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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한지리학회지제48권제3호 2013(433~452)? 도시 본정통 의장소기억 - 충무로 명동일대의사례 - 전종한 * Place Memories of the Downtown Bonjeong-tong : the Case of Chungmu-ro Myeongdong Area in Seoul, Korea Jong-Han Jeon* 요약 : 일제강점기에기원한일본식지명이자상업중심지로서의본정통은오늘날까지우리나라도시들에서번화가를일컫는대명사로통한다. 이연구는서울의충무로와명동일대를사례로도시본정통이함축하고있는다양한장소기억들을탐색한것이다. 연구자는장소기억이라는개념을지리학의입장에서정초한다음, 이개념을매개로본정통이라는한장소에쌓인기억의다층성과경합성에주목하며본정통의장소기억을세가지층위로재구성할수있었다. 식민권력의상징 vs. 근대의표상, 금융자본주의의심장 vs. 문화 예술인의마당, 유행의공간 vs. 정체성의장소 가그것이다. 결론적으로, 연구자는도시에서우리삶의흔적이여기저기에수평적으로산재하는것이아니라도시안의한장소그자체가일종의팔림세스트라는점을강조하였고, 따라서도시공간에대한연구에서수평적접근보다는수직적접근이필요함을주장하였다. 주요어 : 본정통, 장소기억, 기억의다층성, 기억의경합성, 팔림세스트로서의장소 Abstract : Bonjeong-tong( 本町通 ) which was originated from Japanese place name and commercial center during Japanese colonial period speaks for downtown in the urban Korea of today. This study tries to investigate a variety of place memories that have been layered in Bonjeong-tong in the case of Chungmu-ro and Myeongdong area in Seoul, Korea. The author settles the concept of place memory from the viewpoint of the discipline of human geography, and reconstructs place memories of Bonjeong-tong by three folds of layers focusing on the multilayeredness and the contestedness of place memories which have been piled up in Bonjeong-tong; the symbol of colonial power vs. the emblem of modernization, the heart of monetary capitalism vs. the ground of humanists and artists, the space of fashion vs. the place of identity. As a result, the author places emphasis on that a place like Bonjeong-tong in itself within a city is a sort of palimpsest, and suggests that therefore it is necessary to adopt a vertical approach not a horizontal one for the study on urban space in future. Key Words : Bonjeong-tong, place memory, multilayeredness of memories, contestedness of memories, place as palimpsest * 고려대학교민족문화연구원객원교수겸경인교육대학교사회과교육과부교수 (Visiting Professor, Research Institutes of Korean Studies, Korea University, and Associate Professor, Department of Social Studies Education, Gyeongin National University of Education), jonghan@gin.ac.kr

2 전종한 1. 머리말 본정통은일제강점기에명명된일본식지명이지만오늘날에도우리나라의많은도시들에서여전히시내중심가의대명사로통한다. 일제강점기를거치면서일제는새롭게형성된일본인거주지를중심으로상업중심지를건설해나갔고이과정에서그핵심부에 본정통 ( 本町通 ) 이라는지명을부여하였다. 그래서당시일본인이집단적으로거주지를형성한도시라면한국의어느도시에나본정통이라는지명이출현하였고, 그후본정통은한국에서도심의번화가를지칭하는하나의메타포 (metaphor) 로일상속에서점차보편화되었다. 이렇게본정통은그자체가우리나라근대도시의살아있는역사일뿐만아니라, 도심부의장소기억을엿볼수있는, 지리학적으로매우의미있는공간이다. 하지만본정통을주제로한학술적연구는극히소수에불과하며그나마지리학계에서는아직연구된바없었다. 도시지리학분야에서중심업무지구 (CBD) 에관한논의가있었던것은사실이지만, 그것은현대도시에대한 기능체분석 을수행한후 도시기능의집적지 를계량적으로규정하는연구들로서본연구가지향하는것과는탐구의대상이나관점및방법론상입장이다르다. 도시는대단히복잡하고도다층적인역사와기억들을간직한공간이다. 그곳은권력과자본을비롯한각종의힘들이경제적차원을넘어사회 문화적, 정치적영역을넘나들며작용하는공간이다. 따라서도시를단순히기능체의집합소로간주하는접근만으로는인문지리학의도시연구가한계에봉착할수있다. 우리는새로운관점을모색하면서도시공간이지닌다층적의미의세계를탐색해나감으로써도시공간의복합성을해명할책임이있다. 이부분에서연구자는본정통이한국근대도시의전개과정에서출현한지리적으로유의미한장소일뿐만아니라현대도시의복합성을풀어갈수있는단서의하나가될수있다고보았으며, 장소기억 은거기에접근하는매개개념으로서우리에게대안적관점을제공할것으로판단하였다. 그림 1. 연구지역 : 서울특별시중구충무로 명동일대

3 도시 본정통 의장소기억 본연구는서울충무로 명동일대에발달했던본정통을사례로그곳에쌓인기억의다층성을장소기억의관점에서탐색해보는데에목적이있다 ( 그림 1). 이목적에도달하기위해서는본정통의위치와범위, 형성과정등그역사지리적전개과정을고찰하는것이우선일것이다. 이를토대로본정통에퇴적된의미의누층들을장소기억이란개념을활용해재구성해보기로한다. 이를위해먼저연구자는장소기억의여러개념적계보들을이론적으로검토할것이다. 특히최근사회학및역사학에서논의되는그것과일정부분교집합을가지면서도그들의개념정의와차별되는지리학적 장소기억 개념을추적하여도출해볼것이다. 장소기억의관점에서본정통이라는장소에접근할때특별히유의할점은, 하나의장소안에는시간적으로다양한기억의층위가존재하지만동시대안에서도그곳을바라보는주체에따라서로다른기억들이공존한다는사실을놓쳐서는안된다는점이다. 이점을염두에두고, 연구자는본정통에대한장소기억들을한편에서는시간적으로퇴적된누층성의차원에서고찰하면서도다른한편으로는동시대에공존했던서로다른기억들의층위를드러낼필요가있다고보았고, 여기에상응하도록본론의논리와내용을구조화하였다. 2. 서울 본정통 의기원과역사지리적개관 1) 도성속타자의공간 : 한양의남촌에서구한말일본인의거류지까지 현재의충무로와명동이위치한남산북사면일원은조선시대를거쳐적어도 19세기말까지 도성속타자의공간 이었다. 잘알려져있듯이, 조선시대에이곳은도성안에서고위양반관료가주로거주하던북촌과대비되는이른바남촌지역으로서중인이나하급관료들의주된공간이었다. 자연환경조건에 있어서도양지바른곳에입지한북촌과는반대로음지형국을취하는, 상대적으로거주에불리한환경이었다. 16세기말임진왜란때에는왜군이한양을침탈하기위해그들의총사령부를두었던곳이다. 왜군이물러간뒤에는한동안명나라군대가주둔하며도성안에시각을알리기위해종과북을설치했던곳이다. 1) 1876년개항이후에는청과일본등외세의관리, 군대, 상인등이머물며정치, 군사, 경제적으로도성을공략할기회를엿보던곳이다. 1898년완공된명동성당의위치와그건축양식에서가시적으로드러나듯이이곳은서양식근대문물이서울에유입하기시작했던곳이다. 이처럼구한말이전충무로와명동일대는자아의공간이기보다는타자의공간이었고, 중심부이기보다는주변부였으며, 자생적공간이기보다는외세에의한강제적공간이었다. 이러한 도성속타자의공간 이라는맥락은, 구한말부터는일본인이이곳을점거하기에매우유리한여건으로작용하게된다. 실제로구한말이곳에는일본공사관이설치되었고, 이를계기로공사관인근에일본군대가주둔했으며, 이들에게재화를공급하기위해일본상인들이따라들어오는등이곳을중심으로일본인거류지가형성되기시작했다. 조선정부는공식적으로 1885년까지일본상인의경성거주를허가한적이없다. 하지만 1882년임오군란으로인한피해보상을빌미로일본공사관이경성에다시진입하였고, 이를보호하고지원해야한다는명분으로일본수비대와일본상인들도함께들어왔다. 이렇게보면사실상일본의민간인들이경성에거주하기시작한것은 1885년이후가아니라 1882년부터였던것이다. 이때경성에들어온일본의민간인은오쿠라구미 ( 大倉組 ) 를비롯한협동상회의점원들이었다. 하지만경성에정착한초기의일본인들은한동안진고개 ( 현충무로 ) 한구석에서숨죽이며살수밖에없었다. 2) 일본인거류지의형성계기가되었던일본공사관은원래서대문밖淸水館에설치되어있었다. 3) 그곳은西池혹은盤松池라불렸던연못이있던곳으로전한다. 청수관은이西池에세워져있던누각이었다

