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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cription: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 사태 쭦 미지의세계 에서 무지의덫 에 걸리다 쭦 법원출입기자 메르스전선을가다 쭦 메르스재난보도 일종오류와 이종오류의 사이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미지의 세계 에서 무지의 덫 에 걸리다 고은이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올 6월은 유난히 고됐다 이름도 생소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 스)이라는 병이 국내에 유행했다 이 병에 걸린 한국인 36명이 세상을 떠났 다 격리 대상자 로 분류돼 2주간 다른 사람과 접촉이 금지된 사람만 1만 명을 넘었다 다행히 메르스로 확진된 국내 환자 186명 중 144명은 병을 이겨내고 퇴원했다(9월 20일 현재) 목숨 걸고 환자를 치료한 의료진의 희 생과 극복하겠다는 환자의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큰 희생을 치렀지만 또 많은 것을 배웠다 정부는 9월 1일 국가 방역체계를 전면 개편 하겠다고 발표했다 미지의 병 메르스 첫 메르스 확진자가 나온 5월 20일 메르스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다 인 터넷에 중동호흡기증후군 을 검색하니 짧은 정보만이 떴다 기침과 발열 을 동반한 호흡기 감염병 치사율은 40%로 높으나 전염력은 낮다 주로 중 동국가에서 발생한다 더 이상의 정보는 없었다 멀디먼 중동에서 발생한 메르스라는 질병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들은 드 물었다 감염내과 전문의에게 물어도 글쎄요 감염병이긴 한데 사람이 사람한테 옮긴 사례는 극히 드물 겁니다 정도의 답만 돌아왔다 담당 공무 원들은 예전 기억을 되짚었다 2012년에도 한국인 메르스 의심환자가 있 었어요 사우디에서 일하던 한국인들이 귀국하고 난리났었죠 근데 그 환 자 결국 메르스 아니었어요 메르스 환자가 한달 만에 100명 넘게 불어날 줄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무지와 이에 따른 오판이 비극을 불렀다 첫 환자 발생 다음날 바로 추가 환자가 발생했다 전날만 해도 사람 간 전염이 극히 드물다고 설명했던 전문 가와 정부 관계자들은 슬쩍 말을 바꿨다 아주 밀접한 접촉의 경우 감염 사례가 중동에서 보고돼있다 고 했다 두 명의 추가 환자 모두 첫 환자를 아 주 가까이 간호했거나(첫 환자의 부인 두 번째 환자) 첫 환자와 아주 가까 운 거리에서 2인실을 썼던 환자(세 번째 환자)라는 것이다 병에 대해 잘 모르면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대처해야 했지만 정부는 안 일했다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과 앞에 나선 전문가들은 메르스 전파 방식 에 대해 2m 이내에서 1시간 이내 접촉 시 감염되는 비말 접촉으로 본다 고 설명했다 근거는 뚜렷하지 않았다 그 뒤엔 질병관리본부의 오만이 있었다 정부 대처가 잘 준비돼 있다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신종전염병 발생 시 매뉴얼이 있거든요 4번째 환자 가 발생한 직후 정부 담당자의 말이었다 국민들의 걱정이 과하다는 다른 말로 자신 있다는 얘기였다 일주일 후 첫 환자가 나온 병원에 단순히 다녀간 사람이 확진 판정을 받았 다 이 사람은 환자와 접촉한 적이 없었다 정부는 분명히 첫 환자 접수 시 점에 스친 적이 있을 거다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상당시간 머물렀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 했다 기존 가설을 깨는 환자가 발생했음에도 가까운 거리에 서 밀접하게 접촉해야만 전염된다는 가설을 억지로 끼워맞추려 한 것이다 7 6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여 기 자 / 7 7

