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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Vol. 47 여름 서울 남산에는 질곡의 역사를 온몸으로 경험하며 독립운동에 일생을 바쳤던 백범 김구 선생의 동상이 있다.

2 PROLOG 대한민국임시정부와 나란히 대한민국임시정부의 헌법 대한민국임시정부와 그 헌법이 성립하게 된 사상적 배경은 1919년 3 1운동 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운동은 일제강점기에 살던 국내외의 2,000만 한민족 ( 韓 民 族 )이 다 함께 참여한 거족적인 민족운동이었다. 이와 같이 독립을 위한 한민족의 의지는 자연히 조직적인 국가차원의 독립투쟁을 갈망하게 되어, 그 뒤 각지의 독립운동가들은 국권회복과 항일투쟁을 위해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하였다. 대한민국임시정부에서 제정한 대한민국임시정부헌법은 독립을 위한 조직적 저항운동단체의 기본법이라 할 수 있다. 임시정부의 헌법은 특수한 범주에 속 하는 임시정부의 임시헌법이기 때문에, 그 체제와 내용에서 통상적인 헌법과 는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1919년의 대한민국임시헌법(통합헌법)과 1945년의 대한민국임시헌장(제5차 개헌)에서는 근대입헌주의적 헌법의 면모 도 발견할 수 있다. 임시정부의 각 단계의 헌법에서부터 현행 헌법까지 각 단계의 헌법 전문( 前 文 )에는 3 1독립정신 이 우리 민족의 건국정신임을 천명하고 있다. 이는 3 1운동의 역사적 산물인 대한민국임시정부와 그 헌법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정신적 기원임을 입증하는 것이라 하겠다.

3 Contents 14 열다 04 마음의 문 희생과 헌신으로 조국 광복에 기여한 한국의 여성들 06 들여다 보기 광복 70주년과 한국여성 독립운동 10 함께 생각하기 1 여성 독립운동가의 정신 되살리기 14 함께 생각하기2 역사의 조명에서 비껴난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활동 무대를 찾아서 30 잇다 18 아름다운 인연 전월순과 김근수, 독립전쟁 현장에서 부부의 인연을 맺다 22 史, 돋보기 독립운동가들의 일상, 대한민국 임시정부 구성원들의 의식주 26 말과 시간 (사)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 엄기남 이사 광복 70주년 그분의 꿈은 이 땅의 완전한 통일입니다 30 그곳에 가면 백범의 삶을 단련시킨 역사지대, 인천 46 묻다 34 특별한 정신 나눔의 집 소녀들은 아직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36 통일교육가이드 교실에서 싹틔우는 통일 의식 38 다시 읽는 백범일지 년 백범일지 독서감상문쓰기대회 42 다시 읽는 백범일지 년 백범일지 독서감상문쓰기대회 수상작 44 더없이 좋은 날 교육과 재미를 한번에! 백범김구기념관 어린이날 문화행사 46 기념관소식 48 안내마당 49 독자 참여마당 Quiz Quiz 통! 통! Summer Vol.47 발행일 / 2015년 6월 22일 통권 47호 발행인 / 김신 발행처 / 백범김구기념관 사단법인 백범김구기념사업협회 서울시 용산구 임정로 26 기획 편집 인쇄 / (주)성우애드컴 본문에 실린 외부 집필자의 글은 우리 관과 협회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4 열다 마음의 문 희생과 헌신으로 조국 광복에 기여한 한국의 여성들 글 장세윤(동북아역사재단 책임연구위원) 순국선열의 희생과 헌신 다시 생각해야 올해는 우리에게 광복 70주년이 되는 해이며, 세계적 차원 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종결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와 관련하여 유럽과 러시아, 중국 등지에서는 다양한 기념행사 와 축전( 祝 典 ) 등을 추진하였거나, 향후 성대한 행사와 이벤 트를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오늘의 시점에서 이러한 주요 역사적 계기와 국내외적 상 황, 국제관계 등을 고려하면 우리는 어떠한 현상과 문제를 역사적 관점에서 판단하고 해결하며, 투철한 역사의식과 통 찰력을 갖추고 추진할 필요성을 느낀다. 하지만 우리는 어 떤 대상이나 사물, 현상의 본질에 대해 성찰할 때 역사적 측 면에서의 접근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6월 6일은 현충일( 顯 忠 日 )이다. 현충일은 글자 그대로 나라 와 민족을 위해 충성을 다하다가 순국하신 분들을 기리고 높이 드러내는 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오늘날 번영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성립을 가능케 한 순국선열의 희 생과 헌신을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우리가 잘 모 르거나,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여성독립운동가들의 활약 을 발굴하고 재검토하며, 그 의의를 되새기고 후세들에게 제대로 교육하여 계승케 하는 것이야 말로 시급한 현안이라 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독립운동사에서 여성들의 활동 다시 주목 2014년 말까지 대한민국 정부에서 포상한 독립유공자는 모두 1만 3,744명으로 파악된다. 이 가운데 여성 독립운동 가는 겨우 246명에 불과하다. 전체 포상자의 1.8%밖에 되 지 않는다. 관련 기록이 별로 없고,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 는 당시 사정을 고려한다 해도 지나치게 적은 비율이 아닐 수 없다. 독립운동사에서 여성들의 활동을 다시한번 주목 할 필요가 있다. 그분들의 희생과 헌신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려온다. 여성 이라서, 특히 어머니라서, 아내 또는 며느리이기 때문에, 딸 이기 때문에 겪은 차별과 고통, 쓰라림은 우리의 상상을 초 월했을 것이다. 위대한 한국의 여성들은 어머니 품같은 자 애로움을 보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엄한 회초리와 질책 등 을 통해 당신의 자제와 남편, 주위 남성들을 각성케 하였다. 한국을 대표하는 저명한 독립운동가의 한분이라고 할 수 있는 안중근 의사와 김구 주석의 경우 조마리아 여사와 곽 낙원 여사같은 훌륭한 어머니가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독 립운동이 가능했다는 사실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또 윤 희순 여사와 유홍석( 柳 弘 錫 ) 유제원( 柳 濟 遠 ) 일가, 이회영 일가와 이은숙 여사, 그리고 남자현 오광심 허은 김마리아 여사, 3 1운동에 앞장선 유관순 열사, 기생신분으로 3 1운 04

5 동에 앞장선 여성 등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다. 어려운 시기에 중국 관내지역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이 끌었던 김구 주석의 어머니 곽낙원 여사의 강한 기개와 꼿꼿 한 자세는 아들을 흔들림없는 독립운동의 거목으로 성장시 켰다. 백범일지 에 실려있는 일화를 일부 소개한다. 남경( 南 京 )에서 어머님 생신 때 청년단과 우리 동지들이 돈 을 모아 헌수( 獻 壽,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여러사람이 모여 상을 차림)하려는 눈치를 알아챈 어머님은, 그 돈을 나에게 주면 내 입맛대로 음식을 만들어 먹겠다. 하셔서 돈으로 드 렸다. 그런데 어머님은 드린 돈에 도리어 보태어 권총을 사 서 일본놈 죽이라며 청년단에 하사하셨다(김구[도진순 주 해], 백범일지, 돌베개, 1998, 367쪽). 1 이처럼 곽낙원 여사는 대한민국임시정부가 피난생활을 하 던 그 어려운 시절에도 근검절약을 솔선수범하며, 아들 김구 의 독립운동을 물심양면으로 적극 지원하였던 것이다. 중국 동북지역에 이주했던 지사들의 이상과 기개는 매우 높 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매우 어렵고도 엄혹한 조건에서 몹시 곤란한 생활을 영위해야 했다. 특히 이들을 뒷받침해야 했던 여성들의 고통은 더욱 심했다. 마침 올해 5월의 독립운동가로 안경신 여사(1888~?)가 선 정되었다. 하지만 이 위대한 여성독립운동가를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안경신 여사는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지원할 목 적으로 조직된 대한애국부인회에서 활동하였다. 그는 1920 년 미국 의원단의 방한을 계기로 국내로 파견된 광복군총영 의 결사대에 참가하여 평양의 평안남도 도청에 폭탄을 투척 년 3 1운동 당시 종로거리의 시위 행진에 참가한 여성들 2 프랑스 껑(Caen)에 있는 노르망디 메모리얼(전쟁박물관). 제2차 세계대전의 기억, 역사와 평화를 위한 전시를 표방하고 있다. 하는 용맹을 과시하여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더구나 그녀 는 임신부였다. 그녀는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사형을 선고 받았으나, 감형되어 10년간 옥고를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자랑스러운 우리 어머니와 누나, 언니, 며느리 등 독립운동 에 헌신하거나, 표를 내지 않고 뒤에 숨어서 독립운동을 지 원하고 후원하며 성원한 여성들을 부지런히 발굴하고 정리 하여 널리 현창( 顯 彰 )해야 하겠다. 2 05

6 열다 들여다 보기 광복 70주년과 한국여성 독립운동 글 윤정란(서강대 종교연구소 연구원) 나라를 위하는 마음에는 남녀가 없다 한국여성독립운동사는 한국여성운동사의 특징과 깊은 관련이 있다. 한국여성운동이 본격적으로 시 작된 것은 1898년 여성교육운동의 일환으로 조 직된 찬양회부터였다. 당시 여성들은 찬양회를 조 직한 날 여권통문 을 선언했는데, 그 내용은 다 음과 같다. 여성과 남성은 똑같은 인간인데 그 차 이를 보게 된 것은 교육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자 도 남자와 똑같이 교육을 받는 일만이 남녀 동권 ( 同 權 )을 갖게 되는 유일한 길이다, 여자가 교육 을 받게 되면 남자처럼 사회생활을 할 수 있고 사 나이가 벌어주는 것만 받아 먹는 멍에에서 해방될 수 있다 고 주장했다. 06

7 1 그러나 당시 한반도에서는 서구와 같은 이러한 여성지위향상을 위한 운동을 지속할 수 없었다. 일본제국주의의 정치적, 경제적 침략으로 20세기 초까지 근대산업의 발달 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구에서 산업혁명 이후 공장에서의 대량생산은 많은 여 성들을 필요로 하였고 여성들의 사회 참여가 불가피하였다. 여성들은 사회 참여에서 남녀 지위에 대한 불평등한 상태를 자각하게 되어 여권신장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나 한반도는 근대산업이 채 발달하기 전에 국권을 상실하는 민족적 비극을 겪게 되었다. 그러자 여성들은 남성들과 함께 구국운동에 나섰다. 1 대한애국부인회 43주년 기념 여성들의 구국운동은 갑오농민전쟁, 의병운동 등에 개인적으로 참여하거나 자결( 自 決 )로 민족의 비운에 항의하는 것이었다. 여성들이 단체를 조직하여 구국운동에 나선 것은 국채보상운동부터였다. 대구 남일동에서 패물폐지부인회( 佩 物 廢 止 婦 人 會 )를 조 직하여 전국 부녀 동포에게 격문( 檄 文 )을 보냈다. 즉 나라 위하는 마음과 백성된 도리 에는 남녀의 차이가 없는 것인데 여자는 어떻게 참여해야 할지 방법을 논하지 않아서 우리를 패물로서 참여하겠다 고 선언했다. 이를 기점으로 서울, 인천, 대구, 부산, 삼화 항, 창원항, 안악, 진주, 남양, 김포, 제주도 등에서 국채보상부인회가 조직되었다. 하지 만 이는 일제의 방해로 쇠퇴하였다. 일본 제국주의는 이러한 여성운동을 용납하지 않았다. 식민지 통치에 대한 정치적 충 성을 강요할 목적으로 수동적인 형태의 복종과 일체성을 강화하였다. 항일여성단체 조직으로 독립운동 박차 가해 1910년 일제강점 이후 여성들은 남성들과 함께 독립운동에 나섰다. 가장 먼저 자료 상으로 나타난 것은 송죽결사대( 松 竹 決 死 隊 )였다. 이는 평양의 숭의여학교를 중심 으로 결성되었다. 이 조직의 구성원들은 졸업 후 지방으로 가게 되면 그 곳에서 지회 를 조직하고 해외로 나가면 해외에서 지회를 조직하였다. 이러한 이들의 운동은 3 1 여성과 남성은 1 똑같은 인간인데 그 차이를 보게 된 것은 교육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자도 남자와 똑같이 교육을 받는 일만이 남녀 동권( 同 權 )을 갖게 되는 유일한 길이다 07

8 만세운동으로 전국적으로 확대되었다. 일본 동경에서 2 8 독립선언 때 동경의 조선여자친목회는 남자 유학생들과 결속하여 함께 했다. 1919년 2월 중국길림에서는 한국의 독립을 선포한 대한여자독립선언서가 발표되었다. 세계적으 로 자랑스러운 우리 반만년 문명역사와 2,000만 신성민족이 살고 있는 삼천리 강토를 유린한 일본 제국주의를 규탄하면서 우리 여성들이 성의를 다해 독립운동에 나선다면 분명히 독립은 쟁취될 것 이라고 했다. 서양에서 스파르타의 사리와 이탈리아 건국의 어머니 메리야, 그리고 조선의 논개와 평양의 화월을 소개하면서 이들처럼 국가와 민족을 위해 떨쳐 일어날 것을 주장했다. 이처럼 옛날 에도 서양과 동양, 즉 우리나라에서도 남성들과 똑같이 조국과 민족을 위해 일생을 살다 간 여성들 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조국 독립을 이뤄내는 것은 여성들도 국민으로서 당연한 권리와 의무라 고 밝혔다. 이 선언서는 노령에서 1,000여 장이 인쇄돼 간도를 비롯해 국내외 각지로 송부됐다. 미 주 대한여자애국단은 독립운동을 위한 모든 행사에서 3 1독립선언서와 함께 대한독립여자선언서 를 동시에 낭독하였으며, 이를 통해 광복할 때까지 독립정신을 고무시켰다. 1919년 3 1운동 당시 여학생과 기독교 여성들이 가장 많이 참여하였다. 반영운동( 反 英 運 動 )을 했던 인도의 자와하루 네루는 옥중에서 어린 딸에게 보낸 편지에서 코리아에서는 대학을 갓 나온 소녀들 이 이 투쟁에서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 아마 너도 마음이 끌릴 것을 안다 라고 했다. 3 1운동은 같은 민족으로서 공동의식, 공동감정, 공동이해, 공동문화, 공동운명이라는 유대의식을 자각시켰으며, 근대민족운동의 시초를 이루었다. 1919년 대한민국임시정부가 건립되었을 때 임 시헌장 제3조에 대한민국의 인민은 남녀귀천 및 빈부의 계급없이 일체 평등으로 함 이라고 명시 되었으며, 제5조에 대한민국의 인민으로서 공민의 자격 있는 자는 선거 및 피선거권을 가진다 라 고 되어 있다. 여성들이 그만큼 적극적으로 이 운동에 참여했기 때문이었다. 3 1운동 이후 여성들의 독립운동은 국내에서 상해의 대한민국임시정부와 연결된 직접적인 항일여 성운동으로 이어졌다. 항일여성운동은 대한애국부인회본부, 평양애국부인회, 대한부인청년단 등 의 항일여성단체들이 조직되었다. 이 조직은 일제의 방해로 모두 해체되었다. 1920년대 중반 이후 여성들의 독립운동은 사회주의운동과 민족주의운동으로 전개되었다. 이 두 운동 모두 민족의 독립 과 여성의 지위 향상을 꾀했다. 민족주의운동은 특히 교육운동에 치중하였다. 조선여자교육협회, 경성여자청년회, 여자엡윗(Epworth)청년회, YWCA연합회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해외에서는 일본, 간도, 미주, 노령에서 여성들이 단체를 만들어 독립운동에 참여하였다. 1927년에는 사회주의, 민족주의 여성들이 단합해서 근우회를 조직하였다. 그러나 내부적인 이념 적 갈등과 일제의 방해로 근우회는 해체되고 만다. 근우회가 해체되자 이에 참여했던 여성들은 해 외의 독립운동 단체에 합류하여 독립운동 전선에서 투쟁하였다. 예를 들어 조선의용대 산하의 부 녀회, 중경 대한민국임시정부 산하의 여성광복군 등을 들 수 있다. 08

