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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차례/ Contents 교육일정 3 잠들지 않는 근대-커피와 커피하우스_정동준 5 커피, 한 잔의 경제학_김민주 13 양탕국의 유입과 한국 커피의 역사_장유정 27 중국차의 보급을 통해 본 차의 역사_서은미 35 고려시대 차 문화와 도자기_이종민 43 조선시대 차 문화와 다례_이혜자 55 영국의 홍차문화와 사회의 변화_정은희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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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제13기 박물관대학 상반기과정 교육일정 茶 주 제 : 한 잔의 역사, 차 커피 술 - 일상다 반사 기 간 : 2011년 5월 6일 ~ 6월 24일 장 소 : 인천광역시립박물관 석남홀 구 분 날 짜 강 의 주 제 강 사 제1강 5/6 잠들지 않는 근대 -커피와 커피하우스- 제2강 5/13 커피, 한 잔의 경제학 제3강 5/20 양탕국의 유입과 한국 커피의 역사 정 동 준 (대진대학교) 김 민 주 (리드앤리더) 장 유 정 (단국대학교) 제4강 5/27 문화유적답사 - 제5강 6/3 중국차의 보급을 통해 본 차의 역사 제6강 6/10 고려시대 차 문화와 도자기 제7강 6/17 조선시대 차 문화와 다례 제8강 6/24 영국의 홍차문화와 사회의 변화 서 은 미 (부산대학교) 이 종 민 (충북대학교) 이 혜 자 (성균관대학교) 정 은 희 (원광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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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잠들지않는근대 -커피와 커피하우스 - 정 동 준 ( 대진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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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잠들지 않는 근대 - 커피와 커피하우스 7 잠들지 않는 근대 - 커피와 커피하우스 커피하면 언제나 급하게 마시던 프랑스 유학 시절이 생각난다. 그때는 순전히 잠을 깨기 위해 마셨기 때문에 맛도 향도 제대로 느끼지 못했었 다. 50세의 문턱을 막 넘은 여유로운 지금, 나는 종종 커피잔을 들고 생 각한다 : 지금 젊은이들도 과거의 나처럼 멋없이 또는 멋을 모른 채 바 쁘게 커피를 마시겠지? 화살처럼 앞만 보고 정신없이 달리던 젊었던 여 정( 旅 程 )에서 벗어나 뒤돌아 볼 여유를 가질 수 있는 40세가 넘어서야, 나는 비로소 커피의 맛과 멋을 즐길 줄 알게 되었던 것 같다. 이번 학기 에도 나는 학생들과 역사 속에서의 커피와 커피하우스, 향신료(육두구, 정 향, 후추를 비롯한 양념)를 둘러싼 무역전쟁, 설탕산업에 희생된 1,000만 이 넘는 흑인노예에 대해 알아보고 있다. 이 강의가 5년을 넘으면서 내용 전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지역 케이블 방송에 나가 커피 에 관한 강연도 하고, 전문 바리스타를 강의실로 모셔 학생들과 함께 다 양한 종류의 원두, 매쉬 만들기, 커피 내리기, 시음 등도 할 여유가 생겼 다. 커피가 나타나기 전 인류에게 유일한 기호품은 술이었다. 신석기 시대에 정착한 인류는 술을 만들었다. 과일이나 곡식 속에 있는 당분이 발효되어 식초 또는 술이 되는데, 발효는 시간을 필요로 하고 정착만이 시간적 여 유를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인들 옆에는 와인이 있었고, 로 마군은 점령지에 포도나무를 심어 주스나 와인을 만들어 마셨다. 특히 로 마시대에 유입된 게르만족의 폭음문화는 생명을 걸고 마신다 라는 표현 이 적절한 정도로 대단하였다. 중세에 들어서도 폭음은 그치지 않았다. 농노(농민)들은 매일 14~16시간의 중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그들은 노동 의 고통을 이겨내기 위하여 그리고 더 많은 열량을 섭취하기 위하여, 묽 은 채소스프 대신 집에서 만든 맥주나 와인으로 식사를 대신하였다. 자신

10 8 제13기 박물관대학 상반기과정 의 파워를 식사량과 음주량으로 과시하였으므로, 영주와 기사들에겐 과음 과 과식이 일상적이었다. 중세가 지나도 만취상태는 쉽게 그치지 않았다. 1599년의 독일 보고서는 폭음 속에서 살아남은 자를 영웅으로 대접하는 1000년 전의 게르만 관습이 남아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1600년대 후반 에 들어서도 영국인이라면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구나 평균 3,000cc의 맥 주를 날마다 마셨다. 고대와 중세는 물론 심지어는 17세기까지 지속된 장 기간의 폭음문화는 인류의 기호품이 수천 년 동안 오직 술뿐이었다는 데 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 결과 많은 유럽인들이 알코올 중독의 상태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이디오피아가 원산지로 알려진 커피는 이슬람 세계에서 먼저 유행되었 다. 이 지역의 수도자들은 졸음을 쫓기 위해 혹은 맑은 정신 상태를 유지 하기 위해, 커피를 애용하였다. 이집트, 터키, 아라비아 반도로 확산된 커 피원두는 가공방법에 따라 커피가 되기도, 발효주가 되기도 하였다. 그래 서 종교적 중심도시이자 인구가 밀집된 메카(Mecca)는 커피하우스와 커 피 발효 술을 파는 주점으로 뒤엉켰고, 커피원두의 유통을 허용하느냐 아 니면 금지시키느냐를 두고 심각한 논쟁이 일었다. 그 후 이슬람 상인들은 100년 이상 오직 모카항구를 통해서만 그리고 생명력을 잃은 원두만을 수출함으로써, 독점적인 이익을 누렸다. 네덜란드는 1670년경부터 모카항을 통하여 수입한 커피원두를 프랑스의 루이 14세에게 진상하였다. 당시 유럽문화를 선도하던 태양왕을 통하여 커피무역의 주도권을 쥐려는 발 빠른 상술( 商 術 )이었다. 1699년 이슬람 세력이 약화된 틈을 타서 네덜란드는 마침내 커피묘목을 밀반출하여 자국 의 식민지(인도네시아, 티모르)에 심는데 성공하였다. 커피를 직접 재배하 고 쇠퇴한 모카항을 대신하여 유럽으로 판매되는 커피를 독점하게 된 것 이다. 그리고 1714년엔 루이 14세에게 커피나무 세 그루를 진상하면서, 프랑스 시장에서 라이벌인 터키를 누르는 듯이 보였다. 그렇지만 네덜란 드가 가졌던 커피독점의 꿈은 오래 지속되지 못하였다. 프랑스의 해군장 교(Gabriel Mathieu de Clieu)가 태양왕의 명령을 어기고 카리브해에 있는

11 잠들지 않는 근대 - 커피와 커피하우스 9 식민지(Martinique)에 커피를 옮겨 심었고, 1727년에는 육군상사 팔헤타 (Francisco de Melo Palheta)가 브라질에 커피묘목을 식재하였다. 이리하여 커피는 이슬람 세계뿐 아니라 동남아시아와 아메리카에서도 대량 생산되 면서, 가격이 하락하였다. 커피가 유럽의 식탁에 오르기 시작한 지는 400년이 조금 넘었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커피의 인기는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어, 수천 년 동안 구축한 술의 아성을 위협하였다. 그만큼 커피는 술이나 동시대에 유럽으 로 들어온 담배에 비해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유럽에 도착한 최초 의 커피는 약품으로 소개되었다. 그렇지만 프랑스의 역사가 미슐레(Jules Michelet)가 정신을 각성시켜주는 음료, 술과는 달리 청결과 맑음을 높 여주는 두뇌의 강력한 영양제 라고 하였듯이, 커피는 정신을 맑게 하는 각성의 음료 로서 차차 인식되었다. 이렇게 하여 마시며 생각하고 생각하 며 마시는 커피와 함께 잠들지 않는 근대 가 열리게 된 것이다. 이슬람 세계에서 유럽에 전해진 것은 커피원두 뿐이 아니라, 커피하우스 의 실내장식과 분위기도 함께 전달되었다. 이슬람 세계의 커피하우스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며, 싼값에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었다. 이런 분위기는 귀족과 평민의 신분적 질서가 엄존하는 유럽에선 매우 이질적인 것이었다. 사교계와 극장뿐 아니라 식사에 초대될 때에도 신분 구분은 엄격하게 지켜졌기 때문이다. 도대체 귀족과 평민이 한 테이블에 모여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니! 하지만 일단 유럽에 유입된 신분파괴의 공간은 많은 도시의 거리거리에 신속하게 파고들었다. 이런 공간에서 주목받는 사람은 지체 높은 귀족이 아니라, 정보와 독특한 재치 그리고 설득력이 남다른 자들이었다. 17~18세기의 커피하우스마다 전개되는 토론의 주제는 정치, 경제, 주식, 체스, 사교, 문학, 금융, 사상, 과학, 항해 등 다양하였다. 예를 들어 1650 년대에 옥스퍼드의 커피하우스들은 왕당파를 지지하는 정치적 색깔을 강

12 10 제13기 박물관대학 상반기과정 하게 띠었다. 의회 군대에 대항해서 찰스 1세(전제군주)가 이 도시에 4년 (1643~1647) 동안 머물면서, 국왕에게 충성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비록 국왕은 패배하여 처형당했지만, 국왕에 충성 하고 혁명파를 증오하는 분위기는 지속되었다. 1655년 이곳에 개설된 티 리야드 커피하우스(Tillyard's Coffeehouse)는 제이콥(Jacob), 좁슨(Cirques Jobson)의 커피하우스와 함께, 왕당파 지지자들이 회합을 하는 장소로 애용 되었다. 이들 중 보일(Robert Boyle)과 같은 일부 과학자들은 클럽을 형 성하여, 오늘날 세계적인 권위와 명성을 자랑하는 영국 왕립아카데미의 전신( 前 身 )이 되었다. 거의 같은 시기에 런던에는 1600년대 중반부터 정 치는 물론, 무역과 상거래 또는 그와 파생된 금융상품을 다루는 사무실의 성격을 띤 커피하우스들이 속속 들어섰다. 로제(Pasqua Rosée)는 혁명파 를 위한 사교의 공간을 마련하였고, 조나단(Jonathan)의 커피하우스는 처 음에는 상품의 유통을, 나중에는 주식거래소가 되었다. 조나단의 뒤를 이 어 같은 거리엔 주식거래를 위한 커피하우스들이 들어섰고, 영국의 경제 적 번영기에 금융 및 주식거래의 중심지가 되었다. 파(James Farr)는 독 특하게도 커피하우스와 이발소를 동일한 공간에서 경영하였다. 파리의 카페 프로코프(Café Procope) 는 앙시앙 레짐기에는 볼테르 (Voltaire)를 비롯한 극작가의 유명작품을 공연하는 프랑스 극장 의 관객 과 배우 작가들이 들러야 하는 필수 코스였다. 볼테르는 가발과 의상으로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는 프로코프 의 구석에서 수십 잔의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자신의 작품에 대한 평가에 귀를 기울이기 위해서였다. 이 커피하우스는 동시에 루소(Rousseau), 디드로(Diderot) 등 계몽사 상 가들의 토론 장소이기도 하였다. 정부가 금서로 정하고 이를 집필하거나 유통시키는 행위를 강력하게 통제하였던 백과전서 도 이곳에서 만들어 졌다. 대혁명(1789년)이 발발한 후에 프로코프 는 혁명의 지도자들이 모여 대책 을 논의하고 지시를 하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로베스피에르(Robespierre), 마라(Marat), 당통(Danton)이 파리 시의 지구 위원회(오늘날 우리나라의 반 상회)를 동원하여 프랑스 왕궁을 공격하도록 명령을 내린 곳이 바로 카페 프로코프 였다. 파리의 또 다른 카페인 뒤 푸아(du Foy) 에서는 프랑스 대혁명이 시작

13 잠들지 않는 근대 - 커피와 커피하우스 11 되었다. 신문기자인 데물랭(Camille Desmoulin)은 프랑스가 영국처럼 전 제군주가 아닌 국민의 대표(의회)에 의해 통치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 고, 무덥고 지루한 1789년 여름날 이 커피하우스의 탁자 위에 뛰어올라 양손에 권총을 들고 바스티유 감옥을 공격할 것을 선동하였다. 며칠 뒤에 그의 외침대로 바스티유 공격을 위한 시민군이 이 커피하우스에서 출발하 였다. 남성이라면 누구든지 언제든지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이유로 커피하우스는 절대왕정의 지속적인 감시 대상이 되었다. 영국의 전제국왕, 찰스 2세는 커피하우스의 영업시간을 제한하였다. 커피하우스 가 자신을 비방하는 팜플렛의 발간과 토론의 온상이라고 보았기 때문이 다. 프랑스의 루이 16세도 찰스 2세와 마찬가지로 커피하우스에 스파이 들을 보냈고, 영업시간을 제한하였다. 두 국왕의 우려대로 영국 프랑스의 절대군주정과 신분사회 붕괴의 시작이 계몽서적들과 연극상영 그리고 그 책들을 읽거나 연극을 감상한 후 토론을 하던 커피하우스에서 실제로 일 어났던 것이다. 근대사회는 신분이 붕괴된 사회이다. 그런 면에서 유럽의 커피하우스는 신분의 구분 또는 차별에서 해방된 유일한 공간이었다는 점에서, 매우 근 대적이었다. 또한 커피하우스는 절대군주정을 입헌군주정 또는 공화정으 로 전환시키는 시민혁명이 준비되는 공간이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우 리는 커피 자체가 가지는 각성효과 뿐 아니라, 유럽의 진정한 근대를 가 져다 준 커피하우스라는 역사적인 공간에 더욱 주목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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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커피, 한잔의경제학 김 민 주 ( 리드앤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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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커피, 한 잔의 경제학 15 커피, 한 잔의 경제학 목 차 1. 전 세계 커피 생산 2. 커피 분야의 1 2 3차 산업 3. 우리나라 커피 시장 규모 4. 커피 가격 논쟁 5. 다양한 제안 6. 우리나라 커피 시장의 향후 전망 여러분 틈틈이 커피를 자주 마시지요? 저도 조금 전에 커피를 마셨습니 다. 요즘은 하루에 커피 4잔 정도를 마시는데 한 때 많이 마실 때에는 열 잔도 마셨지요. 저는 집에 누나들이 많아서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커피 를 마시기 시작했으니 그동안 커피를 많이 마셨지요. 오늘 강의에서는 우 리의 기호품인 커피를 경제학적으로 보려고 합니다. 이 세상에서 우리 인간이 가장 많이 마시는 음료는 당연히 물입니다. 그 러면 물 다음으로 어떤 음료를 가장 많이 마실까요? 커피도 생각날 것이 고, 녹차도 생각날 것이고 우유, 콜라도 생각날 것입니다. 보통 세계의 3 대 음료로는 커피, 녹차, 우유를 말하는데 커피를 가장 많이 마십니다. 전 세계에는 상품거래소가 많이 있는데 이곳에서 거래를 가장 많이 하는 상품은 석유이고, 그 다음이 커피입니다. 커피는 원유처럼 생산지역은 제 한되어 있는데 소비지역은 매우 광범위하기 때문에 거래가 많고 무역이 활발합니다.

