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카모메식당 (Kamome Dinner) 헬싱키, 치유하러떠나도좋은포용도시 이영은 LH 토지주택연구원연구위원 (yelee@lh.or.kr) 헬싱키항구와대성당모습 56 국토제 453 호 (2019. 7)
헬싱키, 변화하는이미지 핀란드헬싱키의상징은물일까, 눈일까, 숲일까. 완전히다른개체이기는하나그래도자연이라는점에서일맥상통하는이미지를주는도시는헬싱키라고생각해왔다. 그러나학생들에게물어보니나의생각과는완전히다른대답이돌아온다. 여러분, 헬싱키하면떠오르는부러움은무엇인가요? 툭툭대답들이나온다. 노키아와앵그리버드로상징되는 IT, 창의적인교육의메카로상징되는교육도시, 북유럽스칸디나비안디자인등듣고보면수긍 카모메식당 (2006) 감독 : 오기가미나오코주연 : 고바야시사토미, 카타기리하이리, 모타이마사코등 이가긴하지만모두인공적인인간의창조물이라는점이놀라왔다. 각박하리만큼바삐살아가는대한민국의청춘들에게헬싱키는신산업강국이자균형잡힌교육제도를가진부러운도시로더강하게어필되었던듯하다. 나는다음강의에헬싱키의아름다운자연과여유를어필하는영화를소개해주기로마음먹고강의준비를위해일본영화인 카모메식당 을몇번씩돌려보았다. 그런데이영화는또다른헬싱키를보여주고있었다. 개인의여유로움에서한발더나아가작은공동체가함께슬픔과회복을공유하는포근한포용도시임을. 헬싱키, 은은하고아름다운카모메식당에담기다 영화는잔잔한호수와살찐갈매기의클로즈업으로부터시작한다. 카모메는갈매기를뜻하는일본어로헬싱키의중심인남항광장에가장오래머무르는주요상주인구이기도하다. 주인공인사치애는살찐갈매기를보면서애정하던고향의살찐고양이를연상하고내레이션을통해자신은살찐것들을좋아한다는고백을던진다. 그런데바로엄마는마르고말랐었다는고백으로인트로가마감된다. 여기서부터이미감독은헬싱키를앙상하게상처입은영혼을포동포동살찌우는치유의장소로설정하고있는것같다. 사실이공간주변으로는헬싱키를대표하는상징이자관광의출발점인대성당이보여야하지만, 카메라는애써그런인위적건물을외면하고오로지갈매기와호수같은바다, 무채색의돌바닥만보여준다. 그리고영화의주요배경으로등장하는카모메식당. 정갈하기그지없다. 식당은손님없이텅비어서오히려내부인테리어가돋보인다. 호수의색을담은푸른색목재로벽하단을삥둘러장식하고전면의조리대에 57
배치된투명한유리식기들역시핀란드의물, 호수를닮아있다. 그리고식탁은모두밝은색의목재를사용한군더더기하나없는, 그야말로북유럽풍의식탁과의자로채워져있다. 영화초반사치에는정갈하디정갈한이나무식탁을끊임없이닦아낸다. 한줌의먼지도허용치않겠다는집요함이라기보다는뭔가를쓱쓱닦아내고어루만져주는손짓으로빈식탁들 을매만져준다. 영화의주무대인카모메식당내부는그야말로헬싱키의이미지를숲과호수, 여유로움으로표현한다. 그릇이나디자인에조금만관심이있는사람이라면이러한이미지가핀란드디자인의거장알바알토 (Alvar Aalto, 본명 Hugo Alvar Henrik Aalto) 에게서나왔다는것을알아채기어렵지않을것이다. 핀란드의숲과호수의우아한곡선으로부터영감을받은그의디자인은자연스러운곡선에서나오는은은한아름다움을추구하는 정갈하고깔끔한카모메식당내부 데대부분의식기와조리도구등이핀란드를대표하는글라스웨어이딸라 (littala) 제품이고카모메식당자체가딱그러하다. 영화대사중에도나오지만주인공사치에도이러한이미지를닮아있다. 이영화에서헬싱키는더없이은은한아름다움을지닌포근한자연의도시로묘사된다. 자연의도시헬싱키 58 국토제 453 호 (2019. 7)
