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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본 고도성장기 핵=원자력 의 표상과 피폭 의 기억 * <ABSTRACT> 서 동 주 ** djseo9123@ewha.ac.kr This article focuses on the way in which the government s nuclear power policy became institutionalized as a result of public consent in post war Japan. The investigation was based on the following preconditions: the memory of prior exposure to the effects of nuclear energy was not a valid restriction factor when it came to accepting the peaceful uses of nuclear energy, acceptance of which is viewed by Japanese people to depend on the personal opinion of the subject. Most of all, the Japanese were found to be convinced that nuclear power would not be misused for military purposes because of the experience of exposure. The research established that the memory of prior exposure contributed to the discourse relating to the peaceful uses of nuclear energy and that it enabled subjects to accept the peaceful uses of atomic energy. Key words : nuclear power plant, post war Japan, Peaceful Uses of Atomic Energy, memory of exposure 24)25) 1. 들어가며 1970년 3월 14일, 일본 최초의 경수로 방식을 채택한 쓰루가( 敦 賀 ) 원자력발전소가 그날 개 막한 오사카만국박람회에 송전을 실시하면서 가동을 개시했다. 1년 후인 1971년 3월에는 2011 년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대지진에 의해 폭발을 일으킨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가 가동을 시작했다. 이후 1973년의 이른바 오일쇼크 를 기점으로 전후일본은 본격적인 원전대국 의 길 로 들어서게 된다. 석탄에서 석유로의 에너지 전환 위에 가능했던 전후일본의 고도성장기 ( )는 그 황혼기에 원자력으로의 제2의 에너지 전환 을 시작했던 것이다. 물론 이러 한 전환을 촉진한 것은 원자력이 자원으로 유한하며 공해를 유발하는 기존 화석 에너지를 대 체할 새로운 미래 에너지가 될 것이라는 국민적 기대감이었다. 그러나 핵=원자력에 대한 전후 일본인의 태도가 호의 와 기대 로만 일관된 것은 아니었다. 잘 알려진 것처럼 핵무기 로 대변되는 핵=원자력은 일본인들에게 공포 와 불안 의 상징이기 도 했다. 무엇보다 전후일본에서 히로시마 와 나가사키 의 피폭체험은 악몽으로 기억되고 있 었고, 더욱이 1954년 3월 비키니환초에서 조업 중이던 참치어선 제5후쿠류마루( 第 五 福 竜 丸 ) 의 피폭사건은 일본인들의 의식 속에 존재하는 방사능 피폭에 대한 공포를 재차 환기시켰다. 그리고 이 사건을 계기로 1955년부터 원수폭금지운동 이 초국가적 연대 속에서 전개되었다. *이 연구는 2008년 정부(교육과학기술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 (NRF B00006) ** 이화여자대학교 이화인문과학원

2 434 日本學報 第99輯(2014.5) 피폭의 집합적 기억에 의해 지탱되는 핵=원자력에 대한 전후일본인들의 뿌리 깊은 부정적 인식과 감정에도 불구하고, 고도성장기를 통해 국책 의 차원에서 추진된 원자력 개발은 어떤 결정적인 도전에도 직면한 바 없었다. 오히려 핵=원자력의 군사적 이용 과 구분되는 평화적 이용 의 가능성은 고도성장기를 통해 광범위하게 지지받았다. 즉, 많은 경우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은 문명의 필연 이고, 군사적 목적과 분리된 원자력은 생활과 산업 상의 혁신 을 가져다 줄 새로운 에너지로 받아들여졌다. 그런 의미에서 고도성장기 원자력 개발의 성공적 제도화 는 국책의 형태로 전개된 위 로부터의 공세와 (그런 공세의 영향으로만 환원할 수 없는) 원자 력에 평화 와 풍요 를 의탁했던 아래 로부터의 호응이 맞물리며 빚어낸 정치적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은 전후일본의 고도성장기와 중첩되는 원자력발전의 여명기에 초점을 맞춰,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명분으로 위 로부터 시작된 전후일본의 원자력발전이 어떻게 대중적 동의를 획득하며 제도화에 성공 하게 되었는가를 살펴본다. 물론 이러한 질문은 피폭의 기억, 즉 핵= 원자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핵=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의 가능성을 수용하는 데 있어서 유효 한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지 못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후술하는 바와 같이, 실제로 당시 원 자력 관련 담론에서 피폭의 기억은 제약 요인은커녕, 핵=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정당화하는 논거로 활용된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 맥락에서 이 글은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유출사태를 계기로 촉발된 다음과 같은 질문, 즉 일본은 세 번 히로시마, 나가사키 그리고 비키니 에 걸친 방사능 피폭체험에도 불구하고, 왜 적극적으로 원자력발전을 받아들이게 되었는가 라 는 질문에 대한 나름의 대답을 찾아보는 작업이기도 하다.1) 이 글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우선,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曽根康弘)가 중심이 되어 1954년부 터 시작된 원자력발전과 관련한 정책과 제도의 변천을 개괄적으로 살펴본 후, 요미우리신문사 사주 쇼리키 마쓰타로(正力松太郎)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의 대중적 확산을 목표로 실시했던 대중이벤트를 검토하여, 평화, 선의(善意), 미래와 같은 가치와 결합된 핵=원자력의 관념이 전 후일본인들의 생활세계에 어떻게 침투해 들어갔는가를 고찰해 보고자 한다. 이어서는 분석의 초점을 바꿔, 피폭자의 수기와 대중문화(특히 SF장르)를 사례로 피폭 이후를 살아가는 전후일 1) 이 질문에 관해 기존의 논의는 요미우리신문를 필두로 한 일본의 미디어가 미국의 정보기관과 연계된 형태로 추진했던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해 선전활동 의 효과에 공통적으로 주목하고 있다. 즉, 고도성장기의 원자 력에 대한 대중적 관심은 본질적으로 일본의 미디어자본과 미국의 정보기관의 합작에 의해 창출 된 현상이라 는 것이다. (주로 有馬2008, 田中2011, 吉見2012)이와는 달리 전후 일본인들이 갖고 있었던 원자력의 평화적 이 용에 관한 자생적 욕망에 초점을 맞춘 논의들도 존재한다. 주로 피폭체험자의 담론에 대한 분석에 기초하고 있는 이런 논의의 핵심은 피폭체험이 원자력의 선의의 사용 을 갈망하는 심정으로 이어졌다는 것에 있다. 즉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담론의 대중화는 미디어의 선전효과의 일방적 효과가 아니라 패전 직후부터 존 재했던 원자력의 의미(가치) 전환을 요구하는 대중심리의 사후적 표출이라는 것이다(加藤2011, 山本2012, 川村 2012). 그리고 권혁태는 핵과 원자력 혹은 군사적 이용과 평화적 이용을 분리해서 사고하는 대중의식을 지적하 며 그 문제를 고질라 와 아톰 라는 대중문화의 상징과 관련하여 논하고 있다. 즉 일본이 원전대국이 된 것은 거론하며 당시 일본인들은 원자력을 통제가능한 아톰 이지 통제 불가능한 고질라 로 인식하지 않았으며, 오히 려 원자력이 고질라일 수 있다는 것을 애써 부정하려 했다고 지적한다(권혁태2011). 여기에 고도성장기에 원자 력이 건강과 풍요 상징, 즉 전후일본의 이상 으로 받아들여졌던 측면에 대한 논의도 덧붙여 둘 필요가 있다. (大澤2011)

