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의 축제 우리는 파창게로 - 트랜스라틴 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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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cription:

멕시코의축제 - 우리는파창게로 19 멕시코의축제 우리는파창게로! 김세건 독립기념탑의함성 1993년 7월초. 멕시코에서유학생활을시작한지일주일도채안된때의일이다. 내가방을하나얻어생활하던아파트의주인호르헤 (Jorge) 가낮에후다닥들어오더니, 함께 천사탑 (El Torre de Ańgel, 독립기념탑 ) 에가지않겠냐고물었다. 호르헤는내게뭔가열심히설명했지만, 솔직히그때는스페인어실력이미천하던때라그의말을좀체알아들을수없었다. 멕시코와아르헨티나가축구결승전을한다는얘기와 천사탑 에가자는얘기말고는. 그런데도대체어디로축구를보러가자는건지. 천사탑 이독립기념탑을달리부르는말인줄도모른나는그탑이무얼말하며, 어디에있는지, 또축구를하는데 천사탑 엔왜가야하는지, 하여튼모든게오리무중이었다. 하지만혼자집에있느니차라리그와함께가는게훨씬재미있을것같아무작정따라나섰다. 호르헤와함께그의친구집으로가서, 거기모인많은사람과어울려아메리카컵 (La Copa Ameŕica) 의결승전경기를지켜봤다. 모든게낯설었지만, 나는그들과함께축구를보며어느덧멕시코축구대표팀의열렬한응원자가돼있었다. 멕시코는아르헨티나에져준우승을차지했다. 그럼에도사람들은마치멕시코가우승하기라도한양차를나눠타고함성을지르고경적을울리며시내를향해갔다. 물론우리일행만이아니었다. 평소에는 웹진트랜스라틴 http://translatin.snu.ac.kr 서울대학교라틴아메리카연구소 (SNUILAS)

20 트랜스라틴 16 호 (2011 년 6 월 ) 말수가그리많지않고곱상하게생긴금발의아저씨호르헤도얼굴에멕시코국기를그리고는괴성을질러대며환호했다. 모두가 비바멕시코 를외치며하나가됐다. 축제였다! 나는독립기념탑, 이른바천사탑을중심으로한레포르마대로에가득찬사람들을보며놀라움을감추지못했다. 월드컵도아니고아메리카컵에서준우승한것을가지고멕시코시티중심가의핵심레포르마대로를가득메우고, 정확하게말하면 점거 하고환호하는모습이이상할뿐이었다. 나는오직일등만이의미를지니는한국사회에서자라왔다. 게다가공권력에의해폐쇄당하거나해체당한광장만을경험했다. 그런나의인식체계로는그모습을도대체이해할수없었다. 생일파티의춤 멕시코여자친구올가 (Olga) 가자신의생일파티에초대했다. 멕시코시티북쪽지역에있던그녀의집을찾아가는데꽤고생했다. 올가의어머니, 미혼의두오빠, 그리고올가가생일파티를준비하고있었다. 그녀의집에서처음으로멕시코의대표적인축제음식몰레포블라나 (mole poblana) 를먹었다. 자장면같은몰레포블라나를보며느낀반가움도잠시, 첫숟가락을뜬순간몰레의표현할수없는맛때문에당황스러웠다. 그래도아무내색없이두그릇을맛있게비웠다. 지금생각해봐도내무던한미각이자랑스러울뿐. 나를놀라게한건몰레의맛만이아니었다. 내가몰레를먹고있던식탁밑에올가의아버지가묻혀있다는얘길듣고서순간몸에전율이느껴졌다. 놀라움은여기에그치지않았다. 저녁식사가끝난후가족들만의조촐한파티가열렸다. 쿠바리브레 (cubalibre) 를한잔씩하며얘기도하고장기자랑이벌어졌다. 그자리에서나는못부르는노래실력으로 아침이슬 을처량하게불렀다. 파티분위기와전혀어울리지않는그노래를가 멕시코전통음식몰레포블라나 족들은진지하게들었다. 지금생

