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차 인문/사회/정치 전략의 역사 / 로렌스 프리드먼 지음 4 2030 대담한 미래 2 / 최윤식 지음 11 음식으로 읽는 한국생활사 / 윤덕노 지음 18 가장 멍청한 세대 / 마크 바우어라인 지음 25 왜 나는 감정 때문에 힘든 걸까 / 김연희 지음 32 하버드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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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만난 문화재 이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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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트 2015 (2015.12.28) 커뮤니케이션국 정보자료반

목 차 인문/사회/정치 전략의 역사 / 로렌스 프리드먼 지음 4 2030 대담한 미래 2 / 최윤식 지음 11 음식으로 읽는 한국생활사 / 윤덕노 지음 18 가장 멍청한 세대 / 마크 바우어라인 지음 25 왜 나는 감정 때문에 힘든 걸까 / 김연희 지음 32 하버드 새벽 4시 반 / 웨이슈잉 지음 39 열등감, 어떻게 할 것인가 / 알프레드 아들러 지음 45 기록형 인간 / 이찬영 지음 52 사물의 철학 / 함돈균 지음 59 세계 최고의 인재들은 어떻게 기본을 실천할까 / 도쓰카 다카마사 지음 66 미러링 스피치 / 이재호 지음 73 몽테뉴의 수상록 / 몽테뉴 지음 79 덴마크 사람들처럼 / 말레네 뤼달 지음 86 하버드 마음 강좌 / 폴 해머니스 외 1명 지음 92 창조의 탄생 / 케빈 애슈턴 지음 99 세상을 바꾼 다섯 가지 상품 이야기 / 홍익희 지음 106 파란만장 중년의 4개 외국어 도전기 / 김원곤 지음 113 유엔에서 바라본 개발협력 / 김태형 지음 120 인생에 가장 중요한 7인을 만나라 / 리웨이원 지음 127 공감 생활예절 / 성균예절차문화연구소 지음 133 재미있는 영어 인문학 이야기 2 / 강준만 지음 139 책으로 변한 내 인생 / 이재범 지음 145 경제/경영 다모클레스의 칼 / 유재수 지음 152 요우커 천만 시대, 당신은 무엇을 보았는가 / 전종규 외 1명 지음 159 미래의 역습, 낯선 세상이 온다 / 매튜 버로스 지음 166 머니 / 토니 로빈스 지음 173 디지털뱅크, 은행의 종말을 고하다 / 크리스 스키너 지음 179 위대한 경제학자들 / 필 손튼 지음 186 숫자는 어떻게 세상을 지배하는가 / 로렌조 피오라몬티 지음 193 핀테크 전쟁 / 브렛 킹 지음 200 고등어와 주식, 그리고 보이지 않는 손 / 권오상 지음 207 축적의 시간 /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지음 214 경제학이 필요한 시간 / 한진수 지음 220 블로그의 신 / 장두현 지음 226 트렌드 코리아 2016 / 김난도 외 4명 지음 232 모바일 코리아 2016 / 커넥팅랩 지음 238 2/331

건강/과학/예술 굿바이, 스트레스 / 이동환 지음 244 꼭 한 번은 읽어야 할 생물학 이야기 / 김웅진 지음 251 설탕, 내 몸을 해치는 치명적인 유혹 / 캐서린 바스포드 지음 258 원하는 사진을 어떻게 찍는가 / 김성민 265 과학의 순교자 / 이종호 지음 271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52가지 / 최은규 지음 278 과학, 인문으로 탐구하다 / 박민아 외 2명 지음 284 여행/역사 세계사를 바꾼 헤드라인 100 / 제임스 말로니 지음 291 아주 특별한 세계여행 / 김원섭 지음 298 러시아 여행자 클럽 / 서양수 외 1명 지음 305 한국사에 감동하다 / 원유상 지음 312 뇌물의 역사 / 임용한 외 2명 지음 319 산티아고의 노란 화살표 / 송진구 지음 326 3/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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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보기] 제 84 호 (2015. 01. 05) 서명/저자 출 판 사 발행시기 : 전략의 역사 1 / 로렌스 프리드먼 : 비즈니스북스 : 2014년 12월 저자소개 : 현 킹스칼리지 런던 전쟁연구학부의 교수이자 부학장으로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외교 정책 자문관을 역임했다. 정치와 군사 전략에 대한 많은 글을 쓰고 있으며, 저자의 책 중 적들의 선택 은 2009 년 라이오넬 겔버상을 수상했다. 