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SG상 매매목적물의 목적적합성(Fitness for Purpose)에 관한 연구 * - 외국판례 및 중재판정례를 중심으로 - 이 승 엽 **120) [ 目 次 ] Ⅰ. 서 론 1. 매매목적물의 목적적합성에 대한 외국판례 및 중재판정례 검토의 필요성 2. CISG상 매도인의 계약책임체계 개관 Ⅱ. 매매목적물의 목적적합성에 대한 외국판례 및 중재판정례의 태도 1. 계약상 합의가 없는 경우 2. 매매목적물의 통상사용목적 적합성 (제2항 a호) 3. 매매목적물의 특별사용목적 적합성 (제2항 b호) Ⅲ. 결 론 Ⅰ. 서 론 1. 매매목적물의 목적적합성에 대한 외국판례 및 중재판정례 검토의 필요성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국제연합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on Contracts for the International Sale of Goods: 이하 CISG 라고 한다)은 2005년 우리나라 국내법으로서 발 효되었다. 이로써 CISG는 국제거래에서 우리나라가 준거법인 경우 종래 민법 내지 상법이 규율 하였을 내용을 그 범위 내에서 대체하고 있다. 1) 따라서 국제거래관계에서 CISG의 중 요성은 우리나라 민법 및 상법의 그것에 못지않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2014년도 국민총생 산에 대한 수출입총액의 비율이 75%를 넘을 정도로 무역의존도가 높고, 2) 우리나라 주요 교역국의 대부분이 CISG 체약국이라는 점 3) 에서 CISG에 대한 이해는 더욱 절실하다. [논문접수일: 2015. 06. 19. / 심사개시일: 2015. 07. 08. / 게재확정일: 2015. 07. 23.] * 이 논문은 2015년 6월 12일 대법원 국제거래법연구회 및 국제거래법학회 공동세미나에서 발표한 내용을 일부 수정 보완한 것이다. 본고를 준비함에 있어 많은 지도를 해주신 김승현 미국변호사 께 깊은 감사를 표한다. **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 1) 석광현, CISG 협약과 2004년 민법개정안, 법률신문, 제3314호(2004). 2) 한국무역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 무역의존도는 75.8%에 달하였다. (http://stat.kita.net/stat/world/major/koreastats02.screen)
92 國 際 去 來 法 硏 究 第 24 輯 第 1 號 특히 국제거래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분쟁은 물품이 계약에 적합한지 여부에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점 4) 에서 물품적합성의 개념을 정의하고 있는 CISG 제35조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 CISG 제35조에 따르면, 매도인은 계약에서 정한 물품을 인도할 의무가 있고(제 1항), 당사자간 달리 합의한 바 없으면 제35조 제2항이 정한 최소한의 요건을 구비한 물품 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 특히 동항 a호에 따르면 매도인이 인도한 목적물은 동종 물품의 통상사용목적에 맞아야 하고, b호에 따르면 계약체결 시 매도인에게 알려진 특별한 목적에 맞아야 하는데, 이와 같이 매도인이 인도한 물품이 그 사용목적에 적합하여야 한다는 목적 적합성(fitness for purpose) 5) 이라는 개념은 우리 민 상법에서 생소하므로 이에 대한 해석 이 필요하다. 그런데 CISG는 제7조 제1항에서 그 해석에 있어 국제적 성격 및 적용상의 통일을 고려 하도록 요하므로 목적적합성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각국의 판례 및 중재판정 례를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CISG가 1988년 발효된 이후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활용되 어 오고 있는 만큼 주요국의 판례 및 중재판정례가 상당히 축적되어 있는바, 이하에서는 외국 판례 및 중재판정례를 중심으로 CISG 제35조 제2항 a호 및 b호가 규정하고 있는 목 적적합성의 의미 및 그 판단기준에 대하여 살피기로 한다. 매도인이 위 목적적합성 보장의무 6) 를 포함한 계약적합의무를 위반하면 곧바로 계약책임 이 인정되어 매수인에게 제45조 이하에 규정된 구제수단이 인정된다. 이는 채무불이행의 성립요건으로 객관적 요건 외에 채무자의 고의 과실 등 주관적 요건을 추가로 요구하고, 채무불이행의 양태에 따라 구제수단도 달리 예정하고 있는 우리 민법의 태도와 구별된다. 7) 따라서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매도인의 목적적합성 보장의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CISG상 매도인의 계약책임체계가 우리나라 민법의 경우와 어떻게 다른지 개괄적으로 검토해 본다. 3) UNCITRAL에 따르면, 2015년 6월 현재 미국과 중국을 포함하여 총 83개국이 CISG에 가입하였 다. (http://www.uncitral.org/uncitral/en/uncitral_texts/sale_goods/1980cisg_status.html) 4) John O. Honnold, Uniform Law for International Sales under the 1980 United Nations Convention Fourth Edition, Wolters Kluwer, 2008, p.222. 5) Schlechtriem 교수는 통상사용목적 적합성을 fitness for the purpose for which the goods would ordinarily be used 라고 표현하고 있으며, 특별사용목적 적합성을 fitness for a particular purpose 라고 표현하고 있다. Peter Schlechtriem Ingeborg Schwenzer, Commentary on the UN Convention on The International Sale of Goods(CISG) Third Edition, Oxford University Press, 2010, p.575, 580. 6) CISG에 대한 논의는 아니나, 시공자가 발주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fitness for purpose obligation 이 목적적합성 보장의무 로 번역되고 있음을 고려하여(김승현, 국제건설계약의 법리와 실무 FIDIC 계약조건을 중심으로, 박영사, 2015, 237-238면), 본고에서도 CISG 제35조 제2항 a호 및 b호에 따라 매도인이 목적에 적합한 물품을 인도할 의무를 위와 같이 목적적합성 보장의무라고 표현하기로 한다. 7) 양창수 집필, 민법주해(IX), 박영사, 1992, 224면.
CISG상 매매목적물의 목적적합성(Fitness for Purpose)에 관한 연구 93 2. CISG상 매도인의 계약책임체계 개관 우리나라 민법상 책임은 담보책임과 채무불이행책임이라는 이원적 체계를 취하는데, 전자 의 경우 매도인은 무과실책임을 지나, 후자의 경우 과실책임을 진다. 8) 이에 반하여 CISG의 계약책임체계는 일원적이며 매도인은 무과실 책임을 지는 것이 원칙이다. 나아가 채무불이 행책임의 경우 우리 민법은 매도인의 다양한 의무를 주된 급부의무와 부수의무로 구분하여 이에 따라 채무불이행의 유형과 구제수단을 나누는 경향이 있으나, 9) CISG는 매도인의 다양 한 의무에도 불구하고 매도인이 어떤 의무를 위반하든 모두 일률적으로 계약위반(breach of contract)이 되며, 매수인에게는 제45조 이하에 따른 구제수단이 주어질 뿐이다. 10) 그러나 CISG도 매도인의 담보책임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정을 두면서, 물품부적합(제35 조 내지 제40조)과 권리부적합(제41조 내지 제44조)을 구별하여 규정하며 11) 계약부적합 (lack of conformity) 이라는 통일적 개념을 기초로 하고 있다. 여기서 계약부적합 이라는 개념은 물품이 계약이나 CISG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요구하는 내용에 합치하지 않는 일체의 것을 말하는 것으로서 우리나라 민법상 하자 보다 그 범위가 넓다. 12) 우리나라 판 례는 하자 를 당사자가 합의한 성질이나 객관적 성질을 결여한 것이라고 정의함으로써 주 관적 객관적 하자개념을 취하고 있는데 반하여, 13) CISG는 물건의 하자를 물품부적합으로 표현하면서 물품의 성상( 性 狀 )에 결점이 있는 경우는 물론 물품이 계약과 일치하지 않는 모든 경우로 그 적용범위를 넓히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도된 물품 자체에 물리적 흠 이 있는 경우뿐만 아니라 물품의 수량이 과다한 경우, 다른 종류의 물건(이른바 aliud)을 인도한 경우 등도 모두 물품이 부적합한 경우에 포함시키고 있다. 결국 CISG에 따르면 매 도인이 인도한 물품이 계약이나 CISG에서 정한 것과 다르면 모두 부적합한 것이 된다. 14) 8) 다만 금전지급의무에 관해서는 우리 민법상 채무불이행책임의 경우에도 무과실 책임이다(제397조). 9) 양창수 집필, 전게서( 註 7), 226-228면. 10) 최흥섭,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유엔협약해설, 법무부, 2005, 26면. 11) 이를 보면 CISG도 담보책임의 특성을 전혀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를 계약위반의 틀 내 에서 취급한다. 석광현, 국제물품매매협약 가입과 한국법에의 수용, 상사법연구, 제21권 제2 호(2002), 75면. 12) 김상용, 매도인의 담보책임에 관한 비교 고찰, 법조 통권, 제550호(2002), 34면. 13) 대법원 2000. 1. 18. 선고 98다18506 판결 등 다수. 14) 최흥섭,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유엔협약과 우리법의 비교법적 검토, 비교사법, 제11권 제3 호(2004), 28-29면. 그러나 물건의 일부만 인도한 경우에는 상법 제69조가 물건의 하자와 함께 다루고 있고, 민법 제574조에서 권리의 하자에 준하여 다루고 있으므로, 우리나라 국내법은 일부 인도를 담보책임의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다.
