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참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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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역참지기 유환

2 소개글 내게 있어 역참지기란 순수한 우정의 발로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엮어 내는 인연의 정거장이 내 블로그의 의미란 것이며 그것에 있어 나의 역할을 나름으로 규정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지내보고 싶은 바램이다. 언제든, 누구든 인생의 길을 달려 나가며 이곳을 들러 지나는 이에게 편한 휴식과 힘찬 새 출발에 필요한 생각 깊은 이야기 를 내어 놓고 싶다.

3 목차 1 굴곡 8 2 역참지기 11 3 하루 13 4 무화과, 자전거, 아버지 15 5 봄비 20 6 봄날 21 7 名 品 23 8 제목독자 25 9 사랑하는 모습 뿔과 장미 교감[ 交 感 ] 천리향 아침 꽃사과 나무 향충[ 香 蟲 ] 최후의 심판 벚꽃을 위하여 전장과 운동장 홍매화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인간 등고 비 장미의 계절 편지칼 춘란 88

4 26 갈매기 신록예찬 휴대폰 Brassed off 토끼 세일링 소해정과 나 맥주 내가 사는 법 비오는 새벽 바다, 비, 담배 雨 日 短 想 아포리즘 文 鳥 밧세바 산호와 진주 모기 상상 비와 기억 비에 대하여 빗속 에서 사랑에 대해 五 技 而 窮 河 口 이별한 사람을 위하여 195

5 51 선인장 친구 해방 어느 오후 휴일 시벨리우스와 나 왕이 되려한 사나이[The man who would be king] 가을 마지막 여름비 도련님 상부상조 The National Geographic 소나기 立 秋 독서 소풍 손씻이 Svetlana의 Je Vais Seul Sur la Route 燈 夫 가을 밤 낭만에 대하여 성묘 W 형에게 구절초 복격[ 服 格 ] 원고료 우표 296

6 76 객창 소멸 가을에 만난 사람 秋 日 短 想 秋 浦 歌 와 the strawberry season 옛 이야기 둘 꿈보다 해몽 결초보은 단합, 획일 사진 너나 잘하세요 김성탄과 나 시간 편의점 별 중이[ 重 耳 ] 싼타의 꿈 단상 하나 서울, 1964년 겨울 생명 청춘 모과나무꽃 국기에 대하여 국기에 대하여 항구 민방위 해제 374

7 굴곡 :38 출장을 다녀오던 길에 언양의 태화강 중류에 잠시 차를 세웠다. 강은 여전했다. 가을 햇살이 물위에서 소리를 내며 깔락이고 있었다. 눈이 부시다. 이리 저리 발이 닿는 대로 걸어 본다. 짙은 색의 돌이 보이면 발끝으로 툭 차서 엎어 보기도 하고 또 얕은 물 속에서 독특한 문양의 돌이 보이면 발을 걷고 손을 넣어 들어내기도 한다. 한참을 그러고 있노라니 돌 밭에 내려앉은 양광과 물에 비치는 강렬한 빛으로 눈이 어찔하다. 큰 돌 위에 걸터앉아 생수를 한 모금 마시고 담배를 내어 물었다. 강물에선 작은 돌이 뜨거럭 거리며 굴러가는 소리가 들리고 말라 버린 수초사이로는 서걱이는 바람소리가 났다. 꿀럭꿀럭 하며 물굽이가 생기고 손가락 만한 고기들이 바삐 움직이는 것도 보인다. 그 위로 옅은 새털구름이 기분 좋게 깔려 있는 푸른 하늘에서 가을의 태양이 세상을 빛내고 있다. 이런 계절에는 내 삶도 함께 청명의 풍요를 느끼고 싶어하는 것일 게다. 두어 시간쯤을 그리 헤매고 또 쉬고 강과 바람과 돌을 즐기었다. 물론 그 수많은 돌들만큼 많은 인생사를 생각해 보기도 하고... 이젠 돌아가야 할 시간, 머리를 들고 허리를 폈다. 그 순간 눈에 딱 뜨이는 것이 있다. 들고 간 헤켈로 툭툭 쳐서 돌을 집어냈다. 정말 맘에 든다. 밀도가 있어 보이는 색이며 무엇보다 그 심한 굴곡의 형이 눈에 쏙 든다. 급한 마음이지만 천천히 돌을 들어내고 흙을 털어 내어 물에 씻어 보았다. 보통이 아니다. 불균형이 또 다른 균형을 만들어 내어 보인다. 앉음새의 안정이 상부의 불안정을 균형감 있게 받쳐준다. '수수준투'란 말이 있다. 중국의 북송시대의 문인 미원장[ 米 元 章 ]이 갈파한 수석감상의 네 가지 기준이다. 즉 명석이란 구멍이 뚫려 있어야 하고 또 돌 표면에 주름이 멋지게 뻗어 있으며 격조 높은 기품을 간직할 것이고 그리고 연약하면서도 강한 선을 갖고 있는 것을 말하는 것인데 오늘날의 수석에도 많이 적용되는 점으로 감상의 기본을 말함이다. 굴곡 7

8 아쉽게도 투, 즉 뚫림은 없으나 나머지 세 가지엔 그런 대로 만족이다. 동시에 그 밀도 높은 중후감이나 깊은 맛의 색깔까지이니 이 정도면 감상애완의 가치가 충분한 셈이다. 그 자리에서 머리를 조아려 이 돌과의 인연을 만들어 주신 창조주께 감사를 드렸다. 나에게 허락 해주신 이 석복[ 石 福 ]에 대해 겸허한 마음을 갖게 해달라고 빌었다. 그리고 그 돌을 집으로 데리고 와 볕이 잘 드는 베란다에 올려 두었다. 이제 물을 뿌리고 말리고 그리하여 세월과 애완의 흔적을 남기는 양석을 시작한다. 그러기를 한 이삼년 꾸준히 해내면 돌 내부에 있던 본연의 색이 세월의 은은함으로 돋보여 나오기 때문이다. 사람의 훌륭한 심성도 저와 같아 애정을 가지고 꾸준히 잘 기르면 그와 같은 은은한 품성이 결국은 배어 나오기 마련이다. 애정을 가지고 잘 가르친다는 '양육'이란 것 아니겠는가. 여하간 이 돌은 울룩불룩한 주름이 그 제일의 맛이다. 단단한 청록의 석질에 한껏 멋들어진 파임이 있다. 얼마나 들여다보았을까? 갑자기 의문이 생겼다. 왜 저 굴곡에 가치를 둔단 말인가. 단단한 것일 수록 그렇게 패이기가 힘들기 때문에 그 희소의 가치를 귀중하게 쳐주는 것인가. 아니면 그 추상적인 선의 난무에 어떤 예술적인 가치가 곁들여져 있단 말인가. 원래 수석은 그 형과 질과 색을 삼요소로 친다. 이것의 순위는 없다, 아울러 우열도 없다, 그러나 보는 사람에 따라 나름대로 가장 선호하는 식별의 기준은 있다. 내 경우에는 돌의 질이다. 색이나 형보다 돌이 주는 그 밀도와 질감에 점수를 더 얹어준다. 그러나 밀도와 질감이라면 그야말로 차돌 같은 것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차돌은 그저 둥글둥글 원만하며 곱게 자라온 듯한 것이다. 별 어려움 없이 부모 덕으로 잘 양육된 사람 같은 것이다. 다시금 돌을 한참이나 들여다보며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그저 물끄러미 사심 없이 바라보는 것이다. 밀도가 높되 굴곡이 있어 주면 가치가 더해지는 것은 분명하다. 단단한 돌은 그렇게 쉽게 굴곡의 주름이 잡히지 않는 법이다. 따라서 쉽게 사람들의 눈에 뜨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희소성은 있다. 이것의 가치는 쓰라린 경험이다. 굴절된 경험의 인생을 대변한다. 그러나 어쩌다 다른 돌에 부딪히거나 그냥 굴러서 깨어져 버린 그런 우연만은 아니다. 그 상처로부터 수많은 세월의 부대낌 속에 부딪히고 깨어지고 굴곡 8

9 그리고 세파에 쉬임없이 마모되어 그야말로 강골의 뼈를 남긴 삶의 정수이다. 그것이야말로 숱한 경험과 반성 속에서 얻어진 원만함을 보여주며 그 경지가 우리에게 완숙함의 교훈을 내어 준다. 모든 찌꺼기나 군더더기를 다 들어 낸 완전을 지향하는 삶과 인격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람도 마냥 부모 품에서 곱게 자란다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 귀한 가치로 추구될 수가 없다. 예기치 않았던 어려운 역경을 딛고 새로이 도전하며 일어서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가치이며 그리하여 오해와 절망과 증오를 다 들어내고 그것에 의한 중후한 경험만이 남아 그를 보며 느끼는 모든 이들에게 그 경지가 전해지는 것이야말로 완전한 가치이며 높게 존경받을 수 있는 것이다. 굴곡진 인생, 그러나 그 실수와 아픔을 통해 얻어진 경험을 제대로 승화시켜 보이는 영광된 상처의 소유야말로 진정한 삶의 소유가 아니겠는가. 돌이 말없이 그 인고의 완성을 보여주듯 진정한 삶 역시 역경의 세월을 뛰어 넘어서 말없는 가운데 그 완성을 웅변한다. 유환 굴곡 9

10 역참지기 :18 어느 일인들 그렇지 않으리오마는 역참지기의 일도 그 의미를 가만히 생각해 보면 참으로 보람된 것이다. 피로에 지친 사람, 급한 용무의 사람들에게 잠자리와 음식을 대접하고 타고 갈 말과 마차를 내어 준다는 것, 일종의 보시와도 같은 행위라 하겠다. 역참을 들르는 길손 중에는 퍼 붓는 눈보라를 뚫고 동사직전의 몸으로 간신히 살아 온 이들도 있을 것이고 무서운 폭풍에 휩싸여 지치고 병든 이도 찾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제정러시아시절, 대부분의 역참지기는 그렇지 않았던 모양으로 사용자들의 불만에 찬 고약한 평으로 유명하였다. 푸쉬킨의 단편에서도 역참지기는 등장하여 가장 말단의 공무원[겨우 노예를 면한]이지만 자신의 역참에서는 마치 독재자처럼 굴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래봤자 기껏 작은 정보를 최대한 써 먹는 비굴한 텃세꾼 정도라서 높은 관직의 사람들에겐 그야말로 직급말단, 인간말단의 부림을 당했을 것이다. 역참지기 10

11 엄청난 불평불만과 욕설, 사정없이 날아드는 매맛을 봤는지도 모르겠다. 요즘의 세상으로 치자면 역참지기란 아마 시골간이역의 역장쯤 되지 않을까 한다. 세상이 좋아져서 옛날의 대접은 상상도 할 수 없을 터이지만 여하간 그들은 지나가는 길손에 대한 책무를 다해야 하는 것이리라. 몇몇의 친구들이 이러저러한 최신의 블로그가 있노라며 그 싸이트의 주소를 알려 주고 한번 들러 보라고 했을 때 사실 무에 그리 별거겠냐며 매번 무시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젠 내 차례가 되었다. 나도 나만의 작은 세계를 가지게 되었다. 마치 소출력 방송처럼 가까운 이들과도 도란도란 얘길 나눌 수도 있겠고 통신환경의 혁명으로 지구상 어디든 인터넷환경이 제공되는 곳이면 누구든 나의 방으로 찾아 들 수 있게 되었다. 이것에 대해 나는 감탄치 않을 수 없다. 역시 이곳은 신천지이다. 문패를 달아야 하고 방 또한 나름으로 꾸미는 것에 다다라 나는 그 옥호를 역참지기 로 선뜻 정하게 되었다. 재미나게 읽은 푸쉬킨의 단편제목에서 따 온 것이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나의 글을 읽어 줄 독자와의 동지적 교감이 내겐 필요하고 동시에 그들에게 나름의 정신적 위생을 제공하고 싶었다. 그런 것에 대해 종사하여 봉사하고 싶은 마음으로 붙여낸 것이다. 내게 있어 역참지기란 순수한 우정의 발로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엮어 내는 인연의 정거장이 내 블로그의 의미란 것이며 그것에 있어 나의 역할을 나름으로 규정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지내보고 싶은 바램이다. 언제든, 누구든 인생의 길을 달려 나가며 이곳을 들러 지나는 이에게 편한 휴식과 힘찬 새 출발에 필요한 생각 깊은 이야기 를 내어 놓고 싶다. 유환 역참지기 11

12 하루 :06 근사한 하루. 나는 일에 힘을 쏟았다. 와이셔츠 소매를 걷고 가끔 머리를 쓰다 듬어 올리며 리더 홀더를 쥐고 도면을 작성해 갔다. 계산된 각각의 숫자와 특유의 영문을 꼼꼼이 화살지시표 위에 써 넣었다. 계산 시트가 가득 쌓여진 테이블 위에서 이루어지는 시스템도면은 흥겹다. 그것엔 여러가지의 아이디어가 치밀히 공학적으로 엮여져 가는 것이다. 가끔 침침해진 눈을 들어 바깥 하늘을 보고 싸늘한 빛에 뺨을 내밀었다. 그리고 담배를 피우며 뭉툭해진 연필심을 깍아내었다. 그것에 커피향이 더해지자 조화와 절도 그리고 심지어 우아함까지 내 공간에 가득찼다. 어젯밤엔 시내의 바에서 혼자 커다란 컵으로 맥주를 마셨다. 더운 김이 서린 실내엔 이름 모르는 재즈가 따스하고 스탠드엔 단단하고 육중한 오크의자가 있었다. 넥타이를 느슨히 하고 조끼차림으로 마시는 술은 여유롭다. 팦콘이 담긴 작은 유리접시를 깍듯이 냅킨에 올려 놓는 커프스보턴을 한 하얀 셔츠소매의 바텐이 있었다. 나를위한 잽싼 동작을 느끼며 이런 것이 휴식이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 깨끗한 휴식이 내겐 필요했다. 근간의 복잡다단한 일과 가장 손쉽고 대수롭지 않게 행해지는 '판단'들을 정확히 계측하고 계량한 후 나는 쉬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여하간 나는 오늘 행복하다. 일은 휴식후의 힘으로 마무리했고 그 이후에 일어 날 수 있는 나로서는 불가능한 일에 대해서는 아무도 그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 그러고 보니 '사랑의 맹세' 란 것도 그러하다. 정열이란 것을 생각 해보면 그것은 사랑으로 부터 나오며 아울러 신성한 기적이다. 하루 12

13 감격적으로 황홀한 불꽃이 타오르는 저 올림푸스의 제단으로 부터 푸른 에게해로 두 사람만의 하얀 돛배를 띄워 보내라는 신호가 떨어지면 가슴 벅차 오르는 힘으로 밧줄을 잡아 당기고 노를 젓는 것이다. 하지만 그 항해에 노도가 일고 또한 사랑의 기억조차 한낱 물거품으로 떠 돌아 다닌다면 그 풍파에 대한 불가항력의 미래에 대해서는 두 사람 모두 아무 잘못이 없는 것이다. 누가 누구를 탓할 수 있을 것이란 말인가.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한번도 나의 꿈을 체념할 수가 없었다. 그 순결한 이상 덕분에 나는 현실의 어려움과 위선과 거짓과 추악과 가슴아픔을 모질게 학대 하며 더욱 괴로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다시 다짐하건대 혼란과 혼돈 그리고 불확실한 모든 것들을 나와 지혜가 명하는 대로 또 내 감정이 요구하는 대로 나는 현실과 사물들을 정면으로 바라 볼것이다. 평정한 만족이냐 의미심장한 고통이냐? 평정은 무관심으로 부터 올 수 있을 것인가? 사색을 거듭 한 후의 고통을 맞을 것인가? 이것이 나의 오늘 하루의 철학적 논제가 되었다. 유환 하루 13

