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놀이놀이감들에나타난상징적의미와제의적기능 임재해 *1) 목 차 Ⅰ. 놀이의물질자료로서놀이감의존재양상 Ⅱ. 연의상징성과액막이또는기복의기능 Ⅲ. 윷놀이놀이감들의상징성과주술성 Ⅳ. 줄당기기와고싸움줄의암수상징과풍요기원 Ⅴ. 동채싸움과쇠머리대기놀이감의남성적성격 Ⅵ. 놀이감의상징적의미와제의적기능 Ⅰ. 놀이의물질자료로서놀이감의존재양상 민속놀이에서문제되는물질자료들은놀이감이라할수있다. 지금까지민속놀이에관한논의들은다양하게이루어져있지만주로놀이방법이나놀이관행들을주목하는데집중되어있었으며, 놀이와관련된물질자료곧놀이감에관해서는별도의논의를본격적으로한경우를찾아보기어렵다. 놀이감의상징성이나주술적의미가놀이를가능하게할뿐아니라, 놀이감이놀이의방식및놀이의의미까지실제적으로규정하므로민속놀이의체계적인이해를위해서도놀이감에관한검토가긴요하다. 물론모든놀이에놀이감이필수적으로소용되는것은아니다. 강강술래나놋다리밟기, 꼬리따기처럼놀이감이전혀쓰이지않는것이있는가하면, 윷놀이나줄당기기, 1) 동채싸움처럼 * 안동대학교교수 1) 줄당기기를흔히표준말로줄다리기라한다. 그러나민속적인명칭은 줄당기기 또는 줄땡기기 라고한다. 줄을다리는놀이가아니라줄을당기는놀이이므로 줄당기기 라는명칭이더적절하다. 줄당기기의고장이아닌서울말을중심으로표준말을삼아서민속적인실상과맞지않는명칭을쓰는것은바람직하지않다고여겨, 쓴이는오래전부터줄당기기라는말을쓰고있다. 林在海, 1983, < 우리민
318 민속학연구 4 호 놀이감이필수적으로쓰이는것이있다. 일정한놀이감이반드시있어야놀이가가능한민속놀이를특히 놀이감놀이 라고한다면, 놀이감놀이도두갈래로나누어볼수있다. 공기놀이나땅뺏기놀이, 도굿대당기기 2) 놀이처럼자연물이나생활용품을있는그대로이용하여놀이에쓰는 자연놀이감 놀이와, 동채싸움이나연날리기, 줄당기기처럼힘들여놀이감을만들어야놀이를할수있는 만든놀이감 놀이로구분할수있다. 자연놀이감은놀이에이용되는경우에만놀이감구실을할뿐, 놀이에이용하지않을경우에는놀이감이라할수없다. 따라서상대적으로놀이감으로서의의미나상징성이드러나지않는다. 이를테면공깃돌이나사금파리, 절구공이가그자체로상징적의미를지닌다고보기어렵다. 그러나연과동채, 줄당기기줄과같이의도적으로만든놀이감들은놀이를하지않는경우에도놀이감으로서성격을지닐뿐아니라놀이감이상의의미와기능을지닌다. 이를테면줄당기기의줄은단순한것같으면서도암줄과숫줄이구분될정도로인격성이부여되어있으며, 동채는그재목부터동채꾼이섬기는대상이되고있다. 연은어떤그림을그리고글씨를쓰는가에따라액막이연도되고기복연도된다. 그러므로민속놀이를대상으로민속물질적인시각에서놀이감을해석하고자하는경우에는놀이감놀이가운데에서도자연놀이감놀이보다만든놀이감놀이를대상으로하는것이한층생산적인논의에이를수있다. 놀이에쓰이는공기나팽이, 연, 동채, 고 3) 등의놀이감들을무엇으로일컬을것인가. 팽이나연은흔히아이들의장난감으로알려져있다. 그래서팽이와연은장난감가게에서상품으로취급한다. 그러나어른들이패를나누어겨루기를할때쓰는동채나고, 쇠머리등은무엇이라일컬으며, 공기나사금파리와같은자연물들은무엇이라해야할까. 장난감이라할수도있고놀이기구라할수도있다. 그러나동채나고와같은거대한놀이감들은장난감이라하기어려울뿐더러동채싸움이나고싸움과같은놀이또한한마디로장난이아니다. 온마을사람들이정성과힘을기울일만큼대단한목적을수행하는제의이기도하다. 그렇다고하여공기놀이에쓰는자갈이나편싸움 石戰 을할때쓰는돌멩이, 그리고줄당기기의줄등을놀이기구라고하기도어렵다. 자갈이나돌멩이또는줄은한마디로기구 ( 機具 ) 가아니기때문이다. 일상적인생활용품이거나자연물의하나일뿐결코놀이기구라할수없다. 4) 쓴이는일찍이 속놀이의건강성과오늘의놀이 >, 世界의文學 29. 民音社, 가을호, 206 쪽에이러한사정을밝혀두었다. 이글은林在海, 1986, 민속문화론, 文學과知性社에재수록하였다.(133 쪽 ) 李長燮, 1984, < 村落社會의줄당기기硏究 >, 嶺南大學校大學院碩士學位論文및韓陽明, 1993, < 韓國大同놀이硏究 > 中央大學校大學院博士學位論文, 金鎬兌, 1995, < 대보름民俗놀이의祭儀性 > 安東大學校大學院硏究碩士學位論文등의논문에서도줄다리기대신줄당기기를표방하고있다. 2) 도굿대당기기놀이는절구공이를당기는일종의힘겨루기놀이로서이때놀이감은절구공이다. 3 ) 고싸움놀이의줄을특히 고 라고한다.
민속놀이놀이감들에나타난상징적의미와제의적기능 319 놀이에쓰이는여러가지도구를 장난감 이라고하는데대하여 놀이감 이라고일컫는것이좋겠다고판단하여이말을써왔다. 5) 굳이장난감이라는말대신에놀이감이라는말을쓴데에는다음세가지이유가있다. 하나는장난감이완제품인데비하여깡통차기의깡통, 널뛰기의송판, 공기놀이의공깃돌, 장치기의지게막대와장돌, 땅뺏기의사금파리등과같은놀이감들은그자체로완제품이라할수없다. 적절한자연물이나인공물을놀이에이용하면그때부터놀이감이될뿐깡통이나공깃돌, 지게막대기자체로는장난감이라할수없기때문이다. 둘째, 장난감의경우놀이하는사람스스로구하거나만들수도없으며고장이나면수리하기조차어려운것으로서전문적인기술을동원하여복잡하게만든것이대부분이지만, 놀이감은동채나줄당기기줄, 쇠머리, 윷, 팽이처럼놀이하는사람들이직접만들어낼수있을뿐아니라, 이러한놀이감들을만드는과정에서이미공작하는즐거움을누리며놀이의재미도미리즐기는기회가된다. 특히줄당기기의경우줄드리는작업이공동작업으로진행되며그자체로신명을즐기는줄당기기앞놀이라할수있다. 셋째, 장난감이제스스로작동하여움직이고소리까지내며놀이를하고놀이를즐기는사람은구경꾼에머무는데비하여, 놀이감은놀이하는사람이주체가되어이것을마음대로움직이고차고휘둘러놀이의수단으로서존재한다. 따라서장난감이사람을소외시키거나어린이를수단화하는데비하여놀이감은사람을놀이의주체가되게하는것이다. 그러므로놀이감이라는말은의미의포괄성은물론사람을놀이의주체로하며, 상품화된장난감과구별하는긍정적의미를지닌다. 사실오늘의놀이는장난감단계에서점차오락기를이용하는단계로크게변모하고있다. 오락기들은한층기계적인것으로사람과사람이더불어인간적정서와신명을발휘하는놀이의본질과상관없이, 인간과기계가대결하는메마른승부욕에집착해있다. 오락기에장치되어있는기계적프로그램에따라사람은손발을움직이고머리를굴리며끌려다녀야한다. 더군다나오락기를이용하기위해서는상당히비싼값을치러야한다. 6) 이에비해놀이감은누구든지만들고놀이에이용할수있는자연성과민주성, 공동체적성격을지니고있어공동체성원들끼리평등하게놀이감놀이를더불어할수있다. 그러나오락기는상품성과소비성, 개별성을지닌까닭에경제적여유가있는특정한개인 4) 韓陽明, < 韓國大同놀이硏究 > 에서는놀이감들을모두놀이기구로인식하고돌팔매질을하는편싸움의놀이감인돌멩이를간편기구로, 줄당기기줄을짚기구로, 동채싸움과쇠머리대기의동채와나무쇠를목기구로일컬으면서놀이기구에따라대동놀이의특성을분별하고자하였다. 5) 林在海, 1986, < 우리민속놀이의건강성과오늘의놀이 >, 민속문화론, 文學과知性社, 121~122 쪽. 6) 林在海, 앞의글, 같은책, 120~121 쪽참조.
