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마을본문-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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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1 생선장수 전원마을 염장지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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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3 정한영 지음

4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4 P ROLOGUE 만남을 위하여 나는 이건희가 돈 버는 방법에 대해 책을 썼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가끔 정치적인 이유로 거부들이 책을 내기는 하지만 이 역 시 돈자랑이 목적이거나 돈 버는 방법에 대한 비책은 아니었다. 그 렇다면 시중에는 왜 그리 돈 버는 방법에 관한 책이 많이 나와 있는 것일까. 그 중에서도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에 관한 책이 절대적인 양을 차지하고 있다. 이상하지 않은가. 주식이나 부동산의 경우, 남들보다 빨리 움직여 야내가돈을벌수있는분야다. 그책을읽고 이거다! 하고 모두 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저자 자신은 물론이고 그 책을 읽은 사람들 모두 돈을 벌기는 틀린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돈 버는 방 법을 가르쳐 주는 책은 없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 것을 알면서 당신은 왜 책을 쓰는 것이냐? 4

5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5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이 책이 나 외의 사람들에게 돈 버는 방법 을 가르쳐 주는 책이 아니라는 것을 밝힐 수밖에 없다. 이왕 이렇게 됐으니 솔직히 말하자. 이 책은 세상 사람들에게 이렇게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세상의 사기꾼들에 대하여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말하 는 책이다. 돈을 벌고 싶다고 무작정 덤벼들었다가는 오히려 돈을 잃을 수 있다고 말하는 책이다. 그런말을해서당신이얻는게뭐냐? 누군가 또 이렇게 물을 것이다. 얻는 것? 있다. 나는 신뢰를 얻는 다. 나는 경매전문가이기 전에 생선장수였다. 누구보다도 실물경제 에 대해 환하다. 세상의 물정에 대해 몸으로 겪은 사람으로서 감히 말하건대 생선 하나 파는 데도 술책이 필요하다. 여러분이 아무리 책을 많이 읽고 약게 나온다고 해서 세상의 장사꾼을 상대로 돈을 벌수는없다. 큰 장사꾼 뒤에는 언론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다. 부자, 언론, 정치인은 원래부터 한 통속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작은 사기꾼의 경우, 큰 장사꾼들이 등에 지고 있는 언론을 끌어들여 그 부스러기를 주워 먹으려고 한다. 명심하자. 아무리 작은 장사꾼이라 고 해도 부동산 시장의 장사꾼은 당신의 재산을 통째로 날릴 수 있 는 위력이 있다. 프롤로그 5

6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6 나는 이처럼 세상의 크고 작은 장사꾼들을 이기기 위해서는 힘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힘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가? 많 은 이론가들이 주장하듯 대형 자본을 이기려면 현재로서는 어소세 이션이 가장 유력하다. 그동안 이 땅에 어소세이션이라는 이름으로 크고 작은 공투업체 가 있어 왔다. 하지만 대개의 공투는 기획자 따로 투자자 따로 논다 는 점에서 진정한 조합이 아니었다. 문제가 발생할 경우, 관리자는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는다. 기획자는 하나의 기획이 실패할 경우 다른 곳에 새로운 기획을 하면 그만이다. 조합장이 조합의 이익을 대변하려면 본인이 조합원이어야 한다. 현 지주클럽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공투는 관리자인 내 가 직접 참여한다는 점에서 다른 공투와는 엄연한 차별성을 갖고 있 다. 이것이 지주클럽이 신뢰를 유지하는 바탕이다. 또 하나 내가 신뢰를 유지하는 방법 중 하나가 정부, 언론의 논리 에 부화뇌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지주클럽 식구들은 그 사실 을 안다. 나는 첫 번째 책을 내면서 혹시라도 내 책이 여타 광고물과 같은 대접을 받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결과는 의외의 신뢰로 돌아왔 다. 책이 시중에 깔리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정확한 눈으로 사태 를 파악하게 됐고 우리 지주클럽을 믿게 됐다. 내가 두 번째 책을 내게 된 이유도 첫 번째 책을 내면서 활자의 위 6

7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7 력을 알았기 때문이다. 많은 독자들이 내 편이 되어주었다. 이번 책 에는 전작에서 말하지 못한 진실들이 담겨 있다. 아울러 이 책을 통 해 더 많은 내 편이 생기기를 바란다. 한 사람은 큰일을 못하지만 여 러 사람의 힘이 모이면 불가능한 일도 해낼 수 있다. 2012년 9월 17일 새벽, 지주식당 낡은 탁자 앞에서 생선장수 정한영 프롤로그 7

8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8 C ONTENTS 프롤로그 만남을 위하여 _ 004 PART 01 전원마을 요지경_대체 전원마을이 뭐길래 정보와 광고 _ 013 전원의 꿈 _ 018 누구를 위한 전원마을인가 _ 025 탁란 _ 031 구판장 이야기 _ 034 고요한 삶 _ 041 간단한 산수 _ 047 농어촌뉴타운사업 _ 051 강남 집과 공단 집 _ 054 황금알을 낳는 오리 _ 058 세상의 모든 부모가 원하는 것 _ 065 PART 02 사기꾼과 판사_뭉쳐야, 알아야 살아 남을 수 있다 디벨로퍼 감별법 _ 073 아파트 경쟁률의 비밀 _ 079 투자하려면 조 일보를 보라 _ 084 마누라와 정보 _ 092 고등어 설왕설래 _ 099 사면초가 펜션 _ 107 부자흉내 _ 111 풍수와 푼수 _ 116 현대인의 풍수 _ 122 타이타닉호의 침몰 _ 129 만사형통 DTI _ 134 어느 수도권 아파트의 운명 _ 137 일본의 부동산, 한국의 부동산 _ 143 8

9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9 밀당게임 _ 158 사기의 성립 요건 _ 163 다시 쓰는 단군신화 _ 168 사기꾼과 판사 _ 175 PART 03 행복한 지주되기_지주클럽의 비밀 프로젝트 도자기와 은행이자 _ 185 생협과 농협 _ 193 지주클럽의 힘 _ 198 전원 호스피스텔 _ 204 시골일까 도시일까 _ 209 그냥준회원 이야기 _ 215 내 친구 생선장수 _ 226 무모한 도전 _ 231 PART 04 정한영의 블로그 이야기_알기쉬운경제이야기 강남 아파트, 대출을 봐야한다 _ 241 이건희 100억 배당과 내가 받은 16만 원 배당 _ 243 조 일보는 누구를 위한 신문인가 _ 246 내 말했지요, 만능 청약통장 별 볼일 없다고 _ 250 서울 아파트 빚투성이 _ 252 송도 아파트 거래가격 형성의 실체 _ 258 떨어지는 강남 아파트 값 _ 265 남은 이야기 _ 268 에필로그 01 특별한 인연, 고령토아저씨 _ 264 에필로그 02 전원주택과 열효율 _ 273 목차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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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10 언젠가 나름 전문가요 교수라는 분이 어느 전원마을 홍보용 동영상 자료에서 이야 기 말미에 블루베리를 키우면 여러분들 먹고 사시는 데 지장 없습니다. 라고 주장 하는 모습을 봤다. 참으로 답답한 심정 가누기 어려웠다. 남진 이후, 현대인에게 가 장 멋진 문구로 자리 잡은 전원의 낭만. 무엇이 문제일까. 누구보다 현실을 잘 알 고 있는 이 바닥 사람으로서 한마디 하려 한다. 작금의 사태를 두고만 보는 것은 옳 은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12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11 PART 01 전원마을 요지경 정보와 광고 전원의 꿈 누구를 위한 전원마을인가 탁란 구판장 이야기 고요한 삶 간단한 산수 농어촌뉴타운사업 강남 집과 공단 집 황금알을 낳는 오리 세상의 모든 부모가 원하는 것

13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12 PART 01 전원마을 요지경

14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13 정보와 광고 최근 서울의 집값이 폭락하면서 수도권 아파트로 생계를 유지하 던 부동산 업자들이 방향성을 잃고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프로들은 뭐가 달라도 달랐다. 잠깐 당황하는듯하더니 곧바 로 궤도수정. 일제히 손가락을 들어 지방을 가리키기 시작했다. 저 기가 답이다! 지금은 모두들 지방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듯 보인다. 이러한 현상을 앞두고 나는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수도권에 집을 하 나씩 장만할 기회가 왔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소위 업자들은 빨리 서울을 털고 시골로 들어가라고 외친다. 인제 와서 전원마을을 바 라보라. 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전원마을은 유효하다. 허와 실 에 대해서는 별도로 자세한 설명을 하겠지만 전원마을은 가치 있는 화두이고 서울과는 다른 또 하나의 기회임은 분명하다. 지금의 전원마을 예찬론자들은 바로 얼마 전까지 서울을 100km이 전원마을 요지경 13

15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14 상 벗어나면 부동산이 아니라 그냥 땅이라고 말하던 사람들이 대부 분이다. 그리고 지금 지방에서 부동산개발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과거를 보면 대부분 얼마 전까지 수도권 오피스텔 분양이나 재개발 권으로 먹고 살던 사람들이다. 이들이 현재 폭락하는 수도권 부동산 시장을 떠나 지방에서 판을 까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시장이 없는데 어떻게 업자가 존재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하지만 단순히 업자들의 생계를 위한 것이라고 치부하고 그냥 넘어가기에는 좀 심 각해 보이는 부분이 있다. 부동산이라는 것은 신발이나 가방과는 차원이 다르다. 물건의 가 격이 낮지도 않을뿐더러 일반인들은 평생 몇 건의 거래도 하기 어려 운 아이템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현재 업에 종사하거나 하려는 사람 들에게 보다 특별한 수준의 의식을 필요로 한다. 재력가가 아니고서 야 집이나 땅을 팔고 사는 일은 자기 일생의 질적 수준을 담보하는 가슴 떨리는 행위일 것이다. 부동산업자들이 단순히 매매를 중개하 거나 물건을 파는 업자로서가 아니라 어느 정도의 사회적 책임의식 을 가지고 업에 임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목회자나 사회사업가가 되어야 한다는 소리는 아니다. 나 또한 이 런 거창한 타이틀에 빠져 허우적거릴만한 배짱은 없다. 그러나 적어 도 가족이나 나와 인연이 있는 사람들에게 만이라도 책임 있는 행동 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터넷에 보면 정보라는 이름의 공짜자료 14

16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15 가 넘친다. 이를 배포한 사람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들은 왜 인터 넷에 정보를 올리는 걸까? 사회에 대한 봉사정신인가? 모든 이를 이 롭게 하겠다는 거룩한 홍익인간 정신의 발로인가? 세상의 모든 사 람이 부자로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일까? 어느 정도 선의는 있을 수 있지만 100% 남을 위하는 마음은 아니라는 것이다. 절대빈곤을 벗어나면 부는 상대적인 개념으로 전락한다. 남들이 100원벌때나도100원벌면그다지행복하지 않다. 나는 200원이 나 500원쯤 벌어야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대한민국 중산층 의 밥상을 들여다보면 아마 조선시대 정승의 밥상보다 못하지 않을 것이다. 임금님도 받지 못하던 이국의 음식은 다반사, 때 아닌 과일 과 채소를 어렵지 않게 먹을 수 있다. 그런데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옆집 밥상에, 김 부장의 옷에, 광고에 나오는 자동차에 자꾸 눈이 가 는 것이다. 정보 제공의 차별화는 어쩔 수 없다. 불특정 다수에게 방향을 일 러줄 수는 있어도 지름길을 알려주기는 어렵다. 모두에게 공평히 제 공되는 정보는 무의미한 정보다. 더구나 그 지름길의 입구는 많은 사람을 받아들일 만큼 넓지 않다. 과부하가 걸리면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정보 제공의 차별화가 필연적이라는 이유를 구차하게 늘어놓는 것은 일부 부동산업자들의 무책임한 가르침이 누군가에게는 독이 전원마을 요지경 15

17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16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의 밥그릇에 고기반찬은 올려놓지 못 해도 밥그릇은 차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 꿍꿍이속이 있는 사람일수록 비급에 속하는 귀중한 정보를 특별히, 모두에게 공개한다고 말한 다. 그럴 리도 만무하겠지만 설혹 비급에 속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모두에게 공개되는 순간 정보의 속성상 그 가치는 바닥으로 전락하 고만다. 어떤 부동산 강사들은 물정 모르는 시골노인들 꼬드기면 적당한 가격으로 땅을 구매할 수 있다. 고 한다. 정말 물정 모르는 소리다. 내가 전작 생전장수 경매 염장지르기 에서 밝힌 것처럼 시골노인 들이 일자무식에 소꼴이나 베면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믿거나 말거나 그들 대부분은 부동산 이야기로 하루를 보낸다. 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배움이 많고 적음을 떠나서 그 삶의 깊이가 만만한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좋은 땅을 싸 게 팔 지주는 없기 때문에 눈먼 땅을 구매해서 개발한다는 것 자체 가 불가능한 일이다. 2012년 8월 8일 기사에 의하면 통신회사에서 휴대폰 고객을 한 명 유치하는데 광고비용으로 약 750만 원 가량을 지출했다고 한다. 내가 그동안 했던 말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부동산과 관련하 여 새로운 인연을 만나는데 드는 광고비용을 추정해보니 1인당 1,500만 원정도이며 그렇게 만난 사람 중에 지속적으로 연결되는 16

