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회의 프로그램 등 록 09:00~09:30 개회식 09:30~10:00 개회사 : 박명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장) 축 사 : 류길재 (통일부장관) 오연천 (서울대학교 총장) 제1회의 : 지구적 핵확산과 분쟁양상의 변화 10:00~12:00 사 회 : 장달중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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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새로운 핵위험시대, 지속 가능한 평화의 모색 Sustainable Peacebuilding in the New Era of Nuclear Insecurity

2 학술회의 프로그램 등 록 09:00~09:30 개회식 09:30~10:00 개회사 : 박명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장) 축 사 : 류길재 (통일부장관) 오연천 (서울대학교 총장) 제1회의 : 지구적 핵확산과 분쟁양상의 변화 10:00~12:00 사 회 : 장달중 (서울대) 발표1 : 북한의 핵개발과 동북아 지역 안보 발표2 : 이란의 핵개발과 중동 지역 안보 발표3 : 핵무장과 분쟁양상의 변화 함형필 (국방연구원) 서정민 (한국외대) 황지환 (서울시립대) 지정토론 :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김성철 (서울대), 인남식 (국립외교원) 오찬 12:00~13:20 제2회의 : 동북아 각국의 북한 핵개발에 대한 인식과 대응 13:20~15:20 사 회 : 박인국 (서울대, 전 유엔대사) 발표1 : 중국의 북한 핵개발에 대한 인식과 대응 발표2 : 일본의 북한 핵개발에 대한 인식과 대응 발표3 : 한국의 북한 핵개발에 대한 인식과 대응 차이젠 ( 蔡 健, 푸단대) 나카토 사치오 (리츠메이칸대) 박영호 (통일연구원) 지정토론 : 정재호 (서울대), 진창수 (세종연구소), 서주석 (국방연구원) 휴식 15:20~15:30 라운드 테이블 :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위한 포괄적 접근 15:30~17:30 사 회 : 박명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장) 제안1 : 동북아의 대안적 아키텍처 구상 전재성 (서울대) 제안2 : 과학기술과 평화 이영희 (가톨릭대) 제안3 : 평화의 감성과 문학 오수연 (소설가) 패 널 : 변진흥 (종교인평화회의), 서균렬 (서울대), 이태수 (인제대) 발표자 및 토론자

3 Program Registration (09:00~09:30) Opening Ceremony (09:30~10:00) Welcoming Remarks Park, Myoung-Kyu (Director of the Institute for Peace and Unification Studies (IPUS), Seoul National University) Congratulatory Remarks Ryoo, Kihl-Jae (Minister of Unification), Oh, Yeon-Cheon (President of Seoul National University) Session 1 : Nuclear Proliferation and Modes of International Conflicts (10:00~12:00) Chair : Chang, Dal-Joong (Seoul National University) North Korea s Nuclear Program and Regional Security in Northeast Asia Ham, Hyeongpil (Korea Institute for Defense Analysis) Iran's Nuclear Program and Regional Security in the Middle East Seo, Jeong-Min (Hankuk University of Foreign Studies) Nuclear Armament and Modes of International Conflicts Hwang, Jihwan (University of Seoul) Discussants : Cho, Seong-Ryoul (Institute for National Security Strategy) Kim, Sung Chull (Seoul National University) In, Nam-sik (Korea National Diplomatic Academy) Lunch (12:00~13:20) Session 2 : Responses to North Korea s Nuclear Program (13:20~15:20) Chair : Park, In-kook (Seoul National University, Former Ambassador to the UN) China s Responses to North Korea s Nuclear Program Cai Jian (Fudan University) Japan s Responses to North Korea s Nuclear Program Nakato, Sachio (Ritsumeikan University) South Korea s Responses to North Korea s Nuclear Program Park, Young-Ho (Korea Institute for National Unification) Discussants : Chung, Jae Ho (Seoul National University) Jin, Chang Soo (Sejong Institute) Suh, Choo Suk (Korea Institute for Defense Analyses) Coffee/Tea Break (15:20~15:30) Roundtable : Comprehensive Approach for Sustainable Peace on the Korean Peninsula (15:30~17:30) Chair : Park, Myoung-Kyu (Director of IPUS, Seoul National University) Designing on Alternative Architecture of International Relations in East Asia Chun, Chae-Sung (Seoul National University) Peace and Scientific Technique Lee, Young Hee (Catholic University) Peaceful Sensitivity and Literature Oh, Soo Yeon (Writer) Discussants : Byun, Jinheung (Korea Conference of Religion for Peace) Suh, Kune Yull (Seoul National University) Lee, Tae-Soo (Inje University) & participa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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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목 차 제1회의 : 지구적 핵확산과 분쟁양상의 변화 북한의 핵개발과 동북아 지역 안보 함형필 (국방연구원) 이란의 핵개발과 중동 지역 안보 서정민 (한국외대) 핵무장과 핵정책의 변화 황지환 (서울시립대) 지정토론 :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김성철 (서울대), 인남식 (국립외교원) 제2회의 : 동북아 각국의 북한 핵개발에 대한 인식과 대응 China s Responses to North Korea s Nuclear Program 차이젠 ( 蔡 健, 푸단대) 북한의 핵개발 계획에 대한 일본의 대응 나카토 사치오 (리츠메이칸대) 한국의 북한 핵개발에 대한 인식과 대응 박영호 (통일연구원) 지정토론 : 정재호 (서울대), 진창수 (세종연구소), 서주석 (국방연구원) 라운드 테이블 :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위한 포괄적 접근 동북아의 대안적 아키텍처 구상 전재성 (서울대) 과학기술과 평화 이영희 (가톨릭대) 어려운 문제에 대한 어리석은 생각 오수연 (소설가) 패 널 : 변진흥 (종교인평화회의), 서균렬 (서울대), 이태수 (인제대) 발표자 및 토론자 부 록 참가자 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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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제1회의 지구적 핵확산과 분쟁양상의 변화 북한의 핵개발과 동북아 지역 안보 함형필 (국방연구원) 이란의 핵개발과 중동 지역 안보 서정민 (한국외대) 핵무장과 핵정책의 변화 황지환 (서울시립대) 지정토론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김성철 (서울대) 인남식 (국립외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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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북한의 핵개발과 동북아 지역 안보 함형필 (국방연구원) I. 서론 ㅇ 북한의 핵개발은 한반도 안보의 직접적 위협이자 동북아 지역안보, 나아가 전 지구적 핵확산 금지체제에 대한 중대한 위협임. - 북한은 NPT 가입국가로서 임의 탈퇴 후, 2006년 10월 9일 첫 번째 실험을 실시했고, 유엔안보리결의안 1718호, 1874호가 가동 중인데도 불구하고, 2009년 5월 26일 2차 핵실험에 이어 2013년 2월 12일 3차 핵실험을 단행한 바 있음. - 북한은 NPT 체제하에서 핵개발(수평적 핵확산)에 성공한 유일한 국가이며, 북핵 폐기 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북한의 핵개발로 인해 동북아 지역 안보정세는 불안정해질 것 ㅇ 핵확산에 관한 상반된 주장 1) - 한 가지 주장은 핵무기의 점진적 확산이 오히려 지역안보에 안정적 역할을 증대할 것이 라는 것임. - 상기 주장의 핵심은 국제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불안정을 촉발하는데, 핵무기의 수평적 확산과정은 매우 느리기에 완만한 확산은 확산이 일어나지 않거나 급격한 확산보다 낫 다는 것이며, - 핵무기 보유 결과 억제력과 방어력이 강화되어 전쟁 가능성은 줄어들며 핵무기가 부여 하는 책임 때문에 전쟁을 시작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는 논리임(Waltz). 1) Sagan and Waltz, The Spread of Nuclear Weapons: A Debate(New York: W. W. Norton & Company, 1995).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9

10 - 그러나 핵확산에 대한 비판론자들은 핵 제2세대(2nd Nuclear age) 에서 장차 핵무기 보유국가들은 군부가 장악하거나 민간정부의 핵통제가 취약하기에 위기 시 핵무기 사 용을 조장할 수 있는 군사적 편향을 가지기 쉽다고 인식함. ㅇ 본고는 북한 핵능력의 실체 및 성격, 핵무기 사용 가능성 등을 고찰해봄으로써 향후 북한의 핵개발이 동북아 지역 안보에 대한 불안정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는 점을 강조할 것임. II. 북한 핵개발과 전쟁양상의 변화: 전략, 능력, 사용 가능성 1. 북한의 전략적 노선 변화 ㅇ 북한은 2008년 8월 김정일 건강악화 이후 전략적 노선 변화를 추구한 것으로 보임. 비핵화 대화를 거부하면서 사실상의 핵보유국(de-facto) 지위 확보를 추구 2) - 사실상의 핵보유국 이란 NPT 체제하 합법적이지는 않지만,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지 않는 핵보유국 을의미 - 이러한 북한의 전략적 노선 변화는 정권의 생존전략 및 체제안정화 전략 차원에서 구체 화된 것으로 보이며, 특히 김정은 정권 등장 이후 구체적으로 드러남. - 현재의 정국은 김정은 개인의 독단적 결정보다는 당 차원에서 장성택, 김경희, 최룡해 등 후견세력에 의해 기획되고 조정되고 있다는 시각이 대세 ㅇ 정권이양기(2009~2011)에 해당하는 2009년부터 북한은 장거리로켓 시험발사( ), 2차 핵실험( ), 천안함 폭침( ),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 ), 연평도 포격( ) 등 일련의 강경책 및 도발을 구사하면서 핵개발 노력을 가속화함. 2) 함형필, 3차 핵실험이후 북한 핵능력 평가: 사실상의 핵보유국인가, 한국국방연구원(KIDA) 동북아안보정세분석, 3월 14일. 10 새로운 핵위험시대, 지속 가능한 평화의 모색

11 ㅇ 김정은 정권 등장 이후에도 강경기조를 지속함. 즉 2012년 2.29 합의를 파기하고 장거리 로 켓을 발사( )하였고, 헌법 전문에 핵보유국으로 명시했으며, 2차 장거리 로켓발사 ( )와 3차 핵실험( )을 감행 ㅇ 특히 당중앙위 전원회의( )에서 핵보유국으로서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노선 의 전략적 노선을 채택함에 따라 자립적 핵동력공업을 발전시켜 전력문제를 해결하고 세계 비핵화 전까지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확대강화하겠다고 천명함. - 또한 최고인민회의 제12기 7차 회의( )에서 법령 자위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더 욱 공고히 할 데 대하여 를 채택함. - 동 법령은 북한의 핵보유국 기정사실화 전략의 연장선상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법령이 며, 특히 북한의 핵전략 및 정책을 법적으로 정당화했다는 의의가 있음. ㅇ 북한이 파악하는 핵보유국의 전략적 요건 - 정치적으로 NPT 체제하 핵무기 보유를 인정받는 것이고, 기술적으로 사용가능 핵무기 를 개발하고 이를 투발할 운반수단을 보유하는 것이며, 군사적으로 대미 핵위협 능력을 보유하고 대남 절대적 군사우위를 확보하는 것 - 결국 남한, 일본 등을 핵인질(nuclear hostage)화하여 미국과의 정치 군사 경제문제 타결을 시도함으로써, 정권의 생존권을 확보하고 나아가 대남 군사력 우위를 바탕으로 북 주도하 한반도 통일 여건을 조성하고자 함. ㅇ 북한은 핵보유국(군사강국), 사상강국 위에 경제강국의 토대를 마련하여 강성국가를 건설하 는 것을 최우선 국가전략목표로서 달성하고자 함. - 경공업대회 를 개최하여 인민생활개선 등 경제부흥전략을 추진 - 핵보유 인정받으면서 대미관계 개선을 하겠다는 의미 - 새로운 판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협상력을 배가하기 위해 대남위협 활용 ㅇ김정일 유서에서 대남 군사우위에 근거한 통일전략을 분명하게 언급 3) 핵, 장거리미사일, 생화학무기를 끊임없이 발전시키고 충분히 보유하는 것이 조선반도의 3) 이윤걸, 김정일의 유서와 김정은의 미래 (서울: 비전원, 2012), 21~23쪽.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11

12 평화를 유지하는 길임을 명심하고 조금도 방심하지 말 것 조국을 통일해야 한다. 조국을 통일하는 문제는 우리 가문의 종국적 목표이다. 정은이 대에 안 되면, 그 후대에 가서라도 무조건 통일한다는 각오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현 남조선정권하에서는 북남관계개선이나 통일이 불가능하다. 남조선의 다음 정권과의 관계에서 사상적으로 철저한 우위를 차지하며 그들을 군사적으로 제압한 상태에서 경제, 문화교류를 시작으로 통일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미국과의 심리적 대결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 합법적인 핵보유국으로 당당히 올라섬으로써 조선반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켜야 하며 국제제재를 풀어 경제발전을 위한 대외적 조건 을 마련하여야 한다. ㅇ 현재 북핵은 김정은 정권에 생존전략의 기본수단이면서 대외전략의 핵심수단이자 통일대업 완수를 가능케 하는 만능의 보검으로 인식 및 활용되고 있음. - 특히 최근 위협의 의미는 핵보유국으로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 - 상황이 자기 뜻대로 풀리지 않으니, 핵인질 상태의 한국을 위협하는 것 2. 북한의 현존 핵능력 4) ㅇ 북핵 관련 모든 논의의 출발점은 북핵 능력에 대한 올바른 판단과 이해임. - 그간 비핵화 대화에 대한 부정적 영향 차단, 정권의 대국민 책임회피, 북한에 대한 잘못 된 시그널을 방지하는 차원 등을 고려, 대체로 보수적인 판단을 해옴. ㅇ 통상적 핵무기 개발과정은 1 핵물질 확보 2 기폭장치 개발 3 핵폭발장치 제조 및 핵 실험 4 핵무기 소형화 경량화 및 운반수단 탑재 5 전력화(핵무기 양산 및 지휘통제체 계 구축) 및 고급 기술(핵융합 등) 개발 6 작전배치(독트린 정립) 단계로 진행 - 북한은 현재 4~5단계의 중간 정도에 도달한 것으로 판단. 즉 남한에 대해 사용 가능한 핵무기를 보유한 상태라고 보는 것이 거의 정확한 평가임. 4) 한국전략문제연구소(KRIS) 주관 국방정책토론회 발제문, 함형필, 북한의 핵전략과 우리의 전략적 대안 참조 요약. 12 새로운 핵위험시대, 지속 가능한 평화의 모색

