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트랜스라틴 7 호 (2009 년 5 월 ) <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 에물음표달기 : 순수와불순함의변주곡 장재준 가능한한여러차원의경험을해보고나서야비로소우리는한장소에대해알게된다. 한장소를파악하기위해선우리는사방에서그장소를향해, 또한그장소로부터동서남북사방으로다시가보아야한다. - 발터벤야민, 발터벤야민의모스크바일기 1. 음반과다큐멘터리의앙상블 바야흐로우리는문화를쇼핑하고검색하는시대를살고있다. 각종소비행위가문화섭취로등치되고, 문화적감성과마인드가소비욕구이자자본이고자산으로통하는시대를살고있다. 멀티콘센트또는유니버셜어댑터를내장한문화생비자 (prosumer) 인우리는갈수록다양한문화적콘텐츠에개방된다. 문화적자폐증이일국적인경제적쇄국정책보다훨씬더시대착오적일수밖에없는문화상품시장의세계화, 혹은문화기술 (Culture Technology) 과생산적으로연계된문화콘텐츠산업의세계화시대에자의든타의든늘접속되어있다. 소통, 교류, 섞임, 유목으로표상되는오늘날, 원하든원하지않든우리는문화적메스티소 (mestizo cultural) 로살아가기위해문화적노마드의궤적을밟으며스스로를부단히업데이트시키고있다. 웹진트랜스라틴 http://translatin.snu.ac 서울대학교라틴아메리카연구소 (SNUILAS)
<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 에물음표달기 : 순수와불순함의변주곡 85 이브라임페레르가무대에서열창하고있다. 영화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의한장면 전세계를상품혹은상품시장으로디자인하고분류하려는세계화는다문화주의를결코월경 ( 越境 ) 의장애로사고하지않는다. 오히려 차이와다양성은오늘날세계시장을창출하는조건 이자성장동력으로각광받고있다. 물론그것은문화적다양성이란구실로저비용ㆍ고부가가치를창출하는모든문화영역을상품화시키고자하는자본의논리가관철되는것을의미한다. 자본의이동경로를따라문화적획일화 / 균일화를전지구적으로촉진시킬루트와코드의개발과전파를동반한다. 즉, 문화적취향과트렌드를관리하고경영하는초국적문화자본과복합적문화경제는차이와다양성의확대재생산에기꺼이투자하는한편, 차이와다양성을끊임없이해석하고정형화하고글로벌스탠더드로만드는작업도어김없이병행한다. 따라서다문화주의의핵심논리인
86 트랜스라틴 7 호 (2009 년 5 월 ) 공존과인정의이면에는자본과상징권력, 곧힘의역학관계가때로는은밀하게, 또때로는노골적으로작동하기마련이다. 정치적지향과이데올로기적표식이늘상표처럼따라붙는다. 그렇다면, 첫번째질문. 음악에는차이와다름이어떻게변주되고있는가? 리오타르의지적처럼, 아침에는켈틱하프음악을듣고, 오후에는브루스스프링스틴 (Bruce Springsteen), 저녁에는중동의디스코음악을듣는것이일상사 가된오늘날, 음악산업은다양한지리적ㆍ문화적ㆍ인종적코드를어떻게조율하고어떤루트를통해상업적약호로치환시키는가? <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 에꼬리표처럼따라붙는월드뮤직에우선물음표를달자는얘기다. 월드뮤직? 물론마케팅용어다. 주지하듯이 1987년에영국런던소재의영세음반회사들이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 세네갈, 말리, 나이지리아등 ), 아시아의유색인종음악과미국및유럽의비주류 ( 팝과록, 포크와블루스, 컨트리와재즈및라틴음악을제외한 ) 음반을선별하고분류해서진열ㆍ홍보ㆍ판매하기위해주조한음악장르용어다. 거칠게표현하자면, 차이를파는구별산업인월드뮤직신화는이민과이주가발생시킨틈새시장의잠재수요와이를표적으로삼는음반회사의마케팅전략, 이둘의랑데부에의해탄생되었다. 하지만월드뮤직이라는용어는다양한종족음악학적계보와서로상이한역사적ㆍ문화적ㆍ사회적토양을지닌제3세계음악의복합적성격을배제하고단순화한다는점에서형용모순에빠지고만다. 왜냐하면표면적으로는차이와다름을긍정하며음악적다원주의를표방하지만, 사실상그것을사상 ( 死狀 ) 하는서구중심주의적이분법과인종주의적분류체계 ( 백인의인종적헤게모니와문화적우월성 ) 에태생적으로종속되어있기때문이다. 다름 ( 열등혹은원시?) 과차이 ( 결여?) 를해석
<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 에물음표달기 : 순수와불순함의변주곡 87 하는서구주체의심리적양면성과양가성을숨기지않기때문이다. 다시말해주류 / 비주류, 백인 / 유색인종, 북미와유럽 / 제3세계사이의빗금을제거하지않고그차이에여전히등을기대고있다는얘기다. 따라서대상화된타자, 곧자기애적페티쉬를충족시키고자극하는이국적타자가월드뮤직의신화소가된다. 촘촘한문화산업의그물망에포획된포르투갈의파두, 세네갈출신의유수은두르의음반, 알제리의라이음악, 안데스와아프리카의퓨전인페루네그로 (Peru Negro) 등이그렇게해석되고또그렇게소비된다. 쿠바음악 ( 월드뮤직의하위장르로서 ) 도예외일수는없다. 쿠바음악의경우는, 특히나그음악이 1959년쿠바혁명이전에유행했고혁명이후에퇴조한것이라면, 그래서그순수성과진정성및전통성과민속성또는민중성이오랜기간밀봉되었다고홍보한다면그것이불러일으키는이국적인정취와희소가치는배가된다. 이를테면 가장폐쇄적인공간에있었기에가장순수함을지킬수있었다 는식의해석이유포될수있는것이다. 낭만적은둔을연상시키는고립과폐쇄가실은봉쇄이고, 이질적인어울림혹은혼종성의꾸밈음이순수함이며, 크로스오버또는하이브리드음악이리듬과타악기의용광로인쿠바음악의본질적속성임에도불구하고마치혁명전쿠바음악의순수함이냉동상태로보존된게쿠바에대한전방위적봉쇄덕분인양호도하는것이다. 사회주의체제의정체성 ( 停滯性 ) 과비시장성의부산물이고유물인양설레발을친다. 어쨌거나추초발데스와이라케레 (Irakere) 가코러스로참가하고쿠바의롤링스톤즈로통하는로스반반 (Los Van Van) 과무라카미류가심취했다는에네헤라반다 (NG La Banda) 등이백밴드역할을하는가운데 <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 이라는음반
