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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진: 노래를 좋아하는 분들은 많지만, 콘서트까지 가시는 분들은 많이 없잖아요. 석진: 네. 그런데 외국인들은 나이 상관없이 모든 연령대가 다 같이 가서 막 열광하고... 석진: 지 드래곤 봤어?, 대성 봤어?, 승리 봤어? 막 이렇게 열광적으로 좋아하더라고요.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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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이교대씨의 생존기 현장교재시리즈 10 노동인권이야기

노동인권 교재를 발간하며 열 번째 교재다. 그동안 금속노조에서 펴 낸 교재는 현장에서 자본과 치루는 숨가쁘고 소리 없는 전쟁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자 하는 의미에서 발간하였다. 그 성과일 까? 현장에서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소리가 간간히 들려왔다. 그에 다시 용기를 얻어 열 번째 교재를 펴낸다. 이 교재는 우리가 잊고 지냈거나 아니면 자본과의 전쟁에서 뒤꽁무니에 놔 두었을지도 모를 우리네 일상의 권리를 다루었다. 이 인권 이란 주제는 금속 노동자에게 교육 영역의 확대를 꾀하기 위해 선택하였다. 얼마나 다양한 영역의 교재가 나올 지 알 수 없지만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은 분명하다. 금속노동자들이 교육받을 영역의 확대를 위한 끊임없는 제언을 부 탁드린다. 끝으로 아무도 하지 않았던 작업을 흔쾌히 수락해 주시고 노력해 주시고 그 결과를 만들어주신 다산인권센터 노동인권 교재팀에게 감사를 드린다. 2011년 6월 전국금속노동조합

왜 노동인권인가? 노동인권이라는 개념은 새로운 개념이 아닙니다. 그동안 우리가 써 온 노 동권과 전혀 다른 개념도 아닙니다. 기존의 노동권은 노동법, 노동3권, 임금 노동 등으로 일자리에서 노동자들의 권리를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설 명만으로 노동자들의 삶과 노동 모두를 볼 수 없었습니다. 현장 안에서는 노 동법의 보호조차 받을 수 없는 노동자들이 늘어갑니다. 현장 밖의 노동자들은 시민으로, 소비자로 다양하게 살아갑니다. 그래서 노동인권은 노동권을 넘는 다양한 인권과의 만남을 주선합니다. 일자리 불안과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가 다른 이야기일까요?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의 숨겨진 문제들이 나와 먼 타인의 이야기일까요? 할인마트에서, 아파트 경비실에서, 피자집에서, 주유소에서 만나는 노동자들의 인권문제는 나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소외는 정규직 노동자 들의 소외와 본질적으로 다른 것일까요? 핵발전소가 붕괴될 때 가장 먼저 죽 어야했던 원전 집시들의 이야기는 일본의 이야기일 뿐일까요? 이러한 고민과 삶들을 연결하고 만나게 하고 싶은 것이 노동인권입니다. 이 제 첫발을 내 딛는 노동과 인권의 만남, 아직은 소박한 주선 자리입니다. 그러 나 우리의 소망은 노동자들의 권리 밥상을 풍성하게 차리는 것입니다. 누구나

자격없이 입장해서 행복하게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그런 밥상을 차리고 싶었습 니다. 그러다보니 첫 술에 배 부르려고 너무 많은 이야기들을 쏟아 냈습니다. 그래서 시끄럽고 불편하고 과식했다 싶을 수도 있겠습니다. 설익어 자꾸 입안 에 겉도는 밥알도 있을 것입니다. 요리책도 없이 만들다보니 짜거나 싱겁기도 할 것입니다. 그래서 다음 식탁을 준비할 때는 이번 교재의 부족함을 메우는 새로운 요리사가 되어주십시오. 솜씨 없는 인권운동가들이 아니라 현장을 잘 아는 소문난 요리사인 여러분들이 식탁을 차렸으면 합니다. 노동인권이 노동권을 넘어, 인간다운 삶을 위해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무기 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산인권센터 노동인권팀

차 례 노동인권 교재를 발간하며... 5 왜 노동인권인가?... 6 이렇게 읽어보세요... 10 Ⅰ. 인권의 눈으로 세상보기 1. 이교대씨가 바라보는 세상... 21 2. 누구의 입장에서 볼 것인가... 24 3. 인권의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31 4. 세상은 누구에게 맞게 설계되어 있나요?... 34 Ⅱ. 이 시대의 완소남 이교대씨를 소개합니다 1.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 43 2. 대학가서 미팅할래? 공장가서 미싱할래?... 49 3. 귀족 노동자 이교대씨의 노동 잔혹사... 63 4. 민주노총 조합원 이교대씨의 생존법... 75 Ⅲ. 노동하는 유령들 1. 해고가 살인이면 우린 매년 살해된다 비정규직 노동자... 89 2. 나는 먼나라에서 온 노동자입니다 이주노동자... 99 3. 쬐끄만게 돈이나 밝힌다고? 청소년 노동자... 110

4. 장애인도 일할 수 있게 하라 장애인 노동자... 119 5. 노동하는 성소수자 성소수자 노동자... 126 6. 웃다가 병든 사람들 감정노동... 136 7. 노동안의 또 다른 노동 청소/식당/경비 노동자... 144 8. 나는 네가 작업장에서 한 일을 알고 있다 노동자 감시... 149 Ⅳ. 노동자 이교대씨의 사회생활 1. 이교대씨의 선거 이야기... 159 2. 당신의 복지는 안녕하십니까?... 168 3. 이교대씨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줍니까?... 177 4. 독수리아빠를 꿈꾸는 펭귄아빠 이교대씨... 185 5. 조중동을 사랑한 이교대씨... 196 6. 원자력, 과연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일까?... 203 Ⅴ. 공장 밖의 이교대씨 1. 공장 밖의 이교대씨... 215 2. 이교대씨의 소비생활... 220 3. 김주부씨의 눈물... 226 Ⅵ. 이교대씨 행복하세요?... 235

이렇게 읽어보세요 10 노동자의 삶에서 인간의 삶으로 금속 노동자 당신이 감정이입을 쉽게 할 수 있는 어떤 사람. 주변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어떤 사람을 가상의 인물로 이끌어 왔다. 이교대씨와 김주 부씨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일터와 집, 가족 간의 대화와 사건들은 한 번쯤 일 어났을 법한 내용들로 구성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정말 제대로 보여 준 것 일까. 이것이 과연 이 글을 읽는 노동자 당신에게 닿을 수 있는 이야기일지 가 걱정이다. 우리네 삶이란 것이 어떻게 보면 단순하기도 하고, 너무도 복잡 하기도 해서 일관된 설명이 불가능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일하는 나 는 하나의 독립된 개체가 아니다. 누군가 말했듯이 인 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공장 내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문제, 사건, 관계 역시 공장안 의 문제로만 설명하기 불가능하다. 해고가 일상화 되고 노 동조합이 깨지고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일련의 흐름은 비단 해당 공장만의 문 제, 해고당한 노동자만의 문제, 깨진 노동조합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를 둘 러싼 모든 사회적 관계가 그렇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력을 가진 자들, 자본을 가진 자들은 이러한 불합리한 사회적 관계를 감추고 보이지 않는 곳에 묻는다. 때론 왜곡시켜 우리에게 보여주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에겐 보이지 않는 이런 사회적 관계에 대한 통찰이 필요하다. 이 시대는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마저 위

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다. 헌법은 최대한의 권리가 아닌 최소한의 권리를 명시 하지만 이러한 최소한의 권리조차 노동자들에게는 사치품으로 보인다. 생계 와 목숨을 내놓고 투쟁하지 않으면 알량한 직장에서조차 내쫓길 수밖에 없는 데 무슨 권리 타령인가 반문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앞서 지적했듯이 우리 사회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당신의 일자리 문제는 노동자와 사용자 둘만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급증 하는 고용불안과 비정규직 문제, 노동하지만 노동자로 보이지 않는 청소 식 당 경비 노동자, 사회적으로 낙인찍혀버린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이주여성 이 렇 게 읽 어 보 세 요 11 들. 동정과 보호의 눈길에 갇힌 장애인과 청소년. 감정으로 노동하다 감정을 잃어버린 사람. 이들의 사회적 권리와 정규직 노동자들이 누리는 권리는 같 은가, 혹은 다른가. 같다면 무엇이 같고, 다르다면 무엇이 다른가. 이 책에서 는 법에서 보호하는 노동3권을 넘어 노동자들 삶의 조건에서 보장되어야 하 는 다양한 권리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이를 좀 더 잘 설명하기 위해 노동인권 이라는 개념을 사용했다. 공장안에서는 노동자지만, 공장 밖만 나가면 소비자로, 시 민으로 다양하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노동자 정체성만으로 권 리를 이야기할 수는 없다. 다양한 노동과 삶의 문제를 담기에 노동권이라는 그릇은 너무 작다. 그래서 노동인권이다. 노동 권을 무시하거나 무너뜨리려는 것이 아니라 노동권만으로 이야기할 수 없는 사람의 권리를 총체적으로 바라보기 위 해서다. 이 글의 주인공 이교대씨는 노동자로서, 시민으로서,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다양한 삶의 면면을 보여준다. 그 가 노동권을 넘어 노동인권의 이야기로 연대의 희망을 써 가는 여행에 초대한다. 노동권을 넘는 노동인권을 향해 이교대 씨와 함께 떠나 보자.

이교대씨와 그 가족들을 소개합니다. 이교대 48세의 소심한 성격의 중년 남성. 이십대에 입 사한 일류 자동차 공장에서 근무한지 19년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정규직인 생산직 노동자. 밖에서 큰소리 못 쳐도 집안에서는 가장 노릇을 톡톡히 하는 사람이다. 12 그러나 가족을 위해 일하는 그에게 가족은 점점 멀어 지는 존재다. 일과 회사밖에 모르고 살아왔는데 이제 가 족이 자신을 모른 체 한다. 금속노조 소속 사업장인 일류 공장에서 대의원 생활도 두 번 했다. 그러나 적극적이지는 않다. 무슨 정파가 있다는 것 은 알지만 그런 것에도 관심이 없다. 아무래도 노조가 없는 것 보다는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이교대씨에게 노조는 보험같 은 것이다. 금속노조하는 모양이 늘 좋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민주노총이니까 저렇게라도 하지. 라며 회사 편 의 어용노조가 하면 노조는 없는 거나 마찬가 지라고 생각하는 노조원이다. 그렇지만 궁극적으로 이교대 씨는 회사편도 아니고 노조편도 아니다. 그는 자기 자신 편이다. 김주부 이교대씨의 가족 3명 중 하나인 아내 김주 부씨. 걱정 근심이 많아서 잔소리가 심한 편이지만 속 깊은 45세 여성. 결혼하고 19년 동안 남편과 두 아이 뒷바라지 로 자기 생활을 가져 본 적이 별로 없다. 정규직 남편 두었 다고 부러워하는 사람도 많지만, 두 아이 교육비, 아파트 대 출금을 갚고 장애를 가진 시동생과 늙은 시어머니의 생활비

를 보태고 나면 남는 것 없는 살림살이다. 공부 잘 하는 아들이 얼마 전 외국 어고등학교에 낙방한 것이 고액과외를 시키지 못한 탓이라는 생각에 사로잡 혀 있다. 그래서 급기야 집 앞 마트에 캐셔로 취직. 내 몸이 부서져 도 자식들만 잘 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처녀시절 이후 첫 직장 은 만만하지가 않다. 이조용 고등학교 2학년 이조용군. 아빠를 닮아 말수가 많지 않다. 주야 맞교대로 평생을 사는 아빠를 보면 늘 마음이 짠 이 렇 게 읽 어 보 세 요 13 하다. 그래서 좋은 대학 나와서 육체노동이 아닌 직장을 잡 고 말테야, 라고 어릴 적부터 생각했다. 공부도 대충 적성에 맞 다. 그런데 아무리 공부를 해도 족집게 과외를 한 옆 동의 부장 아 들은 따라 잡을 수가 없다. 외국어고등학교를 못간 순간부터 자기 는 낙오자라는 불안감에 쌓여있다. 공부랑 상관없이 사회 문제에 관심 많은 동생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이 기적이라는 생각도 들고 여튼 복잡하다. 이분명 이분명양은 중학교 3학년. 토론반 활동에 적극적이 고, 친구도 많다. 집에서 가장 열심히 신문과 뉴스를 보는 편이다. 사회문제와 관련해서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하 는 대신 공부와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성적으로 행복을 따 질 수 없다는 누군가의 말씀대로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고 싶은 소녀. 요즘 가장 큰 관심사는 소수자 문제다. 세상은 왜 차별과 혼돈 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일까. 힘없는 사람들에게 가혹하기 그지없 는 야만적인 세상 때문에 골치가 아픈, 이 특별한 이 소녀는 김 주부씨의 걱정거리다.

이교대씨의 다른 가족들 이교대씨의 어머니 신말자 여사 이교대, 이대로, 이정도 3형제를 둔 노인. 소 아마비로 인해 장애를 가진 막내 아들 이정도와 함께 살고 있으며, 이교대, 이 대로 두 아들로부터 생활비를 받고 있다. 일이라도 해서 두 아들의 짐을 덜어 주고 싶지만 노인을 받아주는 일자리는 없다. 폐휴지를 줍고 있지만 경쟁이 14 심해 그것도 만만하지가 않다. 둘째 동생 이대로 구조조정으로 실직상태에 빠진 이교대의 둘째 동생. 형과 함께 어머니와 막내 동생의 생활비를 보탰으나 지금은 본인 생활마저 암담한 상태. 노조를 깨는 일에 앞장서면서 충실했던 회사였다. 그런 회사에서 쓰레 기처럼 버려진 뒤, 분노만 쌓여 술로 세월을 보내는 중이다. 막내 동생 이정도 어렸을 적 소아마비를 앓고 난 후, 휠체어 장애인이 되었 다.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자라는 동안 교육에서도, 변변한 일자리에서도 좋은 기회를 만날 수 없었다. 그러나 장애인야학에 다니면서 알게 되었다. 장 애는 불편한 것이지, 불행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일자리도 얻었고 장 애인권리를 위한 투쟁에도 나서게 되었다. 가난과 불편, 장애는 형들의 책임 이 아니야, 국가의 책임이지. 힘내자, 형들!

