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뮤직, 동아줄인가썩은줄인가 < 제 2 회국립국악원국악학술상우수국악평론상 > 월드뮤직, 동아줄인가썩은줄인가 - 국악의미래, 월드뮤직이답인가에대한고찰 - 1) 김고은 * 귀에밀랍을발라바다요정의노랫소리를피했다는그리스신화속오딧세우스. 계몽을통해자유를얻으려던오딧세우스자신의의도와다르게스스로를속박하고는결국헤어나오지못하는모습을철학자아도르노는음악사에대응시켜설명한다. 오딧세우스신화가상징하는계몽과정을거쳐인간이제2의자연을만들어냈듯, 음악또한계몽을거쳐조성음악체계라는제2의자연상태에이르렀다는것이다. 난공불락의성벽이되어버린조성음악체계를무너뜨리려는여러가지시도가이루어졌지만, 이러한시도들이다시제2의조성음악체계가되어음악을구속하게되었다. 그런데이러한오딧세우스의모습이 월드뮤직 을지향해온국악계의단면은아닐까. 월드뮤직단체, 월드뮤직에한발다가섰다. 월드뮤직적요소가가미되어발전가능성을집작할수있었다. 이는국악창작단체혹은공연에대해비평가들이서슴지않고사용하는말인데, 국악계에서이말은최고의찬사로통용되는듯하다. 그런데문제는국악계사람들이 월드뮤직 이라는말의의미에대해심오하게분석하고이해하는것이아니라, 그단어가주는막연하게좋은이미지에취해있다는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월드뮤직에대한몰이해와환상적인이미지를제공하는것은문화체육관광부의여러정책들인것같다. 현재문화체육관광부는 천차만별콘서트 와 21세기한국음악프로젝트, 서울아트마켓 (PAMS) 등을통해창작활동을지원하고있는데, 먼저천차만별콘서트부터살펴보자면, 약 3개월동안여러장르가뒤섞인창작곡들을선보인팀들에게공연기회를주고, 공연이끝나면현장평가와설문평가를거쳐단독음반제작 * 한양대학교재학 1
國樂院論文集제 28 집 을지원받는형식으로치러진다. 별다른공식브리핑이없는이대회의색깔은이대회대상출신음악단체 고래야 가대변해줄수있을듯하다. 옛것에서지금껏전해온감성으로동시대를사는사람들의마음을끌어당기는음악을하겠다는고래야 ( 古來惹 ) 는 2011 년도천차만별콘서트경연당시기타와가야금을이용해경기민요인이별가를재해석해냈고, 몽환적인분위기를자아내며찬사를받았다. 또한고래야의다른음악 하얀날개 는판소리심청가중심청이인당수에빠지는대목을브라질의노래와접목시켜징과퍼커션의조화를보여주려했다. 이두곡은공통적으로다른세계악기와국악기를같이사용하면서신비스럽고몽환스런분위기를내려고했는데, 이를대상으로뽑은것에서이대회의방향성을짐작할수있다. 영국팝밴드비틀즈의멤버조지해리슨이인도의악기시타르를배우며동서양이만났다고외치는 1960 년대의분위기를재현하는느낌이랄까. 문화체육관광부주최의 21C 한국음악프로젝트는공고첫머리에취지를분명히밝히고있다. 전통예술의창조적계승을통한현대화를내세우고있다. 2012 년의경우, 아리랑특집으로꾸며져창작곡을모집했는데, 선발방식과같은몇가지점들을제외하고는천차만별콘서트와 21C 한국음악프로젝트이둘은비슷한취지의창작활동지원경연대회라묶을수있다. 서울아트마켓 (PAMS) 은문화체육관광부가후원하는콘텐츠이다. 이들이내놓은슬로건은 공연예술사고팝니다. 그중팸스초이스 (PAMS choice) 음악분야는한국음악계의해외진출의효율적인방법을제시하는것을목표로하여단체를선정하는프로그램이다. 공연예술에대한실질적인정보를교환할수있도록부스를운영하는데, 그현장은기업들의취업박람회혹은북적북적한웨딩박람회를연상케한다. 국내외유명프리젠터와프로듀서, 세계공연예술전문가들이자연스럽게만나교류할수있는자리를마련한것이다. 이렇듯문화체육관광부의정책들은전통음악을소재로월드뮤직화작업에애쓰고있다. 천차만별콘서트나 21C 한국음악프로젝트와같은국내의경연대회를주최하고, 서울아트마켓 (PAMS) 을후원하면서물심양면으로애쓰고있는것을충분히알고있다. 그런데좋은의도라고해서좋은방법과결과를내는것은아닌듯하다. 월드뮤직이라는개념에대한이해가막연할뿐더러, 우선문화체육관광부의정책입안자들은막연히국악을현대화해야한다는사명감을안고, 싸이의강남스타일처럼국가이미지를높이고브랜드화할수있다면, 전통음악이어떻게으스러져도개이치않겠다는의지가대단한듯보인다. 21C 한국음악프로젝트가밝힌 전통예술의창조적계승을통한현대화 라는취 2