94 國 際 去 來 法 硏 究 第 24 輯 第 1 號 Ⅱ. 매매목적물의 목적적합성에 대한 외국판례 및 중재판정례의 태도 1. 계약상 합의가 없는 경우 물품이 계약에 적합한지 여부는 일차적으로 계약에 의해 정해진다. 따라서 매도인은 계 약에서 정한 수량, 품질, 종류, 용기, 포장 등에 따른 물품을 인도해야 한다. 계약에서 정한 물품과 매도인이 실제로 인도한 물품이 차이 나는 경우 매도인이 물품적합의무를 위반한 것이 된다. 15) CISG 제35조 제1항은 수량, 품질 및 종류만을 명시하고 있으나, 이는 예시 적인 것에 불과하고 당사자들이 합의한 사항이라면 모두 계약의 내용에 포함된다. 그러나 아무리 정교하게 작성된 계약서라고 하더라도 물품의 품질에 대한 분쟁발생의 가 능성을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다. 16) 이에 대비하여 CISG 제35조 제2항은 당사자간 품질에 관한 명시적 또는 묵시적 합의가 없는 경우 어떤 품질의 물건을 인도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즉, CISG 제35조 제2항은 목적물이 (a) 동종 물품의 통상사용목적 에 맞지 아니하거나, (b) 계약체결 시 매도인에게 알려진 특별사용목적에 맞지 아니하거나, (c) 매도인이 제시한 견본 또는 모형에 일치하지 않거나, (d) 통상의 방법으로 내지 적절한 방법으로 용기에 담겨지거나 포장되어 있지 않은 경우 물품이 부적합하다고 규정하고 있 다. 결국 CISG 제35조 제2항은, 동조 제1항에 따라 당사자들이 계약에서 목적물 자체의 품질을 정하지 아니한 경우 매도인은 물품의 통상사용목적에 적합한 물품, 특별사용목적에 적합한 물품 또는 견본 및 모형에 적합한 물품을 인도할 의무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17) 이러한 요건들 중에서 특히 물품의 사용목적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데, 18) 동항은 a호에서 통상사용목적에 적합한 물품을 인도할 의무에 대하여, b호에서 특별한 사용목적에 적합한 물품을 인도할 의무에 대하여 각 규정하고 있다. 2. 매매목적물의 통상사용목적 적합성(제2항 a호) 가. 통상사용목적 적합성의 판단기준 목적물은 그 물품의 통상사용목적에 적합하여야 한다. 19)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목적물의 15) 인도된 물건이 합의된 내용보다 열등한 경우뿐만 아니라 우월한 경우에도 물품부적합에 해당한다 는 견해에 대해서는 Schlechtriem Schwenzer, supra note at 6, p.573 참조. 16) 아무리 신중하게 작성된 계약서라도 목적물에 관한 가장 기본적인 사양을 누락한 경우가 많다. Honnold, supra note at 5, p.222. 17) 이기수 신창섭, 국제거래법 제5판, 세창출판사, 2013, 71면. 이 중 견본 및 모형에 적합한 물품 을 인도할 의무는 매도인이 견본 또는 모형을 매수인에게 제시한 경우에 한하여 문제된다. 18) Schlechtriem Schwenzer, supra note at 6, p.575. 19) 제35조 제2항 a호: Except where the parties have agreed otherwise, the goods do not conform with the contract unless they are fit for the purposes for which goods of the same description would ordinarily used
CISG상 매매목적물의 목적적합성(Fitness for Purpose)에 관한 연구 95 사용목적을 알리지 않은 경우에도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최소한 통상적인 사용목적에 적합 한 품질을 가진 물품을 인도할 의무를 부담한다. 통상사용목적의 의미는 구체적인 사안별 로 거래관념에 따라 정해질 것이다. 이에 대하여 영국 보통법은 재판매 가능성(resaleability)을 기준으로 재판매가 가능하다 면 하등급 품질의 물건도 통상사용목적에 적합하다고 하나, 20) 대륙법 및 미국법은 목적물 이 최소한 중등품질(average quality)이어야 한다고 본다. 21) 우리 민법도 제375조 제1항에 서 채권의 목적을 종류로만 지정한 경우에 법률행위의 성질이나 당사자의 의사에 의하여 품질을 정할 수 없는 때에는 채무자는 중등품질의 물건으로 이행하여야 한다 고 규정하고 있어 중등품질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대표적인 대륙법계 국가인 독일도 통상사용목적 적합성을 판단함에 있어 재판매 가능성을 고려하는 점에서 볼 수 있듯이 보통법상 기준과 대륙법상 기준을 엄격히 구별할 실익은 없어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네덜란드 중재원(Netherlands Arbitration Institute) 중재판정부는 응축혼 합물(명칭: Rijin Blend) 매매계약상 목적물의 품질이 문제된 사안에서 물품이 통상사용목 적에 적합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에 대해 자세히 설시한 바 있다. 22) 이 사건에서 원유 탐사업자인 매도인과 원유정제업자인 매수인은 응축혼합물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는데, 당사 자 간 목적물의 품질요건에 대한 구체적 합의는 없었다. 초반에는 위 계약의 이행에 문제 가 없었으나, 약 1년쯤 지나자 매도인은 수은 농도가 높은 목적물을 인도하기 시작하였다. 이에 매수인은 목적물에 함유된 높은 수은 농도 때문에 원유의 가공처리가 불가능함을 이 유로 목적물의 수령을 거부하였고 최종적으로는 계약 해지의사를 표시하였다. 이에 매도인 은 매수인의 수령거부로 인하여 어쩔 수 없이 목적물을 제3자에게 염가로 판매함으로써 손 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매수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중재를 신청하였다. 이 사 건에서 매도인은, 수은 농도가 높은 목적물을 인도한 것은 사실이나, 당사자 간 수은 농도 에 대해 합의한 바 없으므로 인도된 물품은 계약에 적합하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매 수인은, 매도인도 이 사건 계약의 목적물이 원유 가공에 사용되리라는 점을 알았거나 충분 히 알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원유 가공에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수은 농도가 높은 목적 물을 인도하였으므로 목적적합성 보장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중재판정부는, 이 사건 목적물인 Rijin Blend는 그 용도가 매우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매 수인이 계약체결 당시 목적물의 사용목적을 매도인에게 명시적으로나 묵시적으로 알리지 않았음을 근거로 목적물이 특별사용목적에 부적합하다는 피신청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 았다. 이어 중재판정부는 목적물이 CISG 제35조 제2항 a호상 통상사용목적에 적합한지 여 20) 이와 관련하여 재판매 가능성 판단기준에 대해서는 최종소비자(ultimate purchaser)가 해당 물품 에 대하여 갖는 합리적인 기대에 따라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Joseph Lookofsky, The 1980 United Nations Convention on Contracts for the International Sale of Goods, Kluwer Law International, 2000, p.90 참조. 21) Schlechtriem Schwenzer, supra note at 6, p.577. 22) CLOUT case NO.720 [Netherlands Arbitration Institute, 15 October 2002]. (http://cisgw3.law.pace.edu/cases/021015n1.html#pat)