88 트랜스라틴 7 호 (2009 년 5 월 ) (1997) 과다큐멘터리영화 (1999) 의앙상블에의해쿠바음악열풍이세계를강타했다. 봉쇄된비자본주의적타자가아프리카적색채와협화음을만들어내는이중주에세계가들썩거렸다. 이를두고 롤링스톤 지는 쿠바음악의침공 이라고표현했다. 아닌게아니라,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 지에따르면 월드뮤직계의선두에서있는쿠바음악은 1999년 50억달러의매출을올려 360억달러로추산되는세계음반시장의 14% 를차지 하기에이르렀다. 잭팟을터트린쿠바음악의수익금이어느나라의누구호주머니를살찌우는지는차치하더라도쿠바음악이음악산업의메인과메이저로다시부상한것만은확실해보인다. 물론 <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 신드롬은 2004년처음으로외국인관광객 200만명시대를열고, 2008년한해 27억 5천만달러에달하는 ( 사탕수수산업을능가한다 ) 쿠바의외국인관광수입에도한몫톡톡히기여했다. 비록쇼케이스혹은주크박스속 달러음악 으로박제된느낌이강하지만. 빈사상태에빠졌던쿠바혁명에다시생기를불어넣은관광산업의도우미이자캠페인송구실을한것임에는틀림없어보인다. 동명의음반과듀엣을이루며여러긍정적인시너지효과를창출했음에도불구하고 <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 은분명쿠바음악과쿠바또는쿠바혁명에대한특정한이미지를산출하고유포시켰다. 음악과영상, 소리와이미지의접속을통해심상치않은각인효과를낳았다. 하지만 빅쇼 의게스트인노장뮤지션의음악향연에쏟아진찬사와그들삶의묵직한서러움에속절없이공명하는이들은헤아릴수없을만큼많았지만, 정작이음악영화가재생시키는심각한정치적ㆍ이데올로기적메시지에귀를기울인이들은흔치않았다. 비정치성의정치성혹은지극히정치적인비정치성에주목하는경우는의외로극히드물었다. 이러한
<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 에물음표달기 : 순수와불순함의변주곡 89 저간의사정이바로 <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 의발성법과시각문법에물음표를달게하는가장큰이유다. 2. 음악과정치, 기억과망각의이중주 어슬렁거리기는역사, 플롯혹은행위만큼이나공간을해체한다. - 쉬잔엠드라코트, 들뢰즈 : 철학과영화 빼어난영상미와문학성이빔벤더스의 < 베를린천사의시 > 를이끌어간다면그의 <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 을밀고가는힘은이미지와음악성이다. <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 에서카메라라는이발화주체는어떤감정의잉여도허락하지않는듯하다. 보이는신명이나거리의소리에는도통귀를기울이지않는다. 그저아바나의남루하고누추한골목길을어슬렁거릴뿐, 피사체를좀체응시하는법이없어보인다. 피사체와의거리를제거하거나군중속으로잠입해들어가고자안달하지않는다. < 베를린천사의시 > 에서새의눈과날개를장착하고의식과창문과건물들을아크로바틱하게휘젓고다녔던빔벤더스의카메라는여기서는그저풍치 ( 風齒 ) 를앓는건물들과창문들을불연속적이며암호해독적인여행자의시선으로관람ㆍ관망할뿐이다. 흑백과컬러를 < 베를린천사의시 > 에서처럼교직시켜여행브로셔와그림엽서를드로잉하는듯하다. 이흑백과파스텔톤의병치와혼합은영화를관통하는핵심적인정서인향수와동경, 그리고낭만적모티프에광택을입히는듯하다. 하지만전체적으로건조하리만큼무정한 ( 비정한 이라고해도용서된다 ) 터치로쿠바의앙상함을, 센트로아바나의비
90 트랜스라틴 7 호 (2009 년 5 월 ) <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 의감독빔벤더스 루함을, 삶의강퍅함을들고찍기로잡아낼뿐이다. 그래서빔벤더스의카메라에담긴아바나는 스위트아바나 가아니다. 영화 < 딸기와초콜렛 > 에서아바나거리를멀리굽어보며게이지식인디에고가다비드에게말하던 세상에서가장아름다운도시 와는거리가멀다. 퇴락과몰락의징후들을좇는빔벤더스의시선과동선은 < 베를린천사의시 > 에서폐허를관조하고소요하던늙은이야기꾼 ( 호메로스 ) 의그것들과시나브로오버랩된다. 그렇다. 적과의춤을 (Dancing with the Enemy) 실연 ( 實演 ) 하는카메라의스텝은일견낮은포복, 까치발을연상시키기도한다. 하지만엄밀한의미에서낮은곳에서부터접근한다거나외과의사적시선을투사한다고는볼수없다. 언뜻도시지도그리기혹은도시라는텍스트읽기를수행하는만보객 (flâneur) 의행
