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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 나의 사랑 쉬치퍼리아 1) 태이권도! 알바니아인의 태권도발음이다, 가라테가 보다 익숙한 이곳 사람들은 태권도와 나를 가리켜 가라테이스트냐? 라고 한다, 그럼 나는 태권도! 라고 응수한다. 혹은 나를 조금 높여서 미에 스터(Master) 이라 부른다. 2006년 9월 오늘도 한-알 태권도 센터는 얏! 얏! 태이권! 태이권! 기압 소리로 가득하다. 우리는 지금부터 12년 전, 1994년 봄에 알바니아에 도착했다. 나와 아내 그리고 당시 첫 돌을 막 지낸 딸 은혜는 6개월여 간의 필리핀에 서의 연수에 지친 몸이었다. 당장에 태권도를 시작할 수 있다고 여기지는 않았다, 하지만 언어를 배우고 식료품들을 구하는 일은 시급한 일이었다. 어느 정도 현지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태권도 소개방법을 찾았지만, 당시 알바니아는 민주화 된 후 과거 공산정권이 사용하던 모든 것을 악한 것으로 여기는 분위기로 법도 대부분 폐지하고 새로운 민주화 법안을 준비중이여서 그 당시 알바니아는 심한 정신적 공황을 겪고 있던 터이다. 게다가 스포츠 관련법은 고사하고 더욱이 이것이 무엇이 냐? 라는 통념과 부딪치어 늘 긴 설명을 해야만 하고 태권도 관련 문 서와 명칭 등을 현지어로 번역해야했지만, 더 큰 장애는 아무도 이 새 로운 스포츠에 대하여 마음을 열지 않는 것. 그 당시 내가 접촉한 사 람들은 체육부 장관 및 체육대학교 교수, 올림픽위원회 및 몇 몇 경기 단체 책임자들이였지만, 이구동성으로 무상물자지원을 기대하면서, 알 바니아 체육계 현안만 불평 섞인 투로 털어놓는 장황한 대화를 수시 로 해야 했는데, 일부 사람들은 법에 구애받지 말고 그냥 해보라고 권 면도 해주었다. 그렇지만 아무런 법적 신분과 보장 없이 어떻게 이 먼 거리 까지 태 권도 장비를 운송하고, 이런 불안한 사정에 누가 태권도 보급을 한다 고 장비를 지원해줄지? 1994년도의 1년은 이곳 언어와 싸우고, 현지 1) 알바니아의 알바니아어 쉬칩(Shqip)의 국명은 쉬치퍼리아(Shqiperia)로 독수리라는 의미를 가졌다 하여 흔히 독수리의 나라라 칭한다. 오! 나의 사랑 쉬치퍼리아 45

2 체제를 배우고 익히는데 몸살을 앓았다. 그리고 1년 뒤 태권도 도장 을 연 나는 개관 3개월간 등록하는 학생이 단 3명뿐인 것에 낙심이 되었다. (물론 그 후 놀라운 성장을 하여 전체적으로 약 500여명의 태 권도 동호인을 가르칠 수 있었다.) 알바니아에서의 태권도 보급 활동은 일개 도장의 수준을 넘어 조속 히 협회를 구성하고 세계태권도 연맹에 등록, 가라테의 선점에 제동을 걸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하지만 오랜 공산주의 국가체제에서 민주화된 터라 당장에 태권도 협회 설립과 도장인가에 관한 법률이 없는 것이 큰 문제였다. 이 때문에 비즈니스법인으로 설립하여 태권도 도장을 운영할 수밖에 없었고 당시 경험이 부족한 나로서 알바니아 법에 저촉되지 않고 활 동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것 하나뿐 이었다. 결국 세금과 월세에 못 이겨 도장은 늘 적자 투성 이였고 이를 안타 까이 여긴 알바니아 체육계에서 나에게 국방부체육부(우리로 치면 상무 팀 정도 될 거다)에 자리를 주어 태권도를 가르치도록 하면서 월세도 안 받고 법에도 저촉이 안 되며 월급도 나라에서 받는 특혜(?)를 주었 다 (당시 국방부에서 나에게 배정된 월급은 월 30$로 받기가 민망할 정도 이었다. 그 30$월급을 받으며 내가 한 서명은 매월 십여 개가 넘 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받아야 법적인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기에 마음에는 수치감이 있어도 받았다. 월급은 적었지만 알바니아 사회에서 나의 위 상은 아주 좋았다. 수시로 찾아오는 기자들과 잦은 방송 출연 그리고 거리에서 지방에 서 당시 태권도는 황금기를 맞고 있었다. 그 1년 사이 알바니아 북쪽 으로 라치(lac)라는 도시와 남쪽으로 듀러스 (Durres)와 휘에르 (Fier), 카바야 (Kavja)와 불로라 (Vlora)등지에 태권도 도장이 시의 지원으로 생기고 태권도 협회가 설립되어 이사진을 구성하고 세계태권도 연맹 에 등록함으로써 알바니아에서 명실상부하게 태권도가 공식화되었다. 이때 나는 정말 정신이 없을 정도 바쁘게 뛰어 다녀야했는데 마음만 큼은 하늘을 날만큼 기뻤다. 태권도 보급을 한 지 약 2년만에 알바니 아에서 처음으로 태권도 유단자 심사를 개최했다. 20명의 응심자들은 오늘 알바니아 태권도의 주요 엘리트로 자랐고 협 46

3 회도 이들에 의해 운영되며 알바니아 내에서 활동 중인 태권도 사범 은 이들이 전부이다. 그러나 늘 기쁘고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 시기 나는 아들 을 잃었고, 가정적으로도 매우 어려운 일을 겪었다. 1997년에는 알바니아가 국가적인 피라미드 금융사기사건으로 내전에 처하게 됨으로, 우리가족의 안전은 물론 도장은 약탈당하고 결국 우리 는 마지막으로 떠나는 미군의 민간인 피난작전에 합류하여 구사일생 으로 알바니아를 떠나 한국으로 가게 되기도 한다. 그 일이 있은 지 4개월 후 다시 입국한 알바니아에서 오늘까지 나는 일반적으로 겪지 못할 많은 일들을 겪으며 배운다. 사람들은 나를 태이권도미에스터 (태권도 사범)이라 부른다. 여러 가 지 도움도 많이 주려고 하지만 기대도 많이 한다. 혼란과 경험부족으 로 정치적 방황을 하는 알바니아 태권도 협회와 태권도 도장들은 영 세성 속에서 기술의 성장을 도모하지 못하고 있고. 비자에 발이 묶인 알바니아사람들은 국제행사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너무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이제 알바니아에서 제2의 태권도 전성기를 도모하기 위한 나 의 꿈은 계속된다. 아주 희미하지만 서서히 그 서광이 비추고 있으며 그리하여 조만간에 독수리의 나라 국기가 곳곳에서 펄럭이게 되어 상 처 많고 고난 많은 이 민족에 대한 우리의 사랑이 열매를 맺게 되리 라 믿는다. 1. 한 걸음 김포공항을 떠나는 스위스 항공 보잉기 우렁찬 엔진소리가 잠자는 딸아이를 깨울까 아내는 아기를 가슴에 꼭 안았다, 이륙한 비행기 안 에서 우리 부부의 감회는 남다르게 컸다. 이 여행을 가능케 한 일련의 사건이 머리를 스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부부는 결혼 전부터 해외 에서 봉사하는 삶에 대하여 남다른 열심과 의지가 있었기에 결혼 후 줄 곳 이러한 일들이 가능토록 준비하고 훈련을 받아왔다. 아내는 축 구선수로 한때 이름을 알린 국가대표팀의 주전 이였던 오빠와 소박하 지만 착한 두 언니를 위로 둔 셋째 딸로 대학교서는 무용을, 대학원에 서 체육을 전공하고 대학에서 강사로 활동하다가 나를 만나 해외 봉 사의 꿈을 나누게 되었다. 온 가족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반면에 나는 어려서 불우하고 가난한 데 익숙한 터라 이렇게 성장하여 남을 오! 나의 사랑 쉬치퍼리아 47

4 위해 나의생애와 재능들을 나눌 수 있는 것에 감격과 감사를 갖고 있 었으며 특히 반대할 사람도 없어 비교적 결정이 자유로웠다. 그렇지만 처가의 허락도 아주 중요하였기에 어렵사리 다짐에 또 다짐을 하여 동의를 얻어내었다. 육사8기 출신이신 장인어른은 당시에도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셨는데 하루는 내게 죽을 각오가 되었으면 가라! 하시며 우리의 결정에 각오를 새롭게 하시면서도 당신의 심기를 조금 비추시 었다. 그러한 가족이 우리부부의 출국을 한 달여 앞 둔 1993년 8월초 큰 사고를 당한다. 당시 흔히 있던 난방을 위한 프로판 가스가 새어나 와 폭발을 일으켜 장인께서 전신 화상을 입으시고 병원으로 후송되신 것이다, 엎친 데 덮친다고 할까, 대구 대륜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대구 시 청소년 축구 대표 팀을 이끌던 아내의 오빠가 아버님 사고소 식을 듣고 고속도로를 달리다 사고를 당해 막내아들과 함께 하늘나라 로 가버린 것이다. 이 얼마나 기가 막힌 일이란 말인가! 새벽 1시 구미에 있는 한 병원에서 전화를 받던 나는 전신에 소름이 돋고 다리가 풀리며 두려움이 몰려왔다. 결국 장인어른도 그 날 새벽 운명하셨다. 그 무엇이 우리 부부의 마음 을 이토록 강력하게 이끌어 이 여행을 하도록 하는 것일까! 지난 일들이 슬라이드 사진처럼 스쳐 지나자 우리가 탄 비행기는 어 느새 싱가폴, 대만, 인도 봄베이를 거쳐 스위스 취리히로 향하고 있었 다. 당시 막 첫 돌이 지난 은혜는 기내 승무원이 준비해준 아기용 침 대에서 잘 자주어서 우리부부가 지난 일을 회상 하는데 도움을 주었 다. 사실 은혜는 늘 그렇게 효녀의 역할을 해주고 있다. 취리히에서 하루 밤을 보낸 다음날 꿈에 그리던 알바니아 행 비행기 에 몸을 실었다. 주위에 앉은 사람들은 모두 잘 씻지 못한 사람들이었 고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자기들끼리 쑤군거리는데 우리를 보고 수다 를 떠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흐린 취리히 날씨로 보아 알바니아도 춥겠다 싶었는데 공항에 착륙한 비행기의 창에서 본 알바니아 활주로주변은 햇살로 가득했다. 활주로 는 콘크리트로 되어있었고, 군데군데가 패여 있었다. 멀리 낡은 건물이 보였다, 아마도 공항 청사인 듯.. 마지막으로 트랩을 내리자 한 무리의 양와 염소 떼가 우리 옆을 지난다. 소련제 AK 소총을 찬 우중충한 알바니아 경찰이 비교적 친절하게 웃어준다, 이들은 모두 긴 머리에 빛바랜 모자를 대충 머리에 얹고 제 복에는 명찰이나 휘장도 없이 몸에 잘 맞지 않는 경찰복을 입고 있어 48

