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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박사학위논문 활동가들의 경험을 통해 본 동물권운동의 의미 변화 과정 A Study on the Social Meaning of Animal Rights Movement Seen through the Activists' Experiences 조 중 헌 한양대학교 대학원 2013년 2월

2 박사학위논문 활동가들의 경험을 통해 본 동물권운동의 의미 변화 과정 A Study on the Social Meaning of Animal Rights Movement Seen through the Activists' Experiences 지도교수 심 영 희 이 논문을 사회학 박사학위논문으로 제출합니다. 2013년 2월 한양대학교 대학원 사회학과 조 중 헌

3 이 논문을 조중헌의 박사학위 논문으로 인준함 2013년 2월 심사위원장 전 성 우 (인) 심사위원 김 명 수 (인) 심사위원 이 소 희 (인) 심사위원 임 운 택 (인) 심사위원 심 영 희 (인) 한 양 대 학 교 대 학 원

4 < 차 례 > [국문초록]...ⅳ Ⅰ. 서론 1. 문제제기 및 연구목적 연구 방법 및 대상...4 Ⅱ. 이론적 배경 1. 타자 이론...9 1) 타자와 소수자...9 2) 인간중심주의와 동물의 타자화 ) 공감의 이론 ) 성찰의 이론 동물권 이론 분석의 틀...22 Ⅲ. 동물권 운동 논의의 사회적 배경 1. 동물들의 현실 동물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 동물의 복지 권리에 관한 법 ) 해외 동향 ) 국내 동향 동물권 운동의 현황 i -

5 Ⅳ. 동물의 타자화와 활동가들의 공감 1. 동물에 대한 차별과 배제 ) 인간중심주의와 종차별주의 ) 동물의 추방과 배제 타자로서 동물에 대한 공감 ) 상상적 동일시와 마음쓰임의 경험 ) 구체성에서 추상성으로 확대 도덕 공동체로의 포용 ) 편견 바로잡기 )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62 Ⅴ. 동물지배에 대한 활동가들의 성찰과 저항 1. 동물 지배의 유지기제 ) 동물 고통의 은폐 ) 현실의 불편함과 외면 ) 육식 대상의 일관성 논리 인간의 기득권에 대한 성찰과 저항...84 Ⅵ. 동물권 활동가로서의 자기성찰 1. 공감적 고통에 대한 성찰 ) 인간관계의 상처와 끝나지 않는 현실 ) 우울증과 무력감 ) 자기희생 에 대한 성찰 운동의 대상 내용 방법론에 대한 성찰 ) 운동의 대상에 대한 성찰 : 반려동물 편향성 ) 운동의 목표와 내용에 대한 성찰 : 동물학대의 예 ) 운동의 방법론에 대한 성찰 : 이상과 현실 사이 ii -

6 3. 누구의 입장에서 운동하는가 에 대한 성찰 ) 의인화 비판 의 함정 ) 보살핌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에 대한 고려 ) 무엇이 그들을 위한 판단인가 에 대한 고려 Ⅶ. 타자 중심의 소수자 운동으로 1. 소수자 운동으로서 동물권 운동 ) 동물권 운동과 소수자 운동의 유사점 ) 인간중심적 소수자 정치를 넘어 대리적 운동의 타자중심성 Ⅷ. 결론 참고문헌 ABSTRACT <표 차례> 그림 1. 활동가들의 경험에 따른 동물권운동의 의미 변화 과정...22 표 1. 면접참여자의 일반적 특성...6 표 2. 유기동물 발생 및 처리현황...26 표 년 한국 도축현황...27 표 년 한국 동물실험 실태...27 표 5. 최근 5년간 동물보호법 위반 입건수 iii -

7 [ 국 문 요 지 ] 이 논문은 동물권 운동(Animal Rights Movement)에 관한 연구로서, 오 늘날 인간이 동물과 맺고 있는 관계의 속성을 권력관계의 맥락으로 파악 하고, 또한 활동가들의 경험에 따른 동물권운동의 의미 변화 과정과 그 사회 정치적 의미를 탐구하기 위한 연구이다. 이를 위해 현재 활발하게 동물권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활동가 10명에 대한 심층면접을 진행하였으 며 그 결과를 간략히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첫째, 인간이 중심이 되는 세계에서 우월한 인간 과 열등한 동물 이라는 위계적 차이관에 기반한 타자화를 통해 동물은 우리 도덕 공동체의 구성 원에서 배제되고 있다. 따라서 그들의 이익은 우리 인간에게 고려되지 못 하고 있으며 특히 동물들이 겪는 고통 은 인정되지 않고 외면 받고 있다. 그러나 동물권 활동가들의 경우 공감 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의 영역을 인간이 아닌 동물들에게까지 확장하고 있었다. 그들은 상대에게 본인의 입장을 대입하는 동일시를 해보며 동물들의 고통을 유추한다. 이렇듯 고 통 받는 상대가 어떻게 느끼는지, 그의 상황에서 자기가 어떻게 느낄 것 인지를 상상하는 과정으로 동물들에 대한 공감은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 고 특정한 동물의 고통에 대해 맺어졌던 공감은 동물들이 처한 상황에 대 한 염려로 확장되며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낳게 된다. 이러한 공감의 과정을 통해, 활동가들은 동물들을 이익이 무시되어 마땅한 - 고통 받아 도 상관없는 - 차별받고 배제되는 타자에서 우리 도덕공동체의 성원으로 포용하기 위해, 동물들에 대한 편견을 깨고 긍정적인 시각을 전파하면서 동물과 공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 둘째, 우리가 아닌 집단에 대한 위계적 차이를 만들어내고 강조하며 이 루어지는 차별과 타자화는 그들에 대한 지배와 억압을 정당화한다. 사람 들로 하여금 불평등한 관계를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기게끔 한 다. 사람들은 동물들이 겪는 고통에 대해 마음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 iv -

8 장치로서 - 예컨대 도축과정을 숨기는 방식 등으로 - 현실을 은폐한다. 또한 - 그러한 현실의 은폐에도 불구하고 - 알게 되는 동물들의 고통에 대하여 개개인은 애써 외면하는 태도를 취한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기득 권을 지키기 위한 합리화 기제로서 생명은 똑같이 소중함에도 우리는 풀 을 먹고 있으니, 다른 모든 동물 역시 다 먹어도 된다 는 일관성 하향평 준화의 논리를 견지한다. 동물권활동가들은 타자화된 그들을 우리의 도덕 공동체 내로 포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동물에 대한 지배구조와 그 권 력관계에서 인간이 누리는 기득권을 성찰하고 그것에 저항한다. 그 저항 은 우리의 일상이 동물을 지배하는 구조와 연관되어 있음을 알리고, 사람 들이 불편한 마음을 감수하면서도 관성을 벗어나 자신에게 질문의 화살표 를 던질 수 있도록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셋째, 동물을 지배하는 구조와 그 유지기제를 깨닫고 드러내는 것으로서 의 성찰 외에, 활동가들은 저항을 하며 내적으로 겪게 되는 갈등과 자신 이 몸담은 동물운동을 반성적으로 되돌아보는 자기성찰을 하게 된다. 먼 저 활동가들은 동물들이 받는 고통에 공감하고 그들을 보살피면서도 그 안타까움에 자기를 희생하고 상호관계를 왜곡하는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한다. 또한 그들은 감정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동물운동의 대상 내용 방법론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타자화되고 목소리 없는 - 심지어 인간과 언어 인식체계가 다른 - 존재의 이해를 대변하는 운동을 하면서 자신이 자기만족이 아닌 동물의 입장에서 사고하고 판단 하고 있는가 에 대해 성찰하고 있었다. 이 모든 내용을 관통하는 것은 바 로 나 가 아닌 타자 를 중심에 놓는 사고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동물을 차별하고 지배하는 메커니즘을 성찰하고 저항하는 과정을 밟으며 활동가들의 시각은 동물권 운동을 단순히 보살피고 보호 하는 것만이 아닌 권력관계에 저항하는 사회운동의 하나 로 받아들이는 정치적 성격을 띠게 된다. 그들은 차이에 근거해 차별과 지배의 대상이 되며 아무런 사회적 권력을 갖지 못하는 동물들을 소수자 로 인식하면서 도, 동물은 사회적 지위와 목소리 면에서 소수자 중의 소수자 임을 비판 - v -

9 적으로 인식한다. 또한 끊임없이 동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판단하려는 활동가들의 타자중심적 사고 는 - 다른 소수자 운동들은 집단 소속의식 을 가진 피억압집단이 스스로 운동의 주체가 되는 것에 반해 - 동물권 운동은 전적으로 제삼자 집단에 의한 대리적 운동의 성격을 갖기 때문에 나타나는 특성으로 볼 수 있다. 동물들이 겪는 문제가 타자의 입장을 배 척하는 인간중심성으로 인한 것이라면, 동물운동은 사회적으로 목소리 없 는 존재를 대신해 타자의 입장에서 성찰하고 사유하며 그들을 권리의 주 체로 만드는 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타자와 진정으로 소통하는 관계를 맺기 위하여 필요한 것은 자기중심적 입장이 아닌, 그들이 처한 상황에 자신의 입장을 놓고 사유하는 타자를 향한 열린 관점이다. 또한 불평등한 권력관계 속에서 타자가 겪고 있는 고통이 우리가 누리고 있는 기득권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에 대한 철 저한 이해와 자기반성 역시 요구된다. 타자와의 관계에 작동하는 차별과 지배의 기제를 파악하고 그것을 거부함으로써만 주변의 존재를 억압하는 시스템 자체에 대한 저항은 비로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 핵심 단어 : 동물권, 동물권 운동, 타자, 소수자, 공감, 성찰, 고통 - vi -

10 Ⅰ. 서론 1. 문제제기 및 연구목적 이 연구는 최근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확대해가고 있는 동물권운동 (Animal Rights Movement)에 관한 연구로서, 인간과 인간 외 동물 (non-human animals) 1) 이 맺고 있는 관계의 속성을 권력관계의 맥락으로 탐구하고, 또한 활동가들의 경험에 초점을 맞추어 동물권운동이 갖는 사 회적 의미를 논의하고자 한다. 인권 개념이 탄생한 18세기에 서구사회에서 그것은 백인 남성의 권리를 의미하는 것이었으나, 이후 흑인 여성 아동 장애인 성적소수자 등 다 양한 주변 집단들(marginal groups)의 권리를 위한 논쟁이 계속해서 이어 지며 그들에 대한 억압을 종식시키기 위한 사회적 저항운동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그러한 문제의식과 저항은 지금까지 모두 인간 의 권리만을 위한 것이었 다. 하지만 최근 들어 - 적어도 서구사회에서는 - 차별 지배 권리 등에 대한 사회 정치적 논의가 인간의 경계를 넘어 조금씩 동물에게까지 확대 되고 있다. 이러한 논의 대상의 확대는 기존의 제한된 영역에 국한되었던 정치 개념에 대한 문제제기로서, 기존 질서가 배제하였던 의제에 대하여 새롭게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정치를 재개념화하고 그 영역을 확대하는 움 직임으로 볼 수 있다. 본 연구 역시 동물과 인간이 맺고 있는 관계를 차 별과 지배라는 정치적 개념으로 규정하고, 타자 소수자로서 동물에 관한 사회학적 논의를 전개하고자 한다. 서구 사회에서는 1970년대부터 이미 새로운 사회운동의 하나로서 동물에 대한 인간의 지배와 억압에 관한 비판 담론을 활발히 만들어가고 있는 동 물권 운동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짧은 역사에 부족한 사회적 경제 적 학문적 자원으로 소수 몇몇 단체들의 활동에만 의존하여 힘들게 진행 1) 인간 역시 동물의 한 종이기에 인간과 동물 은 옳은 표현이 아니지만, 편의상 이하 본문에서는 인간 외 동물 을 동물 로 약칭하도록 하겠다

11 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 과정에서 외국의 운동에 비해 철학이 부족하 다거나 단체들이 비생산적인 논쟁에 빠져 서로 대화와 소통이 막혀 있다 는 등의 비판이 있기도 하였다. 그러나 한국사회의 동물운동은 지난 10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열정적 으로 활동하며 기존에 없던 새로운 사회적 의제와 관련 논의를 생성해왔 다. 2000년을 전후로 개고기 문제를 중심으로 시작된 한국의 동물운동은 이후 반려동물 농장동물 실험동물 전시공연동물 등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구조 및 입양 캠페인 항의 서명운동 법 청원운동 실태조사 법 적 상담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전반적인 분위기 역시 과거에 비해 많이 변하고 있어, 인터넷과 미디어를 통한 정보의 활성화, 반려동물과의 교감, 동물단체와 유명인들의 캠페인 등의 영향으로 동물의 권리 및 처우 개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으며, 이는 동물운동에 대한 - 과거 대부분의 인식은 배부른 사람들이 하는 한가한 봉사활동 이라는 피 상적 차원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이었지만 -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로 이 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물운동에 대한 우리나라 학계의 관심과 연구는 전 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몇 년 간 법학 윤리학계를 중심으로 동물의 처우와 권리에 대한 연구들이 서서히 등장하고 있지만 해외에 비 해 아직은 논의가 많이 부족한 상황에서, 본 논문은 동물에 대한 차별과 지배가 어떠한 구조로 실천되며 그에 대한 동물운동의 저항은 어떠한 사 회적 의미를 갖는지 학문적으로 탐구하기 위한 시도이다. 이 작업을 위해 연구자는 특히 동물운동의 행위자인 활동가(activist)들의 경험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 사회운동에 대한 연구는 크게 구조적 조건에 대한 연구와 행위에 대한 연구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과거 사회학 연구는 사회체계나 이념, 조 직 형태에 대한 분석에 치우쳐 온 경향이 강했지만, 사회운동이 구조적 조건에 대한 단순한 반응이 아닌 이상 변화의 주체이자 동력인 행위자의 경험 역시 연구의 중요한 대상이 되어야 한다. 특히 행위자의 내면 은 개인적 의미만 있는 영역이 아닌, 사회적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정치의 공간이기도 하다. 예컨대 감정 은 근대 사회 - 2 -

