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mp Highlights of This Issue 두 번째 <뮤>를 소개합니다. 이번 호는 1000분의 1초를 다투는 스피드스케이팅과 달리 예술적인 가 치에 점수를 매기는 피겨스케이팅처럼 기록 경 쟁이 아니라 완벽한 자세를 추구하는 모터스포 츠가 있습니다. 박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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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4 Vol. 02 Technology in Motion 2014 Vol. 02

2 Ramp Highlights of This Issue 두 번째 <뮤>를 소개합니다. 이번 호는 1000분의 1초를 다투는 스피드스케이팅과 달리 예술적인 가 치에 점수를 매기는 피겨스케이팅처럼 기록 경 쟁이 아니라 완벽한 자세를 추구하는 모터스포 츠가 있습니다. 박진감 넘치는 드리프트 경기, 바로 포뮬러D입니다. 모터스포츠는 땅 위에서만 펼쳐지는 게 아닙니다. 내연기관 엔진(Motor)으로 프로펠러를 돌려 추력을 얻는 비행기로 벌이는 경주도 엄연한 모터스포츠에 속하죠. 관중의 탄성을 자아내는 레드불 에어 레 이스가 4년만에 돌아왔습니다. 사상 최초의 민간 우주여행 프로그램의 상용화가 목전에 와 있습니다. 우주 가까이 다녀오는 고고도 풍 선 여행도 가능합니다. 2억7000만원으로 고도 110km에서 무중력 체험 2분, 또는 8000만원으 로 30km 높이에서 2시간. 시계는, 적어도 손목시계는 더 이상 이름 그대로 시간을 표시 하는 기계가 아닙니다.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보 여주는 손목 위의 아바타 입니다. 비범한 것을 좇는 사람이 선택할 법한 기계 기술의 정수를 보 여드리겠습니다. 테크노마드를 위한 하이테크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뮤>는 당대의 자동차 기술이 결집된 모터스포츠, 육 해 공을 누비는 최신예 탈것, 익스트림 아웃도어와 하이레저 스포츠, 소유욕을 자극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유니크하게 담아냅니다. [mju:] 그리스 문자의 열두 번째 알파벳, 100만 분의 1m를 가리키는 길이의 단위, 마찰 계수의 기호 침략당한 조국 행성을 지키기 위해 궁극의 무기를 빌린 조종 사가 임대료 연체로 지구에 불시착했다. 무기 값 조차도 바닥난 조종사에게 인공지능 전투기가 제안한 비용 조달 방법은? 배명훈 작가의 S F 단편에 감탄하실 준비가 되었습니까? 자, 이제 페이지를 넘겨 <뮤>의 전원을 켜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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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Contents 2014 Vol RHYS MILLEN 24 THE GHOST RACE 26 RACING MAP 20 LONG BEACH, CALIFORNIA 50 STRANDBEEST 60 FLAME TOWERS 54 CHESS ON ICE 58 DESERT LODGES SMOKED RACE 일반적인 레이스가 스피드스케이팅이라면 드리프트는 피겨스케이팅이다. 얼마 나 빨리 달리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완벽한 자세를 선보이느냐가 중요하다. RACE IN THE AIR 연기 꼬리를 끌며 공중 슬랄롬과 곡예비행을 선보이는 짜릿한 항공 스포츠의 귀환을 환영한다 FLY DIFFERENT 46 CAMPAGNA T-REX 16S cover HIGH ALTITUDE VOYAGE 여행 상품 안내: 버진 갤럭틱의 우주여행, 월드 뷰 엔터프라이즈의 고고도 기구 여행 GO TO THE FUTURE 62 TINY BUT GIGANTIC 손목 위에 얹는 초정밀 기계공학의 정수 66 RACE DNA ON YOUR WRIST 68 KITCHEN SCIENCE: THERMOMETERs 70 GROOMING EQUIPMENT 72 THE GADGETEER Masthead 계간 뮤 2014년 봄호, 통권 2 호 발행일 2014년 3월 1일 등록 번호 강남 바00137/2013 년 11월 11일 등록 발행인 서승화 발행 한국타이어( 주)/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133 편집인 김영철 편집 제작 (주)가야미디어/서울시 강남구 삼성로 81길 6 구독 신청 miusurvey.com <뮤> 에 실린 모든 콘텐츠의 무단 전재와 복제를 금지합니다. 79 fiction 임대 전투기: 작가 배명훈의 SF 단편

6 PHOTO INSATIABLE WANDERLUST/SHUTTERSTOCK push Vol

7 속도 대신 기술을 겨루는 포뮬러 드리프트 Smoked race 일반적인 레이스가 스피드스케이팅이라면 드리프트는 피겨스케이팅이다. 얼마나 빨리 달리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완벽한 자세를 선보이느냐가 중요하다. Words 박종제(<F1 레이싱 코리아> 편집장) Photographs 한국타이어, 현대 모터 아메리카, Shutterstock 1 2 대부분의 레이스는 코너에서 코너로 이어진다. 코너를 누가 더 빨리 통과하느냐가 타이어 그립을 최대한 살려 차체의 방향을 정확하게 유지한 채 코너를 통과하는 것 찾아볼 수 없다. 그만큼 다운포스를 많이 생성하기 때문이다. 하 가장 중요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미국의 나스카 경기가 열리는 타원형 트랙이 을 통상 그립 주행 이라 표현한다. 이게 주행의 정석 이다. 만약 타이어가 그립을 상 지만 공기의 힘을 레이스에 이용하려는 시도가 아직 없었던 라고 해도 결국 승부는 코너 스피드에 달려 있다). 따라서 레이스에서 무엇보다 중 실하면 코너 스피드가 떨어지고, 결국 랩 타임이 늦어지게 된다. 그런데 모든 상황 옛 시절에는 아스팔트라고 해도 타이어가 미끄러지기 일 요한 요소는 타이어다. 접지력 확보가 레이스의 승패를 판가름한다고 봐도 좋다(레 에서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예를 들어 랠리처럼 노면이 아스팔트가 아닌 모래 쑤였다. 그래서 당시 그랑프리 드라이버들은 부득이하 이스를 소재로 삼은 만화만 봐도 타이어의 중요성이 매번 등장한다). 나 흙, 자갈인 경우는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이때는 아무리 노력해도 타이어의 그 게 코너 앞에서 일부러 비정상적인 하중의 이동을 유 현대 레이스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에어로다이내믹(공기역학)을 이용한 다운포스 립이 아스팔트보다 떨어진다. 그래서 연마하게 된 기술이 바로 드리프트다. 도해 타이어를 미끄러뜨린 후, 관성을 이용해 차체 도 결국은 코너에서 더 많은 타이어 그립을 확보하기 위한 보조 수단이다. 극단적으 로 이야기해볼까? 에어로다이내믹은 0.1초의 랩 타임을 줄여주지만, 타이어는 1초 이상을 줄여줄 수 있다. 그만큼 타이어 그립은 레이스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한 요소 라는 뜻이다. 드리프트는 타이어의 그립이 떨어지는 노면의 특성상 필연적으로 줄어드는 코너 스피드를 최대한 유지하며 통과하기 위해 시도된 기술이다. 비단 랠리뿐만 아니라 1950년대 F1 그랑프리 레이스에서도 간간이 사용되었다. 오늘날의 F1 레이싱카는 코너를 통과할 때 타이어가 미끄러지고 차체가 틀어진 채로 주행하는 상황을 거의 를 틀어 코너를 빠져나가곤 했다. 이처럼 드리 프트는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조금씩 연구 발전된 드라이 빙 테크닉의 일종이다. 1 프레드릭 아 스보와 다이지 로 요시하라의 밀 착 탠덤 배틀. 2 미캐 닉이 켄시로 구시의 차 량을 손질하고 있다 Vol

8 년대 중반, 일본 나가노 출신의 어느 젊은 레이싱 드라이버는 감당하기 힘든 레이스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사설 레이스에 참가했다. 물론 프 로 드라이버로서 해선 안 될 짓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는 특히 산간도로에서 펼쳐지는 레이스에 아주 강한 면모를 보였다. 굽이쳐 흐르는 와인딩 로드를 가장 빠 른 속도로 달리기 위해 그는 랠리에서 사용하던 드리프트를 아스팔트에 응용했고, 덕분에 무시무시한 블라인드 코너에서도 절묘한 테크닉을 발휘해 귀신처럼 빠져나 갔다(그의 청년 시절을 모티프로 삼은 만화가 <이니셜 D>다). 그는 나중에 <드리프 트 바이블>이라는 DVD 타이틀을 발매하면서 드리프트의 매력을 전 세계 젊은이들 에게 전파하는 동시에 수많은 드라이빙 기술의 하나에 불과했던 드리프트를 고유 한 장르로 승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가 바로 드리프트 킹 이라 불리는 츠치야 케이치다. 그는 소수의 랠리 드라이버 들이나 사용하던 드리프트를 체계화했고, 여러 단계로 구체화했으며, 나아가 아예 드리프트만을 따로 분리해 모터스포츠 문화로 만들었다. 그가 만든 드리프트 문화 는 미국으로 건너가 포뮬러 드리프트(FD: Formula Drift) 대회의 뿌리가 됐다. 유 럽에서 시작되어 일본에 정착, 체계화된 드리프트가 미국에서 꽃을 피우게 된 것이다. 다시금 되새겨보면 이해하기 쉽다. 코너에서 타이어 그립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부 득이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만약 FD가 아닌 다른 레이 스에서 이 기술을 매 코너마다 사용하면 절대로 우승에 가까이 다가갈 수 없다. 차 체가 미끄러지기 시작하면 휠 스핀을 일으키면서 타이어가 비정상적으로 노면과 마찰해 코너 스피드가 떨어진다. 더 큰 문제는 타이어가 급속도로 마모되기 때문에 이후 레이스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그래서 아스팔트 위에서 다운포스로 충 분한 타이어 그립을 확보할 수 있는 현대 모터스포츠에서는 이 기술이 거의 쓰이지 않는다. 그리고 드리프트가 오직 드라이버의 기술만으로 완성된다고 믿는 것 역시 그릇된 판단이다. 물론 드라이버의 기술이 중요하긴 하다. 코너 앞에서 차량의 하중을 어떻 게 이동시킬 것인지 그리고 어디로 이동시킬 것인지 재빨리 판단해야 한다. 통제 불 가능할 정도로 미끄러지는 차체를 바로잡기 위해 드라이버는 시종일관 스티어링 휠을 좌우로 비틀면서 정확한 조향 각도를 찾아내야 한다. 두 손뿐만 아니라 두 발 역시 정신없이 움직여야 한다.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를 적절히 활용하면서 클러치 까지 조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레이스 드라이빙에서도 볼 수 있는 기술이 지만, 드리프트라면 더욱 정교하고 정확한 컨트롤이 이루어져야 한다. 다만 드라이 버의 기술만이 전부가 아닌 까닭은, 드리프트용 차량은 서스펜션에서부터 스테이 빌라이저와 타이어 공기압 등 노면 그립과 관련된 세팅과 성능이 다른 레이싱카와 완전히 달라야 하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바로 냉각이다. 미끄러진 차체를 원하는 방향으로 통제하 기 위해 엄청난 출력을 발생시키는데, 이때 엔진 회전수는 거의 끝까지 올라간다. 그런데 FD는 직선에서도 드리프트만으로 주행해야 하기 때문에 속도에 의한 공기 유입량이 적어 냉각 효율성이 극도로 떨어진다. 만약 엔진이나 기어 박스를 한 번만 사용하고 폐기하는 것이라면 상관없겠지만, 다음 경기에 출전하기 위해 새 엔진과 새 기어 박스를 올리고 내리는 일은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 다. 따라서 원활한 레이스를 위해 엔진, 연료 공급, 서스펜션 세팅을 비롯해 냉각까 지 완벽하지 않으면 곤란하다는 뜻이다. 레이싱카의 성능과 조율 위에 드라이버의 정교한 기술과 과감성이 더해질 때 비로소 드리프트는 예술이 된다. 보통 드리프트를 이야기하면 두 가지 극단 적인 편견이 따라붙는다. 첫 번째는 마법 과 같은 기술이라는 편견이고, 두 번째 는 타이어나 차량의 성능이 아닌 드 라이버의 기술만으로 승부를 판 가름한다는 것이다. 먼저, 드리프트는 마법의 기 술이 아니다. 앞서 설명 한 드리프트의 기원을 년 FD 개막전에 운집한 관중들. 2 프레드릭 아스보와 한국타이어 레이싱걸. 3 리스 밀렌도 FD 출신이 다. 4 눈과 귀로 즐기는 모터스포츠와 달리 FD를 관전할 때는 타이어 타는 냄새까지 맡을 수 있다. 5, 6 드리프 트 경기에서는 두 대의 차량이 아슬아슬한 간격으로 미끄러지는 박진감 넘치는 모습이 펼쳐진다 Vol