96 國 際 去 來 法 硏 究 第 24 輯 第 1 號 부를 판단하면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기준이 존재한다고 설명하였다. 1 영국 보통법에 따른 기준으로, 합리적인 매수인이 문제된 목적물의 품질에 대해 알았더라 도 동일한 가격으로 계약을 체결하였을지 여부를 보는 기준(standard of merchantability), 2 대륙법계에 따른 기준으로, 목적물이 중등품질인지 여부를 보는 기준(average quality standard), 3 물품이 가격에 적합한 합리적 품질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보는 합리적 품질 기준(reasonable quality standard) 23). 여기서 보통법상 기준과 합리적 품질기준은 모두 가격에 상응하는 품질을 요구함으로써 둘 사이의 본질적 차이가 무엇인지 의문이 있을 수 있으나, 위 중재판정부는 통상사용목적 적합성을 판단함에 있어 전자의 경우에는 합리적인 제3의 매수인이 판단기준이라고 한데 비하여, 24) 후자의 경우에는 해당 매수인의 합리적인 기대수준이 판단기준이라고 설명하였 다. 25) 한편, 중재판정부는 위 세 가지 기준 중 합리적 품질 기준을 채택하였는데, 그 주요 근 거는 다음과 같다: 1 위 보통법상 기준과 대륙법상 기준은 각각 특정 국가들에 한하여 채택되고 있고, 26) 세계적 으로 보편적(universal)인 기준은 아니다. 따라서 위 두 기준을 CISG 체계에 받아들이는 것은 CISG 제7조 제2항에 위배된다. 27) 2 CISG의 국제적 성격을 강조하는 CISG 제7조 제1항에 따르더라도 목적적합성을 판단함에 있어 보통법상 기준 및 대륙법상 기준과 같은 국내법상 개념에 의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3 CISG 제7조 제2항은 CISG의 일반원칙에 보충적 효력을 인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CISG에는 합리성(reasonableness)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일반규정이 종종 있다. 28) 23) 합리적 품질기준은 매수인의 정당한 기대(justifiable expectations of the buyer)에 초점을 맞추고 있 으므로 CISG 제35조 제2항 b호의 특별사용목적 기준에 근접해 있다는 견해가 있다. Schlechtriem Schwenzer, supra note at 6, p.577. 본 중재판정부도 합리적 품질 기준에 따를 경우 매수인의 합 리적인 기대(buyer s reasonable expectations)가 고려 요소임을 명시하면서 1998년 Stockholm Chamber of Commerce 중재판정례를 원용하고 있다. (Arbitral Award, June 5, 1998, Arbitration Institute, Stockholm Chamber of Commerce, <http://cisgw3.law.pace.edu/cases/980605s5.html>) 24) [W]hether a reasonable buyer would have concluded contracts for Rijin Blend at similar prices if such a buyer had been aware of the mercury concentration. 25) [T]he buyer s reasonable expectations are to be taken into account. 26) 이와 관련하여 이 사건에서 중재판정부는 보통법상 기준에 따를 경우 물품적합의무 위반이 인정 되는 반면, 대륙법상 기준에 따를 경우 위반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여 각 기준에 따를 경우 정 반대의 결론이 도출된다고 하였다. 27) It is a theory, which imports a domestic notion, which is not sufficiently universal into the CISG system in violation of Article 7(2) CISG. 28) Furthermore, the interpretation preferred by the Arbitral Tribunal is consistent with article 7(2) CISG, which primarily refers to the general principles of CISG as gap fillers. In this respect, it
CISG상 매매목적물의 목적적합성(Fitness for Purpose)에 관한 연구 97 또한 중재판정부는 이 사건 목적물이 합리적 품질 요건을 충족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이 사건 목적물의 가격과 이 사건 매매계약의 장기적 성격(price and long-term nature of the sales contracts)을 중요한 고려요소로 보았다. 즉 이 사건 중재판정부는, 수은 농도 가 높은 물품이 수은 농도가 낮은 물품보다 시장가치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전문가 증언에 따라, 객관적인 제3자의 경우 매도인이 인도한 목적물과 같이 고농도의 수은이 함유된 물 품에 대하여 이 사건 계약서상 가격에 따라 약정하지 않았을 것이며, 계약 체결 후 약 1년 동안 매도인이 수은 농도가 낮은 물품을 계속 인도하여 왔으므로 매수인으로서는 수은 농 도가 낮은 물품에 대한 기대권이 인정된다는 점 등을 이유로 이 사건 목적물이 계약에 부 적합하다고 판단하였다. 29) 독일 연방대법원은 제35조 제2항 a호상 통상사용목적에 적합한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재판매 가능성이 중요한 판단기준이 된다고 한 바 있다. 30) 이른바 냉동 돼지고기 사건 에 서 벨기에에 소재하는 매도인과 독일에 소재하는 매수인이 벨기에산 돼지고기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는데, 매도인이 돼지고기를 인도한 직후 벨기에산 돼지고기에서 다이옥신이 검출 됐다는 뉴스 보도가 나오자 독일과 벨기에 당국은 허가를 받지 않는 벨기에산 돼지고기의 유통을 전면 금지하였다. 31) 이에 매수인은 매도인에게 벨기에 당국의 유통허가서를 교부 받아 달라고 요청했으나, 매도인은 끝내 이를 받지 못하였다. 결국 위 돼지고기는 당국에 의해 전량 압수 폐기되었다. 이에 매수인이 대금지급을 거절하자 매도인이 독일 법원에 대금지급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독일 법원은 사람이 소비할 것을 예정한 음식에 재판매 가능성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사람에 유해하지 않아야 할 것이 요구되며, 이에 대한 공법적 규제가 있는 경우 원칙적으로 매도인 국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하였다. 또 한 물품이 신체에 유해하다는 단순한 의심을 받는 경우에도 물품부적합에 해당할 수 있다 고 하였다. 이를 근거로 독일 법원은, 벨기에산 돼지고기의 유통이 매도인의 국가에서도 금 지되었으며 목적물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강력한 의심도 있었으므로 재판매 가능성이 없었 다고 판단하였다. 32) 결국 법원은 매도인이 통상사용목적에 적합하지 않은 물품을 인도하였 다고 판시하였다. 참고로 독일 연방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통상사용목적 적합성을 판단함에 있어 may be noted that CISG often uses open-textured provisions referring to reasonableness. 29) 이에 따라 중재판정부는 장래의 인도에 대하여 매수인의 계약해제를 유효하다고 판단하였다. 30) CLOUT case No. 774 [GERMANY Bundesgerichtshof 2 March 2005]. (http://cisgw3.law.pace. edu/cases/050302g1.html) 이 사건에서 매도인은 분할계약에 따라 매수인에게 세 차례에 걸쳐 돼 지고기를 인도하였는데, 법원은 처음 두 차례의 인도 물량은 벨기에 당국의 규제대상에 해당됨으 로써 부적합물품이라고 하여 매수인의 대금지급의무가 없다고 보았으나, 세 번째 인도 물량은 규 제대상에 해당되지 않아 적합한 물품이라고 판시하였다. 31) 세 차례에 걸친 돼지고기의 인도는 1999년 6월에 완료되었고, 허가증서 없이 벨기에산 돼지고기 의 유통을 금지한 벨기에 당국의 규제조치는 그로부터 한 달 후인 1999년 7월에 시행되었다. 그 러나 위 규제조치에는 소급효가 인정되었으므로 이미 유통된 이 사건 돼지고기 그 적용대상에 포함되었다. 32) Accordingly, it was also clear for the Belgian territory that the meat delivered to [Buyer] by [Seller] in April 1999 was not resaleable and thus did not conform with the contract within the meaning of Art. 35(1) and 35(2)(a) CISG.
