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사회과학연구_38권2호_0905_완.hwp

Transcription

1 6 사회과학연구 2012; 38(2) Journal of Social Science Vol.38, No.2, 2012; 사 회 과 학 연 구 정당 내 파벌의 항의(voice) 와 정치적 효과 : 2008년 이후 친박계의 활동을 중심으로* 1) 송정민(Jung-Min Song)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정치학전공 석사과정 crimsonnew@gmail.com 국문요약 본 연구는 앨버트 허쉬만(Hirschman, 1970)의 이탈, 항의, 충성(Exit, Voice, Loyalty) 모델을 적용하여 약 5년 6개월 동안 이루어진 친박계의 탈당과 복당 과정을 설명하고, 파 벌이 가질 수 있는 정치적 순기능과 효과를 밝히고자 하였다. 연구 결과, 첫째, 친박계의 탈당과 복당 과정에서 조직으로부터의 이탈 과 조직 내부에서의 항의 를 촉진하는 당시의 정치적 환경ㆍ제도적 환경의 영향력이 확인되었다. 둘째, 정권 내부의 충성스런 반대파 로 서 친박계가 일종의 기능적 역할 을 수행하였음이 나타났다. 친박계는 여당 내부의 야당 으 로서 과반수가 넘는 의석수를 점유하고 있는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의 전횡을 방지하는 역할을 수행하였으며, 정당 내부에서의 적극적인 항의를 통해 유사 정권 교체 의 효과를 발생시켜 결과적으로 19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새누리당 의 승리를 낳았다. 핵심용어:파벌, 친박계, 박근혜, 허쉬만, 이탈, 항의, 새누리당 * 본 논문은 2012년 3월 한국정치학회 춘계학술회의와 2012년 4월 MPSA(Midwest Political Science Association) 70th Annual Conference에서 발표한 논문을 수정ㆍ보완한 것입니다. 본 논문은 2010년도 정부재원(교육과학기술부 인문사회연구역량강화사업비)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연구되 었음(NRF B00017).

2 128ㆍ경희대사회과학 제38권 제2호 Ⅰ. 서론 본 연구는 보다 비교정치적인 관점에서, 기존의 국내 파벌 연구가 파벌의 부정적 영향, 예 컨대 분열과 갈등, 기반 상실 등의 문제에만 집중해왔던 한계를 극복하고, 한국 정당정치에서 파벌이 가질 수 있는 보다 긍정적인 정치적 효과에 주목하여 연구를 진행해보고자 한다. 본 연 구의 분석 사례인 친박(박근혜)계 는, 한국 정당사에서 볼 수 없었던 몇 가지 특징을 보였는데, 무엇보다 당내 파벌이 소속 정당과 별개로 선거에 출마하여 상당수의 의석을 확보하고 제3당의 지위를 획득하였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물론 1995년 민자당에서 당내 주류였던 김영삼의 민주계 에 대항하여 탈당, 자유민주연합을 창당한 김종필의 민주공화당계 또한 1995년 제1회 지방선거 에서 충남, 대전, 충북, 강원 4개 지역에서 광역단체장을 당선시키고 1996년 15대 총선에서 50석 을 차지하며 제2야당의 지위에 오르는 등의 성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김종필의 민주 공화당계와 같은 이전의 파벌들이 탈당 이후 본래 소속 정당과의 관계가 끊어졌던 것과 달리, 친박계는 살아서 (한나라당으로) 돌아오겠다 는 약속과 함께 창당하고 선거에 출마하였고, 선거 에서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나라당으로 돌아와 당내 파벌로서의 기능에 충실하였다(윤승 모 2011). 특히 친박계는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50%에 가까운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 고, 2008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과반을 넘긴 153석을 차지한 상황에서, 권력 내부의 견제세력(built-in check)으로서 활동하였다. 지금까지 한국의 정당정치연구에서 파벌 이라는 주제는 다른 주제들에 비해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였다. 물론 미디어에서 파벌 간 갈등, 계파 간 갈등 과 관련된 내용 등이 등장하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지만, 한국의 정당정치에서 파벌이라는 정치학적 개념은 분명히 정의되지 못하고, 여전히 맥락에 따라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정당 내 파벌이 가질 수 있는 정치적 기능이나 파벌 간 경쟁의 정치적 효과 등에 대해서는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했고, 별 다른 연관성도 없는 조선시대의 사색당파 의 폐단을 언급하며 계파 정치를 끝장내 야 (우리 정당이) 살 수 있다 고 호소하는 정치인들의 수사만이 대중들의 인식을 지배하게 되었 다(이영훈 2000). 김계수(1971)는 일찍이 한국파벌에 대한 실제적, 체계적 연구가 부족한 것에 대해 다음과 같 이 설명하였는데, 40년이 지난 지금에도 어느 정도 타당성을 가질 수 있는 내용들이다. 그에 따 르면 한국의 파벌에 대한 연구는 1 주로 서술적, 제도적(구제도주의적 : 괄호는 필자) 측면에서 연구되어 왔고, 2 도덕ㆍ윤리ㆍ가치에 너무 구속되어 그와 충돌하지 않는 연구에 한정하려는 소극적 태도를 취해 왔고, 3 파벌 자체가 너무도 변화무쌍하여 그 추적이 곤란할 뿐만 아니라 더욱이 그 파벌조직의 목적, 동기, 방식, 기술 등을 이해할 수 없으며, 4 파벌주의는 정치적 쇠

3 정당 내 파벌의 항의(voice) 와 정치적 효과ㆍ129 퇴 또는 후진국의 제도로서 인식되어 왔다(조의환 2001). 물론 이와 같은 파벌에 대한 전통적 인 부정적인 인식은 서구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미국의 건국시조들의 반( 反 )정당적, 반( 反 ) 파벌적 태도는 유명하며, 신문과 교과서 등에서는 파벌(faction) 이라는 용어를 위법 혹은 불법 (illegitimacy) 의 의미를 함축하는 방식으로 사용하였다. 벨러와 벨로니(Beller and Belloni 1978)는, 파벌과 함께 대중들의 부정적 인식을 공유하던 정 당(party) 과 이익집단(interest group) 이 최근 들어 정치적 정당성을 획득한 것과는 달리, 파벌은 로마시대 이래로 정치권 내에서 모욕적인 형용사(opprobrious epithet) 로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하 였다. 벨러와 벨로니에 따르면 파벌은 통제되지 않는 폭력, 분열, 배타적인 이기심, 정당ㆍ국가 기능에 대한 저해요소로 인식되어 왔는데, 이와 같은 파벌에 대한 편견 은 라스웰(Lasswell) 등 정치학계의 파벌에 대한 초기 연구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그러나 1950년대 키(V. O. Key, Jr.) 의 연구 이후 서구에서는 정치학의 연구 대상으로서 파벌에 대한 비교적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 졌고, 파벌로 인한 부패, 비효율, 기능장애의 문제뿐만 아니라 파벌이 가져 올 수 있는 긍정적 인 기능 을 설명하려는 연구자들의 시도 또한 등장하였다. 시어(Cyr 1978)는 영국의 파벌의 기능에 대해서 언급하며, 단일 정당 내에서 파벌들이 서로 다른 유권자 집단을 대표한다 고 지적하였고, 벨로니(Belloni 1978)는 파벌이 광범위한 지지층의 다양한 이익을 연계하는 조직적인 채널을 제공한다고 주장하였다. 즉, 특히나 규모가 크고, 다양 한 계급을 대표하는 지배적 정당 내에서 파벌이 갖는 기능적 중요성이 부각된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프랑스의 정당 내 파벌에 대해 연구한 캠벨과 찰튼(Campbell and Charlton 1978)은 제도화 된 정당 내부의 파벌주의가 정당 내 통합을 지속시킬 뿐 아니라, 당내 소규모 그룹들을 흡수함 으로써 궁극적으로 소속 정당(Host Party)의 성장에 기여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파벌은 전체 국 가 정치체(polity)의 입장에서 볼 때도 긍정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정치 체계 내의 다양한 요소들-기존의 정당에 의해서 대표되지 못했던 부분들-을 대표 (represent) 해냄으로써 국가적 통합에 기여할 수 있으며, 특히 지역, 촌락 수준에서 파벌은 계급, 카스트, 인종 등 사회적 균열을 가로지르는 통합의 수단이 될 수 있다. 이스라엘의 사례를 연구 한 아로노프(Aronoff 1978)에 따르면, 다양한 이민자 집단 사이의 통합을 달성하는 데 있어서 파 벌 체계는 인종적, 지리적 구분을 가로지르는, 일종의 제도적 충성심(institutional loyalty) 을 제공 하였다. 본 연구는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약 5년의 시간 동안 일어난 친박계의 탈당과 복당 과정, 그리고 이후의 의회 내에서의 활동을 분석 사례로 삼아, 외국이 아닌 한국의 정당정치에서도 파 벌이 긍정적인 정치적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는지 검토한다. 본 연구는 먼저 파벌의 개념과 분 류틀을 소개한 뒤, 앨버트 허쉬만(Hirschman 1970)의 이탈, 항의, 충성심(Exit, Voice, Loyalty)