14 무화과, 자전거, 아버지 :12 누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거나 여름 날 무화과나무를 보며는 생각 나는 것이 있다. 두 개의 사물이 전혀 상관없어 보일지 몰라도 내겐 커다란 의미이다. 또 그것에서 언뜻 그려지는 것은 나와 아버지 사이의 잊을 수 없는 추억의 한 장면이다. 국민학교 이 학년 때의 일이다. 학교를 일찍 파하고 집에 돌아와서 어머니가 차려주신 점심을 맛나게 먹고는 집안에 모셔둔 깡통 안의 구슬을 끄집어내어 바지춤에 쑤셔 박고 밖으로 뛰어 나갔다. 한 쪽 바지 주머니 속에 구슬이 잔뜩 들어있어 불룩거리며 허리 부분이 삐뚜름하게 늘어지는 것이 그 또래들의 은근히 잘난 폼이었다. 골목길 어디쯤에서 아는 친구들을 만나면 하나씩 꺼내 보이며 하얀 구름이 박혀있는 것 무화과, 자전거, 아버지 14

15 또는 바람개비 형상의 알이 회오리를 일으키는 것 등을 자랑스레 내 보이며 천금보화라도 가진 듯이 들떠 오르는 것이다. 여하튼 초여름의 햇살이 강렬한 그날 골목길에선 한바탕 구슬치기가 벌어졌는데 날이 너무 뜨거워 흙 땅속의 개미집까지 바싹 뜨거워 져 갈 무렵이었다. 더운 열기에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다. 콧등으로 땀이 한 방울 똑 떨어졌다. 땅위에 못으로 그은 삼각형을 바라보는 나의 눈이 반짝했다. 오른손 엄지에 유리구슬을 먹여 삼각형 안의 영롱하게 빛나는 '아이노꾸'들을 때려주면 튀어나오는 것들은 모두 내 차지가 되는 것이다. 그 때 아버지께서 나를 부르셨다. 부드러우나 엄하신 목소리였다. 집에서 아버지의 가게까지는 자전거로 한 10분이면 올 수 있는 거리라 선친께서는 항상 집으로 점심을 들러 오셨다. 여름날에는 어머니가 호박잎을 갈아넣으신 수제비를 자주 내 놓으셨는데 찬이 별로 없어도 아주 맛나 하셨다. 원래 음식을 가리시는 분이 아니셨고 또 면을 좋아하셨다. 어머니의 내어놓는 솜씨가 깔끔하셔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더운 열을 내리는데는 호박잎이 아주 좋은 것이다 하시며 대단히 즐겨 하셨다. 그 날도 얼마 전에 새로 마련하신 삼천리 자전거를 타시고 띠릉 하고 벨을 울리면서 대문 앞에 당도 하셨는데 집 앞에서 친구들과 어울리고 있는 날 보신 것이다. 귀여운 막내가 정신없이 놀이에 열중하는 것을 한참을 그렇게 보고 계시다가 날 부르신 듯 싶다. '재미있어?' '예' '그래, 아버지 점심들고 나올 테니 어디가지 말고 자전거 지키거라.' '예에~' 대답이야 항상 잘도 나오는 나였다. 게다가 그것은 신나는 일이었다. 새로 산 그 유명한 삼천리 자전거 아니겠는가! 단단한 소가죽의 안장에 올라타 번쩍거리는 브레이크 손잡이를 만지기도 하고 잘 닦여진 거울을 들여다보며 킥킥 웃기도 하고 놀았는데 햇볕이 점점 세워져 그늘이 없어지고 지루한 여름날 오후가 갈수록 더워져도 아버지는 나올 기색이 없으셨다. 무화과, 자전거, 아버지 15

16 벨을 찌릉이는 것도 드디어 지겨워 질 무렵, 자전거위에서 바라다 보이는 담 너머 옆집의 무화과는 왜 그리 싱그러웠는지. 마침 그 집에 살고 있던 친구 녀석이 들어오란다. '이찌지꾸' 먹자고. 지네 엄마 안 계실 때. 꼴깍 침이 돌았다. 햇볕이 쨍한 길에는 인기척이라곤 눈을 씻고 들여봐도 없다. 녀석이 나를 또 불렀다. '야 안 먹을거야? 싫으면 냅두고' 에라, 그대로 녀석 집의 대문으로 들어섰다. 아, 그 마당 한복판의 하늘을 찔러 버릴 듯 서 있는, 커다란 감나무 높이 만큼의 무화과나무! 여름의 더위를 식히기 충분할 만큼의 큼직한 손바닥 같은 잎과 쭉쭉 뻗어있는 진녹색의 줄기. 그리고 줄기보다 더 진한 색의 달걀같이 생긴 보숭한 과실! 원숭이 보담 더 빨리, 녀석이 나무를 타고 올라가 너 댓개를 떼어왔다. 꼭지를 어내기가 무섭게 두레박으로 퍼 올린 우물물에 씻은 무화과를 연필깍이 칼로 '짜-악' 반을 가르자 진녹의 껍질 속에서 드러나는 연분홍의 눈부신 보색대비! 그리고 물씬 피어나는 특유의 과일향. 녹작지근한 그 냄새에 입안에 침이 순식간에 돌았다. 그리고 마구 우작거렸다. 분명히 덜 익은 것이었다. 약간 아삭거리는 것이 원래의 녹아드는 맛이 아니었다. 그러나 더운 날의 개구장이 하동들에겐 개똥참외 껍데기일망정! 이번엔 내가 올라갔다. 녀석 보담 더 높이 올라갔다. 높은 쪽은 한결 잘 익었을 것이란 기대로. 바지춤에 넣었다. 또 윗도리 런닝 안으로도 마구 집어넣었다. 누나, 형, 엄마, 아버지 다아 드려야지... 나무를 내려오면 자전거 경비서는 핑계를 대고 집으로 휭 하니 도망칠 심산이었다. 그 때, 녀석 집의 대문이 탕 하고 열렸다. 이크, 옆집 아줌마구나. 윗도리 안에 든 것들을 어떻게 감추나? 아니었다, 성난 아버지 음성이 들렸다. '이리 나오너라' '예' 나무 위에서 코알라같이 대롱거리다가 내가 답했다. 남의 집 것을 탐내었으니 이젠 깨지는구나... 혼이 날것을 각오하고 조르르 내려왔다. 엄 숙한 아버지 얼굴 앞에 멈추어 서는 순간 '따-악' 정확히 귀 위의 머리옆쪽을 맞았다. 입안에 그때까지도 남아 있던 향긋한 무화과 맛이 순식간에 달아났다. 무화과, 자전거, 아버지 16

17 '아버지하고의 약속을 안 지키다니!' '정신 나간 놈!' 그것으로 끝이었다. 항상 여기에서 그 여름날 푸른 무화과 잎 같이 싱싱한 내 기억은 끝이 난다. 옷 속에 감추어 두었던 무화과는 어떻게 되었는지, 그 뒤에는 무슨 일이 더 있었는지가 더 이상 서럽게도 생각이 나질 않는 것이다... 자전거는 어느 불쌍한 양반이 잽싸게 올라타고 날라 버렸을 것이다. '샌삐' 삼천리 자전거는 그 길로 오리무중이 되어 버렸다. 태어나서 아버지 돌아가실 때까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당한 손찌검이었다. 그래도 아직까지 옆집 아줌마 몰래 먹었던 그 여름의 덜 익은 '이찌지꾸'맛과 세월이 가도 자꾸만 아버지 생각이 더해지는 것 역시 어쩔 수 없다. 유환 무화과, 자전거, 아버지 17

18 무화과, 자전거, 아버지 18

19 봄비 :50 가는 비를 가득 담은 안개의 진행. 서서히 바닷가의 언덕을 따라 올라가며 애처롭도록 작고 하얀 꽃잎들을 비에 적셔 떨구는. 그 사이사이로 언뜻 사람이 나타나고 또 헤드라이트를 킨 차가 소리도 없이 지나간다. 은빛의 물고기를 입에 물어 낸 갈매기 한마리가 빗속에서 회색의 비상을 한다. 나의 권태와 불만족을 비웃는 것일까? 날개쭉이 힘차다. 힘차게 울음 짓는다. 끼룩. 이른바 봄비는 투명하고 얇은 습기의 막으로 온 세상을 덮어 놓는다. 침잠자에게는 영감과 위안을 끝 없을 듯 가져다 줄 것이며 그 다음 날의 빛을 기다리는 애처로운 자에게는 양광의 눈부신 거둠으로 일시에 망토를 벗고 생명의 물방울을 맺어줄 것이다. 가책을 완화하고 열정을 가라 앉히며 강렬한 욕구를 위무로 둘러 싸는 이 비는 신이 건네주는 삶의 마취제다. 그런 생각들을 하며 우산을 들고 한참을 걸었다. 그리고 이제 발이 차갑게 느껴지자 따끈한 빵냄새가 그리워졌다. 짙은 커피를 한잔 들이켰으면 한다. 차에 다시 올라 타며 혼잣말을 해본다. 아, 아무래도 나는 경박한 습기의 관능에 취한, 봄비의 환각자. 유환 봄비 19

20 봄날 :33 이런 봄날에는 베란다에 의자를 내어 놓고 앉아서 볕을 즐긴다. 조용한 온기가 감은 눈꺼풀을 가볍고 붉게 만들어 줄 것이다. 빛선이 연속적으로 내려와 눈자위가 근질거려지며 기분 좋아진다. 이마가 따뜻해지고 뺨도 부드러워 진다. 눈썹이 매끄러워 진다. 작은 이명이 일어 나고 어지러움이 내 머리를 뒤로 젖혀 나는 아아 하고 소리를 낼 것이다. 손등으로 눈을 부비고 몇번을 감았다 떴다 해본다. 어질해졌던 풍광이 다시 맑아진다. 이럴 때 어디서 나무에 뿌린 물이 말라 오르는 풋풋한 냄새가 인다. 봄의 감흥으로 나는 숨을 크게 쉬어 본다. 고양이가 좋을 것이다. 무릎 위에 앉혀 놓고 목을 쓰다듬으면 가르릉 거리는 소리를 내며 둥근 눈을 가늘게 뜬다. 그녀는 날 보고 미소를 지으며 혀로 수염을 한번 쓰다듬을지 모른다. 그리곤 몸을 약간 구부렸다가 작은 발로 얼굴을 부비고 다시 엎드린다. 고양이는 부드럽고 또 유연해서 내무릎은 적당한 안정감을 느낀다. 꽃들이 핀다. 색들은 화사하고 자태는 한없이 흔들거리며 내 마음을 뺐는다. 대개 그것들은 향기를 보내주며 내게 속삭인다. '가슴이 울렁거려 오지 않나요?' 나는 또 한없이 설레인다. 고양이가 몸을 일으키더니 목을 빼어 돌리며 내 발아래를 유심히 쳐다본다. 봄날 20

21 내가 톡하고 손가락으로 머리를 가볍게 치자 그녀는 다시 가르릉 소리를 내며 턱을 괴인다. "봄이야, 뭐든 빛의 순례자가 되는거야." 은밀한 꿈, 나는 어느 여인에게 몰래 입술을 맞대었다. 눈은 감겨졌다 다시 떠지고 다시 입술의 미끄러지는 촉감에 눈을 감았다. 짧은 순간 아무 일이 없었던 것 처럼 다른 상황으로 돌아갔다. 돌아서면서 언뜻 그녀의 얼굴을 보았으나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몸을 돌렸다. 그녀의 머리칼에 봄빛이 쏟아지고 있다. 눈이 부시게 흔들리는 검은 광휘, 내 맘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한쪽 손이 툭 소리를 낼 듯 의자옆으로 떨어졌다. 고양이는 아무 움직임도 없다. 화분의 큰잎이 내 눈에 가득 들어왔다. 잎이 빛난다. 초록의 물방울이 하나 맺혀있다. 봄날엔 그 졸음마져도 달콤하기 짝 없다. 나른한 즐거움. 천천히 뻗쳐 오르는 재생의 느낌과 힘. 물을 가득 몸에 넣고 팔을 벌려 올리면 내몸은 두장의 떡잎을 지닌 어린 나무가 된다. 줄기는 한없이 부드럽고 유연해서 무엇이든 감아 오를려고 할 것이다. 이윽고 몸통 째 보라빛 꽃이 되어 따스한 바람 아래 찬란히 벌려지는 나는 봄의 햇빛아래서 뽐내며 노래하고 있슴이다. 유환 봄날 21

22 名 品 :58 명품이란 것이 있다. 요즘은 뭐든 아무 것에나 이름을 같다 붙이는 경향이 있지만 만들어 내 놓는 이들이 억지로 붙인 것이 아니라 원래 명성이 나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대개 이것들은 턱없이 값이 비싸기도 하고 또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것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당연히 그 이름 을 뒷받침하는 무언가는 있게 마련이다. 시내의 대형 백화점에서는 세계의 명품이라면서 그러한 가게들을 한 군데에 모아 놓아 세칭 명품관 이란 것을 차려 놓고 호객을 하 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물품이 사치성의 패션과 관계된 것들이라서 그런지 서민들은 그 엄청난 가격에 주눅이 드는 공간이 되 기 십상이다. 게다가 부유한 자들의 거들먹거림을 대하기라도 하면 기분이 무척 상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실생활에 쓰여지는 명품들 은 참 갖고는 싶은 것들이다. 그것들이 주는 최상의 이미지도 그렇겠지만 지님으로서 얻는 만족감도 대단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전의 모임자리에서 생긴 일이다. 앞사람이 담배를 물고 불을 찾기에 지니고 있던 라이터를 건네주었다. 손아귀에 쏙 들어오는 금장 으로, 값을 떠나서 내겐 아주 귀한 것이다. 연세가 지긋하신 분이라 손에 받아 드시더니 금새 알아보신다. '요새도 이런 것 들고 다니 는 사람이 있구나. 듀퐁인가? 좋은 물건이야.' 한다. 흐뭇했다. 이런 것이 명품을 지닌 보람인가 싶었다. 그것을 보고있던 옆자리의 사람이 말을 붙여왔다. '값싼 일회용 가스라이터가 쓰기 편하고 또 잃어버려도 상관없고 그렇지 않아요? 그건 너무 무겁고..' 라며 어색하게 웃는다. 맞는 말이다. 무거워서 귀찮기도 하고 또 매번 술자리 같은 곳에서 내어놓고 쓰다가 잃어버릴까 혹은 누가 슬쩍할까봐 은근히 신경 쓰였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것에 비하면 일회용이란 얼마나 손쉬운 것인가. 부담 없고 간편하기 짝이 없다. 어디 물건뿐이 랴, 심지어 남녀간의 사랑도 쉽게 만나고 훌쩍 헤어지는 일회성 선호 세태가 아닌가. 어떻게 보면 명품이란 평소의 일반 상황에선 단지 그 명성만이 가치인지 모른다. 기능에 있어서는 금액만큼의 차이가 나지 않을 수 도 있다. 그러나 좀 더 생각해보면 그것이 만들어지기까지에는 진정한 장인들의 피를 말리는 시행착오와 끝없는 노력이 고스란히 바 쳐져 있는 것이다. 예컨대 오랫동안 사용치 않다가 절대절명의 필요에 의할 때라든지 전혀 예기치 못한 시간과 장소에서 일반의 다른 것들이 제대로 기 능치 못할 때에 언제라도 확실히 작동되는 것. 또는 최고가치만큼의 기쁨을 단 한번이라도 제대로 줄 수 있는 것이 명품이다. 또 어디 기능뿐이겠는가? 그 명성에 부합된 디자인이나 뛰어난 색감, 유용하고도 단단한 각종의 부가물품들, 질 높은 재질도 그 가 치를 높여준다. 그것에 더해 명장들의 치열한 제작혼이 그 내부에 깊이 존재하여 겉으로는 미세하나 알고 보면 큰 차이가 나타나게 名 品 22