12 에서 이성 에 비해 항상 열등한 가치로 받아들여져 왔으며, 정치 는 이성 의 논리로만 접근할 수 있는 문제였다. 이러한 가치질서 속에서 고통 받 는 타자에 대해 느끼는 개인들의 감정적 경험은 하찮고, 사적이고, 성숙 하지 못하며, (부정적 의미에서) 여성스러운 것에 불과할 뿐이었다. 하지 만 - 본문에서 자세히 다루어질 것이다 - 동물운동에 참여하는 많은 이 들은 고통 받는 동물들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그 가슴 아픈 현실에 눈을 뜨며 활동을 하기 시작한다. 그 후 이들의 실천은 케어 를 넘어 사회적 타자를 지배하는 권력관계를 인식하고 그에 저항하는 정치적 운동의 성격 을 띠게 된다. 사회변화의 동력이자 주체는 개인이며 그들의 정치적 행위는 내적 체험 을 기반으로 하여 발생한다는 점에서, 구조적 변화는 개인들의 경험을 살 펴봄으로써 그 사회적 맥락이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 연구는 운동의 주체인 활동가들이 그 과정에서 겪는 내적 체험과 의미화 등 개인의 경험에 초점을 맞추어, 사회운동으로서 동물운동의 실천 과정 과 그 의미에 대한 구조와 행위 간 균형 잡힌 이해를 모색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본 논문에서 설정한 연구문제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현 사회에서 동물은 어떠한 메커니즘을 통해 차별되고 타자화되는 가. 그리고 활동가들은 어떠한 계기를 통해 문제의식을 품게 되고 사회적 타자인 동물을 포용하기 위해 어떠한 실천을 하는가. 둘째, 동물에 대한 인간의 지배와 억압은 어떠한 방식으로 정당화되고 유지되는가. 그리고 동물 지배 구조에 대한 활동가들의 성찰과 저항은 어 떠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가. 셋째, 사회구조에 대한 성찰 외에 활동가들은 운동을 하는 이로서 스스 로 어떠한 내적 성찰을 하고 있는가. 이러한 자기성찰의 성격은 동물운동 의 어떠한 특성과 관련이 있는가. 넷째, 다른 소수자운동과 동물권운동이 갖는 유사점과 차이점은 무엇이 며 그 정치적 의미는 무엇인가. 그리고 타자관계에 있어 동물권운동이 갖 는 사회적 정치적 함의는 무엇인가

13 2. 연구 방법 및 대상 이 연구는 사회체계나 구조적 조건뿐만이 아닌 공감 성찰 등 사회운동 의 행위자들이 겪는 내적 경험과 그 의미를 탐구하기 위해, 수치화하기 힘든 느낌 감정 직관 관념 등을 해석적으로 분석하는 질적 연구방법에 의해 진행되었다. 주된 조사방식으로는 심층면접(in-depth interview)을 택하였다. 질적 면 접은 대체로 공식적 질문이나 답변의 형태에 얽매이기보다는 비교적 개방 적인 형식으로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 (메이슨, 2004). 주로 기본적인 테마 는 놓치지 않되 열린 대화의 장점을 취할 수 있는 느슨하게 구조화된 (loosely structed) 면접을 진행하였으며, 또한 질적 연구는 가설을 검증하 거나 반증하는 경험적 연구와 달리 연구의 수행과정에서 추구할 궁금증이 형성되고 도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메이슨, 2004) 질문과 대화 내용 의 방향은 진행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조정되었다. 면접은 2011년 9월부터 2012년 5월까지 총 9개월에 걸쳐 한 명당 평균 2-3회의 횟수로, 단체 활동가의 경우 사무실에서, 개인 활동가의 경우 커 피숍에서 이루어졌다. 면접참여자와의 만남은 연구자가 후원회원으로 있 는 단체의 활동가로부터 시작하였으며, 이후에는 먼저 면접한 참여자를 통해 같은 활동을 하는 다른 이를 소개 받아 다음 면접을 진행하는 눈덩 이 표집(snowball sampling) 방식이 사용되었다. 동물운동을 하는 활동가 들의 경우 평소 외부인의 편견으로 피로감을 많이 느끼기 때문에 친분 없 는 연구자와 라포(Rapport)를 형성하기가 쉽지만은 않은데, 기존 면접참 여자와의 사이에 생긴 라포는 이후 참여자와 새로운 라포를 형성하는 데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관계와 친분이 - 특 히 정치적으로 다소 민감한 - 면접내용에 대한 해석을 편향되게 하지 않 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해석을 하는 데 있어 연구자가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또 한 가지는 연구 자의 정치적 입장이 객관성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포스트모더 니즘에 영향을 받은 페미니스트 학자들은 실증주의에 기반한 완벽한 객 관성 가치중립성 에 대한 믿음은 허구라고 주장한다. 사회현상의 규칙을 - 4 -

14 가치중립하에서 객관적으로 밝혀내고자 한 결과 오히려 종래의 사회과학 은 사회의 규칙이 만들어지는 지배기구로서 이데올로기적인 형태가 되었 다는 것이다 (윤택림, 2004). 연구자로서 나는 특히 본 연구와 같이 주류 의 질서에 벗어나는 주변적 존재에 대한 탐구에서 객관성 과 가치중립 에 대한 맹신은 기존 사회의 지배적 해석을 받아들일 수 있음 을 경계함과 동시에, 나 의 입장에서 세계를 보고 해석할 수밖에 없는 연구자의 주관 성과 한계 를 성찰함으로써 객관성을 잃지 않고자 노력하였다. 이 연구를 위해 모두 10 명의 참여자와 면접을 진행하였는데, 그중에는 6명의 단체 활동가와 4명의 개인 활동가가 포함되어 있다. 사회운동을 이 야기할 때 보통 단체 활동을 먼저 떠올리는 경향이 있는데, 동물권 활동 의 경우 비교적 본인의 일상 속에서 자신의 관심사와 여건에 따라 비직업 적으로 활동을 하는 이들이 많고, 단체 활동가들의 상당수 역시 상근 활 동을 하기 오래 전부터 자원 활동을 해오던 이들이었다. 면접을 진행하며, 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활동가라 하더라도 그 문제의식이나 관련 지식, 그 리고 활동의 적극성은 단체 활동가를 뛰어넘는 경우가 많음을 알 수 있었 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활동가 (activist) 의 기준은 단체 소속 여부가 아 닌 그들이 어떻게 활동하고 스스로를 정체화 2) 하는가 이다. 면접참여자 중에는 자신의 개인적인 정보가 되도록 노출되지 않기를 바 라는 이들이 있어 지나치게 많은 정보의 공개는 하지 않는 방향으로 연구 진행을 약속하기도 하였으며, 운동의 내외적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관련된 대화 내용의 민감성 때문에 이후 내용의 사용을 뺀 부분도 있었다. 연구 의 윤리와 관련되는 이러한 고려지점들은 면접에서 기술까지 전 과정에서 섬세한 주의를 요구하는 부분이었다. 면접참여자의 나이와 소속을 구체적 2) 과거 다른 사회운동을 하며 동물운동을 지원하다가 지금은 채식주의 활동과 동물권 소모임에 참 여하고 있는 <사례 7>은 이와 관련하여 '단체에서 일을 하지 않아도 동물문제가 삶의 중심이라 면 그는 (individual) activist 라고 이야기한다. 운동이란 것이 어디 가서 구호를 외치는 것만 운동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어떻게 사는지를 보 여줌으로써 사람들이 거기서 관심을 갖게 되고 문제의식을 느끼고 어떤 사람들은 따라하게 되 고... 그 씨앗을 딱 던져주는 게 난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난 그것 또한 어떤 운 동이라고 생각을 하고 individual activism이라는 용어를 쓰는 거예요. 활동가라고 거창한 의미 로서가 아니라... 내 삶의, 생활의 중심이 동물 문제가 됐을 때는 나는 이미 동물 활동가가 돼 있는 거예요. <사례 7> - 5 -

15 으로 적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며, 참여자의 개인사적 배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경우 본문의 해당 부분에서 그때그때 보충설명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표 1> 면접참여자의 일반적 특성 사례 나이 성별 소 속 비 고 1 30대 초반 여성 동물운동 단체 상근 활동가 2 30대 후반 여성 동물운동 단체 상근 활동가 3 40대 후반 여성 동물운동 단체 동물단체 이사 4 30대 중반 여성 동물운동 단체 상근 활동가 5 20대 중반 여성 동물운동 단체 상근 활동가 6 40대 초반 여성 동물운동 단체 상근 활동가 7 50대 초반 여성 개인 활동가 채식주의 활동 동물단체회원활동 8 40대 초반 여성 개인 활동가 다큐멘터리 감독 9 40대 초반 여성 개인 활동가 캣맘 활동 동물단체회원활동 10 50대 초반 여성 개인 활동가 동물보호 매체 면접참여자들이 모두 여성인 것은 동물운동 진영의 상당수가 여성 이라 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 헤르조그(H. Herzog, 2011)에 따르면 미국 동물 - 6 -

16 운동의 경우 여성의 참여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으며 개 구조자의 비율, 윤리적 이유로 고기를 포기하는 경우도 여성이 훨씬 많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이다. 동물보호를 위해 단체에 후원금을 내는 이 들의 상당수가 30대 여성이며, 3)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면서 관심을 기울 이는 케어테이커(caretaker) 역할을 하고 있는 이들의 상당수 역시 여성이 다. 4) 이와 같이 현재까지는 남성보다 여성이 동물운동에 훨씬 더 많은 관 심을 갖고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젠더 경향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가능한데, 억압받아 본 사람 의 시각, 불편함을 겪어 본 사람의 시각, 아픔을 느껴본 사람으로서 소수 자는 다수자와는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 (박경태, 2008) 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또한 여성과 동물 모두 남성 착취의 피해 자이고 따라서 남성보다 여성이 동물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라고 주장 (헤르조그, 2011) 하는 입장도 있다. 보라(2007) 역시 남 성과의 관계에서 억압을 경험해 온 여성들은 그만큼 약자인 동물에 대한 관계의 억압성과 폭력성을 인지하기 쉽다 고 설명하며, 또한 남성에 비 해 경쟁적이지 않고 모성을 계발할 수 있는 조건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그 들의 처지를 더 잘 헤아릴 수 있는 점을 지적한다. 한편 남성들의 경우 감정이입이나 보살핌 같이 나약함 을 의미하는 감정 적 실천을 장려 받지 못하는 사회화 과정과 연관시키는 해석이 있다. 루 크(B. Luke, 2007)는 남자아이들은 사실상 태어날 때부터 동물의 고통에 무감각하도록 주입받는다 고 주장하고 있으며, 라이더(R. Ryder, 1998) 역 시 남성들은 동물이 고통을 당하는 모습을 접했을 때 감정이입을 하지 않도록 사회화되며 이는 동물의 고통에 냉담한 태도가 그 사람의 남성성 을 확인시켜주기 때문 이라고 설명한다. 이렇게 성별에 따라 동물에 대한 관심과 보살핌의 경향이 다른 것은 기 3) 동물사랑실천협회를 후원하는 정회원 3500명 중 50% 이상이 30대 여성이다. 동물운동단체 카 라 역시 후원회원 1089명 중 30대 여성이 366명이며 남성 회원은 대부분 여자 회원의 손에 이 끌려 가입한 이들이라고 한다. 동물은 사치품, 세금을 매기자? (남은주, 한겨레 21, ) 4) 따라서 이러한 일을 하는 여성들을 흔히 칭하는 표현인 캣맘 이라는 단어는 널리 알려져 있지 만, 그러한 남성들을 칭하는 캣대디 라는 표현은 아직 많이 사용되지 않고 있다

17 존의 젠더 질서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통적으로 여성들만이 보 살핌의 영역에 관련되어 왔고, 특히 가족 영역 내에서 보살핌은 여성의 역할로서 강제 되어 온 부분이기도 하다.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 로 규정되어 온 보살핌 노동의 가치는 저평가되어 왔으며, 전통적 여성 역할을 거부한 여성들은 비난을 받아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과 보살 핌의 관계 만을 본질적 특성인 것처럼 강조하는 것은 여성을 억압하는 기 존의 젠더 질서를 공고히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전통적 남성성 규범에 순응하지 않는 다양한 남성성이 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에 비해 동물들에 공감하고 관심을 갖는 남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5) 보살핌 이 타자를 배제하는 기존 사회질서에 균열을 줄 수 있는 대안적 가치라면 남성들 역시 동참하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며, 실제로 그러한 경향은 조금씩 높아지고 있는 추세인 듯하다. 5) 독신남 바가지 긁는 고양이 에 빠지다 (조민준, 한겨레, ) 등 참조