왜 이교대씨여야 했나요 교재는 자동차 공장에 다니는 노동자 이교대씨와 가족들, 그들이 만나는 주 변 사람들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 주변에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어떤 남자를 떠올리며 이야기를 따라가면 된다. 그 남자가 바로 나이거나 내 주변 동료일 수 있다. 그리고 그 가족들이 나의 가족이다. 그런 평범한 일상 속으로 들어가면 된다. 그러나 이교대씨는 평범한 만큼 이 사회에서 누리는 것이 많은 사람이기도 이 렇 게 읽 어 보 세 요 15 하다. 남성이고, 정규직 노동자이다. 소위 말하는 정상적인 가족생활을 하고 있고 가정 형편 때문에 걱정이 많긴 하지만 큰 탈 없이 살고 있다. 그래서 이 글을 읽는 어떤 분들은 남성 중심적이고 중산층 중심적인 관점으로 인해 불 편할 수 있다. 이렇게 살면서 웬 불평이 이렇게 많아. 또 인권교재가 뭐 이렇 게 가부장적인 관점이야. 라고. 그런 평가가 틀리지 않다. 교재를 읽는 분들 이 그런 평가를 한다면 달게 받을 생각이다. 이교대라는 남성이 가장 보편적 인 인물이라는 가정 자체가 금속 사업장의 여성 노동자, 장애인 노동자, 성소 수자 노동자, 이주 노동자들을 부차적인 존재로 소외시키고 있다는 지적은 너 무도 적절한 비판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여하의 조건을 떠나서 외로운 섬처럼 부유하는 이교대씨의 삶은 모든 이들의 그것과 닮아 있다. 우리는 모두 경쟁을 좋아하는 신자유주의라는 괴물 때문에 괴롭다. 우리 생활과 정신 속에 똬리를 틀고 앉은 가부장제로 인 해 갈등한다. 모든 책임은 오롯이 개인이 지고 가라는 이 시대의 요구를 천형 처럼 안고 살아간다. 버겁고 외로운 것이 인생살이라는데 어쩔 수 없지, 하는 무력감에도 빠져있다. 그런 모습으로 닮아 있는 우리들. 우리가 선택하고 있 는 현실을 뜨끔하게 바라보고, 그러한 현실에서 한 걸음 더 나가보자. 딱 한 걸음 만 더. 딱 한 걸음 만 더. 그렇게 걷다 보면, 언젠가 우리 모두 희망의 바 다에서 만나게 되리라는 믿음으로.

책의 순서를 소개합니다 1장 인권의 눈으로 세상보기 는 인권의 관점으로 세상을 본다는 것은 어 떤 것인지 소개하고 있다. 2장 이 시대의 완소남(완전 소외된 남자) 이교대씨를 소개합니다 는 가족 을 위해 일한다고 하지만 정작 가족에서 소외되고,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조 16 차 잃어버리고 살아온 이교대씨의 삶을 들여다본다. 하루 종일 컨베이어 벨트 에 매어 있는 노동자. 가족에게 소외 되고, 귀족 노동자라는 손가락질을 받으 며 오늘을 살아가는 노동자 이교대씨. 이교대씨의 삶은 왜 이렇게 고단하고 힘들기만 한 걸까? 이것은 이교대씨만의 문제일까? 스스로 노동하면서도 노동자임을 부정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 파업하는 노 동자에 대해서 경제 발전을 저해한다, 귀족 노동자라는 손가락질부터 하는 사 회풍조. 그래서 결국 노동자 스스로도 자신의 존재를 배반하는 모습들이 이교 대씨를 고단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이교대씨의 삶을 통해 우리의 일상은 어떠한지, 노동자로서 나 는 어떠한 모습인지 돌아보자. 이 교재를 읽는 누 구나 이교대가 될 수 있음을 생각하며. 3장 노동하는 유령들 은 노동하지만 소외되어 드러나지 않는,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노동자, 노동하는 유령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땅의 절반을 차 지하지만 차별 받는 비정규직, 가장 어렵고 힘든 일을 하고 있지만 그 존재는 항상 부정적으로 인식 되어 온 이주 노동자, 노동자라고 불리지 못하는 청소 년 노동자, 노동 할 기회마저 박탈당한 장애인 노동자, 차별적인 시선에 항상 노출 되어 스스로를 드러낼 수조차 없는 성소수자 노동자, 웃으며 서서히 죽 어가는 감정 노동자, 노동속의 노동으로 소외되어 가는 청소, 경비 노동자, 그 리고 노동시간을 통제 당하고, 감시당하고 있는 수많은 노동자들.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같은 노동자이면서도 함께하지 못했던 서로의 모 습을 돌아보며 다양한 노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자.

4장 노동자 이교대씨의 사회생활 은 이교대씨가 일터 밖에서 겪는 복지, 주거, 교육 등 다양한 생활의 모습을 다루고 있다. 현장에 있는 동안은 노동 해방 의 조끼를 입고 있지만 일터 밖으로 나오면 왜소한 소시민이 되어 소비 자, 학부모로 살아가는 이교대씨. 그러한 보편적인 삶을 사는 이교대씨의 이 중생활을 통해 노동자들의 시민 정치적, 경제 사회적 권리에 대해 고민해 본 다. 5장 공장 밖의 이교대씨 는 이교대씨의 가장 내밀한 사생활에서 드러나는 인권문제를 짚는다. 가부장적이며 권위적인 관계, 소비적인 문화를 벗어나지 이 렇 게 읽 어 보 세 요 17 못하는 이교대씨의 삶을 통해, 함께 변화해야할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자. 6장 이교대씨 행복하세요? 열심히 살면서도 이교대씨는 점점 불행하다 고 느낀다. 열심히 일하며 살아왔지만 왠지 그는 쓸쓸하다. 그의 노동, 삶이 그를 행복하게 하지 못한다. 그런 그에게 행복의 조건에 대해 묻는다. 이교대 씨,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요? 책의 구성을 소개합니다. 생각열기 그야말로 생각을 열어보는 장. 앞으로 나올 주제에 대한 생각 거리를 던져준다. 본문 이교대씨와 주변 사람들이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함께하기 본문에서 나온 이야기와 주제를 가지고 분회나 소모임에서 토론해 볼 수 있는 인권교육 프로그램과 실천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톺아보기 좀더 심화된 내용의 소개. 관련한 칼럼과 자료 등을 통해 본 문에서 미처 전달하지 못한 문제의식을 던진다. 도움말 간단한 용어풀이, 찾아볼 만한 참고자료와 참고사이트 등을 소 개한다.

Ⅰ. 인권의 눈으로 세상보기 1. 이교대씨가 바라보는 세상 2. 누구의 입장에서 볼 것인가 3. 인권의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4. 세상은 누구에게 맞게 설계되어 있나요?

세상은 노동자가 중심이 아니다. 임금을 체불당한 노동자 가 살아가야하는 삶이 어떤 삶일지 주목하는 세상이 아니다. 결국 그렇게 당하지 않으려면 강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는 세 상이다. 그렇지만 그걸 인정하려니까, 이교대씨의 마음이 편 하지만은 않다. 노동자가 노동자를 부정하는 세상, 이게 정말 맞는가.

1. 이교대씨가 바라보는 세상 Ⅰ 인 권 의 눈 으 로 세 상 보 기 얼음으로 덮인 결빙해역에서 얼음 21 을 부수며 항로를 만들 수 있는 능력 을 보유한 선박인 쇄빙선. 이를 보면 서 우리는 인류의 위대한 업적을 칭 송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펭귄 입장 에서 본다면 쇄빙선의 등장은 터전의 파괴이며 생명의 위협입니다. 이처럼 모든 현상에는 그것과 관계된 당사자 들의 다양한 입장이 있습니다. 세상을 보는 기 준이 어디 있느냐에 따라 입장이 달라집니다. 쇄빙선으로 새로운 자연 지대를 개척하는 인간 의 입장이냐, 펭귄의 입장이냐. 자연을 파괴하 는 입장이냐, 자연을 지키려는 입장이냐에 따라 쇄빙선의 등장은 커다란 차이를 드러냅니다. 그렇다면 인권은 누구의 편에 선 입장일까요? 인권은 자연을 정복하려 는 인간의 무한한 의지의 편을 들까요, 펭귄의 생명과 생활터전의 파괴에 맞선 자연의 편을 들까요? 인권이니까 인간의 편을 들까요? 이 글은 우리 가 바라보는 세상은 누구의 기준인지, 그래서 인권의 기준으로 보는 세상 은 어떠해야하는지 같이 이야기 나누려고 합니다.

1월 1일 첫날을 맞이하던 새벽, 이교대씨는 버릇처럼 번쩍 눈을 떴다. 그러 나 다시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아이쿠. 이제 48살. 곧 50살이다. 현실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나이. 처음 입사할 때가 떠 오른다. 세상에 무서울 것도 없었고, 부러울 것도 없었던 스물 아홉 살. 그때는 이 나이쯤 되면 무언가가 되어도 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깊이 잠든 부인 김주부씨가 깰까봐 조심 조심 이부자리에서 나온 이교대씨 22 는 버릇처럼 아파트 베란다로 나갔다. 담배 하나를 빼서 입에 물며 아직 온전 한 새벽을 맞지 않은 아파트 단지를 내려다 본다. 어제 저녁부터 쓰레기 분리 수거에 바빴던 아파트 정문에는 재활용 쓰레기 더미들이 쌓여 있다. 잠이나 제대로 주무셨는지, 나이든 경비 아저씨들이 벌써부터 묵묵하게 쓰레기를 정 리하고 계신다. 허리가 구부정한 김씨 아저씨가 보인다. 703호 사장님 이라고 부르는 아 저씨는 몇 해 전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나게 한다. 아파트 경비 생활만 10년 이 넘었다는 아저씨의 모습이 남 같지가 않다. 편하게 쉴 때도 됐는데도 궂은 경비 일을 놓지 못하는 그를 보고 있으면, 정년 후에 내 모습 같기도 하고, 폐 암으로 병원에 입원하기 전까지 경비 일을 하셨던 아버지를 보는 것 같아 안 쓰럽다. 언제 따뜻한 저녁이라도 대접해 드려야지 마음먹었지만 그조차 몇 달 째 말도 못 꺼내고 있다. 방문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도서관을 가려는 첫째 녀석인가 보다. 이제 고 등학교 2학년이 되는 아들 놈은 공부를 썩 잘한다. 녀석은 어릴 적부터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기 할 몫을 잘해왔다. 외국어 고등학교를 가고 싶어 했지만 결국 실패한 이후부터는 점점 말수가 적어졌다. 아빠하고야 워낙 말을 안하던 녀석이지만 요즘은 엄마하고도 사이가 좋아 보이지 않는다. 고용불안이 만연 한 시대에 안정적인 정규직 노동자로 특근, 야근 모두 달아 그나마 괜찮은 급 여를 챙겨온다지만 녀석 뒷바라지 하는데도 허덕인다. 어쨌든 아이들 교육만은 남부럽지 않게 시키고 싶은 마음에 특근이라는 특

근은 다 달고 살지만 그 마음을 알아주는 가족은 없다. 김주부씨는 아이들을 앞에 두고 아빠가 만약 번듯한 4년제 대학을 나왔으면 지금도 생산직으로 이 교대를 하고 있겠냐고 은근히 속을 긁는다. 생산직이 관리직 연봉보다 낫다 고, 고마운 줄 알라고 큰소리치는 이교대씨도 아이들이 생산직 사원이 되는 건 싫다. 너무 고생이다. 김주부씨는 입만 열면 돈, 돈 한다. 남편이 돈으로 보이는지, 그런 소리를 할 때마다 끔찍하다. 그런데 사실 별다른 대꾸를 할 수 없다. 어머니와 어려서 소아마비에 걸려 평생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는 막내 동생한테 매달 생활비를 Ⅰ 인 권 의 눈 으 로 세 상 보 기 23 보태야하는 생활이 미안하기 때문이다. 같이 보태던 둘째가 실직하고 나니 부 담이 더 늘었다. 아내한테 전화한 제수씨가 둘째가 술만 먹고 다니며 정신을 못 차린다고 걱정을 늘어놓았나 보다. 게다가 어머니는 다리가 불편하다고 한 다. 둘째도 걱정, 막내도 걱정, 어머니도 걱정. 부담감 때문에 심란해하는 아 내도 걱정이다. 노인, 장애인, 교육, 실업 문제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나라 덕택에 이교 대씨의 허리는 이리 꺾이고 저리 꺽인다. 꽁초 끝까지 다 타버린 담배를 떨며, 아파트 베란다에서 새벽을 맞이하는 이교대씨의 새해 첫날 아침은 여느 때 보 다 추웠다.

2. 누구의 입장에서 볼 것 인가 이분명 엄마, 엄마 나 토론반 수련회 갔다 온다, 응? 24 중학교 3학년 올라가는 이분명양이 며칠째 엄마를 조르고 있다. 1학년부터 토론반 활동에 열을 올리는 이분명양은 이조용군과 달리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다. 신문이고 텔레비전 뉴스고 제일 부지런히 살펴보는 사람도 이분명이다. 그래서 보수적인 엄마하고 늘 갈등이다. 이번에는 토론반 수련회를 가겠다고 고집이다. 김주부씨는 딸이 공부는 안하고 다른 데만 빠져드는 것 같아 불안 하다. 김주부 안 된다고 몇 번을 말하니? 이분명 엄마 이거 봐봐. 이번에 우리가 토론할 거야. 김주부 뭐냐, 이게? 이분명 이번 우리 수련회 토론주제는 누구의 입장 에서 볼 것인가 라는 거야. 김주부 보긴 뭘 보라는 거야. 밥 먹게 저리 치워. 이분명 밥 먹으면서 다들 들어주세요. 자~ 신대륙 을 발견한 사람은 누구인가요? 이 사람인가요? 이 사람의 이름은 무엇이지요? 이게 누군지 아는 사람? 이조용 콜럼버스. 이분명 빙고! 맞았습니다. 이 사람은 바로 크리스토 퍼 콜럼버스입니다. 미국학교들은 10월 둘째 월요일 을 콜럼버스 데이라고 이름붙이고 연방 휴일로 지정 해 쉬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볼까요? 아메리카 대륙이 진정 발견 된 대륙인가요? 그곳에는 아무도 살고 있지 않았었나요? 아니면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었나요? 이분명양은 밥상 머리에서 온 가족을 모아 놓고 설교를 할 자세다. 이조용 아니지, 인디언들이 살고 있었지. 이분명 그렇습니다. 그곳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자신들의 고유한 역사를 지닌 이들이 먹고 자고 웃고, 싸우기도 하면서 살고 있었습니다. 아메 리카 원주민이라는 인디언들입니다. 그렇다면 인디언 1) 의 입장에서 콜럼버스 는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콜럼버스는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은 학살자고 침략자였고, 그들의 등장 이후 이들은 불행한 역사를 살게 되었습니다. 그런 데 미국도 아닌 한국에서는 왜 콜럼버스를 신 대륙을 발견한 사람이라고 배우고 있을까요? 그것은 한국이 원주민의 입장이 아닌, 미국인 의 입장으로 세상을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달리 말하면 침략자의 입장에서 세상을 보고 역사를 교육시키고 있는 것이지요. 지금은 미 국에서 조차 콜럼버스가 도착했을 당시의 상 황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교육하고 많은 지역 에서는 이미 연방 휴일임에도 콜럼버스 데이 에 휴교를 하지 않는다는데 말입니다. Ⅰ 인 권 의 눈 으 로 세 상 보 기 25 이분명양의 똑 부러진 설명을 듣고 기분이 좋아진 이교대씨가 이야기에 끼 어들었다. 이교대 입장에 대한 얘기니까, 아빠가 아는 사람 이야기도 있는데 해줄까? 이분명 응 뭔데, 아빠? 이교대 아빠가 아는 사람 중에 건설노조에서 일하는 사람이 있어. 그런데 그 1) 인디언이라는 이름 역시, 유럽인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불리워진 이름이다. 원래 유럽인들이 찾아 나선 신대륙은 인도였기 때문에 그들은 자기들 마음대로 원주민들을 인도인, 즉 인디언 이라 불렀다고 한다. 특히 콜럼버스는 죽기 전까지 아메리카가 인도라고 믿었다.