4 130ㆍ경희대사회과학 제38권 제2호 모델을 활용하여 왜 친박계는 선거에 따로 출마하였으며, 선거에서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왜 소 속 정당으로 복귀하게 되었는지 설명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어서 친박계가 한나라당 내에서 수 행했던 정치적 기능과 그 효과를 다른 국가의 사례들과의 비교를 통해 보다 비교정치적인 관점 에서 일반화하여 설명해보고자 한다. Ⅱ. 기존 문헌 검토와 분석틀 1. 파벌의 개념과 분류 : 수혜 집단 파벌(Client-Group Faction)로서의 친박계 부첵(Boucek 2009)에 따르면, 18세기 이래로 서구의 파벌 연구자들은 파벌에 대해서 각기 다 른 정의를 제시하여 왔다. 흄, 버크, 메디슨 등은 파벌을 정당과 동일한 것으로 인식하였고, 키 (V. O. Key)는 정치적 머신(political machine)으로서 파벌을 정의하였다. 두베르제(Duverger)는 파 벌을 정당 하부의 유닛 으로 보고 파벌(factions)과 계파(wings), 경향(tendencies) 등을 모두 유사 한 의미로 사용하였고, 로즈(Rose)는 정당 내부의 두 가지 유형의 조직인 파벌 과 경향 을 구분 하고자 하였다. 오늘날 파벌 연구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것은 자리스키(Zariski)와 벨러 와 벨로니(Beller and Belloni)의 정의라고 할 수 있는데, 본 논문에서는 벨러와 벨로니의 보다 유연한 정의를 수용한다. 벨러와 벨로니(1978)에 따르면, 파벌은 그것이 부분으로 존재하는 상 위 집단(=정당) 내부에서 경쟁 집단(=경쟁 파벌)과 권력을 두고 경쟁하는 조직된 집단을 의미 한다. 친박계는 한나라당(Host Party)의 내부에서 경쟁 집단(친이계)와 권력을 두고 경쟁하는 파 벌 이다. 벨러와 벨로니(1978)는 파벌의 조직적 특성과 맥락적 특성을 고려하여 파벌들을 3가지 유형 으로 분류하였다. 첫째, 패거리(cliques)와 경향(tendencies)이다. 첫 번째 유형의 파벌은 그 구성과 조직 자체가 매우 느슨하며, 특정한 이슈나 후보자 캠페인에 대한 대응으로 나타나서 이것의 종 료와 함께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둘째, 수혜 집단 파벌(personal or client-group factions)이다. 두 번째 유형의 파벌의 경우 지도자를 중심으로 한 위계를 바탕으로 파벌이 형성되며, 파벌은 보통 지도자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다. 그리고 지도자의 집이나 사무실이 파벌의 비공식적 본부가 되 며, 단일 정치이슈나 선거 캠페인보다는 길게 지속되지만, 파벌 지도자의 정치적 생명 이상의 기간 동안 지속되지는 않는다. 셋째, 제도화된 조직적 파벌(institutionalized, organizational factions) 이다. 세 번째 유형의 파벌에서는 지도자가 가지는 호소력이 개인적인 수준을 벗어나 공적이고

5 정당 내 파벌의 항의(voice) 와 정치적 효과ㆍ131 상징적인 수준이 되며, 개인들의 공통된 이익이 이러한 파벌의 기반이 된다. 앞선 유형의 파벌 과 달리 이념적인 정체성이나 상징을 내포하는 파벌의 이름이 생겨나며, 제도화된 파벌은 매우 길게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본 논문의 분석 대상인 친박계는 두 번째 유형의 파벌인 수혜 집단 파벌 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친박계는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박근혜라는 지도자의 대통령 당선을 위해서 조직된 파벌이고(2006년 6월 조직됨), 보다 구체적으로는 단순히 박근혜 개인에 대한 추종자 집 단이라기보다는 선거 머신 유형의 수혜 집단 파벌(machine-type client-group faction)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일본 자민당 내의 파벌처럼 수 십 년 동안 지속되어온 조직들과 비교할 때 친박계의 역사는 매우 짧지만, 한국의 정치적 맥락을 고려해볼 때 친박계는 꽤나 긴 시간 동안 박근혜 전 대표의 정치적 생명과 그 존속을 함께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현재 5년 6개월 정도 지속되고 있음). 친박계의 수혜 집단 파벌로서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인데, 첫 번째는 의 사결정과정에 있어서의 위계성이다. 무엇보다 수혜 집단 파벌은 지도자-추종자 간의 위계적 관 계를 특징으로 하는데, 2010년 세종시 수정안 찬반 투표에서 44명의 친박계 국회의원 중 42명의 의원이 박근혜의 의사를 좇아 반대표를 행사하였다(조선일보 2010/6/30). 그리고 2012년 총선 후 보 공천 과정에 있어서도, 새누리당은 민주통합당의 반수 정도의 지역구에서만 경선을 실시하였 을 뿐, 나머지 지역구에서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주도 하에 친박계 의원들이 전략공천 이 라는 이름으로 대거 공천되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두 번째는 대선 캠프 시스템이다. 지난 17대 대선부터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의 대결은, 두 후보들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사조직 적 성격이 강한 캠프 의 역할이 두드러졌고, 결과적으로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전부터 이른바 인 수위원회(대선 캠프의 연장선상에 있는 조직) 의 과도한 활동 이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현상은 2012년 12월, 18대 대선을 앞둔 현재에도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는데, 박근 혜 후보는 국민행복캠프 라는 자체 대선 캠프를 형성하였고, 이미 많은 이들이 박근혜 후보의 당선을 바라며 캠프에 참여하여 활동하고 있다. 즉, 과거 불분명했던 친박계라는 파벌의 경계가, 대선이 다가오면서 박근혜 대선 캠프 라는 형태로 구체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2. 허쉬만(A. Hirschman)의 이탈, 항의, 충성심(Exit, Voice, Loyalty) 모델 허쉬만의 이탈, 항의, 충성심(Exit, Voice, Loyalty) 모델은 시장에서 상품의 질이 저하할 때, 이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에 기반을 두고 있다. 허쉬만에 따르면, 이와 같은 상황에서 소비자는

6 132ㆍ경희대사회과학 제38권 제2호 1) 해당 상품에 대한 구매를 멈추고, 다른 대안(다른 회사의 상품)을 택하거나(이탈), 2) 해당 상 품에 대한 구매를 지속하면서 상품의 생산자에게 상품의 질의 개선과 향상을 요구할 수 있다(항 의). 이탈할 것인가, 항의할 것인가에 대한 결정은 주로 이탈 혹은 항의를 택할 경우 수반되는 비용 에 대한 합리적 계산에 따라 이루어지지만, 해당 상품과 생산 기업에 대한 충성심 (Loyalty) 의 영향도 받는다. 전체 조직의 입장에서 볼 때, 이탈을 지연시키고 항의를 활성화시키 는 것이 조직의 퇴보를 방지하고 활력을 찾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이탈과 항의의 효율적인 조합이 쇠퇴한 회사 조직의 회복을 위해 요구된다. 허쉬만의 모델은 본래 경제 영역 의 문제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궁극적으로 허쉬만 은 이와 같은 경제과정을 분석하는 방식으로써 사회, 정치, 그리고 도덕적 현상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를 설명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허쉬만은 경제학 이론을 다른 학문에 그대로 적용 하려하기보다, 경제학적 분석도구와 정치학적 분석도구의 상호작용적 분석 을 통해 정치학자 에게는 경제학적 개념의 유용성을, 아울러 경제학자에게는 정치학적 개념의 유용성 을 입증해보 이고자 하였다. 허쉬만은 경제의 영역과 정치의 영역 사이에 존재하는 근본적인 갈등에 구애받 지 않고, 기업ㆍ국가ㆍ조직 등에서 시장 메커니즘과 전형적인 비( 非 )시장 메커니즘인 정치적 메 커니즘이 함께 작동할 때 얻을 수 있는 이득을 주장한다. 허쉬만은 경제와 정치의 체현( 體 現 )으로서의 이탈과 항의를 설명하는데, 그에 따르면 이탈은 경제의 영역에 속하고, 항의는 정치의 영역에 속한다. 한 예로, 공교육 체제에 시장 메커니즘을 도입할 것을 주장한 밀튼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은, 과거에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어느 학교 에서 자퇴시켜 다른 학교로 전학시킴(이탈)으로써 학교에 직접적으로 의사 표시를 할 수 있었고, 이 점은 지금보다 예전에 훨씬 수월했다. 오늘날 일반적으로 학부모가 이런 조처를 취하려면 오 직 주소지를 변경해야만 가능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학부모들이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길이란 오직 성가신 정치적 채널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강조는 허쉬만) 고 언급한 바 있는데, 허쉬만은 이와 같은 프리드먼의 언급을 항의방식은 반대하고 이탈방식만을 선호하는 경제학자들이 지닌 편견의 거의 완벽한 예 로 제시하며, 성가신 정치적 방식(항의)이 갖는 민주적인 요소에 주목한 다. 그에 따르면 항의방식은 이탈방식의 보완물 혹은 대체물로서 매우 효과적일 수 있는데, 먼 저 항의는 이탈의 잔여 범주 로서 불만족한 소비자나 회원들이 이탈방식을 사용할 수 없을 때 행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나 항의방식은 이탈방식을 보완할 뿐만 아니라 대체 할 수 도 있는데, 항의방식이 얼마나 유효할 것인가의 전망에 따라 이탈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이탈은 어떤 특정 상황에서는 항의가 실패한 뒤 최후의 선택반응이다. 물론 항의방식이 이탈방식에 비해 비용이 더 많이 드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허쉬 만은 계속되는 논의에서 항의방식이 갖는 장점을 강조한다. 특히 항의방식은 기업-소비자 와

