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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4년 한국과학기술학회 전기학술대회 과학ž기술ž의료에서의 정상과 표준 토요일. 10:40 18:30 KAIST 인문사회과학동 (N4) 후원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2 환경성 을 측정하기 석면과 환경보건운동의 지식정치 강연실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본 연구는 한국에서 환경성 석면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주목한다. 석면은 전통 적으로 산업보건의 문제로 여겨졌으나, 2000년대 이후 환경운동가와 일부 전문가에 의 해서 환경보건의 문제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직업성 석면과 구분되는 환경성 석면 의 등장은 다양한 행위자들 환경(보건)운동가, 전문가, 그리고 환자 이 직업환경에서 의 석면, 노출, 질병과는 구분되는 일반환경에서의 석면, 노출, 질병을 정의하고 구분짓 는 활동에서 기인했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번 발표에서는 시민환경보건센터라는 시민 단체가 석면의 측정을 놓고 벌이는 지식정치에 주목한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2010년 환경운동가인 최예용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석면을 비롯한 다양한 환경오염과 건강 문 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환경단체이다. 이 시민단체는 공정시험법 에 기초한 표준 측정방법이 크게 두 가지 면에서 환경성 석면을 측정하는 데 적절하 지 않다고 주장하며, 그에 따라 두 가지 대안적인 방법을 이용한다. 첫째로 어떤 매질 에서 석면을 측정할 것인가에 대해서 공기 중 석면을 포집(air sampling)하는 것 보다 쌓여 있는 먼지를 포집(surface dust sampling)하여 측정한다. 두번째로 이렇게 채집된 샘 플의 분석에 대해서 공정시험방법에서 정하는 광학현미경(Phase Contrast Microscopy, PCM; Polarized Light Microscopy, PLM)법이 아닌 주사전자현미경법(Scanning Electron Microscopy, SEM)을 이용한다. 본 연구는 환경보건시민센터의 주장과 측정법들을 분석 함으로써, 석면의 측정을 둘러싼 지식정치는 결국 직업환경과 대비되는 일반환경의 특 성을 무엇을 통해서 어디서, 어떻게 측정해야 할 것인가의 문제임을 보이고, 이것이 석 면을 환경보건의 문제로 포섭하려는 단체의 활동에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주장하고자 한다. 결과적으로 시민환경보건센터라는 시민단체에서 석면의 환경성 은 일반 환경(장 소), 석면(물질), 주사전자현미경(기술), 그리고 환경보건운동가로서의 정치적 목적(담론) 이 한데 어우러진 아상블라주(assemblage) 속에서 정의될 수 있었다. 환경성 을 측정하기: 석면과 환경보건운동의 지식정치 35

3 년 한국과학기술학회 전기학술대회 ( KAIST 인문사회과학동)

4 환경성 을 측정하기: 석면과 환경보건운동의 지식정치 37

5 년 한국과학기술학회 전기학술대회 ( KAIST 인문사회과학동)

6 환경성 을 측정하기: 석면과 환경보건운동의 지식정치 39

7 년 한국과학기술학회 전기학술대회 ( KAIST 인문사회과학동)

8 환경성 을 측정하기: 석면과 환경보건운동의 지식정치 41

9 년 한국과학기술학회 전기학술대회 ( KAIST 인문사회과학동)

10 환경성 을 측정하기: 석면과 환경보건운동의 지식정치 43

11 맞춤의학 담론에서 발견되는 기표-정치에 관한 연구 현재환 이준석 경희대학교 과학기술사회연구센터 서울대학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1. 들어가는 글 맞춤의학(personalized medicine)은 과연 실현가능할 것인가. 실현가능하다면 그것은 환자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기적의 치료약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지난 이십여 년 간 한국의 전문가 집단과 시민사회는 맞춤의학의 실현 여부와 그 효용을 둘러싸고 논쟁 을 벌여왔다. 이러한 토론은 주로 맞춤의학이 실현가능한 약속인지 아니면 단순한 과 장광고(hype)인지에 초점을 맞추어 이루어졌다(고은지, 2010; 박응양, 2011; 이경아, 2010; 홍영준, 2010). 이러한 논의들은 맞춤의학이 명백한 정의가 주어져 있는 과학적 실재라는 믿음 을 공유한다. 헷지코(Hedgecoe, 2004)는 맞춤의학을 확고한 과학적 실재로 간주할 경우 이에 대한 논의가 참된 사실로 믿거나 과장광고나 허구라고 비판하는 단선적인 구도 로 한정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이 대신 맞춤의학이라는 용어로 이뤄지는 실천이 무엇 인지를 구체적으로 검토하기를 제안했다. 이렇게 맞춤의학의 정치 를 탐구하려는 노력 속에서 헷지코는 약물유전체학(pharmacogenomics)이라는 용어가 행위자들에게 사용된 역사적 맥락을 검토했으며, 그 결과 맞춤의학을 실현하기 위한 새로운 과학 분야라고 믿어진 약물유전체학이 과거 40여 년 전부터 이루어지던 약물유전학과 독립된 연구 분 야가 아니라 인간유전체프로젝트와 관련해 투자와 후원을 받기 위해 동원된 수사적 장치(rhetorical device)임을 발견했다(Hedgecoe, 2003). 이 때문에 Tutton(2012)은 맞춤의학 을 확고한 과학적 실재가 아니라 산업계, 정부, 규제, 학계, 환자단체, 임상 진료에 이 르는 다양한 행위자들에 의해 사용되는 수사적 존재(rhetorical entity) 로 보아야한다 고 주장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경우, 우리는 맞춤의학 이라는 용어가 사용되던 시기와 사용자가 소속된 사회세계(social worlds)에 따라 다소 다른 내용을 지시해 왔으며 맞춤 년 한국과학기술학회 전기학술대회 ( KAIST 인문사회과학동)

12 의학 은 다양한 의미를 갖는 고정되지 못한 기표였음을 관찰할 수 있게 된다. 본 연구에서는 지난 십여년 간 한국 사회 각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논의들이 맞춤의학 이라는 용어가 다의적으로 사용되어왔음을 간과하고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 다. 역사적으로 해당 용어는 혼종적 용법을 지녀 왔고, 동일 시기에도 사회세계에 따라 서로 다른 의미로 이 용어를 사용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연구진은 맞춤의학을 수사적 도구 혹은 수사적 존재로 보길 제안하는 STS학자들의 주장을 좆아(Hedgecoe and Tutton, 2002; Tutton, 2012), 1998년부터 2013년까지 이루어진 국내 언론 보도 내용을 분 석하였다. 1) 이를 바탕으로 한국에서는 '맞춤의학'이라는 용어가 한국의 기술과학의 맥 락과 조응하며 서로 다른 사회세계에 속하는 행위자들에 의해 건강기능식품ㆍ의료정 보제공ㆍ원격진료ㆍ재생의학ㆍ줄기세포연구ㆍ환자중심진료ㆍ질병중심임상처방ㆍ사상 체질의학 등을 가리키는 것으로 끊임없이 재정의 되어왔음을 보이도록 하겠다. 연구진이 선택한 주요 방법론은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2008년 초 공식개통한 미 디어가온 2) 등을 활용한 미디어 분석이다. 미디어가온은 국내 신문, 방송 등 언론매체에 등장하는 기사들을 한 곳에서 모두 검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메타 검색 엔진 데이터베이스이므로, 이곳을 활용하여 이루어진 리서치는 사실상 국내에서 보도 된 언론기사 모두를 커버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주요 행위자들의 용어 사용이 반드 시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약물유전체학(pharmacogenomics)과 관련 하여 약물경제학(parmacoeconomics)이라는 개념이 널리 사용되며 연구가 이루어질 정도 로 맞춤의학이 갖는 막대한 상업적 가치를 고려해보고, 과대광고(hype)라고 평가받을 정도로 유전체학에 집중된 사회 구성원들의 관심을 생각해보면(Dumit, 2012; Fortum, 2012; Zwart 2007), 최소한의 사회적 파급효과를 갖는 맞춤의학 과 관련된 용어사용은 충분히 언론에 보도될 정도의 영향력을 가졌다고 볼 수 있으며, 이는 미디어 분석을 주된 연구방법론으로 선택한 본 연구에 대해 유의미성을 제공한다. 2절과 3절에서는 시기와 사회세계에 따라 '맞춤의학'의 용어가 어떻게 사용되고 변화해왔는지를 검토하도록 하겠다. 수집한 미디어 기사들을 일차적으로 검토한 결과 네 시기에 걸쳐 뚜렷한 변화가 관찰되었으며, 또 서로 다른 사회세계에 속하는 행위자 들간의 목소리와 시각이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났다. 2절에서는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 로 제 1기(1998년-2002년), 제 2기(2003년-2006년), 제 3기(2007년-2009년), 제 4기(2010년 1) 곧 서술되지만 한국언론진흥재단 데이터베이스에서 2014년 4월 1일 현재 맞춤의학 을 키워드 로 검색하면 총 6,817건의 내용이 검색된다. 그리고 이곳에서 필터링되는 조선일보에서 검색 되는 886건과 중앙일보에서 검색되는 2,019건을 합쳐 총 9,222건의 문서가 분석 대상이 되었 다. 물론 이중에서 연구에 유의미성을 제공하지 않는 데이터들은 걸러내고 분석이 이루어졌 다. 2) 맞춤의학 담론에서 발견되는 기표-정치에 관한 연구 45

13 -2013년)의 네 시기 3) 를 분석하고, 3절에서는 생명공학산업계ㆍ의료계ㆍ한의학계ㆍ과학 기술정책계라는 네 사회세계 4) 에 속하는 행위자들을 중심으로 미디어 분석을 수행한다. 비교적 분명해 보이는 두 행위 집단 외에 생명공학산업계와 과학기술정책계에 대해서 는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데, 우리는 전자를 통해 생명공학과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는 대학 및 연구기관들과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생명공학 연구 개발 및 서비스 공급을 수행하는 기업들을 지칭할 것이다. 그리고 후자를 통해 과학기술에 대한 육성과 규제 에 연루되는 정부기관과 시민단체 등을 의미하고자 한다. 물론 본 연구진은 이러한 행위 집단의 분류를 고정되고 확실한 것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생의료화(biomedicalization) 시대에 의사-기업가-연구자라는 역할은 분리되지 않 으며(Clarke et al., 2010), 키팅 등이 지적하듯이 병원의 실험실화가 이미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Keating 2000, Keating and Cambrosio 2002). 본 사례 연구에서도 많은 행위자들 이 어떤 때는 생명공학산업계의 대변자로, 또 다른 때는 의료계나 과학기술정책계의 주요 행위자로 부상하기도 했다. 우리는 행위자와 행위 집단, 그리고 이들의 기술과학 적 실천의 혼종적 성격을 충분히 인지하지만, 분석 과정에서 공통의 이해관계를 두고 같은 목소리를 내는 집단들을 발견했기 때문에 연구의 목적을 위해 앞의 네 행위 집 단의 분류를 가설적으로 사용하고자 한다. 2. 시기별 분석 1) 제 1기: 1998년~2002년 '맞춤의학'(personalized medicine)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것은 1997년 진셋 (Geneset)과 애봇 제약(Abbott Pharmaceuticals)이었다(Jain, 1998; Jain, 2009). 당시 한창 진 행 중이던 인간유전체프로젝트(HGP, )가 마무리 단계에 진입하자, 이 프로젝 트가 가져올 성과들에 대한 여러 비전들 가운데 하나로 제안된 것이었다. 같은 시기인 1998년에 한국에서도 '맞춤의학'이라는 용어가 등장했지만, 그 용어가 Jain(1998, 2000)의 경우와 같이 약물유전학 혹은 약물유전체학과 동일한 의미를 가리키진 않았다. 그저 인간유전체프로젝트가 가져올 미래의 결과 가운데 하나로 의약품 맞춤시대 정도로 번 3) 이 시기는 연구진이 본 연구를 수행하며 자의적으로 구분한 것이며, 추후 본 연구진 혹은 다 른 연구자에 의해 또 다른 심층 연구가 이루어졌을 때 더 합리적인 시기 구분이 사용될 수 도 있음을 밝힌다. 4) 이러한 사회세계의 구분 역시 각주 3과 마찬가지로 자의적이라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다만 본 연구를 수행한 결과, 이러한 행위자들 간의 구분이 뚜렷하게 드러났음을 밝히고자 한다 년 한국과학기술학회 전기학술대회 ( KAIST 인문사회과학동)