5 서 경찰의 권위나 말로 듣던 공산당이라는 단어가 주는 두려움이나 엄격함이 보이지 않아 우리는 안심을 하였다. 공항역사는 시골시장을 방불케 했지만 우리의 여권과 초청장을 확인 한 경찰이 웃으며 짧은 영어로 Welcome to Albania!라고 우리의 긴장을 풀어주었고, 입국세도 면제하여주었기에 나는 개선이라도 한 듯 마음 이 들뜨고 기뻤다. 낡고 조그마한 시골 역사 같은 공항은 여권검사를 마치자 바로 짐 꾼들이 리어카로 비행기에서 옮겨온 짐들을 조그마한 대합실에 던져 넣었다. 그래도 다행히 우리 짐은 하나도 분실되지 않아 서둘러 시끌 벅적한 공항 청사에서 빠져나오자 짐을 들어주겠다는 사람, 택시를 타 라는 듯 이끄는 사람으로 온통 정신이 없다. 무언가 이 땅을 밟으며 소 감을 느낄 겨를조차도 없이 마중 나온 사람들의 차에 짐짝처럼 실렸다. 마중 나오신 분들은 우리보다 1년 먼저 입국한 의사 부부와 목사님 이었는데 구형 폭스바겐 폴로를 가지고 나오시어, 우리 가족과 두 분 그리고 짐을 실으니 나는 짐과 함께 좁은 트렁크에 끼어 타게 되었다. 그러나 당장 이 난리 속을 빠져나가는 것이 좋게 여겨져 힘든 줄도 모르고 공항을 빠져 잠시 차가 달리니, 도로는 덜컹덜컹 좁으며 도로 선이나 신호등과 같은 시설물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수없이 펼쳐진 콘크리트로 된 벙커들이 일렬로 나란히 끝도 없이 계속되어 있었다. 그렇게 반 포장된 낡은 도로를 달려 1시간여 티라나 시내로 들어오자, 낡은 아파트 특히 흰색 벽돌과 붉은색 벽돌로 지은 채 외장을 처리하 지 않는 아파트 창마다 텔레비전 안테나와 위성 안테나가 인상적으로 많이 보인다. 1994년 3월 알바니아의 봄의 모습은 뭔가 기대와 잠재력으로 내게 다 가서면서 우리 가족의 알바니아 생활은 시작되고 알바니아에서 태권 도가 소개될 준비가 되어간다. 알바니아에 도착해서 놀란 일이 몇 가지 있는데, 첫째는 늘 전기가 없고, 물도 제한급수라는 것이다. 둘째, 줄을 서야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남녀가 서는 줄이 따로 있다. 우리가족이 3월 말에 도착을 했지만 연일 비가 내려서 상당히 추웠다. 당시에는 석유나 장작으로 난방을 하였는데 우리는 중국제 석유난로 를 구입해서 사용하였기 때문에 늘 석유가 필요했다. 석유를 사려면 새벽 4시부터 정부가 보급하는 석유 주유소에서 줄을 서야했는데 4시에 줄을 서면 아침 10시 경에는 석유를 40리터 정도 구할 수 있었기에 나는 종종 석유를 구하기 위해 줄을 섰다. 한번은 오! 나의 사랑 쉬치퍼리아 49

6 짧은 줄이 있기에 모르고 서 있다가 여성들이 서는 줄이라며 나중에 온 한 호탕한 아주머니가 소리를 치는 바람에 망신을 당했지만 외국 인이라며 앞으로 밀어주어 그 날도 석유를 구할 수 있었던 기억이 생 생하다. 셋째, 알바니아 사람들은 TV를 많이 본다. 그리고 삼성 텔레비전을 좋 아한다. 넷째, 긍정의 표시는 우리의 부정에 해당하는 고개를 흔들고, 부정은 고개를 끄덕인다. 다섯째,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알바니아 사람이 있다는 것 이였다. 여섯째, 화폐의 단위를 두 가지로 사용하여 혼란을 종종 겪는다. 예를 들면 커피 한잔이 100렉크 2) 면 이들은 1,000렉크라고 사용한다. 이를 잘 모르는 외국인들은 종종 낭패를 당하거나 가격에 지레 겁먹기 마 련이다. 이 외에도 약90만개에 달하는 벙커와 수많은 안테나, 가로등 과 신호등이 없는 것. 그리고 변화의 속도가 빨라 거의 매일 변한다고 할 수 있다. 2. 뿌리 내리기(현지인 도우미 3명) 이러한 나라에 도착한 우리가족의 도착소식을 듣고 알바니아 외무부 의 꾸이띰쟈니(Kujtim Xhani)라는 관리가 찾아왔다. 안녕하십네까? 김 선상님! 저는 꾸이띰이라고 합네다! 나는 순간 한국말을 완전히 잃어 버렸다! 알고 보니 김일성대학에서 수학한 알바니아 외교관으로 민주화 이후 코 이카 지원으로 연세어학당에서 6개월간 한글을 배우고 돌아온 사람이다. 그는 최근까지 북경주재 알바니아 대사로 한국겸임대사를 하고 있 다가 돌아와 현재는 총리 보좌를 하고 있다. 바로 그가 나에게 도움 이 필요하면 연락을 하라며 전화번호를 주고 갔고, 그 이후 얼마 안 되어 나는 꾸이띰의 주선으로 알바니아 체육부장관을 면담한다. 형식을 중시하는 이들은 나의 방문을 나름대로 공식적으로 처리하는 듯 절차를 밟고 안내를 하였다. 장관실에 들어서자 상견례를 한 후 자 리에 앉자 다시 한 번 인사를 청한다. 잠시 담화를 하는 중 한 여성이 알바니아 특산인 락키 라는 40도 이상의 포도주 증류주와 터키식 커 피를 가지고 온다. 거주알!(Gezuar!)장관이 건배를 청하고 잔을 잠시 입 에 대고 난 후에야 본론을 꺼내어 놓을 수 있었다. 2) 렉크(Lek): 알바니아 화폐의 이름. 50

7 장관님, 저는 대한민국에서 온 사람으로 태권도라고 하는 올림픽 정 식 종목의 스포츠를 이곳에 소개하고자 합니다. 저는 한국서 고등학교 에서 태권도를 수년간 지도했고 태권도 도장을 운영하며 여러 나라를 방문하며 태권도 시범을 하던 사람입니다. 이 나라에 자원해서 왔으며 세계태권도 연맹에서 저의 신분을 확인해주실 것입니다. 제가 이 스포 츠를 알바니아에 소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실 수 있으신지요? 라 고 하면서 미리 준비한 알바니아 어로 번역한 태권도 소개와 협회 설 립 및 보급에 관한 프로젝트 파일과 화보집 그리고 태권도 기념품을 전달했다. 그는 태권도에 대하여 아는 바가 없는 눈치였다, 우리정부 는 어떤 사업에도 땅이나 건물을 주지는 못합니다. 허지만 체육대학교 를 소개하여 줄 수 있습니다. 그는 아마 내가 땅이나 건물을 달라고 하는 줄로 오해를 한 모양 이였다. 나는 이내, 감사합니다! 그러면 제 가 이곳에서 태권도를 소개하는 일체의 활동에 대하여 체육부에서 허 가해주시는 것인지요? 라고 물었다. 그는 얼마든지 그렇습니다! 라고 하면서 Suksese!(성공하세요!) 라는 인사말을 남기고 첫 만남은 마무리 되었다. 그렇지만 어느 곳에서도 문서로 된 허가증을 얻을 수 없었는 데 이는 공산화 이후 과거의 모든 법을 불태우고 법 개정을 새로 하 고 있었으므로 그들로서도 구두약속이면 충분 한 것이라 여겼던 것 같다. 결국 나는 이렇게 알바니아에서 첫 태권도 소개를 한 것이다. 체육계 수장에게 존재와 태권도라는 새로운 스포츠를 알렸듯이 그 후 나는 태권도를 소개하기 위해 아주 긴 설명을 여러 사람들에게 해야 했다. 이러한 일로 꾸이띰쟈니는 자신의 신분을 이용해서(당시 외무부 의전과장과 아시아 태평양 담당 국장)여러모로 내게 도움도 주었는데, 자동차를 구입해서 등록 할 때에도 동행하여 도움을 주었고. 각 종 관 공서 문서를 받는 일에도 사례를 받지 않고 봉사를 해주었다. 1997년 알바니아 내전 이후 K B S방송국에서 취재를 왔을 때 꾸이띰 이 동행 하며 통역과 현지 가이드를 해주고 대통령 면담 등 새로운 정부 내 유력 인사를 소개해주어 정부의 고민을 직접 들을 수 있었던 기억은 지금도 소중한 경험으로 남아있다. 그렇게 알바니아 언어를 배우며 생활에 적응해갈 무렵 뜻밖에 한 사 람을 만났다, 그는 알바니아 체육대학교 격기부 주임교수인 펄파림 페 루나이(Perparim Perunaj)라는 사람으로 한 때는 유럽 역도 선수권 우승 자이기도 한 사람이다. 그는 1990년대 초 아테네에서 열린 올림픽 기념회때 미국에서 온 88 올림픽 우승자인 한 여성을 만나 태권도에 대하여 듣고 그 녀의 명함 오! 나의 사랑 쉬치퍼리아 51

8 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관심을 가지고 있다가 나의 소문을 듣고 찾아온 것이다. 그는 자신의 학교를 소개하여 주었고 학교에서 태권도 를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다. 파피를 만난 후 1년쯤 지났을 무렵 미국에서 온 78세의 할머니 선교 사를 만난 적이 있다, 그 녀는 내게 그 나이에 왜 알바니아에 왔는지 소개하여주었다. 그녀는 남편과 함께 30년 이상을 아프리카와 아시아 그리고 남아메리카 밀림지대에서 일하는 선교사들에게 물자를 운송해 주는 비행기 조종사였다. 남편 되시는 분은 일찍 돌아가시고 할머니선 교사께서는 알바니아에 대한 사랑으로 1990년 민주화가 되자마자 노 구를 이끌고 이곳에 와서 만난 사람이 파피 교수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교수는 체육을 전공하는 분이니 내가 만나면 도움이 되겠다고 소 개하여주는데..사실 나는 이미 알고 있었기에 속으로만 놀라움에 잠시 잠겼다. 기가 막힌 우연에다가 확실히 믿을 만한 사람을 만나게 된 나 는 그날 밤 거의 환희로 새웠다. 이러한 배경을 가진 파피 교수와의 만남은 빠르게 발전하여 나는 그의 태권도를 가르쳐 달라는 부탁을 즉시 수락하였다. 이렇게 해서 알바니아에서 내가 태권도를 공식적으로 가르친 제자 는 영광스럽게도 알바니아 국립체육대학교 주임교수이다! 그는 지금도 종종 사람들 앞에 나를 소개할 때 나의 스승이라고 고백한다. 태권도 를 가르쳐주기로 한 다음 나는 그간 나의 태권도에 대한 설명이 제 대로 전달이 안 되는 것을 직감했다. 백문이 불여일견( 百 聞 이 不 如 一 見 )이라던가! 나는 말로 태권도 설명하는 것에 어느 정도 지친 데다 운동할 장소도 필요했던 터라 그렇게 하자고 했다. 체육대학교는 비교 적 겉모양과 행정 절차 등 갖출 것은 다 갖추었으나 모든 것이 너무 오래되었다는 인상이 깊다. (알바니아는 정말 모든 행정과 법이 거의 완벽하고 세미하다. 형식과 절차 등에 관하여는 세계 1위가 아닐까싶 다. 이들은 이러한 행정 시스템을 사용하여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 는 아주 복잡한 조직을 가지고 있다) 여하튼 체육대학은 건물도 비가 새고 강의실은 우리 시골 학교보다 도 못했으며 운동 시설은 모두 녹슬어 있거나 무너져 있었다. 격기부 실은 더했다. 그곳에서 역도 부, 복싱 부, 레슬링 부가 연습을 하고 구기부 선수들이 웨이트트레이닝실로 쓰고 있었지만 역기 서너 개가 전부였다.(이 체육관은 지금도 여전히 별다른 발전이 없는데도 최근 유럽 선수권과 세계선수권의 역도 우승자를 키워냈다) 내가 처음 52

