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Ⅰ 대통령후보검증과선거보도 언론의대통령후보검증보도에대한제언 강원택 서울대정치외교학부교수 영국런던정경대 (LSE) 정치학박사 한국정당학회회장, 한국정치학회이사ㆍ총무이사 대통령직속미래기획위원회위원 저서 : 한국선거정치의변화와지속 외 대통령선거는언론으로서는말하자면큰장이서는 대목 이다. 뉴스에대한국민들의관심이매우높고향후 5년동안나라를이끌고 갈차기지도자를선출한다는점에서그의미도크다. 더욱이그경쟁은재 미있기까지하다. 어떤이슈가터지고후보자가어떻게대응하느냐에따라 후보자간지지도는앞서거니뒤서거니하며지속적으로변화해간다. 그 런만큼육상경기나경마를바라보는것과같은짜릿함과긴장감을느낄 수있다. 이처럼국민의높은관심과흥미를끄는정치행사이니만큼언론 으로서도이를어떻게 제대로 보도할것인지많은고민이있을것이다. 그 러나과거의경험을돌이켜볼때그동안의대통령선거과정에서우리나라 언론이 제대로 보도해왔는지솔직히의문이든다. 대선과관련된언론보도를떠올릴때제일먼저떠오르는생각은언론보 도의정파적편향성이다. 각언론사가회사입장에따라서보수든진보든 어떤이념적, 정책적지향점을갖고있는것을탓할수는없다. 우리사회가 자유롭고다원적인만큼다양하고상이한가치와이념이공존하고서로 언론의대통령후보검증보도에대한제언 11
경쟁하는것은마땅한일이다. 각언론이자신이소중하게생각하는이념및가치의확산과설득을위해노력하는것은그런점에서정당한일이다. 그러나선거경쟁이가열될수록언론사의보도는이념이나가치의문제가아니라특정정당이나후보를도와주기위한정파적차원에서의지원으로보이는경우도적지않았던것같다. 그렇다보니사실을전달한다는차원보다보여주고싶고알려주고싶은것만골라서보여주려는경향도나타났고, 심지어독자나시청자들을일정한후보지지로이끌고가려는모습마저느껴졌다. 이러한편향성은결국대통령후보자들에대한효과적인검증을어렵게만들었고유권자들에게올바른선택을위한균형있는정보를제공하지못하는결과를만들어내기도했다. 언론의정파적편향성심각한문제 언론의이러한정파적편향성과그로인한후보자검증의소홀은최근한국정치의변화양상을고려할때더욱심각한문제점을낳고있다. 3김의은퇴이후나타나고있는한가지심각한문제점중하나는제도정치권에서의경험이없거나일천한인사들이선거때마다유력한대권후보로등장하고있다는점이다. 김영삼, 김대중의경우에는오랜의회정치의경험으로인해그인물의정치적성향, 특성, 장단점, 주변인물등후보자에대한상당히많은정보를유권자들이축적할수있었다. 그러나이들과비교할때예컨대노무현대통령은 1988년국회의원에당선되었고대통령에당선된 2002년까지 10여년이라는적지않은기간정치권에몸담았지만사실그가국회의원으로제도권정치에제대로몸담은기간은결코길다고보기어렵다. 이명박대통령의경우는제도권정치에서의경험이사실상전무하다고해도될만큼매우짧았다. 따라서노무현, 이명박모두성공적으로대통령에당선되었지만많은유권자들이이들에대해많은것을사전에알고투표했다고보기는어렵다. 그때문에당선이후집권과정에 12 관훈저널 여름호
서이들이보여준리더십이나국정운영스타일을보고놀라거나어리둥절한국민이적지않았던것이다. 이들두대통령뿐만아니라 2002년돌풍을일으켰던당시정몽준후보나 2007년대선에서의문국현, 최근야권지지자들의각광을받고있는안철수교수까지도모두오랜제도권정치에서의검증과정을통해충분히그인물에대한정보가축적되었다고보기어려운이들이다. 문제의심각성은앞으로도이런경향이반복되어발생할수있다는점이다. 쉽사리욕먹고 때묻은 것으로보이기쉬운제도권정치에몸담기보다정치권외부에서깨끗하고참신한이미지를만들어서권력을노리는것이더유리할수있기때문이다. 