9 한국여성들은 이와 같이 항일운동을 통해 여성운동을 성장, 발전시켜 나갔 다. 교육, 국채보상, 비밀결사, 의열활동, 광복군으로서 전쟁에 참가, 또는 항 일운동가 가족으로서 항일운동을 지원하는 등 많은 활동을 벌였던 것이다. 여성항일투사들이 바라는 건 평화의 노래 중국 상해에서 김구의 어머니 곽낙원도 다른 임시정부의 여성들과 마찬가 지로 독립운동가들을 뒷바라지했다. 곽낙원은 며느리 최준례가 세상을 떠 난 후 손자들을 키우고 김구를 뒤에서 보살폈다. 당시 임시정부 가족들의 생 활은 매우 빈한( 貧 寒 )하였다. 그래서 곽낙원은 청년, 노인들이 굶주리는 것 이 안타까워 쓰레기통을 뒤져서 배추껍데기로 찬거리를 만들기도 하였다. 독립운동가 가족의 여성들은 여성이라는 점을 이용하여 일본경찰과 군대를 탐색하고 정보를 수집하였다. 독립운동가 이병화의 부인 이해동은 시어머니와 함께 산에 가서 땔나무 구해 오기, 집안 의 노인들 모시기 등의 일 이외에도 부업으로 중국 사람이 경영하는 피복 공장에서 단추 구멍 만드는 일 등을 하여 가정 경제에 일조( 一 助 )를 하였다. 우당 이회영의 부인 이은숙 도 공장에 다니기도 하고 유곽( 遊 廓 ) 여성들의 옷을 삯바느질, 삯빨래 등을 하면서 가정 경제를 책임졌다. 2 2 하와이 애국부인회 이처럼 제국과의 전쟁에서 직접 저항에 나선 여성들이 있었던 반면, 한편에서는 제국의 침탈로 지독한 비극을 치러야 했던 여성들이 있었다. 가장 큰 민족적 비극이자 전쟁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전 세계 여성들의 대표적인 비극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위안부 여성들 이었다. 우리 여성들은 위안부 경험을 가졌던 할머니들과 연대하여 세계에 평화를 호소 하면서 두 번 다시 전쟁으로 여성들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말 것을 예술작품, 시위, 법적 투쟁 등으로 전 세계를 향하여 알리고 있다. 이외에도 분단, 전쟁, 독재 등의 우리 역사에서 여성들은 너무나 많이 희생되었다. 우리 여성들은 지금 이러한 비극을 기억하고 재현해내면서 전 세계인들에게 평화의 중요성을 외치고 있다. 제국과 식민의 시대에 우리 여성들은 제국의 불의에 떨쳐 일어나 세계평화 를 호소하였다. 해방 이후에는 두 번 다시 우리땅에서, 나아가 전 세계의 땅에서 제국과 전쟁 등으로 여성들의 비극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여성평화운동에 나서고 있다. 광복 7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제국주의에 저항했던 한국 여성항일투사들은 우리에게 무 엇을 기대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우리 땅, 전 세계 모든 땅에서 울려 퍼지는 평 화의 노래일 것이다. 09

10 열다 함께 생각하기1 여성 독립운동가의 정신 되살리기 글 백일현(중앙일보 기자) 1 여성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이야기는 더 발굴돼야한다. 단순히 남녀 평등시대 라서가 아니다. 나라를 되찾기 위한 희생에는 남녀가 따로 없었다는 것이 역사 적 진실인데도 후손들은 너무 무관심해서다. 10

11 안경신? 그게 누구야? 지난 4월 안경신 선생과 여성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기사를 쓰겠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거의 다 이러했다. 안경신(1877~미상) 선생은 광복 70주년인 올해 국가보훈처가 선정한 5월의 독립운 동가 이다. 임신부의 몸으로 일제하 관청을 향해 폭탄을 투척했고, 해산한지 12일 만에 일본 경찰 에 붙잡혔지만 나는 일제 침략자들을 섬나라로 철수시키는 방법이 무엇인가 생각했다. 그건 무력 적인 응징이었다 고 말한 용감한 여성이었다. 하지만 주변에 그녀를 아는 이는 없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인물정보에서 그녀의 이름을 검색하 면 동명이인( 同 名 異 人 ) 관련 내용만 떴다. 필자가 이후 쓴 기사(중앙일보 4월 25일자 13면 일제에 폭탄 안경신, 전투기 조종 권기옥 잊혀진 그들 ) 때문인지, 5월이 되어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5월 1일부터 네이버에는 인물 정보와 함께 안 선생의 삶을 다룬 글(국가보훈처가 제공)이 게재되긴 했 다. 하지만 여전히 안경신 이란 이름은 일반인에게는 낯설다. 대한 독립을 위해 인생을 바쳤지만 알려지지 않은 여성은 안경신 만이 아니다. 권기옥 김마리아 오 광심 윤희순 지복영. 너무도 많은 여성들이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몸부림쳤다. 그러나 일반 인들이 아는 이름은 유관순 열사 정도다. 어쩌다 이리 됐을까. 백범 비록 여성이나, 전시공작이 중국까지 알려져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남성의 보조적 역할에 머무른 것도 아니다. 권기옥(1901~1988) 선생은 3 1 운동에 참가해 구금됐고 임시정부 군자금을 모으다 6개월 옥고를 치렀다. 상하이로 밀항한 뒤에는 폭탄을 싣고 가 일왕이 사는 곳을 폭파하겠다 는 의지로 중국 항공학교에 입학했다. 남장도 하고, 남성과 같은 혹독한 훈련을 견뎌 1925년 최초의 한국인 여성 비행사가 되었다. 그 후, 1932년 상 하이사변에서 전투기를 몰고 일본군과 싸웠다. 1 대한독립여자선언서 2 생존해 있는 여성 광복군 출신 오희옥 여사 여성 광복군 1호 신정숙(1910~1997) 선생도 못지 않았다. 김구 선생은 백범일지 에서 그를 이렇 게 평가했다. 비록 여성이나 총명, 과감하여 전시공작의 효과와 능률이 중국 방면에까지 널리 알려 져 칭찬을 받았으며, 자신도 항상 자기가 경이적인 공헌을 하리라고 마음 먹고 있어 장래가 촉망되 는 바이다. 여성 광복군도 전투 군사훈련을 받았다. 생존해 있는 여 성 광복군 출신 오희옥(89) 선생은 필자에게 여성 광복 군도 최전방에서 지원병 모집 공작도 하고 군사훈련도 받 았다. 광복군의 한반도 침투작전이 성사됐으면 전투에 도 나섰을 것 이라고 말했다. 여성 광복군의 맏언니 로 불 2 린 오광심(1910~1976), 대한의 잔다르크 로 불린 지복영 (1920~2007) 선생 등도 있었다. 11

12 4 3 5 그럼에도 후손들이 이들을 모르는 1차적 원인은 교과서에 나 오지 않기 때문 이다. 오 선생은 말했다. 손주 6명은 내가 독립 운동 한 걸 잘 몰라. 아들이 할머니는 독립운동을 한 분 이라 해 도 손주들은 취업난만 걱정이지. 애들이 알려면 교과서에서 제 대로 알려줘야 해. 교육부 조사(2014년) 결과 여성 독립운동가 를 다룬 역사교과서는 18종 중 12종(66.7%)에 그쳤다. 그것도 유관순 열사만 다뤘다. 2 8독립선언, 3 1운동에 앞장선 김마리아 (1892~1944) 선생 등은 역사교과서에선 전혀 서술되지 않았다 여성광복군 오광심 4 궁녀에서 독립운동가로 박자혜 5 여성독립운동가 안경신 6 최초 한국인 여성비행사 권기옥 7 대한의 잔다르크 지복영 8 대한민국애국부인회 김마리아 9 의병장 윤희순 7 9 발굴된 여성 독립운동가 1,900명 넘지만 여성 독립운동가 관련 기록이 적은 것도 한 요인이다. 당시는 무 슨 일을 했든 여성의 활동을 적극적으로는 기록하지 않는 분위기 였다는 게 연구자들의 말이다. 오늘날 국가보훈처에서 독립유공 자로 인정 받으려면 관련 기록 등이 있어야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포상을 받기 어려운 상황인 셈 이다. 기록이 있어도 서훈( 敍 勳 )을 못 받는 경우도 많다. 2012년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조사에 따르면 독립운동 관련 수형자 신상 기록카드 중 식별 가능한 여성 수감자 카드는 187건이었는데 이 중에서도 13명만 서훈을 받았다.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그동안 발굴된 여성 독립운동가가 1,900명이 넘지만 대다수가 자료가 미비하거나 행적 미상 등으로 포상이 보류됐다 고 했다. 여러 자 료가 뒷받침이 되어야지, 수형자 카드 단건( 單 件 )만으로는 부족하 다는 얘기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현재까지 국가보훈처로부터 독립유공자 포상 을 받은 여성은 246명 뿐. 1만3,744명의 남성이 포상을 받은 것 에 비하면 1.8%에 불과하다. 최고훈장인 건국훈장 대한민국장 을 받은 30명 중에서도 여성은 1명, 중국인 쑹메이링( 宋 美 齡, 전 대만 총통 장제스의 부인) 뿐이다. 이성숙 국립여성사전시관 관장 은 쑹메이링이 아무리 한국의 독립운동을 도왔다 한들 무장투쟁 등 공적이 큰 한국 여성에게 최고 훈장을 주지 않은 것은 여성을 역사의 보조적 역할로 본 것 이라 지적한다. 반면 국가보훈처측은 한국인이 독립에 기여한 게 더 많겠지만 외국인은 외교적인 부분 이 감안될 수 있다 고 말한다. 12

13 대한민국장 다음인 대통령장을 받은 여성도 1명에 불과하다. 바로 일제의 만주국 전권대사( 全 權 大 使 ) 무토 노부요시( 武 藤 信 義 )를 처단하려 탄약을 품고 하얼빈에 갔으나 체포돼 혹독한 고 문 뒤 순국한 남자현(1872~1933) 선생이다. 유관순 열사는 다른 9명의 여성과 함께 3등급인 독립장을 받았다. 나머지는 그 아래 등급인 애국장(35명), 애족장(112명), 건국 포장(28명), 대 통령 표창(61명)이 대부분이다. 성 역할 고정관념 뛰어넘은 나라 사랑 그나마 광복 70주년을 맞아 여성 독립운동가를 재조명하려는 움직임이 있긴 하다. 새누리당 황 인자 의원이 2월 국회에서 관련 토론회를 열었고, 여성가족부 산하 국립여성사전시관이 여성 독립운동가 관련 UCC를 공모했다. 여성 대통령 시대여서 과거보단 여성 독립운동가에게 신경 을 쓰는 것 같다 는 말도 있다. 그래도 부족하다. 그 정신을 되살리려면 교과서나 책, 여러 공연 등에서 여성 독립운동가를 다 루고 관련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 사료를 발굴하는 일도 중요하다. 1983년 목포정명여자중학교에서 천장 보수 작업 중 독립운동 격문이 발견돼 거기에 적힌 7명이 2012년 국가 서훈을 받았다. 미국 LA에서도 1983년에 도산 안창호 선생의 장녀 안수산씨가 부친 유품을 정리하다 대한독립여자선언서 를 발견했다. 가로 49cm, 세로 31cm의 한지에 붓으로 쓴 한글 문서에는 김인종 김숙경 김옥경 고순경 김숙원 최영 자 박봉희 이정숙 등 8명의 이름이 있었고, 단기 4252년(1919년) 2월이라 써 있었다. 같은 해 발표된 3 1독립선언서보다 빨랐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처럼 선구적이었던 여성들이 누구인지 는 여전히 수수께끼다. 이밖에 남성 독립운동가들을 채찍질한 어머니와 부인들의 희생이 경시( 輕 視 )됐다는 지적도 있 다. 오희옥 선생의 어머니 정정선 선생은 매일 열두 가마 밥을 지어 독립군을 먹여 만주의 어머 니 로 불렸음에도 1995년에야 서훈을 받았다. 남편 오광선 장군은 1962년 서훈을 받았는데, 30년이 더 걸린 것이다. 오 선생은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난 훈장 못 받느냐 하시더라 며 안 타까워했다. 김구 선생의 모친인 곽낙원 여사도 큰 역할에 비해 덜 알려졌다는 지적이 있다. 이처럼 여성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이야기는 더 발굴되어야 한다. 단순히 남녀 평등시대 라서 가 아니다. 나라를 되찾기 위한 희생엔 남녀가 따로 없었다는 것이 역사적 진실인데도 후손들은 너무 무관심해서다. 잊혀진 영웅들, 그들의 희생 위에 살고 있음을 후손들은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여자가 무슨 이란 성역할의 고정관념까지 뛰어넘어 온몸을 불살랐던 여 성 독립운동가들의 애국 정신을 부족하게나마 되살리는 길일 터다. 13

14 열다 함께 생각하기2 1 1 역사의 조명에서 비껴난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활동 무대를 찾아서 글 이윤옥(시인,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14

