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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아카이브 보라 여성영화 가이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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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성 인 지 적 영 화 읽 기 여성영화 가이드북 인쇄 2011년 11월 11일 발행 2011년 11월 15일 발행인 이혜경 변재란 책임편집 손희정 감수 변재란 교정 박아녜스 디자인 흑석동작업장 발행처 (사)서울국제여성영화제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창천동 아트레온 B2 전화 팩스 홈페이지 이메일 Copyright c 2011 (사)서울국제여성영화제 본 책자는 한국여성재단 후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

4 차례 아카이브 보라 영화를 통해 보는 여성주의 여성운동 몸 섹슈얼리티 세계화, 노동, 이주 성폭력 가족 환경 평등과 연대 참고 작품 목록 찾아보기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저자소개

5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아카이브, 아카이브 보라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영화제가 열리는 서울이라는 지역적 한계와 8일간이라는 시간적 한계를 넘어 보 다 다양한 장소에서, 더욱 많은 관객과 상시적으로 만나기 위해 아카이브 보라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 카이브 보라가 보유하고 있는 140여 편의 여성영화는 역대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상영작 가운데 작품성 및 문제의식, 사회 현안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과 태도 등을 기준으로 엄선된 작품들로, 이외에도 더욱 다 양한 작품을 보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들 작품은 아카이브 보라가 전국 곳곳으로 직접 찾아 가는 찾아가는 상영회 와 여성단체를 비롯한 비영리 단체, 지방자치단체, 사회운동단체, 학교, 개인, 기 업 등의 요청에 따라 대상과 주제에 맞게 맞춤 기획하는 기획 상영회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뿐만 아 니라 교육 및 비영리 목적으로 자유롭게 유료 대여할 수 있습니다. 아카이브 보라의 보유 작품 목록은 서 울국제여성영화제 홈페이지 ( 확인할 수 있으며, 이용에 관한 자세한 문의는 이 전화( )로 하시기 바랍니다. 아카이브 보라, 성평등 교육 교재, 여성영화 가이드북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그간 아카이브 보라에 보내주신 뜨거운 관심과, 아카이브 보라의 작품을 상영할 때 이들 영화에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이드를 제공해 달라는 요청을 바탕으로 성평등 교육 교재 아카이브 보라 여성영화 가이드북 을 기획했습니다. 교재는 여성운동, 몸, 섹슈얼리티, 세계화 시대의 노동과 이주, 성폭력, 가족, 환경, 평등과 연대 등 모두 여덟 개의 카테고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여덟 개의 카테고리는 여성운동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 지고 있는 주제이자,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중점적으로 주목하고자 하는 여성주의 의제이기도 합니다. 각 주제별로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그 주제가 놓여 있는 맥락과 의의가 설명되어 있으며, 해당 주제에 접 근하기에 적합한 아카이브 보라 작품을 선정, 그에 대한 해설이 첨부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아카이브 보 라 성평등 교육 교재 여성영화 가이드북 은 작품을 미리 선정하고 그 작품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라는 접 근이라기보다는, 논의할 만한 여성주의 주제에 맞는 아카이브 보라의 작품을 소개하는 접근 방법을 취하 고 있습니다. 그러나 개별 작품을 여성주의적으로 읽어 낼 수 있는 관점이 제시되어 있기 때문에, 반대의 접근을 원하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물론 교재가 제시하는 관점 이외에도 다양한 해석과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교재는 그야말로 가이드 를 제공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더 다양한 독해와 관점의 접목을 시도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아카이브 보라 성평등 교육 교재 여성영화 가이드북 이 여성영화를 활용한 여성주의 교육의 활성화에 기여하기 를 기대합니다. 3

6 영화를 통해 보는 여성주의 여성운동 몸 섹슈얼리티 세계화, 노동, 이주 성폭력 가족 환경 평등과 연대

7 여성운동 몸 섹슈얼리티 세계화, 노동, 이주 성폭력 가족 환경 평등과 연대 여성운동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을까요? 왜 여성을 이름으로 내건 사회운동이 필요한 걸까요? 그리고 여성 주의는 무엇일까요? 여성주의는 배제 와 기회의 박탈 에 대한 저항에서 시 작되었습니다. 여러분이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예전에는 여성에게 투표할 수 있는 권리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없었습니다. 여성은 이렇게 선거나 교육과 같은 공적 영역에서 남성과 동등하지 않다는 데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한마디로 여성들은 2 등 시민이었던 셈이죠. 현 사회에서는 아직도 많은 영 역에서 여성에 대한 배제 와 기회의 박탈 이 의식적으 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행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 회 영역 어디에서 이러한 성비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으 며, 그 원인은 무엇인가를 짚어 보는 것 또한 오늘날 여 성운동의 몫입니다. 편적 인간 이 일반적으로 남성 을 지칭해 왔으며, 그 남 성의 권리만이 인권으로 구성되어 왔다는 것을 문제시 하면서 개인/인간/인권의 의미가 지닌 허구성을 지적하 고 이를 개선하고자 노력해 왔지요. 더불어 오랫동안 뿌 리 깊게 존속되어 온 남성 가장 중심의 가족 이라는 통 념이 갖고 있는 한계와 여성에 대한 제약을 과감하게 드 러내는 일 또한 오늘날 여성운동이 감당해야 할 몫이며 존재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여성운동이 여전히 요구되고 또 필요한 사회 영 역은 어디일까요? 과연 여성운동이라는 이름이 사라져 야 할 정도로 우리는 높은 성평등 의식을 갖고 있는 걸 까요? 여성운동의 역사 는 다른 역사, 예를 들어 한국사 나 인권운동의 역사 등과 어떻게 다를까요? 이러한 문 제의식을 바탕으로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상영된 영 화들을 함께 보면서 토론의 장을 마련해 볼까 합니다. 여성운동은 무엇보다 남성의 역사가 인류 보편의 역사 로 여겨지는 역사 인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왔습니다. 쉬운 예로 남성 영웅들로 넘쳐 나는 위인전이나 역사 기 록에 대해서 떠올려 봅시다. 우리는 역사가 마치 남성만 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온 것처럼 오해하기 쉽습니다. 그 러나 인류의 역사는 남성과 여성, 그리고 다양한 성들이 공존하면서 이룩해 온 것이지요. 우리는 이런 문제제기 속에서 여성들의 역사가 보편 역사 인 남성의 역사와 분리되고 독립된 형식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한 역사적 시기에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그 보편 역사 에 개입하는 방식으로 형성되어 온 것이라는 사실을 이 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여성운동은 보편적 인간의 인권 을 말할 때 이 보 5

8 영화를 통해 보는 여성주의 1. 여성주의, 자랑스러운 이름 속도 무제한 페미니즘 Unlimited Girls 파로미타 보라 인도 분 컬러 다큐멘터리 한국어 자막 난이도 대중성 대상 연령 12세 이상 줄거리 무료하고 불만족스러운 삶을 보내던 피어리스는 어느 날 우연히 찾아든 웹사이트 채팅룸에서 우리는 왜 페미니스 트이기를 주저하는가? 라는 질문과 마주치게 된다. 그리 고 이 질문에 사로잡힌 피어리스는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서서 택시 운전사에서부터 출판업자에 이르기까지 다양 한 여성들을 만나 페미니즘에 대해 논의한다. 파로미타 보라 Paromita VOHRA 인도 뭄바이 출신의 감독이자 작가로 성, 정치, 도시 생활 과 대중매체 같은 주제들을 다룬 작품들을 발표해 왔다. 그 녀의 초기 연출작으로는 인도, 남아프리카, 미국에서의 여 성들의 법적인 전략을 다룬 다큐멘터리 <여성의 자리>, 뭄 바이 직물공장 지대에서 일하는 식당 종업원 여성들에 관 한 영화인 <안나푸르나: 음식의 여신>, 실연을 당한 여자와 그녀의 심리치료사, 그리고 그의 시계에 관한 단편인 <시간 에 관한 단편영화> 등이 있다. 초점 예전에 비해 여성들은 많은 자유를 누리며, 사회 많은 부분에서 남녀평등이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사람들 은 이런 자유와 평등 이 자연스럽게 역사가 진행되면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속에는 수많은 여성 들의 고통과 투쟁의 역사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역사 에는 여성주의의 이론적, 실천적 운동이 함께 해 왔지 요. 하지만 요즘에 와서 많은 여성들은 여성주의자 라 는 이름을 부담스러워 합니다. 그들은 여성주의라는 이 름이 자신을 규정하고 오해를 만들어 낸다고 생각하지 요. 비록 여성주의 자체에는 동의하고 자신이 여성주의 의 수혜자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여성주의자이기 때 문에 짊어져야 하는 짐을 나누려고 하지는 않는 것입니 다. 더군다나 여성주의와 자신의 권리를 내세우는 여성 에 대한 고정관념 및 일정 정도의 혐오는, 여성들 내부 의 여성주의에 대한 오해와 거부감을 만들어 내기도 합 니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과연 옳은 것일까요? 여성주 의가 이루고자 했던 많은 가치들이 자연스러운 것이 되 어 가고 있는 지금, 우리는 여성주의가 이룩해 온 것들 을 제대로 평가하고, 앞으로 해 나가야 할 것에 대해서 고민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6

9 여성운동 함께 이야기해 봅시다 (1) 최초의 여성 소설가, 최초의 여성 감독, 최초의 여성 택시 운전사, 최초의 여성 정치가 등 최초 의 여성들을 (4) 여성사 전시관처럼 여성의 역사를 다룬 전시장이나 박물관 등을 견학하고 여성의 역사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 함께 고민해 봅시다. 꼽아 볼까요? 연관 추천 영화 (2) 사회에 기여한 인물 중 기억나는 여성은 누가 있나 요? 누구의 부인, 누구의 어머니, 누구의 영부인이 아 닌 그 여성의 이름으로 사회에 헌신한 공적 여성 인물 은 누가 있을까요? : 한국 여성운동의 성과 중 하나는 여성부라는 정부기관 의 창설에 있습니다. 여성의 인권과 성차별 등 제반 여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창설된 이 기관은 지금은 여성가 족부 라는 이름으로 변경돼 운영되고 있지요. 현재 여성 가족부는 UN에서 권고조치를 받은 바 있습니다. 여성을 억압하는 가부장제 가족 제도 안으로 오히려 여성을 포 섭하고, 그 관점에서 여성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지 요. 여성과 가족은 분리할 수 없는 것인가요? 가족은 여 성의 영역일까요? 이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고, 가 족 안의 여성이 아닌 공적 영역에서의 여성에 대해서 이 야기해 봅시다. <청연>(윤종찬, 드라마, 133, 2005)은 한국 최초의 파 일럿 박경원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청연>은 작 품성이 뛰어날 뿐 아니라 여성 캐릭터 역시 매우 매력적 이지만 개봉 당시 박경원이 친일파였다는 민족주의 담 론에 묻혀 흥행에는 실패했습니다. 한 여성이 남성 중 심적인 사회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어 가는 이야기 대 한 조선인이 일제 강점기에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일제에 충성하는 이야기 라는 관점으로 이 영화가 친일 파에 대한 영화인지, 한 여성에 대한 영화인지 함께 토 론해 보아도 재미있겠지요. 이외에 아카이브 보라의 <법조계의 자매들>(킴 론지노토 플로렌스 아이시, 다큐 멘터리, 104, 2005), <안티 미스 아메리카>(뉴욕 뉴스 릴, 뉴스릴, 6, 1968), <메디나의 여성들>(달릴라 엉나 드르, 다큐멘터리, 60, 2001)도 여성주의자들의 활동 에 대해 다루고 있으므로 추천합니다. (3) 여성주의는 여전히 필요한가요? 그렇다면 여성주의 는 어느 때 가장 절실하게 필요할까요? 7

10 영화를 통해 보는 여성주의 2. 여성주의, 그 끝나지 않은 길 법조계의 자매들 Sisters in Law 킴 론지노토, 플로렌스 아이시 카메룬, 영국 분 컬러 다큐멘터리 한국어 자막 난이도 대중성 대상 연령 12세 이상 줄거리 아프리카 카메룬의 작은 마을 쿰바. 매 맞는 아내 아미나, 강간 피해자 소니타, 이모에게 상습적으로 구타를 당하는 그레이스가 그곳에 살고 있다. 이들은 전통적인 관습 속에 서 남편이나 어른에게 대항하지 못하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신들의 가해자를 신고하고 법정에 세운다. 이들이 이렇 게 용기를 낼 수 있게 된 데에는 그들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 으며 용기를 주는 법조인 베라 검사와 베아트리스 판사가 있다. 그들은 법의 이름으로 가해자들을 단죄하고, 자매의 이름으로 피해자들을 보호한다. 킴 론지노토 Kim LONGINOTTO 현재 활동하는 다큐멘터리 감독 중 가장 걸출한 작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는 킴 론지노토의 대표작에는 <잊 지 못할 그날> <이란식 이혼> <드림 걸즈> <신주쿠 소년들 > 등이 있다. 플로렌스 아이시 Florence AYISI 카디프의 흑인 영국 안무가에 대한 다큐멘터리 <반향>을 공동 연출했으며, 2005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 하여 단편영화 <나의 어머니>를 연출했다. 초점 매 맞는 아내 아미나, 이웃집 남자에게 강간을 당한 소 니타, 그리고 이모의 상습적 폭행에 노출되어 있는 그레 이스. 이들이 자신에게 폭력을 행사한 사람들을 신고하 고 단죄받도록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살고 있는 아프리카 무슬림 사회는 여전히 가부 장제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가족관과 세계관이 지배하 고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아내가 남편을 소송하는 것 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고, 강간당한 여성이 피해 사 실과 가해자를 밝히는 것 역시 어려운 일입니다. 주변의 사람들과 환경 역시 그들로 하여금 입을 다물고 현실에 순응하며 살라고 강요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용기를 내 어 자신이 겪은 부당한 폭력을 폭로합니다. 그들에게는 비극적인 피해자 역할을 하는 대신 부당한 폭력과 억압 에 반기를 들 수 있도록 격려하고 용기를 준 법조계의 자매 인 베라 검사와 베아트리스 판사가 있기 때문입니 다. 이들은 법의 이름으로 가해자들을 단죄하고 자매의 이름으로 피해자들을 보호하지요. 우리는 영화를 통해 쿰바의 작은 법정에서부터 불기 시작한 아프리카 여성 의 긍정적인 변화와 힘을 볼 수 있습니다. 여성주의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살아 있는 운동입니다. 세계 각지의 노골적인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여성에서 부터 보이지 않는 차별과 싸워야 하는 여성에 이르기까 지, 여성주의가 가야 할 길은 아직 멉니다. 그러나 더 중 8

