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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화매개공간 에서 만난 부 산 의 예 술 가 들 작은 공간 큰 이야기 4

2 작은 공간, 큰 이야기 4 -문화매개공간 쌈 에서 만난 부산의 예술가들 엮은이 초 판 김상화 1쇄 발행 2014년 12월 29일 펴낸곳 펴낸이 디자인 진 행 기 획 도서출판 호밀밭 장현정 소풍디자인 김정란 남혜련 문화매개공간 쌈 등 록 2008년 11월 12일(제 호) 주 소 부산 수영구 광안해변로 125 남천K상가 B1F 전 화 팩 스 홈페이지 전자우편 값 10,000원 ISBN ISBN (세트) c 2014, 김상화 * 이 책은 의 지원금을 받아 출판 되었습니다. * 잘못된 책은 구입하신 곳에서 바꿔드립니다.

3 문화매개공간 에서 만난 부 산 의 예 술 가 들 작은 공간 큰 이야기 4 김상화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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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목 차 7 Prologue 문화매개공간 쌈 11 1부 쌈수다-2014년 41개의 이야기 179 2부 쌈전시-2014년 쌈전시 189 3부 더 많은 쌈, 더 많은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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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Prologue 문화매개공간 쌈

8 네 번째 책을 내면서 5년이란 세월이 문화매개공간 쌈 을 엮어 왔습니다. 200여 명 부산의 문화예술인들이 쌈수다 를 이어 왔습니다. 젊은 미술가들이 채운 쌈의 전시들은 5년 간 쉼 없이 계속되어 왔습니다. 독립영화 상영을 비롯한 작은 모임들이 문화매개공간 쌈 을 채워 왔습니다. 도시철도 수영역 지하상가 끄트머리에 자리한 정말 작은 공간입니다. 도시철도라는 공간에 문화예술을 심은 첫 공간입니다. 이후 도시철도 여러 곳에 북카페 도 만들 어지고, 민락인디트레이닝센터 까지 생겨 날 정도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왕성하게 돌리는 시작이 8 문화매개공간 에서 만난 부산의 예술가들

9 되었던 곳입니다. 그럼에도 아직도 이곳을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가까이에 계신 분들도 지하상가 에 이런 공간이 있는지 잘 알지 못합니다. 도시철도를 이용하는 역세권에 있지만 상가는 뚜욱 떨어져 있는 곳이니 일부러 지나는 걸음이 아니면 알아채기 어려운 곳이지요. 이곳도 상가 재개발의 바람을 타고 대규모 개발에 휘청거리기도 하였지만 다행스럽게도 지금껏 그 모습 그대로 상가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물론 문이 닫힌 곳도 있긴 하지만 올망졸망 가게들이 잇대어 있고 걸음들도 끊이진 않습니 다. 바로 옆으로 잇댄 가게들은 캘리그라피 강습소, 한국화 강습소, 도자기 숍들이 들어서면서 자생 적인 아트마켓이 형성될 조짐도 보이고 있습니다. 억지로 성과를 끌어내려 애쓰지 않지만 시나브로 이곳은 부산교통공사의 문화예술 사업의 상징이 되고 있다 자부합니다. 그런데요. 이 일들은 언제부터 대단한 계획을 세워 시작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문화매개공간 쌈 이 나름 전략을 가지고 연 공간이라고 한다면, 쌈수다 는 없는 운영비로 가능한 프로그램을 고민하 다 있는 게 사람뿐인 일을 덜컥 시작한 게 열 번이 되고 스무 번이 되면서 멈출 수 없는 상황이 되었 던 것이고, 그 가운데서 매주 쉬지 않고 진행하는 것 과 부산에서 10년 이상 활동한 문화예술인 으로 원칙같은 틀이 정해져서 서른 번을 지나며 자리를 잡게 된 것입니다. 바로 이 두 가지는 쌈수 다 를 지켜 낸 핵심이었습니다. 그저 그것뿐인 일이었지만 이 일이 얼마나 큰 가치를 가질 것인지에 대해 염두에 두지도 않았고 알지도 못했습니다. 우리 부산에서 10년이 넘도록 열정을 다하는 젊은 예술가들은 바로 내 곁에 있었지만 그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어우렁더우렁 지내 왔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를 점차 깨 닫게 되었고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은 때에 훅 다가 왔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저는 세상을 살면 서 가장 잘 했다 싶은 일이 쌈수다 이겠다 싶고, 가장 즐거웠던 시간이 쌈수다 시간이었으며, 가 장 행복했던 일이 쌈수다 였다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제 시즌2를 준비합니다. 제가 섭외하고 진행하던 방식에서 진행자를 8분 이상 모시려 합니다. 그 분들은 지난 5년간 쌈수다 와 이런저런 관련을 맺었던 분들입니다. 그 분들이 모시는 분들도 역 시 10년 이상 활동한 3040 연령대의 예술가들 이겠으나 제가 미숙해 빠뜨려 왔던 여러 가지를 채 작은 공간 큰 이야기 9

10 워 주실 것이라 기대를 한껏 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애정과 격려를 보내 주시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다. 여전히 우리들의 희망은 우리들이다 싶습니다. 함께 해 주신 여러분께 고마운 인사 넙죽 드립니 책을 네 권이나 내 오면서도 지면을 늘리지 못해 수다로 해 주신 귀한 말씀들을 골라 실을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이 여전합니다. 그리고 죄송스럽습니다. 바다같이 넓은 헤아림이 있으면 좋겠다 싶습 니다. 문화매개공간 쌈 을 있게 하는 수없이 많은 분들의 열정에 작으나마 보답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으로 부족한 책을 엮어 봅니다. 2009년 문을 열 당시 부산교통공사 사장 안준태 님, 기획본부장 배광효 님이 시작해 주신 일이 지 금 기획본부장 김영식 님에 이르기까지 애정으로 지원을 해 주신 덕분으로 의미있는 공간이 지속되 고 있음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물론 고객홍보실의 모든 분이 일일이 챙겨주신 손길을 잊을 수 없 지요. 책을 만들어 주시는 도서출판 호밀밭의 대표 장현정 님, 예쁘게 꾸며 주시는 소풍 디자인커뮤니케 이션의 김정란 님, 책이 되도록 일일이 녹취를 푸는데 도움 주신 여러분께 큰 사랑을 보냅니다. 함께 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마음 다해 고마운 인사 올립니다. 2014년 12월 문화매개공간 쌈에서 김상화가 대신해서 몇 자 적었습니다. 10 문화매개공간 에서 만난 부산의 예술가들

11 1부 쌈수다-2014년 41개의 이야기

12 쌈수다-2014년 41개의 이야기 /07 김성연(전시기획자) 대안공간 반디 /14 김현일(대금주자) 우리소리 우리가락 청 /21 배진만(연극배우) 가난한 연극배우 /28 박배일(다큐 감독) 잔인한 계절 /04 배길남(소설가) 자살관리사 /11 박상현(맛 칼럼니스트) 일본의 맛, 규슈를 먹다 /18 신문범(국악전문단체 타로) 타악인생-두드린다! /25 송 진(시인) 시 이전의 시 /04 구수경(부산인권포럼) 절망 사회에서 길찾기 /11 양수성(고서점대표&문화기획가) 누런 책방골목의 푸른 사람 /18 여상훈(에프랑) 쟁이와 함께 하는 일상; 또 다른 메세나 /25 임상규(조각가) 종이접기(Dear Story;사슴접기) /01 최의덕(극단 자갈치) 오마이갓뎅 /08 배민기(만화가) 쌈닭-삼백일간의 떼들섬 나라 /15 최연순(발레리나) 피고 지고 그리고 피고 지고 /22 김일두(가수) 문제없어요 /29 김성겸(국악밴드 아비오) 날아라 풍뎅이 /06 류기정(도예가) 취미는 도예가 밥벌인 교육가 /13 전현미(현미밴드) 내 인생의 당기쇼 펼치쇼 부르쇼 /20 신용철(큐레이터)-잠수함 속의 토끼 12 문화매개공간 에서 만난 예술가들

13 180 05/27 김지운(다큐멘터리 감독) 일본 속의 조선사람 /03 이현식(극단 새벽) 우공이산 /10 김광우(부산국제록페스티벌) 꿈꾸는 라이브데이 /17 서상호(오픈스페이스 배) 배? 배? /24 김명수(가야금 연주자) 현's tory : 여우를 꿈꾸는 곰 /05 남선주(춤꾼) 불매향( 不 賣 香 ) /12 이승욱(안녕광안리) 안녕광안리 /19 배유안(동화작가) 초정리 편지 /26 이정자(화가) 여름날 꽃비를 기다리며 /02 황경민(카페 헤세이티) 지금 여기, 그리고 시인 /23 사윤주(갤러리 마레) 꽃피우다 /30 홍성률(드럼&퍼커션 연주가) 드럼 뚜드리 /07 차재근(문화상상가, 문화소통단체 숨) 문화판에 뛰어들다 /14 박현주(김해뉴스 문화부 차장) 책과 세상 /21 김창욱(음악평론가) 나는 이렇게 들었다 /28 조대일(남산놀이마당) 타악퍼포먼스 타퍼 /04 정성욱(촬영감독) 카메라에 담긴 영화 /11 이정남(극단 맥) 비나리 /18 강희정(춤꾼) 농담(2014) /25 최윤진(동화작가/문화행정가) 우리 함께 문화의 바다로! /16 윤웅태(부산반빈곤센터) 빈곤과 차별없는 세상을 위한 연대 작은 공간 큰 이야기 13

14 160 >> 김성연 전시기획자 2014년 1월 7일 대안공간 반디 부산 출생으로 홍익대학, 뉴욕대학, 동명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했고 영상, 사진, 회 화, 설치 등 다양한 매체와 방식으로 작업을 하며 15회의 개인전과 후쿠오카 트리 엔날레, 시드니 비엔날레 등의 전시에 초대되었다. 1999년부터 2011년까지 <대안 공간 반디> 운영, 월간미술지 <B-ART> 발행, <부산국제비디오아트페스티발>, 레지 던시와 교육 프로그램 그리고 전시기획을 포함한 비영리 미술활동을 했으며, 현재 부산에서 강의와 작업을 하고 있다. 대안공간 반디 가 생겨나기 수년 전, 1999년 대안공간 섬 이라는 이름의 공간을 운영했었습니 다. 30대 초 중반인 3명의 미술인이 각자의 영역에서 고민한 결과로 탄생시킨 대안공간 섬 은 당 시에 익숙하지 않았던 대안공간 이란 명칭을 처음으로 사용했던 전시공간이었죠. 부산으로 돌아 온지 얼마 안되었던 저는 작가의 입장에서 마음껏 설치할 여건의 전시 공간이 부족하고 벽 에 못 하나 치는 것도 제약을 받는 부산의 전시환경, 특히 젊은 작가들에게 제공되는 기회 가 거의 없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이 있었고, 당시 상업화랑에서 일을 하던 이영준 큐레이터 는 전시기획의 한계를, 부산시립미술관에서 학예사로 근무하던 (고)이동석씨는 제도와 행정 에서 자유롭지 못한 공공미술관의 문제를 고민했죠. 이렇게 각자의 고민들이 모여져 시작하게 되었는데 1년 남짓 활동하다 임대로 있던 공간의 빌딩이 은행으로 넘어가면서 중단되었습니다. 14 문화매개공간 에서 만난 부산의 예술가들

15 이후 내부적으로 다른 공간을 확보하는데 힘들었고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이나 단체가 이와 유사한 활동을 전개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특별한 움직임이 없었죠. 그래서 작지만 민락동 동방오거리 근처 제 작업실을 개조하여 2002년부터 반디 라는 이름으로 다시 대안적 활동을 이어가게 됩니다. 이전 보다 작은 공간이라 월세 부담도 비교적 적었기에 대관이나 지원 없이 홀로 운영하기 시작했고 공간 의 성격이나 내용면에서도 일반적인 공간과 차별화된 특정한 성격을 가지려 시도했는데, 특히 미디 어를 비롯한 실험적 작품에 집중했습니다. 혼자 꾸려가다 보니 어려움도 컸지만, 반면 작은 규모였기 때문에 오히려 장점도 있었던 것 같습니 다. 운영이나 공간의 성격, 전시 등 여러 면에서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고, 대부분 설치작업을 하는 작가들의 개인전 공간으로 크기가 부담스럽지 않았던 부분도 있었을 겁니다. 당시엔 제가 가지고 있 었던 모니터나 프로젝터만 있어도 도움이 되던 시절이었죠. 이 장소에서의 활동이 계속되었고 신양 희 큐레이터 등 식구들도 생겨나,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졌습니다. 아직도 눈에 선한데, 당시 집기 철거와 공간조성을 위해 부산의 젊은 작가, 학생들이 추운 날 고생 하며 함께 했던 시간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참 많은 작가들과 지원군들이 힘을 보탰습니다. 비용도 많이 들었고 시간도 많이 걸렸지만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간다는 자부심도 있었겠지요. 목욕탕에서의 대안공간 반디 는 이렇게 탄생했고, 오픈 날 모두에게 감사하는 마음에 목이 메어 와 말을 잇지 못 했죠. 이러한 마음 때문에 공간운영을 쉽게 생각하거나 사사롭게 생각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들 공간을 운영하며 많은 개인전과 기획 전시들을 개최했는데, 섬 에서부터 공모를 통해 작가, 기획자를 선정해 신진작가들을 지원하는 시스템도 만들었습니다. 당시의 여느 공모전과는 다른 시도 였죠. 새로운 시도를 하는 실험적 작업들을 주로 소개하려 했는데, 영상이나 사진, 빛, 소리, 몸이 연 관된 미디어작품이나 설치 시간이 오래 걸리고 과정이 중요한 작업 등 기존의 화랑에서 소화하기 힘 든 작품들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 외에도 작가들의 작품을 도록으로 만들어서 해외에 배포하는 일종의 프로모션을 시도했는데, 실제 해외에서 연락이 와서 활동 계기를 만든 사례도 있었습니다. 또 반디에서 전시를 한 이후에 활 동 반경이 커지는 경우가 꽤 생겨나면서 작가들에게 중요한 공간으로 인식되었던 것 같습니다. 작은 공간 큰 이야기 15

