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연구회인문정책연구총서 2002-11 영상문화시대에따른인문학적 대응전략으로서의이미지연구 인문사회연구회 한국교육개발원
인문사회연구회인문정책연구총서 2002-11 영상문화시대에따른인문학적 대응전략으로서의이미지연구 피종호 이준서 인문사회연구회 한국교육개발원
본보고서는 인문사회연구회 2002년인문정책연구사업 일환으로수행한연구과제중하나입니다. 본보고서에수록된내용은집필자의개인적인견해이며인문사회연구회와한국교육개발원의공식적인입장이아님을밝힙니다.
머리말 인문사회연구회는 2002 년도인문정책연구사업으로수행한연구결과를총서로발간하게되었습니다. 인문학의위기를근심하고인문학의르네상스를소원하는모든분들과함께총서의발간을축하하고자합니다. 인문정책 이라는자못생경한용어에도불구하고분야별로연구주제를발굴하고실용성있고실천가능한정책대안을마련하기위하여애쓰신연구진, 연구사업의기본방향의제시는물론연구과제의심사와평가를담당해온인문정책연구위원회위원, 아울러예산을운영하면서효과적으로연구지원해주신한국교육개발원에충심으로감사드립니다. 이번에인문학연구, 교육, 사회적활용등 3개분야의정책대안을제시한연구결과물들은관련분야의정책수립자및전문학자, 학회및단체에유익한자료가되리라고생각합니다. 처음시도된 인문정책 연구이므로충분히만족할만한결과라고말하기는어렵습니다. 그러나이번연구를통하여인문정책연구의범위를정하고, 부문별로대안을모색하기위한공감대와연찬의기회, 인문학자와사회과학자가공동연구한학제간연구, 출연연구기관과각급대학의인문학연구기관간의연구협력이이루어졌다는점등에서적지않은의의가있다고믿습니다. 이번연구결과물이필요로하는모든분들에게공급되어한국인문학의위기극복과발전에기여하는것이되기를간절히바랍니다. 2002. 12 인문사회연구회이사장김인수
요약 빌렘플루서에따르면인류는이제까지두번소통매체의커다란전환을경험했다. 그첫번째가선형문자의발명이고, 두번째는 19 세기말사진에서부터시작된기술적이미지의발명이다. 기술적이미지문화에서는문자문화에서발생한역사의식이다시탈역사화한다. 우리가살아가고있는이기술적이미지문화는현재여러가지새로운문화현상을유발하고있다. 첫째, 코드의미층위의다원화, 둘째, 재현의붕괴가그대표적인현상이다. 이로써미메시스는지시대상을상실한시뮬레이션으로대체된다. 디지털예술은상호매체성을그가장큰특징으로한다. 디지털이미지는선형적코드에서테크노코드로전환된것이며, 디지털매체의주체는예술작품속에서절대적이념이나미의현재화가아니라, 시뮬라크르의상징적형식으로세계를구성하는것을목표로한다. 탈역사화된기술적이미지문화는사이버신화의세계이다. 여기에서는시간의동시화와공간의통시화가이루어지기때문이다. 디지털이미지의유연성은종합예술형식을가능하게만든다. 바로여기에서상호매체성이문제된다. 디지털이미지는후기구조주의적사고와직결되어있다. 그중에서도보드리야르, 비릴리오, 들뢰즈은디지털이미지문화와철학적인대결을펼친다. 또한편으로디지털이미지는이른바포스트휴머니즘이라는개념으로대변되는최신의흐름과도밀접한관계를지닌다. 미디어테크놀로지를인간의확장으로이해했던맥루언과텔레마틱사회의도래를예언하는플루서는여기에이론적토대를제공한다. 또한사이버네틱스와유전자공학의발전은이제포스트휴먼의시대가멀지않았음을알린다. 디지털예술의발전은우선인터넷문학에서그초기형태를찾아볼수있다. 이미여기에서선형적인글쓰기가아닌하이퍼텍스트를통한리좀적글쓰기가가능해진다. 컴퓨터기술이발달해가면서하이퍼텍스트는하이퍼미디어로전화되는경향을띤다. 바르트등에의해발전된이미지기호학은하이퍼미디어분석에있어서도기초이론의역할을할수있다. 더나아가현재는하이피미디어의텍스트와이미지가움직이기시작하면서점차가상현 - i -
실과시뮬레이션역시가능해지고있는추세인데, 여기에서는전통적인미적판단기준들에변화가일어난다. 그러나들뢰즈등의노력에도불구하고, 이러한동적이미지를분석할수있는기초이론은여전히미완인상태이다. 위와같은연구결과를종합해본결과, 다음과같은정책제안이요구된다. I. 이미지연구를중심으로한미디어학전공설립 문화의전달수단이활자에서이미지로이전된추세임에도불구하고, 이에대한교육은여전히기존의커리큘럼에서벗어나지못하고있다. 각전공분야가모두이미지연구로관심을확장하고있으면서도, 막상연구및교육의중심이결여되어있는셈이다. 독일에서는이미이러한문제의식을바탕으로여러대학에서학제의변화가있었다. 본정책제안에서는마인츠대학 (Universität Mainz) 의경우처럼완전히독립적인연구소로서미디어학을독립시킨극단적인경우보다는우리에게더현실적인대안이라고판단되는함부르크대학의모델을선택하여상론한다. 함부르크대학에서는어문학부안에문예학자들을주축으로 미디어문화학 분과를만들고협동과정을설립한다. 이렇게어문학부안에미디어학이생겨나게된데에는적어도세가지원인이있다. 첫번째로는문학행위자체의변화를꼽을수있다. 2차대전이후많은작가들이라디오, TV, 영화등의매체를위해점점더많은글을썼고, 그래서전통적인문학의의미는감소되었다. 문예학은이러한변화에상응하여반응해야만했고, 이러한변화의대표적인예가발터횔러러 (Walter Höllerer) 이다. 전후문학을주도했던 47그룹의일원인그는베를린공과대학 (Technische Universität Berlin) 에 기술시대의언어 라는연구소를설립하고동시에정부의문화지원사업이었던 문학콜로키엄 을주도하면서수많은작가들에게강연회, 독회, 대담의기회를마련해주었다. 이미 1961 년에 47그룹은방송극에대해이야기했고, 1년후그들은영화에대해토론했다. 독문학자들역시이에발맞춰미디어에시선을돌렸다. 베를린공대에서방송극, 영화, TV방송등이연구되었고이론적토대가모색되었으 - ii -
며미디어분석연구에있어크게도움이되는자료들이모아졌고, 통속문학, 신문소설, 만화에도몰두했다. 이러한발전과정이 기술시대의언어 라는잡지에발표되었다. 영화아카데미등이태동한것도이러한배경아래서이다. 두번째원인은독일의특수한상황과연관되어있다. 동 서독의통일과정에서도다시한번드러났지만, 이데올로기학과로서의인문학, 특히독문학이나치시대에범했던오류들은이제까지의문예학적방법론, 연구대상의설정등에대한문제제기를유발했고, 제한되어왔던대상영역 ( 통속문학, 다큐멘터리문학 ) 을고려하도록만들었다. 때문에문학적-허구적생산물을제작하는매스미디어가시선을끌게되는것에도이러한맥락이작용했다. 교육의차원에서도, 점점더학생들의일상을규정해나가는매스미디어가수업대상으로고려되었다. 따라서이분야에서도교사자격시험이필요해졌고, 이를위해독문과에서이를대상영역으로삼게되었다. 세번째원인은학제내부의업무분화, 특히미디어연구의세분화에서발견된다. 신문방송학은점차사화과학적인노선과미디어정책분야로방향을틀었고, 저널리즘에집중되었다. 반면에문예학자를비롯해연극영화학자, 음악학자, 미술학자들이미디어에관심을갖기시작했다. 학문적인연구의새로운방법이실험되고학제간의공동작업으로확장되었다. 이것은문예학적인미디어학이그동안다른학문에근접해가고또공동작업에노력했다는사실과관련되어있다. 문학 ( 인쇄된텍스트 ) 의시청각매체로의전환이라는최초의문제제기가확대되어오늘날에는총체적인미디어미학, 미디어의수용문제나생산문제와같은미디어의프로그램과생산물의구조에문제가제기된다. 또한심층적으로미디어사와미디어이론이토론된다. 이러한배경아래에서함부르크대학은미디어학을독립시키기보다는어문학부안의한학과로서설립한다. 새로운학문을분리해내는것도중요하지만, 학제내부적인차별화가학문의연속성면에서나미디어학자체의특성면에서나올바르다고판단한것이다. 이것은기존의연극학과가점차연극영화학과, 연극- 영화-TV 학과로발전해나가는과정을생각해보면이해할수있다. 매스미디어는사회적으로제도화된복잡한현상들을묘사하고, 인간들사이의의사소통을변화시키고지식을생산하는다른영역에수많은 - iii -
간접적인영향을불러일으키기때문에, 매스미디어는이미거의모든인문학의테마가되어있는상태인데, 이를따로분리해낸다는것에는여러모로무리가있을수있다는판단을한것이다. 함부르크대학의어문학부에미디어문화학이자리잡은모습은우리에게도시사하는바가크다. 대학의전공영역개편으로인해 70 년대에야비로서최초의미디어학강의가문예학세미나에서개최된이래로, 1973/74 에는영화, 만화, 문학속의서부극등의강의가개설된데에이어, 1975-76 에는영화분석과영화이론이다루어졌으며, 1976/77 에는매체전환에관한주제, 1978-79 에는광고분야가강의목록에추가되고, 80년대초에서 90 년대초에이르면시각매체의투입, 영화실습, 영화사등에이르기까지강의의영역이확장된다. 1997 년여름학기 독일어와독일문학 전공에는 133 개의수강과목이제시되었는데, 이중에 현대독문학 만 74개강의가개설되었으며, 영화, TV, 라디오인터넷과같은미디어관련강의가 17 개나되었다. 미디어학의입지가점차넓어지고있는것이다. 중요한것은함부르크대학의경우에는이과정에서학제간의마찰이나제도적인단절을최소화하는데성공했다는점이다. 이것이전제되어야, 올바른정착작업이수행될수있기때문이다. 이러한맥락에서무엇보다도다른어문학과와의협력작업이시도되었는데, 그대표적인예로는독 영 불 서어문학과들이공동으로 매체문화 협동과정을설립하여운영하는것을들수있다. 이러한과정을통해자리잡은 함부르크모델 의미디어학은다음과같은세가지특징을지니고있다. 1 미디어문화학은어문학부의분과영역으로서부분적으로만독립성을지닌다. 미디어문화학은학과과정의일부로서기능하며, 특히학과의조직면에서지나친독립성주장으로인한충돌을피하기위하여상위조직인독어독문학과, 더나아가인문학부의기본방침을따른다. 2 다른어문학과의미디어학분야와횡적으로연계한다. 3 독문학, 영문학, 미국문학, 불문및서문학과와공동으로 미디어문화 부전공을운영한다. 이와같은특징에사범대학의미디어학영역 ( 매체교육학, 국어교육학 ), - iv -
언론학및기타관련연구소들과의협력이덧붙여진다. 이러한특징들을아우르는기본원칙은대학내의미디어학이미디어문화학으로서자리잡아야한다는것, 즉미디어문화의묘사, 분석, 해석과이론적인탐색을기본으로한다는점을분명히하는것이다. 고도로전문화된실제미디어제작의분업체제를미디어학이통합하는것은바람직하지도않고가능하지도않다고판단하는것이다. 이렇듯이론에대한강조를통해서미디어학은영화아카데미나독립된미디어학과들 ( 칼스루에, 쾰른 ) 과구분된다. 제작실습이강좌로서개설되기는하지만, 이는이론학습의보조수단의성격으로만족해야한다. 함부르크모델의미디어학을통해서우리는큰학제속에미디어학을두는것을부정적으로볼필요가없고, 오히려기존의학제에안주하려는경향속에서제도적으로독립하기위한가능한대안이될수있음을알수있다. 물론완전한독립화가기본교과과정의마련과같은측면에서는유리하겠지만, 실제적인측면에서도함부르크모델이주는장점들이더많다고판단된다. 1 국내대학들이끊임없이겪고있는경제적인문제를감안할때학문적인자원 ( 강의인력, 강의실, 기자재및강의자료 ) 의이용에대한효율성을무시할수없으며, 2 강의자들에게는기존학문과새로운분야의연계작업이어차피요구될뿐만아니라, 이를통해서기존의노하우들의전수가가능하며, 3 학생들의사회진출면에서도기존학문분야에대한능력과미디어사용능력이모두요구되는것이실정이다. 4 또한미디어분야는앞으로도많은발전가능성을지니고있는분야인동시에발전의방향을점치기어려운분야이기도하다. 이러한현실에서교육과관련된학제편성이고정되는것은유연한대처를어렵게할뿐만아니라이분야의발전방식에도부합하지않는다 ( 이러한판단은정책제안의두번째사안과도연결된다.) 이미국내의여러대학에서도이분야를다루는협동과정들이운영되고있기는하지만, 대부분대학원전공과정으로제공되고있는실정이다. 서울대학교의비교문학협동과정이나연세대학교의문화학협동과정이그좋은 - v -
예이다. 그러나기존의학제와동떨어져고립된형태의대학원교육으로는필수적인강의의양과질을제공하기도어려운데다, 학습기간등의측면에서도실효를거두기가쉽지않으며, 특히이후수료자들의학문적발전과정도불안정해짐으로인해, 이분야에대한학생들의많은관심에도불구하고실제적으로는제대로운영되기어려울정도로지원자의수가적다. 그러므로함부르크모델에서와같이학부의부전공으로서자리를잡을수있어야위에서언급된문제점들을해소하는제대로된교육이가능할것이다. II. 미디어문화창작, 수용, 연구의중심구축 인문학의발전은예술, 사회, 철학분야모두구체적인문화현상과관련을맺을때에더욱생산적인결과를얻을수있다. 그러므로문화생성과연구분야의연결고리를만드는일은양자에게서로상승효과를얻어낼수있도록만들어준다. 이러한작업을위해서는서로밀접하게연결되어있는세가지사항들, 즉미디어문화연구소설립, 영상예술저장소마련, 영상예술자료의데이터베이스구축이이루어져야한다. 1. 미디어문화연구소설립 독립된미디어문화학과설립은위에서도상론했듯이교육과연계된분야에서는현실적으로무리가있다고판단된다. 그러나이것은독립된연구자체가필요하지않다는주장은결코아니다. 오히려이분야의연구를위한전문인력의집적및양성은반드시필요하다. 그해결방안은대학내에미디어문화전문연구소를설립하는일이다. 이미연세대학교의경우에이모델과유사한방식의 미디어아트연구소 를운영하고있기는하지만, 여기에서는기존매체범주에연구의폭이고정된측면이없지않다. 이미외국의경우에서관찰되듯이, 첨단미디어문화는이론과실천이함께모여있는공간일때, 비로소생산적이고올바르게작동한다. 또한이론 - vi -
의경우에있어서도문학, 미술학, 음악학, 미학분야의전공자들과기술분야의전공자들이자연스럽게학제간연구를할수밖에없는분야이니만큼, 연구인원의할당함에있어서도고른분포를이루어야할것이다. 특히이것은최근에세계적으로관심이집중되고있는이미지연구와직접적으로연관되어있으므로, 인문학적저변을육성하는데에도큰도움이될것이다. 이와같은구상은선진국에서이미발빠르게실현되고있다. 이미지분야의강대국인프랑스의경우가대표적인예인데, 이미 1974 년에국립시청각매체연구소 (I'INA, Institut nationale de l'audiovisuel, http://www.ina.fr/entreprise/index.en. html.) 를설립하여운영하고있다. 우리에게이분야의연구소가생긴다면직접적인모델로삼아야할중요한본보기일것이다. 산업및상업적역할까지도맡고있는이곳의주요임무는다음과같다. 1 국가의시청각유산의보존 - 시청각프로그램의수집 - 수집품의보존및복구 - 최신의효율적인자료제공 - 인터넷환경에서영상및음향자료활용가능성향상 2 시청각유산의활용제고및간편화 - 수집품의상업적인활용안개발 - 학문, 교육, 문화적목적의자료실이용가격안정 3 연구, 제작, 실습을통해시청각매체의발전의흐름에뒤떨어지지않기 - 연구자와실험제작자의공동작업진흥 - 연구및창작분야의창조성제고 - 디지털기술활용을위한전문적인훈련안내 2. 미디어아트자료실및포털사이트구축 프랑스국립시청각매체연구소의임무중에서우리에게무엇보다도시급한문제들은디지털아트분야에서결코뒤떨어지지않는우리의능력을조직해내고홍보하는일이다. 그리고이를위해서는미디어아트작품들을 - vii -