14 역되어 언급되었을 뿐이다(한겨레, 1999). 한국 미디어에서 이 단어가 처음으로 약물유 전체학과 연관된 것으로 분명하게 설명된 것은 2000년대에 들어서였다(한국일보, 2000). 2000년대 초반부터 '맞춤의학'이라는 용어가 미디어에 등장하는 빈도가 급격히 증 가했다. 일례로 1998년에 '맞춤의학'이 언급된 기사는 단 두 건이었지만, 1999년에는 10 건, 2000년에는 62건, 2001년과 2002년에는 두 배로 보도 수가 늘어났다. 이는 2001년 인간유전체프로젝트의 초안이 발표되고, 2002년 국제 하플로타입 매핑 프로젝트 (interantional HapMap project)의 출범이 선언되는 등과 같은 굵직한 과학적 사건들이 일 어났기 때문이다. 인간유전체프로젝트의 함의와 전망을 논의하는 사설과 보도들은 이 프로젝트가 가져올 미래 전망으로 '맞춤의학'이란 단어를 반복해서 사용하면서 이 용어 가 일반화되는 토대를 마련했다(동아일보, 2002). 당시 맞춤의학 이라는 용어 사용과 관련해 두 가지 불확실성이 존재했는데, 하나 는 번역어의 문제였고 다른 하나는 그 용어가 지칭하는 대상이 정확히 무엇인가라는 개념의 문제였다. 흥미롭게도 pharmacogenomics, individual therapy, tailored medicine, personalized medicine과 같은 다양한 용어들이 모두 '맞춤의학'이라는 용어로 번역되었다 (문화일보, 2001; 조선일보, 2000, 2003; 한국일보, 2001; 한국일보, 2003). 개념의 경쟁에 대해서는 아래의 행위 집단별 분석에서 보다 상세하게 다루어지겠으나, 당시 맞춤의 학 이라는 용어는 정확히 약물유전체학이나 개인유전체분석만을 가리키진 않았다. 보도 마다 '맞춤의학'을 약물유전체학, 원격진료, 의료정보제공, 재생의학, 줄기세포연구, 건강 식품, 환자중심진료, 질병중심임상처방 등 다양한 의미로 사용하였다. 즉, '맞춤의학'이 라는 용어의 의미가 열려있었던 것이다. 특기할만한 점은 한국의 유전체학 연구 역량이 부족하던 2000년대 초반에는 인간 유전체프로젝트에 대한 보도 바깥에서는 '맞춤의학' 혹은 건강기능식품 개발과 (인터넷 사이트를 통한) 의료정보제공 서비스를 설명하는데 '맞춤의학'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었 다는 것이다(헤럴드경제, ; 국민일보, ; 한국경제, ). 일례로 2002년 오송에서 개최된 첫 바이오 엑스포에서 '맞춤의학'의 슬로건을 단 다양한 상품 들이 전시되었는데, 이것들은 대부분 건강기능식품이었다. 이와 관련해 맞춤신약과 유 전체 연구 개발에 투자한다던 바이오 R&D가 건강기능식품 개발 회사들만 양산해낸다 는 문제제기도 이뤄졌다(KBS, ). 한편, 특정 질병이나 표현형 사이의 상관관계 가 보도된 유전자들에 대한 검사를 '맞춤의학'으로 홍보하는 바이오기업들과 일부 소규 모 클리닉들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되었다(세계일보, ). 2) 제 2기: 2003년~2006년 맞춤의학 담론에서 발견되는 기표-정치에 관한 연구 47

15 한국의 '맞춤의학' 용어의 변천을 좇는 과정에서 발견하게 되는 것은 2006년 이전 까지는 맞춤의학과 약물유전체학을 거의 동일시하는 현재의 정의가 아직 적용되지 않 았다는 점이다. 이는 맞춤의학이라는 용어가 수사적 도구(rhetorical device)라는 성질 때 문이기도 하지만(Hedgecoe and Tutton, 2002), 동시에 한국에서 기술과학이 그리는 지형 도의 특수성과도 관련된다. 2004년에도 여전히 상당수의 생명공학 기업들이 개별 유전 자 검사나 건강기능 식품 개발에 주력하고 이러한 것들에 맞춤의학이라는 이름을 덧 씌우고 있었다(경향신문, ). 물론 맞춤의학을 약물유전체학으로 정의하고 다루 는 논의도 있었으나 그러한 담론들은 황우석 교수 팀의 줄기세포 연구에 완전히 묻힌 상태였다(세계일보, ). 2005년 10월 신설된 최고과학자연구비지원사업 이 황우석 교수를 겨냥하고 만들 어졌다는데서 잘 드러나듯, 황우석 교수팀의 줄기세포 연구는 당시 한국의 생명공학 연구의 최전선에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맞춤의학'이라는 비전은 바로 그러한 생명공 학 연구의 최전선을 의미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이 둘은 서로 맞물렸다. 2004년 황우석 연구팀은 인간 체세포핵이식 줄기세포 형성의 성공을 발표하고, 2005년에는 체세포핵 이식에 기초한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 추출에 대한 논문을 <사이언스>에 게재했 다. 이러한 황우석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두고 다음과 같이 그것을 '맞춤의학'의 구현 으로 보는 논조의 기사들이 반복해서 보도되었다. [황우석 교수가] 도덕을 무시하고 기존 연구에 무임승차하는 과학계의 이단자인지, 미래의 맞춤의학의 선구자인지는 황교수가 어떤 후속 연구 성과를 내놓느냐에 달려 있는 셈이다. (한국일보, 2004) 체세포복제로 만들어진 줄기세포는 환자의 유전자와 거의 동일해 면역 거부반응이 거의 없다. 환자 개개인의 질병을 치료하는 맞춤의학 이 가능해진 셈이다 (경향신 문, 2005) 줄기세포 과학자들 역시 맞춤의학 담론을 자신들의 연구의 비전으로 적극적으로 차용했다. 당시 영국의 복제양 돌리에 대해 연구한 월머트는 서울대 강연에서 줄기세 포 연구를 통해 각종 난치병 극복이 가능하고... 맞춤의학까지 가능할 것 이며 황 교수의 연구가 이 연구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 이라고 연설했다(국민일보, 2006.) 년의 언론은 한국의 미래를 줄기세포를 이용한 난치병 치료 와 유전자를 이용한 치 료 를 통해 맞춤의학이 등장하는 공간으로 그렸다(경향신문, ). 당대의 황우 석 연구의 비판자들 또한 줄기세포와 맞춤의학 사이의 연관은 당연한 것으로 간주했 다(한겨레, ). 이렇게 줄기세포 연구가 생명공학 연구의 최전선으로 여겨지고 '맞춤의학'의 비전 년 한국과학기술학회 전기학술대회 ( KAIST 인문사회과학동)

16 을 실현할 것으로 기대되자, 줄기세포 담론의 그늘에 가려진 다른 생명공학 연구들을 공적으로 부상시키기 위해 황우석의 줄기세포와 자신들의 연구를 연결하려는 시도 또 한 존재했다. 일례로 당시 해외의 주목받는 한국계 생명과학자인 버클리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김성호 교수는 줄기세포를 신약 후보물질의 독성을 테스트하는 재료 로서 난치병 신약 개발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며 황우석 팀과의 공동연구 를 제안했다. 그는 자신의 신약 연구를 줄기세포 연구와 연결시키는 과정에서 그 연구 의 비전으로 맞춤의학을 제시했다. 환자 개인별 줄기세포를 확보하고 일일이 테스트 해보면 정확한 약물투여가 가능해져요. 개인에게 맞게 약을 처방하는 맞춤의학 시대를 앞당길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동아일보, ) 맞춤의학과 줄기세포 사이의 이 같은 긴밀한 연관은 황우석 논문조작 사건으로 막을 내리게 되었다. 2005년 12월 여러 신문사들은 앞 다투어 과학이라는 신화, 황 우석 가짜 줄기세포 파문 등과 같은 내용을 보도했으며, 줄기세포를 통한 맞춤의학 실현은 시기상조라는 진단들이 등장했다(경향신문, 2005; 한겨레, ; 한국일보, ). 같은 달 20일 서울대 의대 교수 20명은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주 논란 에 대한 의학적 입장 이란 성명으로 배아줄기세포의 응용가능성이 과장되었다 는 의 견을 제출했다(동아일보, 2005b). 다음 해 1월에는 논문조작은 줄기세포의 의학적 활용 이 불가능함 을 보였다는 평가도 등장했다(동아일보, 2006). 과학적 권위를 보전하기 위 해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전문 과학 영역의 바깥으로 몰아내는 경계 작업(boundary work)을 펼친 것이다(Gieryn, 1983). 이렇게 논문조작으로 밝혀진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과학적 영역에서 분리하는 경 계작업은 동시에 맞춤의학이라는 수사적 실재로부터 줄기세포의 의미를 덜어내는 일 이기도 했다. 줄기세포의 의학적 효용은 낮았던 것으로 결론지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 하고 난치병을 극복할 생명과학은 희망이 이미 있어왔다 는 칼럼들이 등장했다(문화 일보, ). 약물유전체학이나 생체표지자(biomarker)를 통한 조기진단으로 질병의 맞춤치료를 한다는 대안들이 맞춤의학 시대 를 열어줄 것으로 제안되었다(한국경제, ; 국민일보, 2007). 이와 함께 한의학의 체질의학에 기초한 이제마프로젝트 등 과 같이 맞춤의학의 적임자를 자처하는 대상들이 부상했다(2-2절). 다음 절에서 본격적으로 고찰하겠지만, 년 사이에 유전자 검사의 과장광 고 문제를 둘러싸고 의료계와 생명공학기업계, 그리고 과학기술정책계 간의 다툼이 벌 어졌다. 임상적 효용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맞춤의학의 이름으로 롱다리 유전자 검사 와 같은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두고 시민과학센터를 포함한 시민단체들의 비판들이 제기되었고, 진단검사의학회 같은 의료 전문가들은 유전자 검사를 제공하는 생명공학 기업들이 자신들의 고유의 권리인 검사 진단권을 빼앗는다고 생각하고 법적 규제를 맞춤의학 담론에서 발견되는 기표-정치에 관한 연구 49

17 요구했다. 2005년에는 이러한 의견이 반영되어 생명윤리법에 유전자 검사 진단권을 의 사에게 부여하고 효과가 과장된 검사들의 실시를 금지하는 조항이 추가되는 등의 큰 변화가 이뤄졌다(한겨레, 2004; 청년의사, 2005). 그러나 당시 황우석 사태의 여파가 너 무나 강력해서 유전자 검사의 과장 광고 문제 등은 미디어의 수면 위로 부상하지 않 았다. 3) 제 3기: 2007년~2009년 2007년에도 여전히 줄기세포 치료와 같은 재생의학 및 장기 이식 기술과 맞춤의 학과 등치하거나 건강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로 사용하는 담론들이 발견된다. 일례 로, 2007년 가톨릭중앙의료원 재생의학센터의 설립은 맞춤의학을 구현 하는 일로 서 술되었다(내일신문, 2007). 그러나 이 시기는 기실 맞춤의학의 의미가 약물유전체학과 개인유전체분석으로 점차 굳어지게 되는 과정으로 나타난다. 과거 맞춤의학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제시된 적이 없었으나, 2008년 유전정보 활용한 맞춤치료 가 뜬다 는 기사에서 맞춤의학은 획일적인 투약 및 치료에서 탈피해 개인 유전형에 따라 질환을 치료하는 의료기술 이 라고 분명하게 서술되었다(매일경제, 2008). 이러한 변화는 한국의 유전체학 연구 역량 의 강화와 김성진 박사의 한국인 유전체 해독과 같은 맥락 하에서 이뤄진 것이었다. 점차 암유전체학 연구가 심화되고 바이오뱅크 수립 등 유전체학 연구 역량이 강화되 면서, 약물유전체학과 맞춤의학을 연결시키는 문헌들의 수가 증가했다(머니투데이, 2008.). 일례로 2008년 부산 벡스코에서는 5회 약물유전체국제컨퍼런스가 열렸고, 같은 해 5월 의사협회 창립 100주년 기념 제 32차 종합학술대회에서 인간 게놈과 맞춤의학 을 주제로 강연 및 심포지움이 이뤄졌다. 삼성생명과학연구소 역시 맞춤의학을 주제로 분자의학국제심포지엄 을 개최했다(경기일보, 2008; 제목 삽입, 2008). 반대급부로 2000 년대 초반과 달리 맞춤의학과 건강기능식품을 연관시키는 담론은 사라졌다. 개인유전체 분석이 맞춤의학과 더 긴밀히 연관되기 시작한 것은 2008년부터였다. 같은 해 11월 가천의대 암당뇨연구원의 김성진 원장이 본인의 개인 유전체를 완전 해 독했다고 선언했고, 40 건 이상의 기사들이 한국인 유전자 비밀 풀었다... 본격 맞춤의 학 시대 혹은 맞춤의학의 길 연 한국인 게놈 지도 완성 과 같은 제목으로 해당 뉴 스를 보도했다(SBS, 2008; 매일경제, 2008; 대덕넷, 2008; 한국경제, 2008; 서울경제, 2008). 미디어에 드러난 상황들만 보자면, 당대의 행위자들은 이 선언을 황우석 사태로 가라앉았던 생명공학계와 생명공학의 약속인 '맞춤의학' 부활시킬 기회로 인식했으며, 김성진 박사를 황우석을 대신할 스타 과학자로 만들려는 시도를 꾀했던 듯이 보인다 년 한국과학기술학회 전기학술대회 ( KAIST 인문사회과학동)

