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와 환상의 그림갈 4권
|
|
|
- 다진 맹
- 9 years ago
- Views:
Transcription
1
2
3
4
5
6
7 재와 환상의 그림갈 4권 灰 と 幻 想 のグリムガル LEVEL.4 주몬지 아오 지음 하쿠이 에리 일러스트 측근 오크는 모두 죽인 듯 시호루는 안도한 건지 울고 있고, 유메가 안아주며 "괜찮아, 괜찮 아. 다행이다. 다행이야, 다행이야" 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있다. "일어설 수 있겠어?" 메리가 물었다. 응. 아니. 무리. 하루히로는 순간 거짓말을 하려고 했다. 메리가 다정하게 대해줄 것 같아서. 하지만, 그만뒀다. "어떻게, 설수 있을 것 같아." 하루히로는 몸을 일으켰다. " 아니, 나보다 " 어째서 우두커니 서 있는 거지? 다들 팔짝팔짝 뛰거나, 말싸움하거나, 동료인 신관에게서 치료를 받거나, 왠지 떠들썩한데 그 저 서 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 검을 들지 않았다. 두 팔은 축 늘어져 있다. 서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하지만. 용케도 서있네. 그런 상태로. 투구도 찌그러진 것뿐만이 아니라 비뚤어져 있고. 여기저기에서 피가 흘러 나와 뚝뚝 떨어지고 있다. 갑자기, 천천히 쓰러졌다. 뭔가에 기대어 서있던 무거운 물건이 갑자기 지지대를 잃고 쓰러졌다. 그런 방식이었다. 메리가 숨을 들이켰다. " 모구조?" 이름을 부르자, 모구조는 벌떡 일어났다. "뭐, 뭐야." 가슴을 눌렀다. 한숨이 나왔다. 깜짝 놀랐다. 한순간, 상당히 애가 탔다. 일어나서는 안 될 일 이 일어난 것 아닌지 해서. 그럴 리가 없는데. "놀라게 하지 말라니까, 모구조." "미안, 미안." 모구조는, 아하하하고 웃고는 머리를 긁적였다. 하지만 엄청 난 출혈이다. 피투성이라서 표정 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뭐, 어떻게든 괜찮은 것 같다. "다행이다." 중얼거리고, 눈을 감았다. 두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왠지 눈물이 날 것 같다. "정말로, 다행이다." 진짜로,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했었고. 그렇게 된다면, 큰일이다. 너무나 큰일이야. 있을 수 없지만. 없다니까. 그런 일은. 있을 리가 없지. "다행이다." 울 것 같다고나 할까, 이미 울고 있다. 손이 젖었다. 얼굴을 가린 두 손이. 그 정도로 안도한 것이다. 엄청나게 안도했다. 잘됐다. 잘 됐어. 솔직히 솔직히 말이야, 이제 틀렸구나 싶었다
8 고. 왠지 그런 꿈을 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꿈을 도대체 언제 꿨냐고 하겠지만. 뭐랄까, 예지몽 같은? 어젯밤에 그런 꿈을 꿨는지도. 실패한 꿈. 이 상하지. 그런 꿈을 꾸다니. 이상해. 아무튼 다행이다. 모구조는 피투성이지만, 잘됐다. 아무튼 무사해서 다행이다. "다행이다아." 목소리가, 들렸다. 내 목소리가. 두 손을 치운다. 어둡다. 캄캄하다. 방. 의용병 숙사의 방이다. 잠들었던 건가? 졸고 있었다. 그렇다면.생각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확인하고 싶다.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몸을 일으켰다. 이 방에는 2층 침대가 두 개 있다. 저쪽 침대는, 위층에 란타. 란타는 있다. 가볍게 코를 골고 있다. 그리 고, 아래층에는 없다. 아무도. 비어 있다. 없다. 모구조가 없다. 이제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9
10 1,현실의 겨디기 힘든 이 무게 사람이 죽는다는 건 엄청난 일이다. 새삼 그렇게 실감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다니, 결국 하루히로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리라. 그렬 가능성은 물론 있다고 생각했었다. 아마도, 동료 중 누구보다도 심각하게 생각했을 터이 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 두려워했었다. 그래도 하루히로가 예상했던 죽음이나 상실은 현실적이 아니었던 것이다. 뭐가 뭔지 잘 모르는 사이에 그것이 찾아오고, 정신이 들고 보니 아픔만이 남아 있던 마나토 때와는 상당히 양상이 달랐다. 유해를 오르타나까지 운반하고, 시외에 있는 화장터에서 화장하고, 출입구가 없는 열리지 않 는 탑이 서 있는 언덕의 묘지에 매장했다. 그때쯤의 기억은 애매한 것은 결코 아니지만, 묘하게 무덤덤했다. 분명 렌지네가 거들어준 덕 분도 있어서 막힘없이 진행되었기 때문이겠지. 단, 그때부터가 힘들었다. 하루히로의 동료는, 친구는 죽었다. 불에 타서 뼈와 재가 되고, 그 언덕에서 누구에게도 방해 받지 않는 영원의 잠에 빠졌다. 하루히로네는 모구조를 잃었다. 모구조는 이제 없는데 모구조가 존재했던 흔적은 뚜렷하게 남아 있다. 예를들면, 장비. 흠집투성이인 판금 갑옷과 찌그러진 투구, 그리고 죽음의 반점에게서 얻은 더 초퍼(식칼검)는 모구조와 함께 태워버릴 수가 없었다. 차라리 태워버렸으면 하고 바랐지만 금속이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해서 버릴 수도 없다. 남겨두려고 해도 놓아둘 장소가 없다. "우선 맡겨둔다거나." 시호루의 제안에 이견은 없었다. 이견은 고사하고 요로즈 위탁 상회에 가보니 대단한 일이 판 명되었다. "확실히 당점에서는 돈 이외의 물품을 맡아둘 수도 있다." 빨간색과 하얀색 바탕에 금색을 곁들인 화려한 옷을 입고 금테 외눈 안경을 낀 소녀, 4대째 요로즈는 금으로 된 파이프를 카운터에 톡 두드렸다. "수수료는 돈일 경우엔 예탁금의 100분의 1, 물품의 경우엔 감정 평가액의 50분의 1이다. 사 실 감정할 필요도 없이 그 투구와 갑주에는 값어치가 없어." "어 아째서?" "설명해야 하나? 무례한 놈." 요로즈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계속 하루히로를 무례한 놈이라고 부른다. 너무한다. "그 투구와 갑주는 쓸모가 없어. 비용을 들여 수리해도 쓸수있게 될지 어떨지. 기껏해야 대장 간에라도 가서 고철로 팔아넘기는 게 고작이지." "어이, 야! 말조심해!" 카운터를 뛰어 넘어가려던 란타를 하루히로는 일단 말렸다. 그러나 마음은 란타와 같았다. 고철. 고철이 뭐야? 고철이. 동료의, 모구조의 갑옷이라고. 유 품이란 말이다. 고철은 너무하잖아. 아무 것도 모르는 주제에, 까불지 마.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요로즈는 눈 을 가늘게 뜨고 가날픈 어깨를 으쓱거렸다.
11 "동료의 유품이지? 요로즈 상회에는 온갖 정보가 다 모이니까 알아. 사정은 이해하지만, 당점 에는 이 4대째 요로즈조차 어떻게 할 수 없는 규정이 있다. 어떠한 이유가 있든 규정에 어긋난 취급은 할 수가 없다는 뜻이다. 당장은 무가치한 물품을 맡을 수는 없어. 창고 공간도 유한한 자원이니까. 가치는 없어도 처 분할 수 없는 소중한 물건이라면 너희가 직접 소중하게 보관해야지." 한마디도 항변할 수 없다. 그렇게 소중하다면 본인들이 어떻게 하면 된다. 아니, 그래야 한다. 정말 맞는 말이므로 요로즈를 책망 하는 것은 도리에 어긋난다. "그럼 검은?" 시호루가 묻자 요로즈는 끄덕였다. "그건 물론 맡을 수 있다. 단, 그것은 그 죽음의 반점의 소유물이지? 싸지는 않아." 전문 점장에게서 감정을 받아보니 실제로 엄청난 가격이 붙었다. 놀랍게도 25골드. 위탁 수수 료는 50분의 1이니까 50실버가 된다. 지불할 수 없는 금액은 아니지만 망설여지는 금액이다. "지금 결정하지 않아도 괜찮은 거 아닌가?" 유메의 말이 맞는다고 생각했다. 현실적으로는 뒤로 미룰수록 더 처치하기가 곤란해지기 때문 에 최종적으로는 맡기는 수밖에 없을것 같긴 하다. 하지만, 굳이 지금 당장 결정하지 않아도 된다. 내일이나 모레나, 그 뒤라도 괜찮다. 꼭 해야 할 일은 그 밖에도 있다. 요로즈가 가르쳐주었다. "참고로 노파심에서 묻는 건데, 고인의 자산은 어떻게 할래?" "계산?" "당점에서는 고인의 돈을 맡아두고 있다. 본인 이외의 사람이 인출할 수는 없지만 본인이 사 망한 경우엔 소정의 절차를 밟으면 그게 가능해지는 거다." "어 그런 거야?" "구체적으로는, 의용병단 사무소를 통해 변경백이 발행한 사망 증명서와 대리인 증명서를 받 아오면 당점이 그것을 확인한 후에 대리인에게 고인의 자산을 반환하게 된다." "사무소" "증명서." "참고로 현시점에서는 고인의 자산의 내용을 밝히는 일도 단장으로서는 할 수가 없어." 모구조는 얼마나 맡겼던 걸까? 돈이 생기면 갑옷을 샀었고 식비도 꽤 들었으니까 저금은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도 무성의한 것 같다. 마나토 때는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제대로 처리를 해주지 못했다. 이번엔 제대로 해주고 싶 다. 그래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하루히로뿐일까? 요로즈 위탁상회에 간 다음 날, 하루히로는 혼자서 의용병단 사무소를 방문했다. 란타는 침대 에서 나오려고 하지 않았고, 유메와 시호루에게도 말을 꺼내봤으나 확실한 대답은 하지 않았 다. 메리는 애초에 묵는 곳이 다르다. 혼자서 가는 수밖에 없었다. 사무소 소장인 브리 씨, 즉 브리트니에게 수속에 관해서 이야기 하려고 하자 그쪽에서 먼저 말을 꺼냈다. "어머나, 자기. 마침 잘 왔어. 상금이야, 상금. 뭐더라, 그거, 뭐 였지? 분배를 결정하는 회의 때도 안 갔었다면서?
12 살짝 난처했던 모양이야. 그 렌지와 카지코가. 하긴, 그럴 경황이 없었겠지만, 자기들 입장에 서는. 하지만 그런 때도 약게 굴지 않으면 손해 보거든 " "상금 이라니. 무슨?" 오더(병단 지령) 보수는 작전 종료 후에 오르타나에 돌아와서 받았다. 얇은 구리제 수표인 변 경군용 수표 군표 형태로 잔금 80실버를 5인분. "아. 혹시나 키퍼 조란 젯슈와 주술사 아바엘의?" "맞아. 그거." 브리 씨는 새까만 입술을 날름 할더니 윙크를 했다. 그건 하지 말아줬으면. 하루히로는 생각 했다. 이럴 때 장난치지 말아줘. "조란 젯슈가 100골드고 아바엘이 50골드. 합하면 150골드. 들 은 바에 의하면, 특히 아바엘 은 자기네 파티가 거의 단독으로 해치웠다던데." "아 뭐, 그러 네요. 듣고 보니 그랬던 것 같은 느낌도 드네요." "그렇긴 해도, 그런 경우는 대개 공평하게 나누는 것이 통상적이 거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역 시 다투게 되잖아?" "그럴 지도 모르겠네요. 잘은 모르겠지만." "뭐니? 큰 공을 세운 건데. 기쁘지 않은 거야?" "기쁘다?" 웃음이 나올 뻔했다. 물론, 재미있어서 웃는 게 아니다. 그게 아니라, 뭐랄까. 웃을 수밖에 없 다? 그것도 아니다. 그것도 모르냐? 바보잖아. 그런 비슷한. 죽고 싶냐? 그런 비슷한. 하루히로는 고 개를 숙이고 주먹을 꼭 쥐었다. " 기쁘지는, 않은, 것 같은데." "그렇겠지." 브리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루히로는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브리 씨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 는지는 모른다. 별로 보고 싶지도 않다. "아무튼, 자기네는 상금을 받을 권리가 있고, 배분한 몫은 내가 맡아 가지고 있어. 그래서, 카 지코의 말을 빌자면 렌지가 억지로 쥐여준 모양이긴 하지만, 60골드야." "60?!" 과연 그 사실에는 깜짝 놀라 꿈에서 깬 것 같은 기분이었다. 전부 악몽이었다면 얼마나 좋을 지. "60골드라면 금화 60개?" "그래. 은화로 환산하면 6,000개지. 여섯 명 이 아니라, 다섯 명이서 나누면 한 사람당 12골 드가 되네." "12." 브리 씨가 여섯 명을 다섯 명으로 정정한 부분은 거슬렸지만, 그렇다고 해도 다소 실감이 나 지 않을 정도의 큰돈이다. 하지만, 기쁘지 않다. 조금도 기쁘거나 하지 않았다. "받을 수 있는 건 받아두겠습니다만." "다만?" "아뇨 받겠습니다. 고맙게. 돈은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좋으니까. 있으면 있는 만큼 덜 곤 란하고. 아, 하지만 그전에."
13 "사망증명서와 대리인 증명서 말이지?" "네." "시간이 좀 걸려." "그렇습니까?" "관공서의 일이니까. 열흘은 각오해. 빨라도 7일 정도일까? 6일 이내에 발행되는 일은 우선 없어. 뭐야? 냉큼 정리해버리고 싶다는 얼굴이네." "솔직히 그런 마음은 있습니다."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아. 혈육이라면 직접 천망루에 가서 서류에 서명하면 되지만 의용병은 가족이 아니니까. 결혼했다면 다르겠지만." "결혼 " 이 또한 현실감이 없는 단어였으나, 이제 모구조는 결혼도 할 수 없는 것이다. 하루히로는 그 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절대로 할 수 없다. 죽었으니까. 거짓말 같다. 이 손으로 움직이지 않는 모구조를 안고 화장터 까지 데려갔고 태운 뒤의 뼈와 재를 직접 봤는데도, 아직 믿을 수가 없다. 믿고 싶지 않다. "안 했었지? 그는 아직. 결혼은." " 안 했습니다." "독신 의용병의 경우엔 천애고아나 마찬가지니까, 이 의용병단 사무소가 신원을 보증하게 되 어 있는 거야. 자기네 파티 전원의 서명이 필요해." "네? 저뿐만이 아니라?" "그래. 파티 전원. 게다가 내 앞에서 서명해야 해. 법으로 그렇게 정해져 있어." "그렇다면." "다시 와." 맥없이 사무소를 나온 하루히로는 막막했다. 란타와 유메, 시호루는 괜찮다. 하지만 메리는? 생각해보면 지금까지는 딱히 약속을 하지 않아도 매일 아침 당 연한 것처럼 북문 앞에서 집합 했었다. 모구조가 죽은 뒤에 내일은 어떻게 할까? 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던가? 생각해보 니 그렇다. 당일은 매장이니 뭐니 해서 정신없었고, 메리는 유메와 시호루의 방에서 묵었다. 다음날 점심때쯤이었나? 숙사에서 마주쳤을 때, 모구조의 유품을 어떻게 할까? 그런 이야기를 하다가, 요로즈 위탁상회에 갔었고 그날은 저녁 무렵에 해산했고 역시 다음 날의 화제는 나오지 않았던 것 같다. 메리. 어떻게 하고 있을까? 유메와 시호루는 메리가 사는 임대 숙소를 알지도 모른다. 물어보 는 수밖에 없나? 차라리 유메와 시호루더러 가보라고 하는 게 좋을까? 이럴 때는 여자들끼리 가는 편이.어느 쪽이든 어떻게든 연락을 해서 만나야 한다. 하루히로는 60골드의 군표를 갖고 있는 것이다. 다섯 명이서 나눠야 한다. 다섯 명이라. 다 섯 명. 한 사람, 모자라다. 다섯 명이서 나눈다? 군표는 나늘 수 없다. 환금을 해야 한다. 분명히 요로즈 위탁상회에서 환전할 수 있을 것이다. 요로즈 상회에 가기 전에 사무소를 먼저 갔었으면 좋았을걸. 하지만, 수속에 관한 건 요로즈 가 가르쳐 줘서 알았으니까 그건 무리지. "아." 숙사로 돌아오는 길을 천천히 걷고 있노라니 모든 것이 전부 다 짜증이 났다.
14 "귀찮아." 멈춰버리고 싶다. 쪼그리고 앉아서 머리를 감싸 쥐고 싶다. 계속 몸을 웅크리고 있고 싶다. 문득 초코가 떠올랐다. 까맣게 잊고 있었다. 나는 지독한 놈이 라고 하루히로는 생각한다. 진 짜로 지독하다. 너무 지독해서, 왠지 이제 웃음이 나와버린다. 초코도 죽어버렸지. 초코네 파티는 전멸 했다. 초코는 어떻게 되었을까? 제대로 매장해줬을까? 원래가 변 경군이 주체였던 작전이니 전사자의 유해를 방치하는 일은 없겠지 만. 매장. 매장이라. 불에 타고, 뼈와 재만 남고, 그런 언덕에 묻히고, 그래서 어떻게 된다는 건가? 별로 어떻게도 되지 않는다. 단, 제대로 화장하지 않으면 노라이프 킹의 저주로 좀비가 되어버린다. 초코가 좀비가 되 다니 섬뜩하다. 그건 싫다. 절대로, 안 된다. 죽어버 린 자는 남겨진 자기 몸을 자기 스스로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아직 살아 있는 자가 어 떻게 해줘야 한다. 나는 제대로 한 것일까? 잘하고 있는 걸까? 어떨까? 모구조. 좀 더 뭔가 없어? 이렇게 해줬 으면 한다거나, 저렇게 해달라거나. 반대로, 이런 건 싫다거나. 잘못된 일을 하진 않았을까? 물어봐도 대답은 없다. 모구조는 이제 없는 것이다. 초코도 없다. 죽었다. 거짓말 같지만, 죽어버렸다. 거짓이 아니다. 정말이다. "하지 말걸 그랬어." 오더. 수락하는 게 아니었다. 초코네도 그렇다. 짐이 너무 무거웠다. "누구야? 말꺼낸 거." 란타다. 그 녀석. "하지만 결정한 것은, 나야." 하루히로가 찬성하지 않았으면 오더를 수락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럴지도 모른다 가 아니다. 수락하지 않았다. 아마도, 그리 되지는 않았다. 그리고, 초코로부터 그녀의 파티가 오더를 받아들인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았었다면 하루히로 는 참가할 마음이 들지는 않았겠지. 그때 무슨 일이 있어도 초코를 말렸어야 했다. 위험하다고. 무모하다. 가면 안 돼. 파티 동료가 도저히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면, 파티에서 빠 져나오면 돼. 그렇게 설득했어야 한다. 하루히로는 반대쪽으로 돌아갔어야 했다. 란타가 아무리 떠들어대든 알게 뭐냐.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너무 위험하다. 리스크가 너무 크다. 그러나, 하루히로는 리스크는 그리 크지 않다고 가늠하고, 찬성 한 것이다. 알고 있다. 결과론이다. 일이 이렇게 되고 나서야 전부 잘못이었 다고 생각해버린다. 자기를, 누군가를 탓하고 싶다. 소용없는데도. 무슨 일을 해도 모구조는 돌아오지 않는데. 하루히로는 하^을 우러러보았다. 지금, 몇 시지? 오후 3시쯤인가? 유난히 하늘이 맑다. 난감 하네. 하늘이 맑아, 모구조. "앞을 향해 나아가는 수밖에 없지. 그거 말고는, 어떻게도." 장난하냐? 싶을 정도로, 엄청 나게 깨끗한 하늘이야. 하루히로는 오른손으로 얼굴 윗부분을 가렸다. 눈이 시리다.
15 2흐믈흐믈 유메는 흐물흐물거리고 있다. 흐물흐물이 뭐지? 유메 본인도 잘 모르지만, 아무튼 흐물흐물하 고 있으니 흐물흐물하고 있다고 말하는 수밖에 없다. 흐물흐물하고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도 귀찮다. 그래서 유메는 의용병 숙사의 2층 침대 아 래층에 누워있다. 가끔씩 몸을 뒤척인다. 그래도, 아무튼 흐물흐물하고 있기 때문에 몸을 한 번 뒤척이는 것도 힘들다. 실은 꽤 오랜 시간 동안 소변을 참고 있다. 화장실에 가는 게 좋겠다. 그보다, 가야만 한다. 그건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흐물흐물하고 있 기 때문에 갈 마음이 들지 않는다. "유메" 라고, 시호루가 말을 걸었다. 대답하고 싶다. 하지만, 흐물흐물하고 있어서 목소리를 내는 것도 힘들다. 결국 유메는 "응?" 이라고만 말했다. "배 안 고파?" "응." 글쎄? 생각해본다. 전혀 안 고픈 건 아닌 것 같다. 뭔가 먹으려 하면 그런대로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먹고 싶은 것도 아니다. 뭐, 안 먹으면 안 먹는 대로도 괜찮은 가? 그런 느낌이다. "안 먹으면 몸에 안 좋을 것 같은데." "유메?" "듣고 있어?" 안 되겠네. 흐물흐물하면서도 유메는 생각하고 있다. 제대로 대 답을 해야 한다. 알고는 있지 만 도저히 제대로 할 수가 없다. 장난하려는 게 아니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몸뿐만이 아니다. 마음도 흐물흐물하고 있 다. "적당히 좀 해." 툭 던지듯이, 상당히 작은 목소리로 시호루가 말했다. 정말로 작 은 목소리였기 때문에 유메 에게 던지려는 말이었는지, 그게 아닌 건지 잘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히 시호루는 짜증을 냈다. 화난 말투였다. 시호루가 그런 말투를 쓰는 건 처음이 다. 적어도 유메는 지금까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유메는 몸을 돌려 옆 침대에 앉아 있는 시호루를 보았다. 시호루는 고개를 숙이고 있다고나 할까, 축처져 있다. "미안." 유메가 사과하자 시호루는 고개를 흔드는 것처럼 도리질을 했다. "나야말로 미안해." "시호루가 사과할 일은 없는데." "그래도." "시호루는 잘못 없걸랑." "그렇지 않아."
16 "잘못 없어." "그렇게는 생각할수 없어." "그런가?" "앞으로 우리, 어떻게 하면 좋은 걸까?" 유메는 생각하려고 한다. 하지만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 딱 정지해버린다. 그래도 생각한다. 유메로서는 필사적으로 생각한다. 말을 찾으려고 한다. "있잖아, 시호루." "응". "유메 말이야, 이런 거, 고역이야. 뭐랄까 괴롭다거나, 힘들다거나, 그런 거 아주 싫어하는 걸. 다들 그렇겠지." "그래." "있잖아, 예를 들어서 말인데, 무지하게 비가 쏟아진다고 쳐." "응." "엄청 비가 내려서, 바깥을 걸어 다닐 수가 없다면, 집에 있으려고 하잖아. 왜냐하면 비는, 그 쳐 줬으면하고 바라도 그쳐주지 않으니까." "응." "누구한테 부탁하면 좋을지 모르잖아. 그래서, 이런 건, 이제 어쩔 수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 거든." "어쩔 수 없는 일인가." "응 있잖아, 이렇게 되어버렸으니 어쩔 수 없다고나 할까, 이렇게 되어버리면 어쩔 수가 없다 고 할까, 그런 의미걸랑. 이거 다 거짓말이지? 싶은데, 이렇게 될 줄은 유메는 조금도 생각하 지 못했거든."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이런 일, 생겨도 이상할 것 없는데. 알고 있었을 텐데." 처음이 아닌 것이다. 두 번째다. 그런데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동료를 잃는다는 걸. 모구조가 죽어 버리다니. "바보네, 유메." 유메는 엎드렸다. 온몸이 흐물흐물해서, 너무나 무겁다. "유메 무지 바보야. 유메가 너무 바보라서 이렇게 되어버렸나봐." 시호루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왠지 졸리다. 하지만 분명 잠들 수는 없겠지. 유메는 천장을 향해 드러누우려고 했다. 아까보 다 몸이 흐물흐물하고 무겁다. 움직이고 싶지 않다. 한동안은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3.언리미티드 "이봐요, 주인장! 소르조 한 그릇 추가!" 란타는 면과 국물을 입 밖으로 튀기면서 왼손 검지를 치켜들고 외쳤다.
17 남구 장인 거리 옆에 있는 노점촌에, 오르타나에서도 이곳에서 밖에 맛볼수 없는 소르조라는 면류를 파는 가게가 하나 있다. 소르조는 푹 곤 고기를 넣은 짭짤한 국물에 밀가루 등으로 반죽해서 가늘게 썬 노란 면이 들 어 있는 요리다. 엄청나게 맛있냐고 묻는다면, 틀림없이 그렇다고는 대답하기 힘들다. 아마도 사람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리겠지. 특히 처음 한입은. 하지만 계속 먹다 보면 맛있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한동안 지나면 또 먹고 싶어진다. 몇 번 씩 먹다보면 완전히 매료된다. 열흘에 한 번, 아니, 5일에 한 번, 아니, 아니, 가능하면 사흘에 한 번은 먹고 싶어진다. 란타 앞에는 다소 큰 그릇이 잔뜩 쌓여 있다. 그 수는 일곱. 란타는 여덟 그릇째의 소르조를 해치우려고 한다. 잠시 후 방금 전에 주문했던 아홉 그릇째가 나오겠지. 갓 만든 소르조는 뜨겁다. 무진장 뜨겁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을 후 후 불어서 식힐 틈도 아까운 듯 란타는 그냥 입에 쏟아 붓는다. 입천장을 데어 얼얼하다. 솔직히 맛같은 건 잘 모르겠다. 배도 부르다. 빵빵하게 부풀어 임산 부처럼 되었다. 먹는건 거의 고통일 뿐이지만 란타는 멈추지 않는다. 여덟 그릇째는 이 한입 으로 끝이다. " 푸하아앗! 다 먹었다!" 동시에 아홉 그릇째가 나왔다. 대량의 김을 된 순간, 현기증이 났다. 닭뼈국물과 돼지 지방과 양파며 당근이 혼연일체가 되어 더할 나위 없이 식욕을 자극하는 향기가, 지금의 란타에게는 가슴이 답답해지는 느낌만 초래할 뿐이다. "형씨, 괜찮아?" 가게 주인이 란타의 얼굴을 살핀다. 란타는 끄덕이고 손으로 얼굴을 닦는다. 땀이며 콧물이며 국물로 범벅이 되었다. 차마 봐줄 수 없는 얼굴이겠지. 그렇게 생각한다. 그따위걸 신경쓰게 생겼냐? " 으싸!" 란타는 아흡그릇째에 착수했다. 면을 흡입할 때마다 구역질이 났다. 역류해서, 황급히 손으로 입을 막았다. 안 토할 거야. 절대로 토하지 않는다. 토할쏘냐. 먹는 거다. 먹고, 먹고, 또 먹을 거다. 다 먹어치운다. 언젠가는 하자. 가게. 동료의 아니, 파트너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때의 그 녀석. 진짜로 진짜로, 그때까지 본적 없을 정도로 엄청 좋은 표정이었거든. 하지만 나, 소르조가 아니라 라면 가게로 하고 싶어. 돈을 모으고, 연구하고, 이거다 싶은 맛 이 나는 라면이 완성되면, 차리자, 가게. "그래." 대답해봤자 파트너에게는 전해지지 않는다. 먹는 수밖에 없다. 지금은 아무튼 먹는 거다. 파트너가 좋아했던 소르조를 후룩후룩 후룩후룩 먹는다. 먹을수 있을 만큼 먹는 거다. 먹을 수 없어도 먹어준다.
18 배가 잔뜩 불러도, 먹고 싶지 않아도 오로지 먹어라. 먹어라. 먹으라면 먹어. 왜냐하면 말이야. 왜냐하면. 왜냐하면. "너는 이에 모머그니까!" 그렇지? 파트너. 아무리 먹고 싶어도, 너는 이제 먹을 수 없으니까. 파트너 대신에 이란타 님이 먹어준다. 그런 일을 해봤자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지? 알 게 뭐야. 의미 따위 몰라. 어떻든 상관없어. 단지, 이렇게 해야 한다고 란타는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어서. 하지않 을 수가 없는 것이다. "꾸에에엑! 주인장! 한 그릇 더!" "하, 하지만, 형씨." "됐으니까 빨리 내와!" "아, 알았어." "아홉 그릇째!" 앞으로 한입이면 아홉 그릇째가 끝난다. 란타는 스스로를 가속시켰다. 자기로서는 스피드업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좀처럼 면이 줄어들지 않는다. 손이 멈춘다. 토해 버리고 싶은 검은 충동이 엄습한다. 숨을 쉴수가 없다. 질식해버릴 것 같다. 문득 깨달았다. 주변이 술렁이고 있다. 둘러보니, 장인이며 의용병이며 온갖 사람들이 란타를 먼발치에서 에워싸고 있다. 뭐야? 이쪽을 힐끔힐끔 보면서. 뭐 어쨌다고? "어이, 저 녀석, 다음이 열 그릇째야?" "우와 진짜야?"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보통 이게 가능해?," "나는 무리야." "대단해." "그보다, 위험한 거 아니야?" "하지만, 이제 슬슬 힘든 것같은데." "그렇지." "그야 그렇지. 열 그릇은 좀. 힘들겠지. 아무리 생각해도. 열 그릇은. 힘들다고." "과 연 힘들지." "열 그릇은." "흠." 란타는 코웃음 쳤다. 이물감이 느껴진다. 콧구멍에 뭔가 걸려 있나? 손가락을 쑤셔 박아 꺼내 봤더니 소르조 면이었다. 버릴까 하다가, 파트너라면 그러지는 않겠지. 란타는 자기 콧구멍에서 발굴한 면 조각을 입에 던져 넣었다. "어이, 잘 봐라, 너희들. 열 그릇 따위는 말이야, 나에게는 넘을 수 없는 벽도 아무것도 아니 야. 여유라고. 이 정도쯤." 가자. 기합을 다시 넣고, 란타는 아홉 그릇째를 단숨에 다 먹어치웠다. 열 그릇째가 온다. 현기증이 났지만, 별일 아니다. "으랴아아아아아!" 란타는 일어서서 그릇에 입을 대고 엄청나게 뜨거운 면을 국물과 함께 배 속으로 마구마구 흘 려보냈다. 구경꾼들이 환성을 질렀다. 그 환성에 고무되었다고나 할까, 부추겨져 란타는 불과 수십 초 만에 열 그릇째를 해치웠다. 면이며 건더기뿐만 아니라 국물까지 다 마셨다. "어떠냐? 으랴앗! 주인장, 다음, 다음!"
19 "알았어!" "우오오오오!" "해냈다!" "엄청난데, 저 녀석! "황당해!" "좀 더 먹어봐!" "갈수 있는 데까지 가 봐!" "먹어라!" "해내라!" "당연하지!" 란타는 가운멧손가락을 세웠다. "나는 란타! 이나 님의 이름을 불러봐!" "란타!" "란타!" "좋다, 란타!" "란타!" "란타!" "주인장, 빨리 줘!" "예입! 한 그릇 나왔습니다!" "우왓핫핫핫핫! 열한 그릇째다!" 란타는 웃으면서 열한 그릇째의 소르조에 덤벼들었다. 한순간, 왜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거 지? 라고 생각했으나, 왜건 뭐건 그런거 없다. 먹어라. 먹는 거다. 보고 있나? 파트너. 이런 일밖에 못 하지만. "푸홋!" 란타는 갑자기 사레들리고 말았다. 코에서 면이 팟 튀어나와 구경꾼들이 폭소한다. 화가 폭 발할 것 같았지만, 란타는 반대로 크게 웃었다. 도대체 어디까지 먹을 수 있을까? 한계까지, 쓰러져버릴 때까지 먹어주겠다. 가게, 언젠가 차릴 거니까. 파트너가 바란 대로, 소르조가 아니라, 라면 가게로 한다. 가게 이 름은 이미 정했다. 라면숍 란타&모구조, 살짝 고쳐서, 모구조&란타다. 4. 최악의 조건 이제 그만하는 게 좋지 않아? 그런 말을 들은 것 같다. 누구한테? 아마도 옆에 있는 남자다. 정체는 모른다.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 건가? 눈을 부릅뜨고 잘 보았다. 지독하게 흐릿하다. 뭐지? 이 남자는. 왜 옆자리 에 앉아 있는 건가? 영문을 모르겠다. "당신 누구?" "응? 누구냐니." "왜, 거기에 있어?" "아니, 왜긴, 같이 왔잖아. 이 가게에." "누구와?" "당신과. 메리." "왜?" "그러니까 과음했다니까." "누가?" "그야, 당신이지." "그래?" 메리는 숨을 내쉬고 컵을 들었다. 들이켜려고 했으나 텅 비었다. 가게? 여기는 가게인가?
20 무슨 가게지? 둘러본다. 아, 보아하니 술을 마시는 가게인 모양이다. 카운터 자리만 있는 비좁은 낯선, 모르는 가게 다. 카운터 너머에 있는 주인으로 보이는 남자에게 컵 을 내밀고 한 잔 더 라고 주문하려고 했더 니 옆에 앉은 남자가 손목을 붙잡았다. "이제 그만하라니까." "내버려둬." "내버려둘 수 없지. 당신, 얼마나 마셨는지 알아?" "몰라. 그래서?" "그래서가 아니야." 옆의 남자는 진저리가 난다는 듯한 태도였다. 왜 이런 낯선 남자한테서 짜증나는 눈길을 받아 야 하는 거지? 열 받는다. "그럼 됐어." 메리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휘청거려서 옆의 남자가 부축해주었으나 그 손을 뿌리쳤다. "만지지 마!" "넘어질 뻔했잖아." "괜찮잖아? 넘어지는 게 뭐가 나빠?" "괜찮지는 않지." "강요하지 마." "뭘 말이야?" "당신 생각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내 알 바가 아니야."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가? 다 상관없어. 정말로 어떻든 상관 없다. 메리는 가게를 나갔다. 정신이 들어보니 어딘가에 있었다. 어둡다. 길이다. "어라?" 석장이 없다. 깜빡 잊고 두고 나온 건가? 어디에? 짐작도 안 간다. "어이, 괜찮아?" 누구지? 아까 그 남자인가? 왜 있는 거지? 왜 쫓아오는 거지? "뭐야?" 물어보자 남자는 "엉?!" 이라며 언성을 높인다. "2차까지 내게 만들어놓고 뭐냐니, 적반하장이네." "내게만들어? 무슨 말이야?" "술값 말이야. 당신, 돈 안 냈잖아. 전부 내가 계산했어, 메리." "어떻게 내 이름을 알아?" "그야 당신한테서 들었으니까." "내가? 계산을." 잘은 모르지만 그런 걸 꼬치꼬치 따지는 걸 듣고 싶지는 않다. 메리는 돈을 꺼내려고 했다. 가진 돈을 전부 다 주면 남자도 납득 하겠지. 하지만 손이 버벅댄다. 손뿐만이 아니라 다리도. 서 있을 수가 없다. 쓰러질 뻔해서 남자에게 안기는 꼴이 되었다. "그게 아니야, 메리. 나는 돈을 내라고 하는 게 아니야."
21 "놔." "싫어." "놓으라고." 메리는 남자의 팔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밀어낼 수가 없다. 남자는 두 팔로 메리의 몸을 꽉 조인다. 얼굴이 다가온다. 메리는 남자의 턱에 손을 대고 밀어냈다. "했잖아!" "닥쳐, 망할 년! 여기까지 와서 놓을 수는 없지! 그쪽도 그럴 생각이었잖아!" "뭐?! 그럴 생각이라니?!" "속이 답답해서 나와 놀아보려고 했었던 거지?! 안다고, 그 정도는!" "놀아?" 이 남자는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의미 불명이다. 놀아? 그럴 기분이 아니다. 무슨 일이 있었 는지 이 남자는 알고 있는 걸까? 갑자기 가슴이 쑥 차가워졌다. "나 당신한테 무슨 이야기를 했어?" "영?! 뭐긴, 이름하고, 그리고 뭐, 딱히 이야기라고 할 정도는." "다행이다." 진심으로 안도했다. 이런 남자에게 뭔가를 털어놨었다면 최악이다. 술주정 이라고는 해도 그 렇다. 메리는 취했다. 그것도 보통 취한 게 아니다. 상당히, 꽤나, 엉망진창으로 취했다. 위험하다. 이 상태에 이 상황. 틀림없이 위험하다. 도망쳐야 한다. "에잇!" 메리는 힘껏 남자에게 박치기를 날렸다. 남자는 "컥" 하고 주춤 거렸으나 메리를 놓으려고는 하지 않았다. "그랬겠다! 너 이 녀석, 이제 용서해주지 않겠다아!" "앗 " 몸이 들렸다. 바닥에 발이 닿지 않는다. 메리는 필사적으로 버둥거렸다. 하지만 남자는 팔 힘 을 풀지 않는다. 어떻게 할 생각인가? 남자는 메리를 어딘가로 옮기려고 하는 것 같다. 어두워서 잘은 보이지 않지만, 좁은 골목길로 들어가려고 했다. 큰 소리로 외치려고 했더니 손으로 입을 틀어막는다. 메리는 반사적으로 남자의 손을 물었다. 남자는"웃!"하고 신음하더니 메리를 내동댕이쳤다. 메리는 허리를 땅에 부딪치고, 뒤통수를 어딘 가에 부딪쳤다. "아파." 눈앞이 빙빙 돈다. 도망쳐야 해. 기어서 도망치려고 했는데, 팔을 붙잡고 골목으로 끌고 가더 니 억지로 눕혔다. 올라타더니 또다시 입을 막는다. 당하는 건가? 이런 장소에서, 이런 놈에게. 싫다. 농담이 아니야. 메리는 무릎으로 남자의 다리 사이에 킥을 날렸다. "에잇!" "아웃 제, 젠장! 이 녀석!" 맞았다. 얼굴을, 주먹으로. 한순간 의식이 날아갔다. 정신이 들어보니 신관복이 벗겨지려고 했다.
22 틀렸는지도 몰라. 메리는 생각했다. 이건 벌인지도 몰라. 왜냐하면, 죽게 해버렸다. 또 동료를 죽게 했다. 신관인데. 동료의 목숨을 지켜야 하는데도. 할 수 없었다. 메리는 최선을 다하는 것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실수를 했다. 그야말로 치명적인 실수를. 프로텍션(빛의 수호).초급에서 벗어나 중급에 들어선 신관에게 있어서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할 수도 있는, 신체능력과 저항력, 자연 치유력을 높이는 광마법. 특히 전투 중에 프로텍션이 소진되는 일은 있어서는 안된다. 아주 작은 차이가 생사를 가른다. 전투 장소에서는 그런 일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때문에 효과가 지속되는 약 30분이 지 나 면 곧바로 프로텍션을 다시 건다. 신관이라면 반드시 명심해둬야 한다. 그것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제 그만 체념해!" 남자가 야비한 웃음소리를 내며 신관복을 잡아당겼다. 이음새가 뜯어지는 소리가 났다. "설마 처음은 아니겠지? 당신도 즐기는 편이 좋을 거야!" "아니, 즐길 수야 없지." 불쑥 다른 남자의 목소리가 끼어들어서 저질남이 돌아보았다. "어?" "미안하지만 나는 봐주는 거 없다?" "이건." "으라아!" 저질남이 엎어졌다. 메리는 밑에 깔렸으나 새로 등장한 남자가 곧바로 저질남을 옆으로 밀어 내 치워준다. "어?" 뭐가 어째서 어떻게 된 건가? 아무래도 도움을 받은 모양인데, 어째서? 누가? "괜찮아? 일어설 수 있어요?" 그렇게 묻더니 메리가 잠자코 있자 저질남에게서 구해준 그 남자는 한숨을 쉬며 머리를 긁적 였다. "뭐랄까 수상한 사람은 아니야. 옷은 괜찮습니까?" 유난히 퉁명스러운 말투다. 하지만 위험한 상황에서 구해주었다. 그것은 틀림없다. 이 남자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뭐, 당했겠지. 메리는 몸을 일으키고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신관복 소매가 뜯어졌다. 더러워지기 도 했겠지만 그 이외는 문제없는 것 같다. "미안합니다. 고마워요." "응. 아. 괜찮다면, 뭐 상관없는데." 골목은 어두워서 남자의 얼굴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뭔가 목소리 일까? 왠지 들 은 적이 있는 것 같은. 그리고 체격. 남자는 상당히 키가 크다. 메리는 이 남자를 알고 있는
23 걸까? "저기." 남자는 반걸음 정도 뒤로 물러섰다. "말 안 할게. 이 일은. 아무에게도. 그러는 편이 좋겠지, 역시." 이 남자도 아마 메리를 알고 있다. 그런 말투다. "당신은?" "나? 아아. 나는 쿠자크라고 하는데. 이름을 말해도." 확실히 쿠자크라는 이름은 아는 사람 중에는 없다. 메리가 일어서자 쿠자크는 더욱 뒤로 물러 섰다. 메리에게서 일정한 거리를 두려고 하는 모양이다. 나는 아무 짓도 하지 않는다. 그렇게 어필 하는 걸까? 메리는 저질남을 내려다보았다. 쿠자크에게 맞았는지, 발로 차였는지 정신을 잃은 것 같다. 한 발이나 두 발쯤 걷어차줘도 좋겠지만, 관뒀다. 골목에서 나왔다. 쿠자크가 좀 떨어진 곳에 있다. 달빛 덕분에 아까보다는 얼굴이 보였다. 그 제야 알았다. " 데드 헤드에서 같은 녹람대였던." "아. 혹시 기억해?" "하지만." "죽을 뻔했지만." 쿠자크는 고개를 숙였다. " 죽지 않았어. 누군가가 치료해줘서, 정신이 들어보니 나 혼자 남은. 그런 상황." "그렇구나." "저기." "뭐?" "미안. 좀 더 일찍 도와줄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실은, 봤어. 당신이 나가는 것. 가게에서. 왠지 마음에 걸려서, 쫓아와봤는데. 그랬더니." " 지독했었지? 나." "이니야. 별로. 그렇지는. 나도 마셨으니까." "쿠자크 군." 메리는 고개를 숙였다. " 다시 한 번 사과할게. 미안합니다. 그리고 고마워요." 쿠자크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간신히 "네 " 라고만 짧게 대답했다. "안녕." 메리는 고개를 들고 빠른 걸음으로 쿠자크 옆을 지나쳤다. 당연 하지만 취기는 아직 가시지 않았다. 구역질이 났다. 얼마나 마신 건지. 전혀 기억이 안 난다. 과음했다. 필름이 끊길 정도로 마시다니, 태어나서 처음한 경험이다. 영문을 모르는 사이에 엉망진창으로 당해버리는게 차라리 나았을 텐데. 그랬다면 조금은 속이 후련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고 싶어서 퍼붓 듯이 술을 들이킨건지 도 모른다. 저런 쓰레기 같은 남자가 옆에 와도 내쫓지 않았던 건지도 모른다. 쿠자크는 방해를 한 것이다. 쓸데없는 짓을 해주었다. 하지만, 정말로 그 저질남에게 당했었다 면. 생각만 해도 오한이 든다. 기분 나쁘다.
24 남을 만지는 것도, 누가 날 만지는 것도 원래부터 고역이다. 꽤 많이 만지게 했다. 몸을 더듬 었다. 최악이다. 모든게 다 최악이다. 참기 힘든 구역질이 엄습해 메리는 발을 멈췄다. 토하고 싶다. 하지만 토한 적은 없다. 토할 수가 없다. 쪼그리고 앉았다. 괴롭다. 죽고 싶다. 죽어버리고 싶다. 실제로 죽어버린 사람도 있는데.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씩이나 동료를 죽게 만든 무능한 신관이, 죽고 싶다, 죽어버리고 싶다니. 그런 생각을 하다니. "최악인 건, 나야." 5. 이 고락써니 한밤중이라는 사실은 틀림없지만 지금 몇 시인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이미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여기에 있다. 오르타나 북구 화원 거리. 왜 화원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건지 하루히로는 모르지만, 어쩌면 옛날에 화단이나 그와 유사한 것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시장에서부터 뻗어 있는 화원 거리와 뒷골목 양옆에는 여관이 죽 늘어서 있다. 거리 입구 부 근에는 임시 체류자용이라는 취지의 숙소가 위용을 자랑한다. 그 일대를 빠져나가면 고만고만 한 보통 여관들. 고만고만한 여관을 지나 남루한 숙소가 모여 있는 부근, 말하자면 변두리다. 하루히로 일행은 화원 거리에서부터 뒷골목으로 들어가서 바로 멈췄다. 뭐 그런대로 보통의, 나쁘지 않은 숙소 앞에 있다. 처음엔 서 있었으나 지금은 숙소 외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다. 하루히로는. 일행은 아직 서 있다. 서로 입을 다물고 있다. 마지막으로 말을 한 건 언제였더라? 꽤나 오래전 같은 느낌이 든다. 그때 무슨 말을 했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하루히로도, 일행도, 자기 쪽에서 먼저 나불거리 며 수다를 떠는 편이 아니다. 말수가 적다고나 할까, 수동적이라고나 할까. 등을 구부리고, 한쪽 무릎을 안고, 그러니까 라고, 하루히로는 생각한다. 별로 잘 맞지 않는 거지, 아마도. 하루히로도, 상대방도 밀지도, 당기지도 않아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대화가 시작되지 않는다. 어색하다. 뭐든 좋으니 상대방이 먼저 입을 열어주면 나도 애써 응할 텐데. 분명, 일행도 그렇 게 생각하고 있겠지. 왜 계속 아무 말 안 해? 뭔가 말해봐. 그런 식으로. 좋았어. 알았다. 할게. 해줄게. 해주겠어. "저 그러니까 시호루?" "어 응?" "피곤하지 않아?" "괜찮아." "그래." "응" 끝나버리고 말았다.
25 기력을 쥐어짜서 시도한 대화가, 순식간에. 뭐야? 그게. 그건 아니지. 좀 더 노력하자고. 커뮤니케이션 말이 야, 커뮤니케이션. 중요한 거 지, 역시. 무엇보다, 왜 시호루와 둘이서 있는 걸까? 아니, 이유라고나 할까, 경위는 명확하다. 수속인 지, 배분 몫인지 그건으로 메리와 연락을 취할 필요가 있었다. 란타는 믿을 수 없게도 과식을 해서 움직일 수 없다고 하고, 유메는 뭔지 모르지만 "흐물흐물 이라서 안돼" 라고 한다. 그래서 컨디션에 문제가 없고 메리가 지내는 곳을 아는 시호루와 함께 숙사를 나왔다. 메리는 분명히 여성 손님 전용의 임대 숙소를 빌렸다고 들어서 하루히로 혼자서 찾아갈 수는 없었다. 그 점에서는 시호루가 따라와줘서 다행이다. 어디까지나 그점뿐이다. 별로 시호루가 싫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하지만 둘이서 행동하는 상대로서는 꽤나 거북하다. 조합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루히로와 시호루는 맞지 않는다. 그런 뜻이다. 즉, 궁합이 나쁘다. 시호루도 하루히로와 비슷하게 느끼고 있겠지. 하루히로도 궁합이 나빠, 그러니까 어쩔 수 없 어, 이대로도 좋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시호루쪽에서도 조금 더 다가와줘도 좋을 텐데. 이곳에 와보니 메리는 없고, 셰리의 주점에도 가보고, 거기에도 없고 여기로 돌아와서 지금까지 시호루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하루히로가 뭔가 물어보면 한두 마디로 대답한다. 그것뿐이다. 괜찮은 거야? 이런 거. "휴."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쉬고 말았다. 나쁜 인상을준 것일까? 단, 결과적으로는 그것이 계기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 나" 라고 시호루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루히로는 시호루를 올려다보았다. 시호루는 자기 어깨를 감싸 안고 살짝 떨고 있었다. "나 있잖아. 이런 말, 하면 너무한다고 생각하겠지만 꽤 아무렇지 않아." "아무렇지 않다니?" "다른 사람들과는 달라. 다른 사람들만큼 충격을 받지 않았다 고나 할까." "그 래?" "너무하지? 너무한다고 생각해. 내가 생각해도. 어느 쪽인가 하면 모구조군이 죽어버린 일 보다 모구조 군이 죽어도 그렇게 슬퍼하지 않는 그런 나 자신이 쇼크라서, 낙담하고 있 어. 난 정말 못된 인간이구나 하고." "그렇 지는." 않아, 라고 부정할 수 있을까? 모구조가 죽었는데도 충격을 받지 않는다고? 말도 안돼. 왜냐하면, 동료다. 말 그대로 생사고락을 함께했다. 모구조는 소중한, 너무나 소중한 동료고, 파티의 축이었다. 왜 충격이 아니라는 거야? 하지만 시호루 본인도 당혹스러운 모양이다. 가슴이 찢어질 정 도로, 얼굴이 눈물범벅이 될 정도의 슬픔을, 상실감을 맛봐도 당연 한데, 그러지 않는 자신을 이상하다고 느끼고 있다. 그런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어서 괴로워하고 있는 것 같다. 아, 그렇구나. 마나토 때문이다. 이것은 하루히로의 추측에 지나지 않지만, 분명 마나토건이 있었으니까. 시호루는 아마도 마나토를 사랑했을 거다. 너무나 좋아서 견딜 수 없을 정도였던 마나토가 죽 었다. 시호루는 누구보다도 괴로웠을 것이다.
26 물론, 모구조가 죽어 시호루도 타격을 입었겠지만, 그때만큼은 아니다. 고통에는 익숙해진다. 익숙해지고 싶지 않아도, 자연히 익숙해 져버린다. 그러지 않으면 살아갈 수가 없으니까. 살아 있으면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니까. 이런 일의 반복이니까. 그때마다 휘청거리고 재기할 수 없다면 도저히 살아갈 수가 없다. 현재 현실적으로, 하루히로는 이제 모구조를 잃은 직후처럼 망연자실하고 있지는 않다. 좀처 럼 잘되지는 않지만 앞을 바라보려고 한다. 모두가 앞을 보고 나아가길 바라고 있다. 그러지 않으면 모구조도 마음 편히 갈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식으로, 죽은 동료를 이 용해서 살아갈 힘으로 바꾸려고까지 한다. 하루히로는 살아가려고 한다. 비겁하고 교활하고 꿋꿋하게, 살고 싶어한다. 시호루도 그런 것이겠지. 마나토의 죽음이 시호루를 강하게 만든 것이다. 강해졌기 때문에 시 호루는 살아가려고 하는 것이다. "시호루는, 너무한 게 아니야. 못된 인간 같은 게 아니야. 시호루 가 함께 와줘서 다행이야. 시호루가 있어줘서. 나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 시호루는 무슨 말을 하려고 했으나 다시 입을 다물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어깨가 아직 바들바 들 떨리고 있다. 눈물을 참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잠시 시간이 지나고 나서 시호루는 코를 한번 홀쩍이더니, "하루히로 군이 있어서 다행이야. 나도 그렇게 생각해." "아니, 뭐 응. 없는 편이 낫다는 것보다는." 하루히로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왠지 굉장히 부끄럽다. 멋쩍어하는 자신에게 죄책감을 느낀다. 솔직히 밥을 먹어도, 물을 마셔도, 푹 자도 모구조에게 사과하고 싶어진다. 사과해봤 자 별 도리가 없지만. 언젠가는 가슴을 따끔따끔 찌르는 이 아픔도 흐릿해지고 사라져 버리겠지. 고통에는 익숙해진다. 살고 싶어서, 살기 위해서 익숙해지니까, 살아갈 수 있다. "메리가 늦네. 어디 간거지?" "결국 나, 메리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 글쎄." "그렇지. 하지만 나는 남자고. 친해지라고 해도 좀.
27
28 "동성이라고 해서 꼭 친해질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 "그런 거야?" "나 성격이 이러니까. 유메처럼 밝았다면 달랐겠지만." "음. 밝으면 다 되는 것도 아니잖아? 아니, 유메는 누구와도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은 들지만. 상대가 란타 같은 녀석만 아니라면." "란타군은 예외인지도." "그 녀석 얼간이야. 진짜로. 뭐냐고. 과식을 하다니. 영문을 모르겠어." "소르조를 먹은 거 아닐까?" "응?" "아마 짐작이지만 모구조 군 몫까지, 먹으려고 했던걸까 하고 " "아." 하루히로는 머리카락을 마구 헝클어뜨렸다. 그런가. 그거였나.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나에겐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수밖에 없었다. 란타 나름대로의 애 도였다는 건가? 하루히로는 아주 약간 웃었다. 가슴속이, 삐걱거린다. "역시 시호루는 못된 인간이 아니야. 사람의 마음을 이해한다는건, 대단한 거야." 시호루는 고개를 가로 젓는다. 그리고 쪼그리고 앉아서, "메리는 " 이라고 목소리를 쥐어짜듯 이 말했다. "누구보다도 후회하고 괴로워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신관이니까." 하루히로는 끄덕였다. 그 정도의 일은 하루히로도 일단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야 두 번째고. 메리는 한 번 동료를, 동료들을 잃었었다. 그래서 자책감에 휩싸여 메리는 옛날의 메리가 아 니게 되어버렸다고 한다. 하루히로네와 팀을 짜게 되어 이제야 가끔씩 웃는 얼굴을 보여 주게는 되었다. 그러자마자 라고 말해도 되겠지. 또다시 동료를 잃었다. 게다가 메리는 신관이다. 상처를 치료하는 광마법 사용자로, 파티의 생명선인 것이다. 사정을 불문하고 그것은 동료의 목숨에 책임을 지는 입장 이라는 말이다. 전부 내 탓이다, 내 잘못이다.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도 어쩔 수가 없다. 주제넘은 말인지도 모르나 하루히로가 지금 제일 걱정하는 것은 메리다. "이상한 생각을 하지 않으면 좋으련만." 입 밖에 내고 보니 더욱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발소리가 들려 그쪽으로 시선을 옮겼더니 하얀 옷을 입은 사람이 보였을 때는 엄청나 게 안도했다. "메리." " 어째서?" 메리는 거기까지 말하더니 발길을 돌렸다. " 어? 잠깐만, 메리, 도망치지?!" "하, 하루히로 군. 쫓아가야지!" "앗, 응!" 메리의 발이 빠르지 않아서 다행이다. 라고나 할까, 메리의 발걸 음은 상당히 위태로워서 달 린다기보다는 고꾸라질 것처럼 간신히 전진하는 것 같은 자세였다. 붙잡자 곧바로 손을 뿌리치기는 했으나 메리는 이제 도망치려고는 하지 않았다. 도망치려고 해도 도망칠 수 없는 건지도 모른다. 메리는 하루히로에게서 등을 돌리고 무너지는 것처럼 주 저앉아버렸다.
29 " 뭐? 무슨 용건?" "용건 은 있긴 한데. 그보다 메리. 술 마셨어?" "안돼?" "아니, 안 되는 건 아니지만." "내버려둬. 나를." "내버려둘 수 없어." 시호루는 그렇게 말하더니 메리 옆에 쪼그 리고 앉았다. "그럴 수는 없어." "어째서?" "마음에 걸리니까. 메리의 그런 모습을 보고 모르는 척 할 수는 없어." "보이고 싶지 않았어. 이런 모습. 왜 여기 있는 거야?" "우리는 메리를, 만나러 왔어." "나는 만나고 싶지, 않아." "우리는 그렇지 않아." "만나고 싶지 않았다고!" 혀는 제대로 돌아가지만 메리는 상당히 취한 상태였다. 그야 보이고 싶지 않겠지. 당연하다. 하루히로도 이런 메리는 보고 싶지 않다. 보지 않는 편이 좋았는지도 몰라. 하지만 보고 말았 다. 이제 와서 안 본 걸로 칠 수는 없다. "메리." " 뭐야?" "아침 8시에 북문 앞. 좀 무리일 것 같네. 그 상태로는." 하루히로는 기다려보았다. 메리는 아무리 기다려도 대답을 하지 않는다. 간다고도, 안 간다고 도 말하지 않는다. 대신에 일어서서 걷기 시작했다. 숙소로 돌아갈 생각인 모양이다. 시호루가 메리 뒤를 따라가려고 했다. 하루히로는 시호루를 말리고 메리의 뒷모습을 향해 말 했다. "우리는, 끝나지 않았어. 멈춰서도 괜찮지만, 그래도 앞으로 나가는 수밖에 없어." 메리는 한 마디도 대답하지 않고 숙소로 들어갔다. 6.뒤뚝거리면서 다음 날 아침이랄까, 그날 아침은 시각 종 한 번 울릴 때까지, 즉,1시까지 기다려봤으나 메리 는 북문앞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 다음 날도 두 시간을 기다렸지만 메리는 오지 않았다. 란타가 메리의 숙소로 돌격해야 한 다고 소리 높여 주장했고 하루히로와 시호루가 강하게 반대했다. 유메는 아직 흐물흐물이 었지만 다소는 나아졌다. 그리고 3일째. 8시의 종이 울리기 시작하기 전에 하루히로 일행은 북문 앞에 도착했다. "오."
