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곳을 향한 연대 비정규노동자의 목소리 Cover Story 바람이 분다.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아큐파이 운동. 체코도 예외는 아니 다. 본지가 방문한 지난 6월1일 프라하성 입구의 한 공원 텐트, Occupy 체코 는 썰렁 그 자체다. 직선과 속도의 비용효율성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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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낮은 곳을 향한 연대 비정규노동자의 목소리 Cover Story 바람이 분다.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아큐파이 운동. 체코도 예외는 아니 다. 본지가 방문한 지난 6월1일 프라하성 입구의 한 공원 텐트, Occupy 체코 는 썰렁 그 자체다. 직선과 속도의 비용효율성만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 세계 경제를 비판하 는 메아리들만 쩡쩡 날아오른다. 도시 프라하는 실패한 국가사회주의 완패를 인정하듯 공 산주의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이제는 간판도 없는 공 산주의 박물관에 레닌 동상과 공산주의 역사가 숨겨져 있 을 뿐. 프라하의 봄 이 언제였던가. 바람이 분다. 비가 올 것 같다. 사진 조돈문 격월간 비정규노동은 우리 사회 의 대표적인 사회적 약자인 수많 은 비정규노동자들의 가슴이 되고 자 합니다. 격월간 비정규노동은 2001년 5 월 창간 이후 지금까지 차별과 고 용불안이 일상화된 노동 현장에서 고통받고 소외된 비정규노동자들 에게 등대 같은 희망이 되고 싶다 는 일념으로 더디지만 굽힘없이 걸 어왔습니다. 발행처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주소 서울시 영등포구 당산동3가 387-3번지 3층 전화 팩스 웹사이트 이메일 kcwc@kcwn.org 발행일 2012년 7월 1일 발행인 조돈문, 최병모, 임성규 편집인 이남신 격월간 비정규노동은 가장 중요한 노동문제 이면서 동시에 인권문 제, 사회문제 이기도 한 비정규 노동문제를 우선 해결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진정한 민주주의 실 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올바른 지름길임을 확신합니다. 기사제보 구독신청 편집디자인 디자인통통 편집위원 강성숙(한국비정규노동센터 편집기획국장) 김민수(청년유니온 노동상담팀장) 김사이(시인) 남우근(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위원) 안미선(르포 작가) 유현아(시인) 이경옥(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사무처장) 이류한승(우리동네 노동자인권찾기 모임 선전팀장) 이윤아(디자인통통 대표) 이혜정(한국비정규노동센터 편집부장)

3 C o n t e n t s 편집자의 말 한울림 길 위의 詩 사진에세이 노동에세이 경계를 넘어 정책칼럼 기획특집1 기획특집2 누가 나에게 이 길을 지역이 답이다 여성과 노동 한밤 라디오 비정규통계 연재소설4 연재특집1 향기를 주마 정면충돌 YOUTHTORY 노래는 꿈꾼다 비정규노동상담 '노동'이란 단어가 불순합니까_이혜정 내가 <레일라>를 기타로 연주하려면_이상엽 내 노래는,_김사이 강남 달 아래_김일영 멸사봉공_정기훈 다시 정의앓이 _강성숙 하반기 정세를 가름할 비정규직 현장투쟁을 주목하자_이남신 심상정 환경노동위원회 의원 인터뷰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_강성숙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를 찾다 세계 최고의 공항상 에 그늘진 거위의 꿈 _강성숙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_서정현 박현준 경기비정규노동센터 소장_이혜정 넝쿨째 굴러온 노동 이 아니다_송화선 건강권이 되찾아준 즐거움_양승준 2012년 3월 비정규노동통계 분석결과_김직수 퇴출2_무산 쉼표하나 치유를 위한 글쓰기 모음_참가자들 쇳밥_김성만 새들도 강한 바람이 불 때 집을 짓는다 _김형우 카톡왔숑_김민수 민중가요? 노래? 뭘까?(3)_이씬 파견노동자에 대한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책임_최지복

4 편집자의 말 글 이혜정 센터 편집부장 노동 이란 단어가 불순합니까 노동자들이 투쟁할 때는 항상 목숨을 겁니다. 자본이 권력인 세상에 서 가진 것이 몸뿐인 노동자들은 하늘로 오르고, 굶고, 분신해야 비로 소 이 세상에 말 한 마디 꺼내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6월 25일 화물연대가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교통탑 고공농성을 앞두고 아버지는 딸에게 이야기했습니다. 곧 파업에 들어간다고, 아 빠는 탑에 올라 농성할 거라고, 다녀와도 정말 괜찮겠느냐고요. 딸은 대답했습니다. 다녀오라고, 응원하고 있겠다고, 안울겠다고 말입니 다. 이는<레프트 21>에 실린 이봉주 화물연대 서경지부장과 그의 딸 이야기입니다. 딸은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파업하는 아버 지가 자랑스럽다고 쓰고 있습니다. 부상을 참으며 일하고도, 밥을 걸러가며 일하고도 백여만원 월급을 쥐고 집으로 들어가야 하는 아버지, 어머니, 누군가의 가족들의 투쟁 소식이 끊이지 않습니다. 그들에겐 파업이 곧 생존권과 직결되어 있 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하청 노동자 한 사람이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하늘로 자꾸만 올라가는 이유가 대중파업을 못 해서 그래요. 파업하는 순간 잘리니까. 파업은 노동자들의 가장 큰 무기인데 비정규노동자들은 파업권조차 보장받지 못합니다. 파업을 하는 순간 아니 그보다 앞서 노동조합을 4

5 만드는 순간 해고되는 것이 비정규노동자들의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비정규투쟁은 대부분 복직투쟁이 되고 장기투쟁으로 이어지 기 일쑤입니다. 1600일을 훌쩍 넘긴 학습지노조 재능지부의 농성을 두고 그러다 기네스북 기록 갱신하겠다 는 이야기는 비정규노동자들 의 뼈 아픈 처지를 그대로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그들이 처한 현실은 이 나라가 노동자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자본의 그악함이 노동 자들을 어디까지 내몰고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아직까지 우리사회에는 노동 이라는 단어가 불순하고, 어둡고, 비 주류의 용어처럼 인식이 되어 있습니다. 이번 호 비정규노동 특집인터뷰에서 심상정 환경노동위원회 의원 이 한 이야기입니다. 노동문제 를 대하는 이 사회의 한 단면이 그대 로 드러난 발언이었습니다. 생존권을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이들 의 이야기를 앞에 두고 노동 을 대하는 우리의 시선은 이토록 어둡고 차갑습니다. 노동자 사이에 편을 가르고 제 권리에 대한 발언조차 불 순한 것으로 치부되는 현실에서 심의원은 보다 근원적 차원의 변화 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노동 은 우리 모두의 문제라 고 말입니다. 이 나라 노동자들이 모두 파업권을 보장받을 때, 파업하는 노동자들 이 대중의 지지 속에서 승리할 때, 마침내 이 사회는 한 걸음 진보할 것입니다. 인식의 전환은 그렇게 시작되는 것 아닐까요. No July. August 5

6 한울림 글 이상엽 사진가 센터 이사 내가 <레일라>를 기타로 연주하려면 얼마 전 꽃다지의 대표 민정연씨와 감독 정윤경씨가 충무로에 있는 내 사무 실을 찾아왔다. 최근 출시한 4집 앨범의 두번째 뮤직 비디오 제작을 상의하 기 위해서다. 첫번째 뮤비 <내가 왜>는 태준식 감독이 재능 유명자 지부장 을 내세워 비정규직 문제를 화두로 삼았다. 이번에는 <나는 바다야>로 하자 는데 이왕 사진만으로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한 것이다. 소주를 벗 삼아 이 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기타 이야기가 나왔다. 감독이 전자 기타를 사용해 보고 싶다는데 비용도 마땅찮다고 하기에 내 서재에서 잠자고 있는 펜더 스 트라토케스터 79 빈티지가 슬며시 떠올랐다. 언제고 마누라 앞에서 멋진 에 릭 클랩톤의 <레일라>를 연주하겠다며 수년 전에 산 것인데, 아직도 못 배 우고 있다. 결국 술이 일을 저질렀다. 서재에서 기타를 들고 나와 통 크게 장 기대여 했다. 예정된 쉰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으니 정감독이 내게 기타를 전 수하리라 기대한 것이다. 이제 나의 기타는 떠나갔지만 오래전 펜더라는 상표가 붙은 통기타도 한 대 있었다. 이 기타는 한국의 콜텍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기타에 조금이라도 관 심이 있다면 콜트 콜텍에 대해 들어봤을 것이다. 한국에서 전자 기타와 통 기타를 만들던 대표적인 기업이다. 전세계 시장 점유율 30%, 당기 순이익 100억대의 잘나가는 기업이었다. 그런데 콜트 콜텍은 2007년 근거 없는 경 영상의 위기 등을 이유로 인천 콜트 공장과 대전 콜텍 공장을 일방적으로 폐 쇄하고 기타를 만드는 노동자들을 한 순간에 해고했다. 그리고는 공장을 해 외로 이전해 버렸다. 6

7 2009년 고등법원은 콜트 콜텍의 공장 폐쇄 및 노동자 해고가 불법하다는 판 결을 내렸지만, 콜트 콜텍 박영호 사장은 단 한차례의 정식 교섭조차 응하지 않고 폭력까지 사용하면서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있다. 콜트 콜텍의 노동자 들은 국제 악기시장의 30%를 생산하는 콜트 콜텍의 기타가 더 이상 한국에 서 생산되지 않으며, 부당한 대우와 정리해고를 당하며 십수 년간 기타를 생 산해 왔음을 알리기 위해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뮤직메세, 일본의 요코하마 국제악기박람회, 2010년 후지 록 페스티발, 미국의 애너하임 The NAMM No July. August 7

8 한울림 글 이상엽 Show 2010까지 원정 투쟁을 벌였다. 그 사이 이제 노동자들은 스스로 기타를 배워 매월 마지막주 수요일에는 홍 대에서 정기공연을 하고 있다. 그들의 생산은 악기였으니 투쟁은 음악으로 하는 것이다. 지난 2월 23일, 인천 부평에서 전자 기타를 만들던 콜트 공장 노동자들의 부 당해고 를 인정했던 대법원은 그로부터 4시간 후인 오후 2시, 대전에서 통기 타를 만들던 콜텍 공장 노동자들의 '해고무효 확인소송'에 대해서는 부당해고 를 인정한 원심을 파기하고 고법으로 환송했다. 그리고 5월 31일 사측은 콜 트의 노동자들을 다시 정리해고 한다는 일방적 통보를 했다. 그야말로 안하무인의 파렴치한 기업이 세상의 노래와 멜로디를 만드는 기타 를 생산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지경이다. 게다가 벌써 5년 넘게 싸우는 노 동자들의 손이 굳어버릴 지경이 되어가고 있다. 장인이 장인의 일을 못하니 어찌 노동자라 할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콜트 콜텍의 노동자들이 이 싸움에서 기필코 이기길 기대한다. 그리고 그 대가로 천문학적인 배상금까지 얻어내길 바란다. 그래서 부평과 대전의 멈춘 공장을 인수해 새로운 브랜드를 달고 장인의 솜씨가 배어있는 기타를 생 산하길 원한다. 노동자들이 자주적인 관리를 할 수 있는 협동조합이면 더 좋 다. 그곳에서 생산되는 기타는 내가 첫 고객이 될 테다. 그리하여 언제쯤에나 돌려줄지 모를 내 것 대신 콜트 콜텍 노동자의 것으로 마누라에게 <레일라>를 들려줄 테다. 8

9 길 위의 詩 어떤 이가 시는 노래라고 말한다 내 시는 노래가 아니라고 또 말한다 긍정도 부정도 못한 시가 심하게 더듬는다 시인 김사이 내 노래는, 내 삶이 노래였던가 아무리 봐도 노래로 불러지지 아니할 시는 첩첩 가로막은 야만의 방패를 뚫지 못했다 잘린 강줄기를 복구하지도 못하고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쉬이 쓰지 못하는 불구의 시 김밥 한 줄보다 못한 허기에 늘 허덕거린다 불륜 속에 태어난 시 누가 빠뜨렸는지 스스로 빠져든 건지 망망대해 한복판에 빠졌다 물어도 물어도 캄캄한 침묵 불면의 밤이 늘어갈수록 세상 뒷골목에서 금지된 사랑에 미쳐가고 아버지나라 명부에 이름은 올렸으나 야성은 어디로 갔을까 납작 엎드려 있는 둥근 등으로 그래도 살아야 한다고 하는 모든 이유를 쓴다 살가죽을 뜯어내서라도 한 편의 시는 금 밖으로 뛰쳐나가 불륜의 시대를 깨뜨리는 상상을 품는다 그것이 내 노래다 2002년 계간 시평 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반성하다 그만둔 날 이 있음. No July. August 9

10 사진에세이 photo text 김일영 강남 달 아래 김일영 : 1970년 출생. 200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시집으로 삐비꽃이 아주 피기 전에 (2009), 동화 별에 서 온 바위 (2007)가 있음. 10

11 중년의 두 여인이 리어카가 서있는 담벼락 을 마주보고 앉아있다. 불빛은 진달래꽃 같이 고운데 밤은 깊어가고 골목을 지나가 는 것은 열기를 품은 바람뿐이다. 상가들 엔 불황의 그림자들이 짙어져 가고 이 골 목을 찾아드는 발소리들은 멀리서 오는 소 식처럼 뜸하다. 어느 청년의 첫사랑이었 을 그녀들. 불빛처럼 곱던 입술을 어느 어 둡고 숨찼던 문턱에서 잃어버렸을까. 그 곳이 공장이었는지 다방이었는지 술집이 었는지 알 수 없지만 강남에 뜨는 달은 그 녀들을 비추지 않았다. 그래도 그녀들의 입술은 강남 달 아래서는 악착같이 붉다. 흘릴 피가 바닥난 누이들이 취해 돌아올 딸 대신 생리대를 고르고 있는 밤. 강남으 로 갈 수 없는 제비들이 빈 빨래줄 같은 문 턱에 나와 앉아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밤. 어디선가 술병이 깨지는 이 밤. 날 수 없 는 새들에게 붉은 방은 무사한 아침을 선 물 할까. 오늘밤도 강남에 뜨는 달은 꽃처 럼 붉디붉다. No July. August 11