월드뮤직, 동아줄인가썩은줄인가 지는문화관광부의존립이유라고할수있을정도로견고한것이다. 물론서양혹은제3세계악기들과국악기들의협연으로여러창작곡들이나올수밖에없는현재음악계의흐름을막자는어불성설을말하고싶은것은아니다. 다만국가기관이나서서전통음악자체에대한대중들의이해를막고, 퓨전이라고불리는창작음악을국악이라인지하도록적극적으로돕는다는것이문제라는것이다. 서울아트마켓 (PAMS) 의예술경영지원센터대표는서울아트마켓 (PAMS) 이각기관과단체들이직접만든레퍼토리를국제시장에소개할수있도록가교역할을하고있으며, 유럽과미국등해외국가들이아시아의공연예술을바라볼때아트마켓이라는거울을통해서볼수있도록하는것이목표라고인터뷰한바있다. 주관하는단체의대표의입을빌어쏟아져나온행사의목표혹은취지이기때문에무섭기까지하다. 국제시장에소개한다고하였지만, 이브리핑이유럽과미국의서방국가들의시스템에맞추기위해노력하고있다고까지해석될수있다. 이러한상황에서, 서울아트마켓 (PAMS) 에서는분명가야금산조를멋들어지게타는연주자들보다, 서양악기나 3세계악기들과호흡을맞춰몽환적인분위기를자아내는연주팀을선정하여해외에팔면서월드뮤직이라는월계관을씌워주려할것이다. 현재문화관광부의정책들은앞서언급했듯, 비틀즈의멤버조지헤리슨이자신안에숨겨진서구의오리엔탈리즘을인지하지못한채동서양의조화를외쳤듯, 우리스스로가서구인들이견고하게짜놓은오리엔탈리즘속으로황송해하며들어가는꼴이다. 월드뮤직은아직도애매한용어로혼란스럽게쓰이고있지만, 학계의분위기는두가지로나누어논의되는모습을보인다. 하나는종족음악학적관점의세계음악을뜻하며, 다른하나는상업적편의를위한메타장르로서의월드뮤직을의미한다. 전자는전세계의음악을포괄한다고표방하지만, 실제연구된결과물들을살펴보면, 비서구의전통음악으로좁혀진다. 세계음악은순수한혹은순수해보이는전통음악그자체가연구대상이며, 오랜기간상호영향을주고받은결과물이며, 주로현지조사를통해얻을수있는전통의음악산물이고, 예술음악의한단면이라할수있다. 1) 뜨거운감자는후자의정의이다. 실제현재한국사회에서쓰이는월드뮤직의의미는이쪽에분류될여지가많기때문에더주목해야할필요가있다. 후자에서월드뮤직은필요에의해묶일수없는것들을묶은혼종화된음악형태를가리키는데, 혼란스러운 1) 변계원 조효임, 월드뮤직 (World Music) 용어의개념적고찰, 음악과민족 제 28 호. 3
國樂院論文集제 28 집 개념에대해이해하기위해서는후자정의의월드뮤직에대한기원과역사를살펴보고넘어갈필요가있다. 1906 년당시의음악학자카펠렌이 월드뮤직 이라는용어를처음사용하였는데, 그는 동양과서양의융합을통하여우리는이새로운음악양식인 월드뮤직 에도달하게되었다. 라고말한다. 1900 년대초반서양의작곡가및연주자들은비서구음악을차용하는형식으로그들만의장르를만들어갔다. 물론엄격히분류하자면현재이야기되는월드뮤직의범주에속한다고볼수없지만, 이용어의시작점이라생각할여지는충분하다. 1950년대에와서음반회사캐피탈레코즈가 <Capitol of the World Series> 시리즈를발매하면서 2) 오늘날월드뮤직으로불리우는음악들이서서히그모습을드러냈다. 또한유명한대중음악가들의음반작업에이러한이국적인음악들을삽입시키면서당시의히피문화의흐름에발맞추어비서구음악가들의음악과그들과콜라보작업을하는서구음악가들이주목받기시작하며급속하게상업적인판매영역으로들어오게되었다. 1980년대초반까지만해도이러한음악들은글러벌비트 (Global beat), 인터내셔벌믹스 (International mix), 에스노팝 (Ethno-pop), 트로피칼비트 (Tropical beat), 핫비트 (Hot beat) 등으로혼동되어불리다가, 1980 년대후반에들어이러한부류의음악들은월드뮤직이라는용어로통일되게되었는데, 여기에서재미난지점이생긴다. 월드뮤직이라는용어로통일하는작업이 1987 년월드뮤직캠페인을조직하고자모였던레코드회사대표들의수차례회의의결과물이었다는것이다. 이러한부류의음악들이레코드가게에서아무렇게나이곳저곳에진열되어있다는점이문제점으로지적되어, 월드뮤직이라는카테고리를만들어언론광고, 대중인쇄물, 파일관리등에통일적으로이용어를사용하기로합의를보아지금의월드뮤직으로까지이어졌다는충격적인이야기는죠스바를먹다죽으면어떻게될까를상상하다가전개되는윤성희작가의단편소설 < 어쩌면 > 만큼이나신선했다. 월드뮤직은이렇듯종족음악학적관점의비서구전통음악이라는뜻과레코드회사들의상업적의도로만들어진메타장르라는두가지의미가일반적이다. 그중국악계가집중하는것이후자의의미가짙은월드뮤직이기때문에장황함을무릅쓰고이용어의역사에대해살펴보았다. 과대포장된포장지로자주쓰이는월드뮤직이라는찬사는주로퓨전, 대중화작업을시도하는음악단체나작곡가혹은공연전체를아우르는음악감독에 2) 변계원 조효임, 앞의책, 328 쪽. 4
