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hriman)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빛과 어둠, 선과 악을 대립시키는 이 같은 이원론( 二 元 論 )은 이후 서양사상의 한 축을 이룬다. 빛은 선( 善 )이지 만, 그것이 좋은 만큼 그 부재는 악( 惡 )을 의미한다. 사실 어둠은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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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cription:

프런티어 세계 빛의 해 빛의 희로애락 김 상 욱 부산대학교 물리교육과 1. 들어가며 세계의 많은 신화에 따르면 세상은 빛과 함께 시작되었다. 인간은 자궁 속 어둠을 헤치고 빛으로 충만한 세상에 머리를 내밀며 생을 시작한다. 생 을 마칠 때면 눈을 감고 어둠으로 돌아간다. 하루는 태양과 함께 시작되어 태양과 함께 끝난다. 빛은 탄생이자 죽음이며 기쁨이자 슬픔이다. 빛의 존 재와 부재가 갖는 이런 대립적 속성은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대비( 對 比 )한 희로애락( 喜 怒 哀 樂 )에 비유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기원전 6세기 페르시아에서 나타난 조로아스터교는 빛과 어둠을 기반으 로 하는 종교였다. 사람들은 빛을 주관하는 아후라 마즈다(Ahura Mazdah) 나 파괴를 상징하는 앙그라 마이뉴(Angra Mainyu, 뒷날의 아리만 김상욱 빛의 희로애락 1

Ahriman)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빛과 어둠, 선과 악을 대립시키는 이 같은 이원론( 二 元 論 )은 이후 서양사상의 한 축을 이룬다. 빛은 선( 善 )이지 만, 그것이 좋은 만큼 그 부재는 악( 惡 )을 의미한다. 사실 어둠은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빛이 없을 뿐이다. 빛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 둠 또한 존재하지 않을 터. 이는 빛이 갖는 모순적이고 이중적인 의미다. 과학적으로도 빛은 아주 모순적인 존재다. 빛이 실재한다는 점에 대해서 는 아무런 이의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빛을 제대로 볼 수 없다. 아 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이 세상 어떤 것도 빛과 같은 속도로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특수상대성이론은 움직이는 물체의 시계가 느리 게 간다고 말해주는데,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경우 시간은 느려지다 못해 정지해버린다. 빛의 시계를 보면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는 말이다. 시간이 흐르지 않는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실재( 實 在 )인가? 더구나 빛은 질량이 없 다. 너무나 가벼워 그 질량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질량 자체가 0이다. 그 렇다면 빛이 실재한다고 할 때 대체 무엇이 존재한다는 것일까? 이 짧은 글에서 빛의 모든 것을 살펴보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빛의 역 사와 본질에 대해 희로애락의 관점에서 조망해보는 일도 재미있을 것이다. 빛은 인간의 감정만큼이나 다양하고 대립적이며 모순적이기까지 하기 때 문이다. 2. 빛의 기쁨( 喜 ) 행복은 스며들지만, 기쁨은 달려든다. 김소연, 마음사전 이 세상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역사가 시작된 이래 수없이 많은 학 자들이 던져온 질문이다. 이에 대한 현대 물리학의 대답은 빅뱅이론(Big- 2 프런티어 세계 빛의 해