4 전종한 이비좁은공간에들어섰던일본공사관은임오군란으로건물이소실되어잠시철수했다가, 1882년 8월 16일부터현재의예장동일대에해당하는왜성대 4) 터에자리를잡고다시업무를보게된다. 이로부터약 1년 8개월뒤인 1884년 4월 17일현재의종로구경운동 88번지에있는천도교수운회관터에공사관건물이신축되는데, 낙성식을가진지불과약한달여만에갑신정변으로불타버렸다. 일본공사관은어쩔수없이 1885년 1월다시왜성대터, 곧현재의예장동 2-1번지일대로이전해오게된다. 이곳의일본공사관은통감부시기에통감관저로활용되었으며, 한일강제병합후에는조선총독부총독관저로사용되었다. 그리고바로인근의예장동 번지 5) 에청사가신축되었는데, 이청사는통감부청사, 이어서조선총독부청사로활용되었다. 참고로조선총독부청사는 1926년경복궁안에신축청사가마련될때까지줄곧이곳에있었다. 이와같이속칭왜성대터라불리던현재의예장동일대는 1882년의일본공사관을시작으로 1906년의통감부를거쳐 1910년이후의조선총독부에이르도록일제의핵심권력이지속적으로입지했던공간이다. 뿐만아니라이곳을중심으로경성신사, 6) 일본사찰인동본원사, 7) 갑오기념비, 조선과의각종강제조약체결에관여한주요인물들의동상 8) 등일제의다양한상징경관들이거류민단의주도와관의지원하에조성되었다. 이러한점들을볼때이주변지역이당시서울내일본인거주의거점으로자리잡아간것은당연한결과였다. 더욱이, 1884년일본의청일전쟁승리와갑오개화파정부의수립에따라현북창동일대에세력을떨치고있었던청국상인들이대거본국으로돌아갔고, 이때를틈타일본인들은남대문일대까지자신들의영역을확장할수있었다. 그리고갑신정변뒤인 1885년일본은자국거류민의안전을위해남산밑진고개일대를일본인전용거류지로해줄것을조선정부에요구하여이를관찰시켰다 ( 박찬승, 2002, 122, 그림 2). 여기에육의전의금난전권폐지, 일본인토지소유권의보장등에힘입어특히일본인상인들의세력권이크게확대되었다 ( 전우용, 2001, 169). 그림 년조선정부가허가한일본인거류구역 * 주 : 일부지명은필자가현재의지명으로고쳐기입함. ** 자료 : 일본외교문서 18권 ( )[ 손정목, 2000, 241에서재인용 ] 1895년에는일본영사관주도하에진고개를중심으로그주변여러지역을연결하는도로들을개착하며진고개길중심의공간구조를만들어갔다. 이중하나가진고개-남대문통을잇는도로, 즉현재의충무로 1~2가구간으로서이노선이당시일본인의거주거점이자경제적중심축이었으며, 9) 더큰스케일에서보면서울의중심상업지구로서성장해나가기시작한다 ( 京城發達史, 1910, 106). 바로이구간이후일의본정통이다. 2) 타자의공간에서헤게모니공간으로 : 본정통의등장 1895 년 4 월조선정부에의해假家禁令이선포되 면서진고개-남대문통에즐비하던, 도로변의조선인가옥들이모두철거된다. 반면에, 철거된조선인가옥의이면에있었던일본인가옥들은상업에유리한도로변가옥이될수있었다 ( 전우용, 2001, 170). 여기에 1896년에는일본영사관, 거류민총대역장, 상

5 도시 본정통 의 장소 기억 업회의소 등 일본 거류민과 일본인 상인을 지원하는 이 일본인 거류민회이고, 그들의 사무소는 居留民役 각종 행정 시설들이 진고개길과 남대문통이 만나는 所, 그 대표는 居留民長이라 불렀다. 서울의 일본인 지점, 소위 鮮銀前 廣場10) 주변으로 대부분 이전 신축 거류민회는 1895년에 처음 만들어졌고11) 1906년에는 되었다(京城府史, 1934, ; 김종근, 2002, 30- 居留民團이라는 이름으로, 보다 공식적으로 그리고 36). 이미 한일 강제 병합 이전에, 새로운 헤게모니 새롭게 출범하게 된다.12) 공간으로 부상할 수 있는 본정통의 공간적 토대가 마 련된 것이다(그림 3). 경성에 거주하던 일본인들은 주로 상업에 종사하 였다. 일본인 상인들은 경성상업의회라는 단체를 결 한편, 일제는 조선에 거주하던 일본인들을 보다 조 성하여 내부를 단속하고 밖으로는 일본 정부와의 관 직적으로 통제하는 한편 식민지 경영에도 효과적으 계를 긴밀하면서 경성의 상권을 확장해갔다. 그러다 로 동원하기 위해 한일 강제 병합 이전부터 거류민 자 가 청일전쟁, 러일전쟁 등을 거치면서 일본이 위세 치 기구를 결성하도록 장려하였다. 그래서 생겨난 것 를 떨치게 되자 일본 상인들이 구름처럼 경성으로 밀 그림 3. 본정통 입구 앞 鮮銀前 광장과 주변 경관(1920년대 초로 추정) * 주: 왼쪽 아래에 전면으로 보이는 건물이 조선은행(1915), 그 오른쪽으로 대각선 방향의 길 건너에 있는 건물이 경성 우편국(1912)이고, 경성우편국 건물에 의해 일부 가려진 건물이 조선상업은행(1911)이다. 이 세 건물 사이의 넓은 공간 을 당시 鮮銀前 廣場(현 한국은행 앞 네거리)이라 불렀는데, 이곳은 동시에 본정통의 입구 앞 광장이기도 했다. 사진에 서 본정통은 경성우편국 바로 옆 골목(사진에 보이는 쪽)에서 시작하여 오른쪽으로 뻗어 있다. 선은전 광장으로부터 9 시 방향으로 난 도로가 남대문통(현 남대문로)이며, 11시 방향의 길이 현재의 소공로이다. 소공로 중간 왼쪽에 경성상 공회의소(1920) 건물이 있고, 길 건너 오른쪽에는 조선 호텔(1914)이 보인다. 소공로의 끝 지점에 아직 경성부청 신청사 (1926)가 보이지 않고 조선은행 맞은편에는 미쓰코시 백화점(1934)이 없는 것으로 보아 이 사진 속 도시 경관은 1920년 대 초의 것으로 추정된다. ** 자료: 일제시대 사진 엽서

6 전종한 려들었다. 13) 이과정에서본정통일대가그들의거점으로크게성장하였다. 참고로, 1910년기준경성에서일본인인구가 2,000인이상이었던상위 5개지구는旭町 ( 현회현동 ), 本町 ( 현충무로 ), 大和町 ( 현필동 ), 南山町 ( 현남산동 ), 明治町 ( 현명동 ) 순으로확인된다. 14) 旭町과本町의일본인인구가각각 3,810 인, 3,527인이었던데에비해조선인의영역으로알려진종로통의일본인인구는 79인에불과했다는점을보면서울에서본정통일대가일본인의주요세력권이었음을알수있다. 1910년일본인거류민단은자신들의주요거주지에 町 이라는일본식지명형태소를붙이기시작했다. 그래서지금의충무로에해당하는당시의진고개길일대는本町, 명동일대는明治町으로개칭하였고, 그주변의경우을지로일대는黃金町, 회현동일대는旭町, 북창동일대는米倉町, 필동일대는大和町등과같이일본식이름소와합쳐진일본식지명들을명명하였다. 당시일본인거류민단이지명변경을건의하면일본영사는거의그것을인정하였고, 전국적인행정구역개편과같은적절한때를기다려공식지명으로승인될수있었던것이다. 이렇게하여 1914 년 4월 1일조선총독부경기도고시제7호에의해서울의 本町 이공식지명으로등장하게된다. 본정은일본본토에서지역에따라혼초, 혼마치, 모토마치등으로발음되는데당시서울의본정은혼마치로발음되었다. 본정은일본자국내에서도가장높은빈도로사용되는지명으로 2012년기준일본내 320개도시에서본정이라는지명이확인되고있다. 본정의지명의미는각도시의중심공간이라는뜻이다. 본정은일본식지명부여시스템의요체로서, 일본문화의특징중하나인절대중심에대한지향성을반영하는것으로해석되기도한다 ( 전종한, 2011, ). 중심에대한지향성은어느시대, 어느사회에서나일반적으로나타나지만, 그중심을 절대중심으로인식하고상징경관으로구현하며굳이지명과위치를매개로시각화함으로써절대적으로부각시키는것은다분히일본적인방식이라는것이다. 실제로일제강점기일본인이집단적으로거주지를이룬곳이라면우리나라의어느도시든그도시의중심 부에는거의예외없이본정이라는지명이나타났다. 3) 본정통의재생산및확장 : 한국전쟁기의파괴와재생일제강점기의本町은한국전쟁으로대부분파괴되었다. 그래서정부는 1952년 3월 25일자내무부고시제23호를통해전후시가지복구사업계획을고시하였다. 이고시에서일제강점기의본정통이었던충무로와명동일대는서울에서가장시급히복구되어야할지구중하나에포함되었다. 이에따라 1952년 10월 27일부터이일대의토지구획정리사업을실시하였고 1962년 3월 16일에완료하게된다. 전후서울시복구를담당했던서울시도시계획과장은 1951년 6월이승만대통령은김태선서울시장을임명하면서피난갔던시민이서울로돌아오기전에복구계획을세우라고지시했다. 그리고그해 7월부산에가있던서울시청이서울로돌아왔다 고말한다. 그는이어서 대통령, 서울시장과함께명동, 진고개, 남대문일대를여러차례돌아다녔다. 그리고폐허를걷다가지치면진고개 ( 충무로 2가 ) 에유일하게남아있던다방에서차를마셨다 고회고했다. 15) 전후시가지복구사업의일환으로시행된토지구획정리사업은기존의공간구조를대체로연계하는방향으로이루어졌고, 일부가로망과노선은다소수정되어현재에이른다. 가령, 진고개길전체구간중명동성당남쪽의진고개부근곡선노선이직선으로개량되었고, 진고개길과연결되고있던여러막다른골목들은대부분다른길과통하게되었다. 이외에도충무로 명동일대에있었던기존의부정형도로들이직선형으로개수되었다. 도로의폭도대부분확장되었다. 본정통의중심을이루었던진고개길과중앙로 16) 는전체적으로직선화되었을뿐만아니라도로의폭도이전보다확장되었다. 이때확장된진고개길의노폭은 8m, 중앙로의노폭은 10m로서과거본정통의주축이었던진고개길보다이제는중앙로의노폭이더넓게된것을알수있다. 이러한물리적경관변화는한국전쟁이후본정통의중심축이진고개길로부터

