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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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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Social Welfare 태화기독교사회복지관은 우리나라 사회복지관의 효시로써, 사회적 상황과 시대적 요구에 따라 가장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희망을 전하고 있습니다. 감사와 사랑을 실천하는 공동체 만들기!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는 희망이 되어드리고 도움을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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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cription:

1월 봉헌기도문 원죄 없으신 저의 어머니 동정 마리아님! 어머니께서는 사람들의 구원을 위해 저를 원하시니 언제나 저 자신의 모든 것을 어머니께 봉헌하며 오늘 다시 이 봉헌을 새롭게 합니다. 오, 저의 여왕이시며 교회의 어머니시여! 이 세상에 주님의 나라를 이루시려는 어머니의 사명에 제가 충실히 협력하기를 오로지 당신께 청합니다. 오, 원죄 없으신 마리아 성심이여! 오늘 제가 바치는 기도와 활동과 희생을 즐겨 받으시어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이들이 성모님과 함께 죄인들의 회개와 성화를 위해 기도하며 평화를 위해 일하게 하소서 오, 원죄 없이 잉태되신 마리아님! 어머니께 도움을 청하는 저희와 어머니의 도움을 외면하는 이들 특별히 교회를 적대시하는 이들과 어머니께 맡겨진 모든 이들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성모기사 2O14. 1. 04 심심시상 心 心 詩 想 / 정우영 인류 기원설 06 아름다운 시절 / 윤지강 내 삶의 나침반 12 나를 찾아 떠나는 여정 / 김혜숙 내 몸은 무엇인가? 18 환경 이야기 / 최영애 절대자와 인간, 그리고 자연 24 SNS in GOD / 고은주 어머니의 회초리 30 낮은 음자리 / 안규도 간 큰 여자, 마르타 34 별이 지는 밤 / 이현정 마리아 콜베 수녀의 일기 2 성모기사

40 빛과 그림자 / 최창원 42 콜베 성인의 마리아 영성 / 한규희 마리아 학교에서 46 작은 창가 / 양창우 나의 엄마 성모님 50 거룩하고 소중한 성( 性 ) / 이광호 성교육과 선한 가치 55 월 모임 알림 하늘에선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 이라는 더 큰 분의 말씀이 들려오고 나는 온 힘을 다해 더욱 맑고 푸른 물이고 싶었습니다. 사진: 김겸순 마리 테레시타 수녀 SND 글 : 최인형 마리 시메온 수녀 SND (SND: 노틀담 수녀회) ikolbe.com 3

심심시상 心 心 詩 想 인류 기원설 바위에 붙어 있는 어린나무에 물이 올랐습니다. 아마도 그것은 바위의 몸부림일 겁니다. 애초에 나무는 아무런 희망이 없었습니다. 뿌리는 말라비틀어진 채 불거졌고 시든 가지는 축 늘어져 있었습니다. 그때 바위가 몸을 틀어 나무를 깨우고는 몸 안에 고인 억겁의 물을 게워주었습니다. 그러자 나무는 제 몸처럼 바위를 붙잡고 여린 숨을 내쉬더니 살며시 눈을 떴습니다. 앙증맞게 잎을 틔우고 태양빛을 받아먹고 뿌리를 든든히 뻗어 바위를 깊이 껴안았습니다. 나무의 입김으로 부드러워진 바위는 나무의 뿌리를 칭칭 두르고 몸피를 키워갔습니다. 4 성모기사

그리하여 무엇이 나무이고 무엇이 바위인지 도무지 알 수 없을 만큼 둘은 붙어 버렸습니다. 나무는 나무이면서 바위이고 바위는 바위이면서 나무이게 된 것이지요. 나무바위이자 바위나무는 그렇게 서 있게 되었는데요, 바람이 전하는 말에 따르면 여기에서 태초의 남녀가 튀어나왔다고 하지요, 아마? 정우영, 시인. ikolbe.com 5

아름다운 시절 내 삶의 나침반 6 성모기사

외로움이야말로 저를 예수님께로 이끈 신비한 힘이었던 것입니다. 어느 모임에서 한 소설가가 제게 물었습니다. 윤 지강씨는 종교가 있나요? 저는 망설이지 않고 대뜸 대답했습니다. 네. 가톨릭 신자예요. 그러자 그 분께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쩐지 윤 지강씨는 다른 소설가들과 좀 달라 보여요, 불안정 해 보이지 않고 평화로워 보여요. 그녀의 말에 저는 미소를 지으면서 속말로 이렇게 중얼거렸습 니다. 겉보기에 제가 평화로워 보일지 모르지만, 작품이 써지지 않을 때면 저 역시 위축되고 불안해집니다. 그래서 바보처럼 느껴 지기도 하고, 또 한 작품을 탈고하고 나면 갑자기 허탈해져서 힘 든 기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라고... 제가 천주교의 신앙을 가지게 된 것은 아주 어린 세 살 때의 일 입니다. 어머니가 천주교에 입교한 다음 저와 언니들에게 세례를 받게 한 이유는 참으로 단순했습니다. 자식들 교육을 위해 시골에 서 읍으로 이사 나왔을 때, 세 들어 산 주인집이 천주교 신앙을 믿 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는 천주교를 믿으면 갖가지 미신을 지키지 않아도 된 다. 는 주인아주머니의 말에 귀가 번쩍 뜨여 기꺼이 세례를 받으 셨다는 것입니다. ikolbe.com 7

옛날에는 어느 집이나 민간 신앙을 숭상해 여자가 남의 집에 첫 손님으로 가면 안 된다., 서낭당 나무를 꺾으면 즉사한다., 밤에 손톱을 깎으면 밤길에 귀신이 따른다., 밤에 머리를 감으 면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신다. 등 지켜야 할 미신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오랜 세월 민간을 통해 전해져 온 미신은 사실이라기보다는 두 려움을 품게 해 나쁜 행동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었을 테지만, 지 나친 금기로 인해 일상생활의 걸림돌이 된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아무튼 세 살 때, 유아세례를 받고 천주교에 입교한 저는 여고를 졸업할 때까지 주일미사 한 번 거른 적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성당 에 다녔습니다. 학생회의 부회장, 여학생 레지오 마리애의 단장도 맡을 정도로 신앙은 어린 시절의 제 삶의 전부나 마찬가지였습니 다. 도대체 무엇이 어린 저를 그토록 신앙으로 이끌었던 것일까요? 제가 네 살 때의 일입니다. 한 살이던 남동생이 소아마비에 걸 렸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을 불구로 만들까 싶어, 반실성한 상태가 되어 남동생만을 업고 서울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외삼촌 집에 머물면서 명동의 성모병원을 왕래하며 남동생의 병을 치료했습 니다. 그 때문에 어린 저는 반강제로 어머니와 떨어져 큰언니에게 맡겨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8 성모기사

저는 꽤 커서도 어머니와 떨어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고 누군 가와 만나 헤어질 때면 불안을 겪곤 했습니다. 아마도 유아기 때 의 예기치 않은 별리가 저를 정서적 결핍 상태로 만들었고 그로 인해 사람들 속에서도 언제나 외로움을 타지 않았나 싶습니다. 헨리 뉴엔 신부님은 이렇게 말씀하시고 계십니다. 기독교적 삶의 방식은 외로움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외로움을 보호하여 값진 선물로 소중히 간직하게 한다는 사실이다. 외로 움이야말로 저를 예수님께로 이끈 신비한 힘이었던 것입니다. 제가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보낸 제천의 의림동 성당은 신축 성 당으로 미국인 구 제라르도 케네디 신부님이 첫 해에 부임해 오셨 습니다. 금발에 푸른 눈의 미국인 신부님은 아이들이 교리공부를 끝내고 나오면 사탕이나 초콜릿을 나눠주시곤 하셨습니다. 아이 들이 수단 옷자락에 매달려 사탕을 더 달라고 짓조르며 버릇없이 굴어도 화내시는 법이 절대 없으셨습니다. 당시 시골에서 서양인을 본다는 것 자체가 신기한 일이었는데, 꼬마들이 서양인 신부님을 낯설지 않게 느꼈던 것은 성화에서 본 예수님의 모습에 너무나도 친숙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때로 어떤 아이들은 신부님을 예수님이라고 부르는 일도 있었습니다. 어느 날 신부님의 본국인 미국에서 보내온 구호물자가 성당으 ikolbe.com 9

