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청연자 특강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이 준 행 서 론 IT 시대다. 의료 분야도 10년 사이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손으로 쓰던 차트가 모두 없어졌다. X-ray 필름을 찾기 위하여 어두컴컴한 방사선과 판독실을 뒤지던 일도 아득한 추억이 되었다. 인턴시절 삐삐를 손에 넣고 뿌듯해 하던 기분, 전공의 2년차 때 PowerPoint를 배우던 경이감, 군의관 첫 월급을 털어서 구입한 70만원짜리 핸드폰, 삐삑거리는 전화 접속음과 함께 천리안으 로 채팅하던 추억 등 많은 것이 없어졌다. 종이 차트와 OCS (order communication system)로 진 료하던 시절을 거쳐 이제는 OCS와 PACS (picture archiving and communication system)가 합쳐진 통합 EMR (electronic medical recording) 환경에서 진료하게 되었다. 테블릿과 스마트폰으로 환자 정보를 보게 되면서 명단을 출력하지 않고 회진을 돌게 되었다. 도구의 변화는 빠르다. 반면 인간의 진화는 느리다. 발전된 도구를 충분히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외래에 EMR을 도입하고서도 과거와 달라진 것이 없다면 뭔가 아쉬운 일이다. 좀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뭔가 다른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좀 더 나은 서비스를 환자에게 제공할 수는 없을까? 1998년 동료 군의관 최진호 대위(현, 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 부교수)에게 천리안과 인터넷을 배웠다. 그 인연으로 10년 이상 홈페이지를 운영하면서 나름 IT에 익숙한 의사로 살아왔다. 벌써 작은 글씨는 잘 보이지 않는 중년이 되었지만, 당분간 새로운 것을 배우면서 살고 싶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름 채득하고 개발한 몇 가지 방법을 선후배 의사들과 나누고 싶다. IT를 활용한 진료 1. 외래 진료에서 IT의 활용 의무기록이 반드시 종이 챠트일 이유는 없다. 언제부터인가 paperless hospital이라는 말이 들 리더니 갑자기 대부분의 의무기록을 전산으로 작성하는 시대가 되었다. 참으로 빠른 변화가 아 닐 수 없다. 차트가 놓여있어야 할 진료실 책상 위에 평면 모니터와 자판만 놓여있는 상황은 무척 당황스럽다. - 65 -
2012년 대한간학회 추계학술대회 EMR 시대의 의무기록이 종이 차트 시대보다 부실하다는 평가를 받곤 한다. 의사들이 환자 얼굴은 보지 않고 모니터만 본다는 불평도 들린다. Digital native가 아닌 우리 의사들이 컴퓨터 와 타자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그러나 EMR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시대 변화에 아이디어가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라 생각한다. EMR 환경을 잘 이용 하면 오히려 의무기록이 충실해지고 환자에게 상세한 설명을 할 수 있다. 필자는 오래 전부터 어떻게 하면 EMR 환경에서 충실한 의무기록을 작성하고 환자에게 잘 설명할 것인가를 고민해왔다. 그 결과 몇 가지 나름의 방법을 찾았다. 참고가 될까 생각되어 간 단히 소개한다. (1) 자신의 용어로 자신만의 환자설명서를 만들어 인터넷을 통해 언제나 사용할 수 있는 환 경을 만들었다 (http://endoedu.com/cee/303_opd/sulmyung.html). 표준적인 내용이므로 보안 은 문제되지 않는다.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환자설명서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단지 필자에게 최적화되어 있을 뿐이다. (2) 환자설명서에 표준적인 그래픽을 올려 이용하고 있다. 적절한 그래픽만큼 환자들이 쉽게 생각하는 것도 없다. 의무기록에도 그래픽을 옮겨서 설명한 흔적을 남기면 더욱 좋다. (3) 외래에서는 워드패드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 필자가 작성한 설명서에서 환자의 질병 에 해당하는 부위를 복사(copy)하여 워드패드 프로그램에 붙이기(paste) 한 후 글자 크기 를 48 정도로 키우고 환자와 함께 읽어가면서 설명하는 방식이다. 