320 민속학연구 4 호 이아니면놀이에이용할수없다. 따라서오락기는사람을인간답게하는것이아니라소비적으로메마르게하며경제적소외감을조성하는데다가개인적인쾌락추구와연관되어있어, 장난감보다더욱심각한문제를지닌것이오락기라할수있다. 따라서장난감또는오락기와구별되는민속놀이의놀이감을주목함으로써놀이문화의건강성과함께놀이감의문화적의미를해명할수있다. 왜냐하면놀이감은장난감이나오락기와달리놀이자체의재미만충족시켜주는것이아니라, 종교적상징성과제의적주술성등다양한문화적기능을지니고있기때문이다. 그러므로민속놀이에쓰이는놀이감을통해서놀이의제의적의미와민중적상상체계를검토하고자한다. Ⅱ. 연의상징성과액막이또는기복의기능 민속놀이에쓰이는만든놀이감으로는줄당기기줄과동채싸움의동채, 쇠머리대기의나무쇠, 가마싸움의가마, 기세배의기, 연날리기의연, 제기차기의제기, 윷놀이의윷가치등다양한양식이있다. 동채와나무쇠처럼상당히거대한놀이감을사용하는경우와제기와윷가치등아주소규모의놀이감을사용하는경우가있다. 여러사람들이참여하는집단적인패놀이인경우에는놀이감이아주거대하고몇몇사람이참여하는판놀이나짝놀이의경우에는놀이감이상대적으로작다. 놀이감가운데에는팽이와제기처럼순전히놀이를위한도구노릇만하는것이있는가하면, 줄당기기줄이나연또는윷가치와윷판처럼제의적주술기능을발휘하거나또는상징적의미를지니고있는것도있다. 상대적으로개인놀이의놀이감은크기도작고상징적의미나주술적기능이드러나지않은편이나, 연과윷은예외이다. 그러므로물질자료로서놀이감의상징성과기능들을주목하기위해서는이러한문제들이두드러진놀이감들을논의의주대상으로삼아야할것이다. 연은개인놀이감이면서도종교주술적의미와기능을다양하게지닌다. 그리고형상과문양을통해여러가지상징성을드러낸다. 제기나팽이와같은개인놀이감과달리종교적상징을띠고오락적기능외의다른기능을발휘하는까닭은어디있을까? 그것은연이라는놀이감의특수성때문이다. 연은넓은종이또는천과, 가는대나무쪽으로만드는만큼그재질적특징때문에다양한모양으로만들수있을뿐아니라, 여러가지문양을그리고갖가지색깔을칠해서, 표현하고자하는형상을자유자재로나타낼수있는상징조작성이뛰어난재질로이루어져있다. 더군다나연은몸가까이서조작하며가지고노는놀이감이아니라, 실을매개로멀리하늘높이띄워올리거나공중으로날려보낼수있다는신성성을지녔다. 따라서적절한형상을통해서나타내고자하는뜻을마음껏표현할수있고, 그러한형상을하늘높이띄우
민속놀이놀이감들에나타난상징적의미와제의적기능 321 거나하늘저편까지날려보낼수있으므로종교적인기원을할수있다. 왜냐하면연은하늘에닿거나하늘나라에이를수있는유일한수단일뿐아니라, 이승이아닌저승으로날려보낼수있는형상물구실을하기때문이다. 그러면연은구체적으로어떤의미를지니며어떤구실을발휘할까. 연의종류도많고그기능도다양하며형상에따른상징성도수십가지로헤아릴수있다. 방패연만하더라도 40 여가지가넘는다. 이를테면방패연가운데한종류인반달연만하더라도연의윗부분에반달형의색지를어떤색깔로붙이는가, 어느정도크게붙이는가하는데따라먹반달연, 홍반달형, 청반달연, 임반달연, 쪽반달연등으로구분된다. 7) 그것은연을만드는사람들의의도에따라얼마든지변이가가능하기때문이다. 이처럼연의종류는엄청나게많지만그의미나기능또는상징성역시종류만큼다양하고주목할만한것은아니다. 그러므로연이가지고있는놀이의오락성을넘어서는제의적의미와상징성을한정해서주목하려면연의종류에초점을맞추기보다연의기능에초점을맞추는것이바람직하다. 이처럼제의적기능을염두에두고연을분류하면크게 액막이연 과 기복연 으로나눌수있다. 액막이연날리기는정월보름날밤에달맞이를한뒤에, 평소에띄우던연을액막이의목적으로날려보내는것을말한다. 평소에는예사연에지나지않지만액막이를위해날려보낼때는액막이의목적에맞게액막이연을만들어야한다. 연에다가 액 ( 厄 ) 자를쓰거나 송액 ( 送厄 ) 또는 송액영복 ( 送厄迎福 ) 이라는액막이글귀를쓰고자신의생년월일과이름을적으면액막이연이완성된다. 이연을대보름날밤에하늘높이날려보내면자신에게끼어있던액도하늘높이날아가서연과함께소멸된다고믿는것이다. 옛시조나한시를보면어른들이액막이연을띄웠음을알수있다. 이시름저시름여러가지시름방패연의세서 ( 細書 ) 성문 ( 成文 ) 하여춘정월상원일에서풍이고이불제올백사 ( 白絲 ) 한얼레를끝까지풀어띄울제큰잔에술을부어마지막전송하세둥게둥게높이떠서백룡 ( 白龍 ) 의구비같이구름속에들거고나동해바닷가에가서외로이걸녓다가풍소소 ( 風蕭蕭 ) 우낙락 ( 雨落落 ) 할제자연소멸하여라 8) 김수장이지은사설시조한대목이다. 연에다여러가지시름들을잔글씨로써서액막이연을만들고이를하늘높이날려보내면서모든시름들이자연히소멸되기를기대하는내용이다. 7) 전경욱, 1996, 韓中日연의역사와민속, 태학사, 41 쪽에자세한연의종류가설명되어있다. 8) 전경욱, 같은책, 20 쪽.
322 민속학연구 4 호 이는김수장과같은선비들이직접액막이연을날렸음을말한다. 한지로연을만들어그위에다액막이글귀를한자로써야하는액막이연의성격상예사집안의사람들이나어린이들은액막이연을만들기도어려웠을것같다. 그러나 동국세시기 에의하면아이들이액막이연을날렸음을알수있다. 아이들이 집안식구아무개무슨생의신액 ( 身厄 ) 을소멸한다 는글귀를연뒤에써서연을띄우다가해가질무렵에연줄을끊어버린다 고 9) 하여액막이연의풍속을자세하게기록해두고있다. 어른들뿐아니라아이들도집안식구들의출생간지를적어서액막이연을날릴정도로상당히일반화되었던모양이다. 액막이연에대한기록으로는정철의시조 속전 ( 俗傳 ) 지연가 ( 紙鳶歌 ) 가제일처음인데, 그내용은다음과같다. 내집의모든액을너홀로가져다가인가에전치말고들나무에걸렸다가비오고바람불때자연소멸하거라 10) 액막이연이집안의모든액을가지고가서다른집에전하지말고들의나뭇가지에걸렸다가바람이불고비가내릴때저절로소멸되어없어지기를기대하는시조로서, 형식은시조의형식을취했지만내용은마치무가와같은주술적성격을강하게지녔다. 남의집에액막이연이떨어지면집안의액이그집으로가서피해를준다고생각하기때문에남의집에떨어지지말고들판에서있는나무에걸리기를기대하는것이다. 액을연에다가실어보낸다는것은관념적인액을물질적인액으로전환하여인식하는것이다. 따라서액을실은연이날아가다가남의집에떨어지면그집에액이떨어지는것이나다름없다고여기기때문에액막이연이인가가아닌들나무에걸리기를비는것이다. 조선왕조실록 에도액막이연의풍속에관한기록이있다. 명종 21년정월보름의기록을보면, 액막이연때문에보름에연을날려궁중에떨어지게한사람을색출하여치죄하도록왕이전교를내리는대목이있다. 왕이다음과같이전교를내렸다. 옛날부터정월보름에연을날리는일이있었는데, 세속에서이러한종이연이추락된집에는그해에재앙이있다고한다. 평소같으면연날리는일을금할필요가없으나오늘은평소와같지않으므로금해야한다. 중궁이외궁에나가아직환궁하지않 9) 洪錫謀, 東國歲時記, < 上元 >, 兒童列書家口某生身厄消滅字紙鳶之背任其所飛日暮斷其線而放之鳶 10) 전경욱, 앞의책, 19 쪽에서재인용.
민속놀이놀이감들에나타난상징적의미와제의적기능 323 았는데, 여염사람들이멋대로연을날려금중에많이추락되었으니오부관령을추고하여치죄하도록하라 고하였다. 11) 명종이액막이연을직접지칭하지않았지만정월보름에연이떨어진집에는재앙이있다고하는것을보면, 곧액막이연을일컫는것을알수있다. 따라서평소에는연이날아와궁중에떨어져도상관없지만, 아직중궁이외궁에나가서돌아오지않았는데, 세간사람들이액막이연을날려서궁중에떨어지도록하는것은불길한일이므로이를금하고치죄하도록당부하는말이다. 이에대하여실록을기록하는사관의생각은다르게나타나있어서흥미롭다. 사신 ( 史臣 ) 은논한다. 상원에연을날리는놀이는우리나라의한고사 ( 故事 ) 인데왕이의혹하여이명을내린것이다. 무릇인군 ( 人君 ) 의한마디말은사방이다법으로여기는것이다. 그런데어찌민간에떠도는근거없는말로써아이들의놀이를금할수있겠는가. 12) 정월보름의액막이연날리기는오랜풍속인데, 세간에서떠도는말을근거로아이들의연날리는일까지막는것은만백성의왕으로서떳떳하지못하다는것이다. 유학자인사관의처지에서보면액막이연에관한속신은근거없이떠도는말에지나지않을뿐더러그런말에흔들리는왕이군자답게여겨지지않았던것이다. 그렇지만, 왕실의안위를걱정하는왕으로서는세간의말이라고하여지나칠수없다. 액막이연의믿음이어느정도였는가하는것을짐작할만하다. 따라서 동국세시기 는물론, 열양세시기 와 경도잡지 와같은세시기에도어김없이액막이연의풍속을기록하고있다. 이제액막이연의구체적인관행을볼차례이다. 함경남도북청지방에서는아무런문양이없는방패연에자기가사는마을이름과생년월일, 성명을써서날리는데, 줄을끊는방법이독특하다. 마치불꽃놀이를할때처럼창호지에숯가루와쑥을섞어서폭죽처럼숯가루봉지를만들고, 이것을연줄에다가달아서불을붙인다음연을띄운다. 연이높이올라가면폭죽처럼숯가루봉지도함께따라올라가면서불이타들어간다. 적절한높이에이르렀을때줄을잡아당기면불꽃가루가퍼지면서장관을이룬다. 그러다가줄에매달린숯가루봉지가다타게되면연줄도함께타게되어서연줄이끊어지고액막이연은멀리날아가게된다. 13) 전남지역에서도같은방식으로액막이연을만든다음, 연의목줄밑에숯가루봉지나무명고치를달아서불을붙여띄우고연줄이불꽃과함께자연스레끊어지도록한다. 이곳에서는 11) 明宗實錄 32 卷 1월 15 일 ( 丁未 ). 번역은조선왕조실록 CD, 명종 032 21/01/15( 정미 ) 를참조함. 12) 朝鮮王朝實錄 CD, 앞과같은곳의번역참조. 13) 전경욱, 같은책, 24 쪽.
