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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이 아니며, 담화 상황에서 관용적으로 쓰이고, 종결형식 이외에는 굳 어진 표현이라는 점으로 본다. 그리고 이 기준에 부합하는 산 관련 관용 표현을 추출 및 분석하여 관용 표현에서 산의 의미는 중심 의미를 기준 으로 물리적 공간과 크기에 관련된 의미들이 중심 의미와 1차적 관계를 맺고, 상징이나 인지적 도식에 의한 의미들이 2차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 음을 밝힌다. 주제어 : 관용 표현, 산, 의미 구성, 인지적 도식, 은유, 환유 Ⅰ. 서론 이 논문의 목적은 산 관련 관용 표현에 반영된 산 의 의미와 인지적 도식을 찾고, 관용 표현 의미와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데 있다. Gibbs는 관용 표현은 단순히 말을 꾸미기 위해 의도한 언어적 장식이 아니라, 사회적 상호작용을 편하게 하고, 텍스트의 일관성을 향상시키며, 인간 사고의 근본 패턴을 반영하는 언어의 통합적 부분이다. 라고 하였다.1) 또, Gibbs에서는 관용 표현에 대한 연구는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사고하 는 방식의 중대한 측면을 밝혀줄 수 있다. 라고 하였다.2) 즉, 관용 표현 1) Gibbs, L, W., Idioms and formulaic language In Geeraerts & Cuyckens, The Oxford Handbook of Cognitive Linguistics. p.697, 717, 721, Oxford University Press, 2007. 2) Gibbs, L. W., 나익주 역, 마음의 시학: 비유적 사고 언어 이해, 한국문화사, 2003, 367쪽. 144 용봉인문논총
에 대한 사회적인, 문화적인, 역사적인, 심리적인 접근 등을 통해 우리의 사고방식과 인지 체계를 찾 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속담이 언어단 위들로 구성된 만큼, 구체적인 속담에 대한 언어학적 분석은 속담을 제 대로 파악하기 위한 일차적으로 필수불가피한 작업이라면 3) 관용 표현 의 범위 안에 속담이 포함되어 있으며, 관용 표현 역시 언어단위들로 구 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동일한 관점이 적용될 수 있다. 즉, 관용 표현에 반영된 한국인의 인식과 정서를 찾기 위한 일차적 작업은 언어적 분석 일 것이다.4) 본고에서는 우리 자연의 주요한 지형인 산 이 포함된 산 관련 관용 표현의 의미 구성을 분석하고자 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산은 ① 평 지보다 높이 솟아 있는 땅의 부분 ② 산소 5)로 제시되어 있다. ①의 의 미를 중심 의미, ②의 의미를 주변 의미라고 할 수 있는데, 시체나 유골 을 묻는 산소가 산에 있다는 공간적 인접성에 의해 산소라는 주변 의미 를 가지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영어권에서는 묘소를 산에 두지 않기 때문에 mountain 에 grave 의 의미가 담겨 있지 않은 점과 대비하면, 산이 묘소의 의미를 가지는 것은 우리 문화의 특징이 언어의 의미 확장 에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6) 그런데 산이 포함된 관용 표현에서는 산의 의미가 묘소뿐만 아니라 더 다양한 의미로 쓰이며 다양한 인지적 양상을 나타내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산 관련 관용 표현의 통사 구조를 구성하고 있는 어휘인 산은 3) 황경자 외, 속담의 의미와 기능, 태학사, 2002, 53쪽. 4) 관용어 라는 표현은 하나의 단어 차원이라는 연상을 주기 쉽고, 영어의 Idiom 에 이끌려 숙어 만 을 지칭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용구 는 전통적으로 사용해 온 용어 구(句) 에 이끌려 속담과 같 은 문장 단위의 관용 표현을 포괄할 수 없다는 면에서 구 형식과 문장 형식을 모두 포함할 수 있다(주경미, 2008: 20). 