로 전달되었습니다. 지금은 우리나라가 잘 살게 되어서 재난을 입 은 가난한 나라에 구호물자를 보내지만 1960년대만 해도 우리나 라가 구호물자를 받던 때였습니다. 구호품이 전 신자에게 골고루 나눠졌는데, 하필이면 초등학생 인 제게 주어진 것은 까만색의 원피스 수영복 이었습니다. 어린 제게 성인의 수영복은 하등 필요가 없는 물건이었지만 그것이 미 국에서 온 물건이라는 것 때문에 저는 집에 가져가 어머니께 자랑 했습니다. 유교 교육을 받은 어머니는 기겁을 하시고 어떻게 여자가 다 발가벗고 이것 하나만 걸치고 다니느냐? 며 당장 아궁이 속에 집 어넣으려 했습니다. 서양 여자들이 한 여름 피서지에서 물속에 들 어갈 때 입는 옷이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어머니는 망측하다며 혀 를 끌끌 차셨습니다. 저는 언젠가 그 까만 수영복 을 입게 될 날 을 꿈꾸며 장롱 속 깊숙이 그것을 숨겨두었습니다. 그 후로 저는 주말의 명화 시간에 오드리 헵번이나 잉그리드 버 그만이 나오는 헐리우드 영화를 볼 때마다 장롱 속에 넣고 잊어버 린 까만 수영복 을 떠올리곤 했습니다. 그러면 언제나 어느 아름 다운 아가씨가 탁 트인 강물 속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이 떠오 르곤 했습니다. 연어는 태어난 고향의 시냇물 냄새를 맡고 집으로 돌아오는 것 10 성모기사

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태어난 강물에서 수백 킬로미터나 떨어진 바다에까지 태어난 고향의 냄새가 도달할 리 만무합니다. 오랫동안 논란이 되어 온 이 문제를 미국의 해양생물학자인 케 니스 로흐만 교수는 연어나 바다 거북이는 또 다른 항법 장비가 있다. 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바로 나침반입니다. 바다 거북이나 연어가 바다로 나갈 때 지구 자기장을 이용한 것 처럼 집으로 돌아올 때도 지구자기장을 나침반 삼아 돌아온다는 것입니다. 바다로 나갈 때 가져 간 고향집의 주소가 바뀐다고 해 도, 이미 각인 된 자기장 지도로 근처까지 찾아온 다음 주소 없이 도 냄새나 풍경만으로도 집을 찾아온다는 것입니다. 연어의 회귀처럼 저 역시 때로 신앙을 벗어나 세상 속을 방황했 을 때라도 결국은 예수님 품으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그토록 먼 바다까지 나갔으면서도 제가 연어처럼 잘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어린 시절 의림동 성당의 그 정겨운 추억들이 고향의 냄새 가 되 어 저를 집으로 이끌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윤지강 젬마, 소설가. ikolbe.com 11

나를 찾아 떠나는 여정 내 몸은 무엇인가? 어느 날, 육군 병원에서 한 젊은 청년과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는 육군 중위였고, 훈련 중에 다리를 다쳐 입원 치료 중이었다. 그는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하느님이 계시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나는 그 젊은이를 한참 바라보다가 배꼽이 있습니까? 하고 물 었다. 그는 내 질문이 황당하였는지 가만히 쳐다보다가 예, 있습니 다. 라고 대답했다. 배꼽이 있는지 제가 좀 봐도 되겠습니까? 그는 당황하여 순간 자신의 배를 두 손으로 가렸다. 나는 그 젊 은이의 배꼽을 보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사람이 지금 내 앞에 있 다는 것은 분명 그에게 배꼽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다시 배꼽을 보거나 만질 때 무엇이 생각납니까? 라고 물 었고, 그는 어머니가 생각난다고 대답했다. 12 성모기사

내가 세상을 떠날 때, 나는 웃는데 세상 사람들은 운다(왜? 선물이 떠나가기에). 그래서 몸은 신비다! 그럼, 어머니만 계시면 내가 이 세상에 올 수 있습니까? 물었 을 때, 아니요, 아버지도 계셔야죠. 라고 대답했다. 나는 아버지와 어머니만 계시면 내가 세상에 올 수 있습니까? 라고 또다시 질문했다. 젊은이는 대답 없이 나를 쳐다보았다. 그렇지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서로 만나 사랑을 나누고, 결혼 하여 육체적으로 결합한다 해서 자녀를 출산할 수 있는 것은 아닙 니다. 다른 누군가가 있어야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삼신할머니 가 점지해야 한다 하고, 우리 그리스도인은 하느님 이라고 말합 니다. 아무튼 사람이 세상 에 태어나는 데는 부모 이 외에 보이지 않는 그 누군 가의 섭리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이렇게 세상에 들 어왔다. 한 남자와 한 여자, 그리고 하느님의 창조 섭리 로 나는 세상에 들어왔다. 그럼 사람이 살아있다, 죽었다 의 기준은 무엇인 가? 그것은 숨을 쉬고 있는 가? 그렇지 못한가? 이다. ikolbe.com 13

숨 을 들이마시고 내뿜을 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 단순히 입도 코도 아닌 몸 전체다. 그리고 살아있는 모든 사람은 이 몸의 직 접 혹은 간접적인 영향아래에 있다. 직장에서 일을 하는 것도 집 에서 음식을 만드는 것도 운동을 하는 것도 다 몸을 다스려 가는 것이다. 그럼 몸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가? 그냥 보이는 물질인가? 단지 70% 이상의 수분과 200개의 뼈로 구성된 물질인가? 그러나 우리 몸은 단순히 그렇게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그렇다면 육과 영을 볼트로 조이면 인간이 되는가? 그리고 이 둘을 나눌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이렇듯 몸(육체와 영혼)은 보이 는 부분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영역도 함께 담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있어 몸을 어디에, 어느 지점에 두고 보아 야 하는가? 의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곧 몸을 바라보는 시선을 14 성모기사

어디에 두고 있는가는 우리 삶의 질을 다르게 한다. 현대는 몸을 하나의 물질과 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돈이 우선시되고, 외적인 건강과 미모에 대한 추종이 그러하다. 예뻐만 진다면 서슴없이 성형을 하고, 이제 수명이 여든을 넘기고 백세를 바라보는데도 신체 건강에만 매달려 몸에 좋다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이는 외모와 건강이라는 것에 빠져 자신을 하나의 물질처 럼 대하는 것과 같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몸에 대한 올바른 앎은 내가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를 알게 할 뿐만 아니라 몸이 갖고 있는 언어, 곧 사랑의 삶과 충만한 행복의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 한다. 배꼽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각자의 몸은 내재적이면서 초월적인 체험을 한다. 배꼽을 보면서, 나에게 부모의 선재( 先 在 ) ikolbe.com 15