7 정당 내 파벌의 항의(voice) 와 정치적 효과ㆍ133 같은 경제적 관계보다 조직-조직구성원, 정당-유권자 와 같은 사회ㆍ정치적 관계에서 보다 더 중요한 구실을 하게 되는데, 허쉬만에 따르면 이와 같은 조직에서는 최대한 이탈을 방지하고 항의방식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조직의 회복에 도움이 된다. 허쉬만은 일본과 남미의 정치체제를 비교하면서 항의방식이 갖는 장점을 주장하는데, 손쉬운 이탈, 즉 정치적인 반대자나 패자가 망 명으로 탈출하는 것이 매우 용이한 남미 국가들의 환경은 항의방식을 통한 활기차고 건설적인 정치과정을 부식시켜 분파주의와 개인적 영웅주의(personalismo)를 낳았으나, 지리적인 고립성으 로 말미암아 쉽사리 관대한 망명을 할 수 없는 일본에서는 항의방식의 활성화를 통한 타협의 미덕이 자리 잡게 되었다는 것이다. 허쉬만은 이외에도 공공철도 서비스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손쉬운 이탈 환경 과 항의의 활성화 사이의 관계를 고찰하는데, 그에 따르면 이탈이 불가능한, 즉 포획된 고객(혹은 조직의 구성원, 유권자 등)은 절대 무기력의 전형 이 아니며, 포획된 고객 들은 이탈 가능한 고객들과 달리 자신들이 매우 혐오하는 일을 시도하려고 하면 기업(혹은 정 당)이 그런 일을 하지 못하도록 만들 최대한의 동기유발을 지닌다고 주장한다. 1) 그렇다면 이탈이 아닌, 항의 방식을 촉진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사례마다 합당한 상황적 요 인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허쉬만은 충성심(loyalty) 이라는 개념을 통해 항의의 활성화를 설명한 다. 허쉬만은 충성심이 조직으로부터의 이탈을 지연시키고, 항의방식을 강화시킴으로써 너무 많 이 혹은 너무 빨리 이탈을 하는 위험으로부터 조직(기업, 국가, 정당 등)을 구해줄 수 있는 하나 의 힘이 된다고 보았다. 허쉬만 이론에서 충성심은 그 단어의 본래의 의미처럼 비합리적 인 선 택이 아니라 조직의 발전과 자신의 이익에 대한 합리적인 계산의 결과물인데, 허쉬만은 이탈과 항의 개념과 연관하여 충성심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1) 고객-회원이 이탈을 선택하면 그로 인해 확실하게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을 마다하고 품 질이 떨어지는 제품의 개선 가능성을 믿고 이 가능성을 이탈의 확실성과 맞바꾸려 는 의지의 정도 (2) 고객-회원들 자신이 조직에 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영향력의 정도 이러한 충성심의 두 가지 요소는 상호 밀접한 관계에 있는데, 어떤 제품이나 조직에 상당한 집착을 보이는 회원(첫 번째 요소)은 자신이 이 조직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1) 이에 대해 배리(Barry 1974)는 올슨(Olson 1965)의 집단 행동의 논리(The Logic of Collective Action) 의 주장 을 바탕으로, 매우 작은 규모의 집단에서만 항의로부터 발생되는 이득이 그에 수반되는 비용을 넘어설 수 있기 때문 에, (이탈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합리적인 개인이라면 항의 대신에 침묵(silence) 을 택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배리의 주장에는 항의의 비용이 지나치게 과장되어 있다. 항의에 대한 처벌 기제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항의에 따르는 비용은 충분히 낮아질 수 있으며, 항의로부터 얻게 되는 조직 구성원(당원, 유권자 등)의 이익은 상황에 따라 보다 커질 수 있다.

8 134ㆍ경희대사회과학 제38권 제2호 (두 번째 요소), 반대로 조직에서 상당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또는 행사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회원, 아울러 그 연장선상에서 조직을 원 궤도로 되돌려 놓을 수 있다고 믿고 있는 회원(두 번 째 요소)은 권력을 가진 이 조직에 강력한 애착(첫 번째 요소)을 갖게 된다. 충성심은 유능한 인재의 이탈 에 대한 장애물로서, 이로 인해 발생하는 성과하락의 누적을 방지하여 사회적으로 유용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한다. 본 논문은 이와 같은 이탈, 항의, 충성심 등 허쉬만 모델의 주요 개념을 활용하여 친박계의 탈당과 복당 과정을 설명해보고자 한다. 3. 파벌 연구에 있어서 허쉬만 모델이 갖는 유용성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허쉬만의 이탈, 항의, 충성심 모델은 경제학 분야에서뿐만 아니라, 경영, 행정, 정치, 사회, 도시계획 및 역사학 분야에서까지 광범위하게 활용되어 왔다. 정치학계 에서도 허쉬만 모델은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의 분석틀로서 적용되었는데, 연구자들은 정당-유 권자 관계, 정부-국민 관계, 지방 정부-지방 주민 관계, 정당체계-신생 정당 관계 등에서 나 타나는 변화를 이탈-항의 의 메커니즘으로 설명하고자 하였다. 정당-유권자 관계, 즉 유권자들의 정당 지지ㆍ투표 행태와 관련된 연구는 허쉬만 모델의 적용이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이다. 무데(Mudde 1996)는 벨기에와 네덜란드의 극우정당들의 사례 를 분석하였는데, 그는 이른바 반정당(Anti-Party)적 정당(현재의 정당체계에 반대하는 정당) 에 대한 유권자들의 지지를 허쉬만 모델을 통해 설명하고자 하였다. 그에 따르면 기존의 정당 체계 에 불만이 있는 유권자들에게는 두 가지의 항의 대안이 있는데, 첫 번째로 소위 근대화의 승자 라 불리는 새로운 중산 계급들은 정당 체계 바깥에서 새로운 사회 운동을 조직하며, 두 번째로 스스로를 근대화의 패배자 로 인식하는 이들은 기존의 정당 체계 내에서 극우정당, 반정당적 정 당에 대한 지지를 통해 조용한 반혁명(silent counter-revolution) 을 달성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Dalton and Kuechler 1990; Ignazi 1992). 무데와 마찬가지로 뮐러-롬멜(Müller-Rommel 1998)은 유럽 내 녹색당(Green Parties)의 성공을 현 정당체계에 불만족한 유권자들의 항의 의 표출 결과 로 보았다. 이 외에도 비랭거(Bélanger 2004)는 캐나다, 영국, 호주에서의 반정당주의 (Antipartyism) 와 제3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지지를 항의 의 개념을 통해 설명하고(그에 따르면 선거에서의 기권이 곧 이탈 로 간주된다), 유권자 성향(특수주의적 반정당주의와 일반화된 반정 당주의)과 선거제도(호주와 같이 투표가 강제적인 국가와 비강제적인 국가) 등이 미치는 영향력 을 검증하였다. 허쉬만 이론은 국가-시민 관계(혹은 지방정부-지방주민 관계) 에 대해서도 높은 설명력을

9 정당 내 파벌의 항의(voice) 와 정치적 효과ㆍ135 보였는데, 이스라엘의 정치 참여 행태를 분석한 레만-빌치히(Lehman-Wilzig 1991)는 유사 이탈 (Quasi-Exit) 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통해 이스라엘 정부에 불만을 갖고 있는 시민들의 대안적 정 치(Alternative Politics) 행태를 설명하였다. 그에 따르면, 기존의 정치학자들은 시민들이 선택하 는 이탈 을 극단적인 이분법으로(정치세계로부터 숨어버리는 수동적인 이탈 과 혁명, 이민과 같은 능동적인 이탈 ) 나누어왔는데, 허쉬만이 책을 집필한 1970년대 이후로 시민들이 택할 수 있는 정치 참여의 대안이 증가하면서 유사 이탈(Quasi-Exit) 이라는 절충적인 형태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레만-빌치히는 유사 이탈 이라는 대안적 정치 참여 행태가 등장하게 된 이스라엘의 특 수한 정치ㆍ사회적 환경과 유사 이탈 의 구체적인 사례를 서술하고 있다. 허쉬만은 그 스스로도 자신의 이론을 적용하여 여러 정치적 현상들을 설명하고자 하였는데, 독일 통일 이전 동독(GDR: The German Democratic Republic)의 붕괴 과정을 동독 국민들의 이탈-항의를 통해 설명한 바 있 다(Hirschman 1993). 이 외에도 오벨과 우노(Orbell and Uno 1972)와 샤프(Sharp 1984)는 지방정부 에 대해 불만을 갖는 시민들의 행태를 이탈과 항의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설명하였는데, 특히 샤프는 이탈 대안의 가용성이 항의 대안의 선택을 위축시킨다는 허쉬만의 가설을 검증하였다. 이처럼 허쉬만 이론이 많은 정치학자들에 의해 다양한 분야에서 분석틀로서 활용되어 왔지 만, 본 논문의 주제인 파벌과 같은 정당-당원 관계에 대한 연구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러나 파벌 연구에서 주로 제기되는 주인 정당(Host Party) 과 파벌 간의 관계, 파벌들의 탈당과 복당 ㆍ합당 과정 등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허쉬만 모델은 높은 적실성을 가진다. 실제로 멕시코의 정당체계를 연구한 랭스턴(Langston 2002)은 허쉬만 모델의 적용을 통해 우리는 언제, 그리고 어떤 조건 하에서 조직의 행태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어떤 전략이 선택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고 주장한 바 있다. 랭스턴은 허쉬만 모델을 멕시코의 1당 우위 정당 체계의 등장과 쇠퇴 과정 을 설명하는데 적용하였는데, 1940년, 1952년, 1988년 일어난 3번의 지배 연합으로부터의 이탈 사례에서 나타난 파벌-주인 정당 사이의 권력관계를 설명하였다. 이와 유사하게 일본 파벌들 의 갈등 사례를 분석한 가토(Kato 1998)는 허쉬만 모델을 부분적으로 수정하여 정당의 해체 (disintegration)를 촉진하는 국회의원 개인들의 이해관계와 외부적 조건 사이의 갈등을 설명하고 자 하였다. 가토는 자민당 일당 우위의 정당 체계였던 일본의 1955년 체제 의 붕괴 과정을 분석 하는데, 이탈과 항의를 종속변수로 두고 프로빗 회귀분석을 통해서 1993년 자민당의 해체, 년 사민당의 해체의 원인과, 그 정치적 효과를 설명하고 있다. 허쉬만 이론의 적실성은 국내 파벌 연구에서 보다 두드러진다고 볼 수 있는데, 김계수(1971) 와 조의환(2001)에 따르면 기존의 국내 파벌 연구는 파벌 그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 에 1990년대 이전까지 정당 정치의 주요 연구 분야로서 인정받지 못하였고, 유형론적 접근과 역 사적 접근방식에서만 파벌에 대한 많은 연구들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박영희 1990; 양성은