수집하고, 우선물리적인환경이필요하지않은하이퍼미디어디지털아트들이라도인터넷상에전시하는일이다. 그핵심적인방안이하이퍼미디어디지털아트의포털 (Portal) 사이트를마련하는일이다. 현재첨단영상문화의발전이가장집중적으로이루어지는분야가디지털기술과관련된분야이며, 이것이구현되는것이무엇보다도하이퍼미디어분야이므로, 이에관련된포털사이트및연구소를설립하는일은무엇보다도시급한일이아닐수없다독일어권의경우만보아도그러한포털및전문사이트가십여개에이른다. 그러나유감스럽게도국내에는하이퍼미디어디지털아트의중심이전혀구축되어있지않은상태이다. 이것은단순히작품들이모일공간이결여되어있다는것만을뜻하는것이아니라작품들의보급및수용자체에이미문제가있음을의미한다. 예를들어한국작가인장영혜의작품들은오히려독일의디지털예술포털사이트에소개되어있고, 국내에는거의알려져있지못한실정이다. 대부분작가들이개인홈페이지를운영하고있기는하지만, 검색을통해그곳들을찾아내기란거의불가능하다. < 장영혜중공업 >(http://www.yhchang.com) 의경우도아쉽게도이러한경우에해당한다. 그러나이러한포털사이트를관주도로만든다면, 이미 언어의새벽 이밟았던전철을답습하는결과를나을가능성이다분하다. 더구나포털의구축은이러한일회성행사의개념이아니라지속적인관리를필요로한다. 따라서이작업은개인에게위임하기보다는디지털아트를연구하는, 보다포괄적으로는이미지연구에집중하는집단 / 학회나연구소를구성하여장기적인지원을통해온 / 오프라인모두에서중심지역할을할수있게해주어야한다. 프랑스정부가선택한방향도결국이것이다. 이작업을서둘러야하는또하나의이유는이미외국의경험에서알수있듯이초기디지털예술들이흔적도없이소실되고말았다는데있다. 흔히디지털화를정보보존의가장강력한방식이라고생각하지만, 이것은그것을보존하고자할때의이야기이다. 작가가자신의작품을서버에서삭제하거나, 심지어함부르크대학에서실제로발생했듯이서버교체과정에서이상이생기면, 기존의작품은더이상존재하지않는다. 디지털정보가도서형태보다보관뿐만아니라제거또한간단하다는점은분명히염두에두어 - viii -
야한다. 중요한디지털예술들은정부차원에서라도수집해야한다. 외국의디지털아트포털들의단점은그것들이대부분 동인 의성격을띠고있어서, 막상포털의구성은여전히개인홈페이지수준을크게넘지못하는경우가많다는데있다. 디지털아트포털이제대로기능하기위해서는사이버공간에서마치일종의갤러리나박물관같은역할을하는것이최적의방법일것이다. 이구상에참고해볼만한프로젝트가바로올리비아아들러 (Olivia Adler) 가만든 < 카페니르바나 (Cafe Nirvana)> (http://www.cafe-nirvana.com) 가아닌가생각된다. 개인이개발하고있는사이트라서, 오래공을들이긴했어도콘텐츠가부족하기는하지만, 이사이트는 MUD 적특성을지니고있으며, 구상면에서상당히탁월함을보여주고있다. 특히 객실 을보유하여독립성을지니면서도연결된공간을확보하는것은, 그들을연결, 배치하기에가장적합한방식이라고할수있겠다. 또한대부분의하이퍼미디어포털들이디지털문명의이미지를지나치게강조하고그안에들어가면배치가난삽해쉽게길을잃게되는반면에, 이사이트는친숙하면서도개괄이가능한공간을제공하고있는것도빼놓을수없는미덕이다. 3. 디지털아트공모전 마지막정책제안은디지털예술과관련된정기적인국제학술대회및공모전개최이다. 이미위에서언급했듯이독일의경우에 차이트 지가 1996 년에인터넷문학공모전을개최한이후, 급속도로이분야가확산, 심화되었다. 공모전자체가수적으로증가한것은물론이다. 1995 년에시작된 인터넷문학경연대회 가하이퍼미디어를포함하면서개칭된 페가수스 를비롯해서, 1999 년에는에틀링인터넷문학공모전이, 여성작가에게만출품이허용된마리아네폰빌레머상 (Marianne-von-Willemer-Preis) 에이르기까지거의십여개의공모전이탄생했다. 만약우리에게도이러한공모전이시작된다면, 차이트 지를포함한독일의주최자들이겪었던시행착오와정책수정은경연대회의운영방법에관한많은간접경험을제공할것이다. 그러한간접경험중에서무엇보다도중요한것은처음부터질적인수준을기대하기는어려우며, 그러므로장기간의꾸준한노력이필요하다는것이 - ix -
다. 1995 년에시작된이러한공모전이 기계의서사시 와같은작품을낳는데에는최소한 3년의시간적여유가필요했다. 이것은인문학적인교육이부족한우리의경우에는더욱두드러지게나타날수밖에없다. 그러나국내의컴퓨터사용자들이자바프로그램을능숙하게다루면서도이것으로자잘한콩트들을양산해내는동안독일의젊은컴퓨터사용자들은우리보다뒤쳐지는컴퓨터사용환경속에서도예술작품을만들어냈다는점을생각할때, 우리의기술이예술로승화할수있는계기를만드는일은더욱시급한일일것이며, 공모전의심사기준역시당장내놓기좋은외형이훌륭한작품이아닌깊이와가능성이엿보이는작품에놓여야할것이다. 국제학술대회의모범으로는이미위에서언급한바있는 전자언어국제페스티벌 (Electronic Language International Festival) FILE 2002(http://www.file.org.br/ file2002/english/home_ie.htm) 을꼽을수있겠다. 여기에서는컴퓨터공학전공자에서디지털아티스트들까지모든관련자들이모여학술대회와전시회를겸한다. 매체의특성에맞게홈페이지자체가전시공간및토론장으로활용되는것은물론이다. 월드컵기간동안첨단기술강국의이미지를부각시키려던행사들이대부분그다지성공을거두지못했으며참가율도저조했음을고려해볼때, 이러한행사야말로기술에서예술까지를모두아우르는한차원높은홍보의훌륭한계기가되었을것이다. 이러한맥락에서 미디어시티서울 행사는시사하는바가크다. 작년부터시행되고이행사의핵심을이루고있는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 는이분야를알리는데큰역할을맡고있다. 또한세계적인예술가와학자들이참가하여국제적인교류도이루어진다. 그러나외국의행사와비교해볼때, 몇가지아쉬운점들이눈에띈다. 분야가지나치게미술에편중되어있으며, 전시작품들도기성작가들의것에국한되어있다. 또한학문적연계가부족해서비용에비해축적되는바가적다. 이것은결코행사의규모를확대해야한다는뜻이아니라행사의계획과진행과정이더욱근거를지닌것이어야한다는의미이다. 위에서제안했던디지털예술연구소가이러한행사의중요한주체가된다면개인적인큐레이터중심으로이루어지는현재의시스템보다는좀더탄탄한구성력을지니지않을까생각한다. - x -
목차 - xi -
1. 이론적기반 : 기술적인이미지와디지털예술의상호매체성 1 1. 이론적기반 : 기술적이미지와디지털예술의상호매체성 I. 이미지문화, 문자문화, 기술적이미지문화 인류는이미지를생산한이후이제까지소통의매체와관련해서두번의대립되는전환점을경험했다. 그첫번째가 선형문자 의발명이고, 두번째는 19 세기말부터사진에서시작된 기술적이미지 의발명이다. 이런문화단계를분석하고있는체코의빌렘플루서 (Vilém Flusser) 는캐나다의맥루언 (M. McLuhan) 만큼이나매체이론의대가로손꼽힌다. 유태인대량학살이있었던아우슈비츠강제수용소에서살아남아체코에서영국을거처브라질로망명한그는시대를과격하게부정하는허무주의보다는사이버네틱과테크놀로지에관심을두면서미디어문화의긍정성을지향하고있다. 그는자신의저서 ꡔ사진의철학을위하여 (Für eine Philosophie der Fotografie)ꡕ 에서세계의미를인지하는구조의발전단계를이미지문화, 선형문자문화, 기술적이미지문화의세단계로구분하고있고, ꡔ코무니콜로기 (Kommunikoligie)ꡕ 에서는이러한발전단계와소통과의관계에대해논의하고있다. 이미지문화란프랑크푸르트학파비판이론의 교과서 인 ꡔ계몽의변증법ꡕ 에서신화의세계라고지칭하는바에상응하는인식형태로서, 이미지가인간과세계의매개물로기능하는문화단계를의미한다. 아도르노와호르크하이머의대중문화이론이플루서의매체이론과공통점은기술적매체가각각마술적, 기능적으로프로그램화되었다는것이다. 전자가자본주의라면, 후자는기술적코드로프로그램화되었다. 그러나플루서가이러한프로그램화를프랑크푸르트학파처럼계획적으로기도된것이아니라자동적으로이루어졌다고본다는점에서차이점이있다. 1) 이미지가재구성하는시공간은니체가말하는 동일자의영겁회귀 의시간, 즉순환적으로영원히반복되는신화적이며, 마술적세계이다. 그런데인간은이미지로세계를표상하는대신이미지를통해세계를본다고착각하게됨으로써 이미지숭배
영상문화시대에따른인문학적대응전략으로서의이미지연구 2 (Idolatrie) 2) 에빠지게된다. 현실을마술적으로구조화시키는이미지범람상태에대해인간은자신이이미지생산자라는사실을 망각 하면서, 이미지를해독할수있는능력도없는존재가된다. 자신이스스로망각한이미지를해독하기위해인간이만들어낸것이텍스트였고, 이로인해마술적순환의시간은역사의시간으로바뀌게된다. 세계의미를인지하는두번째단계는선형문자문화의단계이다. 이미지문화의단계에서 신화적사고 가지배적이라면, 선형문자문화의단계에서는 논리적사고 가주도적으로이루어진다. 즉신화적사고에서선형적으로배열된사고로안내하는문자기호는일종의 인용부호 의기능을한다. 3) 이단계에서는신화의세계로빠져든인식구조를바로잡기위해서이미지의구성요소를문자를통해선형의행으로배열하게된다. 이러한선형적행이논리적사고와더불어역사의식을가능하게하는것이다. 이미지문화의순환적시간은역사의선형적시간으로코드전환이이루어지게되었으며, 글쓰기와함께 역사의식 이시작된것이다. 플라톤이후역사의식의성장이이미지 ( 또는환영 ) 에대한투쟁의형태로이루어졌음은잘알려진사실이다. 이미지문화가마술적사고방식으로이루어져있다면, 문자의발명은또한 개념적사고방식 을가능케했다. 하지만이미지표층을선형의형태로코드를전환하는과정에서텍스트는이미지보다더추상적이다. 이로인해세계의의미에서더욱멀어진삶은더욱더추상적으로된다. 이것은이미 세계 이미지 텍스트 인간 이라는새로운인지구조에잘나타나있다. 텍스트를해독한다는것은그것에의해의미된이미지를해독하는것이다. 텍스트가이미지를묘사하기위해생겨났기때문이다. 이것은또한이미지의메타코드라고할수있는 텍스트숭배 (Textolatrie) 4) 로변질된다. 텍스트가이미지를묘사하면서인간에게이미지를매개하지만, 이과정에서인간에게이미지를재구성할수있는능력을배제시키면서이미지를오히려왜곡시키기때문이다. 이로써텍스트가표상불가능하고형상적으로파악불가능해진다면, 인간은텍스트를통해세계를 본다 고착각하게되는것이다. 플루서는텍스트숭배의대표적인사례로서서구의거대담론인기독교와맑스주의를들고있다. 이에반해텍스트가더이상이미지와관계맺지않고표상불가능해진대표적인사례는
1. 이론적기반 : 기술적인이미지와디지털예술의상호매체성 3 과학담론이다. 과학적텍스트는수많은숫자들로써이미지와문자또는희랍어어원의표현으로는에이도스와로고스사이의변증법을파기시킨다. 이에대해플루서는다음과같이언급하고있다. 예를들어어떤과학적텍스트의한페이지를관찰해본다면, 거기에서숫자들의섬에부딪혀중단되어있는자모음들의행을발견할것이다. 눈은왼쪽에서오른쪽으로행을따라움직이다가, 숫자의섬에부딪히면그주변에서순환만한다. 자모음의행은눈에대하여수용된메시지를두뇌속어느곳에청각적인것으로, 즉선형적담론으로바꿀것을요구한다. 이에반해눈은숫자들의섬 ( 알고리즘 ) 에의해의미된것을주시할수있다. 5) 과학텍스트처럼극도로추상적인텍스트에서선형적역사인식의능력은의심받게되며, 이와더불어표상능력이부재한텍스트역시위기에처하게된다. 따라서역사의식을발전시키면서진보적코드전환을전개해온텍스트의위기는역사의종말에이르게한다. 이러한텍스트의위기속에서 19 세기말부터기술적이미지가발명되는데, 그시작은사진의이미지이며, 테크노코드로가장복잡하게활성화된형태는디지털이미지이다. II. 기술적이미지와이미지패러다임전환 1. 기술적이미지와탈역사주의 플루서의관점에서세계의미를인지하는마지막단계는기술적이미지문화의단계이다. 기술적이미지는장치를이용해만들어진이미지이다. 이이미지는텍스트의위기속에서역사의위기를극복하기위해발명된것이다. 이렇게본다면기술적이미지는인간의역사의식을벗어나고있다는점에서 탈역사적 이미지이며, 세계종말적인이미지라고할수있다. 6) 다시쓴역사서술 이라는부제가달린책 ꡔ탈역사 (Nachgeschichte)ꡕ에서플루서는전반적인삶에다가온기술적이미지를역사의무용론, 실존, 콜라주, 텔레비전드라마, 포스트모더니즘의이후등다양한각도에서서술하고있다. 7) 예술의층위에서보면니체가 현실은가상의한영역 으로여기면서, 마지막인간으로서차라투스트라를내세우는것은탈역사적관점이라고볼
영상문화시대에따른인문학적대응전략으로서의이미지연구 4 수있다. 또한발터벤야민이새로운예술형식인사진이나영화에서계급없는사회의근원적이미지를탈역사적으로고찰하고있는것도그한예가될수있다. 기술적이미지의종합적인형식을보여주는디지털미학은탈역사주의시대에주도적학문이다. 디지털예술은 삶의자극소로서, 사회의경보시스템으로서, 현실연구의측정기구로서 기능을한다. 즉디지털예술은삶의모든영역을대상으로삼고있다는점에서니체의의미에서삶의예술이라고할수있다. 8) 역사의 종말 이라는현상앞에서문자문화의역사의식에상응할만한새로운의식이부각되지않고있다는것이인간및인문학적소통의위기상황이다. 이를극복하기위해문자문화의코드를기술적이미지문화의코드로전환하는것이요구되고있다. 역사이전의이미지문화와역사의식이시작된선형문자문화의맥락에서보면, 탈역사적인기술적이미지는 세계 이미지 텍스트 기술적이미지 인간 이라는인지구조의도식에서제 3단계에속하는추상물이다. 이에반해역사이전의전통적이미지는구체적인세계를추상화하는제1단계로서세계와텍스트사이의매개물이다. 따라서선형문자로프로그램화된의식으로는새로운의미세계인기술적이미지의코드를이해하지못한다. 기술적이미지가텍스트와의관계설정이새롭게될때, 새로운소통코드는전통적이미지를의미하는선형문자의텍스트를대체할수있는가능성이있다. 인간에게다가온위기를극복할수있는가능성은텍스트를기술적이미지로코드전환하는것이다. 텍스트의심층구조보다는기술적이미지의표층이세계를체험하는데필요한정보를운반해주기때문이다. 이런점에서기술적이미지의또하나의특징은그것이문자에지배되는전통적이미지처럼상징적으로작용하는것이아니라, 문자를초월하면서세계의 표층기호 로서 객관적으로 작용한다고볼수있다. 9) 그러나기술적이미지의 객관성 은기만이다. 이이미지가전통적이미지보다훨씬추상적인상징적복합체의묘사이기때문이다. 기술적매체가제시하는진리는과정으로파악되며, 선형문자의텍스트가내포하고있는세계를객관적으로파악하려는진리는역사의종말을직면하면서와해된다. 진리의기준은선형문자의텍
1. 이론적기반 : 기술적인이미지와디지털예술의상호매체성 5 스트에서처럼객체또는세계를찾는것이아니라, 세계와관련된타자들과의합의이기때문이다. 10) 이과정은선형문자의텍스트와의관계속에서기술적이미지의새로운코드를해독할수있는방법을배우는변증법적과정이다. 이러한과정의목적은인간의존재형식을보다투명하게의식하게함으로써코드의대변혁뿐아니라존재의대변혁을꾀하는데있다. 세계의어느곳에서나보편적으로편재하고있는기술적이미지는정보를동일하게코드화한다. 기술적이미지는전통적이미지를일상생활속으로이끌어들이면서재생산할뿐아니라, 문학과예술의해석학적텍스트뿐아니라문화, 과학, 정치등사회의모든영역을표상하면서시각화한다. 이런점에서기술적이미지는선형문자텍스트가지닌모든역사를블랙홀처럼빨아들여 영원히순환하는사회의기억 11) 을만든다. 이렇기때문에사진, 영화, 텔레비전, 비디오예술, 컴퓨터예술과같은기술적매체의테크노코드가어떻게사용되며, 그이미지가제공하는정보의차이는어떻게다른지분석함으로써삶과예술에새로운의미를부여할수있는가능성을고찰하는것은이미지연구에서간과할수없다. 2. 코드의미층위의다원화 코드는소통을위한의미를찾는과정에서만들어진체계이다. 이연구에서논의되는커다란코드의유형은이미지, 텍스트, 기술적이미지이다. 이미지문화단계에서이차원적인평면코드로이루어진이미지코드는일차원적인행코드인문자코드로번역된다. 표상에서개념으로의번역, 장면에서과정으로의번역, 콘텍스트에서텍스트로의번역 12) 이그것이다. 문자문화의글쓰기는논리적사고의코드를변형시키면서역사를지속시킨다. 이에반해디지털이미지를 조작 하는프로그래밍은문자문화의글쓰기와다르다. 새로운글쓰기라고할수있는프로그래밍은자모음으로글을쓰는것이아니라이진법의코드를사용한다. 즉문자 ( 숫자적인 ) 코드에서디지털코드로변환되는것이다. 문자코드와디지털코드와의관계는변증법적으로지양되는관계가아니라, 새로운시간과공간을체험하게하는기능을한다. 즉이관계는변증법적대립이아니라 패러다임의교체 를의미한다.