와 그분들의 사랑이 있었음을 알 수 있듯이, 내 몸을 바라보면서 보이는 것을 초월한,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존재와 사랑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왜 나에게 몸을 주셨으며 몸으로 존재하고 있는지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나에게 주신 그 몸은 어떤 모습으로 나를 드러내고 있 는가? 몸은 남자와 여자로 존재한다. 왜 다른 두 성( 性 )이 존재할 까? 나를 이 세상에 존재하게 할 때, 나는 어떤 성( 性 )을 받을 것인 지, 어떤 얼굴 색( 色 )으로 할 것인지, 예쁘게 할 것인지, 추하게 할 것인지 그 어떤 질문도 받지 않았다. 나 또한 이것을 받는데 아무런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다. 그냥 선물로 주어졌다. 아마도 내가 세상에 들어올 때, 나는 울고 사람 들은 웃었으며(왜? 내가 그들에게 선물이기에), 내가 세상을 떠날 때, 나는 웃는데 세상 사람들은 운다(왜? 선물이 떠나가기에). 그래서 몸 은 신비다! 신비를 담고 있다. 몸을 바로 알 때, 나를 알고 너를 알 수 있게 된다. 또 자신을 알 고 사랑할 때 삶의 방식과 내용이 달라지고 타자를 바라보는 시선 도 달라진다. 곧 몸은 나와 우리를 말할 뿐만 아니라 하느님에 대 해 말한다. 몸은 하느님의 선하심과 지혜를 드러내고, 남자와 여자, 그리고 16 성모기사

사랑의 소명에 대해 말한다. 요한 바오로 2세는 믿음의 눈으로 몸을 바라보지 말고, 몸의 눈으로 믿음을 바라보라. 고 초대하셨 다. 그러므로 몸 신학 은 인간의 아름다움에 대한 위대한 선포다. 몸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몸 신학 이라 한다. 우리나라에 하느님 계획 안에 있는 인간 사랑, -요한 바오로 2세의 몸 신 학 - 이란 이름으로 출판된 이 교황님의 가르침을 따라 이 글의 연재를 시작하려 한다. 이 시작은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이 여정의 끝자락에 다 다랐을 때, 내 몸이 어떻게 영광스럽게 부활할 것인지 알게 되는 희망의 그 길 위에서 우리 서로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김혜숙 막시마, 선교사 ikolbe.com 17

환경 이야기 절대자와 인간, 그리고 자연 필자는 아이들과 자연에서 놀이하며 환경탐사를 다니는 사람이 다.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놀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그 안에서 함께 배운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선물로 주신 소중한 자 연을 지키면서 놀 줄 아는 아이들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 18 성모기사

그리스도교적 입장에서 보자면 환경문제의 해결은 결국 인간의 인간됨(being human) 에 있다. 아이들과 놀면서 머릿속에 늘 잊지 않는 원칙이 있다. 그것은 절대자와 인간, 그리고 자연이 서로 불가분의 존재로서 함께 놀 이하는 존재 라는 사실이다. 보다 정확하게 말한다면 이 세 관계 적 사유가 잘못 정초되었을 때, 근본적으로 인간 삶의 근간인 자 연은 황폐하고 인간 자신에게는 삶의 위기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필자는 오늘날 위기에 처한 환경문제에 관한 해법을 아이들과 의 환경탐사를 통해 얻고자 한다. 인간이 자연 세계와 벗하지 않 고서는 살아갈 수 없음을 깨닫고, 환경문제의 원인이 인간에게서 비롯되었지만 그 해답의 열쇠도 인간이 쥐고 있다는 의식을 일깨 워주고 있다. 그래서 그 해법을 미래의 주인공인 아이들과 함께 알아보고 실천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또한 모든 종교와 세계가 그 의식을 공유해야 한다고 본 다. 그 공통적인 의식들이 사회와 우주를 위한 범실천적인 행위가 되려면 종교적 연대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종교는 분리된 모든 것을 다시 관계 맺어주는 역할을 담 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환경을 이야기하면서 우선은 인간을 주체로 할 때 환경이 무엇 인지, 어떤 특징이 있는지 간단하게 살펴보아야 할 것 같다. 우리 삶의 터전인 지구는 약 46억 년 전 생성되었다. 지구에는 수많은 인간과 생물들이 살고 있다. 인간을 비롯한 생물과 그들을 둘러싸 ikolbe.com 19

고 있는 대기, 육지, 바다 등이 있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지구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이며, 지구에 서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한 가족이다. 이와 같이, 생물과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을 환경(environment) 이라 한다. 생물은 환경의 일부로서 환경과 떨어져서 살 수 없으며, 환경은 생물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인간 역시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데, 인간이 환경에 미치는 많은 영향은 다시 인간에게 영향을 주 게 된다. 이처럼 환경은 포괄적이고 매우 복잡하다. 그것은 인간이 호흡하는 공기와 마시는 물, 식량을 생산하는 땅, 그리고 인간이 보고 듣고 느끼고 또 그 속에서 생활하는 꽃, 나무, 강, 호수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공간이며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교통수단들이 모두 환경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환경 보전법 제1조에서는 이 법은, 환경오염으로 인한 위해를 예방하고, 자연 환경 및 생활환경을 적정하게 관리 보전함으로써 현재와 장래의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 에서 생활할 수 있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 고 법률로 제정하였다. 또한, 제2조에서는 환경이라 함은 자연의 상태인 자연환경 (natural environment)과 사람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재 산의 보호 및 동식물의 생육에 필요한 생활환경(living environment) 20 성모기사

을 말한다. 고 정의하였다. 이 경우 자연환경은 지하, 지표, 해양 및 지상의 모든 생물과 이 들을 둘러싸고 있는 무생물적인 것을 포함한 자연을 총칭한다. 그 리고 생활환경은 대기, 물, 폐기물, 소음, 진동, 악취 등 우리들의 일상생활과 관계되는 모든 환경을 의미한다. 인공 환경은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환경을 말한다. 인공 환경은 인간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고, 인간에게 많은 혜택을 준다. 건축 구조물과 같은 인공 환경은 인간에게 추위와 더위, 그리고 외부 환경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 실내에서 생활할 수 있게 해 준다 자연 환경과 인공 환경은 우리의 생활을 변화시키면서 서로 관 계를 맺게 된다. 그리고 인간을 주체로 한 인간 환경(human environment)은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주위의 모든 것을 말한다. 즉, 넓은 의미로는 자연을 통하여 진화 과정에서 나온 여러 가지 요소와 문화를 가지고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요소들의 행렬( 行 列 ) 을 인간 환경이라 할 수 있다. 좁은 의미로는 물리적 환경만을 국한하여 인간이 생존을 영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건강과 삶의 향유에 필요하고, 인 간의 개성과 삶의 목표를 개발시키는데 긴요한 물리적 상황의 결 합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즉, 환경은 우주를 형성하고 있는 요소 ikolbe.com 21

들의 실체이며, 상대적인 의미로 어떤 주체를 둘러싸고 있는 유형 및 무형의 객체를 말한다. 환경은 이렇듯 여러 가지 환경 요소가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 기 때문에 환경 문제는 지역 내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있 는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상승작용을 일으켜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기도 한다. 또한 환경문제로 인한 피해 상태가 즉각 생물체에 나타나는 것 이 아니라, 보통 수년이나 수십 년이 지난 후에야 나타나며 일단 증상이 나타나면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환경문제는 가해의 양상이 계속적이며 피해 상태가 축적 되어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고 나아가서는 인간을 포함하여 동 식물의 생태계(ecosystem)를 파괴하며, 마침내는 지구 전체를 파멸 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22 성모기사

이러한 상황 속에서 그리스도인은 자연환경과 인간 그리고 절 대자와의 관계에 대한 그리스도교적 성찰에서 환경문제를 출발 해야 한다. 그리스도교적 입장에서 보자면 환경문제의 해결은 결 국 인간의 인간됨(being human) 에 있다. 즉, 그리스도를 통한 인간 자신의 내면적 성찰은 인간이 자연 세계와 벗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음을 깨닫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꾸준한 자기 성찰이 필요한 것이다. 더불어 그것은 그리 스도교의 성서와 신앙적 전통에 맞닿아 있었던 생태적 삶을 현재 적 삶과 미래 세대를 위한 생태적인 재해석이 요구되는 것이다. 미래란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다. 희망 역시 아이들 삶이 어떻 길 원하는 바람이고 그에 대한 기도이다. 아이들이 있다는 것은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를 사는 것은 아이들의 미래를 일구는 것이다. 어떻게 사느냐, 어떻게 하느냐 에 아이들도 바뀐다. 최영애 아나스타시아, 인천교구 가톨릭 환경연대 교육실. ikolbe.com 23