324 민속학연구 4 호 액연띄운다 고하거나 액연날린다 고하는데, 노자돈을뜻하는동전을연의목줄약간아래에매달아띄우기도한다. 제주도에서는같은방식으로하되, 연에천리방액 ( 千里放厄 ) 이라고써붙이고솥밑바닥의검뎅이를한지에싸서연줄목에매달아불을붙여날리면, 연이하늘높이올라갔을때연줄이타서멀리날아가도록하여액막이를한다. 14 ) 그러나산간지방에서는액막이연을띄우지않고불에태워버린다. 보름날산에가서나무를한짐씩해가지고와서마을앞공터에다쌓아놓고그위에마을의모든액막이연을모아서걸어둔다. 보름달이떠오르면나무에불을지르고연이타면환호성을올린다. 이를 달집태우기 라고하는데, 액막이연태우기를겸하는셈이다. 이고장사람들은액막이연이날아가물에떨어져야액을막을수있다고믿고있는데, 산간벽지에서는그것이불가능하므로태우는방법을취한것이다. 15) 액막이연의제작방식은같아도그처리방법은크게세가지로나눌수있다. 하나는날아가다가인가가아닌곳의나뭇가지에걸려서연이사라지는것과함께액이사라지는것을기대하는것이며, 둘은멀리바다까지날아가서연이물에떨어짐으로써물로액을씻어버릴수있기를기대하는것이며, 셋은나뭇가지위에걸어놓고연을태움으로써액도함께태워버리기를기대하는것이다. 이러한인식은한결같이유감주술적사고방식에의존해있는데, 비슷한것은비슷한것을낳는다는유사의법칙과함께접촉해있던것은멀리떨어져있어도서로힘을발휘한다고믿는접촉의법칙에두루입각해있다. 액막이글귀를기록하고생년월일과이름을쓴연은곧그사람이지니고있는액이라고여기는데, 이것은접촉의법칙에의한것이며, 액막이연을멀리날려보내거나태워버리게되면액이없어진다고여기는것은유사의법칙에의한것이라할수있다. 특히접촉의법칙에의한주술적사고는액막이연이자기집에떨어지면연을띄운사람의액이자기집에온다고여겨불길하게여겼다는데서잘드러난다. 부정을물리치거나액을쫓기위한방법은원래두가지방식이있다. 불로태워버리거나쫓아내는방법과물로씻어내거나정화시키는방법이그것이다. 액막이연이물에떨어져야한다거나액막이연을불로태우는방식을취하는것은이러한정화의식및축귀의식과연관되어있다. 그러나액막이연의가장일반적인형식은멀리날려보내는것에있다. 이것이야말로연의속성에의한것으로액막이연만의독자적방법에해당된다. 액막이연이하늘멀리날아가사라지는것과더불어집안의액도그렇게사라지게될것으로믿는까닭이다. 따라서액막이연의액막이방법은부정을막고액을물리치는일반적인방법외에독자적인방법을취하게된것은연의특수한놀이양식에서비롯된것이라할수있다. 그러면서도지역에따라다른방법을취하는것은생태학적조건과어느정도연관되어있 14) 진성기, 1975, 남국의민속놀이, 홍인문화사, 81~82 쪽. 15) 池春常, 1982, < 연날리기 >, 韓國民俗大觀 4, 高麗大學校民族文化硏究所, 505 쪽.
민속놀이놀이감들에나타난상징적의미와제의적기능 325 음을발견하게된다. 전남의해안지방과같은바닷가마을에서는연이바닷물에떨어질수있기때문에물의정화력을근거로액막이를시도한다면, 산간지역에서는현실적으로연을날려바다까지보내기도어려우려니와멀리날려보내기조차쉽지않으므로불의정화력을이용하여액막이를시도한다. 그러나평야마을에서는하늘높이멀리날려보내는일이그리어렵지않다. 다만인가에떨어지지않기를기대할따름이다. 따라서멀리날려보내는것을곧송액으로인식하는것이다. 다음으로기복연 ( 祈福鳶 ) 을주목해보자. 액운을막고자하는액막이연이소극적방식의주술적연날리기라면, 복을불러들이고자하는기복연은적극적방식의주술적연날리기라할수있다. 액을물리침으로써불행을막고탈없는삶을보장받으려는것보다복을불러들임으로써한층다복한삶을누리고자하는것이적극적태도이기때문이다. 액막이연은분명한양식이있다. 송액 의내용을담은액막이글귀를쓰고액을막고자하는사람의정체를뚜렷하게밝히는것이다. 그러나기복연은통일된양식이없다. 연에한쌍의원앙새나박쥐등의그림을그려넣는정도이다. 원앙새는부부간의금슬이특히좋은새이므로연에다가원앙새한쌍을그려넣어서연을날림으로써부부간의사랑이넘치기를기원하는것이다. 연에다가박쥐를그리는경우도있는데, 이는박쥐를나타내는복 ( 蝠 ) 자가행복을나타내는복 ( 福 ) 자와그발음이일치하기때문이다. 최근에는길조로알려진까치를연에다가그려날림으로써집에좋은일이많이생기기를기원하기도한다. 16 ) 기복연에그리는원앙새나박쥐, 까치등은모두하늘을나는새이다. 이들새를연에그려하늘로날리는것은연의새그림에다실제로살아있는생명력을부여하는것이나다름없다. 따라서그들이지닌상징성이나발음의유사성에서비롯된유감주술적힘을생생하게발휘할수있게하는것이다. 문자로액막이글귀를쓰고액막이의주체를밝히는액막이연은주술적의도를분명하게드러내는데비하여, 기복연은그림을통해상징적으로나타내는것이므로주술적의도가상당히약하다고할수있다. 물론액막이연처럼, 기복연에도문자를써서복을기원하는경우도있다. 경사를나타내는좋을희 ( 喜 ) 자를써서경사로운일이많이있기를기원하는것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기복연의경우는널리일반화되어있지도않으려니와그의도도분명하지않은것은소박한민족성과연관되어있는것이아닌가한다. 복록을기원하기보다액이닥치지않은것으로만족하는안분지족 ( 安分知足 ) 의마음이있는것이다. 그것은액막이연과견주어볼때에도드러나지만, 이웃나라인중국이나일본과견주어봐도잘드러난다. 중국과일본의경우에는우리보다기복연이한층다양하고적극적인양식으로전승되고있기때문이다. 17 ) 16) 전경욱, 같은책, 36 쪽.
326 민속학연구 4 호 위에서살핀것처럼, 연을통해서액막이를하거나복록을기원하는것은연날리기의독자적인놀이양식때문이다. 첫째, 연을하늘높이까마득하게날려올릴수있을뿐아니라, 때로는연줄이끊어져서종적을알수없이띄워보내게된다는점이다. 따라서연은하늘, 곧초월적인세계와의사를소통하는탁월한매체구실을하는것이다. 이를테면당나무나솟대또는내림대와같은것이하늘과지상을연결하는매개체노릇을하는것처럼, 연은그러한구실을가장잘감당하는매개체로인식된것이다. 둘째, 연은다른놀이감과달리글을쓰거나그림을그릴수있어제의적상징을잘나타낼수있는놀이감이다. 굿판에서도한지를오리거나접어서또는한지에그림이나글씨를써서주술물로이용하는것도이와같은재질적특징때문이다. 셋째, 연날리기놀이는놀이감인연을손으로직접놀리거나다루지않고하늘에띄워올리는것이므로주술물로서신성성을확보할수있다. 제기나팽이또는윷가치와같이직접손발을대서조작하는놀이감은이러한주술물구실을할수없다. 그러므로연이기복연과액막이연으로서주술적구실을발휘하는데가장적절한놀이감이라할수있다. Ⅲ. 윷놀이놀이감들의상징성과주술성 연날리기가개인적인놀이라면윷놀이는적어도두사람이상이편을나누어해야하는편놀이이다. 방안에서도할수있는소규모놀이이기때문에그놀이감도아주작은것들이있다. 놀이판에따라서놀이감의크기가다르지만, 기본적으로윷가치와윷말, 그리고윷판의세가지놀이감으로이루어져있다는점에서한결같다. 세가지놀이감중에서가장중심되는놀이감이윷가치이다. 윷가치를만드는재료에따라싸리윷, 밤윷, 뽕나무윷, 콩윷등이있으며, 윷가치의크기에따라큰것은재질과상관없이장작윷이라하고싸리윷도작은것은채윷이라일컫는다. 그러나윷가치의의미는재질이나크기에있는것이아니라, 던져서나오는윷패에서비롯된다. 다시말하면윷가치네개가엎어지고젖혀지는상황에따라도 개 걸 윷 모가결정되는까닭에안팎을분명하게구별할수있도록만들어야한다. 윷의가장일반적인재료로싸리나무를많이쓴다. 싸리나무는껍질의색깔이짙은갈색을하고있어서윷가치를만들어놓았을때안과밖이가장선명할뿐아니라, 곁가지나고가없이쪽곧게자라서윷가치로이용하기좋고, 윷가치를만들고자둥근나무를세로로쪼갤때결이고르게잘갈라지기때문이다. 윷가치는나무줄기를절반으로쪼개서만드는까닭에껍질쪽은반원모양을이루며둥글고쪼갠안쪽은평평하다. 김문표는사도설 ( 柶圖說 ) 에서윷가치가둥근, 쪽곧윷나무의껍질쪽을하늘이고양 ( 陽 ) 이라고하며, 평평하고모난쪽, 곧윷나무 17) 자세한것은전경욱, 같은책, 36~38 쪽을참조하기바란다.
