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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순화의 역사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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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Ⅱ 한국의 미생물 술과 같은 발효 식품에서부터 각종 질병과 환경에 이르 기까지 인간 생활의 구석구석에 미생물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미생물은 농수산, 식품, 발효, 의약품, 정 밀화학 등 광범위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또한 미생물은 생물로서의 기본 특성을 모두 지니고 있으면서도 세대기간 이 매우 짧아 시험분석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이 를 대상으로 한 미생물학은 생명과학 공학의 선구자적 역 할을 해왔다. 보이지 않는 지구의 주인 인 미생물이 한국 을 알리는 또 다른 홍보대사로 활약하고 있는 연구현장과 미생물과의 공생공존에 대한 의미를 알아본다. 글싣는순서 1 한국의 유전공학과 미생물 2 새로운 미생물종 찾기 3생활속의미생물 62 2009 05

1 한국의 유전공학과 미생물 BT IT NT 융합된 미생물학이 뜬다! 글 김영창 _ 충북대학교 미생물학과 교수 youngkim@chungbuk.ac.kr 한국미생물학회 창립 50주년을 맞이하여 한국 미생물의 반 세기를 되돌아보고 앞으로 다가올 반세기 후의 100주년 모습을 그려보는 것은 우리가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준다는 뜻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우리가 미생물을 연구하는 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그 의미를 찾아 볼 수 있다. 첫째는 우리 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실생활에서 술과 같은 발효 식품에서부터 각종 질병과 환경에 이르기까지 인간 생활의 구석구석에 미생물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때문에 경 제 산업적 측면에서 미생물은 농수산, 식품, 발효, 의약품, 정밀 화학 등 광범위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둘째는 미생물이 생명 과학 공학의 모델로서 지니는 가치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미 생물은 매우 단순하면서도 생물로서의 기본 특성을 모두 지니고 있다. 미생물은 세대기간이 매우 짧아 시험분석 시간이 적게 들 뿐만 아니라 키우기 쉽고 경비도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 한 특성 때문에 그동안 미생물학이 생명과학 공학의 선구자적 역할을 해 왔던 것이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20세기 생명과 학 공학의 발달에 미생물학이 어떻게 기여했고 21세기에서는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살펴보자. 미생물학은 생명과학 공학의 선구자적 역할 수행 생명과학을 연구하는 초기의 과학자들에게 생명이라는 것은 너무도 신비롭고 어려운 대상이었기에 생명체 자체를 연구하기 보다는 그것을 이루고 있는 구성요소를 연구하여 이를 바탕으로 생명체를 이해하고자 하였다. 생명과학도 물질과학과 마찬가지 로 환원주의적 접근에 의존해 온 것이다. 즉 DNA 분자인 유전자 와 단백질 분자인 효소 등 생물체를 이루고 있는 주요 구성 성분 인 거대분자들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경주되어 왔다. 이러한 노력은 주로 유전학적 분석법과 생화학적 분석법에 의존하였고, 상호 보완적 관계에서 분자 수준에서의 이해를 가능하게 하였다. 19세기 멘델의 유전학이 유전자의 존재를 일깨워 준 후, 이어 초파리 유전학을 통해 유전자가 염색체 상에 배열되어 있으며, 이를 염색체 지도로서 나타낼 수 있었다. 그러나 유전학의 본격 적으로 발달하게 된 것은 미생물유전학 때문이었다. 1920년대 대장균에서 형질전환, 형질도입 등의 방법으로 유전물질의 교환 이 일어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대장균이 유전학의 재료로 활용되기 시작하였다. 미생물의 단순성과 편리성 때문에 미생물 유전학이 향후 약 50년간 생명과학 공학의 선구자적 역할을 수 행한다. DNA가 유전물질이라는 사실과 함께, 유전자의 개념, 유전자 의 실체, 유전암호 해독, 유전자 발현 과정, 유전자 발현의 조절 기작 등 미생물유전학의 황금시대가 펼쳐진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여 우리나라에는 고 홍순우 교수의 노력으로 1959년 한국 미생물학회가 창립되고, 이어 1970년에는 서울대에 미생물학과 가 최초로 설립되었다. 미생물유전학의 연구 결과들로부터 생명 현상을 분자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분자유전학, 분자 생물학이란 학문을 잉태하게 된다. 1970년대에는 분자미생물유 2009 05 63

생명과학 공학 패러다임의 대전환 합성미생물학의 융합성과 응용성 전학 지식을 활용하여 고안한 새로운 유전자조작 기술을 근간으 로 하는 유전공학이 나타나게 된다. 이후 10~20년 동안 미생물 을 이용하여 유전공학의 틀이 완성되면서 동식물 분야로까지 급 성장하게 된다. 우리나라에는 1980년대 초 유전공학이 도입되었 는데 서울대 미생물학과의 강현삼 교수, 동물학과의 노현모 교 수, 고려대의 이세영 교수 등이 유전공학의 기반을 다지는 일에 열정적이었다. 유전공학의 육성이라는 명제 아래 이루어진 국가 적 지원은 불모지와 같았던 거의 모든 생명과학 분야에 단비가 되어 우리나라 생명과학 공학 분야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노력으로 20세기에는 생명과학 공학을 각각 대 표하는 분자생물학과 유전공학이 꽃을 활짝 피웠다. 분자생물학 은 생물체를 분자 수준에서 이해하고자 하는 학문으로 환원주의 적 정신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며, 이러한 분자생물학의 기초적 인 연구결과들을 산업적 공학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분야가 유 전공학이다. 초기의 분자생물학은 하나의 유전자 혹은 하나의 효소 단백질과 같은 소수의 분자들을 다루기 시작하였다. 