23 되는 것이다. 세간에 널리 알려진 박래품 들로는 몽블랑 만년필, 롤렉스시계, 듀퐁의 라이터며 기타 등등. 뿐 아니라 각종의 분야에서 나름대로의 'THE BEST'가 개인의 작은 장신구로부터 시작하여 커다란 기계까지, 인성을 꾸며주는 문화상품으로부터 인마를 살상하는 전쟁도구 들 까지 그 나름의 최고가치로 수천, 수만 가지가 이름을 자랑하는 것이다. 비단 외국의 물건뿐이랴, 수만 번의 섬세한 손질로 만들어 낸 한산모시, 뜨거운 열풍로질과 작은 망치질을 수없이 해대어야 하는 안 성유기며, 너무 힘이 들어 기능계승자가 점점 줄어든다는 통영의 나전칠기니 갓 등 뛰어난 우리 것들도 참 많을 것이다. 물건에 명품이 있듯, 사람도 명품이 있을 것이다. 각양각색의 격에 따라 사람들에게도 분명 명품이라 할 인물들이 있다. 나라를 빛낸 위인들이 그러할 것이고, 세계를 이끌어 가는 지도자들이 그러할 것이며 명품을 만드는 장인들 또한 그러할 것이다. 명품인간은 어렵 고 힘들 때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대로 행하여 진정한 가치를 발할 것이다. 또 사람들이 엮어내는 사랑은 어떨까. 물론 모든 사랑이 다 귀하고 어디 아름답지 않을까마는, 로미오와 주리엣같은 남 다른 사랑이, 춘향이와 이도령의 사랑, 맹자 어머니, 한석봉 어머니의 자식 사랑 등이 사랑중의 명품이 아닐까 한다. 아무리 어려운 조건이라도, 그럴 수록에 더욱 빛나고 견고하게 지켜내는 사랑, 그를 이루어 낸 사람들의 절절함과 꿋꿋함으로 그 가 치를 나타내주는 것이다. 사랑마저 순간만을 즐기고 어려운 것을 회피하며 손쉬운 일회성으로 변해 가는 세태가 안쓰럽다 나는 어느 품질일까. 나도 무슨 그런 편리함에 길들여져 있으니 사람으로 친다면 명품과는 거리가 멀 것이다. 아마 하품이라 함이 제 격일 것이다. 그러나 내 몫을 다하는 인간이 되고는 싶은 바램이 가슴 가득 하다. 나의 모자람과 단단치 못한 성품으로 내 인생과 사랑을 명품으로 이루어 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그래도 어쩌랴. 태어날 때 주 어진 것을 바탕으로 나름대로의 인생을 가다듬는 일에는 더욱 더 진력해 볼일이다. 유환 名 品 23

24 제목독자 :49 변화란 것이 원래 신진들의 사조이기도 하거니와 세상의 흐름이란 것도 그야말로 전광석화로 빠른 것이니 요즘 신문 독자들의 읽기 경향도 바뀌어가는 것이 당연하다 할 것이다. 예전의 신문에 대해서는 정확히는 알지 못하나 한국현대사회의 시작점이라 할 해방직후에는 타블로이드 배판, 즉 달랑 반장짜리 신문이 배부되었다고 한다. 워낙에 내용이 없기도 하겠지만 그 양이란 것도 보나마나 여서 식자들이 그 정도의 지면을 읽어내리는 것은 그야말로 숨도 안 쉬고 꿀꺽이라 하겠다. 그러나 이즈음의 신문은 통상 대판으로 52면 심지어 주말의 특집이 있을 때에는 60면이 훌쩍 넘어가는 것이니 이것을 곰곰이 다 읽어 내릴라 치면 한 시간이 더 걸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게다가 복잡다단하며 초를 다투듯이 바쁜 세상이니 지면의 뉴우스 따위에 자신의 할 일을 젖혀 두고 그리 많은 시간을 할애 하는 이라고는 공원에서 소일하는 노인네들이나 하릴없이 방을 등 지고 누운 백수들 일 것이다. 최근에 신문을 구독하라는 이른바 보급소 팀들이 수 차례 회사를 방문하여 없으면 새로이 받아 보시라 하고 있으면 바꾸어 보는 것도 좋은 일이라 하여 이것 저것을 끼워 그 낯뜨거울 만큼의 싼 가격으로 애걸복걸하기는 하였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경제신문 하나를 받아 보고 있는 중이었으며 결정적으로는 내가 이미 인터넷의 뉴우스란에 맛을 충분히 들여버린 후였다. 그리하여 정중하고도 단호한 거절의 말씀을 건넨 적이 여러 번이었다. 이러던 차에 며칠 전에 다른 문인들과 함께 신문사 주필을 지낸 B 선생을 만났기로 간단한 주석에서 이리저리 세상 사는 얘기를 하다가 신문얘기가 나왔다. 제목독자 24

25 마침 인터넷의 뉴우스에 대해 내가 그 간편함과 속보성과 현란함에 대해 말을 꺼내니 선생도 고개를 끄덕이시며 동조를 하신다. "아~그럴 수 밖에. 어느 고리타분한 한량이 있어 그걸 다 읽어 내리겠는가 말일세." "그러게요, 인터넷 접속이 어려운 지경이나 환경이라면 모를까 말입니다." "그래서 말일세, '제목독자'란 것으로 요즘의 독자들을 얘기한다는구만." "그게 뭔데요?" "제목만 대충 훑어 보고 앞줄 몇몇만 쓰윽 가려 보곤 끝이란 거지. 그런 사람들을 제목 독자라 칭한다네." 그것 참 재미난 표현이다. 선생은 특유의 목 뻣뻣함으로 허리를 쭈욱 펴시더니 긴 코 위에 올려 놓은 두터운 뿔테 안경 너머로 사람들을 둘러 보았다. 그리곤 한 말씀. "사설로 세상여론을 이끌어 가던 시대는 종말을 고한 것 같습니다. 이러니 기가차고 맥이 차고 순사가 칼을 차는 거지요. 네" 모두 허허 웃기는 했지만 그 씁쓸함이 좌중을 쓸쓸히 돌아 지나갔다. 모임의 충원 대부분이 6,70대의 노인들인지라 아쉬움이나 안타까움이 나보다는 훨씬 더 한 듯하다. 푸쉬킨의 한 소설을 기억해 보며는 이런 얘기가 나온다. 만약 무슨 일을 나이순이라는 편리한 규칙 대신에 지혜순이라는 다른 규칙이 쓰여진다면 어떻게 될까라며 그리 되면 어떤 큰 싸움이 일어날 지도 모르고 하인은 누구부터 먼저 식사를 돌려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었는데 좌중의 노인들을 바라 보던 내게 갑자기 그 장면이 떠오른 것이다. 통례가 사라져 가는 시대이다. 어느 시댄들 과도기 아닌 적이 있었겠냐며 니체는 목소리를 높였었지만 정말 이 시대도 변혁의 시대이며 변증법적인 완성을 향해 급격히 달려 간다. 나이상하 순의 관례에 희망을 걸고 세월을 묵히며 쌓아오던 집단들은, 나이는 차치하고라도 제목독자 25

26 이제 누가 더 지혜로운가 하는 것 조차도 제대로 겨뤄 보지 못하고 그만 밀려 드는 젊은 변화의 목소리에 안타까이 휩쓸려 간다. 제목만으로도 세상사를 훌쩍 감 잡아 버리는, 눈치 빠르고 재치 있으며 순발력 뛰어난 젊은 집단에게 떠 밀려 간다. '내 말을 끝까지 들어 보라니깐' 하는 따위의 변은 더 이상 의미 없어 진 것 같다. 첫눈에 딱 걸려 들어가야 뭔가가 이루어지는 세상이다. 익히고 묵히는, 어려운 극기의 시간쌓기는 별로 좋은 모토가 아닌 것이 되어 버렸다. 7초든가? 그 시간 안에 인터넷화면이 제대로 뜨질 않으면 그만 꺼버린다는 그런 세태이다. 허긴 그 시간도 상당히 긴 시간으로 여겨지는 나 자신부터이다. 나이나 지혜라니. 이제는 가장 재빨라 앞서고 크게 눈에 뜨이는 이른바 '제목' 같은 사람들이 우선 대접 받는 그런 세상인 것 같아 보인다. B 선생을 위시한 전직 교장선생이나 고리타분한 명예교수들과 함께 나 역시 묵묵히 술잔을 들어 목에 털어 넣고 자리를 일어 서 나왔다. "선생님, 세상이 아무리 그래도, 믿어 볼 만 한 것도 있지 않겠습니까!" 돌아서 가는 어른들의 굽은 등위에 내가 겨우 붙여준 말이었다. 유환 제목독자 26

27 사랑하는 모습 :58 점심을 들고 천천히 걸어서 사무실로 돌아 오는 길이었다. 겨울이긴 하지만 볕이 따뜻하고 바람도 없어 볼거리 많은 자갈치 뒷길을 산책하기는 안성맞춤인 날이다. 각종의 해산물들이 대소쿠리에 올려진 좌판이 재미나고 삐뚤 한 글씨로 써 내려간 박스종이 광고판도 정겹다. 물건들이 어지러이 쌓여 있는 좁은 점포들에는 서민의 용품들이 가득하고 작은 수레를 길 복판에 세워 두고 호객을 하는 장사치들의 모습도 각양각색이다. 길다방에서 오백원의 커피를 한잔 사 들고 어슬렁거리며 걸으니 참으로 행복하다. 연유를 한 숟갈이나 넣은 커피는 내가 좋아하는 단맛이 그대로이다. 길을 바삐 오가는 사람들은 거개가 후줄근한 옷차림이다. 그들이 들고 다니는 까만 비닐 봉지엔 마른 생선들이 삐죽이 입을 내어 놓고 있다. 내가 가는 방향으로 두 사람이 나를 스쳐 지나간다. 때에 절은 츄리닝 바지를 입은 사내는 산발한 머리와 수염이 꺼칠하다. 사랑하는 모습 27

28 어깨에 낡은 가방을 걸치고 한 손으로는 같은 행색의 여자 허리를 감았다. 둘은 다정하다. 여자는 무슨 일인지 머리가 짧다. 찢어진 눈. 물에 젖은 듯한 검은 바지. 새까만 운동화. 무언가가 입술에 붙어 있는 더러운 꼴이다. 아잉~ 왜에? 남자가 여자에게 뭐라 하며 손을 끌어 당기자 그것을 살짝 밀쳐 내며 여자가 부끄러운 듯이 몸을 비튼다. 교태가 담뿍 담기었다.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남자가 다시 여자 손을 붙잡아 당긴다. 손목을 잡힌 채로 여자도 부실한 걸음으로 뒤를 따른다. 하지만 그 모습은 정답기 그지없다. 그들은 거지이다. 어쩌면 부부거지인지도 모를 일이고 아니면 길에서 동냥을 하다 서로 눈이 맞은 거지인지도 모르겠다. 기가 찬다. 지저분하고 모자라며 불결하고 부실한 것들이다. 얻어 먹고 주워 먹는 처지에 저런 장면연출 이라니 보는 내가 외려 민망하기도 또 안쓰럽기도 하였다. 그러나 순간 그 다정함이 참으로 푸근하여 나를 흔들어 놓는다. 저 만큼 애틋한 모습의 연인들을 언제 보았던가 싶다. 풍광이 멋들어진 퐁뇌프의 다리에서 기거하는 것은 아니겠으나 비린내 나는 자갈치 시장 뒷골목의 거지사랑인들 어찌 아름답지 않을 것인가. 걸인의 불결함에도 사랑의 순수는 아름답게 피어 나는 것이고 구걸의 손에도 애정의 상대에 대한 부끄러움은 고이 담기는 것이다. 그들의 행색만으로 그 사랑을 미루어 짐작하여 비하시킬 수는 없다. 그러고 보니 나 보다 더 경제적 우월의 위치에 서 있는 인간들이거나 도덕적 우월감의 사람들이 나를 보는 눈들은 어떨까 싶다. 사랑하는 모습 28

29 혹시 그들만의 경직되고 편협된 시선이 있어 사람의 행색으로 층을 짓고 부의 기준으로 줄을 나누어 나를, 또는 나의 사랑을 하잘 것 없는 것으로 내려다 보는 일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내가 입고 있는 옷은 싸구려 기성복으로 보일 것이고 먹는 음식은 또한 불결한 것으로 여겨져 얼굴 돌려 피하려 들른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하여 나의 말과 행동거지 역시 그렇게 치부되어 버려지는 일은 혹 없었을까 싶다. 그렇게 여겨지자 불컥 울화가 치밀어졌지만 곧 이어 내 앞을 지나간 그들을 더러운 벌레 보듯 한 자신이 부끄럽기 짝 없다. 눈부신 태양빛 아래로 거지연인은 서로의 허리에 손을 감고 사랑의 투정과 포옹으로 길을 따라 내려간다. 남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 없이 그들은 서로에게 깊이 빠져 너무나 행복하다. 잉꼬나 원앙인들 저보다 더 사랑의 모습일 수 있으랴. 나도 그들을 뒤 따라 가며 한참을 흐뭇하게 바라 보았다,. 그리고 다시 사무실로 발걸음을 옮기는 내게 양광의 봄이 다가와 속삭이는 소리가 있었다. 만물, 그 어느 것인들 사랑의 모습이 어찌 아름답지 않을까? 그리하여 곧 메마른 대지의 가슴을 열어 제치고 활짝 사랑의 꽃을 피우리라며. 유환 사랑하는 모습 29

30 뿔과 장미 :11 어느 답답한 날 이마가 근질거리기 시작했다. 머리털이 쭈삣거리는 듯 하더니 작은 돌기가 볼록하게 올라오기 시작했다. 십 여분이 지났을까. 대지의 힘이 저 먼 지평선까지 내 닫고 하늘의 기운은 바다를 다 뒤덮더니 이윽고 구름이 몰려 오기 시작했다. 구름은 검게 변하고 곧 이어 뭉클거려지고 하늘 끝에라도 닿을 듯 올라 서더니 결국 무서운 방전을 터뜨려 내며 비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마의 작은 돌기가 쑥쑥 자라기 시작했다. 일초에 일 센티씩 자라기 시작하니 결국 일분 만에 커다란 뿔이 두개씩이나 자라나 달려지게 된 것이다. 두 뿔은 당당한 기세로 우뚝 서 있었으며 검고 윤이 났다. 손으로 만져보니 엷고 단단한 비늘이 느껴지며 그것들은 뿔 전체를 감싸 안아 마치 검은 상아처럼 무서운 위용의 흉기가 된듯했다. 세상의 가벼움들은 그 앞에서 부들부들 떨었다. 그것들을 무릎 꿇리우고 나는 큰 소리로 외쳤다. "조잡하고 간교한 것들.참을 수 없는 것들. 그리고 더러운 속을 가진 구역질 나는 것들은 모두 내 뿔 앞에 스러져 갈 것이로다." 내가 이렇듯 무서운 뿔로 세상천지를 휘돌아 볼 때 어디 선가 고운 향기가 스며져 나와 내 뿔을 휘감아 돌았다. 그것은 작은 장미 한 송이의 향내였을 뿐이나 뿔과 장미 30

31 그 장미는 점점 더 향을 피워 내며 잎으로 손을 벌리고 가지로 몸을 만들어가서 종내 에는 완연한 하나의 여인이 되었다. 장미는 내게 속삭였다. 나의 향기는 음악이 되고 나의 색깔은 휘황한 그림이 되는 것이며 그것들은 당신의 그 우월감을 초라하게 만들 것입니다. 내가 눈을 번쩍하며 그 장미의 여인을 바라 보았지만 그녀는 그저 한번 미소를 입가로 흘려 내리며 호오 하고 숨을 내쉴 뿐이었다. 그러자 나의 뿔은 마치 종이가 불에 태워지듯 그 자리에서 불붙어 재가 되었다. 나의 용맹은 그 종이보다도 더 빨리 사라져 버리고 산을 뽑던 기개는 작은 쥐가 되어 어디론가 달아났다. 어쩔 수 없이 내가 신음을 내며 쓰러지자 세상은 다시금 참으로 시끄러우며 번잡해졌다. 하지만 외려 장미여인의 습윤이 그 모두를 덮어 버리고 세상만사 모두를 편히 하게 되었다. 언뜻 돌아보니 작은 장미 한 송이가 내게 미소를 던진다. 나는 그 향기에 취해 다시 눈을 감고 내 뿔을 쓰다듬었다. 그러나 이미 그런 것은 내게 없었으며 나는 장미만큼이나 붉어져 버렸다. 유환 뿔과 장미 31

