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 Heritages in Forbidden 금단의 땅에 숨겨진 인류의 문화유산 북아프리카의 로마시대 유적은 지진과 외적의 침입 등으로 인해 1천500년 남짓 인간의 기억에서 사라져 있었다. 모래더미에 파묻혀 있던 도시는 1세기 전쯤 기나긴 잠에서 깨어나 햇볕 아래 신비로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올해 1월부터 분쟁이 계속되면서 이 유산들이 또다시 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불안한 정세에 따른 문화재의 손상 위기는 비단 북아프리카만의 문제는 아니다. 눈길을 돌려보면 위험 한 나라의 위험 에 처한 문화유산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Middle East 올봄부터 지구촌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중동은 정치 상황이 불안정하지만, 아름다운 문화유산이 많은 곳이다. Heritages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350km 떨어져 있는 하트라(위 쪽)는 로마의 호적수였던 파르티아 왕국과 로마의 특징이 융 합돼 있는 도시다. 리비아의 렙티스 마그나(아래쪽)와 키레네 (오른쪽)에서는 로마시대의 다양한 유산을 볼 수 있다. 아시아 남서부와 아프리카 북부를 일컫는 중동은 격변의 해를 겪고 있다. 외 교통상부가 여행금지 국가로 지정해 놓고 있는 리비아의 북부에는 로마시대 의 다양한 유적이 남아 있다. 특히 1920년대 발굴돼 상태가 양호한 렙티스 마 그나(Leptis Magna) 유적은 한때 로마와 자웅을 겨뤘던 카르타고의 해상무 역 중심지였고, 193년에는 로마 황제를 배출하기도 했다. 당시의 영화를 상 징하듯, 이곳에는 1만5천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원형극장과 공중목욕탕, 광 장 등이 보존돼 있다. 리비아에는 렙티스 마그나 외에도 키레네(Cyrene), 사 브라타(Sabratha) 같은 로마시대 도시의 흔적이 있다. 이슬람의 본거지인 아라비아 반도와 소아시아 일대는 동방과 서방을 연결하 는 지리적 특성 탓에 교역으로 부를 누렸다. 이곳에 흩어져 있는 문화유산은 종류가 다채롭고, 모양새도 독특하다. 시민들이 대통령의 하야를 부르짖고 있는 예멘에는 시밤(Shibam) 이라는 성 곽 마을이 있다. 허허벌판 위에 우뚝 서 있는 이곳에서는 2009년 3월 한국인 관광객 4명이 폭탄 테러로 목숨을 잃기도 했다. 또 이슬람 성지뿐만 아니라 고 대 아랍의 유적지가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비교적 안전하지만, 관광비자가 제한적으로 발급돼 방문이 쉽지 않다. 예멘의 시밤(위쪽)은 중동의 다른 고도처럼 상업의 요충지였다. 동서로는 500m, 남북으로는 400m의 구역 안에 높은 건물이 솟아 있어서 마치 신기루처럼 보이기도 한다. 알 히즈르(Al-Hijr) 고고학 유적지(아래쪽)는 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바위투성이 지역 을 의미한다. 201106 119
Asia 알 카에다의 지도자인 오사마 빈 라덴의 활동 영역이자 은신처였던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은 21세기에 접어들면서부터 줄곧 치안이 불안했다. 유네스코는 두 나라에 자리한 문화재들 중 상당수가 위험에 처해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1979년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기 전까지 가장 인기 있는 문화유산이었던 바미안 석불은 탈레반 정권이 우상을 제거한다는 명목으로 파괴했다. 인도와 로마, 페르시아의 문화가 복합적으로 나타나 있는 인류 문명의 걸작이다. 무장 이슬람 정치단체인 탈레반을 격퇴하기 위해 시작 된 전쟁이 1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은 이방인의 발길이 매우 뜸한 나라로 손꼽힌다. 1996년 부터 5년 동안 아프가니스탄을 지배한 탈레반은 2001 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사건을 저질렀다. 불교 승려들이 사암 절벽을 깎아 만든 바미안(Bamiyan) 석 상을 산산조각 낸 것이었다. 높이가 각각 50m, 34.5m 에 달할 만큼 거대한 불상 두 개는 이슬람 우상파괴주 의자들에 의해 하루아침에 허물어졌다. 현재 바미안 계곡에는 2만여 곳의 동굴 안에 크고 작은 불상과 벽 화가 남아 있다. 하루에 한 번꼴로 테러가 일어난다는 파키스탄은 고대 부터 근대까지 다양한 문화가 꽃피었다가 쇠퇴했던 나 라다. 도로 확장 공사로 오래된 수조가 파괴됐고, 외벽 이 점차 약해지고 있는 라호르(Lahore) 성과 샬리마르 (Shalamar) 정원은 인도 전역을 통치했던 무굴 제국의 유산이다. 힌두교의 군주, 몽골족이 머무르면서 증축을 거듭하던 성을 17세기 무굴 제국의 황제가 마무리했 다. 수차례의 외침으로 궁전과 모스크가 손상을 입었 지만, 오늘날에도 웅장함이 느껴진다. 좁고 기다란 샬 리마르 정원에는 400여 개의 분수가 있다. 파키스탄 펀자브 주의 주도인 라호르는 무굴 제국의 황제가 거처했던 곳으로 성에는 6만 명이 동시에 예배를 볼 수 있는 모스크가 있다(왼쪽 페이지 작은 사진들). 스리랑카 아누라 다푸라 신성도시는 코끼리 조각상에 둘러싸여 있다. 120 201106 201106 121
