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타니파타 1/136
숫타니파타 - 최초의 부처님 말씀 부처님의 생생한 육성 담겨 시( 詩 )와 같이 짧은 글귀로 모아져 전해지는 경전 가운데 법구경 과 함께 가장 많이 애송되고 있는 경전이 바로 이 숫타니파타 입니다. 불교의 많은 경전 중에서도 비교적 초기에 이루어진 경전이라는 점에서도 그 비중이 클 뿐 아니라 역사적인 인물로서의 불타 석가모니의 생생한 육성에 가까운 법음( 法 音 )을 들을 수 있고 또 초기불교를 이해하는데 이보다 더 중요한 자료는 없을 것입니다. 숫타니파타 의 원명인 숫타(Sutta)는 경이라는 뜻이고 니파타(Nipata)는 집합이라는 의미로써 이를 합하면 "경집( 經 集 )"이 됩니다. 다시 말하면 다른 경들은 각기 어떤 일관된 내용이나 기술상의 성격에 따라 특정한 명칭을 붙일 만한 특징이 있으나 이 경에는 그런 것이 없어 그냥 '경의 모음'이라는 의미의 명칭을 붙인 것입니다. 숫타니파타 에는 소제목을 가진 경이 70 여개나 들어있는데 이를 크게 나누면 다섯 장, 즉 사품( 蛇 品 ), 소품( 小 品 ), 대품( 大 品 ), 의품( 義 品 ), 피안도품( 彼 岸 道 品 )등 입니다. 이렇게 다섯 장에 들어있는 총 1,149 수( 首 )의 운문들은 한결같이 수행자가 지켜야 할 마음가짐이 주된 내용이지만 때로는 간결하게 교리문제를 언급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경의 모음'이라는 경명( 經 名 )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경전 전체에 걸쳐 일관된 주제를 도출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경전의 가장 뛰어난 점을 들자면 내용의 소박함을 들 수가 있는데 다른 경전들이 주로 현학적인 이론에 치중하고 있는데 비하여 이 경은 전혀 그러한 부담이 없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이 경은 꼭 수행자나 불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가볍게 접할 수 있습니다. 즉 숫타니파타 에는 어떤 현학적인 교리도 없을 뿐더러 놀라운 참신성으로 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강렬하게 다가오는 호소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제 1 장에서는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마음가짐은 어떠한 것인가 하는 내용인데, 특히 수행자의 자세를 '뱀의 허물'이라는 유명한 비유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제 2 장에서는 부처님께 당신의 아들인 라훌라를 꾸짖음으로써 더불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자신이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를 알려주고, 또한 위선적인 친구에 대해서 '나는 당신의 친구'라고 하면서도 할 수 있는 일을 맡아서 도와 주지 않는 사람, 그는 친구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고 경계하고 있습니다. 제 3 장에서는 사성( 四 姓 )의 평등한 이치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으며, 제 4 장에서는 분노가 가져오는 폐단에 대하여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타인과 사회에까지 얼마나 해악을 끼치는가를 역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4 장만 한역되어 대장경에 수록되어 있었기 때문에 한역대장경에 의존하던 우리나라에서는 숫타니파타 가 일반인들에게 일찍 알려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2/136
제 5 장은 전체가 통일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특히 열 여섯 바라문과 부처 님의 문답이 실려 있습니다. 소품반야경 은 10 여종의 산스크리트본과 12 여 종의 티베트본, 그리고 한역본은 무려 42 종의 동본이역( 同 本 異 譯 )이 나올 정도로 선호되었던 경전입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중국인들에게 대승불교를 처음 전달한 지루가참 번역의 도행( 道 行 )반야경 을 비롯하여 대명도무극경( 大 明 度 無 極 經 ) 등이 현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소품반야경 를 일명 팔천송( 八 千 頌 )반야 라고도 부르는 것은 범본의 게송 수가 팔천 여 개인 점에 연유하고 있습니다. 소품반야경 의 갖춘 경명( 經 名 )인 마하반야바라밀경 을 해석하면 그대로 이 경전의 개요를 알 수 있게 됩니다. 즉 마하(Maha)는 크고 위대하다는 의미이고, 반야(Prajna)는 지혜이지만 중생들의 얄팍하고 상대적인 지혜가 아니라 절대적인 최고의 지혜, 즉 불지혜( 佛 智 慧 )를 가리킵니다. 바라밀(Pramita)은 두 가지 뜻이 있는데 하나는 도피안( 到 彼 岸 )을 뜻하고, 또 다른 하나는 완성( 完 成 )을 가리킵니다. 즉 번뇌의 차안( 此 岸 )으로부터 열반의 피안( 彼 岸 )에 도달( 到 )할 수 있다는 의미가 내재되어 있으며, 바로 그 바라밀의 실천에 의해 지혜를 완성시킨다는 뜻도 담겨 있습니다. 요컨대 소품반야경 은 바라밀을 어떻게 닦아야 하는가를 바로 지혜제일인 수보리( 須 菩 提 )를 등장시켜서 그 해답을 들려주고 있는 대승 초기경전입니다. - 계환스님의 경전산책에서 옮김 - 3/136
목차 제1장 뱀( 蛇 品 ) 뱀이 허물을 벗듯 소치는 다니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나도 밭을 갈고 씨를 뿌린다 대장장이 아들 춘다 파멸의 문 천한 사람 평안한 경지에 이르러 해야 할 일 설산( 雪 山 )의 야차 신앙이 으뜸가는 재산이다 부정하고 악취를 풍기는 몸뚱이 성인( 聖 人 ) 제2장 소품( 小 品 ) 보배는 눈 뜬 사람 안에 있다 비린 것 참된 친구와 우정 최상의 행복 탐욕과 혐오는 자신에게서 생긴다 쌀겨를 키질하듯 바라문에게 어울리는 일 튼튼한 배와 같이 훌륭하게 설해진 진리에 따라 살라 일어나 앉아라 라아훌라 존자 더위에 지친 사람이 물을 찾듯 수행자의 올바른 생활 수행자의 품행 재가자의 품행 제3장 대품( 大 品 ) 출가는 넓은 들판으로 나가는 것 보라, 이 마음과 몸의 깨끗함을! 훌륭하게 말해진 것 출생을 묻지 말고 행위를 물으라 자기를 다스리는 이에게 공양하라 편력의 행자 사비야 나는 위 없는 진리의 왕이다 번뇌의 화살을 뽑으라 행위로 인해 바라문이 된다 입안에 도끼를 조심하라 아시타 선인의 눈물 괴로움과 괴로움의 원인 제4장 의품( 義 品 ) 뱀의 머리를 피하듯 욕망을 피하라 4/136
육신의 동굴 성인은 비방에 동하지 않는다 깨끗해지는 것은 견해에 달려 있다 자신의 생각이 으뜸이라는 아집 모든 것은 변하고 없어진다 성교에 탐익하는 자 논쟁을 삼가하라 생각을 떠난 사람에게는 결박이 없다 죽기 전에 애착을 떠나라 투쟁과 슬픔은 사랑에서 비롯된다 진리를 안 사람은 다투지 않는다 논쟁의 결과는 칭찬과 비난 밖에서 고요함을 찾지도 말라 아름다운 모양에 애착하지 말라 수행자가 두려워하지 말아야 할것 제5장 피안( 彼 岸 ) 머리가 떨어지는 일 세상은 무명에 덮여 있다 흔들리지 않는 사람 욕망을 달성하고자 제사를 지내는 자 괴로움은 집착으로 인해 생긴다 으뜸 가는 진리로 번뇌의 강을 건너라 무소유로써 번뇌의 강을 건너라 번뇌의 마군을 깨뜨린 사람이 탐욕을 없애는 것이 열반이다 욕망과 애착을 초월한 사람 호수가의 피난처 명칭과 형태에 대한 탐착을 떠난 사람 집착하는 곳에 악마가 따른다 무명을 깨뜨리는 일 안팎으로 <아무것도 없다>고 보는 이 죽음을 넘어설 수 있는 것 삶과 늙어 쇠함을 버리는 길 피안에 이르는 길 5/136
제1장 뱀( 蛇 品 ) : 뱀이 허물을 벗듯 (1) 뱀의 독이 몸에 퍼지는 것을 약으로 다스리듯, 치미는 화를 삭이는 수행자( 修 行 者 )는, 이 세상( 此 岸 )도 저 세상( 彼 岸 )도 다 버린다. 마치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는 것처럼. (2) 연못에 핀 연꽃을 물 속에 들어가 꺾듯이, 애욕을 말끔히 끊어 버린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마치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는 것처럼. (3) 넘쳐 흐르는 애착의 물줄기를 남김 없이 말려 버린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마치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는 것처럼. (4) 거센 흐름이 연약한 갈대의 뚝을 무너뜨리듯이, 교만한 마음을 남김 없이 없애 버린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마치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는 것처럼. (5) 무화과 나무 숲속에서 꽃을 찾아도 얻을 수 없듯이, 모든 존재를 항상 있는 것이라고 보지 않은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마치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는 것처럼. (6) 안으로 성냄이 없고, 밖으로는 세상의 영고 성쇠( 榮 枯 盛 衰 )를 초월한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마치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는 것처럼. (7) 생각( 想 念 )을 불살라 남김이 없고, 마음이 잘 다듬어진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마치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는 것처럼. (8) 달려갈지라도 너무 빠르거나 느리지 않고, 망상( 妄 想 )을 아주 초월한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마치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는 것처럼. (9) 달려갈지라도 너무 빠르거나 느리지 않고, 이 세상 모든 것은 허망하다 고 아는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마치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는 것처럼. (10) 달려갈지라도 너무 빠르거나 느리지 않고, 모든 것은 허망하다 고 알아 탐욕에서 떠난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마치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는 것처럼. (11) 6/136
달려갈지라도 너무 빠르거나 느리지 않고, 모든 것은 허망하다 고 알아 애욕에서 떠난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마치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는 것처럼. (12) 달려갈지라도 너무 빠르거나 느리지 않고, 모든 것은 허망하다 고 알아 미움에서 떠난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마치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는 것처럼. (13) 달려갈지라도 너무 빠르거나 느리지 않고, 모든 것은 허망하다 고 알아 헤매임( 迷 妄 )에서 떠난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마치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는 것처럼. (14) 나쁜 버릇이 조금도 없고, 악이 뿌리를 뽑아 버린 수행자는,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마치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는 것처럼. (15)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날 인연이 되는, 즉 번뇌에서 생기는 것을 조금도 갖지 않은 수행자는,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마치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는 것처럼. (16) 사람을 생존에 얽어 매는 애착을 조금도 갖지 않은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마치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는 것처럼. (17) 다섯 가지 덮임(5 蓋 )을 버리고, 번뇌 없고 의혹을 넘어 괴로움이 없는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마치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는 것처럼. 소치는 다니야 (18) 소치는 다니야가 말했다. 나는 이미 밥도 지었고,우유도 짜 놓았습니다.마히이 강변에서 처자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내 움막은 지붕이 덮이고 방에는 불이 켜졌습니다. 그러니 신( 神 )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 (19) 스승은 대답했다. 나는 성내지 않고 마음의 완강한 미혹( 迷 惑 )을 벗어 버렸다. 마히이 강변에서 하룻밤을 쉬리라. 내 움막(곧 자신)은 드러나고 탐욕의 불은 꺼져 버렸다. 그러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 (20) 소치는 다니야가 말했다. 모기나 쇠파리도 없고, 소들은 늪에 우거진 풀을 뜯어 먹으며, 비가 와도 견디어낼 것입니다. 그러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 7/136