7 도시 본정통 의 장소 기억 3. 본정통의 장소 기억: 충무로 명동 일대의 사례 1) 장소 기억 의 개념적 계보와 지리학적 정초 최근 기억 의 문제는 특히 영미권을 중심으로 마치 급속히 번창하는 사업처럼 철학, 심리학, 역사학, 사 회학 등 수많은 분야들을 끌어들이면서 논의의 파이 를 더욱 키워가고 있다(Gérôme, 2011, 147). 이 기억 그림 4. 명동 중앙로(촬영: ) 담론의 핵심 주제 중에 장소 기억(place memories) 이 * 주: 진고개길과 명동길을 잇는 현재의 중앙로 전경이다. 명동길 방면에서 진고개길(충무로)을 향해 촬영한 것이다. 있다. 이에, 연구자는 먼저 장소 기억 의 개념적 계보 를 추적하여 이를 지리학의 입장에서 정초함으로써 본정통의 장소 기억을 탐색하기 위한 이론적 토대로 삼으려 한다. 장소법(method of loci) 내지 장소기억법17)이라 불 중앙로를 향해 이동하고 있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 는 것이라 할 수 있다(그림 4). 리는 기억술이 이미 고대 이전부터 발명되어 있었음 토지 구획 정리 사업 이후 노폭이 넓어진 중앙로는 을 상기한다면, 인류 역사에서 기억과 장소 간의 호 명동길과 수직으로 교차하였고, 결과적으로 중앙로 혜성이 얼마나 오래 전부터 경험되고 또 인식되었는 는 그 세력을 점차 명동길까지 확대하면서 새로운 본 지 가늠할 수 있다. 최근 학문 세계에서 널리 회자되 정통, 즉 도심 번화가를 지칭하는 메타포로서의 본 고 있는, 기억과 장소 간의 상관성에 대한 새로운 관 정통 으로 거듭난다. 명동길은 1930년대 말부터 일 심 은 사실 오래된 지성 의 재발견에 다름 아닐 수 있 본 상인들이 진출하기 시작하여 서양식 음식점과 다 다. 그리고 장소와 기억의 호혜적 관계를 진단하는 논 방, 제과점 등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나 명동길이 의들이라 할지라도, 분야나 학자에 따라 저마다 철학 중앙로와 함께 새로운 본정통 의 일부로 부상한 것 적 깊이에서 차이가 있고 그 주안점이 다르며 관심에 은 1960년대부터 다양한 문인들이 모이기 시작하고 도 온도차가 있다. 1970년대 말 그 서쪽 입구 길 건너에 롯데 계열의 쇼 예를 들어 역사학계에서 기억에 관심을 갖게 된 것 핑 타운이 형성되면서부터이다. 오늘날 사람들 중에 은 문헌 자료를 통한 역사 구성의 한계가 지적되면서 는 이 명동길을 원래의 본정통인 것처럼 생각하는 경 부터다. 그것은 가령 홀로코스트나 종군위안부의 사 우가 적지 않지만, 사실 본정통의 일부로서 명동길의 례에서 볼 수 있듯이 공식 역사와 기억 간의 불일치에 역사는 중앙로보다 짧고, 진고개길, 즉 충무로 1~2가 서 시작된 것이다(김대용, 2010, 437; 김응종, 2011, 에 비하면 더더욱 짧다. 요컨대 일제 강점기에서 한국 115). 이 맥락에서 등장한 것이 기억의 장소(place of 전쟁기를 거쳐 21세기 초까지 서울의 본정통은 진고 memory) 라는 용어이다. 가령, 프랑스의 역사가들은 개길을 거쳐 중앙로로, 그리고 다시 명동길을 향해 확 1984년부터 1992년까지 기억의 장소를 주제로 세 차 대 재생산되면서 서울의 중심 번화가를 은유하게 되 례에 걸쳐 총 136편의 논문을 책으로 엮어 출간하였 었다고 할 수 있다. 고, 이 주제는 그 후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룩셈 부르크, 러시아 등지로 확산되는 추세에 있다(이용 재, 2010, 187). 하지만, 역사학에서 말하는 기억의 장소란 장소에 대한 인간의 기억을 의미하고 때로

8 전종한 는구술에등장하는 역사적 공간을뜻하며, 심지어어떤서적이나잔다르크와같은인물조차그것이구체성을띤다는이유로장소에비유하고있는점을볼때, 그것은어디까지나인간의기억일뿐 물질로서의장소, 즉 장소의물질성 에철학적방점을두고거기에내재된기억을논의하는수준은아닌것같다. 한편사회학계에서도장소와기억간의관계에대한논의가활발해지고있다. 그리고이에관련된논의들은대부분모리스알박스 (Maurice Halbwachs, ) 18) 의집단기억 (collective memory) 개념에서파생된것들이다. 알박스는어떤기억이단순히판타지 (fantasy) 가아니기위해서는 어디선가실제로벌어졌던 (take place) 현상이어야한다고강조한다. 이맥락에서그는한사회집단의집단성유지의계기는그구성원들이공유하는 장소관련기억 (memory of places and places of memory) 에서찾을수있다고주장하였다. 결과적으로그가말하는집단성의계기로서장소관련기억이란장소에대한 집단기억 을지칭했고반면에사적기억은그에게크게무의미한것으로다가갔다. 장소관련기억에대한최근의사회학적논의들은장소의물질성에주목하면서기억과장소의관계를철학적으로조명하고있다는점에서지리학적으로보아도흥미롭다. 하지만사회학계의집단기억이라는개념은사적기억과공적기억간의변증법적관계를소홀히취급하고있고, 장소에퇴적된기억들의누층성을다분히간과하고있다. 이에비해본연구가이론적토대로삼고있는장소기억 (place memories) 의개념은 물질로서의장소가축적하고있는기억들, 물질로서의장소그자체가지닌비물질적인힘 으로서의장소기억이다 ( 전종한, 2009, 788). 이러한정의는메를로퐁티 (Maurice Merleau-Ponti, ) 의몸철학에기초하여장소기억이라는개념을도출한장소철학자캐시 (Casey) 의그것과상통하는것이며, 무엇보다도기억의사회적, 공간적본질 (the social spatial nature of memory) 을인식하는매우지리학적인사유이다 (Hoelscher and Alderman, 2004, 348). 캐시에의하면 장소는과거에생명을불어넣어현재에존속하게하는힘을갖고있고이를통해사회적기억을 재생산하는데에공헌한다 고말한다 (Casey, 1987, ). 우리의모든기억은장소-지향적 (placeoriented) 이며또한장소-기반적인 (place-supported) 성향이있다는것이다. 이와같은생각은가스통바슐라르 (Gaston Bachelard, ) 가말한바 우리의기억을생생하게하는것은시간이아니라공간이다. 베르그송적인의미의소위지속성이란, 공간에의해서그리고공간가운데서가능하다. 라는맥락과또한통한다 ( 가스통바슐라르, 2003, 84). 이것은장소가그자체로강력한내재적기억력을갖고있음을뜻한다. 장소는수많은기억들을축적하며이렇게축적된장소의기억은다시우리에게감각되어짐을의미한다. 과거의기억을현재에소생시키고다양한기억들을재생산하는 장소의능력 을강조하는말이다. 이것은장소가단순히인간의기억대상에불과한것이아니라동시에우리기억의주어일수있다는사고인것이다. 장소기억이라는개념을구체적연구에적용할때중요한것은한장소에누적된기억의다층성외에, 그장소를둘러싸고전개되는기억의경합성, 즉기억의정치에주목하는것이다 ( 전종한, 2009, 788). 한장소와관련된기억의다층성과기억의경합성을동시에인식하는이러한사고는장소기억의집단성 (collectiveness) 에얽매인사회학계와다르고장소와기억의동일성 (coidentity) 을상정하는역사학계와도차별되는, 해체적사유이며또한지리적사유이다. 이러한문제의식에서연구자는도시본정통의장소기억을세가지층위로나누어그곳의다층성을드러내보이고자한다. 동시에, 동일한층위안에서다시서로다른두개의기억들을병치하여봄으로써이장소를놓고벌어지는기억의경합성또한이해해보려고한다. 2) 본정통이함축한장소기억의다층성과경합성 (1) 식민권력의상징 vs. 근대의표상무엇보다일제강점기본정통은일본인의거주와상업을위한영역이었고그들이식민지배자로서세력을떨쳤던권력의공간이었다. 그곳에거주하던일