Bang Theory) 이다. 우주가 138억 년 전, 한 점( 點 )에서 꽝 하고 시작되었 다는 거다. 물론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코웃음을 칠 이야기다. 실 제 빅뱅 이라는 용어도 1949년 영국 천문학자 프레드 호일(Fred Hoyle)이 라디오에서 아니 우주가 그렇게 와장창(big bang) 하며 생겨났다는 것이 말이나 됩니까? 하고 조롱한 데에서 탄생한 용어다. 그렇다면 한낱 조롱거 리가 어떻게 우리 시대 우주론의 상식이 되었을까? 멀리 있는 은하에서 오는 빛을 보면 은하가 지구에서 멀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1929년 에드윈 허블(Edwin Hubble)이라는 미국 천문학자가 관 측한 사실이다. 놀랍게도 모든 은하들이 지구로부터 멀어진다. 비유하자면, 서울에서 봤을 때 부산 베이징 도쿄 상하이와 같은 모든 도시가 멀어지고 있다. 지구가 우주 팽창의 중심점이라는 말일까? 더구나 멀어지는 속도가 지구로부터 각 은하까지의 거리에 정비례한다. 부산은 느리게, 베이징은 빨 리 멀어진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모든 은하가 서로 짜고서 지구로부터의 거 리에 따라 속도를 조절하며 멀어진다는 이야기다. 이보다 덜 미친 답을 원 한다면 우주 전체가 팽창한다고 하면 된다. 지구의 표면이 팽창한다면 지 구상 어느 도시에서 보더라도 다른 도시가 멀어질 것이다. 이제 시간을 거 꾸로 돌려보면 우주가 한 점에 시작되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우주에 대한 이런 정보는 모두 빛의 관측에서 얻은 것이다. 은하나 별에 대해 얻을 수 있 는 유일한 정보는 빛뿐이다. 이처럼 은하의 빛은 우리에게 우주 탄생의 기 쁜 소식을 알려준다. 김소연 시인이 말하듯, 우주 탄생의 기쁨은 스며드는 것이 아니라 폭발과도 같이 달려든다. 우주는 한 점에 있었을 때 온도와 밀도를 가졌을 것이다. 이러한 온도와 밀도에서는 물질이 존재할 수 없다. 태양을 콩알 크기의 공간에 구겨 넣는 다고 상상해보면 이해할 수 있으리라. 우주가 팽창하면 온도와 밀도가 내 려간다. 비로소 쿼크와 전자가 생겨나고, 쿼크가 모여 양성자가 되고, 양성 자와 전자가 결합하여 원자들이 생성되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빛이 존재할 수 있다. 성경에서는 신이 가장 먼저 빛을 창조했다고 하는데, 실제로 빛은 김상욱 빛의 희로애락 3

우주가 탄생한 지 38만 년 후에 세상에 나타났다. 빅뱅의 잔재라 할 수 있 는 이 빛은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 놀랍게도 우주배경복사( 宇 宙 背 景 輻 射, CMB: cosmic background radiation)라 불리는 이 빛은 여전히 우리 주위 를 떠돌고 있다. 1965년 미국의 물리학자 아노 앨런 펜지어스(Arno Allan Penzias, 태생은 독일)와 로버트 우드로 윌슨(Robert Woodrow Wilson) 은 이 우주배경복사를 검출하여 1978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2014년 플랑크(Planck) 위성이 100만분의 1의 정확도로 측정한 우주배경복사는 빅뱅이론이 옳다는 것을 재차 입증해주었다. 우리 주위에는 빅뱅으로 생긴 138억 년 된 빛이 있다. 우리는 이들을 눈으로 볼 수 없지만, 그들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있을 것이다.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는 빛과 그렇지 못한 빛이란 무슨 뜻일까? 빛이 여 러 색의 조합으로 되어 있다는 것을 처음 제대로 알아낸 사람은 물리학의 아버지 뉴턴이었다. 빛이 프리즘을 통과하면 무지개 빛깔의 여러 색으로 분 리된다는 것은 17세기에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당시 사람들은 여러 색의 빛이 나오는 것이 빛의 속성이 아니라 유리의 속성이라고 생각했다. 뉴턴 은 우선 분리된 빛 가운데 붉은색만 뽑아서 프리즘을 통과시킨다. 붉은색은 더 이상 분리되지 않는다. 이제 뉴턴은 분리된 빛 모두를 렌즈로 모아서 거 꾸로 프리즘을 통과시켜본다. 놀랍게도 여러 색의 빛은 하나로 합쳐져서 다 시 백색광이 된다. 빛은 정말 여러 색의 조합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간단한 실험 결과로부터 뉴턴은 만물이 색을 갖는 이유를 깨닫는다. 빛이 모든 색 을 가지고 있고 물질은 특수한 색의 빛만을 흡수 반사하기 때문에 세상 만 물의 색이 생기는 것이다! 인간의 눈은 특정한 진동수의 빛만을 볼 수 있다. 가시광선이라 불리는 것인데, 붉은색 초록색 파란색 세 가지다. 각각의 빛에 반응하는 단백질인 옵신(opsin) 세 종류를 가지기 때문이다. 인간이 세 종류의 색을 볼 수 있는 데 비해 파충류, 조류, 하물며 개구리 같은 양서류도 네 종류를 본다. 곤충 은 자외선까지 보는 경우도 많다. 포유류는 파충류보다 더 진화했다고 생 4 프런티어 세계 빛의 해

