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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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문학논총 제64집( ) 169~205쪽 신동엽 시의 유토피아 의식 연구* 1)김 경 복 ** 차 Ⅰ. 서론 Ⅱ. 당대의 모순적 현실 비판과 반근 대성 1. 현실부정과 반민족적 현실 비판 2. 타락한 문명비판과 반근대성 례 Ⅲ. 유토피아 사회상의 양상과 그 이 데올로기 1. 유토피아 사회상의 제 양상 2. 유토피아 사회의 이데올로기 Ⅳ. 결론 국문초록 신동엽의 문학은 한국 60년대 문학사와 맞물려 해석할 때 온당한 의 미를 획득한다. 참여시로 규정되는 그의 문학은 분단민족의 현실에 대한 우려와 함께 민족자주국가 형성을 주제로 삼는다. 신동엽의 이러한 의식 은 자연스럽게 당대의 이상적 사회상, 즉 유토피아에 대한 의식을 그의 시적 내용으로 가지게 되는데, 이 내용이 얼마나 정합성을 띠고 당대의 현실에 대응했는가를 살펴보는 일은 현재에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유토피아란 인류의 가장 깊은 갈망과 고귀한 꿈, 그리고 높은 포부가 * 이 논문은 2011년도 경남대학교 학술진흥연구비를 지원받아 수행된 연구임. ** 경남대 국어교육과

2 170 한국문학논총 제64집 성취되는 상상의 사회다. 그것은 당위의 세계이며 현실에 대한 제도적 비판과 개혁을 위한 제안의 성격을 띤다는 점에서 규범적 세계로 이해 된다. 이런 유토피아적 사고로 신동엽 시를 살펴보았을 때 그의 시는 당 대의 현실 비판과 함께 시대적 모순을 뛰어넘는 이상적 사회상을 제시 하고 있다. 당대 현실 비판은 분단의 고착화에 따른 조국의 모순된 현실을 그리 는 데서 볼 수 있다. 그의 시에서 우리나라는 우선 타국의 기지, 즉 주 체적 자유와 자발성이 사라진 현실로 나타나고 이로 인해 약탈, 착취, 부 정 등이 넘치는 현실에 놓이게 된다. 때문에 그의 시는 외세에 대해 저 항하는 의식을 보여주고, 더 나아가 외세에 빌붙어 기생하는 매판 자본 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외세에 대한 반감은 자연스럽게 외 세가 가지고 들어온 문명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본다. 문명화된 사회가 당대 우리 민족의 생명적 위기 상황을 조장하는 것으로 여기고 있기 때 문이다. 신동엽이 추구하는 이상적 사회상은 두 가지다. 하나는 원시적 자연주 의로,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하리라 보았던 현대문명이 오히려 인간에게 허울과 허식만 가져오게 함으로써 인간의 진정성을 상실케 했다고 보고 원시적 자연의 상태로 돌아가고자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당대의 현 실과 관련하여 자유와 평등이 보장된 사회상, 즉 자주적 공동체로서 무 계급사회다. 신동엽은 이러한 이상적 사회상의 사상적 기반을 세 측면에서 얻고 있다. 우선 아나키즘 사상이다. 그의 시에서 무정부 마을 로 표상되는 아나키즘 사상은 일체의 권위와 억압으로부터 인간의 자유로운 해방을 쟁취하고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 하는 이상적 삶의 모습 을 담아내는 이데올로기로 표현되고 있다. 다른 하나는 동학사상으로 인 내천( 人 乃 天 ) 사상에 따라 민중평등과 자주적 삶을 추구하는 내용을 담 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노장사상( 老 莊 思 想 )으로 원시적 자연주

3 신동엽 시의 유토피아 의식 연구 171 의 및 소국과민( 小 國 寡 民 )의 이상향을 추구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이러한 사상과 사회상으로 구축되고 있는 신동엽의 유토피아 의식은 60년대 현실에 정합성이 있는 현실 대응이자 높은 심미적 이상을 심어 주는 문학적 성취가 되고 있다. 주제어 : 참여시, 분단, 유토피아, 자연주의, 무계급사회, 아나키즘, 동학, 노장사상. Ⅰ. 서론 신동엽의 문학은 한국 5, 60년대 문학사와 맞물려 해석될 때 보다 온 당한 의미를 획득한다. 왜냐하면 신동엽의 시는 우리 50년대 문학사에 대한 반성의 차원에서 제기되었고, 그의 문학적 파장에 따라 이후 우리 문학사의 내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동엽이 등장하기 전까지 의 50년대 문학은 문학의 본질적 기능을 다하지 못하였다. 주지하다시피 그 까닭은 무엇보다 심각한 억압으로 다가서는 시대 현실과 그에 적극 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시인들로 말미암아 문학에서의 역사적 인식이 결핍되었고, 대신 구경적( 究 竟 的 ) 차원에서 인간 생명을 탐구한다는 탈 역사적, 추상적 명분이 주류적 경향이 된 데 있다. 그 결과 시는 부조리 한 현실을 지속, 재생산하려는 지배 이데올로기에 순응하여 시가 지녀야 할 진정성보다 순수, 아름다움 등 부차적 요소를 본질로 삼게 되었다. 과 거 민족적 모순을 도외시한 유미주의 문학의 뒤를 잇는 순수문학이 바 로 여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왜곡된 문학과 문학론에 대한 근본적 반성이 신동엽과 김수영 에 의해 60년대 현실에서 활발히 일어났다. 그 중에서 신동엽은 분단민 족의 현실에 대한 관심과 우려에 따라 민족자주국가 형성의 염원을 그

4 172 한국문학논총 제64집 의 시적 형상화의 주제로 삼았다. 그는 우리 민족이 맞닥뜨리고 있는 분 단과 매판이라는 시대적 모순에 대해 깊은 자각을 하고 있었으며, 이에 대한 작가적 극복의지가 그의 시작 행위에서 치열하게 실천되었고, 그의 시적 의식의 형상화는 오늘날 우리에게까지 팽팽한 긴장을 불러일으키 게 만들 만큼 높은 시적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그의 錦 江 을 비롯한 대다수의 시들이 형식과 내용 면에서 모두 우리 민족 문학의 맥을 계승 하고 있으며 후대 민족문학, 민중문학론자들에 그 영향을 남긴 것은 누 구나 아는 사실이다. 1) 그의 시사적 업적은 이미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 는 바이며 그의 시적 정신은 오늘의 우리에게 전승되어야 할 그 무엇으 로 추앙되고 있다. 이는 그가 민족 시인의 한 사람이고 그의 시가 오늘 의 우리가 다시 살펴보아야 하는 의미 있는 시의 한 전형임을 말해 주는 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신동엽 시는 민족 분단이라는 모순적 현실이 아직까지 지속되고 있는 오늘의 현실에서 그의 시적 정신이 추구했던 문제를 여 전히 심도 있게 살펴볼 필요성이 제기된다. 그것은 바로 신동엽이 지향 했던 이상적 사회상, 즉 그의 시가 추구했던 유토피아 의식의 내용이 얼 마나 정합성을 띠고 당대의 현실에 대해 문학적 응전으로 작동했는가를 살펴보는 일을 말한다. 실제로 신동엽은 초기 시부터 그가 죽기까지 당 대의 사회 현실에 비추어 우리 민족이 추구해야 할 이상적 사회상에 대 한 탐색을 그치지 않았다. 이러한 신동엽 시에 나타난 유토피아 의식에 대한 주목은 상당 부분 이루어졌지만 아직 그 전모가 밝혀진 것은 아니다. 김경복은 신동엽 시 의 사상적 특징을 아나키즘으로 전제하고 그의 아나키즘 사상의 전개양 상으로 유토피아 의식의 특질을 밝혀내고 있다. 2) 그의 논문은 신동엽 1) 백낙청, 민족문학의 현 단계, 창작과 비평, 1975년 봄호, 참조 채광석, 민족시인 신동엽, 구중서 강형철 편, 민족시인 신동엽, 소명출판, 1999, 153쪽 2) 김경복, 한국 아나키즘 시문학 연구, 부산대 대학원 박사학위 논문, 1998,