이에 따라 본고에서는 관용 표현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5) 고려대 대사전에서는 ① 둘레의 땅보다 훨씬 높이 우뚝하게 솟아 있는 땅덩이. ② 시체나 유골 따위를 묻은 곳. 으로 제시되어 있다. 6) 중국어와 일본어의 山 의 뜻에는 산소라는 준말이 포함되어 있다. 관용 표현에 나타난 산 의 개념화 연구 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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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관용 표현의 개념 산 관련 관용 표현의 의미 분석에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산 관련 관 용 표현의 목록을 선정하는 것이다. 산 관련 관용 표현을 목록화하는 데 에는 크게 두 가지 방안이 있다. 하나는 관용 표현에 산 또는 X산/산X 어휘가 들어간 모든 표현을 산 관련 관용 표현으로 간주하는 방안과 산 이 부차적으로 쓰일 뿐 산의 중심 의미나 주변 의미가 관용 표현의 의미 에 반영되지 않아 다른 자연물로 바꾸거나 생략하여도 전체 관용 표현의 의미에 지장이 없으면 제외하는 방안이다.9) 다시 말해, 관용 표현에 어휘 적으로 산 이 포함되어 있으면 산 관련 관용 표현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본고에서는 관용 표현의 개념과 속성 을 한정하고, 그 기준에 따라 산 관련 관용 표현을 목록화하고자 한다. 먼저, 관용 표현에 대한 주요 정의를 살피면 다음과 같다. 2. (ㄱ) 관용어는 2개 이상의 단어로 결합되어 구나 문장을 이루는 어휘군으로서 개개단어의 의미 결합이 아닌 제3의 의미로 고정되어 화석화된 것을 말한다.10) (ㄴ) 둘 이상의 단어 결합인 일정한 구의 형태가 통사적으로 굳 어진 채 사용되고, 의미상 그 결합 요소들 각개 의미의 단순 한 합이 아닌 제3의 의미를 지니게 된 특수 표현들 이라고 규정할 수 있겠다.11) 9) 문금현(1999: 28-29)에서는 관용 표현은 글자 그대로의 의미로 이해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상용구 절, 격언, 금기담, 비유 표현, 간접화행 표현, 인사말, 상투적 표현, 비논리적 표현 등은 광의의 관 용 표현에 포함은 되지만 순수 관용 표현과 같은 협의의 관용 표현에서는 제외하였다. 10) 박영순, 관용어에 대하여, 선암 이을환 교수 화갑기념논문집, 한국국어교육연구회, 1985, 119쪽. 11) 이상억, 관용표현과 합성어의 분석 및 어휘부 내외에서의 처리, 어학연구 29-3, 서울대학교 어학연구소, 1993, 327쪽. 관용 표현에 나타난 산 의 개념화 연구 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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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ㄱ)은 관용 표현의 구성에 관한 것으로, 조사도 단어이므로 기존 연 구에서 관용 표현의 구성적 특징으로 제시했던 두 개 이상의 단어 는 문 제의 소지가 있다. 또한, 구성 요소나 어소라는 개념도 모호하다는 측면에 서 본고에서는 관용 표현의 구성적 특징을 두 개 이상의 실질 단어가 결 합한 것 으로 제시한다. (5ㄴ)은 관용 표현의 의미에 관한 것으로 합성성 의 원리에 따르면 한 문장의 의미는 그 문장을 구성하는 단어의 의미의 합과 문장 구조의 지배를 받겠지만, 관용 표현은 그렇지 않다는 점을 나타 낸다. 기존 연구에 사용한 제3의 의미 에서 제삼 의 사전적 정의가 논 의하거나 고려하지 않은 전혀 다른 것 인데, 일부 관용 표현은 관용 표현 을 구성하는 단어의 개념적 의미와 연관성을 찾을 수 있으므로, 전혀 다른 것이라는 제3의 의미 는 부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5ㄷ)은 관용 표현의 담화적 사용에 관한 것으로 (5ㄱ)과 (5ㄴ)을 충족하더라도 화자와 청자가 담화 상황에서 해당 표현만으로 소통이 되지 않고 추가적인 해석이나 추 론 과정이 필요하다면 이는 관용 표현으로 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5ㄹ)은 관용 표현은 구성 요소의 교체나 다른 요소의 삽입이 안 되는 표현이라는 뜻으로, 종결 형식은 달라질 수 있으나 실질적 단어뿐만 아니라 기능을 담 당하는 단어도 쉽게 바꿀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6. 