각되지만 단지 두 종류의 옵신만을 갖는다. 초기 포유류는 포식자의 눈을 피해 살아야 했기에 대개 야행성이었다. 눈이 좋을 필요가 없었다는 말이 다. 그런데 인간을 포함하는 영장류는 옵신을 하나 더 갖게 되어 옵신이 세 개가 된 거다. 제각기 가진 옵신에 따라 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우리는 꽃을 보며 아 름답다고 생각하지만, 꿀벌은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사실 꽃의 목적은 우리 에게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곤충을 끌어들여 번식하는 것이다. 따라 서 꿀벌이 보는 꽃의 모습이야말로 꽃의 진정한 모습일 거다. 붉은색을 볼 수 없는 곤충에게 붉은 장미는 검은 장미로 보일 뿐이다. 많은 꽃들에는 곤 충을 유도하는 자외선 색의 띠가 나있다. 마치 활주로의 유도등처럼 말이 다. 자외선은 꽃과 꿀벌 모두에게 기쁨의 빛이다. 물론 우리에게는 피부를 검게 만드는 재앙이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빛은 식물에게 섹스의 기쁨만 주는 것이 아니다. 사실 빛이야말로 식물 존재의 원천이다. 생명 진화의 역사에서 광합성의 발명은 결정적 국면을 이 룬다. 생명체가 스스로 유기물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광합성의 발명 이 전까지 먹이는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극소량의 유기물뿐이었다. 이 같은 유 기물 아니면 다른 생명체를 잡아먹어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는 몇 놈 빼고 는 금세 다 없어져버렸을 거다. 광합성을 인간의 역사에서 농경문화를 발 명한 사건에 비유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농경이 없다면 겨 우 인간이 고생이야 크겠지만, 광합성이 없다면 지구상 생명체는 존재조차 할 수 없다. 광합성은 빛의 에너지를 이용하여 포도당을 만드는 과정이다. 다른 동물 들은 이렇게 만들어진 포도당을 먹고 몸속에서 태워 에너지를 얻는다. 이 를 호흡이라 하는데, 호흡에 필요한 산소까지도 광합성의 부산물로 얻어지 니까 광합성이야말로 지구 생명의 핵심 에너지원이라 할 수 있다. 결국 빛 은 생명이요 기쁨이다. 김상욱 빛의 희로애락 5

3. 빛의 분노( 怒 ) 프로메테우스: 먼저 생각하는 사람 이란 뜻으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티탄족 이아페투스의 아들. 그리스 신화에서 빛은 신의 노여움을 불러일으킨다. 프로메테우스가 태 양에서 불을 훔쳐 인간에게 가져다주자, 제우스가 분노한 것이다. 인간이 불을 가지면 신만큼 강해질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라는데, 지금의 인간을 보 면 놀랍게도 정확한 예측이었다. 프로메테우스가 받은 벌은 웬만한 호러 무비 뺨치는 내용이지만, 워낙 유명하니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겠다. 카이 버드(Kai Bird)와 마틴 셔윈(Martin Sherwin)의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American Prometheus) 는 원자폭탄의 아버지 로버트 오펜하이머(John Robert Oppenheimer)의 평전이다. 이 프로메테우스는 원자폭탄이라는 불을 인간에게 가져다주었다. 이 때문에 신이 분노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중에 반핵운동을 벌인 오펜하이머는 매카시즘이 날뛰는 미국에서 반역 자로 몰리는 벌을 받았다. 원자폭탄은 핵분열에서 나오는 막대한 에너지를 이용한다. 이 에너지가 E=mc 2 이란 공식으로 설명된다는 것은 중학생도 안다. 이 때문에 아인슈타 인이 원자폭탄의 아버지라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런 논리라면 감전사고 의 책임을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 전자기 유도를 발견해 전기 를 실생활로 끌어들인 영국 물리학자)에게 돌려야 한다. 이보다 더 심각한 오해는 E=mc 2 이 핵력을 설명하는 특별한 공식이라는 거다. 두 개 이상의 원자가 전기적으로 결합된 형태를 분자라고 한다. 분자의 질량은 분자를 이루는 개별 원자 질량 각각의 합보다 작다. 왜냐하면 분자 가 형성되며 분자 에너지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원자 결합 과정에서 에너지 를 잃었다는 말인데, E=mc 2 에 따르면 에너지는 곧 질량이니까 분자의 질 량이 작아야 한다. 물론 전기적 결합에 의한 이 같은 질량 결손은 그 크기가 6 프런티어 세계 빛의 해

