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관논총_54집.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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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북조선공산당과 조선신민당의 북조선로동당으로의 합동 에 관한 연구 이 종 석* Ⅰ. 서 론 Ⅱ. 해방정국과 북조선공산당과 조선신민당의 성립 1. 양당 지도부의 일제하 경력 2. 양당성립의 배경과 과정 Ⅲ. 북로당으로의 전환(양당합당) 1. 양당의 북로당으로의 합당과정 2. 북로당으로의 합당의 배경과 의미 Ⅳ. 북로당의 성격과 구조 1. 북로당의 성격 2. 북로당의 구조 조직체계와 권력 구조 Ⅴ. 맺 음 말 Ⅰ. 서 론 오늘날 북한의 역사가들은 조선로동당의 창립일을 조선공산당 북조선분국(이하 북조선 분국)이 결성된 1945년 10월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은 부분적인 진실밖에 말하고 있지 못하다. 북조선분국을 결성한 공산주의자들이 조선로동당의 주역이었으며 시 종일관 이 당을 이끌어 왔다는 점은 의심할 나위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적어도 당의 형 성사적 측면에서만 본다면 조선로동당 역사가들의 규정은 정당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역사적 해석 이 아닌 역사적 사실 의 측면에서 역사를 바라볼 때, 이 문제는 검토의 여지 가 있다. 왜냐하면 조선로동당의 로동당 이라는 명칭은 1946년 월, 북조선분국이 개칭된 북조선공산당과 조선신민당의 합당1)을 통해서 이루어진 북조선로동당(이하 북로당)에서 나온 말이기 때문이다. 즉, 역사적 사실 로서의 조선로동당의 창립은 북조선공산당과 조 선신민당의 합당으로 만들어진 북로당의 창립일인 1946년 월인 것이다. 물론 이 합당은 외형적으로는 철저하게 대등한 합당 이라는 형식을 취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조선신민당의 북조선공산당으로서의 흡수라는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그렇다하더라도 이 합당을 통해서 * 成均館大學校 講師. 1) 당시 양당 지도자들은 합당 대신에 합동 이라는 용어를 썼다.

2 國史館論叢 第54輯 로동당 이라는 새로운 명칭의 정당이 탄생하였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우리가 굳이 북조선공산당과 조선신민당의 합당이라는 역사적 사실 로서의 북로당의 창립에 주목하는 것은, 이를 통해서 조선로동당의 창립일이 북조선분국 결성으로 맞추어 짐으로써 지금까지 지나쳐 왔던 몇가지 역사적 사실들을 의미있게 되새겨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우리는 북로당의 창립에 주목함으로써 지금까지 거의 전적으로 공산당중 심으로 서술되어 왔던 해방 직후 북한지역의 좌익정당사에 조선신민당과 그 전신인 연 안독립동맹의 역사를 복원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우리 는 당시 상층 뿐만 아니라 하층에서도 생각보다 복잡했던 좌파지형이 존재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양당합당에 주목함으로써 해방정국에 탄생해서 북한지역에서 토지 개혁과 중요산업국유화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던 공산당이 왜 1946년 월 시점에서 조선신민당과의 합당을 결행하고 또 당의 명칭을 계급성이 희석화된 로동당 으로 썼는 가라는 보다 구조적이며 심층적인 물음에도 다가설 수 있게 된다. 본 논문은 이상의 의의를 지니고 있는 북로당의 창립을 북조선공산당과 조선신민당의 북 로당으로의 전환(합당) 이라는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분석하기 위해서 준비되었다. 논문의 서술은 먼저 양당지도부의 일제하 경력과 양당의 성립 과정을 살펴보고난 뒤 양당 합당의 과정과 배경 의미, 그리고 북로당의 성격과 구조를 분석검토하는 순서로 진행시키고자 한다. Ⅱ. 해방정국과 북조선공산당과 조선신민당의 성립 1. 양당 지도부의 일제하 경력 해방 당시 북한지역에서 지도세력으로 부상하려면 최소한 다음의 두 가지 조건을 갖 추고 있어야 했다. 첫째, 당시가 일제 식민지의 질곡속에서 벗어난 해방정국이었기 때문 에 민족해방운동의 경력이 필요했다. 둘째, 주지하다시피 한반도의 해방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대표하는 미국과 소련군의 분할진주속에서 이루어졌다. 그리고 이로 인한 미 소의 분할점령은 단순히 지역분단을 넘어선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대결이라는 냉전구 조의 한반도적 형성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미 소의 한반도 진주가 바로 이러한 의미 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미군과 소련군이 각각 점령한 남과 북에서는 어느세력이건 지 도세력으로 부상하려면 자신의 지향이 점령군의 이데올로기적 지향과 부합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소련군이 진주한 북한에서는 지도세력으로 등장하려면 기본

3 적으로 좌익적 경향을 가진 세력이어야 했다. 그런데 해방 당시 북한지역에는 이러한 조건을 갖춘 좌익세력이 다양하게 존재해 있었 다. 그들은 대부분 일제하에서 투항하거나 변절하지 않고 민족해방투쟁이나 공산주의운동 을 전개한 경력을 지니고 있었다. 192년에 조선공산당이 해산된 이래 조선의 공산주의자 들은 통일된 혁명조직을 꾸리지 못한 채 분산적으로 대일 투쟁을 전개하다가 해방을 맞이 하였다. 따라서 어느 세력도 해방공간에서 혁명을 주도할 유일정통성을 내세울 수 없었다. 해방직후인 1946년이나 1947년, 194년에는 과거 혁명사업을 하던 사람들에 대하여 따로 말해야 하였다 2)는 김일성의 진술이 보여주듯이 당시 이들은 일제하 투쟁경력 때문에 누 구나 할 것 없이 통제할 수 없는 권위를 나누어 갖고 있었다. 일제의 가혹한 탄압 아래서 공산주의자들이 전국적인 통일된 단일 항일대오를 결성하지 못하고 국내외에서 고립분산 적인 투쟁을 전개하였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은 어느 정도 필연적인 측면이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지역에 공산당이 결성되자 대부분의 좌익세력이 여기에 참가하 였다. 그러나 뒤늦게 조국에 귀환한 유력한 해외 좌파운동세력인 연안독립동맹 인사들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공산당에 가입하지 않았다. 그들은 독자적으로 조선신민당이 라는 새로운 당을 결성하였다. 물론 이러한 독자적인 당 결성은 이 연안독립동맹이 좌파 세력임에는 틀림없으나 공산당과는 구별되는 특별한 역사적 조건과 자기성격을 가지고 있었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여기서는 해방정국에서 왜 북한지역에 북 조선공산당과 조선신민당이라는 두개의 좌익정당이 分枝되어 결성되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 먼저 양당지도부의 상이한 일제하 경력을 살펴보고자 한다. 일제하 경력을 기준으로 분류할 때 북조선공산당 지도부는 다음의 4개의 그룹으로 나 뉘어진다. ⑴ 국내공산주의 출신(국내파) 일제하 국내에서 공산주의 활동을 한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일명 국내파라고 부 른다. 이들 중 대표적인 인물들로는 김용범(평남) 박정애(평남) 오기섭(함남) 정달헌(함 남) 최용달(함남) 장순명(함북) 주영하(함남) 장시우(평남) 이순근 최경덕(황해도) 등을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이들을 통칭해서 국내파 라고 부르지만 사실 이들이 모두 하나 로 묶여져서 세력화된 적은 없었다. 이들은 일제하 자신이 주로 활동했던 지역이나 자신 이 속했던 투쟁조직에 따라 몇 갈래로 나뉘어져 있었다. 2) 김일성, 함북도 당 단체들의 과업 ( 로동신문 ).

4 國史館論叢 第54輯 분국결성 당시 제1비서를 맡았던 김용범이나 박정애 등은 평양을 활동무대로 소련과 만주를 드나들며 투쟁했는데, 일찍이 김일성 단일지도체제 확립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 하였다. 주영하 장시우 등 저명한 국내파 인사들은 각각 자신의 연고지역이나 특정분야 에서 기득권을 가지고 있었으나 그렇다고 해서 해방정국에서 세력군을 이룬 파벌화로 나아가지는 않았다.3) 단지 오기섭, 정달헌, 이주하4), 최용달 등으로 대표되는 함남지역 중 심의 일부 지역의 공산주의자들은 북조선분국 결성 때부터 서울중앙지지 를 표명하 고 나서면서 세력화되었다. 이들은 북조선공산당에서 서울중앙의 박헌영을 대신해서 김 일성과 대결하였다. 따라서 이들은 북조선공산당 내에서 가장 먼저 종파 로 비판받았으 며 당내 권력투쟁에서도 가장 먼저 거세당했다. 이들의 특징은 대부분이 1920년대 조선공산당 시절부터 공산주의운동을 전개해 왔으 며 김용범 박정애 등을 제외하면 어떤 형태로든 당시 공산주의 운동에서 파벌에 관계되 어 있었다는 점이다. 바로 이 점이 뒷날 이들이 김일성 등에 의해서 종파주의자 로 비판 받을 때마다 天荊의 약점으로 작용하였다. ⑵ 항일유격대 출신(만주파) 김일성을 중심으로 만주와 조 중 국경지방에서 항일무장투쟁을 전개한 세력을 말한다. 일명 만주파 혹은, 갑산파 라고도 부른다. 만주파 란 이들의 투쟁지역이 만주지방인데서 온 말이며 갑산파 란 김일성이 동북항일연군 제1로군 제6사 사장시절 조국광복회 조직 확대 작업과정에서 갑산군 보천보에 진공하는 등 항일유격대가 갑산 일원에 맺고 있던 연고에서 연유한 말이다. 만주각지에서 전개된 항일무장투쟁과정에서 살아남아 북한으로 돌아온 지도자로는 항일연군 제1로군 6사 사장과 제2방면군 군장을 지낸 김일성과 동북 항일연군 제7군의 참모장으로 활약한 최용건, 동북항일연군 제3군 정치위원이었던 김책 등이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이들은 1931년 9월에 만주사변이 발발하자 만주 각지방에서 중국인 공산주의자들과 연합부대를 편성하여 항일무장투쟁을 전개하였다. 당시 일국일당주의 원칙에 의해서 중 국공산당에 편입되어 있던 조선인 공산주의자들은 1932년 2월 남만에서 이홍광이 반석 공농유격대를 결성한 것을 비룻하여5) 동만 각지에서 1932년 봄부터 유격대가 조직되기 시작하였다. 북만의 요하지방에서는 최용건이 1933년 4월 김문형 등과 함께 조선인으로 3) 그러나 이들은 박헌영의 숙청을 공식화한 1953년 월의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6차전원회의에서 반당적 반국가적 파괴암해분자, 종파분자 로 규정되어 당에서 제명당했다. 해방 후 10년일지 (평양 조선중앙통신사, 1955 추정) p ) 이주하는 분국결정 직후 활동무대를 서울로 옮겨 박헌영의 심복으로 활동하였다. 5) 와다하루끼(和田春樹) 이종석 옮김, 김일성과 만주항일전쟁 (창작과 비평사, 1992) p.79.

