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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 작품들의 열람기록은 로그파일로 남게 됩니다. 단순 열람 목적 외에 작가와 울산광역시의 허락 없이 이용하거나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시 저작권법의 규정에 의하여 처벌받게 됩니다. 울산 문화자원 스토리텔링 공모전 구 분 내 용 제목 아버지와 귀신고래 수상내역 우수상(울산광역시장상) 작가 정경환 공모분야 시나리오 주요내용 미국의 탐험가, 로이 채프먼 앤드류스의 귀신고래 논문을 왜곡한 일본의 외신보도에 분노의 감정을 표출한 치매 아버지를 위하여 어부 아들은 동해 바다에서 귀신고래를 찾으려 한다. 동해에서 오랫동안 자취를 감춘 귀신고 래는 보이지 않지만 일본의 왜곡보도를 반박할 결정적 자료는 아버지의 낡 은 일기장 속에 오랜 추억으로 간직되어 있었다.

2 아버지와 귀신고래 # 1. 장생포 횟집 _ 저녁 장생포 바다가 보이는 한적한 횟집. 벽에는 수면 위로 솟구치는 귀신고래의 장관을 담은 대형 사진액자가 걸려있다. 사진액자 옆엔 귀신고래를 촬영한 자에게 현상금을 내건 포스터가 붙어있다. 횟집 중앙통로에 놓인 전동휠체어에 쇠약해진 몸을 기댄 백발노인(105세)이 퀭한 눈빛으로 TV 를 응시하고 있다. 깊게 패인 얼굴주름이 세월의 흔적을 짐작케 한다. TV에선 일본 외무성의 외신보도가 흘러나온다. 아무도 뉴스에 관심두지 않는데 노인만 미동도 없이 시청 중이다. 순박한 인상의 횟집 여주인 (60세), 소주병을 손님 테이블에 갖다 놓고 돌아서다 깜짝 놀 란다. 시아버지의 눈에 맺힌 눈물 때문이다. 아버님! 대답도 없이 TV를 응시한 채 눈물 글썽이는 시아버지의 행동에 당황하는. 이때 횟집 문을 열고 투덜거리며 들어서는 노년의 어부, (64세) 깡마른 체격에 까무잡잡한 얼굴에서 거친 뱃사람의 흔적이 엿보인다. 에이, 오늘도 허탕이구만.. 웅이 아부지, 퍼뜩 와 보소! 웬 호들갑이고. 날도 더운데. 아버님이 좀 이상해예., 눈시울 젖은 아버지를 보고 놀란다. 아부지, 무슨 일입니꺼?, 아버지의 시선을 쫓아 TV를 보면 일본 외무성의 기자회견을 취재한 외신이 보도중이다. 언론의 플래시세례를 받으며 발표하는 외무차관. 기자회견의 번역된 내용이 자막으로 뜨며, 중간 중간 귀신고래의 자료 화면이 삽입된다. 외무차관 우리 일본은 미국의 탐험가, 로이 채프먼 앤드류스가 1914년에 발표한 귀신고래 관련 논문의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고자 한다

3 그의 논문에 적힌 한국계 귀신고래(Korean gray whale)는 일본계 귀신고래 (Japanese gray whale)를 잘못 표기한 것이다. 앤드류스는 1910년 일본 전역을 돌며 전통고래잡이, 고래뼈 등을 연구하고 귀신고래를 탐사했다. 그가 한국의 장생포항에 잠시 머문 건 사실이나 그곳에서 귀신고래를 봤다는 어떠한 기록도 존재하지 않는다. 앤드류스가 촬영한 한국인의 포경사진은 사실 일본에서 선진포경기술을 배우기 위해 노역하던 한국인이었다. 즉 일본해에서 잡은 귀신고래인 것이다. 현재 일본해에선 귀신고래가 자주 출몰하고 있지만 한국에선 1977년 이후 귀신고래가 목격된 사례가 전무하다. 그 이전에도 간혹 출몰한 사례가 있긴 하지만 일본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횟수다. 고로 앤드류스가 한국계 귀신고래라고 명명할 어떠한 조건도 갖추지 못한 바, 한국계 귀신고래라는 명칭은 적절치 않으며, 일본계 귀신고래로 수정되어야 마땅하다. 일본정부는 이 사항에 대해 국제포경위원회(IWC)에 정식으로 제기할 것이며, 명칭수정요구를 관철시킬 것이다. TV에 로이 채프먼 앤드류스의 자료 화면이 나올 때, 아버지의 퀭한 눈에 힘이 들어간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외신 보도를 보는 과. (흥분) 저, 저 자슥들! 저 말이 사실일까예? 사실은 무슨! 함 생각해 보래이. 동해를 누비던 귀신고래에 한국계가 붙는다는 게 뭘 의미하긋노. 동해의 독도영유권이 한국에 있음을 인정하는 거나 다름없다 아이가.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기지. 자슥들, 속보인다! 이때, 아버지가 어눌한 말투로 무언가를 말하려 애쓴다. 하지만 치매로 인한 뇌손상으로 인지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알아들을 수 없는 웅얼거림으로 들 린다. 아으우흐후아... 아버님이 뭔가 말하고 싶으신 게 있나 본데예. (귀기우려) 아부지, 뭐라고예? 또렷하이 말씀해보이소! (더 힘주어) 아으우흐후아... 뭐라시는 겁니꺼? (답답한) 내도 못 알아듣겄다. 인자... 무표정한 아버지의 미간이 꿈틀하고, 푸른 핏줄이 선명히 보이는 야윈 손을 움켜쥔다. 아버지의 표정과 손동작을 유심히 바라보는, 그 의미를 알 것 같다