18 Ⅱ. 이론적 배경 이 장에서는 인간과 동물 사이의 권력관계와 그에 저항하는 동물권 운동 에 관한 논의를 위한 이론적 배경으로서 먼저 동물에 대한 차별과 지배의 기초가 되는 타자의 정치학을 소수자의 개념과 연결하여 소개할 것이다. 위계적으로 만들어지는 차이관에 근거하여 주변 집단에 가해지는 타자화 논리는 비단 사람의 범주 안에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어서, 동물의 경우 인간중심주의의 질서 속에서 사회적 타자로 구성된다. 이어 억압적 관계 를 넘어 동물과 소통하기 위한 활동가들의 대안적 관계성으로서 공감과 성찰에 관한 이론을 소개하며, 마지막으로 동물에 대한 차별과 지배구조 에 대한 저항의 논리적 기반으로서 동물권 이론을 피터 싱어와 톰 리건의 논의를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1. 타자 이론 1) 타자와 소수자 인류는 오랜 역사에 걸쳐 타자를 만들어내고 그들을 차별 배제해왔다. 우리 와 타자 를 구분하는 인간사회의 대립 구조에 관한 초기 논의는 주 로 인류학자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대표적으로 구조주의 문화인류학자인 레비-스트로스(C. Lévi-Strauss, 1955)는 오지 부족들에 대한 연구를 통 해 집단들 간의 다양한 관계를 인간/초자연, 청결/지저분함, 삶/죽음 등과 같이 이항적으로 구조화된 상징적 개념으로 설명한다. 이러한 레비-스트로스의 통찰을 발전시켜, 더글라스(M. Douglas, 1966) 는 복잡하고 무질서한 사상을 이항대립으로 범주화하는 질서의 근본에 순수와 위험 으로 대비된 상징체계가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즉 세상에는 질서와 규칙을 부여하는 순수 와 그 외부에 존재하는 오염된 대상인 위 험 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는 각각 정돈되고 절제하는 우리 와 일 - 9 -

19 탈적이고 파괴적인 타자 의 세계를 표상한다. 6) 특정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규범을 바탕으로 타자를 바라보는 방식은 서 로 다른 문화 및 지역 간의 관계에도 적용되고 있다. 유럽인들이 그들 스 스로 만들어낸 권력 하에 행한 타지역의 침략, 정복 및 그를 둘러싼 문제 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 사이드(E. Said)로 대표되는 - 탈식민주의 이 론가들도 이러한 시각과 맥락을 같이 한다. 서양은 중심 주인 과학 이 성 등과 관련된 우월한 곳이고 동양은 주변 노예 야만 자연과 연관되 는 열등한 곳이라는 식의 인식 하에 유럽인들은 타자로서 동양의 문화적 이질성을 거울로 삼아 서양을 권위화하고 동양을 지배하며 서양적 가치관 에 의해 세계를 조작하는 주체를 편성해왔다 (고모리 요이치, 1996). 식민주의 제국주의 담론을 고찰하는 방식은 그동안 유럽이라는 중심부 와 비유럽이라는 주변부라는 이분법적 구도 속에서 이루어졌지만, 포스트 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으며 이러한 대립적 구도에 계급과 성별 등 다른 요 소들이 첨가되며 타자의 개념은 재정립되고 있다. 유럽의 백인 남성 부르 주아를 주체로 상정할 때 상대 개념은 비유럽 유색인 여성 프롤레타리 아 등을 모두 포괄하는 범주로 풀이된다. (박형지 설혜심, 2004) 이러한 타자 개념의 확장은 다양한 주변 집단들에 대한 논의로 연결될 수 있다. 피지배집단이 경험하게 되는 타자화는 젠더 인종 계급 민족 등과 같은 일상의 주요 권력관계 속에서 매우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 서구사회에서 유색인종의 사회적 정체성이 백인 집단의 관점을 대척점으 로 해서 그 의미가 형성되듯이, 남성에 대해서는 여성, 장애인에 대해서는 비장애인, 자국민에 대해서는 이국민, 부르주아지에 대해서는 프롤레타리 아, 이성애자에 대해서는 동성애자가 타자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만들어짐 의 기반에는 차이 가 주요개념으로 존재하고 있다. 즉 타자란 차이 그 자체이며 우리와 동일 범주로 취급될 수 없는 다른 존재를 말한 다. (양정혜 오창우, 2008; 문성훈, 2011) 이상과 같은 타자 논의를 기반으로 인간의 기본 권리 라는 측면에서 탄 6) 더글라스의 맥락으로 볼 때, 우리 사회에서는 에이즈나 한센병과 같은 전염병 환자 성소수자 성매매 여성 노숙자 등이 이러한 위험 을 표상하는 존재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본 논문에서는 Ⅳ장에서 동물을 인간의 안전과 위생을 위협하는 존재로 재현하는 방식을 검토한다

20 생한 개념이 바로 소수자(minority) 이다. 1990년대 이후 - 특히 다문화주 의의 등장과 함께 - 이론적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는 소수자 는 신체 또는 문화적으로 다른 집단과 구별되는 뚜렷한 차이가 있거나 그럴 것이 라고 여겨지고, 정치 경제 사회적 측면에서 권력의 열세와 함께 그 집 단의 성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의 대상이 되며, 스스로 차별받는 집단 에 속해 있다는 의식을 가진 자들 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박경태, 2008). 신문수(2009)는 인종주의(racism)와 성차별주의(sexism)의 유사성을 언급 하며 사회적 차별의 구조는 상동적 이라고 지적한다. 인종주의가 특정 한 그룹의 사람들을 그들의 인종 정체성으로 인해 차별하고 배제하는 이 념적 구조적 행동적 체계 라고 한다면, 성차별주의는 여기에서 인종 이 란 말을 성별 이란 말로 바꾸기만 하면 큰 무리 없는 현실적 정의로 통용 될 수 있다 는 것이다. 그는 차이에 근거한 소수자 지배의 기제를 아래와 같이 3단계로 나누어 설명한다. 1. 인종 성별 집단 간의 차이를 강조한다. 2. 그 차이는 특정 인종 성별 집단이 다른 인종 성별 집단에 비해 우월하다는 차이의 정치학으로 전용된다. 3. 그 우월성을 근거로 특정 인종 성별 집단의 지배와 복속을 정당화한다. 즉, 흑인은 원래 지적으로 열등하다 거나 여성은 남성보다 논리적 사고 력이 떨어진다 는 식으로 지배집단에 의해 만들어지고 강조된 소수자에 대한 편견은 자신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인구 집단에 대한 배제와 차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더 나아가 그러한 배제와 차별을 정당화하는 이 데올로기로 작용할 수 있다 (윤인진, 2000; 박경태, 2008). 어떤 존재가 다 른 존재를 차별하는 상황에서 차이가 그것을 정당화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은, 이러한 차별 관계에서 만들어진 차이가 객관적인 특성에 근거하는 것이 아니라 달라야 한다 는 당위나 다르길 바란다 는 희망에 근거한 것 임을 보여준다 (박경태, 2007). 요컨대 인간의 사회집단은 우리 를 존재하게 하기 위하여 사회적 타자 로서의 소수자를 만들어내며, 그 타자/소수자에 대한 배제와 차별의 출발

21 점은 차이 이다. 우열에 근거한 이항적 구도 속에서 피지배집단이 경험하 게 되는 타자화는 젠더 인종 계급 민족 등과 같은 일상의 주요 권력관 계 속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본 연구는 특히 종(species)관계 에 있어서의 타자화에 주목하고자 한다. 2) 인간중심주의와 동물의 타자화 인간중심주의(anthropocentrism)의 패러다임은 인간 이외의 존재는 인간 을 위해서 존재할 때만 의미와 가치가 있는 것으로 여기고 인간의 이익 행복 복리 증진만을 위하여 자연을 지배하는 것이다 (정인석, 2005). 자 연의 일부인 동물 역시 마찬가지로 목적이 아닌 수단 으로서만 받아들여 지고 본래적 가치가 아닌 도구적 가치만을 인정받는다. 이러한 면은 동양 문명과 달리 자연을 정복과 지배의 대상으로 여긴 서 구 문명의 역사에서 더 강하게 드러나는데, 서구 비평가들은 동물에 대한 현재의 인식과 태도의 뿌리가 된 것은 구약성서의 <창세기>라고 지적한 다. <창세기>에 따르면 지구와 그 위에 사는 모든 동식물은 인간의 이익 에 봉사하기 위해 창조된 것이다. 그 1장에서 신은 인간을 자신의 모습 과 똑같게 만듦으로써 동물과 구별하고 또한 인간이 지구상에서 살아움 직이는 모든 것을 지배 하도록 만든다. 이는 땅에서 사는 모든 것들을 인 간에게 따르게 하는 권리를 인정한 인간 헌장 으로서 유대교도만이 아니 라 그리스도교에 의해서도 그리고 이슬람의 무슬림에 의해서도 신봉되어 왔다. (서펠, 2003)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 역시 인간중심주의 사상을 그대로 반영하였다. 프로타고라스(BC. 485~BC. 414)는 만물의 척도는 인간이다 라고, 아리스 토텔레스(BC. 384~BC. 322)는 인간이 사다리의 맨 꼭대기에 있고 동물 과 식물은 그 아래 단계를 차지하는 계층적 체계 로 자연 세계를 파악했 으며, 낮은 등급 생물체(동물)의 목적은 높은 등급 생물체(인간)의 먹이가 되거나 봉사하는 데 있다 고 주장하였다. 스토아 학파 에피쿠로스 학파 신플라톤주의 학파 등이 동물에게는 이성이 없다 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주

22 장을 계승하여 발전시켰으며, 이러한 주장은 동물에 대한 중세의 부정적 시각에 일차적 영향을 끼쳤다. (정인석, 2005) 이후 중세의 기독교 세계관에 이어 계몽주의 사조는 인간이 자연계에 대 해 가진 지배권을 존재의 사슬 속 위계질서 때문이라고 해석하며 인간중 심적 사고를 강화시켰다 7) (박형지 설혜심, 2004). 데카르트(R. Descartes) 는 이성적인 불멸의 영혼과 언어 능력을 갖춘 인간과 달리 동물은 본질적 으로 생각과 영혼이 없는 자동기계 (automata) 와 같다며 동물과 사람 간 의 근본적인 차이를 주장했다. 인간 이성의 확산적 힘을 강조하고 이성의 인간해방능력에 기대를 걸었 던 계몽주의 철학자들은 그 과정에서 자연에서 인간 을 떼어내는 것을 강 조했다. 계몽주의는 자연이 사납고 위험하고 원시적이며 심지어 사악한 힘으로 간주하였으므로, 그것은 길들여지고 생산적이 되어 인간을 위해 사용되어야 할 대상이었던 것이다. 자연에서 인간을 분리해 내려면 먼저 인간이 동물적 본성에서 탈피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자연 길들이기는 인간 자신의 길들이기로 시작되었다 (리프킨, 2005). 17세기 이후 서구 문 화의 급속한 도시화 역시 사람과 동물 사이에 남아 있던 연결고리를 단절 시킨 배경이었다. 인간의 동물적 본성은 극복되어야 할 어떤 것, 즉 억제 하고 쳐부숴야 할 어둠의 세력이 된 것이다 (리프킨, 1996). 계몽주의 시대의 후반기에 이르면 동물은 인간의 삶에서 완전히 사라지 게 된다. 더 이상 거리에서 동물과 마주칠 일도 없어진다. 동물은 생명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오로지 인간이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상품으로 전 락한다. 이 시대는 동물을 무엇보다도 경제적 물질적 용도에 복종시켰다 (임옥희, 2003). 이렇듯 인간이 자연의 주인이자 소유자라는 인식을 낳은 7) 중세 기독교 세계관에서는 인간이 자연을 아우르는 절대적 지배권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 반면, 계몽주의 사조는 인간이 자연에 대해 가진 지배권을 존재의 사슬 속 위계질서 때문이라고 해석 하고자 하였다. 이런 분위기에서 흑인 혹은 야만인에 대한 담론은 이들을 원숭이 에 비유하고 이들 사이의 유사성을 찾는 데 집중되어 갔다. 원숭이가 놓여 있는 거대한 동물계 의 위치에 흑 인을 밀어 넣고자 한 것이다 (박형지 설혜심, 2004). 이후 계몽주의 시대는 인간과 동물의 경 계를 확실히 분리함으로써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우월감을 확실히 한, 짐승 같다 는 표현에 서처럼 인간에게서 동물성을 보는 것이 모욕인 시대가 되었다. 동물로 취급되었던 흑인 혹은 야 만인은 인간범주에 속하지 않으므로 사냥하고 죽이고 우리에 가둬놓고 가축화(domestication)할 수 있다는 논리를 정당화하게 되었다 (임옥희, 2010)