10 136ㆍ경희대사회과학 제38권 제2호 1998). 즉, 파벌현상에서 나타나는 변화의 원인과, 그 영향을 분석하기 위한 이론적 분석틀이 부 재하였던 탓에, 설명력의 한계를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의 연구에서도 파 벌들의 과도한 활동은 주인 정당에 악영향을 미친다 는 대전제는 지속적으로 유지되었고, 이는 파벌 간의 갈등을 단순한 이기심의 표출 로 해석하고, 파벌의 활발한 활동이 발생시킬 수 있는 긍정적인 정치적 효과 -당내 민주주의의 확립, 대의 기능의 활성화 등 -를 경시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파벌의 활동은 특수한 정치적ㆍ제도적 환경 하에서 정치 엘리트들의 합리적인 선택의 결과이고, 그 결과 또한 당시의 여러 조건-정당 체계, 선거 제도 등-에 따라 주인 정당 의 생존에 해가 될 수도, 득이 될 수도 있다. 본 논문은 이와 같은 기존 연구의 한계점을 인식하 고, 허쉬만 이론의 파벌 연구에의 적용을 통해서 그간 설명되지 못했던 한국 정당 내 파벌 현상 들의 원인과 결과를 검토하고, 나아가 전체 조직(주인 정당)의 관점에서 파벌들이 만들어내는 긍정적인 정치적 효과 를 조명해보고자 한다. Ⅲ. 친박계의 탈당과 복당 과정 : 허쉬만 모델의 적용 1. 친박계의 탈당과정 : 친박연대의 탄생 사실 한나라당 내의 양대 파벌이라 할 수 있는 친박(박근혜)계와 친이(이명박)계는 2007년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 이전부터 존재해왔다. 비록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 후 보 진영에서 이명박 후보의 BBK 관련 의혹을 적극적으로 제기하면서 서로 간의 갈등이 증폭되 기도 하였지만, 세간의 우려와 달리 박근혜 후보는 경선 결과를 그대로 수용하고, 2007년 대선 이 끝날 때까지 탈당하는 일 없이 이명박 후보의 압도적인 승리에 기여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박근혜 후보는 신뢰의 정치인 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였으며, 친박계와 친이계 간의 갈등도 그 다지 부각되지 않았다. 그러나 2008년 총선 후보 공천 과정에서 두 파벌 간 갈등은 촉발되었다. 당시 한나라당의 공 천작업은 2008년 1월 24일 공천심사위원회(이하 공심위) 구성으로 시작되었는데, 공천심사위원 회의 공천 기준은 공심위가 구성된 다음 날인 1월 25일 처음으로 제시되었다. 강재섭 대표는 1 계파 배제, 2 시대 정신 부합, 3 당선 가능성, 4 능력, 5 실용성이라는 다섯 가지 원칙을 제 시하였고, 여기에 인명진 윤리위원장은 한나라당의 정체성에 부합하면서도 도덕적으로 흠집이 없는 인물의 공천을 강조하였다(한겨레 2008/1/26; 박경미 2008). 그러나 공심위가 당 기여도 를 하나의 공천 기준으로 제시하고, 이어서 부정부패 연루자의 공천배제원칙 2) 을 제시하면서 공천

11 정당 내 파벌의 항의(voice) 와 정치적 효과ㆍ137 을 둘러싼 논란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지역별로 발표된 공천자 명단에서 현역의원 62명 중 25명 이 탈락하였는데, 이 중 친박계 현역의원 10명(친박계 현역의원 그룹의 좌장 이라 할 수 있는 김무성 의원 포함)이 포함되면서, 이에 대한 친박계 인사들의 강한 불만이 표출되었다. 사실 공천권을 둘러싼 두 파벌 간 갈등이 표출될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인 원인은 17대 대선 의 결과에 있었다(황아란 2009). 즉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압도적인 지지율 차이로 당 선된 것을 계기로 정치권력이 한나라당에 집중되었기 때문에, 18대 총선에서는 정당 간 경쟁보 다 한나라당 내의 계파 간 경쟁으로 권력 분점이 발생하게 되었던 것이다. 또한 대통령의 후광 효과(coat-tail)가 두드러지는 기간이라 할 수 있는 대통령 임기 초반의 밀월기간 에 총선이 실시 되었기 때문에, 18대 총선에서의 한나라당에 대한 전국적인 지지는 여전히 다른 정당에 비해 높 았고, 과반수 이상의 지배적인 의석 점유가 쉽게 예상되었다(황아란 2009). 이러한 현상은 자리 스키(Zariski 1965)의 이탈리아 기독민주당( ) 연구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는데, 자리스 키는 지배적인 정당의 지위 가 정당 내의 파벌의 수를 증가시키는 경향성이 있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인도의 파벌주의에 대해 분석한 브라스(Brass 1965)는 정당 외부 위협의 부재 상태가 Indian Congress Party의 파벌주의를 촉진시켰다고 주장하였다. 물론 장기간 동안의 일당우위체제 에 대 해 분석한 자리스키의 논의를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겠으나, 2007년 대선부터 2008년 총선에 이 르는 기간 동안 한나라당이 가졌던 지배적인 정당으로서의 지위 가 친박계와 친이계 간의 갈등 의 주된 기반이 되었음은 분명하다. 3) 허쉬만의 모델에 친박계의 탈당 과정을 적용해보면, 친박계가 탈당이라는 이탈 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이탈에 대한 상부 조직(한나라당, 친이계)으로부터의 위협이 크지 않았던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자리스키(1965)는 1당 우위 체제에서 정당 내 파벌의 수가 증가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러나 1당 우위 체제에서는 지배적인 정당으로부터 탈당하여 얻게 될 이익이 없기 때문에(이탈의 비용, 이탈에 따르는 위협이 높기 때문에), 본래의 소속 정당(Host Party)로부터 파벌이 탈당하려 는 시도가 줄어든다고 지적하였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에 이르는 기 간 동안 한나라당은 지배적인 정당의 지위 를 유지하였지만, 조직으로부터의 이탈을 강하게 처 벌 할 수 있을만한 제도적 권력까지 획득한 것은 아니었다. 허쉬만은 정당 내 당원들이 이탈 이 아닌 항의 방식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제3당의 설립이 너무 쉬워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였는 2) 해당 원칙이 문제가 된 것은, 공직후보자선출규정 제3조 2항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된 법 위반으로 최종심에서 형이 확정된 경우, 공직후보자 추천신청의 자격을 불허한다 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1999 년 알선수재죄로 벌금형을 받은 친박계의 좌장격인 김무성 최고위원의 공천 신청 자격이 상실되기 때문이었다(정준 표 2009). 3) 이와 같은 설명은 한국정당정치사에서 가장 파벌 간 갈등이 뚜렷하게 나타났던 사례라 할 수 있는 제2공화국의 민 주당 내 파벌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당시 민주당은 이승만 대통령 하야 후 열린 국회의원 선거에서 전체 의 석 중 75%를 장악하였는데, 유의미한 반대당이 존재하지 않고 승리연합이 과도하게 확장된 상태에서 신파와 구파 간 적대적인 갈등은 심화되었다.

12 138ㆍ경희대사회과학 제38권 제2호 데, 당시의 선거제도나 정치적 상황은 제3당의 설립에 우호적이었다. 2008년 4월 9일 국회의원 선거일까지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이었지만, 친박계의 창당은 (비 록 순조롭지는 않았지만)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친박계는 새로운 당을 창당하는 것이 시간적 으로나 물리적으로나 불가능한 상황에서, 기존에 존재하고 있던 정당을 접수 함으로써 제3의 정당을 출범시켰다(윤승모 2011). 2007년 9월 정근모 전 과학기술처장관이 대통령선거 출마를 위해 급조했던 참주인연합 을 모태로 하는 미래한국당 은 2008년 당시 사실상 활동을 멈춘 허 울뿐인 정당이었는데, 친박계는 미래한국당을 인수하고 친박연대 로 당명을 변경함으로써 약 1 주일 만에 창당과정을 완료할 수 있었다. 이에 더해 한국 정당 체계의 낮은 제도화 수준 또한 친박계의 이탈 에 우호적으로 작용하였는데, (큰 틀에서 볼 때 양당제가 유지되어 오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1963년 정당법 제정 이후 중앙선관위에 등록됐다 사라졌거나 현재까지 남아 있는 정당의 수가 모두 142개에 이를 만큼 한국의 정당정치사에서 신생 정당의 탄생 이 익숙한 사건이었기 때문이다(한국일보 2010/3/22). 다시 말해 정당 자격을 갖추기 위한 요건, 선거에 출 마하기 위한 요건 등이 그다지 까다롭지 않은 한국의 제도적 환경이 친박계의 이탈에 우호적으 로 작용한 것이다. 박근혜라는 리더가 갖는 지역적 기반 또한 친박계의 이탈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었다. 친박연 대는 지역구에서 6명의 후보가 당선되었고, 13.18%의 정당 득표율로 8석의 비례대표 의석을 획 득하여 총 14명의 당선자를 냈다. 이에 더해 친박무소속연대 가 지역구에서 13명의 후보자를 당 선시킴에 따라, 친박계는 총 27석의 의석을 확보, 153석의 한나라당, 81석의 민주당에 이어 제3 당의 지위를 획득하게 되었다. 박근혜 전 대표의 지역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ㆍ경북, 일명 TK 지역에서는 친박 열풍 이 강하게 나타났는데, 특히 대구 서부-대구 서구, 대구 달서갑, 대 구 달서을, 대구 달서병-에서는 박근혜 마케팅 을 바탕으로 친박 후보들이 한나라당 후보를 꺾 고 당선되었다(정준표 2009). 과거 민자당 내 민주공화당계 당원들(자민련)이 파벌의 지도자인 김종필의 지역적 기반-충청 지역-을 기반으로 하여 선거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던 것처럼, 파 벌의 지도자가 갖고 있는 지역적 기반 이 파벌의 성공적인 이탈(제3당의 설립) 의 주된 원동력 이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적할 수 있는 친박계 이탈의 요인은 소수정당에 유리한 선거제도-비례대표제 -의 존재였다. 벨러와 벨로니(1978)는 비례대표제가 일반적으로 정당 내 파벌주의를 강화하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하였는데, 이는 친박연대와 유사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는 2000년의 민주국 민당(이하 민국당)의 실패와 비교해보면 보다 분명히 드러난다. 민국당은 한나라당의 2 18 공천 파동 결과물로 탄생하였는데, 조순, 이수성, 김윤환, 이기택, 박찬종 등 당시로서는 각자 나름의 정치적 기반을 확보하고 있는 정치인들이 참여한 만큼 이번 선거에서 40 50석을 목표로 하고