9 포뮬러 드리프트의 경기 방식은 의외로 단순하다. 퀄리파잉 이라 불리는 예선에서 는 혼자서 트랙을 달린다. 누가 더 완벽한 각도로 코너에서 코너로 이동했는가를 두 고 심판들이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다. 랩 타임 또는 랩 수로 순위를 판가름하지 않 고 얼마나 빠른 속도로 드리프트를 선보이는지, 차의 각도를 얼마나 비틀며 주행하 는지, 주어진 트랙을 어느 정도 활용하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더 멋지고 완벽한 드리프트에 점수를 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레이스가 스피드스케이팅이라 면 드리프트는 피겨스케이팅에 가깝다고 봐도 무방하다. 얼마나 빨리 달리느냐가 아니라 오로지 더 완벽한 드리프트를 선보이느냐가 중요하다. 점수는 100점을 기준으로 감점제로 채점하며, 라인이 완벽하지 못하다거나 실수가 발생하면 감점한 후 최종 점수에 합산한다. 본격적인 레이스는 탠덤 배틀(Tandem Battle)로 펼쳐진다. 예선 결과에 따라 결정된 순위에 맞춰 드라이버가 두 명씩 대결 하는 방식으로, 누가 더 빨리 통과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완벽한 컨트롤로 드리프 트를 펼치는지 그리고 얼마나 바싹 붙어서 상대 드라이버를 압박하며 실수를 유발 시키는지가 관건이다. 나란히 달리는 두 대의 차 사이의 거리는 불과 1~2m에 지나 지 않는다. 따라서 아차 하는 실수로 서로 엉켜 사고가 일어나기 십상이다. 그럼에 도 불구하고 드라이버는 개의치 않고 각자 기술을 펼치면서 서로를 밀어붙이며, 좀 더 과감한 드라이버일수록 좋은 성적을 거둘 확률이 높다. 일반적인 레이스에서도 나란히 달리며 상대를 압박하는 일은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를 휠 투 휠(Wheel to Wheel) 배틀 이라고 하는데, FD는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휠 투 휠이 펼쳐진다. 차이점은 추월 목적이 아니라는 점이다. FD에서는 추월을 근 본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의 기술과 더불어 상대를 압박하여 실수를 유도함으로써 점수를 얻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무리한 압박으로 충돌 을 일으키면 단 1점도 얻을 수 없다. 일반적인 모터스포츠와 다른 점은 또 있다. 보통은 규정(Regulations)에 의해 참가 할 수 있는 차량의 종류, 엔진 배기량, 출 력, 타이어 등이 정해진 다. 최대한 동일한 조건에 서 실력을 겨루게 하기 위해서 다. 하지만 FD는 엔진의 배기량, 기어비, 타이어, 참가 차량에 제한이 없고, 무엇보다 서로 같은 수준의 차량 을 구분하는 클래스 규정이 따로 없기 때 문에 어떤 차량, 어떤 엔진이라도 상관없다. 반 복하지만, FD에서는 오로지 누가 더 완벽하고 화려한 기술을 선보이느냐가 중요할 뿐이다. 관람 환경도 일반 레이스와 많이 다르다. 일반적인 트랙 레이스는 지난 수십 년간 계속 개선되어왔다. 레이싱카가 빠른 스피드로 벽에 부딪쳤을 때 파편이 캐치 펜스 (Catch Fence)를 넘어 관중석을 덮치는 일이 빈번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모 든 트랙 레이스는 관중의 안전을 고려해 트랙과 관람석 사이에 상당한 거리를 유지 하고 있다. 하지만 FD는 다소 과장하자면, 손을 뻗으면 레이싱카를 만질 수 있을 정 도로 관중석이 가깝다. 엄청난 출력으로 타이어를 태우며 달리지만, 속도가 빠르지 않아 사고가 나더라도 관중석으로 튀어 오를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호쾌하게 미끄러지며 들어오는 레이싱카를 감상할 수 있으며, 이 는 FD만의 고유한 분위기이기도 하다. 경기장 주변의 분위기도 유럽의 레이스와는 다른 점이 많다. FD가 열리는 날이면 북 미에 산재해 있는 온갖 종류의 튜닝카들이 모두 집합한 듯한 분위기가 펼쳐진다. 장 내에서 드리프트 대결이 펼쳐진다면, 장외에서는 관람객들이 가지고 온 차량 사이 에 대결이 펼쳐지는 셈이다. 물론 어떤 포인트도, 어떤 상금도 주어지지 않지만, 당 장이라도 트랙에 나가 드리프트를 펼칠 수 있는 수준의 고출력 튜닝카들이 주차장 에 빼곡히 들어차 있다. 거기에 미국 특유의 가족적인 관람 분위기가 더해져(사실 유 럽의 레이스는 대부분 남성 위주다)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풍경들이 펼쳐진다. 관중의 입장에서 드리프트는 다른 모터스포츠에 비해 접근이 쉽고 진입 장벽이 높 지 않은 덕분에 금세 열정적으로 이 문화에 동참할 수 있다. 복잡한 테크니컬 규정 이나 까다로운 역사에 대해 면밀히 공부해야 할 이유도 없다. 복잡한 계산이나 예측 이 필요하지도 않다. 누가 더 호쾌하게 타이어를 태우며 차체를 이리저리 틀며 트랙 을 달리는지만 감상하면 된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고 편하게 눈과 귀 그리고 코 타 이어 타는 매캐한 냄새 로 즐기면 되는 모터스포츠가 FD다. 2014년 FD는 미국 전역에서 일곱 번의 정규 경기와 두 가지 번외편(?) 격의 경기가 열린다. 하나는 말레이시아, 태국, 호주에서 개최되는 아시아 챔피언십이고, 다른 하 나는 모테기 슈퍼 드리프트 챌린지다(경기는 미국 롱비치에서 치른다). 정규 경기는 4월 4일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 시작한다(자세한 스케줄은 26p 레이싱 맵 참조). 4 1, 4, 7 유럽의 레이스 문화가 남성적이라면 미국의 드리프트 문화는 다분히 가족적이 고 흥겹다. 2, 6 켄시로 구시는 소년의 선 글라스에, 프레드릭 아스보는 팬의 배 에 사인해주고 있다. 3 FD 출전 차량 은 차종과 배기량, 출력 등의 사양 에 제한이 없다. 5 드리프트는 사실 수많은 드라이빙 테크닉 중 하나다. 2013년 DTM 모스크바 경기를 앞두고 마이크 로켄펠 러가 도심 도로에서 드리프트를 시연하고 있다. 8 FD 후원사인 한국타이어의 기념품. 9 차량 지붕에 달린 장 치는 고프로 카메라와 무선 송신기다 Mikhail Kolesnikov Vol

10 랠리스트+액션 스턴트 드라이버+사업가 Rhys Millen 전신마비가 될 뻔한 두려움은 잊었다. 트랙과 산악도로, 영화 촬영장을 넘나들며 활력 넘치는 드라이빙을 선사하는 리스 밀렌을 만났다. Words 권규혁 Photographs Red Bull Content Pool, 현대 모터 아메리카, 권규혁 1 1 리스 밀렌이 2013년 6월 30일 파이크스 피크 인터내셔널 힐클라임 대회에서 구절양장 굽이진 도로를 통과하고 있다 년 미국 랠리 크로스 챔피언십 시리즈 중 X게임 랠리 레이스에는 벨로스터를 타고 출전했다. 3 리스 밀렌의 주요 후원사는 한국타이어, 현대자동차, 레드불이다. 2 3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레이서 중에 한국과 가장 깊은 관계를 가진 인물을 들라면 리스 밀 렌(Rhys Millen)을 첫손에 꼽을 수 있다. 그는 한국타이어와 현대자동차 그리고 레드불을 타이틀 스폰서로 두고 있는 드라이버로, 모터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자동차와 타이어 를 한국 메이커에서 지원받고 있다. 더구나 그의 아버지도 현대자동차와 인연이 깊다. 아 버지 로드 밀렌은 1992년 미국 콜로라도 주에서 열린 파이크스 피크 인터내셔널 힐클라 임 시판차 무개조 부문에서 현대 스쿠프 터보를 몰고 1위를 차지했다. 이전에도 한국 자 동차들이 파리 다카르 랠리를 비롯한 국제 모터스포츠 무대에 도전한 적은 있지만, 상위 권의 성적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따라서 미국 중요 모터스포츠 경기에서 현대차의 우 승은 자못 놀라운 뉴스로 다뤄졌다. 심지어 아들 리스 또한 같은 이벤트의 오픈 디비전에 출전하여 1위에 올랐다. 각각 다른 클래스에서 모두 우승을 거두는 기염을 토한 밀렌 부 자는 당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리스 밀렌은 아버지의 튜닝 숍인 로드 밀렌 모터스포츠에서 일하면서 레이서이자 스턴트 드라이버로도 활약하며 명성을 쌓아갔다. 리스 밀렌은 스물한 살에 아버지의 사업을 인 수해 리스 밀렌 레이싱(RMR: Rhys Millen Racing) 으로 이름을 바꾸고 레이싱카와 튜 닝용품 개발은 물론, 영화 촬영용 차량의 개조 작업도 시작했다. 그는 랠리스트와 스턴트 드라이버로서의 경험을 십분 활용해 미국 드리프트의 초창기 부터 톱클래스 드라이버로 활약했다. 2005년에는 포뮬러 드리프트 챔피언에 올랐고, 2008년에는 전 세계에서 모인 32명의 드라이버가 경합한 레드불 드리프팅 월드 챔피언 십(Red Bull Drifting World Championship)에서 드리프트 월드 챔피언에 등극했다. 그가 현대 모터 아메리카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09년 시즌부터였다. 리스 밀렌은 현대 제네시스 쿠페를 타고 FD와 파이크스 피크 힐클라임 그리고 레드라인 타임어택의 각기 다른 종목에 출전하며 경쟁력을 높여나갔다. FD에서의 시간이 차의 세팅을 찾고 경쟁력 을 숙성시키는 기간이었다면, 파이크스 피크 인터내셔널 힐클라임에서는 타임어택 2WD 디비전 세계 신기록을 수립하면서 클래스 우승을 거머쥐었다. 2010년에도 제네시스 쿠 페로 FD에 출전을 계속했고, 파이크스 피크에서는 무제한급에 도전했다 Vol

11 2011년부터는 글로벌 랠리 크로스와 X게임 랠리 레이스에 벨로스터를 타고 나가 현대차 의 모터스포츠 영역을 확장하였을 뿐만 아니라, 한국타이어와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다. 그 덕분인지 리스는 2012년에 실로 대단한 업적을 세우고야 만다. 그는 파이크스 피크 인터내셔널 힐클라임 타임어택 2WD 디비전에서 세계 신기록(9분 46초 164)을 수립하면 서 종합 우승을 거둔 것이다. 이 기록은 무제한급 1위보다 무려 18초 이상이나 빠른 것이 었다. 리스는 FD에서도 종합 3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2013년에는 파이크스 피크 인터내셔널 힐클라임에만 출전 지난해보다 44초 이상 빠 른 기록을 달성했다 했지만 올해는 다시 글로벌 랠리 크로스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헌 팅턴 비치에 있는 RMR을 찾아갔을 때 그는 2014년 시즌 준비를 비롯해 여러 가지 일로 분주했다. 자신이 열정을 바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다재다능하게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그에게서는 항상 활력이 넘쳐난다. 올해 그가 또 어떤 기록을 세울지, 또 어떤 영화와 광 고에서 멋진 액션으로 관객에게 즐거움을 선사할지 기대된다. 1 1 브라질 산타 카탈리나에서 열린 2010 레드불 드리프팅 익 스트림 대회에서 리스 밀렌이 보여준 멋진 드리프트 코너링 년 파이크스 피크 힐클라임에는 무제한급으로 출전 했다. 3 리스 밀렌의 전성기는 한국타이어와 함께한다 년 파이크스 피크 힐클라임 타임어택 2WD 부문에 제네시스 쿠페를 타고 출전했다. 이 대회에서 그는 무제한급 부문 1위 보다 훨씬 빠른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신기록을 달 성했다. 2 리스 밀렌 직격 인터뷰 레이서가 된 계기가 있다면? 어릴 때 산악자전거 다운힐 종목으로 레이스를 시작했다. 점프할 때의 스릴과 흥분, 코너를 미끄러지며 빠져나가던 느낌이 자동차 경주로 넘어오게 한 바탕이 되었다. 원래는 취미였지만 열정이 점차 커지면서 본격적인 커리어로 바뀌었다. 스턴트 드라이버도 같은 시기에 시작했는지? 1994년에 포드 픽업트럭 광고를 찍으면서 데뷔했다. 처음에는 광고 일만 하다가 영화 쪽으로도 진출했다(그는 <분노의 질주>시 리즈 3편인 <패스트&퓨리어스: 도쿄 드리프트>에서부터 5편까 지 메인 스턴트 드라이버를 맡았다 필자 주). 레이스나 스턴트를 하면서 가장 두려웠던 순간이 있었다면? 점프대에서 착지대까지 트럭 백플립(뒤로 공중제비 돌기)를 처 음 시도할 때였다. 내가 직접 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계속 시도 한 끝에 공중에서 완벽한 360도 역회전을 해낼 수 있었다. 어느 날 연습 도중 속도를 시속 2마일 정도 바꿔 봤는데 트럭이 점프대에서 제대로 회전하지 않았고 착지 위치를 벗어나서 떨어졌다. 15m 높이에서 거꾸로 추락하면서 받은 충격으로 경추 세 곳에 금이 가고 척추가 압박을 받아 요추도 크게 다쳤다. 부상 위치가 몇 mm만 달랐더라도 전신마비까지 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리스 밀렌은 2007년 12월 31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레드불 뉴이어 노 리미트 이벤트에서 4륜구동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백플립에 도전하기로 되어 있었 으나 연습 도중 발생한 사고로 몇 달간 병원 신세를 졌다. 부상에서 회복한 그는 두려움을 딛고 재도전했고, 2008년 12월 세계 최초로 트럭 백플립에 성공했다. 착지 과정에서 차가 뒤집혀 완벽한 성공은 아니라고 볼 수도 있으나, 특수 점프대를 사용한 트럭 백플립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필자 주). 레이스나 광고 촬영 도중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척 많다. 하나만 얘기하자면,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지 재미있었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2003년 랠 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을 때였다. 마지막 코너에서 차가 옆으로 굴렀다. 딱 한 바퀴를 구르고 다시 타이어 가 땅에 닿자마자 계속 달려서 3초를 손해봤을 뿐이다. 결국 그 랠리에서 1위를 했다. 레이서로서 최고의 순간은 언제였는지? 아, 그건 어느 한순간으로 한정해 얘기할 수 없다. 파이크스 피크에 첫 출전해 우승했을 때, 포뮬러 드리프트 챔피언에 올랐을 때, 월드 드리프트 챔피언이 되었을 때 그리고 파이크스 피크에서 종합 신기록을 수립했을 때. 이 모든 순간들이 헌신과 열정 그리고 세계 최고 수준의 팀원들과 스폰서의 지원이 함께 어우러져 이 루어낸 최고의 순간들이다. 최근에도 영화 촬영을 했다는데? 미국에서 3월에 개봉하는 영화 <니드 포 스피드>다. 꽤 빠르고 재미있는 차들을 몰고 액션 장면을 촬영했다. 지난해에는 <분노의 질주> 시리즈 7편 촬영에 참여했다. 올해의 계획과 목표는? 현대자동차와 레드불의 지원 덕분에 글로벌 랠리 크로스에 복귀하게 되어 기대가 크다.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과 함께 다른 프로젝트들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다. 레이스 이외에는 영화 촬 영용 차량 개조 작업도 병행하는데, 이 모든 것이 내겐 항상 신나는 일이다 Vol