26 사람이 얼마 전에 그런 이야기를 해주더라. 자기네 소속 노조 사람들이 작년 부터 임금과 퇴직금을 못 받았대. 그래서 노동부에 고발을 했더니, 사장이 그 러더래. 몇 년을 나와 같이 일했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냐. 인간적으로 섭섭 하다. 내 사정 뻔히 알면서~, 나한테 말을 하지. 노조 찾아가고, 노동부 까지 오고 꼭 이렇게 했어야 했느냐? 라고. 이분명 그 사장 불쌍하다. 이교대 그래, 그렇지. 그런데 임금을 주지 않고 퇴직금을 주지 않으면서도 사 장은 그 이전에 단 한 번도 미안하다고 한 적이 없었대. 노동부에 신고하고, 집회를 열기 전까지 만나주지도 않았대요. 이분명 그래서? 이교대 아빠 친구 입장에서는 자기네 노조의 노동자들이 임금을 못 받아서 아이들 학원도 못 보내고, 가정이 파탄 나는 걸 많이 봐왔다는 거야. 그런데 그런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진심으로 사과하는 사장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하더구나. 그래서 나쁜 사람들이라고 하더라. 너는 이런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니? 이조용군이 끼어들었다. 이조용 누구 입장에서 문제를 보느냐에 따라서 다르겠네요. 이교대 그렇지. 아빠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누구 입장에서 생각하느냐 에 따라서 달라지지. 김주부 여보. 애들한테 뭐 그런 얘기를 하고 있어? 왠지 노동조합 얘기만 나오면 꺼리는 김주부씨가 말을 가로 막았다. 이교대 허허, 분명이가 누구의 입장에서 볼 것인가 라는 주제로 토론을 한 다는데, 노동자 얘기도 할 만하잖아. 이분명 아빠, 그래요. 좋은 예가 될 것 같아요. 노동자 입장에서 보는 세상의 기준과 사장님 입장에서 보는 세상의 기준은 다르네요. 이걸로 토론반 수련회 때 발표해도 돼요? 이교대 그럼. 그런데 어쨌든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니? 세상의 기준은 노동 자 입장이라고 생각하니, 사장 입장이라고 생각하니? 봐라, 너도 노동자는 그

냥 노동자고 사장은 사장님이라고 하지 않니? 김주부 뭐 그런 쓸데없는 걸 자꾸 물어요. 세상이야 당연히 사장 입장이지, 물어 뭐해. 그래서 열심히 공부해서 사장 돼야하는 거야. 아빠 같은 노동자가 무슨 힘이 있다고. 그래서 너희들 공부해야 해. 공부. 이분명 어머 왜 이러시나, 우리 김여사님. 누가 공부 안한다고 했나요. 이런 걸 잘해야 대학도 좋은데 가는 거야. 그치 오빠? 이교대씨는 대화의 끝에 마음이 씁쓸하다. 노동자의 가족이면서도 노동자 입장이 아닌 사장 입장으로 세상을 살아야 한다는 김주부씨 이야기가 틀린 말 Ⅰ 인 권 의 눈 으 로 세 상 보 기 27 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도 그렇게 살아왔고, 자신의 자녀들에게도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교대씨를 모순에 빠지게 한다. 노동조합에서 매일 외치는 노동자가 세상의 중심이다. 라는 말이 문득 생각났다. 그런데 세상은 노동자가 중심이 아니다. 임금을 체불당한 노동자가 살아가는 삶이 어떤 삶일 지 주목하는 세상이 아니다. 결국 그렇게 당하지 않으려면 강한 사람이 될 수 밖에 없는 세상이다. 그렇지만 그걸 인정하려니까, 이교대씨의 마음이 편하지 만은 않다. 노동자가 노동자를 부정하는 세상, 이거 정말 맞는가 말이다.

노동자의 뇌구조와 사장의 뇌구조를 써 봅시다 28 노동자의 뇌구조 사장의 뇌구조 토론해보아요 왜 노동자는 노동자면서 자본가의 생각대로 살아가고 있나요? 노동자가 노동자의 입장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어떤 것을 바꿀 수 있나 요?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 홍세화 Ⅰ 인 권 의 눈 으 로 세 상 보 기 마르크스주의에서 온 이 명제는 분명 참인 명제다. 노동자란 존재는 노동자의식을 갖 게 하고 농민이란 존재는 농민의식을 갖게 하며, 자본가란 존재는 자본가의식을 갖도 록 한다. 과거의 노동운동가도 일단 국회의원이 되면 국회의원의 일상에 의해 그에 상응하는 의식을 갖는다. 그렇게 참인 이 명제는, 강고한 국가주의 교육이 관철된 한 국사회에서는 결코 참이 아니다. 한국사회의 진보운동은 이 명제의 덫에 걸려 있었다. 진보운동세력이 자주 꺼내는 1300만 노동자, 400만 농민 은 각기 그 존재에 상응하는 의식이 있거나 가져 마땅 하다는 전제 위에 서 있다. 우리 사회에서 오랫동안 진행된 사회구성체 논쟁도 존 재가 의식을 규정한다 는 전제 위에 서 있었다. 그러나 누구나 잘 알고 있듯 1300만 노동자, 400만 농민의 대부분은 노동자의식 농민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 노동자의 식 농민의식을 갖고 있는 사회구성원은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 명제를 자주 끌어들였다. 그것은 당연히 있어야 할 것이 있지 않은 현실을 바꾸기 위 해 천착하기보다는 당연히 있어야 한다는 점만 강조하면서 자족해온 것이다. 여기에 는 마르크스주의의 명제라는 점과 아울러 사회구성원들이 사회경제적 처지에 비교적 상응하는 정치사회의식을 갖는 유럽의 사회현실을 우리 사회에 그대로 적용한 탓도 있을 것이다. 한국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예컨대 울산에 자리잡은 대기업에 근무하 는 남성 노동자는 자신의 정체성을 노동자 보다 영남, 대기업, 남성 에 일치시 킨다. 자본이 남성 여성, 정규직 비정규직, 내국인 외국인 노동자의 구별과 차별 을 통해 노동분열을 쉽게 얻는 것도 노동자의식 결핍과 크게 연관된다. 사회구성원은 누구나 자신의 정체성을 정확히 알아야 자신의 처지를 개선하면서 행 복을 추구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극복해야 한다고 말하는 민족모순 계급모순도 사 회구성원들에게 민족적 계급적 정체성에 대한 인식이 있을 때 가능하다. 이 점에서 존재가 의식을 규정 하는 것은 존재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29 29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반세기 동안 관철된 국가주의 교육은 대부분의 사회구성원들에 게 자신의 민족적 사회경제적 정체성을 배반하는 의식을 갖도록 작용했다. 반공교 육과 체제순응 교육, 복장 두발 단속, 훈화, 애국조회, 국민교육헌장 교육과 국가경 쟁력 강조 등으로 사회구성원들에게 국가주의 이데올로기를 주입한 반면, 현대사 교 육을 비롯한 비판적 의식을 함양하기 위한 교육은 철저히 배제했다. 그 결과, 노동자 의식 농민의식을 갖기는커녕 거꾸로 노동자의 존재, 농민의 존재를 배반하는 의식 30 을 형성했다. 사회화과정 중 가장 중요한 게 교육과정이다. 비판적 의식을 가진 사회 구성원은 자신을 되돌아보라. 노동자의식 농민의식을 가질 수 있는 존재들은 제도 교육과정을 통해 일찍부터 자신을 배반하는 의식을 갖게 되었던 것이다. 이것이 우리 사회에서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 가 참명제가 되지 않는 가장 중요한 배경이다. 이 사회에서 국가주의 교육을 배제하는 일은, 사회구성원들이 이미 갖고 있는 의식을 바 꾸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는 그 만큼 중요한 과업으로 제기되어야 한다. 실제로 사람의 의식을 바꾸는 일은 무척 어렵다. 자신의 존재를 배반하는 의식임에도 사람들은 일단 형성된 자신의 의식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이 점은 <조선일보>를 구 독하는 서민에게 구독을 중지하도록 설득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설득작업은 실로 불 편하고 어렵고 더디다. 진보가 불편하고 어렵고 더딘 것과 같다. 예컨대 안티조선운동은 양쪽에서 비판 비난받고 있다. 한쪽에서는 개량주의 라고 비판하면서 자신의 이념적 선명성을 드러내고, 다른 쪽에선 사회구성원의 선택의 자 유 를 침해한다고 비난한다. 신문을 선택하는 것도 선택자의 의식에 따른 것이라 할 때, 사회의 진보나 변화가 사회구성원들의 의식의 진보나 변화 없이 이루어질 수 없 는 것이라 할 때, 자신의 이념적 선명성을 자랑하면서 개량주의 운운하는 편리함 을 좇는 사람은 부디 <조선일보>를 구독하는 서민 한명이라도 구독을 중지하도록 노 력하는 불편함을 택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다시금 강조하지만, 사회구성원들 의식의 변화가 전제되지 않은 사회진보는 공염불 에 지나지 않는다. 국가주의 교육을 혁파하는 한편, 사회구성원들이 국가주의 교육에 서 갖게 된, 존재를 배반하는 의식을 끊임없이 확인시키고 굳어지게 하는 신문에서 벗어나도록 설득하는 일은 진보의 과제임에 틀림없다. 한겨레21 448호 2003년 2월 26일

3. 인권의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이분명양은 토론반 수련회를 기필코 갈 생각이다. 3학년이 되면 토론반 활 동을 못하게 된다. 2학년 후배들에게 인수인계를 포함해서 단단히 짚고 넘어 Ⅰ 인 권 의 눈 으 로 세 상 보 기 31 갈 것이 많다. 작년부터 인권을 주제로 한 토론을 주로 해왔던 전통을 이어 올 해는 더 깊이 있는 토론을 해야 하는데 요즘 어린 것들은 정신 줄을 놓고 살아 서 걱정이다. 이분명양 친구들의 고민은 남자친구와 학교공부가 전부지만 요즘 이분명 양의 고민은 차별 이다. 우리 아빠는 왜 집에 와서 손 하나 꼼짝하지 않을까, 오빠는 왜 자기가 신던 양말을 뒤집는 것까지 엄마한테 맡길까. 엄마는 오빠 보다 어린 나한테는 라면을 끓이라고 하면서, 왜 오빠한테는 부엌에도 못 들 어가게 하는 것일까. 요즘 들어 부쩍 잘 싸우는 엄마, 아빠가 저러다가 이혼이라도 하면 어떻게 되는 걸까. 그럼 우리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까. 그런데 부모랑 같이 사는 것만을 정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선생님이 아무 생각없이 부모님 도장 받아와라. 할 때마다 부모님 없이 할머니와 사는 짝궁은 얼굴이 붉어진다. 선 생님은 한 번만 더 생각하면 될 것을, 배려의 말을 왜 못하는 걸까. 부모가 있 어야만 정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은 아닐까. 요즘 이런 것이 이분명양의 고민 이다. 이분명양은 토론반에서 고민을 풀고 싶다.

인권의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박진 32 다음 표지판들은 각각 에스컬레이터는 아이 손을 꼭 잡고 타세요 엘리베이터 타는 곳입니다 이곳은 안내 데스크입니다 이곳은 회의실입니다 를 의미하고 있습니다. 표지판1 표지판2 표지판3 표지판4 그렇다면 이 표지판에 등장하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이들의 성별과 나이, 인종과 장애유무, 국적과 성적지향, 학력, 직업 등을 생각해 보셨나요? <표지판1>에 등장하는 사람은 여성어른과 남성아이로 보입니다. 여성이기에 치마를 입혔겠지요? 혹시 <표지판1>은 아이는 여자가 돌보는 거야 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 지 않은가요? 다음 <표지판2>에 있는 이들은 누군가요? 가족처럼 보이지 않나요? 아빠, 엄마, 아 이처럼 보이는군요. 소위 정상가족 이라고 지칭되는 구성이지요? 옆의 그림은 여성가족부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이 그림에서도 가족은 소 위 정상가족 입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이런 정상가족 은 숫적으로도 더 이 상 보편적이지 않습니다. 한 부모 가족, 할머니와 사는 아이들, 여성 혼자만 사는 가정, 동성커플 등 다양한 사람들이 가족을 이루고 살지 않나요? <표지판3>에 등장하는 사람을 보시죠. 한 사람은 안내를 하고 한 사람은 안내를 받 습니다. 그런데 안내를 하는 사람은 여성, 안내를 받는 사람은 남성으로 보입니다.