18 한 사설은 "게놈지도의 완성이 황우석 파동으로 침체에 빠져 있는 국내 생명공학계에 활기를 불어넣고 경제위기의 새로운 성장엔진이 될 것을 기대한다 고 말했으며(서울경 제, 2008), 백융기 연세대 교수는 "이번 성과는 인간지놈프로젝트에 참여하지 못했던 한국 위상을 단숨에 높여준 쾌거"라며 "맞춤형 분자의학 시대 개막과 신약 개발에 큰 전기를 마련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황우석 팀의 줄기세포 연구 보도 때와 마찬가지로 개인별 맞춤 치료 길 열렸다 와 같은 제목들이 해당 연구 보도를 장식했다(매일경제, 2008). 김성진 박사의 한국인 유전체 해독은 맞춤의학의 토대를 마련한 연구로 간주되 면서 광우병 사태와 함께 2008년의 중요한 10대 과학뉴스로 선정되었다(매일경제, 2008). 김성진 박사 스스로도 신문 인터뷰 등에서 반복해서 자신의 연구를 맞춤의학의 실현이라고 강조했다(한겨레, 2009). 2009년 4월 10일 김성진 박사는 한나라당 국민통합 포럼 (회장 안상수)이 국회에서 개최한 연구모임에 초대 받았는데, 그곳에서 그는 예 방의학[맞춤의학]을 발전시킬 해법으로 유전의학을 제시 했다. 동시에 그는 한국 사회 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줬던 황우석 파문 의 주인공인 황우석 씨의 줄기세포 연구가 질 병 치료에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투데이코리아, 2009). 개인유전체분석을 맞춤의학으로 제시하고, 줄기세포 연구 등은 맞춤의학이 될 수 없다 고 주장하면서 맞춤의학 개념에서 줄기세포 논의를 떼어내려 한 것이다. 이 발언은 맞 춤의학과 줄기세포의 분리 및 개인유전체분석의 부착이라는 전환을 시사한다. 같은 해 7월 마크로젠과 서울대 의대 서정선 교수팀이 새로운 한국인 유전체 해독 결과를 내놓 고 김성진 박사의 연구결과의 부정확성에 대해 비판했으며, 두 연구팀 사이에 약간의 논쟁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비판 역시 개인유전체학을 맞춤의학과 동 일시하도록 이끌었다는 데서는 같은 맥락에 위치했다(한국일보, 2009). 4) 제 4기: 2010년~2013년 이 시기에는 약물유전체학 연구가 한국에 완전히 자리를 잡고 여러 성과들이 미 디어에도 보도가 되는 상황이었다. 류마티스 유전자 동서양이 다르다 거나 혈전증 약물 개인별 처방 기술 개발 혹은 한국인 혈압, 맥박에 영향주는 유전자 발굴 과 같 이 약물 및 치료의 인종 차를 논하는 약물유전체 연구들이 매일 미디어를 장식했다 (KBS, ; 국민일보, 2009; 머니투데이, 2009). 더불어 개인유전체분석 서비스를 제 공하는 기업들 또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일례로 지금은 사라졌지만 한국기술산업이 유 전자 검사 서비스에 투자할 것이라고 공시했으며, 보령제약이나 SK 케미칼, 유한양행 등이 디엔에이링크, 마크로젠, 테라젠이텍스와 같은 유전체분석 서비스 기업들과의 계 맞춤의학 담론에서 발견되는 기표-정치에 관한 연구 51

19 약을 통해 해당 사업 영역에 진출할 것은 본격적으로 선언했다(이투데이, 2009; 이데일 리, 2010; 국민일보, 2012; 문화일보, 2013). 삼성 의료원과 삼성SDS 또한 다양한 방식으 로 이 시장에 진출했다(이투데이, 2009; 경향신문, 2010). 그 결과 2010년 맞춤의학에 대 한 칼럼들은 이를 유전체분석과 약물유전체학 두 가지를 지칭하는 것으로 서술하게 되었다(한국일보, 2010; 동아일보, 2010a; 동아일보, 2010b). 가까운 미래에 일반 중산층 소비자가 접근 가능한 저렴한 비용으로 개인의 전장유전체 해독이 가능해지고 이러한 기술적 혁명이 의료의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는 천달러 게놈 담론의 수입은 이러한 상 황을 가속화 시켰다(동아일보, 2010; 청년의사, 2011). 3. 행위집단별 분석 1) 생명공학산업계 예측할 수 있듯이, 2000년 초에 과학기술계 전반에서 맞춤의학이라는 용어는 연 구예산을 배정 받기 위한 새로운 수사적 자원으로 부상했다. 의학과 약간 거리가 있는 공학 분야나 기초생물학 분야 연구자들 모두가 자신의 연구가 맞춤의학 시대를 열 것 이라고 선언했다. 일례로 바이오멤즈는 유전자정보 활용의 핵심기술로 맞춤의학시대 를 여는 데 한 역할 을 할 것이고, 상피세포에 대한 전반적인 연구와 그 와중에 전개 되는 상피세포막을 통해 약물이 이동하는 과정을 분석해서 개인에게 알맞은 맞춤약 개발 에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되어졌다(국민일보, ; 매일경제, ). 한편, 1993년 과학기술처를 통해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이 수립된 이래 한국 정부 는 생명공학기업들을 육성하기 위해 많은 예산을 투여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바이오 벤처들이 설립되었다(김훈기, 2010). 상당수의 바이오벤처들이 맞춤신약 개발이라는 슬 로건과 비전을 제시했지만 실상에서는 기술력 등이 부재한 까닭에 대부분 건강식품을 제조하고 이 건강식품의 맞춤형 성격을 강조하는 등의 활동만을 전개했다. 일부 바이 오벤처기업들은 같은 시기에 들어 부상하기 시작한 사상체질의학과 맞춤의학을 동일 시하는 담론을 끌어와 자신들의 건강기능식품을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이라고 주장하기 도 했고, 비록 자신들이 지금은 건강기능식품을 제조하지만 후일 맞춤의학의 실현에 기여할 유전체학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광고하기도 했다(헤럴드경제, ). 2002년 오송에서 열린 첫 바이오 엑스포에 참가한 바이오기업 가운데 대다수는 건강기 능식품 기업이었고, 이러한 상황에서 맞춤신약 개발에 대한 정부 R&D 예산이 건강기 년 한국과학기술학회 전기학술대회 ( KAIST 인문사회과학동)

20 능식품 개발 회사들만 생산해내는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었다(KBS뉴스, ). 2000년대 전반에 걸쳐 생명공학산업계는 위에서 검토한 시기별 분류와 거의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물론 1999년부터 마크로젠과 같은 유전체 분석 기업들이 설립되었 고 유전체학 연구가 실제로 수행되고 필요 인력들이 육성되기 시작했지만, 맞춤의학을 슬로건으로 삼는 상다수의 바이오벤처들과 대학안팎의 연구기관들은 황우석 사태와 김성진 박사의 한국인 게놈 해독과 같은 국내 과학계에 파장이 큰 굵직한 사건들과 조응하며 나아갔다. 황우석 팀의 줄기세포 연구가 위세를 떨치던 2005년경까지는 맞춤 의학의 이름으로 줄기세포 연구들에 투신하거나 이와 관계를 맺는 연구들을 수행하려 했으며, 김성진 박사의 유전체 해독이 대미를 장식한 2009년부터 유전체분석과 관련한 바이오벤처와 연구들이 급증했다(본고의 2-1절 참고). 2000년대 후반에 이르면 맞춤의학이란 이름을 가진 생명공학산업의 생태계가 비 교적 분명한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것처럼 보인다. 2009년 김성진 박사팀의 한국인 유 전체 해독 결과와 마크로젠-서울대 의대팀의 한국인 남성 유전체 완전해독 논문의 네 이처지 출판 등 유전체 분석과 관련된 과학적 연구결과들이 보도된 후, 이에 대한 응 답처럼 개인유전체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김성진 박사 가 사외이사로 참여한 테라젠이텍스는 헬로진이라는 개인유전체분석 상품을 출시했으 며, 마크로젠과 디엔에이링크와 같은 전통적인 생명공학 기업들 또한 유사한 유전체분 석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이데일리, ; 머니투데이, ; 문화일보, ; 문화일보, ). 한편, 상대적으로 소자본 규모의 바이오벤처들이 맞춤의 학을 개인유전체학으로 정의하고 유전체분석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삼성과 같 은 대기업 계열사들인 삼성 SDS나 삼성의료원은 맞춤의학을 표적치료제 혹은 맞춤의 약과 동일시하고 이에 대한 투자를 시작했다(머니투데이, ; 이데일리, ; 머니투데이, ). Rajan(2005)은 유전체학을 둘러싼 구조적 지형을 검토하면서 바이오벤처들은 이 지형도의 상류에, 그리고 제약회사들이 하류에 위치해 있다고 서술했다. 바이오벤처들 은 신약 개발 가능성을 시사하는 연구를 수행하더라도 신약 개발까지 이끌 재정적, 인 적 능력이 없는 반면, 거대 제약회사들은 신약 개발에 투여되는 자본의 규모를 감당할 수 있다. 그렇기에 바이오벤처들은 자신들의 연구 결과를 특허로 신청하고 이러한 특 허를 제약회사에 판매하는 식의 거래 구조를 형성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린다. 한국의 경우에도 이러한 구조적 지형이 형성되었지만, 미국의 신약 개발 지형도와는 많이 다른 형태를 띄었다. 제약회사들이 신약개발을 할 재정적, 인적, 과학적 자본이 전반적으로 부족한 한국에서는 거대 제약회사의 역할을 삼성과 같은 대기업이 맡고, 바이오벤처기업들은 신약 개발에 연루되는 대신 장비를 구매하여 즉각적으로 판매 가 맞춤의학 담론에서 발견되는 기표-정치에 관한 연구 53