16 작가만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전시도 1년에 한 번씩은 했었던 것 같습니다. 일종의 나 도 예술가 같은 프로그램으로 일반인들이 직접 참여해 작품을 만들기도 하고 해외나 타지 에서 보낸 이미지를 출력해서 하는 전시도 있었습니다. 마지막 2년은 반디 근처의 주민들과 함 께 진행 했는데, 몇십 만원의 예산으로 한 작은 커뮤니티 프로젝트였죠. 오픈 날 떡볶이 가게 이모가 협찬도 해주셔서 동네 분들이 함께 하기도 하였습니다. 또 주변 학교의 학생들과 반디를 놀이터로 이 용하던 인근 아이들과 작가가 함께 하는 프로젝트 등 아래에서부터의 공공미술을 시도하기도 했습니 다. 이들 활동을 눈여겨 본 분들이 보다 확장된 프로젝트를 제안하기도 했지만 그러다 이 동네가 좋 아지면 임대료가 높아져서 우리가 옮겨야 할지도 모르기에 하지 않겠다고 농을 했던 기억도 납니다. 2004년부터 교육 프로그램도 꾸준히 진행하였습니다. 영상관련 수업이나 미술대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신진작가에게 도움 되는 내용, 일반인 대상으로 한 미술과 인접 장르를 아우르는 인문수업 들을 주로 방학을 이용해 진행 했었죠. 특히 마지막까지 기획자, 큐레이터 관련 교육은 많은 공을 들 인 프로그램으로 지속되었으면 좋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초창기부터 작가만이 아니라 기획자공모 를 하거나 기획 관련 교육프로그램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기획자 양성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 당시 부터 잘 키운 기획자 하나, 열 작가 안 부럽다 는 말을 하고 다녔으니까요. 오직 기획자를 위한 반디의 국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한 것도 이러한 관심의 연장선이었지 요. 물론 영상이나 사진과 같은 매체를 제한하여 진행한 해도 있었으나 국내외 기획자들을 대상으로 16 문화매개공간 에서 만난 부산의 예술가들

17 한 레지던시는 당시만 해도 생소한 시도로 보였지요. 그리고 부산국제비디오아트페스티벌은 올해로 11년째를 맞았는데요. 지역에서 단채널 비디오작품 관련한 행사가 이처럼 지속되기는 쉽지 않은 일 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미술 담론을 위한 지역매체의 필요성은 대안공간 섬 을 시작할 당시부터 인식하였는데 여러 여건 상 실행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온라인 매체 발간을 위한 시도 등을 하다가 지속 되지 못했고, 결국 2009년 다들 우려의 눈길을 보냈지만 그냥 안하는 것보다는 시도라도 하자는 마 음으로 월간미술잡지 B-ART 를 창간하였습니다. 물론 초기부터 반디의 유능한 식구들과 신양희, 그리고 김만석 등 필진과 편집인들이 함께 하였기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만 반디의 활동중지와 함께 잡지도 동력이 약해졌지요. 개인적으로는 작업과 기획 혹은 운영을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미술대학에서 실 기를 전공했고 특히 당시에는 기획 관련 교과 과정 자체가 없었고 기획에 대한 인식조차 없었을 시기 였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이후 타지에서 보내다 부산에 와서 여러 열악한 상황들을 목격하면서 작품 활동만이 아닌 다양한 현실에 직접 관여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어쩌면 제가 잘 못했고 스스로 아 쉬웠던 부분들을 후배나 다른 작가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것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공간에 대한 관심도 많았던 것 같고요. 아무튼 기획 관련 일은, 단지 전시를 만드는 것만이 아니라 크게는 세상을 어떻게 볼 것인 지의 문제와도 닿아 있는 것 같은데요, 기존의 것들을 조합하거나 분류하는 일이라도 의미 있게 한다면 상당히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기획자는 작가 못 지않게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최근에는 기획자의 역할이 과거보다 창의적 활동으로까 지 이어진다는 인식을 대부분 하고 있기도 합니다만 여전히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얘기는 이 정도로 마칠까 합니다. 작은 공간 큰 이야기 17

18 161 >> 김현일 대금주자 2014년 1월 14일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예술강사(2008년-현재) 문화예술교육사 2급 우리소리 우리가락 청 <이수> 국가중요무형문화재 45호 대금산조 국가중요무형문화재 43호 수영야류 국가중요무형문화재 62호 좌수영어방놀이 부산시 무형문화재 2호 수영농청놀이 수다 하는 시간이라고 해서 수다가 막히면 연주하려고 악기를 가지고 왔습니다. 앞으로 부는 악기 와 옆으로 부는 악기가 있는데 아무 것도 끼우지 않고 부는 형태와 리드 라고 하는 (우리말로는 혀 설자를 써서 서 ) 것을 끼워서 연주하는 형태가 있습니다. 또 대나무만 있는 악기가 있고 얇은 막이 붙어 있는 악기로 나뉘기도 합니다. 다 음색을 내기 위한 원리로 되어있습니다. 북간도쪽 훈춘시에 는 퉁소마을이 있는데 일제강점기 때 우리나라에서 퉁소를 불지 못하게 해서 퉁소 부는 분들이 모여 만든 마을입니다. 퉁소와 대금에는 갈대 안에 얇은 막을 채취해서 말려놓은 것으로 청 이라고 하는 것을 붙입니다. 이 청에 물을 묻혀서 연주를 하면 청이 떨리면서 소리도 커지게 됩니다. 확성기 앞에 있는 막 역할을 하는 겁니다. 북한에서는 애원성을 연주하는 악기라고 해서 퉁애 라고 합니다. 제가 제일 오래 접하고 여러 선생님을 만난 악기가 태평소입니다. 1994년도에 김동표 선생님을 만 18 문화매개공간 에서 만난 예술가들

19 나서 대금산조와 호적시나위를 배우고 2002년에 수영민속보존회에 와서 이성옥 선생님께 옛날 느낌 의 가락을 배웠던 악기가 태평소입니다. 태평소의 서는 갈대로 만드는데 껍질을 한 꺼풀 벗기면 노란 껍질이 나오고 그걸 한 꺼풀 더 벗기면 하얀 속살이 드러나는데 그걸 가지고 만듭니다. 자세히는 겹 서 라고 합니다. 중요한 연주가 있을 때는 직접 깎아서 만듭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서당에 다녔었는데 고등학교 때 단소를 좋아하게 되었고 대학교는 한문학 과를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탈춤동아리 전통예술연구회에서 탈춤을 출 때마다 쓰이는 음악을 연주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대금산조 예능보유자이신 김동표 선생님을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그 선생님께 태평소를 배우고 대금산조를 배우라는 권유를 하셔서 계속하게 되었습니다. 한문학과는 졸업을 하고 다시 수능을 쳐서 국악학과에 입학해 1학년부터 다시 다녔습니다. 한문학과를 다니면서 무형문화재 이수를 하고 공연활동을 계속 했죠. 국악학과를 들어와서도 공연하느라 학교를 제대로 다니진 못했습니다. 수영 민속 보존회에서 계속 공연활동을 하였습니다. 국악에 관련된 문헌이 한자 로 되어있어서 한문을 전공한 것이 악기 이름의 유래를 빨리 이해하고 정리를 할 수 있게 된 데 도움 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1994년 한문학과에 들어가서1999년도 졸업과 동시에 한국음악학과에 입학하여 2008년도에 졸 업하고 2010년도에 부산대학교 예술문화와 영상매체협동과정에서 미학전공으로 입학하여 공부하고 있습니다. 무식한 딴따라라는 말이 싫었고 역사적 사실이나 의미를 표현하고 싶어서 계속 공 작은 공간 큰 이야기 19

20 부를 하게 된 것 같습니다. 군대에 있을 때 무형문화재 이수증을 받았는데 인간문화재가 군대에 왔다는 소문이 나서 마지막 1 년 정도는 사단장이 중대규모의 풍물부대를 만들어줘 각종 축제에 불려 다니면서 공연을 했죠. 아무 튼 군대에서도 그렇게 악기를 손에서 놓지 않고 할 수 있었습니다. 제대하고 대금선생님께 갔습니다. 부산에는 크게 3개 민속관이 있는데 동래민속관, 구덕민속예술 관, 수영민속예술관이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동래민속단체에 계셨는데 수영고적민속예술보존협회 를 추천해주셔서 견문도 넓히고 여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현재 소속된 단체 구성원의 평균나 이가 58세 정도 됩니다. 제가 27살에 들어와서 올해 40살인데 아직 막내입니다. 제 밑으로 들어오는 신입이 55살입니다. 평균연령이 계속 올라갈 겁니다. 제가 나이를 먹을수록 밑에 들어오는 젊은 사람이 없어 소멸될까 걱정이 되죠. 다들 연세가 있다 보니 큰 변화보다는 유지하려고만 하죠. 악기라는 것이 생명을 가지려면 계속 연주가 되고, 연주가 와 닿고, 다양한 시도도 하며 소통이 되 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형문화재는 원형을 보호받지 않으면 한순간의 꿈으로 사라져버 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 가치를 가질까하는 고민을 많이 합니다. 제가 초등학교에 가서 수업 을 하면 학생들이 관심을 보여주는 것에 희망을 가지게 됩니다. 우리나라 악기이기에 쉽게 접근할 수 20 문화매개공간 에서 만난 부산의 예술가들

21 있고 아이들의 호응도도 높은 것 같습니다. 다양한 소리를 들려주면서 밤하늘의 별똥별 등을 상상하게 하며 자연과 우리 소리의 소 중함을 들려주고 싶습니다. 저는 느린 음악을 좋아하는데 소리 하 나하나에 신경쓰며 연주를 하면서도 대 화를 한다는 느낌. 음 하나하나에 신경 을 쓰려고 해서 느린 음악이 좋은 거 같 아요. 작은 공간 큰 이야기 21

22 162 >> 배진만 연극배우 2014년 1월 21일 가난한 연극배우 1996년 [유리 동물원]으로 연극 시작. [돼지와 오토바이], [해바라기], [김치국씨 환 장하다], [길], [Happy and Dim], [종이뱅기], [어두운 태양],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 하다], [트라우마],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청춘], [불면증], [반쪽 날개로 돌아온 새], [내 가방], [임대 아파트] 외 다수 연극은 1,2월이 제일 비수기인데 이번 주에 학생들이 하는 단편영화를 하고 2월 초에 단편영화를 할 예정입니다. 상업영화에 2~3번 출연했는데 <마이캡틴 김대출>, <나비>라는 영화에 출연했었습 니다. 학생들 영화는 일년에 서너 편씩 찍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학시절 연극동아리에 들어갔는데 학과보다는 동아리 활동에 더 전념했어요. 전공서적보다 연극 서적이 더 많을 정도였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이벤트 회사에 기획파트로 취직했는데 회원 모집하라 고 해서 그만뒀습니다. 이후 <유리동물원>이라는 작품으로 직업배우로 데뷔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 조명을 했던 선배의 권유로 극단 열린무대라는 곳에서 연극을 본격적으로 하게 됐습니다. 원래 제 고등학교 때 꿈은 한국담배인삼공사에 취직해서 돈 벌어서 술집을 차리는 거였습니다. 22 문화매개공간 에서 만난 부산의 예술가들

23 직업으로는 18년째 배우를 하고 있습니다. 프로필을 정리하다 보니까 중복되는 것 빼고 한 60편 정도 작품을 했는데 1/3은 인간관계나 돈 때문에 했고 1/3은 시간적으로 맞아서 한 것 같습니다. 작 품을 하는 기준이 있는데 돈을 많이 주든지, 작품이 좋든지, 같이 하는 사람들이 좋든지 그중 하나는 맞아야 하거든요. 일 년에 한두 작품은 경제적인 이유로 하게 되죠. 뭔가 결핍이 있는 인물들 연기를 많이 했던 것 같은데 대단한 인물들보다 결핍 있는 인물을 연 기하는 것이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최근에 <눈이라도 내렸으면>이라는 장편영화 촬영을 마치고 편집중입니다. 촬영하는 동안 새벽에 잠깐 눈이 내렸었어요. 원래 열린무대는 80년대 후반에 생겼었는데 처음 만들었던 선생님들이 다 나가시고 동갑내기 연출 하고 후배, 경성대학교 막 졸업한 친구들이랑 2000년 정도까지 재미나게 작업했습니다. 그때 당시의 작업들이 최근까지 배우를 할 수 있었던 힘이 되었던 것 같아요. 연습하다 술 먹고 싸우고 다시 보고 그런 시절이 5~6년 됐었죠. 그때 공부를 많이 했죠. 싸워서 이기려면 장면분석에 대한 논리를 펴기 위해서 많이 알아야 하니까요. 그때는 장정일씨 작품을 무대에 많이 올렸는데 <해바라기>라는 작품을 할 때는 작가인 장정일씨가 직접 오기도 했었어요. 엽기적인 내용이 많은데 그중 춤추는 장면에서 장정일씨가 집필 중에 가끔씩 펠리칸 춤을 춘다고 해서 그 춤을 술자리에서 배워 작품에 반영했어요. 작은 공간 큰 이야기 23

24 제가 있던 열린무대는 거의 국내작품만 했었습니다. 그 후 다른 극단과 번역 작품을 한 10편정도 했던 것 같아요. 2000년도 <길>이라는 작품을 하고 1년 정도 쉰다고 극단 대표님께 말씀드렸어요. 여배우는 많은 데 남자가 없다보니까 쉬지 못하고 계속 작품을 하다보니 좀 쉬고 싶었어요. 그리고 다른 친구들은 직장이 있었는데 저만 직장 없이 연극만 해서 극장에서 먹고 자고 했어요. 지하에서 살다보니 햇빛을 못 보니까 피폐해져갔었죠. 착한 배우와 함께 하고 싶습니다. 인간적으로 어떻다는 것을 떠나서 무대에서 착한 배우랑 같이 하는 게 편하죠. 인간적으로 착한 사람이 연기도 아주 잘하는 경우는 드문 것 같아요. 제가 연극을 책으로 배워서 그런지 몰라도 제가 처음 접한 책에 배우에게 시간약속은 생명과 같다라고 나오는데 요즘엔 시간을 지키지 않는 친구들이 많아요. 늦으면 1분당 천원 벌금을 내게 하니까 다들 지키더라 고요. 어떤 친구는 지각을 밥 먹듯이 해서 벌금을 내게 한 뒤부터는 공연 전까지 한번밖에 안 늦더라 고요. 그런데 지금은 예전만큼 극단에 소속된 친구들이 없어요. 젊은 친구들이 한 곳에 얽매이지 않 으려고 하더라고요. 예전에는 연극밖에 할 게 없었는데 지금은 영화도 있고 다양하게 할 수 있는 게 많긴 하죠. 꼭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그만둘 때 제일 아쉬워요. 예술이라는 관점이 좀 애매합니다. 모든 예술은 수용자에게 갔을 때 예술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연 극은 인간이 인간을 표현하는 가장 적합한 도구입니다. 내가 어디선가 본 듯한 사람을 재현해내고 현실에는 없는 인물을 있을 법 하게 만들어내는 사람이 배우라고 생각합니 다. 연극무대에 서면 생각보다 배우들은 집중 하고 있기 때문에 코를 골고 자거나 딴 짓을 해도 관객에게 그렇게 큰 영향을 받지 않는 24 문화매개공간 에서 만난 부산의 예술가들

