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CI Trends * 2 ISSN 년 10월 22일 발행 발행인 김진우 편집위원 조광수, 김현석, 김형석, 이재용, 최준호 편집 임프레스미디어 디자인 뉴타입 프레스 * HCI Trends * 는 HCI학회 학술분과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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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HCI Trends * ISSN

2 * HCI Trends * 2 ISSN 년 10월 22일 발행 발행인 김진우 편집위원 조광수, 김현석, 김형석, 이재용, 최준호 편집 임프레스미디어 디자인 뉴타입 프레스 * HCI Trends * 는 HCI학회 학술분과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로 논문 위주의 기존 학술지에서 벗어나 학계는 물론 학생, 업계와 HCI라는 주제로 소통하고자 만든 매거진입니다. 한국HCI학회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연세로 50 연세대학교 공학원 228A T F Copyright 2013 HCI Korea 학회와 저자의 동의 없이 이 책에 실린 글과 그림 등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필진 구상옥 김병준 김현석 김형석 문태경 박승구 서비스 디자인을 연구하는 근성 있는 사람들의 모임 여준희 윤선민 이기혁 이정하 이중식 전수진 조광수 최준호

3 * Contents * 4 Editor s Note 수확의 계절에 생각하는 UX의 미래 6 Cover Story LINE 윤선민 14 HCI Column 창조경제에는 디자인이 없다 김현석 18 장애인과 UX 문태경 22 소니는 왜 몰락했는가 최준호 김병준 27 Editor s Discussion 옵티머스 스마트폰 시리즈로 본 LG전자 UX 편집위원 40 UI Report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8, 또 하나의 비스타가 될 것인가? 조광수 49 Industry 병원 UX 프로젝트의 경험 이중식 53 UX, 미래의 프레임을 찾아서 여준희 56 THE DNA Design Thinker들이 바라보는 2013 Trend insight 박승구 59 Service Design People 이창호, 브랜드와 서비스 디자인 결합을 통해 제3의 길을 걸어가다 서비스 디자인을 연구하는 근성 있는 사람들의 모임 65 Lab & Project 카이스트 전산학과 Human-Computer Interaction 연구실 이기혁 68 건국대학교 DCRC 구상옥 71 News & Trend ACM SIGCHI 2013 논문 리뷰 김형석, 구상옥 년 3천명 이상의 전세계 HCI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전수진 86 Book UX 디자인 7가지 비밀 이정하

4 * Editor s Note * 수확의 계절에 생각하는 UX의 미래 안녕하세요. 부지불식간에 가을이 다가왔고, 각고의 노력끝에 *HCI Trends* 2호를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HCI Trends*는 정통 HCI/UX 매거진으로 국내 최초로 발간되면서 폭발적인 성원을 받았지만, 비영리로 발행하고 있고 아직 *HCI Trends* 발간 시스템이 미약한 관계로 2호 발간까지 많은 시간이 흘러서 송구스럽습니다. 1호처럼, 이번 2호도 독자 여러분이 관심가질 만한 이슈들을 담았습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커버스토리인 NHN의 라인입니다. 1억 3천만 명이 넘는 사용자, 전 세계 231개국에서 이뤄지는 서비스, 41개국 앱스토어 1위, 일본에서는 이제 전화해 라는 말보다 라인해 라는 말이 보통명사화 되었다는 등 모바일 세계를 지배해나가는 라인은 글로벌 서비스가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그 성공에 대한 분석과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 커버스토리를 통해 독자 여러분께서 모바일 플랫폼 비즈니스의 새 지평을 살펴볼 수 있으리라 여깁니다. 편집진 특집으로는 LG전자의 스마트폰을 다뤘습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LG전자는 우리나라에서 삼성과 더불어 양대산맥을 이루는 글로벌 기업입니다. 특히 휴대폰 부문에서는 2005년 초콜릿폰으로 세계시장을 석권하기도 했던 강호였습니다. 그런데 스마트폰 등장 이후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최근 G폰 시리즈로 좋은 평가를 받으며 글로벌 시장 3위라는 성장을 이뤘습니다. 물론 애플과 삼성전자의 양강 구도에서 여전히 LG전자가 가야 할 길이 멉니다. 이에 국내 최초로 집단 컨설팅을 실시하고 있는 *HCI Trends*는 UX전략, 상품 기획, 소프트웨어, 디자인, 브랜딩, 평가 전문가들이 모여서 LG전자의 스마트폰에 대해서 갑론을박 하였습니다. 이는 애플을 넘어서고 있는 삼성전자의 쾌거와 노키아의 몰락을 목도하면서, 건강한 산업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고자 하는 4

5 * Editor s Note * *HCI Trends*의 노력이기도 합니다. 공개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았지만, *HCI Trends* 편집진이 바라보는 LG전자 스마트폰 이슈를 통해 우리의 UX의 현재를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최준호 교수의 소니의 몰락 이란 칼럼과 함께 읽으시면 UX 전략의 소중함을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밖에도 김현석 교수의 창조경제와 디자인 칼럼도 눈여겨 볼만 합니다. 창조경제의 핵심이 되어야 할 디자인적 사고가 소외되는 이 현실에 돌직구를 던지는 글입니다. 아울러 장애인 UX 칼럼에서는 이 시대의 성숙한 UX의 방향을 제시합니다. DNA의 박승구 이사의 트렌즈 인사이트, LG전자 여준희 UX 팀장은 어떻게 해야 고객의 유출을 막을 수 있는지 UX 프레임 전략을 제시합니다. 서울대 이중식 교수는 병원의 UX 프로젝트 사례를 통해 UX가 전통적인 전자산업을 넘어서는 확장의 비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끝으로, 많은 분들이 *HCI Trends* 2호 발간을 위해 노력해 주셨습니다. 한 분, 한 분 찾아뵙고 감사드려야 하지만, 이 한 줄로 모든 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독자 여러분의 뜨거운 성원, 앞으로도 부탁드립니다. 수확의 계절 가을을 앞두고, 세계 산업을 선도할 우리 UX의 밝은 미래를 바라봅니다. 2013년 9월 10일 조광수, 김현석, 김형석, 이재용, 최준호 5

6 * Cover Story * 1억 3천만 사용자, 전 세계 231개국 서비스, 41개국 앱스토어 1위 윤선민 LINE 수석 마케터

7 * COVER STORY * 전 세계에서 인구 대비 모바일 메신저 사용자 및 메시지 사용량이 가장 많은 나라는 굳이 조사해보지 않더라도, 대한민국이 아닐까? 대부분의 스마트폰 사용자가 모바일 메신저를 사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모바일 메신저를 사용하기 위해서,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사람이 생길 정도로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서비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무료로 문자 보낼 수 있는 앱 정도로만 인식되고 있을 뿐, 모바일 메신저와 그 잠재력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본 기고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모바일 메신저 LINE을 통해서 모바일 메신저의 잠재력 및 가능성을 소개하고자 한다. LINE, 다양한 국가에서 대표 모바일 메신저로 이용돼 2011년 6월에 오픈한 모바일 메신저 LINE은 서비스 오픈 후 19개월도 안된 2013년 1월, 1억 유저를 돌파하는 등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SNS인 페이스북(4.5년)과 트위터(5년)와 비교해도 3배 이상 빠른 속도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 231국 대상으로 서비스되고 있으며, 총 41개국의 앱스토어에서 SNS분야 1위를 기록했다. LINE이 다양한 국가에서 대표 모바일 메신저로 이용되면서, 각 국가별로 다양한 사회적 현상과 사용 패턴들이 나타나고 있다. 4천만 명 이상이 LINE을 사용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스마트폰 사용자가 LINE을 사용하고 있고, LINE을 사용하는 것이 친구나 가족처럼 친밀한 관계에서의 일반화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예를 들어 친구들끼리 헤어지면서 전화해! 대신, 라인해!( ラインして) 라고 인사할 정도로, 일반명사화 돼 사용되고 있다. LINE이 일본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SNS 및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자리매김하면서 개인들이 사용하는 서비스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자연재해 등에서의 비상통신 수단으로서의 역할과 기업과 각종 단체 및 관공서의 대국민 공식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LINE에 개설된 수상관저 어카운트는 현재 150만명이 넘는 사용자가 친구를 맺고 있다. 작년 12월 12일, 일본 총리실에서는 북한이 광명성 3호를 발사했다는 소식을 LINE수상관저 계정을 통해서 전파했다. 해당 메시지가 로켓이 발사된 지 불과 8분만에 전달되면서, NHK나 기존의 뉴스매체보다 빠른 속보성으로 화제가 되었다. 이러한 일본사회에서의 영향력으로 인하여 닛케이 트렌디가 발표한 2012년 히트상품에서 일본 전체 히트상품 2위에 선정되기도 하고, LINE에 대한 10여권의 매뉴얼 서적이 출판되거나 LINE 캐릭터 상품이 출시되는 등 일본사회 전체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태국의 경우는, 태국 경찰이 LINE을 경찰의 작전 수행에 필요한 공식 통신 수단으로 채택해서 화제가 됐다. LINE을 공식 통신 수단으로 채택한 이후에 LINE으로 도난 차량의 사진을 주고 받으며 도둑을 검거하거나, 범인을 추격하는 과정에서 위치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면서 범인을 검거하는 등 다양한 사례가 보도되고 있다. 대만의 경우에는, LINE 7

8 * COVER STORY * 스티커의 표정을 따라 하는 컨테스트가 열리기도 했고, 소방서에서는 LINE을 활용해서 청각 장애인과 언어 장애인의 신고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정도로, 다양한 방면에서의 활용사례들이 보도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은 아시아 국가뿐만 아니라, 1천만 명 이상의 유저들이 사용하는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 미국, 중국, 남미 등 세계 각국에서 보여지고 있다. LINE의 차별성 LINE의 급격한 성장은 크게, 모바일 메신저에 대한 시장의 요구와 유사 서비스 대비 LINE이 갖는 경쟁력 측면에서 그 원인을 설명할 수 있다. 우선 LINE을 비롯한 스마트폰 메신저의 급격한 보급은 최근의 IT환경의 변화에 그 배경이 있다. 메신저 자체는 예전부터 존재해왔지만, 최근 스마트폰의 급격한 보급으로 인해 기존 PC기반 메신저나 SNS의 패러다임에서 스마트폰 기반의 새로운 서비스 패러다임에 대한 요구가 생겨났다. 디바이스 보급율의 핵심 지표는 시장 성숙기 보급율, 즉 소비자 보급율 10%에서 40%까지 걸리는 시간인데, 일반 전화기가 15년, 컴퓨터가 10년 걸린 반면, 스마트폰은 겨우 2.5년으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속도로 전개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또한 많은 국가들에서 PC의 보급율보다 스마트폰 보급율이 더 높아짐으로 인해, 가장 많은 사람들이 보유하고 있는 표준 통신 인프라로써 스마트폰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그리고 특정한 시간에만 이용하는 PC에 비해 스마트폰은 하루 24시간 몸이 지니거나 바로 접속이 가능한 상태로 유지된다. 이러한 보급율과 항시성으로 인해 스마트폰 메신저는 기존의 어떤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나 인터넷 서비스보다 더 많은 대중성과 폭발력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가지게 됐다. 모든 SNS는 해당 서비스가 전제하는 인간관계, 서비스가 추구하는 인간관계의 방향성에 따라서 그 특징을 달리한다. 블로그나 페이스북, 트위터 등으로 대표될 수 있는 기존의 SNS는 기본적으로 개방형 인간관계를 추구한다. 실제 생활에서 만난 적이 없는 사람들도 해당 서비스를 통해서 자유롭게 연결되고 소통하는 방향성을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개방형 인간관계는 열린 토론과 자유로운 교류의 장점이 있지만, 소중하고 가까운 사람들과의 깊은 교제와 비슷한 밀도로 취급되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 또한 개방성은 교류하고 싶지 않은 사람과의 불필요한 교류를 수반한다. 이 때문에 기존의 SNS나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는 모든 국민이 사용할 수준의 대중성을 가지지 못했다. 이에 반해 전화번호부 기반의 모바일 메신저는 전화번호를 알고 또 저장해서 주기적으로 연락을 하는 사람, 비교적 현실세계에서도 중요한 인간관계일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기반한다. 개인과 개인 사이의 폐쇄적인 커뮤니케이션에 기반한 LINE은 모든 국민이 사용할 수 있는 대중성을 가지게 된다. 결론적으로 스마트폰으로의 패러다임 변화와 모바일 메신저의 특성인 상시적인 연결성 그리고 오프라인 세상과 유사한 인간관계 모델과 폐쇄성이 모바일 메신저를 모든 국민을 8