너무 작아 측정하기 매우 힘들다. 마찬가지 이유로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 고 있을 때 지구와 태양 질량의 합은 지구와 태양을 무한히 멀리 떨어뜨려 놓고 각각 따로 잰 질량의 합보다 작다. 핵분열에서는 그 질량 차가 커서 엄 청난 효과로 나타날 뿐이다. 이쯤 되면 아인슈타인은 원자폭탄과 거의 아무 상관이 없음을 알 수 있다. 오펜하이머가 만든 원자폭탄은 핵분열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이용한 다. 무거운 핵이 더 안정한 작은 핵으로 변환되며 에너지를 방출하는 것이 다. 이때 방출되는 에너지는 알파, 베타, 감마라는 세 가지 방사선 형태를 갖 는다. 이 가운데 감마선은 빛의 일종이다. 감마선에 노출되면 헐크가 될 수 도 있지만, 암이나 백혈병으로 죽을 확률이 훨씬 크다. 여기서 빛 이라는 용어에 대해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원래 빛이라 하면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을 의미했다. 하지만 19세기 말 영국 물리학자 제임스 맥스웰(James Maxwell)의 전자기이론에 의해 빛이 전자기파라는 것이 밝혀진다. 전자기파라면 파동이라는 말이다. 파동의 대표적인 예는 소리다. 얼핏 보면 소리와 빛은 많이 다르다. 소리는 벽을 휘돌아 퍼져나가 지만 빛은 직진하며 그림자를 만든다. 이 때문에 뉴턴은 빛이 입자라고 생 각했다. 빛이 소리처럼 퍼지지 않는 이유는 파장이 너무 짧아서다. 파장이 란 파동을 이루는 마루와 마루 사이의 거리다. 파동이 휘돌아 퍼지는 현상 을 보려면 파동이 파장보다 작거나 비슷한 정도 크기의 벽을 지나야 한다. 도 음의 경우 파장은 대략 1.3미터인데, 붉은빛의 파장은 100만분의 1미 터 정도에 불과하다. 빛에서 파동성을 보기 힘든 이유다. 핵반응에서 나오 는 감마선은 그 파장이 원자 하나의 크기보다 작다. 휴대전화에 사용하는 전파의 파장은 수십 센티미터 정도다. 아무튼 가시광선인 빛도 파동이기에 먼 거리를 이동하면 퍼진다. 하늘을 향해 서치라이트를 비추면 빛이 퍼져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당신이 손전 등으로 달을 비추어도 달 표면에 손전등의 빛이 보이지 않는 이유다. 물론 빛의 흡수도 또 다른 원인이다. 아폴로호를 타고 달에 간 우주비행사들이 김상욱 빛의 희로애락 7

달에 거울을 두고 온 이유를 아시는지? 빛을 지구에서 달로 보내 빛이 거울 에 맞고 반사하여 돌아오는 시간을 재면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를 알 수 있 기 때문이다. 빛은 파동이라 퍼지는데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 답은 레이저 를 사용하는 것이다. 레이저는 결이 잘 맞는 빛이다. 북한의 매스게임을 보 면 많은 사람들이 마치 한 사람처럼 움직인다. 결이 맞았다는 것은 바로 이 런 거다. 레이저를 이루는 빛 파동들의 마루와 골이 서로 착착 맞아 움직인 다는 말이다. 그러면 빛의 세기도 엄청 커질 것이고 방향도 하나로 잘 맞을 것이다. 이 때문에 레이저는 퍼짐이 적고 분해능이 높아진다. 바코드의 촘 촘한 선들을 인식하려면 반드시 레이저가 필요하다. 레이저가 없었으면 마 트에서 줄 서 있는 시간이 길어졌을 거란 얘기다. 빛의 세기를 엄청 크게 만든 레이저는 무기로 사용할 수도 있다. 1980년 대 미국은 고출력 레이저를 이용해 소련의 미사일을 우주에서 격추시키는 전략방위구상(SDI: Strategic Defense Initiative) 계획을 심각하게 추진하 기도 했다. 오늘날 이런 레이저는 물체를 자르거나 초고온의 물질 상태를 만드는 데 이용된다. 사실 레이저무기는 SF의 단골소재인데, 제우스가 사 용했다는 번개가 이와 비슷하다. 분노한 제우스가 고출력 레이저로 프로메 테우스를 죽이지 않은 것은 그래도 인간을 사랑해서가 아닐까? 비록 화( 火 ) 는 좀 났지만 말이다. 4. 빛의 슬픔( 哀 ) 날 저무는 하늘에 / 별이 삼형제 / 반짝반짝 정답게 / 지내이더니 웬일인지 별 하나 / 보이지 않고 / 남은 별이 둘이서 / 눈물 흘린다 방정환, 형제별 소백산천문대에 여러 번 갔지만, 별을 제대로 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 었다. 무엇보다 날씨가 문제였다. 올 여름에는 가는 첫날부터 비가 내렸다. 8 프런티어 세계 빛의 해