11 여성운동 요한 것은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싸 움을 함께하며 서로에게 힘을 줄 여성들이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그것이 여성주의의 가장 중요한 의미와 가치 이기도 하겠지요. 연관 추천 영화 아카이브 보라의 <산다는 것은>(엘리 랜드, 애니메이션, 4, 2005)은 실제 당사자의 인터뷰와 함께 아프리카 여 성 할례 문제를 다루고 있는 짧은 애니메이션입니다. 가 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의 몸을 통해 이루어지는 억압의 함께 이야기해 봅시다 (1) 여성주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여전히 필 요한 운동일까요? :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권리와 다소간의 평등함은 한 국 여성주의의 성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 이 자연스러운 역사적 발전 과정 이라고 오해하면서 여 성주의를 인정하기를 꺼려하지요. 여성주의에 대해서 다 시 이야기해 보고 재평가하는 것은 성을 둘러싸고 여전 히 계속되고 있는 부조리함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필요 한 일일 것입니다.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아 카이브 보라는 가부장제 하에서 여성들에게 직접적이 고 가시적으로 폭력과 억압이 가해지는 현실을 담은 작 품을 다수 보유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일부다처 제를 고발하는 <공유하는 사랑>(니아 디 나타, 드라마, 120, 2006), 가정 내 폭력을 다루는 대만영화 <묘자리 소동>(초우 써웨이, 블랙코미디, 33, 2008), 아프리카 전통 설화를 바탕으로 가정 내 여성 노동력 착취를 그 린 판타지 영화 <카레 카레 즈바코: 옛날 옛적에>(치치 단가렘바, 판타지, 30, 2004)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2) 일상적으로 성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느끼나요? 일 상적으로 경험하는 성차별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3) 오늘날을 남녀 역차별의 시대 라고 이야기하는 사 람들도 있습니다. 역차별 이라는 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9

12 몸 우리는 흔히 몸을 부모가 물려준 것, 다시 말하면 생물 학적으로 자연스럽게 갖고 태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합 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색 이라고 말할 때 황인, 흑인, 백인에 따라 살색이 모두 달라지는 것처럼 몸에는 여러 종류의 몸이 있고, 그 몸들은 사회적으로 서로 다른 의 미를 부여받게 됩니다. 그 구별이 분명하게 나누어지지 는 않지만 여자의 몸/남자의 몸/트랜스젠더의 몸, 마른 몸/뚱뚱한 몸/근육질의 몸, 자연적인 몸/인공적인 몸, 동성애자의 몸/이성애자의 몸, 장애인의 몸/비장애인 의 몸, 까무잡잡한 몸/하얀 몸 등 엄청나게 다양한 몸 들이 존재하고, 어떤 몸들은 사회적 차별을 받기에 문 제가 되기도 합니다. 모두 알다시피 현재 우리 사회에서 몸은 그 어느 때보 다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숭배 에 가까 운 몸에 대한 이와 같은 집착에 무조건적으로 휩쓸리지 말고 왜 어떤 몸들은 다른 몸에 비해 차별을 받는지, 내 몸이 대중문화나 소비문화 혹은 사회적 편견에 의해 어 떤 영향을 받는지, 그리고 내 몸은 정말로 무엇을 원하 고 어떤 다른 능력을 갖고 있는지를 생각하고 느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오늘날 몸에 대한 관심 중에서도 몸매 관리와 외모 가꾸기에 대한 관심은 꺼지지 않고 있으며, 국내의 성형 을 비롯한 육체산업은 나날이 비대해지고 있죠. 전 세계 에서 인구 대비 성형외과 의사의 수가 가장 많은 국가가 한국이며, 한 설문에서 90% 이상의 대학생이 미용성형 을 긍정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는 것은 매우 10

13 여성운동 섹슈얼리티 세계화, 노동, 이주 성폭력 가족 환경 평등과 연대 충격적입니다. 젊고 늘씬한 몸만을 이상적이고 경쟁력 입니다. 있는 몸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점점 더 커져 가고 있는 듯 합니다. 얼짱, 몸짱, 동안 열풍, 다이어트 식단, 모델 몸 매, 포토샵 보정 등의 용어가 유행하는 데서도 우리 사 회의 몸에 대한 강박을 볼 수 있지요. 실제로 거식증, 폭 식증, 성형 부작용 등 많은 고통이 뒤따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러한 외모 지상주의 열풍에 기꺼이 몸을 내 주고 있습니다. 특히 외모에 대한 평가는 여성에게 더욱 가혹하게 이뤄지고, 외모 관리에 대한 암묵적 강요 역 시 받고 있기 때문에 여성들은 몸과 관련해 더 많은 스 트레스를 받습니다. 심지어 성형이나 과도한 다이어트 가 웰빙, 자기 관리나 자기 계발, 자아실현, 자존감 회복 등으로 자연스럽게 포장되면서 외모도 능력이라는 식 으로 공공연히 이야기되고 있죠. 농담조로 이야기되는 몸매가 착하다 라는 표현은 매우 상징적입니다. 내면 에 대한 묘사가 외모로 환원되고 있는 것이니까요. 외모 에만 강박적으로 신경 쓰는 것도 문제이지만 외모의 권 력화가 지속되면 외모 외의 다른 잠재적인 능력들은 제 아름답다 는 기준은 과연 무엇일까요? 소수만이 해당 되는 천편일률적인 미의 기준을 정해 놓고 그에 미치지 못하면 열등하고 자기 관리를 못하는 실패자로 취급한 다면 그것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지루함이나 편협함 아 닐까요? 차이와 개성을 인정하는 아름다움을 식별하는 눈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여성의 삶과 자아 정체감에서 외모에 지나치게 많은 비중을 둔다면 돈과 노력을 들여 자기를 계속해서 관리해야 하는 물리적(거식, 폭식증, 성형 후유증 등), 심리적(자기 비하) 고통의 굴레에 들 어갈 겁니다. 자발적으로 자신을 성적 대상으로 만드는 일이기도 하죠. 또한 이러한 현상은 여성의 경우 아이를 낳은 어머니의 몸과 젊고 늘씬한 몸만을 이상화하며 여 성의 사회문화적 생명을 단축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습 니다. 몸에 등급과 위계를 매기는 일은 노동하는 몸, 장 애인의 몸, 특정 인종의 몸, 동성애자의 몸, 늙은 여성 등 소수자의 몸을 배제하고 소외시킵니다. 대로 평가받지 못하거나 개발되지 못할 수도 있겠지요. 또한 외모 외에 다른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내 몸의 능력이나 쾌락이 무시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특히 여성이 몸과 관련해 왜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지, 남성 중심적인 몸 외의 다른 몸을 어떻 게 상상할 수 있을지, 외모 때문에 생기는 불이익을 없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아마 도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차이를 인정하지 못하는 시선 들, 여성의 몸에 대한 성적 대상화, 천편일률적인 미의 애기 위해 사회문화 제도를 바꾸는 실천을 어떻게 이룰 수 있는지, 외모 가꾸기 외에 내 몸의 진정한 쾌락과 활 용은 어떻게 개발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기준을 조장하는 대중문화, 성형을 비롯한 육체산업 시 장의 성장, 외모를 하나의 자산이나 신분 상승 도구로 삼게 만드는 사회의 극심한 경쟁 등을 꼽을 수 있을 것 11

14 영화를 통해 보는 여성주의 100개의 다른 코 Flawed 안드레아 도르프만 캐나다 분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한국어 자막 난이도 대중성 대상 연령 12세 이상 1. 여성의 몸과 성형 오버 더 힐 Over the Hill 서니 베르히만 네덜란드 분 다큐멘터리 한국어 자막 난이도 대중성 대상 연령 18세 이상 줄거리 애니메이션 감독 안드레아 도르프만은 성형외과 의사와 연 애를 하면서 성형이라는 의술, 그리고 자신의 외모와 관련 해 지금껏 가져 온 콤플렉스에 대해 성찰하고 질문하게 된 다. 특히 미용성형에 거부감을 갖고 있던 그녀는 연인이 한 남자아이의 큰 귀를 성형해 주었다는 소식에 혼란과 고민 에 빠지면서 어렸을 때부터 놀림을 받아 온 자신의 큰 코에 대해 새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줄거리 <오버 더 힐>은 자신의 외모에 만족할 수 없는 모든 여성들 의 고민에 대한 영화이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 는 기치 아래 다큐멘터리 제작을 해 온 네덜란드의 서니 베 르히만 감독은 34세에 접어든 자신의 얼굴과 몸을 문제로 놓으면서, 오늘날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핵심적인 테크 놀로지인 성형 수술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과연 성형 수술 과 포토샵은 모두를 아름다워지게 만들어 주는 민주적 기 술인가? 아니면 여성들을 동일한 미의 기준에 가두는 고통 안드레아 도르프만 Andrea DORFMAN 스러운 감옥인가?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애니메이션 감독. <파슬리의 나날들 >(2000), <그 애를 사랑해>(2003) 등을 제작했다. 현재 캐 나다 국립영화협회의 애니메이션센터에서 일하고 있으 며, 노바스코티아 예술디자인학교에서 영상 제작을 교육 하고 있다. 서니 베르히만 Sunny BERGMAN 1978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출생. 위트레흐트 저널리즘 학교를 졸업하고 1999년부터 다양한 다큐멘터리 작업을 해 오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 <익 헵 인 플랜>(2003), <판 피 어 안 피어데어>(2006) 등이 있다. 12

15 몸 초점 성형과 여성의 몸이라는 동일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100개의 다른 코>와 <오버 더 힐> 모두 감독 자신의 솔 직한 심정과 경험담을 통해 대중적 공감을 불러일으키 는 다큐멘터리입니다. 그러나 상영시간, 표현 방식, 소 재의 수위에 있어서는 두 영화가 분명한 차이를 보이기 과를 낳는지를 우리 사회 속의 모순적 표현이나 유행 어, 대중문화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필요 하지요. 또한 자연스러운 혹은 실재하는 몸 vs. 인공적 인 몸 과 같은 이분법적인 입장 또한 그 구분이 명확하 지 않으며 몸의 우위를 가르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 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때문에 관객/교육 대상에 따라 적절하게 영화를 선택해 야 합니다. 단편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인 <100개의 다 른 코>는 남녀노소 모두 좋아할 수 있는 일러스트를 활 용하고 있어 이해가 쉽습니다. 특히 이 영화는 몸을 통 한 차이의 인식, 차이의 수용과 개성, 성형과 자긍심 간 의 상관관계, 성형 자체에 대한 인식, 재건성형과 미용 성형의 차이 등에 대해 쉽고 솔직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반면 <오버 더 힐>은 나이/노화와 성적 매력, 여성의 성 적 대상화, 광고, 텔레비전, 영화 등의 시각 대중문화가 행하고 있는 여성 이미지 왜곡, 포르노산업이 부추기고 있는 질 성형 등 소재의 수위가 높고 더 복잡하기 때문에 성인 여성 대상의 교육에 적절합니다. 성인 대상의 교육 에서는 두 영화를 모두 상영한 후 토론해도 무방합니다. 성형과 여성의 몸에 대해 토론하면서 유념해야 할 것은 성형을 개인의 문제만으로 떠넘겨 도덕적 판단을 해서 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성형이나 다이어트 같은 외모 관리에 매달리게 하는 사회적 조건이 무엇인지 고 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외모에 대한 강박이 어떤 결 함께 이야기해 봅시다 (1) <100개의 다른 코>에는 피부암을 앓은 여자와 못에 찔린 남자의 신체를 재건해 주는 성형과 아이의 큰 귀 를 작게 만드는 미용성형이 나옵니다. 두 성형 간에 차 이가 있을까요? 차이가 있다면 과연 어떤 차이일까요? : 성형에는 여러 목적이 있습니다. 재건성형과 미용성형 이 있지요.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미용성형의 비 율이 과도하게 높습니다. 이와 관련 성형의 다양한 목적 과 이유에 대해서 이해를 높이고, 조사도 해 보도록 합시 다. 한국은 미용성형 시장으로만 따진다면 OECD 국가 에서 3~5위 내에 든다고 합니다. 이렇게 커진 시장은 당 연히 돈을 벌기 위해 소비자를 개발할 방법을 찾을 수밖 에 없습니다. 구체적인 단가를 제시하며 공공장소에 급 격히 늘어난 성형 관련 광고들이나, 성형을 당연하게 생 각하는 연예인들의 발언(연예인을 무료로 성형해 주고 홍보 효과를 노리는 성형외과 병원들)에 대해 어떻게 생 각하는지 토론을 유도해 보도록 하세요. 13