9 * COVER STORY * 사용자로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서비스로 이해할 수 있는 근거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커다란 잠재성을 가진 모바일 메신저 분야에서 LINE은 다음과 같은 서비스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특성들은 또한 다른 모바일 메신저와의 서비스적인 경쟁에서 LINE의 가지는 차별성의 한 축이 되고 있다. 1. 단순함 초기에 영어와 일본어만 지원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대만, 태국, 스페인 등 다양한 국가에서 급속하게 자연 증가한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LINE은 문자를 이해하지 않고도 누구나 직관적으로 각 기능 등을 이해할 수 있도록 단순하고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다. 복잡한 설정을 이해하지 못하면 작성한 글에 대한 공개의 정도를 조절하기 어렵거나, 서비스의 문법을 이해하지 못하면 충분한 기능을 활용하기 힘들었던 기존의 SNS들에 비해 LINE은 미취학 어린이들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실제로, 아직 글을 읽을 수 없는 2~3살의 자녀들과 LINE스티커로 소통하게 됐다는 사례들이 많이 보고됐다. 이러한 단순함이 기존 SNS의 난이도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던 많은 사용자들의 심리적인 저항감을 대폭 낮춰서 다양한 사용층을 확보할 수 있는 근간이 됐다. LINE은 서비스의 기본 근간을 모바일에 최적화해서 설계됐다. 즉 PC에 기반해서 서비스하다가 모바일을 지원하는 개념의 기존 서비스들과 다르게 처음부터 모바일 환경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서 설계됐다. PC에 기반한 서비스의 경우 PC 모니터를 기반으로 기능 및 구성이 설계되므로 다양한 기능과 설정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도록 서비스 UI 등이 구성된다. 이러한 서비스를 모바일의 작은 화면에 맞춰서 재구성하는 경우 아무리 단순화하려고 노력해도 태생적인 복잡성을 줄이기 힘든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에 반해 처음부터 모바일부터 시작한 서비스의 경우 처음 설계부터 모바일의 제한된 크기와 환경에 맞춰서 설계되므로 PC기반의 서비스들에 비해서 훨씬 단순하고 간결하게 설계될 수밖에 없고, LINE은 초기부터 해당 단순함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설계가 진행됐다. 2. 다양한 기능과 멀티 플랫폼 지원 LINE은 UI의 단순함을 추구하면서도 커뮤니케이션의 수단과 전달방법 그리고 지원 플랫폼에 있어서 가장 적극적이고 다양한 수단들을 제공하고 있다. LINE은 최대한 많은 플랫폼에서 같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가장 많은 플랫폼을 지원하고 있다. 모바일에서는 안드로이드와 ios, 모바일 윈도우, 블랙베리, 노키아, 그리고 아직 피처폰 사용자들이 많은 일본에서는 저가 피처폰까지 지원하고 있다. PC버전도 윈도우, 맥, 윈도우8 클라이언트 버전 등을 지원하면서 가장 선구적으로 플랫폼 지원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기능적인 측면에서도 무료통화가 가능한 VoIP 기능을 서비스 초기부터 지원하고 있고, 이미지, 동영상뿐만 아니라 연락처, 파워포인트, 엑셀파일 등의 다양한 파일의 전송, 그리고 위치정보 전송 등의 유저가 9

10 * COVER STORY * 필요로 하는 다양한 정보형태를 지원하고 확대해 나가고 있다. LINE은 기본 커뮤니케이션 기능에서도 1대 1 채팅은 물론이고 그룹 채팅까지 지원된다. 휘발적으로 사라지는 채팅방 구조를 보완하기 위해서 주소록과 유사한 개념의 그룹기능 제공해 영속적으로 친구명단을 상호공유/관리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해당 그룹 내의 멤버들이 사용할 수 있는 그룹보드 기능도 제공한다. 이러한 그룹 및 그룹보드 기능은 소규모 지인 멤버들 간의 폐쇄적인 커뮤니티 활동으로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LINE 친구들간의 SNS적인 교류를 위해서 타임라인과 마이홈 기능도 제공하고 있다. 친구들과 공유하고 싶은 정보를 홈에 기록해서 공개할 수 있고, 친구들의 홈에 공유된 정보를 타임라인을 통해서 피드받을 수 있다. 공유된 내용에 대해서는 댓글과 스티커로 피드백을 주고 받을 수도 있고, 홈을 공유할 친구의 범위를 선택할 수도 있다. 단순하게 보이는 기본 UI와는 달리 다양한 플랫폼, 다양한 정보 전송, 커뮤니케이션 방법 지원 및 다양한 그룹기반 기능 지원을 통해서 메신저앱 따로, 커뮤니티앱 따로, SNS앱 따로 설치하고 가입해서 사용하던 불편함이, LINE 하나로 간결하게 해결됐다. 3. 단순 커뮤니케이션을 넘어선 감정 교류와 재미 사람들이 실제 만나서 대화를 할 때는 단순하게 단어적인 커뮤니케이션 이외의 표정과 몸짓, 그리고 목소리의 톤과 높낮이 등 다양한 요소로 감정과 감성도 함께 커뮤니케이션 하게 된다. 이에 반해 SMS나 메신저에서 기본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는 상대방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텍스트와 그 텍스트를 구성하는 단어만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된다. 이 경우 짧은 문장으로 구성되는 문자로는 전달하기 어려운 비언어적인 느낌들이 있다. 예를 들면, 고맙습니다 라는 문자에는 너무너무 고맙지만 적당한 단어를 찾지 못한 고맙습니다 부터, 상대를 비꼬는 고맙습니다 까지, 다양한 종류의 고맙습니다 가 있는데, 상대방과 대면하지 않고 교환하는 텍스트 메시지 만으로는 충분한 전달력 및 표현력을 가지기 못하게 된다. LINE은 스티커를 활용해서 이 문제를 보완하고자 했다. 비언어적인 느낌을 살릴 수 있는 다양한 상황과 섬세한 표정의 스티커를 개발한 다음, 사용자들로 하여금 그 스티커를 통해서 다양하고 미묘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했다. 미안합니다 라고 쓰는 대신, 머리를 긁적거리며 고개를 숙이는 곰의 스티커를 보낼 수 있도록 했다.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에게 덜 민망하면서도 마음을 제대로 전달하는 솔루션인 것이다. LINE에는 미키마우스나 도라에몽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캐릭터의 스티커까지 1만 개가 넘는 스티커가 있고, 그 종류를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즉, LINE에서는 텍스트로 표현하기 힘든 1만 가지가 넘는 상황과 감정을 스티커로 표현할 수 있다. 적절한 단어를 찾기 어려운 경우나 말로는 감정을 충분히 표현하기 어려운 경우에 스티커로 풍부한 감정 표현이 가능하게 됐다. 또한 스티커를 고르는 과정 또한 기계적으로 타이핑하는 문자입력에 비해, 본인의 감정을 10

11 * COVER STORY * 표현할 수 있는 자기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고르는 작업으로 바뀌게 돼서 그 과정 자체에서도 더 많은 재미적인 요소를 체험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감정 표현수단의 확대 효과는 구체적인 인간관계의 변화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서 확인되고 있다. 올해 1월 11일 일본에서 800명의 20대~40대의 기혼 LINE 사용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LINE을 사용하고 나서 부부간의 커뮤니케이션 빈도가 높아졌다고 대답한 사용자가 39.5%로 나타났고, 부부간의 LINE을 통한 평균 커뮤니케이션 횟수가 하루 1회 이하(40.4%), 2~5회(44.0%), 6~9회(8.9%), 10회 이상(6.8%)로 60% 이상의 부부가 LINE을 통해서 하루 2회 이상 활발하게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인 내용 측면으로는 격려의 표현, 위로의 표현, 감사의 표현 이 각각 LINE을 통해서 전달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LINE은 스티커뿐만 아니라 다양한 도구와 매체를 통해서 LINE 친구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종류와 내용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친구들과 즐기는 가벼운 게임도 넓은 의미의 커뮤니케이션 확대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LINE 게임을 도입하고 있다. LINE에는 현재 20개의 게임이 서비스 되고 있는데, LINE게임 오픈 7개월 만에 1억 게임 다운로드가 진행될 정도로 사용자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받고 있다. 혼자서 이용하면 단순하고 질리기 쉬운 게임들도 친구들과 협업하고 경쟁하고 함께 즐기면서, 또 다른 형태의 교류의 장이 되고 있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종류의 확대의 예로, 게임 이외에 스마트폰에서 간단한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수정하고 꾸밀 수 있는 라인 브러시,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꾸며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는 라인 카메라, 문장을 입력하고 배경을 고르면 자동으로 엽서가 만들어져서 친구에게 보낼 수 있는 라인 카드 등 다양한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다. LINE에서는 친구와 연결되는 과정에서도 다양한 재미요소를 도입했다. 대표적 예로 셰이크잇(shake-it) 기능을 들 수 있다. 셰이크잇을 쓰면 같은 자리에서 이 기능을 켜고 스마트폰을 동시에 흔드는 것만으로 자동으로 서로를 친구 리스트에 올릴 수 있다. 건조하게 아이디를 주고받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는 방식일 뿐만 아니라, 같은 자리에 모인 친구들이 동시에 친구 리스트에 상호 추가 되는 효율성까지 높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LINE SMS 대용으로 텍스트를 주고 받을 수 있는 모바일 메신저로 시작한 LINE는 사용자의 폭발적인 증가와 함께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비즈니스 플랫폼으로서 LINE의 잠재력은 사용자 규모뿐만 아니라 기존 SNS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활성화 지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전체 회원 중에서 50%의 회원이 매일 LINE을 방문하고 있고, 하루에 50억 건이 넘는 메시지가 송수신되고 있다. 24세 이하 유저의 경우 매일 방문하는 비율이 68%일 정도로, 젊은 계층에서의 활성화 지수가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 기업들은 LINE의 폭발적인 성장을 지켜보면서 다른 SNS 미디어보다 적극적으로 LINE을 마케팅 11

12 * COVER STORY *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LINE이 제공하는 기업 대상 마케팅 수단으로는 기업이 제공하는 계정과 친구를 맺을 수 있는 공식 어카운트 기능과 기업의 이미지 캐릭터나 상품을 재미있는 스티커로 제작해 사용자들에게 배포할 수 있는 기업 스폰서 스티커를 들 수 있다. 기업이 공식 계정을 통해 사용자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62%가 읽혀지고, 해당 메시지가 연결하는 사이트를 방문하는 경우도 27%이다. 이는 현재까지의 배너, 홍보 SMS, 뉴스 메일 등 모든 홍보 수단을 통틀어 가장 주목도가 높은 마케팅 플랫폼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의 예로, 일본에서 LINE에 개설된 편의점 로손(LAWSON) 어카운트는 자발적으로 로손을 친구로 추가한 유저 625만 명에게 프라이드치킨 신제품 할인 쿠폰을 배포하는 프로모션을 한 결과, 당일 점심시간에만 10만 개가 팔리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일본 전국의 로손 점포는 1만 개 정도로 점포마다 10명의 손님이 몰려와 치킨을 구입한 셈이다. 이는 마케팅 플랫폼으로서 LINE의 위력이 드러난 사례로 볼 수 있겠다. 유사한 예로 일본 롯데가 기업 스폰서 스티커를 통해서, 코알라마치 라는 상품 캐릭터를 무료로 배포했더니, 1주일 만에 매출이 11.6% 증가하는 놀라운 결과를 거뒀다. 초기에 브랜드 홍보를 목적으로 진행한 LINE 스티커 프로모션이 매출 증대라는 구체적인 효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LINE은 소수의 대기업 중심의 대규모 마케팅 수단에 머무르지 않고, 중소 규모의 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마케팅 플랫폼으로 발전하기 위해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이는 수 백, 수천 만 중소 규모의 가게와 점포가 LINE을 활용해서 손쉽게 신규고객을 유치하고 쿠폰이나 포인트 카드를 관리하는 등 다양한 홍보를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LINE이 제공하는 비즈니스 플랫폼의 다른 축은 콘텐츠 유통 플랫폼 역할이다. LINE은 사용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보유한 업체가 해당 콘텐츠를 손쉽게 LINE과 연동할 수 있도록 돕고, 이를 필요로 하는 사용자가 쉽게 사용하고 서로 추천하고 공유하는 구조를 발전시키고 있다. 이미 LINE 키즈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어린이 교육용 애플리케이션을 LINE을 통해 유통하고 있으며, 점차 만화, 음악 등의 다양한 형식의 콘텐츠로 확장시키고 있다. 플랫폼으로 진화하기 위한 LINE의 이러한 노력은 올해 1월자 Annie Index 리포트에서 증명되었다. LINE을 서비스하고 있는 NHN은 전세계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가장 매출을 많은 퍼블리셔로, LINE 애플리케이션은 전 세계 애플리케이션 중에서 비게임 분야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되고,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한 애플리케이션으로 조사됐다. 폭발적인 사용자 증가라는 양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LINE은 사용자, 기업, 콘텐츠 제작자, 각종 중소상인 등 다양한 주체들이 누리는 가치를 다 함께 증폭시킬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 그리고 나아가서는 모바일 생태계의 한 축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기 위한 노력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이 결실을 거두게 된다면, 모든 지구인들이 Call me 대신 Line me 라고 인사하게 되는 날도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 12

13 * HCI Column * 창조경제에는 디자인이 없다 * 김현석 장애인과 UX * 문태경 UX 전략 분석: 소니는 왜 몰락했는가? * 최준호, 김병준 13

14 * HCI Column * 1 창조경제에는 디자인이 없다 김현석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교수 알쏭달쏭한 창조경제 박근혜 정부는 일자리 중심 창조경제 를 국정목표로 제시했다. 취임사를 통해 밝힌 창조경제의 밑그림은 과학기술과 문화, 그리고 산업간의 융합이었고, 이를 통한 창조적 사고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미래창조과학부가 주도하는 정책의 방향성이다. 우리 경제를 이끌어온 대기업 주도의 성장은 주택시장 버블로 시작된 미국의 금융위기와 유럽국가들의 재정악화에 따른 국가부도 사태 등 세계 경제침체로 인해 저성장 기조가 분명해지면서 고용 없는 성장위기에 직면했고, 이에 따른 양극화 심화라는 구조적 문제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응급처방인 창조경제는 실체적 개념이라기 보다는 다분히 정책적 개념이었고, 오히려 이점을 정부 스스로 분명히 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정책이 비단 박근혜 정부에서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도, 국민의 정부의 지식기반경제 및 벤처산업 육성 도 창조경제의 정책적 방향성과 매우 유사한 점이 있다. 4대강 경제는 기존의 익숙한 토건사업을 통한 가치(?)창출을 지향했기 때문에 사업이 매우 구체적이었던 반면, 창조경제는 태생적으로 모호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녔다. 조롱거리가 된 창조경제를 바로 세우기 위해 창조경제의 개념적 정의들이 쏟아져 나왔다. 인수위 보고서는 창조경제를 상상력과 창의성, 과학기술에 기반한 경제운용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는 경제전략 이라고 했고, 한국과학기술기획 평가원은 산업화시대, 정보화시대, 지식기반경제를 잇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며, 창조경제의 핵심 키워드는 창의성, 혁신성, 소비자, 지식재산권 보호 및 활용 이라고 했다. 정보화진흥원은 새로운 아이디어나 개념의 발굴 또는 기존 아이디어를 토대로 더 새롭고 나은 방법의 과정이나 활동을 통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고 했다. 각 부처와 정부 산하 연구소 등에서는 노무라 연구소와 *Businessweek*, 조셉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 존 14