한참 후에야 이 병원 7~8층 병동 전체가 바이러스에 오염돼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 병동에서만 총 37명의 환자가 나왔다 병원명 한참 숨기다가 사람들은 불안해했다 전염력이 약하다고 알려진 메르스 환자가 한꺼번 에 10명 넘게 생겼다 이런 불안의 불길을 키운 것은 정부였다 필요한 정 보를 제때 알리지 못했다 시종일관 지나친 우려를 경계했다 이전에도 과 장된 감염병 공포로 국민이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경제가 위축된 적이 여러 번 있기는 했다 정부가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병원명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정한 건 그래서였다 병원명 공개를 두고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고 한다 하지만 정부의 결론은 어쨌든 공개할 수 없다 였다 환자들이 수 십 명으로 늘고 다른 지역까지 퍼져도 정부는 여전히 A병원 B병원 C병 원으로 지칭했다 일부 국민들 사이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비공식적인 정보 가 돌았다 A병원의 이름이나 특정 병원에 메르스 환자가 왔으니 가지 말 라는 내용이었다 때론 사실보다 부풀려지기도 했다 정부의 설명과 메르스 전파 양상이 너무 다르자 국민이 정부를 못 믿게 된 것이다 나가세요 기자들은 출입 불가입니다 경비대를 부를 겁니다 정부의 우려는 첫 사망자가 나왔을 때 극에 달했다 병원을 통해 메르스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정보가 흘러나왔지만 정부는 확인해주려 하지 않았다 확인을 위해 메르스중앙관리대책본부를 찾아간 기자들에게 청사경비대를 불러 쫓 아내겠다고 협박했다 대변인실의 문은 굳게 잠겼다 이렇게 정보를 제때 알리지 않았던 게 더 큰 화를 불렀다 메르스 환자들은 자신이 메르스에 걸 린 줄도 모른 채 돌아다녔고 전국으로 메르스가 퍼졌다 전문가 집단 사이에서는 메르스의 전염력이 알려져 있는 것처럼 약하지 않을 것이란 의심도 생겨났다 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자 정부 내에 서도 여러 가지 가능성을 검토해봤다는 사실이 나중에 드러났다 바이러스 가 한국에서 변이됐거나 공기를 통해 전염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는 전염력이 낮다 문제 없다 는 말만 반복했다 한 관계자는 전염병 발생 시 적용되는 세계보건기구(WHO) 가이드라인 을 살펴보니 우리의 대처는 모든 게 거꾸로였다 고 했다 메르스가 일파만 파로 확산되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환자 동선을 공개하자 정부도 결국 병원 명을 공개했다 이후 불길은 서서히 잡혔다 제3 제4의 진원지가 될까 우 려됐던 몇몇 병원들에서 다행히도 추가 환자가 나오지 않았다 모두가 공범 한국에서 유달리 큰 희생이 생긴 원인을 하나로 꼽을 수는 없다 정부가 무책임했고 전문가들은 병에 대해 잘 몰랐으며 환자들은 괜찮겠지 란 생 각으로 일상생활을 했다 특히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의 대규모 환자 발 생은 감염에 취약한 국내 의료문화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한 병원에서만 46명의 환자가 나왔다 큰 병원엔 전국에서 환자들이 찾아온다 바로 병상 이 나지 않으면 응급실에서 며칠씩 기다린다 한국 대형병원 응급실은 누가 환자이고 의료진인지 보호자고 간병인인지 구별조차 힘들다 감염에 취약 할 수밖에 없다 삼성서울병원을 다녀간 보호자 명단 확보에도 한참이 걸렸다 응급실에 온 환자 명단은 있지만 보호자나 병문안 온 사람들 명단은 없었다 이 병원 응급실이 오염됐다고 발표하면서도 누가 그날 그때 응급실에 있었는지조차 확인이 어려웠던 셈이다 위험기간 에 응급실을 다녀간 사람 수를 여러 차 례 물었지만 정부는 며칠 째 파악 중 이라는 답변만 내놨다 한국 특유의 의료 쇼핑 문화도 마찬가지였다 삼성서울병원의 