4 아부지, 분하시지예? (미간이 주름진다) 지도 속에 천불이 납니더! 아부지, 일제시대 때 일본에 끌려가 강제노역 하믄서 얼매나 고생했습니꺼. 그것도 모자라 인자 귀신고래 이름까지 지 멋대로 바꾸려 한다는 기 말이 됩니꺼. (움켜쥔 손에 더 힘이 들어간다) 부아가 치밀어 오른, 테이블에 놓인 물통의 물을 벌컥 들이키고는 리모컨으로 TV를 꺼버 린다. 아부지, 저랑 목욕이나 하러 가입시더. 이 목욕하는 제스처를 보이자 표정 찌푸려있던 아버지가 언제 그랬냐는 듯 틀니 빠진 입 으로 히죽 웃는다. 아버지는 퇴행성 뇌질환으로 인해 세 살 어린아이가 돼버렸다. # 2. 동네목욕탕 _ 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욕탕에 나란히 앉아 있는 과 아버지. 아버지의 몸은 뼈만 남은 듯 앙상하고 살은 축 늘어져있다. 퀭한 눈으로 욕탕 벽을 가득 채운 대형 그림타일을 응시하는 아버지. 물보라를 일으키며 수면 위로 솟구치는 귀신고래를 그린 그림이다. 물끄러미 바라보는 아버지의 시점으로 그림이 꿈틀하더니 살아 움직인다(환상) 그림타일 속 귀신고래가 수면 아래로 풍덩 빠지더니 두 사람이 몸 담그고 있는 욕탕으로 스멀 스멀 헤엄쳐온다. 주위를 뱅뱅 맴도는 귀신고래를 향해 손을 뻗는 아버지. 귀신고래는 다가올 듯 말 듯 애만 태우다 그대로 사라진다. 짙은 아쉬움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아버지., 욕탕에 앉아 무언가를 향해 손을 뻗은 아버지를 가만히 바라본다. 에겐 아버지의 이런 행동들이 낯설지 않다. 아부지. (쳐다본다) 아부지 젊었을 적에 귀신고래 얘기 많이 해주셨잖습니꺼. 지한테 그랬지예? 장생포 앞바다가 물 반 고래 반이었다고... 아부지한테 귀신고래는 오랜 친구나 다름없잖습니꺼

5 아까 뉴스 말입니더. 일본이 주장하는 거, 다 거짓이지예?... 아부지 맘, 다 압니더. 한 평생 고래만 잡아오셔서 누구보다 잘 아실 텐데.. 억울하지예. 일본이 아무리 꼼수를 쓴다캐도 진실을 가릴 순 없는 법입니더. 지는 아부지 생전에 일본계 귀신고래로 불리는 꼴, 절대 못 봅니더. 까짓것, 동해에 다시 귀신고래가 나타나믄 지킬 수 있는 거 아입니꺼. 한국계 귀신고래 이름 말입니더. 그지예?... 아부지, 제가 함 찾아보겠심더! 동해바다에 귀신고래가 산다는 걸 증명해 보겠심더! 아버지와 알몸으로 대면한 은 속에 있는 말을 거침없이 토해낸다. 아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알 수 없는 옹알이만 웅얼거리는 아버지. 아부진 늦둥이 저를 장남처럼 생각하셨잖습니꺼. 형제들 중에 제일 믿음이 간다고 그랬었지예? 지 평생 아부지 믿음에 어긋남 없이 살아왔다고 자부합니더. 이번에도 그럴 낍니더. 두고 보이소. 귀신고래 그림타일을 바라보며 결연한 표정 짓는. 착시현상처럼 꿈틀대는 귀신고래 그림 옆으로 수채화처럼 새겨지는 타이틀. <아버지와 귀신고래> # 3. 목욕탕 앞 _ 밤 어두워진 골목길. 목욕을 마친 이 아버지를 등에 업고 걷는다. 아부지, 와 이리 가볍습니꺼? 때가 엄청 나오드만, 그 때문인가 보네. 은 농담처럼 말했지만 나날이 가벼워지는 아버지가 안쓰럽다. 지는 아부지랑 목욕할 때마다 옛날 생각이 납니더. 유난히 목욕하기 싫어 하던 절 꼭 데꼬 목욕탕에 가셨다 아입니꺼. 그땐 그기 귀찮고 싫었는데, 인자는 손자녀석이랑 목욕탕 가는 게 낙이 됐심더. 근데 이 녀석은 할아부지랑 목욕 가는 게 싫은지 별의 별 핑계만 댄다 아입니꺼. 지 어릴 때처럼 말입니더. 허허

6 ... 지는 두 가지 소원이 있심더. 동해에서 귀신고래 보는 거랑, 오래오래 아부지 등 밀어주는 거, 딱 두 가집니더. 아버지는 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표정변화가 없다., 허한 미소 지으며 아버지를 업은 채 가로등 켜진 골목길을 걸어간다. # 4. 아버지의 방 _ 밤 횟집에 딸린 방으로 들어온 이 등에 업은 아버지를 바닥에 앉힌다. 세평 남짓한 남루한 방 에는 낡은 장롱만 놓여있고 벽에는 고래의 종을 모아놓은 고래도감이 붙어있다., 장롱 문을 열고 이불을 꺼내는데 아버지가 장롱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웅얼거린다. 아으우흐후아... 아부지, 와예? 아으우흐후아..., 옷과 이불이 가득 들어있는 장롱 속을 훑어본다. 여가 뭐 우쨌다는 겁니꺼? 아버지의 시선이 장롱 속에 고정된 채 옹알이를 계속한다., 건성으로 옷과 이불을 뒤적거리지만 특별한 건 보이지 않는다. 아부지, 피곤하실 텐데 그만 주무이소. 이 장롱 문을 닫으면서 암전된다. # 5. 장생포 선착장 _ 이른 아침 F.I 새벽동 트는 장생포 선착장. 출항을 앞둔 용운호 어선에 승선하는. 중년의 동료어부들이 의 손에 들린 캠코더를 주목한다. 과 가장 친분 있는 (62세)이 다가와 묻는다. 그기 뭐꼬? - 5 -