헬싱키, 조용하고여유로운항구도시항구도시는대개번잡하고, 바쁘고, 소란스럽다. 그런데헬싱키는조금다르다. 활기차지만조용히여유롭고, 복잡하지만극도의개방감으로전면이너르다. 영화에서자주등장하는개방형마켓광장은바다에접해있는너른광장에펼쳐져싱싱한식재료나간단한음식, 꽃, 장식품등없는것없이다양한생필품이나기념품을판매하는곳으로바다를즐기러나온시민뿐아니라핀란드를알고싶어하는관광객들이꼭들르는명소이기도하다. 그런데그너른광장에별도의식당이나상업시설은고사하고공공시설도보이지않는다. 왜냐하면항구도시인헬싱키의해변은공공건물도상업건물도함부로건축할수없는공간이다. 돌하나를옮기는작은변화에도신중한핀란드인에게도시내새로운건물을건축하거나옮기는등의행위를결정하는가장중요한기준은자연을아끼는시민의식에있는듯하다. 이영화에서도 왜핀란드인은여유롭고쓸데없는일에얽매이지않고느긋한삶을사는거죠? 라는일본인의질문에핀란드청년인토미는이렇게대답한다. 숲이있거든요. 그말을듣고마사코는바로핀란드의숲으로떠난다. 하늘을찌를듯이커다랗고뾰족한나무가빽빽이들어선초록초록의핀란드숲은호수와함께핀란드인의삶의근원임을보여준다. 헬싱키는여느수도와마찬가지로번잡하고교통망이복잡하게얽혀있지만 10분만자동차를타고나가도빽빽한숲과고요한호수를만날수있다. 헬싱키는이렇듯정갈하고여유롭다. 이런도시의여유로움은어디서비롯된것일까? 시민의견을청취하며도시마스터플랜을재정비하는데만 30년이걸리는여유로움, 그여유로움이도시에고스란히담겨있다. 도시계획위원회는특정당파의정치로부터독립되도록아홉개가넘는각당에의해구성되고토지의 70% 를공공이소유하는등정치적, 재정적, 토지이용제도적으로강력한공익추구형도시로발전해왔다. 지방정부가도시계획에많은정성과노력을투입하고있음은도시계획공무원의숫자로도알수있다. 인구 57만명의도시인헬싱키에도시관련공무원이 270명이다. 이와비슷한규모의워싱턴에도시관련공무원이 80 명에불과하다는사실과비교하면헬싱키에서도시계획의중요도를확실히알수있다. 헬싱키, 정갈하고조용히활성화된상업지역마켓광장에서서쪽으로약 7분, 에스플라나디공원 (Esplanadi) 을지나상업지역시작점으로걸어가면영화초반, 사치에와미도리가만나갓차맨 (Gatchaman) 주제가를불러보는알토카페 (Cafe Aalto) 가있는아카데미아서점 (Akateeminen Kirjakauppa) 을만난다. 영화에보이는수수함보다실제서점과카페에서는알바알토의정갈하고고급스러운디자인을아낌없이볼수있다. 아카데미아서점의유명한다이아몬드모양천정창살을통해포근한햇살이서점으로그대로쏟아지고, 알토카페는그중간에독특한옐로우조명과하얀벽면을장식한그림, 하단부호수색의띠벽칠등으로카모메식당과유사한느낌이드는헬싱키만의자연스러움을안겨준다. 물론이카페는카모메식당과달리손님으로늘만석이다. 서점을나오면헬싱키최대백화점이자제1의고물가를자랑하는스톡만 (Stockmann) 백화점이보인다. 그앞으로는트램과버스, 승용차, 자전거, 보행자등다양한통과교통이얽혀어수선할법도한데여전히조용하고정돈된복잡거림만있다. 이길모퉁이에정갈한카모메식당이있다. 보행자편 59
현한다. 여긴레스토랑이아니라동네식당이에요. 돌 아다니다허기를채우는곳이죠. 과하기보다는꼭필요 한장소로서카모메식당의좌표를세운다. 헬싱키, 치유의포용도시 헬싱키도심을지나다니는트램 의를극대화하는도심의통행시스템으로상업지역은활성화되고여기서더나아가디자인디스트릭트 (Design District Helsinki) 를따로두어핀란드를상징하는디자인을선보인다. 마사코가잃어버린가방을찾기전옷을장만하기위해들른마리메꼬도여기에입점되어있다. 매우고급스럽지만소박한헬싱키의상업지역을말해주듯카모메식당의사치에는자신의식당을이렇게표 카모메식당의첫번째손님은일본애니메이션덕후핀란드청년토미히르토넨이다. 그는외톨이여서사치에가선사하는공짜커피를미안할정도로매일얻어먹으면서도영화끝까지친구하나데려오지않는다. 그러나이핀란드청년이전혀뻔뻔하거나불쌍함으로묘사되지않는다. 카모메식당에서는그저그런존재를인정할뿐이고이를품어줄뿐이다. 심지어이청년은영화후반등장하는, 남편이도망가슬픔에빠져쓰러진핀란드아줌마를업고뛰어주는고마운존재로묘사된다. 핀란드여성을집에데려다주고내려오는숲길 일상생활속물과나무가주는위안을통해슬픔과회복을공유하는포근한헬싱키 60 국토제 453 호 (2019. 7)