25 데 오히려 같이 공연을 보는 분들에겐 큰 피해가 됩니다. 잡담이나 폰으로 자기 옆 사람을 괴롭히는 관객이 제일 싫어요. 한 두 사람 때문에 다른 관객의 관극을 방해하는 게 제일 안 좋은 것 같아요. 아버지는 10년 전에 돌아가셨는데 한 번도 제 연극을 보러오지 않으셨어요. 다른 가족들은 데뷔작 품인 <유리동물원>을 할 때 왔었는데 그 이후로는 안 오더라고요. 누나만 가끔 일 년에 한번 보러 오 십니다. 제가 가족을 잘 안만나려고 했죠. 가족을 만나는 건 설날, 추석, 아버지 제사, 어머니 생신 일 년에 네 번 집에 갑니다. 어머니께서 얼마 전에 무릎 수술하셨을 때 병간호하면서 부모님보다는 먼저 가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고, 어머니께는 일년에 6번 정도 전화를 먼저 드렸는데 최근엔 전화 를 좀 더 자주하게 되었죠. 처음 연극한다고 할 때는 가족과의 사이가 껄끄러웠는데 지금은 가족들과 화해를 많이 했어요. 연극은, 힘들 때 잠시 여행을 가거나 쉬고 다시 돌아오면 더 재밌더군요. 그래서 계속 할 수 있었 던 것 같아요. 20살 때 몰랐던 것을 30살 때 알게 되고 그때 몰랐던 것을 40살 때 알게 되니 까 이제 조금 연기를 알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지금 이만큼 알아서 재밌는데 더 많이 알면 얼마 나 재밌을까 이런 생각을 하죠. 그러다가도 술 먹고 다음날 되면 또 그만둘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 니다. 일 년을 버티기는 쉬운데 하루를 버티기가 힘든 것 같아요. 작은 공간 큰 이야기 25

26 163 >> 박배일 다큐 감독 2014년 1월 28일 잔인한 계절 2013 <밀양전>(73min) 2012 <나비와 바다>(89min) 2011 <강, 원래 프로젝트> 2010 <잔인한 계절>(60min) 2009 <촛불은 미래다>(28min) 2008 <내사랑 제제>(70min) 2007 <그들만의 크리스마스> (13min) 2005 <병을 깨다> (26min) 처음 만든 다큐가 누구에게 인정을 받지 않았으면 저는 이 자리에 없었을 것입니다. 대학 교영화제에서 제가 만든 영화가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어요. 그 상이 다큐를 해도 된다는 격려로 받 아들여졌어요. 제가 학과 수업도 열심히 듣지 않고 다큐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시청자 미디어센 터에서 다큐수업을 받았어요. 그때 처음 생각했던 주제가 장애인결혼이었습니다. 그러다 <내사랑 제 제>라는 작품의 주인공인 우영이 형을 만났습니다. 우영이형은 장애인 이동권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어 했고 함께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형은 6년 사귄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그분은 양산에 살고 형 은 부산에 살았어요. 그때는 양산까지 가는 지하철이나 저상버스가 없어서 한 번도 여자친구를 집 앞 까지 데려다 주질 못했어요. 그래서 우영이 형이 여자친구 집으로 가는 과정을 다큐로 만들게 되었 습니다. 이 다큐멘터리도 다행히 상을 받았어요. 이런 긍정적인 평가를 못 받았으면 아마 계속 할 수 26 문화매개공간 에서 만난 부산의 예술가들

27 없었을 거예요. <밀양전> 같은 경우는 제가 처음으로 현장에 들어가서 만든 다큐입니다. 그전의 영화들은 현장에 들어가서 작업을 하지 않고 집에서 출퇴근하면서 찍고 싶은 것들을 찍었어요. 그래서 <나비와 바다> 나 그 외 다른 작품들은 제 생각이 굉장히 많이 들어간 작품입니다. 물론 <밀양전>도 제 생각이 들어 가 있긴 하지만, 그 생각이 나오는 과정은 밀양 할매들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가능해요. 저는 2012 년 3월에 밀양에 처음 갔고, <밀양전>은 2013년 10월에 나왔습니다. 빨리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사 람들에게 밀양 상황을 알려주고 도움이 되고 싶어 마음이 굉장히 조급했지만 빨리 만들지는 못했어 요. 왜냐하면 밀양이 어떤 곳인지, 밀양 할매들이 어떤 마음으로 송전탑을 막는지, 그리고 이 송전탑 싸움이 본질적으로 어떤 것인지를 알아가는 과정이 1년 반 걸렸어요. 독립다큐멘터리를 한다면 그런 과정, 즉 <내 사랑 제제>에서의 나와 우영이형과의 관계, <밀양전>에서의 나와 밀양 어르신들과의 관계가 굉장히 중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오랜 시간이 걸려요. 밀양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들으려는 사람들이 꽤 많아요. 사람들이 현재 요구하는 다큐멘터리는 밀양의 이야기를 메인 언론이 아닌 다른 시각으로, 더 깊이 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를 원하는 것 같습 니다. 그런 점에서 <밀양전>은 잘 만든 영화는 아니지만 그나마 밀양에서 나온 최초의 다큐이 작은 공간 큰 이야기 27

28 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찾으시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밀양현장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정말 경찰은 어쩔 수 없는 집단이구나. 폭력을 동반하는, 권 력의 개가 될 수밖에 없는 집단이구나. 를 마음속으로 느낍니다. 그리고 경찰이나 한전이 아닌 할매 들을 봐요. 어떻게 이렇게 싸울 수 있을까? 어떤 힘으로 매일 새벽 6시에 나오고 핫팩과 비닐 옷, 그리고 얇은 이불 하나에 의지해 바깥에서 잘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요. 할머니들을 보고 믿으 면서 현장을 지켰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경찰의 폭력성이나 정부, 한전의 야비함과 악랄함에 너무 의미부여를 하면 제가 못 견디겠더라고요. 다큐 제작 초창기에는 현장에서 카메라를 든 채로 경찰과 싸운 적도 있어요. 하지만 카메라를 돌려 보면서 생각해보니 이 공간에서 저의 역할은 경찰이랑 싸우는 것이 아니라, 경찰과 싸우거나 정부의 정책에 반대목소리를 내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잘 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뷰 파인더 너머에 할매가 울고 계시면 같이 울고는 있지만 카메라를 놓지는 않게 되었어요.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의 최종적인 목표는 제가 만든 영화가 새로운 담론을 형성하고, 그 담론이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촉매제가 되었으면 해요. 그리고 박배일이라는 사람으로서의 최종 목표는 조금 더 즐겁게 사는 것입니다. 제가 4,50대쯤 되었을 때 다큐멘터리 감 독이 아니면 얼마나 행복할까라는 생각을 해요.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과정은 정말 즐겁지만 그것보 28 문화매개공간 에서 만난 부산의 예술가들

29 다 더 즐거운 일이 나타났을 때 다큐멘터리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버리고 더 즐거운 것을 찾아갈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작은 공간 큰 이야기 29

30 164 >> 배길남 소설가 2014년 2월 4일 자살관리사 2011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사라지는 것들> 당선 現 부산작가회의 청년문학위원장 2012년 부산민족예술인상 수상 2013년 소설집 자살관리사 (도서출판 전망) 발간 2014년 제14회 부산작가상 수상 지난해 12월에 <자살관리사> 소설을 냈습니다. 부산에서 자랐고 부산에서 배웠고 부산에서 먹고 살며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소설 쓰며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뭐니 뭐니 해도 경제적인 부분이겠죠. 작년쯤 많이 쪼들린 적이 있었는데 어머니와 대화를 하다 이런 말을 했어요. 엄마, 엄마 죄는 내 어 릴 때 60권짜리 세계명작동화를 사준 겁니다. 하고 말이죠. 본격적으로 글을 썼던 것이 2010년도네요. 학원 강사를 10년 넘게 하다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돈 이 살짝 궁할 무렵 우연히 미술관 지하실에서 알바를 하게 되었는데, 그 속에서 소재도 얻고 신춘문 예에 당선된 소설 <사라지는 것들>을 쓰게 되었죠. 완성된 원고를 신춘문예 마감일 밤 12시에 부산 일보 문을 두드려서 주무시는 수위아저씨께 원고를 냈었습니다. 신춘문예에 응모한 후에 담배를 피며 거지같은 상태로 있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당선 소식이더군 30 문화매개공간 에서 만난 부산의 예술가들

31 요. 삶의 희열을 여러 번 느꼈지만 그땐 정말 강렬했습니다. 그때 나이가 37살이니 늦다면 늦은 데뷔 였었습니다. 신춘문예는 그전에 서너 번 응시했었지만 공력이 많이 딸린 작품들이었죠. 사실 훨씬 일찍 글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는 있었습니다. 대학교 졸업할 때 블로그가 한창 붐이었 는데 자작 소설을 올리곤 했었죠. 가끔 지인들에게 네 글은 재미가 있다. 그런 얘기를 들을 때가 있는데 굉장히 기분 좋은 일이었죠. 한편으로는 등단이란 꿈이 너무 멀어 (당시만 해도 신춘문예는 저 하늘 끝의 별보다 요원하게 보였으니까요) 항상 가슴 한편이 시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글에 자신감을 얻었던 사건도 있었습니다. 포털싸이트 다음 에 만화 시나리오 게재란 이 있었는데 거기에 글을 하나 올린 적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당신 시나리오로 만화를 그려도 되겠 느냐? 는 메일이 날아왔더군요. 그것도 두 통이 한꺼번에요. 아마 어느 학교의 만화과 교수가 추천 을 했었나봐요. 어쨌든 다시 확인해 보니 조회 수가 3만 2천이 되어 있더군요. 자신감을 좀 갖게 되 었지요. 저는 살아가면서 그런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간간이 있어 왔어요. 사람들마다 꿈이란 게 존재하는데 저는 그 꿈이 당사자를 힘들게 하는 타입이었습니다. 가장 하고 싶지만 가장 귀찮기도 한 것이 글쓰기였습니다. 하지만 꿈은 내 정신에서 암세포처럼 자라나 절 대 사라지지 않았죠. 제 소설의 장점이라면 재미에 우선을 둔다는 것입니다. 소설이 주는 재미와 글이 주는 재미를 추구 하는 편이죠. 물론 영상과 음악에 쫙쫙 밀리고 있는 활자이지만 말이죠. 작은 공간 큰 이야기 31

32 제 소설의 특징 중 하나는 사투리의 등장입니다. 사투리는 그 속에 수많은 재미와 철학을 담고 있 어요. 예를 들자면 경상도는 야, 자, 온나. 한번 울리고 끝납니다. 산과 바다를 재빠르게 다녀야 하 다 보니 그럴 수밖에요. 사투리를 쓰는 것은 많은 제한이 있습니다. 표현 자체도 표준이 없다보니 헷 갈리고 인쇄 작업조차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글을 쓸 때 어떤 모습이냐구요? 글을 쓸 때 저는 거의 연극배우 수준이 됩니다. 혼자서 연기를 하 고 있어요. 표현하는 대화가 어색하지 않은지 혼자 연습해 봅니다. 머리에서 계속 굴려보고, 그렇게 굴려 보면 자연스럽게 됩니다. 상황 자체에 몰입하다보면 서사적인 게 풀어지는 것 같아요. 서사를 만들어가면서 넣으니까 이게 통하더군요. 요즘은 장편소설을 쓰려고 노력중입니다. 왜관에 관한 소설인데 조선시대 역사소설의 말투와 사투 리를 어떻게 섞어 쓸까 고민합니다. 나만의 버전으로 만들어 가며 실험을 하고 있는 중이죠. 저는 부산에 사는 것이 행복합니다. 부산은 소재가 무궁무진해요. 썩은 다리, 허치슨 부두, 초량왜 관 등 이야깃거리가 너무나 많습니다. 예전 부산의 행정 중심지는 중앙동이었습니다. 일본이 우리나 라를 침략하면서 제일 먼저 삼킨 곳이 바로 조선이 지어주었던 초량왜관입니다. 그곳이 일본인 거류 지가 되며 중앙동이 자연스레 행정중심지가 된 것입니다. 왜관은 그 규모가 엄청나게 큰 곳이었고 동 아시아 무역의 허브이기도 했습니다. 부산은 바로 그 중심지면서 전쟁의 위험이 항상 도사리는 변방 이기도 했던 곳입니다. 부산은 그 이외에도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도시입니다. 소설집 자살 관리사 의 제목이 독특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 자살관리사 는 제 소설집의 소 설 <증오하지 말고 심수창처럼>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직업입니다. 자살마저도 관리하고 서비스한다 는 설정이 재밌었죠. 사실 이 자본주의 세상은 그보다 더한 것도 서비스하고 있으니까요. LG에서 16연패를 하고, 10년 넘게 몸담았던 LG에서 방출되어 넥센으로 가게 된 심수창 선수의 인터뷰를 본 적 있는데 그 선수의 심정이 어떨까 생각하다 이 소설의 소재를 얻었었죠. 소설 속의 주인공이 자신의 목숨을 어떻게 이어가느냐? 바로 그 답은 이야기 입니다. 자살관리 32 문화매개공간 에서 만난 부산의 예술가들

33 사는 주인공의 이야기에 빠져 그를 살려주게 되죠. 여기에서 팍팍한 자본의 세계를 구할 것은 오직 이야기의 힘이다! 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겁니다.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는 힘은 세계를 지배한다고 생각합니다. 샤리아르 왕은 처녀와 잠을 잔 후 다 음날 무참히 죽이는 일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왕에게 바쳐진 세헤라자데는 살기 위해 천일 동 안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어 결국 그의 왕비가 됩니다. 그리고 그때 들려준 이야기는 세계 곳곳에 퍼져나가 또 다른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이야기의 힘은 이렇듯 수많은 다양함을 보여줍니다. 저는 이야기의 힘을 믿습니다. 어떻게 이것을 잘 펼쳐볼 수 있을까하고 고민을 합니다. 이 엉망 진창인 세상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도록 나설 수 있는 이야기꾼이 되고 싶습니다. 청소년 때 소설가의 꿈을 가졌고 무조건 국어국문과를 가야하고 신춘문예도 당선되어야 된다고 생 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게 정석의 길이라 생각했죠.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입니까? 꿈 때문에 방황도 많이 했었죠. 이제와 돌아보면 정확한 목표설정에 다가가는 방법은 더디게 가든 일찍 가든 상 관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아이패드 광고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숫자, 돈, 수표, 수학, 그런 건 삶의 방법이다. 하지만 네가 즐거울 때가 있었니? 네가 춤출 때, 네가 시를 볼 때, 기쁠 때, 그건 삶의 목적이야. 내가 문학을 하 고 있는 이유는 목적입니다. 삶의 방식으로는 얼마든지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삶의 방식으로는 얼마 든지 다른 걸 할 수 있는데, 제 삶의 목적은 이야기하기 인 셈이죠. 작은 공간 큰 이야기 33