13 ㅇ 북한의 핵물질 확보 추정량 - 10kt 플루토늄탄 1기 제조에 약 3~4kg 플루토늄 사용 가능 - 북한이 보유한 Pu 총량은 약 40~43kg으로 10~14기 핵무기 제조 가능 - 비밀시설에서 연간 핵무기 2기를 제조할 수 있는 약 30kg가량의 HEU 생산 유력 - 북한은 2010년 이후 6~8기의 우라늄탄 제조 가능한 HEU 확보 추정 ㅇ 내폭형 기폭장치 제조 능력 및 우라늄탄 보유 추정 - 3차 실험에서 HEU 내폭형 핵무기를 사용했을 가능성도 존재하나, 플루토늄을 사용했 을 가능성도 배제 불가 ㅇ 특히 1, 2차 핵실험에 비해 다소 증대된 10여kt 수준의 폭발력을 발휘한 점을 고려할 때, 사 용 가능한 내폭형 핵무기 디자인 완성 가능 - 당초 예상보다 위력이 못 미치나, 북한이 지하갱도의 특성을 고려 위력을 조정했을 가 능성도 존재 ㅇ 일정 수준의 소형화 경량화 달성 추정 - 2, 3차 핵실험 성공, 80년대 이후 100여 회 이상 고폭실험 등 고려 시 소형화 달성 가 능하며, 소형화는 현재 북한의 미사일 능력 고려 시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함. - ICBM급 탄도미사일의 사거리 대 중량의 trade-off를 고려하면, 북한의 핵무기는 충분 히 미사일 탑재 가능한 수준임. ㅇ 남한 전역을 사정권에 두는 중 단거리 작전배치 탄도미사일로서 스커드 600여기, 노동미 사일 200여기 등을 포함하여 대략 1,000여기 탄도미사일과 IL-28항공기 보유 - 특히 핵탄두 탑재가 유력한 노동미사일의 사거리는 400~1,300km로서 남한 전역 공격 가능 - 최근 북한은 GPS 기술을 활용하여 수m 정도의 CEP 확보, TEL을 활용하여 이동 능력/생존성 증진, 로켓개량을 통한 장거리 투사능력 향상에 주안 ㅇ 핵보유국 기준 현 핵능력 수준 평가 - 사실상의 핵보유국 은 단순히 핵무기 몇 기를 가졌다고 성취되기보다, 신뢰성 있는 핵 억제력 구비라는 요건의 충족이 필수적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13

14 - 신뢰성 있는 핵억제력 은 핵전력의 생존성(survivability), 운반체계, 핵무기 자 체의 안전성, 핵무기 방호 체계, 승인되지 않은 사용의 위험성 방지 체계, 지휘통 제시스템, 핵사용 독트린(targeting and doctrine), 충분한 핵무기 위력과 수량, 합리적 개발 운용 비용 등 구비될 때 달성 - 북한은 아직 초보적 수준의 핵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며, 비록 사실상의 핵보유국 에는 못 미치지만 소량의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 ㅇ 향후 북한은 동북아 지역 차원을 넘어 글로벌 핵파워를 지향하는 것은 아니나, 미국에 일정 부분 핵능력을 과시하고 실질적인 위협을 가할 수 있을 정도의 현대화된 핵 미사일의 지속 개발 및 핵능력 확대 추진이 예상됨. - 1st strike를 받은 후 생존전력을 가지고 2nd strike가 가능한 수준의 핵무기 보유 및 실전배치 - HEU 생산(1,500kg) 및 핵무기 보유량 증대(50~100여기 수준) - 미국을 목표로 한 ICBM 기술 확보(융합형 증강형 핵무기) - 생존성 보장을 위한 mobile 체계 및 잠수함 투발체계 확보 - 전략적 융통성 차원에서 스커드, 노동, KN-08, 대포동미사일 등에 탑재 가능한 다양한 탄두 개발 3. 북한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 고찰 ㅇ 핵무기의 사용 가능성에 대한 논쟁은 국제정치에서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남아 있음. - 핵무기는 사용할 수 없는 무기라는 인식과 사용 가능한 무기이나 핵무기 사용으로 부터 야기되는 위험이 큰 상황에 따라 억제된 것이라는 대립적 견해 존재 - 오늘날 핵무기는 사용할 수 없는 무기라는 인식이 보편적임. 이에 따라 북한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해서도 예외적 적용을 꺼려하는 일반적 경향 존재 ㅇ 특히 핵무기 사용 불가능론자들은 2차 대전 외 사용전례가 없어 실제 북한의 핵사용 가능성 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 주장 5) 5) 한용섭, 핵무기 없는 세계: 이상과 현실, 국제정치논총, 제50집 2호, 2010, 쪽. 14 새로운 핵위험시대, 지속 가능한 평화의 모색

15 - 핵무기는 정치적 무기이지 군사적 무기가 아님. 따라서 북핵위협 존재하나, 실제 사용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평가 - 북한은 미국의 강력한 핵보복(억제능력) 정책을 의식하여 정권붕괴 또는 국가붕괴가 예 상되는 상황에서 핵을 결코 사용하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 즉 북핵은 최후의 수단으로써 사용될 것이므로 군사적 효용성이 낮다고 평가 ㅇ 반면 Sagan, Montbrial 등 학자들은 국내 정치가 불안한 개도국과 후진국의 비이성적인 지도자들은 핵무기가 있다면 사용을 주저하지 않을 것 이라는 의견 제시 - 미 국방대 James J. Wirtz 교수는 약자의 낙관주의로 인해 약자들은 강자들이 억제책 을 시행한다는 공약을 피해 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 - 즉, 군사적으로는 전략적 기습을 통해 상대의 우세한 군사력을 우회하여 억제책을 무력 화할 수 있음(군사적 해결책). - 강대국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전략적 제약으로 억제공약을 이행할 수 없을 수 있음(세 력균형의 역설). - 약자는 이해를 관철시키기 위해 비용을 감내할 의지가 있으나, 강대국은 일반적으로 비 용을 감수할 의지가 부족(사회적 제약) ㅇ 북한이 핵을 군사적으로 사용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누구도 명쾌하게 답할 수 없음. 북한의 지도자가 비이성적이라는 근거는 없지만, 북한 정권의 특수성과 향후 북한이 처하게 될 특별 한 상황에서는 핵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점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움. - 북한 불안정 상황 핵통제 불안정 / 군사도발 핵 사용으로 연계되는 상황에서는 북 한의 핵 사용 가능성 증대 - 특히 다음과 같은 체제의 특성으로 인해 북한의 핵사용 가능성을 고려해야 함. 1 북한의 체제적 특성: 선군정치적 군사문화 1인에 집중된 의사결정구조, 편견, 책임회피성 관료문화 정착 횡적 소통단절, 비탄력적인 의사결정, 기관이익 우선주의 2 최고사령관의 성향과 통치방식 체제 위기상황 탈피를 위한 고강도 위기조성 및 적대감 고취 군사도발 감행으로 내부단결 / 위기국면 돌파 시도 3 국지도발사태가 대규모 군사충돌로 비화(escalation)될 가능성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15

16 ㅇ 북한의 핵사용에 관한 전략적 딜레마 1 (전력의 전반적 열세) 핵사용을 배제하고 자신의 재래식 전력만을 사용할 경우에는 전쟁 승리 또는 목표 달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판단 2 핵사용 없는 전쟁에서의 실패는 곧 정권의 붕괴 위기 초래 6) 3 미국에 의한 선제타격 가능성에 대한 우려 NPR 에서 NPT 탈퇴 및 위반 국가에 대한 소극적 안전보장(NSA) 제외 명시 4 약자의 낙관주의에 근거한 미국의 군사적 대응에 대한 오판 가능성: 선별적 제한적 핵사용 시 미군이 핵대응 하지 못할 것으로 오판 - 위기 상황 시 핵사용에 대한 강한 유혹, 궁지에 처할 경우 자포자기식 핵사용 선택 ㅇ 북한 정권의 현실 및 상황인식에 의해 핵사용 가능성 좌우 - 핵개발 목적을 미국의 핵위협에 대한 억제라고 수차례 천명(합리성) - 현재 핵의 역할을 상대방 공격에 대한 억제 및 자국의 방어력 제공이라는 일차적 목적에 국한 - 다만, 협상력 제고 차원에서 수사적 대남 핵위협 활용 - 북한정권의 합리적 의사결정 고려 시 미국의 핵대응 회피 위해 가급적 핵사용 배제 - 하지만, 전쟁억제 실패 등 극한 상황 처한다면 공세적인 핵사용 옵션을 검토할 가능성 도 존재함. 즉 유사시 전쟁승리 위해 적극적인 사용 불사(결정적 순간) 4. 북한의 핵무기 사용 시나리오 분석 ㅇ 확률은 낮지만, 가능성 차원에서 고려할 수 있는 북한의 평시 핵 도발 유형은 핵테러(방사 능테러 포함)와 핵위협(공갈) 핵확산 핵실험 등이 있음. - 핵테러는 무장공비 침투 또는 테러리스트 위장을 통해 사회혼란 조성 차원에서 시도 - 핵위협은 수사적 위협으로부터 다양한 수준으로 상정할 수 있으나, 국지도발 상황에서 우 리 측의 능동적 억제전략을 제한할 목적으로 협박(공갈)을 가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 - 북한이 핵무기 제조 물질이나 관련 기술을 제3국으로 명백히 이전하는 핵확산 사례의 경우 도발로 간주 가능(예, 이란으로 원심분리기 이전) - 핵실험시 기존 핵실험과 차별된 위력 및 수량증가 또는 융합 등 기술진전을 시도 6) 사람은 이득보다는 위험에 더 큰 주관적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에 손실회피(loss aversion) 반응을 보인다. Amos Tversky and Daniel Kahneman, Loss Aversion in Riskless Choice: A Reference-Dependent Model, The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Vol 106, No.4(1991), pp 1039~ 새로운 핵위험시대, 지속 가능한 평화의 모색

17 ㅇ 북한의 실행가능한 핵테러 유형 - 핵시설에 대한 사이버테러, 원인 미상의 사고 가장 등 다중위협을 시도할 가능성 1 핵무기나 간이 핵폭발장치(소위 핵가방 또는 핵배낭)를 이용한 테러 2 방사능살포무기(RDD 또는 Dirty Bomb)나 방사능누출무기(RED)를 이용한 테러 3 방사능을 누출시킬 수 있는 시설에 대한 직접 공격 & 사보타주 - 테러에 대해서는 매우 다양한 시나리오 상정 가능, 무엇보다 북한이 시도했다는 직접적 인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 발생 가능, 사전 의사결정기준 마련 필요 ㅇ 평시 북한체제의 불안정 상황 국지도발 상황에서 위기고조(escalation)에 따라 북한의 핵사용 도발 가능성 증대 - 초기 적극적인 위기관리 전략 구사로 북한의 핵사용을 억제할 필요 - 북한의 핵사용에 대한 강력한 보복 의지 천명하되, 과도한 자극으로 불필요한 오해 및 위기고조 방지 ㅇ 전시 북한의 핵사용 결정은 핵사용 적기와 표적(targeting)에 따른 공격형태에 대한 전략적 판단이 필요 - 북한 정권 지도부가 핵사용 시기를 결정하는데 고려할 수 있는 요소 1 시간 경과될수록 북한 핵전력의 생존성 감소 > 초기사용 바람직 2 전쟁승패 결정적 관건: 미 한반도증원전력 차단 > 증원이전 핵사용 필요 3 기습 및 선제타격의 효과 4 전쟁후반부로 갈수록 핵무기 효용성 감소 > 종반부 위기탈피라는 제한적 사용만 - 일반적으로 북핵은 최후의 수단으로서 인식되나, 핵무기 사용의 효용성은 시간이 경과 됨에 따라 감소되므로 최적의 사용시기가 존재함. ㅇ 북한이 고려할 수 있는 가용한 핵공격 옵션 - 작전수준과 공격형태, 공격시 고려하는 표적종류에 따라 다양한 공격 구상 가능 - 전략적 수준에서는 민간시설에 대한 대량살상공격과 전자기펄스(EMP) 공격, 전략적 군사표적에 대한 공격, 핵폭발 시위 등을 구사 가능 - 전술적 차원에서는 소규모 정밀 핵공격이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작전사급 이하 부대 및 제한된 군사표적을 목표로 하는 공격을 선택 가능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17