분자생물학 지식이 축적되고 또한 신속하게 대량으로 분석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개발됨에 따라 학자들의 관점이 하나의 유전자로부터 모든 유전자로 변하게 되었다. 즉 모든 유전자를 뜻하는 유전체에 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 영역 에서도 미생물이 선도적 역할을 수행한다. 즉 미생물유전체학이 바로 그것이다. 최초로 유전체 서열이 완성된 것이 미생물인 해 모필루스 인플루엔자(Haemophilus influenzae) 인데, 이를 모 델로 하여 유전체 서열 결정 방법이 완성되고, 또한 이를 분석하 기 위하여 생명정보학의 발전이 이루어지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도 2009년 현재 16개 이상의 미생물유전체 사업이 완료됐거나 진행 중이다. 다시 정리하면 미생물유전학은 유전학의 토대를 세웠고, 분자미생물학으로 발전하여 분자생물학을 잉태하였으 며, 미생물유전공학으로 발전하여 유전공학의 시대를 열었고, 미생물유전체학으로 발전하여 유전체학의 산파 역할을 하였다. 생명과학 공학 패러다임 대전환 유전체학과 함께 세포 내의 모든 RNA를 뜻하는 전사체, 모든 단백질을 뜻하는 단백체, 모든 대사산물을 뜻하는 대사체에 관 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미생물들은 물론 인간에 대해서도 유 전체 정보를 비롯하여 전사체, 단백체, 대사체 등 생물체의 구성 요소에 대한 정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생물체 자체를 완 전하게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왜 그럴까? 예를 들어보자. 다이아몬드와 흑연은 모두 탄소로 이루어져 있다. 구성요소가 탄소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서로 어떻게 결합하고 있느냐에 따라 다이아몬드가 될 수도 있고 흑연이 될 수도 있다. 이처럼 구성요 소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시스템을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고, 따라서 구성요소들이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며 시스템을 구성하 는가와 같은 시스템 관점의 새로운 연구가 필요하다. 환원주의적 접근의 반대적 개념이 전인주의 또는 통합주의적 접근이다. 전인주의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부분의 합 은전체가아니다 라는 말로 아무리 부분을 정확하게 이해했다 하더라도 전체를 이해하지는 못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21세기 의 생명과학 공학에서는 시스템으로서의 생명체를 연구하려는 새로운 시도와 더불어 구성요소들을 통합하여 시스템 수준에서 파악하려는 통합주의적 접근이 나타나게 된다. 생물체 중에서 제일 잘 밝혀진 것 중의 하나인 대장균을 예로 살펴보자. 아주 작은 미생물인 대장균이지만 약 4천 개의 유전자 가 존재한다. 또한 어떤 특정시기에 만들어지는 전사체는 2천~3 천 개 정도이며, 단백체는 1천500~2천 개 정도, 대사체는 800~1 천 개 정도가 된다. 우리가 하나의 유전자 또는 하나의 단백질을 볼 때에는 고전적인 생명과학 분석법으로도 가능했지만 이처럼 수많은 구성성분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본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일이여서 사람의 머리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컴퓨터과학과 같은 다른 학문영역과의 융합이 이루어지게 되었 다. 즉 각 구성요소들의 상호작용을 모델링하고 가상공간에서 합 성하여 만들어낸 가상세포의 시스템적 성격을 알아볼 수 있게 되 었고, 이를 다시 실제 세포에서 확인해 보는 연구가 가능하게 되 었다. 또한 가상공간이 아닌 실제 실험실에서 합성하여 만들어내 는 세포를 합성세포라 하는데, 아직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많은 학자들이 이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에 있고, 조만간 첫 번째 합성 세포가 출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벤터 박사팀은 세균 유전 체를 복제하여 합성하는데 성공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 유전체를 64 2009 05

1 한국의 유전공학과 미생물 기존의 세포에 주입하여 합성한 유전체의 형질로 완전히 바꾸는 데 성공하였다. 이제 해결해야 할 남은 문제는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유전체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렇듯 가상세포와 합성세포 기술은 생명과학 공학의 전인주의적 접근 을 가능하게 하는 주요 기술로 평가되며 주로 분석법에 의존하던 20세기 생명과학에 합성이라는 새로운 탐구 방법을 활용할 수 있 도록 길을 열어 주는 것이다. 그리하여 21세기 생명과학은 분자 수 준이 아닌 시스템 수준에서 생물체를 이해하려는 시스템생물학과 생물체 또는 바이오시스템을 실질적으로 합성해봄으로써 생명현 상을 시스템 수준에서 이해하고 이를 산업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합성생물학이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것이다. 21세기는 시스템미생물학과 합성미생물학 시대 창의적 실용 지식 창출 역량 제고로 미래의 국부 원천 확보를 위해서는 융합과학 공학의 발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더욱 이 생명과학은 자연과학 및 공학의 융합을 넘어서 심리학, 사회 과학과 등과의 통섭까지도 예견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흐 름 속에서 전 세계는 시스템생물학과 합성생물학 분야를 21세기 생명과학 및 생명공학을 이끌어 갈 쌍두마차로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이 두 분야 중에서 시스템생물학은 관점의 변화에 무게 중심이 있다면 합성생물학은 이를 가능케 하는 기술 공학에 무 게 중심이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합성생물학이 21세기의 생명과학 공학을 주도할 것이라는 생각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 다. 