7 알 거 없다 마. 그거 촬영장비 아이가? 까막눈은 아니구먼. 내는 그런 거 어려워가 만질 줄도 모린다. 근데 뭐 촬영할라꼬? 귀신고래. (콧방귀) 귀신고래? 하이구, 동해바다에서 사라진지가 은젠데... 있어! 내가 찍을 기다! 그기 똥고집 피운다고 될 일이가. 내 성질 모르나. 한번 한믄 끝장을 보는 거. 현상금이 그리 탐나던가? 현상금 때문이 아이다. 그라믄? 아부지 살아생전에 장생포 앞바다를 헤엄치는 귀신고래를 보여주고 싶어가 그란다. (고개 절레절레) 효자 났네... 효자 났어... # 6. 용운호 어선 _ 낮 장생포 앞바다에서 고기잡이하는 어부들. 동료어부들이 어장의 물고기 움직임을 주시하는 동안, 은 망원경으로 드넓은 동해바다를 살핀다. 하지만 고래를 닮은 그 무엇도 보이지 않는다. 맥 빠진 을 바라보는. 귀신고래 말이다, 참말로 아부지한테 보여드릴라꼬 찾는 기가? 딴 이유가 있긋나? 뜬금없이 귀신고래 찾는 기 이상해서 그라제. 뉴스 안 봤나? 일본 글마들이 한국계 귀신고래를 일본계 귀신고래라고 우기는 거. 그걸 우째 가만 보고 있노! 오지랖은... 뻐뜩하믄 독도가 즈그네 땅이라고 우기는 글마들을 우째 말리겠노. 걍 내비둬. 그카다 허구헌날 우리만 당하는 기다. 동해에 귀신고래가 산다는 걸 똑똑히 알려야제. 그래야 고래이름을 지킬 거 아이가. 한국계 귀신고래이든, 일본계 귀신고래이든 아무렴 어뜬노. 먹고 사는 데 아무 지장 없데이. 먹고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도 있는 기다. 자넨 이해 못하겠지만... 허이구, 어부가 고기 순풍순풍 낚아가 처자식 멕여 살리믄 되는 기지, - 6 -

8 뭐가 더 필요하노. 누라 뭐라캐도 내는 찾고 말끼다! 현상금 타믄 거하게 술 한 잔 쏠 테이 나타나길 기도나 하고 있그라. 어데로 기도할꼬. (하늘 보며) 하느님? (바다 보며) 용왕님? 영감탱아, 정신 차리래이. 정신! 의 볼멘소리에도 아랑곳없이 은 귀신고래를 찾아 동해바다를 주시한다. 이때, 의 시선에 수면을 가르는 고래의 푸른 등줄기가 포착된다. (흥분) 저, 저기! 뭐, 어데? 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는. 수면 위로 살짝 드러나는 푸른 등줄기에 의 표정도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찬다., 다급히 캠코더를 손에 들고 촬영할 만반의 준비를 한다. 흔들리는 캠코더 촬영 화면 속에서 줌인 되는 그것은 귀신고래가 아니다. 유심히 관찰하던 의 표정에 실망감이 번진다. 돌고래네. 그럼 그렇지..., 촬영정지버튼을 누리고 캠코더를 힘없이 내린다. 동해바다를 힘차게 헤엄쳐가는 돌고래를 멀거니 바라보는. 영민 (다짐) 괘안타... 돌고래가 있으믄 귀신고래도 곧 나타날 끼다... # 7. 장생포 선착장 어귀 _ 저녁 과, 선착장 어귀에서 생선 담는 나무상자를 뒤집어 깔고 앉은 채 갓 잡아온 횟감을 안주로 소주를 마신다. 얼큰하게 취한 두 사람. 내라고 귀신고래 보고 싶은 맴이 와 없겠노. 그칸데 장생포 바다가 허락을 안 해 주이 우짜긋노. 바다가 허락을 해야 오든지 말든지 할 꺼 아이가. 바다가 아이라 인간이 허락을 안 해 주는 기다. 그기 무신 소리고? 우리가 귀신고래를 못 오게 했단 말이가? 귀신고래가 와 귀신고래고? 귀신처럼 몰래 온다캐서 붙은 이름 아이가. 그칸데 여기저기서 고기잡이 한다고 불빛을 훤히 비추고 소릴 질러대지, - 7 -

9 또 바다 속엔 촘촘히 그물을 쳐놨으이 우째 다가오겠노. 그 뿐이가. 바닷물은 예전보다 얼매나 오염됐노. 돌아오고 싶어도 못 온다. 우리가 귀신고래를 내쫓은 거나 다름 없제. (고개 끄덕) 듣고 보이 그러네. 내도 귀신고래 내쫓은 한 사람이네. 그자?... 바다를 바라보며 말없이 쓰디쓴 소주를 들이키는 두 사람. 장생포 앞바다의 웅장한 유조선이 귀신고래의 회유를 가로막는 거대한 장벽처럼 보인다. 선착장에 부딪혀 철썩이는 파도소리가 처량하게 들린다. # 8. 아버지의 방 _ 밤 이불 속에 산송장처럼 누워있는 아버지 곁에 앉아있는., 취기 오른 얼굴로 넋두리하듯 아버지께 얘기한다. 아부지, 오늘은 귀신고래 못 찾았심더. 그래도 괘안심더. 금방 찾으믄 그기 귀신고래겠습니꺼. 찾기 힘드니까 귀신고래지. 지는 절대 포기 안 합니더. 꼭 찾고 말낍니더...., 아버지의 퀭한 눈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아부지, 옛날에 고래 잡던 얘기 좀 들려 주이소. 아버지의 퀭한 시선이 벽에 걸린 고래도감에 머문다. 도감 속 고래사진을 주목하는 아버지의 눈동자에서 Dissolve. 선행되는 거센 파도소리. 인서트-흑백화면. 자막 : 1930년 동해, 일본 포경선 갑판 위에서 작살 끝에 묶인 밧줄을 붙잡고 끌어당기는 20대 청년시절의 아버지()와 한국인 선원들. 는 깡마른 체형이지만 강한 눈빛에서 악바리 근성이 느껴진다. 엄청 큰 고래가 잡혔는지 거친 너울에 포경선이 요동친다. 뱃전까지 날아오는 물방울을 맞으며 안간힘으로 밧줄을 끌어당기는 와 선원들. 이때, 한국인 선원들을 관리 감독하는 일본인 어로장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친다