13 정당 내 파벌의 항의(voice) 와 정치적 효과ㆍ139 있다 며 자신에 차 있었다(한겨레 /3/30). 그러나 16대 국회의원선거까지 실시되었던 전국 구 비례대표제는 17 18대 총선의 정당명부식 1인 2표제 와 달리 유권자가 국회의원 후보에게 투표하면 유효투표수에 대한 지역구 후보의 정당별 득표수의 비율에 따라 비례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이었고(안승국 2010), 유권자들이 사표방지 심리에 따라 소수정당에 대한 지지를 포기하게 되는 소선구제 하에서 신생정당인 민국당이 많은 득표를 하기는 어려웠다(친박연대 또한 지역구 의석보다 많은 수의 비례대표 의석을 획득하였다). 게다가 18대 총선과 달리 2000년 16대 총선 에서 한나라당과 경쟁하는 타 정당의 힘이 위협적이었던 점(한나라당과 새천년민주당의 의석수 차이는 단 18석에 불과했다) 또한 민국당의 이탈 이 실패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2. 친박계의 복당과정 : 이탈 에서 항의 로 앞 절에서 살펴본 것처럼 2008년 총선 전의 정치ㆍ제도적 환경은 친박계의 이탈 에 우호적 으로 작용하였다. 그러나 이번 절에서 검토될 몇 가지 요인들은 친박계가 종전의 이탈 전략에 서 벗어나 조직 내부에서의 항의 전략으로 전환하게끔 하였다. 먼저 친박계가 본래 소속 정당에 대해 지녔던 충성심(loyalty) 요인의 영향력이다. 앞서 2장 에서 논한 바와 같이, 허쉬만은 충성심이 조직으로부터의 이탈을 지연시키고, 항의방식을 강화 시켜 너무 많이 혹은 너무 빨리 이탈을 하는 위험으로부터 조직(기업, 국가, 정당 등)을 구해줄 수 있는 하나의 힘이 된다고 보았다. 앞서 2장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허쉬만은 이탈과 항의 개 념과 연관하여 충성심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1) 고객-회원이 이탈을 선택하면 그로 인해 확실하게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을 마다하고 품 질이 떨어지는 제품의 개선 가능성을 믿고 이 가능성을 이탈의 확실성과 맞바꾸려 는 의지의 정도 (2) 고객-회원들 자신이 조직에 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영향력의 정도 친박계가 (1)의 충성심-조직(한나라당)에 대한 특별한 집착-을 가졌는지는 분명하지 않지 만, (2)의 충성심, 즉 자신들이 조직에서 상당한 정도의 영향력 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 은 분명하다. 허쉬만은 조직에서 상당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또는 행사한다고 믿고 있는 회 원, 아울러 그 연장선상에서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조직을 원 궤도로 되돌려 놓을 수 있다고 믿는 회원은 권력을 가진 이 조직에 강력한 애착을 갖게 된다고 주장한다. 친박계가 탈 당 초기부터 살아서 돌아가겠다 며 복당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던 것은 이와 같은 맥락에서

14 140ㆍ경희대사회과학 제38권 제2호 설명될 수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복당에 대한 의지 는, 과거 자민련과 민국당의 사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었다. 친박계의 복당에 대한 의지는 장기적으로 볼 때 한나라당의 당권이 박근혜 전 대표에게 집 중될 것이라는 믿음에 기반을 둔 것이었다. 실제로 2007년 대선 후보 선출 과정에서 박근혜 후 보는 여론조사 결과를 포함한 전체 경선에서는 근소한 차로 패배하였으나, 전당대회 대의원 8분 의 2, 전당대회 대의원이 아닌 당원 선거인 8분의 3, 당원이 아닌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전화면 접 방식에 의해 공모된 국민 선거인 8분의 3 비율로 구성된 국민참여선거인단 투표에서는 이 명박 후보에게 승리하였다(이동윤 2008). 즉 비록 경선에서는 패배하였으나, 박근혜 후보는 여전 히 이명박 후보보다 탄탄한 당내 기반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대 중들에게 인식된 신뢰의 정치인 이라는 이미지는 박근혜 전 대표를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 후 보로 만들었고, 이와 같은 상황에서 친박계의 복당에 대한 의지는 당연한 것이었다. 4) 이와 달리 과거 민주공화당계(자민련)과 반( 反 )이회창계(민국당) 등의 파벌들은 다시 본래의 소속 정당으로 돌아가도 정당(host party) 내부에서 자신들이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음을 알고 있었고, 따라서 이들에게 복당 이란 가능하지도,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었다. 물론 앞 문단에서 살펴본 것처럼 친박계가 복당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던 것은 사실이지 만, 복당을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친박연대 소속 당선자 14명에 친박무소속연대 당선 자 13명을 합치면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었고, 교섭단체만 구성한다면 한나라당, 민주당에 이 은 제3교섭단체로 국회 운영과정에서 강력한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2008년 쇠고기 파동과 촛불시위를 겪으며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였고, 이와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한나라당이 친박연대의 도움을 요청해야하는 구도가 형성되었던 점도 친 박계 의원들이 복당을 서두르지 않게 된 요인으로 작용하였다(윤승모 2011). 그러나 탈당 당시에 는 존재하지 않았던 이탈 에 대한 위협들이 나타나면서, 친박계는 종전의 이탈 전략을 포기하 고 조직 내부에서의 항의 전략으로 전환하게 된다. 선거 후 문제가 된 것은 친박연대 비례대표 1번 양정례 당선자와 관련된 논란이었다. 양정례 당선자의 학력의 진위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었고, 비례대표 1번으로서의 상징성과 대표성이 없 다는 주장이 언론들에 의해 제기되었다(오마이뉴스 2008/4/11). 그러다 공천에 대한 대가로 양정 례 본인과 모친 김순애로부터 친박연대가 특별당비를 받았다는 매관매직 의혹이 제기되었고 (뷰스앤뷰스 2008/4/15), 이후 검찰수사에서 양정례, 김노식으로부터 30억원이 넘는 자금이 친박 연대에 입금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서청원 대표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었다. 이에 따라 신뢰의 4) 사후적 평가이지만, 2011년 말부터 한나라당 내에서 당내 쇄신과 관련된 논의가 비등하고 결과적으로 박근혜 전 대 표가 당내 쇄신을 위한 비상대책위원장 의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을 볼 때 2008년 당시 친박계의 충성심 은 충분한 근거가 있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15 정당 내 파벌의 항의(voice) 와 정치적 효과ㆍ141 정치인 박근혜 전 대표의 이미지에 친박연대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친박계 내부 에서 비등하게 되었고, 공동행보를 약속했던 친박무소속연대와의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실 제로 친박무소속연대의 한선교 의원은 나와 같은 무소속 당선자들의 경우는 (친박연대 당선자 들보다) 조금 더 가까운 시일 내에 한나라당 복당이 되어야 여러 잡음을 없앨 수 있을 것 이라 며 친박연대와의 거리두기 의사를 밝혔다(경향신문 2008/4/17). 친박무소속연대의 이탈에 따라 친박연대는 (한나라당으로부터의) 이탈 에 따르는 위협-의석수의 감소는 곧 국고 보조금의 감 소를 의미한다-을 비로소 실감하기 시작했고, 이후의 과정에서 상당수의 친박계 의원들은 한나 라당에 복당 을 사정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친박계 의원들의 복당, 즉 항의방식으로의 전환은 한나라당이라는 주인 정 당(전체 조직)의 관점에서 볼 때는 매우 긍정적인 것이었다. 허쉬만은 지나치게 쉬운 이탈 환경 은 전체 조직의 퇴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결국 항의 방식의 활성화가 조직 내의 활기차 고 건설적인 정치과정 구축에 보탬이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친박계 의원들의 복당(항의 방식 으로의 전환)은 비록 그들이 원하는 타이밍(timing)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항의 방식의 활 성화를 통해 복당 이후 한나라당이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며 국정을 주도하게 하는 주된 원동력 이 되었다. Ⅳ. 파벌의 정치적 효과 1. 권력의 정당성 확보 : 권력 내부의 견제(Built-in Check) 세력으로서 의 친박계 박철희(2011)에 따르면, 일본 자민당 내부의 파벌 간 정권 교체는 일본의 유권자들에게 유사 정권 교체 의 효과를 자아냈다. 부패한 다나카를 대신하는 깨끗한 미키, 복지 예산으로 인한 재 정 적자를 메우려는 후쿠다로의 정권 이행은 정책 노선에 변화를 주면서 국민들에게 새로운 자 민당의 이미지를 선사했다. 분명 자민당 내 파벌들은 어느 측면에서는 분권적이다 못해 자기분 열적 인 요소마저 지니고 있었지만, 5대 파벌의 확대지향적인 경쟁은 야당의 주장을 대폭 흡수 함으로써 야당의 입지마저 빼앗아가는 권력 지향성을 보여주었다. 또한 미국의 루이지애나주에서는, 공화당이 주의 유권자들에게 유의미한 정당으로 수용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 내의 두 개의 파벌이 양당제를 대체하는 역할을 수행하였다(Sindler 1955). 루이지애나의 파벌주의는 휴이 롱(Huey Long)이라는 인물의 등장과 크게 관련을 갖는데,

