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교환 이론에 따르면, 인간관계에서는 각자에게 돌아가는 이익에 따라 그 관계의 만족도와 존속 여부가 결정된다. 인간관계를 위해서 우리는 다양한 투자를 하고, 그에 대한 대가로 상대에게서 다양한 보상을 받는다. 이익의 크기는 투자와 보상의 차이에 의해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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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얼41페이지-2

Transcription:

인간관계는 한 사람의 행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삶의 영역이다. 특히 강렬한 애정이 개입하는 낭만적 사랑은 삶에서 더없이 중요한 행복의 원천이다. 연인이나 배우자와 교감하는 안정적인 사랑은 그 자체로 커다란 행복일 뿐만 아니라 인생의 고난과 역경을 헤쳐나가는 버팀목이 된다. 아무리 돈이 많고 좋은 직장에 다니며 지위가 높으면 무엇하겠는가?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면 말이다. 고급주택에서 화려한 가구를 갖추고 호사스럽게 살면 무엇하겠는가? 매일 아침저녁으로 마주하는 배우자로부터 실망과 분노를 느끼면서 부부관계를 지속하고 있다면 말이다. 행복의 중요한 조건 중 하나는 사랑하는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연인들은 누구나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고 맹세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사랑은 가만히 머물지 않는다. 사랑은 끊임없이 변한다. 사랑은 용광로처럼 펄펄 끓다가 때로는 아기자기한 즐거움을 주다가도, 급작스럽게 별다른 이유 없이 식어버리기도 한다. 사랑하던 사이도 티격태격 다툼 끝에 불편한 관계가 되기도 하고 급기야는 꼴도 보기 싫을 만큼 적대적인 관계로 추락하기도 한다. 과연 두 사람 사이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기에 그토록 맹세했던 사랑이 와해된 것일까? 연인과 부부는 무엇을 어떻게 주고받아야 사랑을 키워나갈 수 있을까? 인간관계의 변화과정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심리학 이론 중 하나가 사회적 교환 이론(social exchange theory)이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인 존 티보(John Thibaut)와 헤럴드 켈리(Herold Kelly)는 낭만적 사랑을 포함한 인간관계가 발전하고 유지되고 와해되는 과정을 투자와 보상이라는 경제학적 개념으로 설명하는 사회적 교환 이론을 제시했다. 사회적 교환 이론에 따르면, 모든 인간관계는 다양한 자원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교환 과정이다. 부모와 자녀 간의 사랑도, 친구사이의 우정도, 연인과 부부의 사랑도 마찬가지다. 사랑을 거래와 교환이라는 무미건조한 개념으로 설명하는 것에 대해서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냉정하게 살펴보면 모든 인간관계는 무언가를 주고받는 거래관계다. 사랑하면서 행복을 느끼는 이유는 상대방에게서 무언가 긍정적인 것을 얻기 때문이다. 또한, 사랑에 실망하는 이유는 상대방한테서 받고자 기대하는 것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사랑은 친밀한 관계 속에서 두 사람이 빈번하게 마주하고 많은 것을 주고받을 때 성장하므로, 사랑하는 사이는 가장 미묘하고 복잡한 교환이 이루어지는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교환 이론에 따르면, 인간관계에서는 각자에게 돌아가는 이익에 따라 그 관계의 만족도와 존속 여부가 결정된다. 인간관계를 위해서 우리는 다양한 투자를 하고, 그에 대한 대가로 상대에게서 다양한 보상을 받는다. 이익의 크기는 투자와 보상의 차이에 의해서 결정된다. 인간관계의 만족도는 이익의 크기에 비례한다. 투자 대비 보상이 클수록 그 인간관계는 만족스럽게 느껴진다. 달리 말하면, 인간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서로에 대한 투자와 보상을 기록하는 감정계좌(emotional account)를 개설하는 것과 같다. 