첫 환자 도 평택 지역의 한 병원에 있다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삼성서울병원으로 옮 겼다 이처럼 메르스 환자가 자신이 메르스에 걸린 줄 모른 채 여러 병원을 옮겨다니는 바람에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퍼졌다 1차 의료체계가 부실해 동네 병원을 못 믿는 사람이 많은 게 원인이다 큰 병원에 가서 입원하더라 도 1~3인실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환자들은 무조건 저렴한 다인실을 찾는다 그러다보니 옆 병상 환자로부터 바로 전염된다 7 8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여 기 자 / 7 9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질병관리본부(질본)의 대응도 서툴렀다 질본은 복지부 산하에 있다 메 르스 사태 발생 당시 질본 본부장은 1급이었다 복지부 눈치를 보면서 공 무원식 대응을 할 수밖에 없었다 복지부엔 의사 출신 공무원도 많지 않다 질본 내 정식 역학조사관도 2명뿐이었다 나머지는 공중보건의들이 사실상 의 역학조사관 역할을 했다 WHO는 한국에서 메르스 확산을 야기한 원인 으로 이같은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법원 출입기자 메르스 전선을 가다 전파자도 피해자 36명 사망 이라는 단순한 숫자는 개개인의 비극을 말하지 못한다 부모 를 한꺼번에 잃은 가족도 있다 이들은 고인을 보낼 때 제대로 모시지도 못 했다 감염 위험 때문에 바로 화장해야만 했다 사망한 어머니의 메르스 감 염 여부가 확진될 때까지 수시간을 아무것도 못한 채 기다려야 했던 아들의 사연은 가슴을 치게 한다 한 병원 6인실에 입원해있던 사람이 모두 숨진 경우도 있다 한 명의 감염자가 병실에 들어오면서 나머지 5명을 감염시켰 다 가족 중 4명이 메르스에 걸린 경우도 있다 정부는 메르스 발생 두 달 뒤에야 사망하신 분들의 명복을 빈다 고 했다 1번 환자 14번 환자 16번 환자 등으로 일컬어진 수퍼 전파자 도 사실 은 피해자였다 이들은 자신이 메르스 환자인 줄도 몰랐다 상태가 악화되 자 병원을 옮겨다녔다 일부는 왜 중동에 다녀왔다는 얘기를 제대로 안 했 나 왜 기침을 하면서도 돌아다녔나 고 이들을 꾸짖는다 물론 이들의 부 주의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심한 감기에 걸렸을 때 무조건 집 에서 쉬어온 사람이나 언제나 손소독제를 사용하고 마스크를 쓰고 다닌 사 람만이 이들을 떳떳하게 비판할 수 있을 것이다 9월 현재 정부는 공식적인 메르스 종식 을 기다리고 있다 메르스 종식 선언은 마지막 환자에게 음성 판정이 나온 뒤 한 달이 지나야 가능하다 하 지만 메르스 같은 신종 감염병에 확실한 종식 이란 있을 수 없다 언제든 해외에서 다시 바이러스가 들어올 수 있다 두 번째 유행을 막는 길은 지난 희생을 통해 얻은 교훈을 되새기는 것뿐이다 김민순 세계일보 사회부 기자 네가 가라 메르스 선배는 영화 <친구>의 한 토막처럼 짧고 굵게 단 한마디로 날 메르스 전선 으로 보냈다 당시 법원에 출입하던 나는 메르 스 쪽은 나와바리 가 아니므로 아무 지식이나 정보가 없는 무방비 상태였 다 하지만 별 수 있는가 팀 막내인 나는 그래 까라면 까지 뭐 하는 마 음으로 메르스 전선에 투입됐다 현장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메르스 사태를 지휘하는 보건복지부 중 앙메르스대책본부는 연일 우왕좌왕했다 보도자료와 다른 내용을 브리핑하 고 환자의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했다 항의하는 기자단에게는 아 직 보고가 되지 않았다 며 지자체와 병원에 책임을 떠넘기기도 했다 대형 병원도 대책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병원에서 일어난 일인데도 관 련 없다 잘 모른다 며 문제를 회피하는 데 급급했다 환자와 가족들은 속 이 탔다 당장 격리돼 있는 아버지 어머니의 병세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 8 0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여 기 자 / 8 1

