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편도나무 나는 편도나무에게 이렇게 말했네 <누이여, 나에게 신에 대해 말해다오.> 그러자 편도나무는 꽃을 활짝 피웠네 - 니코스 카잔차키스 <프롤로그> 잠에서 깨어보니 트럭 안이었다. 차 안의 시계는 푸른 불빛으로 막 새벽 3시를 찍고 있었다. 경부 고속 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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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설 금상 이 후 경 당선소감. 당선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타이페이 동물원에 가기 위해 모노레일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그 소 식을 알린 최초의 포유류는 팬더였다. 이 모든 게 따뜻하고 유머러스했다. 혹독한 시절을 품은 채 오 랫동안 집도 없이 떨던 이 글에게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이제 이 녀석에게 아늑한 지붕 하나 마련해 주었으니 나도 짐을 내려놓았다. 떠날 일만 남았으니 더욱 기쁠 뿐이다. 이후경(본명 이경혜)은 1960년 진주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다. 한국외국어대학 불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과거순례 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2004년 한국문 화위원회 창작 지원금 대상에 선정되었으며 2006년에는 소설집 저녁은 어떻게 오는가 (실천문학 사)가 우수 문학 도서로 선정되었다. 소설부문 금상 이후경 51

2 저녁의 편도나무 나는 편도나무에게 이렇게 말했네 <누이여, 나에게 신에 대해 말해다오.> 그러자 편도나무는 꽃을 활짝 피웠네 - 니코스 카잔차키스 <프롤로그> 잠에서 깨어보니 트럭 안이었다. 차 안의 시계는 푸른 불빛으로 막 새벽 3시를 찍고 있었다. 경부 고속 도로, 이 시간에 달리는 차들은 대부분 화물차들이었다. 간이휴게소에 는 잠시 휴식을 취하는 화물차들만 몇 대 서있을 뿐이었다. 갑자기 졸 음이 덮쳐 차를 이리로 뺀 다음 운전석에 앉은 채로 눈을 붙였던 기억 이 났다. 52 제2회 김만중문학상 수상작품집

3 꿈이었구나, 나부끼는 눈발 속으로 사라지던 은희의 뒷모습이 눈에 선했다. 하지만 처음 그의 곁에 누워 있던 여자는 영애였다. 그는 영애 의 손을 잡고 있었다. 잠든 그녀의 얼굴 위로 달빛이 어른거렸다. 그는 눈꺼풀이 내려오는 것을 가까스로 버티고 있었기에 그녀의 편안한 잠 이 한없이 부러웠다. 그가 잠들어 있을 때마다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의 곁을 떠났다. 그가 잠들어 있을 때 누이는 불에 타 죽었고, 그가 잠들어 있을 때 은희 는 쪽지 한 장을 남기고 사라졌다. 이제 마지막 여자 영애, 그가 잠들면 이 여자도 떠날 것이다. 텅 빈 그녀의 방만 남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눈을 감는다. 저절로 감기는 눈 꺼풀을 또 하나의 그가 바라보고 있다. 그의 손의 힘이 빠진다. 영애의 손을 놓치고 만다. 이미 그는 체념했다. 이 여자도 가버릴 것이다. 영애가 일어난다. 체념한 그는 잠든 그를 바라볼 뿐이다. 영애는 뒤 한 번 돌아보지 않고, 방문 쪽으로 걸어간다. 이렇게 되어 있었다. 그의 운명은 늘 이랬다. 그때 문득 영애가 알몸이라는 사실이 떠오른다. 밖은 엄동설한, 그런 몸으로 나섰다가는 얼어 죽고 만다. 떠나는 여자라도 그렇게 죽게 할 수는 없었다. 그는 그녀를 불러 세우려고 눈을 뜬다. 그러나 그의 눈에 비친 것은 푸른 원피스를 입은 여자의 뒷모습이다. 소매 없는 여름 원피스, 그가 결코 잊을 수 없는 옷. 그것은 은희의 뒷 모습이다. 당황한 그의 눈앞에서 은희는 문을 열고 나간다. 열린 문 밖으로는 하얀 눈발이 나부끼고 있다. 그 얇은 옷을 입은 채 은희는 나부끼는 눈발 속으로 들어가 어느새 보이지 않았다. 소설부문 금상 이후경 53

4 1. 발렌타인 제과 고급 초콜릿과 비스킷을 만드는 그 공장의 모습은 어딘가 기묘해 보 였다. 공단의 모든 공장들이 길을 향해 얼굴을 내밀고 있는데, 유독 그 공장만은 길을 외면한 채 서있었다. 여느 공장처럼 건물이 한쪽 대지 쪽으로 밀려 있는 게 아니라 공장 대지의 한가운데를 가르며 남북으로 길게 늘어서 있는 탓이었다. 기차처럼 기다란 2층 건물의 좌우로는 거의 같은 비율의 넓은 마당이 놓여 있어서 가운데의 공장 건물은 마당을 갈라놓는 칸막이같이 서 있 었다. 상품 운반의 편리만을 위해 고안된 특이한 구조였다. 그래서 그 공장은 안정되게 땅에 박혀 있는 게 아니라 막 어딘가로 떠나려는 배처 럼 불안해 보였다. 게다가 그 건물은 회색도 갈색도 아닌 분홍빛 페인 트로 온몸을 두르고 있었고, 길을 향한 건물의 좁은 측면에는 주식회 사 발렌타인 제과 라는 커다란 간판이 세로로 길게 붙어 있었다. 그래 서 그 건물은 낮에는 러브호텔처럼 보였고, 밤이 되어 조명이 들어오면 성인용 카바레처럼 보였다. 현장에서 수위실로 가기 위해서는 서쪽 현관으로 나가는 길과 동쪽 현관으로 나가는 길이 있었다. 서쪽 현관 길은 수위실에 가까운 데다 여자 탈의실까지 그쪽에 있어서 언제나 직원들의 왕래가 많았다. 대부 분의 직원이 여자들이었으므로 서쪽 마당은 이름도 앞마당이었고, 보 안등까지 설치되어 밤에도 훤했다. 그러나 동쪽 현관 길은 이용하는 사 람이 없었다. 남자 탈의실이 이쪽에 있긴 했지만 통틀어야 서른 명 남 54 제2회 김만중문학상 수상작품집

5 짓한 남자 직원들조차 아가씨들이 들끓는 서쪽 현관을 이용해 수위실 로 갔기 때문이다. 카드에 출퇴근 시간을 찍어야 했기 때문에 수위실은 반드시 거쳐야 했다. 늘 그랬듯이 정석은 동쪽 현관으로 나섰다. 수위실까지 걸어가는 짧 은 시간조차 사람들과 섞이기가 싫었다. 사람 사이에 있는 일이 그에게 는 버거웠다. 공장 마당의 어둠이 짙어졌다. 지난 한 달은 주문이 많지 않아 정석 처럼 주간 근무만 하는 경우, 여섯 시면 정확하게 일이 끝났다. 한 달 만에 오늘 모처럼 아홉 시까지 잔업을 했다. 하지만 이제 곧 크리스마 스, 연말연시, 발렌타인데이, 고급 초콜릿이 진열대에 화려하게 전시되 는 시즌이 된다. 한동안 잔업 없이 끝나는 날은 없을 것이다. 잔업 없이 끝날 때에도 늦가을 해라 어둡기는 했다. 그래도 그 때의 어둠에는 어 딘가 빛의 그림자랄까, 보이지 않는 빛의 여운이 남아 있었다. 희미한, 순도 純 度 가 떨어지는 어둠. 하지만 지금의 어둠은 무섭도록 생생해서 단 한 번도 빛이 닿지 않은 짐승의 내장 속 같았다. 이쪽으로는 주로 자 재과 창고가 있는 데다 보안등조차 없어 다른 곳보다 더 어두웠다. 옆 공장도 잔업이 없는지 불이 꺼져 있었고, 그 너머로는 제법 넓은 논밭 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그것들은 이미 어둠에 잠긴 지 오래였다. 밤바다 속으로 걸어 들어가듯 정석은 그 어둠 속으로 발을 디뎠다. 어둠이 몸에 닿는 느낌이 촉감으로 왔다. 낯선 느낌이 아니었다. 등줄 기가 시려오고, 그 시린 덩어리가 온몸으로 번져 간다. 뼈의 구멍마다 찬바람이 파고 들어와 그를 진저리치게 한다. 그는 걸음을 멈추고, 눈 을 감는다. 그의 둘레에 검은 강이 흐른다. 모든 것을 빨아들여 그에게 닿지 못하게 하는 그것. 다시금 통증이 밀려온다. 언제부터 이런 통증 소설부문 금상 이후경 55

6 에 시달려 왔는지 그는 기억하지 못했다. 그것은 너무도 익숙하고 오래 된 느낌이라 말도 못하던 갓난아기 시절 혼자 잠이 깬 어둠 속에서부터 그것을 만나온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처음에는 그런 것이 왔다 가는 줄도 몰랐고, 문득문득 깨닫게 되다가 이제는 오래 앓은 지병처럼 점점 깊어져 제 것이 된 통증. 그때였다. 웬 여자의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정석의 뒤통수에 와 박 혔다. 이봐요, 웬 똥폼이예요? 정석이 돌아보자 손전등 불빛이 확 덮쳤다. 그가 부신 눈을 가리며 바라보자 거기엔 하얀 니트 모자에 하얀 목도리를 두른 여자가 청바지 주머니에 한 손을 꽂은 채 다른 손으로는 손전등을 휘휘 두르며 날건달 같은 자세로 서있었다. 자세히 보니 제빵부에 근무하는 여자였다. 이 름은 몰라도 낯은 익었고, 날씬한 몸매와 투명해 보이는 갈색 눈동자가 제법 괜찮아 보였던 여자였다. 맨날 이쪽으로만 다니기에 한번 쫓아와 봤어요. 볼 때마다 잔뜩 무 게만 잡고 다니더니 이렇게 깜깜한 데서도 혼자 폼을 잡고 있네요! 정석은 웃었다. 대답할 말도 마땅치 않았기에 그는 다시 몸을 돌렸 다. 그러자 그녀가 달려와 그의 앞을 가로막아 서며 말했다. 야, 이 자식아, 사람 말이 말 같지 않니? 말은 거칠어도 가까이서 들여다보는 그녀의 성난 눈동자는 불빛 탓인 가, 놀랄 만큼 깊고 맑았다. 똥폼은 그 쪽이 더 심한 것 같은데? 정석이 그렇게 맞받자 그녀는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미안해요. 나, 정석씨가 좋아서 말 걸어본 거예요. 내 이름은 서은 56 제2회 김만중문학상 수상작품집

7 희예요. 얼굴은 알죠? 정석은 고개를 끄떡였다. 그러자 은희는 당장 그의 옆으로 와 스스럼 없이 팔짱을 꼈다. 수위실을 통과할 때도 그녀는 팔짱을 풀지 않았다. 어머머, 은희야! 언제부터 그런 사이였어? 그래도 너무한다, 얘! 회사에서! 서쪽 현관으로 먼저 나온 은희의 동료들이 그 모습을 보고 놀려댔다. 우리 이런 사이야. 정석씨 내 거니까 건드릴 생각 마! 평소에 정석과 친하게 지내던 경비원 김씨도 눈이 둥그레져 그를 바 라보았다. 하지만 정석의 마음속에는 아무런 감흥도 일지 않았다. 즐거 운 마음도, 설레는 기분도, 창피하다는 생각도 없었다. 그런데 그들이 막 거리로 나섰을 때, 아주 낮고 우울한 음성이 정석 의 귓가로 들려왔다. 어디로 가는 거예요? 정석은 고개를 돌렸다. 삶을 다 살아버린 노파의 것처럼 삭막한 목소 리가 정말로 이 여자의 것인가, 의심스러웠다. 은희는 여전히 팔짱을 끼고 있었지만 그의 눈길에도 무심한 채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술집의 네온사인 불빛이 여자의 얼굴 위에서 어룽거렸다. 붉고 푸른 불빛이 번 갈아 가며 여자의 얼굴을 핥아댔다. 그럴 때마다 그 투명한 갈색 눈동 자는 붉은 눈동자로, 푸른 눈동자로 바뀌었다. 은희씨가 원하는 대로. 그럼, 내 방으로 가요. 정석은 고개를 끄떡였다. 정석은 은희를 따라 골목길을 굽이굽이 돌고, 비탈진 언덕을 올라가 소설부문 금상 이후경 57

8 꼭대기에 자리 잡은 낡고 허름한 방 앞에 섰다. 그 방은 주인집 옆에 별 채처럼 따로 지어져 있었다. 주인집에선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와 텔레 비전 소리가 스며 나왔다. 언덕 꼭대기라 그런지 주변에 다른 집은 보 이지 않았다. 옆으로는 공터가 펼쳐져 있었고, 공터에는 쓰레기와 낡은 리어카, 자갈 더미가 쌓여 있었다. 은희가 방문을 열 동안 정석은 언덕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곳에 버 섯처럼 다닥다닥 붙어 피어난 집들, 그 집집의 창에선 아늑한 불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누이는 불 켜진 창을 바라보기 좋아했다. 어린 그 를 업고, 성냥팔이 소녀처럼 남의 집 창을 보며 오래도록 서 있곤 했다. 석아, 보래이, 참말 이쁘제, 내는 와 그리 저 불빛만 보면 고마 심장이 두근거리고 눈알이 그렁해지는지 모르것다. 니가 얼라였을 때 니를 업 고 강둑에 나가 엄마를 기다릴 때가 다 저녁 때 아니겄나, 나도 뭐 니 보다 두 살 위 누분께 마카 얼라였제. 얼라가 얼라를 업고 엄마를 기다 리는데, 와 그리도 방마다 켜진 불빛에 맴이 짠하던지. 거기다 카텡 달 린 창문을 보면 지금도 마 환장한다 아이가, 내가 크면 꼭 옆집 미야 새 이처럼 미싱사가 돼갖고 내 손으로 이삔 카텡을 만들어서 온 방마다 달 거래이, 보래이, 니 방에도 달아주꾸마. 누이는 미싱사가 되기 위해 국민학교를 마치자마자 시다로 들어갔 다. 그리고 두세 차례 고만고만한 가내공장들을 전전하다가 열다섯에 처음으로 그럴듯한 봉제공장에 들어갔다. 거기서는 시다 중에서 최고 로 높다고 했다. 1, 2년만 꾹 참으면 미싱사가 된다고 했다. 하지만 누 이는 미싱사는 아니어도 자투리 천을 구해다 카텡 만은 열심히 만들 었다. 방안의 창문으로 모자라 부엌 입구, 선반 위, 찬장, 온갖 곳에다 카텡 을 달았고, 심지어는 냄새 나는 재래식 화장실 창에도 시늉 같 58 제2회 김만중문학상 수상작품집

9 은 카텡 을 달아놓았다. 어머니는 무당집 같다고 질색을 했지만 누이 가 하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 들어가요. 은희가 정석의 손을 잡고 끌었다. 선뜩할 만큼 차가운 손이었다. 그 는 무심결에 그 손을 제 두 손으로 감싸 비볐다. 이 손은 더 차요. 은희는 남은 한 손도 그 손 사이로 밀어 넣었다. 정석은 정성껏 그 손 들을 비볐다. 손이 따뜻해지자 그는 그녀의 손바닥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입술이 닿는 순간 그녀는 몸을 떨었다. 그는 그녀를 잡아 당겨 입 술을 찾았다. 두 혀가 얽혔다. 그러는데 갑자기 그녀가 그를 밀어냈다. 은희는 돌아서더니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그녀는 그에게도 담배 를 내밀며 말했다. 겨우 못된 놈 하나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여자들한테 얼음장처 럼 냉정하다는 건 헛소문이었나봐. 또 착한 남자라, 후후. 정석은 길게 담배 연기를 뿜었다. 그러자 아까의 조용한 정념과는 다 른 격렬한 욕정이 솟구쳐 올라왔다. 그는 담배를 내던졌다. 그리고는 은희의 입에 물린 담배도 뽑아 버리며 그녀의 입술을 다시 덮쳤다. 그 녀는 그를 밀어내려 했으나 이번에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정석은 은희를 덥석 들어 안고 방안으로 들어갔다. 펼쳐져 있는 이부 자리 위에 그녀를 눕히고, 버둥거리는 그녀의 옷을 벗겼다. 어두워서 보이는 것은 없었다. 맨살의 감촉에 흥분한 그가 마구 몸을 더듬거리는 데, 그녀가 그를 밀쳐내며 소리쳤다. 이 새끼야, 너도 벗어! 정석은 잠시 동작을 멈추었다.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는 일어나 옷 소설부문 금상 이후경 59