이어지는 <표지판4>를 보면 어 떤가요? 회의실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모두 남성으로 보입 니다. <표지판3>과 <표지판4> 에서 여성과 남성의 일자리는 분명하게 구분되고 있습니다. 표지판에 등장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지칭하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생각해 보 셨는지요? 우리 사회는 남성 이고 어른이며 이성애자, 세금 을 납부할 능력이 있는 누군가 를 일반적인 사람으로 생각하 고 있지 않은가요? 피부색이 다르고 가난하고 장애인인 사 람이 일반적인 사람이라고 떠 올려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인권은 이러한 사람들이 주인공인 사회를 꿈 꾸는 것이라고 감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모든 이들이 인간의 존엄을 누리기 위 해 부족한 것은 그들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지 못한 사회일 뿐입니다. 그래서 모든 이들이 억압과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꾸는 인권의 시선은 이러한 모든 이들에 포함되지 못했던 이들의 시선 에서 재구성되어야 합니다. Ⅰ 인 권 의 눈 으 로 세 상 보 기 33 다신인권센터 상임활동가

4. 세상은 누구에게 맞게 설계되어 있나요? 34 결국 이분명양은 수련회를 다녀왔다. 김주부씨는 딸의 집요한 설득을 이길 수 없었다. 김주부씨는 내심 똑 부러지고 분명한 딸이 자랑스럽고 미덥다. 하 지만 세상이 험해서 걱정이고, 공부말고 다른 곳에 빠질까봐 걱정이다. 그런 데 수련회를 다녀온 딸은 질문이 더 많아졌다. 남편이 노동조합 대의원을 할 때처럼 사회에 대한 문제제기도 더 많아졌다. 어제는 엄마한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이분명 엄마, 육교는 사람들이 건너는 걸까요? 김주부 얘가 뜬금없이 무슨 소리래? 그럼 사람이 건너지, 누가 건너니? 이분명 틀렸습니다. 육교는 모든 사람이 건널 수 있는 곳이 아니예요. 장애인 은 건널 수 없잖아. 그러니까 틀린 말이야. 김주부 육교에는 엘리베이터 설치 되어 있어요. 무슨 소리야? 이분명 그거 생긴 지 얼마 안된 거 몰라요? 지금도 엘리베이터가 없는 육교도 있어. 그거 만들기 전에 얼마나 많은 장애인이 리프트에서 떨어져 죽었는지 알아? 김주부 하긴, 너희 삼촌 생각하면 그렇긴 하다. 휠체어 장애인이 다닐 수 없 는 데가 많지. 식당도 턱이 높아서 못 들어가고. 활동보조인 생기기 전에는 할머니께서 삼촌 때문에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이분명 그럼 엄마, 국민은 국방의 의무를 집니다. 이건 맞는 말일까? 김주부 맞지. 그럼 국방의 의무는 국민의 4대 의무 아니니? 이분명 그것도 틀렸습니다. 군대는 남자, 그것도 중학교를 졸업한 신체 건강 한 남자만 갑니다. 그러니까 여자도, 장애인도 군대를 안가니까, 국방의 의무

는 국민이 지는 게 아니라 신체 건강한 비장애인 남자만 집니다. 김주부 까다롭기는. 이분명 까다로운 게 아니라, 진짜 그렇잖아? 그런 말이 얼마나 많아. 생각 해봐. 사람은 맞아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애들은 맨날 때리지, 매 맞는 아내 들도 많지. 김주부 너 수련회 괜히 보내줬나 보다. 그냥 고분고분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되 지. 왜 쓸데없는 데 신경을 쓰고 그러니? 이분명 엄마, 이게 다 인생 공부야. 인생. 내가 기계처럼 공부만 하는 그런 사 람이 되면 좋겠어? 김주부 그런 건 대학가서 생각해도 돼. 넌 지금 공부를 해야 하는 의무가 있 는 사람이야. 이분명 난 그렇게 생각 안해요. 대학 간다고 갑자기 어른이 되는 것도 아니잖 아. 또 대학가면 열심히 취직 준비하라고 할꺼면서. 김주부 그럼 어쩌겠니. 세상이 이렇게 돼먹은걸. 아빠도 봐라. 좋은 4년제 대 학 나온 후배들이 금방 관리직 되고. 이분명 엄마, 그건 학력으로 능력을 차별하는 회사가 문제지, 아빠 문제가 아 니잖아. 김주부 니 말대로 세상이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니. 세상은 그런 게 아니야. 안타깝게도. 이분명 그럼 세상을 바꿔야지. 잘못된 세상에 나를 맞추라는 거야? Ⅰ 인 권 의 눈 으 로 세 상 보 기 35 김주부씨는 이쯤에서 대꾸할 말이 없어졌다. 딸에게 잘못된 세상에 맞추라 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딸의 말이 무조건 맞으니 알아서 하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김주부씨도 잘 알고 있다. 세상이 얼마나 불공평하 게 생겨 먹었는지. 남들은 정규직 사원이라고 부러워하지만, 그렇게 벌어들인 돈이 어떤 돈이었던가. 주야 맞교대로 평생을 살면서 자신의 취미생활은 고사 하고 인생에 대한 계획도 없이 가족들 뒷바라지를 위해 일만하며 살아온 이교 대씨의 피와 땀이었다. 아이들 교육과 가족들 뒤치다꺼리에 쫓기다 보면 이래 저래 남는 것도 없었다. 빛 좋은 개살구 같지만 그래도 어디 가서 하소연하기

도 뭣하다. 천지가 비정규직이고 실업자가 넘치는 세상에서 이 정도에 살기 어렵다고 하면 욕 들어 먹겠다 싶어서 아무 말도 못하지만, 그래도 억울한 것 은 어쩔 수 없다. 하루에 수천만 원씩 펑펑쓰고 산다는 재벌 자제들 이야기 들으면 저런 나 쁜 놈들 싶지만, 속내는 우리 아이들한테 저런 부모가 돼주지 못한 게 미안하 기도 하다. 첫째 아이만 하더라도 옆 동 부장네처럼 아들에게 쪽집게 과외를 36 시켰더라면 외국어고등학교에 떡하니 붙을 수 있었을텐데. 그 집 아들이 과외 받기 전만해도 아들보다 등수가 낮았던 걸 생각하면 속에서 울화가 치밀어 오 른다. 꽤 값이 나가는 이 아파트에 이사 올 때만 하더라도 같은 곳에 살면 서 로 수준이 맞겠거니 했지만 수준이라는 것은 남편들의 직급차이만큼이나 쉽 게 좁혀지지가 않았다. 여전히 생산직은 생산직대로, 관리직들은 관리직대 로 수준에 맞춰 친분을 쌓아간다. 이런 것을 생각하면 두 가지 마음이 교차한 다. 하나는 이런 말도 안 되는 불공평한 상황을 걷어차고 하고 싶은 말 다하면 서 살자 싶은 것이고, 하나는 이런 상황따위는 이 악물고 참아내서 우리 아이 들만큼은 성공한 삶을 살게 해야 한다는 거다. 그래서 김주부씨는 현실적으로 판단해서 성공하는 삶을 살게 하는 것을 선택했다. 그러나 그러한 선택이 정말 현실적인 선택인지 조차 점점 모르겠다. 아무 리 노력해도 간극은 점점 벌어지는 것 같고, 아이들의 미래마저 평사원과 간 부로 대물림 되는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면 할수록 남편이 더 원망스럽고 자 기 처지가 화가 난다. 일에 지쳐서 들어오는 남편이 안쓰럽고 다르게 살아보 자, 우리 남은 인생 얼마나 된다고 즐기면서 살자. 그러고 싶다가도 현실이 라는 어쩔 수 없는 벽 앞에서 남편과 싸움만 하고 있는 자신을 본다. 김주부씨 의 사십대도 이교대씨처럼 초라하게 늙어가고 있다. 도대체 세상의 탓인가, 이교대씨와 김주부씨의 탓인가.

세상은 누구에게 맞게 설계되어 있나요? Ⅰ 인 권 의 눈 으 로 세 상 보 기 37 당신에게 맞게 설계되지 않은 세상에서 당신은 살기 힘들 것이다. 위 사진은 프랑스 전력청 광고의 장면들입니다. 광고는 휠체어 전용도로, 공 식 언어인 수화, 점자책만 있는 도서관을 비추어 줍니다. 이곳을 지나거나 방문한 비장애인들의 당황한 모습이 보입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기에 좋은 영상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먼저 느껴야 할 것은 누구나 자기에게 맞게 설계되지 않은 세상은 불편하다는 것입니다. 이 세상은 누구에 맞게 설계되어 있을까요? 그렇다면 누가 불편할까요? 이것 을 토론해 보세요. 토론해보아요 현재의 세상은 누구에게 맞게 설계되어 있는지 말해보세요. 보다 좋은 세상은 어떻게 설계되어야하는지, 토론해 보고 발표해보세요.

불평등한 세상을 대하는 인권감수성 박진 38 우리가 살고 있는 남성-어른-비장애-이성애자-순수혈통-부자의 사회에서 이러한 기준의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을 한번 볼까요? 여성-어린이-청소년-장애인-동성 애자 성소수자-이주민-가난한 이.이들의 공통점은 차별받는 존재라는 것입니 다. 우리 사회의 기준이나 표준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이들은 기껏해야 도움을 받 거나 동정을 받는 사람 정도로 여겨질 뿐이지,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동반자가 되 지 못합니다. 때로는 법과 제도에 의해, 때로는 오래된 관습과 편견에 의해. 육교는 사람들이 건너는 것입니다. 누구나 맞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국민은 국방의 의무를 집니다. 나이가 차면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는 것이 당연합니다. 라고 하지만 장애인이 다닐 수 없는 육교가 있고, 국가는 집에서 매 맞는 여성들 을 지켜주고 보호할 방법을 찾지 못합니다. 그리고 학교나 가정에서는 청소년과 어린아이들을 체벌합니다. 또한 고졸 이하의 학력을 가진 남성이나 신체가 건강하 지 못한 남성, 장애를 가진 남성, 그리고 여성들은 국방의 의무를 지고 싶어도 질 수 없습니다. 동성애자들의 결혼은 금지 되어있습니다.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해서 다른 생각을 가졌기 때문에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앞선 명제들이 보편적인 명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지 않겠죠. 모든 또는 누구나 라고 쓰여지는 많은 것에서 빠진 것. 그것을 찾는 것이 인권의 눈으로 세 상보기입니다. 이것을 우리는 간결하게 인권감수성 이라고 얘기합니다. 여성, 어 린이, 청소년, 장애인, 동성애자 성소수자, 이주민, 가난한 이의 시선으로 사회를 보는 것 말입니다.

Ⅰ 인 권 의 눈 으 로 세 상 보 기 사회적 차별은 힘없는 사람에게 공정한 기회를 빼앗습니다. 평등하다는 우리 사회 는 힘 있고, 경쟁력 있는 사람들의 기준으로 구성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사회 는 모든 사람들을 마라톤 경기의 출발선에 세워두고, 지금부터 출~발~이라고 외 치는 것을 공정함이고 평등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스타트 라인 앞에는 태어나 서 단 한 번도 앉아 보지조차 못한 중증 장애인이 누워있고, 출발 이라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이, 게임의 규칙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주민이 있습니다. 뜀박질에 재주가 없는 여성노인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편에는 새로 나온 나이키 스포츠화를 신은 건장한 육상선수가 있고, 어떤 사람은 날렵한 스포츠카에 올라 타, 언제라도 출발할 준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것이 공정한 기회일까요? 우리가 사회적 차별의 법과 제도를 뛰어넘고 내 안에 길들여진 편견의 습관을 뛰 어넘어야 할 이유는 분명합니다. 차별로 인해 공정한 기회를 박탈당하는 사람, 그 로 인해 절망에 빠져 죽음까지 생각하는 사람들이 무수히 많기 때문입니다. 애초 부터 타고난 인간으로써의 권리를 누구나 누릴 수 있어야 인권을 말할 수 있는 것 이 아닐까요? 그것을 진정한 보편성이라고 얘기합시다. 동정과 시혜가 아닌, 그저 태어날 때부터 누구나 누려야 할 기회. 이것을 가능하게 하려면 나의 노력, 사회 전체의 공동의 노력이 모두 필요하겠죠? 조금 느리게 가더라도 함께 가는 길. 그 것이 인권의 길입니다. 39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Ⅱ. 이 시대의 완소남 이교대씨를 소개합니다 1.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 2. 대학가서 미팅할래? 공장가서 미싱할래? 3. 귀족 노동자 이교대씨의 노동 잔혹사 4. 민주노총 조합원 이교대씨의 생존법

회사가 있으니 나도 있다. 회사가 잘 나가야 자신도 잘 나가는 것 같 은 이교대씨. 정작 회사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까? 나 자신의 의미를 찾기 위해 일을 하기 보다는 돈을 벌기 위해, 가족들을 위해, 일을 위해 일 할 수 밖에 없는 이교대씨. 이제 너무 익숙해 기계의 부품이 되어버 린 느낌이다. 일을 해야만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게 되어버린 이교대씨 다. 요즘 차도남 (차가운 도시남자)이란 말이 유행이다. 하지만 정말 차도남 은 이교대씨가 되어버렸다. 차 만드는 것 밖에 모르는 이도 저 도 아닌 남자 야간조 이교대씨의 하루는 또 이렇게 시작된다.

1.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 Ⅱ 완 소 남 이 교 대 씨 를 소 개 합 니 다 43 아빠는 왜? 엄마가 있어 좋다. 나를 이해해주어서 냉장고가 있어 좋다. 나에게 먹을 것을 주어서 강아지가 있어 좋다 나랑 놀아주어서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 어느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의 글

오전 7시 30분. 모두가 출근을 위해 일어나는 그 시간에 하루를 마치는 이 가 있다. 그의 이름은 이교대씨. 뻐근한 몸에 활력을 불어넣는 기지개를 켜며, 아침 햇살을 맞으며 퇴근하는 그 기분은 죄수가 형량을 마치고 출소하는 그런 느낌이다. 등 뒤에 서 있는 말이 없는 공장은 감옥과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 하는 이교대씨다. 야간 근무를 마치고 퇴근을 하면 아이들은 이미 학교에 가 고, 애들 엄마는 얼마 전부터 아이들 과외비라도 벌어보겠다고 동네 마트에 44 아르바이트를 하러 나간다. 그거 안 해도 네 식구 먹고 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 다고 하는데도 애들 엄마는 들은 척도 안하고 날마다 일하러 간다. 하긴 아이 들이 커 갈수록 들어가는 사교육비며, 이제 원금을 갚아가야 하는 아파트 대 출금은 매월 적자 가계부를 가져다준다. 아침밥은 까끌까끌해 목구멍에 넘기기가 힘들다. 그래도 어렵게 목에 넘기 고, 잠자리에 든다. 해가 쨍쨍해서 잠들기가 어렵다. 누워서 이리저리 생각을 해본다. 이렇게 야간 근무를 오래하면 수명이 13년이나 준다고 하는데. 한국 에서는 68세까지 일해야 노후 걱정 없이 먹고 살 수 있다는데. 이렇게 야간 근 무해서 몸이 축나면 나중에는 어떻게 먹고 사나. 요즘 대학 등록금이 어마어 마하다던데 두 애들 대학 등록금이라도 마련하려면 주말에도 쉴 수 없다고 생 각하는 이교대씨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스쳐가고 그런 걱 정 속에서 이교대씨는 잠이 든다. 이교대씨는 열심히 일했다. 자동차 회사에 입사한지 어언 19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주야 맞교대에 잔업, 특근, 열심히 뺑이쳤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발맞추어 가기 위해서는 미친 듯이 뛸 수밖에 없었다. 경제 위기가 사회를 휩쓸고 지나갔고, 일자리가 불안정해지면서 회사 밖으로 내몰 리지 않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 남들처럼 결혼하려고, 내 집 마련을 하려고 젊 은 날을 일터에서 보냈다. 아이들이 태어난 이후에는 못 배운 아버지가 해 줄 건 뒷바라지 밖에 없다는 심정으로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아직 달려야 할 길 이 더 남았다. 아이들 대학도 보내고, 시집, 장가 보내려면 아직 한창 일을 해

야 할 때이다. 무한 경쟁 사회에서 쉰다는 건 뒤처지는 일이다. 내 아이들이라 도 번듯하게 키우기 위해서는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 이렇게 일 하다보면 내 가 일인지, 일이 나인지 헷갈린다. 집에 있는 시간보다 공장에서 기계를 보며 있는 시간이 더 많고, 가족과 있는 시간보다 컨베이어 벨트에 정신이 팔려 있 는 시간이 더 많은, 일을 안 하고 있으면 불안한 40대. 그게 바로 이교대씨다. 다녀왔습니다!! 아이들이 학교 갔다 오는 소리에 잠이 깨는 이교대씨다. 엄마~. Ⅱ 완 소 남 이 교 대 씨 를 소 개 합 니 다 45 아이들은 항상 집에 오면 엄마 먼저 찾는다. 아이들이 어렸을 적에는 아이들이 잠든 후에나 들어와서 살갑게 안아주지 못했는데 이제 그 기회조차 사라져 버렸다. 매일 잔업이다, 특근이다 주구장 창 일만 하다 보니 정작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은 없어져 버리고 말았다. 이교 대씨가 일을 하는 이유는 가족때문인데, 정작 가족과 함께할 시간조차 없다.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 되고 말았다. 일이 일을 낳고 정작 가족과는 멀어진. 그래서 이교대씨는 항상 외롭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집에 오면 자고 있는 두 녀석의 얼굴만 봐도 마음이 든든해졌다. 그런데 이 녀석들, 아들놈은 애비 가 일하고 오든 말든 게임에만 빠져있고, 딸애는 학원이다 뭐다 얼굴 보기도 힘들어졌다. 오랜만에 쉬는 주말, 혹은 어쩌다 집에 있는 날 이교대씨에게 살 갑게 굴어주는 건 개 뽀삐 밖에 없다. 자신의 집에서 이방인이 되어버린 이 교대씨. 어쩌다가 밥상머리에 식구들이 둘러 앉으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 색하기만 하다. 밥 먹기가 무섭게 지들 방으로 쏙 들어가 버리는 녀석들. 이 교대씨가 어쩌다 한마디라도 할라치면 잔소리 한다고 얼굴 찌푸리기 일쑤다. 이 녀석들 때문에 등골이 휘도록 일하고 있는데 자식새끼들은 정작 애비를 남 보듯 하고 있다. 이교대씨는 생각한다. 정작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내가 아 니라 내가 벌어오는 돈 이 아닐까 라고. 아빠라는 이름보다 현금인출기 가 더욱 어울리게 되어버린 이교대씨다.