30 란타가 목소리를 냈다. "흡." 시호루는 조용히 숨을 들이켰다. 유메는 "우냥" 이라고 말했다. 하루히로는 아주 살짝 웃고 입을 손으로 가렸다. 아직 웃을때마다 가슴이 묵직하게 아프다. 신관복을 입은 여자 한 명이 손에 든 쇼트 스태프에 몸을 기대는 것처럼 북문 앞 구석 쪽에 서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발가락 개수라도 세는 것 같았다.그녀는 키가 작은 편이 아니다. 그런데도 아주 작아 보인다. "메리." 하루히로가 부르자 메리는 고개를 들고 이쪽을 보았다. 곧바로 다시 고개를 숙여버렸으나, 어 쩌면 끄덕이려고 한건지도 모르겠다. 어느 쪽이든 상관없나. 그렇다. 어느 쪽이든 좋다. 메리는 왔다. 강요하지는 않았다. 애원한 것도 아니다. 메리는 자 기 의사로 와주었다. 하루히로 일행은 메리 곁으로 갔다. 시호루가 먼저 메리에게 다 가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살 며시 손을 잡았다. 메리는 거부하지 않았다. 유메는 갑자기 메리를 와락 껴안았다. "꺅?!" 메리는 허를 찔린 것 같았다. 하긴 하루히로도 깜짝 놀랐으니 그야 놀라겠지. "미안해, 메리." 유메는 메리를 꼭 껴안고는 사람을 따르는 고양이처럼 그 뺨이며 목에 자기 얼굴을 비볐다. "진짜, 미안." "어 뭐, 뭐가?" "혼자 있게 해서 미안. 유메는 시호루가 있어주었는데. 메리는 혼자였잖아. 이럴 때에. 미안해. 이제 혼자 두지 않을 테니까, 용서해줘. 유메가 메리 곁에 있을 거니까." "나 는." 메리는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처음에는 그저 당황스러워하는 것 뿐인가보다 라고 하루히로는 생각했다. 그런데 보아하니 그게 아닌 모양이다. 메리의 얼굴이 엄청난 속도로 홍조를 띠기 시작했다. 이젠 귀까지 빨개졌다. 메리는 이를 악 물었다. 참는것 같다. 애써 참는다. 혹시나 울어버릴 것 같아서? "나 는 " "괜찮아. 메리가 뭐라고 말해도. 유메는 결정했당께. 메리를 이제 혼자 두지 않기로. 유메, 이 제부터 메리랑 같은 숙소에서 지낼 거야. 그러기로 정했걸랑. 시호루도 함께." 하루히로는 시호루를 보았다. "그랬어?" "어쩌다 보니?" 시호루는 쓴웃음과 당혹감의 중간 정도에 위치할 듯한, 그야말로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이야기를 어젯밤에 한 것 같은 느낌도 들어. 막연하게." "막연하게라고." "칫."
31 란타가 엄지로 코를 문질렀다. "그렇게 된 거면 어쩔 수 없지. 그렇다면 나도 메리와 같은 숙소에 방을 빌릴까." "그건 무리." 메리는 돌변해서 차가운 눈길로 란타를 향했다. "내가 묵고 있는 숙소는 기본적으로 남자 금지니까.
32
33 "뭐, 뒷이?! 그, 그걸 어떻게 좀! 그보다, 기본적으로라는 건 예외가 있다는 뜻이지?! 나는 존재 자체부터가 특별하니까 예외 취급해야지, 당연히!" "예외는 어린아이뿐. 부모자식 간이라면 괜찮다는 거야." "좋았어! 그럼 나는 오늘부터 메리, 네 아이가 되어주지! 친자식이라면 좀 그러니까, 양자야, 양자! 어때? 이걸로 문제없지?!" "문제투성이인데." "시끄러워, 하루히롯! 너 따위가 판단할 일이 아니야! 따라서 메리. 오늘부터 너는 우리 엄마 다! 잘 부탁해, 엄마!" 메리는 유메의 등을 쓰다듬어주면서 한숨을 쉬었다. "도로 가버릴까?" "안 돼!" 유메는 메리를 껴안은 두팔에 힘을 주었다. "메리, 가지마! 바보 란타가 하는 말은 손톱만큼도 신경 쓸 필요 없으니까! 란타는 어차피 멍 청이 맹추 맹꽁맹꽁이니까!" "누가 멍청이야? 절벽 주제에!" "절벽이라고 하지마!" "사실 절벽이니까 어쩔 수 없지!" "란타는 유메보다도 훠얼씬 더 절벽이잖아요" "나는 남자라고! 원래부터 가슴 크기로는 승부할 수가 없다고!" "그럼 뭐의 크기로 승부하는 거야?!" "엉?! 그야." 란타는 자기 다리 사이로 시선을 떨어뜨리더니 하루히로를 힐끔 보았다. "그렇지?" "그렇지? 라고 나한테 물어봤자." "우엥?" 유메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메리는 유메의 품안에서 답답한 듯 몸을 꼼지락거렸다. "가버리지 않을 테니까 우선, 좀 놔줬으면." "우냥?! 답답했어?! 미안해. 유메, 꽤 힘세니까. 팔 같은 데 요즘 울퉁불퉁해져서 조만간 식스 팩 생길지도 모른다고 시호루와 이야기했거든. 그랬더니 말이지, 시호루가, 가슴 근육이 발달 하면 가슴도 커질지도 모른대." "유 유메. 그런 이야기는 안 해도 되니까." "앵? 왜?" "남자 앞에서 할 이야기가 아니고." "그런 거야?" "핫." 란타는 코웃음 쳤다." 델리커시가 없다고, 유메. 너는!" "텔레파시 같은 건 유메뿐만 아니라 란타도 못 쓰잖아!" "그걸 누가 써? 멍청아! 그보다, 텔레파시가 아니라 델리커시다, 섬세함!" 정말이지, 떠들썩하다고나 할까, 뭐라고 할까. 하루히로는 목덜미를 긁적였다. 뭐, 그래도 란
34 타와 유메 덕분에 제법 분위기가 편해졌다. 하루히로는 먼저 메리에게 사무적 인 이야기를 하고 나중에 수속을 위해 다 함께 의용병단 사 무소에 가기로 정했다. 그리고 60골드의 군표를 요로즈 위탁상회에서 환금해서 똑같이 나눠야 한다. 더 초퍼(식칼검)도 맡기는 편이 좋겠지. " 그래서, 이제부터 어떻게 할지, 그 문제인데." 하루히로는 가급적 가벼운 말투로 하려고 유의했다. 안 그래도 그들이 직면한 현실은 무거워 서 모두가 짓눌려버릴 것 같다. 더 이상 무겁게 만들 필요는 없다. "나 나름대로 여러 가지로 생각해봤는데. 우선 다무로에 가보는 건 어떨까 해." "우오." 유메는 콧김을 내뿜는다. "고블이 사냥 말이지?" "햇." 란타는 얼굴을 찡그리고 팔짱을 꼈다. "지금의 우리 상대 로서는 좀 부족하지만." "그게 아니라 우리가 부족한 게." "응? 무슨 말 했어? 시호루." "아무것도 아니야. 신경 쓰지마. 바보한테 듣는 약은 없으 니까." "어아 지금 그 말은 똑똑하게 들렸는데?" "다무로." 메리는 눈을 내리깔았다. "우리 원래 고블린 슬레이어잖아." 하루히로는 농담처럼 말해봤으나 메리의 표정은 밝아지지 않았다. 갑자기는 무리다. 시간이 걸린다. 한 걸음, 한 걸음씩이야. 초조해봤자 소용없어. "최근 사이린 광산에 다녔으니까 코볼트에 익숙해졌지만, 거기는 결국 3층 부근까지는 내려가 야 하잖아. 역시 리스크가 있다고 봐. 다음으로 구시가는 일시 경계태세였다가 이제 해제된 느낌이라고 하고, 거의 구석구석 잘 알고있어. 장소를 확실하게 골라서 무리 하지만 않으면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 "여전히 사고방식이 소극적이로군, 하루히로. 너는 말이야." 란타는 어깻짓을 했다. "뭐, 괜찮지 않아? 우선적인 아이디어로서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란타군이 불평을 하지 않다니."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시호루.원래 나는 시시비비의 남자라고. 좋은 건 좋다! 안되는 건 안된다! 하고 싶은 말은 한다! 하고 싶은 일은 한다! 말하자면, 사나이 중의 사나이라 이거 다!" "네, 네." "하루히롯! 개칭 파레피루롯! 흘려 넘기려고 하지 마!" "차라리 너 자체를 어딘가로 흘려버리고 싶을 정도인데." "그렇게 나왔다 이거지! 해봐! 해보라고! 이 나를 홀려버릴 수 있다면 홀려버려 보라고, 젠장!" "아니, 됐다. 귀찮으니까." "바보." 란타는 몸을 일직선으로 곳곳이 세워 펄쩍 뛰었다. 기묘한 동작으로 웃음을 이끌어내려고 했
35 던 건지도 모르나, 당연하지만 아무도 키득 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란타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몇 번이나 반복했다. "바봉. 바봉. 바봉." 몇 번을 해도 반응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흥이 식을 뿐인 데도, 용케도 좌절하지 않는 구나. 란타는 바봉 점프에 이상한 표정까지 추가하기 시작했다. "휴." 유메가 완전히 어이가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메리는 왠지 이제 측은한 눈길로 란타를 본다. 시호루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기분 나빠." "바봉. 바봉. 바봉. 바봉. 바봉." 란타는 기쁜 것 같다. 기분 나빠하는 반응에 기뻐하다니, 마조히스트인가? 어쨌든 오늘의 시 호루는 란타에게 딴지를 잘 건다. 시호루 나름대로 생각하고 의도적으로 그러는 건지도 모르 겠다. 하루히로는 란타를 무시하고 유메, 시호루, 메리를 둘러보았다. "달리 의견 같은 게 있다면." "유메는 오케이." "나도 그걸로 좋다고 생각해." "나도." 메리는 가슴에 손을 대고 살짝 숨을 내쉬었다. " 그걸로 좋아." 전과 똑같이는 되지 않는다. 당연하다. 그들은 잃어서는 안 될 것을 잃어버렸다. 모구조 대신 은 없다. 아무데도 없다. 있을 리가 없다. 그들 안에, 그리고 그들 사이에 뚫린, 커다란, 너무나 커다란 구멍을 뭔가로 메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좋은 건가? 지금의 하루히로는 모른다. 하지만, 모르면 모르는 대로도 괜찮지는 않을 것이다. 모른다면 구 하고, 찾고 발견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루히로는 끄덕였다. "가자." 7.메달릴 수 없는 과거의 영광 찾는 거다. 어떻게 해서든 발견하는 거다. 이 상황에서 현재의 우리들로도 어떻게든 할 수 있는 방식을. 처음부터 잘될 거라는 생각은 물론 손톱만큼도 없다.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닐 것이다. 그렇긴 해도 이 정도일 줄은. "웃! 란타! 떨어지지 말라니까!" 하루히로는 스와트(파리채)로 고블린 A의 공격을 피하면서 전황을 파악하려고 했다. 고블린 A는 가죽 투구와 체인 메일과 다소 짧은 검과 작은 방패로 무장했으나, 오크처럼 몸집 이 크고 일격 일격이 무거운 것은 아니다. 1대1이라도 그리 힘겹지는 않지만, 문제는 란타다.
36 "별로 떨어져 있지 않잖아!" 란타는 그렇게 말하자마자 "이그저스트(배출계)!"로 급 후퇴했다. 고블린B가 빨려 들어가듯이 란타를 쫓는다. 란타는 곧바로 롱소드로 찔렀다. "으럇! 어보이드(기피 찌르기)!" 그러나 다소 체격이 좋고 중무장한 고블린B는 종이 한장 차이로 란타의 롱소드를 피했다. 피 했다기보다, 롱소드는 갑옷의 목과 어깨 중간쯤을 휙 스쳤는데, 그 정도로는 별반 타격을 주 지 못한다. 고블린 B는 겁먹지 않고 거리를 좁힌다. 란타는 고블린 표의 검에 롱소드를 맞부딪치고는, "리젝트(분노의 떨치기)!" 곧바로 떨쳐내서 물러서게 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번쩍! 끝낸다! 해이트리드(증오 베기)으으!" 힘껏 내딛으며 쏟아낸 혼신의 공격은 고블린 B의 왼쪽 어깨에 정확히 명중은 했다. 그러나 부 족하다. 갑옷이다. 란타의 롱소드는 갑옷을 찌그러뜨릴 뿐, 찢지는 못했다. "억지스럽다니까!" 하루히로가 고블린 A의 검을 받아넘기면서 질책하자 란타는 "시끄러워!" 라고 소리치고는 고 블린 B에게 연속 공격을 퍼부었다. "으랴으랴으랴으랴아! 으랴으랴으랴으랴으랴으랴앗!" 고블린 B는 주춤거렸지만 간신히 막아내고 있다. 그렇게 볼 수도 있다. 그래서 힘으로 밀어붙 이는 건 무리라니까. 알고 있는 거냐? 란타. "너는." 모구조가 아니니까. 하루히로는 그렇게 말하려다가 그 말이 튀어나오기 직전에 도로 삼켰다. 그것은 말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란타는 란타 나름대로 애쓰고 있다. 파티의 방패역을 떠맡으려고 제일 먼저 적 한 복판으로 돌진했었다. 단, 란타는 원래 모구조처럼 듬직하게 버티고 서서 적과 맞싸우는 타입이 아니다. 애초에 암 흑기사의 전투 방식의 요점은, 기동력을 살려 상대를 농락하고 현혹시키는 데에 있다. 계속 움직이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러지 않으면 란타는 힘을 발휘할 수 없는 것이다. 란타는 다르다. 방패역이 아니다. 하루히로네 팀은 근본적으로 전술을 바꿔야 한다. 그래서? 그 새로운 전술이란? "옷." 하루히로는 고블린 A의 검을 스와트하려고 하다가 손이 미끄러졌다. 고블린 A가 파고들어온 다. 위험햇. "에잇!" 메리. 메리가 튀어나왔다. 쇼트 스태프를 고블린 A를 향해 찌른다. 고블린 A는 방패로 메리의 쇼트 스태프를 막아내고 펄쩍 뛰어 물러섰다. "딴생각?!" "미, 미안, 메리!" "집중해!" 네 라고 마음속으로 대답하면서 하루히로는 고블린 A를 공격했다. 뭐, 정확히 말하면 공격하 는 척이다. 고블린 A가 반격으로 돌아서면 곧바로 스와트로 바꾼다.
37 어떻게든 스와트에서 어레스트 (결박)로 연결시켜 고블린 A를 무력화시키고 싶지만 아무래도 성공할 거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고블린과 오크를 죽여 경사롭게도 동정을 졸업 했는데도 고블린 한 마리를 정면에서 당당히는 쓰러뜨릴 수 없는 건가? 너무 약하잖아. 알고는 있지만. 내가 약하다는 건. "옴 렐 엑트 네문 다슈!" 시호루가 마법을 사용했다. 새도 본드다. 그림자 엘리멘탈이 날아가 지면에 고착한다. 유메와 맞싸우던 고블린 C의 오른발이 그것을 밟았다. 잘한다, 시호루. 고블린 C는 당황해서 왼발로 버티고 서서 오른발을 빼려고 했으나, 그림자 엘리멘탈에 딱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는다. "후냐아!" 유메가 고블린 C에게 덤벼들어 잡초 베기와 사선 십자의 콤보 기술을 퍼부었다. 손도끼 같은 무기를 들고 있는 고블린 C도 체인 메일을 입었기 때문에 치명상은 입히지 못했다. 그렇긴 해도 헌팅 나이프로 어깨와 팔, 몸을 힘껏 맞으면 상당히 아플 것이다. 고블린 C는 마 구잡이로 손도끼를 휘둘렀다. 그야말로 발악인데, 유메는 후퇴했다. 가죽 옷만 입은 유메는 공격을 당하면 위험하다. "유메!" 부른 것만으로도 유메는 하루히로 쪽을 흘낏 보고 이해해준 모양이다. 유메가 이쪽으로 온다. 하루히로는 고블린 A의 검을 스와트 하자마자 달려갔다. 고블린 A는 하루히로를 따라오려고 했으나, 유메가 넘겨받아 막아주었다. 고블린 C는. 아직 새도 본드에 오른발이 묶여 있다. 하루히로를 보고 방향을 바꾸려고 했으 나, 늦었다. 그보다 한쪽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 상태니까 이동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방향 전환도 쉽지 않다. 그런 상대라면 당연히 등을 노리는 것도 간단하다. 하루히로는 고블린 C의 뒤로 돌아 달라붙었다. 몸을 결박하고 곧바로 대거로 고블린 C의 목 을 단숨에 베어낸다. 점프로 떨어지자 고블린 C는 무릎이 풀썩 꺾인다. 오른쪽 발이 바닥에 붙어 있어서 쓰러지려고 해도 쓰러질 수가 없는 것이다. " 으싸! 이제 한 마리!" 유메가 고블린 A, 란타는 고블린 묘악 싸우고 있다. 하루히로는 어느 쪽의 등을 노려도 된다. A나 B나. 고블린 묘는 좋아보이는 갑옷으로 무장해서 성가실 것 같으니 우선 고블린 A를 처 치할까. 달려가려고 했는데 퍽 하는 묵직한 충격이 왼쪽 옆구리에 느껴졌다. 예를 들면, 발로 차인 것 같은. "우 앗?" 그쪽을 보니 왼쪽 옆구리에 화살이 박혀 있다. 뭐야? 이거. "왜 어디에서?!" 아픔보다 놀라움 쪽이 컸다. 적어도 현시점 에서는. 하루히로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방향을 봐서 저기인가? 왼쪽의 약간 뒤쪽. 80퍼센트쯤 붕괴 한 울타리가 있다. 인간이라면 몸을 숨길 수 있을 것 같지 않으나 고블린이라면. "증원군이 있어!" "하루, 치료를!" 메리가 달려오려고 했다. "안 돼!" 하루히로는 고개를 젓고 울타리 쪽으로 향했다. "메리는 시호루를!"
38 메리가 하루히로를 광마법으로 치료하는 사이에 적은 시호루를 쏠지도 모른다. 혹은 메리에게 화살을 겨누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건 위험하다. "큭!" 뛰니까 역시 옆구리가 제법 왔다. 그래도 움직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참을 수 있는 범위다. 사실 하루히로가 혼자가서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메리에게서 치료를 받는 것은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적이라면 반드시 그 틈을 노릴 테니까. 고블린은 인간보다 체격이 작지만 결코 바보는 아니다. 하루히로는 전속력으로 울타리 뒤쪽으로 돌아갔다. 아연했다. " 없어?!" 그러자 오른쪽 방향에서 화살이 날아왔다. 반사적으로 엎드려서 피했으나 간발의 차이였다. 작은 활을든 고블린 D가 7?8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파편 더미에서 몸을 반 정도 내밀고 있 다. 고블린 D는 하루히로가 달려올 것을 예상하고 여기에서 저곳으로 이동한 것이겠지. 정말로, 진짜, 바보는 아니다. "이제 놓치지 않을 거지만!" 고블린 D는 활에 화살을 메기려고 했다. 그래도 이 거리라면 화살을 쏠 타이밍뿐만이 아니라 어디를 노릴지도 안다. 설령 날아오더라도 피할 수 있다. 그래야 했는데. 현기증이 났다. 심장이 이상하다. 격렬하게 발을 구르기라도 하는 것 같은 고동이 들린다. 엄청난 고동이다. 고블린 D가 화살을 쐈다. 하루히로는 물론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좀. 생각대로 움직일 수가 없다. 화살이 왼쪽 가슴, 어깨 근처에 박혀 하루히로는 엉덩방아를 찧었다. 우왓. 두 발이나 맞았어. "독화살이다!" 하루히로는 목소리를 쥐어짜서 외쳤다. 고블린 D가 활을 버리고 단검을 뽑아 덤벼든다. 어쩌 지? 스와트? 무리인가. 도저히 무리다. 고블린 고는 하루히로를 밀쳐 쓰러뜨리고 위에 올라탔다. 단검을 하루히로의 안면에 쑤셔 박 으려고 한다. 떨어뜨린 건지 어떻게 된 건지 하루히로는 대거를 들고 있지 않았다. 두 팔로 얼굴을 가리는 것밖에 할 수가 없다. 팔을, 손을, 고블린 D의 단검이 푹푹 찌른다. 하루히로는 필사적이다. 뭘 생각할 여유 같은 건 없을 터인데도, 아뿔싸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내가 오는게 아니었나? 유메에게 맡기는 편이 좋았을지도. 하지만 거기까지는 머리가 돌아가 지 않았고. 결과론인지도 모르고. 결과. 이것이 결과인가? 어이없네. 실수를 저지르면 이렇게 되는 건가? 하지만 고블린에게 당 하다니. 아니, 아니, 아니. 아직 당했다고 정해진 건 아니니까. 그렇지. 그래.맞아. 고블린 D가 또 단검을 휘두른다. 하루히로는 고블린 D 의 단검을 오른팔 의 뼈로 튕겨냈다. 살을 떼어주고 뼈를 베는 게 아니라, 살을 떼어주고 뼈로 막은 것이다. "옴 렐 엑트 벨 다슈!" 어라. 마법? 시호루? 시호루다. 시호루는 고블린 D에게 지팡이를 들이대고 지근거리에서 새도 비트를 쏘았다. 우옹. 그런 특징적인 소리가 들리고, 그 직후에 고블린 D는 고꾸라졌다. 검은 해초 같은 그림자 엘리맨탈이 고블린 D의 바로 옆면에 명중한 것이다. 하루히로를 구해준 것 은 시호루뿐만이 아니었다. "하앗!" 메리가 쇼트 스태프로 고블린 D를 구타했다.
39 고블린 D는 날아갔으나, 곧바로 일어섰다. 도망친다. 자기 활도 잊지 않고 주워서 도망간다. 시호루가 고블린 D의 등에 지팡이를 향했다. "옴 렐 엑트 벨 다슈!" 다시 한 발, 새도 비트. 그러나 고블린 D는 그늘로 폴짝 뛰어 들어가 그림자 엘리멘탈을 피했 다. 장소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디무로 구시가에는 건물이나 울타리의 잔해가 여기저기에 있다. 이 근방은 비교적 많은 편이다. 왜 이곳을 사냥 장소로 선택했을까? 그것부터가 실패였 던 것 아닐까? "후 하. 후우 후우." 지독한 호흡. 누구? 나야? 하루히로 자신이다. 하루히로는 벌렁 드러누워 있었다. 하늘이 보 인다. 그리고 메리의 얼굴. 화살이 뽑힌다. 아아 아파. "우선해독을 할 테니까!" 하루히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늦지 않았을까? 죽지 않으면 좋으련만. 마치 남 일처럼 그런 생 각을 했다. "빛이여, 루미아리스의 가호 아래에 퓨리파이(정화의 빛)!" 해독. 독을 없앤다는 건가? 없어질까? 지금 그걸로 독이. 잘 모르겠다. 란타나 유메는 괜찮은 가? 도망친 고블린 D는? "하루! 정신 똑바로 차려!: 빛이여, 루미아리스의 가호 아래에 큐어 (치유)!" 정신. 정신을. 차려. 똑바로. 응. 알았어. 알았다고. 메리. 그렇지. 볼썽사납지만. 무지하게 꼴 불견이지만. 죽을 수는 없다. 죽지 않아. 죽으면, 끝이다. 나뿐만이 아니야. 동료가. 모두가. 점점 편해졌다. 마법이란, 대단해. "그쪽은 어때?!" 라고 란타가 어딘가에서 외쳤다. "없어!" 유메가 멀리서 대답했다. 뭘, 하는 거지? 두 사람은. 하루히로를 치료하고 있는 메리 옆에 시호루가 있었다. 시호루와 눈이 마주쳤다. "시호루 적은?" "도망친 건 한 마리뿐. 아직은." "그렇구나." 나머지는 처치한 건가? 란타와 유메, 시호루가 애써주었구나. 하루히로는 눈을 감고 웃었다. "뭘 하는 거지? 나." 입 밖에 내어 말하고 나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었다고 후회했다. 시호루도, 메리도 무반응 이라서 더욱 부끄러웠다. 보아하니 치료가 끝난 것 같아서 하루히로는 눈을 뜨고 일어났다. 메리에게 고맙다고 말하려 고 했는데 란타가 뛰어왔다. "이 부아보 녀석이! 왜 뒈지려고 하는 거야! 고블린 따위한테 당하지 말라고! 얼마나 얼간이 인 거야, 너는! 똥보다도 못한 코딱지 녀석!" " 되받아쳐줄 말도 없네." 그렇게까지 욕할 건 없잖아. 아니, 그래도 이번만큼은 욕을 먹어도 어쩔 수가 없나? 저질러버렸다 는 느낌이다. 게다가, 어떻게 하될이면 여기에서 저지를까? 하필 오늘 이때에 저질러버리다니. 우리 파티의 재출발이었던 것이다. 중요한 날이었다. 절대로 실패할 수 없다. 그 때문에 이곳
40 을 선택한 것이다. 다무로 구시가. 과거에 고블린 슬레이어 칭호를 얻은 토지. 반은 놀림삼아 라고나 할까, 90퍼센트의 야유와 10퍼센트의 어이없음에서 나온 칭호이긴 했으나, 그렇게 불릴 정도로 하루히로 일행은 다무로 구시가에만 열심히 다녔다. 어쩌면 하루히로 네 가 너무나 고블린을 많이 죽인 탓인지도 모른다. 고블린들의 경비가 삼엄해져서 사이린 광산으로 사냥터를 옮겼었는데, 이곳은 잘 아는 내 집 마당 같은 곳이다. 모구조라는 기둥, 아니, 큰 중심 기둥을 잃은 이 파티라도 어떻게든 되겠 지. 방심하는 마음이 있었던 건기? 있었는지도 모른다. 없었는지도 모르고. 솔직히 하루히로는 모르겠다. 냉정하게 판단할 수가 없다. "도망쳤어, 고블이가. 어떻게 하면 좋아?!" 유메가 멀리서 외치자 란타가 눈을 까뒤집는다. "이제 내버려둬! 어디로 가버렸겠지! 돌아오지 않아, 분명!" "그건 너무 안이한 생각이." "엉?! 무슨 말 했어? 시호루?!" "안이한 생각 아닐까라고 말했는데 못 들었어?" "무슨 뜻이야? 내가 생각이 얕다고 말하고 싶은 거야?" "요컨대 그런 건지도." "제법 도전적인데. 나한테 대들었으면 나름대로의 각오는 되어 있는 거겠지?" " 협박하는것 같은 말 하지마." "협박 같은 것 안 했어. 네가 건방진 소리를 하니까 좀 열 받은 것뿐이다." " 변명이 안된다고 생각하는데." "왜 내가 변명을 해야 하는 건데? 까불지 마. 아무리 마음이 넓은 나라도 한도라는 게 있으니 까. 작작 좀." "야아아아아앗!" 유메가 달려와서 란타의 머리를 콩 쥐어박았다. "아얏! 너 이 녀석, 유메! 이게 뭐 하는 짓거리야?!" "짓거리라니! 그렇게 영문 모를 소리 하지 마!" "영문 모르겠는 건 너야! 철저하게 너라고!" "시끄러워, 멍청아!" 유메는 시호루를 부둥켜안았다. "지금 시호루를 괴롭혔잖아! 란타 주제에 뭐 하는 거야? 릭이뻔다! 바보!" "괴, 괴롭히지 않았어! 의견 교환을 한 것뿐이잖아!" "어디가?" 라고 시호루가 중얼거렸다. 란타는 시호루를 노려보고는 칫 하고 혀를 찼다. "마음에 안 드는 일이 있다면 분명하게 말하라고! 열 받아, 그런 것!" 메리가 입을 열려다가 고개를 숙이고 자기 왼쪽 손목을 힐끔 본다. 거기에는 빛나는 육망성이 떠올라 있다. 프로텍션 효과가 이어지고 있는 증거다. 그러고 보니 메리는 걸핏하면 빛나는 육망성을 확인하는 것 같다. 그보다 무기가 쇼트 스태프 다. 전에 사용했던 석장은 어떻게 된 거지? 아니, 아니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지 않아? 하지만 뭘 해야 되는 거더라? 머릿속이 멍하다. 독
41 이 남아 있는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고, 부상도 메리가 치료해줬는데도. "저기." 하루히로는 고개를 흔들고 눈을 깜빡였다. "뭐지? 그러니까 내가 실수한 건 사과할 테니까. 지금은, 우선 그렇지. 아까 그 고블린, 내가 당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해. 그런 움직임을 하는 녀석은 아마 지 금까지 본 적 없고. 뭐 랄까 아 그렇지, 응, 그래. 여기 계속 있으면 위험할지도. 또 화살 로 공격당할지도 모르고. 동료를 데리고 오거나 할지도.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니까." 란타는 씁쓸한 표정으로 턱을 올렸다. "그렇다면 냉큼 일어서." "괜찮아?" 메리가 손을 잡아주었다. "응." 하루히로는 일어섰다. 서 있지 못할 정도는 아니나 역시 몸이 이상하다. 몸에 힘이 전혀 들어 가지 않고 엄청나게 나른하다. "끙?" 유메는 허리를 굽혀 하루히로의 얼굴을 들여다보더니 눈을 크게 떴다. "어라앗?! 하루 군, 엄청 안색이 나빠." 시호루도 하루히로를 쳐다보고는 눈썹을 찡그린다. "정말." "상당히 출혈이 심했으니까." 메리는 하루히로를 부축해준다. "상처는 마법으로 덮었지만 흘러나간 피까지 되돌아오는 건 아니야. 오늘은 이만." "어이, 어이, 어이, 어이, 어어이." 고블린들의 사체를 뒤지려던 란타가 파란 힘줄을 세우며 얼굴 전체를 찡그렸다." 설마 오르 타나로 돌아가자는 건 아니겠지? 아직 전혀 벌이를 못 했는데? 이렇게 돌아가면 적자잖아, 적자!" "돈은 잔뜩 있잖아!" "닥쳐, 유메! 돈은 말이다, 아무리 있어도 금방 없어지는 거라고!" " 낭비를 하니까 그렇지." "시호루우우우. 큰 가슴을 낭비하는 네 녀석이 할 말이 아니야. 주무른다, 이 녀석!" "웃!" 시호루는 자기 가슴을 두팔로 감추려는 것처럼 눌렀다. "저질." "핫하하핫. 그래봤자 난 아무렇지도 않아!" "란타, 너." 하루히로는 한숨을 쉬었다. 왠지 머리가 아프다. 모든 것이 짜증나고 정말로 진심으로 돌아가 고 싶었으나, 그래도 괜찮은 걸까? 괜찮지 않은 것 같은. "미안. 우선 좀 쉬게 해줘. 어딘가, 여기에서 떨어진 장소에서 휴식을 취하면 조금은 나아 질 것 같아. 어떻게 할지는 그 후에 정하지 않을래?" "괜찮아. 그걸로. 하지만." 란타는 하루히로에게 삿대질을 했다. "이것만큼은 말해둔다, 하루히로. 방금 건 전부 네 잘못이야. 똑똑히 자각해. 모자라지만 그래 도 너는 리더니까."
42 8.변함없는 이세계 결국 그 뒤에 고블린을 네 마리 죽여 사체를 뒤졌지만, 역시 하루히로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서 좀 일찍 오르타나로 귀환했다. 어차피 사무소에 가서 수속을 하거나 해야 하고라고 유메와 시호루가 위로해주었지만, 하루히 로는 아쉬웠다. 자기를 탓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긴 해도, 풀이 죽어 있어봤자 소용없다. 실패를 없었던 일로 칠 수는 없지만, 다행히 목숨 은 건졌으니 반성 재료로서 앞으로 도움이 되게 할 수는 있다. 아니, 그렇게 해야한다. 그래서 용건을 마치고 나서 다함께 셰리의 주점으로 갔는데, 반 성회는 초장부터 순탄치 않았 다. 란타가 투덜댔다. " 그러니까 처음에 말했지? 나는 내 방식으로 하겠다고. 무엇 보다 방패역에 맞지 않으니 내 스타일의 방패로 할 수밖에 없잖아? 방패역이라는 건 제일 앞에 나서는 거니까 뒤는 안 보이니까 너희 가 어떤 상태인지는 모른다 고. 그렇다는건, 너희가 나에게 맞추는 게 맞는 거잖아? 나, 뭐 잘못 말한 거 있어? 엉? 없지? 결국 하루히로 이 바보 녀석이 이래라저래라 하면서 나한테 잔소리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 거야. 나한테 지시하지 마. 나한테 맞춰서 주위를 움직 이라고." " 네 말도 이해는 하는데." "이해한다면 그대로 해! 이상! 이걸로 끝이지?" "끝일 리가 없잖아!" 유메는 반쯤 일어서서 테이블을 두 손으로 두드렸다. "모두 란타에게 맞추라니, 얼간이 아니야?! 그럴 수는 없잖아!" "그럴 수 없다면 그만둬! 그만둬버려!" "그만두든 말든 란타가 정할 일이 아니잖아!" "파티의 전술에 맞출 수 없다고 투덜대는 녀석은 전력 외라는 통보를 받아도 당연한 거잖아!" "유메가 아니라 란타가 나가!" "내가 없어지면 곤란한 건 너희야! 지금은 이 내가 파티의 핵이니까!" " 그 전제부터 이상하다고 보는데." "오오? 그렇게 나왔다, 시호루우우. 얌전한 척하더니 지금까지 숨겨진 큰 가슴 뒤편에 날카로 운 이빨을 숨기고 있던 마수 놈." " 이빨 같은 거 안 숨겼고 난 살찐 것뿐이고." "그렇다면 보여줘봐. 내가 확실하게 판정해주지." " 보여줄 리가 없잖아." "쳇. 째째하게 굴고 있네. 재미없는 녀석. 아 재미없어." " 란타 군을 재미있게 해주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으니까." "안다고. 그런 건. 그 정도의 말로 내가 상처 입기라도 할것 같아? 내 심장은 강철제거든? 꿈 쩍도 안한다. 아무튼 앞으로의 전술은 나. 내가 중심. 나로 시작해서 나로 끝난다. 알겠어? 그 보다, 알아먹어. 다들 나를 연구해. 나를 숙지하고 내 색깔에 물들어. 그럼 모든 것이 다 잘된 다고." " 그걸로 잘될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데."
43 "유메도 시호루에게 찬성! 메리는?" "어 아, 나는." "메리도 란타 따위에게 맞추고 싶지는 않지? 그야 란타인걸." "그건." "흥." 란타는 볼을 관 채로 고개를 옆으로 홱 돌려버렸다. "뭐든 맘대로 지껄여. 하지만 말이야. 나도 내 멋대로 하고 싶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고. 너희 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건 그걸로 상관없지만 그렇다면 대안을 내봐, 대안을. 뭔가 있다면 말해보라고. 하루히로, 넌 어때?" "대안." 하루히로는 바보처럼 중얼거리더니 도자기 컵을 두 손으로 잡았다. 컵안의 미드는 거의 줄지 않았다. "뭐. 그래. 대안 이랄까 란타에게 방패역을 시키려면 어느 정도 우리가 맞추는 수밖에 없 다는 건, 사실이라고 하면 사실이고. 물론 란타에게도 좀 더 방패답게 행동하라고나 할까, 그 점은 생각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곤란하다고 보는데. 그냥 이대로 가는건 상당히 힘든 느낌 도 들고." "분명치가 않네, 어이!" 란타는 새끼손가락으로 코딱지를 파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리더라니, 한심해서 말도 안 나온다, 진짜로. 낮에도 심했었고." "그건 내가 잘못했다니까. 사과했잖아." "오호. 적반하장입니까? 파루피롱. 이게 그 유명한 적반하장이라는 것이로군요? 이 와중에 적 반하장으로 나오다니. 반성하지 않은거지? 너." " 하고 있다니까." "글쎄. 과연 그럴지. 도저히 그렇게는 안 보이는데, 그 태도는." "그만해!" 유메는볼이 튀어나왔다. "그렇게! 명치에 피를 보내는 짓을 하면 안 되잖아! 다른 사람 기분도 좀 생각해!" "멍청아! 그런 의미라면 상처에 소금을 뿌린다 이거지!" "우옹?" "무엇보다, 어떻게 명치에 피를 보내냐고? 불가능하잖아!" "가, 가능할지도 모르잖아! 해보면!" "그럼 해봐! 지금 당장 해봐! 여기에서 해봐! 된다면 내가 엎드려 절을 할 테니까! 전라로 춤 추면서 절할 테니까, 빨리 해봐!" "끄으으으으 응." 유메는 김이 나올 정도로 얼굴이 새빨개졌다. 대안 이 라. 그래도 그렇다면 제대로 된 아이디어를 제시해야 한다. 동료 전원의 역할을 확 실하게 정하고, 이럴 때는 이렇게 한다, 이렇게 되면 이렇게 한다. 그런 식으로 어느 정도 정 해둬야 한다. 모구조가 있었을 때는 그렇게까지 세세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었다. 하루히로네는 마나토를 잃었고, 메리가 들어왔고, 거기에서부터 실전을 통해 모두가 조금씩 쌓아온 것이다. 누가 뭘 해야 할지는 잘 알고 있었다. 머리보다 몸이 기억한다. 몸에 밴 것이다. 그 대부분이 지금은 이제 통용되지 않는다. 모구조는 그저 방패역이 아니었다. 모구조는 적의 주의를 끌고, 공격을 막아내면서 적에게 쐐
44 기를 박고, 결정적인 타격을 줄 수가 있었다. 모구조는 최대의 방패이며, 동시에 최강의 공격 수이기도 했다. 말 그대로 공수의 핵이었다. 방어력도, 공격력도 아무리 생각해도 모구조가 제일이었다. 파티의 누구도 모구조에게는 견줄 수 없다. 요컨대 하루히로네는 모구조의 등에 업혀 있던 상태였다. 모구조가 할일은 너무나 많았고, 그 책임감은 무거웠다. 모구조는 약한 소리를 하는 일도, 불평 한 마디 흘리는 일도 없이 전부 도맡아주었다. 그리고 성장했다. "모구조는." 하루히로가 그 이름을 입에 올리자 동료들은 모두 숨을 멈췄다. "정말로 대단했어. 그래도. 모구조는 원래 대단해서, 그래서 순조롭게 강해진 건 아니라고 생 각해. 아니, 물론 소질은 있었겠지만, 분명 그것뿐만이 아니야. 무섭지 않을 리가 없는데도 언 제나 누구보다 앞에 있고, 위험한 적을 상대하고. 하지만 모구조는 도망치지 않았고. 아마 우 리를 위해서. 그러는 동안에 모구조는 강해진 거야. 나는 모구조에게 지나치게 의존했던 거 야." 알아챘어야 했다. 좀더 일찍. 꼭 알아챘어야 했다. 란타의 말이 맞다. 이러면서 리더라니, 정말 어이없을 정도로 한심하다. "모구조의 부담을 줄여줬어야 했어. 그러기 위해서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있었을 거야. 이미 늦 었지만. 모구조가 혼자서 들어주었던 무거운 짐을 앞으로는 모두가 분담해서 운반해야 해. 우 리는 한사람 한사람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늘려가야만 해. 지금의 힘으로는 전혀 부족하다 고 생각해." " 나는." 시호루는 한 번 입술을 깨물고 나서 끄덕였다. 위력 있는 마법을, 하나라도 좋으니 배워야 한 다고." "흠." 유메는 몸을 굽혀 테이블에 턱을 댔다. "유메는 있지. 어렵지만 역시 유메도 공격력이 문제인가? 늑대개도 갖고 싶지만." 란타는 "핫" 하고 내뱉고는 팔짱을 낀다. 그런 말을 해봤자. 인간이란 건 못 하는 건 못하는 거고 할 수 있는 걸 하는 수밖에 없다고. 전사계로 갈아탈 수도 없고. 한 번 스컬헬에게 충성을 맹세해버리면 죽을 때까지 암흑기사로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 "갈아탄다고." 하루히로는 입술을 만지작거리면서 유메에게 힐끔 눈길을 준다. "우엥? 유메가 왜?" "아니." 유메는 의외로 힘이 세다. 팔씨름을 하면 상대가 남자라도 꽤 좋은 승부를 할 것 같다. 배짱 도 있다. 사냥꾼인데도 활보다 헌팅 나이프를 휘둘러 적과 맞서 싸우는 경우가 많을 정도다. 차라리 사냥 꾼 길드를 나와 전사가 되어준다면 안 될 까? 유메는 사냥꾼 에 집착하고 있 고 늑대개를 키우려는 목표도 있다. 강제로 파티의 입장만을 강요하는 것도 좋지 않을 것 같고, 모구조의 전투를 봐온 입장에서
45 그것을 여자에게 시키는 것은 좀. 좀 이랄까, 상당히. 무섭 겠지. 안 된다. 이 방법은 아니야. 무엇보다, 누군가가 전사가 되어 방패역을 맡는다면 시호루는 분 명히 전사에 맞지 않고, 메리는 신관으로 있어주지 않으면 곤란하고, 란타는 다른 직업으로 갈아탈 수가 없다. 그렇다면. "나?" 하루히로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고 만약을 위해 일단 상상해 보았다. 자기가 무거운 갑옷 을 입고 더 초퍼를 휘두르는 모습을.?엄청 약할 것 같아. 적어도 하루히로는 그렇게 기운이라고는 없는 얼간이 전사에게 방패역을 맡길 마음은 들지 않 는다. 얼간이. 초코. 죽어버렸지. 아니야, 잊어버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야. 우리 일에 집중해 야지. 결국 방패역이다. 제대로 된 방패가 없으면 이야기가 진전되지 않는다. 파티에서 절대적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방패역과 치료자인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방패역과 치료자만 확실하면 나머지는 어떻게든 된다. 현 상황에서 방패역을 맡긴다면, 원래 모구조 다음으로 중장비였던 란타가 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시원찮아도 경험을 쌓는 동안에 모양새가 갖춰진다면 그래도 되겠지. 하지만, 어떨까? 가능할까? 마나토 때는 새로운 치료자를 맞아들였었다. 메리를. 그것밖에 없는 건가? 하루히로도 당연히 그 선택을 고려해야 한다. 머리 한구석에는 있다. 단, 생각하고 싶지 않다. 하루히로는 란타의, 유메의, 시호루의, 그리고 메리의 표정을 살폈다. 표정은 네명이 다 제각 각이었으나 모두 생각에 잠겨 있는 듯하다. 아마도 모두 많건 적건 그것에 관해서 검토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말을 꺼내지 않는다. 아 무도. "저기, 나." 메리가 오른손을 살며시 들었다. "말해도 돼? 모두 에게 말해두고 싶은 게 있는데. 말해두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하루히로는 란타, 유메, 시호루와 시선을 교환했다. 뭐지? 가슴 이 답답해졌다. 안 좋은 예감 이 든 것이다. 메리는 신관이고 모구 조가 죽은 일로 상당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고 혹시나 빠지겠 다고 말하는 건? "어, 해봐." 목소리도 떨리고 만다. "물론 괜찮지. 뭔데?" "나는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질렀어." 메리의 아름답다는 말 외엔 달리 형용할길 없는 얼굴이 얼어붙어 있다. 입술만 움직여서 낮게 말을 자아낸다. "그때 프로텍션 효과가 떨어졌었어. 다시 걸어둬야 했는데 내가 깜빡 잊어버렸어. 그런 격렬한 전투에서는 특히 아주 조금의 차이가 생사를 갈라. 프로텍션이 끊어지지 않도록 해두었다면
46 모구조는 죽지 않았을지도 몰라. 아니. 분명 죽지 않았을 거야. 모구조는 내 탓에 죽은 거야. 내가 모구조를 죽게 만들었어." "그건 아니잖아?!" 란타가 테이블을 쳤다. " 그건 아니잖아! 네 탓이라거나 그런 게 아니야. 그보다 말이야, 너 혼자만의 탓이 아니야! 나도 그 녀석은 내 파트너였는데, 나는 그 녀석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싸우지 못했어! 내가 약했던 거야!" "아니지 않아." 메리는 살짝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프로텍션을 떨어지게 만든 것은 초보적인, 변명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치졸한 실수고 모구조는 그 때문에 죽은 거야. 나는 예전에 동료를 세 명이나 죽게 했어. 이 제 두 번 다시 죽게 하고 싶지 않았어. 그런데도 또 저질러버렸어. 나에겐 신관 자격이 없어.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가 없어." "메리." 유메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그런 그런 말은! 하는 거 아니야! 자격이라거나 그런 게 아니라! 유메는, 그게 아니라." "나는 이해해." 시호루는 테이블 위에서 두 손을 힘주어 깍지 꼈다. "메리의 마음. 이렇게 말하면 뻔뻔한지도 모르지만. 나는, 언제나 생각하니까. 여기에 있 어도 되는 걸까 하고. 모두의 도움이 되고 있는 걸까 하고. 여기 있을 자격이 나에게 있는 걸까?" "없 어." 란타는 햇 하고 웃어 보였다. "있을 리가 없지. 자격 같은 게. 애초에 우리는 떨거지들 모임이잖아. 뭘 할 자격도 처음부터 아무도 없는 거야. 그래서 어쩌라고? 알 게 뭐야. 상관없어. 그런 거 없어도 하는 거야. 오늘 까지 해왔잖아." "란타 말이 맞아." 하루히로는 메리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메리는 테이블로 시선을 떨어뜨리고 있어 눈을 마주쳐 주지 않는다. 멀다. 그런 생각을 한다. 메리는 여기에 있는데도, 너무나 멀다. "자격 같은 거 없고, 필요 없어. 메리는 우리 동료야. 그걸로 충분해." "고마워." 메리의 입가가 약간 풀어졌다. 미소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 희미하다. 그래도 메리는 미소 지 으려고 해준 것이다. " 그래도, 시간이 필요해. 다무로에 가보고 알았어. 지금까지의 나로서는 모두와 함께 나아갈 수 없어. 무서운걸.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어. 자신이 없어.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니어도 좋아. 열흘이라도 아니, 7일이라도 좋으니까 나에게 시간을 좀 줘." "괜찮지." 란타는 테이블에 팔꿈치를 짚고 어펫짓을 했다. "나도 새로운 스킬을 배우고 싶으니까. 뭐, 열흘이나 있으면 상당히 파워업 할 수 있겠지. 그 래서 최강 란타가 폭발 탄생 하는 거니까, 경우에 따라서는 네가 등장할 장면 자체가 없어질 지도 모른다고. 후히힛."
47 "유메도 스승님한테 스킬 배울까? 돈도 있으니." "나는 그림자 마법 이외의 마법에 도전해볼까 해.
48
49 "알았어." 하루히로는 눈을 감았다. 시간.시간이다. 아무튼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때도 종종걸음으로 계속 나갈 수 있을 정 도로 우리는 강하지 않다. 눈을 떴다. 보이는 풍경은 전혀 변한 것이 없다. 잔혹할 정도로. 이 변함없는 세계에서 그들은 조금씩이라도 변해가야만 한다. "열흘 후 아침 8시에 북문 앞에서 만나자." 9.천사의 강림 자기 영역이 아니면 당혹스럽다고 한다. 바로 그거다. 화원 거리 근처에 마라이카라고 불리는 가게가 있다. 간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마라이카 씨가 관리하는 요릿집이라서 그렇게 불리는 것이다. 마라이카의 손님은 90퍼센트랄까, 대부분의 경우 100퍼센트 여성이다. 남성 손님 사절이라고 내건 것은 아니지만, 여성 손님들뿐 이라서 남성은 들어가기가 껄끄러운 것이겠지. 반대로 여성에게 있어서는 발을 들이기 쉽고 마음이 편하다. 이런 가게는 많지 않다고나 할 까, 시호루는 여 기 말고는 이런 가게를 몰랐고 요리도 맛있고 가격도 적당해서 여자들끼리 식사를 할 때는 마라이카가 첫 번째 후보로 꼽힌다. 따라서 빈번하게 외식을 하는 여성 대개는 의용병이나 접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의 많은 수가 마라이카를 이용하기 때문에 언제나 붐빈다. 오늘은 혼잡한 시간대를 피해서 좀 일찌감치 왔기 때문에 자리가 있었다. 그래도 큰 테이블 구석 쪽에 유메와 둘이서 끼어서 앉는 것처럼 옆으로 나란히 앉게 되었다. 주문한 음식이 나 와 반정도까지 먹은 이 시점에서 벌써 대부분의 자리가 다찼다. "그래서, 어때? 시호루는." "응. 4일에 걸쳐 마법을 하나 배웠는데 역시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것 같아. 지금까지 나는 그림자 마법밖에 사용한 적이 없어서." "다슈 매직 말이지." "마법에는 마스터리 (통제법)라는 게 있는데." "우앵? 맛타리?" "어, 그게 아니라 마, 스, 터, 리." "아, 마수털이구나. 마수걸이인가? 그게 뭐야?" "마법사의, 마법의 힘의 원천은 엘리멘탈이라는 마법 생물인데, 종류가 네 가지 있어서." 시호루는 손가락을 꼽으며 말한다. "아르브, 카논, 팔츠, 다슈인데." "암푸랑 마롱이랑 파크랑 다슈? 음, 음 어렵네." " 아무튼, 엘리멘탈은 네 종류가 있고, 그것들에 관한 지식과 그것을 잘 다루기 위한 기술
50 전반, 그리고 경험에서 오는 실감까지 포함해서 마스터리라고 불러. 엘리멘탈마다 다른 특 징이 있어서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전혀 다른 점도 있으니까." "그럼 마수털이도 네 개가 있는 거야?" "그래. 예를 들면 다슈와 아르브의 마스터리는 달라. 나는 다슈 매직을 계속 사용했으니까 좀 축적된 게 있는데 다른 마법은 그렇지 않으니까 처음부터 해야 하는 식으로." "그렇구나. 성가시네. 유메는 있지. 사냥꾼이니까 할 일은 정해 져 있어. 활과 헌팅 나이프와 그리고 수렵술. 그것밖에 없거든. 어라? 세 개나 있구나. 그래도 유메, 수렵술은 전혀 몰라." " 늑대개를 키우는 건 수렵술이야?" "응. 그래도 있지, 이번에는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 돈은 있지만. 키우게 된다면 강아지 때부터 키워야 하니까. 잘 돌봐주고 싶거든. 누구한테 맡기는 것도 되긴 하지만, 그런 건 별로 하고 싶지 않아." "지금 상황이라면 강아지 옆에 항상 붙어서 돌봐주는 건 좀 어려울지도." "왠지 말이야, 유메도 그렇게 생각했거든. 그러면 모처럼 키우게 된다 해도 불쌍하잖아." "생물을 키우는 건 간단하지가 않지." "맞아. 각오? 그런 게 필요한 건지도. 그렇지만 늑대개는 제대로 훈련시키면 절대로 주인을 배 신하지 않는대. 목숨을 걸고 주인을 지켜준대." " 그런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우엥? 시호루는 늑대개보다도 사람을 키우고 싶어?" "어 아, 그런 의미가, 아니라." 시호루는 나무로 된 포크로 얼마 남지 않은 접시의 내용물을 휘 저었다. 유메는 그쪽 방면에 인연이 없다고나 할까, 전혀 흥미가 없는 것 같아 가끔씩 대화가 어긋난다. 유메를 보고 있노 라면 내가 이상한 걸까 하고 불안해지는 경우가 있다. 아무래도 연애 감정을 느낄 수 있는 타 입인지 아닌지로 이성을 구분해버리는 것이다. 시 호루는 그런 자신이 좀 싫어졌다. 유메처럼 담백한 여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남자를 좋아해봤자 괴로워질 뿐이다. 사랑 같은 건 하지 않는 게 좋다. "있잖아, 당신들." 누군가가 말을 걸어올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에 상당히 놀랐다. 시호루는 목소리가 난 쪽을 보았다. 아는 사이 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면식은 있는 얼 굴 이라기보다 차림이었다. 꽤 체격이 좋은 여성으로 하얀 깃털 스톨을 목에 두르고 머리에 두른 반다나에도 역시 하얀 깃털 장식이 달려 있다. "나, 키쿠노라고 하는데 모르나? 하긴 인사도 하지 않았었으니. 그렇지만 나는 알아, 당신들. 데드 헤드에서 같이 싸웠었잖아." "아아!" 유메가 키쿠노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와루이도 앵겔스 사람이다!" " 와일드 엔젤스(황야천사대)야. 그리고 사람한테 삿대질은 하지마. 실례야." "오효효. 미, 미안. 유메, 앞으로 조심할게." "그래줘. 나는 너그럽지만 거친 녀석들도 많으니까. 뭐, 어찌 되었건. 카지코!" 키쿠노는 돌아보며 손을 흔들었다. 누군가를 부르려고 하는 건가? 누구긴 누구겠어? "우우옷."