15 2014년 9월 24일부터 열흘 간 필자는 중국 동북지역 항일유적지 답사를 다녀 왔는데 가장 먼저 들른 곳이 이의순 선생이 활동하던 용정 지역이었다. 그러 나 이의순 선생을 비롯한 수많은 애국지사들이 우국충정을 불태우던 명동촌 은 빈집만 가득할 뿐 썰렁했다. 가 이토오 히로부미( 伊 藤 博 文 )를 처단한 곳으 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곳은 남자현( 南 慈 賢, ~ ) 선생이 활동하던 무 대이기도 하다. 나는 여자지만 대한민족의 한 사람이며 남자와 동등한 권한이 있는 이상 일제의 국가 강탈 앞에 어찌 편안히 있겠는가? 해외에 있는 여자 로서 어찌 수수방관하고 재가안락( 在 家 安 樂 )을 탐하면서 행복하다 할 것인가? 나는 저 원수의 총검 아래서 국가를 위하여 생명을 희생하는 것을 나의 행복이라고 믿는 사람이다. 남자현 선생은 19살 때 경북 영양군 석보면의 의성 김씨 김영주에게 시집 가 단란한 생활을 꾸렸다. 그러나 일제의 만행이 점차 극성을 부 리자 남편 김 씨는 나라가 망해 가는데 어찌 집 에 홀로 있을 것인가. 지하에서 다시 보자며 결 사보국( 決 死 報 國 )을 결심하고 의병을 일으켜 이는 이의순 ( 李 義 橓, ~ ) 선생이 1919년 8월 29일 일본군과 싸우다가 전사하니 결혼 6년 만의 일 블라디보스톡 신한촌에서 열린 국치일 기념식장에서 한 연설의 일부 다. 선생은 이동휘( 李 東 輝 ) 선생의 둘째딸로 간도 명동여학교 교사로 활동하다 블라디보스톡의 신한촌으로 건너가 삼일여학교 교사로 활동 하였다. 우리에게 그 이름이 생소한 여성독립운동가 이의순 선생은 함 경남도 단천에서 태어나 독립투사인 아버지 이동휘를 따라 윤동주의 고향인 북간도 용정으로 건너갔다. 뿐만 아니라 언니 이인순도 독립운 1 광주만세운동을 이끈 박애순 선생 이무성 한국화가 작품 2 연길 소영촌 마을 이인순 선생이 활동하던 곳 2014년 9월 현재 동에 뛰어들었으니 온 가족이 조국의 독립에 초석을 놓은 집안이다. 2014년 9월 24일부터 열흘 간 필자는 중국 동북지역 항일유적지 답 사를 다녀왔는데 가장 먼저 들른 곳이 이의순 선생이 활동하던 용정 지 역이었다. 그러나 이의순 선생을 비롯한 수많은 애국지사들이 우국충 정을 불태우던 명동촌은 빈집만 가득할 뿐 썰렁했다. 한편 용정의 소영 촌 일대는 언니 이인순 선생 ( 李 仁 橓,1893 ~ ) 역시 교사로 아 이들을 가르치던 곳이다. 이들 자매는 정부로부터 1995년에 건국훈 장 애국장과 애족장을 나란히 추서 받았지만 그 이름을 기억해주는 사 람은 없다. 언니 이인순 선생은 국자가(지금의 연길) 소영촌의 조선여 학교 에서 교편을 잡은 것으로 되어 있어 그 흔적이라도 찾고자 발걸음 을 옮겼으나 90여 년의 세월은 그 모든 것들을 지운 상태였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물어물어 소영촌 일대를 뒤진 끝에 반갑게도 소영촌이라는 한글 이름이 남아 있는 곳을 찾았을 때는 마치 이인순 선 생을 보는 듯 반가움에 뜨거운 눈물을 흘린 기억이 난다. 애국지사 이 의순, 이인순 선생이 활동하던 연길을 떠나 발걸음을 옮긴 곳은 야간 열차로 꼬박 12시간이 걸린 하얼빈 이었다. 하얼빈 하면 안중근 의사 2 15

16 이었다. 남자현 선생은 그때 임신 중이었다. 핏덩어리 아들과 늙으신 시어머니를 봉양하며 때를 기다리던 선생은 46살 되던 해에 3 1만세 운동이 일어나자 항일 구국하는 길만이 남편의 원수를 갚는 길임을 깨 닫고 3월 9일에 아들과 함께 압록강을 건너 중국 요녕성 통화현( 通 化 縣 )으로 이주해 서로군정서( 西 路 軍 政 署 )에 들어가 독립군의 뒷바라지 를 하기 시작하였다. 1925년에는 채찬 이청산 등과 함께 일제총독 사 이토( 齋 藤 實 )를 암살하는 일에 가담했으며, 1928년에는 길림에서 김 동삼 안창호 외 47명이 중국경찰에 잡히자 감옥까지 따라가서 지성으 로 옥바라지를 하였다. 또 1932년 9월에는 국제연맹 조사단 릿톤 경 이 하얼빈에 조사차 왔을 때 왼손 무명지 두 마디를 잘라서 흰 수건에 한국독립원( 韓 國 獨 立 願 ) 이란 혈서를 쓰고 자른 손가락을 싸서 조사 단에게 보내어 조선의 독립 의지를 국제연맹에 호소한 여장부였다. 그 러나 왜경에 잡혀 고문 후유증으로 독립은 정신으로 이루어진다. 라는 말을 남기고 60살을 일기로 이국땅 하얼빈에서 한 많은 생을 마감해야 했다. 남자현 선생의 발자취를 찾아 당시 하얼빈 외곽의 남강외인( 南 崗 外 人 ) 묘지를 찾았으나 안타깝게도 무덤은 사라지고 고층빌딩이 즐비하 게 들어서 있었다. 수소문 끝에 남강외국인 묘지를 옮긴 곳을 찾았으 나 현재는 문화공원( 文 化 公 園 ) 유원지로 바뀌어 아쉽게도 무덤은 사 라진 뒤였다. 조국이 광복을 맞았지만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동 포들의 주검을 미처 챙기지 못하는 사이에 안타깝게도 현지의 급격한 변화로 남자현 선생처럼 유해마저 찾지 못한 애국지사가 그 수를 헤 아릴 수 없이 많다. 오늘날 발달한 교통수단으로도 연길에서 하얼 빈까지만 가는데도 꼬박 12시간 이상의 열차 를 타야하는데, 당시 독립투사들이 만주지역에 서 상해지역으로 그리고 중경에서 광복을 맞이 하기까지 수천 킬로미터에 이르는 중국 내 이 동이란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다. 2011년 2월 필자는 중국 상해에 세운 대한민국임시정 부가 유랑의 길을 걸어야 했던 27년간의 노정 을 답사 한바 있다. 상해를 출발하여 남경, 광 주, 장사, 유주, 귀주, 중경에 이르는 장장 7천 킬로미터의 노정 가운데, 운남에서는 운남육군 항공학교( 雲 南 陸 軍 航 空 學 敎 ) 출신인 한국 최 초의 여비행사 권기옥 선생의 발자취를 기렸 고, 남경에서는 의열단장 김원봉을 도와 조선 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에서 교관으로 활약했 3 남자현 선생이 묻혔던 외국인 묘지는 고층건물이 들어서 있고 당시 러시아 교회만이 그대로 있다 년 중국 선전비행을 준비하던 무렵의 권기옥 애국지사 (왼쪽에서 두 번째) 5 청농 문관효 작품 김마리아

17 던 박차정 선생의 삶의 흔적을 둘러보 았다. 그런가 하면 유주에서는 1938 년 11월 결성된 한국광복진선공작대 에서 맹활약한 오광심 선생을 비롯하 여 지복영, 방순희, 김효숙, 신순호, 연 미당, 조계림, 이국영, 오희영, 오희옥, 김병인 등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활동 하던 무대를 돌아보았다. 열(14살), 김옥실(15살), 박복술(18살), 박음전 (14살), 이남순(17살), 주유금(16살) 애국지사 가 독립운동가로 빛을 본 것이다. 실로 91년 만 의 일이다. 이와 같이 현재 여성 독립운동가들 의 발굴은 진행형이다. 안타깝게도 2015년 3 월 현재 246명(남성은 참고로 13,744명)의 여 성 독립운동가만이 국가보훈처로부터 독립운 동을 인정받은 상태이다. 한편, 중국 못지않게 여성 독립운동가 들이 활발하게 활동한 곳은 미국과 일 본이다. 1905년 하와이 이민선을 타 고 사탕수수 농장에서 거친 노동을 하 면서도 대한민국임시정부에 꼬박꼬 박 독립자금을 모아 보낸 의지의 여성 들이다. 낯설고 물선 이국땅에서도 여 성들은 대한여자애국단 등 다양한 조 직을 만들어 조국의 독립에 무한 지 원을 아끼지 않았다. 1919년 3월 2일 다뉴바 지방에서 강혜원, 한성선, 김 경애 등과 함께 신한부인회( 新 韓 婦 人 5 會 )를 결성한 강원신 선생, 1924년 애 국부인회( 愛 國 婦 人 會 )회장으로 독립운동을 이끈 차경신 선생 등도 기 억해야 할 여성 독립운동가이다. 뿐만 아니라 1919년 적국( 敵 國 )인 일 본 동경에서 2 8독립선언에 앞장선 김마리아, 황애시덕 등 여성 독립 운동가도 우리가 잊으면 안되는 독립투사이다. 어디 그뿐이랴. 국내에서 활약한 여성 독립운동가들이야말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독립운동의 초석을 마련한 분들이지만 그 이름 석 자를 기 억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 2012년 8월 15일 광복 67주년을 맞아 목포정명여학교 출신의 여성 독립운동가 7명이 국가로부터 서훈을 받았는데 이는 보훈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목포정명여학교는 1919년 4월 8일 목포지역의 독 립만세운동을 주도적으로 이끈 학교로 건물 리모델링 과정에서 천정 에 숨겨 놓은 독립운동자료가 드러나 그를 근거로 곽희주(19살), 김나 4 사회의 관심과 조명에서 멀어진 여성 독립운 동가들을 한 명이라도 알려야한다는 생각에서 필자는 지난 세월, 국내외를 돌아다니며 그들 의 활동무대를 답사하여 시와 글로 써서 서간 도에 들꽃 피다 (전 5권) 라는 책으로 널리 알 리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진행형이다. 10권에 담아도 다 담지 못할 숨겨진, 아니 잊혀진 대한 민국의 여성 독립운동가들! 그 누가 있어 이름 없이 들꽃처럼 살다가 이 여성들의 독립정신 을 세계만방에 알리랴! 표지판 하나 없는 안동의 잔다르크 김락 선생 의 무덤가는 길에 무성히 자란 잡초야 말로 잊 힌 여성 독립운동가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 여성의병장 윤희순 선생의 고 향 춘천 관촌리에서, 부춘화 선생이 해녀의 몸 으로 독립을 외쳤던 제주 세화리 장터에서, 김 마리아 선생이 2 8독립선언서를 부르짖은 동 경 YMCA에서, 남자현 선생이 숨져 묻힌 하얼 빈 남강외국인무덤 터에서, 광복의 기쁨을 맞 은 중경 토교의 허름한 신한촌에서 필자는 이 들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밝은 세상으로 나오길 빌고 또 빌었다. 광복 7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는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활약상이 온 국민에게 알려지는 원년이 되길 빌어 본다. 17

18 잇다 아름다운 인연 전월순과 김근수, 독립전쟁 현장에서 부부의 인연을 맺다 글 김형목(독립기념관 연구위원) 항일전선에 같이 활동하던 이들의 운명적인 만남은 동지에서 부부로 아름다운 인연을 맺었다. 생사를 넘나드는 현장에서도 결코 희망을 잃지 않았다. 18 1

19 새롭게 조명되어야할 여성광복군 여성광복군 전월순( 全 月 順, 일명 全 月 善 ) 여사는 흔히 진달래꽃보다도 더 붉 게 빛나는 인생 을 산 인물이라고 평가 하기도 한다. 이러한 표현과 달리 한국 근현대사를 함께 한 파란만장한 생애는 그리 알려지지 않았다. 대부분 여성독립 운동가처럼 베일 속 진주와 같은 존재로 남아 있다고 해도 결코 과언은 아니다. 2 평전은 물론 간단한 회고록조차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일제강점 기 여성들은 국내외에서 조국 광복을 위하여 고전분투하였다. 항일운동에 투신한 남편이나 부모님을 후원하거나 자녀들에게 민족의식을 일깨우는 등 이들을 독립군 재원으로 양성하였다. 또한 여성단체를 조직하여 항일단 체나 독립운동가와 가족 등을 후원하는 등 사회적인 책무 에도 소홀하지 않 았다. 직접 총칼로 무장한 채 항일무장단체 전사로서 남자 대원들 못지 않 는 대단한 활약상을 보이기도 하였고, 중국군 일원으로 활동하다가 조선의 용대나 한국광복군에 편입하여 활동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대한민국 최초 여자 전투비행사 권기옥( 權 基 玉, 1901년 1월~1988년 4월)은 중국 항공 학교 교관으로 활약하는 등 양국의 국제적인 연대를 도모하는데 앞장섰다. 조선의용대원에서 한국광복군이 되다 전월순(1923~2012)은 1923년 2월 6일 경북 상주군 공성면 금계( 金 溪 ) 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이나 언제 어떠한 이유로 중국에 갔는지 자세한 내막을 알 수 없다. 당시 한국인 대부분은 일제의 수탈 심화로 생계를 찾아 중국으로 이주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일부는 조국광복의 원대한 꿈을 안 고 망명길에 오르기도 하였다. 그녀는 1939년 9월 귀주성 계림에서 조선의용대에 입대하여 일본군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병사초모( 兵 士 招 募 ) 등의 공작활동을 전개하였다. 또한 일본군에 대한 교란작전의 일환으로 선전활동도 병행했다. 열성적 인 활동은 대원들에게 독립에 대한 사기를 북돋우는 든든한 버팀목이나 마찬가지였다. 1940년대 중국에서 전선( 戰 線 )이 확대되면서 항일무장단체 통합이 요구 1 조선의용대 성립기념(1938년 10월 10일) 2 한국광복군 배지 되는 계기를 맞았다. 독립운동단체들 의 대동단결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조 성되었고, 이념적인 대결을 지양한 통 합운동이 전개되기에 이르렀다. 이리 하여 1942년 4월 20일 개최된 대한 민국임시정부 제28차 국무회의 결의 에 따라 조선의용대 대원들 중 상당수 가 광복군으로 편입되었다. 이때부터 1945년 8월 14일까지 한국광복군 제1 지대 대원으로 활동하다가 8 15광복을 맞이하였다. 일설에 의하면, 전월순은 대한민국임 시정부 주석인 백범의 소개로 김근수 지사를 만나 가정을 이루었다. 이들 부 부는 동지로서 함께 항일운동에 매진 할 수 있었다. 상대방을 존중하는 생활 19

