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學 博 士 學 位 請 求 論 文 北 原 白 秋 詩 세계 고찰 -식물을 통해 본 미의식의 변천- A Study on the Kitahara Hakushu's Poetry -Transformation of aesthetic consciousness through plant- 2007 年 2 月 仁 荷 大 學 校 大 學 院 日 語 日 本 學 科 日 本 文 學 專 攻 南 賢 楨
文 學 博 士 學 位 請 求 論 文 北 原 白 秋 詩 세계 고찰 -식물을 통해 본 미의식의 변천- A Study on the Kitahara Hakushu's Poetry -Transformation of aesthetic consciousness through plant- 2007 年 2 月 指 導 敎 授 林 容 澤 이 논문을 박사학위 논문으로 제출함 仁 荷 大 學 校 大 學 院 日 語 日 本 學 科 日 本 文 學 專 攻 南 賢 楨
이 論 文 을 南 賢 楨 의 博 士 學 位 論 文 으로 認 定 함 2007 年 2 月 日 主 審 副 審 委 員 委 員 委 員
< 目 次 > 第 1 章 序 論 1 第 2 章 本 論 10 제 1 절 靑 春 의 시대 10 - 추억 (1911)ㆍ 사종문 (1909)을 중심으로- 1. 유모에 대한 사랑과 공포 10 1) 性 愛 의 최초대상인 유모 10 2) 유년의 性 感 에 대한 공포 13 3) 유모의 죽음과 왜곡된 사랑 20 2. 서양 여성에 대한 동경 25 1) 청초한 이미지의 서양 소녀 26 2) 서양 여성의 농후한 관능미 30 3) 異 國 的 情 炎 의 환상미 34 제 2 절 赤 夏 의 시대 40 - 도쿄 경물시 및 그 외 (1913)를 중심으로- 1. 도시적 감각의 세련미 40 -i-
1) 도회 취향의 댄디즘 (dandyism) 40 2) 도시적 감각의 관능미 44 3) 도시 풍물의 모던 미 53 2. 근대 도시 도쿄의 哀 傷 59 1) 과거 회상의 후각적 요소 59 2) 속요조의 에도정서 ( 江 戸 情 緖 ) 62 3) 생명력의 표상으로서의 장미꽃 69 제 3 절 白 秋 의 시대 74 - 수묵집 (1923)을 중심으로- 1. 자연 관조적 감성 74 1) 사비 (さび)의 정서 74 2) 절제된 枯 淡 美 의 정취 78 2. 서구적 발상으로서의 권태 84 1) 실존적 비애의 정감 84 2) 풍자적 童 心 의 세계 87 제 4 절 黑 冬 의 시대 93 - 해표와 구름 (1929)을 중심으로- - i-
1. 복고풍의 고대 일본 93 1) 내재된 和 魂 洋 才 의 정신 93 2) 고대 신화적 일본의 원형 97 3) 근대적 유겐 ( 幽 玄 ) 美 102 2. 시적 모태로서의 고향회귀 105 1) 생물을 통해 본 고향의 표상 105 2) 神 話 的 原 鄕 을 향한 希 求 108 第 3 章 結 論 116 參 考 文 獻 121 國 文 抄 錄 123 日 文 抄 錄 126 - i-
第 1 章 序 論 기타하라 하쿠슈( 北 原 白 秋 1885-1942,이하 하쿠슈)는 흔히 다채로운 감각의 언어 표현을 구사한 언어의 마술사 로 평가된다.사사모토( 笹 元 正 樹 )는 하쿠슈를 国 民 詩 人 으로 부르면서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지적 하고 있다. 그가 국민시인으로 불리는 이유는, 일본인의 魂 을 잘 포착하고 있고,그 때문에 다수의 사람들로부터 애창되는 노래가 지금도 많은 것이다. 1) ( 는 인용자) 여기서 말하는 일본인의 魂 이란 일본인의 영혼이나 근성,기백 등 고유한 일본인의 정신세계를 가리키는 것이고,이러한 일본인의 정신세 계가 그의 시에 잘 반영되어 있어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는 뜻으 로 여겨진다.또한 하쿠슈에 대한 국민시인 이란 호칭의 의미는 그가 오랜 시간에 걸쳐 일본 시단에서 항상 제일급 시인으로서 활약했다는 점에서 찾아야할 것 같다. 근대 일본 시인 가운데 참으로 종합 시인이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사람은 기 타하라 하쿠슈 밖에 없을 것이다.메이지 다이쇼 쇼와의 삼대에 걸쳐 시의 모든 장르에서 제일급의 빛나는 업적을 남긴 하쿠슈의 생애는 참으로 거대 한 詩 魂 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 1) 彼 が 国 民 詩 人 といわれる 所 以 は ともかくも 日 本 人 の 魂 をよくとらえているからであり そ れ 故 に 多 くの 人 々から 愛 唱 される 歌 が 今 もって 多 いのである. ( 笹 元 正 樹 北 原 白 秋 論, 五 月 書 房,1975년,219쪽). 2) 近 代 日 本 の 詩 人 のなかで 真 に 総 合 詩 人 の 名 にふさわしいのは 北 原 白 秋 をおいて 他 に はあるまい 明 治 大 正 昭 和 の 三 代 にわたって 詩 のあらゆるジャンルの 上 に 第 一 級 の 輝 かしい 業 績 を 残 した 白 秋 の 生 涯 は まさに 巨 大 な 詩 魂 の 歴 史 といっても 過 言 ではない. ( 木 俣 修 北 原 白 秋 詩 集, 旺 文 社,1984년,271쪽). -1-
하쿠슈 연구가 기마타( 木 俣 修 )는 하쿠슈의 생애를 거대한 詩 魂 의 역 사 라고 높이 평가하면서 시적 생명력이 긴 종합시인 의 위상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다. 종합시인 으로서의 위상을 무라노( 村 野 四 郎 )는 더 구체 적으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長 詩 短 唱 短 歌 長 歌 민요 동요 小 曲 등 詩 形 문학뿐 아니라 수필 기 행문 등의 시적 산문에 이르기까지 그의 天 性 의 詩 才 를 넓혀 메이지 다 이쇼 쇼와의 삼대에 걸쳐 王 者 처럼 군림하였다. 3) 다시 말해 하쿠슈는 폭넓은 문학 장르의 작품을 다양한 스타일로 표 현한 일본 근대시사의 천재 시인이라는 것이다.시인의 천재성은 작품 의 양에서도 확인된다.러 일전쟁 이후 1909년 문단에 데뷔하여 태평 양전쟁 중 57세의 나이로 숨을 거두기까지 하쿠슈는 약 35년 동안 1,200편이 넘는 방대한 양의 시를 남겼다. 4) 그의 방대한 작품 활동은 메이지 다이쇼 쇼와라는 일본 근대를 대표하는 세 시기에 걸쳐서 만 들어졌기에 더욱 문학사적인 가치가 있다. 인생 역정과 함께 그의 작품 행적을 기마타는 네 시기로 구분하고 작 품들을 분류한 바 있는데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우선 제 1 기는 1905년까지 문예지 文 庫 (1895-1910)를 거점으로 한 습작시대, 제 2 기는 서구 문학을 섭취하여 관능주의적 작품들을 쓴 邪 宗 門 (1909)과 思 ひ 出 (이하 추억,1911), 東 京 景 物 詩 及 その 他 (이하 도쿄 경물시,1913)가 발간된 시기,제 3기는 서양이나 도회적 색채 3) 白 秋 が その 天 性 の 詩 才 をのばした 領 域 はまことに 広 く 長 詩 短 唱 短 歌 長 歌 民 謠 童 謠 小 曲 などの 詩 形 文 学 のみでなく 隋 想 紀 行 文 などの 詩 的 散 文 にまで 及 んでいる 白 秋 はこうしたさまざまな 文 学 のジャンルの 上 に 明 治 大 正 昭 和 の 三 代 にわたって さながら 王 者 のごとく 君 臨 したのであった. ( 村 野 四 郎 北 原 白 秋 集, 日 本 近 代 文 學 大 系 28, 角 川 書 店,1970년,8쪽). 4) 木 俣 修,전게서,271쪽. -2-
가 사라지고 불교적 색채가 농후해진 작품들로 이루어진 畑 の 祭 ( 未 刊 詩 集, 이하 밭의 축제 ) 真 珠 抄 白 金 の 独 楽 (이하 백금 팽이 )가 만들어진 1917년과 1918년까지의 이른바 광명예찬 법열주 의적 시대 라고 보았고,이후 쇼와기까지의 水 墨 集 (1923)과 海 豹 と 雲 (이하 해표와 구름 1929) 新 頌 (1940)에 이르는 일본의 전통적 고담 한적 시대 를 제 4기로 구분하였다. 5) 이를 요약해 보면 기마타는 하쿠슈의 생애를 크게 습작 시대, 관능주의적 시대, 법열주 의적 시대, 고담 한적 시대 로 나누고 그에 따라 작품들을 분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분류에서 알 수 있듯이 하쿠슈처럼 메이지 다이쇼 쇼와 를 통틀어 전 생애에 걸쳐 꾸준히 활동한 시인도 흔치 않을 것이다.결 국 하쿠슈는 언어의 연금술사로서 언어의 미적 감각을 중시하는 태도에 서 점차 내면적 정신성을 추구하는 자세로 시적 세계의 변용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한편,시인의 변용을 하타지마( 畑 島 喜 久 生 )는 赤 과 金 의 시대 白 金 의 시대 수묵 의 시대 라는 색채에 입각하여 구분하고 있 다 6).색채 감각적 특징에 따른 이 분류는 매우 특이한 것으로 이에 대 해 사사모토( 笹 元 正 樹 )는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의 각 시대별 작품을 조사해 보면, 靑 의 시대, 赤 의 시대, 金 의 시대, 白 의 시대, 黑 의 시대로 표현 안의 색채가 변화하고 있다. (중략) 다른 시인 에게 이러한 완전한 사이클은 보이지 않는다.거의 靑 의 시대에서 끝난 시인 도 많다. 그러한 의미에서 하쿠슈는 거대한 심적 에너지의 소유자로,창조력 과 결속된 그 에로스는 거의 완전히 작품에 방출되었다고 해도 좋을 것이 다. 7) 5) 木 俣 修,전게서,271-272쪽. 6) 畑 島 喜 久 生 北 原 白 秋 再 発 見, 星 雲 社,1997년,142쪽. 7) 彼 の 各 時 代 の 作 品 を 調 べていくと 青 の 時 代 赤 の 時 代 金 の 時 代 白 の 時 代 黒 の 時 代 と 表 現 のなかの 色 彩 が 変 化 している ( 中 略 ) 他 の 詩 人 ではこうした 完 全 なサイクル -3-
( 은 인용자) 위의 글은 각 시대별 작품의 성격을 색채의 변화로 파악하면서 그와 같은 다섯 개의 색채 사이클을 통해 본 詩 人 象 에 대해 기술한 것이다. 이와같은 靑 赤 金 白 黑 이라는 색채 사이클은 고대 중국의 세 계관인 陰 陽 五 行 說 의 五 色 이론 8) 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하타지마는 靑 赤 金 白 黑 의 색채를 에너지의 고양과 감퇴의 과정으로 보고 다른 시인에게 이러한 완전한 사이클은 보이지 않는다. 거의 靑 의 시대에서 끝난 시인도 많다. 그리고 그의 각 시대별 작품을 조사해 가면, 靑 의 시대, 赤 의 시대, 金 의 시대, 白 의 시대, 黑 의 시대라 는 표현 안의 색채가 변화하고 있다. 고 평하면서 시인의 긴 생명력에 감탄하였다. 또한 사사모토는 흔히 靑 春 의 시인 이라는 이미지로 부각되는 하쿠슈 를 오히려 성숙의 계절,즉 白 秋 의 시인 으로 바라보고 있다. 하쿠슈는 靑 春 의 시인이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나는 그 논조에 반대 한다.그는 오히려 청춘과는 반대극에 있는 白 秋 ( 靑 春, 赤 夏, 白 秋, 黑 冬 )의 시인 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9) ( 는 인용자) はみられない ほとんど 青 の 時 代 で 終 わる 詩 人 も 多 い そうした 意 味 では 白 秋 という 詩 人 は 巨 大 な 心 的 エネルギーの 所 有 者 であり 創 造 力 と 結 び 付 いたそのエロスはほとんど 完 全 に 作 品 に 放 出 されたといってよいであろう."( 笹 元 正 樹,전게서,8쪽). 8)동양철학의 근간이 되는 음양오행설을 간단히 말하기는 매우 어려우나 음 과 양이 交 合 한 다섯 상태를 木 火 土 金 水 로 분류하고 이 요소들 에 의해 森 羅 萬 象 의 생성과 변화가 일어난다고 보는 것이 오행설이다. 이 가운데 색의 관계에서 木 은 靑, 火 는 赤 ( 朱 ), 土 는 金, 金 은 白, 水 는 黑 에 해당 된다.(김태진 오행 상극설과 진화론,삼한출판,1990년,42-50쪽). 9) 北 原 白 秋 は 青 春 の 詩 人 だったといわれる しかし わたしはあえたその 論 にはんたいする ものである 彼 はむしろ 青 春 とは 反 対 の 極 にある 白 秋 ( 青 春 赤 夏 白 秋 黒 冬 )の 詩 人 であったのだと 言 いたい."( 笹 元 正 樹,전게서,7쪽). -4-
이렇게 보면 시인의 필명인 하쿠슈( 白 秋 ) 도 이러한 설명과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그러나 궁극적으로 하쿠슈는 靑 春 의 시인 이기도 하고 白 秋 의 시인 이기도 하다.다시 말해 청춘의 순수한 열정과 가을이 표 상하는 성숙미를 모두 지닌 시인으로 여겨진다. 결국 靑 春, 赤 夏, 白 秋, 黑 冬 은 春 夏 秋 冬 의 작품 속 계절을 색채 감각으로 표현한 것이다. 色 과 季 節 의 동양 철학적 관계 10) 로 인간의 일생을 바라볼 때, 青 春 赤 夏 白 秋 黑 冬 의 구도는 마치 유 소년 기에서 청년기를 거쳐 노년이 되어 죽기까지의 일련의 과정과 흡사하 다.하쿠슈는 다른 시인들과는 달리 평생 동안 시세계의 변용을 추구하 였으며 또 그것이 계절의 변화처럼 개별적인 독특한 색채감으로 구별된 다는 점에서 일본 近 代 抒 情 詩 人 중에서도 대표적 시인이다. 하쿠슈 시세계의 두드러진 특징의 하나는 그 어떤 소재보다 꽃,나무, 채소,열매와 같은 식물을 전반적으로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그의 각 시대별 작품집의 두드러진 성향은 계절감과 밀접한 관련이 있 고 그러한 식물의 계절적 감각은 인생시적 의미로 부각된다.왜냐하면 흔히 인생은 사계절로 비유되기 때문이다.사계절 중 봄이나 여름은 생 명의 환희,희망,열정 등으로 표현하는 반면,가을은 쓸쓸함 속에 결실 의 충족감을 느끼게 하며,겨울은 혹독한 눈보라 속에 따스함이 그리워 지는 계절이다.인생도 마찬가지로 젊을 때나 늙어서도 그에 어울리는 아름다움과 매력이 있기 마련이다.젊음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듯이 나 이를 먹으면서 발견하게 되는 인생의 가치는 자연의 미적 가치가 계절 에 따라 차별될 뿐인 것처럼 등급을 매길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시인 하쿠슈의 시세계가 사계절의 감각으로 구분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나아가 그의 시세계의 계절적 감각에는 시 인만의 독특한 색채감과 정서가 배어 있다. 10)음양오행설에 의한 色 과 季 節 의 관계를 말하자면 木 은 春 으로 青, 火 는 夏 으로 赤 ( 朱 ), 金 은 秋 로 白, 水 는 冬 로 黒 ( 玄 )이 된다.(김태진,전게서,1990 년,42-50쪽). -5-