3 서동주 / 일본 고도성장기 핵=원자력 의 표상과 피폭 의 기억 435 본의 집합의식 속에 내재했는 핵=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자생적인 욕망 과 논리 를 가 시화하여, 고도성장기의 원자력 평화이용에 관한 열풍이란, 피폭체험에 의해 형성된 전후일본 의 독특한 대중심리가 미디어자본의 선전활동에 촉발되어 표출된 사회적 현상이라는 점을 밝 히고자 한다. 2. 전후일본의 원자력개발사 전후일본의 원자력개발은 1954년 3월 2일, 당시 개진당 소속 의원이었던 나카소네 야스히로 등이 원자력연구개발을 위한 예산을 의회에 제출하면서 시작되었다. 나카소네에 의해 계상된 개발예산(원자로건설기초조사비)은 2억3500만엔이었는데, 이것은 원자력발전의 원료가 되는 우라늄235 에서 따온 것이다. 예산 제출 전날인 3월 1일에는 남태평양 비키니환초에서 조업 중이던 참치어선 제5후쿠류마루 가 미국의 수폭실험에 의해 방사능 피폭을 당하는 사건이 일 어났다. 잘 알려진 것처럼 제5호후쿠류마루호 피폭사건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피폭체험을 상기시켰고, 이를 계기로 원수폭금지운동이 일어났다.2) 나카소네는 일찍부터 원자력에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1951년 1월 강화조약문 작성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미국의 특별대사 J. F. 댈러스와 만나 원자력연구 및 항공기의 제조와 보 유를 금지하는 조치의 해제를 요청한 적이 있었다. 특히 1953년의 미국체험은 원자력개발의 필요성을 자각하는 데 결정적 계기였다. 그해 7월 헨리 키신저의 초청으로 그가 주최하는 하 버드대학 인터내셔널 세미나에 참석하게 되는 데, 이때 미국의 원자력 관련 시설을 견학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귀국 길에 샌프란시스코의 로랜스연구소에 재직하고 있었던 일본인 물리학자 사가네 료키치(嵯峨根遼吉)와 만나 원자력개발에 관한 의견을 나누었다. 나 카소네의 회상에 따르면 그 만남에서 사가네는 정부가 예산과 법률에 의해 원자력연구를 보장 할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3) 전후일본 원자력개발시대의 개막에 있어서 결정적인 사건은 1953년 12월 미국의 대통령 아 이젠하워가 유엔총회 행한 원자력의 평화이용에 관한 연설이었다. Atoms for peace 이란 제목 으로 행해진 이 연설은 핵물질의 평화이용을 위한 연구를 장려하는 한편 핵병기를 삭감하며, 국제적인 원자력 관리기구(후일 이것은 IAEA로 구체화되었다)의 설치를 골자로 하고 있었다. 결국 1954년의 원자력개발에 관한 나카소네의 선제적 움직임은 앞서 언급한 그의 개인적 체 험이 아이젠하워의 새로운 원자력 정책을 배경으로, 그것에 호응하는 형태로 표면화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2) 피폭국이기 때문에 원폭반대가 필연적일 것 같지만 비키니 사건 이전에 원폭반대운동은 거의 조직되지 않았다. 또한 전전부터 원자력연구가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패전 이후 10년이 지나서 공식적으로 재개되었다. 그것 은 GHQ가 점령통치 기간 동안 원자력관련 연구와 표현을 엄격하게 규제했기 때문이다. 그러한 규제조치는 1951년 강화조약이 발효되면서 해제된다. 3) 山本昭宏(2012) 核エネルギー言説の戦後史 , 人文書院, 102쪽

4 436 日本學報 第99輯(2014.5) 이렇게 미국의 핵전략 전환을 배경으로 시작된 일본의 원자력개발은 1955년부터 빠른 속도 로 전개되었다. 우선 1955년 12월 19일에는 원자력기본법 이 성립되어 원자력연구개발을 위 한 법적 제도가 마련되었다. 원자력기본법은 원자력연구개발의 기본방침으로 원자력의 연구, 개발 및 이용은 평화의 목적에 한정하며, 안전의 확보를 취지로 하여 민주적인 운영 아래서 자주적으로 이것을 행하며 그 성과를 공개한다 고 규정하여 민주 자주 공개 라는 원자력 삼원칙 을 분명히 하는 한편, 원자력을 핵병기 등의 군사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원자력기본법은 핵물질의 관리, 원자로 건설상의 규제, 방사선 피해방지와 보상 등의 사항과 더불어 원자력위원회 및 원자력개발기구 등의 설치에 관한 사항이 규정되어 있었는데, 이에 따라 1956년 1월 1일에 총리부의 부속기관으로 원자력위원회 가 설치되었다. 원자력위원회의 초대 위원장에는 당시 요미우리신문사 사주였던 쇼리키 마쓰타로(正力松太 郎)가 취임했다. 쇼리키는 나카소네와 함께 전후일본에서 원자력개발정책을 주도하는 역할을 담당했으며, 특히 자신이 소유한 요미우리신문사를 활용한 각종 원자력 관련 미디어 이벤트를 통해 원자력 평화이용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기도 했다. 이런 활약 덕택 에 그는 당시부터 일본 원자력의 아버지 로 불렸다. 요미우리신문사와 일본TV의 소유주였던 쇼리키를 원자력에 접근시키는 것은, 그의 정치적 야망이었다. 총리대신을 꿈꾸는 정치적 야심가였던 쇼리키는 1955년 중의원에 당선되지만 정 치권 안에 거의 기반이 없었다. 그때 정치적 구심력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으로 그가 선택한 것이 바로 원자력이었다. 물론 여기에 자신이 소유한 미디어를 활용함으로써 원자력을 대중적 으로 이슈화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배경에 있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여기에 제5후 쿠류마루의 피폭사건으로 고양된 일본 내 반미감정에 우려를 느끼고 있었던 미국이 반공주의 자 인 쇼리키의 후원에 나선 것도 그가 1950년대 원자력을 둘러싼 담론장의 주역이 되는 데 기여했다.4) 1955년 이후 일본의 원자력 도입과 평화이용 담론의 대중화에서 그의 활약은 대단한 것이 었다. 그해 미국의 원자로 제작사인 제너널 다이나믹스(GD)의 회장 존 J. 홉킨스가 포함된 미 국의 원자력평화사절단을 일본에 초청하였고, 12월에는 요미우리신문사와 미국대사관이 공동 으로 주최하는 원자력평화이용박람회 를 히비야공원에서 개최하였다. 후술하는 것처럼 이 박 람회는 1950년대 후반 원자력 평화이용 담론의 대중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미디어 이벤트 였다. 한편, 그는 1955년 11월에 발족한 제3차 하토야마 내각에서는 원자력담당 대신으로 입각 했고, 이듬해 신설된 원자력위원회 위원장에 취임하게 된다. 1957년에는 각계에 원자력개발의 필요성을 호소하기 위해 원자력평화이용간담회를 직접 조직하기도 하였다. 이 시기 일본의 원자력개발 체제의 구축 과정을 살펴보면, 우선 1956년 6월에는 원자력기본 법이 정하고 있는 원자력개발을 위한 연구기구로서 일본원자력연구소 가 이바라키현 도카이 무라(東海村)에 설치되었다. 1963년 10월 26일에 일본원자력연구소의 동력실험로(JPDR, Japan 4) 有馬哲夫(2008) 原発 正力 CIA, 新潮親書, 32 35쪽 참조.