16 142ㆍ경희대사회과학 제38권 제2호 그 동안 대표되지 못했던 가난한 백인 집단들이 휴이 롱을 통해서 정치에 대한 참여를 시작하 였으며, 자칫 대중영합주의(populism)적인 호소에 휘말릴 수 있었던 집단들을 제도권 정치 내로 품어내는데 성공하였다. 이와 같은 정당 내 파벌의 활동은 루이지애나를 계속해서 집권하고 있 었던 민주당 주 정부에 대한 대중적인 지지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통치의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이와 같은 파벌의 정치적 효과는 허쉬만의 논의에서도 인정되고 있는데, 허쉬만은 경쟁적 정당체제가 없었더라면 일어날 수도 있는 혁명적 가능성이 경쟁적으로 비치는 정당체제 때문에 집권당에 대한 순치된 불만족 수준으로 그치고 만다 는 급진적 비판가들의 주장에 동의하였다. 또한 벨러와 벨로니(1978)는 이탈리아의 연합 정부에서 소수 파벌들이 충성스런 반대파(loyal opposition) 로서 스스로 야당의 역할을 수행하였음을 지적하였는데, 실제 야당이 권력에 대한 견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없는 이탈리아의 정치적 상황에서 지배 연합 내 파벌들은 정부 권력 내부 의 견제세력(built-in check on the power of the government) 으로 기능하였다. 박근혜 현상 에 대해 분석한 이철희와 정한울(2010)에 따르면, 실제 야당인 민주당의 존재감 이 미미한 상태에서(촛불시위 국면에서도 민주당의 지지율은 10% 초반에 갇힌 채로 전혀 상승 하지 않았다), 대중들은 여당 속의 야당 으로서의 친박계의 역할에 주목하였다. 당시 EAIㆍSBS ㆍ중앙일보ㆍ한국리서치가 2008년 3월, 18대 총선 한 달 전 실시한 패널조사에 따르면, 유권자 들 사이에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안정론(42.2%) 과 견제론(40%) 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었으며,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핵심적인 공약이었던 한반도 대운하(57.9% 반대), 영어몰입교육(49.7% 반 대) 등에 대해서도 과반수의 유권자들이 반대의 의견을 피력하였다. 그러나 같은 패널조사에서 민주당에 대한 정당 지지율은 14% 내외에 지나지 않았다(정한울 2010). 이처럼 야당의 존재감이 미미하고 집권세력이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중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여당 내의 다른 리더였고. 실제로 2010년 6월 지방선거 전까지 친박계는 제1야당의 위상을 차지하게 되었 다(이철희 2010). 물론, 친박계와 친이계 사이의 이데올로기적 간극이나 정책적 입장의 차이가 매우 컸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친박계의 존재로 인해 대중들이 당시의 정당체계를 비교적 경쟁 적 인 성격의 것으로 인식 하고, 그와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대중들이 제도권 정치로부터 이탈 하지 않고, 친박계라는 매개를 통해 집권 정부에 대해 항의 의 전략을 택하였다는 점이었다. 친 박계의 존재가 현 정권의 정당성, 안정성 확보에 기여했던 것이다. 5) 5) 이와 같은 표현이 이명박 정부는 대중들로부터 권력의 정당성을 인정받았음 을 뜻하는 것은 아니며, 친박계의 존재를 통해 상대적으로 조금이나마 정당성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17 정당 내 파벌의 항의(voice) 와 정치적 효과ㆍ 행정수도 이전 문제에서의 친박계의 역할 밀너와 프랭클린(Milnor and Franklin 1973)에 따르면, 정당이 이슈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취 하지 못할 때, 파벌은 정당을 대신하여 공개적으로 의견을 표출할 수 있다. 즉, 정당보다 비교적 의견 표출이 자유로운 파벌의 기능을 통해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를 공적으로 제기하고,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숙의(deliberation)의 절차를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친박계는 당시 유의미한 야당으로 기능하지 못하던 민주당을 대신하여, 이와 같은 파벌의 의견 표출 기능, 대표 (representation) 기능을 수행하였다. 2009년 7 8월, 미디어법의 국회 통과 과정에서 친박계가 갖는 정치적 영향력은 분명히 증명 되었다. 153석을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마음만 먹으면 어떤 법안도 통과시키는 것은 가능했 지만, 친박계가 그 법에 동의하는 것이 전제되어야만 했다. 이철희(2010)에 따르면 당내 친박계 의원의 수는 70 80명에 이르렀다. 2009년 9월 이후의 세종시 수정안 을 둘러싼 친이계와 친박계 간의 갈등 과정은, 권력 내부 의 견제세력 으로서 친박연대가 갖는 정치적 역할이 가장 두드러졌던 장면이었다. 2009년 9월 3 일, 정운찬 서울대 전 총장이 총리 후보에 내정되면서, 세종시 수정안을 둘러싼 당내 파벌 간 대 결은 본격화되었다. 한나라당은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 모두 충청 지역에서 전국 평균보다 약 10%나 낮은 득표율을 보였는데(2008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24석의 충청권 지역구 의석 중 단 1석만을 차지하였다), 세종시 수정안 은 이와 같은 충청 문제 를 해결하려는 친이계의 시도 였다. 친이계는 세종시 수정안을 통해 두 가지 정치적 효과를 노렸다. 첫째, 박근혜 전 대표에 대 한 견제이다. 당시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전 대표는 적게는 30%, 많게는 40%의 지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며 독주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친이계는 충청 출신의 차기 대권 후보인 정운찬 전 총장을 총리로 지명함으로써 박근혜 전 대표의 독주를 견제하고자 했던 것이다. 둘째, 세종시 수정안을 통해 친이계는 수도권 유권자들의 지지를 획득하고자 하였다. 어 차피 충청권의 지지를 확보할 수 없다면, 훨씬 더 많은 수의 유권자가 거주하고 있는 수도권의 지지를 받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2010년 1월 실 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응답자 중 51.9%가 세종시 수정안에 찬성하였으며, 34.6%만이 원안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철희 2010). 그러나 2010년 6월 29일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세종시 수정안은 재적 291명 중 275명 참석, 찬성 105명, 반대 164명, 기권 6명 의 결과로 부결되었고, 이는 친박계가 갖는 정치적 영향력만 을 재확인해주었다(조선일보 2010/6/30). 한나라당의 표결 결과는 계파에 따라 거의 정확히 나눠

18 144ㆍ경희대사회과학 제38권 제2호 졌는데, 한나라당 의원 168명 가운데 이날 표결 절차에 참여한 의원은 모두 157명이었고, 그 가 운데 찬성표가 102명, 반대표는 50명이었으며 기권이 5명으로 나타났다. 찬성한 한나라당 의원 102명 가운데 친이계 의원이 89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한 반면, 친박계로 파악된 의원 44명 가운 데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표를 던진 사람은 42명이었고, 최구식ㆍ진영 의원을 빼면 이탈표가 없 었다. 결과적으로 친박계는 다시 한 번 built-in check 의 기능을 수행하였고, 박근혜 전 대표는 신 뢰의 정치인 이라는 자신의 이미지에 맞게, 자신이 한나라당 대표시절( ) 1년여의 논의 끝에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특별법에 기초해 만들어진 세종시 원안을 지키는데 성공하였다. 그 러나 박근혜 전 대표의 세종시 원안 지키기 는 이후의 자신의 행보에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하였 는데, 2009년 9월, 즉 세종시 수정안을 둘러싼 갈등이 벌어지기 전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은 30%를 웃돌았으나, 2010년 초의 여론조사에서는 25%대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0년 6월 의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유권자들이 친박계라는 여당 속의 야당 의 존재 없이도 자신들의 불만 을 표출할 수 있는 수단을 획득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행정수도 이전 문제에서 나타나는 친박계의 활동은, 허쉬만 모델에 대한 배리(Barry 1974)의 비판과 관련해서도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배리는 이탈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항의보다 는 침묵(silence) 이 보다 합리적인 선택임을 주장하며 허쉬만 모델에서 항의 라는 대안이 과장 되었음을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이미 18대 총선에서의 성공을 통해 이탈의 위협 을 생생히 증 명해낸 친박계의 당시 상황, 6) 그리고 친박계의 항의에 대해 구체적인 처벌 기제를 갖고 있지 못 한 주인 정당의 상황에서 침묵 은 결코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었다. 친박계로서는 지속적으로 항 의를 표출하며 여당 속의 야당 으로서의 자신들의 존재감을 나타내는 것이 자신들의 궁극적인 목표인 2012년 대선, 박근혜 후보 당선 을 달성하기 위한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이와 같은 친박계의 활발한 항의는, 그들이 의도한대로 박근혜 후보의 높은 지지율과 한나라당 의 높은 정당 지지율로 귀결되었다 년 19대 총선과 친박계:새누리당의 승리 2011년 말,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점점 떨어지고 있었고, 한나라당으로서는 2012년 4월에 있을 선거에서 최대한 선방 하고, 2012년 12월 정권을 재창출하기 위해 어떤 변화의 조치 가 절실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율이 26 27% 정도에 그치고 있는 상황에 6) 허쉬만은 원상회복의 메커니즘으로서 항의방식이 잘 작동하기 위한 확률은 이탈의 위협이 뒷받침되어야 높아질 수 있다 고 지적한다.