12 노동에세이 photo text 정기훈 멸사봉공 5공이 날뛰니 멸공도 설친다. 참복도 아 니고 종북이 제철이니 강태공 줄지어 눈 이 벌겋다. 사방을 향한 스피커 쩌렁쩌렁, 종북 척결 목소리가 거기 서울광장을 돌고 돌았다. 북진멸공 네 글자 뚜렷한 반공 포스터 경연대회라도 열릴 분위기. 반란 수괴, 민간인 학살원흉 전두환 이등병은 일찌감치 감 잡고 육사 사열을 받았다. 브 이아이피 골프장 찾아 화려한 휴가를 즐 겼다. 자랑스러운 동문 전두환 대통령 자 료실 에 군복과 칼, 학창시절 빛바랜 성적 표를 전시했다. 우국충정의 두 주먹 불끈 쥐고 자격심사 판관 자처한 정치인이 기 세 높았다. 멸공의 횃불이 철모른 매카시 즘 광풍에 어지러이 살아 날뛰었다. 대한 문 옆 분향소 작은 촛불만이 그 바람에 위 태로웠다. 스물둘의 영정도 모자라 물음 표가 거기 붙었다. 멸공 목소리 우렁차 던 선전차량 뒤로 소문난 좌빨, 금속노 조 조합원들이 줄지어 걸었다. 쌍용차 분 향소를 꾸역꾸역 찾았다. 멸공의 횃불 말 고 열공 의 촛불 들어 헌법 제19조를 다 시 살필 일이다. 그래도 남는 혈기라면 그 저 멸사봉공, 혹은 멸( 滅 ) 5공에 힘써야 할 때다. 12

13 No July. August 13

14 경계를넘어 다시 정의앓이 글 사진 / 강성숙 센터 편집국장 14

15 지금 한국 사회는 앓고 있다. 실제와 가상의 현실 사이에서 한국은 앓고 있다. 그것은 2년 전부터 시작된 연아앓이, 지성앓이, 나가수앓이를 시작으로 최근의 도 진앓이, 소시앓이, 추적자앓이 등 끊이지 않는 앓이 의 문화로 대변된다. 박지성이 지칠 줄 모르는 심장으로 경기장을 누비고 다닐 때, 김연아가 나비처럼 사 뿐히 날아올라 벌처럼 빙판을 가로지를 때, K-팝의 전사들이 문화의 본고장이라 여기는 프랑스 파리의 한 무대에 섰을 때, 이미 담론화된 20세기 태생 한국문화의 유행 한류는 21세기 우리 안에서 다시 앓이 문화로 재구성 되었다. 그 동안의 앓이 문화가 개인의 욕구가 집단화된 사회적 욕구로 증폭되었다면 최 근의 나타난 앓이 는 사회적 욕구가 개개인의 욕구로 구체화되는, 다시 말해서 개 인과 사회가 사회와 개인이 마치 친구처럼 혹은 트위터리안처럼 소통하기 시작했 다는 증거다. 정의앓이 는 유행이다? 이 양방향 소통의 증거로 정의앓이 가 유행이다. 정의는 드라마 주인공의 이름도 아니요, 정의는 특정 운동선수의 이름도 아니다. 정의앓이 는 정의justice라는 정의definition를 찾아가는 가장 개인적이면서도 가장 집단적인 사회문화적 현상이라고나 할까. 개인의 욕구에서 비롯된 선택이기 보다는 사회의 욕구에 의해 개인으로 하여금 선택하도록 한, 그리고 정치철학적인 직접적인 욕구가 아닌 우회한 문화적 사회적 욕구로서 드러낼 수밖에 없는 현실. 그것이 바로 지금 유행하고 있는 한국사회의 정의앓이 다. <정의란 무엇인가> 저자 마이클 샌델은 이 책에 대한 한국사회의 폭발적인 호응 에 대해 황당하리만치 흥미롭다고 했다. 솔직히 한국의 독자들은 마이클 샌델이라 는 하버드대학 교수 개인에게 주목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샌델 역시 미국 내의 정 치철학적인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 주목받을 만큼의 영향력?을 지닌 것도 아니라 는 얘기다. 이러한 요소들을 제거한 상태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상당히 징후적이라고 할 수 있 다. 징후적이라는 말은 현실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우회해 서 간접적으로 드러낸다는 뜻이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둘러싼 현상은 한국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나타난 문화적 No July. August 15

16 징후라고 말이다. 때문에 이 책은 적어도 한국사회에서는 정의를 논하는 수많은 정 치철학적인 담론으로 수용되고 있다기보다는 하나의 문화상품으로 소비되고 있다 는 게 더 맞는 말일 것이다. 왜 다시 정의 인가 책에서 말하는 정의는 아리스토텔레스에서부터 칸트, 제레미 벤담, 존 스튜어트 밀, 존 롤스에 이르기까지 고대부터 근현대 정치철학의 흐름 속에서 정의를 이해하 는 세 가지 방식으로 탐색된다. 공리주의에 의한 행복극대화, 선택의 자유를 존중 하는 것,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을 고민하는 것. 무엇보다 마지막 부분의 정의인 미 덕을 추구하는 것이 직선과 속도, 비용과 효율성의 논리에 좌우되는 지금의 세태 에 더더욱 필요한 정의가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특정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사람들이 토론을 벌이다 보면 항상 이 정의 의 문제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그 럼에도 사람들은 자신이 주장하는 의견이 정의 의 토대가 굳건한지 특별히 고민해 보지 않은 경우가 많다. 월스트리트를 시작으로 전 세계에 퍼지고 있는 아큐파이 운동이 금융자본의 도덕 적 해이를 성토하고 있다. 이제 금융 자본주의의 부정부패가 넘보지 못할 경계는 없어 보인다. 그런 금융 자본주의가 정의 를 위협하고 있다, 자유와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우 리의 밥상을 위협하고 있다. 그야말로 왜 다시 정의인가 를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 는 이유이다. 또 공동선과 공동체주의가 여전히 살아있는 화두로 등장할 수밖에 없 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의앓이 는 삶이다 샌델이 얼마 전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란 책을 냈다. 그리고 한국에 방문하 여 대한문 앞에 있는 쌍용자동차분향소에 다녀가기도 했다. 나는 샌델을 잘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노동이 돈으로만 살 수 있는 가치가 아니라 는 것쯤은 알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노동이든 돈으로 살 수 있는 가치라 고 생각할지 모른다. 왜, 노동하면 얼마든 돈으로 환산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에. 분명 노동에는 돈으로 환산될 수 없는 사회적 가치와 보물보다 더한 개인적인 가치들이 숨겨져 있다. 16

17 삼포세대라고 일컫는 청년 푸어 들의 아픔과 더 이상 이별을 아파하지 않는 세태, 생명권이 훼손되는 거대한 상실을 아파하지 않는 세태 속에서 정의앓이 는 피할 수 없는 안식처인지도 모른다. 앓이 문화는 적어도 피안의 장소이자 가상의 세계 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시대의 만연된 부조리 부정의 부당함이 동 시대를 살아가는 보통사람들에게 는 심각한 박탈감과 상처가 아닐 수 없다. 정의앓이 를 삶 속으로 끌어 올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이유이다. 왜 한국은 지금 정의 에 주목하는가? 정의와 더불어 자유와 민주주의를 생각하게 하는 정의앓이 는 정치와 철학이 아니라 삶이다. 정의란 무엇인가를 선명하게 되 돌아볼 때다. 언제나 진실은 슬픔이었으나 무력하지 않고 언제나 정의는 소수였으나 고독하지 않고 언제나 민주는 핏빛이었으나 허무하지 않고 언제나 희망은 무릎걸음이었으나 때늦지 않았으니 이 땅에서 더는 작아질 수 없는 사람들의 순수한 분노가 희망을 만든다는 것을 믿어라 -박노해의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촛불의 아이야 중에서- No July. August 17

18 정책칼럼 하반기 정세를 가름할 비정규직 현장투쟁을 주목하자 이남신 센터 소장 저희 아버지 화물차를 운전하시며 한 달에 하루조차 쉬지 못하시는 날이 더 많으십니다. 시간 안에 배차를 끝내야 하니까 하루에 두 세 시간, 차안에서 쪼그린 자세로 주무십니다. 휴게소 화장실에서 눈치봐가며 이를 닦고 세수하 시며 하루에 한 끼 드실까 마실까 하며 일하십니다. 하지만 그렇게 죽어라고 일하시는 아버지께 들어오는 돈은 1백만원도 채 되지 않습니다. 빚을 내 산 차로 뼈빠지게 일하셔도 주유 값, 차 고치는 돈, 식비를 뺀 생활비를 내고나 면 남는 돈은 십 만원도 채 되지 않습니다. (화물연대 서경지부장의 딸이 쓴 편지에서) 여러분, 나와 같이 살지 마십시오. 인간다운 삶을 위해 힘차게 투쟁해보지 않겠습니까. 시키면 시키는대로 살던 삶을 깨부수고 노동자 스스로 일어섭시 다. 이 늙은 노동자도 끝까지 투쟁하겠습니다. (건설노조 대구경북건설지부 64살 조합원의 투쟁집회 발언) 우후죽순처럼 솟구치는 비정규직 투쟁 갈수록 힘겨워지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분노에 찬 저항이 거세지고 있 다. 허리가 휘어져라 일하고도 임금체불로 고통받고, 다쳐도 산재조차 적용 받지 못하면서 국민으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기본권마저 박탈당한 채 자본 에 예속돼 착취받아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뜨거운 함성이 6월의 무더위를 저만치 밀어냈다. 6월 25일 화물연대 총파업과 27일 연이은 건설노조 총파 업으로 이명박 정부 들어 수세로만 몰리던 노동의 반격이 시작됐다. 비정규 직 철폐, 정리해고 철폐, 노조법 전면 재개정을 3대 요구로 내세운 28일의 민 주노총 경고파업과 맞물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거센 파고를 타고 있 18

19 하반기 정세를 가름할 비정규직 현장투쟁을 주목하자 다. 화물-건설 파업의 주축은 불법 다단계 하도급 구조의 말단에서 모든 비용 부담을 떠안아온 특수고용 노동자들이다. 한국 사회의 가장 악질적인 비정규 직 고용형태인 위장자영업자=특수고용 노동자들이 노동자라는 이름을 되찾 기 위해 공동투쟁으로 일어선 것이다. 올해 2월 23일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에 대한 대법원의 불법파견 판결 이후 한 국 사회 최대제조업체인 완성차 현장의 원 하청 공동투쟁도 새로운 국면을 맞 고 있다. 모든 사내하청을 정규직으로! 라는 요구를 내걸고 울산 아산 전주 의 비정규지회들을 주축으로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정규직 노동자들과 단결투 쟁을 일궈내면서 간접고용 철폐투쟁의 선봉에 나선 것이다. 98년 한라중공업 사내하청 투쟁으로부터 어언 십수년간 피어린 생존권 투쟁을 지속해온 비정 규직 노동자들이 불법파견 정규직화 요구를 매개로 중간착취를 근절하고 진 짜 사장과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교섭할 수 있는 권리를 되찾기 위해 외치고 있 다. 건물청소 및 환경미화 노동자와 함께 대표적인 간접고용 노동자로서 정당 한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투쟁을 확산하고 있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기세도 만만찮다. 2010년 진보개혁 교육감 당선 후 가파르게 3만명 가까운 조직화 성과를 내면서 상승 곡선을 그려온 만큼 조 직적으로 가장 역동적인 흐름을 타고 있다. 호봉제 시행과 교육감 직접고용, 정규직화 실시를 핵심 요구로 내건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대거 조 직화와 맞물려 공공 부문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선도하고 있다. 파리목숨이 아 니라 엄연한 사람목숨으로 인정받으며 교육현장의 유령이 아닌 당당한 구성 원으로서 역할하기 위해 다양한 직종을 아우르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공동투쟁이 한국 사회를 서서히 달구고 있다. 이처럼 고용형태를 불문하고 전국 각처 다양한 직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No July. August 19

20 정책칼럼 궐기하고 있다. 소박한 생존권 요구에서부터 대정부 투쟁 요구에 이르기까지 일상적인 차별과 고용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투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정 부와 사용자단체는 예나 다름없이 노노 갈등을 부추기며 비정규직 정규직화 조치가 오히려 비정규직 일자리를 위협하므로 노동유연화를 해야 한다는 둥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가로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파업으로 봉기한 화물-건설 노동자들처럼 올해 비정규직 문제의 최대 화두인 파견, 용역, 도 급, 민간위탁 등의 간접고용 노동자들과 250여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자신의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 전열에 가담한다면 비정 규직 철폐의 신기원이 열릴 것이다. 대선 정국을 앞둔 시월을 투쟁의 달로 올해는 대선이 있는 중요한 해다. 노동 정책 및 입법 과제와 관련해서도 정치 적 판단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19대 국회 개원과 함께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가 앞장서 비정규직 관련 법안을 1호로 발의하면서 100일 내에 처리 하겠다고 공언할 정도로 비정규직 문제는 여야 정당 모두에게 유권자의 표심 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의제로 부각되고 있다. 민주통합당도 비정규직 핵심 해법인 기간제 사용사유 제한과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등을 당론으로 받아들이면서 좌클릭을 해왔다. 통합진보당은 당내 분란으로 진보정당으로 서의 정체성조차 의심받을 정도로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으나 뒤늦게나마 심 상정 의원이 특수고용 노동3권 보장 등 비정규직 권리 보장 입법안을 발의했 다. 한국 사회에서 900여만명에 이르는 최대 구성원을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노조 조직율은 2%에도 못미쳐 정치적 사회적 발언권이 형편없이 낮아 과소 대표돼온 비정규 노동자들의 역할이 전례없이 주목받는 정세가 전개되고 있 20

21 하반기 정세를 가름할 비정규직 현장투쟁을 주목하자 다. 따라서 구두선과 선언에 그치기 일쑤였던 비정규직 문제가 실질적으로 개 선되고 해결될 수 있도록 비정규 노동자들이 이 정세를 십분 활용해야 한다. 양대노총을 중심으로 한 조직노동은 현정부 들어 타임오프제, 복수노조 창구 단일화 등 반노동 신자유주의 정책에 짓눌려 처음으로 10% 미만으로 조직률 이 하락하는 굴욕을 맛보면서 수년째 공세적인 투쟁을 벌이지 못한 채 뒷걸음 질쳐왔다.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을 상징하는 쌍용자동차와 학 습지 재능 투쟁은 해결 전망을 찾지 못한 채 장기화로 치달아왔다. 민주노조 운동과 노동정치가 진창에 빠져 운동의 대의와 원칙이 유실될 절체절명의 위 기에 처한 지금 노동의 반격은 현장에서부터 조직되고 전파되고 확산되어야 한다. 노동의 하루가 시작되고 저무는 그 현장에서 흘린 피땀이 투쟁으로 조 직될 때 비로소 세상을 노동자의 힘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정리해 고에 절망하며 자포자기하던 노동자들에게 소중한 희망을 일깨워주었던 희 망버스처럼 올해 희망의 전령사는 부당한 현실의 맨 밑바닥에서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대대적인 인간 선언, 권리 선언 투쟁이다. 시월은 매년 비정규노동자대회가 열리는 달이다. 2003년 근로복지공단 비정 규직 노동자 이용석 열사의 분신 항거를 기념하는 의미이다. 이제야말로 정규-비정규, 대기업-중소기업, 내국인-이주 란 삼각 이중구조 속에 포획돼 하나가 될 전망을 빼앗긴 채 표류하고 있는 한국 사회 노동계급 이 정권과 자본에 맞선 투쟁으로 힘모아 노동이 존중받는 노동해방 새세상을 열어나갈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주축이 돼 정치권 중심 으로 논의되고 있는 비정규 의제를 당사자 중심으로 옮겨올 수 있도록, 정치 민주화를 넘어선 사회경제적 평등이란 한국사회 시민권을 온전하게 쟁취하기 위한 노동자들의 오랜 고투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하는 데엔 대선 정국을 앞둔 시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총력투쟁이 관건이 될 것이다. No July. August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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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기획특집 1 통합진보당 심상정 환경노동위원회 의원 인터뷰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노동의 이름으로 노동자 정치세력화 시즌2를 준비하자