15 * HCI Column * 1 호킨스(John Howkins) 등의 말을 인용하며 창조경제를 설명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대충 정리하면, 기존의 방식으로 효율의 제고를 통한 생산성 향상 에서 탈피해 융합을 통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 하는 경제활동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서 우리는 새로운 이라는 부분에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다. 정부기관에서 작성된 창조경제와 관련된 문건들을 보면 새롭게 라는 단어는 거의 모든 문장마다 들어 있고, 애플 과 페이스북 은 끝도 없이 인용되는 창조경제의 사례로 등장하고 있다. 애플이 기존에 없던 스마트폰을 새롭게 만들었거나, 페이스북이 SNS를 새롭게 창조해 낸 것이 아님에도 유독 새롭게, 없던 것을 새로 라는 단어들이 강조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모든 경제활동은 새로운 가치창출에 있다. 최근 웹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윤태호 작가의 *미생*에 나오는 원 인터내셔널 이라는 회사는 종합상사 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종합상사의 이미지는 혁신이나 융합과는 거리가 멀고도 멀었지만, 이 만화를 보면서 종합상사야 말로 융합과 혁신을 기반으로 하는 창조기업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 회사가 하는 일이 바로 새로운 가치창출 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박근혜 정부의 새로운 가치 는 원 인터내셔널의 장그래 가 창출한 새로운 가치와는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론을 보면 문화콘텐츠와 소프트웨어, 인문, 예술을 기반으로 한 신성장동력, 고령화, 에너지 등 국가가 당면한 사회이슈 해결, 빅데이터나 초고성능 컴퓨터를 활용한 과학기술 서비스 와 우주발사체나 인공위성, 대형가속기, 원자력과 같은 거대전략기술기반산업 등을 국정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에서 나온 정책분석자료집의 창조경제 생태계 구축을 위한 국정과제 목록 에는 과학기술을 통한 창조산업 육성과 IT, SW융합을 통한 주력산업 구조 고도화 등을 중점과제로 추진 중이라고 했다. 물론 세계최고의 인터넷 생태계 조성 과 정보통신 최강국 건설 과 같은 구호성 과제도 포함돼 있다. 이를 종합하면, 장그래의 창조경제와 박근혜의 창조경제에는 과학기술과 ICT라는 조금 큰 간극이 있다. 박근혜 정부의 새로운 가치 창출에는 ICT와 과학기술이라는 분모가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왜, 이전의 새로운 가치 창출은 그냥 경제였고, 과학기술과 ICT를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 창출은 창조경제 일까라는 물음에 답은 어디에도 없었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창조경제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사업계획을 보면 보다 더 미궁에 빠지게 된다. 창의적 아이디어와 인재가 넘치는 대한민국 실현을 위해 창조허브로서 무한상상실을 운영 하고, 아이디어 페스티벌 등 무한 상상마당 개최 하며, Creative Korea 사이트를 구축 하고, 과학전시체험 및 과학문화 프로그램 개설/운영 및 청소년 대상 *나도 사장님* 프로그램 신설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창조경제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한다. 15

16 * HCI Column * 1 디자인적 사고와 창조경제 주요 창조 산업의 범위를 조사한 문건에 보면 빠지지 않고 디자인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영국의 문화미디어체육부 내 Creative Industries Task Force에도 창조산업으로 디자인을 선정했고, UNCTAD에서도 기능적 창조산업으로 디자인을 선정했다. 세계지적재산권단체(WIPO)에서도 디자인을 창조산업의 범위 안에 포함하고 있다. 그렇다면 명실상부하게 창조산업의 핵심분야로 디자인이 떠오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당연히 디자인의 문제해결과정은 창의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디자인계의 석학 나이젤 크로스(Nigel Cross)의 *Design Thinking*에서 디자인적 사고를 해결해야 할 문제의 맥락에 대한 공감성(empathy), 통찰을 기반으로 한 창의성(creativity), 문제의 맥락적 해결점을 판단하는 합리성(rationality)이 종합된 프로세스 라고 했다. 그는 분석적 사고(Analytical thinking)와는 다르게 디자인적 사고(Design Thinking)는 많은 상상력(ideas)들이 쌓여가면서 만들어지는 창조적 프로세스 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초기 디자인 단계에서 판단과 평가는 금물이다. 특정 아이디어가 좋고 나쁨에 대한 판단을 논의하거나, 구성원간의 의견 일치를 보려고 하면 디자인적 사고, 즉 창조적 사고는 실패하게 된다. 이명박 정부시절 과천 지식경제부를 찾은 대통령은 요즘 닌텐도 게임기를 초등학생들이 많이 가지고 있던데 라고 말문을 열면서 일본의 닌텐도 게임기 같은 것을 개발해 볼 수 없느냐 고 주문했다. 한번 뚫어 놓으면 오래가지 않느냐 면서 닌텐도 같은 게임기 개발에 만전을 기해달라 고 당부했다는 전설 같은 일이 있었다. 이러한 방식으로는 창조적 산업을 만들어 낼 수 없다. 닌텐도의 창조적 아이디어는 이명박이 바라본 손녀의 손에 들린 게임기라는 물질에 들어있지 않다. 미야모토 시게루가 만들어낸 창조적 아이디어는 비물질적이다. 공장에서 찍어내듯 지속적으로 동일하게 생산해 낼 수 없다. 호킨스 마저도 창조산업이 사람에 대한 의존성이 높으며 정량적인 측정이 불가능하여 리스크가 높다고 인정하지 않았는가. 창조산업과 창조경제의 성공은 기존 산업 진흥정책을 통해서는 결코 이룰 수 없다. 창조경제는 디자인적 사고를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아이디어와 아이디어가 차곡차곡 쌓이는 과정을 기다리고 즐길 줄 알아야 한다. 토건에서와 같이 효율성의 증대를 목표로 최고와 최대를 지향하는 정책방향으로는 결코 창조경제는 탄생하지 않을 것이다. 창조경제와 관련된 수 많은 보고서에 등장하는 여러 성공 사례의 공통점을 뽑아 이를 모두 시행한다고 할지라도 결코 창조경제는 성장하지 않을 것이다. 어느 기사에 보니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의 특징을 모두 취합해 보니, 평균적으로 백인 남성으로 초콜릿 생산이 높은 나라에서 살고 있고 이혼을 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초콜릿을 많이 먹고 이혼을 하면 노벨상을 타는 것이 아니듯이 창조경제의 좋은 사례들을 모두 모아서 이를 벤치마킹한다고 창조경제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16

17 * HCI Column * 1 뜻이다. 각 부처의 업무보고를 보면 아직도 이러한 분석적 사고를 기반으로 한 사업들이 즐비하다.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정말 똑똑하고 분석적이다. 하지만 결코 창의적이지 않다. 너무 오랜 기간을 분석적 사고에 길들여져 있어서이거나 창의적 사고가 쌓일 시간적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가 창조경제의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공무원들부터 디자인적 사고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창조적 아이디어를 이끌어 내는 생각의 프로세스이기 때문이다. * 17

18 * HCI Column * 2 장애인과 UX 문태경 이언인사이트 수석연구원 단언컨대, 본다는 것은 가장 큰 축복입니다. 헬렌켈러 자서전 중에서 이것은 헬렌 켈러의 자서전 *사흘만 볼 수 있다면*을 바탕으로 제작된 국내 스마트폰의 광고 문구 중 일부이다. 이 광고가 노출된 이후 여러 사람들이 실제 장애인들의 스마트폰 사용에 대해 생각했다고 한다. 또한 최근 종영한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에서도 시각장애인의 스마트폰 사용 장면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장애인들은 어떻게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을까? 요즘처럼 스마트 디바이스가 생활 깊이 침투돼 있는 생활 속에서 장애인들은 어떤 경험을 하고 있을까? 우리는 국내 장애인 현황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2012년 장애인 통계에 따르면 국내 장애인 인구는 2011년 말 기준 약 250만명으로 2000년 대비 163% 증가율을 보이고 있으며, 국내 장애 인구 비율은 뇌병변 장애(뇌성마비)를 포함한 지체 장애인이 가장 높고, 청각, 시각 장애인 순으로 높은 분포를 보이고 있다. 증가하는 장애인구 추이와 함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전반적인 배려와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2008년 시행된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이하 장차법) 은 2013년 4월부터 적용 대상 확대 및 의무화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2011 장애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아직도 장애인의 모바일 정보화 수준은 27.8%로 일반 국민의 정보화 수준인 82.2% 대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정보화 수준 향상과 좋은 사용자 경험을 위해서는 스마트 디바이스의 쉬운 접근성과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사용성이 기본 전재가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언인사이트가 시각/지체 장애인과 함께 진행한 스마트 디바이스의 접근성 관련 프로젝트를 통해 장애인의 스마트폰 사용 행태와 쉬운 접근을 위한 고려사항을 살펴봤다. 지체장애인은 골격, 근육, 신경 계통 중 어느 부분에 질병이나 외상으로 18

19 * HCI Column * 2 인해 신체 기능 장애를 영구적으로 갖고 있는 사람을 의미하며, 척수 손상과 근육병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장애인 복지법에서는 지체장애와 뇌변변를 구분하고 있으나, 스마트폰 사용을 기준으로 봤을 때 일반적으로 지체장애에 포함시킬 수 있다. 이들은 몸 움직임이 어렵거나 팔과 손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운 것이 주요 특성으로 스마트폰 사용에 있어 누르기 힘든 하드키가 가장 큰 어려움으로 파악됐다. 아이폰의 경우, 어시스티브 터치(Assistive touch) 라는 기능을 제공해 하드키로 제어가 되는 대부분의 기능을 터치 인터페이스에서 쉽게 조작이 가능하도록 해주고 있다. 이 기능을 사용하여 사용자는 몇 번의 터치만으로 화면을 회전하거나, 한 손가락으로 확대/축소가 가능하게 되는데 지체장애인에겐 혁신적 사용자 경험일 것이다. 아이폰에서 제공하는 Assistive touch 화면 또한 지체장애인은 신체 움직임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조작 동선의 최소화와 같은 장애 특성에 적합한 사용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특히 지체장애는 다른 장애와 달리 다양한 장애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각 유형마다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고려사항이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목 위쪽만 움직일 수 있는 척수손상 장애 사용자와 근육이 전체적으로 약해지는 근육병 사용자의 고려사항은 다르다는 의미이다. 이런 경우 제조사 및 서비스 제공자는 모든 장애 유형을 포괄할 수 있으며 유용하다 판단되는 많은 기능을 제공하기 쉬운데, 알고 보면 장애 유형과 특성 별 요구는 다르게 나타나며 일반 사용자와 같이 본인에게 적합한 기능 설정이 가능하기를 바란다. 따라서 지체 장애인을 위한 사용자 경험 설계에 있어 사용자 리서치를 통한 사용자 관찰과 이해가 필수적이며, 이를 통해 장애 유형에 적합한 고려사항을 도출하고 우선순위를 파악해 사용자 스스로 세밀한 설정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19

20 * HCI Column * 2 지체 장애인의 어시스티브 터치 사용 장면 시각장애인은 장애 정도에 따라 크게 전맹과 저시력으로 구분되며, 각 장애 별로 스마트폰 사용 행태와 자세의 차이를 보인다. 전맹 사용자는 음성안내를 듣기 위해 고개를 옆으로 돌린 채 손가락으로 화면을 터치하며 조작하고, 저시력 사용자는 시력이 조금 남아있기 때문에 얼굴을 스크린 가까이 가져가 글씨를 보거나 전맹 사용자와 같이 음성안내를 듣는 자세로 사용한다. 전반적으로 시각 장애인들은 음성안내와 손으로 느껴지는 진동만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으며, 시각장애인에게 현재 사용자 손의 위치에 대한 빠른 인지와 전반적인 화면 구성 이해를 통한 쉬운 기능 접근은 좋은 사용자 경험으로 이끄는 큰 축이다. 전맹 사용자(좌)와 저시력 사용자(우)의 스마트폰 사용 자세 특히, 시각장애인들의 경우 조사 대상자 중 90%가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는데, 그 주된 이유는 스마트폰 화면을 읽어주는 음성안내 서비스인 보이스오버(Voice over) 때문이다. 국내 제조사 스마트폰의 경우 기능지원의 미흡하고, 사용자가 이미 보이스오버 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사용을 꺼린다고 한다. 또한, 앞이 안 보이는 시각장애인의 특성상 제스처를 통한 기능 사용에 익숙하며, 아이폰의 보이스오버 의 경우 간결한 제스처를 제공해 사용자의 쉽고 빠른 조작을 20

21 * HCI Column * 2 도와준다. 사용자는 각 제스처에 정의된 기능을 기억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사용 빈도가 높고 중요한 제스처의 경우 반복학습을 통해 어려움 없이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제스처는 시각장애인에게 유용한 인터페이스로 활용되고 있으며, 시각장애 사용자 중심의 개발이 필요한 기능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면, 제스처를 통한 기능 수행은 일반 사용자 입장에서 눈을 감고 수행했을 때도 문제 없이 접근이 가능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조사 결과를 지면을 통해 공유하지는 못하지만 시각/지체 장애인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느껴진 것은 이들도 일반 사용자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사용자 니즈(needs)를 갖고 있으며, 어떤 기기 사용에 있어 조작 가능(ability) 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 않았다. 따라서, 장애인의 즐거운 스마트디바이스 사용을 위해서는 UX에 대한 고민 이전에 사용자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또한 장애인이 갖고 있는 물리적 장애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로서 갖게 되는 심리적 제약까지도 고려해야 하며, 이를 위해 장애인을 단순히 배려의 대상으로 보기보다 또 한 명의 사용자로 인식하고 지속적인 관심과 관찰을 통해 진정한 장애인 입장 을 이해한 후 다가가야 할 것이다. * 내가 장애인이라면 이라는 생각을 갖고 개발 하지 말고요, 장애인이 돼서 개발을 하면 쉬울 거예요. 저 사람은 목밖에 안 움직이니까 이렇게 하면 쉽지 않을까가 아니라, 직접 목만 움직이면서 입에다가 터치 펜을 물고 해 보면 어떤 게 더 편하다, 어떤 게 더 불편하다, 정확하게 알 수 있겠죠. 지체 장애그룹 FGI 중에서 21