SNS in GOD 어머니의 회초리 친구야! 힘들면 트위터 율리아나(@nun1004) 수녀님을 팔로워 해봐. 마음의 평화와 함께 좋은 친구가 되어 주실꺼야! 처음부터 스스로 이런 말을 쓰려니 조금은 쑥스럽지만 트위터 팔로워 분들이 많이 하는 말이다. 그만큼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 24 성모기사

난 눈물, 콧물 다 흘리며 어머니께 잘못했다고 했지만 어머니는 밤새 문을 열어주지 않으셨다. 이 영적 갈망과 함께 마음을 나눌 상대가 필요함을 느끼는 것 같 다. 처음엔 재미로 시작한 트위터가 수도자인 나에게 또 하나의 은혜로운 소명의 길이 되었다. 다중이 수녀? 사랑! 친절! 위로! 위트! 내가 트위터에서 자주 쓰는 단어들이 다. 어느 분이 내게 트위터는 유명한 사람만 하는 것 같아 재미없 어요. 나는 그에게 바로 말했다. 저와 맞팔해요. 그리 유명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알아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트윗을 할 수 있어요. 그리고 나이에 맞지 않게 우스운 소리의 글들을 올릴 때도 자주 있다. 그러고 보 니 내 마음 안에는 많은 이들이 살고 있는 것 같다. 때론 어머니같이, 때론 친구같이, 때론 어린아이같이. 아무래 도 또 다른 내 이름은 다중이 수녀인가보다^^;; 그래도 이런 내가 좋다. 그런 나로 인해 단 한 사람이라도 지친 마음에 미소를 지을 수 있다면 조금은 주책스러운 수녀라 해도 좋다. 그것이 내가 사랑하는 방법이니까. 내가 다른 이들을 사랑하는 것은 나 역시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주님은 당신이 내게 주신 사랑을 더욱 많은 이들에게 나누어주라 하신다.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 어련하시랴, 맡겨 드리자!! 트위터를 하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존재와 정체성에서 25 성모기사 ikolbe.com 25

흔들리고 있는 것이 보인다. 한 번은 어느 청년으로부터 쪽지를 받았다. 내용은 죽어버리겠다는 이야기였다. 삶이 지치고 힘들고 사회에 대한 불신, 자신이 그 어느 곳에도 설 수 없고 자신을 사랑 해주는 이가 하나도 없다는 절망적인 내용이었다. 나는 다급했고 그 청년에게 바로 답장을 보냈다. 그 무엇으로도 어떠한 말로도 당신의 마음을 편하게 해 줄 수 없다는 것을 잘 압니다. 하지만 스스로 극단적인 생각은 하지마세 요. 부탁입니다. 스스로 목숨을 버리면 주님께서 하실 수 있는 것 이 하나도 없습니다. 살아주세요. 삶의 이유를 찾기 못하신다면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살아주세요. 당신을 사랑 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면, 제가 해 드릴게요. 당신을 걱정하 고 아파하는 저를 위해서라도 살아주세요! 그리고 그 청년을 위 해서 많은 기도를 했고 주님께 도움을 청했다. 그 후 며칠이 지났 을까? 다시 그 청년에게서 답장이 왔다. 26 성모기사

수녀님! 정말 감사합니다. 가족들조차도 저를 사랑하지 않는다 는 절망감 때문에 많이 아파했는데 수녀님께서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시고 저를 사랑해주신다는 말씀에 수녀님을 위해서라도 살아 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생각해봐야겠습니다. 힘 들지만 다시 한 번 노력해봐야겠습니다. 그 순간 나는 주님께 정 말 감사했다.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신앙 추억들, 아! 엄마!! 하느님께서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함께하셨고 잠시도 날 혼자 내버려두시지 않으셨다. 내가 꼬마였을 때, 하늘 에 대고 하느님과 대화했던 습관들, 성당에 한 번 빠지면 양심의 가책을 느꼈던 일들, 밤 9시만 되면 온 가족이 모두 모여 기도를 하고 기타를 치며 성가를 부르던 날들, 은총표 받으러 간다고 새 벽미사에 빠지지 않고 갔던 날들. ikolbe.com 27

이런 모든 시간들이 내겐 그냥 일상생활이었다. 이렇게 자연스 럽게 하느님의 현존을 체험할 수 있었던 것은 어렸을 때부터 우리 가족을 참 신앙인으로 키우시려는 부모님의 영향이었다. 특히 어머니는 5남매를 키우시면서 다른 면은 온유하고 부드러 우셨지만 신앙 면에서는 아주 엄격하셨다. 미사에 빠지면 밥도 주 지 않으셨고 밤 9시만 되면 자던 가족들 다 깨우셔서 온 가족이 무 릎 꿇고 저녁기도와 묵주기도를 함께 하였다. 한 번은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주일학교를 빠지고 친구 생일 잔치에 갔다 왔다는 걸 어머니가 아셨다. 나는 회초리로 엄청 두 들겨 맞고 추운 겨울 날 내복바람으로 밖으로 쫓겨났던 일도 있었 다. 난 눈물, 콧물 다 흘리며 어머니께 잘못했다고 했지만 어머니는 밤새 문을 열어주지 않으셨다. 시골집이 어찌나 추웠던지 새벽이 되었을 때, 흐르는 눈물은 얼굴에서 그대로 얼어있었고 발은 동상 에 걸리고 말았다. 그 이후로 우리 가족은 농담으로 밥 먹고 살아남으려면 성당 에 가야된다. 고 까지 말할 정도였다. 나중에 커서 수도자가 되어 내면작업을 하던 중 어렸을 때의 그 일이 상처로 남았다는 걸 알 았다. 어머니께 서운하고 상처받았던 일을 울면서 말씀드렸더니, 28 성모기사

어머니께서는 아무 말씀 없이 다 들으신 후 말씀하셨다. 얘야! 그 때 추운 겨울 날 너는 밖에서 눈물을 흘렸지만, 이 어 미는 방구석에서 피눈물을 흘렸단다. 그것은 네 마음의 중심에 하 느님을 심어주기 위한 이 어미의 모진 결단이었단다. 난 아무 말 도 못한 채 어머니와 부둥켜안고 눈물만 흘렸다. 그렇다! 바로 이 분이 내 어머니시다. 시골에서 배우지도 못하 시고 평생 농사만 지으시던 어머니의 신앙교육 만큼은 그 어느 신 학자보다 더 위대했고 열정적이셨다. 이런 신앙교육으로 커가면서 내 인생을 뒤돌아보니 그 모든 시 간들이 다 하느님께서 나와 함께 하셨다는 걸 깨달았을 때 난 감 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똑똑하지도, 잘나지도 않은 나에게 하느 님은 가랑비에 옷이 젖듯 그렇게 잔잔하게 내게 스며드셨다. 고은주 율리아나 수녀, 한국순교복자 수녀회. ikolbe.com 29