따라서 필자는 하쿠슈의 시세계의 전체적 변화를 사계절의 추이에 맞 추어 살펴보고자 한다.다시 말하면,각 시대별 작품 세계의 단절과 연 속성을 함의한 시세계의 변화를 독특한 계절감의 표현으로 고찰하고자 한다.구체적 연구 목적으로 본 논문에서는 작품들 가운데 주로 식물 이 題 材 로 등장하는 각 시기의 대표적인 시를 연구대상으로 삼았다.그 이유는 무엇보다 계절감을 가장 직접적으로 묘사하고,계절의 변화를 가장 뚜렷하게 느끼게 해 주는 자연물이 바로 꽃이나 나무 열매와 같 은 식물이기 때문이다.나아가 자연의 섭리를 가장 먼저 변화무쌍하게 시각적으로 알려주는 식물을 노래한 시를 통해 그의 시세계를 지탱하는 미의식이나 理 想 을 용의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계절감의 중심이 되는 자연적 소재는 역시 식물이 다.식물 중에서도 꽃은 옛부터 일본인의 미의식에 큰 영향을 부여해 온 소재로 철마다 피는 꽃의 아름다움은 많은 시인들이 노래해 왔다. 일본의 詩 歌 에서는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 이외에도 볼품이 없는 꽃이나 가련한 꽃,활짝 피었다가 순식간에 지고 마는 꽃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성격의 꽃이 시의 제재로 취급되어 왔다는 점이 특징이 있다. 우선 같은 꽃이라 해도 万 葉 時 代 에는 한창 피어나는 생명감 넘치는 꽃 이 초점이 되었다.이후 古 今 時 代 에서는 꽃은 지는 것 이라는 감각이 지배적이었으나, 新 古 今 時 代 에 와서는 꽃은 지기 위해 핀다 는 일종의 무상관이 팽배해지면서 꽃은 언어 세계에서 아름다운 환상을 형성하는 觀 想 의 대상이 되었다. 11) 이처럼 각 시대에 따른 시인의 관점에 따라 자연의 꽃도 천차만별의 이미지로 미적 가치가 변하고 있다. 万 葉 集 은 일본 最 古 의 歌 集 으로 약 4,516 首 가 수록되어 있으며 그중 약 166 種 의 나무와 풀이 등장하는데,그중 싸리( 萩 )꽃을 소재로 지은 몇 수를 소개한다. 12) 11) 尾 川 正 二 김학현옮김 일본 고전에 나타난 미적 이념,소화,1999년,77 쪽. -6-
흩날리는 가을 싸리 꽃 사이로 아내를 불러대는 사슴의 울음소리가 아득해 라. 가을 싸리 꽃 떨어지는 장마 때 혼자 일어나 그리움으로 지새는 밤이 많아 라 13) 위의 두 노래는 모두 가을을 대표하는 싸리 꽃이 떨어지는 정취를 배 경으로 삼고 있다.싸리 꽃은 그 존재의 화려함보다 흩날리며 떨어지는 작은 꽃잎들의 애잔함에 그 진가가 있다.가을 날 고즈넉한 분위기에 애수어린 정조를 더해준다.일본 미학의 진수는 싸리 꽃 같은 보잘것없 는 꽃들까지 시적 대상으로 삼았던 근대 이전의 일본 시인들의 審 美 感 에서 비롯되었다는 견해도 있다. 14) 또한 야생에 핀 벚꽃은 일본 정신 ( 大 和 魂 )의 전통적 상징으로,일본인은 開 花 의 시기가 짧고,단 한 번의 비와 바람에 아쉽게 떨어져 버리는 벗꽃의 優 雅 美 를 애호하는 것에 비 해 화려하게 피는 장미꽃은 강한 향기와 그 내구성 때문에 추악한 생존 욕,비천한 厚 顔 으로 여긴다는 견해도 있다. 15) 일본 근대시인 가운데 식물애호가로 널리 알려져 있고 식물을 실제로 多 用 한 시인 하쿠슈의 미의식을 점검하는 일은,근대 이전의 일본 전통 적 미의식과 부합되는 점은 무엇이며 나아가 하쿠슈 특유의 새롭게 가 미된 정감은 무엇인지를 염두에 둔 작업이 될 것이다. 우선 시인에게 식물은 어떤 가치가 있으며 작품 세계에 있어 어느 정 12) 笹 谷 雅 日 本 の 詩 歌 撰,ぎょうせい,1980년,76쪽,88쪽. 13)( 秋 萩 の 散 りのまがひに 呼 び 立 てて 鳴 くなる 鹿 の 声 の 遥 けさ - 湯 原 王 - ) ( 秋 萩 を 散 らす 長 雨 の 降 る 頃 はひとり 起 き 居 て 恋 ふる 夜 そ 多 き - 作 者 未 詳 -) { 小 島 憲 之 万 葉 集 3, 小 学 館,1989년,237쪽,591쪽} 14) 심미감은 말로 나타내는 일은 매우 어렵다.모토오리 노리나가( 本 居 宣 長,1730-1801)의 설명에서 한마디로 <있는 것의 의미를 깊이 헤아려 생 각 하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김용운 한 일 민족의 원형,평민사, 1992년,171-172쪽). 15) 佐 藤 明 雄 東 洋 と 西 洋, 未 來 社,1990년,19쪽. -7-
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 그 위상을 살펴보기 위해 식물에 대한 인 상을 작품집별로 개관해 본다. 초기 시집에는 東 洋 花 뿐만 아니라 西 洋 의 꽃이 대거 등장한다는 점 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즉 제 1시집 사종문 에는 18여종,제 2시 집 추억 에는 약 40종,제 3 시집 도쿄 경물시 ( 눈과 불꽃 ( 雪 と 花 火 )으로 增 補 1917년)에는 30여종,그리고 대표적 歌 集 인 오동나무 꽃 ( 桐 の 花,1913년)에는 40 種 類 의 꽃이 들어 있지만,벚꽃( 桜 )과 같은 일본 전통적인 꽃 이외에,히아신스,장미,백합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서양에서 유입된 꽃들이 많이 등장한다. 중반 이후의 작품집인 수묵집 이나 해표와 구름, 신송 에는 화려한 꽃보다는 수수한 이미지의 동양적 꽃이나 日 本 토종의 식물이 두드러지게 등장한다.전반기에 아름다운 젊은 여성의 표상으로 가장 많이 등장했던 서양 장미꽃의 경우,후반기에 들어서는 거의 등장하고 있지 않다.장미의 화려한 아름다움이 아닌 장미꽃나무의 생명을 암시 하는 빛의 신비를 시적 모티브로 삼은 것이 시인의 시세계에 획기적인 전환기적 의미를 갖는만큼 장미꽃은 중요한 단서가 된다.또한 한갓 주 변 소재에 불과했던 나무의 종류와 쌀처럼 외관적 아름다움보다는 실용 성 있는 열매나 채소와 같은 식물들이 중요한 시적 의미성을 띠게 된 다. 외형적인 변모 양상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시인의 시세계의 변천은 감각적 아름다움에서 내면적 성숙미를 획득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이 획득 과정을 靑 春 의 시대, 赤 夏 의 시대, 白 秋 의 時 代, 黑 冬 의 時 代 로 구분할 때,각 시대별 계절감의 인상에 식물들이 어떻게 작용 하여,어떠한 두드러진 특징으로 나타나는지 구체적으로 고찰해 봄으로 써 미의식이나 理 想 과 같은 시세계 추이의 전체적인 조망이 가능할 것 이다. 본 연구는 사사모토가 지적한 白 秋 의 시인 이라는 이미지를 보다 -8-
구체적으로 식물 을 통해 확인하는 작업이며,연구 성과가 부족한 하 쿠슈의 후반기 시집 해표와 구름 과 신송 도 취급하여 시인의 전 생애에 걸친 작품에 나타나는 미의식의 추이를 고찰한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16) 16)하쿠슈는 일본 근대 국민시인으로 일컬어지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의 연구 는 활발하지 않다.부분적으로는 임용택의 明 治 期 의 연애시와 北 原 白 秋, ( 인문연구 제26집,인하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1997년),양동국 한일근대 시 접촉의 일단면(기타하라하쿠슈와 주요한을 중심으로) ( 일본 언어문화 일본 언어문화 학회,2004),양동국 기타하라 하쿠슈 시선 (민음사,1998년) 이 있으며,전면적으로 다룬 석사학위 논문으로 남현정 꽃의 표현을 통한 北 原 白 秋 의 시세계 (인하대학교,1999년),박사학위 논문으로 阿 武 正 英 北 原 白 秋 詩 硏 究 (한국외국어대학교,2005)가 있다.아울러 본 논문에서 인용한 하쿠 슈의 시는 白 秋 全 集 ( 岩 波 書 店,1986년)에 의한 것이며 이에 대한 우리말 번 역은 모두 본인에 의한 축어역임을 밝혀둔다. -9-
第 2 章 本 論 제 1절 靑 春 의 시대 - 추억 (1911) 사종문 (1909)을 중심으로 - 1.유모에 대한 사랑과 공포 1) 性 愛 의 최초 대상인 유모 흔히 인간의 靑 春 時 代 는 생동감과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순수함과 정열이 느껴지는 스무 살 안팎의 시대이다.이것은 보편적인 통념에 불 과한 것으로 개개인의 환경이나 시대적 상황에 따라 그 개별적 특성을 갖게 된다.개별적인 청춘의 정감이 하쿠슈의 경우 제 1 시집인 사종 문 이나 제 2시집 추억 에 유감없이 발휘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시인의 자서전적인 性 慾 史 와 感 覚 史 로서의 의미를 갖는 추 억 (1911)은 청년 하쿠슈의 정감으로 자신의 유 소년기를 회상한 것 이어서 靑 春 時 代 의 산 증거라고 볼 수 있다.환언하면 性 慾 을 함의 한 性 愛 의 정감에 하쿠슈의 靑 春 時 代 의 본령이 있으며,그러한 성애 의 정감이 선명한 감각적 색채감으로 표현된 시세계는 이 시대의 큰 특 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선 性 的 발달 과정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유모 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하자. 최근 유아에게는 性 愛 가 없다는 견해가 부정되고,유아기는 기억되지 않지만 인간 발달의 결정적 시기로서,유아기의 성 욕구 충족과 관련된 일련의 성적 행위는 이후의 성격발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견해 1) 1)이상,이주하 유아의 성 이야기,학이당,1998년,35쪽.이러한 지적은 -10-
로 바뀌었다.이는 세계적인 정신분석학자인 프로이트의 견해로,상실되 고 마는 기억이어서 어릴 적 기억에서 유아 성욕에 대한 직접적 증거를 발견할 만한 단서도 찾아낼 수 없지만,이것이 역설적으로 유아의 성욕 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증명해 준다는 것이다.성욕의 최초대상은 어린 아이의 신체 기능을 만족시켜 주는 사람들,가령,아이를 먹여 주고 간 호해 주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2) 보편적으로 최초의 사랑의 대상은 어머니라고 볼 수 있다.시인에게는 어머니보다 오히려 유모가 최초의 사랑의 대상이었다고 여겨진다. 추억 의 서문을 장식하고 있는 자서 전적인 문장 나의 성장기 (わが 生 い 立 ち)에는 거의 유모의 손에서 자라난 하쿠슈의 어릴 적 성장 과정이 실려 있으며 시집 속에는 유모와 관련된 많은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나아가 그러한 작품들이 시인의 性 的 발달 과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에서도 유모에 대한 시인의 특별한 감정을 엿볼 수 있다. 人 間 本 然 의 感 情 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랑은 흔히 유아기에서 소년기 ㆍ사춘기 등의 成 長 過 程 을 통하여 学 習 된다고 한다 3).인간이 성장하면 서 경험하게 되는 異 性 에 대한 갖가지 関 心 가운데,연애의 감정 역시 어릴 적 環 境 이나 성장과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個 別 的 인 것이며,이 는 유아기부터 시작되는 性 的 経 験 을 토대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유아기의 性 的 경험에 있어서 하쿠슈의 경우는 유모와의 관련성이 깊 다.니시모토( 西 本 秋 夫 )가 밝힌 白 秋 年 譜 에 의하면,하쿠슈는 일찍부 터 性 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고 유모에게 한 번 우롱당한 것 같은 기억 이 있다고 적고 있다. 4)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하쿠슈만의 독특한 경 이미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1856-1939)의 대표적 저서 성이론 에 대한 3가지 시론(DreiAbhandlungen zursxeualtheorie,1905) 에 의해 주 창된 바 있다. 프로이트 성애론, 프로이트의 성과 권력 프로이트, 한 권으로 읽는 프로이트 등 이 외에도 다수의 저술에서 이와 관련된 언급을 찾 아 볼 수 있다. 2)리처드 월하임,이종인옮김 프로이트,시공사,1999년,200쪽. 3)이상,이주하 전게서,20-28쪽. -11-
험이자 기억일 수 있다. 5) 이와 관련된 다음과 같은 지적은 하쿠슈의 倒 錯 的 性 慾 의 단서가 된다. 하쿠슈의 성욕사,그것은 성에 대한 무의식의 상태인 하쿠슈가,때마침 의 문을 갖고, 공포 를 느끼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의식은 때로 는, 부드럽게, 또 때로는, 잔혹한 행동을 수반하여 나타나는 일이 있었 다 그러나, 그것은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허약체질에서 온 것도 있 다. 동시에, 주변의 사람들에게 영향 받아 형성된 조금은 '왜곡된 성에 대한 감정'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다. 6) ( 는 인용자) 위 문장을 보면 공포 로 시작된 하쿠슈의 性 倒 錯 的 성향 7) 은 선천적인 虚 弱 체질과 주변 인물들의 영향 때문에 형성된 왜곡된 성에 대한 감 정 에 의해 이루어진 것 8) 이라고 말하고 있는데.특히 그러한 공포 를 생각할 때 주변 인물 가운데 하쿠슈를 키운 유모의 존재가 가장 먼저 떠오르고 앞에서 언급한대로 유모는 시인의 성욕사와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4) 西 本 秋 夫 北 原 白 秋 の 硏 究, 日 本 圖 書 센터),1984년,29쪽. 5)프로이트는 1896년에 발표한 히스테리 병인론 에서,모든 신경증 환자는 유아기에 성인이나 동료로부터 성적인 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주장했 다.(정성호 편역 프로이트성애론,문학세계사,1997년,76쪽). 6) 白 秋 の 性 慾 史 それは 性 に 対 する 無 意 識 の 状 態 である 白 秋 が たまたま 疑 問 を 持 ち 恐 怖 を 感 じることから 始 った そして その 意 識 は 時 には やさしく また 時 には 残 酷 な 行 動 を 伴 ってあらわれることがあった しかし それは 生 来 持 っている 虚 弱 体 質 からくるものもあ る と 同 時 に 周 邊 にいる 人 々から 影 響 されて 形 成 されたやや 歪 んだ 性 への 感 情 によって なされたものである ( 田 村 嘉 勝 思 ひ 出 にみる 自 敍 伝 とは, 湘 南 文 学 5, 湘 南 短 期 大 学,1993년,35-36쪽). 7)작품 푸른 잠자리 ( 青 いとんぼ)는 유아의 세디즘(sadism)적인 요소가 보 이는 예가 된다. 푸른 잠자리 여름 게타로 꽉꽉 짓밟는다 ( 靑 いとんぼをきり きりと 夏 の 雪 馱 で 踏 みつぶす) 8)야나가와(현재 福 岡 県 柳 川 市 )에서 醸 造 業 을 하던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어릴 적부터 虚 弱 체질로 주위의 과보호 속에 성장하였다. -12-