22 * HCI Column * 3 UX 전략 분석: 소니는 왜 몰락했는가? 최준호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 UX랩 교수 김병준 SK 경영경제연구소 HCI/UX랩 수석연구원 가전제국의 패망기 닷컴 버블이 붕괴된 직후인 2001년, 미래의 브로드밴드 네트워킹은 더 고도화될 것이다. 우리는 기기와 콘텐츠가 언제, 어디서든 연결될 수 있는 유비쿼터스 밸류 네트워크를 만들 것이다 향후 10년의 ICT 산업의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한 것 같은 근사한 이 말은 어느 회사의 누가 했을까? 그리고 그 회사는 10년 후 어떻게 됐을까? 2001년 같은 해에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와 소니의 CEO 안도 구니다케는 새로운 디지털 시대로의 진입과 자사의 역할에 대한 비전을 각각 피력한다. 2001년 1월 샌프란시스코 맥월드에서 스티브 잡스는 이른바 디지털 허브 전략 을 공개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컴퓨터는 생산성의 시대, 인터넷의 시대를 넘어 디지털 라이프 스타일의 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맥은 모든 디지털 기기를 아우르는 디지털 허브가 될 것입니다. 같은 해 11월 라스베이거스 컴덱스에서 소니의 안도 구니다케는 근본적으로 애플의 디지털 허브와 같은 의미인 유비쿼터스 밸류 네트워크 전략에 대해 발표한다. 다가오는 브로드밴드 네트워킹은 점점 더 복잡해질 것입니다. 소니는 기기와 콘텐츠가 언제, 어디서든 연결될 수 있는 유비쿼터스 밸류 네트워크를 만들 것입니다. 용어는 디지털 허브와 유비쿼터스 밸류 네트워크로 서로 달랐지만, 사실상 디바이스-콘텐츠- 서비스의 융합 플랫폼화를 의미한 것으로 같은 뜻이었다. 그러나 10년 후 양사의 실적은 극적으로 대비되어 나타난다. 2001년 이후 애플은 컴퓨터(아이맥), MP3 플레이어(아이팟), 휴대전화(아이폰), 태블릿PC(아이패드), TV셋톱(아이TV)에 이르는 기기 포트폴리오와 애플리케이션(앱스토어), 음악과 영상(아이튠즈), 출판(아이북스), 클라우드 서비스(iCloud)를 아우르는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융합 플랫폼을 갖춘 회사로 성장했다. 반면 소니는 주력 제품이었던 TV에서의 선두 지위는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넘겨주었고, 자신들이 창출한 휴대용 음악 기기 22

23 * HCI Column * 3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확인하기 어려우며,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점유율도 미미하다. 소니의 몰락은 애플의 성공만큼이나 극적이며, 과거 소니가 출시한 혁신 제품들과 가전제품 분야에서 구축한 브랜드 가치를 경험했고 기억하는 이들에겐 믿기 힘든 경영 실패 사례이다. 애플의 아이팟(2001) 출시 22년 전인 1979년 소니의 워커맨은 휴대용 음악 기기의 혁신과 새로운 모바일 사용자 경험을 창출했다. 소니는 축소 지향의 일본인 이라는 트렌드를 선도하며 소형화된 디자인과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AV, 카메라, 게임기, 컴퓨터 등 다양한 가전제품군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구축했다. 경영 전략 측면에서 소니는 미디어 디바이스 제품군에서 구축한 경쟁우위를 극대화하기 위해 컬럼비아 영화사(1988), CBS 레코드(1999) 등을 인수하며 콘텐츠 산업과의 수직적 통합을 시도하는 컨버전스 전략을 보여 주기도 했다. 플레이스테이션은 그 자체로 하나의 새로운 제품군을 형성했으며, 컨버전스와 이에 기반을 둔 생태계 구성이라는 스마트폰 환경에서의 특징을 앞서 보여 주는 선도적인 사례를 창출했다. 에릭슨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2001년 휴대전화 산업에도 신규 진출해 스마트폰 혁명에 대응할 기회를 선점하기도 했다. 2001년 당시 애플과 소니의 미래를 예견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면, 누구나 주저없이 소니의 장밋빛 미래를 예상했을 것이다. 당시 애플은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회사로, 브랜드 가치는 높았지만, 보유 제품의 시장 점유율은 턱없이 낮은 회사였다. 컴퓨터 제품, 맥 OS와 몇 가지 애플리케이션이 애플이 가진 것의 전부였다(굳이 더 찾는다면 건방진 스티브 잡스라는 애송이 CEO였다). 반면 소니는 음악과 영화 콘텐츠를 직접 제작했고, TV와 PC, 게임기, 휴대전화에 이르는 모든 기기상의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었다. 스티브 잡스는 맥 컴퓨터가 디지털 허브가 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장황한 설명해야 했던 반면, 안도 회장은 소니가 가진 제품 및 서비스들을 연결하겠다는 말만으로 자사의 전략을 간결하고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10년 후 애플이 세계 1위 시가총액의 회사로 발돋움한 반면, 소니는 아마도 재기가 불가능할 정도라고 여겨질 정도로 몰락했다. 주목할 점은 두 회사 모두 비전 있는 경영자, 기술적 혁신 능력, 디자인 능력,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경쟁전략 상의 유사성을 갖추고 있었음에도, 극과 극을 나타내는 실적을 보이게 되었다는 점이며, 여기에 UX 전략 분석의 의의가 있다. 그렇다면, 소니의 몰락 이유를 하나씩 검토해보자. 무엇이 문제였을까?: 기술 혁신? 디자인 역량? 소니 몰락의 원인을 찾는 사람들은 우선 경쟁우위의 원천으로 기술적 혁신능력과 디자인 역량을 살피고자 할 것이다. 하지만 소니는 수많은 혁신상품을 끊임없이 시장에 출시해 온 혁신 기업이다. 트랜지스터 라디오(1955), VCR(1971), 워커맨(1979), 23

24 * HCI Column * 3 CD플레이어(1982), 핸디캠(1989)을 세계 최초로 출시했으며, 이후로도 초소형 HD캠코더(2005), 블루레이(2006), OLED TV(2007), Netbook(2009) 등을 세계 최초로 시장에 내놓았다. AV 및 엔터테인먼트 제품 부문에서 소니는 최고의 일가를 이뤘으며, 현재에도 최고의 기술 장인들을 보유한 채 쇠퇴는 했으나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저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TV 기술 측면으로 보자면, 소니가 삼성이나 LG보다 못하다고 단언할 수 있는가? 디자인과 관련해서도 소니는 최고의 역량을 갖춘 회사로 꼽을 수 있다. 1959년에 출시된 소니 포터블TV 80301과 1979년 출시된 워크맨은 시대를 대표하는 디자인 아이콘이었고, 그 외 많은 제품에서 소니 디자인 센터 의 명성은 이어졌다. 최근에도 2009년 레드닷 어워드 에서 16개 제품이 수상하고 2012년에도 엑스페리아 제품이 수상하는 등 해마다 주요 디자인상에서의 수상을 놓치지 않고 있다. 즉, 소니는 세계 최고의 수준의 디자인이라는 자원을 갖추고 있다. 소니의 스마트폰을 직접 보고 만질 수 있는 기회를 가진 사람이라면, 갤럭시의 디자인이 엑스페리아의 디자인보다 좋다고 쉽게 단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즉, 기술 및 디자인 역량 면에서 소니는 매우 우수한 내부 자원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몰락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무엇이 문제였을까?: 조직, 문화, 전략? 다른 이유들이 사내외에서 소니 몰락의 원인으로 이미 검토된 바 있다. 2005년 최초의 외국인 회장이었던 하워드 스트링어는 폐쇄적인 조직구조, 너무 광범위한 제품군과 소프트웨어와 콘텐츠에 역량 분산, 제품간 호환성 미흡이 소니의 문제라고 결론내렸다. 한편 산업분석가들은 소니가 애플 등과 달리 플랫폼화에 실패해서 몰락했고, 사업부 사이의 갈등과 자사 기술에 대한 과도한 집착으로 인한 폐쇄적 조직 문화가 원인이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다들 그럴듯한 설명이기는 하나, 사후적 해석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가령 소니의 조직간 갈등은 예전부터 유명했다. 플레이스테이션 그룹이 다른 계열사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할 거라고 스스로 판단하고 PSP용 영화 서비스 계획을 스스로 포기했을 정도이니까. 하지만 구글은? 구글의 만인의 만인에 의한 투쟁 은 왜 부각되지 않는가? 독선적일 정도로 비쳐지는 애플의 고집은 어떠한가? 자사 기술 및 디자인에 대한 집착과 폐쇄성 측면에서 애플이 소니보다 낫다고 볼 수 있을까? 역량 분산이 문제라면 디바이스, 소프트웨어, 콘텐츠를 함께 추구하는 애플의 성공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소니가 플랫폼화에 실패했기 때문에, 현재의 어려움을 겪게 됐다는 설명은 어느 정도 옳다. 또한 조직내 갈등이나 자사 기술에 대한 집착 등의 다른 주장들 역시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소니의 핵심적인 문제를 이해하려면, 소니 24

25 * HCI Column * 3 스스로도 자사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었음을 감안해야 한다. 이미 노출된 문제는 진짜 문제가 아니다. 바꿔 말해, 그간 플랫폼화를 노력했음에도 이를 달성할 수 없었던 이유, 조직내 갈등과 기술에 대한 집착을 가져온 이유를 살펴봐야만 본질을 볼 수 있다. 숨겨진 문제: 사용자 접점 포인트와 UX 관점의 부재 소니 몰락의 원인은 아마도 과거의 성공 경험 자체일 가능성이 높다. 즉, 패러다임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그에 맞는 경쟁우위 전략을 수립하지 못한 것이다. 소니가 급성장한 시기는 2차 대전 후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는 시기로서 제품을 만들면 팔리는 시기였다. 제조사 시각에서 좋은 제품을 만들면, 틀림없이 시장 수요가 존재해 팔리는 것이 보장되는 시기, 다시 말해 Supply Push 전략 시기였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시장은 소비자 주도의 Demand Pull 시기로 전환됐다. 이와 같은 시대적 배경을 전제로 한 공급 측면의 전략이 Demand Pull 시기의 경쟁환경과 조화를 이루지 못해 위기를 초래했다는 것이 가장 설득력 있는 가설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소니의 혁신 전략은 공급자 측면의 혁신 즉, 기술 혁신에 국한되며 디자인 역시 사업자 관점에서 바라본 미 를 구체화시킨 것에 지나지 않는다. UX 관점에서 바꾸어 말해 Demand 관점에서 소니 제품은 뛰어난 기능과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사용자 만족도를 높게 평가하는 것을 주저하게 된다. 그 이유는 (기업 관점에서 바라본) 개별 제품 자체의 성능과 디자인은 훌륭하지만, 사용자가 직접 제품 혹은 서비스와 소통하는 접점의 UI가 사용자의 요구와 판이하게 달랐기 때문이다. 소니 스스로 하드웨어와 콘텐츠를 결합하는 기업이기를 희망했지만, 사용자가 이를 경험하는 통로, 즉, 소니의 제품과 서비스를 넘나드는 접점 을 구축하고 원활히 하는 일에는 소홀했다. 소니는 플랫폼화가 다른 기업 및 고객이 자사의 제품 및 서비스에 용이하게 접근하게 하는 행위로부터 출발함을 깨닫지 못했다. 때문에 제품 자체의 UI는 훌륭해도, 고객이 기업과 대면하는 지점의 경험은 한없이 빈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 사례로 소니의 Xross Media Bar(XMB) 인터페이스를 들 수 있다. 소니는 이 걸출한 UI를 2003년 PSX에서 선보였고, PSP, PS3, 브라비아 HDTV나 자사의 카메라 및 VAIO노트북에 사용하여 사용자에게 일관된 UI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사용자의 Life Style에 일관된 흐름을 나타내는 Coherent한 수준으로까지 발전하지는 못했다. 처음의 논의로 표현하면, 공급자와 디자이너 관점에서 일관성을 제공하기는 하지만, 사용자 관점에서의 일관성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성과 부진을 겪으며 새로 내세웠던 소니의 UX 전략은 One Sony 였다. 하지만 여기에서의 통합 도 제조사 입장에서의 Consistency에 해당하는 통합성이지, Coherence에 해당하는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의 통합성으로 고도화되지는 못했다. 25

26 * HCI Column * 3 소니의 사례로 답하는 UX 경영 전략 소니는 공급자 관점에서만 혁신을 해석하고, 디자인적 완성도를 추구했던 회사였다. Supply Chain은 잘 갖추었으나, 사용자 접점의 구축에는 미흡했던 회사였다. 공급 측면에서의 융합은 이뤘으나, 사용자 가치의 통합에는 미흡했던 회사였다. 이러한 문제 인식의 반증으로 소니는 2011년에야 경영진 개편시 통합 UX부서와 CXO(Chief Experience Officer) 직책을 신설했다. 수요자 주도 시장, 플랫폼 환경에서 UX 기반 경영전략의 요체는 기술 혁신, 디자인 혁신이 아닌 사용자 경험 의 혁신이다. 아직 사용자 중심의 가치 내재화를 이뤘다고 보기는 어려운 한국의 기업들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부분이다. * 26

27 * Editor s Discussion * 옵티머스 스마트폰 시리즈로 본 LG전자 UX 편집위원 조광수, 김현석, 김형석, 최준호 기록/정리: 이정하, 하은비 * HCI Trends * 편집진은 우리나라 기업의 HCI/UX 역량을 함양하고자 집단 컨설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관심 있는 기업에서는 * HCI Trends * 연락 바랍니다. 아울러 본고의 논의 내용 중 민감한 부분이나 배터리나 케이스 같은 기업의 핵심 전략, 다소 비중이 낮은 내용은 제외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바랍니다.