남들은 다 퇴근하는 시간. 이교대씨는 출근을 준비한다. 일주일마다 바뀌 는 밤과 낮은 이교대씨의 몸 구석구석을 갉아먹고 있다. 그래도 이렇게 일하 는 게 어디냐 라고 생각하는 이교대씨다. 당장 회사에서 잘리면 방구석 등지 고 누워있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불과 얼마 전 세계적인 경제위 기로 자동차 산업이 휘청거리던 때를 생각하면 아찔하기만 하다. 이 회사가 있으니 나도 있다. 회사가 잘 나가야 자신도 잘 나가는 것 같은 이교대씨. 정 46 작 회사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까? 나 자신의 의미를 찾기 위해 일을 하기 보다는, 돈을 벌기 위해, 가족들을 위해, 일을 위해 일 할 수밖에 없는 이교대 씨. 이제 너무 익숙해 기계의 부품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일을 해야만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게 되어버린 이교대씨다. 요즘 차도남 (차가운 도시남자)이란 말이 유행이다. 하지만 정말 차도남 은 이교대씨가 되어버렸다. 차 만드는 것 밖에 모르는 이도저도 아닌 남자. 야간 조 이교대씨의 하루는 또 이렇게 시작된다.

왼쪽 그림은 이교대씨의 하루 일과표입니다. 나의 하루 일과는 어떠한가 요? 나의 일과를 그려보고, 이교대씨의 하루와 비교하여 이야기 해봅시 다. Ⅱ 완 소 남 이 교 대 씨 를 소 개 합 니 다 47 나의 하루 일과

아빠는 현금인출기가 아니야 잠일술 세대가 꿈꾸는 달콤한 상상, 공장 탈출! 내가 이 책에 거는 기대는 소통의 계기가 48 됐으면 하는 것이다. 정규직 노동귀족도, 버려진 비정규직도, 정파 활동가들도, 그리 고 정치꾼들도 민주노조운동의 공간 속에 서는 모두 소통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가톨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조돈문 추 천사 이 책(아빠는 현금인출기가 아니야)에서 저자는 대공장 노동조합은 조합원에게 임 금인상을 책임지는 자판기 로, 한 집안의 가장인 노동자는 가족들에게 현금인출기 로 전락했다고 이야기 합니다. 공장에 묶여 죽도록 일하고, 집에서는 쓰러져 잠들고, 스트레스 해소하기 위해 술을 마시는 현장의 노동자들을 잠일술 세대 라고 표현하며, 그들에게 대안은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전달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공장 안에만 갇혀 공장 밖을 보지 못하는 현장 노동자들이 공장을 넘어 선 연대를 가능케 해야 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공장 정규직 중심의 그들만의 리그 가 되지 않기 위해 공장 담벼락을 넘어선 소통과 연대의 이야기. 잠일술 세대가 꿈꾸는 달콤한 상상, 공장 탈출! 아빠는 현금인출기가 아니야 함께 읽 어 봅시다.

2. 대학가서 미팅할래? 공장가서 미싱할래? Ⅱ 완 소 남 이 교 대 씨 를 소 개 합 니 다 49 어느 부모가 아이에게 이야기 합니다. 우리 아가는 커서 의사가 되렴 우리 아가는 커서 변호사가 되렴 우리 아가는 커서 정치인이 되렴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하지 않습니다. 우리 아가는 커서 공장에서 신발 만드는 노동자가 되렴 우리 아가는 커서 옷 만드는 노동자가 되렴 부모도 노동자이고, 그 부모의 부모도 노동자였을 텐데 왜 우리는 나의 아이에게 노동자 가 되라고 하지 않을까요?

일요일 저녁. 이교대씨 가족이 모여서 주말 예능프로그램인 1박 2일 을 보고 있다. 오늘 1박 2일 은 외국인 근로자 특집이다. 이교대씨는 1박 2일 을 보면서 공장 근처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문득 생각난다. 그 때 아들이 궁금한 듯 이교대씨에게 질문을 한다. 50 이조용 아빠, 근데 왜 외국인 근로자 라고 해요? 근로자는 회사 이런데서 일하는 사람을 근로자라고 하는거 아닌가? 근로자와 노동자의 차이가 뭐에 요? 이교대 글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이조용 근로자는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고, 노동자는 공사판에서 일하는 그런 사람들을 노동자라고 하는거 아닌가요? 근로자는 왠지 세련되어 보이 고, 노동자는 힘쓰는 일 하는 사람들처럼 느껴져. 그리고 노동자는 느낌이 과 격하고 별로인 것 같아요. 이분명 오빠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근로자는 사장들이 노동자들 부려먹기 좋게 하려고 부르는 이름이야. 이교대씨는 노동자와 근로자가 어떻게 다른 건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 노동 조합에서 이야기하는 것 보면 노동자라고 이야기하고, 정부 기관도 노동부라 고 하고, 노동자에 관한 법도 노동법인데 근로자는 어디서 튀어나온 거지? 달 력에 보면 5월 1일을 근로자의 날이라고 해 놨던데. 이분명 근데 사람들이 공장에서 일하는 건 별로 안 좋아하는 거 같아. 난 끝 까지 반대했는데 반 애들이 이래야 정신 차려서 공부한다고 급훈도 대학가 서 미팅할래? 공장가서 미싱할래? 라고 만들어 놨어. 이조용 진짜 웃긴다. 니 친구들 말이 틀린 게 없지. 친구들 다 대학가는 데 혼 자 못 가봐. 거기다가 갈 데 없어서 공장에 취직했다고 생각하면, 으. 생각 만 해도 엄청 쪽팔린다. 하하. 이분명 오빠는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아빠도 공장에서 일하잖아. 이교대 흠. 흠.

이조용군의 한 마디에 얼굴이 빨개지고, 할 말을 잃어버린 이교대씨다. 이 런 이교대씨의 행동을 눈치 챘는지 김주부씨가 아이들에게 소리친다. 하지만, 김주부씨 역시 이교대씨 편은 아닌가보다. 니들도 공장가서 미싱 하기 싫으면 TV 끄고 빨리 가서 공부나 해. 김주부씨의 한 마디에 아이들은 쪼르르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별 급훈 다 있네. 라고 생각하는 이교대씨. 이교대씨가 학교에 다닐 때는 성실 뭐 이런 거 였는데. 어찌됐든 자식들은 더 배워서 이교대씨 자신처럼 공장에서 일 안 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Ⅱ 완 소 남 이 교 대 씨 를 소 개 합 니 다 51 어느 평화로운 일요일 저녁 이교대씨 가족의 일상이다. 1박 2일 을 보면 서 이조용군은 의문을 갖게 됐다. 노동자와 근로자의 차이에 대해서. 우리의 일상을 보면 근로자 와 노동자 가 혼동되어 사용되고 있다. 보통 사무실에 앉아서 일하는 사람은 근로자,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을 노동자 라고 생각 하기도 한다. 근로자 와 노동자 의 의미를 살펴보자. 근로[ 勤 勞 ] : 부지런히 일함 1.근로에 의한 소득으로 생활을 하는 사람. 노동[ 勞 動 ] : 몸을 움직여 일함. 1. 노동력을 제공하고 얻은 임금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 법 형식상으로는 자 본가와 대등한 입장으로, 경제적으로는 생산 수단을 일절 가지는 일 없이 자기의 노동력을 상품으로 삼는다. 2. 육체노동을 하여 그 임금으로 살아가는 사람. 살펴보면 근로자는 부지런히 일해서 먹고 사는 사람이고, 노동자는 몸을 움 직여 일하고, 노동력을 제공해서 임금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이다. 쉽게

생각하면 근로는 위에서 시키는 대로 부지런히 일해서 먹고 사는, 사회에 순 응하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노동이라는 단어에는 근로와는 다른 능동적인 느 낌이 숨어 있다. 자본가는 자신의 공장(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을 통제하고 싶 어 한다. 자기 말을 잘 들어야 회사 경영이 잘 되고 별 탈 없다고 생각하기 때 문이다. 무언가 요구하기보다 자기가 시키는 대로 하고 주는 대로 월급 받으 며 군말 없이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위에서 본 노동 이라는 단어의 52 의미를 살펴보면 자본가와 대등한 입장 이라고 나와 있다. 당연히 자본가들 이 싫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쉽게 순응하는 사람을 원했는데 자본가와 대 등한 입장을 가진 노동자 라니? 자본의 시각으로 보면 노동, 노동자 라 는 자신들과 대립되는 단어보다 근로, 근로자 라는 단어를 선호할 만하다. 이 근로자 라는 말은 박정희 정권 시절 주로 사용되었다. 경제발전에 이 바지하기 위해 근면, 성실하게 일해야 한다. 는 논리가 작동해 근로자라는 표 현을 주되게 쓴 것이다. 박정희에게는 계급적 의식이 없는, 경제발전을 위해 성실하게 일하는 근로자가 필요했던 것이다. 노동자들이 스스로를 노동자 계 급 으로 칭하는 순간 자본과 정권은 노동자들을 마음로 착취하지 못하고 동등 한 대우를 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노동자라는 호명을 싫 어할 수밖에 없었다. 노동 이라는 말은 사회적으로 노동자들의 주체성을 뜻 하고 있다. 그러한 주체성이 드러나지 않도록 포장하기 위해서 근로 라는 표 현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것은 달력에 있는 근로자의 날 에, 근로기준법 에 근로자 라는 단어에서 여실히 드러나 있다. 우리는 조선조 말기에 노동에 대한 당시의 이해를 잘 보여주는 다음과 같은 이야 기를 알고 있다. 당시 한국에서 이러저러한 활동을 하고 있던 외국인들이 하루는 조정의 고관대작들을 모시고 정구 시범 대회를 열었다. 대회가 끝난 후 외국인들 은 조정의 대신들도 정구를 한번 쳐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하였다. 그 자리에 있 던 조정의 대신들은 서양 사람들은 이상한 사람들이군, 그 힘든 일을 왜 하는지 알 수가 없군. 그런 힘든 일은 하인들에게 시키고 우리는 구경이나 하는 것이 옳은

일이지 라고 대답하였다는 일화다. 이 만담 같은 일화를 분석해 보면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노동관이 담겨져 있음을 알 수 있다. 1노동은 가능한 한 하지 말아야 하는 일종의 필요악이며, 2따라서 노동은 노동 을 하라 는 명령을 피할 수 없는 수동적 위치에 있는 사람, 즉 피지배층의 몫이고, 3노동의 가치는 노동의 결과물을 향유하는 데에 있는 것이며, 따라서 4노동의 결과는 노동을 하라 는 명령을 내리는 계층의 전유물이다. 노동권 잊혀진 인권 - 기업은 인간공동체인 가 자본 집적체인가? (허창수 역음) 중에서 Ⅱ 완 소 남 이 교 대 씨 를 소 개 합 니 다 53 조선시대 노동의 인식에 대한 이야기이다. 노동은 천한 것, 하인들이나 하 는 것으로 생각했다. 이런 노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조선시대로부터 몇 백 년이 흘렀건만 우리 사회에 여전히 자리 잡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2007년 서울 시장이 었던 시절 한 강연회 에 초청 받아 한 이 야기이다. 한 나라 의 대통령이 될 사람 이 보여준 노동에 대 한 인식은 천박하기 그지없다.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으니 당선된 이후 보여준 노동탄압 일관 정책은 당연한 결과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이렇듯 역사 속에서 한국 사회 가 가진 노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계속 이어져 현재까지 내려오고 있다. 그 인식은 내용은 그대로인 채 표현하는 방법만 바뀌어 여전히 우리 안에 존재하 고 있다.