5 신동엽 시의 유토피아 의식 연구 173 시의 사상적 측면에서 사회적 유토피아 특성은 잘 밝혀주고 있지만 신 동엽 시 전체를 다루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유토피아 시의 윤리적 미학 적 측면에 대한 언급이 빠져 있어 제한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3) 박지영 은 신동엽 시의 사상을 유기체적 세계관으로 보고 이 점에 입각하여 그 의 시의 유토피아적 성격을 미래적 역사의식과 참여시의 진정성 등으로 언급하고 있다. 4) 박지영의 논문은 유토피아에 대한 이론적 습득이 부족 할 뿐 아니라, 신동엽의 시 의식에서 유기체적 세계관과 근대적 역사 주 체의 형성이 어떻게 관련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미비하고, 무엇보다 유토 피아적 사회상에 대한 사상적 검증이 이루어지 않고 있는 데에서 한계 를 보인다. 김참은 신동엽 시의 금강 에 나타난 이상적 사회상을 다루 고 있는데, 신동엽 시에 표현된 이상적 사회상의 특징을 유교적 대동사 회의 측면으로 해석함으로써 이론적 독특성을 일면 확보하고 있으나, 5) 신동엽의 주요 사상적 거점인 아나키즘과 동학사상에 대한 언급을 배제 함으로써 해석의 신기성에 치우친 느낌을 주고 있다. 기타 상당수 학자 들이 신동엽 시를 언급하는 가운데 부분적으로 그의 시의 유토피아적 특징을 언급하고 있지만 아직 전모를 제대로 연구한 논문은 나오지 않 고 있다. 6) 쪽 3) 이 논문은 일정 부분 필자의 기존 연구논문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즉 기존 논문 에서 신동엽 시의 유토피아 사상을 이루는 아나키즘 사상은 어느 정도 부분 인용 되어 살리고 있지만 나머지 부분, 즉 신동엽 시 전체를 상대로 하여 연구사, 유토 피아 의식의 발생 배경, 유토피아 사회상의 유형, 그리고 이러난 유토피아 사회상 의 이론적 근거인 사상(아나키즘 사상 말고도 동학과 노장사상) 등은 새롭게 연 구해 구성한 것으로 기존 논문보다 심화, 확대된 것이다. 4) 박지영, 유기체적 세계관과 유토피아 의식, 구중서 강형철 편, 민족시인 신동 엽, 소명출판, 1999, 쪽 5) 김참, 신동엽의 <금강>에 나타난 이상적 사회상, 신어어문학 1집, 신어어문 학회, 2004, 쪽 6) 김은정, 신동엽 시 연구 역사의식과 유토피아적 상상력, 세종대 대학원 석사 학위, 2003 이승규, 신동엽 -문명비판과 현대적 유토피아관의 구축, 김수영과 신동엽,

6 174 한국문학논총 제64집 유토피아란 인류의 가장 깊은 갈망과 가장 고귀한 꿈, 그리고 가장 높 은 포부가 성취되는 상상의 사회로서, 인간이 필요하고 바람직하다고 깨 달은 모든 것을 달성하기 위해 모든 물리적 사회적 정신적 힘들이 함 께 조화를 이루어 나가는 사회를 말한다. 7) 때문에 유토피아라는 용어를 실현성이 없다는 부정적 특성만을 부각시켜 오도하고 폄하하는 것은 인 간의 희망을 추구하는 미래지향적 움직임과 기획에 대한 무시로 연결된 다. 유토피아는 부정적인 뜻으로는 그 어디에도 없는 곳 을 가리켜 비현 실적이고 실현 불가능하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지만, 긍정적인 뜻으로 는 인간의 가장 고귀한 꿈이 실현되는, 그리고 인간의 행복을 방해하는 모든 것이 제거되어 욕망과 그 성취 사이에 그 어떤 긴장과 대립도 존재 하지 않는 이상적인 곳 을 가리키는 만큼 정략적 차원에서 폄하되고 배 척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오직 그것은 이상사회를 표상하는 까닭에 당위의 세계이며 현실에 대한 제도적 비판과 개혁을 위한 제안의 성격 을 띤다는 점에서 규범적 세계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8) 유토피아 사상가의 한 사람인 마르틴 부버도 유토피아를 인류 정신사 에서 인류공동체를 통해서만 실현되는 올바름에의 갈망이라고 전제한 뒤 자각적 인간의 의지 외의 어떤 다른 요인들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되는 사회상 9) 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에른스트 블로흐도 유토피아 사회상은 한편으로는 어떤 가능한 인간의 행복을 묘사하고 있을 뿐 아 니라, 다른 한편으로는 자연법 사상으로 설계된 어떤 가능한 인간의 품 위를 반영하고 있다 10) 라고 말하고 있다. 이로 볼 때 유토피아는 우리 인 간의 의지에 의해 실현될 수 있는 이상적 사회상에 대한 제안이라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유토피아는 만약 인간이 비참하고 비인간적인 상황에 소명출판, 2008, 62-84쪽 7) 로자벳 캔터(김윤 역), 공동체란 무엇인가, 심설당, 1983, 10쪽 8) 임철규, 왜 유토피아인가, 민음사, 1994, 11-30쪽 9) 마르틴 부버(남정길 역), 유토피아 사회주의, 현대사상사, 1993, 38-40쪽 10) 에른스트 블로흐(박설호 역), 희망의 원리, 솔, 1993, 318쪽

7 신동엽 시의 유토피아 의식 연구 175 처해있을 때 실제 주어져 있는 것 을 반박하고 수정한다. 11) 유토피아 사 상가는 현실에 대한 분석과 비판을 통해 특정한 사회와 국가에 대한 구 체적 상( 像 )을 제시해 준다. 12) 그 점에서 유토피아는 현실주의적 성격을 띠고 있다. 13) 이 점과 관련하여 신동엽의 시를 분석하면 그의 시 역시 당대의 모순 적 현실에 대한 비판의식을 보여주며, 그 다음 그러한 모순적 현실을 뛰 어넘는 이상적 사회상을 여러 형상으로 그려 보여주고 있다. 때문에 그 의 유토피아 의식의 양상은 현실비판 형상과 대안적 사회상의 제시 양 상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이 논문은 신동엽 시에 나타난 유토피아 의식의 양상과 그 내용의 의미를 분석하는 데 목적을 둔다. Ⅱ. 당대의 모순적 현실 비판과 반근대성 신동엽은 우선 그의 산문 詩 人 精 神 論 에서 시를 이렇게 말한다. 詩 란 바로 생명의 발현인 것이다. 시란 우리 인식의 전부이며 세계인식의 통일적 표현이며 생명의 침투며 생명의 파괴며 생명의 조직인 것이다. 하여 그것은 항시 보다 광범위한 정신의 집단과 互 惠 的 통로를 가지고 있어야 했다. 그래서 하나의 시가 논의될 때 무엇보다도 먼저 그것을 이 야기해 놓은 그 시인의 인간정신도와 시인혼이 문제되어져야 하는 것이 다. 14) 이것은 신동엽이 시를 인식하는 태도를 잘 보여주는 내용이다. 그에게 시는 인간정신도 와 시인혼 을 문제 삼는 것, 즉 현실을 바라보 는 세계관의 문제로 집약된다. 당대 현실 속의 민중과 互 惠 的 통로를 가 지고 있어야 한 다고 강조하게 될 때, 그것은 현실참여로 압축되는 60년 11) 같은 책, 쪽 12) 김영한, 르네상스의 유토피아 思 想, 탐구당, 1988, 15쪽 13) 마르틴 부버, 앞의 책, 40쪽 14) 신동엽, 詩 人 精 神 論, 신동엽 전집, 창작과비평사, 1992, 372쪽

8 176 한국문학논총 제64집 대 시의 지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점에서 그가 詩 人 은, 아니 創 造 者 는 영원한 자유주의자이다. 그는 영원한 不 滿 者 요 영원한 否 定 主 義 者 이다. 15) 라고 시인의 기능과 사명을 말하고 있는 바탕에는 당대 현실에 대해 반응하지 못하는 순수문학에 대한 비판의 의미가 깔려 있는 것이다. 때문에 그의 시는 당대 현실의 제반 문제와의 관련성 속에서 살펴보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유토피아 의식의 형성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정적 현실 비판의 측면에서 이야기할 수 있다. 1. 현실부정과 반민족적 현실 비판 신동엽이 바라본 60년대 현실은 침략과 착취만 존재하는 부정적 상황 이다. 특히 분단의 고착화에 따른 조국의 모순된 현실이 전경화되고 있 다. 다음 시가 이를 대변한다. 도둑질 약탈, 정권만능 노동착취, 부정이 분수없이 자유로운 버려진 시대 반도의 등을 덮은 철조망 논밭 위 심어놓은 타국의 기지. - 錦 江 제13장 부분 이 시에서 그가 인식하는 우리나라는 우선 타국의 기지 다. 그에 따 라 주체적 자유와 자발성이 사라진 현실로 인해 약탈 과 착취, 부정 15) 신동엽, 鮮 于 煇 씨의 홍두깨, 신동엽 전집, 396쪽