월드뮤직, 동아줄인가썩은줄인가 게붙는수식어인듯하다. 그렇다면여기서월드뮤직과직접적인관련을갖는퓨전그리고대중화작업의현주소를점검해보는것은어떨까. 1980 년대슬기둥을중심으로전통음악의대중화작업이공공연해졌으며, 1990 년대의퓨전을표방했던여러피고진음악단체들을거쳐 2000 년대이후지속적으로국악전공자들에의해퓨전은확대되어왔다. 그런데전통음악을재료로하는각색작업은꾸준히진행되어왔지만 1980 년대슬기둥이해왔던대중화작업과 2000 년대이후퓨전의당위는달랐다. 1980 년대는사회의민주화요구에맞물려서국악이소수엘리트의것이아니라전체민족의것이어야한다는문제의식이있었다. 3) 하지만 2000 년대이후의퓨전작업은매해쏟아지는수백명의국악과졸업생들이살아남기위한몸부림의결과였다. 그들에게국악의대중화와세계화는절실한것이었다. 국악의대중화는전통음악 ( 국악 ) 의 서양화 를교묘하게말을바꾸어마치당연히해야하는작업처럼둔갑해버렸다. 물론이는앞서밝힌 1980 년대의민족음악의부흥과같은대중화의당위가사라진이후의이야기이다. 국악의세계화라는슬로건역시, 서양침략의결과서구에대한문화적열등감과그들에대한막연한동경심이뿌리내려버린한국사회에서우리스스로오리엔탈성을상업화하여서구인들의입맛에맞추려하면서이를세계화라일컫는것이라할수있다. 따라서국악의대중화와세계화는애초에성립하지않는용어이며 국악의서양화 로통합해볼수있다. 그런데 3년간의국악공연에관한문화체육관광부의정책통계를살펴보면, 위의단어들즉, 국악의대중화및세계화 를이루려는노력의결과가여실히드러난다. 그런데통계결과는대중화및세계화의대상이아이러니하게도일반대중뿐만아니라어린이도상당히많은비중을차지한다. 사실이미가치관이정립된기성세대들에게국악을다시친숙하게만들기란어렵다. 초등임용고시용 < 음악교육과정해설서 > 를보면국악의비중은그절반을차지하는것을볼수있다. 하지만국악의비중이커졌다는것이반기기만할일은아니다. 획일화할수없는우리의장단과때에따라가사가바뀌는노동요들이박제화되어음악에문외한인초등학교교사들에의해서오히려서구화된오늘날과맞지않는재미없는분야라는인식이심어질위험이더높기때문이다. 프랑스의철학자루이알튀세르가언급한지배이데올로기재생산을위한 이데올로기적국가장치 (AIE) 의대표적인예는학교였다. 그런데국악가족뮤지컬과같은어린이를대상으로하는국악공연의비율이높아지면서, 국악공연장역시또다른 AIE가되어버린셈이다. 3) 전지영, 전통의제자리찾기와방황 ( 서울 : 북코리아, 2008). 5
國樂院論文集제 28 집 그런데이 AIE는지배이데올로기의존속을목적으로하는기관이기때문에, 국악본디의맛을보여주는게아니라, 공연장에서연행되는서양음악의어법에맞게변해버린음악들을국악기로연주하여친숙하게하면서, 어린이들은 전통음악을왜지켜야하는가 에대한진지한고민없이기존의담론즉보호의당위성 4) 만을습득하게될것이다. 이처럼어린이들이대중화와세계화타겟의높은비중을차지한다고할때, 이들은아직사회화가되지않은상태이기때문에, 기성세대들보다우리전통음악에대해편견없이배우고감상할가능성이조금이나마더있다. 하지만서양음악의리듬에국악기를얹는정도의국악공연을접하는것으로는가야금산조는진부하고정서에안맞는것이라는편견이만들어질수밖에없을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정책이월드뮤직의큰도안을짜는설계라면, 실제에서는전통음악을월드뮤직화하려는움직임이어떻게나타나고있는지를살펴보기위해, 3가지페스티벌에대해이야기해볼필요가있다. 먼저, 전주세계소리축제가대표적이다. 최근이축제는 KBS 남자의자격-청춘합창단 에서음악감독을맡은바있는박칼린과 마이더스의손 으로불리우는작곡가김형석을영입해총괄을맡겼는데, 이는침체되어있는것들에생기를불어넣어서축제의흥을돋우고, 홍보효과를극대화하기위한시도로보인다. 소리축제는 우리소리특히판소리를독보적인문화유산으로삼고, 이를미래의문화콘텐츠로연결하겠다 는전략을내세웠다. 대중가수와해외퓨전음악가들의연합공연, 외국인들이소리를배울수있도록마련한체험행사등동시다발적으로공연이진행되어전통음악에친근한이미지를부여하려는시도가인상적이다. 판소리공연이주를이루고있었음에도불구하고, 축제기획자가추구했던실제지향점은월드뮤직인것이다. 다음으로, 광주월드뮤직페스티벌을꼽을수있다. 이는문화관광부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이 아시아문화동반자사업 의일환으로 2010년부터시행해온축제이다. 아시아문화동반자사업 은아시아각국의음악인을초대하여일정기간한국에체류하게하면서한국의전통문화를배우게하고, 그들의국내공연을지원해주는제도로, 월드뮤직페스티벌은초대된각국의음악인그들이참여하는축제인것이다. 아시아나라들이주체가되는이축제에서는스리랑카, 알제리, 우즈베키스탄등우리에게생소한음악들을접할수있는데제작년의경우, 한국-몽골수교 20주년기념으로낯선몽골의 4) 전지영, 앞의책. 6