낮은 음자리 간 큰 여자, 마르타 마르타는 성경에 나오는 여자 가운데, 아니 사람 가운데 가장 간이 큰 사람이 아닐까 합니다. 왜냐구요? 예수님께 잘못을 노골 적으로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예수님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구 체적으로 꼬집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에게도 그런 모습이 많이 있습니다. 하 느님, 세상이 왜 이 모양입니까?, 하느님, 왜 알면서도 보고만 계 십니까?, 하느님, 저에게는 이렇게 안 해주십니까? 등등. 그러나 그런 것을 요구하는 자신이 누구이고, 그런 자신이 변하 지 않는 한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망각한 마르타의 모습이 우리에게도 너무 많이 있습니다. 자신이 생각하고 바라는 것이 바 로 하느님이고, 하느님의 뜻인 양 여기는 것이죠! 하느님 앞에 두려움을 상실한 자들의 모습. 그리고 하느님 앞에 먼저 무릎을 꿇고 완전히 굴복할 줄 모르는 오만함. 예수님 위에 올라서서 판단하고 처방을 내리는 눈멀음. 이런 것이 바로 마르타 의 영혼입니다. 30 성모기사

예수님을 자기 집에 모셔 들이기는 했으나 정작 딴 짓만을 하는 자들이 바로 마르타의 모습이며 우리 자신의 자화상입니다. 마르타는 바쁘게 사는 현대인의 모습, 특히 한국 사람의 모습을 많이 닮았습니다. 바쁘다 바빠! 바쁘다 바빠! 바쁜 것이 자신의 존재인 듯이 사는 삶은 어리석은 삶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구약성경에 안식일을 지키라 하셨습니다. 엿새 일 하고, 하루를 하느님 안에 쉴 수 없는 영혼은 하느님을 짓밟고 하느님의 축복을 걷어차는 것입니다. ikolbe.com 31

자신이 바쁘게 일하는 것을 자신의 존재인 듯이 여기고, 자신을 합리화하며 하느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삶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여기는 마르타! 예수님을 자기 집에 모셔 들이기는 했으나 정작 딴 짓만을 하는 자들이 바로 마르타의 모습이며 우리 자신의 자화상입니다. 그분 을 모셔 들였으나 그분 앞에 머물 줄 모릅니다. 단 한순간도 그분과 깊은 사랑의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그분의 그윽한 사랑의 숨결을 나눌 줄 모르는 사람이 바로 마르타입니다.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일이었고 사람들이었습니다. 마르타는 정작 그분을 자기 집에는 모시지만 자기 마음 깊은 곳에 모시지는 못하는 사람인 것입니다. 32 성모기사

그렇다면 나는 성체를 모시고 무엇을 합니까? 나는 마르타입니 까? 마리아입니까? 주님께서 마르타에게 대답하셨다. 마르타야,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 이다. (루카 10,41-42) 예수님의 말씀은 정작 음식을 만들고 준비하고 대접하는 것이 필요 없다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마르타는 하느님의 말씀에 귀 기울여 듣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임을 모르고 있기 때문입니 다. 이것이 소경됨이며 바로 어둠인 것입니다. 마리아는 자신이 예수님 발치 앞에 있을 때, 언니가 자신을 속 으로 원망하고 미워하고 판단하는 것을 몰랐을까요? 당연히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보다 하느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는 것이 더 좋은 몫이었기에 말씀을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하루의 삶은 결국 또한 우리 마음의 선택에 의해 결정되는 것입 니다. 내 돈을 쓰는 일, 내 시간을 쓰는 일, 내 능력을 쓰는 일, 그리 고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을 쓰도록 하는 내 마음을 쓰는 일에 나는 무엇을 제일 중요한 몫으로 선택하고 있는지요? 안규도 도미니코 신부, 인천교구 상1 동 본당 주임 ikolbe.com 33

별이 지는 밤 마리아 콜베 수녀의 일기 공동체 수녀님들과 부천 도당동에 있는 새날 공부방 에 다녀 왔다. 성심수녀회 수녀님들이 운영하는 이곳은 지역 아동,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이다. 가끔 성당에서 수녀님들을 만나면 반 가웠다. 이곳도 우리처럼 어려운 이웃들이 많이 사는 동네 안에 자리 잡 고 있는데, 오래된 2층집 두 채를 중간 통로로 이어서 내부를 리모 델링하였다.

산다는 것은 또한 그리워하는 일이다. 인간은 기억과 추억의 존재다. 어릴 적 뛰놀던 고향 산천과 마을과 정든 사람들을 보고파 그리워하며 살아간다. 한 채는 지역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으로, 다른 한 채는 수녀원 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현관을 들어서니 고등학생 서너 명이 점잖 게 식사를 하고 있었고, 부엌이 딸린 방으로 들어가자 한 20명쯤 되어 보이는 어린이들이 세 개의 상에 나뉘어, 청년 봉사자들과 함께 조잘대며 밥을 먹고 있었다. 우리는 그들 옆에 있는 네 번째 상에서 함께 식사를 했다. 수녀 님이 우리를 소개할 때도 아이들의 조잘댐은 멈추지 않았지만 그 들의 눈빛에 경계심은 없었다. 저도 성당 다녀요! 한 어린이가 손을 번쩍 들며 아는 체를 했다. 그렇구나, 안녕! 저녁을 다 먹은 아이들의 엉덩이가 들썩거리 자 수녀님이 말했다. 얘들아, 시 외우자. 그러자 아이들은 자기 들의 리듬에 맞춰 이 시를 합송하기 시작했다. 대추 한 알 -장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서서 붉게 익히는 것일 게다. ikolbe.com 35

저게 저 혼자 둥그러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는 것일 게다. 대추나무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대부분의 아이들이 신자가 아니라서 수녀님들은 식사 후 기 도 대신에 시 한 편씩을 외우게 한다고 했다. 글을 읽을 수 없는 꼬맹이들은 귀로 들으면서 시를 외우고 해서 이렇게 외우는 시가 50개 정도라고 한다. 시를 외우게 하니까 외부에 나갔을 때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 거나 집중시킬 때 아주 좋아요. 시 외우자. 하면 떠들던 아이들 도 시를 외우기 시작하거든요. 이렇게 아이들은 저녁을 먹고 집 으로 돌아갔고, 거실에는 늦게까지 공부를 하고 돌아가는 고등학 생들이 둘러 앉아, 청년 봉사자와 함께 공부를 하는 모습이 진지 해 보였다. 우리는 수녀원으로 건너와 차를 마셨고 2층에 있는 경당에도 들어갔는데 작고 소박한 경당 바닥에 성무일도 몇 권이 펼쳐져 있 었다. 우리와 함께 기도할 경우를 대비해서 준비해 놓으신 것인 데, 우리가 이미 저녁기도를 마쳤다고 하니 좀 아쉬워하셨다. 대 36 성모기사

신 짧은 기도를 함께 바쳤고 기도가 끝나자 수녀님은 우리가 가져 간 작은 화분을 경당 창가에 놓으셨다. 떠날 때가 되어 인사를 하고 현관을 나서는데 한 여고생이 밖으 로 나와 우리를 배웅했다. 긴 머리에 동그란 얼굴.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인 듯 처음 본 수녀들을 향해 어떠한 경계심도 없 는 소녀의 얼굴은 내가 그 소녀만 했을 때, 늘 본 것 같은 친구의 얼굴이며 하느님이 우리를 사랑하고 계신다는 증거였다. 집에 돌

아와 나도 대추 한 알 을 책상 위에 꽂아두고 소리 내어 읽어보 았다. 주일 아침 한국어 교실 수업 전에 한 청년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주일 아침에 받는 전화 내용은 대부분 전날 야근을 해서 오기 힘들다거나 혹은 주일에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올 수 없다는 내용이다. 야근을 하고 잠을 자지 않은 상태로 수업에 나 오는 친구들도 몇 있는데 눈동자가 빨간 상태로 수업에 임하지만 그 열의를 생각하면 대견했다. 많은 청년들이 격주 혹은 두 주씩 번갈아 가며 야근을 하고 있 다. 이들의 야근 은 보통 오후 6시 이후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약 12시간의 일을 말한다. 이곳에서 지내면서 알게 된 것인데 이주 노동자들(E-9비자)은 자신이 원하는 회사를 선택하거나 면접을 볼 수 있는 자유가 없다. 본국을 떠나기 전에 몇 년간의 계약을 맺고 오는데 많은 경우 실제 계약 조건이 다르거나 혹은 다른 어려움으로 인해 이직을 하 고 싶어도 불가능하다. 이직 희망이 받아들여져서 회사에서 사 업장 변경 승인을 받는 경우에 한하여 다른 회사로 옮길 수 있는 방법이 노동부 에 의뢰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자신을 고용하려는 회사가 생길 경우 그 회사만이 이주 노동자들에게 연락을 취할 수 있다. 이것을 고용허가제 라 38 성모기사