9 신동엽 시의 유토피아 의식 연구 177 이 분수없이 자유로운/버려진 시대 로 조국의 현실은 등장한다. 그에게 조국은 아무런 삶의 의의를 제공해주지 못한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그가 우리들 삶의 터전으로서 조국 을 부정한 것이 아니라 조국을 병들게 하고 억압하는 요소, 즉 타국의 기지 로서 문제점을 부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이를 민중의 피를 빨 아먹고 사는 기생충과 같은 흡반족 16), 털난 딸라 17), 혹은 껍데기 18) 들 로 표현하고 있다. 이들은 우리의 조국 현실을 억압하고 왜곡시키는 부 정적 대상들로서 우리 민족의 숨구멍을 뒤덮고 있는 것들이다. 여기서 신동엽이 이러한 부정적 현실에 대한 비판적 대응태도 속에서 주목해야 할 중요한 사항을 발견한다. 그것은 우리나라의 부정적 현실을 땅을 갈라놓고 색칠하고 있은 건 吸 盤 族 들뿐의 탓 이라든지 타국의 기지, 혹은 털난 딸라 라 언명했을 때 그것은 민족 분단과 5, 60년대 당시 조국의 부조리한 현실의 막후 책임자로 동서 이데올로기의 종주인 소련과 미국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갈라진 조국./강요된 分 斷 線./우리끼리 익고 싶은 밥에/누군가 쇠가루를 뿌려놓은 것 같구나. ( 錦 江 -제6장 )는 바로 바로 우리 민족의 모순과 그에 따른 인간성 황폐화 원인의 소재지를 분명하게 말해준다. 이는 우리 민족 현실의 모순이 모 두 민족의 주체적 역사발전을 행하지 못하고 외세에 의해 왜곡된 상태 로 전개됨에 따라 발생하였다는 인식이다. 19) 그리하여 신동엽은 다음 시들과 같이 직접적으로 외세에 대해 저항하 16) 우리들의 포등 흰 알살을 덮은 두드러기며 딱지며 면사포며 낙지발들을 面 刀 질해 버리는 거야요. 땅을 갈라놓고 색칠하고 있은 건 전혀 그 吸 盤 族 들뿐의 탓 이예요. 面 刀 질해 버리는 거야요. 하고 濟 州 에서 豆 滿 까질 땅과 百 姓 의 웃음으 로 채워버리면 되요. ( 주린 땅의 指 導 原 理 ) 17) 강산은 좋은데/이쁜 다리들은 털난 딸라들이/다 자셔놔서 없다. ( 발 ) 18) 껍데기는, 곧, 가요. 껍데기는 껍데기끼리, 껍데기만 스치고, 병신스럽게, 춤추 며 흘러가요, 기다리면 돼요, 땅 속 깊이, 지하 백미터 깊이에 우리의 씨를 묻어 두면, 이 난장판은 금새 흘러가요. ( 詩 劇 그 입술에 파인 그늘 ) 19) 김경복, 신동엽 시와 무정부주의, 한국 아나키즘시와 생태학적 유토피아, 다 운샘, 1999, 389쪽

10 178 한국문학논총 제64집 는 의식을 보여준다. 쏘지 마라. 솔직히 얘기지만 그런 총 쏘라고 朴 첨지네 기름진 논밭, 그리고 이 江 山 의 맑은 우물 그대들에게 빌려준 우리 아니야. 罰 주기도 싫다 머피 일등병이며 누구며 너희 고향으로 그냥 돌아가 주는 것이 좋겠어. - 왜 쏘아 부분 몰아내자 왜놈 몰아내자 洋 놈 몰아내자 모든 外 勢 - 錦 江 제14장 부분 민족자주국가 형성을 가로막은 가장 큰 원인으로 외세를 들고 있는 신동엽은 극단적으로 머피 일등병으로 대표되는 외세의 강권적, 침략적 행위에 대해 왜 쏘아 하며 대거리를 하면서 저항의식을 북돋우고, 더 나 아가서는 동학농민군의 입을 빌어 개화기 당대에서나 오늘의 현실에서 외세의 침략이 동일하다는 인식 아래 몰아내자 모든 外 勢 라고 선동적 구호를 외치게 되는 것이다. 그의 시는 동학농민 전쟁을 통해서 반외세 민족해방 의식을 형상화하여 1960년대 현실의 문제를 동시에 드러내고 자 한 것이다. 20) 이러한 외세 배격은 외세에 빌붙어 기생하는 매판 자본에 대한 비판 으로 이어진다. 20) 김창완, 신동엽 시 연구, 시와시학사, 1995, 247쪽

11 신동엽 시의 유토피아 의식 연구 179 원조물자, 딸라는 酵 母, 발효한 항아리에서 포도주 빼가기에 바쁜 넥타이 맨 장사꾼의 얼굴은 어떻게 생겼을까. 방마다에서 한국의 土 産 物 흥정되고, 資 本 의 앞잡이들은 한국지도 위 등불 밝혀놓고 분주히 주판알 튀긴다. - 錦 江 제6장 부분 그날이 오기까지는 끝이 없을 것이다. 崇 禮 門 대신에 金 浦 의 空 港 화창한 반도의 가을 하늘 越 南 으로 떠나는 북소리 아랫도리서 목구멍까지 열어놓고 섬나라에 굽실거리는 銀 行 소리 - 서울 부분 오전짜리 統 治 權 으로 갈보 銀 行 은 세워진다. - 권투선수 부분 딸라 로 표현되는 자본이 들어와 우리의 내실을 다 빼내가는 새로운 식민지적 현실을 직시하며 이들의 농간에 놀아나는 국내 매판 자본에 대해 資 本 의 앞잡이, 섬나라에 굽실거리는 銀 行 소리, 갈보 銀 行 등으 로 신랄하게 풍자한다. 이는 독점적 자본주의의 침탈에 의해 우리의 민 족성과 역사성을 상실하고 일제에 나라를 빼앗긴 조선 시대처럼 사대주 의로 놀아나는 지배계층에 대한 혹독한 비판이다. 자본주의의 제국주의 적 침탈이 만연되어 있는 60년대 시대 상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그의 유토피아 의식의 단초를 형성하는 데 밑바탕이 되고 있음을 이를 통해 알 수 있다.

12 180 한국문학논총 제64집 2. 타락한 문명비판과 반근대성 외세에 대한 반감은 자연스럽게 외세가 가지고 들어온 문명에 대해서 도 부정적으로 보게 한다. 문명화된 사회는 신동엽의 뇌리 속에는 외세 에 의해 도입된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문명의 발달은 당대 우리 민족 의 생명적 위기 상황을 초래하는 것으로 여기게 된 것이다. 이를 다음 시들이 잘 보여준다. 맨발로 디디고 大 地 에 나서라 하품과 질식 貪 慾 과 橫 暴 비둘기는 東 海 높이 銀 가루 흩고 고요한 새벽 丘 陵 이룬 處 女 地 에 쟁기를 차비하라 文 明 높은 어둠 위에 눈은 나리고 쫓기는 짐승 매어달린 世 代 얼음 뚫고 새 흙 깊이 씨 묻어두자 새봄 오면 江 山 마다 피어날 칠흑 싱싱한 눈 瞳 子 를 위하여. - 싱싱한 눈 瞳 子 를 위하여 부분 아스란 말일세. 흰 젖가슴의 물결치는 거리, 소시랑 씨근대고 다니면, 불쌍한 機 械 야 景 致 가 되겠는가 말일세. 간밤 평화한 나의 조국에 기어들어와 사보뎅 심거놓고 간 자 나의 어 깨 위에서 사보뎅 뽑아가란 말일세. <중략>

13 신동엽 시의 유토피아 의식 연구 181 고요로운 바다 나비도 날으잖는 봄날 共 同 墓 地 에 소시랑 곤두세우고 占 領 旗 디밀어 오면 다시는 그런 버르장머리, 다시는 분즐어놓고 말겠단 말일세. - 機 械 부분 싱싱한 눈 瞳 子 를 위하여 는 1960년 1월에 <교육평론>에 발 표된 작품이다. 문명을 어둠 에 비유하여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선 속 에서 대지적 인간, 즉 전경인( 全 耕 人 )의 사상을 표방하고 있다. 문명의 부정성에 대한 비판과 함께 생명의 본질과 내실을 추구하는, 오늘의 관 점에서 본다면 생태적 상상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쟁기는 가장 순 수하고 본질적인 생명활동의 표상이다. 씨 는 미래지향적인 시간적 유토 피아 의식의 상징이다. 이승만 독재 부패정권의 분단고착화 현상을 그는 문명, 얼음 등으로 표현하고 이를 하품과 질식 貪 慾 과 橫 暴 등의 반인 간적, 반역사적 의미로 보고 있다. 그런 부정적 문명을 이겨내는 것은 대 지적 삶과 씨 로 상징되는 생명성이다. 아래 시 機 械 는 기계로 상징되는 문명에 대한 혐오와 함께 기계를 앞세우고 들어오는 외세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기계에 대해 무너져 버리게. 어제까지의 땅 삽으로 질러 바다 속 무너 져 버리고 숫제 바다로 쏟아져 버리게. ( 機 械 )로 말함으로써 문명 부 정의 인식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신동엽에게 이러한 부정적 문명성은 그 의 시에서 맹목기능자, 은행, 쇠붙이 등으로 나타남을 볼 수 있는데, 이들은 근대문명에 무비판적으로 순응해가는 근대인, 자본주의의 물질 중심적 경제체제, 호전적 군사문명 등을 상징하므로 신동엽은 이들을 강 하게 부정하게 되는 것이다. 21) 때문에 그는 민족 문제의 모순이나 인간 성 황폐화를 가져오는 현대문명의 삭막함도 같은 차원의 문제로 인식하 고 있으며, 이는 곧 반외세, 자주 민주적 동일성 회복만이 이러한 문제의 해결방법임을 암시하고 있다. 21) 남기택, 근대의 두 얼굴 김수영과 신동엽, 청운, 2009, 207쪽