10 을 벗었다. 은희는 이제 버둥거리지 않았다. 정석은 알전구의 불을 켰다. 갑자기 환해진 방안에 알몸이 된 은희가 누워 있었다. 언제 더듬어 찾았는지 그녀는 담배를 입에 물고 막 불을 붙이려는 참이었다. 긴 생머리의 늘씬한 여인이 낡은 나일론 이불 위에 벌거벗은 채 누워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 모습은 현실의 장면이 아 닌 것처럼 낯설었으나 참을 수 없을 만큼 도발적이었다. 정석은 은희의 몸 위로 올라가 그녀의 몸을 핥기 시작했다. 그녀는 조금도 동요되지 않은 채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여전히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는 허겁지겁 그녀의 몸 안으로 자신의 몸을 밀어 넣었으나 그 순간 그녀의 뺨에 흐르는 눈물을 보았다. 담배를 피우면서, 눈물을 흘리면서,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는 그 여자에게 지지 않으려 기를 쓰면 서, 그 역시 똑바로 그녀를 바라보며 그 몸 안으로 파고들었다. 하지만 그가 졌다. 가득 차올랐던 그의 몸이 단박에 위축되었다. 그는 그녀의 손에서 담배를 빼앗아 집어던지고, 그녀의 눈물을 혀로 핥기 시작했다. 미친 새끼, 먹을 게 없어? 왜 남의 눈물은 핥아먹고 그러는 은희의 입술을 정석은 다시 덮었다. 담배의 싸한 향기가 그의 혀로 옮아왔다. 죽어버렸던 그의 몸이 다시 부풀었다. 그는 정신없이 그녀의 몸을 파고들었다. 싸늘했던 그녀의 몸도 어느 새 뜨거워졌다. 두 사람은 굶주린 짐승처럼 뒹굴고 뒹굴었다. 그렇게 싸움 같은 정사를 치르고 어둠 속에서 까무룩히 잠이 들 때 정석은 무심코 요 밑으로 발을 집어넣었다. 방은 따뜻했다. 어렸을 때 부터 유난히 발이 쉽게 차졌던 그는 자면서 요 밑으로 발을 집어넣는 버릇이 있었다. 그러나 오래 전 습관이었다. 그날 그는 무심코 어린 시 절의 습관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차가운 발에 닿던 따뜻한 방바닥의 기 60 제2회 김만중문학상 수상작품집

11 억. 그 따뜻함은 발을 통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이 방은 따뜻하구나. 그는 중얼거렸다. 그는 팔을 뻗어 그녀를 품에 안고 그대로 잠이 들었 다. 새벽녘이었다. 정석이 아직 잠에 취해 몽롱할 때 무언가 귓전에 흔들리는 소리가 있 었다. 난 말야 아이를 못 낳아. 정석은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가까스로 가늘게 눈을 뜨고 고개를 돌려보자 천장을 보고 누워 있는 은희의 옆모습이 들어왔다. 그래, 어 젯밤에 나는 이 여자와 잤지. 그녀는 전보문을 불러주듯이 또박또박 되 풀이해 말했다. 아. 이. 를. 못. 낳. 는. 다. 구 이번엔 정석도 제대로 알아들었다. 남자가 있었어. 결혼한 남자였는데, 참 착했어. 착하니까 약했지. 그 남자는 말야. 내가 아이를 가질 때마다 낳으라고 했어. 자기는 곧 이 혼을 할 거라고, 빌어먹을, 착한 남자가 이혼을 어떻게 해? 날 보면 마 음이 약해지듯이 자기 마누라를 보면 또 마음이 약해지는데. 그래서 매 번 결심하고 매번 실패했어. 그 덕에 내 아기는 뱃속에서 속절없이 커 가다가 은희는 말을 끊더니 머리맡의 티슈를 집어 코를 풀었다. 코 푸는 소 리가 팽 하고 나자 그녀는 정석을 보고 배시시 웃었다. 그러고는 몸을 돌려 그의 가슴을 쓰다듬으며 하던 말을 이었다. 기어코 긁혀져서 나왔지. 그렇게 버린 아이가 셋이야. 하나도 아니 소설부문 금상 이후경 61

12 고, 둘도 아니고, 셋 은희의 목소리가 어느 사이에 노래처럼 경쾌해졌다. 그러고 나니까 그 남자를 보기만 해도 헛구역질이 나왔어. 아무리 쫓아내도 왔는데, 미친 시늉을 하면서 칼을 들이대니까 새파랗게 질려 서 달아나더라. 그 길로 불임수술을 받아버렸지. 나이 스물 둘에 명색 이 법률상 처녀니, 그것도 잘 안 해주더라고, 꼬치꼬치 캐묻길래 장사 하려면 귀찮아서 그렇다고 했지, 뭐. 나, 이 얘기, 자기한테 첨 하는 거 야. 은희는 여전히 그의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흐흐흐 웃겨. 나이 스물 둘에 죽인 애가 셋이야. 이제 더 죽일 일은 없으니 다행이지. 침묵이 흘렀다. 정석은 무슨 말인가 해줘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저 은희의 결 좋은 머리카락만을 쓰다듬을 뿐이었다. 그래서인가, 그의 가슴을 쓸어내리던 손길이 멎더니 곧 편안한 숨소리 가 들려왔다. 잠든 여자를 품에 안은 채 정석은 희부윰하게 밝아지는 방안의 공기 를 바라보았다. 그는 문득 지금 이대로 자리를 박차고 도망가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혔다. 거기에는 그로 하여금 뒷걸음질 치게 하는 어떤 것 이 있었다. 이 여자는 다르다. 수많은 여자와 밤을 보내고 이렇게 새벽 을 맞았다. 하지만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무엇인가가 그에게 지금 도망쳐야 한다고 재촉했다. 그에게는 언제나 다가오는 여자들이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는 평범한 공장 근로자였고, 잘난 구석도 없었다. 한 가지 다른 것이 있다면 그가 다른 남자들처럼 여자들을 향해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뿐 62 제2회 김만중문학상 수상작품집

13 이었다. 그는 움직이지 않고 식물처럼 한 자리에 머물렀다. 그래서 여 자들이 다가올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아니면 이 세상에는 남자의 쓸쓸 하고 어두운 분위기에 환장을 하고 달려드는 이상한 취미의 여자들이 나 남아도는 모성애를 주체하지 못하는 여자들이 적지 않은 탓일까. 어 쨌든 다가오는 것은 늘 여자 쪽이었다. 그 여자들만으로도 충분했기에 그는 자기 쪽에서 여자에게 다가가는 법이 없었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 아왔다. 여자들에게 그는 무심했다. 은희가 말한 대로 여자들은 분명 자신을 얼음장처럼 차가운 남자라고 했을 것이다. 몇 번 육체관계를 맺 다가 뒤도 돌아보지 않는 게 그의 대응방식이었다. 때로는 그의 무심 함, 냉담함에 질려 여자 쪽에서 먼저 떠나기도 했다. 그의 심장은 방수 처리된 비옷처럼 모든 감정을 거부했다. 그런 감정들은 심장의 표면에 서 물방울로 맺혀 굴러 떨어졌다. 그는 세상 어떤 일에도, 어떤 존재에 게도 관심이 없었다. 지난 10년의 삶이 온통 그랬다. 아무 것에도 관여 하지 않고 그저 삶을 덤덤하게 이어가는 것, 그것만이 자신에게 어울리 는 삶의 태도라고 믿었다. 그러나 자신은 하나도 내주지 않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 은 생각만큼 달가운 일이 못되었다. 떨쳐낼 때도 힘들었다. 여자들은 자기들이 제 발로 다가와 그의 애정을 요구했음에도 그가 떠나려 하면 빚쟁이처럼 굴었다. 그를 저주하고, 책임을 요구하고, 자신이 얼마나 많은 것을 바쳤는가를 가계부 들이대듯 세목세목 따져댔다. 그래도 그 런 관계는 불안하거나 두렵지는 않았다. 그런데 서은희, 이 여자는 달 랐다. 그는 자신이 질기고 끈적거리는 어떤 것에 휘감겼다는 느낌이었 다. 결코 떨쳐낼 수 없을 것 같은 불길함. 그러나 지금 몸을 빼면 된다. 지금 몸을 빼면 이 여자와 얽히지 않은 채 살아갈 수 있다. 그런데도 그 소설부문 금상 이후경 63

14 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이미 늦었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아니면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고 싶은 것일까. 그때 은희가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어머, 몇 시야? 회사 늦겠다. 정석은 그러는 여자를 다시 끌어 눕혔다. 아침 햇살에 그녀의 알몸이 상아처럼 빛났다. 그의 손길에 봉긋이 솟아나는 갈색의 유두에 그는 입 술을 댔다. 지극히 섬세한 것을 다루듯 그는 그녀의 유두를 입안에 문 다. 그녀의 입에서 신음이 새어나온다. 비온 뒤 쏟아져 내리는 계곡의 폭포처럼 그의 온몸에서 싱싱한 열정이 솟구쳐 올라온다. 이미 늦은 것이다. 수문은 열려버렸다. 이제 정석은 그것을 조절할 힘이 없다. 갈 데까지 가는 수밖에 없다. 왜, 왜 이래, 늦어 조금 전에 아이 셋을 죽였다고 냉소적으로 말하던 이 여자가 신음까지 뱉으 면서 회사에 늦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정석은 이 여자가 한없이 사랑스럽다. 아침과 밤이 이토록 다른 여 자, 그는 새로운 여자의 몸을 새로운 남자가 되어 파고든다. 늦, 늦는다 니까, 입으로는 신음을 내뱉으면서도 어젯밤보다 더 앙탈을 부리는 이 여자의 귀에 대고 그는 뜨거운 숨을 내뿜으며 말한다. 늦었어, 이미 늦 었다구. 결국 두 사람은 무단결근을 한다. 무단결근 하루면 사흘 치 임금이 깎인다. 그 아침, 두 사람 분의 엿새 치 임금이 어김없이 깎여나간다. 64 제2회 김만중문학상 수상작품집

15 2. 새벽 커피 바지를 내리며 변기에 걸터앉는데, 무엇인가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바지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주민등록증이다. 진우는 몸을 구부려 그것 을 줍는다. 다행히 물기 없는 곳에 떨어졌지만 그래도 화장지를 뜯어내 몇 번이고 닦아낸다. 어려 보이게 머리를 짧게 자르고, 노란 티셔츠를 입고 찍은 증명사진이 거기 붙어 있다. 분명히 윤진우, 자신의 사진이 다. 하지만 김영애, 로 나가는 주민등록번호, 경기도 김포군 김 포읍의 본적, 거기 적힌 인적사항은 그녀의 것이 아니다. 65년 생, 86년 현재 만21세, 헤는 나이로 스물두 살. 검정고시로 중 졸 자격 따냄, 여덟 형제나 되는 아주 가난한 집안의 맏딸, 부모는 일찍 이 여의고, 형제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음. 진우는 주민등록 증을 들여다보며 거기 적혀져 있지 않은 김영애의 운명까지 떠올려본 다. 영애는 야학에서 만나 의형제까지 맺은 사이인 만큼 그녀의 신상에 대해서 진우는 막힘이 없었다. 석고상처럼 말끔한 용모에 깡마르고 눈빛이 날카로웠던 주임이 떠오 른다. 입사 면접 때, 그는 진우가 내민 주민등록증을 뚫어지게 바라보 았다. 그녀의 남편이며 지도선인 명수가 숙달된 솜씨로 영애의 사진을 벗겨내고, 그녀의 사진을 대신 붙여 위조해준 그 주민등록증은 누가 보 기에도 완벽했다. 그런데도 그는 몇 번이고 그것을 뒤집어 보며 꼼꼼히 살폈다. 그녀의 등으로 식은땀이 배어 나왔다. 여섯 번째 공장이었다. 모든 공장들이 위장취업자에 대해 신경이 곤 두서 있었다. 다섯 군데의 공장에서 차인 다음, 진우는 면접을 보러왔 소설부문 금상 이후경 65

16 던 여자들을 되새겨 보았다. 그러고 보니 허름한 옷을 입거나 맨 얼굴 에 온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어깨 너머로 넘겨다 본 이력서의 글씨들 도 또박또박 정성 들인 글씨였다. 그러자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 들었다. 학생 출신들은 하나같이 낡고 허름한 옷에, 화장은커녕 머리도 잘 빗지 않고, 이력서 글씨는 대충 흘림체로 써서 가지고 갔다. 그것이 그들 머리에 박혀있는 노동자의 상이었다. 아직 멀었구나, 그녀는 자신 의 한계를 절감했다. 그래서 이번에 그녀는 분홍색 블라우스에 검정 스 커트를 입고, 화장도 하고, 서툴지만 정성스럽게 보이는 글씨로 이력서 를 써서 이 공장에 온 것이다. 마침내 주임은 진우의 주민등록증을 내어주며 한 마디를 더 물었다. 어디 김씨예요? 하마터면 진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뻔 했다. 비수 같은 질문이 날 아 올까봐 긴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광산 김씨요. 아, 그래요? 경비원 아저씨가 종씨라고 좋아하겠네. 나가면서 인 사해둬요. 출근은 당장 내일부터 하고. 의심 섞인 눈초리를 버리지 않은 채 주임은 그렇게 말했다. 하긴 그 눈길은 지금까지도 가끔씩 그녀의 등 뒤로 날아와 꽂히곤 한다. 얼른 나오지 않고 뭐혀! 누가 화장실 문을 마구 두드린다. 놀란 진우는 얼른 옷을 추스르고 문을 연다. 죄송해요. 바깥에 서있는 사람은 박춘자라는 중년의 기혼 직원이다. 진우의 사 과에 대꾸도 없이 그녀는 화장실 속으로 뛰어 들어간다. 곧 이어 요란 66 제2회 김만중문학상 수상작품집

17 한 소리가 들려오더니, 진우가 손을 씻고 있는 등 뒤로 뒤늦은 답변이 흘러나온다. 죄송허긴 뭐가 죄송혀? 나가 갑재기 설사가 나서 그랬제. 맨날 야 밤에 라면만 먹어쌓니 속이 견뎌내남? 나 땜에 일 덜 보고 나간 건 아 니여? 닫힌 문 뒤에서 나오는 그 한 박자 늦은 답변에 진우는 웃음을 참고 대답한다. 아니에요. 늑장 부리고 있었는 걸요. 그럼 천천히 오세요. 먼저 갈 게요. 식당에 가니 박춘자와 한동네 이웃인 고효순이 큰 냄비 두 개에 라면 을 끓이고 있다. 식당이래야 현장 옆의 빈 사무실에 식탁 두 개하고, 가 스레인지랑 싱크대 하나 갖다 놓고 시늉을 낸 곳에 불과하다. 따로 식 당이 없는 이 공장에서는 부서마다 이런 빈 공간에 야식 장소를 마련해 쓰고 있었다. 야식은 새벽 3시에 라면을 끓여 먹는 것이 전부였다. 얼른 온나, 안 그래도 라면 불까봐 걱정 안 했나. 고효순이 진우를 보며 말한다. 고효순과 박춘자는 둘 다 마흔 다섯 동갑이었지만 하는 짓을 보면 아이와 어른처럼 비교가 되었다. 박춘자 는 주책인데다 눈치가 없어서 사람 좋고, 잘 웃고, 천성이 순진한데도 일할 때면 동료들에게 싸잡아 놀림을 당하곤 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본인은 자기가 놀림을 받는 것도 모르는 형편이었지만. 그에 반해 고효 순은 사리가 분명하고 경우가 발라 어딘가 위엄이 있었다. 영애야, 얼른 와. 오, 안 그래도 미스 김이 빠져서 어디 갔나 했네. 동료들이 한 마디씩 말한다. 부서별로 먹어도 스무 명 되는 인원이 소설부문 금상 이후경 67