12 1 산업과 관광이 공존하는 도시 Long Beach, California 해마다 포뮬러 드리프트 개막전이 열리는 롱비치는 미 서부 물류의 거점이자 산업 도시인 동시에 아름다운 관광지로도 유명하다. 단순히 LA의 부록 이 아니라는 얘기. Words 권규혁 Photographs Shutterstock, 권규혁 LA 중심부에서 40km가량 떨어진 롱비치는 미국 서부 지역 최대의 무역항으로서 석유 산업을 비롯하여 제조업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도시다. 거대한 화물선과 유조선, 레고 블록처럼 쌓여 있는 어마어마 한 물량의 컨테이너와 이를 하역하고 선적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크레인, <트랜스포머>의 옵티머스 프라임 같은 체구를 가진 18륜 트레일러의 분주한 행렬조차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이런 묘사만으 로는 대단히 삭막한 풍경이 연상되지만, 롱비치는 이와 동시에 현대적이고 낭만적인 모습까지 갖추고 있는 매력적인 도시다. 710번 프리웨이와 LA 도심을 관통하는 110번 프리웨이의 남쪽 끝단에 자리 잡 은 롱비치는 관광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롱비치에서는 자동차 경주가 자주 열린다. 보통 4월 초 올해는 4~5일 에 열리는 포뮬러 드리프트는 롱비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벤트다. 미국 최고의 프로 드리프트 시리즈인 FD는 매년 개막전을 이곳에 서 열고 있다. 롱비치에는 자동차 경기장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일반도로를 이용해 특설 경기장을 꾸 며 레이스를 펼친다. 드리프트용 경기 코스는 비교적 단조롭지만 안전지대를 충분히 확보할 수 없는 구 조적 특성으로 사소한 실수가 곧바로 충돌로 이어지기 쉬우므로 드라이버들에게는 심리적 부담이 큰 곳이다. 그만큼 관중에게는 더 재미있는 곳이다. 롱비치의 도로에서는 붉은색과 흰색으로 표시된 연석 이 있는 구간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어 레이스가 열린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롱비치에서 열리는 가장 큰 이벤트는 FD보다 일주일쯤 뒤에 열리는 토요타 그랑프리 오브 롱비치 다. 흔히 롱비치 그랑프리라고 불리는 이 레이스는 현재 인디카 시리즈에 포함되어 있다. 예전에는 이곳에 서 F1이 열리기도 했다. 영화 <러시 더 라이벌>의 배경이 되었던 1976년부터 1983년에는 롱비치 시가 지에서 매년 F1 그랑프리가 펼쳐졌다(영화 속 주인공의 실제 모델 중 하나인 니키 라우다는 1982년 이 곳에서 우승했다). 1980년부터 토요타가 메인 스폰서가 되면서 이곳에서 열리는 대회의 공식 명칭에 브 2 1 롱비치는 LA 남쪽의 항구 도시이자 관광지로 도 유명한 곳이다. 2 롱비치 마리나 쪽에서 퀸메 리호를 바라본 모습. 3, 4 롱비치에서는 FD와 토 요타 그랑프리 등 모터스포츠 대회도 자주 열린 다. 5 오는 4월 초에 롱비치 컨벤션&엔터테인먼 트 센터에서는 스페이스 테크 엑스포가 열린다. 3 4 Beelde Photography Vol

13 2 1, 2 롱비치 남쪽의 해변은 서퍼들의 낙원이다. 3 더 파이크 쇼핑센터. 4 롱비 치에서는 일반도로를 이용 해 레이스를 치르기 때문에 붉은색과 흰색으로 표시된 연석이 있는 구간을 종종 볼 수 있다. 5 아름다운 카 탈리나 섬의 전경. 은 요트가 정박해 있기 때문에 휴양지 분위기가 가득하다. 저 멀리에는 롱비치의 최대 매력이라 할 수 있 는 퀸메리(Queen Mary)호가 보인다. 퀸메리호는 1936년부터 1967년까지 운항했던 대서양 횡단 크 루즈로, 퇴역 후에는 이곳에 영구 정박하여 호텔, 박물관, 레스토랑 등 관광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엔 진과 프로펠러는 제거했으나 그 외의 시설은 그대로 유지하거나 옛 느낌대로 복원하여 한 시대를 풍미 했던 대형 호화 유람선의 역사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바로 옆에는 러시아 태평양 함대 소속이었다가 1994년 퇴역한 B-427 스콜피온 잠수함도 전시돼 있다. 롱비치의 명소를 두 곳만 꼽으라고 한다면 아마 퀸메리호와 함께 수족관을 꼽아야 할 것이다. 5에이커 의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아쿠아리움 오브 더 퍼시픽 은 500여 종 이상의 해양 생물을 보유하고 있 는데, 그중에서도 샤크 라군 전시관의 인기가 높다. 롱비치는 활기찬 이벤트와 공연은 물론 연인과 함께 차분한 분위기의 데이트를 즐기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곳이다. 근교에도 가볼 만한 곳이 많다. 일단 항구에서 쾌속선을 타고 다녀올 수 있는 산타 카탈리나 섬이 있다. 롱비치 여행을 계획한다면 미리 운항 시간표와 요금을 확인하시길(catalinaexpress.com). 롱비치 해안을 따라 710번 시사이드 프리웨이를 통해 서쪽으로 넘어가면 샌 페드로 항을 만나게 된다. 이곳에서는 샌 페드로 피시 마켓(sanpedrofish.com)이 둘러볼 만하다. 바로 옆에 자리한 포츠 오콜 (Ports O Call)도 함께 둘러보기에 흥미로운 곳이다. 샌 페드로에는 한국전 당시 피난민 철수 작전에 투 입돼 많은 사람들을 구출한 레인 빅토리(SS Lane Victory)호가 정박돼 있다. 이 퇴역 전함은 평소 전 쟁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1년에 세 번씩 카탈리나 섬을 왕복하는 크루즈 운항도 한다. 샌 페드로 의 엔젤스 게이트 파크에는 한미 우호의 상징 우정의 종각 이 세워져 있다. 미국 독립 200주년을 기념해 1976년 한국 정부에서 기증한 우정의 종각은 한인들의 새해맞이 타종 행사에도 쓰이며, 영화나 드라마 의 촬영지로 활용되곤 한다. 한동안 방치돼다시피 했지만 보수 공사를 마치고 지난해 말 재개장했다. 샌 페드로까지 갔다면 아예 조금 더 올라가자. 팔로스 버디스(Palos Verdes)까지 들러본다면 미국 서 해안의 낭만을 더욱 깊이 느낄 수 있다. 해안을 따라 뻗은 도로를 따라가면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설 계해 더욱 유명한 유리로 된 작은 교회 웨이페어러스 채플(wayfarerschapel.org)이 나타난다. 해안 절 벽 쪽으로 더 걸어가면 LA 인근에서 가장 멋진 등대로 꼽히는 포인트 비센트 등대(vicentelight.org)도 볼 수 있다. 롱비치에서 1번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를 따라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실 비치를 지나면서부터 본격적 인 해안 풍경이 펼쳐진다. 특히 롱비치에서부터 30km가량 떨어진 헌팅턴 비치(huntingtonbeachca. gov)는 서프 시티 라는 공식 별칭을 지닌 곳으로, US 오픈 서핑 대회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수많은 서퍼들이 성지를 순례하듯 찾는 이곳에서는 매주 금요일에 파머스 마켓이 열린다. 헌팅턴 비치를 지나 뉴포트 비치와 코로나 델 마, 라구나 비치, 다나 포인트까지 태평양을 바라보는 멋진 풍광의 해안도로가 이어진다. 시간만 허락한다면 샌클레멘티까지 내려가 볼 것을 권한다 랜드가 들어갔다. F1 대신 인디카 시리즈가 열리기 시작한 것은 1984년부터다. 롱비치 그랑프리의 부 대 경기로 아메리칸 르망 시리즈와 함께 레이서와 유명 인사들이 토요타 양산차로 겨루는 원메이크 레 이스인 토요타 프로/셀러브리티 레이스 등이 펼쳐진다. 올해의 롱비치 그랑프리는 4월 11~13일에 열 린다. 다운타운에 자리 잡은 롱비치 컨벤션&엔터테인먼트 센터도 연중 다양한 이벤트를 열고 있다. 공연과 스포츠 이벤트는 물론 각종 회의와 컨벤션이 끊이지 않는다. 예컨대 올해 FD 개막전이 열리기 직전인 4 월 1~3일에는 이곳에서 스페이스 테크 엑스포 가 열린다. 캘리포니아는 미국의 항공우주 산업이 발달 한 곳으로, 롱비치와 인근 지역에도 많은 관련 기업들이 몰려 있어 우주 박람회가 이곳에서 열린다는 사 실이 전혀 낯설지 않다. 컨벤션&엔터테인먼트 센터 바로 옆에는 더 파이크(The Pike) 쇼핑센터가 들어서 있다. 롱비치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관람차도 있으며, 롤러코스터를 형상화한 구름다리가 맛집과 상점들이 들어선 쇼핑 센터를 좌우로 연결하고 있다. 인근의 쇼어라인 빌리지(Shoreline Village)도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전통적인 캘리포니아 어촌 분위기를 풍기는 상점과 식당, 커피숍들이 모여 있는 해변 바로 앞에 수많 Vol

14 1 3 4 다 갖추고 소리만 걷어낸 포뮬러 E The Ghost Race FE 드라이버에게는 두 대의 차량이 주어지고 레이스 도중 배터리를 충전하는 대신 아예 차를 바 꿔 탄다. 2 스파크와 르노가 공동 제작한 FE 레이싱카 SRT_01E. 3 F1 레이싱카라면 엔진이 있어 야 할 자리에 고출력 모터가 얹혀 있다. 4 FE 레이싱카의 스티어링 휠. 5, 6 FIA는 로마나 라스베이 거스처럼 경기가 치러지지 않는 도시에서도 설명회와 레이싱카 주행을 선보였다. 7 FE 팀 중 가장 큰 이슈를 몰고 왔던 벤튜리 그랑프리 는 친환경 운동에 많은 관심을 보였던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가 투자한 팀이다. 올가을에 등장할, 배터리와 전기 모터만을 사용하는 새로운 모터스포츠 포뮬러 E의 의미를 간략히 살펴보자. 7 Words 박종제(<F1 레이싱 코리아> 편집장) Photographs Lesley Ann MiLLer, Francois FLAMAnd, Nils Krgüer 년 포뮬러 원 시즌의 개막을 앞두고 팬들과 F1 관계자들은 한 가지 고민에 빠 졌다. 새로운 규정에 따라 더 낮아진 엔진 회전수와 한 가닥으로 제한된 머플러, 새 로운 터보차저로 인해 배기음이 지난 시즌의 자연 흡기 V8 엔진에 비해 현저히 낮아 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아직 실체를 경험하지 못했음에도 벌써 사람들 은 엔진 사운드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모터스포츠에서는 소 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뜻이고, 특히 관람객들이 경기장을 찾는 궁극적인 이유는 소리 때문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런데 만약 아예 아무 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모터스포츠라면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FIA는 지난 몇 년간 전기 자동차만의 모터스포츠 라는 카테고리를 만들기 위해 무 진 애를 써왔다. 현 FIA 회장 장 토드가 1차 당선 때부터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모터 스포츠의 친환경과 보다 나은 기술의 발전이라는 이상향 때문이다. 결국 포뮬러 E 라는 이름으로 순전히 모터와 배터리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모터스포츠 카테고리 가 만들어졌고, 드디어 올해 9월부터 모터스포츠 사상 최초로 전기 모터만을 이용해 전 세계를 순회하는 경기가 시작될 예정이다. 처음 FE의 구체적인 계획안이 발표됐 을 때는 물론 아직까지도 부정적인 시각이 많지만, FE는 단순한 오락거리로서의 모 터스포츠가 아닌 다양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현재 자동차 산 업은 서서히 전기 모터로 엔진을 대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FE는 이런 추세 에 발맞춰 모터스포츠가 가지는 순기능 중 하나인 자동차 기술 개발과 실험 무대로 서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할 것이다. FIA는 FE 처녀 개최 시즌에 총 10개 팀으로 세계 10개 도시를 순회할 계획을 발표 했는데, 많은 이들의 우려와 달리 참가 팀은 빠른 속도로 채워졌다. FE 개최 도시 역 시 특별한 잡음 없이 순조롭게 유치되었다. FE는 도심을 서킷으로 개조한 스트리트 서킷에서 개최되기 때문에 어떻게 생각하면 상당히 이례적인데, 북경은 물론 LA, 마이애미,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비즈니스와 정치 그리고 오락이다. FE는 이미 비즈니스와 정 치적 명분을 확보한 상태라 할 수 있다. 나머지는 오락적 측면인데, 이는 앞선 두 가지 조건 이 힘을 보태면 얼마든지 해결 가능한 부분이다. 각 팀에는 전직 F1 드라이버를 비롯해 각 종 글로벌 모터스포츠에서 이름을 날린 드라이버들이 포진해 있으니 흥행을 위한 최소한 의 조건은 대부분 갖춰진 셈이다. 물론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조차도 FE의 성공을 확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아무런 엔진 사 운드를 들려주지 않는 고스트 레이스가 된다고 해도, 모터스포츠에서 엔진 사운드의 중요 성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FE에는 더 큰 의미가 존재한다. 오락의 측면에 집중해도 단지 소 리만 결여되어 있을 뿐 레이스 자체의 재미는 충분히 갖추고 있다. 이미 F1도, 르망도 하이 브리드를 받아들이지 않았는가? 포뮬러 E는 단순한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다. 언젠가는 우 리가 맞닥뜨릴 미래를 미리 들여다보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베를린, 런던은 사실상 서킷 개조조차 쉽지 않다. 경기를 개최한다고 해도 기존의 모터스포 츠를 치른다면 끊임없이 민원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환경을 가지고 있는 대도시다. 특히 런 던은 모터스포츠 종주국인 영국의 수도임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도심에서 레이스를 개최 한 적이 없는 까다로운 조건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런던이 FE에 처음으로 문을 열어준 것 은 분명한 이유가 있다. 글로벌 모터스포츠 유치와 개최는 반드시 정치적인 명분을 동반하는데, 기존 모터스포츠는 주민의 주거 환경 침해라는 치명적인 단점 때문에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조차 민원에 시 달리다 결국 폐지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FE는 엔진 소음도, 배기가스도 만들지 않는 깨끗한 모터스포츠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 정치적 명분도 충분하다. 친환경과 탄소 배출 감소는 정치가들이 흔히 내세우는 공약 아니겠는가? 모터스포츠는 크게 보면 주최 세력(?)에 따라 Vol