개 요 : 이 책은 광범위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전략이 어떻게 변모 했고 어떻게 해서 우리 삶 곳곳에 파고들었는지를 소개한다. 저자는 적자 생존과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약자가 강자를 이기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됐 던 전략이 지배층의 권력과 권위를 공고히 하는 도구로 변모했고 군사 이 론가들의 등장과 함께 전술과 그 의미를 달리하며 보다 세분화되고 전문 화되었다고 주장한다. 1장 전략의 기원 기원 1 - 진화 동물행동학자 프란스 드 발은 1982년 저서 침팬지 폴리틱스 에서 침팬지 사회의 복잡성에 대한 놀라운 결론을 내렸다. 침팬지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동맹 형성 및 권력 투쟁의 증거만 보더라 도 충분히 정치적 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그가 포착한 것은 다음과 같았다. 기존의 우두머리 수컷인 이에론은 다른 수컷인 루이트가 도전하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눈치였다. 루이트는 이에론 앞에서 노골적으로 어떤 암컷과 짝짓기를 했고 또 다른 수컷인 니키를 자기편으로 만들어서 힘의 균형이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만들었다. 또한 암컷들이 자 기편으로 돌아서도록 털을 골라주거나 새끼들과 놀아주는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는 다양한 전술을 동 시에 구사했다. 이에론은 울컥해서 화를 냈지만 별 소용이 없었고 화가 잦아질수록 예전의 위엄은 점점 더 줄어들었다. 예전 같으면 다른 침팬지들이 무서워서 꼼짝도 못 하고 벌벌 떨었을 텐데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게 된 것이다. 결국 이에론은 포기했다. 그 후 루이트가 우두머리가 되자 이에론은 니키와 손을 잡고 과거에 누리던 여러 특권들 가운데 몇 가지라도 회복하려는 시도를 했다. 물론 예 전처럼 다시 집단의 우두머리가 될 수는 없었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이에론으로서는 최선이었다. 이 과정에서 물리적인 싸움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조금밖에 되지 않았다. 매우 위험한 공 격 행위인 깨물기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드 발은 이들 사이의 싸움이 사회적인 관계를 바꾸는 것 이라기보다는 이미 일어난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었다고 결론지었다. 침팬지들은 외부의 적이 침입할 때 함께 뭉쳐야 하기 때문에 자기 집단 내에서는 폭력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5/331

있는 것 같았다. 또한 이들은 반성과 화해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일단 어떤 목적이 달성되고 나면 행동의 여러 패턴들이 바뀌었다. 예를 들면 승자나 패자 모두 공격성이 줄어들었다. 드 발에 따르면 이 전략적 행동의 핵심적인 요소란 서로를 개별적인 존재로 인식하고 이해 하며 사회적인 관계를 지각하는 능력이었다. 침팬지들은 자기 앞에 주어진 여러 선택권 가운데 하나 를 선택하기 위해서 자기 행동이 초래할 잠재적인 결과를 파악할 필요가 있었고 또 자기가 달성하 고자 하는 목적으로 나아가기 위한 계획을 세울 능력을 어느 정도는 가질 필요가 있었다. 침팬지들 이 이런 모든 특성을 보이자 드 발은 정치의 뿌리는 인간 이전에 이미 형성되어 있었다 는 결론을 내렸다. 속임수 또한 지극히 중요한 전략적 요소라는 게 밝혀졌다. 속임수에는 상대방의 행동 패턴 을 바꿀 목적으로 거짓 신호를 교묘하게 보내는 것이 포함된다. 침팬지는 집단의 다른 구성원들 몰 래 음식을 빼돌리거나 우두머리 수컷이 보지 않을 때 암컷과 슬쩍 사라져서 사랑을 나눈다. 이렇게 하려면 다른 침팬지들에게 감정 이입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어느 정도 요구된다. 우리가 말하는 전략 지능 은 침팬지에게서든 인간에게서든, 거친 자연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복잡한 사회 환경 속의 상호작용을 통해서도 진화했다. 인간의 뇌를 예로 들어 서 살펴보자. 뇌가 소비하는 에너지는 전체 신체가 소비하는 에너지의 20퍼센트를 차지한다. 