9 이 방을 들어간 날에는 몇 명의 학생들이 운동을 하고 있었다. 탈의실 이 없었지만 나는 다행이 집에서 이미 트레이닝 복 안에 도복을 입고 갔다. 트레이닝복을 벗고 도복이 나타나자 몇 사람이 환성을 지른다! 띠를 메 고 잠시 묵상을 한 후 준비 운동을 하였다. 나도 모처럼 운동 을 한 것이다. 오늘 이 사람들 앞에서 무리를 하면 나는 아마 며칠간 몸살을 할 것이 분명하지만 대충 할 수 는 없다. 태권도가 가진 매력이랄까, 모양새가 잘 마무리된 도복과 기합 그리 고 절도 있는 발차기는 이들에게 분명 매력적 이었을 것이다. 그것은 분명했다. 왜냐하면 운동이 끝난 후 이들의 얼굴에 희색이 만 면해서 갖가지 제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체육대학의 문을 나서는데 여러 사람들이 눈을 마주치며 아는 척을 한다! 그 순간 나는 태권도, 잘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강하게 갖게 되었다. 알바니아에서 만난 또한 사람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지금도 나의 동역자요, 구체적인 도움을 해주고 있는 네죠(Nexho)교수이다. 그와 그의 가족을 만난 것은 내게는 행운이다. 내가 그를 만나게 된 것은 1995년 초 한국서 오시는 한 손님의 거처를 구하다가 언어선생 님의 소개로 그 집을 처음 방문하였을 때였다. 한 눈에 보기에도 뭔가 일반인들과는 다른 분위기를 느꼈지만 일단 필요한 업무를 이야기 했 고, 대화가 잘되어서 집을 임대하는 계약을 했다. 그 후 종종 그 집을 드나들면서 한국서 오신 분을 도와드리고 있었 는데, 하루는 네죠의 가족이 차를 한 잔 하자고 해서 그 댁으로 들어 가 차를 마시며 대화를 하는데 네죠는 1989년도에 알바니아 노동당 정부의 농수산부 장관을 지냈고, 알바니아 정부 공식대표로는 처음 가 톨릭 교황을 배알한 고위 인사였다. 20년간 국립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가르쳤고, 농과대학 학장을 거친 그의 부인은 그 보다 12년이 젊은 티 라나 국립 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였다. 그는 민주화가 되자 구 정부인사와 공산당의 잔재를 없애려는 민주 당의 억압과 폭정에 모든 활동을 박탈당하고 괴로운 시절을 보내고 있던 터였는데, 나를 만나자 그가 아는 아시아의 용( 龍 )중에 가장 빛 나는 한국에 대한 공부를 한 바 있다고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그는 첫눈에 보아도 인상이 준수하고, 흰 머리카락이 그의 경륜을 더 욱 빛나게 해준다. 늘 웃는 얼굴에 백인 특유의 외모를 가지고 있었지 만 대화를 할 때에는 너무 말을 빨리해서 내가 종종 놓치는 단어들이 있을 정도였다. 그와 나는 자주 만나 나는 나의 비전을 이야기 하고, 그는 그것이 이 땅에서 이루어지기 한 다양한 행정적 법적 절차에 대하 오! 나의 사랑 쉬치퍼리아 53

10 여 가르쳐주었다. 그는 신실하고 성실하게 나를 도왔다. 전 장관이라는 데, 권위나 체면은 아랑곳하지 않는 것 같았다. 꾸이띰 국장과 파피 교수 그리고 네죠 교수 이 세 사람은 우리가 알 바니아에 뿌리를 내리도록 하는데 중대한 역할을 한 귀중하고도 소중 한 스승이며 친구이자 동역자이다. 3. 장애와 도전 체육대학에서 비정기적으로 운동을 시작하자 대학 학장이 면담을 요 청해서 만났다. 그는 아주 친절하게 내게 학교에 주차도 하고, 또 출 입에 제한을 받지 않도록 증명서를 하나 주면서 학교에서 태권도를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에게 가르쳐 줄 수 있냐고 한다. 그렇지만 보수는 줄 수 없다고 하면서, 오히려 내게 태권도를 할 수 있는 장비를 학교 에 설치 할 수 있도록 도움을 달란다. 한편 기쁘고 한편 부담이 많이 가는 제안을 받게 되었다. 나는 고민이 되어 학장의 제안을 다른 외국인에게 상의하자, 주인을 넘보는 낙타이야기를 해준다. 큰 사막을 건너 여행을 하던 여행객이 하루는 모래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어 여행을 멈추고 텐트를 친 후 야 영을 하게 되었단다, 이 여행객은 밤새 세차게 부는 모레바람에 잠도 제대로 못자고 있다가 문득 자기가 타고 온 낙타가 생각이 나서 밖을 내다 보니 세찬 모래 바람을 맞으며 앉아있는 낙타가 너무 마음에 걸 려 고민을 하다가 낙타의 머리만이라도 텐트 안에 넣어주면 추위와 바람에 그래도 좀 낫지 않겠는가 하여 낙타를 끌어다 머리를 텐트 안 에다 넣었다고 한다. 마음이 놓인 여행객은 다시 잠을 청하는데 잠이 들 즈음에 몸에 한기 가 느껴져 일어나니 낙타가 머리뿐만 아니라 아예 텐트로 밀고 들어 와 주인이 텐트 밖으로 밀려나가게 되었단다. 이 이야기를 하면서 그 외국인은 알바니아인에게 악수를 청하면 팔 목을 잡는답니다, 그리고 이들은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 지 않지요, 오히려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요. 라며 주의하라고 충고해 주었다. 그러고 보니 알바니아인들은 오랜 공산주의 생활의 영향으로 내 것 남의 것이 없다, 공동체의 것이다. 그러나 말이 공동체의 것이 지, 속을 들여다보면 내 것은 내 것이고 남의 것은 공동체의 것으로 공동 분배하고 공동 사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54

11 여하튼 이 일로 나는 좀 더 자유로이 대학 내에서 활동을 할 수 있 게 되었지만 이들의 요구에 대한 부담으로 늘 어깨가 무거워서 가능 하면 학장을 만나지 않으려고 오전 강의 보다는 오후 강의를 선호하 였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들은 포기도 잘한다, 부탁을 쉽게 해서 속을 상하게도 잘하지만 눈치를 보아 안 되는 것 같으면 상대에게 더 이상 강압하지 않는다는 것을 후에야 깨달은 것이다. 그러니 괜히 나 만 눈치를 보며 오랜 시간을 보낸 것이 우습게 여겨진다. 이러한 배경 에는 아마도 오랜 속박과 민족적 고난을 경험한 이유에서일 것이다. 알바니아는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이슬람의 확장이 많았다. 동일하게 오스만의 공격과 섭정을 받는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 다른 국가들은 자신들의 종교와 주체를 잘 지켜낸 반면 알바니아는 국민의 90%이상 이 기독교에서 이슬람교로 개종하였는데 이러한 배경에는 이들의 세 계관 속에는 종교적 이념이나 영적인 문제에 관해 그리 큰 관심이 없 는 것으로 연구조사에서 밝혀진다. 이들은 오히려 공산주의 이전부터 물질주의를 선봉 하던 민족으로서 잦은 외부의 침략에 자신들의 언어 와 문화와 민족을 지켜내기 위하여 외부인들이 자신들의 땅을 밟도록 허용했던 것이다. 이스마엘카다레 3) 의 책 (죽은 군대의 장군)에서는 모든 나라가 알바 니아를 지나갈 수 는 있어도 그들을 지배 할 수 는 없다. 라는 표현으 로 대변한다. 여하튼 알바니아인들의 고난과 침략을 받은 역사는 우리 한민족의 그 것과 너무도 흡사해서 애정을 더욱 느끼도록 하고 동질감을 갖도록 도와준다. 이러한 시기에 가라테로 유명한 알바니아인을 만났다. 첫 만남이었음 에도 불구하고 한참이나 자신의 무용담과 자랑을 늘어놓더니 자기가 운동하는 알바니아 국립 무용학교 라는 곳으로 오라는 제안이다. 말이 제안이지 도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알바니아인들은 아시 아인들에 대하여 냉소적이며 가볍게 보는 경향이 있다. 이는 공산 독 재의 수장이 백인 우월주의를 부르짖었고, 중국 공산당과 북한에 대하 여 자신들의 주권적인 공산주의에 반대된다고 계속 관계를 멀리한 선 전의 영향일 것이다. 그런 내면세계를 가지고 있는 이 사람이 태권도 가 점차 알려지면서 이미 구성된 가라테 협회에서는 긴장을 하고 있 었던 것이다. 게다가 동양사범이 활보하고 있으니 자신들의 회원을 잃 3) 이스마엘카다레 알바니아인으로서 노벨문학상 후보로 세계적인 문학가. 오! 나의 사랑 쉬치퍼리아 55

12 을까하여 그런 것이다. 피할 수 없는 도전이었다. 선배들에게 많이 듣 던 일이 나에게도 일어날 줄은 몰랐는데 오늘 오후에 나는 중대한 결 전을 해야 한다. 상대는 언뜻 보아도 2미터에 육박하는 거구이다. 또 이들의 뼈는 우리네 것과 다르지 않던가! 긴장이 몰려온다. 예전에 내 가 4단 승단을 할 때 상대가 없어서 100킬로그램의 체중을 가진 상대 와 겨루기를 하다가 화려한 발차기로 상대를 차고도 상대의 주먹에 옆구리를 맞아 한 달 이상을 고생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게다가 나 는 지금 그 때와 비교해서 나이도 들고 체력도 예전만 못하다. 기도가 절로 나온다. 이기면 본전이고 지면 그대로 나의 체면은 물론 태권도 에 대한 체면이 무너지는 것이다. 어쩌자고 그것도 준비할 시간도 없 이 오늘 가겠다고 했던지 후회가 된다. 오후 5시 아내도 긴장을 했다, 도복을 잘 개어 가방에 넣었다. 예전에 수없이 대회에 출전할 때도 이 렇게 긴장이 되지는 않았는데.. 어찌된 영문인가! 알바니아 국립무용학 교는 우리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외양은 허술한 건물 안에는 제법 깨끗이 관리를 한 것 같다, 우리나라 초등학교 교실의 두 개를 합쳐놓은 규모에 마룻바닥은 오래 사용해서 반들거리고 벽에는 바가 설치되어 있었으며, 일부 벽에는 거울도 있었다. 교실의 한 가장 자리에는 피아노도 한 대 있어서, 무용을 하는 학교임을 단번에 알아 채게 하였다. 안으로 들어가자 가라테를 배우는 학생들 한 무리와 그 사범이 있었 다. 상견례하자 어서 오란다. 약간은 거만함이 눈에 띄고 학생들도 수 군수군 기분이 나빴지만 조용히 도복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잠시묵상 을 하는데 섬광같이 자신감이 밀려온다. 그래 발차기를 먼저 보이자! 눈을 뜨고 준비운동을 하면서 스트레칭 을 다양하게 보였다, 그 후 앞차기, 옆차기, 돌려차기, 후리기를 연속 으로 차며 몸을 움직였다. 물론 기압소리를 충만하게! 10여분이 지난 후 그들에게 눈치를 주기도 전에 사범이 나를 부른다. 나를 학생들 앞 에 세우더니 인사를 한다. 그리고 가라테와 태권도의 차이가 무엇인지 알려달라며 앞으로 많은 지도를 부탁한다고 하여 한 시간여 함께 운 동을 하면서 친분을 쌓고 감사의 인사를 받으며 헤어졌다. 아마도 이 들이 나의 발차기를 보면서 마음이 바뀐 것이 틀림없다. 태권도는 이 래서 귀하다! 그 기술 자체가 갖는 화려함과 힘에 상대가 이미 주눅이 드는 무도 아닌가! 모든 상황에 있어 침착함과 당당함을 보일 수 있는 용기가 이 태권도의 매력인 것이 이 날 알바니아의 한 가라테 도장에 서 펼쳐졌다. 56