월드뮤직, 동아줄인가썩은줄인가 음악까지접할수있었다. 2011 년의마지막공연은각나라의전통악기로 아리랑 을합주하였는데, 이는이축제가지향하고자하는바를더명확하게전해주는공연이었다. 앞서언급한두페스티벌이여러나라의음악을소개하며, 우리음악도알리는것이그목적이라면, 2012 아리랑페스티벌은 아리랑세계화추진위원회 가주관하는행사로, 축제의의도를명확히하고있다. 아리랑페스티벌의콘서트는두가지컨셉으로나누어진행되었는데, 콘서트 Ⅰ< 아리랑이웃는다 > 에서는국내정상급의대중가수들이해외에서 K-POP 의인기에힘입어함께유명해진아리랑을부름으로써, 아리랑 = 한국문화 라는인식을심어주겠다는기획의도를가지고진행되었다. 또한콘서트 Ⅱ< 아리랑에안기다 > 에서는오케스트라로표현하는아리랑, 아리랑과비슷한아시아및세계의민요들, 그리고지역아리랑의전통공연등으로현시대아리랑의의미를찾아보자는취지로진행되었다. 하지만실제페스티벌의내용은아리랑자체보다는아리랑을바탕으로한다양한음악의변형들, 주로월드뮤직이중요한부분을차지하고있었다. 1960 년대부터현재에이르기까지전통음악은현대화라불리우는작업을거쳐월드뮤직으로세계시장에서인정받고자노력을멈추지않고있는데, 이를바라보는비평가들의생각은두가지입장으로나누어진다. 먼저, 전통음악의현대화혹은월드뮤직화방안으로모색된국악창작에대한반성이필요하다는견해가있다. 5) 내용면에있어서창작곡들은현실이나삶과유리되어극단적인순수주의의모습을띄는데, 이는창작인들스스로인간은왜예술을창조하며, 거기서인간이얻고자하는것이무엇인지에대한물음을게을리한결과일수있다고설명한다. 비평가들은나아가형식적인면에있어서우리전통음악의발전과서양화의혼돈을지적한다. 국악창작의공연양식, 음악의음계와감성은모두서양화되었는데, 악기만국악기인상태가현재월드뮤직시장에서상업적가치가있다고평가되는대다수국악창작곡의실제라는것이다. 반면에, 국악창작이국악의음악적내용을더욱넓혀줄것이라기대하는견해또한존재한다. 6) 물론이러한입장의비평가들은적당히신선하면서도생소하지않은절충주의를경계한다. 하지만이들은국악창작을추구하는연주자들이탈산조 ( 혹은 post 산조 ) 세대, 즉서양음악적환경에익숙할수밖에없음을인정하고창작의재료로사용될요소들을고를때, 전통음악에서익숙해져있는몇개의장단과민요토리외에수많은무속의장단이나향토민요등을다양하게발굴할것을지적한다. 5) 전지영. 전통음악에있어신곡의전개방향과그반성 ( 동아일보신춘문예음악평론당선작, 2000). 6) 이소영. 퓨전시대의새로운음악읽기 : 국악퓨전을중심으로 ( 서울대학교동양음악연구소, 2003) 225-6 쪽. 7
國樂院論文集제 28 집 여기서월드뮤직화작업을지향하여우수성을인정받은몇몇단체들의실제음악적인내용들이어떠한것인지살펴볼필요가있겠다. 대표적으로비빙, 바람곶, 공명, 바이날로그등을살펴보자면, 먼저비빙 (Be-Being) 의경우. 장영규음악감독을중심으로해외마켓에서주목받고있는월드뮤직단체로분류된다. 그들은월드뮤직의두가지정의중상업적필요에의해분류된메타장르로서의월드뮤직과지향점이같다. 그들이월드뮤직계에서주목받고성공적인단체임은분명하다. 우선월드뮤직분야에서비빙이성공적일수있었던첫번째이유는이들이전통음악내에잊혀져가는소외된부분을찾아가는작업을한다는점이다. 영산회상이나수제천, 여민락과같이대표적인전통음악들은이미선율과리듬적인측면모두현대화라는이름으로해체되어재구성되었다. 하지만비빙은 2008년불교음악, 2009년가면극, 2011년궁중음악을대상으로삼아, 재료를다듬어자신들의음악을만들어가고있다. 사실이러한분야는국악전공자라해도, 지식이얕은사각지대같은곳이니, 이들의이러한행보는눈에띌만하다. 비빙의음악감독은인터뷰에서그가어렸을적. 브리테니커한국음악전집에서범패부분만을반복해서들었던인연이그들프로젝트의시작이었다고한다. 국악의현대화를외치는퓨전그룹들이난무하는요즘, 감독의이러한언더그라운드감수성에감사할따름이다. 비빙이월드뮤직과관련되어회자되는또다른이유의중심에는작곡가장영규가있다. 물론위의첫번째이유가장영규의의도이기도하다는점에서, 첫번째이유와정확히분리해서생각할수있는부분은아니지만, 비빙의음악감독개인에대한이야기를짚은후에야비빙에대해조금은이야기했다할수있을듯하다. 장영규감독은영화음악계에서는이미저명한인사이다. 그가작업했던영화 < 타짜 >, <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 < 도둑들 >, < 은밀하게위대하게 > 등등히트작을도맡았다고할수있다. 이러한그가국악판에들어왔다는것자체가신기한데, 그의인터뷰를접하다보면그는국악판에들어온것도아니며, 자신이하고싶은음악을만드는데국악의재료가필요했던것이더강했다. 그렇다고해서전통음악을모욕주는가치관을가지고있는음악가인것같지않아, 여타월드뮤직을표방하는음악가들과는차이가있어보인다. 이렇듯정의조차애매한월드뮤직계에서비빙 (Be Being) 은나름대로월드뮤직이나아가야할방향성을제시하려고한다. 존재자체가오리엔탈리즘의재현인월드뮤직이지만, 이미만연해진월드뮤직이라는문화트렌드에서그나마오롯한깃발이되어줄수있는단체라는것이다. 하지만그럼에도불구하고장영규감독의인터뷰, 다른나라의앞선음악과같은수준으로만들어서외국인이계속들을수있는국악을만들어야한다는인터뷰는비빙이주목받는진정성있는신예임에도불구하고음악에있어다름을 8