34 165 >> 2014년 2월 11일 박상현 맛 칼럼니스트 일본의 맛, 규슈를 먹다 지루할 정도는 아니지만 평범한 인생. 2003년부터 취생몽사 라는 이름으로 블로그 운영. 5년 연속 네이버 파워블로그로 선정. 2011년 한국 100대 블로그로 선정 2011년부터 맛칼럼니스트로 활동. [부산일보] 부산의 노포 와 [국제신문] 에 부산의 요리사들 연재 저는 처음에 블로그로 활동을 시작했고 네이버 블로그를 한지는 10년 정도가 되었습니다. 음식이 라는 테마로 블로그 활동을 하였는데 5년 연속 파워블로그로 선정되어 활동을 하였습니다. 40살쯤 되면 무엇을 하며 먹고 살 것인가 고민을 하다 글 쓰는 일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 었고 맛 칼럼니스트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4년 정도 전부터 맛 칼럼니스트라는 타이틀을 달고 신문이나 매체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맛 칼럼니스트는 맛집을 소개하거나 음식을 소개하 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직업입니다. 음식평론가와는 다릅니다. 음 식평론가는 음식이나 식당을 평가하는 것이고 맛 칼럼니스트는 맛이라는 하나의 매개체를 통해서 사 람들의 삶과 역사를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부산의 근대가 궁금하다면 저는 부산의 근대를 34 문화매개공간 에서 만난 부산의 예술가들

35 음식을 통해 보는 것입니다. 부산의 근대 속에서 음식들은 어떤 역할을 했느냐? 예를 들어 돼지국밥 은 부산에서 어떻게 태어났으며 어떻게 향토음식으로 자리잡아왔느냐. 어묵은 어떻게 부산에 전해져 서 어떻게 부산어묵이라는 이 명성을 만들어냈느냐. 이런 것들을 제가 연구하는 것입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맛을 표현하는 훈련이 되면 글을 쓰는 훈련에도 도움이 됩니다. 자기 만의 표현을 만드는 과정을 거치다보면 음식을 통해서 보는 독특한 시각이 세상을 보는데도 적용이 됩니다. 어떻게 써야 되는가 보다 어떻게 표현하고 먹어야 되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자기만 의 방식을 찾아야 하는 것이죠. 맛을 표현하는 것은 상상력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글을 쓰실 때 형 용사와 부사를 많이 사용하는 습관은 바꾸어야 합니다. 글을 쓰면서 책을 출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10년 동안 후쿠오카를 보고 경험했던 것을 담 고자 했습니다. 2013년 12월에 제 첫 책인 일본의 맛, 규슈를 먹다 를 발행하였습니다. 책을 내고 나서 과분한 평가를 받고 있는데 감사합니다.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3년 동안 은둔생활을 하며 준비를 했습니다. 서울에서는 저와 같은 사람의 갑작스러운 등장을 독특하고 신기하게 바라보았습니다. 덕분에 4월, 8월에 부산에 관한 주제로 책이 두 권 나올 예정입니다. 작은 공간 큰 이야기 35

36 저는 일본어를 전혀 못합니다. 일본어를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은 초반에 많이 했었습니다. 언어를 알면 지식을 습득하는데 굉장히 효율적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아는 히라가나로 음식에 대 한 기본 메모만 하고 그 메모를 가지고 혼자 매달립니다. 구글 번역기에서도 돌려보고 그것을 가 지고 다른 자료들과 대입을 시켜보면서 점점 방대한 지식들과 자료들이 쌓이게 됩니다. 만 약 언어를 알고 있다면 너무도 쉽게 이해해버리고 말았겠죠. 하지만 이 방법은 제 나름의 방법 이지 꼭 권해드리고 싶은 방법은 아닙니다. 2004년도에 규슈에 처음 가게 되었는데 부산사람의 입장에서 정이 가는 도시였습니다. 이후 규슈 를 오고가며 음식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고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규슈라는 도시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일본의 다른 지역들을 다니면서 음식이 맛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었는데 어느 순간 규슈 음식이 맛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본음식을 이야기 할 때 간단하게 딱 두 가지만 이야기한다면 간장과 미림(맛술)입니다. 이것은 짠맛과 단맛을 이야기 합 니다. 사실 일본음식을 많이 먹으면 금방 질려 버립니다. 하지만 어느 날 규슈의 음식을 먹는데 한국 의 음식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규슈 음식은 멸치를 많이 사용합니다. 우리의 멸치사용 음 식문화는 일제시대 때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건너온 것입니다. 그 전에는 젓갈형태로 먹었지 말려서 육수를 우려내는 방식은 일본에서 넘어온 방식이지요. 우리의 음식과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한 순간부 36 문화매개공간 에서 만난 부산의 예술가들

37 터 규슈의 음식들이 다 달라보였습니다.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 거죠. 규슈는 우리와 교류의 의미가 가장 큰 지역입니다. 일본 사람들은 음식을 담는 그릇도 중요시 여깁니다. 음식을 담을 때 색으로도 가장 맛있 어 보이고 앞뒤에 나올 음식도 생각하며 그릇을 선택합니다. 이는 어릴 때부터 생활 속 교육으 로 본능적으로 배우는 것 같습니다. 일반가정집에서도 많은 그릇들을 사용합니다. 팬션이나 콘도를 가서 주방의 선반을 열어보면 100명이 사용해도 될 정도의 그릇들이 놓여 있습니다. 당신의 심미안 을 마음껏 펼쳐 보라는 것입니다. 일본의 음식문화에서 도자기는 중요합니다. 그릇을 통해서도 일본 인들이 밥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작은 공간 큰 이야기 37

38 166 >> 신문범 국악전문단체 타로 2014년 2월 18일 부산대학교 예술대학 한국음악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부산대학교 예술대학 예술문화영상학과 박사수료 타악인생-두드린다! (전)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부수석 역임 (현) 국악전문단체 "타로" 공동대표 (사)일통 고법 보존회 부산지회장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고법 전수자 중요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 이수자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운영위원 부산예술대학교 한국음악과 교수 제가 국악을 처음 접한 것은 고등학교에 들어면서 부터입니다. 1학년 담임선생님이 국어선생님이 셨는데 여름방학 때 시골 민요를 녹음해 오라는 숙제를 내주셨어요. 헌데 예외로 농악부에 가입하면 숙제를 면제해 주신다길래 숙제도 안하고 이번 기회에 장단도 배울겸 농악부에 가입을 하게 되었습 니다. 그렇게 3학년이 되었고 열심히 하다 보니 국악과에 가고 싶어졌습니다.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 고 국악과를 가기 위해서 여러 가지 실기 준비를 하였고 재수 끝에 입학을 하였고, 열심히 학교를 다 니다 군 입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군복무기간 동안에도 국악을 놓고 싶지 않아 국악을 계속할 수 있 는 군악대에 지원하여 육군사관학교 군악대로 가게 되었습니다. 육군사관학교에서 생도들에게 단소와 풍물을 가르치고 있을 때 마침 위문 공연을 온 국립국악원의 연주를 보았고 그곳에서 김청만 선생님을 처음 뵙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내가 모실 스승님은 아! 38 문화매개공간 에서 만난 부산의 예술가들

39 저 선생님이구나. 라는 생각에 공연이 끝나고 대기실로 찾아가 제대 후 선생님께 꼭 인사 드리러 가겠습니다 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제대를 한 후 1993년에 선생님을 찾아가게 되었죠. 그 길로 매주 주말마다 서울에 계신 선생님께 올라갔다 내려오는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 다. 그때 당시 저는 군 복무 중 결혼까지 했던 터라 더더욱 힘든 상황이었죠. 주중에는 학교를 다니 고 주말에는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열심히 배웠습니다. 선생님을 모시고 공연도 많이 했었고 그럴때 마다 저는 항상 선생님의 공연을 녹화하여 보고 또 보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공연을 마치면 늘 뒷풀 이 술자리가 있었는데 선생님께서는 아무리 늦은 시간까지 약주를 드시더라도 댁에 가면 그날 공연 한 연주실황음원을 들으며 본인이 틀린 부분은 없는지 항상 체크하시더라고요. 최고의 자리에서도 항상 학습을 하시는 모습이 저는 정말 존경스러웠습니다. 저 또한 늘 공부하려는 자세를 가지려고 노 력합니다. 국악의 장르 중에서 가장 예술적 완성도가 높은 분야는 판소리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타악 (소리북) 역할 또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죠. 판소리에서 북을 치는 사람을 고수라고 하는데, 옛 말에 일고수 이명창 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은 고수가 첫째고 소리꾼이 두 번째라는 의미로 고 수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허나 요즘에는 일청중, 이고수, 삼명창 이라는 신조어도 생겼습 니다. 관객들이 얼마나 추임새를 잘 넣어주고 함께 하는가가 그 판이 잘되고 못되고를 결정 작은 공간 큰 이야기 39

40 짓는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국악에서는 장단을 알면 국악의 90%를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 있을 만큼 장단이 중요합니다. 오랜 연륜에서 나오는 그 깊이와 성음은 흉내낸다고 낼 수 있는 것이 아니죠. 판소리에서도 진정한 고수들 은 가락을 많이 치지 않습니다. 소리꾼이 잘 놀 수 있도록 적절한 곳에서 적절한 장단만을 칩니다. 지금은 악보가 있지만 예전에는 구전을 통해서 몸으로 익혔습니다. 그렇기에 지금의 명인선생님들 은 악보나 책이 아닌 몸과 마음으로 전수받았기에 그 깊이가 요즘 젊은 친구들하곤 차이가 날 수 밖 에 없습니다. 젊은 친구들이 음악적 기량이나 학습환경은 옛날보다 많이 좋아졌지만 몸과 마음이 아 닌 악보에 더 익숙하기에 그 깊이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한 예로 요즘 젊은 국악인 들은 전통 기악곡인 산조 한바탕조차 다 외우는 친구들이 잘 없습니다. 악보는 음악적 표현의 한 계가 있기 때문에 그 전통의 깊은 맛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요즘 국 공립단체 에서는 다양한 것(다른 장르의 음악)들을 할 줄 아는 단원들을 요구하다보니 예전에 비해 전문성이 많이 떨어지는게 현실이죠. 타악하는 친구들 중에 서양악기 드럼, 젬베, 팀파니 등을 연습하느라 정 작 꽹과리 가락 하나조차 제대로 못 치는 친구들도 많이 보았습니다. 현시대가 많은 것들을 원하 긴 하지만 그래도 정통성을 지켜나가는 친구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게 바람입니다. 무엇을 40 문화매개공간 에서 만난 부산의 예술가들

41 하든 전통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죠. 저는 또 국악전문단체 타로 의 공동대표이기도 합니다. 타로의 창단공연은 전통과 현대음악을 조 화롭게 이끌어 대중들이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는 곡 구성으로 공연을 준비했습니다. 부 산에서는 새롭게 처음으로 시도되는 곡들로 구성하였고 그 결과 매회 매진이란 기록을 세우며 지금 까지도 사랑받고 있는 국악 단체입니다. 저는 공부에 대한 욕심이 많습니다. 늦은 밤 시간을 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금, 토, 일 3일은 타 로팀 전체 연습시간입니다. 이 연습을 10년 넘게 계속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국악의 분야는 너무도 많고 평생을 해도 시간이 모자랍니다. 그렇기에 항상 학습 을 게을리 하면 안 되는 것이죠. 작은 공간 큰 이야기 41

42 167 >> 송 진 시인 2014년 2월 25일 1999년 다층 제 1회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지옥에 다녀오다 / 2008년 / 문학의전당 나만 몰랐나봐 / 2011년 / 북인 시체 분류법 / 2013년 / 지혜 시 이전의 시 요산창작기금 수혜 부산문화재단 문예창작기금 수혜 다층문학회 회장 지냄 부산작가회의 회원 2013년 한국도서관 협회 문학작가 파견 선정 해운대도서관, 금정도서관 수업 SFLW(Song Feel Love Writing)창작센터 운영 유년 시절에 글 쓰는 걸 좋아하고 상상하는 걸 좋아했어요. <한여름 밤의 꿈>을 초등학교 4학년 때 읽었는데, 너무 좋아해서 읽고 또 읽었습니다. 평범한 여고시절을 보냈는데 글쓰기를 좋아하다보니 시인이 된 것 같습니다. 등단을 늦게 했습니다. 우연히 여름 시인학교에 가게 되었는데 시를 배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1999년도에 등단해서 지금까지 꾸준하게 시를 쓰고 있습니다. 첫 번째 시집 <지옥에 다녀오다>, 두 번째 시집 <나만 몰랐나봐>에 이어서 세 번째 시집 <시체 분류법>을 냈습니다. 시를 쓴다는 것은 고행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시를 쓴다고 말할 수 없었어요. 요즘은 시인이 라고 하면 관심을 조금 가져주지만, 시인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 분위기가 만들어진 지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42 문화매개공간 에서 만난 부산의 예술가들

43 등단 14년째인데, 시를 쓴다는 것은 자기 자신과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면서 현재의 세계와 과거의 세계를 오갑니다. 아무 것도 없이 혼자서 하는 놀이입니다. 시는 예술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예술은 과거나 현재를 이어주면서도 전혀 다른 얼굴인 미 래를 불러들이는 것입니다. 머무르는 것은 예술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머무는 경계를 뛰어 넘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시도 써야 하지만 현실적인 생활도 해야 하니까요. 생활을 신경 쓰다보면 시쓰기가 힘듭니다. 시도 생활이고, 생활도 시다. 육아도 시고, 시도 육아다. 그렇게 갈등 요소를 없애면서 이 길을 걸어 왔습니다. 시를 만나면서 시간을 아끼기 위해 일상에 눈감는 내공이 필요했습니다. 청소나 요리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혼자서 서점이나 박물관에 가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혼자 산책하는 시간도 늘어났 고요. 카페에 앉아 하루 종일 신들린 듯 시를 적을 때도 있습니다. 어릴 적 서면에 있는 부전 도서관 근처에 살았는데 그 주변 문화를 흡수한 것 같습니다. 그때는 동 보극장, 태화극장, 북성극장을 많이 다녔습니다. 중학교 때는 혼자 영화를 보러 다녔습니다. 학교만 마치면 영화 보러 갔어요. 도시적인 문화에 놓여 있었지만 저는 시골을 좋아했습니다. 초등 6학년까지 방학 때면 사천 시골 에 가서 지냈는데 하얀 눈 속에 산토끼 잡으러 다니고, 외할머니 따라 밤 마실 나가면 하늘에서 수많 은 별들이 쏟아지곤 했지요. 잊을 수 없는 아름다움이에요. 자연을 좋아한 것 같아요. 그 당시 사천 은 전깃불이 없었습니다. 호롱불이 있을 때였어요. 방학이 끝나고 집으로 가는 시외버스가 도시에 들 어서면 네온사인에 세상이 환하고, 마치 다른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느낌이었죠. 완전 다른 세계였는데 그게 판타지였습니다. 시골에서 도시로 오는 것도 판타지고, 도시에서 시골로 가는 것도 판타지였어요. 판타지 같은 느낌이 내 온몸을 감싸 안는 느낌이 들었어요. 유년의 영향을 벗어날 수 없는 것 같아요. 작은 공간 큰 이야기 43