5 서동주 / 일본 고도성장기 핵=원자력 의 표상과 피폭 의 기억 437 Power Demonstration Reactor)가 발전에 성공하면서 일본의 원자력연구개발은 첫 결실을 보게 되었다. 이듬해인 1957년 정부는 이 날을 성공을 기념하여 10월 26일을 원자력의 날 로 제정 하였다. 한편, 1960년에는 일본원자력발전주식회사에 의해 도카이무라에 일본 최초의 상업용 발전로 를 갖춘 도카이무라 원자력발전소 건설이 시작되었다. 도카이무라 원자력발전소는 1965년 11 월 10일 영국에서 수입한 흑연감속가스냉각로 를 이용해 첫 발전에 성공하였고, 이듬해 7월 25일 영업을 개시하면서 상업용 원자력발전의 시대를 열었다. 이렇게 1960년대를 통해 도카이 무라는 전후일본의 원자력연구개발에서 거점 역할을 하였다. 도카이무라 원자력발전소의 운영주체인 일본원자력발전주식회사는 1957년 11월 일본전기사 업연합회에 가맹되어 있는 9개의 전력회사와 준국영 전기사업자인 전원개발주식회사( 電 源 開 発 株 式 会 社 ) 의 공동출자로 설립되었다. 당초 원자력개발의 주체를 둘러싸고, 민간에게 맡겨야 한다는 쇼리키 마쓰타로(당시 과학기술청 장관)와 국가주체론을 주창한 가와노 이치로( 河 野 一 朗, 경제기획청 장관) 사이에 대립이 있었는데, 최종적으로 가와노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형태로 종결되었다. 그 결과 일본원자력발전주식회사는 9개의 전력회사가 80%, 그리고 전원개발주식 회사가 20%를 출자하는 방식으로 설립되었고, 쇼리키는 과학기술청 장관직을 사임하게 된다. 1960년대 일본의 원자력개발은 원자력 에너지의 실용화를 염두에 둔 조직의 개편과 새로운 에너지 정책의 추진을 그 특징으로 한다. 먼저 1960년 4월에는 통상산업성 산업합리화심의회 안에 원자력산업부회 가 설치되었다. 원자력산업부회는 그해 12월 원자력발전개발의 장기전 망과 원자력산업의 육성진흥대책 을 통상산업성 대신에게 제출했는데, 그것에 근거하여 1961 년부터 통상산업성은 원자력발전의 기술 및 경제성의 조사, 원자로 동기구의 국산화체제의 정비 및 추진, 발전소건설의 적지선정과 입지주변지대의 정비 등의 원자력산업육성진흥을 위 한 시책을 추진해 가게 된다. 이어서 1965년 6월에는 의회에서 종합에너지조사회설치법 이 통 과되었다. 이 법의 제정에 따라 종합에너지조사회 안에 종합부회, 석유부회, 석탄부회 와 함께 원자력부회 가 설치가 이루어지는데, 이것은 정부의 종합적인 에너지 정책에서 원자력 의 비중이 석탄, 석유 등과 대등해졌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1960년대 후반에는 원자력 발전소 건설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우선 1966년 1월에 일본 상업용 발전소의 경수로 제1호가 되는 쓰루가( 敦 賀 ) 원자력발전소가 착공했다. 그 해 4월 에 열린 제42회 전원개발조사심의회는 1966년도 원저개발기본계획을 결정하고, 신규 원자력발 전소로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1호기와 간사이전력의 미하마( 美 浜 ) 1호기(출력 32.5)의 건설을 승인했다. 참고로 간사이전력은 미하마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원자로로 미국 Westinghouse Electric(WH)사의 가압수형원자로(pressurized water reactor, PRW)를 결정했고, 도쿄전력은 GE 사의 비등수형원자로(Boiling water reactoe, BWR)를 후쿠시마원자력발전소 1호로에 채택하였 다. 1967에는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2호기 건설을 결정했고, 1970년에는 규슈전력이 겐카이( 玄 海 ) 원자력발전소 1호기 건설을, 도호쿠전력이 오나가와( 女 川 ) 원자력발전소 1호기를, 그리고 중부전력이 하마오카( 浜 岡 ) 원자력발전소 1호기 건설을 결정하였다. 이렇게 해서 미국제 경수

6 438 日本學報 第99輯(2014.5) 로를 중심으로 하는 일본이 원자력발전체제가 구축되었다. 3. 고도성장기 원자력 열풍 원자력개발 체제가 구축되는 년대는 또한 일본에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담론이 대중적으로 확산되는 시기이도 했다. 이 시기에 원자력 평화이용 담론의 대중화에서 결정적으 로 기여한 사건으로 우선 1955년에 개최된 원자력평화이용박람회 를 들 수 있다. 요미우리신 문사와 미국대사관이 공동 주최자로 이름을 올렸던 이 박람회는 1955년 11월 1일부터 12월 12 일까지 6주간 히비야공원에서 열렸다. 박람회 개최 전날인 10월 31일자 요미우리신문 은 원 자력평화박람회의 의의 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박람회 개최의 목적을 다음과 같이 적고 있 다. 즉 원자력의 평화이용은 세계의 대세 이고, 국내원자력공업의 추진은 지상명령 과 같은 것으로 지금 이와 같은 원자력평화이용박람회가 열려 정확한 실물을 통해 원자력에 대한 정 확한 인식과 친근함(親しみ)을 국민에게 제공할 수 있다면, 그 시대적 의의는 매우 크다 는 것 이다. 실제로 박람회에는 미국에서 가져온 실물의 원자로와 각종 모형이 전시되는 등, 전시물 의 구성은 당시로서는 미지의 대상이었던 원자력의 원리와 그 응용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계몽적 성격을 띠고 있었다.5) 전시내용은 이렇게 원자과학 의 역사에서 시작하여, 원자력의 원리 설명, 원자로와 각종 장 치 그리고 동위원소(isotope)의 응용 사례 등의 보여주고 마지막에 원자력이 가져올 미래상의 제시하는 순서로 배열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실물, 모형, 그리고 영상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 여 관람객이 미지의 원자력에 대해 구체적인 이미지를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한 구성이었다. 여 러 전시물 가운데 특히 관람객의 관심을 모은 것은 흑연원자로의 모형과 매직 핸드 였다. 원 자로 모형이 첨단기술인 원자력의 시각적 재현의 상징이었다면, 젊은 여성이 TV를 보면서 조 작하는 매직 핸드 는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았다6) 42일간 열린 원자력평화이용박람회는 총 36만 7669명의 입장객을 동원하는 대성과 를 거두 었다. 예컨대 주최자였던 요미우리신문 은 조금은 자화자찬식의 과장된 어조로 박람회에 나 타난 원자력의 평화이용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과 열기를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박람회의 출품된 물건들은 모두 고도의 과학적인 것뿐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다는 비판도 있었지 만, 과학적 이론은 몰라도 원자력의 평화이용이 얼마나 인류의 복지향상에 기여하고, 우리들의 생활에 커대한 복음을 가져다 줄 것인가라는 인식을 일반국민층으로 확대시킨 공적은 크며, 본 사가 실시한 앙케이트에서도 원자력 평화이용의 강력한 추진이야말로 일본을 구할 수 있는 최상 의 길(最高の道)이라는 목소리가 압도적이었다.7) 5) 井川充雄(2002) 原子力平和利用博覧会と新聞社, 戦後日本のメディア イベント, 世界思想社, 251쪽 6) 佐野真一(1994) 巨怪伝 正力松太郎と影武者たちの一世紀, 文芸春秋, 537쪽 7) <요미우리신문> 일자