18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17 경우는 절반이고 다시 각별한 사이로 발전하는 경우가 또 절반이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두드러진 이유 중의 하나가 우리가 현재 광고의 홍수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어디를 보나 사방이 광고투 성이다. 다들 나를 봐주세요, 내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애타게 손 짓하며 누군가를 부르고 있다. 한눈에도 엉성해 보이거나 의도가 의 심스러운 광고가 많다. 그나마 그럴듯해 보이는 것도 자세히 살펴보 면 내 이익에 배치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제 어설픈 광고로는 소비자의 관심을 받을 수도 없으며 애써 준비하여 소비자와 눈길을 맞추었다 해도 단단하게 뭉친 경계심을 풀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부동산과 관련하여 많은 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나는 신규고객의 유치경쟁에 뛰어들어 그들과 함께 아수라장을 연출하는 데는 별 관심이 없다. 그것보다는 이미 맺어진 인연에 최 선의 신뢰를 보태고 그 인연을 지속하는 것이 내 목적이다. 인연이 야말로 서로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주는 원천이 되기 때문이다. 내가 이 무더위에 원고를 쓴답시고 땀 흘리고 있는 것은 몇 푼 되지 않는 원고료나 대단한 명예를 과시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기존의 인연을 더욱 특별한 관계로 발전시키고 나아가 어딘가 존재하고 있을, 작지 만 소중한 인연을 만나고자 함이다. 전원마을 요지경 17

19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18 전원의 꿈 저 푸른 초원위에 ~ (지랄하고 자빠졌네 ~)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지랄하고 자빠졌네 ~) 당대를 주름답던 가수 남진의 노래였던가? 고등학교 수학여행 시 절 여관방에서 목이 터져라 친구들과 함께 부르던 노래가 생각난다. 노래는 별로 못했지만 통기타에 맞춰 누구보다도 지랄하고 자빠졌 네~ 는 크게 불렀던 기억과 함께 슬며시 웃음이 난다. 아무 의미도 없는 그 후렴구가 그때는 무엇 때문에 그렇게 재미있었는지 모르겠 다. 요즘 누군가 전원마을에 대해 면전에서 아는 체하거나 일장 연 설을 하려들면 그 노래가 떠오른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 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한 백년 살고 싶다는 염원은 이해하지 만 지금 전원마을의 실상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냉정한 판단이 필 18

20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19 요하다. 낭만적인 감상에 젖으면 그림 같은 집은 영원히 물 건너가 고만다. 나의 본가가 있는 충북 옥천은 향수 의 시인 정지용으로 유명한 곳이고 현재 가정을 꾸리고 있는 영동은 감, 포도, 산골 오징어 등으 로 유명한 전형적인 농촌이다. 나는 두 곳을 왕래하면서 내 삶의 터 전을 일구어 왔다. 순수한 촌놈 출신으로서 누구보다 농촌에 대한 문제점과 전원마을에 대하여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놈 중 하나 다. 언젠가 나름 전문가요 교수라는 분이 어느 전원마을 홍보용 동 영상 자료에서 이야기 말미에 블루베리를 키우면 여러분들 먹고 사 시는 데 지장 없습니다. 라고 주장하는 모습을 봤다. 참으로 답답한 심정 가누기 어려웠다. 남진 이후, 현대인에게 가장 멋진 문구로 자 리잡은 전원의 낭만. 무엇이 문제일까. 누구보다 현실을 잘 알고 있는 이 바닥 사람으로서 한마디 하려 한다. 작금의 사태를 두고만 보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전원마을의 조성원가다. 아무리 시골 땅이라 해도 대한민국의 땅값은 전국 어디를 가도 만 만한 곳이 없다. 게다가 가치 있는 토지의 경우, 예상되는 개발이익 을 업자들에게 얌전히 넘겨줄 땅주인은 없다. 그러다 보니 현재 조 성되고 있는 전원마을들은 싼 땅을 찾아 자꾸만 산 속으로 들어가는 전원마을 요지경 19

21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20 행태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땅값이 싼 곳을 개발한다고 해 서 돈이 남는 것이 아니다. 싼 땅은 입지 면에서 개발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많은 디벨로퍼들이 마치 몇 푼 들이지 않고 땅을 개발할 수 있는 것처럼 떠들고 있지만 사실 싼 땅은 계획서 상에 드러나지 않는 이 런저런 이유로 인해 개발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때문에 싸서 좋다는 근거는 유효하지 못하다. 그러면 그들은 왜 굳이 이런 땅을 개발하 려고 애를 쓰는 것일까. 여기에는 개발이익에 대한 논리가 작동하고 있다. 무언가를 고쳐 쓰는 것보다 새롭게 개발하는 것이 업자들 입장에서 볼 때 많이 떨 어진다. 이를 통해 얻은 이익은 개인 영향력의 바탕이 된다. 그래 서돈좀있다하는사람들은 국회에 진출하게 되고 그런 뒤에는 자 신의 자가당착적 논리를 정책과 제도에 반영시킨다. 그들은 다시 돈 을 번다. 돈과 권력이 유착을 이룰 수밖에 없는 이유다. 내가 많은 지역을 돌아다녔지만 전원마을로 개발되었거나 조성 중인 경우 제대로 된 가치를 지닌 땅을 만나기 어려웠다. 두 번째 문제는 전원마을이라는 곳이 도저히 젊은 사람이 들어가 살기에 적당한 곳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젊은 사람이라고 해서 단순히 나이만을 문제 삼는 것은 아니다. 20

22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21 젊음은 에너지이고 활력이다. 혈기 넘치는 사람이 들어가 살기에 현 전원마을은 지나치게 외져 있다. 보기 좋은 꽃놀이도 하루 이틀이지 풀과 나무만 바라보고 살 수는 없다. 젊은 사람이 사는 곳에는 다양 한 편의시설이 따라와 주어야 한다.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쇼핑을 해야 하고, 외식도 해야 한다. 남편이 회사에 간 사이 주부들은 헬 스클럽에 다니며 몸을 단련하고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 헬스 다니는 대신 한적한 오솔길을 산책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고? 주부들이 아니라 남자들이라고 해도 며칠만 그렇게 하다간 대번에 우울증에 걸릴 것이다. 아울러 나홀로 산책길의 안전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그러나 무엇보다 현 전원마을의 가장 큰 허점은 교육여건의 미비 다. 학교 가는 길이 도보로 두 시간 거리라면 이것이 아이들에게 과 연 좋은 교육환경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아침마다 데려다 주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현실적으로 이런 곳에 젊은 사람이 들어와 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젊은 사람이 살지 않는 마을을 정상적인 마 을로 볼 수는 없다. 우리나라 지방의 문제가 바로 젊은 피가 부족하 다는 것 아닌가. 왜 디벨로퍼들은 도농 간 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생 각을 하지 않고 반복하려 하는가. 세 번째, 전원마을에서의 생활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 중의 하나가 전원마을에 입주하기만 전원마을 요지경 21

23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22 하면 매일 적당히 일하면서 노후를 편히 보낼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 다. 삶이라는 것은 헤엄을 치는 것과 같아서 동작을 멈추려고 하는 순간 물에 빠져버리고 만다. 그럼에도 손쉬운 돈벌이에 대한 유혹은 우리 곁에 존재한다. 사기꾼들의 수작이 성공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안일한 심리 때문이다. 편한 먹잇감을 찾는 물고기가 낚싯바늘 에 걸리는 이치와 같다. 전원마을 하면 무조건 펜션부터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전원마 을을 홍보하는 지자체에서 체험마을이나 한옥마을 등을 예시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연금으로 생활하면서 소일거리로 운영하 는 펜션이야말로 노년의 아름다운 그림을 완성시켜 주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말하면 전원마을은 펜션업과 연결될 수 없다. 산림청 자 료에 의하면 전국 산촌생태마을의 연간 가동률이 8%에 불과하다. 2~3% 대에 머무는 곳도 허다하다. 현재 전국에 약 1만여 개의 펜션 이 난립하고 있다. 8천여 민박집과 합치면 1만 8천여 개의 유사한 숙박업소들이 경쟁하고 있는 셈이다. 객실 수만 놓고 봐도 콘도를 추월하고 있는 실정이다. 네 번째, 광고에서 보여주는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는 전원마을에 관한 정보의 대부분을 인터넷을 통해서 접한 다. 그러기 때문에 홈페이지의 역할은 아주 중요하다. 재미있는 사 22

24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23 실은 전원마을 조성 단계에서 인터넷이나 각종 언론보도가 활발해 질 때까지 인근 주민들은 관심도 없고 모른다는 사실이다. 왜 그럴 까? 이유는 간단하다. 인근주민이 알게 되면 좋은 이야기보다 안 좋 은 이야기가 더 빨리 퍼지기 때문이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좋은 내용이라면 인근지역 주민들이 나 그곳을 고향으로 둔 사람들의 관심이 더 높아야 할 것이다. 전원 마을들은 홈페이지만으로 볼 때 과장을 벗어나 모든 사진들이 왜곡 되어 있다. 설명 역시 비현실적인 미사여구투성이다. 인터넷 판매를 통하여 물건을 구입했다가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남을 원망하기 전에 세상에 공짜란 없다. 는 평범한 진리에 대하여 스스로 생각해보아야 한다. 전원마을 광고에서 믿어도 되는 내용은 토지 지번 밖에 없다고 보면 된다. 그들 나름대로 자료에 기반을 둔 내용이라고 하겠지만 모든 항목에서 비판받을 여지가 있다. 다섯 번째. 전원마을은 투자 회수가 어렵다. 처음에야 한 백 년 살고 싶은 마음에 돈을 아끼지 않고 건축에 투 자하고 싶겠지만 현대인의 삶이라는 것이 마지막까지 내 집에서 임 종을 치를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몸이 건강할 때야 전원에 서 살 수 있겠지만 마지막 순간에는 소위 삼성병원이나 아산병원으 로 가기를 희망한다는 것이다. 본인이 희망하지 않는다 해도 자녀들 전원마을 요지경 23

25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24 이 그렇게 한다. 그렇게 되면 자녀들은 집을 처분하기를 원하다. 하 지만 맞춤 양복과도 같은 맞춤식 전원주택은 그 가치를 다른 사람에 게도 똑같이 인정받기 어렵다. 건축물이야 그렇다 해도 땅값에 대한 보장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 인근 땅과 비교할 때 상승은 고사 하고 초기의 비용도 보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먼저 전원마을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 다. 현실을 바로 보면 업자들의 홍보자료에 놀아나는 일이 없게 된 다. 진정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 과한백년살고싶 다면 말이다. 24

26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25 누구를 위한 전원마을인가 전원마을 사업과 관련한 내용은 인터넷을 통하여 자료를 찾아도 그리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다만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개 요에 대하여 여기에 간략히 설명하고자 한다. 전원마을 조성사업을 크게 나누자면 규모, 부지확보 및 주택건축 시행주체에 따라 입주자 주도형 과 공공기관 주도형 으로 구분할 수있다. 입주자 주도형은 동호회, 지방이전기업 등 입주예정자가 사업 부 지를 확보하여 제안하는 방식을 말한다. 즉, 땅 주인이 주체가 되는 사업으로 지주들이 모여 동호회를 만들고 동호회 등의 입주예정자 는 마을정비조합 설립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조합 설립을 인가받게 된다. 이후 농림수산식품부의 사업성 검토를 거쳐 승인이 이루어지 면 신청한 예산을 지원받게 된다. 이때 마을정비조합원 자격은 토지 전원마을 요지경 25

27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26 주 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구역 안의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권 이나 지상권을 가지고 있는 세대주를 말한다. 반면 공공기관 주도형은 시 군 또는 한국농어촌공사가 사업부지 확보 및 마을조성계획을 수립하여 입주자 모집 등의 사업을 주도적 으로 추진하는 형태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공공기관 주도형은 실 제 분양률이 낮아 사업성이 재검토되고 있는 시점인데 현재 상태로 는 지속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최근에 이르러 대부분 사업을 포기한 상태이다. 입주자주도형 전원마을 조성사업 외에도 도시민들이 농촌에 정 착하는 것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다양하다. 정착지원금, 빈집연계 등 개인적으로 농촌에 이주하는 것을 지원하는 프로그램과 농어촌 뉴타운사업이 대표적이다. 농어촌뉴타운사업은 현재 시범운영 중 이며 고령 농어업인의 젊은 출향 자녀가 귀농하여 현지 젊은 인력 과 함께 지역농산업의 핵심 주체로 성장토록 지원하는 맞춤형 인력 육성지원 종합 프로그램 이라고 정의하고 있지만 관에서 주도하는 프로그램들이 구호만 요란하지 그 실효성은 도긴개긴 으로 차이 가 없다고 보면 맞다. 따라서 이 책에서의 논의는 주로 입주자 주도형 전원마을 조성사 업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인데 가장 궁금한 부분은 역시 정부 지원 의 범위일 것이다. 사업을 신청하고 승인받게 되면 마을조성 세부설 26

28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27 계에 소요되는 비용에서 시작하여 기반시설 조성에 소요되는 비용 등을 지원하게 되는데 구체적으로는 진입도로, 마을 내 도로, 상 하 수도, 오폐수처리시설, 전기 통신시설, 공동주차장, 공원, 마을회관 등이 그 대상이다. 금액으로도 적지 않은 금액인데 많을 경우에는 호당 5천만 원에 달한다. 20~29호는 10억 원 이내, 30~49호는 15억 원 이내, 50~74호 는 20억 원 이내, 75~99호는 25억 원 이내, 100호 이상은 30억 원 이 내의 지원이 가능하다. 물론 주택을 짓게 되면 추가적으로 융자도 받을 수 있다. 위에서 살펴본 바로는 적어도 20가구 이상이 모여야 하는데 도시 민(사업신청일, 입주희망자 조사일 기준으로 서울시 및 광역시, 시 의 지역 중 동지역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자)이 50%이상이어야 하고 그 면적은 2만m2가 넘어야 한다. 2012년 7월 현재 공식적으로 전국에서 130여 개의 전원마을조성 사업이 진행 중인데 사업 목적을 자세히 살펴보면 무엇이 문제인지 바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농촌지역에 쾌적하고 다양한 형태의 주거 공간 조성을 지원하여 도시민의 농촌유입을 촉진함으로써 농 촌인구 유지 및 지역 활성화 도모 라고 되어 있는데 도시민의 유입 을 촉진하는 수단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다. 전술하다 시피 호당 5천만 원에 육박하는 비용을 무상으로 제공하여 쾌적하 전원마을 요지경 27