15 속도 대신 기술을 겨루는 포뮬러 드리프트 Racing Map 2014 서킷을 달리는 자동차 엔진만큼이나 뜨겁게 모터스포츠 시즌을 기대하는 전 세계 팬들은 올해 스케줄을 한껏 기대하는 중이다 시즌엔 과연 누가 신기록으로 포디움에 올라 세상을 놀라게 할지 한국타이어가 후원하는 일곱 개의 대회를 주목하시라. Words 구본진 ILLUSTRATION 이우식 SuperSTars International Series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최고의 모터스포츠 대회 중 하나. 3800cc 이상의 슈퍼카들이 이탈리아, 체코, 영국, 벨기에 등을 돌며 경기를 치르는 투어링카 챔피언십이다. 미정 DTM DTM은 독일 투어링카 마스터스(Deutsche Tourenwagen Masters) 의 약자로 세계 3대 투어링카 경주 대회 중 하나다.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메르세데스 벤츠, 아우디, BMW가 같은 사양의 차로 숨막히는 레이스를 펼친다. 1 Round 5월 4일 Hockenheimring Baden-Wurttemberg 2 Round 5월 18일 Motorsport Arena Oschersleben 3 Round 6월 1일 Hungaroring Budapest 4 Round 6월 29일 Norisring 5 Round 7월 13일 Moscow Raceway 6 Round 8월 3일 Red Bull Ring Spielberg 7 Round 8월 17일 Nurburgring 8 Round 9월 14일 Lausitzring 9 Round 9월 28일 Guangzhou 10 Round 10월 19일 Hockenheimring Baden-Wurttemberg Formula Drift 한국타이어 기술력의 진가를 맛볼 수 있는 FD는 세계 최고의 드리프트 실력을 겨루는 대회다. 속도, 각도, 선회, 연출력 등 세세한 것까지 모두 점수에 반영된다. 메인 경기인 프로 챔피언십 이외에도 아시아 챔피언십 등 부대 경기가 치러진다. Pro Championship 1 Round 4월 4~5일 Long Beach GP Street Course, Long Beach, CA 2 Round 5월 9~10일 Road Atlanta, Braselton, GA 3 Round 5월 30~31일 Homestead-Miami Speedway, Homestead, FL 4 Round 6월 20~21일 Wall Speedway, Wall, NJ 5 Round 7월 18~19일 Evergreen Speedway, Monroe, WA 6 Round 9월 12~13일 Texas Motor Speedway, Fort Worth, TX 7 Round 10월 10~11일 Irwindale Speedway, Irwindale, CA Other Schedules ASIA CHAMPIoNSHIP 2 Round 7월 5~6일 Fuji Speedway, Japan 3 Round 10월 18~19일 Sydney Motorsports Park, Australia MoTEGI RACING SuPER DIRFT Challenge 4월 11~12일 Long Beanch, CA WRC WRC는 1973년도에 시작된 세계에서 가장 도전적인 모터스포츠 대회다. 포장도로부터 비포장도로, 빙판길 등 달릴 수 있는 곳은 가리지 않고 달린다. 11개월 동안 13개국을 돌며 각 경주로 얻은 점수를 합산해 우승자와 팀을 가린다. 3 Round 3월 6~9일 Rally Guanajuato Mexico 4 Round 4월 3~6일 Vodafone Rally de Portugal 5 Round 5월 8~11일 Rally Argentina 6 Round 6월 6~8일 Rally d Italia Sardegna 7 Round 6월 27~29일 Lotos Rally Poland 8 Round 8월 1~3일 Neste Oil Rally Finland 9 Round 8월 22~24일 ADAC Rallye Deutschland 10 Round 9월 12~14일 Coates Hire Rally Australia 11 Round 10월 3~5일 Rallye de France-Alsace 12 Round 10월 24~26일 RallyRACC-Rally de Espana 13 Round 11월 14~16일 Wales Rally GB CJ SuperRace Championship 2006년 코리아 GT 챔피언십으로 시작한 대한민국 모터스포츠의 정통성을 잇는 대회다. 국내는 물론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전역에서 대회가 열리며, 특색 있는 볼거리가 가득한 축제. 1 Round 5월 4일 인제 스피디움 2 Round 5월 3일 영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 3 Round 5월 23일 상해 인터내셔널 서킷 4 Round 6월 6일 상해 티엔마 서킷 5 Round 8월 1일 오토폴리스 서킷 6 Round 8월 21일 영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 7 Round 9월 13일 태백 레이싱 파크 8 Round 10월 11일 영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 Korea Speed FeSTival 현대자동차 아반떼, 제네시스 쿠페와 기아자동차 포르테 쿱으로만 레이스를 펼치는 국내 유일 원 메이크 대회로 국내 자동차 브랜드의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다. 뛰어난 기량을 가진 레이서만이 우승할 수 있다 1 Round 5월 15~18일 송도(시가전) 2 Round 6월 21~22일 영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 3 Round 7월 19~20일 영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 4 Round 9월 20~21일 인제스피디움 5 Round 10월 18~19 영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 6 Round 11월 8~9일 송도(시가전) New ZealaND V8 SuperTourers 2012년 첫 대회부터 한국타이어가 후원하기 시작한 뉴질랜드 V8 슈퍼투어러스는 7000cc 575마력의 프로토타입 자동차들이 뉴질랜드 내 서킷을 돌며 총 7라운드를 펼친다. 3 Round 3월 22~23일 Pukekohe 4 Round 4월 25~27일 Pukekohe 5 Round 9월 6~7일 Taupo Motorsport Park 6 Round 11월 1~2일 South Island 7 Round 11월 28~30일 Pukekohe Vol

16 PHOTO MIKE HEWITT/GETTY IMAGES STEER

17 2014 레드불 에어 레이스 개봉박두 Race in the air 레드불 에어 레이스가 돌아왔다! 연기 꼬리를 끌며 공중 슬랄롬과 곡예비행을 선보이는 짜릿한 항공 스포츠의 귀환을 환영한다. Words 안준하 Photographs Red Bull Content Pool 에너지 음료 레드불은 전 세계 익스트림 스포츠의 최대 후원자다. F1 레이싱 팀을 운영하고 있는가 하면 드리프트와 랠리 같은 자동차 경 주를 비롯해 모터사이클, 서핑, 프리스타일 스키, 스노보드와 같은 대 중적인 스포츠에서부터 번지 점프, 절벽 다이빙, 고공 낙하 등 유니크 한 이벤트를 직접 열거나 후원하고 있다. 그런 익스트림 스포츠 중에 서 가장 독특한 것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레드불 에어 레이스 월드 챔피언십을 떠올릴 것이다. 희한한 이벤트라면야 거대한 기구를 타 고 성층권에 올라가서 뛰어내린 펠릭스 바움가르트너의 스카이다이 빙이 단연 첫손에 꼽히겠지만, 전 세계를 돌며 시리즈로 계속하는 대 규모 관전 스포츠로서는 비행기 경주만큼 특별한 게 또 있으랴. 한국에서는 이런 방식의 비행기 경주로는 레드불 에어 레이스가 유 일무이하다고 아는 사람이 많은데, 그건 레드불의 막강한 마케팅 능 력과 대중 친화적인 이벤트 스폰서로서의 입지 덕분인 듯하다. 세계 적으로는 몇 개의 에어 레이스가 존재한다(말 그대로 항공 경주라는 측면에서는 패러글라이딩 레이스도 열린다). 물론 레드불 에어 레이 스가 가장 규모가 크고 흥미진진하다. 비행기 경주는 레드불 에어 레이스와 같은 파일론 경주도 있으며, 랠 리 방식으로도 치러진다. 최근 개봉된 애니메이션 <비행기>의 스토리 라인이 된 세계 일주 비행 대회가 바로 랠리 방식인 셈이고, 주인공 더스티 가 출전 티켓을 따내기 위해 참가한 일종의 퀄리파잉 경기는 슬랄롬을 포함한 파일론 레이스였다. 레드불 에어 레이스의 파일론 경주 개념은 동계올림픽의 알파인 스키와 같다. 고정된 파일론들을 정해진 코스대로 차례로 통과해 누가 더 빨리 골인하느냐를 겨룬다. 수직 또는 수평 등의 정해진 자세 규정까지 더해졌으니 알파인 스키 보다는 까다롭다고 할 수 있다. 더 빠른 속도로 더 작은 반경으로 회전하려는 파일럿들은 자연스럽 30

18 게 곡예비행까지 서슴지 않게 마련인데, 이 과정에서 파일론을 제대 로 통과하지 않거나 파손시키면 시간 페널티를 받는다. 극단적인 중 력 가속도(12g)를 넘어서거나, 스타트 게이트를 시속 370km 이상으 로 통과하거나, 너무 낮게 날거나, 경기 공역을 벗어나거나 하는 등 위험하게 비행하면 아예 실격된다. 레드불 에어 레이스 또한 F1 그랑 프리처럼 매 경기마다 순위에 따른 점수를 합산해 챔피언십을 겨루 는 포인트 방식이다. 곡예비행 전용기로서 전폭이 7.6m 이하여야 하 고 공식 파트너인 라이코밍 사의 엔진을 장착해야 하는 등 기체 규정 도 있다. 에어 게이트 라고 부르는 레드불 에어 레이스의 원뿔형 파 일론은 공기를 불어넣어 세우는데, 올해 대회의 파일론은 기존에 비 해 5m 더 높아진 25m에 달한다. 비행기가 통과할 수 있는 면적이 더 넓어진 덕분에 좀 더 안전한 경기를 치를 수 있게 됐다. 레드불 에어 레이스는 2003년에 처음 시작되어 매년 열렸는데, 2010년 호주 퍼스 대회의 연습 비행 중 브라질 파일럿 아딜슨 킨들 맨의 사고 이후로 안전 문제를 재검토하느라 3년간 대회가 열리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해 여름부터 공식 홈페이지(redbullairrace. com)에서 대회 재개의 분위기를 풍기더니 10월 초 레드불이 2014 년 대회의 개최를 공식 발표했다. 올해 챔피언십은 2월 28일 아랍에 미리트의 아부다비를 시작으로 5월 17일 말레이시아 푸트라자야, 6 월 26일 폴란드 지니아, 8월 16일 영국 애스콧, 9월 6일 미국 포트워 스, 10월 11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11월 1일 중국 상하이까지 일곱 경기가 예정돼 있다 Vol

19 Compelling Propellers 레드불 에어 레이스에 출전하는 비행기의 프로펠러를 제작하는 미 국 하첼(Hartzell Propeller) 사의 공장도 분주해졌다. 1 오하이오 주 피쿠아에 있는 하첼 프로펠러 테스트룸. 프로펠러의 날개마다 데 이터 수집을 위한 센서를 부착했다. 2 자외선 조명을 이용해 프로펠 러 날개를 고정하는 부품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는 엔지니어. 3 하 첼 사는 사용 후 떼어낸 프로펠러를 회수해 분해하고 진단하는 과정 을 통해 더 나은 성능의 차세대 프로펠러를 제작하기 위한 피드백 데 이터를 수집한다. 4 가변 피치 프로펠러의 허브 구조. Behind the Race 레드불 에어 레이스에 공급되는 엔진은 선더볼트 540으로, 미국 라 이코밍 사가 제작한다. 1 레드불 에어 레이스 담당 세르지오 플라가 새로 제작한 부품을 살펴보고 있다. 2 선더볼트 엔진의 작동 테스트 장면. 3 선더볼트 540은 수평대향 6기통 엔진으로, 배기량은 8.9l (대략 540세제곱인치)고 최대출력은 300마력 이상이다. 항공기용 피스톤 엔진을 수제작으로 만드는 라이코밍 사는 비행기의 특성과 비행 목적에 따라 엔진을 튜닝해 공급하기 때문에 기본 라인업만 해 도 26종에 달하는 540 시리즈의 출력 범위는 235~350마력이다 Vol

20 비행기가 하늘을 나는 원리는? 물리학자라면 양력과 항력을 포함한 공기역학을 읊을 것이고, 철학자라면 하늘을 날고 싶은 인간의 오랜 꿈에서부터 비행의 즐거움을 운운할 것이며, 경제학자라면 이동 시간과 비용을 따지기 위해 계산기를 꺼낼 것이다. 이 가운데 가장 현실적인 사람은 경제학자다. 비행기로 사람과 화물을 운송하는 항공사와 전용 비행기를 운영하는 대기업이 비행기를 하늘에 띄울 수 있는 원리는 경제성이다. 크든 작든 개인용 비행기를 소유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궁극적으로는 돈이 결정하는 법이다. 마음이야 다들 존 트라볼타 비행기 종결자 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비 행기에 환장한 사람 이겠지만. 고효율을 품은 매력적인 디자인 자동차가 그렇듯 비행의 경제성은 오늘날 항공 산업의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됐다. 그런 의미에서 이탈리아 북서부 해안 의 제노바에 공장을 두고 있는 피아지오 에어로의 P180 아반티 Ⅱ는 강력한 경쟁력을 보유한 터보프롭 항공기다. 비즈 니스 제트기 중에서 라이트 제트기로 분류되는 같은 카테고리의 소형 항공기 중에서 P180은 순항 시 연료 소모율이 시 간당 100갤런이고, 경쟁자인 호커 400XP나 리어젯 40XR의 연비는 180갤런/시간이다. 월등한 연비는 고효율 터보프 1 2 1, 2 고속 비행용으로 설계된 5엽 프로펠러가 프랫&휘트니 사의 터보프롭 엔진 뒤에 장착돼 있다. 3 피아지오 에어로 P180 아반티 Ⅱ는 수평 꼬리 날개에 더해 기수에 커나드까지 갖춘 독특한 스타일의 항공기다. 3 스타일리시한 고효율 비행기 Fly Different 이탈리아 디자인 이라는 말에는 그들의 디자인이 아름답고 섹시하다는 찬양의 의미가 담겨 있다. 비행기에서조차 이탈리아 디자인은 남다르다. 그러면서도 경제성이 뛰어난 피아지오 에어로의 P180 아반티 Ⅱ를 살펴보자. Words 안준하 Photographs David J. SpuRDens, Piaggio Aero 36