관용 표현 미역국을 먹다 (ㄱ) 시험 합격 관련 담화에서: 미역국을 먹었어. (ㄴ) 시험 합격 관련 담화에서: 합격자 명단에 내 이름이 없더라. (ㄷ) 미역국을 (안) 먹었어/끓였어. 시험 합격 관련 담화에서 (6ㄴ)은 (6ㄱ)과 같이 시험에 불합격했다. 라는 의미를 나타낸다는 점에서 개념적 의미의 합으로만 볼 수는 없 관용 표현에 나타난 산 의 개념화 연구 151
다.15) 그러나 (6ㄴ)은 추론의 과정을 통해 시험에 불합격했다. 라는 의 미를 청자가 도출하여 그 함축을 찾는다는 점에서 관용 표현으로 보기 어렵다. (6ㄷ)은 우리가 시험에 합격했다. 라는 의미로 미역국을 안 먹 었다. 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을 시험에 합격시켰다. 라는 의미로 미역국을 끓였다. 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즉, 관용 표현은 다른 구성 요소의 삽입이나 교체를 허용하지 않는다. 또한, 관용 표현은 특정 맥락에서 관용적으로 쓰이기 때문에 다른 상황을 나타내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생일에 미역국을 먹기 때문에 오늘이 생 일이라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미역국을 먹다. 라는 표현을 쓸 수 있을 듯하다. 이는 결혼식 피로연에서 국수를 대접하기 때문에 국수 먹다. 가 결혼식을 올리다. 를 나타내는 것과 같다. 그러나 미역국을 먹다. 는 시험에 떨어지거나 직위에서 떨어져 나가거나 퇴짜를 맞을 때를 나타내 는 표현으로만 쓰인다. 다음으로, 관용 표현에 포함되는 구성의 범위에 대한 논의가 요구된 다. 예문 (3)에서 정리한 바와 같이, 선행 연구에서는 관용 표현이 가지 는 구조적 특징보다는 관용적 의미를 형성하는 의미적 특징에 주목하였 으며, 이에 따라 관용 표현의 범위에 다양한 구성을 포함하였다. 이희자 는 관용구 의 범위를 폭넓게 잡아 숙어, 의미적 연어, 통사적 연어, 형태 적 연어 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규정하였으며16), 박진호는 연어가 지니는 결합의 관습성은 통사론적 차원에서의 관습성이고, 숙어가 보이 는 의미의 관습성은 의미론적 차원에서의 관습성이고, 화용론적 관용 표 현이 보이는 사용의 관습성은 화용론적 차원에서의 관습성이고, 복합어 15)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관용구 미역국을 먹다 의 뜻으로 시험에서 떨어지다, 직위에서 떨려 나 가다, 퇴짜를 맞다 를 제시하고 있다. 16) 이희자, 앞의 논문, 414쪽. 152 용봉인문논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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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전통적인 견해에서는 관용 표현의 의미는 구성 요소의 의미가 아닌 제3의 굳어진 표현이라는 것이고, 다른 견해는 구성 요소의 의미가 은유적으로 또는 개념적 의미로서 반영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관용 표현의 의미를 구성 요소의 의미의 합 이 아닌 제3의 의미를 가진 것으로 보아 비합성성, 투명성, 중의성을 그 의미적 특징으로 논의한 것과 인지언어학의 개념화 관점에서 관용 표현 의 의미가 구성 요소의 의미와 일정한 상관관계를 맺는 것으로 바라본 것으로 나눌 수 있다. 문금현은 의미의 비합성성을 관용 표현의 가장 특징적인 의미 특성 으로 보았는데, 의미의 비합성성은 관용 의미가 구성 요소들이 지니는 축자적인 의미가 모여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각 구성 요소들의 축자 적 의미의 합과는 무관한 제3의 의미라는 것이다.20) 7. (ㄱ) 봄이 되니 따뜻한 바람이 불어 온다. (ㄴ) 요즘 경기가 안 좋은지 쇼핑몰에서 공동구매 바람이 분다. (ㄷ) 저 애가 무슨 바람이 불어서 도서관에 앉아 있지? 