<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 에물음표달기 : 순수와불순함의변주곡 91 보를흉내내는듯도하지만, 카메라는 봄과앎의변증법 (a dialectics of seeing) 을통한벤야민식탐사 (probe) 를실행하지는않는다. 게다가카메라뷰파인더의가운데를점유하는것이쿠바나쿠바민중인것은결코아니다. < 리스본스토리 > 에서라틴음악과사운드엔지니어를스크린중앙으로소환했던빔벤더스의카메라는 <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 에서는음악, 좀더엄밀하게말하자면 1930~50년대를풍미했던쿠바음악과음악인 ( 클럽 ) 을라이브무대의한가운데로호명한다. 이라이브콘서트를뮤직비디오스타일로엮어내면서빔벤더스는요란스럽지않은카메라워크와단순하면서도절제된영화문법을채택했다. 화면톤이서로다른소니디지베타와디지털핸디캠으로촬영된쇼트들을적절하게배합했다. 특히나음악과영화를중매하며관객의감정선을조율하는연출력과편집술은가히일품이었다. 관객의눈물까지훔치는빔벤더스의탁월함은이브라임페레르와오마라포르투온도가 실렌시오 ( 쉿!) 를절창할때절정에이른다. 라틴재즈에대한오마주인다큐멘터리 <54번가 > 의백미였던아버지베보발데스와아들추초발데스의엔딩듀엣에버금가는실로가슴저린순간이었다. 게다가노장뮤지션들의노래와연주와이야기는또얼마나구성지고먹먹하고진솔했던가. 하지만거기까지다. < 슈퍼 8 스토리 > 에서에밀쿠스투리차가 노스모킹오케스트라 를카메라에담으면서선보였던미학적역동성과서사성및역사성을 <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 에서는찾아볼수없다. 쿠바의일상성 ( 돈, 성공, 사랑, 섹스, 불륜등 ) 을힙합과레게리듬에실어거침없이토해내는관타나모의젊은밴드마데라림피아 (Madera Limpia) 를추적하는알리나테오도레스큐의 < 천국 > 과비교하면 <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 은 인간극장 과 가요무대 를신
92 트랜스라틴 7 호 (2009 년 5 월 ) 파조로접합시켜놓은듯하다. 빔벤더스는암스테르담과카네기홀공연실황을담은비디오클립과이브라임페레르의솔로음반취입과정그리고에그렘스튜디오의연습장면을밋밋하게교차편집하고, 거기에노장뮤지션들의인터뷰를간주곡처럼삽입시킬뿐이다. 인터뷰내용또한이마의주름살까지도오선지를닮은듯한거장들의파란만장한삶의제1장이랄수있는개인적이력과가족적내력에서좀체확장되는법이없다. 에드워드사이드의지적처럼 음악은사회적 임과동시에시대의메아리일수밖에없음에도불구하고영화속의인터뷰와음악과내레이션은당대의 (1930~50년대) 역사적ㆍ사회적상황을맥락화하지않는다. 따라서퍼커션들이아무리둥당거리고, 처연하고유장한가락이우리고막을아무리애잔하게두드려도그내막은알수없다. 당시의정치적ㆍ경제적상황은내레이터인라이쿠더의일렉트릭슬라이드기타선율에모두묻히거나미끄러지고만다. 한마디로영화는파란만장한쿠바의근현대사를동시녹음할의향이없다. 음악은케스팅하지만아바나곳곳에이명 ( 耳鳴 ) 처럼떠도는역사는안중에도없고, 악보에각인된사회를해독하고자애쓰지도않는다. 빔벤더스가 < 소울오브맨 > 에서블루스거장들의삶과음악을탐사하며견지한나름의역사다큐멘터리기법을 <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 에서찾아보기란참으로쉽지않다. 비록영화의도입부에혁명이후의정치적정황을담은사진몇컷을삽입시켜놓았다고는하지만, 그저변죽만울린격이다. 다윗과골리앗 ( 링컨동상앞의카스트로 ), 카스트로와체게바라 ( 골프치는모습 ), 이두쌍의역사적함수관계와그함의를한낱웃음거리, 볼거리로치부할뿐이다. 쿠바혁명이후에미국을방문한카스트로를골프약속핑계로외면한아이젠하워, 쿠바미사일위기직후체게바라와골프시합을하며케네디에게골프
<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 에물음표달기 : 순수와불순함의변주곡 93 회동을제의한카스트로의유화적제스처등, 사진속의구체적인세부와정치적배경은알베르토코르다에의해일제히스크린밖으로밀려난다. 대신그자리는카스트로의 승부욕 으로가득채워질뿐이다. 아울러영화는 1930~50년대쿠바음악의수용과유통패러다임에대해서도일절언급하지않는다. 쿠바출신의망명소설가카브레라인판테가시나리오를맡은영화 < 로스트시티 > 에서뿐만아니라 < 벅시 >, < 대부 II>, < 원스어폰어타임인아메리카 > 등에서도자신의존재감을과시한마이어랜스키와그의대부인바티스타, 이둘의빅딜에의해관리되던아바나 ( 일명 라틴라스베가스 ) 의밤문화에대해서도침묵으로일관한다. 스윙재즈와갱, 그리고여자, 이삼박자가영화 < 카튼클럽 > 속의쇼비즈니스를꾸려나간다면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이환대받던 (buena vista) 시대의스카페이스는 1) 바로이마이어랜스키였다. <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 의도입부에삽입된첫번째사진속의호텔아바나리비에라 (Habana Riviera) 도사실몽마르트르나이트클럽 (Montmartre Nightclub), 몬시뇰레스토랑 (Monseigneur Restaurant), 그리고호텔나시오날 (Hotel Nacional de Cuba) 2) 등과마찬가지로이마이어랜스키의사업장이자그의패밀리숙소였다. 하지만멕시코의티후아나와함께 매춘의메카, 카리브의소돔과고모라로통하던아바나의그 화려한시절 에대해서는함구한다. 대신카메라는여섯번째자식을욕망하는 90살넘은콤파이세군도의몽둥이만한시가를장난처럼잡을뿐이다. 더티댄싱 과섹스쇼가성행하고 물랑루즈 식나이트클럽과카 1) 알카포네의별명이자마리엘항구의엑소더스를스크린에옮긴, 알파치노주연의쿠바계마피아를다룬영화명이기도하다. 2) 미국에서활동하던마피아보스들의대규모회합, 아바나컨퍼런스가 1946 년 12 월에이곳에서열리기도했다.