23 계몽주의 기계론적 세계관은 현대까지 이어져오는 근대과학기술문명의 형 성에 크게 기여했다 (서펠, 2003). 이상과 같이 살펴본 동물-인간 관계의 중요한 특징은 인간 역시 한 종 의 동물임에도 동물과의 유사성은 부정하고 차이를 발명 강조해 왔다는 점이다. 그 차이의 내용은 동물에게는 이성 영혼 의식 언어가 없다 는 우월함과 열등함의 이분화된 가치에 근거한 것으로서, 이는 자연과 동물 에 대한 인간의 지배와 착취를 정당화해왔다. 3) 공감의 이론 이상과 같이 나와 다른 존재를 차이 를 근거로 차별하고 지배하는 폭력 적 관계를 거부하고 양자간에 진정한 소통의 다리를 놓기 위한 관계적 도 구로서 3)과 4)에서는 각각 공감 과 성찰 의 이론을 검토하도록 하겠다. 공감(empathy)의 개념에 관한 이해는 학자들 간에 상당한 견해차가 있 다. 그동안 학자들은 연구에 따라 인지적 요소, 의사소통적 요소, 정서적 요소 등 각기 초점을 달리 하고 다양한 정의들을 제시하며 많은 논의를 거쳐 왔다. 공감 자체가 단일 차원으로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복합적 개념 이기 때문이다. 공감 의 어원은 19세기 말 만들어진 독일어의 Einfühlung 이라는 단어이 다. Einfühlen'은 ein (안에)'과 fühlen (느낀다)'이라는 단어가 결합된 것으로서 들어가서 느낀다 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즉 타자의 안으로 들어가 (feel into) 함께 느끼는 (feel with) 현상으로 표현할 수 있다. (박 성희, 2004) 본문에서 연구자는 인간중심주의와 동물의 타자화로써 형성된 우리(인 간)와 그들(동물) 사이의 차별적 경계가 공감을 통해 허물어질 수 있음을 - 동물운동가들의 경험을 통해 - 살펴볼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논의로 서 타인에 대한 정서적 공감(affective-empathy)이 이타적 행동 동기의 기초가 된다는 호프만(M. L. Hoffman, 2011)의 이론을 살펴보자면 다음 과 같다. 그는 공감을 - 다른 사람의 정서 상태에 정확하게 일치할 수는

24 없지만 - 자신의 상황보다는 다른 사람이 처한 상황에 보다 부합하는 대 리적인 정서적 반응으로 정의하면서 대리적 경험 으로서 공감의 의미를 강조한다. 즉 상대의 상황에서 자기가 어떻게 느낄 것인지를 상상하는 역 할 또는 관점 채택 (role or perspective-taking) 을 공감 발생의 주요 양 식으로 규정하며, 이를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보기와 다른 사람이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상상해보는 것 으로 설명한다. 호프만은 특히 친사회적 도덕적 행위의 동기로 공감적 고통, 공감적 분 노 등과 같은 부정적인 정서들이 작용함을 주목한다. 공감적 고통 (empathic distress)이란 사람들이 실제적인 고통 상황에 있는 누군가를 목격할 때 느끼는 고통을 말한다. 그것은 타인의 실제적인 고통을 목격함 으로써 유발되며 고통을 받고 있는 타인을 도와줌으로써 다시 경감되거나 해소된다. 공감에 바탕한 돕기의 주목적은 피해자의 고통을 경감시키는 것이며, 따라서 공감적 고통은 친사회적 행위의 동기가 될 수 있다는 것 이다. (호프만, 2011) 그런데 사람들의 이러한 공감은 개인적 경험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타자의 처우나 권리의 개선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으로 큰 중요성을 갖는다. 18세기 유럽과 미합중국 인권의 기원을 설명하 며 헌트(L. Hunt, 2009)는 사람들이 계급 인종 성별의 구분을 뛰어넘어 공감하는 법을 배움으로써 만민평등사상을 성취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 고 그 새로운 공감을 확산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바로 18세 기 서한소설 8) 의 등장이었다. 서한소설은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을 주인공 과 동일시하도록 만들었다. 그들은 책을 읽으며 전통적인 사회적 경계, 즉 귀족과 평민, 주인과 하인, 남성과 여성, 성인과 아동 간의 경계마저 넘어 공감했고, 그 결과 타인들을 - 그들이 개인적으로는 모르던 사람들을 - 자신처럼, 마치 동일한 내면적 감성을 지닌 존재로 보게 되었다. 이러한 배움의 과정이 없었다면 평등 은 깊은 의미를, 특히 정치적 성과를 전혀 얻지 못했을 것이라고 헌트는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공공 전시장의 그림 감상부터 사랑과 결혼에 관한 대중 보급판 서한소설 읽기에 이르는 당시 로서 새로운 경험들은 새로운 개인적 경험(공감)을 창출했고 그것은 다시 8) 허구의 서신교환

25 새로운 사회적 정치적 관념(인권)을 낳았다. 공감은 찰나의 믿음, 타인이 자신과 같다는 상상이 필요한 만큼, 만들어졌다기보다는 상상되는 것이었 다. (헌트, 2009) 요컨대 타자와의 공감은 대리적으로 상대와 동일시하는 과정으로 설명될 수 있다. 이렇게 상대의 입장에서 그들이 어떻게 느낄지 상상해보고 그들 의 고통을 해소해주고자 하는 공감의 경험은 타자 집단의 처우나 권리를 개선하기 위한 사회적 변화의 동기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으로, 반려 동물과의 관계나 고통 받는 동물과의 개인적 경험 등을 통해 이루어지는 사람들의 공감은 동물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타자와 공감함에 있어서도 한계는 존재한다는 것이다. 우 리는 그 타자와 같은 사람일 수는 없고, 타자가 되어보는 상상을 할 때도 나 를 버리지는 못하며, 결국은 타자의 관망자(spectator)에 머물 수밖에 없다. 공감하는 주체가 타인의 관망자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타자는 언제나 나의 밖에 있고 또 자신은 타인이 겪고 있는 위험이나 고통으로부 터 안전한 곳에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스미스, 2009; 민은경, 2008). 이러 한 공감의 한계는 그 이후에 따르게 되는 실천 에 의해 해결될 수 있다. 바바렛(J. M. Barbalet, 2007)은 - 아직은 자아의 외부에 존재하는 - 감정 은 행위자가 그에 따라 움직인 결과 주체에 통합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 다. 자아 밖에 원인을 갖는 감정은 존재의 적극적 활동으로 인해 마침내 내적으로 경험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본 연구에서 면접 참여자들은 동물운 동에의 참여라는 적극적 활동을 통해 타자-나 사이의 간극을 좁히며 공 감을 내적으로 경험해나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4) 성찰의 이론 근대적 자아와 주체는 타자를 자신의 동일성 속으로 전유하고 착취하는 위험한 존재가 되었지만, 실제로 자아는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만 성립한 다. 타자를 배제하고 상호인정을 하지 않는 일방적인 자아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26 인간은 타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너 가 나 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지를 추측함으로써 자신이 누구 인지를 파악하게 된다. 상징적 상호작용 이론을 구축해 온 미드(G. H. Mead, 1934) 역시 타자의 의미가 반영된 관 계성을 중시하여, 타자가 부여한 의미와 내가 나에게 부여한 의미가 일치 할 때 스스로 사회적 객체로서 인식한다는 입장을 취하였다. 미드는 자아 를 I 와 me 로 구분하고 있는데, I 는 타자의 의미를 반영하지 않은 상태 로서 능동적이고 자연적인 자아로, me'는 타자의 입장에서 자신을 의식 하는 대상 혹은 객체로서 성찰적인 자아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미드의 자아 구조를 통해 김홍중(2007)은 다음과 같이 성찰 의 속성을 설명한다. 즉 성찰은 자연적 자아가 대상과 인식론적 관계를 맺는 과정 그 자체(<자아 대상>)를 성찰적 자아가 새로운 대상으로 포 괄함으로써 <자아 <자아 대상>>이라는 관계를 창출하는 이중적 시선 의 운용법이다. 이러한 메타적 관계 속에서 성찰적 행위는 시선에 대한 시선, 재현에 대한 재현, 성찰에 대한 성찰, 판단에 대한 판단 과 같은 반복적이고 재귀적 구조를 갖게 된다. (김홍중, 2007) 성찰 은 명료하게 정의되기 어려우며 학자마다 그 의미가 다른 개념이기 는 하나, 이러한 속성을 고려할 때 그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인식 으로 서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행위의 주체가 자신의 사고와 행위를 되돌아보 는 과정 으로 정리할 수 있다. 기든스(A. Giddens, 2010)는 특히 현대사회 에서 개인은 매 순간 혹은 정기적인 간격으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가, 나는 무엇을 하고, 생각하고 있는가 라는 면에서 자기심문을 하도록 요구 된다 며 자아성찰을 연습된 자기관찰 기술 로 설명한다. 성찰은 크게 사회구조의 규칙 자원 등에 대해 성찰하는 구조적 성찰과 행위자가 자신을 반성적으로 되돌아보는 자아성찰의 개념으로 나누어 생 각할 수 있는데 (래쉬, 1998), 특히 본 연구의 내용에서는 동물권 활동가 들이 실제적으로 상대(동물)의 입장에서 사고하고 판단 하는 것으로서의 자아성찰이 강조되고 있다.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고통 받는 동물들에 대 한 정서적 공감을 통해 실천을 하게 되는 동물운동가들은 강고한 인간중 심적 지배 구조와 동물과의 의사소통 등의 문제에 맞부딪히며 그들 의 입 장에서 사고하고 행동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27 이러한 맥락에서 아렌트(H. Arendt)가 강조하는 자신의 입장을 고통 받 는 자가 처한 구체적 상황에 놓고 상상할 수 있는 성찰적 판단 능력 은 동물운동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성찰적 판단 능력과 관련하여 아렌트는 년 사이에 예루살렘에 서 진행된 아이히만 9) 재판 참관기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1963) 을 통 해 왜 아이히만과 같이 평범한 사람이 중대한 정치적 악행을 했을까 에 관한 문제제기를 한다. 아렌트는 인간을 인간 이하의 존재로 전락시키는 장소인 나치수용소를 두고 지구에 존재하는 지옥이라고 규정하고 그곳에 서 진행되는 조직화된 대량학살을 근본적 악 으로 규정한 바 있다. 하지 만 그는 재판과정에서 아이히만의 언행을 보고 말과 사유를 허용하지 않 는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 을 확인하게 된다. 그녀는 아이히만이 행한 악행의 이유는 어리석어서가 아니라 그의 총체 적인 사유 부재 (thoughtless)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현실을 담아내 지 못하는 고유한 진부하고 판에 박힌 문구, 관습적인 언어 규칙들 에 너무나 깊이 사로잡혀 타자의 입장에서 사유하는 데 있어 무능력 했던 것이다. (아렌트, 2006) 아렌트는 이렇듯 타자의 입장에서 진정한 사유를 할 수 있는 능력을 바 로 성찰적 판단력, 즉 공통감각(common sense)으로 설명한다 (아렌트, 2002). 공통감각 이란 나와 다른 타자와의 차이를 인정하는 인간관계의 복수성 속에서 타자의 관점으로 확장된 사유방식을 말한다. 즉 이것은 타 자와 함께하는 현실적 상황에 자신을 개방하고 자신의 위치를 타인의 위 치로 전도시켜 생각할 수 있는, 자신에게서 타인에게로 확장되어가는 사 유방식이다. 우리가 고통 받는 타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그의 입장에 놓고 사유할 수 있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고통 받는 자의 신체적 지각과 시 선 표정 몸짓 비유적 표현에 주목하면서 타인이 처한 총체적인 삶의 현실과 곤경상태를 자신에 비추어 상상하여 성찰할 수 있어야만 우리는 진정 그들을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것이다. (공병혜, 2008) 9) Karl Adolf Eichmann (1906 ~ 1962) : 독일의 나치스 친위대 장교.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 및 독일 점령하의 유럽 각지에 있는 유대인의 체포 강제이주를 계획 지휘했다

28 이렇게 자신의 입장을 타자의 입장으로 바꾸어 생각해보는 아렌트의 성 찰적 사유는 앞서 살펴본 공감 형성의 기본 구조이기도 하다. 상대의 처 지와 정서가 나의 그것들과 동일하지 않은 것임에도 상대의 입장에서 나 를, 그리고 나의 입장에서 상대를 상상하는 공감과 성찰은 자아와 타자 사이에 폭력이 아닌 다리를 놓는 관계성의 실천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2. 동물권 이론 동물권(animal rights)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동물복지론(animal welfarism)에서 진화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20세기 들어 인류 문명사 회가 부작용을 일으키며 여러 반성적 학문과 목소리가 등장하게 되었지 만, 1970년대 이전까지 동물을 위한 목소리는 동물은 인간의 재산이고 인 간의 동물에 대한 책임은 동물에 대하여 불필요한 죽음과 고통을 금하는 것 정도였다. 이러한 전통적 의미의 동물복지론 입장에 서 있는 이들은 인간이 책임 있는 자세로 동물을 이용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 장한다. 동물이 인간 사회에서 이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되, 대신 동물을 최대한 인도적으로 다루자는 입장인 것이다. (유선봉, 2008; 그랜 트, 2012) 그러나 1970년대 후반에 출현한 동물권 운동은, 동물들은 지각 감각 능 력을 지니고 있으므로 그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도덕적 권리를 갖는 다고 주장한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이론가는 싱어(P. Singer)이다. 싱어(1999)는 한 존재의 본성이 어떠하든 그 존재의 고통을 다른 존재의 고통과 평등하게 고려할 것을 요구한다 (equal consideration of interests). 그는 - 개혁적 공리주의 학파의 창시자인 - 제레미 벤담(J. Bentham)이 한 존재에게 동등한 고려의 권리를 부여하려 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할 중요한 특징으로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능력 (capacity for suffering)'을 들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고통이나 즐거움을 향유할 수 있는 능력이 이익(interests)을 갖는다는 것의 전제조건이라는 것이다. 특 히 고통을 느끼지 않을 것과 관련된 이익은 한 존재자가 이익을 갖는다고