5 이루어진 饒河工農兵 반일유격대를 발족시켰다. 이들 항일유격대 중 특히 조선해방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던 부대는 조선인 인구 가 전체 인구의 70%를 넘었으며 유격대원의 절대다수가 조선인이었던 동만의 항일유격 대였다. 이 곳 유격대 출신으로 북한에 돌아온 고위지도자로는 김일성을 비룻하여 안길 김일 최현 등이 있다. 만주 각지에서 지속적인 대일항전을 전개하던 항일유격대는 1939년 가을부터 전개된 일제의 대토벌에 직면하여 치명적인 타격을 입기 시작하였다. 이에 항일유격대는 1940년 에 접어들면서 역량보존을 위해서 그동안 투쟁하던 만주를 떠나 소련영내의 야영으로 이동하였다. 일제토벌대의 주요섬멸목표가 되어 있던 김일성부대도 1940년 3월에 마지막 대규모 전투(홍기하전투)를 치루고 1940년 11월, 蘇滿국경을 넘어서 블라디보스톡 근처 의 야영(일명 남야영)으로 이동하였다.6) 최용건 역시 1940년 11월 일제의 대토벌을 피해 서 부대를 이끌고 소련영내로 이동하였다. 그러나 가장 북쪽에서 싸운 김책의 경우 1943 년 10월에야 만주에서 철수하였다. 소련영내로 이동해간 뒤에도 항일유격대는 만주와 조 선 북부지방으로 유격대 소조를 파견하면서 대일항전을 계속하였다. 소련으로 이동해 간 항일유격대는 1942년 7월에 하바로프스크 근처의 비야츠코 야영 에 모여서 망명부대로서 동북항일연군교도려(일명 여단)를 결성하였다.7) 그동안 만주 각지에 흩어져서 유격투쟁을 전개해 온 조선인 공산주의자들은 바로 이 부대에서 비로 소 모두 해후할 수 있었다. 중국공산당의 소속이면서 조 중연합부대로 구성된 동북항일 연군 교도려에서 최용건은 교도려 부참모장을 맡았으며 김일성은 제1영 영장을, 김책과 강건은 각영의 정치위원을 맡았다. 조선인 항일유격대원들의 동북항일연군교도려 생활 중 가장 주목할만한 것은 그들이 1945년 7월 말 그동안 1국 1당주의 원칙에 따라 자신들이 속해 있었던 중국공산당으로 부터 분리해 나와 해방 후 조선에서 당 건설과 해방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 조선공작단 을 결성했다는 사실이다. ) 이 조선공작단에는 만주지역의 조선인 밀집지역(연변과 목단 강 일원)의 해방사업을 위해서 파견될 강건과 김광협 등 일부 조선인들을 제외한 대부분 의 조선인이 참가하였으며 김일성이 단장을 맡았다.9) 이러한 사실은 이들이 조국귀환 이전에 이미 조선에서의 당건설과 해방사업을 준비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조선공작단을 결성한 항일유격대의 조국귀환 계획은 원래 소련군과 함께 대일전에 참 만 6) 東北抗日聯軍闘爭史 (北京 人民出版社, 1991) p ) 위의 책 pp ) 彭施魯, 在蘇聯北野營的五年 ( 黑龍江黨史資料 10, 197) p.77. 9) 喬樹貴, 在艱苦的年代里 ( 延邊歷史硏究 1, 196) p.3.

6 國史館論叢 第54輯 전하여 일본군을 격파하면서 개선하는 것이었으나 이는 당시 사정상 실현되지 않았다. 현재 이 사정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고 있지 않지만 추측건대 스탈린이 공산당 부대 인 항일유격대가 만주지역을 점령할 경우 중국 국민당과의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서10) 항일유격대 본대의 전투참여를 막은 것으로 보인다.11) 조선인 항일유격대원 들의 경우 당시 군사편제상 중국인 유격대원들과 혼성 편성되어 있었고 소련이 조선을 만주와 분리시켜 사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출동할 수 없었던 것으로 짐작된 다. 이들은 1945년 10월 만주를 거쳐 귀국한 최용건을 제외하고는12) 대부분 1945년 9월 19일 김일성의 인솔하에 원산항을 통해 귀국하였다. 이들 중 김일성과 김책, 안길, 김경 석, 유경수, 조정철, 이봉수 등은 곧장 북조선분국 결성에 참여했으나13) 대부분은 군사, 보안 분야 건설작업에 참여하였다. 한편 항일유격대 출신은 아니지만 함경남도 갑산일원에서 조국광복회14) 국내조직을 만들어 김일성의 항일유격대와 연계를 가졌던 세력도 넓은 의미에서 이 범주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좁은 의미의 갑산파 15)를 가리키기도 하는 이들은 박금철, 이효순16) 이송 운, 김왈룡 등으로 대표된다. 이들은 1936,7년에 있었던 조국광복회 국내와 장백현 일원 의 조직이 붕괴되는 혜산사건 을 계기로 검거되어 옥중에서 해방을 맞이하였다. (3) 소련계 한인들(소련파) 소련군이 북한에 진주하게 되자 소련은 북한의 정치, 행정, 군사, 문화분야 등에서 통 역 등 실무를 맡을 전문요원들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소련은 각 방면에서 실 무 경험을 가지고 있는 소련국적의 한인들을 뽑아 북한으로 내보냈다. 이들이 바로 흔히 소련파라고 불리우는 소련계 한인들이다. 이들은 북한의 초기 국가 형성 과정에서 당을 10) 당시 소련과 국민당은 우호조약 체결을 위한 막바지 협상을 하고 있었으며 협상내용에는 만주문 제가 중요의제 중의 하나였다. 소련은 중국국민당정부와 1945년 월 14일 중소우호동맹조약 을 체 결하였다. 이 조약체결을 둘러싼 협상경과는 香島明雄, 中ソ外交史硏究 (京都 世 界思想社, 1990) pp 참조. 11) 이러한 필자의 견해를 간접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으로는 香島明雄, 위의 책 pp 참조. 12) 최용건의 귀국과정에 대해서는 趙素芬, 周保中將軍傳 (北京 解放軍出版社 19) pp.42 4 참조. 13) 조선전사 는 김일성이 이들을 1945년 9월 20일(이날은 항일유격대가 원산으로 귀국한 다음날 이다) 정치공작원으로 각 지방에 파견하였다고 쓰고 있다( 조선전사 23 현대편, 과학 백과사전 출판사, 191, p.26). 14) 조국광복회에 대해서는 이종석, 북한지도집단과 항일무장투쟁 ( 해방전후사의 인식 5, 한길 사, 199) pp 참조. 15) 와다하루끼 교수는 갑산파를 이들 조국광복회 출신들에 특화시켜서 부르고 있다. 와다하루끼 (이 종석 옮김), 김일성과 만주항일전쟁 pp ) 이효순은 직접 조국광복회 멤버는 아니었으나 조국광복회의 핵심인물인 이제순(45년 3월 10일 사 형집행)의 친형인 까닭에( 리제순동지의 생애와 활동, 평양 조선로동당출판사, 1965 참조) 같 은 부류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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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벌상의 분류에서 볼 때 엠엘파에 속했던 최창익과 한빈은 중국으로 망명하여 조선민족 혁명당에 가입하여 활동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각각 193년과 1940년에 조선민족혁명당 을 탈당하였다. 최창익은 193년 청년공산주의자들을 이끌고 조선혁명당을 탈당하여 전 위동맹을 결성하여2 ) 北上抗日의 기치아래 연안으로 갔으며 한빈은 1940년에 탈당한 후 이듬해 조선민족해방투쟁을 결성하여 역시 연안으로 갔다. 이 밖에도 독립동맹에는 김두 봉처럼 개별적으로 연안으로 가서 합류했거나 일본군에 속해 있다가 탈주한 조선인 병 사들, 화북지방의 농민자제들도 있었다. 이상과 같이 독립동맹은 다양한 투쟁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결집해서 만들어졌다. 이들 은 중국관내의 상이한 지역에서 서로 다른 조건속에서 활동하다가 1942년 7월에 화북의 太行山 부근에 집결하여 형식상 통일전선체의 성격을 갖는 화북조선독립동맹을 결성하 였다. 독립동맹 결성당시 주석은 중경을 떠나 1942년 4월에 연안에 도착한 좌익민족주의 자 김두봉이었다.29) 그 밖의 면면을 보면 부주석에 최창익 한빈, 집행위원에 무정 허정 숙 이유민 박효삼 박일우 김창만 양민산 이춘암 등이 있었다. 독립동맹은 명백히 공산주의자들이 중심이 되어 만들었지만 공산당조직이 아닌 통일 전선체였다. 독립동맹의 주체들은 이 조직을 어떠한 한 계급의 기초우에 건립된 계급정 당, 어떠한 일 계급의 이익만을 위하야 생긴 존재도 아닌 조선민족의 해방과 독립을 위하야 조직된 반일민족통일전선의 성질을 갖는 군중적 혁명단체 로 규정하였다.30) 그 리고 현단계 조선사회의 성격을 식민지반봉건사회로 보고 조선혁명의 성격을 자산계급 성 민족민주 혁명단계 로 규정하였다.31) 따라서 독립동맹은 전위당인 공산당 건설보다 당면과제인 일제타도를 위해서 항일민족전선의 구축에 온힘을 쏟았다. 독립동맹은 일제 타도와 민주공화국의 건설을 기치로 내걸고 화북 각 지역의 조선민중을 규합하는데 상 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와 함께 독립동맹은 항일의 무력수단으로 조선의용군을 두었 다. 조선의용군 사령에는 무정이 취임했으며 부사령에는 박일우와 박효삼이 선임되었다. 1945년 월 9일 소련군의 대일전 참전과 함깨 그동안 화북의 태항산 일대에서 활동하던 조선의용군에게 중국인민해방군 총사령 주덕은 만주와 조선해방을 위해 중국동북지방으로 의 이동을 명령하였다. 그러나 일본군의 조기항복으로 조선의용군은 대일전에 참전하지 못했다. 독립동맹이 조선의용군과 함께 만주의 심양에 도착한 것은 1945년 11월경이었다. 2) 森川展昭 朝鮮獨立同盟の成立と活動について ( 朝鮮民族運動史硏究, 靑丘文庫, 194; 이정 식 한흥구 엮음, 항전별곡, 거름 1992) pp ) 심지연, 잊혀진 혁명가의 초상 김두봉연구 (인간사랑 1993) pp ) 최창익, 연안시대의 독립동맹 ( 독립신보 1946년 5월 25일). 31) 최창익, 위의 글( 독립신보 1946년 5월 26일).