28 * Editor s Discussion * 조광수 이번 * HCI Trends * 2호의 편집진 특집은 LG전자의 스마트폰인 옵티머스 시리즈를 다루고자 합니다. 우선 LG전자는 삼성전자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과거 휴대전화 부문에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했습니다. 그러나 잘 아시다시피 애플의 아이폰 출시 이후 LG전자는 스마트폰 대응이 늦어지면서 저조한 실적을 냈습니다. 일각에서는 노키아나 소니처럼 LG전자의 몰락 신호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최근 LG전자의 옵티머스 스마트폰 시리즈는 매우 중요한 UX 디자인 검토 사례입니다. 시장의 다양성과 건강한 ICT 생태계를 위해 LG전자의 재기는 꼭 필요합니다. 이에 * HCI Trends * 편집진은 LG전자 스마트폰의 UX 디자인과 전략을 살펴보고 우리 ICT 산업이 어떤 지향점을 가져야 할 지 논의해 보고자 합니다. 화질과 가시성 조광수 그럼 먼저 화질부터 이야기하시죠. 디스플레이는 물성적 측면에서 보면 LG전자는 IPS방식인데 쉽게 말하면 LCD 방식이고, 삼성전자는 슈퍼아몰레드 방식 즉 유기발광식입니다. LCD 방식은 스크린 뒤에서 전체에 빛을 쏘듯 밝게 되어 흰색표현이 좋으나, 검정색이 잘 나오기 어렵고, 대비가 떨어지게 됩니다. 이에 비해 아몰레드는 색 표현은 떨어지지만 채도가 높고, 완벽한 검정색이 나오며 대비가 좋습니다. 상대적으로 LG전자는 디스플레이의 우수성을 내세우는 화질, 스피드, 터치감에서 우수함을 내세우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형석 제가 갤럭시노트 2와 옵티머스G를 약 2주 동안 써본 느낌으로는 처음에는 갤럭시 노트 2에서 사용된 아몰레드가 자극도 별로 없고 편한데, 점점 갈수록 옵티머스의 화사한 느낌이 좀더 좋았어요. 특히 어두운 환경에서 중간 이하의 밝기로 보게 되는 경우 옵티머스에서 색상 표현력이나 사용상의 느낌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28

29 * Editor s Discussion * 어떻게 보면 노트 2에서는 아직 아몰레드의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이 남아 있는 것 같고, 옵티머스에서는 IPS의 특성을 최대로 끌어낸 듯한 결과로 볼 수 있겠습니다. 김현석 두 개를 번갈아 가면서 써서 그런 느낌을 가지신 것 같습니다. 일반 사용자의 경우처럼 사실 하나만 쓰면 정말 어떤 게 화질이 좋은지 알 수 없을 것 같은데. 조광수 중요한 이슈를 지적해 주셨어요. 미국 컨슈머리포트 등의 보고서를 보면 옵티머스 화질이 갤럭시보다 우수하다고 나옵니다. 그런데 UX 측면, 즉 사용자의 시지각적 그리고 인지적 측면에서 화질을 어떻게 경험하는지 평가해 보면 이런 보고서가 맞지 않을 수 있지요. 왜냐하면 이런 보고서는 대개 물성(physical property)의 성능 테스트 결과이지, UX 평가결과가 아니라는 맹점이 있습니다. UX 측면에서 시인성이나 가독성을 보면, 즉 시지각적 특성에서는 밝기도 중요하지만, 대비도 무척 중요합니다. 흥미롭게도 옵티머스와 갤럭시는 서로 다른 것을 추구하는데 역시 색감표현이나 색재현율은 옵티머스가, 글자중심의 가독성에서는 갤럭시가 우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제 연구실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장년으로 갈수록 깜깜한 조도상황에서 휘도가 높은 경우 불쾌한 반응을 나타내더군요. 아주 흔한 상황은 아니지만 LCD 타입이 좀 더 불리하겠지요. 그렇지만 이런 물성의 차이가 사용자가 체감할 수 있는 차이라고 생각하세요? 김형석 그렇습니다. 사실 갤럭시 사용자들이 쓰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고, 사용하는 느낌은 노트 2가 훨씬 예쁘다는 것입니다. 즉, 옵티머스의 경우 우수한 화질이 사용성이나 사용자인터페이스(UI)의 설계 특성으로 상쇄되고 있습니다. 노트 2의 경우는 오히려 배경부터 모든 색상 배치가 아몰레드의 단점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민이 들어가 있습니다. 아직 밝기 조절과 색 온도의 설정 등에서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는 부분이 있으나, 이러한 설정의 결과로 화질을 집중해서 보지 않는 이상 큰 차별적 느낌을 갖지 못하는 효과를 줍니다. 화질과 사용자 경험 조광수 앞서 이야기한 컨슈머 리포트의 실험은 기계성능 평가이지 소비자와 공감할 수 있는 UX 평가는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LG입장에서는 이런 보고서를 통해 옵G가 갤럭시보다 좋은 화질을 가지고 있다는 방증으로 삼고자 하지만, 사용자에게 공감대가 형성되거나 중요한 이슈가 될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삼성 갤럭시는 화질의 불리함을 어떻게 극복했다고 보시나요? 김형석 제가 갤럭시와 옵티머스 모두 처음 써보는 사람에게 주었습니다. 똑같은 사람이 한 시간씩 썼는데, 갤럭시에서는 예쁜 그림도 그리고 S노트 등을 쓰고 사진, 웹페이지 등을 긁어오고 하는데, 옵티머스 갖고는 그걸 하지 않고 다른 단순한 기능 웹서핑하고 간단한 그림 정도만 그리더군요. 기능이 없진 않을 텐데, 잘 찾지 못하고 그저 둘러보는 29

30 * Editor s Discussion * 효과 정도였어요. 즉 노트 2를 쓰는 사람은 고급 기능을 좀 더 많이 쓰게 되어서 주변에서 보기에 더 프로페셔널하게 보이는 점도 있습니다. 조광수 결국 우수한 화질이라고 했지만, 이를 살릴 수 있는 사용자 활동 설계가 옵티머스에는 없었던 것이군요. 김형석 이런 측면에서 애플이 좋은 예가 되는 게 아이폰3가 나왔을 때도 오히려 당시 삼성전자의 옴니아 디스플레이가 훨씬 더 좋았어요. 김현석 하지만 애플은 레티나 디스플레이로 넘어가면서 큰 차이를 만듭니다. 사용자에게 차이를 인지시켜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형석 맞습니다. 결국 레티나 개념 때문에 사용자의 가치 기준이 바뀌었지요. 이전에는 그저 해상도, 명암비 등을 비교하다가 레티나인가, 아닌가로 기준이 바뀐 것이지요. 기술이 아니라 보는 시각이 바뀐 것입니다. 노트 2와 옵티머스를 비교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노트 2는 쓰기라는 새로운 클래스의 스마트 장치라는 개념으로 기준을 삼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옵티머스는 하드웨어 스펙을 강조했습니다. UX 설계에도 그러한 개념이 많이 들어가서 화면 디자인이나 앱의 구성 역시 그러한 스펙의 차이를 강조하기 위한 영상/이미지/기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결과 노트 2는 일반 사용자들 사이에서 회자되며 구매가 생겼지만, 옵티머스는 기계광들 사이에만 회자되었습니다. 즉 화질이나 카메라나 일대일로 비교하면 옵티머스쪽이 더 좋지만, 실제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필요성을 심어주지 못했죠. 최준호 즉, 제품의 품질 우위를 사람들에게 인지시키는 것도 중요한 UX 전략인 거죠. LG전자가 지금까지 스펙과 개별 기능을 우선하는 개발, 디자인, 마케팅을 주로 했는데, 사실 시장에서 요구했던 건 균형잡힌 통합된 경험이었죠. 기능 하나하나 별 차이는 없었지만 통합적으로 경험해봤을 때는 확 차이가 나는 것이지요. 카메라 조광수 카메라는 어떤가요? 옵티머스는 화소가 높았지만, 갤럭시나 아이폰에 비해서 잘 나오나요? 과연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카메라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김형석 카메라도 비슷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아이폰 4의 카메라 관련 옵션이나 기능을 보면 별 게 정말 없어요. 복잡한 효과를 넣는 기능이 거의 없습니다. 대신 갤럭시나 옵티머스를 보면 거의 다양한 옵션들과 기능들이 가득합니다. 그 차이는 결국 아이폰의 경우에는 찍기만 하면 아이폰이 알아서 네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 준다 라는 개념이고, 나머지는 너에게 프로페셔널한 기능을 제공해 줄테니 시간을 많이 들여서 원하는 대로 한 번 만들어봐 라는 개념으로 나타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후자가 더 좋아보이죠. 하지만 결국 많이 사용하고 사람들이 더 좋아하는 것은 전자쪽이 됩니다. 단적인 예로 노키아가 괴물 카메라폰을 30

31 * Editor s Discussion * 내놓았다가 실패한 것을 들 수 있겠습니다. 스마트폰의 카메라를 거의 왠만한 디지털 카메라 수준 이상으로, 픽셀수만 하여도 수천만 수준으로 작년에 출시하고 우리의 카메라를 사용하면 일반 디지털 카메라보다 훨씬 잘 나온다 는 개념으로 광고했지만 사용자에게 만족스러운 결과를 주지 못하면서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최준호 사실 카메라 부가기능이나 해상도 이런 부분은 새로운 모델이 나올 때마다 계속 경쟁했던 부분이죠. 이번에 차별화 포인트로 두었던 건 음성 인식으로 촬영을 한다든지, 연속 촬영 같은 사용자 경험 차원인 것 같습니다. 그런 부분을 접근하는 것도 제조사별로 좀 달랐죠. 갤럭시 S3는 실제 생활에서 사진은 기억을 위한 경험 장치라는 관점에서 사람들의 경험을 어떻게 최대의 가치로 만드는 것에 초점을 두고 오리엔테이션하고, 인터페이스 설계하고, 기능을 구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비해 옵티머스는 기능을 위해서 인터페이스를 만들어놓고 이런 기능이 있으니까 너희가 알아서 쓰고 사진 찍어라 하는 식으로 단순하게 접근한 것으로 보입니다. 조광수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구체적인 예로 갤럭시와 유사한데 차이가 나는 것이 히스토리 기능입니다. 옵티머스에서는 사진을 찍을 때 히스토리를 찍어서 이전에 찍은 것 가운데 하나를 좋은 사진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이는 갤럭시에도 유사한 기능이 있습니다. 그런데 갤럭시는 웃는 얼굴이나 예쁜 얼굴로 바꿀 수가 있어요. 이 두 가지는 의미가 다릅니다. 갤럭시가 한 차원 높은 사용자 경험을 구현했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구현한 UI도 차원이 다릅니다. 옵티머스에서는 여러 개의 히스토리 장면이 조그마한 썸네일로 나열돼 있습니다. 너무 작아서 보이지도 않는 것 중에서 잘 나온 것을 선택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와 달리 갤럭시는 웃는 얼굴을 바꾼다는 콘셉트로 잘 보일 수 있도록 크게 설계돼 있어 사용도 편리합니다. 즉 LG전자와 31

32 * Editor s Discussion * 삼성전자의 기술적인 차이 보다는 UX의 차이를 방증하는 예입니다. 한 가지 더 예를 든다면 옵티머스의 VR 파노라마 기능인데, 이는 갤럭시나 애플에 없는 독특한 기술이지만, 사용이 어려워서 몇 번을 시도했지만 아직 한 장도 성공하지 못 했습니다. 그렇게 어렵게 찍어야 하는 의미있는 일이 무엇인지 모르겠어요. 조광수 그것을 사용자가 받아들이는 가치로 설명하면 갤럭시의 경험은 재미있어진다는 가치이고, 옵티머스에서의 경험은 여럿 중에 단순 선택하는 귀찮음이 되는 것이지요. 제품디자인의 사용성 조광수 그렇다면 외관 디자인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형석 디자인 측면에서 보면 옵티머스 전원버튼과 볼륨버튼이 이렇게 한 쪽에 있는 것은 제품디자인 측면에서는 실수라고 봅니다. 오작동이 많이 나요. 주머니에서 꺼내다가 볼륨을 누르고 싶은데 전원을 누르게 됩니다. 조광수 그래도 이번 버튼은 덜 튀어나오게 하면서도 크고 작음을 잘 개선했어요. 앞으로도 옵티머스 버튼은 인체공학적 설계 측면에서 개선할 여지가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김형석 사용성을 고민하긴 했는데, 한 두 가지 디테일만 본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사람들이 한 손으로 들고서 사용할 때에는 양쪽에 버튼이 있는 것이 편해요. 그런데 들고 있을 때 전원을 켜진 않아요. 전원은 꺼내면서 혹은 들기 시작하면서 켜는 것이고, 다른 버튼은 사용 중에 빠르게 사용하기 위한 것인데, 이러한 측면에서는 혼동을 주는 배치인 것이죠. 일반적인 안드로이드 폰의 구성이 아닌 다른 디자인을 원했다면 헛갈리지 않게 해줘야 했습니다. 그 다음으로 보면, 홈 버튼 없앤 것도 실수예요. 없애보자 라는 아이디어에만 집착해서 결국 사용성이 희생됐습니다. 홈버튼이 없어질 것 같았으면 무언가 비상상황에서 작동시킬 방법을 만들었어야 했죠. 32