뇌는 무게로 따지면 성인 신체의 2퍼센트밖에 되지 않지만 다른 어떤 기관보다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는 뜻이다. 뇌가 이처럼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것은 그만큼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리처드 번과 나디아 코프는 영장류에 속하는 열여덟 개 중요 종들을 분석한 끝에 특정한 종의 신피질의 크기가 그 종이 속임수를 구사하는 비율과 상관성을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뇌의 크기와 일반적인 사회 지능 사이의 상관성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자기보다 힘은 셀지 몰 라도 지능은 낮은 다른 종들의 도전에 직면할 때 얼마나 큰 가치를 발휘할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만일 특정 동물의 신피질 크기가 이 동물 종이 가지고 있는 정신세계의 한계를 결정한다면 이 동물 종이 다른 동료들과 상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능력, 더 나아가 갈등의 시기에 결합할 수 있는 동맹자의 수를 결정한다고도 말할 수 있다. 즉 뇌가 크면 클수록 사회적 관계망을 유지하는 능 력도 그만큼 크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런 개념은 영장류와 인간을 세밀하게 관찰한 뇌의 물리적 발달 및 생태적 사회적 요인들의 영향에 대한 연구의 한 부분으로 확립되었다. 우리 조상들이 직면했던 초기의 지적인 도전들 가운데는 아마도 높은 나무에 떨어지지 않 고 올라가는 방법이나 안전하게 잠을 잘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는 방법, 혹은 가시나 두꺼운 가죽을 가진 먹잇감을 손에 넣거나 그걸 먹는 데 필요한 일련의 행동들을 알아내는 것 등이 포함되었을 것 이다. 따라서 미리 계획하는 게 중요했다. 뇌의 크기가 커질 수밖에 없었던 생태적인 필요성이나 신 체적인 필요성이 무엇이었든 간에 어떤 시점에선가 규모가 크고 통일성이 유지되는 사회적 집단을 유지하는 것이 생존에 절대적으로 유리해졌을 것이다. 그리고 이때 집단에 속한 구성원들이 효율적 으로 움직이려면 집단 내의 구성원은 다른 구성원들이 지닌 특성이 무엇인지, 집단 내에서 각자 차 지하고 있는 위계 서열이 어떤지, 누구와 친한지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특정한 상황에서 어떤 의미 를 지니는지 이해해야만 했다. 6/331

원시 사회 및 침팬지 집단을 대상으로 한 연구 저작물들에서 우리는 전략적 행동의 본질적 인 속성 몇 가지를 파악할 수 있다. 이런 속성들은 갈등을 부르는 사회 구조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이런 속성들 때문에 장차 적이 될 수도 있고 동맹자가 될 수도 있는 개별 개체들이 가지고 있는 독 특한 성격을 파악하려고 하고 또 이런 개별 개체들의 행동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이들이 처 한 상황에 감정을 이입하려고 한다. 비록 폭력이 우월성을 보여줌으로써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수행 하긴 하지만 가장 효과적인 전략들은 오로지 폭력에만 의존하지 않고 동맹을 강화하는 능력에서 비 롯되는 편익에도 의존한다. 전략적 행동의 요소들은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았으며 다만 이런 요소들 을 적용할 상황이 보다 복잡해지기만 했을 뿐이다. 2장 군사 전략 전략이라는 새로운 학문 군사 역사학자 마틴 반 크레벨드는 1800년 이전에도 전략이 있었을까 하는 의문을 제기했 다. 물론 이 책의 관점에서 보자면 원시인이 사회 집단을 형성할 때부터 전략은 존재했다. 크레벨드 도 전쟁 행위 및 승리를 쟁취하는 방법에 관련된 어느 정도의 정보를 갖춘 생각들은 언제나 존재했 을 것이라고 인정한다. 지휘관들은 전투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생각했고 또 거기에 맞춰서 군대를 조직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레벨드가 그런 기본적인 의문을 제기할 때 가졌던 생각은 대략 1800년 무렵에 나타났던 변화 때문이었다. 1800년 이전에는 정보 수집과 통신 체계가 느리고 믿을 만하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장군들은 최일선까지 직접 나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전투 상황에 즉각 적으로 대응해야 했다. 