민속놀이놀이감들에나타난상징적의미와제의적기능 327 의속쪽을땅이고음이라고하였다. 그래서음양의조화에따라만물을생성하는것은천지의도리라고해석한것이다. 18) 윷가치가젖혀지고엎어지는상황에따라윷패가결정되는까닭에음양의조화에의하여만물이생성되는것과같은이치로여기는, 이른바음양오행설에입각하여이해한셈이다. 중요한것은윷가치자체가아니라, 윷가치를던져서나타나는윷패에따라일컫는명칭과윷말이가는밭수의계산이다. 윷가치를던져서네개가운데하나가젖혀지면도라고하여한밭을가고, 두개가젖혀지면개라고하여두밭을간다. 이렇게모두가젖혀지면윷이라하여네밭을가며모두엎어지고하나도젖혀지지않으면모라하여다섯밭을간다. 특히모두젖혀지거나엎어져서윷이나모가나오면큰사리라하여한차례더윷을놀수있다. 윷가치는그자체로큰상징성을지니고있지않으나, 이처럼윷패는윷가치의나타남새에따라다양한상징적의미를지니게된다. 학자에따라서윷패에따른해석이일치하지않다. 그러나동물의걸음걸이속도와관련하여해석한다는점에서는한결같다. 일반적으로도는돼지, 개는개, 걸은염소, 윷은소, 모는말을상징하고윷패의명칭도이들가축의이름에서따온것으로알고있다. 그러나염소가개보다빠른지의심스럽듯이, 걸을염소로해석하는데에는의견이일치하지않는다. 걸을염소라고하는외에신마 ( 新馬 ) 나코끼리, 노새또는말이라고하는등다양한견해가있다. 몽고어연구를기초로, 박은용교수는윷패의어원을몽고어에서찾아내는주목할만한견해를제시했다. 걸은몽고어 Kura 라고하는야생말에서온것이고, 모는신종말을나타내는몽고어 Mora 에서온것이라고보며, 모는나중에첨가된양식이라고해석한다. 19 ) 결국처음에는윷놀이에서도 개 걸 윷네패만있었는데, 나중에모가덧붙여졌다는것이다. 이놀이를윷놀이라일컫는것처럼이놀이와관계되는모든것, 이를테면윷가치와윷패, 윷말, 윷판, 윷점, 윷노래등모두윷과연관지어일컫는것이다. 따라서모가 5점으로가장높지만뒤에생긴것이기때문에, 윷에서비롯된기득권을점유하지못하고있는것이다. 처음에는윷이 4점으로가장높았기때문이다. 20) 윷놀이의구조로볼때에도윷가치가젖혀지는개수에따라윷패가결정될뿐아니라, 네개모두젖혀지는것이가장어려우므로윷이최고점수로인정될수밖에없다. 윷가치의구조상엎어지는것보다젖혀지는것이어려우므로젖혀지는수에따라점수가높아지는것은자연스럽다. 이처럼윷이최고점수로서 4점을인정했던것은윷가치가네개이며윷말도네개이고윷 18) 金文豹, 中京誌, 柶圖說條. 19) 朴恩用, 1973, < 윷놀이의걸에對하여 >, 池憲英先生華甲紀念論叢, 논문간행위원회. 2 0 ) 이점에관해서는임재해, 19 9 4, < 윷놀이의신명성과민중적세계관 >, 한국민속과오늘의놀이, 지식산업사, 299~301 쪽을참조하기바람.
328 민속학연구 4 호 판도 4등분되어있을뿐더러, 윷말이나는방식도네가지이다. 따라서윷은모두 4진법으로이루어졌는데, 0점으로인정하였던모를신종말의등장과함께뒤에 5점으로인정함으로써새로운체계로바뀌었다고할수있다. 윷패가동물을상징하면서그걸음걸이에따라점수가결정되듯이, 윷말과윷판도일정한상징성이있다. 윷말은윷가치를던져서나온점수에따라밭수를움직여서윷판에다가움직인상황을표시하는매개물이다. 이것은생활주변에서쉽게구할수있는소재로서작은돌이나나무막대, 사금파리, 성냥개비등을사용하되편을쉽게구분할수있어야한다. 그래서바둑알을윷말로곧잘사용하기도한다. 굳이이를윷말이라고한것은걸이나모가말을상징하듯이, 말처럼윷판을잘달리라는뜻이담겨있다. 윷패가잘나오게되면단번에밭수를껑충껑충뛰어갈수있어넉동을내고승리할수있다. 윷말을넷으로한것도윷가치와연관되어있는문제로서 4계절을상징하는것이아닌가한다. 윷말이윷판을돌아나는방식도네가지방식이있는데, 이나는방식이마치춘하추동의해의길이와같아서 4계절을상징한다. 그렇다면윷은태양이나다름없다. 계절마다다른네개의태양의길을상징하는것이다. 이놀이를특히설을계기로정초에많이하면서넉동나기를다투는것도, 윷놀이의윷말이빨리윷판의세계또는대지를돌아야판이바뀌는것처럼, 겨울이가고봄이빨리오기를기대하는주술적의도와연관되어있다. 농경사회에서겨울은죽음의계절이며설은시작의시간이다. 따라서죽음의계절인겨울이가고생산의계절인봄을빨리오게하려면시작의시간인설에윷놀이를함으로써천체의빠른운행을기원하는주술적기원을할필요가있다. 네개의윷말이다투어윷판을빨리돌아나길겨루는것은바로이러한계절의빠른순환을기대하는주술적의도와맞물려있다고하겠다. 21) 윷말이태양을상징한다면윷판은우주또는대지를나타내는상징물이어야짝이맞다. 윷판에대한이러한해석은일찍부터이루어졌다. 김문표는 중경지 ( 中京誌 ) 에서윷판을천문과연관지어풀이해두었다. 이를테면윷판중앙의방여는북극성이고, 윷판바깥의둥근모양은하늘을, 안의모난것은땅을본뜬것이므로하늘이땅의바깥까지감싸고있는것을나타낸다고해석하였다. 22) 그리고윷판을이루는점들은별자리를뜻하는것으로서새벽의북극성을중심으로뭇별이둘러싸고있음을형상하고있다고하면서윷판의네점과중점을오행에견주어설명하고있다. 23) 윷패에따라서윷말이윷판을돌아온다는것은세계의일주또는천체의운행을뜻한다. 2 1) 임재해, 앞의책, 30 5 쪽. 22) 金文豹, 앞의책, 같은곳. 23) 朴長煐, 1992, < 安東地方의윷놀이硏究 >, 석사학위논문, 안동대학교대학원, 20 쪽.
민속놀이놀이감들에나타난상징적의미와제의적기능 329 사계절이분명하니윷말도넷이적절하고, 세계를도는방식도사철에따라넷으로나뉘어져있다. 김문표의해석처럼윷말을해라고생각한다면, 도에서시작해서모와 방여 를거쳐말판의 1/3 만돌아가장짧게나는 동지, 즉겨울이있는가하면, 모또는뒷과를거치고 방여 를지나쳐서윷판의 1/2 을돌아나는춘 추분, 즉봄 가을이있고, 말판을한바퀴모두돌아서나는 하지, 즉여름이있는것이다. 자연히가까운길을택해서윷말이빨리나길다투게된다. 죽음의계절인겨울이빨리가고생산의계절인봄이빨리오기를기원하는유감주술적성격을띤놀이이다. 이처럼윷말의길은넷이지만실제돌아나는데걸리는양적길이는셋으로나타난다. 마치계절은 4계절로나뉘어져있지만낮과밤이같은춘 추분의시기가봄 가을에있는것과마찬가지이다. 춘 추분의경우밤낮의길이는같지만해가움직이는방향은다르게인식되고있듯이, 윷판의길도같은양상을보인다. 그러므로우리의윷놀이는중국의저포놀이처럼다섯가치의나무를쓰고여섯동의말을쓰지않으며, 서양의주사위처럼여섯면을이용하지않고오로지넷만을써왔다. 넷이라는숫자는현실적으로동서남북의네방위와 4계절을함께나타내는것으로한국적인시공간의인식이함축되어있는것이다. 24) 이상에서윷가치와윷말, 윷판의상징적의미를검토한결과, 윷놀이는윷판이라는공간적개념과윷말이라는시간적개념및각종집짐승을상징하는윷패의규칙들이어울려생산의풍요를기원하는세계관적의식을총체적으로갈무리하고있는주술적상징행위에입각한놀이라할수있다. 특히이들놀이가풍요다산을기원하는제의와기풍의례의민속놀이들이많이이루어지는정월의명절에집중적으로행해진다는점도이를뒷받침한다. 설은일년을시작하는기점이자죽음의계절인겨울을보내고생산의계절인봄을맞이하는전환점이기도하다. 이러한시기에윷놀이를하며승부를겨루는것은계절의빠른순환을촉구하는기원이자, 동시에계절의순환을형상화한유감주술적활동인것이다. 윷놀이가정초의명절놀이이자, 겨울철의계절놀이인까닭도여기에있다. 25) Ⅳ. 줄당기기와고싸움줄의암수상징과풍요기원 줄당기기의놀이감은누가뭐라그래도줄이다. 줄당기기는적어도마을단위이상의공동체에서이루어지는놀이이므로그놀이감도연이나윷과달리상당히거대하다. 마을줄이나아기줄은상대적으로가늘고짧지만고을줄은엄청나게굵고길어서제작과운반에많은인력 2 4 ) 임재해, 앞의글, 같은책, 3 03 ~3 04 쪽. 2 5 ) 임재해, 같은책, 30 5 ~30 6 쪽.