이러한 유모와 관련된 작품들에는 적지 않게 꽃들이 등장하는데 간단 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車 上 의 장미, 유모의 묘 ( 乳 母 の 墓 )의 호박꽃, 입맞춤 ( 接 吻 )의 수레백합꽃, 모밀잣밤나무꽃 의 모밀잣밤나무꽃( 椎 の 花 ), 身 熱 의 왕귤 나무(ザボン), 패랭이꽃 ( 石 竹 の 花 )의 패랭이꽃, 붉은 동백꽃 ( 赤 き 椿 ) 에 등장하는 동백꽃 등이다. 시 패랭이 꽃, 입맞춤 은 유아적 性 感 에 대한 공포를 그리고 있 으며, 車 上, 간짐보 ( 願 人 坊 ) 9) 는 유모와의 실생활 속의 추억을, 身 熱, 붉은 동백꽃, 恐 怖, 유모의 묘 는 유모의 죽음을 제 재로 한 것이다.이 모두가 어린 시절의 기억을 청년 하쿠슈의 입장에 서 회상한 것이다.유모를 소재로 한 작품들을 통해 하쿠슈의 유아적 性 感 과 사랑의 정감을 알 수 있으며,나아가 꽃은 무엇보다 시각적 또 는 후각적 소재인 만큼 초기 감각시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가 된다. 2)유년의 性 感 에 대한 공포 추억 의 序 文 으로 유명한 나의 성장기 는 그의 自 敍 伝 的 문장 으로,이 중에서 유 소년시절을 단적으로 드러낸 부분을 인용해 본 다. 이 작은 서정 소곡집에 담겨진 내 15살 이전의 삶은 너무나 유치하고 꾸 밈이 없는,때로는 음탕한 여인의 손을 두려워하는 붉은 패랭이꽃처럼 무지 하였다. 10) 9)이 시는 시인이 눈 내리는 밤에 유모의 등에 업혀서 음난한 간짐보 춤( 願 人 坊 踊 り) 을 보고 느낀 性 에 대한 수치심을 노래했다. 願 人 坊 는 에도 시대의 걸식 스님.( 村 野 四 郎,전게서,320쪽). 10) この 小 さな 抒 情 小 曲 集 に 歌 はれた 私 の 十 五 歳 以 前 のLifeはいかにも 幼 稚 な 柔 順 しい おとな -13-
위 문장에서 시인은 15살 이전의 유년시절의 자신을 작고 붉은 패랭 이꽃 으로 비유하면서 패랭이꽃 11) 을 유치하고 꾸ala이 없고 음탕한 여인의 손을 두려워하는 이미지로 파악하고 있다.우선 패랭이꽃을 수 식하는 붉은 이라는 색채감은 패랭이꽃의 추억 ( 石 竹 の 思 ひ 出 )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어째서 사람들은 웃는 것일까. 나는 모른다, 아니 알 수가 없다, 그것은 어린 세 살 때 옛날이어서.(제1연) 나른한 낮잠 꿈에서 깨었을 때, 통통한 어느 여자의 양손은 용수철처럼 서두르는 뜨거운 힘으로 들쳐 안고,눈부신 마루 끝으로 데리고 간다. 꽃이 있었네,붉고 작은 꽃,패랭이꽃.(제4연) 천진난만한 방뇨( 放 尿 ) 유아는 시름없이 응시하고, 붉디붉은 패랭이꽃은 따가울 정도로 그 눈에 비추고, 무언가,등뒤로 간지러운,낡은 회초지 같은 감촉이려나.(제5연) 然 し 飾 気 のない 時 としては 淫 婦 の 手 を 恐 れるゝ 赤 い 石 竹 の 花 のやうに 無 智 あつた - わが 生 ひたち (Ⅹ)- 11)여러해살이풀.산기슭의 풀밭이나 시냇가 모래땅에 자생한다.줄기는 한 뿌리에서 여러 개가 나와 곧게 자라고,잎은 가늘고 긴 선형으로 마주난 다.줄기 끝에 붉은색 꽃이 핀다.원산지는 한국,중국,일본이며,이 꽃의 학명은 Dianthus인데, 이는 그리스어의 dios(신)과 anthus(꽃)이란 뜻으로 결국 신성한 꽃이란 뜻이다.중국에서 이 꽃을 石 竹 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14-
무더운 날이었지, 고요한 강가의 밝은 한낮이었지. 찌는 듯한 유년의 공포로 오줌을 누며 나는 단지 응시하고 있었지 붉은 꽃,작은 꽃,눈에 따가운 패랭이꽃. 12) (제9연) - 패랭이꽃의 추억, 추억 - 더운 여름날 배설이라는 생리적 현상에 따른 막연한 공포심과 자신을 안은 여성에게서 느껴지는 애정이 복합적으로 표현된 시이다. 찌는 듯 한 유년의 공포로 /오줌을 누며 나는 단지 응시하고 있었지 에서 오줌을 누며 응시하는 붉은 패랭이꽃은 유아의 공포 심리를 표상하고 있다.또한 통통한 어느 여자의 양손은 /용수철처럼 서두르는 뜨거운 힘으로 들쳐 안고 에서는 유모의 손에 자란 시인인 만큼 어머니보다 포근한 유모의 손길이 연상된다.그러나 이에 그치지 않고,부드러운 낡은 회초지 같은 감촉 13) 이라는 표현에서,유아인 시인이 실제로 유모를 성적 대상으로 삼아 육감적인 느낌을 가졌을 가능성을 느끼게 한다.이러한 특별한 성적 감각이 이 시에서 패랭이꽃 이라는 시적 소 ひとびと いとけな 12)( なにゆゑに 人 々 の 笑 ひしか /われは 知 らず /え 知 る 筈 なし /そは 稚 き さんさい 三 歲 のむかしなれば //わが 悩 ましき 昼 寝 の 夢 よりさめたるとき /ふくらなる 或 ば ね る 女 の 兩 手 は/ 彈 機 あは のごとも 慌 あつ てたる 熱 き 力 もて/かき 抱 き 光 れる 掾 側 へ と 連 れ ゆきぬ / 花 ありき 赤 き 小 さき 花 石 竹 の 花 // 無 邪 気 なる 放 尿 / 幼 児 は 静 み つ こころなく 凝 視 め つつあり / 赤 き 赤 き 石 竹 の 花 は 痛 きまでその 瞳 にうつり / 何 うしろ ものか 背 後 しほがは そば き 鹽 河 の 傍 こそば にて 擽 て ざ は り ゆし 絵 艸 紙 の 古 ぼ けし 手 觸 にや// 暑 き 日 なりき / 物 音 もな のあかるき 真 畫 なりき / 蒸 すが 如 き 幼 年 の 恐 怖 いた おそれ いばり より/ 尿 しつつ わ み つ いた れのただ 凝 視 めてありし/ 赤 き 花 小 さき 花 目 に 痛 き 石 竹 の 花 ) 13)회초지는 江 戶 시대부터 행하여지던 일본 전통 그림이 삽입된 책자로,이 낡은 책자의 부드러운 감촉. -15-
재를 통해 형상화되고 있다고 여겨진다. 일반적으로 유아기의 성적 발달 단계는 口 腔 期, 肛 門 期, 男 根 期 라는 세 가지의 발달단계로 나뉜다고 하는데,이 가운데 만 3세의 어린아이는 항문기 에 해당하는 시기로 그 시기의 어린아이의 특징을 간단하게 말하면 다음과 같다. 배설을 통하여 긴장이 해소되는 쾌감을 맛보게 되면,그 후에는 이 부위에 생긴 긴장을 해소하고자 할 적마다 같은 식의 행동이 반복되게 된다.이렇게 배설을 해서 밖으로 내보내는 작업은 감정적 격정,화풀이,분노 및 기타의 원시적 감정적 배설 등의 심리적 원형이 되는 것이다.그러나 대부분의 사람 들은 유아기를 잘 기억하지 못한다.유아기에 받은 느낌들은 정말로 없어진 것이 아니라 일종의 기억상실이기 때문이다.이렇듯 기억되지 않는 유아기의 성 욕구 충족과 관련된 일련의 성적 행위는 이후 성격 발달에 결정적 영향 을 미친다. 14) 위 글에서 어린아이가 본능적으로 쾌감을 얻는 배설행위 역시 성 욕 구 충족과 관련된 성적 행위의 하나로 보고 있다.여기에서 패랭이꽃은 오줌을 누며 쾌감을 느끼는 유아의 심상이 반영된 꽃이다.크기나 꽃의 인상에 있어서 패랭이꽃은 매우 작고 소박한 꽃으로,동양적인 섬세함 과 순수함이 느껴지는 꽃이다.일반적으로 순결한 사랑 혹은 소년을 상 징하는 꽃말이 시에 드러나는 유아의 이미지와도 잘 어울린다. 유아에게 있음직한 무의식적 성감에 대한 공포를 붉은 패랭이꽃의 인 상과 색채감으로 시각적으로도 강렬하게 표현하였다.패랭이꽃의 기억 이 너무나도 선명하고 시각적으로 강렬하게 묘사되어 있기 때문에 자신 의 어릴 적 경험과 기억중에서도 유모와 관련된 유아적 성적 체험이 시 인에게 뚜렷이 각인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유아적 성적 체험은 배설 이라는 본능에 의한 것이지만,입맞춤과 같은 성적 체험을 제재로 삼은 시에서도 꽃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 14)이주하,전게서,35쪽,75쪽. -16-
다. 붉은 패랭이꽃이 유아적 성감과 공포심을 상징하는 꽃으로 사용되었 다면, 수레백합꽃 ( 車 百 合 ) 15) 은 다음에 인용하는 작품 입맞춤 ( 接 吻 ) 에서 性 을 의식하기 시작하는 소년의 흥분된 심리상태를 묘사하는 중요 한 역할을 하고 있다. 짙은 체취의 여인 다가와 달아오른 몸을 바싹 붙인다. 그때 그 옆에 있던 수레백합꽃 빨갛게 달아올라 반짝거리고 잠자리 날지 않고,바람 멈추고 뒷걸음치며 무서워하니 땀 밴 손으로 더욱 드세게 한껏 안아 올리어 입맞춤하네. 괴로움,쓰라림,그리움, 풀잎은 시들어,여치 한 마리 무더운 저녁놀에 튀어 오른다. 16) -17- - 입맞춤, 추억 - 性 을 자각하기 시작한 시인의 유년기를 제재로 한 성의 눈뜸 ( 性 の 芽 生 ) 章 의 한 편이다.얼떨결에 입맞춤을 당한 유년의 심리를 수레백 합꽃이나 잠자리,여치와 같은 동식물로 비유하여 동화적 환상미를 느 끼게 한다. 수레백합꽃 은 순결 이라는 꽃말을 갖고 있어 어린아이의 15)백합과의 다년초로써,고산 초원에 핀다.높이 70-100cm정도이며, 朱 赤 色 의 직경 4cm의 꽃잎을 다섯 개 달고 있다. にほひ からだ あつ 16)( 臭 の ふか き 女 きて/ 身 體 も 熱 くす りよりぬ /その ときそば の 車 百 合 / 赤 く の ぼ 逆 上 とんぼ せて きらきらと/ 蜻 蛉 あとし 動 かず 風 吹 かず / 後 退 ざりつつ 恐 るれば/ 汗 ばみし くち つ 手 はまた 強 く/つ と 抱 きあげ て 接 吻 けぬ /くるしさ つ らさ なつ か しさ,/ 草 は 萎 れて きりぎりす/ 暑 き 夕 日 にはねかへる )
심리상태를 표현하는데 적절한 꽃이다.보통 꽃과는 달리 꽃 잎사귀가 뒤로 말려져 있다.꽃의 인상에서 촉발되었을 빨갛게 달아올라 라는 표현은 高 揚 된 유년의 심리 상태를 감각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시인의 참신한 감각성을 엿볼 수 있다.그러한 수레백합꽃의 감각적 인상은 괴로움,쓰라림,그리움 이라는 설명적 묘사 때문에 더욱 선명하게 전해진다. 이 시 속에서는 입맞춤을 한 여인의 존재가 드러나 있지 않다.그러 나 짙은 체취의 여인 이나 달아오른 몸을 바싹 붙인다 라는 표현에 서 성숙한 여성임을 알 수 있다.시인이 양조업을 영위하는 유복한 집 안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거의 유모의 손에서 성장하였고 그녀에 관한 시편이 많은 까닭에,시인과 유모의 불가분의 관계에 대해서는 전술한 바 있다.우선 구체적으로 작품 속에서 유모가 연상되는 부분을 들어 보자. 땀 밴 손으로 더욱 드세게/한껏 안아 올리어 입맞춤하네 라는 구절 은,시 패랭이꽃의 추억 속에 등장하는 통통한 어느 여자의 양손은 /용수철처럼 서두르는 뜨거운 힘으로 들쳐 안고 의 여인의 이미지와 흡사하다.적어도 몸집이 크고 힘이 센 여인의 인상이다.또한 여인의 땀 밴 손 이나 통통한 양 손 에서도 비슷한 인상을 받는다.따라 서 앞의 두 시의 여인은 같은 사람으로 볼 수 있고,늘 곁에 있는 유모 가 입맞춤한 것으로 보는 것이 무난할 것이다. 어린아이에게 입맞춤이란 지극히 자연스런 애정 표현일 수 있다.그 러나 수레백합꽃 빨갛게 달아올라,반짝거리고 라는 표현에서 수레백 합꽃 은 어린아이의 흥분된 심리상태를 상징하고 있기 때문에,입맞춤이 라는 행위를 결코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유년의 性 에 대한 의식을 암시하고 있다. 전술한 시 패랭이꽃의 추억 은 배설이라는 본능적 생리현상에 따른 유아의 성감을 제재로 한 것이고,이 시는 비록 입맞춤을 당한 입장이 -18-
지만 일종의 자각적 성행위의 하나인 입맞춤이 제재가 되고 있다.이처 럼 성적 경험을 다룬 작품에는 유아기에서 소년기로 발육 성장하는 일 련의 과정과 그에 따른 잠재적 성에 대한 공포심의 강도가 다르게 반영 되어 있다.이러한 유년의 성에 대한 공포심이 반영된 내면세계를 패랭 이꽃 이나 수레백합꽃 으로 비유하고 있다. 입맞춤을 관능적으로 자각하기 시작한 소년의 섬세한 감정을 노래한 입맞춤 후 ( 接 吻 後 )라는 작품에서도 꽃은 시인의 내면세계를 표상하 는 중요한 존재가 되고 있다. 두려운 그 여자, 그리운 그 밤.(제 1연) 다음날 해는 서쪽에서 떠오르고, 공포와 빛에 런던 핀다. 피처럼 붉은 런던.(제 2연) 튀어 오르는 투구풍뎅이, 나는 단지 런던에 말없이 떨며 두려워한다. 내 생의 첫 입맞춤. 17) (제 5연) - 입맞춤 후, 추억 - 런던 (ロンドン)이란 꽃은 하쿠슈의 고향인 야나가와 ( 柳 河 )의 방언으 로 채송화꽃 ( 松 葉 牧 丹 )를 일컫는데,방언을 사용하는 것은 하쿠슈 시 특징의 하나이다.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 야나가와의 방언인 꽃 이름을 사용하고 있어서 시인의 실제 체험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풍긴다. 채송 화꽃 은 첫 키스 후의 소년 하쿠슈가 느낀 묘한 감정을 표상하고 있다. あけ おそれ 17)( 怖 ろしきその 女 /なつかしきその 夜 // 翌 の 日 は 西 よりのぼ り / 恐 怖 と 光 にロンドン 咲 く / 血 のごとく 赤 きロンドン //はねかへ る 甲 虫 /われはただ ロンドンに/ 言 葉 なく 顫 へて 恐 る / わが 生 の 第 一 の 接 吻 ) キス -19-
이 시를 앞에 인용한 시 입맞춤 과 결부지어 생각해 볼 때,어른이 아이에게 애정표현으로 입맞춤을 한 것이 아니라, 내 생의 첫 번째 입 맞춤 이라고 한 만큼,이 시에서 시인은 입맞춤을 성적 체험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다.그러한 성적체험을 한 후 다음날 해는 서쪽에서 떠오 르고 는 모순된 표현을 하고 있다.모순된 묘사는 시인의 첫 키스의 체험이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있음을 암시한다.인상을 피처럼 붉은 런던 이라는 검붉은 꽃의 색채와 연결시키고 있다.즉 피처럼 붉은 런던 은 소년이 두렵게 느끼는 여성에 대한 감각이 응축된 표현이다. 여기서 붉은 색은 관능에 대한 공포를 함축하는 색채어휘이지만, 피 처럼 붉다고 비유하고 있어서 소년 하쿠슈의 더욱 강렬한 공포심이 반 영되어 있다.이러한 점에서 시인의 독특한 성적 체험이라 생각한다.왜 냐하면 일반적인 첫 키스의 기억이라면 이처럼 공포스럽지 않기 때문이 다.키스를 한 대상에 대해서도 단지 두려운 그 여자 라고 표현하고 있어서 상대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첫 키스를 한 상대가 두렵다는 것 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적어도 자기 또래의 순수한 사랑의 대상 이 아니라는 추측을 하게 한다.이처럼 다분히 속물적 쾌락을 추구하는 에로티시즘 (eroticism)으로 치부되기 쉬운 일련의 성적 경험이 꽃 이름 의 어감과 꽃의 색채감이 어우러져 저속하게 여겨지지 않는 것은 현재 의 시인의 입장에서 유년의 심리를 그대로 그렸기 때문이다. 입맞춤 과 입맞춤 후 에서 꽃은 입맞춤 이라는 행위에 관한 유년의 공포심을 표상하지만,다음에 논할 붉은 동백꽃 에서 동백꽃은 죽음과 강한 사 랑의 감정을 표상하고 있어 주목된다. 3)유모의 죽음과 왜곡된 사랑 어릴 적 하쿠슈는 유모가 둘 있었는데,두 유모 모두 갑작스런 죽음 을 당하였다고 전해진다.그러한 유모에 대한 언급이 나의 성장기 에 -20-