20 3 한국광복군 기관지 광복 표지 4 한국광복군총사령부 성립 전례 축하사 5 한국광복군 9개 준승( 準 繩 ) 3 4 되자, 2년 후 중경을 경유하여 하남성 일대에서 대적( 對 敵 ) 선전활동과 일 본군 정보수집에 종사하였다 년 7월에는 주화미국대사관 무관( 武 官 )인 버드 대령의 요청으로 광복군 제1구대 만주지구 파견공작원으로 지하활동을 전개했다. 공작비 수령과 한인 청년들을 포섭하여 조직망을 구 축하는 동시에 첩보공작도 병행하였 다. 이듬해 초순부터 광복군 OSS 훈 련과 미군 측의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 고 만주로 진출하는 도중에 극적인 해 방을 맞이하기에 이르렀다. 정부에서는 공훈을 기리어 1990년 건국훈장 애국장(1977년 건국포장) 을 수여하였다. 동지로서 서로를 격려하다 자세는 원만한 가정생활과 항일운동을 견인하는 정신적인 매개체였다. 정부에서는 전월순의 공훈을 기리어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수여하였 다. 2012년 5월 25일 노환으로 타계한 후, 5월 27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 장되었다. 김근수( 金 根 洙 )는 1912년 9월 27일 경남 진주에서 출생하여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서 성장하였다. 이후 중국으로 망명하여 1935년 5월 남경에서 의 열단에 입단하여 국사 사회과학 세계사 등 학습을 통하여 세계정세에 대한 안목을 넓혔다. 정확한 정세 판단은 일본군의 만행을 고발하는 동시에 현지 중국인들로부터 지원을 얻어내는 밑거름이었다. 그는 중국 화북지역에서 활동하는 항일운동가들 연락원으로 정보를 제공하였다. 1939년 8월에는 조선의용대 제2구대 대원이 되어 선전활동에 종사했다. 또한 방송을 통하 여 국내외 청년들에게 항일의식을 고취시켰다. 선전활동은 현지 한인 청년 들로 하여금 무장투쟁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였다. 1941년 3월 조선의용대가 서안에서 한국광복군 제1지대 제1구대로 편성 중일전쟁 이전 중국 본토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들은 국민당 정부와 우호 적인 관계로 재정적인 도움을 받았다. 국공합작 이후 공산주의 단체들이 팔 로군을 형성하였듯이 조선민족도 독 립된 부대를 조직해야 한다는 분위기 였다. 일본인 반전운동가 아오야마 가 즈오( 靑 山 和 夫 )는 조선의용대조직계 획방안을 작성하여 군사위원회 위원 장 장개석의 동의를 얻었다. 조선의용 대는 국민당정부 후원을 받아 김원봉 에 의하여 1938년 제1지대와 제2지 대로 편성 활동하였다. 김원봉 최창 익 김성숙 유자명 등이 군사위원회 정 치부원으로 참여했다. 제1지대는 박 20

21 효삼, 제2지대는 이익성이 맡았다. 조선의용대는 전투부대가 아니었다. 한 국어 중국어 일본어 등을 구사할 수 있는 대원들이 많았다. 이들은 선무공작인 선 전 업무를 맡아 일본군에게 전단을 배포 하고 확성기를 이용한 방송에 종사하였 다. 1941년 김원봉과 라이벌이었던 최창 익과 대립으로 조선의용대는 분열되고 말았다. 비극은 6 25전쟁 당시 커다란 상 처로 다가왔다. 연안파 로 지칭되는 이들 은 전쟁의 선봉에 서서 동족에게 총부리 를 겨누는 만행을 저질렀다. 한편 이듬해 봄 김원봉은 임시정부에 참여하여 조선 의용대 일부는 한국광복군 제1지대로 편 입되기에 이르렀다. 한국광복군은 1940년 9월 17일 중경( 重 慶 ) 가릉빈관( 嘉 陵 賓 館 )에서 열린 한국 광복군총사령부 성립전례식을 통해 대 한민국임시정부 국군으로 창설되었다. 이는 1919년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이 래 정식 국군을 보유하지 못했던 임시정 부가 본격적으로 독립전쟁에 참여함을 의미한다. 임시정부 산하 국군이 탄생하 는 역사적이고 감격적인 순간을 맞았다. 중국 국민당과 공산당 요인들도 참석하 여 후원을 약속하는 등 한중 연대를 결속 시키는 계기였다. 1941년 12월 8일 일제의 진주만 공습 으로 태평양전쟁이 발발하자, 임시정부 는 대일선전포고를 발표하는 등 연합군 과 함께 대일전쟁을 전개하였다. 당시 인 5 도에 주둔 중인 영국군은 버어마를 침략한 일본군과 대치 중에 있었다. 일본군에 대한 심리전과 정보 수집을 비롯한 포로 심문 등을 위한 일본 어를 구사할 수 있는 인력이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영국군은 임시정부 측에 광복군 투입을 요청하였다. 임시정부는 1943년 한국광복군 인면 전구공작대( 印 緬 戰 區 工 作 隊 )라는 이름으로 광복군을 파견했다. 대원 들은 영국군에 배속되어 공동작전을 수행하여 상당한 전과를 올렸다. 능숙한 일본어 구사는 일본군 포로 심문과 선전활동에 많은 도움을 주 었다. 연합작전 외에도 미국 전략첩보대 (OSS)와 국내진공작전을 수행 하였다. 항일전선에 같이 활동하던 이들의 운명적인 만남은 동지에서 부부로 아름다운 인연을 맺었다. 생사를 넘나드는 현장에서도 결코 희망을 잃 지 않았다. 이들의 소망이자 한민족 염원은 일본군 무조건적인 항복으 로 달성되었다. 생각만 해도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오는 1945년 8 15광 복이었다. 국외에서 맞이한 광복은 이들에게 더욱 생생하게 다가왔다. 지난( 至 難 )하고 험난한 여정에서도 서로를 아끼며 격려함으로 자신감 을 배양하였다. 귀국한 이후에는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작은 밀알이 되었다. 거창한 구호나 활동이 아닌 평범한 소시민으로 말이다. 그래 서 이들의 인연은 한국독립정신을 엿볼 수 있는 작은 실마리가 아닌가 생각된다. 21

22 잇다 史, 돋보기 1 독립운동가들의 일상, 대한민국 임시정부 구성원들의 의식주 글 조덕천(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 대한민국임시정부(이하 임시정부) 구성원들은 의식주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임시정부가 상하이 ( 上 海 )에서 머물렀던 1919년부터 1932년까지의 생활을 들여다보자. 22

23 상하이, 민족과 반( 反 )민족의 이중적 공간 상하이는 근대 한국인에게 민족과 반민족의 이중적 공간으로 인식됐다. 그래서 독립운동과 관련된 인물 들은 프랑스조계에 거주했고, 그렇지 않은 친일 성향 의 인물들은 공공조계( 公 共 租 界 )에 거주했다. 이렇게 한국인의 거주지가 둘로 나뉘었던 이유는 조계 당국 의 정책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김구가 백범일지 에 서 말한 것처럼, 당시 불란서 조계 당국은 우리 독립 운동에 대해 특별히 동정적 인 정책을 취했다. 그래서 프랑스조계에는 일제의 세력이 쉽게 개입할 수 없었 다. 반면, 공공조계 당국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런 조계지의 특성 때문에 임시정부는 프랑스조계에서 수 립될 수 있었고, 윤봉길의거 로 상하이를 떠날 때까지 그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프랑스조계는 임시정부 구성원들이 독립운동과 일상 생활을 펼쳐나가는 중요한 삶의 터전이었다. 이곳은 일제의 세력이 쉽게 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임시정 부 구성원들에게 안락함을 제공했다. 그러나 그 안락 함 뒤에는 불안과 긴장의 연속이었다. 공공조계에 자 리 잡고 있던 일제의 분열공작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 이다. 이에 따라 임시정부 구성원들은 프랑스조계 내 에서도 거주지를 수시로 옮겨 다니며, 일제의 감시를 피해 독립운동을 펼쳐야 했다. 이것은 민족과 반민족 으로 구분됐던 상하이의 생활공간과 임시정부 구성원 들이 펼친 독립운동 때문에 나타난 결과였다. 임시정부 청사와 리농주택 ( 里 弄 住 宅 )에서의 주생활 임시정부 구성원들과 임시정부 청사(이하 청사)는 떼 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청사는 기본적으로 임시정부 구성원들이 정무( 政 務 )를 보는 공적인 생활공간이었 지만, 이곳에서는 사적인 일상생활도 함께 이루어졌 다. 임시정부 수립 초기인 1919년에 마련한 하비로 ( 霞 飛 路 )의 청사는 건물의 규모도 꽤 컸고, 넓은 정원 과 정문을 지키는 인도인 경비원까지 있었다. 이때는 임시정부 구성원들이 매일 정해진 시간대로 정무를 볼 정도로 청사에서 비교적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었 1 중국옷 짱산 을 입고 있는 임시정부 구성원들 2 수립 초기 양복을 입고 활동한 임시정부 구성원들 2 23

24 3 리농주택 의 부엌 4 수립 초기 임시정부 청사 3 4 에게 소송을 당하기 일쑤였고, 고용인 월급 20원 을 주지 못할 정도로 재정난에 허덕였다. 백래니몽마랑로 보경리 4호 청사는 상하이의 서민층이 거주한 리농주택 이었다. 리농주택 은 상하이가 근대도 시로 발전하면서 생긴 연립주택 형태의 2층 건물이었다. 같은 형태의 건물이 길게 연결돼 그 건물마다 골목이 있 었다. 이 골목을 리농 ( 里 弄 ) 또는 농당 ( 弄 堂 )이라고 불 렀다. 각 주택은 한 단위로 묶여서, 里 또는 坊 으 로 이름 붙여졌다. 청사가 있던 리농주택 의 이름은 바로 보경리 였던 것이다. 이러한 리농주택 에서 임시정부 구 성원들은 셋방살이 를 하거나, 더부살이 를 했다. 경제적 상황이 그런대로 괜찮을 때에는 셋방살이 를 했고, 그 반 대의 경우에는 더부살이 를 했다. 가족 없이 홀로 생활하 던 이동녕 윤기섭 조완구 등은 1920년대 중반 김구가 마 련한 여반로( 呂 班 路 ) 단층집 에서 집단생활 을 하기도 했 다. 이때는 임시정부가 이름조차 유지하기 어려운 시기 였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임시정부 구성원들은 함께 생활면서 진정한 동지애 를 나누었고, 이를 바탕으로 내 부 결속력을 강화해 나갔다. 중국옷 짱산 ( 長 衫 )과 독립운동에 따른 의생활 임시정부의 안살림을 맡아 했던 정정화는 장강일기( 長 다. 그러나 그런 생활도 잠시뿐이었다. 하비로 청 사가 그해 말 일제의 압력을 받은 프랑스조계 당국 으로부터 폐쇄 조치당하고 말았다. 이때부터 임시 정부 구성원들은 일제의 감시와 재정난의 어려움 속에서 수시로 청사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가 1926년 백래니몽마랑로 보경리 4호( 白 來 尼 夢 馬 浪 路 普 慶 里 4 號 ) 에 청사를 마련했다. 이 청사는 임시정부가 상하이를 떠나는 1932년까지 변동 없 이 유지됐다. 김구와 김갑( 金 甲 ) 등의 임시정부 구 성원들은 이곳을 집으로 삼고 생활했다. 당시 임시 정부는 청사 가옥세 30원 을 지불하지 못해 집주인 江 日 記 ) 에서 임시정부 구성원들의 의생활에 대해 다음 과 같이 말했다. 상해에 있는 동안은 한복을 입지 않고 줄곧 짱산( 長 衫 )이라는 중국옷을 입고 지냈는데, 임정 의 어른들이건 아녀자들이건 모두 그 짱산을 입었다. 이 를 통해서 임시정부 구성원들이 상하이에 거주하는 동안 짱산 이라고 불린 중국옷을 일상복으로 입었던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그런데 처음부터 중국옷을 입었던 것은 아 니었다. 상하이에 망명한 직후 남성들은 주로 양복을 입 고 생활했다. 하지만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경제적인 어 려움에 부딪쳤고, 그래서 입고 있던 양복까지 전당잡혀 중국옷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경제적 어려움 때문 24

25 에 임시정부 구성원들은 아주 헐값에 천을 사서 만들 어 입을 수 있는 중국옷 짱산 을 일상복으로 입었던 것 이다. 배추 껍데기 를 골라 소금물에 담가두었다가 찬거리로 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우거지김치 를 김구와 이동녕 윤기섭 등이 함께 먹으며 생활했던 것이다. 독립운동가들은 독립운동을 효과적으로 펼치고자 옷 을 그 수단으로 활용했다. 대외적인 독립운동을 준비 하고 실행할 때에는 공격적인 형태 로 옷을 입었고, 한 국인 또는 독립운동가라는 신분을 숨겨야 할 때에는 방어적인 형태 로 옷을 입었다. 의도적으로 옷을 갈아 입었던 것이다. 임시정부 구성원들도 예외가 아니었 다. 김구와 윤봉길은 1932년 윤봉길의거 를 준비하면 서, 두 사람 모두 새로 산 양복을 입고 의거를 일으킬 현장을 점검했다. 또, 정정화는 국내로 잠입할 때 신 의주까지는 그 중국옷을 입고, 국내에 들어서서는 싸 가지고 갔던 한복으로 바꿔 입곤 했다. 특히 외교활 동을 주요 독립운동 방략으로 내세웠던 임시정부 구 성원들은 양복을 입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다. 이 외에 3 1절 기념식과 장례식 등의 행사가 있을 때에는 여성 들이 한복을 입은 경우도 있었다. 끼니조차 해결하기 어려웠던 식생활 상하이의 식생활 여건은 다른 지역에 비해 좋은 편에 속했다. 상하이 인근지역이 곡창지대였고, 거기서 생 산된 곡물이 모여드는 집산지가 바로 상하이였기 때 문이다. 그러나 임시정부 구성원들의 식생활은 이와 는 대조적이었다. 끼니는 먹는 날 보다 거르는 날이 많 았고, 끼니를 해결한다고 하더라도 음식의 상태와 종 류는 변변치 못했다. 주먹밥을 면할 정도는 됐지만, 한 국의 만두와 비슷한 음식 한두 개 로 하루 끼니를 해결 할 때가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음식 맛이 중요한 것 도 아니었고, 반찬 또한 여러 가지를 차릴 엄두도 못 냈다. 김구의 어머니 곽낙원은 독립운동으로 굶주리 는 청년 노인들을 구제하기 위해, 쓰레기통에 버려진 임시정부 구성원들이 상하이에 망명한 초기부터 식생 활의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아니었다. 망명 초기에는 한 달 계산으로 장기간 식사를 대주는 빠우판 ( 包 飯 )으 로 하루에 세끼를 먹기도 했다. 이것은 망명생활에 필 요한 자금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망명생활이 지속되고 자금이 떨어지면서, 임시정부 구 성원들은 식생활을 제대로 해결하기 어려워졌다. 왜냐 하면 임시정부 구성원들 대부분이 직업적 독립운동가 에 해당해서, 직접 생계활동을 하기가 어려웠기 때문 이다. 게다가 홀로 생활하는 남성이 많아서, 음식을 직 접 해결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 서 임시정부 구성원들은 직업이 있는 동포들 의 도움 으로 식생활을 해결하는 일이 많았다. 이런 생활을 한 김구는 자신을 거지 중의 상거지 라고 표현했다. 임시정부가 수립된 초기에는 독립운동을 펼치고자 많 은 사람들이 임시정부가 있는 상하이로 몰려들었다. 하지만 임시정부가 재정을 확보하고자 설치한 연통제 ( 聯 通 制 )와 교통국( 交 通 局 )이 일제의 탄압으로 붕괴된 1921년 이후부터, 임시정부와 상하이를 떠나는 사람 들이 늘어났다. 그 이유는 이때부터 임시정부가 만성 적인 재정난을 겪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임시정부 구 성원들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생활에 처하게 됐기 때문 이다. 앞에서 살펴본 임시정부 구성원의 의식주생활에 서 그 어려웠던 상황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처 럼 기본적인 생존문제는 현실이었다. 그럼에도 임시정 부가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어려운 현실을 받아들이 고, 이상을 좇았던 임시정부 구성원들이 있었기 때문 에 가능했다. 25