44 시는 완성되지 않습니다. 시는 과정입니다. 시는 억압받는 과정이 있어야 억압에서 벗어나는 과정이 있고, 억압에서 벗어나는 과정이 있어야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저는 솔직하게 시를 씁니다. 그러다 보니 어떤 사람은 송진 시는 어려워서 읽을 수가 없다고 말하 기도 합니다. 혹자는 송진 시인의 시가 내 취향이라며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저는 자연스럽게 제 세계를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시집의 제목을 정할 때 두 권의 시집은 다른 선생님이 제목을 권해주셨습니다. 세 번째 시집 <시체 분류법>은 제가 정했어요. 제목이 마음에 듭니다. 제 시적경향을 잘 담고 있는 제목이니까요. 시집이 발간되고 시체 분류법이 신체 분류법 으로 잘못 표기되기도 했습니다. 설마 시집 제목이 시체 분류법이겠는가 생각했던 거죠. 시집을 묶을 때는 시의 부를 나누고 시가 실릴 순서를 정합니다. 시를 출력해서 방안 가득 펼쳐놓 고 제목만 보이게 해 마음에 드는 걸 뽑습니다. 제목만 봐도 무슨 시인지 아니까요. 산문시는 산문시 끼리 자유시는 자유시끼리 묶습니다. 송진은 필명입니다. 은진(송), 나루(진)을 쓰는데, 제가 생각했던 것은 나루(진)자의 의미입니다. 강에 배가 한 척 서 있습니다. 나룻배가 서 있는데, 이 배는 비가 오면 비를 맞고, 햇볕이 내려쬐 44 문화매개공간 에서 만난 부산의 예술가들

45 면 햇볕을 맞고, 바람이 불면 바람을 맞고, 눈을 맞습니다. 그렇게 서 있다가 사람을 태우고 가고, 내 려주고 나면 혼자 또 서 있습니다. 이슬을 맞고, 사람을 태우고 가고, 저는 그런 게 좋았습니다. 제가 나루터나 배가 되고 싶었습니다. 나 없는 나의 상태가 좋습니다. 금강경을 좋아하는데 상념이 없는 상태가 좋아요. 어떤 상도 맺히지 않고, 관념도 없고, 멍하게 있는 게 좋습니다. 멍하게 한 척의 배가 되어서 멍하게 그렇게 있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합니다. 작은 공간 큰 이야기 45

46 168 >> 구수경 부산인권포럼 2014년 3월 4일 절망 사회에서 길찾기 부산인권포럼 대표 여성주의 극단 자갈치 아지매 대표 부산 교도소 성폭력가해자 교정프로그램 전문강사 부산가정법원 이혼 전 의무상담 전문상담위원 부산인권문화제 집행위원장 부산인권상담네트워크 대표 21세기를 살아가는 오늘 하루하루가 우리들에게 참으로 절망적이라고 다시 말한다는 것 이 절망적입니다. 뉴스를 매일매일 눈뜨고 볼 수 없고 귀 열고 들을 수 없을 만큼 개인적, 사회적, 국가적 폭력을 실감하며 이 절망의 늪을 어떻게 헤쳐 나올까 싶습니다. 하지만 제가 철이 들고 난 이 후 어느 시절 절망적이지 않은 적 없었던 것 같고, 어느 시절 희망을 버리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저는 집이 영도인데 하단에 있는 모여고를 13번을 타고 새벽에 등교하고 10시 야자를 끝나고 하 교를 했고, 남포동은 학교에서 단체 영화를 보보기 위해 내려본 적 외에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습니 다. 선생님이 절대 가면 안 된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학교선생님의 말에 추호도 의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고 학교선생님과 부모님 말씀을 잘 들으면 자다가 떡이 생긴다는 엄마의 말을 거스르지 않은 착 46 문화매개공간 에서 만난 부산의 예술가들

47 한 딸이었습니다. 대학시험을 치고 난 후 친구가 권해서 독서모임을 시작했는데, 난장이가 쏘아 올 린 작은 공 을 읽으며 정말 놀랐습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있나 싶었습니다. 대학입학 전 긴 겨울방 학동안 친구들과 모여서 일주일에 한번씩 독서활동을 했습니다. 대학에서 독서클럽 활동을 하다가 졸업했습니다. 졸업 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부산으로 올라 왔는데 부산민주청년회 활동을 시작 했습니다. 부민청은 직업직능별로 청년분과, 여성분과, 생산직노동분과, 사무직노동분과 등을 구성 했는데, 저는 여성분과에서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여성분과활동 중에서 실천 활동으로 꽃들나라 라는 탁아소 후원과 자원봉사도 하게 됩 니다. 이것이 아마도 지금의 영유아보호법이 만들어지게 된 시초가 아닌가 싶습니다. 88년, 89년 즈음 일하러 나가는 부모님이 아이들을 방에 가둬 놓고 사고로 불이 나서 숨지게 되는 사건이 생기면서 활성화되기 시작하였던 것이지요. 그리고 당시 부산에는 부산여성노동자회라는 생산직 여 성노동자들의 노동권과 평등권을 지원하는 여성단체가 있었는데 한편 일명 그냥 집에 있는 엄마 라 는 주부들에 대한 삶의 의미를 되새기고 즉 주부들의 가사노동을 가치화해 보게 되지요. 지금의 전업 주부라는 개념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당시 부산지역의 실업계여성들의 삶을 되새겨보면 이는 남성중 심, 아들중심의 사회가 만들어 낸 불평등이라고 말하게 됩니다. 그리고 여성들이 직업을 가지더라도 결혼이나 임신을 한다면 어렵게 들어간 일자리를 내놓아야하기에 임신한 배를 꽁꽁 묶어 다녀야하는 작은 공간 큰 이야기 47

48 여성들의 비극적인 삶이 있었습니다. 사무직여성들의 여직원회를 조직하고 결혼, 임신퇴직제의 부당 성을 말하였습니다. 이것이 아마도 지금 남성들도 출산휴가를 얻게 되는 현실이 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아주 쉬운 일은 아니고, 직장여성들이 결혼, 임신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지만 말입 니다. 그 후 부산지역에 부산여성회라는 시민단체를 조직하여 활동을 하였습니다. 회원들은 대부분 사무 직 직장여성들이었는데 퇴근 이후면 사무실이 넘쳐나도록 북적거렸어요. 상담 내용은 직장 내 노동 문제와 더불어 가장 많은 것이 직장 내 성희롱 관련 문제였습니다. 중앙동에 사무실이 있었는데 그쪽 은 주로 사장과 경리 1명이 근무하는 곳이 많았습니다. 그 경리들이 사장과 관계를 맺지 않으면 근무 할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임신중절 수술이 잦았어요. 간호사들의 성희롱도 많았습니다. 00성형외과 에서 원장이 오랫동안 여러 간호사를 성폭력해왔는데 법적으로 구제 받을 수 있는 방법도 없고 해서 입법화 운동을 하게 됩니다. 법을 만들기 위해 사건화 시키게 되죠. 성폭력 사건의 경우 100건 중 1건 정도 밖에 신고가 안 되는 시대였고 기소율도 6%도 안 되는 시절이었습니다. 그나마 지금은 기소율은 40%, 신고율은 10%미만입니다. 94년 성폭력 특별법이 만들어졌지만 지 금도 여성의 문제를 많이 취급하고 있습니다. 이후 가정폭력상담, 성매매 여성상담 활동, 인권활동에 몸담아 왔습니다. 어느 시절 어느 때라고 절망적이지 않은 적 없었습니다. 절망사회에서 길 찾기는 절망사회를 고뇌하는 것이 아니라 절망적인 문제점을 찾아내고 실천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천 활 동하는 것이 바로 오늘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봅니다. 그것만이 대안입니다. 90년대 성폭력피해여성들에게 여성으로서 사망선고를 내렸던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자 노력하였고 이에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등 3대 여성폭력피해여성들을 지원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폭력피해여성들이 법적으로 사회적으로 자유 로운 것은 아닙니다만. 성폭력피해여성들의 지원문제만이 아니라 성폭력이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가해자들에 대한 의식교육을 부르짖었습니다. 성폭력은 가부장적 사회의식과 여성들을 성적으로 바 48 문화매개공간 에서 만난 부산의 예술가들

49 라보는 의식의 문제로 인한 것이므로 이에 대한 생각변화가 필요하다는 제기가 비롯되면서 성폭력가 해자들에 대한 교육이 강조된 것이지요. 90년대는 있을 수 없었던 일입니다만 저는 지금 성폭력 사 범들을 만납니다. 지금은 성폭력의 문제는 성적 자율성, 성의 상품화, 힘과 권력의 중심과 배분, 힘 의 근원 등 복잡한 문제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의 문제가 복잡하고 절망적인 것은, 모든 개인 및 인간의 존엄성이 강조되 고 있기 때문이고, 한번 뿐인 인생을 위해 권력과 재력과 힘을 가져야하기 때문이고. 즐거 운 삶을 살아야 한다는 욕망이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어느 누구에게 어떤 것을 포기하고 어떤 것을 가지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또 우리의 희망입니다. 인간 누구나 존엄 하며 행복한 삶을 살아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늘 끊임없이 반문하며 되묻고 길을 찾아가는 것이 바로 삶이라고 봅니다. 그 답이 바로 내 앞에 있지는 않더라도. 걸음이 답이다라 고 말해봅니다. 작은 공간 큰 이야기 49

50 169 >> 양수성 2014년 3월 11일 고서점 대표&문화기획가 누런 책방골목의 푸른 사람 1997년 동방미술회관 내 고서점 오픈 2003년 헌책방 기습전, 헌책방 사진전 기획(고서점) 2004년 김세진의 마임이야기(가톨릭센터.제작 및 기획) 2005년 액터스 소극장 기획실장(권은영, 허경미 등 공연기획) 2004년~현재 보수동책방골목 문화행사 기획 2011년~2012년 파주북소리 행사기획 및 참여 2010년~2013년 부산시 가을독서축제 기획위원 참여 2006년~2011년 부산 KBS 문화관련 라디오 출연 창원, 대구 등 책과 관련된 행사 기획 및 진행 <우리나라 옛문헌전> <나도 미술품 하나사자전>을 비롯 전시기획 수십회 현재 보수동책방골목 번영회 총괄기획팀장, 민간단체협의회 간사, 책마을 문화통 대표 보수동책방골목에서 고서점을 하고 있는데 아버지께서 하시던 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주로 옛날 책을 팔고 있는데, 책방 일은 안보고 외부의 문화활동을 많이 하다 보니 오늘도 2시간 정도만 서점에 있다가 나왔습니다. 올해 나이가 마흔 둘이고 애도 둘인데 아직도 어머니께 욕을 먹고 살고 있어요. 보수동에는 책방들이 모여 있는 책방골목이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가 끝나고 동광동과 그 일대에 일본인들이 운영했던 인쇄소도 많았고, 특히 한국 전쟁이 일어나고 피난 온 지식인들이 유일하게 정 보를 향유할 수 있는 것은 책이 유일했습니다. 하지만 그 책을 가지고 피난 온 이들도 전쟁이라는 난 리 속에서 먹는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다 보니 책을 파는 이들이 생겨났습니 50 문화매개공간 에서 만난 부산의 예술가들

51 다. 어떤 이들은 책꽂이를 들고 나와서 책을 팔았습니다. 판잣집에서 책을 파는 이들이 생기게 되었 죠. 사과상자 위에 책 몇 권을 올려 팔기도 하고 리어카를 끌고 나와서 팔기도 했습니다. 50년대와 60년대에는 책이 많이 귀했던 시절이라 리어카에 가득찬 책들이 반나절 만에 다 소진될 정도로 책장 사가 잘 되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외지에 계셨던 분들도 많이 왔는데 정말 좋은 책들을 싼값에 구입 하는 횡재를 맞이하기도 했지요. 국보급. 보물급 책들이 그렇게 보수동책방골목에서 팔리기도 했습니다. 1970년대까지도 2~4평 되는 작은 책방이 70개가 되었어요. 하지만 그런 작은 서점들 2~3개를 터서 하나의 책방이 되면서 책방의 숫자는 줄었지만 각 가게의 규모는 많이 커졌습니다. 물론 책방골목의 규모도 전체적으로 커졌지만 가게 수는 많이 줄어 지금은 50여 곳 정도 남아있습니 다. 저는 보수동책방골목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때부터 책과 같이 있었습니다. 1998년도에 고서점을 맡게 되었는데 손님이 없으니깐 너무 심심하더군요... 해서 책방골목에서 공연을 하면 어떨까 하 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생각을 2003년도에 실천을 했는데 당시에는 획기적인 생각이었죠. 책방에 서 설치미술 전시회를 열었어요. 책방을 갤러리 삼아서 책과 책 사이의 공간에 작품을 끼워 넣 기도 하고 천장에 매달기도 했습니다. 헌책방 사진만 찍는 친구의 사진을 전시하기도 하고, 책방에서 평상을 깔고 술도 먹고 공연도 했습니다. 전시기간이 2달 정도 되었는데 주말마다 사 람을 모이게 하려면 공연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마임 하는 친구를 초대하기도 하고 기타 연주를 하는 형에게 부탁하기도 하고 무용하는 친구를 부르다 보니 재미가 있었습니다. 수육과 막걸리를 함 께 먹고 마시며 즐겼습니다. 그 이후 이런 행사를 만드는 일이 재미있더군요. 그래서 해마다 지속적 으로 해볼까 하는 생각에 지원을 받으려고 시청과 구청을 찾아다녀 우여곡절 끝에 지원금으로 3백만 원을 받아서 책방골목 행사를 시작했습니다. 책방골목 행사를 만들게 된 계기는 심심해서도 있지만, 2000년도 초반에 대형서점이 등장하고 인 터넷서점이 등장하면서 보수동 책방골목의 손님이 뜸해졌습니다. 잘 될 때는 신학기 때인데 제일 영 업이 잘되는 책방 한 곳의 매출이 3억이 될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장사가 잘 되었습니다. 지금은 신 학기가 되어도 손님이 거의 없어요. 위기감이 많이 들어서 책방골목 행사를 하게 되었고 시행착오를 작은 공간 큰 이야기 51