서 나타난다. 3살 때,심한 장디프스에 걸렸다.그래서 모감주나무 꽃이 하얗게 지는 그 늘에서 지나가는 장례행렬을 보고 나는 비로소 유모의 죽음을 알았다.그녀 는 내 몸의 열이 너무나 높았기 때문에 언제부턴가 병에 전염되어,내 대신 죽은 것이었다.나의 그녀에 대한 기억은 별로 이렇다할만한 것이 없다.단 지 어머니의 품에서 몸을 뻗어 하얀 관을 바라보았을 때,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다음에 온 유모의 이름은 오이소라 했다.나는 그녀와 호카메 에 있는 어머니의 집에 가서는 언제나 오랫동안 체류하였다. 18) 위 글은 첫 번째 유모와 두 번째 유모에 대한 기억을 서술한 부분으 로,두 번째 유모의 이름을 뚜렷이 기억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첫 번째 유모와의 추억보다 두 번째 유모인 오이소 와의 추억이 하쿠슈에게 뚜 렷이 남아 있음을 알 수 있다.어린 하쿠슈에 대한 유모 오이소의 사랑 의 정도를 공포 라는 시에서 확인할 수 있다.이 시에는 임종에 이르 러서도 강한 집착으로 사랑을 호소하고 있는 유모의 존재가 생생하게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이를테면,제 2 연에서 유모이지만,줄곧 두렵 다 /집착이여,임종의 찰라 /눈물 마른 노인의 눈은 /어머니보다도 격한 사랑으로 /나를 바라보며 창백했어라 라는 구절이 보이기 때 문이다.유모의 사랑에 대해 시인은 유모가 혹시 자신의 생모가 아닐까 하는 의심과 공포심을 갖게 된다. 19) チ ブ ス 18) 三 歳 の 時, 私 は 劇 しい 窒 扶 斯 ザボン に 罹 つた さうして 朱 欒 の 花 の 白 くちるかげから 通 つてゆく 葬 列 を 見 て 私 は 初 めて 乳 母 の 死 を 知 つた 彼 女 は 私 の 身 熱 あまり 高 か い つ うつ つたため 何 時 しか 病 を 傳 染 されて 私 の 身 代 りに 死 んだのである 私 の 彼 女 に 於 ける 記 憶 は 別 にこれといふものもない ただ 母 上 のふところから 伸 びあが つて 白 い 柩 を 眺 めた 時 その 時 が 初 めのまた 終 わりであつた 次 に 来 た 乳 母 はおいそと か れ ほかめ 云 つた 私 はよく 彼 女 と 外 目 の 母 の 家 に 行 つては 何 時 も 長 々 と 滞 留 した - わ が 生 い 立 ち (ⅩⅩⅥ~ⅩⅩⅦ)- 19)이를테면 靑 い 鳥 ( 추억 )이란 시의 마지막 부분 い つ -21-
한편,앞서 인용한 바 있는,유모에 대한 질투와 우롱당한 기억을 상 기해 볼 때,어린 시인에게 유모의 존재가 과연 사랑의 대상이었는지의 여부에 대해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모밀잣밤나무꽃 ( 椎 の 花 )이란 작품이다. 나무의 꽃은 아련히 진다. 날도 저물어,모밀잣밤나무 언덕, 그림자 싸늘한, 희미한 빛에 그대 울고,나도 매달린다. 머리 향인가,눈물어린 눈동자인가, 옷자락이 살랑이고,소매에 가늘가늘, 벌레 운다, 이내 시름에. 아아,이렇게,그대여,죽을 때, 이토록 매달리고,이렇게 울었던가. 그 옛날인가,지금인가,생시인가, 그런데 알 수 없다,전생의 꿈. 20) -22- - 모밀잣밤나무꽃, 추억 - 모밀잣밤나무꽃이 지는 배경 속에, 그대 ( 君 )에 대한 사랑과 죽음 을 예감하며 슬픔을 표현하고 있다.이 시 속의 그대는 유모 오이소의 すてご 棄 兒 すてご の 棄 兒 ほんと のTONKAJOHN/ 眞 實 つか のお 母 ほか さんが 外 にある. (버려진아이 버려진 아 이 동카죤,/진짜 어머니가 따로 있다)는 표현이 있는데,생모에 대한 의혹을 갖고 있었음을 엿보게 한다.(여기서 TONKA JOHN 은 큰 도련님을 동생과 비교해서 부르는 柳 河 語.거의 白 秋 의 유년시절의 고유명사로 사용되었다. 20)( 木 の 花 はほのかにちりぬ / 日 もゆふべ 椎 の 片 岡 / 影 さむみ 薄 ら 光 に/ ま み 君 泣 きぬ われもすが りぬ / 髪 の 香 か 目 見 きぬ のうるみか / 衣 そよぎ 裾 にほそ ぼ そ / 虫 啼 きぬ かかるうれひに //ああ かくて 君 よいくとき /かく すが 縋 り かくや 泣 きけむ /そのかみか いまか うつつか /さて 知 らじ さきの 世 のゆめ )
존재이지만,마치 사랑하는 연인을 떠나보내는 심정으로 묘사되어 있어 서,유모의 존재에 대한 어린 시인의 각별한 애정을 느끼게 된다.특히 유모의 존재를 머리 향 과 같은 신체적이고 관능적 감각으로 표현하 고 있어 유모에 대한 시인의 감정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진다.즉,시인 에게 유모는 일종의 성적 사랑의 대상인 것이다.한편 같은 유모의 죽 음을 모티브로 한 시라 해도 다음에 인용하는 붉은 동백꽃 ( 赤 き 椿 ) 은 유모의 모성애보다 더한 사랑으로 인해 한층 공포에 떨고 있는 시인 의 내면세계를 표상하고 있다. 내 눈에 붉은 산동백꽃. 밖 공기에 불긋불긋, 소리없이 빛나다,뚝 떨어진다. 지금 죽음에 임한 나의 유모의 슬픈 눈매 산동백꽃. 흉한 얼굴을 찡그리며 가축처럼,울고 또 우는지, 내 손을 잡는 것은,빨아들임은, 밉고,더럽고 두려웠어라 가장 사랑하는 손인가,영혼인가. 그 눈에 붉은 산동백꽃 작은 머리에 불긋불긋, 소리없이 빛나다,뚝,떨어진다. 21) め そと 21)( わが 眼 に 赤 き 薮 椿 / 外 の 空 気 にあかあかと / 音 なく 光 り はた 落 つ め みにく かほ る /いま 死 にのぞむわが 乳 母 の/かなしき 眼 つき 薮 椿 // 醜 き 面 をゆが めつ かちく つ / 家 畜 さいあい 恐 ろしき/ 最 愛 と のごとく はた 泣 くは /わが 手 を 執 め の 手 か たましひか //かの 眼 と / 音 なく 光 り はた 落 つる ) にく るは 吸 ひつ くは / 憎 あたま に 赤 き 薮 椿 / 小 さき 頭 腦 きた く 汚 なく にあかあか -23-
- 붉 은 동 백 꽃, 추 억 - 동백꽃의 비유가 들어 있는 행을 살펴보자. 내 눈에 붉은 산동백 꽃, 그 눈에 붉은 동백꽃 에서 알 수 있듯이 눈 이란 시어를 반 복하고 있다. 슬픈 눈매 동백꽃 에서 시인은 유모의 임종 직전에 본 유모의 애통한 눈매와 동백꽃을 동일시하고 있다.시인은 동백꽃의 지는 영상과 유모의 임종을 교차시키면서,함께 공유했던 정감을 시각 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薮 椿 란 산야에 자생하는 동백꽃으로 언젠가 유모와 함께 바라본 적이 있는 추억 속의 꽃인 동시에 사랑을 상징하는 꽃 22) 이라는 지적이 있다. 작은 머리에 불긋불긋 /소리 없이 빛나다, 뚝, 떨어진다 에서 불긋불긋 (あかあか)은 섬뜩섬뜩한 정감도 함께 느껴지는 표현이며,동백꽃이 질 때의 독특한 모습에서 연상된 것으로, 죽음을 상징하는 꽃이 다름 아닌 동백꽃이기 때문이다. 23) 따라서 동백 꽃은 유모의 비통한 죽음과 모성애를 강렬하게 인상짓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시집 추억 중 유모와 관련된 작품에는 유아적 性 感 이나 성적 체험,유모의 죽음과 사랑 등 유년기에 형성된 22) 그것은 언젠가 유모와 함께 바라본 추억 속의 동백꽃으로 사랑의 상징일 것 이 다 (それはいつか 乳 母 とともに 眺 めた 追 憶 の 中 の 椿 で 愛 の 象 徵 であろう, 村 野 四 郎 전게서,334쪽). 23)동백꽃은 꽃잎이 한 잎 한 잎 바람에 흩날리며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꽃송이가 쑥 빠져 떨어진다. 이처럼 통째로 떨어지는 까닭에, 春 首 落 이라고 하였고, 不 吉 을 상징하는 나무로 취급되기도 하였다.떨어진 꽃송 이의 꽃잎은 모두 하늘을 향한다고 하는데,마치 유언이나 하듯이 소리를 내면서 통째로 뚝 떨어지는 모습이 죽음을 재촉하는 꽃이라는 환상을 자 아내게 했는지도 모른다.그러나 동백나무의 꽃이 지는 그 嬋 娟 한 모습은 너무나 환상적이어서 사람들은 이 모습을 두고 가장 극적인 아름다움을 말하기도 한다.(이상희 꽃으로 보는 한국 문화 3,넥서스,1998년,220-223 쪽). -24-
性 에 관한 심리가 패랭이꽃 이나 수레백합꽃, 채송화꽃, 모밀잣밤나 무꽃, 동백꽃 등 특정한 꽃으로 표현되어 있다.그 꽃들의 형상 색 채 특성 등에 의해 소년 하쿠슈의 성감과 사랑의 감정이 감각화되고 있는 것이다.나아가 性 的 공포심이 반영된 붉은 꽃의 강렬한 감각 표 현은 억압되어 있던 시인의 성적 감정의 분출로 볼 수 있다.또한 유모 의 사랑에 대해 때로는 강한 모성애로 또 때로는 異 性 的 사랑으로 표현 하고 있다.유모는 시인의 성애의 감정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볼 수 있으며,유모의 사랑의 표현이 시인의 사랑의 감정을 왜곡 혹은 굴절되 게 한 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하쿠슈의 추억 속에서는 꽃의 본연의 아름다움이나 미적 정감을 대 상으로 삼기보다는 시인의 의식세계와 밀접한 연관 속에서 그려지는 心 象 을 감각적으로 형상화시키는데 꽃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2.서양 여성에 대한 동경 시집 추억 에서는 유모를 통해 어린 시절에 형성된 특별한 性 愛 의 정감을 확인할 수 있다면,시집 사종문 (1909)에서는 특히 서양 여성 에 대한 성애의 감정을 엿볼 수 있다. 특히 꽃은 그러한 성애의 정감을 감각적으로 표현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같은 꽃이라도 서로 다른 이미지로 부각되고 있다. 예를 들어, 추억 에 등장하는 빨간 꽃 ( 赤 い 花 )과 같은 색채는 주로 性 愛 의 두려운 감각과 연관된다.그러나 사종문 에서는 농후한 서양 적 관능미가 이를테면 안마리스꽃의 빨간 색채감으로 표현되어 있다. 하쿠슈는 사종문 에서 자신의 異 國 趣 向 이나 異 色 趣 味 는 물론,일본 의 전통적 정서까지 조화시켜 자신만의 새로운 시적 이미지 창출을 시 도하였다.이러한 이국취향이나 이색취미와 같은 시인의 특성은 서양에 -25-
서 유입되어 온 서양의 꽃과 함께 표현된 흠모하는 여성상이나 성적 사 랑의 정감으로 크게 부각된다.여기서 시인의 정감은 크게 두 가지 취 향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즉 청초한 서양 소녀와 농후한 관능미 의 서양 여성에 대한 취향이 그것이다.이 장에서는 이러한 취향의 정 감이 서양의 꽃이자 시인이 애용한 안마리스꽃 헤리오토프꽃 푸른 꽃 물망초꽃 양귀비꽃 등을 통해 어떻게 감각적으로 표현되어 있 는지 살펴보자. 1)청초한 이미지의 서양 소녀 일본의 1900년대는 서양에서 유입된 연애지상주의 풍조가 성행한 시 기였다.앞으로 살펴볼 시집 사종문 에도 연모의 대상이 꽃과 밀접한 연관 속에 묘사되어 있어 이러한 시대적 감각을 단편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다.그 대표적인 것이 푸른꽃 ( 青 き 花,1908) 25) 이라는 章 에 수록 된 작품들이다.이 작품들은 1907년 7월부터 한 달 동안 新 詩 社 同 人 들 과 함께 한 南 紀 여행 26) 을 기념하여 만들어진 것이다.이 章 의 冒 頭 에 南 紀 여행의 기념으로 내 로맨틱시대의 애잔한 추억을 위해,이 여린 一 章 을 지난날의 친구에게 바친다 27) 는 附 記 가 있다. 그대 ( 君 )라는 25) 總 題 인 푸른꽃 ( 靑 き 花 )은 노바리스(Novalis, 1772-1810)의 미완성 장편 소설인 Heinrich von Ofterdingen (1799-1800)의 일본어명 푸른꽃 ( 靑 き 花 )에서 유래한 것이리라는 지적이 있다.참고로 이 소설의 내용을 간략히 설 명 하면,주인공인 하인리히는 꿈속에서 푸른 꽃을 보는데,그 꽃이 어느새 미 소 짓는 소녀의 얼굴로 변하여 미래를 예언하자 주인공은 그 꽃을 찾아 편력 의 여행을 떠난다는 줄거리이다.하쿠슈가 자신의 南 紀 여행을 하인리히의 편력 여행에 빗대어 푸른꽃 시편에 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村 野 四 郎,전게 서,531쪽). 26)요사노뎃칸( 与 謝 野 鉄 寬 ),요시이이사무( 吉 井 勇 )등과 伊 勢 和 歌 山 방면을 여 행했다. 27) 南 紀 旅 行 の 紀 念 として 且 はわが 羅 蔓 底 時 代 のあえかなる 思 出 のためにこの 幼 き 一 章 を 過 ぎし 日 の 友 にささぐ -26-
작품을 통해 살펴보자. 먼 전생에 그대와 알았던가 황금빛 머리카락 넘실넘실, 돌이켜 보려나,아,그것도 잠깐 언뜻 본,젊은 눈동자에 내음 가득한 그 푸른 꽃 28) (제2연) -27- - 그대, 사종문 - 이 시는 노란 불수감나무 29) 가 심겨 있는 푸른 남국의 정취 속에서 감각적으로 떠올린 연모의 대상을 묘사하고 있다. 황금빛 머리카락 넘실넘실 에서 느껴지는 연모의 대상인 그대 의 외모적 특징은 검 은 머리카락의 동양여성이 아닌,긴 노란 머리카락의 서양 여성이다. 젊은 눈동자에 /내음 가득한 /그 파란 꽃 에서는 후각적 인상으 로 연모의 대상을 표현하고 있다.어린 서양 소녀의 파란 눈을 향기가 나는 푸른꽃 의 감각으로 구체적으로 이미지화하고 있는 부분이다. 여기서 푸른꽃 이란 소녀의 눈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영원한 것을 상 징한다는 지적 30) 과도 같이,서양 여성의 푸른 눈의 색채감과 그러한 눈의 신비스러운 인상에서 촉발된 것이다. 돌이켜 보려나,아,그것도 잠깐 /언뜻 본 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푸른 꽃의 인상은 여기서는 인용하지 않았으나 제1연의 먼 전생에 또는 하늘도 꿈꾼다 와 같 은 몽환적 표현을 통해 엿볼 수 있다.이처럼 언젠가 언뜻 본 서양 소 い つ 28)( 何 時 し の 世 か/ 君 と 識 こがね りけむ./ 黃 金 なす 髪 もたわたわ,/みかへるか,あはれ,つかのま/ちらと ひとみ 見 ぬ,わかき 瞳 に/にほひぬる/かの 青 き 花 ) 29)불수감나무는 귤나무의 일종으로, 常 綠 小 喬 木 이며,열매는 홍귤과 닯았지 만,하단이 찢겨져 손가락이 겹쳐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村 野 四 郎,전게서, 180쪽). 30) 村 野 四 郎,전게서,179쪽.