26 잇다 말과 시간 (사)백범김구선생 기념사업협회 광복 70주년 그분의 꿈은 이 땅의 완전한 통일입니다 26 글 손완주(자유기고가) / 사진 김진섭

27 QR코드를 스캔하면 관련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1 1 아버지 엄항섭(오른쪽)과 광복군3지대 장군 김학규 아버지와 어머니, 큰누님까지 모두 독립운동가 집안인 엄기남 선생에게 광복 70주년은 누구보다 큰 의미로 다 가온다. 여전히 통일을 가로막는 크고 작은 문제들이 적 지 않지만 자신의 어린시절을 지켜주었던 백범 할아버지 의 뜻대로 반드시 이 땅에 통일국가의 꿈이 실현되리라 믿고 있다. 제가 일곱 살 무렵이던 1944년 중경의 대한민국임시정부 청사에 자주 놀러가곤 했어요. 청사 안으로 들어서면 가운 데 계단이 있고 오른쪽으로 방이 하나 있었는데 그 방에서 아버지가 일을 하셨습니다. 늘 바쁜 모습이셨습니다. 엄기남 선생이 아버지와 온전히 함께 지낸 시간은 해방된 이후인 1946년부터 딱 4년에 불과했다. 그 이전 일은 너무 남경에서 태어난 아이, 엄기남 (사)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 이사인 엄기남( 嚴 基 南 ) 선생은 임시정부 요인이며 독립운동가였던 어려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머니나 큰누나인 엄기선 씨 말을 들어보아도 아버지는 집안일에는 도통 관심이 없는 채 늘 김구 선생을 모시고 독립운동에만 열중하셨다고 한다. 엄항섭, 연미당 부부의 2남 4녀 중 차남이다. 중국 남경( 南 京 )에서 태어나 기남( 基 南 )이라는 이름으 로 불리게 된 그는 아직도 김구 선생과 임시정부에 대한 기억을 오롯이 안고 살아가고 있다. 어린 기남은 늘 아버지가 그리웠고 한국전쟁 당시 형님마 저 행방불명되는 불행을 겪으면서 외로운 어린시절을 보내 야 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큰누나인 엄기선이 늘 기 남을 등에 업고 살뜰하게 보살펴 준 것이었다. 엄항섭, 연미 중국어, 영어, 러시아어를 비롯해 5개 국어에 능통 했던 그의 아버지 엄항섭은 김구 선생이 가장 믿고 아끼던 측근이었다. 어머니 또한 애국부인회를 비 롯한 여성 독립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며, 경 제적인 어려움을 자주 겪었던 김구 선생과 임시정 부 요인들을 살뜰하게 챙긴 분이기도 하다. 당 선생의 맏딸이었던 엄기선은 부모님과 함께 독립운동 일 선에 나설 정도로 기백이 대단했다. 그녀는 힘든 상황에서 도 학업에 열중해 서울대 문리대 영문과를 수석으로 합격할 정도로 주위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영재였다. 지난 2002년 큰 누나인 엄기선이 임종을 맞았을 때 엄기남 선생은 마치 하늘이 무너진 것처럼 눈물을 흘렸으며 지금도 누님에 대한 27

28 잊지 못할 그리움을 간직하고 있다. 엄기남 선생은 굴곡진 자신의 가정사를 뒤돌아보면 나라를 위해 독립 운동에 헌신했던 많은 분들이 너무 심한 어려움에 처하며 살아온 것 같 아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말한다. 특히 대한민국의 완전한 독립과 통일을 위해 평생을 헌신하신 김구 선 생의 최후를 떠올리면 이런 회한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백범 할아버지는 무섭고, 무뚝뚝한 분이셨습니다. 하지만 누구보다 저를 많이 예뻐하고 친손자처럼 귀여워해주셨습니다. 2 부모님(엄항섭, 연미당)과 형님 엄기동, 누나 엄기선 3 백범 김구 선생, 경교장 식구들과 함께 (앞줄 맨 왼쪽, 어린시절 엄기남) 2 백범 할아버지의 마지막을 보며 해방을 맞아 수송보통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이던 엄기남은 일요일을 맞아 모처럼 아버지의 손을 잡고 세브란스병원 옆에 있던 남대문교회 로 주일 예배를 드리러 갔다. 여느 날처럼 무사히 예배를 마치고 집으 로 돌아온 아버지 엄항섭은 갑작스럽게 걸려온 전화 한 통에 온 몸을 떨며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만다. 경교장에 계신던 김구 선생이 안두희의 흉탄( 凶 彈 )에 목숨을 잃으신 것이다. 엄기남은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경교장으로 정신없이 달려갔지만 이 미 그곳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발 딛을 틈조차 없었다. 평소 김구 선생을 경호하던 사람들도 볼 수가 없었으며 낯선 이들이 몰려든 사람들의 출입을 막고 있었다. 그때 아버지인 엄항섭이 낯선 이들에게 네가 누구냐? 날 모른다면 사람도 아니다 라며 화를 내신 후 곧 경교 장 안으로 엄기남과 함께 들어가셨다. 하지만 임시정부 시절부터 환국한 이후까지도 그토록 엄기남을 사랑 하셨던 김구 선생은 이미 경교장 로비 끝에 흰두루마기를 입으신 채 말 없이 누워계셨다. 누군가 김구 선생의 유체에 손을 댄듯 얼굴에 반창고 를 붙이고 계셨으며 아버지 엄항섭의 하늘이 무너질듯한 통곡 소리가 소년의 가슴을 뒤흔들어 놓았다. 백범 할아버지는 무섭고, 무뚝뚝한 분이셨습니다. 하지만 누구보다 저를 많이 예뻐하고 친손자처럼 귀여워해주셨습니다. 1947년 경교장으로 이사를 했던 엄기남은 업무에 바쁜 김구 선생을 자주 찾아갔다. 그리고 김구 선생이 윤봉길 의사와 바꾸어 찼다는 그 시계 가 보고 싶은 마음에 자주 할아버지를 조르고는 했다. 하지만 그 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이놈아! 네가 그걸 봐서 뭐하게? 하는 호랑 이 같은 야단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김구 선생은 자신이 좋아하는 권투 경기가 열릴 때마다 일부러 엄기남을 차에 태우고 경기장을 찾고는 했다. 특히 당시 28

29 엄기남 가족은 신충현 대령이라는 분과 막 피난을 떠나려고 했 다. 그러나 라디오에서 이승만 박사의 연설을 듣던 아버지가 갑 자기 피난을 떠나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려 그대로 서울에 남았 고 결국 다른 임시정부 요인들과 납북되는 비운을 겪어야 했다. 엄항섭 선생은 1951년 9월 27일, 당시 조소앙 선생 집이 있던 돈암동으로 다른 임시정부 요인들과 함께 모이라는 말을 듣고 찾아갔다가 영문도 모른 채 납북되고 말았다. 이같은 사실을 1.4후퇴가 지난 후에야 겨우 듣게 된 엄기남 가 족은 당연히 절망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3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박형권 선수의 시합이 벌어 질 때면 경기장 맨 앞에서 함께 소리쳐 응원하고 는 했다. 그때가 보통학교 3학년 때였다. 그러나 한국전쟁과 함께 아버지인 엄항섭이 납북 되고 어머니인 연미당마저 1957년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엄기남 선생의 생활은 그야말로 폭풍 처럼 하루하루를 짐작할 수없는 방황의 연속이 되 었다. 성균관대를 졸업한 후 한국전력에 근무했던 엄기남은 불의를 저지르는 직장 동료들과 자주 불 화를 일으켜 유배되듯 전국 곳곳에서 근무해야만 했다. 다행히 대전지점에 근무하면서 아내인 최화 자를 만나 마음에 안정을 찾고 1남 4녀의 자녀를 훌륭하게 키우며 살 수 있었지만 나이 일흔 살에 야 겨우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마련할 정도로 힘겨 운 생활의 연속이었다. 다른 것은 모르겠지만 한때 아버지인 엄항섭 선 생이 자진 월북했다는 말도 안되는 소문을 퍼트 리며 우리 가족을 고통의 구렁텅이에 몰아넣게 한 사람들만큼은 용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엄기남 선생이 아버지 고향인 여주에서 피 난 생활을 할 때 특무대에서 근무하던 허대위라는 분이 아버지의 납북 사실을 분명하게 증언했다.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피난 준비를 모두 마쳤던 그때는 하루 한끼 먹는 일도 힘겨웠습니다. 먹는다고 해야 겨 우 모래알 같은 조밥이었고. 다행히 큰누님이 여주 근처 중학 교의 교사 자리를 얻게 되서 겨우 밥이나 굶지 않게 됐습니다. 굵고 단단하던 그 분의 뜻을 한국전력을 퇴사한 엄기남 선생은 그후 큰누나가 원장으로 일하 던 대전 루시모자원에서 어려운 이들을 돕는 일에 마음을 쏟는 다. 루시모자원은 한국전쟁 당시 어려움에 처한 전쟁 미망인과 아이들을 위해 마련된 시설로 제2대 엄기선 원장에 이어 그의 아들인 3대 임우현 원장이 운영을 맡고 있다. 어려움에 처해 루시모자원에 몸을 의탁했던 이들 중에 대학총 장, 교수, 변호사, 지점장을 비롯해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 하는 분들이 많이 배출됐다면서 기적과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광복 70주년을 맞는 엄기남 선생은 앞으로 우리나라에 이런 기 적과 같은 일들이 더 많이 일어날 것이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지금은 비록 어려운 일들이 자꾸 눈에 띄지만 배를 주려가며 독 립운동을 했던 임시정부 요인들의 기상이 반드시 통일로 이어지 리라 믿는 까닭이다. 백범 선생께서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이 땅에 통일정부가 들어 서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그래서 국회의원 선거도, 대통령 선거도 절대 출마하지 않으셨습니다. 엄기남 선생은 만약 백범 선생이 아직도 살아계시다면 여전히 통일을 위해 싸우셨을 것이라며, 요즘 그분의 굵고 단단하던 목 소리가 더 크게 마음을 울린다고 가슴을 쓸며 이야기했다. 29

30 잇다 그곳에 가면 1 백범의 삶을 단련시킨 역사지대, 인천 글 전은숙(자유기고가) 30 2

31 백범 김구 선생은 백범일지 에 인천을 의미 심장한 역사지대 라 기록했을 만큼 뜻 깊은 곳 으로 명명했다. 선생은 인천 태생이 아니고 활 동무대가 인천이었던 것도 아니다. 어쩌면 가 장 달갑지 않은 인연을 맺었던 지역이라 할 수 있었으나, 청년 김창수가 김구로 거듭나는 경 험을 이루었던 곳, 인천감리서 터, 개항박물관, 인천근대박물관, 한중문화관, 인천대공원에 새 겨진 선생의 발자취를 따라 가본다. 1 개항박물관 2 한중문화관 3 인천감리서 터 3 인천 감옥행으로 인천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인천시 중구 내동 83번지, 많은 이들이 지 나다니는 길이 되고 살림의 터전도 된 이 곳에 김구 선생이 두 차례 옥살이를 한 인 천감리서 터가 있다. 지금은 아파트와 단 독주택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어 그 옛날 김구 선생이 역사적 족적을 남겼던 모습 은 찾아보기 힘들다. 다만 한 아파트 앞에 조그만한 표지석만이 이곳이 바로 그곳 이구나 라는 역사적 사실을 이야기할 뿐, 우리 민족의 큰 스승이라는 위용과는 어 선고를 받고 인천감리서로 이송됐다. 해주부에서 곧바로 심문을 받았지만 그 자체가 외국인이 관련된 사항이라 일본 영사관 측으로서는 치하포 사건 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 자신들도 포함돼 조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 고 그에 적당한 곳이 바로 인천 개항장재판소였다. 선생은 개항장재판소에서 심문을 받으면서 그의 거사가 국모의 원수를 갚 기 위한 것임을 천명( 闡 明 )했는데 관리들과 수감자에게까지 큰 감동을 불 러 일으켰다고 한다. 수감하면서 23세 때 탈옥하기까지 선생은 옥중 독서 로 개화의식을 살찌웠고 인천감리서를 그의 인생에서 민족운동과 독립운 동의 중심에 서게 된 계기로 만들었다. 이는 선생 자신이 백범일지 에서 밝힌 대로 교도소에서 인천항을 통해 들어오는 신문물을 익히며 항일 독립 운동가로서 사상을 정립했다고 써놓았던 데서 유추해 볼 수 있다. 울리지 않게 턱없이 작다는 생각이 든다. 이후 선생은 1911년 안악 사건 (1910년 11월 안명근이 서간도에 무관학 그 옛날 감리서는 현재 스카이타워아파 트부터 언덕 위에 있는 성신아파트 자리 까지로 매우 넓었다고 한다. 김구 선생이 백범일지 에서 인천과의 인연을 강조했 듯이 자신이 옥살이한 인천감리서는 그만 큼 그의 항일정신과 독립의 혼이 영글게 된 역사적 의미가 깊은 장소라 할 수 있다. 1896년, 선생은 명성황후 시해( 弑 害 )에 대한 응징으로 황해도 안악군 치하포에서 일본인 밀정 육군 중위를 처단하여 사형 교를 설립하려고 자금을 모집하다 관련 인사 160명과 함께 검거된 일)으 로 서울에서 옥살이를 하고, 1914년 39세 때 인천으로 이감되었다. 감옥 에 있으면서 가출옥 된 1915년 전까지 축항 공사 현장에서 강제 노역을 하 게 되었는데 이에 대하여 백범일지 에 아침저녁 쇠사슬로 허리를 매고 축 항 공사장으로 출역을 간다. 지게를 등에 지고 10여 장의 높은 사다리를 밟 고 오르내린다 고 적었다. 얼마나 고되고 힘든 노동이었을지 당해보지 않 은 자가 어찌 짐작을 할 수 있으랴. 또한 바로 이 시기, 선생은 김구( 金 龜 )였던 이름을 김구( 金 九 )로, 호 연하 ( 蓮 下 )를 백범( 白 凡 )으로 바꾸며 항일 의지를 더욱 불태웠다. 백범일지 에 는 이에 대해 이름자를 고친 것은 왜가 만든 호적부( 民 籍 )에서 벗어나고자 31