14 182 한국문학논총 제64집 그런데 이들 시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대지의 인간, 즉 경작하는 인간 은 가장 역동적이고 희망적인 인간이다. 그는 현실적 모순을 상징하는 얼음 을 뚫고 인간의 진정성이 간직된 희망의 상징물인 씨 를 무엇보 다 가장 인간의 삶의 터가 될 수 있는 새 흙 깊이 묻어두고자 한다. 원 시적 자연이라 할 수 있는 處 女 地 를 쟁기 로 가는 이러한 전경인에 대 해 신동엽은 全 耕 人 的 인 실천생활을 대지와 태양 아래서 버젓이 영위 하는 全 耕 人, 밭갈고 길쌈하고 아들 딸 낳고, 육체의 중량에 합당한 量 의 발언, 세계의 철인적 시인적 종합적 인식, 온건한 대지에의 향수적 귀 의, 이러한 실천생활의 통일을 조화적으로 이루었던 완전한 의미에서의 全 耕 人 이 있었다면 그는 바로 歸 數 性 世 界 속의 인간, 아울러 原 數 性 世 界 속의 체험과 겹쳐지는 인간 22) 이라고 말하고 있다. 즉 현대인이 현대 문명의 분화와 전문화로 삶의 전체성을 상실한 것이라면 이 전경인은 역사와 현실에 대한 총체적 안목과 조화로운 발달을 통해 전인적 인간 이 된다. 부정적 문명을 극복한 새로운 인간형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으로 볼 때 신동엽은 부정적 근대문명에 대해 비판적 인 식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의 시에 나오는 반문명적 태도 또한 자 본주의로 근대화된 부르주아 사회에 대한 반감의 하나로 자발적인 공동 체 삶을 떠올리는 가운데 자연스레 형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유토피아적 인식은 결국 부르주아 이데올로기, 특히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제국주의 형태로 우리 민족을 침략해 온 일본이나 미국이 문명과 도시 를 중심으로 그 부정한 행태를 자행하고 있음에 대한 저항과 거부에 그 본의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때문에 그가 도시를 부정하고 문명을 불신하 는 것은 과거를 찬미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속에 없는 개인의 자유란 이상을 위해서인 것이다. 23) 이러한 문명비판과 반근대성은 앞의 부조리한 당대 현실, 특히 외세로 22) 신동엽, 詩 人 精 神 論, 신동엽 전집, 쪽 23) 죠지 우드코크(하기락 역), 아나키즘(사상편), 형설출판사, 1972, 32쪽

15 신동엽 시의 유토피아 의식 연구 183 침탈당한 새로운 식민지적 현실에 대한 저항의식과 궤를 같이 한다는 점에서 몹시 격앙된 어조라 할 수 있다. 반공 이데올로기로 문학적 지평 이 제약 당하던 5, 60년대 현실에서 그의 현실 모순과 비리에 대한 질타 나 문제의 근본적 인식으로서 반외세 자주 민족 통일 정신의 고취는 그 가 주장하는 인간정신도와 시인혼의 구체적 발현태로 볼 수 있다. Ⅲ. 유토피아 사회상의 양상과 그 이데올로기 신동엽 시에서 부정적 현실에 대한 비판은 곧 저항정신으로 이어지고, 시적 논리에 의해 혁명의 이미지들을 낳게 된다. 혁명의 정신과 이미지 들은 4 19혁명 이후 급격하게 출현하는데, 그가 즐겨 쓰는 혁명의 이미 지들은 다양하게 변주된다. 예를 들어 內 部 의/살의/ 成 長 에/밀려나/깨어 지는 달걀 껍질은/내부의/병아리새낄/저주하리라,/ 反 逆 者, 라고. ( 錦 江 제15장 )의 부화 의 이미지, 또는 농어촌에도 金 浦 空 港 에도 噴 水 치솟 았으면./ 侵 略 도 착취도 발 못 붙이게./ 半 島 를 가로지른 가시줄, 씻겨 가 버리게,//우리의 머리마다 속 시원한 噴 水. ( 山 에도 噴 水 를 )에서 보이 는 분수 이미지는 바로 부정과 비리, 죽음과 억압, 침략과 착취 등 일체 의 반인간적 틀을 일거에 깨뜨리는 혁명정신을 담고 있다. 이 외에도 반 란 24), 창을 꽂음 25), 면도질 26), 갈아엎음 27), 벗음 찢음 28) 등으로도 24) 우리들의 역사밭을 얼음 꽃 피운 億 千 萬 돌창 떼 뿌리 세워 하늘로 反 亂 한다. ( 阿 斯 女 의 울리는 祝 鼓 ) 25) 돌창을 꽂아라 / 푸른 동자. ( 山 死 ) 26) 땅을 갈라놓고 색칠하고 있은 건 전혀 그 吸 盤 族 들뿐의 탓이에요. 面 刀 질해 버 리는 거야요. <중략> 젊은 阿 斯 達 들의 아름다운 피꽃으로 채워버리는데요. ( 주린 땅의 指 導 原 理 ) 27) 그날이 오기까지는, 四 月 은 갈아엎는 달. ( 4 月 은 갈아엎는 달 ) 28) 벗고도 싶었으리라, 굴레, / 찢고도 싶었으리라, 알살 덮은 / 쇠항아리. ( 錦 江 제23장)

16 184 한국문학논총 제64집 나타난다. 이 모든 저항과 혁명의 이미지들은 당대의 부조리한 역사현실 에 대한 저항과 함께 이상적 사회상을 추구하는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 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혁명의 성공을 전제할 때 신동엽이 그리고 있 는 유토피아적 사회상은 다음과 같은 양상과 그 의미를 띠게 된다. 1. 유토피아 사회상의 제 양상 1) 원시 공동체사회 지향과 민족주의 신동엽이 그의 초기 시부터 보이고자 한 것은 이 현실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세계로 가자라는 의식이다. 그것은 그의 현실인식이 당대 현실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메시지며 그가 지향해 가고자 하는 곳이 당대 시인의 한 사람, 혹은 지식인의 한 사람으로서 제시하고 싶은 이상적 세 계를 의미한다는 사실이다. 다음 시가 그것을 보여준다. 香 아 너의 고운 얼굴 조석으로 우물가에 비최이던 오래지 않은 옛날 로 가자 수수럭거리는 수수밭 사이 걸찍스런 웃음들 들려 나오며 호미와 바구 니를 든 환한 얼굴 그림처럼 나타나던 夕 陽 구슬처럼 흘러가는 내ㅅ물가 맨발을 담그고 늘어앉아 빨래들을 두드 리던 傳 說 같은 풍속으로 돌아가자 눈동자를 보아라 香 아 회올리는 무지개빛 허울의 눈부심에 넋 빼앗기 지 말고 철따라 푸짐히 두레를 먹던 정자나무 마을로 돌아가자 미끈덩한 기생 충의 생리와 허식에 인이 배기기 전으로 눈빛 아침처럼 빛나던 우리들 의 故 鄕 병들지 않은 젊음으로 찾아가자꾸나 香 아 허물어질가 두렵노라 얼굴 생김새 맞지 않는 발돋움의 흉낼랑

17 신동엽 시의 유토피아 의식 연구 185 그만 내자 들 菊 花 처럼 소박한 목숨을 가꾸기 위하여 맨발을 벗고 콩바심하던 차 라리 그 未 開 地 에로 가자 달이 뜨는 명절밤 비단치마를 나부끼며 떼지 어 춤추던 전설같은 풍속으로 돌아가자 내ㅅ물 구비치는 싱싱한 마음밭 으로 돌아가자. - 香 아 전문 이 시는 그가 갓 등단한 1959년 때 쓴 작품이다. 이 시를 살펴보면 그 의 시적 지향을 엿볼 수 있다. 즉 그의 이 시는 현재와 과거가 첨예하게 대립돼 있고 시인은 강렬하게 현실을 부정하고 과거로 돌아가고자 한다. 그 까닭은 그가 서 있는 현실이 무지개빛 허울의 눈부심 만 찬란하거나 미끈덩한 기생충의 생리와 허식 만 가득 찬 곳으로서 인간의 진정성이 나 사랑이 없기 때문이다. 그에게 인간적인 삶의 터로서 떠오른 곳은 환한 얼굴 그림처럼 나타나 고 싱싱한 마음밭 이 있던 오래지 않은 옛날 전설같은 풍속 의 정자나무 마을 이다. 그의 이 시적 표명에서 그가 지향하고자 하는 것이 어떤 것임을 알게 된다. 그는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하리라 보았던 현대문명이 오히려 인간에게 허울과 허식만 가 져오게 함으로써 인간의 진정성을 상실케 했다고 보고 있다. 그것은 그 가 인류의 봄철을 원수성( 原 數 性 )이라 하고 인류 문명이 발달한 세계를 차수성( 次 數 性 ) 세계라 칭하여 그 시기의 특징을 불안, 부조리, 광기성 등으로 잡은 데에서도 알 수 있다. 29) 따라서 그는 현대문명을 부정적으 로 인식하면서 이 현대문명이 낳는 오늘의 삶에서 인간의 진정성을 되 찾기 위해 미개지( 未 開 地 ) 라 할 수 있는 자연적 원시주의로 인간의 삶 을 되돌리려고 한다. 30) 그런데 여기서 원시주의는 무지와 몽매라는 인간 발전 도상의 역사적 29) 신동엽, 詩 人 精 神 論, 신동엽전집, 쪽 30) 신동엽의 이러한 원시적 자연주의의 추구는 오늘의 관점에서 볼 때 생태주의적 세계관과 맞닿아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송기한, 생태학적 상상력과 낙원의 식, 1960년대 시인 연구, 도서출판 역락, 2007, 47-51쪽