녀에 대한 연모는 앞서 주석에 인용한 노바리스의 푸른 꽃 에 등장 하는 주인공 하인리히의 낭만성과 흡사하다.실제로 사종문 에 수록 된 작품 로맨틱 눈동자 ( 羅 曼 底 の 瞳 )에는 소피야 31) 라는 이름의 서양 소녀가 등장하는데 이는 하인리히의 실제 애인의 이름인 소피 를 연상시킨다. 아름다운 그대 소피야. 애처롭기도 사랑스러우시기도 한 나의 어린 그대 소피야. 어째서 오늘 내일 없이 이렇게 외면만 하시나요. 아름다운 그대 소피야, 내가 울면 밤낮으로, 애처로이 차분히 눈을 뜨시는 푸른 꽃 소녀의 눈동자. 그대 소피야. 32) - 로맨틱 눈동자, 사종문 - 이 작품은 한마디로 연인 소피의 가련한 아름다움을 묘사한 작품이 다.특히 서양 소녀의 애잔한 눈동자에 위로 받는 시인의 특별한 정감 31)소피야라는 이름은 노바리스의 애인 Sopie von Kuhn 의 이름에서 따 온 것이다.( 村 野 四 郎,전게서,531쪽).아울러 이 시의 서두에는 이 소녀는 나의 어린 로맨틱한 환상이다.편의상 소피라고 부른다 (この 少 女 はわが 稚 きロマ ンチックの 幻 像 他 假 にソフィアと 呼 びまゐらす)라는 附 記 가 적혀있다.시인은 ソフィア 를 작품 속에서는 ソフィヤ 로 표기하고 있다.한편 하쿠슈는 자신의 연애사건을 제재로 다룬 오동나무꽃 의 哀 傷 篇 冒 頭 에, 죄인 소피에게 보낸다, 38 7 ( 罪 びとソフィ-に 贈 る 三 八 七 )라고 附 記 되어 있다. 387 이란 숫자 는 시인이 애인 토시코( 俊 子 )와 함께 간통죄로 고소되어 2주간 未 決 監 으로 투 옥되었을 때의 囚 人 번호이며,소피는 애인의 애칭임을 알 수 있다.작품 속에 그려진 흠모의 대상이자 이상형이었던 소피와 같은 현실적 인물이 토시코였음 을 짐작하게 한다. うつ きみ かな こひ 32)( 美 くしきソフィヤの 君 / 悲 しくも 戀 しくも 見 え 給 ふわがわかきソフィヤの 君 /なになれば 日 け ふ もすがら 今 日 めつぶ はかく 瞑 目 しづ はな も 靜 かにも 見 ひらき 給 ふ 青 き 華 うつ り 給 ふ / 美 少 女 きみ くしきソフィヤの 君 をとめ きみ ゆふ かな /われ 泣 けば 朝 な 夕 なに / 悲 しく ひとみ きみ の 瞳 /ソフィヤの 君 ) -28-
오늘도 피누나,물망초꽃 34) - 물 망 초, 사 종 문 - 이 내가 울면 밤낮으로 라는 표현에 엿보인다.이 소녀의 가련한 아 름다움은 애처로이 차분히 눈을 뜨시는 푸른 꽃 소녀의 눈동자 에 서 푸른꽃 으로 응축 표현되어 있다.결국 검은 눈동자의 동양 여성 이 아닌 파란 눈동자의 서양 여성에게서 느낄 수 있는 신비한 아름다움 을 푸른 꽃으로 표상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푸른 눈의 소녀 소피에 대한 존칭 표현은 시인의 서양 憧 憬 의 단서가 된다. 푸른꽃 의 애잔한 감각적 이미지를 하늘빛 물망초꽃으로 대유적으로 묘사하고 있 는 시로 물망초 (なわすれぐさ) 33) 를 살펴보자. 면사포 향기에 배어나오듯, 그 눈동자 흐느껴 울건만, 하늘빛으로 투명한,나뭇잎 그늘에 5 7조의 抒 情 小 曲 으로 물망초 (forget-me-not)꽃의 색감과 인상,그 리고 꽃말을 제재로 가련한 소녀의 애틋한 연모의 정을 묘사하고 있다. 면사포 향기에 배어 나오듯 에서 면사포 속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소녀의 인상을 후각으로 묘사하고 있는데,물망초의 꽃향기로 중첩되고 있어,향기로운 소녀의 이미지가 연상된다. 그 눈동자 흐느껴 울건만 과 하늘빛으로 투명한 에서는 투명한 면사포에 비치는 소녀의 흐느끼는 모습이 물망초의 하늘빛처럼 청초하 게 보이고 있음을 묘사하고 있다.물망초처럼 청순가련한 소녀가 슬픔 33)유럽 원산의 초목으로 봄부터 여름에 걸쳐서 監 色 의 많은 작은 꽃을 피운 다.가집 오동나무 꽃 의 물망초를 소재로 한 작품을 소개한다. 프랑스의 우아한 소녀가 머리 위에 꽂은 물망초의 하늘빛 꽃 ( 佛 蘭 西 のみや わすれなぐさ そら び 少 女 がさしかざす 忽 忘 草 の 空 いろの 花 ){ 白 き 露 台 ( 白 き 露 台 2 )} おもぎぬ も ひとみ 34)( 面 帕 のにほひに 洩 れて /その 眸 すすり 泣 くとも / 空 いろに 透 きて 葉 け ふ かげに/ 今 日 も 咲 く なわすれの 花 ) そら す -29-
에 찬 얼굴을 살포시 감추고,연인을 그리워하는 정서가 나를 잊지 말 아 주세요 라는 물망초의 꽃말의 연상을 통해 더 한층 哀 憐 하게 전해 진다. 시인은 시 그대 와 로맨틱 눈동자 에서 연인 소피 의 가련미를 푸른 눈동자에서 촉발된 푸른꽃 의 향기로 감각 표현하였다.나아가 시 물망초 에서는 푸른 눈의 소녀의 인상이 더욱 애틋한 시인의 연민의 정조로 배어난다.물망초꽃의 인상은 아름다운 이국적 외모에 청순가련 한 이미지의 젊은 여성을 연상케 한다.따라서 서양에서 유입된 푸른 꽃 의 이국취향적 여성상이 구체적인 물망초꽃의 청초한 이미지와 맞물 려 표현되고 있음을 강조하고자 한다.한편 서양 소녀에 대한 동경심과 는 대조적으로 관능적인 시인의 연애 취향도 엿볼 수 있는데,그 구체 적인 예로 안마리스꽃을 소재로 한 대표적 작품을 분석해 보기로 한다. 2)서양 여성의 농후한 관능미 하쿠슈는 농후하게 관능적인 여성에 대한 정염을 꽃과 분수와 같은 실내정원의 사물을 빌어 표현하였다.이를테면 사종문 의 대표작으 로 볼 수 있는 室 内 庭 園 이 있다. 늦봄의 온실 안, 질듯 말듯,분수 물줄기 방울져 떨어지고 그 아래 안마리스 빨갛게 아른거리고, 보드라이 향기 흩어지는 헤리오트로프. 젊은 날의 요염함,그 후끈거림에 마음 설레어라.(제 1연) 삼층 모퉁이던가,그건 썩어버린 황금 테두리 속,자명종의 초침소리 모든 번민,눈먼 소녀의 따사로이 내음 짙은 감각의 꿈. -30-
젊은 날의 그 아지랑이에 소리 그윽하고,마음 설레어라.(제 4연) -31- 늦은 봄의 온실 안. 따사로이 내음 짙은,분수 물줄기 방울져 떨어지고 그 아래 안마리스가 빨갛게 어른거리고, 달콤하게,향기 흩어지는 헤리오토로프. 이내 젊은 날은 저물어도 꿈은 아직도 마음 설레게 하누나. 35) (제 5연) - 실내정원, 사종문 - 위의 시는 늦봄 석양 무렵의 실내정원 안에 피어있는 안마리스꽃 과 헤리오토로프꽃 을 제재로 한 것이다.첫 연의 3 4행 그 아래 안마리 스가 빨갛게 어른거리고 /보드라이 향기 흩어지는 헤리오토로프 에서 알 수 있듯이 두 꽃은 시각적으로 후각적으로 관능을 자극하고 있다. 관능적 자극에 의한 청춘의 정염을 솟아오르는 분수의 물줄기가 표상하 고 있다.매 연마다 반복 표현되고 있는 분수 물줄기 방울져 떨어지 고 와 마음 설레어라 의 이미지에서 정염의 강렬함을 상상할 수 있 다.정염은 늦은 봄 나른한 오후에 촉발된 모든 번민,눈먼 소녀의/따 사로이 내음 짙은 감각의 꿈 이라는 눈먼 소녀의 후각적 감각으로 표 현되고 있다. 실내정원은 근대 도시 문명 도입에 따른 서양적 요소 중의 하나이다. おそはる むろ 35)( 晩 春 の 室 うち の 內 ふきあげ / 暮 れなやみ 暮 れなやみ 噴 水 の 水 はしたたる./そのもとにあ ま り す あか 赤 くほのめき /やはらかにちらぼへるヘリオトロオブ /わかき 日 のなまめきのそのほめき しづ 靜 さんかい こころなし // 三 層 なや て 惱 し ましさ 盲 すみ くさ の 隅 か さは/ 腐 おとめ ひし 少 女 わうごん れたる 黃 金 にほひ の/あたたかに 匂 ふち の 緣 うち の 中 かんかく と け い 自 鳴 鐘 きざ の 刻 み /ものなべ ふかき 感 覺 のゆめ /わかき 日 のその 靄 ね ひび しづ おそはる むろ うち ふきあげ に 音 は 響 く 靜 こころなし // 晩 春 の 室 の 內 / 暮 れなやみ 暮 れなやみ 噴 水 の 水 はしたたる /その もとにあ ま り り す 赤 くほの め き / 甘 く またちらぼ ひぬ く しづ ヘリオトロオブ /わかき 日 は 暮 るれども 夢 はなほ 靜 こころなし )
실내정원에 피어있는 안마리스꽃과 헤리오토로프꽃은 서양에서 유입된 꽃인 동시에 두 꽃의 감각적으로 농후한 관능미는 각별하다.하쿠슈가 자극적인 안마리스꽃의 붉은 꽃잎과 헤리오토로프꽃의 향기로 인한 청 춘의 정염을 강렬하게 표출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시인의 관능적 이국취 향을 확인할 수 있다.그의 대표적 가집 오동나무꽃 의 短 歌 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안마리스꽃 은 여성의 붉은 입술로 비유되어 관능을 자극하는 요염한 여성을 상징한다. 香 水 花 인 헤리오토로프꽃 의 자 극적인 향기에 몽롱해 진 정감이 표현되어 있다. 36) 한편 위 시에서 그 아래 안마리스 빨갛게 어른거리고 /보드라이 향기 내뿜는 헤리오토로프 와 같은 감각적 묘사법은 사상성이나 논리 성보다는 감미롭고 우울한 기분적 정감을 五 官 을 통해 암시하는 정서 상징적 수법이라 볼 수 있다.그의 상징적 기법은 다음과 같은 사종 문 중의 하쿠슈의 문장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시의 생명은 단순한 事 象 의 설명이 아닌 암시에 있다. 筆 舌 이나 언어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무한한 진동 안에서 보잘 것 없는 心 霊 의 흐느낌을 찾아, 아련한 음악의 쾌락을 동경하여,자기관상의 비애를 자부하는 것이야말로 나의 상징의 본래의 취지가 아니고 무엇이랴.나의 상징시의 주안점은 情 緒 의 諧 樂 과 感 覚 의 印 象 에 있다.(중략)나의 시를 읽을 때 理 智 에 의한 규명 을 의도하고, 幻 想 이 배제된 사상의 골격을 추구하는 것은 잘못이다. 37) 36) (안마리스 숨소리도 깊게 타오를 때 문득 입술을 갖다 댈 수 밖에 없 다 ) (あまりりす 息 もふかげ に 燃 ゆるときふと 唇 はさしあてしかない) 銀 笛 哀 慕 調, 春 14) (다홍색 얄미운 입술 안마리스 뿌리치며 그대를 생각한다) ) (くれ なゐのにくき 唇 あまりりすつ き 放 しつ つ 君 をこそおもへ ) 銀 笛 哀 慕 調, ( 春 14) (저녁무렵은 헤리오토로프, 거기에 한없이 남풍 불고( 夕 暮 はヘリオトロウプ, そことなく 南 かぜふく) (부드럽게 머리카락 헤치며 흩어져내리는 향료처럼 스며드는 꿈이려나 ) (やはらかに 髪 かきわけてふりそそぐ 香 料 のごと 滲 みるゆめかも) 銀 笛 哀 慕 調,( 夏 2) し くちびる -32-
시인이 말하는 상징 이란 시인이 표현하려는 사상이나 정신을 어 떤 구체적인 사물이나 사항을 통해 승화 집약시킨 일반적 상징과는 달 리,작품이 환기하는 정서나 정취 그 자체를 시의 유일한 모티브로 삼 아 이를 자유롭게 감각화하는 성격을 띠고 있다.위에서 얘기하는 情 緒 의 諧 樂 이나 感 覚 의 印 象 은 이른바 지적 사고성을 배제한,작품 그 자체에 촉발된 순간의 본능적 감각에 의존하는 일종의 자기도취적 자세 를 나타내고 있다고 지적된다. 38) 순간의 본능적 감각에 의존하는 일종의 자기도취적 자세 란 시인 이 포착한 기분적 정서를 주관적으로 표현한 것을 의미하며,자신의 기 분적 정서가 外 界 의 사물에 의해 감각화된 미적 세계의 표현에 하쿠슈 시의 상징적 기법의 특징이 있다. 그는,하나의 정조를 암시하기 위하여 물상을 제시한다.그리고 그는 거꾸로 그 물상이 환기하는 상상에 의해,처음의 동기와는 동떨어진 물상을 연이어 새롭게 추구해 가고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에야,비로소 출발점으로 돌아오 는 식이다. 39) 다시 말하면,감정전달을 위해 언어를 표현수단으로 삼는 것이 아니 라,언어 자체의 美 에 주목하여 이미지와 이미지의 연결로써 자신의 감 각적 정서를 암시하는 일종의 순수시적 자각을 느끼게 한다.이것은 메 37) 難 き 情 趣 の 限 なき 振 動 のうちに 幽 かなる 心 霊 の 欷 戯 をたづね 縹 渺 たる 音 楽 の 愉 樂 に 憧 がれて 自 己 観 想 の 悲 哀 に 誇 る これわが 象 徴 の 本 旨 に 非 ずや 予 が 象 徴 詩 は 情 緒 の 諧 樂 と 感 覚 の 印 象 とを 主 とす ( 中 略 ) 予 が 詩 を 読 まむとする 人 にして, 之 に 理 智 の 闡 命 を 尋 ね, 幻 想 なき 思 想 の 骨 格 を 救 めむとするは 謬 れ 38) 임용택 明 治 期 의 戀 愛 詩 와 北 原 白 秋, 인문연구 제26집,인하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1997년,302쪽. 39) 彼 は 一 つの 情 調 を 暗 示 せんがために 物 象 を 提 示 する すると 彼 は 逆 にその 物 象 が 喚 起 する 想 像 に 駆 られて 最 初 の 動 機 とはかけ 離 れた 物 象 を 次 から 次 へと 新 に 追 求 し かなりの 時 間 を 経 た 後 はじめて 出 発 点 に 帰 ると 言 つた 風 である ( 矢 野 峰 人 北 原 白 秋, 文 藝 讀 本, 河 出 書 房 新 社,1978년,33쪽). -33-