29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28 고 다양한 형태의 주거 공간 조성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좋은 주 거 환경만 있으면 행복이 가능다는 발상이다. 반면 유입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다소 방관적이다. 추상적인 문구 로 얼버무리고 있는 것이다. 관리 차원에서의 지원도 없다. 시장이 나 군수가 추진 과정을 수시 점검하고 지도, 감독하겠다는 것으로 끝이다. 길 닦아주고 전기 넣어줬으니 알아서 열심히 살아보시라는 걸로 상황종료. 지역특성을 살린 마을을 조성하여 여유롭고 쾌적한 삶의 공간제공 도시민의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하여 농촌지역 활성화 지역주민 간 공동체 형성을 강화하여 지속적인 유지ㆍ발전 도모 여유롭고 쾌적한 삶을 통해 지역을 활성화시키며 마을의 지속적 인 유지와 발전을 도모하라고 되어 있는데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도 무지 아리송하다. 저절로 그렇게 된다는 것인지 인근 부락의 원주민 들과 친하게 지내라는 충고인지 알 수가 없다. 조성된 전원마을이 인근 지역의 편의시설과 연계된다면 자연스 럽게 생활권이 연결되어 소기의 목적을 이룰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 은 경우 바로 무책임한 방치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경치 좋은 곳 에 고맙게도 정부에서 지원하여 그럴듯한 마을을 만들었는데 텃밭 28

30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29 도 가꾸고 맑은 공기 마시니 정말 좋다. 정말? 그렇게 살 수 있는 사 람이 몇이나 될까. 정부에서 전원마을에 대하여 지원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전원마 을이 바로 돈이기 때문이다. 이는 공짜폰의 원리를 생각하면 바로 알 수 있다. 스마트폰의 정가가 100만 원이라고 하면, 상식적으로 부모는 아이들에게 이런 것을 쉽게 사주기 어렵다. 아이들 역시 부 모에게 함부로 떼를 쓸 수가 없다. 하지만 통신사는 일단 공짜라고 해놓고 구입을 부추긴다. 공짜라고 하면 부모들은 아이들 머릿수대 로 다 사주게 된다. 일단 판매에 성공한 통신사는 2, 3년에 걸쳐 스 마트폰 값 100만 원에 이자까지 보태 천천히 회수한다. 그러고 부가 적으로 통신비를 가져가는 것이다. 이런 방법이 아니라면 전자회사 와 통신회사들은 벌써 망했을 것이다. 상식적으로 세상에 공짜가 어 디있나. 전원마을로 두고 보면 전자회사는 디벨로퍼요 통신사는 지방자 치단체다. 공시지가가 제곱미터 당 1,500원 하는 땅을 전원마을이 라는 명목으로 개발허가를 내주면 이 땅이 공시지가 7만 원짜리로 돌변한다. 그러면 디벨로퍼는 개발비를 따내고, 지방자치단체는 수 십 년간 재산세라는 명목으로 지방세를 받아낼 수 있다. 여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 위에 수억 원에 해당하는 집을 짓고 산다면 지속적으로 세금을 거둘 수 있는 세원이 추가로 발생하는 것이다. 전원마을 요지경 29

31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30 물론 개발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은 별도다. 서울지역의 아파트 값이 떨어졌다는 기사가 떴는데도 재산세는 낮아지지 않았다는 시 민들의 불만이 제기된 적이 있었다. 당연한 일 아닌가. 내가 수년전 에 블로그에 올렸던 글이 생각난다. 서울 아파트값 오른다고 왜 지방 사람들이 불만을 가지는가. 라 는 내용이었다. 대한민국의 세수를 위하여 서울시민들이 그 좁은 아 파트에 살면서 세금을 더 납부하겠다고 하면 지방에서는 그냥 관심 끄고 있으면 되는 것이다. 그들의 아파트가 십억이 나가든 백억이 나가든 세금을 많이 납부해서 대한민국의 재정을 살찌우면 좋은 것 아닌가. 분명한 사실은 전원마을의 주체인 기관이나 개발업자들이 분양 에 대해서는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지만 분양 후, 전원마을이 제대로 정착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지금 수도권 아파트 의 폭락과 관련해서도 여실히 드러나는 현상이다. 분양 후에는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30

32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31 탁란 제 둥우리가 아닌 다른 새의 둥우리에 알을 낳는 새들이 있다. 알 을 품고 부화시키는 것은 물론 그 둥우리 임자에게 양육까지 맡겨버 린다. 속는 새가 멍청이라지만 숙주 새의 알과 비슷한 색의 알을 낳 는 데야 당할 재간이 없다. 진짜 새끼보다 먼저 깨어난 가짜 새끼는 진짜를 둥지 밖으로 밀어 낸다. 탁란( 托 卵 )은 새들의 세상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주변 에서도 가끔 일어나는 일인지라 종종 연속극의 소재로 등장하기도 하는데 전원마을 조성사업 에도 탁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인구 의 유입으로 농촌에 활력을 일으켜 보겠다는 취지가 무색하게 벌써 부터 특정단체의 자기 시설 확장에 이 사업이 활용(?)되고 있는 것 이다. 이미 여러 정부의 정책이 이런 수모를 당하고 있는 것은 주지 의 사실이다. 노인 요양시설, 방과 후 공부방 등 꽂을 수 있는 데라 전원마을 요지경 31

33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32 면 어디든 빨대가 주렁주렁 꽂혀 있다. 내가 전원마을 조성사업 의 자료를 조사하고 현장 답사를 진행하던 중에도 이런 사례가 목격되 었다. 군에 전현직 교사 31세대 규모의 전원마을이 조성되었다. 물 론 국민 세금이 왕창 들어갔다. 30~49호면 15억 원 이내이니 31세대 로 15억 다 빨아들였을 것이다. 아이들 방학 중에 농촌체험학교와 영어학교를 운영하고 농산물 직판 등의 활동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사업 취지에 맞게 도시민의 농촌유입 촉진 및 지역 활력 증진에 기 여하겠단다. 교사들과 그 가족들이 이주하겠다는 단서도 잊지 않았 다. 그런데 여기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하나 있다. 그들은 특정종교 대안학교 교사들이었고 결국 기숙형 전원학교 대안학교가 들어 선 것이다. 곧 전원마을의 다른 이름은 특정종교시설인 대안학교였던 것이다. 물론 특정 종교를 주요과목으로 하는 학교이다. 교사선교회 소속의 선생님들이 10년간 준비하고 기도하 며 설립한 학교 라고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전원마을 조성사업과는 전혀 다른 취지의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물론 기숙형 전원학교가 생기면 누군가 도시에서 내려와 살게 되는 데 뭐가 문제냐고 항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손바닥으로 해를 가릴 수는 없다. 가려지는 건 겨우 자기 눈뿐이다. 그럼 왜 처음부터 종교시설이라고 말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32

34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33 종교단체의 꼼수에 놀아난 것인지 짜고 친 고스톱인지 OO군의 엉뚱한 집행은 사회적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탁란조는 숙주가 없는 틈을 타서, 그 둥우리에서 알을 한 개 또는 몇 개 물어내고, 대신 그 자리에 자신의 알을 한 개 낳는데, 그 알은 보통 숙주의 알보다 먼저 부화한다. 이런 자기들만의 폐쇄형 시설이 전체 전원마을 조성사업을 망가뜨리는 탁란조의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가 앞선다. 어쨌건 동작 참 빠르다. 빨라도, 너~~~무 빠 르다. 전원마을 요지경 33

35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34 구판장 이야기 단지 내 산책로, 운동장, 바비큐장, 수영장과 연못, 편의점, 노래방, 단체 연회실, 클럽하우스 등 다양한 부대시설로 품격 있는 전원형 타운하우스. 이글은 횡성 모 전원마을의 안내문 내용이다. 솔직히 모 라는 말 을 빼고 직접 언급하고 싶지만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다는 것이 사법 대상이어서 사실 여부를 떠나 시비에 휘말릴 여지가 있다. 사기꾼들 의 명예도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이 입법 취지인듯싶다. 이런 송사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 일단은 모 전원마을이라고 하겠다. 굳이 해당 업체에 대하여 언급할 가치도 없다. 이들이 말하는 배 산임수(이 지역은 북서향이다.) 어쩌고저쩌고 하는 말이 다른 업자 들과 별반 다를 바 없기 때문에 특정 업체를 지정할 필요도 없고 그 냥 전원마을들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위의 전원마을 안내문에서 거론하는 단지의 경우 60세대 규모이 다. 60세대에 노래방을 운영하고 편의점을 운영한다는 환상은 어디 서 나온 것일까. 무지일까? 아니면 뻔뻔함일까? 전원마을에서 중요한 것은 생활편의시설이다. 전원마을에 입주 34

36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35 하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환경은 전통적인 시골생활이 아니라 도 시생활의 편리함에 덧붙여 전원의 친환경적인 혜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런 억지스러운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대표적 인 예로 장성군에서 전국 최초로 시행한 농어촌뉴타운개발사업의 경우 국무총리까지 와서 입주 환영식을 했고 사업비만 437억이 들 어갔다. 200세대 규모에 700명이 입주가 완료되었지만 현재까지 담 뱃가게조차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시골에 그 흔한 구판장도 없다. 그런데 60세대 주거 단지에 노래방을 만들고 편의점이 들어온다는 소리를 하고 있다. 하 기야 지리산 산청에 전원마을을 조성한다고 하는 곳은 커피 전문점 이 들어올 것이라고까지 이야기한다. 마치 사이비 종교 집단들의 선교활동을 보는 듯하다. 돈 앞에서는 교수라는 직함을 팔아가면서까지 이렇게 뻔뻔해질 수 있는지 듣는 사람이 민망할 정도다. 비루먹은 원숭이 데리고 한바탕 소란을 피워 대는 한낱 떠돌이 약장사의 호객행위를 보는 것 같다. 여기서 잠깐 구판장에 대하여 언급하고 넘어가야겠다. 구판장이란 원래 조합을 형성하고 생활용품 등을 공동으로 구매 하여 조합원에게 싸게 파는 곳을 말한다. 마을에서 비교적 형편이 어렵거나 농사를 덜 짓는 집에 호구지책으로 제공되는 독점적 권한 이다. 요즘도 시골구석을 돌아다니다 보면 구판장이라는 낡은 간판 전원마을 요지경 35

37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36 이 걸려 있는 점방(가게)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구판장이라는 이름을 걸고 있는 점방은 마을 사람들의 일상에 요 긴한 역할을 한다. 소주와 라면, 아이들 주전부리 거리는 물론 급할 때 소화제나 목장갑, 부탄가스 등 어떻게 이런 소소한 것까지 갖추 고 있나 감탄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알고 보면 본래의 뜻이나 목적에 부합하는 구판장은 몇 되 지 않는다. 기존의 시골 사람들이 구멍가게를 열 경우, 별 뜻 없이 구판장 간판을 내걸었고 이에 대한 소비자의 저항도 전무했다. 파는 사람, 사는 사람 모두 구판장을 지금의 마트 비슷한 것으로 자연스 럽게 인식했던 것이다. 심지어 노인들에게는 물건 파는 곳=구판 장 이라는 개념이 박혀 있는데 이는 일종의 언어 인플레로 고유명 사가 일반명사화 되는 현상이다. 흔히 진통제를 아스피린, 화학감 미료를 미원 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야기가 약간 엇나갔지만 이처럼 구판장은 아이들에게는 문구 점이고 새댁에게는 마트이며 아저씨들에게는 노래방의 역할도 하 는 곳이다. 하지만 지금 시골을 한번 둘러보라. 구판장이 있는 곳이 몇 군데나 있는지 그나마 있는 곳도 대부분 문이 닫혀 있다가 주말 이나 관광철에 외지인들의 발걸음이 잦을 때만 여는 곳이 허다하다. 때문에 그간 구판장 이 감당해오던 긍정적인 기능은 이제 잃어버 렸다고 할 것이다. 36

38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37 사람이 거주하는 마을에서 생활 편의시설은 중요하다. 하지만 있 어야 하는 것과 있는 것이 가능한 것 사이에는 큰 괴리가 있다. 점포 하나가 그 자리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복잡한 역학관계가 존재한다. 즉 투자금 대비 이익금이 맞아 떨어져야 누가 들어와 장사를 해도 할 게 아닌가. 집이 생기면 무조건 편의시설이 덩달아 들어설 거라 고 낙관하는 것은 관공서에서 모르고 하는 소리다. 이는 해당 담당 자가 직접 농촌지역에 거주하지 않았기 때문에 하는 소리거나 알고 도 버젓이 사기 치는 행위이다. 나는 구판장이 있는 마을에서 살아 왔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자, 보자. 1970~80년대 시골 마을이라고 하면 100호 정도만 되도 큰 마을이었다. 중요한 것은 100호에 거주하는 사람이 500~700명 정도에 이르기도 했지만 이곳을 고향으로 두고 있는 사람들은 이 숫 자보다 더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수백 년간 조상의 묘가 있어 왔다. 묘 또한 시골을 구성하는 한 구성체이다. 이러한 이유로 고향은 아 니어도 선영을 중심으로 인적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지금의 전원마을의 경우는 한집에 평균 2명 이상 거주하고 있다 고 보기 힘들다. 하지만 과거 시골 마을들은 한 집에 서너 명의 아이 들을 거느린 부부와 노모들이 있었고 장가가지 않은 삼촌이 사랑방 에 기거했다. 이들은 모두 소비의 주체였기 때문에 시골 구판장은 전원마을 요지경 37