7 서동주 / 일본 고도성장기 핵=원자력 의 표상과 피폭 의 기억 439 실제로 히비야공원에서 성공 을 거둔 원자력평화이용박람회는 이듬해인 1956년의 시작과 함께 지역 신문사가 새로운 주최자로 참여하는 가운데 전국 주요 도시를 순회하는 방식으로 그 열기를 이어갔다.8) 나고야, 오사카, 후쿠오카를 거쳐 도미야마현 다카오카시의 10개 도시를 순회하면서 2년에 걸쳐 지속된 원자력평화이용박람회에는 연인원 260만 명이 넘는 입장객을 동원했다.9) 이렇게 요미우리신문사라는 미디어 자본에 의해 시작된 원자력평화이용박람회는 지방의 유력 신문사와의 연계를 통해 흥행을 이어가면서, 원자력의 평화이용에 대한 열기를 전국적 현상으로 창출해 냈다.10) 원자력을 둘러싼 대중적 열기는 박람회장 밖에서도 나타났다. 당시 원자력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일본 국내의 우라늄 광산 탐사가 유행했다. 여기에는 나카소네가 제 출한 2억 3500만엔의 원자력연구개발지에 더해 우라늄 광산조사비 1500만엔이 계상된 것도 한 몫을 했다. 이때 아즈마 젠사쿠(東善作, )라는 인물이 전국적으로 불어닥친 우라 늄 광산 탐사 열기를 주도했는데, 우라늄에 관한 그의 특별한 관심 과 애정 은 사람들로 하여 금 그를 우라늄 할배(ウラン翁) 으로 부르게 만들었다.11) 그는 통산성 지질조사실의 차량을 몰 래 추적하는 등의 방법을 동원한 끝에 결국 오카야마현과 돗토리현의 경계를 이루는 닌교고개 (人形峠)에 매장된 우라늄 채굴권을 획득하여, 우라늄 판매로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얻 게 되었다.12) 아즈마에 쏠린 대중적 관심은 그의 이러한 경제적 성공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가 우라늄 할배 로 불리게 것은 오히려 방사능과 원자력의 매력을 유별난 방법으로 연출했던 그의 엽기 8) 물론 이 박람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홋카이도에서는 페기물 처리의 안전성에 관한 의 문을 제기하는 주장이 나왔고, 히로시마에서는 박람회가 원자력의 긍정적인 면만을 보여주고 피해의 측면을 전혀 다루고 있지 않는 점을 꼬집는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그런 주장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속했으며, 박 람회에 대한 대체적인 반응은 미래에너지로서의 원자력에 대한 강한 기대감이었다. (吉見俊哉(2012) 夢の原子 力 ちくま新書, 쪽) 9) 상세 내용은 井川充雄, 앞의 글, 쪽 참조 10) 한편 국내 신문사가 이 박람회의 개최를 릴레이방식으로 수용한 것은 왜일까? 그 배경에는 당시 원자력에 대한 기대감이 일반적이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아사히신문> 전 과학부장인 柴田鉄治는 원자력에 큰 역할을 행한 신문인으로서 <요미우리신문>의 사주 쇼리키 마쓰타로와 <아사히신문> 논설위원인 다나카 신지로(田中慎次郎) 의 두 사람을 들어, 원자력에 대한 기본적인 자세에서 양지 사이에 그다지 차이는 없었고 당시 신문은 거의 일 치해서 <평화이용은 적극적으로 해야한다>는 것에 한 목소리를 내었다 고 말한 바 있다. 11) 여기서 소개하고 있는 아즈마 젠사쿠에 관한 사항은 권혁태 두 개의 아토믹 선샤인 피폭국 일본은 어떻게 원 전대국이 되었는가?, 황해문화 (2011, 가을호)와 大澤真幸 原発はノンアルコール ビールか?, THINKING O 제10호 ( )의 내용을 참고하였다. 12) 아즈마의 생애는 원자력의 매력이 일본인에게 있어서 미국의 매력과 불가분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로서 흥 미롭다. 그는 졸업 후 신문기자가 되었을 때 미국인 파일럿의 곡예비행에 감동하여 파일럿이 되고자 전 재산을 털어 단신으로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에서는 항만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비행학교에 다닌 끝에 결국 비 행사 자격을 획득하고, 제1차 세계대전 때에는 일본인으로 유럽전선에서 공군비행사로 참전하기도 했다. 전후에 는 미국에서 익힌 영어실력을 이용해 GHQ 관계자에게 도자기 등을 팔아 재산을 모았다. 아즈마가 우라늄 광산 탐사에 뛰어든 것은 우연히 손에 넣은 리더스 다이제스트 에서 비행학교 시절의 동료인 조 브롯사가 우라늄 광산을 발견해 거액의 부을 쌓았다는 기사를 접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였다고 한다. 이와 같이 아즈마의 인생에 서 <미국 비행기 부 원자력>은 등가적 연쇄를 이루고 있다. 아즈마 젠사쿠와 미국의 관계에 관해서는 鈴木明 (1982) ある日本男児とアメリカ, 中公親書 참조.

8 440 日本學報 第99輯(2014.5) 적인 행보에서 비롯된 바가 컸다. 예컨대 그는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우라늄 광석을 섞어 넣 은 목욕물에서 목욕을 즐겼다. 또한 채소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하여 우라늄 광석 가루가 섞인 비료로 채소를 키우고, 그렇게 직접 키운 채소를 상식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그가 발 굴한 우라늄 광산이 자리한 닌교고개에서는 우라늄 분말이 들어간 만두 와 도자기 가 지역특 산품으로 팔렸다. 이런 일들은 닌교고개에서만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나에기(苗木, 기후현 나카쓰가와시) 우 라늄 광산의 채굴권을 소유하고 있던 히비미코(日々美子) 라는 이름의 여성은 방사능 술(放 射能酒) 을 팔아 유명해졌다. 예컨대 마이니치신문이 발행하는 주간지 선데이 마이니치 1954 년 8월 1일자 기사에서 우라늄 술을 쌀이나 보리를 쓰지 않은 비밀스런 술 로 소개하기도 했 다.13) 한편 그녀는 방사능 술 외에도 라듐 들어간 부적과 온천용 라듐 가루 등을 판매하여 화 제가 되었는데, 그녀가 특별히 라듐의 매력 에 빠진 이유는 라듐 가루가 들어간 탕에서 입욕 한 후에 지병이었던 결핵이 완치되었던 개인적 체험에서 비롯되었다고 알려졌다.14) 한편, 1956년 원자력연구소가 입지한 이바라키현의 도카이무라는 원자력의 매력에 열광했던 대중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상징적 장소였다. 1956년 6월에 원자력연구소 건설이 결정되자 지 역산업진흥의 기대감을 등에 업고 미토시(水戸市)가 먼저 연구소 홍보에 나섰다. 예를 들어 도 카이무라의 입구부터 깔린 도로는 원자력길 으로 이름이 붙여졌고, 미토시내에서는 원자력 양갱 이 발매에 들어갔다. 이듬해 7월 연구소가 완공된 이후에는 연구소를 견학하려는 인파가 줄을 이었다. 연구소 완성 직후 1일 견학자는 700명을 넘었는데, 이것은 하루 수용가능 인원을 초과한 탓에 종종 입장이 제한될 정도였다. 이어서 1957년 8월 27일 원자력연구소의 실험용 원자로가 임계실험에 성공하면서 도카이무라의 원자력에 대한 열기도 절정에 달한다. 그해 9 월 18일에 개최된 제1호실험원자로완성기념축하식 때에는 도카이무라의 모든 가정에 일장기 가 게양되었으며, 도로에는 제등이 걸리고 하나비가 쏘아졌다. 한편 이러한 열기를 이어받아 1958년 4월 1일에는 미토역에서 도카이무라에 향하는 길목에 이바라키현립 원자력관이 개관 하여 연구소 견학에 나선 사람들의 발길을 잡았다. 도카이무라 붐 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무엇보다 1950년대 후반 도카이무라는 새로운 수 학여행지로 각광을 받았다. 예를 들어 일본수학여행협회가 발행하는 수학여행 1959년 2월호 게재된 원연중심의 이바라키의 과학관광 코스를 말하다(原研中心の茨城の科学コースを語る) 라는 제목의 좌담회를 보면, 원자력연구소가 소재한 도카이무라는 나라와 교토와 같은 구래의 수학여행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근대산업의 모습을 학습할 수 있는 새로운 수학여행지로서 거론되고 있다. 덧붙여 좌담회 기사에는 원자력관 에서 영화와 슬라이드 그리고 원자로의 모 형 등을 사전학습한 후에, 도카이무라의 원자력연구소에 향하는 순서로 수학여행 코스가 소개 되고 있다. 이상에서 서술한 것처럼 1950년대 후반의 일본에는 원자력이 하나의 열풍(fever)처럼 불어 13) 권혁태, 앞의 글 참조 14) 大澤真幸, 앞의 글 참조