9 도시 본정통 의 장소 기억 그림 5. 경성우편국 앞의 鮮銀前 廣場(왼쪽 사진)과 본정 입구(1930년대) * 주: 일제강점기의 선은전 광장 이란 조선은행 앞 광장이라는 뜻으로 조선은행과 경성우편국 사이의 넓은 공간을 일컫 는다. 사진 속의 전면 건물이 경성우편국이고 건물 오른쪽에 본정통 입구를 알리는 아치형 간판이 보인다. 우측 사진은 본정 입구 부분을 확대한 것이다. 입구에 설치된 아치형 간판에 本町 이라는 단어가 보인다. ** 자료: 일제시대 사진 엽서 그림 6. 경성우편국 터에 세워진 서울중앙우체국(촬영: ) * 주: 오른쪽 V 자 형태의 높은 건물이 서울중앙우체국이다. 중앙우체국 오른쪽으로 옛 본정 입구가 위치하지만, 이 사 진에서는 다른 건물(옛 제일은행 본점)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일제강점기의 선은전 광장이었던 공간에는 현대적 조형 물과 분수대가 조성되어 있다. 사진 왼편의 건물은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옛 조선은행)이다. 서울중앙우체국과 한국은 행 화폐박물관 사이로 보이는 것이 명동 일대의 시가지 경관이다. 본인들에게 서울의 본정은 자국의 본정을 옮겨 놓은 키는 등 교통 제한 조치를 취하거나 밀집된 건물들로 것이었고, 한반도에 이식된 모든 본정 중에서도 그 규 인한 대화재가 자주 보도될 정도로 본정 일대는 급격 모가 가장 컸으며, 특별히 식민지 공간의 지배 집단으 히 성장하였다(每日申報社, 외).19) 특히 진 로서 우월감과 상징성 또한 그곳에 반영되었을 것이 고개길과 남대문통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본정 입 다(그림 5). 구에는 이곳이 본정임을 알리는 근대식 아치형 간판 1930년대 후반에 이르면 本町과 明治町(현 명동) 이 정성스럽게 세워지며 그 상징성을 더하였다. 본정 일대가 너무 번화한 나머지 인력거까지 통행 금지 시 입구 앞에는 선은전 광장이 넓게 조성되었고, 이 광장

10 전종한 을 둘러싸고 1910년 경성부청사,20) 1912년 경성우편 21) 22) 국, 1915년 조선은행, 본정통 입구가 지녔던 지리적 중심성은 공간 스케 1934년 미쓰코시 백화점 경 일을 더 넓혀보면 보다 확실히 드러난다. 본정 입구로 성 지점,23) 1935년 조선저축은행24) 등 식민지 시기 정 부터 서남쪽으로는 남대문을 거쳐 서울역으로 이어 치 행정, 금융, 상업을 담당하던 최고차 중심 업무 지는 南大門通, 서북쪽으로는 경성부청 신청사와 경 시설들이 들어섰다는 점을 보아도 본정통이 지닌 그 성 조선호텔25)을 거쳐 광화문으로 통하는 간선도로, 같은 우월감과 상징성을 짐작할 수 있다. 남동쪽으로는 일명 昭和通,26) 북쪽으로는 조선식산 뿐만 아니라 일제 강점기를 지나면서 본정통 주변 은행27) 및 동양척식회사28)를 거쳐 종로와 을지로 가 의 도로 체계는 본정통 입구를 중심으로 점차 방사형 는 간선도로가 각각 뻗어나가 공간 구조의 측면에서 도로망을 갖추어 갔다. 다시 말해서 본정통을 중심으 본정통 입구는 방사형 도로망의 중앙부에 위치할 수 로 도로망이 수렴하는 공간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그 있었다. 말하자면 도시 속 타자의 공간에서 시작된 본 림 7). 소공로가 정비되었고, 현 명동길 입구와 소공 정통이 이제는 새로운 헤게모니 공간으로 부상한 것 로를 연결하는 도로가 새롭게 열렸으며, 선은전 광장 으로 볼 수 있다. 이미 1920년대부터 경성 상업의 대 남쪽에는 十 자 형태의 지선 도로가 개설되었다. 본 세는 진고개 상권, 즉 본정통 상권에 의해 좌우되었 정통 남쪽에는 본정통과 평행을 이루면서 퇴계로가 다.29) 식민지 근대 도시의 대표성은 바로 권력이다 라 신설되었고, 이는 다시 본정통 입구와 연결되었다. 는 말을 실감케 하는 부분이다. 1910~1930년대 사이에 이루어진 본정통 중심의 이 본정통을 통해 유형적, 무형적으로 재현되고 있는, 러한 방사형 도로 체계는 본정통 입구의 중심성을 향 식민지 권력의 어둡고 패권적인 차원과는 다른 한편 상시키는 데에 기여했을 것임은 물론이고, 도로망이 에서, 본정통은 일본인에게는 물론이고 많은 조선인 라는 물리적 형태를 매개로 식민지 권력이 가시적으 에게조차 일종의 선망의 공간이었고 꼭 가보고 싶은 로 드러나고 상징적으로 각인된 것이라 해석할 수 있 밝고 활기찬 공간이었다. 그곳은 스펙터클로 다가오 다. 는 서양식 건축물과 새로운 근대 문물을 구경할 수 있 그림 7. 본정통 중심의 도로망 체계 변화: 1910년대(왼쪽)와 1930년대 * 주: 위 지도에서 원형의 점선 한 가운데에 위치한 교차로가 본정통 입구, 소위 선은전 광장이다. 두 지도를 비교해 보 면, 본정통 입구를 중심으로 1910년대와 1930년대 사이에 다수의 노선들이 신설, 정비 또는 확장되면서 방사형 도로망 을 갖추어 갔음을 확인할 수 있다. ** 자료: 경성부관내도(1917), 경성부도로공사일람도(1935)