21 능한 개인유전체분석서비스로 눈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바이오벤처들은 개인 유전체학 사업 영역을, 대기업은 약물유전체학 사업을 차지하면서 자신들의 활동을 맞 춤의학 시대의 실현 으로 지칭하고 정당화한 과정은 맞춤의학이 개인유전체학과 약물 유전체학을 지칭한다는 관념을 강화시키는데 일조했다. 2) 의료계 2000년대 동안 맞춤의학은 계속해서 수사적 비전의 지위에 머물렀다. 생명공학산 업계의 경우 이러한 비전만으로도 상업적, 도덕적, 상징적 자본을 성취하는 것이 가능 했지만(Rajan, 2005: 5장), 임상에서 즉각적인 사용을 필요로 하는 의료계의 경우 물질 적인 무엇인가를 갖추어야 했다. 이는 1990년대 후반 인터넷의 일반화와 함께 시도되 던 의료정보제공 서비스에 맞춤의료의 용어가 삽입되는 상황을 이끌었고, 그 와중에 원격진료의 논의에 맞춤의학이라는 용어가 혼융되는 현상이 드러났다(국민일보, , ; 한국경제, ). 따라서 바쁜 업무로 건강 체크를 받기 힘들거나, 몸이 불편해 병원에 가는 것이 여 의치 않은 사람들은 인터넷을 이용해 직접 병원에 오지 않고도 집이나 직장에서 편 리하고도 신속하게 자기 질병에 맞는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헤럴드경제, ). 이렇게 의료계가 주도한 원격진료와 맞춤의학이라는 용어의 혼융은 일부 한국의 과학기술 R&D 보고서들이 원격진료를 맞춤의학과 동일시하여 다루도록 이끌었다(박병 원 외, 2011). 5) 2004년경부터는 많은 대형 병원 및 중소형 클리닉들이 맞춤의학이라는 단어를 홍보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른 경우와 마찬가지로, 병원들 이 제공한다고 주장하는 맞춤의학이 무엇인지는 모호했다. 21세기는 개인 맞춤의학의 시대입니다. 개인에 맞는 성품과 체질, 배경과 과거병력까 지 이해하려 노력하고 이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뉴 강남차병원의 지향입 니다(내일신문, ). 5) 이렇게 원격의료와 맞춤의학이 한국 의료계가 의료정보제공서비스에 맞춤의학이라는 담론을 끌고 들어온 역사적으로 우연한 맥락에서 연결된 점은 최근 개인유전체학의 현실화를 위해 의사의 매개 없이 인터넷으로 진료 검진 결과를 받아볼 수 있게 하는 원격의료 관련 법 개 정을 통해 다시금 맞춤의학과 원격의료가 접합하는 부분과 평행한다. 그러나 전자의 경우 맞 춤의학이 의료정보제공서비스를 가리켰고 후자의 경우 개인유전체분석을 의미한다는 것은 구별해야 할 것이다 년 한국과학기술학회 전기학술대회 ( KAIST 인문사회과학동)

22 병원들은 맞춤의학을 개인에 맞는 성품과 체질, 배경과 과거병력까지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 으로 정의했고, 이에 따라 유전자 검사, 유전체 검사, 종래 건강검진, 체질 의학 등을 뒤섞은 서비스를 맞춤의학 서비스란 이름으로 제공했다. 이와 관련한 대표 적 사례가 차병원그룹에서 만든 차움(Chaum)이며, 2000년대 중후반에 이르면 이러한 슬로건과 의료 서비스 체계를 모방한 노화방지 및 비만 클리닉들이 대거 등장했다(서 울신문, ; Hyun, 2013). 의료계는 이외에도 맞춤 이라는 단어를 건강검진에도 적용했다. 1999년 의료 수 요가 가장 높은 강남지역에 서울대병원이 종합건강검진센터를 개원했다. 당시 해당 지 역에 이미 자리하던 삼성서울병원은 서울대병원의 건진센터를 견제하기 위한 방편으 로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검진 프로그램의 한계를 벗어나 개인별 특성에 따른 맞춤 검진 에 집중 한다고 선언했다(조선일보, ). 이 개인별 맞춤형 건강검진이라는 용어 또한 맞춤형 건강 서비스와 함께 한국 병원가에서 주요 홍보 슬로건으로 자리 잡았다. 또 환자 맞춤형 암진단ㆍ암예방ㆍ암치료 등의 수사도 맞춤의학이라는 용어와 결부되어 많이 활용되었다(조선일보, , , , , , ; 중앙일보, , ). 이렇게 의료계에서는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 은 임상 진료 서비스들에도 맞춤의학 이라는 용어를 손쉽게 차용했는데, 이는 의학적 실천의 전통 내부에서 개별적 특성을 고려한 각 개인에게 적합한 의료 가 의학의 중요 한 이념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아왔다는 것과 연관된다(Tutton, 2010). 2008년과 2009년 사이에는 맞춤치료 라는 슬로건을 단 병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 다. 고려대 안암병원 통합의학센터,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및 암센터, 보라매병원 심혈관센터, 아산병원, 이화의료원 여성건진센터, 한강성심병원 화상센터 등이 그 예시 인데, 맞춤치료가 여전히 현실화되지 않은 비전으로 남아있는 상황에서 특정 질환에 대한 특성화 센터들에 맞춤치료와 맞춤의학의 용어가 부착되었다(경향신문, 2009년 기 사 참고). 한국의 생명공학기업들이 유전체 분석 서비스에 본격적인 진출을 선언한 2010년도부터는 약물유전체학에 기초한 암센터나 개인유전체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들이 실제로 등장하기 시작했다(국민일보, ; 문화일보, ; 한국일보, ). 2013년경에는 임상진료에서 실제 유전체 분석을 사용한 사례들이 보도되었다 (경향신문, ). 3) 한의학계 1999년만 하더라도 한의학계 행위자들 사이에서 맞춤의학이란 용어가 회자되는 일은 없었다. 당시 이제마의 사상체질의학을 소개하는 기사들은 순수하게 한의학적 내 맞춤의학 담론에서 발견되는 기표-정치에 관한 연구 55

23 용으로만 채워져 있었고, 체질별 차이를 이야기하더라도 맞춤 이란 단어를 사용하지는 않았다(한국일보, ). 이러한 한의학계가 맞춤의학이라는 용어를 한의학과 연결 시켜 발화하기 시작한 것은 2001년부터이다. 1990년대 말부터 양한방 협진을 꾀하는 병 원이 늘어나면서 둘 사이의 접점을 만들어줄 여러 수사들이 동원되기 시작했는데(한겨 레, ), 맞춤의학 또한 그러한 수사 가운데 하나로 채택되었다. 2001년에는 한 협진 병원이 서양의학의 최첨단의료시술과 동양의학의 비수술적 요법 을 결합하여 맞춤치료 를 한다는 홍보성 기사가 보도되었다(문화일보, ). 2003년에는 사상 체질의학을 맞춤의학과 동일시하며 한의학의 우수성을 주장하고 과학적 정당성을 마 련하려는 사설들이 등장했다. 이러한 사설들은 조선말기 이제마 선생이 주창했던 체 질의학 이 인간의 유전적인 개별적 특이성 을 인정하고 연구를 수행하는 약물유전체 학 과 그것의 귀결인 맞춤의학 을 일찍이 간파한 것이라고 보고, 맞춤의학은 동양의 체질의학 입장에서 새로울 것이 없는 분야이며 앞으로 발전이 아닌 증명의 과정만이 남아있다 고 주장했다(서울경제, ; 서울경제, ). 2006년에는 이렇게 사상의학의 체질별 맞춤 개념을 약물유전체학과 같은 생명공 학과 접목시키려는 시도를 수사나 담론 수준을 넘어 연구 예산을 투여해서 실제로 수 행하려는 시도가 등장하는데,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이제마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 젝트는 사상의학과 유전체학을 접목시켜 개인별 체질에 맞는 질병 진단 및 치료법 개 발을 목표 로 한국한의학연구원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 의해 추진되었다. 프로젝트 추진자들은 유전체학에서는 유전적 변이로 인해 피부색, 외모, 질병에 걸릴 확률이 개 인별로 달라지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이는 사상의학에서 말하는 개인별 체질 구 분과 상통 한다고 주장했다(내일신문, ). 프로젝트를 진행한 한국학의학 연구원 김종열 박사는 IT와 사상체질의학의 접목을 통한 맞춤의학의 구현 을 주창했으며(대 덕넷, ; 파이낸셜뉴스, ), 이렇게 사상의학과 양방의 결합을 맞춤의 학의 구현으로 주장하는 담론들이 한의계 일반으로 확산되었다(문화일보, ). 한의학계 내에서 사상체질의학이 맞춤의학의 전조이거나 혹은 그와 동일하다는 담 론은 지속되었고(중도일보, ; 한겨레, ), 한국한의학연구원은 이러한 담 론의 확산을 이끌어나갔다. 한의학연구원은 2008년에 체질 맞춤 헬스케어 기술 로드 쇼 라는 행사를 개최하였으며, 다음해 한의학연구원 원장 김기옥은 한 사설에서 이제마 프로젝트를 맞춤의학의 구현으로 표현했다 (충청투데이, ; 서울경제, ). 2009년 4월에는 한국한의학연구원에 의해 미래의 통합형 맞춤의학으로서의 전통체질 의학 을 주제로 한 체질의학 국제심포지엄이 개최되었다(매일경제, ). 이렇게 한의학계는 사상의학이 맞춤의학이라는 담론을 확산 및 유포하였으며, 이를 통해 한의 학의 과학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을 넘어 맞춤의학 구현이라는 이름으로 과학연구 년 한국과학기술학회 전기학술대회 ( KAIST 인문사회과학동)

24 예산을 얻어내기까지 했던 것이다. 4) 과학기술정책계 용어의 정의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했지만, 맞춤의학이라는 용어가 인간유전체 프로젝트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모든 과학기술정책계에 속한 행위자들에게는 분명했 다. 이와 함께 프로젝트의 전개가 야기할 생명공학의 윤리적 문제들을 우려하는 목소 리가 등장했다. 2000년 10월 시민단체 참여연대는 공식적으로 생명과학인권윤리법을 입법 청원했다(참여연대, 2000). 그 결과 발족된 생명윤리자문위원회에 의해 2001년 생 명윤리기본법의 골격이 마련되었으며, 2004년 1월 29일에는 이에 기초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다. 이 법은 2005년 1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박형욱, 2013). 2000년대 초반 맞춤의학의 규제 문제와 관련해 유전자 검사가 가장 중요한 쟁점 으로 부상하게 된다. 2001년 2월 유전체 지도에 대한 초안의 완성 발표는 맞춤의학이 라는 용어 뿐만 아니라 그것의 즉각적인 실현 인 유전자 검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 또 한 고양시켰다. 그 결과 서울 강남 지역과 대전 대덕연구단지 등에 20-30개 바이오벤처 기업들이 유전정보를 제공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하면서(한겨레, ), '지 능,' '장수,' '롱다리,' '호기심,' '비만' 등을 유전자 검사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는 광고들 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2001년 시민과학센터 등의 시민단체들은 실태조사를 통해 과장 광고 현황을 조사하면서 이에 대한 규제를 요청했다(시민과학센터, 2001; 한태희, 2001). 이는 의료권을 생명공학계가 뺏어간다는 불만을 품은 의료계의 개입으로 더 긴박하게 전개되었다. 진단검사의학의( 醫 ) 홍영준은 2001년에 임상 수준에서 암 진단이나 예측에 이용될 유전자 검사용 DNA 칩은 전무하다며 "사기 혐의마저 느껴지는 대목이 있을 정도로 작금에 난립하는 바이오벤처 가운데에는 과대광고를 일삼는 곳이 있다"고 비판 했다(홍영준, 2001). 2004년 4월 23일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의사 면허 를 취득하지 않는 바이오벤처사들이 불법 유전자검사에 대한 자료를 취합해 의학적으 로 검증되지 않은 적성, 지능, 각종 소인검사, 체질예측 등을 해 왔다"며 이같은 행위 는 의료인에 대해서만 독점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의료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불법행위 라면서 다섯 개의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바이오 벤처 회사들을 무면허 의료 행위로 고발했다(데일리메디, ; ). 2005년에는 바이오 벤처 회사들이 선 전하는 유전자 검사 서비스의 예측 신뢰도가 높지 않음을 고발하는 분석들이 등장하 였다(고종관 외, 2005; 중앙일보 ). 2005년에 실시된 생명윤리법은 이러한 과학기술정책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제정되 었다. 이 법은 과학적 입증이 불확실하고 검사대상자를 오도할 성격이 있는 유전자 검 맞춤의학 담론에서 발견되는 기표-정치에 관한 연구 57