이지( 明 治 )의 다른 시인들과 차별되는 점이기도 하다.서양에서 유입된 꽃을 통하여 청춘의 비애를 표출하고 있다는 점에서,시인의 이색적 취 향성을 환기시키는 동시에 시인이 생각하는 정서 상징의 의미 즉, 정 서의 諧 樂 이나 感 覚 의 印 象 을 작품 속에 실현,전개해 가기 위해 절대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하쿠슈는 자신의 내면세계를 상징한 실내정원이라는 서양식 정원과 안마리스꽃과 헤리오토로프꽃이라는 서양의 꽃을 소재로 농후한 관능에 대한 청춘의 感 傷 을 감각적으로 노래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이색적이다. 3) 異 國 的 情 炎 의 환상미 하쿠슈 시에서 꽃은 감정 전달의 수단이 아니라 시인의 기분이나 정 서를 감각화시키는 표현 수단이 되고 있다.한편 좀더 독특한 서구적 분위기 속에서 꽃의 상징이 돋보이는 작품들을 통해 시인의 이국적 정 서를 엿보고자 한다. 서양이 원산지인 양귀비꽃을 소재로 한 작품 아련히 하나 (ほのかに ひとつ)와 연풍 ( 軟 風 )에서는 같은 꽃이지만 서로 다른 상징성을 띠 고 있어서 흥미롭다. 우선 아련히 하나 를 인용하면 아래와 같다. 양개비꽃 핀다.아련히 하나 또 하나 부드러운 밀밭 속 산들바람 흔들리는 뜨락. 희미한 석양빛 아련하고, 어스레한 달빛에 흔들리는 꿈길을 -34-
뒤엉킨 피아노의 한숨 석양에 어찌 눈물짓고 있는가 아아,다시 아련히 피어나는 불그레한 번민의 달아오름 보드라운 밀밭 속 아지랑이에 산들바람 흔들리는 이 내 가슴에, 양개비꽃 핀다.아련히 하나 또 하나 40) - 아련히 하나, 사종문 - 봄날 저녁 무렵 까닭 없이 찾아드는 애상감을 양귀비꽃 의 開 花 에 빗 대어 읊조린 시이다.흔히 화려하고 고귀한 꽃으로 알려져 있는 양귀비 가 아련히 하나 라는 제목으로 인하여 高 雅 하며 孤 独 한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은 이 시의 커다란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제 2연에서는 양귀 비꽃이 피는 장소와 배경을 설명하고 있는데 일본에서는 찾아 볼 수 없 는 양귀비꽃의 정경이다. 솔솔 부는 산들바람에 하늘하늘 흔들리고 있는 밀밭 속에 양귀비가 아련하게 자태를 드러내고 있는 풍경이 마치 한 폭의 그림과도 같다. 특히 제 2연의 뜨락 (その)은 시인 자신의 가슴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산들바람이 불고 있는 밀밭에서 뜰로,나아가 시인 자신의 가슴 으로 시선이 압축됨을 느낄 수 있다. 이어서 제 3 연의 어스레한 달빛에 흔들리는 꿈길 이란 달이 뜨기 け し む し ふ なよかぜ 40)( 罌 粟 ひらく ほのかにひとつ /また ひとつ /やはらかき 麥 生 のなかに/ 軟 風 のゆらゆるそ つき ふる うす のに / 薄 き 日 の 暮 るとしもなく / 月 しろの 顫 ふゆめぢを / 縺 れ 入 るピアノの 吐 息 /ゆふぐれになぞも 泣 あ かるる /さあれ またほのに 生 もつ と い き むぎふ れゆく/ 色 あかきなやみのほめき /やはらかき 麥 生 け し ゆらゆる 胸 に / 罌 粟 ひらく ほのかにひとつ /また ひとつ ) なよかぜ の 靄 に / 軟 風 の -35-
시작할 때의 정경 묘사로,이를 바라보며 까닭 없이 나오는 한숨을 절 규하듯 뒤엉킨 피아노의 선율에 비유하고 있는데, 석양에 어찌 눈물짓 고 있는가 라고 읊조린 표현에서 청춘의 애수를 느끼게 된다.까닭 없 이 찾아드는 청춘의 비애가 밀밭에 피어나는 붉은 양귀비꽃처럼,산들 바람에 흔들리는 시인의 가슴에 아련하게 피어나는 것을 노래하고 있다 하쿠슈의 시의 전형적인 비애의 정감은,청춘기 시인의 가슴에 간직 된 사랑의 열정에서 촉발된 것으로,붉은 양귀비의 인상이 작품 속에서 애잔한 느낌으로 전해오는 것도 이 때문이라 할 수 있다.시인 나름대 로의 정감의 세계 속에서 꽃의 인상을 재창조한 手 法 은 특이한 것이다. 시인의 표현 기법은 결코 대상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며,물론 설명하 는 것도 아니다.대상에서 시각이나 청각이나 후각 등으로 받은 인상을 겹쳐서 대상을 암시한다.인상에는 맥락이 없다.받은 인상을 그저 늘어 놓아서 정취를 독자에게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41) 라는 주장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결국 이 시에서 양귀비꽃 은 시인의 열정을 표상하고 있다.반면에 같은 꽃이지만 다음의 軟 風 에서는 다른 이미지로 표현된다. 나른하여라 촉촉한 양귀비의 타오름은 어린 눈동자 빛처럼 보라,하늘대는 밀 이삭 일렁이는 색의 투덜댐을. 우아하게 나부끼는 검은 머리 그대의 수맥이 전신을 감싼다. 어리다,사라지는,불의 방울들, 향기로운 바다의 출렁거림에. 41) 対 象 を 描 写 するのではない.むろん 説 明 するのでもない. 対 象 から 視 覚 や 聴 覚 や 嗅 覚 などにうけた 印 象 をかさねて 対 象 を 暗 示 す. 印 象 には 脈 絡 がない.うけた 印 象 を 無 雑 作 につら ねてその 情 趣 を 読 者 に 感 じさせるのである ( 矢 本 貞 幹 日 本 近 代 詩 の 青 春,こびあん 書 房,1981년,86쪽). -36-
쉴 새 없이 나래짓는 나비들 팔락팔락 뺨의 달아오름, 스치는 한숨에 엉키면, 색도,향기도,투덜도. 같은 음색의 흔들림에 나른하여라,그대의 눈또한 아,5월 산들바람에 흔들려 꿈을 꾸는 내 마음. 42) -37- - 연풍, 사종문 - 전체 4연 16행의 구성으로 되어 있는 이 시에서 양귀비꽃은 여성을 상징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특히 주목되는 것은 밀밭의 묘사로, 하늘대는 밀 이삭 /일렁이는 투덜댐 은 바람에 나부끼는 멋진 밀밭 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조사 의 (の)를 많이 사용하고 있어 길게 이어진 밀밭을 연상시킨다.앞의 시 아련히 하나 에서 청춘의 가슴에 피어나는 정염을 양귀비꽃이 開 花 하는 인상으로 비유하였다면, 軟 風 에서는 꽃봉오리의 요염한 영상이 떠올리는 여성에 대한 속절없는 사랑 의 감정을 애조 띤 분위기 속에 표현한 것이다.이와 같이 똑같은 자연 의 정경을 배경으로 한 꽃이지만 서로 다른 상징적 기법으로 표현되어 있다.즉,시인 자신의 정감적 농도에 따라 소재가 되는 꽃의 인상이, 때로는 진하고 강하게 때로는 아련하게 묘사되는 기법은 시인의 상투적 うる け し ぬれいろ み つ 42)( ゆるびぬ 潤 む 罌 粟 の 火 は/わかき 瞳 の 濡 色 に / 熟 視 めよ ゆるる 麦 の 穂 の/たゆら み な あふ の 色 のつぶやきを //たわやになびく 黒 髪 の/ 君 の 水 脈 こそ 身 に 翻 れ /うかびぬ 消 しづく なげ ほ えぬ 火 の 雫 / 匂 の 海 のたゆたひに //ふとしも 歎 く 蝶 のむれ/ころりんころと 頰 のほめ ふ と い き もつ ね い ろ ゆらびき うん き / 觸 るる 吐 息 に 縺 るれば / 色 も にほひも つぶやきも // 同 じ 音 色 の 搖 曳 に/ 倦 じ さつき ぬ かくて 君 が 目 も /あはれ 皐 月 なよかぜ の 軟 風 に/ゆられてゆめむわがおもひ )
련히 움직이고 있는 테레빈유의 촉촉함이 아니면 안 된다 45) ( 은 인용자) 수사법임을 알 수 있다. 위의 두 시를 읽고 있으면 후기 인상파 화가 모네(ClaudeMonet,1840-1926) 의 그림 양귀비가 핀 들판 43) 이라는 油 画 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데,양 귀비꽃의 원산지인 유럽에서는 밀밭 가득 생기므로 붉은 잡초, 흙의 强 盜 라고 부를 정도로 농민들을 괴롭히는 존재이지만,그 아름다운 자 태에는 경건하게 모자를 벗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특히 이 꽃이 가장 매력적인 풍정은 꽃잎이 바람에 나부낄 때의 모습에서 찾을 수 있으며, 그 모습은 마치 나비가 나래를 흔들고 있는 것과 같이 요염하기 그지없 다고 지적된다. 44) 이러한 양귀비꽃의 자태가 제 3연 쉴새 없이 나래 짓는 나비들 에 나타나 있으며,제 4 연 같은 음색의 흔들림에 /나 른하여라,그대의 눈 또한 의 표현은,햇빛에 반사된 꽃빛깔이 너 무나도 맑아 붉은 양귀비를 오래 보고 있으면,눈이 먼다는 사실을 환 기시킨다.동유럽의 풍경 속에 양귀비를 대상으로 표출되는 비애의 정 감 속에 사랑하는 대상이 뚜렷한 인상으로 포착되지 않고 다만 시인이 동경하는 요염한 여성에 대한 환상을 느끼게 한다.모네의 그림 양귀 비가 핀 들판 이 인상파의 낙천성과 찰나적 감수성이 뛰어난 유화인 점과 연관지어 생각해 볼 때,다음에 인용하는 시인의 글은 주목된다. 나의 시가 색채가 강한 인상파의 유화 라면 나의 노래는 그 이면에 아 오동나무꽃 의 서문 오동나무 꽃과 카스테라 ( 桐 の 花 とカステラ) 의 한 구절이다.자신의 시와 短 歌 를 미술에 비유하여 나타낸 글이다. 43)1873년,캔버스에 유채 50 65,파리 인상파 미술관 소장. 44)이상희,전게서,220-222쪽. 45) 私 の 詩 が 色 彩 の 強 い 印 象 派 の 油 画 ならば 私 の 歌 はその 裏 面 にかすかに 動 いているテ レピン 油 のしめりであらねばならぬ. -38-
스스로 자신의 시를 인상파의 유화 라고 한 점은 위의 두 시를 통해 서도 납득할 수 있다. 서양에서 들어 온 서양의 꽃이자 시인이 애용한 안마리스꽃 헤리오 토프꽃 푸른꽃 물망초꽃 양귀비꽃을 소재로 한 시 로맨틱 눈동 자, 물망초, 그대, 실내정원, 아련히 하나, 연풍 을 분 석해 보았다.그 결과 청초한 이미지의 서양 소녀에 대한 憧 憬,서양에 서 유입된 농후한 관능성,유럽 정서에 밀착된 사랑의 정감 등의 이 국 이색적 연애 취향을 알 수 있었다.또한 서양에서 舶 来 된 꽃인 푸 른꽃 물망초꽃 안마리스꽃 헤트로프스꽃 양귀비꽃 들의 인상은 청춘의 비애 어린 정감을 감각적이고 정서적인 미의 세계로 전개시키는 데 중요한 촉매가 되고 있어 작품 속에서의 꽃의 위상을 확인 할 수 있 었다.이러한 꽃들은 초창기 시인이 지향했던 인상파의 유화 같은 시 의 감각 세계를 가장 극명하게 잘 보여 주고 있다. 인상파의 유화 같 은 시적 감각 세계는 하쿠슈의 靑 春 의 시대 를 대표하는 시적 성향이 라고 볼 수 있다. -39-
제 2절 赤 夏 의 시대 - 도쿄 경물시 및 그 외 (1913)를 중심으로- 靑 春 의 시대 이후 가장 혈기 왕성한 청춘의 절정기를 지나면서 완 숙기에 이르기 이전의 시대로 볼 수 있는 赤 夏 의 시대 까지의 정감이 나 시적 취향에 대해 고찰하려 한다.대상이 되는 시집은 도쿄 경물 시 와 백금팽이 이다. 도쿄경물시 는 앞의 사종문 과 추억 과 거의 같은 시대의 작품이다.그러나 청춘의 순수한 열정의 최고조를 지 나 도시적 우울의 감색 색채감이 드러난다. 이 시대에 시인의 차별성 은 당시 일본 선진화의 중심지인 도쿄에 사는 離 鄕 人 으로서의 정감 표 현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또한 시집 백금팽이 는 연애 사건 이후 3일 만에 만들어진 시집으로,현실적 좌절이 내면 성숙의 계기가 된 시 집이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이러한 점을 고려해 가면서 계절로 보면 한여름에 해당되는 시인의 절정기를 지나면서 주로 어떤 미적 감각이 두드러지는지 살펴보자. 1. 도시적 감각의 세련미 1)도회 취향의 댄디즘 (dandyism) 1910년대 도쿄는 근대 도시로 발돋음하던 시기로 동 서양 또는 新 舊 의 문물이 혼재된 양상을 띠고 있다.아직 공업화의 영향이 덜 미쳤 던 도쿄에는 전통적 의식주 문화와 중산계급의 가부장적 가족제도가 잔 존해 있었으며,뒷골목에 울리는 샤미센( 三 味 線 )소리가 에도 정서의 여운을 남기고 있었다.이런 도쿄의 風 情 을 시의 소재로 삼은 시인들이 있었는데,그 중 나가이( 永 井 荷 風,1879-1995)는 에도의 향수를 만가( 挽 歌 )에 담았고,마에바시( 前 橋 )출신의 하기와라( 萩 原 朔 太 郎,1886ー1942)는 -40-