(21) 스승은 대답했다. 내 뗏목은 이미 잘 만들어져 있다. 거센 흐름에도 꺼떡없이 건너 벌써 피안( 彼 岸 )에 이르렀으니, 이제는 더 뗏목이 소용없노라. 그러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 (22) 소치는 다니야가 말했다. 내 아내는 온순하고 음란하지 않습니다.오래 함께 살아도 항상 내 마음에 듭니다. 그녀에게 그 어떤 나쁜 점이 있다는 말도 듣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 (23) 스승은 대답했다. 내 마음은 내게 순종하고 해탈해 있다. 오랜 수양으로 잘 다스려졌다. 내게는 그 어떤 나쁜 점도 있지 않다. 그러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 (24) 소치는 다니야가 말했다. 나는 놀지 않고 내 힘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내 아이들은 모두 다 건강합니다. 그들에게 그 어떤 나쁜 점이 있다는 말도 듣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 (25) 스승은 대답했다. 나는 그 누구의 고용인도 아니다. 스스로 얻은 것에 의해 온 누리를 걷노라. 남에게 고용될 이유가 없다. 그러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 (26) 소치는 다니야가 말했다. 아직 길들지 않은 송아지도 있고, 젖을 먹는 어린 소도 있습니다. 새끼 밴 어미소도 있고, 발정한 암소도 있습니다. 그리고 암소의 짝인 황소도 있습니다. 그러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 서. (27) 스승은 대답했다. 아직 길들지 않은 어린 소도 없고, 젖 먹는 송아지도 없다. 새끼 밴 어미소도 없으며, 발정한 암소도 없다. 그리고 암소의 짝인 황소도 없다. 그러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 (28) 소치는 다니야가 말했다. 소를 매놓을 말뚝은 땅에 박혀 흔들리지 않습니다. <문자> 풀로 만든 새 밧줄은 잘 꼬여 있으니, 송아지도 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 8/136
(29) 스승은 대답했다. 황소처럼 고삐를 끊고, 코끼리처럼 냄새 나는 넝쿨을 짓밟았으니, 나는 다시 모태( 母 胎 )에 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 (30) 갑자기 검은 구름이 비가 되어 뿌리더니 골짜기와 언덕에 물이 넘쳤다. 신께서 뿌리는 빗소리를 듣고 다니야는 이렇게 말했다. (31) 우리는 거룩한 스승을 만나 얻은 바가 참으로 큽니다. 눈이 있는 이여, 우리는 당신께 귀의( 歸 依 )하오니 스승이 되어 주소서. 위대한 성자시여. (32) 아내도 저도 순종하면서 행복한 분(부처님) 곁에서 청정한 행( 淸 淨 行 )을 닦겠나이다. 그러면 생사가 없는 피안( 彼 岸 )에 이르러 괴로움을 없애게 될 것입니다. (33) 악마 파아피만이 말했다. 자녀가 있는 이는 자녀로 인해 기뻐하고, 소를 가진 이는 소로 인해 기뻐한다. 사람이 집착하는 근본은 바로 기쁨이다. 집착할 데가 없는 사람은 기뻐할 것도 없으리라. (34) 스승은 대답했다. 자녀가 있는 이는 자녀로 근심하고, 소를 가진 이는 소 때문에 걱정한다. 참으로 사람이 집착하는 근본은 근심이니라. 집착이 없는 이는 근심할 것도 없느니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35) 모든 생물에 대해서 폭력을 쓰지 말고, 모든 생물을 그 어느 것이나 괴롭히지 말며, 또 자녀를 갖고자 하지도 말라. 하물며 친구이랴. 물소의 뿔처럼 혼자서 걸어 가라. (36) 서로 사귄 사람에게는 사랑과 그리움이 생긴다. 사랑과 그리움에는 괴로움이 따른다. 연정에서 우환이 생기는 것임을 알고, 물소의 뿔처럼 혼자서 걸어 가라. (37) 친구를 동정한 나머지 마음이 얽매이면 손해를 본다. 가까이 사귀면 이런 우려가 있는 것을 알고, 물소의 뿔처럼 혼자서 걸어 가라. (38) 자식이나 아내에 대한 애착은 마치 가지가 무성한 대나무가 서로 엉켜 있는 것과 같다. 죽순이 다른 것에 달라붙지 않도록, 물소의 뿔처럼 혼자서 걸어 가라. 9/136
(39) 숲 속에서 묶여 있지 않는 사슴이 먹이를 찾아 여기 저기 다니듯이, 지혜로운 이는 독립과 자유를 찾아, 물소의 뿔처럼 혼자서 걸어 가라. (40) 동반자( 同 伴 者 )들 속에 끼면, 쉬거나 가거나 섰거나 또는 여행하는 데도 항상 간섭을 받게 된다. 남이 원치 않는 독립과 자유를 찾아, 물소의 뿔처럼 혼자서 걸어 가라. (41) 동반자들 속에 끼면 유희와 환락이 있다. 또 자녀들에 대한 애정은 매우 크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것은 싫지만, 물소의 뿔처럼 혼자서 걸어 가라. (42) 사방으로 돌아다니면서 남을 해치려는 생각 없이 무엇이나 얻은 것으로 만족하고, 온갖 고난을 이겨 두려움 없이, 물소의 뿔처럼 혼자서 걸어 가라. (43) 출가한 몸으로 아직 불만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또한 집에 사는 재가자( 在 家 者 )도 그러하다. 남의 자녀에게 집념하지 말고, 물소의 뿔처럼 혼자서 걸어 가라. (44) 잎이 떨어진 코오빌라아라 나무처럼, 재가자의 표적을 없애 버리고 집안의 굴레를 벗어나, 용기 있는 이는 물소의 뿔처럼 혼자서 걸어 가라. (45) 만일 그대가 현명하고, 일에 협조하고, 예의 바르고, 총명한 동반자를 얻는다면 어떠한 난관도 극복하리니, 기쁜 마음으로 생각을 가다듬고 그와 함께 걸어 가라. (46) 그러나 만일 그대가 현명하고, 일에 협조하고, 예의 바르고, 총명한 동반자를 얻지 못하면 마치 왕이 정복한 나라를 버리고 가듯, 물소의 뿔처럼 혼자서 걸어 가라. (47) 우리는 참으로 친구를 얻는 행복을 기린다. 자기보다 뛰어나거나 동등한 친구와는 가까이 친해야 한다. 이러한 친구를 만나지 못할 때에는 허물을 짓지 말고, 물소의 뿔처럼 혼자서 걸어 가라. (48) 금공( 金 工 )이 잘 만들어낸 두 개의 황금 팔찌가 한 팔에서 서로 부딪치는 소리를 듣고, 물소의 뿔처럼 혼자서 걸어 가라. (49) 이와 같이, 두 사람이 같이 있으면 잔소리와 말다툼이 일어 나니라. 장차 이런 일이 있을 것을 잘 살펴, 물소의 뿔처럼 혼자서 걸어 가라. 10/136
(50) 욕망은 실로 그 빛깔이 곱고 감미로우며 즐겁게 하고, 또한 여러 가지 모양으로 마음을 산산이 흩으러 놓는다. 욕망의 대상에는 이러한 우환이 있다는 것을 알고, 물소의 뿔처럼 혼자서 걸어 가라. (51) 이것이 내게는 재앙이고 종기이고 화이며, 병이고 화살이고 공포다. 이렇듯 모든 욕망의 대상에는 그러한 두려움이 있는 것을 알고, 물소의 뿔처럼 혼자서 걸어 가라. (52) 추위와 더위, 굶주림, 갈증, 바람, 그리고 뜨거운 햇볕과 쇠파리와 뱀,이러한 모든 것을 이겨 내고, 물소의 뿔처럼 혼자서 걸어 가라. (53) 마치 어깨가 떡 벌어진 코끼리가 그 무리를 떠나 마음대로 숲 속을 거닐 듯이, 물소의 뿔처럼 혼자서 걸어 가라. (54) 모임( 集 會 )을 즐기는 이에게는 잠시 동안의 해탈에 이를 겨를이 없다. 태양의 후예(부처님)가 한 말씀을 명심하여, 물소의 뿔처럼 혼자서 걸어 가라. (55) 서로 다투는 철학적 견해를 초월하고 깨달음에 이르는 결론에 도달하여 도( 道 )를 얻은 사람은 나는 지혜를 얻었으니, 이제는 남의 지도를 받을 필요가 없다 하고, 물소의 뿔처럼 혼자서 걸어 가라. (56) 탐내지 말고 속이지 말며, 갈망하지 말고 남의 덕을 가리지도 말며, 혼탁과 미혹을 버리고, 세상의 온갖 애착에서 벗어나, 물소의 뿔처럼 혼자서 걸어 가라. (57) 의롭지 못한 것을 보고 그릇되고 굽은 것에 사로잡힌 나쁜 벗을 멀리 하라. 탐욕에 빠져 게으른 사람에게 가까이 하지 말고, 물소의 뿔처럼 혼자서 걸어 가라. (58) 널리 배워 진리를 아는, 고매하고 총명한 친구와 사귀라. 온갖 이로운 일을 알고 의혹을 떠나, 물소의 뿔처럼 혼자서 걸어 가라. (59) 세상의 유희나 오락이나 쾌락에 만족하지 말고 관심도 가지지 말라. 꾸밈없이 진실을 말하면서, 물소의 뿔처럼 혼자서 걸어 가라. (60) 처자도 부모도 재산도 곡식도, 친척이나 모든 욕망 까지도 다 버리고, 물소의 뿔처럼 혼자서 걸어 가라. 11/136
(61) 이것은 집착이구나. 이곳에는 즐거움도 상쾌한 맛도 적고 괴로움뿐이다. 이것은 고기를 낚는 낚시이다 라고 깨닫고, 현자( 賢 者 )는 물소의 뿔처럼 혼자서 걸어 가라. (62) 물속의 고기가 그물을 찢는 것처럼, 또는 불이 다 탄 곳에는 다시 불 붙지 않는 것처럼, 모든 번뇌의 매듭을 끊어 버리고, 물소의 뿔처럼 혼자서 걸어 가라. (63) 우러러 보거나 헤매지 말고, 모든 감관( 感 官 )을 막아 마음을 지켜 번뇌가 일어나는 일 없이, 번뇌의 불에 타지도 말고, 물소의 뿔처럼 혼자서 걸어 가라. (64) 잎이 저버린 파아리찻타 나무처럼, 재가자( 在 家 者 )의 모든 표적을 버리고 출가하여 가사를 걸치고, 물소의 뿔처럼 혼자서 걸어 가라. (65) 모든 맛에 탐착하지 말고, 욕구하거나 남을 양육하지 말라. 문전마다 밥을 빌어 가정에 매이지 말고, 물소의 뿔처럼 혼자서 걸어 가라. (66) 마음의 다섯 가지 덮개를 벗겨 버리고, 모든 수번뇌( 隨 煩 惱 )를 잘라 버려 의지하지 않으며, 애욕의 허물을 끊어 버리고, 물소의 뿔처럼 혼자서 걸어 가라. (67) 전에 경험했던 즐거움과 괴로움을 버리고, 또 쾌락과 우수를 버리고 맑은 고요와 안식을 얻어, 물소의 뿔처럼 혼자서 걸어 가라. (68) 최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 정진하고, 마음의 해이를 물리치고 행동하는 데에 게으르지 말며,힘차게 활동하여 몸의 힘과 지혜의 힘을 갖추고, 물소의 뿔처럼 혼자서 걸어 가라. (69) 홀로 앉아 선정( 禪 定 )을 버리지 말고, 모든 일에 늘 이치와 법도에 맞도록 행동하며, 살아 가는 데 있어 우환을 똑똑히 알아, 물소의 뿔처럼 혼자서 걸어 가라. (70) 애착을 없애기 위해 게으르지 말고, 벙어리도 되지 말고,학식이 있고 마음을 안정시켜 이치( 理 法 )를 확실히 알며 자제하고 노력해서, 물소의 뿔처럼 혼자서 걸어 가라. (71)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같이, 물소의 뿔처럼 혼자서 걸어 가라. 12/136
(72) 이빨이 억세어 뭇 짐승의 왕이 된 사자가 다른 짐승을 제압하듯이,종벽한 곳에 살기를 힘쓰라. 물소의 뿔처럼 혼자서 걸어 가라. (73) 자비와 고요와 동정과 해탈과 기쁨을 때에 따라 익히고, 모든 세간( 世 間 )을 저버림이 없이, 물소의 뿔처럼 혼자서 걸어 가라. (74) 탐욕과 혐오와 헤매임을 버리고, 매듭을 끊어 목숨을 잃어도 두려워 말고, 물소의 뿔처럼 혼자서 걸어 가라. (75) 사람들은 자기의 이익을 위해 벗을 사귀고 또한 남에게 봉사한다. 오늘 당장의 이익을 생각지 않는 벗은 보기 드물다. 자신의 이익만을 아는 사람은 추하게 보인다. 물소의 뿔처럼 혼자서 걸어 가라. 나도 밭을 갈고 씨를 뿌린다 (76) 내가 들은 바에 의하면, 어느 때 거룩하신 스승(부처님)께서는 마가다나라 남산에 있는 <한 포기 띠( 芽 )>라고 하는 바라문 촌에 계시었다. 그때 밭을 갈고 있던 바라문 바아라드바아자는 씨를 뿌리는 데에 오백 자루의 괭이를 소에 메웠다. 스승께서는 오전 중에 속옷을 입고 바리때와 겉옷( 重 依 )을 걸치고, 밭을 갈고 있는 바라문 바아라드바아자에게로 가셨다. 때 마침 그는 음식을 나누어 주고 있기에 스승은 한쪽에 가 서 계시었다. 바라문 바아라드바아자는 음식을 받기 위해 서 있는 스승을 보고 말했다. 사문( 沙 門 = 도를 닦는 사람)이여, 나는 밭을 갈고 씨를 뿌립니다. 밭을 갈고 씨를 뿌린 후에 먹습니다. 사문이여, 당신도 밭을 가십시오. 그리고 씨를 뿌리십시오, 갈고 뿌린 다음에 먹으십시오. 스승은 대답하셨다. 바라문이여, 나도 밭을 갈고 씨를 뿌립니다. 갈고 뿌린 다음에 먹습니다. 바라문이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당신 고오타마의 멍에나 호미, 호미 날, 작대기나 소를 본 일이 없습니다. 그런데 당신 고오타마는 어째서 바라문이여, 나도 밭을 갈고 씨를 뿌립니다. 갈고 뿌린 다음에 먹습니다 라고 하십니까? 이 때 밭을 갈던 바라문 바아라드바아자는 시( 詩 )로써 스승에게 여쭈었다. 당신은 농부라고 자칭하시지만,우리는 밭 가는 것을 본 일이 없습니다. 당신이 밭을 간다는 것을 우리들이 알아 듣도록 말씀해 주십시오. (77) 스승은 대답했다. 믿음은 종자요, 고행은 비이며, 지혜는 내 멍에와 호미,부끄러움은 괭이자루, 의지는 잡아 메는 새끼, 생각은 내 호미 날과 작대기입니다. (78) 몸을 근신하고 말을 조심하며, 음식을 절제하여 과식하지 않습니다.나는 진실을 김매는 것으로 삼고 있습니다. 13/136