상대방에 대한 감정계좌가 플러스 상태면 그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계좌의 잔고가 마이너스로 돌아서면 실망과 불만을 느끼게 된다. 사랑의 관계도 이와 마찬가지다. 사랑하는 사이에서는 감정계좌가 어떻게 적립될까? 연인과 부부는 감정계좌에 무엇을 입금하고 무엇을 출금할까? 사랑은 다양한 표현으로 상대에게 전달된다. 표현하지 않은 사랑은 상대방이 체감할 수 없고, 체감하지 못하는 사랑은 감정계좌에 입금되지 않는다. 사랑의 표현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랑의 감정계좌에 입금할 수 있는 자원은 매우 다양하다. 감정계좌가 은행의 예금계좌와 다른 점은 금전뿐 아니라 다양한 자원을 입금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감정계좌에 입금할 수 있는 사랑의 자원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물질적 자원을 입금하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돈을 투자하는 것이다. 맛난 음식을 사고 값진 선물을 하고 비싼 음악회에 초대하는 것이다. 소중하게 간직하던 물건을 주는 것도 이에 해당한다. 연인들은 다양한 선물을 주고받고 남편들은 아내에게 월급을 바치고 용돈을 주면서 사랑을 전달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사랑을 전하는 대표적인 수단 중 하나다. 둘째는 정서적 투자다. 상대방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전달하는 다양한 행위이다. 애정 어린 표정이나 몸짓, 사랑의 고백, 애정을 담은 말과 편지, 키스나 포옹과 같은 성적인 애정 표현은 정서적 투자에 속한다. 애정 어린 성교행위는 가장 커다란 정서적 투자라고 할 수 있다. 셋째는 지지적 투자로 상대방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어려움을 돕는 다양한 지원 행위를 뜻한다., 상대방의 외모, 성품, 능력, 성취를 높이 평가하고 칭찬하는 것은 자존감을 높여주는 지지적 투자에 속한다. 상대방을 보살피고 도울 뿐 아니라 힘든 상황을 함께 견디는 헌신적 행위도 이에 해당된다. 특히 상대방이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위로하며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는 것은 강력한 지지적 투자라고 할 수 있다. 조강지처( 糟 糠 之 妻 )라는 말은 가난하고 힘든 시기를 함께 견뎌준 아내의 지지적 사랑을 고맙게 여기는 마음을 담은 용어이다. 마지막으로 정보적 투자도 있다. 이는 상대방에게 필요한 정보와 지식 그리고 기술을 제공하는 행위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통해서 유익한 지식과 정보를 얻거나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을 때 감정계좌의 잔고가 올라간다. 사랑은 식물과 같다. 돌보지 않으면 시들어 말라버린다. 식물을 잘 키우려면 다양한 영양소와 수분을 꾸준하게 공급하는 일이 중요하듯이, 사랑을 잘 키워나가려면 다양한 자원을 감정계좌에 꾸준하게 입금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방의 감정계좌에 다양한 자원을 입금하여 잔고를 늘려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잦은 입금을 통해서 감정계좌의 잔고가 넉넉할수록 애정과 신뢰가 높아진다. 그런데 사랑의 표현방식이 사람마다 다르듯이, 감정계좌에 입금하는 자원도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이는 주로 물질적 수단으로 애정을 전달하는 반면, 어떤 이는 정서적 애정표현으로 잔고를 불린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입금할수록 잔고가 더 많이 증가한다는 점이다. 연인은 따뜻한 애정표현과 믿음을 주는 행동을 원하는데, 선물 공세로만 애정을 얻으려 한다면 그 효과는 떨어질 것이다. 한편, 한 가지 자원만 활용하기보다 여러 자원을 조합하여 애정을 표현하면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예컨대, 같은 선물을 하더라도 낭만적인 분위기에서 애정이 담긴 편지와 함께 전달하면 훨씬 더 큰 입금이 될 것이다.