그리고 이 분야에서도 역시 미생물학이 선도적 역할을 해야 만한다. 합성생물학은 생물학에 공학을 접목시킨 신학문으로서, 원하 는 기능을 수행하도록 바이오시스템 또는 합성세포를 설계 제작 하여, 생명 현상을 이해하거나 다양한 영역에 활용할 수 있는 학 문이다. 합성생물학은 기존의 생명과학 공학과 세 가지 측면에 서 뚜렷이 구분된다. 첫째,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시스템적 관점 을 지향한다. 이런 측면에서는 시스템생물학과 같다. 둘째, 탐구 방법으로 합성법을 도입하였다. 이런 측면에서 합성생물학은 시 스템생물학에 비해 훨씬 실용적이며, 또한 막강한 힘을 갖게 된 다. 새로운 탐구방법은 학문에 새로운 길을 열어 줄 수 있기 때문 이다. 셋째, 모듈성, 추상화 위계, 표준화 등의 공학적 개념을 도 입한 유일한 생명공학이다. 공학이 추구하는 바와 같이 없던 것 을 새로이 만들어 내는, 즉 설계와 제작을 기본으로 하는 학문이 다. 마치 어떤 기계를 많은 부품들을 조립하여 생산하듯 표준 생 물부품들을 조립하여 생물소자와 생물장치를 만들어내고자 하 는 것이 바로 합성생물학이 추구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합성생 물학은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바이오, 인포, 나노(BIN) 및 그 외 의 다양한 자연과학 및 공학기술의 접목을 필요로 하는 융합과 학기술이며, 거의 모든 바이오산업 분야에 도입될 수 있는 혁신 적인 새로운 개념의 기반 공통기술로 인정받고 있다. 합성생물학은 국가 발전을 견인하고 신성장 동력을 창출할 수 있는 분야이며, 창의적 지식과 혁신적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분 야이고, 미래 우리나라의 부가가치를 향상시킬 수 있는 분야이 다. 유럽연합은 미국에 주도권을 빼앗긴 합성생물학 분야를 육 성하기 위해 작성한 보고서에서 합성생물학이 컴퓨터과학에 견 줄 만한 막강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하고, 이후 막대한 연구비를 지원하여 합성생물학을 육성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더 늦기 전에 국가의 미래를 위해 지식기반 첨단 융합분야인 합성 생물학에 대한 적절한 대비책을 강구해야 할 시기이다. 미생물학은 BT IT NT와 융합 필수 시스템생물학과 합성생물학은 단순한 20세기의 생물학과는 달리 융합학문으로서의 성격을 띠고 있다. 시스템생물학에서 시 스템을 이루고 있는 수많은 정보들을 분석하고 각 구성요소들의 상호작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보과학의 도입이 필수적이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시스템생물학은 생명공학(BT)과 정보공 학(IT)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한 BIT 융합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합성생물학에서는 가상적으로 만들어진 모델을 실질적으로 합 성해야 하며 이 단계에서 매우 작은 세포들을 다뤄야 하기 때문 에 BIT 외에 나노공학도 필요하다. 즉 생명공학, 정보공학, 나노 공학(NT) 등 세 영역의 융합이 필수적이다. 시스템생물학과 합 성생물학처럼 현대 생명과학 공학은 생물학뿐만 아니라 수학, 통계학, 전산학, 물리학, 화학, 공학, 의학 등 많은 학문 영역의 융합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따라서 21세기의 융합생명과학 공 학의 주역이 되기 위해서는 기초과학 공학 분야를 폭넓게 가르 쳐야 한다. 합성생물학과의 설립이나 미생물학과 교육과정의 대 대적인 수술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쓴이는 서울대학교에서 이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합성생물 학회 회장, 충북대학교 총장 직무대행, 충북대학교 교육연구처장 등 을 겸임하고 있다. 2009 05 65

2 새로운 미생물종 찾기 전 세계에 대한민국 알리는 코리엔시스 글 천종식 _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jchun@snu.ac.kr 미생물은 지구가 생성된 40억 년 전부터 최초의 미생물 화 석인 스트로마톨라이트의 생성 시기인 35억년전사이에 처음 지구에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최초 생물의 발생 기원에 대 해서는 무생물을 기원으로 하는 자연 발생설부터, 외계 유입설, 신에 의한 창조설까지 다양한 가설이 존재하지만, 중요한 공통 점은 최초의 생물체는 동물도 식물도 아닌 미생물이었을 것이란 사실이다. 인간이 지구에 나타난 것이 불과 20만 년 전임을 생각 할 때 미생물은 그야말로 오랫동안 지구에서 터줏대감 노릇을 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핵전쟁이나 환경 공해에 의한 자연 재 해가 인류를 멸망시킬지도 모른다고 걱정하지만, 미생물의 입장 에서는 아주 큰 걱정거리는 아닐 것이다. 지구가 가루가 되어 없 어지지 않는 이상, 미생물은 어떠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 는 무한에 가까운 임기응변을 가지고 있다. 고온, 고압, 무산소 극한 환경에서도 생존 진화 실제로 인간이나 동 식물이 절대로 살아남기 어려운 극한의 환경에서 살아남는, 아니 오히려 최적으로 잘 살 수 있는 미생물 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300도 이상의 고열의 광천수를 뿜어내 는 해저 열수구에서 발견된 호열성 미생물은 끓는 물보다 높은 121도에서도 잘살수있다. 남극의영하의온도에서도 잘 살아 가는 호냉성 미생물이 있는가 하면, 땅 속 수 킬로미터의 높은 압 력을 견디면 살아가는 미생물도 있다. 미생물 중의 상당수는 산 소가 없는 환경에서 산다. 오히려, 산소가 있으면 죽어 버리는 미 생물도 많다. 지구가 처음 수십억 동안 산소가 없었던 환경이었 기에, 이들은 그 조상으로부터 산소 없이 사는 방식을 물려받았 다고 봐야 한다. 우리 주변에 산소가 없는 곳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겠지만, 산소가 없는 소환경은 의외로 많다. 예를 들어 갯벌은 가장 위층의 깊이 1mm까지만 산소가 있고, 그 아래는 모 두 무산소 지대이다. 약 500종의 미생물이 산다고 알려진 인간 의 대장도 산소가 없는 공간이다. 미생물은 먹고사는 음식도 다양하다. 