98 國 際 去 來 法 硏 究 第 24 輯 第 1 號 대륙법상 기준(average quality standard)가 아니라 보통법상 기준(standard of merchantability)를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목적물이 통상사용목적에 부적합하다고 판단한 외국 판례 및 중재판정례는 많 다. 스위스 연방법원은 매매목적물인 휴대용 재떨이에 위험한 칼날이 부착된 경우, 33) 프랑 스 그르노블 항소법원은 매수인이 매매목적물인 냉장고를 인도받은 직후 (약 15일) 별다른 이유 없이 고장이 난 경우, 34) 독일 트리어 지방법원은 매매목적물인 와인에 물이 9%가량 섞여 있었던 경우, 35) 스톡홀름 상업회의소(Stockholm Chamber of Commerce) 중재판정부 는 매도인이 매매목적물인 프레스 기계의 부품을 매수인에게 알려주지 않은 채 임의로 교 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부품의 조립 방법을 매수인에게 알려주지 않아 매수인이 목 적물을 3년 동안 사용하다 고장이 난 경우 36) 등 각각의 사례에서 매도인이 물품적합의무 를 위반하였다고 판단하였다. 나. 무결점의 물건을 인도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 그러나 목적물은 동종 물품이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목적에 적합하면 족하며 결점이 없는 완벽한 물건일 필요까지는 없다고 보는 것이 외국법원 및 중재판정부의 일반적 태도라고 보인다. 이는 ICC 중재판정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매도인과 매수인이 미정질 37) 의 화학제 품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였으나, 매수인은 매도인이 돌처럼 단단한 상태(stone hard) 인 물품을 인도하였다고 주장하면서 대금지급을 거절하였고 이에 매도인이 ICC에 중재를 신청한 사안에서, 중재판정부는 매도인이 돌처럼 단단한 상태의 목적물을 인도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으나, 관련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정질의 상태로 용이하게 재변형될 수 있으므 로 물품이 부적합하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38) 33) [SWITZERLAND Bundesgericht 10 October 2005]. (http://www.unilex.info/case.cfm?pid=1&do=case&id=1094&step=abstract) 매수인 국가에서 매매 목적물이 위험하다는 논란이 일자 매도인은 칼날이 제거된 재떨이를 인도하였다. 그러나 매수인 은 이미 시장에서 위험한 재떨이라는 오명을 쓰게 되어 큰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매도인 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이다. 34) CLOUT case No. 204 [FRANCE, Cour d appel, Grenoble, 15 May 1996]. (http://www.unilex.info/case.cfm?pid=1&do=case&id=243&step=abstract) 프랑스 법원은, 그 하 자의 원인이 판명되지는 않았으나, 매도인이 자신에게 그 하자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점을 입증 하지 못하였음을 이유로 매수인 승소 판결을 내렸다. 35) CLOUT case No. 170 [GERMANY Landgericht Trier 12 October 1995]. (http://cisgw3.law.pace.edu/cases/951012g1.html) 36) [SWEDEN Arbitration Institute of the Stockholm Chamber of Commerce 5 June 1998]. (http://cisgw3.law.pace.edu/cases/980605s5.html) 이 사건에서 중재판정부는 매도인이 물품부적합 을 알았거나 모를 수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매수인에게 이를 밝히지 않았으므로 매도인은 CISG 제40조에 따라 부적합통지기간이 경과하였음을 주장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37) 매우 작고 고운 입자로 된 물질이라는 의미이다. 38) [ICC Court of Arbitration of the International Chamber of Commerce, June 1996 (Arbitral award No. 8247)] (http://www.unilex.info/case.cfm?pid=1&do=case&id=458&step=fulltext). 나아가 중 재판정부는 매수인이 목적물을 인도받은 즉시 하자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23일이나
CISG상 매매목적물의 목적적합성(Fitness for Purpose)에 관한 연구 99 스위스 취리히 주 상사법원도 유사한 판시를 한 바 있다. 인쇄업자인 매도인과 출판업자 인 매수인이 미술 전시회 카탈로그 매매계약을 체결하였으나, 매수인은 매도인이 인쇄상 하자가 있는 카탈로그를 인도하였다고 주장하면서 대금지급을 거절하였고, 이에 매도인이 스위스 법원에 제소한 사안에서, 법원은 카탈로그 한 줄에 다섯 글자 정도가 제대로 인쇄 되지 못한 점은 인정되나, 39) 그 의미를 파악하는데 지장이 없고 그 결점이 사소하므로 물 품이 부적합하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40) 즉, 목적물에 결점이 존재하더라도 그 결점이 경미하고 목적물을 통상적으로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다면 제35조 제2항 a호상 물품부적합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다. 매수인 국가의 법령 준수 여부 여기서 또 중요한 논점으로, 매도인이 통상사용목적에 부합하기 위해서 매수인 국가의 법령을 준수해야 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판례로 독일 연방법원의 이 른바 홍합 사건(mussels case) 이 있다. 이 사건에서 스위스에 소재하는 매도인과 독일에 소재하는 매수인이 뉴질랜드산 홍합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였고 이에 따라 매도인은 홍 합을 매수인에게 인도하였다. 이후 매수인이 인도받은 홍합에 함유된 카드뮴 수치가 독일 연방후생성이 공표한 식품권장기준 41) 을 초과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수출국인 스위스 의 규제기준에는 적합한 수준이었다). 그러자 매수인은 매도인이 부적합한 물품을 인도하였 다고 하여 대금지급을 거절하였고, 이에 매도인은 매수인을 상대로 독일 법원에 대금의 지 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고등법원은 연방후생성이 공표한 기준은 구속력이 없고, 매도인이 인도한 홍합은 식용이 가능하며 재판매 가능성도 인정된다는 등의 이유로 매도인 승소 판결을 하였 다. 42) 이에 매수인이 상소하였으나, 독일 연방대법원은 CISG 제35조 제2항 a호와 b호가 매도 인에게 수입국에서 시행 중인 모든 법규를 준수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아님을 근거로 원심 판결을 확정하였다. 다만 연방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예외를 인정하였다. 1 매도인의 지나서야 부적합 통지를 하였으므로 설령 물품이 부적합하더라도 매수인은 제38조 및 제39조에 따라 부적합을 주장할 권리를 상실하였다고도 하였다. 39) 중재판정부에 따르면, 카탈로그 115면 세 번째 줄에 다섯 글자 정도가 인쇄되지 못한 하자가 있 었으나, 그 의미를 이해하는데 지장은 없었다. 그 외에도 표지에 약간의 변색 등이 있었으나, 중 재판정부는 이로 인하여 카탈로그의 가치가 떨어졌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40) CLOUT case No. 252 [SWITZERLAND Handelsgericht des Kantons Zürich 21 September 1998].(http://cisgw3.law.pace.edu/cases/980921s1.html) 41) 위 식품권장기준은 일종의 지침에 불과할 뿐 구속력은 없었다. 42) CLOUT case NO.84 [GERMANY Oberlandesrericht Frankfurt a. M, 20 April 1994] (http://cisgw3.law.pace.edu/cases/940420g1.html). Admittedly, from the point of view of salability and, therefore, resalability of the mussels even if twice the amount of the ZEBSstandard is exceeded, as [buyer] alleged, this would not change anything regarding the suitability of the mussels for consumption
100 國 際 去 來 法 硏 究 第 24 輯 第 1 號 국가에도 동일한 법규가 존재하는 경우, 2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그러한 법규가 존재하고 있 음을 알린 경우, 3 매도인이 수입국에 지점을 운영하고 있거나, 매수인과 오랜 기간 거래 관 계에 있었다거나, 수입국에 자주 수출을 하고 있거나, 수입국에 광고를 하는 등 매도인이 그러 한 규제가 존재함을 알았다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가 그것이다. 43) 이러한 독 일 법원의 판례는 매도인이 제35조 제2항에 따라 매수인 국가의 공법적 규제를 준수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다른 외국 판례 및 중재판정례에서도 원용되는 등 국제적으로 어느 정 도 인정된 지침을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44) 위 판례는 재판매 가능성 여부를 수입국이 아닌 수출국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 인다. 그러나 이는 수입국과 수출국 간 법령의 차이에서 오는 위험을 매수인에게 일방적으 로 부담시켰다는 점에서 부당하다. 매도인이 매수인 국가에 특유한 법령을 인식하지 못하 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매수인 또한 그러한 법령이 매수인 국가에만 존재하는 특유한 법령임을 인식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45) 또한 재판매가 가능하다는 의미는 매수인이 매도인으로부터 인도받은 물품을 제3자에게 전매할 수 있다는 의미 46) 이므로 재판매 가능성 여부는 매도인이 아니라 매수인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도인 국가의 법령을 기준으로 물품적합성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 위 판례는 재판매 가능성 의 사전적 의미에도 어긋난다고 생각한다. 위 독일 판례는 미국에서도 문제된 바 있다. 