13 그 후 난 이 가라테 사범과 아주 좋은 친분을 맺고 지낸다. 그는 가 라테 협회 기술 고문이며 내무부 경찰학교에서 가라테를 가르치고 있다. 이 일이 있은 후 알바니아 가라테 협회는 더 이상 나의 활동에 간섭 하거나 도전하지 않았다, 오히려 태권도와 가라테가 동일하게 무술연 맹으로 알바니아 체육부에 등록되어 정부로부터 매년 보조금도 받게 되었을 뿐 만 아니라 국내 대회 시 서로의 장비를 대여하는 등 같은 무도로서의 친근감을 세워나가면서 각 자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또 한 번은 술래만 체키지 라는 코소보계 알바니아인이 나타나, 자신 이 1994년부터 알바니아에서 태권도를 가르쳐 왔다고 주장하며 자신 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한국인 태권도 사범에게 태권도를 배웠다며 1 단 단증을 내어보인다. 반갑게 인사를 하였지만 이 사람 역시 첫 인상에 나를 기죽이려는 기 세가 역력하다. 나는 웃으며 체육관이 있느냐고 물으니, 국방부내 우 리나라 말로 하면 육군 사관학교에서 한다며 오후에 와주기를 원했다. 순간 나는 국방부 사관학교! 라는 소리에 놀랐지만 내색은 하지 않으 면서도 알바니아 사관생도들이 태권도를 배운다는 말인가! 매우 궁금 했다, 그러나 나는 몇 시간 후에 그 진실의 여부를 알게 되었다. 지리 와 관청들의 위치를 잘 모르는 터라 체육대학교에서 만난 비론이라는 체대 준비생과 함께 오후가 되어 쉬콜라바쉬쿠알 이라는 육사 정문 을 찾아 태권도 사범을 만나기 위해 왔다고 하니 위병을 서는 군인들 이 진입을 막는다. 그 당시에는 핸드폰은 물론 알바니아 전화 보급률 이 열악해서 따로 그 사범에게 연락할 방법도 없이 난처한 일이 벌어 졌는데, 함께 간 비론은 군인들 앞에 말 한마디를 못하고 내가 겨우 태권도와 술래만이라는 사람을 연신 소개하여도 이들은 알아들은 척 을 않는다. 그렇게 옥신각신을 하고 있는 중에 술래만 사범이 안에서 뛰어온다. 그러더니 자기들끼리 뭐라 하면서 슬그머니 돈을 주머니에 넣어주는 것이 아닌가! 나는 육사에서 태권도 교관이라면 그래도 체면이 있을 텐데 어째 사람하나 그것도 종주국에서 온 태권도 사범하나 태권도 수련을 위해 데리고 들어가는데 어째 일개 위병에게 돈을 주는지 이 해가 되지 않은 채 간신히 부대 안으로 들어가 거리에서는 볼 수 없 었던 아주 큰 연병장을 볼 수 있었다. 군 조직이란 한국이나 비슷하다 는 느낌을 갖게 되었는데 연병장을 가로질러 5분 정도를 걸어서 여러 막사가 있는 곳에 다다르니 다양한 운동시설이 보였다, 오후이고 잦은 정전으로 전기가 부족한 이 나라는 거의 대부분 불을 켜두지 않는다. 오! 나의 사랑 쉬치퍼리아 57

14 그래서 나는 겨우 건물의 희미한 틀만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는데, 물건들이 이리저리 질서 없이 흐트러진 곳을 가로질러 들어가니 안 쪽에 단번에 보아도 낮은 볼트의 전구들이 여러 개 켜져 제법 밝은 방이 나타났다. 그곳에 우리네 옛날 도복 이였던 밀가루 포대 도복을 입은 학생 20여 명이 모여 있었다, 그나마 이러한 도복을 입은 사람들은 몇 되지 않고 대부분 러닝셔츠에 헐렁하고 낡은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서 공기도 잘 안 통하는 안쪽 방에서 망가져 울퉁불퉁한 레슬링 매트위에 모여 서 있었다. 알고 보니 술래만 사범이 자신을 육사에서 태권도를 가르치는 사람 이라고 소개한 것이 육사 소속 직원이 아니고 육사의 체육관을 임대 하여서 태권도를 가르치는 것이고 배우는 사람들도 생도들이 아니라 아직은 10대 청소년들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외부인의 통제를 강력히 하는 위병에게 돈을 조금 집어주는 것은 위급해진 상황에 그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의 방법 이었을 것이고 그날따라 위병이 너무 깐깐하게 나와 위세를 부릴 수 없었던 것이다. 여하튼 이 날 나는 술래만의 제자들에게 태권도 본고장의 기술을 보 여주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 사람들의 유물론적 세계관은 언제 나 먼저 보아야 믿기 때문에 아무리 설명을 하고 지도를 하려하여도 일단 자신들을 가르치는 사람의 실력을 보아야 하는 것인데다가 일부 나를 시험하려는 음모(?)가 있었던 것 같이 느낀 이유는 학생들 중 일 부가 제법 거들먹거리며 자신들의 발차기를 과시하였기 때문이다. 나 는 속으로 태권도를 처음부터 잘못 배웠거나 잘못된 사람들을 가르치 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실력에는 실력으로! 나는 그들 앞에서 품 새 몇 가지와 다양한 발차기 그리고 미트를 가지고 갖던 터라 미트를 잡게 하고는 가능한 미트와 발이 부딪히면서 큰 마찰음 소리가 나도 록 했다. 음침한 체육관이 순식간에 미트소리와 나의 기합소리에 압도되어 갔다. 그 후에 거들먹거리던 친구들만 따로 불러내어 발차기 교정을 하였다. 그리고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서 겨루기 자세에서, 나에게 공격을 해보 라고 주문하였다. 그 말이 떨어지자, 이들은 빠르고 거칠게(상대를 고 려않고 마구잡이로)나를 향해 공격하였지만 그때 숙련되지 않은 상단 발차기를 하는 한 녀석의 옆구리에 돌려차기를 꽂았다. 몸이 얼마나 크고 둔탁한지 내 발등이 다 얼얼했는데 옆구리를 맞은 녀석은 움쩍 58

15 도 안한다. 참는 것이 역력했다. 이 모습만 보아도 이들이 나를 이곳 에 부른 이유가 배우기 위해서가 아님을 충분히 짐작케 하였는데, 다 른 사람을 부르니 이 모습을 보고는 지레 겁을 먹고 모두 안 나오겠 다고 한다. 그 날 대략 8라운드정도의 겨루기를 했고, 그 후에 술래만 사범을 불 러내었더니 자기는 운동을 안 한지 오래되었고 도복도 안 가져왔단다. 제자들 앞에서 망신을 톡톡히 당한 꼴인데도 이들은 그렇지 않은 모 양이었다.뭔가 다른 그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것 이 무엇인지는 몇 년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지만 그 당시 나는 이 그 룹을 단순히 태권도 클럽정도로 밖에는 볼 수 없었다. 이 일이 있은 후 술래만 사범은 태권도 협회를 함께 설립하자는 제 안을 해왔고 나는 서둘러 그 일을 추진했다. 그러한 만남으로 결과적으로는 태권도 협회가 설립되어 알바니아 법 에 따라 알바니아인이(술레만) 회장이 되고 파피 교수는 사무총장을 맡고 주소는 체육대학으로 정하였으며, 나는 기술디렉터를 맡아 태권 도 기술 전수와 경기와 심사에 관한 전권을 받았다. 알바니아 태권도 보급 초기에 당한 대부분의 장애는 이렇게 새로운 도전으로 바뀌어 하루하루 변화의 기미를 보여주었다. 4. 알바니아 최초의 태권도 도장 알바태권도아카데미 체육대학의 일은 진전이 느렸다, 그러나 체대 교수들이 관심을 가지 고 협조하고 특히 격기부 주임교수는 직접 태권도를 열심히 배웠다. 결국 이 교수에 의하여 후에 체육대학의 교양과목의 하나로 태권도를 프로그램화하여 여러 학생들이 태권도를 배울 기회를 얻었다. 태권도가 어느 정도 알려졌다고 생각되고 또 나의 알바니아어의 수 준도 향상되어 기본적인 회화를 할 수 있게 되자 나는 도장을 열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어 이를 추진하게 되었다. 이 도장은 태권도 동 호인들과 선수들을 양성할 뿐 아니라 미래의 태권도 지도자들의 중심 이 될 것으로 믿었고 또 그 필요성이 인식되어 이곳저곳 다니면서 세 미나를 해주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아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곳이 필요했다. 정부에 등록을 하려하자, 해 당 법이 없단다. 체육부와 올림픽 위원 회를 찾았더니, 당장은 법이 없으니(그 당시 사설 체육시설이 전무했 오! 나의 사랑 쉬치퍼리아 59

16 다)그냥 하란다. 그런데 나는 외국인으로 시청이나 세무서 등의 감사 를 받게 될 때 어떤 모양으로든 등록이 안 돼 있다면 필시 불이익을 당할게 분명하기에 변호사를 통해 가능한 법인을 구성했다. 체육 활동 과 강습 그리고 장비의 운송을 위해 수출입관련에 합당한 법인이었다. 등록을 하는 동안 장소를 찾았다. 임대료가 외국인이라고 아주 비싼 시세였고 1995년은 민주화 2년이 되는 해로 서구로부터 갖가지 모양 의 프로젝트와 외국인들의 다양한 활동이 펼쳐지고 있어서 물가나 주 택 및 사무실 등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오르던 시기이다. 그 사이 전 알바니아 농수산부 장관인 네죠를 사귈 수 있었다. 나는 누구보다도 그를 신뢰하고 가까이 지내고 있어서 그 의 소개로 티라 나(알바니아 수도) 중심에 제법 넓은 건물을 구했다, 건물은 매우 낡 아 있어서 두달간 공사만 했다. 그 시기에 삼성 텔레비전을 수입하여 공급하던 사업가 한 분이 있 었는데 성공하여 알바니아에서는 아주 유명 했다. 우리는 그를 늘 이 사장님 이라 부르며 외국 생활의 노하우(Knowhow)를 배우려고 종종 그 의 사무실과 숙소를 찾았다. 그는 알바니아 텔레비전 시장을 거의 점 유하여 1994년과 5년 사이에는 점유율을 80%이상 가지고 있었고 각 지역에 좋은 일도 많이 하였다. 잠시 그의 사업에 대하여 재미있는 이 야기가 생각난다. 알바니아는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는 더욱 고전압으로 종종 집 안 의 가전제품이 망가지는 일이 흔했다, 정전도 자주 되는데다가 전기가 들어올 때 고전압이 흐르기 때문이었다. 전압 안정기가 흔치 않던 시 절에 민주화 이후 많은 사람들이 밥은 안 먹어도 텔레비전 시청에 열 을 올리고 있었는데 이는 50여 년간 제한된 선전용 채널만 보다가 이 태리와 그리스의 방송을 보려고 아우성 이였다. 이 사람들이 얼마나 이태리 방송을 많이 보았는지 알바니아 사람치고 이태리어 못하는 사 람이 없을 정도다. 그러니 자연히 텔레비전의 수요가 부족하던 때인데 필립스나 소니 등 서구의 가전회사에서는 고전압을 염두에 두지 않고 텔레비전을 제작하여 수출하였으니 알바니아 안에서는 날마다 텔레비 전 수신기가 망가진 사람들이 전기로인한 가전제품 손상에 긴장하고 있던 때 삼성전자에서 20여 년간 유럽과 아프리카 지사를 돌며 경험 을 쌓은 이 사장님은 수원 공장에 알바니아에 수출하는 모든 가전제 품에 전압안전장치를 하도록 부탁한 것이다. 그러니 한 아파트에서 정 전이 되었다가 고압전기가 들어오면서 냉장고며 텔레비전이 펑펑 거 60

17 리며 고장을 일으킬 때 삼성텔레비전은 유유히도 방송을 볼 수 있게 되었으니 알바니아 사람들의 인식 가운데 한국의 삼성 텔레비전은 튼 튼하다고 인정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먼 타국생활에서도 용기를 얻고는 했다. 알바니아에서 첫 번째 태권도 도장을 시작할때 이사장님의 후원은 컸다, 많은 장비를 지원해주셨고 법인운영에 관련한 요긴한 정보와 지 식을 주셨고 양질의 사람들을 만나게 해 주었던 것이다. 같은 시기 이 사장님은 외무부의 꾸이띰 에게 매월 100$씩 알바니아 내에서 한국인의 유익을 위한 활동비에 써달라고 지원금을 주시고 계 셨는데 꾸이띰 은 이 돈으로 한국 알바니아 사전을 만들겠다고 작업 을 시작했었다. 두 달여의 도장공사가 끝나고 한국서 도장을 가지고 있거나 실업팀 에서 활동하는 친구들과 지인들이 보내준 도복과 태권도 장비도 무사 히 도착하여 면세를 받아 설비를 마치고 개원식을 갖던 날 알바니아 체육부 국장, 올림픽위원장 및 각 연맹의 대표 등 백여 명의 인사들이 찾아주었고 알바니아 국영방송에서도 와서 인터뷰를 하고 뉴스를 내 보내주었다. 나는 이들을 위해 태권도 도복과 세계연맹 기념 넥타이핀을 선물해 주었고, 올림픽위원회에는 태권도 배지 세트를 선물하였는데 10년이 지난 지금도 올림픽 위원회 사무실에는 그 액자가 걸려있다. 화려한 태권도 도장 개원식후 나는 3개월여 단 한 명도 등록을 받지 못해 마음을 졸였다. 당시, 도장을 열면 수백 명이 몰려와 장사진을 이룰 것이라 생각했던 나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 고용한 직원 두 명 을 사정하여 내어보내고 혼자 도장에 남아 늘 공치는 시간을 보냈다. 나는 당시 가라테가 월 수강료를 5$수준으로 받고 있었던 것을 잘 안 다. 허지만 나는 태권도의 가치를 특화하기 위해 매월 50$ 가라테의 10배의 등록비를 책정했었는데 그 두 달 여러 번 마음이 흔들렸다. 사 실 알바니아 사람들에게 50$는 교사 월급의 반이 되는 큰 돈 이었다. 그렇지만 지지 않고 마음을 강하게 먹으며 시간을 보냈고 놀랍게도 3 개월째가 되던 주간부터 한 명 두 명 등록을 시작하였다. 등록하는 사 람들도 다양했다. 결혼을 앞둔 아가씨, 대학생, 군인, 경호원, 경찰학교 사관생도, 어린이들도 있었는데 모두 정부 고급 관리의 자녀 들이었 다. 방송국 기자와 정당의 수장의 아들들도 왔다. 순식간에 회원이 90 오! 나의 사랑 쉬치퍼리아 61