유화( 柔 和 )가 내 멍에를 떼어 놓습니다. (79) 노력은 내 황소이어서 나를 안온의 경지로 실어다 줍니다. 물러남이 없이 앞으로 나아가 그곳에 이르면 근심 걱정이 없습니다. (80) 이 밭갈이는 이렇게 해서 이루어지고 단 이슬( 甘 露 )의 과보를 가져 오는 것입니다. 이런 농 사를 지으면, 온갖 고뇌에서 풀려 나게 됩니다. (81) 이 때 밭을 가는 바라문 바아라드바아자는 커다란 청동( 靑 銅 )바리에 우유 죽을 하나 가득 담아 스승에게 올렸다. 고오타마께서는 우유 죽을 드십시오. 당신은 진실로 밭가는 분이십니다. 왜냐하면 당신 고오타마께서는 단이슬의 과보를 가져다 주는 농사를 짓기 때문입니다. 시를 읊어 얻은 것을 나는 먹을 수 없습니다. 바라문이여, 이것은 바르게 보는 사람들(눈을 뜬 사람들)의 하는 일이 아닙니다.시를 읊어 생긴 것을 눈을 뜬 사람들( 諸 佛 )은 받지 않았습니다. 바라문이여, 법에 따르는 이것이 눈을 뜬 사람들의 생활 방법입니다. (82) 완전한 사람인 큰 선인( 大 仙 人 ), 번뇌의 더러움을 다 없애고, 나쁜 행위를 소멸해 버린 사람에게는 다른 음식을 드리십시오. 그것은 필경 공덕을 바라는 이의 복 밭이 될 것입니다. 그러면 고오타마시여,이 우유 죽을 저는 누구에게 드려야 합니까? 바라문이여,신, 악마, 범천( 梵 天 )들이 있는 세계에서 신,인간,사문,바라문을 포함한 뭇 중생 가운 데서 완전한 사람( 如 來 )과 그의 제자를 빼놓고는, 아무도 이 우유 죽을 먹고 소화시킬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므로 바라문이여, 이 우유 죽일랑 산 풀이 적은 곳에 버리십시오. 그리하여 밭을 가는 바라문 바아라드바아자는 그 우유 죽을 생물이 없는 물속에 쏟아 버렸다. 그런데 그 우유 죽은 물속에 버려지자마자 부글부글 소리를 내면서 많은 거품을 내뿜는 것이었다.마치 온종일 뙤약볕에 쪼여 뜨거워진 호미 날을 물속에 넣을 때 부글부글 소리를 내면서 많은 거품이 이는 것과 같았다. 이 때 바라문 바아라드바아자는 모골이 송연하여 두려워 떨면서 스승 곁에 다가섰다. 그리고 스승의 두 발에 머리를 조아리며 여쭈었다. 놀라운 일입니다, 고오타마시여.놀라운 일입니다, 고오타마시여. 마치 넘어진 사람을 일으켜 주듯이, 덮인 것을 벗겨 주듯이,길 잃은 이에게 길을 가리켜 주듯이, 혹은 눈이 있는 자는 빛( 色 )을 보리라 하여 어둠 속에서 등불을 비춰 주듯이, 고오타마 당신은 여러 가지 방편으로 진리를 밝혀 주셨습니다. 저는 고오타마 당신께 귀의하고, 진리와 도를 닦는 스님들의 모임에 귀의합니다. 저는 고오타마 곁에 출가하여 완전한 계율( 具 足 戒 )을 받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밭을 가는 바라문 바아라드바아자는 부처님 곁에 출가하여 완전한 계를 받았다. 그 후 얼마 되지 않아 이 바아라드바아자는 홀로 사람들을 멀리하고 부지런히 정진하여 마침내 더 없이 청정한 행의 궁극을 - 많은 선 남자들은 바로 그것을 얻기 위해 집을 나와 집 없는 상태가 된 것인데 - 현세에서 스스로 깨달아 증명하고 구현하며 살았다. 태어나는 일은 끝났다. 청정한 행은 이미 완성됐다. 할 일을 다 마쳤다. 이제 또 다시 이런 생존을 받지는 않는다 라고 깨달았다. 그리하여 바아라드바아자 장로는 성인( 聖 人 )의 한 사람이 되었다. 14/136
대장장이 아들 춘다 (83) 대장장이 아들 춘다가 말했다. 위대하고 지혜로운 성인,눈을 뜬 어른,진리의 주인,애착을 떠난 분,인류의 최상자( 最 上 者 ), 뛰어난 마부에게 저는 물어 보겠습니다. 세상에는 얼마나 되는 수행자가 있습니까? 일러 주십시오. (84) 스승(부처님)은 대답했다. 춘다여, 네 가지 수행자가 있고, 다섯 번째는 없느니라. 지금 그 물음에 답하리라. <도로써 이긴 이( 勝 者 )> <도를 말하는 이> <도에 사는 이> 그리고 <도를 더럽히는 자>이니라. (85) 대장장이 춘다는 말했다. 눈을 뜬 사람은 누구를 가리켜 <도로써 이긴 이>라 부르십니까? 그리고 <도를 생각하는 사람>은 어찌하여 다른 이와 견줄 수 없습니까? 또 묻겠습니다만 <도에 의해 산다>는 것을 설명해 주십시오. 그리고 <도를 더럽히는 자>라는 것도 제게 말씀해 주십시오. (86) 의혹을 넘어서고 고뇌를 떠나 열반을 즐기며, 탐욕을 버리고 신( 神 )들을 포함한 세계를 이끄는 사람, 이런 사람을 <도로써 이긴 이>라고 눈을 뜬 사람들은 말한다. (87) 이 세상에서 가장 으뜸가는 것으로 알고, 법을 설하고 판별하는 사람, 의혹을 버리고 동요하지 않는 성인을 수행자들 중에서 둘째로 <도를 말하는 이> 라 부른다. (88) 잘 설명된 법의 말씀인 도에 살아 스스로 억제하고, 깊이 생각해서 잘못된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을 수행자들 중에서 셋째로 <도에 사는 사람>이라 부른다. (89) 맹세한 계율을 잘 지키는 체하지만, 고집 세고 가문을 더럽히며, 오만하고 거짓이 있으며, 자제력이 없고 말 많고 그러면서도 잘난 체하는 사람을 가리켜 <도를 더럽히는 자>라고 한다. (90) 학식이 있고 총명한 재가( 在 家 )의 성스런 신도는 그들 네 종류의 수행자는 다 이와 같다 고 알아, 그들을 통찰하여 그와 같이 보더라도 그 신도의 믿음은 없어지지 않는다. 그는 어째서 더럽혀진 것과 더럽혀지지 않은 것, 깨끗한 이와 깨끗하지 않은 자를 똑같이 볼 수 있을 것인가. 15/136
파멸의 문 (91) 내가 들은 바에 의하면, 어느 때 거룩하신 스승(부처님)은 사아밧티이( 舍 衛 城 )의 제타 숲, 고독한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나눠 주는 장자의 동산( 祗 樹 給 孤 獨 園 = 祗 園 精 舍 )에 계시었다. 그 때 용모가 아름다운 한 신이 밤중이 지났을 무렵, 제타 숲을 두루 비추면서 스승께 가까이 왔다. 그러더니 스승께 절하고 한쪽에 서서 시로써 호소하는 것이었다. 저희는 파멸하는 사람에 대해서 고오타마께 여쭈어 보겠습니다. 파멸에 이르는 문은 어떤 것입니까? 스승께 그것을 묻고자 이렇게 찾아 왔습니다. (92) 스승은 대답했다. 번영하는 사람도 알아 보기 쉽고, 파멸도 알아 보기 쉽다. 진리를 사랑하는 사람은 번영하고, 진리를 싫어하는 사람은 망한다. (93) 잘 알겠습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이것이 첫째 파멸입니다. 스승님, 둘째 것을 말씀해 주십시오. 파멸의 문은 무엇입니까? (94) 나쁜 사람들을 사랑하고 착한 사람을 사랑하지 않으며, 나쁜 사람이 하는 일을 즐기면, 이것은 파멸의 문이다. (95) 잘 알겠습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이것이 둘째 파멸입니다. 스승님, 세째 것을 말씀해 주십시오, 파멸의 문은 무엇입니까? (96) 잠자는 버릇이 있고, 교제의 버릇이 있고, 분발해서 정진하지 않고 게으르며, 걸핏하면 화 잘 내는 것으로 이름난 사람이 있다. 이것은 파멸의 문이다. (97) 잘 알겠습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이것이 세째 파멸입니다. 스승님, 네째 것을 말씀해 주십시오. 파멸의 문은 무엇입니까? (98) 자기는 풍족하게 살고 있으면서 늙어 쇠약한 부모는 돌보지 않는 사람이 있다. 이것은 파멸의 문이다. (99) 잘 알겠습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이것이 네째 파멸입니다. 스승님, 다섯째 것을 말씀해 주십시오. 파멸의 문은 무엇입니까? (100) 바라문이나 사문, 혹은 다른 걸식하는 이를 거짓 말로 속인다면, 이것은 파멸의 문이다. 16/136
(101) 잘 알겠습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이것이 다섯째 파멸입니다. 스승님, 여섯째 것을 말씀해 주십시오. 파멸의 문은 무엇입니까? (102) 엄청나게 많은 재물과 황금과 먹을 것이 있는 사람이 혼자서 맛있는 것을 먹는다면, 이것은 파멸의 문이다. (103) 잘 알겠습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이것이 여섯째 파멸입니다. 스승님, 일곱째 것을 말씀해 주십시오. 파멸의 문은 무엇입니까? (104) 혈통을 뽐내고 재산과 가문을 자랑하면서 자기네 친척을 멸시하는 사람이 있다. 이것은 파멸의 문이다. (105) 잘 알겠습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이것이 일곱째 파멸입니다. 스승님, 여덟째 것을 말씀해 주십시오. 파멸의 문은 무엇입니까? (106) 여자에게 미치고 술과 도박에 빠져 버는 족족 잃어 버리는 사람이 있다. 이것은 파멸의 문이다. (107) 잘 알겠습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이것이 여덟째 파멸입니다. 스승님, 아홉째 것을 말씀해 주십시오. 파멸의 문은 무엇입니까? (108) 자기 아내로 만족하지 않고, 매춘부와 놀아나고, 남의 아내와 어울린다. 이것은 파멸의 문이다. (109) 잘 알겠습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이것이 아홉째 파멸입니다. 스승님, 열 번째 것을 말씀해 주십시오. 파멸의 문은 무엇입니까? (110) 한창때를 지난 남자가 틴발 열매처럼 불룩한 유방을 가진 젊은 여인을 유인하여 그녀를 질투하는 일로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면, 이것은 파멸의 문이다. (111) 잘 알겠습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이것이 열 번째 파멸입니다. 스승님, 열 한번째 것을 말씀해 주십시오. 파멸의 문은 무엇입니까? (112) 술과 고기 맛에 빠져 재물을 헤프게 쓰는 여자나 남자에게,집안 일의 실권을 맡긴다면,이것은 파멸의 문이다. 17/136
(113) 잘 알겠습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이것이 열 한번째 파멸입니다. 스승님, 열 두 번째 것을 말씀해 주십시오. 파멸의 문은 무엇입니까? (114) 크샤트리야( 武 士 ) 집안에 태어난 사람이 권세는 작은데 욕망만 커서, 이 세상에서 왕위를 얻고자 한다면, 이것은 파멸의 문이다. (115) 세상에는 이러한 파멸이 있다는 것을 잘 살펴서, 성현들은 진리를 보고 행복한 세계에 이른다. 천한 사람 (116) 내가 들은 바에 의하면, 어느 때 거룩하신 스승은 사아밧티이의 제타 숲, 고독한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는 장자의 동산에 계시었다. 그 때 스승께서는 오전에 내의를 입고 바리때와 겉옷을 걸치고 밥을 빌러 사아밧티이에 들어가셨다. 그 때 불을 섬기는 바라문 바아라드바아자의 집에는 성화( 聖 火 )가 켜지고 제물이 올려져 있었다. 스승은 사아밧티이 거리에서 탁발( 托 鉢 )하면서 그의 집에 가까이 가셨다. 불을 섬기는 바라문 바아라드바아자는 스승이 멀리서 오는 것을 보고 스승께 말했다. 까까중아, 거기 섰거라. 가짜 사문아, 거기 섰거라. 천한 놈아, 거기 섰거라. 이렇게 당한 스승께서는 불을 섬기는 바라문 바아라드바아자에게 말씀하셨다. 바라문이여, 도대체 당신은 천한 사람을 알고나 있소? 또 천한 사람을 만드는 조건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소? 고오타마여, 나는 사람을 천하게 하는 조건조차도 알지 못합니다. 아무쪼록 저에게 천한 사람을 만드는 조건을 알 수 있도록 그 이치를 말씀해 주십시오. 바라문이여, 그러면 주의해서 잘 들으시오. 내 말하리다. 네, 어서 말씀해 주십시오. 하고, 불을 섬기는 바라문 바아라드바아자는 스승께 대답했다. 스승은 말씀하셨다. (116) 화를 잘 내고 원한을 품으며, 간사하고 악독해서 남의 미덕을 덮어 버리고, 그릇된 소견으로 음모하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117) 한번 태어나는 것이거나 두 번 태어나는 것이거나, 이 세상에 있는 생물을 해치고 동정심이 없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118) 시골과 도시를 파괴하고 포위하여, 독재자로서 널리 알려진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119) 마을에 있거나 숲에 있거나 남의 것을 주지도 않는데 훔치려는 생각으로 이를 취하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18/136
(120) 사실은 빚이 있어 돌려 달라고 독촉을 받으면, 당신에게 갚을 빚은 없다 고 발뺌을 하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121) 얼마 안 되는 물건을 탐내어 행인을 살해하고 그 물건을 약탈하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122) 증인으로 불려 나갔을 때 자신이나 남을 위해, 또는 재물을 위해 거짓으로 증언하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123) 때로는 폭력을 가지고, 혹은 서로 사랑하여 친척이나 친구의 아내와 어울리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124) 자기는 재물이 풍족하면서도 늙고 쇠약한 부모를 섬기지 않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125) 부모 형제 자매, 혹은 의붓 어머니를 때리거나 욕하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126) 상대가 이익 되는 일을 물었을 때, 불리하게 가르쳐주거나 숨긴 일을 말하는 사람, 그를 천 한 사람으로 아시오. (127) 나쁜 일을 하면서, 아무도 자기가 한 일을 모르기를 바라며 숨기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128) 남의 집에 갔을 때는 융숭한 대접을 받았으면서, 그 쪽에서 손님으로 왔을 때는 예의로써 보답하지 않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129) 바라문이나 사문 또는 걸식( 乞 食 )하는 사람에게 거짓말로 속이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130) 식사 때가 되었는데도 바라문이나 사문에게 욕하며 먹을 것을 주지 않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131) 이 세상에서 어리석음에 덮여 변변찮은 물건을 탐하고 사실이 아닌 일을 말하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19/136