16 영화를 통해 보는 여성주의 (2) 자신의 외모에 만족하나요? 만족하지 않는다면 성 형을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까? 의료기술을 통해 고치 고 싶다면 어떤 부분을 고치고 싶나요? 왜 자신의 몸에 대해 불만을 갖게 되었는지(혹은 만족하는지) 이야기해 보세요. 더불어 성형은 자기 관리, 자긍심, 자아실현 등 의 단어와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 <100개의 다른 코>에서 주인공은 어렸을 적 자신처럼 큰 코를 가진 친구가 성형을 하자 자기 외모에 대한 자신 감을 잃게 됩니다. 친구의 성형은 자신이 잘못된 것처럼 여기게 만들었기 때문이죠. 성형은 외모의 기준을 만들 어 놓고 그에 맞지 않는 사람들의 자신감을 잃게 하는 것 다, 이상하다는 표현의 기준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왜 어떤 몸은 아름답고 다른 몸은 아름답지 않게 여겨질까 요? 과연 보편적 미라는 것이 존재할까요? : <100개의 다른 코>에서 백인인 주인공은 피부가 까무 잡잡한 친구의 몸을 보며 처음으로 차이를 느낍니다. 이 차이가 차이로 여겨지지 않고 우월한 몸/열등한 몸, 아름 다운 몸/추한 몸, 경쟁력 있는 몸/나태한 몸 등으로 위계 지어 지는 사회에 대해 토론해 보도록 합시다. 또한 성형 이나 포토샵 같은 기술을 이용해 미의 기준을 균일하게 만드는 것이 다양한 차이를 지닌 몸, 혹은 소수자의 몸을 소외 혹은 배제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같이 논의해 봅시다. 아닐까요? 그렇기 때문에 성형을 하고 나서도 만족감을 느끼지 못해 성형 중독에 걸리는 것이 아닐까요? 외모가 자아 정체성의 지나치게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면 다른 능력이 간과되거나 내 몸의 다른 기능, 혹은 즐거움이 무 시되는 건 아닌지 생각해 봅시다. 내 몸이 외모 가꾸기 외 에 다른 어떤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지, 또 다른 어떤 능력 이 있는지 이야기해 보도록 하세요(힘 쓰기, 노동, 운동, 성적 쾌락 등). 또한 성형을 권하는 사회가 왜 만들어지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어 봅시다. (4) 여성적 매력, 남성적 매력은 어디에서 발산되는 것 일까요? 그것은 나이와 상관이 있을까요? 여성성, 남성 성을 강조하기 위해 자신이 인위적으로 행하는 노력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 그리고 여기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지 이야기해 보세요. : <오버 더 힐>에서 30대 중반인 주인공은 자신을 바라보 는 남성들의 시선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느낍니다. 동안을 강조하는 사회에서 나이가 든 몸은 경 쟁력이 떨어지고 심지어 성적 매력도 사라지는 것으로 (3) 다른 사람들과 자신의 몸의 차이를 느낀 것은 언제 인가요? 그 차이들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는지 이야기 해 보세요. 또한 외모가 아름답다, 개성 있다, 자연스럽 여겨집니다. 주름과 처진 몸은 공공의 적이 된 지 오래지 요. 이런 현상은 여성의 사회적 나이를 단축시킵니다. 나 이가 든 여성은 사회에서 경쟁력을 잃고 퇴출 위기에 처 14

17 몸 하기 때문이죠. 연관 추천 영화 <펀치>(리우 웨이잉, 애니메이션, 5, 2010)는 엘리베이 (5) 무엇이 우리에게 천편일률적인 미를 강요하고 있을 까요? 또 이 사회가 강요하는 외모 지상주의나 여성의 성적 대상화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실천으로는 어떤 것이 있는지 조사해 보고, 이야기해 봅시다. : 포토샵, 성형, 메이크업, 다이어트 등 미 와 관련한 여 러 노력들이 행해지죠. 또한 대중문화와 육체산업, 그리 고 무엇보다 과도한 경쟁은 이러한 현상을 부추기고 있 습니다. 이에 대해 논의해 보도록 하세요. 또한 이러한 분 위기에 반기를 든 안티 미스코리아나 월경 페스티벌 같 은 여성문화운동 등의 실천 역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조사하고 토론해 보도록 하세요. 터와 버스에서 타인의 불편한 시선을 받은 뚱뚱한 여자 의 반격을 유쾌하지만 쓸쓸하게 담고 있는 애니메이션 이며, <그녀의 무게>(임순례, 드라마, 23, 2002)는 취업 때문에 쌍꺼풀 수술과 다이어트를 할 수밖에 없는 한국 젊은 여성의 씁쓸한 상황을 코믹한 톤으로 그리고 있습 니다. 또한 다소 살집이 있는 한 직장 여성의 고군분투 기를 그린 코믹 드라마 시리즈 <막돼먹은 영애씨>(tvN, 텔레비전 시리즈, 2007~현재)와 성형을 통해 변신을 한 여가수의 정체성 혼란과 성공기를 다룬 코미디 영 화 <미녀는 괴로워>(김용화, 드라마, 120, 2006)는 대 중문화가 여성의 몸에 대해 어떻게 묘사하는지를 이야 기해 볼 수 있는 텍스트입니다. 이들 영화들을 통해 뚱 (6) 옆 동료나 친구의 외모의 장점을 이야기해 봅시다. 그리고 자신과 다른 이들의 신체 부위 한 곳을 선택해 그 뚱한 여자들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는 왜 주로 코미디 장르를 통해 구성되는지도 이야기해 볼 수 있습니다. 려 본 후 그 모양새에 대해 이야기해 봅시다. : <100개의 다른 코>의 마지막 장면에서 다양한 코의 모 양을 그렸던 것과 유사한 과제를 내 보도록 하세요. 15

18 영화를 통해 보는 여성주의 2. 몸의 변화 헤어 (The Importance of) Hair 크리스티나 회그룬드 스웨덴 분 다큐멘터리 한국어 자막 난이도 대중성 대상 연령 12세 이상 줄거리 다큐멘터리 감독인 크리스티나는 어느 날 갑자기 머리카락 이 속절없이 빠지기 시작하자 자신의 외모와 심리적 상태, 자신을 바라보는 타인들의 시선 변화를 기록한다. 그저 머 리카락일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사람들은 겉모습으로 그녀 의 성격과 인성을 평가한다. 그녀는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 을 마치 자기 자신을 상실하는 것과 같은 슬픔으로 여기게 되고, 또한 자신의 여성성이 사라져 남자친구가 떠나버릴 까 걱정한다. 크리스티나는 새로운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재설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크리스티나 회그룬드 Christina HÖGLUND 라디오, TV, 잡지에서 영화 평론가로 활동 중이며, <헤어 >는 그의 두 번째 연출작이다. 데뷔작 <장 황후>(2005)로 2005년 스웨덴 TV에서 수여하는 최고의 청소년 다큐멘터 리상을 수상했으며 여러 국제영화제에 초청되었다. 초점 머리카락과 눈썹 등 외모의 변화가 한 여성의 정체성을 흔들어 놓습니다. 외모의 변화는 타인의 시선뿐만 아니 라 자기 자신과의 관계마저 바꾸어 놓지요. 사람들은 그 녀의 민머리를 보며 과하다 고 생각하거나 당혹감을 감 추지 못하고, 그녀의 어린 아들은 엄마가 미쳤다고 생 각합니다. 심지어 스스로도 성격이 바뀌는 것을 느끼게 되고요. 그만큼 외모는 자아 정체성의 형성과 깊은 연 관을 맺고 있습니다. 외면과 내면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얽혀 있습니다. 그 경계는 매우 흐려 서로 깊은 영향을 미치지요. 크리스티나는 가발을 쓰지 않고 민머리를 선택하면서 예전보다 아름답고 강해 보인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갑작스러운 외모의 변화에 그녀의 자아는 연약해지고 감정은 계속해서 변화합니다. 당혹감, 슬픔, 체념, 자격 지심, 분노, 수용, 자긍심 등의 숱한 감정을 오가며 그녀 는 마치 자기 자신을 상실한 것처럼 느낍니다. 또한 타 인의 시선에 가시화된 자신의 모습이 그들과 구별 되면 서 상처받기 쉬워집니다. 심지어 강해 보이는 인상 때문 에 사람들에게 더 친절하고 부드럽게 대할 필요를 느끼 기도 합니다. 이 영화를 통해 갑자기 변한 외모나 노화에 따른 외모의 변화가 자아 정체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타 인들의 시선은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해 솔직하게 토론 16

19 몸 해 본다면 좋을 것입니다. 주름, 처진 몸매, 백발 등 나 이에 따른 노화, 사고, 암 수술과 같은 수술로 인한 외모 의 변화, 논의를 더 확장해 트랜스젠더의 수술에 대해서 도 논의해 볼 수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또 하나 토론이 가능한 부분은 주인공이 탈 모 후 남자친구가 떠날 것을 걱정하는 것처럼 사회적으 로 머리카락의 유무를 여성성 혹은 여성적 매력과 연관 시키는 부분이 있다는 점입니다. 왜 신체의 어떤 부위는 여성성, 남성성과 관계가 있을까요? 이에 대해서도 토 론하면서 외모에 변화가 생기는 경우 자신의 새로운 모 습과 어떻게 관계를 재설정해야 하는지 토론해 보면 흥 : 사람들은 첫인상으로 그 사람의 성격을 파악하는 경향 이 있습니다. 그런데 첫인상에 대한 평가는 대부분 상대 방의 외모에 따라 결정되기 일쑤입니다. 첫인상과 관련 해 어떤 고정된 관념이 있는지 서로 이야기해 보도록 합 시다. 특히 강한, 센, 연약한, 부드러운 여성의 이미지와 관련해 이야기해 보도록 하세요. 여자들의 다양한 이미 지가 찍힌 사진 카드를 가지고 어떤 성격일지 추측해 보 고, 사람들이 여성의 외모와 관련해 갖고 있는 고정관념 에 대해 논의해 봅시다. 또한 타인의 시선이 자신의 성 격과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눠 봅 시다. 미로울 것입니다. (3) 시간에 따른 외모의 변화를 인정하지 않고 젊은 시절 함께 이야기해 봅시다 (1) 크리스티나는 가발을 쓰지 않고 민머리를 내놓고 다 의 외모를 유지하려는 동안 열풍 에 대해서 어떻게 생 각하는지 이야기해 봅시다. 니는 것을 선택합니다. 크리스티나는 왜 그런 선택을 내 렸을까요? 당신이 크리스티나라면 어떻게 할지 이야기 해 보세요. (4) 크리스티나는 탈모 후 남자친구를 잃을까 걱정합니 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머리카락처럼 여성성과 연 관이 있는 신체의 또 다른 부위가 있나요? 우리는 그런 (2) 크리스티나는 민머리로 생활하면서 예전보다 사람 들을 더 친절하게 대할 필요가 생겼다고 말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또한 민머리를 내놓는 것에 처음에는 당 당하던 크리스티나가 점점 마음이 약해지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요? 신체의 변화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게 되나요? : 왜 우리는 일반적으로 여성성, 남성성을 인지할 때 신 체의 특정 일부분과 이것이 관련되어 있다고 느낄까요? 또 그 신체 특정 부분이 어떤 모양새를 유지해야지만 여 성성, 남성성이 느껴진다고 이야기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17

20 영화를 통해 보는 여성주의 요?(예를 들어 긴 생머리, 복근 등) 그 기준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잃어버리면 여성성과 남성성은 축소되는 것인지 이야기해 보도록 하세요. 연관 추천 영화 교육 대상이 성인이라면 젊음의 유지, 성형, 여성성 간 의 관계를 그리고 있는 <오버 더 힐>을 같이 보면 보다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흰 머리 >(타케다 유카, 애니메이션, 5, 2010)는 흰머리가 나기 시작하자 몸의 변화를 느끼면서 흰머리에 집착하게 되 는 한 젊은 여성의 심리를 그리고 있습니다. 여자는 흰 머리를 뽑아 날짜별로 노트에 붙이기도 하고, 꿈에 흰머 리 괴물이 등장해 고통스러워하기도 하지요. 가벼운 애 니메이션이므로 처음 노화를 느꼈을 때 자신은 이에 어 떻게 반응했는지, 각자 개인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영화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18

21 3. 여성의 몸과 의료산업 오르가즘 주식회사 Orgasm Inc. 리즈 캐너 미국 분 다큐멘터리 한국어 자막 몸 난이도 대중성 대상 연령 15세 이상 줄거리 다큐멘터리 감독인 리즈 캐너는 제약회사의 약물 관련 소 송을 위한 성애적인 성인물 비디오를 편집해 달라는 요청 을 받는다. 리즈의 고용주는 FDA 승인을 얻을 최초의 여 성용 비아그라인 FSD 약을 개발하는 중이다. 하지만 리즈 는 곧 사장이 다른 의약 회사의 간부와 수십 억 달러의 이익 을 내기 위해 여성들을 이용하고, 그들의 건강도 해치게 된 다는 것을 눈치채게 된다. 리즈 캐너 Liz CANNER <오르가즘 주식회사>는 리즈 캐너 감독의 첫 번째 장편 다큐멘터리이다. 캐너는 잡지 인디펜던트 에서 선정한 2009년 주목할 만한 독립영화 감독 10명 에 선정되었으 며, 다트모스대학에서 수여하는 비저너리 어워드의 영예 도 얻었다. 초점 여성의 쾌락에 대한 이상한 과학 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오르가즘 주식회사>는 소위 여성 성기능 장애 치 료제, 즉 핑크 비아그라를 개발하려는 제약산업계를 파 헤친 다큐멘터리입니다. 비아그라가 선보인 1998년 이 후, 거대 제약회사들은 그 여성 대응물인 첫 번째 여성 용 비아그라 를 미국연방식약청(FDA)으로부터 승인받 으려고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감독은 이러한 거대 제 약회사의 이익 추구와 마케팅 전략을 위해서 여성의 성 에 대한 사회학적, 의학적 담론이 날조되고 있으며, 결 국 그러한 과정에서 피해를 당하는 것은 개별적인 여성 의 몸과 마음임을 강조합니다. 예컨대 오프라 윈프리로 하여금 국가의 침실에서 벌어지는 전염병 이라는 말을 하게끔 한 43%의 여성이 성기능 장애를 앓고 있다 는 사회학 보고서의 진술은 그 어떤 명료한 근거도 없지요. 오히려 이러한 진술들은 일종의 질병 괴담 으로서 정상 적 범주에 속하는 양태들을 질병으로 발명합니다. <오르가즘 주식회사>는 FSD-여성 성기능 장애 역시 이 렇게 끊임없이 여성의 성과 욕망을 결핍과 불충분이라 는 진단으로 질병화하고, 의학화하려는 의료 전문가들 과 거대 제약회사의 제휴라 단언합니다. 9년간의 작업 끝에 나온 <오르가즘 주식회사>는 건강하고 부유한 라 이프 스타일 을 호소하며 의학적으로조차 모호한 질병 과 의약품들을 양산하는 글로벌 거대 제약회사의 허구 19