대장균이나 효모처럼 우 리와 똑같은 유기물을 먹고 사는 미생물이 있는가 하면, 수소나 메탄 같은 기체를 먹고 사는 미생물도 있다. 우리에게 치명적인 연탄가스 중독의 주범인 일산화탄소를 먹고 사는 미생물도 있 다. 그뿐만이아니다. 철, 구리, 금과같은금속을먹이로하는 미생물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아 볼 수 있다. 미생물이 이렇게 다양한 환경과 생활양식을 보이는 것은, 유구한 역사를 거치면 서 오랜 기간 진화의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그 역 사가 짧은 식물과 동물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미생물은 다 양한 물질을 이용하고, 우리가 아직도 확인하지 못한 많은 새로 운 물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지구상에 얼마나 많은 미생물 종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동물의 경우 약 200만~1천만 개의 종이 존재 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기술적인 어려움 때문에 미생물의 경우는 그 대략적인 수조차 가늠하기 힘들다. 한 움큼의 갯벌에 서만도 수천종의 미생물이 살고 있다는 보고가 있기는 하지만, 66 2009 05

2 새로운 미생물종 찾기 독도에서 발견된 신종세균 독도넬라 (사진제공:윤정훈) 극지, 심해, 고산, 지하 등의 다양한 환경을 가지고 있는 지구 전 체의 미생물 종의 수를 파악하는 것은 현재의 기술로는 불가능 할지 모른다. 다만, 한 종의 동물에 국한해서 서식하는 미생물의 종이 수십에서 수백 개라는 것을 볼 때, 그 추정치는 수천만 종은 될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지구의 주인 미생물 다양성 연구에 있어서 가장 큰 어려움 중의 하나가 바 로 우리가 아직도 미생물의 종 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를 모 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동물의 경우, 종은 교배를 통해 유지되며, 다른 군집과 서로 분리될 수 있는 개체의 집합으로 정의될 수 있 다. 문제는 미생물의 경우 교배 라는 것 자체가 없다는 점이다. 미생물은 대부분 분열에 의해 생식이 이루어지므로, 여성과 남 성이라는 개념이 없다. 또한 동 식물과 달리 미생물은 자기 조 상이 아닌 다른 미생물로부터 유전자를 전달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질균이나 장티푸스균 같은 병원성 세균은 주변의 다른 세균으로부터 항생제 내성을 가지고 있는 유전자를 쉽게 전달받 을 수 있다. 이런 진화의 기작 때문에 자연계에 존재하는 수많은 서로 다른 미생물을 종이라는 서로 구별되는 단위로 나누는 것 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인위적으로 라도 미생물을 종으로 나눠 부를 필요가 있다. 그동안 미생물의 종의 개념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미생물 중에서도 특히 세균류의 경우에는 1980년대에 학계에서 매우 활발한 논의가 있었다. 그 결과로 과학자들은 1987년에 발표된 논문을 통해 당분간 사용할 수 있는 세균의 종 의 개념을 내놓았는데, 그것이 바로 계통학적인 종의 개념 이 다. 이 개념에서는 종이란 같은 조상으로 진화한 현존하는 서로 다른 개체의 집단 으로 정의할 수 있으며, 같은 종의 세균은 공 통으로 가지고 있는 유전가의 일정 수준 이상으로 존재한다. 기 술적으로는 70% 이상이 비슷하면 같은 종으로 볼 수 있는데, 이 2009 05 67

새로운 미생물 발굴 미생물의 성질 연구 기재 논문 작성 국제 미생물 분류 학회지에 심사 의뢰 국제 공인 일반 학술지에 심사의뢰 논문 게재 는 동물에 비해 매우 낮은 기준이다. 분명히 다른 종에 속하는 사 람과 침팬지의 경우 약 99%의 유사도를 보이며, 세균의 기준으 로 보면 사람이 원숭이뿐만 아니라 쥐와도 같은 종에 속하는 것 으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세균의 100종과 동물의 100종은 유 전학적인 다양성으로 볼 때 같은 의미로 보기 어렵다. 지금까지 알려진 미생물의 종류는 얼마나 될까? 토양에서 널 리 발견되는 곰팡이의 경우 7만여 종이 공식적으로 기재되어 있 다. 여기서 공식적으로 기재되어 있다는 말은 그 종에 대한 적절 한 이름이 붙어 있고, 그 종의 모양이나 생리 같은 성질이 학술논 문의 형태로 발표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는 과학 자들이 추정하는 100만 종 이상의 곰팡이 수에 비하면 크게 부족 한 것이다. 세균의 경우에는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있 는 기재된 종의 수는 단 6천여 개 뿐이다. 이는 앞에서 언급했던 수 천 만 종에 비하면 아직 우리가 찾아야 할 세균이 너무나 많음 을 의미한다. 세균의 신종을 찾아 그 성질을 기재하고, 이를 공식 적으로 인정받는 것은 오직 관련 분야의 학자만이 전문적인 연 구를 통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쉽게 새로운 종의 기재가 어렵고, 국제적으로 공인되는 세균의 수가 빠른 기간 안에 늘어 나기 어렵다. IJSEM에 논문 게재해야 신종 미생물로 공인 미생물 다양성 연구의 가장 핵심이 되는 신종 미생물을 찾는 작업은 그림 1과 같은 절차로 진행된다. 신종을 발견한 연구자가 찾은 신종 세균의 국제 공인을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국제 미생 물 분류학회지(IJSEM)에 논문을 게재하여야 한다. 연구자는 IJSEM이 아닌 다른 학술잡지에 논문을 게재할 수도 있으나, 나 중에 반드시 IJSEM에 다시 논문을 보내서 승인을 받아야 한다. 신종 미생물, 특히 신종 세균의 국제 공인절차의 핵심은 바로 신 종을 제안하는 논문에 대한 학문적인 평가를 IJSEM을 통해 받 는 공인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IJSEM은 현재 한 명의 편집인과 15명의 부편집인으로 편집진 이 이루어져 있다. 편집진은 유럽과 미국의 미생물학자들이 주 축을 이루고 있으며, 필자는 아시아에는 유일하게 부편집인으로 참여하여 신종 세균의 국제 공인을 돕고 있다. IJSEM은 현재 영 국미생물학회에서 출판이 되고 있으나, 그 뿌리는 국제 미생물 학회연합( IUMS)에 두고 있다. IUMS는 전 세계 각국의 미생물 학회를 회원으로 두고 있는 연합체로 우리나라에서도 한국미생 물학회, 한국미생물 생명공학회 등의 관련 학회가 회원이다. IUMS 산하에는 신종 세균의 이름을 붙이거나, 신종을 인정하 거나 하는 등의 복잡한 절차를 정하고, 학자들 사이에 분쟁이 발 생하면 이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위원회가 있는데, 이것이 바 로 국제 원핵미생물 분류 위원회(ICSP)이다. 