이 장군들은 감히 어떤 복잡한 계획을 세울 수 없었다. 다른 여러 방향에서 적을 공격하거 나 승리를 확고하게 보장받기 위해서 병력을 분산하거나 예비 병력 및 물자를 확보하는 등의 조치 를 취하다가는 자칫 지휘나 보급상에 거대한 차질이 빚어지는 악몽을 맞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도로 사정은 형편없었고 병력과 물자의 이동 시간은 터무니없이 많이 걸렸다. 그런데 수송 체계가 개선되고 도로가 적절하게 갖추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스스로를 프랑스의 황제로 임명했던 보나파르 트 나폴레옹이 나타났다. 나폴레옹은 개인의 천재성과 대규모의 대중적인 조직을 결합하는 새로운 전투 방식을 들고 나왔고 목표 또한 이전의 전쟁에 비해서 훨씬 야심차고 거창했다. 나폴레옹의 전략: 나폴레옹은 청년 장교 시절에 기베르의 책을 읽고 몇 가지 기본적인 전투 발상들을 배워서 자기 것으로 체화했다. 특히 나폴레옹은 전력의 우위를 이미 확보하고 있는 핵심적 인 지점들에 공격을 감행하고 신속하게 이동해서 이 지점들을 장악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비록 기베 르는 유럽 전체를 아우르는 주도권은 남성적인 품성을 가지며 국민군을 보유한 국가에게 돌아갈 것 이라고 보았지만, 징병 제도가 이 과정에 이르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는 보지 않았다. 그는 시민 의 의무와 군인의 의무는 서로 대척점에 선다고 생각했다. 공격이 아니라 방어의 목적이라면 상비군 을 양성할 수는 있다는 게 기베르로서는 최대한 양보할 수 있는 선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일반인을 징집하여 구성한 대중 부대를 만들어낸 인물은 프랑스 혁명의 핵 심 인물이었던 라자르 카르노였다. 카르노는 나폴레옹과 껄끄러운 관계였지만 1815년까지 나폴레옹 아래에서 일했다. 그는 장관으로 있으면서 징집령을 도입해서 잘 훈련되고 규율이 강한 대규모 군대 를 만들었다. 또 이 대중 군대를 여러 개의 독립 부대로 나누어 각 부대가 적보다 빠르게 이동해 적 의 측면을 공격함으로써 적을 둘로 나누어 통신 및 병참이 연결되지 못하도록 했다. 이렇게 해서 카 르노는 대중 군대가 단순히 방어적인 수단뿐만 아니라 공격적인 수단도 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7/331

나폴레옹은 대중 군대의 잠재력을 현실에서 실현할 방법을 알아냈다. 이것이 그가 대중 군 대의 발전에 기여한 점이다. 그는 계몽주의적인 군대의 지혜를 받아들이고 카르노가 만든 제도의 장 점을 취해서 전쟁에 대한 전통적인 사고방식을 뒤엎었을 뿐만 아니라 유럽 전체의 힘의 균형도 함 께 무너뜨렸다. 나폴레옹의 천재성은 전략에 대한 그의 발상이 독창적이라거나 색다르다는 데 있는 게 아니라 그런 것들을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해석하여 응용하고 또 대담하게 실천했다는 데 있다. 그리고 전쟁의 승패를 결정할 결정적인 전투에 늘 초점을 맞췄다. 그는 전쟁에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잔인한 폭력성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으며 적군을 분쇄하는 데 필요한 충분히 집중적인 폭력 을 창출할 방법을 늘 모색했다. 이것은 정치적인 목적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었다. 군대가 치명적으로 패배한 상태에서는 어떤 적이라 하더라도 나폴레옹이 제시하는 정치적 인 요구에 감히 저항할 수 없었다. 이런 환경을 조성하려면 적의 군대를 완벽하게 대파해야 했으므 로 나폴레옹은 간접적인 경로를 추구하는 전략에는 관심이 없었다. 적의 전선에서 약점이 노출되는 지점이 포착되면 거기에다 추가 병력을 투입해서 돌파했다. 이런 전략을 구사하려면 위험을 무릅써 야 한다. 예를 들면 돌파 및 공격에 전력을 집중함에 따라 자신의 측면이나 후방이 적의 공격에 취 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폴레옹은 결정적인 기동을 할 최적의 순간이 오기를 기다렸다. 최대의 전력을 확보하는 데 무엇보다 우선순위를 두었던 터라서 그가 치른 대규모 전투들 은 흔히 유명하지 않은 곳에서 치러졌다. 바로 그 곳에서 나폴레옹은 적의 취약점을 발견했기에 압 도적인 우세함 속에서 무자비하게 공격을 감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나폴레옹은 정치적인 권위 와 군사적인 권위를 한 몸에 지니고 있었으므로 독자적인 판단과 결정만으로 대담한 작전을 감행할 수 있었다. 