22 영화를 통해 보는 여성주의 성을 폭로하고 있는 거지요. 동시에 성인 여성조차 자신 의 성욕과 오르가즘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 에 대해 여러 여성들의 솔직한 인터뷰를 통해 성찰을 유 도하고 있습니다. (2) 오르가즘이나 성적 쾌락과 관련하여 스스로 자신의 몸을 잘 알고 있는지 이야기해 봅시다. 또한 여성의 몸 의 쾌락에 대해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규정하고 있는지 도 함께 이야기해 보세요. 이 다큐멘터리는 성인 여성을 대상으로 여성의 몸을 관 리하고 돈벌이에 이용하려는 의료, 제약, 육체산업 등과 제도에 대해서 토론할 수 있는 텍스트입니다. 또한 오르 가즘이나 여성의 성적 쾌락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 나 눠 볼 수 있는 텍스트이기도 합니다. 연관 추천 영화 우리 사회는 여성의 몸과 관련해서 어떤 것은 지나치게 이야기를 많이 하고 어떤 것은 충분히 이야기하지 않지 요. 그중 월경은 금기시되며 충분히 이야기되지 않는 것 중 하나입니다. 아카이브 보라 작품 <생리해주세요>(손 함께 이야기해 봅시다 (1) 여성의 몸과 관련해 돈을 벌기 위해 과도한 마케팅 을 벌이는 의료 제약회사나 육체산업이 있는지 이야기 해 보세요. 그리고 그것이 여성의 몸에 어떤 영향을 미 치고 있는지 논의해 보세요. : 자신이 이용하는 여성용 의학 제품이나 의료 시술에 대 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이야기해 보도록 하세요. 일상 적으로 사용하는 생리대부터 각종 호르몬제까지 자신이 현주, 다큐멘터리, 20, 2004)의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월경이 금기시되는 사회적 통념에 대해 질문을 던지면 서, 이것이 쉬쉬해야 할 것이 아니라 더 많이 이야기되 고 더 많이 이해받아야 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주 장합니다. <생리해주세요>를 보고 여성의 몸을 둘러싼 다양한 금기에 대해 이야기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무 엇보다 이 작품은 10대 감독의 재기발랄함이 통통 튀는 아카이브 보라의 인기 작품입니다. 알고 있는 정보를 나누어 봅시다. 실제로 여성의 몸과 관 련한 제약이나 의료산업, 오르가즘에 대한 담론은 국내 에서는 잘 공론화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오르가즘 주식 회사>에 나오는 미국의 상황과 국내의 상황은 어떻게 다 른지 이야기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20

23 섹슈얼리티 여성운동 몸 세계화, 노동, 이주 성폭력 가족 환경 평등과 연대 나의 즐거움, 쾌락 등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타인과 의 관계를 통해서, 사회 통념을 뛰어넘은 내 몸 과의 새 로운 만남을 통해서, 혹은 새로운 성관계의 시도를 통해 서 등, 사람마다 쾌락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방식은 다양할 겁니다. 그런데 즐거움이 있다면 언제나 그 뒤에 는 위험이 존재하기도 하지요. 이러한 복잡한 과정을 통 해 정체성이 만들어집니다. 섹슈얼리티란, 이렇게 욕망 을 만드는 메커니즘, 실천 과정 등을 일컫는 말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인정하는 대부분의 정체성들은 자 본주의가 부흥하고 제국주의의 맥락에서 민족-국가가 다 사적인 영역으로 알려져 있는 섹슈얼리티 영역의 다 양한 맥락을 드러내는 것은, 이성애/동성애의 경계뿐만 아니라 성별(젠더), 가족, 노동, 나이, 인종 등의 차이를 만들어 냄과 동시에 이런 분할을 은폐시키는 다양한 권 력을 폭로하고 또 상상하게 해 줍니다. 또한 다양한 지 역, 시대, 계급, 성별 등을 통해 다양한 섹슈얼리티를 보 임으로써 그것이 생물학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할 수 있기도 하지요. 아카이브 보라의 작품을 통 해 다양한 섹슈얼리티를 만나고 또 그에 대해 논의해 보 는 것은 이런 과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등장했던 근대에 이르러 출현한 것들입니다. 특히 성적 주체라는 것은 사회운동 및 정체성의 정치학만이 아니 라, 사회운동에 수반하는 다양한 제도들 사이의 연계에 의해 복잡한 결을 가지고 생성된 것이죠. 그러므로 여 성의 섹슈얼리티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것처럼 남성들에 대한 욕망 으로 단일하게 규정되는 것이 아 니라, 이질적이면서도 다중적인 목소리들로 표현됩니 다. 1)남성과의 차이에 의해 여성을 정의하던 것에서부 터, 2)다양한 차이의 지점에서 여성의 섹슈얼리티가 설 명되고 있다는 것이죠. 이처럼 섹슈얼리티는 단일한 남 녀 관계로만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문화 적, 사회적, 인종적 하위문화에서 작동하고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복잡한 섹슈얼리티를 교육의 현장으로 가져온 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지요. 그래서 영상물을 활용 해 섹슈얼리티에 대해서 접근하는 것은 좋은 방법입니 다. 영상물은 가장 쉽고 재미있게 다양한 사람들의 욕망 의 맥락을 상상할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무엇보 21

24 영화를 통해 보는 여성주의 1. 나는 과연 잘 살고 있나요? 콧수염과 십자수 Moustache 비키 슈가 호주 분 드라마 한국어 자막 난이도 대중성 대상 연령 18세 이상 줄거리 출퇴근 인사가 대화의 전부인 베티와 스탠 부부. 한 식탁에 서 밥을 먹고, 한 침대에서 잠을 자지만 두 사람 사이의 묵 직한 공기는 마치 투명한 벽처럼 서로를 소외시킨다. 그러 던 어느 날, 베티의 코 밑에서 수염이 돋기 시작하고, 남편 스탠은 십자수에 탐닉하면서 권태로운 부부 관계에 묘한 생동감이 돌기 시작한다. 이 영화는 고정적인 성역할을 뒤 집고 이분법적 성규범 등을 유쾌하게 폭로하면서 주인공들 이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것을 흥미롭게 보여 준다. 비키 슈가 Vicki SUGARS 1960년 12월 15일 호주 아들레이드에서 태어나 수년간 조 연출로 경험을 쌓아 왔다. <콧수염과 십자수>는 그녀의 첫 연출작. 초점 성역할과 젠더 규범/정체성의 발견/행복과 인정/트랜 스젠더까지. 영화 <콧수염과 십자수>는 규범적인 역할 에 따른 관계가 주는 권태와 그와 동시에 이를 깨는 쾌 락을 함께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베티는 매일 반 복되는 가사 노동을, 스탠은 집-회사-집이란 생활을 하 고 있는 권태기의 부부입니다. 이런 베티에게 어느 날부 터 콧수염이 나기 시작하지요. 그런데 스탠도 실은 십 자수를 즐기고 있어요. 하지만 베티는 자신의 콧수염에 화들짝 놀라 깎기 바쁘고, 남성 복장을 하지만 누가 볼 까 봐 두려워합니다. 스탠 역시 베티에게 자신이 십자수 를 한다는 걸 숨기고 있어요. 이처럼 여성으로서, 남성 으로서 각각의 젠더 표현이 기존의 규범과 다를 때 누 구나 두려움을 느끼며 이를 숨기고 싶어 합니다. 기존 의 규범을 지켜야만이 관계가 잘 유지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자신과 맞지 않는 젠더 규범에 충실 할수록 관계가 힘들어지거나 깨질 수도 있다는 것 아세 요? 결국 베티와 스탠은 자신의 욕망을 인정하면서 그 간의 소원했던 관계를 회복합니다. 콧수염 난 베티가 멋 진 남성 복장으로 스탠과 춤을 추면서 새로운 관계를 상 상하게 합니다. 스탠의 발기된 성기가 재밌게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면서요. 또 이 영화는 성역할 규범, 기대를 깨면서 기존의 이분 법적인 젠더와 섹슈얼리티를 비판하게 하지만 동시에 22

25 섹슈얼리티 트랜스젠더 문제까지 고민할 수 있게 합니다. 베티는 성 역할 규범을 깨는 동시에 트랜스젠더의 가능성을 던지 기 때문이지요. 물론 트랜스젠더까지 토론 주제로 제시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러나 몇몇 날카로운 관객은 베 티의 정체성을 묻기도 해요. 더 재밌는 것은 일반 남성 아가 콧수염 난 여성 등)를 하고 있다면 솔직히 버티기가 어렵지요. 그러나 정말 자신에게 행복한 것이 무엇인지 를 생각한다면, 나의 콧수염을 멋지게 기르고 싶다면, 다 른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더 행복할 수 있답니다. 영화처 럼 오히려 관계가 개선될 수 있거든요. 들과 이 영화를 보았을 때입니다. 그렇게까지 해서 그 여자와 살아야 하나요? 여자가 아닌데, 남자인데. 이 것은 실제로 이 영화를 본 지식인 남성 집단에서 나온 질 문입니다. 이렇게 여성 집단과 남성 집단에 따라 질문, 혹은 토론도 극단적이랍니다. 그럼에도 내 모습의 진정 성이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 더 나아가 부부 관계를 고민하는 주부 대상 교육에서부터 십자수 를 즐기는 남성 집단까지, <콧수염과 십자수>는 다양한 관객/교육 참여자들과 여러 가지 주제로 만날 수 있습 니다. 특히 트랜스젠더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도 아주 좋 은 텍스트랍니다. (2) 나의 욕망을 말하기가 어려워요. 현실은 냉혹하거 든요. : 일반적으로 욕망을 솔직하게 표현하기보다 사회가 원 하는 대로 연기하면서 사는 것이 더 편하답니다. 현실은 정말로 냉혹하지요. 그렇지만 이런 영화를 통해 여성도 콧수염이 날 수 있고 남성이 십자수를 좋아할 수도 있다 는 것, 기존의 엄격한 기준을 다시 만들어 보는 것이 어 떨지요? 그렇다면 냉혹한 현실도 변할 수 있답니다. 물 론 그 사이에서 이런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이겨내야 하지만요. 그러나 이 역시 나 혼자만이 아닌, 여럿이 같이 연대한다면 그래도 좀 쉬울 겁니다. 함께 이야기해 봅시다 (1) 콧수염 난 여성은 제모를 해야 하나요? : 요즘 제모 상품이 많이 팔린다고 합니다. 여성의 외모 관리에서 제모가 중요한 것 중 하나라고 하더군요. 여성 과 남성의 역할, 통념, 가치 등이 성별에 따라 엄격한 사 회 분위기 때문에 여성성에 어긋난 외모(못생긴 외모, 뚱 뚱한 몸, 까만 털 있는 종아리와 팔뚝, 겨드랑이 털, 더 나 (3) 여성의 콧수염과 남성의 십자수! 영화에서는 서로의 역할이 교환되어 다행이지만 만약 한쪽만 기존 규범과 다르다면 어떻게 하나요? : 영화에서처럼 남성의 것이라고 여겨지는 콧수염 난 여 성과 여성의 것이라고 여겨지는 십자수를 하는 남성이 온전하게 각각의 성역할을 인정하면 행복한 관계가 됩 23

26 영화를 통해 보는 여성주의 니다. 그러나 만약 둘 간의 교환관계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훨씬 더 고민이 많지요. 만약 나는 콧수염이 나 고 제모하지 않고 남성 복장으로 살아가는데, 상대방도 나 같은 사람이라면.즉 콧수염이 난 나는 십자수를 하 는 남성보다 콧수염이 난 남성을 좋아한다면? 이처럼 현 실은 영화처럼 단순하지 않지요. 정상이라고 말해지는 남녀 관계뿐 아니라 기존의 성역할을 수행하지 않는 남 녀 관계, 기존의 성역할대로 살아가는 여여/남남 관계, 더 나아가 기존의 성역할대로 살아가지 않는 여여/남남 관계까지 훨씬 더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들이 존재합니 연관 추천 영화 아카이브 보라의 <크리스티의 티셔츠>(마샤 옹, 드라마, 7, 2008)는 여성스럽지 못한 티셔츠를 입는 것을 고집 하는 한 소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성역할 고정관념대 로 딸을 키우려는 엄마와 딸의 갈등이 잘 그려지고 있지 요. 만약 내 딸이 사내아이처럼 드레스보다 티셔츠와 병 정놀이를 더 좋아한다면? 딸이 자신의 방식을 끝까지 고집한다면? 어떻게 아이들을 키워야 하는지 등, 자기 정체성을 주장하는 딸의 성장에 대한 이 짧은 이야기를 통해 많은 생각과 토론을 해 볼 수 있을 거예요. 다. 그러므로 우리가 상상하고 주변에서 찾아내야 할 것 은 다양한 관계들의 조합과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인정 입니다. 물론 이를 위해 다양한 관계와 그/녀들을 인정 하는 체계로 사회가 변화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고요. 24

27 2. 새로운 사랑과 이웃을 만나기 위한 준비 지포 Gypo 잔 던 영국 분 드라마 한국어 자막 섹슈얼리티 난이도 대중성 대상 연령 15세 이상 줄거리 단조롭고 짜증나는 일상에 지친 한 노동자 계급 가족에 강 제 결혼생활에서 엄마와 함께 도망친 루마니아인 체코 이 민자 타샤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는데. <지 포>는 각 인물의 관점에 따라서 한 사건이 어떻게 달리 기 억되는지, 또 세대, 인종, 성별을 떠나 사람이 서로 사랑하 게 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잔 던 Jan DUNN 배우 출신 감독으로 1999년 스포티도그 영화사를 설립하 고 <메리의 데이트>라는 코미디 단편을 제작해 비평적으로 도 흥행 면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장편영화 및 오 페라 작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초점 헬렌은 폴과 결혼한 지 25년이 되었습니다. 그녀는 단 조롭고 짜증나는 일상에 지쳐 있는 노동자 계급 여성입 니다. 한편 헬렌의 남편인 폴은 삶을 포기하기 직전이 며, 가난의 덫에 치어 술에 절어 있어요. 그러던 어느 날, 강제 결혼생활에서 엄마와 함께 도망친 루마니아인 체 코 이민자 타샤가 그들의 인생에 들어오게 됩니다. 타샤 는 헬렌의 문제아 딸의 친구로 헬렌의 집을 방문하게 되 고, 자연스럽게 타샤와 헬렌은 친해지게 되지요. 세 등장인물의 각기 다른 관점으로 구성되는 <지포>는 영국 노동자 계급 여성과 체코 이민자 여성이 세대를 떠 나 서로 사랑하게 되는 감정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 어요. 인종/민족, 세대를 넘어 딸의 친구와 사랑을 하 는 여성(엄마)은 이주 문제뿐 아니라 레즈비언 섹슈얼 리티, 그리고 30대 후반 여성의 섹슈얼리티에 대해 교 육 참가자들과 토론하기 좋은 주제입니다. 특히 헬렌 주 변을 맴도는 남편 폴의 이야기는 남성의 콤플렉스, 남성 성의 훼손 등을 주제로도 토론거리가 많습니다. 특히 이 영화를 교육용으로 추천하는 이유는 하나의 사실이 관 점에 따라 어떻게 달리 재구성될 수 있을지를 너무나 잘 보여 주기 때문입니다. 여성주의 인식론에서 이야기하 는 여성의 관점, 여성의 눈 이 과연 무엇인지를 토론 할 수 있어요. 영화에서 잠깐 나오는 가정 폭력, 부부 강 간, 폭력과 왕따 등도 누구의 관점에서 이야기되는지에 25