24 당을 혁신할 가장 중요한 가치는 노동중심성입니다. 지난 4월 총선 이후 통합진보당의 부실 부정경선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온 심상정 의원의 안색은 좋 지 못했다. 통합진보당 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는커녕 내부의 진흙탕 싸움으로 번져왔기 때문이다. 혁 신비대위를 통해 사태 해결의 마지막 대척점에 선 당의 운명 앞에 심의원은 오늘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노동가치의 실현을 위한 현안들에 여념이 없었다. 노동자 서민의 플랫폼, 소통의 장이 되기를 자처하는 의원실에서 그녀를 만났다. [인터뷰 진행 이남신 소장 / 정리 강성숙 편집국장] 이제 정말 불판을 갈아야 할 때다 이남신_요즘 날씨가 무척 더워졌습니다. 건강은 괜찮으세요. 심상정_총선 이후에 당 내부의 문제가 아직 까지도 해결되지 않았고 더불어 국회가 개원 했으니 아무래도 좀 힘든 부분들이 있군요. 이남신_그래도 파이팅하시고 먼저 19대 국회의 원으로서 힘찬 포부와 결심을 듣고 싶습니다. 심상정_그럴까요.(웃음) 요즘 시대교체 라 는 말을 대선후보들이 많이 씁니다. 그 만큼 대한민국은 전환기의 사회이고 무엇이 전환 되어야 할까를 고민할 때, 19대 국회는 역시 노동권이 확립되는, 노동의 존엄성이 존중되 는 사회로 가는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래서 이런 비정규직 문제를 포 함한 당면한 노동현실이 급박하지만 뿐만 아 니라 이 사회가 어디로,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네 요. 그리고 그 중심에는 노동의 가치가 서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있고요. 때문에 저는 환경 노동위원회에서 그 노동의 가치를 중심에 세 워볼 생각입니다. 최근 민주통합당, 새누리당 할 것 없이 비정 규직 문제를 1호법안으로 내고 노동문제를 가지고 서로 경합을 벌이고 있습니다. 바람 직한 현상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이게 다만 빛 좋은 개살구 로 끝나지 않도록 하는 게 통합 진보당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말 잔치로만 끝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 회 우리 국민들의 노동에 대한 인식의 대 전 환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아직까지 우리사회 는 노동이나 노동자에 대해 불순하고, 뭔가 24

25 어둡고, 뭔가 비주류의 용어로 인식되어 있 어요. 노동과 노동자라는 그 단어에 시민권 을 부여하는 사회인식의 대 전환이 이뤄질 때 모든 제도나 정책도 질서를 잡아가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좀 더 근원적 차원에서 우리사 회의 변화를 위해서 애를 써보겠다는 그런 생 각입니다. 이었고요. 당원들이 합의하고 국민들에게 약 속한 통합의 가장 중요한 정신은 이제는 진 보적 대중정당으로 가겠다는 약속 이었습니 다. 그런 관점에서 지금 통합진보당의 문제 는 진보적 대중정당으로 가는 과정에서 우리 가 혁신하고 또 단절해야 될 운동권의 구습, 낡은 질서, 정파적 질서 이런 것들이 전면에 시대교체는 사회적 인식의 대 전환 문제 노동자에게 시민권을 진보에게는 혁신을 이남신_1차 입법 발의 하실 때도 노동 가치의 복 원을 강조하셨는데 그런 기조로 말씀해주셨습니 다. 난감한 질문입니다만 현재 통합진보당 상황 이 어지러운 가운데 가장 혹독하게 시련을 겪고 있는 곳이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진영이 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돌파구를 열어 나갈 수 있을지요. 심상정_진보정당이 통합의 길을 선택한 것은 두 가지 의미였죠. 하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현실적으로 힘을 가질 수 있는 진보정당이 두 개 이상은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고통받 는 노동자 서민들에게 의지처가 되기 위해서 는 어쨌든 하나는 들어가야 된다. 그 통합된 틀에서 혁신을 통해 대중정당의 길 을 열어 가야 한다. 그래서 통합과 혁신을 위한 결단 이 저희 통합진보당의 길을 선택하게 한 결정 아직까지 우리사회는 노동이나 노동자 에 대해 불순하고, 뭔가 어둡고, 뭔가 비 주류의 용어로 인식되어 있어요. 그 단어에 시민권을 부여하는 사회인식의 대 전환이 이뤄질 때, 모든 제도나 정책 도 질서를 잡아가지 않겠나 드러난 것이라고 봅니다. 드러난 문제를 알면 이미 많은 문제를 해결한 것과 같듯이 기본적 으로는 낙관합니다. 다만 낙관은 이 당의 구 조를 가지고는 안되고 당을 다시 새롭게 만들 어야 된다는 의지를 전제로 할 때 가능하다고 봅니다. 대중정당으로서 재정립될 수 있다면 저는 한국사회의 대안세력으로 빠르게 발돋 기획특집 통합진보당 심상정 환경노동위원회 의원 인터뷰 No July. August 25

26 움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다만 낡은 질서를 벗어던지는 것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보는데, 이 문제는 우리가 고 단하고 고통스럽다고 해서 피해갈 수도 없고 또 부담스럽다고 샛길을 찾을 수도 없고, 정 면으로 마주함으로써 진보정치의 새로운 길 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진보도 신자유주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위기와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도래할 때 마다 위기 극복의 희생양인 셈이었죠. 그 피 해가 노동자들에게 전가되면서 지금의 비정 규직이 양산되었고 노동조건의 악화를 가져 온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 것들이 결국은 민 주화 이후에도 노동권의 입장에서, 또 더불 어 잘 사는 사회비전이 중심에 서지 못함으로 써 가속화되었다고 할 수 있고요. 그런 문제 이남신_본론으로 들어가죠. 비정규문제는 보수 양당도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고 사회 양극화의 근본적인 문제로 시민적인 수준의 공감대까지 형성되어 있는 상황인데도 현실은 잘 개선이 되고 있지 않습니다. 이렇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심상정_한국 현대사를 보면 분단과 독재가 만 들어낸 반공 이데올로기 하에서 노동은 오랜 세월동안 유배되어 있었어요. 1987년 민주 화의 봄은 왔지만 노동은 여전히 해방되지 못 한 채 잔인한 시장에 던져졌지요. 그래서 오 랜 분단과 독재정권의 가장 큰 희생자가 바로 노동자였고, 그 이후에 들어선 민주정부의 시 장 만능주의적 신자유주의 정책에 따른 최대 의 피해자였죠. 그러니 97년 IMF구제금융 이남신 센터소장 의식과 자각 속에서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기 치를 들었기에 2000년도에 민주노동당이 창 당되었습니다. 창당된 지 만13년째 되고 있 지만 아직까지 노동을 대변하고 노동의 위기 를 해결할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을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현실이자 과제이도 하며 아직까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문 제의 본질이기도 합니다. 26

27 미조직된 비정규직의 조직전략화 과제와 노동정치의 새로운 전망 및 주체의 재구성 심상정_노동정치가 제대로 복원되고 노동정 치가 힘을 갖고 결국 대안세력이 되어서 국 민들이 위임한 권력 자원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기 전까지는 사실 어려운거죠. 그렇다고 보 고 지금 그 진보정당조차도 사실은 노동의 대 표성을 갖는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제가 환경노동위원회를 선택한 것도 정치인 으로서 삶의 뿌리, 진보정당의 뿌리를 거기 에서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는 각오가 깔려있 는 것입니다. 이남신_진보정치, 진보정당까지 쭉 말씀해주셨 는데, 한편으로는 넓게 보면 양대노총입니다만 민주노총과 산별노조 그리고 거기에 소속된 조 직된 비정규 당사자들의 역할과 몫도 여전히 중 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 게 생각하십니까. 심상정_결국은 산별노조라는 것이 노동자들 의 계급적 단결을 조합 운동차원에서 실현하 는 무기인데, 대부분 산별을 지향했지만 여전 히 기업별 교섭력이 중심이 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계급적 단결을 기초로 하는 노사관계는 아직 확립되어 있지 못하죠. 그 속에서 더더 욱 노동 내부의 분화와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고 보고요. 또 하나는 사실 산별노조가 의미 있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그 정치적 파트너 인 진보정당, 노동자 정당과의 파트너십이 제 대로 형성될 때 가능한 것입니다. 그런데 우 리는 진보정당이 그런 산별 수준의 요구와 정 책을 담보하기 어려운 취약한 구조였기 때문 에, 거꾸로 말하자면 또 산별노조의 힘 있는 전환이 촉진되지 않았다는 두 가지 측면이 다 존재하는 거죠. 지금은 이미 말기암처럼 고 용의 형태도 너무도 다양한 형태로 비정규직 화 되어 있고, 노사관계도 시장의 힘이 절대 적 우위에 있으면서 기업별 체제가 숨쉬기 어 려운 단계까지 가고 있죠. 이런 면에서 노동의 어떤 전략적 판단이 필요 한 시기라고 봅니다. 한 축으로는 지금 조직 밖에 있는, 제도 밖에 있는 다수의 미조직 비 정규직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하는 조직전략 기획특집 통합진보당 심상정 환경노동위원회 의원 인터뷰 No July. August 27

28 비정규직, 더 이상 재벌의 꼼수에 맡겨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남신_산별노조와 진보정당이란 양 날개가 다 꺾였다는 우려가 많습니다만 양 날개를 복원할 수 있도록 전화위복의 기회를 잘 만들어내야 할 것 같습니다. 비정규직이 통상 900만 명이라고 얘기하는데 일거에 해결하기 힘든 대단히 어려 운 난제입니다. 입법을 책임지고 있는 환경노동 위 소속 의원으로서 고심이 많으실 것이라 생각 합니다. 임기 내에 꼭 해결해야겠다는 입법과제 를 세 가지로 축약해서 말씀해 주시죠. 심상정_일단 가장 중요한 게 헌법에 보장된 노동권이 적용될 수 있어야 하는 겁니다. 그 래서 스스로 문제 해결의 주체로 설 수 있도록 과 또 한 축으로는 그 부분의 어떤 새로운 단 결을 촉진할 수 있는 제도개선 등을 뒷받침할 수 있는 노동정치의 새로운 전망을 만들어내 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이것이 무정부주 의적으로 기존의 것을 다 제로상태로 만드는 청산주의로는 가능하지 않고 지금 있는 성과 들을 최대한 새로운 전망 속에 다시 세울 수 있도록 대대적인 혁신과 주체의 재구성이 필 요하다고 보는 거죠. 단결권을 강화시키는데 우선 가장 비중을 둬 야겠습니다. 그럼 노동조합법 개정일 텐데, 특수고용 문제를 비롯하여 비정규직 대부분 이 자신들의 처지를 개선할 수 있는 수단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해결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겠습니다. 두 번째는 고용이죠. 결국 비정규직이 문제가 되니까 문제는 고용인데, 고용이 단절된 고용불안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고용의 원칙을 상시 고용의 원칙, 비 정규직의 사유제한 이런 형태로 비정규직 문 제를 말하자면 입구부터 틀어막는 방안을 내 28

29 와야겠다는 거죠. 세 번째 사회안전망 체계 를 아주 촘촘하게 만들어야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고용보험, 각종 사회보험의 사각지대 를 해소하고 그 부담의 형평성을 제거하며 최 저임금의 최저 생계비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개정안을 제출하겠다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가 가장 중요하겠고요. 이와 함께 취 약한 정치적 역량을 보완하기 위해서 ILO협 약과 같이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협약이 비준 될 수 있도록 의제화, 공론화를 선도해 나가 려고 합니다. 노동권 고용불안정 해소 사회안전망 확보와 기업의 고용관행변화에 따른 강력한 노동행정 이남신_저희 센터도 올해 사용사유제한을 기간 제로 한정하지 않고 간접고용이나 특수고용인 경 우까지 포함해서 상시업무인 경우에는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주장하며 고용관행을 바꾸자고 해오 고 있습니다만. 심상정_그 문제 관련해서 많은 논란이 있었 는데, 더 이상 교통사고를 신호체계가 잘못 되었다든지 또 운전자과실로 몰고 가서는 안 되고 과열된 엔진이 장착된 자동차를 폐기해 야 된다고 봅니다. 이제는 고쳐서 갈 수 있는 상태를 넘어섰다는 거죠. 지금 한국 사회에서 비정규직 문제는 비정규직의 사용사유제한을 중심으로 하되 풍선효과나 아랫돌 빼서 윗돌 막는 식이기 때문에 입구와 출구를 다 잘 봉쇄 할 수 있는 그런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하죠. 이남신_상시업무인 경우 직접고용 정규직화가 강력하게 노동시장 내에서 관철된다면 풍선효과 도 최소화되고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는 굉장히 이상적인 모형이 되겠습니다. 그러나 한국현실은 오랜 분단과 독재정권의 가장 큰 희생 자가 바로 노동자였고, 민주정부의 시장 만능주의적 신자유주의 정책에 따른 최대의 피해자였죠. 그러니 위 기가 도래할 때마다 그 위기 극복의 희 생양인 셈이었죠. 그 반대로 되고 있습니다. 최근 현대자동차 불법 파견 정규직화나 직영계약직 전환 문제에서 드러 났듯이 가장 뜨겁게 쟁점이 되고 있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가 우선 해결과제로 부각되고 있 습니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뭐라고 보시는지요. 심상정_말하자면 북쪽문 닫으면 남쪽문 열고 남쪽문 닫으면 동쪽문 열고 이렇게 하기 때문 기획특집 통합진보당 심상정 환경노동위원회 의원 인터뷰 No July. August 29