별 보는 것은 진작 포기할밖에. 그런데 떠나기 전날 밤 예기치 않게 하늘이 갰다. 산 아래쪽으로는 구름이 가득하여 마을의 불빛을 차단해주었다. 그 러자 하늘에 별 저수지의 둑이 터졌다. 내 평생 이렇게 많은 별을 본 것은 처 음이다. 은하수 라는 이름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에 1초도 걸리지 않았다. 별빛에는 애잔함이 있다. 물론 별빛 자체에는 감정이 없으니, 별을 보는 사람의 마음이 애잔한 것이리라. 별을 보려면 주변이 어두워야 한다. 따라 서 사람이 없는 곳이기 십상인 데다 어두움 속에 희미하게 반짝이는 작은 점은 그 자체로 외로워 보인다고 할밖에. 사실 별빛은 아주 멀리서 온 것이 다.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별인 알파-센타우리(α Centauri)만 해도 빛의 속도로 4.3년 가까이 가야 한다. 지구와 태양 사이 거리의 30만 배 정도 된 다. 우주왕복선의 최고속도인 시속 3만 킬로미터로 달려가도 16만 년이 걸 린다는 얘기다. 다른 별들은 이보다 더 멀다. 가까운 장래에 우리가 태양 말 고 다른 별에 가보기란 불가능할 거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태양계에 갇 힌 신세다. 어찌 보면 이것도 슬픈 이야기다. 알파-센타우리에서 온 빛은 대략 4년 전에 별에서 출발한 것이다. 즉, 우 리가 지금 보는 그 모습은 4년 전의 모습이라는 말이다. 사실 알파-센타우 리가 지금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어떤 이유에선지 알파-센타우리가 폭발하여 사라졌더라도 우리가 그것을 알게 되는 것은 4년이 지나서다. 지 금 우리가 보는 별들은 과거의 모습이란 이야기다. 그렇다면 가만히 앉아서 하늘을 보는 것만으로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 이처럼 하늘을 보는 것은 공 간과 시간을 모두 보는 것이다. 사실 땅을 파보아도 시간여행을 하기는 마 찬가지다. 지층을 가로질러 과거로의 여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공 간은 시간이다. 우리가 우주의 광활함을 극복할 수 없는 이유는 어떤 것도 빛보다 빨리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빛이 가장 빠르다는 말인데, 직관적으로 이 해하기 힘든 특수상대성이론의 결과다. 특수상대성이론에는 두 가지 가정 이 존재한다. 첫째, 물리학의 법칙은 관성계에서 동일하게 적용된다. 둘째, 김상욱 빛의 희로애락 9