18 1 이외에도 북한은 실제적인 핵폭발을 하지 않더라도 핵을 무기화 삼아 억제전략과 위 협전략, 무사용 등의 옵션 선택 가능 ㅇ 공격옵션의 선택은 지도부의 정치적 의지, 군사전략적 고려, 핵무기 보유수준과 기술 수준, 국제사회의 반응 및 대응 등 다양한 요소를 동시에 복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것 으로 예상 - 제시된 공격유형에 대하여 일정한 제약조건이 없다는 가정 아래서는 북한은 자신이 전 쟁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가장 유리한 공격옵션을 선택 - 실제 북한의 핵사용에 대한 의사결정 시 고려요소는 식별 불가능 ㅇ 보다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직관 제공 차원에서 북한의 핵공격 우선순위를 판별하기 위한 분 석 시도(5가지 평가기준 적용) 1 가치성: 전쟁승리에 대한 가치 기여도; 2 안전성: 적의 대량보복 회피 가능성; 3 효과성: 비용대비 효과; 4 정당성: 국제사회로부터의 비난/제재 회피; 5 용이성: 군사적 기술적 이행가능성. [표 1] 5가지 평가요소에 의한 북한 핵공격 유형별 평가 현황 7) 핵공격유형 (가중치) 가치성 (0.3) 안전성 (0.25) 효과성 (0.15) 정당성 (0.1) 용이성 (0.2) counter-value strike counter-force strike demonstration EMP attack tactical attack deterrence intimidation do nothing 평가점수 예시) Very high(10), High(8), Medium(6), Low(4), Very low(2) 7) 평가요소별 10점 만점, 평가요소별 가중치 고려 -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한 델파이 기법 적용 가능하나, 개인적인 판단에 기초하여 유형별 요소별 점수 부여 18 새로운 핵위험시대, 지속 가능한 평화의 모색

19 [그림1] 북한의 핵공격 유형 평가 ㅇ 요컨대, 핵억제, EMP 공격, 대군사공격, 핵위협, 대가치공격, 사용배제, 과시 적 사용, 전술적 사용 순으로 사용이득 증대 - 전면전 발발 시 전략적 이득이 큰 <핵억제 옵션>과 <EMP 공격> 최우선적으로 고려할 가능성 ㅇ 북한의 예상 가능한 핵도발 시나리오 - 전 평시 한미 핵 및 재래식 선제공격을 억제하는 핵심적인 수단으로 핵억제 의존 - 전면전 시 초기단계에서 EMP공격 선택 유력 - 북한의 초기단계 추가 옵션은 한국군 작전사 등 전략표적 위주의 제한된 대군사 - 한미연합군이 반격을 시도할 경우, 한미연합군의 기동전력에 대한 대군사공격 시도 - 전쟁 종반부 정권위기 초래 시 인구밀집 도시나 산업시설에 대한 대가치공격(countervalue strike)이나 대량살상공격 선택할 가능성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19

20 III. 북한의 핵무장이 갖는 안보적 함의 1. 한반도 차원 ㅇ 북한의 핵능력 수준은 남한을 대상으로 對 가치 타격 및 對 군사 타격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구 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나, 근본적으로 한미연합방위체제가 존속되는 상태에서는 불가불 미국의 핵보복에의 노출이 불가피, 전반적 차원에서 억제력의 취약성을 극복하기에는 역부족 [표 2] 미국과 한국을 대상으로 한 북한 현 핵능력 수준 평가 구 분 대 미 대 남 생존성 운반체계 안전성 방호 미승인사용 방지 지휘통제체제 표적화와 교리 핵무기 & 비용 평가 미국 직접 타격능력 미구비 핵무기 수량 위력 신뢰성 제고 필요 향후 제한적 도시타격만 가능 생존성 취약, 다양한 타격수단 미구비 * 핵능력 수준 극히 저조 남한 직접 타격능력 구비 핵무기 수량 위력 충분 도시/제한적 군사표적 타격 가능 생존성 구비, 다양한 타격수단 미구비 * 상당 수준의 핵능력 구비 ㅇ 한반도 분단구조의 고착화 불가피 - 북한은 체제보장과 정권 연장을 위해 핵능력 활용을 강화, 대남 핵인질 전략과 핵위협 에 기초한 한반도 대결국면의 장기화 시도 - 특히 김정은 정권이 존속하는 한 북한의 핵무기 포기는 불가하다는 판단이 대세 - 또한 북한이 시시때때로 핵위협 카드를 활용한 강압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되어 이 에 대한 남한 내 우려감 증대 - 자체 핵무장론, 전술핵 재반입론 제기 등 억제 공백을 우려하는 여론 증가 - 대북 유화정책 구사에 대한 국민적 저항감 확대 20 새로운 핵위험시대, 지속 가능한 평화의 모색

21 ㅇ 북한 핵무장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의 재래식 분쟁이나 북한의 도발 위협 증가 - 강도 높은 도발빈도의 증가가 전적으로 북한의 핵무장 탓으로 볼 수 있는 증거는 부족 하지만, 북한이 핵보유국 우선 추구를 시도하면서 국지분쟁의 증가 현상 대두 - 핵무장한 군사강국이라는 자기최면에 의해 보다 과감한 군사도발 시도의 개연성 증가 ㅇ 한국은 현실적으로 핵억제력을 제공하는 미국에 대한 의존도 심화가 불가피하고 남북 군비 경쟁이 불가피 - 남한은 미국과 맞춤형 확장억제전략을 수립하고 이에 따른 한미연합억제력을 강화하고 자체적으로도 선제타격 및 킬체인, 미사일방어체계 구축 등 독자적 억제역량 강화 추구 - 북한은 남한 대비 재래식 전력에서 열세에 처해 있어 불가불 이를 상쇄하기 위한 비대 칭 수단으로서 핵무기 적극 활용(병진노선에 반영) - 병진노선을 추진하기 위해 실제적으로 재래식 전력 분야를 축소시킬 것인지에 대해서 는 추가 관찰이 필요 2. 동북아 차원 ㅇ 동북아 안보 구도의 고착화 가능성 증가 - 북한의 핵무장과 핵위협은 한미일 3각 협력 구도 유지의 필요성 부각 - 한반도 안정화를 명분으로 북-중-러 3각 협력 필요성 강화 - 최악의 시나리오는 핵무장한 북한이 안정화되는 것 ㅇ 미-중 간 협력-경쟁 구도의 불안정 요소로 작용: 동북아 안보구도를 복잡하게 하는 요인이 며, 탈냉전기 신대립구조 를 형성하게 하는 요인임. - 한국 및 일본 등에 제공하는 미국의 확장억제의 신뢰성에 대한 문제제기 지속으로 미국 은 동북아 지역의 동맹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불가피 - 미국의 강력한 비확산정책과 확장억제 제공으로 한국 및 일본 등의 핵무장 가능성이 낮 으나, 북한의 핵무장 장기화는 지속적으로 동북아의 핵도미노 가능성을 촉발하는 요인 -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의 동북아 지역 개입 명분(MD체제 강화, 한반도 전력배치, 연합 훈련 등)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을 우려하고 이것은 중국의 지역 패권국으로 부상하는데 중요한 걸림돌로 작용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21

22 - 특히 중국은 주변국 안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입장으로 북한이 전략적 차원에서 독자 적 위상을 갖는 것을 전략적 부담으로 인식함으로써 중국의 대북개입 강화 요인 IV. 결론 ㅇ 북한의 핵무장은 국제 및 동북아 전략환경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심대 - 국제비확산체제의 사실상의 붕괴를 의미 - 동북아 다자안보레짐 형성의 기회 상실로 연결 - 동북아 핵도미노 촉발요인 강화 ㅇ 단기적으로 미국의 통제로 동북아 핵도미노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지만, 북한이 안정적인 핵 전력을 구축하고 미-중 간 국력의 격차가 점차 감소해감에 따라 동북아에서 핵도미노가 발 생할 확률은 서서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됨. ㅇ 지역적 핵확산이 대규모 전쟁을 방지하고 부분적 세력균형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전반 적으로 북한의 체제 불안정성과 호전적 통치술, 선군정치의 영향으로 한국 및 동북아에는 중 대한 위협이 될 것임. ㅇ 한국은 북핵에 대한 억제력과 군사적 대비 태세를 강화해 가면서 북핵의 근원적인 제거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지속하고, 나아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국가전략적 차원에서 지혜를 모아 야할것임. 22 새로운 핵위험시대, 지속 가능한 평화의 모색

23 이란의 핵개발과 중동 지역 안보 서정민 (한국외대) Ⅰ. 들어가는 말 이란 핵개발 좌시하지 않겠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3월 14일 이스라엘 채널2 TV와 의 인터뷰에서 이란에 대해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모든 옵션이 실제로 테이블에 있다 며 이란 핵 시설에 대한 군사 공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장기화하는 이란 핵개발 사태에 대한 서방의 압박 수위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에 충격을 받은 국 제사회가 오히려 이란에 대한 핵개발 저지 노력을 배가하고 있다. 미국 정부만이 아니다. 3월 한 달 동안에만 국제사회 곳곳에서 이란에 대한 압박조치와 발언이 여러 차례 나왔다. 이란 핵 개발을 최대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고 있는 이스라엘은 이란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장기 내전 으로 빠져든 시리아 사태의 책임을 이란에 돌리고 있다. 이스라엘군의 아비브 코차비 소장은 14일 이란이 시리아 정부군에 지난 수개월 동안 무기지원을 크게 늘려 바샤르 알-아사드 정 권의 생명줄을 연장해 주고 있다 고 주장했다. 유럽연합(EU)은 이란의 인권침해를 문제 삼았다. 11일 브뤼셀에서 열린 EU 27개국 외무장 관 회의는 이란이 심각한 인권 침해를 계속 자행하는 데 대응해 여행금지와 자산 동결 조치를 가하는 이란인 제재 리스트에 9명을 추가했다. 이란 정부가 야당 인사를 폭력적으로 탄압하고 재판도 없이 구금하고 처형하는 데 대한 EU의 조치였다. EU는 이미 이란의 핵개발을 저지하 기 위해 원유금수 조치와 무역 및 금융 제재를 가하고 있다. 같은 이슬람권인 아랍권의 움직임 도 최근 심상치 않다. 이란 정부를 직접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3월 13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수 도 리야드에서 열린 제30차 아랍 내무장관회의의 성명이 한 예다. 아랍권 22개국 내무장관들 은 이란이 바레인과 예멘 내 테러조직을 지원하고 있다 는 내용을 포함하는 비난 성명을 채택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23

24 했다.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감은 2월 말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드 러났다. 영화 아르고 가 작품상, 각색상, 그리고 편집상을 받았다. 아르고 는 1979년 11월4 일 이란 테헤란에서 시위대에 점령된 미국 대사관 직원 6명을 구출하려는 중앙정보국(CIA)의 실제 작전을 소재로 한 영화다. 이란 당국은 이 영화가 사실을 왜곡했다며 국내 상영금지 조치 는 물론 제작사를 고소한 상태다. 이란이 최근 다시 국제사회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적으로는 북한 의 3차 핵 실험이다. 국제 비확산 체제를 주도하는 미국과 서방에게 이란 핵은 최대 현안이 되 고 있다. 이미 레드라인 을 넘어버린 북한과 달리 아직 진행형 인 이란의 핵 개발을 막는 것 이 더욱 시급해졌다. 이란의 우라늄 농축 수준은 이미 민수용 한계인 20%를 넘었다. 무기제조 에 필요한 90% 이상의 고농축 우라늄 생산은 의지만 가지면 시간문제다. 즉, 이란도 국제사회 가 설정한 레드라인 에 근접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 등 P5+1 이 2월 말 이란과의 협상에서 20% 우라늄 농축 활동 중단과 국외 반출을 촉구한 것도 이 때문이 다. 이란이 북한과 같이 통제 불능한 단계에 접어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목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국제 핵 비확산 체제는 뿌리째 흔들릴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란과의 협상과 조치에서 국제사회가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2월 말 26 27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진행된 이란과 P5+1 간 협상에서도 긍정적인 합의가 도출되지 않았다. 수년간의 협상이 이어져 왔지만 양측은 평행선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석유 금수 등 이란에 대한 강력한 경제제재에 대한 효과도 가시적인 결과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란 경제에 분명히 충격을 주고 있지만 결정타는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이란 은 파키스탄과 가스관 건설을 강행하는 등 제재를 피해 활로를 확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은 우라늄 농축을 가속할 수 있는 신형 원심분리기를 설치하고 있고, 원자력발전소 건설 을 위한 후보지 16곳을 새로 선정하는 등 핵 개발 의지를 더욱 확고히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분석과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3월 5일 중동 지역을 담당 하는 제임스 매티스 중부사령관도 의회에서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경제 제재와 외교로 막으려 는 시도가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이란이 협상으로 시간을 벌면서 군사 적 목적으로 우라늄을 농축하고 있다는 것이 매티스 사령관의 분석이었다. 이를 반영하듯 이 스라엘의 대이란 공습 시나리오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공화당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정부 시절 24 새로운 핵위험시대, 지속 가능한 평화의 모색