정치권을우회해서정치로들어오려는 잘알지못하는 유력후보가앞으로도계속해서생겨나게되는것이다. 대선과정에서언론이후보자에대한검증을정파적편견에서벗어나공정하고합리적인시각에서철저하게행해야하는까닭은무엇보다바로이러한그다지바람직해보이지않는현상때문이다. 그런점에서볼때언론의대선보도방식은 누가당선될것인가 에집착하기보다 어떻게통치할것인가 에보다큰관심을가져야한다. 즉선거때누가승리할까하는데만보도의무게를둘것이아니라, 선거이후에보여줄대통령의리더십에대해제대로검증해보자는것이다. 유권자들은향후 5년동안그들을이끌고갈정치지도자의역량과비전에대해잘알아야할권리가있다. 언론이마땅히담당해야할중요한기능이기도하다. 이런시각에서후보자에대해검증하게된다면, 그동안선거때마다사실상관심의초점이었던개인신상을중심으로한검증, 네거티브중심의검증이라는문제점도어느정도극복할수있을것이다. 어떻게통치할것인가 라는관점에서볼때중요한또다른검증대상은바로후보자를돕고있는주변인물들이다. 정치지도자마다 사람을쓰는 스타일이각기다르기는하지만, 지금까지경험한여러대통령의사례를통해볼때대선과정에서후보자가여러가지로의존했던참모나측근들 언론의대통령후보검증보도에대한제언 13
이당선이후통치과정에서중요한요직에기용될가능성이매우크다. 문제는여기서발생한다. 대통령제에서권력은대통령 1인에게위임되는것이지만현실적으로대통령이혼자서모든중요한결정을내리고정책을끌고나가는것은아니다. 대통령제라고해도개인의통치, 1인의통치가아니라사실상대통령과주변인사들집단의통치인것이다. 그런점에서대통령선거를통해우리는대통령만선출하는것이아니라현실적으로는내각의각료나청와대의주요참모, 심지어각종공기업의임원후보자들을함께선출하는셈이다. 그런데이들이무능하거나시대적흐름에둔감하거나도덕적으로깨끗하지않다면통치과정에서상당한문제를낳게될것이고, 궁극적으로는대통령의통치력에도부정적영향을미칠수있다. 주변인물도언론통한검증필요 사실그동안우리가보아온대로임기중반이후모든대통령들이예외없이정치적인어려움을겪게된가장중요한원인중하나는측근비리와부정이었다. 따라서대선에서언론의후보자검증은후보자개인뿐만아니라 하나의팀으로서의후보진영 를철저하게검증할필요가있다. 특히최근들어선거과정에서나타나는중요한변화중하나는과거에비해정당의역할이약화되고개인중심의네트워크에대한의존도가높아졌다는사실이다. 정당이선거운동의중심이되는경우라면그구성원의특성에대해대체적으로라도파악할수있는부분이있다. 정당은유사한정치적이념이나성향을갖는이들의조직이고, 여기서오랫동안활동해온사람들은여러가지공직선거를통해서나당내활동을통해일정한검증과정을거치기때문이다. 그러나후보자개인의선거운동조직은그후보자와의개인적관계나인연이보다중요할수밖에없다. 정당구성원이라면최소한의원칙이나가치를공유하고있고또조직으로서의연속성과경쟁력을지니게되지만, 후보자개인을중심으로한조직은, 최근의여러사례에서 14 관훈저널 여름호
보듯이동업자들처럼공동의이익을추구하는형태로변해버리기쉽다. 그저 자리 만보고주변에모여든이들도적지않다는것이다. 그러나이들에대한검증은그동안소홀했던것이사실이다. 따라서후보자와의 개인적 관계를통해중요한정책결정을내리게될고위공직에올라설주변인물에대해서도제대로된검증이언론을통해이뤄져야할것이다. 후보자나참모들에대한인물검증못지않게중요한것이후보자공약에대한검증이다. 선거때마다각언론에서후보자의정책검증을경쟁하듯이해왔지만사실그동안정책이선거경쟁의중심에놓인적은없었던것같다. 후보자의신상이나과거경력을둘러싼정치적논쟁이정책보다큰주목을받아왔기때문이다. 당연한말이지만후보자의공약에대한검증은너무나중요하다. 