월드뮤직, 동아줄인가썩은줄인가 틀림이라논하고, 외국인의귀를맞추기위해상업적시스템속으로더깊이관여할것임을암시하는것은아닌가두려움이엄습한다. 비빙과같이실험적인측면에서관심을받고있는단체 바람곶 은조예가깊은음악감독원일을중심으로구성된연주자중심의창작단체이다. 일반적으로연주자와창작자가이분화되어있는데반하여, 이들은스스로창작을하는연주자이어야한다는생각을강하게가지고있다. 그래서바람곶의공연은연주자들이직접만든곡들로꾸며지는데, 이는 이미지음악극 이라는생소한형식을통해구현된다. 음악감독원일에따르면이미지음악극은드라마가극의중심이아니어도음악으로극적인것을표현하여, 음악적구조를통해극의이미지가그려지는형식을말한다. 이러한이미지음악극이라는형식은 < 물을찾아서 > 에서다소친숙해질수있다. 음악극 < 물을찾아서 > 는 2006 년부터 2008 년까지해마다부족한점을보완하며진화해갔는데, 동해안별신굿전수절차를밟고있는무녀김동언과호흡을맞추기시작한 2007 년공연에서바람곶의역량을살펴볼수있다. 사실이공연의모태인바리공주설화는오늘날소설, 연극등많은예술작품에서소재로채택되어신선할것이없다. 하지만실제바리설화가굿에서어떻게펼쳐지는지를공연에서지루하지않게보여준다면이야기가달라진다. 많은대사를하지않아도, 무녀가읊조리는무가의사설이중심이되어바리공주와현재를살아가는우리의자화상으로보이는세소녀들이연결됨으로써, 이미지음악극에대해어렴풋이이해할수있다. 여기에디지털영상기술을이용하여상황에맞게배경을만들고, 장면에따른동영상과조명등의시각적이미지가극의전개를돕는데, 이들의연주와기발한공연연출을통해전통과현대에모두정통하겠다는바람곶의욕심많은당찬포부를느낄수있다. 월드뮤직단체이야기에꼭빠지지않는단체인 공명 과 바이날로그 는위에서살펴본 비빙 과 바람곶 에비해상업적인색깔이강하다. 이들의공통적인특징은이들이월드뮤직마켓에서경쟁력있고영향력강한연주단체가되도록비평가들이발판을마련해주었다는점이다. 2000 년대중반을장악했던이단체들은음반으로출판된것중월드뮤직마켓에서요구하는포맷에가장적합하다는평가를받았다. 덕분에공명은 2002 호주 시드니페스티벌 과 2006 멕시코아트마켓 등수많은해외공연을거쳐, 며칠전에있었던한국-파키스탄수교 30주년기념문화행사에초청되는등굵직한해외축제들에자주모습을보이고있다. 생각해보면공명은악기를개발하여연주한다는점 9
國樂院論文集제 28 집 에서주목을받았던듯하다. 팀이름과같은악기 공명 은세옥타브를넘나드는선율을가진타악기이며, 부착된패드를장구연주기법으로연주하는전자장구는대중들은물론, 비평가들을사로잡을만하다. PVC 파이프를톱으로자르고, 드릴로구멍을뚫어즉석에서소금을만들어객석을누비며연주하는무대매너역시그들이돋보이는이유를설명해준다. 또한바이날로그는브라질풍의삼바리듬에서부터국악, 전자음향등의사운드까지각각의음악적특징을재해석하는음악적시도가돋보인다는찬사를받는팀이다. 제 3세계리듬과피아노, 베이스, 국악기를조화시켰다는점에서 2000년대중반당시월드뮤직계의분위기에부합하는단체였다는느낌이짙다. 하지만이러한크로스오버현상은더이상신선하지않게되었고, 피아노를맡고있는멤버의 국악기중서양음계를정확하게내지못하는경우도있어서힘들기도했어요. 라는인터뷰는상업성짙은월드뮤직단체들의행보를우려하게할만하다. 그대표적인연주단체는 들소리 이다. 들소리는해외공연을통해한국의이미지를제고하고, 일반인들에게우리소리를전달하는문화사업에앞장서며, 청소년과장애인에게풍물을가르치는등의교육사업을진행하는의미있는단체임을인정한다. 하지만들소리는예술단체가아니라기획사시스템으로운영되며, 기획사자체의상업적인홍보를위해전통음악을활용하는것이지, 예술적지향성을이들단체최대의목표로삼는것은아니다. 그런데기획사시스템을내세운들소리를바람직한월드뮤직단체라고인정하는것자체가상품화된욕망과음악적인지향성자체를혼동하는아이러니인것이다. 그렇다면현실적으로월드뮤직을본질적인측면에서긍정적인월드뮤직을이야기하려한다면, 거기에부합하는음악가는없을까. 음악동인 고물 과고물의음악감독이태원이그에부합하는단체는아닐까하는생각이든다. 고물의음악과철학은얼마전에있었던 < 예쁜백조새끼 > 공연이잘말해주고있다. 어두운무대에서조명은악기연주자들에게만비추어진채, 계속해서사설을읊는소리하는인물은조명없이화면의장면들과호흡하는듯어둠속에서하고싶은말을이어나간다. 창작음악공연으로알고찾아왔는데, 시작부터끝이날때까지사설은계속이어진다. 음악가라면자신이가진음악재료를바탕으로이야기를풀어나가야한다고생각해왔던터이다. 그렇다면이공연을연출한이태원음악감독은왜음악을보조수단으로깎아내리면서까지한시간이넘게지인과현실진단을하는철학적인수다를떨듯이야기한것일까? 바로이지점이이태원과 고물 이월드뮤직으로떠오르는혹은세계시장에서활동하는연주단체가아님에도불구하고, 월드뮤직의지향점이되어야하는 10