(132) 자기를 칭찬하고 남을 경멸하며, 스스로의 교만 때문에 비굴해진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133) 남을 괴롭히고 욕심이 많으며, 나쁜 욕망이 있어 인색하고, 덕도 없으면서 존경을 받으려 하며,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134) 깨달은 사람을 비방하고 혹은 출가나 재가의 제자들을 헐뜯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135) 사실은 존경 받지 못할 사람이 존경 받을 사람이라 자부하고, 범천( 梵 天 )을 포함한 세계의 도적인 그 사람이야말로 가장 천한 사람이오. 내가 당신에게 말한 이러한 사람들은 참으로 천한 사람인 것이오. (136) 날 때부터 천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오, 태어나면서 바라문이 되는 것도 아니오. 행위에 의해서 천한 사람도 되고 바라문도 되는 것이오. (137) 나는 다음에 실 예를 들겠으니 이것으로 내 말을 알아 들으시오. 찬다아라 족의 아들이며, 개백정 마아탕가로 세상에 알려진 사람이 있었소. (138) 그 마아탕가는 얻기 어려운 최상의 명예를 얻었소. 많은 왕족과 바라문들이 그를 섬기려고 모여 들었소. (139) 그는 신들의 길, 더러운 먼지를 떨어 버린 대도( 大 道 )를 올라가 탐욕을 버리고 범천의 세계에 가게 되었소. 천한 태생인 그가 범천의 세계에 태어나는 것을 막을 수 없었소. (140) 베에다 독송자의 집에 태어나 베에다의 글귀에 친숙한 바라문들도, 때로는 나쁜 행위에 빠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소. (141) 이와 같이 되면, 현세에서 비난을 받고 내세에는 나쁜 곳에 태어나오. 신분이 높은 태생도 그들이 나쁜 곳에 태어나는 것을, 그리고 비난 받는 것을 막을 수는 없소. (142) 날 때부터 천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오. 날 때부터 바라문이 되는 것도 아니오. 그 행위로 말미암아 천한 사람도 되고 바라문도 되는 것이오. 20/136
(143) 이와 같이 말씀하셨을 때에 불을 섬기는 바라문 바아라드바아자는 스승께 사뢰었다. 훌륭한 말씀입니다. 고오타마시여. 훌륭한 말씀입니다. 고오타마시여. 마치 넘어진 사람을 일으켜 주듯이, 덮인 것을 벗겨 주듯이, 길 잃은 자에게 길을 가리켜 주듯이, 혹은 눈이 있는 사람들은 빛을 볼 것이다 하고 어둔 밤에 등불을 비춰 주듯이, 당신 고오타마께서는 여러 가지 방편으로 법을 밝히셨습니다. 저는 당신 고오타마께 귀의합니다. 그리고 진리와 수행승의 모임에 귀의합니다. 고오타마께서는 오늘부터 제 목숨이 다할 때까지 저를 귀의한 재속( 在 俗 ) 신자로서 받아 주십시오. 평안한 경지에 이르러 해야 할 일 (143) 사물에 통달한 사람이 평안한 경지에 이르러 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다. 능력 있고, 정직하고 바르며, 말씨는 상냥하고 부드러우며, 잘난 체하지 말아야 한다. (144) 만족할 줄을 알고, 기르기 쉽고, 잡일을 줄이고, 생활도 또한 간소하게 하며, 모든 감관이 안정되고 총명하여 마음이 성내지 않으며, 남의 집에 가서도 탐욕을 부리지 않는다. (145) 다른 식자들로부터 비난을 살 만한 비열한 행동을 결코 해서는 안 된다. 모든 생물은 다 행복 하라. 태평 하라. 안락 하라. (146) 어떠한 생물일지라도 겁에 떨거나 강하고 굳세거나, 그리고 긴 것이건 큰 것이건 중간치건,짧고 가는 것이건,또는 조잡하고 거대한 것이건. (147) 눈에 보이는 것이나 보이지 않는 것이나, 멀리 또는 가까이 살고 있는 것이나, 이미 태어난 것이나 앞으로 태어날 것이거나 모든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 하라. (148) 어느 누구도 남을 속여서는 안 된다. 또 어디서나 남을 경멸해서도 안 된다. 남을 골려 줄 생각으로 화를 내어 남에게 고통을 주어서도 안 된다. (149) 마치 어머니가 목숨을 걸고 외아들을 아끼듯이, 모든 살아 있는 것에 대해서 한량없는 자비심을 내라. (150) 또한 온 세계에 대해서 한량없는 자비를 행하라. 위 아래로, 또는 옆으로 장애와 원한과 적의가 없는 자비를 행하라. (151) 서 있을 때나 걸을 때나 앉아 있을 때나 누워서 잠들지 않는 한, 이 자비심을 굳게 가지라. 이 세상에서는 이러한 상태를 숭고한 경지라 부른다. 21/136
(152) 온갖 삿된 소견에 팔리지 말고, 계를 지키고 지견( 知 見 )을 갖추어 모든 욕망에 대한 탐착을 버린 사람은 결코 다시는 모태에 드는 일이 없을 것이다. 설산( 雪 山 )의 야차 (153) 칠악야차(7 岳 夜 叉 )가 말했다. 오늘은 보름, 포살( 布 薩 ) 날이다. 눈부신 밤이 가까워졌다. 자, 우리들은 세상에서도 뛰어난 스승 고오타마를 뵈러 가자. (154) 설산야차가 말했다. 그런 사람의 마음은 모든 살아 있는 것에 대해 안립( 安 立 )되어 있는 것일까? 그리고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그의 생각은 자제할 수 있는 것일까? (155) 칠악야차는 대답했다. 그런 분의 마음은 모든 살아 있는 것에 대해서 잘 정돈되어 있다.그리고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에 대해 그의 생각은 잘 자제될 수 있다. (156) 설산야차가 말했다. 그는 주지 않는 것은 갖지 않을까? 그는 살아 있는 것을 죽이지 않으려고 자제하고 있는 것일까? 그는 게으름에서 떠나 있을 것인가? 그리고 그는 정신통일을 그만 두지 않을 것인가? (157) 칠악야차는 대답했다. 그는 주지 않는 것은 갖지 않는다. 그는 산 것을 죽이지 않으려고 자제하고 있다. 그는 게으름에서 떠나 있다. 눈을 뜬 사람(부처님)은 정신통일을 그만 두지 않는다. (158) 설산야차가 말했다. 그는 거짓말을 하지 않을까? 거치른 욕설을 하지 않을까? 이간질을 하지 않을까?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을까? (159) 칠악야차는 대답했다. 그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는 거치른 욕설을 하지 않는다. 그는 이간질을 하지 않는다. 그는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는다. (160) 설산야차가 말했다. 그는 욕망의 향락에 빠지지 않을까? 그의 마음은 혼탁하지 않을까? 헤매임을 초월했을까? 그리고 모든 사물을 똑똑히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을까? 22/136
(161) 칠악야차는 대답했다. 그는 욕망의 향악에 빠지지 않는다. 그의 마음은 혼탁하지 않다. 모든 헤매임을 초월했다. 그리고 모든 사물을 똑똑히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다. (162) 설산야차가 말했다. 그는 밝은 지혜를 갖추고 있을까? 그의 행동은 청정할까? 그는 온갖 번뇌의 때를 소멸해 버렸을까? 그는 이제 다시 태어나는 일은 없을까? (163) 칠악야차는 대답했다. 그는 밝은 지혜를 갖추었다. 그의 행동은 청정하다. 그는 온갖 번뇌의 때를 소멸해 버렸다. 그리고 그는 이제 다시는 세상에 태어나는 일이 없다. 설산야차가 말했다. 성인의 마음은 행동과 말에 잘 나타나 있다. 밝은 지혜와 청정한 행을 갖추고 있는 그를 네가 찬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163b) 성인의 마음은 행동과 말에 잘 나타나 있다. 밝은 지혜와 청정한 행을 갖추고 있는 그를 네가 따라 기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164) 칠악야차가 말했다. 성인의 마음은 행동과 말에 잘 나타나 있다. 자, 우리는 밝은 지혜와 청정한 행을 갖추고 있는 고오타마를 뵈러 가자. (165) 설산야차가 말했다. 그 성인은 영양( 羚 羊 )과 같은 정강이를 가졌고, 여위고 가늘어 총명하고 소식( 小 食 )해서 탐내지 않으며, 숲속에서 조용히 사색하고 있다. 오너라, 우리는 고오타마를 뵈러 가자. (166) 온갖 욕망을 돌아보지 않고, 마치 사자처럼, 코끼리처럼 홀로 가는 그에게 가서 우리는 물어 보자. 죽음의 멍에에서 벗어나는 길을. (167) 두 야차가 같이 말했다. 열어 보이는 분, 풀어서 밝히는 분, 모든 사물의 궁극에 통달하고 원망과 공포를 넘어서 눈뜬 분, 고오타마에게 우리는 물어 보자. (168) 설산야차가 말했다. 무엇이 있을 때 세계는 생깁니까? 무엇에 대해 사랑하게 됩니까? 세상 사람들은 무엇에 집착해 있으며, 또 무엇 때문에 해를 입고 있습니까? 23/136
(169) 스승은 대답했다. 설산에 사는 자여, 여섯 가지 것이 있을 때 세계는 생기고, 여섯 가지 것에 대해서 사랑하게 되고, 세계는 여섯 가지 것에 집착하고 있으며, 또 세계는 그 여섯 가지 것에 해를 입고 있느니라. (170) 그것으로써 세계가 해를 입는다는 집착이란 무엇입니까? 거기에서 벗어나는 길을 말씀해 주십시오. 어떻게 하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겠습니까? (171) 세상에는 다섯 가지 욕망의 대상이 있고, 의지( 意 )의 대상이 여섯 번째라고 한다. 그런 것에 대한 탐욕에서 벗어난다면 곧 괴로움에서 벗어난다. (172) 이와 같이 세상에서 벗어나는 길을 너희에게 사실대로 밝히겠다. 이 일을 난 너희들에게 말하겠다. 이렇게 하면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된다고. (173) 이 세상에서 누가 거센 흐름을 건널 수 있겠습니까? 이 세상에서 누가 큰 바다를 건널 수 있겠습니까? 의지할 것도, 붙잡을 것도 없는 깊은 바다에 들어가면 누가 가라앉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174) 항상 계( 戒 )를 몸에 지니고, 지혜가 있고 마음을 가다듬어 안으로 살피고 염원( 念 願 )이 있는 사람만이 건너기 어려운 거센 흐름을 능히 건널 수 있다. (175) 애욕에 대한 생각에서 떠나 모든 매듭을 초월하고, 환락의 마음을 멸해 버린 사람, 그는 깊은 바다에 가라앉지 않는다. (176) 설산야차가 말했다. 깊은 지혜가 있고 미묘한 뜻을 보며, 아무것도 않고 욕망의 생존에 집착하지 않으며, 모든 일에서 해탈하여 천상의 길을 가는 저 위대한 선인( 仙 人 )을 보라 (177) 세상에서 이름 높고 미묘한 뜻을 보며, 지혜를 가르쳐 주고 욕망에 집착하지 않으며, 모든 것을 알고 총명하며, 거룩한 길을 가고 있는 저 위대한 선인을 보라. (178) 오늘 우리는 좋은 태양을 보고, 아름다운 새벽을 만나 상쾌한 기분으로 일어났다. 거센 흐름을 건너 번뇌의 때가 묻지 않은, 깨달은 사람을 우리는 만났기 때문에. 24/136
(179) 천이나 되는 저의 야차 무리들은 신통력이 있고 명예도 가지고 있지만, 그들은 모두 당신께 귀의합니다. 당신은 우리의 위 없는 스승이기 때문입니다. (180) 저희들은 마을에서 마을로, 산에서 산으로 돌아다니겠습니다.깨달은 이와 진리의 뛰어난 까닭을 예배하면서 -. 신앙이 으뜸가는 재산이다 (181) 내가 들은 바에 의하면, 어느 때 거룩하신 스승께서는 아알라비 나라 아알라바카 야차의 처소에 머물고 계셨다. 그 때 아알라바카 야차는 스승께 와서 말했다. 사문이여, 나가 주시오. 좋다, 친구여. 하고, 스승은 나가셨다. 또 야차는 말했다. 사문이여, 들어오시오. 좋다, 친구여. 하고, 스승은 들어가셨다. 또 다시 아알라바카 야차는 말했다. 사문이여, 나가 주시오. 좋다, 친구여. 하고 스승은 다시 나가셨다. 또 야차는 말했다. 사문이여, 들어오시오. 좋다, 친구여. 하고, 스승은 또 들어가셨다. 세 번째 또 아알라바카 야차는 스승에게 말했다. 사문이여, 나가주시오. 좋다, 친구여. 하고, 스승은 나가셨다. 또 야차는 말했다. 사문이여, 들어오시오. 좋다, 친구여. 하고, 스승은 들어가셨다. 네 번째 또 아알라바카 야차는 말했다. 사문이여, 나가 주시오. 이 때 스승은 대답했다. 그러나 나는 더 나가지 않겠다. 네 할 일이나 해라. 사문이여, 제가 당신에게 묻겠습니다. 만일 당신이 제게 해답을 못한다면, 당신의 마음을 산란케 하고 당신의 심장을 찢은 뒤 두 다리를 잡아 간지스강 건너로 내던지겠소. 스승은 대답했다. 친구여,신, 악마,범천을 포함한 세계에서, 그리고 사문, 바라문, 신,인간을 망라한 산 것 중에서, 내 마음을 산란케 하고 내 심장을 찢고 두 다리를 잡아 간지스강 건너로 내던질 만한 자를 나는 아직 보지 못했다. 25/136
친구여, 그대가 물어 보고 싶은 것이 있거든 무엇이나 물어 보라. 아알라바카 야차는 스승에게 다음의 시로써 말을 걸었다. 이 세상에서 사람에게 으뜸가는 재산은 무엇입니까? 어떠한 선행( 善 行 )이 안락을 가져 옵니까? 참으로 맛 중에서 가장 맛있는 것은 어떤 것입니까? 어떻게 사는 것이 최상의 생활입니까? (182) 이 세상에서는 신앙( 信 仰 )이 사람에게 으뜸가는 재산이다. 덕행이 두터우면 안락을 가져 온다. 진실이 맛 중의 맛이며, 지혜롭게 사는 것이 최상의 생활이라 할 수 있다. (183) 사람은 어떻게 해서 거센 흐름을 건넙니까? 어떻게 해서 바다를 건넙니까? 어떻게 해서 고통을 초월합니까? 그리고 어떻게 해서 완전히 청정해질 수 있습니까? (184) 사람은 신앙으로써 거센 흐름을 건너고, 정진으로 바다를 건넌다. 근면으로써 고통을 초월하고, 지혜로써 완전히 청정해진다. (185) 사람은 어떻게 해서 지혜를 얻습니까? 어떻게 해서 재물을 얻습니까? 어떻게 해서 명성을 떨칩니까? 어떻게 해서 친교를 맺습니까? 또 어찌 하면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갔을 때 걱정이 없겠습니까? (186) 존경을 받을 만한 사람들이 안락을 얻는 이치( 理 法 )를 믿고 정진하고 총명하다면, 가르침을 받으려는 열망에 의해서 지혜를 얻는다. (187) 정당히 일을 하고 참을성 있게 노력하는 자는 재물을 얻는다. 성실을 다하면 명성을 떨치고 무엇인가를 줌으로써 친교를 맺는다. (188) 신앙을 갖고 가정생활을 하는 사람에게 성실, 진리, 견고,보시 이 네 가지 덕이 있으면, 그는 내세에 가서도 걱정이 없다. (189) 만일 이 세상에 성실, 자제, 보시, 인내보다 더 나은 것이 있다면, 그것을 널리 사문이나 바라문에게 물어 보라. (190) 무엇 때문에 다시 사문이나 바라문에게 널리 물을 필요가 있겠습니까? 저는 오늘 내세에 이익 되는 일을 깨달았는데. (191) 26/136