다음 사진 내용은 최 근 뉴스에 나왔던 기사 이다. 잇따른 어린이 납 치 시도로 불안이 증폭 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용의자를 보면 노동자 54 풍 의 얼굴을 가졌다고 한다. 노동자 풍 의 얼 굴은 어떤 얼굴인가? 하얀 와이셔츠에 양복을 입은 사람을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아마 작업복에 거친 이미지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 다. 이렇게 노동자 라는 표현은 위험하고, 폭력적이고, 거친 느낌을 가져다 준다. 우리가 어렸을 적부터 배웠던 교육과 언론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그래 서 지금도 근로자 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자신이 노동자라는 사실을 잊고 사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노동 이 폄하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이분명양 반의 급훈은 자연스러운 현상처럼 보인다. 대학가서 미팅할래? 공장가서 미싱할래? 대학 가서 미팅 을 하는 건 좋은 느낌인 반면 공장가서 미싱을 한다는 건 너무 폄하되는 느낌 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모든 물건은 공장에서 노동을 거쳐 만들어지는 것인데도, 그러한 생산관계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노동을 하 찮은 것으로만 가르치고 배우고 있다. 자신이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부모들 은 자식에게 좋은 대학 가서 나처럼 살게 하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은 하지만 너 나중에 커서 공장에서 일해라 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공장에서 육체노 동을 한다는 건 부끄러운 것이고, 사무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일 하는 건 당당 한 것으로 생각한다. 사실 둘 다 똑같은 노동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네덜란드 중학생에게 장래 희망이 뭐냐고 물었을 때 벽돌공 이라 답했다는 기사 가 기억난다. 벽돌공이 되면 하루 종일 음악을 들으면서 일할 수 있기 때문 이라 고 했다. 대학에 가지 않고 벽돌공이 되어도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는 이유는 벽돌 공의 수입이 대학교수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도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스포츠 스타나 아이돌 가수들처럼 그 분야에서 일 인자가 돼야 한다. 그러나 북유럽의 많은 나라들에서는 경쟁에서 승리해 일인자가 되지 않고도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다. 정부나 지방 자치단체가 설치한 수많은 체 육 시설에서 평생 동안 사람들에게 운동을 가르치며 사는데 그 수입이 대학교수와 큰 차이가 없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 경향신문 2010년 10월 8일 Ⅱ 완 소 남 이 교 대 씨 를 소 개 합 니 다 55 저자가 인도하는 처절한 현장은 우리가 다시 시작해야 할 출발선이다. 1970년대 의 여공들도 배추시래기처럼 버려졌지만, 사정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아니, 1970 년대에는 배추시래기가 판자촌 골목길에 버려졌다면, 2010년의 배추시래기들은 초현대식 건물의 현관에 버려져 더 비참하고 초라해 보인다. 현장에서 만나는 사 람들은 화가 날 정도로 소박한 꿈밖에는 꾸질 못한다. 월급이래 봐야 겨우 100만 원 남짓. 그들이 간직한 희망이란 고작 여태까지처럼 일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요 즘 초등학생들 중에는 장래희망을 물으면 정규직 이라고 답하는 아이들도 종종 있다고 한다. 지난 30년, 대한민국이 눈부시게 발전하는 동안, 대한민국의 어떤 아이들은 이렇게 신판 신분제에 적응해간다. 밥과 장미 추천사 대한민국 생생한 단면 한홍구 네덜란드와 한국 아이들의 장래희망에 관한 신문 기사입니다. 두 나라 아 이들의 장래희망은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두 나라의 어떠한 부분이 아이들의 장래희망에 영향을 주었을까요? 최근 들어 돌잔치에서 돌잡이를 할 때 아이가 집을 수 있게 나오는 것들 이 매우 다양해 졌습니다. 의사가 되라고 청진기, 판사가 되라고 판사 봉, 김 연아 같이 되라고 피겨 스케이트 등등. 돌잡이에 나오는 물건들이 요즘 선호 하는 직업 혹은 모두가 되고 싶어 하는 모습이겠지요. 최근 부모들은 자녀가 이러한 직업들을 갖길 원합니다. 그럼, 당신은 자녀가 무엇이 되었으면 하나 요? 어떠한 이유로 그런 생각을 갖게 되셨나요?

어느 책 읽는 노동자의 의문 56 성문이 일곱 개인 테베를 누가 건설 했던가? 책에는 왕들의 이름만 적혀 있다. 왕들이 바윗덩어리들을 끌고 왔을까? 그리고 몇 차례나 파괴된 바빌론 누가 그토록 여러 번 그 도시를 일으켜 세웠던가? 건축 노동자들은 황금빛 찬란한 도시 리마의 어떤 집에서 살았던가? 만리장성이 완공된 날 밤 벽돌공들은 어디로 갔던가? 위대한 로마에는 개선문이 많기도 하다. 누가 그것들을 세웠던가? 케사르같은 황제들은 누구를 정복하고 개선했던가? 흔히도 노래되는 비쟌틴에는 비쟌틴 주민들을 위한 궁전들만 있었던가? 전설적인 아틀란티스에서도 바다가 그 땅을 삼켜 버린 날 밤에 물에 빠져 죽어가는 자들이 그들의 노예를 찾으며 울부짖었다. 베르톨트 브레히트 젊은 알렉산더는 인도를 정복했다. 그 혼자서 해냈던가? 케사르는 갈리아를 쳐부셨다. 적어도 취사병 한 명쯤은 데려가지 않았을까? 스페인의 필립페 왕은 자신의 함대가 침몰 당하자 울었다. 그 말고는 아무도 울지 않았던가? 프리드리히 2세는 7년 전쟁에서 승리했다. 그 말고 또 누가 승리했던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승리가 하나씩 나온다. 승리의 향연을 위해 누가 요리했던가? 십 년마다 한 명씩 위인이 나온다. 그 비용은 누가 지불했던가? 그렇게 많은 이야기들. 그렇게 많은 의문들. 1935년 작

메이데이 역사 1886년 당시 미국. 놀기만 하는 자본가들이 다이아몬드로 이빨을 해 넣고, 100 달러짜리 지폐로 담배를 말아 피울 때, 노동자들은 하루 12~16시간 장시간의 노동에 일주일에 7-8달러의 임금으로 월 10-15달러하는 허름한 판잣집의 방세 내기도 어려운 노예와 같은 생활을 하고 있었다. 마침내 5월 1일 미국 노동자 들은 8시간 노동을 위해 총파업에 돌입했다. 경찰은 파업 농성중인 어린소녀를 포함한 6명의 노동자를 발포 살해하였다. 그 다음날 경찰의 만행을 규탄하는 30만의 노동자 시민이 참가한 헤이마켓 광장 평화 집회에서 갑자기 누군가에 의해 폭탄이 터지고 경찰들이 미친 듯이 몽둥이를 휘둘렀다. 그 이후 폭동죄로 노동운동 지도자들이 체포되었고 억울하게 폭동죄를 뒤집어쓴 노동운동의 지도 자들은 장기형 또는 사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이 바로 세계 노동운동사에 뚜 렷이 자취를 남긴 헤이마켓 사건이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나 당시 구속 또는 사 형된 노동운동가들이 모두 무죄였던 것이 증명되었다. 그들에 대한 유죄판결은 조작된 허위였던 것이다. 1889년 7월 세계 여러 나라 노동운동의 지도자들이 모인 제 2인터내셔날 창립 대회에서 8시간 노동쟁취를 위해 투쟁했던 미국 노동자의 투쟁을 전 세계로 확 산시키기 위해 5월 1일을 세계 노동절로 결정하고, 1890년 5월 1일을 기해 모 든 나라, 모든 도시에서 8시간 노동의 확립을 요구하는 국제적 시위를 조직하 기로 결의했다. 1890년 세계 노동자들은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고 외치 며 각 국의 형편에 맞게 제1회 메이데이 대회를 치렀다. 그 이후 지금까지 세계 여러 나라에서 노동자의 연대와 단결을 과시하는 국제적 기념일로 정하여 이날 을 기념하고 있다. Ⅱ 완 소 남 이 교 대 씨 를 소 개 합 니 다 57 민주노총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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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귀족 노동자 이교대씨의 노동 잔혹사 Ⅱ 완 소 남 이 교 대 씨 를 소 개 합 니 다 63 [귀족] 혈통 문벌 재산 공적 등에 의하여 일반 민중과는 다른 특별한 정치적 법제적 특권 을 부여받은 사람, 또는 그 집단. - 네이버 지식백과 사람들은 나를 귀족 노동자라 손가락질 합니다. 한 번도 일반 민중과 달리 특별한 정치적 특권, 법제적 특권을 부여받은 적 없이 그저 험난한 세상 살기 위해 열심히 일만했습니다. 그게 손가락질 받아야 하는 이유인가요?

그들은 왜 귀족 노동자가 되었나? 이교대씨는 신문을 펼쳤다. 신문을 구독하면 자전거를 주고, 1년 동안 무료 로 볼 수 있다는 말에 혹 해서 보게 된 신문. 노동자를 비난하는 신문이라 좀 거시기 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거 본다고 내 생각이 달라지는 건 아니니까 라는 생각에 계속 보고 있는 이교대씨다. 오늘도 어김없이 신문을 펼친 이교 64 대씨. 기사 하나를 보고 눈살이 찌푸려진다. 최근 파업 중인 이교대씨 회사에 대한 기사다. 귀족노조 생떼 쓰지 말라 - 경제위기, 취업 안 되서 자살 하는 시대에 연봉 5~6천만원 받는 노동자의 파업은 배부른 짓 이라고 써 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파업은 무조건 생떼고, 파업하는 노동자는 귀족이라는 이 신 문. 왜 사람들은 이교대씨를 귀족이라고 부를까? 귀족이라 불리는 이교대씨 의 일상을 잠시 따라가 보자. 새벽 6시에 일어나 대충 씻고 6시 30분 통근차에 올라 타 졸린 눈을 잠시 붙이면 어느새 현장 도착이다. 8시 30분부터 일을 시작해서 10시 30분이 되 어서야 10분 쉬는 시간을 맞이한다. 커피 한잔 마시고 다시 12시 30분까지 일 을 하고 나면 점심시간. 식당에서 배식 줄 서 있고 뭐하다보면 30분은 훌쩍 지 나가고 허겁지겁 먹은 밥을 소화하다보면 금세 점심시간이 지나간다. 오후 근 무도 정상근무 마감 5시 반까지 쉴 수 있는 시간은 10분 뿐이다. 그러나 두 시 간 잔업은 기본. 7시 반에 잔업이 끝나고 7시 50분 퇴근해 통근차를 타고 집 으로 돌아오면 저녁 9시. 하루에 절반 이상을 공장에서 보내고 있는 이교대씨 는 하루 10시간, 주 5일 근무. 주말 특근까지 하다보면 일주일에 60시간, 한 달에 240시간 이상 일하고 있다. OECD국가 최장시간 노동통계에 걸맞는 장 시간 노동이다. 귀족 이교대씨는 집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공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 세상에 이렇게 일 많이 하는 귀족이 있다면, 이교대씨 그는 분명 귀족이다. 하 지만 이 정도 일하면 귀족이 아니라 머슴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 부잣

Ⅱ 완 소 남 이 교 대 씨 를 소 개 합 니 다 65 집 머슴 정도로 해두자. 부잣집 머슴 월급도 따지고 보면 이교대씨가 한 달 내 내 쉬지 않고 1년 동안 일해야만 아마도 그런 신문에서 이야기하는 정도의 연 봉을 받으리라. 사람들은 노동자들이 파업만 하면 연봉이 팍팍 올라가는 줄 알고 있겠지만 이교대씨 연봉의 비밀은 장시간 노동에 있었다. 19년 기름밥에 시급 6천원. 경력에 비하면 낮은 시급인데다, 아이들 사교 육비, 대출금 등을 생각하면 잔업과 특근을 해야지만 어느 정도 생활이 보장 되기에 일 을 포기할 수 없다. 이교대씨는 이달 내내 날마다 잔업에, 토요일 마다 특근을 했다. 격주로 바뀌는 주야간 교대근무에 몸이 망가지고 있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일할 수 있을 때 조금이라도 더 일해야지 라는 생각을 떨 쳐버릴 수 없다. 한 달 전에 옆 라인에서 일하는 동료 한 명이 갑자기 심장마 비로 죽었다. 이교대씨와 비슷한 또래라고 하던데. 괜히 간담이 서늘해지는 이교대씨다. 그래서 점심시간에도 쉬지 않고 나름 운동이랍시고 공장 내 아스 팔트 위를 헉헉 뛰어다닌다. 오늘도 쉴 수 없는 이교대씨의 하루. 이렇게 뼈

빠지게 일하는 노동자가 귀족 노동자인가 보다. 최근 이교대씨의 회사는 차가 잘 팔려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두고 있다. 회사가 잘 나가니 밤낮, 주말 없이 내내 잔업에 특근이다. 조퇴도 회사 승 인 없이는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격주로 바뀌는 주야간 교대근무와 반복동 작, 그리고 서서 일하기 때문에 오는 근골격계(골병)질환으로 온몸이 쿡쿡 쑤셔온다. 그런데 얼마 전 회사는 신차 주문이 밀려 있어 3공장 라인속도를 66 40UPH(시간당 차 생산대수)에서 44.4UPH로 더 올리겠다고 한다. 차 만드는 대수가 늘어나면 노동 강도는 그만큼 세어지기에 당연히 인원이 늘어날 것이 라 생각했지만 회사는 인원충원은 없단다. 사장들은 책상머리에 앉아 숫자놀 음만 하는 주제에 시간당 움직임(공수)을 계산하니 여유인원이 많다며 도리어 인원을 줄여야 한다고 큰소리다. 노동조합이 나서서 싸우고 있지만 회사 주장 대로 인원충원이 없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사실 이렇게 일을 하다 보니 세상사 돌아볼 틈이 없다. 예전에는 사회 문제 나 세상 돌아가는 소식에 민감했었는데 먹고 살다보니 다 먼 옛날 얘기가 되 어 버렸다. 신문이나 틈틈이 보면서 정치하는 놈들 욕하는 게 전부다. 그래도 처음 노동조합 가입하고 만들 때는 세상 돌아가는 일에도 관심 많고, 대의원 도 2번이나 하면서 뭐 있다고 하면 먼저 나서기도 했는데. 이제는 노동조합 에서 임단협 때 늘 하던 대로 파업 한번 해주면 꾸준히 임금도 올라가고, 이 제 주변에서는 부러워하다 못해 어떻게라도 되어 보려고 안달이 나는 정규직 인데 더 뭘 바라겠나? 주변에서 대기업 정규직들 연대 안한다, 뭐한다며 귀족 노조라 손가락질 하는데, 이럴 때는 연대고 뭐고 실리주의 택하는 노조들처럼 우리 노조도 그렇게 됐으면 하는 생각이다. 얼마 전에는 현대차에서 장기 근 속한 사원들의 자녀들을 우선 채용한다는 단협안을 내놨다고 하던데. 마음 같아서는 꺼림칙 하지만 요즘 같이 취업하기 어려운 시기에 기름밥이긴 해도 대기업 정규직이니. 우리 아이도? 라는 생각에 마음이 살짝 흔들리는 이교대 씨다.

장시간 노동에 노동 강도는 세어지고 몸은 무거워져도 회사가 잘나간다니 기분은 좋다. 곧 임단협 기간인데, 회사도 잘 나가고. 은근 무언가를 기대해 보는 순박한 이교대씨다.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회사의 논리는 해괴 하다. 지금은 잘나간다 하더라도 자동차 시장은 유동적이고, 경쟁이 치열하니 언제 또 경제 위기에 휩쓸릴지 몰라 임금은 쥐꼬리만큼만 올려준단다. 회장님이라 는 작자는 900억짜리 전용 제트기 를 사는 둥 난리 부르스다. 분명 이건 아 닌데, 정말 아닌데 어떻게 말로 표현할 방법이 없다. 역시 있는 놈들이 더하 다. 괜히 일만 빡세게 하고, 남 좋은 일만 한 거 같은 이교대씨다. 회사가 잘 Ⅱ 완 소 남 이 교 대 씨 를 소 개 합 니 다 67 나가고 배부르면 그 회사에서 일하는 우리도 같이 배부르고 잘 나가야 하는데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챙긴다. 차는 이교대씨가 만들고 돈은 배불 뚝이 사장이 긁어간다. 이런 상황에서 임금 올려 달라고 파업하면 또 귀족 노 동자 배부른 파업 이라고 난리 칠 테지? 대체 누가 배부른 것인지, 이래저래 열 받는 이름만 귀족인 이교대씨. 에라~ 이번 주말도 특근이다.