바람이 불다 가 (7ㄱ)에서는 구성 요소의 축자적 의미가 모여 바람 이 일어나서 어떤 방향으로 날아온다 라는 의미가 생성됨에 비해, (7ㄴ) 의 유행이 되다 나 (7ㄷ)의 무슨 일이 있어서 라는 의미는 구성 요소의 의미로부터 찾기 어렵다. 다시 말해, 관용 표현은 두 개 이상의 구성 요 소가 결합하지만, 그 구성의 의미가 합성성의 원리에 의해 생성되는 것 이 아니라 새로운 의미를 도출한다고 할 수 있다. 이 합성성의 원리를 크루스(Cruse, A.)에서는 복합적인 언어 표현의 해석을 지배하는 기본 20) 문금현, 앞의 책, 90 91쪽. 154 용봉인문논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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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ㄱ) 산이 높다. (ㄴ) 산을 벗기다. 예문 (10ㄱ)은 복합 표현으로 산이 높다 를 구성하는 산, 높다, 이 는 각각 건물, 탑, 낮다, 크다, 은, 만, 도 등으로 대치되어 다른 의미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적 구성소이며, 적절한 합성을 통해 산이 높다 의 전체적인 의미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합성성의 원리를 지 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10ㄴ)에서 산에 있는 나무라는 의미로 산을 대체하거나, 베다 라는 의미로 벗기다 를 대체하면 의미상 대조 를 재현할 수 있는 다른 문장 문맥을 찾을 수 없으며, 산 과 벗기다 가 적절한 합성을 거쳐 전체 의미인 산에 있는 나무를 다 베어 내다. 를 생산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합성성의 원리를 지키고 있지 않 다고 볼 수 있다. 크루스에서는 관용 표현은 구성 요소들이 진정한 의미 적 구성소가 아니라는 점에서 비합성적이라고 하였는데,23) 이는 관용 표현의 의미 구성에 대한 전통적인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24) 그런데, 송현주(2015: 76-77)에 따르면, 전통적 관점의 관용 표현 연 구는 관용 표현의 형식적, 구조적 특징을 밝히고 사전 편찬과 한국어 교 23) 의미의 비합성성 외에도, 박만규(2003: 309)에서는 관용 표현의 핵심적 개념들로 의미의 불투명 성, 의미분석 불가능성, 구성어휘의 다의성, 동음성 등의 개념을 제시하였다. 본고는 관용 표현 의 의미적 기준을 논의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므로, 이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문금현(1999), 박 만규(2003), 박진호(2003) 등을 참조하기 바란다. 24) 최지훈에서는 전통의미론 관점의 연구들에서 관용구의 의미는 구성성분들의 의미 결합이 아니 라 완전히 다른 제3의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며, 관용구를 구성하고 있는 구성요소 로부터 관용구 전체의 의미를 추출해낼 수 없다는 비합성성 을 중요한 특징으로 언급하고 있으 며 그 의미적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하였다.