52 겪어가며 지금까지 지속해왔습니다. 누군가 저에게 이렇게 행사를 지속적으로 진행한 것에 대하여 대단하다고 말씀을 하시는데 사실 제가 잘해서가 아니고 책방골목이란 콘텐츠와 그 하드웨어가 너무 좋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하고 사실 누가 해도 이렇게 잘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은 듭니다. 손님이 원하는 책을 잘 못 찾습니다. 예전에는 잘 찾았는데 데이터화를 한 이후에는 컴퓨터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쉽지 않죠. 하지만 데이터화를 해도 찾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책과 책 사이에 책이 있는데 재고 위치를 벗어난 책은 찾기가 힘듭니다. 한 시간을 넘게 찾기도 합니다. 데이터화를 안 하 는 분들은 기가 막히게 책을 찾아냅니다. 눈이 보배라고 눈으로 책을 찾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보통의 헌책방은 10권이 들어오면 한권 나가는 게 어렵습니다. 아쉬워서 책을 계속 쌓아놓게 되요. 일반 헌책방들은 일가게 일주인 체제이기 때문에 하루 귀찮으면 책이 이만큼 쌓입니다. 그러다 보면 책이 계속 쌓입니다. 책은 있는데 도저히 찾지를 못하겠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일본 갔다가 고서점 거리를 방문하고 문화적인 쇼크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거기는 전문적인 서점 이 많은데 잡지만 파는 곳이 한군데 있었습니다. 한 권만 디스플레이를 해놓고 다른 권은 쌓아놓았습 니다. 비틀즈 특집으로 한권에 오만엔 하는 비공개 음악의 악보 등을 담은 특집 잡지였습니다. 그것 을 보면서 책방을 계속 운영하려면 특성과 함께 전문적으로 해야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책방골목을 특화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전문화를 시켜보려고 진행을 했는데 기독교 관련 전문서적 한군데만 현재 만들어졌어요. 보수동책방골목은 교과서나 학습지의 매매가 원활하기 때문에 주로 많 이 취급을 하지요. 결국 잘 팔리는 책들 위주로 할 수밖에 없어요. 보수동 책방골목 1세대 분들은 몇 분 남지 않으셨습니다. 문제는 1.5세대, 2세대가 지속적으로 해 야 되는 부분인데, 이어서 하는 자제분이 많지가 않습니다. 가게를 번듯하게 하면 한 달에 최소한 2 백만 원 이상의 수익이 남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현실입니다. 요즘은 책방골목에 오는 젊은 사 람들의 대부분은 사진만 찍는 경우가 많습니다. 블로거들이나 관광객들이 인증사진만 찍는 거죠. 저는 일요일에 문을 열지 않는데 평일에 비하여 훨씬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러 온다더군 52 문화매개공간 에서 만난 부산의 예술가들

53 요. 특히 제 가게는 고서점이라 디피 되어있는 고서적들을 꼭 만집니다. 심지어 사진을 찍으려고 저 에게 포즈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요즘은 제 직업이 모호합니다. 고서점을 운영하고, 책방골목 행사를 기획하고, 지역에서 발전적인 활동을 하는 모임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제 큰 꿈은 책마을입니다. 영국에 탄광촌을 책마을로 만들 어서 혼자서 왕관을 쓰고 책의 제국을 만든 사람이 있습니다. 책방 하는 사람들의 로망은 책마을 을 만드는 것입니다. 파주의 북소리가 매년 열리는데 몇 년 동안 매년 저도 참여해서 너무 좋았습니다. 부산에서 느껴보지 못한 형언할 수 없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중구에 책방 골목이 있으니까 중구 쪽을 책마을로 바꾸는 게 매력적이란 생각에 중구 전체를 책마을로 만들면 좋을 것 같 다는 생각도 합니다. 산복도로에 폐가가 많은데 폐가를 개조해서 책방을 만드는 거예요. 거기 골목이 예쁘거든요. 원래 제 꿈이 커피 주방장이었습니다. 유명한 카페에서 주방장을 했습니다. 마지막 주방장을 하고 그만둔 이후 요식업을 꿈꾸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커피점도 서울 생활도 했지만 중국에서 공부하는 와중에 IMF가 터져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는데 아버지의 권유로 책방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고서점을 하면서 재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딸 하나 아들 하나 있는데, 애들이 책을 가지고 노는 걸 좋아합니다. 나중에 아이들이 원한다면 고서점을 물려주고 싶습니다. 작은 공간 큰 이야기 53

54 170 >> 여상훈 에프랑 2014년 3월 18일 에프랑 부산경남영업소 소장 쟁이와 함께 하는 일상-또 다른 메세나 고향은 제주도에서 배타고 들어가는 우도. 일 년에 백만 명의 관광객이 온다는 우도. 부모님이 살 고 계시고 초, 중학교를 우도에서 고등학교는 제주도에서 다니면서 1년 휴학을 했더니 친구들이 배 를 타거나 직장을 다녀서 고3 때 술을 많이 마셨어요. 부산으로 대학 진학을 했는데 제주와 정서가 안 맞아서 애를 먹었지요. 제주는 선후배 개 념보다 모두 친구같이 하대하며 지냈는데, 부산은 선배들한테 존대도 하라하니 가까이 잘 지내지 못하고 있던 참에 풍물 동아리를 소개받게 되었습니다. 동아리 선후배들이랑 술을 마 시는데 다들 잘 못 마시는 거예요. 그래서 뭔 술을 이리 드시냐며 소주 한 병을 그대로 마셨더니 모 두들 놀랐지요. 그리고는 아침에 일어나서-제주사람들은 아침에 해장도 많이 한다-해장하러 갑시 다 했더니 모두들 깜짝 놀라서 별명이 초뺑이 를 따서 초서방이 되었답니다. 대개의 사람들이 성이 54 문화매개공간 에서 만난 부산의 예술가들

55 초씨인 줄 알아요. 92년 남산놀이마당이 창단할 즈음 우리 대학 동아리도 지도를 받고 있어서 자연스레 어울리게 되 고, 여러 단체의 풍물 공연에 끼이거나 뒷일을 해 주면서 풍물을 계속할 생각이었지요. 그러다 제주 도로 방위 근무를 하러 가게 되는데 여기서도 제주서 대학을 다니는 친구들이 풍물이나 연극을 해 친 하게 지내게 되었지요. 그러나 제대를 하고 왔더니 이미 남산놀이마당에는 기량이 뛰어난 친구들이 많이 들어와 있어서 잘 못하는 재주로 같이 하기 어렵던 차에 동생이 풍물을 하고 있으니 동생은 활 동하게 하고 저는 직장을 다니게 되었어요. 에프랑 이라는 유아용품 회사를 다니다 부산영업을 맡 게 되었지요. 부산영업소 사무실을 구하러 갔더니 마침 옛날 남산놀이마당이나 극단 자갈치들이 연 습실로 쓰던 곳의 근처인지라 그 부근에 사무실을 내고 공연하는 친구들과 가깝게 지내게 되었지요. 거기서 춤, 연극, 노래 등의 공연을 다니면서 뒷풀이에 빠지지 않고 참석을 했지요. 그러다 보니 자 연스레 깊은 사이가 되었어요. 특별한 공연이 있으면 뒷풀이는 꼭 제가 맡았었지요. 26살부터 아이가 둘이라고 거짓말을 하고는 했었는데, 어느 점주의 가게 옆에 여동생이 하는 분식 집을 드나들었어요. 점주에게 아이 둘이란 건 거짓이고 다리를 놓아 달라고 사정을 했지요. 그러다 어느 날 전화번호를 주었더니 연락이 와서 데이트 한번 했어요. 그 후 아버님께 요즘 만나는 여성이 작은 공간 큰 이야기 55

56 있다 했더니 머리카락 더 빠지기 전에 결혼하라고 하시면서 큰 처형이랑 상견례 날짜를 잡아 버리셨 어요. 10월에 데이트 한 번하고 1월에 결혼을 했지요. 착한 줄 알았더니 알고 보니... 요즘에 초여사 로 활약하고 계시지요.(모두 웃음) 결혼 생활 중에 별일이 많았지만 빚을 내어서 메세나를 하는 사람 은 잘 없지요. 그렇게 수많은 밤을 보내면서 에피소드 몇 가지만 해도 1시간은 금방 갈 거 같아요. 뒷풀이를 가면 술을 사겠다면서 작품에 대해 함부로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잘 알지 도 못하면서 불편한 얘기들이 오가는걸 보면서 말은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지 요.(그러니까 그런 사람들이 누구냐구요?) 그런 사람 실명을 얘기 할 순 없지요. 술을 마셔야 나올 거 같아요. 제 수입은 딴따라 보다는 많이 버는 편이니까 술값을 내기가 편했지요. 그건 영업을 직접 하니까 돈이 돌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던 것 같아요. 무용단 뒷풀이의 단점은 예쁜 어린 출연자는 일찍 집으로 보내 버리고 선생님들만 남으니 좋지 않 아요. 하하. 1년에 7~80편을 보거나 많게는 100편을 보게도 되는데 사람이 많은 자리에서는 얘기를 잘 안 해 요. 술을 마시다 보면 새벽 즈음 가서야 하고 싶은 말이 확확 떠오릅니다. 그러니 몇몇 남은 사람들 하고만 얘기를 많이 하게 되지요. 한때 술을 3개월 정도 안 먹게 된 때를 제외하곤 술을 계속 마셔 왔 지요. 취해서 갈지자걸음이 나오게 되면 그만 둘 생각입니다. 전국의 많은 단체들과 뒷풀이를 하게 되는데 서울은 뒷풀이 관습이 잘 없어요. 경제적 시간적 제약 이 많아요. 동인극단보다 치열한 오디션을 통과해서 활동하는 경우도 많으니 자기 관리를 해야 하고, 거리도 만만치 않으니 잘 하지 않는 거 같아요. 전라도는 술도 잘 마시고 양도 많이 합니다. 목포, 광 주도 센데요. 젤 많이 마시는 곳은 제주도 같아요. 바닷가 쪽 사람이 술을 잘하는 거 같아요. 부산은 뒷풀이 관습이 제일 많아요. 술 마시려고 일하는 거 같아요. 그런 시간에 요즘은 후 배들에게 진지하게 얘기도 하지요. 지금은 작품을 제대로 만들어 놓지 않고는 평가를 잘 받을 수 없 고 관객의 호응도 받을 수 없다며 겉멋만 들어 작품을 최선을 다해 만들지 않는다면 그만 두라고 말 하기도 합니다. 56 문화매개공간 에서 만난 부산의 예술가들

57 뒷풀이는 원로 선생님들이나 후원해 주신 분들과 지인들이 오면 공연 후에 모여서 평가도 하고, 새로운 사람도 만나게 되는 자리를 꾸리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제 경우에는 사람도 좋고 하니 빠지지 않고 가려 합니다. 지금까지 뒷풀이에서 쓴 돈을 모았으면 아마도 빌딩 몇 채는 샀을지도... 1차에서는 시끌벅적해서 대화가 잘 안되고, 2차에 가면 평도 떠오르고 해서 계속 가게 됩니다. 사업은 잘 되고 그러다보니 박람회를 다니니 공연 볼 기회가 적어서 빚을 금방 갚을 것 같습니다. 빚 갚고 나면 또 대출해서 제작을 하든지 하겠지만, 우도에 예술가들을 위한 예술촌을 만들고 싶습니 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마당극을 비롯한 춤과 소리의 잔치를 벌이고 휴향지가 되는 우도가 되었 으면 좋겠습니다. 작은 공간 큰 이야기 57

58 171 >> 임상규 조각가 2014년 3월 25일 개인전 종이접기-Deer StoryⅡ 벌거벗은 사슴이야기 (2013.화인갤러리/부산) 외 다수 그룹전 - 카툰과 조각의 만남 (2013.김해 문화의 전당/김해) -CT부산국제 교류전(2013.경성대학교/부산) 외 다수 수상 : 제1회 환경조형미술제 특별상수상, 전국 대학미전 금상수상 논문 : 日 常 에서의 分 離 의 經 驗 에 대한 內 面 的 表 現 집필 : 국정 교과서 캐릭터 창작 집필위원 현재 : 부산미술협회회원, 부산경남애니포름회원, 목금토화 야외조각회회원, 김해 경남 만화 애니 페스티발 자문위원(GCAFE), 부산 바닥화 작품전(SIDE WALK ART CONTEST)운영 위원장, 부산대학교 경성대학교 외래교수 출강 중 종이접기(Dear Story-사슴접기) 저는 영주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때부터 미술을 하게 되었는데 어릴 때는 내성적인 성격이라 그림 으로 칭찬받는 것이 좋았고 학창시절 미술대회에 나가서 상도 많이 받으니 소질이 있는가 생각했지 요. 중학교 때부터 갤러리를 직접 찾아다니며 작가의 꿈을 키워 나갔던 것 같습니다. 대학을 거쳐 대학원을 졸업할 때까지 참 모범생 스타일로 학교생활을 했던 것 같아요. 그 사이사이 나름의 일탈도 있었습니다만 일탈이라고 해서 사고를 치거나 하는 그런 종류는 아니고 80~90년대 의 시대적 고민이 많았던 학창시절이라 개인의 정체성은 물론 작업에 대한, 알 수 없는 무거운 책임 감과 불확실성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 저는 5~6년 전부터 주로 폐박스를 활용해서 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조각품을 잘못 만들 58 문화매개공간 에서 만난 부산의 예술가들

59 면 정말 처리하기 힘든 산업폐기물이 되어서 그런지 재료에 대한 고민도 있었고 재활용에 대한 관심, 최소한 작가의 손을 거치면 보잘 것 없는 것도 보석 같은 작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종이박스를 활용해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주로 사슴을 만드는데 종이접기(Dear Story-사슴 접 기) 시리즈로 다소 변형되고 왜곡된 모습의 사슴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사슴이야기 에 우리의 인간의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초식동물처럼 살아남기 위해 무리를 짓고 보호색으로 위장한 채 극도로 예민한 촉각을 곧추세워 늘 긴장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과 닮아있습니다. 현대인의 감정,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내면에 숨어있는 욕망과 불안 등 차가운 감정의 표현이 죠. 작업을 하면서 에피소드가 많은데, 작업실이 서동의 좁고 작은 골목에 위치해 있습니다. 전시를 앞 두고 바쁘게 작업하는 중에 박스로 만든 사슴 30마리를 잠시 밖에 내어놓았는데 순식간에 사라졌습 니다. 너무나 놀라 황급히 찾아보니 한 할머니께서 조그만 손수레에 사슴을 실어서 가시는 거예요. 동네할머니들이 박스를 수집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몇 천원에 팔려 버릴 뻔 했습니다. 하하. 사슴을 돌려받으며 죄송한 마음에 작업실에 쌓여 있던 묵은 팸플릿을 잔득 챙겨드렸습니다. 팸플릿들이 두 껍고 무게가 많이 나가서 좋아하시더군요. 자그마하고 등이 굽은 할머니가 키보다 높은 종이사슴을 지고 가는 모습이 일종의 퍼포먼스처럼 특이해 보이기도 하고 할머니의 관심은 작품의 가치가 아니 작은 공간 큰 이야기 59