25 초강경 보수파(네오콘) 핵심인사였던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3월 11일 베냐민 네타 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란의 핵무기 확보 전 핵시설 공습 여부와 관련, 최종 결단을 내리는데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오바마 민주당 정부가 이란에 대한 군사적 조치를 취하 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결국 이스라엘이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미국은 중동에서의 또 다른 전쟁을 원하지 않고 있다. 민주화로 이미 혼란 속에 있는 중동에서 새로운 전선을 펼치기가 부담스럽다. 이라크 및 아프간 전쟁을 어렵게 탈출한 오바 마 행정부에게는 더욱 그렇다.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에 직접 대화 를 통해 적극적으 로 손을 내미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 백악관 안보회의 중동국장 인 플린트 레버레트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교수는 최근 펴낸 저서 테헤란으로 가기 에서 리 처드 닉슨 대통령이 핑퐁외교로 중국을 개방으로 이끌어낸 것을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에도 적 용할 필요가 있다 고 주장했다. Ⅱ. 강성 강경해지는 이란 이스라엘을 제외하고 중동에서 가장 발전가능성이 있는 나라로 전문가들은 두 국가를 꼽는 다. 이라크와 이란이다. 영토, 석유 등 천연자원, 그리고 인구 면에 있어서도 두 국가는 다른 어느 아랍권보다도 가장 큰 경제발전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석유자원으로만 따진다면 단연 사우디아라비아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하지만 이란과 이라크는 다른 아랍국들과는 달리 수 자원을 가진 나라들이다. 나일강을 가진 이집트도 있지만 석유자원이 넉넉하지 못하다. 이 때 문에 이라크와 이란은 고대부터 메소포타미아, 페르시아 문명을 꽃피웠다. 특히 이란의 경우 는 중동에서 최고의 조건을 가진 나라다. 앞서 언급한 천연조건 외에도 8000만이상의 인구를 가지고 있다. 사우디의 경우 방대한 영토에도 불구하고 인구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포함해 3000여 만에 불과하다. 다른 걸프지역 산유국들도 비슷한 사정이다. 석유수입 덕택에 잘 살 수는 있지만, 엄청난 돈을 들여 바닷물을 담수화해야 마시고 쓸 수 있다. 강이 없어 농경이 발 달하지 못해 많은 인구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이란은 720km에 달하는 카룬강을 비롯해 10여 개의 큰 하천이 있다. 북부지역에는 겨울에 눈이 많이 내려 풍부한 수원들이 곳곳에 위치한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25

26 모든 조건에서 이란은 중동 내 최대 발전 잠재력을 가진 나라다. 하지만 이란도 예전의 강대 국의 지위를 근세에 와서는 상실했다. 영국의 식민지배에 이어 부패한 왕정 때문에 이란의 정 치 경제는 제3세계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1979년 이슬람혁명으로 왕정을 타도했지만, 뒤 를 이은 이슬람 근본주의 정권하에서 이란은 국제적 고립과 경제적 부진을 면치 못했다. 미국 이 지원하는 이라크와의 8년간 전쟁( )을 겪기도 했다. 혁명과 444일간 테헤란 주재 미국대사관 직원들이 인질로 억류되는 수모를 당한 미국으로부터 현재까지 34년간 외교적 압 박을 당해왔다. 이란의 부활 은 1990년대 초부터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1990년 이란의 숙 적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쿠웨이트를 침공한 것이 그 시작이다. 견원지간인 인접국 지도부가 스스로 붕괴의 길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1991년 다국적군에 대패한 이라크는 포괄적 인 경제제재와 남부와 북부지역에 대한 비행금지조치로 크게 약화됐다. 반면 이란은 점차 회 복하고 있었다. 보수주의 종교 세력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느리지만 경제개혁이 진행됐다 1997 년부터 8년간 집권한 모하메드 하타미 대통령의 개방정책으로 긍정적인 개혁의 결과가 나타 나기도 했다. 2003년 미국 주도 동맹군이 무기력해진 이라크를 침공한 것은 이란에게는 큰 기회로 다가왔 다. 최대의 적인 이라크 수니파 정권은 무너지고 시아파 종교 세력이 주도하는 새로운 정권이 들어섰다. 적대 국가가 이란의 맹방이 될 수 있는 나라로 변했다. 이 때문에 대부분 수니파인 아랍국가 지도자들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크게 반대하기도 했다. 후세인 정권이 붕괴하고 민 주적인 선거가 실시되면 이라크 인구의 60%이상을 차지하는 시아파가 정권을 잡을 것이 확실 했기 때문이었다. 카이로 알-아흐람 전략연구소의 무함마드 술탄 박사는 9.11 테러이후 중동 내에서 가장 큰 이익을 본 나라는 결국 이스라엘과 이란이다. 라고 지적했다. 제1차 걸프전당시 이라크로부터 미사일 공격을 받기도한 이스라엘로서는 안보를 위협하는 아랍국 이라크가 사라 졌다. 이란으로서는 최대의 적(이라크)을 또 다른 적(미국)이 알아서 제거해 준 셈이 된다. 이란이 핵기술 개발을 본격화하기 시작한 것도 9.11테러가 발생한 이후였다. 미국의 아프가 니스탄 침공이후 이라크에 대한 군사조치설이 확실해지는 시점이었다. 1) 내부적으로는 급증하는 인구 때문에 실제로 전력부족이 심각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라크 전쟁에 몰두할 미국이 이 란에 대해 신경을 덜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용하기도 했다. 핵개발 강행을 위한 내부 여론 1) Nathan Gonzalez, Emerging Iran: The Rise of a Middle East Powerhouse and America s Strategic Choice(Westpoint: Praeger Publishers, 2007), pp 121~ 새로운 핵위험시대, 지속 가능한 평화의 모색

27 조성에도 적기였다. 이라크 전쟁설과 침공으로 인한 이란 내 반미감정이 더욱 거세지면서다. 이라크 전쟁에 승리를 거둔 미국이 이란의 핵 활동에 대한 압력을 가하기 시작하면서 이란 내 에는 강경파들이 더욱 영향력을 강화했다. 예상을 깨고 2005년 대선에서 초강경파 아흐마디 네자드가 승리를 거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Ⅲ. 우려 속의 아랍권 2006년 5월 3일 카타르의 국왕은 이란 공식방문 마지막 날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환송식 에서 셰이크 하마드 빈 칼리파 국왕은 아랍 페르시아만 지역의 영광과 화합을 위해 월드컵에 진출한 이란 축구대표팀을 초청한다. 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칼리파 국왕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끼어들었다. 학교 다닐 적 국왕도 페르시아만으로 불렀을 텐데... 영국에서 학교를 다녀 잘 몰랐나? 라고 공격했다. 칼리파 국왕은 얼굴이 붉어졌다. 어 쨌든 이 바다는 우리 모두의 것입니다 라고 받아치고는 앉아버렸다. 이란과 걸프 국가들을 가 르는 바다의 명칭에 대한 양측 간 오래된 갈등이 불거져 나온 사건이었다. 이란은 페르시아만, 아랍권은 아랍만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인근에서는 여러 섬들은 양측 간 소유권 분쟁 중이기도 하다. 이란이 강성해 질수록 영토상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아랍권의 우려다. 이를 반영하듯 영국의 권위 있는 지도제작사인 콜린스는 이 바다를 그냥 만( 灣, The Gulf) 라고만 표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란-카타르 정상간 발생한 이 해프닝은 이란 핵 사태를 둘러싸고 고조되고 있는 이 란과 걸프아랍국간의 긴장을 그대로 반영하는 한 단면이다. 아라비아반도 동부 해안을 낀 걸 프협력기구 수니파 6개국은 한결같이 이란의 핵개발 및 군사강국화에 초긴장상태다. 이란이 강성해질수록 여러 모로 불편하기 때문이다. 자국 내 시아파들을 자극할 수도 있다.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오만, UAE 등은 미군이 주둔하고 있을 정도로 친미성향의 정권들이 통치한 다. 이 때문에 반미 강경기치를 내세우는 아흐마드네자드 대통령이 이들에겐 위협요소다. 반 면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이들 국가들을 친미 하수인 이라고 간주하고 있다. 이란 언론은 이번 카타르 국왕의 방문도 핵 사태 관련 미국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라고 폄하했다. 이 란-서방 핵 대치는 이처럼 아랍 국가들에게 골치 아픈 문제다. 점차 더 강경해지고 있는 이란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27

28 정부와 미국 주도 서방 간 전쟁이 발생한다면 아랍권은 더 큰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슬 람권인 이란을 지지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국민들의 정서를 고려해 미국을 드러내놓고 지원하 기도 어렵다. 이미 이라크 전쟁과 점령으로 반미감정이 고조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란의 핵무 장으로 가장 큰 위협을 느끼는 이스라엘을 제외하고는 아랍권은 분열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 다. 국내정치상황, 이란 그리고 미국과의 이해관계, 국민 여론 등에 따라 다양한 대응이 나올 것 이다. 또 이란과의 전쟁이 시작된다면 아랍권은 또 한 번 대지각변동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랍권이 불안해하는 이유의 본질은 이란의 강대국화다. 같은 중동 이슬람권이지 만 민족과 언어가 전혀 다른 이란이 지나치게 큰 힘을 갖는 것에 대해 아랍권은 반기지 않는 눈치다. 가장 큰 두려움은 이란의 군사대국화에서 온다. 고유가덕분에 오일달러가 크게 늘면 서 이란의 무장은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다. 실제로 이란은 이미 중동 내 군사대국으로 급부상 했다. 이란은 이미 수년 전부터 여러 신형무기들을 내놓았다. 신성한 예언자(Holly Prophet) 라는 작전명으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하면서 스텔스 기능을 갖춘 신형미사일 코사르 (Kowsar) 의 발사에 성공했다. 이 기능은 이란이 이미 개발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장거리 고 체연료 추진제와 결합돼 샤합-4 미사일에 장착될 전망이다. 사정거리 3000여km에 달하는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는 분석도 지배적이다. 대형 군함과 잠수함을 파괴할 수 있는 고속 어 뢰를 성공적으로 시험 발사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후트(고래) 로 명명된 이 어뢰는 수중에서 초속 100m의 속력을 갖고 있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어뢰중 하나다. 헬기와 제트 전투기에 장 착할 수 있는 공대함 및 공대지 겸용 첨단 미사일 누르 를 시험 발사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란의 적극적인 전략무기 개발은 이라크 전쟁 이후 가속화했다. 지역정세가 어수선해지고 핵문제로 인한 서구와의 대치가 시작되면서다. 2) 2005년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취임 이후 에는 더욱 탄력을 받았다. 아마흐디네자드 대통령은 당선직후 국가와 민족 그리고 자원수호 를 위해 강력한 군대를 가질 필요가 있다. 고 강조했었다. 장거리 미사일의 실전배치와 최초 잠수함 건조, 고체연료 추진 미사일 개발도 불과 몇 년 사이에 이뤄졌다. 여기에 여러 차례 소 형위성도 쏘아 올려 정보전에도 가세했다. 이란의 중무장화는 두 가지 목적에서다. 미국 이 스라엘 등이 계획하는 경제제재 군사적 제재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한 과시용 이다. 때문 에 핵 문제가 고조되는 시점마다 대규모 군사작전을 실시하곤 한다. 수만의 병력과 잠수함, 2) Anthony H. Cordesman, Iran and the United States: The Nuclear Issue, Middle East Policy 15(1), pp 19~ 새로운 핵위험시대, 지속 가능한 평화의 모색

29 전투기 등을 동원해 군사력을 과시해 왔다. 이란은 이라크와 다르다 라는 점을 확실히 알려 이스라엘이나 미국의 선제공격을 막겠다는 의지를 최소한 대내적으로 표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란의 장기적인 목표는 중동의 패권이라고 할 수 있다. 범아랍 군사전문 주간지 알- 디파(국방)는 2012년 4월호에서 이란의 실질적인 위협은 재래식 전략무기다 고 지적했다. 최 근 서방과의 핵 대치도 내부적으로 자유롭게 재래식 대량살상무기 개발하기 위한 눈가림 이 라는 분석이다. 이란은 이미 이스라엘과 터키에 이어 중동 내 최대 군사대국으로 자리매김했 다. 이란 미사일의 사정권에 있는 이스라엘과 걸프 친미국가들이 우려는 당연하다. 군사적 위협과 더불어 이란의 역내 영향력 강화도 아랍권에 큰 불안요소를 등장하고 있다. 이란의 패권야심은 이라크 전쟁이후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8년간의 전쟁을 치른 적대국 이라 크의 위협이 사실상 사라지면서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우선 새롭게 등장한 시아파 국가인 이라크와의 관계를 정상화했다. 이라크 전쟁이후 2년만인 2005년 7월 이라크와 이란 의 관계개선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시아파 출신 이브라힘 알-자파리 이라크 총리의 방문을 계기로 양국관계는 사실상 정상화하기 시작했다. 1967년 이후 약40여년 만에 이라크 정상이 각료급 인사 10여명을 이끌고 테헤란에 도착했다. 당시 모하마드 레자 아레프 이란 부통령은 이라크 대표단에 이라크를 우리의 형제로 간주하고 있다 고 밝혔다. 주변에 시아파 정권이 들어선 것에 대한 최대 환영표시였다. 알자파리 총리도 불편한 기간도 있었지만 양국의 유대 는 아주 오래된 것 이라며 양국 간의 화해는 서로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 이라고 우의를 과시 했다. 기나긴 전쟁으로 인해 양국 국민 간 남아있는 반감에도 불구하고 양국 지도부는 절실한 필요 에 의해 화해와 협력을 결정했다. 아픈 과거에 집착하기 보다는 우선 자국 내 문제를 해 결하기 위한 실리적 정책변화로 볼 수 있다. 당시 양국 정상회담에서는 양국 간 에너지 협력에 초점이 맞춰졌다. 저항세력의 공격으로 정유시설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는 이라크는 이란의 도움을 청해왔다. 이라크는 원유를 이란으로 보내고 그 대신에 휘발유 등유 등 석유제품을 받기위해 바스라-아바딘항구간 40km의 파이프라인 건설을 시급히 요청했다. 양국은 또 경제 성이 뛰어난 남부 국경지대의 유전을 공동 개발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양국 간 안보협력도 논 의됐다. 이라크로선 치안안정이 급선무기 때문에 이란의 협력이 필요했다. 알자파리 총리는 양국이 1600km의 국경을 맞댄 국가 라는 점을 강조하며 테러세력 침입차단을 이미 이란에 요청해왔다. 이란으로서도 반정부무장단체인 무자히딘 칼크 의 이라크 내 활동을 막아달라 고 이라크에 부탁했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29