29 할 때의 필요충분조건이다. 10) 지능이나 합리성 등과 같은 다른 특징으로 경계를 나눈다는 것은 임의적이라 할 수 있다. 11) 설령 좀 더 나은 지적 능력을 소유한다고 해도 자신의 목적을 위해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 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다. 인종차별주의자들이 자신이 속한 인 종의 이익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측면에서 평등 원리를 위배하고 있듯이, 종차별주의자(Speciesist)들은 스스로 속한 종의 이익이 다른 종의 보다 큰 이익을 능가해도 그것을 눈감아주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동 물의 이익과 인간의 이익이 비슷할 경우 - 특히 고통을 피하고 싶어하는 것 - 이러한 이익을 평등하게 고려하지 않는 태도를 싱어는 종차별주의 (Speciesism)라고 규정한다. 이러한 그의 견해는 동물의 이익에 거의 비중을 두지 않았던 과거의 전 통적인 동물복지론보다는 분명 진일보한 이론이지만, 그가 동물의 이용 또는 동물착취관행의 철폐까지 주장한 것은 아니다 (G. L. Francione, 1996; 유선봉, 2008). 그런 면에서 싱어의 입장은 - 동물권 운동에서 중요 한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 고전적인 동물권 입장과는 거리가 있다 고 볼 수 있다. 실질적인 동물권 입장을 정초한 사람은 리건(T. Regan)으로서, 그는 동 물들을 삶의 주체(subjects of a life)로 생각하고 이들은 동등한 각자의 본래적 가치(inherent value)를 지니고 있다고 주장한다 (Regan, 1983). 따 라서 동물들은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취급되어야 하며 인간에 대한 유용 10) 캅&버치(J. Cobb & L. C. Birch, 2010)는 인권을 논의하는 데 중요한 수많은 주제들이 동물 권 논의에는 부적절하다고 설명한다. 개별 인간 존재는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자신의 능력 을 깨달을 수 있기 때문에 우리의 윤리적 과제는 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 가능한 한 그러한 풍 부성을 많이 깨닫도록 서로 돕는 것이다. 하지만 동물을 다룰 때는 이것이 대체로 부적당하고, 대부분의 경우 인간이 동물의 경험을 증진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따라서 동물에게 가하는 고통과 아픔의 양을 감소시키는 것에 동물운동은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다. 11) 이는 지금까지 지배적이었던 도덕적 지위를 누리려면 인격이 있어야 한다 는 가정과 연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인격(personhood)은 동물권을 해석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인 데, 이성철학적 전통에서 인격은 여타 자연과 구별되는 - 자기인식 합리성 사회성 같은 복잡 한 형태의 의식 같은 - 인간종의 특성을 일컫는 편협한 의미로 종종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우 리는 태아와 어린 아이 또는 심각한 지적 장애인이나 정신적 문제로 심리적 사회적 능력이 급 격히 손상된 사람의 도덕적 지위를 고려하고 있으며, 최근 동물행동학자들은 이러한 특성들이 동물들에게서도 발견됨을 보고하고 있다. (민윤영, 2011; 드그라지아, 2012)

30 성 여부에 따라 가치가 결정되지 않는다. 그는 싱어에 비해 더 급진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과학 교육 상업적인 목적에서 동물을 사용하는 것, 식품으로서 동물을 사용하는 것, 사냥이나 동물원, 애완용으로 동물을 사용하는 것 등의 동물에 대한 인간의 다양한 활동을 비난하고, 인간의 이익과 동물의 이익이 상충하는 경우에도 동물 의 본래적 가치는 존중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같이 동물권 이론의 입장은 동물착취를 규제하는 것이 아닌 명확한 폐지, 동물들의 생활여건 의 개선으로 만족하지 않고 동물의 권리 확보를 요구하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동물은 인간처럼 존중받아야 할 고유한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 문에 인간의 목적달성을 위한 수단이나 재산으로서 취급되는 것에 반대하 는 것이다 (데자르뎅, 1999; 유선봉, 2008). 리건의 이러한 입장은 평등주 의적이고 각 개체들의 권리와 가치를 존중하는 장점이 있으나 현실적인 행위 지침은 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인간의 동물에 대한 사용을 본 질적으로 부정하고 있기 때문에, 동물권 이론은 아직 시기상조로 받아들 여지기도 하면서 인간과 동물의 현실적 관계를 도외시한다는 비판을 받기 도 하는 것이다. (허남결, 2005; 박찬운, 2010) 따라서 동물권 이론과 동물권 운동 간에는 어느 정도 차이가 존재한다. 실질적으로 운동 진영에서 권리라는 용어는 동물의 고통을 완화시킬 수 있는 거의 모든 조치를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되고 있다. 오늘날 동물권 운동은 기본적으로 동물을 재산으로 간주하고 동물을 불필요한 고통으로 부터 자유롭게 하자는 동물복지론과 연결되어 있어, 동물권을 지속적인 동물복지 개혁을 통하여 획득할 수 있는 이상적인 상태로 이해하는 경향 이 크다. 이와 같이 운동의 장기적인 목표는 동물권이지만 단기적인 수단 으로 동물복지를 추구하는 절충적인 입장은 신복지주의(New Welfairism) 라 불린다. 이들은 궁극적으로 동물착취 관행의 폐지를 목표로 하지만 단 기적으로는 동물착취를 규제하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G. L. Francione, 1996; 유선봉, 2008). 한국의 동물운동 역시 현실적 실천은 동 물복지에 기반을 둔 상황에서 장기적 목표는 동물권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최근 들어 점차 깊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역시 신복지주의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1 3. 분석의 틀 이상의 이론적 논의를 기반으로, 본문에서는 활동가들이 대략적으로 어 떠한 의미과정을 통해 자신의 동물권 운동을 실천하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즉 행위자로서 그들이 경험하는 내적 체험 및 시스템에 대한 저 항 과정을 살펴봄으로써, 동물을 타자화하고 지배하는 현 사회구조의 기 제를 탐구하고 소수자 운동으로서 동물권 운동이 내포하는 타자관계의 함 의를 읽어내고자 한다. 이를 위한 본 연구의 대략적 내용구성의 틀은 아래와 같다. <그림 1 : 활동가들의 경험에 따른 동물권운동의 의미 변화 과정> <그림 1>은 활동가들이 경험하고 의미화하는 동물운동의 변화 과정을 그림으로 도식화한 것이다. 활동가들의 운동 실천은 그들의 현실에 대한 인식변화 및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 등 행위자의 내적 의미화 과정과 밀 접한 상호관계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 모두의 경험이 화살표로 표현된 위의 순서로 정확하게 진행 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이 도식은 복잡한 현상의 관계적 인과성, 즉 본 연구에서는 활동가의 행위의 흐름 및 동물 억압 메커니즘을 추상화하여

32 구성한 이상형(ideal type)으로서 분석틀이라 할 수 있다. 전체 과정에서 각 단계가 의미하는 바의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다. 인간과의 차이를 기반으로 열등한 존재 로서 타자화되는 동물은 인간중 심 질서 속에서 차별 받고 배제된다. 그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편견임 을 인식하고 그들을 타자가 아닌 우리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기울 이는 노력이 동물운동의 첫 단계 활동으로 보여진다. 활동가들의 이러한 실천에서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동물과의 관계에서 경험되는 - 특히 그들의 고통에 대한 - 공감이다. 활동의 첫 단계로서 그들이 추구하는 것이 동물을 인간과 다르지 않은 존재로 인정하고 우리 도덕 공동체 내로 포용하여 그들의 이익을 고려해 주어야 한다 는 것이라면, 그 다음 단계에서 활동가들이 갖게 되는 권력관 계에 대한 문제의식은 더 첨예한 것이다. 즉 동물을 인간보다 열등한 존재로 인식하는 타자화 정치가 자연스럽게 정당화하게 되는 동물 지배 구조 및 그 속에서 인간이 얻게 되는 기득권 을 성찰하게 되고, 이에 저항하는 단계로 발전하게 된다. 이 단계에서 그 들의 저항은 지배구조 속에서 기득권 계층이 누리게 되는 일상 속의 관성 을 스스로 탈피할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주는 방향 으로 진행된다. 여기서 보여지는 동물권 활동가들의 성찰이 동물을 지배하는 사회구조와 그 유지기제를 깨닫고 드러내는 작업이라면, 이어 그들이 겪게 되는 성찰 은 저항하는 자 로서 활동가들이 자신과 자신이 몸담은 동물운동을 반성 적으로 되돌아보는 자기성찰로서 타자를 중심에 놓는 사고 가 강조된다. 이는 차별과 지배에 대한 저항의 맥락에서 소수자 운동이라고 할 수 있는 동물운동이 다른 소수자운동과 - 운동의 주체와 대상이 다르다는 점에서 - 구별되는 특수한 지점과 연관되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며 동물운동은 동물 문제를 단순한 케어 를 넘어 사 회적 타자를 지배하는 권력관계의 틀로 바라봐야 한다는 정치적 시각이 강조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동물들의 입장에서 사고하고 판 단하는 타자중심성을 띠게 된다

33 이상 같은 분석틀을 통해 활동가들의 경험에 따른 동물권운동의 의미 변 화 과정을 살펴봄으로써, 본문에서는 인간과 동물을 둘러싼 권력구조와 활동가들의 실천이 맺는 상관관계 속에서 동물권운동이 갖는 사회적 의미 를 탐구해보도록 하겠다

34 Ⅲ. 동물권운동 논의의 사회적 배경 서구사회에서 동물에 대한 인식 제도를 변화시키기 위한 입법과 운동이 처음 발생한 시점이 19세기이고 동물의 복지 권리에 관한 현대적 논의가 시작된 것이 1970년대였음을 감안한다면, 역사가 10년 조금 넘는 우리나 라 동물운동은 아직 기반을 다지고 있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최 근 들어 동물의 처우개선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증가하며 동물운동에 대한 사회의 인식과 참여 또한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고, 이러한 흐름 속에 동물권 운동도 사회운동의 한 영역으로서 분명히 자리 잡고 있다. 한국사회의 동물운동에 대한 본격적 논의로 들어가기 전에 이 장에서는 먼저 동물 관련 현황과 동물의 복지 권리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 그리 고 동물관련법과 동물운동의 역사를 살펴봄으로써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동물운동이 위치하고 있는 사회적 지형을 그려보도록 하겠다. 1. 동물들의 현실 일상 속에서 동물을 접하기 힘들어진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가장 가깝고 친숙한 동물은 반려동물일 것이다. 최근의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에 서도 이제 반려동물은 가족 이라는 표현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 농림수산 검역검사본부(2012)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 2011년 현재 개나 고양이 를 기르고 있는 가정은 17.9%로서 약 359만 세대에 이른다. 가정에서 사 람과 함께 사는 개의 수는 440만 마리, 고양이는 116만 마리로서 모두 556만 마리가 반려동물로서 인간과 삶을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12) 하지만 사람에 의해 길러지는 동물이 많은 만큼 버려지는 동물들의 수도 점점 늘어나고 있어 유기동물의 급속한 증가는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12) 조사 주체인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는 이렇게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가 많아진 것에 대해 고령 화와 핵가족화 등 현대인들이 자신의 외로움을 동물과의 관계로 대체하려는 사회적 추세가 반영 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35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2012)의 공식 집계에 따르면 2002년 1만 5000여 마리로 추산된 국내 유기동물 수는 지난 10년 사이 큰 폭으로 증가해 2011년 9만 6000만 마리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중 절반에 가까운 약 4만 4400 마리는 안락사 되거나 자연사했다. 그러나 이는 공식 집계 에 불과할 뿐, 동물운동 진영은 실제 유기동물의 숫자는 이보다 훨씬 많 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표2> 2011년 유기동물 발생 및 처리현황 구 분 유기동물 발생 수 유기동물 처리 수 계 개 고양이 기타 계 인도 분양 기증 자연사 안락사 방사 기타 계 96,268 55,902 39,195 1,171 96,268 7,328 25,101 1,544 18,772 25,659 12,037 5,827 * 인도 : 동물의 소유자에게 반환 (자료 :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 * 방사 : 고양이에 한하여 중성화수술 후 방사 * 기타 : 보호조치 중, 미포획 등 현행 동물보호법상 보호소로 들어온 유기동물은 10일 이내 주인이 나타 나지 않을 경우 유기동물의 소유권이 시 군 자치구에 귀속되어 안락사 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동물보호에 관심 있는 이들은 안락사 되는 동물 의 수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하여 유기동물 입양 캠페인을 활발히 벌이 고 있다. 한편 세계적으로 동물들이 가장 많이 학대당하고 희생되는 영역은 단연 축산업계이다. 13) 우리나라의 경우 2011년 닭 7억 6627만 마리, 돼지 1083 만 마리, 소 85만 마리 등 국내에서 한 해 동안만 가축 8억여 마리가 사 람에게 먹히기 위해 도축된 것으로 집계되었다. 14) 현대 사회에서 동물성 식품의 대부분은 산업축산 시스템을 통해 생산되고 13) 매년 미국에서 죽는 동물 가운데 97%는 음식으로 이용하기 위해 도살된다. (March 5, 2010) 14) (사)한국육류유통수출입협회