51 유메가 이상한 소리를 냈다. 시호루는 온몸이 굳어버려 큰 걸음으로 성큼성큼 다가오는 키가 큰 여자를 계속 응시하는 것 밖에는 다른 일은 할 수가 없었다. "자리, 비켜줄래? 미안하지만." 키쿠노가 시호루와 유메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여성 손님을 세 명 정도 쫓아냈다. 빈자리에 키쿠노, 그리고 키가 큰 무시무시한 미인이 앉았다. 무시무시한 미인. 정말로 카지코는 무시무시하다. 엄청난 미인이고, 게다가 무섭다. 이렇게 마 주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압도당한다. 솔직히 시호루는 도망치고 싶었다. 그래도 도망칠 수 없 다. 도망친다거나 했다가는 단칼에 베이고 말 것 같다. 언제나 어디에서나 멍 하고 있는 유 메조차도 남의 집에서 빌려온 고양이처럼 얌전했다. "오랜만 이라고 할 정도는 아닌가?" 카지코가 미소 짓자 심장 에 차가운 칼날을 들이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와일드 엔젤스의 리더를 맡고 있는 카지코다. 시호루와 유메라고 했나?" 시호루는 마리오네트처 럼 말없이 끄덕끄덕. "오요?" 유메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떻게 유메네 이름을 알아?" "마음에 걸리는 여자에 관해서는 조사하고 있다." 카지코는 조금 무시무시한 말을 태연히 했다. "그 전사, 남자치고는 근성이 있었다. 유감이었어." 시호루는 입술을 깨물었다. 어째서지? 신기하다. 동료들처럼 슬퍼할 수가 없고 울 수조차 없 었던 나인데, 지금 카지코가 모구조를 칭찬하자마자 갑자기 가슴이 벅차올랐다. 기쁘고, 자랑 스럽고, 안타깝다. 나는 무엇과도 바끌 수 없는, 너무나 훌륭한 동료를 잃은 것이구나 하고, 그제야 실감했다. " 모구조는 강했으니까." 유메가 고개를 숙이고 중얼거렸다. "그렇게 생각한다." 카지코는 한순간 옆 눈으로 어딘가 먼 곳을 보았다. "너희는 아직 경험이 적어. 거의 신참이나 마찬가지다. 성장가능성은 컸어. 그 전사는 순조롭 게 성장해가면 이름을 날렸을지도 몰라. 적어도 너희와 동기인 그 요란한 남자와 어깨를 나란 히 할 정도는 되었겠지." " 그, 렌지 군과." 시호루는 이를 악물었다. 카지코는 아마도 빈말을 하는 사람이 아닐거다. 그 정도는 왠지 알 수 있다. 이름난 클랜인 와일드 엔젤스를 이끄는 인물의 솔직한 평가다. 신용할 수 있다. 모구 조는 강했다. 더욱 강해질 수 있었다. 더욱, 훨씬. "뭐, 흔히 있는 일이야." 카지코는 살짝 어깻짓을 했다. "소질 있는 자가 꽃도 피워보기 전에 죽는 건 드문 일이 아니야. 오히려 재능 있는 녀석 일수 록 일찍 죽기도 하는 거다. 약하고 겁이 많은 자는 화살 앞에 서려고 하지 않아. 그렇게 해서 살아남는다. 나도 그랬었다." 키쿠노가 어이가 없다는 얼굴을 한다. " 카지코는 아니잖아." "아니. 너희는 나를 과대평가하고 있어. 확실히 지금의 나는 평범하진 않지. 소우마나 케무리
52 에게는 이기지 못하겠지만 레드 데빌 닷키, 타이만 '맥스', '시노하라' 정도에게라면 지지는 않겠지. 그래도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야. 갓 의용병이 되었을 때에는 비참했다. 보는 바와 같이 외모는 괜찮으니까 나를 지켜주려는 바보 같은 남자는 얼마든지 있었지만. 그들을 이용 해서 나는 살아남은 거다. 정말 구역질이 나. 그렇지만 사실은 사실이야. 나는 바보고 천박하 고 저질에 쓰레기 같은 남자들을 디딤돌로 삼가 조금씩 강해졌다. 물론 자질이 없었다고는 말 하지 않겠다. 있었겠지. 단, 그런 것은 누구에게나 있어. 뭔가 하나는. 제일 중요한 건 죽지 않는 거다. 어떻게 해서든 살아서, 모든 것을 밑거름 삼아 자기 능력을 펼치는 거다. 시호루. 유메." " 네, 넷." "웅냐?" "너희는 그 전사를 잃었다. 그는 너희 파티의 핵심이었을 것이다. 파티의 전력은 아무리 작게 잡아도 반은 줄었을 테지. 이대로 가면 살아남을 수 없어." 시호루는 침을 삼키려고 했으나 입안이 말라서 넘길 만한 침은 한 방울도 없었다. 옆을 보니 유메는 눈을 크게 뜨고 입술 끝을 내린 채 꼭 다물고 있다. "너희는 소질이 있어." 카지코는 아주 조금 표정을 누그러뜨렸다. "조란 젯슈는 강적이었다. 오크는 만만치 않은 종족이지만, 분명히 말해서 개개인이 그토록 강 한 오크는 좀처럼 없어. 그걸 1대 1로 싸울 수 있는 건 분명 소우마나 케무리 정도겠지. 커리 어를 봐도 너희는 전멸해도 이상할 것 없었다. 그런데도 살아남았다. 대단한 거야. 단, 안타깝 게도 너희 파티는 이제 틀렸어. 그 전사 없이는 도저히 싸울 수 없다. 머지않아 또 누군가가 죽는다. 한 명이 죽으면 두 명, 세 명. 대개 그런 거야. 만약 그 전사가 오래 살아 있었다면 너희 파티는 금후 주목받는 입장이 되었겠지. 이미 평판이 난 동기 파티와 함께 언젠가 황금 세대라 불리게까지 되었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사라졌다. 언제까지고 그 파티에 매달려 있으면, 시호루, 유메. 너희를 기다리는 것은 무참한 죽음이다." " 파티에서 나오라고?" 시호루가 목소리를 떨며 묻자 카지코는 곧바로 "그렇다" 며 고개를 끄덕였다. "와일드 엔젤스에 들어와. 지금 당장 결정하라고는 하지 않겠지만, 지금 당장이라도 좋다. 마 법사와 사냥꾼이라면 내일부터라도 들어갈 수 있는 파티가 있어." "우리 클랜은 전원이 여자야." 키쿠노는 묘하게 붙임성 있는 웃음을 보였다. "한심한 남자 따위는 한 명도 없어. 아무도 당신들을 이용하지 않아. 우리는 결속력이 강하고, 절차탁마( 切 睫 系 磨 )하며 살아남고, 인생을 즐긴다. 남자는 금기지만. 그런 놈들은 없으면 없는 대로 아무 문제도 없어. 그보다 말이야. 없는 편이 좋아, 남자 같은 건. 아무리 꾸며봤자 놈들 은 껍데기 하나 벗겨보면 똑같으니까. 우리를 더러운 성욕의 배출구로 삼는 것밖에 생각하지 않아." "키쿠노. 너무 흥분했다." "아, 미안, 카지코. 나도 모르게 그만." "남자가 금기라는 건 사실이지만, 어디까지나 클랜 안으로 끌어 들이지 말라는 뜻이다. 사생활 에서 뭘 하든 상관없어. 단, 동료에게 상처 입힌 자는 나는 절대로 용서하지 않아. 도망쳐도, 숨어도 반드시 찾아내서 그에 상응한 대가를 치르게 한다. 어지간한 멍청이가 아니면 그 사실 은 알 테니 우리(와일드 엔젤스) 여자들한테 장난삼아 손을 대는 녀석은 일단 없어. 그래도 다
53 가오는 남자가 있다면, 그 녀석은 진심이라는 뜻이다. 그런 남자까지 반죽음을 만들거나 하진 않으니 안심해도 돼." "과연 그럴지 "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내 눈을 보고 분명히 해, 키쿠노." "아, 아무것도 아니야." 죽음, 무참한 죽음. 이대로는 죽는다. 시호루는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았다. 마나토 군. 모구조 군. 떠올라버렸다. 두 사람의 죽은 얼굴이. 우리도 그런 식으로? 아니야, 꼭 그렇다고 정해진 건 아니야. 카지코는 시호루와 유메를 와일드 엔젤스에 영입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 때문에 과장 되게 말 하는 것 아닐까? 분명 그럴 거야. 하지만, 실제로 파티의 전력은 반감했다. 시호루가 새로운 마법을 배우고 유메와 다른 사람들 이 다른 스킬을 익힌다고 해도 그걸 로 모구조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을까? 모구조는 없이, 예를 들면 데드헤드감시보루 공략전 같은 격렬한 전투를 헤쳐 나갈 수 있을까? 시호루는 대개 파티 제일 뒤쪽에서 전체를 둘러보고 있으니까 이것은 단언할 수 있다. 무리다. 앞에 모구조가, 그 커다란 뒷모습이 없는 풍경은 어쩔 도리가 없을 정도로 텅 빈 모 양새다. 마법사인 시호루는 호구다운 호구를 착용하지 않는데, 모구조가 없으면 맨몸으로 전장에 서있 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마음이 약해지고, 두렵고, 도망치고 싶어진다. 다들 무리라는걸 알고 있으면서도 필사적으로 어떻게든 해보려고 하는 것이다. 가시밭길을 걸어가려고 한다. 와일드 엔젤스에 들어가면, 시호루와 유메는 그런 길을 걸어가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시호루는 눈을 뜨고 유메의 표정을 살폈다. 유메는 분명 이 자리에서 거절하겠지. 미안, 모처 럼 권해줬는데 라고 말하면서. 그럼 시호루도 덩달아 같은 결론을 내리겠지, 그렇게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유메는. 유메는 미간에 주름을 잡고 문어처럼 입을 내밀고 있 었다. 생각하고 있다. 망설이는 것이다. 유메조차도, 망설인다. "저." 시호루는 고개를 숙였다. 자기가 도대체 누구한테 사과하는건지 시호루는 알 수가 없었다. "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10,남겨진 자와 남은 자와 "난감하네." 하루히로는 침대 위에서 몸을 뒤척였다. 몸의 방향을 트는 것만으로도 몸 여기저기에서 견디 기 힘든 통증이 일었다. "죽을지도." 중얼거리고, 아니, 아니, 아니. 부정한다. 그렇게 가볍게 써선 안 되지. 그런 표현. 하지만 정 말로 아프다.
54 "악마야, 바르바라 선생님. 알고 있었지만." 어설트( 强 襲, 강습)라는 스킬이 있다. 도적의 싸움 살법 중 하나다. 꽤 강력해 보이는 이름이지만, 어떤 스킬인가 하면, 요컨대 이판사판 공격이다. 반격당할 것을 각오하고 상대에게 연타를 날린다. 방어와 회피는 일절 고려하지 않는다. 그저 오로지 공격하 고 공격하고 또 공격한다. 그렇다고 해서 미구잡이로 무기를 휘두르는 것 은 아니다. 효율이 좋은 무기를 사용해 공격과 공격 사이를 가급적 벌어지게 하지 않는다. 방어와 회피를 위한 행동을 취하지 않는 대신에 끊임없이 계속 공격함으로써 역습당할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다. 그래도 반격당한다면 그땐 어쩔 도리가 없다. 공격을 달게 받는 수밖에 없다. 죽기 전에 죽여 라. 명확한 스킬이다. 하루히로는 의용병 숙사의 벌써 어두워진 방의 2층 침대에 피로 하고 아픈 몸을 눕히고 있는 데, 옆에는 새로 산 신품의 양질 대거 와 삽(sap)이라는 난타용 무기가 놓여 있다. 삽은 30센티미터 정도로, 끝이 무겁고 탄력 있는 소재로 된 짧은 막대기다. 전체에 가죽 끈이 감겨 있고 끈은 손잡이 쪽에 고리로 되어 있다. 새로운 대거도, 삽도 어설트를 배우면서 장만했다. 즉, 하루히로는 공격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 법으로서 어설트 습득과 듀얼 윌드(양손 자세)를 선택한 것이다. 하루히로는 물론 양손잡이가 아니다. 오른손잡이다. 왼손으로 무기를 다루는 것은 간단하지가 않다. 더욱이 오른손과 왼손으로 각각 다른 무기를 동시에 사용하게 되면 더욱 어려워진다. 바르바라 선생님은 아무튼 익숙해져야 한다고 조언해주셨다. 깨어있을 때는 물론이고 무기를 쥔 채로 잠들 정도로 하라고. 하루히로는 대거와 삽을 손에 들었다. 과연 하루 종일 무기를 들고 있을 수는 없지만 틈만 나 면 이렇게 만진다. 6일 동안에 걸친 어설트를 배우기 위한 훈련은 다른 때처럼 가혹했다. 처음 이틀간은 바르바 라 선생님의 어설트를 흠씬 맞고, 다음 이틀간은 어설트의 형태를 거의 자지도 않고 쉬지도 않고 익히고, 마지막 이틀은 바르바 라 선생님과 종일 맞대결을 하고, 결국 하루 히로의 어설트는 한 번도 바르바라 선생님을 때리지 못했고 하루히로는 바르바라 선생님의 목검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맞았다. 몇 번이나 기절해서 바르바라 선생님이 부른 신관에게서 치료받았다. 그래서 일단 부상은 입지 않았다. 그게 아니라, 나았다. 그런데 도 몸 전체가 아프다. 그리고 무겁다. 나른하다고 말할 정도가 아니다. "란타, 안오네." 시호루와 유메도 숙사에는 없다. 각각 마법과 스킬을 배우러 갔다. 란타도 그런 건가? 이러니 저러니 핑계를 대며 놀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하기도 했으나,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다. 하루히로도 내일 다른 스킬을 익히고자 또다시 도적 길드에 갈 예정인데, 이런 몸 상태로 괜 찮을까? 자신이 없다. " 그런 말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몸은 엄청나게 피로했지만 배는 고팠다. 자기 전에 뭔가 먹는 게 좋을 것 같다. 하루히로는 큰마음 먹고 일어나 대거를 칼집에 넣고 삽을 벨트에 찼다. 침대에서 내려와 곧바로 대거와 삽을 잽싸게 뽑아 겨눠본다. " 늦어." 이거 갖고는 안 된다. 그렇게 생각했다. 다시 한 번, 대거와 삽을 넣었다가 뽑는다. 몇 번인가
55 시험해봤지만 만족스럽지 않다. "아 뭐, 괜찮은가. 조바심 내봤자." 기합이 덜 들어간 거야. 그렇게 바르바라 선생님께 몇 번이나 야단맞았다. 기백. 기개. 기골. 알고는 있지만, 변하고 싶어도, 변하려고 해도 그리 쉽게 변하는 것이 아니라니까. 되고 싶지 만. 뭐랄까 긍정적? 언제나 밝게. 모두를 힘 있게 잡아끌어줄 수 있게끔. 그러면서도 주의 깊 게. 그러 나 여차할 때는 확실하게 팡 터뜨릴 수 있는 리더가. " 올드 켓(늙은 고양이)이잖아. 나." 초코의 별명은 치키 켓(건방진 고양이)이었다. 문득 그 생각이 떠올라 주저앉고 싶어졌다. 주저앉아서 어쩌려고? 초코는 이제 없다. 어쩌면 친해질 수 있었을지도 몰랐는데, 그 것은 완전히 꺾여버린 바람이다. 생각해봤자 의미가 없는 데도 걸핏 하면 생각해버린다. "그만, 그만하자." 하루히로는 대거와 삽을 집어넣었다. 밥이지, 밥. 밥을 먹자. 맛있는 것이라도 먹으면 분명 조 금은 마음이 풀릴 것이다. 방을 나가기 직전에 기척을 느졌다. 복도에 누가 있다. 란타? 아니야. 란타라면 방에 들어오겠지. 시호루나 유메? 그랬다면 목소리 정도는 냈을 것이 다. 메리라도 마찬가지고. 그럼 누구지? 아무래도 기분이 나쁘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겠지. 도둑인지도 모르고. 그럴 것 같지는 않지만. 스니킹(미행)으로 발소리를 죽이며 문으로 다가갔다. 자, 어떻게 할까? 한순간에 결정했다. 오 른손으로 대거를 뽑고 왼손으로 문을 열었다. 그 녀석은 바로 문밖에 서 있었다. 상당히 키가 크다. 하루히로는 녀석의 명치에 팔꿈치 찌르기를 날렸다. "컥 사이를 두지 않고 등 뒤로 돌아가, 녀석의 목덜미에 대거를 들이 대려고 했는데, 이 녀석. "어? 살아 있었어?" "웃 우." 손으로 배를 누르며 얼굴을 찡그리고 있지만, 틀림없다. 키다리 군이다. 초코네 파티의. 유령? 아닌가. 그럴 리가 없다. 데드 헤드 감시보루에서 죽은 줄 알았는데. 초코네 파티는 전멸했다 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 미안하네요. 살아 있어서." "아니 미안할 것 없지만. 그런데, 다른 사람은?" "나 말고는, 아무도." 키다리 군은 심호흡을 했다. "그보다 지금 죽는 줄 알았네." "그, 그런 곳에 서 있으니까 그렇지. 수상하게 여겨도 어쩔 수 없잖아." "그런 겁니까?" "그런 거야." "앞으로 조심하겠습니다." "그러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그럼, 난가볼 테니까." "아,
56 "응?" " 실은, 할말이." "나한테?" "여기에는 나랑 당신밖에 없지요." "그야 그렇지만 어? 뭐? 나한테 할 말이란 게." "저 뭐랄까?" 키다리 군은 머리를 긁적긁적 긁었다. "그게 상담?" "엉?" "안됩니까?" "아니, 하지만." 선후배 사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제대로 이야기를 나눠본 적도 없다. 별로 이야기하 고 싶지도 않다. 뭐, 불쌍하긴 하지만. 초코네 파티는 여섯 명 있었다. 키다리 군은 다섯 명의 동료를 한꺼번에 잃고 혼자만 남은 것 이다. 그 후에 어떻게 지냈는지는 모르지만, 하루히로에게 상담 같은 걸 청하는 걸 보니 새로 운 동료와 사이좋게 즐겁게 지내고 있는 건 아닌 모양이다. " 밥, 먹으면서 잠깐이라면." "그걸로 좋습니다." "알았어. 내가 살게." 키다리 군에게 선배 행세를 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냐는 마음이 안 드는 것도 아니었으나, 동 정해준다고 벌을 받지는 않겠지. 괴로움은 이해하니까. 숙사에서는 장인 거리의 노점촌이 가까워서 거기에서 적당한 가게를 찾기로 했다. 일단 소르 조 가게만은 패스다. 두 번 다시 먹을 일은 없을지도 모른다. 각종 고기와 야채를 꼬치로 구워 파는 노점 에서 몇 개를 먹었다. 키다리 군은 하루히로가 권 하는 대로 뜨거운 꼬치구이를 입에 넣을 뿐 아무 말도 하려고 하지 않는다. "괜찮긴 한데. 아니, 안 괜찮은가? 상담을 하고 싶은 게 아니었나?" "아, 그러네요." 그러나, 하루히로도 이 점에 관해서는 남의 말을 할 입장이 아니지만, 무뚝뚝한 남자다. 엄청 나게 의욕이 없어 보이고 세상을 비관하는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190센티미터 정도는 되어 보이는 데, 자세가 구부정하다. "그런데 뭐랄까, 상담이랄까." "응" "부탁이랄까." "나한테? 부탁? 어? 뭐지?" "무지하게 말하기 힘들지만." "이제 와서 버텨봤자." "그러네요." "이런 말 하면 좀 그렇지만, 성가시네. 자네." "쿠자크." "이름?" "그래. 내 이름. 당신은 하루히로 군이지?"
57 "어 맞는데." 갑자기 반말이 되지 않았어? 뭐, 괜찮지만. 이건 정말로 별로 상관없다. 키다리 군 개칭 쿠자 크는 분명히 후배지만 의용 병력이 1?2년 차이 나는 것도 아니고, 보기에는 아마도 하루히로 쪽이 어리게 보일 것이다. 게다가 딱딱하게 구는 건 좋아하지 않는 다. "군은 필요 없어. 그런데, 부탁이란 건?" "파티 일인데." "응. 누구네?" "하루히로 군 이 아니라, 하루히로네." "우리?" "나는 지금 혼자니까." "그렇구나." "어떻게 좀 넣어주지 않을까 하고 생각도 해봤는데. 먹고 살아 야하니까." "벌이를 하지 않으면 도리가 없으니까." "하지만, 뭐랄까, 이게 뭐지? 다르다고나 할까." "뭐가?" "힘겹잖아요. 나는 동료가 다섯 명 죽고 혼자가 된 거고. 그러지 않은 녀석들과 함께 해나갈 수 있을까, 그런." "자기 마음을 이해해주지 않는 거 아닐까 하고?" "음, 그래요. 아. 좀 다른가? 하지만, 비슷한가? 아." 쿠자크는 턱을 누르고 혀를 내밀었다. "입이 피곤해졌어. 나, 오랜만에 길게 이야기하니까." 알 게 뭐야. 그런 것. 도저히 안 되겠다. 쿠자크와는 맞지 않을 것 같다. 어째서일까? 뭔가가 걸리는 건가? 그렇 구나. 그때 쿠자크는 벽을 등지고 오크와 결투하며 초코를 보호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보호하지 못 했다. 쿠자크는 오크한테 당하고, 초코는 죽었다. 쿠자크의 처지에는 동정한다. 하지만 너, 초코를 지켜주지 못했지? 그런데도 너는 살아남고 초코는 죽다니, 이게 무슨 일이야? 명확하게 그렇게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단, 석연치 않은 것이 있었다. 분명 이거였던 거다. 초코가 죽고 쿠자크는 살아 있다. 쿠자크는 최선을 다했는 지도 모른다. 누구보다도 부끄러워하는 것은 쿠자크인지도 모른다. 어떻게 해도 안 될 일이었 는지도 모르지만, 그로 인한 응어리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뭐 했어? 그때부터 지금까지." "스킬을 배우기도 하고. 돈은 있었으니까. 유산이랄까." 쿠자크 는 귓불을 잡아당기며 입가에 희미하게 쓴웃음을 떠올렸다. "그리고 이것저것 생각하기도 하고." "그래서, 우리 파티에 들어오고 싶다고?" "그러네요. 요컨대." "쿠자크는 전사?" "아니. 성기사." "우리 파티는 모구조가 죽어 방패역이 없어졌으니까 그쪽이 그걸 대신해주겠다고?"
58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않았어." 쿠자크는 마음이 상한 것 같다. "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당신들, 선배잖아. 다르잖아. 경험 같은 게." "방패역은 필요하지만. 솔직히." 도적 길드에서 바르바라 선생님께 시달리다가 가끔씩 한숨 돌릴 때마다 생각한 일은 대개 그 것이 었다. 역시 새로운 방패역이 필요한 것 아닐까? 파티에 들어와줄 전사 나 성기사를 찾는 것밖에 방 법이 없지 않을까? 하루히로는 머리를 흔들면서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이건 내 생각인데, 아직 너무 일러. 다들 마음의 정리가 되지 않았어. 게다가 어느 쪽이든 나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좋은 대답은 할 수가 없을 것 같네. 미안하지 만." "그렇습니까?" 쿠자크는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나야말로 미안 했습니다." 가슴이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래도 두 번 다시 쿠자크와는 만나고 싶지 않다는 것이 솔 직한 심정이다. 모구조가 없다. 이 얼마나 커다란, 너무나 커다란 타격인가. 11.에고이스트 "쿠앗핫핫핫하!" 오랜만에 햇볕을 죄는 것 같다. 아니, 사실 오랜만이다. 암흑기사 길드는 오르타나 서쪽 마을 에 복잡하게 펼쳐진 빈민가 지하에 있다. 란타는 거기에서 먹고 자면서 스킬을 두 개 배웠다. 9일 동안 서늘하고 습한 감옥 같은 길드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았다. 감옥 같다고나 할 까,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 없는, 내보내주지 않는, 어떻게든 꼭 나가겠다면 죽어서 시체가 되는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는 그야말로 감옥 그 자체지만. 란타는 햇빛에 따뜻해진 몸을 부르 르 떨었다. "정말이지 항상 매번 그렇지만 위험했다니까. 로드 님들." 암흑기사 길드에는 로드( 導 師 )의 지위에 있는 암흑기사가 여러 명 있다. 정확한 인원수는 모르 나, 란타가 만난 적이 있는 건 아마도 일곱 명일 것이다. 어째서 아마도인가 하면. 로드는 얼 굴을 감추고 있고 이름도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목소리와 체격으로 식별하는 수밖에 없다. 란타가 구별할 수 있는 것이 일곱 명이라는 뜻이다. 전원 다 엄청나게 무섭다. 다정함이라고 는 손톱만큼도 보여주지 않고 지나칠 정도로 가차 없다. 분명히 말해서 란타는 어느 로드도 인간이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었다. 암흑기사도를 마스터하면 사람은 그렇게 되어버리는 걸까? "엄청 멋있긴 하지만. 나도 되고 싶다. 로드 란타라. 훗훗훗." 란타는 목을 누르고 "에, 엣헴!" 하고 헛기침을 하고는 목소리 톤을 바꿔봤다.
59 "나를 로드라고 불러라. 네놈은 스컬헬을 섬기는 종복이며 나는 네놈을 가르치고 이끄는 스컬 헬의 종복이다. 나에게 이름은 필요 없고 네놈의 이름도 필요 없다. 오홋 멋있다! 멋지잖아, 지금 그거? 완전 멋져! 아얏!" 갑자기 뒤통수를 얻어맞아 돌아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뭐지? 기분 탓인가? 그럴 리가 없지? 맞은 곳을 문지르면서 다시 앞을 보니 검은 옷을 입은 로드가 검은 아지랑이처럼 하늘거리며 걸어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컥 바, 방금 그 말, 들었나?!" "어리석은 노복이여." 로드가 멈춰 서서 빨간색과 검정색의 가면으로 감춘 얼굴을 이쪽으로 향했다. "스컬헬의 품에 안기고 싶은가?" "아, 아니옷! 괘, 괜찮습니닷!" "괜찮다니?" "그게, 아니, 저, 아, 아직 뭐랄까, 스컬헬 님을 위해 더 일하고 싶다고나 할까, 일할 수 있다 고나 할까, 이제부터라고나 할까, 완전 열심히 할 수 있다고나 할까! 나는 더욱더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 아무쪼록, 봐, 봐봐봐, 봐주십시오! 부, 부탁함니다!" 란타는 펄쩍 뛰더니 무릎을 꿇었다. 바닥에 이마를 박았다. 엎드려 조아리기 기술이다. "잘못했습니닷! 제, 제가 잘못했습니닷! 앞으로도 스컬헬 님의 뜻에 따르도록 성심성의껏 분골쇄신 견마지로를 아끼지 않고 몸과 마음을 바쳐 열심히 하겠으니, 제발! 제발 제발 제발! 한 번만! 모, 목숨만은!" "쓰레기 놈." 로드는 그 말만 남기고 가버렸다. 란타는 일어서서 "훗 " 하고 얼굴을 적신 엄청난 양의 식은땀을 닦았다. "위 위험했어. 하, 하지만, 그거네. 로드와 밖에서 만난 거, 처음 아닌가? 로드도 저렇게 평범하게 바깥을 돌아다니는구나. 그야 그렇겠지. 계속 지하에만 있을 수는 없을 테니. 그보다 옷이랑 가면을 벗으면 누군지 모를 테고. 의외로 술집 같은 데서 마주친 적 있을지도 몰라. 저 로드, 여자지? 가슴이 있었으니. 여자 로드는 한 명밖에 모르니까, 그 사람인가? 실은 맨 얼굴은 미인이라거나? 엄청나게 위험스러운 미인인가? 그건 또 그 나름대로 크히헛." 복잡한 서쪽 동네를 걸어가면서 마침내 로드가 된 란타와 그 여성 로드와의 사이에 싹튼 사랑 과 욕망의 나날을 망상 속에 떠올리는 데 심취했다. 암흑기사 길드에서의 감금 생활은 금욕을 강요하므로 그 기간이 끝나면 아무래도 여러 가지 의미로 충동적이 된다. "건전한 남자니까. 어쩔 수 없잖아. 응." 천공 골목 바로 앞에서 란타는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지상으로 나왔을 때는 그토록 눈부시고 따뜻하게 느껴졌지만 이젠 저녁이다. 해는 제법 기울 어졌다. " 네 몫까지 나는 오래오래 살 거다, 파트너. 그야 네가 있어주는 편이 좋았겠지만. 없어도 나는 아무렇지도 않아. 이제부터 내 최강 전설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거니까. 멀리서 구경하 고 있으라고. 멍청아." 란타는 눈 주위를 쑥쑥 문지르고 코를 훌쩍거렸다. 허리 양쪽에 손을 대고 힘껏 가슴을 펴고 "카카갓" 하고 소리 높여 웃자 무적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기분이 들었다고나 할까, 완 전히 무적이다. 란타는 유유히 천공 골목에 발을 들였다. 오늘은 셰리의 주점 같은 곳에는 안 간다. 예쁜 누
60 님이 여러 명 있고 술을 따라주는 그런 가게에서 마시기로 정했다. 잘만 되면 누님들 중 한두 명과 2차를 나가고, 끝까지 가주겠다. "지금의 나라면 가능해!" 란타는 끝까지, 끝까지 라며 허리를 움직이면서 가게를 물색했다. 좋아 보이는 가게 중에는 변경군 정규병 전용, 의용병 거절, 이런 곳도 있기도 해서 신중하게 골라서 한다. 젊고 가슴 이 크고 나올 데는 나오고 들어갈 데는 들어간 몸매의 소유자이면서 대화가 능숙하고 배려심 이 있고 심성이 착하고 둘만 있을 때는 대담하고 야하게 란타를 이끌어주는, 그런 여자를 확 보한 가게가 좋다. 한동안 천공 골목을 오가다 란타는 한 가게 앞에서 발을 멈췄다. 카바레 클럽 룰루랄라 파라다이스. 건물 외장은 좀 붕 뜬 느낌이지만 2층 발코니에 낯 뜨거운 차림을 한 아가씨들이 서서 길을 가는 남자들에게 뜨거운 시선을 보내기도 하고 손짓을 하기도 한다. 물론 란타도 유혹하고 있 다. 아니, 난타를 유혹한다. "큭크크. 흥분도 맥스!" 당장이라도 끓어오를 것처럼 피가 솟구쳐 란타는 룰루랄라 파라다이스로 돌입하려고 했다. 뒤에서 누가 어깨를 움켜잡았다. "어이, 또라이." "엉?!" 찬물을 끼얹는다는 게 바로 이런 거다. 란타는 함부로 남의 어깨를 움켜잡은 뻔뻔한 빌어먹을 얼간이 녀석에게 3천 발의 펀치와 7천 발의 킥을 날리려고 했으나 그 얼굴을 보고 곧바로 방침을 전환해서 점핑 엎드려 조아리기를 했다. 오늘 두 번째의 점핑 엎드려 조아리기를 해낸 건데, 상대가 상대인 만큼 수치스러워할 때가 아니었다. "죄, 죄, 죄, 죄송합니닷! 그게 아니라 나, 무슨 짓을 했던가요?! 했군요, 하지 않았다면 거 시기니까요. 아무튼 진짜 진짜 잘못 했습니닷!" " 뭘 사과하는 거야? 너." "아니, 그게, 왜 사과하는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어라? 아닌가? 사과하지 않아도 되는 패 턴? 그보다 왜 렌지가 여기에? 아니, 렌지가 아니지. 랜지 씨가 여기에?" 혹시나 렌지 씨도 룰루랄라 파라다이스에? 그뿐만이 아니라 혹시 룰루랄라 파라다이스의 단골 이라거나?" "룰루랄라 파라다이스?" 렌지가 2층 발코니로 시선을 향하자 아가씨들이 꺄 라거나 와 라거나 히약 등등의 소리를 내며 난리도 아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란타는 보았다. 목격해버렸다. 한 아가씨가 놀랍게도 원래 깊게 파인 드레스 가슴께를 쑥 거시기하자 파괴력 만점의 젖가슴 이 헬로 하고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천박하지만 제법 예쁜 아가씨가 그렇게까지 하는데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아니" 라고 차분하게 부정하는 렌지씨 좀 봐. 정말 진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사나이다. "이 가게에는 들어가본 적 없다." " 그, 그렇군요. 어? 하지만, 그렇다면 어째서?" "우연히 너를 발견해서 말을 건 거다." "엇?! 그, 그러니까, 왜 렌지 씨가 나한테?" "한 번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61
62 "나, 나와?!" "그래." 렌지는 회색 머리카락을 가볍게 누르며 한숨을 쉬었다. " 조금, 그럴 마음이 사라졌지만." " 룰루랄라 파라다이스 때문에?" "아니야. 네 언동 때문이다." "그렇겠지요." 란타는 "에헤헤" 하고 웃으면서 일어서서 재빨리 자기 입 냄새를 점검한다. 아니지. 상대는 여 자가 아니다. 남자다. 오히려 남자 중의 상남자라는 느낌의 남자고. 이런 일을 할 필요는 없 음. 그래도 여자보다 백만배 더 긴장된다. "어, 어, 어, 어, 어, 그게. 이, 이, 이, 이, 이, 이야기라면?" "따라와." 렌지는 턱짓으로 가리키더니 걷기 시작했다. 란타는 "넷!" 하고 시원스럽게 대답을 하고 렌지 를 따라갔다. 렌지가 데리고 간 곳은 천공 골목 외곽에 있는 비좁은 술집이었다. 그야말로 좁지만 가게 안은 깔끔하고 카운터 너머에 술병과 술통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손 님은 없었다. 아마도 아직 시간이 이른 탓이겠지. 밤이 깊어지면 술꾼들이 모여들어 차분히 음미하면서 마신다. 그런 가게가 틀림없다. 즉, 란타 와는 인연이 없는 가게다. "조, 좋은 가게네요. 하하, 하." "브랜디를 적당히, 두 잔." 렌지는 란타에게는 물어보지도 않고 주문했다. 술은 금방 나왔다. 높이가 낮은 유리제 컵에 갈색 비슷한 액체가 들어 있다. 란타는 " 잘 먹겠습니다 " 라고 말하고는 마셔봤다. 사례들릴 뻔했으나, 간신히 참았다. "이, 이거, 독해." 렌지는 낮게 코웃음을 치더니 단숨에 다 들이켰다. 우옷. 멋있다. "요즘 어때?" "엉? 아 뭐, 그럭저럭. 그보다, 아시는 바와 같이, 우리. 거시기해서." "모구조 말인가?" "뭐, 그렇다고나 할까." "녀석에 대해선 잘못 판단했었다. 컸다" 렌지의 말은 명료하지가 않았다. 모구조가 컸다. 무슨 의미일까? 생각했던 것보다 강했다는 말인가? 아니면 모구조가 죽은 것은 큰 손실이라는 말인가 어느 쪽이든 렌지는 모구조를 인정하고 있다. 너, 천하의 렌지에게서 인정받았다, 파트너. 죽어버리고 나서 인정받아봤자 별수 없지만. "하지만, 뭐, 그 녀석은 없어졌으니까. 그 일로 이러니저러니 말해봤자 뭐가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고.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해쳐 나간다고나 할까. 그런 느낌이라." "하루히로는 어때?" "어떻긴. 어떻다고도 할 수 없는데. 뭐, 녀석 나름대로 애쓰고 있는 거 아닐까? 리더 맡을 성격은 아니지만." "확실히."
63 "렌지씨 처럼은 못해." "씨는 집어치워." "알겠습니다. 렌지." 란타는 브랜디를 아주 조금 입에 넣었다. 조금씩 마시면 맛있네, 이것. 하지만 당신과 이런 식으로 이야 기를 하다니, 기묘한 느낌이 야. 혼자야?" "일은 일일 뿐이다." "구별해서 생각한다고나 할까, 구별하고 싶은 느낌?" "대충 그래." "항상 언제나 함께 있으면 짜증나니까. 혼자가 되고 싶어지지." "너도 그래?" "나는 혼자라도 아무렇지 않으니까. 외롭다거나 그런 거 별로 없고. 이 가업은 혼자서는 해나 갈 수 없으니까 동료는 필요하지만." "나있는데로 올래?" 생각 없이 끄덕일 뻔하다가, 잠깐만 하고 생각했다. 뭐? 렌지는 지금 뭐라고 한 거야? 나 있는 데 놀래? 아닌가? 아니겠지. 나있는대로? 아니, 아니 야. 나있는데로 올래? 렌지는 그렇게 말한 것이다. " 엉?" "우리는 지금 다섯 명이다. 한자리 비어있어." "아 프로텍션이 여섯명까지니까?" "도적은 다른 도적의 구역을 침범하지 않아. 놈들 나름대로의 도리라는 거다. 활을 제대로 쓸 수 없는 사냥꾼도, 화력부족 마법사도 필요 없어. 너 있는 곳의 신관은 틀렸어. 모구조를 죽게 했다." "그건. 머리에 피가 솟구쳤다. 하지만 어째서 란타가 메리를 변호해야 하는 건가? 파티 동료니까? 동 료라도 잘한건 잘한 거고 못한건 못한거다. 그것이 란타의 기본 마인드다. 끼리끼리 싸고도는 건 사절한다. "뭐 그렇지. 솜씨는 나쁘지 않지만 메리는 실수를 했어. 커다란 실수를." "우리 꼬마는, 보기엔 그래도 쓸 만해." "진짜로, 진짜 깜짝 놀랐어. 뭐랄까 그렇게는 보이지 않았는데 당신 파티를 서포트하고 있다 는건 대단하지." "란타." 분명 처음이다. 또라이가 아니라, 렌치는 이름으로 란타를 불렀다. "너는 쓸만해질 거야. 데드 헤드에서 너를 보고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하루히로는 너를 살 려주지 못해." 렌지는 봐주었던 건가? 란타도 렌지네를 봤다. 엄청난 것은 렌지뿐이다. 그렇긴 해도 태연히 위험한 곳으로 뛰어 들 어가 적을 날려버리는 렌지가 정상이 아닐뿐, 론 이하 다른 이들도 충분히 대단하다.
64 지금까지 렌지와 행동을 함께 해오면서도 살아 있다. 그것만으로도 보통이 아니라는 뜻이다. 의용병력이 란타네와 다를 바 없다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내가 그 파티에. 만약 그렇게 된다면 분명 좀 더 마음껏 싸울 수 있다. 동료를 걱정하지 않고, 종횡무진하며 스킬을 구사하고, 적을 농락하고. 그것이 암흑기사의 본래의 모습이다. 지금은 다르다. 여러 가지 일을 신경 써야 한다. 제약이 너무 많다. 모구조가 있다면. 파트너가 살아 있다면, 암흑기사로서의 전투 방식에 전념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그것은 이제 불가능하다. 파티를 생각하면 란타가 방패역을 맡는 수밖에 없다. 란타에게 맞지는 않지만 못 할 것도 없겠지. 란타 나름대로 연구하고 착수할 생각이었다. 어 느정도 자기를 죽이게 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정말로 어쩔 수 없는 건가? "나는 이기적이다." 렌지는 두 잔째의 브랜디를 역시 단숨에 다 마셔버렸다. "나에게 있어서 도움 되는 자는 중시한다. 그 외에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 결국 대부분의 녀 석들은 똑같다고 생각해. 타인을 위해 살아가는 녀석은 타인을 위해 뒈져버릴 뿐이다." "나도 자주 들어. 제멋대로고 이기적이라고." "그걸로 좋아." "강해질 수 있는 걸까? 나." "내가 써준다면." "당신의 수하가 되라는 뜻인가?" "그래." 렌지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적어도 란타에게는 싹수가 있다고 렌지는 생각하고 있다. 빼와 서 동료로 삼으려고 한다. 천하의 렌지팀에 진짜야? 웃음이 치밀어 오른다. 굉장한데. 이제야 운이 찾아오는 건가? 그런데, 어떻게 할래? 이런 것. 어떻게 하긴 뭘 어떻 게 해. 생각할 것까지도 없지. 안 그래? 12.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이런." 8시의 시각 종이 울리고 나서 얼마나 지났을까? 5분? 10분? 휴 대할 수 있는 시계 같은 고가 의 물건은 갖고 있지 않아서 하루히로는 모른다. "안 오네." "그러게." 메리는 아까부터 계속 하루히로 옆에서 진정이 되지 않는 듯이 쇼트 스태프 끝으로 바닥을 콕 콕 찌르고 있다. 하루히로가 북문 앞에 도착한 것이 아마 7시 30분경이다. 란타는 밤늦게 숙소에 돌아온 둣, 깨우려고 했더니 먼저 가라고 했다. 시호루와 유메에게는 말을 걸지 않았다. 그런 일을 할 필 요는 없는 것 같았다. 오늘 아침에는 꽤 일찍 눈이 뜨였고 할 일이 없었기 때문에 하루히로는
65 일찌감치 숙사에서 나온 것이다. 메리는 하루히로보다 10분 정도 늦게 북문 앞에 모습을 나타냈다. 물론 안도했다. 진심으로 다행이다 라고 생각했다. 메리는 새크라멘토(빛의 기적)를 습득했다. 상당히 심한 부상도 한순간에 치료해버릴 수 있는 최고봉의 치료마법으로 중급 이상의 신관에게는 필수라고 해도 좋다. 아직 메리는 하루에 두 번 정도밖에 쓸 수 없는 모양이지만, 새크라멘토는 틀림없이 파티에 힘이 된다. 여차할 때 죽음의 늪에서도 생환할 수 있다. 메리 본인도 새크라멘토라는 필살기가 있음으로써 여유를 갖고 전투에 임할 수가 있을 것이 다. 하루히로도 일단 어설트에 더해서 셔터(무릎 깨기) 스킬을 바르바라 선생님께 배웠다. 이것은 주로 스와트에 연결시켜 상대의 무릎에 타격을 주는 기술이다. 스와트 뒤에 어레스트와 셔터, 두 개 의 선택지가 가능해짐으로써 공격에 다양화가 생긴다. 스와트로 오로지 피해내는 것만이 아니라, 틈을 봐서 반격으로 이행하고 어설트로 해치우는 것까지 몰고 가는 것이 하루히로가 머릿속에 그린 패턴이다. 하긴 그렇게 잘 풀리지는 않겠지만,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고 할만큼은 전부 한다. 그러면 아마도, 분명, 아니, 반드시 활로를 개척할 수가 있을 것이다. 하루히로는 긍정적이었다. 적어도 긍정적이 되려고 했다. 풋내기지만 그래도 하루히로는 이 파티의 리더인 것이다. 리더가 똑바로 고개를 들고 한 걸음 씩이든 반걸음씩이든 앞으로 나가지 않으면 아무도 따라오지 않는다. 그보다, 리더가 전진하지 않으면 따라가려 해도 갈 수가 없다. 할 수 있나 없나가 아니다. 우 선 하는거다. 무슨 일이든 첫발을 내딛지 않으면 시작되지 않는다. 시작하지 않으면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어떠한 식으로든 결과가 나온다면, 그것을 받아들이 고 밑거름 삼아 또 조금씩이라도 나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늦네, 녀석들." "응 하지만." "응 " "늦잠을 잤다거나" ""그러게." "스킬을 배우느라고 피곤하다거나." "아. 있을 수 있지." "그런 거라면 좋겠지만." "아니, 그런 걸 거야. 상식적으로. 뭐, 나도 그러니까. 피로가 완전히 가셨냐 하면, 그렇 지도 않고 바르바라 선생님은 엄격하시니까 하하." 웃어보았다. 얼빠진 웃음소리가 허공에 울려 견딜 수가 없어졌다. 좋지 않아. 뭐지? 이 분위기. 분위기라고나 할까. 어째서? 녀석들, 왜 안 오는 거야? 이런 중요한 날에 지각이라니. 있을 수 없지 않아? 이상하다고, 분명히. 지각이라니, 이건 아니잖아.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점은 분명히 해달라고. 아니면 혹시나, 그게 아니라거나? 그냥 지각이 아니라거나?
66 "이야 하하하." 하루히로는 치밀어 오르는 불쾌한 불안감을 얼버무리고자 다시 한 번 웃었다. 전혀 얼버무려 지지 않아서 달려가고 싶어졌다. 실제로는 달리지 않을 거지만. 그런 짓을 하면 이상한 녀석 이니까. "안 오네." "그러네." 어쩌지? 메리도 꽤 걱정되는 모양이다. 뭐지? 뭐냐고? 란타라면 이해한다. 아침에 일어나려고 하지 않았었으니까. 란타니까. 하지 만 시호루와 유메까지 이러다니. 유메는 그렇게 빈틈없는 편은 아니지만 시호루는 고지식하 다. 약속 시간에 늦는 경우는 한번도 없다. 없었다. 이번이 처음이다. 그렇다면 뭔가 특별한 사정이 있어서, 그래서 아직 안온 것이다. 그렇게 생 각하는 것이 자연스럽겠지. 그런 일이 있고 난 후에, 이렇게 되고, 그리고 이렇게 된거니까. "아 " 라고, 메리가 작은 목소리를 냈다. 옆을 보니 메리는 길가 저편을 보고 있었다. 하루히로도 그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시호루나 유메나 란타가 온 것이다. 이제야 왔냐?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꽤 키가 큰, 하지만 구부정한 남자가 걸어온다. 판금 가슴 보호대와 팔 보호대를 장착했으나 어느 부품도 다 척 보기에도 중고품 이다. 가슴 보호대에는 루미아리스의 육망성이 새겨져 있 다. "안녕." 남자는 하루히로 앞에 멈춰 서더니 고개를 꾸벅 숙였다. 하루히로도 남의 말을 할 입장은 아 니지만, 참으로 매가리 없는 면상이다. 아침에 어울리지 않는다. " 쿠자크." "어떻게?" 메리는 고개를 숙이고 우물쭈물했다 기보다, 얼굴, 빨갛지 않아? 응? 뭐지? 무슨 일이야? "아아"." 쿠자크는 커다란 오른손을 이마에 대고 새끼손가락 끝으로 눈썹 주변을 긁적였다. "어. 뭐랄까. 그건 없었던 일로." "그렇다면 말하지 마!" "아. 그러네요." "어? 아"?!" 하루히로는 잠자코 있을 수가 없어서 끼어들었다. "뭐, 뭐야?! 잠깐만. 뭐냐고?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아무 일도 없다니까!" 메리는 완전히 낭패한 기색이다. "없어, 없어." 쿠자크의 표정은 평범해서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다. 있었네. 이것은 확실히 뭔가 있었다.
67
68 하지만 뭔가라니? 애초에 두 사람의 관계는? 전부터 아는 사이였어? 쿠자크는 하루히로네 후 배이니 그건 생각하기 힘들다. 그러나 백 퍼센트 없다고는 단언할 수 없다. 메리는 밤에 혼자서 술 을 마시는 모양이니까 그 때 만났다거나. 그래서, 원가 있었다거나. 뭔가라고 하면 역시 그런 일? 메리는 고개를 숙이고 쇼트 스태프를 두 손으로 꼭 쥐고 있다. 한편 쿠자크는 다소 어색한 것 같지만 딱히 개의치 않는다는 듯한 태도다. 그 정도로 대단한 일은 아니니까. 그런식의. 자주 있는 일이니까. 그런 비슷한? 단 한번의 불장난이었으니까. 그런?! 불장 난?! 뭐야? 그게?! 저질러버렸다는 뜻?! 하루히로는 자기 가슴을 두드리기도 하고 문지르기도 하면서 몇 번이나 눈을 깜빡였다. 응. 아무튼. 메리가 뭘 하든 메리 마음이잖아? 제한할 권리도, 탐색할 권리조차도 나에게는 없는 거잖아? 쿠자크는 키가 크고, 우울한 얼굴 을 하고 있긴 해도 그 이목구비 자체가 형편없는 것은 아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그런대로 멋 있게 생겼다. 그럴지도 몰라. 모르지만! 놈의 얼굴이 괜찮은지 아닌지 같은 건! 판단할 수 없괴 하고 싶지도 않다고! 알 게 뭐야! 좋았어. 좀 진정이 되었다. 이제 괜찮다. 냉정하다. 하루히로의 마음이 얼음처럼 차갑고 얼어 붙은 호수 위처럼 조용하다. " 그래서, 뭐? 우연히 지나가던 것뿐? 그럴 리는 없겠지." "없네요. 그건." "그럼 뭐야?" 살짝 무섭네. 오늘의 당신." "그런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질문에 대한 대답은?" "다시 한 번 정식으로 부탁하러 왔다고나 할까." "엉?" "파티. 넣어줬음 하고." "무슨." "말했었지? 혼자서 결정할 수 없는 일 비슷한 말. 다른 사람도 있으면 의견? 인지 뭔지를 들 어보고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던가? 당신들, 어딘가에서 모일 것 같은 느낌이었으니까." 끈질기다. 거절했잖아? 비교적 분명하게 "안되"라고 말했지? 그쪽도 "그렇습니까" 라고 말했거든? 오케 이. 포기하겠습니다 라는 의미라고, 그건? 소용돌이치는 반감과 짜증과 적의 같은 것을 하루히로는 일단 씹어 삼켰다. 그대로 쏟아내는 것은 안된다. 좋지 않아. 리더인 것이다. 리더니까. 그래서인가? 잘은 모르지만, 아무튼 체면을 유지해야 한다고 마음속의 목소리가 하루히로에게 명령한다. " 말했는데. 확실히. 말했지만, 그것과 이것과는 별개라고나 할까." "뭐가 별개?" "응? 아, 그러니까 그거랑 이거는." "그거랑 이거란 건 뭡니까?" "그, 그거라는 건." 큰일 났다. 머리가 안 돌아간다. 체면, 유지할 수 없다니까. 어떻게 된 거야? 이거. 혹시나 동 요하는 거야? 지나칠 정도로? 부정은 할 수 없어?
69 "하루히로. 당신 말이야." 쿠자크는 힐끔 메리를 보았다. "동료에게 말해준 거야? 내 얘기. 말 하면 찬성하는 사람도 있을지도 모르잖아. 잘은 몰라도." " 말하지는, 않았는데." "나는." 메리가 거친 목소리로 말하려다가 헛기침을 했다. "그 그다지 찬성이 아닌 지도." 하루히로는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활짝 펴졌다. "그거 봐!" "그거 보라니, 뭐가?" "응?! 뭐긴." 하루히로는 펄쩍 뛰었다. "우왓?! 란타?!" "그렇게 겁먹을 것 없잖아. 어떻게 된 거 아니야? 너." 란타. 어느틈엔가 란타가 이렇게 가까이에. 바로 옆에. 아니, 란타뿐만이 아니다. 시호루와 유 메도 있다. 어째서인지 놀라고 있다. 놀랄 사람은 나라고. "뭐야?" 란타는 귓구멍을 후비면서 눈을 가늘게 뜨고 쿠자크를 보았다. "누구야? 너. 아니, 낯이 익은 면상인데. 음? 후배인가? 어라? 너 데드 헤드에서 죽은 거 아니었어? 좀비?" "숨을 쉬니까 살아 있는 거 아닌가?" "이런. 후배 주제에 건방지네. 덤빌래? 엉? 맞장이라면 받아주지." "아니. 됐습니다. 싸울 이유 없으니." "오호. 그렇게 나왔어? 그렇게 나왔냐고. 나보다 키가 좀 크다 고 내려다보지 말라고, 인마!" "좀인가?" "훨씬이지." 유메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란타와 쿠자크의 키를 비교한다. "20센티 정도 차이 나는 거 아니야?" "바보. 그렇게까지는 안 나! 눈을 어디에 달고 다니냐? 이 바보야." "나, 아마도 191이나 2일 텐데." 시호루가 키득 웃었다. "란타 군은 170 안 되잖아 20센티 이상차이 나네." "돼! 170 이상 여유 있게 돼! 당연히 되지! 180은 된다고! 그보다, 키만큰 꺽다리. 왜 네가 여 기 있는 거야?!" "아, 그보다, 그전에." 하루히로는 란타와 시호루, 유메를 차례로 바라보았다. 기분 탓인지 세 사람 다 하루히로의 눈을 똑바로 봐주지 않아서 뭔가 켕기는 거라도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왜 왜 이렇게 늦게 왔어? 북문. 앞에서 8시라고 약속했잖아. 란타는 그렇다 치고, 시호루와 유메까지." "아 그건 말이지." 란타는 태연하게 황당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실은 나, 렌지의 권유를 받아서. 렌지팀에 들어오지 않겠냐고." "흠." 하루히로는 쓰러질 뻔했다. "엉?" "유메와 시호루도 있지." "도?"
70 "와일드 엔젤스에 들어오면 좋겠다고. 카지코한테서 권유받았는데." " 카, 큰일났다, 큰일났다, 큰일났다. 무릎에도, 발목에도, 허리에도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쓰러진다. 정말로. 그보다, 추락한다. 나락 밑바닥으로. "하, 하루!" 메리가 재빨리 부축해줘서 간신히 버렸으나, 이제 여러 가지로 좀 무리인지도 몰라. 무리인지 도 모르는 게 아니라, 무리.
71
72 뭐였지? 지금까지의 고생은. 무엇 때문에 열심히 노력한 거지? 알 게 뭐냐고? 노력했으니 어 쩌라고 그런 거야?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는건 안된다는 뜻? 어차피 떨거지들 모임이니까. 아니, 그래도, 란타와 시호루와 유메를 다른데서 필요로 하는 것 이다. 란타가. 이런 란타가. 게다가 그 렌지한테. 하루히로는 란타보다도 아래라는 뜻이다. 하루히로야 말로 진짜 떨거지였다는 뜻이다. 메리도 있나. 하지만 메리는 신관이다. 가만히 있 다보면 어디선가 요청이 오겠지.도적과 신관은 수요에 있어서 압도적인 차이가 난다. 하루히로는 앞이 깜깜하다. 새까만 어둠이다. 어둠 속에 있다. "우와." 쿠자크가 일행을 둘러보더니 눈썹을 찡그렸다. "뭔가, 날 넣어달라거나, 그런 차원이 아닌 것 같네." 그러네요. 정말 그 말이 맞습니다. 지금 그럴 때가 아닙니다. "미안 고마워, 메리." 하루히로는 메리에게서 떨어져서,"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 " 하고 크게 숨을 내쉬었다. 자, 이제. 어떻게 할까? 앞으로. 처신을 생각해야 한다. 그거지? 의용병 같은 건 원래부터 적성에 맞지 않았으니 장인이라도 될까? 누군가에게 제자로 들어가서. 힘들 것 같지만 장사 같은건 못할 것 같고. 그래도 열심히, 꾸준히 하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 뭔가 실패해도 목적을 잃는 건 아니니까 마 음이 편하지. 그쪽이. "아항. 가입 희망자인가?" 란타는 쿠자크의 머리 꼭대기부터 발끝까지를 빤히 훑어보았다. "성기사인가? 그렇군." "호." 유메는 어째서인지 단단함이라도 확인하려는 것처럼 쿠자크의 어깨와 팔을 톡톡 두드렸다. "성기사라는건 구체적으로 뭘 하는 거야?" "뭐 검을 들고 싸운다거나?" 쿠자크는 우물쭈물한다. "그리고 광마법도 쓸 수 있으니 상처를 치료하는 것도 약간은. 자기는 치료 할 수 없지만. 그 리고 방패로 방어하거나." "별거별거 다 할 수 있구나." "별거별거? 아. 글쎄. 그렇지도 않은 것 같은데." "기본은 방패역 인가요?" 시호루가 머뭇거리면서 묻자 쿠자크는 애매하게 끄덕였다. "대충 그런 느낌입니다." "분명치가 않네!" 란타는 쳇 하고 내뱉는다. " 파티에 들어오고 싶다면 그 점을 명확하게 하지 않으면 우리도 판단할 수 없잖아." "어?" 메리가 눈을 까뒤집으며 여기저기로 시선을 옮겼다. 하루히로는 아직 머리가 멍해서, 뭔가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으나, 도대체 뭐가 이상한 건지는 잘 몰랐다. "흠."
73 란타가 수상쩍다는 듯이 하루히로를 보았다. "뭐야? 척 봐도 상태가 너무 이상해서 재수 없어, 너." "아니 뭐가? 재수 없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다. 너한테서만은." "나는 네가 재수 없으니까 재수 없다고 하는 거야. 재수 없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으면 재수 없게 굴지 않은면 되잖아." "재수 없는지 재수 없지 않은지는 주관적인 거고, 그런 것 그게 아니라!" "뭐야?" "어엇?! 아니, 그러니까, 렌지에게서 권유받았다며? 시호루와 유메는 카지코에게서. 그래서 늦게 왔다는건, 요컨대." "미안." 유메가 사과한 순간, 역시 라고 생각했고, 하루히로로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 고, 그리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거봐. 이거 봐. 이거 보라고. 그렇게 된 거잖아. 결국은. 이미 받아들일 각오는 되어 있으니 괜찮지 만. 각오 같은 게 될 리가 없고, 괜찮을 리가 없지만! "유메 있지, 사실을 말하자면, 카지코가 직접 권유해서, 무지하게 망설였어." "그야 그렇겠지." 하루히로는 억지웃음을 지었다. "카지코잖아. 유명인이니까." "무척 우리 입장에서 생각해주었어." 시호루는 움츠러들었다. "우리를 생각해주고, 여러 가지, 이야기해주고. 조건도, 좋았고." "나는, 너는 쓸 만해질 거라고 렌지가 그랬다고. 또라이가 아니라 분명히 이름으로 날 부르면 세란타." 란타는 목소리를 낮추고 렌지를 흉내내려는 것 같았으나 마치 우스꽝스러운 표정 연기를 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너는 쓸만해질 거야라고! 카핫하하하하하핫! 볼 줄 아는 녀석은 안다니까! 이 나 님의 빛나 는 재능을! "그렇구나." 하루히로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래. 응. 나는 너를 잘 살려주지 못했어. 그렇겠 지." "그래. 렌지도 말했어. 하루히로는 날 잘 살려줄 수 없다고." "그렇구나." 하루히로는 어금니를 악물었다. 쓸 만한 인재를 재빨리 확보해서 팀렌지를 결성해버리고 스타 의 길을 똑바로 걸어가는 렌지가 말했다면 도저히 반론할 수 없다. 하루히로에게는 리더의 적성 같은 건 없다. 불을 보듯 뻔하게 잘 알지만. 그런 일. "따라서, 아무리 나라도 이번엔 무지하게 생각하고 또 생각했는데 말이야." 란타는 하루히로의 어깨를 가볍게가 아니라, 힘껏 찔렀다. "감사해라, 파루피로!" "아얏 엉? 감사? 뭘?" "어영? 이 내가! 란타 님이! 파티에 남아주시기로 했다고. 감사하고 감격해서 눈물을 3리터 정 도 홀려야 마땅하잖아, 이건!" " 어."
74 "유메랑 시호루도 있지. " 유메는 두 볼을 속속 문질렀다. "잘 생각해보고 둘이서 대화도 했어. 유메네는 정말로 해나갈 수 있을까 하고. 솔직히 자신 이 없어서. 그러면 모두에게 민폐를 끼치는 거 아닐까 하고. 유메, 무서웠어. 오늘 아침까지 망설였어." " 나는, 나 혼자서는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고." 시호루는 마법사 모자를 아쾌로 잡아당겼다. "그런 자신이 한심해서. 아무 데도 있을 장소가 없는 것 아닐까? 나 같은 건 없는 편이 좋 지 않을까? 하고 그런 생각도, 했어. 이런 내가, 모두를 서포트해줄 수 있을까? 이 파티 에 있는 이상은 그런 각오가 없으면 안 될 것 같고. 강한 사람들 사이에 섞여 묻어가면 편 히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치만, 시호루랑 둘이서 결정했어." 유메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여기에서, 마나토가 있었고, 모구조가 있었고, 하루 군네가 있는 이 파티에서 같이하기로. 유 메도, 시호루도 도망치고 싶었던 거야. 괴로워서. 하지만, 도망치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으니 까. 게다가 역시 모두랑 떨어지고 싶지 않으니까." "뭐, 뭐야, 너." 란타의 볼이 살짝 붉다. "평소엔 거시기한 주제 에 그렇게 거시기하냐? 날." "물론 란타는 덤 같은 거지만." "누가 덤이야? 멍청아! 엉덩이 움켜잡고 마구 주무른다! 멍청이!" "변태! 란타 같은 건 덤 이하야! 쓰레기보다도 못해!" 유메와 란타가 언제나 그렇듯이 서로에게 악담을 퍼붓는다. 하루히로는 메리와 얼굴을 마주보았다. 메리는 꿈을 꾸는 듯한, 아직 믿을 수가 없다는 듯한 표정이다. 하루히로도 분명 비슷한 표정을 하고 있겠지. "저." 시호루가 윗몸을 앞으로 굽히기라도 하는 것처럼 배꼽인사를 하는 바람에 모자가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시호루는 황급히 집어 다시 쓰고는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미안. 망설여서. 하지만 거짓말은 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대충 얼버무리고 지나가면 언젠 가 반드시 나쁜 여파랄까 좋지 않은 일이 되어버릴 것 같아서. 내 약한 면도 포함해서 감추지 않고 말해둬야만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것 아닐까 하고 생각해 서." "흥." 란타는 코를 울리며 팔짱을 끼고는 고개를 옆으로 획 돌려 버렸다. "눈앞에 스텝업을 할 찬스가 떡하니 있으면 덤벼드는 게 당연한 거잖아. 뭘 사과하는 거야?" 하루히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그러는 너는 왜 그 찬스를 차버린 거야? 마음만 먹 으면 렌지네 파티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스텝업하기 위해서다. 당연하잖아." "잘 모르겠는데." "그것도 몰라? 바보구나, 너는. 저기 말이야, 누군가가 이끌어준 다거나, 이리 오라는 명령에 그쪽으로 가거나 해봤자 아무런 의미 도 없잖아. 나에게 있어서는 그런 건 진보도 뒷도 아니 야.