30 에 기업들의 꼼수가 극에 달하고 있어요. 지 난 2월에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최병승 씨가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판결을 받았고 6월초에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복직판결을 받았죠. 거 기에 현대차가 다시 행정소송을 제기했는데 그 전에 대법판결을 받는데 7년이 걸렸어요. 다시 이 소송을 끌면 언제 끝날지 몰라요. 이 런 판결이 대법원에서 나오니까 간접고용 노 동자들의 정규직화를 막기 위해서 1564명 사 내하청 노동자들의 도급계약을 해지하겠다는 게 현대자동차예요. 우리나라 기업들의 아주 상징적인 행태죠. 제가 보기에는 기업의 간 접고용 문제를 해결하는 법 개정도 중요하지 만 기업의 왜곡된 비정규직 채용관행에 대한 행정지도도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우리나 라 현실에서는 법보다 주먹이 항상 가까웠어 요. 법으로 가면 이게 부지하세월이고 이미 뭐 인생 다 파탄난 후에 결과가 나올 정도니 까요. 우리나라 사법질서가 반노동 친기업적 이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제도개선은 하더라 도 이런 기업들의 채용관행들을 입구에서부 터 막는 강력한 노동행정이 뒤따라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또 하나는 이제 재벌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제하는 강력한 재벌개혁 플랜도 함께 가동 을 해야 된다. 그래서 예를 들면 질 좋은 고용 을 얼마나 창출하느냐, 세금을 얼마나 잘 내 고 중소기업에 원 하청 등 공정거래를 잘 하 느냐, 환경과 여성정책의 기준들에 얼마나 부 합하느냐 등을 가지고 정부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제해 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그 내용 중에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직 채용을 주요한 지표 로 넣어서 말하자면 사회적 또는 제도적 압박 을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제가 해보고 싶은 일입니다. 30

31 특수고용직의 노동자성을 법률적으로 인정 청년푸어 를 막는 로제타 플랜 절실 이남신_건설-화물 공동투쟁본부 파업도 진행이 되고 있고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문 제, 인권보장 문제가 사회적 쟁점화 되고 있는데 관련해서 말씀해주시죠. 심상정_언어가 논쟁의 프레임을 결정한다고 봐요. 그래서 특수고용형태의 근로종사자라 는 말은 결국 이들을 노동자로 인정할 수 없 다는 인식하에 나온 말이기 때문에 우리는 특 수고용직노동자라는 용어부터 정착시켜야 된 다고 보고요. 같은 노동자라는 인식 속에서 이제 당연히 법 개정을 통해 노동자성을 법률 적으로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가 장 중요한 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보장하 는 것이고 2011년 3월 ILO에서 결사의 자유 에서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노조활동을 허 용하도록 권고한 바가 있습니다. 그래서 노 조법 2조 개정이 필요하다고 보고요. 더불어 산재보험의 전면적용을 위한 관련 규정 개정 법률안을 현재 준비했어요. 앞으로 ILO협약 98호 조약 비준 촉구 동의안도 제출할 예정이 고요. 그래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특수고용노 동자 기본권 인정을 위해 활동할 예정입니다. 이남신_청년유니온을 비롯해서 당사자 운동은 활발합니다만 실제로는 미조직 영역이 굉장히 넓 은 대표적인 취약 노동자계층이 청년들입니다. 사실 이 문제도 비정규직 문제와는 동전의 양면 으로 날로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청년 비정규직 문제와 실업대책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 심상정_지난 5월 통계청 자료를 보면 청년실 기업들의 채용관행들을 입구에서부터 막는 강력한 노동행정이 뒤따라야 하 며 정부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 을 동원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 제해 나가야 합니다. 업률이 8%로 나와 있어요. 그 8%대로 5개월 째 유지되고 있어요. 그만큼 우리 사회 청년 들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얘기고요. 청년푸 어 라는 말에 주목해야 된다고 봐요. 기업이 사회적으로 존중받아야 되는 이유는 양질의 고용을 책임지기 위해서인데 그런 고용에 대 한 책임을 방기하고 이윤 추구만 하는 것은 한 기획특집 통합진보당 심상정 환경노동위원회 의원 인터뷰 No July. August 31

32 마디로 악덕기업이죠. 사회적으로 존중할 이 유가 없는 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보다 적극 적인 방안이 필요한데 많이들 이야기하고 있 지만 벨기에의 로제타 플랜 과 같이 청년의 무고용과 같은 대책도입이 필요하다고 봅니 다. 기업에서 일정하게 청년고용을 의무적으 로 부담하게 하는 방법이 되겠죠. 심상정_기업이 스스로 책임을 지지 않으면 사 회적 합의로 청년의 미래를 위해 투자를 해야 게 하는 겁니다. 하지만 그 동안 대기업의 심 기를 건드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했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었던 거죠. 결론적으로 강력한 정 책과 영향력으로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하게 하고 중소기업이 탄탄한 일자리를 확대할 수 있도록 해야 되는 겁니다. 무궁무진해요. 문 제는 의지와 힘이라고 저는 보는데 저희는 의 지는 확고한데 힘이 좀 부족한 상태입니다. 어느 사회든 역사적 맥락 속에서 제도가 발전한다 이남신_과제는 산적해 있고 또 한편에서는 여러 가지 입법안은 가지고 있는 셈인데, 관철할 수 있 는 입법전략이 필요한 거잖아요. 민주통합당을 위시해서 원내에서 비정규직과 관련해 실질적으 로 현실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어야 하는 돼요. 그리고 그 책임의 일부를 기업이 나누 도록 해야죠. 또 하나는 정부가 여러 강력한 수단을 가지고는 있어요. 중앙정부든 지방정 부든 조달 사업들이 있기 때문에 일단 좋은 일 자리 육성제도 등을 도입해서 청년, 여성, 장 애인분들의 정규직 고용이 높은 곳을 우대하 는 정책들을 활용하는 겁니다. 그리고 대기업 의 불공정 거래 근절과 중소기업의 좋은 일자 리 기반을 확충하는 정책 등을 제대로 실천하 데 어떤 복안을 가지고 있는지요. 심상정_일단 비정규직 문제를 포함해서 노동 문제가 사회적 시대적 과제가 되고 있다는 것 이 가장 큰 뒷심 이라고 보고요. 그 조건하 에서 올해 특히 대선정국에서 민주통합당과 의 야권연대를 정책공조에 적극적으로 활용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두 번째 더 중요한 것이 통합진보당이 노동의 어떤 대표 성을 확대해서 더 큰 힘으로 거듭나는 것이겠 32

33 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노동자 정 치세력화 시즌2도 물론 힘 있게 시작돼야 한 다고 봅니다. 이남신_입법정책과제 중심으로 말씀해 주셨는데 요. 재능 등 정리해고 투쟁사업장과 같은 비정규 장기투쟁사업장들이 많이 있습니다. 현안문제와 관련해서 내가 주도적으로 해결해야겠다는 부분 이 있으시다면요. 심상정_의원실에 하루에도 많은 분들이 찾아 오고 하는데, 그 모든 문제를 하나하나 낱개 로 해결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절박한 노 동현실을 상징적으로, 가장 효과적으로 국회 내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는 이슈를 중심으로 할 수밖에 없어요. 그게 쌍용자동차 문제고 쌍용자동차 문제해결을 위한 의원모임을 발 족시켜 공론화에 들어가고 있고요. 더 중요하 게 보고 있는 것은 적어도 생명권이 훼손되는 기업이나 산업현장은 안된다. 그래서 삼성전 자 백혈병 문제 등을 정말 책임 있게 다뤄보고 싶습니다. 그 다음으로 지금 언론노조가 파업 중인데 이런 부분들도 어느 정도 조력을 할 수 있을 지 검토를 하고 있습니다. 이남신_낱개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정확한 진 단이신데, 어쨌든 현장에서는 여러 가지 기대가 큰 만큼 현장 행보를 촘촘하게 할 필요가 있지 않 을까 생각합니다. 대선정국의 노동문제는 사회적 시대적 대세 소통의 플랫폼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이남신_저희 센터도 그렇고 불안정노동 철폐연 대도 그렇고 작지만 비정규문제에 천착해서 10 여년 이상 열심히 달려온 노동단체들 또는 활동 의원실은 플랫폼입니다. 노동현장의 여러 조직들, 연구자들, 비정규센터, 노 동단체와 포괄적으로 소통하고 격의 없이 협의해가면서 정책과 사업계획을 만들어 갈 생각이에요. 가들이 있습니다. 원내 입법과 관련해서는 사실 거리가 좀 있긴 합니다만 격의 없이 소통할 수 있 는 틀거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떻 게 생각하시는지요. 심상정_저희 의원실은 플랫폼입니다. 노동 관련해서 애쓰고 있는 현장의 여러 조직들이 나 연구자들이나 비정규센터, 노동단체 이런 분들과 포괄적으로 소통하고 격의 없이 협의 기획특집 통합진보당 심상정 환경노동위원회 의원 인터뷰 No July. August 33

34 해가면서 정책과 사업계획을 만들어 갈 생각 이에요. 특히 노동현장의 토론회, 기자회견, 기획행사, 자료확보 등 다양한 요구들이 있는 데 이런 부분들에 대해 제 실무력의 한계를 능 동적으로 메워가면서 심상정과 심상정의원실 을 최대한 활용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 다.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인가, 또 어떤 사업을 함께 해 나갈 것인가는 여러분들이 주체적으 로 고민하셔서 제안을 하고 만들어간다면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심상정 의원이 왜 이건 안하냐, 저건 안하냐 이런 것 보다는 심상정 이름으로 이걸 하자 저걸 하자 이렇게 구체적으로 함께해 주시기 바랍니다. 마음으로 시작을 하는 거니까 지켜보지 말고 뛰어들어서 함께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남신_많이 바쁘신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립 니다. 이남신_저희 센터 이사시기도 한데요. 센터 회원 들과 비정규노동자들에게 하시고 싶은 이야기 있 으면 좀 해주시죠. 심상정_비정규노동센터 이사인데 이사노릇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죄송하고요. 우 리 센터를 중심으로 함께 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또는 노동조합에도 제가 항상 무거운 마음의 빚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마주하고 있 습니다. 사실 그 동안에 효과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고 부족한 게 많았습 니다. 그래서 우리 고통 받고 있는 여러 동지 들과 우선 심적으로, 심정적 유대부터 시작 해서 어렵지만 힘을 내서 한번 해보자 그런 34

35 이 책은 이제껏 그의 시에서 볼 수 없었던 송경 동 시인의 숨겨진 이야기를 엮은 것이라 할 수 있 다. 자본주의라는 괴물에게 자신들의 감정을 강 탈당하고 현실이라는 코뚜레에 이끌려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을 대신해 울고 있는 송경동 시인을 통해 우리는 삶의 절망을 뛰어넘어 희망 이라는 새로운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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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기획특집 2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세계 최고의 공항상 에 그늘진 거위의 꿈 조합원 1700명의 날개를 달고 비상하다 12년간 정규직화를 꿈꾸지 않았던 정규직을 향해

38 한국평균 비정규직의 비율을 비웃기라도 하듯, 평균치의 무려 40% 가량을 상회하는 87.4%가 상시지 속업무를 비정규직으로 메우고 있는 사업장이 있다. 그야말로 유명하고 자랑스럽기만 한 줄 알았던 인 천국제공항공사였다. 2005년부터 7년 연속으로 세계 최고의 공항상 을 받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위용 뒤에는 개항이후 12 년째 용역업체에 소속되어 일해 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피와 땀이 숨겨져 있었다. 주여 알고 있습니 까, 이 사실을. 하늘은 알고 있습니다. 사용주여 알고 있습니까. 매일 같이 수십 편씩 뜨고 지는 비행기를 바라보며 비정규직인 노동자도 이 제는 고공비행을 시작합니다. 우리는 날고 싶습니다. 인천공항지역지부와 만난 날, 그곳은 하늘을 날고 싶은 조합원들의 아우성으로 가득 찼다. [인터뷰 진행 이남신 소장/ 정리 강성숙 편집국장] 인천공항지역지부, 지금은 내부수리 중 조합원 1700명으로 구성된 비정규직노조 이남신_공공운수노조에 소속된 인천공항지역지 부에 대해 한성권 수석부지부장님이 전체적인 설 명을 좀 해 주시죠. 한성권_인천공항지역지부 설립은 2008년도 설비, 부대교통, 플랜트, 특경대 4개 지회로 시작을 했고 조직 확대를 통해 전력, 토목지 회와 세관분회로 늘었죠. 소방대, 탑승교, 버 스, 승강설비지회는 처음에는 기업노조였다 가 나중에 지부에 편입되었어요. 환경지회는 2010년도에 투쟁하면서 조합이 형성이 된 거 고요. 앞으로도 더 늘어날 수 있겠죠. 회1분회로 구성이 되어 있군요. 전체 조직규모와 현황은 어떻습니까? 한성권_현재는 1700명가량이 지부 조합원 이고요. 지금까지는 운영위 체계로 지회장들 이 모여 결정하고 집행해왔다면 이제는 조직 국과 사무처로 바꾸려는 과도기에 있습니다. 이남신_전체 조직 가입대상은 몇 명이죠? 탑승 교지회 조웅길 지회장님이 설명해주시죠. 조웅길_39개 아웃소싱업체의 5950명이 가 입대상입니다. 그 중 12개 아웃소싱업체가 가입을 했고 올 초 대량 해고 문제로 매스컴 에 알려졌던 세관분회가 있습니다. 지부 조합 원 가입률이 30%에 육박합니다. 이남신_그럼 현재 인천공항지역지부는 12개지 이남신_대단히 어려운 조건에서 조직화의 계기 가 있었을 텐데요. 38

39 한성권_노동조합이 생긴 건 2001년도였죠. 처음엔 기업별노조로 시작을 했고 2003년과 2004년 사이에 간접고용 비정규직연대를 만 들었어요. 그 전에는 공항노조협의회 체계가 있었고 공항공사 노동조합이 같이했죠. 현재 의 인천공항지역지부를 설립하기 전에까지 는 직가입노조로 민주노총 인천본부에 소속 이 되어있었고요. 공항공사노조도 인천본부 에 소속이 되어 있다가 저희가 가입을 하니 까 공공운수노조로 옮겨가더라고요. 다시 저 희가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로 명함 을 바꿀 때 몇 달 후 공항공사노조는 한국노 총으로 바꾸더니 이제는 국민노총으로 변경 했더라고요. 공항공사노조는 조합원 대상이 600여명 정도 되고 그중 조합원이 약 80% 정도 됩니다. 39개 아웃소싱업체 6천여명 상시지속업무 간접고용이지만 공항공사의 지배개입 심각 이남신_비정규직 문제가 상당히 심각한데요. 인 천공항의 구조가 처음부터 그랬는지 과정을 좀 말씀해주시죠. 한성권_공항공사 설계를 할 때부터 공항공사 는 민영화를 목적으로 지은 것이라고 했어요. 그래서 개항할 당시에는 아웃소싱업체를 통 해 4000명을 파견 관리하여 상시지속업무를 해오도록 했죠. 현재는 그 인원이 6000명으 로 늘어난 겁니다. 이남신_인천공항이 2001년 3월 개항하여 만11 년이 되었네요. 공항을 지을 때부터 민영화를 염 두에 두고 아예 아웃소싱업체들을 통해 주요업무 들을 외주화했다는 거네요. 조웅길_설계단계부터 아웃소싱으로 설계가 되었고 2012년 현재 공항공사 정규직을 포 함해 그 중 87.4%가 비정규직이고 현장은 100%가 비정규직인 셈입니다. 이남신_지금 인천공항의 비정규직들이 맡고 있 는 업무 자체가 굉장히 중요한 업무들로 생각됩 니다만 외주화한 기준이 뭐죠. 한성권_인천공항에서 항공기 운영과 직간접 적으로 관련 있는 탑승교, 경비보안, 설비 유 지보수, 소방, 청소 등 주요 업무를 39개 업 체의 간접고용 비정규직 신분으로 수행하고 있지요. 정규직이 맡고 있는 업무는 관제탑과 관련된 비행기 뜨고 내리는 부분만 빼고는 사 실 통신까지 다 외주라고 보시면 됩니다. 한 마디로 인천공항을 유지 운영하는 상시지속 업무는 모두 비정규직의 몫입니다. 이남신_그럼 구체적으로 인천공항공사의 비정규 직과 관련된 심각성을 좀 얘기해주시죠. No July. August 39