그의 낙관주의, 자신감 그리고 비범한 연승 행진으로 그는 군대의 무한한 충성을 받았고 적들은 전의를 잃어버렸다. 나폴레옹은 이런 심리적인 효과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 나폴레옹은 전쟁에 대한 자신의 접근법을 단 한 번도 완벽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그는 전략 에 대해서 글을 쓰지도 않았다. 전쟁의 보다 고차원적인 측면들 이라고만 언급했을 뿐이다. 전쟁에 대한 그의 견해는 숱하게 많은 격언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 격언들은 자기 시대의 표준적인 여러 군 사적 문제에 대한 실천적인 성찰인 경우가 많았으므로 손자병법 처럼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인 전 략의 원리를 드러내는 것은 드물었다. 하지만 그 격언들은 나폴레옹의 접근법이 가진 핵심을 담고 있다. 예를 들면 이렇다. 결정적인 순간에 집중할 우월한 전력을 유지할 것, 적군을 궤멸시킴으로써 적에게 패배를 안길 것, 전략을 시간과 공간을 이용하는 기술 로 파악할 것, 아군이 약할 때는 시간 을 벌어서 전력을 보강할 것, 물리적인 열세를 보다 강한 정신력과 불굴의 용기, 인내심으로 보완할 것 등이다. 클라우제비츠 전쟁론 에서 클라우제비츠는 야심찬 시도를 했다. 이 책은 촉망받는 장군을 위한 단순한 교과서라기보다는 전쟁을 다루는 총체적인 이론서였다. 그의 업적은 전쟁의 본질을 포착하는 개념 틀,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후대의 여러 세대들이 자기 시대에 일어나는 갈등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을 때마다 언제나 참조할 수 있는 개념 틀을 개발했다는 점이다.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은 다른 여 러 수단들에 의한 정책의 연속성 이라고 단언했는데 이 유명한 단언은 전략가들에게는 핵심적인 헌 장이다. 뿐만 아니라 클라우제비츠의 성숙한 사고 속에 자리 잡고 있던 다음과 같은 관찰을 통해 그 가 위대한 전쟁 이론가라는 사실을 찾아볼 수 있다. 전쟁은 놀라운 삼위일체에 의해서 형성된다. 첫 번째는 맹목적이고 자연적인 본능의 힘인 원초적인 폭력과 증오와 적개심이다. 두 번째는 창의적인 정신이 자유롭게 어슬렁거리는 관념적인 공간인 우 연성이다. 세 번째는 전쟁을 오로지 논리성에 종속하도록 만드는, 정책의 도구로서의 종속성이다. 8/331

이 삼위일체 이론은 정치가 전략의 핵심이라는 기존의 이론을 대신했다. 정치는 핵심이 아 니라 세 가지 요인 가운데 하나임을 분명히 했던 것이다. 위기의 국제 관계 속에서 한 국가의 생존 과 관련해서 정치는 반드시 전쟁과 관련된 조건을 설정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치가 성공의 가능성, 즉 궁극적인 목적의 달성 가능성을 높이고자 전쟁의 문법 에 도전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거꾸로 군사적인 행동이 커다란 정치적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런 맥락 속에서 군사 가 정치에 복속되는 게 겉으로는 명백하게 보임에도 불구하고 삼위일체의 역동성은 왜 그 관계가 그다지 단순하지 않은지 설명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거대한 규모의 1대 1 대응으로서의 전쟁은 이상적인 의미에서 보자면 폭력으로 비화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절대적이다. 하지만 클라우제비츠는 삼위일체의 다른 두 부분을 가리키면서 그런 식 의 절대적인 폭력이 현실에서는 실현될 가능성이 적은 이유를 설명했다. 정치는 제약의 한 가지 원 천이지만 마찰 역시 또 다른 원천이다. 전투 현장에서 실제로 이루어지는 작전은 머릿속에 생각하던 것과 다르게 마련이다. 마찰이라는 그의 이 발상이 응당 일어나야 할 전쟁과 실제 전쟁 사이의 차이 를 설명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그는 이 현상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전쟁에서 모든 것은 단순하다. 그러나 가장 단순한 것이 어렵다. 이런 어려움들이 축적되고 그 과 정 끝에 가서는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어떤 종류의 마찰이 생성된다. ( ) 수많은 소소한 사건들이 결합해서 전체적인 성과 수준을 낮추므로 어느 한쪽은 늘 의도했던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다. 