68 현대자동차 정규직노조가 정년퇴직자 및 25년 이상 장기근속자 자녀를 우선 채용 한다는 내용의 단체교섭 요구안을 만든데 대해 비난이 거세다. 귀족 노조의 실상 을 보여줬다 는 보수 진영부터 비정규직 청년실업자의 처지를 외면한 이기주 의 라는 진보 진영까지 스펙트럼도 넓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노동자의 권리 자체 를 부정하는 비판은 자제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나치게 정규직 노동자에게만 돌리는 논리는 잘못이라는 게다. <중략> 현대차 노조에 대한 비난은 전방위적이다. 울산시민연대는 현대차노조의 요구안 은 평등과 연대를 중시하는 노동운동의 정신을 훼손하는 일 이라며 비정규직 노 동자, 그동안의 노동운동에 연대와 지지를 보내준 노동자와 시민에게 사과하라 고 밝혔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도 전국의 사내하청 노동자를 배신하는 것이라며 체 용 세습 을 제도화하기 전에 불법파견을 없애기 위해 연대할 것을 제안했다. 인터넷으로 불거지는 반응은 좀 더 거칠다. 문화평론가 진중권 씨는 트위터에서 이건 자본주의도 아니고 그냥 조선시대죠. 사용자는 경영권 세습, 노동자는 노동 권 세습 이라고 비꼬았다.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는 800만 비정규직 시대, 조직 노동운동의 일그러진 모습을 봅니다. 스스로를 갉아먹는 줄도 모르고 봄꽃에 부 끄러운 봄날입니다 라고 썼다. 다른 네티즌들도 어이없다, 그럼 교수 자녀들도 우선 입학인가 라며 격앙된 반응이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비정규직 문제의 책임을 정규직 노조에게만 전가하려는 태도는 위험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westar72 는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 여론 은 비정규직 문제의 책임을 대기업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기 시작했다. 대기업 대주 주들이 배를 잡고 웃을 일 이라고 썼다. 프레시안 2011년 4월 21일 최근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에서 2011년 임단협 안으로 이야기한 정년, 장기 근속 자녀 우선 채용에 관하여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정규 직 이기주의, 귀족노조 일자리 세습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정규직에게만 비정 규직 문제를 전가하는 것에 문제제기를 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문 제 에 대 해 어 떻 게 생 각 하 십 니 까? 찬 성 반 대 로 나 누 어 함 께 이 야 기 해 봅 시 다.

야간 노동에 목숨 끊고, 퇴근 버스에서 죽고 연봉 7100만원 귀족노조? 밤에 잠좀 자고 싶다 1) Ⅱ 완 소 남 이 교 대 씨 를 소 개 합 니 다 69 24일 오전 1시, 윤호진(가명 47)씨는 자신의 오른손 약지를 기자에게 내밀었다. 약지 첫 마디를 경계로 피부색이 달랐다. 안 그래도 검푸른 피부인데, 마디 위쪽 은 더욱 어둡고 짙은 빛을 띠었다. 윤씨는 예전에 손가락 마디가 잘렸다 고 덤덤 히 말했다. 그는 봉합 수술을 했는데, 손톱 밑쪽은 살이 안 살아나 이식 수술을 했다 며 현 1) 현대자동차 부품 납품업체인 유성기업의 노사갈등으로 주간연속 2교대 문제가 노동계의 최 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주간연속 2교대는 단순히 근무형태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임금, 노동 시간, 일자리, 노동강도, 물량 확보 문제 등이 얽혀 있어 자동차산업, 자동차 노사관계에서는 일대 혁명 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자동차 노사관계는 우리나라 노사관계 전반에 영향 을 끼치는 만큼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글 한겨레 2011.5.26)

70 재 손가락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상태 라고 밝혔다. 윤씨는 야간에는 몽롱한 상태에서 일을 하게 되는데, 집중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기계에 손가락이 빨려들어 갔다 며 그제야 몽롱함이 사라졌다 고 전했다. 야간 노동으로 인한 극심한 업무 강도로 목숨을 잃는 사람도 많다. 최근 1년 6개 월 새 유성기업 아산공장에서 일하는 350여 명의 조합원 중 5명이 죽었다. 큰 사 고 없이 59세에 정년을 맞이하는 이는 많지 않은데, 그마저도 정년 후 3~4년 후 목숨을 잃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고 윤씨는 말했다. 그는 기자에게 야간 노동으로 인한 극심한 노동 강도 때문에 평균 수명이 크게 줄어든 것 이라며 아프지 않고 남들처럼 살게 해달라는 우리의 정당한 요구가 받 아들여지지 않는다, 유성기업 노조원들이 왜 파업을 벌이게 됐는지 사람들에게 전 해 달라 고 말했다. 1년 6개월 동안 야간 노동으로 5명 죽어 조합원 이기호(가명)씨는 야간 근무하는 사람 중에 몸 성한 사람은 없다 고 했다. 유성기업 직원들은 보통 주야맞교대 근무를 한다. 격주로 주간조(오전 8시 30분~ 오후 7시 30분)와 야간조(오후 10시~오전 8시)에서 일한다. 그는 야간조에서 일 하게 되면, 생활 리듬이 깨져 낮에 3~4시간 밖에 못 자기 때문에 멍한 상태에서 일한다 며 크고 작은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고 했다. 이마저도 각종 사고 탓에 노동 강도가 그 전보다 약화된 것이다. 지난 1999년 20 년 근속한 40대 초반의 이아무개씨가 야간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는 버스에서 돌연 사한 이후, 금~토요일 24시간 철야작업이 사라지고, 잔업 특근을 주 24시간 이 내로 제한토록 했다. 하지만 사망사고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홍종인 유성기업 노 조 아산지회 노동안전부장의 말이다. 최근 1년 6개월 동안 5명이 죽었다. 일하다가 몸을 다친 후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던 한 조합원은 야간 작업을 못하겠다 며 목숨을 끊었다. 쉰 살의 한 조합원은 주야맞교대 근무로 인해 급성 폐혈증으로 죽었다. 몸이 약한 상태에서 야간 노동 을 하다 면역력이 약해진 탓이다. 나머지 3명도 돌연사 등 야간 노동과 큰 관련이 있다. 홍종인 부장은 밤에 잠을 자겠다는 게 어떻게 부당한 요구냐 고 말했다. 노조는 2011년 1월 1일부터 야간 노동을 철폐하고 주간 연속 2교대(오전 8시~오후4시, 오 후4시~12시 근무)와 월급제를 시행하기로 2009년 임금단체협상에서 사측과 합의

했다. 노조는 노동시간이 줄어들어 작업 물량이 줄어들 경우, 물량을 최대한 맞춰 주기로 했다. 하지만 이후 교섭에서 사측은 노조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올해 12 번의 교섭에서 사측은 어떠한 진전된 수정안도 제시하지 않았다. 결국 지난 18일 노조가 부분 파업에 돌입했고, 회사는 직장폐쇄로 맞섰다. 홍종인 부장은 야간에 수면을 취해야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 다 면서 아직 주간 연속 2교대를 도입하지 않은 현대차 탓에 사측은 노동자의 고 통은 아랑곳 하지 않고 있다, 또한 19일 오전 용역직원으로 하여금 자동차로 조합 원을 덮치게 하는 등 노조 파괴 공작만 진행하고 있다 고 지적했다. Ⅱ 완 소 남 이 교 대 씨 를 소 개 합 니 다 71 연봉 7100만 원 귀족노조? 노동 강도, 상상 초월 유성기업 노조원들은 현재 지탄의 대상이다. 이들의 파업으로 유성기업이 자동차 엔진의 중요 부품인 피스톤링을 생산하지 못해, 자동차 산업이 멈춰 설 위기에 처 했다는 것이다. 자동차업계를 포함한 재계는 늦기 전에 공권력을 투입해야 한다 고 촉구한다. 또한 연봉 7100만 원을 받은 귀족노조의 불법 파업 이라는 일방적 인 주장도 여과 없이 보도된다. 유성기업 정문에 남은 사수대 노조원 30여 명은 날이 밝도록 자리를 지켰다. 이들 에게서 우리 사회가 지닌 편견에 대한 강한 불신을 느낄 수 있었다. 입사 13년차 인 진혁민(가명 38)씨의 지난해 연봉은 5600만 원이다. 7100만 원을 받는 게 아 닐 뿐더러, 노동 강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고 말했다. 진씨는 매달 야간조만 3주씩 근무했다, 하루 3시간도 못자고 멍한 상태에서 일을 했고 위궤양과 식도염 등을 앓아 안 아픈 곳이 없다 고 전했다. 이정민(가명)씨는 야간 근무를 하면서 물량을 맞추느라 서두르기 때문에 불량이 나올 수밖에 없다 며 주간 연속 2교대를 위한 우리의 파업은 오히려 자동차산업에 경쟁력을 가져다 준다 고 강조했다. 박영준 가족대책위원장은 노조 사무실에서 뜬 눈으로 밤을 샜다. 그는 법원은 남 편들을 치고 도망간 용역 직원을 불구속 수사한다고 한다, 경악할 수밖에 없다 며 경찰력이 투입되면 우리들이 남편을 지키겠다 고 했다. 24일로 근속 28년을 맞은 최진호(가명)씨는 특근하며 사흘 연속 잠 안자고 일하면서 자동차산업을 위해 평 생을 일했는데, 공권력 투입해야 한다는 소리를 들으니 억장이 무너진다 고 지적 했다. 오마이뉴스 2011년 5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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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민주노총 조합원 이교대씨의 생존법 Ⅱ 완 소 남 이 교 대 씨 를 소 개 합 니 다 75 <비전 노동센터> 서울 지하철, KT, 인천 지하철. 민주노총을 탈퇴하여 조합원을 위한 실리주의 노동운동을 하겠습니다. 정치파 업 없이 조합원의 권리를 최우선으로 하겠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말합니다. 하나 둘 떠나고. 노동해방, 연대라는 이름도 희미해져만 가는 지금 아직까지 당신이 민주노총에 남아 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교대씨는 노동자 편도, 회사 편도 아닌 자기 편입니다 이교대씨는 요즘 쉬는 날이 없다. 연말을 맞아 퇴직금 중간 정산을 받기 위 해 잔업도 빠지지 않고, 주말특근에도 쉬는 날 없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 평소 에 회사 측 현장통제 가 어떻고 현장투쟁 이 어떻고 떠들어 대던 노동조합 활동가나 대의원들도 퇴직금 중간 정산을 받을 때면 다들 순한 양이 된다. 역 76 시 돈 앞에는 장사가 없나 보다. 그럴 거면서 무슨 주의가 어떻고 저떻고, 회사가 어쩌고 저쩌고 말들은 많 아요. 라고 생각하는 이교대씨다. 요즘 이교대씨는 일하는 게 몸에 부치고 힘들어서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 지만 그래도 집안 사정 어려울 때 정산 받을 수 있는 퇴직금이라도 있는 게 어 디냐는 생각이 든다. 몇 해 전 경제 위기로 분위기가 휘청해 마음을 졸이던 때 를 생각하면 회사가 잘 나가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래도 회사가 잘 나가야 내가 있는 거지. 회사가 폭삭 망해버리면. 생각 만해도 몸서리 처 지는 이교대씨다. 얼마 전 쌍용자동차 사태 때 그게 우리 회사가 아니어서 얼마나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는지. 사실 같은 자동차회사에서 일하기 때문에 쌍용자동차 노동 자들 이야기가 남일 같지 않다. 그렇지만 동종 업계 종사자로서 경쟁사가 하 나 줄어드니 우리 회사가 좀 더 잘 나가지 않겠냐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뭐 다 지나간 일이지만 말이다. 근데 쌍용자동차 문제는 잘 해결 됐나 모르겠네. 민주노총이고, 금속노조 고 대체 뭘 하는 건지. 쌍용자동차 일이 남일 같지 않을 때는 울화통이 민주 노총과 금속노조를 향한다. 어쨌든 그런 일 생기기 전에 바짝 일해서 돈이나 더 벌어놔야지. 이런 저런 생각에 정신이 팔려 점심시간이 된 줄도 모르는 이 교대씨다. 점심을 후딱 해치우고 식당을 나오면서 노조에서 주는 홍보물을 받은 이교

대씨. 동료들과 양지바른 곳을 찾아가 담배를 한 대 피운다. 그런데 홍보물을 보니 다른 회사 파업투쟁 지지하기 위해 잔업 거부하자는 내용이다. 이교대 아, 뭐야. 또 잔업 거부야? 퇴직금 중간 정산하려고 하는데. 아니 왜 남의 일로 우리가 잔업거부를 하는 거야? 금속노조가 해준 게 뭐가 있다고, 왜 우리만 앞장서는 건지 모르겠어. 잔업 거부 하다가 또 파업 들어가고 그러 면 월급 줄어 들 텐데. 짜증나네 정말. 김잔업 그래도 같은 금속노조인데 힘 있을 때 도와야 하지 않겠어. 나중에 우 리 일이 될 수도 있잖아. 박특근 전에 00회사 있잖아. 걔네는 합리적인 집행부가 들어서더니 금속노조 탈퇴하고 무파업으로 주식도 받았다던데. 우리도 파업 안 했으면 좋겠는데 말 야. 근데 이번 노조가 강성이라 애들이 밀어붙일 줄만 알지 머리를 쓸 줄 몰라 요. 에이 똥들. 김잔업 쌍용자동차 봐. 어용 노조 들어서고 나서 어떻게 됐어? 노동 강도 세 지고, 노동자들 찍 소리도 못하고 있잖아. 우리 일이 될지도 모른다고. 이교대 날마다 파업이야. 우리 상황은 생각하지도 않고 연대 파업은 무슨. 이 럴 때는 조합비 아깝다니까. 박특근 그러게. 조합비로 매일 술만 먹는 것들이 말이야. 입사비리에 사기도 박에 성폭행에. 이거 노동조합이 그래도 되는 거야? 날마다 총파업한다고 해봤자 뻥파업이고. 우리만 뺑이치잖아. 그런 것들 믿고 내는 조합비가 아까 워요. 민주노총, 금속노조 탈퇴하면 안 되나? 김잔업 뭐 노동조합 집행부가 다 그런 건 아니잖아. 반성하고 잘 하겠지. 우 리가 믿어줘야지 누가 믿어주겠어. 또 민주노총하고 금속노조가 있어야 우리 도 잘 되고 그런 거잖아. 노동자들이 가진 게 뭐가 있어. 서로 도와주고, 힘 합치고 그런 거 밖에 없는데 민주노총, 금속노조 탈퇴하면 회사가 얼씨구나 하지. 박특근 아니, 쌍용자동차 봐. 파업할 때 민주노총하고 금속노조하고 해준 게 뭐 있나? 민주노총하고 금속노조하고 힘을 썼으면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고. 민주노총, 금속노조 탈퇴해야 돼. 지난번에 탈퇴하자고 서명판 돌리던데 그 때 확 밀어 붙였어야 돼. Ⅱ 완 소 남 이 교 대 씨 를 소 개 합 니 다 77