40 조웅길_먼저 지배개입의 문제인데요. 각 아 웃소싱업체의 현장대리인들이 공항공사 담당 부서에서 상시적 업무보고와 업무지시를 받 고 추가적으로 소장단 회의를 통해 용역업무 전반에 대한 모든 걸 보고합니다. 상시적으로 인원보고도 하지요. 이런 부분에서 공항공사 가 모든 것을 지배개입하고 있다고 볼 수 있 죠. 예를 들면 버스나 전력은 공항공사 직원 이 파견 나가서 업무지시까지 하고 있어요. 직접적인 개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남신_전부 직접고용되어 있는 직원들이나 마 찬가지네요. 조웅길_그런데, 공항공사의 지배개입에 고용 노동부와 같은 정부 관리 감독 기관들이 12년 간 한 번도 제대로 된 실태조사를 한 것을 못 봤습니다, 되는 경우도 있고요. 노동조합들이 생기고, 비정규연대가 생기면서 우리가 수많은 현장 투쟁을 거쳐서 지금의 인건비를 98%에서 100%까지 받을 수 있게 된 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아웃소싱업체의 정규직 임금 이 비정규직 사업소안의 임금에 포함이 된다 는 겁니다. 그런 아웃소싱업체가 본사에서 파 견한 정규직 급여로는 160%에서 240%사이 를 가져가고 있어요. 이를 두고 공항공사에 서 아무리 비정규직에 대한 인건비 지급률이 98%이상 된다고 해도 아웃소싱업체가 파견 한 정규직의 인건비 지급 비율을 합하게 되 니 100%는 그냥 넘어가는 거죠. 실제로 아 웃소싱업체가 파견한 정규직이 많은 곳은 상 대적으로 비정규직의 인건비가 많이 받으면 98%, 적게 받으면 70%까지 밖에 받지 못하 는 심각한 문제점이 있습니다. 공항공사 외주핵심은 경영효율성 Oh, No. 공항운영비의 인건비 비중은 평균 25% 차지 한성권_시기를 보시면 2007년도에 비정규연 대가 생기기 전에는 인건비 관련해서 문제가 많았어요. 그 전에는 용역비용 중에서 인건 비가 차지하는 게 65%이상이었거든요. 그런 데 그 인건비로 책정된 비용의 70%정도밖에 주질 않는 겁니다. 어떤 경우는 60%밖에 안 이남신_결국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대립하게 만 드는 하나의 요인이 될 수도 있겠네요. 조웅길_인건비 비중과 관련해서, 더 큰 문제 는 공항공사가 얘기하는 아웃소싱을 왜 줬냐 하는 문제에 있어 경영효율성과 분업화의 효 율성이 더 뛰어나다는 점을 꼽습니다. 그런데 사실 39개 업체 현장대리인의 소장단회의를 빼고는 업체들이 유기적인 관계가 되고 있지 못하죠. 사실상 경영의 효율성이 없다는 겁 40

41 니다. 정말 예산절감 차원에서 그렇다고 하 면 다른 공기업이나 정규직 회사를 볼 때, 아 웃소싱 운영비중 인건비 비중이 6,70%를 차 지하거나 적어도 50%를 넘는 되는 게 보통이 죠. 하지만 우리는 공항공사 정규직 대비 비 정규직 인건비가 46%밖에 안됩니다. 그나마 46%도 교통비, 식대, 상여금이 포함된 세전 소싱업체중에 직원들에게 복지차원에서 재투 자하는 업체는 거의 없어요. 공항공사는 그 런 돈은 아웃소싱업체에 줬다, 용역단가에 다 포함되었다고 하지요. 저희가 우스개 소리로 하는 말이 공항서비스평가 7주년 올 때까지 정규직들은 성과급으로 20%를 줬다던데, 정 말 피땀 흘린 비정규직들은 심할 때는 1인당 결국 인건비가 문제되어 예산절감 차원 에서 아웃소싱을 한 이유도 타당성이 없다 는 것입니다. 정말 예산절감 차원이라 면 인건비 비중이 용역단가에서 월등히 높 아져야 해요. 조웅길 탑승교지회 지회장 금액입니다. 그러니 공항운영비의 인건비 비 중이 평균 24,25%밖에 안되죠. 결국 인건비 가 문제되어 예산절감 차원에서 아웃소싱을 한 이유도 타당성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게 정말 예산절감 차원이라면 인건비 비중이 용 역단가에서 월등히 높아져야 해요. 복지차원의 문제는 또 어떻고요. 39개 아웃 KFC 5000원짜리 상품권을 줄 때도 있더라 고요. 정말 인격적 모독이라고 할 수 밖에요. 답습만 반복되는 아웃소싱업체들의 행정행태 재입찰 완화되고 비정규직의 노하우는 쌓여가 한성권_저희는 여기서 노동자로 12년을 근 No July. August 41

42 무했거든요. 근데 아웃소싱업체는 잘해야 장 기 수의계약까지 해서 5년이죠. 어떤 경우는 2,3년 만에 바뀌고 쫓겨나는 회사들도 있어 요. 12년을 근무한 저희들을 공항공사가 외 주화하지 않고 얼마든 정규직으로 직접고용 을 해도 운영이 돼요. 왜냐면 여기서 12년간 갈고 닦은 노하우가 있거든요. 결국은 공항 공사가 책임과 관리를 편하게 하고 경우에 따 라 책임회피 등을 이유로 아웃소싱업체들에 게 맡기는 꼴이죠. 조웅길_외주화의 핵심은 좀 전에도 말씀드렸 듯이 경영의 효율성을 따질 때, 용역을 들어 온 39개 업체가 전부다 해당영역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가지고 입찰에 들어왔다면 말이 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업체들은 뭔가 새로운 변화도 없이 운영체계든 뭐든 기존의 포맷을 그대로 따라 해요. 12년간 행정업무도 행정 인력도 그대로 유지해온 업체도 있어요. 하 물며 입찰이 유찰되는 경우는 자격요건을 더 강화시켜도 부족한 판에 자격요건을 더 완화 시켜 재입찰을 합니다. 이게 경영의 효율화 입니까? 한성권_물론 그런 입찰 관련한 문제도 사실 이지만 정말로 우리가 말하고 싶은 건, 공항 에서 일하는 간접고용노동자가 12년간 한 번 도 직접고용이라고 떠들어본 적이 없다는 사 실입니다. 정규직화 해줘. 이런 소리를 해 본 적이 없어요. 이 안에서 지금 안주를 하고 있는 상태거든요. 실질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 어요. 우리들 주장이 인건비 자체도 100%를 제대로 못받고 고용승계만으로도 힘에 부치 는데 말이죠. 이남신_얼마 전 공항노동자들의 작업환경이나 건강권이 심각하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와 관 련해 비정규직들의 인권이나 건강권, 복지문제는 어떻습니까? 한성권_기본적으로 보시면 아시겠지만 조합 을 운영하는 지부사무실이 지금 위치가 어디 입니까. 공항공사가 관리하는 건물이 아니거 든요. 공항공사가 관리하는 건물 안에 어느 한 곳도 노조사무실이 정식으로 있는 데가 없 어요. 공항공사가 인정하지 않습니다. 노동부에 가서 따지면 근로기준법만 제시하 며 실상 우리를 인간취급하지 않아요. 노동자 가 노조사무실이 있어야 하잖아요. 비정규직 노조 사무실이 공식적으로 있는 곳이 없어요. 조웅길_공항공사가 아웃소싱업체에게 사무 실 등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어요. 그러니 남는 공간은 많아도 꼭 이런 인간 이하의 처 우를 해야 하나 싶습니다. 공간 얘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이지만 솔직히 탈의나 휴게 공간에 대해 할 말이 많습니다. 말이 탈의실이지 안에서 두 명이 등대고 서서 42

43 갈아입을 수도 없을 만큼 비좁아요. 한 사람 씩 대기했다가 갈아입을 정도니까요. 예전에 청소하시는 분들은 휴게 공간, 식사 공간 자 체가 없어서 승객이 뜸한 틈을 타서 화장실에 서 눈치 보며 식사와 휴식을 취했던 게 불과 엊그제의 일입니다. 지금은 그런 공간이 생겼습니다. 그 역시 우 성수기 노동강도 두 배 건강권은 어디에 청소할 때 안전장비에 예산을 절감이라니? 이강선_지회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습니다. 업무강도를 설명하자면 크게 비수기와 성수 기로 로 나뉩니다. 특히 여름휴가 때 손님이 정말 많이 늘어납니다. 작년 기준으로 1일 평 이용객은 증가하는데 인력은 줄고 노동강도는 몇 배씩 증가하고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눈치 보며 간식조차 마음 편히 먹을 수가 없었죠. 이강선 환경지회 지회장 직무대행 리가 한참을 싸워서 쟁취한 것이고요. 공항공 사가 직접적으로 제공한 것도 아닙니다. 그 러니 복지는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되죠. 공항 공사는 아웃소싱업체가 해야 할 부분이라고 하고 업체는 공항공사가 제공하지 않는다고 만 합니다. 균 7만3000명입니다. 이용객과 공항에 근무 하는 모든 직원들까지 합하면 거의 10만이 되 죠. 그 말은 성수기 때는 이보다 숫자가 훨 씬 커진다는 얘기입니다. 그 청소를 400명 이 24시간을 하고 있습니다. 그나마도 인력 이 20% 줄어든 거예요. 이용객은 증가하는 데 인력은 줄고 노동강도는 몇 배씩 증가하고 No July. August 43

44 쉽지 않습니다. 그럼 눈치 보며 간식조차 마 음 편히 먹을 수가 없어요. 마땅한 장소가 없 어 인근에 앉아서 먹으면 왜 저 사람들 저기 앉아서 먹느냐 며 공항공사 정규직들은 직접 적으로 지적은 안해도 아웃소싱업체에 시정 명령을 내립니다. 업체들은 매니저나 조장들 을 통해 지적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징계처 리까지 내립니다. 그리고 세계공항서비스평가인 ASQ라는 게 있어요. 서비스평가이니 청소를 다른 날보다 더 깨끗이 해야 합니다. 평상시에 한 사람이 두 군데 화장실을 청소합니다. ASQ 평가 기 간에는 한 군데만 청소를 해요. 화장실 앞에 서 부동자세로 있어야 합니다. 손님 한 사람 이 들어가면 한 군데 닦고 두 사람 들어가면 두 군데 닦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7년 연속 세계 1위의 최고 공항서비스 업체 로 선정이 되는 데는 이런 화장실을 청소하 고 관리하는 분들의 노고가 숨어있고 그런데 서 점수를 많이 받는 겁니다. 하지만 현장은 청소하는 인력도 줄고 서비스평가 시기에는 더더욱 업무강도가 증가하니 얼마나 힘들겠 습니까. 조웅길_7년 연속 서비스평가 1위를 받은 건 실질적으로는 환경지회에 계신 분들의 노고 가 크죠. 깨끗한 환경을 유지시키는 것이 공 항이미지를 좌우하는데 큰 영향을 미치잖아 요. 공항건물 보시면 공항 외벽이 80% 이상 유리로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환경지회 분들이 유리청소를 하고 계시는데, 여러 가지 안전도구도 미흡하고 청소용품의 유독물질을 처리하면서 보호장비가 지급돼야 합니다. 그 런데 여기에 또 예산절감 차원을 운운합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죠. 이남신_상여금이나 성과급 등 공항공사 정규직 들과의 임금차별이나 복지차별에 대해 구체적으 로 얘기를 좀 해주시죠. 한성권_국민노총으로 변경한 공항공사 노조 원들과 비교하자면 하늘과 땅 차이죠. 왜냐면 평균임금으로 공항공사 연봉이 7700만원입 니다. 우리가 공항공사 정규직 임금의 40% 수준이니까 거의 2.5배 차이가 나네요. 여기 에 아웃소싱업체에서는 본사 정규직을 파견 하여 간접고용 비정규직 인건비 중 일부를 정 규직 임금으로 떼어주기까지 하니 임금수탈 이죠. 비정규직, 공항공사 정규직 임금의 40%수준 아웃소싱업체 정규직, 비정규직 임금 수탈 이남신_지금의 임금제도를 뭐라고 얘기해야 합 니까, 그 전에는 포괄임금제였고요. 한성권_현재는 대부분이 아직도 포괄임금제 44

45 를 사용하고 있고요. 호봉제를 사용하는 경 우는 거의 없습니다. 기본급에 따라 임금이 정해지는 경우는 거의 없죠. 이남신_포괄임금제가 원래 문제가 있는 거잖아 요. 여하튼 계약할 당시의 여러 가지 구성내역과 관련해서 실제로는 그게 아웃소싱업체 노동자들 기에 포함되는데 용역업체들이 5%를 떼어먹 고 있었던 거죠. 그러다가 노조가 투쟁하면 서 불과 2,3년 전부터 지급률이 상승하기 시 작한 거죠. 좋은 용역업체는 자기 이윤만 가져간다고 생 각하고 일반관리비는 노동자들에게 지급하는 곳도 있지만 극소수죠. 근데 기존의 업체들 공항공사가 얼마나 많은 복지를 정규직에게 베풀고 있는지 우리도 정확히 파악하기조차 힘듭니다. 다만 성과급을 매년 수백에서 수 천만원씩 지급하며 공기업 중 평균임금이 최 고라는 것만은 알고 있죠. 한성권 인천공항지역지부 수석부지부장 의 인건비를 수탈해가는 방식으로 악용되고 있다 는 거잖아요. 한성권_2007년도 이전에는 인건비 100%를 다 주지 않았어요. 말하자면 인건비 95%를 준다고 치더라도 이 안에 제경비라는게 들어 가 있었어요. 하계휴가비라든가 체육대회 행 사비, 통신비 등 여러 가지 행사비용들이 여 은 일반관리비, 이윤은 모두 그들의 이윤입 니다. 이제야 겨우 노조와의 협상을 통해 그나마 있 는 100%의 인건비를 지급받고 있는 곳도 전 체로 보면 아직까지는 많지 않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공항공사 정규직들의 성과급 얘기는 아주 많은 박탈감을 느끼게 하죠. 좀 No July. August 45