330 민속학연구 4 호 이동원된다. 줄당기기줄이제아무리규모가거대하다해도그자체로는한갓줄에지나지않는다. 따라서그의미도단순할것처럼보인다. 두패로나뉘어있는사람들이줄을잡아당겨서승부를가리는데필요한놀이감일따름이다. 그러므로줄당기기줄은한갓튼튼하고거대한줄일따름이다. 그러나이놀이를즐기는공동체성원들의처지에서보면줄당기기줄은생생하게살아있는인격으로인식되고있다. 줄당기기양식에따라다소다르긴해도대체로승부를겨루는동서부또는상하, 안팎패에따라줄이제각기만들어진다. 자연히줄이둘일수밖에없다. 더러줄하나를만들어외줄당기기를하기도하지만소규모로이루어지는마을줄에한정된다. 그러나규모가큰마을이나고을줄의경우에는으레제각기마련한두개의줄을결합하여이른바쌍줄당기기를한다. 이때쌍줄은제각기암줄과숫줄, 또는용과범, 또는신랑과신부로인식된다. 외줄일경우에도줄을곧용으로인식하고제의적으로섬기거나, 동서부의승부에풍년을예측하며일정한금기를지키기일쑤이다. 가장일반적인형태는두줄을제각기암줄과숫줄로여겨인격체로간주하고신주처럼떠받들어섬긴다. 마치장승굿을할때남녀장승을깎아서천하대장군과지하여장군으로인식하고신성시하는것과같다. 장승굿을할때아래윗마을에서제각기남녀장승을깎아서첫날밤의혼례의식을치르듯이, 줄당기기줄을들일때에도제각기암수줄을염두에두고들여서암수두줄이남녀의성행위처럼결합하는의식을적절히치를수있도록한다. 외줄을당길경우에도남녀가패를나누어줄을매는까닭에암수의구분이있으며줄을당기기전에암수의삽입과정을상징적으로표현하기도한다. 26) 자연히두줄의성별에따라 고 의형상도다르다. 암줄은고를크고둥글게하여숫줄이잘들어올수있도록하고, 숫줄은고를작고길게하여암줄고에잘들어갈수있도록한다. 물론줄을꼴때부터줄을신성하게여기고보호한다. 줄을용으로생각하든또는암수로생각하든생명을지닌존재로인식하기때문에, 여자들이나아이들이타넘어다닐수없도록할뿐아니라, 상대편사람들의범접을막는다. 관념적으로는줄의생명성을훼손하는행위를막기위한것이며, 실제적으로는상대편사람들이줄에칼을박아서줄을끊는행위를막기위한것이다. 27) 그러기위해서줄을보관하는곳에금줄을쳐놓아외부인의출입을금하는한편, 밤새도록불을피우고지키기도한다. 26) 金鎬兌, 1995, < 대보름民俗놀이의祭儀性 >, 硏究碩士學位論文, 安東大學校大學院, 42 쪽. 2 7 ) 여자들이줄을타넘게되면재수가없어서줄당기기에진다고여기거나줄이끊어진다고믿어서특히금기로여긴다. 더러상대편사람들이줄을손상시키기위해칼을줄에박아꽂는일이있는데, 이를두고흔히 칼침놓는다 고한다. 칼침은줄을훼손시키는일일뿐아니라, 줄의생명력을죽이는일이기때문에주야로불을밝히고지키지않을수없다.
민속놀이놀이감들에나타난상징적의미와제의적기능 331 이때특히여성들은얼씬도하지못하게한다. 정읍정량줄당기기의경우에는여성들의 피부정을가린다 고하여여성의범접을금지한다. 28) 생리가있는여성들의부정을막고자하는것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아이를낳지못하는여성들은줄과교섭을통해득남하기위하여결사적으로줄을타넘고자한다. 29) 마을사람들에게줄은한갓짚으로만든놀이감으로서새끼줄이아니라생산력을보장하고생명력을북돋우어주는신성한인격체로인식되는것이다. 따라서자식없는부녀들이애써줄을타넘으려고한다. 여성들이숫줄곧남근을타넘는다는것은일종의성행위를뜻하기때문이다. 30) 자식을낳고기르는것이나벼를심고가꾸는일이나한결같이생명을기르는일이요농사일이다. 그래서어른들은자식을낳고기르는것도농사일에비유하여, 흔히자식농사를잘지었느니못지었느니하기예사이다. 그러므로줄당기기줄을이루고있는볏짚은벼농사의산물이자벼농사의풍요를보장하는매개물인동시에, 자식농사까지담보하는생산력을지닌실체로다양하게인식되는것이다. 31) 자연히승부를가리는줄당기기의과정에서도줄의생명성을인정하며풍농을보장하는신성물로섬겨진다. 그래서줄을운반하기전에줄머리에다서낭대를세워놓고고사를지낸다. 32) 마을에따라서는줄을울러메고서낭당으로가서당앞에줄을또아리틀어안치한다음고사를올리기도한다. 33) 줄을당기니탈없이해달라 고빌거나이기도록해달라고빈다. 마을사람들의염원이줄에실리는것이다. 줄고사가끝나면서낭대를앞세우고풍물을치면서줄을울러메고줄당기기현장까지나온다. 줄밭은생산의현장인마을앞의논들이기일쑤이다. 줄을운반하는과정에남녀가올라타기도한다. 귀한집사내아이들이액을때우기위하여줄을타는데, 상당한경비를대가로지급해야한다. 34) 줄의생명력이줄을탄아이의수명장수를획득해준다고믿는까닭이다. 줄이생명을지닌인격체로한층구체화되는때는줄밭인논들에암수두줄이도착하여 28) 주강현외, 1993, 朝鮮땅마을지킴이, 열화당, 54 쪽. 29) 韓陽明, 1993, < 韓國大同놀이硏究 > 博士學位論文중앙대학교대학원, 76 쪽. 30) 韓陽明, 앞의글, 106 쪽. 숫줄은남근으로인식되는것이다. 따라서득남을바라는여성들은왕성한생산력을보증하는보름달이내려비추는밤에거대한남근과의교섭을통해출산을보증받고자결사적으로줄을타넘으려고하고, 남성들은이를저지한다. 3 1) 임재해, 19 9 6, < 농업관련민속놀이의주술적의도와생산적구실 >, 민속놀이와민중의식, 민속학회, 200쪽. 32) 韓陽明, 같은글, 같은곳. 33) 경북울진군죽변면후정리뒷당마을의경우이다. 울진군평해읍월송리달효에서도줄을당기기전에할배당에가서줄당기기에이기게해달라고빈다. 韓陽明, 같은글, 32 쪽및 49 쪽참조. 34) 전남장흥군장흥읍줄당기기사례를보면줄위에타기위해서논서너마지기값이들어가는고깔을만들어써야한다고했다. 韓陽明, 같은글, 62~63 쪽.
332 민속학연구 4 호 만나면서부터이다. 경북울진군평해의달효줄당기기를보면, 이러한사정이잘나타나있다. 줄당기기장소인논들에줄이도착하면용줄에는여성을상징하는족두리를바치고범줄에는남성을상징하는사모관대를바친다. 이때풍물잡이들이풍물을요란스레쳐댄다. 양반탈과각시탈, 곱사탈을쓴잡색도있었다고한다. 용줄과범줄이암수치레를다하게되면암줄고에도숫줄고를끼워서줄머리를결합해야한다. 35) 물론쉽게결합되지않는다. 남녀복색으로분장한두사람이제각기암줄과숫줄에올라타서어르기도한다. 특히줄머리를결합시키는과정이남근과여근의교합과정처럼남녀의성행위형식을고스란히재현한다. 이때줄꾼들은제각기남성과여성의처지에서성행위와관련된음담을질퍽하게하며일진일퇴를한다. 영산줄당기기에서암수두줄패사이에오고간말들을옮겨놓는다. 좆부터들어오이소. 씹부터벌려라. 암놈물다쌌다, 빨리들온나. 좆도좆같지않은게빨리들온나. 좆이얼마나힘이없어벌려놔도못들오노아물리벌려도냄비나름이다. 거아이래도찡굴데천지다. 봄보지물올랐다, 빨리들온나. 36) 영산줄당기기의경우이러한담론들을주고받으면서무려한시간가량서로버팅기고옥신각신하다가줄이겨우결합되었다. 줄이결합되어줄당기기를하는과정도격렬한성행위모습을재현하는것이다. 이처럼줄의성이남녀로분화되어있고줄머리에신랑신부로분장을사람이올라타서혼례를올리고성행위를하는모습을수행하는것은이러한모의적성행위가농작물의생장에작용하여풍요다산을보장할것이라는종교주술적믿음때문이다. 엘리아데의보고에의하면이러한성행위의전통이전세계적으로보고되고있지만, 37) 줄당기기를통해서형상화되는경우는그리흔하지않다. 일본만하더라도줄당기기의전통이널리남아있지만, 암수구별을엄격히하여모의적인성행위를하는것은흔하지않으며, 인도의경 35) 韓陽明, 같은글, 49 쪽. 36) 韓陽明, 앞의글, 126 쪽. 37) Mircea Eliade, 1971, The Myth of the Eternal Return, Princeton University Press, 21~27쪽. 파종현장에서성행위를하면대지를기름지게하고풍요다산을보장한다고믿으면서봄에씨뿌린논밭에서남녀가실제적인성행위나모의적인성행위를하였다. 19 세기까지유럽전역과동남아시아일대에서이러한관행이있었다.