(최지훈, 국어 관용구의 은유 환유 연구, 이화여자대학교 박사학위 논문, 2007., 1 3쪽) 또한, 송현주(2015)에서는 관용 표현 의 의미를 관용 표현을 구성하는 구성 요소와 무관하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며, 주로 관용 표현 의 통사 의미적 특이성에 주목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에서 관용 표현의 연구 목표 는 관용 표현의 성격 설정, 관용 표현의 기준 마련, 관용 표현의 목록 확정, 관용 표현의 형태 통사 의미 화용론적 특성 규명, 문형 정보 및 변이형 연구 등이라 하였다. 156 용봉인문논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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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으로 포함되어 있더라도, 산의 의미가 관용 표현의 의미와의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면 본고에서는 논의 대상에서 제외한다. 13. (ㄱ) 산 속 토끼도 들구멍 날구멍을 판다. (ㄴ) 산짐승이 집 안에 들면 불길하다. (ㄷ) 산짐승이 집 안에 들어온 것은 잡지 않는다. (13ㄱ)은 미물이라도 제 살 방도는 스스로 마련한다. 라는 뜻이고, (13ㄴ)은 산짐승이 쫓겨 들어오는 것은 불길하다. 라는 뜻이고, (13ㄷ)은 산짐승일지라도 집에 들어온 것은 손님처럼 잘 대접해 보내야 한다. 라 는 뜻이다. 각 관용 표현에서 산은 관용 표현의 의미에 기여하고 있지 않으며, 산을 인지적 대상으로서 바라보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본고의 목적은 산 에 대한 인식과 인지 양상을 탐색하는 데 있다는 점에서 예 문 (13)과 같은 관용 표현은 산 관련 관용 표현의 목록에서 제외한다. Ⅳ. 산 관련 관용 표현의 의미 구성 이 장에서는 앞에서 논의한 관용 표현의 속성과 관용 표현의 의미 분석 방법에 대한 논의를 기반으로 삼아, 산 관련 관용 표현의 의미 구 성 양상에 대해 논의한다. 논의의 진행은 산의 중심 의미나 상징적 의미 가 관용 표현에 반영된 경우와 산에 관한 인지적 은유/환유 도식이 나타 나는 경우로 나누어 살피겠다. 160 용봉인문논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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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하는 것도 관용 표현의 의미 구성 양상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며, 특히 산이 중심 의미로 쓰이면서도 동시에 드러내는 상징을 찾아내는 것은 우리가 산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 의가 있다. 산이 중심 의미로 쓰일 때는 산과 관련한 자연물이 같이 등장하는데, 지형, 기후 등을 나타내는 것과 산에 사는 동물이 나온다. 먼저, 산 관련 관용 표현에서 산이 자연을 대표할 때는 물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15. (ㄱ) 산 간 데 물 가고, 물 간 데 산 가는 법 (ㄴ) 산에 가면 산길이 있고, 물에 가면 물길이 있다. (ㄷ) 산에는 동삼, 바다에는 해삼 (ㄹ) 산에 가야 꿩을 잡고, 바다에 가야 고기를 잡는다. (15ㄱ)은 서로 잘 어우러진다는 것을 비유하는 것으로 다양한 자연물 중에 산과 물을 한 쌍으로 구성하였으며, (15ㄴ ㄹ)에서도 대구 형식을 이용하여 선행절에서는 산을, 후행절에서는 물에 관해 표현하고 있다. 이는 우리에게 산과 물이 자연을 대표할 만큼 매우 친숙한 것임을 나타 낸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산은 물과 함께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 자연 중 두드러진 지표(index)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16. (ㄱ) 산 설고 물 설다. (ㄴ) 방앗공이는 제 산 밑에서 팔아먹으랬다. (ㄷ) 산 밖에 난 범이요 물 밖에 난 고기라. (16ㄱ)은 타향이라서 모든 곳이 낯설다는 뜻으로, 일반적으로 산과 162 용봉인문논총