46 전에 복지차별 말씀하셨는데 공항공사가 얼 마나 많은 복지를 정규직에게 베풀고 있는지 우리도 정확히 파악하기조차 힘듭니다. 다만 성과급을 매년 수백에서 수천만원씩 지급하 며 공기업 중 평균임금이 최고라는 것만은 알 고 있죠. 차이에서 오는 이중차별을 겪고 있는 거네요. 일 차적으로는 아웃소싱업체내의 정규직과의 임금 격차를 해소하려고 노력하는 거고요. 프로젝트계약직, 비정규법 그물망 빠져나가 공항공사와의 직접교섭은 어림도 없는 일 이남신_공항공사가 각 업체에 외주를 주는 거잖 아요. 받은 업체의 정규직이 파견이 된다고 했는 데 이게 2차 하청으로 되는 겁니까. 조웅길_아니에요. 아웃소싱업체가 파견하려 는 인원중 7,80%는 고용승계를 통해 채용하 고 2,30%는 본사에서 정규직으로 파견되어 같이 근무하는 형태입니다. 이남신_비정규직은 현지채용인 거고 파견된 정 규직은 본사에서 낙하산처럼 온 거고 문제는 같 은 사업체 소속인데 처우가 너무 차이가 나니까 문제라는 건가요. 조웅길_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여기 구조는 간 접고용 비정규직에 맞춰진 100% 임금구조인 데 아웃소싱업체의 정규직이 파견되어 비정 규직의 인건비를 갉아먹으니까 문제가 되죠. 이남신_아웃소싱업체내의 정규직과 현장직인 비 정규직과의 격차가 있고 또 하나는 공항공사의 정규직과 아웃소싱업체의 비정규직과의 큰 임금 이남신_계약 형태가 파견 나온 정규직과 현장 비 정규직하고 다른 거예요. 한성권_처음엔 촉탁직으로 계약을 했어요. 1 년씩. 하지만 지금은 비정규법이 제정된 이후 로 그 법을 회피하기 위해 프로젝트계약직을 만든 거죠. 아웃소싱을 프로젝트라 칭하고 간 접고용 비정규직을 프로젝트 계약직으로 한 것입니다. 아웃소싱 기간이 짧게는 3년 길게 는 5년이기에 비정규법의 그물망을 빠져나갈 수 있게 된 겁니다. 이남신_기간제법상으로는 2년 이상이면 정식직 원으로 돌려야 하니까 그걸 피하기 위해 프로젝 트 계약직을 신종으로 마련해서 빠져나갈 구멍 을 만든 거네요. 한성권_중소 영세 기업체에게는 최고의 수주 일 정도로 많은 아웃소싱 업체가 공항공사의 입찰에 사활을 겁니다. 아웃소싱기간이 만료 가 되면 결국 그 아웃소싱 업체는 다른 아웃소 싱 용역을 수행하지 못한다면 아웃소싱 업체 46

47 의 정규직이 되어도 미래는 더욱 암담한 현실 이 됩니다. 불투명한 아웃소싱 업체의 정규직 이 되어서는 안되는 구조가 인천공항입니다. 이남신_아웃소싱업체에 남아도 고용승계가 되어 야 남는 거잖아요. 조웅길_최근 2009, 2010년부터는 업체들이 요. 한성권_그런 곳도 있고 아닌데도 있어요. 3 년으로 딱 못을 박는 경우도 있고요. 1년에 서 3년 기간제로 근로계약을 작성하는 경우 가 많아요. 이남신_고용불안을 해소하려면 직접고용 정규직 아웃소싱업체내의 정규직과 현장직인 비정 규직과의 격차가 있고 또 하나는 공항공사 의 정규직과 아웃소싱업체의 비정규직과의 큰 임금차이에서 오는 이중차별을 겪고 있는 거네요. 이남신 센터 소장 고용승계에 대해서는 거의 인정을 하고 들어 와요. 그 동안의 고용승계 투쟁의 성과로 바 뀐 게 있다면 입찰 때 고용승계를 할 경우는 5%의 가산점을 주는 가산점 제도가 그래서 생긴 거죠. 이남신_그럼 지금은 매년 계약갱신을 하는 거예 화를 하거나 그걸 보장할 수 있는 어떤 정책이 필 요할 텐데요. 한성권_그걸 해결해줄 수 있는 건 공항공사밖 에 없어요. 공항공사가 고용의 문제와 인건비 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가지고 있어요. 그 래서 우리 인천공항지역지부가 함께 해나가 려 하는 것은 공항공사가 직접 나서서 문제를 No July. August 47

48 해결하도록 만드는 일입니다. 이남신_공항공사에 직접교섭요구가 들어가 있 나요. 한성권_예전에 교섭요구가 있었죠. 답변은 매번 똑같습니다. 아웃소싱업체의 직원들이 라는 거죠. 공항공사는 근로기준법이 통용되 지 않는 상법에 의해 업체와 계약이 맺어져 있 지 비정규직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다는 거 죠. 간접고용노동자라고 우리는 주장을 하잖 아요. 공항공사는 그것도 인정하지 않아요. 최근에 또 나온 게 프로젝트계약직이 명시되 어 있잖아요. 신종 계약직인데 기간제법을 회 피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인 거죠. 승객은 늘고 인력은 줄고 직접고용 쟁점화 지회별 임금투쟁의 여세를 지부로 모아모아 이남신_어쨌든 직접고용에서 책임져야 될 부분 과 관련해서 인천지역지부가 처음으로 직접고용 을 쟁점화한 거잖아요. 조웅길_노동조합들이 결성되고 직접고용을 쟁점화 할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계기는 노동 강도가 늘어나는데, 승객이 늘어나는데, 인 력의 증가는커녕 감축되었기 때문입니다. 인 건비는 제대로 다 지급도 안되죠, 아무리 열 심히 일해도 성과급은 공항공사만의 잔치죠, 삶의 변화는 없죠, 비정규직은 미래가 없다고 느껴지는 겁니다. 그러니 미래를 꿈꾸기도 힘 든 곳이죠. 바로 그 문제가 비정규직들을 인 천공항지역지부로 모이게 하는 이유가 될 것 입니다. 희망을 만들기 위해서 말이죠. 한성권_환경지회가 예전에 만약에 100명이 일을 하고 있는데 이용객이 3만명이었다가 6 만명으로 늘었다면 화장실 이용률만 봐도 두 배 이상이 증가하잖아요. 그럼 청소하는 인원 도 늘려야 하는데 인원은 되레 줄었어요. 왜 냐면 2007년 이전에는 용역비용중에 월차와 연차가 다 있었지만 2007년도 주 40시간 근 무제로 바뀌면서 용역비용에서 연차가 사라 지고 대체인력을 주면서 항상 업무를 수행하 기 때문에 일정 인원을 유지하도록 한 거죠. 그게 4%쯤 됩니다. 기성총액이 4%였는데 2009년도에 변동비로 바뀌면서 사실상 지급 이 안되고 있어요. 이유는 업체에서 그 인원 을 쓰지 않고 자기네 이윤으로 가져간 거죠. 조웅길_건강권은 무시되면서 공항자체의 예 산절감을 아웃소싱업체에게 순수하게 떠넘기 고 있는 거죠. 해마다 300억,400억씩 예산 절감을 하고 있거든요. 교대근무자 비율은 줄 이고 일근자를 늘리면서 비용을 줄이고 노동 강도가 심화되는 것은 신경조차 쓰지 않고 아 웃소싱업체의 이윤2%, 경비2%를 줄입니다. 그러면 아웃소싱 업체는 그 비용을 보전하기 48

49 위해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인건비 등에서 가 져가게 될 수밖에 없어요. 아니면 그나마 아 주 조금 있는 아웃소싱업체의 복리마저도 줄 이게 되는 결과가 나옵니다. 예산절감은 비정규직의 허리띠를 졸라서 국회로 감사시즌을 준비한다 이남신_문제점은 어느 정도 짚어졌는데 조직화 관련해서 전반적인 분위기나 성과들을 말씀해 주 시죠. 조직화된 1700명이 남은 4000여명에 대 해 조직을 확대해 나가야할 텐데요. 조웅길_일단 과도기에 있는 만큼 조직개편을 통해 틀이 잡힌 노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 리고 미조직 간접고용 비정규직들의 사정은 대동소이한 만큼 소식지를 통해 선전전을 지 속적으로 전개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처 음에는 그냥 버렸던 소식지를 이제는 꼼꼼하 게 다 읽어보시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리고 우리들끼리만 통하는 대화가 됩니다. 동병상 련이라고나 할까요. 그렇게 해서 6000명의 비정규직중 3000명만 조합에 가입한다고 하 면 인천공항 비정규직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그때는 고공비 행을 할 수 있겠죠. 이남신_올 초에 세관분회 투쟁의 영향도 있는 건 가요. 한성권_있죠. 그 당시 세관분회분들의 집단 해고였는데, 입찰관련해서 고용승계가 문제 No July. August 49

50 되었던 것입니다. 그 투쟁이 승리하면서 아무 래도 영향력이 컸습니다. 그걸 바라보는 수많 은 미조직 비정규노동자들의 얼굴에도 희색 이 만면하더라고요. 그분들이 현장에서 보여 주었던 응원을 우리는 아직도 기억합니다. 그 리고 기대합니다. 이남신_앞으로의 조직화 계획이나 현안 투쟁 계 획 있으시면 말씀해 주시죠. 한성권_전력지회, 토목지회, 소방대 지회는 공통적으로 인건비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아 임금협상을 하고 있는데, 100% 임금지급에 대한 요구가 수차례 묵살되는 등 협상이 파 행으로 가고 있습니다. 인천공항지역지부를 중심으로 총력투쟁하여 꼭 쟁취해야죠. 분명 이 투쟁은 아웃소싱의 문제에서 불거져 나온 것입니다. 최고의 해결방안은 결국 정규직화 인거죠. 이남신_최근 국회토론회를 통해서 쟁점화 되기 도 했는데요. 올해 투쟁 계획에서 하반기에 결정 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 시죠. 한성권_올 10월말 국정감사시즌을 통해 국회 에서 국토해양부 소속 국회의원들이 직접 들 어와 확인을 할 겁니다. 그때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우리는 산별로 전환한지 얼마 안된 과도기에 있습니다. 정말 제대로된 투쟁을 위 해 만반의 준비를 기하고 싶습니다. 그럼 국 정감사시즌에 앞서 우리의 상황을 알려내는 현장 투쟁과 외부의 집회도 가질 계획입니다. 이남신_국정감사에서 쟁점화 할 핵심이슈는 최 소한 아웃소싱업체 수준에서라도 직접고용 정규 직화를 해야 한다는 겁니까. 거기서 잘 모아지면 공항공사에 대한 원청 사용자성 책임 등을 별도 로 추진하고요. 정규직화를 꿈꾸지 않았던 비정규직의 꿈 우리도 하늘을 날고 싶다 정규직을 향해 조웅길_아웃소싱업체 정규직화는 좀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39개 아웃소싱업체 중에 일부 업체 빼고는 대부분 영세업체입니다. 어떤 경우는 명의만 있는 업체도 있고요. 그 런 업체들은 이곳에 사활을 걸고 온 업체들 입니다. 결국 우리는 아웃소싱업체 정규직화 는 성립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됩니다. 우 리의 목표는 오직 공항공사의 직접고용 정규 직화입니다. 한성권_예산절감 차원이란 말도 결국은 인천 공항공사가 자신의 허리띠를 졸라매는 게 아 니고 아웃소싱업체의 허리띠를 졸라매어 만 든다는 사실이 이미 드러났습니다. 50

51 이남신_처우개선과 관련해서는 현재 아웃소 싱업체내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가 있 기 때문에 임금인상이나 여러 가지 기업복지 를 개선하라는 것이고, 고용과 관련해서는 아 웃소싱업체가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건 실익도 없고 처우가 악화될 수도 있기 때문에 공항공 사가 직접 채용을 하라, 직영해라 이런 의미 인 거죠. 조웅길_앞서 말씀드렸듯, 아웃소싱업체의 정 규직화는 엄청난 문제가 생깁니다. A라는 업 체에서 용역기간 3년을 일하고 정규직이기 때문에 따라가야 한다면 결국 공항에는 남아 서 일할 숙련공이 없어지기 됩니다. 엄청난 업무의 공백상태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게 되 겠지요. 이남신_그게 큰 싸움이잖아요. 공항공사가 그런 사안을 쉽게 받아들일 리 만무하고 우리나라 입 법체계상 만만치 않고요. 현대자동차의 경우를 봐도 쉽지 않은 양상인데요. 또 공항공사가 공기 업이기 때문에 더더욱 어려운 문제이고 지난한 싸움이 될 수도 있겠네요. 조합원의 의지는 어떻 습니까? 조웅길_처음부터 아웃소싱 간접고용 비정규 직 노동자들은 직접고용 정규직화는 꿈도 꾸 지 않았어요. 우리는 아웃소싱업체의 고용승 계 문제로도 쉽지 않았고요. 그런데 전문가 들의 연구보고에 따르면 공항공사가 비정규 직들을 직접고용해도 예산상에서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런데다 그 걸 조합원들과 함께 토론하고 대화하고 선전 하고 공감대가 형성되자 호응도가 높아졌습 니다. 국회토론회 때 말씀드렸듯이, 인천공 항 같은 경우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프로젝 트 계약직 등 이전보다 더한 새로운 편법을 연구하고 적용하여 비정규직의 온상처럼 만 들어가고 있어요. 우리가 바라는 건 현장에 서의 싸움이 너무나 어렵기 때문에 일단 선전 과 홍보를 해내는 겁니다. 현장도 중요하고 정치권을 통한 법 제도 개선도 함께 발맞춰 가야겠죠. 아마 여기 인천공항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대한민국 전반의 비 정규직 해법을 찾는데 좋은 길잡이가 되지 않 겠나 싶습니다. 이남신_외형으로만 보면 7년 동안 세계 최고 의 서비스 공항이었잖아요. 고용과 관련해서는 87.4%라는 비정규직 수치는 정말 수치스러운 거 거든요.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단체 들 노동단체들 정치권과 함께 더불어 공동대책을 강구하도록 해야겠습니다. 저희 센터도 함께 노 력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No July. August 51