18 16 제13기 박물관대학 상반기과정 1. 전 세계 커피 생산 그러면 커피, 보다 정확히 말하면 커피나무의 열매인 생두는 전 세계적 으로 얼마나 많이 생산되고 있을까요? 2010년 1억 3,500만 포대의 커피 를 생산했는데 한 포대당 60kg이니 810만 톤의 커피가 매년 생산되고 있는 것이죠. 전 세계적으로 보면 커피 생산국은 70개국에 이릅니다. 그러면 어느 나 라에서 가장 많이 생산될까요? 2010년 경우를 보면 최대생산국은 남미의 브라질입니다. 세 번째로 많이 생산하는 국가는 인도네시아, 네 번째는 콜롬비아, 다섯 번째는 에디오피아입니다. 그러면 두 번째로 많이 생산하 는 국가는 어디일까요? 생각외로 두 번째 생산국은 베트남입니다. 커피에는 품질이 좋은 아라비카 커피와 품질이 좀 떨어진 로부스타 커피 가 있는데 베트남에서 생산하는 커피는 대부분 로부스타입니다. 이 커피 는 병충해에 강하고 키우기가 쉬워 대량생산이 가능합니다.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커피 중에 50%는 베트남에서 생산되는 커피를 많이 수입합니 다. 2008년에는 우리나라 커피 수입 중 베트남의 비중이 48%나 되었으 나 최근 들어서는 고급 원두커피 수요가 늘어나면서 2010년 베트남의 비 중이 31%로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면, 커피 소비로 넘어가서 커피를 많이 소비하는 국가를 한번 볼까 요? 커피 수입국의 커피 물량을 보면, 미국이 가장 많이 수입하고,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일본 순서입니다. 일인당 커피 소비량이 가장 많은 국 가는 룩셈부르크이고 그 다음은 핀란드입니다. 그러면 전 세계적으로 하 루에 커피 몇 잔이 소비되고 있을까요? 한 통계에 의하면 하루에 25억 잔이라고 합니다. 전 세계 인구가 67억 명이니 전 세계 사람들이 하루에 커피를 1/3 잔을 마시는 셈입니다. 우리나라 통계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 라 사람은 1년에 300잔을 마신다고 하니 하루에 거의 1잔을 마시고 있는 셈입니다.

19 커피, 한 잔의 경제학 17 커피 산업은 엄청난 고용창출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2천 만 명의 사람들이 커피 관련 일자리에서 일을 하고 있지요. 커피나무 재 배하는 사람, 커피 생두 운송하는 사람, 커피 생두 거래업자, 커피 머신 만드는 사람, 커피 볶는 사람, 커피 서빙 하는 사람, 카페 주인 등 정말 많습니다. 2. 커피 분야의 1 2 3차 산업 커피 산업을 좀 더 들여다볼까요? 경제 구조에 대한 법칙을 보면 산업이 발전할수록 농수산업인 1차 산업에서 제조업인 2차 산업으로 그리고, 서 비스업인 3차 산업으로 발전합니다. 물론 요즘은 3차 산업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지식 산업인 4차 산업을 말하기도 합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노동력이나 부가가치가 1차에서 2차로 그리고 3차로 점차 이동하게 된다 는 산업 발전 단계법칙에 대해서는 프랑스 경제학자인 프랑소와 케네가 이미 18세기에 말한 바 있고 그 이후 20세기에 들어 콜린 클라크가 이를 통계적으로 입증했습니다. 이런 산업 발전 단계를 커피에 적용해 볼까요? 커피나무를 재배하고 수 확하고 정제하는 과정은 농업에 해당됩니다. 이 커피 생두를 볶아 원두를 만들어 병이나 패키지에 담거나 다른 첨가물과 혼합하여 커피믹스를 만드 는 과정은 제조업에 속합니다. 그리고 원두를 마실 수 있는 커피로 만들 어 머그컵에 담아 손님에게 서빙해서 분위기 좋은 곳에서 손님이 커피를 마실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서비스 산업에 속하지요. 커피나무 재배는 일반적으로 적도를 중심으로 하여 남회귀선과 북회귀선 사이에 위치한 지역에서만 가능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제주나 강릉에서 일부 커피 재배를 시작했지만 매우 초기 단계입니다. 커피 생두는 주로 후진국과 중진국에서 많이 재배하기 때문에 커피를 많이 마시는 선진국의 협상력에 밀려 생두를 매우 낮은 가격에 판매하여 커피 재배 농가들이 저 임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구조적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

20 18 제13기 박물관대학 상반기과정 해 공정무역 커피라고 해서 후진국의 커피 재배 농가에게 기존보다 더 높 은 가격을 주자는 운동이 일고 있습니다. 우리 주위에서도 공정무역 커피 를 보신 적이 있지요? 커피 생두를 가공하여 커피 제품을 만드는 제조 분야를 보면 전 세계적 으로 네스카페, 테이스터스초이스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네슬레, 맥스웰 하우스, 맥심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크래프트, 폴저스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프록터앤드갬블이 큰 회사입니다. 이들 회사들은 물에 넣기만 하면 금방 커피가 되는 인스턴트 커피를 가지고 있는데 인스턴트 커피가 만들 어진 과정을 보면 흥미롭습니다. 아시다시피 1930년대는 세계적 대 불황이었는데 커피 수요도 크게 줄어 들었습니다. 커피 생두 대국인 브라질이 수요를 늘리기 위해 네슬레 회사 에게 혁신적인 커피 신상품을 만들어달라고 의뢰했는데 그래서 나온 것이 인스턴트 커피입니다. 기존 커피는 커피 메이커를 이용하여 커피 만드는 과정이 복잡한 데 반해 인스턴트 커피는 매우 쉽기 때문에 급속도로 확산 되었습니다. 특히 빠른 것을 좋아하는 우리나라에 와서는 인스턴트 커피 에 프림과 설탕까지 한꺼번에 있는 커피믹스가 개발되어 큰 인기를 끌어 왔습니다. 가기만 하면 맛있는 커피를 대접받을 수 있는 카페는 3차 산업에 속합 니다. 예전에는 다방이 큰 인기를 끌었지만 이제는 원두커피 전문점이 큰 인기를 끌고 있지요. 우리가 식당에 가서 음식을 먹은 다음에 식당 내에 있는 자판기에서 커피를 공짜로 마실 수도 있습니다. 외부에 있는 자판기 에서는 커피가 300~500원 정도 하고, 편의점에서 캔커피를 마시면 1,000원 정도 하지요. 또 맥도날드나 던킨도너츠에서 아메리카노 커피는 2,000원, 스타벅스에서는 4,000원, 고급호텔에서는 만 원으로 계속 올라갑니다. 이 처럼 커피는 커피 자체의 품질도 중요하지만 커피를 마시는 분위기와 서 비스, 브랜드에 따라 가격이 달라집니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체험경제학 이라고 말하는데요. 같은 상품이라 하더라도 소비자들이 어떻게 체험하느 냐에 따라 지불하려는 가격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21 커피, 한 잔의 경제학 19 커피에도 럭셔리가 있습니다. 코피루왁이라는 커피인데요. 이 커피는 인 도네시아 섬에서 야생하는 사향고양이가 커피 생두를 먹고 제대로 소화시 키지 못하고 배설한 것을 주워 만든 커피입니다. 독특한 향이 나는 점과 희소성, 그리고 브랜드 스토리가 얽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비싼 커피로 대접받고 있습니다. 제가 최근에 확인한 바로는 국내 고급 호텔에서 3만 원에 마실 수 있더군요. 코피루왁 커피는 영화 버킷 리스트 와 일본 인디 영화 카모메 식당 등에 나와 더욱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습니다. 흥미 로운 사실은 코피루왁의 짝퉁이 나왔다는 사실입니다. 우리 안에 든 원숭 이에게 커피 생두를 주어 배설물로 나온 것으로 만든 것인데, 대량생산이 되므로 가격이 낮아졌지요. 값비싼 럭셔리에는 항상 저렴한 짝퉁이 나오 는데 이는 커피에도 예외가 아닌 것 같습니다. 3. 우리나라 커피 시장 규모 그러면 우리나라 커피 시장 규모는 얼마나 될까요? 2009년 우리나라 커 피시장 규모는 2조 원에 이르렀습니다. 이 중에 커피믹스 시장이 1조 1 천억 원, 커피전문점은 6천억 원, 원두커피 완제품(캔커피 포함)은 2천억 원, 기계 및 원부자재는 1천억 원 정도입니다. 이 자료를 보면 커피믹스 시장 규모가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왜 그렇게 클까요? 우선, 커피믹스가 편하다는 점입니다. 둘째, 정수기가 매우 많이 보급되어 커피믹스를 정수기에서 나오는 따뜻 한 물에 넣기만 하면 커피가 됩니다. 셋째, 여권이 크게 신장되어 예전과 달리 사무실에서 여성이 커피를 타주 던 시대가 지났기 때문에 커피믹스 수요가 크게 늘었습니다.

22 20 제13기 박물관대학 상반기과정 넷째, 커피믹스를 만드는 커피 회사가 고급화 전략과 다양화 전략(디카페 인, 카푸치노, 마일드 등)을 구사하여 수준이 높아지는 소비자 눈높이를 맞추었기 때문입니다. 국내 커피믹스 시장 구도를 보면 동서식품(맥심, 맥스웰하우스)이 78% 를 차지하고, 한국네슬레(테이스터스초이스)가 17%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커피전문점 시장을 한번 볼까요? 우선 매장 수를 보면 과거에는 스타벅 스 1위, 커피빈이 2위로 외국 커피전문점이 압도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제는 상황이 많이 바뀌어 매장 수가 카페베네 1위, 엔젤리너스 2위, 할리 스는 3위가 되었고, 스타벅스는 4위로 밀렸습니다. 그리고 탐앤탐스, 커 피빈, 투섬플레이스가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 해외에 진출한 우리나라 첫 커피전문점은 할리스커피인데, 엔제리너스, 카페띠아모, 탐앤탐스, 카 페베네도 해외에 진출해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 토종커피전문점의 해 외 진출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입니다. 4. 커피 가격 논쟁 요즘 전국적으로 물가 상승률이 높아지면서 각 상품의 가격에 대한 논란 이 일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 석유 가격이 높다는 지적 도 나오고 있고 커피 가격도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 나라 커피 가격이 얼마나 높은지 볼까요? 커피 브랜드마다 품질과 서비스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폭넓은 매장을 가지고 있는 별다방 의 카페라떼 가격을 한번 비교해볼까요? 그래프에서 보듯이 우리나라 카 페라테 가격이 가장 비쌉니다. 경제학의 유명한 법칙 중에는 일물일가 법 칙이라는 것이 있지요. 같은 상품이면 지역에 상관없이 가격이 모두 같아 야 한다는 것이죠. 따라서 이런 가격 차이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요?

23 커피, 한 잔의 경제학 21 우선, 우리나라 회사가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간단히 설명할 수도 있습 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물가 특히 커피숍이 몰려있는 서울의 물가는 현재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물가가 비싸기 때문에 커피가격만 특히 높다 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부동산임대료, 인건비, 마케팅비가 모두 높은 것 이죠. 또 이러한 가격 비교는 모두 여러 나라의 환율을 통해 계산된 것이니, 우리나라의 원화 가치가 기본적으로 과대평가 되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 다. 현재 환율을 보면 1달러가 1,100원 정도인데 만약 원화 가치가 1,500원 으로 크게 떨어진다면 우리나라 카페라떼 가격은 훨씬 떨어질 것이기 때 문입니다. 가격 비교를 보다 자세히 하려면 원가구조를 밝히는 것이 필요한데 최근 신문에 이런 기사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관세청에서 발표한 자 료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미국에서 수입하는 커피 원두 10그램(한 잔 분 량)의 가격이 123원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커피전문점에서는 첨가 물이 없는 아메리카노 커피 가격이 3~4천원이니 커피전문점이 30배나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기사였습니다. 이 기사가 과연 맞는 것일까요? 우선, 관세청 발표에 의하면 미국에서 수입하는 원두 가격이 세금 빼고 123원이라고 하는데 몇 가지를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우선, 123원에는 관세 가격이 빠져 있으니 커피전문점이 부담할 때는 세 금만큼 가격이 오릅니다. 그리고 국내에서 몇 차례 유통과정을 거치면 일반 커피숍이 구입하는 가 격이 123원이 아니라 더 늘어납니다. 제가 자주 가는 커피숍에 가서 원 두 구매가격을 물어보니 400원이나 되더군요. 또, 원두커피 자체의 비용은 커피전문점에서 제공하는 전체 비용의 일부 에 불과합니다. 원두커피 자체는 원자재라고 하는데 이 외에도 종이컵, 설탕 같은 부자재가 들어가고 직원을 고용해야 하니 인건비가 들어갑니

24 22 제13기 박물관대학 상반기과정 다. 또 커피 머신이나 매장 가구 등 인테리어 비용이 고정비로 들어갑니다. 또 임대료가 많이 들어가는데 커피 전문점은 보통 목 좋은 상권의 일층에 위치하고 매장 면적도 넓습니다. 또 대형 전문점 경우에는 TV, 지하철 같은 곳의 여러 매체에 광고비도 지출하고 마일리지 포인트도 제공하기 때문에 마케팅 비용이 듭니다. 커피전문점이 꼭 TV 광고도 해야 하는 지 에 대해 의문점은 있지만 심해진 경쟁 속에서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고 하 기 때문에 광고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의 경우 에는 본사에 브랜드 로열티를 제공합니다. 최근 들어 통큰커피로 불리는 저가 커피샵이 하나 생겼습니다. 마노핀 커피숍은 보통 테이블이 없이 테이크아웃만을 하는데 초기에는 스몰 아메 리카노 커피의 가격은 컵 100원을 포함하여 890원이었습니다. 그러나 커 피 원두 가격이 오르면서 이제는 990원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레귤러 사 이즈는 1,290원에서 1,490원으로 인상되었지요. 원두 자체도 품질 좋은 하와이 코나에서 일반 커피로 바뀌었습니다. 이 회사가 밝힌 커피 원가를 보면 원두 100원, 컵 100원, 기계장비 14원, 인건비 250원, 합쳐서 464원 이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임대료, 인테리어 비용은 빠진 원가입니다. 그런데 3,000~4,000원 되는 커피 가격이 과연 높을까 하고 질문을 던 져볼까요? 제가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커피 가격이 비싸지 않고 오히 려 싸다고 말하는 사람도 꽤 있습니다. 이 분들은 커피 자체도 중요하지 만 공간을 더 중요시합니다. 카페 공간에서 사람들은 오랫동안 공부도 하 고 여러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생각을 정리하곤 합니다. 또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비즈니스 상담을 하기도 합니다. 사실 커피가 아니라 차, 주 스, 생수, 콜라라도 관계없는 것이죠. 이분들은 커피숍이라는 아늑한 공간 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훨씬 중요시합니다. 따라서 4,000원이라는 커피 가격이 비싸지 않은 것이죠.