실질적으로 세균 분 류학 분야의 최고 의사 결정기관인 이 위원회에도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한국인인 충남대학교 김승범 교수가 위원으로 참여하 고있다. 한국에서 미생물다양성 분야 성공비결은 인재 양성 여러 학술 활동에서 나타나듯이 미생물 다양성 분야에서 한국 의 입지는 매우 확고하다. 특히 지난 50년간 아시아 지역에서 미 생물 다양성 분야를 대표했던 일본 학자들보다도, 국내 학자들 의 업적이나 학술 활동이 더 뛰어나다는 통계치를 여러 경로를 통해 접할 수 있다. 실제로 2005년부터 2007년까지 3년간 IJSEM에 발표된 신종 미생물 수에 있어서, 전 세계 국가 중 대 한민국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더욱더 놀라운 일은 이러한 발 전이 10년도 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일어난 것이라는 점이다.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 신종이 발견되어 발표된 것은 1993년이 다. 경상대학교의 정영륜 교수팀은 대전 지역의 배나무에서 발 견된 신종 세균을 미국 연구팀과 함께 어위니아 피리너스 (Enterobacter pyrinus)로 이름 지어 IJSEM에 발표하였다. 그 후에 한참 뜸하다가, 우리나라 학자들만의 힘으로 본격적인 신 68 2009 05

2 새로운 미생물종 찾기 종 미생물 찾기가 시작된 것은 두 개의 신종이 발표된 1997년이 다. 하나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윤정훈 박사팀이 유류 오염지 역에서 분리하여 발표한 노카르디옵시스 피리디노리티쿠스 (Nocardioides pyridinolyticus)이며, 다른 하나는 관악산의 흙 에서 분리되어 발표된 스트렙토마이세스 서울렌시스 (Streptomyces seoulensis)로, 필자가 소속된 서울대 미생물연 구소에서 발표한 것이다. 그 후에 대한민국의 신종 발표 수는 꾸 준히 늘어 2003년엔 세계 4위, 2004년에 2위를 한데 이어, 2005년에는 독보적인 세계 1위 국가로 올라서게 되었다. 2007 년에는 전체 편집위원이 참석하는 IJSEM 편집위원회를 봄에 열 린 한국미생물학회 국제학술대회와 동시에 치르면서, 한국 미생 물다양성 연구 분야가 전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기도 했다. 필자와 친분이 있는 유럽과 미국의 동료학자들은 가끔 한국의 성공비결이 무엇인지 묻기도 한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 으나, 여기서 필자는 두 가지를 꼽고자 한다. 첫 번째는 꾸준히 이 분야의 젊은 인재를 양성한 결과란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서 활발히 연구를 하고 있는 미생물다양성 분야 연구자의 대부 분은 50대 이전의 젊은 과학자들이다. 또 한 가지는 정부의 전 폭적인 지원이 있었다는 점이다. 미생물 다양성 연구에 비교적 대규모의 연구비가 지원된 것은 2002년에 시작된 교육과학기술 부의 21세기프런티어사업을 통해서이다. 이 두 요소가 잘 맞아 떨어지면서, 짧은 시간 안에 우리 과학자들이 국제적으로 널리 인정받는 하나의 분야에서 최고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 이다. 많은 신종 미생물을 찾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항생제나 면역억제제, 의약품과 같이 인류에게 중요한 수많은 물질이 바 로 미생물로부터 나왔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 100년간 인류는 이러한 유용 물질을 만들어 내는 미생물을 찾는 데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왔다. 많은 물질이 발견되어 인류에게 수명연장, 에너지 문제 해결 등의 많은 혜택을 주었지만, 부작용 으로 새로운 물질을 만드는 유용한 미생물을 자연계로부터 찾아 내는 것이 매우 어려워 졌다. 하지만 만약 이전까지 우리에게 알 려지지 않은 새로운 미생물을 찾아서 조사한다면, 신규 물질을 찾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질 것이다. 즉 신종 미생물에는 신규 유 용성이 내재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미생물은 예전이나 지금 이나 인류에게는 발견되길 기다리는 보물창고와 같다. 모양이나 색깔 등 미생물 성질 알 수 있게 명명 미생물은 이름을 통해서도 우리나라를 널리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미생물의 이름은 그 신종 미생물을 연구하고 제안하는 과 학자에 의해 지어지며, 라틴어로 되어 있다. 미생물의 이름은 그 미생물의 모양이나 색깔 같은 성질을 나타내도록 짓는 것이 가 장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앞에서 언급한 노카르디옵시스 피리 디노리티쿠스의 피리디노리티쿠스는 피리니딘이라는 물질을 분 해한다는 뜻의 라틴어이다. 때로는 신종 미생물이 살고 있는 지 역의 이름을 따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한국생명공학연구팀의 윤 정훈 박사팀은 독도에서 분리된 미생물에 독도니아(Dokdonia) 나 독도넬라(Dokdonella) 등의 이름을 붙였고, 순천대학교 성치 남 교수팀은 독도넨시스(Dokdonensis)라는 이름을 붙였다. 독 도에 얼마나 많은 신종이 있는 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지만, 필 자의 경험으로 보아 최소한 수백 종은 될 것으로 보인다. 비슷하 게 우리 전통 식품을 따서 이름을 붙이는 경우도 있다. 김치에서 발견된 미생물을 김치아이(Kimchii)로 이름을 붙이거나, 젓갈에 서 발견된 미생물을 젓갈리(Jeotgali)로붙이는것이그예다. 미 생물학에 현저한 공로가 있는 과학자의 이름을 따서 미생물의 이름을 붙이는 경우도 있다. 제주도 바닷물에서 발견된 한 신종 세균은 하영칠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의 이름을 따서 하엘라 (Hahella)로명명된예가그것이다. 이처럼 많은 미생물이 우리나라의 이름(코리엔시스, Koreensis)나 지명, 전통 식품, 국내학자의 이름으로 불리면서, 전 세계 과학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우리나라에 관한 용어들이 낯설지 않게 되었다. 말 못하는 미생물이 대한민국을 홍보하고 널리 알리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는 한국미생 물학회 50년을 맞는 해이다. 근래에 이룬 미생물 다양성 분야의 국제적인 성공은 지난 50년간에 이루어진 여러 선배, 동료, 후배 미생물학자들의 노력의 산물이다. 그리고 재미있게도 미생물학 분야에서는 필자와 같은 과학자 이외에도 우리가 붙여 준 한국 적인 이름을 갖고 있는 미생물들이 대한미국의 발전을 위해서 함께 뛰고 있다. 글쓴이는 서울대학교 미생물학과 졸업 후 영국 뉴캐슬대학교에서 박 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미생물연구소 소장을 겸임하고 있다. 2009 05 69