94 트랜스라틴 7 호 (2009 년 5 월 ) 바레들이성업하던시대의음악소비주체와소비패턴및사회문화적컨텍스트에대해서는거의언급하지않는다. 대표적인섹스휴양지이던바라데로나아바나의콜론지역이아닌산티아고데쿠바의홍등가에서음악을팔던가난한시절을회상하는엘레아데스오초아의일회적이고우회적인진술이결코그큰부재의알리바이가될수는없는노릇이다. 키만한기타를숟가락처럼들고다니던, 바로그쿠바음악의황금시대의참담한사회상을그냥설핏들려줄뿐이다. 그리고노장피아니스트루벤곤살레스가스크린밖에서증언했듯이, 1950년대말까지만해도쿠바에서는일반인과음악인을상대로한노골적인인종차별이자행되었음에도불구하고 ( Don t you have anyone a little lighter ), 백인들과극소수의쿠바상류층만이관객으로입장가능하고무대는흑인들로만꾸며지던카바레와클럽들로흥청거렸음에도불구하고, 카메라는관광객- 관객의시선으로월드뮤직의흥행보증수표인뮤지션들의검은얼굴만을묵묵히클로즈업할뿐이다. 쿠바와미국의민감한역사, 그치명적인진실-늪에발을들여놓기엔카메라와기타가너무영리한탓일까. 노장뮤지션들의카네기홀공연과뉴욕투어만을어린아이처럼천진난만하게좇을뿐이다. 결국 <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 은쿠바와쿠바음악을소재로하고있지만쿠바또는카리브의역사성과음악사회학적시선을제거하고있다. 자크아탈리가 소리 : 음악의정치경제학 에서논하듯이 사회의반영체 혹은 사회인식의수단 인음악은정치적ㆍ사회적ㆍ경제적변수와불가분의관계를맺고있음에도불구하고말이다. 이래저래영상이요동치거나영사기가흥분할리는만무해보인다. 이쯤되면차분함이도를넘어따분할지경이아닌가. 어떻게보면빔벤더스는음악만강물처럼흐르게내버려
<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 에물음표달기 : 순수와불순함의변주곡 95 두고일절영화흐름에개입하지않는것처럼보이기도한다. 그럼이제삐딱한질문하나엇박자로넣어보자. 정녕빔벤더스는어떠한감정에도발을담그는법이없는가? 과연발화주체의시각과욕망과선망을카메라는단속 ( 짐작하겠지만단속이곧노출인경우도있다 ) 만하고노출시키지는않는가? 일견무뚝뚝하고무덤덤해보이는그래서노련해보이기까지하는이카메라핑거링은문화제국주의와비예술적잔향을깔끔하게필터링하는가? 빔벤더스의표현대로 이미지셀링 (image selling) 과정말이지무관한가? 대답은, 그렇지않다는것이다. 그이유는, 그징후와징표는뮤지큐멘터리 (musicumentary) 곳곳에음표처럼코드화되어있다. 우선, 문화자본에의해구축되는타자의발명, 발굴, ( 재 ) 발견의논리를지적할수있다. 이러한논리, 마케팅전략은내레이션중간중간에추임새처럼삽입되어있을뿐만아니라영화의홍보문구와영화제작에참여했던당사자들 ( 특히나 < 파리텍사스 > 이후다시의기투합한빔벤더스와라이쿠더 ) 의인터뷰곳곳에서도발견된다. 가령빔벤더스는영화에곁들여낸책 (Companion Book to the Film) 의서문에서 모든것을소비하는 3) 미래에서온사람들 에의한이야기와음악인들의발견을누차강조하고있다. 아울러제3세계음악찾기라는것이월드뮤직의베테랑탐험가라이쿠더에게는보물사냥과진배없어보인다. 그리고낙천적이며선량한칼리반들이거주하는이신세계에서카메라와기타로무장한이들백인들이발견하는황금노다지, 곧음악은그들에게시간이기도하고공간이기도하다. 그래서 쿠반타임 (Cuban Time) 이배경음악처럼흐르는아바나는, 그이국적인 3) 영화의말미에서피오레이바가뉴욕의한윈도우디스플레이에진열된유명인사를닮은밀랍인형을보며이와유사한말을하기도한다.