33 * Editor s Discussion * 조광수 그렇죠. 그 부분이 무척 아쉽습니다. 화면을 두드리면 켜지게 하는 제스처 UI라도 있으면 편리했을 것 같아요. 김형석 소프트웨어 UX 측면에서 보면, 삼성이 애플한테 잘 배운 게 기본 기능은 정말 쉽게 해놓고 쓰다보면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기능들을 숨겨놨어요. LG전자는 기본 기능이 찾기 어려워서 그것을 찾아보아도 사용성이 높아지지 않는 현상이 있어요. 하드웨어와 GUI 사용성 조광수 아이폰은 각 제품 가장자리의 소위 R값이 거의 같잖아요. 삼성전자는 이에 대한 어떤 아이덴티티도 없다가 아이폰의 디자인을 도용했다는 비난을 받고 나서 갤럭시S3부터 독창적인 페블 디자인이 선보였습니다. 하지만 옵티머스의 경우 디자인의 독창성이 떨어진다고 보여집니다. 외형적으로 아이폰이나 다른 스마트폰과 크게 차별적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예전에는 LG전자가 독창적이면서 훌륭한 제품 디자인을 많이 선보였습니다. 특히 프라다폰은 매우 혁신적이었고 그 디자인 요소들이 이후의 다른 스마트폰에 계승되었지요. 예를 들어 윗면이 평평한 디자인 요소의 경우 프라다폰 3의 독특한 디자인이었고, 이 디자인이 초콜릿폰 2, 그리고 옵티머스뷰 1으로 계승되었습니다. 특히 옵티머스의 경우는 가로, 세로의 비율을 독특하게 가져가면서 디자인적 차별을 시도했지요. 김형석 옵티머스뷰는 정말 아쉬운 경우입니다. LG에서 제시한 몇 안 되는 독창적 개념을 가진 제품이었는데, 그것으로 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이나 플랫폼을 함께 주도하지 못한 것이 실패의 주요인으로 보입니다. 일반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LG전자는 하드웨어적으로 새로운 개념으로 이런 기기를 만들었으니, 나머진 사용할 사람이 맞춰봐 이렇게 보이거든요. 조광수 옵티머스 뷰의 4:3으로 가독성을 잡았다 라는 이해할 수 없는 커뮤니케이션과 스테인레스 테두리는 참 아쉽습니다. 어떤 고급감을 주지 못하죠. 그리고 소프트웨어나 콘텐츠, 서비스가 따라오지 못하는 점은 저도 안타깝습니다. 그럼 폼팩터 부분을 정리하면, 디자인적으로는 홈버튼이 없는 아이폰 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김형석 글쎄요. 그렇게 말하기에는 디자인 아이덴티티가 없고 사용성도 디테일을 놓쳤습니다. 김현석 제품 디자인만 놓고 보면 옵티머스 G가 미니멀리즘에 맞게 잘 만든 것 같아요. 그렇지만, 왜 예쁘다는 생각이 안 드는지 모르겠어요. 조광수 저는 예쁘다고 생각했어요. 예쁜데, 아이폰하고 똑같잖아. 큰 아이폰. 그리고 왜 삼성 제품과 비슷한 것일까? 이런 생각도 들면서 삼성전자는 어딘가 아날로그적인 느낌이 나는데, 옵티머스는 기술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요. 하지만 사용자는 아이폰하고 닮았다는 생각대신 세련됐다, 예쁘다고 하더군요. 33

34 * Editor s Discussion * 조광수 GUI는 어떤가요? 김현석 GUI를 보면 갤럭시 등 다른 안드로이드 폰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아이폰과도 많이 다르지 않아요. 아이폰이 셋업한 스타일을 이후의 모든 안드로이드 계열의 스마트폰들이 베끼기에 바빴기 때문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 더 좋아졌다고 할 수도 없고, 혁신적이지도 않아요. 언제부터 4x4, 4x5의 그리드가 홈 화면의 기본디자인으로 인식되는데 무언가 선택하는 행위는 그리드가 아니어도 충분히 가능해요. 그리고 런처 UI와 애플리케이션 내의 UI들이 통일성이 없어요. 김형석 맞아요. 그런데 그 한계에서도 보면, 같이 상상력이 부족한 경쟁자이지만, 삼성이 만든 애플리케이션끼리는 연계가 있는데, LG전자는 어려워요. 안드로이드 기반의 UI에 자기들이 무언가 새로운 걸 만드는 것은 좋은데, 일관성이 없고, 어렵고 사용자 중심적이지 않은 기능이라는 것이 옵티머스의 가장 큰 문제입니다. 조광수 요즘 홈화면 경쟁이 치열한데, 아펙스(Apex) 같은 서드파티 런처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펙스 런처는 그리드 방식이지만 느낌이 다르잖아요. 중고생들이 디폴트 런처보다 이런 런처를 주로 쓰다보니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따로 무언가를 만들 필요가 없을 정돕니다. 김현석 런처에 많은 돈을 투자해서 서드파티 런처보다 못한 디자인을 내놓는 걸 보면 참 아쉬워요. 스타일은 옳고 그름이 아니라 선호의 문제예요. 그래서 임원의 눈높이가 중요해요. 만약 사용자의 선호(preference)와 관련된 부분을 결정하는 결정권자가 자신의 선호에 맞춰 결정하면 매우 큰 실수를 범하게 되는 것이지요. 조광수 그러니까 눈이 있는 사람이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말씀이죠? 김현석 그렇죠. 이러한 결정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에게 결정권을 위임하고, 그 판단을 믿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CDO(Chief Design Officer)일 수 있겠지요. 그의 판단이 비록 최고 결정권자의 취향이나 선호와 다르다고 할지라도요. 만약 이렇게 하기 어렵다면 이러한 판단을 선호가 아닌 전략적 방향으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제품에 정체성을 부여하는 것이지요. 선호의 부분은 제품의 정체성을 기준으로 판단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김현석 백 버튼의 위치도 짚어야 합니다. 안드로이드를 써보니 아이폰에는 없는 백 버튼 위치가 가장 좋았습니다. 이 백 버튼의 위치가 기본 우리 손에 나쁘지 않은 위치라고 생각했어요. 물리적으로는 그랬는데 그런데 실질적으로 써보니까 우세손 위치가 훨씬 편하더라고요. 최준호 왜 그런가 생각을 해봤는데, 메인 손으로는 컨트롤이 쉬워요. 조광수 제가 수치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데 60 몇 퍼센트가 열세 손에서 쓰게 되어있어요. 그래서 보통 열세 손의 중심에 두고 하는 게 대부분이었는데 이를 바꾼 점은 대단히 큰 결정이었던 것이죠. 34

35 * Editor s Discussion * 최준호 삼성전자는 사람들이 이쪽이 더 편하더라라는 데이터를 확보해서 결정했더군요. 김형석 안드로이드에서 사용성을 해치는 가장 큰 부분이 애플리케이션들이 규칙을 잘 따르지 않는 점이었어요. 홈 버튼과 백 버튼의 의미와 기능이 애플리케이션마다 다 달라요. 두 종류의 배치를 비교했을 때 저는 배치의 위치보다도 안드로이드 앱 개발자들이 일관적인 경험을 제공하지 못하는 것이 첫 번째 문제라고 봐요. 두 번째 문제는 촉감 버튼이 없다 보니까 홈 버튼, 메뉴버튼, 백 버튼이 실제 조작시 구별이 되지 못하는 것도 커요. 급하게 전화를 받거나 끊거나 할 때 꼭 들어서 어느 버튼인지 눈으로 구별하지 않으면 안되니까 오동작이 많이 나는 거죠. 조광수 저도 적응이 됐지만 켜는 버튼이 없어서 너무 불편해요. 김형석 홈 버튼 없애는 시도를 하는 건 좋은데 그러면 기능별로 이걸 다르게 느껴지게 한다던가, 소리가 더 나게 해준다거나, 사용성 측면의 고민을 더 했어야죠. 조광수 GUI 뿐만 아니라 제스쳐 UI 같은 내추럴 UI에서 삼성이 참 잘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어 메일을 쓰다보면 아래로 많이 내려가는 이 때 폰 위를 탁탁 치면 위로 슉 하고 올라가요. 이는 사용자의 행동관습과도 일관돼서 기억하기도 쉽고 쓰기도 좋은 것 같습니다. 최준호 삼성에서 광고할 때에 Designed for Humans 하면서 이런 제스쳐 UI를 쭉 보여줬잖아요. 참 잘 했던 것 같아요. 김형석 맞아요. 심리적인 측면에서도 사실 사람들이 하는 대부분의 행위는 무의식적 혹은 쉽게 말하여 근육이 기억하는 반응이거든요. 그러한 점을 잘 활용하면 직관적인 UX를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조광수 옵티머스에도 좋은 제스처 UI가 있는데, 전화가 울리는데 받을 수 없으면 스마트폰을 뒤집으면 돼요. 35

36 * Editor s Discussion * 김현석 하지만 그런 제스쳐 UI가 있다, 없다 라는 건 정말 마이너한 부분인 것 같아요. 김형석 저는 어떤 기능이 있다, 없다 보다는 일관적인 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봐요. 삼성이 여러 가지 좋은 UX를 시도하는데, 아직도 이 앱에서 이게 되면, 저 앱에서 저게 또 안 돼서 당황하는 경우가 꽤 있어요. 저는 그걸 UX의 가장 기본 성질로 봐요. 그렇게 해야 앞서 조광수 교수님께서도 말씀하신 지워지기 어려운 경험의 기억을 제공하고 사용성을 키우는 것이거든요. 하나에서만 되는 건 그냥 인터페이스 컴포넌트인데, 이것을 UX플랫폼의 개념으로 묶어서 전체적으로 적용되게 해주는 게 필요한 거죠. 이런 것들은 단순하게 UI 이벤트 생성하고 그것을 처리하도록 하는 수동적 개념으로는 될 수 없다고 봐요. 모든 애플리케이션의 이벤트 처리 과정에 대한 제어가 되지 않으면 사실 어려운 일이기도 하고요. 안드로이드 같은 오픈 플랫폼에서 이것을 규제하기는 어렵긴 하지만 규제가 아니더라도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할 수만 있어도 훨씬 좋아질텐데 말이죠. 그게 큰 차이인 것 같아요. 결국 사용자 중심에서 완벽성을 추구 했는가(애플), 추구하고 있는가(삼성전자), 못했는가(LG전자)입니다. 김현석 2등은 그런 걸 신경 쓸 여유가 없어요. 좇아가기 바빠서 했다고 말만 하는 것이지요. 조직과 인력 조광수 지금까지 LG전자 스마트폰을 살펴보았는데, 전략적, 조직적인 측면에서 어떤 발전 방안을 내올 수 있을 까요? 잘 아시는 것처럼 LG전자의 스마트폰은 MC 사업본부가 담당을 하고 있잖아요. 최준호 LG전자는 CEO 직속으로 UX 연구실 소속을 변경해서 직접 보고하는 시스템으로 만들었어요. 그런 UX 연구실이 있는 게 발전 방향에 맞는 것일까요? 김현석 그런데 그 연구실이 할 수 있는 일이 뭐예요? 한국 대기업은 사업부가 아닌 다른 팀이 힘을 낸 적이 없어요. 조광수 그렇죠. 사업본부가 있고, UX 연구실이 백업하는 관계인 것 아닌가요? 그래도 이번에는 CEO 밑으로 들어가 있으니 구조적으로는 파워가 있어 보이지만, 돈은 사업부에서는 받는 독특한 조직이 되겠네요. 김형석 그 UX 조직이 그런 파워가 있더라도 사업 기획을 이루어내지 못하면? 김현석 뭘 할 수 있을까요? 조광수 장점이자 단점일 거 같아요. 다만 다른 가전 제품들과 통합된 UX 전략과 전사적인 UX 역량을 강화하는 기틀이 될 수는 있겠지만, 잘못하면 감찰 기관 역할을 하겠지요. 김형석 그렇죠. 실제 사업부 입장에서 그게 간섭으로 느껴지겠어요. 김현석 상품 기획은 돈을 만지던 사람이 할 수밖에 없어요. 시장과 분리돼 상품 기획을 할 순 없잖아요? 그런데 회장 직속 라인의 사업부와 별도로 떨어져 있는 어떤 조직에서 상품 기획을 할 수는 없어요. 36

37 * Editor s Discussion * 최준호 아마도 LG전자는 우리가 삼성에게 지는 게 UX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김현석 UX는 상호 통합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별동대처럼 나와 있으면, 개발 프로세스 상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가 어려워요. 최준호 저도 UX의 위상이 높아진 건 괜찮지만, 별동대 식의 조직은 아닌 것 같습니다. 김형석 저도 똑같이 생각하는데, 이게 UX 연구소란 말이예요. 연구소하고 사업부는 다르죠. 일하는 방식도 다르고요. 결국 지금 LG에게 필요한 건 제품 개발과정에서 제품의 질을 높이는 UX를 해야 하는 것이지요. 김현석 사내 정치가 훨씬 더 부각될 소지가 있을 것도 같습니다. 김형석 맞습니다. 그러다 보니 UX 조직이나 다른 조직이나 모두 우리는 잘 만들었는데, 시장이 몰라줘서 안 팔린다는 식의 반응을 보이게 되겠죠. 사실은 그게 아닌데. 김현석 LG전자에는 우리는 제조사이니까 제조만 잘하면 된다는 태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조직 구조가 그런 방향으로 이끄는 것일 수도 있죠. 어쨌든 제조를 잘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소프트웨어 역량이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이건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죠. 뭔가 해보려고 하는데 UX는 깊이 알지 못 하는 그런 상황인 것 같아요. 김현석 인적 구조의 문제와 개발 프로세스의 문제를 구분해서 논의해야 해요. 의사결정이 개별 아이템으로 진행되고 있어요. 제가 보기에 이것은 삼성전자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LG전자나 삼성전자은 개발팀에서 논의된 기능들 중 어떤 기능을 넣을 것인지에 대한 의사 결정이나, 어떤 기능을 새로운 버전에서의 핵심기능으로 마케팅을 할지에 대한 의사결정에서 매우 표면적인 수준의 논의만 이뤄지는 것 같아요. 전체 제품에 대한 정의나 비전, 가치 체계 등에 대한 논의 위에서 기능의 개선이나 새로운 기능의 추가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LG전자는 어떤 기술을 가지고 있고, 어떤 게 개발 가능한가의 기준에서 제품개발이 이뤄진다는 느낌이 들어요. 37