9 서동주 / 일본 고도성장기 핵=원자력 의 표상과 피폭 의 기억 441 닥쳤다. 물론 이 시기에 원자력에 대한 기대와 호의만이 존재한 것은 아니었다. 1954년 제5호 후쿠류마루호 의 방사능 피폭사건을 계기로 일어난 원수폭반대운동은 죽음을 불러오는 파멸 의 힘이라는 원자력의 부정적 측면을 부단히 일본사회에 상기키며 1960년대 중반까지 활기를 띠며 진행되었다. 하지만 원수폭반대운동의 참가자들도 원자폭탄과 수소폭탄과 같은 원자력의 이른바 군사이용 에는 반대했지만, 그것의 평화적 이용 에는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1955년에 열린 원수폭금지세계대회 선언문에는 본 대회는 원수폭 금지가 반드시 실현되어 원자전쟁을 기도하는 힘을 깨부수고 그 원자력을 인류의 행복과 번영을 위해 이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고 되어 있다. 원수폭반대운동의 지지자들도 원자력에서 인류의 평화와 건강과 번영을 기대하는 심정을 공유하고 있었다. 이렇게 아이젠하워의 Atoms for peace 가 발단이 되어 원자력평화이 용박람회를 통해 확산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기대감은 전후 일본인들의 집합의식 속 에 일종의 절대선(絶對善)처럼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1960년대에도 이러한 분위기는 지속되었다. 반핵운동의 일각에서 반원전 을 주장하는 목소 리가 표출되기도 했지만, 시대의 대세 에는 영향을 주지 못했다. 이른바 반원전운동 이 주민 운동의 형태로 본격화된 것은 1970년 이후의 일이었다.15) 적어도 고도성장기를 통해 대다수의 일본인들은 평화적으로 이용된 원자력이 자신들에게 번영과 풍요의 미래를 선사할 것에 대해 거의 의심하지 않았다. 1964년 7월에는 그에 앞선 1963년 10월 26일에 있었던 도카이무라 원 자력발전소가 동력실험로를 이용하여 발전에 성공한 것을 기념하여 원자력의 날(原子力の日) 이 제정되었다. 또한 1970년 3월 14일 개막한 오사카만국박람회의 회장과 전시장을 밝혔던 빛 은 쓰루가(敦賀) 원전과 미하마(美浜) 원전에서 보내온 전기로부터 태어났다. 원자력은 국가적 으로 기념해야 할 축복이자, 미래를 전시하는 이벤트의 감춰진 주역이었다. 여론의 동향도 이런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준다. 예를 들어 1968년 총리부가 실시한 여론조 사에 따르면 원자력의 평화이용을 추진하는 것은 국민생황 향상에 기여한다 고 생각한 사람 이 전체 응답자의 68%였고,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사람은 2%에 불과했다. 또한 같은 조사에 서 화력, 수력, 원자력의 세 가지 발전 가운데 금후 10년 혹은 20년 안에 가장 급속히 증가할 것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 원자력이라고 답한 사람은 55%로 가장 높았다.16) 원자력을 둘러싼 이러한 당시의 분위기는, 이를 테면 2011년에 발생한 후쿠시마원자력발전 소 폭발사건 이후 반원전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오에 겐자부로조차도, 이 시기에는 핵병기 와 분리된 핵개발, 즉 원자력 평화이용에 대한 지지자의 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다음과 같은 오에의 글은 전후일본의 가장 예리한 비판적 지성조차 매료시켰던 고도성 장기 원자력 평화이용 담론의 위세와 파장을 확인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15) 예를 들어 1973년에는 원전의 안전성을 문제로 애히매현의 이카타(伊方)원전의 건설중지를 요구하는 소송이 있 었고, 그 후 도카이무라 제2원자력발전소와 후쿠시마 제2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소송이 뒤를 이었다. 무엇보다 1974년에 일어난 원자력선 무쓰(むつ) 의 방사능 유출 사건은 일본인들에게 10여 년 전의 제5후쿠류마루의 악 몽을 상기시키며,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자성을 촉구했다. 16) 吉見俊哉 夢の原子力 쪽 재인용.

10 442 日本學報 第99輯(2014.5) 현재 도카이무라의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온 전류는 지금 시민의 생활하는 장소로 흐르고 있습니 다. 그것은 분명히 새로운 에너지원을 발견한 결과임에 틀림없습니다. 그것은 인간 생명의 새로 운 위력을 보여줄 것입니다. 핵개발은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 나는 전적으로 찬성합니다. 이 에 너지원을 인간생명의 새로운 요소로 받아들이는 것에 반대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다만, 그 핵개발을 우리나라에서 추진하려는 인간은 핵병기의 살육에 간계되는 측면, 핵병기로서 인류의 죽음에 관계되는 측면을 부정하는 인간이지 않으면 안 됩니다.17) 4. 피폭 의 대중심리 그렇다면 전후의 일본인들이 고도성장기를 통해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더할 나위 없는 기대감을 표출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바꿔 말하며 히로시마, 나가사키, 그리고 제5후쿠류마 루로 이어지는 세 번의 피폭체험을 통해 핵 에너지의 위험성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인들이 핵 에너지의 평화적 이용 가능성에 자신들의 미래를 기꺼이 의탁할 수 있었던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어 다나카 도시유키(田中利幸)는 이 문제에 관해 원자력평화이용과 히로시마 선전 공작의 타겟이 되었던 피폭자들 이란 글에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요인을 들고 있다.18) 그 두 가지 요인이란, 하나는 원자력의 파괴력에 희생을 강요받은 사람들, 즉 피폭자들이 그것을 인 류의 미래의 행복 과 번역 의 힘으로 반전 시키고 싶다는 갈망을 품고 있었다는 점이고, 다 른 하나는 1953년 12월 아이젠하워가 천명한 Atoms for peace' 선언에 따라 미국이 동맹국을 대상으로 추진한 핵연료 및 핵 에너지개발 관련 기술의 제공 정책 과 그것에 호응하는 형태 로 특히 쇼리키 마쓰타로의 요미우리신문사가 주도한 여론조작활동 의 효과이다. 분명 1950년대 후반의 원자력 평화이용에 대한 대중적 기대감과 원자력에 대한 페티시즘 에 가까운 열기의 형성에 신문 자본은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다. 또한 원자력평화이용박람회가 요미우리신문사와 미국대사관의 공동주최로 열렸다는 사실은 다나카가 지적하는 것처럼 원자 력의 평화이용에 대한 호의적인 여론형성과정에 미국이 전략적으로 개입했음을 시사한다. 실 제로 원자력평화이용박람회의 개최에는 제5후쿠류마루호 피폭사건으로 끓어오른 일본 내 반 미여론을 잠재우려는 미국 측의 의도가 작용하고 있었다.19) 그런데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아이젠하워의 Atoms for peace' 제안이 나오기 전부 터, 정확히 말하면 시기적으로 1953년 이전에 이미 일본인들 사이에 핵 에너지(원자력)이 장래 에 번영 과 행복 를 가져달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특히 피폭자들 사이에서 이러한 인식은 뚜렷하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나가사키의 종(長崎の鐘) 로 유명한 나가이 다카시(永井隆, )는 1945년 8월부터 10월 사이의 피폭자 구호활동의 체험을 기 17) 大江健三郎 核時代への想像力, 岩波書店, 120쪽 18) 田中利幸(2011.8) 原子力平和利用 と広島 宣伝工作のターゲットにされた被爆者たち, 世界 19) 이에 관해서는 권혁태(2011), 有間哲夫 原発 正力 CIA, 新潮社, 2008 참조.