25 커피, 한 잔의 경제학 다양한 제안 커피 가격에 대해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우선, 같은 커피라 하더라도 경우에 따라 가격을 달리 책정하면 좋겠습니다. 제가 이탈리아 카페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곳에서는 같은 커피라 하더라 도 경우에 따라 가격이 달랐습니다. 주문한 커피를 들고 밖으로 가지고 나가는 테이크아웃 경우에는 커피가 가장 쌌습니다. 그리고, 카페 매장 내에서 마실 때에는 약간 더 비쌌고, 해가 비치고 지나가는 행인을 볼 수 있는 매장 밖 테라스에서 마시면 가격이 제일 비쌌습니다. 또 외국의 어 떤 카페에서는 유명한 작가가 자주 와서 마셨던 테이블에서 커피를 마시 면 가격이 더 비쌉니다. 일종의 자릿세를 내는 것이죠. 우리나라에서도 테이크아웃할 때 내는 커피 가격과 매장 내에서 마실 때 의 커피 가격에 차등을 주면 좋겠습니다. 또 한 발 더 나아가 요즘 카페 내 담배를 피우는 전용 끽연실이 많이 생기고 있는데 끽연실을 이용하는 고객에게는 커피 가격을 더 비싸게 책정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문제는 고객의 정서와 양심인데, 고객이 가지고 나간다며 테이크아웃 커 피를 싸게 사고서는 자리에 앉아 무려 2시간이나 매장에 머무는 고객이 있을 수 있지요. 이때 카페 주인이 그래서는 안 된다고 말하면 고객이 거 부하고 계속 앉아 있으면 어떻게 될까요? 기분 나쁘다며 블로그에 불만 글을 막 올려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그래서 카페 주인은 고객의 행동을 알면서도 방치하게 될 겁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가격 차별화가 쉽지 않 다고 불만을 털어놓는 카페 주인도 있습니다. 최근 들어 커피에 들어가는 첨가물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카푸치노, 모카, 하물며 라떼에도 칼로리가 많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런 말이 나온 이후에 커피전문점에서 첨가물이 없는 아메 리카노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었습니다. 또 커피믹스에 들어가는 첨가물의 종류가 무엇이냐를 가지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첨

26 24 제13기 박물관대학 상반기과정 가물은 중요합니다. 그동안은 커피에 어떤 물을 쓰느냐가 중요하지 않았 으나 앞으로는 어떤 물을 썼느냐가 논란 이슈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커피를 시킬 때 아메리카노 중간 크기 그리고 어떤 생수 브랜드로 해주세요 라고 말하지 않을까요? 하나 더 제안을 하고 싶은데, 우리나라의 대표적 두 음료인 커피와 차를 중심으로 토론문화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미국에서는 경제정책 의 방향을 둘러싸고 티파티와 커피파티 운동이 일고 있습니다. 티 는 영 어로 TEA인데 Tax Enough Already의 약자이기도 합니다. 이제 세금 내는 것은 충분하니 증세하지 말라는 미국의 보수적 시민들의 움직임이 티파티 이름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에 반해 세금을 더 늘려서라도 복지 를 늘리라는 진보적 시민들의 움직임은 커피파티 운동으로 나타났습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마시는 커피와 차가 경제 토론 이슈로 떠오른 것이 흥미로운데요.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생기면 흥미로울 것 같습 니다. 전 세계의 유명한 도시에는 대표적인 이미지와 컨셉이 있습니다. 미국 북서부 해안에 위치한 시애틀에는 어떤 이미지가 있을까요? 커피 도시라 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실제로 여러 커피 브랜드들이 여기에서 탄생했고,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이라는 영화도 그런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도 움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우리나라 강릉이 커피 도시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 입니다. 2009년과 2010년에 걸쳐 커피 축제를 두 번이나 했지요. 10년 전에 커피 바리스타 한 분이 강릉으로 와서 카페를 연 이후에 카페가 계 속 늘어나 현재는 200개나 되었습니다.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가 아니나 독립 카페가 많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강릉은 원래 모임 문화가 잘 발달 되어 있고, 멋있는 해안을 가진 관광도시라는 점, 대학이 많다는 점, 그리 고 일단 커피 중심이라는 사실 때문에 카페가 더욱 많이 몰려든다는 점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해 커피 도시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지자체 의 인위적인 노력이 아니라 사업자들의 자발적인 노력에 의해 이루어졌다 는 점이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앞으로 다른 지자체에서도 자신만의 독특

27 커피, 한 잔의 경제학 25 한 컨셉을 개발해 도시 브랜딩을 하였으면 합니다. 6. 우리나라 커피 시장의 향후 전망 최근 들어 우리나라 카페가 급속하게 늘어남에 따라 커피 시장이 포화된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선 왜 이렇게 급속하게 늘었는지 이유를 한번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국내 토종 카페 브랜드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기존의 외국 카페들 은 보통 직영점 체제이기 때문에 매장 수가 늘어나는 데에 아무래도 한계 가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토종 브랜드는 프랜차이즈 형태이기 때문 에 매장 수를 늘리는 것이 부담 없습니다. 더구나 창업을 원하는 사람들 이 크게 늘고 있어 서로 수요공급이 맞춰진 것입니다. 또 서울 홍대나 강 릉시에서 보듯이 독립 카페들도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둘째, 커피 소비량을 국제적으로 비교해보면 아직 커피 시장은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일인당 커피 소비량을 보면 우리나라 커피 시장은 포화되었 다고 볼 수 없습니다. 2009년 자료를 보면, 유럽국가인 룩셈부르크는 274킬로그램, 핀란드는 11.9, 스웨덴은 7.4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고 이탈 리아는 5.8, 프랑스는 5.4, 미국은 4.1, 호주는 3.5, 일본은 3.4입니다. 이 에 반해 현재 우리나라는 1.9입니다. 커피 시장에서 원두커피의 비중을 보더라도 일본은 40%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아직 20%에 머무르고 있어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습니다. 셋째, 커피 수요는 향후 경제 전망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2008년 경제위기가 발생했을 때 커피전문점 매출이 크게 떨어진 것을 보면 경기 가 좋아야 원두커피에 대한 수요가 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향후 경 제 성장률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커피 시장은 훨씬 커질 수도 정체될 수도 있습니다.

28 26 제13기 박물관대학 상반기과정 넷째, 서울에는 카페가 많지만 지방에 가면 카페들이 눈에 잘 띄지 않습 니다. 전번에 경남 김해시에 갔다가 원두커피를 마시고 싶었는데 잘 찾지 못해 고생을 하다 간신히 한 군데를 발견하고 너무 반가웠습니다. 이제 서울과 지방 사람들의 취향이 많이 비슷해지면서 앞으로 원두커피점이 지 방에 진출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다섯째, 만약 우리나라 커피 시장이 포화되더라도 우리나라의 커피 산업 은 계속 커질 수 있습니다. 우선 커피 생두는 제대로 재배하지 못하더라 도 이를 제조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커피믹스, 캔커피, 병커피가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그리고 카페 사업 자체도 외국으로 나가 유명 브 랜드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만든 인스턴트 커피는 중 국, 러시아, 이스라엘 등 많은 나라로 수출되어 1억 4천만 달러 수출액을 올리고 있습니다. 인문 지리적으로 커피 소비의 이동 추이를 보면 한 나라의 흥망성쇠를 알 수 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커피 소비는 에디오피아에서 시작하여 아 랍, 터키, 유럽, 미국, 일본, 한국으로 이동해 왔습니다. 역사적으로 강국 이었을 때 커피 수요가 늘어난다는 것이죠.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우리나 라 커피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더욱 부강 한 나라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커피를 마시는 이유는 크게 보아 두 가지 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분위기 전환이나 각성 효과를 얻기 위해서 커피를 마시지요. 그리고 또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기 위해 커피를 마십니다. 이유가 어떻든 간에 커 피는 우리의 삶을 윤택하고 창의적으로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는 삶의 윤 활유입니다.

29 양탕국의 유입과 한국 커피의 역사 장 유 정 ( 단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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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양탕국의 유입과 한국 커피의 역사 29 양탕국의 유입과 한국 커피의 역사 목 차 1. 세계 커피 역사의 시작 2. 커피의 한반도 상륙 3. 커피, 근대의 상징 4. 커피의 대중화 5. 커피의 다양화 6. 커피의 일상화 1. 세계 커피 역사의 시작 * 커피의 기원설 - 에티오피아의 칼디의 전설 : 양치기 칼디 - 예멘의 오마르의 전설 : 오마르라는 수도승 * 15세기에 아라비아 반도에 커피를 마시는 공간 등장 * 이집트를 거쳐 유럽에서 커피 문화가 꽃을 피움 2. 커피의 한반도 상륙 * 서양과 접촉하면서 커피도 이 땅에 유입 - 조미수호통상조약이 있었던 1882년이나 그 이전, 천주교를 전파한 성 - 직자들에 의해 - 갑신정변이 발발한 1884년에 위안스카이( 袁 世 凱 )가 통상 전권위원으 - 로 오면서

32 30 제13기 박물관대학 상반기과정 * 서양의 커피 소개 - 유길준의 서유견문 (1895년) - 윤치호 일기(1882~1943년) * 고종과 1898년 커피를 이용한 독살 사건 * 호텔식 커피숍 - 대불호텔(1885년 이전 설립 추정) - 손탁호텔(1902년 설립) - 조선호텔(1914년) * 최초의 다방에 대하여 - 황성신문 1908년 10월 25일 - 황성신문 1909년 11월 3일 - 매일신보 1910년 9월 20일 년 인천의 대합찻집 년 남대문역 다방 * 가배당과 수입상회(<구옥상전( 亀 屋 商 廛 )>) 3. 커피, 근대의 상징 * 1920년대부터 주로 일본인이 거주하던 명동 등지에 다방이 들어서기 시작 * 1927년에는 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거주하던 북촌에도 다방이 들어섬 - 카카듀, 멕시코, 낙랑파라, 프라타나, 제비 등 * 문화 예술인들이 다방 경영을 시작하면서 다방은 문화 공간으로 자리함 - 예술인의 안식처이자 창작의 산실

33 양탕국의 유입과 한국 커피의 역사 31 * 차를 파는 다방과 차를 마시는 기분을 파는 다방 * 무기력한 지식인들의 집합소 * 다점 순례의 유행 * 금붕어 와 벽화 * 가정에 보급된 커피 * 커피의 유해성에 대한 논란 * 콩으로 커피 제조 4. 커피의 대중화 * 광복 이후의 다방 : 봉선화, 에덴, 마돈나, 남강, 미네르바, 오아시스, * 코롬방, 라아뿌룸, 모나리자, 돌체 등 * 한국 전쟁 발발 후, 부산의 밀다원과 금강으로 문인들이 군집 * 학림다방 - 서울대 제 25강의실 * 한국 전쟁 후 야전용 봉지커피와 인스턴트 커피 유행 * 1960년대 초 외제 커피의 암거래 금지 * 꽁피 커피 사건 * 한국 커피의 국내 생산

34 32 제13기 박물관대학 상반기과정 * 캔커피와 아이스 커피 * 고고족과 해장커피 * 1970년대 음악다방의 성행 - 디쉐네, 라 스카랄, 메트로, 카네기 5. 커피의 다양화 * 커피 전문점의 시작 년 동숭동의 난다랑 에서 시작 년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커피 전문점 출현 (쟈뎅, 도토루, 미스터커피, 브레머) 년 북카페 등장 년 스타벅스 등장(값비싼 고급 커피) - 테이크아웃 커피의 유행 (커피빈, 카페베네, 엔제리너스, 할리스, 탐앤탐스, 파스쿠치, 투썸플 레이스 등) - 테이크아웃 숍의 등장 6. 커피의 일상화 * 현재 성인 한 사람이 한 해 동안 300잔이 넘는 커피를 마심 * 2010년 커피 수입 규모 : 11만 7천 톤 * 커피 한 잔의 원두 가격 : 123원 커피의 본능은 유혹, 진한 향기는 와인보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은 키 스보다 황홀하다.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겁고, 천사처럼 순수하며, 사

35 양탕국의 유입과 한국 커피의 역사 33 랑처럼 달콤하다. - 18세기 프랑스의 정치가였던 찰스 드 모리스 탈레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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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중국차의보급을통해본차의역사 서 은 미 ( 부산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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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중국차( 中 國 茶 )의 보급을 통해 본 차의 역사 37 중국차( 中 國 茶 )의 보급을 통해 본 차의 역사 목 차 1. 세계인의 차로의 발전 과정 1) 세계 차 산지와 생산량 2) 차나무의 종류와 원산지 3) 차의 종류와 성분 4) 한중일 차 문화의 기원 5) 동양의 차에서 세계의 차로 2. 중국에서 차의 보급 1) 중국 내 생산지 중심의 소비 2) 중국 내 비( 非 ) 생산지로의 보급 3) 주변지역으로의 보급 : 차마무역 1. 세계인의 차로의 발전 과정 1) 세계 차 산지와 생산량 현재 차는 세계 40여 개 나라에서 연간 267만 톤 정도가 생산되는 세 계인의 음료로 성장해 있다. 최대 생산국은 인도로 연간 81만 톤을 생산 하고 이어 중국이 61만 톤을 생산하고 있다. 이 밖에도 스리랑카(28만 톤), 케냐(20만 톤) 등이 주요 생산국이고, 일본(8만 6천 톤)과 한국(4천 톤)의 생산량은 많은 편이 아니다. 인도가 최대 생산국이 되고 스리랑카와 케냐 등이 주요 생산국이 된 것 은 근래의 역사로 19세기 후반의 변화이다. 그 이전의 경우 오랫동안 중 국이 최대 생산국이었다. 이러한 생산판도의 변화에 따라 차의 생산도 현 대는 홍차가 주도하고 있다. 전체 생산량 가운데 75% 정도가 홍차로 생 산되고 녹차는 20% 정도를 차지한다.