11 도시 본정통 의장소기억 으며또한체험할수있는장소였다. 1899년 4월이후근대적교통수단으로서전차가경성에등장하게되며, 본정통입구앞을지나는전차를타보기위해전국각지에서사람들이경성으로몰려오기도했다. 특히 1920년대의문화정치와함께경성의식민지수도화가완성되면서백화점, 영화관, 카페등으로대표되는근대적소비문화시설들이본격적으로유입되었는데 ( 김백영, 2007, 77), 그첨병이본정통이었다. 1930년대경성중심가의풍경을보여준박태원의 소설가구보씨의일일 에도혼마치, 즉본정통의모습이생생하게그려지고있다. 이작품에는그가 1930년대의어느날낮 12시경부터다음날새벽 2시까지경성시내를배회하면서보았던경성의경관과일상이묘사되고있다. 특히다음과같은구절에서한국근대의표상으로서본정통의장소기억을엿볼수있다. 경성역에내린태원은짐꾼을사서수하물을다옥정집으로보내고남대문을바라보며천천히발을옮겼다. 태원의발길은혼마치의경성부청터에지어진미쓰코시백화점경성지점앞에멈추었다. 미쓰코시는지독한장기불황에도아랑곳없이조선과일본의신여성들과호기심이많은여학생들로언제나만원이었다. 그중에서도시가지가한눈에내려다보이는옥상정원은경성최고의명물이었다. 태원은이신식건물의꼭대기에서아래를내려다보았다. 북쪽맞은편으로조선은행과그뒤부립도서관, 미쓰코시백화점동편에우뚝서있는경성우편국방면을천천히둘러보았다. 동경을닮아가는경성, 하지만식민경영의전초기지일뿐인경성이제국의심장인동경을따라잡을수는없을터. 본점에손색없는바로여기미쓰코시옥상정원만은동경에필적할만했다. 왜인들이조상신을섬기는데때와장소를가리지않는다는증거는경성최고의신식건물옥상정원에서도확인할수있었다. 정중앙의稻荷社신사앞에는대리석으로만든, 종을엎어놓은탑모양의분수가물을내뿜고있었다. < 조이담 ( 박태원원작 ), 2009, > 그림 8. 모던걸 의근대 * 주 : 모던걸들이전차에서금시계를자랑하려고자리에앉지도못하고서있는풍경이다. 일제강점기소위 모던걸 들은근대의신여성으로서근대적인패션을갈망하였다. 황금시계와보석반지이두가지를구비하지못하면큰수치라여겼다고한다. 그림은조선일보 1928년 2월 5일자에실린 모던걸의장신운동 이다. 근대문물을구경할수있는상가와백화점의입지는본정 1정목 ( 현충무로 1가 ) 과 2정목 ( 현충무로 2 가 ) 에이르는구간이핵심이었다. 본정의화려한상가는부유한조선인고객을유혹하기에충분했다. 돈있는조선인들은앞다투어본정으로몰려갔다. 근대적건축물, 화려한야경을자랑하는본정은단순한상가가아니라선진문화의전파장이었고낙후된경성이도달해야할지향점이었다 ( 전우용, 2001, 180). 이곳을즐기는일본인과조선인모두에게본정통은식민지권력의억압적이고패권적공간이기보다는벗어던지고싶었던옛것을버리고근대적인 모던보이, 모던걸 로다시태어날수있는그런공간이었다 ( 그림 8). (2) 금융자본주의의심장 vs. 문화 예술인의 마당 자본과예술, 이양자가궁극적으로각자지향하는 바는서로대척점을이루고있는것같지만본정통의장소기억에서그둘은서로조우하고때로는교직된다. 먼저, 1970~1980년대를지나면서본정통은우

12 전종한 리나라금융자본주의의심장부로성장하게된다. 일제강점기의지명 본정통 은이제공식지명목록에서사라졌지만, 明洞 이라는지명이그것을대신하며보다 확장되고갱신된본정통 으로서널리알려지기시작한다. 그범위는명동1~2 가를중심으로충무로 ( 옛본정통 ) 1~2가, 을지로 ( 옛황금정 ) 1~2가, 회현동일부, 남대문로일부, 예장동등으로보다확대된다. 일제강점기의명동 ( 옛명치정 ) 은당시본정통에예속된주변부였으나, 지금은오히려명동이옛본정통 ( 충무로 1~2가 ) 을자신의한부분으로편입시키고있는것이다. 먼저, 금융자본주의의메카로서명동의공간성을상징하는대표적경관을꼽는다면바로이곳에있었던대한증권거래소일것이다. 증권거래소야말로금융자본주의가한판벌어지는마당이기때문이다. 대한증권거래소는명동증권거래소라고도불렸는데, 그명성에걸맞게명동의쇼핑타운과을지로의업무지구가서로만나는곳이면서동시에중앙로와을지로가교차하는최고의결절지점에입지하였다. 30) 대한증권거래소의전신은경성주식현물취인소로서 1932 년 1월 1일부터영업을시작했고그위치역시같은자리였다는점을상기하면금융자본주의의심장부로서의이곳의장소기억은그연원이일제강점기까지거슬러올라간다. 이와같이우리나라의증권거래는 1932년부터대한증권거래소가 1979년여의도에신청사를지어옮겨가기전까지계속명동에위치해있으면서서울의금융중심일뿐만아니라우리나라금융자본주의의거점기능을하였다고볼수있다. 그리고이곳을중심으로그주변을둘러싸고있는을지로와남대문로의대로변에는우리나라주요은행의본사들이집중되어있었고, 그상당수는대한증권거래소가이전해나간오늘날에도명동일대를금융자본주의의중심으로지속시키고있다. 지금도외환은행본점, 기업은행본점, 우리은행본점, 한국은행소공별관과화폐박물관 ( 옛한국은행본점 ) 등이여전히명동을둘러싼채입지해있는것이다. 최근금융감독원의한트위터에도 명동옛증권거래소터가증권사들의새로운밀집지로다시떠오르고있다 고보고하고있다 그림 년대초충무로 명동일대의주요기관과가로망 * 주 : ❶ 국립도서관 ( 현롯데백화점본관 ), ❷ 대한증권거래소 ( 현명동아르누보센텀빌딩 ), ❸ 한일은행본점 ( 현롯데백화점에비뉴엘관 ), ❹ 국립극장시공관 ( 현명동예술극장 ), ❺ 유네스코회관, ❻ 명동성당, ❼ 상업은행본점 ( 현한국은행소공별관 ), ❽ 서울중앙우체국, ❾ 한국은행 ( 현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 ( 금융감독원트위터, ). 31) 한편, 충무로와명동이제휴되며등장한 새로운본정통 은그안에이윤추구를최고의선으로하는금융자본주의를포함하면서도이와상반되는세계, 즉어떤면에서영혼의순수성을갈망한다고말할수있는문화 예술의세계를동시에기억하고있다 ( 그림 10). 명동길과중앙로가교차하는곳에위치한명동예술극장이라든가이부근의명동성당, 유네스코회관등이그러한기억을상기시키는경관들이다. 명동 1가 54번지에위치하는현재의명동예술극장은연극전문공연장으로서옛국립극장 시공관 의후신이다. 옛국립극장은 1934년부터 1973년까지공연과연극, 퍼포먼스등서울의문화적중심이었음은물론이고한국의문화예술을선도하는곳이었다. 이곳과작은골목길하나를사이에두고대한증권거래소의옛터가이웃해있는점은흥미롭다. 적어도 1960년대까지명동을 문인들의거리 라부를수있었던데에는옛

13 도시 본정통 의 장소 기억 그림 10. 명동예술극장(옛 국립극장 시공관 )과 아르누보센텀빌딩(옛 대한증권거래소 터) * 주: 지향하는 성격이 서로 상반되어 보이는 두 경관이 작은 골목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웃해 있다. 옛 대한증권거래 소 터에 새롭게 들어선 건물에는 마치 장소의 관성을 보여주듯 최근 다양한 증권 회사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그림 년대 충무로 명동 일대의 다방 분포 * 주: 1961년 발행 지도 서울안내-명동 편 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기능체들을 분석하여 상호명이 다방 으로 표기되어 있는 것들을 추출하여 분포도로 나타낸 것이다. 따라서 실제로는 다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방 을 상호명으로 사용하지 않 았던 다방들은 이 지도에서 누락되었을 것이다. 동일한 건물의 서로 다른 층에 다방이 있었던 경우에는 기호를 서로 인 접하여 표시하였으며, 독자들로 하여금 그 위치를 쉽게 파악하도록 하기 위해 현재의 도로 지도를 바탕 지도로 삼았다. 국립극장과 이를 계승한 지금의 명동예술극장의 역 닌 다른 곳에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이 주변에서 명멸 할이 상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했던 수많은 다방들이었다(그림 11). 이 일대의 다방 하지만, 어떤 면에서 옛 국립극장이 갖는 상징성이 들은 단지 차를 즐기는 유흥의 공간이 아니었다. 이 란 단지 皮相에 불과하다. 충무로 명동 일대를 문화 곳의 다방들은 일제강점기부터 적어도 1970년대까지 와 예술의 공간으로 만들어간 저변의 힘은 이곳이 아 문화 예술인들의 주된 서식처였고 철학적 사유와 담