19 정당 내 파벌의 항의(voice) 와 정치적 효과ㆍ145 서도, 친박계의 수장인 박근혜 후보의 대선후보로서의 지지율은 양자구도(vs 안철수, 문재인 등) 에서는 40% 이상, 다자구도에서도 30% 이상을 유지하였다(리얼미터 정례조사 2011; 2012). 이와 같은 상황에서 한나라당 쇄신, 변화의 중심은 당연히 박근혜, 친박계에 위치할 수밖에 없었고, 2011년 12월 19일 한나라당 전국위원회에서 박근혜 전 대표는 비상대책위원장 으로 추대되어, 다시금 당권을 장악하는데 성공하였다(동아일보 2011/12/17). 사실 19대 총선을 전후한 분위기는 여당의 참패가 예상되는 가운데, 과연 야당이 과반수를 넘겨 어느 정도의 의석을 차지하느냐 여부가 관심사였다. 그만큼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감은 큰 것처럼 느껴졌고, MB정권 심판 이 선거의 핵심 테마인 것처럼 보 였다. 민주당은 먼저 혁신과 통합, 국민의 명령 등 범야권, 민주진보세력들과의 통합을 통해 민주통합당 이라는 통합정당으로 창당하였고, 이어서 통합진보당 등 야권 후보와의 선거연대를 통해 선거에서의 승리를 확정짓고자 하였다. 민주통합당으로서는 야권연대를 통해 2010년 지방 선거에서 한나라당을 상대로 압승을 거두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야권연대만 무난 히 이루어진다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비대위체제로 변화하고, 2012년 2월 2일 당명을 새누리당 으로 변경하고 심지어 당의 상징색과 로고까지 바꾸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분명 19대 총선의 주요 테마는 MB 정권심판 이었지만, 일련의 변화를 겪으며 심판의 대상이 되어야할 MB정권 이 선거에서 사라져 버린 것이다. 새누리당은 분명 한나라당의 후신이었지만, 이제 더 이상 국정지지율 30%에도 못 미치는 이명박 대통령의 정당이 아니라, 대선후보 지지율 40%를 상회하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정당이었다. 게다가 한나라당의 상징색이었던 파란색, 즉 어느정도의 보수적 성격을 상징하는 색깔을 버리고, 보수정당으로서는 매우 혁신적인 빨간색 으로 상징색을 변경하면서 새누리당은 자신의 변화 를 유권자들에게 분명히 각인시켰다. 결과는 놀라웠다. 새누리당은 종전의 예상을 뒤집고 전체 300석의 의석 중 152석을 획득, 단 독과반수의 의석을 차지하는데 성공하였다. 물론 새누리당의 승리에 다른 정치적 요인들이 작용 하였음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MB정권심판론 에 대한 차단과, 파벌 간 권력 교체를 통한 새로운 정당 이미지의 창출이었다. 민주통합당의 예와 같이 정당 외부의 정치 세력까지 모두 포함하여 새로운 정당을 창당한 것도 아니고, 단순히 당명을 바꾸고 정당의 상징 색, 로고 등을 변경하는 조치를 취했을 뿐이었지만, 그 변화와 쇄신의 느낌은 유권자들에게 보 다 강력하게 전달되었다. 19대 총선 직후 서울대학교 한국정치연구소에서 실시한 정치와 민주주의에 대한 의식조사 의 분석결과를 보면 이와 같은 유권자의 인식변화가 잘 나타난다. 7) 아래 표 3은 새누리당에 투 7) 아래의 표 1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정치와 민주주의에 대한 의식조사 는 2000명이 넘는 표본을 확보함과 동시에

20 146ㆍ경희대사회과학 제38권 제2호 표 를 1, 다른 당에 투표 를 0 으로 코딩한 새누리당 지지여부 를 종속변수로 하여 연령, 교육 수준, 소득수준, 지역주의, 이념, 이명박 호감도, 박근혜 호감도 이상 7개 독립변수의 영향력을 검 증한 로지스틱 회귀분석 결과이다. 표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새누리당에의 투표를 가장 잘 설 명하는 변수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에 대한 호감도이다. 다른 변수의 값을 평균에 고정하였을 때, 박근혜 비대위원장에 대한 호감도가 1 상승할수록, 새누리당에 투표할 확률은 1.2% 상승한다. 호 감도 변수가 0점 100점의 범위를 갖는 점을 고려해볼 때, 이와 같은 값은 매우 큰 영향력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호감을 가질수록 새누리당에 투표할 확률이 증가하는 것 도 사실이지만, 그 영향력은 박근혜 비대위원장에 대한 호감도의 4분의 1에 그치고 있다. <표 1> 정치와 민주주의에 대한 의식조사 조사 개요 구분 내용 모집단 전국의 만19세 이상 성인남녀 표본크기 2047명 표본추출 2011년 2월 주민등록인구현황에 따라 성별, 연령별, 지역별 비례할당 후 무작위추출 표집오차 무작위추출을 전제할 경우,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표집오차는 ±2.2% 조사방법 대면면접조사 (PI) 조사기간 2012년 5월 3일 ( 木 ) 5월 21일 ( 月 ) 조사기관 (주)한국리서치(대표이사 노익상) <표 2> 주요변수에 대한 기술통계표 변수 평균 표준편차 연령 교육수준(0-7단계) 소득수준(1-9단계) 지역주의(0=타지역거주, 1=경상지역 거주) 이념(0=매우진보, 10=매우보수) 이명박 호감도(0 100) 박근혜 호감도(0 100) 새누리당 지지(0=타 정당 투표, 1=새누리당 투표) 전화조사가 아닌 대면면접조사를 통해 조사를 진행함으로써 데이터의 높은 신뢰도를 확보하였다.

21 정당 내 파벌의 항의(voice) 와 정치적 효과ㆍ147 <표 3> 새누리당 지지여부에 대한 로지스틱 회귀분석 결과 변수 dy/dx Std.Err. z P>z 연령 교육수준 소득수준 지역주의(0=타지역거 주, 1=경상지역 거주) 이념(0=매우진보, 10=매우보수) 이명박 호감도(0 100) 박근혜 호감도(0 100) 상수 Log Likelihood= N=1412 LR chi square(7)= 이상의 로지스틱 회귀분석 결과는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간접적으로나마 당내 파벌의 정치 적 효과를 증명해주고 있다. 정당 내 파벌간의 당권 교체를 통해, 새누리당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거부감으로 인해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를 망설이고 있던 잠재적 지지자들을 효과적으로 유인해냈다. 물론 레임덕에 시달리는 대통령이 퇴임에 즈음하여 속해있던 당을 탈당함으로써 정 당의 이미지를 쇄신하는 것은 한국의 정당정치사에서 흔한 방법이었지만, 2012년 4월 총선에서 와 같은 성공을 거둔 적은 많지 않았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아직 이른 평가일수 도 있지만, 현재까지 친박계-친이계 두 거대 파벌의 활동은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이라는 주인 정당(Host Party)의 운명에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Ⅴ. 결론 본 연구는 2007년 대선으로부터 2010년 6월 지방선거까지 기간 동안의 친박(박근혜)계의 활 동을 분석 대상으로 삼아, 친박계의 탈당과 복당 과정을 설명하고, 파벌이 가질 수 있는 정치적 순기능과 효과를 밝히고자 하였다. 연구 결과, 첫째, 친박계의 탈당과 복당 과정에서 조직으로부 터의 이탈 과 조직 내부에서의 항의 를 촉진하는 당시의 정치적 환경ㆍ제도적 환경의 영향력이