25 사들을 금지하고, 그 검사가 반드시 의료기관의 손을 거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만들 었다. 과학기술정책계는 이 같은 규제 강화를 통해 유전자 검사와 관련된 과장광고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그것은 실현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에 대한 논의는 이 글의 주제를 벗어난다(의협신문, ; ). 4. 토의 및 결론 1) 정책적 함의 이상 살펴본 시기별, 행위자별 미디어 분석결과를 하나의 표로 요약하면 <그림 1>과 같다. 먼저 현실적인 맞춤의학 관련 정책 현황에 대해 논의하자면, 본 분석은 맞 춤의학의 규제 및 발전 방안을 제안하는 정책연구들이 해당 용어의 다의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기존 정책연구는 분석자 자신이 맞춤의학이라고 가정하는 대 상들을 두고 사회윤리적 함의와 규제 쟁점을 도출했다. 일례로 김기영(2012)은 맞춤의 [그림 1] 시기별, 행위자별 미디어 분석결과 년 한국과학기술학회 전기학술대회 ( KAIST 인문사회과학동)

26 료를 표적치료와 맞춤약물 연구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해했고, 선민정 등(2010a, 2010b, 2010c)은 맞춤의학을 약물유전체 검사와 세포치료제로 간주하고 이에 대한 현황을 분 석했다. 그리고 맞춤의학의 ELSI 연구를 제안한 이일학 등(2012)은 맞춤의학을 유전체 유전 정보 분석과 그에 따른 처방으로 보고 개인유전체분석에 대해 천착했다. 반면 김 소윤 등(2012)은 맞춤의료 연구를 약물유전체연구, 맞춤의료단백체연구, 질환유전체중개 연구, 유전체생명정보학으로 분류하고 이에 대한 ELSI 연구를 수행하였다. 김상현(2013: 32)은 유전자 맞춤의학을 예측적, 예방적, 개별화된, 참여적 특성을 가진 의학으로 정 의하고 그에 대한 사회적 함의와 규제 문제들을 논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명 시하지는 않는다. 이 연구들은 매우 시의 적절하고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것들이지만, 이렇게 기존 연구들이 서로 다른 기술이나 대상을 맞춤의학으로 간주하고 분석하는 상황은 한국에서의 맞춤의학 용어의 역사적 다의성을 고려할 필요성이 있음을 시사한 다. 또 기존 정책연구들은 맞춤의학을 보편적으로 실재하는 대상으로 간주하는 공통 점을 보이는데, 이러한 태도는 그에 대한 해법 또한 보편적이라는 오해를 이끌 수 있 다. 그 결과 많은 연구들이 미국에서 특정한 시기에 이루어진 맞춤의학에 대한 정의와 규제에 대한 논점들을 한국의 맞춤의학 거버넌스를 논할 때 그대로 적용하는 경향을 보였다. 예를 들면 최근 미국의 정책연구에서 제기되는 유전자 정보 차별 등과 같은 이슈들을 그대로 수용하여 한국에서 제기될 규제 정책과 연관된 문제로 제시하는 등 의 사례가 있었다. 이에 본 연구는 맞춤의학과 관련된 정책을 연구함에 있어 사회윤리 적 함의를 성급히 도출하기 보다는, 우선 맞춤의학이라는 용어의 역사적 다의성과 한 국적 특수성을 이해하고 나서 국소적 맥락 속에서 맞춤의학이라는 이름으로 이뤄지는 실천들이 무엇인지를 살피는 일이 필요함을 보여주었다. 2) 이론적 구상 2절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맞춤의학 이라는 용어는 역사적으로 시기에 따라 그 의미가 다르게 사용되어 왔다. 이는 기표로서 해당 용어가 갖는 통시적 혼종성을 잘 드러내 준 것이다. 3절에서도 우리는 해당 용어가 사용되는 사회세계에 따라 서로 다 른 의미를 가져왔음을 알아보았다. 이는 기표로서 맞춤의학이라는 용어가 갖는 공시적 다의성을 보여 주었다. 구조주의의 아버지인 소쉬르는 언어를 분석하며 하나의 단어가 기표(signifiant)와 기의(signifié)로 나뉘어짐을 강조하였다. 기표는 해당 단어가 갖는 소리 -이미지(sound-image)이며, 기의는 해당 단어가 지시하는 실재에 해당한다. 기표와 기의 는 단단히 결속되어 있으며 마치 동전의 앞-뒷면처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예를 맞춤의학 담론에서 발견되는 기표-정치에 관한 연구 59

27 들어 Arbor 혹은 Tree 라는 기표는 우리가 알고 있는 뿌리-줄기-잎으로 구성되어 있는 식물 을 지시하며, 이 지시관계는 언중( 言 衆 )에 의해 채택된다. 만일 어떤 사람이 Tree 라는 단어로 여름에 날아다니며 사람의 피를 빠는 곤충 을 의미하고자 한다면 이 의미 체계는 파괴되며 언어는 유용성을 잃는다. 그러나 후기구조주의에 이르러 자크 라깡은 일련의 세미나를 통해 기의 중심인 소쉬르 체계에 혁명을 일으켰다(Lacan 1982[1980], 1988, 2007). 라깡에 의하면 기표는 끊 임없는 의미의 연쇄화작용(signifying chain)을 이루며, 기표는 항상 그 내부에 전부 말해 지지 못한 어떤 것을 근원적으로 내재하고 있다 6). 상징계에 위치한 기표는 이미-항상 (always-already) 결여를 가진다. 우리가 맞춤의학 이라는 기표의 경우에서 살펴본 것도 해당 기표가 단일한 의미 를 지시하지 못하며 부박( 浮 薄 )하는 사례였다. 이처럼 하나의 용어ㆍ단일한 기표가 다 양한 의미체계 안에서 서로 다른 의미로 사용되는 현상은 이전에 세상에 존재하지 않 던 새로운 기술과학이 혁신을 통해 등장하였을 때 관찰되는 것으로, 그를 지시하는 기 표로서 언어가 갖는 본질적 결여이자 잉여가 파생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그것이 결여 인 이유는 하나의 기표가 충분히 모든 의미를 완결짓지 못한 채 항상 더 많은 설명을 요구하기 때문이며, 그것이 잉여인 이유는 하나의 기표가 항상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기 때문이다. 신기술 분야에서 정책결정과 거버넌스가 중요한 것은 이 이유 때문이다. 신기술 정책은 바로 이러한 기표의 무한한 흐름과 미끄러짐을 정박( 碇 泊 )시키는, 의미의 고정 점이자 기표의 누빔점(point de capiton, quilting point)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누빔점이란, 방석이나 소파의 쿠션 등에서 내부에 꽉 차 있는 솜 등이 돌아다니지 못하게 고정하 는 지점을 뜻한다. 보통 쿠션 중앙쯤 위치하기도 하고, 여기에 보기좋게 단추를 달아 놓기도 한다. 만일 상징계에서 기표의 의미가 무한정 미끄러지기만 한다면 사회구성원 들은 의사소통이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실생활에서 이렇게 불완전한 기호체 계를 가지고도 그나마 의사소통이 가능한 이유는, 상징계에 누빔점이 존재하기 때문이 다. 맞춤의학 이라는 실재는 아직 완결된 모습으로 구성된 신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6) 주체(subject)는 항상 이 상징계에 난 빈 구멍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며, 이는 욕망 (desire)의 근원이 된다. 대상 a(objet a)는 이 기표체계에 난 빈 구멍을 채울 것으로 상정되어지 는 그 무엇이다. 하지만 욕망은 결코 채워질 수 없다. 우리가 갈망하는 무엇을 이루었다고 해 도 항상 그 너머에 채워지지 못하는 그 무언가가 있음을 우리는 안다. 욕망은 채워질 수 있 는 욕구(need)와 다른 채워질 수 없는 것이며, 우리가 무엇인가를 갈망하는 요구(demand)는 통 상적으로 욕망과 욕구의 총합으로 볼 수 있다. 특정한 기표는 그 의미작용이 완결되기 위해 항상 다른 무엇인가를 필요로 한다 년 한국과학기술학회 전기학술대회 ( KAIST 인문사회과학동)

28 아직 불완전하게 구성되고 있는 실재이며, 따라서 이 기표가 지시하는 바는 끊임없는 의미의 미끄러짐을 보여주었다. 이때 의미의 누빔점 역할을 하는 것이 기술정책이다. 정책은 통상적으로 법 이라는 존재양식(mode of existence)을 통해 기표에 고정점을 부 여한다. 7) 하지만 앞의 사례연구에서 살펴보았듯이 맞춤의학 과 관련해서는 적절한 의미의 누빔점이 제시되지 않았다. 이것은 해당 기술이 구성이 완료된 기술과학이 아니기 때 문이기도 하겠으나, 그보다는 각 사회세계에 속한 행위자들이 펀딩을 수여받거나, 상업 적 이득을 취하거나,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이러한 기표의 비결정 성을 활용했다는 해석이 더 적절하다. 그리고 이 사례연구가 보이듯이 기술정책 등의 사회적 합의가 누빔점을 제공하기 이전까지, 신기술의 기표가 갖는 의미의 미끄러짐을 활용하는 사회세계들의 이러한 행동양식을 기표-정치(signifiant-politics)라고 부를 것을 조 심스럽게 제안하고 싶다. 7) Latour(2013)는 흔히 AIME으로 통칭되는 그의 최근 저서에서, 존재의 양식을 15가지로 정리하 고 있다. 이중 하나가 바로 [LAW]인데, [LAW](법)의 존재양식은 그 스스로의 충족조건(felicity condition)을 갖는다. 즉, [LAW]는 이러한 기호계의 복잡성에 임의로 의미의 고정점을 지시할 수 있는 막강한 사회체계ㆍ존재양식의 하나다. 라투어는 AIME에서 true/false 이분법을 사용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것은 오직 과학의 체계에서만 적용될 수 있는 것인데, 가령 황우석 의 주장이 참인지 거짓인지는 판별 가능하지만,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가 참인지 거짓인지를 우리는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좋은 예술이라는 조건에 felicitous한지 아닌지 (충족되는지 아닌지)는 말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최근 논의되는 게임중독법 혹은 도서정가제 가 올바른 법인지 아닌지도 쉽게 말해질 수 없다. 그러나 해당 법이 법으로서 충족될 수 있 는지 아닌지는 말할 수 있다. 즉 과학 이외에 우리의 삶과 세계를 구성하는 요소들에 대해서 는 true/false의 판단기준 대신 felicity/infelicity의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이 구분은 라투어가 오 스틴(Austin)의 화행이론에서 가져온 것이다. [LAW](법)의 존재양식은 행위자들간의 지속성과 행동을 보장하는데, 가령 본 논문에서 다루듯 기표의 끊임없는 흐름을 임의로 중단시키는 것 도 [LAW](법)의 작용으로 볼 수 있다. 맞춤의학 담론에서 발견되는 기표-정치에 관한 연구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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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 ), <최고의 전문병원을 찾아서>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 ), 맞춤치료 의학유전학센터 문열어 外 ( ), SK케미칼, 유전자 분석 사업 진출 ( ), 맞춤형 유전자 정보 서비스 유한양행 헬로진 상용화. 서울경제 ( ), [동의보감] 체질의학과 약물 유전체학 ( ), [동의보감] 맞춤의학과 체질의학 ( ), [사설/12월 6일] 맞춤의학의 길 연 '한국인 게놈지도' 완성 ( ), 전통의학의 부활을 꿈꾸며. 서울신문 ( ), 메디컬 라운지/ 메디코스 클리닉, 노화방지클리닉 개원. 세계일보 ( ), 유전자 검사하면 우리아이 장래 보인다는데... 빗나간 자식사랑 ( ), 한국 암치료 기술 어디까지 왔을까. 시민과학센터 (2001), 바이오벤처의 유전자검사 실태조사. 의협신문 ( b), [기획] 유전자검사는 '의료행위'가 아니다? ( a), [기획] 유전자검사, 어디로 가야하나: 비과학적 검사 규제, 관리감독 강화 등 선결과제 많아... 의료계, 정부, 시민단체, 바이오벤처 전문가 4인 심층인터뷰. 이데일리 ( ), 삼성, 신성장동력 바이오사업 시동 걸었다 ( ), 보령제약, 유전체분석 서비스 사업 본격 진출. 이투데이 ( ), 한기산, 유전자 검사 서비스 시장 진출 ( ), 삼성SDS,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 예방의학에 접목 [이투데이] 조선일보 ( ), [세계 석학21인이 본 21세기] 셀레라 창업 크레이그 벤터 ( ), 맞춤 치료제 로 암환자에게 희망 준다 ( ), 건강검진시장 `3파전`..서울대병원 강남 진출 (2004,7,31,), 건강기능식품 시장 겁나게 '쑥쑥' ( ), 간단한 유전자 검사만으로 암전이 속도 예측 길 열어 ( ), 암일까 아닐까... 유전자는 알고 있다 ( ), 한국인 게놈지도 첫 완성 ( ), 한국, 이대론 '줄기세포 식민지' 된다 ( ), 한국인의 '혈압 비만 유전자' 첫 발견... 개인별 '맞춤의학' 기대 ( ), IT 바이오의 결합... 유전자 정보 수집해 질병 미리 막는다 ( ), 명실상부한 첫 아시아인( 人 ) 유전자 지도 서양인과 다른 '맞춤 의약' 토대 마련 ( ), 세계 최대규모 '게놈' 분석 완료 ( ), [오늘의 세상] '아시아인 게놈' 수수께끼 푼다 ( ), 머지않아 맞춤형 항암치료... 암 예측 가능한 시대 올 것 ( ), 내 모든 건강정보 '헬스 아바타'(사이버상 건강 분신)로 관리한다 ( ), [암을 이긴다] "이 치료법은 환자분께만 씁니다"... 통합진료에 유전자 정 보 더해 ( ), 환자 몸속 칩이 혈당 체크, 폰으로 처방전 쏙 ( ), 맞춤형 줄기세포로 망가진 심장 치료 첫 성공 ( ), 환자 癌 이식한 '아바타 쥐'로 테스트. 중도일보 ( ), 사상의학은 민족 고유의 맞춤의학. 중앙일보 ( ), '한의학 국제박람회' 로 짚어본 한의학의 과학화 실태. 맞춤의학 담론에서 발견되는 기표-정치에 관한 연구 65