60 라 kg당 200원하는 무거운 생계구나! 참 작업을 잘 해야겠다. 는 깨우침도 주셨지요. 그것이 인연 이 되어 아직도 틈틈이 팸플릿, 책 등을 챙겨 드립니다. 또 한번은 우리 아이들한테 작품을 보여주면 참 좋겠다. 고 하셨습니다. 알고 보니 그분은 맹학교 의 교장선생님이셨습니다. 아이들이 전시장에 올 수 있는 상황이 여의치 않아 학교 운동장에 많은 작 가들과 함께 조각전을 열었지요. 아이들이 작품을 대하는 모습이 너무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만지고 안고, 보이지는 않지만 피부로 태양을 느끼고 발가락을 만지면 머리끝을 이해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편견을 깨는 계기가 되었지요. 습관처럼 스케치 하고, 기록하고, 특이하고 재미있는 소품을 주워 모으고, 왜 수집했는지도 모르지 만 작업을 할 때 기획을 해서 의도적으로 그림을 그린다 해도 작품이 완성될 때쯤이면 구석에 모아두 었던 이미지들이 작품 속에 녹아들어있음을 알게 되고 머릿속에 파편화 되어 있던 생각들이 마치 퍼 즐이 조립되듯이 자연스럽게 군집을 이루게 되는 경험. 무의식 속에 존재하는 순수한 행위, 즐거움이 라 할 수 있습니다. 작가이기에 느낄 수 있는 즐거움입니다. 학창시절 왜 그렇게 무거운 책임감에 눌려 있었는지 요즘에서야 조금씩 확인하고 털어내 60 문화매개공간 에서 만난 부산의 예술가들

61 고 마음의 가벼움을 느낍니다. 마음속으로 울고 싶은데 웃고 있는 경우도 있고, 별로 화가 나지 않은데 근엄한 얼굴을 한다. ~으로서의 나 적어도 한 개 이상의 얼굴을 가지고 있는 외면적으로 보여지기를 원 하는 얼굴 눈치를 보며 줄을 서야 하고 애절한 눈으로 그 자리에 납작 붙어 복지부동하며 때로는 분위기를 위해 재주를 넘는다. 예쁘게 포장하고 폐지가 되어 150원하는 박스로 사슴을 접는다. -작업노트 中 페르소나에 대하여- 작은 공간 큰 이야기 61

62 172 >> 최의덕 극단 자갈치 2014년 4월 1일 2001년 극단 자갈치 입단 극단 자갈치 데뷔작 창작 마당극 샛길 더부살이 오마이갓뎅 그 외 출연작 사하촌 둥글어 진다는 것은 낮아짐입니다. 폭포속에 꽃잎을 물고 눕다. 돛달린 나무 오 마이갓 뎅 외 무대가 아닌 곳에서, 뒷풀이가 아닌 자리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라 긴장이 됩니다. 그래서 긴장 도 풀고자, 또 의미있는 자리라서 가족들도 함께 하게 되었어요. 조금 늦게 오게 된 것은 아이 밥 먹 이고 오느라 그리 되었습니다. 딴따라 라 스스로 부르고 있는 이유는 놓치지 말아야 할 나의 가치가 아닐까 싶어서입니 다. 어찌 보면 예술인을 낮춰 부르거나 비하해서 하는 말이고 자긍심을 느낄 만한 용어는 아니었지 만 힘들었을 때 내가 뭣이라고 생각해보니 쉽게 일할 수 있도록 해 주었고, 지금은 나를 지탱해 주 고 있는 것 같습니다. 딴따라 용어보다 머슴 이라는 용어도 좋아요. 어떤 일을 하기에도 편한 말이 기도 하고요. 62 문화매개공간 에서 만난 부산의 예술가들

63 극단 자갈치를 만나게 되었던 계기는 대학 때 불림 이라는 풍물패 동아리 선배를 따라 나섰다가 입니다. 신입생 OT를 갔을 때 북을 치는 예쁜 선배에 끌려 동아리에 가봤더니 더 예쁜 선배가 있길래 덮 어 놓고 들어갔지요. 동아리 활동은 여기저기 발을 많이 걸쳤어요. 무대에 서는 일이 너무 좋았어요. 주로 출연했던 역할은 술주정뱅이, 사이버교주, 도둑들이 많았는데 인상이 강해서 그랬던 것 같습니 다. 처음 유한마담(복부인)으로 출연했을 때 청주의 어떤 선배가 자꾸 웃는데 왜 웃나 했더니, 여름 이라 분장했던 립스틱이 녹아 내려서 사람들이 많이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배우 활동을 재미나게 했 던 것 같습니다. 신입단원이야? 하려면 길게 하라고... 10년 이상을 해야지. 라는 말을 오기로 지금까지 하게 되 었습니다. 자갈치 공연 사진을 하나 가지고 왔는데, 배우가 등을 보이고 있는데 관객들이 웃고 있지 요. 저를 바라보고 있는 관객이 나를 지탱하고 힘을 주는 원동력이 됩니다. 무대에 들어서 면 넌 딴따라야. 라는 힘을 주는 사진입니다. 이 배우가 바로 제 아내입니다. 남들 앞에 서면 긴장이 심하게 되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야 관객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처음 초대권을 받으신 아버님이 오셨는데 제가 출연하지 않는 공연을 보시고 매우 화를 내시면서 작은 공간 큰 이야기 63

64 극단에 입단하였으니 하숙비로 매월 50만원을 가지고 오라는 겁니다. 그 전에 극단 활동을 하는 걸 어느 정도 인정해 주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10만 원 정도를 받아도 생활하는데 문제는 없었는데 규모에 맞게 살아졌습니다. 그런 힘 든 와중에서도 축적되어지는 것들이 있고 여유롭게 할 수 있었던 것이 있어 10년을 버텨 왔 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첫 무대는 샛길 더부살이 라는 작품인데 용역깡패 로 대사가 한마디였습니다. 빨리 비키소. 하 는데 때리는 동작이 잘 안 맞아서 몸짓을 백번도 넘게 연습하고, 대사도 2백번이 넘도록 했는데도 제 대로 안 되어 선배들을 힘들게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첫 공연을 마치고 속상해 울기도 했어 요. 한번은 유한마담 여장 역할을 맡았는데 대사가 매우 많았습니다. ( 아이고... 주절주절 대사가 줄줄 계속 이어진다) 옷을 갈아입고 희열을 느꼈어요. 옷도 자주 갈아입어야 하는데 치마도 훌훌 들 춰가며 하던 그 역할이 딱 제 체질이었던 같습니다. 재미있었습니다. 사하촌, 모래톱이야기 에서도 머슴 역할을 했는데 그때도 뭔가 이상했어요. 조마이 섬 에서는 양복을 입었는데 대사를 통째로 잊어버렸어요. 그 이후 양복만 입으면 그런 일이 생겨서 징크스가 되 었어요. 저는 또 마지막 공연이 잘 안돼요. 관객들은 잘 모른다 싶지만 알아채는 듯도 싶습니다. 김정한 선생님의 작품을 읽고 독후감 공모를 했는데 상을 받았어요. 상금이 몇 달치 월급이라 엄청 술을 샀던 기억도 있어요. 사람답게 살아라! 는 말씀을 하시는데 그렇게 잘 못 살고 있는 것 같아 늘 새겨 두고 있습니다. 형제복지원 에서는 사이비교주 역을 했 는데 그때는 아주 신명나게 했던 거 같아요. 영도다리, 굿거리 트로트, 헌책방, 아랫목 연탄 등 거의 대부분 소외된 사람들을 소재 로 한 연극을 하던 중에 복지에서 성지로 를 아버님이 보러 오셨는데, 그즈음 돌아가 셨습니다. 굿거리 트로트 에서 가족 전부 64 문화매개공간 에서 만난 예술가들

65 가 보러 오셨는데 극중에 상복을 입었는데, 아이구 저 놈이 아직도 상복을 입고 있노? 그러시면서 저 놈이 술만 묵고 돌아 댕기네... 뭐 이런 말씀들을 객석에서 큰소리로 하시는 통에 공연장이 웃 음바다가 되기도 했어요. 연극아카데미 에서 제가 가르치던 8살 아래의 여성과 이리저리하다가 결혼을 하게 되었어요. 해 남에서 병든 아버님과 살던 어머님은 어느 날 손가락에서 바늘이 쑤욱 나오도록 모르고 사실 정도로 미련한 분이었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살지는 않으려 합니다. 아버님처럼은 살지 않아야 되지 않 을까 해서 가정적이란 소리를 듣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좋은 가장은 아닌 것 같아요. 결혼하면서 일 정한 금액을 매월 넣겠다. 존칭을 쓰겠다. 극단 자갈치 운영을 안정화 시키겠다는 약속을 했는데 하 나도 지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건 적지만, 제가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 맡은 바 일이 가능하도록 최선을 다 하려 합니다. 나는 딴따라다 라고 다잡으면서 사람을 보고 사람을 잃지 않으려 애씁니다. 그 사 람들 속에서 살았고 그 속에서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무대에서 늘 함께 했으면 합니다. 후 배들을 좋은 무대에서 관객과 만나게 하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작은 공간 큰 이야기 65

66 173 >> 배민기 만화가 2014년 4월 8일 2008년 5월. 24부작 옴니버스 모스키토 신드롬 으로 데뷔. 그 후 쌈닭, 돗가비의 나라, 직도단혼 등 사극위주로 활동하다 2013년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지원하는 몽당분교올림픽 으로 현대물 도전과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의 삶을 직접적으로 잘 전달했다는 두 마리 토끼를 얻게 되면서 작품의 스펙트럼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음. 2012년 7월. 배민기 첫 번째 개인전 Dancing Brush 울산 아리오소 갤러리. 2012년 12월. 부산판타스틱 만화전 대상. pororoca 쌈닭-삼백일간의 떼들섬 나라 대학시절 어떤 교수님께 예술 계통에서 10년만 하면 평생 먹고 살게 되더라. 라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근데 제가 생각할 때엔 적어도 만화판에서는 5년 이상만 하면 밥은 먹고 사는 것 같 습니다. 저도 어느덧 데뷔한 지 6년 차인데 많이 벌지는 못하지만 그냥 저냥 먹고는 사니까요. 만화가로 데뷔하기가 참 힘들더라고요. 웹툰이 생기면서 연재할 수 있는 곳이 많아진 건 사실 입니다. 포털사이트도 있고, 각종 언론사 만화코너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결제해서 볼 수 있는 유료화 어플리케이션도 있습니다. 이렇게 언뜻 보면 공급이 엄청납니다. 그런데 그 많은 자리 중에 하나의 연재처를 못 찾아서 어찌나 헤맸던지... 그때 깨달았던 건 무명작가인 나를 위한 레드카펫은 없 66 문화매개공간 에서 만난 부산의 예술가들

67 다는 거였습니다. 제가 찾아가야 하는 거였어요. 데뷔한 이후엔 연재력을 갖추고 계속 그려내야 합니다. 공모전 출신 작가분들이 처음에 혼란을 겪 는 이유가 몇 달 동안 준비하게 되는 공모전용 작품과 매주 연재를 해야 되는 연재용 작품은 들어가 는 시간과 공이 엄청 다르거든요. 자신이 원하는 작품완성도가 절대 안 나오죠. 연재처의 담당자들은 20%와 120%를 왔다 갔다 하는 완성도보다는 70%~80%를 유지하 는 완성도를 더 선호하거든요. 그것이 연재력이며 진짜 프로의 세계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 다. 그리고는 아이디어 싸움이죠. 20대 때는 술을 정말 많이 먹었어요. 술에 취하면 더 이야기들이 넘쳤습니다. 심지어는 메모를 하 다못해 핸드폰으로 녹음까지 해가며 아이디어를 마구마구 뽑아냈습니다. 제 데뷔작이 모스키토 신 드롬 이라는 옴니버스 24부작이었는데 그때그때마다 아이디어가 넘쳐났습니다. 2년 반 전부터 스토리를 받아서 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이야기에 대한 목마름이 항상 있어요. 제가 만화가를 하려고 했던 것도, 제가 생각하는 것을 글이 아닌 그림으로 표현해보고 싶어서였거든요. 지금 하고 있는 이 작품이 완결되면 차기작은 반드시 제 스토리로 해보려고 칼을 갈 고 있습니다. 하하. 작은 공간 큰 이야기 67

68 많은 만화가들이 어시스턴트가 있습니다. 저 역시 혼자서만 작업을 하는 건 아니고 저를 포함한 3 명이서 팀 마우스피스 라는 팀이 함께 움직이고 있습니다. 누가 봐도 손 많이 갔다, 잘 그렸다 하는 작품은 두 사람 이상이 작업하는 경우가 많습니 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저 같은 경우엔 원고량의 문제라기보다 외로움을 많이 느끼다보니 혼자서 작업하면 정말 고독한데, 팀 작업이면 즐겁죠. 고등학교 때 문하생 생활도 했었습니다. 그때는 하나의 작품을 위해 6~7명 정도의 팀이 각자의 맡 은바 임무를 이행하던 시절이었어요. 저 역시 지우개질, 자선, 스크린톤 깎는 것 등등 정말 피터지게 했습니다만 지금의 만화가들은 대부분 디지털 작업을 합니다. 타블렛에 펜마우스를 사용하죠. 요즘 엔 한층 더 발전해서 모니터에 바로 대고 그립니다. 만화가에게 펜의 압력이 중요한데 선을 얇게 했 다가 두껍게 했다가 거의 실사에 가깝게 그려집니다. 그 기계에 그리면 연필 데생을 뜨고 그 위에 레 이어를 만들어서 펜 터치를 하니까 지우개질이 필요 없어집니다. 기계가 편리해지니 어시스트가 할 일이 없어집니다. 그래서인지 혼자 작업하는 작가들이 늘어가는 추세인 것 같습니다. 컴퓨터가 다 해 주니까요. 하지만 아직 제가 생각할 때엔 예전의 느낌이 나지 않는 것 같아요. 소위 말하는 손맛이란 것 말이 죠. 저는 아직 종이에 그립니다. 디지털 작업하는 친구들 보면 정말 신기합니다. 저는 종이 만화를 좋아합니다. 한때 잠시 디지털 작업을 했는데 즐겁지가 않았습니다. 종 이와 펜이 부딪치는 마찰력이 그리웠어요. 만화책을 만드는 옛날식의(?) 만화가가 꿈이었는데 지금은 매체가 바뀌어져 버렸습니다. 지금은 책보다 모니터나 스마트폰으로 만화를 보는 시대잖아요. 연출방식에서 완전히 새로운 형식이 되어버 린 겁니다. 만화책의 기본연출은 페이지가 끝날 때마다 상황을 궁금하게 만들어서 다음 페이지를 보 고 싶도록 이어나가는 방식이었다면, 세로로 긴 형식의 지금의 스크롤만화는 캐릭터의 감정상태의 흐름으로 이어나가는 방식이라고나 할까요? 시선방향이 일정해서 컷을 잘게 나누는 분할이 큰 의미 를 잃었거든요. 이 스크롤 방식의 연출은 금방금방 발전해 나갈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 68 문화매개공간 에서 만난 부산의 예술가들