영상문화시대에따른인문학적대응전략으로서의이미지연구 6 이에대해플루서는 ꡔ글쓰기ꡕ에서다음과같이말하고있다. 디지털코드로서탄생하고있는것은새로운공간과시간경험이다. 그것은마치새로운패러다임처럼모든종래의경험들을폐기해야한다. 다시말해서 신의편재 나 동시성 과같은낡은개념들로는파악되지않는모든경험이다. 그와같은종류의경험에서알파벳문자는지양될수있는것이아니다. 그런경험이알파벳문자를소멸시켜야한다. 13) 계몽주의의코드 14) 인알파벳문자는역사적인시간개념을지니고있다면, 탈역사주의의코드로이루어진디지털예술에서는세계와현실은의미없는것으로전제된다. 사건은디지털이미지속에서일어나는것이지실제가아니다. 즉사건은합성된이야기라는비현실이며, 탈역사속에서일어나는것이다. 새로운디지털코드는읽혀지면서의미가도출되는것이아니라, 의미없는 세계와현실에의미를부여한다. 이과정에서디지털코드는글쓰기와논리적사고사이에비어있는언어의기능을하면서, 그개념들을시각화시킨다는점에서표의문자와유사하다. 15) 이미지를파괴하는알파벳문자와는달리표의문자는관념으로이루어진이미지의기호이다. 이런점에서컴퓨터예술에서처럼영상이미지로전달된디지털정보는문자텍스트의의한것보다훨씬효과적이며, 창조적인정보를전달한다는것이다. 이에대해플루서는다음과같이말하고있다. 만약문자의글쓰기가디지털프로그래밍에의해대체되어진다면, 지금까지텍스트에의해전달된모든메시지들, 모든행위모델, 인식모델, 체험모델들은새로운정보미디어들에의해훨씬효과적이며창조적으로전달될것이다. 16) 이로써탈역사적세계에의미를부여하는프로그래밍은그자체안에있는인간의삶에의미를부여하면서삶을자유롭게하는긍정적인역할을한다. 하지만이러한낙관론은모든글쓰기가디지털코드로전환되었을때에해당하는것은아니다. 17) 문자텍스트의코드가디지털코드로변환되는과정에서구어가상실되어지지만모든문자텍스트가프로그래밍되어지는것은아니기때문이다. 기술적이미지중에서사진, 영화, 컴퓨터, 비디오매체의이미지가실재에의한것이라면, 컴퓨터의디지털이미지는실재를모델링한형식적언어기호이다. 하지만모든매체가디지털화될수있다는관점에서본다면, 디
1. 이론적기반 : 기술적인이미지와디지털예술의상호매체성 7 지털코드는텔레비전, 영화, 사진, 뮤직비디오, 비디오클립등모든기술적매체에적용될수있다. 영원한사회의기억으로서기술적이미지가텍스트속으로들어갔을때또는텍스트가사진, 영화, 텔레비전, 컴퓨터예술속에포함되었을때, ( 가상적 ) 주체의체험 은이미지, 텍스트, 기술적이미지라는세가지유형의코드의연관성에서파악되어야한다. 예컨대사진과문학, 회화에관한영화또는텔레비전프로그램은매체사이의독립성을주장할수있다. 하지만사진에관한컴퓨터예술, 디지털영화, 대화의역할을하는컴퓨터게임등은상호매체성의 사이의이미지 미학의관점과다층적으로코드화된하이퍼미디어미학의관점에서고찰할수있다. 특히디지털코드는프로그램화된인간의기억속에작용하는방식과깊은관계가있다. 3. 재현의붕괴 - 미메시스에서시뮬레이션으로 미메시스이론에근거한전통예술의이미지가재현의위기에봉착했다는문제는아방가르드예술이론으로소급된다. 사회의비현실성과인위성이두드러지게나타나는정보화시대에서디지털매체예술의아방가르드적성격은크게보아서다음과같이세가지영역으로특징지을수있다. 완전히프로그램화되는세계를구현하려는데에서나타나는탈현실화현상, 텍스트의운용적확장, 가상성효과의확대가그것이다. 이를좀더세분해보면시뮬레이션, 인터페이스, 비물질성, 동시성, 일시성, 시간과공간차원의와해, 인지공간의단일화등의표제어로기술할수있다. 끊임없이새로운인식을요구하는이러한디지털미학의현상들은프로테우스신화처럼예술의인지방법이끊임없이변화하고있다. 특히컴퓨터시뮬레이션은전통예술에서현실과지시대상에근거하고있는가상개념을해체시킨다. 컴퓨터의디지털코드는언어, 기호, 문자, 소리등을생산하는 기본철자 18) 이다. 디지털이미지가이러한코드의매트릭스로조작될수있다는것은아날로그예술의가상과지시대상대신에비물질적인화소 ( 픽셀 ) 로구성된디지털이미지가프로그램밍된환경을제시한다는것을뜻한다. 가장작은화면구성단위인화소는필름의단위인아날로
영상문화시대에따른인문학적대응전략으로서의이미지연구 8 그입자보다작다. 인지와직관에입각한아날로그예술의미메시스의원칙은디지털예술에서수학적 논리적으로구성된입자단위인화소로모니터위에서계산된조작이라는합성원칙으로대체된다. 따라서디지털이미지의현실은이미지이면에존재하는것이아니라이미지자체안에존재하는것이다. 19) 다시말하면디지털이미지는이미지이면서도이미지가아닌역설적이미지인것이다. 이처럼디지털예술의시뮬레이션은지시대상을상실하고있으며, 현실과세계는사용자의환경설정에따라변화할수있다는것을의미한다. 이것은현실대신에비현실이자리를잡고있다는것이아니라, 현실을바꾸면서끊임없이다시설정할수있는 조작 이예술의긍정적인개념이된다는것이다. 포스트휴머니스트인노르베르트볼츠는이러한패러다임의변화를다음과같이단정적으로말하고있다. 구텐베르크은하계의선형적합리성대신, 오늘날에는형태적으로변형된사고가나타나고있다. 진리의정합성이론은어떤이론의 실제적적합성 이라는구성주의의판단기준에의해해체되고있다. 피드백이인과성을대체하고, 패턴의인식이등급으로분류하는것을대체하고있다. 20) 형태적으로변형된사고란세계의지시대상의해체를의미하며, 구성주의의판단기준은비물질적인화소의형태구성과알고리즘의기계언어를의미한다. 이러한패러다임의변화는초감각적진리인식을의미하는노에시스 (Noesis) 에서감각적인지의미학인아이스테시스 (Aisthesis) 로의전환이다. 21) 독일이상주의이래로관념적사유의요구를거부하는이전환은현실을대상적으로재현하는것이아니라, 대상을현실에서추방하려는시도이다. 아름다움의미학에서아이스테시스라는감각적인지미학으로의전환은마샬맥루언이나볼츠에게서볼수있는 촉각의미학 이그대표적인경우이다. 22) 시뮬레이션모델은역동적인인지모델이다. 이모델에서는어떤이념을나타내는기호의재현적성격은없어지고, 재현의재현, 즉메타재현이종합적인예술형식속에서나타난다. 재현이외부세계의완벽한인지를전제로하는반면, 시뮬레이션모델은내면세계의완전한인지를전제로한다. 이는외부세계에서내면세계의반영을의미하며, 이전에존재하지않았던
1. 이론적기반 : 기술적인이미지와디지털예술의상호매체성 9 어떤대상안에서스스로를인식한것이다. 다시말하면시뮬레이션된디지털이미지는세계를재현하는것이아니라수리적언어의틀속에서세계를시각적으로재창조하는것이다. 그렇다고디지털이미지가세계의모든것을다재창조할수있다는것은아니다. 디지털수리언어로전환된이미지는실재와관계를맺지않고세계를선택적으로추상화한다. 그렇기때문에지시대상이없는묘사인시뮬레이션은세계의추상적해석이라고도볼수있다. 이러한추상성속에서디지털예술이미지는새로운예술형식을창출하기위해다른예술형식과상호작용하면서결합, 변형, 융합을하고, 이로써이른바상호매체성과연관을지닐수있게되는것이다. III. 디지털예술의상호매체성 1. 테크노코드와상징적형식 플루서의매체이론에서학문, 예술, 테크놀로지사이의차이는없다. 이미지에대한그의연구는매체간의코드전환과이전환에서나타나는상징적형식을분석하는작업이다. 역사적이며과학적인선형문자의사유가 심층적 의미를추구한다면, 디지털이미지에대한고찰은 표층적 사유방식에속한다. 디지털이미지는선형적코드에서테크노코드로전환된것이다. 이것은디지털미학이참 / 거짓, 진정한것 / 인위적인것, 현실적인것 / 가상적인것이라는모더니즘적이원론보다는구체적 / 추상적이라는이미지코드의적용을요구한다는것을의미한다. 텍스트를기술적이미지의코드로전환하는것, 즉문자에서영상으로의전환과정에서는문자매체에서만가능한의미구성방식이탈락될수도있고, 달리변환될수도있으며, 영상매체의장점을살려오히려더강화되거나새로운의미와표현이첨가될수도있다. 이렇듯디지털이미지는상징적으로형식화된이미지이다. 디지털이미지는텍스트기호와 사라짐의이미지 가혼합된형식이미지라는점에서후기구조주의와연관성을지닌다. 이러한이미지로이루어진디지털예술은순수한형식들의유희이다. 디
영상문화시대에따른인문학적대응전략으로서의이미지연구 10 지털예술은전통적예술처럼창작되어지는것이아니라, 프로그래밍된다. 주관성의체험대신 프로그래밍의체험 23) 이문제가된다. 이를다시예술텍스트의개념으로환언해서설명한다면, 이미지텍스트는한개의기표가하나의지시대상이나의미로읽혀지는고정된것이아니라, 의미들이중첩된다중적교차점이된다는것이다. 이는순수한형식을요구하는실험예술에서역설적으로논의되는 연속성의미학 이라고도말할수것이며, 텍스트의변화보다는끊임없이변화할수있다는사실자체에서문제점이야기된다는것이다. 변화할수있는새로움을만들어내는디지털예술은하이퍼텍스트처럼끊임없이연속되어지는치환가능한세계를창출한다. 디지털예술은메타재현의예술이며, 관찰자와이미지사이에서움직이는예술이다. 또한컴퓨터의기계언어인알고리즘의토대위에서움직이는디지털이미지는프로그램화된모델이기때문에언제든지자동적으로이미지를생성시킬수있고또소멸시킬수있다. 이미지의현상과본질의차이를인식할수없기때문에 사건 이란다만화면속에만존재하는것이지, 이면에존재하는것은아무것도없다. 이는합성의현상이며, 다름아닌탈역사주의의현상이다. 24) 이런점에서디지털이미지는비물질적이다. 디지털이미지의특성은 유동성 에있다. 유동성이란여러다른이미지들로무한히변형되어나갈수있는잠재적상태혹은그러한변형과정을의미한다. 이러한특성은예술작품의경험에대한전통적모델과나아가모든기호학적소통체계에근원적변화를가져온다. 디지털이미지는대상을재현하는것이아니라대상모델의프로그램화를재현한다. 프로그램화된대상모델로서의이미지와이것을경험하는주체사이에는상호작용이일어나며, 이는상호주관적인소통으로이해할수있다. 즉디지털미학은텔레마틱의사회에서인간이타자와의관계를유지하는방법이다. 디지털매체의주체는예술작품속에서절대적이념이나미의현재화가아니라, 시뮬라크르의상징적형식으로세계를구성하는것을목표로한다. 즉세계를구성하는인간주체의포기이다. 이과정에서주체의의식은미디어현실을구성하고있는인간과이미지사이의인터페이스의폐쇄회로속에서사라진다. 이회로속에서피드백프로그램이압축되어있어서디지털
1. 이론적기반 : 기술적인이미지와디지털예술의상호매체성 11 예술이제시하는가능성의세계는마치신화의세계처럼미로의세계이면서도처에편재하고있다. 25) 이런점에서프로그래밍의체험주체는주체의다양성을설정한니체의주체개념과유사성을지닌다고볼수있다. 2. 사이버신화 - 시간의동시화와공간의통시화 계몽적이성에기초하는전통예술에서는인간이주체이며, 세계는객체이다. 세계라는객체에접근하여묘사하는것이전통예술의절대적가치이다. 하지만디지털예술에서는이러한이분법적사고는무너지고, 헤겔의의미에서동일성미학은그토대를상실한다. 공간의시간화와시간의공간화과정에서인간은해체되기때문이다. 기술적매체는인간을마술적, 기능적으로프로그램화한다. 현실과삶사이의 불투명한벽 26) 처럼위협적인기술적이미지는세계와의소원감을더욱확대시키는것이다. 탈산업사회에서새로운문화현상은산업사회에서처럼기계적구조를지니는것이아니라, 장치들속에서프로그램화된사이버네틱의구조를하고있다. 기술적매체코드가선형문자로이루어진텍스트나전통적이미지와결합할수있는가능성이가장활발히이루어진예술형식은디지털이미지에서나타난다. 초현실주의에서현실을구성하는 놀라움 의유희처럼, 우연성에의거하는결합의유희인시뮬레이션의프로그램은현존재의주사위놀이이다. 선형문자인텍스트로프로그램화된의식속에서시간은일회성의역사적시간이라면, 기술적이미지의기술적상상에서는시간체험은현재와관련되어있는상대적이다. 상대적이란절대적으로의식된공간개념이파괴된다는것이며, 시간체험이현재와연관되어가시화된다는것이다. 디지털코드로이루어진이미지들이거리의멀고가까움과상관없이언제든지불러들여질수있으므로현재적이다. 또한현재, 과거, 미래가모두현재로집중하므로현재만이실재적이다. 기술적이미지를체험하는주체가있는곳이항상현재적이기때문에, 타인과의공존을모색하면서현재를확장시키려는시도는 시간의정치화 27) 를초래하게된다. 플루서의관점에서보면, 공간체험역시시간체험과마찬가지로상대적인것이다. 시간이현재에집중되어있다면, 공간은 여기 라는현재적영역
영상문화시대에따른인문학적대응전략으로서의이미지연구 12 에집약되어있다. 기술적매체속에대상은주체와관계가많으면많을수록공간적으로점점가까운것이된다. 공간도시간과마찬가지로상대적으로체험되고, 관찰자인주체와의관계나관심속에서가까움의정도가측정된다. 즉시간은주체들간의관계에서설정되는것으로서감각적으로체험된다. 시간이공간처럼체험되기때문에공간을 시간의동시화 라고할수있으며, 역으로시간은 공간의동시화 28) 로서체험된다고말할수있다. 이렇기때문에인류학적관점에서볼때플루서의디지털미학은현존재의가까움에서시작한다. 그는예술을 인간의현존재를스스로확인하는것 29) 이라고보고있다. 이런점에서그에게의식은예술의한유형이되는것이다. 인간은이러한소통으로서세계와세계의타자그리고자기자신과의관계를지배한다는것이다. 그의미학이삶의영역을설정하고있으며, 의식과현존재를미학의핵심범주로삼고있다는점에서, 니체가삶의예술에서힘과현존재 ( 또는몸 ) 와의관계로언급하는 예술의생리학 과유사성을지닌다. 30) 니체의의미에서우연성의유희와무수한주체의다양성에내맡겨진삶의예술인디지털예술에서공간은시각적인지공간의탈현실화로인해쪼개어져다층적공간이되고, 31) 시간은무수한사건성의시간으로나뉘어진다. 디지털예술의 ' 가상 ' 속에서사건성이현실에효력을미치는점에서는실제적이다. 하지만이는비실제성또는지시대상이없이구체적으로실재하는것을말한다. 가상적인것에서실제적인것으로또는실제적인것에서가상적인것으로의전환을자유롭게해주는가상현실의개념은인터페이스와밀접한관계가있다. 디지털이미지의비현재성, 비지시대상성, 시간과공간의비규정성으로인해우리의몸이접근할수없는영역인가상현실에서탈육체화현상이나타난다. 예컨대가상공간에서사회적상호작용의세계를전개하는 머드 (Multi User Dungeon) 게임은그대표적인예이다. 이게임에서공간은다양하게나뉘고, 투영된 현실적주체는가까워지기도하고멀어지기도한다. 또한주체는끝없이나뉘어지기도하는데, 32) 정체성의완전한부정이역설적으로새로운정체성을찾고자하는이론적단초를제공한다. 이런예에서보듯이가상공간에서관찰자는전지전능자의기능을한다.