18 여명으로 늘어나자 나는 정신이 없이 바빠졌다. 결국 알바니아 태권도 아카데미는 알바니아 태권도 발전에 혁혁한 공헌을 하게 되었는데, 지금 알바니아에서 태권도를 배운 사람들이나 태권도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 중 이 도장 출신이 아닌 사람이 없다. 더불어 이 도장에서 태권도협회가 정부에 등록되고, 세계연맹에 가입 되며, 최초의 심판 세미나가 열리고, 제 1회 승단 심사대회와 전국 태 권도 대회가 열리게 되었으니 말이다 년 4월 8일 가슴이 아픈 것을 경험 한 날 종종 사람들은 가슴이 아프다, 라고 한다. 나도 알게 모르게 이러한 말을 자주 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지만 불행스럽게도 나는 그 아픔을 경험한다. 지금은 불행이라 여기지 않고 오히려 감사로 여겨지지만 당 시에는 너무도 아픈 경험이었다. 태권도가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나의 업무는 다양해졌다. 태권도를 가 르치는 것만이 아니라 학생 및 학부모 상담과 각 종 문서를 만들어야 하는 업무도 늘었다. 혼자 몸으로 하루에 다섯 번 태권도 지도를 하고 집에 가면 밤 10시가 지난다. 사람들은 길에서 나를 알아보지만 나의 마음과 육체는 나날이 지쳐가기 시작하던 때이기도 하다. 알바니아는 한국과 같이 의무국방제를 하고 있다. 태권도를 배우는 증명을 해가면 입영 시 좋은 부대에 배치를 받는다며 여러 사람들이 증명서 발급을 요청했다. 나는 설마 그럴 리가 있겠나 싶어 가볍게 여 기고 졸라대는 사람들에게 위 의 사람은 태권도 수련자임을 증명 합 니다 라고 써서 사인해 주었는데 정말 증명서를 받아간 친구들 모두 군대 간 몇 주 후부터 도장을 나왔다. 부대가 대통령을 경호하는 부대 로 수도의 한복판에 있었고 자유롭게 부대 밖 출입을 하면서 계속 수 련을 쌓으라는 상관의 지시를 받았던 것이다. 일이 이렇게 되자 체육 대학 입학도 내가 주는 증명서로 많은 혜택을 받게 되어 태권도는 나 날이 인기를 더해갔다. 하지만 나는 그 사이 가정을 잊고 있었다. 아내가 잘 해주려니, 내가 이렇게 바쁘니 마음을 함께 해주려니 했던 것이다. 그 사이 우리 부부에게는 만 한 살 된 아들이 하나 생겼었고 이름은 대은이었다. 내가 너무 바빠서 출산도 못보았고 출생 이후에도 대은이 를 안아준 기억이 없을 정도로 여유가 없었다. 62

19 그 즈음 장모님의 소천으로 아내는 몸과 마음이 지쳐있었다. 그렇다! 우리 부부는 서로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앞만 보고 달리는 나는 기차 같았고 아내는 뒤에서 말 못할 냉가슴을 앓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1996년 4월 8일 아침에 우리는 날벼락을 맞는다. 오전 9시 우리의 언어를 지도해주시던 선생님이 오셨는데 아직 대은 이는 자고 있었다. 아이가 너무 늦게까지 자는 가 싶었는지 아내는 아 이의 방을 조심스레 열어 보고는 비명을 질렀다, 순간 나는 심상치 않 다는 것을 이내 감지했다. 달려가 보니 대은이는 코와 입에 거품을 품고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정신을 가다듬고 인공호흡을 했다, 심장마사지를 거듭하였지만 느낌으 로 아이의 몸이 식어있음에 식은땀이 흘렀다. 눈물이 흘러넘쳐 아이의 얼굴에 떨어지는데 옆에서 병원으로! 병원으로! 나는 아이를 들어 선 생님께 안게 하고 차의 시동을 걸었다. 어떻게 병원으로 달려갔는지! 어떤 초능력이 나를 지배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병원에 도착하자 나는 더욱 실망했다. 알바니아 최고의 병 원 응급실에는 산소 호흡기는커녕 주사기 한 대가 안보이고 침대도 망가진 스테인리스로 된 것이 전부였다. 간호사들이 대은 이를 받아 의사를 불렀다. 옆에서 지켜보니 나를 위해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간호사들이 나를 이끌어 옆방으로 가서 알코올을 뿌 리며 위로한다. 아이는 천국에 갔다고, 17살 된 자기 딸도 몇 달 전에 먼저 떠났다 며, 나를 위로한다. 간호사들은 아마도 병원서 가장 깨끗한 시트를 구해와 대은이를 싸 고 앉아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아내는 오열을 하고, 나는 어찌할 바 를 몰랐다. 어젯밤 안아주지도 못한 것이 가슴을 미어지게 한다. 알바 니아의 방식대로 우리는 장례를 치렀다. 티라나 시에서 아주 좋은 곳 에 아이를 매장하도록 무상으로 묘지를 주었고 장례를 위한 지원을 해주었다. 그리고 많은 태권도 제자들과 관리들이 위로 차 다녀갔고 장지까지 동행하여주었다. 특히 대은이의 관은 제자들이 운구하여줘 지금까지 고맙게 여겨진다. 장례식 날에는 찾아온 많은 인사들과 우리를 아는 알바니아 사람들 외국인들 그리고 이웃들과 몇 안 되는 한인들이 모여 장례예배를 드 리고 네죠 교수가 장지 까지 함께한 사람들에게 가족을 대신해서 인 사를 해주었다. 우리는 아이의 비석에 한 알의 밀이 썩어 많은 열매 오! 나의 사랑 쉬치퍼리아 63

20 를 거둔다 는 성경의 구절을 써넣었다. 대은이의 묘는 알바니아의 다 이티 산 한 켠에 밝은 햇살을 받고 있다. 그 당시 사랑해주시던 분들에게 보낸 나의 편지를 첨부한다. 함께 된 사랑하는 분들께 문안을 드립니다! 지난 소식에 저희 가족의 근황을 전하면서 대은이의 모습에서 배우는 바를 기록했었습니다. 대은이가 태어난 후 저희 가족은 큰 기쁨과 위 로 속에 있었습니다, 또한 현지 업무도 삶도 풍성해서 그 많은 사건들 을 일일이 알리기에는 지면이 부족할 정도 이었습니다. 저는 오늘도 아들 대은 이에 관한 소식을 전하고자 합니다. 이제 11개월 되었고 이 번 5월은 첫돌을 맞는 기쁨의 달이었는데... 그 토록 우리에게 기쁨을 주었던 대은 이는 지난 4월 8일 아침 하나님께로 갔습니다. 이 소식을 여러분에게 전하면서 다시금 저의 가슴이 저려옵니다. 저희 가족은 이 사건을 이해하기에는 너무도 연약하고 한계를 느낍니다. 우리에게 천 사와 같았던 대은 이는 이 땅 양지바른 곳에 누여졌고, 이 땅에서 열 매를 위한 첫 씨앗이 되었음을 믿습니다. 저의 무너지는 마음은 아내 가 받는 고통에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아내는 지금도 허전한 그녀의 가슴을 메워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제가 돕기에는 많은 한계를 느낍니다. 우리는 대은이가 죽기 전날 함께 부활절 예배를 드렸고 부 활절기의 첫날 아들을 잃었습니다, 그렇기에 그 부활의 주님께서 우리 의 위로가 되었고 지금도 생생하게 말씀해주시고 계십니다. 지금은 너희가 근심하나 내가 너희를 다시 보리니 너희 마음이 기쁠 것이요, 너희 기쁨을 빼앗을 자가 없느니라, 그 날에는 너희가 아무것 도 내게 묻지 아니하리라... 성경 요한복음 중에서. 이 일로 우리가족은 잠시 휴가를 얻어 영국으로 떠나게 되어 결국 다음 주 예정되었던 알바니아 최초의 전국태권도경기대회는 우리 없 이 진행되었다. 6. 알바니아 최초의 승단심사 1994년부터 태권도를 배운 제자들이 속히 유단자가 되는 것이 필요 했다. 그 이유는 최소한 제자들이 협회의 임원으로 자리를 잡고 아울 러 각 도시에서 태권도를 시작하기에 물리적으로 한계에 부 딪힌 나 를 대신할 필요가 컸기 때문이었다. 2년 이상 태권도를 수련한 사람을 대상으로 3개월간 집중 훈련을 하 64

21 여 승단심사를 준비하였다. 하지만 심사비가 너무 큰 부담 이였다. 내 가 도장을 개원하여 매월 50$씩 수련비를 받았지만 대부분 알바니아 1%의 부유층과 귀족을 대상으로 하였지 태권도의 열정이 있고 재능 이 있던 대부분의 청년 대학생들에게는 조건이 있는 장학금을 주면서 운영하던 터라 실재 재정 상태는 늘 어려웠기에 당장 심사를 앞두고 이들의 심사비가 막막했다. 이러한 답답한 마음을 세계연맹에 알리자 당시 세계연맹에 계시던 이 경명 사범님께서 국기원에 연락을 해보라시며 안내를 해주셨다, 이 경 명 사범님은 종종 알바니아 태권도 협회의 일과 나에게 도움을 주신 분이시기도 하다. 국기원 국제부로 연락을 했다. 당시 국제부 박기인부장님께서는 몇 가지 안내를 주셨고 도움을 주신 국기원 측의 배려로 결국 실비로 알 바니아에서 첫 번째 승단 심사는 성사될 수 있었다. 20여명의 응심자는 열심히 준비하였다. 체육대학교 체조경기장에서 실 시한 이 날 심사는 가족들과 관계자들이 모여 성대하게 치러졌다. 알 바니아 태권도 협회장과 사무총장 등 간부들도 응심 대상자들로 자리 했다. 심사에 참여한 응심자들에게는 심사 외에도 이후 합격통지를 받으면 알바니아전국행사로 수여식을 국립체육관에서 태권도 시범과 함께하 기로 되어있었기에 이들의 각오는 더욱 남달랐다. 한국에 비해서 좀 더 강화된 규율을 적용한 심사는 국기원에서 요구 하는 심사 규정 외에도 갖가지 구두 면접과 복장에 관한 엄격한 심사 를 하도록 알바니아 태권도 협회의 간부들에게 역할을 주었고, 나는 기술력에 집중하여 심사를 실시함으로써 태권도 협회의 사람들도 심 사 위원으로 참가하여 서류와 복장, 구두 심사를 하게 하여 참여의식 과 역할의 분배를 위해 노력하여 이 날 심사는 매우 순조롭고 질서 정연했다. 심사를 마친지 두 달여, 기다리던 국기원의 단증이 도착 했다. 나는 바로 평상시 교류가 있던 상무사에 연락하여 유단자 띠를 주문 했고, 그 사이 시범행사를 준비하였다. 시범은 많은 경험과 연습이 중요한데 이들은 그런 경험도 시간도 없 다, 그렇다고 각계의 인사들과 방송사를 불러놓고 망신을 당할 수 도 없는 노릇이어서 우선 이들에게 정신교육을 날마다 시켰다. 응심자 들은 송판을 보자마나 술렁이며 정신을 다 빼앗긴다. 오합지졸이라던 오! 나의 사랑 쉬치퍼리아 65