69 작가들이 여러분들을 위해 해야 되는 일이니까요. 20대에 제 꿈은 만화가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꿈이 이루어져도 삶은 계속되더 라고요. 막상 만화가가 되고, 서른 중반이 되어가니 지금은 꿈이 약간 바뀌었습니다. 비록 B급 작가라도 좋으니까 평생을 만화가로 살고 싶어졌습니다. 물론 대박나면 그것도 좋겠지 만, 지금은 그냥 굶어 죽지 않을 정도로만 가족들이 먹고 살만큼만 돈을 번다면 만화가로써 소소한 작품을 연재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그게 지금의 제 꿈입니다. 작은 공간 큰 이야기 69

70 174 >> 최연순 발레리나 2014년 4월 15일 경성대학교 예술대학 무용학과 졸업 경성대학교 교육대학원 무용교육 전공(수료) 그랑발레 기획 김옥련발레단 단원 / 훈련장 숲속어린이발레단 교육강사 현대백화점(부산) 문화센터 강사 NC백화점(부산) 문화센터 강사 유치원 특성화활동 체육, 무용 강사 대표작 ' 口 ', ' 心 ', '선택... '외 다수 안무 인포미선 주역 피고 지고 그리고 피고 지고 발레를 시작하게 된 것은 중학교 3학년 말쯤으로 늦게 시작한 편이었습니다. 유년시절 부산시 북구의 한 동네에서 골목을 뛰어다니고 숨바꼭질을 하며 놀았던 게 기억납니다. 그런 저에게 어머니께서는 혹여나 재능이 있을까 하는 마음에 주산 학원, 태권도장, 피아노학원, 미 술학원 등 여러 학원을 보내어 이끌어 주셨습니다. 어느 날 시장통에서만 뛰놀던 저에게 TV속에 나오는 발레 전막극인 호두까기 인형 공연이 너무 나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왔어요. 그날 이후 저는 녹화한 호두까기 인형 비디오를 테이프로 혼자 돌려보며 따라하곤 했답니다. 그후 중학교에 가서 무용반에 지원하려고 했지만 당시만 해도 키와 몸무게 제한이 있어서 어린 마 음에 아마 어려울 거라고 혼자 생각하고 결국엔 육상부로 들어갔습니다. 70 문화매개공간 에서 만난 부산의 예술가들

71 육상부에 있던 시절 나름 열심히는 했지만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던 발레를 해야한다는 욕심이 떠 나질 않았어요. 그리고 1년 후 무용학원에 가서 구경 한 번만 하게 해 달라고 한 것이 두 번, 세 번 가게 되었고 결 국 선생님께서 너 정말 발레가 하고 싶니? 그럼, 엄마 모시고 한번 오지 않을래? 라고 말씀하셨고 그 결과 무용학원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딸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며 대학에 가기를 원하는 마음에 저를 무용학원으로 데려가신 것 같아요. 그렇게 시작한 발레는 고등학교까지 이어졌고 남들과 같이 예고에 진학하진 못했지만 다양한 대회 및 학내공연을 도맡아 하며 수상의 기회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경성대학교 무용 학과에 진학하였고 막상 진학을 하고나니 많은 동기들과 선 후배와의 차이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저는 무용을 너무 사랑해서 들어왔는데 그들의 전문적 경험과 학연이 저의 작음을 느끼게 하더군요. 하지만 이를 악물고 정말로 잘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 저에게 겸임 교수였던 김옥련 선생 님과의 인연이 찾아오게 됐는데 저에게는 큰어머니같은 분이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그랑 발레 공 연을 한번 해보지 않을래? 라고 하셨는데 당시 선배들도 못하는 공연을 1학년이었던 제가 할 수 있 도록 영광을 주신 셈이었습니다. 김옥련 선생님의 창작 발레는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선생님께서 제 게 일깨워주신 게 캐릭터 였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춤을 계속 추면서 백조처럼 누구나 아는 그 런 발레가 아닌 자신만의 캐릭터 를 만들어가며 춤을 추게 이끌어 주셨습니다. 그 후 저는 춤이 더 사랑스러워졌고 저의 캐릭터를 찾아가면서 계속 춤을 추며 지금도 춤을 발견하고 있습니다. 작은 공간 큰 이야기 71

72 김옥련 선생님은 춤에 있어서는 어머니나 다름없습니다. 발레를 떠나서 움직임으로 일깨워주 신 분이십니다. 숲속발레 공연을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 번도 안 빠지고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는 데 어린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중간에 물론 슬럼프도 왔어요. 왜 나 는 코믹적인 것만 하는가? 라는 고민을 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처음 맡은 게 동물캐릭터 펭귄이었 는데 펭귄의 옷을 입고 모자를 쓰고 입도 삐죽하게 춤을 췄습니다. 그 캐릭터가 너무 강했는지 그 이 후에는 코믹적인 요소는 도맡게 되었습니다. 한번은 당나귀 역을 하는데 김옥련 선생님께서 정해진 안무보다는 스스로 가장 잘 표현 할 수 있는 당나귀의 모습을 표현하라며 넌 당나귀야. 당나귀가 잘 하는 게 뭐야? 넌 잘 하는 게 뭐야? 하시며 당나귀를 표현할 수 있게 하셨고 당나귀 스텝을 만들 수 있게도 하셨습니다. 한편 다른 안무자의 공연에서 주인공을 한 적도 있는데 늑대였어요. 모든 캐릭터가 동물, 짐승만 하면 저에게 왔습니다. 어. 이게 뭐지? 나도 우아하고 예쁜 거 하고 싶은데. 작품을 내자. 내가 하고 싶은걸 하자. 라고 생각을 했고 그랑 발레 라는 단체에서 내가 하고 싶은 안무를 계속했습니다. 그 때 저는 제작에 대한 문제에 부딪쳤습니다. 지원금은 받지만 너무 적어 개인 돈을 투자해서 만들어 야 했습니다. 10분, 15분짜리 작품 하나에 제 1~2개월 강습료가 모자랄 정도였으니까요. 3~4년은 열심히 했지만 경제적 어려움이 제 발목을 잡는 느낌이었습니다. 잘나가는 학원 강사로 일해 돈 을 벌면 공연하는데 다 썼습니다. 힘이 들어 작품을 접고 공부를 하기 위해 교육대학원도 진학 했 습니다. 춤은 더 이상 내 길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대학원 학비도 내야하고, 그랑 발레 를 유지하 기 위해서 작품도 억지로 내야 되고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을 아침에 나 가서 일을 하고 저녁에는 대학원에 가서 과제도 하며 춤을 추고 있는데 이게 행복한 건가? 하는 회 의가 들었습니다. 춤도 질리고 사회생활도 질리고 모든 게 짐으로 다가왔습니다. 마음을 접고 방황의 시기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주변인들과의 연락뿐 아니라 공연하자는 연락도 안 받았습니다. 어느 날 김옥련 선생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이것도 경험이고 이것도 지옥 같으면 차라리 춤을 추자. 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다시 춤을 추게 되었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다시 춤의 세계에 빠지게 된 거죠. 그러 고 나니 춤을 더 성숙하게 추기 위해서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의 이 캐릭터는 어떻게 표현해 야 할까? 고민합니다. 힘든 시기가 저를 더 성장하게 했습니다. 72 문화매개공간 에서 만난 부산의 예술가들

73 그러던 어느 날 숲속발레에서 <거인의 정 원>을 준비하고 있는데 즉흥적인 연습 속에 서 그 사람의 장기와 특성을 찾는 것이었습 니다. 즉흥적인 작업이 익숙하지 않은 친구 들은 처음 작업하면 힘들어합니다. 계속 표 현해라. 계속 표현해라. 더 표현해라. 주문 을 받게 되는데 어떻게든 해봅니다. 그게 이 해되지 않는 무용수는 달아날 때도 있어요. 한 꺼풀 벗겨내는 게 너무 힘듭니다. 한계에 부딪쳐서 부산 무용계를 떠나는 사람도 때론 있답니다. 한번은 숲속발레라는 작품을 하면서 준비 과정이 힘들었는데 마지막 공연에 객석으로 무용수가 서 서히 다가가면서 걸어가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별을 향해서 꿈을 향해서 걸어가는 장면인데 저절로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지금까지 힘든 과정을 모두 씻어주는 탁월한 약이구나. 모 든 게 다 치유가 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신에게 춤은 어떤 것이냐? 어떤 존재냐? 고 묻는다면 저에게 춤이란 정말 물음표(?) 이자 느낌표(!)라고 말합니다. 항상 과정이 힘든데 공연이 시작되고 무대막이 오르면서부터 음악 과 함께 무용수들과 관객과 일치되었을 때 말하지 못하는 쾌감이 있습니다. 혼자만 느끼는 것이 아니 라 관객의 호흡이 느껴지고, 관객과 함께 호흡할 때, 내가 하고자 하는 걸 관객이 느끼고 있을 때 말 할 수 없는 희열이 있습니다. 커튼콜을 하면서 항상 우는 것 같습니다. 내 몸짓이 필요한 이 순간이 이 관객에게 도움이 되었다면... 내가 정말 행복했을까? 오케이. 그러면 된 거야. 그런 생각이 들면 과정은 너무 힘든데 그날 하루만큼은 정말 행복합니다. 춤을 추고 나면 무대가 던져주는 힘이 너무나 강합니다. 과정은 힘들지만 그 순간만큼은 너무나 행복하죠. 작은 공간 큰 이야기 73

74 175 >> 김일두 가수 2014년 4월 22일 문제없어요 밴드 지니어스-Genius 기타 보컬. 앨범 Mamason 1집 - Yangatchi (2009) Ginius 1집 - Birth Choice Death-2010 Ginius 2집 - Beaches (2014) 솔로 앨범 1. 김일두 하헌진 스플리트 곱고 맑은 영혼-2013 책 -Kim met Johnny-2014 저에게는 더 이상 벼룩신문이나 잡코리아를 보지 않는 것이 인기의 척도예요. 저는 끊임없이 벼룩 신문뿐만 아니라 교차로, 부산시대, 잡코리아 외 모든 것들을 다 보고 있습니다. 저는 인기가 없어 요. 밴드앨범들은 솔로로 하는 음악과는 다르게 많이 시끄러워요. 원래 제 모습을 볼 수 있는 앨범입니다. 저는 솔로앨범도 좋지만 그보다는 밴드앨범들을 더 좋아해요. 사실 문제없어요 라는 노래에 등장하는 여자는 실존하는 인물이 아니에요. 술을 마시다보면 어느 순간 멍해질 때가 있잖아요. 언젠가 지하 술집에서 술을 마시는데 집에는 가기 싫고 시계는 2시가 넘 74 문화매개공간 에서 만난 부산의 예술가들

75 어가고, 집에는 가야되는데 택시비는 많이 나올 것 같고... 이런 온갖 고민들을 하다가 아무도 없는 bar를 보면서 상상을 했어요. 제가 만약 여기서 누군가를 만나면 사랑을 고백하겠다라고... 그 느낌 을 집에 와서 쓴 내용인데,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노래는 아니에요. 하지만 이 노래 때문 에 집세를 몇 번 낸 기억이 있어서 좋아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만 그렇게 정이 가는 노래는 아니에요. 밴드 미국 투어는 13개주를 돌아다니느라 40일 동안 스케줄이 빡빡했습니다. 계속 공연하고 자는 생활의 반복이여서 정신이 없었어요. 이 여행을 가게 된 계기는 저희 밴드 멤버들이 미국친구들이예 요. 이 친구들과 6~7년을 같이 했는데, 이렇게 오랫동안 같이 밴드생활을 한다는 것이 제 인생에 더 이상은 없을 것 같았습니다. 어느 날, 이 친구들은 어렸을 때 어떻게 자랐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서 드 럼 치는 친구에게 고향갈 때 함께 가자고 했어요. 근데 사실 현실적으로 미국에 가기가 쉽지가 않거든요. 직장도 다녀야 하고 아버지도 계시니까요. 그런데 갑자기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충동적으로 일을 그만두고 퇴직금이 생기니 자연스럽게 같 이 가게 되었어요. 공연이 주가 된 여행이라기보다는, 7년 동안 같이 놀았던 친구들의 역사를 알고 싶어서 가게 되었던 여행입니다. 작은 공간 큰 이야기 75

76 일은 충동적으로 그만뒀어요. 사장님도 너무하시고, 제가 너무 지쳐 있어서 그만둬야겠다는 생각 이 들었어요. 작년에 갑자기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나니, 이렇게 아등바등 살아서 뭐하겠냐.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그때 5년 정도 일하면서 어느 정도 생활이 안정권에 들어가고 있었어요. 저 도 관두기가 아까운 회사였는데 그냥 하고 싶은 거 해보자 해서 충동적으로 그만둬버렸습니다. 일을 그만두고 안 좋은 점은 살이 자꾸 찐다는 거예요. 그 외에 안 좋은 점은 없는 것 같습니다. 돈 걱정은 잘 안 해요. 일하고 싶으면 다시 일하면 되니까... 마음에 여유가 생겨서 좋은 것 같아요. 76 문화매개공간 에서 만난 부산의 예술가들

77 사실 전 예쁜 말로는 가사를 잘 못써요. 그렇다고 가사에 욕을 집어넣고 싶진 않습니다. 욕을 쓰지 않고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말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전 제 노랫말들에 자신이 있습 니다. 앞으로도 많이들 들어주세요. 작은 공간 큰 이야기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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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rologue Prologue Contents 69 73 76 82 82 84 95 111 111 119 137 141 141 147 163 168 172 174 177 177 179 185 188 8 188 192 10 12 14 16 18 20 22 24 26 28 30 32 34 36 38 40 42 44 46 48 50 52 54 56 57 58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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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부록표지

국어부록표지 초등학교 국어 기초학습 프로그램 초등학교 국어 기초학습 프로그램 1권 한글 익히기 신나는 한글 놀이를 시작해요 5 1. 선을 그려요`(선 긋기) 6 2. 아야야!`(기본 모음 익히기) 11 이 동물의 이름은 무엇까요? 21 1. 구구구, 비둘기야`(자음 ㄱ, ㄴ 익히기) 22 2. 동동, 아기 오리야`(자음 ㄷ, ㄹ 익히기) 31 3. 아야, 모기야`(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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