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회고와전망 6 2016 년러시아사회문화, 권위주의와온정주의사이에갇히다 라승도 한국외국어대학교러시아연구소 HK 연구교수 2016년러시아는현재의경제적, 지정학적위기상황을타개해나가는데서미래비전을보여주며현대화와혁신으로가는길을걷기보다는과거의전통이나권위, 영광에의지하는퇴행적경향을더많이보였다. 예컨대, 과거의논쟁적인물이나권위주의를상징하는인물의기념동상건립은러시아가미래지향적인사회건설로가기보다는현상을유지하거나과거로퇴행하며고립되고있다는우려를자아냈다. 이와함께러시아인을하나로똘똘뭉치게해주는 승리의날 기념식도 불멸의연대 행사에서볼수있듯이오직영웅적인부분만을기억할뿐다수와는다른전쟁의기억과아픈상처를안고있는소수는여전히외면하는한계를드러냈다. 기념비의문화정치 2016년 11월 4일 국민통합의날 국경일을맞아모스크바크렘린궁부근 보로비츠카야광장 에서는푸틴대통령, 키릴정교회총대주교, 메드베데프총리등러시아정 교계최고수뇌부가참석한가운데블라디미르대공동상제막식이성대하게열렸다. 블라디미르대공동상은원래 2014년모스크바국립대학교가있는 참새언덕 에세워질예정이었지만, 모스크바시민들의반대에부딪혀한동안설자리를찾지못하고표류했다. 이후 2015년모스크바시의회가현재의 보로비츠카야광장 을동상 건립장소로최종확정했고, 이에따라동상제작과제막준비가급물살을탔다. 2016 년 11 월 4 일모스크바 보로비츠카야광장 에건립된블라디미르대공동상 ( 사진 : 필자제공 ) 988년그리스정교회에서기독교를수용하여국민통합과통치기반을마려한블라디미르대공을기념하는동상은왼손에는칼을, 오른손에는십자가를들고서서 구원자예수대성당 을정면으로응시하고있다. 동상제막식연설에서푸틴대통령은 블라디미르대공이수용한기독교가러시아와벨라루스, 우크라이나국민의공통된정신적원천 이라고강조하면서이원천에서발원한유산과전통을계승하여현대의도전과위협에대처해나가자고호소했다. 크렘린내대통령실로들어가는관문쪽
에서있고푸틴대통령과도이름이똑같은블라디미르대공동상도러시아국가의강력한권력과권위를상징하는 이반뇌제 동상건립과함께최근러시아에서진행되고있는 기념비의문화정치 와 역사논쟁 에서중요한일부를구성하고있다. 이런점에서 2016년 12월 29일개봉한안드레이크랍추크감독의영화 바이킹 을주목할만한데, 이영화는바로블라디미르대공이잔인한방탕아에서위대한지도자로탈바꿈하는이야기를보여주고있고푸틴대통령도영화시사회에참석하여큰찬사를보냈기때문이다. 년 11월에는겨우 12% 에그쳤다. 알렉세이그라지단킨 레바다센터 부소장은 소비에트노스탤지어 수준이시간이흐르면서전반적으로줄어들고있다고밝히며 사람들이세계가변했고과거도이미돌이키지못한다는것을의식하고있다 고주장했다. 하지만 소비에트노스탤지어 가소련이해체된지 25년이된지금도러시아국민 10명중약 6명에게서나타나고있다는사실은과소평가하기어렵다. 소비에트노스탤지어는계속된다 2016년은 75년간존재한소련이해체된지 25년이되는해로소련해체원인과결과를조명하는다양한움직임이있었는데, 역사속으로사라진나라인소련의붕괴를아쉬워하고소련시절을그리워하는이른바 소비에트노스탤지어 현상에대한고찰도그러한움직임의일부였다. 레바다센터 가소련해체결정을내린 벨라베자조약 체결 25주년을맞아시행한여론조사결과를보면, 러시아인절반이상인 56% 가소련해체를아쉬워하는것으로나타났는데, 이러한수치는 2015년조사때나온수치 (54%) 보다 2% 늘어난것이다. 이조사에서소련해체를아쉬워하지않는다고말한사람은전체응답자의 1/3에조금미치지못하는 28% 로나타났는데, 2015년에는이런사람들의비율이 37% 였다. 소련해체를아쉬워하는사람중에서는무엇보다도소련해체와함께경제시스템이붕괴한것을안타깝게생각하는것으로나타났다. 강대국소속감을잃은것을아쉬워하는사람들의숫자는 2014년 56% 에서 2016년 11월 43% 까지상당히줄어든것으로드러났는데, 설문조사응답자의약 31% 는소련해체가낳은결과로 상호불신증가, 어디에서든집처럼편안하다는느낌의상실 을꼽았다. 