22 가! 한숨이 절로 나왔다. 연습은 모일 수 있는 시간마다 하였다. 헌데 한 두 사람이 빠지면 안 되는 시범 연습에 종종 부득이한 사정으로 빠지는 사람들이 생기기 마련이었다. 우선 종합 격파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조정했다. 개인기가 부족한 이들 은 서로 자기가 멋있는 기술을 보이겠다고 아우성이지만 그럴 수 없 었다. 주로 연합격파로 짜임새와 팀워크로 승부를 걸 수밖에는 다른 대안이 없었고, 격파 시 주의해야 할 발차기와 손기술 그리고 호흡 맞추기에 집중하여 연습하였다. 한 번도 태권도 시범을 본 적이 없는 이들에게 전체를 설명하고 무 대의 사이즈에 맞추어 입장 퇴장 자리선정 순서 기합의 강약과 동작 후의 마무리를 가르치는 것은 거의 소귀에 경 읽기 였다. 해서 겨우 생각해낸 것이 내가 직접 다 해 보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모아서 88올림픽 태권도시범 테이프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렇게 두 달을 더 준비하여 마침내 우리는 시범을 하게 되었다. 여 러 방송사들과 귀빈들이 입장하고 예상외로 3,000명이 입장하는 종합 실내체육관의 한 면에는 거의 사람들이 찾다. 도복으로 갈아입은 선수 들이 체육관 중앙에 서자 조명이 들어왔다. 많은 박수와 휘파람 소리 가 어울러져 행사장의 분위기는 들떴고 조명을 받은 흰색 도복은 반 사되어 어둑해진 오후에 조화가 잘되었다. 차렷 경례! 한국말 구령에 맞추어 움직이는 이들에게 박수가 쏟아진 다. 방송국 기자들도 갑자기 움직임이 빨라진다. 아마 기대했던 것 보 다 장면들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시범은 두 파트로 나뉘어 진행되 어 빨강 띠를 매고 입장하여 귀빈들에게 꽃다발 증정 후 품새와 기본 동작 연합동작을 선보인 후 단증 수령 및 유단자 띠 증여식이 이어졌 다, 단증은 알바니아 올림픽위원회 위원장 알밴요르곤 (Arben Jorgon)씨 와 체육부 국장과 태권도 협회장이 수여하고 나는 띠를 바꾸어 주었 다. (알밴요르곤씨는 당시 알바니아 올림픽 위원장으로 한국 올림픽 위원회 창립 50주년 기념식에 초청되어 다녀오기도 한 알바니아 전 체육대학교 교수 출신이다. 알밴은 한국에서 워커힐쉐라톤 호텔에 묵 으며 한강 공수부지의 체육시설에 특히 인상을 받았는지 나에게 서울 의 체육시설에 대하여 받은 감동을 종종 이야기하기도 했던 사람으로 나에게는 여러 모양으로 도움이 되고 있는 인사 중의 하나였다.) 검은색 띠로 바꾸어 맨 선수들은 한결 품위 있고 멋져 보였다. 그러 나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범이 이어진다. 실수를 하면 검은 띠는 바로 반납해야하는 처지들인 것을 유단자가 된 자신들이 누구보다도 잘 알 66

23 았다. 그래서 인지 이어진 송판 격파시범과 겨루기 시범 호신술 등 선 수들은 기대이상 잘해주었고, 그날 오후 종합체육관은 월드컵 결승전 을 보듯 많은 박수와 환호성으로 가득했다. 많은 기자들의 인터뷰와 축하! 그리고 모인 한인들은 큰 자부심을 가 졌다고 한결같이 우리를 위로하며 축하한다. 이 날 일로 후에 발칸 반 도 내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크로아티아 태권도 협회서는 종종 내게 연락하여 하계훈련과 세미나 등을 하여 친분을 다지게 되는 기반이 되었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이리하여 마침내 알바니아에서는 공식적으로 20명의 유단자가 탄생 되었다. 그 사이 한 두 알바니아인이 그리스와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승단을 하고 온 사람이 있지만 그들은 태권도를 하지 않고 또 이주노 동을 떠나 결국 이 날 승단한 20명이 알바니아 태권도를 이끌어가고 있는 셈이니 초기 생각했던 태권도 지도자를 세우는 꿈의 반은 이루 어졌다고 할 수 있겠다. 다만 이들이 서로 사이좋게 태권도 발전을 위 해 협력하고 돕는 협력체로 선다면 말이다. 7. 약탈당한 도장 1997년 1월은 우리 가족에게는 기쁜 달이였다. 전 해에 잃은 대은 이 를 대신하여 새 생명을 얻은 해였기 때문이다. 근 1년 만에 우리는 대 은 이를 대신하여 우리를 위로할 아들을 얻었다. 아내는 임신 중 잦은 출혈로 제왕절개를 하여야 아이를 출산 할 수 있었기에 인근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출산을 하였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한 것이 1월23일 오전 아이가 태어나자 수술실에 서 아래층 신생아실로 아기를 옮기는 엘리베이터에 동승이 허가되었 다. 작은 침대에 누워있는 대영이가 꿈틀대는 모습을 보고는 화들짝 놀랐다! 아니 전율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가슴이 벅차왔다, 그간의 슬 픔과 외로움이 한 순간에 사라지는 듯 기쁨과 환희를 순간적으로 누 렸다. 병실로 돌아온 아내에게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아내의 눈에서 한줄기 눈물이 뺨으로 흐른다. 아이를 얻고 기쁨으로 가득한 우리에게 터키에 있는 한인 한 분이 알바니아정황이 이상하다시며 뉴스를 보란다. 대영 이를 얻은 기쁨에 나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무슨 시위를 하는 것인가 보다! 라고 가볍 게 여기고 아이를 대사관에 등록하고 여권에 기재한 후 우리는 서둘 러 이스탄불을 떠나 티라나로 돌아왔지만 주변은 전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오! 나의 사랑 쉬치퍼리아 67

24 우리의 새로운 아기를 보려는 사람들이 연일 찾아와 마샬라! 마샬 라!(건강 하라는 알바니아인들의 축언)하며 마치 자기 일처럼 기뻐해 준다. 우리 몇 안 되는 한국인들도 모여 축하하고 식사하며 기뻐하면 서, 한 달 후 닥칠 일을 예상치 못하고 있었다. 1997년 2월말 알바니아의 정황은 좋지가 않았다, 여기저기 무수한 이 야기들이 들려왔다. 남쪽 불로라에서 쿠데타가 일어났다느니, 민중봉 기가 일어났다느니.. 대학생들이 단식투쟁 중에 경찰의 습격을 받아 여러 사람이 죽었다느니 소문이 무성했다. 한인들은 일단 모여 사태를 파악하기에 분주했고, 일부 외국 거주자들은 이미 알바니아를 떠났다 고 한다. 우리 중 의료봉사를 하는 동료가 가족들을 위해 우선 항공권 을 예약하였지만 대부분 한국인들은 표를 얻지 못했다. 게다가 우리 가족의 여권은 기한이 만료되어 모두 그리스 아테네 대사관으로 보내 놓은 상태였다. 3월 첫 주에는 미국 대사관에서 자국민 철수를 결정했다. 많은 사람 들이 티라나를 떠나기 시작했고 영국과 독일군의 헬기들이 티라나 상 공까지 와서 주변 축구장에서 자국민들을 대피시킨다는 뉴스가 보도 되었다. 사태는 급변해서 남쪽으로 간 진압군이 시민군에게 당해서 무기를 모두 뺏기고 알바니아 대통령은 남쪽 주민들을 테러리스트라고 규정 하여 시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를 듯 했고 야당에서는 정권교체의기 회로 삼아 날마다 시위를 벌였다. 이에 북쪽의 주민들은 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으로서 남쪽의 테러리스트를 진압하겠다고 나서서 나 라는 순식간에 내전의 위기에 처했으며 이에 수많은 외국인들과 외국 으로 나갈 수 있는 사람들의 철수가 시작되었다. 나는 급하게 아테네 대사관으로 전화를 했다, 속히 여권을 보내달라는 교신이었고 대사관 에서는 DHL로 발송하였다고 했다. 그렇다면 오늘 내일 중으로 도착한 다는 의미였으므로 나는 시내 DHL사무실을 찾았다. 아테네에서 오는 행랑은 이미 도착하였는데 우리 메일은 없다며 내일 오후에 올 것이 라고 다시 오란다. 이제 우리 가족 뿐 아니라 알바니아 내 전 한국인들의 안전에 비상 이 걸렸다. 우리는 부지런히 지방에 거주하는 한인들에게 연락을 취하 여 속히 티라나로 오라고 교신을 보냈다. 현지 외국인 연합회에서는 철수를 강력히 권면했고 이제 많은 헬기들이 자국민 보호를 위해 대 피작전을 수행중이다. 티라나는 남쪽의 시민군이 탱크를 몰로 티라나 30킬로미터 까지 왔다는 소문으로 무성한 가운데 알바니아 전역에 걸 68

25 쳐 무기고가 탈취를 당했다. 약 100만정이상의 무기가 일반 시민들에 게 탈취를 당했는데 미사일, 로켓포, 기관총과 아카보 소총과 수류탄 및 폭발류와 심지어는 탱크와 전투기까지 시민군에게 넘어갔다. 그 후 우리는 쉴 새 없이 총소리를 들어야 했다. 밤하늘에 불꽃놀이를 하는 듯 수천 수 만발의 총탄이 붉은 색을 띄며 하늘로 향해 쏘아지는 것 을 목격하면서 나는 집 안의 모든 창에 두터운 이불을 대고 등화관재 를 했다. 온 가족은 낮은 곳에 있게 하고 창가에 서는 것을 막았다. 말로만 듣던 전쟁이 난 것이다. 공수훈련과 특공훈련 및 대테러 훈련 으로 다져지고 대통령 경호실에서 근무를 하던 나도 집 벽을 때리는 총탄소리에 질겁하였다. 다음날 나는 DHL사무실에 나갔다. 비행기가 티라나 상공에서 착륙을 준비하다가 회항 했다는 전갈이다. 우리가족 이 고립된다는 소리였다. 이날 오후 티라나 공항과 듀러스 항구는 문을 닫았던(폐쇄) 것이다. 그사이 알바니아를 빠져나가지 못한 외국인들을 위해 미 해병에서 헬 기 다섯 대를 이태리 바리 기지로부터 보내주어 남은 외국인들과 기 자들을 철수시키는 작전이 있었다. 우리 한국인들은 모두 그 작전에 참가하기로 되어 오전 일찍 미 대사관으로 갔다. 우리가족도 역시 함 께 갔다. 허지만 우리에게는 여권이 없었다. 역시 우리는 안 된다는 미군과 대사관의 통보가 나의 가슴을 철렁하게 한다. 올 것이 왔구나. 동료들은 울며 차마 발을 떼지 못한다.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일이 우리 사이에 벌어졌다. 우리는 짐의 일부 와 가지고 있던 패물들을 동료의 손에 쥐어 주었다. 한국에 돌아가면 저희 가족에게 전해주세요, 저희는 안전할 것이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 는 일이니 부탁드립니다. 침통한 표정으로 이것을 손에 받아 쥔 동료 는 여전히 대사관 여기저기를 쫓아다니며 노력하지만 할 수 있는 일 이 더 없었다. 우리는 결국 대사관을 나와 집으로 향했다. 오전 10시에 나와 오후 5 시다. 난 지 한 달된 핏덩이 대영 이와 다섯 살 은혜는 지쳐있고 아내 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아내는 내게 마음이 아주 편하다고 우리 여기에 남자고 한다. 달리 다른 방도도 없었지만, 아내의 그 말에 깊 은 확신과 같은 것이 느껴졌다. 오후 5시 대사관을 빠져나오자 총성이 대사관 쪽에서 들린다. 일부 과격한 자들이 대사관을 향해 총격을 가한 것이다. 마침 우리 손에 들 려져있던 무전기에서 한 미국인이 소리치는 것을 들었다. 어서 대사관 으로 다시 들어오라는 것이다. 바깥상황이 좋지 않다는 전갈이다. (당 오! 나의 사랑 쉬치퍼리아 69