39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38 나름 바쁜 곳이었다. 낮에는 생필품을 팔았고 저녁에는 주점의 역할 도 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생활은 어디 그런가. 아이들 귀저귀 조차 홈쇼핑에서 주문한다. 그리고 가족 중 적어도 한 사람은 매일 읍내에 차를 가지 고 나갔다 와야 하는 상황이다. 학교에 가든 관공서에 가든 병원에 가든 말이다. 그러면 올 때 구판장의 대표 상품인 소주도 100원 싼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사 가지고 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교통망이 얼마나 잘 되어 있는지 몇만 원의 상품만 주문하면 득달같 이 배달도 해준다. 심지어는 배달하는 차를 얻어 타고 들어오는 서 비스까지 받는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이곳을 고향으 로 두고 있기 때문에 추석과 설을 빼고도 부모님 생신이나 집안 대 소사와 관련하여 시골을 다녀간다. 100호 정도의 마을이면 1년에 한 번씩만 찾아온다고 해도 매주 두 명 정도는 방문한다. 이들은 동네 입구에 있는 마을 구판장에 들려서 술과 과자를 산 다. 비싸도 굳이 그곳에서 사는 이유가 있다. 첫사랑 꽃님이의 근황 을 물어보는 등 동네 소식을 들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기가 출세 해서 고향에 왔다는 은근한 자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판장에 서 한 이야기는 금세 온 동네 사람들에게 퍼진다. 이곳은 오랫동안 형성된 생활 커뮤니케이션의 장이며 문화의 연 38

40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39 결고리가 된다. 하지만 이런 독점적 지휘를 가지고 있는 구판장이라 고해도세월은속일수없다. 지금 현재 전원마을을 조성하는 개발업자들이나 공무원들은 현 대 생활에서 지역 공동체를 형성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모르고 있는 듯하다. 전통 시골은 수십 년 아니 수백 년간 공동체로 이어져 온 관계이기 때문에 가족 이상으로 끈끈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지만 요즘 이것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현재 전원마을의 경우, 좋은 의미에서 만든 연결고리가 오히려 분란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이웃 간의 사소한 문제로 재판을 한다 는 것은 과거 시골마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인위로 조성된 전원마을의 경우 이해관계에 의한 분쟁이 잦을 수밖에 없다. 과거 시골마을은 좋으나 싫으나 함께 어울려 살아야 했지만 지금 은 나와 맞는 사람들과 형성되는 맞춤형 커뮤니케이션을 원한다. 하 지만 내가 본 전원마을의 경우는 자연스러운 공동체를 형성하기에 는 무리가 따르는 작은 규모가 대부분이었다. 규모의 경제학을 충족 시키지 못하는 전원마을은 아무리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있다고 해 도 구두선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얼마 전 봉화에서 대규모 전원마을을 조성하려고 시도하다가 실 패한 사례가 있다. 여기서 대규모라는 것이 500세대였다. 500세대 전원마을 요지경 39

41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40 의 단지 규모에 수영장과 각종 편의시설을 짓겠다는 것이었다. 그것 도 두메산골에? 가만히 생각해보자. 500세대면 아파트 2개동이다. 담뱃가게 하나 정도는 인정할 수 있는 규모다. 기존의 시설과 연계 하지 않은 독자적인 자족 마을을 건설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세종 시 규모면 모를까. 40

42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41 고요한 삶 제주 올레길의 성공 이후 각 지자체마다 그와 유사한 산책길을 조 성하느라 분주하다. 이런 와중에 제주 올레길에서 여성 관광객이 살 해되는 일이 벌어졌다. 제주 경찰청에서는 올레길 범죄가 지역적 특 수성과 무관한 일반 범죄사건이라고 발표했다. 올레길이 위축되는 현상을 우려한 듯하다. 그러면서도 올레길 안전취약지역에 대해서 는 안전시설을 확보하고 순찰활동을 강화하겠단다. 한 도둑, 열 경찰이 못 막는다고 엄밀히 따지면 범죄란 것이 단순 대책으로 막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해당 부서에서는 CCTV를 설치하고 순찰대도 추가 배치함으로서 대책을 강구하겠다 고 하니 올레길의 위상이 대단하기는 한가보다. 관광객 유치는 물론 이고 주변 상점 활성화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 누구라도 한적한 길을 혼자 걷고 싶은 낭만을 꿈꾸었을 것이다. 전원마을 요지경 41

43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42 그 꿈을 이루어주는 곳이 바로 올레길이다. 그런데 저녁 무렵 여성 홀로 올레길을 걷다가 갑자기 누군가가 나타난다면 참 난감할 것이 다. 도시 골목에서도 모골이 송연해지는 순간이다. 남자라고 해도 심약한 요즘 도시민이 팔뚝 굵은 아저씨 한 사람을 당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시골에 대하여 비현실적인 낭만을 품고 있다. 이해 하기 어렵겠지만 하루 종일 다녀도 사람하나 구경하지 못할 수도 있 는 곳이 시골인 것이다. 그런데도 북적거리는 휴가철에 관광지만 다 녀서 그런지 도시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다. 내가 걱정하는 것 중의 하나가 지금의 전원마을에 대한 이런 부분 이다. 전혀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 수십 명을 산속에 밀어 넣고 지역 공동체를 형성하라고 한다. 탁상공론의 전형적인 예다. 어떤 사람의 머리에서 나온 생각인지 참 갑갑하다. 지금 전국에서 형성되고 있는 전원마을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가 범죄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 다는 것이다. 5분 안에 지구대에서나 보안회사에서 달려올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전원마을이 과연 몇이나 되는가. 더구나 이런 공동체는 현대인의 정서에 전혀 맞지 않는다. 아파트 문화가 삭막하다느니 어쩌니 해도 아파트는 외부의 관심으로부터 사생활을 보호하고 지켜준다. 회사에서 아무리 안 좋은 일이 있어도 집에 돌아와 자신의 소파에 누우면 우리는 휴식을 얻을 수 있다. 또 한 도시인에게는 선택의 자유가 있다. 세탁소에 맡긴 세탁물에 문제 42

44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43 가 있을 경우 곧바로 크레임을 제기하면 된다. 정 그 업소가 마음에 안 들면 다른 업소를 이용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시골에서는 이런 자유가 없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전원마을 프로젝트의 경우, 대단위 기획이라 고 해서 1.5킬로미터 이내에 다수의 집을 짓겠다고 공표하고 나섰 다. 1.5킬로미터라고 하면 버스 정류장을 두 개나 세워야 하는 넓은 지역이다. 제법 많은 세대가 들어올 것 같지만 실제로 그 안에 들어 올 수 있는 숫자는 한정되어 있다. 많아 봐야 500세대이다. 500세대 면 겨우 아파트 두 동이다. 과연 500세대 바라보자고 상가와 같은 편의시설이 얼마나 들어올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해서 세탁소 하나, 슈퍼마켓 하나가 들어왔다고 하자. 이 럴 경우, 소비자는 세탁소 주인에게 아무리 불만이 있어도 거래처를 옮길 수 없다. 그 세탁소가 유일한 세탁소이기 때문이다. 염가봉사 라던가 특별혜택 같은 것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경쟁상대가 전 무한 독점업소에게 서비스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나마 이 것이 업소와 주민 간의 문제라면 좀 낫다. 500채 모여 사는 마을에 서 조금이라도 눈 밖에 나는 짓을 했다가는 금세 공동체 사회에서 왕따가 된다. 부부싸움 한 번 했더니 다음 날 동네 이슈가 되어 있다 고 생각해 보라. 목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신앙을 버려야 하나? 교회가 마음에 안 전원마을 요지경 43

45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44 들면 교회를 옮기면 그만이다. 교회를 안 다니는 것보다 교회를 옮 기는 것이 낫다. 그러나 옮길 교회가 없을 경우, 마을에 단 하나의 교회만 있을 경우 그 사람은 자신의 신앙을 어떤 방법으로 지켜야 하나. 선택지가 많으면 혼란스럽지만 선택지가 아예 없는 것보다는 행복한 고민이다. 자기 멋에 사는 현대인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은 큰 속박이다. 이처럼 다양성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의 미래는 얼마나 암울한 것인가. 펜션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 말이 좋아 특화마을이지 아무리 공 기 맑고 경치 좋은 곳에 전원마을 만들어 놓고 한옥마을, 체험교실, 산촌생태마을 간판 걸어 봐야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면 아무런 의미 가 없다. 8% 가동률이라면 일 년 중 336일은 손님이 없다는 이야기 이다. 산속에 도 닦으러 들어갔다면 모르지만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적적함을 누가 견딜 수 있을 것인가. 전원요양마을 이라는 비아냥 도 고마울 정도다. 외래어를 사용하니 좀 더 있어 보이는지 모르지만 펜션이라는 것 자체가 그냥 민박집이다. 보다 잘 꾸며 놓았다는 이유로 세간의 호 기심을 유발할 수는 있겠지만 하룻밤 숙박료로 민박집이나 모텔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을 지불할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한옥마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 가격 주고 한옥마을에 묵느니 오 히려 저렴한 템플스테이가 더 운치 있지 않겠는가. 44

46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45 현실이 이러한데도 왜 그들은 한옥마을이나 펜션업으로 구매자 를 낚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은퇴한 부부에게 그저 시골에 거 주하기 위해 전 재산인 수억의 퇴직금을 그냥 쏟아 부으라고 하는 것보다 펜션업을 해서 수입이 발생한다고 하면 결정이 보다 쉬워지 기 때문이다. 펜션업은 좋은 유혹거리인 것이다. 그러나 펜션이 망 해도 개발업자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11년부터 은행권에서 펜션에 대한 대출 심사를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이미 펜션업이 사양사업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 다. 언뜻 생각하면 여유롭게 놀러 다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일정 수준 이상의 수입을 가지고 있는 사람 이면 휴가철에 비행기를 탄다. 어느 정도 돌아다니다 보면 그 동네 가 그 동네 같은 대한민국을 떠나는 것이다. 어렵던 시절에는 펜션이나 별장이 부의 상징이며 선망의 대상이 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현재의 대한민국은 더 이상 동네 중국음식점 에서의 식사를 외식으로 봐주지 않는다. 자장면이 가난한 자들의 한 끼 땟거리를 위한 싸구려 식사가 된 것처럼 펜션의 의미도 이제 서 민들의 야유회 장소 이상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없다. 주 소비층이 경제 하위단계로 이전할수록 수익률은 낮아진다. 주 인장의 수고와 정성에 사례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권리 운 운하며 최소 비용도 지불하지 않으려는 고객만 늘어나고 있는 것이 전원마을 요지경 45

47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46 지금 펜션업체의 현주소이다. 나는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시행되는 전원마을의 전부는 아니지 만 많은 곳을 답사했다. 대부분의 전원마을이 보안문제라던가 편의 시설, 교육, 사생활 보호 면에서 크고 작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 시 골의 지역 공동체는 한 순간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수백 년간에 걸쳐 형성된 관계이다. 이것을 몇 사람이 탁상공론 격으로 그림을 그린다고 해서 성공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 많은 부유층이 그들만의 배타적 집단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을 기 울인다. 외부인으로부터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담을 높게 쌓는 것이 다. 이는 질타할 일이 아니라 부러워해야 할 일이다. 우리도 담을 쌓 아야 한다. 가난하다고 해서 권력자들이 쉽게 밟고 들어올 수 있는 집구석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들의 손아귀에서 우리는 재산을 보호 해야 한다. 지금 지주클럽은 담을 높게 쌓는 중이다. 그 담은 돈다발로 쌓는 담도 아니고 일부 기획자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담도 아니다. 작금 의 사태에 대하여 뭔가 잘못 돌아간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공감대 로서 쌓아올리는 담이다. 그 담은 세상과의 소통을 단절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옳다고 믿는 가치관을 지키기 위한 수성의 담 이다. 46

48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47 간단한 산수 진실이 있어도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모르면 어쩔 수 없다 지만 대부분 용기가 없어서 입을 다무는 것이다. 간단한 산수에 지 나지 않는 것을 무관심 반, 귀찮음 반으로 그냥 방치한다. 또는 그래 야만 먹고 살 수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최근 분양하고 있는 마을이 있다. 홍보물에 군수님 얼굴까 지 첨부하고 그림 같은 조감도(ㅎㅎ, 그림 맞다!) 턱 올려놓으니 당 장 사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채 갈 것만 같고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 도왠지손해보는느낌이든다. 분양금액도 3.3m2당 30만 원 정도면 적당해 보이고 개별 단독등 기, 도로개설, 법무사 책임등기, 개발 계획 뭔지 몰라도 신뢰감 팍팍 드는 단어들이 나열된다. 다만, 지금까지 여러분에게 보여드리 지 않은 단 하나의 정보가 있다. 바로 토지이용계획도 이다. 살펴보 전원마을 요지경 47