멕시코의축제 - 우리는파창게로 21 각해보면웃음이절로나온다. 그러다클럽에서춤추기도하던올가의공연을시작으로온가족이함께어울리는본격적인춤판이벌어졌다. 아들과어머니, 여동생과오빠가손을맞잡고춤추는것을본적이없고, 게다가 춤바람 이지닌부정적사회인식에익숙한나로서는올가가족의생일파티문화가그렇게낯설수가없었다. 멕시코에서살면서가족이함께하는춤판은멕시코의독특한가족문화라는사실에점점익숙해졌다. 그럼에도춤판에선뜻어울리지못하던내모습은영어색하기만했다. 코요아칸 (Coyoacań) 광장의추억 멕시코시티의멕시코국립자치대학에서그리멀지않은코요아칸광장. 프리다칼로 (Frida Kahlo) 박물관, 러시아망명객트로츠키 (Leon Trotsky) 의저택을비롯한여러명소들이있어관광객도많이찾는곳이다. 시간이나거나마음이울적할때면늘코요아칸광장에갔다. 특히주말이면코요아칸성당을중심으로한널따란광장은마당극, 음악공연, 전통춤판, 마임공연, 그림전시, 노점상등으로항상만원이었다. 식민시기에개종과통치의장이었을코요아칸광장은오늘날주민들의삶과문화의공간이됐다. 책방에들러이책저책뒤적거리기도하고, 성당에들어가미사나결혼식등을지켜보거나우두커니성상을바라보기도했다. 카페에들러잘마시지도않던커피를앞에두고인생을고뇌하기도했다. 때로는광장을배회하다가각가지볼거리에발걸음을멈추곤그문화에흠뻑빠져들기도했다. 무엇보다빠지지않고찾은곳은라틴음악을연주하는그룹이자리잡고있던코요아칸성당옆빈터였다. 그친구들이들려주던곡, 특히 엘콘도르파사 (El condor pasa) 를난곧잘읊조렸다. 그음악을들으며나도언젠가케나 (quena) 를배워 엘콘도르파사 를멋지게연주해보이겠다는결심을되새기곤했다. 물론아직도결심으로만남 전통악기케나 아있지만말이다. 내마음의안식처코요아칸광장은광장문화의보고 ( 寶庫 ) 였다.

22 트랜스라틴 16 호 (2011 년 6 월 ) 산안드레스에서의삶과죽음 죽은자의날제단 멕시코중부모렐로스 (Morelos) 주테포스틀란 (Tepoztlań) 무니시피오 ( 郡 ) 의한마을산안드레스데라칼 (San Andreś de la Cal, 이하산안드레스 ). 그곳은나의박사학위논문을위한연구지였다. 지도교수마갈리 (Magal( Daltabuit) 선생님과함께처음으로산안드레스를방문한날은 1995년 11월 1일이었다. 마침그날은 죽은자 ( 死者 ) 의날 이었 다. 마을의공동묘지는셈파소칠 (zempaxoćhil, 금잔화 ), 이른바죽은자의꽃으로뒤덮여있었고, 집집마다크고작은제단이차려져있었다. 규모면에서는, 한해앞서방문한적이있는, 전국적으로죽은자의날축제로유명한멕시코시티의산안드레스믹스킥 (San Andreś Mi xquic) 과는비교가안됐다. 하지만산안드레스사람들은자기네만의죽은자의날의례를행하면서죽은사람들뿐만아니라자연그리고산사람들과소통하고있었다. 죽은자의날로시작된산안드레스사람들과의인연은일상에서벌어지던수많은축제와의례속에서더욱깊어졌다. 멕시코의여느마을처럼산안드레스의축제는많은축제와의례가사람들의일상을채우고있었다. 부활절과성탄절을중심으로이루어지는가톨릭종교의례, 수호성인산안드레스와산살바도르 (San Salvador) 를기리는마을수호성인축제, 옥수수생산과관련된십자가의날ㆍ동굴기우제ㆍ페리콘 (pericoń) 십자가의날ㆍ물의날ㆍ죽은자의날등의생산의례와축제, 세례식ㆍ성인식ㆍ결혼식ㆍ장례식등의개인통과의례, 독립기념일을비롯한국가의례. 마을안에서벌어지는축제외에도산안드레스사람들은테포스틀란읍을비롯한이웃마을의수호성인축제에도함께참여하며축제를즐겼다. 이곳의생활에빠져들면서, 나는어느새마을의축제력 ( 祝祭歷 ) 을세어보며축제를기다렸다. 주말에는어느집에서파티가열리는지궁금하여마을소식에귀를기울이기도했다. 축제는내삶의활력소였다. 축제날이오면들뜬마음에괜히필드노트를내려놓고이집저집드나들며몸으로축제를즐기고있었다. 한마디로축제는내