모든 관성계의 관측자에게 빛의 속도는 같다. 관성계란 일정한 속도로 움 직이는 계를 말한다. 첫 번째 가정, 즉 법칙이 관측자의 속도에 의존하지 말 아야 한다는 것은 그럴듯하다. 하지만 두 번째 가정, 빛의 속도가 관측자에 상관없이 일정해야 한다는 것은 뚱딴지같은 소리로 들린다.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걸으면 (물론 위험하니까 걸으면 안 된다) 층계를 걷는 것보다 빠르 다. 내가 걷는 속도에 에스컬레이터의 속도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빛은 그렇지 않다. 정지한 사람의 전등에서 나오는 빛이나 에스컬레이터를 탄 사람의 전등에서 나오는 빛이나 속도가 같다. 이를 광속도불변의 원리 (principle of constancy of light velocity)라 한다. 이런 기괴한 원리를 제안한 아인슈타인의 설명은 이렇다. 내가 빛의 속도 로 움직이며 빛을 본다고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정지한 빛의 파동이 보일 것이다. 하지만 공간적으로 파동의 형태를 가지면서 정지한 파동은 맥스웰 의 방정식(Maxwell s equations)의 해( 解 )가 될 수 없다. 맥스웰의 방정식 은 전기장이 공간적으로 파동형태의 모습을 가지면 시간적으로도 비슷한 모습이어야 한다고 말해주기 때문이다. 빛이 전자기파라면 맥스웰의 방정 식을 반드시 따라야 하므로, 관측자가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하 다. 결국 아인슈타인은 맥스웰의 방정식이 옳다고 보고, 뉴턴의 시공간 개 념을 바꿨다. 빛의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시키기 위해, 움직이는 물체는 시 간이 느리게 가고 길이가 짧아진다. 결국 뉴턴이 가정한 절대시공간이 빛 때문에 무너진 것이다. 우리가 보는 별빛 가운데 어떤 것은 이미 죽어 없어진 별의 생전 모습일 수 있다. 왠지 영정사진을 보는 것아 별빛이 슬퍼 보인다. 아인슈타인이 아 니었으면 그 빛은 지금 살아있는 별의 모습이었을 거다. 광속도불변의 원리 는 이렇게 별에 애잔함을 더해준다. 10 프런티어 세계 빛의 해

5. 빛의 즐거움( 樂 ) 카타르시스: 비극을 봄으로써 마음에 쌓여 있던 우울함, 불안감, 긴장감 따위가 해소되고 마음이 정화되는 일 비극을 봄으로써 쾌감을 얻는다는 것이 모순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모순은 애초에 우주의 본질인지도 모른다. 빛에 대한 마지막 이야기는 빛이 가진 야누스적 속성에 대한 것이다. 이것은 빛의 이야기만으로 끝나지 않 고 양자역학( 量 子 力 學, quantum mechanics)이라는 새로운 학문으로 연 결된다. 양자역학을 통해 우리는 우주가 모순을 즐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 다. 이뿐만 아니라 양자역학은 인류의 사고방식과 문명에도 심대한 영향을 주었다. 양자역학이 탄생하던 이 시기야말로 물리학의 시대, 물리학자들이 즐거웠던 시절이었다. 지금까지 빛이 전자기파 즉 파동이라고 수없이 이야기했다. 아인슈타인 은 정지한 빛의 모습을 상상하며 특수상대성이론도 만들지 않았는가. 정말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아인슈타인이 특수상대성이론 논문을 발표한 1905 년, 바로 같은 해 아인슈타인은 빛이 입자라 주장하는 광량자설 논문도 발 표한다. 빛의 입자성 논문은 3월 18일, 상대론 논문은 6월 30일에 제출되 었다. 빛이 입자라고 주장하고 나서, 빛이 정지 상태의 파동으로 보일 수 없 다는 생각에 바탕을 둔 논문을 제출한 것이다. 입자와 파동은 완전히 다른 것이다. 입자인 야구공 과 파동인 소리 를 생각하면 된다. 빛이 입자라고 아 인슈타인이 주장한 이유는 흑체복사( 黑 體 輻 射, black body radiation) 현 상 때문이다. 사실 애잔한 별빛이 갖는 독특한 색은 흑체복사의 결과다. 독 일 이론물리학자 막스 플랑크(Max Planck, 1918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 는 흑체복사 현상을 설명하려면 빛이 띄엄띄엄한 에너지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플랑크는 빛이 입자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빛은 파동이니까! 하 김상욱 빛의 희로애락 11