10 어로장 (일본어) 더 힘껏 끌어당겨! 더! 더! 나약한 조센징! 깡다구 있게 끌어당기란 말이다!! 한국인 선원들, 독종 같은 어로장에게 불만 가득한 표정이지만 어쩔 수 없이 이를 악물고 노역한다. 고래의 저항이 만만찮아 고전하지만 살아남기 위해 악착같이 버티는 선원들. 굵은 밧줄이 끊어질 듯 포경선 갑판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선원들이 구령에 맞춰 힘을 모아 밧줄을 끌어당겼다가 다시 풀었다가를 반복하며 고래의 힘을 가늠한다. 오랜 줄다리기 끝에 마침내 고래가 지쳤는지 밧줄이 당겨온다. 더욱 기세를 올려 끌어당기는 선원들. 맥없이 끌려오는 거대한 고래. 기력을 잃은 고래가 뱃전까지 끌려오면 밧줄 고리로 꼬리를 단단히 묶는다. 그제야 체력이 소진된 선원들이 갑판에 털썩 주저앉아 가쁜 숨을 몰아쉰다. 땀인지 바닷물인지 흠뻑 젖은 선원들의 지친 몰골. 백두장사 같은 건장한 몸집의 두만, 어로장의 눈치를 보며 투덜거린다. 두만 젠장! 일케 고생해서 고래 잡으믄 뭐 하노. 왜놈들 배때기만 불릴 긴데. 내가 니들 시다바리가? (쓴웃음)... 두만 왜놈들이 우리바다의 고래들 잡아가는 꼴을 언제까지 봐야 되노. 쫌만 참아라. 우리 손으로 잡은 고래가 우리나라 사람들한테 돌아갈 날이 안 오긋나. 두만 (한숨) 그런 날이 과연 올까 싶다... 내 꿈이 뭔 줄 아나? 두만 뭔데? 언젠가 해방이 되믄 말이다, 우리 선원들끼리 뭉쳐가 대한민국의 포경회사를 만드는 기다. 지금 닦은 포경기술로, 우리 힘으로 당당히 고래를 잡는 기라. 왜놈들 고래 말고 우리의 고래 말이다! 두만 좋은 생각이네! 진짜 해방이 되믄 내도 기꺼이 도우꾸마! 여기 선원들이야 고래 잡는 덴 도사들 아이가. 고래 잡아가 돈도 마이 벌고, 배고픈 사람들한테 고래 고기도 나눠주고, 그카믄 얼매나 좋겠노. 와 두만, 마주보며 희망의 미소 짓는데 펑 소리와 함께 고래작살이 발사된다. 철퍽 고래 등줄기에 작살 꽂히는 소리와 처절하게 몸부림치는 소리가 들린다. 어로장 (일본어) 명중이다! 뭣들 하고 있어! 끌어당기란 말이야! 어서! - 9 -

11 저 고래 놓치면 니들 삯 한 푼도 없을 줄 알아! 어로장의 엄포에 제대로 휴식도 취하지 못한 한국인 선원들이 인상 쓰며 일어나 작살에 매달린 밧줄을 끌어당긴다. 두만 배때기에 탐욕만 가득 찬 왜놈들, 우리 고래 싹쓸이할라꼬 그라나. 야! 나중에 우리가 포경회사 세운다 캐도 동해에 고래가 남아 있을란가 모르것다. 남아있어야제. 내 인생을 고래에 걸기로 작정했는데 멸종당하믄 안 되지. 반드시 남아있어야제! 이 악물고 묵묵히 밧줄을 끌어당기는 의 얼굴에 나라 잃은 설움이 묻어있다. 다시 현재. 아버지는 젊은 시절 일본 포경선에서 고래잡이 노역을 하던 기억을 말하지만 에겐 그저 치매 노인의 옹알이로만 들린다. 웅얼거리는 아버지의 눈시울이 젖어있다. 은 아버지의 눈빛만 봐도 마음을 가늠할 수 있다. 그거 압니꺼? 아부지, 고래얘기 할 때마다 눈가가 젖는다는 거... (옹알이 멈춘다)... 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아버지의 주름진 얼굴에 씁쓸한 미소가 번진다. 이를 바라보는 의 가슴이 먹먹해진다. # 9. 용운호 어선 _ 낮 장생포 앞바다에서 고기잡이하는 어부들. 동료 어부들이 어장의 물고기를 주시하고 있는 동안, 은 망원경으로 드넓은 바다를 살핀 다. 여전히 귀신고래는 보이지 않는다. 실망스런 표정이 역력한. 그런 을 탐탁찮은 시선으로 지켜보던 털보 선장(58세)이 다가와 불만을 표출한다. 보다 어리지만 강단 있어 보이는 선장. 선장 선장 물고기 잡으러 온 기가, 고래 잡으러 온 기가? 차라리 포경선을 타지, 이 고깃배는 뭐 하러 탔노? (심기 불편) 너무 그카지 마소. 잠시 고래 좀 찾는 기 그리 못마땅합니꺼? 고래에 정신 팔린 어부가 뭔 물고길 잡긋노!

12 선장 선장 선장 나이 많은 거 감수하고 받아줬더니만... 차라리 젊은이랑 일하는 게 속편하지. (발끈) 뭐라고예? 와? 내가 틀린 말 했나? 으이? ( 말리며) 흥분한 거 같은데, 진정하이소. (자존심 상하지만 참고) 선장님, 고래 이름 지키고 싶지 않습니꺼? 일본계 귀신고래가 아닌, 한국계 귀신고래 말입니더! 고래 이름이 한국계든, 일본계든 그기 뭔 상관이고! 뱃사람이 물고기만 마이 잡으믄 장땡이지! (바다를 가리키며) 그라믄 선장님은 이 바다 이름이 동해가 아이고, 일본해라캐도 상관없네예. 그지예? 뭐라꼬? 그거랑 똑같심더. 이름을 지키는 건 우리의 자존심을 지키는 기고, 세상에 알리는 겁니더. 귀신고래를! 이 동해바다를 말입니더! 의 주장에 대꾸 못하고 당황하는 선장. 선장 백날 찾아봐라. 40년 동안 안 보인 귀신고래가 나타나는가. 흠... 할 말 없어진 선장, 괜히 구시렁대며 조타실로 돌아간다. 동료어부들, 무식한 선장을 언변으로 제압한 에게 대리만족 느끼는 듯 내심 통쾌해 하는 눈치다. # 10. 장생포 횟집 _ 낮 횟집 테이블에 손님들이 가득 찼다. 손님들 주문이 이어지고, 종업원과 함께 정신없이 회를 나르는. 손님 여 보소! 회 가지러 장생포 바다까지 갔는교? 네네, 지금 나갑니데이. 쪼매만 기다리소. 숨 돌릴 틈 없는 서빙이 끝나고 잠시 여유가 생긴, 벽시계를 보더니 아차! 한다., 서둘러 차린 앉은뱅이 밥상을 들고 횟집에 딸린 쪽방 문을 열며 아버님, 진지 드실...(멈칫) 방 안에 이불만 깔려있고 시아버지가 보이지 않는다