52 누 가 나 에 게 이 길 을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 Occupy 현장 비정규직의 지혜를 찾아서 52

53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 저는 노동운동을 해야 되겠다. 라는 청운의 꿈을 품고 90년대 중반 울산에 내려갔어요. 공장에서 일 을 하다가 노동조합을 배운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아예 노동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품고 간 거죠.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은 처 음부터 그랬다. 노동운동을 목적으로 현장에 뛰어 들었다가 도돌이표를 달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 다. 몸으로 체득된 관점을 가지고 다시 현장을 찾 아 나섰던 그가 찾는 변방은 없었다. 현장에는 중심 만이 있을 뿐이다. 현장은 그곳이 변화의 공간이고, 창조의 공간이며, 생명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현장 에는 중심만이 존재한다. 취재 글/서정현 KBS계약직협회 울산하면 생각나는 사업장들 몇 개 있죠. 현대 자동차,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그런 곳들에 일단 하청으로 취업해서 짧게 공장생활 을 했어요. 당시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 조합을 만든 사례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쟁하는 걸 옆에서 지켜보거나 지 원했죠. 그렇게 2005년 무렵까지 울산에 한 10 년 가까이 있었어요. 비정규직 운동을 처음 만 난 건 2000년인데, 이미 노조들이 만들어지기 이전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소소하게 이런저 런 저항이나 투쟁을 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렇 게 지원병으로 일을 하다가 2003년에 울산 현 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가 만들어지면서 전격 적으로 비정규직 노조와 관련된 일들을 전업으 로 시작했어요.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이하 전비연)의 준 비 단계가 2004년 초에 꾸려졌죠. 그때 제가 전비연 준비위원회 사무국장을 맡았고 2005년 공식 출범 때는 초대집행위원장이 됐어요. 전비 연도 내후년이면 10년이 다 돼가네요. 2006년 에 울산 생활을 마감하고 서울에 올라와 떠돌이 로 지냈어요. 지방에 워낙 비정규직 사업장들이 많으니까 돌고 도는 생활을 좀 하고 있습니다. 학생운동에서 노동투쟁, 또 노동현장으로 제가 겉으론 나이가 많아 보여도 사실은 나이가 그리 많지는 않아요. 나름 전교조 세대라서 고 등학교 다닐 때 전교조가 만들어지고 선생님들 이 해직되는 걸 보게 되었죠. 그래서 고등학생 때도 학생운동 비슷한 활동들을 좀 했어요. 운 동을 지워놓고 꿈이라면 스티븐 호킹 같은 진짜 물리학자가 되고 싶었죠. 고등학교 졸업하자마 자 공장에 들어간 친구, 군대 간 친구 등 여러 부류가 있었는데, 저는 눈이 안좋아서 군 면제 판정을 받았어요. 친구들은 군 문제 등으로 상 당히 고생했는데 저는 그런 것이 없다보니 현 장으로 가봐야겠다 고 빨리 마음먹게 되었죠. 결정적인 계기는 93년 결성된 전국민주노동조 합총연맹해고자복직투쟁특별위원회(이하 전해 투)가 원진레이온과 함께 투쟁할 때였어요. 원 진레이온이라는 비스코레이온 만드는 공장의 노동자들이 직업병과 기타 문제 해결을 내걸고 No July. August 53

54 누 가 나 에 게 이 길 을 서울 도심에서 엄청난 시위를 벌이고 있었죠. 원진레이온이 엄청난 직업병 공장인데, 전해투 가 그 투쟁에 결합하면서 든 생각이 있었습니 다. 책으로만 접하던 변혁이니, 노동운동이니, 노동자계급이니 이런 것들을 시위 현장에서 팔 뚝질로만 끝낼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과 술도 한 잔 하면서 그 분들이 살아온 삶의 궤적을 더 듬어 보겠다고요. 그리고는 야~이거 뭐 직접 공장으로 한번 가봐야 되겠다. 는 결정적인 계 기가 생기더군요. 노동자 도시 울산과의 만남 그리고 슬럼프? 무작정 내려갔어요. 물론 가 기 전에 연습은 해야 되지 않 을까 해서 구로공단의 이런 저런 공장들에 잠깐씩 취업 도 해보고, 주야 맞교대 생 활도 좀 해봤습니다. 막상 울산에 가니까 이건 정말 도시 자체가 완전히 노동자 도시더군요. 첫인상은 뭐든 다 크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한마 디로 거대한 공장과 노동자 도시예요. 정말이지 공장이란 게 이렇게 넓은 곳이구나 싶었고 부지 안에서 차를 타고 다녀야만 공장을 다 볼 수 있 었죠.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거대함이 지닌 위 용 같은 게 느껴졌다고나 할까요. 이제 이 거대한 도시에서 제대로 한번 발붙이고 살아보자며 지냈는데 중간 중간 때려치우고 싶 을 때가 오더라고요. 일도 힘들고 활동의 의미 는 잃어버린 듯, 생각대로 노동자들이 조직화되 거나 투쟁으로 일어서려는 것 같아 보이지도 않 았고요. 가끔 추석이나 설에 집에 올라가면 부 모님이 넌 도대체 뭐하는 놈이냐. 부터 시작해 서 가족들의 탄압으로 인해 더더욱 그만두고 싶 은 순간이 적지 않았습니다. 변혁이니, 노동운동이니, 노동자계급이니 시위 현장에서 팔뚝질로만 끝낼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과 술도 한 잔 하면서 그 분들이 살아온 삶의 궤적을 더듬어 보겠다고요. 그런데 어느 날 생각지도 못했던 평범한 노동 자들이 찾아와서 뭔가 해봤으면 좋겠다며 도와 달래요. 난다 긴다 하는 활동가들보다 그런 평 범한 노동자들이 뿜어내 는 에너지로 인해 포기하 려던 마음을 다잡게 되더 라고요. 실은 활동가나 간 부들보다 평조합원들, 평 범한 노동자들이 뭔가를 해보자고 할 때 훨씬 신선 한 힘을 받는 건 사실입니 다. 저를 구원했던 모든 사람들이 다 그런 분들 이죠. 제가 아직은 이 일을 포기하지 않았지만 어쩜 나중에 이 일을 포기하게 만든 이가 있다 면 거꾸로 그 사람이 저를 구원한 사람이 될 수 도 있겠습니다.(웃음) 현장에서 도돌이표를 달고 다시 처음처럼 하청 업체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인쇄라든지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일들인데 고급기술은 아 니고 단순조립 같은 일들이었죠. 거의 주야 맞 54

55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 교대인 자그마한 생산직 공장들에 다녔어요. 처음엔 노동운동을 생각했죠. 자본가들, 사 장들은, 나쁜 놈이고 노동자들은 단결해야 되 고. 이런 책에 나오는 얘기들 다 뻥입니다. 공장 다니면서 얼마나 그게 처절하게 뻥임을 느 꼈는지요. 겪어보니 평범한 노동자들이 분노하 는 지점은 전혀 생각지 못한데서 오더라고요. 저도 그랬고요. 자본가들의 도구로 쓰이는 기 계와 공구들. 그런데 일이 끝나면 내가 내 손으 로 공구를 깨끗하게 닦아요. 책에서 보면 이것 들은 내일이면 또 다시 나를 착취할 도구들인데 말이죠. 그 공구 하나 망가지면 얼마나 속상한 지요. 그러니 깨끗하게 닦고 기름칠 해놓고 곱 게 청소해서 공구함에 넣어 놓는 저를 발견하게 되더라고요. 전 노동조합에서 일하는 많은 분들이 경험하는 순서와는 좀 바뀐 셈입니다. 노동운동을 목적으 로 가서 현장생활을 겪다가 다시 배웠다고 해야 되나요. 현장생활이 길진 않았는데 노동운동의 과정에서 관점을 수정하는 저를 발견할 때마다 묘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한번은 노동조합이 없는 공장에서였습니다. 아 주 가끔 노동자들이 밥 먹고 담배 피우다가 혹 은 술 한 잔 먹다가 우리 회사는 노조가 있어야 돼. 이런 얘기를 할 때가 있어요. 그럼 전 저 양반들하고 대화를 시작해볼까? 생각하게 되 는데 천만에 말씀입니다. 노동조합을 진짜 만들 고자 하는 사람은 그런 말 안하거든요. 조용히 준비하죠. 오히려 그런 말을 내뱉는 사람들은 딴 사람이 좀 해줬으면 좋겠다는 것이지 자신이 주도적으로 하고 싶다는 의미는 아닌 경우가 많 아요. 사소한 부분에서지만 노동자들의 심리를 읽는 기술도 그렇게 많이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변화와 창조의 공간인 현장엔 중심이 있다 좋지 않은 경험을 통해서도 물론 배웁니다. 월 급날 남성노동자들이 모여서 사창가에 간다는 거예요.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들이 특히 그 래요. 오늘 저녁 몇 시에 어디서 모이자. 고 하 는데 안된다고 말했다가 저만 따돌림 당했어요. 다음날 출근하면 어제 몇 명이나 모여서 어딜 갔 는지가 화제중의 화제죠. 나중에 노동조합이 만 들어진 사업장들에 가서 얘기를 들어보면 실제 로 노조가 만들어지기 전엔 낱낱이 그렇게들 살 았다고 하더라고요. 오히려 노조가 만들어지고 나서는 그런 일이 없어졌다는 거죠. 노동조합이 나서서 도덕적인 규율을 잡는 모습. 이문열씨가 소설을 통해 바라보는 민중이란 것 이 그런 모습이거든요. 어떤 때는 새로운 세상 을 창조할 것 같은 에너지를 뿜어내면서도 어떤 땐 참 비굴하다 싶은 모습. 그래서 그의 세계관 은 민중이란 이율배반적이고 양면적이기 때문 에 노동자나 민중을 사회발전의 원동력으로 보 는 시각은 잘못된 것이다. 라고 했는지 모르겠 지만 월급날의 성매매 같은 걸 보면 그 말이 맞 아 보이기도 합니다. No July. August 55

56 누 가 나 에 게 이 길 을 그런데 저는 그런 노동자들을 자주 많이 만나면 서 생각을 정리하게 되었어요. 본래부터 노동자 계급이라고 하는 존재자체는 그럴지라도 이들 이 집단적으로 뭉쳐서 자기 권리를 위해 나서는 순간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고자 하는 힘과 에너 지가 새로운 도덕과 규율을 만드는 것이라고요. 공장에 워낙 들고 나는 사람들이 많아요. 지금 도 상당수의 사업장들에서 오늘 일하고 내일 그 만두는 일이 많이 발생합니다. 그렇다보니 처 음엔 일부러 신참한테 정을 안주죠. 저 사람 몇 달 버티다 갈지 며칠 버티다 갈지 모르니까요. 한 석 달 지나니까 한 선배가 술을 먹 자고 하더라고요. 전 처음에 그 양반이 술도 못 먹고 아예 정도 없는 로봇인 줄 알았어 요. 일만하더라고요. 그런 데는 이유가 있었던 거죠. 네가 여기 좀 붙어있을 모양이구나. 이랬을 때 정을 나눠주기 시작하는 거죠. 저처럼 노동운동 하겠다고 들어와서 잠깐 경험하고 떠나는 사람 들한테서 노동자들이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아 왔을까 돌이켜 생각도 해봅니다. 자본가들의 도구로 쓰이는 기계와 공구들. 또다시 나를 착취할 도구들인데 그 공구 하나 망가지면 얼마나 속상한지요. 그러니 깨끗하게 닦고 기름칠 해놓고 움의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많고요. 현대차 비 정규직 투쟁을 정리하고 서울 올라올 때, 사내 하청 운동은 다시는 안돌아보겠다고 마음먹고 올라왔었어요. 워낙 힘들었고 운동을 계속 할 지 말지까지 고민하던 시절이었거든요 년 말에 현대차 비정규직 2공장 해고자를 제가 한 석 달간 데리고 살았어요. 사장한테 워낙 분 노하고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어해서 뭔 짓을 벌 일지 몰랐었거든요. 그런데 끝내 분을 이기지 못하고 노조 사무실에서 목을 매 자살했어요.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에 딱 한 분 계신 류기혁 열 사입니다. 그 친구의 자결 과 함께 투쟁도 사그라지 고 결국 싸움도 졌습니다. 불법파견에 대한 거대한 투쟁 한 번이 패배로 마무 리되면서도 240일간 점거 파업을 했어요. 해고자만 한 200명 양산되었고 생명의 공간에서 거대한 상실을 경험하다 비정규직 투쟁이 끝이 안좋은 경우들이 많잖아 요. 이길 싸움보다 질 싸움이 훨씬 많으니까요. 이겼어도 흔쾌히 이겼다고 볼 수 없는 애매한 싸 2010년 9월4일 류기혁 열사 5기 추모문화제 56

57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 싸움에서 지게 되자 정리하고 올라왔죠. 여러 가지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그 중 하나는 현대 차라고 하는 거대한 자본을 정규직 도움 없이 비 정규직들이 상대하려니 정말 쉽지 않았다는 점 이지요. 수많은 고비들이 있었어요. 그런 것들 을 감당할 수 없었던 거죠. 두 번째는 내가 노동 자들의 고통을 앞장서서 얘기한다는 놈인데 어 떻게 석 달 동안 데리고 살았던 한 놈이 죽음의 고통을 실제로 느끼고 있다는 걸 몰랐냐는 겁니 다. 그 때 저는 전비연 수련회를 갔다가 내려오 는 중에 연락을 받았었죠. 기혁이가 목을 맸다 고. 그 날 아침에도 나한테 전화가 왔었고 노 조 사무실 문이 잠겨서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기까지 했는데요. 고속도로에서 도리가 없었 습니다. 2010년 7월22일, 최병승 조합원 대법원 판결 이 났는데 참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기혁이 그 놈 생각 때문에요. 네가 지금 이걸 봤었어야 지. 대법원까지 우리 투쟁의 정당성을 인정했는 데, 왜 우리 옆에 네가 없냐. 며. Occupy 현장 비정규직의 지혜는? 그래서 사내하청은 다신 안돌아본다 하고 제조 업 쪽도 안쳐다봤죠. 불법파견 관련해서는 제 가 현대차 때 노동부 진정부터 계속해서 도맡 아 책임져왔던 일입니다. 올라와서도 제일 먼 No July. August 57