월드뮤직, 동아줄인가썩은줄인가 이유이다. 이들은우리사회, 더좁게는월드뮤직붐이여전한국악계의문제점에대해깊이성찰하는연주단체라는점이다. 현실은너무답답하고, 하고싶은이야기는너무많은것이다. 생각을표현하기에선율과리듬은너무은유적이고, 전통음악계의부조리한상황들을이대로좌시할수없기때문에, 음악감독스스로직접총대를매겠다는의지로까지보인다. 이태원감독은 아름다움 이라는기준에대해회의하며, 정해진것이아니라며동화 미운오리새끼 를나름대로분석하고있다. 그는이동화가백조만이예쁜것이라는미적우월성을전제하고있다고말한다. 따라서미운오리새끼가결국에는예쁜백조여야이야기가성립한다는것이다. 그렇다면오리새끼는미워야한다는전제가따라붙는다. 아름답다는촌스럽다는말과대비되는데, 아름답다는말은중심, 주체, 상위, 예쁨과맥락을같이한다. 반면에촌스럽다는말은주변, 객체, 하위, 미움에연결될수있다. 동화속에서백조는예쁨, 아름답다에해당되며, 오리는미움, 촌스럽다에연결된다. 여기에서나아가, 감독은전통음악이오리, 미움, 촌스러움에해당하는것으로굳혀져왔다고설명한다. 연출자의의도를납득하기위해생각을보태보면, 서양음악은고급스럽고품위있는즉 백조 의음악이었다. 물론이는개화기부터일제시대를거쳐서구의정치적침략에의한우리스스로가내재하게된오리엔탈리즘이다. 이는백여년에걸쳐한반도를살아온민중들의인식이다. 다시말해, 아름다움의순수치못한기준에서전통음악은멀어진것이다. 이것으로전통음악은한번죽었다. 그런데전통음악을두번죽이는것이등장했다. 바로국가권력이다. 감독의말에따르면국가는 우리것이좋은것이여 라며선전을해왔고, 전통음악은언젠가부터 국 ( 國 ) 악 7) 이라불리며국악은싫어할수없는것이되어버렸다. 그래서사람들은사실관심도없고, 정서와맞지않다고느끼는국악이되어버린전통음악을싫어한다고입밖에내는것을꺼려함으로써전통음악은다시한번죽음을맞이했다. 나는작곡가이태원과 고물 이아름다운것이라규정된고정관념으로부터독립할것을주장하고, 지배권력의정치적필요에의해전통음악이이용되는것을경계하는것이많은국악창작연주단체들을월드뮤직화하려는현상황에서의미있는담론이되어야한다고생각한다. 먼저아름다움을음악분야로좁혀생각해볼때, 서구의클래식음악과서구의리듬과비트를따온대중음악을가치있다고판단하는고정관념을깰필요가있기때문이다. 앞서연출자는오늘날 아름다움 이라는개념이중심, 주체, 상위, 예쁨과 7) 전통음악은전통적으로내려온음악들의총체를가리키며, 국악은전통음악중권력을얻어나라차원에서보호받는몇몇의장르와곡들을가리킨다. 11
國樂院論文集제 28 집 같은개념들과연관되어있다고말한바있다. 민족에따라문화가다르듯이음악역시그문화에따라다른것이지어느것이앞서고뒤처지고의문제가아니다. 아무리이렇게주장해도서구의민주정치와자본주의체제하에서틀린것이아니라다르다는주장을하는것은현실적으로공허할수밖에없음을안다. 하지만전통음악전공자들부터전통음악이시대에뒤처지고전근대적인창피한산물이라는생각을떨쳐내야하기때문에각자의가치를존중하는것이중요하다. 그렇지않으면, 앞으로전공자들이수많은전통악기를이용해창작할소위월드뮤직이라불리는부류의음악들은서양음악을악기만바꾸어연주하고흉내내는꼴일수밖에없기때문이다. 가장오래걸리지만가장기본이되는의식전환, 전통에대한존중이이시대에중요한이유이다. 다음으로작곡가는정치적필요에의해전통음악이이용되는것을극도로경계하고있는데, 이는전통음악이지금껏잘못된방향으로흘러왔다는진단과, 앞으로의방향성이결부되어있기때문에중요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발간한 문예연감 중전통예술분야를살펴보면대중화, 산업화, 세계화를중요슬로건으로삼고있다. 이는군사정권당시처럼국가이데올로기의세뇌를위해전통예술이교묘하게이용되지는않을까두려워지는부분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제시하는정책에따라예술가들은자신이하고있는예술자체또는그의미를변모시킬만큼정책의파급력이크기때문이다. 더걱정되는부분은슬로건중월드뮤직과관련깊은 대중화 와 세계화 는사람들이전통예술을친숙하고익숙하게접하도록하자는좋은취지와다르게, 현실에서의대중화와세계화는 서양화 라는점이다. 이는처음에아름다움의다양성을인정해야한다는생각과맥락을같이하는지점으로, 국가가나서서서양중심의아름다움을전파할가능성이높아지기때문에상당히위험한정책이다. 위와같이정책의문제뿐아니라 국립국악원 이라는국가기구자체가전통음악에대한모든권한을쥐고있다는점역시정치적수단으로이용되어질까염려스럽다. 이처럼현재전통음악계를둘러싼국악창작, 더나아가월드뮤직이라는이름으로상업화하고자하는여러정책과권력기구등의문제점을간파하고있는작곡가의의도역시월드뮤직과관련된현재의논의에일침을놓는중요한부분인것같다. 그래서고물은월드뮤직의이름으로퓨전, 상품화된논리들과그것을정당화하는현실을비판, 지양하고, 권력과이데올로기에종속되지않는음악문화를지양하고있고, 그것이의미있는월드뮤직의모습일것같다. 월드뮤직으로주목받는단체들을통해그들의행보가의미있는이유와부조리한부분, 연주단체가가진철학중월드뮤직과관련하여의미있는담론에대해논의해보았 12