1. 이론적기반 : 기술적인이미지와디지털예술의상호매체성 13 이기능은최초의대중매체인파노라마의지각에서비롯하지만, 파노라마에서발전된형식인 판옵티콘 에서는더욱구체화된다. 벤담이구상한원형감옥인 판옵티콘 이후모든것을바라볼수있다는전지전능적관점은영화에서뿐아니라가상공간에서도나타난다. 하지만파노라마에서의전지전능적관찰자는가상공간에서무한한공간속으로빠져들어가는행위자로서의기능을한다. 발터벤야민이지적했듯이, 이런관찰의기능은종합예술적형식이라고볼수있다. 33) 원래인간신체의외부에존재였던기계가, 즉인터페이스가인간과기계의접촉점에서이루어졌던것이이경우에이르게되면인간자체가매체가되어버린다. 가상현실이현실을압도해버리는순간, 현실이라고생각된세계가사실은지각적으로생산된픽션의세계일수도있다는것이다. 하이퍼픽션의현실감은인간감각에매우밀접하게연결된또하나의새로운현상이다. 그러나이러한현상도아날로그예술이내포하고있는미학적픽션의층위에서연유하는것이다. 이렇기때문에가상공간속에서의객체는묘사하는것과묘사되는것과의차이가없고, 지시대상과의관계는추상적이다. 그렇기때문에이미지로뒤덮여있는미래는 전체주의 34) 와같은것이다. 이런사회에서삶의의미는소통을회복하는데서다시주어질수있다. 이소통은디지털이미지의해독여하에달려있다. 디지털이미지의사라짐은기존의예술형식의변화뿐아니라선형문자이전의이미지문화가다시도래할수있다는위험성을암시하기도한다. 이미지의위기와현실의위기는공간을극복하고난다음에나타나는 끝없는공간 에대한인식으로인한것이다. 이를위해인간과세계사이의전자기술적상호작용으로나타나는디지털이미지는 지능적 이되고있다. 3. 디지털이미지의종합예술형식 유사성의원칙에의거하고있는아날로그예술이이미지의연속성을묘사하고있다면, 디지털예술은이미지의비동질적인불연속성을주장한다. 아날로그예술이심미적긴장감을표출하고있다면, 디지털예술은사고의확장기능을중시한다. 디지털화라는것은유사성의원칙에기초한아날로그
영상문화시대에따른인문학적대응전략으로서의이미지연구 14 과정을불연속적인작은단위로변화시키는것이다. 모든사회적삶이대상이될수있다는점에서디지털예술은종합예술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종합예술, 리하르트바그너의종합예술, 초현실주의의 결합의예술 등종합예술이멀티미디어를통해나타난것이라고할수있다. 따라서디지털예술은전자매체시대에갑작스럽게이루어진것이아니라전통예술에그뿌리를두고있다. 이예술은전통예술과연속적이면서도불연속적인관계를지니고있다. 선형문자텍스트뿐아니라기술적이미지와의혼합으로이루어진디지털이미지는고정적이아니라유동적이고, 매체형식사이를움직이기때문에다른예술매체의표현형식과혼용되어사용될수있는특징을지닌다. 즉임의적으로시점을바꿀수있는디지털이미지는다른예술형식과동화될수있기때문에종합예술의성격을지닌다. 르네상스시대의몸의미학, 사진이만들어진시대와함께한초현실주의의결합의예술, 표현주의나미래주의또는러시아구성주의에서보여지는움직이는이미지와속도의미학, 나치즘예술이후부터발전하기시작한시뮬레이션미학등은디지털예술의이론적단초를제공한다. 예술지상주의를지향하는러시아구성주의의쉬프레마티즘은디지털미학에서보여지는가상세계의무한한공간을선취하고있다. 쉬프레마티즘의대표자인말레비치는기하학적인 순수한 구성을하면서대상이없는세계를제시한다. 무대상적세계는대상성의혼돈을배제한세계이다. 이세계는하얀캔버스안에서표상되지만그경계를넘어선무대상성의공간이다. 무대상성이충일한공간은디지털예술에서논의하고있는가상공간과유사한성격을지닌다. 좀더구체적으로말하면, 이공간은큐비즘처럼원근법을해체시키며, 구성주의적건축술, 전자적파장, 항공학의원거리광학으로이루어져있다. 35) 특히큐비즘에서나타나는단편성의결합도콜라주나몽타주기법에서보여지는것처럼텍스트와이미지를하나로결합하려는시도이다. 예술에서무대상성을추구한다는것은대상이없는세계에대한경험을요구하는것이고, 이미지숭배에대한비판이다. 무대상성에대한경험이존재의본질을파악하려는시도라고본다면, 이는하이데거와연관된다. 그가 형이상학이란무엇인가 라는글에서무 ( 無 ) 에대한경험을존재가떠있
1. 이론적기반 : 기술적인이미지와디지털예술의상호매체성 15 는상태라고표상한다면, 이는대상없는세계를의미할뿐아니라, 대상의이미지세계로부터의해방을표방한것이다. 36) 이러한이미지숭배에대한비판은아도르노의비판이론에서도찾아볼수있다. 그가기독교에서말하는우상숭배금지의맥락에서이미지금지를요구한것은예술작품이제시하는가상의이중적성격때문이다. 가상에토대를두고서현실의부정성을인식하는예술은현존하는것을변용시킬수있는진정한예술이아니다. 그럼에도불구하고예술은헤겔의의미에서총체성대신에현존하는것을묘사함으로써변용의가능성을제시해야하기때문에불완전한이미지라는것이다. 디지털예술은상호매체성을토대로전개된다. 맥루언도디지털과같은전자매체시대에매체가혼합될것임을예고하고있는데, 그가제임스조이스나초현실주의등아방가르드의실험예술을예로들면서논의하는매체의혼합성이그러한경우에속한다. 37) 문학과매체문화를연결하는새로운미학적자극으로서전통적인문예학이나전위예술, 포스트모더니즘에이르기까지광범위하게적용될수있는미학이론개념으로서의상호매체성은특히 1990 년대부터현대미학및매체이론에서유독강조되고있다. 이것은자율성의위기가더욱심화되고있는현대예술에서언어나이미지의표현형식이더욱다양하게전개되고있다는데기인한다. 상호매체성은매체가담아내는형식의차이에근거를두고있다. 말하자면상호매체성미학이야기시키는변형은어떤예술형식이다른예술형식으로전위되는차이의형식이며, 이러한변형의과정에서나타나는상호매체성은형식의과정이다. 38) 특히푸코의의미에서 사이의이미지 를드러내는이형식속에서매체와예술은서로구별하기어렵게된다. 특히이미지가기술적으로생산되기시작한이후로매체가예술형식의가능성이라는점이관찰되고있다. 상호매체성의상징적형식은사이의이미지를시각화한다. 매체예술의활발한상호작용으로예술과비예술의경계뿐만아니라문화와비문화의경계가허물어지고있는현시대에, 상호매체성이론은문화적소통의한형식이될수있다. 디지털미학의시뮬레이션은새로운매체와의유희공간속에서다매체적이며상호매체적인예술형식의결합을점점확장시켜나가고있다. 이러한새로운매체예술은기존의미학이론에서중요하게다루어
영상문화시대에따른인문학적대응전략으로서의이미지연구 16 졌던개념인현실, 가상, 미적인지및체험을달리정의하도록강요하고있다. 매체와매체의연관성은 사이의공간 속에서 사이의이미지 를활성화한다. 이로인해미메시스개념에서생성된예술의상호매체성은컴퓨터가주도하는앞으로의예술에서상호매체성뿐아니라과매체성 (Transmedialität) 을점점더요구하게될것이다. 디지털예술이외에도상호매체성이가장잘나타난예술형식으로는비디오클립 (Videoclip) 을들수있다. 비디오클립은칼오토괴츠의제자인백남준의비디오예술에서잘보여진다. 제2차세계대전중노르웨이에주둔한군인이었던칼오토괴츠는비행기공중전을감시하는레이더화면에서 교란된이미지 들을감시하고있었는데, 이교란이미지를발전시킨것이전자화면에서보여지는미결정의이미지가된다. 백남준은조작된텔레비전수상기에서하이파이와는정반대되는이교란이미지의미학을발전시키고있다. 이미지대상의원본을충실하게재현하는것과대립되는그의미학이비디오클립의토대가되고있다면, 괴츠가브라운관을이용해전자화면이미지의미결정성을이용해전자회화라는영역을개척한것은컴퓨터의가상현실을발전시킨선구적역할이라고볼수있다. 39) 종합예술을지향하는층위에서백남준은다양한예술형식을인터페이스처럼연결하고있는데, 이러한상호매체성은영화에서영국의영화감독인피터그리너웨이나독일뉴저먼시네마의대표자인빔벤더스에게서두드러지게나타난다. 백남준의비디오종합예술은원본대상의재현에서이탈하는것을중요시한다. 그는교란된이미지를얻기위해대형자석의자기장의힘으로 TV 화면을일그러뜨리기도한다. 컴퓨터미학이전통예술의해체이면서도종합예술의성격을지닌다는관점에서볼때, 그의비디오클립예술은새로운아이스테시스를드러내는대표적인예이다. 백남준은소음이완벽히제거된디지털사운드를만드는하이테크의기술보다는라디오의 소음 처럼방해음이섞인로우테크의효과를도입해서인간세계의물질적흔적을되살린다. 40) 비디오가텔레비전과영화와상호작용을하면서융합되거나변형되어지는상호매체성의기법을도입하면서그는매체의식을확장한다. 이러한기법으로보여지는비디오는확장된시네마또는확장된텔레비전이라고도할수있다. 이기법으로나타나는이미지는마그네트로일그러지거나서로
1. 이론적기반 : 기술적인이미지와디지털예술의상호매체성 17 겹쳐진것이다. 예컨대나체무용수, 리처드닉슨의일그러진초상화, 몇몇의히피들, 추상적인춤추는모형등이짧은연속장면으로합성된 5분짜리작품인 ꡔ전자오페라 No.1ꡕ 41) 은그한예이다. 이처럼새로운아이스테시스를보여주는디지털예술은내용적으로나형식적으로이전에분리되어발전해온예술형식을동시적으로나타나게한다는점에서이질적인형식들이변형되어합쳐진종합예술이다. 이런이질성은시간과역사개념이배제된무시간성으로나타나며, 그예술의이미지는보편적편재성에토대를두고있다. 이는존재하는것의재현이아니라현재적으로 제시 한다는것을의미한다. 전통적이미지가인식론에토대를두면서객체세계를확인하려는작업에서나타나는것이라면, 디지털이미지는세계와관련된타인과의합의를찾는작업에서도출된다는점에서차이가있다. 그렇기때문에이미지의진리가되는기준은객관성이아니라기술적매체와의 대화 에근거한 상호주관성 이다. 42) 하지만가능성과우연으로형상화되는디지털예술도이알고리즘의토대위에서이루어진다. 그리고디지털예술의결합가능성이끝없이이루어지기때문에이상호주관성은무수한선택행위중의하나로축소된다. 43) 주관적시점이부각되는디지털이미지에서사용자는선택한시점의가변성이극대화되기때문이다. 4. 디지털이미지와후기구조주의 아우라상실이후사진이나영화와같은영상매체에서새로운예술의시작을인지한발터벤야민이도시를만보하면서몰락의역사를알레고리적으로읽어가고있다면, 푸코, 보드리야르, 비릴리오와같은후기구조주의의논자들은 지능화된 뉴미디어의지배와속도의독재를논의하면서세계종말론적문화비판을한다. 후기구조주의의기표가현존과부재의양면성의유희에근거하고있다면, 디지털이미지는기표의끊임없는반복과중복, 동시성, 급작스러운변화와차이에토대를두고있다. 기표의부유성은후기구조주의의이미지이론보다더욱극단적인경우에해당한다. 이미지의사라짐은기존의예술형식의변화뿐아니라플라톤의의미에서동일성에근거한
영상문화시대에따른인문학적대응전략으로서의이미지연구 18 재현의이미지가다시도래하는것의위험성을암시한다. 이미지의위기와현실의위기는공간을극복하고난다음에나타나는 끝없는공간 에대한인식으로인한것이다. 인간과세계사이의전자기술적상호작용으로나타나는디지털매체의시뮬레이션이미지는그대표적인예이다. 기의가아닌요소들로결합된예술은미적객체의생산이아니라가상공간에서서로변형된형식으로소통하는시간과공간을주제로한다. 이런맥락에서비릴리오가디지털예술에서재현의시대다음에는 제시 (Presentation) 44) 의시대가올것이라고진단했던것은아주적확했다고하겠다. 메타예술에서잠재적이미지의흐름뿐아니라종합적구성으로인한시간과공간의상징적변화는존재하지않는현실의인지를추상화시키고, 몸 을넘어선영역으로나가고있다. 이른바테크노미학의담론에서논의되고있는 몸의위기 가그것이다. ꡔ시각기계 ꡕ의시대에비릴리오가말한 몸의정복 이라든지, 플루서가낙관적인시각으로바라보는시간과공간의통일성의해체라는논점은이러한관점을대변하고있다. 특히포스트미래주의를표방하는비릴리오는더나아가스크린의독재, 공간의소멸, 빛중심주의 (lumiocentrism) 등을언급하면서속도를군사기술과전쟁술의맥락에까지확대하고있다. 전쟁의역사가지각이론의관점에서소통과미디어발전의역사라는것이다. 그에게중요한것은내용과표시가아니라전달의속도이다. 이러한속도가우리의현존재를변화시키고, 시간과공간에대한우리의관계를변화시킨다. 그가말하는빛의속도라는이미지는사라짐의미학의거대담론을형성하고있을뿐아니라역사의종말과도연관을지니고있다. 그에게가장중요한매체는인간의몸이고, 직접적이고감각적인몸의인지능력이다. 이러한인지능력은기술적발달에의해점점더촉진되어총체적으로기계적완전성에까지이르게되는데, 이완전성은근원적으로자연적인것과는거리가먼것이된다. 인간이디지털예술의피드백과정에서휴머니즘의척도를상실하고기계적인간으로서 인간공학 의대상이되기때문이다. 이런점에있어서비릴리오의매체이론을인류학적인매체이론으로읽고이해할수있다. 이미 ꡔ감각의논리ꡕ(1981) 에서프란시스베이컨의그림들을분석했던들뢰즈또한영상이미지에천착하는것은결코우연이아니다. 그것은들
1. 이론적기반 : 기술적인이미지와디지털예술의상호매체성 19 뢰즈고유의사고체계가변화와움직임을중시하기때문만이아니라, 바로 이미지 에서철학, 미학, 문예학등이서로 교차 할수밖에없기때문이기도하다. 들뢰즈는미학과문예학의기본개념인 이미지 를철학의중요개념인시간및공간 ( 운동 ) 과결합시킨 운동 -이미지 와 시간- 이미지 의두축을통해영상이론에새로운개념을제공한다. 그는기존의구조주의나기호학이언어학적전제를지나치게강조한나머지영상분석에서종국적으로 이미지를철폐하고기호를필요없게하는경향이있다 고비판한다. 비언어적인이미지는내러티브에선행함에도불구하고기호학은결과적으로이미지의운동및변화로서의측면을놓쳤다는것이다. 들뢰즈는특히시간과공간의파기로인해야기되는공허의매혹에관심을가진다. 시뮬라크르를재현과실천의불가능성에대한근거로인식하는보드리야르와달리그는재현을시뮬라크르의관점에서재해석할가능성을추구하면서재현을 사건 으로인식한다. 동일자의계열에속하는재현을부정하는시뮬라크르효과는의미의하강작용에서유발되는것이며, 의미의 미친듯한생성 은속도와연관을지니게된다. 표면에서 사건 으로나타나는시뮬라크르효과는의미의노마드적상태이고, 의미의무정부주의적상태이다. 45) 자신의자율성을보장해주면서동시에자신의외부와의우연적관계들의집합속에있는내부환경이많이포함되어나타나는의미의탈영토화의속도는의미의재영토화와보완적관계를지닌다. 이러한의미의무정부적상태에서시뮬라크르의표면효과또는의미의바닥은니체의심층적나락에있는동굴로도비유된다. 들뢰즈가의미의끝없는추락에서말하는시간과공간의사라짐과영원한움직임은거짓된이미지인시뮬라크르의긍정성, 사건으로서의재현을말하는데, 이사건은현실의시간과공간을벗어난사건으로서속도와연관성을지닌다. 46) 시뮬레이션모델에토대를둔디지털예술에서는기억의상실되며, 인지체제의실시간속에서상징적으로변형된 낯선현실 이제시된다. 이는구조주의의의미에서가아니라후기구조주의의의미에서반영적기호관계의유희라고볼수있다. 후기산업사회에대해멜랑콜리한진단을내리고있는보드리야르의시뮬레이션미학은그대표적인경우이다. ꡔ시뮬라크르와
영상문화시대에따른인문학적대응전략으로서의이미지연구 20 시뮬레이션 (Simulacra and Simulation)ꡕ 에서두드러지게나타나고있듯이, 기호와그지시대상과의분리현상은위장된이미지인시뮬라크르를만들어내고있다는것이다. 47) ꡔ현실적인것의고통ꡕ 이라는그의책제목이암시하는것처럼, 지시대상이없는묘사는우연성이지배하며, 물질세계와의연관성이결여된것이다. 이러한이미지는 우연성 을강조한초현실주의예술의이미지와유사하다. 데자뷔 (Déjà-vu ) 와같은초현실주의의이미지기법이그러한예가된다. 정치적허무주의내지는무정부주의에기초하고있는보드리야르는하이퍼리얼리티를통해재현이더이상가능하지않다는것을입증하려한다. 그에게세계는불확실성으로인해사유가진리나실재와교환되지않으며, 불가능한교환은재현과복제를부정하는곳이다. 속임수 인현실은기호의영역과교환되지않는다. 기호는 완전한스크린 인시뮬레이션과순수한사변이된다. 모든것이 ' 무로부터 ex nihilo' 나타났다가 갑자기 사라질수있는사건인것이다. 하이퍼리얼리티는이러한사건이일어나는무한한공간이다. 재현해야할원본이없다고전제하는시뮬라크르는끝없는나락으로빠져들어가면서기원으로복귀하려는행위인데, 이는실천이불가능한행위인것이다. 데리다가말하는의미의흔적처럼이불가능한행위는속도와관련을지닌다. 이처럼플루서가제시하는기술적이미지의이론과소통성및마술적프로그램화에대항하는방법론은후기구조주의와공통점을지니고있으면서도차이점을보인다. 푸코의이미지와이미지사이의공간으로서재현의불안전성을나타내는 다른공간, 보드리야르의이미지코드의교환이불가능하다고여기는무정부주의적인부정의세계와시뮬라시옹이론, 비릴리오의속도의미학은플루서의기술적이미지이론과비교할수있는후기구조주의의이미지이론이다. 이들의공통점은삶과현실사이에소통이불가능한 불투명한벽 을마주대하면서, 디지털매체의시대를탈역사주의의관점에서바라보고있다는점이다. 이에반해차이점은그러한불투명성을해소하기위한방법론에서다르게나타난다는것이다. 후기구조주의의논자들이문화비판주의와허무주의내지는무정부주의의부정적입장을취하고있다면, 플루서와볼츠같은포스트휴머니즘의매체미학논자들은소통가능성의회
1. 이론적기반 : 기술적인이미지와디지털예술의상호매체성 21 복을낙관적으로주시하고있다. 5. 디지털이미지와포스트휴머니즘 휴머니즘의이미지가언어에의해구상화된다면, 포스트휴머니즘의이미지는기술적이미지와사이버네틱스의이미지에의해구성되며프로그램화된다. 포스트휴머니즘의이미지는모더니즘과포스트맑시즘, 사이버네틱스, 사이보그이론등에서주도적으로나타난다. 안드로이드, 기계인간, 인조인간등에서보여지는것처럼, 고전적포스트휴머니즘의이미지는예술과문화의여러영역에서사회에큰변화를가져왔다. 특히기계로서의몸에대해데카르트가예견한바와같이, 현실에대한인식의커다란전환을불러일으켰다. 이에따르면인식은기계적구성과정이고, 현실은그러한구성의결과인인공물이라는것이다. 현실은기호의질서속에모사되는것이아니라, 기호그자체가구성이고현실의시뮬레이션이된다. 인간의몸은이러한현실에속하는대표적인담론의대상이다. 맥루언은 1962 년에벌써뉴미디어의출현으로휴머니즘문화의패러다임이변화를겪을것임을지적하고있다. ꡔ미디어의이해 ꡕ라는책에서그는모든미디어가 인간의확장 임을역설하고있다. 이책의부제이기도한인간의확장은감각의확장에기초하고있다. 그가말하는미디어는기술적미디어뿐아니라 인간관계와행동의범주와형태를형성하고통제하는 광범위한개념이다. 미디어는메시지 라는그의유명한논제는이런개념에서연유한다. 48) 이때문에감각의상호작용에의한인간의확장이라는것은미디어의이질성과혼합성을전제로하고있다. 인간이지속적으로접하는테크놀로지로인해인간이스스로몸의확장을보고느낀다는것은몸이테크놀로지의부속물로여겨질뿐아니라테크놀로지의통제를받는다는것이다. 이는포스트휴머니즘의한단면이기도하다. 감각의확장은감각의마비현상을불러일으킨다는점에서몸의절단과유사한현상이며, 이른바자아의죽음을초래하는나르시스신화와연관된다. 49) 휴머니즘의관점에서부정적으로인식되는이신화의의미, 즉마취상태와죽음은미디어사이의상호매체성에의해깨어날수있다는것이다. 미디어의상호매체성은시각
영상문화시대에따른인문학적대응전략으로서의이미지연구 22 뿐아니라청각과촉각등감각기관이확장되는데기여하기때문이다. 맥루언에게있어서미디어의상호매체성과유사한기능을하는것은예술가이다. 세계와현실을전체적으로파악할수있는능력을지닌예술가는사회에미디어의새로운충격이가해질때마다이에반응하는감각기관의배분비율을조정하는기능을하기때문이다. 예술가는새로운테크놀로지의타격으로의식작용이마비되어버리기전에감각의비율을교정할수있다. 그는마비, 잠재의식적암중모색, 그리고반응이시작되기전에감각비율을바로잡을수있다 50) 고맥루언은언급하고있다. 디지털화된지구촌이문자이전의원초적인구어성 (Orality) 과이미지사고의시대로되돌아갈것으로전망했던맥루언의입장대신, 앞으로도래할합성적이미지의시대가단순히문자를배척하는것이아니라그자체내에문자를지양시켜디지털코드의형태로변형시킬것이라는변증법적입장을취하는플루서의입장이더설득력을지닌다. 플루서가말하는텔레마틱 (Telematik) 사회는텔레커뮤니케이션과정보학이중첩된사회인디지털정보사회이다. 실제로정보통신의발달이우리들의모니터앞에가져오는정보들의형태는정보전달가능성의증가와함께문자에서영상으로확대되어왔으면서도결국문자와이미지가통합된일종의엠블레마타 (Emblemata) 와하이퍼텍스트의형식을취한다. 동영상의경우에도최소한형식상으로나마선형성에기반한다. 인쇄문화의파괴를의미하는하이퍼문화는기술적이미지에의존하면서도연결의예술인링크의미학으로이루어진문화이다. 정적인텍스트에서동적인텍스트로의이동은주체가부각된연상의미학에서링크의미학으로전환인것이다. 또한플루서가미래의인문주의를위해주체개념대신 프로젝트 개념을선호했던것도같은맥락에서받아들일수있다. 텔레비전중계에서보여지듯인간의현존성이매체에의해모든곳에퍼져있다는텔레현존성 (Telepräsenz) 이라든지인간은모니터앞에서만그존재를확인하는이른바 터미널실존 (Terminal-Existenz) 또는삶이텔레커뮤니케이션의데이타변형과정이라는비릴리오의 텔레지형학 51) 이론등은시뮬라크르속의삶을암시하고있다. 미국의 TV 중독자들 (Couch-potatoes) 이나일본의 오타쿠 는포스트휴머니즘의부정성을보
1. 이론적기반 : 기술적인이미지와디지털예술의상호매체성 23 여주는대표적인컴퓨터인간의예이다. 디지털매체에서인간은사용자가아니라, 피드백프로그램속에서기능하는자이다. 인간의정신은저장과기억으로이루어진전자회로판과같은기능을한다. 사이버네틱유기체로서인간의인조두뇌는읽혀질수있고, 조정될수있다. 바이오사이버네틱소통은유기체와비유기체간의소통으로인간두뇌의데이터흐름을직접조정한다는것이데, < 토탈리콜 (The Total Recall)>, < 매트릭스 (Matrix)>, < 트루먼쇼 (Truman Show)> 등은이러한바이오사이버네틱소통을보여주는대표적인영화이다. 사이버네틱스는세가지단계로발전하고있다. 1945-1960 년의첫째시기는인간과동물과기계가피드백고리, 신호전달, 목표추구행위의공통분모를구성할수있도록상호학문적분석으로사이버네틱스가형성되던단계이다. 1946 년과 1953 년사이에조시아메이시재단이후원한일련의회의가두번째단계의발전을위한토론의장이된다. 하인츠폰푀르스터 (H. v. Foerster) 의 관찰체계 라는모델은이단계의기초를다지는중요한이론적단초가된다. 체계의관찰자자신이관찰되는체계로구성될수있다는자기재귀에대한강조는세계를형식적으로닫힌체계로보는과격한인식론으로서마투라나 (H. Maturana) 와바렐라 (F. Varela) 에의해발전된다. 유기체는내적인자기조직에의해결정되는방식으로환경에반응한다. 유기체는자기조직을할뿐아니라, 자기생산적이다. 마투라나의인식론을수정하면서확대한니클라스루만 (N. Luhmann) 의체계이론은이단계의대표적인이론이다. 그리고세번째단계는피드백고리의발상과그게향상된컴퓨터를결합시키는가상현실이사용자의감각중추를삼차원의시뮬레이션세계를연결시킨몰입장치를가지고소비자시장에들어가기시작하면서나타난다. 52) 마투라나가시뮬레이션을통해사용자의육체로부터나오는닫힌고리에서모든지각의기초를보는형식적닫힘을예시하면서, 가상현실의기술은자기생산의인식론과함께하는현상학으로간주된다. 사이버네틱스는포스트휴먼과직결된다. 포스트휴먼과몸에서제기되는문제는인간의현실적몸과가상적몸과의구별이모호하다는점이다. 포스트휴먼은인간과지능기계의결합일뿐만아니라, 이결합이다양한면을
영상문화시대에따른인문학적대응전략으로서의이미지연구 24 지니고있기때문에생물학적유기체와정보회로가서로구별되지않는다는것이다. 라캉의심리학이론과대조적으로, 디지털미학에서언급하는 깜박거리는기호 (flickering signifier) 는언어와기계의결합으로나타난결과이다. 디지털테크놀로지가새로운기호화의모델임을분명히한다. 라캉의 부유하는기표 와연계된깜박거리는기표는몸을재현하는주체로서뿐아니라코드로서나타난다. 53) 영상화면앞에앉아있는몸이데이터글러브와 HMD(Head-mounted Display) 를장착하고있는몸과구별되지않으며, 54) 이로인해현실적실재와가상적실재와의차이가나지않는다는것이다. 존재와비존재, 모형과임의성이상호작용하는축으로이동하는인식론은인간의몸과텍스트로서의몸의차별성을소멸시킨다. 사이버공간은모형이현실이되고, 현존이시각적환상이되는재현의공간이다. 데이터로이루어진몸의모형이현존을지배하는이공간에서모형은주관성을대신한다. 즉주관성과컴퓨터프로그램은상호작용을하면서전지전능적관점이부재의몸을대체하며, 또한등장인물의주관성을구성한다. 55) 다시한번말하지만, 메타예술에서잠재적이미지의흐름뿐아니라종합적구성으로인한시간과공간의상징적변화는존재하지않는현실의인지를추상화시키고, 몸 을넘어선영역으로나가고있다. 이른바테크노미학담론에서논의되고있는 몸의위기 가그것이다. 인공유기체인사이보그에서볼수있는것처럼포스트휴먼의주체는이질적구성요소가집단화된것으로서주관성은사이버네틱스의회로속에분산되어있다. 56) 도나해러웨이가언급하고있는 사이보그초현실주의 (Cyborg Surrealism) 는몸의재현의경계를초월한메타포적리얼리즘을말하는것으로서몸의정체성을넘어서는 낯선무의식 을유발시킨다. 57) 인조인간내지는복제인간의탄생은 완전변이세대 (Heterogenesis) 를초래한다. 이처럼디지털매체는인간의주체개념을새롭게변화시키며, 유전자공학에서보여지는것처럼인간의새로운구성을가능하면서이른바 포스트휴먼 을예고하고있다. 끊임없이현실속으로침투해오는코드화된세계는인간을프로그램화하며인간실존이위기에직면하고있음을암시하고있다. 기술적이미지의마술적편재성에서벗어나인간적소통의가능성을긍
1. 이론적기반 : 기술적인이미지와디지털예술의상호매체성 25 정적으로예견하고있는플루서의매체이론이나, 인간을대체하고있는뉴미디어를극복할수있는가능성을제시하는노르베르트볼츠의카오스와시뮬레이션에관한매체미학 58) 은포스트휴머니즘의관점에서 위협적인 디지털이미지의세계지배에 긍정적인 해결책을제시하고있는대표적인이론이다.