28 영화를 통해 보는 여성주의 따라 어떻게 다르게 재현되는지를 비교할 수 있게 30 분 간격으로, 헬렌, 폴, 타샤의 입장에서 아주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지는 것도 불안합니다. 자식들도 부인도 이전과 같지 않 아요. 폴이 위로받을 수 있는 대상은 길거리 여성뿐일까 요?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헬렌의 동의를 받지 않 고 강제적으로 성관계를 하려는 모습은 불쌍하기까지 합 함께 이야기해 봅시다 (1) 헬렌과 타샤의 관계에 대해 알고 싶어요. 그렇게 사 랑해도 되나요? : 레즈비언 영화가 대중적으로 많이 소개되지 않는 상태 에서 딸의 친구와의 사랑은 보는 사람들을 당혹하게 만 니다. 그러나 헬렌의 입장에서 보면 남편은 자기 마음대 로 하는 이기적이고 폭력적인 타인일 뿐입니다. 폴이 이 주민의 입장에서, 자식의 입장에서, 부인인 헬렌의 입장 에서 한번이라고 생각하고 행동을 한다면 분명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들기도 합니다. 어떤 교육 참가자는 헬렌의 사랑을 눈치 채지 못하기도 해요. 또 그 장면이 가장 어렵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한국의 현실에서 파격적일 수도 있지만 이 영화에서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헬렌의 사랑을 그리고 있 어요. 헬렌의 머뭇거림에서부터 사랑을 찾는 용기까지, 30대 후반 이성애 여성이 남편을 떠나 새로운 사랑을 찾 는 과정은 여러모로 유쾌함을 주거든요. 각각 헬렌의 입 장에서 자신의 사랑과 관계를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3) 영국과 주변 이주민들과의 관계처럼 이주민들과의 관계 맺기에 대해 알고 싶어요. : 21세기가 시작된 지금, 많은 사람들은 공포를 안고 살 아요.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하는데 나는 그렇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지요(아니 변하고 싶지 않아요). 특히 자국 내 이주민의 등장을 무차별적 테러 공포에서부터 경쟁을 바탕으로 한 생존 문제로까지 연관시키면서 자국민들의 이주민에 대한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습니다. 그러나 같 (2) 남성들의 삶도 불쌍한 것 아닙니까? 남편 폴에 대해 서도 토론하고 싶어요. : 같은 내용이 관점에 따라 얼마나 다르게 보여지는지, 물론 남편 폴의 입장에서 보면 이 모든 것이 너무 억울하 지요. 자신의 일자리를 더러운 이주민들 이 가져간다고 생각만 해도 화가 나고, 가족 내에서 자신의 입지가 약해 이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그들을 우리 이웃으로 인정해 야 상호 행복할 수 있답니다. 폴과 달리 헬렌은 타샤를 사 랑함으로써 타인을 받아들이는 공감과 애정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그 관계를 단순히 레즈비언 관계로도 이야기 할 수 있지만 어쩌면 세대, 인종/국가가 다른 사람 간의 낯설 수 있는 만남을 친밀성, 섹슈얼리티로 그리고 있는 26

29 섹슈얼리티 것이죠. 이처럼 섹슈얼리티는 개인적이기도 하지만 정치 적이고 사회적인 이슈이기도 합니다. 연관 추천 영화 아카이브 보라의 <베이비 포뮬라>(앨리슨 레이드, 코미 디, 81, 2008)는 레즈비언 커플이 줄기세포 연구에 성 공해 자기들만의 난자로 임신을 하게 되면서 터지는 사 건들을 유쾌하게 그린 페이크 다큐멘터리입니다. 레즈 비언 가족을 만드는 것은 누구에게는 고통일 수 있지만 이 영화는 정말 (눈물을 흘리면서) 유쾌하게 그 과정을 지켜볼 수 있어요. 영화 <지포>가 가족을 만드는 것까지 보여 주지 않는 반면 <베이비 포뮬라>는 레즈비언, 출 산/육아, 섹슈얼리티, 가족, 의료 기술까지 토론할 수 있어 강추 합니다. 27

30 영화를 통해 보는 여성주의 3. 언제나 당당한 여성들 여전히 사랑하고 있습니다 Still Doing It: The Intimate Lives of Women Over 65 데이드레 피쉘 미국 분 다큐멘터리 한국어 자막 난이도 대중성 대상 연령 18세 이상 줄거리 <여전히 사랑하고 있습니다>는 노인이 무성적인 존재로 여 겨지는 현실을 비판하고, 특히 여성이 나이를 먹음에 따라 이런 성적 박탈을 더 심하게 경험하게 되는 성차별적 현실 에 도전한다. 영화는 완경기 이후 더욱 활발해진 성과 사랑 에 대해 이야기하는 65세 이상의 여성들을 좇아간다. 데이드레 피쉘 Deirdre FISHEL 뉴욕 WNYC-TV에서 남브롱스를 구하기 위해 일하는 여 성단체에 관한 프로그램의 프로듀서로 영화를 시작. 이후 두 편의 단편영화와 선댄스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장 편영화 <리스크>를 연출했다. 초점 노인의 성, 욕망과 나이듦, 자기 인정과 말하기, 다양성 에 대해서 고민해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최근 한국도 노인의 성에 대해 고민하는 중이지요. 흔히 나이가 들수 록 무성적인 존재로 여기거나, 노인들은 성욕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여성 노인은 더 심하게 성문제를 경험 하지만 어디에도 이를 말할 곳이 없어요. 물론 한국영 화 <죽어도 좋아!> 같은 것들이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즐겁게 보는 것 같지는 않았어요. 왜 노인들 의 성과 관련한 이야기는 재미가 없을까요? 노인들이 꼭 저래야 해? 라는 고정관념이 노인의 성문제를 왜곡 하게 합니다. 이처럼 성에 대한 사회적 통념은 연령, 세 대, 성별, 인종 등에 따라서 다양하게 구성되고 있어요. 그러나 <여전히 사랑하고 있습니다>에서는 별 재미없 는 섹스라도 안 하는 것보단 낫잖아 라는 헤리엇, 40살 연하의 남자와 연애 중인 베티, 요양원에서 만난 남자와 불타는 사랑에 빠진 프란세스, 중년의 나이가 되어 커밍 아웃한 엘렌, 하느님도 내 섹스는 용서해 주실 거야 라 고 말하는 주아니타 등 65세 이상의 여성들이 완경기 이 후 더욱 활발해진 성과 사랑에 대해 당당하게 이야기합 니다. 이 영화는 미국 베이비 붐 세대 고령 여성들의 성 과 사랑에 대한 생생한 보고서입니다. 그녀들의 생생한 목소리는 65세 이상 고령 여성들의 성과 사랑에 대한 고 정관념을 확실하게 깨 주고 있어요. 28

31 섹슈얼리티 또 이 영화는 다양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통해 여성 노인 이 무성적인 존재로 여겨지는 현실을 비판하고 있습니 다. 그래서인지 말하는 여성 누구나 당당하고 활기찹니 다. 그리고 솔직합니다. 특히 그녀들은 나이를 먹음에 따라 주변으로부터 성적 소외, 그리고 자신들도 자신의 성적 욕망을 표현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 적이 있었 다고 진술합니다. 여성이기 때문에 남성과 다른 기대와 통념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남성 노신사는 젊은 여성과 연애할 수 있지만 나이 든 여성이 젊은 남자와 연애하면 아들 같은 남자 신세 망쳤다 고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 러나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은 이러한 섹스에 있어서의 성차별적 현실을 당당하게 고발합니다. 성에 대한 이중 규범을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 당당하게 표현하는 모습 은 그녀들이 노인인가를 의심하게 만듭니다. 미국의 베이비 붐 세대, 1960년대 히피 문화를 주도하 면서 성과 사랑에 있어 그 어떤 세대보다 더 자유분방한 철학을 공유했던 이들도 나이가 들면서 점차로 그 목소 리가 작아졌고, 이제는 그들이 성에 대해 말하는 것을 함께 이야기해 봅시다 (1) 여성 노인들의 성적 경험에 대해 알고 싶어요. : 굳이 다를 것이 있을까요? 노인이라고 특별할 것이라 는 생각이 오히려 더 문제이지 않을까요? 오히려 그간의 많은 경험으로 인해 더 당당해지고 더 잘 즐길 수 있고요, 때로는 잠시 쉬기도 하지요. 그러나 노인의 성을 바라보 는 이 사회는 그렇지 못하답니다. 또 노인의 성에 대한 세 상의 편견과 성별에 따른 이중 규범으로 그녀들 스스로 여성/노인임을 자처하며 무성적임을 선택하지요. 물론 모든 사람들이 무성적일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다 성 적인 관계를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노인들은 적극적으로 성적인 즐거움을 실천하며 또 어떤 노인들은 무성적으로 살아가고 있지요. 문제는 이 러한 현실과 다르게 세상에 존재하는 편견과 통념들이 노인의 성을 극단적으로 하나의 틀로 왜곡한다는 것입 니다. 따라서 노인들이 어떻게 관계 맺기를 하는지 각각 의 이야기들을 들으며 가까운 내 주변 노인들의 성적인 관계에 주목해 보아요. 거의 들을 수 없게 되었어요. 성에 대해 개방적이라고 알려진 미국에서도 노인의 성에 대해서는 이야기하기 가 어렵답니다. 여전히 노인들도 사랑을 하며 성관계를 하고 있지만 젊은이들의 그것처럼 인정받지는 못하고 있지요. 이 영화는 이러한 현실을 고령 여성들의 생생 한 경험을 통해 그렇지 않다 고 아주 잘 말하고 있어요. (2) 그냥 동성끼리 편하게 지내면 그것으로 만족해야 하 지 않을까요? : 동성끼리 잘 지내는 것도 노인의 성관계의 중요한 특성 입니다. 이 영화에서 보여 준 것처럼 이성과의 관계, 동성 과의 관계 등 얼마든지 다양할 수 있습니다. 결국 본인 선 29

32 영화를 통해 보는 여성주의 택의 문제인데, 지금 현실에서의 문제는 그 선택을 가로 막는 걸림돌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이를 제거 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입니다. 즉 이것만이 노인에게 가 있습니다. 단, 그 내용이 각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는 것! 동시에 그 내용을 사회가 지배하는 것도 사실이라는 것 을 알아야 합니다. 장 좋다 라는 주장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연관 추천 영화 (3) 노인들이 곱게 늙어야 하는데 성적인 쾌락을 추구 하는 것은 오히려 건강하지 않은 것 같아요. : 노인뿐 아니라 이 사회에서는 남성, 많은 경우 젊은 남 성이 아니라면 성적인 욕망, 느낌, 실천 형태 등을 말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여성의 경우는 참 어렵습니다. 일명 밝히는 여성이 되거든요. 밝히는 여성에 대한 세상 <죽어도 좋아!>(박진표, 드라마, 67, 2002). 이젠 죽 어도 좋아! 내 나이 일흔셋, 그녀를 만났다. 너무나 사 랑스러운 그녀. 이것은 영화 <죽어도 좋아!> 남자 주 인공의 말입니다. 일흔을 넘긴 노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극화한 한국영화! 이것이 노인의 섹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유일한 한국영화라면 너무 슬픈 일 아닌가요? 의 편견은 무섭습니다. 그러나 소위 밝히는 여성, 더러 운 여성이 어떤 여성인지 한번 상상해 볼까요? 과연 이 영화에 나오는 여성이 더럽게 보였나요? 아니요, 영화에 서 이들은 흥미롭게 비쳐집니다. 잡년/더러운 여성이 된 다는 것은 두렵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는 이 세상에 대한 조롱이기 때문에 솔직하게 욕망을 가시화하는 것은 즐거 운 일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고통이 뒤따르지만요. 만 약 모든 여성이 자신의 욕망을 실천한다면 그렇지 않는 여성이 더 두렵지 않을까요? 그렇기 때문에 노인이 곱 게 늙어 간다 는 건 아름다운 말이지만 꼭 그것이 성적인 쾌락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영화에 서 말하는 것처럼 성적인 즐거움은 삶의 즐거움이자 세 상을 살아갈 수 있는 힘,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이 될 수 30

33 세계화, 노동, 이주 여성운동 몸 섹슈얼리티 성폭력 가족 환경 평등과 연대 오늘날 우리는 이전보다 더욱 좁아진 세상에서 살아가 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는 세계화를 가속화 시킵니다. 내가 일상적으로 사고, 사용하고, 먹는 상품 들의 대부분은 다른 국가들에서 배양되고, 조립되고, 만 들어진 것들입니다. 글로벌 기업의 유명 브랜드 라벨이 찍히기도 하는,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을 빼고 일상을 영위하는 것이 가능하기는 할까요? 불가능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무척이나 힘들 것입니다. 힘이 센 자본은 이윤 을 추구하기 위해 한 나라의 경계를 넘어선 지 오래입니 다. 다국적 기업들은 이윤 창출을 위해 지구촌 곳곳을 가로지르며 현지의 값싼 노동력을 발굴하고 공장을 건 설하고 그 와중에 환경을 파괴하기도 합니다. 부지불식간에 우리의 일상은 이렇듯 세계화가 펼쳐 놓 은 그물망에 얽혀 들어가면서 짜이고 있습니다. 숨 가 쁘게 돌아가는 세계화는 지구의 각 지역들에서 이전과 는 다른 시공간을 조직하고, 다른 소비주의의 풍경을 만 들고, 또한 다른 갈등과 분쟁들을 만들어 냅니다. 더 나 아가 개개인에게 이전과는 다른 욕망을 구성해 냅니다. 사람들은 노동과 자유를 위해 국경을 넘고 또 넘습니 다. 그리고 신자유주의 세계 경제 체제 하에서 국가 간 의, 그리고 국가 내에서 계급 간의 불균형은 더욱더 심 화됩니다. 이러한 지구지역화 시대에 많은 여성들은 더 많은 돈을 위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혹은 지역사회의 여성에 대한 편견과 억압을 피하기 위해서, 자신이 거주하던 곳 을 떠나 새로운 직업과 결혼을 찾아 이주하고 또 이주하 고 있습니다. 오늘날 여성주의가 세계화와 이주, 그리 고 노동을 함께 사고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31