물은 매우 익숙한 곳이라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16ㄴ)에서 산은 무엇 이 산출되는 본바닥을 가리키는 것으로, 방앗공이에게는 삶의 터전이라 고도 할 수 있다. (16ㄷ)은 호랑이가 산에서 나와 옴짝달싹 못하게 되었 다는 뜻으로, 산은 동물의 서식지를 가리키는데 이때의 산도 호랑이가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다. 산이 평야, 벌, 황야 등 다른 자연으로 대치되 어 쓰이는 관용 표현을 찾기 어려운데, 이는 우리가 살아왔던 터전에는 항상 산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배산임수와 같이 앞 에는 강이 흐르고 뒤에는 산이 있는 곳에 정착하여 살았다. 그래서 산은 물과 함께 인간과 동물의 터전임과 동시에 가장 두드러진 지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산은 삶의 터전을 가리키지만 항상 살기 좋은 곳만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산 속에 들어가 생활하는 것을 나타낼 때는 산이 척박한 곳을 의미한다. 17. (ㄱ) 산 놈의 계집은 범도 안 물어 간다. (ㄴ) 산기슭에도 사람이 살고, 물기슭에도 사람이 산다. (ㄷ) 산골 부자는 해변가 개보다 못하다. (17ㄱ)은 외딴 산속에 사는 여자는 몹시 드세 만만치 않다는 뜻이고, (17ㄴ)은 아무리 좋지 않은 곳도 사람이 살 수 있다는 뜻이며, (17ㄷ)은 산골보다 해변가가 훨씬 먹을 것이 많다는 뜻으로 이때의 산은 모두 외 지거나 척박한 곳을 나타낸다. 또한, 산은 무엇인가를 하기에는 가장 동 떨어진 곳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18. (ㄱ) 산에서 물고기 잡기 관용 표현에 나타난 산 의 개념화 연구 163
(ㄴ) 산꼭대기에 앉아서 잉어 낚는다. (18ㄱ)과 (18ㄴ)은 도저히 가능하지 않은 일을 하려 한다는 뜻으로, 이때 산은 물고기를 잡기에는 가장 동떨어진 곳을 나타낸다. 이는 산과 물을 자연을 구성하는 큰 두 축으로 보았던 인식의 연장에서 물과 가장 대비되는 곳으로 산을 선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산 관련 관용 표현에 나오는 동물 중에는 호랑이와 관련한 것이 가장 많다. 19. (ㄱ) 산 중 호랑이 (ㄴ) 산이 깊어야 범도 있다. (ㄷ) 산에 가야 범을 잡지. (ㄹ) 범 무서워 산에 못 가랴 (ㅁ) 깊은 산 속에서 목마르다고 하면 호랑이를 본다. (ㅂ) 산으로 가는 꿩을 어미닭이 잡지 못한다. (ㅅ) 산에서 노는 까마귀도 석 달 열흘이 지나면 부모 공을 갚 는다.30) (19ㄱ ㅁ)의 관용 표현 외에도 산과 호랑이가 함께 쓰이는 관용 표 현이 많다. 동물과 산이 함께 쓰일 때 산은 동물의 터전으로서 서식지를 가리키거나 무엇인가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가야하는 곳을 가리킨다. 산 관련 관용 표현의 구성적 특징으로 산과 물이 함께 나타나면 항 30) (ㅅ)에서 산은 중심 의미로만 쓰일 뿐 누구나 부모의 은공을 잊어서는 안된다. 라는 관용 표현 의 의미에 기여하지 않는 경우이다. 이런 관용 표현은 본고의 논지에 따라 산 관련 관용 표현 으로 보기 어렵다. 164 용봉인문논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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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였다. 또한, 예문 (21ㄴ, ㄴ )에서는 (21ㄴ)의 구성만으로 현대화된 관 용 표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그러하다. 그러나 산 관련 관용 표현 에서 물이 중심인 절에 더 초점이 놓인다고 볼 수 없다. 예문 (20)과 같 이 선행절과 후행절의 구성을 바꾸어도 관용 표현이 빗대어 표현하는 의미가 크게 달라지지 않으며, 후행절만 분리하여 관용 표현을 인용하는 경우도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본고에서는 우리에게 심리적으로 더 가까운 것을 관용 표현에서 먼 저 배치한 것으로 즉, 합성적 구성의 어순에 반영된 도상성으로서 현저 성의 원리를 설명하고자 한다.32) 현저성의 원리란 두드러진 쪽을 그렇 지 않은 쪽보다 먼저 지각하는 성향이다. 22. (ㄱ) 감각: 장단, 고저, 원근, 강약, 다소 (ㄴ) 집단: 여야, 군신, 주종, 처첩 (ㄷ) 지명: 경부선, 경춘가도 (ㄹ) 성별: 부모, 자녀, 남녀, 신랑신부, 형제자매 23. 