기도 힘들었다 삶과 죽음은 넘버 로 표현됐다 매일 아침 몇 명이 죽고 입원하고 퇴원하는지 번호 뿐인 보도자료를 형광펜으로 표시하며 읽어야 했다 76번 50번 120번 매일 아침 사망자 번호를 읊조리고 오늘 몇 번 몇 번이 사망했습니다 라고 보고하는 나날이 계속됐다 이러면 안 돼 마음을 다잡아도 가슴은 뜨거움을 잃어갔다 고요한 적막 음압병실 은 전쟁터 6월 19일 메르스 사태 한 달째를 맞아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국립중앙 의료원으로 출근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국립중앙의료원은 메르스 첫 확진 자가 입원한 곳으로 병원 측은 기자들에게 첫 환자의 상태에 대한 브리핑은 물론 음압병실까지도 부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선배는 병원 내부를 둘러 보고 르포 형식으로 기사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오전 11시 병원 입구에 들어서자 병원 직원들은 신분증을 확인하고 체온 계를 귀에 갖다댔다 마스크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고 하자 새 마스크를 나눠 주기도 했다 병동이 있는 병원 본관에 직접 들어가지는 못하고 별관에 따 로 마련된 강당에서 브리핑이 시작됐다 병원 관계자는 방호복을 늘어놓고 착용법을 잠시 시연했고 의사와 간호사는 첫 환자는 회복 중인 상태 라며 원론적 이야기만 되풀이했다 브리핑이 끝난 뒤 기자들은 5층에 있는 음압병실에 올라갔다 내부를 보 기가 쉽지 않은 만큼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하지만 의료진은 입구에서 기자 들을 막고 병실 출입은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드나드는 사람이 많을수록 감 염 위험이 더 커지는 만큼 병원으로서는 환자는 물론 방문객까지 병원에 들 어온 사람 전부를 통제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대체 병실 안이 어 떤 상황인 거냐 며 기자들이 아우성쳤지만 소란도 잠시였다 환자 치료까지 방해할 순 없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일부 언론사의 사진 촬영 기자들만 제한적으로 출입이 허용됐다 그 기자들마저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환자 치료가 이뤄지는 병실 내부까지는 접근하지 못하고 간호스테이션이 있 는 외부에서만 촬영하도록 했다 몇 미터도 되지 않는 그곳에 들어가기 위해 마스크와 라텍스 장갑 등이 동원됐다 하지만 마음이 급한 걸 숨길 수 없었다 마감까지는 2시간도 채 남지 않았 는데 직접 병상 안을 볼 수 없다니 취재 수첩을 곁에 있던 의사에게 건넸 다 병실 안을 볼 수 없으니 그림 좀 그려주세요 의사가 펜을 들어 그림 을 그리기 시작하자 주변의 기자들이 삼삼오오 몰려들었다 이게 전실이 고요 여기가 복도입니다 병실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의료진은 입구 근처 에서 소독한 뒤에 다른 통로를 통해 나가게 됩니다 설명이 끝나자 수첩을 들고 뛰었다 그날 마감시간에 아슬아슬하게 맞춰 국립중앙의료원 간호사 들이 받은 편지 내용과 함께 음압병동 의료진 상황을 담은 기사를 보냈다 비상계단에서 눈물 훔치는 엄마 간호사 지금껏 많은 환자를 봐 왔지만 메르스 사태만큼 힘들었던 적은 없던 것 같다 31년간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근무했다는 한 수간호사는 매끼 식사 는 도시락으로 해결하고 있고 모두 지친 상태 라고 말했다 아기를 가진 젊은 간호사들까지 나서 환자를 돌보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엄마 간호사 들은 친정이나 시댁에 아이를 맡긴 채 한 달째 집에도 못 들어가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간호사들은 음압격리 병상에 들어가기 위해 마스크와 장갑으로 중무장해야 한다 더운 날씨에도 