18 186 한국문학논총 제64집 원시주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즉 복고주의가 아니다. 신동엽이 돌아가 고자 하는 원시주의는 문명이 파괴한 인간성의 회복과 질병과 소외로부 터 자유로운 곳을 의미한다. 그것은 오늘의 우리 삶을 되돌아 볼 때 현 재의 모순과 한계를 극복한 대안적 장소를 뜻한다. 신동엽이 전설같은 풍속 혹은 눈빛 아침처럼 빛나던 우리들의 故 鄕 을 이야기 했을 때 이 는 다분히 도피처로서 그러한 곳을 찾아가자는 말이 아니라 현실적 삶 이 부정해버린, 혹은 사상( 捨 象 )해버린 삶의 질이나 비전을 제시하는 곳 을 가리킨다. 다시 말해 우리 민족의 이상적 삶의 한 형식으로서 민족주 의적 유토피아를 말한다. 유토피아적 사유라는 것이 질서와 설계와 희망 이라는 세 가지 원소들을 결합하여 모순된 현실세계와는 다른 보다 나 은 세계에 대한 기능적인 구상을 수반하기 마련 31) 이라는 점에서 신동엽 의 이러한 발상은 유토피아적 사유라 할 수 있다. 때문에 그의 이 옛날 은 마땅히 와야 할 미래 와 다름없다. 즉 과거의 어떤 이상적 삶의 전형 을 미래의 삶에 와야 할 것으로 투사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러 한 점을 두고 마르쿠제는 유토피아적 상상력이 무의식에 보존된 과거의 행복했던 기억을 되살려 유토피아적인 미래상을 보여주는 예기적 기능 을 수행한다고 말한다. 32) 그런 점에서 다음과 같은 시도 같은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피다순 쭉지 잡고 너의 눈동자 嶺 넘으면 停 戰 地 區 는 바심하기 좋은 이슬젖은 안마당. 고동치는 젖가슴 뿌리세우고 31) 정지창, 유토피아 유토피스틱스 리얼리즘, 유토피아, 문예미학사, 2000, 3 쪽 32) 손철성, 유토피아, 희망의 원리 현대사회엣 유토피아론의 재구성을 위한 철 학적 탐구, 철학과 현실사, 2003, 50쪽

19 신동엽 시의 유토피아 의식 연구 187 치솟은 森 林 거니노라면 硝 煙 걷힌 밭두덕 가 새벽 열려라. - 새로 열리는 땅 부분 이 시는 시간의식으로 볼 때는 미래로 열려있어 조금 다른 면모로도 해석할 수도 있지만 그 지향 내용은 똑 같다고 할 수 있다. 이 시에서 硝 煙 걷힌 밭두덕 가/새벽 열려라 에서 볼 수 있듯 그 지향하는 바가 미래지만, 이 미래로 향하는 그의 자세는 앞에서 보았던 옛날로 돌아가 자 와 그 의미상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모두 현대 문명, 이 시에서는 초연( 硝 煙 ) 으로 대표되는 전쟁과 살육의 현실로부터 이상적인 삶을 찾 아가자는 뜻이다. 또한 앞 시에서 과거의 표지로서 원시적 자연이 그의 이상 세계였듯이 이 시에서는 미래적 표지로서 새벽 이 밝아오는 곳은 인간의 생명이 깃들어 있는 자연, 즉 치솟은 森 林 속이다. 모두 문명의 공간을 떨치고 생명이 가장 약동하는 자연의 삶, 자유의 삶을 추구하고 있다. 이는 그가 자주민족국가 건설을 염원했음을 염두에 두고 본다면 민족적 이상사회라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이 시는 시간적 유토피아의식과 공간적 유토피아 의식이 결합되 어 나타나고 있다. 이 시에서 停 戰 地 區 는 전쟁이 없는 평화의 땅을 의 미한다. 이 시는 시집에 실리면서 제목도 緩 衝 地 帶 로 개작되는데 그 때 停 戰 地 區 는 緩 衝 地 帶 로 시어가 바뀌고 있다. 완충지대는 정전지구 보다 더 의미가 당대의 이데올로기적 의미가 반영된 어휘로 보인다. 자 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이념적 대립적 구도 속의 냉전적 질서 속에서 안 전한 사회상의 이미지로 완충지대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추후 그가 유토피아 사회상으로 그리고 있는 시 산문시 에서 언급하는 스칸 디나비아의 완충지대를 염두에 두고 말한 듯하다. 따라서 완충지대는 자 주적 민족국가로서 이념적 좌우 대립에서 벗어나 자유와 자발로 평등하 고 풍족한 삶을 영위하는, 당시 우리 민족에게 요구되는 유토피아적 사

20 188 한국문학논총 제64집 회상으로 볼 수 있다. 이 완충의 의미는 비로소, 허면 두 코리아의 主 人 은 우리가 될 거야 요. 미워할 사람은 아무데도 없었어요. 그들끼리 실컷 미워하면 되는 거 야요. 아사녀와 아사달은 사랑하고 있었어요. 무슨 터도 무슨 堡 壘 도 掃 除 해 버리세요. 창칼은 구워서 호미나 만들고요. 담은 헐어서 土 肥 비로 나 뿌리세요. / 비로소, 우리들은 萬 邦 에 宣 言 하려는 거야요. 阿 斯 達 阿 斯 女 의 나란 緩 衝, 緩 衝 이노라고. ( 주린 땅의 指 導 原 理 )에서도 나타나 고 있듯이 중립의 의미를 띠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곧 중립의 상태를 의 미하므로 껍데기는 가라 의 중립의 초례청 또한 같은 의미를 가짐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신동엽은 초기 시부터 부조리한 현대문명의 삶을 부정하고 자연적, 혹은 원시적 공동체사회로 꾸준히 지향해가고자 했고 이는 중립의 안전지대로서 자주적 민족국가, 즉 민족주의적 이상사회를 추구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2) 자유와 평등의 무계급사회 추구 신동엽은 당대의 현실과 관련하여 자주적이면서, 동시에 자유와 평등 이 보장된 이상적 사회상을 염두에 두었다. 특히 그의 이상 사회에 대한 기획은 민족 분단이라는 상황을 앞에 두고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차 원에서 이루어진 만큼 자유와 자발이 보장되고 민족적 안녕이 보장된 형태로 그려진다. 그의 이러한 자주적 공동체로서 이상사회의 결정판은 1968년 11월 月 刊 文 學 지에 발표된 다음 시에 와서 보다 명확해진다. 스칸디나비아라든가 뭐라고 하는 고장에서는 아름다운 석양 대통령 이라고 하는 직업을 가진 아저씨가 꽃리본 단 딸아이의 손 이끌고 백화 점 거리 칫솔 사러 나오신단다. 탄광 퇴근하는 鑛 夫 들의 작업복 뒷주머 니마다엔 기름묻은 책 하이덱거 럿셀 헤밍웨이 莊 子 휴가여행 떠나는 국무총리 서울역 삼등대합실 매표구 앞을 뙤약볕 흡쓰며 줄지어 서 있 을 때 그걸 본 서울역장 기쁘시겠오라는 인사 한 마디 남길 뿐 평화스 러이 자기 사무실문 열고 들어가더란다. 남해에서 북강까지 넘실대는

21 신동엽 시의 유토피아 의식 연구 189 물결 동해에서 서해까지 팔랑대는 꽃밭 땅에서 하늘로 치솟는 무지개빛 분수 이름은 잊었지만 뭐라군가 불리우는 그 중립국에선 하나에서 백까 지가 다 대학 나온 농민들 추럭을 두대씩이나 가지고 대리석 별장에서 산다지만 대통령 이름은 잘 몰라도 새이름 꽃이름 지휘자이름 극작가이 름은 훤하더란다 애당초 어느쪽 패거리에도 총쏘는 야만엔 가담치 않기 로 작정한 그 知 性 그래서 어린이들은 사람 죽이는 시늉을 아니하고도 아름다운 놀이 꽃동산처럼 풍요로운 나라, 억만금을 준대도 싫었다 자 기네 포도밭은 사람 상처내는 미사일기지도 땡크기지도 들어올 수 없소 끝끝내 사나이나라 배짱 지킨 국민들, 반도의 달밤 무너진 성터가의 입 맞춤이며 푸짐한 타작소리 춤 思 索 뿐 하늘로 가는 길가엔 황토빛 노을 물든 석양 大 統 領 이라고 하는 직함을 가진 신사가 자전거 꽁무니에 막 걸리병을 싣고 삼십리 시골길 시인의 집을 놀러 가더란다. - 散 文 詩 <1> 전문 이 시는 전형적인 미래의식의 선취로서 유토피아적 사회상을 드러내 고 있다. 당시 60년대 분단의 모순 속에 얽매여 있는 지식인에게 대통령 도 자전거를 타고 시인의 집으로 놀러가는 낭만적 비전은 앞으로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될 무계급사회의 한 유토피아적 꿈을 드러낸다. 특히 이 시에서 보이는 위정자들은 정치적 권력자로서 국민들 위에 군림하고 있지 않다. 대의제 민주주의의 이념에 투철한 대표성만 띠고 있을 뿐이 다. 때문에 착취와 압박의 상징으로서 위정자들의 의미는 아니다. 그리 고 제국주의적 폭력으로부터 포도밭을 지키는 농민들의 상( 像 )으로 반 외세 및 자주적 세계의 확립뿐만 아니라 그가 다른 시에도 강조하는 전 경인의 사상, 즉 농본주의적 상상력을 통해 부정적 근대성을 극복하는 차원에서 도덕적 진보 33) 를 꾀하고 최소한의 산업화를 통한 긍정적 근대 성의 확립을 유도하고 있음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중립에 대한 의미부여 도 인위적 제도에 대한 거부로서 자연적 질서를 택하겠다는 의지로 보 여지며, 무엇보다 대통령의 이름도 모른다에서 보듯 인위적 정치질서에 33) 죠지 우드코크, 앞의 책, 28쪽