11 서동주 / 일본 고도성장기 핵=원자력 의 표상과 피폭 의 기억 443 록한 원자폭탄구호보고서(原子爆弾救護報告書) 에서 원자력 에너지의 이용에 관한 기대감을 다음과 같이 드러내고 있다. 원자폭탄의 원리를 이용하여, 그것을 동력원으로 하여 문화에 공헌할 수 있도록 더 한층 연구를 진행하고 싶다. 전화위복. 세계의 문명형태는 원자 에너지의 이용에 의해 크게 전환될 것임에 틀 림없다. 그렇게 새로이 행복한 세계가 만들어진다면, (나가사키의) 희생자들의 영혼도 또한 위로 받을 것이다.20) 즉, 나가이는 원자력을 폭탄과 같은 군사적 용도가 아니라 문화 를 위한 동력원 으로 활용 함으로써 인류문명의 발전만이 아니라, 무엇보다 원자폭탄에 의해 희생당한 사람들의 영혼까 지 위로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가이는 원자력의 평화이용에서 인류의 번영과 희생자 위령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논리는 1950년대 후반 원자력 평화이 용을 지지했던 원수폭반대운동 참가자들의 그것과 결코 다르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원수폭반 대운동 내부에서, 특히 피폭자이 표명했던 원자력 평화이용에 대한 지지의 심정을 1950년대 각종 미디어들의 여론조작활동 의 결과로서 간주하는 것은 사태를 지나치게 단선적으로 파악 한 것이다. 원수폭반대 와 원자력의 평화이용 의 결합=접속이라는 현상은 오히려 패전 직후 부터 존재했던 죽음의 원자력 을 생명의 원자력 으로 전환 시키고 싶다는 피폭자의 원망(願 望)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갈망은 비단 피폭자들의 심리 속에만 존재하지 않았다. 특히 패전 직후부터 예를 들어 SF소설 의 영역에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상상력이 구체적 인 모습으로 표현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일본 SF문학의 개척자로 불리는 운노 주조(海野十三, )는 패전 직후에 발표한 원자폭탄과 지구방위(原子爆弾と地球防衛) ( )라는 작 품에서 외계 혹성으로부터의 침략에 대비한 지구방위문제 를 언급하며, 원자폭탄이 아닌 평 화이용의 방향성으로서 원자력 우주정 의 제작을 묘사하고 있다. 또한 이이다 유키사토(飯田 幸郷)라는 작가는 소년과학소설 원자력우주선(少年科学小説 原子力宇宙船) (1948), 괴기모험 성괴광선(怪奇冒険 星怪光線) (1949) 등의 작품에서 원자력을 인류에게 비약적인 진보를 가져 다 줄 꿈의 기술 로 그려내고 있다.21) 본격적인 원자력개발 이전의 SF적 상상력 속의 원자력에 주목할 때, 아톰 이란 존재를 우 회하기란 불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심장부에 초소형 원자력엔진 을 장착하고 있는 마음씨 착 한 과학의 아이(心優しい科学の子) 인 아톰은 전후의 일본인들에게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상 징하는 문화적 아이콘으로 받아들여졌으며, 아톰의 출현은 일본의 원자력개발이 시작된 1954 년보다 3년 앞서 1951년 4월 소년 이라는 잡지를 통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22) 아톰의 이름 20) 加藤典洋(2011) 3 11ー死に神に突き飛ばされる, 岩波書店, p.106에서 재인용 21) 長山靖生(2012) 戦後SF事件史 日本的想像力の70年, 河出ブックス, p 참조 22) 1951년 4월부터 연재가 시작된 만화의 제목은 <아톰 대사(アトム大使)>였다. 그것이 <철완 아톰>으로 연재되기 시작한 것은 1952년 4월부터이다. 한편 아톰이 TV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것은 1963년이다.

12 444 日本學報 第99輯(2014.5) ATOM 이 원자 에서 유래한 것임은 잘 알려져 있는데, 후에 아톰에게는 부모와 동생들이 생 기는데 남동생의 이름은 코발트 이고 여동생에게는 우란(우라늄) 이라는 이름이 붙여진다. 핵폭탄과 관계 깊은 원소명에서 유래하는 이름을 가진 아톰 형제들이 예외 없이 착하고(優 しい), 바른(正しい) 아이로 설정되고 있다는 점은 이 만화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의 메시지 와 무관하지 않음을 드러낸다. 실제로 작가 데즈카 오사무는 그의 자서전에서 핵실험에 사용되 는 과학기술을 평화이용할 수 있다면 하고 근심하던 중, 원자력을 평화적으로 사용하는 가공 의 나라의 이야기를 써야겠다는 생각에 23) 만화 아톰을 창작하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아이 젠하워의 Atoms for peace 가 나온 것이 1953년이니까, 그것보다 2년 이상 앞선 시기에 데즈카 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개인적인 염원을 아톰이란 가공의 인물로 표현해 낸 것이다. 전후일본의 원자력 평화이용에 관한 담론의 형성에서 특징적인 현상으로 거론할 수 있는 것은 그러한 담론의 기원이 패전 직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사실과 더불어, 평화이용의 담 론이 피폭의 기억과 적극적으로 접속 하고 있다는 점이다.24) 앞서 피폭자의 기록 등에서 확인 했던 것처럼,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기대는 피폭체험이라는 일종의 악몽 을 배제 혹 은 억압 하지 않고, 오히려 의식적으로 그것과 접속 되는 방식으로 정당화되고 있었다. 달리 말하면 이것은 전후의 일본인들이 원자력의 평화이용이 약속하는 미래상을 가시화된 피폭체 험과의 대비 속에서 수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자력평화이용박람회 에 앞서, 요미우리신문사가 1954년 8월 12일부터 열흘 간 신주쿠의 이세탄(伊勢丹) 백화점에서 개최한 누구나 알 수 있는 원자력전( だれにもわかる原子力展) 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의 정당화가 군사적 이용이 가져오는 비참함과의 대비 속에서 제시되는 방식에 관한 호례(好例)라고 할 수 있다. 이 전람회에서는 피폭의 비참한 광경을 보여주는 사 진 120장을 편집한 환등 슬라이드 <히로시마>를 비롯해, 폭심지로부터 170킬로미터의 지점에 서 한 순간 지붕의 기와와 함께 녹아버린 모자의 유골, 원폭투하 시간인 오전 8시 15분을 가리 킨 채 멈춰버린 자명종, 타다 남은 피복, 녹아버린 유리와 도자기 등 원폭피해의 처참함을 그 대로 보여주는 전시품이 진열되어 있었다.25) 뿐만 아니라 제5후쿠류마루에서 가져온 실물의 키(舵)와 로프를 비롯해 수폭피해의 사진, 비키니 실험전후로 비에 함유된 방사능 통계와 방사 능 구름의 궤적, 방사능의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과난 해설 등, 평화이용이 가져오는 긍정적 미래보다 원수폭의 피해, 즉 원자력의 부정적 측면을 일부러 강조하는 전시방식을 취하고 있 었다. 그러나 이러한 전시물과 함께 전람회는 원자력발전, 원자력배, 원자력열차, 원자력비행기, 방사능의 농업과 공업 그리고 의학 분야에의 응용사례 등도 전시하고 있었다. 원자력은 군사 적으로 이용하면 위험하지만, 평화적으로 이용하면 유효한 에너지원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는 전시였다고 할 수 있다. 개최고지문의 원폭의 재난과 수폭의 피해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경험 23) ぼくはマンガ家 (川村港 原発と原爆 核 の戦後精神史 河出書房新社, 2011에서 재인용) 24) 山本昭宏, 앞의 책, 쪽 참조. 25) <요미우리신문>