멕시코의축제 - 우리는파창게로 23 가산안드레스사람들과소통하는하나의길이었다. 그렇게나는한사람의칼레로 (Calero) 가됐다. 칼레로는 석회굽는사람 이란뜻. 산안드레스사람들은 20세기초중반까지석회 (Cal) 를생산해주변지역에팔았다. 이런이유로산안드레스사람을일컫는별칭칼레로가생겼다. 일부사람은가끔씩내게 김!, 너도칼레로다 라고말하곤했다. 멕시코의축제 1) 멕시코의축제 멕시코는축제의땅이다. 1년 365 일가운데 100일은축제라고말하기도한다. 아마개인의례까지포함하면축제일수는더많을것이다. 물론사람들이한해가운데 3분의 1이나차지하고있는축제에모두참여하며생활하고있는건아니다. 그러나축제가멕시코사회와사람들의삶을이루는바탕이라는점은부정할수없다. 멕 시코사람들은축제와더불어일상을살아가는자신들을조금비하해 파창게로 (pachanguero) 라고부른다. 파창가 (pachanga) 는피에스타 (fiesta, 축제 ) 의속어다. 파창게로는 축제를좋아하는사람 이라고할수있다. 멕시코에서살다보면, 파창게로 라는말이결코헛된말이아니라는걸금방깨닫는다. 그렇기에멕시코의대문호옥타비오파스 (Octavio Paz) 는 고독의미로 에서이렇게역설했다. 축제는멕시코사람들의유일한사치다. 바로이축제가영화, 휴가, 앵글로색슨족의주말칵테일파티, 부르주아지의리셉션, 지중해사람들의커피를대신하고있다. 2) 여기에한술더떠서사라우스 (Zarauz) 는축제의일상성을강조하며다음과같이말했다. 멕시코사회에서의례와놀이는기본이다. 멕시코사회는한계와부족함이많지만그자신들을축하하고, 기뻐하고, 기념하는걸단념하지는않 1) 우리는빠창게로 멕시코사람들의축제와의례 ( 김세건, 지식산업사, 2010) 참조. 2) Paz, Octavio, 1993, La Laberinto de la Soledad, Me xico: Fondo de Cultura Econońica, p. 53.

24 트랜스라틴 16 호 (2011 년 6 월 ) 는다. 기념하기위해선어떤핑계거리라도좋다. 따라서멕시코사람들은한해를가득채운매우광범위한축제력을가지고있다. 축제가없는멕시코사람들의일상을생각할수있을까? 결코아니다! 3) 이런모습때문에멕시코사람들은서로 파창게로 라고부르게됐다. 어째서멕시코에는축제와의례가많을까? 지금까지지속된까닭은또뭘까? 멕시코에축제가많은일차적인이유를대개는원주민과서구문화의혼합에서찾는다. 혼종성 (Culturas hi bridas) 은멕시코, 나아가라틴아메리카문화의가장일반적인특징이라고한다. 즉원주민과스페인, 동양과서양의만남이멕시코의오늘을낳았고, 이만남은멕시코사람들의일상에서융합되어혼종성으로드러난다는설명이다. 무엇보다다양하고즐비한축제의수는두문화의전통적축제력의결합, 다시말해원주민의례와남부유럽가톨릭의수많은성인의날이결합된것에서비롯했다. 4) 멕시코의축제와의례가지닌생명력이란한마디로가톨릭으로대표되는종교적신성성이라고하겠다. 축제는축 ( 祝, 축하ㆍ놀이 ) 과제 ( 祭, 제의 ) 를포함하는문화현상이다. 축하하고기념하는일은제의를동반하는경우가많은데, 제의는기본적으로종교와밀접한관계를맺고있다. 스페인정복자와함께들어온가톨릭은다양한멕시코원주민사회와문화를해체하고나아가그들의삶을억압하고규율하는가장중요한기제였다. 다시말해가톨릭은멕시코사람들에게인종주의, 백인우월주의, 서구중심주의에바탕을둔근대유럽의식민주의를강제하고각인시키는영혼의정복자였다. 영혼의정복은오늘날까지멕시코에서맹위를떨치면서 유럽화된멕시코 를꿈꾸며서구화에매진하는힘으로작동하고있다. 서구사회의경우, 가톨릭이비 -서구사회에대한정복의기술이돼가면서차츰서구인들의일상으로부터멀어졌고, 결국 신학 만남았다. 이와달리멕시코사회는가톨릭안에서존재할수밖에없었다. 산안드레스의주민들처럼멕시코사람들은가톨릭을자신의삶과의례속으로받아들여일상생활의일부로만들었다. 일상화된 멕시코가톨릭 속에서, 부정돼야만했던원주민전통문화도가톨릭에나름대로적응하고융합하고창조적으로반응하며끈질긴생명력을이어왔다. 이것이오늘날멕시코를비롯한라틴아메리카가로마가톨릭의마지막보 3) Zarauz Loṕez, Hećtor L., 2000, Me xico: Fiestas ci vicas, familiares, laborales y nuevos festejos, Me xico: CONACULTA, p. 11. 4) Redfield, Robert, 1930, Tepoztlan, a Mexican Village,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p. 91.