22 190 한국문학논총 제64집 대한 부정의식으로 읽혀진다. 때문에 자유와 평등이 보장된 무계급사회 의 이상성이 잘 살아나고 있다. 이러한 그의 무계급사회의 유토피아 상은 동학농민 혁명에 대한 의미 부여에서도 나타난다. 각오하셔야 합니다, 이왕 피를 보아야 된다면 책임도 지셔야 됩니다, 백성들만의 地 上 낙원, 손에 흙 묻혀 일하는 사람들만의 꽃밭. 政 權 없는, 통치자 없는, 정부 없는 농민들만의 세상, 理 想 사회, 우리들 손으로 이룩할 책임, 우리가 업어야 합니다. - 신동엽, 錦 江 제16장 부분 이 시 역시 계급적 차별이 없는 무계급사회를 이상사회로 그리고 있 다. 이 시는 동학농민혁명의 시작을 알리는 전언이다. 이 시에서 보여주 는 백성들만의 지상 낙원으로서 손에 흙묻혀 일하는 사람들의/꽃밭 이 란 의미는 노동을 신성시하고, 거기에 한걸음 더 나아가 평등한 노동, 평 등한 분배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는 다음 절에서 자세히 살펴볼 아나키 즘 사상에 입각한 무계급공산사회의 유토피아적 모습이다. 때문에 이어 서 政 權 없는,/통치자 없는,/정부 없는/농민들만의 세상, 理 想 사회, 라는 전형적인 아나키즘 사상이 자연스럽게 나타나게 되는 것도 전혀 이상한

23 신동엽 시의 유토피아 의식 연구 191 일이 아니다. 특히 이 시에서 눈여겨 볼 것은 이왕 피를 보아야 된다면 이란 시구다. 이것은 바로 모순과 압제로 가득한 권위주의 체제를 무너 뜨리기 위해서는 사회혁명이 필연적으로 요청됨을 시인하는 태도다. 그 것은 바로 신동엽이 사회혁명만이 당시 부조리한 현실을 극복할 수 있 다는 아나키즘 사상의 전망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국 그 의 시가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하는 34) 이라는 아나키즘 사상의 경제 원리를 형상화함에 있다고 본다면, 이는 우리 민족공동체의 나아갈 바를 당시 60년대 분단 상황에서 보자면 매우 혁명적이고 획기 적인 대안 제시라고 할 수 있다. 2. 유토피아 사회의 이데올로기 1) 노동자 해방과 공동체사회로서 아나키즘 신동엽에게 이러한 유토피아로 제시되는 것은 과거 흙을 중심으로 공 동체 의식을 가지고 생활했던 두레 마을, 곧 그의 시에서 또 다른 이름 으로 변주되는 무정부 마을 이다. 이 시에서 그가 추구하고자 하는 이상 사회의 이데올로기를 확인할 수 있다. 앞마을 뒷마을은 한 식구, 두레로 노동을 교환하고 쌀과 떡, 무명과 꽃밭 아침 저녁 나누었다. <중략> 地 主 도 없었고 34) 죠지 우드코크, 앞의 책, 24쪽

24 192 한국문학논총 제64집 官 吏 도, 銀 行 主 도, 특권층도 없었었다. 半 島 는, 평등한 勞 動 과 평등한 分 配,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分 配, 그 위에 百 姓 들의 祝 祭 가 자라났다. <중략> 半 島 는 평화한 두레와 평등한 分 配 의 無 政 府 마을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 그 위에 靑 春 들의 祝 祭 가 자라났다. 우리들에게도 생활의 시대는 있었다. - 錦 江 제6장 부분 이 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에게도 불평등과 부조리와 억압과 착취가 없는 진정한 인간적 삶의 시대가 있었다는 점이다. 그것은 과거 고구려, 백제 시대의 원시 공동체 사회로서 무정부 마을 이다. 누구나 능력에 따라 일하고/필요에 따라 분배 하는 평화와 평등이 보장된 곳, 그곳은 소외라든지 억압이라는 일체의 불평등과 부자유가 없는 우리 인 간의 이상적인 곳이다. 그런데 그곳은 그가 생활의 시대 란 용어를 붙이고 평등과 자유를 강 조하고 있는 것을 보아 계급 없고 소외 없는 민중의 삶을 떠올릴 수 있 다. 바로 그것은 유토피아 사상의 하나로서 아나키즘 사상이다. 무정부

25 신동엽 시의 유토피아 의식 연구 193 란 용어의 표면적 사용이 아니더라도 그가 정의하는 이상사회의 구비조 건인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하는 경제 원리는 그 능력 에 따라 각인에서, 그 필요에 따라 각인에게 라는 아나키즘 사상 중에서 공산주의 경제 원리를 가리킨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나키즘의 사상의 핵 심이라 할 수 있는 민중의 자발적 행동으로서 민중 직접 혁명이 바로 동 학혁명 사상과 일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35) 또 두레로 노동을 교환, 혹 은 평등한 노동 이라 했을 때 이는 아나키즘 사상의 핵심인 상호부조의 정신과 직접 연결된다. 아나키즘 사상을 가장 간략하게 일체의 권위와 억압으로부터 인간의 자유로운 해방이라고 정의할 때 신동엽이 지향하는 시적 정신의 궤적은 이와 맞아 떨어진다. 우리 시대의 삶을 노동착취 로 표현했을 때 이것 은 자본주의의 모순이 심화된 우리 사회의 제도적 모순을 지적하는 것 이며 자본주의의 모순을 극복하고자 생긴 아나키즘 사상에 공명하는 것 이다. 그리고 그가 소규모 마을 단위로 공동체적 삶을 영위하던 시대를 이상적 삶의 모습으로 그리고 있는 것은 바로 아나키즘 사상에서 지향 하는 자주인 연합의 공동체 마을과 결부되는 것이다. 또한 흙을 근원으로 한 자연적 원시주의는 바로 전형적인 아나키즘이 라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아나키즘 사상이 바로 가장 소박하고 자연적 인 삶을 희망하는 사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더 그의 시가 아 나키즘적인 것은 그가 지향하는 세계가 과거의 이상적 삶을 미래의 이 상적 삶의 표지로 삼는 일이 바로 아나키즘 사상을 형상화한 데 있다. 즉 사회의 발달에 대한 그 태도에 있어 아나키즘은 종종 이상화한 미래 와 이상화한 과거와의 천연자석의 중간에 드리워있는 것이기 때문이 다. 36) 35) 한국 아나키즘 사상 운동과 연구의 전범이라 할 수 있는 하기락 선생의 말에 따 르면 민중의 자발적 행동의 표현으로서 동학 혁명은 바로 한국에서 아나키즘 사상의 요소가 가장 구체적으로 발현된 형태다. 하기락, 한국아나키즘운동사, 형설출판사, 1978, 참조

26 194 한국문학논총 제64집 이러한 사회를 앞당기기 위해 시인이 매진해야 된다는 것이 신동엽의 신념이다. 그가 시인을 두고 시인이란 인간의 원초적, 歸 數 性 的 바로 그것이다. <중략> 내일의 시인은 제왕을 실직케 할 것이며 스스로 천 기를 예보할 것이다. 그는 太 虛 를 인식하고 대지를 인식하고 인생을 인 식할 뿐이며, 문명수 가지나무 위에 난만히 피어난 次 數 세계성 공중건 축같은 것은 그 시인의 발밑에 다만 기름진 토비로서 썩혀질 뿐일 것이 다. 차수성 세계가 건축해 놓은 기성관념을 철저히 파괴하는 정신혁명을 수행해 놓지 않고서는 그의 이야기와 그의 정신이 대지 위에 깊숙이 기 록될 순 없을 것이다. <중략> 하여 시인은 선지자이어야 하며, 宇 宙 知 人 이어야 하며, 인류 발언의 선창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 詩 人 精 神 論 ) 라고 했을 때 이는 앞에서 말한 전경인( 全 耕 人 )을 일컫는다. 묘한 것은 그의 이러한 시인의 정의가 아나키스트 허버트 리이드가 말한 시인의 정의와 똑 같다는 사실이다. 즉 창조하기 위해서는 파괴가 필요한 것이 다. 그래서 사회를 파괴하는 기폭자는 바로 시인이다. 나는 시인이 필연 적인 아나키스트로서 우리가 과거부터 계승해 나왔을 뿐 아닌 미래의 이름 아래 인민에게 부과하려고 하는 국가에 대해서 모든 조직의 개념 을 반대하지 않으면 안 된다 37) 는 내용과 일치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리이드가 인간이 대지를 간다( 耕 )는 것, 이것은 제일의적인 경제상의 사실인 것이다. 나는 시인으로서 오직 일의적인 사실만을 위해서 마음을 쏟는다 38) 라고 하여 시인의 삶을 경작인에 비유하는 것 또한 신동엽의 전경인( 全 耕 人 ) 개념과 아주 흡사하다. 따라서 신동엽이 되고자 하는 전 경인은 바로 우리 시대의 진정한 시인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그 때의 시인은 바로 이상사회로서 무정부 마을을 건설하는 대지의 아들이면서 화합과 조화의 전인적 인간일 것이다. 36) 죠지 우드코크, 앞의 책, 28쪽 37) 허버트 리이드(정진업 역), 시와 아나키즘, 형설출판사, 1983, 26쪽 38) 허버트 리이드, 앞의 책, 27쪽