10 國史館論叢 第54輯 독립동맹은 본래 조선의용군과 함께 귀국하려 했으나 그것은 소련군에 의해서 저지되었 다. 따라서 독립동맹 지도부만이 1945년 12월 조국해방 4개월만에 북한으로 귀환하였다.32) 독립동맹의 귀국과는 달리 박일우, 박효상 등이 지휘하는 조선의용군은 만주에서의 해 방사업과 국공내전에 대비한 조선족의 무장과 규합을 위해서 조선의용군 1,3,5지대로 나 뉘어져 만주에서 활동하였다. 이들 중 박일우, 박효삼 등 일부지도자는 1946년에 귀국하 였다. 그러나 방호산, 김창덕 등은 1949년부터 국공내전에 참전했던 조선족 병사들을 이 끌고 북한으로 돌아왔다.33) 2. 양당성립의 배경과 과정 ⑴ 조선공산당 북조선분국의 결성과 그 배경 해방후 북한지역의 공산주의자들은 북한을 독자적으로 관장하는 당 조직의 결성을 추 진하였다. 그 결과 김일성을 중심으로 하는 북한지역의 대표적인 공산주의자 70여 명은 1945년 10월 13일 평양에서 서북 5도당원 및 열성자연합대회를 열어 서울의 당중앙과는 별개의 독자적인 당기구로서 북조선분국을 결성할 것을 결정하였다. 이미 예비회의에서 조선공산당 북조선 분국의 결성이 결정되었기 때문에 이 대회에서 분국결성은 만장일치 로 채택되었다. 그렇다면 왜 북한지역의 공산주의자들은 독자적인 당기구를 결성하였나? 물론 북한공 산주의자들은 그 표면적인 이유로 미 소의 분리 점령으로 인한 남북한 정세의 차이를 들고 있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을 보다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문제를 김일성의 조 선공작단 결성과 연결시켜서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김일성과 그의 항일유격대 동료들은 해방 직전에 조선공산당의 재건과 조선해방사업을 위해서 조선공 작단을 결성하였다. 그러나 그들이 북한에 귀국했을 때 이미 서울에는 박헌영 등에 의해 서 조선공산당이 재건되어 있었다. 아마 당건설을 당연한 자신의 임무로 생각했던 항일 32) 김두봉을 비롯한 이들의 귀국날짜는 1945년 12월 13일이다. 해방후 10년일지 p.46 및 해방후 4년간의 국내외 중요일지 ( )( 북한관계사료집 7, 국사편찬위원회) p.52. 그런데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조선의용군의 국내진입은 소련군에 의해서 저지되었다. 이와 관련해서는 비록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pp 참조. 33) 박일우, 박효삼은 1946년경에 귀국하였으며 김창덕(중국에서의 이름은 李德山)과 방호산은 1949년 7월 중국 국공내전에 참전했던 조선족 병사들로 구성된 중국인민해방군 164사(북한에 들어와 5사 로 개칭)와 166사(북한에 들어와 6사로 개칭)를 각각 이끌고 귀국하였다. 軍事科學院軍事圖書館 編著, 組織沿革和各級領導成員名錄 (北京 軍事科學出版社, 1990) p.7.

11 대원들은 크게 당황했을 것이다. 그들은 서울의 당 중앙을 무시하고 평양에 독자적 인 당 건설을 추진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비록 서울의 당 중앙 건설자들은 비록 김일성이 혐오했던 1920년대 분파투쟁의 주역이긴 했지만 일제하 쟁쟁한 운동경력을 가 진 고참 공산주의자들이었다. 그리고 북한지역에도 오기섭, 이주하, 정달헌 등 서울 중앙 과 연계된 공산주의자들이 이미 당 조직을 만들고 있었다. 더욱이 이 시기는 신국가건설 을 위해 좌익이 통일단결해야 할 해방정국이었다. 바로 이러한 상황속에서 항일유격대 출신들이 재건된 당 중앙을 부정하고 새로운 공산당을 만든다면 그것은 운동을 분열시 킨다 는 비난을 받을 소지가 컸고 또 북한내부에서도 토착공산주의자들의 반발을 살 것 이 명확하였다. 게다가 그러한 분열은 해방정국의 헤게모니를 우익에게 넘겨주게 될 위 험성을 안고 있었다. 이에 항일무장투쟁세력은 조선공산당 서울 중앙을 인정하면서도 북 한지역에 독자적인 조직을 만드는 방향으로 당건설문제를 정리한 것으로 추측된다. 항일 유격대를 중심으로 북한지역에 형식적으로는 서울의 중앙에 속해 있으나 실제로는 독자 적인 당기구가 필요하다는 논리가 개발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논리에 소련군도 동 의한 것으로 추측된다. 이렇게 해서 조선공산당 북조선분국이 결성된 것이다. 조선공산당 북조선분국의 결성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서울에 당 중앙이 있는 상황에서 북한지역에 독자적인 분국을 설치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었다. 결국 북조선분국의 설치는 북한지역 공산주의자들간에 격렬한 논쟁을 수반하면 서 이루어졌다. 북한지역의 공산주의자들은 북조선분국 결성 문제를 토론하기 위해서 1945년 10월 5일부터 예비회의를 개최하였다.34) 이 회의에서 김일성을 중심으로 한 항일 유격대 출신들과 金鎔範 등 일부 국내공산주의자들은 분국설치를 강력히 주장한 데 반 해서35) 吳基燮, 鄭達憲, 李舟河 등 함남 원산 출신 계열 공산주의자들은 서울 당 중앙의 존재를 들어 분국설치를 반대하였다. 분국설치론자들은 미소 양국의 군대가 남북조선에 진주함으로써 생겨난 지역적 특수성을 들어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켰다.36) 북조선분국의 결성은 대회에서 채택된 정치노선확립 조직확대강화에 관한 결정서 중 북부조선 각도 黨部는 북부조선의 특수성을 보아 당의 볼세비크화의 활동의 민활과 사 유격 34) 조선로동당력사교재 (평양 조선로동당출판사, 1964) p ) 당시 북한주둔 소련군 정치사령관이었던 레베데프의 증언에 따르면 소련 역시 북한지역에 독자적 인 당 역할을 수행하는 조직의 결성을 원하고 있었다고 한다. 비록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1992) p ) 분국설치론자들의 이러한 입장은 10월 13일 대회에서 당조직문제를 보고한 한 김 동무의 발 언에서 잘 나타난다(위의 책 pp 참조). 뒤에 북한의 공식문헌은 김 동무의 입장을 그 대로 이어받아 분국 설치의 이유를 미제의 남조선 강점으로 인하여 조성된 복잡한 정세에 비추 어 모든 유리한 조건들이 지어져 있는 북조선에 당 중앙기관을 두어야 한다 는 상황인식에서 출 발했다고 서술하였다( 조선로동당력사교재 p.129).

12 國史館論叢 第54輯 의 확대강화를 위하여 조선공산당북부조선분국을 설치할 것을 결정한다 37)는 조항으 로 규정되었다. 이 결정서는 북조선분국이 서울의 당 중앙이 직영하는 직속기관임을 규정하였다.3 ) 그러 나 북조선분국은 출범당시부터 북한지역을 독자적으로 관할하는 중앙기관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실제로 북조선분국은 결성된 날부터 독자적인 당 중앙기관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한편 여기서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 북조선분국의 결성날짜와 관련 한 논쟁이다. 북한은 북조선분국의 결성일을 10월 10일로 규정하고 이날을 조선로동당 창건일로 기념해왔다. 이러한 북한의 입장은 북조선분국 결성을 결정한 조선공산당 북조 선 5도당원 및 열성자대회가 1945년 10월 10일부터 13일까지 나흘간 열렸다는 주장에 의해서 밑받침되어 왔다. 지금까지 국내외의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이러한 북한의 공식입 장을 그대로 수용해왔다. 그러나 동경대의 和田春樹 교수는 이를 비판하고 분국결성 당 시를 설명하는 1차 자료들39)에 대한 정밀검토를 통해서 대회가 10월 13일 단 하루밖에 열리지 않았음을 주장하였다.40) 이와 같은 와다하루끼 교수의 견해는 옳은 것으로 판단 된다. 와다하루끼 교수가 제시한 자료외에도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사가 발간한 한 일지 역시 10월 13일 대회 개최 사실을 기록하고 있다. 이 일지는 1945년 10월 13일을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업 양에서 조선공산당 서북 5도당 책임자 및 당 열성자 대회를 개최하고 조선공산당 북조선분국중앙을 설치할 것을 결의.41) 한편 10월 13일 대회의 결정에 근거해서 10월 20일에 북조선분국 중앙이 결성되었 다.42) 제1비서로는 평안남도 공산당을 대표한 金鎔範이, 제2비서로는 오기섭이 선출되었 다.43) 이 외에도 17명의 집행위원이 선출되었다. 한 증언에 따르면 김일성, 安吉, 김용범, 평 37) 옳은 路線을 위하야 (우리문화사, ) p ) 위의 책 p ) 위의 책 p 해방일보 1945년 11월 15일자 분국설치 승인기사. 해방후 4년간의 국내외 중요일지 (증보판) p.11. 조선중앙년감 (I949년판) p 년 11월 1일자 정로 창간호 분국설치관련기사. 40) 和田春樹, 朝鮮共產黨北朝鮮分局の創設 ( 社會科學硏究 第42卷 第3號, 1990) pp.1 33 참조. 41) 해방후 10년일지 p ) 위와 같음. 43) 북조선분국의 중앙지도부의 면면을 보여주는 공식적인 문헌은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으나 이 두 사람의 선출은 모든 증언에서 일치한다. 특히 김용범의 경우 해방일보 11월 15일자 분ᅳ국설치 통 고기사로부터 그가 분국책임자였음이 확인되고 있다.