18 한꺼번에 먹기는 힘들어서 열 명씩 교대로 먹었다. 말이 없고 부끄럼을 많이 타는 미선이 얌전히 그릇들을 꺼내놓는다. 뽕짝이라면 이미자 저 리 가라로 부르는 기혼 직원 김말심이 김치를 꺼낸다. 서로 당번을 정 하지 않아도 기혼 직원들은 야식 시간이면 번갈아 김치를 싸왔다. 박춘 자는 뒤늦게 와서 불어터진 라면을 누구보다도 말끔히 먹어 치웠다. 라면 때문에 설사병 도졌다며 와 그리 먹어쌓노? 고효순이 한 마디 한다. 참, 남이사 똥을 싸지르든, 똥이 맥히든 뭔 참견이람? 하여간 하는 짓이 하나부터 열까지 얼라라. 나이 헛먹었제. 참, 니 웃긴다. 내 나이 먹을 때 니가 한나라도 보태준 게 있나, 와 그리 심통이여? 그리고 내가 얼라면 니는 능구렁이 잡아묵은 칠십 노 파다. 이봐라, 안 그러나? 경실이 입에 라면을 넣은 채로 킥킥거린다. 그 모습을 박춘자가 놓칠 리 없다. 마침 잘 걸린 것이다. 니 왜 그리 웃어대는 겨? 꼭 하는 짓이라곤 전라도치 같이 박춘자의 또 다른 특징은 전라도 사람이라면 이를 악물고 싫어하는 점이었다. 그러자 고효순이 얼른 쐐기를 박는다. 하여튼 아무데나 전라도 갖다 부치는 데는 학을 띠겄다 아이가. 어 디 느그 충청도는 마카 다 좋은 사램이가, 그기 다 사람 나름이다. 내 사 보니 느그 충청도나 우리 경생도나 악바리는 악바리고, 미친놈은 미 친놈이더라. 전라도 아니라 전라도 할애비래도 순둥이는 내동 순둥이 고 어데가 그려? 우리 충청도야 양반만 있구만. 박춘자는 지지 않고 구시렁거린다. 68 제2회 김만중문학상 수상작품집

19 아줌만 옛날에 전라도 사람한테 되게 당한 적이 있나 봐요. 왜 그 렇게 전라도라면 난리예요? 뜨거운 음식을 잘 못 먹는 경실은 라면을 식혀서 한 가닥씩 입에 말 아 넣으며 묻는다. 중신 서준 할마시가 전라도 댁이었다고 안 저러나? 고효순이 혀를 차며 말한다. 어데 그 중신 할멈 하나로 그러남? 그 뒤로도 내내 겪었으니까 그 러는 거제. 박춘자의 말에 경실이 다시 말한다. 중매 서줘서 시집갔으면 고마운 사람인데 왜 그래요? 아저씨한테 시집 온 게 싫으신가 봐. 그러자 박춘자는 이제 자기 이야기를 풀어놓을 마당이 생겨 신이 나 는 기색이다. 그러니께 내 말 들어봐. 내가 꽃다운 열일곱에 중매할멈인가 뭔가 전라도 할마시가 신랑을 데꼬 와서 선을 보는데, 한나도 맴에 안 차는 거여. 내가 그때 좀 고왔남? 길 가던 남자치고 뒤돌아보지 않는 놈이 없었다니께. 지금 이쁘다는 저기 미스 홍이나 미스 박은 저리 가라로 훤했던 거여. 달밤에 핀 박꽃 같았제. 아닌 게 아니라 박춘자는 지금이야 살이 붙고 늙어서 전형적인 중년 여성이지만, 뜯어보면 뽀얀 얼굴에 쌍꺼풀이 진한 눈이며, 높은 콧대 와 선명한 입매로 미루어 젊었을 때는 꽤나 고왔을 얼굴이었다. 평소에 도 자신의 인물 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해서 여직원이 새로 들어오면 인물부터 따졌고, 인물이 눈에 안 찬다 싶으면 처음부터 눈을 내리깔고 대하는 게 그녀의 버릇이었다. 소설부문 금상 이후경 69

20 그래서 퇴짜를 딱 놓을라고 하는디, 그 여시 겉은 할마시가 내 맘 을 알고 야밤에 찾아오더니 하는 말이, 선 본 걸 깨면 돈을 많이 내야 한다고 거짓부렁을 한 거여. 어리디 어린 내가 고걸 알았남? 그때 우리 집이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했는디, 돈을 많이 내야 된데니께 간이 철 렁하드라고. 그래 비단 겉은 여린 마음에 부모 생각이 짠해서 밤새 울 곤 그냥 시집을 간 게 아닌감? 헤, 아줌마도 뻥이 보통이 아니네. 홍섭이 혀를 내밀며 말한다. 설마! 정말 그렇게 시집을 갔단 말예요? 옛날도 아니고, 요새 세상 에! 경실이 끼어들어 묻는다. 왜 아녀? 그래서 이날 입때꺼정, 오마나, 몇 년만 있으문 30년이 여, 아이구, 징그러, 내 인물로 돈 많은 남자도 얼마든지 잡을 수 있었 는디, 그렇게 순진해번져갖고, 하이고, 기가 맥히제.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박춘자는 뭐가 좋은지 까르르 웃음을 터뜨린 다. 지가 바보 겉은 건 생각 못 허고, 애꿎은 중신 할멈 농담 갖고 전라 도라면 이를 갈아대냐? 아휴, 그려, 니, 용호 엄마, 아니, 고효순씨, 차암 잘났다! 하도 잘 나서 손자 볼 나이에 쪼꼴레트 공장 다니면서 야밤마다 라면 끓여 안 먹나 몰러. 고효순은 그 말에는 대꾸도 안 하고 일어나 설거지를 챙긴다. 나머지 사람들도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뒷정리를 한다. 늘 보는 풍경이 었다. 두 사람은 노상 붙어 다니면서도 그렇게 노상 대거리를 했다. 금 70 제2회 김만중문학상 수상작품집

21 방 잡아먹을 듯 대들다가도 금세 할 말이 있으면 쪼르르 고효순에게 달 려가 귓속말을 하는 박춘자였다. 반면에 고효순은 철없는 박춘자와는 전혀 달랐다. 버들치처럼 옆으로 긴 눈은 살아온 통찰로 가득했고, 뒷 말이라고 안 하는 대신 싫은 말도 면전에서 거리낌 없이 했다. 반장이 고, 사장이고, 그녀는 박춘자 앞이나 똑같이 할 말을 다 했다. 내사 마 겉다르고 속 다른 말은 못한데이. 쫓아내면 나갈끼고, 놔두면 돈 받고 일하는 거제. 사장 아니라 사장 할애비래도 내를 잡아먹을끼가 어데, 하며 아무 것도 겁내하지 않았다. 경실은 진우가 뒷설거지를 도울 동안 자리를 잡아놓고 있겠다며 현장 으로 달려갔다. 다른 팀이 라면을 마저 먹고 올 동안 10분 정도의 시간 이 생긴다. 그 때의 단잠이야말로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어떤 초콜릿보 다도 달콤한 맛인 것이다. 따뜻한 초콜릿 통에 등을 기대고 쉴 수 있는 그 휴식을 위해선 빨리 달려가야 했다. 늦게 가면 상자나 깔고 새우처 럼 옹크렸다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현장에는 드럼통만한 거대한 초콜릿 통들이 있었다. 초콜릿이란 게 온도가 높아야 액체 상태가 유지되는 거라 그 통들은 하나같이 따뜻했 다. 물론 틀에 넣어 제품을 만들 때는 급속냉각을 시켜야 해서 콘베이 어 벨트가 있는 작업 현장에는 냉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따로 유리문이 달려 있었다. 설거지를 마친 진우가 가보니 두 사람쯤은 너끈히 등을 기댈 수 있는 큰 초콜릿 통 앞에 경실이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다. 그새 꾸벅거리며 졸던 경실은 진우의 기척에 잠에서 깨어 말한다. 따뜻해서 너무 좋아. 얼른 등 기대봐! 경실은 진우의 손을 잡아당기며 그 말만을 하더니 마음이 놓였는지 소설부문 금상 이후경 71

22 금방 잠에 빠져버린다. 경실의 잡은 손에서 스르르 힘이 빠진다. 진우는 초콜릿 통에 기댄 채로 신기할 만큼 빨리 잠드는 경실의 얼굴 을 들여다본다. 경실은 진우가 이 공장에 들어와 처음으로 친해진 친구 였다. 실제 나이야 진우가 스물일곱이니 여섯 살이나 위였지만, 여기서 의 나이는 한 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너나들이 친구를 하고 있었다. 경실은 셋째 딸이라고 했다 넌 첫째니까 좋았겠다. 난 6남매 중 간에 껴서 언니 크는 거, 동생 자라는 거 훔쳐보면서 따라서 컸다니까, 하하, 정말이야. 한번은 친척집에 말 안 하고 가서 사흘을 있다 왔는데 도 없어졌는지도 모르더라니까. 기가 막혀서. 그러니 중학교 보내준 것 만도 감지덕지였지. 하지만 친구들은 거지반 다 진학했으니까 서러워 서 며칠이나 울었어. 다른 집들은 학교를 못 보내면 부모들이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모르는데, 우리 집은 웃긴다니까. 내가 집에 처박혀 있는 꼴 을 못 보는 거야. 다른 집 딸들은 서울 가서 돈만 잘 벌어오는데, 너는 방구석에서 밥이나 축내냐고 어찌나 구박을 해쌓는지 할 수 없이 안양으로 올라와서 공장 다니는데, 그 동네에 공민학교란 게 있어서 거 길 2년 동안 다녔어. 진짜 좋았어. 거기 다니던 때는 내 인생에서 별처 럼 빛나는 시절이었어. 별처럼 빛나는 시절, 문어체의 그런 표현을 잘 쓰는 경실은 낭만적인 친구였다. 그래도 평소 그녀의 얼굴에는 일찍이 제 손으로 생활을 책임 진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어른스러움이 묻어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눈을 감고 자고 있는 모습에는 숨길 수 없는 앳된 기색이 흘러넘친다. 볼록한 뺨에는 아직도 솜털이 보송송하고, 작게 다물어진 입매는 어린 아이 같다. 1980년, 그해 진우는 스물 한 살이었다. 광주에서 엄청난 학살이 있 72 제2회 김만중문학상 수상작품집

23 었던 그 해, 그녀에게 광주는 어머니의 자줏빛 입술로 먼저 떠올랐다. 어머니는 그 무렵 어느 일간지의 기자였다. 그날 대문을 열어주면서 진 우는 어머니의 립스틱 빛깔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죽은 자줏빛의 입 술. 빳빳이 올린 마스카라도, 갈색의 아이세도우도, 실크처럼 잘 퍼진 파운데이션도 모두 신문사로 출근할 때의 어머니 모습 그대로였는데, 붉게 칠하고 나갔던 립스틱만 빛깔이 바뀌어 있었다. 집에서도 언제나 화장을 단정히 하고 있는 어머니였기에 그녀는 그 빛깔이 맨 입술의 빛 깔이라곤 생각 못한다. 잘 먹은 화장은 새파랗게 질린 어머니의 표정을 감추어 주었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덧발라야 유지되는 립스틱만은 주 인이 그 절차를 잊자 죽은 빛깔의 입술을 그대로 드러내었다. 어머니는 그 죽은 자줏빛 입술로 진우에게 몇 장의 사진을 내밀었다. 외국 기자 들이 찍은 사진이었다. 금방 피가 묻어나올 것 같은 생생한 살육의 장 면들, 몇 시간이면 갈 수 있는 친구들의 집이 있는 도시에서 벌어진 끔 찍한 학살. 어머니는 그 중 한 장의 사진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건 내가 아는 기 자가 직접 찍은 거야. 숨어서 찍었는데 무서워서 죽는 줄 알았다더라. 나만 보라고 준 거야. 절대로 내돌리지 말라고. 이 사진 들어가는 날이 면 끝장이니까. 망원렌즈로 찍은 데다 떨면서 급히 찍었는지 초점도 어긋난 거친 사 진이었다. 공수부대 병사가 방망이로 웅크리고 있는 남자를 강타하고 있었다. 누워 있는 남자는 태아처럼 온몸을 웅크린 채 두 팔로 머리를 감싸고 있었다. 남자가 얼마나 공포에 질려 있는지 사진을 보는 것만으 로도 몸이 떨렸다. 그 위를 내리치는 단단한 방망이의 속도감은 거친 입자의 사진 속에서도 생생했다. 카메라의 초점이 우연히 거기에 맞춰 소설부문 금상 이후경 73

24 졌는지 공수부대원의 등에 멘 검은 장총만 선명했다. 세상에, 내가 립 스틱 지워진 것도 모르고 다녔구나. 아이, 창피해라, 화장실에 다녀온 어머니는 그새 붉은 립스틱을 완벽하게 새로 바르고, 거실의 전축에 레 코드판까지 새로 건다. 그런 다음 어머니는 사진을 들고 소파에 가서 앉는다. 그리고 그것들을 다시 한 장씩 찬찬히 들여다본다. 꽃잎처럼 붉게 피어난 입술 때문에 그 모습은 파티의 사진이라도 들여다보는 것 처럼 보인다. 그 장면 위로 포레의 레퀴엠 이 성능 좋은 오디오로 흘 러나오고 있었다. 진혼곡, 우연이었을까, 어머니의 선곡은 너무도 아귀 가 맞아 오히려 희극적이었다. 때르르르르릉, 고막을 찢을 듯한 요란한 소리가 온 공장에 울려 퍼진 다. 초콜릿 통 만큼 커다란 자명종이라도 틀어놓은 것만 같다. 그 사이 언제 잠이 들었던가. 진우는 꿈속에서 이미 기계 앞에 앉아 있다가 벌 떡 일어난다. 들어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꿈까지 이 공장에 입사 를 한 모양이다. 감옥에서 처음으로 감옥 꿈을 꾸던 날, 꿈마저 함께 수 감된 것 같아 씁쓰레해했던 기억이 딸려온다. 경실도 진저리를 치며 달 디 단 잠에서 깨어난다. 부르르릉, 철컥, 드르르르 콘베이어 벨트는 벌써 돌아가고 있었다. 빨리들 안으로 들어가요! 물건 나가요! 최 반장이 쫓아다니며 소리를 질러댄다. 하지만 그가 소리를 지르지 않아도 사람들은 잽싸게 제자리를 찾아든다. 일감이 그냥 흘러가서 불 량이 되게끔 두고 볼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경실도 잽싸게 제자리에 가 있다. 진우 역시 어느 틈에 면장갑을 손에 끼고, 눈앞으로 흘러가고 있는 몰드 속의 초콜릿 액체에 스틱들을 박아 넣고 있다. 지금 나오는 74 제2회 김만중문학상 수상작품집

25 몰드는 한 판에 여덟 개의 곰 모양이 파여 있다. 거기에 녹은 초콜릿이 들어 있어 그 칸칸마다 재빨리 스틱들을 박아 넣어야 했다. 완성되면 아이들이 손에 들고 빨아먹는 곰 모양의 초콜릿이 될 것이다. 진우는 아직 일에 익숙하지 못해 근무를 끝내고 아침에 돌아갈 때면 어깨가 빨래판처럼 딱딱해져 있곤 했다. 그녀가 겨우 일 속도에 적응을 해서 한숨 돌리느라 경실을 돌아보니 그녀는 방긋 웃어준다. 잘 했어, 많이 늘었어, 말은 안 해도 그런 뜻이란 걸 진우는 느낄 수 있다. 마음 속으로 따뜻한 물이 흐르는 것 같아 그녀 역시 생긋 웃어준다. 경실이 그런 진우를 보더니 한 마디 한다. 너, 그냥 볼 땐 하나도 안 이쁜데 웃는 모습은 참 이뻐. 함부로 웃 지 마. 남자들이 반하겠다. 진우는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진다. 진짜 경실의 또래 친구인 것 처럼. 안 웃어도 이쁘다, 뭐. 이그, 욕심은! 머리는 남자애같이 깡충하게 깎아놓곤 뭐가 이쁘 냐? 제발 머리 좀 길러라. 머리만 길면 이쁘다고 해줄게. 진우는 손으로는 계속 스틱을 박으면서 경실의 머리에 눈길을 준다. 현장의 수칙대로 그녀의 긴 머리는 깔끔히 올려 묶여진 채 하얀 머릿수 건에 가려져 있지만, 풀어 내리면 허리까지 오는 긴 생머리다. 얼마 전 에 헤어진 첫사랑의 남자가 긴 머리를 좋아해서 언제나 머리를 기른다 는 그녀였다. 아직도 경실은 그 남자를 못 잊고 있었다. 어떤 사연인지 진우는 알지 못했지만 그 긴 머리 하나만으로도, 아니 지금 자기에게 건네는 괜한 시비 한 마디로도 경실이 지금 그 남자를 생각하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경실은 무언가 말할 듯 입술을 달싹거렸지만 콘베이 소설부문 금상 이후경 75