21 2 3 머무르지만, 캐나다 프랫&휘트니 사의 고성능 엔진을 장착한 P180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거의 제트 엔진 항공기에 맞 먹는 속도를 낸다. 심지어 사이테이션 CJ1이나 페놈 100 같은 하위 기종의 제트기보다 빨리 난다. 순항 고도는 9450m, 최대고도 제조사가 객실 압력 유지를 보장하는 최고안전고도 는 1만2500m고 상승 성능은 분당 844m다. 항속 거 리는 2722km에 달해 인천공항에서 이륙하면 일본과 대만 전 지역, 중국 대부분의 도시, 울란바토르, 이르쿠츠크, 홍콩 까지 논스톱으로 비행할 수 있다. 실내 공간도 훌륭하다. 객실 높이는 1.75m, 폭은 1.85m로 팔콘 50과 거의 같다. 페놈 100이나 300 시리즈, 사이테이션 CJ 시리즈나 XLS+ 기종보다 넓다. 안락한 공간을 누리고자 한다면 정원을 7명(1크루+6승객)으로 배치할 수 있고, 최 대 11명(2크루+9승객)까지 탑승 가능하다(대부분의 항공기 좌석 배치는 주문자의 요구에 따른다). 고도 7300m까지는 지상과 똑같은 1기압으로 객실 압력을 유지할 수 있으므로, 더 높은 고도에서 날아다니는 항공사의 대형 여객기보다 편 안하게 비행을 즐길 수 있다. 동체 후미에 별도의 해치와 함께 설치된 화물실 크기는 대형 승용차의 트렁크 두 개를 합친 정도인 1250l에 달해 승객 전체의 골프백이나 스키백까지 적재 가능하다. 4 1 롭 엔진 덕분이다. 400XP와 40XR이 제트 엔진을 달고 시속 830~850km로 날 수 있는 데 비해, P180은 조금 느린( 시속 745km) 대신 연료를 훨씬 적게 사용한다. 심지어 연비를 높이기 위해 순항 속도를 시속 720km로 낮춘 세스나 사 이테이션 CJ1의 120갤런/시간보다 우수한 연비를 자랑한다. 이는 또한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적어 하늘에서도 친환경 이 대세인 오늘날의 상황에 걸맞는다. 연비 말고도 전체적인 운영 비용 또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경제성도 우수하지만, 무엇보다 P180의 매력은 빼어난 디자인이다. 일부 전투기에서나 채용하던 커나드 꼬리가 아니 라 기수 쪽에 장착한 수평 날개 를 달았고, 통상의 비행기와 달리 꺾임각 없이 노즈 팁에서부터 동체에 이르는 선이 단 번에 쭉 뻗어가는 기수 자체의 디자인도 빼어나다. 일반적인 터보프롭 항공기는 엔진의 앞쪽에 프로펠러가 달려 있는 데, P180은 엔진의 배기구 쪽에 5엽 프로펠러를 장착했다. 경쟁 항공기들이 기체 후미의 동체에 엔진을 매다는 데 반해 주익을 관통하는 형상으로 엔진을 장착했다는 점도 남다르다. 이러한 요소들이 모여 전체적으로 유니크한 인상을 주는 P180 아반티 Ⅱ는 이탈리아 디자인다운 감성과 매력을 보여준다. 페라리의 모터스포츠 팀인 스쿠데리아 페라리도 전용 기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게 바로 P180이다(피아지오 에어로는 껑충 뛰어오르는 페라리 로고를 달고 하늘을 나는 비행 기는 P180이 유일하다는 점도 잊지 않고 귀띔했다). 1 스쿠데리아 페라리의 전용기는 피아지오 P180 아반티 Ⅱ다. 2 조종석 계기반은 최신 항 공기답게 아날로그 계기가 거의 없고 커다란 디 스플레이로 채워졌다. 3 9석(2크루+7승객) 배치 사례. P180의 실내는 다목적 예를 들어 환자 용 침대를 설치한 응급 구조용 항공기 으로 개 조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넓다. 4 도어와 스텝 으로 분리되어 열리므로 고급스러우면서도 탑 승하기 편리하다 최고의 터보프롭 항공기 이제 성능 얘기를 해보자. P180 아반티 Ⅱ는 터보프롭 엔진을 장착했지만 웬만한 제트 엔진 항공기에 맞먹는 속도를 낸 다. 분사 추력만을 사용하는 제트 엔진과 달리 터보프롭은 제트 엔진이면서도 회전축에 프로펠러를 다는 방식이다. 효 율이 높고 정숙하지만 어느 수준 이상으로 속도를 높이면 도리어 효율이 떨어진다(물리적으로 절대 음속에 도달할 수 없는 방식이다). 따라서 킹 에어 B200나 B350 같은 전형적인 터보프롭 항공기의 순항 속도는 시속 500~600km대에 38

22 나라로 갈 수 있겠다 고 하며 웃으시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지표면에 머물러 있다는 게 문제? 가수(작사가 포함)가 무슨 예언자도 아니고, 그것 또한 이 노 래의 핵심은 아니다. 그 노래의 진짜 핵심은 우주여행 자체에 있다. 그 노래를 듣고 자란 세대라면 분명 살 아생전에 우주여행을 할 수 있다는 거다. 당신이 모르고 있을 뿐이지, 민간인의 우주 여행은 느리지만 착실하게 한 걸음 한 걸음씩 우리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탠덤 비행-탄도 비행-대기권 진입-활강 1 먼저 얘기할 것은 버진 갤럭틱(Virgin Galactic)이란 회사의 우주여행 프로그램이 다. 그렇다. 그 버진이다. 세상에는 유명한 괴짜 기업가들이 몇 있는데, 그중 맨 앞 (왼쪽 페이지) 버진 갤럭틱의 스페이스십투(SS2)는 최대 고도 110km에 도달하는 민간 우주왕복선이다 년 SS2의 활강 테스트 장면. 2 버진 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 3 SS2는 날개를 접어 올린 상태로 대기권에 재진입한다. 4, 5 뉴멕시코 주에 건설되는 우주공항은 승객의 훈련과 건강검진 시설까지 갖추게 된다. 줄을 차지할 법한 모험가인 버진 그룹의 리처드 브랜슨이 2004년 설립한 우주여 행 회사가 버진 갤럭틱이다. 이 회사가 10년 동안 준비했던 우주여행 프로그램이 우 리 앞에 성큼 다가왔다. 지난 1월 10일 세 번째 시험 비행에 나선 스페이스십투(SS2: SpaceShipTwo)는 모선 분리, 자체 추진, 초음속 비행, 활강 착륙 등의 테스트 임무 를 완수했다. 버진 갤럭틱의 SS2 프로그램은 간단히 말해 우주 맛보기 다. 여행 과정을 차례로 살펴 보면, 일단 모선 격인 쌍동기 화이트나이트투(WK2: WhiteKnightTwo)의 한가운데에 내일은 우주여행 High Altitude Voyage 매달려 탠덤 비행 방식으로 이륙한다. 15.5km 상공에서 모선과 분리된 SS2는 비로소 로켓 엔진을 점화해 자체 추진으로 상승을 계속한다. 연료를 소진한 로켓은 꺼지지만 관성의 힘으로 SS2는 지구 대기권과 우주를 가르는 경계인 고도 100km의 카만 라인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다. 지구 궤도에서의 휴가, 달 트레킹, 화성 사파리, 나아가 안드로메다 크루즈를 향한 첫걸음을 지금 막 떼려 하고 있다. Words 안준하 Photographs VIRGIN GALACTIC, WORLD VIEW ENTERPRISES (Kármán Line)을 넘는다. 버진 갤럭틱이 승객이 우주인(Astronaut)이 된다 고 홍보 하는 근거가 여기 있다. SS2는 곧 정점(최대고도 110km)에 도달하고, 이제부터는 하 강이다. 이때 SS2는 몇 분간의 무중력 상태에 접어든다. 버진 갤럭틱은 승객들이 안전 벨트를 풀고 객실 내에서 무중력 유영의 경험을 제공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하강하 기 시작한 SS2는 밀도가 높은 대기권으로 재진입하고, 21.5km 고도에서 활강을 시작 내가 어렸을 때 민해경이 부른 서기 2000년이 오면 이라는 노래가 유행했다. 공룡 했다는 게 흥미롭다는 얘기다. 그 당시는 바야흐로 우주왕복선 시대였다. 스페이스 해 지상의 활주로에 착륙한다. 보다는 자동차를, 자동차보다는 로봇을, 로봇보다는 우주선을 더 좋아하던 유치원 생이었기에 그 노래를 아직도 기억한다. 서기 2000년이 오면 우주로 향하는 시대, 셔틀, 그러니까 우주왕복선은 1981년 처음 발사된 컬럼비아호를 필두로 챌린저호 와 디스커버리호까지 속속 날아오르던 시기였다. 아폴로 우주선과 우주인이 F1 머 4 우리는 로켓트 타고 멀리 저 별 사이로 날으리. 로켓트 라는 구식 표현과 날으리 신의 드라이버 같은 느낌이었다면 우주왕복선과 승무원은 자가용과 오너드라이버 라는 맞춤법 오류가 거슬리지만, 노래의 핵심은 그게 아니다. 처럼 보였다. 뭔가 (일반인의) 우주여행이 머지않았다는 분위기가 솔솔 풍겼다. 대 이 노래가 발표된 1983년에는 서기 2000년에 우주여행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 중가요를 따라 부르던 내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아버지가 그래, 너는 신혼여행을 달 Vol

23 WK2의 이륙으로부터 SS2가 착륙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2시간이고, SS2가 모 선에서 분리된 시점에서부터 따지면 30분쯤 소요된다. 승객들은 무중력 시간을 포함 해 이 모든 과정의 중력 변화를 몸으로 즐기는 동시에 SS2에 달린 열두 개의 창문으 로 둥근 지구 를 직접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 SS2의 동그란 창문은 보잉 여객기의 창 문보다 크다(직경 33cm, 43cm짜리가 각각 여섯 개씩). 객실은 직경 2.3m 남짓하고 길이 3.6m인 원통형이니, 중형 비즈니스 제트기인 다소 팔콘 900LX와 비슷한 크기다 (그렇다면 앞 페이지 기사인 피아지오 에어로 P180 아반티 II의 객실보다 길이는 짧고 높이와 폭은 조금 더 큰 공간일 듯하다 편집자 주). 두 명의 조종사(승무원)를 제외하고 SS2가 한 번에 태울 수 있는 승객은 여섯 명으로, 이들은 버진 갤럭틱이 미국 뉴멕시코 주에 건설 중인 우주공항(Spaceport)에서 비행 에 앞서 사흘간의 간단한 훈련과 건강진단을 받는다. 이 비용은 여행 경비에 포함돼 있으며, 승객 각자의 거주지에서 우주공항까지의 항공료는 포함돼 있지 않다. 현재 버 진 갤럭틱은 SS2 여행 프로그램에 25만 달러의 가격을 책정하고 예약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예약 사무소(gotospace.co.kr)가 운영되고 있다. SS2는 다목적 우주선이다. 우주여행뿐 아니라 교육, 과학 연구의 목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승객용 좌석을 떼어내면 최대 600kg의 화물을 우주로 운송할 수 있다. 버진 갤럭틱은 SS2를 먼저 성공시킨 후 앞으로 론처원(L1: LauncherOne)이라는 상용 위 성 발사체도 운영할 계획이다. L1 또한 WK2에 실려 이륙한 다음, 2단 로켓을 점화해 지구 저궤도 200~2000km 상공 에 소형 위성을 띄우는 방식이다. 버진 갤럭틱의 브랜슨 회장은 올 초 SS2의 시험비행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상용 우주여행 프로그램을 2014년 내로 운항하겠다는 포부(또는 기대)를 밝혔다. 재미있 는 사실은 리처드 브랜슨 또한 최초의 항공사(Aircraft Transport and Travel)를 설 립한 조지 홀트 토머스처럼 영국인이라는 점이다. 토머스는 1916년 비행기 기구가 아닌 고정익 항공기 를 이용한 최초의 민간 항공사를 설립했고, 1919년부터 세계 최 초의 정기 항공편을 운항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지금 100년 만에 반복되는 역사의 한 가운데에 서 있는 셈이다. 1 1 SS2가 활강하는 모습. 2 승객들은 관성력으로 상승하던 SS2가 정점(110km)에 도달했다가 하강하기 시작하는 몇 분 동안 무중력 상태를 체험할 수 있다. 3 모선에서 분리된 직후의 모습. 4 모선과 SS2 모두 기체 전체를 탄소섬유로 제작했다. 5 월드 뷰의 곤돌라는 전용 트레일러에서 출발(상승)한다. 6 월드 뷰 곤돌라는 기구에 직결되는 게 아니라 상시 전개돼 있는 낙하산에 매달려 있다. 5 더 오래 체공하는 고고도 여행 6 굵고 짧게 와 가늘고 길게 중에서 당신의 선택은? 후자를 택하는 사람의 비율이 특 별히 적지는 않을 것이다. 여행에서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미국 애리조나 주 투손에 있는 항공우주 벤처기업 월드 뷰(World View Enterprises)는 기구를 타고 즐기는 고 고도 여행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월드 뷰의 프로그램은 간단하다. 기구에 매달린 여압 곤돌라를 타고 높이 올라갔다 내려오는 것이다. 높이가 관건이다. 월드 뷰는 우 주 가장자리(Edge of Space)까지 라고 답한다. 월드 뷰가 계획 중인 기구는 성층권인 지상 30km를 목표 고도로 삼았다. 참고로 지구 대기의 99%가 30km 이하의 고도에 존재한다. 그들은 이만 한 높이라면 우주 저널리 스트이자 작가인 프랭크 화이트가 언급한 오버뷰 이펙트(Overview Effect) 를 경험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구를 내려다보는 고도는 SS2에 비해 한참 낮지만, 월드 뷰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은 오래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30km 고도에서의 체공 시 간은 두 시간. 통상 보잉 747 여객기의 순항고도가 11km라는 것을 감안하면 거의 세 배 정도의 높이에서 그림을 그리고 글도 한 편 쓸 수 있을 시간 동안 떠 있는 거다. 곤 돌라에 탑승하고 이륙한 순간에서부터 착륙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총 대여섯 시간 이고 지표상 이동거리는 최대 480km다. 승객들을 전용기에 태워 이륙 지점까지 데려 다주는 비용을 포함한 월드 뷰 프로그램의 가격은 7만5000달러. 현재 홈페이지에서 5000달러 예치금과 함께 예약을 받고 있다. 42

