無別論. 104) 강위는 일본이 추진하는 自强政策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던 것으로 보인다. 강화도

25 自主的開國論形成에 관한 硏究 강위가 접했던 정보의 성격상 강위의 대일인식도 기본적으로는 왜양일체론에 입각한 부 정적인 것일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된다. 요컨대 강위는 두 차례의 연행을 통해서 조선을 둘러싼 국제정세에 대해 새롭게 인식 함으로써 開國論을 형성했다. 이미 丙寅辛未洋擾를 도발했던 서양인들이 조선에 대한 침략의 뜻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여전히 萬全必勝의 기회를 엿보며 호시탐탐 조선을 노 리고 있다는 사실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종래에 交隣國이던 일본도 이미 서양 과 일체가 되어 그들과 함께 조선을 침략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은 그가 느끼는 위기의 식을 더욱 증폭시켰을 것이다. 게다가 그는 조선이 오랫동안 의지했던 중국이 이미 大國的 면모를 상실하여 조선의 위기상황에도 별다른 도움을 줄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도 확 인할 수 있었다. 그가 연행과정에서 확인한 조선의 상황은 고립무원으로 강력한 적들에 둘러싸여 그야말로 風前燈火와 같은 위태로운 형국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는 조선이 살아남는 길은 승산 없는 戰爭이 아니라 문호개방을 통한 외교적 해결에 있다고 믿게 되었다. 2차 연행에서 돌아온 후 위험을 무릅쓰고 공공연히 합종연횡을 말하였던 것은 그가 느낀 절박함의 반영에 다름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외교적 해결만이 유일한 돌 파구라고 여겼더라도 서양인이 禽獸에 지나지 않고 그들이 조선을 멸망시키려는 의도를 가졌다고 보았다면 결코 문호개방을 통한 외교적 해결을 대안으로 제시할 수는 없을 것 이다. 1874년 그와 함께 연행했던 이건창이 끝내 서양인을 和好 대상으로 받아들이지 못 하였던 반면 강위는 이를 인정하였기에 開國論者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강위의 연행기록 분석을 통해서 그가 개국론자로 변모하게 된 요인을 구체적 으로 살펴보았다. 박규수 오경석 등도 강위와 비슷한 연유로 인하여 개국론자가 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박규수의 경우 신미양요 직후인 1872년 두 번째 연행을 떠나 본격적으 로 추진되던 洋務運動의 성과를 직접 보았을 뿐 아니라 서양 여러 나라를 둘러보고 온 崇厚의 형 崇實을 만나 서양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전해들을 수 있었고, 그 결과 개국의 필요성에 대해 확신하게 된 것으로 생각된다.105) 오경석은 1872년 박규수, 년 강위가 연행한 세 차례 모두 首譯으로 중국에 다녀왔으므로 그가 이들의 경험을 공유 했으리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106) 결국 이들은 두 차례 양요의 격심한 충격을 딛 고 연행과정의 경험을 통해서 비슷한 시기에 개국론자로 변모해갔던 것이다. 조약 체결 당시 뛰어난 農器와 강한 軍隊를 근거로 일본을 强隣大國 이라 평했던 것은 그러한 인식이 반영된 것이었다. 이에 대해서는 이헌주, 강위의 대일개국론과 그 성격, 한국근현대사 연구 19, 2001 참조. 105) 이완재, 앞의 책, p ) 신용하, 앞의 책, p.19. 오경석과 박규수는 시기적으로 강위보다 앞서 개국론을 형성했던 것으 로 생각된다.