49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48 니 이 지역이 농림지역인데다 보전관리지역이다. 그런 거 몰라도 상관없다. 또, 안들 농림지역이면 어떻고 또 보전 관리지역이면 어떻단 말인가, 집 지을 수 있고 내가 살아가는데 지 장 있는 것도 아닌데, 라고 생각해온 분들은 여기에 주목하시기 바 란다. 특히 아직 전원주택을 구입하지 않은 분은 더더욱 주목하실 필요가 있다. 건폐율이란 게 있다. 뭐 용적률이야 시골 땅에서 위로 올라가봐야 거기서 거기라고 보고 거론하지 않겠다. 제1종주거지역의 건폐율은 50%이다. 보전관리지역은 20%이다. 이 말이 무슨 말이냐. 내가 100 평의 땅을 구입했어도 건축을 할 수 있는 면적에 제한이 있다는 이 야기다. 뭐, 어차피 크게 지을 것도 아닌데. 바로 여기에서부터 착오가 발생한다. 땅값을 결정하는 땅의 가치 라는 것은 그 땅이 어떠한 기능적 조건을 가지고 있느냐를 말하는 것이다. 지금부터 앞에서 거론했던 간단한 산수 풀이 시작! 어떤 땅이 있다고 치자. 임야에 오지라지만 집도 지을 수 있고 해 서 3.3m2당 50만 원에 구입했다. 그러나 그 넓은 땅에 집으로 지으려 고 할 때, 실질적으로 대지로 쓰일 수 있는 넓이는 20%에 불과하다. 330m2(100평)을 3.3m2당 50만 원에 구입하면 5,000만 원. 이것은 마이더스의 손을 가졌다고 외치는 고명하신 디벨로퍼들 48

50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49 의 계산법이고 그들의 화려한 수사에 넘어간 순진한 소비자들의 계 산법이다. 은퇴 자금을 날리기 싫다면 지금 생선장수의 산수를 배워 야한다. 1 66m2(20평) 50만 원=1,000만 원 2 264m2(80평) 10만원=800만 원 1+2=1,800만 원 간단하지 않은가? 그런데도 개발업자들은 1,000만 원짜리 임야를 5,000만 원으로 만들었으니 마이더스의 손이라고 자기 입으로 홍보 하고 다닌다. 혹시 마이너스의 손은 아니신지. 게다가 자세히 살펴 보면 아직 분할하지도 않은 토지이다. 그런데도 버젓이 분양을 하고 있다. 선수가 아니더라도 부동산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끼리는 낯 뜨거운 일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모든 땅은 도시계획을 완료해놓고 있다. 이 중 도시계획상 주거지역이 아닌 곳은 현대적 개념으로 명당이라고 하 기 어렵다. 간혹 풍수 한다고 떠드는 분들이 명당이라고 하는 곳이 있는데 주거지역으로서 가치가 없는데도 과연 명당이랄 수 있을까? 죽은 사람이 누워있기에 좋은 땅이 명당이라고 한다면 모를까. 도시계획이란 담당자 마음대로 분필선 죽죽 그려놓는 일이 아니 전원마을 요지경 49

51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50 다. 향후 도시 발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설계한 것이다. 토지는 이 용실태와 특성, 장래의 토지이용 방향 등을 고려하여 도시지역 관 리지역 농림지역 자연환경보전지역의 4가지 용도지역으로 구분 된다. 각 용도지역마다 인구밀도와 특성 등을 따져 건폐율과 용적률 의 최대한도를 규정한다. 농림지역과 자연환경보전지역의 건폐율 은 20% 이하로 엄격히 제한된다. 이것이 쉽게 바뀔 수 있다고 생각 하는 것은 지목변경 과 혼동하여 착각하는 경우다. 게다가 멀쩡한 1,000만 원짜리 임야를 5,000만 원으로 만들기 위 해 들어가는 비용 또한 무시하기 어렵다. 이런 비용은 당연히 분양 가에 반영된다. 일부 디벨로퍼님들이 말하는 땅을 개발해서 전원마을 부자가 될 수있다. 는 이야기는 소비자의 착시를 이용한 사탕발림에 불과하 다. 성형수술해서 쌍꺼풀 만들어 봤자 원판 불변, 유전자 불변의 원 칙이 있다. 예쁜 사람이 수술해야 더 예쁜 거지, 영 아닌 사람이 수 술한다고 해서 성공적인 얼굴을 갖는 것은 아니다. 법원 경매장에 가 보면 이런 경로를 거쳐 물건으로 나온, 비참한 감정가의 전원주 택이 비일비재한 것이 현실이다. 50

52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51 농어촌뉴타운사업 얼마 전 전국 최초로 장성농어촌뉴타운 입주식이 있었다. 입주식 하루 전에 우연히 현장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막상 그 곳에 도 착하고 보니 마을이라는 느낌보다 단순히 집단거주지라는 생각이 앞섰다. 이곳저곳 둘러보면서 마침 입주식을 준비하는 공무원들이 있어 분양 상황을 물어 봤는데 분양이 완료되었단다. 상가 입구에도 당당한 위용을 뽐내며 단독상권 이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다음날 언론 보도를 보니 역시나 찬사 일색이었다. 이건 뭐 용비어 천가도 아니고 민망할 정도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생각이 제대로 된 사람이라 면 과연 이런 곳에 입주할 마음을 먹을 수 있을까. 더구나 그런 곳에 상가를 분양할 생각을 했다니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호기심 발동! 자료를 찾아 분석해 봤다. 결론적으로 참 웃기는 분 전원마을 요지경 51

53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52 양이었다. 매입한 세대수보다 임대 입주가가 훨씬 많은 건 뭔가? 반 쪽짜리 분양도 못되는 어설픈 땜빵식의 분양이었다. 그리고 단독상 권이라는 광고 문안이 무색하게도 상가 분양이 되지 않고 있었다. 그들이 내건 임대 가격이 어떤 근거로 산출된 것인가 계산해보니 예상대로 아주 단순한 답이 나왔다. 공사기간 : ~ 규모 : 주택 200세대(분양 70세대, 임대 130세대) 복지시설 547평 임대료 : 보증금 1,200만 원 / 월19만 원 사업비 : 438억 원(국비 121억 원, 국비융자 133억 원, 지방비 184억 원) 다시 담당 공무원을 만났다. 역시나 예상했던 대답이었다. 분양이 완료되었단다. 분양은 물론 대기자가 무려 80명이나 된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였다. 사업에 대하여 무한한 자부심을 가진 듯 했다. 하지만 임대 입주자가 130세대라는 말은 끝내 꺼내지 않는다. 분양가와 임대수입을 합해보니 총 사업비 438억 원에 대한 수익 은 전혀 기대할 수 없었고, 국비 융자금액 133억 중 분양된 70세대 를 뺀 나머지는 사실상 미래의 미분양이다. 현재 임대를 통해 들어 온 돈은 금액은 국비융자금액에 대한 이자를 맞추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했다. 52

54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53 세대 당 2억 원의 비용을 들여 1억 원에 분양하였는데도 분양이 되지 않은 것이다. 임대 입주 130세대 당 평균 임대료 19만 원을 합 해 보니 총 2,470만 원이다. 과연 이 돈으로 국비 이자나 메울 수 있 을지 의심스러웠다. 그나마 현재 임대로 들어온 세대수가 계속 유지 될 것인가 하는 것도 문제다. 만약 임대가 이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상상만으로도 입 안이 씁쓸하다. 일이 이 지경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언론을 앞세워 대대적인 선 전을 감행했다. 국무총리까지 와서 입주식을 할 정도로 분위기를 잡 았지만 TV에 비친 영상은 썰렁함 그 자체였다. 관계자들끼리 박수 치고 테이프 커팅하고 연설하고 사진 찍는 행사였다. 지금 가장 성공했다는 농어촌뉴타운이 이 정도다. 서울의 뉴타운 실패에 이어 우리는 이제 머지않아 농어촌뉴타운의 실패에 관한 보 도를 접하게 될 것이다. 장성을 방문한 이후로 나는 관에서 주도하는 농어촌뉴타운사업 에 대하여는 아예 관심을 끊었다. 이제껏 대한민국 공무원이 사업을 주도해서 성공한 사례가 있기는 한 걸까? 전원마을 요지경 53

55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54 강남 집과 공단 집 전원마을에 대한 문제점 중의 하나가 건축의 규모다. 통상 평당 350만 원의 전원주택 건축비를 감안할 때 1억5천만 원 정도의 건축 비와 주변 조경비가 들어가게 되고 토지 가격으로 5천만 원에서 2억 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이는 수도권 지역의 적당한 아파 트 하나의 가격이거나, 중견기업에 다니다가 퇴사해서 받는 퇴직금 정도의 수준이라고 보면 맞다. 하지만 여기에서 중요한 사실 하나를 언급하고자 한다. 많은 사람들이 처음 집을 지으려고 할 때 나만의 집을 지으려고 한다. 어쩌면 이런 차별화는 전원마을을 꿈꾸는 사람의 로망이기도 할 것이다. 수년전에 지인에게 주택을 낙찰 받아준 적이 있었다. 낙찰가격이 좋았기 때문에 별 걱정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명도를 받아서 54

56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55 집 내부에 들어가는 순간 어이가 없었다. 알겠지만 경매진행 중에 건축도면을 일반인이 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래서 통상 그 건물 이 지어질 당시의 일반적인 도면을 기준으로 삼거나, 외부 출입문이 나 창문을 보면서 지레짐작 내부구조를 그릴 수 있을 뿐이다. 대개 열의 아홉은 그런 짐작이 맞아 들어갔다. 하지만 이 집의 경우는 완전히 상식 밖이었다. 현관문을 열어보니 그 넓은 1층에 방이 고작 두 개 밖에 되지 않았던 것이다. 방의 크기 가 엄청났고 거실 역시 운동장만큼 넓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면 적에 방이 두 개만 들인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중에 안 사연이 지만 전 주인의 경우, 노부부만 살았기 때문에 많은 방이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나름 웨딩업체를 운영할 만큼 여유가 있었던 때문이 었는지는 모르지만 1층에 부부침실 외에 넓은 욕조를 둔 목욕방만 가외로 만들었다. 그리고 내부에 계단을 두어 위층에 오르도록 설계 했다가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2층을 분리하여 세를 놓았던 것이다. 또 취미생활을 위해 지하에 원목 바닥재로 댄스홀을 만들어 놓았다. 얼마나 자주 사용했는지는 모르지만 방음시설까지 갖춘 제대로 된 공간이었다. 당시 이 집을 낙찰 받은 지인은 각기 아들과 딸을 자녀로 두었기 때문에 부부 침실 외에도 두 개의 방이 더 필요했다. 그렇다고 여유 롭지 않은 형편에 2층을 쓰기에는 이래저래 걸림돌이 많았다. 어쩔 전원마을 요지경 55

57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56 수 없이 2층은 세를 놓아야 하는데 그렇다고 다큰두자녀를같은 방에 재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고육지책으로 댄스홀을 황토방으로 개조하고 반지하의 창문을 확대하여 최대한 주거 편의성을 확보하여 아들 방으로 이용할 수 있 게 했다. 이러기 위해서 기존의 시설을 철거하고 새로 꾸미는 비용 이 추가로 들었다. 내가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개인주택의 경우 너무나 개인적으 로 건축을 한다는 것이다. 마음이야 그곳에서 천년만년 살고 싶겠 지만 현실이 어디 그런가. 잘해야 10여 년이다. 일정한 세월이 흐르 면 이런저런 이유로 집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게 되어 있다. 하지 만 이 질문을 던졌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런 것에 거의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때 일은 그때 가서 생각하자는 식이다. 노부부도 분명 그 런 인식하에서 집을 건축했을 것이다. 팔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당 장의 편의만 생각했던 것이다. 최소한, 집에 가치를 부여하려면 남에게 팔지는 않는다고 해도 내 자녀에게만큼은 물려줄 생각을 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 아들에게, 내 며느리에게 필요한 방이 몇 개일지, 반지하 공간은 어떤 소용으 로 쓰일지 정도는 내다보고 집을 지어야 한다. 주택은 맞춤양복처럼 한 철 입고 버리는 소비재가 아니다. 나만의 만족만 추구하다가는 투자 대비 마이너스 효과를 초래하게 된다. 56

58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57 또한 맞춤주택을 지을 때는 시간적으로 멀리 내다보는 일 외에 공 간적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똑같은 집이라고 해도 강남에 있는 것 과 산업공단에 있는 집은 다르다. 나만 좋으면 된다는 식으로 공단 한가운데에 강남스타일 로 집을 짓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산업 단지에는 근로자들에게 맞게 임대형 원룸을 짓는 것이 좋지 이태리 제 대리석으로 치장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 전원마을에 짓는 집들을 보자. 지금이야 각종 홍보매체를 통 해 떠들고 있으니 외지에서 관심을 많이 갖는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세월이 지나고 나면 인근 주민들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 다. 그들에게도 흥미 있는 집이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과연 보편적인 기호를 염두에 두고 지은 집인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최근 전원주택 건축 경향을 보면 별 메리트가 없는 상황인데도 무 조건 고급 자재에 럭셔리 디자인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산업공단 한 가운데에 강남형 고급 주택을 짓는 우를 범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 아야 할 것이다. 전원마을 요지경 57

59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58 황금알을 낳는 오리 전원마을이 무슨 보물이나 되는 것처럼 떠드는 사람들이 많아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진장 쌓였다. 그 이야기를 모두 하고자 하니 필력도 달리고 출판사 눈치도 보인다. 그래서 하고 싶은 욕을 조금 참고 전체 내용을 간단하게나마 요약하고자 한다. 이 책이 대단한 전문지식을 다루고 있지 않는다고 해도 적어도 이를 통해 독자들이 진실이 무엇인가에 관해 생각하게 된다면 성공이라고 믿는다. 현재 전원마을이 개발업자들에게 주목받는 이유는 간단히 말해 싼 땅을 사서 비싸게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싼 땅이 비싼 땅으로 둔 갑하는 요인 중의 하나가 지자체의 개입이다. 지자체가 왜 개발을 지원하는지는 전장에서 이미 이야기했다. 약간의 목돈을 투자하면 그 몇 배에 달하는 돈을 여러 해에 걸쳐 야금야금 회수할 수 있기 때 문이다. 개발 한 번에 떨어지는 돈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일반인들 58