13 의아해하며 방문을 닫은, 젊은 여종업원을 불러 세운다. 혹시 아버님 못 봤나? 여종업원 아까 휠체어타고 나가시던데... (정색) 뭐? 혼자서 못 나가게 했어야지! 여종업원 (주눅 들어) 전 그냥... 잠깐 산책하시는 거 같아서... 치매 노인인 거 모르나? 길이라도 잃으면 우짤라꼬 그라노! 여종업원 죄송합니다. 나가서 찾아볼 테니 급한 일 생기면 연락하고. 여종업원 네., 앞치마를 벗어젖히고 서둘러 횟집을 나선다. # 11. 장생포 횟집 인근 _ 낮 잰걸음으로 횟집 인근 동네를 둘러보는. 마주치는 동네 주민에게 시아버지의 행방을 물어보는. 고개 절레절레하는 주민들. 아버님! 아버님!! 골목 구석구석 살펴봐도 보이지 않자 초조해진 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진다. 이리저리 둘러보던 의 시선에 전동휠체어 탄 백발노인의 뒷모습이 보인다., 급히 달려가 앞모습을 확인하면 다른 노인이다. 가 고개를 조아리면 노인이 다시 갈 길을 간다. 이제 어디서 찾아야할지 정신이 아득해진, 다리에 힘이 풀려 이대로 주저앉을 것만 같다. 핸드폰을 꺼내 버튼을 누르는 의 손가락이 떨린다. # 12. 용운호 어선 _ 낮 그물로 물고기를 낚기 위해 동해어장을 누비는 어선. 어부들이 물고기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와중에 의 시선은 귀신고래를 찾아 바다를 훑는다. 의 주머니에서 핸드폰 벨소리 울리고, 수신자 확인 후 전화 받는다. 이 시간에 웬일이고? (사이, 놀라며) 뭐라꼬? 아부지가... 알긋다. 지금 곧장 갈꾸마. (통화 끊고 선장에게) 미안헌데, 급한 일이 있어가 가봐야겄소

14 선장 영민 선장 선장 선장 뭐라? 배를 돌리라 이 말이가? 죄송합니더. 쪼매만 더 가믄 황금어장인데 그기 무신 소리고! 하루 공치믄 손실이 얼매나 큰 줄 아나? 그카지 말고 배 돌려주이소! 와 이라는데, 참말로. 도대체 무신 일인데? 아부지가 행방불명이랍니더. 치매라 길눈도 어두븐데 지금 어데로 갔는지 모른답니더! 혹 잘못되믄 우짤낍니꺼. (짜증스런) 귀신고래에 치매노인까지... 가지가지 한다, 증말... # 13. 장생포항 선착장 _ 낮 회향한 어선이 선착장으로 되돌아온다. 어선이 선착장에 닿자마자 어부용 장갑과 앞치마를 벗어젖히고 하선하는. 허겁지겁 달려가는 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리는 선장. 선장 선장 선장 숟가락 들 기운도 없는 치매노인이 가면 어델 간다고, 호들갑은... 장생포에서 소문난 효자 아입니꺼. 이해해 주이소. 효자고 뭐고 그 노친네 때문에 공친 적이 어디 한두 번이가? 이 아부지, 그래도 한때는 고래잡이 명포수로 유명했던 분입니더. 장생포의 살아있는 전설! 모릅니꺼? 전설... 좋지. 내도 고래잡이나 했으믄 좋겠다. 폼 나게. 피식 웃는, 멀리 달려가는 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 14. 장생포항 인근 동네 _ 낮 급한 마음에 허둥지둥 동네를 살피는. 마주치는 동네 주민마다 행방을 물어보지만 모두 고개 절레절레한다. 불안한 낯빛으로 골목길을 걸어가던, 목욕탕 앞에 다다른다. 며칠 전, 아버지와 함께 찾은 그 목욕탕이다. 지친 발걸음을 멈추고 목욕탕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회상에 잠기는. 인서트-과거회상. 욕탕에서 귀신고래 그림타일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아버지가 마치 귀신고래를 잡으려는 듯 손을 뻗는다

15 곰곰이 기억을 떠올리는 에게 가 달려온다. 어. 아버님 못 봤어예? 불안감에 휩싸여 안절부절 못하는. 아무 일 없겠지예? 하모, 별 일 없을 기다. 혹시라도 잘못되믄 우얍니꺼? 걱정 마라. 휠체어 타고 멀리는 못 갔을 기다. 파출소에 신고할까예? 쪼매만 더 찾아보자. 그래도 못 찾으믄 내가 신고하꾸마. 당신은 동네를 좀 더 살피봐라. 내는 확인해볼 때가 있다. 이 아버지의 예상행선지로 달려간 후 가 동네를 계속 둘러본다. # 15. 장생포 고래박물관 앞 _ 저녁 고래박물관 인근에 설치된 커다란 귀신고래 조형물로 이끌리듯 달려가던 의 발걸음이 뚝 멈춘다. 귀신고래 조형물 아래 전동휠체어 탄 아버지의 뒷모습이 보인다. 안도의 한숨 내쉬며 아버지에게 다가가는. 아부지! (뒤돌아본다) 혼자 여 계시믄 우짭니꺼! 얼매나 찾아댕긴 줄 아십니꺼! 아버지, 한바탕 소동을 아는지 모르는지 귀신고래 조형물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히죽 웃는다. 어린아이 같은 그 모습에 가슴이 먹먹해지는. 아부지가 저보다 먼저 찾으셨네예... 귀신고래 말입니더. 제가 졌네예 소원대로 귀신고래 찾았으이 인자 집으로 가입시더