32 교감[ 交 感 ] :45 아프리카의 어느 곳 야생의 맹수들이 들끓는 아주 깊은 밀림 속을 온갖 어려움을 헤치고 나아 가면, 키가 십여미터는 됨직한 무시무시한 가시덤불 숲이 나온다. 캄캄하고 뾰죽뾰죽한 가시넝쿨 숲을 죽을 고생을 다하고 간신히 빠져 나오면 이번에는 강렬한 태양이 이글 거리는 뜨거운 사막이 기다리고 있다. 이 사막을 열흘 밤낮을 걸어서 건너면 드디어 너무나 아담한 한 나라에 도착하게 된다. 이름하여 "블로그" 왕국이라 해두자. 여러분의 눈에 비치는 이 나라는 현대의 문명과는 아주 동 떨어진 그런 미개의 나라임에 틀림 없을 것이다. 화려한 옷을 잘 차려 입고 다니는 것도 아니오 맛있는 요리를 먹고 사는 것도 아니며 으리으리한 건물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훌륭한 모양의 차가 다니는 것도 아니기에 교감[ 交 感 ] 32

33 그대들의 생각으로는 이곳은 어떠한 문명의 혜택도 받지 못한 불쌍한 원시의 나라이기 때문 일 것이다. 그러나 블로그왕국의 사람들은 항상 미소를 짓고 있고 행동은 여유롭기 그지 없다. 왜 그럴까? 이 나라엔 그들만의 아주 독특한 문화가 있다. 그것은 언어인 바, 표현단어가 오직 두개 밖에 없다. 물음과 대답에 관한 것으로 "삐삐"와 "뚜뚜"가 그것이다. 가령, 아침에 일어나 처음 보는 인사가 "삐삐?" 그러면 잘 자고 나도 "뚜뚜"이고 잠을 엉망으로 설쳤다고 해도 "뚜뚜"이다. 그러면 "삐삐"라고 물어본 사람은 상대가 어떤 뜻으로 대답을 한 것인지 신통하게도 잘 알아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식사를 맛있게 하였느냐는 뜻으로 "삐삐?" 이럴 수도 있고 에구 굶었지? 라는 뜻으로 물을 때도 "삐삐?" 그러는 것이다. 그러면 역시 상대는 그 물음의 뜻을 척척 알아 듣고는 "뚜뚜!" 그러면 적절한 대답이 되어 서로가 머리를 끄덕이다가 정겹게 인사하고 여유로이 헤어진다는 것이다. 블로그왕국은 평화로운 나라이다. 그곳은 현명하신 여왕님이 지혜롭게 다스리는 바 몇 천년인지도 모를 세월을 이어 오면서도 어진 백성들이 모두가 행복해 하며 살고 있는데 외부인들은 어떻게 해도 들어갈 수가 없는 나라란 것이다. 간혹 밀림에서 길을 잃어 몇달을 헤매다가 왕국의 사람들에게 구조되어 하루나 이틀을 머물다가 알도 못할 약을 먹고 멀쩡하게 몸이 나아 교감[ 交 感 ] 33

34 자기도 모르는 새에 원래의 길로 되돌려져 나왔다고 하는 전설같은 이야기만 이나라를 말해줄 뿐 그곳이 어디인 줄은 사실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우리들은 그곳을 다시 찾을 수도 없을 것이다. "삐삐"와 "뚜뚜" 이 두마디의 말은 오직 그들만의 단순하고 앙징스러운 표현이지만 그들의 모든 의사소통이 이 두마디로 가능한 것은 바로 "상호교감"이라고 하는 인스퍼레이션[insperation]이 존재하며 서로의 영감을 완전히 교차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찌 행복한 나라의 행복한 사람이 아닐 수 있겠는가? 오늘날 이곳에서 살아 가고 있는 우리들은 서로의 영감이 오고 가는 더 없는 행복을 느끼면서 살고 있는가? 혹 서로를 멀리 하고 어려워 하면서 명확한 계약서식 없이는 아무 것도 통할 수 없는, 진정한 인간성을 상실한, 불안한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눈에 보이는 것만 믿을 수 있고 손에 쥐어야만 만족해 하며 마음에 담은 말은 제대로 건넬 수 없는 그러한 불행을 겪고 있지는 않는가? 블로그왕국 스토리는 필시 허구이겠지만 결코 환상만으로 그쳐서는 안될 것이기에 여러분 에게 나는, 조용히 물어 본다. "삐삐?..." 유환 교감[ 交 感 ] 34

35 교감[ 交 感 ] 35

36 천리향 :43 지난 겨울 이맘때 쯤인가보다. 같이 있는 직원과 출장길에 나섰다. 복잡한 시내도로를 간신히 빠져나와 도시고속도로를 올라타고 동쪽끝 구서동으로 갔다 D그룹사의 정밀기계 공장으로 환기에 문제가 있다고하여 현장을 둘러보고 조언도 할 겸 새로운 시스템도 소개할 겸 해서였다. 시끄러운 공장안, 어둠침침하다 이런 곳에서 새까맣게들 해가지고 저런 일을 하다니... 다들 쓰러질 듯이 꾸물꾸물 움직이는 것이 산업혁명시 런던의 공장직공들 같다. 공장내 회의실, 천리향 36

37 생산부서장이 나왔다. 배가 불룩한 것이 잘 먹고사는 폼이다. 숱이 없는 머리를 길게길러 이마쪽에 착 붙여놨다. '술도 많이 마시겠군...' "이거 예산도 별로 없는데, 좀 싸게 어떻게 안될까요?" 실실 웃는 폼이 닳아 빠졌다. 누렇게 뜬 반장하나가 옆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 머리칼이 부시시하다. 뺨이 홀쭉한것이 일에 시달려 한없이 고달퍼 보이는 얼굴이다. "용접작업을 하면요 온 공장내에 가스가 꽉차서 문열고 하는데, 그래도 저어기 보이시죠? 저렇게 중간에 쫘악 깔려 그대로 있어요." "네에... 어디 환기 장치가 있나요?" "송풍기가 몇 대 있긴한데요" "그래요? 건물 도면하고 기계배치도 도면 있어요?" 공무과장인가 하는 얇게 생긴 녀석이 끼어 들었다. "건물도면은 있는데 기계배치도는 없습니다." "이런, 그럼 어디 송풍기를 직접 첵크 해봐야겠네요." 엄청나게 삭아있는 다 망그러진 송풍기가 빌빌거리며 돌아간다. 소리는 요란하지만 효율은 이미 반 이상 떨어진 것 같다. 성능도 문제지만 엉뚱한 곳에 자리잡고 있어서 전혀 환기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싶었다. "으음 이거 너무 오래 되었네요.하하 한 20년은 썼겠다 그죠?" 바보같이 같이 따라 웃는다.다들. 이것 저것 자료들을 있는대로 챙겨보고 내부를 둘러보며 상황을 나름대로 파악한 후 다시 오겠노라 하고는 밖으로 나왔다. 살 것같다. 바람이 한 차례 불었다. 큰 느티나무가 따그락 거리며 잎을 흔든다. 천리향 37

38 조경은 멋지구만. 사람들은 나자빠질 지경인데.빌어먹을. 좀 걷지... 공장입구까지 한 이백여미터를 걸어나오니 큰 길가엔 비닐 하우스 화원 들이 몇개씩 붙어있다. '여기까지 온 김에 나무나 하나 사가야겠어...' 동행을 데리고 길 앞쪽의 한 집으로 들어갔다. 아파트안의 관엽식물들에 어느정도 식상한 터라 화목류를 사고 싶어서였다. 나무라면 역시 굵은 줄기가 딱딱하니 받쳐서고 잎이 조그맣게 움터나와 줄기와 조화를 이루는 것이 보기 좋은 것이다. 또한 때 맞추어 싱싱한 꽃이 하루하루 피어나와 보는 이에게 계절과 세월의 깊은 의미도 되새겨 줄 수 있는 것이라야 나무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물론 비싼 인테리어를 한 방안에 커다란 녹색 식물이 줄기는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만큼 큰 잎으로 시원한 손짓을 하는 것도 무척 어울리겠지마는 역시 굵은 갈색의 줄기가 버티고 잎과 꽃이 어우러 지는 화목의 맛이 제대로인 것이다. 사람 편하게 만들어진 아파트에 살기전엔 토성동의 단독 주택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았다. 오래된 주택가이고 그리 크지는 않지만 대지가 한 80평되는 2층 양옥집 이었다. 덩쿨장미를 올려놓은 대문을 들어서면 현관 문까지 조그만 잔디밭이 있었고 잡종 진돗개 한마리 풀어놓고 키웠다. 뒷마당엔 나무를 이리저리 심어놓았고 조그만 연못도 만들어 금붕어 몇마리 담아두었었다 가을이 되어 나뭇잎이 연못에 떨어지면 금붕어들이 그놈을 가지고 놀던 모습이 생각난다. 천리향 38

39 연못바닥엔 내가 던져넣은 유리구슬이며 종이조각배등이 가라앉아 있었는데 금붕어들은 개의치 않고 잘 놀고 헤엄쳐 다녔다. 그 연못가에 큰 천리향이 한 그루 심어져 있었는데 선친께서 특히 아꼈던 나무였다. 겨울이 다 지나갈 무렵에는 매일 새벽에 일어나셔서 그 나무를 들여다보며 줄기를 툭툭 쳐보기도 하시고 밑둥의 흙도 도투어주셨다. 화단의 나무들이 모두들 초록의 잎을 내어놓기 시작할 때에는 무엇을 간절히 바라는 눈으로 아직 솜털이 솔솔 붙어있는 꽃눈을 한참을 바라보시며 입맛을 간혹 다지셨다. 그러다 중학 입학한 봄, 비오는 날이었나 어슴푸레한 일요일 새벽인데 아침 일찍 친구들과 학교운동장 자리 잡아둘려고 시계 맞춰두고 잤다가 때릉 소리에 일어났다. 잠이 덜깬 상태로 무심코 창문을 열었다. 아아 그 순간,그 향내... 드디어 꽃을 피웠다. 연보라의 작은 꽃잎에서 새벽공기를 타고 가만히, 그러나 끊임없이 밀어내는 무진장의 신선한 향. 뿌리에서 혼신의 힘으로 물을 빨아올려 숱한 구멍의 긴 줄기를 통한, 오묘한 정제의 과정을 거친후, 그 끝단에서 드디어 피어난 꽃잎의 마지막 부드러움으로 온 마당을 조용히 돌아다니며 창을 두드리다 내가 열어주는 그 사이로 마구 마구 내 새벽의 찬 정수리며 내 더운 가슴 전부를 아니 반가워 마구짖는 진도녀석 콧잔등까지 천리향 39

40 그 한 해 사계절의 기다림을 흩뿌려대는 것이라니. 그래 꽃이 피었어. 마흔송이 아니 육십, 팔십송이! 둥그런 가지궤적을 따라 온통 어린아이 새끼손톱만한 연보라꽃 들이 피워져 올라온 것이었다. 눈물이 핑 돌았다. 그 나무 앞에 아버지가 넋을 잃고 서 계셨다. 숨을 멈추신 듯 꼼짝도 않고서. 그저 휘, 후이, 가슴이 저리신 모양이었다. 그게 천리향이었다... "이것 얼마요?" "아 천리향이요?" "찾는 사람도 별로 없는데,만원 주쇼." "그래요? 그럼 둘에 만 오천원 됐어요?" "허허 참 그럽시다." 하나는 같이간 직원에게 선물 했다. "잘 키워봐, 이거 대단한거야." 신문지로 잘 싸서 뒷자리에 단단히 묶은후 조심조심 집으로 데리고 왔다. 일단 화분 부터 갈아야지. 아니야 함부러 하다 죽으면 안되는거지. 그러고 일주일쯤 지나 일톤 화물차에 예의 잎이 덜렁거리는 나무들을 실고 분갈이 전문 아저씨가 왔다. 베란다에서 보고있다 부리나케 화분을 들고 아파트 입구로 갔다. "어 천리향이네, 이거 아파트에선 잘 안키우는 건데" "화분은 좋네요." "하하, 예, 좀 갈아주시지요." "네에" 두말않고 갈아준다 "얼마요?" "오천원 주쇼." "오라이!" 천리향 40

41 일주일에 꼬박 꼬박 물 한번을 주고 윗 부분 흙도 톡톡 다져주며 찬란한 봄을 기대하며 날마다 지켜봤다. 그런데 이게 좀 이상하다? 보름 정도가 지나니 오히려 시들하니 잎이 쫄아져 버리고 만지니 그냥 맥없이 툭툭 떨어져 나가는 게 아닌가? 아차! 분을 가는 것이 아니었어! 사올 때에 이미 플라스틱 화분으로 옮겨 심은 것인데 마치 고향 땅 떠난지 얼마안된 놈을 다시 이사보내는 꼴이 되었으니 그 수고가 오죽 했겠는가? 이거 정말 미안 하게 되었는걸.녀석에게 사과했다. 봄이 와도 천리향은 맥을 제대로 못추었다. 책방엘 갔다. 가정원예, 얼만고? 음 만원, 저보다 더 비싸군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천리향[Daphne] 중국원산 꽃나무로서 향기가 짙게나며 꽃은 초봄에 난다. [그렇지 맞지.] 반 그늘의 그다지 건조하지 않은 곳을 즐긴다. [그럼 큰 물나무 뒷쪽에 놓아 두어야해.] 나무가 자라면 자연히 측지가 나와 수북하게 반원형으로 무성하게 된다. [야 이거 계속 잘 자라면 어디다 두지?하하] 거의 손질이 필요치 않지만 비료를 주어 생육을 촉진한다. [보약까지 먹여야해?] 꽃말, 편애. [이런 저만 좋아하라구?] 그래 다른 나무는 마눌이나 아이들이 좋아해 주면 되는 거지. 내가 향기도 안나는 이파리만 커다란 놈들 신경쓸 필요있나? 겨울 되면 힘도 못쓰고 빌빌거려 방안에 들여놓아야 되는 것들. 그저 개나 나무나 한겨울에 찬바람 맞고 눈 덮어쓰고 부들부들 떨더라도 밖에서 버텨내는 놈이라야 제대로 되는 놈인것이지. 방안에서 요염이나 애교를 떨어내는 것이란 참 밥맛 떨어지는 것들 아니겠어? 천리향 41

42 나의 천리향, 나만의 편애대상이여! 그래 이름을 붙여야해. 작명소는 그렇고 어디 마땅한게 없을까? 에이, 그냥 동생아 그렇게 불러주지 뭐. 안그래도 동생이 없어서 허전한 터에! 그날 부터 내 동생은 새로이 생겨났다. 어머니가 식물인간[?]이 아니지만 천리향은 내 동생이 되었다. 녀석은 꽃을 피우지 못하고 여름을 맞았다. 힘이 빠져 떨리는 손으로 잎을 어슬프게 쥐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그러는 가운데에서도 새로이 잎을 만들어 내기도 했지만 또 짐승털갈이 하듯 그것들을 떨어뜨리고 사람을 애태우게 만들었다. 나의 정성은 지극했다. 물주기도 이런 저런 차이를 두고 시도해보기도 했고 간혹 꽃집근처에 들를 때면 녀석 보약도 한포 두포 사다 날라 멕였다. 노란 링겔도 몇병이나 사다가 발치에 꼽아두고 걱정스레 바라보며 무럭무럭 자라주기를 바랬고 비오는 날엔 화분을 들고 경비실 옆 화단 까지 들고가는 화려한 [?] 외출도 시켜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둥치께에서 무려 열장정도의 잎이 한 꺼번에 올라왔다. 이게 뭐지? 약을 너무 많이 먹인 부작용인가? 하루가 다르게 잎이 올라왔다 스무장을 넘어설 무렵 나는 알았다. 잎이 계속 자라나오면서 그 부위가 굵어지는 것이 바로 가지가 만들어지는 과정이었다. 원래 녀석은 본가지가 하나 굵게 올라가 있었고 그 옆으로 약간 불균형의 작은 가지가 나와 있었는데 그 반대편 적당한 위치에 새로운 가지가 만들어 지고 있는 것이었다. 잎은 그대로 단단히 붙어 있으나 이미 가지는 굵어지고 있었다 색깔도 연록색이 아니라 거무스럼 해지며 천리향 42