민속놀이놀이감들에나타난상징적의미와제의적기능 333 우에도줄당기기를용사신앙 ( 龍蛇信仰 ) 의하나로여길뿐모의적성행위로간주하지않는다. 줄당기기가끝나면승부에따라흉풍이점쳐진다. 여성이당기는암줄이이겨야풍년이든다고믿는가하면, 어느쪽이든이기는쪽이풍년이든다고믿기도한다. 울진평해의월송달효줄당기기에서는용편이이기면쌀풍년이들고범편이이기면보리풍년이든다고하여승부에상관없이풍년이보장된다는믿음까지지니고있다. 38) 일제때줄당기기를하지못하게하여몇년동안줄당기기를하지않았더니흉년이들었다고하는주민들의진술을 39) 들어보면, 줄당기기가풍년을보장하는주술적신념을넘어서경험적사실로까지인식되고있음을알수있다. 전남무안군해제면의입석마을에서는줄당기기가끝나면사람들이모두보리밭으로가서보리를밟아주는일을하는데, 40) 이는실제로보리수확을증진시키는노동행위가된다. 줄당기기를마치면지역에따라서줄을당산나무나석장승에감기도하고 41) 줄을잘라서논밭에뿌리기도한다. 그러면농사가잘된다고믿기때문이다. 줄을성기의상징으로보고당산에줄을감아두는행위를모의적성행위로인식한것이다. 42) 때로는줄을작두로썰어서소의여물로이용하기도한다. 어촌에서는뱃줄로쓰는경우도있다. 경남창녕군영산에서는줄당기기줄을길하다고여기기때문에지붕위나논밭에던져두면재수가있고농사가잘된다고믿었다. 43) 심지어아이를낳지못하는여성들은줄을가져다가달여먹기도하였다. 농작물의풍요다산뿐만아니라출산의풍요에도효험이있었다고믿었던것이다. 밀양군무안면에서는돈많은사람들이줄을송두리째사서거름으로쓰기도하였다. 44) 줄을거름이나여물로사용하는경우에는주술 종교적외연밑에짚의실용적수요도깔려있다고볼수있다. 지역에따라서는이긴쪽의줄이특히길하다고여겨서다투어챙긴다. 이처럼예사줄에지나지않되, 줄당기기놀이감으로쓰는줄은용도되고범도되며, 약도되고거름도되며, 신부도되고신랑도된다. 그러면서두줄이결합되어당겨지면서놀이하는사람들의신명을돋우어주고주술적기대도충족시키는것이다. 줄이놀이감으로인격화되고생명력을지닌존재 38) 韓陽明, 같은글, 50 쪽. 39) 제4 회靑松文化祭에서줄당기기를하여군수로부터감사패를받은황영기할어버지 ( 청송군청송읍청운동 ) 는 일제시대에는줄당기기를못하도록해서 3년간중단했더니흉년이들고어린이들이병으로많이희생됐다 고증언하였다. 매일신문, 1984 년 11 월 14 일자. 40) 한양명, 1994, < 줄당기기의呪術 - 宗敎的性格과機能體系 >, 民俗硏究 4, 安東大學校民俗學硏究所, 59 쪽. 41) 金鎬兌, 앞의글, 44 쪽에의하면, 고창군고창읍송암마을과, 고창군부안면송현리고잔마을, 정읍군산외면정량리원정마을등에서는줄당기기줄을신목이나입석에감아주면서동신께예단으로옷을바치는의식을치른다. 42) 金宅圭, 1985, 韓國農耕歲時의硏究, 嶺南大學校出版部, 235 쪽. 43) 韓陽明, < 韓國大同놀이硏究 >, 77 쪽. 44) 裵桃植, 1983, < 武安龍虎놀이硏究 >, 韓國民俗學 16, 民俗學會, 157~160 쪽참조.
334 민속학연구 4 호 로규정되면서놀이는한갓재미를즐기게하는오락에머물지않고공동체의풍농을기원하는제의의일환이되는것이다. 고싸움의경우도줄당기기와같은양상을보인다는점에서주목된다. 우선놀이감부터줄당기기줄과그리다르지않다. 다만 고 가크게부각되어있고줄을이어서당기는것이아니라두줄을부딪쳐서승부를가리기때문에줄을메고공격할수있도록긴장대를가로로설치해멜대로이용하는것이크게다르다. 놀이방식은동채싸움과비슷하다. 상대방의고를공격해서땅에닿게하면이기게된다. 줄당기기보다한층남성적이다. 고싸움은현재광주시광산구대촌동웃돌마을과전남나주군남평면에만남아있는데, 줄당기기의암줄 숫줄결합과정에서파생된놀이이므로줄당기기의앞놀이가독자적형태로발전해서성립된놀이로봐도좋을것이다. 45) 전남장흥군장흥읍줄당기기를보면이러한사정이잘드러나있다. 다시말하면줄당기기를하기위해암수두줄의고를연결하기전에, 두고를부딪치면서고싸움을먼저벌인다. 그러다가한쪽고가땅에닿아서승부가결정나면잠시휴식을취한뒤에두고를결합시키고줄당기기에들어간다. 46) 고싸움을할때에도마지막순서로는줄당기기를하고, 줄당기기를할때에도앞놀이로고싸움을하는걸보면, 고싸움과줄당기기는사실상하나의놀이에서분화된것이라할수있다. 더구체적으로말하면줄당기기에앞서하는진잡이가발전하여장흥지방의보름줄당기기에서고싸움을하게되었고, 고싸움과줄당기기가상당기간복합형태로전승되어오다가 고싸움 자체에재미를붙여줄당기기를하지않고독자적인놀이형태로발전시킨것이오늘의고싸움인것이다. 47) 그러므로줄당기기와고싸움은놀이감의상징적의미나숭부에따른주술적기능도일치한다. 웃돌마을고싸움의경우하칠석곧암고가승리하면풍년이든다고믿었다는것이좋은보기이다. 줄당기기의경우에도이긴편이풍년이든다고하는경우도있지만대부분의경우에는암줄또는여성이당기는줄이이겨야풍년이든다고믿는다. 그래서동서가아닌남녀로패를갈라서외줄을당기는경우, 세차례줄당기기를하는가운데, 처음은마음껏줄당기기를하여실력을겨루며승부를즐기지만, 마지막두판은겨루다가암줄또는여성줄이승리하도록승부를조작하기도한다. 그것은여성이풍요다산을상징하는성이기때문이다. 강원도삼척의기줄당기기에서말곡마을의명예패장은부사 ( 府使 ) 가되고부내 ( 府內 ) 의명예패장은부사의 45) 池春相, 1973, < 全南의民俗놀이에관한調査硏究 1 -줄다리기를중심으로->, 湖南文化硏究 5, 全南大學校, 108~112 쪽참조. 46) 池春相, 앞의글, 같은곳참조. 4 7 ) 지춘상, 19 96, < 줄다리기와고싸움놀이에관한연구 >, 민속학회엮음, 민속놀이와민중의식, 집문당, 325 쪽.
민속놀이놀이감들에나타난상징적의미와제의적기능 335 부인이되어서암숫줄이경합을하는데, 숫줄인말곡이이기면부인이수일간부사와동침하지않았다고한다. 48) 이또한암줄이이겨야풍요다산이가능하다는것을나타낸다. 그러므로줄당기기이든고싸움이든승부를가리는겨루기형식의 놀이 이기도하면서풍요다산을기원하는 제의적주술 이라할수있다. 줄당기기를끝낸뒤에보리밭을밟고줄을거름으로쓰는점은실제풍농을돕는 농업활동 이기도한것이다. 그러므로과정은놀이로서재미를추구하지만목적으로는제의적기대를겨냥하고, 현실적인결과로는농업활동에이바지한다. Ⅴ. 동채싸움과쇠머리대기놀이감의남성적성격 줄당기기가남녀공동패놀이라면동채싸움과쇠머리대기는남성들의패놀이이다. 여성들이참여하지않은까닭은놀이감의특성과놀이방식이남성적이기때문이다. 동채나쇠머리는모두서까래크기의나무들을이용한거대한놀이감으로서줄당기기줄처럼유연한것이아니라강직한것이므로당기기형식의수용형놀이가아니라밀기형식의공격형놀이이다. 줄당기기가수용형의여성적놀이라면동채싸움과쇠머리대기는공격형의남성적놀이이다. 고싸움의경우는놀이감이줄당기기줄과크게다르지않지만, 밀고누르는공격형을취하고있기때문에남정네들놀이로한정되는것처럼, 공격형으로이루어진동채싸움과쇠머리대기는전적으로남정네들놀이일수밖에없다. 놀이감의재질과형상이놀이의주체와놀이방식을결정하는셈이다. 한마디로놀이감중심의놀이라할수있을정도로놀이감이중요하다. 안동의동채싸움은그놀이감인동채감을고르는데서부터놀이준비가이루어진다. 동채를제작하기전에, 부정하지않은정갈한사람을골라서동채감으로쓸나무를구하는일이다. 아래위가쪽곧게자란 5~6 미터정도의단단한참나무를구하는것이가장좋다. 안동지역에서구하기어려우면이웃고을까지가서적절한나무를물색할정도로동채나무를신중하게골랐다. 좋은나무를찾게되면나무둘레에다금줄을쳐서외부사람들의범접을막는다. 산주인에게나무값을치르고고을현감을찾아가서동채나무를보호해주도록요청한다. 현감이나서서협조할만큼동채나무보호가엄중하다. 정초가되면부정없는사람을가려서동채나무를베어오게하는데, 목욕제계를하고도포를차려입고가서산신께고사를올린다음나무를벤다. 나무를운반할때에도현감에게보호를요청하여길앞을가로질러함부로지나다니지않도록하며운반하는사람들도말을삼가고조심하여운반한다. 마치고관대작이행차를하듯길치도 ( 治道 ) 를하는셈이다. 동채행렬이안동가까이오면지역의유지와장로들이마중을나가고청장년들은환호를하며기세를올려맞이를한다. 동채나무가마을에들어서면미리 48) 이창식, 1996, < 술비통과줄다리기의현장론적이해 >, 민속놀이와민중의식, 집문당, 393 쪽.