이탈리아에 소재하는 매도인과 미국에 소재 하는 매수인이 체결한 의학기기 매매계약에 따라 매도인이 목적물을 인도하였으나, 미국의 의학기기 제조 관련 규정을 준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FDA가 이를 압수하자, 매수인이 매 도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건이었다. 매수인은 매도인을 상대로 중재를 신청하였는 데, 여기서 매도인에게 수입국인 미국의 관련법규를 준수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매도인은 독일 법원의 위 홍합 사건 판례를 원용하면서 CISG는 매도인에게 수 입국의 법규를 준수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 않음을 이유로 매도인이 적합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중재판정부는 이 사건이 위 독일 판례의 세 번째 예외사유에 해당한다고 하여 매도인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고, 결국 매수인의 손해배상청구를 인용하는 판정을 내렸다. 이어 매수인은 미국 법원에 위 중재판정의 확인판결을 구하였는데, 매도인은 위 중재판 43) CLOUT case NO.123 [GERMANY Bundesgerichtshof, 8 March 1995]. (http://cisgw3.law.pace.edu/cases/950308g3.html) 한편, 이 사건에서 매수인은 포장이 부적합함을 이유로도 계약해제를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매수인이 물품 수령 후 1달 이상이 경과한 후에 하자 통지를 하였으므로 매수인의 계약해제 주장은 제39조에 따라 실기하였다고 판단하였다. 44) Harry M. Flechtner, Funky Mussels, a Stolen Car, and Decrepit Used Shoes: Non-Conforming Goods and Notice thereof under the United Nations Sales Convention ( CISG ), Boston University International Law Journal, Spring 2008, p.8. 45) 이는 결국 매도인에게 조사의무가 있는지, 아니면 매수인에게 고지의무가 있는지의 문제로 귀결 된다. 46) Black s Law Dictionary (Tenth Edition, Thomson Reuters, 2014)는 재판매(resale) 를 [a] retailer s selling of goods, previously purchased from a manufacturer or wholesaler, usu. to consumers or to someone else further down the chain of distribution 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CISG상 매매목적물의 목적적합성(Fitness for Purpose)에 관한 연구 101 정부가 위 독일 법원의 판례를 무시함으로써 그 권한을 남용하였다고 항변하였다. 그러나 미국 법원은 위 중재판정부가 충분한 검토 끝에 위 독일 판례의 세 번째 예외사유에 해당 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이므로 중재판정부가 그 권한을 남용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47) 추가로 동 법원은, 학계에서도 매도인이 수입국의 모든 공법적 규제를 준수 하길 기대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보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원칙적으로 매도인에게 매수인 국가의 규제를 모두 준수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님을 부연하였다. 유의할 점은, 위 미국 법원이 독일 판례에 선례(precedent)로서의 효력을 인정한 것은 아 니라는 것이다. 동 법원은 스스로 중재판정에 대하여 법적으로 가장 협소한 범위( among the narrowest known to law )내에서만 검토할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위 중재판정부가 그 권한을 남용하였는지 여부에 대한 최소한의 판단만 하였다. 즉 위 미국 법원은, 위 중재 판정부가 홍합 사건 판례를 해석 및 적용함에 있어 그 권한을 남용하였는지 여부에 대해 서만 판단하였을 뿐, 홍합 사건 판례가 미국 법원에 대하여 구속력이 있는지 여부에 대 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위 독일의 홍합 사건 판례는 오스트리아 대법원에서도 원용된 바 있다. 매도인이 유럽 공동체 지침(EC Directive)에 적합하다는 표식인 CE 표시를 받지 못한 중고기계를 매수 인에게 인도한 사건에서 오스트리아 대법원은 매도인이 수입국의 모든 규제를 알고 이를 준수할 것을 기대할 수 없으므로 그러한 규제의 존재를 매도인에게 알리고 이를 계약 내용 에 포함시킬 의무는 매수인에게 있다고 하였다. 48) 그러나 위 홍합 판례가 모든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 그르노블 항소 법원은, 이탈리아에 소재하는 매도인이 프랑스에 소재하는 매수인에게 치즈를 수출하는 계 약에서 매도인은 치즈가 매수인이 소재하는 프랑스에서 재판매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 으므로 매도인에게 목적물을 제공함에 있어 프랑스 국내법규를 준수할 의무가 있다고 하였 다. 49) 프랑스 법규에 따르면 프랑스 내 유통되는 모든 치즈에는 그 포장에 구성성분 및 유 효기간을 표기해야 했는데, 이 사건에서 매도인이 인도한 치즈의 포장에는 그러한 표기가 되어 있지 않았다. 결국 동 법원은 매도인이 인도한 치즈는 계약에 적합한 물품이 아니라 고 판시하였다. 재판매 가능성의 정의에 비추어 볼 때 재판매 가능성 여부는 수출국이 아닌 수입국을 기 준으로 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세계적으로 통일된 기준이 없다는 점에서 수입국에 47) CLOUT case NO.418 [U.S. Federal District Court for the Eastern District of Louisiana, 17 May 1994] It is clear from the arbitrator s written findings, however, that they carefully considered that decision and found that this case fit the exception. (http://cisgw3.law.pace.edu/cases/990517u1.html) 48) CLOUT case NO.426 [AUSTRIA Oberster Gerichtshof 13 April 2000]. (http://cisgw3.law.pace.edu/cases/990517u1.html) 이 사건에서 제1심 법원은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유럽공동체 안에서 위 중고기계를 재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약을 하였음을 이유로 매수인 승소판결을 내렸으나, 항소심과 상고심에서는 위와 같은 이유로 매도인의 손을 들어주었다. 49) CLOUT case No. 202 [FRANCE Cour d appel, Grenoble 13 September 1995]. (http://www.unilex.info/case.cfm?pid=1&do=case&id=151&step=abstract)
102 國 際 去 來 法 硏 究 第 24 輯 第 1 號 특별한 공법적 규제가 있는 경우 매수인으로서는 목적물이 그러한 규제를 준수해야 한다는 점을 계약서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 3. 매매목적물의 특별사용목적 적합성(제2항 b호) 가. 제2항 b호가 적용되기 위한 요건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목적물의 특별한 사용목적을 명시적으로나 묵시적으로 밝힌 경우 물품은 그러한 목적에 부합하는 성질을 지녀야 한다. 50) 그러한 특별한 목적이 없거나 밝히 지 않는 경우에는 a호에 따라 통상사용목적에 적합하면 충분하다. 따라서 법체계상 b호가 a호보다 우선한다. 51) 즉 법원이나 중재판정부는 b호 위반여부를 a호 위반 여부보다 먼저 검토하여야 하고, b호 위반이 인정되지 않으면 그 때 a호 위반 여부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CISG 제35조 제2항 b호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요건이 충족된 경우에 매도인 은 특별사용목적에 부합하는 물품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 (1) 매도인에게 물품의 특별사용 목적이 명시적으로나 묵시적으로 알려졌어야 하고, (2) 매수인이 매도인의 기술과 판단을 신뢰하였어야 하며, (3) 매수인의 신뢰는 합리적이었어야 한다. 52)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특별한 사용목적을 알려야 하는 기한은 계약체결 시까지다. 그 이 후에 한 고지는 매도인에게 알리지 않은 것으로 본다. 스페인 법원은 나아가 매수인의 특 별사용목적은 매도인이 알 수 있는 방법으로 알려야 하고, 매수인의 판매 대리인이나 외판 원(travelling salesperson)에 불과한 자에게 표시한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판시한 바 있 다. 53) 여기서 특별한 목적이 계약의 내용이 될 필요까지는 없고, 매도인이 그러한 목적을 알았 거나 알 수 있었으면 족하다. 따라서 매도인이 매수인의 특별사용목적을 실제로 알 것까지 는 요하지 않는다. 54) 독일 뮌헨 지방법원도 매수인이 특별사용목적을 표시하였다면 그러한 내용이 계약서에 명시된 바 없더라도 매도인은 그러한 목적에 적합한 물품을 인도해야 한다고 판시하였 50) 제35조 제2항 b호: Except where the parties have agreed otherwise, the goods do not conform with the contract unless they are fit for any particular purpose expressly or impliedly made known to the seller at the time of the conclusion of the contract, except where the circumstances show that the buyer did not rely, or that it was unreasonable for him to rely, on the seller s skill and judgment. 51) Schlechtriem Schwenzer, supra note at 6, p. 575. 52) Richard Hyland, Conformity of Goods to the Contract under the United Nations Sales Convention and the Uniform Commercial Code, Baden-Baden: Nomos (1987) (http://www.cisg.law.pace.edu/cisg/biblio/hyland1.html#*) 53) CLOUT case No. 555 [SPAIN Audiencia Provincial Barcelona 28 January 2004]. (http:// cisgw3.law.pace.edu/cases/040128s4.html) 54) Schlechtriem Schwenzer, supra note at 6, p. 581. 이에 반하여 매도인이 특별사용목적을 실제 로 알았어야 한다는 견해로 Richard Hyland, supra note at 53, p.322 참조.