26 어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이제 야식 시간의 후유증에서 벗어 났다고 생각한 최 반장이 속도를 한꺼번에 올린 모양이었다. 왜 갑자기 이렇게 빠르노? 정신이 하나도 없다! 저쪽에서 고효춘이 벌컥 소리를 지른다. 오늘 목표 생산량 채우려면 이 속도로 가야 돼요! 최 반장도 지지 않고 소리를 지른다. 대화는 거기서 끊겼다. 눈앞에 서 마구 흘러가는 몰드들처럼 강한 채찍은 없었다. 말할 틈이라곤 없었 다. 손을 놓는 날이면 밀려오던 몰드는 쌓여서 산을 이룰 터였다. 진우 와 경실의 손끝도 정신없이 빨라지고 있었다. 우리 조금만 있다 나가자. 일이 끝나자 경실은 진우를 야식 식당으로 끌고 간다. 그녀는 가스레 인지 위에 주전자를 올리더니 작업복 주머니에서 커피믹스 두 개를 꺼 내며 말한다. 너랑 일 끝나고 마시려고 갖고 왔어. 이거 마시는 맛에 야근 버틴 다, 정말. 경실이 타주는 커피를 한 모금 넘기자 밤을 샌 피곤이 싹 달아난다. 정말 좋네. 넌 맨날 여기서 커피 마시고 가나봐? 진우의 말에 경실은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응. 혼자 몰래 여기 와서 마시고 가. 새벽 커피, 진짜 죽이지? 이걸 마시면서 창밖을 보면 동이 터오거든. 그럼 정말 짜릿해. 그 끔찍한 밤 일을 내가 해냈다는 성취감도 들고 히히. 이러고 있으면 말야. 내 가 꼭 텔레비전 광고에 나오는 멋진 커리어 우먼처럼 여겨져. 그럴 때 면 제법 살 만해. 76 제2회 김만중문학상 수상작품집

27 경실은 자신의 꿈을 말한다. 좋아하는 책을 읽으면서, 가슴 울리는 음악을 들으면서, 경치가 아름다운 곳들을 여행하면서, 사랑하는 사람 에게 긴 편지를 쓰면서, 이렇게 새벽 커피를 즐기면서 살고 싶다고. 이 곳의 공장 생활은 그녀가 원하는 생활이 아니다. 그녀는 남은 인생을 결코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 자기가 사랑했던 군인 오빠에 대해서도 말한다. 몹시 사랑했는데 알고 보니 그 사람한테 약혼자가 있어서 헤어 졌다는 것이다. 그 오빠, 미치게 보고 싶어. 나, 밤마다 그 오빠에게 긴긴 편지를 울면서 쓰다 잠든다. 웃기지? 보내지 않은 그 편지들이 상자에 가득 쌓 였어. 슬픈 음악 틀어놓고 그 편지를 한 장씩 읽으면 가슴이 무지 아픈 데도 쬐끔은 달콤한 게 입안에 고이거든. 나, 언젠간 그 오빠 찾아 갈 거야, 살도 쏙 빼고 날씬해져서, 예쁜 옷도 사 입고, 예쁘게 화장을 하 고, 오빠의 부대 앞에 있는 다방에 어느 날 앉아 있을 거야. 그럼 무심 코 들어왔던 오빠가 날 보고 깜짝 놀라겠지? 그 옆에는 그 약혼녀가 함 께 있을지도 몰라. 그 여자는 내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질투를 느끼고, 싸늘한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겠지 뜨겁게 탄 커피를 앞에 놓고 경실은 자기만의 공상에 잠겨 있다. 그 런 그녀를 바라보던 진우는 경실이 커피에 입도 대지 않는 것을 보고 묻는다. 근데 왜 커피는 타놓고 안 마셔? 난 식혀서 마셔. 원래 뜨거운 거 잘 못 먹잖아? 뜨거운 거 잘 못 먹는 줄은 알지만, 그래도 커피까지? 응. 웃기지? 넌 진짜 잘도 마신다, 그 뜨거운 걸! 이 정도가 뭐가 뜨거워? 그럼 넌 동태찌개도 다 식혀서 맛도 없는 소설부문 금상 이후경 77

28 걸 먹겠다! 응. 난 뜨거운 게 제일 싫어. 방도 뜨거우면 숨이 막혀서 윗목에서 자. 한겨울에도 창을 꼭 열어야 자고 몸에 열이 많은가 봐. 와, 넌 되게 정열적인가봐. 사랑도 열렬히 하고, 난 몸이 차서 뜨거 운 것만 찾아다니는데 경실이 갑자기 머뭇거리듯 입을 뗀다. 근데 영애야! 응? 나 말야 응 난 니가 좋다! 나도 니가 좋아. 하지만 이런 말 쑥스럽다, 얘! 진우의 말에 경실은 미지근해진 커피에 입을 대면서 말한다. 널 보면 내가 중학교만 나온 게 안 부끄러워. 진우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경실을 바라본다. 중학교만 나와도 너처럼 교양 있고 멋있을 수 있으니까. 널 처음 봤을 땐 당연히 고등학교 나온 앤 줄 알았어. 아니, 그 애들하고도 달랐 어. 넌 어딘지 모르게 많이 배운 사람 같았다. 그런 니가 중졸이란 걸 알았을 땐 얼마나 좋은지 몰랐어. 나도 너같이 되고 싶어. 컥컥! 그만 진우는 삼키던 커피에 사레가 들리고 만다. 경실이 놀라서 그녀 의 등을 쳐준다. 진우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괜찮아? 정말? 경실은 걱정스러운 눈길로 진우를 들여다본다. 진우는 그 눈을 마주 78 제2회 김만중문학상 수상작품집

29 칠 수가 없다. 진우의 손을 꼭 잡고 탈의실로 가면서 경실은 말한다. 내가 방 치워놓고 한번 부를게. 꼭 와. 이사 간 지 얼마 안 돼서 아 직 정리가 안됐거든. 그래도 월부로 오디오도 들여놨다. 이제 집엔 돈 안 부치기로 했거든. 몰라. 나도. 나 살기도 바쁜데, 뭘. 집에서도 이젠 시집갈 돈이나 모으래. 하지만 모으긴 뭘 모으냐. 난 나한테 아무 것도 안 바라고 나만 사랑해주는 사람한테 시집갈 거니까 그런 돈 필요 없 어. 그런 사람 없으면 혼자 살지, 뭐. 진우는 가만히 고개만 끄떡인다. 꼭 와야 돼! 니가 오면 얼마나 좋을까! 경실은 활짝 웃는다. 진우도 활짝 웃어 주었지만 그 억지웃음의 뒷맛 은 씁쓸했다. 3. 황해도집 근무를 끝낸 정석은 여느 날과 다름없이 동쪽 현관을 통해 수위실로 걸어갔다. 경비원 김씨의 둥근 코끝이 벌갰다. 벌써 한 잔 걸친 모양이 었다. 뭐야, 자네, 아침부터 잔소리하는 게 안 좋을 것 같아 내가 출근할 땐 말 안 했는데, 여자한테 푹 빠져 갖고 무단결근을 다 하고! 그렇게 팔짱 끼고 나가서 둘 다 똑같이 결근을 해? 그냥 그럴 일이 좀 있었어요. 너무 걱정 마세요. 소설부문 금상 이후경 79

30 죽은 아버지의 마지막 직업이 경비원이었던 탓에 정석은 김씨한테만 은 곁을 주어왔다. 그리고 아까들 우르르 한 잔 하러 몰려가던데, 자네는 또 빠졌잖 아? 남자 직원들은 서쪽 현관을 통해 벌써 술집으로 몰려간 모양이었다. 정석은 늘 외돌토리로 찍혀 있어서 이제는 직원 전원이 참석하는 회식 자리를 빼고는 그에게 의례적으로 권하는 사람조차 없었다. 그도 그러 는 편이 좋았다. 김씨는 여전히 잔소리를 했다. 그나저나 조신한 처녀들 다 놔두고 하필 미스 서야? 몸이야 잘 빠 졌지만 영 사내 겉은데다 까불어나 대는 철딱서닌 걸. 자네야 워낙 얌 전하고 순진한 총각이니 그 망나니 아가씨가 눈독을 들였구먼. 에그, 원! 정석은 웃기만 했다. 사내 같고 까불어나 대는 철딱서니 없는 여자, 얌전하고 순진한 총각,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 대해 알고 있다고 믿는 모습들의 허망함. 그나저나 한잔 걸치셨나 봐요? 정석이 말머리를 돌렸다. 응, 잠깐 나가서 한 잔 하고 왔지. 고향 친구가 올라 와서 말야. 거, 괜찮은 과부집 하나 알아냈는데 눈꼬리가 새침하니 올라간 게 깎아놓 은 밤톨겉이 이뻐. 자네랑도 한번 가자구. 아주 사내들 애간장 태우게 생겼다니까. 아저씨 비번이실 때 한번 같이 가죠. 그래, 그래, 꼭 한번 가. 자네도 이런 여자, 저런 여자, 자꾸 겪어봐 80 제2회 김만중문학상 수상작품집

31 야 여자 보는 눈이 생기는 법이거든. 공부 삼아서 잔소리 끝이라 민망했던지 김씨는 주석을 달았다. 은희는 같은 반의 여직원들과 몸단장을 마친 다음에나 나올 것이다. 정석은 카드함에서 카드를 꺼내 타임 체커에 꽂았다. 찰칵, 기분 좋게 딱 떨어지는 소리는 언제 들어도 명쾌했다. 21시 18분, 정확한 시각이 찍혀 나왔다. 그때 정석의 등 뒤로 수위실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낭랑한 여자 의 음성이 들려온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어, 어서 와! 우리 종씨 아가씨 오시네. 어때, 날씨가 많이 추워졌 지? 근데, 왜 또 야근조야? 주간할 차례 아냐? 친구가 야근조를 하겠다고 해서요. 그냥 같이 그래, 야무지구먼. 몸은 좀 힘들어도 야근이 짭짤하지. 월급봉투 받을 때면 뿌듯하다구. 정석은 김씨가 누구를 보고 저렇게 살뜰하게 구나 싶어 고개를 돌려 보았다. 어머, 이정석씨 아네요? 여기 다니셨어요? 여자 쪽에서 먼저 놀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정석 역시 뜻밖이었 다. 그래, 김영애라고 했지, 열흘 전쯤인가 그가 사는 집에 세 들어온 여자였다. 그런데 저 여자가 언제 우리 공장에 들어온 걸까. 아니, 우리 종씨 아가씨하고 아는 사이야? 김씨의 둥그런 눈이 당장 호기심에 빛났다. 정석이 얼떨떨한 채 있자 김영애가 웃으며 대신 대답했다. 옆방에, 아니 옆의 옆방에 사는 분이예요. 허허, 그랬다구? 소설부문 금상 이후경 81

32 그때 누가 문을 홱 열어젖히며 들어온다. 어휴, 좆나게 추운 날씨네. 안녕하세요? 어, 미스 김도 안녕! 야, 정석아, 너, 잔업 했냐? 야근 조에서 일하는 홍섭이었다. 김씨가 홍섭을 보고 신이 나서 떠든 다. 이봐, 양군, 글쎄, 우리 종씨 아가씨가 저 이군하고 옆방에서 사는 사이라는데? 어쭈, 이놈 봐! 미스 김 같은 미인하고 한 지붕 아래 살면서 숨겼단 말야? 홍섭이 정석의 옆구리를 푹 찌르며 말했다. 아니, 나도 모르고 있었어. 정석이 대답하는데 영애가 얼른 나선다. 같은 회사에 다니는 줄 몰랐어요. 입사한 지 꽤 됐는데, 저도 지금 막 알았어요. 야, 그래도 그렇지. 같은 집 살면서 어디 다니냐고 물어보지도 않 았냐? 나 같으면 일단 여자가 나타났다 싶으면 잽싸게 신상파악부터 쫙 하는데, 원래 저놈은 숫뵈기라서요, 하하 홍섭의 말에 정석은 피식 웃는다. 홍섭 역시 그를 여자라곤 모르는 순진한 남자로 아는 것이다. 짜아식, 여자들 속이나 태우더니 임자 만났네. 홍섭이 정석을 툭 치며 말했다. 근무가 달라 아직 서은희와의 얘기를 못 들은 모양이었다. 저 먼저 들어갈게요. 정석씨, 그럼 영애가 목례를 하고 들어가자 홍섭이 정석에게 말한다. 82 제2회 김만중문학상 수상작품집

33 야, 너도 인제 인생이 필 모양이다. 저 아가씨, 아주 괜찮아. 내가 유심히 봐뒀다니까. 내가 찍어놨는데, 너라면 내가 양보하지. 옆방 산 다는 데야 내가 승산이 없지. 그럼 두말하면 잔소리지. 광산 김씨 우리 종씬데 하나 버릴 것 없 는 처녀야. 얼굴 이쁘지, 인사성 밝지. 눈꼬리만 좀 올라갔으면 더 바랄 게 없겠지만, 하하 은희와 정석이 사귀는 게 못마땅했던 김씨는 홍섭의 말에 장단을 맞 춘다. 그러는데 정석이 홍섭에게 물었다. 저 여자, 몇 살이야? 뜬금없는 질문인데다 정석의 표정이 너무 진지해서 김씨와 홍섭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린다. 얌전한 강아지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더니, 딱 너를 두고 하는 말이네. 나이부터 묻다니, 엉큼하긴! 스물 둘이다, 스물 둘! 기똥찬 나 이지. 근데 나인 안 많아도 속이 깊은 아가씨야. 정석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흐흐흐 웃겨. 나이 스물 둘에 죽 인 애가 셋이야. 이제 더 죽일 일은 없으니 다행이지 그 텅 빈, 황 량한 스물 둘, 그리고 밝고 맑고 낭랑한 스물 둘, 똑같은 스물 둘의 빛 깔이 저렇게도 다른가. 어쨌든 저 여잔 나보다 어리구나, 정석은 그 생 각에 마음이 놓이는 자신을 보고 스스로도 놀란다. 그러고 보니 처음 영애를 본 순간, 그때 정석은 영애를 자신의 죽은 누이로 착각했던 것 이다. 물론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래, 그랬지, 잊고 있었는데, 다시 영 애를 만나니 일부러 각인시켜 둔 것처럼 그날의 기억이 또렷이 떠올랐 다. 그날은 월급날이었다. 직원들은 회식에 갔지만 정석은 홍섭이 악착 소설부문 금상 이후경 83

34 같이 붙드는데도 소주병 하나 꿰차고 방으로 기어 들어갔다. 얼마 안 되는 월급이었지만 뭉칫돈이 주어질 때면 누이의 생각이 그를 뒤덮었 다. 아카시아 이파리 같은 돈 뭉치. 일 나간 어머니를 기다리며 정석과 누이는 버스 정류장 옆길에 앉아 가위 바위 보로 아카시아 이파리를 떼 어내는 놀이를 하곤 했다. 아카시아 이파리는 따도 따도 있었다. 이게 돈이면 억수로 안 좋겄나, 누이는 말했다. 그러는 누이의 얼굴에 기미 처럼 내려앉던 그늘. 그는 무슨 짓을 해서라도 그 그늘을 지우고 싶었 다. 하얀 아카시아, 무더기로 핀 그 꽃처럼, 그 꽃의 향내처럼 환하게 웃게 하고 싶었다. 누부야, 내가 커갖고 이 아카새 이파리만큼 돈을 벌 끼다, 그라먼 누부야 다 줄끼다, 이층집도 지어줄끼다, 두고 보래, 그 러면 누이는 생글거리며 웃으면서도 핀잔을 주었다. 니가 벌면 그기 다 니 돈이재, 내 꺼가 어데, 니 각시나 실컨 호강시켜줘라 마. 그러면서도 누이는 웃었다. 누이의 웃음은 무더기로 핀 아카시아 꽃무리 같았다. 향기로웠다. 그 월급날은 누이의 기일이기도 했다. 기일이래야 사실 아 무것도 할 건 없었다. 누이의 뼈가 묻힌 부산은 너무 멀었고, 혼자 제사 흉내를 낸다는 것도 부질없었다. 그저 소주에 노가리나 들고 들어가 라 면이나 끓여놓고 취하면 혼자 중얼거리듯 누이와 이야기를 나누는 게 그의 방식의 제사였다. 이 총각 보게. 불이 꺼져서 아무도 없나 했잖아. 앞방에도 애기들 뿐이고, 쥔아줌만 어디 갔어? 갑자기 복덕방 영감이 부엌문을 밀어 제쳤다. 마침 방문을 연 채 앉 아 있었던 정석은 고스란히 제 모습을 그 노인네 앞에 드러내고 말았 다. 그는 짜증이 일어 노인을 사납게 노려보았다. 다른 경우에는 성정 이 사나워지는 일이 거의 없었지만 혼자 있는 자신을 방해하거나, 자신 84 제2회 김만중문학상 수상작품집