월드뮤직, 동아줄인가썩은줄인가 다. 그렇다면왜우리는이토록전통음악을월드뮤직화하려부단히도애를쓰는것일까. 그답은어쩌면 상처입은삶의빗나간인정투쟁 8) 이라는어느철학자의말에서찾아볼수있다. 근대를거치며신분제가무너지고모든것이외관상으로평등해지면서너도나도남들보다잘나보이고싶은욕망은속물주의를낳았다. 게다가자본주의경제논리는속물주의를심화시켜왔고, 그결과 잘사는 사람은 좋은삶을사는 사람이아니라 돈많은 사람이되어버렸다. 9) 이러한속물주의를바탕으로성공한소수를제외한이땅의대부분의사람들은돈, 학벌, 인맥, 심지어는외모로까지인정을거부당하며상처를지닌채살아왔다. 이렇게상처입은삶들의가련한투쟁이인정투쟁이며, 우리사회는물론이고전통음악계에서도인정투쟁은진행되고있다. 전통음악은일제와서구침략이라는굴곡진 20세기를거치면서, 고물의이태원음악감독이제시한것처럼 전통음악 = 촌스러운것 이라는등식이자연스레성립되었다. 수십년간모욕과무시를감내해온국악전공자들은월드뮤직이라는기회를만났고, 이를향해인정투쟁을펼치게된것이라볼수있다. 국악전공자들이월드뮤직에그토록집착하는이유를현대인들이겪는인정투쟁, 더좁게는일제강점기와서구의침략을거쳐소외를겪었던국악계내부의인정투쟁일지모른다고생각하니그마음이이해가간다. 하지만월드뮤직이현재의세계적인트랜드일수는있으나, 월드뮤직이현재국악이나아가야할궁극적인방향으로타당하다고생각하기는어렵다. 먼저, 동시대에행해지는우리의전통음악을바탕으로한월드뮤직들이전통음악을존중하는방향으로전개된다고볼수없기때문이다. 전통을재료로해서새로운음악을만드는것은중요하고월드뮤직또한그러한모습을지향한다는것은인정한다. 하지만문제는전통에모욕을주는방식으로작품을만드는게일반적이라는것이다. 재료자체에대한존중감없이말이다. 더나아가월드뮤직분야에종사하는작곡가, 음악감독들뿐아니라국악을전공한연주자들조차책임감없이전통음악을찢어놓고는전통은박제화되어있으니, 나는그것을현대화하여세계인의입맛에맞추겠다는거짓말장난에빠지는모습을자주볼수있다. 결과적으로이들은새로운것을시도한다는자기만족의희생양으로전통을이용하고있는셈이다. 이러한새로운시도들은쳇바퀴가되어무한반복된다. 먼저연주자들이전통음악이라는재료를무책임하게 8) 장은주, 상처입은삶의빗나간인정투쟁, 인권의철학 ( 서울 : 새물결, 2010). 9) 장은주, 위의책, 417쪽. 13
國樂院論文集제 28 집 변화시키고그변화에만족한다. 마치공연이끝나면, 연주자들이공연의내용과의미에주목하기보다는음정 박자별실수없이마쳤다는것과지난연습시간들에스스로심취해만족해하듯, 전통음악을변화시키려했다는시도자체에만족한다는것이다. 이어서전통음악에대해진지하게접근해보지않은청중들이얄팍한변화들에환호하고, 마지막단계로청중들의환호를보고연주자들은다시한번만족해하며그들만의카르텔을형성한다. 이과정을거쳐전통음악의재료들은한번더짓밟히는수순을밟는것이다. 게다가월드뮤직을지향하는음악의양상들이더이상변화와발전의양상을보이지않고있다. 해방이후국악계는전통을현대화하여생존의위기에서벗어나야한다는강박에시달려왔다. 이러한강박관념은국악관현악에까지이어지고있다. 전통은늘새로운것이었죠. 산조가당시에는가락이흩어졌다는부정적의미를담고있었지만현재독주곡의백미로불리고있잖아요. 이렇게전통을갉아먹어야월드뮤직이나오지않겠어요? 라는서울시청소년국악단단장의언급이이러한강박을잘보여준다. 이는얼마전있었던서울시청소년국악단의공연 세종이야기 에서종합적으로드러났다. 첫번째곡 < 망각의새, 이도 > 에서는난타사운드와더블베이스를기저음으로진행하였고, 두번째곡 < 왕의길 > 에서는국악기들이개량한복을입은비보잉의춤반주용으로쓰였다. 뿐만아니라다섯번째곡 <Walk the Air, 시간을거스르는자 > 에서는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까지가세하여국악기들의연주는또한번반주가되었다. 그러다보니어떠한변화를주어도월드뮤직이신선하지않은시기가온것이다. 이처럼국악관현악까지고월드뮤직을표방하고, 악기개량으로탄생한 25현가야금은숙명가야금연주단이비발디의사계를연주하는데쓰였고, 2000 년대초반국악계의소녀시대라불리던어여쁜프로젝트그룹들이등장했다. 또한비보잉과발레의콜라보레이션작업에서영감을얻어국악계내에만연했던비보이들과의합동공연포맷을거쳐, 판소리전공자와비보이가결혼하여 TV프로그램에서인기를얻었고, 밴드형식으로세계시장에도전하는연주단체는이제해운대바닷가의갈매기떼만큼이나흔하다. 또한월드뮤직의활성화는대중들이전통음악을더고루한것으로인지하게만들우려가높다. 얼마전현대인들이어떤음악을국악이라고인식하는지에대한글을본적이있다. 글의필자는국악기로연주하는, 마음이편해지는명상용음악을친숙해하는사람들이많다고서술하였다. 대중들의이러한반응에발맞추어요즘행해지는공연들중타악기들을이용한난타리듬을제외하고, 템포가느린부분에서는명상용음악에쓰일법한선율이주로사용되는것을쉽사리확인할수있다. 하지만전통음악중에 14