96 트랜스라틴 7 호 (2009 년 5 월 ) 게토는꿈과유년시절을상기시키는몽환적인신천지로, 가르시아칸클리니 (García Canclini) 의표현을빌리자면, 다시기적이질성 (heterogeneidad multitemporal) 이지배하는팔림세스트같은공간으로한껏부각된다. 자연스럽게시간을역류시키는 1940~50년대산뷰익, 시보레벨에어, 닷지킹스웨이, 프레이저맨하탄등이맘껏스크린을부유한다. 당연히아바나는아련한기억속에유폐된앤디가르시아식의 로스트시티 (The Lost City) 로애잔하게그려진다. 그렇다면, 또다른질문. 스크린안팎에서구축되는타자의발명, 발굴, ( 재 ) 발견의논리에쿠바혁명은어떤기여를하는가? 상업주의에물들지않았기에 순수하다며쿠바음악을높이평가한빔벤더스와라이쿠더는어떻게쿠바음악과음악인을시청각상품논리로포장하는가? 대답은의외로간단하다. 영화에서쿠바혁명은음악인들을조기에불명예은퇴시킨장본인으로환기된다 ( 쿠바는평균수명이 78살로 < 식코 > 의나라미국을추월한선진국수준이며쿠바의노장뮤지션들이대부분 70~90살이라는것은잠시잊도록하자 ). 부당하게쿠바음악 ( 아프로-쿠반재즈, 손, 단손, 볼레로등 ) 을도태시켰을뿐만아니라대중음악에철퇴를가한보이지않는손으로지목된다. 이것은빔벤더스와라이쿠더가쿠바혁명에붙이는첫물음표이자느낌표다. 음악에눈이멀어간과하기쉽지만선뜻맞장구치기도쉽지않은논리다. 왜냐하면이것은혁명전이나후의부단한섞임과접목및다양한실험을도외시한채쿠바음악을정태적으로파악하기때문에빚어진오해이고왜곡이기때문이다. 게다가 <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 의매파 ( 媒婆 ) 역을담당했던후안데마르코스곤살레스 (1954년생) 가갈파했듯이 많은사람들이생각하는것과는달리카스트로이후에도쿠바음악은지속되었
<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 에물음표달기 : 순수와불순함의변주곡 97 다. 법고창신 ( 法古創新 ) 의정신에걸맞게더 좋은음악 (buena muśica) 을창조하기위해영미의록과안데스음악을섭렵하고쿠바의전통음악에젊은피를수혈하는작업을주도하고있는후안데마르코스곤살레스자신이바로산증인이다. 그의존재는 <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 에내재하는모순의가장돋보이는증좌다. 빔벤더스와라이쿠더는영화에등장하는노장뮤지션들을쿠바전통음악, 특히손 (son) 의마지막전수자인것처럼조명하면서도쿠바최고의예술교육기관인국립예술학교출신의아달베르토알바레스 (1948년생) 처럼세계적인명성을획득한젊은소네로와밴드 ( Son 14 ) 의존재에대해서는이렇다할언급을하지않는다. 그렇기에더더욱퍼커션연주자이자라이쿠더의아들인요아힘쿠더의자리는억지스럽고헐거워보일수밖에없다. 그리고 쿠바혁명에의해뮤지션들이세계시장에서철저히고립되었다 는식으로해석하는것또한애석하기짝이없는노릇이다. 실제로 아프로-쿠반올스타스 프로젝트나 <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 처럼공전의히트를기록한사례는없다손치더라도, 쿠바사회의전반적상황이열악했음에도불구하고, 베니토삼브라노의음악영화 < 아바나블루스 > 에서도확인할수있듯이쿠바뮤지션들에게음반제작은여전히멀고도힘든길임에도불구하고, 1999년기준으로 6,000명이상의쿠바뮤지션들이일정기간해외에서순회공연을가졌다. 그들은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유럽 ( 미국의라틴음악돌풍은별개로치더라도 ) 등지에서상대적으로두터운마니아층을확보하고있었다. 라이쿠더가 발굴 했다는피오레이바만하더라도 1991년 4개월간의서아프리카순회공연에서이미 열렬한환대 (buena vista) 와추종을경험한바있는살아있는전설이아니던가. 그런그의인지도와상품성을충분히인지했기에빔벤더스는 <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 의후속편
98 트랜스라틴 7 호 (2009 년 5 월 ) 이랄수있는그의영화 < 무시카쿠바나 > 의 4) 주인공으로그를다시지명하지않았겠는가. 그뿐인가. 8만명이운집한칠레국립경기장에서 1990년대판우드스톡페스티발을연출한실비오로드리게스도있다. 물론그와함께쿠바혁명에다채로운화음을선사했던파블로밀라네스의명성또한진즉에쿠바를벗어났다. 그리고뭐니뭐니해도 1992년이후로해마다채택되는유엔의대쿠바금수조치규탄결의안을묵살하며미국이 50년가까이고수하고있는쿠바봉쇄정책에 5) 관해서는 엠바고 사안인양일체언급하지않는것은앞에서지적한논리들의빈약함을참으로돋보이게만든다. 어쨌거나 < 리빙아바나 >, < 맘보킹 >, < 내가쿠바를떠났을때 >, < 로스트시티 >, < 카차오 > 등을통해쿠바음악인들이 ( 아르투로산도발, 셀리아크루스, 이스라엘카차오로페스등 ) 쿠바혁명을피해뉴욕과마이애미로망명한사실을대대적으로환기시켰던문화자본은이제쿠바를선택한음악인들을쿠바혁명의상징적인피해자로지목한다. 난민아닌난민으로, 살아있지만잊혀진존재로세상에, 세계시장에소개한다. 의도했든의도하지않았든자유와예술의불모지에핀야생화 ( 할미-할배꽃 ) 로그린다. 3. 발견과은닉의미학 <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 이 발굴 했다는이브라임페레르의경 4) 전작에비하면극영화적장치를훨씬더많이차용했을뿐만아니라마리오리베라와페드로루고마르티네스등의결합으로음악이한결젊어졌고일상과더욱밀착되었다고평가할수있겠으나전체적으로 <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 을향한도돌이표또는송가로읽힌다. 5) 1992 년과 1996 년에각각제정된토리첼리법과헬름스 - 버튼법은쿠바에대한경제제재를강화하고있다.