3 생활 속의 미생물 미생물과의 공생 공존은 피할수없는현실 글 강찬수 _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 envirepo@joongang.co.kr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을 두문불출하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또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이명박 대통 령을 한숨짓게 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박테리아(세균)와 바이러 스, 그리고 프리온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은 작은 미생물 때문에 곤란을 겪게 된 것이다. 보이지 않지만 결코 무시 못 할 존재 올해 50세인 마이클 잭슨은 지난 2월 검은 안경과 모자, 마스 크로 얼굴을 가린 채 병원을 오가는 게 목격됐다. 거듭된 코 성형 수술 과정에서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됐기 때문이다. 기존 항생제 가 통하지 않는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이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지난 3월 아프리카를 방문하면서 콘돔 을 나눠주는 것으로 에이즈가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없으며 오히 려 상황을 악화시킬 것 이라고 말했다. 세계 각국 정부와 국제 구호단체는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프랑스 정부는 콘돔 사용 은 에이즈 바이러스(HIV)의 전이를 막을 수 있는 중요한 행동 계 획이라고 프랑스는 믿고 있다 고 강조했다. 프랑스인 10명 가운 데 4명은 교황의 퇴임을 바란다는 여론 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봄 미국 쇠고기 수입 개방에 저항하 는 시민들의 촛불시위로 곤욕을 치렀다. 미국 쇠고기에는 광우 병을 일으키는 프리온이 들어있어 이를 먹을 경우 광우병에 걸 릴 것이라는 게 시민들의 걱정이었다. 하지만 실제보다 프리온 의 위험이 과장된 것이 원인이지만 정부가 대미 협상과정에서 안이한 자세를 보인 탓도 컸다. 소통의 부족으로 인해 대통령은 거듭 국민들에게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매일매일 등장하는 신문과 방송에 등장하는 뉴스 가운데 미생 물과 관련된 것은 수없이 많다. 사회적으로도 큰 관심을 불러오 고 파장을 일으키기도 한다. 미생물이라고 과학뉴스에만 비치는 게 아니다. 사회뉴스와 국제뉴스, 경제뉴스에도 곧잘 등장한다. 당장 2009년 4월 9일자 중앙일보 사회면에 에이즈 감염 혈액 3명에 수혈, 우리 집 냉장고 속 음식 안전할까? 란제목의기 사가 나란히 실렸다. 앞의 기사는 당연히 에이즈 바이러스에 관 한 이야기다. 뿐만 아니라 헌혈한 혈액이 바이러스로 감염됐는 지를 파악하기 위한 효소면역검사측정법(EIA)이나 핵산증폭검 사(NAT) 등의 어려운 용어도 따라 나온다. 냉장고 기사는 햄, 소시지 같은 음식에서 세균이 얼마나 검 출됐는지를 담고 있다. 또 4~5 의 차가운 냉장고 속에서도 세 균이 계속 자랄 수 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미생물학이 바탕에 깔린 뉴스다. 이처럼 하루하루 뉴스 속에서 미생물이 어떻게 다 뤄지고 있는지를 살펴본다면, 일상생활에서 미생물이 얼마나 중 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금방 알 수 있다. 언제, 어디에서나 존재 사람들이 늘 접하는 장소에서 미생물이 나타난다는 것은 미생 물 관련 뉴스 가운데서도 가장 흔하다. 특히 화장실 변기보다도 전화 송수화기, 사무실 책상, 컴퓨터 키보드, 엘리베이터 버튼 등 70 2009 05

3생활속의미생물 1 2 1. 중앙일보 4월 9일자 34면. 에이즈 감염 혈액 과 냉장고 속 음식 안전 등 미생물과 관련된 기사가 나란히 게재돼 있다. 2. 슈퍼박테리아 로 불리는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의 전자현미경 사진 에서 더 많은 세균이 검출된다는 것은 단골 메뉴다. 현금자동입 출금기(ATM) 버튼이나 쇼핑카트 손잡이, 에스컬레이터 손잡이, 놀이시설의 세균 오염도 빼놓을 수 없다.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컴퓨터 키보드의 경우 화장실 변 기 시트보다 400배나 더 많은 세균이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 다. 특히 분주한 병원이나 의사 사무실 내의 컴퓨터 자판은 세균 으로 가득 차 있다. 터키의 연구팀이 병원 수술실과 집중치료병동에서 일하는 의 사와 간호사 200명의 휴대전화 단말기를 조사한 결과, 단말기 8 대 가운데 1대꼴로 슈퍼박테리아인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 구균(MRSA) 이 발견됐다. 이 뉴스가 지난 3월 보도됐다. 여러 사람이 함께 쓰는 지폐도 세균과 바이러스에 오염되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1월 보도된 스위스 제네바 대학팀의 조사에 따르면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지폐 위에서 17 일간 생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는 지폐 위에서 24시간 내에 죽지만 사람의 점액이 묻은 더러운 지폐에 서는 훨씬 오랫동안 버틸 수 있다는 것이다. 음식물쓰레기 분리수거함에서도 다량의 세균이 검출된다. 2007년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지역 음식물쓰레 기 수거함의 덮개 손잡이에서는 일반세균이 100cm2당 평균 66만 마리(CFU)가 검출됐다. 