58 누 가 나 에 게 이 길 을 저 KTX 여승무원 불법 파견 문제부터 맡게 됐 어요. 남성사업장만 다니다가 처음으로 여성 사 업장에 가봤죠. 철도노조가 바탕이 좀 있는데 거칠긴 하잖아요. 그런데 거친 노조 중에서도 가장 거친 양반들이 비정규사업을 하고 계시더 라고.(웃음) 당시에는 그 승무원 동지들보다는 철도노조에서 비정규 사업을 하는 정규직 동지 들하고 대화를 많이 했었죠. 그 양반들 참 훌륭 한 동지들이었어요. 철도노조에서 비정규직 사 업을 하겠다고 결의하고 결국엔 그로인해 다 해 고된 정규직 활동가들이죠. 철도노조 정규직 조합원들 의 불만이 없었겠어요? 그 엄청난 불만들을 그 분들이 그동안 정규직 운동에서 쌓 아온 신뢰와 권위를 전부 걸 어가면서 사업을 하셨어요.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죠. 그러다가 2006년 말에 이랜드 뉴코아노조를 만 났죠. 2007년 6월30일에 홈에버 월드컵몰 점 거에 들어가면서 벌인 파업이 굉장한 사회적 지 지를 받으며 선두로 나가기 시작했고요. 이랜드 뉴코아 파업은 굉장히 의미가 깊죠. 그 당시 계 속 연전연패 해왔는데 이랜드 뉴코아 정규직 노 조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해서 함께 비정 규직 문제를 전면에 내건 파업을 했다는 것 자 체가 사회적인 의미와 파급력을 발생시켰어요. 하룻밤 자고 해방구를 맞은 우리 여성조합원들이 내는 못나간다. 이 자리에서 죽여라. 하시는 겁니다. 어쩔 수 없이 여기서 전면 무기한 점거파업이다. 로 결정이 났어요. 저는 당연히 승기를 잡은 싸움이라고 생각했죠. 매장 점거하면 1박2일도 안돼서 바로 걷어내려 하겠지 했습니다. 한편으로 아주머니 조합원들 에게는 부담이 있었어요. 점거 시 연행에 대한 부담보다는 밖에서 하룻밤 잔다는 게 말이죠. 남편과 시어머니와 애들 어쩝니까. 그래서 이 랜드 파업과 관련한 영화 제목이 외박 이잖아 요. 아주머니 조합원들은 연행과 구속보다 외박 이 더 두려운 거야. 1박2일 외박을 결의하게 하 는 게 굉장히 힘들었어요. 점거는 오히려 쉬웠 습니다. 점거하고 1박2일 동안 있는데 바깥에 경찰 들이 하나도 안보이는 거 죠. 이후로 거의 2주간 경 찰이 출동을 못했어요. 우 리의 파업은 너무 정당한 파업이고 점거 또한 너무 정당하다고 생각했기 때 문입니다. 월드컵몰에 오는 손님들도 여기구 나. 하면서 뉴스에서 봤답니다. 물건을 사가 져 갈 수 없는 상황인데도 오히려 고생하십니 다. 수고하십니다. 하고 돌아가는 거죠. 애초 에 1박2일로 계획된 점거였기에 다음날 나가자 고 했어요. 그런데 하룻밤 자고 해방구를 맞은 우리 여성 조합원들이 내는 못나간다. 이 자리 에서 죽여라. 하시는 겁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여기서 전면 무기한 점거파업이다. 로 결 정이 났어요. 58

59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 현장에는 어처구니 가 살고 있었다 충분한 준비와 결의가 없던 상태의 평범한 노동 자들이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받은 겁니다. 집 행부가 끌고 간 투쟁이 아니라 명백하게 평조합 원이 지도부의 모가지를 끌고 간 거예요. 이 자 리에서 승부를 봐야 된다고요. 그 동력이 3주 갔어요. 3주 점거 끝에 전원 연행되었죠. 며칠 안가서 이랜드 뉴코아 노조와 공동으로 킴스클 럽 강남에 2차 점거가 들어갔어요. 일주일 버티 다 전원 연행되었고 거기서 구속자가 꽤 발생했 죠. 그러다가 이랜드 노조 단독으로 홈에버 목 동점에 3차 점거가 들어갔는데 또 전원 연행되 었고요. 그 땐 몇 시간 만에 연행됐어요. 마지 막 남은 임원인 사무국장까지 구속되어 버리고 이랜드 노조에 임원이 더 이상 남지 않은 상태까 지 왔을 때는 정말이지 겁이 덜컥 나더라고요. 이러면 어떡하나? 4차 점거 파업을 해야 되나? 그런데 하자고 말을 꺼내기도 겁났습니다. 이 번엔 누가 구속 결의할래? 결정적으로 4차 점 거 파업을 하면 이긴다는 확신에 황색불이 들어 왔습니다. 처음엔 확신이 있었지만 2차 점거가 완전히 정리되는 걸 보면서 사람들이 의구심을 품기 시작한 거죠. 박성수 회장이 이 정도로는 손을 안들 모양이다. 3차 점거 파업 끝나고 나 서 명백해졌죠. 오히려 이랜드 자본이 훨씬 득 의양양하게 나오더라고요. 저도 파업 집회 있을 때마다 마이크 잡고 연설을 하는데 처음에 이런 얘길 계속 했어요. 우리 7부 능선, 8부 능선 넘 었다. 마지막 결정적 1타만 가격하면 자본은 쓰 러진다. 점점 이 말에 자신이 없어지더라고요. 3차 점거 파업 끝나고는 석 달 이상 이랜드 집회 에 못 갔어요. 집회 가면 또 마이크 줄 텐데 뭐라 고 해야 되나? 겁나더라고요. 힘을 좀 더 내자. 목적지에 다 왔다. 이건 거짓말인데. 막바지 500일 하고도 몇 십일의 파업이 끝나고 정리하는데 간부들이 책임지고 해고 받아들이 고 나머지 비정규직 문제들 조금씩 낫게 해서 결 말을 맺게 되었습니다. 나는 반대한다고는 했어 요. 왜냐면 이 합의는 민주노조 원칙에 맞지 않 는 것이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위원장이 그 길 을 가겠다고 하면 돌은 안던지겠다. 돌 못던진 다. 나는 오히려 이 합의가 잘못됐다고 돌을 던 지는 놈들에게 돌을 던지겠다고 생각했죠. 얼마 나 생고생해서 이 파업을 끌고 왔는지 너무도 잘 알기 때문입니다. 미조직 현장들은 조직화만이 살길이다 이랜드 파업 이후 바로 만난 싸움이 강남성모 병원 간호보조 파견노동자들의 싸움입니다. 2008년 9월30일자로 2년이 되어서 잘린다는 거예요. 해고되기 직전의 노동자들과 3주 정도 농성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부터 제 생각을 완 전히 바꿨어요. 질 수도 있다는 얘기를 하자. 처 음 시작하는 노동자들한테 처음부터 솔직하게 말하자. 우리의 힘이 부족해서 질 수 있는데, 주구장창 여기 붙들고 붙잡고 있을 건가? 당신 No July. August 59

60 누 가 나 에 게 이 길 을 이 느낀 딱 그 만큼의 모든 분노를 이 투쟁에서 다 표출하자. 그리고 동지들이 도저히 못버티겠 다고 생각하는 때가 오면 졌다고 깔끔하게 인정 하자. 회사 앞에서 기자회견 한번 열고 끝나면 침 한번 퉤, 뱉어주고. 다시는 이 회사 돌아도 안본다. 대신 딴 데 가서 또 싸우겠다. 고 말하 고 끝내자. 내가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고 반 복해서 설득하는 게 과연 옳을까? 어느 순간 그 건 거짓이 될 지도 모르는데. 그리고 장기투쟁 가지말자. 6개월간이야 잘리고 나면 실업급여 가 나오니까. 하지만 실업급 여 끝나고 생계 투쟁과 현장 투쟁을 병행한다? 아, 난 더 이상 그렇게는 못하겠다. 그 게 얼마나 우울한데. 실업급 여 끊어질 때까지 복직카드 가 나오지 않으면 졌다고 생 각하자. 그때까지는 180일 동안 해볼 수 있는 모든 투 쟁을 해보자. 처음부터 그렇 게 조직하고 농성 과정에서 도 항상 그 점들을 강조했습 니다. 의외로 노동자들이 굉 장히 평온하고 편안하게 받 아들이더라고요. 저 인간은 180일 이상 더 가지 말자고 한다. 그래. 180일 째도 해결 안되면 졌다고 생각하고 집에 가자. 딴 데 가서 또 싸우면 되지 뭐. 이게 다른 분들 견해와는 많이 충돌할 수 있어요. 해고되는 대상은 60명이었습니다. 그 중 싸우 겠다고, 잘리는 날까지 결의한 사람이 8명이었 거든요. 그 인원이 180일 동안 한 사람도 안떨 어져 나가고 버티더라고요. 그리고 지금은 8명 전원 185일만에 직접고용으로 들어갔어요. 제 약속 지켰죠. 우리가 노조 만들기 10년 전의 모습이 딱 그거였어요. 노예처럼 사는 삶이요. 그러면서 현장의 비조합원들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고 그들의 처지를 헤아리게 되었죠. 병원 안에 어마어마하게 많은 비정규직들이 있 어요. 원무과는 또 다른 파견업체 소속이고, 우 리 집회할 때마다 만날 싸우는 경비들도 도급 업체 소속이고, 청소하시 는 분들 100여명, 시설 관 리하는 분들도 다 어디어 디 업체 소속이고, 주차관 리, 심지어 엘리베이터 도 우미도 파견업체 소속이 더라고요. 도급업체, 용 역,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워낙 많기 때문에 이 사람 들 전체를 대상으로 사업 을 한다 생각하고 매일 속 보를 냈어요. 파업 투쟁 백 몇 호까지 나왔죠. 항 상 200장 가량 찍어서 다 른 도급 노동자들한테까 지 쭉 다 뿌리러 다닌 거죠. 매일 새벽부터, 현 장 순회는 기본이고요. 로비 점거농성도 하면 서. 그리고 항상 웃자고 했어요. 병원이란 곳이 60

61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 아픈 사람들 오는 곳이잖아요. 병원 와서 다들 찡그리기 일쑤지 웃을 사람이 많지 않거든요. 근데 병원 로비 한 구석을 점거하고 있는 농성 장이 제일 밝은 곳인 거예요. 저기만 보면 사람 들이 늘 웃고 있으니까 환자나 보호자들의 마음 이 이쪽으로 기울어요. 그러면서 어느 순간 환 자와 보호자들 상대로 복직 지지 서명을 받았더 니 벌떼같이 몰려와서 꼭 들어가라며 서명을 해 주더라고요. 이 병원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병원 을 찾아오는 이들의 마음을 얻으면 이길 수 있 다. 8명이 싸우지만 500명, 1000명한테 지지 받는 싸움을 만들어 내자는 자세와 각오를 갖고 싸웠어요. 열 번을 농성장에서 강제로 끌려나 왔어요. 그러면서도 조합원들은 웃었어요. 왜 냐면 무관심보다는 끌려나오는 게 훨씬 효과가 좋으니까요. 그건 우리의 존재감을 인정해주는 거잖아요. 그러면서 웃었죠. 막판에 원장신부와 보건의료노조위원장이 담 판 지을 때 원장신부가 그 얘기를 던지더라고 요. 내가 직접고용으로 복직 시킬 의사가 있 는데, 하나만 물어보자. 저 사람들이 진짜 우리 병원에서 일하고 싶어서 들어오는 것이냐, 아 니면 우리 병원에 있는 도급 노동자들을 조직하 려고 들어오는 것이냐? 이렇게 묻더라는 거예 요. 당연히 일하고 싶어서 들어오는 거다. 그래 서 복직문제가 풀렸어요. No July. August 61

62 누 가 나 에 게 이 길 을 노동조합이 있는 노동자들과 노동조합을 가지 고 있지 못한 노동자들 즉, 조직 노동자들과 미 조직 노동자들을 어떻게 단결시킬 것인가가 바 로 제가 일이년 전부터 갖고 있는 화두인데요. 투쟁은 그런 방향으로 진행되어야만 이길 수 있 다는 게 제 나름의 확신입니다. 강남성모병원 투쟁을 하면서 제 철학이 그런 방향으로 많이 바뀌었네요. 다시 울산으로 중심을 향해 현장을 찾다 요즘은 다시 울산에 자주 내 려가는 편이죠. 현대차 비정 규직 노조가 모든 사내하청 을 정규직으로 투쟁에 시동 을 걸었는데요. 현대차 공장 이 있는 울산공장, 아산공 장, 전주공장 이 세 곳에 각 각 비정규직 노조가 다 있고 세 개 지회를 삼지회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 삼지회의 정규직화 투쟁을 어떻게 기획하고 나 아갈 것인가에 대해 거의 1주일이나 2주 단위로 모여서 논의해요. 특히 아산 사내하청지회 동지들하고 상의해서 매주 두 번 공단에 선전전을 나가거든요. 지역 공단, 특히 현대차로 부품을 납품하면서 노조가 없는 사업장으로 갑니다. 사내하청을 정규직으 로 전환하는 싸움에 함께 하자. 사실 현대차 사 내하청이라고 하면 비정규직 중에서도 조금 상 조직 노동자들과 미조직 노동자들을 어떻게 단결시킬 것인가가 바로 제가 일이년 전부터 갖고 있는 화두인데요. 투쟁은 그런 방향으로 진행되어야만 이길 수 있다는 게 제 나름의 확신입니다. 위 클래스거든요. 엄청난 잔업과 특근을 해야 하지만요. 그러나 우리보다 훨씬 낮은 위치에 있는 노동자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우리의 싸 움도 결코 승리할 수 없다는 확신을 갖고 공장들 을 돌아다녀요. 우리가 집회신고를 하면 다음날 그 회사에서 방어집회 신고를 내더라고요. 싫다 는 거죠. 두렵다는 거고. 심지어는 통근시간을 조정해버려요. 일반적인 통근시간에 가 있으면 들고 나는 사람이 없는 거예요. 우리 조합원들 이 눈에 불을 켜고 몇 시간 더 있자고 해버리죠. 누가 이기나 보자고요. 우 리가 노조 만들기 10년 전 의 모습이 딱 그거였어요. 노예처럼 사는 삶이요. 그 러면서 현장의 비조합원 들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 지고 그들의 처지를 헤아 리게 되었죠. 그래서 요즘 다시 한번 다가가서 비조합원들에게 노조로 단 결해서 같이 싸우자고 해요. 올해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선언하고 있는데, 이 런 총파업은 엄밀히 얘기하면 조직된 노동자들 보다 노동조합의 울타리 밖에 있는 노동자들에 게 훨씬 필요합니다. 미조직된 노동자들이 파업 의 기회를 통해 마음의 공간을 좀 열면 노동조합 을 만들 수 있을 텐데요. 제가 가장 주안점을 두 고 해보려는 일들입니다.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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º´¹«Ã»Ã¥-»ç³ªÀÌ·Î 솔직히 입대하기 전까지만 해도 왜 그렇게까지 군대를 가려고하냐, 미친 것 아니냐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 그 때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내가 선택한 길이기에 후회는 없다. 그런 말을 하던 사람들조차 지금의 내 모습을 보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운다. 군대는 하루하루를 소종하게 생각 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고, 점점 변해가는 내 모습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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