34 영화를 통해 보는 여성주의 1. 경제의 세계화와 젠더화된 노동 나의 신상 구두 My Fancy High Heels 호 차오 티 대만 분 다큐멘터리 한국어 자막 난이도 대중성 대상 연령 18세 이상 이 영화에는 도축 장면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노약자, 임산부 및 심약자는 관람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초점 <나의 신상 구두>는 무엇보다 젠더화된 노동시장의 구 조를 잘 드러내 보여 주는 다큐멘터리입니다. 요컨대 공 줄거리 많은 여성들이 갖고 싶어 하는 물건인 신상 구두. <나의 신 상 구두>는 뉴욕 맨해튼의 명품 거리에서부터 남부 중국 광 동, 북부 중국, 그리고 러시아와의 경계마을을 연결하며, 한 켤레의 매끈한 구두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따라간다. 아울러 구두를 만드는 일에 관련된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 인지, 그리고 그들은 자신의 노동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 고 있으며 또 어떤 삶의 꿈을 품고 있는지도 함께 추적한다. 장 관리직은 남성들이고 생산라인의 직공들은 지방에 서 도시로 온 여성들이지요. 그리고 그러한 노동 구조 속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 노동자들의 욕망과 현실 간의 불균형을 날카롭게 포착해 냅니다. 세계화한 신자유주 의 경제 체제에서 벌어지는 생산 유통의 먹이사슬 구조 를 보여 주면서, 서구(선진국)의 소비 스펙터클을 떠받 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의 이윤 창출이 결국 지역의 젊은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과잉 노동 착취에서 비롯함을 명 백하게 보여 주고 있습니다. 또한 <나의 신상 구두>는 호 차오 티 HO Chao-Ti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반성하게 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 는 대만영화의 새로운 세대를 대표하는 여성 감독이다. 대 표작으로는 <방황하는 섬>(2009), <갱스터의 신>(2006), 명품 구두 제작에 사용되는 최고급 가죽을 생산하기 위한 비인간적인 도축 과정을 보여 주면서, 자본과 상품 의 페티시에 둔감해진 우리에게 구두 한 켤레 뒤에 숨겨 진 불편한 진실들을 응시하도록 요청합니다. <카운티 로드 184>(2001) 등이 있다. <나의 신상 구두>로 콜럼버스국제영화제, 몬태나영화제, 타이페이영화제 등에 서 수상했다. 함께 이야기해 봅시다 (1) 신상 구두 와 같은 매력적인 물품을 구입할 때, 그 물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 교육 참여자들의 아주 일상적인 소비 활동에서부터 답 변을 이끌어 냄으로써 다음 단계의 토론들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도록 유도합시다. 32

35 세계화 노동 이주 (2) 감독은 한 켤레의 구두 라는 콘셉트를 가지고 왜 뉴 욕에서 중국으로, 그리고 러시아 국경 지대에서 다시 뉴 욕이라는 경로를 거치면서 이 다큐멘터리를 완성했을 까요? : 우리가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물건들은 우리나라에서 제작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 노동자의 노동을 통해서 생 산되는 것입니다. 그것이 세계화 시대의 소비이기도 하 지요. 이 다큐멘터리가 보여 주는 생산과 소비 과정을 따 는 것이 인간의 생존 을 위한 문제가 아니라 단순히 취 향을 만족시키기 위한 것이라면? 우리는 이 문제에 대 해서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이야기해 볼 수 있을 것입 니다. 다큐멘터리가 전하는 충격 속에서 느낀 감성적 측 면의 분노를 이야기하는 것을 시작으로 자연스럽게 환경 문제에까지 그 관심을 확장시켜 볼 수 있습니다. 아울러 구제역 사태를 겪은 한국의 상황에 토론을 접목시켜 보 는 것도 좋겠지요. 라가면서 글로벌한 맥락에서 이루어지는 여성 노동과 물 품의 소비에 대해서 생각해 봅시다. 연관 추천 영화 이주여성영화제작워크숍 3 부부 카메라 일기 중 <올 (3) 신상 구두 를 둘러싼 세계화된 경제 구조에서, 왜 관 리자는 남성이고 생산직은 젊은 여성 노동자들일까요? : 노동시장에서의 남녀 차별은 이미 오래된 문제이지만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21세기 한국 에서도 여성 비정규직 비율이 남성 비정규직 비율보다 훨씬 높기도 하지요. 이렇게 노동시장의 해묵은 젠더화 에 대해서 토론해 봅시다. 마이 라이프>(주비 안튼, 다큐멘터리, 10, 2009)는 가 족을 부양하기 위해 15세에 집을 떠나 필리핀의 한 공 장에서 일을 시작한 후 일본과 바레인, 프랑스에서 일하 고 한국으로 결혼 이주를 온 주비의 자서전적인 다큐멘 터리입니다. 파나소닉이나 니콘 같은 글로벌 기업은 주 비의 이주 경험을 가능하게 하였지요. 노동이나 결혼을 위한 이주는 그녀에게 새로운 친구와 경험, 그리고 가족 을 부여했지만 그녀의 마음 한 켠엔 필리핀에 있는 엄 (4) 이 영화에서 보여 주는 끔찍한 도축 장면을 마음에 두면서, 환경 및 동물과의 공존의 문제에 대해서도 이 야기해 봅시다. 마가 늘 존재합니다. 그 모든 것이 그녀의 인생이라고 이야기하는 이주 여성 주비의 목소리가 큰 울림과 여 운을 남깁니다. : 육식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주 다양한 의 견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다른 동물의 생명을 취하 33

36 영화를 통해 보는 여성주의 2. 이주, 이주, 이주하는 여성들 흐리스티나의 집 The Houses of Hristina 쉬잔느 라에스 네덜란드 분 다큐멘터리 한국어 자막 난이도 대중성 대상 연령 15세 이상 줄거리 흐리스티나는 불가리아에서 네덜란드로 온 불법 이민자 여 성이다. 그녀의 직업은 암스테르담의 집을 돌면서 청소와 집안일을 하는 가사도우미. 그러나 흐리스티나는 가사도 우미 일만 하는 게 아니라, 그녀가 방문한 집과 그 집 안에 서의 자신의 모습을 찍는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영화는 흐 리스티나와 그녀의 일터인 집, 그리고 그녀의 사진 작업에 집중한다. 그러면서 흐리스티나라는 불법 노동자 개인이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키고 있는지 를 관객들이 목격하게 한다. 쉬잔느 라에스 Suzanne RAES 1969년 생.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학교에서 문화과학을 공부했다. 1995년부터 사회적 이슈들과 사람 사이의 관계 에 초점을 둔 다큐멘터리 작업을 해 오고 있다. <작은 혁 명>(1995), <헤이그의 교실>(1997), <유럽의 별들>(2001), <헤이그의 교실- 5년 후>(2002), <고통>(2005) 등의 영화 를 만들었다. 초점 <흐리스티나의 집>은 일반적으로 이주 여성 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종사하게 되는 직업 중 하나인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흐리스티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다 큐멘터리는 불법 이주 노동자에 대한 구조적인 착취나 억압적인 근로 환경 등을 폭로하고 비판하는 데 주력하 는 여타의 다큐멘터리들과는 다르게, 가사도우미의 노 동 과정을 객관적으로 보여 줌과 동시에 이주 노동자 개 인의 노동과 삶에 대한 내면적 사유에 집중하지요. 흐리 스티나는 가사도우미 작업장을 사진 작업의 무대로 삼 음으로써 노동 과정에서의 소외를 창조적인 방식의 적 극적인 관계 맺기로 전환시킵니다. <흐리스티나의 집> 은 관객들에게 이주 노동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들을 사 유하게 함과 더불어 이주 여성 노동자의 주체화 과정을 응시토록 합니다. 함께 이야기해 봅시다 (1) 미등록 여성 이주 노동자에게는 왜 가사도우미 같 은 한정된 종류의 돌봄 노동 이 주로 주어지는 걸까요? : 이 질문을 통해서 남성과 여성 간의 전통적인 노동 분업 문제를 드러냄과 동시에 대부분의 이주 여성들을 취약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조건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 것 입니다. 아울러 고용인들이 그러한 조건들을 어떻게 악 용하고 있는지도 비판할 수 있습니다. 34

37 세계화 노동 이주 (2) 불법 이주 가사도우미 노동자인 흐리스티나에게 과 연 집 은 어떤 의미인지 함께 이야기해 봅시다. : 다소 추상적이고 은유적인 독법을 요구하는 질문일 수 도 있지만, 이 다큐멘터리에서 보여지는 집 에 대한 흐 리스티나의 사유에 접근해 보도록 해요. 일반적으로 정 주처로 여겨지는 집 과 흐리스티나에겐 일터인 집 간 의 간극과 그 의미를 짚어 봅시다. 그렇게 함으로써 불법 이주 여성 노동자의 집 없음 의 정체성에 감성적으로 접 근하면서 다음 질문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도록 합시다. 연관 추천 영화 <엄마, 전화주세요>(마레이 메이르만, 다큐멘터리, 50, 2004) 역시 필리핀에서 영국으로 이주해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이주 여성 엠마가 등장합니다. 흐리스티나가 집 에 대해서 양가적 감정을 느끼듯이, 자신의 아이들 을 양육하기 위해 그들을 필리핀에 남겨두고 정작 본인 은 영국에서 백인 아이를 돌보는 엠마는 모성 에 대해 양가적 감정을 가집니다. <엄마, 전화주세요>는 세대에 걸친 필리핀 이주 여성 노동자들의 산포의 역사, 그리 고 거기에서 나오는 감정들을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3) <흐리스티나의 집>에서 잘 보여지는 것처럼 노동 과 정에서 발생하는 소외의 문제를 토론해 봅시다. 아울러 흐리스티나는 그 노동의 소외를 어떤 방식으로 극복하 고 있나요? : 고용자인 집주인들과 흐리스티나의 소통 방식, 일하는 시간, 노동 중에 흐리스티나가 집과 맺는 관계들을 되짚 어 보면서 노동의 소외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해 봅 시다. 그리고 그러한 노동의 소외를 사진 작업을 통해 표 현하고 결국은 다른 것으로 전환시키는, 그리하여 자신 의 주체성을 새롭게 구성하는 이주 여성 노동자의 사례 결혼 이주와 노동 이주 등 여성의 이주가 많아졌을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관심을 받고 있기 때문에 아 카이브 보라에도 이주 여성에 관한 작품이 많을 수밖 에 없습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진행하는 이주 여성영화제작워크숍의 결과물을 함께 보면서 결혼 이 주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 수 있습니다. 한편 <지포>(잔 던, 드라마, 98, 2005)는 가부장적 억압을 피해 난민을 선택한 여성을 통해 영국 사회에서 이주 여성에게 가해 지는 편견과 폭력이 만들어지는 구조를 잘 드러내 보여 주는 영화입니다. 로 흐리스티나를 위치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35

38 영화를 통해 보는 여성주의 메이드 인 L.A. Made in L.A. 알무데나 카라세도 미국 분 다큐멘터리 한국어 자막 난이도 대중성 대상 연령 15세 이상 3. 이주 여성의 노동권 레즈비언 팩토리 Lesbian Factory 수잔 첸 대만 분 다큐멘터리 한국어 자막 난이도 대중성 대상 연령 15세 이상 줄거리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 페드로에 있는 패션 거리에는 많은 봉제공장이 있다. 이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대부분 남미에서 불법으로 이주해 온 여성 노동자들이다. 미국 전 역에 점포망을 갖고 주로 젊은 여성들의 의류를 판매하는 기업인 포에버 21 에 물건을 납품하는 공장들 또한 이 거 리에 위치하고 있다. 하루 12시간씩 일해서 한 주에 200달 러를 받는 여성 노동자들은 하청 공장이 아닌 포에버21을 상대로 불공정 거래 소송을 건다. 영화는 포에버 21의 옷을 만드는 미등록 이주 노동자들과 의류 제조 노동자센터 여 성 운동가들, 그리고 여성 검사 등과 3년 동안 함께 한 포에 버 21과의 법정 투쟁을 기록한다. 알무데나 카라세도 Almudena CARRACEDO 스페인 마드리드 출생. ITVS, POV 그리고 선댄스 다큐멘 터리 펀드의 지원을 받아 만들어진 <메이드 인 L.A.>는 헨 리 햄프톤 어워드와 발라도리드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언급을 받았다. 멕시코 국경 마을인 티후아나에 관한 그녀의 단편 다큐멘터리 <환영해요, 감독의 다큐 일기>는 실버닥스 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최고 단편 다큐멘터리에 주어지는 스털링 어워드를 받았다. 줄거리 카메라는 낯선 나라에서 부당한 사회 시스템에 용감히 맞 서 싸우는 일곱 레즈비언 커플 이주 노동자의 이야기를 따 라간다. 2004년 말 대만의 한 컴퓨터 부품 제조업체. 사장 이 회사 돈을 횡령하고 잠적하면서 공장이 문을 닫자 그곳 에서 일하던 대만 노동자와 필리핀 이주 여성 노동자들은 실직 위기에 처한다. 낙담한 노동자들은 대만국제노동자 협회(TIWA)에 도움을 요청하고 협회는 이 사건을 조사하 면서 단체 시위대를 조직하기 시작한다. 수잔 첸 Susan CHEN 1960년 생. 몇 년간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다가 1991년 직 업 노동운동가로 변신했다. 풀뿌리 다큐멘터리 제작을 배 우기 위해 2003년 풀샷 통신 재단에서 주최한 워크숍에 참 가했다. 이후 노동 관련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연출한 것 은 물론,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집에서 직접 만드는 홈 DV 워크숍과 영상 미디어 사용법에 관한 워크숍을 개최했다. 대표작으로 <딸에게서 온 편지>(2003), <타이페이 지미 >(2004), <바동 병원>(2005), <베이시티의 카메라>(2008) 등이 있다. 36