16 이 휠체어를 끌려는 순간, 아버지의 손이 의 바지를 붙든다. 와예? (손가락으로 장생포 바다 쪽을 가리킨다) 바다로 가자고예? (고개 끄덕, 귀신고래 조형물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진짜 귀신고래 찾을라꼬예? (고개 끄덕) 어린아이처럼 떼쓰는 아버지를 바라보는 의 가슴이 아려온다. 아버지의 전동휠체어를 붙들고 하염없이 서있는. # 16. 집으로 오는 길 _ 저녁, 땅거미 지는 길에서 아버지의 전동휠체어를 끌며 이야기한다. 아부지, 기억납니꺼? 27년 전, 고래잡이가 금지돼가 제가 고래배를 마지막으로 타던 날 말입니더. 그날 처음으로 아부지가 제 앞에서 눈물을 보이셨잖습니꺼. 우리 아들이 장생포 최고의 명포수라고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니셨는데, 얼매나 아쉬웠겠습니꺼. 저보다 더 마음이 아팠을 낍니더. 제가 처음으로 고래배 탄 것도 아부지 때문였지예. 그때 내 나이 겨우 열일곱 살이었는데.. 참고래.. 밍크고래.. 참 마이도 잡았지예. 지는예, 그 중에서도 귀신고래를 잊을 수가 없심더. 딴 고래들은 먼 바다에 사는데, 귀신고래는 연안까지 헤엄쳐 오잖아예. 위험한 걸 알면서 왜 그랬을까 생각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듭디더. 인간이 그리워서... 그래서 귀신처럼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믄서 우리랑 숨바꼭질하는 거라고... (피식 웃음) 20년 동안 고래잡이 하믄서 참 행복했심더. 동해바다에서 고래 잡고 돌아올 땐, 소식 듣고 동네사람들이 몰려와 구경하고 그랬다 아입니꺼. 마누라랑 아들래미한테 가장노릇 한 것 같아 뿌듯했지예. 그땐 세상 부러울 게 없었심더. 내보고 고래잡이가 되라고 하셨던 아부지가 얼매나 고마웠는지 모르실 낍니더. 한 번 더 고래배에 만선기를 달고 장생포항에 돌아올 수 있다믄 좋으련만... 옛 추억을 이야기하는 의 얼굴에 절로 미소가 떠오른다. 의 이야기에 아버지도 옛 기억이 떠오르는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다. 가로등 켜진 골목길을 전동휠체어 끌며 동행하는 부자의 정겨운 모습. 서서히 암전

17 # 17. 장생포 횟집 _ 이른 아침 F.I 새벽동이 트는 이른 아침, 횟집 문을 열고 선착장을 향해 걸어가는. 뒤에서 아내, 가 캠코더를 손에 들고 달려 나온다. 웅이 아부지! (뒤돌아본다) (캠코더 들어 보이며) 이거 가져가야지예! 필요 없다. 와예? 아부지, 귀신고래 찾았으이 인자 필요 없다. 다시 걸어가는 의 뒷모습을 의아하게 바라보는. 귀신고래 찾았다는 게 뭔 말이래예? 진짭니꺼? (대답 없이 걸어간다) 웅이 아부지! 웅이 아부지!! 캠코더 손에 든 채 고개 갸웃거리는. # 18. 용운호 어선 _ 이른 아침, 항해하는 어선에 앉은 채 해 뜨는 동해바다를 응시한다. 출렁이는 바다가 붉은 빛으로 물들었다. 옆에 앉은, 기분이 가라앉은 의 표정을 살핀다. 어부 자네, 오늘은 캠코던가 뭔가.. 안 보이네. 쓸모 없어가. 와? 귀신고래 안 찍나? 애시당초 불가능했지. 35년 동안이나 사라졌던 귀신고래를 찾겠다고 고집을 피웠으이 나도 참... 사람이 나이 들면 고집만 는다카드만, 내도 인자 다 늙었는갑다. 고집이 없으믄 그기 자넨가? (쓴웃음) 갑자기 포경이 금지돼가 일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을 땐 참 막막하더라. 우리 웅이 한창 돈 들어가야 될 땐데... 동고동락하던 포경선원들이 지 앞길 찾아

18 전국으로 뿔뿔이 흩어졌지. 내도 묵고 살라꼬 고깃배를 타긴 했는데, 고래 잡던 사람이 피래미 같은 물고기 잡고 있을라카이 영 의욕이 안 생기는 기라. 방황도 참 마이 했제. 장생포 최고의 고래사냥꾼이라는 명예를 접어야 했으이 안 글컸나. 그때 내 꼴이 꼭 어항 속의 물고기 같았데이. 쪼매 갈라카믄 유리벽에 부딪히고... 돌아가믄 금세 또 부딪히고... 그카니까 내가 점점 쪼그라들더라고. 아무 야망도 없이 지금까지 살아온 기라. 그냥 뻐끔뻐끔 하믄서 그칸데 고래를 위해선 오히려 잘된 일이지. 인간이 이백만 년을 살아온 고래를 멸종시켜서 되긋나. 인자 내는 귀신고래 찾는 허튼짓 고마하고 물고기나 잡을란다. (자리 툭툭 털고 일어나 큰소리로) 어이! 아직 물고기 소식 없나? 임마들이 아직 잠에서 안 깼나 보네. 허허..., 야망을 잃어버린 늙은 사내의 쓸쓸한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 19. 장생포 횟집 _ 낮, 바쁜 서빙 와중에 앉은뱅이 밥상에 정성껏 차린 진짓상을 들고 쪽방으로 들어간다. 쪽방 너머로 들리는 의 목소리. (V.O) 아버님, 진지 드이소...아버님!...아버님!! (진짓상 떨어지며 깨지는 소리) # 20. 장생포 선착장 _ 낮 입항한 고깃배에서 포획한 물고기 하역작업에 여념이 없는. 뜨거운 태양볕 아래 온몸이 땀에 흠뻑 젖었다. 이때, 의 주머니에서 핸드폰 벨소리 울린다. 잠시 일손 멈춘, 수신자 확인 후 전화 받는다. 이 시간에 전화하지 말라카이... 바쁘다. 퍼뜩 말해라. (의 눈이 커진다) 알긋다... 내 곧 가꾸마! 핸드폰을 손에 쥔 채 충격에 굳어있는. 인서트-하역 작업 도중 선착장 바닥에 떨어진 물고기 한 마리가 강렬한 햇볕을 받으며 힘없이 파닥거리다 축 늘어진다