CISG상 매매목적물의 목적적합성(Fitness for Purpose)에 관한 연구 103 다. 55) 이 사건에서 매도인과 매수인은 매수인의 영업소 내 쇼룸에서 전시할 기계를 목적물 로 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러나 매도인이 인도한 기계의 모터가 오작동하자 매수 인은 계약의 해제를 주장하면서 계약금의 반환을 요구하였고, 이에 매도인은 나머지 대금 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법원은 매수인이 자신의 영업소에 영구적으로 설치할 의도로 목적물과 같은 정교한 기계를 고가로 구입한 것이므로 계약상 목적물이 장기간 이 용될 것이라는 점이 묵시적으로 표현되었다고 하면서 매도인도 매수인의 목적을 충분히 알 았다고 볼 수 있으므로 매도인은 최소한 수년간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는 품질의 물건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고 하였다. 여기서 비록 양당사자가 목적물의 예정 사용기한에 대해 합 의한 바는 없으나, 법원은 3년의 사용기한을 묵시적으로 약정하였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위 목적물의 하자는 내부 모터를 교체함으로써 용이하게 수리할 수 있으므로 제49조 제1항 a 호상 본질적인 위반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매수인의 해제 주장을 배척하였다. 우리나라 대법원은, 발전소 공사에 사용할 목적의 파이프 매매계약에 따라 매도인이 인 도한 파이프에 몰리브덴이라는 금속성분의 함량이 국제기준인 0.25 0.35%에 훨씬 못 미 치는 0.001%로 밝혀진 사안에서, 몰리브덴의 함량은 파이프의 강도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 한 요소로서 매도인이 인도한 파이프는 매도인에게 명시적으로 알려진 특별한 용도나 목적 에 맞지 아니하므로 하자가 존재하고, 이러한 하자 있는 파이프의 공급은 본질적 계약위반 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56) 나. 매수인이 매도인의 기술과 판단을 신뢰하지 않았거나 신뢰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인정 되는 경우 제2항 b호에 단서에 따르면 매도인이 특별사용목적에 부적합한 물품을 인도하였더라도 매수인이 매도인의 기술과 판단을 신뢰하지 아니하였거나 신뢰하는 것이 불합리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매도인이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어떤 경우에 매수인이 신뢰하는 것 이 불합리한 것인지는 개개의 사안에 따라 구체적으로 살펴야 하지만, 일반적으로 매도인 의 거래영역에 통상적이지 않은 기술이나 판단이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 기서 매수인이 매도인의 기술과 판단을 신뢰하였다고 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매도인의 지식 과 전문성이 매수인의 그것보다 우위에 있어야 하는지 아니면 동등한 경우에도 인정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대립한다. 57) 그러나 제35조 제2항 b호 단서가 이중 부정문으로 서술되어 있다는 점( 그 상황에서 매수인이 매도인의 기술과 판단을 신뢰하지 아니하였거나 또는 신뢰하는 것이 불합리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에서 매도인과 매수인의 전문성이 동등한 경우에는 동호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58) 나아 55) GERMANY, Landgericht München, 27 February 2002] (http://cisgw3.law.pace.edu/cases/020227g1. html) 56) 서울고등법원 2012. 9. 27. 선고 2011나31258(본소), 2011나31661(반소) 판결, 상고기각(대법원 2012다94704)으로 확정. 57) 석광현, 국제물품매매계약의 법리, 박영사, 2010, 142면. 58) 석광현, 상게서, 142면.
104 國 際 去 來 法 硏 究 第 24 輯 第 1 號 가 아래 판례와 같이 매수인이 매도인보다 목적물에 대해 더 많은 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매수인이 매도인을 신뢰하였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독일 코부르크 지방법원은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목적물인 식물을 특정한 장소에 인도하 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면 매수인이 명시적으로나 묵시적으로 목적물을 그 장소에서 사용할 목적을 표시하였다고 볼 것이며 따라서 매도인으로서는 원칙적으로 그 장소에서 자 랄 수 있는 식물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고 하였다. 59) 그러나 이 사건에서 매수인은 원예업 및 조경업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이고 위 목적물의 인도 장소에서 주로 영업을 하고 있었으 므로 목적물인 식물이 인도 장소에 적합한 종인지 여부를 매도인보다 더 정확히 알 수 있 었을 것이라고 하였다. 따라서 이는 매수인이 매도인의 기술과 판단을 신뢰하는 것이 합리 적이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제35조 제2항 b호 단서에 따라 매도인의 계약책임을 부정하였다. 또한 상술한 홍합 사건 에서 독일 법원은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매매목적물에 대한 수입 국의 공법적 규제나 행정적 관행에 대하여 알리지 않은 이상, 원칙적으로 매도인이 이에 대하여 알고 있었으리라고 매수인이 신뢰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60) 이후 뉴질 랜드 법원도 호주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매도인으로부터 인도받은 트럭이 호주의 행정법규 를 위반하여 자동차등록이 거부됨으로써 운행이 지체되자 매수인이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 건에서 매수인은 호주에서 자동차 수입업을 하는 자로서 호주의 자동차등록관련 행정법규 를 매도인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위치에 있었음을 근거로 매수인이 매도인을 신뢰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61) 여기서 매수인 국가의 법령준수의무 문제를 통상사용목적 적합성의 문제로 다룰 것인지, 특별사용목적 적합성의 문제로 다룰 것인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실무에 있어서 통상사용목적 적합성과 특별사용목적 적합성의 문제는 그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 으며 이를 엄격히 구별할 실익은 없다고 생각한다. 독일 연방대법원도 홍합 사건 에서 CISG 제35조 제2항 a호와 b호는 명확히 구분되지 않으며, 매도인의 법령준수의무 위반여 부를 통상사용목적 적합성의 문제로 다루어야 하는지 아니면 특별사용목적 적합성의 문제 로 다루어야 하는지 반드시 구별하여야 할 필요도 없다고 하였다. 62) 그러나 스위스 법원에서 이와 약간 배치되는 판례가 나와 주목할 만하다. 이탈리아에 소 59) [GERMANY Landgericht Coburg 12 December 2006]. (http://cisgw3.law.pace.edu/cases/061212g1. html) 60) CLOUT case No. 123 [GERMANY Bundesgerichtshof 8 March 1995]. 이에 대하여 독일 법원 이 설시한 세 가지 예외는 전술한 바와 같다. 61) [NEW ZEALAND High Court of New Zealand, 30 July 2010]. (http://cisgw3.law.pace.edu/ cases/100730n6.html) 62) Some uncertainties partly caused by the not very precise distinction between subsections (a) and (b) of CISG Art. 35(2), do not require clarification in the evaluation of whether this question must be integrated into the examination of the ordinary use of the goods or the examination of the fitness for a particular purpose. CLOUT case NO.123 [GERMANY Bundesgerichtshof, 8 March 1995] (http://cisgw3.law.pace.edu/cases/950308g3.html)