40 38 제13기 박물관대학 상반기과정 2) 차나무의 종류와 원산지 차나무는 수 m로 자라는 교목과 1~2m 이내로 자라는 관목의 두 종류 가 있다. 지역에 따라 아샘종과 중국종으로 분류하고, 찻잎의 크기에 따 라 대엽종과 소엽종으로도 구분된다. 차나무의 원산지 논쟁은 일원설, 이원설, 다원설에 이르기까지 여러 논 쟁이 있었으나 과학적 분석을 통해 중국 서남지역의 운귀( 雲 貴 ) 고원지대 를 원산지로 본다. 3) 차의 종류와 성분 차의 분류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가장 과학적인 분류방법은 찻잎 의 발효 정도에 따른 것이라고 하겠다. 차의 발효란, 폴리페놀옥시데이스 (Polyphenoloxidase)라는 산화효소에 의해 찻잎의 주성분인 폴리페놀(Polyphenols) 이 산화되어 성분의 복합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효소발효 작용을 말하는 것으로 미생 물에 의한 세균발효와는 다르다. 찻잎의 발효정도가 0%로 발효시키지 않은 차를 불( 不 )발효차라고 하며 녹차( 綠 茶 )가 여기에 해당된다. 발효정도가 10~65%에 이르는 차를 반 ( 半 )발효차라고 하며 우롱차( 烏 龍 茶 )와 백차( 白 茶 )가 대표적이다. 85%이 상의 발효가 이루어진 차를 발효차라고 하며 홍차( 紅 茶 )가 여기에 속한 다. 또한 후( 後 )발효차로 황차( 黃 茶 )와 흑차( 黑 茶 )가 있다. 황차는 증제녹 차 제조공정을 거친 후 종이에 싸거나 상자에 넣어 습열( 濕 熱 )상태를 유 지시켜 찻잎의 성분 변화를 일으키는 비효소성 발효 공정을 거친 것이다. 흑차는 덖음 녹차와 같이 가열처리하고 퇴적시켜 세균발효라는 특수한 공 정을 거친 차이다. 차가 오래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각광받는 음료로 존재할 수 있었던 주요 원인 중의 하나는 건강에 좋은 음료라는 사실 때문이다. 주요성분으 로 카데킨류인 폴리페놀, 카페인, 아미노산, 비타민류, 미네랄 등이 있다. 차의 특성을 나타내는 주요성분이자 함량이 높은 것으로 데아닌과 카페 인, 카데킨이 있으며 칼륨, 불소, 알루미늄, 비타민 C와 E의 함량도 높다.

41 중국차( 中 國 茶 )의 보급을 통해 본 차의 역사 39 4) 한중일 차 문화의 기원 중국 차 문화의 기원 - 중국의 차 문화는 그 연원이 가장 깊다. 기원전 2700년경으로 추정되는 신농설화에서부터 기원전 11세기(기원전 1027~1025) 에 해당되는 주( 周 )나라와 건국시기에 관련된 차 기록이 있다. 또한 기원 전 1세기에 사천지역에서 승려 오리진( 吳 理 眞 )이 차나무를 인공 재배했다 는 기록과 전후 다수의 다인( 茶 人 )들의 관련 기록이 남아 있다. 구체적인 일상음용과 관련된 기록으로 기원전 59년 한나라 때 왕포가 남긴 동약 ( 僮 約 )이 있다. 한국 차 문화의 기원 - 수로왕비의 기록과 신라 흥덕왕 때인 9세기 대 렴의 기록이 있다. 일본 차 문화의 기원 - 9세기부터 단편적인 기록이 보이나 일본으로의 본격적인 차 전래는 1191년 에이사이( 榮 西 )에 의한 것이다. 5) 동양의 차에서 세계의 차로 17세기 이전까지 차는 오랫동안 동양인들의 음료였다. 1610년 히라도 ( 平 戶 )를 출발해 동남아 바타비아(자카르타의 옛 지명)를 거쳐 유럽 리스 본으로 향한 네덜란드 선박을 통해 차가 유럽에 소개되었다. 1717년에 이르면 영국이 광둥( 廣 東 )에서 직접 차 무역을 시작하면서, 네덜란드와의 경쟁을 이기고 차무역을 장악하였다. 이와 같이 유럽으로 수입된 차는 다 시 세계 각국으로 재수출되어 세계인의 차로 발전하였고 영국의 홍차 문 화를 꽃피웠다. 중국에 파견했던 매카트니 사절단(1792~1794)에 의해 중국차 묘목을 확보했던 영국은 1823년 인도 동북부 아샘지역에서 야생차나무를 발견한 이래 식민지 내에서의 차나무 재배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 성과가 1830 년대 나타나면서 이후 동남아지역의 식민지에 대대적으로 다원이 조성되 었다.

42 40 제13기 박물관대학 상반기과정 2. 중국에서 차의 보급 중국인들은 차나무를 가장 먼저 인공재배하고 차를 음료로 애용하였는데 모든 중국인들이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차가 생산되는 지역에서 형성 된 차 문화가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는 데는 비교적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다. 1) 중국 내 생산지 중심의 소비 쓰촨( 四 川 )지역은 중국 차 문화의 요람이다. 차나무의 인공재배를 시작 한 곳도 이 지역이고 민간의 일반적인 차 음용의 모습도 이 지역 기록이 빠르다. 청대의 학자 고염무( 顧 炎 武 )가 일지록( 日 知 錄 ) 에서 춘추전국( 春 秋 戰 國 기원전 770~221)시대에 진( 秦 )나라가 촉( 蜀 )지역을 병합하면서 차를 음용하는 것이 보급되었고 이어 다른 지역으로 전파되기 시작했다고 하였듯이, 민간의 보편적인 음용은 사천에서 시작하여 양자강을 따라 남 동지역으로 보급되었다. 먼저 차나무의 생장이 가능한 생산지를 중심으로 차의 음용이 자리 잡았고 이후 차나무가 생산되지 않는 지역으로도 보급 되었는데 이는 수당시대에 이르러서야 이루어졌다. 위진남북조( 魏 晉 南 北 朝 220~581)시대에 중국은 회수( 淮 水 )를 경계로 남과 북이 정치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었던 만큼 문화의 차이도 컸다. 당시 차 문화는 남쪽 지역에서는 보편적으로 발전해 있었으나 북쪽에서는 낙노( 酪 奴 ) 나 수액( 水 厄 ) 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며 남쪽의 문화를 존중하 지 않았다. 남조 제나라 귀족으로 북위에 귀순한 왕숙( 王 肅 )의 일화도 같 은 맥락이다. 2) 중국 내 비( 非 ) 생산지로의 보급 양화( 楊 華 )의 선부경수록( 膳 夫 經 手 錄 ) 에 의하면 700년대 황하 중하류 지역의 마을과 촌락에서도 모두 차를 마시며, 하루라도 차가 없으면 안된 다는 기록이 보인다. 차를 낙노 라고 부르던 지역에서 하루라도 차를 마 시지 못하면 안된다 는 상황으로 변화할 수 있었던 데에는 몇 가지 주원 인들이 작용하였다. 먼저 수 당으로 이어지는 장기적인 평화시대의 도래

43 중국차( 中 國 茶 )의 보급을 통해 본 차의 역사 41 라는 시대환경과 운하의 건설을 통한 전국유통망의 확충, 생산량 향상에 따른 도시와 상업의 발달이 있었다. 또한 선종( 禪 宗 )의 발전과 차 전문서 적인 다경( 茶 經 ) 의 출판도 차의 보편적인 보급에 커다란 역할을 하였 다. 이러한 보편적인 보급단계를 거쳐 중국인들에게 차는 거의 필수품화되 었다고 평가하는게 그 대표적인 기록으로 개문칠건사( 開 門 七 件 事 ), 또는 일상칠반사( 日 常 七 飯 事 )를 들 수 있다. 오자목( 吳 自 牧 )의 몽량록( 夢 粱 錄 ) 에 의하면 (송나라) 사람의 집에 매일 없어서는 안되는 물품은 땔나무, 쌀, 기름, 소금, 장, 식초, 차이다 라고 하였다. 이견속지( 夷 堅 續 志 ) 에는 새벽에 일어나면서부터 필요한 7가지 먹을거리는 기름, 소금, 장, 메주, 생강, 초( 椒 ), 차( 茶 )이다 라고 하였다. 일상생활이 필수품 7가지에 차가 포함되었다는 사실은 그 음용 정도가 필수품에 가까웠다는 증거라고 하겠 다. 이외에도 차는 군자소인 모두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없고, 부귀빈천 모두 음용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차가 사람들에게 이용되는 것이 쌀과 소금과 같아서 하루라도 없어서는 안된다 등과 같은 기록이 다수 보인 다. 오랜 역사를 지닌 만큼 차를 마시는 방법도 시대에 따라 차이가 있었 다. 지금처럼 찻잎을 우려내어 찻물만 마시는 방법인 포차법( 泡 茶 法 )은 명나라( 明 1368~1662)에 이르러서 주류로 확립된 것이다. 그 이전에는 가루차를 마셨는데 당나라( 唐 618~907)에는 자차법( 煮 茶 法 )이, 송나라( 宋 960~1279)에는 점차법( 點 茶 法 )이 주류였다. 이외에도 민간에는 다양한 방식이 존재하였다. 또한 차는 파, 생강, 귤껍질, 수유 등 여러 첨가물과 함께 끓여 먹는 방 식이 먼저였으나, 육우는 다경 에서 소금만을 넣어야 진정한 차라고 주 장하였고 점차법부터는 일체의 첨가물을 넣지 않았다. 차의 소비가 보편화됨에 따라 새로운 세원( 稅 源 )의 확보를 모색하고 있 던 국가의 관심도 높아졌고 이 과정에서 차에 대한 과세가 시작되었다. 780년부터 차는 징세의 대상이 되어 1/10세가 부과되었고, 나아가 9세기 에 이르면 전매가 시행되었다. 차 전매는 835년 왕애에 의한 이차수관장 법( 移 茶 樹 官 場 法 ) 을 시작으로 하여 송나라에 이르면 제도적인 완성단계 에 이른다.

44 42 제13기 박물관대학 상반기과정 3) 주변지역으로의 보급 : 차마무역 차는 일찍이 중국의 국경을 넘어 주변으로도 보급되었다. 8세기 말의 기록 봉씨문견기( 封 氏 聞 見 記 ) 에 의하면, 차를 마시는 습관이 국외로 전 파되어 회골( 回 鶻 위그르)이 입조하였는데 명마( 名 馬 )를 대거 몰고 와 차 를 사서 돌아갔다고 하였다. 9세기 초의 기록인 당국사보( 唐 國 史 補 ) 의 기록에는 서번( 西 蕃 )의 지도자인 찬보( 贊 普 )가 중국 여러 지역의 다양한 차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송나라에 이르면 주변 민족들의 차 소비 정 도에 대해 (차를) 차미( 茶 米 )라고 불렀고 질병이 있으면 차를 이용하여 치료하고 아침저녁으로 잠깐이라도 없어서는 안되었다 라고 할 정도였다. 송나라는 주변 민족과의 교역에서는 동전 대신 포백과 차로 물품가격을 지불하였는데, 이는 주변 민족의 수요가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1004년의 경우 송나라가 주변 민족에게 하사한 차의 일회 수량이 5,000근에 달하 였다. 이 또한 이들 지역의 차 수요가 상당하였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렇게 보급된 차의 수요는 송 신종대(1068~1085)에 이르러 차마무역 ( 茶 馬 貿 易 )이 공식적으로 성립될 정도로 발전하였다. 차마무역은 말 1필 을 차 1태(100근)로 교역하는 방식으로 시작하였는데, 이때 서북변 민족 과의 말 거래에 용인된 차의 수량은 400만 근 정도였다. 이는 당시 공급 되었던 차인 사천차 생산량의 13%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말과 차 가격이 항상 일정한 것이 아니었으므로 운영상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이 러한 주변 민족과의 차마무역은 명나라에 계승되었다.

45 고려시대 차 문화와 도자기 이 종 민 ( 충북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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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고려시대 차 문화와 도자기 45 고려시대 차 문화와 도자기 목 차 Ⅰ. 차의 기원과 발전 Ⅱ. 고려 이전 차 문화의 유입과 차 도구 Ⅲ. 고려시대 차 문화의 확산과 차 도구 Ⅰ. 차의 기원과 발전 차는 커피, 코코아와 더불어 세계인의 3대 기호식품 중 하나이다. 차는 원래 중국 남방이 원산지라 알려져 있으나 인도라고 하는 사람도 있으며 정확한 기원지역에 대하여는 여러 설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1980년대 초에 일본의 시무라 하시( 志 村 喬 )와 하시키 미노루( 橋 木 實 )교수는 세포 염색체 관찰을 통 해 인도종과 중국종 사이에 염색체 수가 동일하고(2n=30), 세포유전학상 차 이가 없다고 밝혔다. 또 중국의 운남, 호남, 사천, 광서 등지에 존재하는 각지 의 찻잎 조사결과, 외형은 연속적 변이가 발생했지만, 품종의 변이는 없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또 차의 전파는 사천, 운남을 중심으로 인도쪽에 이동한 것 은 교목화( 喬 木 化 )와 대엽형( 大 葉 形 )으로 발전했고, 북쪽으로 이동한 것은 관 목화( 灌 木 化 )와 소엽형( 小 葉 形 )으로 발전했다고 하였다. 이러한 과학적 사실 등을 근거로 많은 사람들은 차의 원산지가 중국 서남지역이며 운남성 일대가 차의 고향이라고 보고 있다. 중국에서 차와 관련한 기록이 등장하는 것은 화양국지( 華 陽 國 志 ) 파지( 巴 志 ) 에 주( 周 )의 무왕이 주( 紂 )를 토벌할 때, 파촉지역에서 주 천자에게 바치 는 공물 중에 찻잎이 들어 있다고 되어 있다. 1) 또, 같은 책에서 이르기를 1) 동진의 상거( 常 璩 )가 지은 화양국지( 華 陽 國 志 )는 지방지. 중국 서남지구의 사회와 역사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모두 12권이다. 진대( 晉 代 )의 양( 梁 ), 익( 益 ), 영( 寧 ) 3주 지역에 관 한 사서로 파( 巴 ), 한중( 漢 中 ), 촉( 蜀 ), 남중( 南 中 )과 공손술( 公 孫 述 ), 유이목( 劉 二 牧 ), 촉의 유선 주( 劉 先 主 ), 유비( 劉 備 ), 유후주( 劉 後 主 : 유선( 劉 禪 )), 대동( 大 同 ), 서진통일( 西 晉 統 一 ) 등 13지