30 중동권에서도 인구 면에서 최대 시아파 국가인 이라크와 이란의 관계 정상화에 대해 다른 아랍권은 경계하는 눈치다. 시아파 종주국 이란이 신생시아파 정권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라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경제 군사대국인 페르시아민족의 이란이 종교적으로 동질성을 띠 는 아랍권의 이라크와 뭉치면 막강한 정치 블록을 형성할 수 있다는 분석이 이미 이라크 전쟁 직후 나오고 있었다. 후세인 정권 몰락 이후 등장한 이라크 시아파 주권정부가 미국의 반대에 도 불구하고 이란과 협력을 향후에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라크 시아파 내 주요 정파인 이라크이슬람혁명최고위원회(SCIRI)와 다와당 모두가 친이란 인사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 다. 다와당 대표인 알-자파리에 이어 주권정부 총리직에 오른 누리 알-말리키도 이란에서 망 명생활을 한 정치인이다. 때문에 아랍권에서 이란에 관한 최대 화두는 시아파 초승달(Shia Crescent) 시나리오다. 2004년 12월 요르단의 압달라 국왕이 직접 언급까지 한 표현이다. 이 라크가 시아파 국가로 변모하면서 이란의 정치영향력 확대를 경계하는 시각이다. 3) 현재 이슬 람권 인구의 10%정도인 시아파가 중동의 전면에 나서면서다. 이라크 내 시아파 정권의 등장으 로 이란의 정치적 입지는 크게 강화됐다. 문제는 이란의 영향력이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 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란을 축으로 시아파 동맹이 서( 西 )로는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까지 남으로는 쿠웨이트 오만 예멘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들 수니파 국가들에는 적 지 않은 시아파들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시아파 초승달이 등장하게 되면 요르단, 사우 디 등 상당수 국가들이 초승달모양의 시아파 권역에 둘러싸이게 된다. 이란의 영향력이 중동 정세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Ⅳ. 선제공격 카드 만지작거리는 이스라엘 이란의 군사대국화, 영향력 확대, 핵개발 등으로 인해 가장 위협을 느끼는 중동 내 국가는 단연 이스라엘이다. 미사일 공격을 가했던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권은 사라졌지만 이란은 실 제로 더 큰 위협으로 이스라엘에 다가오고 있다. 이미 반이스라엘 단체인 레바논 내 시아파 민병조직 헤즈볼라를 이란이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 때문에 양국관계는 수십 년 전부터 적대 적이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이란은 이스라엘을 계속 자극하고 있다. 특히 아흐마디네자드 3) Ray Takeyh, Hidden Iran: Paradox and Power in the Islamic Republic(New York:Holt Paperbacks, 2007), pp 20~23. 4) Manuchehr Sanadjian, Nuclear Fetishism, the Fear of the Islamic Bomb and National Identity in Iran, Social Identities 14(1), pp 77~ 새로운 핵위험시대, 지속 가능한 평화의 모색

31 대통령의 대( 對 )이스라엘 악담으로 양측 간의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핵개발을 둘러싼 서방의 압력이 거세질수록 이란은 물귀신처럼 이스라엘을 물고 늘어지고 있다. 4) 이란의 핵개 발이 현재 중동 내 유일한 핵무기 보유국 이스라엘을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서다. 약200여개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이스라엘에 대항한 이란의 핵무장 노력이 적지 않은 중동인들도 지지를 보이고 있다.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의 대이스라엘 독설은 2005년 10월부터 시작됐다. 10월 26일 이스라엘에서 자폭공격이 발생한 직후 아흐마디네자 드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지도상에서 지워 없애야 한다 고 말했다. 그는 당시 팔레스타인들 의 의지 속에 일고 있는 새로운 물결이 이슬람 세계의 얼굴에 남아 있는 오점을 제거할 것으로 확신한다 며 그렇게 말했다. 그는 이 발언에 대해 이스라엘과 서방권이 일제히 반발하자 내 발언을 비난하는 것은 자유 라고 태연하게 반응했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이란의 최 고지도자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도 지지를 보냈다. 4일 후인 30일 하메네이는 이란 관영 IRNA통신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팔레스타인의 저항은 틀림없이 시오니스트 체제의 몰락 으로 이어질 것 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종교지도부의 지지에 힘을 얻은 아흐마드네자드는 그해 12월14일에도 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이 일종의 지어낸 얘기라고 말했다. 1948년 팔 레스타인 땅에서 완성된 이스라엘 건국운동에 국제사회의 동정여론을 확산시킨 촉매가 됐던 홀로코스트가 지나치게 확대 해석됐다고 주장했다.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이스라엘 비난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06년 4월 14일에는 테 헤란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지원 회의에서는 시오니스트 정권은 한차례의 폭풍이 닥치면 제거 될썩고마른나무 라고 발언했다. 4월 24일에는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것 이라며 이스라엘로 이주해온 유대인들은 원래 살았던 장소(유럽)로 돌아가야 한다 고 주장했 다. 5월 11일에는 인도네시아 방문 중 이스라엘은 악에 기초한 지속될 수 없는 정권 이라며 언젠가 사라질 것 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1948년 건국 이후 벌인 수차례의 전쟁에서 아랍 권 국가들에 패배를 안긴 이스라엘은 비아랍 이슬람권 국가인 이란의 말 공세에 위축되는 기 색 없이 맞서고 있다.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는 2006년 4월 29일 발행된 독일 신문과 의 회견에서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을 정신병자 로 규정했다. 그는 아흐마드네자드가 유대 인 학살을 자행했던 나치독일을 이끈 히틀러처럼 말하고 있다 고 직격탄을 날렸다. 올메르트 총리는 또 이런 사람이 핵무기를 수중에 넣도록 놔둬서는 절대로 안 된다 며 이란의 핵 프로 그램을 국제사회가 견제해야 함을 강조했다. 이란 태생인 모셰 카차브 이스라엘 대통령도 대 이란 설전에 가세했다. 그는 5월 2일 알자지라 방송 회견에서 이란이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31

32 아랍권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 고 지적했다. 카차브 대통령은 또 이란이 유대인 국가인 이스 라엘에 위협을 가함으로써 이슬람권의 지지를 얻으려는 것 같다 고 꼬집었다. 이러한 설전 속에서 이스라엘의 입장은 명확하다. 이스라엘의 존재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면 선제공격을 할 수도 있다는 자세다. 아랍 국가들에 둘러싸여 안보를 최대 현안으로 고집하는 이스라엘 내부 지도부는 선제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 아직 무기 생산까 지 완료되지 않은 단계에서 선제공격으로 핵무기 개발을 차단하겠다는 발상이다. 사실 이스라 엘의 이 같은 입장정리는 지난 해 초에 가시화됐다. 2005년 1월 24일 크네셋 외교 국방위원회 에 출석한 이스라엘 대외정보기관인 모사드의 메이어 다간 국장은 국제사회가 너무 늦기 전에 이란에 대한 조취를 취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이날 의회 보고서에서 다간 국장은 이란의 핵개 발 프로그램이 돌아설 수 없는 단계(point of no-return) 에 거의 도달했다고 경고했다. 이란 이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우라늄 농축을 자급자족할 단계 에 이르렀다는 분석에 기초해서다. 의회보고를 받은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부총리는 이날 이란을 이스라엘의 최대 안보위협국이라 고 지목하면서 공격가능성을 시사했다. 부총리는 이스라엘 라디오 방송에서 외교 경제적인 압력으로 이란을 저지하지 못할 경우 누구라도 나서서 군사행동을 취해야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설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에후드 바라크 국 방장관은 2011년 11월 20일 미국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적 공격 가능성을 묻는 말에 이란에 대해 조치를 취할 때가 됐다 고 밝혔다. IAEA 보고서가 발 표되기 직전 시몬 페레즈 대통령과 연이어 이란 공격설을 언급한 이후 또 다시 이란 핵시설에 대한 공습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란은 핵개발을 중단하지 않겠다며 미국 등 서 방국가의 자국 핵시설 공격을 가상한 방공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 공군 사령 관 아미르 알리 하지자데는 11월 21일 우리는 이스라엘이 실수를 범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 다 며 선제공격 시 역사에서 사라질 것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더불어 이란 대학생 수백 명이 16일 중부 이스파한에 있는 우라늄 변환 시설 주위에 인간 사슬을 만들었다. 이스라 엘이 이란의 핵 시설을 공습하겠다고 위협한데 대해 이란인들은 만약 공격당하면 목숨도 희생 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행동으로 풀이된다. 현지 전문가들은 실제로 이스라엘을 이용한 이란에 대한 제한적 공격 시나리오에 가장 큰 무 게를 들고 있다. 10여 년간의 전면적 경제제재로 무력화된 이라크와는 달리 이란의 군사력을 32 새로운 핵위험시대, 지속 가능한 평화의 모색

33 볼 때 미국이 전면전을 행할 가능성은 적다는 얘기다. 또 이스라엘은 이미 1981년에도 이라크 의 오시라크(Osirak) 핵 시설을 공중 폭격하여 후세인의 핵 무장화 시도를 무력화시킨 경험이 있다. 미국도 전면전 보다는 제한적인 공격으로 중동권내 반발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는 계산 을하고있다. 5) 이를 위해 미국과 이스라엘 군관계자들은 2005년부터 이미 몇 차례의 실무자 회담을 갖고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을 논의해왔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란으로의 최단 공격로인 이라크 영공 통과 시 미군과 항공통제방안도 토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스라 엘은 또 2006년 4월말 이란 핵 프로그램 감시용 위성을 발사했다. 시베리아에서 이란 핵시설 들을 감시하는 에로스(Eros) B 위성이었다. 지상에 있는 70cm의 물체를 식별해 낼 수 있는 이 위성을 통해 핵시설 감시는 물론 대이란 공습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범아랍 일간 알-하 야트는 당시 보도했다. 이 같은 이스라엘의 공격설에 대해 이란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란은 이미 여러 차례 공격이 발생할 경우 어떤 세력이든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선언해왔다. 아흐 마드네자드 대통령은 여러 차례 이란 군은 이제 강력한 군대로 컸다 면서 어떠한 침략자라 도 손목을 잘라버리고 그들의 이마에는 치욕의 표징을 새길 것이다 고 공언했다. 또한 이라크 가 했던 것처럼 전쟁발발 시 이스라엘에 선제공격을 가할 수도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2011년 5월 2일 이란혁명수비대의 모하마드 이브라힘 데흐가니 장군은 미국이 어떤 도발을 할 경우 우리의 첫 번째 표적은 이스라엘이 될 것 이라고 천명했다. Ⅴ. 분열된 아랍권의 대이란 시각 아랍권은 이란의 현재 움직임에 대해 조심스럽지만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란과 아랍권의 불편한 관계는 오래된 것이다. 7세기 초 이슬람이 발현하고 아랍 이슬람제국이 가장 먼저 타민 족과 벌인 가장 큰 전쟁은 637년 카디시야 전투다. 페르시아제국과의 한 판 승부였다. 이 전투 에서 이슬람군은 대승을 거두고 페르시아에 이슬람을 전파했다. 하지만 집권 수니파 세력에 반 발해 이라크를 거점으로 시아파가 발생하면서 타민족인 페르시아는 주류가 아닌 시아 이슬람을 신속히 받아들인다. 압바시야 왕조의 수도 바그다드가 몽골의 침입으로 몰락하고 후에 이슬람 제국의 수도가 터키 이스탄불로 옮겨지면서 페르시아는 16세기 사파피드 왕조가 시아 이슬람을 5) Alireza Jafarzadeh, The Iran Threat: President Ahmadinejad and the Coming Nuclear Crisis(New York: Palgrave Macmillan, 2007).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33