35 의 세계 속으로 예고 없이 들어오는 무례함 앞에서는 언제나 이성을 잃 을 만큼 격분하는 그였다. 그런데 영감의 등 뒤로 갸웃이 고개를 내미 는 한 여자의 얼굴이 보였다. 앞방의 불빛에 비친 그 얼굴을 보는 순간, 그는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다. 술탓이었던지 그는 그 여자를 누이 가 살아 돌아온 걸로 착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금세 정신을 차리고 보 니 처음 보는 여자였다. 누이하고 닮은 얼굴도 아니었다. 어딘가 눈빛 이 누이를 떠올리게 하는 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해사한 얼굴이었 다. 갸름한 얼굴에 사내아이처럼 짧게 자른 머리, 뒤에서 비치는 불빛 탓인지 머리 빛깔과 눈빛이 유난히 짙게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그 여자 가 먼저 생긋 웃으며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했다. 치약처럼 싸한 웃음 이었다. 그 역시 얼결에 고개를 숙였다. 아, 참, 서로들 인사하지. 요 옆에 옆방에 새로 들어올 아가씨야. 아가씨가 들어오니까 총각도 좋지? 거 참, 불이나 켜고 술을 마시지, 젊디젊은 사람이 이게 웬 청승이야? 그나저나 이거 낭팰세, 어쩌나? 복덕방 영감이 너스레를 떠는 동안 그는 어느새 술이 확 깨어버렸다. 괜찮아요, 이 방하고 똑같이 생겼댔죠? 그럼 됐어요. 아저씨한테 계약금 드리고 갈게요. 그래그래, 더 볼 것도 없어. 20에 4만 원짜리 방은 눈을 씻고 찾아 도 여기뿐이니까. 요새 이런 집이 어디 있나? 겉보기는 이래도 이런 데 가 속 편한 거야. 신간 좀 편하자고 어먼 데다 돈 쓰는 것처럼 바보짓 도 없다구. 부엌문 닫아걸면 제 혼자 밥을 해먹든 떡을 해먹든 상관하 는 사람 없구. 딱 아가씨가 찾던 집이라구. 이런 구옥도 이제 남은 데가 없어.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하는데, 잘 생각했어. 이 아가씨가 보기보다 야물딱스럽네. 소설부문 금상 이후경 85

36 복덕방 영감의 목소리가 당장에 밝아졌다. 영감은 정석을 보며 히죽 웃어보이고는 부엌문을 닫았다. 영감의 얼굴과 여자의 얼굴이 동시에 사라졌다. 그녀는 다음 날 이사를 왔다. 마침 담배 사러 나간 길에 정석은 이불 보따리랑 세간살이가 든 라면 박스를 택시에서 내려놓는 그녀와 마주 쳤다. 그는 말없이 다가가 짐을 들어주었다. 그녀는 직장을 구하는 중 이라면서 김영애라는 자기 이름도 말했다. 방에 들어서며 그녀는 또 고 개를 까딱하며 생긋 웃었다. 예의 치약처럼 싸한 웃음. 그 여자를 여기 서 또 만났다. 뜻밖인 건 사실이었지만 그렇다고 별달리 반가울 것은 없었다. 단지 그녀를 볼 때마다 자꾸 누이가 연상되는 점이 걸렸을 뿐 이다. 홍석에게 대뜸 나이부터 물은 것도 그런 연유였다. 영애는 앳된 모습이었지만, 만에 하나, 나이까지 자기보다 많다면 어쩐지 기묘한 기 분이 될 듯싶었다. 홍섭은 단지 젊은 여자를 밝히는 남자의 속성으로 그 질문을 이해했지만, 정석은 굳이 변명하지 않았다. 내가 지원사격 해줄 테니까 잘해 봐! 홍섭이 카드를 찍고 막 들어서는데, 마침 은희와 친구들이 우르르 몰 려나왔다. 어머, 멋쟁이 홍섭씨! 안녕하세요? 정미가 소리치자 저마다 한 마디씩 놀려대기 시작했다. 그새 눈썹이 더 짙어졌네! 애인 있으면 차버리고 나한테 와요! 홍섭씨 보고 싶어서 나, 병났는데! 넉살 좋은 홍섭이었지만 몰려서 떠들어대는 여자들은 감당을 못 하겠 던지 얼굴이 붉어졌다. 그때 마침 정석을 발견한 정미가 반가워하며 외 86 제2회 김만중문학상 수상작품집

37 쳤다. 얘, 은희야, 너희 낭군님이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계시다! 그 말에 은희가 친구들을 밀치며 앞으로 걸어 나왔다. 몸의 곡선을 그대로 드러내는 검은 원피스를 입은 은희의 늘씬한 모습 앞에 정석은 숨이 막혔다. 청바지에 하얀 모자를 썼던 그 날의 건들거리는 모습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놀라웠다. 어제야 종일 거의 알몸으로만 방안에 서 뒹굴었고, 오늘 아침에는 먼저 가라고 밀어내서 따로 출근을 했다. 정석은 당연히 청바지에 하얀 모자를 썼던 그 건들거리는 은희만 생각 하고 있었다. 검은 원피스를 입으니 그 희미한 갈색의 눈동자는 더욱 더 어렴풋하게 보였다. 정석은 자기도 모르게 은희에게 손을 내밀었다. 은희는 얼른 그 손을 받아 제 허리에 감더니, 고개를 돌려 친구들에게 잘 가라는 손짓을 했다. 모두들 두 사람의 분위기에 약간 멍해진 채 그 들이 나가는 모습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완전히 영화 찍네, 영화 찍어! 내 참, 아니꼬워서 봐줄 수가 없잖 아? 정미가 먼저 정신을 차리고 한 마디 한다. 허허, 저 총각, 큰일 났네. 김씨도 고개를 흔들며 말한다. 홍섭이야말로 어찌나 놀랐는지 입까 지 벌린 채 멍하니 서있다. 아, 안 들어가고 뭐해? 얌전한 강아지 뭐 어쩐다고, 자네가 안 그 랬어? 김씨가 호통을 치자 그제야 홍섭은 머리를 긁으며 들어갔다. 다부진 중키에 운동으로 딱 벌어진 넓은 어깨를 가진 그의 뒷모습 뒤로 딸깍, 문이 닫혔다. 소설부문 금상 이후경 87

38 공단거리는 온통 술집, 나이트 홀의 네온사인으로 번쩍거렸다. 공장 마다 교대시간이거나 잔업이 끝날 시간이라 거리는 사람들로 붐볐다. 버스 정류장 앞에는 호떡장수들이 진을 치고 있고 그 앞에는 퇴근길의 여공들이 잔뜩 몰려 있었다. 우리 호떡 하나씩 먹고 가자. 정석의 팔을 끌며 은희는 벌써 호떡 수레 앞으로 다가갔다. 은희는 옷에 묻을 새라 엉덩이를 뒤로 빼고, 팔을 앞으로 내민 채 조 심스레 호떡을 베어 문다. 섹시하고 성숙해 보이는 검은 원피스 차림의 아가씨가 그렇게 우스꽝스러운 자세로 호떡을 먹고 있는 모습이 신기 한지 지나가던 사람들이 흘낏흘낏 곁눈질을 했다. 정석 역시 그런 은희 의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호떡을 먹으며 슬며시 웃었 다. 날이 추워지면 어머니는 그 동안 이고 다니며 팔던 떡 장사를 그만 두고 호떡을 팔기 시작했다. 정석이 다니던 국민학교 바로 앞 골목에다 어머니는 호떡 수레를 세워 놓고 팔았다. 그 근방에는 공장도 꽤 몰려 있어서 장사가 제법 잘 되었다. 누이는 일부러 자기 친구들을 데리고 어머니에게로 몰려갔다. 물론 엄마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래야 호떡 값을 받기가 좋았다. 하긴 엄마라고 해도 아무도 곧이듣지 않을 정도로 어머니는 폭삭 늙어 있었지만. 그러나 정석은 절대 어머니가 호떡 파는 곳을 기웃거리지 않았다. 기 웃거리기는커녕 어머니가 지나가는 그를 보고 소리쳐 불러도 돌아보지 도 않고 마구 뛰어 달아났다. 아이구, 저 자식, 호떡 파는 게 어드러하다구 저러나 늙은 어머니는 나란히 늘어선 다른 호떡집 아주머니와 소리 내어 웃 으며, 달아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어머니는 그런 사람이었다. 아들이 88 제2회 김만중문학상 수상작품집

39 자신을 부끄러워한다고 해서 괴로워하기에는 세상의 풍파를 너무 겪었 다. 어머니에게는 낯선 남쪽 땅에 내려와 뒤늦게 얻은 두 아이를 굶기 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것은 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젊 은 시절 북쪽에서 낳았던 자식 셋을 피난길에 모두 잃은 그들이었다. 그들은 모든 것을 바쳐 남은 두 자식을 지켜내려 했다. 그러나 그것조 차 그들에게는 너무 큰 희망이었던가. 누이의 죽음은 결국 그의 부모에 게서 마지막 남은 삶의 기력마저 앗아가 버렸다. 호떡집에서 나온 정석과 은희는 말없이 걷기 시작했다. 정석은 끊이 지 않고 여자를 상대해왔지만 깊이 빠져들지 않도록 늘 거리를 두어왔 다. 그는 깊은 인연, 그러니까 서로의 몸만이 아니라, 그게 넋인지, 영 혼인지, 무엇인지는 몰라도, 보이지 않는 어떤 파장 같은 것이 겹쳐지 고 스미는 것을 두려워했다. 붙었던 몸은 자석 같은 것이었다. 그렇게 한 점 빈틈없이 달라붙었어도 떨어지는 순간이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그 보이지 않는 존재가 서로 달라붙어 스며들면 끝장이었다. 그것을 분 리시키려면 끔찍한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 정석은 자신을 그런 상태로 몰아가는 것이 싫었다. 가벼운 인연이면 족했다. 서로 상처주지 않고, 즐겁고 상쾌하고, 때로는 짜릿한 기억으로 서로 남을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었다. 은희 같은 여자를 만나서는 절대로 안 되었다. 이제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그의 몸 한 구석에서는 아직도 움츠린 채 저항 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 사귀려면 차라리 김씨나 홍섭이 강력하게 추천 하는 김영애 같은 여자와 사귀어야 했다. 그녀의 낭랑한 음성과 생긋, 눈부시게 웃는 얼굴, 정석과는 결코 한 종족일 수 없는 여자, 그런 여자 라면 결코 매몰될 일이 없을 터였다. 소설부문 금상 이후경 89

40 하긴 하마터면 그 여자를 좋아할 뻔하기도 했다. 얼핏 누이로 착각했 던 그 순간의 방심에 그만 그녀가 스며들었는지 처음 며칠간 그는 영애 의 방을 향해 촉수를 뻗고 지냈다. 나쁘지 않았다. 소년 시절의 추억처 럼 조금은 유치한 두근거림, 이상하게도 김영애란 여자를 생각하는 마 음은 그랬다. 그러는 자신이 우습기도 했지만 새록새록 즐거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메말라 버짐이라도 필 것 같은 그의 삶에 윤기가 흐르는 기분이랄까. 그러나 금세 그 마음을 끊어낸 것은 누이에 대한 미안한 마음 때문이었다. 누이로 인해 시작된 감정이었는데도 누이를 배반하 는 기분이 들었다. 짐승처럼 죽어간 누이, 누이를 떠올리면 그런 감미 로운 감정조차 불경스러웠다. 삶이란 밝고 환하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팻말에 큰 글씨로 써서 누이를 향해 들이대는 것만 같았다. 잔인한 일 이었다. 헤헤거리고, 간질거리고, 달콤하고, 눈부시고, 그런 게 삶이라 면 누이의 죽음은 너무도 억울했다. 삶이란 게 그가 매일 만들고 있는 달콤한 초콜릿 같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 정석이 김영애를 떠올리는 마 음의 빛깔은 어딘가 그것과 닮아 있었다. 그는 이제 헤헤거리고, 간질 거리고, 달콤하고 눈부신, 그런 삶의 옷을 입고 싶었는지도 몰랐다. 그 런 욕망이 제 속에 있다는 것을 더 이상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누이의 참혹한 죽음이 그를 방해했다. 김영애란 여자는 비록 첫 순간 누이로 착각하긴 했어도 햇살 같은 여자로 보였다. 밝고 따사롭고 행복하고, 불행이 감히 근접할 수 없을 것 같은, 불행이, 참혹이, 그녀 곁에 가 덮 치려 하면 그들을 보고 생긋 웃으며, 누구세요, 할 것만 같은 여자. 그 래서 정석은 그 감정을 정리했다. 차마 누이에게 못할 짓이었기에. 그 감정은 또한 그렇게도 쉽게 정리될 만한 하찮은 것이었다. 그러다 은희 를 만났다. 은희에 대한 자신의 저항은 전혀 다른 성질이었다. 은희는 90 제2회 김만중문학상 수상작품집

41 영애의 반대편에 서있는 여자였다. 누이에 대한 배반감은 전혀 주지 않 는. 그러나 이번에 정석은 자신의 매몰이 두려웠다. 구( 舊 )사거리를 벗어나면 큰 길을 따라 쭉 걷는 길이었다. 공장은 내 내 이어졌지만 상점이나 술집이 없었기 때문에 신( 新 )사거리 전까지는 어둡고 한적한 길이었다. 정석이 사는 집은 그 사거리를 지나서 있었 다. 회사부터 치면 20분쯤 걸어야 하는 거리였다. 걷다보니 어느 새 신 사거리에 다다랐다. 신호등이 막 붉은 색으로 바뀌었다. 사거리를 지나 면 흰 벽이 쭉 이어지는 안양교도소가 나왔고, 교도소의 담장을 따라가 다 길을 건너고 다시 골목으로 접어들면 허술한 바라크 건물인 그 집, 자신과 김영애가 나란히 세 들어 사는 그 집에 다다를 것이다. 신호등 이 다시 녹색으로 바뀌었다. 정석이 길을 건너려 발을 내딛는데, 은희가 그를 붙잡았다. 어딜 가는 거야? 응? 글쎄, 내 방에 가고 있었나? 그러는데 은희는 정석을 잡아끌며 시장 쪽으로 향했다. 술이나 한 잔 사줘. 정석과 은희는 시장통으로 들어섰다. 저기 갈까?. 정석이 황해도집 이라는 간판을 가리켰다. 웬 황해도? 우리 부모님이 황해도 출신이거든. 두 분 다. 부산이 아니고? 부산에서 나고 자랐지, 나는. 소설부문 금상 이후경 91

42 어휴, 뭐가 그렇게 복잡해? 우리 집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까지 다 원주 토박인데 황해도라니 너무 이상하다. 난 황해도하면 배우 황해 밖에 안 떠오르는데. 전영록 아버진가 그렇잖아? 정석은 말없이 은희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빙글거리며 그의 시선을 받는다. 정석은 도무지 그녀를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어느 쪽이 진짜 의 그녀일까, 이럴 때의 그녀는 영락없이 자신의 팔짱을 끼고 친구들에 게 손을 흔들어대던 바로 그 경망스런 은희였다. 흐흐흐 웃겨. 나이 스물 둘에 죽인 애가 셋이야. 이제 더 죽일 일은 없으니 다행이지 그 스산한 은희는 어디 숨어 있는 걸까. 그러나 그는 경망스런 그 은희 가 더 좋았고, 더 편했다. 그런 은희라면 그도 자신을 통제할 수 있었다. 그들이 문을 밀고 들어가자, 뜻밖에 젊은 주모가 그들을 맞았다. 삼 십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정갈하고 고운 태가 남아 있는 여자였다. 어 디로 보나 황해도 집이라는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였다. 간혹 그런 걸 묻는 분이 있어요. 먼젓 사람 간판을 고쳐달지 못했 을 뿐이예요. 이름을 바꿔야 하는데. 워낙 경황이 없어서 말씨조차도 깍듯한 서울말이었다. 그런 깍듯한 답변조차 습관처럼 몸에 밴 기품대로 답변하는 것일 뿐 손님에게 잘 보여야겠다는 생각은 없어 보였다. 머릿수건에 앞치마에 고무줄 몸뻬 바지를 입고 안주를 장 만하고 있었지만 술집과는 어울리지 않는 여자였다. 가게의 분위기도 썰렁했다. 드럼통에 양철 덮개를 씌운 흔한 탁자 서너 개가 의자들을 거느리고 놓여있을 뿐이었다. 가운데 있는 연탄난로는 발갛게 달아 있 고, 난로 위에는 술국이 뜨끈뜨끈하게 끓고 있었지만 손님이라곤 구석 에 앉아 있는 등이 구부러진 중년 남자 하나밖에 없었다. 그의 감색 작 업 점퍼는 낡아 헤어져 궁상맞아 보였다. 정석은 단번에 이 술집이 마 92 제2회 김만중문학상 수상작품집