336 민속학연구 4 호 마련해두었던부정없는집에안치를하고집주위에금줄을둘러잡인의출입을막고동채를만드는기밀이밖으로새나가지않도록한다. 정월열흘이되면동채를만드는데, 동채를만드는사람은의관을정제하고근신하면서정성들여만든다. 물론동채를완성할때까지대문밖을드나드는법이없다. 동채를안치한집에는놀이가끝날때까지매일촛불을밝혀밤낮으로지킨다. 동채싸움을하기전날밤에는동채에고사를올리고필승을다짐한다. 49) 동채나무에서동채까지모두인격성을지닌존재로여기고신성하게섬기는셈이다. 아이들은아이들대로애기동채라하여작은동채를만들어골목동채싸움을한다. 본줄당기기에앞서아이들이애기줄당기기를하는것과마찬가지이다. 애기동채는마치지게를뒤집어놓은것같다. 지게를뒤집어등테가위로오게하여멘다음에, 사람을태워서지게꼬리를잡고서게하면동채를탄것과흡사하다. 따라서동채의원형은지게라고볼수있다. 원래지게를거꾸로메고하던놀이가본격적인놀이감을만들어서동채싸움으로발전된셈이다. 정월보름전후로아이들이애기동채를메고동서부가서로겨루면서동채싸움의흥을돋운다. 그러다가정월열엿새날이되면, 어른들이정동채를메고나타나새벽부터연습을하며동채꾼들을모은다. 점심때쯤이면안동부에는만여명의동채꾼이모여들어서직접싸움에참여도하고응원도한다. 상대편의동채를점령하여땅에닿도록하는쪽이이긴다. 이긴쪽은진쪽의동채를뜯어서공중으로던져올리며승리의환호를지른다. 50) 동채나무를고를때부터동채를완성하여싸움터에메고나올때까지동서부동채를제각기신성시하여섬기는점은줄당기기줄과다름없으되, 줄당기기처럼암수로양성화하거나두동채의접전을성적결합으로인식하지않는점에서차이를보인다. 자연히승부에따른제의적해석도적극적이지않다. 놀이판만보면동채는한갓놀이감에지나지않는다. 제의적목적도뚜렷하지않다. 금소동의경우에는서쪽곧아랫마가이기면풍년이든다고하는정도이다. 서쪽은여성의방위이기때문이다. 영산쇠머리대기에서는이러한제의적목적이보다뚜렷하다. 나무쇠를만들기위해나무를고르는일또한동채나무처럼산신제를지내고금줄을치는등어느정도신성시된다. 세모꼴의쇠머리모양과네모꼴의소몸형태를만들되몸통은아주약식으로만들어서메고다니기편하게만들따름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소의형상을만들었기때문에소의생명성을인정한다. 동부는양으로남성, 서부는음으로여성을상징한다고여겨나무쇠는암수의성을지니게된다. 자연히서부가이겨야풍년이든다고믿는다. 쇠머리대기의승부는진잡이를한 49) 沈雨晟, 1975, 韓國의民俗놀이, 三一閣, 163~164 쪽. 50) 沈雨晟, 앞의책, 163~164 쪽.
민속놀이놀이감들에나타난상징적의미와제의적기능 337 다음에두쇠머리를맞부딪치면서공방전을벌여상대편의나무쇠를많이밀고가거나나무쇠를내리눌러땅에떨어뜨리면판가름이난다. 51) 쇠머리대기는승부에따른풍농의예측또는풍요다산을기원하는주술성보다놀이자체가제의적효과를겨냥하고있다. 영산의풍수지리설에의하면, 영산읍을사이에두고마주보고있는영취산과함박산의산세는마치두마리의소가서로겨누고있는형상이기때문에산살 ( 山殺 ) 이끼어있다고한다. 또는영산의동헌자리는소자리 丑坐 여서지살 ( 地殺 ) 이끼어있다고도한다. 이산살이나지살을풀어주어고을을평안하게하기위해서쇠머리대기를했다는것이다. 52) 김광언은처음에실제소를맞붙여싸움을시켰으나, 뒤에소의살상을피하기위해소대신나무로만든소를가지고지금과같은놀이를벌였다하여, 투우기원설을주장하기도한다. 53) 기원설이어떠하든고을의평안을기원하기위한제의적목적에의하여베풀어진놀이가쇠머리대기이다. 엘리아데는겨루기형식의놀이자체에제의적의미를부여하고있다. 그래서싸움 ( 콘테스트 ) 그자체는번식력과식물적생명력을자극하는제의로보는것이다. 봄철의파종기나가을의추수때에많은지역에서행하는시합이나싸움형식의놀이기원은고대적인개념으로부터비롯된것으로추론한다. 즉남녀각집단사이의구타, 경쟁, 놀이를행함으로써만물의에너지를증대시키고유발시킨다고하는개념에서왔다고보는것이다. 54) 따라서쇠머리대기와달리, 동채싸움은특별한제의적목적이두드러져있지않지만, 그러한싸움자체로인간과농작물등만물의생명력을고무시켜주는구실을한다고해석된다. 동채싸움과같은격렬한싸움은남성들의패기넘치는역량을드러내고남성다움을널리과시함으로써여성성을자극하는계기가되며, 이는곧만물의생산력을촉발시키는효과를지니는것이다. 55) 그러므로동채싸움은줄당기기의주술적의도보다직접적이지않고간접적이며이차적이라할수있다. 그것은남성들의놀이또는놀이감이지닌특성에서비롯되었다고할수있다. 남성은여성에비하여풍요다산을가능하게하는직접적이고지속적인성이아니라, 간접적이고일시적인성이기때문이다. 땅은여성이며여성은언제나변함없이지속되는대지의신으로서지모신 ( 地母神 ) 으로인식되는한편, 씨앗은남성이며남성은항상순환하는계절의신으로서일년생산신으로간주된다. 일년생산신인남성이봄에대지의지모신인여성을찾아와서파종행위와같은성적결합을가짐으로써비로소생산이가능하게된다. 남성은파종 51) 沈雨晟, 같은책, 171~172 쪽및韓陽明, 같은글, 65 쪽. 52) 沈雨晟, 같은책, 167 쪽. 53) 金光彦, 1982, 한국의민속놀이, 仁荷大學出版部, 159 쪽. 54) M. Eliade, 1992, Patterns in Comparative Religion, 李恩奉역, 형설출판사, 355 쪽. 55) M. Eliade, 李恩奉역, 앞의책, 393 쪽.
338 민속학연구 4 호 행위로서사명이끝날뿐아니라, 여름을거쳐가을이되면생명력을상실하게되지만, 여성은파종에의하여잉태된생명을길러야풍요가보장되며, 계절이바뀌더라도변함없이새로운생명을잉태할준비를하고있다. 그러므로남성은파종기이전까지특정시기에만생산의구실을하되여성은파종이후에도계속해서생명을양육하는생산의구실을감당하는것이다. 이러한남성의성격때문에동채나나무쇠는동서부두패가겨루는놀이를끝낸뒤에특별한용도로쓰이지않는다. 줄당기기줄처럼생산력을지닌것으로인식되어약으로다려먹거나당산목에감거나논에뿌리거나뱃줄로이용되는법이없다. 주술적인힘을인정받지못하기때문이다. 그래서진편의동채는이긴편에의하여갈기갈기뜯겨져서해체되고, 이긴편의동채도방치된다. 동채나무를고르고동채를제작하여동채싸움을할때까지신성시여기던태도는찾아볼수없다. 쇠머리의경우도방치되었다가뜯어서목재로사용하거나태워버린다. 목재로사용할때에도특별히주술적의미를부여하지않는다. 예사나무나다름없이여긴다. 이를두고나무로만든놀이감자체에주술- 종교적의미를부여하지않은데서비롯된것으로판단되는데, 56) 동채나무나완성된동채를섬기며보호하고고사까지올리는것은줄당기기줄이상으로그러한의미를부여하고있다는사실을고려할때순전히나무라는소재론적차원의해석은성급한것이라할수있다. 중요한것은나무냐아니냐하는것이아니다. 동채나무는처음부터신성시되었기때문이다. 현감이동채나무를보호하고동채나무가마을로들어올때치도까지할정도라면줄보다한층더신성하게섬겨졌음을알수있다. 내림대로쓰는나무도주술종교적의미가강하게부여된다. 당나무나솟대와장승은더말할나위가없다. 그럼에도불구하고동채와나무쇠가놀이를마친다음에는줄당기기줄과달리주술물로간주되지않는까닭은어디에있을까. 거기에는두가지이유가있다. 하나는놀이감의재질적특징이며둘은놀이감을사용하여놀이하는사람들의 성 이다. 우선놀이감의재질을보면, 줄당기기줄의재료는볏짚이다. 볏짚은그자체로농작물을생산하는생명체였다. 그리고농지를기름지게하는거름구실을한다. 따라서볏짚으로만든줄당기기줄은작물을생산하는직접적주체로서풍농을기원하는주술적효과를직접적으로발휘하는것이다. 그러나동채나무는실제로농작물의생장과아무런상관성이없다. 제의적의미는동채감으로쓰기위해나무를선정한다음부터부여된다. 그이전에는한갓나무였을따름이다. 자연히볏짚에비하여농작물의생장력을담보하는주술적기능은약화될수밖에없다. 다음으로놀이하는사람들을주목해보면, 남성들과여성들의성역할이다르듯이, 남녀에따른놀이들의상징성과제의적성격도다르다는것을알수있다. 남성들은성행위과정에서 56) 韓陽明, 앞의글, 113 쪽.