27 신동엽 시의 유토피아 의식 연구 195 2) 민중 해방과 평등사상으로서 동학 동학사상은 인내천( 人 乃 天 )을 기반으로 민중평등과 자주적 삶을 추구 하는 사상이다. 개화기 현실에서 봉건적 모순과 외세의 침략으로 피폐해 진 상태에서 농민혁명으로 자주, 평등, 자유를 주창했던 동학사상은 60 년대 상황 속에 놓인 신동엽에게 아나키즘 사상과 같은 선상에서 받아 들여지고 융합됐던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동학사상을 이야기하면서 아 나키즘 사상이 습합되어 언급되는 데서 알 수 있다. 신동엽은 장시 錦 江 에서 동학의 인내천 사상에 바탕을 두어 현실의 모순을 고발하고, 착 취 구조에 대한 혁파를 시도하고 있다. 39) 다음과 같은 시가 그것을 말해 준다. 사람은 한울님이니라 노비도 농삿군도 천민도 사람은 한울님이니라 - 錦 江 제4장 부분 안될 말, 한울님께서 사람을 내신 건 농사지으라고 내신 건데 농사짓지 아니하고 생산하지 아니하면 양반보다 나을게 없지 아니한가. <중략> 모든 사람이 다 이렇게 한다면, 어디 가나 이 지상은 과일과 곡식, 39) 김창완, 신동엽 시 연구, 시와시학사, 1995, 236쪽

28 196 한국문학논총 제64집 꽃밭이 만발할 것이요 모든 農 場 은 모든 人 類 의 것, 모든 천지는 모든 백성의 것 될게 아닌가. - 신동엽, 錦 江 12장 부분 두 편의 시는 모두 동학사상이 갖는 민중 해방의 의미를 담고 있다. 모든 만물은 한울님을 모신 살아있는 존재로 평등하다. 40) 자유와 평등 을 강조하고 평등한 노동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새로운 근대적 사상임 에 틀림없다. 그런데 이 시에서 동학 2대 교주 최시형이 모든 이의 노동 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반봉건적 입장에서의 동학사상이라면, 그것을 신 동엽이 평등한 노동, 공동 노동의 차원으로 강조하고, 그것이 이루어진 상태, 즉 모든 農 場 은/모든 人 類 의 것/모든 천지는 모든 백성의 것 이라 는 표현은 동학사상보다 아나키즘 사상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것은 동학사상이 아직 봉건적 질서 속에서 농민의 자유를 추구한 것이 라면, 아나키즘은 봉건적 질서를 무너뜨리고 더 나아가 자본주의 질서마 저 전복한 뒤 민중의 자발적이고 평등한 연대 속의 이상사회를 목표로 한다 할 때, 이 시는 바로 이러한 아나키즘 사상의 구현에까지 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는 그가 시 錦 江 에서 동학 혁명 결과 펼쳐질 이상 사회로 제시하는 다음과 같은 구절 백성들만의 地 上 낙원,/손에 흙묻혀 일하는 사람들만의/꽃밭// 政 權 없는,/통치자 없는,/정부 없는/농민들만의 세상, 理 想 사회 ( 錦 江 제16장 )에서 바로 전형적인 아나키즘 이상 사회 를 표현하는 데서 간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3) 자연으로의 회귀와 소국과민으로서 노장사상 신동엽 시의 유토피아 사회상을 구축하는 또 하나의 사상은 노장사상 40) 김춘성, 해월 최시형과 동학사상, 예문서원, 1999, 99쪽

29 신동엽 시의 유토피아 의식 연구 197 ( 老 莊 思 想 )이다. 노장사상은 무위자연을 표방하기 때문에 신동엽이 추구 하는 원시적 자연주의의 유토피아 사회상과 소박한 정치적 사회상도 노 장사상에서 유래한다고 볼 수 있다. 다음 시가 그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인 예일 것이다. 벗이여, 눈보라 쌓이는 밤 이리의 겨드랑이에 손을 넣으면 다스운, 다순 피가 안 돌고 있을 것인가. 벗이여, 廣 漠 한 原 始 林 人 間 된 거죽 홀홀이 찢어 던지고 산돼지 되어 두더지처럼 살아갈 수 없단 말인가 -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大 地 부분 王 은, 百 姓 들의 가슴에 단 꽃. 군대는, 백성의 고용한 문지기. - 錦 江 제6장 부분 위의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大 地 시에서 보이는 의미는 이미 앞의 香 아 라는 시에서 보았듯 문명과 인위를 거부하고, 원시적 자연 공동체로 회귀하고자 하는 의식의 표현이라 볼 수 있다. 즉 시적 화자는 광막한 원시림의 세계에서 산돼지나 두더지처럼 살 때 다스운 피가 도는 진정 한 인간이 될 수 있다는 전언을 하고 있다. 삶의 진정성과 관련하여 원 시적 삶의 순수함을 예찬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도가사상의 핵심적 인 관점의 하나인 반인간 중심주의적 태도가 뒷받침되어 있다. 41) 이는

30 198 한국문학논총 제64집 무위자연을 표방하는 노장사상의 흔적이다. 아래 시 錦 江 제6장 에서 왕은 장자( 莊 子 )가 꿈꾸는 이상사회 지덕지 세( 至 德 之 世 )의 민여야록 상여표지( 民 如 野 鹿 上 如 標 枝 ) 의 표지 와 같 은 의미다. 다시 말해 제왕은 한 그루 나무 끝에 달린 가지처럼 그 지위 는 매우 높지만 자연에 따르고 작위( 作 爲 )하는 것이 없는 존재 42) 로서 대 표성만 지니고 있다는 뜻이다. 그 점은 왕의 권력의 실질적 힘으로 작동 하는 군대에 대한 신동엽의 의미 부여에서도 백성의 문지기 로 표현함 으로써 권력의 대표성이 없음을 분명히 하는 부분에서도 알 수 있다. 이러한 점은 앞의 산문시 에서 보았듯 전형적인 동양적 유토피아 상, 즉 노자의 소국과민( 小 國 寡 民 )의 금욕적이고 정적인 유토피아 상에 충 실한 모습에 해당한다. 그것은 신동엽이 산문에서 < 治 大 國 若 烹 小 鮮 > 老 子 五 千 言 속에 있는 말이다. 大 國 을 다스림은 흡사 조그만 생선을 지 짐과 같아야 한다. <중략> 나도 내 인생만은 조용히 다스려 보고 싶다. 큰소리 떠든다고 세상 정치가 잘 되는 것이 아니듯이 바삐 서둔다 고 내 인생에 큰 떡이 돌아오진 않을 것이다. 43) 라고 말한 데서 알 수 있다. 즉 그는 노자의 정신을 하나의 사표로 삼고, 그 사상에 입각한 정 치철학과 이상적 사회상을 그의 문학 속에 나타냈다고 할 수 있는 것이 다. 그가 소규모 마을 단위로 공동체적 삶을 영위하던 시대를 이상적 삶 의 모습으로 그리고 있는 것은 바로 노장사상에서 주장하는 자연적 연 합의 공동체 마을과 결부되는 것이다. 이것은 특히 다른 사람들을 수단 이나 도구, 또는 연장이나 자원으로서 어떤 방법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최소국가로서의 유토피아 사회상을 의미한다. 44) 이것은 또한 평 41) 김종철, 신동엽의 道 家 的 想 像 力, 구중서 강형철 편, 민족시인 신동엽, 소 명출판, 1999, 65쪽 42) 진정염 임기담(이성규 역), 중국의 유토피아 사상, 지식산업사, 1993, 93쪽 43) 신동엽, 서둘고 싶지 않다, 신동엽 전집, 344쪽 44) 로버트 노지크(백낙철 역), 아나키 국가 유토피아, 형설출판사, 1993, 458-