26 시 알바니아는 전화가 희귀했다 그래서 알바니아 거주 외국인들은 서 로의 안전과 의사소통을 위해 모두 무전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4) 그러나 때가 너무 늦었다 우리는 거리 한 복판에 서있었고,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문들도 잠기고 나는 필사적으로 뛰었다. 아내와 딸아 이 모두 고생이 너무 심했지만 위기였다. 한 떼의 중무장 차량이 굉음 을 내며 거리를 쏜살같이 지나간다. 얼른 몸을 숨겼다. 그 뒤를 이어 흰색 벤츠 한 대가 질주를 하다가 우리를 보았는지 후진하여 온다. 어 서 타라고 손짓을 한다. 물어볼 것도 없이 나는 신속히 아이들과 아내 를 태우고 한 숨을 몰아쉬었다. 그 사람은 마치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온 사람과도 같았다. 이 상황에 이렇게 친절한 사람을 만나다니! 그 날 이후 3일간 우리는 한 미국인 집에서 머물렀다. 그 집은 비교적 안전했다. 그 미국인이 사는 집 주인은 그 마을에서 칭찬을 듣는 사람 이였고 형제가 여럿인데 모두 무기를 구해와 집 주변을 지키고 있던 터라 안전했고, 그 미국인은 미 항공우주국 출신 통신기기 전문가로 알바니아에 인터넷을 처음 설치하여 준 사람이다. 그는 미국 대사관과 직통 무전을 할 수 있었고 햄도 운영하고 있어서 세계와 통신이 수월 했다. 우리가족은 사태가 진정한 틈을 타서 집으로 향했다. 집은 여전했고 주인은 반가이 인사를 해주었다. 주인은 반 지하로 들어가 가족이 모 두 생활했고 총성이 많을 때는 우리도 그곳으로 가서 함께 지냈다. 거 리는 인적이 없고 가게는 모두 문이 닫혔다. 다행이 우리 집에는 알바 니아를 미리철수한 분들이 주고 간 남은 음식물이 많이 있었다. 그렇 게 남기로 마음을 먹자 마음이 편해왔다. 도장이 궁금했지만 거리를 다닐 상황도 아니고 12시부터 계엄령이 발효 중이라 일체 거리 나가 는 일이 불가능 했다. 집으로 돌아온 지 이틀이 지났는데 옆집에서 연락이 왔다. 대사관에 서 전화가 왔단다. 우리 이웃집에 전화가 있었는데 미군과 철수한 동 료가 그 번호를 알았던가보다. 이웃집으로 가서 잠시 기다리니 다시 전화가 왔다. 이태리 로마 대사관이다. 담당 영사께서 한국에서 우리 가정일로 걱정이 많다며 나오라는 것이다. 외무부서 미 국무성에 통지 하고 티라나 미 대사관에 통지하여 여권 없이 여행할 수 있도록 조치 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곳 상황이 좋아 지고 있고 비교적 안전하다 4) 1997년 3월20일 조선일보 조간에 김 용기 사범을 도운 무전기! 라는 기사가 실림 70

27 고 전해주고 잠시 생각할 시간을 달라 했지만 그 당시 한국 내 상황 은 연일 언론에서 우리 가족의 이름을 대서특필하면서 정부에 압력을 주고 있었던지 대사관에서는 심지어 우리 가족으로 인해 외무부 직원 들이 퇴근을 못한지가 오래되었단다. 오후에 무전이 왔다. 우리를 도와준 그 미국인이다. 미 대사관에서 내일 오전 12시 이태리 바리 로 떠나는 헬기가 있는데 우리가 나가도 록 도와주겠다면서 11시까지 대사관으로 오란다. 여권이 없어서 거절 당한 바가 있다고 하자 대사관에서 알고 있다고 속히 결정하라는 전 갈이다. 바로 그날 밤 항구로 탈출을 시도한 영국대사관 직원들과 외국인 100여명이 군함을 기다리다가 군함이 예상 대로 접안을 못하는 바람 에 항구에서 하룻밤을 새웠다. 이들은 라디오(무전기)를 통해 그 악몽 같던 밤의 상황을 남은 우리에게 모두 전해주었다. (당시 티라나에는 약 10여명의 외국인이 철수를 하지 않고 남아 있었다.) 밤 10시 스위스 여성 한 명이 총상을 당했다는 전갈이왔다. 그들이 사 용하던 차량들이 습격을 당해 모두 버리고 항구의 한 편으로 이동한 다고, 너무 춥다는 연락과 반대편에 대치한 폭도들의 소식도 가슴이 메어지는 소식들 이였다. 우리 부부는 무전기에 귀를 기울이느라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모두가 이 땅에 좋은 일을 하기 위해 자원하여 온 사람들이다. 어린 자녀들도 있고 이 땅을 위해 언제나 웃던 사람들인 데.. 우리부부는 눈물을 흘리며 저들을 위해 기도하였다. 새벽 4시경 무전에서 한 외침이 들린다. 군함이 오고 있다는 것이다. 점점 다가온 군함은 이태리 군함 이었다. 드디어 승선을 하고 있다며 그간 함께 무전을 해준 이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무전은 끊어 졌다. 순간 우리의 감격은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하 며 아침을 맞았다. 총성은 여전하다. 고막이 다 터질 정도로 계속 되는 총성은 잠도 잘 줄 모른다. 후에 들은 이야기이지만 이 시기 많은 개들과 사람들이 정신적인 충 격으로 착란 증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밤을 샌 그다음 날 아 침 우리 부부는 철수하기로 결심하고 미국 대사관을 향했다. 마침 집 주인의 형이 차로 대사관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한다. 길에서 체육대학 교 격기주임교수인 파피 교수를 만났다. 우리는 어떻게 하냐며 당신들 이렇게 떠나면 우리는 남아 예전처럼 폐쇄되어 죽는 다고 걱정을 한다. 오! 나의 사랑 쉬치퍼리아 71

28 마음이 아팠다. 그간 함께한 사람들을 놓아두고 이곳을 떠나는 것이 힘들었다. 언제 다시 온다는 기약도 할 수 없지 않은가! 대사관에 도착한 우리가족은 여권 없이 무사히 미국 외교관 빌리지 로 이동하였고 그곳에서 약간의 신원조사를 마친 후 미 해병 간부의 안내를 받아 한 편으로 자리를 옮겨 몇 가지 안내를 들었다. 헬기는 예상과 달리 오지 않았다, 무슨 문제가 있는지 해병 사관 한 명이 우리에게 야전 식량을 점심으로 먹으라며 주었다, 자기 아내도 한국인이라면서 이렇게 위험한 곳에서 좋은 일을 하는 당신가족을 도 와주었다고 아내에게 말하면 좋아 할 거라며 긴장된 우리를 안심시켜 주었다. 이들은 우리 가족에게 어린 아기가 있는 것을 보고는 영사들 이 사용하는 집을 내어주어 아내와 어린 은혜와 대영 이는 잠시 쉴 수 있었는데 야전식량으로 점심 식사를 마친 후 얼마 안 되어 헬기가 도착하면 어디로 어떻게 이동하고 이동시에는 어떠한 자세로 이동해 야 한다는 등, 준비된 헬멧을 쓰고 귀마개를 하라는 등.. 안내를 해주 었다. 1시가 조금 넘자 헬기는 도착했고 미 해병의 삼엄한 경계 속에 우리는 헬기로 이동했다. 헬기는 빠른 속도로 낮게 비행을 하더니 좌 우로 오르내리며 산과 계곡 사이를 가로질러 해안에 다다르자 마침내 고도를 잡는 듯 평온한 비행을 했다. 이륙한 지 30여분 후 우리는 아드리아 해 바다 한 가운데 출동되어 있던 미 항공모함에 내렸다. 그곳에서 다음 이동을 기다리며 항모에서 도 간략한 신원조사와 안내를 받고 비교적 편안하고 친절한 보호 속 에서 다음 비행을 기다렸다. 그곳에 대기 중이던 해병들은 모두 중무 장을 하고 한껏 긴장을 한 채 말이 없었다. 몇 시간이 지나서야 이윽고 우리는 다시 헬기를 타고 비행을 시작해 서 마침내 바리 미군 기지에 내려 그곳에서 기다리던 미군 가족들의 따뜻한 환영을 받게 되는데 이렇게 내전으로 혼란에 휩싸인 알바니아 를 떠나 평화의 땅 이태리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 날 밤 우리는 마치 불을 지나고 물을 건너 안전한 포구에 이른 듯 모처럼 총성이 들리지 않는 조용한 밤에 깊은 잠에 빠졌다. 다음날 미 대사관 직원들은 우리를 안내하여 민간항공으로 우리를 로마로 옮겨주었다, 로마 레오나르도다빈치 공항에는 우리 대사관 영 사 한 분과 사무관이 마중 나와 반갑게 맞아 주었다. 우리는 바로 로 마 시내 한인 식당에서 아주 오랜만에 한식을 대접받고 대사관으로 72

29 이동하였는데 그곳에서 우리는 그 당시 우리 가족에 대한 한국 내 관 심과 언론의 분위기에 대하여 들을 수 있었고 바로 라디오 전화 인터 뷰를 하고 다음 날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지금도 그 당시 우리를 위해 수고해준 여러 외교관들의 수고를 잊을 수 가 없다. 특히 당시 아테네 대사관의 정 인균 영사와 이름을 다 기 억할 수 없는 그리스와 이태리 그리고 외무부 직원들의 수고에 KBS뉴 스라인 초대석에 출연해서 말로만 감사를 전할 수밖에 없었다. 기내에서도 이미 우리의 소식을 접한 승무원들은 자상히 서비스를 해주었고 김포공항의 게이트 브리지를 걸어 나오는데 깜짝 놀랄 정도 로 많은 기자들이 우리를 기다리며 인터뷰요청을 해왔다. 모처럼 찾은 고국은 역시 포근하고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수많은 기자들과 간신히 인터뷰를 마치고서야 비로소 기다리던 부모님들과 지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 다음 날 나는 KBS뉴스라인 초대석에 나가 방송을 했다. 방송을 하면서 보여주는 자료화면에 비추는 알바니아 상황을 보니 내가 그곳 에 있었다는 것이 꿈 만 같다. 인터뷰를 마치고 첫 새벽 여의도 방송 국을 걸어 나와 택시를 기다리면서 너무도 한적하고 고요한 서울의 밤과 알바니아 티라나의 공포의 밤이 대조가 된다. 불과 48시간 전의 일이 아니던가! 나는 지금 안전한 조국의 품 안에 이렇게 있지만 그곳 에 남겨진 사람들과 도장과 집은 어떻게 되었을까? 순간 스치는 야릇 한 감정에 휩싸였다. 우리가족은 꿈같은 서울의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세계연맹의 소개로 한국 태권도지 기자들이 숙소로 왔다, 인터뷰를 하고 사진을 찍으면서 기자의 질문에 멈칫했다. 언제 다시 돌아가실 계획인가요? 나는 순간 답을 할 수 없었다. 언제 라고 말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지만 미처 생각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7월 알바니아로 돌아왔다. 가족은 여전히 한국에 남아 있어야 했고 일단 나만 돌아온 것이다. 그 사이 알바니아 정부는 사회당 정부 로 바뀌고 오랜 감옥 생활을 한 야당 지도자가 집권을 하게 되었다. 계엄령은 해제되었지만 오후 5시 이후에는 인적이 드물었다. 가게도 문을 여는 곳이 거의 없고 문을 열어도 팔 물건이 없다. 내가 왔다는 소식에 태권도 관계자들이 찾아 왔다. 도장이 어찌되었는 지 함께 찾았다. 이미 여러 가게와 기관 등이 약탈당했고 자동차도 도 오! 나의 사랑 쉬치퍼리아 73