38 * Editor s Discussion * 조광수 그렇죠. 그러다 보니 기술을 자랑하고 싶은 엔지니어 마인드가 부각되면서 아쉬운 부분이 생겨요. 결국 무엇을 위해서 결정하느냐는 UX 철학이니까요. 김현석 애플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Philosophy이고 다음이 Vision Statement이거든요. 그것에 맞춰서 부합하는지 판단하면 근거가 생겨요. 그렇지 않으면 선호의 문제로 넘어가거든요. 사용성을 편하게 가는 것이 맞느냐 아니면 일관성을 가져가는 것이 맞느냐는 여러 가지 판단의 요인이 있을 텐데 경우에 따라 다르게 판단하는 거죠. 김형석 개발을 하다 보면 의사결정을 해야 할 것이 정말 많거든요. 이럴 때 하나의 콘셉트, 하나의 UX기준에 맞춰서 의사결정이 일어날 수 있게 해주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거죠. 일반적으로 바라기로는 연구개발 조직에서 만든 것을 개발조직에서 콘셉트에 맞춰서 쓰면 되겠다고 보는데, 현실은 이거 만들자 하고 모아서 그때부터 만들어 나가는 것이니까 더욱 한계가 많아지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라도 중간에 일어나는 의사결정을 도와줄 수 있는 조직이 있다면 그 결과는 훨씬 일관성 있는 철학을 갖게 될 거예요. 김현석 Philosophy, Vision Statement을 별도 조직이 맡아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디자인, 개발, 상품기획, 마케팅 각자 이것은 내가 해야 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남이 한 것은 인정을 하지 않아요. 문제는 조직구조가 너무 분리돼 있다는 거예요. 조광수 회사마다 자신들이 추구하는 제품의 아이덴티티를 제품 단위로 내릴 때 디자인 철학이 너무 모호해요. 말씀하신 부분에 크게 동감합니다. 어떻게 추상적 아이덴티티를 제품으로 구체화시킬 수 있을까요? 김현석 예를 들어 정도 라는 기조와 가족 이라는 기조를 가진 집단은 똑같은 이슈를 결정할 때 다를 수 있다는 거예요. 편의성 중심이냐 일관성 중심이냐. 정도를 하려면 일관성이라고 얘기하는 기조가 있어야 된다고 한다면, 가족이라면 사람이 편의성 중심이지라는 판단가치체계가 있어야 한다는 거죠. 최준호 회사에 mission statement가 있고, 그 밑에 UX mission statement, philosophy가 갖춰져 공통된 가치체계가 있어야 하겠지요. 김현석 지금 뭘 더 파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가치 체계에 맞냐, 안 맞냐가 중요하다는 거죠. 그래야 기업이 100년, 200년, 1000년을 가지, 이렇게 해서는 안 됩니다. 결론 조광수 오늘 LG전자 스마트폰에 관한 토론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LG전자를 위해서 그리고 우리나라의 업계를 위해서 한 마디씩 해주시지요. 최준호 이제 ICT 시장의 선택 기준이 기술은 기본 조건이고 사용자 경험의 가치에 따라 달라지는 패러다임으로 변했습니다. 경험은 본질적으로 통합적인 것이라, 훌륭한 UX를 만들려면 기업에 통합화된 UX 컨트롤타워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입니다. 38

39 * Editor s Discussion * 스마트폰 사업부뿐 아니라 모든 ICT 기업들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 UX 조직과 핵심인력들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도록 경영 전략적인 변신을 꾀해야 합니다. 김현석 이제 LG전자는 자신이 만드는 제품의 정체성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정체성이 명확하다고 꼭 잘 팔린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하지만 LG전자가 왜 스마트폰을 만드는 지에 대한 철학이 있고, 이 철학을 기술적으로, 경험적으로, 시각적으로 구현해내면, 사용자는 감동할 것입니다. 사용자는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LG전자가 제시한 철학과 비전에 대한 공감을 표시하는 것입니다. 철학이 없는 제품은 그냥 하나의 물건입니다. 김형석 LG전자는 디자인에 있어서 많은 강점을 보여왔습니다. 부품별이나 제품의 디자인과 성능 등에서 충분한 차별성과 우수성을 보여왔고, 많은 부분에서 시장에서 좋은 평가도 받아 왔습니다. 그런데 UX가 부각되는 최근의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충분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원인이 기존의 부품 디자인 및 외형 디자인에 맞춰진 개발 구조와 역량의 분산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는 SW의 설계 및 외형 디자인을 포함한 모든 제품 개발과정에서 사용성 디자인 역량을 집중할 때로 보입니다. LG전자가 보유한 개별적 역량을 집중하여 UX를 위해서 모든 것을 희생할 수 있는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LG전자의 장점은 그런 것들을 할 수 있는 우수한 역량이 있다는 것이고, 단점은 아직 그 잠재력을 잘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조광수 저도 정리하면, 최근 LG전자가 1등을 하자고 외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상대는 삼성인 것 같습니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여러 사업에서 삼성과 한판붙자고 하는데, 이런 자존심 싸움보다는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전략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이를 위해서 스마트폰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냉장고에서 김치냉장고란 새로운 차원을 만들었던 것이나 Avis가 Rent-a-Car를 내세울 때, Hertzsms Rent-a-Car Service를 만들었습니다. 스마트폰 사업에 대한 재정의를 위해서 이제 LG전자가 기술에서의 우수성을 잊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사용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UX, 제품을 잘 만드는 UX와 함께, LG전자의 브랜드를 만들기를 바랍니다. 끝으로 * HCI Trends * 편집위원님들 바쁘신데도 기꺼이 참여해 주시고, 좋은 말씀 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한 생태계가 구성이 되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LG전자 스마트폰에 좋은 성과가 있기를 기대하며, LG 스마트폰 평가를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39

40 * UI Report * 시작 버튼과 시작 화면의 UX 과학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8, 또 하나의 비스타가 될 것인가? 조광수 성균관대 인터랙션 사이언스 학과 교수 40

41 * UI Report * 마이크로소프트(MS)라는 거함이 흔들리고 있다. 90년 대 초부터 MS는 PC 세계를 독점적으로 지배했고 인터넷 시대를 활짝 열어젖힌 인터넷익스플로러(IE) 덕분에 그 실효지배는 강화됐다. 물론 인터넷과 완전히 통합할 수 있는 OS를 만들겠다는 전략은 좌초했지만 여전히 MS 윈도우는 데스크톱 운영체제의 75%를 차지하고 있고 [1] 서버 시장과 기업시장에서도 강자다. 하지만 그런 MS라도 모바일 시장에선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MS의 가슴에는 많은 쇠막대가 박혀 있을 것이다. 모바일로 승승장구하는 애플과 구글에 비해 이렇다 할 성공작은 내지 못했고 비스타의 실패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비스타를 깔았다가 XP로 돌아가는 사람이 많아 다운그레이딩(downgrading) 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그나마 MS는 최고 판매를 기록했던 윈도우 7 덕분에 정신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 해 10월 회심의 역작 윈도우 8을 내놓았다. 시작 버튼을 처음 도입했던 1995년의 윈도우 95 이래 최고의 혁신이었다. 혁신의 내용은 사용자 인터페이스이다. 윈도의 상징이었던 나름 구닥다리 시작 버튼을 없애고 시원스러운 타일 모양의 시작 화면 을 도입했다. 그리고 이를 모던(UI) [2] 이라 불렀다. 이제 그의 이름을 불러줬으니 사용자의 꽃이 돼야 했다. 윈도우 8의 시작 화면은 모바일 기기에서 많이 쓰는 터치스크린을 지원하려고 만들었다. 그래서 이 운영체제는 터치 스크린 PC 시대를 열어젖히리라 기대됐다. 윈도우 8을 탑재한 태블릿과 스마트폰들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흥이 난 MS는 막대한 광고비를 쏟아 부었고 가속도를 붙이고자 저가정책으로 기존 윈도우 사용자의 업그레이드를 유도했다. 덕분에 초기 판매량은 만족스러웠다. 출시 이후 6개월간 1억 개의 라이선스를 판매했다. 순풍에 돛을 단 듯했다. 그런데 사용자 불만이 쏟아졌다. 초도 판매량이 좋았지만 현재는 불과 1%대의 점유율에 그치고 있다. 새로운 PC 수요를 만들지 못했고 모바일 시장에는 입점도 못한 상태다. MS 제품에 친화적인 한국에서조차 윈도우 8은 불과 3%대의 점유율에 그치고 있다. 현재 윈도우 7이 45%, 윈도우 XP가 약 40%, 그리고 심지어 비운의 윈도우 비스타가 5.7%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 CNN머니 * 인터넷 판은 터치스크린과 전통적인 PC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개발됐지만 양쪽 모두에게 큰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고 평가절하했다. 급기야 지난 5월 9일, MS 최고운영책임자인 타미 렐러는 윈도우 8의 UI를 수정하겠다고 발표했다. 볼품없는 버튼 하나를 없애고 그 대신 멋진 감성디자인의 시작 화면을 선물했는데 왜 사용자는 이런 변화를 반기지 않았을까? 이러다가 윈도우 8도 비스타 같은 비운의 운영체제가 되지 않을까? MS라는 전함이 이렇게 무너지는 것은 아닐지 예감마저 든다. 이에 필자는 데스크톱 사용자 경험의 관점에서 윈도우 8을 살펴보고자 한다. * 이 글은 DBR 2013년 6월 이슈 1에 실린 글을 보완한 것입니다. 1 넷어플리케이션사 12월 18일자 기준 2 이전에는 메트로 UI 혹은 타일UI라고 부름 41

42 * UI Report * MS 혁신의 전략과 전술 MS의 전략을 간단히 정리하면 데스크톱 PC의 마켓 셰어를 기반으로 터치스크린 기반의 PC 수요를 창출하고 모바일 라이프 시장에 안착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사용하던 시작 버튼을 없애고 타일처럼 모아놓은 시원한 아이콘 박스 형태의 UI로 바꿨다. 이 시작 화면에는 SNS, 앱, 웹사이트, 폴더, 메시징, 날씨 등 사용자가 필요한 것들이 연결돼 있고 마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쓰는 위젯처럼 날씨나 주식시황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된다. 덕분에 아이콘이란 고정된 이미지를 넘어서 온도, 날씨, 주가 정보 등 콘텐츠의 변화를 보고 즉각 접근할 수 있다. 쿨하다. 그리고 사용자가 타일을 바꾸듯 정렬할 수 있어서 편리하고 미려한 터치경험을 제공한다. 이 외에도 몇 가지 변화가 눈에 띈다. 우선 애플 스토어처럼 윈도우 스토어를 만들었다. 사용자가 소프트웨어, 게임, 뮤직, 비디오를 윈도우 스토어에 가서 편하게 구입하도록 유도해 MS도 생태계 비즈니스를 해보겠다는 포석이다. 큰 히트를 친 제품은 없지만 5만 개가 넘는 소프트웨어가 올라와있다. 다만 사용자가 익숙하지 않은 윈도우 스토어를 써야만 할 이유는 아직 없다. 따라서 윈도우 스토어의 성공은 풍부한 앱들을 잘 조직화해서 쉽게 찾아 쓸 수 있도록 하고 콘텐츠가 잘 연동된 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윈도우 PC를 사용하기 위해 MS 계정 이란 클라우드 기반의 통합 ID로 로그인하면 노트북, 태블릿 PC, 스마트폰 등 여러 디바이스에서 동일한 데이터를 쓸 수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에서 찍은 사진을 데스크톱이나 태블릿 PC에서도 볼 수 있다. 또 한 가지 큰 장점은 (윈도우 8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윈도우 디펜더 라는 백신이다. 이 백신이 기본적으로 설치되어 있어서 V3나 노턴 같은 백신 소프트웨어를 별도로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애플 컴퓨터처럼 부팅 속도가 상당히 빨라졌다. 윈도우 8은 마지막 세션 정보를 저장했다가 컴퓨터를 다시 켤 때 빠르게 불러들인다. 예전 윈도우에서 컴퓨터를 켤 때마다 경험해야 했던 2~3분 묵언수행은 이제 필요하지 않다. 42

43 * UI Report * 시작 화면에 담긴 UX의 과학 그런데 사용자는 이런 기능들을 수용하지 않는다. 왜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 시작 버튼과 시작 화면에 담긴 UX 과학을 알아보자. 언듯 간단하게 보이는 이 문제의 내면에는 서로 양립하기 어려운 사용자 과학이 담겨있다. 먼저 전통적인 시작 버튼을 살펴보자. 예전 윈도우는 시작 버튼을 누르면 아이콘과 문자로 돼있는 메뉴 리스트가 나오고 원하는 것을 찾아 눌러 들어가는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였다. 이런 메뉴는 다양한 선택지가 다닥다닥 모여 있어서 정확한 곳을 찾아 한번에 하나씩 콕콕 짚어야 한다. 이런 방식을 포인팅 이라 하고 이를 위한 도구로는 마우스가 가장 널리 쓰인다. 그러고 나서 복잡한 문자나 수식을 입력하기 위해 키보드를 사용한다. 뭔가 생산성 있는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키보드가 필수다. 윈도우 8의 시작 화면은 다르다. 스마트폰처럼 커다란 아이콘이 시원하게 배열되어 있다. 손쉽게 할 수 있는 터치인터페이스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메뉴 형태의 GUI를 사용했다면 굵은 손가락으로 콕콕 짚을 수 없다. 반대로 시작 화면에선 마우스 같은 매개물을 이용하지 않고 화면의 아이콘을 직접 조작할 수 있다. 마우스를 쓰지 않으니 마우스의 조작체계를 이해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아기들도, 노인들도 쓸 수 있다. 손가락 터치 방식은 손가락에 맞는 GUI가 있어야 하고, 그게 바로 시작 화면이다. 포인팅과 터치의 불편한 동거 포인팅과 터치에 관한 UX 과학을 읽으며 간파했겠지만 문제는 시작 화면이 아니다. 시작 화면의 디자인은 멋지다. 진짜 문제는 시작 화면을 벗어나는 순간 시작되는 포인팅과 터치의 불편한 동거 다. 시작 화면에서는 터치를 쓰지만 다른 화면에서는 터치로는 부족하다. 결국 마우스로 짚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다른 화면이란 MS워드나 한글, 파워포인트 같은 응용프로그램이다. 물론 생산 작업 보다 콘텐츠 소비에 치중하는 사용자는 시작 화면 하나로 충분할 수 있다. 하지만 데스크탑 컴퓨터는 콘텐츠 소비보다 생산 비중이 크다. 즉 일하는 사용자에게는 윈도우 8 같은 운영체제보다 응용프로그램이 더 중요하다. 그런데 시작 화면을 터치하고 응용프로그램으로 넘어오면 다시 마우스를 잡아야 한다. 보통 문서나 파워포인트 같은 생산 작업이 중심인 데스크톱에서는 아직 마우스와 키보드가 편리하다. 결국 윈도우 8에서 시작 화면을 벗어났을 때 터치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데스크톱 사용자에게 주는 가치가 무엇인지 머리를 긁적이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우리는 사용자 경험이 운영체제보다 응용프로그램에 더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다른 응용프로그램은 차치하더라도 가장 기본이 되는 MS 오피스조차 윈도우 8의 터치 기반 인터페이스에 상응하는 변화가 없었다. 윈도우 8 이전과 별다른 점이 없다. 이는 윈도우 8이 플랫폼으로서 여러 응용프로그램을 지휘하며 일관된 사용자 경험을 만들지 못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다 보니 시작 화면은 또 하나의 어정쩡한 응용프로그램이 되었다. 결국 시작 화면을 벗어나면 여전히 43