아아, 깨달으신 분께서 아알라비에 살러 오신 것은, 저를 이롭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오늘 저는 보시하면 어째서 위대한 과보가 얻어지는가를 알았습니다. (192) 저는 시골에서 시골로, 도시에서 도시로 돌아다니겠습니다. 깨달으신 분과 진리의 뛰어남에 예배하면서. 부정하고 악취를 풍기는 몸뚱이 (193) 걷거나 서며, 혹은 앉고 눕거나 몸을 구부리고 또는 편다. 이것이 신체의 동작이다. (194) 신체는 뼈와 힘줄로 연결되어 있고, 내피( 內 皮 )와 살과 살갗으로 덮여져 있어, 있는 그대로 볼 수는 없다. (195) 신체 내부는 내장과 위로 가득 차 있고, 간장, 방광, 심장, 폐장, 신장, 비장이 있다. (196) 콧물, 점액, 진물, 지방, 피, 관절 액, 담즙, 기름이 있다. 또 그 아홉 구멍에서는, 항상 더러운 것이 흘러 나온다. 눈에서는 눈곱, 귀에서는 귀지. (198) 코에서는 콧물, 입에서는 담즙을 내거나 가래를 뱉는다. 온 몸에서는 땀과 때를 배설한다. (199) 또 그 머리는 빈 곳( 空 洞 )이 있고 뇌수로 차 있다. 그런데 어리석은 사람들은 무명( 無 名 )에 이끌려서 그것을 깨끗한 것으로 안다. (200) 또 죽어서 몸이 쓰러졌을 때에는 부어서 검푸르게 되고, 무덤에 버려져 친척도 그것을 돌보지 않는다. (201) 개나 여우, 늑대, 벌레들이 파 먹고, 까마귀나 독수리 같은 것이 쪼아 먹는다. (202) 이 세상에서 지혜로운 수행자는, 깨달은 사람의 말씀을 듣고 그것을 완전히 이해한다. 왜냐 하면, 그는 있는 그대로 보기 때문에. (203) 저 죽은 시체도 살아 있는 이 몸뚱이와 같은 것이 있다. 살아 있는 이 몸뚱이도 죽은 저 시체처럼 될 것이다 고 안팎으로 몸에 대한 욕망에서 떠나야 한다. (204) 이 세상에서 애욕을 떠난 지혜로운 수행자는, 죽지 않고 평안하고 멸하지 않는 열반의 경지에 도달했다. 27/136
(205) 인간의 이 몸뚱이는 부정하고 악취를 풍기어, 꽃이나 향으로 보호되고 있다. 온갖 오물이 가득 차 여기 저기서 흘러 나오고 있다. (206) 이런 몸뚱이를 가지고 있으면서 자신을 훌륭한 것으로 알고, 또 남을 업신여긴다면 그는 소경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28/136
제 2 장 소품( 小 品 ) 보배는 눈 뜬 사람 안에 있다 (222) 여기 모인 모든 귀신들은 지상의 것이건 공중에 있는 것이건 다들 기뻐하라. 그리고 마음을 가다듬고 내 말을 들으라. (223) 귀신들이여, 귀를 기울이라. 밤낮으로 재물을 바치는 사람들에게 자비를 베풀어라. 함부로 하지 말고 그들을 지키라. (224) 이 세상과 내세의 그 어떤 부( 富 )라 할지라도, 천상의 뛰어난 보배라 할지라도, 우리들의 완전한 사람( 如 來 )에게 견줄 만한 것은 없다. 이 훌륭한 보배는 눈 뜬 사람(부처님) 안에 있다. 이 진리에 의해 행복 하라. (225) 마음의 통일을 얻은 스승이 도달한 번뇌의 소멸,이욕( 離 欲 ),불사( 不 死 ),뛰어난 것, 그 이치( 理 法 )와 같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 훌륭한 보배는 이치 속에 있다. 이 진리에 의해서 행복 하라. (226) 가장 뛰어난 부처가 찬탄해 마지 않는 청정한 마음의 안정을, 사람들은 <빈틈없는 마음의 안정>이라고 한다. 이 마음의 안정과 대등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 뛰어난 보배는 그 이치 속에 있다. 이 진리에 의해서 행복 하라. (227) 착한 사람들이 칭찬하는 여덟 가지 지위를 가진 사람들은 이러한 네 쌍의 사람이다. 그들은 행복한 사람(부처님)의 신도이며 보시를 받을 만한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베푼 사람은 커다란 과보를 얻는다. 이 뛰어난 보배는 모임(승단) 안에 있다. 이 진리에 의해서 행복 하라. (228) 굳은 결심으로 부지런히 일하고, 고오타마의 가르침에 따라 욕심이 없으며, 죽음이 없는 데에 들어가고, 도달해야 할 경지에 이르며, 보상 없이 얻어 평안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이 뛰어난 보배는 모임 안에 있다. 이 진리에 의해서 행복 하라 (229) 마치 성문 밖에 선 기둥이 땅속에 박혀 있으면,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것처럼, 모든 성스러운 진리를 관찰하는 착한 사람은 이와 같은 것이라고 나는 말한다. 이 뛰어난 보배는 모임 안에 있다. 이 진리에 의해서 행복 하라. 29/136
(230) 깊은 지혜를 가진 사람(부처님)이 말씀하신 모든 거룩한 진리를 똑똑히 아는 사람들은, 아무리 커다란 잘못에 빠지는 일이 있다 할지라도, 여덟 번째 생존을 받지는 않는다. 이 뛰어난 보배는 모임 안에 있다. 이 진리에 의해서 행복 하라. (231) 자신을 실재( 實 在 )라고 보는 견해와 의혹, 표면적인 계율,맹세, 이 세가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는 지견( 知 見 )을 성취하는 동시에 그것들은 버려진다. 그는 네 가지 악한 곳을 떠나, 다시 여섯 가지 큰 죄를 범하지는 않는다. 이 뛰어난 보배는 모임 안에 있다. 이 진리에 의해서 행복 하라. (232) 또 그가 몸과 말과 생각으로 조그만 한 나쁜 짓을 했다면, 그는 그것을 감추지 못한다. 궁극의 경지를 본 사람은 감출 수가 없다. 이 뛰어난 보배는 모임 안에 있다. 이 진리에 의해서 행복 하라. (233) 초여름 더위가 숲 속의 가지에 꽃을 피우듯이, 그에 비할 수 있는 평안에 이르는 묘법( 妙 法 )을 눈뜬 사람이 가르치셨다. 이익이 되는 최상의 일들을 위해서. 이 뛰어난 보배는 눈뜬 사람 안에 있다. 이 진리에 의해 행복 하라. (234) 뛰어난 것을 알고, 뛰어난 것을 주고, 뛰어난 것을 가져 오는 위없는 이가 으뜸가는 법을 설했다. 이 뛰어난 보배는 눈 뜬 사람 안에 있다. 이 진리에 의해 행복 하라. (235) 묵은 업은 이미 다 했고, 새로운 것은 생기지 않는다. 그 마음은 미래의 생존에 집착하지 않고, 종자를 없애고 그 성장을 원치 않는 어진 이들은 등불처럼 멸한다. 이 뛰어난 보배는 모임 안에 있다.이 진리에 의해 행복 하라. (236) 여기 모인 귀신들은 지상의 것이건 공중의 것이건, 신과 인간이 섬기는 이같이 완성된 눈 뜬 사람을 예배하자 행복 하라. (237) 여기 모인 귀신들은 지상의 것이건 공중의 것이건, 신과 인간이 섬기는 이같이 완성된 진리를 예배하자 행복 하라. (238) 여기 모인 귀신들은 지상의 것이건 공중의 것이건, 신과 인간이 섬기는 이같이 완성된 모임(승가)을 예배하자 행복 하라. 30/136
비린 것 (239) 수수, 딩굴라카, 치이나카 콩, 잎 열매, 구근( 球 根 ),넝쿨 열매를 선한 사람한테서 바르게 얻어 먹으면서 욕심부리지 않고 거짓말을 안 한다. (240) 맛 잇게 잘 지어진 밥을 남한테 얻어서 입맛을 다시며 먹는 사람은 비린 것을 먹는다. 캇사파여. (241) 범천의 친척(바라문)인 당신은 잘 요리된 새고기와 함께 쌀밥을 맛있게 먹으면서도 나는 비린 것을 허락 하지 않는다 고 하십니다. 캇사파여, 나는 그 의미를 당신에게 묻습니다. 당신이 말한 비린 것이란 어떤 것인가를. (242) 산 것을 죽이는 일, 때리고 자르고 묶는 일, 훔치고 거짓말 하는 일, 사기와 속이는 일, 그릇된 것을 배우는 일, 남의 아내와 가까이 하는 일, 이것이 바로 비린 것이지 육식( 肉 食 )이 그렇지 않다. (243) 이 세상에서 욕망을 억제하지 않고, 맛있는 것을 탐내고, 부정한 생활에 어울리며, 허무론( 虛 無 論 )을 가지고 바르지 못한 행을 하는 완고하고 어리석은 사람들, 이것이 비린 것이지 육식이 그렇지 않다. (244) 난폭하고 잔혹하며,험담을 하고 친구를 배신하고 무자비하며,몹시 오만하고 인색해서 아무것도 남에게 주지 않는 사람들,이것이 비린 것이지 육식이 그렇지 않다. (245) 성내고 교만하고 고집스럽고, 반항심, 속임수, 질투, 허풍, 극단적인 오만, 불량배와 섞이는 일, 이것이 비린 것이지 육식이 그렇지 않다. (246) 악질이라 빚을 갚지 않고, 밀고를 하고, 재판정에서는 위증을 하며, 정의를 가장하고 사악( 邪 惡 )을 범하는, 이 세상에서 가장 몹쓸 사람들, 이것이 비린 것이지 육식이 그렇지 않다. (247) 이 세상에서 마음대로 살생을 하고, 남의 것을 빼앗으면서 도리어 그들을 해치려 하고, 성미가 나빠 욕심 많고 난폭하며 무례한 사람들, 이것이 비린 것이지 육식이 그렇지 않다. (248) 이것들(생물)에 대해 탐내고 배반하고 부당한 행동을 하고, 항상 나쁜 짓을 하려고 애쓰고, 죽어서는 암흑에 이르며, 머리를 거꾸로 처박고 지옥( 地 獄 )에 떨어지는 사람들, 이것이 비린 것이지 육식이 그렇지 않다. 31/136
(249) 생선이나 고기를 먹지 않는 것도, 단식, 나체, 삭발, 결발( 結 髮 ), 먼지, 거치른 사슴 가죽을 입는 것도, 화신( 火 神 )을 섬기는 것도, 또는 불사( 不 死 )를 얻기 위한 고행, 신주( 神 呪 ), 공양, 제사나 계절에 따른 고행도 모두 다 의혹을 넘어서지 않으면 그 사람을 청정하게 할 수 없다. (250) 통로(여섯 개의 기관 = 6 根 )를 지키고 기관을 억제하며 행하라. 이치( 理 法 ) 안에서 편안히 서서 바르고 솔직한 것을 즐기고, 집착을 떠나 모든 고통을 버린 어진이는 보고 듣는 것으로 더럽혀지지 않는다. (251) 이와 같은 이야기를 거룩하신 스승 (과거 캇사파 부처님)께서는 되풀이해 말씀하셨다. 베에다의 신주( 神 呪 )에 통달한 사람(바라문)은 그것을 알았다. 비린 것을 떠나 아무것에도 걸림이 없는, 그리고 뒤따르기 힘든 성인(부처님)은 여러 가지 싯귀로써 그것을 말씀하셨다. (252) 눈 뜬 사람이 훌륭하게 가르치신 - 비린 것을 떠나 모든 고통을 제거한 - 말씀을 듣고, 그 바라문은 겸허한 마음으로 완전한 사람( 如 來 )에게 예배하고. 그 자리에서 출가할 것을 원했다. 참된 친구와 우정 (253) 부끄러움을 모르거나 싫어하여 나는 그대의 친구다 라고 말하면서 자기가 능히 할 수 있는 일을 해주지 않는 사람은 내 친구가 아님 을 알아야 한다. (254) 여러 친구들에게 실천되지 않을 말만을 그럴듯하게 하는 자는 말뿐이지 실제로 행동하지 않을 자 임을 현자는 잘 알고 있다. (255) 언제나 우정이 깨어질까 염려하는 마음에서 아첨하면서도 항상 친구의 결점만을 보는 사람은 친구가 아니다. 아이가 어머니 품에 의지하듯이 그 사람에게 의지하며 다른 사람 때문에 그 사이가 벌어지는 일이 없는 사람이 참된 친구이다. (256) 좋은 결과를 바라는 사람은 짐을 힘에 알맞게 적당히 지고, 기쁨을 낳고 찬양을 받으며 안락을 가져오는 원인을 닦는다. (257) 멀어지고 떠나는 맛과 평안해지는 맛을 알고 법열을 맛보는 사람은 고뇌에서 떠나고 악에서 벗어나 있다. 32/136
최상의 행복 (258) 내가 들은 바에 의하면, 어느 날 거룩한 스승은 사아밧티이의 제타 숲, 고독한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는 장자의 동산에 계시었다. 그 때 용모가 단정한 한 신이 밤중이 지나 제타 숲을 두루 비추면서 스승께로 왔다. 그리고 예배한 후 한 쪽에 서서 시로써 여쭈었다. 많은 신과 사람들은 행복을 바라면서 행운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으뜸가는 행복을 말씀해 주십시오. (259) 어리석은 사람들을 가까이 하지 말고 어진이와 가깝게 지내며, 존경할 만한 사람들을 존경할 것, 이것이 위없는 행복이다. (260) 자기에게 알맞은 곳에 살고, 일찍이 공덕을 쌓았고, 스스로는 바른 서원을 하고 있는 것, 이것이 위없는 행복이다. (261) 박학과 기술과 훈련을 쌓고, 그 위에 언변이 능숙한 것, 이것이 위없는 행복이다. (262) 부모를 섬기는 것, 처자를 사랑하고 보호하는 것, 일에 질서가 있어 혼란하지 않는 것, 이것이 위없는 행복이다. (263) 보시와 이치에 맞는 행위와 친척을 사랑하고 보호하는 것과, 비난을 받지 않는 행위, 이것이 위없는 행복이다. (264) 악을 싫어해 멀리하고, 술을 절제하고, 덕행을 소홀히 하지 않는 것, 이것이 위없는 행복이다. (265) 존경과 겸손과 만족과 감사와, 때로는 가르침을 듣는 것, 이것이 위없는 행복이다. (266) 인내하는 것, 온순한 것, 수행자들을 만나는 것, 때로는 이치에 대한 논의를 하는 것, 이것이 위없는 행복이다. (267) 수양과 깨끗한 행위와 거룩한 진리를 보는 것, 안정을 입증하는 것, 이것이 위없는 행복이다. (268) 세상 일에 부딪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걱정과 티가 없이 안온한 것, 이것이 위없는 행복이다. 33/136