43 음에 들었다. 은희 역시 그런 모양이었다. 그녀는 주모를 보더니 갑자 기 말이 없어졌다. 삼겹살로 할까? 순대국을 먹을까? 정석이 의견을 묻는데도 은희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그 는 더 이상 묻지 않고 삼겹살을 시켰다. 그녀는 주모도 그렇게 물끄러 미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봐요? 주모가 심상한 얼굴로 묻자 은희는 그녀답지 않게 고개를 숙이며 부 끄러워했다. 주모는 지나치다 싶을 만큼 반듯하고 접근하기 어려운 분 위기를 풍겼다. 술을 팔면서도 헤픈 웃음 한번 흘리지 않았다. 그건 그 녀의 단정한 기품 탓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삶에 몹시 지친 탓인 듯했 다. 그녀는 장사꾼답지 않게 모든 것에 무심했다. 감색 점퍼가 안주를 가져온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자 그녀는 손에 붙은 검불이라도 떨어내 듯 아무렇지도 않게 그 손을 떨쳐냈다. 주모란 게 방석처럼 푸근해야 장사가 잘 되는 게야. 그래야 아무나 털퍼덕 편하게 깔고 앉아보지. 이건 원, 부잣집 별당아씨같이 어려우니 인물이 암만 좋아도 사내들이 꼬일 리가 있나, 쯧쯧. 무안해진 감색 점퍼는 정석네가 들으라는 듯이 한참을 구시렁거렸 다. 은희는 지나칠 만큼 명랑하게 지껄이며 홀짝홀짝 술잔을 비웠다. 정석은 말없이 그녀의 얘기를 들어주며 술잔을 채워 주었다. 하얗던 은희의 얼굴이 연시처럼 붉어졌다. 그렇게 한참을 마시다 말 고 은희가 무슨 생각에선지 벌떡 일어났다. 정석은 화장실에라도 가는 가 싶었는데, 그녀는 등을 보이고 앉아 있는 주모에게로 걸어가는 것이 었다. 그새 구시렁거리던 감색 점퍼마저 가버린 뒤라 손님이라곤 그들 소설부문 금상 이후경 93

44 뿐이었다. 주모는 아까부터 그렇게 등을 보이고 앉은 채 유리문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척을 느낀 주모가 의아한 표정으로 돌아보는데, 그 녀는 그대로 다가가더니 주모를 뒤에서 덥석 안아버렸다. 깜짝 놀란 주 모가 번개라도 맞은 것처럼 튀어 올랐다. 그러자 그녀는 죄 지은 사람 처럼 팔을 내린 채 풀이 죽어 가만히 서있었다. 주모는 그런 은희를 바라보다가 정석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그 역시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인 것을 보자 주모는 다시 은희를 보았다. 언, 언니 은희는 밑도 끝도 없이 주모를 언니라고 부르면서 선 채로 울음을 터 뜨렸다. 주모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다가가 은희를 품에 안아 주었다. 언니, 언니 흑흑 주모의 품에 안긴 채 은희는 기어이 통곡을 뱉었다. 정석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그 광경을 멀거니 바라만 보았다. 은희가 겨우 울음 을 그치자 주모는 은희를 데리고 정석의 자리로 왔다. 자, 갑자기 아우도 생겼는데 나도 술 한 잔 줘요. 정석이 술을 따르는데, 이번에는 주모가 정석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가까이서 보니까 내가 아는 사람을 닮았네요. 정석이 묻지도 않았는데 그녀는 변명을 했다. 그렇게 술자리가 다시 시작되었다. 그녀는 자신을 박순애라고 소개했다. 은희는 실례가 될 정 도로 꼬치꼬치 여러 가지를 물었다. 박순애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 지만, 선선히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안 그래도 사연이 많아 보이던 주 모 박순애에게는 실제로 고달픈 삶이 매달려 있었다. 남편이 폭력으로 안양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어 바로 앞인 이곳에 가게를 얻어 생활도 하 고 옥바라지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녀에게는 일곱 살, 다섯 살의 94 제2회 김만중문학상 수상작품집

45 남매가 딸려 있었다. 손님이 없는 낮에는 저기 저 구석 드럼통에 앉아 둘이서 소꿉놀이 를 해요. 그럼 난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앉아 있지요. 그럴 땐 꼭 남의 아이들을 보고 있는 것 같아요, 왜 그런 생각이 드는지 술이 좀 오르자 박순애는 그런 말도 했다. 그때 문이 드르륵 밀리더니 새 손님 하나가 들어온다. 잘 있었수? 내 보고 싶어서 또 왔어. 오늘은 안 올라고 했는데 우 리 순애씨 얼굴이 아른거려서 잠을 잘 수가 있어야지. 이 밤중에 일부러 차려 입었는지 막 다린 듯한 양복에 넥타이까지 맨 비쩍 마른 남자였다. 전작이 있는지 벌건 얼굴로 그 남자는 박순애를 보고 아는 척을 했다. 그녀의 얼굴이 한 순간 구더기라도 삼킨 것처럼 일그러졌다. 그녀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자기 앞의 술잔을 비웠다. 나, 제육볶음 한 접시하고 소주 한 병 줘. 그 남자는 주방 앞쪽으로 앉으면서 박순애를 보고 말했다. 누구예요? 은희가 낮은 소리로 물었다. 길 건너 전기 수리상하는 홀애빈데 꼭 저렇게 야밤에 찾아와서 귀 찮게 해요. 박순애 역시 소리를 죽여 말한다. 이봐, 순애씨, 여기, 제육볶음 달라니까. 그 남자가 소리를 높인다. 박순애는 쳐다보지도 않은 채 일어서더니 부엌으로 가 안주를 마련한다. 무안해진 남자가 다시 한 번 똑같은 내 용으로 소리를 지르자 그녀는 벌겋게 양념한 돼지고기 접시를 그의 상 위에 말없이 내려놓는다. 그는 얼른 박순애의 팔목을 잡으며 제 옆 의 소설부문 금상 이후경 95

46 자에 끌어 앉힌다. 좀 앉아봐, 주모라는 사람이 술도 한잔 따르는 맛이 있어야지. 그의 목소리는 이미 꼬부라져 있었다. 박순애는 여전히 입 한번 열지 않고 그의 잔에 술을 따르더니, 동생이 왔어요, 하면서 휙 일어선다. 미 처 그가 잡을 틈을 주지 않았다. 그는 술잔에 입을 대며 혀를 쯧쯧 찬 다. 박순애는 소주 한 병과 안주접시를 새로 챙겨 정석의 자리로 온다. 정석은 술을 따르려는 박순애의 손에서 술병을 빼앗아 그녀의 잔을 먼 저 채워 준다. 그녀는 술잔을 한 번에 들이키더니 정석에게 잔을 넘겨 준다. 애들은 자요? 은희가 묻는다. 응, 저 방에서요. 박순애가 턱 끝으로 안쪽 방을 가리킨다. 창호지 방문이 눈에 들어온 다. 아픈 데는 없이, 탈 없이 잘 커요? 은희는 마치 오래 알아온 아이들인 양 안부를 묻는다. 그런 은희를 보고 박순애는 피식, 웃더니 대답한다. 탈날 게 뭐가 있겠어요? 입으로 들이부으면 뒷구멍으로 쏟으면서 걸러지는 대로 크는 거지. 취한 탓일까, 그녀의 입에서도 제법 걸진 말이 나왔다. 애들 아빤 얼마나 더 살아야 돼요? 아직도 1년 남았어요. 교도관이랑 싸웠대나, 성탄절 특사도 어림 없구 그때 새 손님이 들어왔다. 이번에는 세 명이나 되는 일행이다. 노가 96 제2회 김만중문학상 수상작품집

47 다 판에서라도 일하는 사람들처럼 얼굴이 구리빛인 젊은이들이다. 그 녀는 힘없이 일어선다. 온몸에 피곤이 덕지덕지 묻어 있다. 정석의 가 슴으로 찬 소주가 내려가는 것 같다. 그의 기억 속의 누이도 저렇게 늘 피곤해했다. 누이가 지상에서 누린 최후의 나이는 열여섯이었다. 그런 데도 박순애의 몸에서 묻어나는 피곤이나 누이의 몸에서 느껴지는 피 곤은 흡사했다. 누이가 살아서 박순애처럼 나이를 먹었다면 꼭 저런 피곤을 달고 있었으리라. 그 피곤, 삶의 벅찬 무게 앞에서 휘청거리는 그 모습이 박순애와 누이를 같이 묶어 떠올리게 했다. 누이 생각이 나 자 그는 안주도 집지 않은 채 거푸 술을 들이켰다. 식도를 통해 내려가 는 찬 소주가 하얗게 보이는 것 같았다. 은희도 무슨 생각에 잠겨 있 는지 눈을 내리깐 채 혼자 술잔을 비우고 있다. 그래, 저 여자, 은희, 도망쳐야 돼, 나는 저런 여자를 만나서는 안 되지, 암, 안 되고말 고 정석도 조금씩 취하고 있었다. 취하면 그는 이렇게 머릿속부 터 중얼거림이 시작되었다. 그랬다가 그 중얼거림은 입 밖으로 나온다. 끊임없이 중얼중얼 그래, 김영애가 나와 같은 공장에 다니고 있단 말씀야 밤마다 우리 공장으로 출근하고 있는 것도 몰랐어 괜 찮은 여자라고? 홍섭이랑 김씨 아저씨랑 뭐라도 받아먹은 사람처럼 죄 다 야단이었지. 당신들이 그러지 않아도 이미 내가 점찍어 두었소. 처 음 봤을 때부터. 그만하면 괜찮지. 암 괜찮고말고. 뭐 하나 나무랄 데 없는 참한 아가씨지, 그래, 난 그런 여자를 만나야 해. 은희, 저런 년은 안 돼, 저년을 나는 이길 수 없어, 저년한텐 내 심장을 다 파 먹힐 거야, 영애같이, 그렇게 상큼한 년, 그런 년을 먹어야 내가 안 먹히고 살아남 지 정석은 다시 소주를 목구멍에 털어 넣는다. 밤이 깊었는데도 줄 줄이 손님들이 들어왔다. 몇 개 안 되는 자리가 다 찼다. 소설부문 금상 이후경 97

48 가자, 이제. 자리도 모자라. 은희가 먼저 일어서며 정석을 일으켰다. 참, 오늘따라 웬일인지 모르겠네요. 그들이 나오는 걸 보고 미안한 듯 순애가 말했다. 5천원만 내요. 뒤에건 내가 낸 거니까. 박순애는 사무적으로 돈을 받았다. 가 봐요! 그렇게 고개 돌려 한 마디 하고 박순애는 뒤돌아 일에 매달린다. 그 녀의 뒷모습은 여리여리해서 처녀처럼 보였다. 저 꼬라지에 이만큼이 라도 손님이 모여 준다면 다행이지. 정석은 혼자 또 풀풀 웃으며 은희 가 이끄는 대로 끌려 나갔다. 앉아 있을 때는 취기가 돌아 어룽어룽했 는데, 일어나 나오니 그런 대로 걸을 만했다. 기분이 썩 좋았다. 너, 많이 취했어. 은희가 정석을 붙잡으며 말했다. 은희, 이년아. 우리 누나가 죽은 지가 벌써 12년이야. 어머니도 따 라 죽었으니까 12년, 아버지는 그 다음해 갔으니까, 거기서 하날 빼서 11년 정석이 혀 꼬부라진 소리로 웅얼거렸다. 은희는 그 모습을 흘낏 보더 니 킥킥 웃었다. 뭘 웃어, 이 못된 년, 난 온통 귀신들을 바글바글 끌고 다닌다구. 아마 내 뒤엔 귀신들이 일렬종대로 졸졸 따라오고 있을 걸. 어디 뒤돌 아볼까, 꺼억 정석은 발을 멈추고 뒤로 휙 돌아선다. 불 밝히고 북적거리는 포장마 차들만이 줄지어 서있다. 98 제2회 김만중문학상 수상작품집

49 히히, 귀신들도 술 마시는 시간이야. 정석은 계속 히죽거리며 길을 걷는다. 술기운이 기분 좋게 퍼지고 있 었다. 정석은 끝없이 웅얼웅얼하고 있었다. 꼭 비 맞은 중 같네, 뭘 그렇게 혼자 끝도 없이 씨부렁거려? 보통 땐 말도 되게 없더니, 참. 은희가 핀잔을 준다. 술만 취하면 정석은 누가 옆에 있든 혼자 중얼 거렸다. 술만 취하면 그는 길가의 풀에게도, 지나가는 떠돌이 개에게도 말을 걸었다. 그것이 그의 술버릇이었다. 은희는 그런 그의 중얼거림을 들으면서 기가 막히다는 듯 몇 번이고 웃음을 터뜨렸다. 횡단보도를 건 너고 또 건너자 하얀 망루가 등대처럼 서 있는 안양교도소가 눈에 들어 왔다. 불빛에 망루는 흰 옷을 입은 유령처럼 보였다. 그래, 귀신들은 여기 다 있어. 이 안에 있는 놈들이 죽인 귀신도 우 글거릴 거고, 여기서 죽어나간 귀신들도 차마 발 떨어지지 않아 뱅뱅 맴돌고 있을 거구. 정석이 또 웅얼거렸지만, 이제 은희는 저 혼자 생각에 잠겨 있다. 두 사람은 교도소의 담을 따라 천천히 걸어간다. 이상한 교도소야, 도둑놈, 살인자가 우글거리는 교도소를 이렇게 제일 번화한 사거리 가운데다 딱 놓다니, 그러다 잘못해서 감옥 문이 열려봐, 큰일 아냐? 정석은 그저 입에서 나오는 대로 중얼거리며 걷고 있다. 그러다 저 속에 박순애의 남편이 있다는 생각이 불쑥 난다. 하이고, 여기가 누님 댁인데 갑자기 그곳이 박순애의 집 같다. 정석은 그 속에 갇혀 있을 얼굴도 못 본 남자에게 괜한 친밀감을 느낀다. 소설부문 금상 이후경 99

50 자형, 잘 주무시구려. 교도소의 흰 망루를 향해 꾸뻑 절을 하는 그를 보고 은희는 다시금 웃음을 터뜨렸다. 미쳤어, 정말. 나도 미친년이지만 정석이 너도 참 알고 보니 미친 놈이야. 잘 만났네. 미친년하고 미친놈하고 조금 더 올라가자 다시 횡단보도가 나왔다. 씨발, 웬 찻길이 이렇게 많어. 술 처먹고 까딱하단 철길 위에 납작 해진 개구락지 신세 되겠구만. 좆겉은 세상. 술기운이 돌면 정석은 중얼거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입도 걸어졌다. 끝도 없이 자꾸자꾸 욕을 했다. 길을 건너자 얼핏 지나치면 보이지도 않을 좁은 골목이 하나 쑥 뚫려 있다. 그 골목 끝에 정석이 사는 방이 있었다. 날이 많이 서늘해졌다. 목에 닿는 밤바람이 오싹했다. 정석은 팔을 내밀어 은희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검은 원피스만을 입은 은희는 떨고 있었다. 골목에는 그 흔한 외눈알의 전등 하나 서있지 않았다. 하지만 창마다 불빛들이 새어나와 발을 딛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근방에서 유일하게 구옥이 남아있는 이 골목의 집들은 낡을 대로 낡아 낮에 보면 허름하기 짝이 없었지만, 밤 의 불빛 속에서는 그런 대로 정답게 보였다. 골목의 막다른 곳에 있는 대문도 없는 무허가 슬레이트집이 정석이 사는 집이었다. 집이라고 부르기도 모호한 건물이었다. 방 한 칸을 짓 고, 한참 잊고 살다가 또 생각난 듯 한 칸씩 열차 칸처럼 이어 붙인 듯 한, 집이라기보다는 그냥 방들 이라고 말하는 게 더 어울리는 괴상한 건물이었다. 주변의 건물들이 80년대 중반 수도권 위성도시의 위용에 맞게 조금씩 용트림을 하며 바야흐로 겉모습을 바꿔가고 있는 것에는 100 제2회 김만중문학상 수상작품집