13 正愛, 朱寧河, 張順明, 姜鎭乾, 오기섭, 崔景德, 김용기, 송봉옥, 이순직, 金敎英 등이 집 행위원에 선출되었다고 한다.44) 소련의 한 문헌은 김책이 분국 농민부장이었던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45) 이로 미루어 보아 김책 역시 집행위원에 선출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한편 증언에 따르면 북조선분국의 각 집행부서장으로는 조직부장 주영하, 선전부장 김교 영, 간부부장 李東華, 청년부장 김욱진, 노동부장 최경덕, 농민부장 이순직, 부녀부장 박 정애, 교육부장 韓雪野, 총무부장 박종호 등이 결정되었다고 한다.46) 그런데 증언과 소련 문헌에 나타난 집행위원 중 김일성과 김책 안길만이 항일유격대 출신 인물이며 나머지 는 모두 국내에서 공산주의 활동을 한 인물들이다. 국내인사들 중 분국설치를 반대했던 인물들 중 오기섭만이 집행위원에 들어 있으며 나머지는 분국설치에 적극적이거나(김용 범, 박정애 등) 중립적이었던 인물들로 지역대표성을 띠고 있었다. 그런데 이 명단에는 이미 북한에 들어와 있던 소련계 한인들이 집행위원 명단에서 보 이지 않고 있다.47) 이는 분국결성 당시 허가이 등 소련계 한인의 핵심인사들이 입북하지 않은 까닭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집행위원회 위원이 되려면 일제하 민족해방운동을 전 개한 활동경력이 있어야 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검토해야 할 것은 분국에서의 김일성의 위상에 관한 문제이다. 김일성 은 분국결성을 주도하였다.4 ) 그렇지만 그가 직접 분국 제1비서의 자리를 맡지는 않았 다. 물론 김일성은 김용범의 제1비서 선출에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였다. 그렇다면 김 일성이 분국 제1비서를 맡지 않은(혹은 못한)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이러한 사실은 두 가지 측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먼저 김일성이 제1비서에 앉지 못했 다는 사실은 그가 북한 공산주의자들 사이에서 아직 헤게모니를 장악하지 못했다는 점 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 김일성은 당시 남북 분단이라는 예기 치 못한 상황을 맞이해서 자신이 공산당 지도자보다는 민족지도자로 부각되기를 더 원 했기 때문에 굳이 분국 제1비서에 연연해하지 않은 측면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49) 한 朴 44) 서용규씨 증언 ( 비록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p.116). 45) fond 17, office 12, delo 47, pp (1945년 11월 일자 불확실, 사포즈니코프가 디미트로프 에게 보낸 문서). 46) 비록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p ) 물론 아직 귀국하지 못한 연안독립동맹계열 인사들의 면면도 보이지 않는다. 4) 김일성의 분국 결성 참여 및 주도사실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로서는 북조선로동당 제2차 대회의 3일째 되던 날(194년 3월 29일) 한 김일성의 토론내용을 들 수 있다. 그 내용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오기섭 동무는 처음에 분국이 나올랴 하였을 때에는 자기가 책임자가 될 줄 알고 반대하지 않다가 김용범 동무가 책임자로 되고 나니 반대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정달헌 동무는 해외에서 온 사람들을 반대하고 서울에 있는 중앙을 지지한 것이라고 하나 사실은 자기가 함남중앙을 만들지 못하여 분국을 반대하였던 것입니다. 그때 나는 자리는 누가 차지해도 좋으니 일만 잘하라고 해서 그들에게 자리를 그냥 맡겼던 것입니다 ( 북한관계사료집 1, 국사편찬위원회, 192, p.417).

14 國史館論叢 第54輯 편 해방 직후 김일성의 정치적 경쟁자로까지 인식되었던 조선의용군 사령인 연안출신의 무정이 분국 결성 당시 제2비서로 선출되었다는 주장50)도 있으나 그것은 신빙성이 거의 없다. 1946년 1월초에 있었던 무정의 조선인민보 와의 인터뷰는 그때까지 그가 공산 당에 입당하지 않았음을 시사하고 있다.51) 아마 무정이 제2비서로 선출되었다면 그것은 1946년 1월초 이후였을 것으로 판단된다. 아무튼 서울의 당 중앙은 서북 5도당원 및 열성자대회에서 북조선분국 설치가 결정된 지 열흘 후인 1945년 10월 23일 총비서 박헌영의 명의로 이를 승인하였다.52) 이로써 조 선공산당 북조선분국이 공식적으로 탄생한 것이다. 이 분국의 탄생은 북한지역에서 서울 에 있는 당 중앙의 권위를 부인하는 것으로, 이를 계기로 북한공산주의 운동의 지도권은 사실상 서울에서 평양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북조선 분국은 출범 직후부터 자신을 의도 적으로 중앙국 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으며 공식문서에서도 분국 과 중앙국 을 혼재시켜서 사용하였다.53) ⑵ 조선공산당 북조선분국의 활동과 북조선공산당으로의 전환 서북 5도당원 및 열성자대회는 조선공산당 북조선분국 결성을 결정하면서 분국결성 결정과 함께 앞으로 분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담은 정치노선확립 조직확대 강화에 관 한 결정서 를 채택하였다.54) 이 결정서에서는 현단계 혁명의 성격을 자본민주혁명으로 보고 토지문제를 기본과업으로 설정하였으며 친일분자를 제외한 국내전인민전선55)의 통 일이 주장되었다. 당의 과업으로는 공장, 광산, 기업소, 농장 등 기층 생산단위에서의 당 49) 김일성이 분국 제1비서로 추천되었으나 사양했다는 증언도 있다. 서용규씨 증언, 비록 조선민주 주의민공화국 p ) 김창순 북한 15년사 1945년 월 1961년 1월 (知文閣, 1961) pp 방인후, 북한 朝鮮勞動黨 의 형성과 발전 (고려대출판부, 1970) p ) 조선인민보 1946년 1월 14일 ; 심지연, 조선신민당연구 (동녘, 19) pp 에서 재인 용. 여기에서 무정은 현재의 공산당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는 질문에 많은 기대와 존중하 는 뜻을 가지고 있다 고 대답했으며 공산당내의 파괴분자 에 대한 숙청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면 서 듯건대 라는 제3자적 표현을 쓰고 있다. 52) 해방일보 1945년 11월 15일. 53) 서용규씨의 증언, 비록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p ) 결정서의 내용은 옳은 路線을 위하야 pp.5 64 참조. 55) 인민전선이란 기본적으로 민족통일전선과 같은 뜻이나 전선형성의 방법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 이 결정서에서 민족통일전선 대신에 인민전선이 사용된 사실은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를 던져준다. 인민전선이란 용어는 주로 일제하 국내에서 활동하던 공산주의자들에 의해서 사용되었으며 김일 성은 시종일관 철저하게 민족통일전선이라는 용어를 썼다(김일성 장군 述, 민족대동단결에 대하 야, 조선공산당 청진시위원회, 1946년 3월, p.2 참조). 즉, 김일성의 인식에는 이 두개념은 엄격 하게 준별되어 있었으며 그는 그렇기 때문에 철저하게 민족통일전선이란 용어를 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결정서에 민족통일전선 대신에 인민전선이라는 용어가 나오는 것은 북조선 5도당원 및 열성자대회가 김일성의 의도대로만 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고도 볼 수 있다.

15 포의 조직과 각계 각층에서의 외곽단체 결성이 강조되었다. 또한 결정서에서는 당의 통일과 당간부양성문제 등이 제시되었으며 좌우경 기회주의에 대한 경계가 강조되었다. 이러한 결정서의 주요내용에 기초해서 북조선분국은 활동을 전개해 나갔다. 북조선분국 은 토지개혁에 앞서 1945년 가을에 우선 3.7제 투쟁을 주도하여 농민의 대중적 각성과 지 주고립화를 꾀하였다.56) 또한 민족통일전선의 결성을 위해서 북조선분국은 김일성을 통해 서 줄곧 민족주의 지도자인 조만식과 유대를 견지하고 공산주의 청년단체들인 공산주의청 년동맹을 해체하는 대신에 보다 광범한 청년들을 규합한 조선 민주주의 청년동맹 북조선 위원회의 결성을 추진하였다( 결성). 아울러 당의 외곽단체 결성 작업도 진행하여 민주주의 청년동맹과 함께 생산단위에서의 노동조합결성을 통해서 조선노동조합 전국평의 회 북조선총국(북조선직업동맹 )을 결성하였으며 대중적 농민조직으로서 전조선 농민조합총연맹 북조선연맹(북조선농민동맹 )을 결성하였다. 이와 함께 당의 여성 부문 외곽조직으로 북조선 여성동맹 (조선민주여성동맹 )을 결성하였다.57)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작업들이 반드시 성과있게 추진된 것만은 아니었다. 분국결성 1,2개월만에 몇몇 분야에서는 북조선분국의 작업이 심각한 난관에 부딪치거나 왜곡되는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하였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난관에 부닥친 것은 통일전선분야에서 였다. 특히 이 문제는 1945년 12월에 있었던 모스크바 3상회의의 조선문제 결정사항을 둘러싸고 좌우익이 대립하면서 돌이킬 수 없는 국면으로 빠져들었다. 조만식을 중심으로 한 조선민주당 수뇌부는 신탁통치거부 라는 명분으로 모스크바 3상회의 결정사항을 반 대한 반면에 김일성을 중심으로 한 북한공산주의자들은 조선에 민주주의적 임시정부를 수립 한다는 결정사항 제1조5 )에 초점을 맞추어 지지를 표명한 것이다. 결국 이 문제를 둘러싸고 발생한 갈등 때문에 소련군정은 조만식을 연금하였으며 조선민주당 일부인사 들이 월남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이로써 북조선분국의 가장 중요한 민족통일 전선 파 트너였던 민주당과의 실질적인 유대에 심각한 균열이 초래되었다. 각 지방 단위에서도 통일전선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였다. 곳곳에서 공산당원과 민주당원의 반목이 잇따 랐으며59) 1945년 11월 말에는 공산당과 청년학생들이 격돌한 신의주사건이 발생해서 김 일성의 개입으로 겨우 진정되기도 하였다.60) 세 56) 조선로동당력사교재 p ) 이상의 결성일자는 해방후 10년일지 p.46 참조. 5) 소련과 북한과의 관계 (국토통일원 조사연구실 197년 번역 발행) p ) 이 문제에 대해서는 김일성도 1945년 12월 17일 조선공산당 북조선분국 3차 확대집행위원회에서 한 연설에서도 지적하고 있을 정도다. 김일성, 북부조선당 공작의 착오와 결점에 대하야 ( 북 한관계사료집 1) p.. 60) 와다하루끼, 소련의 대북한정책 ( 분단전후의 현대사, 일월서각, 193) pp 참조.