48 46 제13기 박물관대학 상반기과정 서한( 西 漢 )에서 진( 晉 )까지 200년간 부릉( 涪 陵 ), 십방( 什 邡 ), 남안( 南 安 ), 무 양( 武 陽 ) 등은 모두 명차가 난다 고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차의 역사 는 약 3,000년 전으로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차 음용과 관련한 보다 명확 한 사료는 전한( 前 漢 B.C.206~A.D.24) 말년의 왕포( 王 褒 )가 쓴 종 매매계약 서인 동약( 僮 約 ) 부( 賦 )에 나온다. 내용은 왕포가 양혜( 揚 惠 )라는 과부집 손님으로 갔을 때 양혜의 어린 노예인 편료( 便 了 )가 왕포에게 예의 없이 굴 자, 양혜가 그러지 않아도 팔아버리려 했다라는 말에 왕포와 양혜가 매매계약 서를 작성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여기에서 왕포가 열거한 여러 가지 잡역 중 에 늘 차를 끓이고, 다구를 세척해야 하며, 무양( 武 陽 : 현 사천 팽산현)에 가서 차를 파는 일 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부( 賦 )는 B.C.59년에 지어진 것 으로 내용을 보면 이미 전한( 前 漢 )시기에 차가 사천지방의 음료로 활용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당대( 唐 代 ) 육우( 陸 羽 )는 다경( 茶 經 )에서 차를 마시게 된 것은 신농( 神 農 )씨 로부터 비롯되었다 라고 하였다. 이는 전설 속의 이야기로 언급되지만, 병이 발생하여 사람들이 죽음에까지 이르렀을 때, 신농씨가 약초를 찾던 중 차를 먹고서 나았다고 하여 차가 처음에는 약용으로 음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차 는 당대에 이르기까지 여러 이름으로 불리었다. 시경( 詩 經 ) 에는 도( 荼 ), 이아( 爾 雅 ) 에서는 가( 檟 ), 방언( 方 言 ) 에서는 설( 蔎 ), 안자춘추( 晏 子 春 秋 ) 에서는 명( 茗 ), 범장편( 凡 將 篇 ) 에서는 천( 荈 ), 상서( 尙 書 ) 고명( 顧 命 ) 편에서는 타( 詫 )라 칭한 사례들이 모두 차의 다른 이름으로 알려져 있 다. 이중 도( 荼 )는 씀바귀, 즉, 쓴 채소를 의미하는 말로 처음에는 국처럼 삶 아 국으로 마셨기 때문에 차를 도( 荼 )라 불렀으며 오랜 시간이 경과하고 나서 야 이 글귀가 차의 고유명사가 되었다. 도( 荼 ) 에서 다( 茶 ) 로 바뀐 것 은 중당( 中 唐 )시대의 일로 개원( 開 元 )년간(713~731)에 정립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 荼 )가 다( 茶 )로 변한 것은 육우가 쓴 다경 과 밀접한 관련이 있 다. 그가 다경 을 저술할 때에도 많은 사람들은 도( 荼 )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후 차 마시는 풍습이 널리 보급되고 다경 의 영향이 끊 이지 않으면서 사람들은 비로소 다( 茶 )자를 보편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2) 로 나누어져 있다. 2) 王 從 仁 /김하림 이상호 역, 중국의 차 문화 (에티터, 2004), pp.11~43.

49 고려시대 차 문화와 도자기 47 차가 약용에서 음용으로 바뀐 것은 삼국시대( 三 國 時 代 221~280)로 오나라 궁정에서 차가 음료용으로 사용된 기록이 있으며 주로 남조( 南 朝 )를 중심으로 한 국가에서 활용되고 있었다. 당시 북방귀족들은 차 마시는 습관이 거의 없 어 이를 경시하고 억제하였으며 차 마시는 사람을 비난하고 희롱하기도 했다. 그러나 남북조의 문화가 교류하는 가운데에 차 문화는 남쪽에서 북쪽으로 보 급되었으며 약용과 음용이 뒤섞인 상태로 활용되었다. 수( 隨 )에 이어 당( 唐 ) 으로 이어지는 통일국가가 완성된 이후 차는 지방마다 제각각의 방식으로 음 용되었으며 다법 또한 통일된 바가 없었다. 이때 차와 관련하여 혜성과 같이 등장한 사람이 바로 다성( 茶 聖 )으로 추앙되는 경릉자( 竟 陵 子 ) 육우( 陸 羽 )이다. 당 개원( 開 元 ) 년간, 복주( 福 州 ) 경릉( 竟 陵 : 현 湖 北 省 의 天 門 縣 ) 용개사( 龍 蓋 寺 ) 주지 지적법사( 智 積 法 師 )는 세 살짜리 고아 한 명을 거두게 되었다. 고 아는 성인이 되면서 스스로 주역( 周 易 ) 에 근거하여 육우라 이름 지었는데 그가 바로 유명한 다성( 茶 聖 )이 된 것이다. 그는 소시부터 독서와 학습을 좋 아하였다. 지적법사는 불경을 공부하도록 했으나 육우가 좋아한 것은 유교경 전과 시문창작이었으며 법사의 명을 거절하면서 여러 벌을 받기도 했다. 13 세가 되었을 때 그는 사원을 가출하여 극단에 몸 담으면서 어릿광대 역할을 하면서 기식하기도 하였다. 당시 하남( 河 南 ) 부윤 이제물( 李 齊 物 )과의 만남은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는데 이제물은 육우를 총애하여 시문 짓는 법을 가르쳐주고 공부를 시켰다. 이후 도처로 스승과 친구를 찾는 과정에서 당대의 문인 이백( 李 白 ), 두보( 杜 甫 ), 안진경( 顔 眞 卿 ) 등과 교유하였으며 그 이름이 날로 유명해지기 시작하였다. 당 중엽 안사( 安 史 )의 난 때에는 초계( 苕 溪 : 현 절강성) 오흥현( 吳 興 縣 )에 은거하였고 한때 태상시( 太 常 寺 ) 태자문학( 太 子 文 學 )이 되어 잠시 벼슬을 하기도 했으나 낙향하여 은일로 만년을 보냈다. 육우 의 소시 적에 지적법사는 차를 좋아하고 품평에 능한 사람이었다. 여기서 차 끓이는 법을 배운 육우는 후일 대종( 代 宗 )황제에게 불려가 차를 끓였다고도 전해진다. 어찌했든 학식과 안목을 갖춘 육우는 다경 을 저술하였는데 이 로 인하여 다양했던 중국의 다법은 그의 명성을 타고 대부분 정리되었고, 점 차 당 문화의 확산과정에서 당 스타일의 다법과 다경 은 주변국의 차 음 용에 표준이 되기에 이른 것이다.

50 48 제13기 박물관대학 상반기과정 Ⅱ. 고려 이전 차 문화의 유입과 차 도구 한반도에서 차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는 사료적인 근거는 선덕여왕( 善 德 女 王 632~647)때의 일이다. 그에 앞서 금관가야의 시 조 김수로왕( 金 首 露 王 )의 부인 허( 許 )황후에 의해 인도로부터 차가 전래되었 다고 보는 설도 있으나 이를 뒷받침할 사료는 없는 상황이다. 차가 본격적으 로 성행한 시기는 흥덕왕( 興 德 王 ) 3년(828) 대렴( 大 廉 )이 당으로부터 차의 종 자를 가져와 왕의 명으로 지리산에 심기 시작한 이후부터로 3) 이해되고 있으 며 이 시기쯤이면 이미 국내의 상류계층 사이에 상당한 차 문화가 보급되었 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규보( 李 奎 報 )가 저술한 동국이상국집( 東 國 李 相 國 集 ) 의 남행일월기 ( 南 行 日 月 記 ) 1200년경( 神 宗 ) 8월 기록에는 그가 원효방( 元 曉 房 )을 참배 하고 그곳에서 들은 바를 기록했다는 글이 전한다. 그 내용은 원효방이란 한 암자가 있는데 항간의 말에 의하면 사포성인( 蛇 包 聖 人 )이 옛날에 머물렀던 곳으로 원효가 왔을 때 차를 다려 드리려 했으나 샘물이 없어 곤란했는데 갑 자기 바위틈에서 매우 맛이 단 젖과 같은 샘물이 솟아났다 는 것이다. 4) 이 기록은 사료적 가치에 있어서 신빙성에 논란이 있으나 차와 관련한 기사임은 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기록에서도 차와 관련한 내용이 알려져 있다. 경덕왕( 景 德 王 )은 19 년(760) 4월에 월명( 月 明 )스님을 조원전( 朝 元 殿 )으로 초청하여 두 개의 해가 나란히 나타나 열흘 동안 사라지지 않은 변괴를 물리치고자 했다. 월명이 두 솔가( 兜 率 歌 )라는 향가를 지어 부르니 사라졌으며 왕이 좋은 차 한 봉과 백팔 수정염주를 하사했다고 한다. 5) 이 기록 역시 내용에 있어서 믿기 어려운 부 분이 많은 관계로 사료적 가치는 떨어진다고 하겠으나 경덕왕 때 궁중에 차 가 있었음은 충분히 알게 해 주고 있다. 삼국유사( 三 國 遺 事 ) 의 경덕왕 24 년(765) 3월 3일조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왕이 귀정문( 歸 正 門 )에서 3) 三 國 史 記 卷 10, 興 德 王 3년조. 4) 李 奎 報, 東 國 李 相 國 集 卷 23, 南 行 日 月 記 5) 三 國 遺 事 卷 5, 月 明 師 兜 率 歌 조

51 고려시대 차 문화와 도자기 49 경주 남산 삼화령의 미륵세존에게 차를 공양한 후 앵통( 櫻 筒 )을 매고 오는 충 담( 忠 談 )이란 스님을 맞았는데 왕이 차를 청하자 충담이 차를 다려 공양하였 으며 이내 사발 안에서 차 향기가 풍겼다고 한다. 6) 육우와 같은 시대를 살았 던 충담은 이 기록을 통하여 뛰어난 다승( 茶 僧 )이었으며 차가 불전에 쓰이는 중요한 공양물이었음을 알게 해주고 있다. 이상의 몇몇 자료를 통해 살펴볼 때 대렴이 당에서 차 종자를 가져다 심었다고 하는 9세기 전반경은 어느 정 도 국산차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고 음다풍도 널리 퍼졌을 것으로 보인다. 7) 중국으로부터의 차 문화 유입이 국내 통일신라기의 차 도구 형성에 얼마만 큼 영향을 주었는지 알 수 있는 자료는 거의 없다. 그러나 통일신라시대 상류 층들의 고급기호를 만족하게 해주는 문화적 요소들은 대부분 당( 唐 )으로부터 유입되고 있었기 때문에 차와 관련한 도구 역시 중국산 제품이 주로 사용되 었다고 생각된다. 통일신라시기에 제작되었던 많은 도기들 중에서 차와 관련 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기명은 당시의 상류계층이 살고 있었던 경주의 안 압지( 雁 鴨 池 ) 출토유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일부 침탄된 넓은 바릿대(다완 추정)와 함께 다조( 茶 俎 )로 알려진 경질도기가 출토되어 차 문화 를 향유하는 데 필요한 기명이 도기로 제작되고 있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이들 이외에 컵 형태의 파수배나 녹유잔탁 등의 제작 예가 사지( 寺 址 )나 건물 지 등에서 출토되고 있어 차, 술 등과 더불어 고급음료를 음용하는데 자체적 으로 생산한 고급도기가 사용되고 있었음을 알게 해준다. 통일신라시대에 차를 음용하는데 사용되었던 기명( 器 皿 )들은 무엇보다도 중 국산 자기가 중심을 이루었다. 중국산 도자기는 당시에 중요한 수입품목의 하 나였으며 집권층의 기호를 충족시켜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현재까지 통 일신라시대에 수입된 중국도자는 심심치 않게 지방에서도 발견되고 있으나 가장 많은 출토 예는 역시 왕경( 王 京 )이었던 금성( 金 城 현 慶 州 )에서 보이고 있다. 통일신라시대에 수입된 중국도자의 유형은 청자( 靑 磁 ), 백자( 白 磁 ), 흑 유자기( 黑 釉 磁 器 ), 삼채( 三 彩 ) 등 중국에서 제작된 도자의 종류가 망라되어 있으며 도자의 원산지도 다양하다. 일제강점기 때 경주에서 출토되었다고 전 하는 <황유갈채첩화장식주자( 黃 釉 褐 彩 貼 花 裝 飾 注 子 )>는 중국 호남성 장사( 長 6) 三 國 遺 事 卷 2, 景 德 王, 忠 談 師, 表 訓 大 德 조 7) 김상현, 김봉오, 生 活 茶 藝 ( 太 平 洋 博 物 館, 1984) p. 26.

52 50 제13기 박물관대학 상반기과정 沙 )지방의 동관요( 銅 官 窯 ) 제품이며 경주 안압지 발굴조사시에 수습된 <청자 완( 靑 磁 碗 )> 2점과 부여 부소산성( 扶 蘇 山 城 ) 출토의 <청자완( 靑 磁 碗 )> 2점은 8세기 후반에서 9세기 중반 사이에 유행했던 중국 다완의 정수를 보여주는 예이다. 익산( 益 山 ) 미륵사지( 彌 勒 寺 址 )에서는 월주요( 越 州 窯 )산 <청자화형완 ( 靑 磁 花 形 碗 )>과 함께 하북성( 河 北 省 ) 형요산( 邢 窯 産 ) 백자완 2점은 통일신라 말기에 급증했던 차 문화의 유입과 음다풍습의 확산에 따라 수입된 도구임을 증명해준다. 장보고 유적으로 유명한 완도( 莞 島 ) 장도( 將 島 )에서는 1991~1997년의 발굴 조사를 통하여 월주요계 청자완( 靑 磁 碗 ), 발( 鉢 ), 호( 壺 ), 병( 甁 ), 주자( 注 子 ), 항( 缸 )편 등과 함께 형요( 邢 窯 ), 혹은 정요계( 定 窯 系 )로 추정되는 백자완( 白 磁 碗 ), 호( 壺 ) 그리고 제작지 미상인 갈유병편( 褐 釉 甁 片 ) 등이 발견되었다. 또한 통일신라말에 성립된 구산선문( 九 山 禪 門 )의 하나였던 충남 보령 성주사지( 聖 住 寺 址 ) 출토품에는 중국 만당기의 월주요계 청자옥벽저완편( 靑 磁 玉 璧 底 碗 片 ), 정요계 백자옥벽저완편( 磁 玉 璧 底 碗 片 ), 북송기( 北 宋 期 )의 요주요계( 耀 州 窯 系 ) 청자편과 정요계 백자접시편 등이 수습되기도 하였다. 8) 이렇게 9세기 대에 수입된 중국산 도자의 예는 주로 다완이나 일부 주자에 집중되어 있으 며 발견지도 경주권 일대와 각 지방의 사찰이나 건물지가 중심을 이룬다. 이 와 같은 사실은 통일신라 후대의 수입도자가 차 도구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는 것을 말해주며 이를 향유하는 계층은 상류의 집권층과 사찰에서 도를 행 하는 승려들이 중심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결국 이러한 음다풍습의 성행은 한반도에서 다완을 중심으로 한 청자의 제작을 개시하게 한 중요한 동인이 되었던 것이다. Ⅲ. 고려시대 차 문화의 확산과 차 도구 고려시대에도 음다는 왕실, 문인, 승려 등 귀족계층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즐 기던 고급문화의 하나였다. 특히 국가제례는 물론 왕의 하사품, 외교상의 예 물로 널리 쓰이기도 하였다. 고려시대에는 차를 선물로 주고받는 일이 일상화 8) 李 鍾 玟, 韓 國 의 初 期 靑 磁 硏 究, 홍익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 청구논문(2002), pp. 24~30.