39 세계화 노동 이주 초점 <메이드 인 L.A.>와 <레즈비언 팩토리>는 각기 배경과 직종은 다르지만, 세계화 시대에 이주 여성 노동자들이 불합리한 노동법과 관행들에 당당히 맞서 기나긴 연대 투쟁을 벌여 나가는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입니다. 조직하라 는 영화 속 구호처럼 이주 여성 노동자들의 용기와 조직화의 힘을 보여 줍니다. 아울러 이주 노동 자들과 시민단체 간의 끈끈한 유대와 상호 믿음이 투쟁 의 밑바탕임을 드러내고 있지요. 인터뷰를 통해서 이주 노동자 여성들 개개인의 역사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 또 한 두 다큐멘터리의 미덕입니다. <레즈비언 팩토리>는 특히 이주 노동과 성정체성의 이슈를 흥미롭게 교차시 치는 것처럼, 자본주의 경제의 피라미드 구조와 그 속에 서 여성 노동자의 위치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해 봅시다. : 세계화된 경제 체제에서 자본의 흐름은 공고한 국경을 허물어 왔습니다. 이런 자본의 흐름을 따라 유연화된 노 동력이 손쉽게 국경을 넘어 흘러 다니게 되었지요. 여성 노동자는 이런 유연화된 노동력 시장에서 피라미드의 가 장 아래 부분을 점하고 있습니다. 즉, 가장 저렴한 임금을 받는, 가장 불안정한 직업군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말입 니다. 이런 여성 노동자의 위치를 짚어 보고, 여성들이 그 런 직종으로 몰리게 되는 이유를 함께 고민해 봅시다. 그 리고 그런 여성 노동자들의 연대 투쟁이 어떤 의의와 파 급력을 가질 수 있는지 상상해 봅시다. 키고 있습니다. (3) 투쟁의 과정들 속에서 여성 노동자들이 획득한 유 함께 이야기해 봅시다 (1) 두 영화에 비추어 이주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을 조 직하기 위해서 요구되는 제반 요건들은 무엇인지 토론 해 봅시다. 무형의 것들은 무엇일까요? : 처우 개선 등의 가시적인 성과와 더불어, 용기, 우정, 믿 음, 힘의 부여 같은 내면적인 변화, 혹은 새로운 주체성 획득에 대해 폭넓게 토론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두 영화를 교차시키면서 구체적으로 연대 투쟁을 가능 하게 했던 요소들, 예컨대 용기, 의식화, 설득, 시민단체 와의 협업 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면서 한국 사회에서 의 연대 투쟁에 대해서도 논의하도록 유도합시다. (2) <메이드 인 L.A.>에서 마리아가 교육생들에게 가르 37

40 영화를 통해 보는 여성주의 연관 추천 영화 이주 여성의 노동권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작품은 아니 지만, 아카이브 보라의 <세리와 하르>(장수영, 드라마, 91, 2008)는 한국에서 소위 불법 노동자 라 불리는 미 등록 노동자로 일하는 이주 노동자 1세대와 그들의 아 이들의 문제를 10대 여성의 시선에서 감성적으로 잘 다 루고 있습니다. 국제결혼을 한 부모님 밑에서 자라 점점 소극적이 되어 가는 세리와 아버지가 불법 이기 때문에 자신도 영원히 불법 일 수밖에 없는 하르의 우정을 통 해 한국에서의 이주민과 그들의 정당한 법적, 사회적 권 리에 대해 이야기해 볼 수 있습니다. 38

41 성폭력 여성운동 몸 세계화, 노동, 이주 섹슈얼리티 가족 환경 평등과 연대 오늘도 여성은 어느 곳에선가 성폭력을 당하고 있습니 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요. 아시다시피 남성과 여성을 가해자와 피해자로 갈라놓는 이러한 성폭력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그러면 성폭력이란 무엇이기에 이렇게 긴 역사를 갖게 되었을까요? 성폭력 이란 성을 이용한 물리적, 정신적, 언어적 폭력 행위를 말합니다. 성폭력은 폭행과 협박에 의해 살인이나 상해 에 이르는 강간이나 강제 추행에서부터 자신이 갖고 있 는 권력을 이용해 피해자의 의지나 동의와는 상관없이 이 사회 전반에서 함께 일어나야 서서히 줄여 나갈 수 있는 악의 일종이기 때문이지요. 성교육 또한 2차 성징 을 알려 주는 청소년 중심의 성교육에서 한발 나아가, 고정화된 성역할 등에 대한 강요를 벗어나 인간의 성 적 자율성을 포함한 양성 평등권의 영역으로까지 확대 해서 실시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야만 비로소 모 든 남성을 잠재적 성폭행범으로, 그리고 모든 여성을 잠 재적 성폭행 피해범으로 인식하는 것에서 벗어날 수 있 을 테니까요. 행동하거나 발화한 성적인 어떤 (언어) 행위까지를 포함 합니다. 한국의 경우 OECD 국가 기준으로 이러한 성범 죄 발생률에 있어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성에 대한 인 식에 참으로 둔감한 나라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이 사회에서 성폭력을 몰아낼 수 있을까요? 현 단계에서의 성폭력 근절을 위한 대책으로는 성범죄 에 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 만 단순히 이것만으로는 가부장제가 시작된 이래로 지 속되어 온 성을 이용한 범죄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을 것 입니다. 여성이 물리적인 수로만 따지면 세계의 절반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소수자를 대변하거나 그에 묶이 는 이유 또한 남성과 여성의 관계가 폭력으로 변질되어 온 지금까지의 역사 때문이니까요. 따라서 단지 당신이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나아가 장애 인이라는 이유로 잠재적인 성폭력 피해자가 되는 문제 는 남성과 여성 간의 평등 의식의 문제이자 장애인이나 소수자의 성적 권리에 대한 인식의 문제로 확대해서 생 각해 보아야 합니다. 성폭력은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를 단순하게 성적 도구로 바라보는 시선을 걷어내는 작업 39

42 영화를 통해 보는 여성주의 1. 성폭력, 그 공포 그 후 The After 최현영 한국 분 드라마 영어 자막 난이도 대중성 대상 연령 15세 이상 줄거리 평범한 여고생 은수는 늦은 밤 귀갓길에 선생님에게 사고 가 났다며 자신을 차에 태우려는 낯선 남자를 만나게 된다. 차에 타려던 순간 직감적으로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낀 은 수는 도망치지만, 그 후 은수의 일상은 더 이상 예전과 같지 않다. 불특정 다수에 대한 성범죄 사건은 모든 여성들을 두 려움에 떨게 한다. 그 여자가 곧 내가 될 수도 있기에. 영 화는 여자들이 성폭행 사건에서 느끼는 공포와 복잡한 심 리를 놀랍도록 섬세하게 포착해 낸다. 최현영 상명대학교 영화과에 재학 중이며 두 번째 연출작 <그 후 >로 히로시마에서 열린 다마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그 후 >는 서울독립영화제 단편경쟁에서 상 영되기도 했다. 초점 이 작품은 성폭력 피해자나 가해자를 직접적으로 다루 고 있지는 않지만, 성폭력 피해자가 될 뻔했던 주인공의 심리 상태를 묘사하면서 여성의 삶에 편재해 있는 성폭 력에 대한 공포와 불안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무엇보 다 이 작품의 장점은 많은 영상물이 가해자의 시선에서 성폭력을 자극적으로 묘사하거나 여성을 무기력한 희 생자로 그리면서 성폭력을 추상화하는 것과 달리, 그런 폭력들이 현실적으로 만들어 내는 심리 상태를 그리면 서 현실감을 부여한다는 점입니다. 이 영화를 통해 상시 적으로 성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여성들의 현실에 대해 서 이야기해 보고,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남성 의 성욕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기면서 성폭력을 여성 의 몸가짐이나 옷가짐의 문제로 몰아가는 관습적인 사 고방식을 바꾸어 나가야 함에 대해서 고민해 보는 계기 가 되면 좋겠습니다. 함께 이야기해 봅시다 (1) <그 후 >에서 여주인공은 왜 범인의 차 안에서 문을 닫은 채 울었을까요? : 여성인 나 또한 잠재적인 성폭력 피해자일 수 있다 라 고 느꼈던 순간이 있나요? 있었다면 어떤 순간이었는지 각자의 경험을 이야기해 볼까요? 있어도 말하지 못한다 면 성폭력 피해 사례를 말하고,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40

43 성폭력 어떤 환경이 필요할지 생각해 보아요. 연관 추천 영화 아카이브 보라의 <올가미>(베라 히틸로바, 드라마, (2) <그 후 >에는 여경이 등장합니다. 여경은 진술 조 사를 하고, 여주인공 은수가 범인의 차 안에서 울도록 내버려 둡니다. <그 후 >와 같은 영화나 텔레비전 드 라마, 그리고 관련 시사 다큐멘터리 등에서 성범죄 피 해자에 대한 보호에 있어서 미비한 점은 없었는지 생 각해 봅시다. 122, 1998)는 두 남자에게 강간당한 후 수의사로서 자 신이 지닌 전문적인 능력을 이용해 복수하는 한 여자에 대한 페미니즘적 블랙코미디입니다. 거장으로 손꼽히 는 베라 히틸로바의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 서도 추천작입니다. 보라의 또 다른 작품 <위태로운 삶: 중국인 묘지>(우쿠 아구스틴, 다큐멘터리, 26, 2008)는 자바 동부의 볼로산에 위치한 중국인 묘지에서 벌어지 (3) 만일 가까운 친구가 성범죄 피해자가 된 경우가 있 었다면 그때 당신은 직접적으로 어떤 행동을 했나요? 는 악명 높은 불법 성매매 상황을 고발합니다. 이 지역 극빈층 여성들은 자신과 가족들의 생존을 위해 낮에는 돌을 깨고, 밤에는 단돈 1만 루피아(약 1달러)에 몸을 팝 (3) 성범죄나 성을 둘러싼 기존의 고정관념을 바꾸기 위 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당장 당신의 실생활에 서 이를 위해 행하고 있는 일이 있나요? 니다. 심지어 키위르 라 불리는 기둥서방 들까지 하는 일 없이 이 여성들이 버는 돈에 빌붙어 살지요. 영화는 벼랑 끝에 몰려 자신의 마지막 자산인 몸마저 내놓을 수 밖에 없는 극빈층 여성들과, 이 여성의 몸을 착취하고 도덕적 낙인을 찍는 다양한 계층의 남성들을 함께 담 아냄으로써 남자들의 무책임과 뻔뻔스러움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생물학적인 문제가 아니라 권력 관계의 문제 라는 점에서 성폭력과 성매매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 으며,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대면하는 폭력적 현 실은 그대로 성폭행의 현장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41

44 영화를 통해 보는 여성주의 2. 직장 내 성폭력 화기애애 Friendly & Harmonious 장희선 한국 분 옴니버스 드라마 영어 자막 난이도 대중성 대상 연령 15세 이상 줄거리 2000년에 만들어진 <재희 이야기>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 여성노동자협의회가 제작하고 장희선 감독이 연출을 맡은 작품. 10대 청소녀들이 일하는 주유소에서부터 사무실까 지, 다양한 작업장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및 성희롱 문제 를 네 편의 에피소드에 담고 있다. 영화는 직장이 화기애 애 하게 되려면 일차적으로 여성을 성적으로만 보는 시선 을 거둬야 한다는 관점으로 각 에피소드들을 한 편의 이야 기로 묶는다. 장희선 1999년 <고추 말리기>로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우수상 수상. 이 작품은 제5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부문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2000년 용인대 영화학과 석사 과정 수료 후, 2002년과 2003년 여성부의 연구 프로젝트 여성의 몸 과 아름다움, 여성의 몸과 출산 에 참여했다. 초점 직장 내 성희롱은 여성 노동자들의 근로 조건에 치명적 인 악영향을 끼친다. 특히 이는 위계와 권력 관계에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성 노동자들이 이에 대항하 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화기애애>는 여성 노동자들 의 노동 현실을 직장 내 성희롱이라는 상황을 통해 보여 주고자 한다. 사회 초년생이기 때문에, 비정규직이기 때 문에, 그리고 여성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만만치 않은 벽들에 대해 생각해 보길 바란다. 더불어 헤쳐 나갈 용 기도 함께.(장희선) <화기애애>를 연출한 장희선 감독이 연출 의도에서 밝 히고 있는 것처럼 성폭력은 생물학이나 본능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문제입니다. 특히 직장 내 성희롱은 더욱 그렇지요. 이해가 잘 안 간다면, 직장 내에서 누가 누구 에게 성희롱을 할 수 있는가를 한번 생각해 볼까요? 평 사원인 남성이 임원인 여성의 엉덩이를 툭툭 건드리며 장난을 걸 수 있을까요? 혹은 그 반대의 경우는요? 우 리는 이런 간단한 상황을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성희 롱의 본질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화기애애>는 이 렇게 권력의 문제를 통해 발생하는 직장 내 성희롱에 대 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여전히 한국에서는 남성 상사와 여성 부하 간에 성범죄 가 벌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경우에 대부분 남성 상사는 한 가정을 짊어지고 있는 가장이라는 이유로, 혹 42

45 성폭력 은 회사의 중요한 사안을 결정하는 직책에 있다는 이유 로 충분한 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성범죄 를 고발한 여성이 직장 내에서 따돌림을 당하거나 해고 를 당하는 경우가 많지요. 피해자 보호가 특히 중요한 직장 내 성범죄에서 2차, 3차 가해가 계속되고 있는 셈 입니다. 우리는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며, 사 회에 어떤 해결책을 요구할 수 있을까요? 직장 내 성범 죄 예방 및 대처 교육에 활용하기 좋은 작품인 <화기애 애>를 보고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함께 논의해 봅시다. 함께 이야기해 봅시다 (1) 영화에서 소개된 것과 같은 성희롱을 경험해 본 적이 있나요? 서로의 경험을 나누어 봅시다. (2) 어디까지가 사심 없는 농담이고, 어디서부터가 성 희롱일까요? 두 가지를 구분할 수 있는 분명한 선이 있 을까요? (3) 함께 일하는 동료가 이런 일을 당했다면, 어떻게 도 와줄 수 있을까 생각해 봅시다. (4) 직장 내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43