51 아랑곳하지 않고, 그, 집도 방도 아닌 건물은 안채에선 난리굿이 벌어 지든 말든 골방에서 코를 골며 잠들어 있는 종년처럼 그렇게 우두커니 50년대나 60년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모습으로 버티고 서있었다. 대문도 없는 입구 앞에 섰을 때 갑자기 은희가 걸음을 멈추었다. 들어가. 난 안 들어갈래. 정석이 깜짝 놀라서 은희를 붙잡는다. 같이 들어가. 이 밤중에 어딜 갈려고? 걱정 말고 들어가. 나, 순애언니한테 갈 테니까. 거길로 다시? 응. 정석은 몸을 돌린다. 그럼 내가 데려다 주지. 은희가 다시 소리를 죽여 킥킥거리며 웃는다. 웃기지 말어. 그럼 내가 또 데려다 줘야 되잖아? 취해 갖고 비틀거 리는 주제에. 바로 요 앞인 걸. 혼자 갈래. 얼른 들어가. 정석은 돌아서서 은희를 본다. 아까 저 옷을 입고 나온 모습을 보았 을 때 숨이 막혔던 감정이 되살아났다. 그러지 말고 나랑 자. 너, 보내기가 싫어. 혼자 자기 싫단 말야. 그러면서 정석은 은희를 불쑥 껴안았다. 은희는 순순히 안기면서 그 의 입술에 따뜻한 키스를 해준다. 그는 그녀를 더 힘주어 안는다. 온몸 이 달아올랐다. 그의 손이 어느 새 그녀의 엉덩이를 주무른다. 그녀의 손도 그의 아랫도리로 온다. 그녀의 손이 닿자 정석은 더욱 미칠 것만 같다. 그런데 갑자기 은희가 정석의 아랫도리를 힘주어 세게 비튼다. 소설부문 금상 이후경 101

52 아얏! 정석은 불시의 급습에 아랫도리를 움켜쥐며 떨어져 나간다. 히히, 꼴좋다! 내가 니 맘대론 줄 알아? 난 오늘 순애 언니한테 가 고 싶단 말야. 그런데 왜 보채고 야단이야? 그렇게 꼴리면 니 손으로 혼자 풀고 자라구! 병신 같은 게. 은희는 정석의 얼굴에 다시 한 번 소리 나게 입맞춤을 해주고는 홱 돌아 골목길을 나가버린다. 아픈 것도 아픈 것이지만 화도 나고 어이도 없어서 정석은 한참 동안 그렇게 서 있다 집으로 들어섰다. 집으로 들어서자 양 옆으로 나란히 마주보고 있는 방들이 일제히 그 를 향해 노란 불빛을 내뿜었다. 자그마치 여덟 세대가 모여 사는 집이었 다. 네 칸씩 서로 마주보고 있는 그 집의 방 여덟 칸에는 칸마다 다른 집 들이 살고 있었다.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방들 사이론 양쪽의 처마 끝이 만나면서 사람 둘이 겨우 빠져나갈 만큼 좁은 통로를 만들고 있었고, 그 통로의 흙바닥에는 비오는 날에도 신발이 더럽혀지지 않게 네모난 시멘 트 블록이 징검다리처럼 한 줄로 늘어서 있었다. 그 징검다리의 끝에는 여덟 세대가 함께 쓰는 공동수도가 있었고, 그 옆께로 장독대도 한 자리 차지하고 있었다. 방마다 한참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지 떠드는 말소리 와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먼 나라의 나팔 소리처럼 퍼져 나왔다. 왼쪽 첫 방인 영애의 방과 셋째 방인 그의 방만 어둠 속에 잠겨 있었 다. 정석은 영애의 방 앞에 가만히 서 보았다. 자물쇠가 잠긴 어두운 방. 에이, 씨팔. 니년이나 있으면 데꼬 잘까 했더니 말야. 그래, 니년은 지금 좆빠지게 일하고 있겠네. 아냐, 아냐, 니년은 빠질 좆도 없지, 히 히. 102 제2회 김만중문학상 수상작품집

53 그러다 정석의 눈에 영애의 방에 걸린 커다란 자물쇠가 들어온다. 그 는 물끄러미 선 채로 그 자물쇠를 만져 본다. 갑자기 술이 깨는 기분이 었다. 나무 기둥에 박힌 이런 자물쇠는 하등의 역할도 할 수 없다. 방마 다 이런 자물쇠들을 걸어 놓기는 했지만 자기들부터도 열쇠를 잃어버리 면 장도리로 경첩을 통째로 따기가 일쑤였다. 그것은 그저 주인이 없다 는 것을 알려주는 허울 좋은 장식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것이 아무리 허 술해도 안에 있는 사람으로서는 딸 수 없다. 다시금 그의 심장 속으로 예리한 통증이 뚫고 지나갔다. 정석은 힘없이 자물쇠에서 손을 뗀다. 드르륵, 맞은편의 주인 방 부엌문이 열리는 소리에 그는 얼른 고개를 돌렸다. 아니 거기 서서 뭐하고 있어? 그 아가씨 요새 야근이야. 주인집인 종태 엄마였다. 아, 아니요. 그저 잠깐 참, 이달치 월세 드릴게요. 며칠 늦었 죠, 꺼억 죄송함다 마침 월세 낼 생각이 난 게 다행이었다. 정석은 얼른 지갑을 꺼냈다. 손이 헛놀아서 돈이 잘 세어지지 않았지만 간신히 4만원을 꺼냈다. 종 태 엄마는 기가 막힌지 그 돈을 건네받으며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참, 무서워서 말도 못 붙이겠네. 내가 꼭 돈 받으려고 말 붙인 거 같잖아? 지금이 몇 시야? 새벽 2시에 월세 내는 건 또 뭘까? 괜히 그 방 앞에 있는 게 들켜서 그러지? 술 한 잔 해놓고도 숫기 없기는 총각이 처녀한테 관심 갖는 게 뭐가 그리도 부끄러우실까? 그러니 꽁 생원을 못 벗어나지 잘해봐, 난, 사람 많이 겪어봐서 잘 알아. 저 아가씬 드문 아가씨라구. 하긴 안팎이 다르게 만나야 하는데 어찌 보면 둘이 판박이 같은 데가 있어 그것도 걱정이긴 하지만, 후훗. 소설부문 금상 이후경 103

54 아니, 그런 게 하다 말고 정석은 고개를 꾸뻑하고는 제 방 앞으로 갔다. 또 김영애 칭찬이군, 오늘은 아주 세상이 작당을 했어, 작당을. 정석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종태 엄마의 뒤로 방에서 남편이 찾는 소리가 들린다. 물이라 도 달라는 모양이었다. 아휴, 저 버릇, 물 한 접시 제 손으로 안 떠먹으니, 노가다 십장 버 릇에 내가 죽어나. 투덜대며 들어가는 종태 엄마의 뒤로 미닫이 부엌문의 마찰음이 기분 좋게 퍼져 나갔다. 제 방 앞에 선 정석은 문득 종태 엄마의 말을 되씹는다. 둘이 판박이 같은 데가 있어 그것도 걱정이긴 하지만 우리가 판박이 같은 데가 있다고? 썩은 동태눈깔도 그보다는 잘 보겠다. 그 여자하고 나하고는 종자가 틀려. 전혀 다른 족속이올시다. 생긋, 햇살같이 눈부신 웃음, 치 약처럼 싸한 그 웃음에는 한 점의 그늘도 묻어 있지 않았다. 처음 봤을 때 누이로 착각했음에도 그랬다. 하긴 누이도 선량하고 밝은 여자였다. 단지 누이의 삶이 참혹하고 어두웠을 뿐이다. 누이까지 어두워지기 전 에 죽음이 누이를 채어가 버린 것뿐. 그러나 살아남은 그는, 아직 죽음 이 채가지 않은 그는, 이제 어둠에 뿌리까지 절었다. 영애의 밝음과 자 신의 어둠. 밝음과 어둠의 어느 요소가 판박이같이 닮을 수 있을까. 정 석은 자물쇠 따윈 걸어놓지 않은 자신의 부엌문을 드르륵 호기롭게 밀 고 안으로 들어간다. 귀퉁이에 있는 백열전구의 스위치를 비틀어 불을 켜자 아궁이 곁으로 무언가 스르르 사라졌다. 이 추운 날씨에도 따뜻한 아궁이 곁에서 목숨을 이어가는 벌레가 있었나 보다. 정석은 방문 미닫이를 밀고 작업복 점퍼를 벗어 던진다. 연탄불도 들 104 제2회 김만중문학상 수상작품집

55 여다본다. 불은 아슬아슬하게 살아남아 있었다. 조금만 늦었으면 새 탄 에 불을 옮길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얼른 재가 된 탄을 꺼내고 새 탄 을 넣었다. 술에 취했어도 연탄불 구멍은 그림같이 잘 맞추었다. 그는 연탄불 위에서 끓고 있는 양동이의 물을 대야에 받고, 거기다 구석에 놓인 다른 양동이의 찬물을 섞어 얼굴을 씻고 발을 씻고, 양치질을 했 다. 아무런 잡념 없이 말끔한 기분으로 잠들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방으로 들어가 스위치를 켜자 형광등이 한참을 망설이다가 켜졌다. 방은 따뜻했다. 정석은 속옷 바람으로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아, 좋다, 좋아. 김영애의 검은 눈이 떠올랐다. 유난히 검다는 느낌을 주는 사랑 스러운 눈. 자그맣고 가는 몸매, 귀염성스러운 해사한 얼굴. 은희의 눈 동자는 갈색이고 투명했다. 의안처럼 자기를 보면서도 늘 먼 곳을 보는 눈. 자신이 그곳에 없는 양 자신을 뚫고 지나가는 그 시선. 그는 누운 채 손사래를 쳤다. 은희가 그곳에 있는 것처럼. 괘씸한 년, 싫어. 넌 저리가. 난 저 여자를 택할 거야. 넌 저리 가라 구. 난 니 년이 꼴 뵈기 싫어. 싫단 말야. 확대된 화면처럼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두 여자의 겹친 눈동자 는 서서히 줄어들면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의 여체가 그의 뇌리를 덮었다. 그러나 정석은 그 몸이 서은희의 것인지 김영애의 것인 지 알 수 없었다. 그것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닌 것 같았다. 아니 누구라 도 좋았다. 알몸의 여체는 그의 몸을 뜨겁게 만들었고, 그는 불붙은 자 신의 몸을 분출시키기 위해 손을 움직였다. 미친 놈, 은희 그년이 시키 는 대로 하고 있군, 낄낄. 그러면서도 그는 자신이 아직도 은희에게서 끊임없이 도망치려 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소설부문 금상 이후경 105

56 4. 깊고 짙은 위로 늦게 온 손님들은 또 그만큼 빨리 빠져나갔다. 술을 다 마시고도 꾸 물거리고 있던 마지막 손님들은 문 닫을 시간이라고 등을 떠밀어 내보 냈다. 순애는 한숨을 몰아쉬며 문을 안으로 잠근다. 몸이 무겁다. 하지 만 뒷설거지를 해놓아야 잘 수 있다. 새벽에는 또 수산 시장에 해물을 사러 가야 했다. 시장에 다녀오면 해는 하늘 한가운데 뜰 것이다. 그 환 한 햇볕 속에서 심란한 주방을 보는 일은 자신의 지금 모습을 그대로 보는 것 같아 정나미가 떨어졌다. 아무리 넋 놓고 사는 삶이었지만 그 녀는 그것만은 싫었다. 순애는 벽에 걸린 비닐 앞치마를 꺼내 앞에 두른다. 잠시 앉아서 쉬 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랬다간 정리를 못하게 된다는 걸 잘 알 고 있었다. 상에 남아 있는 그릇들을 쟁반에 담아 옮기고, 행주로 닦아 냈다. 그런 다음 비를 들고 바닥을 쓸어냈다. 다행히 오늘은 바닥에 토 해 놓거나 가래침을 뱉은 손님들이 없었다. 그것만 해도 운이 좋은 날 이라 해야 할 것이었다. 개수대에 가득 쌓인 그릇이 한숨부터 나오게 만들었지만 순애는 느릿느릿 걸어 그 앞으로 간다. 오늘은 어떻게 보냈는가, 어떤 손님들이 왔던가, 아무 생각이 없었 다. 방 앞의 연탄보일러 위에 올려놓은 물통을 개수대로 들고 온다. 삼 겹살이나 제육볶음 그릇은 뜨거운 물이 아니면 지지 않았다. 고무장갑 을 끼고 기름 묻은 그릇들에 뜨거운 물을 끼얹었다. 수세미에 세제를 묻혀 기계적으로 그릇을 닦는다. 오늘이 며칠인지, 오늘 매상이 얼마인 지, 순애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 쉬고 싶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채우 106 제2회 김만중문학상 수상작품집

57 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릇을 닦는 손길이 빨라지지는 않았다. 생각해 보면 사는 것 전체가 뒷설거지처럼 고된 일이었다. 아니 뒷설거지야말 로 사는 일 중에서 가장 수월한 일인지도 몰랐다. 그때였다. 누군가 문을 세게 두드렸다. 순애의 얼굴이 찌푸려진다. 보나마나 머리끝까지 취한 주정뱅이가 술을 내놓으라고 고함을 쳐댈 것이다. 저런 놈은 상대를 안 해주는 것이 상책이란 것을 순애는 잘 알 고 있었다. 순애는 말없이 설거지만 계속 했다. 단지 잠든 아이들이 깰 까봐 마음이 쓰였다. 언니, 언니! 순애는 수도꼭지를 잠근다. 여자 목소리가 들린 것이다. 언니, 나야, 은희야. 순애는 얼른 문을 열어준다. 문 밖에는 아까 정석과 함께 나간 은희 가 혼자 서있었다. 이 아이는 대체 또 왜 온 것일까. 언니, 나 좀 재워줘요. 정석이랑 자려다가 언니 옆에서 자고 싶어 서 도로 왔어요. 순애는 기가 막혔다. 아까는 술 마시고 응석 부린다 싶어 받아 줬지 만 이렇게까지 엉기는 건 딱 질색이었다. 하지만 이 밤중에 내쫓을 곳 도 없었다. 들어와요! 은희는 쭈뼛거리며 안으로 들어온다. 순애는 문을 잠그고 돌아서서 은희를 본다. 도대체 언제 본 사이라고 이렇게 오두방정을 떠는 걸까. 짜증이 울컥 치밀었다. 난 정리를 해야 되니까 먼저 들어가서 자요. 자리는 펴놨으니까. 냉기가 도는 목소리다. 소설부문 금상 이후경 107

58 아냐, 언니랑 같이 들어갈래요. 여기 앉아 있을게요. 순애는 그 말에는 대꾸하지 않고 하던 설거지를 마저 한다. 그 동안 순애는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는다. 은희 역시 더 이상은 말을 시키지 않는다. 일을 다 마치자 순애는 식당의 불을 끄고 방문을 연다. 은희는 조용 히 일어나 따라 들어온다. 순애가 불을 켜자 두 어린 것이 이불을 내친 채 엉켜 잠들어 있는 모습이 드러난다. 은희는 가만히 선 채로 그 아이 들을 내려다본다. 한참을 그러고 있더니 무릎을 구부리고 아이들의 얼 굴을 살며시 쓰다듬는다. 순애는 서랍을 뒤져 은희에게 편하게 입을 내 리닫이 치마 하나를 꺼내준다. 은희는 그 자리에서 스스럼없이 옷을 훌 훌 벗어 던지더니 그 옷으로 갈아입는다. 쭉 빠진 아름다운 몸이라고, 순애는 무심코 생각한다. 순애와 은희는 불을 끄고 나란히 누웠다. 언니, 미안해요. 은희가 조용히 말했다. 괜찮아요. 얼른 자요. 난 또 새벽에 나가야 되니까. 그렇게 누워 있자니 순애는 은희란 아이가 정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내 무엇이 이 아이의 마음을 끈 것일까. 마음의 상처가 깊은 아이인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아까 가슴에 안겨 통곡을 터뜨렸을 때 순애는 자신의 가슴까지 찢어지는 듯했다. 그래서 평소의 냉정했던 태도를 허물고 그네들과 허물없이 술자리를 같이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뿐, 그들의 고통이 아무리 깊은 것인들 순애는 상관하고 싶지 않았 다. 자신의 삶조차도 의미가 없어 질질 끌려 사는 주제에 남의 삶까지 퍼담을 오지랖은 없었다. 가끔 술집에서 울음을 터뜨리거나 자신에게 하소연을 하는 손님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상처에서 흐르는 피가 장소 108 제2회 김만중문학상 수상작품집