32 4 개항박물관은 옛 일본제1은행 인천지점으로 당시 조선의 자금줄을 수 탈하기 위해 세워졌으며 현재는 근대 유물과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다. 함이요, 호를 백범 이라 함은 우리나라가 완전한 독립국이 되려면 조선의 하 등사회, 곧 백정( 白 丁 ), 범부( 凡 夫 )들이라도 애국심이 현재의 나정도는 되어 야 하겠다는 바람 때문이었다. 선생은 광복 후 고국에 돌아와 1946년 지방순회를 할 때 인천을 제일 먼저 찾 았다고 한다. 곧 30여 년 전 인천에서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역 경과 고난을 또 그때와 같이 맞이하리라, 하며 다짐하고자 한 것이 아니었을까. 김구 선생과 인천 근대사의 거리를 걷다 김구 선생이 살았던 당시 사회 모습은 어떠했을까. 사실 인천은 근대 문화의 산 증인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지역 곳곳에 근대사가 녹아 있다. 감리서 터와 멀지 않은 중구 중앙동에 위치한 개항박물관으로 가서 그때의 모습을 살펴보 기로 했다. 중구 일대는 해방 직후까지 서울과 함께 정치와 외교, 경제 중심지 였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당시 항구를 통해 많은 물자들이 이동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볼거리가 많은 중구청 근처는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다양한 건물이 이국적 풍 광을 자아내고 있었고, 시끌벅적한 차이나타운 거리에서 좀 비껴 있는 근대 문화거리에는 개항박물관이 있었다. 이 건물은 옛 일본제1은행 인천지점으 로 당시 조선의 자금을 수탈하기 위해 세워졌으며 현재는 근대 유물과 자료 들을 전시하고 있다. 개항박물관은 개항기 인천을 통해 처음 도입됐거나 인천에서 발생한 근대문 물 등 유물 321종 669점을 전시하고 있는데 천정의 샹들리에와 아치 모양 창문, 중앙 홀에 전시된 옛 전보와 한국 최초의 철도인 경인철도까지 유물들 을 보고 있자니 19세기에 훌쩍 와 버린 듯하다. 전시 공간은 작아도 인천항을 통해 처음 소개된 근대문물부터 개항 당시의 인천항 모습과 일대의 거리 풍 경이 모형으로 전시돼 있어서 그때의 생 활을 추정해 볼 수 있었다. 김구 선생의 목숨을 건 탈옥 풍경을 모형을 짚어가며 가늠해 보기도 하고, 등짐을 무겁게 진 노역 생활을 떠올려 보며 축항( 築 港 )의 모습을 찾아보기도 했다. 화교 학교의 새빨간 정문 앞에 있는 인천 근대박물관으로 향했다. 오래된 우체통 이 입구를 지키는 박물관 문을 여니 옹기 종기 인천의 근대를 상징하는 물건들이 빼곡하게 자리하고 있다. 이 박물관은 생 활자료 수집가 최웅규 관장이 수십 년 간 모은 자료로 만들어 전시한 곳인데 박물 관 이름처럼 꼭 김구 선생이 활동하던 시 대에 쓰였던 19세기 소품들이 대부분이 다. 벽걸이 자석식 전화기와 축음기, 오 래된 성냥갑 등 짧은 시간엔 살펴볼 수 없을 정도여서 방대한 전시물에 놀라고 물건 한 점 한 점마다 저마다의 사연을 생각해 보느라 시간가는 줄 모른다. 발길을 돌려 차이나타운에 우뚝 솟아 있 는 한중문화관으로 가 보았다. 금룡이 여의주를 물고 사람을 반기는 화려한 건 물에 들어서니 중국 고대부터 현대까지 32

33 두루 살펴볼 수 있는 전시물과 작품들이 진열돼 있다. 한국과 중국 간의 문화 교류의 장이라 할 수 있어서인지 직접 문화 체험위주의 행사와 기획전시도 다 양하다. 층층마다 격조 높은 전시물들이 전시돼 있어서 관람자들의 탄성을 자 아냈는데, 아쉽게도 시대는 다르지만 오래전 대한민국임시정부 상하이청사 를 관람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르게 관리되는 모습에 씁쓸함이 느껴졌다. 김구 선생, 과거와 현대가 뒤섞인 인천을 품다 인천시 남동구 장수동 인천대공원 내에 자리 잡은 김구 선생의 광장에 다다 랐다. 인천 시민들의 나들이 장소가 되고 있는 이곳은 초여름 햇볕이 무척이 나 쨍쨍했다. 1997년, 인천과 특별한 연고를 갖고 있는 것에 착안해 인천 시민들의 뜻과 5 6 힘을 모아 선생의 동상을 세웠다. 감옥에 갇힌 채 질곡의 역사를 온 몸으로 경 험하면서, 독립운동에 일생을 바치려는 뜻과 구상을 바로 행한 당당한 그 모 습을 보니 동상 앞에서 고개가 저절로 우러러졌다. 김구 선생이 손수 고증해 서 만든 어머니 곽낙원 여사의 동상도 함께 모셔졌다. 오른손에는 밥그릇이 들려 있고, 허리띠로 질끈 동여맨 치맛자락 모습이다. 여사의 모습이 이러한 데에는 연유가 있다. 김구 선생은 자신이 인천감리서에 수감되었을 때 어머 니가 옥바라지를 위해서 해주에서 인천으로 거처를 옮기고, 부잣집의 허드렛 일을 도와주며 얻은 찬밥을 가지고 감옥으로 오시던 모습을 동상으로 재현한 것이다. 이는 어머니의 바람처럼 바른길( 正 道 )을 걷고 있는 것인지 끊임없이 스스로를 되돌아보고자 했기 때문이다. 어린 아들 둘을 남겨두고 세상을 뜬 며느리를 대신하면서 선생이 독립운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 했을 곽 여사의 지난날을 가늠해 보면 저절로 숙 연해진다. 어쩌면 한국의 어머니로서 나라를 지켰던 또 한 명의 독립운동가 가 아니었을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 모자 동상이 공원 남쪽의 인적 드문 곳에 자리 잡고 있어서 공원을 찾은 많은 시민들이 두 동상이 공원 안에 있는지조차 잘 모를 수 있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인천과의 각별한 인연을 이렇 게 현대의 시민들과 이어간다고 생각하면 한편으로는 뿌듯하기도 하다. 4 개항박물관 내부 5 인천대공원의 곽낙원 여사 동상 6 인천대공원의 백범 광장 인천은 그야말로 김구 선생의 발자취가 그대로 묻어 있는 곳이다. 선생의 행 적을 따라 이해하고자 하면 하루 이틀 짧은 일정으로 어떻게 다 알 수 있을까. 시간을 두고 민족의 위대한 거인( 巨 人 )을 만나보도록 하자. 민족의 위대한 스 승은 멀지 않은 곳에 우뚝 솟아 있다. 33

34 묻다 특별한 정신 나눔의 집에 모여서 생활하는 할머니들은 80대 후반을 넘긴 고령의 나이에도 여전 히 왕성하게 일본이 저지른 위안부 피해 를 증언하고 있으며, 툭하면 거짓을 일삼 나눔의 집 소녀들은 아직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글 이필용(자유기고가) / 사진 김진섭 는 일본 우익 인사들의 반성을 요구하고 있다. 나는 강제로 팔려갔다 일제는 자국 군대의 성적 욕구를 해소시 켜주기 위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 여 성들을 무자비하게 끌고 가 위안부 라는 이름으로 평생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안겨 주었다. 이옥선 할머니 역시 마찬가지 아 픔을 겪어야 했다. 부산진( 釜 山 鎭 )이 고향인 할머니는 어려 서부터 남달리 총명하고 공부 욕심 또한 많은 분이었다. 지금도 혹시 한글을 잊기 라도 할까봐 부지런히 책을 읽고 글씨 연 나눔의 집에서 살고 있는 열 명의 할머니들은 일본의 사죄와 반성을 요구하고 있지만 그들은 아직도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이들의 사죄를 받아낼 수 있을까? 할머니들의 용기어린 목소리가 세상을 울리고 있다. 습을 하고 있으며,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가장 확실한 증언으로 일본 우익 인사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할머니들의 용기 있는 목소리가 광복을 이룬지 70년을 맞았지만 일제 침략의 아픈 흔적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일제 침략에 대한 저들의 뻔뻔한 변명과 멈추지 않는 독도 망언이 우리 에게 깊은 분노를 주고 있다. 일본 우익들의 거친 준동과 함께 혐한( 嫌 韓 )의 목소리 또한 우리를 어이없게 만든다. 하지만 우리를 가장 분노하게 만드는 것은 일본 성노예 즉, 위안부 에 대한 저들의 외면과 비겁한 변명이다. 그래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모여살고 있는 경기도 광주군 퇴촌면 나 눔의 집에는 일본의 사죄를 받아내기 위한 할머니들의 용기 있는 목소리가 멈추지 않고 있다. 이옥선 할머니를 비롯해 열 명의 할머니들이 생활하고 있는 나눔의 집은 지난 우리집이 너무 가난해서 내가 공부를 하 지 못해 몇 년간을 울면서 지내니까 부모 님께서 어느 집에 나를 양딸로 보내셨어. 그 집에서 나를 잘 먹이고, 입히고 공부시 키겠다는 말에 속으신 것이지요. 그러나 이옥선 할머니는 이런 약속과 달 리 울산의 한 술집으로 팔려가게 된다. 그 후 심부름 가던 길에 일본인과 한국인 한 명에게 강제로 태워져 평생 돌이킬 수 없 는 위안부 의 굴레를 뒤집어쓰게 됐다. 1992년 10월 마포구 서교동에서 처음 개소식을 가졌다. 현재 할머니들이 생 활하고 계신 곳은 1995년 12월 조영자님께서 아무런 조건 없이 650평의 대 지를 기부해 지어진 곳으로 생활관과 역사관, 집중치료실 등이 들어서 있다. 내가 어떻게 하면 저자들에게 사죄를 받 겠는가? 우리는 위안부 가 아니다. 우리는 34

35 강제로 끌려갔기 때문이다. 우리가 원하 는 것은 보상이 아니라 우리 핏값에 대한 배상이다. 할머니가 끌려갔던 연길시내 동비행장에 는 할머니와 같은 한국인 젊은 남녀가 수 백 명이 넘었다. 그들은 전기 철조망에 갇 힌 채 씹기도 어려운 밀가루 찐빵이나 좁 쌀밥에 소금에 절인 배추우거지로 허기 를 채우며 위안소 생활을 해야 했다. 참 많은 사람이 죽는 것을 보았고, 많은 사람 들이 해방이 된 후에도 1년 이상이나 위 안소에 갇혀 지내야 했다. 할머니는 우리 젊은이들이 마음을 다잡 고 이 억울한 일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 다고 몇 번이나 강조하고 또 강조하셨다. 세계를 향한 할머니들의 증언 이옥선 할머니와 강일출 할머니는 지난 2014년 7월 오랜 지병과 고령을 이기고 로스앤젤레스와 워싱턴, 뉴욕을 방문했 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참상에 대한 세세한 증언 활동을 펼치기 위해서였다. 지난 방문을 통해 할머니들은 재미 동포 사회와 현지 시민단체에게 자신들이 겪 었으나 일본에서는 끝까지 부정하는 위 안부 강제동원에 대한 만행을 증언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할머니들은 이미 2013년에도 미국과 독 일, 일본의 각지를 순회하며 증언활동에 나섰으나 일본측에서 고노담화를 훼손시 키고 인터넷 상에서 평화의 소녀상을 철 거하라는 서명 운동이 거칠어지면서 증 언에 더욱 힘을 쏟게 되었다. 뉴욕에서도 위령비를 세우고 돌아온지 사흘만에 일본인들이 뽑아버리라는 항의 전화가 빗발쳤어. 어떻게 하면 사죄를 받겠는가, 잠을 이룰 수가 없어. 할머니들의 이같은 증언 덕분에 뉴저지에 이어 뉴욕주 낫소카운티 아이젠하 워파크 내 참전용사 기념원에 세워진 미국 내 두 번째 위안부 기림비에는 일 본군이 성적인 노예(Sexual Slavery) 로 부리기 위해 20만 명이 넘는 소녀들을 강제로 납치했다는 문구가 똑똑히 새겨지게 되었다. 나눔의 집 안신권 소장은 일본과 독일, 미국과 영국 등에서 할머니들의 참상 을 이해하기 위해 많은 젊은이들이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6개월까지 인턴십 요청을 하고 있다 면서 여기에 비하면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너무 무관심한 것 같다고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더구나 이제 할머니들이 병을 달고 사시며 거의 매일 병원을 다니시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한다. 광복 70년 우리가 해야 할 일 지난 5월 27일 또 한 분의 위안부 인 이효순 할머니께서 한 많은 세상과 작별 을 나누셨다. 비록 마산에서 생활하셔서 나눔의 집 할머니들과는 커다란 접촉 은 없으셨으나 또 한 분의 증언자가 우리 곁을 떠나신 것이다. 그나마 올해가 광복 70주년이라서 이효순 할머니는 많은 분들의 관심과 애도 속에 생을 마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지난 2014년 7월 1일 세상을 떠 나셨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순덕 할머니의 유언같은 절규를 기억해야 만 한다. 나는 다음에 태어나거든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되어 다시는 이런 아픔을 겪 는 사람들이 없도록 할 것입니다. 나눔의 집에는 일본군 위안부 로 끌려가 아직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10명의 소녀들이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소녀들은 머리가 하얗게 세도록 일본의 반 성과 사죄를 받아내기 위해 상처 입은 맨발로 세상을 걷고 있었다. 35

36 묻다 통일교육가이드 찾아가는 통일교육 교실에서 싹틔우는 통일 의식 글 홍샛별(소년한국일보 기자 ) 통일부의 찾아가는 통일 교육 은 초등 저학년과 고학년, 중고등부로 나누어 놀이와 게임 등 흥미로운 방식으로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오늘날 분단이 장기화되면서 6ㆍ25 전쟁을 경험한 세대는 급속히 줄어가 고 있다. 이산가족 정보통합시스템 현황에 따르면 2015년 4월 기준, 생존 해 있는 이산가족은 모두 6만 6,837명이다. 이중 80% 이상이 70세 이상의 고령자다. 휴전선이 한반도의 허리에 둘러진 지 벌써 70년이 흘렀다. 그렇 기에 우리나라의 미래라 일컫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한국 전쟁은 임진 왜란과 마찬가지로 역사 속 하나의 사건으로만 인식될 뿐이다. 그렇기에 이 들은 분단, 그리고 통일 이 그저 자신과는 상관없는 과거의 문제라고 생각 하고, 이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거부감을 가진다. 한국 전쟁의 폐해를 소개하고 통일의 경 제적 가치 등을 알리는 따분한 통일 교 육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재미있고 흥미 로운 방식의 통일 교육이 필요한 이유이 기도 하다. 통일부 통일교육원은 지난해부터 통일 문제에 대한 어린이ㆍ청소년들의 관심 을 이끌어 내기 위해 전국의 초ㆍ중ㆍ고 등학교를 방문해 찾아가는 통일 교육 사라져 가는 통일 의식 불씨 되살리기 아는 만큼 보인다 고 했던가. 대한민국의 통일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사라져 가는 통일 의식 의 불씨를 되살리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단순히 을 펼치고 있다. 학생들이 직접 통일 관 련 게임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 교 육은 지난해 556개교에서 96.3%의 만 36