방호복을 겹겹이 껴입는 건 물론이다 한 번 병실에 들어가면 방호복을 입고 최소 2 3시간 있어야 하기 때문에 경험 이 부족한 젊은 간호사들은 견디지 못하고 중간에 나오기도 했다 환자에게 검체를 얻기 위해 가래를 뽑아낼 때는 간호사들도 바짝 긴장을 했다 혹시나 몸에 닿기라도 하면 감염될 위험이 크지만 사명감 하나로 버티 는 날들이 계속됐다 한 의사는 의료진도 사람이기 때문에 감염에 대한 두 려움이 있다 면서도 의료인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고 말했다 격리병동 의료진은 3교대(하루 8시간) 근무를 2교대(하루 12 시간) 체제로 전환하는 등 살인적 수준 의 업무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런 데도 사회의 반응은 차가웠다 전북 전주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메르스 확 진 환자로 공개된 병원 종사자 가족은 등교 중지 라는 가정통신문을 발송하 8 2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여 기 자 / 8 3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고 대전시의 한 초등학교에서도 의료진 자녀는 손을 들어보라 며 의료진 자녀를 고립시켰다 의료진은 메르스 전파를 막기 위한 당연한 조치라고 여기면서도 서운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삼성서울병원의 한 간호사는 하루 종일 치열하게 마스크를 쓰고 손 씻기를 하며 바이러스와 싸우다 집에 돌아와도 나로 인해 내 가족들마저 학교와 회사에서 바이러스 덩어리인 양 취급당하며 수군거리 니 억울하다 는 글을 병원 내부 게시판에 올렸다 인터뷰를 위해 연락한 지 방 대형병원의 한 간호사는 20년 넘게 병원에서 일했는데도 일이 너무 힘 들다 며 하소연했다 이어 쉬지도 못하고 집에 두고 온 아이들이 눈에 어 른거릴 때는 비상계단에서 몰래 운 적도 있다 고 털어놨다 이제 이 일도 관두고 한국을 떠날 생각까지 한다 는 그의 말에 나는 표현하기 힘든 안타 까움을 느꼈다 메르스 파이터 우리는 지지 않는다 어렸을 적 소방관이 영어로 불에 맞서 싸우는 사람 이라는 뜻의 파이 어 파이터(fire fighter) 라고 불린다는 것을 알고 참 멋있다고 생각했다 단어 하나로 직업이 갖는 사명감과 역할을 이처럼 명확하게 표현한 단어가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직업을 갖는다는 것이 밥벌이 에 국한되는 게 아니 라 직( 職 )을 걸 수 있을 만큼의 사명감과 책임감이 필요하다는 걸 24시간 환자에 매달리는 바로 그곳 메르스 현장에서 배웠다 나는 메르스 사태의 선봉에 섰던 의료진과 환자 가족들을 메르스 파이터 로 부르고 싶다 순식 간에 수많은 감염자가 발생하던 그 시기 감염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도 환 자 치료에 전념하던 의료진 가족 중 한 명이 격리병실에 입원해 상태를 알 수 없는 상황에도 간호사들에게 간식과 편지를 보내 응원하던 환자 가족들 이름 모르는 의료진에게 힘내라 응원하고 지역 주민들을 위해 묵묵히 자가 격리 조치에 따랐던 시민들 모두 메르스에 지지 않았다 메르스의 공식 종식 을 눈앞에 둔 지금 숨 가빴던 그때 그 현장이 생각난다 메르스 재난보도 일종오류와 이종오류의 사이에서 심재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언론대학원장 질병관리본부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환자가 처음으로 발 생한 지 열흘이 지나서야 취재기자를 대상으로 공식 브리핑 자리를 마련했 다 지난 5월 31일 이루어진 이 브리핑에 따르면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 던 메르스 첫 환자가 5월 20일 발생했으며 이어 부인이 확진 판정을 받았 고 그 다음날인 21일에는 3번 환자가 메르스 양성반응을 보였다 곧 이어 의료진을 포함한 가족 64명이 처음으로 격리됐다 첫 환자가 발생한 후 일 주일이 지난 28일에는 14번 환자가 평택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서울로 