24 FLIGHT PROFILE 5 오래 즐길 수 있다는 것 이상으로 분명한 기구 여행의 또 다른 매력은 편안하다는 점 이다. 승무원 두 명과 승객 여섯 명을 태울 수 있는 곤돌라는 충분히 커서, 승객을 위한 4 간식과 음료가 제공되는 바와 여객기 수준의 화장실까지 설치된다. 승객에게는 각자 의 좌석이 배정되지만 원한다면 일어나서 사방을 향해 나 있는 거대한 원형 창문에 바 싹 붙어 지표를 내려다볼 수도 있다. 곤돌라 내부의 기압은 지표와 똑같은 1기압이다. 월드 뷰는 승객들이 실시간으로 자신의 SNS에 사진이나 동영상을 올릴 수 있도록 인 6 터넷까지 제공할 계획이다. 고고도 여행을 위한 교육도 필요 없고, 특별한 복장으로 갈아입을 필요도 없다. 곤돌라와 기구 사이에 펼쳐져 있는 활강용 낙하산(ParaWing) 1 에 문제가 생길 때를 대비해 보조 낙하산도 장착돼 있다. 이쯤 되면 버진 갤럭틱과 월드 뷰의 고고도 여행 프로그램의 장단점이 분명해진다. 과 1 월드 뷰의 기구는 최대 고도에서 113억2700만ℓ의 부피로 확장한다. 2 사방으로 거대한 유리창이 달린 곤돌라는 여섯 명의 승객을 30km 높이에 데려가 두 시간 정도 머물렀다가 하강한다. 장을 무릅쓰고 굳이 비교하자면 버진 갤럭틱은 비행기 여행에, 월드 뷰는 유람선 여행 에 빗댈 수 있다. 어느 것이 더 좋으냐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여행 상품인 것이다. 나라면, 둘 다 경험하고 싶다. 2 Virgin Galactic s SS2 Program World View Experience 1 모선에 매달려 이륙. 2 고도 15.5km 모선에서 분리. 3 자체 로켓 추진으로 가속(마하 4). 4 고도 100km 통상 지구 대기권과 우주의 경계선으로 삼는 카만 라인 통과. 5 최대고도 110km 날개를 접어 올려 재진입 모드로 변신. 몇 분간 무중력 체험. 6 대기권 재진입. 7 고도 21.5km 날개를 펴고 활강 모드로 변신. 8 활강으로 우주공항 착륙. 1 전용 이륙장에서 상승 개시. 2 고도 14km 통상 민항기보다 높은 고도. 기압이 낮아지며 풍선이 점점 부풀어 오름. 3 고도 23km 냉전 시대 U2 첩보기보다 높은 고도. 4 고도 30km 최대고도 30km 이상. 체공 시간 2시간. 5 하강 개시. 6 고도 15km 풍선 분리. 7 낙하산(패러윙)으로 활강하면서 하강. 8 착륙 Infographic KIM SOEUN Hours 1 5~6Hours 480km 44 8

25 1 1, 3 계기반의 모습이나 3점식 안전벨트가 장착된 좌석, 스티어링휠의 존재 등 운전 감각은 자동차에 가깝다 마력의 BMW 모터사이클용 엔진을 얹었다. 4 캄파냐 모터스는 양산 차 메이커가 아니라 일종의 카로체리아(자동차 공방)다. 5 캄파냐 T-렉스 16S는 길이 폭 높이가 mm인 고성능 스포츠 트라이시클(3륜차)이다. 축거는 2286mm, 공차중량은 472kg이다. 5 공도에서 F1 머신의 느낌으로 탄다 Campagna T-REX 16S 카트를 타본 사람은 알겠지만 실제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느껴지는 까닭은 시트 포지션이 낮고 몸이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기 그런 삼륜차가 있다. 아니, 실제로도 빠른 차다. Words 정규현 Photographs Jocelyn LaFRance 바퀴는 세 개뿐이다. 문도 없고, 지붕은 있으나마나 한 크기다. 모터사이클인가 싶지만 동그란 운 전대가 있고 의자 두 개가 나란히 붙어 있는 걸 보면 자동차인가 싶기도 하다. 정체를 종잡을 수 없 는 이 차의 이름은 T-렉스 16S. 캐나다 퀘벡에 있는 소량생산 자동차 회사 캄파냐(Campagna Motors)가 만든 세 바퀴 자동차다. 법적으로 구분하자면 바퀴가 세 개인 바이크다. 고국 캐나다에 서 모터사이클 인증을 받았고, 현재로선 유일한 수출 지역인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도 모터사이클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캘리포니아 차량국(DMV)은 16S에 모터사이클 면허나 헬멧 없이 운전 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을 적용하고 있다. 3륜 모터바이크는 생소한 장르가 아니다. 가까이는 한국에도 출시된 피아지오 MP3에서부터 할리 데이비슨 트라이 글라이드나 캔암 스파이더 같은 제품이 이미 존재한다(멀게는 인도나 동남아시아 서민들의 대중교통 수단인 툭툭 도 있고). 하지만 T-렉스는 합법적으로 도로를 달릴 수 있는 경주 차 를 목표로 했다는 점에서 그들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구체적으로는 일반도로에서 F1 머신을 운 전하는 경험을 선사하는 게 캄파냐 창업자 대니얼 캄파냐의 목표였다. 그는 1970년대 말 F1 페라리 팀에서 질 빌르너브의 팀 크루로 일한 바 있는 레 이스 엔지니어다. 자동차 설계에 대한 그의 이상은 로터스 창업자이자 역시 F1 의 전설적인 설계자였던 콜린 채프먼과 다르지 않았다. 가벼울수록 더 빨리 달 릴 수 있다 는 신념 말이다. 캄파냐의 발명품은 1988년에 처음 소개됐고, 완성 품이 등장한 건 1995년 즈음이었다. 최초의 T-렉스는 무게가 400kg 언저리 였다. 얇은 튜블러 스틸로 차체의 기틀을 잡고 파이버글라스로 차체를 덮은 덕 분이었다. 엔진은 가와사키의 슈퍼바이크 1100ZX에서 가져왔다. 시속 100km 가속을 4초대에 마무리하는 성능은 당대의 슈퍼카가 부럽지 않았다. 여기 소개하는 16S는 지난해 출시된 최신 모델이다. 오리지널 모델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엔진이 다. 이전 모델은 전통적으로 가와사키가 공급한 1.2~1.4l 4기통 엔진을 썼다. 새 모델은 BMW K1600 시리즈 바이크의 1.6l 직렬 6기통 엔진을 얹었다. 최고출력은 160마력으로, 이전 모델보 다 낮지만 회전이 부드럽고 힘이 꾸준하게 나와 운전자가 다루기에는 한결 수월해졌다. 그 밖에 도 BMW 엔진은 좌우 너비가 좁고 무게중심이 낮아 T-렉스처럼 작은 고성능 자동차 설계에 더 할 나위 없다. 16S는 472kg으로 여전히 가벼워 시속 100km 가속도 4초 남짓 걸릴 뿐이다. 변화 는 그뿐만이 아니다. 전자 제어장치를 탑재해 운전자는 레인(Rain)과 로드(Road) 그리고 다이내믹 (Dynamic) 등 주행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레인 모드에선 엔진 반응이 부드럽고, 로드 모드는 엔 진 토크의 100%를 끌어내며, 다이내믹 모드일 때는 엔진 반응이 한층 난폭해진다. 설명만 들어서는 합법적으로 탈 수 있는 경주차치고 너무 온순한 것 같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모델이다. 캄파냐 카탈로그에는 할리데이비슨 엔진으로 원초적인 맛을 살린 V13R 같은 모델이 이 미 존재했다. 16S는 3륜 바이크의 여러 선택지 중 하나인 셈이다. 땅 짚고 달려도 될 정도로 낮은 의 자에 앉아 사방팔방에서 파고드는 거센 바람을 맞으면서 캄파냐의 삼륜차를 달리고 나서도 과연 더 빠르고 난폭한 놈은 없냐? 고 물어볼 수 있을까? 출발할 때마다 두꺼운 뒤 타이어가 비명을 지 르며 미끄러지고, 시속 80km로 달려도 마치 160km로 달리는 기분이며, 운전대 잡은 손에 살짝 힘 주기만 해도 방향이 바뀔 정도로 움직임이 예민한데도 과연 더 잔인한 탈것이 필요할까? 16S는 캄 파냐의 다른 삼륜차에 비해 그나마 현대화되고 도시화된 모델로 등장했다. T-렉스 16S의 권장 소 비자 가격은 5만 7999달러에서 시작한다. 미국에서 팔리는 중형 재규어 세단과 맞먹는 수준이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느냐고? 세상엔 머리보다 가슴이 먼저 반응하고 머리 대신 가슴으로 이해해야 하는 자동차가 있다. T-렉스가 바로 그런 부류다. 게다가 이 차는 언제든 원하는 시기에 살 수 있다 는 장담도 할 수 없다. 공장 설비를 현대화했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수제작을 하는 자동차라 일 주일에 많이 만들어야 두세 대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Vol

26 미리 엿본 미래 로봇 시대의 조상들 GO TO THE FUTURE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는 미국 국방고등기획국(DARPA)이 주최하는 로봇 대회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계기로 미래에는 재난 상황에 휴머노이드를 투입해 희생자를 줄이자는 취지다. Words 구본진 Photographs DARPA 어린 시절, 상상 속 21세기 미래에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와 로봇이 반드시 등장했다. 특히 로 봇은 예나 지금이나 SF 영화의 단골 소재다. 그중 집안일을 하고, 업무를 도와주고, 위험한 일 등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는 휴머노이드(인간의 신체와 유사한 구조를 갖춘 로봇)는 언제나 많 은 사람의 관심을 끌었다. 21세기가 시작된 지 14년이 지난 지금 휴머노이드 기술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는 듯이 보인다. 하지만 지난해 말 미국 플로리다 주 홈스테드에서 열린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를 통해 머지않아 현실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비밀리에 연구소 안에서만 활동하던 휴머노이드를 세상으로 나오게 만든 사건은 바로 후쿠시 마 원전 사태였다. 인간의 과욕이 부른 참사는 끔찍했다. 어떤 자연재해보다 극한의 상황이었 다.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누군가 발전소로 들어가야 했다. 휴머노이드의 도움이 절실했다. 일본의 휴머노이드 아시모와 미국 로봇 제조업체 아이로봇이 폭발물 제거 목적으로 투입됐 으나, 예상치 못한 방사능 재해 현장에서는 그저 고철 덩어리에 불과했다. 두 대의 휴머노 이드 모두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던 것이라 더 충격적이었다. 충격에 빠진 로봇 과학계에 손길을 내민 건 미국 다르파(DARPA: Defence Advanced Research Project Agency)였다. 세계 곳곳에서 재난 구조의 사명을 가지고 휴머노이 드와 과학자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다르파는 먼저 그들을 트랙 A, B, C, D 네 개의 그룹 으로 나눴다. 트랙 A, B는 연구비를 지원하고 나머지 그룹은 연구비 지원을 하지 않는다. 로봇과 소프트웨어 개발에 참가하는 트랙 A는 2012년 4월부터 10월까지 치러진 1차 대 회에서 7팀이 선발됐다. 각각 180만 달러(20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상세 설계 검토 (CDR)를 하여, 우수한 성적을 받은 6개 팀이 준결승에 진출했다. 트랙 B는 소프트웨어만 개발 가능한 11개의 팀으로 구성됐다. 트랙 C에 속한 115개의 팀은 버추얼 로보틱스 챌 린지(VRC) 경기를 치렀다. 75만 달러(9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고 트랙 A와 준결승전을 치를 7팀이 선발됐다. 이 팀들에게는 준결승에 사용할 수 있 는 재난 구조용 휴머노이드 아틀라스가 제공됐다. 트랙 D는 기술력과 자본력 모두 뒷받침되는 4개의 팀이 모였다. 자비 로 로봇을 만들어 출전하는 대신 그들은 결승전으로 직행하 는 티켓을 얻었다. 국내 로봇 회사 로보티즈 한재권 수석연구 원의 토르(THOR, 우리말로 똘망 )는 트랙 A에서 1포인트가 모자라 결승행이 좌절됐다. 카이스트 오준호 교수가 탄생시 킨 휴보(HUBO)도 트랙 D에 참가했지만 토르와 같이 순위권 에 들지 못했다. 작년 12월 20일부터 21일까지 이틀 동안 트랙 A, B, C에서 많은 팀을 이기고 올라온 13개의 팀은 홈스테드 마이웨이 서 브웨이에 설치된 챌린지 트랙에서 준결승전을 치렀다. 각 팀 의 휴머노이드가 통과해야 할 과제는 여덟 가지. 1(재난 구 조 상황이라는 가정하에) 다목적 차량을 직접 운전해 사고 현장까지 이동. 현재 개발된 휴머노이드는 걷는 속도가 너무 느린 데다가 후쿠시마 원전 사태처럼 사람이 직접 현장 가까이 들어갈 수 없는 상황도 있기 때문이다. 2사고 잔해 사이를 도보로 이동. 3현장 을 가로막은 잔해 제거. 4문을 열고 현장에 진입. 5산업용 사다리를 타고 2층으로 올라 간 뒤 이동. 6전동 공구를 사용해 벽에 구멍 뚫기. 7소방 호스를 꺼내 파이프 연결하기. 8가스 누출을 탐지하고 밸브 잠그기다. 이 여덟 단계 과제는 다르파가 초동 조치, 재해 전문가와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진 첫날 필요했던 것들을 논의한 결과 선정한 것이다. 과제마다 점수를 매겨 종합 점수가 가장 높은 8개 팀이 결승전 티켓을 얻게 됐다. 100만 달러(11억)의 연구비도 추가로 지원됐다. 올 12월에는 천재들이 모인 12팀(트랙 A, B, C에서 준결승을 통과한 8팀과 트랙 D의 4 팀)이 휴머노이드의 왕좌를 놓고 경쟁한다. 각 팀의 휴머노이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현 장을 그대로 재현한 심사장에서 여덟 가지의 각종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해야 한다. 우승 팀에게 주어지는 상금은 200만 달러(22억원)다. 비록 1팀만이 우승 트로피와 상금을 받 을 수 있지만,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에 참가한 모든 팀은 이미 우승자다. 그들이 흘린 땀방울로 이뤄낸 기술들은 앞으로 22억원 이상의 가치 있는 일들을 해낼 테니까 , 2 로보스메인팀 JPL과 팀 HKU의 로봇들. 3 일 곱 번째 과제는 가스 밸브를 직접 잠그는 것이다. 4, 7 인간의 도움 없이 다목적 차량을 운전해 현 장까지 이동해야 한다. 5 팀 카이론의 엔지니어. 6 나사 존슨 스페이스 센터팀 발키리 Vol