75 자력으로 기어 올라가야만 재미 있는 거니까. 그게 바로 스텝업 이라고. 참 된 스템업. 알았 냐?" "조금.,, " "조금이 아니라 완전히 알아먹어! 무엇보다, 렌지인지 켄지인지 게지게지인지 모르지만, 나를 이끌어주려 하다니, 거만하다고. 누군가를 이끌어주는 입장이라면 그건 나여야지. 즉! 내가 너희를 한 단계는 물론 두 단계라도 끌어올려준다는 뜻! 너희는 이 나한테 창피를 주지 않도록 노력해! 그게 너희의 의무다! 대답은 예스!" "예스거나 예스?" 유메는 볼이 튀어나오더니 입꼬리가 처진다. "그럼 똑같은 거잖아." "그러니까, 그렇다고!" "저." 쿠자크가 자기를 가리켰다. "나는?" "알 게 뭐야!" 란타는 쓰레기통을 뒤집어엎는 시늉을 했다. "키만 큰 끽다리 따위! 내가 알바 아니잖아!" "성기사라." 유메는 눈썹이 아래로 처졌다. "끙. "갑작스러운 일이라서." 시호루는 쿠자크 쪽을 보려고 하지 않았다. 란타는 키 차이 때문에 원망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유메와 시 호루는, 갑자기 그런 말을 꺼내도 어떻게 대답할지 난처하다는 걸까? 쿠자크와무슨 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메리도 내키지 않는 것 같으니 하루히로로서는 모처 럼 정리된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쿠자크. 미안하지만, 역시." "부탁해." 쿠자크는 큰 키를 낮게, 아주 낮게 낮췄다. 두 손으로 무릎을 누르는 것처럼 하고 90도 이상 상체를 접으니 상당히 박력이 있었다. " 부탁이야. 나도 어중간한 기분으로 부탁하는 게 아니야. 진심 이야. 나 나름대로." "그야, 진심이 될 만도 하지." 란타는 코웃음 쳤다. "살아가기 위해서는 벌어야 하니까. 하지만 혼자서는 벌이도 뜻대로 되지 않을 테고. 우리는 방패역이 부재니까 말단의 말단에 완전 말단 공무니다. 넣어준다면 거기밖에 없다고나 할까." "그런 게 아니야." "그럼, 뭐야?" "당신들 팀에 들어오고 싶었어." 쿠자크는 얼굴만 들고 눈을 치켜뜨고 하루히로의 눈을 보았 다. "데드 해드에서 나 당신들을 보고 있었어. 솔직히 강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어. 오히려 미덥지 못한 느낌이었어. 그런데, 당신들은 나를 구해주었고, 마지막에는 최전선에 있 었어. 나 죽을 뻔해서 흐릿하게 밖에 기억나지 않지만, 들었어. 당신들 목소리를. 대단하다고 생각했어. 보기에도 강해보였다거나 그러면 알겠지만 그 렇지 않았는데도 저렇게 싸울 수 있다니. 멋있다고. 나 그대로 죽는다고 생각했으니까, 저렇게 되고 싶었는데. 왜 대충대충, 반쯤 자포자기 였던 걸까 하고. 좀 더 진지하게 임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게 생각했어. 당신들 목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죽었어야 했어. 하지만, 눈을 뜨니 살아 있 었어. 동료는 모두 죽어버리고 나만 살았어."눈을 피할 수가 없다. 젠장.이 녀석, 진심이다.
76 자기 마음을 똑바로 하루히로네에게, 하루히로에게 부딪친다. 가볍게 넘겨버릴 수는 없다. 거 절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정당한 논리나 강한 마음이 필요할 것이다.
77 있는 건가? 쿠자크를 내치기에 충분한 이유가. 왠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거나, 모구조를 잃은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이르다거나 그 정도로 쿠자크가 납득할까? 그걸로 됐다고 하루히로는 자신을 납득시킬 수 있을까? "멋있다 고." 란타는 두 손으로 곱슬머리를 쓸어 올리며 히죽 웃었다. 그리 싫지 않은 모양이다. 아니, 명백 하게 의기양양한 얼굴이다. "뭐 그래.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니 듣고서 별반 기쁘지도 아무렇지도 않지만. 내 근사함을 알아보는 걸 보면 제법 싹수가 있잖아, "아니. 당신뿐만이 아니라, 당신들 말인데." "그 점은 부정하지 마! 긍정해둬! 서로에게 있어서 그편이 좋다는 게 명백하잖아!" " 제대로 된 방패역은." 시호루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필요 하다고 생각해." "그야." 유메는 팔짱을 끼고, 응, 응 하며 끄덕였다. "란타가 방 패역을 하면 엉망진창이니까. 그건 뭐." 하루히로는 메리의 표정을 살폈다. "메리?" 메리는 눈썹을 모으고 입술 끝을 살짝 깨물었다. " 그것이 파티 에 필요하다면. 나는, 별로 상관없어." "단." 란타는 쿠자크에게 검지를 들이댔다. "어디까지나 임시 에 불과하니까, 임시! 시험 기 간 중에는 우리 레벨에 전혀 맞지 않 는다거나, 우리의 분위기를 전혀 따라오지 못한다거나, 내 하이레벨 개그를 이해하지 못한다거나, 나를 숭배하지 않는다거나, 나에게 조공을 바치지 않는다거나, 각종 문제가 발각되어 해결할 수 없을 경우엔 해고다! 해고! 알았어?" "네가 멋대로 결정하지 마." "시끄러워, 하루히로! 네가 분명치 않으니까 내가 정해주는 거잖아! 앞으로도 네가 빠릿하게 굴지 않으면 뭐든지 전부 사양 않고 내가 관리할 테니까! 각오해둬!" "그건 안 돼!" 유메가 하루히로에게 매달렸다. "하루 군. 똑 바로 해줘! 란타가 멋대로 굴면 최저최악이잖아! 유메, 그건 못견뎌!" 시호루가 손을 들었다. "이하동문." 메리도 끄덕였다. "뭐야? 너희들!" 란타는 침을 튀기며 소리쳤다. "나는 멍청이에 매가리 없고 찌질이에 얼간이 파루포로 놈에게 기합을 넣어주기 위해서!" "알아." 하루히로는 턱을 매만졌다. "그건 안다고." "그 그래? 알면, 뭐, 됐어." "말투에는 문제가 지나칠 정도로 있지만. 네 경우, 원래 성격에 문제가 있으니 어쩔 수 없겠지 만." "시끄러워! 입 다물어! 진짜로! 진짜!" "쿠자크." 시끄럽게 떠드는 란타를 무시하고 부르자 쿠자크는 아직도 몸을 굽힌 채로 하루히로에게 시선 을 보냈다. 의외로 예의 바른 녀석인 가? 뭐라고도 판단할 수 없다. 모르는게 당연한가. 이제부터 이해하면 된다. 함께 해 나가다보면 저절로 보이겠지. 메리와 무슨 일 이 있었는지도. 아니, 그건 됐다. 사생활은 구분해서 생각해야지. "란타가 말한 임시라는 건 아니지만, 처음엔 좀처럼 적응이 안될거라고 생각해. 성기사고 방패 역을 맡아줘야 할 테니 부담도 크고. 힘들 거야
78 분명. 어쩌면 도저히 안 되겠다는 결론이 날지도 몰 라. 그래도 괜찮겠어?" "좋아. 그걸로. 충분해." "알았다. 그럼 환영한다." 하루히로가 오른손을 내밀자 쿠자크는 그제야 몸을 펴고 손을 잡았다. 크고 울퉁불퉁한 것치 고는 부드러운 감촉의 손이었다. 뭐랄까, 좀, 다부지지 않아서 미덥지가 못하다. 방패역답지 않다고나 할까. 괜찮은 건가? 그리고 하루히로는 이미 손에 힘을 했는데도 어째서 쿠자크는 손을 놓으려고 하지 않는 걸까? "저 손, 놔주지 않겠어?" "아. 미안." "아니. 미안할 것까진 없는데." "좋았어!" 란타는 북쪽을 가리켰다. "이렇게 되었으니, 출발이지! 그러고보니 어디 갈건지 정하 지 않았잖아?! 나한테 생각이 있어! 심기일전해서 오늘은 경사로운 재출발을 하는 우리에게 어울리 는 새로운 사냥터! 넥스트 제 너레이션 뉴 스피릿 헌팅 월드다!" 유메는 고개를 옆으로 한참 기울였다. "뉴 스페르마 혼탕 월드?" "유, 유메." 시호루가 유메의 팔을 잡아당겼다. "우옹? 시호루, 왜 그래?" "왜, 왜 그러긴." "어딥니까? 그게." 쿠자크가 성가시다는 듯한 말투로 묻자 란타는 "와하핫!" 하고 웃었다. "듣고 놀라지나 마라! 원더 홀이다 " 13.그 걸음을 멈추지 마 확실히, 낯선 새로운 장소로 발을 들이는 일이 하루히로 일행에 게는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하루히로 일행은 그림갈의 변방에 달라붙어 있는 벌레 같은 존재다. 날개가 없어 어딘가로 날 아갈 수는 없다. 그래도 다행히 다리는 붙어 있다. 걸어갈 수는 있다. 걸어가다 보면 본 적 없는 풍경 이 펼쳐진다. 무한한 하늘 아래 대지는 끝없이 이어져 있는 것 같다. 어디까지든 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솔직히 또 다무로 구시가나 사이린 광산에 다니는 건가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웠다. 그렇긴 해 도, 그 이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조정해가면서 착실하게 벌이를 하려면 역시 사이린광산의 1층부터 3층 부근이 타당하겠지. 하 루히로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시야가 좁았다고 스스로도 생각한다. 분명히 막다른 곳에 다다랐는데도 정보 수집조차도 안했 다. 자신은 평범한 인간이라고 하루히로는 통감했다. 도적으로서도, 의용병으로서도 보통이지만 애초에 인간으로서 평범하고 창의력이 없다. 판에 박인 시점으로만 사물을 보고 사고를 비약시킬 수 없다. 현실적이라고 하면 듣기는 좋지 만, 뛰어오를 수 없는 정도가 아니라 점프를 한 번 해볼까? 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래서 란타의 기발한 생각은 귀중하다. 란타를 마음껏 날뛰게 하는 건 위험하다. 하지만 하 루히로가 생각지도 못하는 란타의 아이디어는 적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79 "오케아"! 풍조황야다! 예이!" 물론, 저런 식으로 바보 풀 파워로 황야를 향해서 멍청하게 큰 소리를 지른다거나 하는 걸 흉 내 내는 짓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로 하지 않는다. "야포오오오오오! 헬로! 풍조 황야! 우하하하하하! 끝내 준다! 의욕이 솟구치잖아. 어 이! 캬하하하하하하!" "한 가지 물어봐도 돼?" 쿠자크가 란타를 가리키며 하루히로를 보았다. "란타 군은 저게 정상 인 거야?" "뭐, 그래." "흐 ". "엉?" 란타가 허리부터 위쪽만 빙글 돌렸다. "뭐야? 지금 나를 디스한 거 아니야?" "디스하지 않았습니다." 쿠자크는 담담하게 말했다. "란타 군은 괴찌구나 하고. 그것뿐." "쿠하하하하하! 칭찬이로군! 희소성 만세!" 다들 어이없어하는데도 당사자인 란타는 기쁜 것 같았다. 정말로 속 편한 녀석이야. 하지만 뭐, 이만큼 탁 트인 곳이니 해방감은 상당하다. 유메와 시호루와 메리는 아까부터 장대한 광경에 매료되어 말도 나오지 않는 것 같았다. 오르타나 북쪽 6킬로미터에 있는 데드 헤드 감시보루에서부터 드문드문 있는 숲을 약 한 시간 쯤 더욱 북상하면 광대무변( 廣 大 無 邊 )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초원으로 나가게 된다. 탁 트였기 때문인지 바람이 강하다. 그래서 풍조( 風 루, 바람이 빠르다) 황야라고 불리는 것이겠지. 황다라고 해도 황량한 땅은 아니다. 자연 그대로라는 인상이다. 얼핏 보기엔 평평한 초원이지만 나무도 있다. 기복도 없지는 않다. 단, 너무 넓어서 나무들도 약간 큰 들풀처럼 보일 뿐이고 자그마한 언덕은 오차 범위 내다. 도대체 이 황야는 어디에서 끝나는 걸까? 끝은 없는 것 아닐까? "음." 손으로 햇빛을 가리며 여기저기를 둘러보던 란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없네. 동물 같은 거. 있어도 좋을 만한데." "그러고 보니." 하루히로는 눈에 힘을 주고 둘러보았다. 사람의 흔적은 고사하고 생물다운 그림자가 전혀 보 이지 않는다. 신기하다고하면 신기하기도 하다. "숨어 있나? 아니 숨을 만한 곳도 그닥." "헉!" 유메가 까치발로 서서 아득히 먼 곳을 가리켰다. ""뭔가 있어!" "뭐?" 하루히로는 유메의 손가락 끝을 쳐다본다. "어디?" "혹시나." 시호루가 중얼거렸다. "저거 말이야?" 메리도 발견한 모양이다. "아쿠자크는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 "나, 눈이 별로 안 좋아서." "뭐야?! 어디이?!" 란타는 오로지 시끄럽다. "어디야, 어디?! 나는 안 보이는데?! 기분탓 아니 야?! 눈의 착각이지?! 나님한테는 안보인다는 건 착각이 틀림없다고 우오오오오오옷?! 저건 가?!" 하루히로도 저것으로 짐작되는 것을 찾아냈다. 꽤나 멀리 있는 덤불 같은 것 너머다. 뭔가가 있다. 뭔가, 뭔가? 원가라고만 하면 뭔지 모르겠지만, 거리가 멀어서 분명하게는 말할 수가 없 다. "저거라니?"
80 "생물 인가?" 란타는 실처럼 눈을 가늘게 떴다. "음.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도 드니까 살아있는 거겠지?" "움직이네." 유메는 저래 봬도 틀림없는 사냥꾼으로 활 쏘는 훈련을 시작한 후에 다른 사람들 보다도 시력이 좋아진 것 같다. 움직여. 아니, 걸어가는 건지도?" "걸어가?" 시호루는 거의 지팡이에 기대고 있는 것 같다. "그 럼, 두발로?" 늘고 긴." 메리가 중얼거렸다. 하루히로의 눈에도 그것은 가늘고 길다고나 할까, 세로로 긴 실루엣으로 보인다. 적어도 네발 달린 짐승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저 덤불. 문제의 그것 앞에 있는 덤불은 정말로 덤불일까? 왜냐하면 저 덤불도 여기에서 상 당히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덤불이 아니라 그 런대로 키가 큰 수목이 몇개 나란히 자라난 숲 이 아닐까? 참고로 말하자면, 저 나무가 있는 일대는 지면이 약간 올라가서 높은 편이다. 그것은 작은 언덕 위의 숲 너머에서 걷고 있다는 뜻이다. 하루히로는 눈을 부릅떴다. "크, 크지 않아?! 저거?!" "우왓!" 란타가 요란하게 펄쩍 뛰었다. "지, 진짜네! 생각해보니 무지하게 커, 저거!" "인간." 유메가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저거 말이야. 유메한 테는 인간 모양처럼 보이는 데." "아니지." 쿠자크가쓴웃음을 지었다. "그럴 리는 없지." "거인." 낮은 목소리로 말한 것은 메리였다. " 들은 적이 있어. 풍조 황야에는 거인이 서식한 다고." "어어어어어어어어어이이이이이이!" 갑자기 란타가 두 손으로 나팔 모양을 만들어 소리를 질렀다. 뭐 하는 거야? 너. 하루히로가 핀잔을 주는 것보다도 빨리 메리가 란타의 뒤통수를 쇼트스태프로 때렸다. "끄악 뭘 하는 거야? 메리. 너 이 녀석!" "바보 아니야?!" "엉?! 뭐가 바보라는 거야! 그보다 태곳적부터 내려오는 규칙에 따르면 남더러 바보라고 하는 놈이 바보인 거다!" "거인이 이쪽으로 오면 어떻게 할 거야?!" "그때는 그때고! 별일 없어! 이 내가 있으니까! 상대가 그럴 생각 이라면 해치우면 되는 거니 까!" "우왓 유메가 뒷걸음질 쳤다. "왜 왠지 거인이, 머, 멈춰 선 것 같은?" "도망간다!" 란타는 그렇게 말하자마자 달리기 시작했다. 쿠자크는 어이 없어했다. " 엄청난 태도 돌변." "저런 사람이니까." 시호루는 한숨을 쉬었다. "도, 도망가자!" 하루히로는 팔을 흔들어 이동하도록 모두를 재촉했다. 란타의 뒷모습은 벌써 꽤 작아졌다. 줄행랑이 엄청 빠르다. 하루히로는 유메와 시호루, 쿠자크, 메리를 먼저 보내고 제일 뒤에 붙었다. 발을 멈추지 않고 돌아본다. 거인은 다가오고 있는 건가? 움직이고 있지 않은 건가?
81 하루히로의 평범한 시력으로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멀어지는 느낌은 들지 않으니 우선 도망 치는 편이 좋을 것이다. 계속 서쪽으로. 여기에서부터 35킬로미터 정도 서쪽으로 가면 변경군의 적야( 寂 野, 적막한 들 판) 전초기지가 있다. 적야 전초기지는 지난날 쌍두뱀 작전에서 리버사이드 철골요새 공락을 담당했던 적사대의 거 점이 되었다. 기지라고는 해도 변경군 관계자 이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눌러앉아서 거의 마을 같은 양상이 되었다고 한다. 그 적야 전초기지 근처에 원더홀의 입구가 있는 모양이다. 달리면서 뒤를 돌아보는 메리와 눈이 마주쳤다. 아직까지는 거인에게 쫓기고 있다고 단정지을 상황이 아니다. 전력질주를 하고 있는 것은 아 니라서 여유가 있다. "그러고 보니, 메리. 지팡이." "으?" "어떻게 된 거야? 전에 갖고 있던 것과 다르잖아?" "앗, 이건." 메리는 힐끔 앞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하루히로의 착각이 아니 라면, 아마도 쿠자크 쪽으로. "그게, 좀, 잃어버려서." "그렇 구나." "어차피 교환할 시기였으니까. 그건, 그다지 실전에 맞지 않았고." "아. 지금 있는 게 때리기 편할 것 같나?" "그래. 맞아. 전에 것보다 모양이 심플하고! 무기로서는 이쪽이 더." "그럼 차라리 잘되었네." "잘되었어." "그렇구나. 잘됐다, 잘됐어. 하하." 뭔가, 슬쩍 얼버무려 넘긴 것 같은. 그러나 아무튼 쿠자크와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 가? 대충 상상은 되지만 상상하고 싶지않다. 아마도 15분이나 20분 정도 달렸을까? 유메는 아직 거인이 멀리 보인다고 하지만 하루히로 일행은 동의할 수 없다. 이제 괜찮을거 라고 판단해서 걷는 걸음으로 바꿨다. 거기에서부터는 계속 걸어갔다. 잔디 위를 오로지 걸어갔다. 얼핏 보기엔 평평하지만 장소에 따라서는 움푹 팬곳도 있고, 어떤 곳은 딱딱하고 어떤 곳은 부드럽기도 해서 걷기 편한 곳도 있고 힘든 곳도 있었다. 의외로 지친다. 아무튼 어딘가에 적야 전초 기지로 이어지는 길 같은 것이 있다 고 한다. 그러나 하루히로 일 행은 발견하지 못했다. 방향은 틀림없을 텐데. 다소 불안하다. 이윽고 동물 무리의 모습이 언뜻언뜻 보이게 되었다. 아까 아무 것도 없었던 건 분명 거인 때 문이겠지. 대부분은 초식동물 같지만 그 초식동물을 노리는 육식동물도 있을테니 좀 무섭다. 단 동물 에 관해서는 사냥꾼인 유메가 어느 정도 배웠기 때문에 지식이 있다. 그중에는 위험 한 동물도 당연히 있긴 하나 지나치게 겁을 낼 필요는 없다고 한다. 35킬로미터 정도의 여정이라면 시속 4킬로미터로 걸어가면 아홉 시간이 채되지 않아 도달할 수 있다. 오늘 중에 도착할 것 같은 느낌도 안 드는 것은 아니지만 출발 전에 야영 준비를 했 었다.
82 그런 이유도 있어서 오르타나를 나선 것은 정오 가까이 되어서였으니 역시 하루 만에는 무리 겠지. 이윽고 어두워져서 야영을 하기로 했다. 야영이라고 해도, 보존 식품을 먹고 담요를 감고 자 는 것뿐이다. 모닥불을 피우자는 이야 기도 나왔지만 태울 장작을 모으는 것도 꽤 일일 것 같 아서 단념했다. 밤의 장막은 눈 깜짝할 사이에 풍조 황야를 어둠 속에 가둬버렸다. 사실 빨간 달이 떠 있어서 캄캄하지는 않다. 완전히 캄캄한 건 아닌데도 답답할 정도로 어둡게 느껴진다. 바람은 저녁 무렵부터 약해졌다. 지금은 산들바람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어딘가에서 짐승들이 울고 있다. 먼 곳을 보며 짖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리자, 시호루가 유메의 이름을 부르고, "저 저건?" 이 라고 물었다. "음 뿔갈기개인가? 분명히 그럴걸. 늑대의 동료인데, 무리지어 밤에 사냥을 한다고 스승님이 말했어." "우리는 사냥감으로 여길까?" "글쎄. 인간은 잘 습격하지 않는다고 스승님은 말씀하셨지만." " 잘'이라고?" "자연에 절대적인 건 없으니까 조심하라고 스승님이 말했어." "절대는, 없다." "너 말이야." 란타는 졸린 것 같다. "불안감을 부추기는 말 하는 거 아니야. 시호루는 겁쟁이 니까. 그렇지? 겁쟁이. 그렇지?" "란타 군만 뿔갈기개한테 잡아먹히면 좋을 텐데." "엉? 무슨 말했어? 겁쟁이 양?" "아무 말도 안 했어. 시끄러워서 못 자겠으니까 입 좀 다물어 줄래?" "네 네 네 네. 알 겠 습 니 닷. 어차피 졸리니까. 후아아아" 암." 하품을 크게 하더니 란타는 곧바로 코를 골기 시작했다. 이럴 때는 그 지나치게 뻔뻔하고 무 딘 신경 이 조금 부럽다. 메리는 말이 없었다. 쿠자크도. 자는 건가? 아닌가? 시호루는 몇 번이나 뒤척이는 걸 보니 잠 이 안 오는 모양이다. 유메는 새근 푸 새근 숨소리를 낸다. 하루히로는 밤이 깊어질수록 오히려 잠이 안 왔다. 왜냐하면 뿔갈기개가 짖는 소리는 정기적 으로 들렸고, 가끔씩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뭔가가 움직이는 것 같은 기척이 나는 것이 다. 이래서야 도저히 잘수가 없다니까. 그렇다고 해서 잠든 동료들을 깨워 소란을 피울 수도 없다. 무, 무섭다, 무서워, 무섭다고, 진 짜. 생각만 하면서 가만히 있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뿔갈기개가 짖는 소리가 아니다. 카오오오 라는 것 같은 낮은, 유난히 쩌렁쩌렁한 소리가 들린것이다. 소리라고나 할까, 포효다. 육식동물. 왠지 모르지만 분명 고양이 계통의 커다란 동물인것 같 다. 꽤 가까웠던 것 같다. 떨고 있자니 또 카오오오옹. "읏 " 위험해. 위험해 위험해 위험해 위험해 위험하다고. 왔다 왔다 왔다. 아까보다 가깝다니까. 진 짜 진짜 진짜. 잡아먹으러 온 거야? 식사입니까? 잡아먹혀? 이건 그거 아니야?
83 다들 깨우는 게 좋지 않을까? 오히려 깨우지 않으면 위험하잖아. 이건 이미. 하지만 뭐랄 까, 움직이면 습격당할 것 같은? 오히려 그것이 계기가 되어 획 덤벼들 것 같은? 지금은 좋지 않아? 상황을 보는 편이? 모르겠다. 어 떤 거지? 어떻게 하는 게 맞는 걸까? 그 보다 움직일 수가 없는데. 무서워서. 아니, 아니, 아니. 이러고 있는 동안에 당할지도 모르니 까. 하루히로는 대거와 삽을 뽑으려고 했다. 그전에 일어서는 편이? 하지만 역시 요란하게 움직이 면 위험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일어나려면 단숨에. 그전에 주위를 확인해야지. 머리를 아주 조금만, 그러고는 눈을 움직여서 주위를 둘러본다. 모르겠다. 어둡다. 어둡다니 까. 어두워. 너무 어두워. 없 는 것 같은데. 어두워서 안 보이니까 확실히는 말할수 없다. 귀를 기울인다. 다음이다. 다음 소리로 판단한다. 아아아아아아아아, 정말이지, 란타의 코고는 소리.시끄러워. 조용히 좀 해줘. 부탁이니까. 소리. 아직인가? 아직이야? 왔다! 들렸다. "카오오." 작다. 멀어졌나? 그런 모양이다.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고 생각한다. 아마도. 좀 더 기다려봤지만 아무리 지나도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이계는 좀 괜찮겠지. 하루히로가 몸을 일으키자 그 직후에 메리도 벌떡 일어났다. " 지금 방금, 있었지? 뭔가." "으, 응. 있었어. 들렸어? 소리." "드, 들렸어. 무서웠어." "그렇지? 나, 나도. 그런데 다들 잘만 자고 있고." "난 한숨도 못잤아"." "아, 나도." 어두워서 서로의 얼굴도. 잘 보이지 않았지만 왠지 우스워져서 둘이서 잠깐 웃었다. 그랬는데 또다시 뿔갈기개가 짖는 소리가 들려서 둘 다 화들짝 놀랐다. "하루는 이제 괜찮을 것 같아?" 글쎄 라고 말하려다가 말을 도로 삼켰다. " 응. 괜찮아." "그래." "자. 나는 졸릴 때까지 안자고 있을 테니까. 아. 처음부터 교대로 보초를 서게 하는 편이 좋 았을까? 이럴 때는." "그러게." "그럼 내가 졸려서 못 참게 되면 란타나 아무나 깨울게." "나도 괜찮아." "응. 메리한테 부탁할지도." "그럼 잘게." "잘자. 아, 메리." "왜?" "저." 하루히로는 머리를 흔들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미안." 무슨 말을 하려고 했었는지 까먹었어." "그래. 잘게." "응." 메리는 누웠다. 하루히로는 앉은 채로 있었다. 붉은 달을 올려다보고 있자니 왠지 모구조가 생각났다. 모구조를 이제는 볼 수 없다니. 서운하다거나 슬프다는 것보다는 기묘한 느낌이다.
84 그럴리가 없지 않아? 하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동쪽 하늘이 아주 약간 하얗게 밝아오기 시작했을 때 쿠자크가 일어났다. "어라? 왜 깨어 있어?" "좀 잠이 안 와서. 그리고 보초도 겸해서." "자두는 편이 좋지 않아요? 보초라면 내가 설 테니까." 쿠자크의 말을 받아들여 누웠다. 금방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얼마간은 잘 수가 있었다. 자고 일어난 하루히로 일행은 간단한 식사를 하고 아침 일찍 출발했다. 걸어가면서 어젯밤의 육식동물 접근 건을 동료들에게 말했으나 믿어주지 않아 웃음거리가 되 었다. 메리는 본의는 아니지만 그들에게 동의하는 것 같았다. 오전 중에 상당히 넓고 낮은 언덕과 맞닥뜨렸다. 올라가서 보니 그 앞은 분지였다. 납작한 냄비 같은 그 분지가 바로 적야라는 사실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곳을 보니 냄비 테두리에 해당하는 장소 여기저기에 작은 탑이 서 있다. 아마도 감시대겠 지. 냄비 밑바닥에 해당하는 평지에는 샘이 몇 개 있고, 그리고 해자와 담장으로 둘러싸인 거리가 있다. 거리다 결코 훌륭한 것은 아니지만, 열개나 스무개 정도가 아닌 제법 많은 수의 건물이 늘어 서 있고 그 사이에 길도 나있다. 사람의 모습도 보인다. 거리라고밖에 표현할 말이 없다. "헷." 란타는 엄지로 콧등을 문질렀다. "마침내 드디어 와버렸다. 적야 전초기지." 멋있는 척하려는 것 같고 전혀 멋은 없었지만, 한마디 해봤자 기세등등해질 뿐이겠지. 하루히로 일행은 란타를 무시하고 냄비 가장 자리에서부터 바닥을 향해 그리 급격하진 않은 경사면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란타는 와 와 떠들어댔고 돌아보는 자는 아무도 없다. 전초 기지의 해자는 멀리서 보는 것보다 폭이 넓고 깊어 보이고 샘에서 끌어온 것으로 보이는 물이 차 있었다. 튼튼해 보이는 울타리는 흙을 굳혀 만든 2미터 이상 되어 보이는 밑단 위에 지은 것이 라 그 리 간단히는 넘어갈 수 없을 것 같다. 출입구는 하나뿐인 둣, 거기에는 해자 위에 다리가 놓여 있고, 흙 밑단이 연결되지 않고 좁게 뚫려 있는 사이로 문이 있었다. 다리 앞, 해자 옆에는 천막이 드문드문 있다. 천막이지만 제법 크다. 튼튼해 보이는 것도 눈에 된다. 어쩌면 의용병이 숙식하는 건지도 모른다. 문 앞에 변경군의 병사들이 서 있었다. 문 옆에 있는 것은 두 명 이지만 양옆의 높은 누각에 는 열 명 이상의 병사가 대기하고 있었고 그중 몇 명은 화살 끝을 하루히로 일행을 향해 겨누 고 있다. 상당히 살벌한 상황이지만, 의용병단 단증을 보여주자 일단 안으로 들여보내주었다. 기지 안은 문에서부터 뻗은 길가 양쪽으로 마구간이며 병영으로 보이는 커다란 건물이 늘어서 있고 그 일대를 빠져나가면 광장이었다. 광장 건너편에는 작은 보루라는 느낌의, 제법 견고해 보이는, 아마도 사령부로 짐작되는 건물이 우뚝 서있다. 사령부 주변에도 군과 관계가 있어 보이는 건 물들이 백백했다. 남자들의 규칙적인 구령 소리가 들렸다. 어딘가에서 훈련이라도 하는 것이겠지. 여기저기에 서 있거나 순찰을 돌거나 하는 변경군 병사들은 하루히로 일행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거나 이따금씩 경멸의 시선을 던질뿐이다.
85 그래도 병영 사이를 지나 뒷골목으로 들어서자 분위기가 변했다. 천공 골목의 술집처럼 장식 을 한, 그럴듯해 보이는 건물이 있다. 나른해 보이는 여자들이 오간다. 대장간이 있다. 가게들이 이어져 있다. 포장마차도 나와 있다. 병영보다는 잘 지은 것 같은 여 관 같은 건물도 있다. 한눈에 의용병이라는 걸 알만한 남녀가 걸어간다. 가게밖 의자에 앉아 먹고 마신다. 장사꾼들과 흥정을 한다. 그곳은 시장이고, 번화가이고, 거주지이기도 한 모양이다. 대충 가게를 본 것만으로도 무기나 장식품들의 물건은 나름대로 풍부하고 오르타나 시장보다도 종류는 많이 갖춰져 있는 걸로 보 였다. 일용품이나 식료품 종류는 적은 편인데, 그것은 아마도 별로 수요가 없기 때문이겠지. 특이한 점으로서는 본적도 없는 동물을 우리에 넣어서 파는 상인이 있기에 말을 걸어보니 기지 밖에 말과 마롱 사슴말이라는 대형의 탈것, 운반용 동물도 묶어놨다고 한다. 말을 보관해주는 장사도 하고 있으니 멀리 나갈 때에는 꼭 이용해달라고 권했다. 각종 천막을 파는 가게 주인은 하루히로 일행이 전초기지에 온지 얼마 안되는 의용병이라는 걸 간파하고 끈질기게 물건을 권했다. 구경을 하는 동안에 배가 고파져서 어떤 가게에서 점심을 먹었다. 소박함이 느껴지는 꼬치구 이는 꽤 맛있고 새콤한 과일즙을 섞은 물도 나쁘지는 않았다. "여기에서 살아도 되겠다." 이것이 란타의 감상이고, 그 말에는 하루히로도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있잖아." 유메의 표정도 훈훈하고 밝다. "유메가 아까 들었는데 여기에는 대중목욕탕도 있대." "그건 중요해." 메리가힘 있게 끄덕였다. "응." 시호루의 얼굴은 진지함 그 자체였다. "하루만 몸을 안 씻어도 솔직히 찜찜하니 까." "여자는 그렇지." 쿠자크가 멍하니 말했다. "쳇! 귀찮네. 여자는!" 란타는 카하하 하고 웃었다. "난 열흘이든 한 달이든 괜찮은데?! 목욕 안 한다고 안 죽어!" "하지만 냄새 나는 건 역시 싫은걸." "뭐야? 유메. 너 안 씻으면 그렇게 냄새 나냐? 어디, 어디? 확인 해줄 테니 맡게 해줘!" "누가 맡게 해준대? 바보!" "음음? 보아하니 너 지금 이 시점에서 이미 상당히 냄새 나는 거지?" "아니야! 아직 냄새 안 나!" "그러니까 내가 확인해서 제3자적 관점에서 공정한 판단을 내려 준다니까. 원래 자기는 모르 는 거야. 냄새가 나는지, 안 나는지." 메리가 갑자기 유메의 목덜미에 얼굴을 가까이 대더니 코를 붙이고는 킁킁 냄새를 맡는다. " 냄새 안 나." "헉?!" 유메는 간지러운지 이상한 목소리를 냈다. "아." 메리는 유메에게서 떨어졌다. "미안." "응, 응 응. 그렇게 사과할 것까지는." 유메는 왠지 쑥스러운 모양이다. "좀, 깜짝 놀랐을 뿐 인데. 하지만 유메, 냄새 안 나서 다행이다." "나를 제쳐놓고 뭘 즐거운 일을 하는 거야? 너희들!" 란타가 두 손을 쥐었다 폈다 했다. "나도 끼워줘! 아니, 나를 섞어줘! 마구마구 휘저어줘!"
86 허기를 채웠으니 드디어 원더 홀로 가볼까 하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단, 부끄럽지만 하루히로 일행은 원더 홀의 입구가 적야 전초 기지에 있다는 것밖에 모른다. 란타가 몇 명의 의용병을 붙잡고 물어봤으나 매몰차게 거절한다. 안면이 있는 사이거나 술이라도 한 잔 사거나 하지 않으면 대부분의 의용병은 그렇게까지 친 절하지 않다. 세상사 다 그런 건가? "누군가 아는 사이라도 있으면 좋겠는데." 하루히로는 주위를 둘 러보았다. "아."있다. "엇." 란타도 알아챈 듯 손을 흔들기 시작했다. "어 이! 시노하 라 씨! 안녕하세요! 잘 지 냈어요?" 하얀 망토를 걸친 한 무리가 맞은편 쪽에서 걸어온다. 선두의 친절해 보이는 얼굴을 한 남자 가 이쪽을 보고 싱긋 웃었다. 시노하라는 오리온이라는 유명한 클랜의 리더 인데, 아무튼 행동거지가 온화한 인격자다. 그 런 시노하라가 이끄는 만큼 오리온 사람들은 전부 느낌이 좋고 기본이 되어 있다. 그렇긴 해도 란타의 오만방자한 행동에는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도 있었으나 시노하라는 화가 나지는 않은 것 같았다. "오. 여기에 있다는 건, 당신들도 드디어 원더 홀인가요?" "예스! 아이 두!" 란타는 뭔지 잘은 모르겠지만 경례 비슷한 동작을 했다. 완전히 들떠 있다. 정말로 너무나 바 보라서 더할 나위 없이 부끄럽다. "그렇다면 시노하라 씨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원더 홀에?! 이야, 이런 우연이!" "아뇨. 우리는 다른쪽입니다. 탄식의 산에 용건이 있어서." "탄식의 산." 하루히로는 중얼거렸다. 들어본 적 없는 지명이지만 어감이 음 산하다. 도대체 어떤 장소일 까? 언젠가 하루히로 일행도 갈 일이 있을까? "어라." 시노하라는 쿠자크를 보았다. "당신과는 처음이네요. 나는 오리온의 시노하라라고 합니 다. 처음 뵙겠습니다." "아." 쿠자크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안녕하세요. 쿠자크입니 다." "그렇습니까?" 시노하라는 한 번 눈을 감더니 가만히 숨을 내쉬었다. "분명히, 당신들도 청사 대의 일원으로서 쌍두 뱀 작전에 참가했었지요? 청사대는 변경군의 사망자는 여섯 명으로 많지 않았던 모양이지만, 스물세 명이나 되는 의용 병이 목숨을 잃었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잘못한 겁니다." 메리가 똑바로 시노하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신관으로서 절대로 해선 안 될 실수를 범했어요. 그 때문에 그를 죽게 해버렸지요." "메리." 짧은 머리에 눈이 가느다란 남자가 앞으로 나서려다가 그만둔 다. 하야시. 과거에 메리의 동 료였던 남자다. "하지만 당신은 여기에 있습니다." 시노하라는 메리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멈춰 서지 않고 앞을 향해서 나아갔지요. 좋은 동료를 얻었군요, 메리." "네." 메리는 고개를 숙였다. 그 등이 희미하게 떨렸다. 안아주고 싶다. 하루히로는 문득 그렇게 생 각하고, 그런 자신의 감정에 당황했다. 있을 수 없다고. 있을 수 없어. 안아준다거나. 어울리지도 않고. 내 역할이 아닌것 같은 느낌
87 도 든다. 왜냐하면 하루히로와 메 리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저, 시노하라 씨도." 하루히로는 헛기침을 했다. "수고하셨습니다. 리버사이드 철골요새 공략 전. 자세히는 모르지만, 이겼지요?" "덕분에 완승했습니다." 시노하라가 순간, 빈정거리는 것 같은 웃음을 떠올린 것처럼 보였다. 단, 어디까지나 한순간이 었다. 시노하라답지 않은 표정이고. 하루히로의 기분 탓인지도 모른다. "적사대는 반대로 변경군 쪽은 뼈아픈 타격을 입었지만 의용병의 사망자는 아주 적었답니다. 소우마네 새벽 연대의 활약이 실로 컸지요. 우리 오리온도 그들 덕분에 꽤 편했습니다." "캇! 소우마라!" 란타는 곱슬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리면서 발을 동동 굴렀다. "역시 굉장해, 소우마는! 새벽 연대라! 끄으!" 시노하라는 입가를 가리고 웃었다. 상대는 란타인데 마치 천진 한 어린아이를 보고 흐뭇하게 미소 짓는 것 같은 얼굴이다. "소우마는 최근 여기를 거점으로 삼은 모양입니다. 어쩌면 어딘 가에서 마주칠지도 모르겠네 요." "우오오옷?! 진짭니까?! 우우옷! "시끄러워, 너 정말로." 하루히로는 한숨을 쉬고 나서 시노 하라에게로 다시 몸을 돌렸다. " 그렇지. 시노하라 씨. 실은 가르쳐주셨으면 하는 게 있는데요." "뭐지요? 제가 대답할 수 있는 일이라면 좋겠는데요." "그게." 하루히로는 손으로 볼을 문지르면서 오리온의 멤버들을 쭉 둘러보았다. 남자도 여자도 거의 전원이 차분한 눈길로 받는다. 나이는 상관없이 믿음직한 형과 누나들, 그런 느낌이다. 그에 비해 우리는 뭐, 란타가 혼자서 품위를 마구 깎아먹는 듯한 느낌이 안 드는 것도 아니 지만, 어쨌든 하루히로를 포함해서 시호루도 유메도, 후배인 쿠자크도, 메리조차도 오리온 사 람들보다 어리다. 미숙함이 배어나오는 정도가 아니라 넘쳐흘러 차라리 상쾌할 정도다. 아니, 상쾌하지는 않다. 오히려 애달프다. 원더 홀을 목표로 적야 전초 기지까지 온 것이었는데, 거의 충동적인 것이나 마찬가지다. 결국엔 아주 기본적인 일을 몰라서 시노하라에게 물어보려고 한 다. 괜찮을까? 이래서. 하지만, 몰라서 물어보는 것은 한순간의 부끄러움이지만 물어보지 않으면 평생의 부끄러움이 된다고 하니까. 더이상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는 않다. " 원더 홀이라는 건, 어디에 있는 건지요?" 14.깜짝 구멍의 첫 인상 원더 홀. 누가 불렀나? 원더 홀. 언제부터인지 원더 홀. 원더 홀. 예를 들어 풍조 황야에 엄청나게 거대한 두더지가 한 마리 있다고 상상해보시라. 초거대 두더 지도 어차피 두더지니까 당연히 땅굴을 판다. 초거대 두더지니까 파는 땅굴도 거대하다. 그 초거대 두더지가 거대한 땅굴을 파기 시작한 지점이 적야 전 초 기지에서 북쪽으로 약 1.5 킬로미터 지점에 있다고 생각해본다.
88 땅굴 입구는 수직이 아니다. 비스듬하다. 초거대 두더지는 꽤 오래전에 그 거대한 땅굴을 판 둣, 경사면은 파랗게 풀로 덮여있다. 초거대 두더지의 거대한 땅굴이 어디까지 이어져 있는가? 어떤 상태로 펼쳐져 있는가? 정확 한 것은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미로처럼 복잡한 그 터널은 끝이 없는 것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엄청나게 넓은 모양이다. 그래서 여기는 원더 홀. 깜짝 구멍 혹은 신비한 구멍이라고 불린다. 일설에 의하면, 원더 홀의 심층부는 다른 세계로 연결된다고 한다. 그 때문에 원더 홀에는 다 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기묘한 생물, 무시무시한 생물이 서식하고 있어 독특한 생태계를 형 성한다고 하는데 또한 그림갈 변방에서 세력 다툼에 패해서 원더 홀로 도망쳐간 짐승, 괴물, 이종족도 있어 그 들은 그들 나름대로 독자적인 발전, 발달을 이룩했다고 한다. 원더 홀은 물론 초거대 두더지가 파놓은 거대한 터널 같은 게 아니다. 어디까지나 그것은 비 유적인 이야기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해서 생겨난 것인가? 종유동굴이나 용암동굴 등의 동굴이나 땅 갈라짐, 계곡 등이 자연 현상과 생물의 활동에 의해 서서히 접속된 결과, 지금의 형태가 된것이 아닐까하는 설이 유력하다고 한다. 원더 홀은 수수께끼로 가득하다. 오랜 기간에 걸쳐 그 전체도를 작성하려는 시도도 이루어졌으나,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원더 홀은 너무나 넓다. 장소에 따라서는 모험에 익숙한 탐험가나 숙련된 의용병들에게 조차 너무나 위험하다. 그러나 원더 홀에 발을 들여놓는 자는 끊이지 않는다. 탐험가는 모험심에 촉발되어 오늘도 미답의 땅을 찾아 걸음을 옮길 것이다. 그리고 의용병에게 있어서는 위험 부담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왔네." 란타는 침을 꿀꺽 삼켰다. "와버렸다, 원더 홀에." 란타치고는 얌전하다. 하긴 그도 그럴 것이, 이 입구 부근의 전망은 뭐랄까, 비교적 한적하다. 솔직히 좀 더 뭐랄까, 사나워 보이는, 보기에도 위험해 보이는 생물이 기다리고 있는 것 아닐 까 하고 상상했기 때문에 좀 맥이 빠졌다. 원더 홀의 폭은 10미터 이상은 여유 있게 될 것 같아, 굉장하네 크네 라는 감동은 있으나 그 경사면에 놀랍게도 닭이 있었다. 아니, 닭이 아닌가? 닭치고는 뚱뚱하다. 둥글둥글하니 살이 찌고 크다. 얼핏 보기에 인간보다 도 커 보이니 닭의 변종도 아닐 것이다. 분명 닭과 비슷하게 생긴 다른 생물이다. 그 거대 짝퉁 닭이 여기저기에 앉아 있기도 하고 뒤뚱거리며 걸어 다니기도 했다. "뭐야? 이거." 하루히로는 자기도 모르게 있는 그대로의 감상을 입에 올렸다. "뭐랄까." 쿠자크는 눈을 가늘게 떴다. "목가적이네." "닭 씨 귀엽네." 유메는 생글생글이랄까, 헤벌쭉이다. 시호루는 몸을 떨었다. "하지만 좀 무서워." "응." 메리가끄덕였다. "크니까 희한하게 리얼해." 희한하게 리얼이고 뭐고, 거기에 살아서 존재하는 거니까 틀림없이 리얼인데, 메리가 하고 싶 은 말이 뭔지는 왠지 알겠다. 파리 나 모기 같은 벌레의 사이즈가 몇 배, 몇 십 배나 커져서 세부까지 분명하게 보인다면 상당히 징그러울 것이다. 그것이 닭이라도 기분 좋은 것은 아니
89 다. 아마 그런 뜻이겠지. "뭐, 원홀은 그런 거니까" 라고 란타는 재수 없게 아는 척하는 태 도로 말했다. "입구 근처는 꽤 소프트하고 거기에서부터 점점 하드 해져가는 거시기 시스템? 같으니까. 아직 안에 들어 가지도 않았 으니 여긴 이런 거겠지." "그건 알겠는데, 원홀이 뭐야?" "엉?! 바보. 파루피로. 그야 당연히 원더 홀의 줄임말이지. 알아 먹어야지, 그 정도는.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평균 이하로 상식 없는 녀석이 할말인지." "멍청이냐? 나만큼 상식인이 세상에 얼마나 있는줄 알아? 전혀 없어. 없다고. 나는 킹 오브 상식이라고." "너 상식이라는 단어의 의미 모르지?" "알아. 비상식의 반대잖아?" "이제 됐다." "아, 그렇지! 너 따위와 이야기해봤자 시간 낭비야! 좋아, 시작할 까!" 란타가 투구를 쓰고 성큼성큼 걸어갔다. 하루히로는 눈을 깜빡거렸다. "어? 엇? 너, 뭘." "우와." 쿠자크는 크로스 헬름을 쓰고 바이저를 내렸다. "진짜 야?" "우앵?" 유메는 입술에 검지를 대고 고개를 갸웃거 린다. "믿을 수 없어 " 라고 말하면서도 시호루는 벌써 자세를 잡고 있다. 메리가 외쳤다. "그만뭐, 바보!" 늦었다. "에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이 잇! 리프아우우우우웃!" 란타는 바닥에 앉아 있는 거대 짝퉁 닭을 향해서 맹렬하게 돌진 했다. 날카롭게 내리친 란타의 롱소드가 근사하게 거대 짝퉁 닭을 겨냥했다고 생각했다. "끼에엣!" 그런데 짝퉁 닭은 그 직전에 펄쩍 뛰더니 날개를 퍼드덕거렸다. "우옷?!" 란타는 헛손질을 하고 짝퉁 닭을 올려다보았다. 그렇다. 올려다 본것이다. " 날수 있는 거야?!" "우갸가가가가가가가가가아 _?!" 거대 짝퉁 닭은 아마도 필사적으로 격렬하게 날갯짓을 했다. 현재의 고도는 3미터 정도. 하지 만 그 정도가 한계인 건가? 짝퉁 닭은 공중에서 후퇴하면서 하강한다. "크하핫! 생각했던 것보다 편하게 해치우게 해주려나보네!" 란타는 아직 착지하지 않은 짝퉁 닭에게 접근해서 검을 내리쳤다. 짝퉁 닭은 손을 내미는 대 신 발을 내밀었다. 킥. 킥이다. "규가가갸갸아!" "우오! 이크! 에이잇!" 란타의 롱소드와 짝퉁 닭의 다리가 부딪쳤다. 카캉 충돌한다. 피가 흩날린다. 하지만 자르지 는 못했다. 보아하니 짝퉁 닭의 다리는 상당히 단단한 모양이다. "제법이잖아!" "규에에옛!"
90 짝퉁 닭은 바닥을 박차며 다시 킥을 날렸다. 이번엔 공중에서의 킥과는 다르다. 가속도가 붙 은 강한 킥이다. "우햇?!" 란타는 롱소드로 반격했으나 힘에 밀렸다. 날아간다. "일단 방패역은 나니까!" 쿠자크가 란타와 짝퉁 닭 사이 에 파고들었다. "규가갸갸갸가앗! 갸가가갸가앗!" 짝퉁 닭은 점프해서 발차기를 날린다. 오른발로 찬다. 왼발로 찬다. 다리를 회전시키는 것처럼 해서 연속적으로 마구 빨리 찬다. "옷. 오옷. 대단한데. 우왓 쿠자크는 방패로 간신히 막아냈으나 완전히 기가 꺾였다. 언제 완전히 밀려 자세가 무너져도 이상할 것 없다. "좋아, 쿠자크. 너는 당하는 역이다!" 란타는 쿠자크를 앞에 세워두고 짝퉁 닭의 측면, 잘되면 뒤로 돌아갈 심산인가? "하루?!" 메리가 하루히로 쪽을 보았다. 나도 알아. 지시를 내리란 말이지? 지시. 내려야지. 젠장. 란타 놈. 멋대로 시작해버리니까. 그보다, 거대 짝퉁 닭 같은 걸 해치워서 어떻게 할 건데? 고기는 먹을 수 있을 것 같지만. 해체하는 게 꽤 큰일일 것 같고. 아니, 아니.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하루히로는 주위를 휙 둘러보았다. 다른 짝퉁 닭들은 거리를 두고 상황을 보고 있는 것 같다. 매정하네, 짝퉁 닭. 하지만 일단 우르르 몰려들어 공격할 걱정은 없는 것 같다. 아직까지는. 주의하지 않으면 위험하겠지만. "쿠자크는 그대로 버텨! 나와 란타, 유메가 에워싼다! 메리는 시 호루를! 마법은 보존해둬!" 하루히로는 대거와 삽을 뽑아 달려 나갔다. 란타는 이미 짝퉁 닭 뒤로 돌아가려고 했다. " 어쨌든 내가 끝낸다! 암흑이여, 악덕의 주여! 드레드 아우라 (암흑 투기)!" 란타는 암흑 마법을 발동시켜 거무튀튀한 보라색 안개 같은 것 을 몸에 두른다. 드레드 아우라. 암흑기사를 전체적으로 파워업 시키는 마법이라고 하는데, 그 거 처음부터 썼으면 되었잖아. "읏 " 쿠자크는 버티고 있다. 하지만 효율적이지 못하다. 몸 사용법이. 키가 너무 커서 밸런스가 나 쁜건가? 방패도, 검도 몸에서 너무 떨어져 있어서 제각각이고 어설프다. 빈틈이 너무 많아. 저래갖고 방패역 괜찮을까? 그래도 어떻게든 버티고 있는 사이에 란타가 바로 뒤에서부터 짝퉁 닭을 내리쳤다. "헤이트리드으으으?!" "규에에옛!" 짝퉁 닭은 또다시 날아서 란타의 공격을 피했다. 역시 3미터 정도지만 란타가 롱소드를 위로 올려도 아슬아슬하게 닿지 않는 높이다. "후얏!" 유메가 곧바로 화살을 날렸다. 사냥꾼인데도 유메는 활쏘기를 잘하는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명중했다. 날고 있는 짝퉁 닭의 가슴에. "됐다."
91 유메는 환성을 질렀으나, 짝퉁 닭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상당히 살이 두꺼운 모양이라서 화 살 한두 개 맞는 정도는 아프지도, 가렵지도 않은 건가? "얼굴에 맞혀, 안면에!" 란타는 롱소드를 휘두르면서 날아서 후퇴하는 짝퉁 닭을 뒤쫓는다. 쿠자크도 주춤거리면서도 쫓아간다. 짝퉁 닭은 착지하더니 이번엔 달리기 시작했다. "규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도, 도망?!" 하루히로는 얼떨떨해졌다. 동시에, 무리라고 생각했다. 잡을 수 없다. 왜냐하면 빠르다. 엄청 난 속도다. "야, 인마. 기다려, 이!" 란타는 쫓아가려고 했으나 점점 멀어진다. 쿠자크는 우두커니 서 있었고 유메는 활에 화살을 메겼다. "제스 인 사르크 프람 다르트!" 시호루가 주문을 읊었다. 새로 배운 마법이다. 다슈 매직(그림자 마법)이 아니다. 팔츠 매직인 라이트닝(뇌전). 섬광. 그리고, 종이를 찢어발길 때의 소리를 몇십 배, 몇백 배로 증폭시킨 것 같은 굉음. 벼락이다. 벼락이 떨어졌다. 질주하는 짝퉁 닭의 다리 쪽에. 하지만 빗나갔다. "우냐아앗!" 간발의 차이로 유메가 화살을 쏘았다. 이건 스치지도 못했다. "젠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란타는 아직도 달린다. 굳이 말리는 것도 한심할 정도다. "애초에 저 녀석이 느닷없이 시작한 일이니까." "우와." 쿠자크는 고개를 숙였다. 머리를 흔든다. "식은땀이 났어. 저런 것과는 싸워본 적 없 고."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닌 것 같은데." 하루히로는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리고 말았다. 쿠자크는 바이저를 올리고 하루히로를 보았다. "응?" "아니야." 하고 싶은 말은 있다. 말하는 편이 좋을 것 같은 느낌도 든다. 하지만, 너무나 어이가 없을 정 도로 한심하긴 해도, 란타를 내버려둘 수는 없다. "어이! 란타! 그만 돌아와! 무의미한 짓 하지 마!" " 시끄러워! 입 다물어! 파라피통!" 돌아온 것은 욕설이었으나, 과연 란타도 자기의 어리석음을 깨 달은 모양이다. 그게 아니면 지쳤거나. 후자일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란타는 그제야 멈춰섰다. "미안해." 시호루는 작게 움츠러든다. "마법 빗나가서. 변명 같지만, 팔츠 매직에는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우냥." 유메가 얼굴을 찡그렸다. "화살 하나는 맞았는데, 안 통했어." 메리는 인생이 끝나버린 것처럼 지독하게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침울 해진 것 같다.
92 "걸 수가 없었어 프로텍션을." 프로텍션에 관해서는 메리에게 트라우마가 되었다. 좋지않다. "아니야, 지금 그건 메리 탓이." 황급히 위로하려고 했는데, 모든 악의 근원이 "된장!" 이라나 뭐라나 외치면서 돌아왔다. "조금만 더했으면 해치웠는데, 누가 말리니까! 쓸데없는 짓 하고 자빠졌어!" "너 말이야." 쓸데없는 짓이라니 그건 너를 위해 있는 말이잖아 너 하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말이라고나 할 까 네 존재 자체가 쓸데없잖아 작작 좀 해 이제 몇 번이나 몇 번이나 계속해서 까불지 말라고 정말로 매번 매번 슬슬 뒈져라 그래도 나는 전혀 상관없다고나 할까 아주 기 쁠 테니까 진짜 로. 이 심정을 전부 외쳐버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말해봤자 란타는 변하지 않겠지. 하루히 로가 무슨 말을 하면 어차피 란타는 되받아치고, 싸움이 되고, 지치는 건 이쪽이겠지. 그렇기 는 해도 주의해둬야 할 점은 있다. "앞으로 짝퉁 닭에게는 손을 대지 마. 그보다, 무단으로 덤벼드는건 금지다." "건방진 말 하지 마. 네가 뭐라도 된 줄 알아?" "금지야." "네가 뭐냐고 묻잖아. 대답해." "금지다." "똑같은 말만 하지 말고. 앵무새냐? 앵무새입니까? 앵무새로군 요? 너는. 그렇다면 앞으로 너 를 앵무라고 부를 테니까 각오해둬, 짜샤 하루히로는 흠씬 쥐어 패고 싶은 기분을 꾹 참고 무시했다. 하루 히로의 무시 능력 레벨이 1 이나 2 정도 올라갔다. "용케 견디네." 쿠자크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하루이틀 저러는 게 아니니까." 시호루가 쓴웃음을 짓는다. 유메는 아랫입술을 뼈죽 내밀고 재수 없다는 얼굴을 하고 있다. "그래도 있지. 열받는 건 열받 는 거야." "저! 다들 모여봐." 메리가 손을 들었다. "프로텍션을 걸 테니까. 이번에야말로 효과가 떨어지 지 않도록 해야지." 하루히로 일행은 곧바로 메리 주위에 집합했으나 란타 혼자만 늑장을 부리고 있다. "어쩔 수 없네 정말이지. 진짜. 어쩔 수 없다고. 진짜로. 진짜." 과연, 알았으니까 빨리 해 라 고 소리치고 싶어졌지만, 하루히로는 참았다. "아, "응?" 란타는 돌아보았다. "오?" 땅울림 같은 소리가 났다. 엄청난 기세다. 달려온다. 짝퉁 닭이 다. 가슴에 화살이 하나 박혔 고 다리가 피투성이니까 아까 그놈이겠지. 짝퉁 닭이 펄쩍 뛰었다. "규에 에 에 에 에 에 에 에 에 에 에! " "오오오오오오오?!" 작렬했다. 짝퉁 닭의 점프 킥이 란타의 가슴에. "크허 억?!"