14 전종한 론의장소였으며, 그과정에서새로운작품을창조하는공간이었다. 이일대최초의다방은 1923년명치정 ( 현명동 ) 에문을연二見 ( 후타미 ) 였고, 곧이어진고개의龜玉 ( 가메야 ) 안에金剛山이라는다방이들어섰다. 그러나이두다방은일본인이개업한것이었다. 우리나라사람으로는천재시인으로알려진李箱 ( ) 이명동에 麥 이라는다방을연것이최초였고, 이곳을시작으로주변에많은다방들이생겨나고밀집하기시작하였다. 영화 연극인, 화가, 음악가, 문인들이충무로와명동의곳곳에다방을열었는데, 당시의다방은營利위주의상업다방이라기보다는일종의유행되던멋이었으며, 이러한풍토가가능했던것은그다방주인자신이문화인들로서주로영화감독, 배우, 화가, 음악가, 극작가, 언론인, 시인등이었고손님또한이와같은계층이었기때문일것이다. 그리고각다방마다주로모이는사람들의부류가어느정도구별되고있었다 ( 박경룡, 2009). 32) 시인조병화도 서울 이라는시집에실린 동방살롱 - 명동소묘 에서이곳의다방들을주요무대로했던, 예술가들의명동을다음과같이노래한다. 동방살롱 - 명동소묘동방살롱은한국의예술가들이모이는다방이다. 예술가들은담배를많이피운다. 예술가들은돈을귀찮게생각한다. 예술가들은오로지사랑에산다. 예술가의사랑에선커피냄새가난다. 예술가들의애인들은인내심이있어야한다. 예술가들은밤을새워서슬픔을마신다. 예술가들은밤을새워서슬픔을나른다. 동방살롱엔방울새같은소녀가차를나른다. 동방살롱엔까아만스웨터를입은소녀가차를따른다. 동방살롱엔어머니같은부인이우리를기른다. 동방살롱오후다섯시자욱한연기. 동방살롱은한국예술가들이모이는 그리운다방이다. 박경룡 (2009) 에의하면, 명동은일제때에도문화의거리였지만광복과한국전쟁을전후한시기에도서울의, 아니한국의문화 예술의중심지였다. 광복의환희와, 戰後의허무와, 페이소스 (pathos) 가흐르던이거리에서한국의문화인들은명동거리의다방과술집등에모여실존주의철학을논하고, 니힐리즘 (nihilism) 을논하고예술과인생을토론하며, 불운했던시대의한과정을풀었던거리가바로흘러간시대의명동거리였다. 비록주머니는텅빈예술가이지만기개만은높아하늘을찌를듯하였던사람들이모였던거리가명동이었다. 한국전쟁이후충무로입구를거슬러명동에이르는좁은길을가노라면수없는다방이늘어서친구를만나고예술을이야기하고, 戰後의사상을논하면서젊고분출할곳을모르는세대들에게유일하게기쁨을나누는곳이다방이었다. 그런다방들은 1970년대까지도적지않았으나그곳을드나들었던많은문인들과함께지금은거의사라졌다. 고회상한다. (3) 유행의공간 vs. 정체성의장소 새로운본정통 이금융자본주의를상징하는공간들을기억하고있고, 또수많은다방들을기억하고있다면, 그위에또어떤기억들을간직하고있을까? 이에대한대답을찾다보면한국전쟁직후부터이곳에서급속히확산된것이양장점이라는것을확인하게된다. 우리에게잘알려진앙드레김을비롯해유명패션디자이너라면그대부분은 1950~1960년대에명동에서점포를시작했다. 1971년에이르면명동의양장점은 150여개에달했다. 1971년한일간지에서는이와관련한명동의분위기를다음과같이쓰고있다. 구미각국의유행이다음날이면명동에나타날정도로양장점은경쟁속에산다. 멋의거리인탓인지명동에는양장점이단연으뜸을차지하고한집건너하나씩눈에띌만큼외국어간판을내걸고있는양장점이줄잡아 150여개소이다. 최

15 도시 본정통 의 장소 기억 지 역시 어느 화장품 가게가 위치한다(그림 12). 근 수년 사이 자칭 디자이너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늘어나 명동으로 몰려든다. 남의 눈에 띄게 이상 이와는 다른 한편에서 새로운 본정통 은 내가 아닌 한 차림으로 명동을 누비는 이들 디자이너들은 젊 세상을 좇지 말고 나 자신, 우리의 정체성을 되찾을 은 여대생들과 호스티스들을 상대로 재미를 본다 것을 요청한다. 유행은 내가 아닌 외부로의 방향성을 고. 양장점에 없어서는 안 될 것은 외국의 유 갖지만, 정체성은 외부가 아닌 나 혹은 우리로 되돌아 행 잡지. 옷을 맞추러 온 젊은 여대생들은 눈을 오는 방향성을 의미한다. 그것은 겉의 나 와 내면의 세련시켜야한다. 면서 잠시나마 잡지를 뒤적거리 나 가 일치하는 동일성(identity)을 의미한다. 일제 강 경향신문, 1971년 9월 6일자, 제6면.33) 점기의 일본식 지명들을 비롯해 오늘날까지 이곳에 며. 서 반복적으로 목격되었던 정체성 상실의 상황들이 20세기 후반을 지나면서 그러한 양장점들은 사라 지거나 강남으로 이전해 갔다. 하지만 그들을 뒤이어 우리로 하여금 정체성 회복의 문제를 다시 상기시켜 주는 것이다. 오늘날에는 이곳에 화장품 가게들이 즐비하다. 양장 광복 이후 본정통은 우리나라 여러 도시들에서 정 점과 화장품 가게의 공통점은 시대에 따른 세상의 유 체성 찾기를 촉발하는 장소이면서 지명 개칭 대상 제 행을 알리고 사람들로 하여금 그것을 좇아가도록 홍 1호가 되었다. 본정통이 일본식 지명이고 더구나 일 보하는 데에 있을 것이다. 오늘날 명동에는 한 집 건 본인의 중심 거리였다는 것이 그 주된 이유였다. 예를 너에 하나씩 화장품 가게가 있다고 할 정도이다. 점원 들면, 광주의 본정통은 충장로로 개칭되었다. 충장로 은 가게 밖의 손님을 좇고, 손님은 세상의 유행을 좇 는 광주 출신의 임진왜란 의병장이었던 충장공 김덕 는다. 세상의 흐름을 좇지 못하고 유행에서 뒤쳐지면 령( )의 호에서 따온 지명이었다. 충북 청 멋을 알지 못하는 것이며 나아가 삶에서 지는 것이라 주시는 1990년대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본정통이 고 여기저기서 외쳐댄다. 상점 간판의 표기는 일본인 일본식 지명이라는 지각과 함께 바른지명찾기운동 이나 중국인을 좇아 일본어나 중국어, 혹은 영어로 된 이 전개되었으며 본정통을 대체할 지명으로 성안길 제목이 한글을 압도한다. 2013년 2월 현재 전국에서 을 채택하였다. 성안길이란 읍성 안의 길 이라는 뜻 땅 값이 가장 비싼 것으로 조사된 충무로 1가 24-2번 이다. 대구시는 한일 강제 병합 이전인 1907년 대구 그림 12. 충무로 명동 일대의 화장품 가게들(촬영: ) * 주: 중앙로(왼쪽 사진)에는 화장품 가게들이 줄지어 있으며 점원은 가게 밖으로 나와 행인들을 부른다. 2013년 3월 현 재 전국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곳으로 알려진 충무로 1가 24-2번지에도 한 화장품 가게가 위치하고(오른쪽 사진), 일본 인에게 인기 있다는 한 한류 스타를 광고 모델로 쓰고 있다. 사진 속의 이곳은 중앙로와 충무로가 만나는 교차점이다