이동 했다고 한다 이 공식 브리핑 이후 곧바로 정부는 메르스 대책본부장을 질병 관리본부장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격상했다 (참조 중앙일보 뉴스 취재 69일 잊지못할 순간들 2015년 8월 1일 16면) 메르스 사태가 이처럼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던 5월 29일 의료인이 모이 는 조찬모임에 참석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참석자 대다수가 이 병이 어느 지 8 4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여 기 자 / 8 5

역에서 어떻게 발생했는지 잘 몰랐다 앞으로 일어날 사회적 파장에 대해선 상상도 하지 못했다 언론에서도 메르스 환자 발생 기사를 1단 혹은 2단으 로만 보도했기 때문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의료인들은 메르스를 그렇게 무시무시하고 통제 불가능 한 질병으로 간주하지 않았다 손을 잘 씻고 개인의 청결상태를 잘 유지한 다면 메르스에 대해 과민 반응을 보일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정설로 받아들 여졌다 일반인도 의료인의 이러한 인식을 받아들여서인지 메르스 전문가 인 양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러한 정보를 퍼 날랐다 하지만 6월 1일 첫 환자가 사망한 이후로는 일파만파로 메르스 공포가 우 리 사회를 휩쓸었다 곧 이어 언론에서는 메르스 사태를 우리 사회가 해결해 야 할 가장 중요한 이슈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첫 환자가 숨지고 이틀이 지 난 3일에는 1364명이 격리됐고 544개 학교가 휴교에 돌입했다 이날 대 통령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라 고 언급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병원명 공개불가를 재확인 했다 이어 4일에는 서울시장이 메르스 감염의사가 시 내를 활보했다 고 브리핑했으며 곧 이어 이 의사가 죽었다는 오보가 나왔 다 이 기사는 SNS를 통해 진료했던 의사마저 죽이는 공포의 질병 으로 메르스를 잘못 인식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정부와 의료진 언론까지 메르스 확산에 대한 초기 리스크 관리에 완벽하게 실패했다 그동안 언론의 보도양상을 분석해 보면 초기에 환자가 발생했고 그 중 한 수퍼 전파자가 방역망을 뚫고 서울로 진입했으며 메르 스는 다시 걷잡을 수 없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6월 7일 병원 이름이 공개된 이후 우리사회의 위기관리는 나름대 로 성과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러한 성공에는 언론 보도가 한 몫을 했다 예를 들면 메르스 유전자 대조결과 바이러스 변이 없다 라는 정보가 언론 에 의해 확인됐고 신속하게 보도됐다 이러한 보도는 일반인의 잘못된 상 상력에 근거한 메르스 공포의 확산을 차단하는 데 기여했다 그렇다면메르스보도의성공과실패는무엇이며 이러한성공과실패가어 떻게일어났을까 또다시이러한의료재난이발생한다면지금과는다르게그 질병의본질을꿰뚫어볼수있는 차분하면서도냉정한보도를할수있을까 동아일보 독자위원회 좌담(7월 24일자 제2의 메르스 공포가 엄습하 면 ) 참석자들은 언론과 일반인이 망각하고 지나치게 안심할 때 메르스가 또다른 사회적 공포로 다가올 것으로 예측했다 언론은 호들갑을 떨며 공 포를 자극하는 보도 와 충실한 정보제공과 재발방지를 위한 대안 제시 사이에서 또 다시 왔다갔다할 수 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왜 그럴까 우리 사회가 아직도 국가적 재난이 발생했을 때 전달되는 뉴스 의 본질과 국내 언론보도의 속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위기관리 의 기본은 말할 필요도 없이 모든 것을 남김없이 빠르고 올바르고 정직하 게 전달(tell