설명서의 내용은 일반 적인 경우에 해당하므로 환자 자신의 특수한 사항은 워드패드 화면에서 적절히 가감하면 좋다. 설명한 내용은 EMR 외래기록에 옮긴다. (4) 빠른 타자는 필수다. 필자는 타이핑 속도를 높이기 위하여 한컴 타자연습 과 상당기간 씨 름하였다. 앞서 설명한 과정을 통하여 EMR 외래기록에 상당히 자세한 정보가 담기게 되면서 환자들이 외래 의무기록을 복사해 가는 일이 많아졌다. 환자가 자신의 질병과 치료에 대하여 보다 잘 이 해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분쟁도 줄어든다. 2. PC와 mobile로 접근할 수 있는 환자용 질환정보센터 환자에게 질환정보를 제공하는 전통적인 방법은 A4 용지에 출력한 정보 혹은 질환별 팜플렛 을 이용하는 것이다. 병원 홈페이지에 질환정보를 올리는 경우도 있으나, 현재 인터넷 의료정 보는 정리되어 있지 않다. 병원 홈페이지 자료를 모바일로 보는 것은 매우 불편하다. 환자에게 최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전용 웹페이지를 이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기본적 인 HTML로 만들면 정보를 쉽게 업데이트 할 수 있을뿐더러, 스마트폰, 테블릿 및 PC에서 모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형식을 유지할 수 있다. Single source multi-use의 개념이다. - 66 -
이준행 3. IT 도구를 이용한 회진(Doctor SMART) 모바일 도구가 넘치면서 의료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옴니아 2를 사용하면서 입원한 환자의 내시경사진과 CT사진을 찍어서 회진에 이용해 보았다. 스마트폰이 드물었던 시절이었 는데, 환자들의 반응은 대단했다. 이제는 벌써 스마트폰 2,000만대 시대가 되었다. 뭔가 전용 앱 이 필요한 시점이다. 스마트폰 화면이 60-70대 환자들에게는 너무 작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 다. 스마트폰 화면이 점점 커지고 있으므로 조만간 5 인치 정도가 되면 회진용으로 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환자에게 이미지를 보여주기에는 역시 태블릿 PC가 좋다. 클라이언트/서버 의 료 IT는 의료진을 위한 것이지만, 모바일 의료 IT는 의사와 환자 모두를 위한 것이다. 삼성서울 병원에서는 EMR, OCS, PACS의 일부 기능에 접근할 수 있는 7인치 화면 tablet PC용 앱인 Dr. SMART를 개발하였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에 최적화한 앱도 사용하고 있다. 1 의료진의 적극적 참여가 없으면 Dr. SMART와 같은 의료용 앱 개발은 어렵다. 필자는 의료진 을 대표하여 Dr. SMART 개발에 적극 뛰어 들어 브래인스토밍과 피드백에 참여하였다. 이러한 프로젝트에는 매우 짧은 개발주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첫 개발자 미팅에서 필자는 적어도 100번의 미팅이 필요하다 고 주장하였다. 처음에는 개발자들이 무척 놀랐으나, 일을 진 행해 가면서 사용자의 적극적인 개입이 user-friendly한 앱을 만드는데 필수적임을 느끼는 눈치 였다. 4. 병원 밖에서 환자에 대한 자문에 응하기 퇴근 후 혹은 주말에 환자에 대하여 연락을 받으면 무척 답답하다. 병력에 대해서는 대충 들을 수 있고, 몇 가지 중요한 결과를 물어볼 수 있으나 X-ray, 내시경 혹은 CT와 같은 이미지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1992년 필자가 인턴으로 응급실 당직을 하던 무렵, 두부 외상 환자가 와서 CT를 찍은 후 경막외혈종(epidural hematoma)가 발견되면 당직 신경외과 선생님께 전화를 하면 다음과 같은 대화가 오고 갔다. 경막외혈종 환자가 왔습니다. 몇 mm인가? 7 mm입니다. 알겠네. 지금 당장 나갈 테니 수술 준비를 해 두게. 이미지를 보낼 수 없으니 CT 필름의 혈종 두께를 재서 7 mm라고 보고했던 것이다. 최근에는 전자메일로 보내거나, 메세지 기능으로 이미지를 전송할 수 있다. 위각에 깊은 위궤양 3 cm짜 리가 있고 12시 방향에 큰 혈괴가 붙어있습니다 라고 보고받는 것보다 훨씬 낫지만 그래도 답 답한 것은 마찬가지다. 병원 밖에서 직접 이미지를 볼 수 없을까? 스마트폰이나 테블릿을 이용한 의료용 앱을 이용하면 환자의 이미지를 병원 밖에서 조회할 수 있다. 기술적으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문제는 법이다. 법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아직 병 원 밖에서 모바일을 이용하여 환자 이미지를 조회해도 좋다는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다. 환자 - 67 -