감정계좌 잔고를 잘 유지하려면 불필요한 출금을 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상대방에 대한 불평과 비난은 가장 대표적인 출금행위다. 특히 유념해야 할 점은 불평과 비난이 애정표현과 칭찬보다 최소한 5 배 이상 때로는 20 배에 해당하는 출금행위가 된다는 점이다. 상대방에 대한 경멸과 폭력은 일거에 깡통계좌를 차는 지름길이다.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을 망각하는 것 역시 잔고를 급격하게 줄이는 행위다. 상대방이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수수방관하는 것 역시 출금행위에 해당한다. 무관심은 소리 없이 잔고를 갉아먹는 출금행위다. 특별하게 부정적인 행동을 하지 않아도 상대방에게 무관심하면 감정계좌의 잔고는 서서히 감소한다. 이 밖에도 한편의 과도한 금전적 지출, 다른 이성에 대한 부적절한 관심과 칭찬, 상대방의 희생을 무리하게 요구하는 것 등도 출금행위에 속한다. 한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바쁘게 살아가는 국민에 속한다. 물질주의가 팽배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한국인은 돈과 사회적 성공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며 살아간다. 그 결과, 가족과 부부관계를 위해 투자할 시간과 여력은 늘 부족하다. 남편은 직장일로 정신이 없고 아내는 가사와 자녀교육에 몰두한 나머지 부부는 서로의 감정계좌에 다양한 자원을 입금할 여유가 없다. 또한, 치열한 경쟁이 초래한 스트레스 때문에 서로 따뜻한 말을 건네지 못하고 사소한 일에도 짜증과 불만을 쏟아낸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사랑은 서서히 식어갈 뿐만 아니라 배우자에 대한 불만은 켜켜이 쌓인다. 서로의 감정계좌에서는 출금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부부관계는 깡통계좌가 되어 급기야는 이혼을 고려하는 단계로 진행한다.

사랑의 관계를 유지하려면 감정계좌 잔고를 플러스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잔고가 플러스라고 해서 상대방이 현재의 관계에 만족하고 있는 걸까? 그렇지만은 않다. 사회적 교환 이론에 따르면, 인간관계의 만족도를 결정하는데 무척 중요한 요인이 기대수준이다. 기대수준은 현재의 관계에서 기대하는 감정계좌의 잔고를 의미한다. 인간관계의 만족도는 현재의 잔고와 기대하는 잔고를 비교해서 결정된다. 다시 말해, 현재의 잔고가 기대수준보다 높으면 만족감을 느끼지만, 잔고가 플러스라도 기대수준보다 낮다면 불만을 느낀다. 대박을 기대하는 투자자에게 웬만한 수익이 만족스럽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이다. 사랑에 대한 환상이 위험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크나큰 사랑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결혼한 부부는 배우자의 미지근한 애정표현에 불만을 느끼기 마련이다. 큰 불만 없이 원만한 결혼생활을 하던 부부도 그네들보다 아기자기하고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 다른 부부를 목격하면 배우자의 사랑에 불만을 품게 된다. 부부모임을 하고 돌아오는 길이면 자신의 결혼생활에 대해 실망과 회의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아름다운 사랑을 묘사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 보면 자신의 부부관계가 무미건조하다고 느끼는 경우도 종종 있다. 사랑에 대한 기대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한, 인간은 투자한 만큼 수익을 기대한다. 사랑을 많이 준 만큼 받고자 하는 기대수준 역시 높아진다. 전달한 사랑에 비하여 상대방이 보내는 사랑이 작다고 느낄 때는 실망으로 이어진다. 사랑의 교환에는 균형이 중요하다. 연인이나 부부는 상대방이 사랑을 많이 전달할수록 그에 상응하여 자신도 사랑을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자신이 준 만큼 사랑을 체감하지 못할 때에는 상대방에게 사랑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감소한다. 사랑의 관계에서도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균형을 찾으려고 부지불식간에 노력하는 것이다. 이것이 인간관계의 냉엄한 현실이다. 사회적 비교 이론은 인간관계의 유지와 와해에 대해서 많은 것을 시사한다. 사람들은 상대방에 대한 감정계좌가 마이너스 상태라고 해서 그 관계를 떠나지는 않는다. 현재의 인간관계가 불만스러워도 더 나은 대안이 없을 때는 그 관계 속에서 머문다. 