34 국교로 선언한 이후 독자적인 시아 이슬람국가를 유지해왔다. 중동권이 서구의 식민지로 전락 하고 2차 세계대전 후 독립을 맞이한 이후에는 아랍권과 이란 간 큰 불화는 없었다. 이란에 등 장한 친서방 샤 왕정이 온건한 노선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대부분 아랍권에 등장한 독재공화정 권이나 왕정들도 이란에 특별히 반감을 표현하지 않았다. 특히 걸프지역의 친미 왕정들은 당시 미국의 중동 내 거점으로 부상한 이란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중동의 정치 강국 이집트도 이 란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1979년 이슬람혁명으로 이란에서 도피한 팔레비 국왕에 은 신처를 제공하기도 했다. 현재도 팔레비 국왕의 묘는 카이로의 리파이 모스크 내에 위치했다. 그러나 1979년 발생한 이란의 이슬람 혁명은 아랍권에도 큰 충격이었다. 이슬람을 이념으로 이용한 민중혁명으로 독재 왕정이 붕괴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집트를 비롯한 상당수 아랍 국 가들도 이슬람 과격세력의 준동으로 정치적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이란의 이슬람혁명은 아랍 권 이슬람운동단체들에게 투쟁을 위한 모델과 목표 를 제시했다. 1980년에는 이 같은 목표를 시행하려는 과격세력의 공격으로 이집트의 안와르 사다트 대통령도 암살당했다. 같은 해 이라 크의 선제공격으로 이란-이라크 전쟁도 발발했다. 이란의 이슬람 혁명이념 수출 을 두려워 한 아랍권은 전폭적으로 이라크를 지원했다. 걸프 아랍왕정들은 물자는 물론 엄청난 전쟁비용 을 이라크에 제공하기도 했다. 전쟁을 시작으로 대부분 아랍 국가들은 이란과의 외교관계도 단절했다. 이 같은 반감은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 시리아, 수단 등 강경국가들을 제외한 대다 수 아랍 국가들은 아직도 이란과의 외교관계를 재개하지 않고 있다. 2011년 무바라크 정권의 몰락으로 등장한 이집트의 무슬림형제단 정권만이 최근 이란과의 관계정상화라는 포괄적인 관계개선에 나서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정부가 아닌 중동인들의 이란에 대한 시각은 다양하다. 이란의 군사대국화와 핵개발 에 직접적인 위협을 느끼는 걸프지역 사람들은 불안해한다. 이란과 인접해있기 때문이다. 하지 만 보다 멀리 떨어진 이집트, 시리아, 수단 등 국가들에서는 이란 핵개발에 대한 지지도가 최근 상승하고 있다. 미국의 지원 속에 지속되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 미국이 주도한 이라 크 전쟁 등으로 이란에 대한 중동인들의 시각이 변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들 국가에서 상당수 과격세력들은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이란의 핵개발을 반대하는 정권을 비난하기도 한다. 6) 6) Nihat Ali Ozcan and Ozgur Ozdamar, Iran s Nuclear Program and the Future of US-Iranian Relations, Middle East Policy 16(1) (Spring 2009), pp 122~ 새로운 핵위험시대, 지속 가능한 평화의 모색

35 서구에 의해 중동과 이슬람권이 테러의 온상으로 지목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중동의 전반적인 군사력이 강화돼야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알-자지라 방송이 2010년 말 실시 한 여론조사가 이 같은 여론 변화를 반영한다. 미국이 이란을 공격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응답자 중 76%가 반대한다 고 답했다. 예 라고 답한 14%의 응답자 대부분은 걸프지역 출신 이라는 해설도 나왔다. 잘 모르겠다 라는 답변은 10%였다. 범아랍 시사주간지 알-마샤히드가 2011년 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34%의 응답자가 이란도 핵무기를 가져야한다고 답했다. 물 론 나머지 66%는 중동이 비핵화지대가 돼야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역사적인 반감과 외교관계 도 단절될 정도로 현재의 감정도 좋지 않은 이란에 대해 30%가 넘는 응답자가 핵개발을 지지 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10여년전만해도 상상할 수 없는 것이다. 이처럼 이라크 전쟁이후 극에 달하고 있는 중동권의 반미 반서구 감정이 이란의 핵개발에 대한 지지로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여론을 이용하려는 이란의 움직임도 바쁘다. 이스라엘에 대한 지속적인 독설과 비 난도 이를 의식한 것이다. 이란은 또 서방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재정지원을 중단 하자, 중동에서는 처음 5000만 불이라는 대팔레스타인 지원금을 내놓았다. 이란은 또 중동 내 과격단체들을 규합해 반미 이슬람벨트 를 구축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의 현 집권세력인 무장 단체 하마스, 레바논의 헤즈볼라, 이외에도 여러 나라의 이슬람단체들에 대한 지원도 늘려가 고 있다. 이란은 특히 시리아와의 연대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레바논 하리리 총리 암살사 건 개입의혹으로 궁지에 몰린 시리아에 정치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2005년 아흐마디네 자드 이란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이란을 가장 먼저 찾은 외국 정상은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 사드였다.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첫 해외 국빈방문지도 역시 시리아였다. 현재 아랍권은 이란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원하고 있다. 또 다른 중동 내 전쟁은 안 된다는 것 이다. 특히 고유가로 번영을 누리고 있는 걸프지역 산유국들은 전쟁을 피하기 위해 이란과 서방국 간 중재역할도 나서고 있다. 걸프협력기구(GCC) 외무장관들은 여러 차례 모여 이란 핵개발에 대 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2011년 GCC 정상회담에서는 중동 내에서 무력충돌이 발생하는 것을 피 해야한다 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란은 이들 걸프국들의 중재노력을 받아들이지 않을 전망 이다. GCC 회원국들이 모두 미국과의 밀접한 관계를 가진 나라들이기 때문이다. 이보다는 중동 각국 내 반서방 단체들과 여론을 이용해 서방과의 핵 대치에서 지지기반을 구축한다는 계산이다. 중동권내 독재정권과 국민간의 괴리현상을 최대한 이용하려는 전술이다. 이라크마저 무너진 현 상황에서 이란마저 서방에 무릎을 꿇어서는 안 된다 는 점이 중동인들에 뇌리에 점차 새겨지고 있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35

36 Ⅵ. 호르무즈 해협 둘러싼 미-이란의 치킨게임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은 2011년 12월 31일을 전후로 정점에 이르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 중앙은행과 거래하는 어떤 경제주체도 미국 금융기관과 거래할 수 없다 는 내용의 국방수권법안에 서명하면서다. 모든 유전이 국영인 이란과의 원유거래는 중앙은행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이란에 대한 석유금수조치다. 이에 대해 이란은 2012년 새해 첫 날 핵 연료봉 자체 생산 사실을 발표하고 중거리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이어 2일에도 장거 리 미사일 2발을 시험 발사했다. 장거리 지대함( 地 對 艦 ) 미사일인 카데르(Kader)와 지대지 ( 地 對 地 ) 미사일인 누르(Nour)였다. 핵 연료봉 자체생산을 발표해 핵탄두 제조에 근접했음을 시사하는 동시에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해 핵탄두 운반능력까지 보여준 것이다. 이란 해군은 또 이날 열흘간의 기동훈련을 마치면서 호르무즈 해협봉쇄를 위한 전술 훈련을 감행했다. 이 는 군사력을 과시함으로써 서방으로 하여금 추가적인 제재에 나서지 못하도록 압박하려는 목적이다. 이에 대한 미국의 입장도 강경하다. 이란의 미사일 시험발사 직후 미국에서는 이란에 대한 공격설이 제기됐다. 공화당의 대권주자중한명인릭샌토럼전상원의원은 2012년 1월 1일 이란이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이란에 대한 공습을 감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 바마 행정부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한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미국을 종이호랑 이로 전락시켜 왔다고 비판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아직 이란에 대한 군사적 조치에 대해 언급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만약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군사행동을 취할 것임에는 분명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은 1월 8일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레드 라인(금지선)을 넘어서는 것이라며 이를 용인하지 않을 것 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마틴 뎀 프시 미 합참의장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미국은 행동을 취 해 해협을 다시 열 것 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또 호르무즈 해협 주변의 비상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존 스테니스 항공모함을 다시 배치하고 있다. 더불어 영국도 최신형 구축함 HMS 데어링 호를 기존에 페르시아만에 배치된 다른 자국 함대에 합류시키는 것을 결정함으로써 군사적 충 돌에 대비하고 있다. 결국 호르무즈 해협을 놓고 미국과 이란은 현재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치킨게임 에 몰두하고 있다. 치킨게임이란 두 사람이 서로 차를 몰고 정면으로 돌진하다가 충돌 직전에 핸들을 꺾는 36 새로운 핵위험시대, 지속 가능한 평화의 모색

37 사람이 지는 경기다. 따라서 당장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란의 해군 전력은 미국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무력충돌로 연결될 공산이 큰 해협 봉쇄를 이란이 강행하 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더불어 미국으로서도 현재의 세계경제 위기에 결정타가 될 수 있는 군 사작전을 섣불리 감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군사행동으로 석유수급에까지 문제가 생기면 세계 경제는 한 없이 추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명분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한 측에서 확실한 명분을 갖게 될 경우 언제라도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요르단의 전략연구소 무스타파 하마르 네 소장은 2012년 1월 10일 알-자지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충돌 가능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 다. 그는 군사적 행동에 대한 이념적 그리고 정치적 환경이 조성되어 있어, 행동을 위한 명분 이 발생하면 즉각적으로 공격이 발생할 것 이라고 전망했다. 하마르네 소장은 또 미국과 이 란 양측이 현실인식의 오류와 오산(miscalculation)에 빠질 경우 군사적으로 충돌할 수 있을 것 이라고 우려했다. 군사력 우위를 과신하고 있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존재하고 있으며, 종 교적 그리고 민족적 신념이 확고한 이란이 맞서고 있다 고 그는 설명했다. 양측의 충돌 위기는 환경변화 혹은 촉발제의 등장에 따라 언제라도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란의 상황이 심각하다. 이란은 이미 미국과 유럽의 제재로 경제에 실질적 타격을 받 고 있다. 석유금수조치인 국방수권법이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실질적으로 적용되면서 이 란은 더욱 강경하게 서방과 맞서거나 타협하거나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란 경제의 기 반인 석유수출에 차질이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이 도발적인 행위를 할 경우 미국은 즉각 군사적 조치를 취할 것이다.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 대통령이나 공화당의 어떤 후보도 이란에 대해 사태 발생 시 나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데니스 로스 전 백 악관 중동담당 특별보좌관은 2012년 1월 9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버락 오바마 대 통령은 외교적 노력에 의한 이란 제재에 실패할 경우 의심 없이 군사력을 쓸 준비가 돼 있다 고 주장했다. 미국 정치에서 유대인 로비 파워를 의식해서라도 명분이 생기면 이란에 대한 강 력한 군사적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을 지도에서 삭제해야 한다 는 발언을 내 놓고 있는 이란 정권과 핵 시설을 목표로 이미 이스라엘은 2011년 11월 여러 차례 공격설을 제 기해 왔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에후드 바라크 국방장관, 시몬 페레즈 대통령 등 이스라엘 지도부가 당시 한 목소리로 이란의 핵시설에 대한 공격 가능성을 언급했었다. 그러나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은 상당히 제한적일 것이다. 정밀타격(surgical strike)을 통해 핵시설이나 핵 관련 전문가 혹은 정치적 책임자에 대한 공습이 될 것이다. 이라크에서와 같은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37

38 전면 지상전으로 확전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 이란은 과거 2003년 전쟁 당시 이라크 혹은 2011년 리비아와는 크게 다르다. 이라크와 리비아는 평평한 사막지역으로 군사작전이 용이했 다. 은폐 및 엄폐 가능한 지형이 적어 공군력을 앞세운 다국적군이 손쉬운 승리를 거두었다. 그러나 이란은 산악지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프간에서 다국적군이 고전하는 것과 비슷한 상 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란은 더불어 중동 내 주요 군사대국 중 하나다. 터키와 이스라엘에 이 어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가지고 있다. 정규군 40만 그리고 공화국수비대 12만과 더불어 100 만 이상의 예비군을 운용하고 있다. 전투기와 잠수함을 조립하여 배치하고 있으며 중장거리 미사일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2012년 1월 7일 이집트의 알-아크바 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의 군사력은 이 지역의 다른 국가들과 분명 차이가 난다 며 이 란의 군사력이 향상돼 이제 이란은 이스라엘, 서방 그리고 특히 미국과 대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고 강조했다. 실질적인 군사력이 서방과 대적할 수준은 아니지만 전면전을 통해 이 란을 제압하기에는 쉽지 않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Ⅶ. 맺음말 현재 이란과 서방의 극한 대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보다 큰 틀의 접근이 필요하다. 왜 현시 점에서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최근의 대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011년 11월 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의 핵무기 개발 가능 성을 유엔 기구 차원에서 처음으로 공식화한 것이다. 11월 8일 발표된 IAEA의 이란 핵 개발 관련 보고서는 다음 다섯 가지 사항을 골자로 한다. 1) 이란은 핵개발을 위한 여러 가지 실험을 실시한 것으로 보인다. 2) 이란의 여러 핵실험 중 일부는 현재도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 있다. 3) 핵무기에 사용된 고성능 폭약 실험, 기폭장치 개발도 의혹이 있다. 4) 중거리 탄도미사일인 샤하브3 에 핵탄두 탑재 가능한 기술개발 의혹 있다. 5) 핵무기 사용 목적으로 컴퓨터상의 부 품 성능 시험 실시 가능성 크다. 그동안 IAEA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에 관해 조심스런 입장 만을 피력해 왔다. 내부적으로는 핵무기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는 데 강한 의심을 가졌지만 공식적으론 구체적 증거가 없다 는 입장을 지켜 왔다. 2009년 11월까지 사무총장을 지낸 이집트 출신 모하메드 엘바라데이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 위협은 과대포장된 것 이라고 말 했을 정도다. 따라서 이번 보고서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에 관해 IAEA가 심증뿐 아니라 물증 38 새로운 핵위험시대, 지속 가능한 평화의 모색