16 전종한 (그림 13). 그 지도에는 일본식 지명이 배경으로 흐릿 하게 처리된 반면 새롭게 기입된 한국식 지명은 검은 색 글씨로 보다 명료하게 표기되는 식으로 타자의 흔 적 지우기와 자아의 정체성 찾기가 상징적으로 대비 되며 서로 겹쳐져 나타난다. 2000년대 이후 한류 열풍이 세계 각지에 확산되면 서 명동이 외국인의 거리가 되고 있다는 기사가 종종 보도된다. 특히 일본인 관광객의 비중이 압도적이라 고 한다. 우리의 정체성과 관련해서, 혹자들은 명동 은 이미 늦었으니 포기하고 인사동이라도 지키자 고 말한다. 밀려드는 일본인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그런 것이겠지만, 요즘 명동은 일본어 간판들이 여기저기 그림 13. 광복 직후의 지도(1946)에서 보이는 지명 대비 보이고, 일본인들의 입맛에 맞춘, 매우 달콤한 한식 * 주: 이 지도는 일제 강점기에 발행된 지도를 원본 지도 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식 지명은 배경으로 흐릿 하게 처리되어 있고, 새롭게 개칭된 한국식 지명이 검은 색 글씨로 뚜렷이 기입되어 이 자체가 마치 팔림세스트 (palimpsest)와도 같다. 이 지도에서 本町은 忠武路로, 明治町은 明洞으로, 黃金町은 乙支路로, 長谷川町은 小 公洞으로 각각 개칭된 것을 볼 수 있다. ** 자료: 문영당, 1946, 新洞名入 서울案內 아닌 한식들이 점령해 있다. 이에 더하여, 곳곳에서 행인들을 향해 크게 발설하는 한국인 점원들의 일본 어를 듣다보면 순간 예전의 본정통이 부활한 것 같은 착각조차 들게 하고, 그러한 장소 기억은 이곳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다른 장소 기억들과 경합한다. 4. 맺음말 읍성이 일제에 의해 무분별하게 파괴된 사실을 기억 하며, 옛 본정통이었던 서성로를 중심으로 최근 대구 읍성 상징거리 조성사업 을 추진하고 있다. 도시는 일종의 팔림세스트(palimpsest), 그러니까 서울의 본정통도 마찬가지였다. 광복 이후 서울시 거듭 쓰인 양피지와 같은 곳이다. 이 말은 아주 오래 는 일본인의 本町 을 우리의 충무로 로 곧바로 개칭 전부터 사람들의 삶이 도시 공간에서 반복적으로 재 하였다. 본정을 대체할 지명의 이름소를 굳이 충무공 현되었고 그 흔적이 도시 안에서 각종의 경관과 장소 이순신의 호에서 따 온 이유는 누가 설명하지 않아도 로 남아 있음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이 충분히 짐작할 만하다. 본정에 인접해 있었던, 일본 러한 인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팔림세스트로서의 왕의 연호를 사용했던 明治町이라는 지명은 구한말 도시를 수평적인 수준에서만 접근하는 연구들이 많 34) 의 원래 이름을 찾아서 明洞으로 환원되었다. 참고 다. 도시의 여기저기에서 그것들을 찾고 현장 보고 로, 옛 일본 공사관 터에는 마치 일제 강점 사실을 희 를 하는 식이다. 소위 식민도시의 이중 구조 라는 도 화화하듯 서울 애니메이션 센터가, 그 옆의 옛 京城神 식 역시 그와 유사한 선상에 있다고 생각된다. 社 자리에는 신사 참배를 거부하며 폐교되고 말았던 하지만, 서로 다른 장소들이 도시의 이곳저곳에 수 숭의학원이 옛 경성신사를 밀어낸 그 자리에 세워졌 평적으로 산재하기보다는 도시 안의 어떤 한 장소 그 다. 이런 식으로 적어도 형태적으로는, 과거의 본정 자체가 팔림세스트이다. 한 장소 그 자체가 거듭 쓰인 과 명치정은 오늘날의 충무로와 명동으로 각각 변신 양피지이다. 우리는 서울 본정통의 사례를 통해서, 할 수 있었다. 그리고 1946년 어느 지도 회사에 의해 다양한 의미들이 시대적 층위를 이루며 그곳에서 쓰 이러한 지명 改正의 내용을 담은 지도가 발간되었다 였다가 지워졌고 심지어 서로 다른 의미들이 동일한

17 도시 본정통 의장소기억 층위안에서경합했던양상을볼수있었다. 이런층위를파내려가기위해서는수평적인접근이아닌수직적접근이요구된다. 일제강점기의본정통을오직일본인의영역으로규정하거나, 이와유사한맥락에서본정통과종로를서로배타적인공간으로대조시켜버리는식의설명은한계가있다. 일제강점기의본정통을자신의영역으로인식하고내집처럼드나든조선인은얼마든지있었다. 근대적인인간으로태어나기를갈망하며그곳에서사유와담론의세계를펼쳐간한국의지식인과예술인도많았다. 본정통의장소기억들중어떤것을선택하고조명하며부각시킬것인가하는것은어떤면에서 장소의정치, 기억의정치 의문제일뿐이다. 이러한문제의식에서연구자는본정통의다양한장소기억들을효과적으로드러내보이기위해서로다른기억의층들을병치하는방식으로논의내용을구조화하였다. 그렇다고본정통이지닌전체기억의층위를연구자가모두드러내보일수있다고생각하지는않았고언젠가그렇게해보겠다는뜻도아니었다. 이글에서제시한것들은본정통의장소기억의편린들에불과하다고할것이다. 이연구는우리나라모든도시의본정통이갖는보편적특성을규명하고자한것이아니라, 서울본정통이라는한장소의의미를해체하고중층적으로재구성하는것이었다. 본연구가의도하는바는자본주의와기능주의가지배적으로작동하는현대도시에서도두꺼운사회 문화적의미층위가곳곳에퇴적되어있다는사실을이해하고장소기억의개념을통해 그일면을 들여다보자는것이었다. 기억의다층성뿐만아니라, 한장소를둘러싸고전개되는서로다른기억들사이의경합성에대해서도더이상침묵하지말자는것이었다. 요즘일부지자체에서는도시내장소들을활용하는스토리텔링의가치를인식하고이를추진하는시도들을보이고있는데, 그것이진정성과성공을담보하기위해서라도그곳에대한장소기억의탐색이선행되어야할것이다. 최근도시를대상으로한연구는인문지리학을넘어인문 사회과학전반으로확산되고있다. 전통적으로현대도시공간에관한연구를선도해온것은지 리학쪽이지만, 최근에는사회학과역사학을중심으로 근대도시 라는주제를화두로내세우며도시공간에대한연구를보다활성화시키고있는것도사실이다. 그들의방법과내용은어떤면에서지리학적연구가아닌가할정도로공간적이고매우혼종적이며초학문적인경우가많다. 이에반해 20세기초를전후로한근대이행기의도시에대한지리학적연구는거의부재에가까울뿐만아니라도시경관에대한계량적분석과형태적접근에서대체로머물러있다. 본정통과같은다층적의미의장소들을재발견하고인간과장소의상호관계란관점에서깊이있게재조명함으로써, 근 현대도시에서전개된사회-공간관계및삶의방식으로서의도시를탐구하는이거대한연구세계에서인문지리학이제몫을감당하기를기대해본다. 주 1) 이러한이유로鐘峴또는우리말로북고개라는지명이있었는데그위치는현재의명동성당이소재한곳부근이다. 그래서과거에는명동성당을종현교회라고도불렀다. 이곳에있었다는鐘은임진왜란때명나라장수楊鎬가한양의왜군들을몰아내고여기에주둔하면서남대문에보관중이었던興天寺종을옮긴것이라고한다. 그후이종은다시보신각으로옮기게된다. 2) 구태훈 박선옥 ( 아오야기쓰나타로지음 ), 2011, 100년전일본인의경성엿보기, 재팬리서치 21, 22, 42. 3) 1880년 12월일본인하나부사요시모토 ( 花房義質 ) 가최초의공사자격으로서대문밖의京畿中軍營, 속칭淸水莊에서서기관, 경찰관, 통역사등 40여명과함께업무를시작하였다. 오늘날의서대문구천연동동명여중 고등학교위치에있었다고한다. 이이전까지일본은서울에공사관을설치하기위해여러차례시도하였으나조선정부의완강한반대에부딪쳐실현되지못하던상황이었다. 4) 왜성대는현재의예장동일대를말하는데임진왜란때이곳이왜군의주둔지였다는연유로붙여진지명이다. 하지만왜군이주둔하기이전부터이곳은조선의군사들의무예훈련장이있었기때문에무예훈련장을뜻하는의미로예장혹은예장골이라불리던곳이었다. 참고로, 1885년도성안에서일본인의거류가공식적으로허용되자일본인