16 國史館論叢 第54輯 북조선분국의 당조직 내에서도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였다.61) 먼저 당원관리분야에서 심각한 문제들이 노정되어 각 생산단위에서는 여전히 당세포의 조직작업이 부진을 면치 못했으며 친일분자들이 당에 잠입하는 사례까지 생겨났다.62) 당원성분에 있어서도 1945 년 12월 17일 현재 4,530명의 당원 중 노동자는 30%(농민 34%, 지식분자 상업가 및 기 타성분 36%)에 불과해 당원의 증가가 주로 비노동계급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당 원은 숫자에서 미미했을 뿐만 아니라 그 자질이나 성분에 있어서도 한 사회를 이끌어 갈만한 역량을 갖추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당의 통일과 규율에 있어서도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황해도와 평안북도 등 일부 도에 서는 공산당내의 각종 구룹빠 (소조직)들이 생겨났으며 각 도당위원회가 분국의 지시나 결정을 무시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였다. 뿐만 아니라 당은 신의주사건에서 보여주듯 이 군중과의 연계가 취약하였으며 각급 인민위원회에 대한 지도도 미약하였다. 인재양성 에 대해서도 뚜렷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또한 외곽단체 사업도 미진해서 직 업동맹의 경우 중요간부의 상당수가 비당원으로 채워져 있을 정도였다. 한마디로 1945년 12월경의 북조선분국은 북한사회에서 당, 통일전선, 대군중관계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심각한 시행착오 속에 빠져 있었다. 당의 시행착오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소련군 이 진주한 유리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당은 대중과 유리되고 당은 분열로 치달아 공산당 헤게모니 자체가 위협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 바로 이러한 상황속에서 북 조선분국은 1945년 12월 17,1일 분국 제3차 중앙확대집행위원회를 개최하였다. 이 회의 는 그동안 분국 핵심지도부(비서) 밖에 머물러 있던 김일성에 의해서 주도되었다. 그는 회의 보고에서 그동안 북조선공산당이 범해 온 각종 착오와 결점들에 대해서 신랄하게 비판하였으며 이에 기초해서 당의 향후 과업을 제시하였다. 북조선분국 제3차 중앙확대집행위원회를 계기로 북조선공산당은 새로운 체제정비에 들어가게 되었다. 권력구조면에서 보면 김일성은 이 회의에서 책임비서로 선출되었으 며63) 분국내의 명실상부한 제1인자로 떠올랐다.64) 1945년 10월 중순 귀국한 항일유격대 이 사건에 대한 공산당측 입장에서의 서술은 백봉, 민족의 태양 김일성장군(2) (인문과학사, 1969) pp 참조. 우익측 입장에서의 사건 발생 배경과 전개 과정에 대한 자세한 서술은 차경수, 용암포 조선민주 당 수난사건 ( 호박꽃 나라사랑, 기독교문사, 19) pp 참조. 61) 여기서 지적하고 있는 북조선 분국내 여러가지 문제점은 김일성, 앞의 글 pp.3 9와 북부조선당 공작의 착오와 결점에 대한 결정서 ( 북한관계사료집 1) pp 참조. 62) 김일성은 陽德郡 당위원회 비서는 일제 때 이 군에서 경찰서장을 지낸 인물이었다고 지적하고 있 다. 앞의 글 p.3. 63) 김일성의 책임비서 취임을 보여주는 자료로는 북한관계사료집 1, p.3 및 전조선 동포들에게 격함 (위의 책 1) p.29 참조.

17 의 2인자인 최용건도 이때 분국 확대집행위원회에서 상무집행위원회 위원에 선출되었 다.65) 항일유격대 지도자들의 분국장악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런데 김일성의 책임비서 취임은 당내 정치과정에서도 시기적으로 볼 때 매우 중요 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1945년 10월 북조선분국이 결성될 당시만 해도 북한 내 공산 주의 세력은 일제 때 국내에서 활동하던 세력들과 김일성의 항일유격대출신들, 그리고 소수의 소련계 한인들 뿐이었다. 따라서 북조선공산당 내의 세력지형은 비교적 단순하였 다. 그러나 이미 살펴본 것처럼 1945년 12월초에 해외 조선공산주의운동의 중요 세력이 었던 연안독립동맹계열의 주요 지도자들이 귀국하고, 또한 거의 같은 시기에 허가이, 김 재욱 등 소련계 한인의 주력군이 평양에 도착하였다. 이로써 북한 좌익진영의 세력구도 는 훨씬 복잡해졌다. 바로 이러한 시기에 김일성은 북조선분국의 책임비서에 취임함으로 써 사실상 분국을 장악하고 북조선공산당 내에서의 유일대표성을 확보했던 것이다. 제3차 중앙확대집행위원회 이후 조선공산당 북조선분국은 보다 적극적으로 북한의 정 치를 이끌어 갔다. 때마침 불어닥친 모스크바 3상회의의 결정사항을 둘러싸고 벌어진 우 익과의 갈등속에서 북조선분국은 이 결정의 지지를 밀어 부쳤으며 좌우익간의 갈등이 화 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북한지역에서의 단독적인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 임시 중 앙주권기관 인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의 결성을 주도하였다( ).66) 나아가 1946년 3 월초에는 북조선분국 중앙 제5차 확대집행위원회를 열어 북조선인민위원회의 토지개혁 즉각 실시 방침에 따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 전당력을 토지개혁사업에 투입하였다. 김일성이 북조선분국을 이끌어가면서 당내에서는 김일성중심의 지도체제확립을 위한 움직임이 가시화되었다. 이 과정에서 분국결성 당시부터 나타나 지속되어 온 일부 분파 적 작용들이 종파 라는 이름으로 비판되기 시작하였다. 종파문제가 분국 확대집행위원회 에서 공식적으로 제기된 것은 1946년 2월에 있었던 제4차 중앙 확대집행위원회에서였다. 최초의 비판은 분국결성과정에서 서울 중앙을 지지한다는 명목으로 분국결성을 반대했 64) 1950년대 이래 북한의 모든 역사서들은 이 회의를 당 발전의 획기적인 전환을 이룬 역사적인 회 의로 매우 중요하게 평가해 왔다. 조선통사 하(195) p.29 조선로동당력사교재 p.149 조 선로동당략사 (조선로동당출판사, 1979) p.240 참조. 65) 로동신문 1976년 9월 23일. 그런데 최용건은 신탁통치문제를 둘러싸고 조선민주당 당수 조만 식이 북한 공산주의자들과는 반대로 반탁을 주장하게 되면서 당에서 축출되자, 1946년 2월에 북조 선공산당을 나와 조선민주당에 들어가서 2월 24일에 열린 조선민주당 제1차 당 대회에서 당 중앙 위원회 위원장에 피선되었다. 해방후 10년일지 ) p ) 당시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 위원장에 선출된 김일성은 이 위원회의 설립 목적을 조선통일정부가 조직될 때까지 북한에서 중앙행정기관(혹은 행정적 주권기관)의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서라고 보고 하였다. 목전 조선정치형세와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의 조직 문제에 관한 보고 ( 북한연구자료 집 1,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1969) pp

18 國史館論叢 第54輯 으며 분국결성후에도 지속적으로 서울 중앙의 권위를 운위해 온 함남, 원산지역 출신 공 산주의자들에게 가해졌다. 이때 김일성의 보고에 근거해서 작성된 중앙확대집행위원회 결정서는 일체 종파적 분립적 비당적 행위를 반대 할 것을 강조하였다.67) 김일성의 지도권이 확립되어가면서 북조선분국은 1946년 봄부터 서울 중앙과의 형식 적 관계마저도 단절하기 시작하였다. 주지하다시피 조선공산당 북조선분국 결성은 그 자 체로서 사실상 서울 중앙의 존재를 무시하는 조치였다. 그러나 김일성을 중심으로 하는 분국지도부는 그동안 당내 세력관계 등을 고려해서 형식상 서울 중앙을 인정하고 있었 다.6 ) 그러나 1946년 4월에 들어오면서 분국은 명칭을 일부 공식문서에서도 북조선공산 당으로 바꾸는 등 자신을 서울 중앙과 분리시키기 시작하였다.69) 이러한 분리 속에서 북 조선분국이 언제 북조선공산당으로 당명칭을 공식적으로 전환했는지는 분명치 않으나 추측건대 해방후 10년일지 에 분국표기가 1946년 5월 15일까지 나오고 최초의 북조선공산당 표기는 6월 3일에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70) 1946년 5월말부터 6월 초 사이에 당명칭의 공식전환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1946년 12월에 북한으로 귀환한 연안독립동맹인사들은 중국에서 만들어진 독립동맹의 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초기에는 자신들의 방향모색을 위해서 정국을 정관하였다. 그리 고 그들은 해방정국에서 독립동맹을 해체하기 보다는 당분간 그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 기로 결정하였다. 독립동맹 지도부가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된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기존 의 정치조직 중 독립동맹 성원들을 담을 그릇이 없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볼 수 있 다. 독립동맹의 성격으로 보아 조선의 완전독립이 실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조직이 공 산당으로 해소되기는 어려웠다. 독립동맹은 진보된 혁명적 계급정당 이 아니라 진보된 군중적 정치단체 였기 때문에71) 당장 그 성원들이 모두 공산당으로 포섭되기 어려운 상 태였다. 더욱이 독립동맹 간부들에게 이미 당내 조직질서가 자리잡힌 북조선공산당에서 자신들이 차지할만한 만족한 자리가 별로 없었다. 67) 목전 당내 정세와 당면과업 에 관한 결정서 ( 북한관계사료집 1) pp ) 1946년 1월말까지만 해도 분국 지도부는 우리들의 지도자 박헌영동지를 위수로 한 당 중앙동지 들의 정확한 영도 를 주장하며 남조선공산당원들에게 우리의 지도자 박헌영 동지를 옹호지지하 자! 고 호소할 정도로 분국과의 형식적 종속관계를 인정하고 있었다( 남조선당원동지들에게 드리 는 글 해방일보 1946년 2월 6일). 이글의 발표 일시는 1946년 1월 2일이었으며 주체는 조선 공산당 북조선분국 상무위원회였다. 69) 1946민 4월에 있었던 분국선전부장 김창만의 연설과 그에 기초한 결정서는 분국과 북조선공산당 이라는 명칭을 혼재하여 쓰고 있다( 북한관계사료집» 1, p.5 92). 70) 해방후 10년일지 p ) 최창익, 앞의 글( 독립신문 1946년 5월 21일).