39 까지도 일부 확보했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IAEA는 광범위한 첩보를 신중하고 비판적으로 분석해 결론을 내렸다 고 밝혔다. 그러나 이 IAEA 보고서에 대한 이견도 있다. 이란은 핵탄두 관련 모의실험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기술력이 핵무기를 만들 수준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북한 수준에는 미치 지 못한다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다. IAEA가 보고서를 발표한 직후 뉴욕타임스는 실험이 덜 조화로운 방식으로 실시됐다는 데 IAEA 조사단이 동의했다 고 보도했다. BBC 방송도 이 란이 핵무기를 학습 중 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 언론을 중심으로 한 일부 외신은 이란이 고농 축 우라늄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지만 IAEA는 보고서에서 이에 관한 언급을 하 지 않았다. 이란은 또 단 한 차례도 핵무기를 개발하겠다고 언급한 바가 없다. 최고 종교지도 자와 대통령 모두 자국 내 제조업 투자를 위한 외화를 확보하기 위해 평화적인 원자력 발전을 하겠다고 시종일관 언급해 왔다. 알리 아스가르 솔타니 주IAEA 이란 대사는 지난 해 11월 10 일 알-자지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IAEA의 보고서는 모두 가능성과 의혹을 언급하는 것 이 며 결정적인 증거를 바탕으로 하지 않은 부적절한 것 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적지 않은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의 공격설과 바로 이은 IAEA 보고서는 현재의 중동 의 새로운 정세와 깊은 연관이 있다고 설명한다. 튀니지와 이집트에 이어 리비아와 예멘 정권 도 붕괴한 상태다. 여기에 시리아 독재정권도 벼랑 끝에 몰려 있다. 아랍권 시민혁명의 가장 큰 중동 내 파급효과는 이란의 부상이다. 이란을 견제하던 친미 이집트 정권이 붕괴했고 사우 디아라비아도 내부의 불만을 불식시키기 위해 국내정치에 몰두하면서 이란이 영향력을 확대 하고 있던 시점이었다. 이미 이란을 축으로 하는 시아파초승달 즉, 시아파 정치블록이 강화 될 것이라는 분석이 서방을 긴장시키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집트 정권 붕괴 후 이란은 자국 군 함을 1979년 이후 최초로 수에즈운하를 통과시켜, 지중해에서 시리아와 공동 군사훈련을 실시 했다. 결국 이란의 영향력 강화를 막기 위한 사전조치로서 최근 이란에 대한 일련의 조치들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스라엘과 미국이 다시 이란에 대한 공격 카드를 언 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란의 영향력 강화는 미국과 서방이 추구하는 대중동 전략에 가 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나 이란의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 두 지도자 모두 당분 간 강경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움직임에 따라 군사적 옵션이 가동될 가능성을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39

40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군사적 옵션은 결국 협상을 위한 하나의 카드로 보는 것이 더욱 타당 하다. 전쟁은 양측에 모두 큰 부담이다. 전비 및 병력 손실 등 군사적 문제뿐만이 아니다. 이라 크 및 아프간의 정황 악화, 걸프만 및 호르무즈 안전항행 제한, 이란 내부 개력세력에 대한 탄 압 심화, 세계 경제의 악화 등 복잡한 정치경제적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결국 서방의 향 후 대이란 움직임은 외교적 노력 - 경제 제재 - 군사적 압박 세 가지 옵션을 탄력적으로 적 용하는 고전적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측된다. 결국 극단적으로는 제한적 정밀타격 가능성 은 분명히 있지만, 그 군사적 옵션이 이란 핵문제의 항구적인 해결책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이란 핵문제는 장기화할 것이다. 이미 수년전부터 미국과 유럽은 이란과 협상을 벌여왔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2006년 12월부터 이미 4차례나 수위 를 높여가며 대이란 경제제재 결의안을 내놓았지만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일 본, 유럽연합 등이 참여하는 미국주도 독자적 이란제재에도 중국, 러시아 등이 동참하지 않으 면서 결정적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유엔차원의 고강도 제재와 군사적 조치도 러시아와 중 국의 거부권으로 성사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오히려 중국은 어부지리 로 한국, 일본, 유럽이 철수한 이란 시장을 독식하고 있다. 이란 사태에 대해 우리가 차분하고 중장기적 대응 전략을 가져야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 다. 단순히 우리의 전체 원유 수입량에서 이란 석유가 9.6%를 차지한다는 수치로만 접근해서 는 안 된다. 이란은 우리의 대중동 최대 교역국가다. 두바이로 향하는 상당량의 수출품이 궁극 적으로는 이란으로 향한다. 여기에 이란은 새로운 자원으로 보고로 알려진 카스피해 남부를 접하고 있는 국가다. 이런 시장을 놓치지 않도록 유의하면서 우선 단기적으로는 오바마 대통 령이 서명한 국방수권법안에 대해 예외 대상국가 지위가 유지되도록 모든 외교역량을 집중해 야 한다. 더불어 이란을 둘러싼 정세변화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필요도 있다. 핵 개발을 통해 역내 패권국가로 부상하려는 이란에 대응하여 주변의 걸프 국가들은 자국의 군사적 안보 및 세력균형 유지를 위해 서방과의 군사적 협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12월 말 사우 디아라비아는 최신예 F-15SA 전투기 84대의 수입과 기보유한 F-15 70대의 성능 개선을 위 해 300억 달러의 계약을 미국과 체결했다. UAE도 35억 달러 규모의 첨단 미사일 요격시스템 고고도방어체계(THAAD)를 미국으로부터 도입할 예정이다. 이라크도 F-16 전투기, M1A1 탱 크, 야포 등 공격형 무기를 포함함 110억 달러 규모의 미국 무기 수입을 추진하고 있다. 중동 지역 방산수출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도 최근 급변하는 중동의 군사적 환경변화를 면밀히 검토 하고 새로 부상하는 방산 수출시장을 명확히 파악하여 새로운 진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40 새로운 핵위험시대, 지속 가능한 평화의 모색

41 핵무장과 핵정책의 변화: 핵무기 포기 거부 사례를 통해 본 북한 핵문제 1) 황지환 (서울시립대) I. 문제제기 1. 핵무기 포기 거부의 모델 제시 이 글은 국제사회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핵무기 포기를 거부한 국가들의 사례를 비교 연구 하여 현재의 북한 핵문제에 대한 대응모델을 제시하려는 목적이 있다. 1980년대 후반 이후 북 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위협인식이 증가하면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학문적 정 책적 노력은 국내외 학계를 막론하고 북한 연구의 중심이 되었다. 그동안 20여 년이라는 오랜 기간만큼이나 다양하고 풍부한 논의와 접근법이 제시되었지만, 기존의 분석과 설명은 몇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기존의 연구는 북한 문제를 세계정치나 핵확산의 장(arena)에서 이해하기보다는 북한 을 독특하고 특수한 행위자로 인식하여 북한 그 자체만을 두고 접근을 벌이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핵문제에 대한 북한의 정책 자체가 일관적이거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해되지 못하고 매일매일의 상황변화에 대응하는 사후적 모습을 띠게 되었다. 따라서 핵문제라는 이슈의 중요 성과 관심의 정도에 비해 북한의 행동방식을 설명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이론적 모델 작 업은 상대적으로 미진했다고 할 수 있다. 북한 핵 문제에 관한 기존의 논의들은 핵위기를 적극 적으로 주도해 나가는 북한의 외교정책에 관한 일관된 모델을 발전시키기보다는 핵위기의 전 개과정에 따라 당면한 상황에 대한 추측성 분석이 주류를 이루었다. 또한 그 해법 역시 엄밀 한 모델에 의한 한국 및 국제사회의 일관적이고 장기적인 정책제시가 아니라, 단기적인 정책 방향에 대한 제언이 중심을 이루었다. 따라서 핵무기 포기를 거부한 국가들이 어떠한 이유로 1) 이 글은 저자가 현재 진행 중인 연구 프로젝트의 중간발표 형태의 미완성 원고입니다. 저자의 동의 없이 인용을 절대로 삼가 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41

42 핵무기 포기를 거부하게 되는지에 대한 일반론적인 원인 모델 분석이 없었다. 둘째, 북한을 독특한 행위자로 보는 경향은 핵문제에 있어서 북한과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 거나 비슷한 경험을 했던 국가들의 경험을 북한 문제에 활용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 북한 이 어느 정도 독특한 행위자라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핵확산의 역사를 살펴볼 때 국가들이 핵 무기 프로그램을 추구하게 된 원인은 몇 가지 비슷한 경로로 설명될 수 있다. (Sagan 1994/95). 이는 1980년대 후반 이후 핵무기 프로그램을 본격화한 북한도 예외는 아니다. 그렇 다면 핵무기 프로그램의 포기 거부 사례도 비슷한 몇 가지 원인을 추출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동안 핵무기 포기 모델에 관한 연구는 상당 부분 존재했지만, 핵무기 포기 거부 사례에 관한 연구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핵확산금지조약(NPT)상의 합법적인 핵무기 보유국이 아니어서 국제사회의 핵포기 압력을 받으면서도 현재까지 핵무기 포기를 거부하고 있는 이스라엘, 인 도, 파키스탄의 사례는 2013년 2월 현재 3차 핵실험까지 진행하여 사실상의(de facto) 핵보유 국이 된 북한 사례를 이해하는데 커다란 도움을 줄 것이다. 그동안 비확산 연구자들과 정책분 석가들은 북한의 핵포기 방안에 몰두하여 리비아 모델이나, 우크라이나 모델, 남아공 모델 등 핵포기 사례와 모델에 관한 관심을 집중시켜 왔다 (황지환 2012). 하지만 북한이 왜 핵무기 프 로그램을 포기하지 않는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다른 포기거부 사례와 비교하여 논의한 적은 없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제 이스라엘 모델, 인도 모델, 파키스탄 모델을 중심으로 기존 사 례를 재해석하고 핵무기 포기거부의 모델을 연구할 필요가 절실하다 하겠다. 특히 비확산 문 제를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미국이 이 세 국가의 핵무기 불포기의 과정에 가장 커다 란 역할을 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따라서 북핵 문제를 다룸에 있어서도 북핵 위기 그 자체의 과거 전개과정과 북한의 행동방식뿐 아니라 미국이 과거에 경험했던 다른 사례들의 교훈이 정책결정과정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로 인해 이스라엘, 인도, 파 키스탄의 핵포기 거부 사례의 행동방식을 분석할 필요성을 제기하지만, 이러한 노력이나 그 사례들을 북한 문제에 적용하는데 대한 분석의 한계는 상당히 존재하고 있다. 셋째, 일부 몇몇 선행연구는 제한적이나마 이전의 핵 포기 사례를 분석하고 각각의 사례가 북한 문제에 가지는 의미를 논의하기도 했지만, 각 연구는 개별적인 분석과 정책적 함의에 머 물고 있다. (제성호 2012, 김준석 2008). 이 국가들의 핵무기 포기거부 원인을 기존의 논의대 로 안보불안이라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기 때문에 다양한 사례의 분석과 이의 비교 연구하여 핵무기 포기거부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필요성이 절실하다. 기존의 여러 사례를 비교 분석하면 국가들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 몇 가지 원인이 발견될 수 있다. 이 러한 연구는 어떤 국가의 사례에서는 존재했지만, 다른 국가의 사례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42 새로운 핵위험시대, 지속 가능한 평화의 모색

43 변수들의 영향을 비교할 수 있다. 이처럼 여러 가지 변수들과 조건들이 여러 사례에서 보여주 는 다양한 변화(variation)의 모습을 분석함으로써 핵무기 포기 거부의 원인에 대한 몇 가지 가설(hypothesis)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며 이를 통해 핵포기 거부의 이론적 모델을 설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 북한 핵 문제에 대응하는 정책모델 제시 이러한 노력은 북한 핵 위기에 대응하는 정책모델을 제시하여 커다란 정책적 함의를 가질 수 있다. 북한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의 사례는 북핵 문제에 대응하 기 위한 여러 가지 가능한 접근법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연구는 핵무기를 갖고 자 했던 국가들의 행동방식과 정책결정 과정을 분석하였지만, 왜 어떤 국가들은 국제사회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핵무기 포기를 지속적으로 거부하고 있는지에 대한 원인을 면밀하게 비 교 검토하여 모델을 제시한 경우는 없었다. 북한 핵 문제가 지금까지 해소되지 못했던 이유 는 북한 문제가 가진 구조적 특수성에서도 기인하지만, 다른 포기 국가 사례에서는 존재했었 던 여러 가지 조건들이 부재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북핵 문제를 접근함에 있어서 핵포 기 거부국가들의 조건과 환경을 분석함으로써 어떠한 원인을 해소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중요할 수 있으며, 그에 대한 중대한 정책적 제안을 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새로운 가설들 과 모델을 통해 북한 문제가 기존에 걸어온 길이 어떠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설명하 여, 새로운 모델은 결국 한반도 주변의 국내외적 상황변화와 방향에 대해 학문적으로나 정책 적으로나 상당한 공헌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 II. 핵무기 포기 거부 사례의 비교 연구: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핵무기 포기거부 모델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핵무기 포기 거부 국가들의 정책결정과 정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통해 포기 거부의 가설들을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연구에서는 NPT상의 합법적인 핵보유국인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을 제외하고, NPT 비가입국 으로서 핵무기를 개발하고 유지하고 있는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의 사례를 통해 핵무기 포 기거부의 가설설정을 시도한다. 이 세 나라 이외에도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들의 사례는 남아 프리카공화국,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등 다양하다. 하지만 나머지 국가들은 국제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43