영상문화시대에따른인문학적대응전략으로서의이미지연구 26
2. 실제분석 : 하이퍼미디어디지털예술과이미지연구의역할 27 2. 실제분석 : 하이퍼미디어디지털예술과이미지연구의역할 I. 디지털문학과하이퍼미디어 정보통신분야의급격한발전으로인해활자문화는큰타격을받았으며, 이는그대표자격인문학에서도새로운매체를활용하려는시도들이계속되게만들었다. 그리고이러한시도들은어떤일정한통일성을지니고있기보다는오히려다양성을그특징으로한다. 이러한현상이나타나는이유는독창적인발상과다양한접근방식뿐만아니라기술의발전을통해서도개척해나갈가능성의영역들이끊임없이새로이열리기때문이다. 본연구에서는초기의통신문학에서부터최근의 HTML, 자바스크립트 (Java Script), 머드 (MUD: Multi User Dungeon) 등을활용한하이퍼텍스트적문학실험에이르는다양한문학형태를모두아우르려는역사서술적인태도를취하기보다는, 현재우리에게문제가되는분야인 디지털문학 (digitale Literatur) 59) 에관심을집중한다. 1. 디지털문학의특징 디지털문학 의특징은무엇보다도다양한형태가공존한다는데에있다. 그것은기존의인쇄된문학텍스트와동일한형태를띨수도있으며, 책형태의문학이벗어나지못하는선형적인이야기전개를하이퍼텍스트를이용해극복한것일수도있고, 무한히많은독자 / 작가가함께만들어갈수도있으며, 단어를입력하면자동으로시를창작하는 시기계 (Lyrikmaschine) 의모습으로나타날수도있고, 텍스트를낭독형태로제공함으로써구어성 (Oralität) 을강조한다거나이미지나동영상과결합시켜놓아다중매체성 (Multimedialität) 을최대한활용하는형태를띨수도있다. 그런데이미오프라인문학에서도비디오아트나퍼포먼스미학의적용
영상문화시대에따른인문학적대응전략으로서의이미지연구 28 이 문학 의경계선을모호하게했듯이, 디지털문학에서도이질적인장르들사이의횡적인연결과경계소멸현상은더욱확연하게나타난다. 그러므로문학의개념을더욱확장하여, 활자매체가실험의중심적요소로쓰이고있는지여부를문학개념의범위설정을위한중요한근거로파악하는융통성을발휘할필요가있다. 컴퓨터분야의발전등으로가능해진기술들을활용하는첨단 디지털문학 의장점은이매체만이지닌가능성들을실험해보는데에있으며, 이것이바로굳이 디지털문학 이라는용어를사용해야하는정당성을제공한다. 타자기의발명이문학행위에많은영향을끼쳤음에도불구하고 타자기문학 이라는용어를사용하는것이그다지설득력이없는것과비교하여보면, 컴퓨터를사용하는 디지털문학 이라는용어가단순한글쓰기수단의변화가아니라문학활동에새로운차원을열렸음을의미한다는사실을쉽게이해할수있다. 디지털문학은기존의문학형태가매체의한계로인해도저히실현할수없는것들을시도하고있다. 비선형성, 다중매체성, 쌍방향성 (Interaktivität), 텍스트분량의무제한성, 독자의능동성강화및작가개념 (Autorschaft) 의해체 60) 등이이러한문학형태를기존의활자인쇄문학과구분해주는기본특성들이다. 그러나다른예술장르의패러다임들이혼합되는것또한디지털문학의특성중의하나임에도불구하고, 여기에기존의문학적판단기준들을적용하려는관성이여전히작용하고있으며, 이것이오히려문제의근원이된다. 이를테면구체시 (Konkrete Poesie) 를전통적인시를판단하는기준으로평가할수없으며, 그러한평가불가능성이바로구체시의혁신적인미학적가치를보장하듯이, 바로크시창작기계의전자판변형들을무의미한언어유희로비난하는것은평가기준자체가어긋나있음을드러내는것밖에되지않는다. 온라인텍스트들은양식과수사학적비유들이나은유적인표현들보다는오히려콘텍스트와관련된행동들, 상이한차원들사이를이리저리전환하는것, 횡적연결, 교체의신속성을통해빛난다 61). 물론이미예술적으로도인정받는성과들이나오고있기는하지만, 현단계에서이러한시도들은아직은어디까지나 실험 의차원에서이해할수밖에없다는사실도염두에두어야한다. 필자를비롯한상당수의사람들이
2. 실제분석 : 하이퍼미디어디지털예술과이미지연구의역할 29 처음디지털문학을접하고는 장난 에불과하다고실망하거나심지어불쾌해하는경험을하는까닭도바로여기에있다. 포스트드라마연극의실험성에관한레만 (Hans-Thies Lehmann) 의언급은우리의경우에대해서도시사하는바가많다. 실험의길이란예술에서도과학에서와마찬가지로실패, 착오, 잘못된길을거친다는사실은아무리강조해도지나치지않다. 실험적인연극은유감스럽게도가끔씩이아니라정당하게도빈번히잘못나간연극이다. 이러한연극의혁신이반드시즉각납득할만해야하는것은아니고, 그결과가기술적으로기대에못미칠수도있으며, 그혁신적인잠재력이처음에는아주조금밖에드러나지않았을수도있다. 62) 디지털문학이실험성과밀접한관계에있다는사실은또한그것이창작과동시에새로운이론의형성과정에놓여있을뜻한다. 더구나디지털문학은일반적으로작가들의관심영역밖인기술매체에대한지식을요구하는까닭에, 특히이분야에서는최소한잠정적으로라도이론적탐구가창작보다우위를차지하는기형적인발전이이루어졌다. 이러한까닭에 학문적인 작가들역시스스로하이퍼픽션을창작하는대신차라리새로운기술의대변자로나선다. 63) 바로여기에서작가와기술을매개해주는제 3의중개자가필요하게되는것이다. 2. 하이퍼텍스트에서하이퍼미디어로 온라인에서의전자글쓰기가미래의문학형태로존재하기위해서는기존의종이글쓰기와변별된문학적장치가마련되어야한다 는주장에입각해보자면, 비선형성을가능하게해주는하이퍼텍스트야말로 컴퓨터매체의대표적글쓰기환경 64) 이라고할만하다. 더구나선형적으로진행되는기존의글쓰기와는달리곁가지를치듯이새로운텍스트층위를열어나가는하이퍼텍스트의구성원칙은기호학자롤랑바르트 (Roland Barthes), 해체주의자자크데리다 (Jacques Derrida), 후기구조주의자질들뢰즈 (Gilles Deleuze) 나미셀푸코 (Michel Foucault) 등의이론과직접적으로맞닿아있다. 65) 이상과같은배경으로인해이제까지디지털문학에대한관심은과도하
영상문화시대에따른인문학적대응전략으로서의이미지연구 30 리만큼하이퍼텍스트성에편중되어있었다. 국내에서도 2000 년 4월에문화관광부의 2000 년새로운예술의해 사업의일환으로 언어의새벽 - 하이퍼텍스트와문학 (http://www. vizutech.com/eos/user/usermainview.html) 이라는하이퍼텍스트프로젝트가이루어진바있다. 그러나김수영의시 풀 의첫행인 풀이눕는다 에하이퍼링크를통해자신의글을이어쓰는방식을취하는이프로젝트는여러면에서비판을받았다. 66) 하이퍼소설 (Hyperfiction) 을표방한 ꡔ디지털구보 2001ꡕ ( h t t p : / / w w w. b o o k t o p i a. com/booktopia/contents/hypertext/site.asp?category=03#b2) 67) 프로젝트도시도되었는데, 이소설은인물시점에따른상이한서술을하이퍼링크를통해동시화하는것을특징으로하며, 여기에동영상이첨가된다. 그러나이것은하이퍼텍스트고유의비선형적전개가능성을살리지못하고오히려선형적인줄거리를작품전체의근간으로내세우는단점을안고있다. 하이퍼텍스트를사용하면서도그것의가능성을최대화하기보다는기존의문학관을견지하려는태도는외국의경우에도초기에는그다지예외가아니다. 그러한예의하나로 1996 년에독일의저명한신문인 차이트 Die Zeit 지가 IBM 과공동으로주최해독일하이퍼텍스트창작의물꼬를텄던 인터넷문학경연대회 Internet-Literaturwettbewerbe 를들수있겠다. 이대회의참가규정들, 즉제한된데이터양, 외부로의네트워킹불가, 멀티미디어요소의사용금지는참가자들에게과도한텍스트중심적창작을강요했으며, 이로인해디지털문학의본질에관한심각한논쟁을불러일으켰다. 68) 그런데이렇게하이퍼텍스트에관심이편중된데에는하이퍼텍스트의실현에있어서텍스트위주의창작이기술적으로불가피했던점도큰몫을한다. 69) 1992 년에이르기까지는소프트웨어기술이아직그다지발달해있지못했을뿐만아니라그것을사용하기위해서는전문적인지식이요구되었기때문이다. 그러나최근에인터넷전송속도의증가, 개인컴퓨터의처리능력향상, 영상및음향재생소프트웨어의발전으로인해하이퍼미디
2. 실제분석 : 하이퍼미디어디지털예술과이미지연구의역할 31 어 (Hypermedia) 로의전환이급속도로이루어지고있다. 70) 이제텍스트는더이상의미생산의적자로군림하지못하고이미지, 음향, 동영상과서로보완하는요소중의하나가된다. 71) 차이트 지의공모전명칭이 인터넷문학공모전 에서 페가수스 (Pegasus) 로바뀐것도이러한경향을반영하고있다. 이제는더이상문학이라는개념아래놓아둘수없는다중매체적인작품들이주류를이루게되는것이다. 3. 슈투트가르트그룹 문자위주의하이퍼텍스트에서하이퍼미디어로의발전은텍스트와이미지 / 영상의상관관계가뚜렷이나타나게만들었다. 72) 이것은하이퍼텍스트의구성원칙, 그중에서도비선형적글쓰기에집중되었던기존의논의와더불어, 디지털문학의가장강력한도구 73) 중의하나인다중매체성과상호매체성 (Intermedialität) 에대한본격적인연구가필요하게되었음을의미한다. 그리고이른바디지털 종합예술 (Gesamtkunstwerk) 74) 로서의하이퍼미디어가놀랍게도세기전환기의아방가르드운동의예술관을다시활성화시킨다는사실은이제까지인문학에서축적된이미지이론들이구체적인분석기반으로활용될수있으며, 따라서하이퍼텍스트이론에대해계속해서제기되었던이론과실천의괴리및공허한이론의위험이상당히극복될수있음을뜻한다. 75) 그렇지만 네트워크예술 (Netzkunst) 76) 이아방가르드미학의전통속에서있다고해서그것을기존의미학적틀로파악하는데에는무리가있다. 새로운시도는바로아방가르드예술이매체의한계로인해도달하지못했던바로그지점에서출발하고있기때문이다. 이러한전통과의긴장관계를가장명확하게보여주는것은무엇보다도라인하르트될 (Reinhard Döhl), 요한네스아우어 (Jahannes Auer) 등으로이루어진슈투트가르트그룹 (die Stuttgarter Gruppe) 의작업이다. 막스벤제 (Max Bense), 헬무트하이센뷔텔 (Helmut Heißenbüttel), 루드비히하리히 (Ludwig Harig) 를중심으로구체시운동의한축을이루었던슈투트가르트그룹의예술구상이디지털시대를맞이해새로운진전을보게되기때문이다. 77)
영상문화시대에따른인문학적대응전략으로서의이미지연구 32 마르셀뒤샹 (Marcel Duchamp), 쿠르트슈비터스 (Kurt Schwitters), 앤디워홀 (Andy Warhol) 에이르는전통의영향을받은이그룹은인터넷에이론과실천을겸비한튼튼한집들을지어놓고작업하고있다. 이그룹의작품들을첫번째분석의대상으로선택한또하나의이유는이들이문자와영상의상호작용문제에집중하면서도, 컴퓨터, 네트워크, 문학의근본적인가능성들의정밀한실험적성찰을위해 [...], 기술로뒤집어씌우기를의식적으로포기 78) 하고있기때문이다. 이러한기본입장때문에그들의작품은, 디지털기술들을한껏동원한현란한작품들과비교할때, 이론적으로는탄탄하게무장되어있으면서도 소박 하고 경제적 인외형을지니고있다. 그탁월한예중의하나가루스만 (Frieder Rusmann) 이라는예명으로도활동하는요한네스아우어의 시를죽여라 Kill the Poem (1997, http://www.s.netic.de/auer/kill/ killpoem.htm) 이다. 이작품을처음열면제목과함께작가의이름 ( 작가의홈페이지에링크 ) 이씌어있고, 그아래로왼쪽에는권총의이미지가, 그리고오른쪽에는텍스트가배치되어있다. 이 시 는불과 7개의어휘만을바로크시의전통과흡사하게치환 (Permutation) 시켜서구성한것이며, 내용은문법적으로도맞지않는무의미한비문들이다. 활자로된시와의차이는권총이마우스조작을통해서발사되는데에서시작된다. 권총을한번쏠때마다동일한어휘들이차례차례 (faxen-ohne-mitkein(e)-ist(sein)-ernst-tango) 처형 되어, 검은색정사각형덩어리를이루고있던시는점차해체되어사라져간다.