그러나소련복원을지지하는사람들은점점줄어들고있는것으로나타났다. 소련을과거형태로복원하면좋겠다고밝힌사람들의비율은 2001년 30% 였지만, 2016 러시아국민중에는소련시절을그리워하는사람들이여전히적지않다. ( 사진 : www.vedomosti.ru) 소비에트노스탤지어 를느끼는사람들은이상화된소비에트과거를그리워하는것으로나타났는데, 노스탤지어수준은나이에따라달라지고있다. 55세이상에서는 83%, 40~54세중에서는 63%, 40세이하에서는 40% 가소련을그리워하는것으로나타났다. 러시아사람들은특히사회적으로비교적평등하고취업이보장돼있고봉급도꼬박꼬박나오고장래에대한믿음이확실했던 잃어버린낙원 으로돌아가고싶어하는것으로나타났다. 예술로이어지는줄, 줄, 줄 2015년 10월 7일모스크바강변 크림스키발 에있는트레티야코프미술관분관에서러시아초상화의거장으로널리알려진발렌틴세로프탄생 150주년기념작품전시회가열려 2016년 1월 31일까지이어졌다. 세로프
전시회 는원래 2016년 1월 17일종료예정이었지만, 세로프에대한모스크바시민들의관심이갑자기폭발적으로증가하면서 1월 24일까지한차례연장됐고다시 1월 31일까지한차례더연장됐다. 이때세로프의작품들을관람하려는관객들이전시회에한꺼번에몰려드는바람에관람대기줄이미술관주변으로 1km 이상길게이어져장사진을이뤘다. 관객들은미술관에입장하여 소녀와복숭아, 유로파의납치 같은세로프의명화들을관람하기까지영하 15도의강추위속에서최대 5시간까지줄을서서기다려야만했다. 세로프전시회 는 485,788명이찾아러시아전시회역사상최대방문객수기록을수립했을뿐아니라, 예술작품을보기위해전시회장앞에늘어선 줄 의길이도유례없이길었다. 세로프전시회 가세운역사적인기록을갈아치웠다. 이와함께트레티야코프미술관본관은 2016년 11월 25일 로마아에테르나 (Roma Aeterna). 바티칸미술관걸작전시회 를열었는데, 이때도입장권을사려는관객들이한꺼번에몰려긴줄을형성하며큰혼란을빚었다. 혼란은 2017년 1월전시회입장권을한사람이몇장씩무더기로사려는것을방지하기위해기명입장권을판매하는방침에서비롯됐다. 입장권에성명등신분증정보를기입해야하는데, 이로인해기다리는시간이더걸리면서대기선도그만큼길게늘어났기때문이다. 소련시절에줄은대부분식료품점앞에서식품을배급받거나구입하기위해길게늘어선것이었다. 소련해체직전까지먹을것을받거나사기위해기다리는줄로가장유명했던것은 1990년모스크바푸시킨광장앞에문을연맥도날드햄버거가게주변으로사람들이엄청나게길게늘어서서기다리던줄을들수있다. 그러나소련붕괴이후에는먹을것등물질적양식을찾아늘어서는줄만아니라정신적양식을찾아나서는줄도흔치않게발견할수있었다. 세로프전시회입장을기다리는사람들이트레티야코프미술관분관앞에서길게줄을서서기다리고있다. ( 사진 : www.kp.ru) 세로프전시회 에서형성된예술을향한유례없이긴줄은 2016년 7월 29일에서 11월 20일까지트레티야코프미술관분관에서열린러시아바다풍경화의거장으로널리알려진이반아이바좁스키의작품전시회에서도그대로이어졌다. 하지만 아이바좁스키전시회 를보려는사람들이형성한줄은 세로프전시회 에서처럼 1km 이상길게널어서지는않았다. 이전시회는특히트레티야코프미술관매표소와인터넷사이트에서동시에사전예약으로입장권을판매한덕분에 세로프전시회 에서빚어진것과같은소동과혼란을빚지않았다. 4개월에걸쳐열린전시회를찾은누적방문객수는 60만명에육박하여 1990 년 1 월 31 일모스크바푸시킨광장맞은편에문을연러시아최초의맥도날드매장앞에햄버거를사서먹으려고끝없이줄을서서기다리고있는모스크바시민들의모습 ( 사진 : www.anashina.ru) 2011년겨울에는사람들이기독교성물로유명한 성모의허리띠 에경배하기위해모스크바구원자예수대성당앞에서길게줄을지어기다렸다. 이때성당주변으로 5km에걸쳐끝없이이어진줄에서있던사람들은짧게