Heritages 부왕을 살해하고 왕좌에 오른 카사파 1세는 후환이 두려워 시기리야의 절벽 위에 도시를 건설했다. 궁전과 정원이 있 었다고 하나, 현재는 벽돌로 된 기단만 있다. 20여 명의 선녀 를 표현한 그림은 인도의 아잔타 벽화와 닮았다는 평가다. 인도의 동남쪽에 있는 섬나라인 스리랑카는 국민의 약 70%가 불교를 믿는다. 소수민족인 타밀족과 다수인 싱할라족이 오랫동안 치러온 내 전이 2009년 끝났지만, 동부와 북부는 여전히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지역으로 분류된다. 다행히도 스리랑카의 이름난 문화유산들은 위험 지역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다. 폴로나루와(Polonnaruwa), 아누라다푸라 (Anuradhapura) 등 서기 1000년 전에 세워진 고대 도시들은 유네스코 유산 목록에 등재돼 있을 만큼 역사성이 탁월하다. 그중 시기리야 (Sigiriya)는 높이 200m 위에 조성된 5세기의 유적으로 천상계의 여자를 그린 벽화가 매우 인상적이다. Europe 유럽은 북미와 함께 가장 안전하고 평화로운 대륙으로 꼽힌다. 다만 정세가 혼란스러운 동유럽의 일부 지역에서는 분쟁과 테러가 간헐적으로 발생한다. 한때 유럽의 화약고 로 불렸던 발칸 반도의 코소보는 유럽에서는 유일하게 전 역에 여행제한 조치가 내려져 있는 국가이다. 2008년 2월 세르비아로부터 독 립을 선포했지만, 많은 나라가 인정하지 않아 아직 승인되지 않은 나라 로 분 류된다. 국민의 대다수가 알바니아계이지만, 북부에는 세르비아계가 많아 가끔 소요 사태가 일어나기도 한다. 다만 수도인 프리슈티나(Pristina)가 있는 남부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평 가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돼 있는 코소보의 중세 유적지(Medieval Monuments) 는 모두 남부에 몰려 있다. 데차니(Decani) 수도원, 펙(Pec) 수 도원, 레예비사(Ljevis) 성녀 교회, 그라차니차(Gracanica) 수도원 등 네 곳이 유산 목록에 포함돼 있다. 코소보의 정교회 수도원과 교회에는 13세기부터 17세기 사이에 유행했던 동유럽의 비잔틴 양식과 서유럽의 로마네스크 양식이 고루 반영돼 있다. 한편 유네스코는 2006년 관리와 보호에 대한 노력이 부족하고, 정치적으로 불 안정하다 는 이유로 이 건축물들을 위험에 처한 유산 목록에 올려놓았다. 코소보는 세르비아의 왕이 오스만 제국에 맞서 싸웠던 전장 으로 세르비아인들에게 성지로 여겨진다. 코소보 프리슈티 나에서 남쪽으로 7km 거리에 있는 그라차니차에는 세르비 아의 왕이 세운 수도원이 있다. 이곳에서는 2008년 세르비 아인들의 코소보 독립 반대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122 201106 201106 123
Heritages 말리 중부 젠네의 대모스크(왼쪽 페이지, 오른쪽)는 진흙 건축물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에티오피아에는 굴을 파내 만든 11채의 성당 건물 이 있다(오른쪽 위에서 두 번째). 소말리아 소말릴란드에서 가장 흥미로운 볼거리는 라스길의 벽화이다. 선사시대 사람들이 소로 제의를 치르는 광경 등을 엿볼 수 있다. Africa 시원의 검은 대륙인 아프리카는 근대화가 천천히 진행됐고, 문화유산 정보가 부족하지만 다양한 매력을 품고 있다. 머릿속에 명징하게 떠오르는 유적은 없어도 광활한 대지의 여기저기에 낯설고 이색적인 경관들이 펼쳐져 있다. 말리는 드넓은 사하라 사막의 서쪽에 위치한 나라다. 1인당 국민총 생산이 650달러에 지나지 않는 빈국이다. 북부의 알제리와 니제르 국경에서는 가끔 정부군과 반군의 교전이 터지기도 한다. 그래서 14 세기 서부 아프리카 최대의 학술, 문화 중심지였던 통북투(Tombo uctou)에도 여행제한 경보가 발령돼 있다. 통북투는 진흙 벽돌로 지은 건물들이 미로 같은 골목에 즐비해서 환상적인 정취가 풍기는 도시다. 눈길을 잡아끄는 특이한 진흙 건축물은 젠네(Djenne)에도 있다. 1906년 건설된 대모스크(Great Mosque)로 돔 지붕과 첨탑이 두드러지는 일반적인 모스크와 구별된다. 사하라 사막을 횡단해 아프리카의 동쪽으로 이동하면 커피의 본향 인 에티오피아가 있다. 케냐와의 국경을 제외하면 물리적인 충돌이 일어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고원지대에 자리한 에티오피아 북부에 는 팔레스타인과 이집트의 기술자들이 120년에 걸쳐 완성했다는 랄 리벨라 암굴 성당군(Rock-hewn Churches of Lalibela)이 있다. 해 발 2천500m의 고지에 숨어 있는 유적을 살펴보기 위해 매년 순례 자들이 찾아든다. 에티오피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소말리아는 무정부 상태가 지속 되고 있고, 해적의 활동이 활발해 악명이 높다. 소말리아에는 소말릴 란드(Somaliland)와 푼틀란드(Puntland)라는 자치주가 있는데, 잠 잠했던 이곳에서도 외국인 납치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소말릴란드 의 라스길(Laas Geel)에는 선사시대의 벽화가 경이로울 만큼 잘 보 존돼 있다. 기원전 5000년 전쯤에 그려진 것으로 추측되는 이 벽화 는 2002년에야 발견됐다. 벽화에는 소와 기린 등 동물들이 뛰어다니 는 모습이 생동감 있게 묘사돼 있다. Y 124 201106 201106 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