<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 에물음표달기 : 순수와불순함의변주곡 99 이브라임페레르 (1927~2005) 우도예외일수는없다. 비움의철학과빈자의미학을체득한그는사실동료뮤지션보다는대중과오히려더친밀하게소통한, 과라차, 손, 볼레로의대가중한명이었다. 슈사인보이 이기도했다는이브라임페레르는쿠바혁명이후인 1960년대에유명한소네로인파초알론소가주도한밴드 (Pacho Alonso y sus Bocucos) 의보컬리스트로활발하게활동했다. 쿠바미사일위기가있던해인 1962년에는밴드멤버들과함께프랑스와동유럽등지로순회공연을떠나기도했고, 그해 10월에는볼쇼이극장무대에오르기도했으며, 만찬장에서는소련의후르시초프서기장바로옆에배석하기도했다. 게다가칠레공연을끝으로라이쿠더가쿠바로오기약 5년전인 1991년 (65살) 에공식적으로은퇴했으니, 쿠바혁명에의해철저하게잊혀지고음악활동에많은제약을당했다고단정하는것은서구인들의선입견이자, 혁명후
100 트랜스라틴 7 호 (2009 년 5 월 ) 쿠바의음악관련제도변화및문화정책에대한무지와거부감의표출이아닐수없다. 서구적음악산업시스템에근거한단성적인해석이아닐수없다. 이브라임페레르본인도 외국관광객이아니라쿠바인을위해서음악을할수있었기에혁명이후의상황이한결나았다고 술회하지않는가. 더군다나쿠바뿐만아니라다른모든나라들에서도시간의흐름에따라, 취향과감각의변화에의해, 자본을위시한여타비예술적논리에떠밀려, 숱한거장들이대중의망각속으로사라졌고사라지는데, 왜유독쿠바의경우에만이례적인의미를부여하려고애쓰는가. 정도의차이는있을지언정세상어디에도노인들을위한나라는없지않는가. 그리고루츠음악의위대한발굴자인라이쿠더는이브라임페레르를 쿠바의넷킹콜 이라고명명하는데, 어떻게넷킹콜이잊혀진존재가될수있겠는가. 비유구문자체가비문이다. 하기야 1930~50년대쿠바음악의거장을지목하는것이쿠바에서골초를찾는일만큼이나난망한노릇일테지만, 쿠바의넷킹콜이라는수식어는사실손과볼레로, 맘보와룸바등거의모든쿠바리듬에통달한리듬의달인베니모레 (Benny More ) 에게돌아갈몫이아니던가. 6) 물론이다. 스킬과기교가아닌날것의음성으로밑질긴속슬픔을잘발효시켜그래미상까지거머쥔이브라임페레르를폄하할이유는전혀없다. 그의크루닝은관객의음악적성감대를자극하기에손색이없었다. 구두약처럼검은얼굴 에구두코보다더광나는눈과자긍심을가진그의삶과신명과 7) 종교 ( 아프리카기원의산테리아 ) 와쿠바혁명에대한신심은 <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 의단연압권이었다. 다만그를 발굴 했다고부당하게홍보하거나쿠바혁명의피해자로과대포장하는 6) 이브라임페레르는한때클럽아빌라르에서베니모레와함께활동하기도했다. 7) 어머니뱃속에서부터춤추고노래했다고이브라임페레르는말했다.
<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 에물음표달기 : 순수와불순함의변주곡 101 것은문화자본의상품판매전략이고차별화전략이라고지적하고싶을뿐이다. 물론이국적인타자의발명, 발굴, ( 재 ) 발견의논리는여기에그치지않는다. 곤살로루발카바 (Gonzalo Rubalcaba) 와함께자타가공인하는쿠바의최고피아니스트중의한명인루벤곤살레스의경우는또어떤가. 쿠바의음악학자인엘리오오로비오 (Helio Orovio) 가오죽했으면느닷없이 누군가나타나서루벤곤살레스를그들이발견했다고한다면우스워죽을것이다 라고힐난했을까. 앞서언급한후안데마르코스곤살레스와함께 <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 의자가당착적인면모와아바나중심주의를폭로하는또다른드림팀멤버는과히라와과라차의대가엘리아데스오초아다. 1946년생인그는 1978년이래수십년간쿠바의전설적인그룹 콰르테토파트리아 (Cuarteto Patria) 를주도했을뿐만아니라, 1968년산티아고데쿠바에쿠바최초로세워진 트로바의집 (Casa de la Trova) 에서활발한음악활동을전개한가수이자기타리스트다. 그리고손 (son) 의성지인자기고향에서의공연을그리워할정도로빈번하게해외공연 (1989년의워싱턴공연포함 ) 을다닌혁명정부의문화관료였다. 게다가불후의명곡 찬찬 을가장먼저쿠바민중들에게들려준뮤지션일뿐만아니라 1996년에는마코사 (Makossa) 의전도사인카메룬의마누디방고 (Manu Dibango) 와함께음반 < 쿠바프리카 >(Cubafrica) 를제작한행운아 (?) 가아니었나. 이쯤되면쿠바혁명과화음을이루는타자의발명, 발굴, ( 재 ) 발견의논리는, 보지않고은닉 (encubrimiento) 하려는카메라의시각문법에기인한다는것을간파할수있다. 카메라가은닉의미학을가장노골적으로드러낸때는오마라포르투온도를따라갈때이다. 그녀는유명한트로피카나클럽의