46 가족 여성운동 몸 세계화, 노동, 이주 섹슈얼리티 성폭력 환경 평등과 연대 우리에게 가족은 어떤 존재일까요? 사람들마다 가족에 대한 생각이나 감정뿐 아니라 맺고 있는 관계 또한 각기 다를 거예요. 세상에는 다양한 가족이 있고 또 그 가족 과의 관계는 역시 매우 개인적이기 때문에, 가족의 일 반적인 성격 에 대해서 규정하거나 설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회에서 이상적 이고 모범적으로 여기는 가족의 형태는 분명 존재합니 다. 게다가 이런 이상적인 가족상이 개인들에게 따라 필요가 있습니다. 의지할 수 있는 안식처이자 가장 억압적인 굴레이기도 한 가족. 우리는 가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요? 일반적으로 정상 이라고 여겨지는 가족 형태에 대 한 고정관념을 문제 삼고, 어머니라는 이름 속에 파묻혀 버린 여성의 역사를 재발굴하며, 돌봄 노동이 여성에게 만 국한되는 현실을 비판해야 우리는 건강한 가족을 재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야 할 것, 정상적인 것으로 늘 강요되지요. 지난 몇 년간 TV 전파를 타면서 인기를 끌고 있는 섬 유탈취제 페브리즈 광고를 한번 떠올려 볼까요? 아빠 는 밖에서 열심히 일하고 엄마는 집에서 가사를 돌봅 니다. 4인 가족의 건강과 안위를 돌보고 집안을 청결히 유지하는 것은 오롯이 주부/엄마의 몫으로 그려지지요. 이 광고는 한국 사회에서 모범적이라고 교육하는 가족 의 전형을 보여 줍니다. 그러나 1인 가구가 4인 가구의 수를 초월한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과연 이런 가정이 얼 마나 많을까요? 혹은 얼마나 가능할까요? 현실과 상관 없이 페브리즈 광고가 대중에게 인기를 끄는 것은 그만 큼 이 광고가 대중이 가족에 대해 갖고 있는 어떤 고정 관념과 통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가족에 대 한 이런 고정관념은 그러나 오랜 시간 여성들뿐 아니라 남성들, 그리고 다양한 성소수자를 억압해 왔어요. 모범 과 정상 에서 벗어난 가족은 도덕적 평가와 제도, 일상생활을 통해 소외당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건 강/정상 가족 유지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자 자연스러 운 것으로 여겨져 온 모성에 관해 여러 여성들이 갖고 있는 복잡한 생각과 태도에 대해서도 우리는 고민해 볼 44

47 1. 결혼과 가족 만들기 34살 노처녀 Bachelorette, 34 카라 헤롤드ㅣ미국ㅣ2007ㅣ39분ㅣ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ㅣ한국어 자막 가족 난이도 대중성 대상 연령 15세 이상 줄거리 감독인 카라는 딸의 결혼에 대해 강박관념을 갖고 있는 자 신의 엄마에 대해서 영화화하기로 결정한다. 엄마는 카라 가 34세가 되도록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은 여자로서 보다 나 은 삶을 사는 것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으며, 안정적이고 행복한 삶을 접은 거라고 생각하는 보통의 엄마이다. 그녀 는 카라에게 적당한 남자를 소개하려고 애를 쓰다가 결국 은 도대체 딸이 무엇을 하기에 결혼할 생각도 하지 않고 살고 있는가를 확인하려고 딸이 사는 샌프란시스코를 방 문한다. 카라 헤롤드 Kara HEROLD 페미니즘과 대중문화가 교차하는 지점을 재치 넘치면서도 섬세한 방식으로 탐구하는 작품들을 만들어 왔다. 단편 애 니메이션에서 다큐멘터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의 연 출과 제작에 관여하고 있으며, 작품으로는 <틱챗>(2000), <걸리쇼>(2001) 등이 있다. 초점 엄마는 여자 인생의 완성은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기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본인의 결혼 생활이 대단히 행복하고 즐거웠던 것도 아닌데 말 입니다. 딸은 엄마가 원하는 삶을 사는 것보다는 아직은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물 론 그 삶이 또 그렇게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니에요. 사 실 어디에도 절대 행복 이라거나 절대적으로 옳은 것 이라는 건 없기 때문에, 자신이 무엇을 추구하느냐는 온 전히 개인의 선택의 문제이고 스스로가 책임질 일입니 다. 문제는 남자와 여자의 법적 결합을 통해 생산과 재 생산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회에서는 그런 스스로의 선택 이 존중받지 못한다는 거예요. 또 결혼은 언제나 재생산 즉, 출산 및 양육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 에 적령기 가 강조되지요. 하지만 그런 적령기는 누구 를 위한 적령기인가요? 결혼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해야 하는 아주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은 아닙니다. 결혼은 사회의 필요에 따라 구 성되어 온 제도적이고 문화적인 산물이지요. 특히나 결 혼 제도를 통해 이성애 중심주의와 가부장제가 더욱 단 단해지는 현실에서는 이런 결혼 제도 자체에 문제를 제 기할 필요도 있겠지요. <34살 노처녀>는 결혼 제도 자 체를 비판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결혼에 대한 압박 과 결혼을 하지 않으면 마치 하자 가 있는 것처럼 여기 45

48 영화를 통해 보는 여성주의 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고통스러워하는 감독의 고백 을 통해 결혼을 둘러싼 다양한 문제에 대해서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수 있고, 결혼을 통해 이루어진 단위가 건강한 가족 으 로 인정받습니다. 그런데 꼭 남녀의 제도적인 결합을 통 해서만 가족이 구성될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동성애자 들은 어떻게 가족을 구성할 수 있을까요? 혹은 꼭 성적 함께 이야기해 봅시다 (1) 사랑의 해피엔딩은 결혼인가요? : 온갖 영화와 드라마에서의 해피엔딩은 역시 남녀 주인 공의 결혼이지요. 조금 더 나아가면 결혼 후 아이를 낳아 단란한 4인 가족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말 사랑 인 관계가 아니더라도 우정과 동지애에 기반한 가족과 도 같은 커뮤니티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또 동 거하면서 정신적, 경제적인 안정을 얻는 이성애 커플은 어떻게 이해할까요?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해서 이야기 해 봅시다. 의 끝은 결혼과 가족 만들기인가요? 제도적인 안전장치 를 만들지 않는다면 연인 관계는 오래가지 못할까요? 오 래가지 않는 연인 관계는 의미가 없는 것일까요?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과 <최고의 사랑>의 엔딩을 비교해 보 는 것도 재미있겠지요. (2) 우리들의 어머니는 어떤 결혼 생활을 하셨나요? : 나의 어머니, 혹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어머니들 의 결혼 생활에 대해 생각해 보고, 나는 어떤 결혼 생활을 하고 싶은지 혹은 하고 있는지 이야기해 봅시다. 그리고 왜 어머니들은 그렇게 자식들을 결혼시키려고 하는지도 함께 고민해 봅시다. (3) 가족은 결혼을 통해서만 만들 수 있을까요? : 현재 한국에서는 법적으로 남자와 여자만이 결혼을 할 46

49 가족 연관 추천 영화 아카이브 보라 작품 <차룰라타의 못다한 이야기>(상기 타 파드마나반, 드라마, 24, 2009)는 보수적인 가족 관 계가 사회를 지배하는 인도를 배경으로, 사랑하는 남자 를 두고 사회적 통념에 맞추어 적당한 혼기에 적당한 남 자를 만나 적당히 결혼하기로 마음먹은 한 여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어머니를 비롯한 사회가 개인에게 가하는 결혼에 대한 압박뿐 아니라, 그 외부의 압박을 자기의 것으로 내면화해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여성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역시 혼기가 차면 결혼을 해야 한다 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런 생각은 어디에서 온 것인지 이야기해 볼 수 있겠지요. <데이트>(장희선, 드 라마, 20, 2008)는 어머니에게 떠밀려 맞선을 보러 나 가는 여성의 자유로운 성을 볼 수 있는 한국 작품이에 요. 한국 사회를 보여 주기 때문에 <34살 노처녀>나 <차 룰라타의 못다한 이야기>보다 더 친근하게 결혼 시장 이라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 볼 수 있습니다. <나는 엄 마계의 이단아>(자넷 메리웨더, 다큐멘터리, 52, 2007) 는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아 엄마가 되기로 결심 한 다큐멘터리 감독의 비디오 다이어리입니다. 결혼과 가족이 꼭 일치되는 것인지, 싱글맘 되기는 어떤 것인 지 쉽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이므로 추천합니다. 47

50 영화를 통해 보는 여성주의 2. 다양한 가족 베이비 포뮬라 Baby Formula 앨리슨 레이드ㅣ캐나다ㅣ2008ㅣ81분ㅣ코미디ㅣ한국어 자막 난이도 대중성 대상 연령 15세 이상 줄거리 때는 줄기세포 연구가 성공한 가까운 미래. 레즈비언 커플 인 아테네와 릴리스는 줄기세포를 이용해 자기들만의 난자 로 임신을 하게 된다. 이 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리기 위해 두 사람은 파티를 계획하고, 서로 너무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가 족들이 모이면서 사건이 터지기 시작한다. 앨리슨 레이드 Alison REID <Keeping Track>(1985), <폴리스 아카데미 3>(1986), <쏘우> 시리즈, <엑스맨: 최후의 전쟁>(2006) 등의 스턴트 및 스턴트 코디네이터로 활약했다. 단편영화 <서큐버스 >(2006)로 감독 데뷔하였으며, <베이비 포뮬라>는 이를 발 전시켜 만든 그녀의 첫 장편영화이다. 초점 한국 사회에서는 남자와 여자만이 서로 사랑하고 성적 으로 결합할 수 있으며, 이런 이성 간의 결합만이 건강 한 가족을 가능하게 하는 정상적인 결혼이라고들 생각 하지요. 이런 사고방식을 이성애 중심주의 라고 합니 다. 한국에서는 이렇게 남자와 여자가 커플을 이룬 이성 애 가족만이 정상 가족 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모든 제 도적 지원 역시 이성애 가족만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동성 커플의 경우에는 그 관계를 인정받지 못할 뿐더러 법적으로도 결합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동성 커 플은 자연스럽게 존재하며, 이성 커플과 크게 다르지 않 게 만나고 사랑하지요. 그래서 네덜란드, 벨기에, 캐나 다, 스페인 등의 국가에서는 동성 결혼을 법적으로 허용 하고 있고, 프랑스, 덴마크,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등에 서는 결혼은 아니지만 동성 간의 시민 결합 을 법적으 로 인정하면서 동성애자의 가족 구성권을 존중합니다. 성적 지향으로 사람을 차별하지 않도록 하는 거지요. <베이비 포뮬라>는 동성 결혼이 법적으로 인정되고 있 는 캐나다에서 레즈비언 커플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 는 과정을 그린 영화예요. 이 영화를 통해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가족을 이루고 사랑할 권리를 박탈하는 것은 부 당하다는 사실을 볼 수 있지요. 물론 가부장제를 공고 하게 지탱해 온 결혼이라는 제도에 동성애자들이 꼭 들 어가야 하는가, 혹은 두 명의 레즈비언이 모두 엄마가 48

51 가족 되고 싶어 하는 것으로 재현하면서 모성을 자연화시키 는 것이 아닌가 하는 등은 토론을 통해 이야기해 볼 만 한 지점입니다. 이 작품을 감상한 후 동성애자 커플이 키우는 아이에게는 어떤 식으로든 문제가 생기지 않을 까? 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는데, 그럴 땐 아카이브 보 라의 <퀴어스폰: 퀴어의 아이들>(안나 볼루다, 다큐멘터 리, 30, 2006)을 함께 감상해 보세요. 양육에 있어 부모 의 성정체성 자체는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 을 확실하게 보여 주는 작품이니까요. 게 생각하나요? : 2007년 법무부는 헌법상 평등의 원칙을 실현하는 최 초의 기본법 이라는 제정 이유를 밝히며 차별금지법제 정안 을 입법예고했습니다. 여기에는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종교, 임신 또는 출산, 학력,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인종, 피부색, 언어, 가족 형태 및 가족 상황, 성적 지향, 범죄 및 보호처분 등 총 20개 차별금지조항이 설정되어 있었지요. 그런데 재계와 보수 언론들의 반대에 부딪히 면서 병력, 학력, 출신 국가, 언어, 가족 형태 및 가족 상 황, 성적 지향, 범죄 및 보호처분의 7개 조항이 삭제되었 함께 이야기해 봅시다 (1) 아테네와 릴리스의 사랑, 어때 보이나요? : 이성애 중심의 사회이기 때문에 일반 대중을 대상으 로 <베이비 포뮬라>를 상영했을 때 가장 많은 반응 중 하 습니다. 이를 계기로 엄청난 논란이 2011년 현재에도 계 속 진행 중입니다. 이 주제와 관련해 성적 지향 과 가족 형태 및 가족 상황 에 따라 차별을 받는 것이 정당하다 는 주장에 대해서 논의해 보도록 합시다. 나는 레즈비언을 처음 봤다 는 것입니다. 그만큼 우리 사 회에서 레즈비언을 포함한 성소수자들은 잘 드러나지 않 고 재현되지도 않습니다. 처음 보는 동성 커플이고 또 그 들이 이룬 가족이기 때문에 어색하고 불편할 수도 있지 만, 또 한편으로는 우리와 다르지 않다 는 반응을 보이 는 이성애자도 많았습니다. 동성애와 이성애는 정말 다 른 것인지에 대해, 그리고 그 가족의 구성에 대해서 이야 기해 봅시다. (3) 동성 커플의 결혼, 법적으로 인정해야 할까요? : 한국에서 가족은 남녀의 결혼 을 통해서만 구성될 수 있다고 법적으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사실혼 관 계를 유지하고 있는 많은 동성 커플의 경우 서로의 관계 가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가 없지요. 그래서 병원에서 보 호자가 될 수 없다거나, 재산상의 문제가 생겼을 때에도 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등 어려움이 많습 니다. 이미 다른 많은 나라에서는 동성 커플의 결혼을 법 (2)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차별금지법에 대해서 어떻 적으로 인정하거나, 결혼은 아니더라도 법적 동반자임을 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