27 쇠붙이 하나 사용하지 않은 풍력 로봇 Strandbeest 플라스틱 튜브로 만들어진 거대한 피조물이 바람을 받아 움직인다. 공학과 예술을 넘나드는 네덜란드의 테오 얀센이 만든 해변의 괴수 다. Words 신라 Photographs Lourens vander KLIs, 최민석 사진만 봐서는 이게 뭔가 싶다. 네덜란드의 키네틱(Kinetic) 아티스트 테오 얀센의 작품은 꼭 동영상을 봐야 한다. 그의 홈페이지(strandbeest.com)도 좋고 유튜브 도 좋으니 일단 동영상부터 감상하고 다시 <뮤>로 돌아오시라. 자동차, 특히 BMW 마니아라면 테오 얀센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을지도 모 르겠다. 어쩌면 이름은 몰라도 BMW. Defining Innovation. 광고 2006년에 유 럽에서 방영됐다 에서 비닐 날개를 퍼덕이며 해변을 걸어가는, 와이어 프레임 구 조의 거대한 로봇은 본 적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거기 등장하는 머리가 하얀 남자 가 테오 얀센이고, 그가 창조한 로봇들이 해변동물 이다. 그는 원래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다가 미술로 방향을 틀었다. 회화와 드로잉 작 업을 병행해 신문에 칼럼을 기고하던 그는 어느 날 해변동물에 대한 상상을 펼쳤다. 고향 스헤베닝언의 바닷가를 거닐 때 넓은 백사장을 돌아다니는 거대한 선형( 線 形 ) 동물을 상상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걸 계기로 컴퓨터 속에서 진화하는 가상의 동물 을 만들었고, 문득 실제로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는 노란 P V C 튜브를 대량으로 구입해 해변동물을 만들기 시작했다. 왜 하필 PVC 튜브였느냐고? 얀센은 간단히 답했다. 값싸니까요. 그가 만든 최초의 해변 동물은 100유로 정도 들었다고 한다. 그 녀석은 서 있는 게 전부였다. 해변동물이 실제로 움직인 것은 두 번째 작품에서부터였다. 케이블 타이를 이용해 묶은 튜브는 동물의 관절처럼 움직일 수 있었다. 동력은 바람의 힘이었다. 그는 동물이나 곤충의 다리가 질서정연하고 반복 순차적으로 움직이는 원리를 적 용해 해변동물을 만든다. 소재 자체는 가볍지만 규모가 크다 보니 작품의 무게가 꽤 되고, 강한 바람을 맞았을 때 넘어지기도 십상이다. 그의 해변동물이 주먹구구 또는 그냥 뚝딱뚝딱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얀센은 실제 동물의 몸 또는 뼈대와 흡사한 구조생물학을 바탕으로 컴퓨터로 먼저 설계하고 시행착오를 겪어 가며 해변동물을 제작한다. 그는 또한 생물 진화론도 응용했다(어쩌면 창조자 로서 그 자신이 진화하는 것인 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탑승할 수 있는 거대한 해변동물을 만들기도 했다. 동력원 인 바람을 수십 개의 페트병에 저장하는 해변동물은 바람이 없어도 최대 5분까지 더 움직일 수 있다. 나중에는 어느 정도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해변동물도 만들었다. 디지털 칩은커녕 센서, 즉 전기조차 사용하지 않는 해변동물이지만 걸어가다가 바 닷물을 만나면 방향을 바꾼다. 나는 해변동물이 바닷속으로 걸어 들어가 사라져버 리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바닷물을 만나면 위험을 감지하고 피할 수 있도 록, 땅에 끌리는 긴 호스에 물이 들어가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방향을 바꿔 움직 이게 만들었습니다. 그 밖에 바람이 강하면 (안전을 위해) 오히려 멈추는 해변동물이나 관절이 손상될 수 있으므로 젖은 모래에 빠지면 뒤로 돌아나가는 해변동물도 만들었다. 생김새는 조립해놓은 공룡뼈 화석 같지만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 같 다. 그러니 그가 자신의 작품에 동물의 학명 같은 이름을 붙이는 것도 전혀 어색하 지 않다. 그는 동물과 바다를 뜻하는 라틴어를 합쳐 만든 아니마리스(Animaris) 라 는 단어를 붙여 해변동물의 이름을 짓는다. 아니마리스 시아메시스, 아니마리스 우 메루스, 아니마리스 쿠렌스 벤토사, 아니마리스 모둘라리우스. 낯선 해변동물의 창조자인 그는 전 세계를 순회하며 해변동물을 전시하고 강연도 한다. 지난 2010년에는 우리나라 국립과천과학관에서도 테오 얀센전이 열렸다. 올 해 3월부터 5월까지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전시회를 열고, 여름에는 해변에서도 세션을 열 계획이다. Miniature Strandbeest 테오 얀센 홈페이지에서는 해변동물의 미니어처를 구입할 수 있다. 프라모 델처럼 조립 키트로, 현재 두 가지 해변동물이 총 세 가지 버전으로 판매되 고 있다. 한국에서 구입한다면 배송비 포함 대략 50~64유로쯤 된다. 초등 학생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조립은 어렵지 않다. 미니어처 해변동물도 바 람의 힘으로 움직이는데, 작게(길이 폭 높이 c m ) 설계하기 위해 오리지널의 비닐 돛 대신 프로펠러 또는 원통형 바람개비를 달았다. 가 벼운 부채질에도 잘 움직이는 미니어처 해변동물의 유연함은 가히 매력적 이라고 할 수 있다 Vol

28 PHOTO INTS KALNINS/REUTERS MOTIVE

29 컬링, 알고 보면 하이테크 Chess on Ice 컬링은 얼어붙은 호수나 강가에서 즐기던 단순한 놀이였다. 규칙이 정해지고 장비가 개발되면서 이제는 빙판 위의 체스 라 불리는 스포츠가 됐다. 빙판 위에 숨겨진 하이테크와 치열한 두뇌 싸움이 매력적인 컬링의 세계를 들여다보자. Words 구본진 Photographs 장현우, SHUTTERSTOCK, REUTERS 2 15세기에 태어난 컬링 몇 달 전만 해도 컬링은 비인기 종목이었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에서 열린 소치 동계 올림픽에 우리나라 여자 국가대표 컬링 선수들이 참가하면서 부쩍 인기가 높아졌다. 컬링의 기원부터 살펴보자. 빙판 위에 돌을 미끄러뜨리고 속도와 방향을 조절하기 위해 솔질을 하며 원하는 표적 안에 넣는 컬링은 수백 년 전 스코틀랜드에서 시작됐 다고 한다. 당시 돌의 크기와 무게는 경기에 지장을 줄 정도가 아니라면 어떤 것이든 상관없었다. 컬링 스톤이 빙판 위를 미끄러질 때 나는 소리가 마치 동물이 포효하는 것처럼 들린다고 하여 로어링 게임(Roaring Game) 이라 부르기도 했다. 별것 없어 보이는 이 게임이 잉글랜드를 비롯해 바다 건너 미국, 캐나다 등에 퍼지면서 본격적 으로 경기를 치르고 스포츠 대열에 끼게 되었다. 이후 17~18세기를 지나 캐나다를 중심으로 더욱 발전하여 유럽에서도 대중적인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약 100년 전부터는 공식 선수권 대회가 열리기 시작했다. 첫 대회는 스코틀랜드와 캐나다 두 나라만 참가한 작은 규모였지만, 이후 해를 거듭할수록 참가국의 수가 늘 어났다.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컬링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프랑스 샤모니에서 제1 회 동계올림픽이 열린 1924년. 정식 종목이었으나 아쉽게도 이후 올림픽에서 채택 되지 않았다. 그 후 동계올림픽 시범경기 종목으로 몇 번 선정되었을 뿐이다. 드디어 1998년 제8회 일본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어, 현재까지 계 속 이어지고 있다. 3 밀고 닦고, 밀고 닦고 컬링의 기본 규칙은 네 명의 선수로 이루어진 두 개의 팀이 빙판에 컬링 스톤을 각각 여덟 개씩 미끄러뜨려 상대 팀의 하우스(둥근 표적)에 넣는 것이다. 양 팀 합쳐 16회 의 투구를 엔드(End) 라고 하고, 1경기는 10엔드로 구성된다. 동전을 던져 원이나 직 선 표적에 가장 가까이 보낸 사람이 승리하는 놀이와 비슷하다. 동전은 한 번 던지면 움직일 수 없지만, 컬링은 하우스 위에 있는 상대편 돌을 쳐서 원 밖으로 내보내거나 돌이 더 잘 미끄러지도록 빙판을 문지르는 행위인 스위핑(Sweeping) 이 허용된다. 컬링 경기장은 시트(Sheet) 라고 부른다. 최대 m의 직사각형 시트는 두 개 의 하우스, 호그 라인(두 개의 선), 양쪽 하우스 뒤쪽에 설치된 해크(디딤판)로 구성 돼 있다. 투구자는 호그 라인에 닿기 전에 컬링 스톤을 손에서 놓아야 한다. 만약 넘 어가거나 상대편 호그 라인에 닿지 않으면 실격. 하지만 판정이 쉽지 않아 시비가 잦 다. 대회에서는 아이 온 더 호그(Eye On the Hog) 라 불리는 전자식 손잡이를 사용 한다. 컬링 스톤이 호그 라인(자성이 있다)을 지나기 전에 투구자 손이 손잡이에서 떨어지는지 감지하여 반칙을 하면 손잡이 바닥 부분에 있는 램프가 점등된다. 현재 국제 대회나 상위급 국가별 대회에서는 이 장치가 의무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스위 핑은 컬링 스톤이 호그 라인을 지난 후부터 허용되는데, 상대 팀 호그 라인을 넘어가 면 스위핑을 할 수 있는 선수는 한 명으로 제한된다. 4 1 하우스 안에서 스위핑을 할 수 있는 선수는 팀별로 한 명씩이다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여 자 컬링 대표팀 김지숙 선수가 스톤을 던지고 있다. 3 선수들이 던진 컬링 스톤은 이런 식으로 정리한다. 4 상대편의 스톤 중 가장 안쪽에 있는 스톤보다 안쪽에 있는 스톤만 점수로 인정된다. 5 진지하게 스톤 을 투구하는 모습. 6 1엔드당 양 팀이 각각 여덟 개의 스톤을 던진다 Vol

30 WHERE TO learn 태릉 컬링 스쿨 컬링을 배우고 싶다면 서울시 컬링 연맹에서 운영하는 태릉 컬링 스쿨을 방문하자. 방법은 두 가지다. 동호회에 가입하거 나, 친구나 직장 동료 15명을 모아 일일 체험을 하면 된다. 동호회에 가입할 경우 매주 일 요일에 두 시간씩 컬링을 즐길 수 있다. 일일 체험은 한 달 전 에 예약해야 가능하며, 세 시간 동안 강습을 받는다.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 ), cafe.naver.com/yjbcurling 의 선수가 스위핑 정도를 다르게 하면 컬링 스톤의 좌우 마찰력이 달라져 방향과 속 도를 조절할 수 있다. 브룸(Broom) 이라고도 하는 브러시는 검지와 중지만으로 들 수 있을 정도로 가볍다. 속이 빈 파이버글라스나 탄소섬유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과 거에 사용하던 옥수수 가지보다 더 가볍고 단단해, 강한 힘으로 빠르게 스위핑을 할 수 있다. 외국의 한 논문에 따르면 성적이 상위권인 국가대표 선수들은 초당 약 6회 이상 스위핑을 한다. 순간적으로 약 400N(뉴턴)을 넘기도 한다. 400N의 힘이란 체 중 40kg인 사람이 스위핑 브러시 위에 서 있는 것과 동일한 정도다. 미끄러운 빙판에서 스위퍼들이 컬링 스톤보다 빠르게 달릴 수 있는 것은 특수한 신 발 덕분. 딜리버리(컬링 스톤을 투구하는 동작) 때는 슬라이딩하는 발이 잘 미끄러지 도록 한쪽 밑창에 테프론 같은 저마찰 소재를 부착해 사용한다. 스위핑할 때나 얼음 위를 걸어 다닐 때는 미끄러지지 않게 고무로 된 바닥을 덧씌워 신는다. 컬링 경기를 보면서 누구나 한 번쯤 지루한 스포츠라고 생각한 적이 있을 것이다. 하 지만 실제 빙판 위의 선수들은 온몸을 땀으로 흠뻑 적시며 컬링 스톤을 미끄러뜨리 고 스위핑을 한다. 여기에 치밀한 전략과 분석이 더해져 이른바 빙판 위의 체스 가 완성된다. 컬링 뒤에는 하이테크 기술과 과학의 원리가 있다. 마찰력 제어가 관건 초기에 컬링을 하기 시작했을 때에는 선수마다 컬링 스톤의 모양, 크기, 무게가 제각 각이었다. 심지어 같은 선수의 컬링 스톤이 경기마다 다르기도 했다. 경기에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의 규격이면 상관없다는 규칙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공정성 문제가 논란이 됐다. 그러던 중 1838년 7월 25일, 세계 최초의 공식 컬링 클 럽인 RCCC(Royal Caledonian Curling Club)가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설립됐 다. 이 시기에 화강암 컬링 스톤의 규격과 모형이 표준화되었고, 경기 규칙이 공식적 으로 정리됐다. 컬링 스톤의 무게는 17.24~19.96kg(38~44파운드), 둘레는 최대 91.44cm(36인 치), 높이는 최소 11.43cm(4.5인치)다. 컬링 스톤을 만드는 화강암은 스코틀랜드 에 일서 크레이그 섬에서 채굴된 블루혼 이나 에일서 크레이그 커먼 그린 이라는 종류 의 암석을 사용한다. 블루혼은 빙판 위에서 잘 미끄러져야 하는 컬링 경기와 찰떡궁 합이다. 수분 흡수율이 매우 낮아 돌 표면이 얼지 않고, 미끄러지면서 발생하는 열이 적어 빙판을 녹이는 현상이 적다(현재까지 스코틀랜드산보다 강도가 높은 화강암 은 없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컬링 스톤을 블루혼으로 만들었으나, 지금은 환경 보존 을 위해 에일서 크레이그 섬에서의 채석이 중단됐다. 2013년에는 이 섬을 500년 동 안 소유했던 에일서 후작 가문이 화강암 생산에 따른 소득보다 훨씬 높은 세금과 상 속세 압박 때문에 섬을 400만 달러에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컬링 스톤 생산에는 차 질이 생기지 않았다. 에일서 후작으로부터 화강암 채석권을 부여받은 스코틀랜드의 케이사가 이미 1500톤의 화강암을 채석해뒀기 때문이다. 케이사의 분석에 따르면 2020년까지 공급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 또 다른 컬링 스톤 제작사인 캐나다의 컬 링 스톤사는 웨일스 북부에서 크레이그 섬의 화강암을 대신할 암석을 찾아, 현재까 지 독점 공급받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컬링 스톤의 주재료인 화강암은 워낙 귀하고 비싸서 최근에는 손상된 컬링 스톤을 재활용해 사용하기도 한다. 컬링 스톤만큼이나 중요한 장비가 두 가지 더 있다. 바로 컬링 브러시와 신발이다. 컬링 하면 떠오르는 것이 바로 스위핑하는 두 선수의 모습일 것이다. 스위핑은 경기 전 미리 뿌려놓은 물이 시트 표면에 돌기처럼 얼어붙은 페블(Pebble)을 녹여 수막 을 형성하도록 하는 데 필요한 동작이다. 알다시피 표면에 물이 살짝 있는 얼음이 더 미끄럽다. 이처럼 수막은 마찰력을 줄여 컬링 스톤이 더 잘 미끄러지게 해준다. 두 명 1 컬링 경기는 단순해 보이지만 그 속에 많은 기술과 과학 원리가 담겨 있다. 2 이미 놓여 있는 스톤을 염두에 둔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3 스위핑을 강한 힘으로 빠르게 할수록 컬링 스톤은 더욱 잘 미끄 러진다. 이 원리를 이용해 진행하고 있는 컬링 스톤의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 4 달리고 있는 스톤에 그 팀의 경기자 혹은 브룸이 닿은 경우 그 닿게 된 스톤은 바로 제거된다. 1 Infographic KIM SOEUN 상대 팀의 가장 안쪽에 위치한 스톤 1점 1점 1점 16개의 스톤을 모두 던지면 점수를 계산한다. 하우스 안쪽에 있는 스톤 중에서도 상대편 스톤 중 가장 안쪽에 위치한 스톤보다 중심부에 가까운 스톤만 점수로 인정한다. 스위퍼 스톤이 하우스 바깥 선인 티라인에 닿기 전까지 스위핑을 할 수 있다 m m m 1.2 m 슈터 한 선수당 두 개의 스톤을 상대 선수와 번갈아가며 던진다. 1점 호그 라인 스톤이 호그 라인을 넘지 못하거나 경기장 벽에 부딪치면, 그 돌은 경기장 밖으로 제거한다. 스톤 바닥 중 직경 12.7mm (5인치)의 원형 띠만 얼음에 닿는다. 띠의 폭은 0.64~1.27mm (0.25~0.50인치)다. 충격을 흡수해주는 밴드 손잡이는 떼어낼 수 있어 양면 모두 사용할 수 있다. Analysis of curling m 11.3 m m m 과거 브롬 헤드에 주로 사용한 재료는 돼지털이 나 말털, 합성섬유였다. 최근에는 털이 빠지지 않고 브러싱 효과가 좋은 나일론이나 면을 사용한다. 경기 시작 전 뿌려놓은 작은 얼음 입자들을 닦아내면서 마찰력을 조절한다 Vol