지만, 아인슈타인은 빛이 입자이기 때문에 띄엄띄엄한 에너지를 갖는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 근거는 흑체복사의 엔트로피가 입자의 특성을 갖는다는 것이다. 빛의 입자성을 이용하여 당시 미스터리였던 광전효과 현상을 깔끔 히 설명할 수 있었다. 빛의 입자를 광양자( 光 量 子 ) 혹은 광자( 光 子 )라고 부 른다. 예상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물리학자는 광양자설을 인정하지 않았 다. 이유는 간단했다. 빛은 파동이라니까! 광양자설에 관한 한 아인슈타인 은 거의 왕따였던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광양자설 논문이 제출되고서 17년이나 지난 1922년, 당 시 과학 이류 국가였던 미국에서 반전( 反 轉 )이 일어난다. 아서 콤프턴(Arthur Compton, 1927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이 빛이 당구공과 같이 행동 한다는 실험 증거를 찾은 것이다. 여기서 물리학에 일대 혼란이 일어난다. 파동인 빛이 입자같이 행동한다고? 결국 물리학자들은 이중성(duality) 이 라는 괴상한 개념을 만들어낸다. 빛은 입자이면서 파동이란 말이다. 물리학 에 야누스가 등장한 것이다. 이 야누스는 물리학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준 다. 이상한 것은 처음에만 이상한 법이다. 익숙해지면 뭐든 당연해진다. 이 중성이라는 모순적 개념은 곧 전자( 電 子 )에 적용된다. 전자는 질량을 갖는 입자 다. 전자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 물리학자들은 전자 가 파동의 성질을 갖는다는 극약 처방을 내린 것이다. 바로 양자역학의 탄 생이다. 빛이 아니었으면 결코 할 수 없는 도약이었다. 입자와 파동이라는 대립적 개념이 어떻게 하나의 대상에서 조화를 이루 며 공존할 수 있을까? 이것이 바로 양자역학의 핵심이다. 그런데 또 하나의 반전이 일어난다. 양자역학으로 가는 길을 연 아인슈타인이 양자역학이 도 달한 핵심 개념을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아인슈타 인이 남긴 유명한 어록을 접하게 된다.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 양 자역학이 갖는 비결정론에 대한 거부다. 내가 달을 보지 않으면 달은 존재 하지 않는 것인가? 양자역학이 말하는 실재 개념에 대한 거부다. 아인슈타인의 이런 거부와는 상관없이, 이후 양자역학은 승승장구한다. 12 프런티어 세계 빛의 해

현대화학, 분자생물학, 재료공학, 레이저, 반도체, 전자공학과 같은 20세 기의 첨단과학기술은 모두 양자역학의 산물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다. 빛 의 이중성에서 시작된 양자혁명의 기간은 이처럼 모든 과학학자들에게 진 정 즐거운 시절이었다. 물론 그들의 즐거움은 환희가 아니라 카타르시스였 지만 말이다. 6. 나오며 빛은 입자이면서 파동이다. 빛의 입자는 질량을 갖지 않고, 빛의 시계는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빛은 우주에서 가장 빠르며, 어떤 관측자가 보더 라도 그 속도는 같다. 빛은 이렇게 모순적이고 괴상한 존재지만, 빛이 없으 면 지구상 생명체는 존재할 수 없다. 당신이 보는 빛은 빛의 아주 작은 일부 에 불과하다. 지구상 생명체는 각기 저마다의 눈을 가지고 저마다의 모습으 로 빛을 본다. 빛이 가진 이 같은 희로애락의 변덕과 모순은 인간이 가진 감 정의 그것과 달리 우주의 본질이다. 빛이 없으면 어둠도 없지만, 어둠이 없 다고 빛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마치 인간의 감정이 그러하듯이. 김 상 욱 현재 부산대학교 물리교육과 교수. 카이스트 물리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양자혼돈, 중시물리, 비선형물리학을 중심으로 연구해왔으며, 최근에는 양자열역학, 양자정보 분야에도 관심을 가 지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Physical Review Letters에 9편을 포함하여 SCI 논문 60여 편을 출판했다. 과 학 대중화에도 관심이 많아 각종 칼럼이나 대중강연 활동 등을 활발히 하며, 아태이론물리연구센터 과학 문화위원장도 맡고 있다. 주요 대중과학 저서로는 영화는 좋은데 과학은 싫다고? (2009)와, 과학수다 1, 2 (2015), 김상욱의 양자역학 콕 찔러보기 외에 5권의 공저가 있다. 김상욱 빛의 희로애락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