37 족도를 얻었을 만큼 큰 반응을 일으켰다. 그 인기를 증명하듯 올해는 2배 가까운 1,000개교가 참가 신청을 했다. 초등 저학년 언어 이질성 극복 찾아가는 통일 교육 은 초등 저학년부와 고학년부, 중ㆍ고교부 등 수준에 맞게 3 개 반으로 나뉘어 운영된다. 통일 여행 을 떠나요 를 주제로 한 초등 저학년 교육 의 경우, 남북한의 언어 이질성을 극복하 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같은 뜻이지만 다 른 이름을 가진 남북한 단어를 카드에 적 고 이를 두 개 코너로 나눠 뒤집어 놓는 다. 어린이들은 남한어 코너에서 하나의 카드를 뒤집고, 북한어 코너에서도 하나 의 카드를 뒤집는다. 같은 뜻의 두 단어를 뒤집으면 카드를 가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남한어 쪽에서 아이스크림 이라는 낱말 이 적힌 카드를 선택한 어린이가 북한어 쪽에서 얼음 보숭이 를 고르면 두 카드 모 두를 가지게 된다. 카드의 위치를 기억하 려고 노력하다 보면 자연스레 집중력은 높아지고, 고도의 집중 상태에서 남북한 언어에 대해서도 배우니 그야말로 일석 이조다. 을 나눠주는 데, 상대의 말을 따라 잡는 등의 활동으로 이 구슬을 하나씩 빼 앗아 올 수 있다. 구슬을 가장 많이 획득한 사람이 최후 승자가 된다. 초등 고학년이 남북한의 현재에 대한 내용을 배웠다면, 중ㆍ고교생들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보드게임을 즐긴다. 비슷한 형식이지만, 이들은 게임 중 통일 후 한국의 미래를 내다보게 된다. 통일이 가져다 줄 이익, 효용 등의 내 용이 게임 판 위를 가득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6명은 주사위를 던져 나온 숫자 만큼 이동하고 각 칸에 주어진 미션을 해결한다. 재미있는 통일교육, 통일의 씨앗 싹 틔우길 인간의 학습 능력, 기억력, 실용 능력을 높이는 방법으로 효과적 학습을 도 울 수 있다고 주장한 저자이자 교육자 밥 파이크(Bob Pike)는 자신의 대표 저서 창의적 교수법 에서 학습은 재미와 직접적으로 비례한다. 학습의 즐 거움은 참여에서 온다. 라고 밝힌 바 있다. 배우는 사람이 수동이 아닌 능동 적 태도로 수업에 참가했을 때 그 즐거움이 커지고, 이는 곧 학습 능력의 향 상으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또 초등 고학년들은 통일 한반도 탐험 이 라는 보드게임으로 통일 을 만난다. 금강 산ㆍ남대문 등 북한과 우리나라의 지역 명소의 설명이 적힌 게임 판 위에서 각자 말을 움직이며 관련 정보를 하나하나 익 혀 나가는 식이다. 5~6명이 한 팀을 이뤄 참가하며 룰렛을 돌려 나온 지시 사항에 따른다. 게임 시작 전 한 명당 2개의 구슬 그의 주장처럼 놀이와 게임으로 통일 교육을 받은 이 아이들에게 통일 은 더 이상 텔레비전이나 역사 속 이야기, 나와는 관계없는 먼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게임에 대한 즐거운 경험이 통일 이라는 주제까지 기쁘게 받아들이 게 한 탓은 아닐까. 찾아가는 통일 교육 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 려갈 어린 세대들의 마음에 통일의 씨앗을 싹 틔우길 희망한다. 찾아가는 통일교육 참여를 원하는 학교는 매년 3월에 관할 시 도 교육청으로 선청하면 된다. 37

38 묻다 다시 읽는 백범일지 년 백범일지 독서감상문쓰기대회 상반기, 전국의 15개 단체 약 7,528명 대회참가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회장 김신)와 백범김구기념관(관장 정양모)에서는 지난 2005 년 11월 육군사관학교를 시작으로 군부대 및 전국의 중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백범일지 독서감상문쓰기대회를 실시, 많은 젊은이와 청소년들에게 겨레 사랑 나라사랑 정신을 지 속적으로 고취해 나가고 있다. 상반기(4월~7월)에만 14개 학교와 1개 군부대를 포함하여 총 7,528명이 참가하여 백범 일지 독서감상문쓰기대회가 진행 중이며, 하반기(8월~11월)까지는 총 41개 단체(학교 40, 군부대 1)를 대상으로 약 20,000여 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백범김구기념 관에서는 앞으로도 더욱 많은 젊은이와 청소년들에게 백범정신과 나라사랑 정신을 지속적 으로 전파하는데 그 노력을 다 하고자 한다. 2015년 백범일지 독서감상문쓰기대회 시상 일정(4월~7월) 일정 단체명 참가인원 소재지 4월 5월 6월 7월 3(금) 마석고등학교 1,011명 경기 남양주시 28(화) 충주대원고등학교 583명 충북 충주시 11(월) 광문고등학교 500명 서울 강동구 13(수) 동일여자상업고등학교 312명 서울 금천구 21(수) 이화여자고등학교 432명 서울 중구 2(화) 장안제일고등학교 120명 부산 기장군 8(월) 육군55사단 900명 경기 용인시 17(수) 괴산고등학교 280명 충북 괴산군 19(금) 한일여자중학교 575명 경북 김천시 24(수) 정선고등학교 240명 강원 정선군 10(금) 경성고등학교 520명 서울 마포구 13(월) 옥과고등학교 320명 전남 곡성군 14(화) 야탑고등학교 317명 경기 성남시 15(수) 충주여자고등학교 900명 충북 충주시 17(금) 논곡중학교 518명 인천 남동구 계 15개 단체 7,528명 38

39 마석고등학교(4.3) 충주대원고등학교(4. 28) 광문고등학교(5. 11) 동일여자상업고등학교(5. 13) 장안제일고등학교(6. 2) 육군55사단(6. 8) 39

40 美 LA, 미주한국학교연합회 제4회 백범일지 독서감상문쓰기대회 시상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회장 김신)에서는 재단법인 김구재단 (이사장 김호연) 미주한 국학교연합회(회장 신영숙)와 공동 주최로 지난 5월 9일 제4회 백범일지 독서감상문쓰 기대회 시상식을 미국 남가주 사랑의 교회에서 개최하였다. 2012년 처음 개최된 이후, 올해로 4회를 맞이한 본 대회에서는 약 1,000여 명의 학생이 참여하는 등 쉽지 않은 여건 속에서도 남다른 사명감으로 지도한 한글학교 교사와 학부모 의 많은 관심과 호응 속에 의미있는 행사로 진행되었다. 시상 부문은 최고상인 백범상(1명), 초등부의 백범통일상(8명), 그리고 중고등부의 백범 평화상(8명) 등 3개 부문에서 총 17명이 수상하였다. 이번 대회 백범상은 박준환(9학년, 엘센트로 한국학교) 학생이 영예의 수상자가 되었다. 특히 백범상 수상작은 오늘날 대한 민국의 국제적 위상과 현실을 충분히 인식하는 바탕 위에 백범선생의 문화사상을 도덕성 및 시민의식과 유의미하게 연결지은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부문별 수상자 현황 백범상(1명) 백범통일상 (초등부 8명) 박준환 (엘센트로 한국학교 중등9) 김예서 (샌디에고 갈보리 초등4), 김예찬 (동부사랑 초등5) 김재은 (예수가족 초등5), 박준성 (베델한국 초등5) 윤세아 (샌디에고 소망 초등5), 정혜령 (남가주어바인 초등6) 차윤지 (한길 초등6), 김도연 (샌디에고 한국 초등6) 백범평화상 (중고등부 8명) 김철훈 (베델한국 중등7), 문소원 (엘센트로 한국학교 중고등9) 윤도경 (나침반 중고등8), 이정은 (갈보리믿음 중고등9) 임지연 (남가주어바인 중고등10), 장 수 (동양선교 중고등7) 장한별 (하이데저트 중고등9), 조한서 (샌디에고 갈보리 중고등7) 40

41 백범상 수상 소감 김구 선생님을 통해 역사를 보는 새로운 눈을 갖게 되었다 엘센트로한국학교 9학년 박준환 (Junhwan Park) 먼저 백범일지 독서감상문쓰기대회에서 대상을 받게 되어 너무 기쁩니다. 그리고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셨던 백범 김구 선생님 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김구 선생님의 정신이 오늘날까지 이어 지도록 도와주신 김구 재단, 엘센트로 한국학교, 그리고 무엇보다 독서지도 를 해주신 문은희 선생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이번 대회를 통하여 저는 역사 를 보는 눈을 새롭게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늘 애국심( 愛 國 心 )을 가슴에 품고 어디 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든지, 나라와 민족에 대한 사랑이 늘 변치 않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도록 하겠 습니다. 김구 선생님이 꿈꾸셨던 아름다운 나라, 더 나아가 아름다운 세상이 앞으로도 영원토록 계 속되도록 저 또한 힘쓰겠습니다. 그것이 진정한 김구 선생님의 소원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41

42 묻다 다시 읽는 백범일지2 백범일지 독서감상문 쓰기대회 백범상 수상작 불멸의 유성, 백범김구 깜깜한 밤하늘에서 길을 잃은 미아처럼 헤매다 민족을 위 해 기꺼이 목숨을 담보로 내어놓고 고난의 선구자가 되어 평생을 바치신 백범 김구 선생! 그 분의 열정과 강직함과 민족을 향한 굳은 의지가 담긴 백범일지 는 일지 라는 것 때문에 일기라고 생각하는 사람 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죽음을 염두에 두고 나라 일을 하는 아버지로서 두 아들에게 유서로 남기고자 한 김구 선생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려 보려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윤동주 시인의 서시 에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이라는 한 구절처럼 김구 선생은 백범일 지 를 기록하면서 솔직 담백하였기에 많은 사람들이 존경 하고 그 뜻을 배우려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27년간 임시정부의 요직을 지내시며 직접 친필로 기 록하셨고 내용면에 있어서도 우리 민족의 독립 운동사를 연구하기 위한 중요한 역사 자료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고 인정하여 1997년 백범일지 는 보물 제 1245호로 지정 되었다고 한다. 그 원본은 지금 서울 용산에 위치한 백범김 구기념관에 보관되어 있다고 하는데 기회가 된다면 언제 꼭 한 번 가서 김구 선생의 숨결과 얼이 담겨진 친필로 쓰여 진 백범일지 를 보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뭔지 모를 뭉클 함이 코끝을 찌른다. 김구 선생의 강직하고 위대한 민족사 랑은 그 분의 말 한마디 한마디마다 고스란히 묻어 있어 책 을 읽는 내내 가슴이 뜨거워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김구 선생은 18세가 되던 해에 아기접주 라는 별명을 들으 며 동학농민운동에 발을 들여 놓았다. 어쩌면 그것이 선생 을 민족의 영원한 등불이 되게 하는 계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백범일지 에는 한국의 역사책처럼 많은 의사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이등박문)를 총으로 사 살하고 현장에서 체포된 안중근의사, 일왕 히로히토 살해를 아 쉽게 실패하고 순국한 이봉창의사, 일본의 기념식장에 폭탄을 던지고 25세의 꽃다운 나이에 순국한 윤봉길의사를 비롯한 그 외의 수많은 독립운동 열사들은 김구 선생과 함께 민족을 위해 끝까지 비굴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당당했음을 알 수 있었다. 조선인으로 변장한 일본인을 살해하여 치하포의거로 유명해진 선생은 여러 번 옥중에 갇히게 되지만 동지들의 사기와 정신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나의 생명은 빼앗겨도 나의 정신은 빼앗지 못하리라 고 큰 소리로 외치기도 했다. 옥중에서 모진 고문을 당 하면서도 절대 굽히지 않았던 김구 선생의 정신을 어찌 존경하 고 따르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때문에 오랜 시간이 지나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 우리 민족이 사라지지 않는 한 백범 김구의 백범 일지 는 두고두고 민족의 훌륭한 지침서가 될 것이다.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대한적십자사 총재 는 어느 언론매체의 인터뷰에서 한 명의 김구 선생을 잃었다 라 고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 했었다고 한다. 또한 2007년 남북관계 발전 및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 을 이끌어낸 노무현 전 대통령 역 시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보더라도 백범 김구 선생이 우 리 민족과 함께 한 근 현대사에 남긴 발자취는 모진 비바람이 몰 아치고 세월이 강물처럼 흐르고 또 흘러도 지워지지 않고 더욱 선명하게 남아 민족을 지킬 것이다. 그리하여 자기중심적으로 변해가는 후손들의 민족의식을 일깨워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42