19 # 21. 장생포 횟집 앞 _ 낮 횟집 앞에 주차한 차량에서 중년남성 두 명이 하차한다. 두 사람, 횟집으로 들어가려다 출입문에 붙어있는 < 喪 中 > 글씨를 보고는 아쉬워하며 되돌아간 다. 유리문 너머로 횟집 중앙통로에 주인 잃은 전동휠체어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 22. 장례식장 빈소 _ 낮 빈소 앞에 용운호 선원일동 글귀가 적힌 화환이 놓여있다. 상복차림의, 환하게 웃고 있는 아버지의 영정사진을 슬픈 눈빛으로 바라본다. 빈소에 들어와 조문하는 선장과 동료어부들을 휑한 눈빛으로 지켜보는. 동료어부들, 의 손잡고 위로의 말 건넨다. 와 줘서 고맙데이... 참말로 고맙데이. 애써 슬픔을 견디고 있는 을 보며 숙연해지는 동료어부들. 컷 바뀌면, 빈소 옆에 마련된 상에 마주앉아 있는 과 동료어부들., 의 빈 잔에 소주를 따라준다. 황량한 얼굴로 소주를 들이키는 을 안쓰럽게 바라보는. 천수를 다 누리고 갔으이 복이 많으신 분이다. 그래도 살아계실 적에 귀신고래 함 보여드렸으믄 좋았을 낀데... 다섯 살 땐가... 아부지 따라 포경선에 탄 적이 있는데 그때 고래 사냥하는 모습을 처음 봤제. 아부지가 쏜 작살이 고래 등에 푹 꽂히는데, 하아... 충격이더라고. 작살에 꽂히가 매가리 없이 끌려오는 고래는 동해바다를 당당히 누비던 그 모습이 아이라. 늙은 아부지 맨키로... 서글펐어. 아부진 내가 그처럼 훌륭한 고래사냥꾼이 되길 바라셨는데, 내는 고래사냥꾼이 되고 싶은 맴이 없었어. 처량한 고래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거든. 그땐 그랬는데, 사람의 마음이란 게 자라면서 변하더라. 그때 맴은 다 잊아뿌고, 난 아부지 바램대로 최고의 고래사냥꾼이 됐지. (소주 들이키고) 그칸데 다 늙어서야 잊아뿠던 그때 그 맴이 생각나는 기라. 얄궃그로... 웬 줄 아나? 치매 걸린 아부지가 그때 그 고래 같더라고. 무기력하게 끌려오던 그 고래 말이다

20 의 넋두리를 가만히 들어주는. 참말로 신기헌 게, 정신이 가물가물하신 분이 귀신고래는 또렷하이 기억하시더라. 본지 30년도 넘었는데 말이다. 치매 노인은 현재와 과거 중간에서 사는 거라 안카더나. 수 십 년이 흘러도 강렬했던 기억은 생생하이 느낄 수 있는 기라. 기억이란 게, 완전히 사라지는 게 아이고 파편조각처럼 남는 거거든. 그 기억의 파편을 평생 붙잡고 사는 거지. 허한 얼굴로 소주잔 들이키려던 순간, 의 뇌리를 스치는 기억. 인서트-플래시백. S#4 아버지의 방. 목욕 다녀온 과 아버지. 이 장롱 문을 여는데 아버지가 장롱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웅얼거린다. 아으우흐후아... 장롱예? 장롱이 와예? 아으우흐후아... 다시 현재. 소주잔을 손에 든 채 멈춰있는. (혼잣말) 기억의 파편..., 소주잔을 탁 내려놓더니 벌떡 일어선다. 문상객의 식사를 챙기던, 서둘러 빈소를 나가는 을 보며 웅이 아부지, 어데 가는 데예? 대답도 없이 빈소를 빠져나가는. 의아하게 바라보는 문상객들과. # 23. 아버지의 방 _ 낮 상복차림의, 아버지의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장롱 문을 열고 안을 살펴본다. 아버지의 남루한 옷을 뒤적거리고, 이불도 뒤적거린다. 그러다 이불 맨 아래에 꽁꽁 싸매진 조그만 보자기를 발견한다

21 , 보자기 매듭을 풀고 열어보면 그 속에 낡은 일기장이 놓여있다. 누렇게 변색된 종이가 오랜 세월의 흐름을 짐작케 한다., 일기장을 손에 쥐고 조심스레 넘겨보면 아버지가 어릴 적 썼던 일기가 펼쳐진다. 일기장을 넘기던 의 손이 멈춘다. 책갈피처럼 끼워진 낡은 흑백사진 한 장을 집어 들고 바라보는. 그것은 미국인 탐험가, 로이 채프먼 앤드류스와 함께 포획된 귀신고래를 배경으로 찍은 다섯 살 남자아이()의 사진이다. 사진을 응시하는 의 놀란 눈동자 위로 Dissolve 인서트-낡은 흑백화면. 1912년 자막. 장생포항에서 혼자 놀고 있는 사진 속 꼬마() 항구엔 여러 대의 포경선이 열 지어 출항을 기다리고 있다. 꼬마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거대한 포경선을 바라본다. 뱃머리에 작살포를 장착한 포경선의 늠름한 자태에 매료된 꼬마. 이때, 탐험복장에 탐사가방을 짊어진 로이 채프먼 앤드류스가 다가온다. 큰 키에 파란 눈의 이방인, 앤드류스를 신기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꼬마. 걸음을 멈춘 앤드류스, 귀여운 꼬마와 눈높이를 맞추고 말을 건다. 앤드류스 꼬마 Hello! Are you hungry? Do you want to chocolate? (영어를 이해 못해 멀뚱히 바라본다) 앤드류스, 탐사가방 속에서 초코렛 하나를 꺼내 꼬마에게 내민다. 쭈뼛거리던 꼬마가 앤드류스의 사람 좋은 미소에 경계심 풀고 초코렛을 건네받는다. 초코렛 한입 베어 물고 행복한 표정 짓는 귀여운 꼬마의 머리를 쓰다듬는 앤드류스. 앤드류스 Good bye. 일어나 포경선으로 가려는 앤드류스의 바지를 붙잡는 꼬마. 앤드류스 You want to ride the ship? 꼬마... 앤드류스 Come on! To show you the whale! 같이 가자는 제스처를 알아들은 꼬마가 앤드류스를 따라 포경선으로 다가간다. 포경선을 직접 타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꼬마의 가슴이 두근두근 설렌다. 막상 포경선에 승선하려니 두려움이 앞서 머뭇거리는 꼬마. 앤드류스 (손 내밀며) Trust me. Have the courage