지적인 전략가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적, 마찰 및 우연성의 모든 요소들이 논리적인 합리성 과 전혀 다른 양상으로 출몰해서 방해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대한 올바른 접근법은 혼돈과 예측 불가능성이 모든 계획을 조롱할 것이고 사전에 준비한 모든 노력을 압도해버릴 것이라면서 두 손을 들고 포기하는 게 아니라 이런 우발성에 미리 준비를 하는 것이다. 클라우제비츠는 최고사령관이란 전쟁이 요구하는 것과 적의 성격을 파악하는 것 그리고 언제나 냉정함을 유지하기만 하면 되는 사 람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유연성을 최대한 발휘하며 언제든 기회가 나타나면 포착할 수 있도록 준비를 갖추는 것보다 서로 연결되어 있는 순차적인 일련의 단계들을 바탕으로 한 분명한 행동 계 획을 주장했다. 흔들리지 않는 주의 깊은 계획을 선호하고 강조한 것이다. 근거 없는 믿음, 전략의 대가 나폴레옹이 고취했으며 클라우제비츠가 가장 암시적인 형태로 발전시켰던 전쟁과 전략에 대한 사고 틀은 쉽게 다른 것으로 대체되지 않았다. 클라우제비츠의 분석 틀이 시대를 관통해서 여 전히 가지고 있던 힘은 정치, 폭력 그리고 기회 사이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에 있었다. 군사 전략을 주제로 연구 및 저술 활동을 한 사람들이 변함없이 이 위대한 대가에 충성을 다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콜린 그레이가 생각한 전략가(strategist) 개념은 고상했다. 그 는 전략가를 어디에 노력을 기울여야 가장 큰 성과를 거둘지를 파악하기 위해서 현재 작동 중인 수 많은 변수들 및 복합적인 상호 의존성을 고려하며 체계를 하나의 온전한 전체로 바라볼 수 있는 사 람 이라고 보았고 현대의 전략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가 열일곱 개 있다고 정리했다. 사람, 사회, 문 화, 정치, 윤리, 경제와 병참, 조직, 행정, 정보와 첩보, 전략 이론과 기본 방침, 기술, 작전, 명령, 지리, 마찰이나 우연 혹은 불확실성, 적 그리고 시간이 바로 그 요소들이다. 적절한 전략을 마련하 려면 이 요소들을 총체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했다. 이런 견해를 미국 육군대학원에서 강의하던 해리 야거가 채택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9/331

전략적 사고는 철저함과 총체적 사고에 관한 것이다. 각각의 부분과 이것들 사이의 관계, 즉 각각 의 부분이 서로에게 미치는 효과를 과거와 현재 그리고 예상할 수 있는 미래에서 살핌으로써 각각 의 부분이 어떻게 상호작용을 해서 전체를 구성하는지 파악하고자 한다. ( ) 이 총체적인 관점이 가능하려면 ( ) 해당 전략적 환경 아래에서 다른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아우를 뿐만 아니라 전략 가 자신의 수준을 상회하거나 하회하거나 혹은 바로 그 수준의 노력에 끼칠 잠재적인 1차 효과, 2 차 효과 그리고 3차 효과까지도 아우르는 포괄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전략가는 장기적인 이득을 추구해야 하므로 편의적이고 단기적인 해법은 버려야 한다 는 게 야거의 생각이었다. 그러므로 그가 전략가에게 기대한 것은 많았다. 현재에 집중하면서도 과거를 잘 알고 있을 것,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가능성에 민감할 것, 편견의 위험을 잘 알고 있 을 것, 모호함을 경계할 것, 혼란을 잘 알아차릴 것, 대안적인 행동에 따른 결과를 통해서 생각할 준비를 갖출 것 그리고 전략을 직접 실행할 사람들을 위해서 이 모든 것을 충분히 정확하고도 분명 하게 표현할 수 있을 것. 이것은 바로 완벽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과연 이런 특별한 능력을 지닌 전 략의 대가가 존재할 수 있을까? 그레이와 야거가 묘사한 것처럼 전략의 대가들이라는 발상은 잘못된 믿음, 거짓된 신화이 다. 