36 <표3> 2011년 한국 도축현황 구 분 소(두) 돼지(두) 한우 젖소 육우 계 암 수 계 닭(천수) 총수 720,508 37,890 94, ,795 5,832,174 5,002,514 10,834, ,271 (자료 : 한국육류유통수출입협회) 있다. 그것은 육류 생산량을 최대화하고 비용을 최소화하는 집약적인 생 산라인을 이용하여 동물을 사육하는 시스템으로서, 동물들은 고도로 기계 화된 공장에서 상품이 제작되는 것과 마찬가지의 과정으로 사육되기 때문 에 공장식 축산 으로 불린다. 공장식 축산의 목적은 속도와 비용을 낮추 고 동물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러한 원리에 따라 동물은 비좁고 밀폐되고 단조로운 환경에 갇혀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빨리 성장되도록 약물이 첨가된 인공 사료를 공급받는다 (메이슨&피넬리, 2012; Cox, 2007). 공장식 축산의 과정에서 셀 수 없이 많은 동물들이 비인도적으로 사육되고 도살되고 있다는 점에서 육식산업 문화는 오늘날 세계의 동물 운동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문제이다. 실험동물에 대한 처우 역시 열악한 것은 마찬가지여서, 매년 세계적으로 1억 마리가 넘는 동물들이 대학, 제약회사, 상업적인 실험시설 등에서 사용 된 뒤 죽어가고 있다. 하지만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미국은 실험동물이 <표 4> 2011년 한국 동물실험 실태 구분 국공립기관 등 대학 의료기관 일반 기업체 합계 실험기관 사용동물 312, , , ,544 1,659,817 * 실험기관 : 동물실험윤리위원회가 설치된 기관 중 실험이 이루어진 곳 (자료 :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

37 몇 마리나 이용되는지 어떤 목적에 이용되는지에 대한 정확하고 포괄적인 통계조차 없다 (라이더, 2012). 우리나라의 경우,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2012)의 조사에 따르면 2011년 한 해 동안 약 166만 마리의 실험동물을 사용했다. 실험동물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동물은 설치류이며 그밖에도 개 돼지 원숭이 토끼 등이 이용 되고 있다. 동물운동가들은 동물들에게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동물실험이 비윤리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화장품 세척제 산업용 화 학물질 식품 첨가제 공산품 생산시 습관적으로 동물실험이 실시되고 있 다며, 동물실험의 3분의 2 정도가 인간의 건강이나 의약품과는 거의 대부 분 관련이 없다고 지적한다. 15) (그랜트, 2012) 이러한 동물실험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서구에서는 3R원칙 16) 이 1990년 대부터 자리 잡았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동물보호법에 따라 2008년부터 모든 실험기관에는 동물실험윤리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지만 동물실 험의 현장에서는 아직 윤리위원회가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2011) 이상 반려동물 축산동물 실험동물은 그동안 동물운동 진영에서도 가장 관심을 많이 가져온 영역이라 할 수 있는데,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전시 공연 동물에 대한 관심과 문제의식 역시 점차 높아지고 있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연간 1억 명 이상의 방문객들이 1만 개소의 동물 원을 찾고 있는데 (L. Petrinovich, 1999), 거의 모든 동물원은 야생에서 거주하던 공간과 비교할 때 턱없이 열악한 환경이기 때문에 동물운동의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그곳은 동물쇼가 주로 이루어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한 국동물원수족관협회(KAZA)에 등록된 19개 회원사 가운데 어린이대공원, 삼성에버랜드동물원, 퍼시픽랜드, 주주동물원, 한화 63시티 등 5개 회원사 에서 동물쇼를 벌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동물쇼를 규제 관리하는 15) Canadian Council on Animal Care, 2001 Report. 16) 대체(Replacement) 수단을 강구하여 동물실험의 횟수를 줄이고, 실험에 이용되는 동물의 수를 감소(Reduction)시키고, 사육 처리 과정을 개선(Refinement)하는 것

38 제도가 전혀 없기 때문에 공연강도, 먹이급여, 휴식시간 등 쇼에 동원되는 동물들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동물복지 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 다. 17) 2. 동물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 인간과 동물의 관계는 역사적 사회적 배경에 따라 계속 변화해 왔는데, 특히 현대인에게 있어 동물은 일상 속 친밀한 교감의 상대로서 의미가 매 우 커졌다. 기든스(2007)는 현대 사회의 특징 중 하나로 전통적 가족 의무 를 유보하는 대신 개인 행복을 추구하려는 일반적인 분위기를 언급하며, 정서적 의사소통이 가족과 사적 영역에서 우리 삶의 핵심 관건이 되고 있 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의 한 켠에 동물과 인간의 관계 변화 역시 자리를 잡고 있으며, 이는 동물과 관련한 새로운 용어를 통해서도 드러나고 있다.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애완동물 (pet) 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었 으나, 애완동물이란 용어는 인간이 동물을 소유물로서 일방적으로 보거나 만지면서 즐긴다는 의미를 암시하기 때문에 요즘은 사람과 동물 간의 상 호작용을 중시하여 동물을 한 가족, 반려로 인정하고자 하는 반려동물 (companion animal) 18) 이라는 용어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즉, 오늘날 가 정에서 길러지는 많은 동물은 인간에게 단순히 장난감 같이 즐거움을 얻 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가족의 일원으로 인간과 함께 정서적으로 교감하 고 상호작용하며 동고동락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서윤, 2009). 또한 길고양이를 돌보는 이들을 일컫는 캣맘 19) 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 17) 우탄이는 왜 쇼를 거부했나 (최우리, 한겨레, ) 18) 인간의 장난감이 아니라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이라는 인식이 확대되며 1983년 동물행 동학자인 로렌츠(K. Lorenz)가 개 고양이 새 승마용 말 등의 동물을 반려동물 (companion animal)'로 부르도록 제안하며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반려동물 은 장난감이란 의미를 지닌 애완 동물 의 대안어이다. 애완( 愛 玩 ) 의 완( 玩 ) 자는 희롱하다, 가지고 놀다 라는 뜻으로, 장난감을 의미하는 완구( 玩 具 )의 완( 玩 ) 자이다. (전은경, 2009) 19) 남성들의 경우 캣대디 라는 표현이 사용된다

39 다. 캣맘 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다. 2005년 생긴 최대 조직 한국고 양이보호협회에선 1000명이 넘는 회원들이 자비로 중성화 수술을 시키고 방사해 먹이를 주고 있다고 한다. 20) 반려동물 문화의 확산과 함께 TV와 영화 등 동물을 친근하고 빈번하게 다루는 미디어의 영향 그리고 인터넷의 발달 등으로 인해 현대인들의 동 물에 대한 긍정적 관심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흐름 속 에서 동물들의 처우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보인다. 이는 비단 반려동물 문화가 일찍부 터 자리 잡은 서구사회의 이야기인 것만은 아니어서, 2005년 중국 한 국 베트남인 등 아시아 각국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90퍼센트 정도가 인간에겐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 고 생각하고 거의 대다수가 동물보호법 제정에 찬성한다는 인식을 보이고 있다. 21) 우리나라의 경우 2012년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조사에 따르면, 동물들 이 겪는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한 도덕적 의무에 대해서 응답자 대부분인 98.1%가 동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긍정적인 답변이 2006년 조사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동물에 대한 의식 수준이 많이 향상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동물들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 한 법제화에 대해서도 94.1%가 동의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우리나라 동물보호 수준에 대해 평가한 결과 응답자들의 67.7%가 낮은 수준으로 여기고 있었다. 본 논문의 면접참여자들 역시 한결같이 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변화 가 최근 들어 놀라울 정도로 빨라지고 있음을 지적한다. 22) 이러한 흐름은 20) 길고양이의 엄마, 캣맘이 돼보실래요 (남종영, 한겨레, ) 21) Asia 'Wakes Up' to Animal Welfare : Caring for Animals Is Not Just a Western Whim - Millions of People in Asian Countries Think Animal Welfare Is Important, a Mori Poll Has Discovered" (BBC News. March 17, 2005) 22) 예를 들면 저희가 연평도 포격 사건 때 그곳에 방치된 동물들한테 사료를 보내달라는, 그리고 이런 긴급상황 터졌을 때 동물들도 돕고 구조할 수 있는 조취를 정부에 요청하면서 인터넷 서명 을 받은 적이 있어요. 사람들이 예전 같았으면 사람도 위기인 상황에 동물을 구하라고 그러냐 라고 비난했을 텐데, 최근에 생각이 많이 바뀐 거예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서명을 해주셨어 요. 그런 걸 보면서 동물 문제와 운동에 대해 어린 학생들부터 사람들의 관심과 인식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게 느껴져요. <사례 1>

40 동물 관련법과 제도의 점진적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3. 동물의 복지 권리에 관한 법 1) 해외 동향 아직은 많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동물 관련 논의와 달리 그동안 국제사회 에서는 동물의 복지 와 권리 를 위한 노력이 활발하게 진행되어 왔다. 우 선 세계 각국의 동물정책에 영향을 끼치는 주요 국제 선언을 살펴보자면, 동물복지의 중요성을 천명한 세계동물복지선언(Universal Declaration on Animal Welfare) 이 있다. 이는 동물을 보호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이고 동물에 대한 복지가 모든 국가의 공통의 목적이 되어야 함을 선언하며, 동물이 당하는 고통과 잔인한 처우를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 및 복지 기준을 개발할 것을 각국에 요청하고 있다. 이 선언은 국제적 동물보호 NGO들이 UN에 채택을 제안, 2003년 유럽평의회와 미국 등 19개국이 참 석한 동물복지에 관한 마닐라 회의에서 동의를 받았다. (박찬운, 2010) 한편 1978년 UNESCO에 제출되고 1989년 국제동물권연맹(International League of Animal Rights)에 의해 보완 수정되어 최종 확정한 세계동물 권리선언 (Universal Declaration of Animal Rights) 은 사람에게 인권 (Human Rights)이 있듯 동물에게 동물권(Animal Rights) 이 있음을 분명 히 하였다. 이 선언문은 동물이 자연권 평등권 생존권 존중받을 권리 를 갖고 있음을 인정하고 그들에 대한 착취 및 학대 금지를 규정하고 있 다. 그밖에 가축 반려동물 사역동물 동물실험 식용동물 오락동물 그 리고 동물의 대량도살 등에 관한 규정도 두고 있다. (배의철, 2012; 샤푸 10여년 전에는 관심 있는 사람 자체가 없었던 거잖아요. 그래서 그 중에서 조금 나서는 사람들 이 단체를 만들고 그걸 바탕으로 성장을 해서 우리나라 동물운동이 이렇게 온 거죠. 그런데 제 가 일을 처음 시작할 때에 비해 동물학대나 보호 이슈에 대해서 일반인들 특히 젊은 사람들의 시각이 되게 많이 달라진게 사실이거든요. 지금은 동물보호단체를 알고 더 관심을 적극적으로 표명하는 사람들이 젊은 시대를 중심으로 해서 많아진게 느껴져요. <사례 2>

41 티에, 2006; 유선봉, 2008) 그전까지 법은 인간만을 위한 것이었지만 서구 사회에서는 1970년대부터 동물의 복지와 권리를 개선하기 위한 법적 노력이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 동물을 배려하는 법적 고려는 특히 유럽에서 무척 강한 편이어서, 유럽 연합(EU)은 1999년 발효된 암스테르담 조약의 동물보호와 복지에 관한 의정서 에서 동물을 지각적 존재(sentient beings)로 인정하고 각 회원국들 이 그에 걸맞는 관심을 기울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유럽평의회 (Council of Europe)는 1960년대 이후 5개의 구속력 있는 주요 협약 23) 을 만들어냈다 (박찬운, 2010). 특히 영국은 1979년 농장동물복지위원회 (Farm Animal Welfare Council)를 두어 정부 정책 수립에 동물복지에 관 한 지문을 얻기 시작했다. 1993년 이 위원회에 의해 만들어져 전세계 농 장동물 복지의 표준이 된 원칙이 동물의 5대 자유 24) 이다. 한편 동물을 단지 보호의 객체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차별받아서는 안되는 삶의 주체 이자 법적 권리의 주체로 바라보는 동물권론 역시 힘을 얻어가고 있으며 이는 법개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민윤영, 2011) 년 뉴질랜드는 세계 최초로 유인원에게 기본권(Basic Rights)을 부여하였 고, 2002년에 독일은 동물에게 헌법상의 권리를 부여하였으며, 2008년에 스페인 의회는 유인원에 대해 생명권과 위험한 연구관행 및 영리를 목적 으로 한 착취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부여하였다. (리프킨, 2010; 유선봉, 2010) 23) 동물수송에 관한 협약(1968), 농장동물복지협약(1976), 농장동물 도살에 관한 협약(1979), 동 물실험에 관한 협약(1986), 반려동물에 관한 협약(1987). 24) 1. 배고픔과 갈증으로부터의 자유 (Freedom from Hunger and Thirst), 2. 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 (Freedom from Discomfort), 3. 통증 부상 질병으로부터의 자유 (Freedom from Pain, Injury or Disease), 4. 정상적인 행동 표현의 자유 (Freedom from Express Normal Behaviour), 5. 공포와 스트레스로부터의 자유 (Freedom from Fear and Distress). 참조