60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59 은 겉으로 보이는 이런 부분, 정부의 지원책에 훅 가게 되어 있다. 옛날 한 마을에 황금알을 낳는 오리가 있었다. 사람들은 그 농부 를 부러워했다. 가만히 있어도 매일 황금알을 하나씩 낳아주니 말이 다. 하지만 농부는 뱃속에 든 황금알을 한 몫에 차지할 욕심에 오리 의 배를 갈랐다. 뱃속에는 황금알이 아니라 똥만 들어 있었다는 이 야기. 가만히 있었으면 부자가 되었을 것을, 욕심 때문에 일을 그르 친 것이다. 지금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바로 이런 짓을 우리 에게 요구하고 있다. 이구동성으로 오리 배를 가르자고 꾄다. 당신은 황금알을 낳는 오리를 갖고 있다. 내가 이것의 배를 갈라 줄 테니 그 안에 든 황금알을 나누어 갖자. 이런 데 속아 넘어가는 농부가 어리석게 느껴지는가? 하지만 농 부에게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일단 오리가 황금알을 낳게 하려면 농부는 황금을 먹여야 한다. 먹은 것보다 큰 알을 낳을 수 없지만 언론에서의 대대적인 관심과 보도로 인하여 신기한 오리알에 대해서 떠들 것이고 사람들의 호기 심이 발동하여 황금오리가 마치 부가가치를 만드는 것처럼 여겨질 것이다. 먼저 농부는 먹이인 금값을 마련하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 가난한 농부는 오리에게 먹일 금값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받는다. 신용도 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그냥 연 5%라고 하자. 금을 먹는 오리는 전원마을 요지경 59

61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60 연 5%라는 금융비용을 발생시키면서 뱃속에서 알을 만든다. 이런 과정을 거쳐 드디어 오리가 황금알을 낳았다고 하자. 이것을 내다 팔면 돈이 된다. 중요한 것은 금이 돈이 되기 위해서는 정부에 세금 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금을 파는 시장이 멀리 있고 자신은 계속해서 오리를 돌봐야 한다면 농부는 누군가에게 판매를 위탁할 수밖에 없다. 통상 위탁판 매 수수료 10%를 떼일 것이고 만약 홈쇼핑에 위탁한다고 하면 30% 를 뗄 것이다. 여기에 오리농장을 갖추려면 토지를 임대하여야 하 고, 귀한 오리를 지키려면 세콤에 의뢰해야 하며, 그러는 와중에 보 험회사 직원이 와서 오리가 사망할지도 모르니 보험에 들라고 할 것 이다. 재미는 없지만 소설을 이어가자. 이러한 요소들이 개입하면서 원 가는 상승한다. 여기서 문제가 끝난다면 그나마 낫다. 사람들이 오 리가 만든 금덩어리에 관심을 보이는 것을 알고 일부 장사꾼들이 유 사품을 만든다. 오리 똥을 묻혀서 마치 같은 제품인 것처럼 시장에 서 유통할 것이다. 한마디로 유사품은 시장에서 날개 돋친 듯 팔릴 것이고 세간의 주목을 받던 황금알은 오히려 판매가 저조하게 될지 도 모른다. 오리만 믿고 사업을 벌인 농부는 어쩔 수 없이 유사품에 대한 견제를 위하여 변호사를 통하여 소송도 해야 하고 상표등록도 해야 한다. 그러는 와중에 시사고발 프로에서 불법 황금알 유통이라 60

62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61 는 방송이 나가게 되면서 판매는 더욱 저조하게 될 것이다. 농부가 오리의 배를 가를 수밖에 없었던 숨은 이야기였다. 전원주택이 바로 그렇다. 주말마다 자녀들이 손자들 데리고 와서 잔디밭에서 뛰어놀고, 자전거를 타고, 바비큐 파티를 하고 매일매일 행복으로 넘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우리가 보는 전원마을은 진실 이 아니다. 허상에 불과하다. 매체는 화무십일홍, 1년 중 며칠 동안 의 아름다운 모습만 보여주는 것이다. 만일 행복한 삶이 하루하루 지속되고 TV에 나오는 인터뷰처럼 모든 것이 여유롭고 풍족하다면 왜 그 많은 시골 출신들이 고향을 떠나 도시에 살려고 하는지를 생 각해 봐야 한다. 전원주택 사업에 대기업이 뛰어들고 있지 않다. 그 이유는 간단하 다. 앞뒤 계산을 해보면 돈이 남지 않기 때문이다. 200세대 모집에 1 개 군이 뛰어들어 홍보한다면 지금 도시에서 시행되는 소규모 주택 사업에 구청장이 홍보하고 다니는 것과 뭐가 다른가? 지금 이 사업의 수익성은 정부 보조금 가지고 장난하는 사업일 뿐 이다. 하지만 입주한 사람이 집을 팔 때는 이러한 보조금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일부 업자들이 전원마을을 에둘러 광고하면서 웰빙을 말하고 있 는데 한마디로 개 풀 뜯어 먹고 트림하는 소리 다. 아무리 전원생활 이 좋다고 하지만 웰빙에 파묻혀 사는 시골 노인들보다 도시에서 방 전원마을 요지경 61

63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62 부제 먹고 사는 노인들이 평균 연령이 높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에 유의하여야 한다. 여름이 끝날 무렵 한적하고 평화로운 시골을 드라 이브해보기 바란다. 진한 농약 냄새가 차창을 통해 밀려들어 올 것 이다. 이것이 시골생활인 것이다. 아내와 연애할 때의 일이다. 미래에 대한 기대 속에서 아내 왈. 매일 매일 행복하면 좋겠다. 분위기에 맞게 나도 그래 걱정하지 마. 내가 매일 매일 행복하게 살게 해줄게. 했어야 했는데 이놈의 입방정. 매일 매일 행복한 여자는 미친년이야. -_-;: 그날 결국 백화점에 들러야 했다. 부츠 한 켤레로 아내의 화를 풀 기는 했지만 그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삶이 어떻게 매일 매 일 행복할 수 있는가. 행복은 귀하기 때문에 행복인 것이다. 전원생활이라는 것도 그렇 다. 정말 풍요롭고 행복한 시간은 꽃이 피어있는 시간 정도다. 대부 분의 생활은 비가 새고 허물어진 집을 고치거나 정원을 가꾸는 데 투자해야 한다. 그처럼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피곤함에 젖어야 하는 것이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전원생활의 참 모습이다. 외할머니가 따다 주신 옥수수가 맛있고, 할아버지가 지펴주시는 군불이 따뜻할지는 모르지만 땡볕에서 밭을 일구어야 했던 할머니 의 노력이나 굽은 허리로 장작을 패는 할아버지의 수고는 아무도 생 62

64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63 각하지 않는다. 그나마 요새 아이들은 삶은 감자나 옥수수보다 피자 를 원한다. 할머니, 나 옥수수 싫어. 피자 시켜줘~ 그러나 우리의 할머니는 손주의 간절한 소원을 들어줄 수 없다. 왜? 할머니는 첩첩산중에 있는 전원마을에 살기 때문이다. 지금 대 한민국에서 진행하는 대부분 전원마을이 그런 곳, 피자 배달이 되지 않는 외진 곳에 위치해 있다. 할머니는 손주를 달랜다. 여기 피자집 없어, 그냥 옥수수 먹어. 싫어, 나 이제 할머니 집에 안 와! 대략 난감한 상황이다. 내가 앞에서 황금알을 낳는 오리에 대하여 언급한 이유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전원생활을 하면 많은 비용이 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개발업자들이 말하는 그럴듯한 수입원은 전부 현실성 없는 이야기다. 소비자를 혹 하게 하는 입발림에 불과한데도 지역 공무원들의 전시행정은 분위 기를 띄우기에 여념이 없다. 지금의 할머니들은 휘트니스센터에 다니며 분위기 있는 레스토 랑을 찾는다. 답답한 시골에서 흰수건 머리에 두르고 콩밭 매고 있 다가 손주들이 찾아오면 감자 삶아 주는 옛날 할머니들이 아니다. 막걸리집보다 호프집에서 건배를 외치며 한일전을 응원하는 것이 전원마을 요지경 63

65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64 지금의 할아버지들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아궁이에 불 때는 전원생활을 그리워 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담당 공무원들과 전원마을을 홍보하고 다니 는 교수들뿐이 아닐까 싶다. 64

66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65 세상의 모든 부모가 원하는 것 대부분의 도시인들은 전원생활을 꿈꾼다. 딱딱한 도시에서 긴박 한 스케줄을 보내다보면 때로 전쟁 같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 다. 갑갑하고 꽉 짜인 도시 생활이 자연을 동경하도록 만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농촌으로 온가족이 이주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은퇴 이후라면 상대적으로 결정하기 쉽겠지만 가장이 경제 활동에 종사해야만 하는 경우, 결정내리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경우라면 어떨까? 집은 근교의 전원마을이지만 직장은 도시 에서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면 가능성을 염두에 둘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전원마을, 아니 전원주택이라도 좋을 것이다. 투자 수익성까지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원마을은 이미 개발이 되었거나 땅값이 비싸다. 눈먼 땅이 어디 없나 찾는 행위 자체가 눈 먼 행위인 것이다. 전원마을 요지경 65

67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66 대한민국이 어설픈 개발업자들이 개발할 만한 곳이 남아 있을 만 큼 그렇게 넓거나 못 배운 사람들만 살고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이 다. 모든 일에는 항상 원인과 이유가 있다. 나만의 특별한 재주가 있 다고 떠드시는 분들의 대부분은 사기가 직업이다. 전원마을이 성공하기 위한 요점은 아이를 키우는 젊은 새댁이 살 고 싶은 곳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집에 만약 사과나무가 한그루 있 다면 가을에 따먹기도 하고 나무가 주는 풍요로움과 여유를 즐길 생 각에 저절로 마음이 뿌듯할 것이다. 하지만 동네에 과일가게가 없고 새댁이 직접 그 사과나무를 관리해야 식구들이 사과를 먹을 수 있다 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낭만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새댁의 입에서는 매일 이런 이야기가 쏟아질 것이다. 내가 힘들어서 못 살아! 자기도 일찍 들어와서 가지치기도 하고 벌레도 좀 잡아. 현실의 새댁은 그저 마당에 꽃을 키우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사과는 슈퍼에서 사먹는 것이다. 마을이라는 것이 이런 기능을 맡아 주어야 한다. 사과 파는 곳이 있어야 한다는 것. 마을은 사람들이 후 손을 낳고 키우기 위한 곳이지 호젓하게 도나 닦는 곳이 아니다. 나이든 사람도 마찬가지다. 보다 건강하고 노년의 삶을 꿈꾼다면 옆집 아이들이 뛰노는 것과 새댁이 웃는 것을 보는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 꽃보다 사람이 아름답다고 했다.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새댁 66

68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67 의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봄의 모습 아닐까. 어머니와 시장에서 장사를 할 때 이야기다. 요즘처럼 날씨가 무더 운 여름 한낮에는 다니는 손님도 없고 장사꾼들끼리 이런 저런 수다 를 떨기 마련이다. 어머니의 말씀. 요즘 자식 다 필요 없어. 요양원에 1억 원만 주면 죽을 때까지 잘 해주는데 뭐 하러 자식에게 돈 주고 며느리 눈칫밥 먹어. 뻣뻣한 자식 정한영, 보고만 있다가 끼어든다. 엄마, 엄마는 덩치가 좋아서 그런 데 가면 다른 노인들 휠체어 밀어주어야 하고 매일 낮에 풀 뽑으면서 살아야 돼! 눈칫밥 먹어도 자식이 사는 모습 옆에서 보는 것이 가장 행복한 거야. 이놈의 자식이? 어머니는 하루 종일 내게 분풀이를 해댔다. 또 이런 이야기도 있 다. 시장에서 장사를 하시는 어느 할머님이신데 대처에 나간 자식이 소식이 없어서 늘 걱정이었다. 그러다가도 운전 중 과속으로 자식의 벌금 통지서가 날아온다. 그런 날은 쏜살같이 은행에 달려가 벌금을 납부하고 돌아와서 시장사람들에게 커피를 쏜다. 주위에서 장사를 하는 아주머니들은 왜 다 큰 자식 벌금 내주시냐고 한마디씩 하지만 할머니의 이야기는 이렇다. 너희들도 늙어서 보면 알거여. 어디서 무엇을 하나 자식 소식을 전원마을 요지경 67

69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68 이렇게라도 듣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요즘 들어 나도 바쁘다는 핑계로 부모님을 자주 못 찾아뵌다. 그 러다 보니 하루가 멀다 하고 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신다. 심지어는 중요한 편지가 와 있다고 해서 들르면 어디 마트에서 보낸 홍보용 우편물만 덜렁 놓여 있다. 거의 사기 수준이지만 자식을 보고 싶어 하시는 부모님의 마음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젊은 새댁은 웰빙이나 풍수에 관심 없다. 주변에 마트가 있고, 문 화센터 등 세상과 연결될 수 있는 끈이 있고, 아이들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더 중요하다. 지금 전원마을에 살고 있는 노인들도 외로운 나머지 자식과 좀 더 가까운 곳으로 이주하고자 희망한다. 말로는 자식 필요 없다고 하지만 어느 부모가 자식이 그의 자식들과 사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지 않겠는가. 간혹 부동산 투자에 대해 자문을 구하러 찾아오는 사람들 중에 자 식 낳는 것을 미루고 돈을 벌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의 논 리는 자식을 키우려면 돈이 먼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말이 통하 는 상대 같으면 핀잔을 안긴다. 자식에게 주어야 하는 것은 돈이 아 니라 시간이다. 자식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은 젊은 부모로 서 그 곁에서 오래 머무는 것이다. 우리네 생활에서 삶의 활력은 대부분 젊은 여성이 만든다. 세상을 68

70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69 온통 둘러보라. 삶의 원동력이란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젊은 여성들 의 관심사와 맞닿아 있다. 그리고 그런 여자를 위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것이 남자의 행 복이고 의무인 것이다. 강남 집값이 비싼 이유는 딱 하나다. 아이를 키우는 여성들이 가장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런 여성들이 가장 좋아 하는 곳을 주고 싶은 것이 모든 남자들의 마음인 것이다. 전원마을 요지경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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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70 올 여름 대대적으로 유행할 옷! 대체 미래의 유행을 어떻게 알아맞힐 수 있단 말인가. 신문사는 마치 미래의 유행 을 안다는 듯 말하는 것도 모자라 독자에게 이런 정보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본말이 전도된 격이 아닌가. 유행이란 게 무엇인가. 대중의 선택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보이는 것 아닌가. 유행은 당연히 사후적인 문제이다. 그러나 현재 우 리들의 유행 은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되어버렸다. 투자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은 우리가 투자를 통해 돈을 벌기를 바라지 않는다. 투자를 통해 돈을 쓰기를 바란다.