(269) 이러한 일을 한다면 어떤 일이 닥쳐도 패하지 않는다. 어느 곳에서나 행복할 수 있다.이것이 그들에 게는 위없는 행복이다. 탐욕과 혐오는 자신에게서 생긴다 (269) 내가 들은 바에 의하면, 어느 날 거룩한 스승께서는 가야아의 탕키타 석상( 石 床 )에 있는 수우칠로오마 야차의 집에 계시었다. 그 때 두 야차가 스승이 계신 근처를 지나가고 있었다. 카라 야차가 수우칠로오마 야차에게 말했다. 그는 사문이다. 그러나 수우칠로오마 야차는 이렇게 말했다. 그가 진정한 사문인지,엉터리 사문인지를 내가 알 때까지는 그를 사문이라 할 수 없다. 그래서 수우칠로오마 야차는 스승께 가까이 갔다. 그러나 스승은 몸을 피하셨다. 그는 스승께 여쭈었다. 사문이여, 당신은 나를 두려워하고 있군요. 벗이여, 나는 너를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너와 부딪치는 것은 좋지 않다. 사문이여, 당신에게 묻겠소, 만약 내 질문에 대답을 못하면, 당신의 마음을 산란케 하고 당신의 심장을 찢은 뒤, 다리를 붙들어 간지스강 건너로 내던지겠소. 벗이여, 신, 악마, 범천을 포함한 세계에서 사문, 바라문, 신, 인간을 망라한 모든 산 것 중에서 내 마음을 산란케 하고 내 심장을 찢으며, 내 두 발을 잡아 간지스강 건너로 내던질 만한 자를 나는 아직 보지 못했다. 벗이여, 네가 묻고 싶은 것이 있거든 무엇이든 물어보라. 수우칠로오마 야차는 다음의 시로써 스승에게 물었다. (270) 탐욕과 혐오는 어떤 원인에서 생기는 것인가. 좋고 싫은 것, 소름 끼치는 일은 어디서 생기는 것인가. 또 온갖 망상은 어디서 일어나 방심케 하는가? 마치 어린이들이 까마귀를 놓아 버린 것처럼. (271) 탐욕과 혐오는 자신에게서 생긴다. 좋고 싫은 것과 소름끼치는 일도 자신으로부터 생긴다. 온갖 망상도 자신에게서 생겨 방심케 된다. 마치 어린이들이 까마귀를 놓아 버린 것처럼. 그것들은 애착에서 일어나고 자신으로부터 나타난다. 마치 바니얀( 榕 ) 나무의 어린 싹이 가지에서 생기듯이. 널리 모든 욕망에 집착해 있는 것은 덩쿨이 숲속에 뻗어 있는 것과 같다. (272) 야차여, 들어라. 번뇌가 어떤 원인으로 일어나는 것인지 아는 사람들은 번뇌를 버릴 수 있다. 그들은 건너기 어렵고, 아직 아무도 건넌 사람이 없는 이 거센 흐름을 건너서 다시는 더 몸을 받는 일이 없다. 34/136
쌀겨를 키질하듯 (274) 이치에 맞는 행동, 깨끗한 행동, 이것을 더 없는 보배라고 한다. 가령 집을 떠나 출가( 出 家 )의 몸이 되었을지라도. (275) 만약 거치른 말씨를 쓰고 남을 괴롭히기 좋아하며 짐승 같다면, 그 사람의 생활은 더욱더 악해지고 더러워질 것이다. (276) 논쟁을 즐기고 우매한 성미로 덮여 있는 수행자는, 눈 뜬 사람의 설법을 알아 듣지 못한다. (277) 그는 무명( 無 明 )에 이끌려 수양을 쌓은 사람들을 괴롭히고, 번뇌가 지옥으로 가는 길임을 알지 못한다. (278) 참으로 이러한 수행자는 고난의 장소에 태어나고, 모태에서 다른 모태로, 암흑에서 암흑으로 전생( 轉 生 )하며, 죽은 후에도 고통을 받게 된다. (279) 마치 똥 구덩이가 세월이 지나면 똥으로 가득 차듯이, 부정한 사람은 참으로 깨끗이 하기 어렵다. (280) 수행자들이여, 이와 같은 출가 수행자들은, 사실은 집에 기대고 있는 사람이고, 삿된 욕망에 사로잡혀 있으며, 그릇된 생각과 행동을 하고 나쁜 곳에 있는 사람인 줄 알아라. (281) 그대들은 화합해서 그런 사람을 물리치라. 쌀겨처럼 그를 키질하여 쓰레기처럼 날려 버려라. (282) 그리고, 사실은 사문이 아니면서 사문인 체하는 (쌀겨)들도 불어 버려라. 삿된 욕망에 사로잡혀 있고, 그릇된 행동을 하며 나쁜 곳에 있는 그들을 불어 버려라. (283) 스스로 깨끗한 이가 되고, 서로 동정심을 가지고 청정한 사람들과 함께 살도록 하라. 그곳에서 서로 사이 좋게 총명하게, 그리고 고뇌를 없애도록 하라. 35/136
바라문에게 어울리는 일 (284) 내가 들은 바에 의하면, 어느 날 거룩한 스승께서는 사아밧티이의 제타 숲, 고독한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베푸는 장자의 동산에 계시었다. 그 때 코오살라 나라에 사는, 큰 부자인 바라문들이 - 그들은 늙어 쇠약해 있었지만 - 스승이 계신 곳에 가까이 와서 인사를 하였다. 서로 기억에 남을 만한 즐거운 인사를 나누더니 한편에 가서 앉았다. 큰 부호인 바라문들은 스승께 여쭈었다. 고오타마시여, 대체 현재의 바라문들은 옛날 바라문들이 지켜 내려온 바라문의 법을 따르고 있는 것일까요? 바라문이여, 지금의 바라문들은 예전 바라문들이 지켰던 바라문의 법을 지키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면, 고오타마시여, 별 지장이 없으시다면, 옛날 바라문들이 지켜 온 바라문의 법을 우리에게 말씀해주십시오. 그러면 바라문들이여, 명심해 잘 들으시오. 내가 말을 해드리리다. 듣겠습니다. 어서 말씀해 주십시오. 스승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었다. 옛 선인( 仙 人 )은 자신을 억제하는 고행자였소. 그들은 오욕(5 欲 )의 대상을 버리고 자기의 참된 의( 義 )를 행하였소. (285) 바라문들에게는 가축도 없었고, 황금도 곡식도 없었소. 그러나 그들은 베에다의 독송을 재보( 財 寶 )로 삼고 곡식으로 삼아, 브라흐만의 창고를 지켰던 것이오. (286) 그들을 위해 문간에 마련하여 놓은 음식을, 신도들은 바라문들에게 주려고 생각했소. (287) 여러 가지로 아름답게 물들인 의복과 침상과 집을 많이 가지고 있는 지방과 나라 사람들은 모두들 바라문에게 경례했소. (288) 바라문들은 법의 보호를 받았기 때문에 그들을 죽이거나 눌러 이겨도 안 되었소. 그들이 문간에 서 있는 것을 아무도 막을 수 없었소. (289) 옛날의 바라문들은 사십팔 년 동안 동정( 童 貞 )의 청정 행을 가졌소. 지( 知 )와 행( 行 )을 구했던 것이오. (290) 바라문들은 다른 종족의 여자를 얻지 않았소. 또 그들은 아내를 사지도 않았소. 그저 서로 사랑하면서 함께 살고 화목해 즐거워하였소. 36/136
(291) 함께 살면서 즐기고 있었지만, 바라문들은 아내를 가까이 할 수 있는 시기를 제하고는, 월경( 月 經 ) 때문에 멀리해야 할 때에는 결코 성의 교섭을 갖지 않았소. (292) 그들은 불음( 不 淫 )의 행과 계율, 정직, 온순, 고행, 유화와 남을 해치지 않고 참는 것을 칭찬했소. (293) 그들 중에서 용맹하고 으뜸가는 바라문들은 성의 교섭을 꿈꾸는 일도 없었소. (294) 이 세상에 있는 일부 유식 자들은 그들의 행동을 본받아 가며 불음과 계율과 인내를 찬탄했소. (295) 쌀과 침구와 의복, 제호(버터), 기름을 법답게 모아 그것으로 제사를 지냈소. 그들은 제사를 지낼 때에 결코 소를 잡지 않았소. (296) 부모 형제 또는 다른 친척들과 마찬가지로 소는 우리들의 선량한 벗이오. 소한테서는 약이 생기오. (297) 소에서 생긴 약은 식료품이 되어, 우리에게 기운을 주고 피부를 윤택하게 하며, 또 즐거움을 주오. 소에게 이러한 이익이 있음을 알아 그들은 소를 죽이지 않았던 것이오. (298) 바라문들은 손발이 부드럽고 몸이 크며 용모가 단정하고 명성이 있으며, 자기 의무에 충실하여 할 일은 하고, 해서 안될 일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였소. 그들이 세상에 있는 동안에 이 세상 사람들은 안락하고 번영했소. (299) 그런데 그들에게 뒤바뀐 견해가 일어났던 것이오. 점점 왕자 같은 영화와 곱게 단장하고 화려하게 입은 부인들을 보게 됨에 따라. (300) 또는 준마( 駿 馬 )가 이끄는 훌륭함 수레, 아름다운 옷, 여러 가지로 설계되어 그 부분마다 잘 지어진 주택을 보고. (301) 바라문들은 소의 무리가 번창하고 미녀들에 둘러 싸여 인생의 즐거움을 누리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히고 말았소. 37/136
(302) 그래서 그들은 베에다의 신기로운 주문을 편찬하고, 저 감자왕( 甘 蔗 王 )에게 가서 말했소. 당신은 재산도 곡식도 풍성합니다. 제사를 지내십시오, 당신의 재산은 많습니다. 제사를 지내십시오, 당신의 재산은 많습니다. (303) 그래서 수레와 군사의 주인인 왕은 바라문들의 권유로 - 말에 대한 제사, 인간에 대한 제사, 투창( 擲 棒 )에 대한 제사, 소오마에 대한 제사, 아무에게나 공양하는 제사 - 이러한 제사를 지내고, 재물을 바라문들에게 주었소. (304) 소, 침구, 의복, 아름답게 꾸민 여인과 준마를 단 좋은 수레며, 아름답게 수 놓인 옷들. (305) 쓸모있게 잘 설계된 훌륭한 주택에, 여러 가지 식량을 가득 채워 바라문에게 주었소. (306) 이리하여 그들은 재물을 얻었는데, 이번에는 또 그것을 저장하고 싶은 생각이 났던 것이오. 그들은 욕심에 사로잡혀 많은 것을 갖고 싶어 했소. 그래 그들은 또 베에다의 주문을 편찬하여 다시 감자왕을 찾아 갔었소. (307) 물과 땅과 황금과 재물과 곡식이 생명 있는 사람들의 필수품이듯이, 소도 사람들의 필수품입니다. 제사를 지내십시오, 당신의 재산은 많습니다. 제사를 지내십시오, 당신의 재산은 많습니다. (308) 수레와 군사의 주인인 왕은 바라문들의 권유로 수백 수천 마리의 소를 제물로 잡게 되었소. (309) 발이나 뿔, 그 밖에 무엇으로든지 해를 끼치지 않는 소는 양처럼 유순하고, 항아리가 넘치도록 젖을 짤수 있었소. 그런데 왕은 뿔을 잡고 칼로 찔러서 소를 죽이게 했던 것이오. (310) 칼로 소를 찌르자, 신들과 조상의 신령과 제석천, 아수라, 나찰 들은 불법한 일이다 고 소리쳤소. (311) 예전에는 탐욕과 굶주림과 늙음의 세 가지 병밖에는 없었소. 그런데 많은 가축들을 제사 지내기 위해 죽인 까닭에 아흔 여덟 가지나 되는 병이 생긴 것이오. (312) 이와 같이 살생의 몽둥이를 부당하게 내려친다는 것은, 그 옛날부터 시작되어 지금에 이르렀다고 하오.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는 소를 죽였던 것이오. 제사를 지내던 사람은 이치를 거슬리고 있었던 것이오. 38/136
(313) 이와 같이 예부터 내려온 이 좋지 못한 풍습은 지혜로운 이의 비난을 받아 왔소. 사람들은 이러한 일을 볼 때마다 제사 지내는 이를 비난하게 되오. (314) 이렇게 해서 법이 무너질 때, 노예(슈우드라)와 서민(바이샤)의 양자가 분열하고, 여러 왕족들이 흩어지고 아내는 지아비를 경멸하게 되었소. (315) 왕족이나 범천의 친족(바라문) 또는 종성( 種 姓 )의 제도에 의해 지켜지고 있는 다른 사람들도 생( 生 )에 대한 말씀을 버리고 욕망에 사로잡히고 만 것이오. 이와 같이 말씀하시자, 큰 부자인 바라문들은 스승께 여쭈었다. 훌륭한 말씀입니다. 고오타마시여. 훌륭한 말씀입니다, 고오타마시여. 마치 넘어진 사람을 일으켜 주듯이, 덮인 것을 벗겨 주듯이, 길 잃은 자에게 길을 보여 주듯이, 또는 눈 있는 사람은 빛을 볼 것이다 하고 어둠 속에서 등불을 비춰 주듯이, 당신 고오타마께서는 여러 가지 방편으로 법을 설해 주셨습니다. 저희들은 당신께 귀의합니다. 그리고 진리와 수행승의 모임에 귀의합니다. 당신 고오타마께서는 오늘부터 목숨이 다할 때까지 귀의한 재속신자로서 저희들을 받아 주십시오. 튼튼한 배와 같이 (316) 누가 만일 남한테서 배워 이치를 알게 되었다면, 그 사람 섬기기를 마치 신들이 인드라신( 帝 釋 天 ) 섬기듯 해야 한다. 학식이 풍부한 사람은 존경을 받으면 그 사람에게 대해서 진심으로 기뻐하며 진리를 보인다. (317) 어진이는 이것을 이해해서 듣고, 이치에 따라 가르침을 실천하고, 이러한 사람을 가까이하여 게으르지 않는다면 식자, 분별할 줄 아는 이, 총명한 이가 된다. (318) 아직도 사물을 이해 못하고 질투심이 있는 소인이나 어리석은 이를 가까이 섬긴다면, 여기서는 이치를 알지 못하고 의심을 버리지 못한 채 죽음에 이른다. (319) 마치 사람이 물이 많고 물결이 센 강에 빠지면, 그 물결에 휩쓸려 떠내려 가는 것과 같다. 그런 이가 어찌 남을 건네 줄 수 있겠는가. (320) 그와 마찬가지로, 진리도 모르고 학식 많은 사람에게서 의( 義 )를 듣지 않으면, 스스로도 모르고 의심도 풀 수 없다. 그가 어찌 남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겠는가. 39/136
(321) 튼튼한 배를 타고 거기 노와 키가 있다면, 저을 줄 아는 경험자는 다른 많은 사람들을 태워서 건네줄 수 있다. (322) 베다에 통달하고 자신을 수양하고 많은 것을 배워 동요하지 않는 사람은, 자신이 알고 있기 때문에 가르침을 듣고 따르려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323) 그러므로 정말 지식이 있고 학식이 많은 성실한 사람과 가까이 하라. 사물을 알고 실천하면서 진리를 깨달은 사람은 안락을 얻으리라. 훌륭하게 설해진 진리에 따라 살라 (324) 어떠한 도덕이 있고, 어떠한 행동을 하며, 어떠한 행위를 부지런히 해야만, 바르게 서고 또 으뜸가는 진리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인가? (325) 손위의 사람을 공경하고 시기하지 말며, 스승을 만나 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기회를 얻어서 설법을 지성으로 들어라. (326) 고집을 버리고 겸허한 태도로 때를 맞추어 스승을 찾아 가라. 사물과 진리와 자제( 自 制 )와 청정한 행동을 마음에 두고 이를 설명하라. (327) 진리를 즐기고 진리를 기뻐하며, 진리에 머무르고 진리의 길을 알며, 진리를 비방하는 말을 입에 담지 말라. 훌륭하게 설해진 진리에 따라 생활하라. (328) 웃음, 농담, 울음, 혐오, 거짓말, 사기, 탐욕, 오만, 격분, 난폭, 더러움, 탐익을 버리고 교만을 떠나 자신을 안정시켜 행동하라. (329) 훌륭한 설법은 들어서 이해하면 알맹이( 精 )가 된다. 듣고 안 것은 정신의 안정을 닦으면 알맹이가 된다. 사람이 성급하거나 게으르면 지혜도 학식도 늘지 않는다. (330) 성인이 말씀하신 진리를 기뻐하는 사람들은 말과 생각과 행동이 가장 뛰어나다. 그들은 평안과 유화와 명상 속에 머무르면서 학식과 지혜의 진수( 眞 髓 )에 이른 것이다. 40/136