102 트랜스라틴 7 호 (2009 년 5 월 ) 댄서가된자기언니를따라음악을시작했지만언니를따라망명하지는않은쿠바의디바다. 쿠바의디바? 혹자는공연중간중간에 설탕! 을연호했던살사의여왕셀리아크루스 (Celia Azućar Cruz) 를 오마라포르투온도 연상할수도있으리라. 하지만셀리아크루스는쿠바혁명직후미국으로망명함으로써설탕나라의디바로기억되기에는너무씁쓸한뒷맛을남겼다. 어찌되었든오마라포르투온도역시 1970년대에이미프랑스, 일본, 벨기에, 핀란드, 스위스등지에서수차례공연을했으니무명도, 잊혀진뮤지션도될수없다. 쿠바혁명에의해음악활동에큰제약을받았다거나대중과유리되었다고속단해서도곤란하다. 영화 < 라비앙로즈 > 의실제인물인에디트피아프에곧잘비유되는포르투온도는 <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 의처연하고애잔한페이소스에갇히기에는 음역 과활동폭이너무넓다. 그러나카메라는그녀가 1970년대초반에엘레나부르케와함께누에바트로바의여성대표주자들중한명이었다는사실을끝내외면한다. 쿠바혁명정부의문화기구이자새로운노래운동의요람이었던아메리카의집 (Casa de las Ameŕicas) 과맺은 30년가까운동지적관계역시안중에도없다. 8) 카메라는시적서정과혁명적결기를융합시킨 소총곁에손음악 (Junto a mi fuśil mi son) 이라는혁명가요를대중화시킨장본인이포르투온도라는사실에도애써눈을감는다. 8) 2009 년 4 월 28 일, 라울카스트로가참석한가운데거행된아메리카의집설립 50 주년기념행사의피날레를장식한인물도이오마라포르투온도였다.
<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 에물음표달기 : 순수와불순함의변주곡 103 영화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의한장면 4. 설탕이나담배보다음악이더쿠바적이다 이제시선을아바나로돌려보자. 여태게으르기만하던카메라가 Karl Ma x 라는간판을포착, 그것을다큐멘터리의마지막부분에삽입시킨저의는대체무엇이었을까? 공연이끝난야외무대를훑듯이차로아바나거리를빠르게지나가면서도 Marx 에서 r 이누락된것을빠뜨리지않고잡아내는참으로 눈밝은 (buena vista) 카메라. <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 류의뮤지큐멘터리의리더격인 < 시커먼눈물 >(1997) 에서는밴드 (La Vieja Trova de la Santiaguera) 멤버들이런던공연길에마르크스의묘지를참배했는데, 빔벤더스의카메라는과연이아우라가떨어져나간기표에서무슨의미를포착하려했을까? 기존의사회주
104 트랜스라틴 7 호 (2009 년 5 월 ) 의권과일정한거리를두기시작하며홀로서기를기획한 1986년의수정캠페인채택을암시하려던것은물론아니었으리라. 그렇다고마르크스-레닌주의에대한모든언급이 1991년 12월을기점으로쿠바헌법으로부터삭제된그사실을설마상기시키려했겠는가. 그렇다면 Karl Ma x 를통해이념의퇴각, 이데올로기의파산선고를추인하고자했을까? 아니면쿠바사회혹은건물들의퇴락과퇴색에대한알리바이로 r (revolution) 을지목했을까? 그것도아니라면혁명의 피델-리티 (Fidel-ity) 혹은 체볼루션 (Chevolution) 의퇴조와공허함을빈 r 의기표를빌어발설하려했을까? 어쨌든 이혁명은영원하다 (Esta revolucioń es eterna) 는플래카드바로뒤에의도적으로배치된 Karl Ma x 는이음악영화의숨겨진포스터가된다. 완벽한슬로건, 구호가된다. 영화의피날레임과동시에쿠바몰락의전주곡으로들리기에부족함이전혀없지않는가. 반향이큰음악영화의잔상으로남아아바나혹은쿠바메타포로각인되기에모자람이없어보인다. 헐리웃엔딩 과의친연성이너무또렷해보인다. 다르게살기를택한쿠바인들의길이 지는싸움 이될것임을, 어금니깨문자들의이빨빠진웃음이될것임을, 아니그렇게믿는이방인들의속내를정말이지너무훤히드러내보이지않는가. 이것은빔벤더스와라이쿠더의합주에의해구축되는디지털미학, 시각적이미지변주 ( 변조?) 작업이어떻게이데올로기를연주하는지를숨김없이보여주는컷이다. 쿠바라는필하모니 ( 음악을애호하다 라는뜻이다 ) 오케스트라를지휘하고조율한쿠바혁명을시각적으로이데올로기적으로해석한것임이분명하다. 이제카메라에 코드 가장착되어있다는것은자명해보인다. 결코다큐멘터리는, 그시선의정치학은순수하지도객관적이지도않다. 음악영화에음악만보이는게아닌것이다. 음악다큐멘터리
<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 에물음표달기 : 순수와불순함의변주곡 105 역시저자가있는이야기하기, 연주하기 (interpretar)-연출하기, 곧해석하기 (interpretar) 임을여실히증명해보여준다. 가능한한관찰자의입장에서객관적으로머물려애썼다 고는하지만, 조나단크래리 ( 관찰자의기술 : 19세기의시각과근대성 ) 의표현을빌리자면, 담론적ㆍ사회적ㆍ기술적ㆍ제도적관계의효과 로존재하는관찰자인빔벤더스는 그시대의담론 ( 이데올로기 ) 이요구하는방식으로 쿠바와쿠바의과거를정치하게편집ㆍ선곡하는것이다. 봉쇄된쿠바에서봉인된기억을탐문하듯, 저개발의기억 을반추하듯, 마치 슬럼독 (Slumdog) 처럼배회하던카메라는결국믿는것을보고, 보고자하는것을찍었으리라. 이제결론에마지막질문만빠진셈이다. 설령혁명 (revolution) 에서 r 이탈락되더라도주체적으로능동적으로진화 (evolution) 혹은발전할수는없는가? 