44 사회의 압력 속에 핵무기 보유를 포기하였다. 반면, 북한은 2005년 2월 처음으로 핵무기 보유 를 선언하고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한 이후 2013년 2월 3차 핵실험을 진행함으로써 제4 의 핵무기 포기 거부국이 되었다. 따라서 이 세 국가의 사례는 북한의 핵정책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교훈을 제시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핵무기 포기거부 모델 개발을 위한 변수와 가설설 정에 대한 예비적 고찰을 위해 세 사례를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그림1> 핵무기 포기거부의 세 사례 1. 이스라엘의 핵개발과 핵무기 포기거부 1970년대 중반 이스라엘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주장들이 국제사회에서 제기되기 시 작했다. 이집트의 사타트(Anwar Sadat) 대통령이나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아라파트 (Yasser Arafat) 의장은 이스라엘이 3~5개의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비난하였다. 또한 미국 중앙정보부(CIA)는 이스라엘이 10~2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제성 호 2012: 160). 이에 대해 이스라엘은 그동안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NCNC(Neither Confirm Nor Deny) 정책으로 일관해 왔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이제 공공연한 비밀이 되었다. 이스라엘의 핵무기 개발은 주로 안보적 요인으로 설명될 수 있다 (Sagan 1996/97). 2차대전 이후 겨우 국가설립에 성공한 이스라엘은 중동의 이슬람국들에게 둘러싸여 있어서 항상 국가 생존의 위협을 느껴 온 것이 사실이다. 국가영토나 인구 규모가 다른 중동국가들에 비해 작으 면서 지정학적으로도 매우 취약한 위치에 놓여 있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군사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비대칭적 군사력을 유지할 수 있는 핵무기의 보유 욕구는 독립 44 새로운 핵위험시대, 지속 가능한 평화의 모색

45 초기부터 강하게 가지고 있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다른 사례와는 달리 이란의 핵무기 보유에는 서방국가들이 사실상 많은 도움을 주었다. 1950년대 프랑스는 이스라엘의 핵 프로그램을 적극 지원하였고, 영국 역시 비밀리에 이스라 엘에 핵심적인 핵물질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선호 2006: 89). 미국은 이스라엘의 핵 무기 보유에 대해서는 대체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아이젠하워 행정부 시기 핵 프로그 램에 이스라엘을 참여시키고 연구용 원자로를 제공함으로써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케네디 행정부 시기에도 미국은 이스라엘의 핵 프로그램을 감시하기는 했지만, 연구용 원자로 사용될 우라늄을 공급하여 핵무기 개발에 도움을 주었다. 이스라엘의 핵무기 보유에 대해 국제사회가 강력하게 비난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정부는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적이 없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핵 모호성(nuclear ambiguity) 을 유지하면서 핵무기 보유를 지속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와 직접적으로 핵과 관련된 합의를 한 적이 없으며 NPT의 규약에 통제를 받거나 IAEA의 감시를 받은 적이 없다. 이스라 엘은 NPT 출범 당시 지지를 선언하고 유엔총회의 표결에서도 찬성표를 던졌으나 현재까지 NPT에 서명하지 않은 상태이다. 또한 IAEA의 핵안전조치협정(safeguards agreement)에 의 한 핵시설 사찰도 받지 않았지만 국제사회의 대 이스라엘 제재는 거의 없었다. (허남성 2003: ). 이스라엘은 국제 비확산체제의 통제 밖에 있으면서 핵보유국의 지위를 유지하면 서도 다른 국가와는 달리 국제사회로부터 커다란 도전을 받지 않았다. 2. 인도의 핵개발과 핵무기 포기거부 1950년대 인도 수상 네루(Jawaharlal Nehru)는 인도의 전통적인 국제정치관에 따라 다소 이상주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네루는 핵무기 개발에 강력하게 반대하였을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핵무기 폐기 운동에도 앞장섰었다. 네루 수상은 1954년 유엔 연설에서 보 편적 핵실험 금지 조약의 체결을 주장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인도가 핵무기 개발을 추진했다 는 것은 상당히 아이러니컬한 사실이다 (김준석 2008: ). 하지만 네루 정부는 사실상 평화적인 용도의 원자력 개발 프로그램은 반대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높은 과학기술 수준이 신생독립국 인도의 국가적 위신을 높여준다는 믿음을 가지고 당시 인도의 경제수준에서는 무 리가 따르는 원자력 기술 개발 프로그램을 강력하게 추진했다. 네루 정부하에서 핵무기를 개 발하지는 않았지만, 1960년대 인도의 핵무기 개발은 바로 네루 시기에 쌓여진 기술적 기초 위 에서 가능했던 것이 사실이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45

46 흔히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 무장은 양국 간 갈등과 분쟁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겨져 왔지만, 인도의 경우는 파키스탄뿐 아니라 중국의 핵보유도 커다란 변수로 작용했다. 1960년대 초반 인도와 중국사이에 국경분쟁이 발생했는데, 중국의 인민해방군은 히말라야 국경지대를 침공 하여 약 14,000 평방마일에 해당하는 인도영토를 무력점령했지만, 인도군은 변변한 저항도 해 보지 못하고 퇴각했다. 또한 국경분쟁이 발생한 지 정확히 2년 뒤인 1964년 10월 중국이 핵 실 험에 성공하여 인도내에서도 핵무기 개발에 대한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 사실 인 도의 핵개발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던 바바(Homi Bhaba)는 이미 1958년부터 핵무기 개발을 역설하고 있었다. 결국 1964년 12월 사스트리(La Bahadur Shastri) 인도 총리는 핵무기 개발의지를 천명하 였다. 인도 국내에서 경제적 비용과 평화주의적 전통으로 인해 반대의 목소리가 제기되었으 나, 1965년 9월 파키스탄과의 제2차 인도-파키스탄 전쟁이 발발함에 따라 인도의 안보상황은 또 한번 위기에 휩싸이게 되어 핵무기 보유 욕구를 강화시켰다.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에 소련 이 중재를 시도하였지만, 중국이 파키스탄에 외교적인 지원을 제공하면서 군사적 지원까지 경 고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간디 정부는 핵무장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기 시작했다. 당시 간디 수상이 현실주의적인 고려에 기초한 안보정책을 추진하면서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급진전 하였는데, 인도는 1970년대 초반 핵 무장의 기술적인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다른 한편, 인도의 핵무기 개발과 핵실험은 국내정치적인 고려에서도 촉진되었다. 1970년대 초반 오일쇼크로 인해 인도의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간디 정부는 국내여론의 역풍을 맞고 있었으며, 이 상황을 극복하고자 1974년 핵 실험을 실행하기에 이른다. 또한 1998년 힌두 민 족주의를 표방하는 BJP의 집권과 함께 핵 실험이 실행되었다는 점 등이 국내정치적 요인의 중요성을 입증하는 사례들이다. 특히 세이건(Sagan, 1996/97: 67-68)에 따르면, 1974년 인 도의 핵 실험을 전형적인 국내정치 모델의 사례로 해석된다. 세이건은 핵 실험에 대한 인디라 간디 수상의 결정이 군부와 외무성의 고위 관리들을 배제한 채 수상의 개인 보좌관들과 과학 기술자들의 조언만으로 이루어졌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BJP의 등장이 1998년의 핵 실험 재 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의심의 여지없는 사실이지만 사실 그 이전 정부들 역시 핵 실험 옵션을 지속적으로 고려해 왔다는 점도 직시해야 한다. 인도의 핵실험에 대해 국제사회가 강력하게 비난했는데, 특히 미국은 IAEA의 승인없이 핵 원료의 재처리와 농축을 위한 장비를 도입하는 국가에 특정 종류의 경제적, 군사적 지원을 중 단한다는 결의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이러한 제재조치는 인도가 핵개발을 계속할 수 있는 여지를 크게 좁혔고, 결국 인도는 1974년 이후 대외적으로 핵 자제(nuclear restraint) 의 46 새로운 핵위험시대, 지속 가능한 평화의 모색

47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Ollapally 2001: 931). 하지만, 1991년 소련의 해체는 인도의 안보환경 을 상당부분 변화시키게 된다. 1970년대 이후 인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오던 소련의 붕괴 는 인도의 입장에서는 캐슈미어 문제와 관련하여 국제연합에서 거부권을 행사해줄수있는 국가가 사라졌음을 의미했으며, 첨단무기를 이전해 줄 수 있는 파트너의 상실을 의미했다. 또 한 여전히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중국과 인도 사이에서 중국의 위협에 대해 효과적인 평 형추 역할을 하던 동맹국의 상실을 의미했다 (김준석 2008: ). 3. 파키스탄의 핵개발과 핵무기 포기거부 인도의 핵실험에 이어 파키스탄 역시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증거가 국제사회 에서 강하게 제기되었다. 1987년에는 파키스탄의 핵무기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칸(A. Q. Kahn) 박사가 언론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파키스탄이 전력을 다해 핵무기 보유를 위해 경주하 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밝혀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인도의 복합적인 요인과는 달리 파키스탄의 경우에는 인도와의 캐슈미어 지역 영유권 분쟁 및 인도-파키스탄의 군사적 충돌이 가장 큰 요 인으로 제기된다. 캐슈미어 분쟁에서의 현상의 변경에 대한 파키스탄의 욕구가 직접적으로 핵 무기의 개발을 가져왔다고 할 수는 없지만, 파키스탄의 핵 무장은 기본적으로 인도의 핵 무장 에 따른 대응적 차원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다. 파키스탄은 독립 이후 약 20여 년 동안 핵무기 개발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으며, 이는 민간정부나 군사정부나 모두 마찬가지였다. 또한, 독립 이후 미국과의 긴밀한 동맹관계는 파 키스탄 군부 지도자들로 하여금 핵 옵션을 진지하게 고려할 필요성을 제기하지 않았다. 현재 반테러전쟁과 중국의 부상에 대한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파키스탄이 가지는 입지와 마찬가지 로 1950년대 이래 파키스탄은 미국의 봉쇄정책에 필수불가결한 동맹국의 지위를 유지했었다. 파키스탄은 중국 및 소련에 가까운 지정학적 요인과 더불어 군부의 강력한 반공주의 노선으로 인해 냉전기 미국의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였다. 비동맹(non-alignment) 노선을 고수한 인도 와는 달리 파키스탄의 안보상황은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절실하게 필요하게 했고 이러한 미 국-파키스탄 관계가 유지되는 한 현상변경의 유인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1960년대 중반 파키스탄은 중대한 안보환경의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우선 1965년 인도-파키스탄 전쟁의 발발이다. 캐슈미어를 둘러싼 인도와의 전쟁으로 파키스탄의 국방능력 에 대한 회의가 제기되었고, 국내적으로도 인도와의 협상에서 취약한 모습을 보이면서 불안정이 가속화되었다. 다른 한편, 인도와의 전쟁의 와중에 미국과의 긴밀했던 동맹관계의 이완되기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47

48 시작했다. 미국이 파키스탄에 대한 무기금수 조치를 취하는 등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함에 따 라 파키스탄의 안보 불안감은 더욱 높아지게 되었다. 미국과의 동맹 약화는 인도-파키스탄의 전쟁뿐만 아니라 1960년대 중반 이후 진행된 데탕트의 흐름에서도 촉진되었다. 인도와의 관 계와는 달리 세계냉전의 데탕트는 파키스탄의 안보환경에 구조적 변화를 야기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 충격파는 더욱 컸다. 이에 파키스탄 정부는 당시 인도와 국경분쟁으로 대립하던 중 국과 긴밀한 관계를 모색하기 시작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파키스탄 정부는 보다 획기 적인 안보 강화 정책을 모색하게 되며, 핵무기 개발에 전념하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1974 년 인도의 핵 실험 소식은 파키스탄 내 핵무장 반대여론을 잠재웠고, 부토 정부는 인도의 핵 실험 한 달 뒤인 1974년 6월 14일 핵무기의 개발을 결의하게 된다 (Ahmed, 1999: 183). 파키스탄은 이스라엘이나 인도와는 달리 미국의 강력한 압력과 제재 위협에 직면하였다. 미 국은 인도의 핵실험 이후 국제비확산체제를 강화하고 있었는데,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인도의 핵실험 이후 박정희 정부의 핵무기 개발계획이 미국에 의해 좌절된 바 있다. 마찬가지로 인도 의 핵보유가 파키스탄의 핵보유 욕구를 강화시킬 것이라는 사실은 쉽게 예상할 수 있었던 것 이었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대 파키스탄 제재는 점점 강화되었다. 미국은 프랑스에 압력을 행 사하여 파키스탄에 대한 우라늄의 농축을 위한 핵 재처리 시설의 판매를 포기하게 하였고, 키 신저 당시 미 국무장관이 파키스탄을 직접 방문하여 부토 수상에게 핵 무장 포기를 촉구하기 도 했다. 하지만 미국의 파키스탄에 대한 압력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1980년 소련의 아프가 니스탄 침공으로 파키스탄에 대한 미국의 압력이 상당 부분 감소하였기 때문이다. 2001년 9.11테러를 계기로 파키스탄의 전략적 중요성이 증가했듯이 소련의 침공을 계기로 미국 정부 는 남아시아에서 파키스탄의 전략적 가치를 다시 높이 평가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핵무기 개발과 관련해서 행사해 오던 각종 압력을 사실상 철회하기에 이른다. 그 결과 1980년 대 동안 파키스탄의 핵개발 노력은 큰 진전을 이루게 되었으며, 국제사회의 제재 위협도 감소 하였다. 하지만 냉전의 종식과 함께 파키스탄의 전략적 가치는 다시 감소하게 되었고, 미국은 다시금 파키스탄의 핵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1990년대 에 인도와의 갈등이 재개되면서 파키스탄의 핵보유 의지는 흔들리지 않았다. 이런 과정에서 1998년 5월 인도가 핵실험을 감행하자, 파키스탄 역시 이에 맞서 핵실험을 실시하게 된다. 파 키스탄의 핵실험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강력한 경제제재를 부과하였으나,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이 반테러전쟁을 벌이면서 파키스탄의 전략적 중요성은 다시 상승하게 되 었다. 48 새로운 핵위험시대, 지속 가능한 평화의 모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