93 클린 히트다. 란타는 벌렁 쓰러졌다. 자기도 모르게, 쌤통이다 라고 생각해버렸다. "빛이여, 루미아리스의 가호 아래에 프로텍션!" 메리가 마법을 쓰자 하루히로 일행의 왼쪽 손목에 빛나는 육망성이 떠올랐다. "도망친 거 아니었어?" 하루히로는 대거와 삽을 겨누었다. "싸우는 수밖에 없다! 쿠자크!" "알았어!" 쿠자크가 방패를 앞으로 내밀고 짝퉁 닭에게 돌진했다. 유메는 활에 화살을 겨눴다. "유메, 역시 헌팅 나이프 쪽이 좋을까?!" 내가 어떻게 알아? 그런 걸. 모른다고 라는 속마음을 말해버릴 수도 없어서, 하루히로는 우 선 "활로도 괜찮아!" 라고 말해뒀으나, 괜찮은 걸까? 정말로? 글쎄? 시호루가 또 라이트닝 마법을 쏘았으나 이번에도 빗나갔다. 란타는 일어나지 않는다. 머리만 치켜들고 힐끔힐끔, 메리 쪽을 보고 있는 걸 보니, 치료해줘, 나한테 상냥하게 해줘 라는 거 겠지. 망할 녀석. 유메의 화살도 맞지 않는다. 쿠자크는 방패로 짝퉁 닭의 킥을 막아내는 것만 도 힘겹다. 짝퉁 닭은 날고, 펄쩍펄쩍 뛰고, 좀처럼 잡을 수가 없다. 기진맥진이다. 15.비터 과제는 명확하다. 우선, 란타의 폭주를 어떻게 해서든 막는다. 그 망할 녀석이 자기 멋대로 행동하면 예외 없이 황당한 사태가 벌어질 테니까 이건 파티의 리더인 하루히로가 어떻게든 해야 할 문제다. 그러 지 못하면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게 된다. 란타라는 미친개한테 목줄을 매서 말을 듣게끔 훈련 을 시켜야 하는 것이다. 힘들기 짝이 없는 미션이지만 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쿠자크. "그게 실은 방패역이란 건 해본 적이 없어서." 이것이 쿠자크 본인의 변명이다. "내가 전에 있던 파티엔 전사가 두 명 있어서. 그 녀석들이 방패역 비슷한 느낌이어서. 나는 보좌라고나 할까. 한 걸음 뒤에서, 그 런 비슷한 입장. 내가 제일 앞에 있는 상황에는 익숙하 지 않다고나 할까. 솔직히 꽤 무섭네요." 무서운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방패역이 딱 버티고 있어주지 않으면 뒤에서 움직이기 힘들 다. 우선은 쿠자크에게는 한 가지 일에 집중하라고 했다. 성기사에게는 방패로 적의 공격을 막아 내는 블록(방패 막기)이라는 스킬이 있다고 한다. 블록은 그저 방패로 상대의 무기를 막아내는 것뿐만이 아니다. 타이밍을 맞춰서 밀고 당기다 가 잘되면 상대의 자세를 무너뜨리거나, 다음 공격을 늦추거나, 반격으로 연결시킬 수가 있다. 쿠자크 왈, 예전 파티 때는 방패역이 아니었기 때문에 애초에 방패를 들지조차 않았다고 한 다. 블록도 최근 배운 것으로 실전에서 의식적으로 쓸 여유가 아직 없다. 그래서는 곤란하므 로 쿠자크에 게는 블록을 몸에 배도록 만들어야 한다. 하루히로가 생각하기에, 방패를 든 성 기사에게 있어서 블록은 기본 중의 기본으로 분명 전 술의 축이 되는 스킬이다. 당분간 공격 은 일절 생각하지 않아도 좋다. 블록에만 집중해줘야 한다. "읏! 곡! 끙!" 쿠자크가 방패로 필사적으로 곤봉을 막아내고 있다. 곤봉을 휘두르는 것은, 키가 작고 코가 크고 동그란 눈의 인간 은 아니다. 인간과 비슷한 모습의 생물이다. 모두 곤봉을 들고 있고 성별은 보아하니 남자 같으니 임시로 곤봉돌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모두. 그렇다. 곤봉돌이는
94 한 놈이 아니다. 쿠자크가 상대하는 곤봉돌이 A 말고도 여럿 있다. "에에잇! 이 출랑이들이!" 란타는 곤봉돌이 묘를 롱소드로 마구 베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 하고 있다. 곤봉돌이는 몸집이 작고 상당히 잽싸다. " 힘도, 세!" 하루히로는 곤봉돌이 C의 곤봉을 스와트하고, 스와트하고, 스와트하고 있다. 저 곤봉, 목제인가? 아니면 뭔가 다른 소재로 되어 있는 건가? 딱딱하고 무겁다. 곤봉돌이의 키는 고작해야 1.2미터 정도일까? 그런 체격으로 1 미터는 될 법한 곤봉을 붕붕 휘두르니 엄청난 팔 힘이다. 짧은 원피스 같은 허술한 옷을 입고 허리를 끈으로 묶었을 뿐, 신발도 신지 않았다. 인간만큼 의 지능은 없어 보이나 허점을 노리 고 공격할 정도의 교활함은 있는 것 같다. 이놈들은 하루히로 일행이 예의 짝퉁 닭을 간신히 죽이고 원더 홀에 파고들어 엄청나게 큰 동 굴 같은 외길을 한동안 걸어가고 있었더니 갑자기 뒤쪽 옆에 뚫린 구멍에서 뛰어나왔다. 하루 히로 일행을 일단 지나치게 한 뒤에 뒤에서 기습을 한 것이다. "미안! 화살은 무리인지도! 너무 작아서!" 유메는 활을 집어넣고 헌팅 나이프를 뽑으려고 했다. "진작 좀 해, 멍청아!" "시끄러워, 바보 란타!" "뭐라고? 이게!" " 제스 인 사르크 프람 다르트!" 시호루가 주문을 읊어 라이트닝을 발동시켰다. 노리는 것은 쿠자크를 마구 공격하고 있는 곤 봉돌이 A다. 벼락이 떨어졌다. "쿠걋" 맞았다. 아니, 하지만 곤봉돌이 A를 직격한 것은 아니다. 곤봉이다. 곤봉돌이 A가 들고 있는 곤봉에 벼락이 떨어졌다. 곤봉돌이 A는 재빨리 곤봉을 내던지고 펄쩍 뛰어 물러났다. "배니시먼트(징벌의 일격)!" 곧바로 쿠자크가 앞으로 내딛으며 비스듬하게 롱소드를 휘둘렀다. 모구조가 결정타로 쓰던 통 칭 참으로 베기, 레이지 블로(분노 의 일격)와 검의 궤도는 비슷하지만, 방패를 앞으로 끌어당 겨 몸의 반을 방어하면서 공격하는 것이므로 빈틈은 적어도 위력은 떨어지는 것 같다. 그리 고, 방어의 의식이 있기 때문인지 기술이 나오는 것이 다소 늦다. 그 탓인가? 곤봉돌이 A는 더욱 펄쩍 뛰어 쿠자크의 배니시먼트 를 피했다. 굴러가서 곤봉을 줍는다. 일어서서 또다시 쿠자크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젠장!" 쿠자크는 분한 것 같았으나 마음이 흐트러지는 것은 좋지 않다. "당황하지 마! 지금까지대로!" 하루히로는 말을 걸면서 변함없이 스와트, 스와트, 스와트. 완전히 스와트에 익숙해져서 스와 트하면서 다른 곳으로도 주의를 기울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방심하지 마.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을 때가 위험하다. 자신을 다그치면서 미친개를 부추긴다. "란타! 뭐 하는 거야? 그런 놈에게 애먹고 있다니! 년 입뿐이냐?" "발끈." 란타는 열받은 모양이다. 그렇게 나와야지.
95 "으으 랴랴랴랴랴랴랴랴랴랴랴랴랴랴아아아이.! 공격한다. 리프아웃(사출계)으로 앞으로, 비스듬하게 뛰어나가 곤봉돌이 표를 공격한다. 곤봉 돌이 B는 곤봉으로 란타의 롱소드를 튕겨내려고 했지만 란타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우캿. 캿. 캬헛." "우해해해헤헤해햇! 죽어라 죽어라 죽어라 죽어라 죽어라 죽어라아아아아!" 란타는 곤봉돌이 B를 제압할 것 같다. 유메가 헌팅 나이프를 손에 들고 쿠자크를 도우러 갔다. 시호루는 어떻게 할지 생각하고 있는 건가? 메리는 자기 왼쪽 손목을 확 인했다. 프로텍션이 떨어지지 않았는지 체크하는 건 좋지 만 너무 빈번한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나중에 이야기하는 게 좋을 것 같다. " 슬슬나도!" 스와트를 한참 했기 때문에 곤봉돌이 C의 공격 패턴은 이미 파악했다. 연속공격 때, 우, 우, 좌, 우, 우, 좌로 반복하는 버릇도 하루히로는 파악했다. 우, 우, 좌와, 다음 우까지의 사이에 파고들 수 있을 것 같다. 좋았어. 해본다. 곤봉돌이 C가 오른쪽으로 곤봉을 휘둘러서 하루 히로는 스와트. 또 오른쪽으로. 스와트. 그리고 왼쪽. 스와트. 다음은 오른쪽. 지금이다. "셔터!" 하루히로는 몸을 앞으로 쑥 내밀고 곤봉돌이 C의 무릎을 짓밟는 것처럼 찼다. 실제로 무릎이 부서질 정도로 세게 찬 건 아니고, 그런 일을 할 필요는 없다. 곤봉돌이 C의 움직임이 한순 간 멈췄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끝낸다!" 어설트. 하루히로는 오른손의 대거와 왼손의 삽으로 곤봉돌이 C를 마구 베고 난타했다. 곤봉돌이 C가 괴로움에서 벗어나려고 곤봉을 휘둘러댄다면 하루히로는 아마도 피할 수가 없다. 당한다. 무 거운 일격 을 맞으면 멀쩡하지는 못할 것이다. 잘못 맞으면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 무 섭다. 두려워서 저릿저릿하다. 이 공포를 극복하는 거다. 비록 당한다고 해도, 카운터로 몰고 간다. 길동무를 삼겠다. 곤봉돌이 C는 엉덩방아를 찧고, 곤봉을 내던지고, 두 팔로 머리를 방어하려고 하다가, 채 막 지 못하고, 이윽고 쓰러져 바닥을 기고, 그래도 베이고, 맞고 마침내 움직이지 못하게 된 곤 봉돌이 C를 내려다보며 하루히로는 한숨을 내쉬려고 했다. 그럴 수 없었다. 한숨 같은 건 무 리. 호흡이 난리도 아니다. 땀도 엄청나다. 땀이 눈에 들어가서 쓰리다. 고개를 흔들자 땀방울이 흩어졌다. "야 약한 상대에게만 쓸 수 있구나, 이거." 너무 위험하다. 게다가 너무나 체력 소모가 심하다. 이래서는 궁지에 몰렸을 때 최후의 수단 으로서 쏟아내는 건 가능하다고나 할까,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게 있을 수 있는 걸까? 비장의 카드가 되지는 않는다. 자기 힘이 상대를 웃돌아야 비로소 어설트는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다. 한 방에 역전시킬 만한 묘수는 될 수가 없다는 뜻이다. "세상사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는 건가?" 란타는 곤봉돌이 묘의 목을 뎅강! 하고 따버리기까지는 안 했지만, 반쯤 부러뜨린 참이다. 쿠자크와 유메는 곤봉돌이 A를 압도 하고 있다. 저쪽도 시간문제겠지. 좋아, 간신히 끝나지 는 않을 모 양이다. 세상사 그리 만만하지 않다. "메리! 시호루! 뒤! 뭔가 온다." "어?!"
96 메리는 돌아보자마자 쇼트 스태프를 옆으로 휘둘렀다. 메리와 시호루에게 덤벼들려던 작은 키는 곤봉돌이보다도 작은 것 같은 털북숭이 생물들이 일단은 사사삭 폼어지며 도망쳤으나 또 다시 공격할 것 같은 자세를 취한다. 저건 도대체 뭐지? 원숭이? 아닌가? 체형은 원숭이라기보다 인간에 가깝고 꼬리도 없다. 얼굴까지 털로 뒤덮였다. 그렇긴 해도 인간이라고 부르기에는 망 설여진다. 심상치 않을 정도로 털이 많으니 털 원숭이라고 해야 할까? "세 마리! 란타! 새로운 놈이다! 나와 너와 메리가 한 마리씩 해치운다!" "오케이!" "응." "쿠자크, 유메! 빨리 정리해!" 하루히로는 그렇게 외치면서 털 원숭이 A를 향해서 돌진했다. 몸이, 무겁다. 안 되겠다, 어설 트는. 실전은 연습보다 두 배는 지친 다. 이래서는 쓸 수가 없다. 1골드 20실버나 지불하고 바르바라 선생님께 배운 것인데. 아무튼 털 원숭이 A를 공격한다. 털 원숭이 A가 두 팔을 휘두르기에 스와트, 스와트, 스와트. 발톱인가? 길고 날카롭고 딱딱한 발톱이다. 파워는 곤봉돌이 쪽이 위지만 재빠른 건 털 원숭 이가 더 위다. 그 정도가 아니라 이 녀석, 무지하게 빠르지 않아? 몸의 탄력이 대단하다. 도 움닫기도 하지 않고 바닥을 두 손으로 치며 2미터, 3미터나 점프한다. "점프력이 보통이 아니야! 조심해!" "너나 조심해라!" 란타도 이그저스트며 리프아웃이며 펄쩍펄쩍 뛰는 계통이기 때문에 털 원숭이 B와의 승부는 서로가 펄쩍펄쩍 뛰느라 무슨 모양인지 모르겠다. "웃! 메리는 털 원숭이 C를 쇼트 스태프로 겨누려고 했으나 좀처럼 잘되지 않는 모양이다. "옴 렐 엑트 네문 다슈!" 시호루가 지팡이로 엘리멘탈 문자를 그리면서 주문을 읊었다. 그림자 엘리멘탈이 날아가 땅바 닥에 붙는다. 위치는 메리와 털 원 승이 C의 딱 중간 정도다. 새도 본드. 과연 시호루. 나이스 다. "아갓?!" 털 원숭이 C가 그림자 엘리멘탈을 밟았다. 발이 달라붙어 움직이지 못한다. "스매시 (강타)!" 메리는 쇼트 스태프를 빙글 회전시켜 힘껏 털 원숭이 C를 때렸다. 저건 아프겠다. 메리는 추 가 공격을 한다. "하앗! 얏! 에이잇!" "아캬쿠가앗." 저렇게 되면 이젠 메리 마음대로다. 털 원숭이의 무기는 스피드와 저 발톱이니까, 움직임을 봉인해버리면 전혀 무섭지 않다. " 그래도, 어떻게 해서 봉인하지?!" 털 원숭이 A의 발톱을 스와트한면서 하루히로는 생각했다. 애초에 너무 방어적인 거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고 스와트한 뒤에 삽으로 공격해봤더니 털 원숭이 A는 과장될 정도로 요란하게 펄쩍 뛰어 도망쳤다. 놀랍도록 조심성이 많다. "좋았어!" 외친 것은 유메였다.
97 쿠자크와 유메가 곤봉돌이 A를 해치운 모양이다. 이걸로 6대 3 이 된다. 메리가 털 원숭이?를 끝내려는 참이니 잠시 후 6대 2다. 된다. 아니, 그렇지도 않은 가? "우오옷?!" 갑자기 란타가 이그저스트를 연발했다. 또냐? 증원군인지 뭔지. 아무튼 또 새로운 적이다. 여기저기 나 있는 옆 구멍에서 나온 모양이다. 이 번에도 다른 생물이다. 검다. 새카만 피부의, 비쩍 마른 어린아이 같은. 눈이 엄청나다. 번쩍 번쩍 거린다. 보석 같다. 손에는 투명한 나이프를 쥐고 있다. 적의 증원 은 아닌 것 같다. 그 보석 이들은 란타와 싸우던 털 원숭이 B에게 우르르 몰려들어 쓰러뜨리더니 나이프로 마 구 찔러 참혹히 죽여버리 고는 그 기세를 몰아 란타에게 덤벼들려고 했다. 보아하니 보석이 와 털 원숭이는 사이가 나쁜 모양이다. 하지만 적의 적은 군이라는 것도 아닌 듯, 보석이는 인간도 적대시하는 것 같다. 하루히로와 상대하던 털 원숭이 A도 보석이들의 모습을 보고 어딘가로 가버렸다. 덕분에 하루 히로는 자유로워졌으나, 이거, 좀 위험한 거 아니야? 좀이랄까, 상당히 위험한 거지? "어, 어, 어, 어이이이이! 도, 도, 도와줘, 나를! 너희들! 냉큼 도우러 오라니까, 바보들아!" 란타에게 매달리려는 보석이들 수가 엄청나다. 하루히로는 손가락을 꼽으며 세어본다. "1, 2, 3." 여덟 명. 아니, 아홉 명. 아니, 아니, 열 명이나 있다. " 우리보다도 많잖아!" 한순간, 란타를 희생시키고 다섯 명이서 도망치는 걸 진심으로 생각하고 말았다. 그럴 수도 없나? 그야 그렇지. 하지만, 그럼 어 게 하면? "란타! 후퇴한다! 입구 쪽으로! 조금이라도 상대의 수를 줄이면서, 어떻게든 도망쳐! 시호 루!" "응!" 시호루는 곧바로 마법을 발동시켰다. " 제스 인 사르크 카르트프람 다르트!! 저것은. 라이트닝이 아니다. 주문도 비슷하지만 다른 마법이다. 섬광. 굉음. 벼락이 떨어진다. 벼락 다발이라고 하는 편이 옳을 지도 모르겠다. 란타를 붙잡으려는 보석이들의 한복판에 는 안타 깝게도 아니었다. 그래도 세 명의 보석이가 벼락을 맞고 날려갔다. 벼락을 맞지 않은 보 석이들도 겁을 먹은 둣, 그들과 란타와의 거리 가 벌어졌다. "우하하앗! 좋았어, 시호루우우! 한방 더 날려!" "미안." 시호루는 비틀대면서 지팡이에 매달렸다. "마, 마법력이. 명상을 하지 않으면 이 이 상은, 무리." "뭐라고옷?!" "우냐앗!" 유메가 활을 겨누고 화살을 날렸다. 그러나 보석이에게는 명중하지 않고 란타의 머리를 스 쳤다. " 우앗?! 위, 위험하잖아. 유메! 이!" "우냥. 움직이면 어렵네." "란타 군! 이쪽으로!" 쿠자크가 롱소드를 휘두르며 손짓을 했다. 란타가 보석이들을 끌고 궤도를 수정하는 와중에 쿠자크는 란타가 가려는 진로에 앞서 가 있었던 것이다. 란타는 "카핫" 하고 웃었다.
98 "의외로쓸 만하잖아, 방패역! 간다아아아아!" " 크아아아!" 쿠자크는 방패 뒤로 몸을 숨기는 것처럼 하면서 보석이들에게 태클을 걸었다. 둘인가 셋쯤 되 는 보석이들이 날아가 쓰러졌으나, 쿠자크도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고꾸라졌다. 그것을 본 란 타가 "끼 익!" 하고 급정거를 하더니 돌아본다. "으라랴랴아! 나에게 학살당해라! 잡어들! 죽어라아아아!" 란타가 갑자기 역습으로 돌아섰기 때문에 보석 이들은 당황한 모 양이다. 아니, 하지만. "무모하잖아! 적의 숫자를 생각해!" 하루히로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보석이 한 놈의 뒤로 돌아 백 스태프(등 찌르기)를 쑤셔 박았 다. 보석이는 곤봉돌이와 털 원숭이보다도 몸집이 인간에 가까워서 급소를 상상하기가 쉽다. 하긴, 정말 로 급소인지 아닌지는 찔러보지 않으면 모르니까 해본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 면, 신장과 간장이다. 신장과 간장을 관통당하면 참기 힘든 통증이 인다. 그리고 엄청난 출혈 을 일으킨다. 덧붙여 횡격막이 상처 나면 호흡 기능이 크게 저해된다. 비록 즉사는 하지 않아 도 쇼크 증상이 나타나 움직일 수 없게 되고 이윽고 숨이 끊어진다. 됐다. 보석이가 무너지고 하루히로는 다음 사냥감을 겨냥하려고 했다. 그러자마자 란타가 발길을 돌 려 도주를 재개했다. "멍청이! 못해먹겠네. 얼간이 바보 팔푼이!" 둘인가 셋쯤 되는 보석이가 란타를 쫓아가고, 나머지는 하루히로 쪽으로 간다. "?하앗?! 진짜야?!" "에에잇!" 쿠자크가 펄쩍 뛰어 방패로 보석이 한 명의 나이프를 쳐내주었다. 그건 고맙지만, 아까 쿠자 크가 날려버린 보석이는 일어나려 하 고 있고, 시호루가 마법으로 날려버 린 보석이들 중에서 도 전선으로 복귀하려는 놈이 있었다. "덧붙이기다!" 유메가 달려와서 지근거리에서 보석이의 안면을 향해 화살을 쏘았다. 적에게 육박해서 바짝 접근한 상태에서 쏘는 것은 옆에서 보는 것보다도 훨씬 더 난이도가 높다고 한다. 유메는 그 것을 성공시 켰으나, 화살은 보석이의 입안으로 날아가 왼쪽 볼로 빠져나왔을 뿐이었다. 저래 선 무력화는 시킬 수 없다. 유메는 두 번째 화살을 포기하고 활을 버리고 헌팅 나이프를 뽑았 다. "위험하다니까." 하루히로는 중얼거리면서, 스와트, 스와트, 스와트. 상대해야 할 보석이는 한 명이 아니라 둘 이다. 하나라면 그나마 주위의 상황을 파악 못 할 것도 없지만, 상대가 둘이면 과연 좀. 어쨌 든 간에 엉망진창이다. 전황을 컨트롤하지 못하고 있다. 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도와줘. 외치고 싶었다. 물론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알고 있다. 우리끼리 어떻게든 하는 수 밖에 없다. 해쳐 나가는 수밖에 없다. 그러지 못한다면 죽는다. 뼈와 재가 되고 얼마 후에는 돌아보는 자조차 없게 된다. 하루히로네뿐만이 아니다. 먼저 간 마나토와 모구조, 초코와 쿠자 크의 동료를 떠올리는 자도 없어진다. " 농담이 아니라고!" 16.CROSSROADS
99 정말로 농담이 아니야. 하루히로네는 간신히 목숨을 건져 적야 전초 기지로 도망 와서 뒷골목의 천막 가게에서 싸구 려 텐트를 두 개 샀다. 말할 필요도 없이 남자용과 여자용이다. 란타는 큰 텐트를 하나 사서 다 같이 사이좋게 새우잠을 자면 된다는 잠꼬대를 했으나 아무도 찬성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적당히 식사를 하고, 여자들은 목욕탕에 갔다. 남자들은 예상 이상으로 비싼 목욕료에 망설이 고 하루 정도 상황을 보자는 결단을 내리고 그야 하루 상황을 보다가 냄새가 나는 것 같으면 내일 목욕을 하면 된다는 합리적인 판단이다 전초 기지 바로 밖에 친 텐트 안에 일찌감치 누 웠다. 예상대로 남자 셋에게 이 싸구려 텐트는 비좁다. 하루히로와 란 타는 남자로서는 작은 편이지 만 쿠자크는 키가 너무 크다. 좀 과장 되게 말하자면, 혼자서 2인분의 공간을 차지한다. 목욕 도 하지 않 은 남자 셋이서 거의 밀착 상태로 아침까지 보낸다니, 농담이 아니 다. 지금부터라도 목욕탕에 다녀올까? 아니 면 텐트를 다시 살까? 하 지만 그 억척스러운 천막 가게가 반품을 받아#까? 왜 좀 더 큰 텐트를 사지 않았을까? 돈은 있는데. 궁상맞다. 자기도 모르게 구두 쇠 짓을 하고 말았다. 란타는 곧바로 코를 골았는데, 잠들면 그만이야? 할 일이 있는 것 아닌가? 반성회라거나. 일 단, 밥을 먹으면서 이대로는 좋지 않다 비슷한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다들 지쳐서 토론을 할 수 있을 만한 분위기가 아니었다. 하루히로도 솔직히 지칠 대로 지쳐서 오늘은 이제 됐어, 내일 하자, 내일, 그런 기분이었다. 좋지 않지. 전 혀 좋지 않아. " 쿠자크, 안자?" "응. 그냥." "어때?" "어떠냐니?" "해보니까." " 혹독하네요." "뭐가 혹독한지는 알아?" "아. 음, 왠지 모르게." "그럼 안되잖아." 안 되는 건 쿠자크뿐만이 아니다. 하루히로도 안 된다. 전부 쿠자크와 란타 탓으로 돌리려고 한다. 그게 아닌데.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라 잔뜩 있다. 그것들이 복합적으로 얽히고설켜 좋지 않 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안 된다는 건 알아." 쿠자크는 몸을 돌리려고 하다가, 아마 좁아 서 그랬겠지, 포기한 모양이 다. "하지만 왠지 이런 말 하면 좀 그렇지만, 즐거운지도." "응?" "이래 봬도 나, 진심으로 했으니까. 전에는 아마 그렇지 않았었으니까. 뭐지? 보람이랄까? 그 런 비슷한 게 있나?" "그런가." "죽지 않으면 돼. 이제, 아무도." "응." "나 하기에 달린 거지." "그러니까, 힘들다니까. 방패역은."
100 "리더도 그렇지요." 하루히로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쁜 녀석은 아니겠지, 쿠자크는. 아직은 잘 모르지만. 체격은 타고났으니까 힘은 나름대로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잘한 움직임이 안 된다. 모구조 같은 재주와 고지식한 면밀함도 없다. 끈기 있는 느낌도 없다. 심지가 제대로 박혀 있지 않다 고나 할 까, 휘청거려 아무래도 미덥지가 못하다. 안 된다. 정말로 좋지 않아. 아무래도 모구조와 비교하게 되고 만다. 쿠자크는 모구조가 아니다. 이렇게 하는 게 좋다거나, 저렇게 하는 게 좋다거나. 예를 들면, 몸이 너무 열려 있다거나, 좀 더 허리를 낮추는 편이 좋지 않을까? 라거나 해줄 만한 말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도적인 하루히로가 본 관점이 얼마나 타당성이 있는 건가? 쿠자크는 쿠자크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고, 세세한 부분은 본인에게 맡겨야 하는 건지도 모른다. 도적의 움직임에 관해서 도적이 아닌 자가 이러쿵저러쿵 말한다면 하루히로도 네가 뭘 아냐고 생각할 테니까. 쿠자크와는 알 게 된 지 얼마 안 되기 때문에 반응을 예측할 수 없다는 부분도 있다. 여기까지는 말해도 괜 찮을 거라거나, 그것을 지적해버리면 사이가 틀어져버린다거나 그런 걸 전혀 모르니까 손으로 더듬어 찾는 단계다. 성가시다. 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생각할 틈도 없이 의식이 어둠 밑바닥 으로 떨어졌다. 눈을 떠보니 기분은 둘째치고 몸 컨디션은 좋았다. 텐트는 다들 쳐놓은 채로 두니까 하루히로네도 그렇게 했다. 안에 짐만 놓아두지 않는다면 싸구려 텐트니까 아무도 훔 쳐가지는 않겠지. 전초 기지 뒷골목에서 아침을 먹고, 자, 오늘도 기운차게 원더 홀이다. 어제 좀 조사해보고 짝퉁 닭은 메르르크라는 생물이라는 걸 알 았다. 곤봉돌이는 듀에르가. 털 원숭이는 보기. 보석이는 스프리간. 원 더 홀에 들어가서 곧바로 있 는 일대에 서식하는 이놈들은 3아인( 亞 人 )이라고 불린다. 3아인의 관계는 서로 사이가 나빠 마주치면 죽 이는 사이인데, 그래도 그들 무리에게 있어서 최대의 적은 인간이다. 하지만 명 백하게 강해 보이는 인간에게는 손을 대지 않는다. 즉, 3아인은 하루히로 일행을 약한 인간으 로 본 것이다. 3아인 중에서 스프리간만은 그 보석 같은 눈동자가 그런대로 좋은 가격에 팔리기 때문에 가끔 씩 싹쓸이 수렵을 당하는 적이 있다 고 한다. 그렇긴 해도 굳이 3아인을 상대하려는 의용병은 좀처럼 없다고 한다. 3아인은 무리를 지어 몰려다니며 메르르크 등을 사냥하거나 다른 아인을 잡아서 그 고기를 먹 으며 목숨을 부지한다. 틀림없이 원더 홀에서 최약체 생물들이다. 놈들에게 앞길을 가로막혀 서는 말이 되지 않는다. 반대로 말하자면, 3아인의 서식권이 원더 홀에서 벌이를 하고자 하는 의용병들에게는 제1관문이라는 말이 된다. " 하지만!" 하루히로는 듀에르가 A의 곤봉을 스와트하면서 동료들의 움직임을 체크했다. 쿠자크는 듀에르 가 묘의 곤봉을 방패로 막는 데 집중하고 있고, 란타는 듀에르가 C와 빙글빙글 돌고 있다. 유 메도 듀 에르가 D와 헌팅 나이프로 맞서 싸우고 있고, 메리까지 듀에르가 E와 싸우고 있다는, 아슬아슬한 전황이다. 어제에 이어 아직 하루 히로네는 3아인에게 얕보이는 듯 일찌감치 이런 꼴이 되었다. 이 제1관문을 돌파하는 건 쉽지가 않다. "란타, 냉큼 죽여! 누군가 시호루를 지켜줘야 해!" "시끄러워! 나도 안다고. 네가 말 안 해도 그런 것쯤은! 간다! 내 필살기! 폭열무적참!" 란타가 발을 멈추고 마구 공격하기 시작하자 듀에르가 C는 뒤로 싹 후퇴해서 거리를 두었다.
101 저 듀에르가는 란타보다 훨씬 냉정하다. 아니, 그게 아니라 란타가 너무나 바보인 건가? 쿠자크는 거의 방어에 전념하고 있어서 당장은 듀에르가 묘를 무너뜨리지 못할 것이다. 쓰러 뜨리지는 못하더라도 모구조처럼 때로는 한 놈만이 아니라 두 놈이나 그 이상의 적을 유인해 주면 편하겠 지만. 모구조는 어떻게 했었더라? 메리는 듀에르가 모와 호각. 유메는 듀에르가 진에게 약간 고전 하고 있다. 왠지, 듀에르가 D, 다른 듀에르가보다 크지 않아? 기분 탓이 아니다. 분명히 한 둘레는 더 크다. 그만큼 세보인 다. 처음부터 눈치를 했었다면 듀에르가 D는 쿠자크나 란타에게 맡겼을 텐데. 이것은 하루히 로의 미스다. 시호루는 마법을 사용할 기회를 살피는 것 같은데, 지금 적의 증 원군, 혹은 보기나 스프리간 이 참전한다면 정말로 위험하다. ㅡ내 가 한다. 내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게 하루히로는 생각했다. 수비면에서도, 공격면에서도 마냥 의지했던 모구조는 이계 없다. 란타는 가끔씩 폭발력을 발 휘하지만 안정감이 없다. 덮어놓고 믿을 수는 없다. 시호루는 화력을 몸에 배게 하려고 한다. 하지만 아직 익숙하지 않고, 마법사는 몸의 안전이 확보되어야 비로소 강력한 마법으로 적을 유린할 수 있다. 그냥 리더여서는 안 된다. 하루히로도 당당한 전력이 되어야 한다. 하루히로는 듀에르가 A의 곤봉을 스와트하자마자 앞으로 내딛으며 무릎을 짓밟았다. 셔터. "구가앗." 한순간 움직임을 멈춘 듀에르가 A의 옆을 과감히 빠져나갔다. 거꾸로 쥔 오른손의 대거를 듀에르가 A의 목덜미에 쑤셔 박고, 곧바로 이어서 삽으로 뒤통수 를 때렸다. 하루히로는 시호루에게 달려갔다. "시호루! 내가 지켜줄 테니까 마법을!" "응!" 시호루는 기분 좋게 대답하고 곧바로 주문을 읊기 시작했다. "옴 렐 엑트 네문 다 슈!" 그림자 엘리멘탈이 날아간다. 듀에르가 D의 바로 뒤에 고착했다. "사선 십자아아아!" 유메가 공격하자 듀에르가 D가 한 발자국 후퇴했다. 그 오른쪽 발이 그림자 엘리멘탈을 밟았 다. 시호루의 이런 노림수는 절묘하다. 듀에르가 D는 움직이지 못한다. 바로 지금이라는 듯이 유메가 맹공격을 감행하는데, 듀에르가 D는 곤봉으로 막는다. 질기다. "제스 인 사르크 프람 다르트!" 거기에 시호루가 라이트닝을 때려 넣는다. 시호루의 팔츠 매직은 지금으로서는 명중률이 다소 떨어지는 것 같긴 해도 멈춰 있는 상대에 게는 빗나가지 않는다. 듀에르가 D는 벼락을 정통으로 맞고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오른발이 그림자 엘 리멘탈에 접착하지 않았다면 충격으로 가볍게 날아갔을지도 모르겠다. 죽지는 않은 것 같으나 분명 정신을 잃었다. "으싸! 타앗!" 유메가 헌팅 나이프로 듀에르가 D를 지그재그로 베었다. 듀에르 가 D는 이제 끝났다. 이걸로 적은 앞으로 세 명. " 이라고 생각하지는 말라고!"
102 그렇게 자기 자신에게 이른다. 왔다. 나왔다. 근처의 옆에 뚫린 구멍에서 털 원숭이 보기들이. 하루히로는 잠시 생각했다. 어제도 이 순서였지. 그렇다면 다음은 스프리간인가? 적어도 각오 는 해두 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스프리간의 눈동자는 팔 수 있다. 돈이 된 다. 자기 자신을 고 무시키고, 우선 나머지 듀에르가 셋과 보기 셋, 아니, 넷을 어떻게든 해야 한다. 우와. 합치면 일곱. 우리보다 많잖아. 이만도망치는 편이? "으라아! 앵거(분개 찌르기)! 어떠냐? 짜샤!" 란타가 듀에르가 C를 찔러 죽였다. "제스 인 사르크 카르트 프람 다르트!" 시호루의 마법. 라이트닝이 아니라 그 상위판인 선더 스톰( 暴 威 雷 電 )이다. 노리는 것은 보기 들. 상당히 엄청난 소리가 나고 보기 두 명이 날려갔다. 직격에 가까 운 것처럼 보였으니 저 둘은 일어나지 못할 것이다. 쿠자크가 듀에르가 B, 메리가 듀에르가 E를 상대하고 있고, 새로 나타 난 적은 보 기 A와 보기 B. 합계 넷이라면 이길 수 있다. 아니, 이길 수 있는지 아닌지 그런 문제가 아니다. 잽싸게 처치할 수 있는가. 그것이 관건이다. "유메! 메리와 교대해!" "응냐!" "란타, 보기를 해치운다!" "쿠하하핫! 나 혼자서 충분하다니까!" "정말로 그러면 좋겠지만! 메리는 시호루를! 시호루는 가능 하면 명상하고 있어!" "알았어!" " 오 케이!" 유메는 곧바로 메리와 교대하고 메리는 시호루를 지원할 위치에 붙었다. 란타가 보기 A를 향 해 돌진했다. 하루히로의 상대는 보기 B4. 불안은 있다.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다. 생각해선 안 된다. 알고는 있지만, 자기도 모르게 생 각하고 만다. 모구조가 있다면. 하지만, 처음엔 마나토가 있었고, 메리가 들어오고, 모구조가 있었고, 하루히로네가 키워온 것이 제로가 된 것은 아니다. 하루히로, 란타, 유메, 시호루, 메리의 연계는 완성되었다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눈빛 교환과 짧은 대화로 서로 통하는 정도의 영역에는 도달한 것이다. 각자의 힘도 나름대로 좋아졌다. 과신하면 발목을 잡히지만 자신감은 가져야 한다. 자기를 믿는 거다. 비굴해지지 말고 딱 알 맞은 정도로. 어렵지만 해야 한다. 할 수 있다. 제대로 된 방호구도 걸치지 않은 듀에르가나 보기는 하루히로 일행의 적이 아니다. 조심해야 할 것은 숫자다. 잘 해치우고, 아무튼 신속하게 숫자를 줄여간다. 가능할 것이다. "승부다, 란타!" "좋아. 덤벼봐!" 무슨 승부인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누가 빨리 보기를 쓰러뜨리나. " 리프아웃!" 란타는 비스듬히 휙 뛰어나가 단숨에 보기 A의 측면으로 나섰다. 거기에서부터 잡초 베기라도 하는 것처럼 롱소드를 휘두른다. 보기 A의 목은 반 이상 절단되었다.
103 "음하하! 내 승리다, 파루피로! 오늘부터 내 노예가 되어라!" "그런 조건 달지 않았었잖아." 하루히로는 굳이 보기 B에게 덤벼들지 않고 수비로 돌아 습격해 오는 발톱을 스와트한다. 란 타가 보기 B의 뒤로 돌았다. "체스트!" 보기 B의, 이번엔 측두부에 롱소드가 파고들었다. 보기표가 쓰러진다. "카핫! 난 세다아아 나는 최고! 파루피로는 약해! 풋!" 하루히로는 너무나 열 받아서 혀를 차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계산대로다. 란타는 사용상의 주의 사항을 지켜 잘만 쓰면 쓸 모가 있다. "하루!" 메리가 외쳤다. "알아!, 보니, 다른 옆 구멍에서 스프리간들이 우르르 솟아나왔다. 이것도 예상한 범위 내다. 문제는 숫자. "5 6인가! 시호루?!" "앞으로 한번은 더!" "오케이! 네 타이밍대로!" "응.! "란타, 아직 나오지 마! 네 차례는 금방 온다!" "그래! 주인공은 마지막에 등장하는 거니까!" 하루히로는 힐끔 쿠자크와 유메의 상황을 살폈다. 유메는 "타 앗!" 하고 듀에르가 E를 베어 쓰러뜨린 참이고, 쿠자크는 아직 듀에르가 B의 공격을 방패로 막고 있다. 아니, 전념하라고 말은 했 지만, 아무리 그래도 너무 애를 먹는 것 아닌가? "제스 인 사르크 카르트 프람 다르트!" 시호루가 선더 스톰을 발동시켰다. 벼락 다발이 떨어지기 직전에 스프리간들은 흩어졌다. 그 래도 한 명은 벼락을 채 피하지 못하고 핑 날려갔다. "미안해!" "신경 쓰지 마!", 하루히로는 시호루를 위로하면서 생각한다. 다섯. 다섯인가. 젠장. 쿠자크가 냉큼 듀에르가 B 를 해치웠다면 어떻게든 지탱할 수 있는 숫자인데. 도망칠까? 망설여진다. 망설일 때가 아닌 가? 스프 리간들은 이미 바로 옆까지 다가와 있다. "다 같이 시호루를 사수해! 내가한 명씩 해치운다!" 괜찮은 건가? 이런 말을 해도. 이 작전, 위험하지 않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 와서 취소할 수는 없다. 그럴 여유는 없다. "여자를 지키는 것이 남자의 진짜 역할이지! 란타! 남자다움을 보여봐!" "당연하지, 멍청아! 맡겨두시라고!" 란타가, 메리가, 유메가 각각 무기를 들고 시호루를 둘러쌌다. 스프리간들은 밀어닥친다. 란타네는 방어전에 전념하고 난전이 되어도 진형을 무너뜨리지 않 는다. 한 사람, 하루히로만이 스프리 간들의 듬성듬성한 포위망을 빠져나갔다. 방향을 전환해서 스프리간의 뒤를 노린다. 저놈이다. 메리를 공격하고 있는 놈. 하루히로는 백 스태프 보다도 확실한 스파이더를 선택했다. 뒤에 서 몸을 결박하고, 신장을 찌르고, 곧바로 오른쪽 귀에서 왼쪽 귀 까지 목을 베었다.
104 한 놈을 죽이니 다른 스프리간들이 하루히로에게 몰려들었다. " 이크!" "미끼가 되다니, 좋은 자세다. 피로피로!" 란타가 그 기회를 틈타 스프리간의 등을 벤다. 얕다. 치명상은 아니지만 이걸로 스프리간들은 하루히로만을 노릴 수는 없게 되었 다. 하루히로에게 덤벼드는 스프리간이 둘. A와 B. 그리고 스프리 간 C가 란타에게, 스프리간 D가 유메에게. 덕분에 하루히로는 약 간 편해졌지만, 그래도 2대 1이다. 힘겹다. "내가!" 라고, 메리가 날카롭게 쇼트 스태프를 내질러 스프리간 묘를 견계해주었다. 스프리간 B는 몸 을 틀어 쇼트 스태프를 피하더니 메리 쪽으로 몸을 돌렸다. 메리가 하루히로로부터 스프리간 B를 뜯어내 준 것이다. 이걸로 하루히로는 스프리간 A만 상대하면 된다. 하루히로가 말한 한 명씩 해치운다는 작전대로는 되지 않았지만, 1대 1이 네 팀이 생겼다. 베스트는 아니라고 해도 베터다. 마법력을 상당히 사용해서 피로해졌을 시호루의 마법에 기대 지 않아도 누군가가 스프리간을 쓰러뜨릴 때마다 우리가 유리해진다. 스프리간 A의 나이프를 스와트하면서 생각해버린다. 역시 쿠자 크구나. 어쩔 수가 없나. 정말로 이제 막 파티에 들어왔을 뿐이다. 의용 병 경력도 짧다. 하루히로네도 처음엔 지독했다. 지금도 대단하지 는 않지만, 좀 더, 훨씬 심했었다. 그 무렵을 생각해보면 쿠자크를 우습게 볼 수는 없다. 아니, 우습게보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 해주길 바라는 수밖에 없나? 하지만 역시나 마냥 듀에르가 B와 실력 백중세의 느낌으로 싸우고 있는 건 좀 그렇다. 시간과 의 승부니까. " 웃! 왔나!" 위험했다. 하마터면 스프리간 A의 나이프를 스와트로 헛칠 뻔했다. 하루히로는 동요하고 있 다. 그야 그럴 만하다. 또 다른 옆 구멍에서 스프리간들이 나왔다. 몇 명인지는 잘 모르겠다. 셋에서 다섯 정도일까? 시호루는 이제 선더 스톰을 쓸 수 없겠지. 위험하다. "그보다, 무리!" 도망치는 수밖에 없다. "다들!" "오오오오에에에에이이이잇! 헤이트리드으으!" 란타가 스프리간 C를 베어 쓰러뜨리고 새로 나타난 스프리간들에게 돌격했다. "엇?! 너, 뭘 하는 큭???!" 또 스와트를 실패할 뻔했다. 안 그래도 하루히로는 당황하고 있는 것이다. 이 이상 동요하게 만들지 말아줬음 좋겠다. "란타?!" "버틴다, 하루히로!" 란타는 새로 등장한 스프리간들에게 돌진하는 척하더니, 이그저스트로 획 후퇴해서 도망쳤다. 스프리간들은 란타를 쫓아갔다. " 여기에서 물러서면 같은 일을 반복하는 거잖아! 내가 시간을 벌어준다! 이 녀석들, 쓰러뜨 리자!" "그런!"
105 오기라거나, 기골이라거나, 근성이라거나, 그런 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하루히로는 스프리 간 A의 나이프를 스와트, 스와트, 스와트하면서 이를 갈았다. 아무리 허세를 부려봤자 안 되 는 일이 되는 건 아니잖아. "옴 렐 엑트 네문 다슈!" 시호루가 그림자 엘리멘탈을 날려 바닥에 고착시켜 새로 나타난 스프리간 중 한 명의 발을 묶 었다. 그래봤자 언 발에 오줌 누기다. 란타는 이그저스트를 구사해서 간신히 스프리간들을 유 인하고 있지만, 조만간 한계에 도달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란타를 버리지 않는 한 도망치는 건 어렵다. 이판사판으로 싸우는 수밖에 없는 건가? "우핫핫하." 웃음소리가 들렸다. 동료의 목소리가 아니다. 누구야? 소리 나는 쪽을 보니 투박한 장비를 걸친 의용병들이 유유히 걸어가고 있었다. 하루히로 일행 에게서 15미터 정도 떨어져 있긴 해도 그리 멀지는 않다. 그런데도 저 사람들, 왜 저렇게 여 유를 부리는 거지? 여유가 있으니까 그런가? "오, 하고 있네, 하고 있어." "와하하. 힘내." "저놈들이 싸움을 걸 레벨이라면 괴롭겠네." "누구나 지나는 과정 아니야?" "아니. 우리는 처음부터 습격당하지 않았잖아." "응, 맞아. 습격당하지 않았지." "그러고 보니 그러네." 실제로 스프리간들은 그 파티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남자 넷에 여자 둘. 구성은 전사 두 명과 성기사, 마법사, 신관, 도적인가? 얼핏 보기만 해도 안다. 장비의 질도, 풍기는 분위기도 하루히로네와는 전혀 다르다. 틀림없이 저 파티는 하루히 로네 보다 세다. 적어도 저 정도가 되면 3아인은 손을 대지 않는다. 이곳을 그냥 통과할 수 있다는 뜻이다. "도와줄 수도 있을 텐데!" 유메가 투덜댔다. 정말이다. 하루히로네는 악전고투하며 위험에 처해 있다. 그것은 보일 텐데 도. 잠깐 도움을 줘도 벌을 받지는 않을 텐데. 하루히로였다면 우선 말을 걸어봤을 것이다. 괜 찮아? 도와줄까? 사람으로서 그 정도의 일은 하고 싶다. 그런 거 아닌가? 그런데, 뭐냐고, 저 녀석들. 재미있다는 듯이 담소하면서 멀어져간다. 제정신이야? 그래도 인간이냐? 딱히 극악무 도한 느낌도 아니었다. 비교적 보통 사람들로 보였으나, 실은 인간 같지도 않은 악 당집단아 라거나? 야박하다. 동료밖에 신뢰할 수 없다. 그밖에는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 해선 안 된다. 우리끼리 어떻게 든 하는 수밖에 없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리 힘으로 길 없는 길을 뚫고 나가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해치워주지!" 냉정해져야 한다.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흥분해버린다. 하루히로는 스프리간 A의 나 이프를 다소 강하게 스와트하고 스위치를 켰다. 아니, 스위치 같은 건 아무데도 없지만, 스위 치를 켜는 것처럼, 의식적으로 자기의 모드를 바꿨다는 뜻이다.
106 "어설트!" 대거와 삽으로 마구 공격한다. 그래도 4연속 공격에서 그쳤다. 스프리간 A는, 어라? 그런 얼굴을 한다. 지금이다. 하루히로는 달려가 스프리간 A의 옆을 빠져나가면서 뒤통수를 삽으로 일격. 휘청대는 스프리간 A의 목덜미를 대거로 베었다. "메리!" 뱃속에서부터 목소리를 내어 외치자 메리와 싸우던 스프리간 B가 하루히로 쪽을 향했다. 메리 가 곧바로 스프리간 묘의 다리를 쇼트 스태프로 쳐냈다. 스프리간 묘는 넘어졌다. 등. 하루히 로는 일어나려는 스프리간 B의 등에 달라붙었다. 나이프로 팔인지 어딘지를 베였지만, 이 정 도쯤 아무렇지도 않다. 하루히로는 스프리간 묘의 턱 밑에 대거를 꽂아 넣었다. 그대로 힘껏 벤다. 스파이더(거미 죽이기). 스프리간 B는 숨이 끊겼다. "하루! 상처를!" "나중에 해! 지금은!" 필 받았다. 우쭐대다가 당할까봐 겁나긴 하지만, 머리가 식으면서 이 기세가 꺾여버리는 것도 아깝다. 갈 수 있는 곳, 그 직전, 아슬아슬한 곳까지는 가버 리는 게 좋지 않겠어? 뭔가 붙잡 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단계를 하나 올라갈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예감이 드는 것이다. "배니시먼트!" 쿠자크가 드디어 듀에르가 묘의 정수리에 롱소드를 때려 넣었다. 잘했다. 잘했어, 잘했어, 잘 했어! 하루히로는 유메에게 눈짓을 했다. 유메는 알아차려준 모양이다. "우냐아아아! 콤보오오옷!" 유메는 힘껏 잡초 베기와 사선 십자의 콤보 기술을 쏟아내어 스프리간 D를 겁먹게 했다. 그 래도 상대의 빈틈에 파고든 건 아니기 때문에 공격한 유메 쪽이 다소 자세가 흐트러졌다. 위 험하지만, 그 걸로 됐다. 오랜만이다. 그 선이 보였다. 흐릿하게 빛나는 선. 그 선을 따라가려고 한 것이 아니라, 선을 따라 몸이 멋대로 움직였다. 대거가 쑤셔 박힌다기 보다도, 쑤욱 들어간다. 하루히로는 스프리간 D에게 백 스태프를 선사해서 일격에 숨통을 끊었다. 최고조다. 할 수 있어. 이건 왔다. "유메. 그리고 쿠자크도! 간다! 란타를." 기현기증이 나더니, 무릎에서, 허리에서 힘이 빠졌다. 할 수 있어? 어디가? 뭐가 할 수 있어야? 왔다고? 확실히 오긴 왔네. 적이 왔다. 맞은편 오른쪽 옆 구멍에서는 듀에르가들. 왼쪽 옆 구멍에서는 보기들이. 3아인은 서로 사이가 나쁘다. 저놈들끼리 싸우게 한다. 그런 아이디어도 떠올랐으나, 구체적인 안은 생각나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도망가는 게 상책이다. 도망간다고 치고, 란타는 어떻게 해? 모르겠다. 솔직히 판단이 서질 않는 다. " 메리, 시호루! 도망쳐! 유메되 쿠자크!" 하루히로는 쿠자크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쿠자크는 투구의 바이저를 올리고 있었다. 쿠자크는 어깨를 들썩이며 숨을 몰아쉬면서도 하루히로의 시선을 받고 끄덕였다. 역시, 이럴 때는 그러네. 이렇게 되어버리네. 별로 폼을 잡고 싶은 건 아니지만, 자연히.
107 메리와 시호루와 유메의 대답은 듣지 않았다. 하루히로는 보기 들 쪽으로, 쿠자크는 듀에르가 들 쪽으로 돌진했다. 아. 무서워서, 울고 싶었다. 숫자, 위험하다고. 몇 명이나 있는 거야? 보기. 금방은 셀 수 없을 정도다. 뭐지? 정말. 뭐냐 고? 도대체. 죽는다니까. 이거. 분명히, 죽어. 정면으로 돌진하면 순식간에 엉망으로 당한다. 안 돼.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지 않으면. 그렇다. 무서워, 무서워서 온몸의 털이 곤두선다. 그래도 유인하고, 유인하고, 유인한다. 앞으로 한 발 자국이면 아마도 보기들이 덤벼들 것 이다. 그때 급회전. 180도는 과연 무리니까 좌회전 100도 정도. 하루히로는 달렸다. 온 힘을 다해 달린다. 보기들이 갸 갸 외치면서 달라붙으려고 한다. 떨궈낼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1초라 도 2초라 도 더 오래 도망쳐 다니는 수밖에. "냐앗!" 유메. 왜 유메가 하루히로 앞에? 유메가 쏜 화살은 하루히로의 얼굴 옆을 지나쳐 보기에게 맞 았는지 어떤지. 돌아보지 않으면 확 인할 수 없고, 돌아봤다간 보기들에게 따라잡힐 것 같으 니 확인할 수 없다. "유메, 왜?!"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아?!" 유메는 화살을 한 발 더 쏘고 나서 하루히로와 나란히 달리기 시 작했다. 울음 섞인 목소리 였다. "하루 군네를 두고 도망치다니! 그럴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야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그렇다면, 유메 뿐만이 아닌 건가? 아, 있다. 듀에르가들에 게 에워싸여 흠씬 맞고 있는 쿠자크 쪽에는 메리와 시호루가. 쿠자크는 방패와 롱소드로 필사 적으로 몸을 지키며 아직 간신히 서 있다. 여전히 스프리간들에게 쫓기고 있는 란타는 언제까 지 버틸지. 전멸이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전멸한다. 전원이 여기에서 죽는다. 미안, 모구조. 뭘 사과하고 있냐는 느낌이지만. 왠지, 미안. 이렇게 빨리 뒤를 따라가면 안 되 는 거지? 젠장. 젠장! 젠장! "싫어." 말해서 어떻게 해? 어떻게 돼? "죽고 싶지 않앗!" 어떻게도 안 된다. 어떻게도 할 수 없어. 하루히로네에게는, 하루히로에게는 힘이 없다. 그러니까 죽고 싶지 않아도 여기에서 죽는다.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고 죽어버린다. 누군가가 태워주지 않는다면 좀비가 된다. 살이 썩어 떨어지면 스켈톤이 된다. 최악이다. "아우!" 유메가 보기의 발톱에 다리를 베였다. 유메가 뒤처진다. 당해버린다. 지금이다. 스위치를 켜는 수밖에 없다. 소용없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죽는 것도 거시기하니까. 최대한 다 쏟아낸다. 하루히로는 모드를 바 꿨다. "어설트으으으!" 죽어도 좋다 고나 할까, 어차피 죽는 거다. 보기. 몇 명 있지? 여덟 명? 아홉 명? 열명 이
108 상? 몇 명이든 상관없다. 하루히로는 유메에게 덤벼들려던 보기들에게 다가갔다. 대거로 벤다. 삽으로 때린다. 닥치는 대로 마구잡이로 베고, 때리고, 찌르고, 때리고, 벤다, 때린다, 찌른다. 보기들은 한순간 하루히로에게 압도당한 건지 당장은 반격하지 않았다. 아랑곳하지 않고 하루 히로는 마구 공격했다. 멈추면 끝이다. 죽을 때까지 멈출 줄 알고. 유메가 지근거리에 서 차례 로 화살을 쓴다. 화살을 쏘면서 유메는 울부짖었다. 시야가 절반이 되었다. 오른쪽 눈을 당한 것 같다. 삽을 휘두를 수가 없다. 왼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숨쉬기가 괴롭다. 아니, 제대로 호흡을 할 수가 없다. 유메가 무릎을 꿇었다. 무작정 활을 휘둘러댔다. 보기 한 명이 유메 뒤로 향했다. 당하게 둘 수는 없다. 하루히로는 그 보기에게 덤벼들려고 했다. 그 직후, 몸 여기저기에 충격을 느끼고, 정신이 들어보니 땅바닥에 누워 있었다. 유메가 하루히로 위에 겹쳐져 있다. 하루히로를 지키 려고 한 건가? 하지 마, 그런 짓.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끝 인가? 여기까지인가? 유메가 보기의 발톱에 머리카락을 싹둑 베여 비명을 질렀다. 하지 마. 여자라 고.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몸이 움 직이지 않는다. 마음이 꺾였다. 이미 체념해버렸다. 하 지만, 적어 도. 하루히로는 최후의 힘을 쥐어짜 유메를 껴안았다. 하루 군. 이름을 불렸다. 빙 글 회전해서 유메를 밑으로 가게 한다. 그렇게 하려고 했다. "핫." 뭐지?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보기들의 공격이 멈췄다. 가능할 리가 없다. 공격 같은 게. 왜냐하면. 보기들이 일제히 핏줄기를 뿜었다. 일제히. 그런 일, 있을 수 없어. 하지만 실제로 하루히로의 눈에는 동시에 일어난 것처럼 보인 것이다. 보기들이 겹겹이 겹쳐져 쓰러진다. 하루히로와 유메 위로도 엎어진다. 하루히로네는 그 밑에 깔려서 물론 괴롭기는 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놀랐다. 뭐야? 이거. 어떻게 된 거야? 영문을 모르겠다. "후유우?" 귓가에서 유메의 목소리가 들렸다. 유메의 얼굴은 하루히로의 얼굴 바로 옆에 있다. 아니, 찰 싹 달라붙어 있다. "괜찮아?"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남자? 누구야? 아니, 혹시나. "살아난 거야?" "웅냐?" "기다려봐." 그제야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거짓말. 그렇게 생각했다. 믿을 수가 없다. 남자는 보기의 시체를 치우고 우선 유메를, 그리고 하루히로를 일으켜주었다. 아무래도 거짓말도, 환상도, 꿈도 아닌 것 같았다. 믿을 수 없지만, 믿는 수밖에 없다. 남자는 아직 젊은 것 같고, 딱 달라붙어 가벼워 보이고 여기저기 에서 오렌지색 빛이 흘러나 오는 멋진 검은 갑옷을 입었다. 좌우 비대칭의 스커트 같은 하반신 방호구도 멋지다. 등에 멘 긴 칼도, 허리에 찬 다소 작은 검도 멋지다. 얼굴도 멋지다. 별로 꽃미남이라 거나 그런 건 아 니지만, 냉정함과 위엄과 애수를 풍기는 옆으로 길 게 찢어진 눈이 멋지다. 좌우간 멋져서, 뭐
109 랄까, 위험하다. 너무 위험하다. 의용병단 최강의 남자. 가장 유명한 의용병. " 소우마 씨?" 자기도 모르게 물었다. 물을 필요조차 없는데도. "응?" 소우마는 눈을 깜빡였다. "나를 아는 건가?" "아니 그야 압니다 만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황급히 둘러보니 이미 끝난 뒤였다. 쿠자크를 흠씬 패고 있던 듀에르가들은 은발에 사파이어 같은 눈동자와 백설 같은 피부가 너 무나 깨끗해서 지나칠 정도로 미소녀인 엘프 여성, 그리고 유난히 팔이 길고 가면을 쓰고 기 이한 방호 구를 온몸에 두른 남자에 의해 일망타진당한 모양이다. 란타는 키가 크고 까무잡잡한 피부의 드레드 해어 삼백안 남자가 구해준 모양이다. 성기사 케 무리. 케무리 씨라고 부르고 싶어진다. 그에게는 셰리의 술집에서 한 번, 죽음의 반점 데드 스 팟을 쓰러뜨린 축하로 술을 얻어먹었고 그때 건배까지 했었다. 말수는 많지 않고 체격이 너무 좋고 눈빛도 험악해서 무섭게 보이지만 틀림없이 좋은 사람이다. 엘프는 분명히 리리야. 팔이 긴 가면의 남자는 들은 바에 의하면 인간이 아니라고 한다. 좀 떨어진 곳에 있는, 체격 도 얼굴도 어린아이 같지만 질척한 눈빛의 네크로맨서(사령술사) 핑고 네크로맨서란게 뭔지 하루히로는 잘은 모르지만, 그 네크로맨서인지 뭔지가 만들어낸 인조인간이 라던가? 하지만 만들다니, 뭐야? 만든다는 게. 전혀 의미를 모르겠 다. 아무튼, 하루히로의 동료들은 무사한 모양이다. 본 느낌으로는 란타도, 쿠자크도, 메리도, 시 호루도 하루히로나 유메만큼의 부상 은 입지 않았다. 다행이다. "시마, 치료를." 소우마가 부르자 이국적 이고 요염한 누님이 다가왔다. "어 머나. 꽤 심하네. 살아 있는 게 다행이네." "아 네, 죄송합니다/ "왜 사과하는 거지? 바보네." 시마 누님이 후훗 웃자 머리가 멍 해져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게 되었다. 하루히로가 심상 치 않은 어른의 요염함에 정신을 못 차리는 동안에 치료는 끝났다. 신관의 광마법과는 다르 다. 뭔지 잘 알 수 없는 마법이었다. 유메도 시마가 치료해줬다. 란타와 쿠자크에게는 메리가 광마법을 건 모양이다. 메리와 시호 루는 경상. 메리는 시마가, 시호루는 메리가 재빨리 치료했다. " 고맙습니다!" 란타는 소우마 일행 앞에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진짜로! 진짜로! 무지하게 살았습니다! 구해주셨습니다! 죽을 뻔했습니다! 전멸 직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닷! 야! 하루히로! 유메! 시호루! 메리! 덤으로 쿠자크! 너희들도! 고개 숙여! 빨리 해! 바보냐? 너 희는! 상식이 없냐? 멍청이들! 한 번 죽어볼래?! 엉?!" "신경 쓰지 마." 소우마가 짧게 말하자 란타는 빛의 속도로 펄쩍 뛰어 일어났다. "그렇지요?! 이렇게 무릎 꿇고 감사를 받아도 오히려 민망하지요. 보통! 거 봐라, 하루히 로! 내가 말한 대로지?! 무릎 같은 거 꿇게 만들지 말라고, 얼간아!"