22 148ㆍ경희대사회과학 제38권 제2호 확인되었다. 탈당 과정에서는 2007년 대선에서 2008년 총선에 이르는 기간 동안 한나라당이 가 졌던 지배적인 정당으로서의 지위, 제3당 설립에 유리했던 당시의 정당체계, 박근혜 개인의 지 역적 기반, 1인 2표제의 비례대표제 등이 탈당(조직으로부터의 이탈 )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 용하였으며, 복당 과정에서는 박근혜에 대항할 당내 유력 대권 후보의 부재, 친박연대 내부의 공천 비리 사건 등이 복당(조직 내부에서의 항의 )를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둘째, 정권 내부의 충성스런 반대파 로서 친박계가 일종의 기능적 역할 을 수행하였음이 나타났다. 친박계 는 여당 내부의 야당 으로서 과반수가 넘는 의석수를 점유하고 있는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의 전횡을 방지하는 역할을 수행하였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정당 체계의 경쟁성 을 만들어냄으로 써 정권의 정치적 정당성 확보에 기여하였다. 셋째, 파벌 간 경쟁이 종료되는 국면이었던 19대 총선에서, 파벌은 정당 내 권력교체 를 통해 주인 정당의 이미지를 쇄신하는데 크게 기여하였 고, 이는 19대 총선에서 예상을 뒤엎고 새누리당이 대승을 거두게되는 주된 요인이 되었다. 서론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본 연구는 파벌의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만 집중했던 기존 국내 연구의 한계점을 극복하고, 실제 정당 정치에서 나타나는 파벌의 다양한 양태와 그들이 수행하 는 정치적 기능을 설명하고자 하였다. 기존의 파벌에 대한 인식에 따르면 파벌은 이합집산을 반 복하는 조직으로서, 정당뿐만 아니라 전체 정당 체계의 불안정성을 불러오는 요인으로 받아들여 졌다. 실제로 지금도 많은 정치인들은 계파 간 갈등을 해소하는 것만이 살길이다 라면서 정당 내 통합을 자신들의 지상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정당(host party)에 대한 지지율이 떨어질 때마다 정당 내부의 파벌에게 책임을 묻는 메커니즘은 매우 익숙하다. 정당 내부에서 당원끼리 싸우는 사이에 타 정당에게 유권자들의 지지를 뺏겼다는 것이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정당 내부의 파벌 간 갈등이 유권자들에 의해 반드시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한국 정치 문화의 특성상 여전히 파벌 에 대한 무조건 적인 거부감이 존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2008년~2012년까지의 친박계처럼, 파벌은 정당 체계의 경쟁성ㆍ민주성을 유권자들에게 확인시켜주고, 기존 정당들이 제공하지 못했던 새로운 정책적 대안을 제공할 수 있다. 2011년 12월, 박근혜 전 대표가 당 쇄신을 위한 비상대책위원 장 을 맡고 당을 접수하면서 친박계 가 갖는 파벌로서의 의미-친이계의 대립항-는 상당부분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파벌 조직의 특성은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정치적ㆍ제도적 환경 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다. 친박계가 현재의 기능적 속성을 유지할지, 아니면 네토와 산 토스(Neto and Santos 2001)의 브라질 파벌 연구에서처럼 대통령 후원 파벌 로 변화하게 될지, 6 개월 남은 대통령선거를 향해 가고 있는 2012년의 행보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23 정당 내 파벌의 항의(voice) 와 정치적 효과ㆍ149 참고문헌 김계수(1971), 당내 파벌과 파쟁, 선거관리, 8월호. 서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박경미(2008), 18대 총선의 공천과 정당조직, 한국정당학회보, 제7권, 2호, 한국정당학회, pp 박영희(1990), 정당파벌의 행태변화 연구 -제3ㆍ4공화국을 중심으로-,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 교학과 석사학위 논문. 박철희(2011), 자민당 정권과 전후 체제의 변용, 서울: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안승국(2010), 국회의원 선거제도의 변화와 정치적 효과: 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를 중심으로, 한국정치외교사논총, 제32집, 1호, 한국정치외교사학회, pp 양성은(1998), 신민당 파벌재편에 관한 연구, ,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석사학 위 논문. 윤승모(2011), 친박연대 1095일, 파주: 나남. 이동윤(2008), 정당의 후보선출제도와 정당정치의 문제점: 제 17대 대통령 선거를 중심으로, 한국정당학회보, 제7권, 1호, 한국정당학회, pp 이영훈(2000), 파벌로 보는 한국야당사, 서울: 에디터. 이철희(2010), 박근혜의 힘을 낳는 정치구도와 전략, 김종욱ㆍ김현태ㆍ안병진ㆍ이철희ㆍ정한울 저, 박근혜 현상, 고양: (주)위즈덤하우스. 정준표(2009), 친박 돌풍의 근원지 : 대구 서부 지역, 한국정당학회 편, 18대 총선 현장 리포트 : 18인 정치학자의 참여관찰, 서울: 푸른길. 정한울(2010), 여론을 통해서 본 박근혜의 강점과 딜레마, 김종욱ㆍ김현태ㆍ안병진ㆍ이철희ㆍ정 한울 저, 박근혜 현상, 고양: (주)위즈덤하우스. 조의환(2001), 한국 정당의 파벌에 관한 연구 : 역대 정권의 주요 정당을 중심으로, 동국대학교 정치학과 박사학위논문. 황아란(2009), 한나라당 공천파동과 친박(무소속)연대의 등장 : 영남 지역, 한국정당학회 편, 18대 총선 현장 리포트 : 18인 정치학자의 참여관찰, 서울: 푸른길. Aronoff, Myron J.(1978), Fission and Fusion: The Politics of Factionalism in the Israel Labor Parties, In Frank Belloni and Dennis Beller, eds. Faction Politics: Political Parties and Factionalism in Comparative Perspective, Santa Barbara: ABC-Clio, Inc. Barry, Brian(1974), Review Article: Exit, Voice, and Loyalty, British Journal of Political Science, No. 4, pp Bélanger, Éric(2004), Antipartyism and Third-Party Vote Choice: A Comparison of Canada, Britain, and Australia, Comparative Political Studies, Vol 37, No. 9, pp

24 150ㆍ경희대사회과학 제38권 제2호 Beller, Dennis C. & Frank P. Belloni(1978), Party and Faction: Modes of Political Competition, In Frank Belloni and Dennis Beller, eds. Faction Politics: Political Parties and Factionalism in Comparative Perspective, Santa Barbara: ABC-Clio, Inc. Belloni, Frank P.(1978), Factionalism, the Party System, and Italian Politics, In Frank Belloni and Dennis Beller, eds. Faction Politics: Political Parties and Factionalism in Comparative Perspective, Santa Barbara: ABC-Clio, Inc. Boucek, Francoise(2009), Rethinking Factionalism: Typologies, Intra-Party Dynamics and Three Faces of Factionalism, Party Politics, Vol. 15, No. 4, pp Brass, Paul R.(1965), Factional Politics in an Indian State: The Congress Party in Uttah Pradesh, Berkeley, California: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Campbell, Bruce A. and Sue Ellen M. Charlton(1978), The Ambiguity of Faction: Fragmentation and Bipolarization in France, In Frank Belloni and Dennis Beller, eds. Faction Politics: Political Parties and Factionalism in Comparative Perspective, Santa Barbara: ABC-Clio, Inc. Cyr, Arthur(1978), Cleavages in British Politics, In Frank Belloni and Dennis Beller, eds. Faction Politics: Political Parties and Factionalism in Comparative Perspective, Santa Barbara: ABC-Clio, Inc. Dalton, Russell J. and Mantred Kuechler(1990), Challenging the Political Order: New Social and Political Movements in Western Democracies. Oxford: Polity. Hirschman, Albert O.(1970), 강명구 역(2005),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 파주: 나남. (1993), Exit, Voice, and the Fate of the German Democratic Republic: An Essay in Conceptual History, World Politics Vol. 45, No. 2, pp Ignazi, Piero(1992), The Silent Counter-Revolution: Hypotheses on the Emergence of Extreme Right-wing Parties in Europe, European Journal of Political Research, Vol. 22, No. 1, pp Kato, Junko(1998), When the Party Breaks Up: Exit and Voice among Japanese Legislators, The American Political Science Review, Vol. 92, No. 4, pp Langston, Joy(2002), Breaking Out is Hard to Do: Exit, Voice and Loyalty in Mexico s One-Party Hegemonic Regime, Latin American Politics and Society, Vol. 44, No. 3, pp Lehman-Wilzig, Sam N.(1991), Loyalty, Voice, and Quasi-Exit: Israel as a Case Study of Proliferating Alternative Politics, Comparative Politics, Vol. 24, No. 1, pp Milnor, Andrew J. and Mark N. Franklin(1973), Patterns of Opposition Behaviour in Modern Legislatures, In Allan Kornberg, ed. Legislatures in Comparative Perspective. New York: David McKay Co.

25 정당 내 파벌의 항의(voice) 와 정치적 효과ㆍ151 Mudde, Cas(1996), The Paradox of the Anti-Party Party: Insights from the Extreme Right, Party Politics, Vol. 2, No. 2. pp Müller-Rommel, Ferdinand(1998), Explaining the Electoral Success of Green Parties: A Cross-National Analysis, Environmental Politics, Vol. 7, No. 4, pp Neto, Octavio Amorim and Fabiano Santos(2001), The Executive Connection: Presidentially Defined Factions and Party Discipline in Brazil, Party Politics, Vol. 7, No. 2, pp Olson, Mancur(1965), The Logic of Collective Action: Public Goods and the Theory of Groups, Cambridge: Harvard University Press. Orbell, John M. and Toru Uno(1972), A Theory of Neighborhood Problem Solving: Political Action vs. Residential Mobility, The American Political Science Review, Vol. 66, No. 2, pp Sharp, Elaine B.(1984), Exit, Voice, and Loyalty in the Context of Local Government Problems, The Western Political Quarterly, Vol. 37, No. 1, pp Sindelr, Allan P.(1955), Bifactional Rivalry as an Alternative to Two-Party Competition in Louisiana, The American Political Science Review, Vol. 49, No. 3, pp Zariski, Raphael(1965), Intra-Party Conflict in a Dominant Party: The Experience of Italian Christian Democracy, Journal of Politics, Vol. 27, No. 1, pp (1978), Party Factions and Comparative Politics: Some Empirical Findings, In Frank Belloni and Dennis Beller, eds. Faction Politics: Political Parties and Factionalism in Comparative Perspective, Santa Barbara: ABC-Clio, Inc. 경향신문, 2008년 4월 17일. 동아일보, 2011년 12월 17일. 뷰스앤뷰스, 2008년 4월 15일. 오마이뉴스, 2008년 4월 11일. 조선일보, 2010년 6월 30일. 한겨레, 2008년 1월 26일. 한겨레21, 2000년 3월 30일. 리얼미터(2011), 정례조사. 서울대학교 한국정치연구소(2012), 정치와 민주주의에 대한 의식조사.

26 152ㆍ경희대사회과학 제38권 제2호 The Political Effect of the Factionalism in Party : The Analysis of the Park Faction since 2008 Jung-Min Song The Department of Political Science and International Relations, MA Candidate.Seoul National University ABSTRACT This study focuses on the case of the Park Geun-Hye Faction, a faction of Grand National Party (GNP) in Korea. This study applied Albert Hirschman s Exit, Voice, Loyalty model to the Park Faction s case, and tried to show the functional role of the factions in the party. The result of this research showed that the Park Faction functioned a political role as loyal-opposition in the Lee government, and the voice of the Park Faction produced quasi-regime change effect. Key Words:faction, the Park Faction, Park Geun-Hye, Albert Hirschman, exit, voice, Saenuri Party. Received June 30, 2012 Revised August 16, 2012 Accepted August 23,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