59 를 가릴 리 없었다. 피는 그렇게 아무 곳에서나 흐르는 것이었고, 마침 그 자리에 있던 자신은 그 피를 닦아주기만 하면 되었다. 그랬기에 은 희네가 나간 다음 순애는 그들을 잊었다. 순애에게는 오히려 정석이 한 남자를 생각나게 했다. 무심코 자리에 앉다가 순애는 그를 보고 조금 놀랐다. 그는 순애의 첫 남자를 닮았다. 가슴 속으로 서늘한 것이 지나 갔다. 하지만 감정이란 걸 표현한 지가 워낙 오래된 탓일까. 순애는 조 금도 내색하지 않고 술을 마셨고, 기실 그 사실을 금방 잊었다. 이미 잊 은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 다시 은희가 찾아와 이렇게 한 이불 속에 누워 있으려니 새삼스레 그 남자가 떠올랐다. 부드럽고 자상한 남자였다. 순애를 떨어 지기 쉬운 연한 꽃잎 다루듯 소중히 대해주던 사람, 그녀를 보기만 해 도 저절로 입이 벌어져 환히 웃던 남자, 만나고 있으면 내내 그 웃음을 지우지 못하던 남자, 한 인간이 자신으로 인해 이렇게도 행복해 할 수 있는가, 신기한 생각까지 들게 하던 사람. 그렇게 자상하고 부드러운 남자가 어쩌다 깡패에게 걸려 한 쪽 다리를 못 쓰게 됐다. 순애에게 그 것은 아픔이었지만 두 사람의 관계를 허물어내는 장애가 될 수는 없었 다. 그러나 그 남자는 달랐다. 부드럽고 자상한 사람이 빠지는 함정, 그 는 그녀의 마음을 지나치게 넘겨짚었다. 그리고 그녀의 미래를 지나치 게 걱정했다. 그게 그녀를 위하는 길이라며 그녀를 냉정하게 잘라냈다. 그래, 잘난 당신, 이게 당신이 그렇게 배려한 미래의 내 꼴이야, 순애는 자조적으로 웃는다. 그러나 이렇게 된 게 어찌 그의 탓이겠는가. 자신 을 생각한다며 오히려 자신을 밀어내는 그에 대한 오기로 순애는 바로 그의 한쪽 다리를 잘라내게 만든 그 포악한 남자에게 보란 듯이 몸을 맡겼다. 자신의 행복을 바라는 그 남자 앞에서 충분히 불행해진 자신의 소설부문 금상 이후경 109

60 모습을 보이고 싶다는, 그래서 그가 피눈물을 흘리며 후회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욕망, 그것은 어느 악마가 불어넣은 아둔하기 짝이 없는 독기였을까. 그렇게 해서 남은 것은 무엇인가. 그 부드럽고 자상한 남 자는 순애가 충분히 불행해진 모습을 보이기도 전에 달리는 기차에 몸 을 던져 죽어 버렸다. 그것조차도 자신을 행복하게 하려는 배려였을까.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위인이었으니까. 그리고 자기는 지금까지 저 포 악한 남자의 손찌검 밑에서 끝없는 노름빚 감당과 옥바라지를 천형처 럼 묵묵히 받아내고 있다. 피곤하고 피곤한 삶, 저 포악한 남자가 자기 에게 낳게 한 두 마리의 순한 아이들조차 자신을 이 피곤한 삶에 동여 매기에는 약했다. 그녀가 지금 이렇게나마 삶을 버티고 있는 건 오로지 청춘의 그 불같은 어리석음에 대한 회한의 힘인지도 몰랐다. 순애의 그 런 첫 남자를 정석은 닮았다. 그러다 순애는 설핏 잠이 든다. 잠결에 움직임이 느껴져 눈이 떠졌 다. 깨어보니 은희가 소리를 죽인 채 울고 있었다. 어찌나 이를 악물 고 울고 있는지 소리는 들리지 않고 몸만 들썩이고 있었다. 그 모습이 하도 안쓰러워 순애는 가만히 은희를 끌어 아까처럼 가슴에 안아 주 었다. 은희는 스러지듯 순애의 품에 안겨 흐느꼈다. 은희의 절절한 울 음 탓인가. 아니면 모처럼 지난 인생을 돌이켜 본 회한에 가슴이 쓰라 렸던 탓일까. 어느 새 순애도 자기 슬픔에 울음을 쏟고 있었다. 그랬 다. 울어본 것도 언제인지 몰랐다. 우는 것조차도 열정이 필요한 일이 었다. 순애는 자신이 오랫동안 울음마저 잊고 살아왔다는 것을 무섭게 깨닫는다. 어둠 속에서 두 여인은 그렇게 부둥켜안은 채 울었다. 순애의 눈물 이 은희의 머리를 적시고, 은희의 눈물이 순애의 목으로 흘렀다. 순애 110 제2회 김만중문학상 수상작품집

61 는 은희의 부드러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은희가 피 흘리며 제 품 안에 뛰어 들어온 노루 새끼처럼 여겨졌다. 은희는 젖을 찾는 아이처 럼 순애의 가슴 속으로 더 깊이 파고들었다. 순애는 무심코 은희의 입 술에 입술을 갖다 댔다. 그러자 은희의 혀가 순애의 입안으로 파고들었 다. 순간 순애는 깜짝 놀라 몸을 떨며 은희를 밀어내려 했으나 은희는 그녀를 잡아당기며 더 깊이 파고들었다. 이상했다. 순간 순애는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 접촉이 너무도 따듯해서 저절로 눈물이 흘렀다. 은희는 순애의 눈물에 뺨을 비비며 순애의 앞가슴을 열고 맨살에 얼굴을 비볐 다. 순애는 그러는 은희를 내버려두었다. 은희는 순애의 젖가슴을 만지 고 입을 맞추었다. 온몸이 따뜻한 물속에 들어가 있는 것 같았다. 순애 역시 어느 새 그 아름다운 은희의 온몸을 부드럽게 애무하고 있었다. 그 밤, 두 여인은 얽힌 채 피 흘리는 두 마리의 노루처럼 그렇게 서로 를 위로했다. 순애는 문득, 철길에 제 몸을 던져 죽은, 노루처럼 순한 그 남자가 피 흘리며 지금 자기에게 온 것인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저 멀리 어디선가 기적 소리가 들려왔다. 은희는 목이 말라 물을 마시려고 일어나 불을 켰다. 이미 순애의 자 리는 비어 있었다. 그러자 머리맡에 놓여 있는 자리끼가 보였다. 방금 바깥에서 떠온 것처럼 사발의 물은 차가웠다. 순애가 나가면서 갖다 둔 모양이었다. 찬물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자 비로소 정신이 들었다. 역시 순애가 덮어주고 나갔는지 아이들은 목까지 이불을 얌전히 덮은 채 잠 들어 있었다. 은희는 잠든 아이들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일곱 살짜리가 누나고, 다섯 살짜리가 남동생인가 보았다. 두 아이가 다 같은 모형으로 뜬 인 소설부문 금상 이후경 111

62 형처럼 속눈썹이 길고, 뺨이 볼록했다. 겨울바람에 실컷 놀아서인지 그 볼록한 뺨이 터서 까끌까끌해 보이는 것까지 똑같았다. 순애의 어둡고 차가운 분위기와는 달리 아이들은 제과부에서 갓 구워낸 말랑말랑한 고급 쿠키처럼 부드럽고 따뜻해 보였다. 자기도 모르게 은희는 손을 뻗 어 아이의 볼록한 뺨을 살짝 어루만졌다. 잠결에 아이는 코를 찡그리며 머리를 흔들었다. 은희는 얼른 손을 떼어내고 혼자 미소를 지었다. 아이를 좋아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렇게도 깔끔하고 새침하던 언 니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똥 기저귀를 갈고, 포대기에 아이를 질끈 업고, 시장바구니를 든 채로 언제나 똑같이 라면처럼 꼬불거리는 파마 를 하고, 우는 아이를 쥐어박고 하는 모습들에 은희는 진저리를 쳤다. 유난히 깔끔하고, 가꾸기를 좋아하는 은희에게 그런 모습은 혐오스럽 기만 했다. 처음 어린 나이에 잘못해서 아기를 가졌을 때는 갈등 한번 하지 않 고, 산부인과로 갔다. 열아홉 살 때의 일이었다. 제 몸 안에 무언가 살 아있는 것이 생겼다는 게 회충이나 촌중이 생긴 것처럼 끔찍했다. 그 일은 30분도 안 걸리는, 아주 간단한 일이라는 말을 때마침 어느 소설 속에선가 읽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막 입덧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다 뚝 떨어진 그 아이는 막상 사라진 다음부터 은희에게 사무쳤 다. 뱃속에 있을 때는 회충이나 촌충 같이만 생각했는데, 거짓말처럼 구역질이 사라지고, 끊어졌던 생리가 시작되면서 이상하게도 은희는 자신의 몸이 텅 빈 것처럼 느껴졌다. 회충이나 촌충의 자리가 이렇게 공허할 리는 없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아이와 정이 든 것만 같았다. 꿈을 꾸면 나팔꽃 씨앗만한 태아의 새까맣고 작은 눈을 보았다. 꿈속에 서 은희는 물고기처럼 뜨고 있는 아기의 눈이 아플 것 같아 감겨주려고 112 제2회 김만중문학상 수상작품집

63 손을 내밀었지만 아기의 눈은 아무리 쓸어내려도 감겨지지 않았다. 겨 우 나이 열아홉에 새삼 없던 모성애가 생겼을 리는 없었다. 그것은 그 냥 한 존재와 짧게 든 정이었다. 실제로 그 아기를 만났다 헤어진 것처 럼 그리웠다. 그것은 죄책감과도 달랐다. 그 첫 아기 때, 은희는 자신이 그 아기를 죽였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 자리가 너무 허해 두 번째 아이가 들어섰던 것일까. 이번에 남자 는 진심으로 기뻐했다. 스무 살이 되었으니 애를 낳아도 될 거라고 했 다. 자신과 은희 사이에 낳은 아기를 품에 안고 싶다고 말했다. 아내와 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혼할 테니 걱정 말고 몸조리나 잘 하라고 했다. 그는 퇴근하기가 무섭게 날마다 찾아왔고, 그녀가 먹고 싶어 하는 것이 면 한밤중이라도 나가서 구해왔다. 신혼의 아내를 위하는 남편의 모습 그 자체였다. 은희는 깜빡깜빡 자신을 신혼의 새댁으로 착각했다. 그때 는 일도 쉬고 있을 때라 주변에서도 두 사람을 영락없는 신혼부부로 알 았다. 아이가 다섯 달이나 되어, 병원의 청진기를 통해 쿵쿵쿵 뛰는 심 장 소리를 듣고 온 날, 그 남자는 폭우 속에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해 돌아왔다. 그리고 말했다. 이혼은 시간이 걸리겠다고, 이번 아이 는 지워야겠다고. 쿵쿵쿵, 심장 소리까지 들은 아이를 죽이러 가는 길은 첫 번째와는 달랐다. 은희는 심장이나 자궁을 떼어내러 가는 것만 같았다. 혼자서라 도 낳아 기르고 싶었다. 두렵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 남자의 슬픈 눈빛 이 문제였다. 그렇게는 할 수 없다고 했다. 어린 그녀가 그런 가시밭길 을 걸어가는 건 볼 수 없다고, 꼭 이혼을 하고, 결혼을 해서 축복 받은 아기를 낳아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축복 받을 수 없는 그 아기는 그렇 게 또 스테인리스 통으로 갈기갈기 찢겨 떨어졌다. 이번 아기는 그립지 소설부문 금상 이후경 113

64 않았다. 그립다는 건 그래도 거리감이 있을 때의 얘기였다. 이 아기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갈기갈기 찢겨, 너덜너덜해진 심장이 몸속에서 흔 들리는 것만 같았다. 너무 아팠다. 은희는 그 남자와의 섹스를 거부했 다. 아기에게 미안했다. 꿈속에서 은희는 그 남자와 의사와 함께 앉아 자신의 수술 장면을 보 고 있었다. 테이프는 거꾸로 돌아가고 있었다. 스테인리스 통에 떨어져 있던 갈기갈기 찢긴 살점들이 다시 그녀의 몸 안으로 빨려 들어갔고, 그 몸들은 재빨리 합쳐졌으며, 마침내 온전한 아이가 되어 그녀의 뱃속 에서 작은 토끼처럼 웅크렸다. 쿵쿵쿵 심장 소리가 북소리처럼 울려 퍼 졌다. 그런 꿈을 꾸고 난 날이면 은희는 온몸에서 힘이 빠져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한 채 저녁 햇살이 창으로 스며와 얼굴을 쓰다듬을 때까 지 꼼짝 않고 누워 있곤 했다. 어느 날 그 착하디착한 남자는 기뻐서 눈물을 흘리며 찾아왔다. 아 내가 이혼을 승낙했다는 것이었다. 가진 것 다 줘버리자고, 미안하니 까 다 줘버리고, 우리끼리 새로 벌어서 오손도손 살자고 말했다. 이제 는 우리 아기를 낳아 정말 행복하게 살자고, 그 동안 정말 미안했다고 했다. 그 말을 꼭 믿었던 건 아니지만 마음이 느슨해진 것은 사실이었 다. 그리고 은희는 간절하게 아기를 갖고 싶었다. 이미 죽은 두 아기가 새로운 생명 속에서 함께 살아날 것만 같았다. 아니 그때는 그런 생각 도 없었다. 그저 양쪽에 치여 어쩔 줄 모르며 쩔쩔매는 그 남자에 대한 측은한 마음이 더 컸던지도 몰랐다. 거짓말같이 그 밤의 정사는 생명 이 되었다. 그 다음날부터 한참 동안 남자가 오지 않았으니 그 생명이 그 밤에 발아되었다는 것은 분명했다. 남자는 두 달 동안 연락을 끊었 다. 피가 말랐다. 그가 연락을 하지 않으면 그녀로서는 연락할 길이 없 114 제2회 김만중문학상 수상작품집

65 었다. 은희는 혼자서 입덧을 치르며 공장을 다녔다. 아마도 이혼 수속 을 깨끗이 밟아놓고 깜짝 놀래주려고 그러는 게지, 생각은 하면서도 입 술이 바짝바짝 탔다. 석 달 만에 나타난 남자는 헛구역질을 하는 은희 를 보며 새파랗게 질렸다. 은희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 여자의 마 음이 변했을 것이다. 모든 것은 그 여자에게 달려 있었으니까. 그 착한 남자는 제 몸에 붙은 벌레 하나 떼어내 버릴 위인이 못 되었다. 모진 데 라곤 한 구석도 없는 남자였다. 결국 제 몸에 붙은 벌레 하나도 가엾어 서 못 떼어낼 그 남자를 위해 은희가 제 몸 속에 자라는 생명을 포기해 야 했다. 이번에 은희는 재빨리 결단을 내렸다. 남자는 조금만 더 기다 려 보라고 했지만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 혼자서라도 낳아 기르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었지만, 그랬다가 만약 나중에 자신이 없 어져 마음이 바뀌면 지난번처럼 심장 소리가 쿵쿵쿵 북소리처럼 들리 는 아이를 지우게 될까봐 겁이 났다. 그 세 번째, 마지막 아이를 긁어내면서 은희는 모질게 이를 악물었 다. 그토록 어릴 때 만나 깊이 사랑했던 그 남자를 그녀는 버리기로 마 음먹었다. 죽은 아이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만으로도 그래야 했다. 그리 고 다시는 아이를 갖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이제는 새로운 아기를 낳더 라도 죽인 아이들의 얼굴이 어른거려 사랑할 자신이 없었다. 열아홉부 터 스물두 살까지 거의 매년 아이를 긁어내다가 ㅊ마침내 난관을 묶었 다. 그러면서 은희는 청춘이라고 말할 수 있는 핏기가 제 몸에서 사라 진 것을 깨달았다. 언제나 제 곁에 죽음이 함께 누워 있는 기분이었다. 그토록 밝고, 명랑하고, 철딱서니 없었던 자신의 모습은 이제 껍데기로 만 남았을 뿐이었다. 몸부림을 안 쳤던 것은 아니다.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져보려고도 소설부문 금상 이후경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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