고 부른다. 그래서 이주 노동자가 직접 회사를 알아보거나 구직활 동을 하는 것이 제한되어 있다. 비자기간이 유효하더라도 3개월 안에 재취업을 하지 못하면 그는 자동적으로 미등록자(소위 불법 체류자)가 된다. 만약 여자 이주 노동자가 임신할 경우에는 미등 록자가 되기 쉬운 환경에 놓이게 된다. 지난 여름 한국어 교실에 나오는 한 청년은 3개월 동안 애타게 연락을 기다리다가 가까스로 직장을 구했다. 직장을 구한 것에 대 해서는 그가 기뻐했으나 지금 하는 일이 얼마나 만족스러운지는 잘 모르겠다. 원하지 않던 직종을 선택해야 했기 때문이다. 오늘 몇 명의 친구들이 오지 않은 대신 새로운 얼굴들을 만났 다. 스리랑카에서 온 두 명의 이주 노동자들이 한국어 교실을 등 록했다. 성( 姓 )을 포함한 이름이 아주 아주 긴 이 나라의 청년들이, 자신의 이름 중 일부를 짧고 부르기 쉬운 한글 이름을 신청서에 써 준 것이 고마웠다. 이현정 마리아 콜베 수녀, 성가소비녀회. ikolbe.com 39

빛과 그림자 내 영혼아, 어찌하여 녹아 내리며 어찌하여 내 안에서 신음하 느냐? 하느님께 바라라. 나 그분을 다시 찬송하게 되리라, 나의 구 원, 나의 하느님을 (시편 42,12) 40 성모기사

갈림길에 서서 살펴보고 옛길을 물어보아라. 좋은 길이 어디냐 고 물어 그 길을 걷고 너희 영혼이 쉴 곳을 찾아라. (예레 6,16) 최창원 리콜라오, 간장종지 화가. ikolbe.com 41

콜베 성인의 마리아 영성 마리아 학교에서 이 글은 막시밀리아노 콜베의 시성 25주년을 기념하여 니에포칼라누프 에서 열린 화해의 주보성인 에 대한 세미나에 보내는 성직자성 장관(클라 우디오 훔메스 Claudio Hummes 추기경)의 담화문을 번역한 것이다. 화해의 주보성인 에 대한 세미나 에서는 그리스도의 사제, 사랑의 순 교자, 마리아의 사도, 교회의 사람이 라는 영원한 신원에 대한 매력적이고 모범적인 삶을 제시하고 있는 콜베 성인의 발자취를 알아보고자 한다. 성 막시밀리아노 콜베의 프란치스 칸적이며 사제적인 활동과 전 생애 그 리고 순교의 기억을 되새기는 것은 하느님께서 이 성인을 통해 당신의 교 회에 해주신 선물에 대하여 그분께 감 사 드리는 행위의 순간에 이루어진다. 42 성모기사

마리아에게서 그리스도를 향한 사랑과 마음을 배워야 그 사랑을 통하여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것입니다.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리는 것은 우리에게도 형제적 사랑, 순교, 복음 선포, 그리고 마리아 영성을 통해 이 위대한 성인으로부 터 고취되고 고양된 의무인 것이다. 이는 오늘날 교회와 모든 사제 를 비추는 성인의 인성과 사제적 여정의 네 가지 중심축이다. 예수의 어머니에 대해서 말로 다할 수 없는 사랑으로 가득하였던 콜베 신부의 전 존재는 원죄 없으신 잉태 신비의 체험에 깊이 뿌리 내리고 있다. 왜냐하면 그는 마리아에게서 은총의 충만함, 거룩하 고 완전한 모범, 자신의 정체성을 구체적으로 숙고하기 위한 원형 을 보았기 때문이다. 또한 마리아의 인격을 통하여 하느님께서는 인간에게 거룩함에 이르는 보다 단순한 방법을 제시해주셨다. 마리아는 모든 이들, 특별히 모든 성모기사회원들을 위한 실제 적인 모범이 되신다. 사람이 자신을 낮추면 낮출수록 원죄 없으신 성모님께서는 완전함에 다다를 때까지, 그 사람 안에 존재하는 하 느님의 모상을 보다 더 많이 깨우쳐 주신다. 원죄 없으신 성모님을 보십시오. 그분에게 다가가는 것, 그분 을 닮아가는 것, 그분께서 우리 마음과 전 존재를 소유하시고 우 리의 마음과 함께 하느님을 사랑하도록 허락하는 것이 바로 우리 의 목표입니다. 동정녀에 대한 봉헌의 여정은 우리 자신을 원죄 없으신 성모님 ikolbe.com 43

과의 일치에 이르는 문턱까지 이끈다. 우리 개개인은 오로지 각 자의 의지를 원죄 없으신 성모님의 의지에 완전하게 조화시키고 녹아들게 하는 것에만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온 마음을 다하여 어머니를 사랑하십시오. 어머니께서는 그대 를 자신과 닮게 해주시고 언제나 흠 없게 해주시며 당신 은총의 젖으로 기르실 것입니다. 그대가 어머니를 향해 나아가도록 발걸 음을 옮기십시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온전히 당신의 것 이라는 사목 표어는 성 막시밀리아노의 영성에 대한 넓은 이해와 발전을 포함하고 있다. 그의 사도적 서한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 (Rosarium Viriginis Mariae) 에서 교황에 의해 표현된 생각들과 2003년 세계 청년 대회 에 즈음하여 청년들에게 보낸 교서는 콜베 신부의 마리아 영성에 대한 특별한 재표명이라고 할 수 있다. 마리아의 학교에서 그리스도를 배운다는 것은 성 막시밀리아노 의 편지에서 가장 눈에 띄는 내용 중 하나이다. 마리아의 태중에서 영혼은 예수 그리스도의 형상에 따라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마리아께서는 예수를 기르고 돌보고 가르치셨듯 이, 그렇게 사람을 당신 은총의 젖으로 기르시고 사랑으로 돌보시 고 가르치십니다. 마리아의 무릎 위에서 사람은 예수를 알고 사랑 44 성모기사

하는 법을 배워야만 합니다. 마리아에게서 그리스도를 향한 사랑과 마음을 배워야 그 사랑을 통하여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것입니다. - 콜베 성인께 드리는 기도 - 오, 하느님! 사도적 소명과 이웃에 대한 영웅적인 봉사에 오롯이 헌신하고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녀에 대한 사랑으로 타오르는 사제이며 순교자인 성 막시밀리아노 마리아 콜베를 교회와 세상에 보내주셨으니 그의 전구를 들으시어 저희에게 당신 이름의 영광으로 인류의 선을 미룸 없이 허락하시어 삶과 죽음 안에서 당신 아들 그리스도를 닮게 하소서. 아멘. 한규희 보나벤뚜라 수사,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ikolbe.com 45

작은 창가 나의 엄마 성모님 고등학교 때 성소모임을 다니면서 콜베신부님에 대한 이야기를 친구에게 들었다. 그 친구는 오래전부터 성소에 관심이 있어서 성 인, 성녀에 대한 많은 지식과 좋은 신앙심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 때 콜베신부님이 성모님에 대한 특별한 사랑과 애정으로 성모기 사 라는 잡지를 편찬하셨다는 얘기도 듣게 되었다. 46 성모기사