43 약간 붉은 기를 지닌 고동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아 맞아 큰줄기에도 잎이 떨어져나간 흔적들이 많구나! 이렇게 해서 가지들이 자꾸 생겨나와 반원형으로 자라나는 거구나! 아이들을 불렀다. 야아 천리향 가지가 새로 나온다아! 야단이 났다. 신기한 것이다. 사춘기가 지나면서 아이들 몸의 변화가 생기고 난후 몸을 씻기면서 발견하는 부모의 심정이 이런 것일까? 젖가슴이 봉곳이 생겨나오거나,어른의 성징이 나타나는 것을 발견하는, 어김없이 찾아온 어린 것들의 눈부신 성장을 발견하는 느낌. 이젠 겨울 이긴 하지만 내 동생 천리향은 베란다에서 찬 냉기를 버티면서 잘 자라고 있다. 가지 끝 마디에선 제법 토록하니 꽃눈 같은 것도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믿고 싶다] 잎도 제대로 붙어 있는 느낌이 들고 한층 단단해진 모습을 보여준다. 앞으로 겨울이 깊어가면 혹독한 시련을 겪을 것이나 그로 인해 녀석은 더욱 단단하게 성장 할 것이다. 보기좋다. 윤기나는 짙은 갈색의 줄기와 흑록의 길쭉하니 나온 이파리들. 옆의 커다란 물나무에도 결코 기죽지 않고 당당히 서있는 꼿꼿한 기상. 아마 보이진 않아도 흙을 꽉 움켜잡고 힘있게 퍼져있을 싱싱한 뿌리가 있을 것이다. 아 내년 초봄 어느 날 새벽, 베란다로 향하는 문을열때 녀석이 처음으로 내게 흩뿌려주는 향내를 흠뻑 들이 마셔버리게 되는 그 순간에는 나도 아버지처럼 숨을 제대로 못쉬게 될 것같다. 그리곤 아마 할 말을 잊어버리고 그저 눈물이 핑돌아 30년 전의 그 집에서 천리향 43

44 새벽에 느꼈던 아버지의 감격을 떠올리고 그 때의 다정했던 우리식구들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동생나무가 더욱 커서 지금의 우리 아들 녀석 키만 해지면 그 때는 포기를 나누어 아버지 산소 앞에도 심어둘 것이다. 이 아들이 키워올린 천리향을 보신다면 그 매력적인 향내를 맡으시며 얼마나 흐뭇해 하실 것인가 말이다. 유환 천리향 44

45 아침 :43 대부분 전날의 출장으로 늦게 출근 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별 일이 없을 때는 8시경이면 회사에 출근한다. 사무실은 물론 아무도 없다. 일착 출근의 기쁨은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잘 모른다. 굳게 닫힌 철제의 문을 열쇠로 딸그락 열어 들어 가면 사무실 특유의 종이냄새와 커피냄새따위가 다시 분주히 쓰여지기를 기다리는 데스크나 의자에 은은히 배어 있다가 들어서는 이에게 덥썩 안겨 오는 것이다. 창문을 열어 바람을 불러 들이고 따뜻한 물 한잔을 들고 와 책상위에 부어두고 하얀 티슈로 주말 내내 쌓여있던 먼지를 훔쳐 내면 "나의 일터"란 기분이 들어 사랑스런 맘이 된다. 아침 45

46 이렇 듯 일찍 출근하는 날은 아침을 회사 근처의 식당에서 해결한다. 회사는 바다를 끼고 있고 통통이는 배들의 엔진 소리가 들리는 곳이다. "남포동" 건너 "자갈치 시장"의 입구에 있으니 건물을 빠져 나오면 그 온갖 소리들이 건너 편 어시장 가득히 들어 찼다 빠져 나오고 사람들은 그야말로 살아 펄떡이는 생선들과 같은 힘찬 모습들이다. 작은 어선들에 걸려 있는 집어등들과 색색의 깃발들이 아침바람에 펄럭이면 밤을 새워 파도를 이겨 내고 고기를 잡아내던 검은 사내들이 부시시한 얼굴 가득히 미소를 담고 뭐라 욕지거리가 섞인 농들을 하며 배에서 하나 둘 내려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어디론가 가버린다. 이른 아침의 단잠을 들고있는 "색씨"들 품을 찾아 가는 지도. 오늘도 아침은 "포항식당"에서 "정식"을 들었다. 실은 아침메뉴는 그것뿐으로 그냥 자리에 앉아 신문을 펼쳐 들고 있으면 "아지매"가 닳아 빠진 알미늄 쟁반에 그 푸짐한 아침상을 대령하는 것이다. 생선지짐은 빠지지 않는 반찬이다. 경상도 바닷가 특유의 맵고 짜고 그리고 싱싱함이다. 오늘은 등에 고추가루가 알맞게 젖어 얹혀진 "고등어 찌게". 비린내는 하나도 없고 고소한 맛이 잘 어우러졌다. 런닝차림으로 기름이 팔뚝 군데군데에 묻은 청년하나가 들어 오더니 생선 두어 마리를 아지매에게 던져 준다. "밥값이오" 그리곤 내 옆의 식탁을 잡고 앉아 나를 흘낏 바라 본다. "이런 집에 왠 넥타이야?" 그런 눈이다. 부시시한 머리, 깊게 패인 눈매, 손톱에 끼인 기름때, 밤새 흰고래와라도 싸운 듯이 보이는 건장한 어깨, 그리고 닳아 빠진 반바지와 그 보다 더 낡은 허릿띠. 내가 그를 정면으로 바라 보자 갑자기 그가 씩 하고 웃었다. 그이의 이는 정말 하얗다. 나도 눈웃음을 보내 주었다. "우린 크게 다른 게 없어" 이런 뜻이다. 뜨거운 숭늉을 숟가락으로 떠 마시고 일어났다. 아침 46

47 4,000원을 지불하자 물에 젖은 손으로 아줌마가 지폐를 받아 든다. "많이 파소" "예에~" 나도 별 말 없이 밥집을 나선다. 그리고 그 선원-뱃놈-을 한번 더 보아 주었다. "네게도 어찌 미래가 없으리" 그런 눈짓을 했다. 다시 밖으로 나오자 배들이 통통거리고 골목길 귀퉁이에 붙어 있는 칼국수 집에서 하얀 앞치마에 밀가루를 묻힌 아저씨들이 힘 주어 면을 밀어 내고 있다. 큰 솥에 든 "다시"국물을 커다란 국자로 떠서 아지매가 맛을 한모금 본다. 늙그수레한 남편은 주방보조이고 씩씩한 아지매는 주방장겸 경리이다. 붉은 글씨로 "칼국수"라 쓰여진 밀가루 냄새가 쏭쏭이는 깃발이 대나무대에 걸려져 펄럭이고 있다. 나의 삶은 이리도 힘차게 세상앞에서 펄럭이노라는 듯 하다. 길을 건너 오니 구두닦이 아저씨가 촛점이 맞지 않는 눈으로 구두코를 열심히 들여다 보며 손길을 분주히 놀리고 있다. 언뜻 고개를 들어 날 보더니 인사를 건넨다. 벗어주지 머, 그리곤 슬리퍼를 끌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다. 창으로 다가 선다. 온통 하얀 안개에 싸인 영도섬이 정겹게 다가 온다. 부산 대교가 붉은 트라스를 뽐내며 이쪽 육지쪽에서 저쪽 섬으로 긴 팔을 건네 듯 하고 둘을 잡고 서 있다. 그 아래로 하얀 여객선과 작은 거룻배들과 바지선들이 차례로 지나가고 또 줄을 이어 큰 바다로 향한다. 물을 튕기며 은색의 물고기 몇이 튀어 오른다. "정말 살만한 동네야..."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팔짱을 끼고 걸으며 웃고 함께 항구의 바람을 맞으며 이 시끌한 삶의 현장을 느껴 보고 싶은 아침 47

48 그런 아침의 이른 출근 풍광이다. 유환 아침 48

49 꽃사과 나무 :08 한숨이 나온다. 꽃사과 나무랜다. 햇살, 햇빛이 가늘고 가는 행복의 빛화살이 되어 아프도록 온몸에 내려 꽂히는 봄날 오후. 하얗게 잎을 벌리는 꽃, 순수의 절정앞에서 나는 아련함의 한숨을 짓는 것이다. 수술조차도 투명한 순백의 날씬한 몸으로 꽃심에서 퉁겨져 나오고 암술은 만지면 녹아버릴 듯한 은색의 꽃가루를 바람결따라 흔들어 준다. 언뜻 스치는 사과향. 단내가 나를 녹여 버린다. 분홍의 봉오리가 펼쳐지며 하얀 얼굴을 내밀어 나를 안는다. 단 한송이만의 외로운 개화가 아니라 가지마다 한 뭉큼씩 화사한지라 숨이 막힐 것 같다. 아니 그대로 꽃가지로 쓰러질 듯 한것이다. 어지러움이 들어 눈을 굳건한 줄기 아래로 가져가자 사면의 땅에는 개미들이 산란한 순환구역을 쉴새 없이 지나다닌다. 하지만 그것에는 일정한 궤적이 있어 나름의 몫들에 분주하다. 대지의 온습이 그 거죽을 밀어내고 작은 요동을 쳐 먼지 앉은 듯 땅이 보드랍다. 작은 흙의 알갱이들을 뒤집어 쓴 개미들이 씩씩하게 봄을 굴려보고 있다. 작은 거인들... 미물들이 봄을 먼저 아는 것일까? 꽃사과 나무 49

50 춘래 불사춘이라 누가 읊었던가 우리는 과연 봄을 제대로 맞고 있는 것일까. 이젠 오래 된 일이 되었지만 작은 꽃대까지 꺽어 조심스레 투명상자에 밀봉하듯 하였다. 꽃 선물은 가지를 붙여 주는 것이 더 아름답기도 하겠지만 참을 수 없이 혹독한 겨울의 바람을 겪고 눈을 덮어 쓴 이후에라야 이렇듯 아픈 가지에서 환희를 피워 올리는 것 같이 사랑도 결코 피하지 못할 그런 어려운 시간을 지날 것이기에 기어코 절정의 끝까지 그를 나타내어 보리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자연은 지나간 계절을 이렇듯 쉽게 망각시켜 버린다. 언제 눈보라 치는 겨울이 있었단 말인가. 그 단어마져도 생소한 것이되는 것이다. 인간의 사랑도 그러한 것일까? 시간이 무심하게 흐르고 흘러 최초의 전율을 상실하고 상대의 매력도 심지어 그 존재의 의미도 희미해져서 결국은 전혀 아무래도 좋은 사이로 서서히 만들어져 가는 것일까. 어느 날 눈을 뜨고 일어났을 때 '이젠 벌써 늦어 버렸어' 라는 생각이 들고 갑자기 불안한 예감과 당혹스러운 상상이 줄을 잇게 되고 종내에는 공허한 희망만이 체념처럼 남겨지는 것은 분명히 상대로 부터 서서히 잊혀져 가는 자기자신인 것이다. 의기양양하게 항구를 떠났으나 한조각 나무조각에 몸을 의지해 겨우 목숨만을 건지고 간신히 돌아오는 그런 선원의 심정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소멸은 또 다른 다산의 근본이다. 한알의 씨앗이 썩어 숱한 밀알을 틔운다고 했지 않았던가. 지나간 겨울바람이 던져 주던 모진 조롱의 웅성거림으로부터 꽃사과나무는 다시 살아나와 내앞에서 생명의 엑스타시를 보여준다. 그리고 향내를 품어내며 내게 속삭이기를 자신을 믿어라 미소 짓는다. 그럴 것이다. 나의 깊은 사색과 또 다른 굽히지 않는 의지만이 그것으로 부터 부단히 환생의 물길질을 이루어내어 이렇듯 싱싱한 생명의 환희를 다시 샘솟게 하는 것이다. 꽃사과 나무 50

51 유환 꽃사과 나무 51

52 향충[ 香 蟲 ] :16 옛날 중국의 상류층에서는 가장 호화스런 연회에 향충[ 香 蟲 ]을 등장시킨다고 한다. 연회가 끝난 후에 손님 모두를 모아 놓고 그날의 주빈이나 초대한 주인이 흉측하게 생긴 벌레를 씹는다. 다들 놀라며 인상을 찌푸릴 것이 틀림 없으나 그것을 깨물자 말자 그야말로 기막히게 황홀한 향기가 온 연회장을 휩쓰는 것이다. 이른바 멋을 아는, 최상의 향기 디저트라고도 할 수 있겠다. 향충은 매우 비싼 것이라 아무리 큰 연회라도 두 번을 쓸 수 없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 그만큼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서도 정작 그것을 깨물은 사람은 그 향기를 느낄 수 없다고 한다. 이것이야 말로 무언가를 시사하는 것이다. 월파가 어느 초 겨울 창경원 근처를 지나다가 본 것이 있었다. 여승 하나가 거지에게 옷을 벗어 주고는 추운 날 사람들이 무정타며 북새통속에서 떠들던 모습이었다. 월파는 그를 두고 말하기를 보아라 하는 자비 라 하며 그를 미워하였다. 그러다 어느 날은 여자 맹인을 부축하여 차에 오르게 하는 두 여학생을 보게 된다. 일이 끝나자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고 달음질을 쳐 갈 길을 가버리는 광경을 보았다. 남이 볼세라 하고 일을 하는 것이기에 그 모습을 보고 그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한다. 갚음을 바라지 않는 봉사와 협동이 참으로 아름다운 것이라며. 향충[ 香 蟲 ] 52

53 연말연시에는 양로원이나 고아원에 가서 물품을 전달하는 모습들을 가끔 본다. 가득 쌓여진 물품에는 XX 학교 교직원 및 학생 일동이나 XX지구 모모 클럽이니 어쩌니 하는 사회단체들이고 또는 국회의원 누구라느니 모모 기업 임직원 일동이라며 멋들어진 붓글씨의 표찰이 위풍도 당당하게 붙어 있다. 그 뒤에 도열한 자들의 그 선의의 천사 같은 미소라니. 우리는 이렇게 선량하여 약자들을 도운단 말이오 하며 가진 자, 뽐내고 싶은 위치에 있는 자의 여유를 한껏 드러내어 놓는 것이다. 그러나 좋은 일은 남이 모르는 가운데서 행해지는 것이 더욱 가치 있다. 당연한 일에 생색을 드러낼 이유가 없다는 그 생각이 더욱 올바른 것이다. 어떤 이는 번듯하게 잘 차려 입고 온갖 생색을 내며 선을 베푼다. 그러나 어떤 이는 보잘 것 없는 행색으로 남모르게 선행을 이룬다. 그리고 그러함이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조용히 살아 가거나 정작 자신은 그 행위나 그러한 자신에 대해 무덤덤한 것이다. 향충 같은 사람이 있다면 바로 이러한 사람일 것이다. 겉은 결코 화려하지 않고 드러내지 않으나 그 속은 진정의 향기를 품고 있슴이니 나 역시 그런 사람들에 정녕코 감격하지 않을 수 없다. 유환 향충[ 香 蟲 ] 53