53 고려시대 차 문화와 도자기 51 되고 차와 관련된 시를 남기는 등 차를 마시는 풍습이 풍류를 즐기고 하나의 예절로 자리잡는 시대가 되었던 것이다. 이와 같은 일은 청자 발생의 촉진과 발전에 지대한 기여를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9) 고려 전기의 사료 중에는 왕실에서 차를 하사하거나 의식 때에 진다( 進 茶 )하 는 기록이 많이 전한다. 예종( 睿 宗 )때 정해진 각종 왕실의 의식에서는 태후, 왕세자, 왕자의 책봉과 함께 공주의 하가( 下 嫁 ), 원회 등의 의식과 대관전에 서의 군신연회, 노인에게의 사연( 賜 宴 ), 연등회, 팔관회와 같은 행사에 차가 빠지지 않고 사용되었으며 외국사신을 맞이할 때에도 차를 대접한 기록이 남 아 있다. 고려 중기의 기록 중에는 차 현황과 습관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사료가 있으 니 1123년 북송 휘종 사신의 수행원 중 한 사람으로 고려를 방문했다가 기 록을 남겼던 서긍( 徐 兢 )의 선화봉사고려도경( 宣 和 奉 師 高 麗 圖 經 ) 내용이 그것이다. 그 중 다조( 茶 俎 )조에는 토산차는 맛이 쓰고 떫어 입에 넣을 수 없고 오직 중국의 납차( 蠟 茶 )와 10) 용봉사단( 龍 鳳 賜 團 ) 11) 을 귀하게 여긴다. 하 사해 준 것 이외에 상인들이 오가며 팔기 때문에 근래에 와서는 고려 사람들 도 차 마시는 것을 좋아하여 더욱 다구( 茶 具 )를 만들었다. 금화오잔( 金 花 烏 盞 ), 비색소구( 翡 色 小 甌 ), 은로탕정( 銀 爐 湯 鼎 ) 등은 모두 중국의 모양과 규격 을 흉내 낸 것들이다. 대체로 연회 때에는 대궐정원 가운데에서 차를 끓여서 은으로 만든 연잎모양의 뚜껑으로 덮어 가지고 천천히 걸어와 앞에 내 놓는 다. 그런데 찬자( 贊 者 알리는 사람)가 차가 다 있습니다. 하고 말하면 마실 수가 있으며 차가와질 때까지 마실 수 없도록 하지는 않는다. 숙소(순천관) 안에는 붉은 소반을 놓고 그 위에 차 용기들을 두루 진열한 다음 붉은 망사 수건으로 덮는다. 매일 세 차례씩 차를 맛보면서 또 끓인 물을 넣는데 이것을 약( 藥 )이라고 하면서 낸다. 사신들이 그것을 다 마시는 것을 보면 기뻐하지만 간혹 다 마시지 못하면 자신들을 업신여긴다고 생각하고 불만스러워 가버리 기 때문에 항상 억지로 그것을 다 마셨다 라고 되어 있어 당시의 상황을 이 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12) 9) 김상현, 김봉오, 앞의 책( 太 平 洋 博 物 館, 1984) p ) 建 州 産 -복건성 소무현에서 수확되는 차 11) 북송황제가 내린 차 이름, 용과 봉황문양을 찍음

54 52 제13기 박물관대학 상반기과정 고려시대에는 수많은 문인들이 차를 예찬하는 시를 남기고 있다. 이규보( 李 奎 報 ), 이인로( 李 仁 老 ), 임춘( 林 椿 ), 이진( 李 瑱 ), 이연종( 李 衍 宗 ), 이제현( 李 齊 賢 ), 이색( 李 穡 ), 한수( 韓 脩 ) 등 당대의 문인, 문사들이 차를 찬미하고 차와 차 도구 등을 선물로 주고받았으며 다선일미( 茶 禪 一 味 )적인 성향을 보였다. 차는 통일신라시대부터 사찰에서 많이 애용되었으나 특히 고려시대에는 더 많은 승려들이 애용한 듯하다. 사찰에서 차는 불전에 공양되기도 하고 승려들의 잠 을 쫒고 수행을 정진하며 우의를 다지는 데에도 활용되었던 것이다. 통도사 ( 通 度 寺 )와 같은 절에는 차를 만들어 절에 바치는 다촌( 茶 村 )이 있었다고 전 해진다. 고려시대에 들어와 어떠한 도구들이 차를 마시는데 활용이 되었으며 어떠한 그릇이 도자기로 제작되었는지 명확하게 알 수는 없다. 그러나 다완( 茶 碗 )이 가장 많이 제작되었으며 그 밖에 선화봉사고려도경 기명( 器 皿 )조에 등장 하는 다조( 茶 俎 ), 수병( 水 甁 ), 반잔( 盤 盞 ), 정병( 淨 甁 ), 화호( 花 壺 ), 탕호( 湯 壺 ) 등도 다구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차를 마시기 위한 도구의 필요성은 이미 차가 본격적으로 수입되었던 통일신라시대부터 제기되었으나 고려시대 에는 초기부터 청자를 직접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했기 때문에 일찍 부터 다구의 생산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10세기 전반, 중국 월주요로부터 전래된 청자제작기술은 먼저 한반도의 중 부지방을 중심으로 정착되었다. 당시 새롭게 대도시로 각광받기 시작한 송도 ( 松 都 개성)와 그 주변에는 고려 초의 왕실과 권신, 통일신라로부터 이적한 귀족들이 모여 살았으며 수많은 사찰들이 건립되고 인구가 증가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개성을 중심으로 한 중서부지역에 분포되어 있는 대형 전축요 ( 塼 築 窯 )에서는 개성 일대에 살고 있던 귀족계층의 식생활문화를 충족시키기 위해 필요한 청자들을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생산품은 완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많은 발굴조사보고서를 통해 알 수 있는 완의 제작 비율은 어느 가마나 대략 50%가 넘는 비중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다완이 초기청자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이미 통일신라시대부터 자 리 잡기 시작한 당대( 唐 代 ) 차 문화의 수입이 중요한 역할을 하였기 때문이다. 12) 宣 和 奉 師 高 麗 圖 經 卷 第 32 器 皿 3, 茶 俎

55 고려시대 차 문화와 도자기 53 이 밖에 각종 잔탁( 盞 托 ), 항아리, 주자 등은 술과 같은 음료를 마시는 데에 도 활용되었겠으나 기본적으로는 차를 마시는데 필요한 필수도구였던 것으로 이해된다. 이렇게 다완을 집중적으로 생산하는 양상은 청자생산의 중심이 전라남도 강 진으로 바뀌면서 소형의 토축요( 土 築 窯 )에서 청자를 생산했던 11세기에도 마 찬가지였으며 12세기가 되어서야 서서히 비중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 다. 그러나 12세기경에 제작된 청자의 제작경향이 다완을 집중생산하는 방식 에서 다소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차와 관련한 도구가 줄어들었을 가능성은 적 어 보인다. 왜냐하면 다완의 제작이 줄어드는 대신에 발( 鉢 )과 같은 대체용품 의 제작량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12세기경에 제작된 청자의 조형 중에 는 각종 주자의 생산은 물론 용량이 다양한 발 형태가 증가하고 있어 음다풍 류는 오히려 전체적으로 증가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현상은 고려 초와는 다르게 음용된 차 종류가 변화했던 것에서 기인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 모 습은 전국에 걸쳐 산재한 수많은 13세기의 가마터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어 차 문화가 전국적으로, 하부계층까지도 확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4세기의 고려는 원( 元 )에 의한 수탈과 정국의 불안, 도자기 수급체계의 와 해로 인해 청자의 질이 급작스럽게 하락하는 현상을 보인다. 이 과정에서 청 자의 제작양상은 대접, 접시, 종자와 같은 음식기명이 생산의 중심을 이루면 서 13세기까지 볼 수 있었던 고급 다구들이 거의 자취를 감추고 있다. 그러 나 이러한 청자기명의 단순화 경향을 가지고 고려 말에 차 문화가 쇠퇴했다 고 해석하는 것은 비약일 것이다.

56 54 제13기 박물관대학 상반기과정 參 考 文 獻 陸 羽, 茶 經 徐 兢, 宣 和 奉 師 高 麗 圖 經 김상현, 김봉오, 生 活 茶 藝, 태평양박물관, 1984 김영원, 조선백자, 대원사, 1991 金 雲 學, 韓 國 의 茶 文 化, 玄 岩 社, 1981 스테판 멜시오스 뒤랑 외, 박혜영 옮김, 차 Le The, 창해, 2000 王 從 仁 /김하림 이상호 역, 중국의 차 문화, 에이터, 2004 월간 茶 談 각호, 월간 茶 談 社 이광주, 동과 서의 茶 이야기, 한길사, 2002 李 鍾 玟, 韓 國 의 初 期 靑 磁 硏 究, 弘 益 大 學 校 大 學 院 博 士 學 位 請 求 論 文, 2002 品 茶 說 茶, 浙 江 人 民 美 術 出 版 社, 1999

57 조선시대 차 문화와 다례 이 혜 자 ( 성균관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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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조선시대 차 문화와 다례 57 조선시대 차 문화와 다례 목 차 1. 조선시대의 차 문화 1) 조정( 朝 廷 )의 다례 2) 종교적인 다례 3) 유가( 儒 家 )의 다례 4) 근세 차 업계의 현황 2. 차의 효능 1) 차의 효능 2) 차의 이용법 3. 다기( 茶 器 )의 명칭 4. 차 달이기 방법 1) 잎차 달이기 2) 말차 달이기 5. 차의 종류 차는 동백나무과(학명:Camellia sinensis(l))에 속하는 상록관목으로 잎은 치자나무와 같고 꽃은 흰 장미를 닮았다. 다음 해 늦가을에 하나의 꽃봉오리 에서 실화( 實 花 )가 만나는 특성을 지닌 아열대성 식물이다. 차가 처음 이용되기 시작한 기록은 중국의 농정신인 신농이 약 5000년 전 에 각종 나무와 풀을 채약한 내용들이 신농본초( 神 農 本 艸 ) 에 전해진다. 신 농이 찻잎을 약으로 사용한 전설이래 차는 질병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민간 약용식품인 동시에 기호식품으로 발전되었다. 우리나라 차나무의 전래는 기원 48년 가락국의 시조인 김수로왕의 왕비 허 황옥이 인도에서 가져와 백월산에 심었다 는 전설이 조선불교통사 에 있으 나, 정확한 역사 기록은 삼국사기 에 의하면 흥덕왕 3년 (828) 신라의 사 신인 대렴이 당에서 가져와 지리산에 심었고, 차나무는 선덕여왕 때부터 성행 하였다 는 기록에서 차는 1300여 년의 역사를 지녀온 전통음료이다.

60 58 제13기 박물관대학 상반기과정 1. 조선시대의 차 문화 다사( 茶 事 )의 범위는 일상적인 음료로서 활용되는 생활 차와 손님 맞는 의례로서의 다례, 몸과 마음을 수신하는 경로로 선택된 다도로 구별할 수 있다. 조선시대의 차 문화는 조정의 다례, 종교적인 다례, 민간의 다례로 구분된다. 1) 조정( 朝 廷 )의 다례 조정의 다례는 가야시대 김수로왕에게 차례를 지내던 제의례를 시작으로 고려에는 연등회와 팔관회의 다례와 탄신, 책봉 등 각종 왕실행사에서 다 례가 성대하게 치러져 왔다. 조선시대에는 중국과 일본의 사신맞이와 종교적인 다례와 함께 왕실의 진찬연 등에서 다례가 시행되었다. 중국에서 사신이 오면 평안북도 의주, 정주, 안주, 평양, 황주, 개성, 홍제원 등을 거치면서 차를 베푸는 다례와 연향이 베풀어졌고, 궁에 도착하면 인정전, 편전 등에서 사신을 위한 다 례가 다양하게 이루어졌다. 일본사신을 위한 다례는 접위차비관이 부산에 내려가 베푸는 하선다례는 계서를 받칠 때 거행되며 하선연은 진헌물을 받칠 때, 돌아갈 때는 상선 연이 베풀어졌다. 일본으로 떠나는 조선의 통신사를 위한 다례는 말들이 머물던 말죽거리, 예천, 경주 등 역마다 다례와 함께 연향이 베풀어졌으 며, 일본에 도착하면 각 성주들의 차실( 茶 屋 )이나, 사찰에 머물며 차를 대 접받고 극진한 예우를 받았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일본에서 온 사신들은 관백이 보낸 사신이어서 중국의 황제가 보낸 사신들 보다는 신분의 차이 점 등으로 차등을 두고 접대되었다. 또한 왕실의 제전( 祭 奠 )에서 차례가 있었으며, 탄신기념, 등극기념, 기로 연( 耆 老 宴 ) 등에서도 차를 올리는 다례가 거행되었다. 2) 종교적인 다례 삼국시대 이후 다례는 도교 불교 유교의식에 나타나며 특히 불교와 함께

61 조선시대 차 문화와 다례 59 발전되었다. 신라의 화엄사상( 華 嚴 思 想 )에 의한 헌다의식( 獻 茶 儀 式 )은 신 문왕의 왕자이자 화랑인 효명( 孝 明 )과 보천( 寶 川 )이 오대산에서 문수보살 에게 차공양( 茶 供 養 )을 하였다 는 기록이 있다. 또한 미륵하생사상( 彌 勒 下 生 思 想 )을 신봉하던 삼국시대에는 수많은 미륵불이 경주 남산을 중심으로 조성되었고, 경덕왕 때 충담사는 삼짇날과 중굿날에는 미륵불에게 헌다하 였으며, 국사를 뽑는 방법으로 다례가 활용되었다. 삼국통일의 원동력이 된 화랑들은 이동용 다구를 가지고 다니면서 국토지리도 익히고 차를 달 여 마셨던 다구유물이 강능 한송정의 기록으로 전해온다. 고려시대는 불교의 발달과 함께 차 문화도 가장 성행하였고, 선종의 전 래와 함께 일일불작, 일일불식( 一 日 不 作, 一 日 不 食 )을 실행하는 선승들이 다사( 茶 事 )와 참선( 參 禪 )을 하나로 보는 다선일여( 茶 禪 一 如 )사상과 다선삼 매( 茶 禪 三 昧 )의 다도정신들이 조선시대까지 이어졌다. 조선시대 불교의 대표적인 차인인 초의선사(법명 意 洵, 1786~1866)은 경남 하동의 칠불선원에 머무를 때 스님들이 떫고 쓰게 차를 달여 마시는 풍습을 가르치기 위하여 다신전 을 쓰게 되었고, 정조의 따님인 숙선옹 주(1793~1836) 1) 의 남편 홍현주(1793~1865)가 1817년(순조 17) 진도 부목사인 북산도인 변지화( 卞 持 和 )를 통해 초의스님에게 동다송 2) 짓게 하였다. 그 외 보우대사(1509~1565), 서산대사(1520~?), 사명대사(1544~?), 범음집( 梵 音 集 )을 지은 지환화상, 다산 정약용과 교류한 혜장(1772~1811)선 사 등은 조선시대 대표적인 불승으로 불교가 산사로 피신되어도 차 문화 는 이들에 의해 전래되었다. 도교적인 다례는 임란으로 소실된 삼청동의 소격서( 昭 格 署 )에서 고려시대와 같이 중국에서 행하던 단잔을 올리는 다 례( 茶 禮 )가 거행되었다. 유교의 다례는 주자가례 에 의한 차례가 관혼상제를 중심으로 모두 실시되었으며, 오늘날 음력 1월 1일과, 8월 보름에 지내는 차례는 차를 올리는 다례의식이었다. 1) 정조와 수빈( 綏 嬪 )박씨 사이에서 태어난 순조의 여동생이다. 12세에 홍현주에게 하가( 下 嫁 )하였다. 2) 동다송 첫면에는 해거도인(홍현주의 호)께서 차를 만드는 법에 대해 물으시기에 마침내 삼가 동 다송 한편을 지어 올림 이라 쓰여있다.