멕시코의축제 - 우리는파창게로 25 루로역할을하고있는바탕일것이다. 이렇게 멕시코가톨릭 은일상에서탄생하고유지되고있다. 오늘날세속화, 탈종교화, 도시화등이특징이된현대멕시코사회에서가톨릭의신성성과엄격성은많이약화됐다. 그렇지만일상에깊게뿌리내린멕시코가톨릭은여전히우주, 인간과신사이의관계를새롭게설정하며끊임없이세속적인삶을되돌아보게한다. 또한멕시코가톨릭은세속화로변질되는축제를지탱하는힘이자의미를창조하는원동력이다. 무엇보다멕시코가톨릭의구심점과달루페성모 (La Viŕgen Guadalupe) 는멕시코에서많은축제와의례들이성행할수있는바탕이된다. 멕시코의성당안에어지럽게널려있는한송이의야생화, 초, 옥수수등에는이땅에살고있는사람들의기쁨, 소망, 그리고미래가담겨있다. 사람마다마을마다일상화된가톨릭은갖가지차이의문화를낳고서로가공존할수있도록했다. 새마을운동과근대화과정에서 미신 철폐의일환으로당 ( 堂 ) 과같은마을신앙의중심을잃어버린한국의농촌과달리멕시코농촌에서수많은축제가지속될수있었던까닭은이른바일상의가톨릭에바탕을둔종교적신성성때문이라고하겠다. 또한반대로멕시코가톨릭은주민들의일상에다양한축제와의례를배치하고실현함으로써종교적힘을유지하고있다. 멕시코가톨릭의신성성만으로 독립기념탑의함성 과같은멕시코의축제를모두설명할수는없다. 축제에는축제만의매력이있다. 그매력가운데가장대표적인게일상의전도 ( 顚倒 ) 와일상으로부터의해방이다. 축제는날마다반복되는일상의흐름을깨뜨리는것으로부터시작된다. 축제는순간적일지라도우리들내부에잠재하고있는출구없는욕망과격정적인욕구를모두다자유롭게풀어놓아준다. 멕시코에서행해지는축제의빈번한횟수, 축제에서나타나는화려함, 많은사람들이참여하는열정등을보면, 마치멕시코사람들의삶은축제없이는폭발해버릴것만같아보인다. 멕시코사람들은축제를통해다양한형태의사회적구속에서벗어나평상시에는입어볼수없는옷을입거나옷을다벗어버릴수도있고, 요란한치장과화장, 분장을할수있는 자유 를만끽한다. 조용하기만하던멕시코사람들이축제가벌어지는동안에는휘파람을불고, 소리치고, 노래하고, 공중에폭죽을쏜다. 축제를통해하나의사회는온갖규범으로부터자유로워진다. 그들은자기네신을, 원칙을그리고법을조롱한다. 그리고자신을부정한다. 옥타비오파스는이를 영혼의무게를내려놓는다 5) 고표