54 최후의 심판 :50 [1] 턱을 들어 쳐다보고 있었다. 생명력에 가득 찬 천장의 축복. 그리고, 고개를 바로해 정면을 바라보았다. 그곳에 최후의 심판이 내려 지고 있었다. 무섭도록 무표정한 신의 얼굴. 그러나 격렬한 몸짓. 음울한 푸른 바탕 위에 적갈색으로 무리 지은 자들, 구원을 받았든 저주를 받았 든 모두가 움츠려 몸을 떨며 자비를 바라고 있다. 무덤에서 불려 나와 창조자의 심판을 받고 서서히 가라앉아 떨어지고 있는 자들은 곤혹과 비탄과 암울에 뒤덮여 있으며 강을 건너 영원한 천형의 나락으로 쫓겨나고 있는 자들에겐 절망과 공포가 등을 후려치고 있다. 구원조차도 두렵게 그려져 두터운 대기를 뚫고 최후의 심판 54

55 불안한 상승을 하고 있다. "천지창조"로 생명의 환희를 내려준 신이 "최후의 심판"으로 인간의 선악을 다루는 절대의 순간... [2] 약간 경사진 복도를 따라 사람들 틈에 뒤섞여 갔다. 이 복잡한 행렬이라니! 따가운 태양 빛이었으나 습하진 않는 공기가 만들어준 기 분 좋은 날씨였는데... 사람들에 지쳤다. 다리도 아프고 맥도 풀려 설명도 잘 들어오지 않는다. 복도끝 무렵의 갈색 나무로 만든 문. 그곳으로 긴 행진이 이어지고 있었다. 시스티나 소성당, 미켈란젤로가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15세기에 만들어진, 폭보다 높이가 더 큰 장방형의 회당. 여러 가지 색깔의 돌이 박혀있는 바닥이 이채롭다. 그러나 여기서 누가 바 닥의 장식 따위에 관심을 둔단 말인가. 세기를 지내오며 칭송 받았고, 앞으로도 영원한 찬탄의 대상인 천정화와 벽화들이 무한한 신 의 영역으로 인간들을 끌어가고 있는데. 붉은 옷을 입은 신부 한 분이 제단에 서서 나지막이 그러나 엄숙히 알려준다. "조용히 하십시오!" 또 잠시 뒤에 "조용히 하십시오!" 이 성스러운 곳에서 시끄러운 자는 제단 앞에 꿇어 앉혀져 심판 받고 무서운 지옥으로 끌려 갈 것이라고 큰 소리로 외치는 것 같다. [3] 천장에는 구약이 있다. 비타협적이고 독단적이며 열광적인 한 천재가 고독의 4년 5개월 동안 기형적으로 몸이 비틀어진 후에 마침내 신의 영광을 올려놓았다. 빛과 어둠, 해와 달, 물과 땅의 분리. 아담과 이브의 창조, 금단의 열매, 낙원으로부터의 추방. 노아의 제물, 대홍수, 술 취한 노아가 장대히 펼쳐져 있는 것이다. "천지창조"와 "원죄" 그리고 궁극적으로 "신과 인간의 화해"라는 대 주제가 전성기 르네상스의 위대한 예술가에 의해 활자로부터 해 방되어 진정하게 "재탄생"된 것이다. 수백명 인물의 모습이 묘사되어있는 엄청난 이 그림은 시스티나의 천장이라는 조화된 건축의 틀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하나의 거대 한 유기체처럼 느껴진다. 미켈란젤로의 자유의지에서 나온 이 그림의 외적구성과 내적 통일성은 마치 성경의 내용을 커다란 파도로 만들어 내게 다가오는 듯, 엄청난 율동을 맞게 하고 함께 그것에 공진 하게 만들어버린다. 신에 대한 외경심과 인간 미켈란젤로에 대한 존경심이 나를 높은 천장으로 끌어 당겨 버려 놓아주지 않는다. 매달려 불안하여 어지 럽다. 동쪽 끝에서 온 불쌍한 둔재를 두려워하게 만드는 것이다. [4] 최후의 심판 55

56 그리고, 아픈 목을 내려서 보게되는 것이 바로 "최후의 심판"이다. 나락에 엎드려 어쩔 줄 몰라하는 인간들의 영혼 위에서 젊고 건장 한 신이 힘과 권위로 심판하고 있다. 혼돈 속에서의 극적인 장면들이 어둠 속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림 중앙에 위치한 신의 권위와 분노는 굳게 다문 입과 높은 콧대, 단정한 이마와 거역할 수 없는 눈매로 깊은 물감의 쁘레스코 기 법으로 묘사되어 있다. 근접키 어려운 무한의 존재이다. 최후의 날에 드디어 심판하는 신... 그러나 그 순간 나는 신의 얼굴에서 피렌체 광장에 서있는 젊은 다비드를 보았다. 낯익은 얼굴인 듯 하고 또 신성을 느끼게 하는 다비드의 얼굴이다. 심지어 머리칼의 형태까지 신과 닮아 있지 않은 가. 조금 달리 보이는 점이 있다면 눈길의 방향으로 인한 차이나 볼의 두께 정도 아닐까? 다비드는 적을 향해 분노에 차 있으나 상대보다 열등한 조건에 처해 있고 그 자신도 알 수 없는 싸움의 승패를 가지고 결의를 다지 는 모습이나 신은 이미 절대적인 힘으로 자신에 속한 연약하기 짝이 없는 피조물들을 심판하는 것의 차이점으로, 치켜 뜨고 적을 노 려보는 눈매와 아래로 자신의 종속물들을 내려다보는 눈길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전체적인 윤곽에 의한 느낌은 다르지 않다. 또 신의 얼굴은 약간 두툼한 볼로 묘사 되어있고 다비드는 날씬하고 야윈 얼굴로 표현되었으나 그것은 권위와 도전의 차이를 나타내 고자 했던 미켈란젤로의 세심한 의도였을 것이고 그를 쉽게 가정해볼 수 있을 것이나 역시 닮았다는 느낌을 바꿀 수는 없다. 왜 그럴까? 신과 정의, 아마 미켈란젤로에게는 같은 의미였을 것이다. 정의를 관장하는 신이나 신의 정의를 실행하는 인간이나 같은 모습일수 밖에 없을 것이었다. 게다가 어차피 신이 남성으로 그려졌다면, 등이 구부러진 추남인 미켈란젤로가 느끼는 남성의 영웅적 용모란 피렌체 광장에 있는 다 비드의 것이고 또 그의 이상에 있는 힘과 분노의 표출은, 드러내고 있지는 않으나, 절제되어있는 극기를 보여주는 위엄의 두 뿔을 지 니고 수염을 늘어뜨려 앉아있는 모세 상과 닮아 있다. "라오콘"의 군상들에게서 나타나는 헬레니즘 시대에서의 근육의 뒤틀림과 뼈대의 복잡함이 잘 나타나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그 육 중함을 잃지 않고 내부의 묘사를 더욱 풍부하게 하여 신의 모습을 예술에서 종교적인 무아의 경지로 끌고 가는 것이다. 다시 천장을 올려 보았다. 천장 네 구석의 삼각형 공간, 그 중에서 골리앗의 목을 치는 청년 다비드가 있다. 쓰러진 거인의 등에 발 을 올리고 머리를 잡아 칼로 치는 장면이다. 미켈란젤로가 천장에서 벽으로 그를 당겨내려 그 영웅의 이미지로 심판자로서의 역할을 맡겼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나의 착각일 까? 거의 무표정으로 냉정을 잃지 않고 징벌을 내리는 신의 모습. 그러나 분노는 전면에 흐르고 있다. 그 분노로 인해 그의 곁에서 안타까워하는 성모 마리아가 있다. 구제될 수 없는 인간에 대한 연민을 담고 있는 표정이지만 신의 위 엄 앞에서 그녀 역시 숙연한 모습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성 요한, 성 베드로, 성 바울등의 순교한 성인들과 실제인물들도 많이 등장시키고 있으나 모두가 신의 권능 앞에서 오로지 두려워하 며 경배할 따름이다. [5] 최후의 심판 56

57 작업자체는 천정화보다 쉬운 것이다. 그러나 직접적으로 수백 명의 인물을 하나의 벽면에 구성한다는 것. 또 늙고 피곤한 육신을 힘 겹게 추슬러 가며했던 만년의 작업으로 최후의 심판은 결코 천정화에 뒤지지 않는다. 그가 무엇을 생각하며 고된 작업의 나날을 보냈을까? 난 바티칸의 추악하고 거만한 성직자들과 권력자들을 그의 신성하고 깊은 영혼 의 힘으로 심판하고자 했으리라 보았다. 아니면 그가 정말 젊고 빛나는 신의 힘으로 고난 했던 그의 삶을 구원받으려 했으며 동시에 신에게 "최후의 심판"으로 그를 핍박하 는 어리석은 인간들을 고발하고자 했던 것이었을까? 예컨대 피부껍질을 벗기우는 형을 받고 순교 당한 성 바르톨로메오의 껍질의 얼굴에서 그 자신의 비극적인 곤혹과 절망을 표현한 것 이나 껍질을 들고 신에게, 어느 누구도 그럴 수 없는 가운데서도 유독 바르톨로메오로 변신한 듯한 미켈란젤로의 하얗게 빛나는 항 거의 눈빛, 그것은 신에 대한 항거가 아니라 신의 이름으로 자행된 핍박과 구속에 대한 그의 분노에 찬 절규를 보여준 것이리라. 구체적으로 작품을 혹평한 교황의 의전장이었던 체세나를 등장시켜 남근을 뱀에 물리게 하고 당나귀의 귀를 가지게 했다는 것이 그 의 저항적 의도를 나타내 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최후의 심판에는 그래서 그의 "빛나는 천재"가 "괴로움으로 인한 저주"로 변해버린 것에 대한 나름대로의 "영혼의 복수"가 드러나 있 는 것이다. [6] 피렌체의 미켈란젤로, 1475년에 카프레제 마을의 관리인 아버지로부터 태어나 조각가의 삶을 주신 신의 필연적 예정에 의한 우연인 지 모르겠으나 채석공의 아내인 유모 손에 키워졌다. 아버지의 심한 반대나 학교에서의 시달림 등은 천재들의 일반적 성장특징이고 또한 대부분의 영웅들도 태생적인 한계를 갖고 있지 않은가? 그도 그러한 고난을 겪었다. 그리고 극복해 나갔다. 그러나 그의 시대가 전성기의 르네상스 시대이고 태어나 자란 곳이 피렌체였기 때문에 그의 예술이 꽃 피워질 수 있었던 것은 부인 할 수 없겠으나 그것보다는 그의 "철학적 사고"가 그를 진정한 천재로 거듭 나게 했으며 이것은 그가 메디치가의 아카데미에서 신 플라톤 주의에 동감하여 깨닫게된 인본주의적, 자유주의적인 "그리스도교 플라톤 주의" 였을 것이다. 자신의 지적능력을 통해 "영혼의 단계"로 상승하고자 했으며 그것이 그의 작품들을 우주적이고 따라서 장엄함으로 나타나게 하여 그 만의 독특한 표현형태로 발휘된 것이니 이것이 후기의 작가나 오늘날의 사람들도 모방하기 힘든 그만의 세계를 가지게 된 연유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디 플라톤 철학을 한 두 사람만이 이해했을 것이며 그림을 잘 그리거나 조각을 잘하는 자가 한둘이었을까? 미적인 영역과 형이상학적인 영역을 함께 하는 자가 어디 없었을 것인가? 특히 그 시대의 예술가라면 말이다. 최후의 심판 57

58 생각해 보라, 원초적인 예술가의 눈을 가진 것이 그의 천재이다. 그는 돌덩이 속에 갇혀있는 물체를 꿰뚫어 볼 줄 알았고 영원한 형 벌 같은 대리석을 쪼우고 깨뜨려 그 속의 인체를 해방시켜 "탄생"시킬 줄 알았다. 회화의 평면성보다는 조각의 삼차원성을 더욱 사랑 했던 그는 영원한 조각가이고자 하였다. 그러나 성경 속의 사건과 인물을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과 벽에 "재탄생" 시킨 것이 그를 동시에 천재화가로도 불리게 하는 것이다. 그의 피나는 작업과 철학적 사고에 의한 작품성이 그 시대 회화의 새로운 장을 열게 한 것으로 그가 존경받을 수 있는 것이다. "감각과 초감각을 왕래한다." "자기 파괴적 요소가 있다." 그리고 이 새로운 창조인 "최후의 심판"에 대해 결국 후세 평론가들이 "더 이상 아름답지 않은 최초의 근대작품" 이라 칭송하는 것이다. 그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라파엘로를 가벼이 치부하던 이유도 그것이다. 현상을 깨뜨리고 새로운 철학에 입각한 자신만의 예술작 창조에 뛰어들지 않고 현상에 안주했던 것을 비웃었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그에게서는 그들과 달리 "작품세계에 대한 치열함"이 있 는 것이다. 그것이 르네상스의 천재 예술가인 미켈란젤로이다. [7] 어두운 조명. 다시 한번 "최후의 심판"을 바라다본다. 생기나 활기가 없는 인물들이 허리가 굵은 단순한 몸통들을 하고서 정제되지 않은 듯한 배치로 고뇌하는 모습들이다. 한숨이 나온다. 최후의 날에는 저럴 수 밖에 없는 것이리라... 옆에 서있는 북미 쪽에서 온 듯한 늙은 수녀가 흐느끼며 오랜 세월동안 그녀와 함께 해온 묵주에 입을 맞추고 있다. 감동을, 신에 대 한 감동이 그녀를 오열케 했다. 천정화들과 다른 벽화들 그리고 최후의 심판에서 나타나는 기독교 교리와 성경의 내용들이 감동적인 현실감으로 그녀에게 쏟아지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천사들의 웅장한 나팔 소리와 그들의 주를 찬양하는 노랫소리가 그녀를 기도하게 만들고 있을 것이다. 교인은 아니나 그 성스러움에 나도 울컥 눈물이 났다. 그러나 나의 눈물은 그들의 신에 대한 것이 아니라 르네상스의 인간, 부여받은 천재성 때문에 평생을 고난으로 지냈던 미켈란젤로의 그 고된 인생역정과 그것을 이겨내고자 했던 불같은 그의 의지와 그리고 어쩌 면 최후의 심판에 나타나있던 그 인피껍데기가 꼭 우리 인간의 허망함같이 느껴졌기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다. 기도를 했다. 그리고 그가 사랑했던 노랑 데이지 꽃 한 다발도 올려놓았다. 그의 아픈 영혼이 신의 영광으로 감싸안아지기를. 아멘. 유환 최후의 심판 58

59 벚꽃을 위하여 :36 화사하기 이를 데 없는 꽃이어서 비록 여인네로 비유되기는 하나 내 눈에 비치는 이 꽃은 아무래도 사나이의 품성이다. 딱 자르고 싹 떠나버리는 것. 일년을 묵묵히 기다려서 따스한 봄 어느 날 일시에 화악 터뜨렸다가 더워져 눅눅한 날 오기 전, 바람 부는 시에 산산히 흩어져 내려 사라지는 것. 그 산화한 주검조차 보이기 싫어서, 오래 남기 싫어 그리도 가벼운 것일지니 명예를 아는 고귀한 품성으로 세상을 떠나는 것이다. 보라, 마치 세상의 악착같은 끈적거림을 조롱하듯 작은 바람에도 공중을 맴돌아 휘날리는 그 초연한 무게두지 않음을! 그래, 훌훌 털고 떠난다 했으니 바로 이 꽃의 미학일 것을. 향이 진하던가? 그렇지 않다. 색이 알록이고 달록 이던가? 그렇지도 않다. 벚꽃을 위하여 59