19 결국 독립동맹은 조선의 완전 독립 을 기치로 독자적인 행보에 나섰다. 이 결정이 이 루어진 뒤 독립동맹은 공식적인 자기발언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 첫번째 발언은 조선에 관한 모스크바 3상회의의 결정사항을 둘러싸고 벌어진 탁치문제에 대한 입장표명이었다. 1946년 1월 2일 독립동맹은 조선공산당 북조선분국을 비룻하여 조선로동조합 전국평의 회 북부조선총국, 평남농민위원회, 민주청년동맹, 여성총동맹 등과 함께 모스크바 3상회 의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하였다.72) 반탁 을 명분으로 모스크바 3상회의 결정을 반대한 조만식의 조선민주당이 불참한 가운데 공동성명이 이루어진 이 날 독립동맹의 김두봉주석은 평양방송을 통해서 시국에 대한 태도표명 이라는 제목 으로 모스크바 3상회의 결정을 지지하며 자주독립을 위해서 매진하겠다 는 요지의 연설 을 하였다.73) 이 연설에서 김두봉은 모스크바 3상회의의 결정 중 제3조를 주권이 我國에 있는 후견 을 5년간 실시한다는 뜻이지 주권을 타국에 讓하는 신탁 의 의미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5년간의 후견없이 즉시 독립되었으면 좋겠으나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3국 외상의 조선에 대한 결정이 그만큼된 것도 조선의 국가독립완성에 호의적 정의적 결정 이라고 단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 결정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였다.74) 그런데 당시 독립동맹은 조선공산당 북조선분국이 통일전선 형성의 파트너로 상정했 었던 조만식과의 관계가 모스크바 3상회의 결정에 대한 태도를 둘러싸고 파국에 이르면 서 북한정국에서 급부상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즉, 우익의 최고지도자와 결별한 공산당의 입장에서 볼 때 소자산가와 지식인, 중농의 포섭을 위해서 우파정당인 조선민 주당과 경쟁관계에 놓여 있던 중도좌파 지향의 독립동맹의 존재가 그만큼 소중하지 않 을 수 없었을 것이며 이러한 사실은 독립동맹의 부상을 촉진시켰을 것으로 짐작된다. 모스크바 3상회의 결정 지지 이후 독립동맹은 북한사회 전개방향에 있어서 일관되게 조선공산당 북조선분국과 보조를 같이 하였다. 독립동맹은 1월 31일 항일시기에 만들어 졌던 강령을 해방과 미 소 양국 군대의 주둔이라는 변화한 현실에 맞게 고쳤다. 고쳐진 임시강령에서 독립동맹은 동맹의 기본목적을 조선독립의 완전한 쟁취로 놓고 새로운 국 가로서 민주공화제에 입각한 조선민주공화국의 건립을 주장하였다. 그리고 경제면에서는 일제 및 賣國賊에게서 몰수한 대기업의 국유화와 경자유전의 원칙에 따른 토지의 재분 배 등을 골자로 하는 경제정책의 시행을 주장하였다.75) 한편 독립동맹은 1월 25일 부주 석 한빈을 서울에 파견하여 남한에서의 조직건설작업에 착수하였다.76) 그 결과 2월 5일 72) 해방후 10년 일지 p ) 심지연 조선신민당연구 p ) 김두봉, 시국에 대한 표명 ( 조선인민보 1946민 1월 6일 심지연 위의 책 pp 에서 재인용). 75) 신천지 1946년 3월호 p.209; 심지연, 위의 책 pp 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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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있던 상황이었는데, 이러한 상황은 독립동맹의 당으로의 전환을 자극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아무튼 독립동맹은 조선신민당으로 개칭한 뒤 더욱 북조선공산당과 밀접히 연계하면 서 자기 활동을 전개해 나갔다. 이 과정에서 조선신민당은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가 추진 한 토지개혁 등 일련의 개혁조치들을 지지하고 적극 동참하였다. 그런데 조선신민당 당대회가 열린 것은 당명개칭후 4개월이 지난 1946년 6월이었다. 6 월 26일 조선신민당은 평양의 당 중앙본부에서 제1차 북조선 대표대회를 개최하였다. 당 원 500명 중에서 한명씩 선출된 대표가 참석한 당대회에서는 당위원장 김두봉의 보고와 함께 국내외 정세와 당의 과업 및 강령규약에 대한 토의와 의결이 있었다. 그리고 대회 는 중앙집행위원을 선거하고 2일 폐회되었다. 0) 그런데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이 대회 에서 남한에 있는 당 경성특별위원회를 남조선신민당 당중앙위원회로 개편하기로 결정 한 사실이다. 1) 남조선신민당의 발족은 경성특별위원회가 평양의 당 중앙과 동등한 위상 을 갖는다는 의미를 지닌 것으로서, 이것은 이미 1946년 6월 시점에서 북조선공산당과 조선신민당의 합당문제가 깊이있게 진행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1946년 6월 시점에서 북조선공산당과 조선신민당 사이에 합당교섭이 내밀하게 진행되어 교섭이 막바지에 이르렀기 때문에 조선신민당의 남쪽지부인 경성특별위원회를 독립된 당 중앙으로 분리시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조선신민당 제1차 북조선대표 대회는 형식상 당의 출범을 알리는 대회였으나 실제로는 북조선공산당과의 합당을 위해 서 당의 소멸을 준비하는 대회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Ⅲ. 북로당으로의 전환(양당합당) 1. 양당의 북로당으로의 합당과정 북조선공산당과 조선신민당의 합당문제가 공개적으로 본격화 된 것은 1946년 7월부터 였다. 합당 문제는 표면적으로는 7월 23일 조선신민당 대표 김두봉이 북조선공산당 책임 비서 김일성에게 합당제의 서한을 보내고 이에 대해서 김일성이 다음날 원칙적 수락을 표명한 회신을 보냄으로써 가시화되었다. 먼저 7월 23일 조선신민당은 중앙위원회 상임위 원회를 열어 현계단의 조선신민당의 과업과 목적이 북조선공산당의 그 과업 목적들과 0) 이상은 해방후 10년일지 p.47 및 심지연, 조선신민당연구 p.194 참조. 1) 실제로 신민당 경성특별위원회는 1946년 7월 13일 평양에서 열린 제1차 대표자회의 결정에 따라 남조선신민당중앙위원회로 개편되어 재발족하였다 (심지연, 조선신민당연구, p.196).