산하, 산천, 산택, 강산 예문 (22)와 같이, 복합 구성에서 적극적 요소를 선호하거나 힘이 있 는 쪽을 앞자리에 위치시키는 것을 볼 수 있다. 예문 (23)에서도 산과 물이 합성어를 구성할 때도 주로 산 이 선행하는 것을 볼 수 있으며, 자 연이나 영토를 나타내는 어휘에서 산 은 고정되어 있지만 물은 강(江), 하(河), 천(川), 택(澤) 과 같이 대치가 된다. 이는 우리에게 산이 물에 비해 자연으로서 더 두드러지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33) 따라서 자연 32) 임지룡, 인지의미론, 탑출판사, 1997, 386쪽. 33) 필자의 거주지인 광주광역시도 대부분 지역에서 무등산을 볼 수 있지만, 광주천이나 황룡강, 극 166 용봉인문논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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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과 같이, 예문 (25)에도 [장애물은 산이다]와 같은 사물 은유가 반영되 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큰 바위나 절벽 등 쉽게 치우지 못하거 나 오를 수 없는 것으로 관용 표현을 구성한 것이 아니라, 산 이 쓰인 것은 과정 영상도식이 전제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Pena는 [과정은 경 로를 따르는 이동이다]라는 은유적 사상에 따라 과정 영상도식이 발생한 다고 하였다.36) 26. 과정 영상도식 [과정은 경로를 따르는 이동이다.] 근원영역 출발점 경로상의 지점 끝점 목표영역 행동의 시작 수행할 행동 목표 달성 과정 영상도식의 주요한 구조적 요소는 출발점, 행선지나 끝점, 어떤 방향성이다.37) 이러한 과정 영상도식으로 관용 표현을 분석한다면, (25 ㄱ)은 산을 넘어 가는 과정을 근원 영역 도식으로 하여 목표 영역인 어 떤 일을 실행하는 것으로 사상하는 것이다.38) 즉, 높고 험한 산은 인간 이 넘어 가기에 어려운 대상으로, 이 산을 넘어가는 과정이 과정 영상도 식화되어 관용 표현에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산 관련 관용 표 현에 넘다, 가다, 오르다 와 같은 이동동사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확 인할 수 있다. 36) Pena, M, S., 임지룡 김동환 옮김, 은유와 영상도식, 한국문화사, 2006. 37) Pena, M, S., 앞의 책, 264쪽. 38) 그러나 관용 표현에서는 산을 극복하기 어려운 대상으로만 인식하지 않고, 결국 해야 할 사람 은 하게 마련이라는 인식을 (25ㄹ)을 통해서 볼 수 있다. 관용 표현에 나타난 산 의 개념화 연구 169
27. 과정 영상도식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은 산을 넘어가는 것이다] 근원영역 산길 출발점 산길 경로 산길 끝점 목표영역 어려움 극복의 시작 수행할 행동 어려움 극복 산을 넘어가기 위해 산길 출발점에서 출발하여 일정한 경로를 거쳐 끝점에 도달하여 산을 넘어가는 것이 근원영역이라면, 이는 어려움을 극 복하기 위해 어떤 일정한 행동을 시작하고 그 행동을 수행하여 결국 어 려움을 극복하는 목표영역으로 사상된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최대한의 거대함, 많음, 높음 등을 표 현하기 위해 산을 은유적으로 사용한다. 28. (ㄱ) 모래알도 모으면 산이 된다. (ㄴ) 산더미 같은 고기요, 숲 같은 포다. (ㄷ) 산도 허물고 바다도 메울 기세 (ㄹ) 산이 깊으면 토끼와 범이 함께 산다. (28ㄱ)은 아무리 작은 것도 모으면 거대한 것이 된다는 뜻이고, (28 ㄴ)은 맛있는 음식이 널려 있다는 뜻이다. (28ㄷ)은 어떤 어려운 일도 해 내려는 기세를 나타내는데 이때 산과 바다는 절대 허물 수 없는 가장 거대하고 넓은 것을 가리킨다. 산은 우리가 인식하기에 가장 거대한 것 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거대함은 산이다]라는 존재론적 은유 도식을 상 정할 수 있다. 그런데, 보통 (28ㄷ)처럼 바다가 가장 넓은 것을 나타내는 데, 관용 표현에서는 산이 [광대함]을 나타낼 때도 있다. (28ㄹ)은 포용 력이 큰 사람은 어떤 것이라도 받아들인다는 뜻으로, 이때 산은 높음을 170 용봉인문논총