42 2) 국내 동향 세계적인 흐름과 비교해볼 때, 우리나라의 동물 관련법들은 전반적으로 동물에게 적정한 권리를 인정해주지 못하고 있음이 지적되고 있다. 동물 은 - 인간중심 산업중심적 관점에서의 - 보호나 관리의 대상 그리고 실 험의 객체로서만 존재하고 있을 뿐, 목적 그 자체로서 존중되지 못하고 있다 (민윤영, 2011). 특히 우리나라의 법제상 동물은 물건 내지 동산( 動 産 )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이는 재산의 소유자는 재산권의 객체인 동물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사용 수익 처분할 수 있 으며 또한 재산권의 객체인 물건(동물)은 어떠 한 종류의 권리도 가질 수 없다 는 것을 의미한다 (이유봉, 2012). 이렇듯 법적으로 동물의 생명체로의 특성은 전혀 고려되지 못하기 때문 에 강아지 인형의 팔을 자르는 것과 생명체로서의 강아지의 팔을 자르는 것은 동일한 재물의 손괴 로 다루어지고, 자기 소유의 재물은 형법상 처 벌규정이 없기에 고의가 없었다 는 소유자의 진술만으로 위법성이 없다는 결론이 동물학대 사례에서 반복되고 있다 (배의철, 2012). 우리나라에서 거의 유일하게 동물을 위한 법은 동물보호법으로서,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국민의 책무, 동물등록을 통한 보호, 적정한 사육관리, 동물학대의 금지, 동물운송에서의 준수사항, 유기동물의 보호, 보호시설의 설치, 도살방법의 제한, 동물수술, 동물실험의 원칙 등을 정하고 있다. 1991년 정부 입법으로 제정된 동물보호법은 1988년도 올림픽 개최에 즈 음하여 한국의 개고기 식용과 그 과정의 잔인한 모습들이 국제사회에 알 려지고 비난 받자 동물들에 대한 처우를 고민하지 않고 보여주기 식으로 급조한 법으로서, 그동안 아홉 차례나 개정되었으나 아직 많은 한계를 갖 고 있어 동물운동가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동물보호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학대 의 경우, 과실범 내지 결과적 가중범 에 대한 규정이 존재하지 않고 학대의 개념이 불명확하며 중요한 조항들 이 권고조항으로 규정되어 있는 등 소극적 적용의 문제 및 규정상의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배의철, 2012). 처벌은 2007년 5차 개정 전까지는 겨우 벌금 20만원에 불과했으나, 동물단체들의 지속적인 비판으로 네 차

43 례의 개정을 더 거친 지금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 으로 격상된 상태이다. 동물보호법은 전반적으로, 보호되어야 할 동물의 개념이 - 유럽은 지각 적 존재(sentient beings)라는 개념 속에서 대단히 광범위하게 인정하는 데 반해 - 매우 제한적이며 25) 동물보호를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사항을 간단하게 규정하고 중요한 내용이 다수 결여되었다는 등의 여러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 (박찬운, 2010; 유선봉, 2008). 따라서 이를 개선하기 위한 법 개정 논의가 동물운동 진영을 중심으로 지속되고 있다. 4. 동물권 운동의 현황 동물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법과 제도들은 결국 관심 있는 시민들의 참여와 실천을 통해 만들어져온 것이었다. 서구사회에서 동물에 대한 기존의 인식 제도를 변화시키기 위한 운동이 시작된 것은 19세기이다. 동물보호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증대됨에 따라 영국과 미국에서 복지와 학대 관련법이 제정되고 몇몇 운동단체들이 설립 된 것이다. 철학의 부족과 인간중심적 사고로 인하여 당시 의학계와 생물 학계로부터 강한 반발에 부딪혀 이 흐름은 20세기 중반까지 별다른 계기 없이 부진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해리슨(R. Harrison)의 동물 기계 (Animal Machine, 1964), 싱어의 동물 해방 (Animal Liberation, 1975) 과 리건의 동물권의 옹호 (The Case for Animal Rights, 198 3) 등의 출간을 계기로 1970년대부터 동물의 복지와 권리에 관한 논의 가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일반인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속에 동물권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유선봉, 2008; 2010) 현재 전 세계적으로 수천 개 집단이 다양한 사안을 다루고 서로 다른 전 술을 구사하며 활동을 하고 있다. 그중 가장 영향력이 단체로는 여러 나 라에 지부를 두고 수많은 회원을 두고 있는 PETA 와 동물해방전선 을 25) 동물보호법 제2조 제2호는 동물의 개념을 소 말 돼지 개 고양이 토끼 닭 오리 산 양 면양 사슴 여우 밍크 등 척추동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동물 이라고 정하고 있다

44 들 수 있다. 1980년 설립된 PETA(People for the Ethical Treatment of Animals)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자료들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캠페인과 활동을 하고 있으며, 1976년 영국에서 설립된 동물해 방전선(Animal Liberation Front)은 동물을 구출하고 동물을 착취하는 시 설을 공격하는 등 불법적인 직접행동도 불사하기 때문에 논란을 일으키기 도 한다. (그랜트, 2012) 현대 동물권 운동에서 가장 중요시되고 있는 것은 채식주의 운동이다. 2 차 세계대전 이후로 늘어나기 시작한 서구사회의 채식주의는 특히 1960년 대 반문화와 결합되어 1980년대에 상당한 규모에 이르게 된다. 채식 위주 로 음식을 섭취하게 되면 사육되고 도살되는 과정에서 학대 받는 엄청난 수의 축산동물을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랜트, 2012; 유선봉, 2010) 동물권운동 차원으로서 채식주의 에는 동물의 희생으로부터 나오는 다양한 부산물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포함된다.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 동물보호 단체로서 1991년에 한국동물보호협회 가 창립되어 주로 유기동물 보호를 중심으로 꾸준한 활동을 해온 가운데, 본격적인 동물운동의 태동은 2000년을 전후로 개고기 문제를 중심으로 시 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10년이 조금 넘는 한국 동물운동의 역사를 간단히 살펴보면, 1990년대 들어 펫 산업이 부흥하며 그 반작용으로 길거리에 버려지는 개들이 많이 늘어나고 또 예전부터 해결이 되지 않고 있던 개고기 문제가 논란의 대상 으로 뜨겁게 달아오르자, 이러한 문제들에 본격적으로 대응하는 목소리들 이 모여 조금씩 관련 단체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동물운동은 개 문제로 인해 출발했다고 볼 수 있는 데, 특히 그 도화선이 된 것은 개고기 식용 법제화 논란이었다. 1999년 김 홍신 당시 국회의원은 개를 축산물위생관리법상 가축에 포함시키기 위해 의원 입법을 추진했던 것이다. 김홍신 의원은 당시 논거로서 문화상대주 의 와 이렇게 개를 법적으로 축산물의 테두리 안으로 들임으로써 잔혹한 도살을 막을 수 있다 는 주장을 폈다. 26) 26) 이는 그 후에도 2002년 김홍신, 오세훈 의원 등에 의해 다시 시도되었다가 2002년 월드컵을

45 이 논란을 통해 한국의 동물운동은 곧 개고기 반대 운동 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게 되었고, 현재 활동하고 있는 거의 모든 동물권 운동 단체가 개 식용 문제에 저항하며 태동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설립되어 아직도 한국 동물운동의 중심이 되고 있는 조직으로는 누 렁이살리기운동본부, 동물학대방지연합, 동물자유연대, 한국동물보호연합, 생명체학대방지포럼 (이상 1999년 설립), 동물사랑실천협회, KARA (이상 2002년 설립) 등이 있다. 2005년에는 정부가 식용견 위생관리 방안 을 추진하여 또 한 번 개고기 반대 운동이 불붙게 되고, 그 다음해인 2006년에는 장수동 개지옥 사건 27) 이 터지면서 동물보호법 개정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 그전까지는 형식적 틀만 유지해 왔던 동물보호법이 미약하게나마 동물을 보호하는 기본법의 모양으로 개정된다.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한국 동물운동 단체들의 역량 은 한 단계 더 성장하게 된다. 그 후 조류독감과 구제역 등 가축 전염병에 의한 생매장이 거듭되며 2007년경부터는 농장동물들의 처우에 대한 실태조사와 문제제기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한국의 동물운동은 반려동물 농장동물 실험동물 전시공연동물 등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구조 및 입양 캠페인 항의 서명운동 법 청원운 동 실태조사 법적 상담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 태동은 개 식 용 문제에 집중되어 있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점차 활동의 영역이 확대되 고 세분화 되고 있는 추세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고양이보호협 회 (2005년) 를 중심으로 길고양이와의 공존을 모색하며 개인적으로 활동 하는 이들이 많아졌으며, 환경운동연합 하호 (2000년), 핫핑크돌핀스 (2011년), 동물을 위한 행동 (2012년) 등의 조직이 전시 공연동물들에 앞두고 다시 논란을 일으키며 입법되지 못했다. 그후 2005년에는 국무조정실에 의해 개 등 동 물의 보호와 식용견 위생관리 방안 이 추진되었고, 2008년에는 서울시가 개도 축산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에 축가공법 개정을 건의하는 방안 추진이 추진되었다. 이 모든 시도들에 대 해 동물운동 진영은 동물보호법으로는 애완견을 보호한다면서 식용견은 열악한 축산 시스템에 몰아넣는 모순적 태도 라고 비판한다. 27) 인천에서 개농장 주인이 이전 보상비를 받기 위해 수백 마리 개를 방치해 굶겨 죽이거나 서로 잡아먹도록 만든 사건

46 대한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비판담론을 제기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동물운동은 서구사회에 비해 아직 역사가 짧고 사상적 배경 과 운동의 자원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최근 들어 급격히 높 아지고 있는 시민들의 사회적 관심과 참여로 인해 꾸준한 발전의 단계를 밟고 있다. 앞 장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동물 복지에서 진화한 개념인 동물권 이론 은 동물착취를 규제하는 것이 아닌 명확한 폐지, 동물들의 생활여건의 개 선으로 만족하지 않고 동물의 권리 확보를 요구한다. 하지만 운동 차원에 서 행위 지침이 되기에 현실적이지 못한 면이 있기 때문에, 이론이 아닌 동물권 운동 은 장기적으로는 동물권을 지향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동물복 지를 추구하는 절충적 입장을 보일 때가 많다. 동물권 이론 운동의 출현 으로 일부 동물복지 단체도 급진화되는 경향이 있음을 고려한다면 (그랜 트, 2012) 현실 속에서 동물권 운동과 동물복지 운동이 뚜렷하게 구분되 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동물운동도 마찬가지로 장기적 목적과 단기적 목적 사이에서 절충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데, 과거에는 동물들의 권리보다는 불쌍하기 때문에 도와줘야 하는 존재 로 생각하는 인식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동물 을 인간의 수단이 아닌 본래적 권리가 있는 존재 로 인식하는 경향이 많 아졌다는 점에서 동물권 운동으로서의 성격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47 Ⅳ. 동물의 타자화와 활동가들의 공감 차별은 우리가 아닌 집단에 대해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으로부터 시작되 어 그들에 대한 억압과 지배로 이어지게 된다. 이 장에서는 인간 역시 동 물의 한 종임에도 그들을 타자화하는 구도를 비판적으로 검토한 후, 동물 권 활동가들이 어떠한 경험을 통해 그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게 되고 실천 을 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타자화를 통해 동물은 도덕 공동체의 구성원에서 배제됨으로써 그 이익 이 전혀 고려되지 못하지만, 활동가들은 동물들의 이익, 특히 고통 에 대 해 민감한 고려를 하게 되고 그들을 인간과 같은 구성원으로서 포용하게 된다. 그리고 동물에 대한 공감 이라는 활동가들의 개인적 경험은 이 모 든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1. 동물에 대한 차별과 배제 1) 인간중심주의와 종차별주의 Ⅱ장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열에 기반한 이항대립적 구도 속에서 이루 어지는 타자의 구성은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서 역시 마찬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 관계는 자연(그리고 그 일부인 동물)을 목적이 아닌 수단 으로 받아들이고 본래적 가치가 아닌 도구적 가치만을 인정하는 인간중심 주의(anthropocentrism)의 관점과 연관되어 있다. 인간도 동물인데 마치 아닌 것처럼 이분법적으로 언어화하는 순간 이미 차 별은 시작되는 거고 경계짓기는 시작되는 거고 주변으로 밀어내는 거고. 인 간이 중심에 있고 나머지가 동물인 거잖아요. 야생동물이라는 표현도 우리 가 아닌 애들, 문명의 범주 밖에 사는 애들인 거죠. 야만 과 거의 동격으로. 사실은 문명이 더 야만적인 모습을 많이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에서 받아들이는 야생 의 의미는 거칠고, 열등한, 체계 없는 거, 정리하고 관리해

48 서 이용해야 하는 그런 아직 불모지 같은 것으로 치환되는 것 같애요. 자연 이 그냥 열등한 것들 또는 문명이 아닌 것들로 범주화되면서 동시에 주변화 되는 거지. 사실 문명이라면 고작해봐야 요렇게밖에 안 되는 건데 굉장히 큰 거라고 생각을 하고, 우리보다 훨씬 더 넓고 위대한 영역을 나머지인 야생으 로 밀어넣는 관점에서 모든 문제가 시작이 되는 거죠. <사례 8> 탈식민주의 학자인 사이드(E. Said, 1978)에 따르면, 문명 기술 질서 남성 밝음 등과 같은 긍정적 속성을 가지는 것으로 규정되는 서양은 그 반대적 속성인 야만 신비 무질서 여성 어두움 등으로 규정되는 동양 의 이질성을 거울로 삼아 서양을 권위화하고 동양을 지배해왔다. 이러한 오리엔탈리즘의 개념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권 력의 중심인 인간에게 주변부인 자연은 문명에 대비되는 속성을 지닌 오 리엔탈적 타자로 구성되는 것이다. 야생동물들에 대해 오래 전부터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사례 8>은 인간 과 동물의 구분 그리고 야생동물 이라는 표현에 깃든 야만/문명의 논리에 서 제국주의적 역학을 읽어낸다. 오늘날 특히 선진국에서 야생 이라는 말 은 문명 이 아닌 거의 모든 장소를 일컫는다. 수천 년 동안 인간은 자연 을 길들여 왔고 야생인 것은 무엇이든 경계 통제 밖의 외부에 있는 것으 로 간주되어 왔다 (베코프, 2011). 우리 어렸을 때 보면, 인간이 동물과 구분되는 게 도구를 사용하고 놀이를 하고 뭐 그런 것들이 있었잖아요. 놀이하는 인간,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 나중에 보니까 그게 다 거짓말이더라구요. 동물도 도구를 사용하고 동물도 놀이를 하고... 인간도 동물이지만 걔네들도 다 하는데 마치 그게 인간의 전 유물인 것처럼 인간만 언어가 있고... 아니잖아요, 다. 다 거짓말이었어. 뿐 만 아니라,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유전적으로도 연관돼 있다는 걸... 침팬지와 우리가 뭐 99% 동일한 유전자를 갖고 있다면서요. 28) 이런 걸 보 면 우리가 그냥 함부로 할 수 있는 건 없는 것 같아요. <사례 9> 28) 인간은 오랑우탄과 유전 부호의 96.4%를 공유하며, 고릴라와는 유전적으로 97.7% 똑같다. 침 팬지, 보노보와는 DNA의 98.7%가 일치한다. (피터슨, 2012)