2. 실제분석 : 하이퍼미디어디지털예술과이미지연구의역할 33 주목할점은독자가그총을쏘아야한다는사실이다. 이로써독자는시 / 예술의사형집행자역할을맡게되고, 그결과를직접눈으로확인한다. 이러한직접성은권총의이미지를구체적으로제시함으로써더욱강화되며, 컴퓨터에스피커가연결되어있다면장전과발사때에총소리도들을수있다. 시의제목과 다음탄환 이라는링크표시에피를연상시키는붉은색활자를선택한것도우연이아니다. 이러한시각성과유기적구성은기존의인쇄형태로는도저히구현하지못한다. 텍스트파괴와작가에대한의문제기 79) 는하이퍼텍스트를통해서야비로소이렇게극적인구성이가능해지는것이다. 물론 시를죽여라 에서기존의문학성을발견하기는어렵다. 구체시가이미그렇듯여기에서도의미는내용이아니라형태와결부되었을때더욱뚜렷하게떠오른다. 이러한작품에문학성의기준을들이대는것은뒤샹의작품에서예술적완결성을찾으려고하는것이나마찬가지다. 변기가예술작품이되는것은작가의손기술보다는구상 (Konzept) 의독창성에힘입은것이다. 아우어의작품을관통하는주제인 예술작품의파괴 는 FILE 2001 (http://www.file. org.br/file2001c/index.html) 행사에참가했던 예술의자연사 ( 自然死 ) 를위하여 Für den natürlichen Tod des K u n s t w e r k s (2001, http://www.kunsttot.de/ index1.html) 에서도다시한번변주된다. 독일어와영어로만들어진이작품은 선언 (Manifest), 시험 (Test), 항의 (Protest) 의세구역으로나뉘어있는데, 선언구역에는번호가매겨진손의이미지들각각에 9가지의선언들이링크되어있으며, 아래쪽에는선언전체를내려받거나볼수있게하이퍼링크가마련되어있다. 선언의내용은 1. 모나리자에게주름을 (Falten für Mona Lisa), 2. 모조인쇄금지 (Verbot von Kunstdrucken), 3. 고전적근대예술의전시중지 (Schluß mit Ausstellungen der klassischen Moderne), 4. 박물관에완전조명을 (volles Licht in
영상문화시대에따른인문학적대응전략으로서의이미지연구 34 die Museen), 5. 예술작품없는주거공간 (kunstfreies Wohnen), 6. 넷아트의장려 ( 저절로소멸됨 ) (Förderung der net.art (vergeht von selbst)), 7. 산 ( 酸 ) 이들어간종이 (säurehaltiges Papier), 8. 유성도료보유량의축소 (Verknappung der Ölfarbenreserven), 9. 관객의폐지 (Abschaffung des Publikums), 10. 예술의휴식 (Kunstpause) 등이다. 이러한선언의기본취지는문화의 유아화 (Infantilisierung) 에대한저항이다. 그리고그배경에는 예술의강제적인유지, 일상의포괄적인예술화, 지나가버린예술시대들의끊임없는소생과 재발견 은늙어가고주름이생기고죽는것에대한오늘날의혐오의표현에불과하다 는아우어의시대진단이있다. 80) 물론이선언문끝에는독자들에게선언에서명할것을권유하는하이퍼링크가마련되어있다. 시험구역 은모두 7개의시험으로이루어져있다. 첫번째시험은첫번째선언과관련되는모나리자를대상으로한다. 흑백의모나리자그림을누르면뒤샹의수염달린모나리자 <L.H.O.O.Q>(1919) 에씌었던복제판이나오고, 다시누르면상체를노출하고있는모나리자가나온다. 계속클릭하면같은그림이푸른색으로바뀌고, 그다음에는 나추워요 (Mir ist kalt), 그리고는각운을맞춰 난늙어가요 (Ich werd' alt) 라는구절이만화에서처럼씌어지고, 아래있는 덥히기 에마우스를갖다대면링크바탕이붉은색으로바뀌면서 진심이야? 라고묻는다. 그렇다는뜻으로글자를클릭하려고커서를갖다대면, 링크글자가 정말이야? 로바뀌고, 누르면다시원래의모나리자가 복구 된다. 우리가고전예술작품들을대하는태도를시뮬레이션하고있는것이다. 아우어는우리가보고있는모나리자가사실은이미 늙은 것이고, 우리가작품을보는태도는관음증적이며, 고전작품의복원은예술작품도노쇠하게된다는사실을부인하기위해 얼굴주름제거 (Face-Lifting) 를하는억지일따름이라는주장을반어적으로담고있다.
2. 실제분석 : 하이퍼미디어디지털예술과이미지연구의역할 35 이어지는실험들도큰맥락을같이한다. 두번째시험은성금을통해드레스덴성모교회 (Dresdner Frauenkirche) 를재건하는과정 81) 을시뮬레이션하고있으며, 세번째시험은뒤샹의변기 < 샘 >(1917) 를패러디하고, 네번째시험은권총을들이대며시를강요하는현대사회를리히텐스타인 (Roy Lichtenstein) 의양식으로비판하고, 다섯번째는라인하르트될의유명한 사과시 Apfelgedicht 를원용하고, 여섯번째는세기말의미래파마리네티 (Filippo Tommaso Marionette) 가자동차의속도에열광하며승리의여신상 ( 고전적미의식 ) 을비웃던것을이어받아, 이제는다시스포츠카에치였던 나이키 가상품화되어스포츠카를짓밟는다고꼬집는다 ( 포르쉐가나이키를만나다 (Porsche meets Nike) ). 마지막시험은선언문의마지막과마찬가지로 예술의휴식 문제를다룬다. 화면은처음 시험구역 이모니터에나타났을때로되돌아가정규방송이끝난텔레비전화면의스크램블현상을시뮬레이션한다. 죽음에대한두려움의표현인예술의일상화에서잠시라도벗어나자는주장이다 ( 다섯번째선언 ). 위의시험중에서가장문학과직접관련되는부분은다섯번째, 즉 사과시 의패러디이다. 이것은아우어가이미 1997 년에만들었던 될을위한벌레사과파이 worm applepie for doehl (http://www.s.netic.de/auer/worm /applepie.htm) 를변주하여자기인용 (Selbstzitat) 한부분이기도하다. 사과 (Apfel) 이라는글자로사과의형태를만들어서기존의시개념을넘어섬으로써널리알려진될의구체시가아우어의손과매체의힘을빌어또다른메시지를담게된다. 글자사과를클릭하면 즉시드십시오 라는문구가그위에붙여진다. 다시그것을누르면, 사과속에붉은 벌레 (Wurm) 가나타나사과를갉아먹으며점점커진다. 원래버전에서는이과정이반복되고다른형태들이링크되어있는반면에, 예술의자연사를위하여 에서는사과를다먹고비대해진 벌레 라는글자가하이퍼링크되어있어, 그것을누르면다시 즉시드십시오 라는문구가
영상문화시대에따른인문학적대응전략으로서의이미지연구 36 붙여진다. 중요한것은될이발견해구현해냈던문자의형상성이여기서는한걸음더나아가운동성을띤다는것이다. 이것은조형예술에서모빌을고안했던것에비견될수있을만큼중요한발전이다. 또한될의사과가사과의형체를띠었던반면에 벌레 라는글씨는조금다르게작용한다. 이것은 글씨 로서의성격을좀더지니면서도벌레의이미지를, 그것도사과를먹고점점커지는모습을더욱잘표현해내고있다. 이것이가능해지는기반이다름아닌활자의운동성이다. 움직임이형체를대신해서 벌레 의특성표현을이루어내고있기때문이다. 인쇄문학에서는도저히도달할수없는표현성이다. 이것은 벌레사과파이 의캡쳐이미지가형상화과정의한부분을보여줄뿐이지사실은인쇄형태로는옮길수없다는데에서단적으로나타난다. 물론여기에서잊지말아야할것은이작품이표현력과의미를지니는것은문학적전통과의마찰을통해서라는사실이다. 다섯번째시험의마지막시퀀스에는알파벳 i 자만덩그러니남는다. 이것은일종의헌정 (Hommage) 으로서, 문자를의미담지체의기본단위중의하나가아니라형체를지닌미적대상으로본선구자적다다이스트쿠르트슈비터스의 i 시 Das i-gedicht (1922) 를지칭한다. 여기서필기체활자 i 는 올라가고, 내려가고, 올라가고, 그위에점하나 로 읽어 야한다. 82) 이선구적시와비교해보면아우어의하이퍼미디어작품의특성이더욱명확하게드러난다. i 시 에서는문자의형상성과운동성을나타내기위해강령적인서술부가필요했다면, 슈비터스와동일한예술구상에서출발하는아우어는실제로 벌레 라는글자를움직여사과를먹어치우게만듦으로써서술부를시각적이미지에통합시키고더욱강한표현력을얻는다. 마지막 항의구역 은선언문에대한서명란역할을한다. 단지여기에서는선언전체에서명을할것인지, 그중일부만을선별적으로서명할것인지, 아니면전혀다른무엇에반대하겠는지를구분해서기입란을마련하고있다는점에서일반적인서명란과차별성을지닌다. 위와같은세구역으로이루어진 시의자연사를위하여 의출발점이되
2. 실제분석 : 하이퍼미디어디지털예술과이미지연구의역할 37 는렉시는흥미롭게도마릴린먼로 (Marilyn Monroe) 의이미지로장식되어있다. 이이미지는독자가각구역의링크를건드릴때마다각각다르게 반응 한다. 이를테면 항의구역 을선택하면먼로의팔이불끈주먹을쥐는모습이붉은선으로그려진다. 이같은먼로의그림은아우어의작품구상의근저에앤디워홀의예술관이깔려있음을암시해준다. 워홀과리히텐슈타인의팝아트 (Pop Art) 작업이아우어의예술관과맞닿아있다는사실은논외로하더라도, 팝아트가원용하는광고와만화에서이미그림과텍스트가서로를보완하며공존하고있으며활자가미적차원에서고려된다는점은하이퍼미디어와네오다다 (Neo-Dada) 의연결점을시사해주고있다. 이상에서는우선이미지와텍스트가 구상 에의해결합한비교적간단한경우들을살펴보았다. 다음으로는이미지와텍스트가더욱복잡하게얽혀있을뿐만아니라이를통해서각각의표현력이강화되어있는본격적인하이퍼미디어디지털아트의예들을살펴볼것이다. 이작업을수행하기위해서는이제까지그다지필요하지않았던첨단이미지이론들이동원되어야한다. 더구나현대의예술, 특히인류초유의디지털아트는이론과실천의상호상승관계를통해발전해간다. 그러므로이작업은이미지연구가앞으로의인문학에필수불가결한것이될수밖에없음이자연스럽게드러나는과정일뿐만아니라, 더욱구체적인정책결정을위한지침들을제시하기위해반드시거쳐야할과정이다. II. 새로운미적현상으로서의디지털예술 1. 새로운미적평가의기준을찾아서 컴퓨터기술의발전과함께하이퍼텍스트가하이퍼미디어로전환되고있
영상문화시대에따른인문학적대응전략으로서의이미지연구 38 는추세는흥미롭게도이분야의전문예술가들에게반드시환영받는있는것은아니다. 인터넷문학의대부라고해도과언이아닐로버트쿠버 Robert Coover는 문학적하이퍼텍스트. 황금시대의경과 라는글에서 문학은명상적인데네트는끊임없는과대선전과수다로찢겨져있다 83) 며하이퍼미디어의예술성상실을염려하고있다. 실제로, 하이퍼미디어를기반으로프로그래밍을할때이미지나그래픽을집어넣고싶은유혹은무척이나크다. 따라서기능을지니며활용되어야할이미지들을단순히장식적으로사용한다던가의미없이남용하는경우를흔히볼수있는것도사실이다. 그러나그렇다고해서하이퍼미디어자체에부정적인평가를내릴이유는전혀없다. 이미살펴보았듯이하이퍼미디어가제대로활용되면, 그효과는텍스트뿐만아니라기존의다중매체적예술형태의인지방식과는차원이다른, 새로운예술체험을가능하게해주기때문이다. 문제는, 그렇다면과연이러한새로운매체를활용한예술행위를평가하는기준은무엇이며, 그근거는어디에있는가하는점이다. 이러한의문이더욱문제가되는이유는, 새롭게형성되는도정에있는예술분야답게이제까지여러차례에걸친인터넷공모전에서공모의범위설정에끊임없이문제가제기되어왔으며, 심사위원들도평가기준을공개하는것을꺼려왔기때문이다. 84) 독일 IT업계의대명사인테-온라인과 T-Online 과저명한출판사인데테파우 dtv 가공동주최한 2001 년디지털문학공모전의심사위원이었던지마노프스키는최소한다음과같은사항들이평가의주안점이될수있음을밝힌바있다. 85) 1. 다중및상호매체성 (Multi- oder Intermedia): 활용된매체들이서로어떠한관계를맺고있는가? 2. 기술적인효과들이얼마나의미가있는가? 3. 독자에게어떠한역할이부여되는가? 4. 네비게이션 (Navigation) 이얼마나의미있게구성되어있는가? 5. 어떠한스크린미학 (Bildschirmästhetik) 이제공되는가? ( 스크롤 (Scroll) 또는클릭 ) 6. 기술미학 (Technikästhetik): 어떠한효과를위해어떠한기술적경
2. 실제분석 : 하이퍼미디어디지털예술과이미지연구의역할 39 비를지출하는가? 그리고수용자에게어떠한기술적장치를제공하는가? 7. 기존예술방식들이활용되는경우, 그기준들은여전히유효하다 : 언어적형상화, 이미지구성, 서사구조, 카메라운용등. 이러한평가기준은이분야가단순히예술적능력만으로이루어지는것이아니라첨단기술의활용능력을필수적으로요구한다는사실을나타내주기도하지만, 다른한편으로는아직도예술로서는발전의초기단계를크게넘어서지못하고있음을자인하고있는셈이기도하다. 예술적구상의기술적실현문제가점차프로그램을통해자동화되는경향에서위의기준들은최종적인미학적판단을위한준거들을기존의예술적패러다임에은근슬쩍넘겨버리고있기때문이다. 상호매체성과쌍방향성, 하이퍼미디어가서로결합되어새로운차원을만들어내면서도, 그미학적판단기준은기존예술매체의것에의존하는방법밖에마련되어있지않은것이다. 그런데위의기준들을자세히살펴보면, 모니터 표면 에서벌어지는현상이기반이되는이시뮬레이션예술에서문제의식의큰축은결국무엇보다도텍스트와이미지를어떻게구현해내고, 또서로연관시킬것인가하는쪽으로수렴된다는것을알수있다. 넓게보자면, 하이퍼미디어의상호매체성역시이와같은맥락에서텍스트-이미지구성 (Text-Bild-Konstellation) 을의미한다. 그러나이것은쌍방향성및연출 (Inszenierung) 이이루어진다는측면에서분명히인쇄영역이나기존의시청각매체의텍스트-도상결합과는질적으로다른것이며, 바로이점에서다중매체성과도차이가나는것이다. 86) 그러므로새로운종합예술작품 (Gesamtkunstwerk) 으로자리잡아가고있는하이퍼미디어가미학적측면에서도가치있는본격적인예술적시도가되기위해서는이제창작및수용, 그리고더나아가비평의기반이되는미학의개발이절실하게필요한시점에도달했다. 요하네스아우어나라인하르트될등, 이미살펴보았던슈투트가르트그룹의작품처럼구상이예술적형상화의중심이되는작품을넘어서서이제는본격적으로이미지와텍스트를결합시키는하이퍼미디어작품들이나오기시작했으며, 이것이양적인증가뿐만이아니라질적
영상문화시대에따른인문학적대응전략으로서의이미지연구 40 인발전을이루기위해서는지금까지결여되어있는구체적인작품비평이이루어지기시작해야한다. 이미지분석은여기에서도결정적인역할을담당하게된다. 이미지연구는이분야에서흔히관찰되듯현실적기반에서너무멀리떨어져나간거시적인담론에머무르지않고구체적인분석의틀을제공하면서도기초이론으로서의사유도겸하고있기때문이다. 바르트 (Roland Barthe) 로대변되는기호학 (Semiotik) 은이미지연구가드디어본격적으로학문적인분석체계를갖추기위한토대를제공했으며, 이후이를발전시키거나수정하는개별적인연구성과들이상당히축적되고있다. 이미지연구가개별분석과기초이론으로서의역할모두를게을리하지않는경향이생겨나고유지된데에는바르트의영향이크다고할수있다. 그는소통가능한언어체계로서의이미지가나타나는표본으로서광고나사진을직접분석하면서기호학의근본개념들을완성해갔기때문이다. 이미지와텍스트의관계에주목했던점에서도그의연구는선구적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텍스트분석이론과비교하여볼때이미지분석을위한학문적인이론은여전히뒤쳐져있는실정이다. 본연구는이미지분석이론을구체적인하이퍼미디어디지털아트에적용해보는동시에, 이를위한개념적인틀을구성해보는기초작업도놓치지않으려고노력한다. 선택된두작품은모두최근에독일의공모전에서수상했던작품들로서, 하이퍼미디어디지털아트의전개방향을가늠해볼수있는대표적인예들이다. 2. 하이퍼미디어디지털영화?: 뱀장어사가는욀리히따라가기 디르크퀸터 (Dirk Günther) 와프랑크클뢰트겐 (Frank Klötgen) 이 페가수스 98 에출품해서 300 여점의다른경쟁작들을제치고최우수상을받았던작품이 뱀장어사가는욀리히따라가기 (Die Aaleskorte der Ölig, 이하 뱀장어 로표기함 ) (1998, http://www. internetkrimi.de/aaleskorte/ Pegasus98/) 이다. 기본구성은서사의각단계별로여러경우들을제시하여수용자로하여금시나리오를선택해가게만들고, 이것이완성되면그에상응하는영상을보여주는독창적인방식
2. 실제분석 : 하이퍼미디어디지털예술과이미지연구의역할 41 을취하고있다. 이러한구상을실현하기위해여기에서는텍스트와이미지가매우흥미롭게결합하고있다. 첫화면을열면크게는세부분, 정확히는다섯부분으로구성된페이지가나온다. 수용자가우선직접시나리오 (Drehbuch) 를만들어야하며, 이것이마우스를 20 번만클릭하면되는손쉬운작업임을밝히는첫번째텍스트그룹이상부에위치하고, 선으로구분된중간부분에는앞으로나타날화면의구성방식이소개된다. 수용자가각장면마다선택해야할주인공들과간단한지문 (Regieanweisung) 이나타날것이라고씌어진텍스트블록밑에아이콘형태의등장인물의이미지들이직접예시된다. 역시선으로구분된하단에는수용자가등장인물중의하나를선택하는것이정확하게는 영화의줄거리에주석을가하고영상화시키는시점 87) 을선택하는행위임을알려준다. 이어지는화면은수용자가시나리오를작성해나가는페이지들이다. 총 20 장면으로구성될 뱀장어 의각장면에등장할인물들의초상화이미지가장면마다경우에따라서하나에서최대다섯개까지나타난다. 정확한화면구성을살펴보면, 상단에는 시나리오 라는표제와함께해당장면수가표시되고, 선을통해구분된아래로는아이콘형태로주어진각등장인물들의초상화이미지밑에그에해당하는지문텍스트가주어지는형식으로이루어져있다. 원하는인물의이미지를클릭하면자동으로다음장면으로넘어간다. 전체적인색채및도상의구성도눈여겨볼만하다. 이미첫화면에사용