순전히 군사 영역만 놓고 보자면 이 두 사람의 견해가 공정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 영 역을 놓고 보면 전략의 대가들은 불가능한 전지( 全 知 )의 박식함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행운 혹은 어리석은 적의 실수에 의존하지 않고 먼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믿을 수 있고 지속 가능한 경로를 세울 수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복잡하고 역동적인 여러 상황들의 총체적인 모습을 모두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전략의 대가가 될 수 있는 유일한 부류는 정치인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장군들, 기술적 전문성을 가진 장관들, 가까운 동맹국들과 잠재적인 지원 자들이 내놓는 요구들뿐만 아니라 서로 공통점이 전혀 없는 사람들과 외교관들이 내놓는 서로 모순 되기도 한 당면한 여러 요구들을 해결해야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장 단순한 상황에 놓여 있는 가장 뛰어난 전략가라 하더라도 관련된 모든 요소들, 혹은 변수들과 이들 각각의 상관관 계를 모두 이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므로 현재의 정세에서 제기되는 가장 절박한 문제들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판단하고, 보다 나은 상태로 나아가기 위한 수단을 마련하며 상황이 예상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흘러갈 때는 자신의 판단이 그르지 않다고 믿고 거기에 따르는 것 외에 다른 방법 이 없다. 1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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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보기] 제 85 호 (2015. 01. 12) 서명/저자 출 판 사 발행시기 저자소개 : 2030 대담한 미래 2 / 최윤식 : 지식노마드 : 2014년 9월 : 휴스턴 대학교 미래학부에서 한국인 최초로 학위를 받은 저자는 아시아와 한국을 대표하는 전문 미래학자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한국판 잃어버린 10년 에 대한 예측과 앞으로 10년 동안 아시아를 무대로 벌어질 본격적인 미 중의 패권 전쟁에 대한 미래 시나리오를 발표해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개 요 : 이 책은 2020년부터 2030년 사이의 10년 동안 미래 산업 전쟁에서 기선을 잡느냐에 따라서 선진 20개국의 순위가 바뀔 것이라 말한다. 임박한 아시아의 대위기와 미래 산업의 대변동을 예측하고 다가올 미래 산업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적 통찰을 정리했다. 1장 직면한 위기 미래가 현실이 되기 전에 움직여라 2020년 이후 전 세계는 최소 10~15년 동안 새로운 호황기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 시기 를 주도할 나라는 미국이고 터전은 아시아가 될 것이다. 지금 진행되는 세계적 금융위기는 고통스럽 다. 2016년 이후 5~10년 이내 아시아발 금융위기라는 늪을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위기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아시아는 최대 수혜를 보는 지역이 될 것이다. 아시아의 대위기는 세컨드 골디락스라는 기 회를 낳기 위한 마지막 진통으로 볼 수 있다. 2050년이면 세계의 부가 아시아로 이동하는 과정이 완료되고 아시아는 세계 정보기술 산업의 절반 이상 그리고 세계 수준의 첨단 군사력을 갖게 될 것 이다. 다가오는 기회를 잡으려면 미래가 현실이 되기 전에 움직여야 한다. 저자는 전작 2030 대담한 미래 1 에서 한국과 아시아를 둘러싸고 전개되고 있는 위기에 관한 예측 시나리오를 발표했 다. 삼성은 빠르면 3년 안에 몰락하기 시작할 것이다. 한국이 2016~18년 사이에 외환위기를 맞을 수 있다. 등의 시나리오에 사람들은 설마 라고 생각했지만 세상에는 설마 에 해당하는 사건이 생 각보다 자주 일어난다. 1970~1990년까지 불과 30년 동안 설마에 해당하는 IMF 구제금융 신청이 30번 일어났다. 1991년 소련의 붕괴, 2001년 뉴욕세계무역센터 테러,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2011년 후쿠시마 원전 붕괴, 2014년 세월호 참사도 마찬가지였다. 통찰력 있는 리더는 설마 를 늘 조심하고 경계한다. 앞으로 우리를 기다리는 또 다른 설마 가 있다고 전제하는 것이 불확실성이 큰 미래를 대비하는 바른 자세다. 개인의 인생, 기업의 운명, 국가의 미래, 인류의 역사를 바꾸는 것은 설마 에 속하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12/331