22 國史館論叢 第54輯 합치된다는 의미에서 양당의 합동에 대한 의견을 공산당에 제의하기로 결정을 채택하였 다. 2) 이 결정에 의거하여 신민당 중앙위원회 김두봉 위원장은 북조선공산당 책임비서 김일성 장군 및 제위중앙위원 앞으로 양당합동문제를 제기한 書狀을 보냈다. 양당합당의 제의를 받은 북조선공산당은 7월 24일 중앙위원회 상임위원회를 열어 신민당의 제의를 토론한 결과 이를 접수키로 하였다. 북조선공산당은 신민당에 보낸 답장에서, 북조선 노 동자 농민 지식분자 밋 기타 근로대중의 리익을 대표하는 두당의 합동은 조선의 민주주 의적 새로운 역량의 성장과 민주주의 조선독립국가 건설을 위한 투쟁을 전개함에 있어서 근로대중으로 하여금 더 광범히 뭉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줄 것 이라고 화답하였다. 3) 양당 합당에 대한 제안과 답장이 오간 직후인 1946년 7월 2일 북조선공산당과 조선 신민당은 이 문제를 토론하기 위해서 양당 중앙위원회 상임위원회 확대연합회의를 개최 하였다. 이튿날인 7월 29일에는 다시 양당 중앙위원회 확대 연합회의를 열어 양당의 대 표인 김일성과 김두봉의 보고를 듣고 토론결과 조선근로대중의 이익을 옹호하기 위하 여 북조선공산당과 조선신민당을 연합 하여 북조선로동당 으로 칭하기로 결정하였다. 4) 그리고 양당은 조선신민당과 북조선공산당이 북조선로동당으로 합동함에 대한 선언 서 를 통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긴 북로당이 실현해야 할 강령을 채택하였다. 5) 1. 민주주의 조선독립국가를 건설할 것. 2. 인민공화국의 건설을 期하여 전조선적으로 주권을 인민의 정권인 인민위원회로 넘길 것. 3. 일본인 및 조선인 지주들의 소유토지를 몰수하여 토지없는 농민에게 무상분배하며 북조선의 토지개혁의 성과를 더욱 공고히 하고 전조선에 토지개혁을 실시할 것. 4. 일본국가, 일본인단체와 일본인 개인 소유 및 민족반역자들의 소유인 공장, 광산, 철도, 수운, 체신기관, 기타 기업소 및 문화기관들을 국유화할 것. 5. 일체은행과 기타 금융기관들을 국유화 할 것. 6. 노동자와 사무원에게 시간 노동제를 실시하며 그들에게 사회보험을 보장하고 여자 들에게 남자와 동등하게 임금을 지불할 것. 7. 재산, 지식, 신앙, 성별의 차이와 관계없이 20세에 달한 조선인민들에게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부여할 것.. 전조선인민에게 언론, 출판, 집회, 연설대회, 시위운동, 당조직, 동맹조직 및 신앙의 자유를 보장할 것. 9. 여자들에게 남자들과 동등한 권리를 보장하며 가족 및 풍습 관계에서 봉건적 잔재 2) 조선신문 1946년 월 1일. 3) 위와 같음. 4) 위와 같음. 5) 위와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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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國史館論叢 第54輯 북조선공산당과 조선신민당의 대표들이 양당 합당을 결정한 직후 양당은 각급 하부단 위에서 통합작업을 개시하였다. 그리고 통합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양당은 1946년 월 2일부터 30일까지 3일간 평양에서 북로당 창립대회를 개최하였다. 9) 이것은 공산주 의자들에게는 조선공산당 북조선분국을 결성한 지 10개월 만이었고 독립동맹 인사들에 게는 조선신민당 결성 6개월 만의 일이었다. 대회는 북로당 창립준비위원회를 대표한 김일성의 개회선언으로 시작되었다. 대회에는 북한지역의 6개도에서 뽑힌 01명의 대표가 참석하였다. 전체대표 중 여성대표는 9명이었 으며 사회 성분별로는 노동자 13명(23%), 농민 157명(20%), 사무원 35명(4%), 기타 76 명(9%)이었다.90) 전체대표 중 일제하 반일투쟁에 적극적으로 참가한 사람이 373명 (46%)이 었고 이들 중 263명이 옥중생활을 하였으며 이들이 받은 총 형량은 징역 1,07년이었다. 대 표들의 학력정도는 소학정도 22명(29%), 중학정도 359명(45%), 대학정도 214명(26%)이었 으며 외국에서 혁명사업을 하다가 돌아온 사람이 427명(53%)으로 과반수에 달했다.91) 대회는 월 29일 북조선공산당과 조선신민당을 대표한 김일성과 김두봉의 보고를 필 두로 본격적인 토론에 들어갔다. 대부분의 토론자들은 북로당 창립의 정당성과 함께 당 의 당면 과제나 방향에 대해서도 자기 의견을 개진하였다. 많은 토론자들이 종파주의를 경계하거나 이와의 투쟁을 강조하였으며 여성, 청년 등 특정분야를 대표한 토론자들은 자기 분야에 대한 당의 관심 제고를 촉구하였다. 대회는 마지막 날 모두 13개항으로 이 루어진 당 강령과 41개조의 당규약을 채택하고 당기관지로서 정로(북조선공산당 기관지) 와 전진(조선신민당 기관지)을 합하여 로동신문을 발행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리고 대회 는 당 중앙위원회 위원 43명과 검열위원회 위원 11명을 선출한 뒤 막을 내렸다. 2. 북로당으로의 합당의 배경과 의미 과연 북조선공산당과 조선신민당이 1946년 월 시점에서 북조선로동당으로 합당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합당 배경을 살펴보기 전에 먼저 합당을 실현시킨 기본조건부터ᅵ 9) 창립대회 회의록은 북한관계 사료집 1, pp 조선노동당 대회 자료집 제1집, pp 참조. 90) 여기서 북조선공산당 때보다 사무원 비율이 대폭 상승한 것은 신민당의 주요 지지기반이 지식인 을 중심으로 한 근로인테리였기 때문이다. 91) 이상의 통계는 창립대회에서 한 박일우의 대표 심사위원회 심사결과보고에 근거함 ( 북한관계사 료집 1, p.110). 그런데 이 통계에 따르면 해외에서 혁명사업을 하던 사람이 반일투쟁 경력자보다 도 그 수가 더 많은 것으로 되어 있다. 이것은 해외 혁명사업자 중에는 소련계 한인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25 살펴보자. 양당의 합당 가능성은 기본적으로 당시의 혁명단계에서 북조선공산당과 조선 신민당이 이데올로기적 지향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다시 말해 서 당시 공산당의 최저강령과 조선신민당의 일반강령이 일치했다는 점이 합당의 기본조 건이 된 것이다. 무산계급의 정당인 북조선공산당이나 지식인과 농민, 소자산계급이 중심이 된 조선신 민당이나 모두 이데을로기스펙트럼에서 보면 좌파정당이었다.92) 물론 공산당이 훨씬 계 급성을 강조하고 있었지만 분단이라는 특수한 현실과 반제반봉건이라는 당시의 혁명 단 계가 그들로 하여금 사회주의 일반강령을 대중에게 제시하는 것을 막았다. 따라서 북조 선공산당은 당시 반제반봉건혁명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최저강령을 당면 과업으로 제시 하였다.93) 그런데 이 최저강령이 중도좌파적인 성격을 띠었던 조선신민당의 기존강령과 거의 일치하였다. 조선신민당이 북조선공산당 앞으로 보낸 합동 제의서에서 본당의 강 령과 정책이 실제적으로 귀당과 일치 94) 한다는 표현은 이 일치를 표현한 것이었다. 바 로 이 점이 양당합당을 가능케 한 근본적인 조건이었다. 이러한 일치는 비록 좌파정당끼 리의 합당이기는 하지만 합당논의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異見을 부차화시킬 수 있도 록 해 주었다. 물론 이러한 일치는 양당이 모두 당시의 혁명단계를 인민민주주의혁명의 초기단계(자산계급성 민주주의혁명 단계)로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면 이상의 설명에 기초해서 당시 양당 지도부가 들고 있는 공식적인 합당배경을 살펴보자. 양당 지도부는 무엇보다도 복잡한 내외정세를 합당배경으로 들었다. 당시 양당 중앙위 원회 확대연합회의가 채택한 조선신민당과 북조선공산당이 북조선로동당으로 합당함 에 대한 선언서 는 모든 민주주의 과업을 실천하는 데 있어서 북조선이 주동력이 되 는 것 이라며 긴급한 현하정세 가 북조선 로동자, 농민, 근로대중을 광범히 연합하여야 할 것을 요구 하고 있으며 이를 실천하기 위하여는 통일적으로 되는 대중적 정당을 결 성 할 것을 천명하였다.95) 1946년 7월 29일 양당합동선언서와 함께 채택된 합당결정서는 합당을 강요한 당시의 국내외적 정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먼저 합당결정서는 국 제적으로 국제제국주의세력 과 파쇼잔재세력 이 서로 연합하여 각국에서 민주주의세력 92) 조선신민당은 북조선공산당 앞으로 보낸 합동 제의서에서 본당 당원의 성분 특히 그들의 사상적 진보성과 인민을 위하여 복무하는 충실성이 귀당 당원과 비상히 접근하고 있는 것이 사실 이라고 말하고 있다. 조선신문 1946년 월 1일. 93) 이 문제를 자세히 다룬 초기 북한측 논의로는 조선로동당 투쟁자 강의속기 1 (평양 조선로동 당 출판사, 195) pp 참조. 94) 조선신문 1946년 월 1일. 95) 조선신문 1946년 월 1일.

26 國史館論叢 第54輯 의 발전에 대항하고 있으며 그를 파괴하기 위해서 온갖 음모와 책동을 하고 있다고 보 았다. 아울러 국내적으로도 이와 같은 국제적 정세가 더욱 예리하게 반영되어 민주역량 과 반동세력 과의 투쟁이 극도로 첨예화되고 있다고 보았다. 합당결정서는 바로 이런 정세하에서 양당의 가장 긴급한 임무는 하루바삐 통일적 민 주주의정부를 세우는 데 있는 것이요, 반동세력을 신속히 소멸하며 전조선에 통일적으로 되는 제민주주의 개혁을 실현하여 速한 기간내에 인민대중의 물질적 생활을 향상시키고 있는 것 이라고 규정하였다. 그리고 이 엄중한 투쟁임무 를 실천하는데서 북조선 은 조 선민주주의 발전의 기본적 근거지 가 되며 추진력 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임무는 오로지 전근로대중의 통일적 행동과 튼튼한 단결로서만 완성할 수 있는 것 이며 이 근로대중의 통일적으로 되는 연합적 행동은 근로대중의 이익을 대표하는 정 당들의 연합으로서 좀더 대중적인 정당을 결성함으로써 그 주위에 더 광범히 인민대중 을 집결함으로써만 가능한 것 이라고 규정하였다.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합당결정서는 근로대중의 이익을 대표하며 그동안 북조선에서 제민주주의과업을 실시하는 과정에 있 어서 근로대중의 이익을 위하여 시종여일하게 굳세게 투쟁하여 왔으며 늘상 연합적 행 동을 취하여 온 두당의 합동문제를 제출하는 것은 가장 적절한 일이라고 주장하였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은 당시 양당 주체들이 합당의 명분으로 제시한 것으로 주로 정세 적 조건이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조건외에 양당의 합당을 추동한 배경은 없었을까? 물론 있었다. 먼저 양당의 지지기반이 일부 중복되면서 한편으로 분화되고 있었던 당시 상황 이 합당을 촉진시킨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 당시 공산당이 노동자와 농민 출신을 중심으 로 지지기반을 구축하고 있었던 데 반해 신민당은 지식인과 일부 농민층에서 지지기반 을 확산시켜 나가고 있었다. 심지어 공산당은 일제때부터 받아온 반공교육으로 인해서 대중적으로 결코 좋은 이미지를 확보하고 있지 못했기 때문에96) 일부 노동자와 빈농들 도 신민당에 가입하는 사례까지 발생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에 대해서 공산당을 중 심으로 한 좌파 지도자들은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으며, 이것이 곧 양당 합당을 추동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신민당의 급속한 신장으로 심화된 양당의 분화는 시간이 갈수록 하부 조직수준에서 양당간의 마찰을 빈번하게 야기시켰다.97) 따라 서 좌익진영내부의 본의 아닌 분열을 막기 위해서도 합당은 불가피한 실정이었다. 한편 북로당의 창립은 북한지역에서 강력한 단일 좌파정당이 탄생하였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북조선공산당원 26만 6천명과 조선신민당원 9만여 명이 산술적으로 합 96) 이 문제를 언급하고 있는 북한문헌으로는 조선로동당 투쟁사 강의 속기 1, p ) 이 문제에 대한 김두봉의 지적은 조선해방연보 (文友印書館, 1946) p.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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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國史館論叢 第54輯 을 뿐 그 성격은 기본적으로 맑스 레닌주의적 정당이었다. 다시 말해서 비맑스 레닌주의 적 정당을 표현하고 있는 당시 북로당의 강령과 규약은 당시 정세에 따른 전술적 내용 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이지 결코 당의 실제 성격이 공산당에서 대중정당으로 바뀌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당시 북로당의 강령과 규약은 최저강령에 불과한 것이지 결코 이 당의 최종목적과 그 를 위한 수단까지 규정한 일반강령은 아니었다. 이와 관련해서 김일성은 일찍이 1945년 10월의 한 연설에서 그 당시 임무를 민주주의인민공화국 건설로 설정함과 동시에 공산 주의 건설을 최후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면서 공산당은 계단에 따라 가장 적당하고 가 장 필요한 동작과 강령을 내세워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바 있었다.100) 전쟁 직후 행한 김일성의 다음과 같은 연설내용은 이 문제에 대한 김일성의 관점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우리당 강령에는 우리의 최종목적이 서술되지 않았습니다. 1946년에 우리가 당 강령을 채택할 당시에는 우리나라의 모든 사정으로 보아 그렇게 하는 것이 필요하였으며 또 적 당하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1946년에 작성한 우리당 강령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 그때 형편에서는 그렇게 서술하는 것이 옳았습니다.101) 이러한 진술은 북로당이 당강령과 규약에서 진보적 대중정당을 표방하고 대외적으로 점 진적 개혁을 추진하면서 사회주의의 깃발을 내걸지 않은 것은 당시 정세에서 혁명을 원활 히 이끌기 위한 하나의 전술적 조치였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당시 조선에서 사회주의를 건 설한다고 강령에 썼다면 일부 수준이 어린 인민들은 우리당의 곁에도 오지 않았을 것 102) 이라는 김일성의 진술은 바로 이러한 북로당 강령의 최저강령적 성격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북로당의 성격을 둘러싸고 당내에서는 상당한 혼선이 빚어졌다. 뒤에 좌 우경적 오류로 비판받은 당시의 혼선은 북로당을 맑스 레닌주의 정당으로 규정하면서 맑스 레닌주의자만이 들어올 수 있다는 주장(좌경적 편향)과 북로당이 대중적 당이 되었 으니 맑스 레닌주의가 당의 지도이론이 될 수 없다는 주장(우경적 편향)이었다.103) 사실 이러한 혼선은 내세우는 선언적 기치(대중적 당)와 내면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지도이론 100) 김일성장군 述, 민족대동단결에 대하야 pp.l2 13. 당시 김일성은 공산당의 기본 강령은 변할 수 없지만 행동강령, 당면강령은 수시로 달라질 수 있고 또 그러해야 할 것 이라며 현정세에 적 절한 강령 을 내걸어 대중을 전취할 것을 강조하였다(위의 책 p.14). 101) 사회주의혁명의 현계단에 있어서 당 및 국가사업의 몇가지 문제들에 대하여 ( ) ( 김 일성저작집 9, 조선로동당출판사, 190) pp ) 조선로동당 투쟁사 강의 속기 1, p ) 위의 책 pp