김잔업 그래도 민주노총하고 금속노조가 있어서 우리가 여기까지 온 거지. 우리 옛날에 노조 만들 때 싸우고 그랬던 거 기억 안 나? 이교대 아이고. 그만들 하라고. 연대 파업이고 뭐고, 우리 임단협 때나 잘하 면 그만이지 뭐. 자. 자. 그만들 하고 일이나 하러 가자고. 날마다 연대파업, 총파업이다. 노동조합 집행부들은 민주노총, 금속노조 지침을 따라야 한다고 하지만 이교대씨는 지침이 자신과 무슨 상관인지 모르 78 겠다. 매달 조합비를 꼬박꼬박 내긴 하는데 그걸로 대체 뭘 하는건지 잘 이해 가 안된다. 매일 파업하라고 조합비 내는 건 아닌데 말이다. 그냥 민주노총, 금속노조 탈퇴하고 우리 회사만 기업노조로 가도 좋을 텐데. 이교대씨는 조합비도 아깝다. 오후 근무. 컨베이어 벨트가 나인지, 내가 컨베이어 벨트인지 정신 못 차리 고 일하는 이교대씨. 갑자기 컨베이어 벨트가 선다. 어라. 이건 무슨 일이지? 갑자기 여기저기서 웅성웅성 거린다. 대체인력 투입하지 말라니까. 비정규직 철폐하자! 회사에 현수막이 붙어있더니, 드디어 비정규직이 파업을 시작했나보다. 라 인을 세우려는 비정규직과 대체인력을 투입하려는 회사 구사대와의 몸싸움이 시작됐다. 노조 집행부들은 비정규직과 함께 라인을 세우려고 필사적으로 싸 우고 있지만, 나머지 정규직 조합원들은 라인 앞에서 멀뚱멀뚱 구경하듯이 쳐 다본다. 이교대씨 역시 그 광경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다. 이교대 퇴직금 중간 정산 해야 하는데 정규직이건 비정규직이건 다 파업이 야. 나 참. 박특근 근데 비정규직이 아니라 하청업체 정규직이라던데. 괜히 비정규직이 라며 난리야. 왜 노동조합 집행부들은 저 사람들 도와주는 거야? 오늘도 이러 고 공치나 보다. 김잔업 말이 심하구만. 우리 라인에서 같이 일하는 형님이잖아. 나이도 있으

신데 힘들게 일하시고. 장갑도 안 주는지 쓰레기통에서 장갑 주워서 쓰시는 데, 자네는 그런 건 안보이나. 이교대 아무리 그래도 라인을 잡는 건 좀. 저번에는 식당 아줌마들이 노동 조합이네 어쩌네 하면서 밥도 안주더니. 아~ 일해야 하는데.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라인에 비정규직이 하나 둘 늘기 시작하더니 이제 비정규직이 빠지면 라인이 서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사회적으로 비정규직 수가 늘어난다고 하니까 내 옆 자리가 비정규직으로 채워져도 그러려니 생각 Ⅱ 완 소 남 이 교 대 씨 를 소 개 합 니 다 79 했다. 뭐 회사 어렵다고 하면 비정규직 먼저 자르지 않겠어? 왠지 내 뒤에 나보다 먼저 해고 될 에어백이 있는 것 같아, 은근히 마음이 든든하기까지 했 다. 이렇게 비정규직이 늘어나다 결국 자신이 비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 이교대씨. 비정규직이건 파업이건 뭐건 퇴직금 중간 정산해야 하는데 일도 못하게 하고. 이렇게 이교대씨의 하루가 또 흘러간다.

노동조합 밥상 차리기 80 우리는 날마다 3끼의 밥을 먹습니다. 밥과 반찬을 먹기도 하고, 가끔은 특별식을 먹기도 하고, 건너뛰기도 하죠. 하지만 밥을 안 먹으면 무지 배고프죠? 해서 밥 은 꼭 먹어야 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밥! 이번 주제에서는 이 중 요한 밥을 맛나게 먹을 수 있는 밥상을 차려보려고 합니다. 무슨 밥상이냐구요? 우리가 날마다 먹는 그런 밥상은 아니고, 풍성한 노동조합을 만들기 위한 밥상입 니다. 이름하여 노동조합 밥상 차리기! *준비물 : 전지, 색종이, 도화지, 가위, 크레파스, 매직, 스카치 테이프 우리가 활동하고, 함께하는 노동조 합이 더 민주적이고, 조합원들에 게 다가갈 수 있는 노동조합이 되 기 위해서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토론하며 밥상을 차리려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맛나게 밥상을 차릴 수 있는지 지금부터 설명 들어갑 니다. 1. 우선 노동조합이라는 밥상을 준비합니다. 밥상 그림은 전지에 그려주세요. 2. 오늘 밥상의 주제를 정해주세요. 3. 밥상을 차리기 위해서 어떤 요리가 있었으면 좋은지 이야기 해주세요. 준비한 색지와 도화지 등에 반찬을 예쁘게 그려서 밥상에 붙여주세요. 여러 요리를 넣어주세요. 특식을 넣으셔도 좋습니다. 4. 밥상을 다 차리고 느낌을 이야기 해봅시다. 예) 주제 : 민주주의가 싹틔는 노동조합 밥상 차리기 요리 : 조합원들과 소통 창구 개설을 위한 시금치 나물, 현장 의견을 귀담아 듣는 된장찌개, 특식으로 조합원 간담회 닭볶음탕 등. 주제에 필요한 요리를 마음껏 준 비해 주시면 됩니다. 요리가 많을수록 더욱 풍성한 밥상이 되겠지요? 요리를 만들었으면, 이러한 요리가 더 풍성해 지기 위해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심 화된 논의를 해도 좋습니다. *예-밥(투쟁할 권리) - 임단투에 치우지지 않고, 일상 적 투쟁 / 지역, 연대투쟁 / 원칙에 입각한 투쟁.

노동운동을 비판할 때에는 하종강 Ⅱ 완 소 남 이 교 대 씨 를 소 개 합 니 다 노동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최근 한 인터넷 언론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 는 노동운동에 대한 갑론을박을 지켜보았을 것입니다. 과거 노동운동에 몸담았던 한 사회운동가가 현재 한국의 노동운동은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기득권 세력으로 매도되고 있으며 왕자병 환자 로 치부되면서, 옹호해주는 어떠한 사회 세력도 없 는 고립무원의 상태에 갇혀 있는 실정 이라고 질타하면서 시작된 이 논쟁은 다른 사람들의 반론과 재반론이 이어지면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노동운동이 타락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구체적인 예들이 몇 가지 제시되기도 했습 니다. 일부 노동조합 간부들의 그러한 행태를 저도 가끔 보게 됩니다. 어쩌면 저 는 노동자들의 그런 꼴사나운 모습 을 가장 많이 보는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뿐 만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 영세 하청업체 노동자, 시골 농공단지의 비닐하우스 나 다름없는 허름한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아예 노동자로 인정받지도 못하는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을 가장 많이 만나는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어제 하루만 해도, 아침 이른 시간에 공무원 노동자들을 만났고, 낮에는 병원 노 동자들을 만났고, 오후에는 공공부문 대기업 노동자들을 만났고, 저녁 시간에는 지방 군청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만났습니다. 오늘도 계속 그렇게 만났 고, 앞으로도 계속 만날 것입니다. 지금은 대학생들과 노동문제를 이야기하기 위 해 지방의 한 대학교에 와 있습니다. 아침에 만난 공무원 노동자들에게는 활동가 몇 사람이 힘겹게 이끌어 가고 있 는 공무원노동조합에 가입하는 것이 왜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인가 에 대 해 열심히 설명했지만, 수십 년 세월 동안 노동조합은 우리 사회에 해롭다 는 인 식에 익숙해진 공무원들은 좀처럼 동의하지 않는 표정이었습니다. 노동조합 활동 열심히 하는 동료들을 이상한 사람 취급하지나 말았으면... 하는 것이 제가 그 공 81

82 무원 노동자들에게 기대할 수 있는 최대치였습니다. 낮에 만난 병원 노동자들은 신입 간호사들이었습니다. 전국의 간호대학에서 상위 5% 이내 성적에 든 졸업생들만 추천을 받았다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신기하게 도 그 사람들은 모두 교수님에게 추천서를 받으면서 노동조합에 절대로 가입하지 마라. 네가 노동조합에 가입하면 내년부터 네 후배들이 그 병원에 취업할 수 없 다. 는 엄중한 경고를 듣고 왔다고 했습니다. 일주일 동안 진행되는 신입사원 연 수기간에 단 한 시간을 할애 받은 노조 간부들이 아무리 열심히 호소해도 노조 가 입원서에 선뜻 자기 이름을 쓰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오히려 저 사람들은 병원에 취업했으면 병원 일이나 열심히 할 것이지, 왜 노동조합을 할까?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숭고한 직업 백의의 천사 들에게 웬 노동조합? 그런 시선으로 노 조간부들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인생에서 승진 이란 단어를 일찌감치 지워버린 그 노조간부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자신들의 노동조건이 결정된다는 것을 그 사 람들은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오후에 만난 공공부문 대기업 노동자들은 배부른 귀족 노조들의 파업이라는 언론 의 질타에 노동자들이 입은 상처가 매우 컸습니다. 노동자들은 어떤 자기 성찰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 고 저에게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다른 나라에는 입법 예가 거의 없다는 직권중재 제도를 거부하면 구속되고, 만일 받아들이면 이 불합 리한 제도가 영원히 개정되지 않을텐데 노동자들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느냐? 고, 선택의 여지가 없는 질문을 하기도 했습니다. 저녁에 만난 비정규직 노동자 아주머니는 군청에서 청소 일을 15년 동안이나 했다 는데 요즘 한 달에 얼마나 받으세요? 라고 물으니 본봉은 40만원 조금 넘고, 이 것저것 합치면 60만원쯤 받는다 고 했습니다. 15년 일하는 동안 자신들의 노동조 건에 대해 군수님과 이야기할 수 있었던 기회는 몇년 전에 마음 좋은 군수님이 계셨을 때 딱 한번뿐 이었다고 했습니다. 자기들은 공무원노조에도 가입할 수 없 지만 공무원노조 간부들의 도움으로 이렇게 교육도 받게 되고 이제 곧 자기들끼리 별도의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게 됐다고 기뻐했습니다. 공무원들은 모두 받고 있 는 식비를 자기들은 여지껏 받지 못하고 있는데 공무원노조가 생기더니 노조 간부 들이 찾아와 이것저것 묻기도 하고 어떻게든 이번 교섭에서 아주머니들도 식비를 받을 수 있도록 해보겠다 약속했노라고, 그래서 노동조합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됐

노라고 했습니다. 우리 노동운동의 잘못된 점들에 대해 노동자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하지 않고, 노 동운동에 대한 그릇된 혐오감에 수십 년 동안 익숙해진 보통 사람들, 스스로 양심 적 지식인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릇된 제도권 교육의 모순을 극복하지 못한 사람들, 노동문제를 올바르게 이해할 기회가 단 한번도 없었던 학생들, 내 생각에는 말이 야... 라고 하면서 조선일보 생각 을 말하는 사람들, 고의적으로 노동운동을 호시 탐탐 헐뜯는 사람들도 모두 다 보는 언론 매체에 대고 말하는 것은, 최소한 제가 어제 만난 공무원 노동자들, 병원 노동자들, 공공부문 대기업 노동자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조금이라도 더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는 착한 사람들을 더욱 힘들게 만드는 일입니다. 그들의 마음에 상처를 입힐 뿐 아니라 다 른 사람들이 그들을 비웃게 만듭니다. (참고로, 저는 거의 매일 노동자들을 만나 우리의 잘못된 행태에 대해 이야기합니 다. 우리 정말 많이 반성해야 한다. 이러다가 망한다. 자신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있는 노동자들의 고통을 함께 끌어안을 수 없다면, 초등학교 도덕교과서의 원칙들 을 지킬 수 없다면, 우리는 사회에 아무런 유익한 영향도 끼치지 못할 뿐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가치 있게 채울 수도 없을 것이다... 어쩌면 저는 노동자들에게 그 런 싫은 소리 를 가장 많이 하는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어제도 했고, 오늘도 했 고, 내일도 할 것입니다. 다만, 노동자들보다 훨씬 잘 사는 사람들이 주로 모여 있 는 곳에서는 말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노동자들을 더욱 힘 들게 만들어, 결국 우 리 사회가 더 나은 사회로 발전하는 데에 해를 끼치기 때문입니다.) 노동운동에 대한 정상적인 이해가 대중적 정서로 올바르게 자리잡아 본 적이 역사 상 단 한번도 없는 사회에서 노동운동을 비판할 때에는, 자신의 말이 얼마나 옳은 가 하는 것 못지 않게, 자신의 말이 얼마나 옳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가 한번쯤 생 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Ⅱ 완 소 남 이 교 대 씨 를 소 개 합 니 다 83 전 한울노동문제연구소

노동운동, 요구 권리 넘어 연대 책임으로 이상호 84 2011년 5월 1일, 121주년 노동절이다. 1886년 시카고의 노동자들은 하루 8시간 노 동의 쟁취를 위해 투쟁에 나섰다. 하지만 자본에 매수된 경찰이 자행한 무자비한 학살로 어린 소녀를 포함한 6명이 사망했다. 뒤이어 들불처럼 타오르는 30만 노동 자의 저항을 무마시키기 위해 자본과 미국 정부는 폭탄 테러 사건을 조작하고 결 국 파슨즈와 스파이즈를 비롯한 노동자 운동의 지도자들을 역사의 희생양으로 만 들었다. 헤이마켓 사건 으로 불리는 당시의 8시간 노동 투쟁을 기리기 위해 1889년 7월 세계 노동운동의 지도자들은 제2인터내셔널 창립대회에서 5월 1일을 세계 노동절 로 결정했다. 그리고 1890년 5월 1일 이후 각국의 노동자들은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고 외치며 노동자의 연대와 단결을 과시하는 국제적 기념일로 메이데이 행사를 매년 치르고 있다. 하지만 121주년 노동절을 맞이한 현재 한국 사회의 노동 현실은 어떠한가? 노동자 의 정당한 권리인 결사의 자유는 아직도 소수 노동자의 특권으로 치부되고 있다. 중소 사업장에서 노조 설립은 즉각적인 탄압과 해고로 이어지고 있으며, 수많은 청년 노동자들은 노동기본권을 제대로 알고 있지도 못한 현실이다. 더욱이 세계적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재벌 대기업은 아직도 무노조주의 를 지상과제 로 설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구조조정과 직장 폐쇄를 통해 정당한 노조활동조 차 가로막고 있는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이 땅의 수많은 노동자들이 양극화와 차별화에 고통 받고 있다는 사 실이다. 공식 실업률을 무색케 하는 실질 실업자는 200만 명에 달하고 법정 최저 임금인 시급 4500원도 받지 못하는 수많은 청년 알바와 중장년 노동자들이 더 나 은 일자리를 찾아 거리를 헤매고 있다. 상위 20% 소득계층의 소득이 하위 20%보 다 무려 7배가 많으며, 질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민간 대기업과 공기업은 충분한 고용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규직을 뽑기 보다는 기간제, 계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