30 난을 당한 일이 허다하며 수많은 사람들이 총상을 입었다는 내용은 알고 있었기에 반신반의 하며 도장에 도착하니 비교적 주위는 조용하 고 깨끗했다. 계단을 올라 태권도 체육관 문 앞에 다가서자, 나는 아 연실색하였다. 도장은 깨끗하게 제로였다! 거울까지 다 떼어갔다. 담당하던 경비를 만나려고 했지만 만날 수가 없었기에 의심이 들었지 만 증거는 없다. 많은 외국인들이 당시에 가지고 있던 재산을 잃어버 렸다. 그래도 일부 외국인은 현지인들이 철저히 지켜주었다고 하던데, 아무래도 나는 그간 인심을 잃었던지... 별의별 자책이 다 들었지만 어 쩔 수가 없었다. 함께 간 알바니아 친구들이 여러 말로 위로하며 한숨 을 쉰다. 저들의 마음은 미안한 마음보다도 아마도 자신들의 나라에 대한 실망감과 같은 것일 것이다. 한편 이 소망이 없어 보이는 나라 사람들과 함께 있어주는 것만으로 도 나의 역할이 아닐까 여겨진다. 밤마다 옥상에서 주위를 돌아보니 간혹 하늘로 치닫는 예광탄과 총 성이 겁을 먹게 하여도 이들과 함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한없이 감 사하다. 8. 한계들 1997년 11월 우리 가족은 모두 알바니아로 합류했다. 서로 떨어져 지 낸지 5개월여 만이다. 그래도 이 땅을 다시 밟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좋던지! 우리는 다시금 주변을 정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위해 준비했 다. 그 당시 한국인은 아무도 없었기에 이듬해부터 입국을 시작한 한 국인들의 재정착을 돕는 일도 즐거움을 가져다주었다. 사회당 정부는 전 정부 보다는 행정면에서 보다 매끄럽고 절차와 서비스가 나았다. 태권도 협회는 다시금 가동을 시작하여, 정부의 산하 기관으로 등록 이 되었다. 이는 태권도가 이 사회에 공식적인 스포츠로서 인정받았다 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알바니아 태권도협회는 정부의 행정과 재정 지원이 시작되자, 분파 싸움이 시작되는 아픔을 갖게 된다. 이는 술래만이라는 사범이 이슬람 과격단체의 일원으로 태권도와 다 른 스포츠들을 통해서 클럽을 운영하면서 검은 돈을 세탁하고, 아랍계 사람들을 알바니아에 숨겨주거나 신분증을 얻도록 하는 일을 하는 사 람으로, 예전에 알바니아 육군사관학교에서 그의 제자들이 그에 대하 여 내가 눈치 챌 수 없는 어떤 존경과 존중이 바로 여기에 기인한 것 이었던 것이다. 74

31 그들은 태권도 경험을 더할수록 더욱 자신들의 목표를 노골화하여 태권도 협회를 장악해 나갔고, 이에 관계가 안 된 사람들과 계속 충돌 을 하게 된 것이다. 술래만 사범은 1999년 알바니아 정보기관으로부터 강제 출국을 당하 고 그의 단체 알바나 체육클럽도 강제 폐쇄되었다. 나는 이 소식을 듣고 놀라웠고 또 한편 마음이 아팠다. 이러한 도전과 장애는 끊임없이 우리 앞에 다가온다. 이러한 환경에서 내가 태권도 협회 안에 있을 수 없었다. 모든 직책을 사임하고 소규모 의 활동을 하고 있던 차에 알바니아 태권도 협회는 내게 공식적인 요청을 자주 해왔다. 특별히 선수들을 인솔하여 발칸 태권도 경기에 출전을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여 1998년 유고의 니시 에서 벌어 진 대회에 참가하여 동메달을 3개 수상하고 각 팀에 전달된 참가 기 념패를 협회에서 받아 그 자리에서 내게 감사의 의미로 전달해준 일 은 내 마음을 아직도 감격하게 한다. 가진 게 없어서 내게 줄 수 있는 것이 없는 알바니아 태권도 협회의 직원들과 선수들이 자신들이 받은 좋은 것을 나를 위해 기꺼이 내어 놓았을 때 비로소 나는 해외 태권도 사범으로서 위로를 얻게 된 것이 다. 이는 비단 감사패나 기념패보다는 저들의 마음을 보게 된 까닭이 리라. 이후 1999년 캐나다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참가를 신청했다. 그런 데 비자도 돈도 없는 알바니아 협회는 난감해 했다. 나는 부지런히 후원자들을 찾았다. 이곳 티라나에서 사귄 캐나다 출신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했더니 그곳에 있는 몇 크리스천 독지가들이 항 공료와 현지체류기간동안 숙식을 해주고 더불어 몇 몇 국회의원들이 알바니아 선수단을 위해 대사관에 친필로 서신도 주었다. 모든 일은 순조로웠고, 나도 당시 그 갖가지 시련 후에 세상에 알바니아 태권도 인들을 알릴 절호의 기회로 하늘이 준 축복이라 여겼다. 그러나 끝내 우리는 캐나다로 떠나지 못했다. 비자를 못 받은 이유에서다. 대사관 에 후원을 주선한 친구가 대사관에 알아보니 수년전 알바니아 농구선 수단이 세계대회 출전 후 예선탈락하고 모두 사라진 경험이 있는 캐 나다 정부는 알바니아 스포츠 인들에게 비자를 줄 수 가 없다는 것이 라고 해명해 왔단다. 기가 막힌 노릇이었다. 모두가 낙심했고 나 역시 적지 않게 실망을 하 였다. 오! 나의 사랑 쉬치퍼리아 75

32 알바니아에서 태권도 발전은 이와 같은 다양한 한계에 부딪힌다. 기 술력 계발이나 국제경기 경험 혹은 국제사회의 활동이 많이 제한되어 있다. 9. 한계를 넘어선 열매들 1994년 우리가족이 알바니아 땅을 밟은 이후 많은 도전과 한계 그리 고 환란들이 있었음에도 그 속에서 꿈틀대며 싹을 핀 열매들이 있다 는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다. 지금까지 소개한 사람들 외에도 일일이 다 기록할 수 없는 수많은 도우미들의 수고가 연합해서 얻어진 것들이리라. 세계대회 출전이 무 산되었어도, 알바니아 태권도 협회는 기죽지 않고 계속 가능한 도전을 해서 유럽 청소년 선수권대회 예선 경기에서 유럽 강호를 이기는 경 기력 향상을 보여주었고, (메달을 얻은 것은 아니지만 알바니아의 열 악한 환경에서 예선 경기를 이기는 것은 이들로서는 큰 성과임에 틀 림이 없는 것이다!) 3차례에 걸친 승단심사로 알바니아 유단자의 수가 40여명으로 늘어 났고, 나 역시 주변국에서 좋은 인지를 얻어 특별히 몬테네그로 협회 장의 감사장을 수여받고 내가 원하면 종신토록 현지 협회의 기술 자 문을 해달라는 신임을 쌓았고, 크로아티아의 태권도 계 유력인사, 그 중에서도 블라디밀 사범 등은 지속적인 관계와 협력을 하고 있다. 특별히 2005년 겨울 초청되어 간 크로아티아의 태권도 도시 칼로바 츠(Kaelovac)에서 만난 크로아티아 태권도 원로들의 친밀감은 사범으로 서 큰 자긍심을 느끼게 한다. (그 원로는 이미 60년대에 세계태권도 대회에 참가하고 동유럽에 태권 도를 소개하는데 큰 기여를 한 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크로아 티아 각 시에 태권도가 그렇게 인기 있는 무예스포츠로 자라도록 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지금도 가슴이 벅차다.) 그는 이미 머리와 수염이 하얗게 샌 노인이었지만 태권도 한 마디에 도 눈물을 글썽일 만큼 애정이 느껴졌다. 알바니아에서도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래서 더 큰 비전을 가슴에 품게 되는 것이다. 2002년도에는 한일 월드컵을 홍보하고 대한민국의 위상을 세계에 알 리기 위해 시도한 외무부 사업의 일환으로 알바니아에서 대한민국 대 76

33 사 배 태권도 대회를 개최하여, 그리스 주재 대사님과 대사관에서 알 바니아 협회에 호구 등 장비 수 천불어치를 기증하였고, 정부의 대 알 바니아 관계에 적극적인 홍보대사의 역할을 해냈다. 지난 대사 배 태권도 대회에는 알바니아 정부의 추천으로 폭스바겐 클래식 자동차 회사에서 스폰서 까지 해 주었다. 이 회사의 대표는 태권도가 뭔지도 모른 채 대사 배 라는 말만 듣고 재정 스폰서를 하였는데 행사 후에 아주 흡족해하여서 계속 태권도 발전에 기여를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이전에 태권도 수련생 중 방송사 기자가 된 제자를 만나 행사를 소개하였더니 스스로 여러 방송사 기자를 불러 취재 하도록 주선해 주었다. 협회서는 포스터를 만들고 홍보를 해서 대회는 전국대회로 커져서 진행되었고, 대사님과 VIP들이 임석한 채 치러진 결승전에서 듀러스 쉬칩포니아 팀이 우승을 차지해 대사님께서 우승배와 상금을 전달하 고, 메달 수여식 이후 태권도 장비 기증 식을 가졌다. 이 후에는 알바니아 주재 한인들의 자녀들과 현지인 어린이 들을 준 비시켜 태권도시범을 보였는데, 청중들의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를 지켜본 알바니아 체육계 인사들과 올림픽 위원회에서는 향후 지속적인 관심으로 태권도 발전에 도움을 주겠다며 약속을 하였고 그 중 일부 인사는 자신들의 아이들을 태권도 도장에 보내어 태권도 수 련을 시키고 있다. 태권도 보급이 가져다 준 외부적인 열매가 행사와 다양한 활동이라 면, 내부적인 영향은 공항서, 혹은 어떤 사회 기관에서 나를 알아보는 친구들이 많아 예기치 않은 도움과 서비스를 받을 때 태권도가 이들 의 삶의 일부분에 분명 평범하지 않은 긍정적 힘을 발휘했음에 자부 심을 갖는다. 10. 새로운 출발 나는 종종 세르비아 몬테네그로와 크로아티아 협회의 초청을 받아 여름 태권도 캠프와 발칸 여러 나라의 오픈게임의 참관요원으로 다닐 기회가 있는데 그때마다 주변국 사범들은 왜? 알바니아에서만 사냐고 묻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늘 한 가지 답을 한다. 이 땅을 사랑하니까! 오! 나의 사랑 쉬치퍼리아 77

34 태권도 사범으로서 나 역시 꿈이 있다. 좀 더 공식적인 대회와 좀 더 멋들어진 국가에서 대우를 받는 것. 태권도에 대한 강한 열정과 소원 이 있는 나라에서 좋은 선수들과 지내고 싶은 때도 있다. 아주 가끔 주변국 선수들과 지도자들을 상대로 태권도 수련을 할 때면 더욱 그 러한 마음이 올라온다. 그러나 이러한 외적인 꿈은 한 순간에 이루어 지는 일이라 믿는다. 태권도가 이 땅에 소개된 지 이제 12년, 지금까 지 씨를 뿌리고 그 싹을 키워 가는데 오랜 몸살을 했다면 이제부터는 그 나무를 키워야 하는 정진만 있을 것이다. 그것을 위해 2006년 나는 새로운 태권도 센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비영리 법인으로 세워진 태권도 센터는 지금까지의 경험과 역량을 바 탕으로 더욱 이 나라에 태권도 발전의 기둥이 되어주도록 할 것이다. 이와 같은 나의 뜻을 아는 전 농수산부 장관 네죠 교수는 현재 알바 니아 노동부 국장으로 이 법인 설립에 큰 공헌을 해주었고, 법인 이사 이다. 체육대학교의 파피 교수는 알바니아 스포츠 계와의 가교 역할을 해주고 있다. 유력한 방송사 중 현지 Kran 방송국은 9월초 한국 문화 관광부가 제작하여 만든 한국 소개 동영상을 내게 받아가 알바니아어 ( 語 ) 더빙을 하여 두 차례 전국에 방송해주었다. 방송 내용에는 물론 태권도가 포함된다. 이제 몇 방송사에서는 태권도 배우기 프로그램을 매일 아침마다 제작하자는 제안을 하고 있다. 시대가 변하면서 태권도의 보급 방법도 변하고 오랜 세월 닦은 기반 은 그 일에 가속이 붙도록 해주고 있다. 나의 꿈은 알바니아에서 태권도를 가르쳐 청소년들과 대학생들에게 건전한 꿈과 자신감을 갖도록 해주는 것이다. 그간 많은 도전적의 환경 속에서 꽃피우고 있는 알바니아 태권도를 위해 나는 이제 새로운 시작을 향해 두 번째 발걸음을 옮긴다. 앞으로 세워질 수 많은 알바니아 젊은이들의 성공적인 삶을 꿈꾸면서! 오! 나의 사랑 쉬치퍼리아 여!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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