it all tell it fast and tell it honest)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 정에서 재난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정보를 숨겨서는 안된다 물론 삼각 확인이 되지 않은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내보낼 수는 없다 오 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보는 곧바로 언론의 신뢰 하락으로 이어지며 루머의 확산으로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된다 그럼에도 재난보도에서는 어 쩔 수 없이 발생하는 오보가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언론 자체적으로 곧바 로 오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 언론 보도의 기본원칙 은 첫째도 정확 둘째도 정확 셋째도 정확이라 하지 않았는가 어머니가 자 녀를 사랑한다고 말해도 왜 지금 이 순간에 사랑한다고 말해야 하는지 그 숨은 의도를 체크하라고 하지 않았는가 통계적으로 살펴볼 때 국내 언론의 메르스 초기 보도는 위험한 질병 을 위험하지 않다 고 판단한 일종오류 로 판명이 났다 이러한 일종오류의 가정 때문에 정부나 의료진이나 언론까지 포함해 우리 사회는 총체적 리스 크 관리의 실패를 경험했다 그래서 한 의사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가 가 뚫렸다 라는 표현을 썼는지도 모른다 이와 같이 실제적으로 위험한데 위험하지 않다고 가정하는 일종오류는 통 계에서 철저하게 통제한다 실제적으로 위험하지 않은데 위험할 수도 있다 고가정하는 이종오류 보다 일종오류 가더큰피해를야기하기때문이다 하지만 언론은 질병관리본부나 의료진과는 다르게 이종오류 의 의심을 8 6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여 기 자 / 8 7

처음부터했어야했다 사회의중요한이슈가터졌을때우리언론은종종 중요한사건을중요하지않다고여기는관행이있다 그러다사건이확산되 면이를만회하려는듯선정적보도나과장보도를하는경향이있다 따라 서세월호참사와같은재난보도에서언론이감수해야만하는것보다더심 한사회적비난을받기도한다 이러한방식의미디어비판을나쁘다고만볼수없다 그만큼주위환경을 감시하는언론에대한국민의신뢰와기대가여전히크기때문일것이다 사 실권위주의시대를거치면서우리언론은권력에대한감시보다는부스터 리즘에입각해정부입장을홍보하거나대변하는역할을자임해왔다 따라 서국민이알아야할중요한정보를축소하거나시간적으로잠시나마보도 를자제하는경우가많았다 그러고나서는사태가심각해지면호들갑을떨 며뒷북을치곤했다 1997년말에 IMF 외환위기가터졌을때도비슷한보 도패턴을보였다 그래서국민의제로부상한사회적이슈에대해 사전감 시역할을제대로하지못한다는비난을받아왔다 이종오류 에의한보도로는영종도에국제공항을건설하기이전의국내 언론보도양상을꼽을수있다 전혀위험하지않을수도있는데온갖위험 과관련한경우의수를가정해인천공항건설의위험성을보도했다 이러한 위험의가능성제기가잘못으로판명난이후이를보도했던언론인은우스 갯소리로 우리가 그렇게 문제를 심각하게 제기했기에 인천공항이 세계 일류공항이될수있었다고말하기까지한다 메르스사태와같은질병재난보도에서언론인들은 위험하지않은질병 을 위험하다고 가정하는 이종오류보다 위험한 질병을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일종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이종오류에 의한 재원낭비의 가능성을무시하고 메르스상륙 1년전 에 메르스팀 을꾸민고양명지 병원사례가국내에도있다 김철중 조선일보 7월 1일 이러한의료진과 이러한병원을찾아내보도한언론이있는한우리사회에는재난보도를개 선할수있다는희망이있을것이다 현장에서 ( 88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 쭦 혼란의그리스를가다 쭦 깜깜이회담 무박 4일 남북고위급접촉 쭦 풀리지않는의문들 새누리당 유승민사태 쭦 신경숙표절논란 나는 언론은자유로운가 쭦 최악의상황에서생긴인연 마크리퍼트주한미국대사피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