그둘의비틀스식차이에연연할필요없이 R, 곧대문자혁명의성과를퇴화 (devolution) 시키지않는채, r 의모양새에개의치않고, 현실가능한루트를통해부단히 r 을찾아 r 을향해나아갈수는없는가? 그게비틀스가노래한 리얼솔루션 (real solution) 일수는없을까? 혹쿠바가그런길 (evolution) 을가는것은아닐까? 아니끊임없이그길을봉쇄당하고있는것은아닐까? <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 에는혁명전쿠바및설탕으로코팅된그시절의기억은 환대 (buena vista) 받을지언정쿠바의껄끄러운과거와부담스러운현재는봉쇄ㆍ배제되었다는인상또한지울수없다. 왜냐하면문화제국주의적선망과욕망이기억을변주하고망각이그기억의베이스처럼들리는 <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 의발성법이귀에거슬리기때문이다. 기억하다 (recordar) 라는동사의의미망을레코딩 (recording) 행위로손쉽게치환시켜버리는영화의시각문법과카메라의운지법이눈에
106 트랜스라틴 7 호 (2009 년 5 월 ) 거슬리는탓이다. 쿠바국기를지키고있는별하나쯤얼마든지더품을수있을것같은카네기홀이, 미국이예사로워보이지않기때문이다. 아바나를태우며 (smoking a Habana) 흥청망청 쿠바리브레 (Cuba Libre) 와 아바나클럽 (Havana Club) 을들이켰던그들이영미덥지못한까닭이다. 의심스럽기까지하다. 잊혀진음악이나음악인이아니라 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 쿠바로, 카네기홀로온것은아닌지. 즉, 기억을소환하지만그집단기억에새겨진고통에는아랑곳하지않고그저과거의영화 ( 榮華 ) 와잃어버린그시절에대한향수를리믹스한음악에만열광하는것은아닌지. 따라서손 (son) 의부활, 아니현대적감각으로동시대입맛에맞게손 (son) 을손질한작업 ( 프로듀싱또는 whitening ) 이미국의 50년대황금시대의레퍼토리와내밀한하모니를이루는것은아닌지. 한발더나아가음악적취향이야말로계급적아비투스를가장첨예하게드러낸다는부르디외의지적이 <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 에도유효한것은아닌지, 곧노스탤지어를중심음으로내세워취향과소비의구별짓기를시도하는것은아닌지참으로의심스러워진다. 좀맵게말하자면, <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 은벨에포크에바쳐진 벨칸토 로들린다. 영화 < 소이쿠바 > 에서 1인칭내레이터인쿠바가담담하게시적으로풀어냈듯이쿠바가미국의 카지노이고, 바이고, 호텔이자사창가 이던시절에대한만가 ( 挽歌 ) 로보인다. 끝으로음악이나영화가빔벤더스의뜻대로강물처럼흐르지못하고과거의어느한여울목을맴돌이한다는느낌참으로강하다. 그러고보면영화를보는내내눈이따가웠던이유는디지털영상의노이즈탓이아니었다. 저모든순수와불순함의불협화음이눈에더아렸던게다. 살롱뮤직이나 실내음악 이아니라, 홀과스튜디오바깥, 달러냄새가아니라땀냄새흥건히밴길거
<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 에물음표달기 : 순수와불순함의변주곡 107 리, 광장음악이눈에몹시밟혔던게다. 첨예한대조를이루는이중적도시공간인뉴욕의 센트로 와아바나의 할렘 을교차제시하는것이퍽이나낯설었던탓이다. 아바나의어린아이들과노장뮤지션들을동등한시각적위치에배치시키는그의도가결코순수하거나해맑아보이지않았던까닭이다. 앞서언급했듯이영화의사운드트랙곳곳에매복하고있는문화제국주의적시선이눈길을사로잡았기때문이다. 특히나음악의판권을소유한쿠바민중이영화에서삭제되어있고여타의쿠바음악이동시녹음되지않았기때문이다. 그어디서도쿠바에대한희망의노래는보이지않았기때문이다. <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 귀를맑게씻어주지만 눈에는썩좋아보이지않는다 (No muy buena vista). 그러니피사체를향해달려가고싶은이들이여, 뮤지코필리아의 9) 땅쿠바와그음악에함초롬히젖어든자들이여, 달러로음악을구매하지말라. 카바레와레스토랑에서듣는쿠바음악 반주 에 안주 하는꼴이란쿠바에서시가를끽연실에서태우는맛이니. 길거리로광장으로아바나밖으로발품을팔지어다. 소유의길을따르지않은 작지만강한 나라의푸진가락과신명을찾아서. 저항을배운 자들의고통과희망의변주곡을눈으로직접들으면서. 그리고잊지말아야하지않겠는가. 시커먼설탕눈물이배인쿠바의춤과노래와퍼커션들은신산한나날을날려버리던위무이었음과동시에한과슬픔의날을벼리던무기였음을. 거의모든형태의잡종과변종의계보 ( 악보 ) 를아우르며전방위적섞임에늘개방적이었음을. 쿠바도쿠바음악도. 장재준 - 서울대학교강사 9) 뮤지코필리아 (musicophilia): 인간의음악적성향을선천적인것으로간주하며올리버색스가주조한합성어로, 음악 - 사랑 이라는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