73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71 PART 02 사기꾼과 판사 디벨로퍼 감별법 아파트 경쟁률의 비밀 투자하려면 조 일보를 보라 마누라와 정보 고등어 설왕설래 사면초가 펜션 부자흉내 풍수와 푼수 현대인의 풍수 타이타닉호의 침몰 만사형통 DTI 어느 수도권 아파트의 운명 일본의 부동산, 한국의 부동산 밀당게임 사기의 성립 요건 다시 쓰는 단군신화 사기꾼과 판사

74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72 PART 02 사기꾼과 판사

75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73 디벨로퍼 감별법 소위 전문가라 자칭하는 디벨로퍼developer들이 넘쳐난다. 그들의 철 지난 전망이나 확인할 수 없는 예측, 대책 없는 평가 등은 소비자 들의 올바른 판단을 돕기는커녕 시장을 어지럽히기 일쑤다. 아파트 매매가가 내려갔다는 기사가 나오는 순간 거 봐라 내가 진즉에 아 파트 사지 말라고 하지 않았냐. 외치는 전문가가 우르르 쏟아져 나 오는 식이다. 매번 어디서 무얼 하며 숨어 있었는지 이슈만 터지면 등장하는 역술가급 전문가들이다. 그들이 주장하는 성공사례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지만 매번 투 자자를 새로 구하느라 홍보에 매달린다. 매번 성공해서 회원들에게 엄청난 이익을 듬뿍 안겨주었다면 굳이 홍보할 일이 있을까? 가만 앉아만 있어도 이런 회원들이 넘쳐날 거다. 선생님, 제 돈 좀 굴려주세요! 잘 되면 이익금 제가 반 뚝 떼어 드 사기꾼과 판사 73

76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74 릴게요. 이들을 보면 가까운 친구나 친척을 투자자로 유치시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렇게 이익실현이 쉽고 성공이 보장되어 있다면 고모나 조카 하다못해 사돈의 팔촌부터 챙기는 게 인지상정이 아닌가. 동창이나 친구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하고, 가족들로부터 다시 전 화하지 말라는 소리를 들으며 전문가 연하는 디벨로퍼가 있다면 언 론플레이로 해결하려 할 것이 아니라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해 올라 오기 바란다. 어떤 전문가는 자신의 카페에 회원이 많다고 자랑한다. 왜 회원이 많아서는 안 되는지는 마누라와 정보 편에 상세히 다루어지겠지 만 언뜻 생각해도 그 많은 회원들에게 골고루 이익이 돌아가기나 할 까, 하는 의심이 든다. 내 카페에는 정회원 수가 적다. 정회원이 되려면 일정한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정회원이 되려면 면담도 해야 하고 5백만 원(이 책 의 출판과 함께 4백만 원에서 5백만 원으로 상향 조정한다.)의 회비 를 납입해야 한다. 물론, 이 돈은 그냥 내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경매나 공투 참여시 환원된다. 다시 말해 땅으로 전액 환원되는 금 액이다. 우리가 도시락을 먹을 때 밥은 각자의 것을 먹어도 반찬을 공유하 면 입맛을 돋우고 식사하는 즐거움도 찾을 수 있다. 지주클럽의 공 74

77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75 투란 작은 반찬을 공유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각자의 도시락 바닥에 숨겨 놓은 계란까지 공유할 필요는 없다. 가입비에 대해서 의문을 품는 사람도 있고 아깝다고 망설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한다면 혼자서 도시락을 먹으면 된다. 나는 굳이 그런 사람들에게 내 장아찌를 나누어줄 생각이 없다. 회비는 그저 나를 믿는다는 의미, 형식적인 절차에 지나지 않는 다. 회원이 되면 이런 것은 아무 것도 아니다. 우리 카페 회원들은 아예 인감이나 필요에 따라 주민등록증을 맡기기도 하고 최소한 인 감증명서와 위임장은 미리 맡긴다. 급한 경매 건을 처리하려면 뒤늦 게 위임장 보내고 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수 년 간 이렇게 해왔다. 내 쪽에서 서류를 맡기라고 강요한 적은 한 번도 없다. 하다 보니 필요에 의해, 회원들의 요청으로 자연스럽 게 되어 온 것이다. 내가 보는 디벨로퍼에 대한 기준은 단순하다. 그들을 믿고 함께 하는 회원들이 있는지의 여부만 따지면 된다. 일을 할 때마다 새로 운 회원을 구하기 위해 장밋빛 청사진을 들이미는 자들은 과거가 의 심스러운 사람이다. 나랑 사귀면 무조건 고급 레스토랑에서 밥 먹고 명품백도 사주겠다, 이런 말에 혹하기보다는 이전에 어떤 행동을 했 는지 알아보라. 눈이 멀면 사기꾼과 결혼할 수 있다. 애시당초 이런 사람과는 연애하지 말아야 한다. 사기꾼과 판사 75

78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76 디벨로퍼들이 요새 한창 떠드는 이야기를 보면 다세대에 투자하 라, 전원마을에 투자하라는 소리가 높다. 사회생활에서 은퇴한 노인 들에게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세는 굉장히 유혹적이다. 다세대를 분 양 받으면 노후가 보장된다는 디벨로퍼의 말만 믿고 그들은 덜컥 다 세대를 계약한다. 전작 생선장수 경매 염장지르기 에서도 밝혔지만 다세대도 아 파트와 마찬가지로 소비재다. 처음에는 깨끗하다는 이유로 세입자 도 잘 들어오고 공실률이 적다. 꼬박꼬박 월세가 들어오니 좋을 것 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름에 따라 다세대 주택지는 금세 슬럼화된 다. 오히려 아파트의 슬럼화보다 그 속도 면에서 더 빠르다고 할 수 있다. 다세대 주택의 특성상 공동의 관리주체가 없다보니 개인이 알아 서 관리를 해야 하는 실정이다. 당연히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관리를 기대할 수 없다. 아무리 내 집에서 쓸고 닦고 관리를 잘한다고 해도 옆집에서 관리에 소홀하게 되면 동네 자체가 지저분해진다. 오지랖 넓게 집집마다 따라다니며 벽을 새로 칠해라, 죽은 정원수 좀 파내 라, 쓰레기 좀 한 곳에 버려라 잔소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전원마을 역시 디벨로퍼들이 단골로 추천하는 투자대상이다. 일 단 덩치가 크다보니 성공시키기만 하면 떨어지는 게 많다. 그래서 전원마을을 선전하기 위해 온갖 꾀를 짜내는데 심지어 유명인사에 76

79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77 게 땅을 공짜로 주마 제안하기도 한다. 유명인을 미끼로 일반 소비 자를 설득하려는 것이다. 이곳에는 장차 예술인 마을이 조성될 예정입니다. 유명 짜한 작 가 아무개도 내려온다고 했고, 또 다른 아무개도 이곳에 온다고 했 습니다. 유명인들이 찾아올 만큼 환경이 좋은 곳입니다. 강남에 살 던 그들이 이곳을 택한 것은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이런 식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명인은 공짜로 땅을 준다고 해도 받지 않는다. 땅만 주면 뭐하나, 그 몇 배에 달하는 건축비가 들어갈 텐데. 누가 연고도 없는 그곳에 억 단위 건축비를 들여가며 내려와 살 것인가. 그가 유명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덥석 땅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람은 선전이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주는 사람도 없 다. 디벨로퍼들이 이런 일들을 하는 것을 안다면 유명인 아무개가 이곳에 오기로 했다고 꼬드겨도 일단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나중에 가서 원래 오기로 했는데 개인사정으로 못 오게 되었습니다. 이런 소리 할 것이다. 나의 어머니는 도시락 반찬으로 장아찌를 자주 싸주셨다. 그것도 전통식의 아주 짠 장아찌였기 때문에 월요일에 가득 싸주시면 금요 일까지 상하는 일도 없이 그냥 그대로 밥만 싸 가면 됐다. 이런 나의 반찬은 아주 요긴했다. 소시지며 계란 등 맛 나는 반찬이 모두 없어 사기꾼과 판사 77

80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78 지면 진가를 톡톡히 발휘한다. 항상 이놈의 장아찌라는 놈이 있어 반찬 부족으로 밥을 먹지 못하는 일은 없었으며 아무리 나누어줘도 남기 때문이다. 나눔이라는 것은 단순히 물건을 나누는 것이 아니다. 시간을 함께 하는 것이다. 지주클럽 사람들은 누군가는 양주를 사오고, 소주를 사오고, 치킨을 사온다. 또한 누군가는 자리를 준비하고 누군가는 술자리를 청소한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더함과 못함을 따지는 이가 없다. 함께 시간을 나누는 것이 즐겁고 행복하기 때문이다. 서로 함 께하는 것은 외롭지 않기 위해서다. 아무리 옳은 일이라고 해도 혼 자 믿고 실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78

81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79 아파트 경쟁률의 비밀 지난 수십 년 동안 대한민국에서 아파트 분양을 시작한 이래 우리 는 끊임없이 분양률에 대한 기사를 접해왔다. 기사에 의하면 대한민 국 아파트들은 하나 같이 높은 분양률을 자랑한다. 하지만 여기에 불편한 진실이 있다. 당국, 건설업자, 분양업자, 부동산업자, 언론, 전문가 모두 알지만 아무도 꺼내지 못하는 이야기가 있다. 그들은 왜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 나 름대로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자칫 상대방의 밥그릇을 건드렸 다간 내 밥그릇마저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 바닥에는 우정 아닌 우정으로 맺어진 존재들이 있다. 이는 장사꾼의 논리요, 그들 이 말하는 상도덕의 진실이다. 분양률이라는 것은 통계 가 그러하듯 합법적인 거짓이다. 청약 을 한 후에 설사 분양을 포기해도 청약통장 외에는 그다지 금전적으 사기꾼과 판사 79

82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80 로 손실을 입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청약자는 일단 분양부터 받 고본다. 이처럼 아파트 분양이 최종적인 계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에도 많은 사람들이 분양권 매매를 통한 차익을 꿈꾸고 그것이 가능하다 고 믿는다. 소위 떴다방 이라는 부동산업자들이 존재하는 이유다. 현재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는 아파트 시장이 침체일로로 걷고 있기 때문에 이미 지나버린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놀 랍게도 이러한 수법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고 현재도 버젓이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다. 나는 92학번으로 2차 베이비붐 세대이자 가장 높은 대학 입시 경 쟁을 치룬 세대이다. 전대협과 한총련 등 학생운동의 막바지 세대이 고, 소위 X세대라는 신조어가 유행할 때 대학에 입학한 세대이다. 아직도 대학입시에 관한 기억이 선명하다. 그때만 해도 수능 이전이 었기 때문에 선지원 후시험 제도였으며 전기, 후기, 전문대로 세 번 의 진학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전기에 떨어진다면 후기에 더 좋은 대학에 입학할 기회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눈치작전이 중요했다. 눈 치작전에 있어서는 무엇보다 경쟁률을 염두에 두어야 했다. 경쟁률이 5:1이 넘으면 사실 중압감이 대단했으며, 10:1이나 20:1 이 되면 연일 TV에 보도가 나가고 지원한 학생들은 걱정으로 시간 을 보내야 했다. 예비 합격자로 올라도(겨우 3~5명 정도) 입학할 가 80

83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81 능성이 거의 없었다. 줄어드는 학생 수와 대학의 생존 방법에 대한 문제가 대두되던 시 기였다. 특히 지방대의 생존에 대한 문제는 심각했다. 이미 이 시점 이후로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 수는 줄어드는데도 정원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대학 진학률이 80%에 육박하고 있 는 지금이 오히려 경쟁률이 더 높다. 이상한 현상이다. 진학률이 늘 었는데도 경쟁률은 올라가다니. 답은 간단하다. 여러 차례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원서비만 허락한다면 얼마든지 복수 지원할 수 있다.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경쟁률이 그렇게 높다면 입주자가 없어 고 민하는 일은 없어야 하는 것 아닌가. 아파트 프리미엄은 고사하고 마이너스 프리미엄을 이야기하는 작금의 사태는 뭔가. 이는 주택청 약 통장의 매력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증거다. 일부 사람들이 수도권 지방 할 것 없이 몰려다니면서 아파트 청약을 하는 바람에 전체적인 경쟁률만 높아졌을 뿐이다. 아직도 분양권 장사에 미련을 버리지 못 한 사람이 이렇듯 많은 것이다. 과거에는 본인이 실제 거주할 지역이 아니면 청약도 불가능했고 청약할 이유가 없었으며 분양가에서도 확연한 혜택이 주어졌다. 내 가 세종시에 분양 붐이 일 당시, 주위 사람들에게 청약하지 말라고 말렸던 이유도 거기에 있다. 만약 세종시 아파트들이 동시에 분양을 사기꾼과 판사 81