44 * UI Report * 포인팅 기반 인터페이스이며 마우스와 키보드를 잡아야 한다. 그럴 바에야 시작 화면을 마우스로 컨트롤하는 게 낫다(참고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는 윈도우 사업부에서, 오피스는 비즈니스 사업부에서 독립적으로 관할한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이슈가 있다. 멋진 시작 화면이 들어선 곳이 바로 사용자의 사무 공간인 바탕화면 이다. 바탕화면은 사용자가 로그인을 하면 제일 먼저 도착하는 곳이다. 이곳에 작업하던 문서나 웹사이트, 엑셀파일, 파워포인트, 인터넷에서 다운받은 자료들을 깔아놓고 일을 한다. 그리고 여기서 작업을 끝낸다. 지저분하더라도 그곳은 사용자의 개인 작업공간이다. 그런 소중한 곳에 윈도우 8은 시작 화면을 집어넣어 사용자의 자기 공간을 빼앗았다. 지금까지 사용자는 바탕화면에 놓인 파일의 들판 사이를 꿈 속을 가듯 걸어 다녔는데 이제 그 들판을 MS에게 빼앗긴 꼴이다. 대신 MS는 그곳에 멋진 갤러리를 세웠다. 그리고 그 갤러리에 자신들이 원하는 것만 전시했다. 멋진 갤러리를 세운들 빼앗긴 들에 봄이 올까? 물론 시작 화면을 멋진 그림처럼 꾸밀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필자도 그러지 못했고 주변 윈도우 8을 시도한 사용자중에서도 아직 그렇게 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다행스럽게도 바탕화면이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다. 시작 화면 뒷단에 남아있다. 원한다면 사용자는 시작 화면 대신 이곳을 예전처럼 쓸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시작 버튼이 없다. 시작 버튼의 역할을 시작 화면이 하기 때문이다. 시작 화면을 쓰기 위해 여기저기 두 세 번 클릭을 하든지, 아니면 시작 버튼을 살리는 꼼수를 찾아야 한다. 그래서 사용자들은 MS측에 시작 버튼을 되돌려 달라고 요구했다. 최근 MS는 시작 버튼을 되살리겠다고 결정했다. 이는 사용자들에게 익숙한 전통적인 데스크탑 사용자 경험을 회복시키겠다는 뜻이다. 이제 관전 포인트는 어떻게 시작 화면과 시작 버튼간 공존과 화합을 만들 것인지, 아니면 사용자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할 것인가라는 점이다. 44

45 * UI Report * 다가오는 진짜 전쟁, MS오피스의 위협 MS가 절치부심하는 동안에도 많은 사용자가 여전히 윈도우를 사용하고 있다. MS 오피스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사람들이 윈도우 운영체제를 쓰는 이유는 MS 오피스 같은 응용프로그램 때문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윈도우 운영체제의 진정한 위협은 MS 오피스에서 사용자를 떼어내려는 도전이다. 터치스크린을 완벽하게 지원하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PC가 등장하고 있지만 윈도우 PC를 위협할 수준이 되려면 MS 오피스라는 에베레스트산을 넘어야 한다. 이런 MS 오피스의 대항마는 웹기반의 구글독스(구글 드라이브)다. 구글독스는 운영체제에 영향을 받지 않고 쓸 수 있다. 윈도우를 쓰건, 애플을 쓰건 상관없다. 구글독스는 무료이고, 인터넷만 있으면 문서를 작성할 수 있고, 다른 사람과 공유하기도 편리하다. 그리고 MS 오피스에 비해 단순하다. 때문에 벤처기업이나 소규모 기업에서 구글독스는 값싸고 효율적인 인프라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MS 오피스와 완벽히 호환되지는 않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인터넷이 연결돼 있어야만 문서작업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구글독스가 큰 위협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구글 크롬과 함께 구글독스가 MS 오피스의 위협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크롬의 등장으로 MS는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까지 추락했다. 불과 10여 년 전 95% 이상을 점유하던 MS 익스플로러 사용자는 이제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2013년 현재 구글 크롬이 1위로 약 35~50%를 점유하고 있고, 그 뒤로 파이어폭스와 MS 익스플로러가 20%대에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이렇게 크롬 브라우저를 기반으로 MS를 조여가던 구글은 작년 6월 퀵오피스(Quickoffice) 라는 사무용 어플리케이션 회사를 인수했다. 좌청룡, 우백호를 거느린 격이다. 흥미롭게도 퀵오피스는 MS 오피스 규격을 따른다. 따라서 MS 오피스와 거의 완벽하게 호환된다. MS라는 공룡이 주저하는 사이, 퀵오피스는 아이패드용 앱을 먼저 출시해 MS에 충격을 줬다. MS 오피스는 태블릿과 스마트폰에서 문서를 볼 수만 있지만 퀵오피스는 작성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인터넷이 없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퀵오피스의 심리스(seamless) 호환 기술과 구글독스의 웹브라우저 기반 기술이라면 인터넷과 함께 안정적으로 문서 작성과 보관을 할 수 있는 모바일 오피스환경을 만들 수 있다. 이에 대한 MS의 위기의식은 구글독스에 대한 신경질적 비난 광고에서 잘 드러난다. [3] MS의 고난의 행군을 타산지석으로 삼자 운영체제는 플랫폼의 역할로서 시스템 밑단부터 응용프로그램까지 일관된 사용자 경험을 지원해야 한다. 윈도우 8은 그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사용자 경험의 주도권을 3 비디오자료: Google Docs isn t worth the gamble 45

46 * UI Report * 응용프로그램에 빼앗겼다. 이는 운영체제 자체만으로 업그레이드 수요를 만들어내기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더군다나 사용자들의 PC 교체주기를 생각해 볼 때 비스타가 실패한 후 윈도우 7에 맞춰 PC를 업그레이드한 상황에서 다시 윈도우 8로 또 한번 업그레이드할 UX적인 가치는 미비하다. 그래서 미국 * USA 투데이 * 의 11월 15일자 설문 결과에 공감이 간다. 조사대상 중 약 62%가 윈도우 8이 출시된 것을 안다고 답했지만 윈도우 8로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응답은 채 10%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멋진 시작 화면을 고안했다는 점은 아직 MS가 살아있음을 증명한다. 그러나 터치와 포인팅의 불편한 동거를 만들면서 정작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만들어 내지 못했고 사용자의 개인작업 공간을 침해하는 어설픈 UX를 만들었다. 소비자가 윈도우 8에 불만을 쏟아내는 이유는 엄청난 기술적 오류 때문이 아니라 기본적인 UX를 만들어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도대체 MS는 사용자나 UX를 이해하기는 한 걸까? UX는 양날의 검이다. 윈도우라는 UX 디자인으로 오랫동안 PC 세계를 지배했던 MS가 윈도우 8에서는 UX의 패착으로 고난의 행군을 하고 있다. 시작 버튼을 없애고 멋진 터치스크린용 시작 화면을 만들었지만 정작 사용자들은 여전히 마우스와 키보드를 사용해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를 써야 한다는 걸 간과했다. UX를 멋진 디자인쯤으로 여기거나 기술만능주의에 빠져 인간 중심이 아닌 기술 중심의 기능을 제공하면 소비자는 외면한다. 이러다 보니 UX 트렌드를 선도하던 MS가 이제는 애플의 후발 주자로서 애플의 과거를 모방하고 도입하는 인상이다. 물론 애플도 영원하지 않을 것이다. MS를 뛰어넘는 혁신적 UX로 시장의 패권을 잡았지만 스스로를 파괴하지 못하면서 흔들리고 있는 것처럼. UX는 IT기업에 기술을 새롭게 바라보는 비즈니스 혁신을 가져다 준다. IBM이 그랬고, MS가 그랬고, 애플이 그랬고, 구글이 그랬다. 이들이 잘한 것은 기술 자체로 승부하는 것이 아니라 인문과 기술을 융합한 사용자 경험의 가치를 만들어낸 것이다. 소비자의 지불 수준은 UX가 좌지우지한다. 엔지니어링의 우수성도 중요하지만 결정타가 되지 못한다. IT 산업의 혁신 원동력은 UX다. 산업의 핵심가치인 UX를 잘하는 자는 누구든지 트렌드 세터가 될 수 있다. 이는 기업규모와 크게 비례하지 않는다. IT산업에서 영원한 강자란 존재하지 않으며, 글로벌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는 이제 종이 한 장 차이다. 누구든지 UX로 가치를 혁신하면 성공할 수 있고, 누구든지 UX가치를 무시하면 실패할 수 있다. 이제 UX 혁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UX는 삼성과 LG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심지어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소비자들이 외제고급차와 현대 기아차에 보여주는 지불 의사의 차이가 기계적 성능의 차이일까? 소비자는 도로에 나란히 서 있는 외제고급차와 현대 기아차를 바라보며 기술적 성능을 비교할까? 소비자는 고급명품차를 살 때 그 만족의 가치를 보고, 현대 기아차를 살 때 가격과 성능을 본다. 소위 말하는 자동차 UX 혹은 인간-자동차 상호작용(HMI)이다. 큰 기업 규모는 UX 혁신에 방해가 될 수 있다. 관료주의적 의사결정, 사용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의사결정자가 대기업을 느리고 둔하게 한다. 그래서 MS 같은 거대글로벌 기업이 UX의 46

47 * UI Report * 늪에서 헤맬 수 있는 것이다. 2007년 출간된 * 소니침몰 * 에서 미야자키 다쿠마는 최고의 기업이라도 위기에 처하면 잘못된 혁신을 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MS 제국의 침몰을 막는 방법은 결국 철저한 자기파괴적 UX와 스스로를 버리는 변화의 실천이다. 삼성전자, 현대 기아차, LG전자, SK, 네이버 등 많은 한국 기업이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이제 기술 중심 성장의 한계에 도달했다. 특히 중국의 거대한 기술기반 성장 앞에 이제 우리기업은 트렌드 세터로서 명품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UX 기반 혁신이 필요하다. 시인 T. S. 엘리엇은 어설픈 시인은 흉내내고, 노련한 시인은 훔친다. 고 말했다. 훌륭한 시인은 훔쳐온 것을 결합해 완전히 독창적인 느낌을 만들고 애초에 어떤 것을 훔쳐왔는지 모르게 다른 작품으로 만들어낸다. 기술의 독창성과 UX 독창성을 혼동하지 않길 바란다. 새로운 기술과 기능이 UX의 가치가 아니다. 이점을 기억하며 엘리엇의 말을 곰곰이 고민해보자. 예수가 고난 후에 부활했고 부처가 고행 후에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현재 우리 기업의 고행은 황홀경을 위한 수행이 돼야 한다. MS의 고행을 타산지석으로 삼자. * 47

48 * Industry * 병원 UX 프로젝트의 경험 * 이중식 UX, 미래의 프레임을 찾아서 * 여준희 THE DNA Design Thinker들이 바라보는 2013 Trend Insight * 박승구

49 * Industry * 1 이중식 서울대학교 융합대학원 교수 병원 UX 프로젝트의 경험 병원은 자신을 서비스 회사라 생각한다 우리가 UX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체크하는 것이 있다. 클라이언트 회사의 가치 체계에 서비스 가 어디쯤 위치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가 프로젝트를 하는 대상 기업이 서비스 기업 인지 아닌지를 확인한다. 서비스에 대한 개념이 없는 회사는 UX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프로젝트가 끝날 때 쯤 가서 분쟁이 발생할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해당 회사가 서비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아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회사의 비전이나 미션 스테이트먼트를 살펴볼 수 있다. 명확한 문구로 서비스를 정의해 놓았다면 회사 내부에서도 서비스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진행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더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 회사 조직 내에 UX와 관련된 임원과 직군이 있는지, 이들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한다. 우리는 병원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서울대학교병원의 책임자와 프로젝트에 대한 논의를 나누었다. 서울대학교병원은 의료 와 서비스 를 동등한 가치로 보고자 했다. 물론 지난 수 십년간 공급자 중심의 의료를 제공해 온 병원이 하루 아침에 사용자인 환자 중심으로 변신하는 것은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병원이 최선의 가치를 환자에 두겠다고 밝히는 것은 꽤나 고무적인 의지라 볼 수 있다. 사실 의료 활동은 그 대상과 목적 자체가 환자의 건강이기에 사용자를 위해야 한다는 것은 의심할 것도 없다. 하지만 치료 과정에서 환자가 불쾌함과 불안감을 느낀다면 사용자 중심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일까? 요즘 병원들은 새로운 바람으로 꿈틀대고 있다. 병원이 서비스 중심으로 재탄생하 게 된 동기는 메이오 클리닉(Mayo Clinic)의 Center for Innovation을 선두로 한 세계적 추세로 시작됐다고 볼 수도 있으나, 서비스 가치를 중시하는 사회적 변화와 궤를 같이 한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의지는 프로젝트 내내 병원의 여러 리액션을 통해 확인됐다. 의료활동의 49

기술과미래05내지

기술과미래05내지 human+tech 01 글 노성호편집장 noho@pouvoir.co.kr/ 박지연기자hidypark@pouvoir.co.kr/ 송경모경제학박사 kyungmo.song@pouvoir.co.kr contents 용어설명_ 트라이버전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네트워크서비스가융합되는현상을말한다. PC 기반의인터넷, TV 기반의미디어, 휴대폰기반의커뮤니케이션이하나로합쳐지는것이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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