26 트랜스라틴 16 호 (2011 년 6 월 ) 현했다. 여기에서사람들은시공의범위를넘어서서상호간에의사소통을할수있게되고불가능한것이실현되는경험을한다. 성탄절, 부활절, 죽은자의날등비일상적상황에서신, 성인, 죽은조상, 다른영혼등과만나는행위를통해현실적인삶의고단함이나정체성의혼란을이겨낼수있는힘을얻게된다. 그런데축제는일상으로부터단절되거나해방되어일상생활을넘어서는게아니다. 축제가지속적으로일상을전복한다면그건축제가아니라혁명이다. 축제는스스로파괴하고, 그것에서나온재로부터다시태어난다. 결국축제는비일상적이면서동시에일상으로수렴되며일상의연장선위에있다. 물론축제를통한비판과새로운소망이담긴일상은과거와동일한일상이아닐것이다. 산안드레스마을처럼한지역의축제는보통종교행사, 생산활동, 역사적또는특정한사건의기념등다양한성격을지닌행사들로구성돼있다. 그리고이러한축제는일상에서일정한주기로되풀이된다. 한마디로축제는비일상적인특별행위라기보다는일상생활의한과정인경우가많다. 한해를가득채우고있는멕시코사회의수많은축제또한일상생활의한부분으로행해지고있다고하겠다. 많은축제가탈-일상성을확대ㆍ강화하기보다는일상으로돌아와일상생활을풍요롭게하는축제의일상성에서멕시코의축제가지속되는힘을찾을수있을것이다. 또하나, 빠트릴수없는멕시코의축제와의례의중요한역할은상호소통과동질성의형성이다. 축제는멕시코사람들이자신을드러내고, 신성 ( 神聖 ) 뿐만아니라국가, 지역사회, 가족또는친구와소통할수있는기회를제공한다. 따라서멕시코사람들은축제를통해다른사람들에게자신을개방하고타인과함께하며역사, 가치, 규범을새롭게인식하고집단정체성을형성하기도한다. 멕시코의축제와의례에는보통가족, 친족, 의사친족, 친구, 동료, 이웃등이함께참여하고소통한다. 더욱이이축제와의례에서사람들은대부모 (padrino/madrina) ㆍ공부모 (compadre/comadre) 라는새로운의사친족및사회관계망을만들어낸다. 나아가마을주민들은서로부조하는프로메사 (promesa) 를통해자기마을만의독특한축제를구성하며마을정체성을형성한다. 축제와의례를통한동질감형성은한가족또는한마을로제한되지않는다. 그예로테포스틀란무니시피오를구성하는각 5) Paz, Octavio, 1993, La Laberinto de la Soledad, Me xico: Fonde de Cultura Econońica, p. 54.

멕시코의축제 - 우리는파창게로 27 바리오와마을은다른마을의축제때마다초ㆍ꽃ㆍ폭죽등의프로메사라는상호부조로축제를공유한다. 그리고더불어살아갈세상을꿈꾼다. 축제는변하고있지만, 축제는여전히멕시코에서개인과개인, 마을과마을을잇는가장중요한기제다. 일상의힘은결코산안드레스에국한되지않는다. 멕시코, 나아가라틴아메리카의모든마을과사람들에게서도그대로나타난다. 축제는정적인장이아니라끊임없이새로움을창조하는역동의장으로멕시코문화의본질을이룬다. 뭔가를함께축복하고즐기며사는것, 그것이멕시코사람들의삶이다. 멕시코사람들은축제속에살며축제를통해자연, 역사, 그리고문화와소통한다. 그렇기에멕시코문화는생기를유지하고있다. 바로축제로재현된일상의힘으로멕시코사람들은유럽인의정복과함께수백년동안구조화된질곡속에서도자기네만의사회ㆍ정치ㆍ경제ㆍ문화ㆍ가치를창조했다. 이힘은갖가지문화가지니는차이를존중해주는가운데, 자본주의가치로동질적이돼가는신자유주의적세계화시대에도자기네만의문화를향유할수있는 멕시코의길 을찾는바탕이되고있다. 김세건 강원대학교문화인류학과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