60 커다란 송이의 꽃도 아니오 그리하여 다발로 바쳐질 꽃도 아니다. 참고 참았다가 그를 알아 주는 빛 앞에서 일순에 망울을 펼쳐 올리고 가진 것 당당히 다 드러내 놓고 두 손 털고 미련없이 돌아서 가는 꽃. 더 이상 아무 것도 감춘 것 없으리니 이만치 떳떳하게 피어날 수 있으련가? 사월의 벚꽃이여, 허공에 날리는 무욕의 품성이여 홍진 내려 앉아 짓물러지기 전에 녹듯이 풀어 헤치고 사라지는 얇디 얇은 순수여. 쓰러져 무릎꿇는 항복의 굴욕보다는 장렬히 빈 하늘에 흩뿌려지는 단장의 일편심이여. 세상에 보이기 싫은 초라해질 모습, 허튼 한 흔들림에도 가지를 놓아 버리는 그 맹렬의 자존심이여. 그 대, 벚꽃이여, 산란하는 빛줄기를 온 몸으로 받아들여 아, 이 봄, 제대로 시작도 않았건만 가슴 속에 바람 같은 꽃잎 한장, 이리 날리우고 그만 떠난 단 말인가. 유환 벚꽃을 위하여 60

61 벚꽃을 위하여 61

62 전장과 운동장 :26 휴일의 봄기운이 몸을 나른하게 한다. 오랜만의 늦잠이 여간 달콤한 게 아니다. 소파 위에서 쿠션을 베게 삼고 누워 리모컨을 들어 티비를 틀었다. CNN이나 BBC는 종일 이라크전 이다. 콧수염을 기른 남자 앵커는 진지하다. 눈을 감고 뜨는 서양인형 같이 생긴 여자 앵커마저도 심각하다. 하지만 단정하고도 멋진 옷차림을 한 그들의 표정이 기분 나빠질 정도로 작위적으로 느껴진다. 겉은 짐짓 심각하기 짝없지 만 속으론 오늘의 점심메뉴나 저녁데이트를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아침에 급히 든 샌드위치가 속을 불편하게 하고 있는지도. 어쨌거나 황량한 전장의 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지긴 한다. 그러나 무지막지한 살상무기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죽이고 또 죽어 가는 이런 상황을 무슨 흥미성의 화젯거리나 주식시장의 주가상황 그래프같이 방영되고 있는 양이라니. 이제 겨우 20살이 될까 말까한 일군의 청년들이 고함을 치며 달린다. 철모를 쓰고 힘에 겨운 무장을 등에 짊어진 채 탱크 옆을 따른 다. 보전협동, 전차와 보병의 합동 전술이 펼쳐지고 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허리를 숙이고 사주경계를 하는 병사는 극도로 긴장한 상황이리라. 귀를 찢어질 듯 하는 탱크의 엔진음과 소름끼칠 듯한 무한궤도바퀴의 소리가 날 것이다. 갑자기 고함소리가 나더니 신속히 "앉아 쏴" 자세로 기관총을 난사한다. 탱크의 포가 빙 돌아갔다. 그 다음 곧 바로 쿵 하는 포성과 전장과 운동장 62

63 함께 화면엔 모래가 가득 찼다. 사막특유의 누런 풍광으로 그것이 포연인지 모래인지가 분명치 않다. 포탄이 명중한 쪽에서는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한 친구가 나동그라지는 지도 모른다. 남루한 옷차림, 다 닳은 슬리퍼에 검은 수염 이 가득 자란 눈이 깊은 청년일 것이다. 초췌한 뺨으로 기침을 쿨럭이며 러시아제 소총을 든 그 역시 열혈의 애국청년일 터. 안타깝다. 하지만 그들 모두가 조국의 명령에 따른 신성한 전장에 나와 있는 것이며 각개 일신의 안위를 생각지 않는 명예로운 임무 수행중 인 것이다. 어느 쪽이든 숭고한 운명의 장, 그 한 복판에 서 있음이 눈물겨웁다. 그러나 단 일발의 총탄에 심장이 터뜨려져 붉은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그 창창한 젊음이라니 전쟁은 과연 어떤 자격으로 저들의 목 숨을 앗아간단 말인가. 아무래도 이것은 비극이지 않을 수 없다. 비장감을 떨쳐 버리기 위해서 채널을 돌려 버렸다. 순간 고화질의 깨끗한 화면이 펼쳐졌다. 그 자리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응원하는 북소리가 둥둥거리는 10회 말, 노아웃, 주자 3루. 결정적인 찬스이다. 핏쳐는 두 주자를 연속으로 걸려 보낸다. 만루작전을 펼치는 것이다. 그것 이외에는 연장전 말 절대절명의 상황 에선 별 도리가 없어 보인다. "센바츠"가 열린 것이다. 봄 고시엔, 찬란한 청춘들이 검은 흙 위에서 그 이름만큼 빛나는 하얀 이를 악물고 패기로 똘똘 뭉친 몸을 던지고 치고 달리는 "선발고교 야구대회"이다. 야구라면 아무래도 메이저리그의 화려한 경기가 제일 재미나겠지만 일본고교야구도 그나름의 맛이 충분히 있다. 내 경우엔 외려 그 쪽을 더 즐기는 편이다. 열도 전체 4000개가 넘는 상대팀들을 일년내내 예선을 거쳐 꺽고 올라온다. 그리고 마지막 패웅을 가리는 36 개팀이 갑자원, 즉 고시엔의 흙을 밟는 이 경기엔 청춘이 살아 움직이는 그 무엇이 있다. "고시엔"은 두개가 있다. 봄고시엔, 여름 고시엔이 그것이다.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그 나름의 맛이 있다. 그러나 아무래도 여 름고시엔이 진짜 고시엔이다. 뜨거운 태양아래서 흠뻑 젖은 야구모를 벗어 여드름 난 이마의 땀을 훔치는 모습이 느껴진다. 검은 흙땅에서 열기가 치솟아 오르고 앞은 어질거린다. 목이 탄다. 동료들이 고함을 치며 원기를 북돋우고 응원석은 날씨보다 더 뜨겁게 끓어오른다. 일가친척, 선배 후배, 목이 터져라 응원하는 친구들, 학교 선생님들. 교기가 태양아래 휘날리고 나팔이 터져라 요란하다. 그 모든 것들이 눈앞에서 어린 맘 을 흔든다. 봄고시엔 역시 나름대로의 맛은 있다. 신입생을 받아 들여 새로운 각오로 겨울의 훈련을 거친 새 학년의 팀인 것이다. 깨끗하고 따뜻 한 봄날, 겨울의 얼음장을 깨뜨려 버린 그 기운이 발산되는 것이다. 고함소리가 하늘에 울려 퍼진다. 봄바람이 살랑인다. 온 동리에 꽃들이 가득 차고 사람들은 밖으로 나와 봄볕을 즐긴다. 그런 날들에 열리는 이 시합은 일종의 "청춘축제"인 것이다. 스파이크의 가죽 징에 검은 흙이 꾹 박혀져 있다. 그것을 마운드에 툭툭 쳐 털어 내고 핏처가 다시 포수를 바라본다. 와인드업. 일구 일구가 불안한 상황이다. 전장과 운동장 63

64 어, 하는 순간 와일드 핏칭! 공은 포수의 미트 아래로 굴러 뒤쪽으로 굴러 나가고 삼루주자는 전속질주 홈플레이트로 몸을 날려 헤드 슬라이딩. 게임이 끝나 버렸다. 망실 자연한 핏쳐는 그 자리서 꿇어앉아 통곡한다. 온 얼굴이 흙과 땀과 눈물로 얼룩진다. 하지만 내야로 튀어 달려오는 승자들은 희열 그 자체이다. 그러나 이것은 엄연한 배움의 연장. 끓어 넘치는 투지를 다시 접어 넣고 학생들은 홈플레이트에 양렬로 도열한다. 모두가 악수를 나누고 서로 어깨를 치고 돌아선다. 그리고 각자 진영에서 열을 맞춰 한쪽은 희열과 엄숙으로 한쪽은 슬픔과 비장으로 교가를 크게 따라 부른다. 화면에는 학교의 교가 가사가 종으로 내려 쓰여진다. 이긴 쪽은 벅찬 감격으로 온몸을 떨며 눈물을 흘린다. 학교를 위한 봉사심, 학교의 전통을 이어 가는 명예심, 고장의 기세를 드높인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역할에 맡겨진 책임완수의 기쁨으로 눈물이 볼을 흐르는 것이다. 더욱 비장한 것은 패배 팀의 피처가 정리 투구를 하는 것이다. 어떤 경우든 이 투구는 이어진다. 눈물을 삼키며 정해진 투구를 하고 포수와 투수는 서로 어깨를 감싸안고 운동장을 나선다. 고시엔의 검은흙을 주머니에 담아서. 줄을 지어 퇴장하는 그들의 하얀 색 유니폼에 검은흙이 가득 묻었다. 풍덩하고 주름이 잘 지는 구닥다리이다. 검은 언더셔츠 소매, 가죽 벨트, 칠이 다 벗겨진 검은 헬멧, 까까머리, 줄무늬 스타킹, 주름을 세워 각을 지운 단색의 모자, 이 모든 것에 전통이 그대로 살아 숨쉰다. 학생들이 모두 떠나고 경향각지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는 운동장엔 경기진행 요원들이 막대를 밀며 다음의 젊은 경기를 준비한다. 흙은 마치 호오류사의 돌 정원 모래처럼 다듬어지고 그리하여 그곳은 신성한 체전의 전당이 되는 것이다. 승패가 갈리는 전장과 운동장, 젊은 용사들과 노련한 지휘자들. 이러한 것들이 나를 생각에 잠기게 만든다. 한쪽은 비극이나 한쪽은 모든 것이 평화로 승화된다. 이번의 전장에 목숨을 걸고 전투를 수행하는 젊은이들도 그렇게 운동장에서 젊 음을 불태우며 뛰어 다녔을 것이다. 팀의 동료도 있었을 것이고 또 스포츠맨쉽을 키우며 위로하던 상대도 있었을는지 모른다. 이렇듯 운명 앞에 맥없이 바스러지는 젊음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 쪽에선 화창이 튀어져 오르는 그런 봄날이 간다. 유환 전장과 운동장 64

65 홍매화 :29 홍매화의 만개. 아주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꽃잎 펼쳐지는 소리가 들린다. 뿌리로 부터 시작된 생명의 힘이 가지 끝을 가르고 밀어 올려 몽우리를 만들고 그 몽우리 끝으로부터 초봄의 공중으로 펼쳐 내 올리는 생명의 마지막 탄력. 극히 작은 힘. 하지만 그 힘은 진지하며 그리고 엄숙하다. 탄생을 알리는 극미의 힘이 수액으로 합쳐 서로를 감싼 꽃잎을 퉁겨내는 것이다. 그 소리는 있는 듯 없는 듯 '톡' 하는 소리이다. 하지만 이것은 그저 내 생각으로만 들리는 것이리라. 무비광대한 우주에게로의 최초일성. 소리는 일어나자 마자 금새 대기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여운은 없다. 그러나 그 에너지는 이제 순수의 분홍으로 내 눈앞에서 피워져 오른다. 홍매화 65

66 바람이 한 차례 일어 꽃잎을 쓰다 듬는다. 부드러운 대기의 애무에 갓 태어난 꽃잎들은 몸을 말리고 그리고 나를 향해 말을 건넨다. '긴 날을 참고 참아 여기 까지 왔어, 날 사랑해줘' '넌 누구니? 아, 세상은 정말 아름다워, 내 자태만큼이나.' '맘대로 생각하세요. 곧 떨어질 운명인걸요, 바깥 세상은 추워. 가지는 너무 잔인해.' 꽃망울때는 그것을 떼어 내어 귀고리를 해주었으면 했다. 황홀한 향기를 품은 응축된 분홍이 사랑하는 여인의 귀에서 눈부시게 흔들린다. 이윽고 그녀의 귀로 부터 가만히 목을 타고 내려오는 연분홍이 뺨을 물들이고 고개를 숙이게 하며 그리고 가슴을 같은 색깔로 들뜨게 만드는 것이다. 결국 그녀의 온몸이 분홍 향기로 가득 채워지고 그 색보다 더 사랑스런 눈부신 나신이 꽃피워져 내 눈앞에서 가늘게 떨고 있다. 희열. 매화의 향기로 가득찬 사랑의 만개. 세공사가 되어 조심히 정성을 다하여 밤을 새워 그 몽우리를 다듬고 싶었다. 마침내 고리가 완성되어 떨리는 손으로 꿰 뚫은 단 두개의 분홍귀고리. 사랑하는 사람의 귀에 달아 주고 싶다. 그리고 그 귀에 부드러이 입맞추며 속삭이길 '네 사랑으로 꽃 피워 주렴.' 이러는 날 보고 매화는 그저 가만히 수줍어 낯을 연히 붉히고 말이 없다. 내 님도 내게 그러할까? 매화를 보는 눈이 빙빙 어지럽다. 이 아침에. 유환 홍매화 66

67 홍매화 67

68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45 원래가 천출적 품성의 위인인데다가 그것에 대담함까지 겸비 했으니 방약무인의 치기와 철없슴은 가족친지들에게도 익히 알려져 있는 바이긴 하다. 그러나,물론 내가 박학다식의 귀재는 아니겠으나, 무엇이든 학문적인 궁금증은 대단하여 이미 나이 5,6세 부터도 곧잘 동네 어른들을 곤란케 만드는 질문을 많이 하고 다녔다. 그 질문의 상세는 이젠 기억나지 않으나 나의 엉뚱하거나 당돌한 질문에 그만 어두워 지는 어른들의 표정은 많이 봤다 그럴 때마다 겉으로는 함께 고민하는 동무같은 얼굴이었지만 내가 답을 알고 있는 경우는 그들을 골탕먹이는 일이 즐거워 내심 쾌재를 부르곤 했다. 한마디로 못된 품성이다. 그렇다 하여도 그 호기심 하나는 대단하였다. 그런 연차로 백과사전이란 것에도 당연히 구입욕을 발휘 십여년 전 브리태니커 사전의 한국어 초판이 발행 된다는 것에 열광, 그 회사에 전화를 넣어 사람을 불러 들였다.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68

69 당시 동아일보사와 공동출판된 이책을 구입한 자가 얼마인지는 알길 없으나 상당의 값을 미리 정해두고 할부식으로 돈을 납부하였는데 석 달에 한번 씩으로 서너 권씩 막 출판 된 책이 배달 되어져 왔다. 말하자면 아파트 중도금 처럼 집을 지어 나가면서 돈을 지불 하듯 이 책도 그리 출판 계획을 잡고 자금을 확보해 가며 발간한 것이었던 모양이다. 당연히 독파는 필요한 것으로 궁금사항들을 이리 저리 뒤져서 모르는 것은 배우고 익히며 아는 것들에 대해서는 편집, 감수자의 의견과 내 지식을 나름으로 비교해 보기도 하였으니 그 즐거움이란 당시에도 100만원을 훨씬 넘어간 책 값 조차에도 비유할 바가 아니었다. 린위탕[ 林 語 堂 ]의 The Importance of Living 이란 저서는 사람들에게도 "생활의 발견"이란 제목으로 워낙 많이 알려져 있어 [영화제목으로도 쓰여진 것을 볼 정도다] 유명한 책이다. 그 내용중에 제 3장 인생의 즐거움이란 제목을 두고 김성탄[ 金 聖 嘆 ]이란 사람을 소개한 것이 있다. 그는 17세기의 중국인으로 서상기[ 西 廂 記 ]라고 하는 희곡의 평역가운데에 삼 십 삼 절의 "유쾌한 한 때"라는 것을 지었다 한다. 린위탕은 그것을 차례로 소개해 가며 일생동안 불과 3시간 밖에 마음 흐뭇한 시간을갖지 못햇다는 바이런을 불쌍히 여기기도 했다. 그 귀절들을 다시 읊조릴 이유는 없겠으나 난 살아 있어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에 대해 아무리 작은 일들이라 할지라도 그것의 참 맛을 공유하면 참으로 흐뭇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에 대해 공감하곤 했었다. 예전엔 어느 지면에 그 글들을 차례로 게재, 사람들에게 알려주기도 했으니 따라서 린위탕의 "생활의 발견"은 내게도 매우 소중한 책으로 되어있다. 여하간 새로 발간 된 백과사전에서 문득 그이를 어떻게 평했나가 궁금해서 찾아 보았더니 마침 눈에 뜨이는 것이 있다. 책의 발간 연도였다.1904년으로 되어있었던 것이다. 하루 정도를 생각하다가 결국 편지를 썼다. 이러저러하니 그것은 잘못 된 일이다 하여 편집개발실로 보내었더니 그로 부터 며칠 후 편집장의 답장이 와서 이를 확인하고 보완개정 하겠노라 하였겠다. 작은 선물도 하나 왔으나 그것은 별 문제가 될 것이 못되고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하지만 그 편지는 봉투째 린위탕의 항목에 꽂혀져 있다. 그런 연차로 김성탄의 후렴구 "아아 이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는 상당기간 나의 입에도 후렴되어 백과서전의 오류를 발견한 내 업적^^에 곁들여져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69