22 앤드류스의 믿음직스런 눈빛에 용기를 얻은 꼬마가 그의 손을 잡고 포경선에 승선한다. 컷 바뀌면 포경선 뱃머리 갑판에서 동해바다를 탐사하는 앤드류스 옆에 선 꼬마. 망원경으로 바다를 살피던 앤드류스가 뭔가를 발견한 듯 흥분해 소리친다. 앤드류스 Look! over there! 앤드류스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는 한국인 선원들과 꼬마. 그곳엔 물보라를 일으키며 수면 위로 솟구쳐 오르는 귀신고래가 보인다. 웅장한 광경에 압도된 꼬마,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다. 꼬마 앤드류스 와아... That's devil fish! It looks amazing!! 앤드류스 역시 신비스런 귀신고래의 모습에 감탄을 감추지 못한다. 포경선에 가깝게 접근하는 귀신고래. 꼬마는 귀신고래를 향해 손을 뻗는다. 임종 얼마 전, 욕탕의 귀신고래 그림타일을 향해 손을 뻗은 것처럼. 귀신고래는 장난치듯 포경선 주위를 유영하며 맴돈다. 귀신고래와의 경이로운 첫 만남에 꼬마의 표정이 한없이 들떠있다. 초롱한 눈망울에 귀신고래의 황홀한 자태를 가득 담는 꼬마. 그런 꼬마를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는 앤드류스. 다시 현재. 아버지의 방., 로이 채프먼 앤드류스의 미발표 사진을 손에 든 채 넋 놓고 서있다. 앤드류스가 한국에서 귀신고래를 탐사한 기록적 의의를 지닌 이 사진은 일본 외무성의 왜곡보 도를 반박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이다. 사진 속 해맑은 아이(아버지)의 모습에 의 눈시울이 촉촉이 젖어든다. 은 명확히 깨닫는다. 기억을 거의 상실한 아버지가 앤드류스의 귀신고래 논문을 왜곡 보도 한 일본에 분노의 반응을 보인 이유를. 앤드류스와 귀신고래와의 추억은 아버지의 기억 속에 보물처럼 소중히 간직되어 있었던 것이 다. 치매로도 지워지지 않는 강렬한 기억으로... 영원히 간직될 꿈으로... 아부지... 사무치는 그리움에 가득 찬 눈빛으로 사진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서있는. 멀리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장생포 바다의 파도소리가 의 가슴을 헤집는다

23 서서히 암전. # 24. 고래박물관 앞 _ 저녁 F.I 고래박물관 앞으로 터벅터벅 걸어온 이 귀신고래 조형물을 바라본다. 아버지의 꿈이었던 귀신고래를 바라보는 의 가슴이 먹먹해진다., 손을 들어 손바닥 위에 귀신고래를 올려놓는다. (착시) 귀신고래를 떠받든 포즈의 영민, 하늘을 올려다본다. 푸른 하늘에 눈이 시리다. 영민 아부지, 인자 잘 보입니꺼? 동해에서 헤엄치는 귀신고래 말입니더... 아버지는 대답이 없다., 울적한 마음을 추스르고 발걸음을 옮겨 마지막 포경선으로 전시된 제6진양호에 승선한다. 포경선 뱃머리의 작살포를 움켜쥐고 멀리 장생포 바다 쪽을 응시하는. 바다 내음을 머금은 바람이 불어온다. 작살포를 움켜진 손에 힘이 주어지는, 지그시 눈 감는다. 인서트-의 과거회상. 암전된 화면 위로 바람소리와 파도소리가 들린다. 의 눈을 가렸던 손이 치워지면서 탁 트인 동해바다가 드러난다. 포경선 뱃머리 갑판에 선 어린 (5세) 뒤로 아버지가 서있다. 40대 중반의 아버지는 패기 넘치는 건장한 포경선원이다. 든든한 아버지의 품에 기대어 망망대해를 바라보는 어린. 동해바다엔 거대한 어미귀신고래가 새끼를 이끌며 여유롭게 헤엄치고 있다. 거대한 고래가 일으키는 너울에 부딪혀 포경선이 흔들린다. 햇살에 반짝이는 바다물결과 귀신고래가 힘차게 헤엄치며 일으키는 포말. 은 귀신고래가 연출하는 기막힌 장관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늦둥이 아들, 의 환한 미소를 바라보며 마냥 흐뭇해하는 아버지. 그 옛날, 로이 채프먼 앤드류스가 어린 그를 바라보던 것처럼. 귀신고래를 넋 놓고 바라보는 의 환희에 찬 얼굴 위로 나레이션 흐른다. (Na) 생애 처음 본 귀신고래는 강하고 멋있었다. 내 아버지처럼... 의 얼굴 위로 작살포 쏘는 소리, 작살이 귀신고래의 등에 푹 꽂히는 소리 들린다. 서서히 웃음기가 사라지는 어린 의 얼굴. (Na) 그땐 알지 못했다. 귀신고래가 35년 동안이나 동해바다로 돌아오지

24 않을 줄은... 만일 그때 알았더라면, 조금은 달라질 수 있었을까... 의 눈망울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다시 현재. 눈 뜬 노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Na) 나는 꿈꾼다. 동해바다를 위풍당당이 헤엄치는 귀신고래를 내 아들, 손자와 함께 보게 될 그 날을... 그 옛날, 아버지가 내게 보여줬던 것처럼..., 입가에 잔잔한 미소 짓는데... 자꾸만 눈물이 난다. 포경선 제6진양호에서 은 오래도록 아버지를, 귀신고래를 느낀다. 화면 서서히 멀어지며 하늘에서 내려다본 시점으로 장엄한 장생포 앞바다가 펼쳐진다. 짙푸른 동해바다에 금방이라도 귀신고래가 힘차게 튀어오를 것만 같다. - End

단위: 환경정책 형산강살리기 수중정화활동 지원 10,000,000원*90%<절감> 형산강살리기 환경정화 및 감시활동 5,000,000원*90%<절감> 9,000 4,500 04 민간행사보조 9,000 10,000 1,000 자연보호기념식 및 백일장(사생,서예)대회 10

단위: 환경정책 형산강살리기 수중정화활동 지원 10,000,000원*90%<절감> 형산강살리기 환경정화 및 감시활동 5,000,000원*90%<절감> 9,000 4,500 04 민간행사보조 9,000 10,000 1,000 자연보호기념식 및 백일장(사생,서예)대회 10 2013년도 본예산 일반회계 환경위생과 ~ 환경위생과 세 출 예 산 사 업 명 세 서 부서: 환경위생과 단위: 환경정책 환경위생과 8,231,353 3,622,660 4,608,693 국 2,472,543 기 144,000 도 976,102 시 4,638,708 자연환경보호(환경보호/환경보호일반) 5,910,247 1,462,545 4,447,702 국 1,817,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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