일어나 앉아라. (331) 일어나라. 앉아라. 잠을 자서 너희들에게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화살에 맞아 고통 받는 이에게 잠이 웬 말인가. (332) 일어나라. 앉아라. 평안을 얻기 위해 일념으로 배우라. 그대들이 게을러서 그 힘에 굴복한 것을 <죽음의 왕>이 알고, 그대들을 헤매지 못하도록 하라. (333) 신과 인간은 애착에 얽매어 무엇인가를 갖고자 한다. 이 집착에서 벗어나라. 짧은 세월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 짧은 세월을 헛되이 보낸 자는 지옥에 떨어져 슬퍼하기 때문이다. (334) 게으름은 때와 같은 것, 때는 게으름 때문에 생긴다. 애써 닦음으로써, 또한 밝은 지혜로써 자기에게 박힌 화살을 뽑으라. 라아훌라 존자 (335) 스승께서 말씀하셨다. 라아훌라야, 늘 함께 살고 있기 때문에 너는 어진이( 賢 者 )를 가볍게 보고 있는 것은 아니냐? 모든 사람을 위해 횃불을 비춰주는 사람을 너는 존경하고 있느냐? (336) 라아훌라는 대답했다. 늘 함께 살고 있다고 해서 어진이를 가볍게 보는 일은 없습니다. 모든 사람을 위해 횃불을 비춰 주는 사람을 저는 항상 존경합니다. (이상 序 詩 ) (337) 사랑스럽고 즐거움이 되는 오욕의 대상 버리고, 믿음으로 집을 떠나 괴로움 없애는 사람이 되라. (338) 선한 친구와 사귀어라. 인가( 人 家 )를 떠나 깊숙하고 고요한 곳에서 거처하여라. 그리고 음식의 양을 아는 사람이 되어라. (339) 옷과 얻은 음식과 병자를 위한 물건과 거처, 이런 것에 대해서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 다시는 세속에 돌아가지 말아라. (340) 계율을 지키고 다섯 감관(5 官 )을 지켜 네 육신을 살펴라. 참으로 세상을 지겹게 생각하라. 41/136
(341) 애욕 때문에 깨끗이 보이는 겉모양을 떠나 생각해라. 육신은 부정한 것이라고 마음에 새겨두고, 마음을 하나로 집중시켜라. (342) 마음에 자취( 相 )를 두지 말라. 마음에 도사린 오만을 버려라. 오만을 없앤 너는 마음 편안한 나날을 보내리라. (343) 참으로 거룩한 스승은 라아훌라 존자에게 이와 같은 시로써 되풀이해 가르치셨다. 더위에 지친 사람이 물을 찾듯 내가 들은 바에 의하면, 거룩한 스승께서는 아알라비이에 있는 악가알라바 영수( 靈 樹 ) 밑에 계시었다. 그때는 방기이사 존자의 스승인 니그로오다캅파라는 장로가 그 나무 밑에서 죽은 지 얼마 안 되어서였다. 방기이사 존자는 홀로 앉아 명상에 잠겨 있다가 이런 생각을 하였다. 우리 스승은 정말로 돌아가신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아직 살아 계실까? 방기이사 존자는 저녁때가 되자 명상에서 깨어나 스승(부처님)이 계신 곳으로 갔다. 거룩하신 스승께 절한 뒤 한쪽에 가서 앉았다. 그는 스승께 여쭈었다. 거룩하신 스승이시여, 제가 홀로 앉아 명상에 잠겨 있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스승은 정말로 돌아가신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아직 살아 계시는 것일까 하고요. 방기이사 존자는 일어서서 옷을 왼쪽 어깨에 걸치고 스승께 합장하더니, 다음 같은 시로써 사뢰었다. 현세에서 모든 의혹을 끊고 위없는 지혜를 가지신 스승께 묻겠습니다. 세상에 알려지고 명망 높고 마음이 평안에 돌아간 수행자가 악가알라바에서 돌아가셨습니다. (344) 스승님이여, 당신께서는 그 바라문에게 (니그로오다캅파)라는 이름을 주셨습니다. 오로지 진리만을 보신 분이시여, 그는 당신을 예배하고 해탈을 구하여 애를 써 정진했습니다. (345) 석가님이여, 멀리 보시는 분이여, 저희들은 당신의 제자에 대해서 알고 싶습니다. 저희 귀는 들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저희 스승이십니다. 당신은 가장 뛰어난 분이십니다. (346) 저희의 의혹을 풀어 주십시오. 이것을 저에게 말씀해 주십시오. 지혜 많은 분이시여, 그가 아주 죽었는지 아닌지를 저희에게 말씀해 주십시오. 천 개의 눈을 가진 제석천( 帝 釋 天 )이 신들에게 말하듯이. 널리 보시는 분이시여! (347) 이 세상에 속박인 것은 헤매는 길이고, 무지와 의심으로 인해서 있는 것이지만, 완전한 사람( 如 來 )을 만나면 그런 것은 다 사라지고 맙니다. 그것은 인간을 위한 으뜸가는 눈이기 때문입니다. 42/136
(348) 바람이 구름을 걷어 버리듯이, 사람(부처님)이 번뇌의 티끌을 털어버리지 않는다면, 온 세상은 뒤덮이어 암흑이 될 것입니다. 빛을 가진 사람들도 빛을 내지 못할 것입니다. (349) 어진 이들은 세상을 비추는 분입니다. 어진이여, 저는 당신을 그런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당신이야말로, 사실로 보는 분으로 알고 이렇게 찾아 온 것입니다. 대중 속에서 저희들을 위해 니그로오다캅파에 대한 일을 밝혀 주십시오. (350) 원컨대 선하고 미묘한 음성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백조가 목을 느리고 천천히 우는 것처럼, 잘 다듬어진 원만한 음성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저희는 명심해서 들으리이다. (351) 생사를 남김 없이 버리고, 악을 없애 버린 부처님께 청하여 가르침을 들읍시다. 범부들은 알고 싶고 말하고 싶은 것을 다할 수 없지만, 모든 완전한 사람은 마음 먹은 대로 다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352) 이 완전한 예언이 올바른 지자( 智 者 )인 당신으로 인해 잘 보전되어 있는 것입니다. 저는 최후의 합장을 드립니다. 스스로는 알면서 말씀하지 않음으로써 저희를 방황케 하지 마십시오. 지혜로운 분이시여! (353) 이것 저것 거룩한 이치를 알고 계시면서 저희를 방황케 하지 마십시오. 정진에 뛰어나신 분이여! 한여름 더위에 지친 사람이 물을 찾듯이, 저는 당신의 말씀을 갈구합니다. 말씀의 비를 내려 주십시오. (354) 캅파아야나가 청정한 행으로써 이루려 했던 목적은 헛된 것이었습니까? 혹은 해탈한 사람처럼 소멸된 것입니까? 아니면, 생존의 근원을 남겨둔 것입니까? 우리는 그것을 알고 싶습니다. 스승은 대답했다. (355) 그는 이 세상 명칭과 형태에 대한 애착을 끊어버린 것이다. 오랫동안 빠져 있던 검은 악마의 흐름을 끊어 버린 것이다. 다섯 사람 중에서 가장 뛰어난 스승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356) 일곱 번째 선인( 仙 人 )이여, 당신의 말씀을 듣고 저는 기뻐합니다. 제 물음은 헛되지 않았습니다. 당신께서는 저를 속이지 않을 것입니다. 43/136
(357) 눈 뜬 사람의 제자인 니그로오다캅파는 말한 대로 실행하여, 사람을 속이는 죽음의 악마가 펼친 질긴 그물을 찢어 버렸습니다. (358) 스승이시여, 캅파아야나는 집착의 뿌리를 보았습니다. 아아, 캅파아야나는 가장 건너기 어려운 사마( 死 魔 )의 영역을 넘어선 것입니다. 수행자의 올바른 생활 (359) 지혜가 많고, 강을 건너 피안( 彼 岸 )에 이르러 완전한 열반을 얻고, 마음이 안락한 성인께 여쭙니다. 출가하여 여러 가지 욕망을 없앤 수행자는, 어떻게 해야 이 세상을 바르게 편력할 수 있습니까? (360) 스승은 말씀하셨다. 길조의 점, 천지이변의 점, 해몽, 관상보는 일을 완전히 버리고, 길흉의 판단을 버린 수행자는, 세상에서 바르게 편력할 것이다. (361) 수행자가 생존을 초월하고 이치를 깨달아, 인간계와 천상의 모든 향락에 대한 탐욕을 버린다면, 그는 세상에서 바르게 편력할 것이다. (362) 수행자가 두 가지 말을 버리고, 분노와 인색을 버리고 순역( 順 逆 )의 생각을 떠난다면, 그는 세상에서 바르게 편력할 것이다. (363) 좋아하는 것이나 좋아하지 않는 것이나 다 버리고, 아무것에도 집착하거나 매이지 않고 온갖 속박에서 벗어난다면, 그는 세상에서 바르게 편력할 것이다. (364) 그가 생존을 이루고 있는 요소 가운데서 견고한 실체를 보지 못하고, 모든 집착에 대한 탐욕을 삼가며, 얽매임이 없어 아무것에도 이끌리지 않는다면, 그는 세상에서 바르게 편력할 것이다. (365) 말과 생각과 행동으로 거역하지 않고, 바르게 법을 알아 열반의 경지를 구한다면, 그는 세상에서 바르게 편력할 것이다. (366) 수행자가 그는 나를 숭배한다 하면서 거만해 하지 않고, 욕을 먹더라도 마음에 두지 않으며, 남에게서 음식을 얻었다고 해서 교만해지지 않으면, 그는 세상을 바르게 편력할 것이다. 44/136
(367) 수행자가 탐욕과 생존의 희망을 버리고, 다른 생물을 자르거나 묶지 않고, 의혹을 넘어서 번뇌의 화살을 뽑아 버린다면, 그는 세상에서 바르게 편력할 것이다. (368) 수행자가 자기 분수에 알맞은 것을 알고, 세상에서 아무것도 해치지 않고 사실 그대로 이치를 안다면, 그는 세상에서 바르게 편력할 것이다. (369) 그에게 있어서 어떤 잠재적인 집념도 없이 악한 뿌리가 뿌리 채 뽑히고, 바라는 것도 구하는 것도 없다면, 그는 바르게 세상을 편력할 것이다. (370) 번뇌의 때는 이미 가시고, 거만한 생각을 쉬고 모든 탐욕의 길을 넘어 스스로 억제하고 평안에 이르러 마음에 안정이 온다면, 그는 바르게 세상을 편력할 것이다. (371) 신심이 있고 학식이 있는 어진이가 궁극의 경지에 이르는 결정된 길을 보고, 여러 당파 사이에 있으면서도 당파에 맹종하지 않으며, 탐욕과 혐오와 분노를 삼간다면, 그는 바르게 세상을 편력할 것이다. (372) 청정한 행으로써 번뇌를 이긴 승리자이며, 덮여 있는 것을 벗겨 모든 사물을 지배하고, 피안에 이르러 흔들리지 않고, 생존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잘 인식한다면, 그는 바르게 세상을 편력할 것이다. (373) 과거와 미래에 대해서 쓸데 없는 생각을 하지 않고, 지극히 깨끗한 지혜가 있어 모든 변화하는 현상의 영역에서 벗어나 있으면, 그는 바르게 세상을 편력할 것이다. (374) 궁극의 경지를 알고, 이치를 깨달아 번뇌의 때를 씻는 것을 보고, 모든 생존을 구성하는 요소를 멸해 버린 까닭에, 그는 세상을 바르게 편력할 것이다. (375) 거룩하신 스승이시여, 참으로 그렇습니다. 그와 같이 생활하고 스스로 자제하는 수행자는 온갖 속박에서 벗어난 것입니다. 그는 바르게 세상을 편력할 것입니다. 수행자의 품행 재가자의 품행 (376) 내가 들은 바에 의하면, 어느 날 거룩한 스승께서는 사아밧티이의 제타 숲, 고독한 사람에게 음식을 베푸는 장자의 동산에 계시었다. 그 때 담미카라는 재가( 在 家 ) 신도가 오백 명의 신도들과 함께 스승께로 와서 예배한 뒤 한쪽에 앉았다. 담미카는 시로써 부처 님께 여쭈었다. 45/136
지혜가 넓으신 고오타마시여, 당신께 묻습니다. 가르침을 받으려는 사람은 출가하는 것과 집에서 믿는 것과 어느 쪽이 더 좋은 것입니까? (377) 당신께서는 신들을 포함한 이 세계의 귀취( 歸 趣 )와 궁극의 목적을 알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미묘한 일을 보는 데는 당신을 따를 이가 없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당신을 뛰어난 눈 뜬 사람이라고 부릅니다. (378) 당신께서는 널리 깨달으시고, 살아 있는 모든 것을 가엾이 여겨, 지식과 이치를 말씀하십니다. 널리 보시는 분이시여, 당신께서는 세상에 덮인 것을 벗겨 주시고, 티 없이 온 세상을 비추십니다. (379) 에라아바나라고 부르는 코끼리 왕은 당신이 승자임을 듣고 당신께로 왔었습니다. 그도 당신의 말씀을 듣고는 참, 좋구나. 하면서 기뻐 돌아갔습니다. (380) 비사문 천왕인 쿠베라도 가르침을 듣고자 당신께 왔었습니다. 어지신 분이여, 그가 물었을 때도 당신은 말씀하셨습니다. 그도 또한 당신 말씀을 듣고 기뻐했습니다. (381) 아아지이비카 교도이건 자이나 교도이건 논쟁을 즐기는 어떤 이교도일지라도, 모두 지혜로써는 당신을 당할 수 없습니다. 마치, 서 있는 사람이 달리는 사람을 따를 수 없는 것같이. (382) 논쟁을 즐기는 어떠한 바라문이라도, 그가 노년이건 또는 중년이나 청년인 바라문일지라도, 혹은 나야말로 논객( 論 客 )이다 라고 자부하는 사람들까지도, 다들 당신의 도움을 얻고자 합니다. (383) 스승이시여, 당신께서 말씀하신 이치는 미묘하고 또 한 안락을 가져 옵니다. 원컨대 저희들에게도 설해 주십시오. 위 없이 눈 뜬 분이시여. (384) 출가 수행자들과 재가 신도들은 눈 뜬 분의 말씀을 들으려고 여기 모였습니다. 티 없는 사람(눈 뜬 사람)이 깨닫고 가르치는 법을 듣기 위해서. 마치, 신들이 인드라 신의 말을 듣는 것처럼. (385) 스승께서 말씀하셨다. 수행자들이여, 내 말을 들으라. 번뇌를 없애는 이치를 그대들에게 말하겠노라. 그대들은 모두 그것을 잘 지키라. 뜻을 보는 지혜로운 이는 출가한 사람에게서 그 행동을 배우고 행하라. 46/136
(386) 수행자는 때가 아닌데 돌아다니지 말아라. 정해진 시각에 탁발을 하러 마을에 가라. 때가 아닌데 다니면 집착에 얽매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눈뜬 사람들은 때가 아닌데 나다니지 않는다. (387) 모든 빛,소리,냄새,맛, 촉감은 사람을 도취시킨다. 이런 것에 대한 욕망을 삼가고, 정해진 시각에 아침밥을 얻으러 마을에 들어 가라. (388) 그리고 수행자는 정해진 때에 얻은 밥을 가지고 홀로 그늘에 앉아라. 자신을 자제하고 안으로 돌이켜, 마음이 밖으로 쏠리게 해서는 안 된다. (389) 만일, 가르침을 듣고자 하는 사람이나 다른 수행자들과 함께 이야기 할 일이 있거든, 그 사람에게 훌륭한 진리를 보여 주어라. 이간하는 말이나 남을 비방해서는 안 된다. (390) 사실 어떤 사람들은 비방하는 말에 반발한다. 그처럼 옹졸한 사람을 우리는 칭찬하지 않는다. 논쟁의 집착이 이곳 저곳에서 일어나 그들을 속박하므로 방심하게 된다. (391) 지혜가 뛰어난 사람(부처님)의 제자는 행복한 사람(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음식과 거처와 침구와 가사( 袈 裟 )의 때를 세탁할 물을 조심해서 사용하라. (392) 그러므로 수행자는 음식을 씻고 침구와 가사를 세탁할 물에 집착해 더럽히는 일이 없다. 마치 연꽃 잎에 구르는 물방울처럼. (393) 다음은 재가자가 해야 할 일을 말하리라. 이와 같이 실행하는 사람은 좋은 가르침을 듣는 사람이다. 순수한 출가 수행자에 대한 규정은, 소유의 번거로움이 있는 사람이 지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394) 산 것을 몸소 죽여서는 안 된다. 또 남을 시켜 죽여서도 안 된다. 그리고 죽이는 것을 보고 묵인해도 안 된다. 난폭한 것을 두려워하는 모든 생물에 대해서 난폭을 거두어야 한다. (395) 그리고, 가르침을 받는 사람은 주지 않는 것은 무엇이든, 또 어디에 있든, 그것을 갖지 말라. 남을 시켜 가지거나 남이 가지는 것을 묵인하지도 말라. 주지 않는 것은 무엇이든 가져서는 안 된다. 47/136