CISG상 매매목적물의 목적적합성(Fitness for Purpose)에 관한 연구 105 재하는 매도인과 스위스에 소재하는 매수인이 어린이 놀이 구조물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는 데, 매도인이 인도한 장난감이 스위스 안전규정에 위배되는 사실을 발견한 매수인이 계약 을 해제하고 매매대금의 반환을 요구하는 소를 제기한 것이다. 이에 스위스 루가노 지방법 원은 목적물에 대한 매수인의 상업적 이용목적 및 일반 대중에의 판매목적이 매도인에게 알려져 있으므로 매도인은 수입국의 안전규정에 부합하는 물품을 인도하기로 하는 묵시적 합의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63) 동 법원은 목적물이 스위스 안전규정에 위배된다는 전문가 증언 64) 을 토대로 매도인의 본질적 계약위반을 인정하여 매수인의 계약해제 주장을 받아들 였다. 그러나 위 판례에 대해서는 매수인이 매도인의 기술과 판단을 신뢰하였는지, 신뢰하 였다면 그 신뢰가 정당한 것이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누락했다는 비판이 있다. 65) 제35조 제2항 b호상 요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사례로는 스위스 아가우 상사법원의 소 위 고무 개선문 사건 이 있다. 66) 매수인이 자동차 경주장에 광고용 구호가 새겨진 고무 개선문 세 개를 매도인으로부터 인도받아 설치하였으나, 경주가 개시된 첫째 날에 개선문 중 하나가 무너졌다. 그러자 자동차경주 운영위원회가 매수인에게 모든 개선문의 철거를 지시하였고, 이에 따라 매수인은 무너진 개선문은 물론, 무너지지 않은 나머지 두 개의 개 선문도 모두 철거하였다. 이후 매수인은 매도인에게 개선문에 대한 대금지급을 거절하면서 계약해제의 의사표시를 하였다. 이에 매도인이 대금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한 것이다. 이 사건에서 관할 법원인 스위스 법원은 계약 체결 과정에서 매수인이 개선문을 자동차 경주 장에서 광고 목적으로 사용하리라는 점을 매도인이 충분히 알았으리라는 점을 근거로 매도 인에게는 자동차 경주장에 세워도 무너지지 않을 품질의 개선문을 인도할 의무가 있었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비록 개선문을 인도하기 전에 시행한 시험에서 개선문이 무너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안전 와이어를 추가로 설치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 발견되었고, 안 전 와이어 설치를 위해서는 비용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는 매도인의 권유 67) 를 거절하였더 라도 매수인이 매도인의 기술과 판단을 신뢰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하였다. 오히려 매수인은 매도인이 무너짐을 방지하기 위하여 전문적 기술을 활용한 견고한 물품을 제공하 리라는 기대를 갖고 있었을 것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하여 동 법원은 매도인이 제35조 제2항 b호를 위반하였다고 판시하였다. 다만 개선문을 용이하게 수리하여 그 다음 경주부터는 이를 목적에 따라 사용할 수 있었음을 이유로 계약의 본질적인 위반에는 이르 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매수인의 계약해제 주장은 배척하였다. 참고로, 입증책임의 범위와 관련하여 동 법원은 매수인이 목적물의 부적합을 입증하면 족하고 부적합의 원인까지 입증 할 책임은 없다고 판시하였다. 63) [SWITZERLAND Pretore del Distretto Lugano 19 April 2007 (Children s play structure case)]. (http://cisgw3.law.pace.edu/cases/070419s1.html) 64) 나아가 전문가들은 위 목적물에 나사나 볼트 등이 돌출되어 있는 등 European technical provision EN 1176에도 위배된다고 하였다. 65) Simon Laimer, Editorial remarks. (http://cisgw3.law.pace.edu/cases/070419s1.html) 66) CLOUT case No. 882 [SWITZERLAND Handelsgericht Aargau 5 November 2002]. (http://cisgw3.law.pace.edu/cases/021105s1.html) 67) 추가비용의 액수는 개선문 대금의 50%를 초과하였다.
106 國 際 去 來 法 硏 究 第 24 輯 第 1 號 그러나 개선문이 자동차경주장에서 무너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추가시설이 필요하다는 점이 이미 시험에 의해 입증된 상황에서, 매도인이 안전 와이어 등의 설치를 위하여 추가 비용의 지급을 요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매수인이 이를 거절하였다면 당사자 사이에는 무 너짐을 방지하기 위한 추가시설이 없는 개선문 을 목적물로 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즉, 이 사건은 당사자간 목적물의 성질에 관한 묵시적 합의가 있는 경우로서 CISG 제35조 제2항이 아니라 동조 제1항이 적용되어야 하는 경우라고 판단된다. 이에 따 르면 매도인은 계약적합성 있는 목적물을 인도한 것이므로 처음부터 하자가 없는 목적물을 인도하였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와 같이 CISG 제35조 제2항은 기성품만이 아니라, 고객의 주문에 따라 제조하여 판매 하는 주문품의 매매에도 적용된다. 따라서 우리 민법상 논의되는 제작물공급계약에도 CISG 가 적용된다. 68) 제작물공급계약의 법적 성격과 관련하여 우리나라 판례는 물건이 대체물인 경우에는 매매이나, 부대체물인 경우에는 도급계약이라고 본다. 69) 하지만 CISG상으로는 매 수인이 제조 또는 생산에 필요한 재료의 중요한 부분을 공급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CISG 적용여부가 결정될 뿐이며, 물품이 대체물인지 부대체물인지는 의미가 없다. 70) 제작물공급계약의 대표적인 예로서, 발전소 건설계약상 발전기나 보일러 등의 주기기 등 을 공급하는 계약을 들 수 있는데, 이는 그 법적 성격을 도급계약으로 보아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건설공사계약과 유사한 성격을 지닌다. 이러한 점에서 건설공사계약의 맥락에 서 논의되고 있는 목적적합성 논의에 대하여 살펴본 후 이러한 논의가 CISG 하에서는 어 떻게 달라질 것인지 간략히 검토하기로 한다. 원래 건설공사계약에서 목적적합성은 시공자의 설계의무와 관련하여 주로 논의되는데, 시공자의 의도된 목적적합성 보장의무는 합리적인 전문가의 기술 및 주의의무(reasonable professional skill)와 대비되는 것으로 무과실책임으로 이해된다. 71) 다시 말해, 시공자가 설 계를 할 때 최신 기술을 적용하고 검증된 부품을 사용하였더라도 공사목적물의 의도된 목 적에 적합하지 않으면 그로 인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설령 발주자가 제 시한 내역서(specification)에 따라 공사를 하였더라도 의도된 목적에 적합하지 않으면 시공 자는 책임을 면할 수 없다. 72) 이에 따라 캐나다 대법원은, 시공자가 발주자 제시 내역서에 따라 지붕공사를 하기로 하 였고 지붕이 5년간 방풍우(weathertight)일 것을 보증하였으나 위 내역서에 기재된 자재가 부적합함으로 인하여 위 보증기간 내 방풍우에 실패한 사건에서, 시공자가 설령 내역서를 전부 준수하였더라도 보증책임을 부담한다고 판시하였다. 73) 68) 석광현, 전게서( 註 57), 45면. 다만, 물품을 주문한 당사자가 제조 또는 생산에 필요한 재료의 중 요한 부분을 공급하는 경우에는 CISG가 적용되지 않는다(CISG 제3조 제1항). 69) 대법원 1996. 6. 28. 선고 94다42976 판결. 70) 석광현, 전게서( 註 57), 47면. 71) 김승현, 전게서( 註 6), 68면. 72) 상게서, 68면. 73) The Steel Company of Canada Limited v Willand Management Limited. (https://scc-csc.lexum.com/scc-csc/scc-csc/en/item/4061/index.do)
CISG상 매매목적물의 목적적합성(Fitness for Purpose)에 관한 연구 107 그러나 이러한 건설공사계약 하에서의 목적적합성 보장의무가 CISG에 그대로 적용되기 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CISG 제35조 제2항 b호에 따르면, 위 캐나다 판례에서 발주자가 내역서를 제시하였다는 사정에 의해 매수인이 매도인의 기술과 판단을 신뢰하지 않았다 고 해석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결국 CISG가 적용되는 경우에는 건설공사계약에서의 위 캐나다 법원의 해석과는 다른 결론이 도출될 것이다. 위와 같이 매수인이 매도인의 기술과 판단을 신뢰하지 않았거나 신뢰하는 것이 불합리하 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매수인이 매도인보다 목적물에 대해 더 많은 지식과 기술을 가지 고 있는 것이 명백한 경우 외에도 매수인이 물품의 선택에 관여한 경우, 매수 이전에 물품 을 검사한 경우, 물품의 제조과정에 관여한 경우, 물품의 구체적인 사양을 제시한 경우 등 이 해당될 수 있다. 74) Ⅲ. 결 론 매도인은 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물품적합성 있는 물건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계약에 아무리 상세한 조항을 마련하더라도 목적물의 품질에 관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은 언제나 있다. 이에 대비하여 CISG 제35조 제2항은 매도인이 준수해야 하는 객관적 요건들 을 열거하고 있는데, 그 중 a호는 물품이 통상사용목적에 적합하여야 함을, b호는 특별사용 목적에 적합하여야 함을 각 규정하고 있다. b호에 따르면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목적물의 특별한 사용목적을 명시적으로나 묵시적으로 밝힌 경우 목적물은 그러한 목적에 부합하는 성질을 지녀야 한다. 그러나 매수인이 매도인의 기술과 판단을 신뢰하지 않았거나 신뢰하 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다수의 외국 법원들은 매수 인이 매도인보다 목적물에 대해 더 많은 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있음이 명백한 경우에는 매 수인이 매도인을 신뢰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물품의 특별사용목적을 밝히지 않은 경우에는 a호에 따라 물품이 동종 물품의 통상사용목적에 적합하면 충분하다. 국제거래에서 통상사용목적에 적합하다 함은 그 물품의 상업적 목적에 부합하여야 한다는 의미이고, 일반적으로 대륙법계 국가들 은 중등품질 기준을, 보통법계 국가들은 재판매 가능성 기준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목적 물이 통상사용목적에 적합하면 족하며 완전무결점의 물품일 필요는 없다. 이와 관련하여 매도인이 수입국의 법령을 준수해야 하는지 여부가 문제되나, 이에 대하여 독일 법원은 예 외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매도인은 수입국에서 시행 중인 법규를 준수할 의 무가 없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이는 수입국과 수출국 간 법령의 차이에서 오는 위험을 매수인에게 부담시켰다는 점 및 재판매 가능성의 정의상 목적물을 재판매하는 매수인을 기 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에서 부당하다. CISG는 완성된 법규범이 아니고 체약국의 법원들이 형성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국 74) Schlechtriem Schwenzer, supra note at 6, p. 582.