영상문화시대에따른인문학적대응전략으로서의이미지연구 42 되어서작품의어두운전체톤을예감할수있게만들어주었던검은색바탕이끝까지일관되게적용된다. 등장인물의이미지들은오브제와배경이같은색상으로처리되어일종의흑백사진과같은느낌을주는데, 이때이색상들도어두운톤으로처리되어있다. 그런데시나리오작성과정에서는이와관련해서또다른효과가생산된다. 장면 8에서처음등장하는뱀장어이미지는오브제와배경이색채적으로통합되어있는다른이미지들과는달리검은색바탕을취함으로써이미지외부의검은색바탕과합쳐져서결국오브제인뱀장어만부각되며, 뱀장어역시다른초상화의이미지와는달리형광색이도는눈에띄는푸른색으로처리되어있다. 이작품에서뱀장어가남성성기의상징으로쓰인다는점을감안할때, 이는뱀장어를부각시키는효과뿐만아니라뱀장어와성기의형태적유사성을직관적으로제시하는의도를지닌다고볼수있다. 또한가지특이한구성은다른이미지들은증명사진을연상시키는사각형의틀을지니는데비해우측맨끝에위치한 아이들 은원형을띠는데, 이미지들이동질성의병렬이라는배치원칙을따르고있는상태에서이러한변형은원형의이미지를더욱눈에띄게만든다. 첫번째시나리오작업에서는수용자가눈치챌수없겠지만, 이미한번영화의줄거리를접해본뒤다시시나리오작업을하는수용자는작품의주제인아동성학대와관련해서왼쪽맨끝의뱀장어와오른쪽맨끝의원형을성적으로해석하게될것이다. 그러나다의성 (Polysemie) 을본질로하는이미지의특성상이것을속칭 구멍 의암시로이해해야할지, 아니면관음증적시선을형상화한것으로파악할지등을완전히확정할수는없다. 88) 마지막으로, 이미제일처음작동설명에서도동일한이미지들이사용되었으므로이상과같은사항들이적용될수있을것이나, 거기에서는이미지의크기가그러한세부사항들이눈에띄지않을정도로작게설정되어있어이를통한의미화작용은배제하기를시도하고있다는점도언급해둘필요가있겠다. 마지막장면까지시나리오작성작업을계속해나가면, 수용자의선택을바탕으로본격적인 영화 가상영되기시작한다. 그러나 영화 < 뱀장어사가는욀리히따라가기 > 는수용자가기대하듯이동영상으로제시되는것이아니라사진 / 그래픽들을고전적인단선적슬라이드쇼 (Dia-Show) 형태로나
2. 실제분석 : 하이퍼미디어디지털예술과이미지연구의역할 43 열하는형식을취한다. 전체화면구성은상단부에영상을배치하고그아래에장면에대한텍스트를준다. 간격을두고하단부에는영상을클릭하면다음장면으로전환한다는작동법이제시되어있다. 뱀장어 의가장큰특징은, [...] 영상문화에관해말하는것이아주옳지만은않다. 우리는앞으로도, 그리고그어느때보다도더, 활자문화이다. 왜냐하면문자와어휘는언제나정보구조의가치로운일부이기때문이다 89) 라는바르트의주장과도마찬가지로, 이미지만으로의미를구성하려는고정관념을버리고문자텍스트를사용하는데에거리낌이없다는데에있다. 또한상당수의하이퍼미디어가수용자를즉각가상의이미지 / 텍스트공간에밀어넣으려고하는반면에, 여기에서는 친절한 개관적설명이이루어진다. 그뿐만아니라 뱀장어 에서는바르트가말하는텍스트의 정박 (Verankerung) 기능과 연계 (Relais) 기능모두가적절하게사용된다. 처음의작동설명화면은이미지의다의성을활용하면서도 초상화 밑에해당주인공의이름을문자화함으로써, 이미지의의미를고정 (Fixierung) 시키는, 텍스트의정박기능을적용한다. 이미지가의미하고자하는바는다름아닌 뱀장어, 호만 (Hohmann), 서술자 (Erzähler), 욀리히, 아이들 이라지칭되는주체들임이명기되는것이다. 두매체의이러한정박적결합을기반으로수용자는상영될영화에대한개관적인예상까지할수있게된다. 관점을드러내며줄거리를진행하는영화는이미지의다섯주체들의틀안에서움직이게될것이다. 두번째시나리오작성작업의화면은평자들사이에서논란이되었던부분이기도하다. 여기에서는작동설명부분과는또다른방식으로문자텍스트와시각이미지가결합되어있다. 이미언급한바있듯이최소한첫번째시나리오작성작업을하는수용자에게는이미지의디노테이션 (Denotation) 이너무나도열려있어서직관적인선택을하는데이외에는
영상문화시대에따른인문학적대응전략으로서의이미지연구 44 거의영향을미치지못한다. 더구나이미지와함께제공되는문자텍스트는분명히정박과연계기능을모두지니고있는듯하지만, 작품의줄거리를모르는수용자로서는제공되는텍스트만으로는거의아무것도시작할수없다. 90) 텍스트가주는정보가 올바른의미층위 의선택을도와 해명기능 (Erhellungsfunktion) 91) 을수행한다기보다는오히려수수께끼에가깝기때문이다. 이러한까닭에이미지는결과적으로거의클릭을위한아이콘이상의역할을하지못하게되고만다. 이는쌍방향성을표방하며수용자에게시나리오작성을위임한다는하이퍼미디어예술로서의변별성이무의미해질수있음을의미한다. 92) 단순한정박기능을거부하는텍스트는수용자에게관심과긴장감을불러일으키는순기능을할수도있지만, 준비되지않은관중 에게는오히려역기능을할수도있다. 바로여기에이작품의평가를둘러싼논란의핵심이있다. 시나리오작성부분에대한이러한비판은좀더근본적인질문을유발한다. 이작품이무려 6,912,000,000 개 93) 의다른조합결과를생성해낼가능성을수용자에게위임한다는작가들의주장이과연어느정도수용자에게자유를보장하는가가의문시되는것이다. 여기에는다음과같은논거들이작용한다. 첫째, 이미살펴보았듯이아이콘적인이미지에붙은짧은텍스트는수용자의선택에큰정보가되지못하며, 결국수용자는우연적인선택에내맡겨져있다. 작가들스스로두번째시나리오작업부터는우리가살펴본 정상속도 (Normal-Speed) 의작성방식과함께옆의그림과같은 고속 (High-Speed) 작업화면을대안적인옵션으로제공하고있다는점이이를반증한다. 둘째, 시나리오를작성하면서인물을선택할수있는폭이이미작가들에의해주어져있다. 심지어장면 1, 19, 20 은서술자하나만선택할수있게페이지가구성되어있으
2. 실제분석 : 하이퍼미디어디지털예술과이미지연구의역할 45 며, 이를선택하지않고서는더이상작성작업을진행할수없으므로, 선택이라는말자체에어폐가있을정도다. 69억이넘는엄청난가능성역시알고보면제한된가능성이다. 셋째, 장면의순서및수, 즉줄거리가작가들에의해이미주어져있고독자는여기에개입할수없으므로, 결국하이퍼텍스트의배후는리좀적구조가아닌선형성을띠고있다. 쉽게말하자면, 이프로그램은블록쌓기놀이의원리를기본으로하고있으면서도블록을쌓는형태는정해놓고개별블록의색깔만바꿀수있는유희성밖에창출해내지못하고있다. 더구나, 나중에실제 영화 부분분석에서살펴보겠지만, 관점의차이가그다지큰줄거리구성의변화를만들어내지못할때, 경우의수의많고적음은의미를상실한다. 이상과같은비판은물론모두정당하다. 문제는바로그러한비판이작가들이의도하는바라는것이다. 뱀장어 는스스로위에서지적한문제점들을보여줌으로써하이퍼텍스트가작가개념의해체와독자의자유를보장한다는섣부른주장을조롱하고있는것이다. 이것은하이퍼텍스트의발전과함께소생되었던 작가의죽음 이라는이데올로기가다시강력한작가개념을중심으로하는 작품 개념으로재전환되는모습을보여주고있는것으로해석할수있겠다. 94) 그러므로이작품의수용에서본질적인것은재독 (Rereading) 을통해서작품의의미구성을완결시키나가는해석작업이다. 이는 영화 부분의분석에서더욱분명하게드러난다. 마지막 영화 부분은텍스트의정박과연계기능이잘활용되는좋은예이다. 텍스트는대사일경우도있고서술부일때도있다. 이미지역시크기나색채등이자유롭다. 이로써전체적인구성이아니라개별장면에서의텍스트 / 이미지관계가문제가된다는것을알수있다. 관객 의시선은이미지 텍스트의순서로옮겨가며, 구성역시그것을유도하는상하배치로이루어져있다. 95) 그러나 뱀장어 는이렇듯텍스트 / 이미지결합물에서나타나는일반적인시선의흐름을더욱복잡하게만들며수용자의성찰및의미화과정을연장시킨다. 음향효과등이전혀사용되지않는이작품에서유일하게이미지와텍스트에서해석의정보를얻어낼수밖에없는수용자에게이들둘은느슨한결합형태를취하고있다. 텍스트는이미지를고정시키
영상문화시대에따른인문학적대응전략으로서의이미지연구 46 기보다는보완하는연계기능을하고있을뿐만아니라, 이때텍스트와이미지사이에는의미의틈, 즉정보교집합의부재현상이심하게나타난다. 예를들어, 어차피서술자의관점만이제공되는첫장면을보면, 이미지는남성으로보이는인물이열린차문에기대어발을차에올려놓고있는모습을얼굴이보이지않게어깨에서무릎부분까지만보여주고있는반면에, 텍스트속의서술자는 나는단지내가본것만말할수밖에없다. 욀리히는향수를짙게뿌리고멋진양복을입는다. 명망있는자동차상표를몰고다닌다 고주장한다. 멋진양복, 명망있는자동차상표 등의텍스트구문은이미지를정박시키는기능을맡고있고, 화자의관점임을강조한다거나시각매체가표현하기곤란한후각 ( 향수 ) 에대한언급등은연계기능을맡는듯이보이지만, 막상이이미지와텍스트의통합점기능을해야할여성등장인물인욀리히는얼굴이나오지않아정체확인 (Identifikation) 이불가능하며, 더나아가이미지속의인물이남자인듯이보임으로써오히려이미지와텍스트의통합성에대한추정을흔들리게만든다. 따라서이미지를거쳐텍스트를향했던시선은다시이미지로되돌려진다. 이러한현상은이 영화 의거의모든장면에서나타나는데, 그가장큰이유는이미지가표면적인줄거리진행에거의개입하지않고있다는데있다. 좀더정확히말하자면, 대부분의이미지는텍스트및줄거리를직접적으로모방하기보다는상징체계의차원에서관계를맺으며연상적으로작동한다. 이것은이 영화 가기존의영화처럼객관성을담지하는시각성을통해조직된것이아니라인물의주관적인관점들로구성된것과도맥을같이한다. 예를들자면, 서술자의관점이언제나흑백사진과결합되고, 아이들이말하는뱀장어신화의이미지는그들의정신세계에상응하는만화로양식화되어
2. 실제분석 : 하이퍼미디어디지털예술과이미지연구의역할 47 있다. 그러므로 영화 의수용관습에서처럼이미지와텍스트를줄거리의차원에서일치시키려는수용자의노력은일부밖에성공할수없으며, 이때수용자는자신이무의식적으로받아들였던이미지의다른기능들을인정하게된다. < 뱀장어 > 에서는이미지의다섯기능, 즉정보기능 (Informationsfunktion), 오락기능 (Unterhaltungsfunktion), 체험기능 (Erlebnisfunktion), 감성화기능 (Emotionalisierungsfunktion), 해석기능 (Interpretationsfunktion) 중에서서사와밀접한정보기능보다는그밖의기능들이더활성화되는것이다. 96) 텍스트와이미지의연계기능은이렇게새로운차원에서활성화된다. 그런데수용자는텍스트가주도해서구성해내는영화의줄거리가너무나도단순함을깨닫는다. 욀리히라는이름의여성은생선장사인호만에게서뱀장어를사는데, 혹시나그것이살아움직일까겁이나서아이들중의하나를그녀의집에까지동반시킨다. 뱀장어를통한남성성기의암시등이워낙노골적이어서 관객 은하부텍스트 (Subtext) 까지도쉽게도달한다. 그러나그는곧이것역시또다른심층을감추고있음을깨닫고, 이제다시한번텍스트에서언급되지않는것들을그림에서찾아나서게된다. 97) 예를들어욀리히의관점에서본 16 번째장면의텍스트에는 한번만더우리가아이였을때여기서그랬듯이 [...] 그렇게천진스레뱀장어를즐겨먹을수있다면 이라고씌어있지만, 이미지를다시한번자세히보면, 여자아이가식사를거부하고자리를뜨는, 의미상정반대의장면이묘사되고있음을깨닫게되고, 이를통해욀리히가사실은뱀장어와관련된유년기의경험을억압하고있음을눈치채게된다. 더나아가소녀가앉아있었을의자가위치해있어야할곳에있는검은물체가검은옷의, 얼굴없는어른을암시한다는사실을추론해내게되면, 이미지가줄거리에개입하지않는다는인상은단순히일차
영상문화시대에따른인문학적대응전략으로서의이미지연구 48 적인차원에만해당된다는것을깨닫게된다. 이러한순환적인재해석을통해서우리는새로운줄거리를생성해나갈뿐만아니라, 텍스트에게는원래의의미내용을부여하고이미지에는단지그것을지원하는설명만을부여하는인지의관례 98) 에문제가있음을의식하게된다. 99) 오프닝크레디트에씌어있듯이 자막이있는원본 (OmU) 100) 인영화 < 뱀장어 > 에서텍스트는 자막 (Untertitel) 일뿐이고, 메시지를담고있는원본 (Original) 은이미지이기때문이다. 101) VI. 가상현실과시뮬레이션 : 기계의서사시 우르스슈라이버 (Urs Schreiber) 의 기계의서사시 (Epos der Maschine) ( 1 9 9 8, http://kunst.im.in ternett.de/epos-de r-maschine/) 는 1998 년에이미여러공모전과네티즌들에게주목을받으며이분야의고전반열에진입했으며, 2000 년에는마침내독일과프랑스가공동으로설립한고급문화프로그램방송사인아르테 (ARTE) 의공모전에서 미디어기술의창조적인이용에대한특별상 을수상한수작이다. 욀리히의뱀장어구입동반 과마찬가지로역시자바로만들어진이작품의장점은이제까지우리가살펴보았던이미지 / 텍스트를통한미적의미화문제를탁월하게형상화하면서도, 지금까지의예들에서는언급되기어려웠던새로운미적차원에서역시높은구현력을지니고있다는데있다. 여기에서는드디어미적범주로서의체험 (Erlebnis) 이직접현실의차원에서이루어지며, 그기반에는시뮬레이션을통한가상현실효과의생산이있다. 이제까지분석한하이퍼미디어디지털아트들이작품과
2. 실제분석 : 하이퍼미디어디지털예술과이미지연구의역할 49 수용자사이의거리를유지하고있었다면, 컴퓨터게임을연상시킬정도로수용자를집중시키는이 기계의서사시 는맥루언 (Marshal McLuhan) 이말하는컴퓨터모니터특유의접촉성을제대로살리고있다. 마우스를통해모니터와그배후의세계에네트워킹된수용자는모니터표면에뿌려지는빛의분산을마치그것이자신의현실인양인지하고반응한다. 이에더나아가작가는 망원경문장 (Teleskopsätze) 이라는독특한형태의시각화프로그램을개발하는데, 이것은망원경으로보듯시뮬레이션해서관객의시선을모니터의일부에가두고이원형 ( 圓形 ) 의 가시화 된영역외부는환경화함으로써, 그리고수용자가직접마우스를통해망원경의시선을조절하게함으로써이러한가상현실성을더욱강화하고있다. 다중매체성의측면에서도이제까지이분야에서도비교적등한시되던음향을비롯해시각이미지, 문자텍스트등이모두동원되어서수용자의감각을여러채널을통해자극하고, 이를통해가상의현실성을더욱제고한다. 특히 다이위드디그니티 (Die with Dignity) 밴드의음향은가상현실성을만들어내는중요한요소로작용한다. 작품의구상역시기발하면서도간단하다. 한기계조종사가자신의검고계란형의비밀스런기계내부에앉아우주를떠돌고, 반면에독자는전지적작가시점을유지하며기계의이곳저곳을살펴보다가 레이더 (Radar) 를발견하게되고, 이것을통해서 기계 가이미체류했던곳이나앞으로가게될곳들을탐색한다. 독자는독일의네트인프라환경을생각할때무척이나큰용량인 1메가바이트의음향파일을전송받은후 ( 선택 ), 시뮬레이션된 어둠 을헤치며불안한정보의사냥에나선다. 음향을통해현장감이제고되고외부환경이차폐된데다가시영역이제한된까닭에독자의시선 / 망원경은어둠속에갇혀불안하게사방을둘러보는사람의것처럼조급하게전체화면을훑는다. 더구나고전적인하이퍼미디어에서는링크나정보들이쉽게발견되거나심지어는표식이되어있는반면에, 기계의서사시 에서는이것들이상당수숨겨져있어서탐색과정은더욱집중을요하며실감나게진
영상문화시대에따른인문학적대응전략으로서의이미지연구 50 행된다. 작가인슈라이버자신은이것을편지소설 (Briefroman) 과탐정놀이가결합된형태라고표현하고있는데, 독자에게결정적인단서의역할을하는텍스트들역시이러한시각원리에의해나타난다. 102) 글자는어디선가갑자기튀어나오고, 움직이고, 변형하고, 모습을감춘다. 슈라이버는이러한효과를만들기위해직접 내레이터 (narrator) 라는프로그램을개발해낸다. 103) 그러나텍스트가섬세한움직임의가능성을지니게되는것은단순히효과이상의의미를갖는다. 기계의서사시 에서이미지들의역할은고정되어있는것에불과하고, 텍스트, 보다정확히말하면알파벳활자들이조형성과운동성을지니고변화를만들어내는시각적전달매체가됨으로써이른바 텍스트의이미지화 가본격적으로이루어진다. 지마노프스키는이것을구체시의맥락에서파악하는데, 이것은사태의본질을적확히꿰뚫는표현이다. 우리가이미분석했던슈투트가르트그룹의하이퍼미디어들이구체시의구상을동적인이미지로옮기는데에성공했다면, 기계의서사시 는이를예술적완성도를지닌작품으로서실현해낸다. 예를들어첫번째단계에서수용자는의문문이의문부호를그려나가는모습을목격하게된다. 어떤계획을그거대한종양같은인간이그것들안에작용시켰는가? 그가자기자신을장치의혼란스런도체회로들속에억지로밀어넣었다는말인가. 영원하고완벽한, 부동의진리를통한무한한자유, 무한한삶의충동을위해? 라는문장의단어가하나씩문장내의순서대로나타나며점차의문부호를이루고, 마지막 점 을찍는단어는 진리 Wahrheit 이다. 수용자가반짝이며유혹하는이단어를클릭하면이제나머지단어들은서서히 진리 뒤에숨는다. 그리고수용자가또다른정보를찾아내려고커서를움직이면, 진리 가커서를뒤쫓으며, 나머지단어들도길게늘어서며이를뒤따른다. 풀리지않은의문의배후에있는진리를찾을것을종용하는것이다. 이것은텍스트자체에는씌어있지도않은의미가
2. 실제분석 : 하이퍼미디어디지털예술과이미지연구의역할 51 텍스트의시각화를통해가능해지는것으로서, 텍스트로서의텍스트와이미지로서의텍스트가서로연계적인관계를맺는놀라운결과다. 3. 새로운미적현상과이론의부재 기계의서사시 는기존의텍스트와이미지의결합이아닌텍스트로서의텍스트와이미지로서의텍스트가절묘하게결합하는움직이는텍스트로구성되어있다. 이렇게전위적인작품이아니더라도이제하이퍼미디어디지털예술의이미지들은이른바 동영상 의시대에접어들었다. 그러나조형예술이나연극분야, 심지어는영화학에서도움직이는이미지를분석할수있는방법론적토대는여전히마련되지못하고있다. 들뢰즈가 ꡔ영화. 운동 - 이미지ꡕ와 ꡔ영화. 시간- 이미지ꡕ 를통해움직이는이미지에대한철학적분류를시도한바있으며, 현재이것을구체적인분석의틀로서적용할수있게만들기위한노력이인문학계의큰조류로서성장하고있기는하지만, 이것이어느정도학문적방법론으로서자리를잡기위해서는앞으로도많은세부연구가필요한실정이다. 또한점점더다중매체화하는하이퍼미디어디지털아트들은이미그창작과정에서도예술작품으로서의수준향상을위하여개인이아닌공동작업의양상을띠는방향으로진행되고있다. 슈투트가르트그룹의작품들이대부분예술가개인의작업의산물이고 뱀장어 가두사람의공동작업이었다면, 본격적인디지털아트의탄생을알리는 기계의서사시 는텍스트와프로그래밍 ( 슈라이버 ), 그래픽과그림 ( 카이옐리넥, 체자레보스코 ), 사진 ( 클라우디아쾨니히 ), 음악및음향 ( 다이위드디그니티 밴드 ) 등의공동작업이필수적이었다. 이에상응하여, 이분야에대한학문적인연구에서도학제간의협동연구는필연적일수밖에없어졌음에도불구하고, 제도적인경직성등으로인하여이러한시도들은거의이루어지지못하고있는실정이다. 본연구결과가궁극적으로도달한정책제안인이미지연구를중심으로한기존학제의재구성은이러한구체적인인식에기반하고있다.