29 (맑스 레닌주의)과의 불일치로 인해서 나타난 필연적인 현상이었다고 할 수 있다. 뒤의 당문헌들은 이 혼선이 당시 김일성에 의해서 명쾌하게 해결된 것처럼 서술하고 있으나 형식과 내용이 일치할 수 없는 복합적인 정세속에서 아마 당시 북로당 지도부는 이러한 혼선을 명쾌하게 정리해 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2. 북로당의 구조 조직체계와 권력구조 북로당은 창립과 함께 채택한 당규약속에 당의 조직체계를 규정해 놓았다. 현재 창립 당시의 당규약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당시의 규약 채택을 둘러싼 토론과 194년 3월 2 차당 대회에서 수정된 규약과 관련 토론을 통해서 당규약이 규정한 당 구조를 유추해 볼 수밖에 없다.104) 먼저 북로당의 최고기관은 전당대회(당대회)이며 이 대회는 1년에 1회를 중앙위원회가 소집하도록 당 규약은 규정하였다. 이 전당대회가 하는 사업은 다음과 같이 규정되었다. 1) 강령 및 규약의 접수와 그의 수정 2) 당 중앙위원회와 중앙검사위원회, 중앙검열위원회의 선거105) 3) 당 중앙위원회와 중앙검사위원회, 중앙검열위원회의 결산보고의 청취 및 승인 4) 기본적 정치문제에 관한 당로선의 결정 5) 당 경리의 규정 그러나 이와 같이 막중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전당대회는 원칙적으로 1년에 한 번 밖 에 열릴 수 없기 때문에106) 실제 당사업은 중앙위원회가 전담하였다. 이 중앙위원회는 정위원만으로 구성되었으며(2차 대회규약에서 후보위원선출을 규정하였다) 다음과 같은 막중한 권한과 의무를 가지고 있었다. 1) 대회와 대회간의 당사업의 지도 2) 각 정당과 각 단체 기타 기관과의 교섭 3) 당의 하급기관의 지도 및 당을 원조하는 민주주의적 사회단체에서 공작하는 당원 104) 2차대회에서의 당규약 수정을 둘러싼 토론과 당규약은 북한관계사료집 1, pp 참조. 105) 중앙검열위원회 선거 권한은 4년의 수정 규약에서 중앙위원회로 이관되었다(4년 규약 17조 참조). 106) 실제로 전당대회는 매년 치르기에는 인적 물적 부담이 너무 컸기 때문에 규약대로 치뤄지지 못 했다. 더구나 한국전쟁이 겹쳐서 전당대회는 창립대회 후 1956년 4월 3차 당대회가 열릴 때까지 단 한 차례밖에 열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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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가이가 뽑혔으며, 상무위원으로는 독립동맹계열에서 김두봉 최창익 김창만 박효삼 박일 우 김교영 등 6명이, 공산당쪽에서 김일성 주영하 허가이 박정애 김책 태성수 오기섭 등 7명이 선출되었다.112) 이상의 인물분포는 북로당 지도부가 형식상 북조선공산당과 조선신민당으로 대표되는 독립동맹계열과의 정치연합으로 이루어졌으며 또 공산당내의 자리는 국내파 와 소련파 그리고 김일성의 항일유격대 출신들로 비교적 균분되어 있었음을 볼 수 있다. 따라서 형 태상 북로당 중앙위원회와 핵심기구의 구성은 철저한 정치연합적 성격을 띠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이 곧 북로당의 권력구조가 집단지도체제를 지향하고 있었 음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외형상 김일성이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에 선출되고 항일유격대 출신의 중앙위원회 진 출이 미미해 보이지만 사실 내용상으로 볼 때 북로당에는 창립 당시부터 김일성 중심의 단일지도체계를 지향한 강한 구심력이 작용하고 있었다. 독립동맹계열로 분류된 김창만 이나 허정숙, 그리고 국내파 로 분류된 박정애 등은 이미 김일성 유일지도자론 의 제창 자가 되어 있었다. 허가이 등 소련파 역시 김일성 유일지도자론 에 동조하고 있었다. 김 일성의 동료들인 항일유격대 출신인사들의 경우 대부분 중앙당으로 진출하지는 못했지 만 대신에 대부분이 신생국가건설의 기본 담보인 무력, 보안기관의 책임자로 일하면서 김일성의 배타적 지위확립을 물리적으로 뒷받침하고 있었다. 게다가 당시 김일성은 특히 북한개혁의 주체였던 북조선 임시인민위원회 위원장으로 개혁을 성공적으로 주도하고 있었다. 바로 이러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외형상의 정치연합에도 불구하고 북로당 창립시 점에 이미 김일성은 당 내에서 상당한 정도로 배타적 지위를 확보해가고 있었다. 미군노 획문서로 보존되어 있는 북조선로동당 창립대회 회의록 은 대부분의 토론자가 토론 말미에 김일성장군 만세를 불렀음을 기록하고 있어서 당시 그의 배타적 지위를 웅변으 로 보여주고 있다. Ⅴ. 맺 음 말 북조선공산당과 조선신민당의 북로당으로의 합당은 한마디로 해방을 주동적으로 맞이 하지 못한 북한 공산주의자들이 분단상황에서 혁명적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 갈 수 있는 정국의 헤게모니를 재생산해 내기 위한 시도였다. 물론 이 시도는 성공하였 112) 이 명단은 김주현, 북조선로동당의 탄생 ( 근로자 창간호, 1946년 10월) pp.47 4.

32 國史館論叢 第54輯 다. 북조선공산당 지도자들은 이데올로기적으로 하층의 광범한 중간파들을 포용하고 있 던 조선신민당과 합당함으로써 개혁의 추동력을 배가시켰다. 조선신민당 지도자들 역시 그들의 지지기반과는 약간 유리되게 그들 대부분이 공산주의자였기 때문에 창립된 북로 당이 공산주의자들의 페이스대로 움직이는 데 큰 불만은 없었다. 그러나 이 합당은 중도좌파적인 신민당을 소멸시킴으로써 북한사회의 정치지형을 더 욱 선명하게 공산주의자 중심으로 편재시켰다. 즉, 합당은 북한사회에서 중간세력을 좌 익으로 세몰이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이로써 북한정치는 완벽하게 북로동당 중심으로 움직이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그것은 소부르주아적 정당인 조선민주당이나 천도교 청우 당을 명실상부하게 위성정당(우당)으로 전락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한편 당시는 어느누구도 예상치 못했겠지만 이 합당은 결과적으로 조선신민당 출신인 사들의 몰락이라는 그들의 비극적인 운명을 잉태시킨 계기였다. 조선신민당 지도부는 김 일성이 지도하는 북조선공산당 지도부와 로동당 이라는 하나의 조직을 만들어 낸 주체 였다. 그러나 그들은 이후 치열하게 전개되는 당내 권력투쟁과정과 김일성단일지도체계 의 확립과정에서 소수파로서 몰락의 길을 걸었다. 특히 자신들이 권력중심에서 소외되고 있는 것에 반발하여 일으킨 1956년 월의 집단적 도전(월 종파사건)이 무위로 끝나면서 그들은 완전히 몰락하였다. 이 몰락과 함께 북로당 창립의 일 주체로서의 그들의 역사는 조선로동당사에서 모두 삭제되고 단지 공산당의 합당대상으로만 간단하게 기술되는 운 명을 맞이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