31 사막 속의 익스트림 리조트 Desert Lodges 보통은 휴가=피서 라는 등식이 성립하겠지만, 이열치열이라는 말도 있으니 아예 사막에서 며칠 지내보는 건 어떨까? 올해 안으로 개장할 계획이라는 사막 리조트와 함께 아직은 건축가의 아이디어로만 존재하는 사막 호텔 두 군데를 소개한다. Words 이용재 Photographs OAD, Michael Jantzen 사막의 돌산을 파내 만드는 와디 럼 리조트. 2 리조트 입구의 모습. 3 사막에 자리 잡고 있지만 고급 리조트답게 풀 은 기본이다. 4, 5 데저트 윈드 에코-스 파와 솔라 윈드 데저트 호텔의 꼭대기 에는 풍력 터빈이 달려 있다. 6, 7 와디 럼 리조트의 객실 단면과 평면도. 7 요르단의 수도 암만에서 남쪽으로 320km 떨어진, 홍해 북단의 아카바 지역에 달 의 골짜기 라는 별명으로도 불리는 와디 럼(Wadi Rum)이 있다. 사막에 어우러진 자인(OAD: Oppenheim Architecture+Design)이 자연과 가까워지다 못해 아예 그 안에 머무르는 계획안으로 설계 경기에서 승리했다. 바위를 파고 그 속에 객실을 집어넣어 사막의 뜨거운 햇볕으로부터 보호받는 것은 물론, 자연 배기까지 가능하 다. 요르단 와디 럼 리조트는 올해 완공 예정이다. 아직 아이디어 스케치에 불과하지만 마이클 잰첸의 사막 호텔과 스파 계획안도 재 미있다. 3D 그래픽 이미지로 가득한 그의 홈페이지(michaeljantzen.com)에 들어 가 보면 의식의 범위를 넓히기 위해 건축 환경을 재창조하기 원한다 는 좌우명이 눈에 들어온다. 스스로를 건축가라 칭하지 않고 건축을 예술의 표현 방식으로 쓰 는 예술가이자 발명가 라고 일컫는 그는 사막을 공간적 배경으로 두 가지의 안을 1 제시한다. 첫 번째로 솔라 윈드 데저트 호텔은 식물로부터 차용한 형태가 기능까지 결정짓는다. 기단부의 이파리 에는 레스토랑, 체육관 등 기본 편의시설이 자리 잡 아 투숙객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한편, 넓은 지붕은 태양전지 역할도 맡아 동력을 그러모은다. 꼭대기에는 풍력 터빈을 달았고, 지하의 배관을 통해 차가운 공기를 끌 어올려 냉방에 보탠다는 계획이다. 두 번째는 태양열과 바람을 동력원으로 삼아 만 든 친환경 데저트 윈드 에코-스파다. 아주 뜨거운 사막 기후를 위한 공간으로 기획 한 스파는 평면을 보았을 때 원형인 주공간과 그를 연결하는 것으로 원의 호를 따 온 부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각각의 주공간 위에 설치된 풍력 터빈은 태양열 전지와 함께 시설 운영을 위한 동력을 만든다. 빗물 수집과 재활용 설비도 갖췄다. Glass Igloos 설원은 차가운 사막이다. 모래 대신 고운 눈으로 뒤덮여 있고, 더운 대신 춥다. 그런 의 미에서 설원 호텔도 하나 소개한다. 배경에 걸맞게 이글루의 형상으로, 와디 럼 리조트 와 달리 이미 영업 중이다. 북극권보다 높은 핀란드 북부 사리셀케의 카크스라우타넨 호텔(kakslauttanen.fi/en)이 그곳이다. 투르쿠의 건축가 리스토 에라포야의 솜씨인 이글루 호텔의 비밀은 유리에 숨어 있다. 자체 발열이 가능해 쌓인 눈과 얼음을 녹여주 고, 최소 두 겹이라 실내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시킨다. 덕분에 영하 30도를 밑도는 기 온에도 실내에서 편안하게 머무르며 눈과 오로라를 감상할 수 있다. 준성수기(2014년 2월 17일부터 4월 30일) 더블 룸 기준으로 1박에 388유로. 사암과 화강암의 산이 장관을 이룬다. 구글 어스로 내려다보면 마치 모래 바다 위에 돌섬들이 솟아 있는 형국이다. 이곳은 아주 오래전부터 아라비아 상인의 교역로 역 할을 해왔다. 1916년부터 이 일대에서 활동했던 토머스 에드워드 로렌스 영국의 모험가이자 군인 가 이곳을 통과해 아카바 항구를 점령하는 장면이, 그의 별명을 딴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에도 등장했다. 요즘은 트레킹이나 암벽 등반, 낙타나 자동차를 이용한 사막 투어를 즐길 수 있는 관광지가 됐다. 그런 와디 럼에 독특한 리조트가 들어선다. 뉴욕과 마이애미 등에 거점을 둔 건축 회사 오펜하임 건축+디 Vol

32 바쿠의 밤하늘에 일렁이는 불꽃 Flame Towers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의 밤 표정이 달라졌다. 도시 재건 프로젝트의 중심에서 불꽃을 쏘아 올리는 플레임 타워 덕분이다. Words 이용재 Photographs Farid khayulin, HOK 미국의 사회학자 리처드 세넷은 저서 <장인(The Craftsman)>을 통해 서 양의 문화사를 망라했다. 제목처럼 서양 문화 발전의 원동력을 장인정신 으로 보고, 이를 등뼈 삼아 서양의 문화 발전을 한데 엮었다. 그가 장인정 신 결여의 예로 드는 것 가운데 하나가 붕괴 직전의 소비에트 연방 시절 러 시아다. 개성이라고는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 획일적인 디자인, 그보 다 더 조악한 시공의 건물이 가득 들어찬 도시. 역시 연방 일원이었던 아제 르바이잔의 도시 경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 아제르바이잔이 변화를 꾀하고 있다. 도시 재건을 통해 옛 연방 시절 의 우울한 기억을 벗겨내고 국가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시도다. 재정은 산유국의 이점을 적극 활용해 지원한다. 계획은 1년에 30동씩의 새 건물 을 15년 동안 올리는 대장정이다. 이를 통해 수도 바쿠(Baku)를 포함해 나 라 전체의 인상이 확 달라지고 있으니, 목표는 예전 ABC 방송의 서바이벌 성형 리얼리티 쇼였던 익스트림 메이크오버(Extreme Makeover) 의 등 장인물 수준으로 새로운 모습을 갖추는 것이다. 프로젝트의 핵심에는 자 하 하디드 지난해 문을 연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도 그녀가 디자인 했다 의 헤이다르 알리예프 문화센터 와 플레임 타워 가 자리하고 있다. 전자가 콘서트홀과 박물관, 도서관을 한데 품고 도시의 새 수평성을 책임 진다면, 다국적 건축 회사 HOK(Hellmuth, Obata+Kassabaum)가 맡은 플레임 타워는 수직성을 떠맡는다. 아파트와 호텔, 사무실의 세 동이 각각 30층, 140m 이상으로 우뚝 솟아 있다. 유네스코 세계 유산의 후보에도 오 른 조로아스터교의 신전에서 알 수 있듯, 바쿠는 예로부터 불을 숭배하는 것으로 이름을 알려왔다. 영원한 불의 지역 이라는 별칭마저 붙었으니 도 시는 물론, 국가 재건의 상징인 건물이 불꽃의 모양과 이름을 차용한 건 그리 어색하지 않다. 불과 함께 바쿠에 정체성을 불어넣는 요소는 바람이다. 애초에 그 이름마 저 바람에 두들겨 맞는 도시 라는 페르 시아 고어에서 왔다. 덕분에 형태에 비 하면 고난도라고 볼 수 없는 시공이 한 층 더 극적이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이런 종류의 고층 건물에는 대부분 커 튼월(Curtain Wall) 공법을 쓴다. 건물 의 몸통을 철골과 철골 콘크리트로 올 린 뒤 뼈대에 주로 유리인 껍데기를 붙 이는 방식이다. 강풍으로 시공이 어려 웠던 가운데 압권은 건물 최상단부, 즉 불꽃의 끝부분을 앉히는 공정이었다. 그 형태 때문에 거푸집으로 형태를 잡 는 철근 콘크리트를 쓸 수 없으므로, 콘크리트 기둥 위에 앵커를 박고 그 위 4 에 따로 만든 철골 구조물을 올렸다. 바람을 무릅쓰고 건물의 형태를 완성 하는 과정이 미국 디스커버리 채널의 빌드 잇 비거(Build It Bigger)에 박진 감 넘치게 담겨 있다. 그 생김새만으로 충분히 불꽃의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플레임 타워의 불 쇼 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건물 세 동 전체에 1만 개에 이르는 고출력 LED를 장착해, 밤이면 진짜로 타오르는 듯한 장관을 자아낸다. 당장 아제 르바이잔으로 갈 수 없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을 위해 유튜브에도 영상 이 올라와 있으니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디자인 콘셉트인 바람에 흔들리는 불꽃 에서부터 녹색 적색 청색이 순서대로 쌓인 아제르바이잔 국기 등 다양한 표정을 자아낸다. 이 조명 시스템 덕에 플레임 타워는 도시 건축 인 터넷 포럼인 skyscrapercity.com에서 맨해튼의 크라이슬러 빌딩을 제치 고 야경이 가장 아름다운 건물로 뽑혔다. residential office hotel retail/ parking podium roof terrace (왼쪽 페이지) 불꽃이 일렁이는 바쿠의 야경. 1, 2, 3 아제르바이잔 국기에서부터 다양한 형상과 색상을 표현한다. 4 도시 경관에 수직성을 더한 플레임 타워는 낮에 봐도 불꽃 모양이다.한창 발전을 구가하고 있는 바쿠는 모터스포츠에도 커다란 관심을 쏟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국타이어가 후원사로 참가해 타이어 공급을 맡았던 시가전 경기 바쿠 레이스 를 개최하기도 했다. retail pavilions & cinema Vol

33 상상 속에 머무르던 것이 현실이 되는 순간 TINY BUT GIGANTIC 특별함을 정의하는 기준은 개인마다 다르지만 여기 모은 네 개의 시계는 단언컨대 모든 이들이 입을 모아 특별하다고 말할 만한 것들이다. 손목 위에 얹히는 시계 안에 초정밀 기계공학의 정수가 집약된 작은 거인 들은 보석을 가득 박은 것만이 럭셔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웅변한다. 파격과 일탈, 최고의 기술력이 어우러진 시계들은, 무엇을 상상했든 그 이상을 전해줄 것이다. Words 신경미 Photographs HYT, RD, LM, MB&F MB&F_HM3 FROG 전형적인 시계의 모습에서 탈피해 파격적인 디자인을 구현하는 MB&F의 수장은 시계의 스티브 잡스 라고 불리는 시계 천재 막시밀리안 부셰다. 해리 윈스턴과 예거 르쿨트르에서 일하는 동안 시계에 관한 천재적인 감각을 보여준 그는 상업적인 시계에서 벗어나 상상 이상의 콘셉트 워치를 개발하기 위해 하우스 워치 메이커로서의 보장된 삶을 뒤로 하고 뜻을 같이하는 친구들과 함께 MB&F을 설립했다. 잘라낸 원뿔 밑둥 두 개를 배치한 HM3 중에서도 프로그 모델은 진짜 개구리 눈처럼 둥근 사파이어 크리스털 돔을 얹어 각각 시와 분을 표시한다. LOUIS MOINET_DERRICK TOURBILLON 다이얼만 보고도 이 시계가 어떤 장치를 갖고 있는지 추측할 수 있다면 명예 오일맨 의 지위를 부여받을 수 있겠다. 남성적이고 에너제틱 한 루이 무아네의 데릭 투르비옹은 거대한 유전의 오일 펌프를 그대로 축소한 미니어처가 들어 있는 시계다. 4시 방향에 설치된 회전자의 움직임은 커넥팅 로드에 의해 직선 운동으로 바뀌고, 영화 <자이언트>에서 봤던 펌프잭(Pumpjack)을 15초 주기로 움직여준다. 6시 방향에 설치된 투르비옹 케이지는 60초마다 회전하며 지구 중력의 영향을 최소화시킨다.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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