성모님이 먼저 나에게 다가오시어 손을 내밀고 계시니 참으로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다. 그로부터 26년의 세월이 흐른 작년 여름이었다. 일본 나가사키 로 성지순례를 가자는 제의가 있어서 기꺼이 합류하였다. 콜베신 부님에 대한 생각은 하지 못하고 일본의 순교역사를 알고 싶은 마 음뿐이었다. 그런데 성지 순례 중에 콜베신부님이 활동하셨던 꼰 벤뚜알 수도원을 우연히 방문하게 되었다. 나는 그곳에서 콜베신부님이 사용하셨던 의자와 책상에 앉아서 잠시 그분과의 통교를 이루는 시간을 가졌다. 그것은 나에게 커다 란 축복이었으며 나도 신부님처럼 생명을 바쳐 주님께 영광이 되는 삶을 살아야겠다. 고 다짐했던 고등학교 때의 기억이 떠올 랐다. 그곳에서 성모님에 대한 콜베신부님의 사랑은 성모기사 라는 잡지로 표출되었다. 성모기사 를 발간하며 복음의 기쁜 소식을 선포하며 사셨던 것이다. 순간 내 마음에서 성모기사에 글을 쓸 수 있는 기회가 나에게 도 주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감사하게도 성모님께서 그 바람을 들어주셨다. 몇 달 전, 성모기사지 담당 수사님이 2014년 성모기사에 글을 써달라고 부탁을 해 오셨다. 성모기사 라는 전통 있고 귀한 잡지 에 글을 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하느님의 축복이며 은총이기에 쾌히 승낙을 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성모님께서 나에게 주시 ikolbe.com 47

는 특별한 선물로 간직하고 싶었다. 성모기사를 읽으면서 성모님을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을 담은 책 이라는 첫 표지 내용이 가슴에 깊이 와 닿았다. 아, 나도 성모 님을 사랑하는 이들 가운데 한 영혼이구나. 하는 사실과 성모님께 서 나를 당신의 도구로 쓰시고자 하는 사랑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매 순간 성모님께 나는 어떤 존재이고, 나에게 성모님은 어떠 한 분이신가? 라는 문제를 안고 성모님께 여쭤본다. 하늘의 여왕 이시여! 티없으신 성모님! 저는 성모님께 어떠한 존재입니까? 문 제아입니까? 아니면 골치 덩어리입니까? 성모님의 고통에 동참 하여 성모님께 위로를 드려야 하는데, 오히려 통고의 모후에게 더 깊은 고통을 주는 존재는 아닙니까? 이러한 질문에 성모님은 침묵으로 응답하고 계신다. 그래서 나 는 거꾸로 생각해 보기로 했다. 그렇다면 나는 성모님에게 어떤 존재이고 싶은가? 나는 귀엽고,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성모님의 아이가 되고 싶다. 뿐만 아니라 성모님의 제자로서, 사도로서, 종으로서, 사제로서, 살고 싶은 열망이 있다. 하지만 난 그렇게 살고 있는가? 행동이 따 르지 않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라고 했는데, 과연 나는 어떻게 살 고 있는가? 성모님은 성경에서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셨던 분이시다. 예수 48 성모기사

님의 어머니이면서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시고 오히려 예수님의 제자들을 드러내시고 그들을 뒤에서 돌보아 주셨던 분이시다. 이 러한 성모님의 모습은 겸손의 깊은 의미를 되새기게 만든다. 성모님과 달리 나는 많은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고, 칭찬받고, 대 접받기 원하는 길을 걸어왔다. 성모님의 아이가 되어 어머니를 따 르고 싶어도, 내가 가는 길이 다르면 이것이 어둠의 길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모님이 먼저 나에게 다가오 시어 손을 내밀고 계시니 참으로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다. 아마도 나를 회심의 삶으로 초대해 주시는 것 같다. 깊은 내적 회심 없이 어떻게 성모님의 얼굴을 볼 수 있겠는가? 마음이 깨끗 한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하느님을 뵙게 될 것이다. (마태 5,8) 라고 했는데, 이렇게 순수하지 못하고 얼룩진 나의 영혼을 성모님 의 자애로운 마음과 티없으신 영이 나를 새롭게 변모시켜 주시길 청해본다. 올 한해에도 성모기사와 함께 행복한 출발을 허락하시고 축복 해 주시는 나의 엄마 성모님 께 감사와 찬미를 드린다. 양창우 요셉 신부,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ikolbe.com 49

거룩하고 소중한 성( 性 ) 성교육과 선한 가치 제 수업 시간에 유달리 지각과 결석이 많은 여대생들이 몇몇 있 었습니다. 그 학생들을 면담하면서 임신과 낙태가 더 이상 비행 청소년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젊은이들이 무방비로 노출되 어 있는 위험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뜻하지 않게 무언가에 이끌리듯 성교육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50 성모기사

1년 동안의 깊은 고민 끝에 전공과 직업을 버렸고, 성교육 연구와 교육에 미력이지만 제 온 힘을 쏟아 부은 지 4년이 흘렀습니다. 2012년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 조사에 의하면 청소년 첫 성관 계 경험 평균 연령은 13.6세, 최초로 성관계를 경험한 나이는 10.6 세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의 모든 청소년이 이 나이에 성경험 을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중학생은 2.1%, 일반계고교생은 5.4%, 특성화계고교생은 10.4%가 성경험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지만, 실제는 이 수치보다 훨씬 더 클 것입니다. 성관계라는 문턱을 일찍 넘는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또 그것이 임신, 낙태, 미혼모 증가, 영아유기, 영아살해, 아동학대로 이어지는 현실은 명백한 사회 병리현상입니다. 백에 하나, 천에 하나가 이상 행동을 보이면 그것은 개인의 문제입니다. 그 개인만 잘 교육해주 고 돌봐주면 그 문제는 확산되지 않고 해결됩니다. 그러나 열에 하 나가 문제 행동을 보인다면, 그것은 문화와 구조의 문제입니다. 대기가 오염되어 호흡기 질환자가 급속도로 늘어나는데, 병원 을 찾아오는 환자만을 치료한다면 병자가 급증하는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을까요? 아무리 많은 노력을 하고, 큰 돈을 쏟아 부어도 이 문제는 결코 없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사태는 거시적인데 대응 이 미시적이기 때문입니다. 오염원을 제거하거나 공기를 정화시 키는 본질적인 노력 없이는 근원적인 해결이 불가능합니다. 콘돔 사용법과 피임약 복용법을 알려주는 피임교육 위주로 운 영되는 대한민국 성교육의 현실을 보면서, 거시적 현상에 대해 미 ikolbe.com 51

시적인 대응만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려웠습니 다. 대증요법( 對 症 療 法 )이 아니라, 무언가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교 육이 필요함을 절감했습니다. 성적 가치관의 형성, 성과 생명 그리고 인생에 대한 통합적 인 식을 가능하게 해주는 성교육과 생명교육이 이 시대의 천명( 天 命 ) 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1년 동안의 깊은 고민 끝에 전공 과 직업을 버렸고, 성교육 연구와 교육에 미력이지만 제 온 힘을 쏟아 부은 지 4년이 흘렀습니다. 성과 사랑, 삶 전체의 참된 의미와 긴밀한 통합성에 대한 연구 를 하되, 청소년과 젊은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전달하자! 라는 생각을 가지고 열심히 달려왔습니다. 제가 마음을 다해서 준 비한 강의에 적지 않은 대학생들이 생각의 변화와 깨달음을 담은 글로 화답해 주었습니다. 그 열매를 열 두 번에 걸쳐서 독자 여러분들과 나누고, 미디어 시대를 사는 젊은 세대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부탁 드리려고 합니 다. 아래는 성교육 연구를 처음 시작했던 저에게 큰 용기와 격려 를 준 여학생의 보고서입니다. 사실 교수님 강의는 성교육이라기보다 인생에 대해, 내 미래에 대해 현명하게 행동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운 것 같다. 성적인 문화 에 대해 머리로는 안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의식적으로 허용하 52 성모기사