33 ( ), [못 믿을 유전자 검사] 상. 오 남용 어느 정도인가 ( ), 유한양행 유전체 분석 서비스시장 진출 ( ), 마크로젠 맞춤의학 가속화에 실적도 '방긋' ( ), 맞춤형 아기, 질병 원천봉쇄 DNA가 팔자 고친다 ( ), 1000 달러 게놈 시대의 암 맞춤 치료 ( ), 성인 체세포로 첫 성공 환자 맞춤치료 진일보. 충청투데이 ( ), 한의연, 2008 체질맞춤 헬스케어 기술 로드쇼. 투데이코리아( ), 맞춤의학 시대가 오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 ), 진화하는 사상체질의학산업 ( ), 맞춤의학 권위자 대거 방한.. 26일 분자의학국제심포지엄. 한겨레 ( ), 양한방 협진이 늘고 있다 ( ), 새 천년, 새 세기를 말한다 21: 제 2부 과학기술의 도약- 6장 인간게놈 프 로젝트의 빛과 그늘 ( a.), 유전자 검사업체 강남등 수십곳 성업 ( b.), 성격 적성 지능 학습능력 키 등 유전자 검사 못한다 ( ) 황우석 신드롬의 뒤안 ( ), 줄기세포 파문 확산/ 환자치료 실용화 아직도 갈길 멀다 ( ), 놈 놈 놈 이제는 개인별 게놈 풀어낸다 ( ), 양약에도 사상의학 통할까. 한국경제 ( ), 언제든 맞춤의료상담 하세요 ( ), [건강한 인생] 질병 발생전 미리 진단 맞춤치료 한다 ( ), 한국인 유전체 첫 완전해독 이길여암당뇨 硏 ㆍ생명공학 硏. 한국일보 ( ), 체질에 맞는 음식 ( ), [인간게놈완성 그 이후] (4.끝) 바이오니아 박한오대표 인터뷰 ( ), e-people/유진사이언스 노승권 사장 ( ), 인간 게놈지도 완성 ( ), 외신 줄기세포 배양 극찬 의학사 위대한 발걸음 ( ), [이정권 교수의 가정주치의] (7) 가족력을 아시나요 ( ), [메아리] 과학이라는 신화 ( ), 서울대 유전체의학 硏, 한국인 남녀 게놈 '최고 정밀도' 해독 ( ), [헬스 프리즘] 유전체 맞춤의학 시대 ( ), 유전체 맞춤 암치료센터 개원. 헤럴드경제 ( ), 서울대 "의료상담도 인터넷으로 ( ), [거듭나는 반월시화공단] 한국바이오에너지 년 한국과학기술학회 전기학술대회 ( KAIST 인문사회과학동)

34 과학 데이터의 일상언어적 토대* 1) 경기도 광주관요 분석 프로젝트를 통해 본 도자사와 보존과학의 도자기 연구 문지호 서울대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1. 서론 과학기기 가 근대과학의 핵심적인 요소로 등장할 때부터 그것을 통해 생산되는 과학데이터(scientific data) 의 성격은 늘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 갈릴레오의 망원경 관측 데이터나 후크의 현미경 관찰 데이터는 과학혁명기의 대표적 사례들이며, 최근에는 나노과학의 성장과 더불어 수많은 원자 수준의 미시적 관측 데이터들까지 쏟아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1990년대 들어 고고학적으로 발굴된 도자기를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그 원료 및 제조공정 등을 규명하려는 일군의 도자기 보존과학자 들이 등장하였는데, 이들은 그전까지 재료공학이나 분석화학에서 사용되던 최신 분석기기들을 도자기 도 편( 陶 片 )에 적용함으로써 새로운 과학데이터들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과학데이터 를 실 험기기를 통해 생산되는 수치, 도표, 삽화, 텍스트, 그래프 등을 포괄적으로 총칭하는 개념으로 정의할 때, 보존과학자들은 도자기라는 연구대상을 과학기기 분석을 통해 과 학데이터로 기입하고, 이렇게 기입한 과학데이터를 통해 도자기(물질)의 특정 속성들을 직접적으로 지시할 뿐 아니라, 그 데이터를 그들이 창안한 개념이나 이론 등의 증거로 사용해 왔다(Latour & Woolgar, 1979). 1) 이 논문에서는 이러한 보존과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의 형성과 유지, 변화 양상을 이들이 생산한 과학데이터 와 그것을 둘러싼 물질적, * 본 연구는 현재 작업 중인 석사논문 초고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인용은 필자의 석사논문을 참고하기 바란다. 1) 라투어와 울가는 실험실 생활 의 상당부분이 기입(inscription) 을 위한 활동이라고 주장하였 다. 실험과 실험 결과 전체는 거대한 양의 실험기기들에 의해서 이루어지지만, 대조적으로 결과물은 곡선, 그림, 표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들에 따르면 실험실의 기계는 물질의 상태 를 바꾸는 역할을 하는 기계와, 기록물을 내놓은 기계(inscription device)로 나뉘는데, 후자는 물질을 그림으로 바꿀 수 있는 장치 또는 그러한 장치들의 배열을 뜻한다. 기입 은 물질을 직접적으로 지시하기도 하며, 개념이나 이론 등의 증거로써 여겨질 수 있으며, 실험실 활동 의 상당부분은 기입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이루어졌다. 과학 데이터의 일상언어적 토대 67

35 실천적 맥락을 통해 분석해보려 한다. 이 논문에서 특히 주목하는 대목은 일상언어와 일상언어로부터 유리된 과학데이터의 관계이다. 도자기 보존과학은 그 형성기에서부터 나타나듯 추상적인 과학데이터가 도자기를 기술하는 일상언어와 결코 분리되지 않은 특징을 보였다. 오히려 일상언어적 관찰언어가 도자기 보존과학에서 생산된 과학데이 터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제약해 왔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도자기 보존과학은 추 상화되고 양화된 과학데이터와 일상언어의 관계를 분과의 역사라는 맥락에서 재고해 볼 수 있는 독특한 기회를 제공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분석은 우리의 오감과 연결되어 있는 다른 과학데이터들의 성격을 이해하는 단초로 생각해볼 수도 있다. 1.1 과학데이터와 분과와의 관계 특정 분과 의 성격과 역사는 그 활동의 배경이 되는 학회, 대학, 저널 등을 통해 제도사적으로 분석할 수도 있고, 해당 분과의 구체적인 연구대상이나 방법론, 이론과 실험 등을 통해 내적으로 분석할 수도 있다. 구성주의적 과학학은 후자와 같은 내적 분석이 각종 제도의 변화와 같은 외적 조건에 대한 분석과 결코 분리되지 않음을 보 여주었다. 이 논문 역시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도자기 보존과학 분과가 만들어내는 특 정한 과학데이터 라는 렌즈를 통해 해당 보존과학 분과의 형성, 변화 과정을 분석하고 있다. 언어 의 의미를 사용 으로 본다면, 과학데이터의 의미 역시 그것이 생산-유통-소 비 네트워크 속에서 사용 되는 방식을 분석함으로써 드러낼 수 있다. 한편 도자기 보 존과학의 성격을 특정한 과학데이터의 생산-유통-소비 네트워크의 성격으로 규정한다 면, 과학데이터의 의미를 분석하는 작업은 역으로 관련한 도자기 보존과학 분과의 특 성을 분석하는 작업이 될 것이다. 한국에서는 1990년대를 지나며 재료공학이나 분석화학에서 사용되는 최신 분석기 기와 기법들로 발굴된 도편( 陶 片 )을 분석하는 보존과학자들이 등장하였다. 이 논문에서 는 1990년대 초반 도자기를 분석하는 과학을 하나의 학문분과로 정립시키고자 한 고경 신이 형성한 보존과학과, 그 방법론을 이어받은 이영은이 경기도박물관에서 도자사학 자와 함께 수행한 경기도 광주관요 종합분석 프로젝트를 중심축으로, 각기 다른 실행 의 맥락에 위치지어진 과학데이터의 변화 양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보존과 학의 과학데이터가 각기 다른 생산-유통-소비 의 실행 네트워크 내에서 순환하며 상이 한 분과가 상호작용한 결과물이자 새로운 분과와의 소통을 가능하게 한 매개체였음을 드러낼 것이다. 고경신이 형성한 보존과학 은 물리화학 연구자가 도자기를 분석하기 위해 분석화 년 한국과학기술학회 전기학술대회 ( KAIST 인문사회과학동)

36 학, 재료공학 등에서 사용하는 실험기법 등을 접합하여 만든 학문이었다. 이 과정은 전 통적인 도자기 분석 및 이해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특정 성질들 중 과학적으로 분석 가능한 항목들이 과학기기를 거쳐 양화 가능한, 수치화 가능한, 기입 가능한 형태로 변 환되는 과정이었다. 과학데이터의 의미는 그 과학데이터가 생산되고 유통되고 소비되 는 실행의 구체적인 물질적 실천의 장에서 사용되는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이 때문에 보존과학의 과학데이터는 기성의 기구와 기법을 사용함으로써 이전의 데이터와 형식 적 유사성을 띠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의미를 획득하게 되었다. 특히 보존과 학에서 생산된 과학데이터는 도자기라는 연구 대상으로 인해 도자기를 서술하는 도자 사학자들의 일상적 언어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고, 이 점이 보존과학이 재료공학이 나 물리화학과 갈라지는 중요한 이유가 되었다. 이러한 도자사학자들의 일상언어는 도자기를 둘러싼 여러가지 역사적, 미학적 평 가 및 분석 과정에서 만들어진 실천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반면 고경신이 보존과학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과학데이터로 변환한 일상언어는, 분석화학이나 재료공학에서 사용 되는 측정기기와 데이터 생산기법의 사용 맥락에서 새로운 용법을 획득한 것이었고 바로 이 대목이 보존과학과 도자사를 가르는 결정적인 차이였다. 그러나 아래에서 살 펴볼 것처럼 보존과학의 일상언어적 흔적은 이후 이영은과 같은 연구자가 도자사학자 들과 협업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동력이 되기도 했다. 그런 점 에서 과학데이터의 변화양상을 살펴봄으로써 우리는 보존과학이라는 새로운 분과의 탄생 뿐 아니라 그 분과가 분과형성의 모체가 된 도자사와 갈등을 빚기도 하고 새로 운 변화의 단초를 마련하기도 하는 과정까지 조망할 수 있다. 1.2 과학데이터의 일상언어적 토대 이처럼 도자기를 기술하는 일상언어의 흔적은 도자기 보존과학을 그 모태가 된 재료공학이나 물리화학, 그리고 도자사와 흥미로운 긴장과 상호작용으로 이끈 중요한 고리이다. 보존과학에서 만들어지는 과학데이터는 수치, 그래프, 이미지(사진) 형태로 나타난다. 도자기 원료의 성분조성 및 함량을 나열한 수치들과 그래프, 도편 단면의 미 세구조를 찍은 사진들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보존과학 과학데이터들은 간접적이라 할 지라도 가시적으로 보이는 도자기의 속성들을 표현한 관찰술어들과 연결되어 있다. 백 자의 백색도, 도자기의 경도 처럼 물리적 측정부터 시작해서, 화학성분 함량에서는 도 자기의 색깔에 영향을 주는 착색산화물 성분(철, 티타늄 등), 유약질감에 영향을 주는 성분들(칼슘, 마그네슘 등)이 중요한 고려변수들로 취급된다. 여기에서 나온 측정치와 성분함량은 모두 도자기의 가시적 품질과의 연관성 속에서 설명되고 해석된다. 과학 데이터의 일상언어적 토대 69