18 전종한 들은이곳을중심으로거주하기시작한다. 5) 이곳은일본공사관, 통감부, 조선총독부로이어지는일제의관청사가위치했던곳으로, 광복이후에는 KBS 라디오방송국이들어섰었고현재는서울애니메이션센터가입지해있다. 6) 일본거류민단이주도하여 1897년에넓은공원을마련하면서세웠다. 현재의예장동 8-3번지에위치했으며지금은숭의여자대학캠퍼스가들어서있다. 현재캠퍼스본관앞에이사실을알리는표석이세워져있다. 7) 현재의남산동 3가 34번지에위치했으며지금은한양교회가들어서있다. 8) 1936년통감부관저앞뜰 ( 현예장동 2-1번지 ) 에는한일의정서, 을사늑약등의체결에깊이관여하고 1899년부터 7 년간주한일본공사를지낸하야시곤스케 ( 林權助 ) 의동상이세워졌으며, 통감부건물뒤편에는갑오기념비가건립되었다. 갑오기념비는청일전쟁승전기념비라고도불렀으며, 1900년일본거류민단의주도하여건립하였다. 비면에는甲午戰捷紀念碑라새겨져있었다. 9) 일반적으로, 일제강점기주요도로변에위치했던일본인가옥구조는전면에상점이있고후면이나 2층에거주의공간을둔그런구조였다. 이점에서일본인상점가를곧그들의거주거점과거의동일시할수있다. 10) 조선은행앞광장 이라는뜻으로, 현재의한국은행화폐박물관과서울중앙우체국사이의넓은광장을말한다. 11) 당시수십명의일본인거류민들이모여서자치조직을만들었다. 그들은대표를선출하고분담금을거둬서공동경비를충당하였다 [ 구태훈 박선옥 ( 아오야기쓰나타로지음 ), 2011, 22]. 12) 한일강제병합후일제는일본인거류지를더이상제한할이유가없었다. 또한거류민단과같은명칭또한무의미하게되었다. 그래서 1913년 10월京城府令을공포하여종래의일본인거류민단, 각국거류지, 전관거류지, 한성위원회등이철폐되었다. 교육은새로운법령이시행되면서성립된학교조합이계승하였고, 그밖의각국거류지, 전관거류지, 한성위원회등의사무는경성부가계승하였다. 당시경성부는법인체였지만관헌의법령에따라감독을받으며일반사무를처리하고있었다. 13) 구태훈 박선옥 ( 아오야기쓰나타로지음 ), 2011, ) 1910년기준경성의행정구역별일본인인구상위상위 5 개소는, 旭町 ( 현회현동 ) 3,810인, 本町 ( 현충무로 ) 3,527 인, 大和町 ( 현필동 ) 2,985인, 南山町 ( 남산동 ) 2,459인, 明治町 ( 현명동 ) 2,410인으로나타난다 ( 자료 : 川端源太郞, 1910, 71-74). 15) 서울만들기 (4) 전후복구사업 ( 기고자손정목 )( 일간투데이, ). 16) 오늘날에는흔히 명동거리 라부르며행정적으로는명동 2가에속한중앙도로이다. 충무로 1가와 2가의경계지점에서충무로와수직으로교차하며, 남쪽의충무로와북쪽의명동길 ( 명동 1가 ) 을이어주는역할을한다. 17) 장소법 (method of loci) 이란어떤현상이나사실을효과적으로기억하는방법의하나로고대그리스와로마시대때부터발명되어사용된것인데, 기억하고자하는내용들을자신이잘알고있는구체적인장소들과연관시켜저장해둠으로써기억의효과를극대화할수있다고보는이론에기초한다. 여기서 loci 는 locus 의복수형으로위치또는장소를의미한다. 18) 프랑스의근대사회학을정립하는데에공헌한에밀뒤르켐 (Émile Durkheim, ) 의 1세대제자로서장소와기억의관계에대한최근의사회학적논의의뿌리가되고있다. 19) 本町과明治町一帶交通制限을擴大 ( 매일신보사, ). 일제강점기우리나라각도시의本町에서는대화재가끊이지않았다. 당시의대화재란건물이밀집하여서로연이어있기때문에큰화재로이어진것을말한다. 특히 1920~1930년대를지나면서전국본정들에서는대화재사건들이수시로보고되었는데이는본정이얼마나번화가였는지, 그곳에건물이얼마나밀집되어있었는지반증한다. 다음은전국본정의화재를보도하는주요일간지의기사들을일부뽑아본것이다. 浦項本町에大火災 ( 每日申報, 1920년 5월 26일, 開城南本町에大火災 ( 朝鮮中央日報, 1934년 6월 19일 ), 大邱繁華街本町에十日戶燒失의大火災 ( 每日申報, 1936년 1월 22일 ), 海州南本町大火 ( 每日申報, 1930년 7월 6일 ), 開城北本町大火損害가七萬七千圓 ( 每日申報, 1932년 12월 2일 ), 金堤本町에大火 ( 朝鮮中央日報, 1934년 6월 11일 ), 本町大火全燒家屋五戶 ( 朝鮮中央日報, 1933년 3월 13일 ), 公州邑本町에大火自動車四臺를燒失 ( 朝鮮中央日報, 1935년 8월 20일 ), 光州本町에大火全半燒四棟五戶 ( 중외일보, 1930년 9월 14일 ), 全州本町에大火 ( 每日申報, 1932년 3월 11일 ), 潭陽本町의火災島崎精米所全燒 ( 每日申報, 1930년 2월 11 일 ). 20) 1910년부터 1926년까지현재의신세계백화점본관이있는터 ( 충무로 1가 52번지 ) 에있다가, 지금의서울시청자리에 1926년 10월신청사를건립하면서이전하였다. 21) 현재의서울중앙우체국위치에있었다. 경성우편국이생기기이전경성에는 1998년 7월인천우편국경성출장소가개설되어있었다. 1901년 3월인천우편국경성출장소는경성우편국으로개칭된다. 경성우편국건물은한국전쟁때크게파괴된후곧이어철거되었다. 22) 옛조선은행건물은현재한국은행화폐박물관으로사용

19 도시 본정통 의장소기억 되고있다. 구한말에는중앙은행제도가없었다. 그래서대한제국은 1905년일본의다이이치은행 ( 第一銀行 ) 과계약하여경성에서중앙은행업무를보도록하였다. 그뒤대한제국은날로커지는중앙은행의사업을일본의한사립은행에더이상맡겨둘수는없었다. 그래서 1909년 11월 10일새롭게韓國銀行이라는이름의중앙은행을설립하였는데, 한일강제병합후 1911 년 3월에朝鮮銀行으로개칭되었고, 1945년광복과더불어한국은행본관이되었다. 23) 지금은신세계백화점본관건물로사용되고있다. 24) 옛제일은행본점건물에해당하며, 지금은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제일지점건물로사용되고있다. 25) 1914년에건립되었으며현재의웨스틴조선호텔위치에있었다. 26) 현재의신세계백화점본점앞회현사거리동쪽의퇴계로구간을말한다. 이도로는일제강점기서울도시계획의주요정책이었던京城市區改修豫定路線 (1912 년에초안이마련되었고 1928년까지다섯차례개정이이루어짐 ) 에계획도로로나타나있는것을볼때, 본정통으로부터주변으로뻗어나간여러간선도로중가장나중에건설된것으로보인다. 일제강점기에는昭和通으로불리다가광복이후퇴계로로개칭되었다. 27) 1918년에설립되었으며현재의롯데백화점본점의신관위치에있었다. 28) 1910년에설립되었으며현재의한국외환은행본점위치에있었다. 29) 구태훈 박선옥 ( 아오야기쓰나타로지음 ), 2011, 100년전일본인의경성엿보기, 재팬리서치 21, ) 을지로 1가 번지에위치하였으며지금은부지가개인사업자에게매매되어아르누보센텀이라는상가건물이들어서있다. 일제강점기이곳에있었던조선주식현물취인소는 1932년 1월 1일부터 1945년 8월 13일까지주색거래를계속하였으며, 같은건물을이어받아 1950년대말부터 1979년까지대한증권거래소가업무를보았다 년대한증권거래소가여의도로이전하면서건물이제일투자금융에매각되었다가 2005년다시개인사업자에게매매되었다. 31) 금융감독원트위터 ( , ). 32) 다방마다주로모이는손님의부류가어느정도구분되었다고한다. 박경룡박사에의하면, 3 1 다방에는주로연극 영화인이드나들었고, 에덴다방에는문학인들이자주모였으며, 돌체다방에는음악광들의아지트였다고한다. 또휘가로다방에는연예인들이다녔고, 정치가와교수들은보리수다방과청탑다방에모이곤했다고한다. 33) 경향신문, 1971년 9월 6일, 제6면, 서울새風俗圖 - 명 동. 34) 조선후기명동은명례방이라는한양의하위행정구역에속한자연마을이름이었다. 간혹명동의옛지명을명례방과동일시하는주장이있는데이는사실과다르다. 1840년대에간행된 朝鮮城市圖 에의하면, 明禮坊에는여러자연촌락들이있었는데그중하나가明洞이었다. 참고문헌곽광수옮김, 2003, 공간의시학, 동문선 (Bachelard, Gaston, 1960, La Poetique De l Espace, Presses Universitaires de France). 구태훈 박선옥편역, 2011, 100년전일본인의경성엿보기, 재팬리서치 21( 아오야기쓰나타로, 1915, 최근경성안내기, 조선연구회출판사 ). 김대용, 2010, 기억의장소 : 여백이던지는강력한요청, 숭실사학, 25, 김백영, 2007, 제국의스펙터클효과와식민지대중의도시경험, 사회와역사, 75, 김응종, 2011, 피에르노라의 기억의장소 에나타난 기억 의개념, 프랑스연구, 24, 김종근, 2002, 서울중심부의일본인시가지확산 : 년, 고려대학교석사학위논문. 남용협, 2010, 서울명동도시조직변화에관한연구, 한국건축역사학회춘계학술발표대회논문집, 박경룡, 2009, 패션과문화의거리명동, junggucc.or.kr/board/. 박찬승, 2002, 러일전쟁이후서울의일본인거류지확장과정, 지방사와지방문화, 5(2), 손정목, 1982, 한국개항기도시변화과정연구, 일지사. 이용재, 2011, 기억의장소 의국제적확산과변용, 프랑스사연구, 23, 전우용, 2001, 종로와본정, 역사와현실, 40, 전종한, 2009, 도시뒷골목의 장소기억 -종로피맛골의사례-, 대한지리학회지, 44(6), 전종한, 2011, 일제강점기일본식지명의생산과장소의정치 -원인천지역을중심으로-, 문화역사지리, 23(2), 조병화, 1957, 서울, 성문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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