는 45분에서길게는 26시간까지기다려야만했다. 이어서 2013년 7월에는 첫번째로부르심을받은안드레아사도의십자가 전시회가구원자예수대성당에서열렸는데, 이때도수많은사람이폭우가내리는가운데서도아랑곳하지않고긴줄에서서성물경배를기다렸다. 2014년에도 1월 7일부터 13일까지같은장소에서 동방박사선물 전시회가열렸고대기줄이대성당인근의 크로포트킨스카야 지하철역에서두정거장떨어진 프룬젠스카야 지하철역까지길게이어졌다. 사람들은길게줄을서서몇시간씩기다리면서까지전시회를찾아정신적안식, 육체와영혼의치유를바라는데, 이러한풍경은정교회를중심으로한러시아인의종교적삶이현대러시아문화에서중요한일부임을보여준다. 이처럼종교적성물전시회에서나예술작품전시회에서도길게늘어선사람들의줄은오늘날러시아사람들이필요로하는것이과연무엇인지를가늠케한다. 이러한성물과예술속에서사람들은오늘날러시아사회에서국가권력이제공해주지못하는대안적가치를찾으려고한다고볼수있다. 모스크바, 풍경의재구성 2016년모스크바는도시발전역사에서다시한번커다란전환점을맞이했다. 이는세르게이소뱌닌시장이최근들어야심차게추진하고있는모스크바도시정비사업 나의거리 덕분이었다. 이계획에따라모스크바주요간선도로와거리들이대대적으로보수됐고그결과보행로가대폭확장되면서주변환경도녹화를거치며많이개선됐다. 이러한보수와정비사업을통해모스크바도시외관이산뜻하고화려하게달라졌는데, 새롭게탈바꿈한도시풍경은크렘린궁에서푸시킨광장까지이어지는트베르스카야대로에서가장분명하게찾아볼수있다. 이와함께 2016년 9월첫째주토요일모스크바 도시의날 을맞아개통한외곽순환전철등새로운교통인프라도모스크바교통체증해소에이바지하며시민들에게긍정적인평가를받았다. 하지만모스크바도시정비 사업을비판적으로바라보는시선들도여전히적지않은데, 이들은도시개발계획이스탈린시대에있었던것처럼권위주의적으로수립되고수행됐다고지적했다. 도시정비사업이후새롭게단장한모스크바트베르스카야거리야간풍경 (2016 년 11 월 10 일 ) ( 사진 : 필자제공 ) 요컨대, 세르게이소뱌닌시장이엄청난예산을들여추진한모스크바도시정비사업은모스크바의면모를또한번일신하고모스크바시민들에게만아니라외국방문객들에게도편리하고쾌적한도시환경을제공해줬다고해서긍정적평가를받았다. 하지만일각에서는이러한사업이시민들의의견이나참여없이시정부에의해일방적으로이뤄지고있다고비판을가하기도했다. 러시아정교회의대외행보강화 2016년 2월 레바다센터 여론조사결과를보면, 러시아인절반이상이러시아정교회가국가정책에서담당하고있는역할에만족하고있으며러시아사회의도덕과윤리강화에더많은영향력을행사해야한다고생각하고있는것으로나타났다. 실제로러시아국민중 56% 는정교회와정교관련단체들이국가정책에영향력을행사할필요가있다고생각한다. 이러한수치는 1991 년비슷한설문조사가나온이후가장높은수준을기록한것으로나타나놀라움을자아냈다. 게다가이는 2014 년 8월조사에서정교회와종교단체들이국가에서담당
하는역할에대해괜찮다고보는러시아사람들의비율이 42% 였던것과비교하면상당한증가세임이분명하다. 정교회의역할에대한만족도와신뢰감이유례없이높은이유는러시아사회에서차지하는정교회의현재위상이러시아최고위지도부의입지에의해서만아니라국제적상황에의해서도든든하게뒷받침되고있는데서찾을수있다. 바꾸어말하자면, 현재러시아사람들은정교회의대내외활동이러시아정부에의해강력한지지를받을뿐만아니라국제무대에서도긍정적평가를받고있다고생각하는것으로볼수있다. 남극러시아기지를방문한키릴정교회총대주교가펭귄들을배경으로사진촬영하고있다. ( 사진 : www.foma.ru) 이와관련한구체적사례들은 2016년러시아정교회와키릴총대주교가보여준다양한국제활동에서확인할수있다. 2016년 2월 18일키릴총대주교는남극을방문하여이곳에있는러시아기지대원들과환담하고이곳의유일한교회를찾아예배도집전하는등러시아국내외에신선한인상을심어줬다. 정교회는특히빨간색구명복을입고펭귄들을배경으로찍은키릴총대주교의사진을공개하여폭발적반응을불러일으켰다. 이에앞서 2월 12일키릴총대주교는쿠바의수도하바나공항귀빈실에서가톨릭교회수장과천년만의역사적만남을통해종교문제만아니라국제문제도포함한여러현안에관해의견을나누고문제해결을위한종교간공조를강조하며공동성명을발표했다. 또 2016년 10월 18일 에는영국내러시아정교회설립 300주년을기념해영국을공식방문하여엘리자베스여왕과의역사적인만남을통해유럽내기독교인들의위치등에관해논의했다. 