37 일상언어적 표현들과 연결되어 있는 보존과학의 특성이 잘 드러난 대표적 사례 는 미세구조 사진 분석 기법이다. 도편의 단면을 시료처리한 후 광학현미경이나 전자 현미경을 통해 볼 수 있는 미세구조 사진에 대한 분석은 도자사학자들이 중요시하는 미학적 특징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미세구조 분석은 성분과 가시적인 특징 의 관계 를 규명할 수 있는 중요한 분석기법 중 하나로, 한국 전통 도자기 속에 담겨 있는 과학과 기술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것 을 보존과학 분석의 목표로 삼고 있던 고경 신 실험실에서 특히 중요하게 다뤄지고 발전했다. 이 때문에 재료공학에서 주로 사용 하는 광학현미경을 통해서 얻은 도자기의 미세구조분석 사진은 재료공학자들이 사용 하는 사진과는 매우 다르다. 재료공학자들의 사진에는 일상적 관찰언어와의 연결이 거 의 없거나 전혀 중요하지 않지만, 보존과학자들의 도자기 미세구조분석 사진 해석에는 도자기의 질감, 투명도 등의 가시적 판단과 연관되는 관찰언어가 필수적으로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보존과학의 미세구조 분석에서 우리는 치밀하다, 투명하다, 매끄럽다 등의 일상적 관찰언어가 사용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언어는 도자 사학자들의 설명에서도 동일하게 사용된다. 그러나 과연 이처럼 동일한 형태의 단어들 이 동일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고경신 실험실에서 형성된 보존과학 은 측정기구와 방법론에서 실험과학과 실행을 공유하고 있었지만, 상당부분의 언어와 중요질문들은 도자사학자들의 연구에 기대어 있었다. 그러나 보존과학의 초기 형성과 정에서 사용된 도자사학자들의 언어는 도자사학적 맥락과 단절되고, 실험과학과 새로 이 연결된 언어들이었다. 즉, 동일한 형태의 일상언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보존과학자와 도자사학자가 소통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것이 화학원소기호 10개를 안다 할지라도 도자사학자들이 보존과학자들의 논문을 읽기 어려운 이유이다. 2) 도자사학자들은 연구대상인 도자기를 통해서 그 도자기가 만들어진 시대와 그 미학성을 함께 이해하려 한다. 예를 들어, 조선백자가 가진 순백의 아름다움은 조선시 대 유학자들이 추구하는 방향과 같은 시대배경, 소비층 등의 역사 속에서 특징지어진 다. 반면 보존과학자들에게 도자기는 연구대상 그 자체로서, 과학데이터는 도자기를 설 명하기 위한 결과물로 산출된다. 이 과정에서 보존과학자들은 도자기를 기술하던 언어 (색깔, 표면, 반사도, 경도 등)를 구체적인 측정의 물리적 실행과 연결시키며 기존의 미 학적, 역사적 판단의 맥락과 단절시킨다. 이로 인해 보존과학자들이 쓰는 도자기의 언 2) 도자사와 보존과학은 같은 대상을 연구하고 있지만 서로 다른 방법론을 통해 서로 다른 관점 의 다른 결론을 제시하며 독립적으로 유지되어 왔다. 필자가 연구 중에 만난 한 보존과학자 는 인터뷰에서 도자사학자들이 원소 기호 10개 정도만 알면 이해할 수 있는 자신들의 연구 를 제대로 읽어보려고 노력하지 않는다고 아쉬워하였다 년 한국과학기술학회 전기학술대회 ( KAIST 인문사회과학동)

38 어는 측정, 기구, 시료처리 등의 실행 내에서만 그 의미가 이해가능하다. 그래서 동일 한 형식 의 언어이지만 서로 다른 실천의 맥락 속에서 사용됨으로써 그 언어를 통한 소통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데이터 생산 과정에서 가져온 일상언어는 과학데이터를 형성하는 제약요소로 작 용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과학데이터는 과학기기를 통해 추상적이고 객관화 되며 일 상언어와 멀어지는 특징이 있다. 또한 이러한 특징이 과학데이터가 갖는 힘의 원천이 기도 하다(Latour, 1986). 그러나 이와는 달리 보존과학이 갖고 있는 핵심적 특징은 생 산된 과학데이터가 아무리 추상적이라 할지라도, 어떤 과학기구나 방법론을 쓴다 할지 라도, 도자기를 기술하는 일상언어와의 관계 속에서 그 데이터의 의미가 제한되고 있 다는 점이다. 과학기기 가 과학자에게 자원 으로 제공됨과 동시에 그 기기의 영역 밖 에 있는 것은 분석할 수 없는, 그래서 기기의 역량 안에서만 분석이 가능한 속박 으로 작용하는 것처럼 말이다. 요컨대, 보존과학의 과학데이터는 초기 보존과학 형성에서 경기도박물관 프로젝 트까지 이어지는 과학데이터의 생산-유통-소비 네트워크의 발전 과정에서 그 사용 맥 락 뿐 아니라 그 성격도 변화하였다. 초기 보존과학 형성에서 만들어진 과학데이터는 도자기를 과학언어로 바꾸는 과정에서 도자사학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역사적이고 미학적인 가치가 사라지고 새로운 언어가 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일상적 언어가 만들 어낸 이 제한적 상태가 도자사학자들과의 새로운 만남에서 연결고리로 역할하기 시작 한 부분이다. 콜린스는 보편언어(common language) 를 전제하여 공유된 언어(shared language)를 통해 전문가 집단과 전문가 집단 외부와의 소통 가능성을 주장한 바 있다 (Collins, 2011). 3) 보존과학에서 산출하는 과학데이터의 형성사는 콜린스가 전제한 보편 언어 가 어떤 과정을 통해 구성되었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이다. 다시 말해 보 존과학의 과학데이터가 도자사학자들이 사용하는 일상언어에 그 토대를 두고 있었기 때문에 보존과학자들은 도자사학자들과 다시 만났을 때 새로운 상호작용의 연결점을 3) 콜린스(Harry Collins)는 일정 실행의 암묵지를 갖고 있는 전문가 집단의 상호작용 전문성 (interactional expertise) 임계점을 통과한 사람들은 그들과 소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예를 들어, 중력파 실험 과학자들은 기여전문성 과 상호작용 전문성 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것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기여전문성이 없더라도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는 상호작용 전문성 을 가진다면 중력파 전문가 집단과 소통할 수 있었다. 콜린스 자신의 연구가 그 대표 적인 사례로, 그는 이러한 주장을 통해 언어가 실행보다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며, 공유된 언 어(shared language)를 통해 전문가 집단과 전문가 집단 외부와의 소통 가능성을 제시한다. 쿤 과 달리 갤리슨과 콜린스는 모두 같은 패러다임을 공유하고 있지 않더라도 가능한 소통을 주장하고 있지만, 둘의 가장 중요한 차이는 보편언어(common language) 의 전제에 있다. 즉, 콜린스의 개념은 상이한 가치체계와 인식론을 극복할 수 있는 보편적 언어체계의 전제를 가 정하고 있는 반면, 갤리슨의 교역지대는 보편언어의 전제를 가정하지 않더라도 가능한 모델 을 제시한 것이다. 과학 데이터의 일상언어적 토대 71

39 찾을 수 있었다. 그러므로 콜린스가 전문가 집단의 상호작용 전문성(interactional expertise) 을 배운다 고 한 의미는 다시 말해 과학자들이 일상언어적인 방식으로 과학언 어를 설명하는 방식을 배우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모습은 갤리슨의 설명과도 차 이가 있다(Galison, 1997). 4) 갤리슨은 서로 다른 언어들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모여 새로 운 언어(피진, 크리올 언어)를 만든다고 한 반면, 보존과학 사례는 분과의 형성단계에 서 남겨진 일상언어가 토대가 되어 이후 소통이 이루어지고 양 분과에 변화가 생기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경기도 광주관요 종합분석 보고서 는 고경신 실험실의 연구방 법론을 습득한 보존과학자 이영은이 보존과학이라는 맥락 속에서 생산하고 소비하던 과학데이터 속 일상언어가, 본래의 도자사학의 맥락에서 어떻게 쓰이고 사용되는지를 다시 배우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었다. 그리고 그와 같은 본래의 언어적 의미들 을 깨닫고, 도자사학자와 소통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하려는 과정에서 보존과학 과학데 이터 자체의 성격이 변화하기까지 한 것이다. 고경신이 분과형성 과정에서 분리한 일 상언어의 도자사적 맥락은 이미 안정화된 방법론을 습득한 이영은이 도자사학자와의 재회'를 통해 재발견 된 셈이었다. 이영은의 새로운 시도는 이영은 세대의 보존과학자 들이 잊고 있던 보존과학의 일상언어적 토대를 깨닫고 이를 다시 도자사의 맥락와 연 결함으로써 가능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이영은은 서로 다른 의미들이 상호소통하 게 만드는 방식으로 자신의 실행 자체를 변화시켰다. 도자기 자체를 분석한 과학데이 터로 설명가능한 새로운 변수들의 조합을 만들고, 도자사학자와의 만남을 통해 보존과 학 형성 당시 잃어버렸던 역사적, 미학적 해석의 고리를 마련하는 방식으로 과학데이 터의 성격을 변화시킨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은 경기도 박물관 프로젝트 이후 이 어진 이영은의 연구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현재 그 변화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4) 갤리슨(Peter Galison)은 과학확동이 하나의 패러다임을 공유하는 동질적 과학자 집단에 의해 행해지는 것이 아닌 이질적인 기술적 전통, 학습전통 등을 갖는 다른 문화의 협업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여겼다. 갤리슨은 그의 저서 Image and Logic 에서 논리실증주의와 반실증주의 의 과학사 서술을 모두 비판하며, 물리학의 하위분과로 종속적이지만 자율성을 띤 이론, 실 험, 기구의 상호작용을 통한 20세기 물리학을 설명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물리학의 세 하 위문화는 서로 끼워진(intercalated) 구조의 국지적 협력(local coordination) 을 통한 소통을 이 어가고 있었다. 갤리슨은 이 소통의 공간을 교역지대(Trading Zone) 로 명명하며, 교역지대 내에서 서로 다른 문화의 과학자들이 국지적 교환 및 협의가 가능하다고 하였다. 여기서 중 요한 것은, 서로의 효율적인 교역을 위해 교역지대에서 만들어지는 제한적 소통의 언어가 만 들어지는 점이다. 갤리슨의 교역지대에서는 이렇게 만들어진 혼성어를 통해 제한적 교류가 이루어지며, 이 언어는 초기의 단순한 언어(피진)에서 복잡한 언어(크리올)로 발전한다. 이 혼 성어는 둘 모두에게 이해되는 매개의 역할을 하지만 보편성을 띄지는 않고 그렇다고 완전히 독립적이지도 않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가령, 이론물리학자는 복잡성을 제거하는 언어를 사 용하고 실험물리학자는 실험과정 및 기구에 대한 세부적인 묘사를 생략하는 노력에서 만들 어지는 소통을 위한 새로운 혼성어이다 년 한국과학기술학회 전기학술대회 ( KAIST 인문사회과학동)