70 친구와 술을 한잔하거나 비를 보는 광경이나 또는 여럿의 상황에서 나름으로 얘기에 재미를 더 해가곤 했는데 금일 비도 부슬부슬 내리는지라 책이라도 한번 읽어 봐야겠다 싶어 예전에 구입하여 읽었던 무애 양주동 선생의 문주반생기를 집어냈다. 다시 보아도 재미나고 배울 바 많아 킬킬 거리고 웃으며 즐기던 차, 그이의 글 중에도 이 김성탄이 등장한 것을 보게 된 것이다. 왜 그때는 잘 몰랐을까? 소파에 누워 보다가 벌떡 일어나 고함을 치듯 하였다. 세상에 이럴 수가! 무애선생이 와세다 재학 시절에 조선학생들끼리 만든 잡지[알]에 투고한 내용 중에 여러 편의 잡문을 실었으나 그중에도 가장 자랑스러이 여기는 것이 김성탄의 명문, 불역쾌재[ 不 亦 快 哉 ]라는 "서상기 고염[ 拷 艶 ]편 평문"을 번역해 실은 적이 있단 것을 알았다. 선생 왈, 동양적 인생관과 멋을 유머러스한 기상천외의 필법으로 인례, 열거한 이 희대의 명문은 근년에 임어당이 그의 저 [삶의 중요성]에서 이를 영문으로 번역하여 그글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졌고 더구나 그 생활관이 서인의 경이의 적[ 的 ]이 되었거니와 내가 그때 진작 그 글의 탁월성에 착안하여 한편으로 서구문학에 경도 되면서도 이 글을 임씨 보다 수십년 앞서 애독 번역한 것은 나의 자랑이 아닐 수 없다. 단 내가 번역해 실린 잡지[알]은 겨우 등사판이어서 그 유포가 임씨 본을 멀리 못 미쳤음이 한이다...운운. 순식간에 나와 무애선생과 김성탄과 린위탕 그리고 브리태니커사가 한꺼번에 엮어졌다. 나 역시 그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를 참으로 많이 부르며 외우곤 했고 그리하여 린위탕의 저서에 연결되어 있었던 것이고 그리고 그것이 한때 백과사전의 오류를 고치게 하였으니 이는 분명히 린 선생으로 부터 칭찬 받을 일이 되었으며 또 그러한 일을 안다면 먼 옛날의 김성탄도 함께 즐거워 할 일이 된 것이 아니겠는가. 그것으로 세사람은 인연이 맺어지는 것이다. 동시에 늘 알고 있는 린위 탕의 저서를 왜 "생활의 발견"이라 제목을 정하였는지 궁금했으나 무애선생은 그대로 역하여 [삶의 중요성]이라 이름 붙인 것에 대해 아주 속이 시원해졌으며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70

71 또한 김성탄의 글도 제목을 그대로 알게 되었을 뿐 아니라 그 출전도 정확히 알게 되었으니 그로 인해 이번에는 내가 양선생에게 감사 드릴 일이 되었다. 생활의 발견이라함은 아마도 일인들이 제목을 번안하여 붙인 것이 아닐까 한다만. 또한 양선생이 김성탄을 먼저 알고 세상에 내어 놓았으니 그 이른 발굴에 김성탄이 즐거워 할 일이고 이를 다시금 내가 독자들에게 알리게 되니 두 양반은 나를 참으로 고마운 후학으로 인정할 것이다. 그러니 어찌 이 또한 새롭고도 소중한 인연으로 짝지워 지지 않을 것인가 말이다. "봄날 저녁 로맨틱한 몇 명의 친구들과 술잔을 나누어 상당히 취기가 올랐다. 술잔을 놓기도 싫고 그렇다고 더 이상 마시는 것도 괴로운 일이다. 그러자 내 기분을 알아차린 곁의 童 子 가 열 두어 서너 개의 커다란 폭죽을 넣은 광주리를 냉큼 갖다 준다. 나는 술상에서 떠나 마당으로 나가 폭죽을 터뜨린다. 유황냄새가 코를 찌르고 머리를 자극하여 온몸이 매우 기분이 좋다. 아아 이 또한 흐뭇한 일이 아니겠는가!" 김성탄의 쾌설 중 하나이다. 비록 세분 모두 고인이 되어 이 시대를 나와 함께 살아가지는 못하여 안타까운 일이나 각자의 저서를 통해 또 그 독자의 한사람으로서 일단의 사건을 통해 오늘 오후 만나 연을 맺었기로나는 이를 세상에 고하는 바이며 이 또한 참으로 흐뭇한 일이 아니겠는가. 유환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71

72 인간 등고 :27 대학의 프레쉬 맨 때의 일이다. 아마 문고판 이었으리라 생각하는데 "인간등고"라는, 원제가 THE ASCENT OF MAN 이라는 책이 있었 다. 폴란드 계 영국인인 제이콥 브로노브스키[JACOB BRONOVSKI] 의 저서이다. 인간 등고 72

73 흔히 그를 두고 수학자이자 문인이라 칭하지만 나는 그를 생명과학자이며 문명학자 그리고 철학자이며 예술비평 가라 한다. 인류가 이루어온 역사상의 여러 가치를 통찰하는 면에서 그와 거의 같은 의미를 지닌 사람으로 헝가리 사람인 아르놀트 하우저[ARNOLD HAUSER]가 있다. 인류사의 문학과 문화를 통괄, 개관한 명저인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THE SOCIAL HISTORY OF ART]를 펴 낸 사람이다. [이분의 이야기는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할 것이다] 한 사람은 과학을 중심으로한 역사발전에 대한 이해를 구했고 다른 한 사람은 예술을 제재로 삼아 인류문화사를 관철했다. 그러니 두 사람의 저술을 한데 묶어 놓아 두고 볼 수 있다면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의 완벽한 하모니가 연출될 것이다. 두 사람은 "과학적 성취" 또는 "문화의 진화"를 이루어 낸 인간의 가치와 그 성과에 대해 깊이 고찰했으며 그 결과로 인류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았다. 만약 이 두사람이 함께 공진현상이라도 일으키는 일이 벌어진다면 이는 우리들의 "지적추구"를 엄청나게 흔들어 놓을 것으로 나는 단정한다. 어쨌든 이 대단한 저술을 만나게 된 것은 대학의 가을날 이었다. 전체 체육대회에서 상과대 대표들과 야구 결승전에서 대패한 일이 있었다. 게임을 마치고 몇 대의 빳다를 선배들로 부터 엊어 맞은 뒤 어스름이 밀려와 별이 보일 때 까지 운동장에서 공을 받고 뛰고 달리는 기합을 받았다. 젊음의 발산은 여러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힘이 뻗쳐오르는 건강한 몸을 흙투성이로 마구 굴려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운동장 한 켠에 있는 욕장에서 찬물로 몸을 씻긴 후 끌려간 곳이 학교 앞 막걸리 집이었다. 의기투합용 행사 아니겠는가. 원래 음주가무를 즐기는 것이 나의 기본적 품성인지라 인간 등고 73

74 수도 없이 좔좔 쏟아지는 노래에 정신을 팔고 하얀 플라스틱 우동사발에 부어지는 막걸리를 호쾌호탕으로 마시다가 결국 화장실에서 속을 뒤집어 놓게 되었다. 열두 번도 더 상복부의 숨을 막는 고통과 그 후의 속쓰림에 거의 빈사상태로 괴로워 하는 나를 주모가 발견하고 등을 두드립네 약을 먹이네 하다가 그 집 안방에 데리고 가 자리를 만들어 줬던 모양이다. 얼마나 지났을까. 캄캄한 방안에 이불도 없이 자리에 쓰러졌던 내가 정신을 차려 보니 이미 밤이 제법 깊어져 있었는데 불을 켜 보니 그 집의 큰 아들쯤 되는 친구의 방 같았다. 책상 옆에 아무렇게나 쌓아둔 책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문득 집히는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술을 깨겠노라 담배를 물어 정신을 가다듬고 서문부터 읽어 보기 시작했다. 세상에 이런 책이 있다니! 이 막대한 과학사의 디테일들이 한 사람의 저서라니. 책을 사고픈 마음에 하룻 밤을 꼬박 지샜다. 두 번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다음 날 곧장 시내의 책방에 들렀다. 주인에게 물어 보니 도무지 모를 일이라 어쩔 수 없이 혼자 뒤지기 시작 했는데 한참을 눈에 불을 키고 찾아봐도 가물거리기만 할 뿐 보이지를 않았다. 오기가 나서 더욱 샅샅이 뒤졌는데 그러다 언 뜻 눈을 돌린 보잘것 없는 문고판 책장 중의 한 켠에 이 과학사의 거대한 엑스칼리버가 빛을 발하며 꼽혀 있었다. [내 눈엔 그렇게 찬란한 빛으로 보였다] 새 처럼 가슴을 떨며 엄숙하게 두 손으로 뽑아 들었다. 앞 장의 제목과 빛나는 서문을 다시 읽을 때의 그 감동적 전율. 그 길로 집으로 도로 달려갔다. 별로 열심이지도 않는 학교 강의는 중요치 않았다. 그리고 커피와 콜라, 새우깡을 대동하여 밤을 새워 책을 다 읽어냈다. 인류사에 있어서의 과학과 예술, 철학의 커다란 업적에 관하여 현재의 위치에서 그 역사를 멀리 바라보면 인간 등고 74

75 위대한 업적들이 하나씩의 커다란 봉우리를 이루어 연연히 이어지고있슴을 볼 수 있고 그러한 과학적 탐구심과 실체규명을 위한 도전의 길을 진실의 높은 정상에 이르는 등정으로 보고 이를 이름하여 "인간등고"라 한 것이었다. 책을 다 읽어 내고 나서의 그 지적 포만감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적도 부근 동아프리카의 지구대로 부터 발굴된 2백만년 전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역사적인 두개골로부터 호모 사피엔스까지의 흥미로운 진화의 과정이 시작되어 유목에서 농경사회로의 전환과 그들이 이루어내는 발명들. 낫과 지렛대와 바퀴, 기둥과 아치으로부터 구조물로 수학과 금속학 음악 미술 그리고 천체학 물리학과 공학, 생물학과 화학, 의학에 이르기까지의 숱하게 등장하는 인물들과 사건들. 그리고 그것을 해석하는 저자의 독특한 철학이 전편에 걸쳐 도도히 흘러가며 인간과 과학에 대한 미래방향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위대성이라는 니체의 말을 생각해 보면 인류과학 발전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이 책이야말로 위대한 저서이며 저자인 브로노브스키는 곧 위대한 사람인 것이다. 그것이 내가 이 이상하게 생긴 폴란드인을 존경하는 이유이다. 그 동안 그 조잡한 문고판은 엄청난 내용덕으로 근 이십년을 내 관리하에서 고이 보관 되어 왔었다. 원래가 장서류는, 돈도 넉넉치 않아 구입이 어려웠겠지만 내용은 별 관심도 없이 장식거리로 삼는 이들이 보기 싫어 오히려 부담없이 구입해서 읽어보는 문고판을 더 즐겼다. 그런 연유로 헌 책방을 뒤져 남의 손에 있어서 낡아빠진 것이라도 내용이 충실하고 값이 싸면 더 더욱 기뻐했다. 천하나 자존심 있는 자의 지적 오만 이랄까 인간 등고 75

76 스스로 가치를 부여하는 일이란 생각도 있었다. 그런 나를 스스로 노동에 종사하는 프롤레따리아는 아니었으나 안티 부르조아지라고 불러 달라기도 했다. 하지만 어찌 장서류의 그 외형적 품위에 유혹을 느끼지 않았으리오. 새로이 발간 되는 것이 없나 하여 몇 해를 두고 뒤져 보았으나 베스트 셀러의 자격이 없어서 돈을 벌 수 없었슴인지 눈에 잘 띄이는 곳에는 있을 리 없었던 모양이었다. 그것을 몇 년전에 발견하였다. 북 디자인은 엉망이었지만 단단한 단행본이었다. 옛 책에는 볼 수없었던 사진도 곁들여진 완전한 책이었다. 너무나 좋아서 얼마나 광분했겠는가! 그가 오스테랄로피테쿠스의 치아크기와 모양을 통합하여 유인원과의 차이점을 구분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의 그 흥분과 경이가 내게도 찾아 온 것이었다. 비록 팔리지 않는 책으로 먼지를 덮어쓴 초라한 모습 이었으나 내게는 그 어떤 가죽장정의 고가 책 보다도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그 책방이 떠나가라 환희의 고함을 질렀을 터 이지만 곱게 이 보물을 안고 감격에 겨워 집으로 돌아왔다. 다시 밤을 새워 읽어 내었어도 그 감동은 전혀 덜하지 않았다. 고전이란 것은 이런 책을 두고 말하는 것이리라. 며칠 전에 책장의 먼지를 닦아내다 다시 뒤져본 이 책은 그 때는 나의 엑스칼리버였고 지금은 나의 성궤이다. 등부 인간 등고 76

77 비 :10 이 날씨는 나의 격찬을 받을 만 하다. 비바람이 거세어 약간 열어둔 창으로 빗물이 탁탁 소리를 낼만큼 방울로 튀어져왔다. 산만하고 무감각한 내 마음에 극히 매력적인 악마가 찾아 와 속삭이듯 했다. 빨강 고깔을 쓰고 녹색의 옷을 입었으며 그 경쾌한 춤을 추는 신은 은빛으로 빛났다. 문틀에 비가 흥건히 고여 마른 수건을 얹어 놓고도 창을 닫지 않았다. 사람이 보이지 않는 늦은 밤의 빗속에서 나는 유희를 즐기고 있었다. 약간 현기증이 났다. 그러자 상상의 사물들이 차례로 내게로 다가와 한마디씩의 지혜를 들려 주었다. 꽃이 순식간에 피어 나고 풀잎이 마치 튀어 오르 듯 땅으로 부터 올라왔다. 그것들은 너무나 명확하여 그 생기마져 마치 실물인 듯 움직임으로 나타났다. 비 77

78 느린 관조의 눈. 꽝하고 한차례 우레소리가 나자 정신이 들어 다시금 밖을 보았다. 비가 하얗게 지나가고 있었다. "내게 위안을!" 하고 고함을 질렀던 때가 언제이든가. 참으로 이상할 정도로 평정이 다가왔다. 그리고 그 무한한 힘이 내 가엾은 가슴을 한없이 쓰다 듬었다. 비를 맞아 식은 마음에서 느긋한 김이 천천히 올라왔다. 다시금 바람이 들이치자 빗방울이 내 팔에 튀어 올랐다. 일종의 염증 같은 상념들이 그것에 녹아 멀리 사라져 버렸다. 가볍게 내마음이 열려 그 바람을 한 껏 안았다. 참으로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었다. 유환 비 78

º´¹«Ã»Ã¥-»ç³ªÀÌ·Î

º´¹«Ã»Ã¥-»ç³ªÀÌ·Î 솔직히 입대하기 전까지만 해도 왜 그렇게까지 군대를 가려고하냐, 미친 것 아니냐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 그 때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내가 선택한 길이기에 후회는 없다. 그런 말을 하던 사람들조차 지금의 내 모습을 보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운다. 군대는 하루하루를 소종하게 생각 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고, 점점 변해가는 내 모습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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