13 서동주 / 일본 고도성장기 핵=원자력 의 표상과 피폭 의 기억 445 한 일본국민은 장래의 원자병기의 무제한적인 발달과 우리들의 운명을 생각할 때 근본적인 원 자병기의 폐기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촉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는 선언에서 알 수 있듯 이, 이 전람회는 대중적으로 존재하던 원수폭에 대한 공포를 원자력의 평화이용에 대한 예언 적 약속 에 접속시키는 재현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었다.26) 원자력 평화이용을 피폭의 기억과 접속시키는 담론편성의 문제를 생각할 때, 원자력 평화이 용에 관한 일대 캠페인이 진행되는 시기에, 수폭과 방사능의 위험성을 다룬 영화 고질라 가 9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는 점은 흥미로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1954년 11월에 개봉된 영화 고질라 는 남태평양의 심해에서 서식하던 공룡 고질라가 수 폭실험으로 서식지를 잃고 그 후 일본에 상륙하여 도시를 폐허로 만들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고질라가 수폭실험에 의한 방사능 피폭으로 변이가 일어나 입에서 방사능 화염을 뿜게 된다는 극중 설정은 이후 고질라를 원수폭의 공포와 위협을 상징하는 존재로 만들었다. 그런데 여기 서 중요한 것은 고질라의 흥행이 원자력 평화이용에 대한 대중적 열기와 동시적으로 진행됐다 는 점이다. 아톰과 결부시켜 말하자면, 이것은 아톰 (선으로서의 원자력)과 고질라 (악으로서 의 원자력)가 적어도 전후의 일본인에게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공존 가능한 문화싱징으로 간주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5. 맺음말 원자력에 대한 전후 일본인들의 집단심리(집단의식)에서 특징적인 것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평화이용(원자력발전) 과 군사이용(원자폭탄) 을 철저하게 구분하는 태도이다. 이러한 구분이 평화이용과 군사이용을 애초부터 다른 것으로 의미화 하는 담론상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당시 일본인들은 두 가지를 완전히 별도의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았 다. 예를 들어 파괴와 사멸의 방향으로 향할 우려가 있는 원자력을 인류의 행복과 번영의 방 향으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피폭자들의 말에서 파괴와 사멸의 원자력 과 행복과 번영을 가져 오는 원자력 이 결코 다른 것은 아니다. 양자의 차이는 사용자가 어떠한 목적(용도)로 원자력 을 사용하는가에 달려있는 것이다 년대의 원자력 군사이용과 구분되는 평화이용이란, 이처럼 그 원천(기원) 아니라 원자력의 목적과 용도의 수준에서 구분되는 수준에서 인식되고 있었다. 여기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은 주체 의 문제와 연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최종적으 로 평화이용의 가능성을 결정하는 것은 원자력을 어떤 주체가 사용하는가에 달려있다. 전후일 본의 원자력 평화이용 담론에서 보이는 또 다른 특징은, 일본인을 원자력의 평화이용에 관한 가장 유의미한 주체로 상정하고 있는 점이다. 때때로 그것은 다음의 인용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일본인만이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주장할 수 있는 권리 를 갖고 있다는 표현으로 나타나기 26) 吉見俊哉(2012) 放射能の雨のなかをアメリカの傘さして, 3 11に問われて, 岩波書店

14 446 日本學報 第99輯(2014.5) 도 했다. 우리들은 원폭의 피해국이기 때문에 그 점을 외국에 호소하여 원폭의 피해국은 가장 공정하게 원자력의 연구를 수행할 권리가 있고, 필요량의 플루토늄을 평화이용에 한정하여 무조건적으로 입수할 수 있는 편의를 보장받을 의무를, 제외국은 가져야 한다고 주장해야 한다는 것이다.27) 히로시마의 사람들은 세계를 향해서 가장 원자력의 평화이용을 호소할 권리가 있다. 우리들은 이 업화(業火)를 새로운 문명의 불로 전환할 것을 히로시마 사람들 앞에서 맹세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일본에서는 원자력의 문제는 아직 이런 슬픔과 영탄의 시로 다루어져 왔지만, 이 슬픔을 발전을 향한 원동력으로 하여, 즉 기쁨으로 바꿔가겠다는 민족적 기력과 용기를 지금이야말로 일본인은 갖지 않으면 안 된다.28) 두 개의 인용은 모두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지지하는 논조의 글로서, 앞의 것은 물리학자 다케다니 미쓰오(武谷三男)의 1957년 논문 속의 일절이며, 뒤의 것은 나카소네가 신문에 기고 한 글에서 인용한 것이다. 두 글은 일본인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자력의 평화이용을 주장할 권리 를 갖고 있음을 주장하고 있으며, 동시에 어떤 경우에도 일본인은 원자력을 결코 오용 할리 없다는 확신을 드러내고 있다. 중요한 점은 양자 모두 이러한 자기 확신이 피폭체험 에 서 비롯되고 있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여기에 표명된 것은, 일본은 원자력의 군사이용이 가 져오는 폐해와 위험을 체험을 통해 인식하고 있기에, 오직 일본만이 원자력의 평화이용을 실 현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주체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이라고 할 수 있다. 피폭체험이 일본을 원 자력의 평화이용을 담보할 선의의 주체 로서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29) 그런 점에서 원자력전지를 탑재하고 10만 마력의 위력을 가진, 원자력 평화이용의 문화적 상징인 아톰이 마음씨 착한 과학의 아이 로 설정되고 있음은 의미심장하다. 아톰 에 대한 수 용자의 역설적인 태도 가운데 하나는, 아톰이 위력적인 힘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전혀 위협적으로 인식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톰의 파워가 위험으로 연결되지 않는 이유는 극중에서 아톰이 무엇보다 마음씨가 착한 아이 로 묘사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아톰 시리즈의 제1화는 이러한 아톰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거기서 아톰은 자신을 만든 덴마 박사에게 성장하지 않는다 는 이유로 로봇 서커스단에 팔리게 된다. 또한 팔려간 로봇 서커스단에서는 단장의 학대에 시달린다. 그러나 아톰은 자신을 버린 아버지(덴마 박사) 27) 武谷三男(1957.1) 原子力, 自然 (山田昭宏(2012) 核エネルギー言説の戦後史 , 人文書院, 10쪽에서 재인용) 28) 中曽根康弘( ) 広島原子力平和利用博に期待する 中国新聞 (山田昭宏, 앞의 책, 172쪽에서 재인용) 29) 예를 들어 비키니 피폭 사건 이후 여성잡지에 실린 다음과 같은 글은, 피폭의 체험을 통해 일본을 원자력 평화 이용을 실현할 주체로 정위하는 사고의 극한적 표현으로 간주된다. 서구의 진보에 대한 전통적 신앙이 그 은혜 를 받아야 할 인간을 파멸에 빠뜨리고 있다는 사실을 체험한 것은 우리들 뿐 원자력의 바른 이용법에 관해 우 리는 <십자군의 기사>가 되어야 한다 (坂西志保(1954.6) アンケート原水爆問題についての考え方 婦人公論, 이 은경( ) 전후 일본 여성과 평화 전후일본의 생활평화주의와 포스트3 11 발표자료 에서 재인용)