62 60 제13기 박물관대학 상반기과정 3) 유가( 儒 家 )의 다례 조선시대 차를 즐기던 유가의 대표적인 차인( 茶 人 )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조선조 초기 다각( 茶 角 )의 호를 가진 정극인(1401~1481)이 있으 며, 서거정의 사가문집( 四 佳 文 集 ) 에는 다례가 있었다. 영남학파의 종조 인 김종직( 金 宗 直, 1431~1492)은 함양군수로 갔을 때 차세를 대납하였 고, 생전에 지은 조의제문이 그가 죽은 후 제자인 사관 신분의 김일손이 사초에 적어 넣은 것이 1498년(연산군4) 무오사화가 일어나는 원인이 되 었다. 김종직의 문하생으로 죽음을 맞은 차인 조위(1454~1503)와 한재 이 목(1471~1498)은 한국 최초의 창작다서인 다부( 茶 賦 ) 를 짓고, 다시를 남겼다. 화담( 花 潭 ) 서경덕과 신증동국여지승람 을 편찬한 용재( 容 齋 ) 이행(1478~1534) 의 차 기록과 이이 율곡(1536~1584)은 중국에 다녀와서 차를 더욱 애용하였 다. 사계 김장생(1548~1631)의 가례집람 에는 제기로 차선( 茶 筅 ), 찻잔 이 등장하며, 지중추부사를 지낸 신식은 점다( 點 茶 )를 가례언해 에 기 록하였다. 지봉유설 을 쓴 실학의 선구자인 이수광은 채다론 등의 글 을 썼고, 허엽의 아들과 딸인 허균과 누이인 허난설헌(1563~1589)은 여 러 편의 다시가 전한다. 정철과 윤선도(1587~1671)의 다시, 유득공의 경도잡지( 京 都 雜 志 ) 에 작설차 기록이 있으며, 박제가(1750~?)는 박지 원의 문하로 중국에 네 번이나 다녀왔고 그곳의 문인들과 교류한 차인이 다. 우부승지를 지낸 홍인모(1755~1812)와 부인 영수합 서씨 (1753~1823)와 아들인 홍현주( 洪 顯 周 ), 딸인 유한당 홍원주 등 모든 가 족이 차를 즐기면서 쓴 다시가 여러 편이 전한다. 빙허각 이씨 (1759~1824)의 규합총서( 閨 閤 叢 書 ) 에는 차를 생활과 연결한 황차 물들이기, 대용차, 다식 등이 있다. 정약용(1762~1836)은 우리 차 문화 의 중흥에 앞장섰으며, 시서화( 詩 書 畵 ) 삼절로 문재( 文 才 )가 뛰어난 신위 (1769~1847)와 완당 김정희(1786~1856), 그의 동생 김명희(1788~?)도 서예가며 차를 즐긴 차인들이다. 이규경(1788~?)은 이덕무의 손자로 오주연문장전산고 에 <도다변증설(도 茶 辯 證 說 )>을 실었다. 추사의 세 한도 를 전하도록 한 이상적(1804~1865)은 추사의 문인으로 백산차에 관한 다시를 지었다. 이외 많은 유가의 차인들이 전해진다.

63 조선시대 차 문화와 다례 61 4) 근세 차 업계의 현황 조선시대에 이어 일제시대에는 광주와 보성 등에 차밭이 조성되었다. 초 의와 추사에게서 그림과 글씨를 익혀 묵죽과 모란에 능한 소치( 小 癡 ) 허 유(1809~1892)는 운림산방에서 차를 즐겼다. 후손인 의재 허백련은 무 등산 중심사 골짜기의 춘설헌( 春 雪 軒 )에서 살았는데 1945년 일본인들의 차밭을 인수하여 삼애다원을 설립하고 여기에서 딴 차를 춘설차라 하였 다. 차밭 면적은 5만평 정도로 현재는 3만평 정도가 관리되고 있다. 보성 의 대한다원은 1940년 3월 경성화학공업주식회사가 개원한 보성 차밭을 1959년 대한다업주식회사에서 인수하여 경영하고 있다. 현재 보성군은 전 국 차 생산량의 40%를 생산할 만큼 차의 주산지이다. 광주의 한국제다 사 양원 회장은 1958년도 순천시 인제동에서 한국홍차 로 창립하였고 1970 년도 정부 농특사업에 따라 전남도에 480ha의 다원이 조성되나 커피로 외면당할 때 10년간 수매 계약을 체결하는 등 차 산업의 선두 주자로서 많은 공헌하여 왔다. 태평양화학( 太 平 洋 化 學 )이 1974년 12월 24일에 설립한 장원산업은 제주 도의 사광, 도순, 신흥 농장이 130ha, 강진의 50ha 등 우리나라에서 가 장 큰 기업농장이며, 여러 품목의 차 생산으로 차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하동 쌍계사 근방은 차 시배지가 조성되어 있으며, 화엄사의 장죽전 근처 도 이러한 시배지가 있다. 우리나라는 차 재배 농가가 4,457호(2005년 발표) 인데 2,000여 농가가 하동에 있으며, 지리산은 오늘날까지 우리나라 차의 주요산지이다. 2004년의 기준으로 우리나라 차의 재배면적은 3,692ha에서 4,080톤이 생산되며, 수입차 1,116톤을 합해 5,196톤을 소비하고 있다. 1인당 소비 는 74.5g으로 중국의 1/100 수준에 있다. 우리나라의 차는 대부분 덖음 차( 釜 炒 茶 )며, 일부 증제차( 蒸 製 茶 )와 말차( 末 茶 )가 생산되고, 근래에는 발 효차도 양산되고 있다.

64 62 제13기 박물관대학 상반기과정 2. 차의 효능 <고차( 苦 茶 ) 작설차( 雀 舌 茶 )>(허준의 동의보감( 東 醫 寶 鑑 ) ) 차의 성품은 어렴풋이 차갑고 싸늘하다. 맛은 달고도 쓰며 독기는 없다. 기력을 내리고 체한 음식을 삭힌다. 머리와 눈을 맑게 하고 소변을 통하 게 하며, 소갈(당뇨병)을 멈춘다. 사람으로 하여금 잠을 적게 하고, 불에 덴 독을 풀어준다. 나무는 작고 치자를 닮았고 겨울에 잎이 난다. 일찍 딴 것이 차며 늦게 딴 것이 명( 茗 )이다. 아주 작고 어린순이 있는데 납차 가 바로 그것이다. 어린 싹을 따서 절구질하여 떡을 빚고(떡차) 아울러 불끼를 쐬는 것이 좋다. 손발에 들어가서 음경이 수그러드니 뜨겁게 마시는 것이 알맞다. 차가우 면 담이 모인다. 충분히 마시면 사람의 지방을 빼어 야위게 한다. 1) 차의 효능 1 심신피로와 회복작용: 차를 마시면 카페인의 각성, 강심, 이뇨작용에 1 의해 대뇌 중추신경을 흥분시켜서 육체적, 정신적 피로회복에 효과적이다. 2 성인병의 예방효과: 차에는 고혈압, 동맥경화, 암, 비만 등의 성인병 2 예방과 치료의 유효성분인 루친, 비타민C, 카페인, 비타민B1, 데오피 2 린, 카테킨 등이 함유되어 있다. 또한 카테킨은 지방분해, 중성지질을 2 감소시키는 작용이 있어 체중감소의 효과가 있다. 3 감기예방: 카테킨의 살균력과 비타민C의 공동작용에 의해 열을 내리 2 고 두통을 멎게 하여 감기의 예방과 치료에 효과적이다. 4 살균 및 방부작용: 녹차의 카테킨 성분은 우롱차, 홍차의 산화형 폴리 2 테놀보다 항염성, 항균성 효과가 커서 장내 세균을 억제한다. 5 해독작용: 카테킨 성분은 유기수은, 카드륨, 납, 구리 등의 식품이나 2 호흡기를 통해 들어오는 중금속을 침전시켜서 배설하게 한다. 6 변비효과: 카테킨은 긴장성을 높여 위 운동을 활발하게 하여, 식욕증 2 진과 위점막을 보호하며, 신경성 변비에도 효과가 기대된다. 7 숙취효과: 카페인의 중추신경 흥분작용 및 이뇨작용과 탄닌의 주독작 2 용의 해독작용 및 비타민C의 상승효과로 숙취제거의 효과가 있다.

65 조선시대 차 문화와 다례 63 8 충치예방: 불소의 함유로 충치에 매우 효과적이다. 9 방취 및 탈취효과: 차의 탄닌 및 엽록소의 강력한 방취작용은 입 냄새 2 를 제거하고 텁텁한 입안을 개운하게 한다. 10 노화방지 효과, 피부미용 효과 등이 있다. 2) 차의 이용법 차의 이용법은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녹차소주(티백 3~4개를 넣고 3~4분 뒤 마시면, 머리가 아픈 후유증도 막 아준다) 음식조리(돼지고기나 생선요리), 찻잎 무침(찻잎을 우린 후 마늘과 된장, 참기름, 깨소금을 넣고 무친다), 차떡(찻잎+콩+설탕+쌀가루를 섞어 찐다), 감기예방, 찻잎베개, 무좀예방(식초와 찻물에 번갈아 담근다), 피부미 용, 물감 이용, 가글 이용, 냉장고 냄새 제거, 녹차스킨(녹차티백 3, 또는 녹 차 잎 5g, 정종 150 또는 소주 100cc+생수 50cc를 병에 담아두고 24시간 후 잎은 꺼내고, 냉장고에 넣고 스킨으로 사용한다) 3. 다기( 茶 器 )의 명칭 차 생활에서 필요한 다기의 명칭은 다음과 같다. 1. 차관[ 茶 罐 ] 2. 찻잔[ 茶 盞 ] 3. 차탁[ 茶 托 ] 4. 차통-차합[ 茶 盒 ], 차호[ 茶 壺 ] 5. 차시[ 茶 匙 ], 차칙[ 茶 則 ] 6. 차건[ 茶 巾 ] 7. 차상보 8. 퇴수기[ 退 水 器 ] 9. 차상[ 茶 盤 ], [ 茶 箱 ] 10. 물식힘 사발 11. 차화로, 차풍로[ 茶 爐 ]

66 64 제13기 박물관대학 상반기과정 12. 표주박[ 瓢 ] 13. 탕관[ 湯 罐 ] 14. 차선[ 茶 筅 ] 4. 차 달이기 방법 1) 잎차 달이기 적당량의 차를(1인분 3g) 차관에 넣고, 고급차는 5 沸 이상 익은 물을 식 히고(60~70도), 중급차는 70~80도 정도 식힌 물을 붓고 1~2분 지난 후 찻물의 농도를 고르게 나누어 따른다. 찻물의 빛은 연둣빛이 최상이며 백 자 찻종이 잘 어울린다. 2) 말차 달이기 말차 3g 정도를 찻사발에 넣고 끓는 물을 붓고 차선으로 격불하여 마신다. 5. 차의 종류 비발효차(0%)-녹차(덖음차: 설녹차, 하동차. 증세차: 우전옥로, 다향) 반발효차(10~60%) 경발효차-백차, 쟈스민차, 청차 중( 中 )발효차-포종차, 철관음, 무이암차 중( 重 )발효차-동방미인차, 우롱차 완전 발효차(85%)-홍차(다질링Darjeeling, 우바Uva, 기문Keemun) 후발효차-보이차: 生 茶 (청병)와 熟 茶 (숙병)

67 영국의 홍차문화와 사회의 변화 정 은 희 ( 원광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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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영국의 홍차문화와 사회의 변화 67 영국의 홍차문화와 사회의 변화 목 차 Ⅰ. 차, 영국인의 삶이자 역사 Ⅱ. 차, 유럽인과의 만남 Ⅲ. 영국의 홍차문화, 귀족음료에서 국민음료로 Ⅳ. 영국의 홍차문화, 사회변화의 동인( 動 因 ) 1. 의식주 생활의 변화 2. 레저생활 3. 산업발전의 도구 Ⅰ. 차, 영국인의 삶이자 역사 차는 오랫동안 세계인이 공통적으로 즐겨온 음료이다. 히말라야의 가장 높은 봉우리에서 아프리카의 사막을 지나 남미의 원시림에 이르기까지, 맨해튼의 최고급호텔에서 스리랑카 캔디의 시장 찻집을 지나 몽골의 게르 안에 이르기까지, 차는 남녀노소와 신분의 차이를 훌쩍 넘어서고 인종과 종교와 국경을 초월하여 세계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 이렇듯 차는 오랫동 안 마시는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발전해 왔고, 그 기후 와 풍토에 따라 변화해 왔으며, 의식주는 물론이고, 레저생활에 이르기까 지 큰 영향을 주며 성장해왔다. 즉, 한 잔의 차에는 그 지역 사람들의 삶 의 모습과 철학 그리고 미각과 예술적 감수성이 함께 녹아있다. 찻잔 속 에 담긴 영국인의 삶과 문화와 역사를 차의 향미로 느껴보자. Ⅱ. 차, 유럽인과의 만남 유럽인들은 향신료 수입과 기독교 선교를 위해 동양에 간 대항해시대