26 國史館論叢第108輯 Ⅴ. 맺 음 말 1876년 2월 27일 강화도의 鍊武堂에서 朝日修好條規가 체결됨으로써 조선은 자본주의 세계체제의 일원으로 편입되었다. 조일수교는 군함까지 동원한 일본의 군사적 압박에 의 해 강요된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朝野를 막론하고 조선의 여론 향배가 斥倭로 기울었음 을 고려하면 수교 교섭이 파국으로 치닫지 않고 평화롭게 마무리된 것은 수교회담을 이 끌었던 朴珪壽申櫶姜瑋吳慶錫 등 조선측 인사들의 역할에 힘입은 바가 컸다. 이 중 박규수 오경석 강위 등은 일본의 외압이 닥치기 이전에 이미 자주적 개국론 을 형성한 인물이고, 申櫶도 개화사상의 형성과 관련하여 주목받는 인물이다. 인물 배치로 본다면 이들이 수교 교섭 참여는 수교를 염두에 둔 다분히 의도적인 안배로 여겨진다. 박규수 강위 오경석 등은 비슷한 시기에 약간의 시차를 두고 개국론자로 변모하였 다. 이들이 개국론자로 변모하게 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적지 않은 유사성이 드러난다. 이 들에게 발견되는 유사성은 자주적 개국론의 형성을 해명하는 단서가 되는 것으로 이를 적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북학에 학문적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사상의 내용에서 북학과 개국론을 직 접 연관 짓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인적인 계보 면에서의 연결은 명확히 확인된다. 단순히 인적 계보만으로 양자 사이의 관련을 논하는 데는 한계가 많은 만큼 양자 사이의 관련 여부가 보다 세밀하게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대체로 洋擾 이전까지는 海防論 단계의 인식에 머물다가 양요를 거치면서 서양 군사력의 실상을 보고서 크게 우려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이들이 제시한 禦洋의 방 책은 淸國에서 전래된 해국도지 등의 海防書를 적극 참고했다는 점에서 斥邪論 계열의 그것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洋擾가 닥쳤을 때 직 간접적으로 그 해결을 위해 노력하면 서 서양의 실상을 가깝게 접했던 점도 이들이 양요 이후 진행된 조정의 對外强硬策에 쉽 게 동조하지 못한 요인이 되었다. 셋째, 燕行 경험이 개국론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박규수의 경우 1861년 熱河慰問使行을 다녀왔고, 오경석도 양요 이전 이미 7차례의 연행경험을 가졌지 만, 洋擾期까지의 이들의 인식은 海防論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양요를 통해 조선도 淸國처럼 서양의 침략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이들의 모색도 한층 절 박한 양태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고, 국제정세를 파악할 유일한 창구였던 청국에서의 경험 은 중요한 의미를 지닐 수밖에 없었다. 유일하게 상세한 연행기록을 남긴 강위의 사례를 통해 연행과정에서 이들 개국론자들

27 自主的開國論形成에 관한 硏究 이 얻었던 정보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이미 두 차례 조선을 침략했던 서양인들이 침략의 뜻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여전히 萬全必勝의 기회를 엿보며 호시탐탐 조선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은 알게 되었다. 더구나 交隣國이었던 일본이 이미 서양과 일체가 되어 그들과 함께 조선을 침략할 가능성이 있다 는 사실은 위기의식을 한층 증폭시켰을 것이다. 게다가 그는 조선이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청국이 이미 大國的 면모를 상실하여 조선의 위기상황에도 별 도움을 줄 수 없을 것이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연행과정에서 확인한 조선의 상황은 고립무원으로 강력한 적들에 둘러싸여 그야말로 風前燈火와 같은 위태로운 형국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서 조선이 살아남는 길은 승산 없는 戰爭이 아니라 문호개방을 통한 외교적 해결에 있다 고 믿게 되었다. 때마침 1861년부터 시작된 청국의 양무운동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내기 시작한 것도 이들이 문호개방도 가능하다고 여기게 된 배경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2차 연행에서 돌아온 후 강위가 위험을 무릅쓰고 공공연히 합종연횡을 말하였던 것은 그가 느낀 절박함의 반영에 다름 아니었고 그 내용은 문호개방을 통한 부국강병의 달성을 지 향하는 개국론이었다. 끝으로 한 가지 부언하면 강위 등 개국론자들이 대일수교 교섭 과정에서 결합하여 강 화도조약을 무사히 성사시켰지만, 대일수교는 개국론자들이 의도했던 문호개방과 커다란 괴리가 있었다. 개국론자들이 연행과정을 통해서 개국할 대상으로 파악했던 것은 일본이 아닌 서양이었고, 문호개방을 통해 얻고자 했던 것도 서양의 근대적 문물이었다. 그런 의 미에서 이들의 개국론이 조선에서 달성되는 출발점은 1876년의 조일수교가 아닌 1882년 조미조약 체결로 보아야 할 것이다.

152*220

152*220 152*220 2011.2.16 5:53 PM ` 3 여는 글 교육주체들을 위한 교육 교양지 신경림 잠시 휴간했던 우리교육 을 비록 계간으로이지만 다시 내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니 우 선 반갑다. 하지만 월간으로 계속할 수 없다는 현실이 못내 아쉽다. 솔직히 나는 우리교 육 의 부지런한 독자는 못 되었다. 하지만 비록 어깨너머로 읽으면서도 이런 잡지는 우 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