15 서동주 / 일본 고도성장기 핵=원자력 의 표상과 피폭 의 기억 447 는 물론, 자신을 학대한 서커스단장에게 어떠한 원한의 감정도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아톰 은 서커스극장에 화재가 일어나 단장이 위험에 처했을 때, 그 위력적인 파워를 이용해 단장의 목숨을 구해주는 극한의 용서를 실현한다. 물론 극중에서 자신의 힘을 평화적 으로 행사하는 아톰의 모습은 결과적으로 아톰이 선천적으로 선한 존재라는 설정을 사후적으로 보증하는 역 할을 하고 있다. 이렇게 아톰 은 위험한 에너지의 활용에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주체의 마음 이 라는 극히 심리적인 문법에 의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문법은 그대로 원자력의 평화적 이 용에 대한 일본인의 태도에도 적용될 수 있다. 앞서 본 것처럼, 일본인들은 평화이용의 실현은 주체의 태도=마음에 달려 있으며, 무엇보다 일본인은 피폭체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원자력을 군사적으로 오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드러냈다. 결국 피폭체험(피폭의 기억)은 원자력 의 평화이용을 가능케 하는 주체형성이라는 매개를 통해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담론과 접속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의 전후 고도성장기에 나타난 원자력 평화이용 담론의 대중적 확산은 미국을 배후로 둔 보수권력 과 언론자본 이 기획한 선전공작 의 결과, 혹은 장래에 예상되는 화석 에너지의 고갈에 대한 위기의식에 의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여기에 일본인이 피폭체험을 근거로 자 신을 원자력의 평화이용을 실현할 수 있는 선의의 주체로 상정했다는 점을 덧붙여 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서두에서 던졌던 질문은 다음과 같이 수정되어야 한다. 즉, 전후 일본은 피폭체험에도 불구하고 원전대국으로 나아간 것이 아니라, 피폭체험이 있기 때문에 원 전대국이 되었다라고. 참고문헌(Reference) 권혁태(2011) 두 개의 아토믹 선샤인 피폭국 일본은 어떻게 원전대국이 되었는가?, 황해문화 가을호. Kwon, H. T.(2011) Dugaeui Atomic Sunshine Hipokkuk Nihonun Eotteoke Wongendaeguki Doieotneunga, Hwanghaemunwha, p.1 7. 有間哲夫(2008) 原発 正力 CIA, 新潮社. Arima Tetsuo Genpatu, Shoriki, CIA, Sinchosya, p.32. 井川充雄(2002) 原子力平和利用博覧会と新聞社, 戦後日本のメディア イベント, 世界思想社. Igawa Mineo(2002) Gensiryokuheiwariyouhakurankai to sinbunsya Sengonihon no media ibento Sekaisisousya, p.251. 大江健三郎(2007) 核時代の想像力, 岩波書店. Oe Kenzaburo(2007) Kakuzidai no souzouryoku Iwanamishoten, p.120. 大澤真幸( ) 原発はノンアルコール ビールか?, THINKING O. Osawa Masachi( ) Genpatuwa noakorubi ruka THINKING O, p.2. 加藤典洋(2011) 3 11ー死に神に突き飛ばされる, 岩波書店. Kato Norihiro 3 11ーSini Kamini Tsukitobasareru Iwanamishoten, 2011, p.106. 川村港(2011) 原発と原爆 核 の戦後精神史, 河出書房新社. Kawamura Minato Genpatu to genbaku kaku no sengoseisinsi Kawadeshoubosinsya, 2011, p.25. 佐野真一(1994) 巨怪伝 正力松太郎と影武者たちの一世紀, 文芸春秋. Sano Sinichi Kyokaiden Shorikimatsutarou to kagemusyatachi no itseiki Bungeisyunzyu, 鈴木明(1982) ある日本男児とアメリカ 中公親書. Suzuki Akira Aru nihondanzi to amerika Cuoousinsyo, 武谷三男(1957.1) 原子力, 自然. Taketani Mitsuo(1957.1) Gensiryoku, Sizen. 田中利幸(2011.8) 原子力平和利用 と広島 宣伝工作のターゲットにされた被爆者たち, 世界. Tanaka Tosiyuki(2011.8)

16 448 日本學報 第99輯(2014.5) Gensiryokuheiwariyou to hirosima sendenkousaku no targetoni sareta hibakusyatachi, sekai. 中曽根康弘( ) 広島原子力平和利用博に期待する, 中国新聞. Nakasone Yasuhiro( ) Hirosima gensiryokuheiwariyouni kitaisuru, Chugokusinbun. 長山靖生(2012) 戦後SF事件史 日本的想像力の70年, 河出ブックス. Nagayama Yasuo(2012) Sengo SFzikensi nihonteki souzouryoku no 70nen Kawadebukusu, p.19. 山本昭宏(2012) 核エネルギー言説の戦後史 , 人文書院. Yamamoto Akihiro(2012) Kaku enerugi gensetsu no sengosi Zinbunsyoin, 2012, p.170. 吉見俊哉(2012) 放射能の雨のなかをアメリカの傘さして, 3 11に問われて, 岩波書店. Yoshimi Shunya(2012) Housyano no ame no nakao amerika no kasa sasite, 3 11ni towarete, Iwanamishoten, p.165. <요 지> 이 글은 전후 일본이 피폭체험에도 불구하고 원전대국이 될 수 있었던 배경을 대중인식의 차원에서 살펴보 고 있다. 피폭의 집합적 기억에 의해 지탱되는 핵=원자력에 대한 전후 일본인들의 뿌리 깊은 부정적 인식과 감정에도 불구하고, 고도성장기를 통해 국책 의 차원에서 추진된 원자력 개발은 어떤 결정적인 도전에도 직 면하지 않았다. 오히려 핵=원자력의 군사적 이용 과 구분되는 평화적 이용 의 가능성은 고도성장기를 통해 광범위하게 지지받았다. 즉, 많은 경우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은 문명의 필연 이고, 군사적 목적과 분리된 원 자력은 생활과 산업 상의 혁신 을 가져다줄 새로운 에너지로 받아들여졌다. 이 시기 원자력에 대한 전후 일 본인들의 인식에서 특징적인 것은 평화이용(원전) 과 군사이용(폭탄) 을 철저하게 구분하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일본인들은 두 가지를 완전히 별도의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즉, 년대의 원자력 군사이용과 구분되는 평화이용은 그 원천(기원) 아니라 원자력의 목적과 용도의 수준에서 구분되는 수준에서 인식되고 있었다. 여기에 일본은 원자력의 군사이용이 가져오는 폐해와 위험을 잘 알고 있기에 원자력의 평화이용을 실현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주체가 될 수 있다는 담론이 형성되면서 원자력 개발을 위한 대중적 동의의 심 리적 기반이 마련되었다. 주제어 : 원자력발전, 전후일본, 원자력의 평화이용, 피폭기억 투 고 : 심 사 : 심사완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