43 김구 선생은 탈옥을 한 뒤에 일본의 눈을 피해 전국을 떠돌다 가 승려가 되기도 했었지만 민족에게 등을 돌리지 못하고 다 시 환속하게 된다. 그리고 나라 살리는 길은 오직 교육뿐이다 라고 주장하며 교육자로서 활동하면서 나라를 되찾기 위한 비 밀결사체인 신민회를 조직하여 이재명의사 등과 함께 하지 만 또다시 잡혀 모진 고문을 당하게 된다. 하지만 확고한 신념 과 굳은 의지로 민족의 자존심을 지켜내는 선생을 악랄한 일 본도 꺽진 못했다. 서대문감옥에서 가출옥한 이후 망명의 길 을 선택하여 중국 상해로 가서 오직 대한독립이라는 한 뜻 한 마음으로 뭉친 그 곳의 동포들과 임시정부를 만들게 된다. 내 무총장으로는 도산 안창호가 맡고 이승만을 총리로 임명하지 만 그는 미국에서 오지 않았다. 그렇게 총리가 자리를 지켜주 지 않자 그 밑에 차장들이 대리로 국무회의를 진행 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선생은 임시정부의 문지기를 원했지만 안창호 선생은 그를 경무국장으로 임명하였다. 그렇게 만들어진 임시 정부에서 독립의 뜻을 품고 활발한 활동을 이어 나가게 되었 으나 아까운 독립의사들의 목숨이 희생되어지는 것은 어찌 할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 되었다. 그렇지만 오직 빼앗긴 나라 를 되찾겠다는 그들의 의지까지는 꺾진 못했다. 이상화 시인 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라는 시의 내용처럼 들을 빼앗 겨 봄조차 빼앗기겠다 라는 마지막 구절은 우리 민족의 가슴 시린 마음을 그대로 담은듯하여 답답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렇듯 여러 각지에서 민족의 독립과 빼앗긴 땅을 되찾겠다 는 굳은 의지는 그 어떤 역경과 고난 속에서도 굽힐 줄 몰랐고 잇따르는 불굴의 의거에 일본은 급기야 백범을 특별히 주의 하라 는 명령을 내리기 까지 했다. 그렇게 길고 긴 이국땅에서 의 독립운동을 끝내고 되찾은 내나라 내 땅을 밟게 된 선생은 소원을 이루었다. 독립국만 되면 그 나라에서 가장 미천한 자 가 되어도 좋다는 깊은 뜻을 품고 있었기에 첫째도 둘째도 세 번째도 오로지 나의 소원은 우리나라 대한의 완전한 자주독 립이오 라고 대답할 것이라는 선생은 70평생을 그렇게 나라 를 위해 헌신했다. 그러나 1949년 6월26일 육군 소위였던 안두희의 흉탄으로 민족의 큰 별은 떨어지고 말았다. 하늘과 땅은 물론이고 대한 의 사람들의 슬퍼하는 눈물 배웅을 받으며 역사의 뒤안길로 가 셨다. 그리고 생전에 귀국한 이듬해 일본에 있던 이봉창, 윤봉 길, 백정기 의사의 유해를 모셔 와서 현재 애국선열 묘역인 사 적 제 330호로 지정된 효창공원에 안장하셨고 자신도 그 곳에 함께 묻히기를 원하셨다는 뜻을 받들어 모셨다고 한다. 중국에 서 아직 찾지 못한 안중근 의사의 유해도 함께 이곳에 모셔지기 를 바라며 진심으로 머리 숙여 그 분들의 뜻을 가슴에 담는다. 백범일지 는 김구 선생의 자서전으로써 나라 잃은 민족에게 가야 할 길을 제시해주고 이 책의 주인은 결국 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는 우리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민족에 대 한 자긍심과 사랑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하면서 이 땅에 태어 나서 이 나라, 이 민족의 한 사람으로 백범이라는 큰 별을 동경 하고 존경하며 자랑스러움을 가지고 미래를 꿈꾸며 살아 갈 수 있음에 존경하는 마음과 함께 소중하고 귀한 시간이 되어 감 사했다. 김구 선생은 비록 곁에 계시지 않지만 백범일지 로 하여금 영 원히 우리와 함께 할 것이며 불멸의 유성처럼 어두운 밤에도 길을 알려 주실 것이라 생각한다. Mini Interview 1. 백범상을 받은 소감은? 학교에서 백범일지를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덕분에 김구 선 생을 만나 백범상이라는 큰상을 받게 되어 정말 기뻤습니다. 2. 백범일지 를 읽고 영향을 받은점은? 민족을 향해 뜻을 함께 했던 동지들의 유해까지도 신경을 쓰셨 던 따뜻한 마음은 저에게는 감동이였습니다. 3. 백범일지 의 가장 큰 매력은? 충주 대원고 2학년 장진혁 반복되는 고난과 어려움 앞에서도 결코 굴복하지 않으셨던 김 구 선생의 확고한 민족의식에 가장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4. 김구 선생의 가장 본받고 싶은 점은? 일본의 압박에도 뜻을 굽히지 않았던 김구 선생의 강직함과 맹 호와 같은 용기를 가장 본받고 싶습니다. 43

44 묻다 더없이 좋은 날 교육과 재미를 한번에! 백범김구기념관 어린이날 문화행사 글 편집실 가정의 달 5월은 1년 열두 달 중 가장 분주한 달이다. 가정의 달이라는 이름 아래,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수많은 날 들이 포진해있기 때문 이다. 백범김구기념관 또한 백범 김구 선생이 소중히 여긴 어린이들과 함께 하고자 매년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즐 거운 어린이날 나들이 장소가 되어 왔 다. 2015년 5월, 그 어느 때보다 유익 하고 즐거웠던 현장을 공개한다. 44

45 하늘은 푸르고 어린이는 쑥쑥 자라는 5월 5 일, 백범김구기념관이 시끌벅적 했다. 언제 나 어린이들을 귀하게 여겼던 백범 선생의 마음이 전해진 듯 어린이날을 맞아 온 가족 이 손에 손을 잡고 기념관을 방문한 것이었 다. 널찍한 잔디밭에는 돗자리와 간이 텐트 가 펼쳐지고 아이들은 곳곳에서 깔깔대며 공놀이, 비누방울 놀이에 여념이 없었다. 컨벤션홀 로비에 들어서자 라이브로 울려 퍼지는 신나는 음 악 세레모니! 만화영화 주제가를 비롯 익숙한 음악들이 연이 어 쏟아져 나오자 박자에 맞춰 어깨춤을 들썩이는 아이들과 그런 자녀들을 카메라에 담느라 분주한 부모들의 모습에서 바로 여기가 축제의 현장임이 실감났다. 페이스페인팅, 풍선아트 코너는 그 어느 곳보다 줄이 길었 다. 기대감으로 눈을 반짝이며 손과 얼굴에 그려지는 그림을 열심히 들여다보는 아이들, 저는 긴 칼을 만들어주세요!, 저는 예쁜 꽃이요! 를 외치며 받아든 풍선을 들고 뛰는 아이 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니 백범 김구 선생이 왜 어린이들을 그 토록 귀한 존재로 여겼는지 마음 깊숙이 다가왔다. 이번에는 컨벤션홀 쪽으로 이동해 보았다. 일찌감치 엄마, 아 빠의 손을 잡고 길게 줄을 선 어린이들의 모습이 멀리서도 한 눈에 들어왔다. <빅 히어로>, <말레피센트> 영화상영 외에 특별공연인 이클립스 매직쇼 를 감상하기 위한 줄. 아이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마술쇼라지만 왠지 함께 서 있는 엄마, 아빠 의 눈에도 아이 못지않은 흥분과 설렘이 가득 차 보였다. 약속한 시간이 되자 컨벤션홀 문이 활짝 열리고 준비된 500 석이 순식간에 가득 찼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커다란 스크린을 설치해 뒤쪽에 앉은 어린 관객들도 충분히 보고 즐 길 수 있도록 배려한 세심한 서비스였다. 수리수리 마수리 얍! 이라는 구호에 맞춰서 마술사가 선사 하는 끈 마술, 불쇼, 카드 마술 등을 구경하며 엄마, 아빠는 웃음을 터뜨리고 아이들은 탄성을 내지르니 과연 이번 행사 의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무대로 올라간 5 살 꼬마숙녀는 어린이날 선물로 진짜 호랑이 를 받고 싶다 고 말해 관객들을 모두 웃게 만들었다. 마술쇼가 끝나고 로비 한 켠에 마련된 종이가 주렁주렁 달 린 소원나무를 찾아가 보았다. 우리 시대 어린이들의 소원은 과연 무엇일까? 비뚤 비뚤 서툴지만 정성껏 쓴 아이들의 소 원을 하나 하나 탐스럽게 열린 과일을 바 라보듯 살펴보았다. 우리 가족이 건강하 고 행복하게 해주세요, 종이접기 선생님 이 되게 해주세요, 공룡박사가 되고 싶 어요, 로또되게 해주세요 등 다양한 소 원이 적힌 가운데 엄마 아빠가 내 공부를 대신하게 해주세요 라는 글귀를 발견하곤 취재진 모두 큰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이번에는 야외로 눈을 돌려보았다. 와글와글 아이들이 잔뜩 모여서 있는 모습에 뭔가 싶어 서둘러 다가가서 보니 바로 스트릿 매직쇼 현장 이었다. 직접 어린이들 을 찾아가는 이 매직쇼는 아이들이 직접 마술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 역시나 아이들 모두 손을 번쩍 들며 서로 참여하겠노라고 야단이었다. 잔디밭 한 켠에 텐트를 치고 아이들이 신나게 노는 모 습을 흐뭇한 미소로 지켜보고 있는 문수영(광명시) 씨 는 벌써 3년째 이곳을 찾는 단골 가족. 아이들이 좋아 해서 꼬박 꼬박 오고 있어요. 프로그램도 다양하고 아 이들이 안전하게 마음껏 뛰어놀 수 있어서 복잡한 놀이 동산보다 훨씬 좋습니다. 앞으로 더 다양한 프로그램과 재미를 기대하겠습니다. 라며 큰 만족감을 표시했다. 두 번째 이클립스 매직쇼 까지 끝나고 시작된 마지막 프로그램은 도슨트와 함께 떠나는 역사여행 과 효창원 애국선열 묘역 참배 다. 온 종일 뛰어놀아 지쳤을 텐데 도 생각보다 많은 어린이들이 부모님의 손을 잡고 함께 참석, 백범 김구 선생 일대기와 독립운동 이야기에 귀 를 기울였다. 도슨트의 질문에 번쩍 손을 들어 답하는 가하면 백범 김구 선생 묘역에서는 웃음기를 걷고 진지 하게 참배해서 함께 한 엄마, 아빠까지도 백범김구기념 관에서 가진 어린이날 문화행사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 간을 가졌다. 학교 운동회가 끝나고 바로 달려왔다는 구민찬(신광초 2) 어린이는 볼 것도 많고 놀 거리도 많았다. 면서 책 에서만 봤던 김구 선생님 얘기를 직접 듣고 사진도 볼 수 있어서 더 좋았다. 고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렸다. 이천여 명이 넘는 가족들이 모인 백범김구기념관 어린 이날 문화행사. 재미와 교육,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알찬 이 시간을 내년에도 기대해본다. 45

46 묻다 기념관 소식 백범김구기념관 소식 제6회 백범김구기념관 작은 음악회 개최 5월 30일 토요일 오후 4시, 기념관에서는 작은 음악회가 1시간 동안 열렸다. 모든 감각을 열고 음악을 받아들이기에 더없이 좋은 날, 관객들의 표정에서 기대감을 엿볼 수 있었다. 300석 규모의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초등학생 자 녀를 둔 가족부터 교복을 입은 학생들, 연세 지긋한 노부부까지 세대를 특징지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했다. 이번 음악 회는 하프와 현악의 협연으로 이루어졌다. 하피스트 김지인과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로 이루어진 연주팀 ACP 콰르텟 이 함께 빚어낸 공연은 총 11곡으로 구성됐다. 마스카니의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중 인터메조로 고요하고 섬 세하게 시작된 공연은 악기들의 성량이 점차 풍부해지며 풍성한 꿈의 세계로 초대받는 것 같은 느낌을 자아냈다. 이어 헨델의 하프협주곡 1악장과 타이스의 명상곡, 생상 동물의 사육제 중 백조 로 이어지면서 같은 악기로 연주하는 곡임 에도 전혀 다른 기운을 뿜어냈다. 하프 연주자 김지인 씨는 이번 레퍼토리는 영화와 CF에서 많이 접할 수 있는 곡이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뽑힌 곡을 위주로 선택했다 고 말했다. 우리 가족이 다함께 감상할 수 있는 뜻 깊은 자리였 어요. 초등학생 아이들과 참석한 임은숙(43)씨는 연령 제한 때문에 못 들어갔던 다른 음악회 경험을 상기하며 몇 년째 작은 음악회에 연속 참여하고 있 다고 말했다. 동일여상 김혜정 선생님은 우리 학교 가 위치한 곳에서는 이런 음악회가 없어서 일부러 먼 데까지 학생들과 함께 찾아오게 됐는 데 같이 온 보람이 있었다 고 말했다. 46

47 기념관 학교 MOU 체결 2015년도 상반기 교원연수 시행 청소년의 올바른 역 사교육을 위해 우리 기념관은 기념관과 학교간의 우호협력 관계 증진을 위하여 신광여고(용산구), 동일여상(금천구)과 공동업무협약(MOU)을 체결하였다. 앞으로 기념관과 학교가 연계하여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특강과 도슨트 교육 및 기념관 주요 행사(어린이날, 추모식 등) 봉사활동 참가, 교내 축제기간 백범 김구 선생 사진 이동 전시회 개최 등 청소년에게 백범 김 구 선생을 알리는 활동을 시행하고자 한다. 또한 각 학교에 역 사 인문학 관련 도서150여권(200만원 상당)을 기증하여 많은 학생들이 백범 김구 선생과 역사에 관심을 갖고 올바른 역사인 식을 확립할 수 있도록 하였다. 앞으로 기념관 인근 학교로 확 대하여 공동업무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백범김구기념관에 서 5월 13일부터 6 월 10일까지 5주간 상반기 교원직무연 수를 시행하였다. 이번 교원연수는 한 국근현대사에서 백 범 김구 선생의 위상 이라는 주제로 초, 중, 고 교원들에게 한국 근현대사 및 백범 김구 선생에 대한 심도 있는 교육을 실시하 여 학생들의 나라사랑 정신 확산과 바른 역사관 정립에 기여하 고자 기획되었다. 근대 계몽운동과 백범김구선생의 구국의지, 독립운동기 중 한-중관계와 백범김구선생, 백범김구선생의 통 일 의지 등 근현대사 강의와 교육 체험 및 전시관람 등으로 진 행하였다. 앞으로도 교원연수를 통하여 보다 많은 청소년들이 기념관에 방문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주말가족나들이 신규 교육 개설 함께 떠나는 역사여행(전시해설) 및 교육 참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백범김구선생과 우리의 역사를 좀더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는 주말가족나들이 신규 교육을 개설하 였다. 교육 일정 및 예약 방법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교육명 우리가족 자서전 만들기 뿌리깊은 대한민국 창암아, 학교가자! 내 용 백범김구선생의 자서전 백범일지 를 이해하고 우리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가족 자서전을 만들 어 보아요.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이동경로를 따라가며 독립 을 위한 노력에 대해 알아보고 가족이 함께 퀴 즈를 맞추며 놀이 할 수 있는 게임판을 만들어 보아요. 백범김구선생의 어린시절 학교의 모습은 어떠 할까요? 어떠한 공부를 하며 어떠한 꿈을 키워 나갔을까요? 나, 부모님 그리고 창암이의 학교 생활을 비교해보고 앞으로 우리의 계획을 족자 에 적어 보아요. 강 사 양미 민성훈 유연동 한가람유치원, 송전 초, 우암초, 진산초, 동양중, 오산중, 성 심여중, 신광여중, 남강중, 성서중, 성 산중, 개웅중, 대영 중, 경희중, 덕성여 중, 봉원중, 난곡중, 문래중, 구산중, 영서중, 용원중, 백석고, 청 량고, 성남고, 용문고, 동일여상, 성신여고, 일산동고, 나루고, 선일여고, 세종과학고, 오산고, 신광여고, 56사단, 구립용산장 애인복지관에서 기념관을 방문하여 교육담당자, 도슨트와 함 께 전시관람 및 효창원 애국선열묘역 참배로 진행되는 함께 떠 나는 역사여행과 안녕하세요? 김구할아버지, 역사의 현장속 으로! 백범신문만들기 등의 교육에 참가하였다. 다양한 교육을 통해 애국정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시간을 마련하였다.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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