선거이후향후 5년간우리나라가나아가야할정책의틀이공약속에담겨있기때문이다. 그러나후보자들로서는당장눈앞의선거승리가중요한만큼인기를얻을수만있다면무엇이든약속하려들것이다. 더욱이단임제대통령제하에서는그공약이잘못된것이었다고해도그로인한문제점에대해정치적책임성을제도적으로물을수도없다. 한번당선되고나면다시선거에출마할수없기때문이다. 후보자가내세운공약이바람직하고현실적으로타당한것인지집권이전에검증하는일은그런점에서도매우중요하다. 공약실현가능성검증이가장중요 앞서지적한대로정당이나의회정치를통해오랜기간그인물의됨됨이에대해살펴볼기회가없었던새로운인물이대통령선거에서유력한후보로등장하고있기때문에, 그후보가내세운공약의진정성이나실현가능성에대한검증작업은그만큼더중요해졌다. 그후보자가어떤인물인지많은국민이잘모르는만큼집권후어떤정책을펼칠것인지에대해서도쉽게예단하기어렵기때문이다. 이런점에서정책공약에대한검증 언론의대통령후보검증보도에대한제언 15
은선거이후국가정책의방향을가늠하게해줄뿐만아니라후보자의성향이나이념, 정책적일관성, 진정성등을이해할수있도록해준다는점에서도그의미가매우크다. 공약에대한효과적인검증은집권이후의불필요한정치적논쟁과혼란을피하게해준다는점에서도중요한일이다. 예를들어노무현대통령때의행정수도이전문제나이명박대통령이추진한 4대강사업모두정치적으로큰논쟁을일으킨사안이었다. 이정책의추진을두고정파별로분열되어다투면서사회적으로큰비용을지불해야했다. 그러나이러한중요한이슈가정작선거운동과정에서는제대로검증되거나논의되지못했다. 집권이후가아니라당장눈앞의선거경쟁에언론을포함한모든사람들의관심이집중되었기때문이다. 그러나만약선거과정에서언론이이러한쟁점에대한제대로된검증을했더라면집권이후추진과정에서의정치적논란이나갈등은상대적으로덜했을것이다. 한편모든대통령은자신의임기중뚜렷한업적을내고싶어하기때문에그만큼무리해서라도자기가중시하는공약사업을밀어붙이려는경향이있다. 이번정부하에서추진된 4대강공사도그중하나다. 대통령이자기임기중업적을남기기위해노력하는것은좋은일이다. 그러나그과정에서생겨날수있는부작용을최소화하기위해서는그사업에대한타당성이나의미에대해사회적논의가선행되는것이필요하다. 집권이후에이뤄지는그러한논의는종종정파적갈등으로이어지고제대로된검토가이뤄지기어려운것이현실이다. 선거경쟁단계에서공약에대한꼼꼼한검증을통해그사업의중요성과의미가제기되고토의되는것이보다효과적일것이다. 민주화이후 5명의대통령을적법한절차를통해선출했고, 정권교체도두차례경험하면서우리나라는공고화된민주주의단계로성공적으로이행해왔다. 그러나그들의재임기간을놓고볼때성공적이라고불릴만큼국민에게만족감을준대통령은없었던것같다. 많은국민이대통령에게 16 관훈저널 여름호
지나치게큰기대감을가졌거나제대로알지못한채표를찍었기때문일것이다. 그런점에서성공하는대통령을만드는첫걸음은선거과정에서후보자에대한올바른검증을행하는것이다. 이것은다름아닌언론의책임이다. 이제는정말 누가될것인가 가아니라 어떻게통치할것인가 라는보다실질적인관점에서후보자검증작업이이뤄져야한다. 여기서드는한가지의구심은그동안과연언론이이것을몰라서안했을까하는점이다. 공정하고균형있는보도를강조하면서도정작선거때가되면경마식보도경쟁이나정파적지원의유혹에빠져드는모습을종종볼수있었기때문이다. 이번대선에서는이전과는달라진언론의선거보도모습을볼수있으면좋겠다. 앞서말한대로우리의정치환경이이전과다르게변해가는만큼언론을통한대선후보검증이더큰중요성을지니게되었다. 막중한책임에걸맞은언론의새로운선거보도를기대해본다. 언론의대통령후보검증보도에대한제언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