시골을 두려워하다 ( 田 舎 を 恐 る, 月 に 吠 える ), 군집 속을 찾아 걷 다 ( 群 集 の 中 を 求 めて 歩 く, 青 猫 )에서 서양의 세기말적 도쿄를 묘사하 기도 하였다. 하쿠슈는 도쿄의 풍경과 풍물을 전면적으로 다룬 도시 경물 시집을 만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도쿄 경물시 (1913)이다.이 시집은 도쿄의 변모 양상과 함께 이를 수용하는 청년 시인의 정서가 표출되어 있다. 이국취향이 두드러졌던 시집 사종문 이 간행된 이후의 도시적 세련미 가 두드러진 대표적 시집이다.특히 도시적 세련미는 주로 도시취미 와 에도취미 와 같은 취향성에서 느껴지는데 이러한 취향은 누구보다 먼저 도시 생활과 신문물을 향수하려는 댄디즘(dandyism) 46) 의 발로이며 나 아가 근대 도시의 그늘 아래 조금씩 피폐해져 가는 에도에 대한 憧 憬 은 이 시집에서 그리움과 아쉬움으로 표현되었다. 이러한 도회적 취향의 시집을 시인은 다음과 같은 아홉 가지 유형으 로 분류하고 있다. 47) 유 형 성 격 작 품 1 관능 상징시 눈 내리는 밤의 もち) 비오는 날의 생활 마음 ( 雨 の 日 ぐらし) ( 雪 のふる 夜 のこころ 2 청신한 인상시 푸른수염 물리학교 뒤 ( 青 い 髭 ) ( 物 理 学 校 裏 ) 3 청신체 경물시 5 月 6 月 짐승 ( 畜 生 ) 46)댄디(dandy :멋쟁이)에서 나온 말로,세련된 복장과 몸가짐으로 일반사람 에 대한 정신적 우월을 은연중에 과시하는 태도를 말한다.19세기 초 영국에 나타난 G.브러멀(1778~1840)이 댄디즘의 시조( 始 祖 )라고 하며, 당시 영국 사교계의 청년들 사이에 널리 유행되었다.시인 G.바이런도 그 영향을 받 아 돈 후안:Don Juan 을 썼다.후에 댄디즘은 프랑스로 유입되어 뮈세, T.고티에와 같은 작가들에게서 이 취미를 엿볼 수 있었으나,프랑스에 있 어서의 댄디즘은 당시 세간에 풍미하고 있던 부르조아적 취미와는 달리 예술가의 자존심을 보여주는 정신적 귀족주의 라고 할 수 있다 47) 北 原 白 秋 白 秋 全 集 3 岩 波 書 店,1985년,205-206쪽. -41-
銀 座 花 壇 新 聞 紙 4 산뜻한 歌, 小 論 5 인상풍 경물시 오동나무꽃 ( 桐 の 花 ) 눈의날 ( 雪 の 日 ) 오동나무꽃과 카스테라 桐 の 花 とカステラ 비개임 ( 雨 上 がり) 6 서정적 경물시 불꽃놀이 ( 花 火 ) 水 盤 7 신속요체 가요 짝사랑 ( 片 恋 ) 가벼운양복 (かるい 背 広 ) 8 신속요체 인상풍 경물시 CHONKINA 금빛석양에 새틴의 9 서정소곡집의 검정 속요조 ( 金 の 入 日 に 繻 子 の 黒 ) 기타 순수서정시/별종 8월의 흐느낌 옆 집 사 람 ( 八 月 のすすりなき) ( 隣 人 ) 식물원수기 植 物 園 手 記 참나리 ( 鬼 百 合 ) 자살 ( 心 中 ) 紫 陽 花 봄의새 ( 春 の 鳥 ) 이처럼 많은 유형들이 수록되어 있는 만큼 다채로운 詩 相 을 엿볼 수 있다.이와 관련하여 시인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폭발적이었던 이 시대의 제작 의욕에 나 스스로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하지만 한꺼번에 터진 각종 잡다한 시풍이 서로 앞뒤 엇갈리며 나가 결국 속요의 新 體 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48) 시집의 다양한 성격에 대해 하쿠슈 스스로 언급한 것이다.하쿠슈는 이전의 작품 유형과 새로운 작품 유형이 공존하며 특히 시인만의 독특 한 시적 경지라고 볼 수 있는 俗 謠 의 新 體 를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시집의 유형 분류에 따른 하쿠슈 자신의 설명을 살펴보자. 48) 今 から 思 っても この 時 代 ほど 制 作 慾 の 爆 発 を 來 した 事 は 私 自 身 にも 珍 しい しかも 種 々 雑 多 の 詩 風 が 一 時 に 芽 を 出 し 前 後 相 交 錯 した 転 々して 遂 に 俗 謠 の 新 体 を 創 るに 至 った { 北 原 白 秋,전게서( 白 秋 全 集 3),205쪽}. -42-
제 1,이전부터 이어지는 관능의 상징시. 제 2,제 1부터 변하여,더욱 청신한 인상시로 된 것. 제 3,제 2로부터 상징의 기분을 뺀,청신체의 경물시. 제 4,제 3과 같은 향기를 갖는,소박한 노래,혹은 소론. 제 5,도쿄에 에도의 정조를 가미한 인상풍의 경물시. 제 6,같은 서정적 경물시. 제 7,신속요체의 가요. 제 8,신속요체로부터 나온 인상풍의 경물시. 제 9,제 7,제 8에서부터 생겨난 서정 소곡집 추억 의 속요조. 그 외, 옆집 사람 과 같이 전혀 별종의 것,혹은 8월의 흐느낌 과 같 은 순수 서정시.이상과 같이,복잡해서 거의 통일되지 않는다. 49) 하쿠슈는 자신의 시의 성격에 따라 아홉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가장 비중 있는 경물시는 청신체의 경물시, 인상풍의 경물시, 서정적 경물시, 속요체의 경물시 로 세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경물시 (aseasonalpoem)란 철따라 변하는 자연의 풍물이나 풍 경을 노래하는 서경시와 같은 것이고 이러한 경물시의 성향이 꽃이나 나무와 같은 식물의 표현을 통해 가장 뚜렷이 드러나고 있음은 말할 나 49) 第 一 以 前 よりひき 續 いた 官 能 の 象 徵 詩 第 二 第 一 より 転 化 して 更 に 清 新 な 印 象 詩 となりたるもの 第 三 第 二 より 象 徴 の 気 分 を 除 いた 清 新 体 の 景 物 詩 第 四 第 三 と 同 じ 匂 を 有 し 瀟 洒 なる 歌 及 小 論 第 五 東 京 に 江 戸 の 情 調 を 加 味 したる 印 象 風 の 景 物 詩 第 六 同 じく 抒 情 的 景 物 詩 第 七 新 俗 謠 体 の 小 唄 第 八 新 俗 謠 体 より 出 でたる 印 象 風 の 景 物 詩 第 九 第 七 第 八 より 生 まれたる 抒 情 小 曲 集 思 ひ 出 の 俗 謠 調 その 他 隣 人 のこどき 全 く 如 上 と 別 種 のもの 或 は 八 月 のすすりなき の 如 き 純 抒 情 詩 以 上 の 如 く 複 雑 して 殆 んど 統 一 がない -43-
위 없다. 특히 제 1부터 제 3까지의 유형은 초창기 상징시의 관능성이 나 상징성보다 경물시로서의 청신함이 두드러지고 제 5유형과 제 6유 형은 에도정서가 가미된 유형이라는 점과 속요체의 새로운 시도라는 점 에서 주목할 만하다.나아가 이러한 점에서 초창기 작품 세계와의 비교 가 가능할 것이다. 우선 도시적 취향이 짙게 나타나는 관능적 상징시에서 기존의 퇴폐적 이던 관능의 감각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2)도시적 감각의 관능미 1908년에 결성되어 1913년 무렵 해산된 예술가 집회의 성격을 갖는 판노카이 (パンの 会 ) 50) 는 초창기 시인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도 쿄 경물시 는 판노카이 가 해산된 이후 발간되었지만 분명한 것은 판노카이 시절의 탐미적이고 예술지상적 태도야말로 서양에서 유입 된 詩 風 의 맹아였고 그 시절의 잔영이 느껴지는 시들이 앞서 제시한 제 1유형의 관능 상징시들이다. 도쿄 경물시 의 獻 辭 에서도 그 흔적 은 남아 있다. 젊은 향연을 뒤로하고 색다른 감색과 청색의 시집을 PAN 과 屋 上 庭 園 의 친구들에게 바친다. 51) 위 글은 당시 예술가들의 젊음의 향연장이었던 판노카이 에서,탐 미와 방탕을 일삼던 시절을 정리하는 의미가 시집 도쿄 경물시 에 담 겨있음을 시사하는 글이다.뜨거웠던 시인의 청춘에 대한 열정도 어느 50)일종의 예술 클럽으로 당시 서구예술에 동경한 젊은 탐미적 예술가들의 집합장소 혹은 향연장이었다. 51) わかき 宴 を 忍 びてこの 異 しき 紺 と 青 との 詩 集 を PAN とかの 屋 上 庭 園 の 友 にささ ぐ -44-
새 근대 도시 도쿄의 감색과 청색의 색감처럼 냉정하게 변하고 있음을 암시한다.이러한 변화는 무엇보다 관능성의 변화에서 두드러진다.즉 사종문 에 보이던 퇴폐적 관능 취향이 이 시집에서는 점차 사라져가 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 관능상징시인 공원의 저녁 무렵 ( 公 園 の 薄 暮 )과 눈 내리는 밤의 마음 ( 雪 のふる 夜 のこころもち)에서 찾아보도록 한다. 먼저 공원의 저녁 무렵 을 살펴보자. 푸르스름 은빛 공기에, 은은하게 분수의 물은 떨어지고, 아스레한 불빛의 여명도 잠시, 포근한 새털 목도리 여자가 요염히 스쳐간다.(제 1연) 봄은 아직 이르건만,정원의 마음에는 달콤한 침정꽃의 쓴 봉오리 찌르듯 스며들고,가스등의 연노랑 몸을 내던진 영혼의 꿈같은 물가에.(제 3연) 지칠 줄 모르며 삐걱대는 전차 소리 시든 調 和 에 한 수녀 사라지고, 인적없는 재판소를 홀로 지키는 불빛은 피곤한 유리창에서 히스테리의 눈빛을 발산한다.(제 4연) 몽롱하고 아련한 내음 가득한 하늘에, 따분하게 드리운 분수의 한숨 떨어지고, 새로 뜬 달빛의 침정꽃에 차갑게 젖어들면 아스레한 관능의 빛 은피리소리 깔린 밤을 맞는다. 52) (제 6연) - 공원의 저녁 무렵, 도쿄 경물시 - ふきあげ うすあかり 52)( ほの 青 き 銀 色 の 空 気 に /そことなく 噴 水 の 水 はしたたり / 薄 明 ややしばしさまかへぬ -45-
이 시는 당시 재판소가 있었던 도쿄 히비야( 日 比 谷 )공원의 이른 봄 저녁 정경에 촉발된 시인의 계절적 정감을 담은 것이다.이른 봄의 계 절 감각은 제 3연의 달콤한 침정꽃의 쓴 봉오리 에 잘 나타나 있다. 즉 침정꽃의 미각적 차이로 계절감을 표현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 시의 副 題 인 히비야 공원은 원래 공터였지만 1903년에 일본 최초 의 서양식 공원으로 개장되었다.공원의 동쪽으로는 서양식 영빈관인 로쿠메이칸( 鹿 鳴 官 )과 제국호텔이,남쪽으로는 일본 최초의 국회의사당 이 세워졌다.이처럼 히비야를 중심으로 도쿄의 도시화가 이루어져 있 어 근대 도시의 시대적 표상이 되는 공원이다.따라서 쓴 꽃봉오리 가 연상시키는 쓰리고 아린 맛의 감각은 아직 덜 서구화된 도시 공원의 이미지와도 부합된다. 한편 이 시에서 시인의 심상을 대표하는 분수 는 사종문 에서도 빈번히 등장하는 도시적 풍물을 대표하는 소재이다.특히 室 内 庭 園, 정원의 인상 ( 庭 園 の 印 象 ), 謀 叛 에서는 관능적 번뇌의 표상이었 다. 어느 날,내 사원의 정원에, 늦가을 적막한 석양 속에, 아아,또한,연노란 분수의 한숨 속에, ボア ほど /ふくらなる 羽 毛 頸 卷 のいろなやましく 女 ゆきかふ // 春 はなほ 見 えぬども 園 のこころ じんちょうにが つぼみ に/いと 甘 き 沈 丁 の 苦 き 莟 さ の/ 刺 ガス すがごと 沁 みきたり 瓦 斯 しを ごと 水 のほとりに // 暮 れかぬる 電 車 のきしり / 凋 さばき り / 裁 判 こうそゐん はてし 控 訴 院 るすゐ に 留 守 居 にほひ たへ げのつつましき 匂 のそらに /なほ 妙 ひ 沁 みも 冷 くわんのう うす ゆれば/ 官 能 の 薄 ら とも あかり らの 點 す 燈 ぎんてき あかり 銀 笛 にしだれつつ 噴 水 よ うすぎ の 薄 黃 てうわ れたる 調 和 ガラス は/ 疲 れたる 硝 子 ふきあげ といき の 吐 息 の 夜 とぞなりぬる ) たましひ は/ 身 を 投 げし 靈 しゅうだうめ ひとり にぞ 修 道 女 の 一 人 ヒステリ ひとみ より 弊 私 的 理 の 瞳 つきかげ したたり / 新 しき 月 光 のゆめの はな を 放 消 えさ おぼろ つ// 朧 ぢんてう の 沈 丁 に -46-
아련한 바이올린의,그 가락의, 그 꿈의,애수의,아련히 슬피 운다. 53) (제 1연) -47- - 모반, 사종문 - 위 시는 가을이라는 계절감이 초래한 산란하고 번뇌하는 마음을 정 원의 분수로 비유하여 묘사한 것이다. 분수의 한숨 은 까닭없이 관능 을 자극하는 표현이다.그러나 이러한 번뇌가 다른 요인들에 의해 상쇄 되고 있다는 점이 차별적이다.계속되는 전차의 소음,밤도 깊어 가는 시각에 새털 목도리를 하고 지나가는 요염한 여자의 정체,재판이 많은 재판소의 지친 전등의 이미지 등에는 근대 문물에 대한 시인의 부정적 인 시각과 서양화되어가는 근대 도시의 변화에 지쳐 히스테리한 시인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다.시 모반 에도 똑같은 분수의 한숨 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는데 노란 ( 薄 黄 )이라는 수식어에서 알 수 있듯이 그 러한 번뇌의 농도가 약해졌음을 느끼게 한다. 또 다른 예로 눈이 오는 밤의 마음 ( 雪 ふる 夜 のこころもち)을 들어 보자.이 시를 인용하기에 앞서 무엇보다 시의 제재인 눈 ( 雪 )은 초 창기 시집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그것은 물론 시집 추억 이나 사종문 의 무대가 따뜻한 남쪽 지방이기 때문으로,적어도 시인은 도쿄로 이주해서야 비로소 눈이 내리는 겨울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 었을 것이다.이런 의미에서도 눈 내리는 도쿄의 밤거리는 시인에게 신 선한 감각적 충격으로 다가오게 된다. しゃうじゃ には おそあき 53)( ひと 日 わが 精 舍 の 庭 に / 晩 秋 ふきあげ る 噴 水 といき の 吐 息 な のにうれひ 泣 く ) いりひ の 静 かなる 落 日 いと のなかに /いとほのにヰ オロンの その 絃 うすぎ のなかに /あはれ また 薄 黃 かなしみ な の /その 夢 の 哀 愁 の いとほ