바꿔 말하면 현재의 관계가 만족스러워도 더 큰 만족을 기대할 수 있는 대안이 나타나면 관계를 청산하고 훌쩍 떠날 수도 있다. 사회적 비교 이론에 의하면, 현재의 인간관계를 지속할 것인지 청산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은 더 나은 대안적 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이다. 연인이나 부부의 경우, 상대방이 자신과의 관계를 유지한다고 해서 현재의 관계에 만족하고 있는 것이 아닐 수 있다. 다만, 다른 대안이 없어서 불만스러워도 현재의 관계에 머무는 것일 수 있다. 많은 부부가 배우자에게 크게 실망하면서도 이혼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나 현재의 연인보다 더 큰 사랑을 줄 것으로 보이는 다른 이성을 만나면, 연인관계는 심하게 흔들린다. 새로운 인간관계에서 기대하는 애정 수준이 현재의 관계보다 더 높으리란 확신이 들면, 현재의 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관계로 옮겨간다. 더 많은 수익이 날 것 같은 다른 투자처를 발견하면 현재의 계좌에서 전액 인출하여 새로운 계좌로 갈아타는 것과 같다. 부부관계가 만족스럽지 않을수록 다른 이성에 대한 관심은 커진다. 그리고 부부관계가 만족스러워도 더 매력적인 이성을 만나게 되면 관심은 옮아간다. 전에 비하면 다양한 이성을 쉽게 만날 수 있는 현대사회에서 연인관계나 부부관계가 불안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멋진 이성을 만날 기회가 많은

연예인의 결혼생활이 불안정한 이유 역시 이런 점에서 이해할 만하다. 결혼은 이러한 현상에 제동을 걸고 부부관계에 지속성을 더하는 구속적인 성격의 제도라 할 수 있다. 이혼을 위해 치러야 하는 막대한 부담은 불만스러운 결혼생활을 참고 견디게 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결혼의 구속력이 현저하게 약화된 현대사회에서는 이혼이 불행한 결혼에 대한 대안적 선택으로 부각하고 있다. 사랑이 넘치는 인간관계를 위해서는 연인이나 배우자의 감정계좌 잔고를 늘여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랑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양한 자원을 상대방의 계좌에 자주 입금해야 한다. 지금 당장 연인이나 배우자에게 애정을 담은 문자를 보내보자. 상투적인 말을 너무 자주 전달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 반복되는 표현에 익숙해지면 사랑으로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예측할 수 없는 뜻밖의 시점에 창의적인 표현으로 사랑을 전하여 상대방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다. 입금은 못 하더라도 불필요한 출금만은 자제하도록 하자. 한 번의 불평과 비난으로도 감정계좌 잔고가 터무니없이 감소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한마디 말로 천 냥 빚을 질 수도, 갚을 수도 있음을 잊지 말자. 칭찬은 충동적으로 하되, 불평은 신중하게 하자. 만족스럽지 못한 점을 불평과 비난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원하는 것을 요청하고 부탁하는 방식으로 표현해보자. 상대방에 대한 인격 모욕과 경멸은 단번에 깡통계좌를 차는 첩경이다. 무관심은 잔고를 소리 없이 갉아 먹으며 사랑을 시들게 하는 해충과 같다. 사랑하는 사람과 감정계좌 잔고의 균형을 맞추도록 노력해 보자. 받기만 하는 사랑도, 주기만 하는 사랑도 모두 위험하다. 이러한 사랑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주기만 하는 사람의 마음에 불만이 누적되기 때문이다. 다양한 사랑의 자원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잔고가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사랑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자. 사랑과 결혼생활에 대해 비현실적인 기대를 만드는 잘못된 환상을 경계하자. 연인이나 부부는 자신들의 개성과 상황에 알맞게 나름대로 사랑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스스로 만족하는 사랑이 가장 큰 사랑이다. 가장 좋은 술은 지금 마시고 있는 술이란 말이 있듯이, 가장 좋은 사람은 지금 사랑을 나누고 있는 바로 내 앞의 연인이자 배우자다. 지금 현재의 사랑을 소중하게 여기며 정성껏 키워나가는 것이 행복한 삶에 이르는 지름길이다. KB 레인보우 인문학에 게재된 콘텐츠를 무단 전재/복사/배포하면 저작권법에 저촉되며 위반시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