월드뮤직, 동아줄인가썩은줄인가 서, 소위명상용음악에해당하는음악은오히려소수이다. 우리네전통음악은명상용이아닌삶의역사였다. 전통음악이오랜시간동안겪었던단절의시간이있기때문에월드뮤직탓만할수는없겠지만, 이대로월드뮤직이전통음악계의지향점인냥회자되다가는전통음악은활기찬삶의역사의한단면에서전통을보존하는차원에서문묘나성균관등지에서만연주하게될음악이될지모른다. 사람들의입맛에맞추어요즘창작곡들의세태가이러한건지, 창작을이끄는작곡가및연주가들의영향으로대중들의기호가형성된건지, 사실선후관계는잘모르겠다. 하지만한가지분명한것은우리의전통을지키겠다는시도로계속되는이러한전통음악의변형이전통음악의토양을더약하게만들것이라는점이다. 지금껏시도되어왔던국악창작곡들은전통을활용하고이용한것이었지만, 전통에기반한것은아니었다. 다시말해서구식작곡개념을기반으로하여전통음악적요소를배치하여월드뮤직에한걸음다가섰다는찬사를받았다. 그런데전통음악이기반이되어, 서양음악적요소가적절하게삽입된다면사실월드뮤직이국악이나아가야할방향과거리가멀다고필사적으로반대할생각은없다. 하지만그러한공연을본적은없다. 얼마전문화파트칼럼에서보았던어느국악비평가의악기개량에대한이야기가떠오른다. 악기개량이옳다그르다에대한의견이아직국악계내에분분하지만, 현재연주되고있는전통악기들역시악기개량의산물들이었다는것이다. 당시에도수많은악기개량의시도가있었지만, 개량해서살아남은즉, 현존하는악기들의공통점은수입된외래악기가우리음악을연주하기위해쓰였는데, 이점이현재진행되고있는악기개량과의근본적인차이라는것이다. 현재의악기개량은화성이나반음과같이서양음악의요소들을잘연주해내기위해전통악기들을개량하려는것인데, 이상황자체가어불성설이며그러한악기개량은오히려서양음악작곡가들의몫이아니냐고반문하는이글은시사하는바가매우크다. 이비평가의악기개량에대한생각처럼월드뮤직과관련된국악계내부의창작작업들이전통음악이주가아닌서양음악이기반이되어진행되어본말을전도하고있다. 이렇게전통음악을월드뮤직화하는작업을거치면서또한번우리음악들이피폐해지는슬픈결말을예상할수있기때문에, 이토록월드뮤직만이답이라는식의주장에는반대하고싶다. 끝으로월드뮤직이국악이나아가야할방향으로적절한지않은지에대해이야기함에있어서역시문화체육관광부의문화예술정책백서에따르면, 전통예술분야정책의슬로 15
國樂院論文集제 28 집 건중 세계화 정책으로 예술한류지원 이라는정책이설정되었는데, 하위정책들로는외국인대상국악문화교실, 전통예술해외레지던시사업, 전통예술텍스트번역지원, 전통예술해외아트마켓및페스티벌진출등이있다. 항목들만보아도문화체육관광부소속정책입안자들의세계화에대한생각을엿볼수있다. 이들의생각은우리의것을세계의입맛에맞게잘변형해서, 상품가치를높여가수싸이와같이대한민국의위상을알리는용도로쓰자정도로보인다. 그런데세계화라는번지르한가면을쓴월드뮤직을지향하는음악가들을격려해줄수는있지만, 국가가나서서정책적으로지원해주고, 비평가들이월드뮤직을국악의지향점으로삼는모습이문제인것이다. 현실적으로우리의전통예술은상품화할정도로자본주의적인가치가높지않다. 그렇기때문에월드뮤직화하기힘들다. 파격적인이야기같지만당연한이야기이다. 우선, 상품화한다는것은대중들에게구매욕구를불러일으켜야한다는자본의기본전제가깔려있다. 전통예술은돈으로환산할수없는무형의가치가있는것이지, 아이돌음악처럼돈이될만한것이아님이자명하다. 그런데상품화를시키려다보니전통고유의맛이차츰변질되기때문에, 문제가된다는것이다. 비영어권인우리사회에서조차영어는경쟁력이다. 글로벌사회라지만전문인력을제외하고는원어민수준의영어가필요하지않음에도불구하고, 온사회가영어에과도한열기를보인다. 이러한것이세계화이다. 즉, 예술만의문제가아니라는것이다. 정치, 경제가뒷받침되어야하고인간의사고를지배한다는언어까지수출하는것이세계화이다. 그런데현재문화체육관광부의정책방침은우리전통예술에온세계민들을다끌어들이자는방침으로해석된다. 안된다고시도조차해보지않는것은비겁한것이라고배웠지만, 이문제에있어서는비겁해질필요가있다. 안되는것을과감하게포기하고전통음악자체에더신경을쏟다보면, 오딧세우스가스스로를속박하고는헤어나오지못했던부끄러운실수를면할수있지않을까.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