고 있지는 않았나 생각한 계기가 되었다. 좀 더 신중하게 들을 수 있던 건 아마 지금 우리 또래의 이야기 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내 나름대로 이러한 부분에서는 보수적 이며 현명한 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겼는데, 참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단짝 친구가 미국에 가서 첫 경험한 얘기를 들었을 때는 솔직히 너무 충격이었고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멀지않은 내 얘기구나. 그런 느낌이 들었는데 아마 남자 친구가 있어서라고 생각한다. 난 그렇게 쉽게 하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했지만, 확 고한 신념이나 그런 것은 아니어서 호기심을 이기지 못했다. 며칠을 후회하고 불안해했는데, 그것도 한 번이지 나중엔 그런 느낌마저 없었다. 다들 이런 식으로 만나고, 사귀니깐 나만 혼자 이렇게 사는 것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결정적으로 정말 친한 친구 몇 명이 같은 상황이어서 그런지 차라리 맘이 놓였다. 그런데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졌다. 한 달에 한 번씩 불 안해하고, 혹시나 생리가 늦는 경우에는 그 며칠을 죄책감에 시달 리고 불안해하며 지내고. 그렇게 1년을 넘게 지낸 내 자신이 너 무 한심하다고 느껴졌다. 그 친구와의 미래에 대한 계획이 없기 때문에 더 죄책감을 느꼈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 몇 달 동안에 다 신 관계를 갖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었고, 막연하지만 후에 누군가 를 만나도 그러겠다고 했었다. 그렇지만 내 자신을 내가 더 잘 알 ikolbe.com 53

고, 분위기에 약한 편이라 스스로 장담은 못했다. 그리고 솔직하 게 남자 친구 사귀면서 20대 중반 넘어가면 그 나이까지 관계 안 하고 오래 만날 수 있는 남자가 몇이나 될까 생각도 들었다. 그런 찰나에 교수님 수업을 듣게 되었는데 정말 내 얘기를 하는 것 같아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 멍했었다. 지금 내 상태 같은 여자들은 공감하겠지만 항상 생리 때문에 불안해하고 진짜 임신 되면 어떡하지? 낙태해야 하는데 부모님이 모를 수 있을까? 수술 비는 어떻게 마련하며 후에 몸 관리를 어떻게 하지? 이런 생각에 부담됐다. 또 부모님이 워낙 보수적이고 유난히 나에게 기대를 갖 고 키우셨기 때문에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떤 일이 생길지 아찔 했다. 그런데 내가 이런 상태까지 온 것이, 관계를 아무렇지 않게 여 기게 된 것이 문화의 영향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소녀시 대나 G드래곤을 보면서 선정적이다, 너무 노골적이다. 라는 생 각은 했지만 그들의 손짓하나 눈빛 하나에도 제작자의 계산이 숨 어 있고 그것이 우리의 의식에 파고들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라 소름이 끼쳤다. 또 이런 문화의 영향 때문에 사람 들의 사랑 방식이 모두 같은 것이라고는. (다음달에 계속) 이광호 베네딕도, 생명문화연구가,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 위원. 54 성모기사

성모기사회 미사 1월모임 안내 지 역 월 모 임 시 간 장 소 연 락 본 부 첫째 토요일 오전 11:00 성모기사회 한국본부 031-771-6134 경 주 첫째 토요일 오전 10:00 성동 성당 054-776-1841 첫째 토요일 오전 10:00 프란치스카눔(월배 성당 뒤) 053-636-7427 대 구 셋째 주일 오후 4:00 월배 수도원(작은꽃 모임) 053-636-7427 넷째 주일 오후 2:00 월배 수도원(7080 젊은이 모임) 053-636-7427 대 전 둘째 토요일 오전 10:00 대흥동 성당 (1층 경당) 042-273-0007 오전 10:30 대연동 성당 051-622-0635 부 산 첫째 토요일 오후 1:30 대연동 성당(작은 꽃모임) 051-622-0656 오전 9:20 일광 삼덕 공소 051-721-4709 부 천 셋째 토요일 오전 10:00 상동 성당 010-6259-0484 서 울 첫째 토요일 오전 10:30 한남동 수도원 02-793-2070 수원 안양 첫째 토요일 오전 10:00 매교동 성당 031-233-7185 인 천 첫째 토요일 오전 9:20 갈산동 성당 032-513-4601 전 주 첫째 토요일 오전 10:00 효자동 성당 063-223-3821 오후 8:00 효자동 성당(작은꽃 모임) 063-223-3821 제 주 마지막 토요일 오후 3:00 제주교구청 2층 064-751-0146 미 국 첫째 토요일 오전 10:00 토랜스 성프란치스코 한인성당 1-310-380-4647 알 림 프란치스칸1회 통합 서품식 - 일 정 : 2014년 1월 6일, 오후 2:30 - 장 소 : 명동 대성당 - 부제품 대상자 : 김 종 윤(사도 요한-대구교구 가창본당) 수사 이 다 한(스테파노-인천교구 갈산동본당) 수사 ikolbe.com 55

후원금 안내 이 책은 회원들의 후원금으로 만들어지는 순수 종교 잡지입니다. 학교, 병원, 회사, 복지 시설 등으로 무료 배포되며, 매월 넷째 주 금요일에는 모든 회원과 봉사자들을 위 한 미사와 기도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지로번호 7529076 자동이체 할 때 (사무실로 확인전화 부탁드려요) 국민은행 (이태영) 059-21-0614-385 농 협 (이태영) 150017-51-045351 우리은행 (박영철) 702-08-193616 제일은행 (박영철) 551-20-110030 신한은행 (박영철) 812-04-362793 하나은행 (박영철) 517-810069-80407 우 체 국 (황광우) 012526-02-049043 해외에서 송금할때 Bank Name(은행명) : Woori Bank Address(주소): Seoul Korea Account(계좌번호) : 702-08-193616 Beneficiary(수취인) : Park Young Cheol 등록번호 : 경기 라 00521 2014년 1월호 통권 444호 발 행 인 : 윤종일 편 집 인 : 이태영 편 집 장 : 박유신 편집위원 : 김민석, 이상태 자문위원 : 이수정 편 집 : 기 획 - 김영태, 안춘옥 사 진 - 이민우, 최영선 부산가톨릭대학교 전례사진연구회 디자인 - 김겸순, 최인형 인 쇄 : 명 조 발 행 처 : 재단법인 꼰벤뚜알 프란치스코회 콜베마을(성모기사회)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 235 (우: 476-813) 전 화 : 031-771-6134 (사무실) 팩 스 : 031-771-2762 홈페이지 : www.ikolbe.com 전자우편 : mikorea@catholic.or.kr 콜 베 마 을 은 막 시 밀 리 아 노 마 리 아 콜 베 성 인 이 창 설 하신 성 모 기 사 회 한국 본 부 가 있 는 곳 입 니 다. 여 기 서 는 월 간 지 성 모 기 사 를 발 행하고 인 터 넷 방 송 국 을 통 한 미 디 어 선 교 와 수 사 님 들 이 직 접 재 배 숙 성 생 산 하는 백 야 초 (효 소 ) 등 의 일 을 하고 있 습 니 다. 사 랑 의 순 교 자 콜 베 성 인 의 영 성 을 배 우 며 성 모 님 의 참 된 기 사 ( 騎 士 )를 갈 망 하는 모 든 이 에 게 열 려 있 는 콜 베 마 을!! 오 늘 도 여 러 분 의 발 길 을 기 다 립 니 다 ~

창조주를 알고 싶다면 천지창조를 이해하라. -성 골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