지하철 손잡이에서 검출된 세균의 770 배에 이르는 수치다. 대장균과 함께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황 색포도상구균도 검출됐다. 생활환경 곳곳이 미생물로 오염된 상황에서는 손을 자주 씻는 것만이 해결책이다. 손을 씻지 않고 화장실에서 나온 사람과 악 수를 나눴다면 그 세균은 두 세 시간 후 상대방의 입 안에서 검출 될 확률이 3분의 1이나 된다고 한다. 먹는 물, 마시는 공기에도 1990년대를 통해 국내 수돗물, 생수, 정수기 등 먹는 물 관리 체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1989년 수돗물에서 중금속이 검출 됐고, 1991년과 1994년에는 낙동강에서 페놀과 벤젠 오염사고가 발생하면서 정부가 많은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는 수돗물 세균 바이러스 검출 논쟁이 한몫을 했다. 2009 05 71

수도권 지역의 한 정수장의 모습. 1990년대 수돗물 속 세균과 바이러스 검출 문제로 논쟁을 겪으면서 수돗물 생산 관리 체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우측 상단. 수질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약수도 미생물에 의해 오염될 가능성이 높다. 우측 하단. 시아노박테리아 일종인 아나베나. 여름철 상수원에서 대대적으로 번식해 악취를 발생시킨다. 수돗물 세균오염 논쟁은 1993년 서울대 김상종 교수팀의 연구 결과 발표로 시작됐다. 서울지역 정수장에서 생산 공급한 수돗 물에서 기준을 훨씬 초과하는 일반세균이 검출됐고, 병원성 세 균도 나왔다는 내용이다. 서울시와 당시 환경처는 공인된 조사 방법이 아니라며 즉각 반박에 나섰다. 하지만 추가검사에서도 세균은 검출됐다. 환경부와 서울시는 1996년 세균 검사방법을 개선하고 새로운 미생물 기준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잘못을 시인 했다. 김 교수는 1997년 수돗물에서 무균성 뇌수막염과 급성 장염을 유발하는 엔테로바이러스와 아데노바이러스가 검출된다는 내용 을 공개했다. 또다시 논쟁이 벌어졌다. 환경부와 서울시는 김 교 수가 미국 환경청(EPA)에서 규정한 세포 배양법이 아닌 유전자 분석법(농축한 수돗물을 동물세포에 접종해 세포 내에서 바이러 스 유전자를 검출하는 방식)을 사용했기 때문에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맞섰다. 5년을 끈 바이러스 논쟁은 2002년 환경부 조 사에서도 바이러스가 검출되면서 마무리됐다. 전국 정수장은 소 독시설을 보완해야 했다. 수돗물 논쟁의 와중에서 약수터와 지하수, 생수는 물론 정수 기로 거른 물도 미생물로 오염돼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지난해 환경부가 전국 지하수 300곳을 조사한 결과, 104곳에서 식중독을 일으키는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최근 에는 상수원에서 시아노박테리아 같은 조류가 자라면서 수돗물 에서 흙냄새가 나는 경우, 곰팡이 냄새가 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공기 중에도 미생물은 늘 떠다닌다. 지난 1월 환경부는 노래방 과 주점의 경우 부유세균 기준 초과율이 30~40%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좁은 공간 속에 사람들이 많이 활동하는 곳에서 환기가 잘 이뤄지지 않으면 공기는 쉽게 오염된다. 찜질방이나 목욕탕 공기는 레지오넬라균으로 오염된다. 제3종 법정전염병인 레지오넬라증은 기침, 고열, 인후통, 흉통 같은 증 상을 보이며 심하면 목숨을 잃기도 한다. 냉각탑, 에어컨, 샤워기 등의 내부에 고인 물에서 자란 레지오넬라균이 공기 중으로 퍼 지고, 오염된 공기를 마셨을 때 발생한다. 지난 3월 질병관리본 부는 다중이용시설 중 레지오넬라균이 검출되는 곳은 7% 수준 이라고 밝혔다. 업종별 오염비율은 찜질방이 12.3%로 가장 높았 고, 목욕탕이 8.4%, 호텔ㆍ여관이 7.9%, 대형빌딩 7%, 온천 6.5% 등의 순이었다. 실내공기 뿐만 아니라 봄의 불청객 황사 먼지 속에서도 다양 한 곰팡이 포자가 검출되고 있다.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에서 발 생, 대서양을 건너는 흙먼지 속의 미생물이 카리브해 연안의 산 호초를 파괴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흙먼지가 자외선을 차단하 고 대서양으로부터 습기가 공급되기 때문에 죽지 않고 바다를 건널 수 있다. 72 2009 05

3생활속의미생물 서울 시내가 봄철의 불청객인 황사로 뒤덮여 있다. 황사 먼지 속에도 곰팡이 포자 같은 미생물이 들어있다. 부패 vs 발효 김치와 간장처럼 한국인은 다양한 발효식품을 발전시켜왔다. 부패 없이 식품을 오래 보관하기 위해서다. 발효는 사람에게 이 로운 미생물이 먼저 식품을 점령하면 해로운 미생물이 자랄 수 없게 된다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부패와 발효는 어떤 미생물 이 먼저 차지하느냐에 달려 있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발효식품이 아닌 일반 식품을 오래 보관 하려면 소금과 설탕을 넣어 짜게 하거나, 말려서 수분을 줄여야 했다. 황태나 과메기는 추운 겨울 얼고 녹는 과정에서 수분이 증 발되는 동결건조 방법이기도 하다. 냉장고 널리 보급된 요즘도 식중독 사고는 계속된다. 2007년 녹색소비자연대가 전국 주부 1530명을 대상으로 질문을 결과, 전체 식중독 경험건수 272건 중 19.1%는 집에서 만든 음식이 원 인으로 추정된다고 응답했다. 주부들 가운데 식품의 냉동보관온 도, 칼, 도마, 행주 등 주방용구의 세척 소독방법을 정확하게 알 고 있는 응답자는 6%에 불과했다. 2009년 조사에서도 음식물 국물이 묻어있어 세균이 자라는 냉장고 속에 지나치게 오랜 동 안 식품을 보관하는 바람에 냉장고 속 음식 재료에서도 식중독 균이 검출된다. 외국에서도 미생물에 의한 식품오염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지난해 가을 미국에서는 살모넬라균에 오염돼 땅콩버터가 변질 돼 대규모 리콜 사태가 벌어졌다. 올해 들어서도 미국에서는 피 스타치오가 살모넬라에 감염돼 문제가 되고 있다. 식품 공장의 위생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다. 지난해 7월에는 미국에서 국내로 수입되 는 쇠고기에서 O157 대장균이 검출돼 방역당 국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대장균 O157:H7은 독소를 만들기 때문에 이 세균에 오염된 쇠고 기를 먹으면 설사, 복통 등을 겪게 된다. 