84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82 했다면 과연 그 경쟁률을 채울 수 있었을까. 정리해 보자. 아파트에 입주하고자 하는 세대가 1만 가구 있다고 가정을 하자. 그런데 모처에 1천 세대 분양이 시작되었다. 그러면 1 천 세대 분양에 이들 1만 세대가 몰려들 것이고 경쟁률은 10:1이 된 다. 숫자만으로 볼 때 굉장한 결과다. 더군다나 아파트의 동호수에 따라서 가치 차이가 다르기 때문에 좀 더 좋은 곳에 입주를 하려고 그 안에서 다시 피나는 경쟁이 벌어진다. 자, 이렇게 1차 분양이 성 공리에 끝났다고 하자. 그럼 그 다음에 분양하는 아파트는 경쟁률이 9:1이 될까? 그렇지 않다. 처음보다 더 올라간다. 처음 분양에 실패한 사람들은 소문을 만들 것이고 그들은 자기뿐 만 아니라 자기 주위의 지인들을 끌고 가 분양률을 높이게 된다. 이 런 와중에 처음 분양 받은 사람은 은근히 프리미엄 욕심을 낼 것이 고 연일 떠들어대는 언론사의 분양률 고공행진 소식을 들으면서 행 복해 할 것이다. 이런 현상은 10차 분양까지 계속되며 막바지로 갈수록 분양권의 프리미엄을 노리고 청약했던 사람들에 의해 인터넷이나 찜질방, 회 사 안에서 소문이 확산된다. 청약에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의 분양권 에 프리미엄이 형성될 것이라는 강력한 믿음을 갖고 있기에 온통 자 기에게 유리한 자료만 찾아다닌다. 자기가 자기 욕심에 갇히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아직도 인터 82

85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83 넷에서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자기 좋을 대로 귀와 눈을 가리는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다. 이들에게 나의 말은 장바닥 생선장수의 싸 구려 외침으로 들릴 것이다. 사기꾼과 판사 83

86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84 투자하려면 조 일보를 보라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아버님의 가르침 덕에 나는 아주 어린 나이부터 신문을 읽었다. 지금이야 NIENewspaper In Education 다 논술이다 해서 신문을 읽는 것이 필수처럼 여겨지지만 그때만 해 도 나무로 불 때면서 밥해 먹고 학교 다니던 우리 동네에서 신문을 본다는 것은 큰 사치였다. 더군다나 초등학생에게는 가당찮은 일이 었다. 그러나 당시 나는 하루라도 신문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을 만큼 열렬한 구독자였다. 문제는 이놈의 까막골에는 조간이 저녁에 배달되고 석간은 다음날 배달된다는 것이다. 신문이 아니라 구문이 었다. 배달부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어서 우체부 아저씨가 우편물과 함께 가져다주곤 했다. 나는 연애편지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매일 대 문간을 서성이며 우체부 아저씨를 기다렸다. 84

87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85 신문은 내게 설렘의 대상이었다. 신문을 보는 버릇은 군대생활에 까지 이어져 논산 훈련소에 갔을 때도 나는 일부러 화장실 청소를 도맡아서 했다. 신문 볼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 고된 훈련생활 중 에도 냄새나는 화장실에 앉아 신문을 봤으니 내 신문사랑은 유별나 다고 할 수 있었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나는 매일 도서관에 들러 온갖 종류의 신문과 월간지를 탐독했다. 그랬기에 나름 정보라는 것에 대하여 훤하다고 믿었으며 세상을 잘 안다고 자부했다. 그러나 훗날 진짜 세상에 나 왔을 때 나는 신문에 대한 나의 믿음이 한순간에 날아가 버리는 충 격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1999년, 서울에 올라와 사업을 한답시고 이것저것 시도도 하고 제안서를 만들어 돌리던 때였다. 운 좋게 모 인사와 어울려 벤처기 업을 시작했는데 당시 나는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없었지만 나름 세 상에 대해 안다고 자부하던 터였다. 돈이 될 만한 프로그램과 아이 템을 찾아 적극적으로 개발에 뛰어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유 치한 것도 있었고 나름 신선하고 아까웠던 사업 아이템도 있었다. 많은 히트작을 성공시켰고 나는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언뜻 생 각하면 그랬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통장으로 들어온 돈은 한 푼도 없었다. 돈이 들어올 만하면 거대자본이 유사한 아이템을 개발, 탁 월한 조직망을 통해 시장을 잠식했기 때문이었다. 사기꾼과 판사 85

88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86 그렇게 1년을 보내고 나자 내게 크나큰 위기가 닥쳤다. 경제적 어 려움도 어려움이지만 무엇보다 애정전선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당 시에 나는 지금의 아내와 약혼한 상태였는데 각기 떨어져 지내다 보 니 갖가지 오해와 불신이 싹터 도저히 치유하지 못할 정도로 관계가 악화되었다. 오랫동안 교제를 해왔고 서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건 만 남녀관계는 생각보다 풍파에 강하지 못했다. 게다가 3년이라는 연애기간은 충분히 권태를 불러올만한 시간이었다. 다행히 잘 극복 하고 현재 아들 딸 낳고 잘살고 있지만 그때 일만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하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젊은 친구들을 만나면 돈보다 제1순 위로 평생 함께 할 배우자를 찾는 데 시간과 공을 들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나의 책은 29금 이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알게 된 것은 신혼여행을 다녀온 직후였다. 7 일이라는 기간을 아무 일도 안 하면서 오로지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 는 데만 썼다. 결론적으로 그동안 내가 뜬구름 잡는 데 매달려 있었 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업이 안 되는 것도 아닌데 통장이 마이너 스라면 말이 되는가. 뭔가 잘못된 것이다. 이제 가정을 꾸렸으니 생 계를 책임져야 했다. 나는 회사에 출근을 하자마자 사표를 제출했고 다음날로 본가에 내려가 생선장수 일을 시작했다. 노동은 정직한 것 이고, 일한 만큼 보답이 돌아오는 행위였다. 일하는 동안은 처자식 굶길 일 없는 게 노동의 매력이라면 매력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생 86

89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87 선장수 일은 육체적 활력과 삶에 대한 자극을 주었지만 어떤 창의성 도 없이 하루하루 이어지는 단순한 업무가 내게는 감옥처럼 느껴졌 다. 유일한 낙이라면 쉬는 날, 침대 위에서 뒹구는 것 정도였다. 그 러던 어느 날, 아내가 나에게 닦달을 했다. 그러고 있느니 책이라도 읽어! 비록 생선대가리를 자르고는 있지만 나름 인텔리를 자부하는 사 람이었기에 자존심 상하는 지청구가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아내의 책꽂이에 있는 책 중 가장 재미없어 보이는 책으로 한 권을 골라잡 았다. 별 생각 없이 집은 책이지만 그 책은 내 인생에 일대 전환을 가져다주었다. 인플레로 돈 버는 사람들 (맥스 샤피로, 1991년, 한울 출판사)이 바로 그것이다. 책을 잡자마자 단숨에 읽어내려 갔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내가 왜 그동안 당하고 살았는지를 생각하게 됐고 나의 사고방 식을 180 바꾸게 되었다. 아주 간단한 원리였다. 그들이 제공하는 정보는 갑의 입장에서 제공되는 것이었고 이제껏 나는 을이었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신문을 대하는 관점도 완전히 바꾸었다. 왜 그동안 무엇인가 하려고 할 때마다 번번이 거대자본에 당했는 지도 알게 되었다. 단적인 예로 유행 을 생각해보자. 작년에 유행한 패션이 왜 올해는 지속되지 못하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생산자 입장에서는 소비자들이 작년에 만든 옷을 다시 꺼내 입는 것을 원하 사기꾼과 판사 87

90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88 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새로운 제품을 개발한 뒤 대대적인 광고를 한다. 언론을 이용하는 것은 기본이다. 신문에 이 런 기사가 뜨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올 여름 대대적으로 유행할 옷! 대체 미래의 유행을 어떻게 알아맞힐 수 있단 말인가. 신문사는 마치 미래의 유행을 안다는 듯 말하는 것도 모자라 독자에게 이런 정보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본말이 전도된 격이 아닌가. 유행이란 게 무엇인가. 대중의 선택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보이는 것 아닌가. 유행은 당연히 사후적인 문제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들 의 유행 은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되어버렸다. 투자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은 우 리가 투자를 통해 돈을 벌기를 바라지 않는다. 투자를 통해 돈을 쓰 기를 바란다. 그들이 제공하는 정보는 보이지 않는 조작에 의하여 우리들에게 제공되고 우리들은 그 정보에 따라서 투자를 하고 최종 적으로 큰 손해를 보는 격이다. 조 일보의 재미는 여기에 있다. 그들은 극히 보수적이며 기존 자 본 세력의 이익을 대변하는 데 충실하다. 그들이 좋다고 하는 것은 우리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는 그들이 좋다고 하는 것에 속지 말고 나쁘다고 하는 것만 따라 하 면 저절로 성공하게 되어 있다. 88

91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89 이러한 현상은 정부정책과도 상통한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초기에 녹색성장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녹색성장과 관련하여 투자 했던 모든 사업은 실패로 돌아갔고 오로지 한강의 녹색, 녹조만이 성장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시골 사람들이 농사로 성공하려면 한 가 지만 명심하면 된다. 6시내고향 에서 고소득 작물이라고 소개하 는 작물만 재배하지 않으면 된다. 그들이 말하는 작물은 어김없이 그 다음해 공급과잉 및 가격폭락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조 일보처럼 보수적인 신문은 아주 그 색깔이 분명하기 때 문에 전문가라고 나와서 떠드는 이야기에는 모두 꼼수가 있다고 보 면된다. 아파트 공화국 이라는 책이 출판된 것이 2007년이다. 바 야흐로 아파트 가격이 정점을 향해 치닫는 중이었다. 이 책은 아파 트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거기에 대한 반사작용으로 다른 주거형태 로의 변화를 예견했다. 이를 계기로 아파트에 대한 회의론이 대두되 었고 많은 사람들이 도시형 개인주택인 땅콩주택이나 도시의 타운 하우스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전국 각지에 있는 산속 집단수용소 같은 전원마을이 분양되었다. 하지만 시장은 그렇게 가지 않았다. 아파트의 인기는 더욱 높아졌 으며 보급률도 올라갔다. 섣불리 다른 곳에 투자했다가 피를 보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이런 정보를 기사화하고 가공해주는 신문들 때 문에 도시의 타운하우스가 부도 나고 땅콩주택은 각종 소송에 휩쓸 사기꾼과 판사 89

92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90 리게 된 것이다. 결국 그들이 제공하는 정보는 소비자를 위한 정보가 아니라 마케 팅을 위한 자료였던 것이다. 근거도 없는 내용을 갖고 마치 검증이 라도 받은 것처럼 각종 자료를 인용하고 권위를 앞세워 소비자를 설 득시킨 것이다. 그 대표주자가 바로 조중동 이라는 분이시다. 아파트 경매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만약에 당신이 특정 아파 트의 경매에 참여하려고 한다면 이들 신문에 언급한 기사 내용과 다 른 아파트를 골라야 한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조중동은 갑 을위한 신문이지 우리들 을 을 위한 신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요한 사실 은 지역 작은 신문인 옥천신문을 계기로 전국에서 안티조 운동 이 일어났고 이제 조중동을 욕하는 것이 두려움의 대상이 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운동을 처음 시작한 옥천신문 전 사장님있었던 오한흥씨는 지금 옥천에서 가장 유명한 이장님이시다. 옥천신문 이 사라는 나의 직함이 자랑스러운 이유도 모두 지역 풀뿌리 언론을 위 해 수고하는 분들 때문이다. 그럼에도 조중동은 여전히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그 들이 아름다운 시골풍경을 보여주면서 전원마을에 투자하라고 한 다. 그 반대로 하면 된다. 그래도 아파트에 투자하기가 너무 두렵다 면 산속 시골이 아닌, 생활 편의시설이 제대로 들어선 도시형 전원 마을을 찾아보면 된다. 의외로 우리나라에는 그런 곳이 많다. 90

93 전원마을본문-수정 :57 PM 페이지91 인플레로 돈 버는 사람들 (맥스 샤피로, 1991년, 한울 출판사)은 미국 금융위기가 찾아오고 20년이 더 지난 2009년 6월에 재판을 인 쇄하게 된다. 초판본에서 지적한 금융부분이 정확하게 일치했기 때 문이다. 지금 나의 책꽂이에 귀하게 모셔져 있는 책이 1991년 초판본이 다. 미안하게도 이 책은 아내가 국군청평병원 장교로 있으면서 그곳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다. 무슨 생각에 빌려 왔는지는 몰라도 읽지도 않으면서 반납하지 않은 책이다. 그래서 책에는 국군청평병원 이라 는 도장이 찍혀있다. 나중에 아내가 연체료까지 생각해서 반납해야 할 문제이다. 난 아내의 책을 본 것뿐이다. 사기꾼과 판사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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