110 " 네가 멋대로 한 거잖아." "그럴 리가 없지! 이 내가! 너에게 협박당하지 않으면 무릎을 꿇을 리가! 정말로 지독한 녀석 이네, 이 녀석! 못됐답니다, 진짜로! 졸린 눈 하고 자빠져서는 극악무도하긴! 걸핏하면 나를 함정에 빠뜨리려고 하고!" "타고난 쓰레기야, 정말. 너는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지." "이상한 아이야." 시마가 키득 웃었다. "쿵광." 란타가 가슴에 손을 대고 벌렁 쓰러졌다. "위험해, 나, 지금 완전히 당했어 반했 다." " 창피해." 시호루는 작게 움츠러들었다. "꺼져버리면 좋을 텐데." 유메는 눈썹이 처진다. 차라리 슬퍼 보이기까지 했다. "저." 메리는 고개를 숙였다. " 고마웠습니다. 힐러(치료자)인 제가 제대로 하지 못한탓에, 이 런 일이." 쿠자크는 한쪽 무릎을 안고 바닥에 앉아 면목 없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아니야." 케무리는 두꺼운 입술을 살짝 일그러뜨렸다. "그건 도리가 없는 상황이었지. 힐러라 거나 그런 문제가 아니야." "웃훗훗." 사령술사 핑고가 기분 나쁜 웃음소리를 냈다. "놈들에게 습격당하는 시점에서, 이 미 말이 안 돼 쿡쿡." 핑고 옆에서 인조인간이 "우옹 " 하고 핑고에게 동의하는 것처럼 낮은 소리를 냈다. "동감입니다." 리리야의 목소리는 유난히 차갑다. "3아인 따위에 게 얕보일 정도의 기량으로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다니, 어지간히 목숨이 필요 없나보지요." 지나치게 아름다운 엘프의 경멸에 찬 눈길과 찌르는 듯한 목소리가 합쳐져, 여기에는 엄청나 게 타격을 입었다. 이제 정말로 죄송합니다 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그보다, 가능하다면 이대로 아무말도 하지 않고 페이드아웃하고 싶다. "그렇군." 소우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목숨은 소중히 여겨야 한다." " 네. 죄송합니다.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그것도 안 돼." "네?" "그저 앞으로 소중하게 품고 있기만 해서는 목숨에 가치는 없다. 목숨은 사용하는 것이다." "목숨은, 사용하는 것." "그 용도를 자기 자신이 결정할 수 있다. 그것이 살아 있다는 것 이다." "또 시작이다." 시마가 또다시 요염하게 웃었다. "소우마의 말은 곧이곧대로 듣지 않는 편이 좋아. 분명 내일이면 잊어버리고 또 다 른 말을 할 테니까." "그래?" 소우마는 진지한 얼굴로 시마에게 물었다. "응." 시마는 태연하게 끄덕였다. "당신이라는 남자는 항상 그러니까." 소우마는 눈을 내리깔고 살짝 한숨을 쉬었다. "그런가." 천하의 소우마가 조금 시무룩해졌다? 하루히로는 란타네와 시선을 교환했다. 뭔가, 소우마 는 생각했던 것과 좀 다르 지? 보기들의 사체를 힐끔 보았다. 대부분의 보기는 단칼에 쓰러졌다. 단 한 방에 죽임을 당한 것 이다. 소우마는 열 명쯤 되는 보기를 혼자서 거의 한순간에 다 베어버렸다. 그렇게 아무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일을 가볍게 해치우는 최강 의용병. 강하고, 그저 지나치게 강하고, 아마도 총명하고, 쿨하고, 하루히로 일행에게 있어서는 구름 위에 있는 존재이며, 가까이 가기 힘든
111 그런 이미지였 는 데. "미숙함 때문에 3아인 따위와 엮일 정도라면." 리리야가 원더 홀 안쪽을 가리켰다. "여기는 뛰 어서 지나쳐버리면 됩니다. 4백 미터 정도 가서 무리안의 소굴로 들어가면 3아인은 쫓아오지 않습니다. 그 정도도 모르고 원더 홀을 탐색하는 어리석은 자는 얌전히 되돌아가서 조용히 자 기성찰의 나날을 보내는 편이 신변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엘프의 말은 일일이 아픈 데를 찌른다. 하지만 하루히로네를 비판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 니라 어드바이스를 해주었다. 무섭지만, 친절한 건가?? "그런데, 너희들." 케무리가 하루히로 일행의 얼굴을 쓱 훑어보았다. "맞나? 데드 스팟을 해치 운." "맞아요! 그렇습니다!" 란타가 당장 춤이라도 출 기세다. "기억해 주셨군요! 영광입니다! 진짜 로, 진짜로! 제가 그 데드 스팟을 쓰러뜨린 남자입니닷!" "너희들이로군." 케무리가 정정하자 란타는 납작 엎드렸다. " 하핫! 맞습니다! 제가 아니라 저희입니닷! 죄송합니닷!" "한 명이 없네. 몬로였던가? 그 녀석 어떻게 된 거거야?" "모구조입니다." 하루히로는 자기도 모르게 그만 강한 말투로 말 해버리고 고개를 숙였다. " 죽었습니다. 죽게 해버렸다고나 할까. 데드 해드 감시보루에서." "청사대인가?" 케무리는 이마에 손을 댔다. "하긴, 방패역 입장에서는 동료가 죽는 것보다는 자기가 죽는 편이 낫다." "그런 건가?" 시마가 묻자 케무리는 살짝 어깻짓을 해 보인다. "그렇지 않을까?" "흠. 멋지네." " 바보들뿐이다" 라고 핑고가 중얼거렸다. "방패역은 바보들 뿐 웃뭇." 소우마가 눈살을 찌푸렸다. "방패역은 바보인 건가? 나도 방패역이다. 그렇다면 나도." "부정은 할 수 없습니다." 리리야는 역시 차갑다. "흔히 있는 일이지만." 시마는 어딘지 쓸쓸한 듯이 미소 지었다. "하나하나는 흘려버릴 수 없 지. 비록 가슴속 깊은 곳에 묻어버린다 해도 거기에서 미지근한 눈물이 배어나와. 언계까지고, 언제까지고." 시마의 시 같은 말의 의미를 이해하고 있는 건지 아닌지. 하루히로는 자신이 없다. 하지만 분 명 잊을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마나토도, 모구조도. 메리도 메리의 동료들을 잊지 않을 것이고, 쿠자크도 그렇겠지. 이런 기분을 맛보면서까지 어째서 계속 의용병 일을 하려고 하는가? 생활을 위해서? 그건 있 다. 의지? 그것도 아마, 있다. 목숨을 건 스릴에 중독되었다거나? 그런 부분도 전혀 없다고는 단언할 수 없겠지만, 그것만은 결코 아니다. 잊지 않기 위해서다. 마나토가, 모구조가 의용병으로서 살고, 목숨을 사용하고, 다 쓰고 죽었다. 동료들의, 친구들의 인생을 부정하고 싶지 않다. 쓸데없는 짓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 똑똑 히 새겨두고 싶다. 원래는 마나토와 모구조가 걸어갔을 이 길 너머에 펼쳐진 경치를 보고 싶다. " 굳이 묻어버리거나 그러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닐까요?"
112 하루히로가 그렇게 말하자 시마는 계속 말해보라고 재촉하는 듯이 살짝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 다. 나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건가? 하루히로는 분명하게 알 수는 없었다. 그래도 잠자코 있을 수는 없었다. "미련을 못 버리는 건지도 모르지만, 묻으고 하지 않고 움켜쥐고 있어도 되는 것 아닐까요?" "그렇군." 소우마가 갑자기 하루히로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서로 마주보는 자세가 되자 침착할 수가 없다. "우리 쪽으로 들어오겠나?" "네?" 들어와? 우리 쪽? 뭐지? 우리 쪽이라니. 집말인가? 소우마네 집에 들어간다? 아니지. 분명 그 건 아니다. "저 우리라니." "새벽 연대 (DAY BREAKER)다." "아. 그렇군요. 그렇지요. 하하하. 옹? 네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옛?!" 란타와 다른 이들도 제각각 외치거나 펄쩍 뛰거나 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동료들의 그런 반응조차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하루히로는 놀랐다. "무슨 엇?! 왜 하, 하지만 그런, 갑자기 아니 뭐랄까, 그게? 노, 농담?" "농담?" 소우마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쪼그리고 앉은 채로 상단 자세 비슷한 것을 취해 보 였다. "느닷없군." 아니, 느닷없는 건 당신이라고. 라고 딴지를 걸 수도 없어 그저 망연자실하고 있자니 리리야가 고개를 흔들면서 한숨을 쉬 었다. "소우마,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말하는 방식이 안 좋았나? 나는 그들을 새벽 연대에 들이려고 했다." "그건 압니다. 저를 우롱하는 겁니까?" "왜 내가 리리야를 우롱하지? 나는 리리야를 존경한다." "그, 그건." 리리야는 백설 같은 볼을 살짝 붉혔다. " 느껍니다 라고나 할까, 제가 말하고 싶은 건 그게 아니라." "안 되나?" 소우마는 리리야, 시마, 케무리, 핑고, 인조인간을 차례로 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떨구는 것처 럼 땅바닥으로 눈길을 떨어뜨렸다. "안 되는 건가?" 이거, 낙담하는 거지? 완전히. 아무리 봐도. "아, 안 된다기보다." 리리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안 된다기보다 그런 게 아니라, 저는, 단 지." "리시버(수신석)는 얼마 안 남았어." 시마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도움을 자처한 건가? "그런 상 황은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 소우마는 살짝 눈썹을 모으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어떻다는 거지?" "어떻긴." "없어지면 또 발견하면 될 뿐이다. 집착할 일이 아니야."
113 "그건 뭐, 그럴지도 모르지만." "바보다." 핑고가 인조인간에게 등을 기대고 하늘을 우러러본다. "바보다. 구제할 수 없는 바 보. 하지만 알고 있었다. 웃크크크크." 케무리가 "핫" 하고 짧게 웃고는 소우마의 어깨를 두드렸다. "확실히 네 말이 맞아. 안 되지 않아. 좋을 대로 해, 소우마." 소우마는 케무리의 손 위에 자기 손을 얹었다. "고맙다, 케무리." "아니." 케무리는 왠지 쑥 스러워하는 것 같다. "고맙다는 말 같은 건 필요 없는데." "자, 그럼." 소우마는 다시 한 번, 한 점의 그늘도 없는 눈동자로 하루히로의 눈을 똑바로 응시 했다. "우리 목표는 구 이슈마르 왕국령, 언데드 DC로 침입하는 것이다. 지금은 그 경로를 찾고 있 는데, 금방 이루어질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시간이 걸린다. 힘도 필요하다. 한 명이라도 많은 이의 힘이. 미숙해도 좋아. 누구나 그렇다. 힘은 키우면 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죽 음에 맞서는, 죽음 속에서 활로를 구할 각오가 너희들에게 있다면 나는 환영한다." 갈림길이다, 하루히로는 그렇게 생각했다. 여기가 인생의 갈림길이다. 그렇다 해도 갑작스러운 것도 정도가 있다. 천천히 생각하고 싶다. 동료들과 납득이 갈 때까 지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결론을 내리 고 싶다. 하지만 아마도 그런 유예는 없을 거다. 여기에서 소우마 일행과 만났다. 소우마 일행 이 목숨을 구해준 것이 기적이다. 다음번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게 좋다. 주어진 이 기회를 살리는 것도, 죽이는 것도 하루히로 일행에게 달렸다. 아니, 아니다. 하루히로에게 달렸다. 괜찮은 건가? 나중에 책망당하는 것 아닐까? 무엇보다, 분수에 맞지 않는다. 후회하는 거 아 닐까? 망설이고 있을 때가 아니다. 하루히로는 일어섰다. "저희를 넣어주십시오. 새벽 연대에. 부탁드립니다." 메리인지 시호루인지 혹은 모두인지 숨을 들이켜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란타는 "히얏!" 하 고 이상한 소리를 내며 V자를 그렸고, 쿠자크는 "어 " 라는 소리를 흘렸다. 저질러버렸다. 독단적인 결정. "우리야말로 잘 부탁한다." 소우마는 아주 살짝 입가가 풀어지더니 일어서서 핑고에게 손을 내 밀었다. "리시버를 줘." 핑고는 어디에서 꺼냈는지 검고 납작한 돌멩이 같은 것을 꺼내어 소우마에게 건넸다. 소우마 는 그것을 하루히로의 손에 쥐여준다. "그것은 리시버라고 불리는 렐릭(유물)이다. 렐릭은 뭔지 아나?" "아뇨. 모릅니다." "렐릭이라는 건 말이지." 시마가 설명해주었다. "현대의 기술로는 만들어낼 수 없는, 그러면서 도 과거에 만들어진 것이 분명한 물건의 총칭이야. 대개는 무기라거나 편의용품이거나 하는 데, 그건 편의용품 쪽. 귀에 대봐." "아, 네." 하루히로가 리시버를 귀에 대자 소우마가 다른 돌 모양은 리시버와 같지만 색이 하얗다 을 입에 댔다. "여기는 소우마다." 여기는 소우마다. "우왓? 뭔가 진동이 이중으로 들리는데 어엇?! 뭐야? 이 거?"
114 "소우마가 들고 있는 건 센더(발신석)." 시마가 다른 리시버를 자기 귀에 댔다. "아무리 멀리 있는 리시버에도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렐릭. 채널이라거나 여러 가지가 있지만. 리시버는 센더의 목소리를 전달받으면 소리를 내면서 진동하고, 그리고 빛을 발해." 시마가 자기 리시버 아래쪽을 가리켰다. 소우마가 센더 옆을 엄지로 누르자 시마가 가리킨 부 분이 녹색으로 빛났다. "새로운 동료가 생겼다." 새로운 동료가 생겼다. "소개하겠다." 소개하겠다. 소우마는 그렇게 말하더니 하루히로에게 센더를 내밀었다. 말하라는 뜻인가? "어 저기." 하루히로는 헛기침을 했다. " 소, 소개하겠습니다. 하루히로 입니다. 잘 부탁 합니다. 이, 이걸로 된 겁니까?" "그래." 소우마는 센더를 자기 입에 댔다. "하루히로 이하 여섯 명이 우리 동료로 들어왔다. 전 하고 싶은 일은 이상이다. 또 만나자." "소중히 보관해 쿡쿡." 핑고가 섬뜩한 어두운 눈동자로 하루히로를 노려보았다. "리시버는 앞으로 한 개밖에 안 남았다. 그리고 만약 네가 죽을 것 같으면 리시버를 파괴해라. 죽기 전에 반드시 부숴. 언제 소우마가 쓸데없는 일로 연락할지 몰라, 지금처럼. 잠시도 떼어놓 지 말고 갖고 다녀. 놓치고 못 듣는 일 없도록. 쓰레기." "네, 네!" "일단은, 그래, 살아남아라." 케무리는 성가시다는 듯이 그렇게 말했다. "맞아." 시마가 팔짱을 끼자 풍만한 가슴이 강조되어 살짝 위험 하다. "그게 제일이야." "기대는 하지 않겠습니다." 리리야는 끝까지 차가웠다. "적어도 리시버가 소용없게 되지 않도 록 노력하시길. 현시점에서는 당신들 여섯 명의 가치는 리시버 하나에 한참 못 미칩니다." "3아인의 영역을 빠져나가 무리안의 소굴까지 가면 우스트렐이 얼쩡댄다." 소우마가 턱을 치켜 들고 안쪽을 가리켰다. "우스트렐을 쓰러뜨릴 수 있게 되면 행동 범위가 상당히 넓어질 것이 다." "우스트렐 " "또 만나자." 소우마는 그 말만 남기고 바람처럼 걸어가버렸다. 케무리도, 시마도, 리리야도, 핑고도, 인조 인간도 손을 휙 하니 한 번 흔들고는 안녕이란 말 한 마디 하지 않았고, 정신이 들어보니 그 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전부 다 꿈? 백일몽인가? 아니, 아니다. 그렇지 않아. 하루히로의 손에는 리시버가 확실하게 남아 있다. 얼핏 보기엔 손바닥에 쏙 들어갈 정도의 납 작한 검은 돌이지만, 실은 움푹 들어 간 곳이 있기도 하고 슬릿이 있기도 하며 감촉이 돌도, 금속도 아니다. 아무튼 신기한 아이템이다. 하루히로는 동료들과 얼굴을 마주보았다. 다들, 란타조차도 멍 하니 있다. "하하." 우선 웃어서 얼버무려보았다. 얼버무릴 수 없나? 하루히로는 머리를 긁적였다. "들어가 버렸다, 새벽 연대에." 17.달려라 어떤 만남이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놓쳐서는 안 될 호기라고 생각해서 겁도 없이 움켜잡았다. 계기가 생겼다.
115 이제 걸어가고 있을 때가 아니다. 달려야 한다. "카앗! 큭! 아앗!" 쿠자크가 방패로 무리안의 공격을 필사적으로 막아내고 있다. 무리안은 한 마디로 말하자면 개미다. 몸 길이로 치면 인간보다도 클 것이다. 색은 포도색이 고, 개미보다는 전체적으로 다부지고, 머리 부분이 다소 작고, 종류에 따라서는 세 쌍의 다리 외에 한 쌍 의 팔이 있기도 하고, 여러 가지로 다르기는 다르지만 대충 개미와 비슷하다. 원 더 홀의 여기저기에 집을 짓고 번식하는 거대한 개미다. "이얏! 하으랴!" 란타는 다른 무리안과 겨루고 있다. 쿠자크가 상대하는 것은 속칭 사무라이라고 불리는 무리 안으로, 솜씨 좋은 두 손에 무기를 들고 적성 생물을 닥치는 대로 습격하는 흉악한 무리다. 한편 란타는 두 팔이 칼 같은 모양으로 발달하고 주로 소굴을 지키기 위해 외적과 싸우는 솔 저 종의 무리 안과 싸우고 있다. 덧붙여 말하자면 좀 그렇지만, 하루히로와 유메도 각각 무리안 솔저를 한 마리씩 맡았고 메리 는 뒤에서 시호루를 엄호하고 있다. "제스 인 사르크 프람 다르트!" 시호루가 라이트닝을 발동시 켰다. 유메가 마구 공격하던 솔저 C에게 벼락이 떨어진다. 어째 서 인지는 모르겠으나 무리안에게는 팔츠 매직이 잘 듣는 것 같다. 솔저 C는 펄쩍 뛰어오르는 것처럼 몸을 떨더니 주저앉았다. 유메는 헌팅 나이프를 넣고 활을 꺼내 화살을 겨눈다. 곧바 로 "에잇!" 하고 화살을 쏘아 소굴에서 나오는 새로운 솔저 D를 견제한다. 하루히로는 인간 형이 아닌 무리안은 특 기가 아니다. 스와트로 방어에 전념하면서 전황 파악에 힘쓰고 있다. " 쿠자크, 란타! 온다!" " 온다고 해도 말이지!" 쿠자크는 사무라이의 검은 칼 같은 무기를 블록하는 게 고작인 모 양이다. 저 칼은 금속계가 아닌 석기 같은 것이지만, 상당히 단단하고 파괴력이 있고, 자연적 으로 듀얼 월드(양손 자세)가 몸에 밴 사무라이는 이도류의 명수니까 애를 먹는 것도 어쩔 수 가 없다. "으랏차! 어보이드으으!" 란타는 이그저스트로 물러나더니 솔저 A를 유인해서 찌르기를 쏟아 냈다. 롱소드를 안면에 퍼부었지만 솔저 A는 죽지 않았다. 하지만 눈을 포함한 얼굴 전체가 으깨졌는데 아무렇지도 않을 리는 없다. 란타는 "이랏!" 하고 베었다. "으랴, 으랏!" 마구 벤다. 솔저 A는 잠시 후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 유메, 쿠자크를!" 하루히로가 스와트하면서 지시를 내리자 유메는 곧바로 "오케이!" 라 고 대답을 하고 쿠자크를 서포트하러. 란타가 증원군 솔저 D에게 덤벼든다. 시호루가 또 라이 트닝을 사용했다. 솔저 그의 뒤를 따르려던 솔저 E에게 낙뢰. 솔저는 더 나온다. 메리가 나왔 다. "하루! 교대!" "부탁해!" 하루히로는 메리에게 솔저 B를 맡기고 앞으로. 유메는 헌팅 나이프를 뽑아 측면에서 사무라이를 공격하려고 했다. 그런데 사무라이는 쿠자크와 유메 두 사람을 상대하면서도 지금 까지는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는 자세다. 과연 만만치 않지만, 솔직하게 말하자면, 쿠자크가 그 자리를 혼자서 확실하게 버텨내는 것만이 아니라 어떻게든 해치워줬으면 한다. 적어도 해 주겠다는 기개는 보여 줬으면 싶은 것이다. 이대로는 방패역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괜 찮은 거냐? 불평은 됐다. 나중에 하자. 하루히로는 솔저 F의 전진을 스와트로 막았다. 여기부터는 더 나 가지 못하게 하겠다.
116 "리프아웃!" 란타는 비스듬하게 점프했다. 단, 솔저 D의 옆을 빠져나간 것뿐만이 아니다. 스 쳐 지나가면서 솔저 D의 목을 베었다. " 우와하하핫! 나는 대단해!" "란타, 다음!" "안다니까!" 솔저 G의 등장이다. 란타는 리프아웃으로 단숨에 다가가 솔저 G에게 롱소드를 퍽퍽 때려 넣 는다. 기세등등하네. 우선은 좋지만 문제는 다음이다. 계속 더 나온다면. 그렇게 생각하고 있 는데 오지 않는 일은 우선 없다. 꼭 와버리거든. 솔저 묘다. "제스 인 사르크 프람 다르트!" 드디어 시호루의 인내심이 바닥났는지 사무라이에게 라이트닝을 선사했다. 솔저와 달리 사무 라이는 라이트닝 한 발로 녹다운시킬 수는 없다. 그래도 사무라이는 한 발자국이랄까, 수십 센티미터는 후퇴했다. "우오오오오오오!" "냐냐냥!" 쿠자크와 유메가 우세함을 이용해서 사무라이를 공격 했다. "멍청앗!" 란타가 외쳤다. 그 심정은 이해한다. 쿠자크 때문이다. 유메는 사무라이가 마법에 의 한 충격에서 재기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머리 부분에 공격을 집중하려고 했다. 그에 비해 쿠 자크는 어디 까지나 조잡하다. 롱소드를 마구잡이로 휘둘러댈 뿐 대부분은 사무라이의 칼에 튕겨나와버린다. 솔저 모를 어떻게 할까? 쿠자크나 유메에게? 하지만 유메 혼자서 사무라이는 역시 위험한가? 쿠자크에게 버티라고 하고 유메는 솔저 H에게 보낼까? 아, 어떻게 하지? 어 떻게든 하는 거다. 어떻게든 될 거라고 믿고. 믿는 것만이 아니다. 생각하고, 재빨리 판단하 고, 하는 거다. 오늘도 3아인의 영역을 달려서 빠져나가 무리안의 소굴이라 불리는 일대를 걸어 다녔다. 죽인 무리안은 셀 수도 없다. 무리안은 3 아종처럼 닥치는 대로 덤벼드는 건 아니지만 사무라이는 그야말로 공격적이다. 사무라이가 전투 행동을 개시하면 솔저가 모여들고, 솔저 한 놈이 있을 때라도 어느 정도까지 다가가면 덤벼든다. 솔저는 가까이에 있는 솔저를 불러오려고 한다. 사무라이의 검은 칼 같은 무기는 갖고 가면 돈이 된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금속과 함께 섞어 녹이면 질 좋은 합금을 만들 수 있다 고. 솔저 중에는 가끔씩 외골격 일부가 녹색 도는 금색 을 한 개체 가 있는데, 이 부위도 팔수가 있다. 알을 낳는 퀸, 생식계인 스탈 리온은 안쪽에 있는지 마주친 적은 없다. 작은 몸집에 우글우글 모여 집을 짓는 담당인 워커는 무해, 무익하 니까 내버려두면 된다. 엄청나게 돈이 되는 건 아니지만, 우선 적자는 면한다. 여러 번 사냥하며 꾸준히 힘을 기르는 일에 주안점을 둔다면, 무리안의 소굴은 그리 나쁘지 않은 사냥터다. 사냥감이 부족하지는 않 고, 사무라이는 강적이지만 개체 수가 적어서 주의만 잘하면서 움직이면 무제한으로 몰려드는 3아인보다는 해치우기가 쉽다. 그리고 3아인이 무리안의 소굴에 들어가려고 하지 않는 것처 럼, 무리안도 보아하니 3아인의 영역을 피하는 것 같다. 위험해지면 3아인의 영역까지 후퇴하 면 무리안들은 대개 물러난다. 3아인의 영역과 무리안의 소굴의 중간 지점은 일종의 안전지대 로서 이용할 수 있다. " 그보다, 그렇지. 어떻게든 해보라고! 알고 있지? 엉?!" 해가 저문 적야 전초 기지 뒷골목 가게에서 저녁식사 겸 한잔 하고 있는데 란타가 난리를 치 기 시작했다. "뭘 나는 상관없다는 듯한 면상으로 멍하니 있는 거야? 멍청이냐? 너 말이야, 너! 너, 말, 이, 라, 고!"
117 "아?" 다른 쪽을 보면서 술을 홀짝홀짝 마시던 쿠자크가 천천히 쿠자크 쪽을 보았다. "나 말 이에요?" "너 말이야! 너 말고 누가 있어? 얼간아! 없잖아. 아무리 생각해도! 영?!" "그런가요?" "그래! 너다! 문제는 너야!" "너무 큰 소리 내지 마." 메리가 조용히 말했다. "그려." 유메가 자기 어깨를 주무르면서 동의했다. "란타 목소리 시끄러워. 신경에 거슬리니까. 주위 사람들한테 민폐잖아." " 주위라고나 할까." 시호루는 한숨을 쉬었다. "나한테도 민폐야." "시호루우우우우. 주무른다! " 제스 인 사르크." "어이, 잠깐. 너, 왜, 왜 엘리멘탈 문자를 그리면서 주문을 읊는 거야?" " 자기 방어를 위해서.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계스 인 사르크 프람." "잠깐, 기다려! 알았어, 알았다고. 응? 큰 소리는 내지 않을 테니 까. 그게 말이지. 왜 알잖아. 난 싸우려는 게 아니라고나 할까, 거시기잖아?" 하루히로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보통으로 말해." "쳇." 란타는 코밑을 엄지로 문질렀다. "그러니까 말이야. 어떻게 좀 해보라고. 쿠자크. 말할 필요도 없이 너 말이야." 쿠자크는 또 외면했다. "어떻게라니, 뭘요?" "그보다 우선 그 태도가 마음에 안 들어. 왜 삐친 거야? 넌." "별로 삐친 거 아닌데요." "완벽, 철벽 삐친 거잖아. 네가 삐칠 자격이 있는 것 같아? 엉?" " 잘하지 못하는 건 알아요." "알면서, 뭐야? 잘하지 못했다고 삐친 거냐?" "이래 봬도." 쿠자크는 고개를 숙이고 자기 턱 주변을 꼬집었다. "이래 봬도 풀이 죽은 거라 고." "그러니까, 풀이 죽을 자격 같은 거 없다고, 너는. 바보냐? 바보구나." " 바보, 바보 시끄럽네." "엉? 말대답이냐? 주계에 말대답입니까? 제정신입니까? 바보에 멍청이입니까? 바보에 멍청이 로군요? 알고 있었습니다. 완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이 녀석." "어쭈. 노려봤어? 건방지게 나를 노려봤네요. 이 녀석? 너 말이야, 그런 건 자기가 해야 할 일 을 하고 나서 하는 거잖아? 너는 방패역이잖아. 방패역인데 전혀 방패 역할을 못 하는 똥방패 잖아. 망할 녀석." "그러니까! 못 하는 건 나도 안다고!" "알면서 왜 삐쳤냐고! 뭐야?! 그건가?! 나는 아직 아장아장 걷는 아기라서 해야 할 일도 못 하 지만 열찜히 노력하고 있쯤니당. 노력하는 저한테 다정하게 해쭈세용 그런 거냐?!" " 그런 말은 안 했잖아." "말은 안 했지! 태도로 보였을 뿐!" "이, 빌어먹을!" 쿠자크가 란타의 먹살을 잡았다. 아니, 잡으려고 한 쿠자크의 턱에 란타가 당수 일격을 날렸
118 다. 쿠자크의 큰 키가 휘청거리며 기울어지더니, 무너진다. 쓰러지기 직전에 간신히 바닥을 두 손으로 짚고 엎드린 자세가 되었다. "젠 장 이 녀석." "젠장 밖에 말 못 하냐? 이 잡어!" "어이, 란타." "너는 입 다물어, 하루히로! 나약한 너 대신에 이 바보한테 해야 할 말을 내가 해주지!" 란타 는 몸을 숙여 쿠자크의 이마에 검지를 대고 밀었다. " 잘 들어, 똥방패! 네가 노력을 하든 않 든 그런 건 상관없어! 중요한 건 결과라고! 결과를 동반하지 않는 노력 따위는 예외 없이 똥 이다! 응가다! 우리가 벌써 며칠째 무리안과 싸우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문어대가리야! 6 일이다, 6일! 6일 동안! 그런데도, 무리안 한 마리도 제대로 맡지 못하고 빌빌거리는 방패라 니, 있으나 없으나 다를 바가 없어! 오히려 없는 편이 좋다고! 네가 방패역이라면! 적어도 두 마리는 확실하게 맡아봐! 죽을 각오로 해 봐! 못 하겠다면 차라리 죽어! 알았어? 똥방패!" 쿠자크는 란타의 검지를 치우려고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하루히로는 란타를 말릴 수 있었을 것이다. 도중에 가로막고, 끝까지 말하게 두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루히로뿐만 이 아니다. 언제나 란타에게는 비판적인 유메나 시호루, 게다가 메리도 끼어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러지 않았다. 없는 편이 좋다거나, 죽으라거나, 똥방패라거나, 하루히로는 과연 그렇게까지는 생각하지 않는 다. 단, 쿠자크에게서 부족함을 느끼고는 있다. 기량은 둘째치고, 월등하게 키가 크고 체격 조건이 좋은데도 방패로서의 쿠자크는 너무나 작다. 설마 장난하는 건 아닐 테고 대충 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쿠자크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확실히 당분간은 블록에 전념하라고는 했지만, 진심으로 하는 것이라면 원가 좀 더 있어도 되 는 것 아닐까? 쿠자크는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이랄까, 할당된 적의 공격을 오로지 막을 뿐이 다. 여유가 없는 건지도 모르지만, 거의 주위를 보지 않는다. 적도, 우리 편도. 그저 거기에 있을 뿐. 약간 도움이 되는 장애물 같은 것이다. 솔직히 함께 싸우고 있다는 느낌이 별로 들 지 않는다. 그렇긴 해도, 쿠자크는 뒤늦게 혼자 하루히로네 파티에 들어온 것이고 경험치도 다르다. 쿠자 크만이 아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 너그럽게 봐주는 수밖에 없다. 좀 참아주다 보면 언젠가는 좋아지겠지. 쿠자크와는 아직 알게 된 지 얼마 안 되고 조심스러워하는 마음도 있었다. 분명 유메와 다른 사람들도 같은 마음 아닐까? 아무튼 하루히로는 해야 할 말을 하지 않은 것이다. 란타에게 말 하게 만들고 말았다. 그날 밤 쿠자크는 "머리 좀 식히고 올게" 라나 뭐라나 말하고는 곧바로 비좁은 텐트에서 나가 버렸다. 란타는 얼마 안가 코를 골기 시작했다. 하루히로는 잠이 안 와서 밖으로 나갔다. 텐트가 나란히 있는 도랑가를 따라 조금 떨어진 곳을 걷고 있노라니 나무들이 있는 곳에 사람 의 실루엣이 보였다. 하루히로는 근처 텐트에 몸을 숨겼다. 별로 숨을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 지만, 자기도 모르게 숨고 말았다. 붉은 달이 밤하늘에 떠 있다. 나무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는 것은 쿠자크다.
119 그 옆에 메리가 서 있다. 알쏭달쏭한 거리네. 그렇게 하루히로는 생각했다. 옆이기는 해도 사람 한 명 들어갈 정도는 떨어져 있다. 그것을 보고 안심하고 있는 자신이 있었다. 질투인가? 그렇게 생각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질투할 이유 같은 게 있을까? 메리는 파티 동료고 그 이 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미 인이고, 좋아하냐 싫어하냐 둘 중에 고르라면 좋아하고, 뭐, 예를 들면, 이런 일은 있을 수 없 는 이야기지만, 메리가 사귀자고 한다면 기쁘게 승낙하겠지. 아니, 그렇지도 않은가? 파티 내 연애란 건 좀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도 아니니까 고민할지도 몰라. 하지만 역시 거절은 하지 않을 것 같다.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야. 허무해졌다. 두 사람은 하루히로가 있는 걸 눈치채지 못한다. 어서 이 자리에서 벗어나자. 엿듣는 건 악취 미니까. 두 사람의 목소리가 너무 작 아서 내용까지는 들리지 않지만. 쿠자크와 메리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두 사람은 무슨 관계인가? 혹시나 지 금까지도 이렇게 둘이서만 밀회를 하거 나 했었던 건가? 지금은 단지 미묘한 거리를 유지하고 이야기를 하는 것뿐으로 보인다. 하지만 앞으로 뭔가가 시작될지도 몰라. 뭔가 라니 뭐가? 뭐, 그건가? 응. 그렇지. 나쁜 일은 아니야. 그렇게도 생각했다. 쿠자크를 왕따시키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본인 은 소외감을 맛보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메리와 친해지면 그런 점이 중화되겠지. 그렇다 해도,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걸까? 궁금하다. 궁금해해봤자 별수 없나. 하루히로는 가만히 한숨을 내쉬고 발길을 돌렸다. 잠들 수 있을까? 오늘. 18. 도달하기 위한 방법론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고 알고 싶지도 않지만 쿠자크는 변했다. "으랏!" 방패로 사무라이의 검은 칼을 블록하면서 오른팔을 한껏 뻗어 롱소드를 휘둘러 솔저 A를 베 었다. 길다란 몸을 거북이처럼 움츠리고 몸을 지키는 데만 급급하던 겁 많은 성기사의 모습은 거기에는 없었다. "이얏! 크아아!" 몸이 열려 있어서 빈틈투성이이기는 하다. 사무라이의 검은 칼을 방패로 미처 막아내지 못하 고 투구를 세게 맞는 일도 있다. 가끔씩 솔저 A의 반격을 맞고 물러설 뻔한다. 그래도 쿠자크 는 버티고, 사무라이를 정면에 잡아두면서 솔저 A를 계속 공격했다. 사무라이도, 솔저 A도 쿠 자크를 무시할 수가 없다. 근사하다고는 말하기 힘든, 상당히 위태롭긴 하지만 쿠자크는 두 마리를 확실하게 잡아놓고 있다. "우하하하앗! 하면 되잖아!" 란타는 뭐, 여전하다. 마구 공격해서 리프아웃과 이그저스트로 상대를 농락하고 어보이드로 솔저 모를 잠재우더니 곧바로 솔저 C에게 덤벼든다. "그 상태로 계속해! 이 내가 더욱 화려하게 활약하게끄으으음..!! "제스 인 사르크 카르트 프람 다르트!"
120 시호루가 라이트닝의 상위 버전인 선더 스톰을 날려 소굴에서 나온 새로운 솔저 세 마리를 한 꺼번에 처치했다. 그 뒤에서 솔저가 두 마리 튀어나왔는데, 시호루가 세 마리를 한꺼번에 처 리해주지 않았다면 증원군은 다섯 마리였을 것이다. "나이스, 시호루!" 하루히로는 솔저 D의 칼 같은 오른팔을 삽으로 스와트하고 왼쪽 팔을 대거로 스와트. 상대가 무리안일 때에는 어레스트도, 셔터도 무리지만, 어젯밤에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아서 생각했던 것이 있다. 이런 건 어때? 하루히로는 과감하게 무리안의 사정거리 안으로 파고들었다. 무리 안은 달려들어 물려고 했으나, 그렇게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당황하지 않고, 떠들지 않 고, 다가오는 무리안의 안면에 삽을 때려 넣고 턱 밑에 대거를 박았다. 그대로 목을 따 버렸 다. 사무라이는 꽤 단단해서 팔과 다리 관절도, 목도 두껍지만 솔저는 그렇지도 않다. 아니, 오히려 약하다. "우냥!" 유메가 헌팅 나이프로 솔저 E의 팔을 하나 베어버리고 뒤집은 칼로 정수리를 일격. 비틀거리 자 쉬지 않고 곧바로 헌팅 나이프로 연타를 쏟아낸다. 마구 퍼붓는다. 솔저 E의 머리가 칼에 베였다기 보다는 으깨졌다. 하루히로는 유메에게 눈짓을 하고 증원군 솔저 F에게로. 유메는 솔저 G에게로. 메리가 왼쪽 손목을 확인했다. 프로텍션은 아직 떨어지지 않았다. " 큭! 에잇! 크옥!" 쿠자크는 버티고, 아직 사무라이와 솔저 A를 저지하고 있다. 란타는 솔저 C를 압도하고 있는 데 머지않아 쓰러뜨릴 것 같다. 하루히로는 솔저 표의 팔을 삽으로 스와트했다. 이 녀석도 싹 둑 베어주겠다. "아아, 쿠자크가 희한한 소리를 내서 한순간, 뭔가 실수라도 저질렀나 했는데 아니었다. 사무라이다. 사무라이 가 도망간다. "잠깐 이거, 어떻게 된?!" 쿠자크가 솔저 A의 팔을 블록하면서 하루히로 쪽을 보았다. 어떻게 되긴. 그걸 나한테 물어봐 도. 사무라이는 이상할 정도로 호전 적인 무리안으로서 적으로 간주한 상대는 죽을 때까지 놓 지 않는다. 그런데 도망치다니. 이런 일은 처음이다. 하루히로도 영문을 몰랐다. 영문을 모를 일은 이어졌다. 사무라이가 무슨 사인이라도 보낸 건지, 그런 기색은 없었는데, 솔저들도 살그머니 후퇴하기 시작한 것이다. "뭐야? 짜사! 놓칠 줄 알고!" 란타는 솔저 C에게 추가 공격을 하려고 했다. 이상하다, 이런 건. "기다려, 란타! 가지 마!" "엉?!" "이상해. 뭔가 있어." "뭔가라니, 뭐가?!" "알면 말했겠지. 원진 모르지만 분명히 위험해." 이건 감이 아니다. 무리안의 생태는 보이는 그대로 개미에 가까워 무리 전체가 하나의 생물처럼 활동한다. 뭐랄 까, 무리안에게는 개체라는 개념이 없는 것 같아 자기 역할이 항상 다른 것보다도 우선시되는 것이다. 역할을 완수하기 위해서라면 자기희생도 감수한다. 감수하는 정도가 아니라, 자기 자 신을 존중하거나 자기방어라는 기능이 애초에 무리안에게는 없는 건지도 모른다.
121 그런 무리안이 도망친다. 아마도 사무라이는 뭔가 생각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 것이다. 무리안에게는 그런 종류의 지 능은 없을 것이다. 분명, 이런 때에는 다른 것 다 접어두고 도망친다, 그 자리를 벗어난다. 이런 식으로 정해져 있는 것이다. 무리안 내부에 새겨진 행동 패턴인 것이다. 왜 도망치는 건가? 도망친다. 피한다. 도대체 무엇을? 하루히로는 여기저기에 나 있는 구멍으로 시선을 보냈다. 그중 에는 아까의 사무라이와 솔저 들이 도망쳐 들어간 구멍도 있다. 무리안의 소굴이라 불리는 이 일대는 3아인의 영역과 달리 폭은 기껏해야 10미터 정도, 높이 는 그 절반 정도다. 이리저리로 구부러져 있어 안은 잘 보이지 않는다. 구멍은 무리안 두 마 리가 간신히 스쳐 지나갈 정도의 크기다. 인간도 들어갈 수 있다. "숨자." 다들 각각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꼈을 것이다. 란타조차도 거역하지 않았다. 하루히로 일행 은 무리안의 구멍에 숨었다. " 뭐라고 생각해?" 시호루가 속삭이는 것처럼 물었다. 하루히로는 고개를 저 었다. "모르겠어 " "웅냐." 유메가 하루히로 옆에서 낮게 신음했다. "너희들, 좀 잠자코 있어!" 란타가 소리쳤다. " 시끄러운 건 당신이잖아." "엉? 쿠우우우 자크으으으. 이 나 님한테 감히 건방지게 말대답을 하잖아. 얼간이 방패역 주제에." "그건 상관없지 않아? 이 상황에서는." "그래." 메리가 동의한다. 하루히로 일행은 무리안의 구멍 옆벽에 등을 붙이고 옆으로 나란히 앉아 있다. 앉아 있는 순 서는 출입구에 가까운 쪽부터 하루히로, 유메, 시호루, 란타, 메리, 쿠자크다. 메리는 쿠자크 옆에 있다. 그래서 뭐가 어쨌다는 거냐고? 그거야말로 상관없지 않아? 그렇다. 전혀 상관없 다. 하루히로는 심호흡을 했다. "다들 여기에 있어. 좀보고 올게." "괜찮을까? 하루 군 혼자서는 위험하지 않아?" "혼자인 편이 나아. 난 도적이니까. 일단 이런 거 전문이니까." 무리안의 구멍 안은 어둡다. 하 루히로는 발소리를 내지 않도록 조심하며 신중하게 출입구로 향했다. 자세를 낮추고 아주 약간만 얼굴을 내밀어봤다. 무리안의 소굴은 동굴이라기보다는 협곡처럼 위가 뚫려 있는 3 아인의 영역과 달리 천장이 있 다. 단, 완전히 막힌 것은 아니다. 꽤 틈새가 벌어져 있어 거기에서 빛이 스며들기 때문에 다 소는 밝다.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아직까지는. 지나칠 정도로 조용하다. 너무나 조용해서 그 녀석이 시야에 들어와도 금방은 깨닫지 못 했다. 처음엔 위화감을 느꼈 다. 어라? 뭔가 있는 건가? 그런 느낌. 뭐지? 저거. 그런 비슷한. 있는 거지? 있는 거지가 아니야. 있다니까. 있어. 그것은 검다.
122 아니, 검지는 않지만 거무스름한, 도롱이 같은 것을 뒤집어쓰고 있다. 사람 같은? 아마도 머리가 있고, 팔이 있고, 다리가 있는 것 같다. 걷고 있다. 아니 저쪽에서, 안쪽에서 걸어온다. 그것은 틀림없다고 보는데, 발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무음이다. 손에 뭔가, 긴 것을 들고 있다. 창일까? 하지만 그 끝의 모양을 보면 창이라고는 할 수 없나? 창이라기보다는 검 같은, 두껍고 튼튼해 보이는, 마치 소를 잡는 칼 같은 모양이다. 언월도 같 은. 그보다. 크다. 저 녀석. 분명 2미터도 넘는다. 3미터는 안 될 것 같지만 어쩌면 2.5미터 정도는 될지 도 모른다. 머리가 이상하게 작고 어깨가 넓다. 역삼각형 체형도 정도가 있지 싶은 체형이다. 앞으로 약 간 구부린 자세로 언월도를 지팡이처럼 짚으며 걷고 있다. 언월도로 바닥을 짚는 것처럼 보이는데도 어째서 인지 소리가 나지 않는다.
123
124 저건 위험하다. 위험한 녀석이다. 위험한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이 위험하다. 정신이 들고 보면 바로 뒤에 와 있고 싹둑 베일 것 같아서, 상당히 위험하다.?우스트렐 그 이름이 번쩍 떠올랐다. 소우마가 말했었다. 3아인의 영역을 빠져나가 무리안의 소굴까지 가면 우스트렐이 얼쩡거린다고. 우스트렐을 쓰러뜨릴 수 있게 되면 행동 범위가 상당히 넓어 질 것이라고도. 우스트렐. 소우마는 분명 굳이 자세하게는 말하지 않았다. 하루히로 일행은 의 용병이다. 이래 봬도 의용병 축에 끼는 사람들인 것이다. 처음으로 의용병단 사무소에 따라갔 을 때 브리 씨가 가르쳐주었다. 각자가 자기 재량껏 독자적인 판단으로 정보를 수집해 서 적 을 물리치는, 그것이 의용병의 규칙이라고. 소우마는 하루히로 일행을 의용병으로 인정하고 동료로 삼아주었다. 그러니까 하루히로 일행은 몸소 체험하고 알아가야 한다. 우스트렐. 이 녀 석이다. 이 녀석이 우스트렐. 이 녀석을 쓰러뜨리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우스트렐은 조용히, 그 이상 없을 정도로 조용히, 물결이 밀려오듯 이쪽으로 다가온다. 지금 당장 동료들 곁으로 돌아가야 할까? 하지만 지금 움직이면 눈치를 챌 것 같다. 아직 거 리가 있으니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무섭다. 하루히로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코와 입을 손으로 막고 있었다. 숨소리조차도 새어나오지 않도록. 지나치게 경계하는 것이다. 침착해. 냉 정해져야 한다. 하지만 역시 움직일 수 없다. 이러고 있는 동안에도 우스트렐은 다가온다. 생각했던 것보다 라고나 할까, 보기보다 놈은 빠르다. 벌써 15미터? 10미터? 그 정도까지 접근했다. 들킨 건 아니지? 하루히로는 한쪽 무릎을 꿇고 더욱 몸을 낮추고 아주 조금만 얼굴을 내밀 었다. 빛이 스며들어오기는 해도 그리 밝지는 않으니 보이지 않 을 것이다. 우스트렐은 일 정한 페이스로 걸어온다. 발걸음을 빨리하거나 하지는 않으니 눈치를 첸 건 아니라고 생각 한다. 얼굴을 도로 집어넣고 싶다. 움직일 수 없다. 안 된다. 실패했다. 바로 돌아갔어야 했다. 구멍 속에 숨어 있는 편이 좋았을 거다. 위험하다. 가까워. 가깝다고. 이제 상당히 가깝다. 5미터? 4미터인 가? 3미터? 아아. 멈췄다. 우스트렐은 역시 소리도 없이 몸을 돌렸다. 멀어져간다. 아니, 그래도 아직이다.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조금만 더. 조금 더 멀어지고 나서. 슬슬 괜찮은가? 뭐라고도 할 수 없다. 결국 우스트렐의 모습이 어둠 속에 녹아들어 보이지 않게 되고 나서야 하루히로는 동료들 곁 으로 돌아갔다. " 우스트렐이 있었어." "위험할 것 같아?" 평소의 란타였다면 그런 걸 물어보기도 전에 뛰어나갔어도 이상 할 것 없다. 다소는 성장한 건가? 하루히로는 끄덕였다. "상당히 거무스름하고, 크고, 언월도 같은 것을 들고 있어." "그 녀석을 죽일 수 있게 되면 행동 범위가 넓어진다고 소우마가 말했었지." "응" "그렇다면, 우스트렐은 한 놈이 아니라 여러 명 있는 거야. 무리 안의 소굴에서부터 그 안쪽을 돌아다니니까 어딘가에서 마주칠지도 모른다는 거지." "그리고." 시호루는 숨을 들이켜더니 뱉어냈다. "우리들 인간뿐만이 아니라 다른 생물들도
125 우스트렐을 두려워한다." "어쩌지?" 유메의 목소리가 평소답지 않게 굳어 있다. "암흑이여, 악덕의 주여. 데이몬 콜(악령 초래)." 갑자기 주문을 옮은 란타 앞에 거무스름한 보랏빛 구름 같은 것이 나타났다. 구름이 소용돌이 친다. 어떤 형태를 이루어간다. 목이 없는 인간의 상반신의, 가슴 부분에 해당하는 곳에 구멍 같은 눈이 두 개 있고 그 밑에 길게 찢어진 입이 있다. 그런 모습을 한 그것은 암흑기사의 사역마인 데이몬. 조디악이다. 끼히 끼히히히 불러서 나와줬다 끼히 이만 돌아가도 되나? "될 리가 없잖아! 이크." 란타는 자기 입을 틀어막았다. "조디 악아 오늘은 장난치기 없기. 앞으로 죽느냐 사느냐 하는 대승부니까, 이히히히 그런가 마침내 죽을 때가왔구나 란타 이히 히. "재, 재수 없는 말 하지 마. 의, 의식하게 되잖아." " 할 겁니까?" 쿠자크는 노골적으로 엉거주춤하고 있다. "나는 어느 쪽이든 좋아." 메리는 긴장하고 있는 것 같다. 왼쪽 손목을 재빨리 확인하니 육망성의 빛이 흐릿해지고 흔들 리며 꺼지려고 했다. 메리는 육망성을 그리는 동작을 했다. "빛이여, 루미아리스의 가호 아래에 프로텍션." 순식간에 하루히로 일행 왼쪽 손목의 육망성이 다시 빛을 되찾았다. 메리는 숨을 한 번 내쉬었다. " 내가 할 일은 변함없으니까." "벌써 가버렸는지도 몰라." 하루히로는 눈을 감았다. 준비는 되어 있는 건가? 모르겠다. 그야, 상대에 관해서 모르니까. 하지만 신기하다. 어떻게 된 건지 꽁무니를 빼고 도망치려는 선택의 여지는 떠오르지 않는다. "상황을 보고, 놈이 다시 오면 공격하자. 단, 안전지대까지 유인한다. 힘을 알아보듯이 하면서. 위험해지면 곧바로 도망칠 거니까. 금방 도망치게 될지도 모르지만, 어느 쪽이든 퇴각 판단은 내가 한 다. 반드시 따를 것. 알겠어?" 란타는 혀를 찼다. "잘난 척하네. 할 수 없지. 알았어." 끼히히히 꽤나 고분고분하네. 란타 죽는다 끼히히히히 딱 봐도 죽겠어. "아, 알았어." 유메는 어둠 속에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힘껏 끄덕였다. "나 마법으로 공격에 집중할 테니까 메리, 지켜줘." "응. 맡겨줘." "하는 건가." 쿠자크는 투구의 바이저를 내렸다. "막아낼 수 있을까? 나." "막아내는 거야. 방패역이잖아." 하루히로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후회했다. 말투가 강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쿠자크는 살짝 웃었다. "응. 그러네요. 이래 봬도 방패역이니까, 할 거야." "놈은 기척이 유난히 희미하니까 조심해." 하루히로가 선두에 서서 구멍 출입구까지 돌아왔다. 얼굴을 내 밀어봤다. 오싹했다. 가까워. 자기도 모르게 입 밖에 낼 뻔했으나 간신히 억눌렀다. 있다. 우스트렐. 하루히로는 지금 동요 하고 있어서 눈대중의 정확함에는 자신이 없지만, 10미터보다는 가깝고 5미터보다는 멀다고 할 정도인 가? 걷고 있지 않다. 우두커니 서 있다.
126 갑자기 란타가 하루히로 옆에서 머리를 불쑥 내밀었다. " 우왓." "바보, 너." "앞으로, 나간다!" 쿠자크가 뛰어나갔다. 우스트렐은 벌써 움직이기 시작했다. 굉장해. 엄청나. 엄청나다. 빠르다고나 할까, 지나치게 빠르다고나 할까, 언월도가 고오옷 하고 튀어나와 쿠자크가 블록했으나, 안 된다. 쿠자크는 방패와 함께 " 우앗?!" 하고 날려갔다. 란타는 "암흑이여!" 라는 부분까지 주문을 읊더니, 타이밍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겠지. 롱소드로 공격 한 것이 아니다. 방어한다. 우 스트렐의 언월도. 왔다. 란타는 간신히 롱소드로 막아냈나? 하지만, 역시 날려갔다. " 끅!" 어라 어라 어라 어라? 위험하잖아 이거 어떻게 하지 위험해 어떻게 해야 해? 도망치려고 해 도 쿠자크와 란타가 저렇게 되었고 우스트렐은 이쪽으로 오고 있고. 스와트? 무리라니까. 언 월도. 찌르기 다. 하루히로는 "이잇!" 이라고 희한한 소리를 내며 옆으로 뛰어 굴렀다. 뭔지 잘은 모르지만, 피한 모양이다. 우스트렐은 언월도를 손 안에서 슥 미끄러뜨려 짧게 고쳐 잡고 내리쳤다. 물론 하루히로를 향해서. 이건 당한다. 무서워. 당해버린다. 당할 수는 없다고 생각은 하지만, " 즉! 웃!" 이 상황에서는 이젠 목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하루 히로는 바닥을 기어서 도망쳐 다녔다. 언월도가 광광 바닥을 깎는다. 괴괴괴 굉장하다. 주주주 죽겠어. 죽는다고 진짜. 뭐야? 이거. 도대체 뭐야? "으랴아아아아"!" 유메가 구멍 안에서 화살을 쏘았다. 맞았다. 우스트렐의 오른쪽 가슴에 화 살이 박혔다. 우스트렐이 말없이 라고나 할까, 소리 없이 유메에게로 몸을 돌렸다. 유메 뒤에 는 메리와 시호루도 있다. 아니야, 안 되잖아. 하루히로는 덕분에 살았지만, 좋지 않아. 그건. "즈옷샤라아아아아아앗!" 란타가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뛰어와 우스트렐에게 돌격했다. 이판 사판 공격이 아니다. 아마도 우스 트텔의 주의를 끌기 위해서 한 일일 거다. 하지만 우스트렐 은 돌아보지도 않고 언월도 손잡이로 란타의 가슴을 찔렀다. "컥" 이라는 신음을 내고 쓰러질 뻔한 란타를 조디악이 부축했다. 바, 바, 바보 놈 이히히. " 젠자아아아아앙!" 쿠자크가 롱소드의 칼등으로 방패를 몇 번인가 때렸다. 우스트렐은 완 전히 무시했다. 쿠자크는 방패를 앞으로 내밀고 우스트렐에게 돌진했다. 우스트렐은 아랑곳하 지 않고 유메를 공격하려는 척하더니 갑자기 돌아본다. 언월도를 번쩍거렸다. 쿠자크는 채 막 을 수 없다. 그보다, 우스트렐의 언월도는 생각 보다 더 뻗어나가 쿠자크는 방패가 아니라, 왼 팔이다, 왼팔에 언월 도를 맞았다. 잘렸어? 아니면 부러졌어? 아무튼 쿠자크는 방패를 떨어뜨리고 뒹굴었다. "우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악!" "히야아앗!" 유메는 활에 화살도 끼우지 못하고 뒷걸음질을 쳤다. 메리도 시호루도 마찬가지였 다. 이대로 후퇴하면 구명이다. 무리안의 구멍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구멍? 저 구멍, 하루히 로 일행 이라면 거의 몸을 숙이지 않고 지나갈 수 있지만 우스트렐은 어떨까? 우스트렐의 몸 길이는 2.5미터 정도. 못 들어갈 것은 없나? 단, 3아인의 옆 구멍이라면 좀 더 작고, 경우에 따라서는 피난 장소로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무리안의 구멍은 좀 애매하다. 그럼, 어떻게 해? 어떻게 하면 좋아? 우선은 우선은 여자들을 도망가게 한 다. 그거다. 그것이 최우선이 다. 그러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하루히로가 할 수 있는 일. 이것밖에 없나. 삽을 집어넣었다. 란타와 쿠자크처럼 목소리는 내지 않는다. 똑 바로 우스트렐을 향해 달려갔 다. 발밑이 붕 뜬 것처럼 이상한 느낌 이다. 시야가 좁아졌다. 우스트렐은 이쪽을 보지 않는다. 유메네는 이미 무리안의 구멍으로 들어가 있다.