곰팡이 독소인 아플라톡신도 문제다. 지난 해 10월 국내에 수입된 원두커피에서 아플라 톡신이 검출됐다. 올 들어 대만에서는 300마 리가 넘는 개가 떼죽음 당했다. 동물 사료로 쓰기 위해 파키스탄에서 수입한 옥수수가 아 플라톡신에 오염됐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도 식중독 사고의 원인이다. 노로 바이러스로 오염된 지하수를 식품재료 세척 등에 사용하면서 집단 식중독 사고가 발생한다. 노로바이러스는 장염, 설사, 구토 등을 일으키고 탈수증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전 염력이 매우 강해 사람에서 사람에게 쉽게 퍼진다. HIV, AI 등 바이러스와의 전쟁 에이즈와 조류인플루엔자 등 21세기 인류는 바이러스와의 전 쟁을 치르고 있다. 인류가 바이러스를 상대로 제3차 세계대전 을 치르고 있는 중이라고 지적도 나온다. 1983년 처음 발견된 에 이즈 바이러스로 인해 전 세계에서는 에이즈는 지금까지 6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겼다. 현재도 3천300만 명이 에 이즈 바이러스(HIV)를 몸 속에 갖고 있는 것으로 유엔은 추정하 고 있다. 에이즈는 아프리카나 미국 같은 곳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국내에서도 1985년 첫 감염자가 발견된 이후 2008년 말 까지 총 6천120명의 감염자가 발생했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1~9월 6천897명이 에이즈로 사망하는 바람에 사망자 1위의 전 염병으로 등장했다. 세계 각국은 여전히 에이즈 백신 개발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 울이고 있으나 아직은 뚜렷한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10년 이내에는 에이즈 백신이 나오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에 이즈 바이러스는 인간의 면역체계가 손을 쓸 수 없고, 유전적인 변이가 쉽게 일어나 매우 다양한 에이즈 바이러스가 존재하기 때 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섹스에 대한 책임 2009 05 73

항생제 내성 실험. 플레이트 위에서 세균이 자라면 뿌옇게 나타나는데, 항생제로 인해 세균이 자라지 못한 부분은 투명하게 나타난다. 대장균 전자현미경 사진. 돼지 사육 과정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된 항생제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하천 으로 흘러나온 항생제로 인해 생태계 전체에 항생제 내성 세균이 확산된다. 감 있고 도덕적인 태도가 에이즈와 싸우는데 도움이 될 것 이라 며 콘돔 사용에 반대한 것은 반발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조류인플루엔자(AI)도 문제다. AI로 인해 가금류나 야생조류 만 죽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도 죽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지 난해 말까지 139명이 AI로 인해 숨졌고, 베트남과 중국에서도 사망자가 계속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4월 1일 전북 김제를 시작으로 번지기 시 작한 AI가 5월 12일 경북 경산, 경남 양산에 이르기까지 11개 시 도, 19개 시 군 구에서 33건이나 발생했다. AI 방역 과정 에서 닭 오리 846만 마리를 땅에 묻어야 했다. 또 보상금과 닭? 오리 수매자금, 경영안정 융자 등에 모두 2천637억 원의 돈이 투 입됐다. 미생물과 함께 살아가는 길 사람의 건강을 해치는 미생물이지만 이를 없애려고 무분별하 게 항생제를 사용한다면 인류에게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강과 하천에서, 그리고 돼지고기 같은 음식에서도 항생제가 검출되는 상황에서는 항생제 내성 세균의 역습, 슈퍼박테리아의 공포를 피할 수 없다. 몸이 아파도 마음 놓고 수술을 받을 수도 없는 상 황이다. 실제로 건강보험공단은 최근 국내에서는 슈퍼결핵, 광범위 내성 결핵으로 진단받은 환자가 238명이나 된다고 발표했다. 광 범위 내성결핵은 오래된 약물인 아이나와 리팜핀뿐 아니라 최근 에 개발된 퀴놀론계 항생제와 주사제까지 듣지 않아 치료가 매 우 까다로운 결핵이다. 일반 결핵이 약물치료로 쉽게 감염력이 없어지는 것과 달리 슈퍼결핵은 치료되지 않아 많은 환자들을 감염시킬 수 있다. 최근에는 미생물을 없앨 것이 아니라 미생물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우리 인간은 스스로를 독립적인 존재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 우리 몸은 인간 세포와 세 균이 생명에 필수적인 기능을 상호 의지하는 공생체 라는 것이 다. 너무 청결한 생활환경이나, 항생제 남용으로 공생하는 세균 을 없애버린 탓에 전에는 겪지 못한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위 생적으로 너무 깨끗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병에 잘 걸린다 는 이른바 위생가설 이다. 최근 들어 아토피피부염이나 천식 등 알레르기 질환이 증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약간의 먼지가 아기들에게 이로울 수 있다 라든지, 알레르기를 앓지 않게 하려면, 아이들을좀더더럽게키워라 같은 목소리가 연구자들 사이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다양한 미생물을 찾아 활용 하는 것도 또 다른 공생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해안을 오염시킨 기름이나 물 토양을 오염시킨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미생물도 있다. 온실가스를 없애고 바이오에너지를 만들어주는 조류, 식 물체의 리그닌을 분해해 바이오에탄올을 만드는 미생물은 지구 온난화의 위험에 처한 인류와 지구생태계를 구해줄 수도 있지 않을까. 글쓴이는 서울대학교 미생물학과 졸업 후 동대학원에서 석사 박사학 위를 받았다. 서울대, 인제대, 단국대, 강원대에서 강사를 지냈으며, 1994년 중앙일보 입사 후 환경전문기자로 재직 중이다. 74 2009 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