40 2. 보존과학 그동안 학문 분과 내에서 도자기에 대한 연구는 미술사의 하위분과인 도자사학 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도자사학자들의 연구는 1970년대 이후 각 지역에서 발굴되는 유물의 증가에 따라 연구 대상이 폭넓어지고 연구가 활발해졌다. 5) 또한 도자기를 미술 사의 관점에서 연구하는 영역의 다른 한편에는 도자기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보존과 학자들이 있다 년대 들어 등장한 보존과학자들은 최신 분석기법들을 도입하여 발굴되는 도편( 陶 片 )들을 과학기기로 분석한 연구들을 발표하기 시작하였다. 도자기를 두고 한편에서는 예술적이고 역사적인 관점에서, 다른 한편에서는 과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상이한 연구집단들이 형성된 것이다. 이 장에서 중요한 점은 보존과학의 형성에서 만들어지는 과학데이터가 양화되고 추상화되는 동시에, 도자기를 서술하는 일상적 언어와 밀접한 관계를 맺는 모습이다. 보존과학에서 생산된 과학데이터는 그 연구대상이 도자기 라는 점에서 도자기를 표현 하는 일상적 관찰언어와 유리될 수 없고, 그것이 다른 재료공학, 분석화학과 차별점화 시키는 지점이다. 즉, 보존과학의 형성에서는 거시적 관찰변수(일상적 관찰언어)가 양 화 가능한 데이터들로 설명되고, 여러 개로 나누어진 변수들의 조합이 다시 도자기를 설명하는 관찰용어들로 재서술되는 과정이 드러난다. 이 장에서는 도자사학에서 사용 되는 언어와 과학데이터의 관계를 살펴보고, 보존과학에서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과학 데이터의 특징을 살펴보겠다. 2.1 과학데이터와 일상언어 보존과학자들은 분석화학, 재료공학 기법을 중심으로 도편의 성분 및 특징을 규 명한다. 한국의 보존과학은 90년대 초반 중앙대 고경신 교수를 비롯하여 공주대, 강원 대, 전북대 등의 화학과, 재료공학과 전공 연구원들의 연구가 확장되어 온 영역이다. 5) 도자사 이외에도 도자기를 연구대상으로 다루는 분과 학문은 여럿 있다. 고고학과 보존과학 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고고학은 주로 삼국시대 이전을 연구하고, 특정지역 혹은 특정민족문 화의 역사적 전이과정을 복원하며 발굴터의 연대추정을 주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문헌 연 구를 우선적으로 실행하는 도자사와는 차이가 있다. 또한 그것이 연대를 중요시하는 점은 얼 핏 도자사의 작업과 공통된 듯 보이지만, 고고학 일반에서 연대가 지닌 의미는 도자사와는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고고학 자료의 경우 연대는 시간의 상대적인 선후관계를 명시하는 데에 주안점이 있고, 주로 사용하는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과 같은 분석기술은 신석기 이전의 실년대 측정에만 유효하고 청동기 이후 시기에는 오차범위가 커져서 도자사 연구에 바로 적 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고고학에서 주요 관심이 문자 기록이 없는 시기에 연구가 특히 집 중되어 있는 점도 도자사에서는 보지 못한 특징이다. 최근 고고학이 다루는 연구 시기가 고 려, 조선시기까지 내려오고 있지만 그러한 연구도 소수에 불과하다. 과학 데이터의 일상언어적 토대 73

41 [그림 1] 미세구조 사진 (고경신, 1996) 흔히 유물과학, 보존과학, 문화재과학 이라는 말로 지칭되기도 하는데, 이 분야의 연 구자들은 주로 태토와 유약의 화학성분 분석을 토대로 도자기의 산지를 유추하거나, 가시적 특징을 과학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제작기법을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보존 과학자들은 기존 도자사학자들의 육안 감정을 통해 나온 해석적 결과물을 과학 데이 터를 통해 입증 하거나, 육안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도편의 특징 및 차이점의 근원(예. 태토, 유약 등) 등을 밝혀내고, 현미경과 같은 기구를 이용하여 관찰한 미세구조를 통 해 도자기의 품질을 서술하고, 번조온도를 추정하는 등 기존 도자사학자들의 분석과는 다른 관점의 결론을 제시하게 되었다. 그 중 미세구조 분석법은 고경신 실험실에서 매우 중요하게 생각된 방법론이다. 미세구조 분석법은 도자기의 가시적, 물리적 성질을 규명하려는 보존과학의 특징이 무 엇보다 잘 드러난다. 6) 보존과학자들은 도편의 단면을 시료처리한 후 광학현미경과 전 자현미경을 이용해 미세구조 사진을 얻는다. 미세구조 사진에는 유약의 두께, 태토와 유약에 존재하는 기공이나 기포, 석영과 장석 등의 결정 크기와 분포 양상, 태토와 유 약 사이 반응층과 경계면에서 생기는 결정에 대한 정보들이 담겨있다. 보존과학자들은 이러한 정보들을 성분분석 결과와 연관지으며 태토와 유약원료의 종류와 처리과정, 소 6) 고경신의 연구에서 미세구조 분석 이 중요하게 부각되고 발전한 것은 가시적 특징을 과학적 으로 규명 하고자 하는 고경신의 연구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여러 편의 에세이 와 인터뷰를 통해 과학자로서 도자기를 분석하는 목적에 대해 한국 전통 도자기 속에 담겨 있는 과학과 기술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라고 밝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중요한 과 정 중 하나는 성분과 가시적인 특징의 관계 를 규명하고자 했다. 고경신 자신이 도자기에 갖 고 있던 이러한 생각은 도자기를 분석하는 여러 과학적 방법 중 미세구조 를 중요하게 다룰 수 밖에 없는 원인을 제공하였다 년 한국과학기술학회 전기학술대회 ( KAIST 인문사회과학동)

42 [그림 2] < 樣 > 銘 磁 陰 刻 底 部 (김영원, 1995) ( 세기 전반) 우산리 9호출토, 이화여대박물관 소장품 성온도 등의 공정변수들을 추정하고 규명할 수 있다(고경신, 1996). [그림1]은 고경신의 1996년 글에 수록된 미세구조 사진으로 설명은 다음과 같다. 반사전자상 사진에서는 원자번호가 높을수록 밝게 보이는데, 가장 어둡게 나타나는 결정들이 석영이다. 태토의 바탕(matrix)은 대체로 두 그룹으로 나뉘어진다. 약간 더 어 두운 곳들은 알루미나가 많고 약간 밝은 곳은 칼륨 등의 알칼리 성분이 많다. 따라서 원료에서는 어두운 곳은 카오린이나 운모 종류이고, 밝은 곳은 장석 종류이었을 것으 로 추정한다. 까맣게 제일 진한 상은 기포나 기공을 나타낸다. 이 사진 설명을 통해서 알 수 있듯 미세구조의 사진에서는 유약 내부에 존재하는 기포들, 녹지 않은 석영 결 정들, 덜 녹은 점토물질들을 포함해 명도의 분포를 통해서는 어떤 성격의 성분들이 비 교적 많이 분포되어 있는지를 추론이 가능하다. 7) 7) 미세구조 분석을 통해서는 번조온도 뿐 아니라 자화의 잘 된 정도, 태토를 얼마나 잘 수비하 였는지 등의 정보도 함께 얻을 수 있다. 가령 유약 내부에 남아있는 기공들의 크기와 분포 모습을 통해서는 자화가 충분히 되었는지 덜 진행되었는지 알 수 있고, 광물 결정의 크기를 통해서는 원료의 수비 과정의 수준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양질백자에는 조질백자에서 많 이 관찰되는 큰 광물들이 거의 관찰되지 않고, 바탕기질(matrix)이 잘 발달되어 있으며 기공 과 광물의 분포가 세밀하고 치밀한 구조를 보이는 특징이 있다. 또한 기포의 크기와 양, 분 포형태와 회장석(anorthite)의 존재여부를 통해서는 번조 상황을 좀 더 면밀히 유추해볼 수도 있는데, 예를 들어 칼슘, 실리콘, 알루미늄으로 구성된 회장석은 높은 온도에서 유지되는 시 간이 길수록 생겨나는 광물물질로 가마에서 고온이 길게 유지되었는지, 빠르게 냉각되었는지 등을 유추할 수 있게 해준다(이영은, 2013). 과학 데이터의 일상언어적 토대 75

43 [그림 3] 경기도 광주 백자의 태토 성분표 (고경신 외, 2011) (그림 설명: Archaeological information on the analyzed shards and their composition of body and glaze (C: century; E: early; M: middle; L: late; No.: Number of shards analyzed for the average value of composition) 미세구조 사진과 아래 경기도 광주 백자의 태토 성분표[그림2]는 보존과학자들이 도자기를 보는 대표적 시각을 보여준다. 이처럼 고경신의 보존과학 분과형성에서 과학 데이터는 실험의 조정, 표준화, 습득을 통해 양화 가능한, 수치화 가능한, 기입 가능한 형태로 변환되었다. 보존과학자들이 과학기기 분석을 통해 얻은 다양한 정보는 최종적 으로 그들의 논문에서 다음과 같은 표 또는 이미지로서 제시되었다. 즉 도자기는 보존 과학자들에 의해 모두 화학성분과 수치로 환산되고, 현미경 사진으로 대체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수치와 이미지로 모두 변해버린 도자기를 설명하는 과학 데이터가 다시 도자기를 설명하던 일상언어와 연결되어 해석되는 현상이다. 이는 도자 기 자체가 연구대상인 보존과학의 특성상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자, 분석화학이 나 재료공학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그렇다면 과학데이터와 도자기의 일상언어는 어 떤 관계를 맺고 있고, 과학데이터에 일상언어가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다음의 그림 과 설명은 15세기 후반-16세기 초반에 활동한 것으로 유추되는 가마터에서 출토된 한 도편과 그 도편에 대한 도자사학자의 설명이다(김영원, 1995). 이 시기에 왕실과 관련된 백자양식을 알 수 있는 예는 우산리 9호출토 <견양> 명(< 見 樣 > 銘 ) 白 磁 片 이다. 이 백자편의 굽 안바닥에는 < 見 樣 >이라는 명문이 음각되어 있는데, 견양이란 중요한 儀 禮 用 品 을 제작할 때 임금에게 미리 문양장식을 그려 바쳤던 견본이었다. 설백색의 태토와 담청색유는 매우 정선되었으며 제작수 법 또한 세련되어 이 < 見 樣 >명백자편이 왕실용이었음을 알 수 있다. 우산리 9호의 북동부, 남동부, 남서부 퇴적층에서 뿐 아니라 가마 바닥에서도 갑발을 한 층만 깔고 甲 燔 한 상품백자와 중하품의 조질백자가 함께 출토된 것으로 보아 이 가 마는 15세기 후반에서 16세기 초반까지 관요였으나 왕실용과 기타 중앙관청용, 그리고 私 用 백자를 함께 번조하였던 것으로 짐작된다. 위 도자사학자의 설명에서 보존과학에서 분석의 대상으로 삼는 것과 그렇지 않 년 한국과학기술학회 전기학술대회 ( KAIST 인문사회과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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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4-081pb61۲õðÀÚÀ̳ʸ 74 October 2005 현 대는 이미지의 시대다. 영국의 미술비평가 존 버거는 이미지를 새롭 게 만들어진, 또는 재생산된 시각 으로 정의한 바 있다. 이 정의에 따르 면, 이미지는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지는 보는 사람의, 혹은 이미지를 창조하는 사람의 믿음이나 지식에 제한을 받는다. 이미지는 언어, 혹은 문자에 선행한다. 그래서 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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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½É¹Ì¾Èâ27È£º»¹® CONTENTS 1220심미안창27호본문 1904.1.29 4:51 페이지3 CTP175아트지 3인3색 문화이야기 광주브랜드 브랜드: 이것은 주문呪文이 아니다 이향준_ 전남대 철학연구교육센터 연구원, 재단 운영위원 도시 브랜드 는 시민생활의 총체적 이미지에서 힘을 얻는다 도시의 트랜드 -옛길의 향기와 문화, 예술 조덕진_ 무등일보 아트플러스 편집장, 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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튦 NO. 2155 Since 1969 2016. 06. 15 www.catholicfound.org www.cmc.or.kr blog.naver.com/cmc_health twitter.com/cmcmedicalnews www.facebook.com/cmcmedicalnews 02 CATHOLIC MEDICAL TIMES Vol.2155 2016.06.15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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