에스플라나디공원 수오맨린나요새 은전형적인헬싱키단독주택단지를보여준다. 주택단지에나무가심어져있다기보다는숲속에주택이듬성듬성자리하는핀란드식단독주택지역은커다란나무들로프라이버시를보장하고나무가빽빽한산책로는공동체의소통을유도한다. 친화력좋은미국과달리동구와서구의중간에위치한핀란드인은변화와소통에그다지달인은아니지만한번마음을준공동체의결속력은매우소박하고포근하다. 영화는후반부로갈수록낯설고약한개인들이서로의지하고포용하는공동체모습을여러씬으로나누어보여준다. 두번째손님인미도리가헬싱키에온이유는여기라면나도살아갈수있겠다는생각이들어서였고낯선땅에서홀로식당을경영하는사치에에게하고싶은일을하다니멋지다는칭찬이쏟아지자그녀는 아니요, 하기싫은일을안할뿐이죠 라는명답을던진다. 어디로든떠나야했던미도리는세상이멸망하는마지막날무엇을할거냐는질문을던진다. 사치에는 좋은사람을초대하고는좋은재료를사다가좋은음식을만들어여유로운술한잔을하며즐길거에요 라고말하며그때미도리는꼭초대해주겠다고약속하면서두타인은더없이가까운연대감을형성한다. 이런따스한힐링공동체를보여주는하이라이트는식당문을아예하루닫고카페우르슐라 (Cafe Ursula) 에소풍을가는장면이다. 헬싱키는호수같은바다를끼고있는공원이많다. 헬싱키인은유독물과나무에집착이라할만큼큰사랑을쏟기에도심한복판에도자연을물끄러미바라볼수있는다양한공원이즐비하다. 도시의숲속한가운데에동화속요정들의집과같은작은미술관과카페공원, 여름햇살을만끽할수있는수오맨린나요새 (Suomenlinna Sveaborg) 공원, 도심한가운데에선형으로조성되어있는에스플라나디공원등셀수없이많은공원에시민들은숨을뱉고불어넣는다. 그래서도시가더더욱여유롭고조용한느낌이드는것은아닐까? 너른야외에서바다를바라보며끝도없이앉아있을수있는우르슐라는사실카페뿐아니라간단한음식을먹을수있는레스토랑도한켠에마련되어있는복합음식점이다. 이제명소가되어북유럽에서는만나기힘든아이스커피까지판매하는전문관광카페가되어버렸다. 그래서영화속고즈넉함과평화로움을한껏즐기면서헬싱키를상징하는물과나무를마음속에담으려면평일아침일찍가는방법뿐임 61
손님들로가득찬카모메식당 카페우르슬라에서바다를마주하고앉아마음을어루만지는주인공들 이참으로안타깝다. 영화속에서사치에는미도리, 마사코, 일본 3인방뿐아니라남편이떠나우울한핀란드여인까지모두를초대해조용한카페우르슐라에서바다를마주하고일렬로앉아핀란드의햇살로마음을어루만진다. 핀란드인은모두조용하고여유롭고친절한사람들이라고생각했는데외롭고슬픈사람들도있음에놀라는미도리를보고사치에가대답한다. 세상어딜가도슬픈사람은있겠죠 라고. 그리고어디나불행한사람은불행하고행복한사람은행복하다고마무리한다. 헬싱키, 넉넉한품을가진자연도시주메뉴를주먹밥으로시작하지만손님하나없이커피만팔던카페로시작한카모메식당. 이후핀란드인이좋아하는순록이나청어, 가재를넣어주먹밥을만들어보지만그부조화에뜻을접는장면에서부터우리는한문화에다른문화가녹아들어가는시행착오와진화과정을간접적으로나마체험하게된다. 주먹밥을고수하던사치에가핀란드의아침주메뉴인시나몬롤을정성스레구워내면서흘러나간빵향기에창밖에서기 웃거리기만하던핀란드현지인이하나둘들어오기시작한다. 그리고영화후반으로갈수록정갈한음식은점차핀란드식과일본식의퓨전으로전개된다. 누구든젓가락이든포크든자유로이사용하면서핀란드인에게익숙한샐러드에연어구이를곁들이는데서더나아가일본식돈카츠나스키야키가보이고밑반찬은일본식과핀란드식이혼합된다. 그야말로도저히섞이지못할것으로보이는음식들이정갈하게섞이는요리의향연도이영화의빼놓을수없는볼거리다. 음식이나상차림으로상징화된화합과포용은헬싱키의일본식당이라는설정에서극대화된다. 사실일본인은개인간상호영역침범이나신세를지는것을끔찍이도싫어하는개인주의성향을갖고혼밥이나혼술을하는것으로유명하다. 하지만감독오기가미나오코가개인주의를인정하고그위에따스한포용을얹은공동체를꿈꾸는 카모메식당 의배경으로헬싱키를선택한이유는이도시가숲과호수, 바다로둘러싸여포근하고여유로운포용을허락하고있기때문은아닐까? 62 국토제 453 호 (2019.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