49 <사례 9>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지금까지 - 특히 과학의 이름으로 - 인간과 다른 동물들 간에는 - 인지능력 의사소통능력 감정 문화 자 아인식 등에 대한 - 뛰어넘지 못할 극명한 차이가 있음이 주지되어 왔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최근 수많은 동물행동학자들은 인간과 다른 동물들 간의 차이가 기존 관념만큼 크지 않음을 보고하고 있다. 29) 이와 같이 동물에 대한 차별의 중요한 특징은 - 인간 역시 한 종의 동 물임에도 - 동물과의 유사성은 부정하고 차이를 발명, 강조해 왔다는 점 이다. 그 차이는 동물에게는 이성 영혼 의식 언어가 없다 는 우월함과 열등함의 이분화된 가치에 기반한 것으로서, 이는 자연과 동물에 대한 인 간의 지배와 착취로 연결된다. 이러한 차이 는 소수자의 정치에서 그 출 발점이 되는 것이어서, 예컨대 인종에 따른 차별과 불평등의 작동은 사람 들 사이에 존재하는 사소한 차이를 엄청난 결함인 것처럼 과장하고 열등 하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을 아예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는 행위까지 정당화 해왔다 (박경태, 2009). 이렇게 인간의 우월함에 기반한 차별적 인식에 의해 동물은 우리 공동체 의 바깥에 있는 자, 고통 받아도 괜찮은 집단으로 여겨지게 된다. 동물이 고통을 느낀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걸 무시하는게 문제예요. 예전 데 카르트 때와는 달리 오늘날에는 동물도 고통을 느낀다라는 거를 대부분 아 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거죠. 사람 같은 경우는 좀 멀리 있는 이도 고통에 처했을 때 그것에 대해 안타깝거나 도와야 한다 는 이런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하지만 동물에 대해서는 어릴 때부터 그렇게 주변에서 동물의 고통을 중시하는 거에 대해서 배우지 못한 거지. 그리고 옛 날부터 봐온 다단식 닭장 이런 것들을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잖아요. 그런 방 식으로 동물 키우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던 것이 또 더 나쁜 영향을 주지 않 았을까... 동물은 그렇게 다뤄도 되고 물건 취급 상품 취급해도 된다라고 생 각하게끔 더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짐작을 해보게 돼요. <사례 10> 29) 동물과 우리 자신에 관해 알면 알수록, 우리는 인간과 동물 사이의 경계를 강조하는 이들의 생각과는 달리 동물과 인간이 서로 더 많은 연관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카제즈, 2011)

50 <사례 10>은 은폐 보다 더 큰 문제는 동물은 괴롭혀도 상관없다. 그들 의 고통은 대수롭지 않은 것 이라는 의식이라고 이야기한다. 김효진(2007) 은 동물실험이 만연하게 된 기저에는 동물은 이성도 없고 고통도 느끼지 못 한다 는 데카르트식 인식이 놓여 있지만, 그의 동물기계론 이 황당무계 한 논리로 밝혀진 오늘날에도 연구분야의 동물 이용 실태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지적한다. 결국 사람들이 동물의 고통을 무시하는 것은 그 들의 고통은 신경쓸 일이 아니라고 여기는 종차별주의적 인식 때문 이라 는 것이다 (김효진, 2007). 종차별주의(Speciesism)란 자기가 소속되어 있는 종의 이익을 옹호하면 서 다른 종의 이익을 배척하는 왜곡된 태도 (싱어, 1999) 를 뜻한다. 즉 사람의 피부색이나 성별이 다르다고 해서 이익을 다르게 고려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어떤 존재가 어느 동물 집단에 속하는가에 따라 그 존재의 이익을 다르게 고려해서는 안 된다는 것인데, 특히 한 존재에게 동등한 고려의 권리를 부여하려 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할 중요한 특징은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능력 (capacity for suffering)'이다. 하지만 예컨대 농장 동 물들은 그야말로 비참한 환경에서 잔인한 방법으로 사육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 동물은 열등한 존재 라며 쉽게 정당화되는 현 실인 것이다. 2) 동물의 추방과 배제 동물운동가들은 이 땅이 인간이 지배하는 영역이 되며 동물과 인간이 공 존하지 못하는 공간이 되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일상에서 가장 가까운 관 계를 맺고 있는 반려동물마저 대부분의 공공장소 대중교통에 발을 들이 는 것이 실질적으로 불허되는 상황인 만큼, 다른 동물들이 인간중심의 공 간에서 배제되는 현실은 몹시 심각한 정도이다. 차라리 철저한 개인주의가 나은 것 같아요. 너도 나 침범하지마, 나도 너 침범하지 않을게. 그런데 이런 게 아니라 우리 인간은 피해는 다 입히면서

51 도 너는 절대 나 침범하지 마 이런 거잖아요. 우리가 그동안 하도 무분별 하게 했기 때문에 동물을 보호해야 하는 입장이 된 건데 사실 보호하지 않 아도 되는 상태로 돌아가야 하는 거죠. 그러려면 공존이라든지... 예를 들면 지금 도시에서 유일하게 보는 동물이 비둘기랑 길고양이랑 개들이잖아요. 그 런데 비둘기를 유해동물로 지정해버리고 길냥이도 다 시끄럽다 그렇고 더럽 다고 다 죽이려고 그러고... 공존을 절대 하지 않으려고 하는 거죠. 환경도 그렇고 다 재개발로 남루해지고 그러면서 사람만 살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 런데 과연 이것이 얼마나 갈 것인가. <사례 4> 조사팀과 함께 전국 고속도로 3천km를 완주한 거예요. 세 팀으로 나눠가 지고 한 바퀴를 이틀 동안 다 돌아보자, 그러면 하루 동안에 죽은 동물의 통 계가 나올 것이다 그래서 하루 동안에 과연 고속도로에서 몇 마리의 동물이 로드킬 30) 당하는지 한번 처음으로 확인을 해보자... 그 결과 800마리 이상이 죽었어요. ( ) 사실 대지 자체가 야생동물의 삶터인데, 우리가 거기 일방적 으로 길을 낸 거잖아요. 인간만 사는 땅이 아닌데 산은 다 우리 거야. 생태 계 다양성을 위해서 저는 일정 정도 산을 돌려줄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해요. 일부는 절대야생지구로 해서 인간이 들어가지 말아야 하는 곳으로 묶어둘 필요도 있고... 그럴 수 있는 땅이 얼마나 되는진 모르겠지만. <사례 8> 면접참여자들은 동물이 인간에게 유해한 존재 로 규정되고 31) (사례 4), 인간에게 속도와 쾌적함의 공간인 고속도로에 침범 한 엄청난 수의 동물 들이 생명을 잃음으로써 추방되는(사례 8) 현실을 비판한다. 인간이 동물이 아닌 존재 로 분리되며 그들이 머무는 영역 도 함께 분리 되었다. 인간중심적 관점에서 구성된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인간의 영역 에서 동물들을 배제하고 추방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추방이 지배 집단 이 통제하는 영역에서 소수자들을 몰아내는 것으로서 영역의 바깥으로 쫓 아내는 것이라면, 배제는 외부의 이방인들이 아예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것을 뜻한다 (박경태, 2007). 인간 소수자 집단들이 그렇듯 오늘날 야생동 물들은 얼마 남지 않은 빈약한 야생 의 땅으로 추방되었고, 인간이 점유하 30) roadkill. 동물이 인간의 도로 위에서 자동차 등에 치여 사망하는 것. 31) 현재 까치 비둘기 멧돼지 등 유해야생동물 로 지정된 동물들은 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으면 법 적으로 포획이 가능하다

52 고 있는 넓은 공간으로 혹시라도 넘어오면 죽임을 당하거나 운이 좋다면 재추방 당하게 된다. 하지만 이 땅이 인간만의 땅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인간중심적인 시각일 뿐이고, 동물의 입장에서는 모두가 주인인 공간을 침탈 당한 (사례 10)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에 가서 느낀 게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동물들이 자유 롭고 너그럽게 받아들여진다는 점이었어요. 학교 매니저들이 동물들을 학교 에 데려오고 고양이 산책시키고 뭐 이런 모습들이 너무 자연스러웠고, 교수 가 자기 개가 아파 휴강한다는 얘기에 다 아무렇지도 않은 거예요. 또 고양 이들은 집 안팎을 왔다갔다 하면서 살기도 하잖아요, 도시에서. 그곳은 그렇 게 해도 큰 문제가 없는 분위기라는 점이 되게 부러웠어요. 보면 외국은 주 인 없는 개나 고양이들이 지역에서 생활해도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동물들도 우리나라만큼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사례 9> 동물을 무서워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죠. 작은 개인데도 불구하고 무서워서 만지지도 못하고 그런 사람들도 의외로 많이 있어요. 그런데 무서우면 무서 운 걸로 그쳐야지 그게 또 공격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에... 예전부터 동네에서 개나 고양이를 사람들이 삽으로 때려죽이고 그런 얘기들 이 심심찮게 들리거든요. 그러면 진짜 위협을 느낀다면 스스로 무슨 안전장 치를 마련하든지, 동물은 공격하는 것도 아니고 피해 다니잖아요 솔직히. 그 거를 보지 못하고 조금이라도 위협감을 느끼면 서슴없이 죽여도 되는 걸로 생각을 하는. 그게 문제인 거를 알아야 되는데. <사례 2> <사례 9>와 <사례 2>는 외국의 경우 길에서 생활하는 동물들을 포획해 죽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경우도 많은데, 우리 사회의 경우 그것 을 안전의 침해 로만 받아들이는 정도가 너무 심하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이들 외에도 동물 문제에 관심 있는 많은 이들이 고양이가 사람을 보고 이렇게 도망가는 나라는 거의 없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세계 여 러 나라를 가보아도 우리처럼 주위의 동물들에 대해 혐오와 공포심을 가 진 나라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들은 사람들의 무릎에 고양이가 앉아 서 음식을 나누어 먹는 것까지 바라진 않지만 최소한의 학대는 피해야 한 다고 주장한다. 32)

53 또한 활동가들은 반려동물과 유기동물들에 대해 위생과 안전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소탕 하는 많은 사례들을 접하며, 인간의 통제권을 벗어나 있는 동물을 지나치게 위험한 존재로 인식하는 것에 대해 경계한다. 관련 하여 2008년 경기도 안산시 시화호 일대에 유기견들이 출몰하자 동물보호 법에 따른 포획 및 후속 과정을 밟지 않고 즉각 유해동물 로 지정, 사살 한 사례 등이 있다. 최근에는 사람에게 버려진 뒤 북한산에서 등산객들에게 밥을 구걸하는 개들이 북한산 무법자, 야생들개 공포, 들개떼 떼지어 위협 등과 같은 방식으로 언론을 통해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으로 재현되며 문제가 되 었다. 2008년 거문도 33) 에 고양이 수가 늘어나 논란이 일자 이 소식을 전하는 뉴스보도를 통해서도 언론의 동물 재현 방식은 확인된다. ( ) 5년 뒤 다시 개체가 늘어나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TV 뉴스 34) 는 거문도 고양이를 공포영화의 주인공처럼 그리기도 했다. 사람을 노려보는 눈매가 매섭습니다 와 같이 편견 섞인 멘트를 흘리거나, 고양이가 등장하는 장면에 음산한 배경음악을 깔고, 하품하는 고양이 얼굴에 뜬금없이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오버랩하는 식이었다. 뉴스들은 하나같이 살처분만이 해결책 이 라는 관점에서 편집 됐다. 35) 생태계가 지금 파괴가 되고 있잖아요. 자꾸 무분별하게 땅을 판다거나 강을 판다거나 산을 없애고 나무를 뽑는 바람에 자연 재해도 더 쉽게 오고. 우스 운 얘기 같지만 되게 중요한 게, 사람들이 도토리를 하도 주워가서 다람쥐가 먹을 게 없으니까 자꾸 내려오잖아요. 그러면 사람들이 인제 길을 들여놓는 단 말이에요. 먹을 거를 준다거나 그러면 얘네는 도심 속에서 계속 왔다갔다 하는 거예요. 그러면 로드킬 당하고 누군가의 장난감이 될 수도 있고 죽을 32) 고양이가 사람을 보고 도망가는 나라는 한국뿐 (나영준. 오마이뉴스 ) 33) 거문도에는 원래 고양이가 없었지만, 주민들이 쥐를 잡으라고 고양이를 들인 뒤 개체가 늘어 나자 2003년 길고양이 500마리를 잡아 도살처분한 바가 있다. 34) 거문도, '고양이의 역습' (MBC 뉴스데스크, ) 35) 780마리 생명이 너무 무겁다 (고경원, 한겨레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