이처럼국제무대에서정교회의적극적행보는서방과의관계가껄끄러운이때정부를대신한민간외교사절로서도긍정적인평가를받았다. 푸틴현상 : 세상에이런지도자없다 레바다센터 여론조사결과에따르면, 2016년 12월블라디미르푸틴대통령에대한러시아국민의지지율은 2015년같은기간과거의비슷하게 85% 를오르내리고있는것으로나타났다. 푸틴대통령에대한지지율이하락할줄모르고계속고공행진을이어가고있는커다란이유가운데하나는최근국제무대에서차지하고있는러시아의위상에대해러시아국민이자부심을느낀다는데서찾을수있다. 이와함께러시아인들은푸틴대통령과같은강력한지도자가없는나라에닥칠위협을항상두려워하고있기때문에대내외노선에서일관되게강력한행보를보여주는그에대해변함없는지지를보이고있다. 이러한현상은러시아역사를뒤돌아보면어렵지않게찾아볼수있는데, 역사적으로러시아는국민대다수가영향력이강한지도자의결정이나정책노선에절대적으로의지하는모습을보여줬다. 리처드파이프스는몇년전 러시아에서민주주의는 100년이후에나가능할까말까하다 고평가하면서 강한권력을원하는압도적다수의러시아국민이민주주의를원치않고그것을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말한바있는데, 이러한진단은강력한지도자인푸틴대통령에대한높은지지율에서엿보이는권위주의전통의부활움직임과온정주의의고착화에대한지적에다름아니었다. 최근들어서블라디미르대공과이반뇌제, 스탈린등과거의강력한지도자들을기념하는동상들이잇따라건립되는것도푸틴대통령에게서보이는강력한군주의이미지와잇닿아있다. 한편, 2016년말서방의주요언론들에서푸틴대통
령에대한특집기사를내보내면서그의이미지를매우부정적으로묘사한사실은러시아내에서그에대한절대적지지와는정반대되는현상을보여주는데, 푸틴에대한악마화는서방세계의뿌리깊은 공로증 에서기인하는것으로평가되기도한다. 영국경제지 이코노미스트, 미국주간지 뉴요커 등서방유력지 5곳은 2016년 10월과 11월마지막주표지그림에서약속이라도한듯이일제히일종의 공로증 (Russophobia) 을드러내거나인종주의적으로접근하면서푸틴대통령에게악마적이미지를덧칠하는짓을서슴지않았다. * * * 2016년러시아는국제무대에서상당한성공을거둬국가최고지도부에대한지지도고공행진을달렸다. 하지만다른한편으로국제스포츠계에커다란파문을일으킨러시아선수들의금지약물복용스캔들과러시아해커들의미국대선개입등으로인해러시아는도핑과해킹강대국이라는오명을쓰며국가이미지실추를겪기도했다. 또러시아의한언론인은 2016년 12월시베리아이르쿠츠크시에서가짜보드카를마시고 70여명이목숨을잃은사태를지켜보면서이런사회에미래는없다고일갈한바있다. 앞으로러시아사회가여러모로건강한모습을되찾을수있을지는사회적제도들이얼마나제대로작동하느냐에달려있다. 마지막으로 2017년러시아는혁명 100주년을맞이하는데, 러시아의미래발전방향은혁명을바라보는다양한시선과태도, 평가를어떻게하나로조화롭게수렴하느냐에좌우될것으로보인다. * Russia-Eurasia Focus는러시아국내정치에서사회문화까지각분야걸쳐 2016년러시아를둘러싼주요이슈와사건을회고하고 2017년러시아상황을전망하는칼럼을 6회에걸쳐연재합니다. 영국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10 월마지막주표지그림에악마적이미지로묘사돼있는블라디미르푸틴러시아대통령 ( 사진 : www.foma.ru) 17035) 경기도용인시처인구모현면외대로 81 TEL.031-330-4852 FAX.031-330-4851 81, Oedae-ro, Mohyeon-myeon, Cheoin-gu, Yongin-si, Gyeonggi-do, 17035. www.rus.or.kr * Russia-Eurasia Focus에개진된내용은필자의개인적의견으로러시아연구소의공식견해가아님을밝힙니다. * 메일수신을원치않으시면수신거부메일 irs@hufs.ac.kr로보내주시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