영상문화시대에따른인문학적대응전략으로서의이미지연구 52
3. 이미지연구의인문학적대응전략 ( 정책제안 ) 53 3. 이미지연구의인문학적대응전략 ( 정책제안 ) 새로운학문으로서의이미지연구는서구에서도첨단인문과학영역에해당하는분야이다. 본연구를추진함에있어서주안점으로두었던사항들은다음과같다. 1. 각매체간의코드전환과정에적절한방법제시 : 본연구는이중에서도구체적으로문자텍스트의기술적이미지로의코드전환 ( 디지털아트의경우 ) 의실례분석을수행함으로써하나의코드변환모델을제시하였다. 이분야의이미지구성원리들은문화홍보사업분야의웹사이트구축작업자들등에게는즉각응용될수있는내용이다. 2. 인문학의인식코드전환 : 본연구는영상매체취급의이론적토대를마련함으로써기존의인문학이지니는가장큰한계로꼽히는실용성결여를극복할수있을뿐만아니라인문학자체의확장및다변화에도기여하고자노력하였다. 3. 이미지미학에대한학제간연구의필연성인식 : 기존의인문학적연구방법이개인의한계를뛰어넘지못하였다면, 본연구는학제간연구가더이상연구자의선택사항이아니라문제해결을위해필수적인연구방식임을명백하게드러낸다. 또한기존의학제간연구가각분야의연구자들의협동연구개념에국한되었다면, 본연구에서는연구자개개인이이미학제안에머물러있는것자체가더이상불가능함을보여주었다고생각한다. 이와관련하여우리의상황에서인문학육성을위해실행되어야할정책으로는다음과같은세가지분야들이부각되었으며, 다음에서는이를분야별로상론한다. I. 이미지연구를중심으로한미디어학전공설립 문화의전달수단이활자에서이미지로이전된추세임에도불구하고, 이에대한교육은여전히기존의커리큘럼에서벗어나지못하고있다. 각전공분야가모두이미지연구로관심을확장하고있으면서도, 막상연구및교
영상문화시대에따른인문학적대응전략으로서의이미지연구 54 육의중심이결여되어있는셈이다. 독일에서는이미이러한문제의식을바탕으로여러대학에서학제의변화가있었다. 본정책제안에서는마인츠대학 (Universität Mainz) 의경우처럼완전히독립적인연구소로서미디어학을독립시킨극단적인경우보다는우리에게더현실적인대안이라고판단되는함부르크대학의모델을선택하여상론한다. 함부르크대학에서는어문학부안에문예학자들을주축으로 미디어문화학 분과를만들고협동과정을설립한다. 이렇게어문학부안에미디어학이생겨나게된데에는적어도세가지원인이있다. 104) 첫번째로는문학행위자체의변화를꼽을수있다. 2차대전이후많은작가들이라디오, TV, 영화등의매체를위해점점더많은글을썼고, 그래서전통적인문학의의미는감소되었다. 문예학은이러한변화에상응하여반응해야만했고, 이러한변화의대표적인예가발터횔러러 (Walter Höllerer) 이다. 전후문학을주도했던 47그룹의일원인그는베를린공과대학 (Technische Universität Berlin) 에 기술시대의언어 라는연구소를설립하고동시에정부의문화지원사업이었던 문학콜로키엄 을주도하면서수많은작가들에게강연회, 독회, 대담의기회를마련해주었다. 이미 1961 년에 47그룹은방송극에대해이야기했고, 1년후그들은영화에대해토론했다. 독문학자들역시이에발맞춰미디어에시선을돌렸다. 베를린공대에서방송극, 영화, TV방송등이연구되었고이론적토대가모색되었으며미디어분석연구에있어크게도움이되는자료들이모아졌고, 통속문학, 신문소설, 만화에도몰두했다. 이러한발전과정이 기술시대의언어 라는잡지에발표되었다. 영화아카데미등이태동한것도이러한배경아래서이다. 두번째원인은독일의특수한상황과연관되어있다. 동 서독의통일과정에서도다시한번드러났지만, 이데올로기학과로서의인문학, 특히독문학이나치시대에범했던오류들은이제까지의문예학적방법론, 연구대상의설정등에대한문제제기를유발했고, 제한되어왔던대상영역 ( 통속문학, 다큐멘터리문학 ) 을고려하도록만들었다. 때문에문학적-허구적생산물을제작하는매스미디어가시선을끌게되는것에도이러한맥락이작용했다. 교육의차원에서도, 점점더학생들의일상을규정해나가는매스미디어가
3. 이미지연구의인문학적대응전략 ( 정책제안 ) 55 수업대상으로고려되었다. 따라서이분야에서도교사자격시험이필요해졌고, 이를위해독문과에서이를대상영역으로삼게되었다. 세번째원인은학제내부의업무분화, 특히미디어연구의세분화에서발견된다. 신문방송학은점차사화과학적인노선과미디어정책분야로방향을틀었고, 저널리즘에집중되었다. 반면에문예학자를비롯해연극영화학자, 음악학자, 미술학자들이미디어에관심을갖기시작했다. 학문적인연구의새로운방법이실험되고학제간의공동작업으로확장되었다. 이것은문예학적인미디어학이그동안다른학문에근접해가고또공동작업에노력했다는사실과관련되어있다. 문학 ( 인쇄된텍스트 ) 의시청각매체로의전환이라는최초의문제제기가확대되어오늘날에는총체적인미디어미학, 미디어의수용문제나생산문제와같은미디어의프로그램과생산물의구조에문제가제기된다. 또한심층적으로미디어사와미디어이론이토론된다. 이러한배경아래에서함부르크대학은미디어학을독립시키기보다는어문학부안의한학과로서설립한다. 새로운학문을분리해내는것도중요하지만, 학제내부적인차별화가학문의연속성면에서나미디어학자체의특성면에서나올바르다고판단한것이다. 이것은기존의연극학과가점차연극영화학과, 연극- 영화-TV 학과로발전해나가는과정을생각해보면이해할수있다. 매스미디어는사회적으로제도화된복잡한현상들을묘사하고, 인간들사이의의사소통을변화시키고지식을생산하는다른영역에수많은간접적인영향을불러일으키기때문에, 매스미디어는이미거의모든인문학의테마가되어있는상태인데, 이를따로분리해낸다는것에는여러모로무리가있을수있다는판단을한것이다. 함부르크대학의어문학부에미디어문화학이자리잡은모습은우리에게도시사하는바가크다. 대학의전공영역개편으로인해 70 년대에야비로서최초의미디어학강의가문예학세미나에서개최된이래로, 1973/74 에는영화, 만화, 문학속의서부극등의강의가개설된데에이어, 1975-76 에는영화분석과영화이론이다루어졌으며, 1976/77 에는매체전환에관한주제, 1978-79 에는광고분야가강의목록에추가되고, 80년대초에서 90 년대초에이르면시각매체의투입, 영화실습, 영화사등에이르기까지강의의영역이확장된다. 1997 년여름학기 독일어와독일문학 전공에는
영상문화시대에따른인문학적대응전략으로서의이미지연구 56 133 개의수강과목이제시되었는데, 이중에 현대독문학 만 74개강의가개설되었으며, 영화, TV, 라디오인터넷과같은미디어관련강의가 17 개나되었다. 미디어학의입지가점차넓어지고있는것이다. 중요한것은함부르크대학의경우에는이과정에서학제간의마찰이나제도적인단절을최소화하는데성공했다는점이다. 이것이전제되어야, 올바른정착작업이수행될수있기때문이다. 이러한맥락에서무엇보다도다른어문학과와의협력작업이시도되었는데, 그대표적인예로는독 영 불 서어문학과들이공동으로 매체문화 협동과정을설립하여운영하는것을들수있다. 이러한과정을통해자리잡은 함부르크모델 의미디어학은다음과같은세가지특징을지니고있다. 1. 미디어문화학은어문학부의분과영역으로서부분적으로만독립성을지닌다. 미디어문화학은학과과정의일부로서기능하며, 특히학과의조직면에서지나친독립성주장으로인한충돌을피하기위하여상위조직인독어독문학과, 더나아가인문학부의기본방침을따른다. 2. 다른어문학과의미디어학분야와횡적으로연계한다. 3. 독문학, 영문학, 미국문학, 불문및서문학과와공동으로 미디어문화 부전공을운영한다. 이와같은특징에사범대학의미디어학영역 ( 매체교육학, 국어교육학 ), 언론학및기타관련연구소들과의협력이덧붙여진다. 이러한특징들을아우르는기본원칙은대학내의미디어학이미디어문화학으로서자리잡아야한다는것, 즉미디어문화의묘사, 분석, 해석과이론적인탐색을기본으로한다는점을분명히하는것이다. 고도로전문화된실제미디어제작의분업체제를미디어학이통합하는것은바람직하지도않고가능하지도않다고판단하는것이다. 이렇듯이론에대한강조를통해서미디어학은영화아카데미나독립된미디어학과들 ( 칼스루에, 쾰른 ) 과구분된다. 제작실습이강좌로서개설되기는하지만, 이는이론학습의보조수단의성격으로만족해야한다. 함부르크모델의미디어학을통해서우리는큰학제속에미디어학을두는것을부정적으로볼필요가없고, 오히려기존의학제에안주하려는경
3. 이미지연구의인문학적대응전략 ( 정책제안 ) 57 향속에서제도적으로독립하기위한가능한대안이될수있음을알수있다. 물론완전한독립화가기본교과과정의마련과같은측면에서는유리하겠지만, 실제적인측면에서도함부르크모델이주는장점들이더많다고판단된다. 1. 국내대학들이끊임없이겪고있는경제적인문제를감안할때학문적인자원 ( 강의인력, 강의실, 기자재및강의자료 ) 의이용에대한효율성을무시할수없으며, 2. 강의자들에게는기존학문과새로운분야의연계작업이어차피요구될뿐만아니라, 이를통해서기존의노하우들의전수가가능하며, 3. 학생들의사회진출면에서도기존학문분야에대한능력과미디어사용능력이모두요구되는것이실정이다. 4. 또한미디어분야는앞으로도많은발전가능성을지니고있는분야인동시에발전의방향을점치기어려운분야이기도하다. 이러한현실에서교육과관련된학제편성이고정되는것은유연한대처를어렵게할뿐만아니라이분야의발전방식에도부합하지않는다 ( 이러한판단은정책제안의두번째사안과도연결된다.) 이미국내의여러대학에서도이분야를다루는협동과정들이운영되고있기는하지만, 대부분대학원전공과정으로제공되고있는실정이다. 서울대학교의비교문학협동과정이나연세대학교의문화학협동과정이그좋은예이다. 그러나기존의학제와동떨어져고립된형태의대학원교육으로는필수적인강의의양과질을제공하기도어려운데다, 학습기간등의측면에서도실효를거두기가쉽지않으며, 특히이후수료자들의학문적발전과정도불안정해짐으로인해, 이분야에대한학생들의많은관심에도불구하고실제적으로는제대로운영되기어려울정도로지원자의수가적다. 그러므로함부르크모델에서와같이학부의부전공으로서자리를잡을수있어야위에서언급된문제점들을해소하는제대로된교육이가능할것이다. II. 미디어문화연구소설립 인문학의발전은예술, 사회, 철학분야모두구체적인문화현상과관련을맺을때에더욱생산적인결과를얻을수있다. 그러므로문화생성과연구분야의연결고리를만드는일은양자에게서로상승효과를얻어낼수있도록만들어준다. 이러한작업을위해서는서로밀접하게연결되어있는세
영상문화시대에따른인문학적대응전략으로서의이미지연구 58 가지사항들, 즉미디어문화연구소설립, 영상예술저장소마련, 영상예술자료의데이터베이스구축이이루어져야한다. 1. 미디어문화연구소설립 독립된미디어문화학과설립은위에서도상론했듯이교육과연계된분야에서는현실적으로무리가있다고판단된다. 그러나이것은독립된연구자체가필요하지않다는주장은결코아니다. 오히려이분야의연구를위한전문인력의집적및양성은반드시필요하다. 그해결방안은대학내에미디어문화전문연구소를설립하는일이다. 이미연세대학교의경우에이모델과유사한방식의 미디어아트연구소 를운영하고있기는하지만, 여기에서는기존매체범주에연구의폭이고정된측면이없지않다. 이미외국의경우에서관찰되듯이, 첨단미디어문화는이론과실천이함께모여있는공간일때, 비로소생산적이고올바르게작동한다. 또한이론의경우에있어서도문학, 미술학, 음악학, 미학분야의전공자들과기술분야의전공자들이자연스럽게학제간연구를할수밖에없는분야이니만큼, 연구인원의할당함에있어서도고른분포를이루어야할것이다. 특히이것은최근에세계적으로관심이집중되고있는이미지연구와직접적으로연관되어있으므로, 인문학적저변을육성하는데에도큰도움이될것이다. 이와같은구상은선진국에서이미발빠르게실현되고있다. 프랑스의경우가대표적인예인데, 프랑스에서는이미지분야의강대국답게이미 1974 년에국립시청각매체연구소 (I'INA, Institut nationale de l'audiovisuel) 가설립되었다. 우리에게이분야의연구소가생긴다면직접적인모델로삼아야할본보기일것이다. 산업및상업적역할까지도맡고있는이곳의주요임무는다음과같다. 105) 1. 국가의시청각유산의보존 - 시청각프로그램의수집 - 수집품의보존및복구 - 최신의효율적인자료제공 - 인터넷환경에서영상및음향자료활용가능성향상
3. 이미지연구의인문학적대응전략 ( 정책제안 ) 59 2. 시청각유산의활용제고및간편화 - 수집품의상업적인활용안개발 - 학문, 교육, 문화적목적의자료실이용가격안정 3. 연구, 제작, 실습을통해시청각매체의발전의흐름에뒤떨어지지않기 - 연구자와실험제작자의공동작업진흥 - 연구및창작분야의창조성제고 - 디지털기술활용을위한전문적인훈련안내 2. 미디어아트자료실및포털사이트구축 프랑스국립시청각매체연구소의임무중에서우리에게무엇보다도시급한문제들은디지털아트분야에서결코뒤떨어지지않는우리의능력을조직해내고홍보하는일이다. 그리고이를위해서는미디어아트작품들을수집하고, 우선물리적인환경이필요하지않은하이퍼미디어디지털아트들이라도인터넷상에전시하는일이다. 그핵심적인방안이하이퍼미디어디지털아트의포털 (Portal) 사이트를마련하는일이다. 현재첨단영상문화의발전이가장집중적으로이루어지는분야가디지털기술과관련된분야이며, 이것이구현되는것이무엇보다도하이퍼미디어분야이므로, 이에관련된포털사이트및연구소를설립하는일은무엇보다도시급한일이아닐수없다독일어권의경우만보아도그러한포털및전문사이트가십여개에이른다. 106) 그러나유감스럽게도국내에는하이퍼미디어디지털아트의중심이전혀구축되어있지않은상태이다. 이것은단순히작품들이모일공간이결여되어있다는것만을뜻하는것이아니라작품들의보급및수용자체에이미문제가있음을의미한다. 예를들어한국작가인장영혜의작품들은오히려독일의디지털예술포털사이트에소개되어있고, 국내에는거의알려져있지못한실정이다. 대부분작가들이개인홈페이지를운영하고있기는하지만, 검색을통해그곳들을찾아내기란거의불가능하다. < 장영혜중공업 >(http://www.yhchang.com) 의경우도아쉽게도이러한경우에해당한다. 그러나이러한포털사이트를관주도로만든다면, 이미 언어의
영상문화시대에따른인문학적대응전략으로서의이미지연구 60 새벽 이밟았던전철을답습하는결과를나을가능성이다분하다. 더구나포털의구축은이러한일회성행사의개념이아니라지속적인관리를필요로한다. 따라서이작업은개인에게위임하기보다는디지털아트를연구하는, 보다포괄적으로는이미지연구에집중하는집단 / 학회나연구소를구성하여장기적인지원을통해온 / 오프라인모두에서중심지역할을할수있게해주어야한다. 프랑스정부가선택한방향도결국이것이다. 이작업을서둘러야하는또하나의이유는이미외국의경험에서알수있듯이초기디지털예술들이흔적도없이소실되고말았다는데있다. 흔히디지털화를정보보존의가장강력한방식이라고생각하지만, 이것은그것을보존하고자할때의이야기이다. 작가가자신의작품을서버에서삭제하거나, 심지어함부르크대학에서실제로발생했듯이서버교체과정에서이상이생기면, 기존의작품은더이상존재하지않는다. 디지털정보가도서형태보다보관뿐만아니라제거또한간단하다는점은분명히염두에두어야한다. 중요한디지털예술들은정부차원에서라도수집해야한다. 외국의디지털아트포털들의단점은그것들이대부분 동인 의성격을띠고있어서, 막상포털의구성은여전히개인홈페이지수준을크게넘지못하는경우가많다는데있다. 디지털아트포털이제대로기능하기위해서는사이버공간에서마치일종의갤러리나박물관같은역할을하는것이최적의방법일것이다. 이구상에참고해볼만한프로젝트가바로올리비아아들러 (Olivia Adler) 가만든 < 카페니르바나 (Cafe Nirvana)> (http://www.cafe-nirvana.co m) 가아닌가생각된다. 개인이개발하고있는사이트라서, 오래공을들이긴했어도콘텐츠가부족하기는하지만, 이사이트는 MUD 적특성을지니고있으며, 구상면에서상당히탁월함을보여주고있다. 특히 객실 을보유하여독립성을지니면서도연결된공간을확보하는것은, 그들을연결, 배치하기에가장적합한방식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