유리창 닫힌 파란 거리를, 홍건히 젖은 아스팔트 위를, 피아노는 운다 금색 顫 音 의 촉촉한 밤공기에 녹색빛으로 사라진다.(제 3연) 눈이 내린다 축축한 劇 藥 의 입자들, 아스피린의,(해열제의),분말처럼 그것이 또한 청백색 가스등에 비춰 히스테리 발작을 거친 뒤의 침울한 기분의 분위기 속으로 차분한 비애의 조각이 스며들듯 쏟아진다.(제 4연) 아아,조용한 밤, 어디선가 그윽한 杏 仁 水 약 54) 냄새 풍기며 피곤한 관능이 마비돼 간다 (제 8연) 물먹은 아카시아 은빛 공포에 빛나고, 늘어선 파란 유리에 반사한다 그 외는 인적 없는 거리의 아스팔트 위를 마비돼 버린 피아노의 顫 音 내리는 눈조각이, 활동사진의 깜박임처럼 소리 없이 가스등 빛에 떨고 있다.(제 9연) 눈 내린다. Sara sara. sara sara. sara 푸프름한,차가운 셀 수 없는 조각들이 차분한 비애의 빛이, 54) 杏 仁 水 는 은행에 물을 첨가하여 증류한 약으로 좋은 향기를 갖고 주로 鎭 咳, 去 痰 약으로 사용된다. -48-
히스테리 발작을 거친 뒤의 침울한 기분의 분위기 속으로, 고요한 리듬을 만들어 조용히 내려쌓인다. Sara sara. sara sara. sara 55) (제 10연) - 눈이 오는 밤의 마음, 도쿄 경물시 - 이 시는 눈내리는 도쿄의 밤거리에서 느끼는 우울 을 보슬보슬 (Sara sara)내리는 눈과 사라 (Sara)라는 서양 여성의 퇴폐적 이미지와 重 意 的 으로시켜 표현한 것이다.다시 말해 눈의 의성어인 'sara'의 어감을 서양 여성의 이미지라는 同 格 으로 파악한 것이다.여기서 눈 내리는 정 경을 이색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시인의 태도가 엿보인다.바꿔 말하면 도쿄는 하쿠슈에게 또 다른 새로운 세계로서의 異 國 이었다고 할 수 있 다. 우선 유리창 닫힌 파란 거리 로 표현되어 있는 도시의 밤거리는 차 しま まち しきいし 55)( 硝 子 の 閉 った 青 い 街 を / 濡 れに 濡 れた 舖 石 のうへを /ピアノが 鳴 る きんいろ せんおん 金 色 の 顫 音 うる の/ 潤 むだ 夜 の 空 気 に 綠 を 帯 びて 消 えてゆく // 雪 がふる / 濕 っ げきやく けっしゃう ねつさまし た 劇 藥 の 結 晶 /アンチピリンの ( 頓 服 劑 の) 粉 末 のや うにー /それが また 青 白 い カ ス 瓦 斯 うつ に 映 ヒステリー って/ 弊 私 的 里 かなしみ だんぺん ついた 悲 哀 の 斷 片 ほっさ の 發 作 きぶん が 過 ぎた そのあとの 沈 んだ 氣 分 が しみじみと 降 りしきる //ああ 静 かな 夜 よる ふんゐき の 雰 圍 氣 しめ お に/ 落 ち どこ / 何 處 かに 幽 かに きゃうにんすゐ ぎん おそれ 杏 仁 水 のにほひがして/ 疲 れた 官 能 が 痺 れてくる // 濡 れたあかしやが 銀 の 恐 怖 しきいし に 光 って / ならび 青 い 硝 子 に 反 射 する そのほかは/ 声 もせぬ 通 の 長 い 舖 石 の しび しま せんおん うへ を/ 痺 れて 了 つたピアノの 顫 音 /ふる 雪 の 断 片 が / 活 動 写 真 のまたたきのやう に/ 音 もなく 瓦 斯 の 光 に 顫 へてゐる// 雪 が 降 る/Sara sara. sara sara. sara / うす つめ 薄 ら 青 い 冷 たい 千 万 の 断 片 が / 落 ついた 悲 哀 の 光 が / 弊 私 的 里 の 発 作 が 過 ぎ きぶん た そのあとの 沈 んだ 気 分 ふんゐき の 雰 囲 気 かなしみ かに 降 りつもる/Sara sara. sara sara. sara ) ヒステリー ほっさ に /しんみりとしたリズ ムをつ くって/しづ -49-
갑고 폐쇄적이다.근대화의 전형적 상징물인 가스등이 촉발시키는 파란 (Blue)불빛은 도시적 감각 색채이지만 시인에게는 이질적으로 다가온 다.근대화된 도쿄 거리는 도시문명을 표상하는 새로운 풍물들,즉 유 리,가스등,아스팔트,활동사진 등으로 뚜렷이 부각된다.그러한 거리에 흰 눈은 축축한 劇 藥 의 입자들 이나, 아스피린의 분말 이고 비애 의 조각 이 되어 내린다. 즉 눈은 사라라는 퇴폐적 서양 여성의 비애의 단편이며 그러한 눈이 내리는 도쿄 밤거리의 이미지는 차갑고 우울하기만 하다. 이러한 도시 분위기와 시인의 마음은 식물 아카시아꽃 의 표현에도 잘 드러나 있다.즉 제 9연의 물먹은 아카시아 은빛 공포에 빛나고 와 같은 부분으로 삭막한 살풍경의 도시거리에서 느껴지는 공포를 은 빛 으로 표현한 것은 기존의 붉은 공포 와 같은 기존의 조합과는 달리 참신한 인상을 준다. 아카시아 라는 소재는 하쿠슈가 즐겨 사용하던 식 물이다.따라서 아카시아를 소재로 한 대표작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도 회지의 세련된 이미지와 이에 대한 잔잔한 애수를 느끼게 하는 걸작 짝사랑 ( 片 恋 )이란 작품이다. 아카시아 금색과 빨강이 지는구나. 황혼의 가을빛에 지는구나. 짝사랑의 엷은 플란넬의 내 슬픔 히키부네 물가를 지나는 무렵. 부드러운 그대 숨소리 지는구나. 아카시아 금색과 빨강이 지는구나. 56) きん 56)( あかしや の 金 と 赤 とが ちるぞえな /かはたれの 秋 の 光 にちるぞえな / 片 うすぎ 恋 の 薄 着 ひきふね のねるのわが うれひ/ 曳 舟 といき 君 が 吐 息 のちるぞえな /あかしやの 金 と 赤 とがちるぞえな ) の 水 のほとりをゆくころを /や はらかな -50-
- 짝사랑, 도쿄 경물시 - 이 시에서 아카시아는 짝사랑의 순수함을 상징한다.그러한 순수한 짝사랑의 애틋한 마음을 금색 과 빨강 색채로 비유하고 있다.이 색채 시어는 청춘시대의 순수한 열정을 대표하는 색채라는 점을 환기시 킨다.순수한 짝사랑의 열정이 없어지는 것을 아카시아 꽃이 지는 것에 비유하여 못내 아쉬운 마음을 그려내고 있다. 이 시의 묘사적 참신성은 짝사랑의 엷은 플란넬의 내 슬픔 과 같은 촉각적 표현에서 찾을 수 있다.즉 서양 의복인 엷은 플란넬 (flannel)의 보슬보슬한 촉각은 모던한 짝사랑의 애틋한 마음을 인상적으로 묘사하 고 있기 때문이다.한편 이 시의 히키부네 ( 曳 舟 )는 도쿄 스미다구( 墨 田 区 )에 있는 히키부네라는 강 지역을 연상시키는 고유의 지명으로써 에도정서 와 예인선( 曳 船 )의 완곡한 정취가 중첩 연상되는 미적 표현으 로 볼 수 있다.더 나아가 이 시의 -chiruzoena (ちるぞえな)는 오사 카 사투리의 新 俗 謠 体 로 시인 자신이 창작적으로 사용한 새로운 기법 이기도 하다. 아카시아는 도시 풍경을 가장 선명하게 인상 지을 수 있는 식물이다. 근대 도시화와 함께 심겨진 아카시아가 피어 있는 도쿄의 정경은 부드 럽고 참신한 근대적 거리의 이미지를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아카시아 의 이미지를 중심으로 앞의 시 눈이 오는 밤의 마음 과 짝사랑 을 비교할 때,아카시아가 주는 서정성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즉,짝사랑 의 애틋한 마음이 아카시아가 떨어지는 울긋불긋한 영상 속에 그려져 있는 반면,눈 내리는 밤의 삭막하고 우울한 마음을 앙상한 아카시아로 묘사하고 있다.이처럼 같은 소재이지만 전혀 다른 도시의 서정과 정조 를 느끼게 한다. 한편 다음에 인용하는 작품 瞰 望 은 현실적 도쿄의 모습을 예리하 게 그려내고 있다. -51-
7월 백주 대낮, 탁한 공기 보기에도 한심하고, 나지막한 기와지붕들은 비겁하고 날카롭게 누레져, 울긋불긋 옥상정원에 꽃 놓인 곳 잡화점인가. (싱가폴 흙 향기는 메리야스 냄새 속에 흐느낀다.) 푸르스름한 널판지의 싸구려 음식점 창 안, 맥없이,여자는 목덜미를 떨구며 머리카락 빗어올린다. (사생아의 울음소리는 야채와 햄에 흔적없이 지워진다.) 세탁소의 하녀는 때마침 빨래 계단 끝에 달하니, 남자 냄새 참으며,수북한 셔츠를 펼친다.(제 2연) 모든 것이 피곤해진 7월 오후, 내 瞰 望 의 모든 색과 음과 빛을 제압하듯, 모든 것을 적시는 도쿄의 창백한 분묘 니콜라이성당의 은밀함에서,어둑한 지붕 넘어 大 釣 鐘 은 소란스fp영혼의 안과 밖에 울려 퍼진다. 울려 퍼진다,울려 퍼진다 57) (제 7연) - 감망, 도쿄 경물시 - けがれ 57)( 七 月 の 白 き 真 昼 / 空 気 の 汚 穢 うち 見 るからにあさましく /いと 低 き 瓦 の 屋 根 の 一 円 ひけふ は 卑 怯 メリヤス 莫 大 小 シンカ ホ ール に 鋭 く 黄 ばみたれ /あかあかと 屋 上 園 に 花 置 くは 雑 貨 の 店 か ( 新 嘉 坡 むせ の 香 とうち 咽 はめいた ぶ )/また 靑 ざめし 羽 目 板 か の 土 の 香 は まど の 安 料 理 屋 の 窓 の 內 /ただ 力 なく 女 うなじ は 頸 かたむけて 髮 くしげづる ( 私 生 兒 の 泣 く 聲 は 野 菜 とハムにかき 消 さる )/ 洗 濯 屋 の 下 女 はその 時 に 物 干 の 段 をのぼりおわり / 男 のにほひ 忍 びつつ いろいろのシャツをひろげた り //あらゆるものの 疲 れたる 七 月 の 午 後 /わが 瞰 望 の 凡 ての 色 と 音 と 光 を 圧 すごとく / しめ 凡 ての 上 にうち 湿 はか る 東 京 の 青 白 き 墳 墓 すべ ないひ /ニコライ 堂 の 內 秘 うすぐら ドウム より 薄 闇 き 円 頂 閣 たましひ 大 釣 鐘 は 騒 がしく 靈 の 内 と 外 とに 鳴 り 響 く / 鳴 り 響 く 鳴 り 響 く ) を 越 えて/ -52-
이 시는 7월 백주 대낮 이라는 시간적 배경 속에서 간다( 神 田 )에 사 는 서민들의 잡다한 생활양식을 마치 망원경으로 조감하듯 묘사한 시이 다. 도쿄의 서정적 이미지를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것과는 달리,있는 그대로의 현실적 모습이 떠오르는 느낌을 인상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기존의 현실과 동떨어진 낭만적 미의 세계로 표현되었던 서정시나 서경 시의 영역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구체적 영상에 입각해 만 든 즉물적으로 표현한 시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주목되는 부분이 도쿄의 창백한 분묘 이다.여기서 도쿄는 시 체들이 묻혀 있는 묘지로 비유되고 있다.결국 시인은 도쿄를 부정적으 로 바라보고 어딘가 불길한 예감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니콜라이 성당 의 종소리가 도시인의 정신적 각성을 촉구하는 울림으로 전해진 것이 다. 지금까지 고찰해 온 작품 속에 드러난 근대 도시 도쿄의 풍경은 우울한 블루 의 색채가 지배적이다.그러나 점차 이 시기에 이르러 도 시적이고 산뜻한 느낌이 자연스러운 도시 경물시로의 변화를 보이기 시 작한다. 3)도시 풍물의 모던 미 도시의 계절적 감각을 풍물의 모던 (modern)한 이미지로 표현하고 있는 대표작으로 五 月 을 소개해 본다. 새로운 우롱차와 햇살, 떪은 맛의 붉음, 끓어오르는 한숨 그리고 보아라, 우유 투성이의 고양이를, -53-
그 고양이 번뇌의 하얀 털을 비벼댄다 여자 무릎의 탄력. 여름이 왔다, 차분한 5월의 여름,끓어오르는 김이, 홍차의 물기가, 상쾌한 여름 모자의 밀짚에 스며들어, 고개 숙인 얼굴의 옆으로 옅은 분 땀 배인 채, 이토록 젊은 남자의 강한 체취를 안달나게 한다. 괴로운 찰나 처럼,누래져 가는 아프도록 빛나는 하얀 앞치마의 여자여. 우롱차 한잔 더. 58) - 五 月, 도쿄 경물시 - 이 시는 5월 어느 날의 찻집을 묘사한 것이다.산뜻한 밀짚모자와 하 얀 여자 종업원의 앞치마에서 느껴지는 초여름의 분위기.하얀 고양이 를 안고 있는 젊은 여자의 탄력,엷게 땀이 밴 흰 분의 냄새 등은 젊은 청년의 관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그런 오감으로 느끼는 5월 초 여 름날의 정취를 떨떠름한 우롱 新 茶 의 味 覚 으로 표현하고 있다. うーろんちゃ あか 58)( 新 しい 烏 龍 茶 と 日 光 / 渋 味 もった 紅 きつさてん にまみれた 喫 茶 店 ぐわつ ひる 來 た / 静 かな5 月 の 昼 むぎわら 麦 稈 し こ に 沁 み 込 み くる らだたす // 苦 わ さ / 湧 といき きたつ 吐 息 //さうして 見 よ / 牛 乳 だんりょく の 猫 を /その 猫 が 悩 ましい 白 い 毛 をすりつける/ 女 の 膝 の 弾 力 サソワル 湯 沸 よこがお うす /うつむく 横 顔 を 薄 い せつな しい 刹 那 うーろんちゃ ぱい 烏 龍 茶 をもう 一 杯 ) ゆげ からのぼる 湯 気 おしろい 白 粉 あせ を 汗 こうちゃ が / 紅 茶 き いた のごとく 黄 ばみかけて/ 痛 さわや のしめりが / 爽 さう // 夏 が なつぼうし かな 夏 帽 子 の にほひ ばませ / 而 してわかい 男 の 強 い 體 臭 をい ひか しろ いほど 光 る 白 まへかけ をんな い 前 掛 の 女 よ / -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