2012년 대한간학회 추계학술대회 이미지를 병원 밖에서 볼 수 있는 의료용 앱을 개발한 예는 있지만, 실제로 이를 사용하고 있는 예는 없는 것으로 안다.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애써 개발한 기능을 비활성화시킨 상태에서, 즉 병원 내에서만 볼 수 있도록 기능을 축소한 상태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언제 든지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좋은 기능이 법적 근거 부족으로 사장되고 있는 것은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2011년 8월 30일 시행된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인하여 병원 밖에서 환자 이미지를 보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다. 법령 정비가 시급하다. IT를 활용한 의학 교육 1. Daily e-mail을 이용한 교육(EndoTODAY) 선생이 학생에게 강의만 하라는 법은 없다. 자료를 만들어 보내주는 것도 좋은 교육법일 것 이다. 수년 전부터 전자메일을 이용하여 내과 전공의, 소화기내과 임상강사 및 기타 관심을 가 진 분들께 내시경과 관련된 교육자료를 보내고 있다. 초기에는 병원 인트라넷을 이용하여 불규 칙하게 교육자료를 보냈었다. 과거 자료를 다시 찾아보고 싶다는 임상강사의 요청에 따라 2008년 6월 2일부터 PDF로 만든 자료를 매일 보내고 그 내용을 개인 홈페이지(현 주소: http://endotoday.com) 에 올리기 시작하였다. 자료 보안을 위하여 PDF 파일에 암호를 붙였는데(현재는 공개하였다. 암호는 smcgi이다) 이 때문에 상당히 불편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때마침 스마트폰 유행이 시작 된 것을 계기로 2011년 9월 9일부터 PDF 형식과 암호를 포기하고 PC와 스마트폰에서 모두 보기 쉬운 형태로 새단장을 하였다. 현재는 HTML5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2. Mobile과 PC로 접근할 수 있는 웹앱(Web-App) 의학교육자료집(SMC 모바일 러닝센터) IT 강국으로 자부하는 우리나라에서 학생이나 전공의가 가운 주머니에 두툼한 매뉴얼을 넣 고 다니는 모습은 어울리지 않는다. 여러 권을 가지고 다닐 수도 없고, 낡아서 못 보게 되거나 분실하는 예도 적지 않다. 다른 과의 매뉴얼을 참고하고 싶어도 마땅치 않다. 이를 안타깝게 여 기던 중 언제 어디서나 PC 혹은 스마트폰으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웹앱 매뉴얼 SMC 모바일 러닝센터, AnyMed)를 만들게 되었다. 기존의 매뉴얼을 모두 올릴 수 있다면 더 이상 출력물은 불필요해진다. 환경보호에도 좋은 일이다. 보안이 필요한 내용만 피한다면 다른 과의 매뉴얼도 볼 수 있는 열린 자료집으로 꾸밀 수 있다. 종이 매뉴얼에 넣기 어려운 동영상과 많은 이미지도 넣을 수 있다. 언제든지 필요할 때마다 업데이트할 수 있으므로 항상 최신판으로 유지할 수 있다( 영원한 베타 ). 병동, 당직실, - 68 -
이준행 집, 심지어는 화장실에서도 볼 수 있는 자료집이다. 병원에서 전체적인 틀을 만들어 주고 각 진 료과에서 스스로 자료를 입력하는 게시판 형식이다. 참고문헌 1. Choi JS, Yi B, Park JH, Choi K, Jung J, Park SW, Rhee PL. The uses of the smartphone for doctors: an empirical study from samsung medical center. Healthc Inform Res 2011;17:131-8. - 6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