127 달라붙으려고 했더니 예상대로 우스트렐은 언월도의 손잡이를 내밀었다. 이것은 한 번 봤다. 피할 수 있다. 그렇긴 해도 아슬아슬 했다. 예상 이상으로 우스트렐의 동작은 날카롭고 하루 히로의 몸놀림은 둔하다. 그래도 하루히로는 우스트렐의 등에 달라붙었다. 유메! 멀리 떨어져! 지금 이틈에!" "응냐?!" 우두커 니 서 있는 유메를 메리가 재촉했다. "빨리!" "응냐!" "웃!" 시호루가 앞장서서 무리안의 구멍에서 달려 나왔다. 우스트렐이 언월도를 휘두르려고 한다. 그렇게 둘 줄 알고? 하루히로는 거꾸로 쥔 대거를 우스트렐의 측두부에 꽂았다. 튕겨 나왔다. 딱딱하 다. 이 감촉. 투구? 도롱이 같은 옷의 후드가 벗겨져 우스트렐의 머 리 부분이 드러났 다. 투구 인 건가? 잘 모르겠다. 금속제 두개골은. "우와아! 아아아아아!" 하루히로는 그 금속제 해골 같은 우스트렐의 머리를 대거로 마구 때렸다. 우스트렐이 아파하 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싫어하는 것 같긴 했다. 몸을 틀어 하루히로를 털어내려고 했다. 팔꿈치로 찌른다. 엄청난 힘이다. 아픔이랄까, 충격이 엄청나다. 시호루가, 메리가, 유메가, 우스트렐의 바로 앞을 가로질러지나 갔다. "스우우우우우 " 무슨 소리지? 우스트렐인가? 목소리? 숨소리? 잘은 모르지만, 우스트렐은 왼손을 뻗었다. 하 루히로의 머리를 움켜쥘 셈이다. 자칫 잘못하다간 박살이 날지도 모른다. 유메네는 우선 갔으 니 이제 시간이다 되었나. 하루히로는 우스트렐의 등에서 뛰어내렸다. 우스트렐은 곧바로 소리 없이 몸을 돌려 온다. 언월도가. "이크!" 하루히로는 반사적으로 엎드렸다. 그것밖에 할 수가 없었다. "앵거어어!" 만약 란타가 무모하게 우스트렐에게 덤벼들지 않았다면 하루히로는 다음 일격에 두 동강이 났 을 것이다. 하지만 우스트렐은 왼팔로 란타의 롱소드를 쳐냈다. "뭐야??" 자세가 무너진 란타를 향해 우스트렐이 오른손에 든 언월도를 내리쳤다. 아아. 틀렸다. 죽는 다. 란타가 당한다. 끼헛! 조디악. 간발의 차이 였다. 조디악이 란타를 밀쳐낸 것이다. 조디 악은 란타 대신에 우스트렐의 언월도에 동강이 났다. 우 우히 란타 죽어라. "사람을 구해줘놓고는!" 란타가 우스트렐에게 칼을 휘둘렀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너 같은 거! 조디악이! 너 같은 건! 또 언제든지 불러낼 수 있다고! 으랴아아아아아 "무모한 짓 하지 마, 란타!" 하루히로는 일어섰다. "안전지대까지 유인한다!"
128 "이그저스트!" 란타가 엄청난 속도로 물러서자 우스트렐은 덩달아 물러서지 않았다. 우스트렐은 하루히로도, 유메네도 아닌, 아직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쿠자크 쪽으로 발길을 향 했다.? 잠깐!" 하루히로는 달려갔으나, 늦어버릴 것 같고 늦지 않 는다고 해도 구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제스 인 사르크 프람 다르트!" 라이트닝. 시호루의 마법이다. 우스트렐에게 벼락이 떨어졌다. 우스트렐은 커다란 몸을 움찔거 리더니 그 옷에서 한 줄기인지 두 줄기의 김인지 연기인지 뭔가가 피어올랐는데, 효과가 있는 건가? 적어도 큰 타격은 입지 않은 것 같다. 우스트렐은 매끄러운 동작으로 시호루네가 있는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위험해. 여자들을 노린다. 하지만 덕분에 쿠자크는 목숨을 건졌다. "란타! 어떻게든 유인해!" "알았어!" "일어서, 쿠자크!" 하루히로는 쿠자크에게 달려갔다. 쿠자크는 왼팔이 완전히 나갔다. 뭐랄까, 지독하다. 베이고, 부러지고, 엉망진창이다. 하지만 쿠자크는 애썼다. 혼자 힘으로 일어서서 끄덕였다. "괜찮아. 할 수 있어. 미안 방패, 주워줄래? 가능하다면." "방패?" "팔, 치료받으면 또 쓸 거니까. 방패가 없으면 난 쓸모가 없잖아." " 여유가 없어지면 버릴 거다!" 하루히로는 쿠자크의 방패를 집었다. 쿠자크는 따라올 수 있을까? 힘들겠지만 따라와야 한다. 유메네는 달려서 도망친다. 우스트렐은 그들을 쫓는다. 란타는 어떻게든 우스트렐을 돌아보게 만들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잘되지 않는다. 우스트렐은 뒤는 보지도 않고 언월도 손잡이로, 그리고 왼팔로 란타의 롱소드를 간단히 막아내버렸다. "젠자아아아아앙! 뭐야? 이 녀석!" "뭐긴, 우스트렐이잖아?!" 의미 없는 외침을 내지르고 발을 움직이면서 하루히로는 생각했다. 어떻게 생각하면 되는 건 지 생각한다. 도대체 뭘 생각하면 돼? 유메네는 저대로 끝까지 도망칠 수 있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아마도 무리다. 언젠가는 따라 잡힌다. 그전에 하루히로가 우스트렐을 막아서야 한다. 막을 수 있을까? "유메! 메리! 시호루! 안전지대를 지나가면 3아인의 옆 구멍으로!" 대답은 없다. 세 사람 다 달리느라고 정신이 없다. 쿠자크는 뒤처지고 있다. 그야 그럴 만하지. 우스트렐이 때때로 언월도를 휘두른다. 여성진의 맨 뒤에 있는 유메가 그때마다 "힉" 하고 비 명을 지른다. 언제 언월도가 유메에게 닿아도 이상할 것 없다. 천장이 열리고 밝아졌다. 이제 안전지대다. 안전지대라고 해도 분명하게 그렇게 구별할 수 있을 만한 장소가 있는 건 아니다. 곧바로 3아 인의 영역이다. 본길이 똑바로 나 있고 그 양쪽 옆에 옆 구멍이 있다. 갑자기 우스트렐이 가속하더니 언월도를 찔러댔다. "우냐아." 유메는 비스듬히 뛰었으나 옆구리 부근을 우스트렐의 언월도가 스쳐, 긁히고 말았다.
129 " 유메에에! 이그저스트!" 란타가 뛰어가 우스트렐의 등을 향해 덤벼들었다. 우스트렐은 돌아보면서 동시에 언월도를 비 스듬히 내리쳤다. "욱! 란타는 마치 공처 럼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고 그 와중에 투구가 벗겨졌다. 우스트렐은 곧바 로 언월도를 치켜든다. " 이그저!" 이그저스트라고 발음하려고 했는데 끝까지 하지 못한 것 같다. 란타는 개구리 같은 자세로 뒤 로 폴짝 뛰어 간신히 언월도를 피했다. 메리가 유메를 반쯤 얼싸안듯이 하고 옆 구멍으로 뛰어 들어갔다. 시호루도 따라갔다. 좋았어. 잘했다. 란타. 좋아! 메리네와 같은 옆 구멍까지 가기는 어렵다. 하루히로는 쿠자크 를 데리고 옆쪽의 다른 구멍을 향했다. "란타, 너도 이리 와!" "이그저! 간단히 줄여서 그저! 가지 말라고. 젠장!" 란타는 이그저스트를 연발해서 아슬아슬하게 우스트렐의 언월도를 피해 다니고 있다. 도와주 고 싶지만 저건 란타 밖에 할 수 없는 곡예다. 하루히로가 끼어들어 봤자 분명 발목을 잡기만 할 뿐이 겠지. 시간을 벌려다가 도리어 당하고 죽고, 그 사이에 란타를 도망치게 하는 게 고 작일 것이다. 그래서는 의미가 없다. "너라면 할 수 있어! 아니, 네가 못하면 누가 할 수 있겠어?!" "멍청아! 나라면 할 수 있다거나, 그런 당연한 말은 할 필요조차 없다! 리프아우우우웃!" 란타는 물러서는 것이 아니라 우스트렐의 왼쪽 옆구리로 빠져나가는 것처럼 뛰었다. 우스트렐 은 곧바로 우회전을 해서 란타를 추격한다. 하지만 란타는 또다시 점프했다. "리 프, 리프, 리프아웃! 리, 리, 리, 리프아웃!" 점프하고, 점프하고, 무작정 점프해서 도망친다. 과연 란타라고 나 할까. 하루히로와 쿠자크는 옆 구멍으로 들어갔다. 3아인의 옆 구멍은 하나같이 대개 높이가 1미터 남짓, 폭은 70센티미터 정도일까? 하루히로도 몸을 숙여야 지나갈 정도의 좁은 폭이니 우스트 렐에게는 특히 폭이 빠듯할 것이다. 옆 구멍을 5미터 정도 걸어갔다. 듀에르가도, 스프리간도 없는 것 같다. 놈들도 우스트렐의 존 재를 감지하고 안쪽에 처박힌 건 가? 란타는 도망쳤을까? 쿠자크는 거친 숨소리를 낼 뿐만이 아니 라 "우 우 웃 " 하고 신음하고 있다. 왼쪽 팔이 아프겠지. 메 리네와 합류해서 치료 를 받게 해주고 싶지만, 저쪽 옆 구멍은 본길 을 사이에 끼고 반대쪽에 있다. 이 옆 구멍과 이어져 있을 거라고 는 생각할 수 없다. "쿠자크, 여기에서 기다려." "네, "금방 돌아올게." 하루히로는 방패를 놓고 몸을 돌려 본길을 살폈다. 우스트렐은 있었다. 마치 몇십 년이나 전부터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 조용히 본길 한복판에 서 있다. 란타는? 시체는 보이지 않으니 어딘가 옆 구멍으로 가까스로 도망친 건가? 유메네가 들어간 옆 구멍은, 알겠다. 잘 기억하고 있다. 여기에 서는 거의 정면 맞은편이다.
130 그 딱 중간쯤에 우스트렐이 가로막고 서 있다. 우선 우스트렐은 3아인의 옆 구멍에는 들어오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하루히로네를 놓아줄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옆 구멍에 숨어 있는 하루히로네가 나오면 죽이려고 하는 것이다. 인내심 싸움을 해야 할까? 오로지 옆 구멍에서 가만히 있기만 하면 조만간 우스트렐이 포기하 지 않을까? 다른 의용병이 지나가기를 기다린다는 방법도 있다. 3아인이라면 몰라도 우스트렐 은 과연 무시할 수 없겠지. 하지만 오늘은 벌써 꽤 많은 수의 의용병이 하루히로네를 추월해 서 원더 홀 안으로 들어갔었다. 돌아오는 의용병은 있어도 지금 들어가는 의용병은 아마 없겠 지. 의용병이 돌아오는 건 대개 저녁 이후다. 아직 점심 전이니 시간이 꽤 남았다. 유메, 시호 루, 메리, 란타와 의사소통이 안 되는 것도 타격이다. 여기에서 하루히로가 어떻게 하겠다고 결정을 해도 동료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게다가 쿠자크도. 하루히로는 쿠자크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쿠자크는 아직 호흡이 거칠다. 아니, 숨이 차서 그러는 건 아니다. 분명 부상 탓이다. "쿠자크, 한 번 더 달릴 수 있어?" 이? 안 그러면 죽 을지도 무리니끼. "괜찮겠어?" "응." 쿠자크는 끄덕이고, 하아 하고 숨을 내뱉었다. "괜찮아. 달릴 수 있어." "그럼, 이리 와." 본길 코앞까지 가서 하루히로는 유메네가 있는 옆 구멍을 가리켰다. "멀지만, 알지? 저 옆 구멍에 메리가 있으니까. 저기까지 전력으로 질주해." "당신은?" "나는, 미끼. 먼저 내가 나가서 우스트렐을 낚을 테니까, 그러면 달려." "그거, 위험하지 않아?" "위험해. 하지만 이것밖에 없어.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쿠자크 년 움직일 수 없게 될 테니까." "그러네요." "방패는 여기 둘게. 간다." "어, 벌써?" "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은 냉큼 해치워버리는 게 좋아." 꾸물거리고 있을수록 더 무서워질 것 같고. 하루히로는 자기 가슴을 두드렸다. 대거와 삽을 뽑아둘까 망설였다. 무기가 없으면 너무 속 보이나? 하지만 맨손 쪽이 달리기 쉽다. 망설이지 마. 가자. 하루히로는 옆 구멍에서 살살 나왔다. 우스트렐은 아직 하루히로를 보지 못했다. 우스트렐은 원더 홀의 출입구 방면으로 몸을 향하고 있다. 하루히로는 스니킹으로 옆벽을 따라 출입구 방 향으로 걸어갔다. 얼마 안 있어 우스트렐의 시야에 들어가겠지. 언제 알아첼까? 왔다. 우스트렐이 이쪽을 향했다. 동시에, 소리도 없이 달리기 시작한다. 온다. 역시 빠르다. 하루히로는 달렸다. 온몸을 뒤에서 잡아당기는 것 같은 감각. 공포심인가? 절박함인가? 벽을 따라 질주하고 있자니 얼마 안 있어 우스트렐이 하루히로 바로 뒤에 붙었다. 쿠자크는 어떻게 하고 있지? 있다. 늦어. 일부러 꾸물거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 생각처럼 달릴 수가 없는 것이 다. 아직 목표인 옆 구멍에 도달하지 못했다. 아 직인가? 힘내라. 조금만 더. 앞으로 조금만. 들어갔다.
131 지켜보고 나서, 하루히로는 근처의 옆 구멍으로 굴러 들어갔다. " 우옷!" 우스트렐은 옆 구멍으로 언월도를 찔러 넣었다. 하루히로는 당황해서 정신없이 기었다. 기어 간다. 우스트렐은 거구를 90도 이상 굽혀 옆 구멍을 들여다본다. 들어 오거나 하진 않겠지? 하루히로는 시험 삼아 멈춰봤다. 우스트렐은 움직이지 않는다. 옆 구멍으로 들어올 마음은 없 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건 갇힌 것 아닌가? "어이. 어이 어이! 누군가 있는 건가? 어아!" "란타?"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란타는 잠시 후 모습을 나타냈다. "하루히로냐? 너 혼자야?" "그런데 여기까지 어떻게 왔어?" "거기가 아닌 다른 구멍으로 들어와서 대충 이동했더니 여기로 나왔어." "대충이라니. 이 자세로 3아인과 마주치면 끝이라고 생각하는데." 하루히로도 란타도 허리를 아주 낮게 굽힌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지 않으면 머리가 위에 부딪칠 것 같았다. 이래서는 도저히 싸울 수가 없다. "멍청이냐? 바보. 그런 걸 일일이 신경 쓰면서 어떻게 살아? 그보다, 우스트렐, 있는 거 아 니야?" "있어. 들어오진 않지만. 유메네와 합류해야지. 쿠자크만은 저 쪽으로 보냈지만." "반대쪽인가?" 란타는 입술을 깨물었다. "나한테 생각이 있어." 란타의 제안을 따르는 건 불안했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있을지도 모르지만 생각이 나지 않 는다. 하루히로는 란타와 함께 옆 구멍 안쪽을 향해 나아갔다. 이제 우스트렐은 보이지 않는 다. 거기에서 란타와 헤어졌다. 하루히로는 대기한다. 분명 5분 정도쯤 가만히 있었다. "으랴아아!" 멀리서 란타가 외쳤다. 작전은 간단하다. 란타는 자기가 들어왔던 옆 구멍으로 나가서 우스트렐을 유인한다. 그동안 에 하루히로는 반대쪽으로. 란타가 미끼역을 자청하고 나선 것이다. 하루히로는. 서둘러 돌아갔다. 우스트렐은 없다. 란타가 낚아준 모양이다. 옆 구멍으로 뛰어나 가 보니 란타가 우스트렐에게 쫓기고 있었다. 그저 떼어놓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아슬아슬 하게 우스트렐을 유인한 후에 이그저스트로 거리를 두는 방식에 전념한다. 제법이네, 란타. 물 론 감탄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하루히로는 반대쪽 옆 구멍을 향해 돌진했다. 유메네가 있을 옆 구멍까지는 멀어서 좀 무리인 가? 우선 어떤 옆 구멍이라도 좋으니 들어가버리자. " 아앗?! 뭐야? 이놈?!" 란타가 외쳤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달리면서 보니 우스트렐이 정지해 있었다. 란타도 발을 멈추고 팔을 흔들며 도발한다. "왜 그래?! 덤벼봐! 내가 무섭냐?!" "스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I. 뭐지? 저 소리. 목소리? 숨소리? 아까도 들었었다. 하지만 그것 보다 음량이 훨씬 크다. 란타 도 이변을 느낀 것이겠지. 도망치려고 했다. 그전에 우스트렐이 내딛으면서 오른팔을 길게 뻗 었다. 실제로 늘어난 것이다. 오른팔이, 아니, 왼팔도. 즉, 두 팔의 길이가 두 배 정도가 되었 다. 그리고 그 길어진 오른팔로 언월도를 내리쳤다. "큭!" 오른팔이 길어지기 전의 길이었다면 아마 란타는 피했을 것이다. 길어진 탓에 미처 피하지 못
132 했다. 우스트렐의 언월도가 란타의 왼팔을 베었다. "란." 하루히로는 순간적으로, 거의 반사적으로 결단을 내렸다. "다들 나와줘! 란타를 돕는다!" 승산은 있는 건가? 없는 건가? 모르겠다. 하지만 가능성은 있다 고 생각한다. 우스트렐의 팔. 길어졌다. 길다. 너무나 길다. 지나치게 길잖아, 그거. 무서워하지만 않으면 분명 품으로 파고들 수가 있다. 하루히로는 피를 흘리면서 물러서는 란타와 스쳐 지났다. 우스트렐. 박력이 장난 아니다. 온 다. 언월도. 옆으로 휘두른다. 죽을지도, 이건. 하지만 이제 와서 물러설 수는 없지. 왔다. 언월도가. 동시에 하루히로는 뛰어들었다. 앞으로. 공중제비를 한다. 나, 죽었나? 아니, 보아하니 죽지 않았다. 그게 아니라, 분명히 살아 있다. 우스트렐이 휘두른 언월도를 솜씨 좋 게 빠져나간 것이다. 그대로 하루히로는 우스트렐의 다리에 태클을 건다. 우스트렐의 다리는 키에 비해 극단적으로 짧고 가늘다. 우스트렐은 긴 오른팔로 언월도를 높이 쳐들면서 하루히 로를 발로 차 올리 려고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언월도만큼 무섭지는 않고, 보인다고, 그건. 하 루히로는 우스트렐의 오른쪽 다리를 피해 왼쪽 다리에 매달렸다. 무릎을 공격하고 단숨에 들 어올렸다. 우스트렐이 자빠졌다. 바닥에 등을 부딪쳤으나 그래도 곧바로 왼팔로 하루히로를 때리려고 한 다. 우스트렐은 쓰러져 있고, 아무리 생각해도 절호의 기회이고, 이런 호기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지도 모르지만, 하루히로는 아쉬워하지 않고 망설이지 않고 놈에게 서 떨어졌다. 한순간 이라도 망설였다면 우스트렐의 왼팔에 강타당했을 것이다. 우스트렐은 긴 두 팔로 지탱하며 소리도 없이 일어섰다. 메리와 유메가 란타 쪽으로 가고 있다. 쿠자크는 어디지? 있다. 방패를 가지러 가려는 건가? 시호루는 쿠자크와 함께 있다. 유메도, 쿠자크도 치료가 끝나서 기운이 있어 보였다. "스우우우우우우우." 또다. 또 그 소리. 이번엔 뭐냐? 팔이, 우스트렐의 두 팔이 줄어 든다. 짧아진다. 눈 깜짝할 사이에 원래의 길이가 되었다. 늘어나는 것만이 아니다. 신축 자유자재인가? 긴팔 모드 쪽이 그나마 알기 쉬운데. 하루히로는 혀를 차면서 왼쪽 방향으로 옆으로 걸었다. 원운동이다. 우스트렐을 중심으로 해 서 재빨리 시계 방향으로 이동한다. 우스트렐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면 하루히로에게 언월도 가 닿을 것 이다. 그래서 우스트렐이 내딛기 전에 하루히로는 왼쪽으로, 왼쪽으로 움직인다. 우스트렐은 그 자리에서 회전해서 하루히로를 정면에 포착한 순간, 언월도를 휘두를 것이 틀 림없다. 이 긴장감. 한 순간이라도 긴장을 풀었다가 튀어나온 돌부리나 움푹 팬 곳에 발이 걸 리기라도 하면 싹둑 잘린다. 죽음을 의식하자 다리가 떨릴 것 같다. 빨리. 빨리. 빨리. 빨리빨 리 빨리빨리. 누군가가. "옴 렐 엑트 네문 다슈!" 시호루. 마법이다. 새도 본드. 그림자 엘리멘탈이 날아와 우스트렐의 발밑에 고착한다. 우스트 렐이 그림자 엘리멘탈을 밟았다. 발이 빨려든다. 하지만 곧바로 떼어버릴 것 같다. 시호루는 사이를 두지 않고 곧바로 다음 마법을 발동시켰다. "계스 인 사르크 프람 다르트!" 갔다. 라이트닝이다. 우스트렐에게 벼락이 떨어진다. 움찔 몸을 떨 었지만, 그것뿐인가? 우스
133 트렐은 그림자 엘리멘탈에서 발을 빼내고 시호루 쪽을 보았다. 뒷걸음질을 친다고나 할까, 엉 덩방아를 찧을 것 같은 시호루 앞으로 쿠자크가 뛰어나왔다. "내가!" 눈 깜짝할 사이에 우스트렐이 쿠자크에게 육박한다. 언월도가 번쩍였다. 광 하고 블록. 쿠자 크는 버렸다. 그저 버텨낸 것뿐만이 아니다. 앞으로 내딛으며 롱소드를 내질렀다. 우스트렐은 옆으로 트는 것 같은 몸놀림으로 피 하더니 다시 언월도. 쿠자크는 블록. 떠오르려는 몸을 억지로 눌러놓는 것처럼 붙잡아놓고 물 러서지 않고 앞으로 나서며 날카롭게 롱소드를 내지른다. 우스트렐은 예의 뒤틀어 회피를 선 보이고는 언월도. 쿠자크는 블록하고 롱소드. 우스 트렐은 뒤틀어 회피에서 연결해서 언월도. 쿠자크는 블록하고 반격. "우하하!" 하고 쿠자크는 웃었다. "위험해! 무서워! 우와핫! 뭐야? 이거! 젠장! 뭐냐고, 정말! 우 하핫! 말도 안 돼! 우하하하!" "?! 끄히히희!" 괜찮은가? 저 녀석. 그리 괜찮지는 않은 것 같지만. 공포심, 부담감과 필사적으로 싸우며 아슬 아슬하게 버티고 있는 것이겠지. 하루히로는 물론 쿠자크를 엄호해주고 싶다. 하지만 다가갈 수가 없다. 일단 우스트렐의 뒤에 자리를 잡고 있는데, 대거나 삽이 닿을 거리까지 파고들 수 가 없다. 이판사판으로 뛰어들면 못 할 것도 없겠지만, 이 국면에서는 아직 그런 위험 부담을 감수할 수가 없고. 멀다. 우스트렐의 등이. 메리는 란타의 치료에 착수하려고 했다. 팔이 절단되어버려 출 혈도 상당히 많고 긴급하니 까 메리는 아마도 새크라멘토를 쓰겠지. 란타는 즉시 전선에 복귀할 수 있다. 유메가 이쪽으로 오려고 했지만, 하루히로는 "됐어! 유메는 거기 있어!" 라고 외쳐 제지했다. 유메는 만일의 사 태에 대비했다. 만약 우스트렐이 치료 중인 메리와 란타에게 눈을 돌리면 온몸으로 막아야 한 다. 시호루는 항상 쿠자크 뒤에 붙도록 위치를 잡고 마법의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 같다. 또 긴팔 모드가 되어주지 않을까? 하지만 하루히로는 긴팔 모드 쪽이 싸우기 쉽지만, 쿠자크 입장에서는 그렇지도 않은가? 우스트렐은 왼팔로 검을 막았다. 딱딱한 건가? 아니면, 방호구? 유메의 화살은 우스트렐의 가슴에 박혔다. 뒤에 달라붙었을 때의 감촉은 어됐더라? 딱딱하고 단단한 느낌은 아니었던 것 같다. 딱딱한 건 팔뿐인가? 역시 방호구 아닐까? 적어도 왼쪽 팔 에는 방호구를 장착했다. 우스트렐의 공격력은 데드 헤드 감시보루의 키퍼 조란 겟슈에 버금 갈 만큼 무섭다. 단, 조란은 투박한 갑옷과 투구로 온몸 을 감쌌었다. 우스트렐의 방어력은 조 란에게는 한참 못 미친다. "스우우우우우우우." 왔다. 저 소리. 우스트렐의 두 팔이 늘어난다. 쿠자크가 겁을 먹고 물러서려고 했다. "돌격해!" 하루히로는 외치면서 자기도 돌진했다. 쿠자크는 어떻게 했을까? 모르겠다. 매달려 서 우스트렐의 등에 대거를 들이댔다. "으라까 날은 들어갔다. 하지만 얕다 그러자, 갑자기 우스트렐이 점프 했다. 수직 점프다. 붕 떴다가 착지한다. 엄청난 충격이었다. 달라붙어 있을 수가 없다. "왓." 떨어지고 말았다. 추락한다. 하루히로는 반사적으로 낙법 자세를 취했다. 위험해. 우스트렐이. 언월도가 아니다. 밟혔다. 배인지 가슴인지 그 주변을. " 끄흑." "쿠오오오오라아아아아아아!! 란타. 드레드 아우라를 두른 란타다. 펄쩍 뛰어 롱소드째로 우스트렐에게 태클을 감행했다. 우 스트렐은 곧바로 란타를 떨쳐냈지 만 거무스름한 옷의 옆구리 부분이 찢어졌다. 하루히로는 죽을 각오로 기어갔다. 입에서도, 눈
134 에서도, 코에서도 위액인지, 눈물인지, 콧물인지 알 수 없는 것이 흘러나와 멎지를 않았지만, 기어서 도망쳤다. "하루?!" 메리의 목소리. 하루히로는 "괜찮나!" 라고 대답하고,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잖아 라고 생각했다. 뭐, 그런 생각을 할 정도의 여유는 있다는 뜻이다. 팔로 얼굴을 닦으면서 일어 섰다. 쿠자크는 우스트렐 정면에 서 있고 란타는 오른쪽 측면이다. 둘 다 우스트렐의 품안으 로 파고들지는 못했다. 하지만 간신히 우스트렐의 언월도와 왼팔을 피하기도 하고 블록하기도 했다. 익숙해지기 시작한 건가? 긴팔 모드는 공격 범위가 크고 일격 일격이 무겁지만 자잘한 움직임을 못 하고 속도가 느리다. 그 탓도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되면!" 유메가 활시위를 당겨 화살을 쏘았다. 이것은 명중한다. 갔다. 왼쪽 어깨. 계 속해서 하나 더. 이번엔 등에. 우스트렐은 싫어하는 기색을 보였다. "제스 인 사르크 카르트 프람 다르트!" 거기에 시호루가, 지금의 그녀에게는 최대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팔츠 매직, 선더 스톰을 내리 꽂는다. 귀가 멀 것 같은 굉음이랄까, 폭음. 본래는 범위 공격형 마법이지만, 우스트렐은 거구 라서 벼락이 몇 줄기나 닿았다. 그 대단한 우스트렐도 약간 흔들리는 정도로 는 끝나지 않았다. 부르르르. 거구를 떨더니 정지한다.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이지 않게 되었 다. "지금인가?!" 하루히로는 그렇게 외치며 달려가면서, 괜찮은 건가? 하고 자문했다. 좋지 않 은가? 모르겠지만, 이미 늦었다. 쿠자크가, 란타가, 유메가, 메리까지 우스트렐에게 덤벼들려 고 했다. 아마도 하루히로가 호령하는 것보다도 빨리 다들 행동하기 시작 한 것이다. 모두가 여기에서 끝장을 낼 작정인 것이다. 끝장을 내버리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그건 상황 판단 이라기보다는 바람이지? 섬뜩 했다. 단순한 직감이 아니다. 근거는 있다. 우스트렐의 얼굴, 금속 해골 같은, 분명 투구의, 눈에 해 당하는 부분이 쓱 하고 세로로 열린 것이다. "잠깐! 멈춰! 일단 떨어져!" 하루히로가 급정지하고 후퇴하기 시작하자 우스트렐의 혀 차기가 시작되었다. "치키치키치키치키치키치키. " 이 소리는 분명 혀를 차는 소리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꺼림칙한 혀 차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지만. 우스트렐은 금속 해골 투구 안쪽에서 누런 이를 악물며 혀를 차고 있는 것 같다. 타액이 반쯤 거품이 되어 분출한다. " 웃?!" 먼저 란타가 당했다. 빠르다? 어? 날아차기 당한 건가?! 우스트렐은 그러고 나서 언월 도를 두 손으로 잡고 휘둘러 쿠자크를 방패와 함께 날려버렸다. "웃?!" "저 녀석?!" 유메는 란타처럼 발에 차였다. 우스트렐은 어째서인지 거기에서 딱 멈췄다. 치키치키치키치키 혀를 차면서 그 어깨를, 등을 크게 위아래로 들썩였다. 하루히로는 솔직히 멍해졌다. 메리도 우두커니 서 있었다. 시호루만은 달랐다. "옴 렐 엑." 시호루는 마법을 쓰려고 했다. 하지만 주문의 영창이 끝나기도 전에 우스트렐이 재시동한 것
135 이다. 우스트렐은 펄쩍 뛰어 시호루를 걷어찼다. 시호루는 목소리 한 번 내지 못하고 물건처 럼 바닥을 굴 러갔다. 마치 부드러운 잡동사니처럼. "시." 하루히로는 경악했다. 이런 때에 그 흐릿하게 빛나는 선이 보이다니, 어떻게 된 거지? 멋대로 움직이는 이 몸은 도대체 뭐야? 뭐냐고? 웃기지 마. 하루히로가 선을 따라 달리자 우스트렐이 이쪽으로 몸을 틀었다. 다리다 라고 생각했다. 다 리다. 다리를 보면 어떻게 움직일지 알 수 있다. 우스트렐은 높이 무릎을 올리고 힘껏 바닥을 박차고 도약했다. 날아온다. 보인다고. 우스트렐이 오른발을 내민다. 하루히로는 왼쪽으로 몸 을 날려 우스트렐의 오른발을 피했다. 그저 피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그 오른쪽 무릎을 향해 삽을 비스듬히 내 리쳤다. 하루히로가 스스로 구른 뒤에 일어났더니 선은 이제 보이지 않았 다. 우스트렐이 돌아본다. 그 동작이 매끄럽지 않다. 명백하게 오른쪽 다리를 보호하려 하고 있다. 타격을 입었다는 뜻이다. 그래도 젠장. 선이 보였는데도 이 정도인가? 해치우지 못했 다. 그래도 실마리는 찾았다. 다리다. 다리다. 다리에 주목한다. 또다. 온다. 왼쪽 무릎을 높이 올리고 기운차게 바닥을 박찼다. 차는 다리는 왼쪽이니까 삽의 일격에 의한 영향은 별로 없는 모양이다. 우스트렐이 날아온다. 선은 보이지 않고 피하는 게 고작이지만 피할 수 있다. 하루히로는 왼쪽 옆으로 뛰어 우스트렐의 날아차기를 피했다. 무서운 건 여기 부터! 예상대로였다. 우스트렐은 착지하자마자 언월도를 두 손으로 잡고 휘두른다. 맞으면 끝 이지만, 예상하고 있으면. 하루히로는 언월도 밑을 빠져나가 놈에게서 떨어진다. "메리, 시 호루는?!" 대답이 없다. 눈앞이 캄캄해진다. 거짓말이지? 그럴 수가. 뇌가 타들어간다. 죽인다. 이 녀석, 반드시, 죽인다. 실제로는 죽이긴커 녕 죽임당할 것 같다. 우스트렐이 날아온다. 다리를 보고 있었으니 타이밍은 안다. 코스도 안다.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아슬아슬하다. 힘겹게 힘겹게다. 날아차기에서 이어지는 언월도는 그리 무섭지 않다. 여기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우스트렐 은 왼발로 바닥을 차고 뛰어 오른발 로 하루히로를 차려고 하고는 오른발로 착지하는데, 오른 쪽 무릎을 다쳤기 때문에 다음 행동으로 옮기기까지는 조금 지연이 되는 것이다. 상대는 괴물이 아니다. 아니, 괴물 같은 놈이지만 타격을 주면 상처 입는다. 검이나 화살도 박 힌다. 쓰러뜨릴 수 없는 상대는 아니다. 단, 쓰러뜨리는 것이 어려울 뿐이다. 그것이 문제지 만. 큰문 제다. 아. 시호루. 시호루. 시호루. 시호루를 생각할 여유가 없다. 우스트렐에게 집중 해야 해. "크아아아아아아!" 쿠자크가 일어섰다. "젠자아아아아아아아 아앙!" "다리를 봐, 쿠자크!" 하루히로는 우스트렐의 날아차기를 피하며 외쳤다. "놈의 다리를 보면 몇 가지는 알게 돼!" "카아앗!" 란타도 벌떡 일어났다. " 간파해주지!" "치키치키치키치키치키치키" 3대 1이 되자마자 우스트렐은 날아차기를 그만두고 혀를 차는 소리를 크게 내기 시작했다. 팔 이. 줄어든다. 긴팔 모드를 해제하고 어떻게 할 셈 인가? 어느 쪽이든. "현혹되지 마! 다리에서 눈을 떼지 않으면." 하루히로는 숨을 들이켰다. 온다. 온다. 이번엔 놓치지 않는다. 달려온다. 엄청나게 낮은 자세 다. 언월도 끝을 앞으로 내밀고 돌격 한다. 치인다고 생각했다. 치일쏘냐. 몸을 틀어 언월도를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했다. 하지만 완전하게 피하지는 못했다. 우스트렐
136 의 몸 어딘가에 부딪쳐, 정면으로 치인 것은 아니지만 하루히로는 날려갔다. "큭." "우와!" "크윽 란타도, 쿠자크도 연이어 날려간 모양이다. 하루히로는 등이며 어깨를 부딪쳤지만 이 정도쯤 아무것도 아니다. 보아하니 우스트렐은 찌그러진 원을 그리는 것처럼 질주해서 하루히로 일행 을 우수수 쓰러뜨린 듯, 지금은 멈춰 서서 온몸을 요란하게 들썩이며 쉬고 있는 건가? 하루 히로는 몸을 일으키면서 유메 쪽을 보았다. 유메는 활을 겨누려고 했다. 그리고 메리. 메리는 쓰러진 시호루 옆에 앉아서, 혹시나 심장 마사지라도 하고 있는 건가? "됐다! 심장! 빛이여, 루미아리스의 가호 아래에! 새크라멘토!" 새크라멘토? 새크라멘토라니? 시호루. 심장이 정지했던 건가? 그 상태에서 메리는 심장 마 사지로 소생시켰다. 그리고 새크라멘토. 살아 있기만 하면 순식간에 치료하는 광마법. 란타에 게 한 번 사용했었으니까 이걸로 두 번째. 마지막 새크라멘토. 유메가 "웅냐!" 라며 쓴 화살이 우스트렐의 등에 박혔다. 우스트렐이 치키치키치키치키치키치키 혀를 차면서 천천히 유메 쪽을 향한다. 란타와 쿠자크가 " 이놈!" "이야앗!" 하고 기합을 넣어 일어섰다. 그리고. "나, 나! 이제 괜찮으니까! 미, 미안해!" 시호루도. "사과하지 마!" 눈물이 날 것 같다고나 할까, 눈물이 나왔다. 하지만 닦을 새는 없다. 하루히로는 눈을 크게 부릅뜨고 우스트렐을 응시했다. 어떻 게 나오는지 본다. 간파해주겠다. 우스트렐은 왼쪽 무릎 을 올렸다. "날아차기! 유메!" "냐앙!" 유메는 구멍쥐처럼 날카롭게 데굴데굴 데구르르 굴러가 우스트렐의 날아차기를 피했다. 우스 트렐은 착지해서 낮은 자세를 취한 다. 오른쪽 무릎의 대미지는 다 회복한 건가? "다음, 돌진이다! 경계!" 말하면서 어떻게 경계하면 되는 거야? 하루히로는 자기 자신에 게 딴지를 걸었다. 우스트렐이 스타트했다. 목표 방향은 메리와 시호루. 위험해. 모처럼 치료했는데. 또 그런 일이 생기면. 하지만 막을 수가 없다. 하루히로는. "그러니까" 쿠자크가 사이에 끼어들었다. 메리와 시호루 앞을 막아서서 우스트렐과 정면충돌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자세다. 당연히 위험하다. 황당하게 위험하다. 지나치게 위험한데. "나는 방패역이라고!" 그 말이 맞아. 달리면서, 가라 하고 하루히로는 목소리가 되어 나오지 않는 절규를 했다. 하 루히로가 말할 필요도 없이 쿠자크는 그렇게 했다. 방패로 우스트렐의 언월도를 막는다. 그러 자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났다. 부서진 것이다. 방패가. 쿠자크는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고 밀어 냈다. 우스트렐도 돌진한다. 방패를 깨부순 언월도 끝이 쿠자크의 왼팔 위를 미끄러지듯이 해 서 왼쪽 어깨로 빠져나갔다. 쿠자크는 롱소드를 우스트렐의 배때기에 쑤셔 박았다. 쿠자크의 투구와 우스트렐의 금속 해골이 격돌했다. 쿠자크는 지지 않았다. 버렸다. 쿠자크는 롱소드를 빼내려고 했다. 하지만 빠지지 않는다. 우스트렐은 왼손으로 쿠자크의 투구를 움켜잡더니 오 른 손으로 언월도를 짧게 고쳐 잡고 치켜들었다. 그렇게 하게 두진 않을 거지만. 하루히로도 손가락만 빨며 보고 있던 게 아니다. 분명히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벌써 여기에 있다. 우스트렐 바로 옆에.
137 목소리 같은 건 내지 않는다. 하루히로는 잠자코 우스트렐에게 매달려, 그 등에서 오른쪽 어 깨에 온몸을 휘감았다. 삽은 집어넣었지만 대거는 든 채로 있었다. 거꾸로 쥔 대거를 우스트 렐의 오른쪽 어깨 근처에 박았다. 박고, 돌렸다. 돌리고, 휘젓는다. "구기기기 기기기 기. 기기기기기기기. 기기기기기기기기기기." 이것은 비명이 아니다. 이를 가는 소리다. 우스트렐은 거품을 내뿜으며, 너무나 격렬하게 이를 갈면서 오른팔을 휘둘렀다. 하루히 로를 떨쳐버리려고 한다. 떨어져줄쏘냐. 아까는 수직 점프로 떨쳐져버 렸으나 지금은 쿠자크의 롱소드가 배에 박혀 있으니 그렇게는 안 되겠지. 쿠자크도 "우오오오오오!" 하고 포효를 하며 우스트렐에게 몸을 마구 부딪치면서 롱소드를 상하좌우로 흔들기도 하고 비틀기도 한다. 우스트렐은 견디지 못하고 쿠자크의 투구에서 일단 왼손을 떼더니 때렸다. 쿠자크의 투구를 왼쪽 주먹으로 퍽퍽 쳐댄다. 쿠자크는 "흡! 크악! 끄응!" 하고 이상한 소리를 내며 상당히 괴로 운 것 같지만 견디고 있다. 하지만 이대로 가면 그리 오래는 버티지 못할 것 같다. 이런 때야 말로 네가 등장할 차례잖아. 그렇지? 암흑기사. "리프아웃! 에서부터 어어어어 헤이트리드으으으웃!" 란타가 왼쪽 방향에서 우스트렐에게 덤벼들어 금속 해골 투구 꼭대기에 롱소드를 쑤셔 박는 아니. "척하다가! 타일런트 드리븐(폭학의 옆베기)!" 없잖아? 그런 스킬. 멋대로 만든 건가? 아무튼 대단한 기술은 아니다. 란타는 비스듬하게 내 리치려던 롱소드를 일단 몸 쪽으로 끌어당겨, 거기에서 거의 수평으로 다시 내지른 것이다. 노리는 것은 금속 해골 투구의 꼭대기가 아니라 입. 게다가 란타는 롱소드 날이 아니라 검의 등쪽 부분으로 우스트렐이 악물고 있는 누런 치열을 때린 것이었다. "쿠우와싯!" 그것은 목소리가 아니라 이빨이 롱소드를 튕겨내는 소리였던 건가? 아무튼 이는 부러지지 않 았다. 얼마나 튼튼한 거야? 하지만 우스트렐은 몸을 뒤로 젖혔다. 찬스다. 그렇게 생각한 건지 도 모른다. 쿠자크가 우스트렐의 배에서 롱소드를 빼냈다. 다시 한 번, 두 번 더 찌르려고 한 것이겠지. 하루히로는 당황했다. "야, 이 바보!" 곧바로 우스트렐은 펄쩍 뛰었다. 이렇게 될 수 있는 거야? 이상하잖아 라고 항의하고 싶어질 만큼 엄청난 수직 점프였다. 하루 히로의 몸은 크게 위로 흔들렸다. 이거, 착지 충격이 상당히 위험할 텐데. 각오했으나 상상 이상으로 심했다. 추락한다기보다는 밀려올라가는 것 같다. 두개골 안에서 뇌가 마구 흔들려 뭐가 뭔지 모르겠 다. 그렇게 되어도 하루히로는 놈에 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무리인지도. 우스트렐 이 요란하게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거기에 더해서 이리저리 뛰어 다닌다. 틀렸나? 이 제 틀렸다. 하루히로는 드디어 허공으로 내던져 졌다. 죽는 건가? 한순간, 생각했다. 아니, 아니, 아니. 죽을쏘냐. 이럴 때는 바르바라 선생님에 의해 셀 수 없을 정도로 내던져진 경험이 도움이 된다. 하루히 로는 낙법 자세를 취했고, 일어났을 때 우스트렐이 덤벼들어 튕겨나갈 뻔했으나 이것도 간신 히 피했다. 하루히로는 "떨어져! 떨어져!" 라고 외치면서 달렸다. 여기저기가 아팠지만 아무튼 우스트렐에게서 거리를 둔다. 이윽고 우스트렐이 갑자기 딱 멈췄다. 슈? 슈? 슈. 슈. 슈. 슈. 슈. 슈. 슈."
138 언월도에 기대는 것처럼 서서 어깨로 숨을 몰아쉰다. 그 대단한 우스트렐도 지친 건가? 아니다. 그것만이 아니다. 거무튀튀한 옷이 찢어지고, 터지 고, 갈색 피부가, 그리고 상처가 보 였다. 그 상처들에서는 검게 변색된 기름 같은 점액이 흘 러나왔다. 저것이 우스트렐의 혈액인가? 잘 보니 하루히로의 대거에도, 온몸에도 그 점액이 달라붙어 있다. 피로뿐만이 아니다. 하루히로 일행의 공격은 제대로 효과를 보이기 시작한 것 이다. 이쪽의 진형은 흩어졌다. 일단 우스트렐을 포위하는 듯한 모양새는 되었으나, 우연히 그렇게 된 느낌이다. 메리와 시호루만은 가까이 붙어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서로 떨어져 있다. 도망칠 까? 그 선택의 여지가 머리를 스친 순간, 우스트렐이 왼쪽 무릎을 올렸다. 하루히로는 외쳤다. "날아차기! 란타!" 란타는 대답을 하는 대신에, 날아온 우스트렐을 리프아웃 구사로 피했다. 우스트렐은 착지하 자마자 우회전해서 또다시 왼쪽 무릎을 올리 지 않았다. 자세를 낮추고 있으니 돌진인가? 아 니다. 움 직이지 않는다. 슈. 슈. 슈. 슈. 슈. 슈. 슈." 혹시나 상당히 타격을 입은 건가? 여기에서 접는 건 아닌가? 판단하기가 어렵다. 우스트렐 은 여기에서 저력을 발휘할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새크라멘토도 이제 없다. 하루히로가 단 2초인가, 3 초 망설이는 동안에 우스트 렐은 숨을 돌렸다. 돌진한다. 하루히로를 향해서. 하루히로는 "엇 " 이라는 목소리를 냈다. 돌진할 때는 앞으로 그냥 내밀고 있기만 하던 언월도를 이번엔 위로 쳐들고 있다. 휘두르는 건가? 손잡이로 찌를 가능성도 있다. 어쩌지? 망설여지네. 가는 수밖에 없다. 가다니? 가는 거다. 하루히로는 우스트렐을 향하고 있었다. 언월도. 온다. 그 직전이었는지 아니면 거 의 동시였는지, 미끄러지며 파고들었다. 슬라이딩 킥. 바위나 마찬가지 인 울퉁불퉁한 지면이 라서 제 대로 미끄러질 수가 없다. 그래도 우스트렐의 발밑까지 뛰어들었다. 하루히로의 오른 발과 왼발이 우스트렐의 오른쪽 종아리를 포착 했다고나 할까, 심하게 부딪쳐, 그 결과 어떻 게 되었냐 하면. 금방은 몰랐다. 정신이 들고 보니 하루히로는 땅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두 발이, 다리 전체가 부서져버린 것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픈 가? 뭐, 아프지 않은 건 아니 지만, 그보다 움직일 수가 없다. 움직여지지 않는다. 뭐지? 이거. 감각이 별로 없다. 우 스트렐은? 있다. 그야 있겠지만. 자빠져 있다. 란타가, 쿠자크가 달려가서 우스트렐에게 추 가 공격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우스트렐은 일어나려고 했다. 어느 쪽이야? 어느 쪽이 빠를 까? 우스트렐이다. 언월도를 짚고 우스트렐이 일어섰다. 란타와 쿠자크는 각각 한 번씩 공격했으 나 우스트렐은 쓰러지지 않는다. 쓰러지긴커녕 언월도를 맹렬하게 휘둘러댔다. 란타와 쿠자크 는 물러 설 수밖에 없었다. 유메가 "에잇!" 하고 화살을 쏘아 우스트렐의 왼쪽 어깨에 명중 시켰으나 끄떡도 하지 않고. 하루히로는 움직일 수가 없고. 어떻게 하지? 이거 라고 생각했 더니, 메리와 시호루 가 와주었다. 찍소리도 못 하게 둘이 덤벼들어 하루히로를 질질 끌고 간 다. 고맙긴 하지만. 물건이 아니라고. 어쩔 수 없나? "메, 메리, 마, 마법은?" 눈이 반쯤 빙빙 도는 상태로 하루히로가 묻자 "큐어라면 몇 번은 더!" 라는 대답이 곧바로 돌
139 아왔다. 역시 도망쳐야 하나? 하지만 어떻게? "빛이여, 루미아리스의 가호 아래에 큐어!" 메리가 마법으로 치료해주어서 두 다리의 감각은 잠시 후 되돌아왔다. 덕분에 아파지기 시작 해서, 이건 좀 장난이 아닐 정도의 레벨로 심한 통증이라서, 상당한 중상인 건가? 이거, 하지 만 메리가 치료해줄 것이다. 낫는 거지? 하루히로가 아픔을 견디는 동 안에도 쿠자크가 우 스트렐의 돌진에 날려가고, 란타는 피하고, 스쳐 지나가면서 얄게 한방 찔렀다. 우스트렐은 떨 어진 위치에 멈춰 서서 슈 슈 슈 슈 한숨 돌리고 있다. 유메가 "냐앗!" 하고 또 우스트렐 에게 화살을 맞혔다. 쿠자크는 괜찮은가? 자력으로 일어났다. 우스트렐은 틀림없이 약해졌다. " 쓰러뜨릴 수 있어." 하루히로는 끄덕였다. 그렇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우쭐하지 마. 낙관은 금물이다. 사고를 피 해서, 한 방을 노리지 말고, 꾸준하게, 타이트하게, 착실하게, 서서히 몰아가야 한다. 우스트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쿠자크가 "우옷!" 하는 소리를 내며 튕겨나가고, 란타는 아 까와 똑같이 피하고, 가볍지만 한 발을 날려준다. 우스트렐은 금방 정지하고 슈 슈 슈 슈 하고 있는데, 유메가 "후냐웃!" 하고 화 살을 쏘았다. 아깝게 빗나갔으나 란 타도, 유메도 해야 할 일을 알고 있다. 그렇다. 그걸로 좋 아. 하루히로를 향해 올린 메리의 손에서 빛이 사라졌다. 치료가 끝난 것이다. 좋았어. 해야 해. 한다. 해주겠다. 하루히로는 벌떡 일어났다. "쓰러뜨린다! 회피 우선으로, 될 것 같을 때만 반격해! 천천히, 차분하게 한다! 란타, 유메는 그 상태로! 쿠자크는 일일이 당하지 마! 움직임을 잘 봐! 이제 좀 간파해! 상대는 많이 약해졌 다!" "크악!" 말하자마자 쿠자크가 우스트렐의 돌진을 피하지 못하고 날려갔다. 란타는 리프아웃으로 비스 듬히 뛰어 우스트렐의 옆을 스쳐 지나가, "카앗!" 하고 롱소드로 벤다. 우스트렐은 그대로 직진하다가 급정지. 유메가 "웅낫" 하고 화살을 와서 우스트렐의 등을 관통 했다. 쿠자크는 일 어나려고 했지만, 힘들까? "메리, 쿠자크를! 시호루는 메리 곁에!" "응!" "넷!" 하루히로는 전속력으로 달려가, 일부러 우스트렐 정면에서 발을 멈췄다. 휴 하고 숨을 토해 낸다. 우스트렐은 왼쪽 무릎을 높이 올렸다. 날아차기인가? 와라. 왔다. 처음 무렵에 비하면 스피드가 제 법 떨어졌다. 전혀 무섭지 않다. 하루히로는 여유를 갖고 우스트렐의 날아차기를 피했다. 돌아보니 우스트렐은 언월도를 휘둘렀다. 이것도 보인다. 늦다. 늦단 말이야. 사정거 리 안으로 파고들 수 있을까? 아니, 무리하지는 말자. 하루히로가 언월도를 삭삭 피하고 있노라니 란타가 "으랴아앗!" 하고 우스트렐에게 덤벼들었다. 이것은 우스트렐이 왼팔로 막 았으나 반동이 약하다. 란타는 튕겨나가 지 않고 버렸다. "번 쩍!" 만약 란타의 눈에 빛을 발하는 기능이 있었다면 요란하게 빛났을 것이다. 물론 그 런 것은 없다. " 헬 데빌 익스큐션 (천마지옥 파열검)!" 그러니까, 그런 스킬은 없잖아. 란타가 한 일은 그저 타고난 스태미나를 살려서 롱소드를 마 구잡이로 휘두른 것. 그것뿐이다. 우스트렐에게 통할 리가 없다. 기운이 있었을 때의 우스트렐 이라면 팡 하고 쳐내버리고는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우스트렐은 왼쪽 팔과 짧게 쥔 언월도로 란타의 롱소드를 막는다. 막는다. 막는다. 오로지 방어다. 란타가 우스트렐
140 을 몰아붙이고 있다. 몰고 있다. 란타에게 교만해지지 말라고 말해봤자 소용없겠지. 란타니까. 그렇다면 란타가 힘이 다하기 전에! 하루히로는 재빨리 우스트렐 뒤로 다가갔다. 이렇게 해서 적의 등을 보고 있으면 묘하게 차분 해진다. 넓은 등이다. 화살이 몇 개 나 박혀 있다. 정확하게는 세 개. 저쯤일까? 하고 짐작을 해본다. 우스트렐은 그나마 인간형 생물이니까 예의 선이 보이지 않아도 왠지 알 수 있다. 거 기가 급소라고 생각하면 믿자. 빗나가면 그때는 그때다. 백 스태브. 가능하다. 족 접근해서, 그 부분을 대거로 찔렀다. 감촉은 나쁘지 않았고 우스트렐이 순간, 온몸을 긴장 시켰기 때문에, 이건 된 건가? 아니. 하루히로는 곧바로 우스트렐에게서 떨어졌다. "오오고아고고고고아아고아오가오가오고가가가가고고고고오오고고오고고고오!" " 우오옷?!" 우스트렐의 언월도를 막아내던 란타의 롱소드가 어딘가로 날아갔다. 갑자기 우스트렐의 움직 임의 질이 변한 것이다. 한 마디가 아니라 두 마디로 말하자면, 거칠고, 엉망진창이 되었다. 덧붙여 이를 악무는 것을 그만두고 짖기 시작했다. "우와아아아아아오오오오오오아아아아아?! 하루히로, 너, 무슨 짓을 한 거야?!" 맨손이 되어버린 란타를, 우스트렐이 오고아오고 하고 짖어 대면서 쫓아다녔다. 란타는 리프 아웃, 이그저스트를 번갈아 구사하며 도망친다. 때때로 우스트렐의 언월도에 스치는 상처를 입으면 서도 도망친다. 아슬아슬하게, 간신히 도망쳐 다니고 있다. 백 스태브다. 우선 틀림없다. 그 백 스태브의 영향이다. 상처 입은 짐승은 무섭다고 한다. 우 스트렐은 수세에 몰렸다. 최후의 힘을 쥐어짜서 적을, 즉 하루히로 일행을 작살내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우스트렐에게는 뒤가 없다. 여기가 승부의 분기점이다. "최후의 발악이다! 버텨! 버티면서 소모시킨다!" "으랴아!" 유메가 쏜 화살은 우스트렐의 엉덩이에 박혔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 란타는 롱소드를 주우려고 하는 것이겠지만, 좀처럼 그쪽으로 갈 수 가 없다. " 도, 도도도 도와줘, 멍청아!" "해치워준다아아아아"!" 쿠자크가 메리의 큐어로 부활했다. 괜찮지만, 흥분도가 좀 이상하게 높다. 괜찮은 건가? 아무튼 쿠자크 는 기운차게 측면서부터 우스트렐에게 돌격했다. 우스트렐이 언월도를 휘두르자 쿠자크는 두 손으로 쥔 롱소드로 챙강 막아내고 도리어 밀어냈다. "으차아아아아아아아아!" "오고아고아아아아아!" 우스트렐은 짖으며 쿠자크를 언월도로 때린다. 몇 번이나 몇 번이나 후려친다. 쿠자크도 지지 않고, "카아 아아! 크아아아! 촤아아아아!" 라고 짖으면서 언월도를 롱소드로 쳐냈다. 지금은 튕겨내고 있지만,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끝이다. 솔직히 위태위태해서 볼 수가 없다. 하지만 섣불리 말을 걸거나 하면 오히려 더 위험할 것 같다. 쿠자크는 지금 이 상할 정도로 집중하고 있다. 흐트러뜨리고 싶지 않다. 란타가 자기의 롱소드를 집었다. "또 만났구나, 나의 엑스칼리버!" 뭐냐? 엑스칼리버가. 하루히로는 마음속으로 딴지를 걸면서 우스트렐 뒤로 이동했다. 유메는 활에 화살을 겨누고는 있으나 쿠자크와 우스트렐이 격렬하게 치고받는 통에 조준을 하기 힘든 모양이다. 메리와 눈이 마주쳤다. 곧바로 메리가 손가락을 두 개 세운다. 큐어, 앞으로 두 번 남았다는 뜻. 시호루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제스 인 사르크 프람 다르트!" 지팡이로 엘리멘탈 문자를 그리면서 주문을 영창. 라이트닝. 굉음이 울려 퍼지고 벼락이 우스
141 트렐을 관통했다. 우스트렐은 살짝 튕긴 것처럼 몸을 떨더니 쓰러질 뻔했다. 버티긴 했으나, 그 틈을 노려 쿠자크가 역습으로 전환했다. "응차! 응차! 끙차!" 검을 휘두르는 방식은 엉망진창이고, 분명히 너무 찔러댄다. 하지만 그것이 좋은 방향으로 움 직였다. 밀어붙이는 쿠자크의 롱소드와 밀리지 않으려는 우스트렐의 언월도가 맞물려, 서로 날밑을 맞대고 있는 것 같은 형태가 된 것이다. 어디까지나 그런 것 같은 형태이지 날밑을 맞 댄 것은 아니다. 언월도에는 날밑이 없기 때문 이다. 롱소드의 날밑과 언월도를 잡고 있는 우 스트렐의 손이 서로 밀어내고 있다. 어쨌거나 교착 상태다. 지금이다 라고 하루히로 가 말할 필요조차 없다. "냐앗?" 유메가 화살을 쏘아 우스트렐의 오른쪽 어깨에 명중시켰다. "리프아웃에서부터어어어어 사탄 블로(마왕 베기)오오오오옷!" 대단한 듯 들리는 이름이지 만, 란타는 그저 펄쩍 뛰어 우스트렐의 왼쪽 어깨를 검으로 내리친 것뿐이다. 하루히로는 우스트렐의 등으로 뛰어들었다. 금속 해골 투구는 목까지 쑥 덮었으나, 우스트렐 이 가슴 보호대도, 등 보호대도, 몸체 보호대도, 어깨 보호대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알고 있 다. 투구 아래쪽, 그 밑에 대거를 쑤셔 박았다. 퍽 찌르고는 곧바로 떨어졌다. 구고오오오오오오! " 우왓?" 쿠자크가 뒤로 밀려 엉덩방아를 찧었다. 위험 하지 않아? 우스트렐은 쿠자크에게 추가 공격을 하지 않았다. 휘청대고, 거구를 흔들고, 비틀대고, 언월도 손잡이로 바닥을 짚었다. 해낸 건 가? 아니,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오고아오." 우스트렐은 언월도를 들어 올려 몸과 함께 선회시켰다. "우왓, 떨어져!" 하루히로는 펄쩍 뛰어 물러섰다. 쿠자크는 "오아아가!" 라며 굴러서 도망쳤다. 란타는 뒤로 피했다. 유메와 메리, 시호루는 원래부터 거리가 벌어져 있었기 때문에 무사했다. 우스트렐은 7회전 정도 하고는 축 늘어져 언월도에 거구를 기댔다. 잠시 상황을 보았으나 움 직일 기척이 없다. 아마 쉬고 있는 것이다. 좋지 않다. "공격하자!" 다 같이 덤벼들려고 했더니 우스트렐이 다시금 크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황급히 도망치자 우스트렐은 7회전 만에 힘이 빠져 언월도에 기댔다. 이제 쉬게 두지 않겠다. 하루히로는 곧바로 "간다!" 하고 호 령하고 란타와 쿠자크가 한 번인가 두 번씩 공격, 유메는 화살을 한 발 쏘고, 하루히로 본인도 삽으로 힘껏 때렸다. 그때 우스트렐이 또다시 크게 회전 을 시작해서 피난했는데 이번엔 7회전에 미치지 못하고 6회전으로 끝났다. 우스트렐은 상당히 힘들어 보였다. 이미 굳이 사인을 보낼 필요도 없다. 하루히로 일행이 덤벼들어 각각 한 발이 나 두 발 공격하면 우스트렐이 크게 회전. 물러서면서 회전수를 카운트. 2, 3, 4, 5, 6회전. 애쓰네. 그런 여유 있는 생각 은 하지 않고 돌격. 벤다. 때린다. 쏜다. 우스트렐이 크게 회전 해서 하루히로 일행은 일시 후퇴. 3, 4, 5, 6회전째는 스핀아웃 느낌이었다. 할 수 있고말고. 이제 거의 다 왔어 라는 생각도 굳이 하지 않고 접근해서 거의 기계적으로 공격. 공격. 공격. 우스트렐이 짖어서 펄쩍 뛰는 것처럼 물러서서 자세를 잡았으나 큰 회전이 나오지 않는다. 하 루히로는 란타와 눈짓을 교환했다. 란타는 공격하고 싶어한다. 하루히로는 재빨리 고개를 가 로저었다. 여기까지 와서 모험은 하지 않는다.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아무
142 도 죽게 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최우선이다. 좋은 기회 같은 건 놓쳐도 된다. 다음 기회를 잡으면 되는 것이다. 하루히로는 우스트렐을 응시했다. 눈을 깜빡이고 싶었지만 참았다. 우스 트렐은 다리보다도 언월도에 체중을 기대고 있다. 크게 벌어진 입에서 히 히 히 라는 소리 와 함께 거무스름하고 탁한 타액이 솟아나오고 있다. 왠지 작다. 그토록 컸던 우스트렐이 작 게 보인다. 먼저 무릎이 툭 꺾였다. 우스트렐은 가랑이에 언월도를 끼고 주저앉는 것 같은 자세가 되더니 금속 해골 투구가 위를 향했다. 입에서 오렌지색 혀가 늘어지고, 목구멍에서 "우우우우우우우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 라는 신음 소리 같은 것이 흘러나오더니 끊어졌다. 그러고는 우스트렐은 꼼짝도 하지 않게 되었다. 하루히로는 스니킹으로 뒤쪽으로 우스트렐에게 다가갔다. 1.5 미터 정도의 거리까지 접근했을 때, 갑자기 금속 해골 투구가 빙글 하루히로 쪽을 향해서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다. 이크, 무 서워. 오나? 오는 거야? 괜찮다. 만약 오더라도 도망칠 수 있다. 준비는 갖춰져 있다. 문제없 다. 대처할 수 있다. 게다가 우스트렐은 숨을 쉬고 있는 기색조차 없다. 하루히로는 입술을 핥 았다. 짧고, 깊게 호흡한다. "결정타다!" 하루히로가 외치자마자 란타가, 쿠자크가, 유메가 우스트렐에게 밀어닥쳤다. 그 뒤엔 그냥 롱 소드며 헌팅 나이프로 마구 베고, 두드려 패고, 해치울 뿐이다. 하루히로도 참가했다. 메리와 시호루는 가담하지 않았다. 힘껏 무기를 휘두르면서 하루히로는, 아니, 하루히로 일행은 냉정 했다. 목적은 명확했다. 우스트렐의 숨통을 끊는다. 위협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다. 우스트렐 이 쓰러진 후에도 한 동안 그것은 계속되었다. 결코 기분 좋은 행위는 아니다. 하지만 필요한 일이다. 맥을 짚어보고 죽은 것을 확인하고. 그런 느긋한 짓은 할 수가 없다. 철저하게 죽이는 것밖에 없다. 철저할 정도로 우스트렐을 다 파괴하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손길을 멈췄다. 과연 지쳤다. 말할 기분도 들지 않는다. 뭔가 말을 하면 말과 함께 영혼이 빠져나가버릴 것 같다. 죽는다고. 영혼이 빠져나가면. " 해치웠다." 란타가, 후우우우우 하고 숨을 내뱉고, 몸을 뒤로 젖히는 것처럼 하면서 두 팔을 들어올렸 다. "해치웠다! 해냈다고, 젠장! 우스트렐을 죽였다! 어떠냐? 젠장할." "아슬아슬했다." 유메는 주저앉았다. 땀에 흠뻑 젖어서 얼굴에 머리카락이 달라붙었다. 해쓱해져서, 이 싸움으 로 몇 킬로그램은 살이 빠진 것 아닐까 싶을 만한 몰골이다. "이런 거, 이제 싫어어어." "죽---." 파. 쿠자크가 변기에 앉을 때 같은 자세로 앉아 고개를 숙였다. "주 죽는 줄 알았 어." "하루." 메리가 눈짓을 했다. 주위 경계는 자기와 시호루가 할 테니까 라고 표정과 몸짓으로 말했 다. 하루히로는 고맙다는 뜻으로 끄덕여 보였다. 정말로. 위험했다. 박빙이라는 거지, 진짜로 박빙. 승리의 실감? 그런 것은 없다. 이거, 이긴 거야? 지
143 지는 않았다. 그것은 틀림없지만. 아니, 우스트렐은 저기 죽어 있으니 역시 이긴 것이겠지. 근 소한 차이도 아니었다. 열 번 해서 열 번 이길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 만, 적어도 여섯 번은 이길 수 있을 것 같다. 위기는 몇 번인가 있었지만 간신히 헤쳐 나올 수 있었고, 다음에 는 좀 더 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번에 승률 0퍼센트의 승부에 이긴 것이라고 치면, 다음 엔 70퍼센트까지 승률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은 80퍼센트. 다음은 90퍼센트. 반 복하는 동안에 우선 지지는 않는 선까지 끌고 갈 수 있겠지. 경험. 이것이 경험을 쌓는다는 일인 것이다. 그리고 우스트렐과의 대전 경험은 다른 적과의 싸움에서도 살릴 수 있다. 현재 데드 헤드 감시보루에서의 사투를 헤쳐 나오지 않았더라면 우스트렐과 마주친 것만으로 도 패닉 상태에 빠져 허망하게 전멸하는 꼴을 당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럴지도 모르는 게 아니라 확실히 그랬을 것이다. 강해진다는 것은 스킬을 배운다거나, 장비를 새로 조달한다거나, 체력을 기른다거나, 근력을 강화한다거나, 그런 일만은 아닌 것이다. 경험한다. 자기 머리로, 이 몸으로 공포를, 엄격함을, 힘들다는 것을, 괴로움을 아는 것. 그것을 극복하 는 것. 하루히로 일행은 분명히 강하지 않다. 아무리 단련을 해도, 예를 들면 하루히로는 렌지처럼은 될 수 없겠지. 하지만 이렇게 해서 경험치를 쌓아나가면, 렌지 팀을 따라잡지는 못하더라도 하루히로네 나름대로 성장할 수는 있다. 렌지네와 다른 경험을 하면 다른 지식을 얻고, 다른 적성, 다른 능력을 키울 수도 있을 것이다. 백 가지 중에서 99가지는 뒤떨어져도 한 가지만큼 은 절대로 지지 않는다. 그렇게 되는 것은 중분히 가능하겠지. 가능성.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도 아직 가능성이. 모구조. 너를 잃어도 우리에게는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많다. 오히려 너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더욱, 이것도 저것도 다 해야만 한다. 네가 내내 함께 있어주었다면 제일 좋았을 거야. 하지만 없어졌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너에 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무척 슬픈 일이지만, 엄청나게 서운하지만, 우리는 나아가야 해. 아직 더 나갈 수 있는 것이다. 하루히로는 유메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수고했어. 화살, 엄청 많이 맞혔지. 그토록 자신 없다고 했었는데도. 대단해." "응 " 유메는 얼굴을 들고 하루히로의 손을 꼭 잡았다. 땀뿐만이 아니다. 눈물도 고였다. "자신 없다는 말, 하고 있을 수는 없었는걸. 유메는 유메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 했어. 열심히 해야 한다기보다는, 유메, 열심히 하고 싶으니까." "유메는 열심히 했어." "그치만 더, 더 많이." "조금씩이라도 괜찮지 않을까? 한꺼번에 하지 않아도. 우리한테는 내일이 있으니까." "그러네." 유메는 눈썹을 모으고 입술을 깨물었다. 하루히로 일행은 이대로 가면 어떻게든 내일을 맞이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자도 있다. 세계는 평등하지도, 공평하지도 않다. 단, 시간만큼은 평등하다고 분명히 누군가가 말했었다.