70 68 제13기 박물관대학 상반기과정 (16세기)에서야 비로소 차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특히 가장 먼저 동양을 독점한 포르투갈은 상업상의 큰 이익을 취했지만, 차에는 별 관심이 없었 다. 동양에서 그들의 관심은 오직 향신료와 기독교 선교였다. 포르투갈에 이어 네덜란드는 말레이반도부터 일본까지 동남아시아 지역의 지배권을 장악하게 된다. 네덜란드는 향신료, 비단, 도자기 뿐만 아니라 차의 가치 를 발견하였으며, 차는 네덜란드에 의해 유럽인과 만나게 된다. 당시 차는 아시아와 유럽이라는 두 대륙의 거리만큼이나 낯선 음료였다. 동양의 기호품인 차가 유럽인의 입맛에 자연스럽게 수용되기에는 무리였 던 것이다. 그리하여 동양에서 건너온 새로운 음료, 차는 그들의 음료로 수용하는 과정에서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 등 많은 유럽 국가에서 문화 적 마찰이 일어났지만, 영국에서는 상류층의 음료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졌다. Ⅲ. 영국의 홍차문화, 귀족음료에서 국민음료로 이국( 異 國 )의 기호품이 들어올 당시 알코올음료는 남녀노소 모두의 기호 품이었다. 음주에 따른 피해가 많아 대체재의 필요성을 느낄 즈음 차는 커피, 초콜릿과 함께 영국에 전래되었다. 알코올음료를 대신하여 비주류 음료( 非 酒 類 飮 料 )인 차가 새로운 음료문화로 자리하게 된 데에는 찰스 2 세(재위 1660~85)의 아내인 캐서린(Catherine of Braganza, 1638~1705) 왕 비가 궁정에서 차를 음용하는 동양적 취향과 커피하우스 등이 계기가 되 었다. 당시 궁정에서는 여성이나 남성이나 아침부터 저녁까지 에일(ale), 와인 등 알코올음료를 마셨다. 차를 좋아했던 캐서린왕비가 알코올음료 대신 비주류음료인 동양의 차와 같은 세련된 대체재를 찾자 이와 같은 모습을 모방하고픈 상류층 여성들 이 흉내 내며 차는 자연스럽게 상류층부터 음용하기 시작하여 관습화되어 갔다. 거기에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떠오른 커피하우스에서 차가 판매되자 차를 음용하는 계층은 상류층에서 무역업을 종사하는 계층으로 확산되며

71 영국의 홍차문화와 사회의 변화 69 새로운 관습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캐서린왕비에 이어 메리여왕(재위 1689~94)은 여왕이 되기 이전부터 동양 의 자기를 모으는 취미생활과 함께 차를 즐겨 마셨다. 캐서린왕비로부터 비롯된 왕실의 음다습관은 메리여왕과 앤여왕으로 이어가며 차는 점차 영 국의 새로운 식문화가 되었다. 차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자, 밀수한 차와 위조 혼합차가 나타나며 부유 층뿐만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도 매주 정기적으로 차를 마실 수 있게 되었 다. 상류층을 흉내 내고 싶어 하는 서민들은 신분의 상징인 차를 마시면 서 상류층의 기분을 느끼고자 했다. 차에 대한 높은 세금 부과는 밀수차 를 성행하게 만들었고, 가짜인 영국산 차 가 성행하게 되었다. 이러한 사 회현상에 비판을 제기한 이들도 있었지만, 음다습관이 서서히 상류층에서 일반대중 속으로 스며들면서 생활전반에 많은 변화가 나타나게 되었다. 18세기 중반 즈음이 되자 극빈층을 제외한 모든 가정의 아침식탁에 차 가 자리하게 되었으며, 영국인의 하루를 상쾌하게 열어주는 음료가 되었 다. 차는 더는 귀부인들이 응접실에 앉아서 마시는 상류층만의 음료가 아 니었다. 찻값은 비쌌지만 18세기 중반이 지나면서 차는 집에서나, 여행할 때나, 공중 위락시설 등 어느 곳에서나 즐기는 음료가 되었다. 이처럼 차 가 영국인의 국민음료로 보급되려는 18세기 중엽에 이르자, 차에 대한 논 쟁이 활발해지며 잠시 주춤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국민음료로 자리잡 아갔다. 차는 19세기에 이르면 모든 계층이 즐기는 일상음료로 자리하게 된다. 차에 대한 엄청난 수요는 티 레이스, 아편전쟁, 인도와 실론에서의 티 플 랜테이션 건설 등과 같은 영국의 차 산업에 많은 변화를 겪게 되는 사건 을 치르게 된다. 특히 인도와 실론의 대규모 플랜테이션에서의 차 재배는 왕실에서 오두막까지, 상류층의 값비싼 사치품에서 서민들의 기호품으로 전환시키는 동인( 動 因 )이 된다. 영국인의 국민음료가 된 차는 영국의 독자적인 차 문화를 형성하기에 이 른다. 만남의 즐거움과 생활의 여유를 추구하는 오후의 차(Afternoon

72 70 제13기 박물관대학 상반기과정 tea), 저녁식사가 차와 함께 차려진 하이 티(High tea), 직장인들의 건강 과 작업능률 향상에 일조한 티 브레이크(Tea break), 그리고 티룸(tea room)의 탄생 등이 그 예이다. 20세기가 시작되는 에드워드시대(Edward Ⅶ, 1901~1910) 영국의 부유 층에서는 하루에 여러 번 규칙적으로 차를 마셨다. 대부분 가정에서는 집 안에 하인을 두는 사치가 점차 사라지게 되면서 티 메이드(Tea Maid) 라 는 자동기계가 일을 대신하게 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중에서도 영국인들의 차 생활은 계속되었는데, 차는 힘들고 혼란한 시기 의 영국 국민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버팀목이 되었다. 차가 영국뿐만 아니라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음료로 자리하자 인도와 실 론뿐 아니라 말라위, 케냐 등 아프리카에 플랜테이션을 건설하며 대량생 산되었다. 차는 영국에 의해 세계인의 음료로 발돋움하게 된 것이다. 티 백(Tea bag)과 아이스 티(Iced tea)의 탄생, 다양한 밀크티, 레몬티 등과 같은 홍차의 블랜딩 기법과 다양한 음용방법은 차가 세계인의 음료로 사 랑받는데 일조하게 된다. Ⅳ. 영국의 홍차문화, 사회변화의 동인( 動 因 ) 1. 의식주 생활의 변화 의생활 - 티가운(tea gown) 애프터눈 티파티가 화려하게 꽃피운 빅토리아 여왕시절, 영국의 복식사 에 새로운 장르인 다복(Tea gown)이 탄생하게 된다. 다복은 티타임을 주 최하는 여주인의 심신의 편안함을 주며 티타임에서 차만큼이나 중요한 영 향을 끼치게 되었다. 뒤이어 에드워드시대 역시 여성들에게 다복은 차와 티 푸드 만큼이나 중요했다. 특히 세련된 숙녀들은 티타임에 맞추어 의상과 스 타일에 신경을 썼다. 하지만 제1차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우아한 오후의 티타임을 즐길 여유는 점차 사라지게 되면서 의상 역시 거의 볼 수 없었다.

73 영국의 홍차문화와 사회의 변화 71 이후 오후의 티타임이 서서히 부활되었지만 티타임을 위한 다복보다는 야외 복이나 칵테일 드레스 등으로 축소되어서, 점차 외출복이 다복의 자리를 대 신하게 되었다. 식생활 - 음용시간에 따른 다양한 차 티타임을 중심으로 사교문화를 꽃피워 왔던 영국인들이 하루에 즐기는 티타임은 참으로 다양하다. 최근 들어서는 티타임의 횟수가 줄어들고 있 기는 하지만 아직도 티타임은 영국인에게 과거에 대한 향수와 문화적인 여유를 담고 있는 매력만점의 시간을 만들어준다. 음용시간에 따른 다양한 차 Early Morning tea 음용대상 음용시간 음용장소 목적 주부 기상시간 침실 상쾌한 하루를 맞을 준비 Breakfast tea 가족 오전 8시경 식탁 아침식사와 함께 Elevenses 노동자 직장인 오전 11시경 직장 일하는 도중 휴식을 취하기 위해 Afternoon tea 주부와 주부가 초대한 사람들 오후 4~5시경 거실, 정원 사교를 위해 High tea 가족 오후 6시경 식탁 저녁식사와 함께 After Dinner tea 가족, 친구 저녁 식사 후 거실 하루의 긴장을 풀고 친교를 위해 주생활 - 티 하우스(tea House), 티룸(tea room) 티타임이 가정생활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자 응접실은 티룸화가 되어갔 다. 특히 차를 좋아하는 상류층 가정에서는 따로 티룸을 만들어 그곳에서 차를 즐기기도 하였다. 18세기에 들며 상류층 저택의 정원에 티 하우스 (Tea House)를 만들어 그곳에서 자연을 관망하며 휴식을 취했고, 레저생

74 72 제13기 박물관대학 상반기과정 활을 즐기기도 하였다. * 티 하우스(Tea House) 18세기에는 규모가 큰 저택의 정원에는 차를 마실 수 있는 건물을 많이 건축하였다. 당시 영국의 상류층에서는 자연스러움을 추구해, 인공적으로 만든 정원이지만 자연을 옮긴 정원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그곳에서 차를 즐기며 휴식하고, 아름다운 정원을 관망하였고, 티 하우스에 티룸은 물론, 기도실, 음악실, 온실 등을 지어 다양한 문화를 접하는 장소로 이용하기 도 하였다. 저택의 정원에 다양한 형태의 티 하우스를 건축하기도 했지만 정원에 적당히 차 마실 공간이 없을 때에는 산책하다 쉴만한 곳 혹은 정 원의 경관이 특히 좋은 곳에 말뚝을 박고 텐트를 세운 후, 그곳에서 차를 마시기도 했다. 2. 레저생활 티 가든(Tea Garden) 티 가든은 화사한 봄 4,5월부터 8,9월 가을바람이 일기 시작할 무렵까지 주 3~4일 정도 개장한다. 티 가든은 야외에서 즐기는 담론장소로서, 수만 평에 이르는 광대한 정원에 펼쳐지는 울창한 수목들을 가르는 산책로와 화원, 뱃놀이를 할 수 있는 연못, 카지노, 연주회가 열리는 음악당, 사교 를 즐길 수 있는 차와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 등이 설치되어 있다. 티 가든은 다양한 사람들이 만족할만한 다양한 레저시설이 펼쳐진 곳이었다. 무엇보다 티 가든에는 차를 좋아하는 영국인들의 취향에 맞게 다실이 마 련되어 있었다. 온천(Wells, Spa Town) 온천은 건강을 회복하는 요양소만이 아닌 근대 영국인들에게 다양한 오 락을 제공하는 레저의 장이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이 온천에 오면, 먼저 온천욕을 즐긴 후, 연극 오페라 경마 등을 관람하고, 각종 운동과 게임을 즐겼다. 이처럼 다양한 레저생활을 즐기기도 했지만 정원과 공원을 한가 로이 산책하며 휴식을 즐겼고, 연회에 참석해 사교생활을 했다. 온천은

75 영국의 홍차문화와 사회의 변화 73 이렇듯 레저생활의 복합체임과 동시에 휴식처이자 사교의 공간이기도 하 였다. 그곳에서 차는 휴식과 사교, 레저로 이끄는 중요한 매개체였다. 티 댄스(tea dance) 20세기 초, 이국적인 탱고(Tango)가 영국에 상륙하자, 영국인들은 엄청 난 관심을 보이며, 단번에 매료되어, 레저생활에 확고하게 자리하였다. 탱 고를 추다가 잠시 휴식을 취할 때면 차를 마셨는데, 이러한 행위가 관습 으로 자리하여 탱고 는 티 댄스(tea dance) 라는 다른 이름이 붙여졌다. 3. 산업발전의 도구 사회발전과 도자기산업의 발전 동양으로 가는 길이 열리자 도자기와 차는 유럽인들의 동양에 대한 동경 의 마음을 대변하는 물품이 된다. 부와 지위의 상징이 된 동양의 물품은 유럽에 쉬누와즈리(chinoiserie)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당시는 유럽 의 어떤 도자기회사도 신비한 자기 제조공정의 비밀을 알지 못했던 시기 로 동양의 도자기는 쉬누와즈리 열풍의 중심에 있었다. 18세기에 이르러 드디어 독일 작센공국의 선제후 아우구스투스강공이 설립한 마이센(Messien) 도요에서 요한 뵈트거(Johann Friedrich Böttger)에 의해 자기가 생산되었다. 처음엔 중국과 일본의 영향을 받았지만 점차 마 이센 특유의 개성을 자기에 담아냈다. 이어 비엔나,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의 각국에서 자기가 제작되며, 유럽에서 자기문화가 꽃을 피기 시작했다. 특히 홍차를 국민음료로 음용한 영국에서 웨지우드(Wedgwood), 로얄 우 스터((Royal Worcester), 민튼(Minton), 스포드(Spoode) 등의 세계적인 도자기 회사들이 탄생되었다. 여기에는 국민음료로 자리한 홍차와 산업혁 명시대에 다양한 디자인, 전사법( 轉 寫 法 )과 본차이나(bone china) 개발 등의 기술혁신 등이 밑바탕이 되었다.

76 74 제13기 박물관대학 상반기과정 해운업의 발전 영국에서 차는 문화 인 동시에 자본주의적 상품 이었다. 영국 동인도회 사의 차 무역 독점권과 항해조례(Navigation Act) 1) 가 폐지되자, 일확천금 을 꿈꾸며 런던항에 차를 먼저 풀기 위한 선박들의 속도경쟁이 벌어졌다. 하지만 1869년 수에즈운하가 개통되자, 차를 운반하는 루트가 획기적으 로 짧아지면서 차를 빨리 운반하기 위한 경쟁은 사라진다. 차를 보다 빨 리 싣고 와 시장에 풀기 위한 노력은 해운업을 발전시키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산업발전의 원동력이 된 차산업 산업혁명시기의 노동자들은 현실을 잊고자 알코올음료를 엄청나게 마셨 다. 고용주들은 이러한 음주습관을 막고자, 근무시간 중에 차를 제공했는 데, 그 결과 작업능률에 놀라운 변화를 가져왔다. 차를 제공하는 농장과 공장들이 빠르게 번져갔다. 산업혁명시대에 차는 건강한 생활의 대명사로 서 자리하며 생산성을 고양시키고, 산업의 활력을 증대시켜 경제를 발전 시켰다. 티 브레이크가 정착된 20세기에는 직장에서 차를 준비하는 것은 종업원들을 위한 최우선의 복지정책으로 인식될 정도였다. 1) 1651년 제정된 영국의 보호주의 법률. 영국과 식민지로 수입하는 모든 상품은 영국이나 식민지 의 선박으로만 수송해야 한다고 규정하여 영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 한 법률.

77 제13기 박물관대학 상반기과정 한잔의역사, 차커피술 - 일상다 茶 반사 발행일 : 발행인 발행처 : 서관석 : 인천광역시립박물관 전시교육과 발행처 : 인천광역시 연수구 청량로 160번길 26 발행처 : TEL. (032) 발행처 : FAX. (032) 발행처 : 인 쇄 : 정우인쇄 (T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