전제한 거대함보다는 넓음을 전제한 거대함의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관용 표현 (28)에서는 [광대함은 산이다], [많음은 산이다], [넓음 은 산이다]와 같은 은유 도식을 찾을 수 있다.39) 다음은 산의 높이와 관련된 은유 도식을 분석할 수 있는 경우이다. 29. (ㄱ) 산이 높아야 골이 깊다. (ㄴ) 산이 크면 울림도 웅심 깊다. (29ㄱ)은 품은 뜻이 높고 커야 품은 포부나 생각도 크고 깊다는 뜻이 다. 훌륭한 뜻을 가지는 것을 뜻이 높다. 와 같이 표현하는 것은 [좋은 것은 위쪽]이라는 지향적 은유 도식에 따르는 것으로 본다면, 예문 (29 ㄱ)은 자연 지형 중에 가장 높은 산이 이를 나타내는 것으로 볼 수 있 다. 또한, (29ㄴ)은 권세가 높으면 남에게 넉넉히 베풀 수 있다는 뜻인데, 인간이 가지는 영상도식 중에 힘 있는 것은 위쪽, 힘 없는 것은 아래 쪽 이라는 도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지훈(2010: 123)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위는 좋음/많음/힘 있음/기쁨] 등으로 나타내고 [아래는 나 쁨/적음/힘 없음/슬픔] 등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30. (ㄱ) 발 아래로 보다. (ㄴ) 정상에 우뚝 서다. 예문 (30)은 [높은 지위는 위다 : 낮은 지위는 아래이다] 은유가 작용 한 관용 표현인데, 은유는 자의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 39) 심사과정에서 산이 깊으면 은 [있음], [많음]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하였다. 타당한 관점이나 본고에서는 산이 물/바다와 같이 광대함을 나타낸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관용 표현에 나타난 산 의 개념화 연구 171
문화적 경험에 뿌리박고 있으므로,40) 공간에서 위쪽에 있는 것은 높은 것이고, 높은 것은 산이므로 산이 힘 또는 권세를 나타내기도 한다. 그 러므로 (29ㄴ)에서 권력, 권위, 권세 등이 많이 있음을 높다 로 표현하는 것은 [좋은 것은 위쪽]이라는 지향적 은유 도식을 따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우리는 산을 인지적 대상으로 바라보아 관용 표현에 사용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31. (ㄱ) 산 목을 구름이 조르면 비가 온다. (ㄴ) 산봉우리가 구름관을 쓰면 비가 온다. (ㄷ) 산허리 자르면 비 온다. (ㄹ) 산이 우니 돌(산돼지)이 운다. (ㅁ) 산이 울면 들이 웃고, 들이 울면 산이 웃는다. (31ㄱ, ㄴ, ㄷ)은 비가 온다는 징조를 나타내는 것으로, 산을 마치 인 간의 신체처럼 생각하여 산에 목이나 허리와 같은 신체 부위가 있거나, 관을 쓸 수 있는 머리가 있는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 (31ㄹ, ㅁ)은 산이 마치 감정을 가지고 울 수 있는 유정물로 인식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 산 관련 관용 표현의 환유 환유는 한 실재물의 이름을 인접한 다른 실재물을 지칭하는 데 사용 하는 것이다.41) 환유는 지칭 기능과 인접성을 띠고 있는데, 지칭 기능은 40) Lakoff, G. & Johnson, M., 노양진 나익주 역, 삶으로서의 은유 수정판, 박이정, 2006, 41쪽. 41) Taylor, J, R., Linguistic Categorization, Prototypes in Linguistic Theory, Oxford University Press, 1995, 122쪽. 172 용봉인문논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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