144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다. 동등하게 흐르던 시간은 어떤 일을 계기로 어이없게 빼앗겨버린 다. 그 현실을 굳이 명심할 필요조차 없이 하루히로 일행은 알고 있다. 하루히로는 유메의 어깨를 꼭 잡아주고 나서 손을 놓았다. 란타에게 할 말은 없다. 등을 두드 려줬더니 란타는 "햇" 하고 웃었다. "시호루." 하루히로가 말을 걸자 시호루는 미안해하는 것처럼 목을 움츠렸다. 아니,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타이밍 좋게 마법을 넣어줘서 엄청 도움이 되었어." " 개선의 여지가 많다고나할까. 역시 화력 부족이라서." 그야말로 소심해 보이지만 시 호루는 자기의 나약함을 직시할 용기를 분명히 갖고 있다. 약하지만 강해질 수 있다는 뜻이 다. 시호루의 경우, 위로해주는 것보다도 독려해주는 편이 효과적이겠지. "맞아. 시호루의 마법은 지금 상황에서는 강적 상대로는 결정타가 되지 못해. 그 점은 더욱 추 구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 "응" "그렇게 고분고분할 것까지는." "미, 미안해." 고개를 숙이는 시호루의 등을 메리가 쓰다듬어주었다. 뭔가 좋네, 그런 것. 부럽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여자들끼리 사이좋게 지내주면 묘하게 안심된다. 남녀가 사이가 좋아지면 좀 알쏭 달쏭하지만. 메리와 시선이 마주쳐서 하루히로는 웃어 보였다. 메리도 아주 약간 웃어주었다. 이런 것도 나쁘지 않아. 메리와는 의사소통이 된다는 느낌이 든다. 어디까지나 파티 동료로서 말이지만. 그 이상이 랄까, 그 이외는 없나?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없어도 돼. 파티 동료니까. 하루히로는 쿠자크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145
146 "방패, 새걸로 사야겠네." "그러네요." 쿠자크가 손을 내밀기에 하루히로는 그 손목을 붙잡고 일으켜 주었다. 하지만 크다니까, 이 녀석. 키가 크고 훤칠하면 이득이다. 얼굴이 보통 수준이라도 그런대로 멋있게 보이기도 하고. "지금까지와 달리 제대로 방패역을 했다. 앞으로는 사양 않고 요구할 테니까 그런 각오로 임 해줘." "할 거야. 뭐든지. 죽지 않도록 아니, 죽게 하지 않도록." "부탁한다." 하루히로는 쿠자크의 배를 살짝 찔렀다. 파티 내 연애 금지라는 규칙을 만드는 건 좀 그런가? 얼핏 생각했다. 동료들끼리 엮이거나 헤어지거나 하면 꽤 성가실 것 같으니 그런 것도 괜찮을 지도 모르겠다. 우스트렐의 사체를 흘낏 보고, 협곡 같은 원더 홀 밑에서 가늘고 긴 하늘을 우러러본다. 여기에서, 이 원더 홀에서 강해져야겠다고 하루히로는 결심했다. 할 수 있는 만큼 경험을 쌓고, 강해져서, 분명 비웃음을 살 테니 입 밖에는 내지 않지만, 언젠 가 그 소우마네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끔 되고 싶다. 반드시 그렇게 되겠다. -다음 권에 계속-
º´¹«Ã»Ã¥-»ç³ªÀÌ·Î
솔직히 입대하기 전까지만 해도 왜 그렇게까지 군대를 가려고하냐, 미친 것 아니냐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 그 때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내가 선택한 길이기에 후회는 없다. 그런 말을 하던 사람들조차 지금의 내 모습을 보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운다. 군대는 하루하루를 소종하게 생각 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고, 점점 변해가는 내 모습을 보며
152*220
152*220 2011.2.16 5:53 PM ` 3 여는 글 교육주체들을 위한 교육 교양지 신경림 잠시 휴간했던 우리교육 을 비록 계간으로이지만 다시 내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니 우 선 반갑다. 하지만 월간으로 계속할 수 없다는 현실이 못내 아쉽다. 솔직히 나는 우리교 육 의 부지런한 독자는 못 되었다. 하지만 비록 어깨너머로 읽으면서도 이런 잡지는 우 리
¿©¼ºÀαÇ24È£
Contents ㅣ반딧불이ㅣ뒤엉켜 버린 삶, 세월이 흘러도 풀 수 없는.. 실타래 벌써 3년째 시간은 흘러가고 있네요. 저는 서울에서 엄마의 갑작스런 죽음 때문에 가족들과 제주로 내려오게 되었답 니다. 몸과 마음이 지쳐있었고 우울증에 시달리며, 엄마의 죽음을 잊으려고 하였습 니다. 그러다 여기서 고향 분들을 만나게 되었고 그 분들의
178È£pdf
스승님이 스승님이 스승님이 말씀하시기를 말씀하시기를 말씀하시기를 알라는 위대하다! 위대하다! 알라는 알라는 위대하다! 특집 특집 기사 특집 기사 세계 세계 평화와 행복한 새해 경축 세계 평화와 평화와 행복한 행복한 새해 새해 경축 경축 특별 보도 특별 특별 보도 스승님과의 선이-축복의 선이-축복의 도가니! 도가니! 스승님과의 스승님과의 선이-축복의 도가니!
2015년9월도서관웹용
www.nl.go.kr 국립중앙도서관 후회의 문장들 사라져 버릴 마음의 잔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이번 해에도 배추농사에서 큰돈을 남은 평생 머릿속에서 맴돌게 될 그 말을 다시 떠올려보 만졌다 하더라도 지난 여름 어느 날 갑자기 들기 시작한 았다. 맺지 못한 채 끝나버린 에이드리언의 문장도 함께. 그 생각만은 변함없을 것 같았다. 같은 나이의 다른 아이 그래서
741034.hwp
iv v vi vii viii ix x xi 61 62 63 64 에 피 소 드 2 시도 임금은 곧 신하들을 불러모아 나라 일을 맡기고 이집트로 갔습니다. 하 산을 만난 임금은 그 동안 있었던 일을 말했어요. 원하시는 대로 일곱 번째 다이아몬드 아가씨를
어린이 비만예방 동화 연극놀이 글 김은재 그림 이 석
캥거루는 껑충껑충 뛰지를 못하고, 여우는 신경질이 많아졌어요. 동물 친구들이 모두 모두 이상해졌어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멧돼지네 가게와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요? 염소 의사 선생님은 상수리나무 숲으로 가면 병을 고칠 수 있다고 했답니다. 상수리나무 숲에는 어떤 비법이 숨겨져 있는 지 우리 함께 숲으로 가볼까요? 이 동화책은 보건복지부의 국민건강증진기금으로
가해하는 것은 좋지 않은 행동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불쌍해서이다 가해하고 나면 오히려 스트레스를 더 받을 것 같아서이다 보복이 두려워서이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지 화가 나고 나쁜 아이라고 본다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런 생각이나 느낌이 없다 따돌리는 친구들을 경계해야겠다 남 여 중학생 고등학생 남 여 중학생 고등학생 남 여 중학생 고등학생 남 여
Gwangju Jungang Girls High School 이상야릇하게 지어져 이승이 아닌 타승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모텔에 여장을 풀고 먹 기 위해 태어났다는 이념 아래 게걸스럽게 식사를 했다. 피곤하니 빨리 자라는 선생님의 말 씀은 뒷전에 미룬 채 불을 끄고 밤늦게까지 속닥거리며 놀았다. 몇 시간 눈을 붙이는 둥 마 는 둥 다음날 이른 아침에
연구노트
#2. 종이 질 - 일단은 OK. 하지만 만년필은 조금 비침. 종이질은 일단 합격점. 앞으로 종이질은 선택옵션으로 둘 수 있으리라 믿는다. 종이가 너무 두꺼우면, 뒤에 비치지 는 않지만, 무겁고 유연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두꺼우면 고의적 망실의 위험도 적고 적당한 심리적 부담도 줄 것이 다. 이점은 호불호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일단은 괜찮아 보인다. 필자의
통계내지-수정.indd
안전한 나날을 그리다 안전한 나날을 그리다 01 16 22 28 32 36 40 44 50 54 58 02 62 68 90 94 72 98 76 80 102 84 03 04 106 142 110 114 118 122 126 130 134 148 154 160 166 170 174 138 05 178 182 186 190 194 200 204 208 212
Drucker Innovation_CEO과정
! 피터드러커의 혁신과 기업가정신 허연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Doing Better Problem Solving Doing Different Opportunity ! Drucker, Management Challenges for the 21st Century, 1999! Drucker, Management: Tasks, Responsibilities,
<B3EDB9AEC0DBBCBAB9FD2E687770>
(1) 주제 의식의 원칙 논문은 주제 의식이 잘 드러나야 한다. 주제 의식은 논문을 쓰는 사람의 의도나 글의 목적 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2) 협력의 원칙 독자는 필자를 이해하려고 마음먹은 사람이다. 따라서 필자는 독자가 이해할 수 있는 말이 나 표현을 사용하여 독자의 노력에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3) 논리적 엄격성의 원칙 감정이나 독단적인 선언이
레이아웃 1
Seed Money Bank Savings Banks vol.126 Seed Money Bank Savings Banks + vol.126 www.fsb.or.kr 20163 + 4 Contents 20163 + 4 vol.126 www.fsb.or.kr 26 02 08 30 SB Theme Talk 002 004 006 SB Issue 008 012 014
Ä¡¿ì_44p °¡À» 89È£
2012 vol.89 www.tda.or.kr 2 04 06 8 18 20 22 25 26 Contents 28 30 31 38 40 04 08 35 3 photo essay 4 Photograph by 5 6 DENTAL CARE 7 Journey to Italy 8 9 10 journey to Italy 11 journey to Italy 12 13 Shanghai
0.筌≪럩??袁ⓓ?紐껋젾001-011-3筌
3 4 5 6 7 8 9 10 11 Chapter 1 13 14 1 2 15 1 2 1 2 3 16 1 2 3 17 1 2 3 4 18 2 3 1 19 20 1 2 21 크리에이터 인터뷰 놀이 투어 놀이 투어 민혜영(1기, 직장인) 내가 살고 있는 사회에 가치가 있는 일을 해 보고 싶 어 다니던 직장을 나왔다. 사회적인 문제를 좀 더 깊숙이 고민하고, 해결책도
ÀÚ¿øºÀ»ç-2010°¡À»°Ü¿ï-3
2010 희망캠페인 쪽방의 겨울은 유난히 빨리 찾아옵니다. 하늘 높은지 모르고 오르는 기름 값은 먼 나라 이야기 마냥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내 몸 하 나 간신히 누일 전기장판만으로 냉기 가득한 방에서 겨울을 보내야 합니다. 한 달에 열흘정도 겨우 나가는 일용직도 겨울이 되면 일거리가 없어, 한 달 방값을 마련하 기 어렵고, 일을 나가지 못하면 밖으로 쫓겨 날
기본소득문답2
응답하라! 기본소득 응답하라! 기본소득 06 Q.01 07 Q.02 08 Q.03 09 Q.04 10 Q.05 11 Q.06 12 Q.07 13 Q.08 14 Q.09 응답하라! 기본소득 contents 16 Q.10 18 Q.11 19 Q.12 20 Q.13 22 Q.14 23 Q.15 24 Q.16 Q.01 기본소득의 개념을 쉽게 설명해주세요. 06 응답하라
77
76 77 1.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78 2. 1 2 3 4 5 6 7 8 9 10 11 12 79 80 II 81 82 II 83 84 II 85 86 II 87 s t r e t c h i n g 88 II 89 90 II 91 d a n c e s p o r t s 92 II 93 ;4#; 94 II
4-Ç×°ø¿ìÁÖÀ̾߱â¨ç(30-39)
항공우주 이야기 항공기에 숨어 있는 과학 및 비밀장치 항공기에는 비행 중에 발생하는 현상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과 학이 스며들어 있다. 특별히 관심을 갖고 관찰하지 않으면 쉽게 발견할 수 없지만, 유심히 살펴보면 객실 창문에 아주 작은 구멍이 있고, 주 날 개를 보면 뒷전(trailing edge) 부분이 꺾어져 있다. 또 비행기 전체 형 상을 보면 수직꼬리날개가
750 1,500 35
[email protected] 750 1,500 35 Contents Part 1. Part 2. 1. 2. 3. , 1.,, 2. skip 1 ( ) : 2 ( ) : 10~40 (, PC, ) 1 : 70 2 : 560 1 : 2015. 8. 25~26 2 : 2015. 9. 1 4 10~40 (, PC, ) 500 50.0 50.0 14.3 28.6
레이아웃 1
03 04 06 08 10 12 13 14 16 한겨울의 매서운 추위도 지나가고 어느덧 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소현이가 이 곳 태화해뜨는샘에 다닌 지도 벌써 1년이 지났네요. 해샘에 처음 다닐 때는 대중교통 이용하는 것도 남을 의식해 힘들어하고, 사무실내에서 사람들과 지내는 것도 신경 쓰여 어려워했었습니다. 그러던 우리 소현이가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서
회원번호 대표자 공동자 KR000****1 권 * 영 KR000****1 박 * 순 KR000****1 박 * 애 이 * 홍 KR000****2 김 * 근 하 * 희 KR000****2 박 * 순 KR000****3 최 * 정 KR000****4 박 * 희 조 * 제
회원번호 대표자 공동자 KR000****1 권 * 영 KR000****1 박 * 순 KR000****1 박 * 애 이 * 홍 KR000****2 김 * 근 하 * 희 KR000****2 박 * 순 KR000****3 최 * 정 KR000****4 박 * 희 조 * 제 KR000****4 설 * 환 KR000****4 송 * 애 김 * 수 KR000****4
10월추천dvd
2011 10 DVD CHOICE dvd dvd?!!!! [1] [2] DVD NO. 1898 [3] Days of Being Wild 지금도 장국영을 추억하는 이는 많다. 그는 홍콩 영화의 중심에 선 배우였고,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거짓말 같던 그의 죽음은 장국 영을 더욱 애잔하고, 신비로운 존재로 만들었다. 하지만 많은 이들 이 장국영을 추억하고, 그리워하는
3 Contents 8p 10p 14p 20p 34p 36p 40p 46P 48p 50p 54p 58p 생명다양성재단 영물이라는 타이틀에 정 없어 보이는 고양이, 날카롭게 느껴지시나요? 얼음이 따뜻함에 녹듯이, 사람에게 경계심 많은 길고양이도 곁을 내어주면 얼음 녹듯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길 위에 사는 생명체라 하여 함부로 대하지 말아주세요. 싫으면 외면해주세요.
효진: 노래를 좋아하는 분들은 많지만, 콘서트까지 가시는 분들은 많이 없잖아요. 석진: 네. 그런데 외국인들은 나이 상관없이 모든 연령대가 다 같이 가서 막 열광하고... 석진: 지 드래곤 봤어?, 대성 봤어?, 승리 봤어? 막 이렇게 열광적으로 좋아하더라고요. 역시.
석진: 안녕하세요. 효진 씨. 효진: 안녕하세요. 석진: 안녕하세요. 여러분. 효진: 오늘 주제는 한류예요. 오빠. 석진: 네. 한류. 저희 청취자분들이 정말 좋아할 것 같아요. 효진: 맞아요. 한류 열풍이 대단하잖아요. 석진: 네. 효진: 오빠는 한류 하면은 뭐가 먼저 떠올라요? 석진: 저는 이거 봤을 때 정말 충격 받았어요. 효진: 뭐요? 석진: 프랑스에서
(연합뉴스) 마이더스
The monthly economic magazine 2012. 04 Vol. 98 Cover Story April 2012 _ Vol. 98 The monthly economic magazine www.yonhapmidas.co.kr Contents... 14 16 20 24 28 32 Hot News 36 Cover Story 46 50 54 56 60
2015-05
2015 Vol.159 www bible ac kr 총장의 편지 소망의 성적표 강우정 총장 매년 1학년과 4학년 상대로 대학생핵심역량진단 (K-CESA)을 실시한지 5년이 지났습니다. 이 진 단은 우리 학우들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직업인으로서 핵심역량을 어느 정도 갖추었나를 알아보는 진단입니다. 지난번 4학년 진단 결과는 주관처인 한국직업능력개발원
ÆÞ¹÷-Æîħ¸é.PDF
H.E.L.P. Vol. SUMMER Vol. WINTER 2015. vol 53 Pearl S. Buck Foundation Korea 4 Pearl S. Buck Foundation Korea 5 Pearl S. Buck Foundation Korea 프로그램 세계문화유산 걷기대회 Walk Together 탐방길곳곳에서기다리고있는조별미션활동! 남한산성 탐방길에는
ITFGc03ÖÁ¾š
Focus Group 2006 AUTUMN Volume. 02 Focus Group 2006 AUTUMN 노랗게 물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나는 두 길 모두를 가볼 수 없어 아쉬운 마음으로 그 곳에 서서 한쪽 길이 덤불 속으로 감돌아간 끝까지 한참을 그렇게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나는 다른 쪽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무성하고, 사람이
사용설명서 의료용 진동기 사용설명서는 언제나 볼 수 있는 장소에 보관하세요. 사용전 안전을 위한 주의사항 을 반드시 읽고 사용하세요. 사용설명서에 제품보증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본 제품은 가정용 의료용 진동기이므로 상업용 또는 산업용 등으로는 사용을 금합니다. BM-1000HB www.lge.co.kr V V V V 3 4 V V C 5 6 주의 설 치
À¯¾ÆÃ¢ÀǰúÇмÒÃ¥ÀÚ.PDF
제1 부 제2부 제1 부 과학적 탐구기능 창의적 기능 창의적 성향 물체와 물질에 대해 알아보기 생명체와 자연환경 소중하게 여기기 자연현상에 대해 알아보기 간단한 기계와 도구 활용하기 멀리 보내기 변화시키기 띄우기 붙이기 궁금한 것 알아가기 적절한 측정 유형 선택하기 적절한 측정 단위 선택하기 적합한 측정 도구 사용하기 측정 기술 적절하게 적용하기 알고 있는
2ÀåÀÛ¾÷
02 102 103 104 105 혁신 17과 1/17 특히 05. 1부터 수준 높은 자료의 제공과 공유를 위해 국내 학회지 원문 데이 >> 교육정보마당 데이터베이스 구축 현황( 05. 8. 1 현재) 구 분 서지정보 원문내용 기사색인 내 용 단행본, 연속 간행물 종 수 50만종 교육정책연구보고서, 실 국발행자료 5,000여종 교육 과정 자료 3,000여종
<34BFF9C8A320B4DCB8E9B0EDC7D8BBF32E706466>
ISSN 2288-5854 Print ISSN 2289-0009 online DIGITAL POST KOREA POST MAGAZINE 2016. APRIL VOL. 687 04 DIGITAL POST 2016. 4 AprilVOL. 687 04 08 04 08 10 13 13 14 16 16 28 34 46 22 28 34 38 42 46 50 54 56
»êÇÐ-150È£
Korea Sanhak Foundation News VOL. 150 * 2011. 12. 30 논단 이슈별 CSR 활동이 기업 충성도에 미치는 영향 : 국가별 및 산업별 비교분석 최 지 호 전남대 경영학부 교수 Ⅰ. 서론 Ⅰ. 서론 Ⅱ. 문헌 고찰 및 가설 개발 2. 1. 호혜성의 원리에 기초한 기업의 사회적 투자에 대한 소
!
! !"!# $# %! %" %#& %' %(& "! "% "# "( #$& #%& ##& #'&!"#$%&'(%)%&*+'$%,-#. ' (%%%!"#$&'(%%% / 0%%%!"#$&'(%%% 1 2%%%!"#$&'(%%% +* ++%%%!"#$&'(%%% +& +3%%%!"#$&'(%%% +' +(%%%!"#$&'(%%% +/ +0%%%!"#$&'(%%%
쓰리 핸드(삼침) 요일 및 2405 요일 시간, 및 요일 설정 1. 용두를 2의 위치로 당기고 반시계방향으로 돌려 전날로 를 설정합니다. 2. 용두를 시계방향으로 돌려 전날로 요일을 설정합니다. 3. 용두를 3의 위치로 당기고 오늘 와 요일이 표시될 때까지 시계방향으로
한국어 표준 설정안내 서브 초침 시간 및 설정 1. 용두를 2의 위치로 뽑아냅니다. 2. 용두를 시계방향 또는 반시계방향으로 돌려(모델에 따라 다름) 를 전날로 설정합니다. 3. 용두를 3의 위치로 당기고 현재 가 표시될 때까지 시계방향으로 돌립니다. 4. 용두를 계속 돌려 정확한 오전/오후 시간을 설정합니다. 5. 용두를 1의 위치로 되돌립니다. 169 쓰리
01¸é¼öÁ¤
16면 2012.7.25 6:14 PM 페이지1 2012년 8월 1일 수요일 16 종합 고려대장경 석판본 판각작업장 세계 최초 석판본 고려대장경 성보관 건립 박차 관계기관 허가 신청 1차공사 전격시동 성보관 2동 대웅전 요사채 일주문 건립 3백여 예산 투입 국내 최대 대작불사 그 동안 재단은 석판본 조성과 성보관 건립에 대해서 4년여 동안 여러 측면에 서 다각적으로
정부3.0 국민디자인단 운영을 통해 국민과의 소통과 참여로 정책을 함께 만들 수 있었고 그 결과 국민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정책 개선안을 도출하며 정책의 완성도를 제고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서비스디자인 방법론을 각 기관별 정부3.0 과제에 적용하여 국민 관점의 서비스 설계, 정책고객 확대 등 공직사회에 큰 반향을 유도하여 공무원의 일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고
82-대한신경학0201
www.neuro.or.kr 2010 1 Vol. 82 www.neuro.or.kr 01 5 January 2010 2007 Newsletter of THE KOREAN NEUROLOGICAL ASSOCIATION 2010 NO.82 2010.JANUARY C o n t e n t s 04 05 06 10 13 17 18 20 22 25 28 32 33 36
2014학년도 수시 면접 문항
안 경 광 학 과 세부내용 - 남을 도와 준 경험과 보람에 대해 말해 보세요. - 공부 외에 다른 일을 정성을 다해 꾸준하게 해본 경험이 있다면 말해 주세요. - 남과 다른 자신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지 말해 주세요. - 지금까지 가장 고민스러웠던 또는 어려웠던 일과 이를 어떻게 해결하였는지? - 자신의 멘토(조언자) 또는 좌우명이 있다면 소개해 주시길 바랍니다.
1 난 이 그림이 좋아 내가 좋아하는 것 준비물:잡지에서 잘라 낸 그림(모든 참가자가 쓰기에 충분한 정도), 작은 테이 블 하나, 참가자 수만큼의 의자(선택사항), 부드러운 배경음악(선택사항) 자기상 개발하기 자신을 소개하는 능력 향상하기 게임방식:의자를 원으로 배열하
나 게임 내가 좋아하는 것 게임 1~5 내가 할 수 있는 것 게임 6~7 내가 관찰한 것 게임 8~19 1 난 이 그림이 좋아 내가 좋아하는 것 준비물:잡지에서 잘라 낸 그림(모든 참가자가 쓰기에 충분한 정도), 작은 테이 블 하나, 참가자 수만큼의 의자(선택사항), 부드러운 배경음악(선택사항) 자기상 개발하기 자신을 소개하는 능력 향상하기 게임방식:의자를
001-015_¸ñÂ÷(02¿ù)
JAPAN Global 한국 팝음악, 즉 K-POP이 일본 내 한류 열풍의 선봉에 나섰다. 인기 걸그룹 카라가 도쿄 아카사카의 그랜드프린스호텔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데뷔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_ 이태문 통신원 또다시 열도 뒤흔드는 한류 이번엔 K-POP 인베이전 아이돌 그룹 대활약 일본인의 일상에 뿌리내린 실세 한류 일 본에서 한류 열풍이 다시 뜨겁게
......-....4300.~5...03...
덕수리-내지(6장~8장)최종 2007.8.3 5:43 PM 페이지 168 in I 덕수리 민속지 I 만 아니라 마당에서도 직접 출입이 가능하도록 되어있다. 이러한 장팡뒤의 구조는 본래적인 형태라 고 할 수는 없으나, 사회가 점차 개방화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폐쇄적인 안뒤공간에 위치하던 장항 의 위치가 개방적이고 기능적인 방향으로 이동해가는 것이 아닌가 추론되어진다.
META (CMYK)안산(031-489-7867) Cover Story 마케팅, 프라이싱 전문가로서 밥캣의 가치를 더 높이겠습니다! 밥캣이 올해 야심 차게 내 놓은 신제품 M-시리즈. 그간 밥캣 제품에는 없었던 플랫폼을 새롭게 사용하고, 고객의 요구에 따 라 성능을 대폭 개선해 시장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밥캣의 새로운 도약에 원동력 중 하나가 될 M-시리즈
•••••1301(•••).pdf
K I A M O T O R S V o l _ 1 0 6. 2 0 1 3 01 K I A M O T O R S V o l _ 1 0 6. 2 0 1 3 01 Happy Place + 은빛 추억이 새록새록, 태백산 눈축제 태백산에 하얗게 눈이 소복하게 쌓이면 축제가 시작된다. 태백산 눈축제 는 은빛 으로 옷을 갈아입은 태백의 매력을 맘껏 느낄 수 있는 다양한
레이아웃 1
Seed Money Bank Savings Banks vol.124 Cover Story Seed Money Bank Savings Banks + vol.124 www.fsb.or.kr 201511 + 12 201511 + 12 Contentsvol.124 www.fsb.or.kr 002 026 034 002 004 006 008 012 014 016 018
새국어생활제 14 권제 4 호 (2004 년겨울 )
새국어생활제 14 권제 4 호 (2004 년겨울 ) 네티즌들이궁금해하는어원몇가지 (3) 115 새국어생활제 14 권제 4 호 (2004 년겨울 ) 네티즌들이궁금해하는어원몇가지 (3) 117 새국어생활제 14 권제 4 호 (2004 년겨울 ) 네티즌들이궁금해하는어원몇가지 (3) 119 새국어생활제 14 권제 4 호 (2004 년겨울 ) 네티즌들이궁금해하는어원몇가지
041~084 ¹®È�Çö»óÀбâ
1998 60 1 1 200 2 6 4 7 29 1975 30 2 78 35 1 4 2001 2009 79 2 9 2 200 3 1 6 1 600 13 6 2 8 21 6 7 1 9 1 7 4 1 2 2 80 4 300 2 200 8 22 200 2140 2 195 3 1 2 1 2 52 3 7 400 60 81 80 80 12 34 4 4 7 12 80 50
¹é¹üȸº¸ 24È£ Ãâ·Â
2009.가을 24호 2_ . 02 03 04 08 10 14 16 20 24 28 32 38 44 46 47 48 49 50 51 _3 4_ _5 6_ _7 8_ _9 10_ _11 12_ _13 14_ _15 16_ _17 18_ 한국광복군 성립전례식에서 개식사를 하는 김구(1940.9.17) 將士書) 를 낭독하였는데, 한국광복군이 중국군과 함께 전장에
5 291
1 2 3 4 290 5 291 1 1 336 292 340 341 293 1 342 1 294 2 3 3 343 2 295 296 297 298 05 05 10 15 10 15 20 20 25 346 347 299 1 2 1 3 348 3 2 300 301 302 05 05 10 10 15 20 25 350 355 303 304 1 3 2 4 356 357
- 2 -
- 1 - - 2 - - - - 4 - - 5 - - 6 - - 7 - - 8 - 4) 민원담당공무원 대상 설문조사의 결과와 함의 국민신문고가 업무와 통합된 지식경영시스템으로 실제 운영되고 있는지, 국민신문 고의 효율 알 성 제고 등 성과향상에 기여한다고 평가할 수 있는지를 치 메 국민신문고를 접해본 중앙부처 및 지방자 였 조사를 시행하 였 해 진행하 월 다.
<B1DDC0B6B1E2B0FCB0FAC0CEC5CDB3DDB0B3C0CEC1A4BAB82E687770>
여 48.6% 남 51.4% 40대 10.7% 50대 이 상 6.0% 10대 0.9% 20대 34.5% 30대 47.9% 초등졸 이하 대학원생 이 0.6% 중졸 이하 상 0.7% 2.7% 고졸 이하 34.2% 대졸 이하 61.9% 직장 1.9% e-mail 주소 2.8% 핸드폰 번호 8.2% 전화번호 4.5% 학교 0.9% 주소 2.0% 기타 0.4% 이름
4 7 7 9 3 3 4 4 Ô 57 5 3 6 4 7 Ô 5 8 9 Ô 0 3 4 Ô 5 6 7 8 3 4 9 Ô 56 Ô 5 3 6 4 7 0 Ô 8 9 0 Ô 3 4 5 지역 대표를 뽑는 선거. 선거의 의미와 필요성 ① 선거의 의미`: 우리들을 대표하여 일할 사람을 뽑는 것을 말합니다. ② 선거의 필요성`: 모든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 지역의 일을 의논하고
2번 문제 일02 일단 문제부터 보자. 선행 학습식 사교육의 문제점 에 대한 글을 쓰고자 할 때, <보 기> 자료의 활용 방안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점짜리네 ㄷㄷ. 암튼 점수는 됐고, 문제를 풀어 보자. 일단 주제가 선행 학습식 사교육의 문제점 이고,
1번 문제 201206일01 일단 문제부터 보자 집짓기에 착안하여 글쓰기에 대한 글을 쓰고자 한다. 연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아래 표를 보니까 착안점이랑 연상한 내용이 연결되어 있네. 적 절하게 연상했는지 하나씩 살펴보면 되겠다. 첫 번째 거. 집의 용도와 입주자를 생각하여 어떤 집을 지을지 결정한다. 글의 목적과 예상 독자를 고려하여 어떤 글을
2±Ç3Æí-1~4Àå_À°±³
464 465 466 467 468 469 470 471 472 473 474 475 476 477 478 479 480 481 482 483 484 485 486 487 488 489 490 491 492 493 494 495 496 497 498 499 500 501 502 503 504 505 506 507 다 뿌리경에다가 아스팔트 포장을 하다 보니까
도박중동예방프로그램개발.hwp
2009 년도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 도박중독재단 ) 연구용역보고서 도박중독예방프로그램개발 - 일반인대상 - 20 0 9. 10. 대구가톨릭대학교정신과학연구소 제출문 ( 재 ) 도박중독재단이사장귀하본보고서를 도박중독예방프로그램개발 ( 일반인대상 ) 의최종보고서로제출합니다. 2009 년 10 월 대구가톨릭대학교정신과학연구소 - 3 - - i - - ii -
Microsoft PowerPoint - MonthlyInsighT-2018_9월%20v1[1]
* 넋두리 * 저는주식을잘한다고생각합니다. 정확하게는주식감각이있다는것이맞겠죠? 예전에애널리스트가개인주식을할수있었을때수익률은엄청났었습니다 @^^@. IT 먼쓸리가 4주년이되었습니다. 2014년 9월부터시작하였으니지난달로만 4년이되었습니다. 4년간누적수익률이최선호주는 +116.0%, 차선호주는 -29.9% 입니다. 롱-숏으로계산하면 +145.9% 이니나쁘지않은숫자입니다.
2016년 신호등 3월호 내지A.indd
www.koroad.or.kr E-book 03 2016. Vol. 427 54 C o n t e n t s 40 50 24 46 04 20 46? 06,! 24 50 3, 08! BMW,? 28 54 12,! KoROAD 2 30 58 16, 34 60 18? 38 62? 40 64 KoROAD (IBA) 4!,, 2016 CEO!. 427 2016 3 2
DocHdl2OnPREPRESStmpTarget
자르는 선 5 월 월말 성취도 평가 국어 2쪽 사회 5쪽 과학 7쪽 자르는 선 학년 5 13 4 47 1 5 2 3 7 2 810 8 1113 11 9 12 10 3 13 14 141 1720 17 15 18 19 1 4 20 5 1 2 7 3 8 4 5 9 10 5 월말 성취도평가 11 다음 보기 에서 1 다음 안에 들어갈 알맞은 말을 찾아 쓰시오. 각 나라마다
<5BB0EDB3ADB5B55D32303131B3E2B4EBBAF12DB0ED312D312DC1DFB0A32DC0B6C7D5B0FAC7D02D28312E28322920BAF2B9F0B0FA20BFF8C0DAC0C720C7FCBCBA2D3031292D3135B9AEC7D72E687770>
고1 융합 과학 2011년도 1학기 중간고사 대비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1 빅뱅 우주론에서 수소와 헬륨 의 형성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을 보기에서 모두 고른 것은? 4 서술형 다음 그림은 수소와 헬륨의 동위 원 소의 을 모형으로 나타낸 것이. 우주에서 생성된 수소와 헬륨 의 질량비 는 약 3:1 이. (+)전하를 띠는 양성자와 전기적 중성인 중성자
<BABBB9AE2DC7D5C3BC2E687770>
* 주제어: 노무현대통령 참여정부 참여의 확대 갈등의 증폭 통합의 정치 세대.27 *** 이념 -.17 ***.12 *** -.18 *** -.06 * 여야 성향 정치 효능감.24 *** -.32 *** -.33 ***.01 탄핵 찬성여부 대통령 정부 만족도 -.02.19 *** -.35 *** 한나라당 지지 (지역) -.12
ÃÊ2)03È£³ëº§»óiÇØ¼³ÇÊ
초등학교 학년 별책부록 호 www.nobelsangi.com 듣기와 말하기 first [f ;Rst 퍼-스트] 첫째 third [^ ;Rd 써-드] 셋째 second [s k nd 세컨드] 둘째 fourth [f ;R^ 포-쓰] 넷째 fifth [fif^ 피프쓰] 다섯째 seventh [s vân^ 세븐쓰] 일곱째 sixth [siks^ 식스쓰] 여섯째
아침 송(頌) 유자효 자작나무 잎은 푸른 숨을 내뿜으며 달리는 마차를 휘감는다 보라 젊음은 넘쳐나는 생명으로 용솟음치고 오솔길은 긴 미래를 향하여 굽어 있다 아무도 모른다 그 길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길의 끝은 안개 속으로 사라지고 여행에서 돌아온 자는 아직
KOREAN LEAGUE OF WOMEN VOTERS KOREAN LEAGUE OF WOMEN VOTERS 15 KOREAN LEAGUE OF WOMEN VOTERS 아침 송(頌) 유자효 자작나무 잎은 푸른 숨을 내뿜으며 달리는 마차를 휘감는다 보라 젊음은 넘쳐나는 생명으로 용솟음치고 오솔길은 긴 미래를 향하여 굽어 있다 아무도 모른다 그 길이 어디로 향하고
#7단원 1(252~269)교
7 01 02 254 7 255 01 256 7 257 5 10 15 258 5 7 10 15 20 25 259 2. 어휘의 양상 수업 도우미 참고 자료 국어의 6대 방언권 국어 어휘의 양상- 시디(CD) 수록 - 감광해, 국어 어휘론 개설, 집문당, 2004년 동북 방언 서북 방언 중부 방언 서남 방언 동남 방언 제주 방언 어휘를 단어들의 집합이라고 할 때,
071115-2
Copyright eyesurfer. All rights reserved. 2007년 11월 15일 목요일 [매일경제신문] 04면 종합 -9- 2007년 11월 14일 수요일 [내일신문] 17면 산업/무역 - 11 - 2007년 11월 15일 목요일 [매일경제신문] 37면 인물 - 16 - 2007년 11월 15일 목요일 [동아일보]
내지(교사용) 4-6부
Chapter5 140 141 142 143 144 145 146 147 148 01 02 03 04 05 06 07 08 149 활 / 동 / 지 2 01 즐겨 찾는 사이트와 찾는 이유는? 사이트: 이유: 02 아래는 어느 외국계 사이트의 회원가입 화면이다. 국내의 일반적인 회원가입보다 절차가 간소하거나 기입하지 않아도 되는 개인정보 항목이 있다면 무엇인지
2. 4. 1. 업무에 활용 가능한 플러그인 QGIS의 큰 들을 찾 아서 특징 설치 마 폰 은 스 트 그 8 하 이 업무에 필요한 기능 메뉴 TM f K 플러그인 호출 와 TM f K < 림 > TM f K 종항 그 중에서 그 설치 듯 할 수 있는 플러그인이 많이 제공된다는 것이다. < 림 > 다. 에서 어플을 다운받아 S or 8, 9 의 S or OREA
wtu05_ÃÖÁ¾
한 눈에 보는 이달의 주요 글로벌 IT 트렌드 IDG World Tech Update May C o n t e n t s Cover Story 아이패드, 태블릿 컴퓨팅 시대를 열다 Monthly News Brief 이달의 주요 글로벌 IT 뉴스 IDG Insight 개발자 관점에서 본 윈도우 폰 7 vs. 아이폰 클라우드 컴퓨팅, 불만 검증 단계 돌입 기업의
2-2
2 _ 2 2-2 2-2 2-2 2-2 4 6 16 28 30 38 54 56 64 74 82 84 90 100 2-1 4 6 16 26 36 38 46 54 62 64 74 86 88 96 1 2 1 1. 2. 3. 2 1 2 3 4 1. 2. 3. 1 하늘이 하늘이 해바라기 하늘이
( 단위 : 가수, %) 응답수,,-,,-,,-,,-,, 만원이상 무응답 평균 ( 만원 ) 자녀상태 < 유 자 녀 > 미 취 학 초 등 학 생 중 학 생 고 등 학 생 대 학 생 대 학 원 생 군 복 무 직 장 인 무 직 < 무 자 녀 >,,.,.,.,.,.,.,.,.
. 대상자의속성 -. 연간가수 ( 단위 : 가수, %) 응답수,,-,,-,,-,,-,, 만원이상 무응답평균 ( 만원 ) 전 국,........,. 지 역 도 시 지 역 서 울 특 별 시 개 광 역 시 도 시 읍 면 지 역,,.,.,.,.,. 가주연령 세 이 하 - 세 - 세 - 세 - 세 - 세 - 세 세 이 상,.,.,.,.,.,.,.,. 가주직업 의회의원
<5B3134303432325DB1B3C0B0C0DAB8A65FC0A7C7D15FB5F0C0DAC0CEBBE7B0ED5FC5F8C5B62E706466>
2 3 교육자를 위한 디자인사고 / 교육자를 위한 디자인사고 / 4 5 어떻게 하면 나의 교실이 학생들의 니즈를 어떻게 하면 우리는 학교에서 21세기형 학습경험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재구성될 수 있을까? 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뉴욕에서 2학년을 가르치고 있는 마이클(Michael Schurr)은 자신이 한번도 아이들에게 무엇이 그들을 교실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NO_11] 의과대학 소식지_OK(P)
진 의학 지식과 매칭이 되어, 인류의 의학지식의 수준을 높 여가는 것이다. 하지만 딥러닝은 블랙박스와 같은 속성을 가지고 있어서, 우리는 단지 결과만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식의 의학지 식의 확장으로 이어지기는 힘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실제로 의학에서는 인공지능을 사용하게 될 때 여러 가지 문제를 만들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인간이 이해
22-12324-4TEL:3668-3114 FAX:742-3387 TEL:3668-3120 FAX:745-9476 TEL:3668-3109, 2279-0867~8 TEL:3668-3127 TEL:3668-3123, 3128, 3162 www.saeki.co.kr, www.pentaximaging.co.kr Small 의 큰 스타일을 경험하다 당신의 카메라만으로도,
심장봄호수정-1
www.heart.or.kr 2008 www. heart.or.kr 2 C O V E R S T O R Y 03 04 08 10 12 14 16 19 20 22 26 27 3 2008 www. heart.or.kr 3 01. 02. 4 2008 www. heart.or.kr 5 03. TIP 6 2008 www. heart.or.kr 7 8 2008 www.
와플-4년-2호-본문-15.ps
1 2 1+2 + = = 1 1 1 +2 =(1+2)+& + *=+ = + 8 2 + = = =1 6 6 6 6 6 2 2 1 1 1 + =(1+)+& + *=+ =+1 = 2 6 1 21 1 + = + = = 1 1 1 + 1-1 1 1 + 6 6 0 1 + 1 + = = + 7 7 2 1 2 1 + =(+ )+& + *= + = 2-1 2 +2 9 9 2
1960 년 년 3 월 31 일, 서울신문 조간 4 면,, 30
1960 년대 1960 년 35 1960 년 3 월 31 일, 서울신문 조간 4 면,, 30 36 37 1960 년 [ è ] 1851 1 [ ] 1 é é é 1851 É 1960 년 2 1 2 11 1952 22 38 1961년 1961년 39 1961 년 3 월 14 일, 한국일보 4 면, 2 3 2 3 40 1962년 1962년 41 1962 년 1
Çѹ̿ìÈ£-197È£
2014 Journal of the Korea America Friendship Society (KAFS) Journal of the Korea America Friendship Society (KAFS) LASTING FRIENDS Journal of the Korea America Friendship Society (KAFS) LASTING FRIENDS
CONTENTS 2011 SPRG Vol
11-1311153-000111-08 ISSN 1976-5754 2011 SPRG + Vol.14 Tel _ 042.481.6393 Fax _ 042.481.6371 www.archives.go.kr CONTENTS 2011 SPRG Vol.14 7 4 8 16 76 104 112 122 53 58 66 131 130 11 80 77 Column 4 5 Column
2006.5ø˘ øÏæ - ª¡ˆ.pdf
2006. 05 17 18 2006. 05 19 20 2006. 05 21 22 2006. 05 23 24 01 26 2006. 05 27 28 2006. 05 29 30 2006. 05 31 32 2006. 05 33 02 34 2006. 05 35 36 2006. 05 37 38 2006. 05 39 03 04 40 2006. 05 41 05 42 2006.
*074-081pb61۲õðÀÚÀ̳ʸ
74 October 2005 현 대는 이미지의 시대다. 영국의 미술비평가 존 버거는 이미지를 새롭 게 만들어진, 또는 재생산된 시각 으로 정의한 바 있다. 이 정의에 따르 면, 이미지는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지는 보는 사람의, 혹은 이미지를 창조하는 사람의 믿음이나 지식에 제한을 받는다. 이미지는 언어, 혹은 문자에 선행한다. 그래서 혹자는
<4D6963726F736F667420576F7264202D2043524D33C2F75F43524DC0BB20B1B8C3E0C7CFB1E220C0A7C7D120C1D8BAF1BFEEB5BF5F546F2042652E646F63>
HUNET Information 2004-03-30 [CRM 3차] CRM을 구축하기 위한 준비운동 10가지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신뢰받는 경영지식 파트너 휴넷 운동 경기에서 준비운동을 하지 않거나 소홀하게 한다면 그 경기에서 승리 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라도 알고 있는 상식이다. 이처럼 준비운동에 대한 중요성은 새삼 강조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
쌍백합23호3
4 5 6 7 여행 스테인드글라스 을 노래했던 하느님의 영원한 충만성을 상징하는 불꽃이다. 작품 마르코 수사(떼제공동체) 사진 유백영 가브리엘(가톨릭 사진가회) 빛은 하나의 불꽃으로 형상화하였다. 천사들과 뽑힌 이들이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하며 세 겹의 거룩하심 가 있을 것이다. 빛이 생겨라. 유리화라는 조그만 공간에 표현된 우주적 사건인 셈이다.
¾ÈÀü°ü¸®¸Å´º¾óÃÖÁ¾Ãâ·Âµ¥ÀÌŸ
www.educare.or.kr www.educare.or.kr 01 07 08 0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02 23 교 통 안 전 1. 도로횡단안전! 보행안전! 선생님 가이드 골목에서 갑자기 뛰어나왔어요. 무단횡단하는 어른을 따라 길을 건넜어요. 도로횡단 교육지침 차도에서 떨어져 서 있기 횡단보도 오른쪽에 서
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
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 2 목차 편집자의 말 ------------------------------------------------------------------------------------- 3 한국의 * 상1 개괄 한국의 병역거부운동 -------------------------------------------------------------------------
2003report250-12.hwp
지상파 방송의 여성인력 현황 및 전문화 방안 연구 한국여성개발원 발간사 Ⅰ....,.,....... .. Ⅱ. :...... Ⅲ.,,. ..,.,.... 9 1 1.. /.,. PD,,,,, / 7.93%. 1%... 5.28% 10.08%. 3.79%(KBS MBC), 2.38 %(KBS MBC) 1%...,. 10. 15. ( ) ( ), ( ) ( )..
광주시향 최종22
광주시향 최종22 2015.8.26 4:22 PM 페이지1 VOL.7 2015. 09 9월 4일(금) Masterwork Series Vl 프랑스 기행 9월 22일(화) 가족음악회 팝스콘서트 광주시향 최종22 2015.8.26 4:23 PM 페이지23 20세기 이전의 유명한 작곡가가 쓴 비올라 곡은
....pdf..
Korea Shipping Association 조합 뉴비전 선포 다음은 뉴비전 세부추진계획에 대한 설명이다. 우리 조합은 올해로 창립 46주년을 맞았습니다. 조합은 2004년 이전까 지는 조합운영지침을 마련하여 목표 를 세우고 전략적으로 추진해왔습니 다만 지난 2005년부터 조합원을 행복하게 하는 가치창출로 해운의 미래를 열어 가자 라는 미션아래 BEST
레이아웃 1
2010 3 5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7 우리가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습니다. - 인간의 존업성과 여성인권의 수호 - 성 산업의 구조적 사슬 단절 31 - 성매매 피해여성 적극 보호 -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됩니다. 32 - 인식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 성매매에 대한 처벌
½Ç°ú¸Ó¸®¸»¸ñÂ÷ÆÇ±Ç(1-5)¿Ï
실과056-094 2013.1.9 7:22 PM 페이지67 MDPREP_RipControl 2007 개정 5학년 검정 지도서 각론 알짜 정리 67 영양소 힘을 내는 일(탄수화물/지방/단백질) 몸의 조직 구성(지방/단백질/무기질/물) 몸의 기능 조절(단백질/무기질/비타민/물) 식품 구성 자전거의 식품과 영양소 식품군 곡류 탄수화물 우리가 활동하는데 필요한 힘을
2016년 신호등 10월호 내지.indd
www.koroad.or.kr E-book 10 2016. Vol. 434 62 C o n t e n t s 50 58 46 24 04 20 46 06 08, 3 3 10 12,! 16 18 24, 28, 30 34 234 38? 40 2017 LPG 44 Car? 50 KoROAD(1) 2016 54 KoROAD(2), 58, 60, 62 KoROAD 68
Microsoft Word - 20040422_pricing strategy.doc
HUNET Information 2004-04-22 전략적인 가격 설정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신뢰받는 경영지식 파트너 휴넷 마케팅 믹스의 4P 중 가격은 판매와 시장 점유율에 가장 큰 직접적 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실제 많은 소비재의 가격 탄력성이 광고탄력성보다 10~20배 높다고 한다. 또한 다른 마케팅 믹스 변수에 비해서 가격 결정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