(396) 슬기로운 사람은 음행( 淫 行 )을 회피하라. 타오르는 불구덩이를 피하듯. 만일 불음( 不 淫 )을 닦을 수가 없더라도, 남의 아내를 범해서는 안 된다. (397) 집회의 장소에 있든 단체에 있든 간에, 누구도 남에게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남에게 거짓말을 시켜도 안 된다. 또 남이 거짓말 하는 것을 묵인해도 안 된다. 모든 허망한 말을 하지 않는다. (398) 또 술을 마셔서는 안 된다. 이 불음주의 가르침을 기뻐하는 재가자는 남에게 술을 마시게 해도 안 된다. 남이 술 마시는 것을 묵인해서도 안 된다. 이것은 마침내 사람을 취하게 하고 미치게 하는 것임을 알라. (399) 그러나 어리석은 사람들은 취함으로써 나쁜 짓을 하고, 또한 남들로 하여금 게으르게 하고 나쁜 짓을 하게 한다. 이 불행의 원인을 회피하라. 그것은 사람을 취하게 하고 미치게 하며 어둡게 하는 것인데, 어리석은 사람들은 이를 즐기는 것이다. (400) 첫째, 살아 있는 것은 해치지 말라. 둘째, 주지 않는 것을 가지지 말라. 세째, 거짓말을 하지 말라. 네째, 술을 마시지 말라. 다섯째, 부정한 짓인 음행을 떠나라. 여섯째, 밤에는 음식을 먹지 말라. (401) 일곱째, 화환을 걸치지 말라. 향수를 쓰지 말라. 여덟째, 땅 위에 펼친 자리 위에서만 자라. 이것이야말로 여덟 부분으로 된 우포오사타( 齊 戒 )이다. 괴로움을 없애 버린 부처가 가르친 바이니라. (402) 그리고 각각 보름 동안 제 14 일, 15 일, 제 8 일에 우포오사타를 닦으라. 또 특별한 달에는 여덟 부분으로 된 원만한 우포오사타를 청정한 마음으로 행하라. (403) 우포오사타를 행한 식자( 識 者 )는 청정하게 가라앉은 마음으로 기뻐하면서, 이튿날 아침 일찍 수행자에게 음식을 베풀어 주어라. (404) 법답게 얻은 재물을 가지고 부모를 섬기라. 올바른 장사를 하라. 이와 같이 열심히 살고 있는 재가자는 죽은 후에 <저절로 빛이 난다>는 신들 곁에 태어나리라. 48/136
제 3 장 대품( 大 品 ) 출가는 넓은 들판으로 나가는 것 (405) 눈이 있는 사람(부처님)은 어째서 출가를 했는지, 그는 무엇을 생각한 끝에 출가를 기뻐했는지, 그의 출가에 대해서 나는 이야기하리라. (406) 집에서 사는 생활은 비좁고 번거로우며, 먼지가 쌓이는 곳이다. 그러나 출가는 널찍한 들판이며 번거로움이 없다 고 생각해 출가한 것이다. (407) 출가한 다음에는 몸으로 짓는 나쁜 행위를 멈추었다. 말로서 짓는 악행( 惡 行 )도 버리고, 아주 깨끗한 생활을 하였다. (408) 눈 뜬 사람은 마가다 나라의 서울, 산으로 둘러 쌓인 왕사성( 王 舍 城 )으로 갔다. 뛰어난 모습을 가진 그는 탁발하기 위해 그곳으로 간 것이다. (409) 마가다 왕 빔비사아라는, 높은 다락 위에서 그를 보았다. 뛰어난 모습을 가진 그를 보고 신하들에게 말했다. (410) 그대들은 저 사람을 보아라. 아름답고 건장하고 깨끗할 뿐 아니라, 행동도 얌전하게 앞만을 본다. (411) 그는 눈을 아래로 뜨고 정신을 차리고 있다. 저 사람은 천한 집 출신이 아닌 것 같다. 사신들이여, 뛰어가 그를 따르라. 저 수행자는 어디로 가는가. (412) 왕의 사신들은 그의 뒤를 따라 갔다. 저 수행자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그는 어디에 사는 것일까? 하면서. (413) 그는 모든 감관을 억제하여 잘 지키고 바르게 깨닫고 조심하면서 집집마다 음식을 빌어 잠깐 동안에 바리떼를 채웠다. (414) 거룩한 분은 탁발을 끝내고 그 도시 밖으로 나와 판다바산으로 향했다. 아마 그는 그 곳에 살고 있는 모양이다. 49/136
(415) 고오타마가 자기의 처소에 가까이 이른 것을 보자 사신들은 그에게로 가까이 갔다. 그리고 한 신하는 왕궁으로 돌아가 왕에게 아뢰었다. (416) 대왕이시여, 그 수행자는 판다바산 앞쪽에 있는 굴 속에 호랑이나 황소처럼, 그리고 사자처럼 앉아 있습니다. (417) 사신의 말을 듣자 빔비사아라 왕은 화려한 수레를 타고 판다바산으로 길을 재촉했다. (418) 왕은 수레로 갈수 있는 곳까지 달려간 뒤 수레에서 내려 걸어 올라가 그 곁에 앉았다. (419) 왕은 기뻐하면서 인사를 나눈 후 이렇게 말했다. (420) 당신은 젊음이 넘친 인생의 봄입니다. 용모도 수려하고 귀한 왕족 태생인 것 같습니다. (421) 코끼리 떼를 앞세운 날쌘 군대를 정비해서 나는 당신께 선물로 드리겠으니 그것을 받으십시오. 나는 당신의 태생을 알고 싶으니 말해 주십시오. (422) 왕이여, 저쪽 히말라야 중턱에 한 민족이 있습니다. 예부터 코오살라 나라의 주민으로 부( 富 )와 용기를 갖추고 있습니다. (423) 성은 <태양의 후예>라 하고, 종족은 <석가족>이라 합니다. 왕이여, 나는 그런 집에서 출가했습니다.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424) 모든 욕망에는 우환이 있고, 출가는 안온하다고 알 아 힘써 정진합니다. 내 마음은 이것을 즐기고 있습니다. 보라, 이 마음과 몸의 깨끗함을! (425) 네란자라아강 기슭에서 평안을 얻기 위해 힘써 닦고 명상하는 나에게, (426) 악마 나무치는 위로의 말을 건네며 다가왔다. 당신은 야위었고 안색이 나쁩니다. 당신은 죽음에 임박해 있습니다. 50/136
(427) 당신이 죽지 않고 살 가망은 천에 하나입니다. 당신은 살아야 합니다. 생명이 있어야만 모든 착한 일도 할 수 있으므로. (428) 당신이 베에다를 배우는 사람으로서 청정한 행을 하고 성화( 聖 火 )에 제물을 올리는 고행을 쌓는다 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429) 애써 정진하는 길은 가기 힘들고 행하기 힘들며 도달하기도 어렵습니다. 이 같은 시를 읊으면서 악마는 눈뜬 분 곁에 섰다. (430) 악마가 이렇게 말하자,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게으름뱅이의 친척이여, 악한 자여, 그대는 세상의 선업( 善 業 )을 구해서 여기에 왔지만, (431) 내게는, 세상의 선업을 찾아야 할 필요는 털끝만치도 없다. 악마는 선업의 공덕을 구하는 자에게 가서 말하라. (432) 내게는 믿음이 있고, 노력이 있고 지혜가 있다. 이처럼 전심하는 나에게 너는 어찌하여 생명의 보전을 묻는가? (433) 애쓰는 데서 일어나는 이 바람은 강물도 마르게 할 것이다. 오로지 수도에만 정진하는 내 몸의 피가 어찌 마르지 않겠는가. (434) 몸의 피가 마르면 쓸개도 가래침도 마를 것이다. 살이 빠지면 마음은 더욱더 밝아지리라. 내 생각과 지혜와 순일한 마음은 더욱더 편안하게 될 것이다. (435) 나는 이토록 편안히 살고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으므로 내 마음은 모든 욕망을 돌아 볼 수가 없다. 보라, 이 마음과 몸의 깨끗함을! (436) 너의 첫째 군대는 욕망이고, 둘째 군대는 혐오이며, 셋째 군대는 기갈, 넷째 군대는 애착이다. (437) 다섯째 군대는 권태와 수면, 여섯째 군대는 공포, 일곱째 군대는 의혹, 여덟째 군대는 겉치레와 고집이다. 51/136
(438) 잘못 얻은 이득과 명성과 존경과 명예와 또한 자기를 칭찬하고 남을 경멸하는 것. (439) 나무치여, 이것들은 너의 병력( 兵 力 )이다. 검은 악마의 공격군인 것이다. 용감한 사람이 아니면 그를 이겨낼 수가 없다. 용자는 이겨서 즐거움을 얻는다. (440) 내가 문자풀을 입에 물 것 같은가? (적에게 항복 할 것 같은가) 이 세상의 생은 달갑지 않다. 나는 패해서 사는 것보다는 싸워서 죽는 편이 오히려 낫겠다. (441) 어떤 수행자(비구)나 바라문들은 너의 군대에게 패해 버리고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덕 있는 사람들의 갈길 조차 알지 못한다. (442) 병력이 사방을 포위하고 악마가 코끼리를 탄 것을 보았으니, 나는 그들을 맞아 싸우리라. 나로 하여금 이곳에서 물러나지 않게 하라. (443) 신들도 세상 사람도 너의 병력을 꺾을 수 없지만, 나는 지혜를 가지고 그것을 깨뜨린다. 마치 굽지 않은 흙 단지를 돌로 깨뜨려 버리듯이 (444) 스스로 사유( 思 惟 )를 자제하고 신념을 굳게 하고 이 나라 저 나라로 편력할 것이다. 여러 제자들을 거느리고. (445) 그들은 내 가르침을 실행하면서 게으르지 않게 노력하고 있다. 그곳에 가면 근심할 것이 없고, 욕망이 없는 경지에 그들은 도달하리라. (446) 악마는 말했다. 우리들은 칠 년 동안이나 그(부처님)를 한발 한 발 따라 다녔다. 그러나 항상 조심하고 있는 정각자( 正 覺 者 )에게는 뛰어들 틈이 없었다. (447) 까마귀가 기름 빛깔을 한 바위의 둘레를 맴돌며 이곳에서 말랑말랑한 것을 얻을 수 없을까? 맛 좋은 먹이가 없을까? 하며 날아 다니는 것과 마찬가지로. (448) 그곳에서 맛있는 것을 얻을 수 없었기 때문에 까마귀는 날아 가버렸다. 바위에 가까이 가본 그 까마귀처럼, 우리는 지쳐서 고오타마를 떠나 간다. 52/136
(449) 근심에 잠긴 악마의 옆구리에서 비파( 琵 琶 )가 뚝 떨어졌다. 그만 그 야차는 기운 없이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훌륭하게 말해진 것 (450) 내가 들은 바에 의하면, 어느 날 거룩한 스승 부처님께서는 사아밧티이의 제타 숲, 고독한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나눠 주는 장자의 동산에 계시었다. 그 때 스승은 여러 사문들을 불렀다. 사문들이여. 거룩하신 스승이시여. 하고, 사문들은 스승께 대답했다. 스승께서는 말씀하시었다. 사문들이여, 네 가지 특징을 갖춘 말씀은 훌륭하게 설해져 조금도 잘못되지 않았다. 모든 지자( 智 者 )들이 보아도 결점이 없어 비난 받지 않을 것이다. 그 네 가지란 무엇인가. 사문들이여, 여기서 사문이 훌륭하게 설한 것만을 말하고, 잘못 설해진 것을 말하지 않으며, 법만을 말하고 비법을 말하지 않으며, 좋은 것만 말하고 좋지 않은 것은 말하지 않으며, 진실만을 말하고 거짓된 것을 말하지 않는다고 하자. 사문들이여, 이 네 가지 특징이 갖추어져 있는 말은 훌륭하게 설해진 말이고 잘못 설해진 것이 아니다. 모든 지자들이 보아도 결점이 없어 비난 받지 않을 것이다. 이같이 말씀하신 후, 행복한 사람인 스승께서는 또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착한 사람들은 가장 좋은 말씀을 한다. 이것이 첫 째다. 법을 말하고 비법을 말하지 말라. 이것이 둘 째다. 좋은 말을 하고 좋지 않은 말을 하지 말라. 이것이 셋째다. 진실을 말하고 거짓을 말하지 말라. 이것이 넷째다. 이 때 방기이사 장로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한 쪽 어깨에 걸치고 스승이 계신 곳을 향해 합장하고 말했다. 문득 생각나는 일이 있습니다. 행복한 분이시여. 어디 말해보라. 방기이사여. 라고, 스승은 말씀하셨다. 방기이사 장로는 스승 앞에서 알맞은 시로써 스승을 찬탄했다. (451) 자기를 괴롭히지 않고 남을 해치지 않는 말만을 하여라. 이것이야말로 참으로 잘 설해진 말씀입니다. (452) 좋은 말만을 하여라. 이것은 기꺼이 환영 받을 말입니다. 느낌이 나쁜 말을 쓰지 말고 남의 맘에 드는 말만을 하는 것입니다. (453) 진실은 참으로 불멸( 不 滅 )의 말입니다. 이것은 영원한 법칙입니다. 53/136
착한 사람들은 진실에, 사물에, 또는 이치에 안주하고 있습니다. (454) 평안에 이르기 위해서, 고통을 끝내기 위해서, 부처님이 설하신 말씀은 여러 말 가운데서 가장 뛰어난 것입니다. 출생을 묻지 말고 행위를 물으라 (455) 내가 들은 바에 의하면,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코오살라 나라 순다리카아 강변에 살고 계셨다. 마침 그 때 바라문인 순다리카, 바아라드바아자는 순다리카아 강변에서 성화( 聖 火 )를 받들어 불에 공양하고 있었다. 그런데 바라문인 그는 불에 공양이 끝나자 자 리에서 일어나 사방을 두루 살피면서 말했다. 이 공양의 나머지를 누구에게 줄까? 그는 머지 않은 곳에 거룩한 스승이 나무 아래서 머리까지 옷을 둘러 쓰고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왼손에는 공양의 나머지를 들고, 바른 손에는 물병을 들고 스승께로 갔다. 스승은 그의 발소리를 듣고 머리에 둘렀던 것을 벗었다. 순다리카, 바아라드바아자는, 이분은 머리를 깎고 계시다. 이분은 삭발한 분이다 하며, 되돌아 가려고 했다. 그러다가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설사 머리를 깎았다 할지라도 어떤 사람은 바라문일 수도 있다. 가까이 가서 그의 출신을 물어 보리라. 그는 스승께 가까이 가서 물었다. 당신의 출신은 무엇입니까? 스승은 바라문인 순다리카, 바아라드바아자에게 시로써 말씀하셨다. 나는 바라문도 아니고 왕자도 아니오. 나는 바이샤족 사람도 아니고, 다른 아무 것도 아니오. 모든 범부의 성( 姓 )을 잘 알고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지만, 생각하면서 세상을 두루 다니오. (456) 나는 중의( 重 衣 )를 걸치고 집이 없으며, 수염과 머리를 깎고 마음을 편안히 하고, 세상 사람들에게 누를 끼치지 않고 거닐고 있소. 바라문이여, 당신이 내게 성을 묻는 것은 당치 않소. (457) 여보시오, 바라문이 바라문을 만났을 때에는 당신은 바라문이 아닙니까 라고 묻는 것입니다. 만일 당신 자신이 바라문이거든 바라문이 아닌 내게 대답하시오. 나는 당신에게 세 귀절 스물 넉자로 된 저 사아비트리이 찬가( 讚 歌 )를 묻겠소. (458) 이 세상에서 선인( 仙 人 )이나 왕족, 바라문이나 일반인들은 무엇 때문에 신에게 제물을 바치는 것입니까? 스승께서 대답하셨다. 54/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