31 신동엽 시의 유토피아 의식 연구 199 균주의와 자연에 순응할 것을 촉구하는 노자( 老 子 )의 소국과민( 小 國 寡 民 )의 유토피아 사상 45) 을 계승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노 장사상은 다시 아나키즘 사상의 뿌리가 되고 접맥됨으로써 신동엽 시에 서는 자연스럽게 유토피아적 이미지의 원형이 된다. Ⅳ. 결론 이상으로 살펴보았을 때 신동엽의 문학은 한국 60년대 문학사와 맞물 려 해석할 때 온당한 의미를 획득함을 알 수 있다. 참여시로 규정되는 그의 문학은 분단민족의 현실에 대한 우려와 함께 민족자주국가 형성을 주제로 삼는다. 신동엽의 이러한 의식은 자연스럽게 당대의 이상적 사회 상, 즉 유토피아에 대한 의식을 그의 시적 내용으로 가지게 되는데, 이 내용이 얼마나 정합성을 띠고 당대의 현실에 대응했는가를 살펴보는 일 은 현재에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유토피아란 인류의 가장 깊은 갈망과 고귀한 꿈, 그리고 높은 포부가 성취되는 상상의 사회다. 그것은 당위의 세계이며 현실에 대한 제도적 비판과 개혁을 위한 제안의 성격을 띤다는 점에서 규범적 세계로 이해 된다. 이런 유토피아적 사고로 신동엽 시를 살펴보았을 때 그의 시는 당 대의 현실 비판과 함께 시대적 모순을 뛰어넘는 이상적 사회상으로 나 타난다. 당대 현실 비판은 분단의 고착화에 따른 조국의 모순된 현실을 그리 는 데서 볼 수 있다. 그의 시에서 우리나라는 우선 타국의 기지, 즉 주 체적 자유와 자발성이 사라진 현실로 나타나고 이로 인해 약탈, 착취, 부 정 등이 넘치는 현실이 된다. 때문에 그의 시는 외세에 대해 저항하는 459쪽 45) 진정염 임기담, 앞의 책, 79쪽

32 200 한국문학논총 제64집 의식을 보여주고, 더 나아가 외세에 빌붙어 기생하는 매판 자본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외세에 대한 반감은 자연스럽게 외세가 가지 고 들어온 문명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본다. 문명화된 사회가 당대 우 리 민족의 생명적 위기 상황을 조장하는 것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신동엽이 추구하는 이상적 사회상은 두 가지다. 하나는 원시적 자연주 의로,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하리라 보았던 현대문명이 오히려 인간에게 허울과 허식만 가져오게 함으로써 인간의 진정성을 상실케 했다고 보고 원시적 자연의 상태로 돌아가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그 러한 원시 자연공동체가 우리 민족의 이상적 삶의 한 전형이었다고 보 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당대의 현실과 관련하여 자유와 평등이 보장된 사회, 그러면서 중립과 완충지대로서 평화가 보장된 사회, 즉 자 주적 공동체로서 무계급사회다. 신동엽은 이러한 이상적 사회상의 사상적 기반을 세 측면에서 얻고 있다. 우선 아나키즘 사상이다. 그의 시에서 무정부 마을 로 표상되는 아나키즘 사상은 일체의 권위와 억압으로부터 인간의 자유로운 해방을 쟁취하고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 하는 이상적 삶의 모습 을 담아내는 이데올로기로 표현되고 있다. 다른 하나는 동학사상으로 인 내천( 人 乃 天 )을 기반으로 민중평등과 자주적 삶을 추구하는 내용으로 개진되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노장사상( 老 莊 思 想 )으로 원시적 자연주의 및 소국과민의 이상을 추구하는 기반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사상과 사회상으로 구축되고 있는 신동엽의 유토피아 의식은 60년대 현실에 정합성이 있는 현실 대응이자 높은 심미적 이상을 심어 주는 문학적 성취가 되고 있다.

33 신동엽 시의 유토피아 의식 연구 201 참고문헌 김경복, 한국 아나키즘 시문학 연구, 부산대 대학원 박사학위, 1998 김경복, 신동엽 시와 무정부주의, 한국 아나키즘시와 생태학적 유토 피아, 다운샘, 1999, 쪽 김영한, 르네상스의 유토피아 思 想, 탐구당, 1988, 15쪽 김은정, 신동엽 시 연구 역사의식과 유토피아적 상상력, 세종대 대 학원 석사학위, 2003 김응교 엮음, 신동엽 사랑과 혁명의 시인, 글누림, 2011 김종철, 신동엽의 道 家 的 想 像 力, 구중서 강형철 편, 민족시인 신동 엽, 소명출판, 1999, 51-74쪽 김 참, 신동엽의 <금강>에 나타난 이상적 사회상, 신어어문학 1집, 신어어문학회, 2004, 쪽 김창완, 신동엽 시 연구, 시와시학사, 1995, 236쪽, 247쪽 김춘성, 해월 최시형과 동학사상, 예문서원, 1999 남기택, 근대의 두 얼굴 김수영과 신동엽, 청운, 2009, 207쪽 박지영, 유기체적 세계관과 유토피아 의식, 구중서 강형철 편, 민족 시인 신동엽, 소명출판, 1999, 쪽 박호강, 유토피아와 사회진보, 양서각, 2002 백낙청, 민족문학의 현 단계, 창작과 비평, 1975년 봄호, 참조 손철성, 유토피아, 희망의 원리, 철학과 현실사, 2003 송기한, 생태학적 상상력과 낙원의식, 1960년대 시인 연구, 도서출판 역락, 2007 신동엽, 신동엽 전집, 창작과비평사, 1992, 372쪽 이승규, 김수영과 신동엽, 소명출판, 2008, 62-84쪽 임철규, 왜 유토피아인가, 민음사, 1994, 11-30쪽 정지창, 유토피아 유토피스틱스 리얼리즘, 유토피아, 문예미학사,

34 202 한국문학논총 제64집 2000, 3쪽 채광석, 민족시인 신동엽, 구중서 강형철 편, 민족시인 신동엽, 소 명출판, 1999, 쪽 하기락, 한국아나키즘운동사, 형설출판사, 1978, 참조 진정염 임기담(이성규 역), 중국의 유토피아 사상, 지식산업사, 1993, 93쪽 로버트 노지크(백낙철 역), 아나키 국가 유토피아, 형설출판사, 1993, 쪽 로자벳 캔터(김윤 역), 공동체란 무엇인가, 심설당, 1983, 10쪽 마르틴 부버(남정길 역), 유토피아 사회주의, 현대사상사, 1993, 쪽 에른스트 블로흐(박설호 역), 희망의 원리, 솔, 1993, 318쪽 죠지 우드코크(하기락 역), 아나키즘(사상편), 형설출판사, 1972, 32쪽

35 신동엽 시의 유토피아 의식 연구 203 <Abstract> The Study of Utopian Consciousness in the Poetry of Dong-yeop Shin 46)Kim, Gyeong-Bok * The literature of Dong-yeop Shin obtains a reasonable meaning when being interpreted with literature history of Korea in 1960's. His literature takes the forming of national independence state together with a concern to the reality of divided people as his themes. Such consciousness of Dong-yeop Shin naturally regards the consciousness to the ideal society of that time, i.e. the consciousness to the utopia as his poetic contents. It is also very important to find that such contents how to respond to the reality of that time with consistency even in the present. The utopia is a society of imagination which the most deepest longing, noble dream, and the higher ambition of humankind are achieved. It is a world of needs and is understood as normative world in which it shows a suggestive characteristics for systematical criticism and reform to the reality. When appreciating the poetry of Dong-yeop Shin with such utopian thought, his poems are indicated as the ideal society beyond periodical contradiction together with the criticism to the reality of that time. Criticism to the reality of that tims can be shown from that it describes the contradicted reality of Korea according to fixation of * Kyungnam University

36 204 한국문학논총 제64집 division. In his poems, first Korea is indicated as 'a base of other countries', i.e. the reality which independent freedom and spontaneity are disappeared and due to this, it becomes a reality which plunder, exploit, and illegality are spread. Therefore, his poems show a consciousness to resist to foreign power and further they are lead to the criticism to comprador capital being parasite to foreign power. Antagonism to foreign power naturally sees the civilization which foreign power has brought with negative view. It regards as that civilized society aggravates the life crisis of Korean people. The ideal society which Dong-yeop Shin pursues has two kinds. One is a primitive naturalism, and it sees that modern civilization which was regarded to make the human life to be convenient made the loss of human truth by bring the empty looks and formalities to the humankind and intends to return to the primitive nature. The other one is a society ensuring freedom and equality, i.e. no class society as an independent community in relation with the reality of that time. He obtains a philosophical base of ideal society from three aspects. First is an anarchism. The anarchism expressed as no government town in his poems is expressed as an ideology containing the feature of ideal life which gains a free liberation of humankind from all authorities and suppressions, work depending on one's capability, and distribute according to its needs. Second is an ideology to pursue equality of people and independent life based on mankind is god of Donghak Thought. Finally, the Lao-Chuang's Thought expressing letting nature be becomes a base to pursue a primitive naturalism. This thought and the utopian consciousness of Dong-yeop Shin

37 신동엽 시의 유토피아 의식 연구 205 established by its society become a literal achievement to be a corresponding to the reality with consistency in 1960's and to plant a high esthetic ideal. Key Words : poems of participation, division, utopia, naturalism, no class society, anarchism, Donghak, the Lao Chuang's Thought 논문접수 : 2013년 6월 30일 심사완료 : 2013년 7월 20일 게재확정 : 2013년 8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