108 國 際 去 來 法 硏 究 第 24 輯 第 1 號 제규범이다. 따라서 CISG에 관한 외국 판례 및 중재판정례가 중요한 해석지침이 될 수 있 는 만큼 앞으로도 이에 대한 꾸준한 연구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주제어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국제연합협약, CISG, 외국판례, 중재판정례, 목적적합성, 통상사용목적, 특별사용목적
CISG상 매매목적물의 목적적합성(Fitness for Purpose)에 관한 연구 109 참 고 문 헌 1. 국내문헌 김상용, 매도인의 담보책임에 관한 비교 고찰, 법조 통권, 제550호(2002). 김승현, 국제건설계약의 법리와 실무 FIDIC 계약조건을 중심으로, 박영사, 2015. 석광현, 국제물품매매계약의 법리, 박영사, 2010. 석광현, 국제물품매매협약 가입과 한국법에의 수용, 상사법연구, 제21권 제2호(2002). 석광현, CISG 협약과 2004년 민법개정안, 법률신문, 제3314호(2004). 양창수 집필, 민법주해(IX), 박영사, 1992. 이기수 신창섭, 국제거래법 제5판, 세창출판사, 2013. 최흥섭,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유엔협약해설, 법무부, 2005. 최흥섭,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유엔협약과 우리법의 비교법적 검토, 비교사법, 제11권 제3호 (2004). 2. 외국문헌 Black s Law Dictionary Tenth Edition, Thomson Reuters, 2014. Flechtner, Harry M., Funky Mussels, a Stolen Car, and Decrepit Used Shoes: Non-Conforming Goods and Notice thereof under the United Nations Sales Convention ( CISG ), Boston University International Law Journal, Spring 2008. Honnold, John O., Uniform Law for International Sales under the 1980 United Nations Convention Fourth Edition, Wolters Kluwer, 2008. Lookofsky, Joseph, The 1980 United Nations Convention on Contracts for the International Sale of Goods, Kluwer Law International, 2000. Schlechtriem, Peter/Schwenzer, Ingeborg, Commentary on the UN Convention on The International Sale of Goods (CISG) Third Edition, Oxford University Press, 2010. 3. 웹사이트 한국무역협회 웹사이트: http://www.kita.net/ 미국 Pace 대학교 웹사이트: http://www.pace.edu/ Lexum 웹사이트: https: //scc-csc.lexum.com UNCITRAL 웹사이트: http://www.uncitral.org/ UNILEX 웹사이트: http://www.unilex.info/
110 國 際 去 來 法 硏 究 第 24 輯 第 1 號 <국문초록> CISG상 매매목적물의 목적적합성(Fitness for Purpose)에 관한 연구 - 외국판례 및 중재판정례를 중심으로 - 이 승 엽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국제연합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on Contracts for the International Sale of Goods)( CISG )에 따르면, 당사자간 달리 합의한 바 없는 경우 매도 인은 매수인에게 목적적합성 있는 물품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 CISG는 제35조 제2항 a호 에서 물품이 통상사용목적에 적합하여야 함을, b호에서 특별사용목적에 적합하여야 함을 각 규정하고 있는데, 매수인이 물품의 특별사용목적을 밝히지 않은 경우에는 a호에 따라 물품이 동종 물품의 통상사용목적에 적합하면 충분하다. 통상사용목적 적합성을 판단함에 있어 일반적으로 대륙법계 국가들은 중등품질 기준을, 보통법계 국가들은 재판매 가능성 기준을 채택하고 있다. 이에 비하여 네덜란드 중재원 중재판정부는 합리적 품질기준을 채 택한 바 있다. 또한 목적물이 완전무결점일 필요는 없으며 통상사용목적에 적합하면 충분 하다는 것이 외국 법원들의 일반적 태도이다. 한편, 목적물이 통상사용목적에 적합하기 위 해서는 매도인이 수입국의 법령을 준수해야 하는지 여부가 문제되나, 독일 연방대법원은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매도인은 원칙적으로 수입국의 법규를 준수할 의무가 없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이는 수입국과 수출국 간 법령의 차이에서 오는 위험을 매수인에게 부 담시켰다는 점 등에서 형평에 반할 우려가 있다. CISG 제35조 제2항 b호에 따르면,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목적물의 특별사용목적을 명시 적으로나 묵시적으로 밝힌 경우 물품은 그러한 목적에 부합하는 성질을 지녀야 한다. 그러 나 매수인이 매도인의 기술과 판단을 신뢰하지 않았거나, 신뢰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인 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다수의 외국 법원들은 매수인이 매도인보다 목적물에 대하여 더 많은 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있음이 명백한 경우 매수인이 매도인을 신뢰하였다 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주제어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국제연합협약, CISG, 외국판례, 중재판정례, 목적적합성, 통상사용목적, 특별사용목적
CISG상 매매목적물의 목적적합성(Fitness for Purpose)에 관한 연구 111 <Abstract> Fitness of the Goods for Purpose under CISG -A Close Look at Foreign Precedents and Arbitral Awards - Seung-yup (Brian) Lee *75) According to United Nations Convention on Contracts for the International Sale of Goods ( CISG ), in the absence of an agreement to the contrary, the seller must deliver the goods that fit the purpose thereof. CISG Article 35(2)(b) stipulates that the goods must be fit for any particular purpose made known to the seller except in cases where the buyer did not rely or it was unreasonable for the buyer to rely on the seller s skill and judgment. Numerous foreign courts have decided that there is no reliance by the buyer on the seller s skill and judgment if the buyer apparently had more knowledge and experience in the goods than the seller. In cases where a particular purpose is not made known to the seller, the goods must be fit for purposes for which goods of the same description would ordinarily be used (Article 35(2)(a)). In analyzing whether the goods are fit for its ordinary use, continental law countries usually use the average quality standard, whereas Common Law countries use the standard of merchantability. In the Condensate crude oil mix case, however, the Arbitral Tribunal preferred the reasonable quality standard. Numerous foreign courts have the view that the goods do not have to be flawless insofar as it does not lower the value of the goods. Regarding the ordinary purpose of the goods, there is also the question of whether the seller has to observe the domestic laws of the buyer s country. In the mussels case, the German court has determined that, save for exceptional cases, the buyer is not obliged to comply with the laws of the buyer s country. This view, however, is inequitable as it shifts to the buyer the risk arising from the discrepancy between the laws of the seller s country and the buyer s country. KEY WORDS United Nations Convention on Contracts for the International Sale of Goods, CISG, foreign precedents, arbitral awards, fitness for purpose, fitness for ordinary purpose, fitness for particular purpose * Associate, Bae, Kim & Lee LL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