민속놀이놀이감들에나타난상징적의미와제의적기능 339 만풍요다산에기여할뿐성행위이후에는직접적인영향을미치기어렵다. 성행위이후에는생명을잉태하고있는여성에의해전적으로풍요다산이좌우된다. 따라서남성은성행위가가능하도록준비하고성공적인성행위수행으로서임무는끝나게되지만여성들은성행위이후에서출산때까지더욱몸가짐을잘해야무사히생명을낳을수있다. 남성들이벌이는겨루기형식의놀이는놀이감을준비하고제작하여성행위에해당되는직접적인싸움을벌이는과정까지만신성한상징성을지니고인격성이부여될뿐이며그이후에는아무런구실을하지못한다. 따라서놀이가끝난다음에는놀이감에부여된그러한의미가모두소멸된다. 여성성이두드러진줄당기기에서는, 모의적성행위를상징하는겨루기가끝난이후에도놀이감이풍요다산의주술력을인정받고있는것과달리, 남성성이두드러진동채싸움에서는겨루기가끝나면놀이감이한갓재료적차원의의미로되돌아가버리는것이다. 그래서동채를부셔버리거나불태워서없애버린다. 그것은마치파종기전까지는튼튼한씨앗을잘고르고, 고른씨앗을상하지않도록잘갈무리하여파종을순조롭게할수있도록정성을들이지만, 파종기이후에는파종한논밭을기름지게하고김을매주는등땅의관리에전적으로관심을기울이는농업노동의일반적양식과일치한다. 파종기전후의씨앗과밭에대한관심이남성놀이감과여성놀이감에서도고스란히드러나는셈이다. Ⅵ. 놀이감의상징적의미와제의적기능 지금까지민속놀이에사용되는놀이감가운데에서특히 만든놀이감 을중심으로그상징적의미와제의적기능을주목해보았다. 놀이감의의미와기능을주목해보면, 민속놀이는한갓재미와쾌락을충족시키는오락이나심신을쉬게함으로써힘을충전하는리크리에이션 (Recreation) 의수준에머물지않고, 자신과가족, 이웃과마을등개인과공동체전체의풍요와평안을비는제의의수행과같은별도의구실을하고있음이드러난다. 논의의결과, 민속놀이와놀이감의관계및그기능을다음몇가지로정리할수있다. 첫째, 놀이감에따라놀이의양식이결정될뿐아니라, 놀이하는주체의성별차이도드러난다. 줄당기기줄과같은유연성이있는놀이감은수용형의당기는놀이로서상대적으로여성이중심되는역할을한다면, 동채와같은견고성이있는놀이감은공격형의미는놀이로서전적으로남성이중심되는역할을한다. 그럼에도불구하고이러한거대한놀이감을사용하는순수한여성들만의놀이는없다. 이를테면강강술래와놋다리밟기와같은놀이들이여성집단놀이인데, 놀이감이일체사용되지않는다. 줄당기기줄이든동채든거대한놀이감을동원하는경우에는남정네들이참여해야놀이감을만들고운반하는일들이가능하기때문이다. 여성들
340 민속학연구 4 호 의개별놀이인그네만하더라도그네줄을들이거나그네줄을나무에매어서설치하는일은모두남정네들몫이다. 그러므로놀이감의유무및대소가놀이의방식및놀이의주체를결정하는중요한구실을하는것이다. 둘째, 놀이감은일상적인자연물이나생활용품에서놀이감으로이용되는 자연놀이감 놀이가선행되다가 만든놀이감 놀이가생겨나면서놀이감이상징적의미와제의적기능을획득하게된다. 이를테면줄당기기줄도처음에는살림살이에쓰이던예사줄을당기는데서출발해서마침내는전적으로줄당기기를위한거대한줄을들이게되었던것이다. 놀이감으로서본격적인줄이만들어지면서외줄당기기에서쌍줄당기기로발전하게되며, 쌍줄에다각각용호나암수등의의미를부여하고제의적주술을기대하는모의적성행위가벌어지게되었다. 고싸움은쌍줄당기기의앞놀이가발전하면서새로파생된후대의놀이이다. 동채싸움도같은맥락에서발전되었다. 처음에는지게를뒤집어서동채처럼메고서로다투던놀이가본격적인동채를만들어집단적인겨루기형식의놀이로발전한것이지금의동채싸움이다. 지게를타고하던지게싸움에서지게는한갓살림살이의하나였지만, 동채를만들어타고하던동채싸움에서는동채나무부터금줄을치고절을올려야할정도로신성한의미를지닌다. 셋째, 여성들이참여하는놀이감들은놀이를마치고도풍요다산을상징하는주술물로서신성한의미를지속적으로지니는데, 남성들의놀이감은일시적일뿐이다. 남성들만이하는놀이에서는놀이감의재료를고르고놀이감을만드는과정에서는놀이감들을신성시여기고엄중하게보호하지만, 일단놀이가끝나면그러한신성한상징성이사라지게되어예사물건이나다름없이간주된다. 그것은지모신으로서여성과일년생산신으로서남성의성역할차이와생명출산의기능이다르기때문이다. 이러한유감주술적의식과남녀사이에존재하는성역할의분별은농사를생업으로한민족적의식에입각하여형성된것이라하겠다. 넷째, 놀이감들이일정한생명성을지니고암수의성역할이부여되면제의적기능을수행한다고믿는것은유감주술적사고와모든물질은영성을지닌다고하는애니미즘사상에의한것이라할수있다. 연날리기를통해서액을날려보냄으로써액막이를할수있다고여기며볏짚으로만든줄이풍요다산을보장한다고여겨서줄당기기가끝난다음에도주술물로이용되는것은접촉의법칙에의한유감주술이라면, 연에다가길조를그려서기복을빌고암수줄당기기의교섭을성행위로인식하여풍요다산을기원하는것은유사의법칙에의한유감주술이다. 그리고동채에쓸나무를골라서절을올리고나무를벨때에도산신제를올리며, 줄당기기줄에고사를올리고아이못낳는여성이숫줄을타넘으면아이를낳을수있다고믿을뿐아니라, 당산목에옷을입힌다며줄을감는행위들은모든존재에영성이깃들어있다고믿는애니미즘사상의반영이라할수있다.
민속놀이놀이감들에나타난상징적의미와제의적기능 341 다섯째, 모든대상을죽어있는것으로보지않고생명을지닌존재로상정할뿐아니라, 그러한존재들은사람들의삶과밀접한연관성을지니고있다는인식아래, 놀이감을만들고놀이의의미를제의적으로부여하고있다. 연에다가글씨와그림을쓰는데따라연은액막이연도되고기복연도되며, 그렇게의미가부여된연이사람의길흉화복에영향을미친다고여기는것이다. 줄이나나무쇠도마찬가지이다. 줄의고를어떻게만드느냐에따라남성도되고여성도되며, 소의모양을만들면곧소가된다고여긴다. 사람의생각과모든물질적대상이서로유기적연관성속에존재하는공동생명체로인식되고있는것이다. 여섯째, 놀이감의형상또는놀이감의이용방식에따라주술적기능이다르다. 연의경우에는하늘높은곳까지멀리날려보낼수있는놀이감이자, 실제로하늘위로가능한높이그리고멀리띄우는놀이이므로복록을불러들이는적극적인주술보다액을날려보냄으로써재앙을막고자하는소극적인주술이중심을이룬다. 더군다나연은다른놀이감에비하여쉽게부서지고훼손되기쉽다. 무엇을지탱하고보존하기보다부수어버리고없애버리는데더기능적인재질이다. 액막이연을날려보내면서연과함께액도소멸되기를기원하는것도이러한연의재질적특성때문이다. 그러므로연의주술적기능의양면가운데소극적이고부정적인주술이드세게마련이어서복을비는기복연보다액을소멸시키고자하는액막이연의풍속이더일반화되어있다. 일곱째, 놀이의시기에따라놀이감이상징하는의미도다르고구체적으로발휘하는구실도다르다. 설에주로하게되는윷놀이는시작의의례로서주술적구실을발휘한다. 설은일년이처음시작되는날이자겨울을상징하는날이므로계절의순환을통해생산의계절이빨리다가오기를기대한다. 그래서윷가치나윷말, 윷판등이한결같이 4계절을상징하며, 놀이규칙또한윷말이세상을빨리돌아나는쪽이이기도록되어있다. 다시말하면죽음의계절인겨울이가고생산의계절인봄또는여름이빨리오기를기대하는주술적기능을발휘하는것으로서겨울과여름의싸움굿양식을취하고있다. 그러나보름에하는줄당기기는한결같이풍년을예측하고풍요다산을기원하는놀이로서암숫줄의결합을통한성행위굿양식을취하고있다. 보름은계절적으로여름을뜻할뿐아니라차오른달모습이여인의만삭을상징한다. 그러므로설보다보름에한층직접적이고적극적인풍요기원의놀이감들이등장하는것이다. 여덟째, 놀이감의상징적의미와제의적기능을볼때, 우리민속놀이는장난감이나오락기를이용한오늘의놀이와근본적으로다름을알수있다. 민속놀이는단순히즐거움과해방감을추구하며재미를즐기고자하는오락에머물지않고, 가족의건강과태평은물론, 공동체단위의안정과풍요다산을비는제의적목적에더중요한무게중심을두어왔다는사실을발견하게되었다. 이러한발견은오늘날놀이로부터소외된사람들과오락기중심의상품화된
342 민속학연구 4 호 소비적인놀이문화의폐단을지적하고비판적인식을가능하게하는준거가될수있으며, 새로운놀이문화를만들어가는생산적대안을마련하는데에도좋은보기가될수있다. 오늘날축제의전통을잘유지하며세계적인명성을얻고있는곳은한결같이이러한놀이의상징성과제의적기능이여러모로인정되고발휘되는문화를유지하고있다. 그러므로우리는민속놀이를한갓놀이로만이해할수없다. 놀이야말로생산을담보하는일이자건강을지키는삶이며재앙을막고복록을불러들이는제의이자민족문화를이어가는전통의텃밭이다. 다수의사람들이한층자유롭고풍요로운삶을위해놀이를기획하고놀이감을만들어냈던것이다. 오늘날우리가어떤놀이감을만들어내고그놀이감을어떻게이용하느냐에따라, 인간다운삶의질이크게달라질것이다. 오늘날각종놀이감들이장사꾼들의밥벌이수단으로대량생산되어한갓상품으로유통되는장난감수준에머문다면, 우리놀이문화는상업주의의희생물이되고말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