기회는 아시아 대위기와 함께 온다 2008년 시작된 글로벌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까지는 미국과 유럽의 위기였다. 남은 절반은 신흥국과 동남아시아 그리고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중심 국가들의 차례다. 미국 이 양적완화 축소 정책을 발표하자 신흥국에서 2달 동안 빠져나간 달러가 640억 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고 미국의 금리 인상이 단행되어 신흥국 위기가 계속되면 버틸 수 있는 나 라가 많지 않다. 2~3년 후부터는 한중일 아시아 삼국이 위기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다. 아시아 대위 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2008년 시작된 세계 경제위기는 아시아 대위기가 끝나고 난 후에야 완전히 끝난다. 지난 5년간 미국과 유럽 경제가 침체되면서 수출 위주의 경제구조를 가진 아시아 국가들은 부채를 급격하게 늘리는 방법으로 위기를 모면해 왔다. 한국도 지난 5년 동안 20% 이상 부채가 늘 었다. 위기를 극복한 것이 아니라 카드 돌려막기를 한 셈이다. 이자를 낼 수 없을 정도로 빚이 커지 면 더는 빌리지 못하고 곧바로 갚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국가, 기업, 개인 모두 예외는 없다. 아시 아 위기의 핵심 이슈는 부채 축소다. 수출 엔진의 약화, 아베노믹스의 후폭풍, 중국의 부동산 거품 붕괴와 과다한 그림자 금융 및 은행권 부실대출 규모 등은 부채 문제를 더 크게 만드는 보조 동력 들이다. 지난 5년 동안 아시아는 체질 개선을 못하고 몸에 지방이 쌓였다. 미국과 유럽이 회복 국면 으로 접어들면 아시아는 자의든 타의든 부채를 축소해야 한다. 2014년을 기준으로 아시아는 저성장과 저금리 상황에 놓여 있다. 아시아 각국 정부가 바라 는 최상의 미래 시나리오는 저금리 상태를 유지하면서 미국과 유럽의 회복에 기대어 뚜렷한 경기 회복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나리오는 이렇다. 세계 경제가 서서히 회복되면서 수출이 일시적으로 늘어나지만 동시에 금리가 인상되어 수출 증대 효과를 상쇄해 버려서 결국 이자 부담만 커지면서 금융위기 상황이 빠르게 전개되는 것이다. 결국 아시아 는 부채 축소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가능성 높은 미래다. 중국은 금융권과 기업의 부채를 축 소해야 한다. 한국은 가계 부채를 축소해야 한다. 일본은 기업과 국가 부채가 위험 수위에 근접했 다. 아베노믹스가 실패로 끝나면 일본은 부채 등급과 신용등급 하락으로 잃어버린 30년을 여는 디플 레이션이 시작될 것이다. 위기로 빠져드는 한국 한국경제는 지난 5년 동안 제로 성장이다. 전체 기업 중 최소 1/3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 했다. 앞으로 2~3년 내에 탈출구를 찾지 못하면 10~15년 안에 30대 그룹 절반이 사라진다는 것은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다. 이미 전조가 시작되었다. 한국 기업사에 신화를 쓰며 30대 그룹에 진 입했던 STX, 웅진, 동양 그룹이 사라졌다. 현대, 한진, 동부, 두산 등은 높은 부채 비율로 위험한 상태다. 세계경제 침체와 중국 제조업의 추격에 따라잡힌 조선과 건설업계가 이미 큰 타격을 받았고 석유화학도 전철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2~3년 내에 다가올 폭풍우는 바로 한국의 제2의 외환위기 가능성이다. 미국은 2015~2017년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측된다. 금리가 오르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에서 미국과 유럽의 자금이 탈출 하게 된다. 이는 곧바로 국가와 기업, 은행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확산된다. 가계 부채발 금융 부실 이 발생하고 환율이 상승해 환헷지 리스크가 기업을 강타한다. 국내 기업과 개인은 금융비용이 높아 지고 내수 시장이 침체되며 기업의 경영은 더욱 악화된다. 매출이 줄고 금리가 인상되면 수많은 기 13/331

업이 파산하고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물론 제2의 외환위기가 발발하더라도 한국 경제는 3~4년 만 에 이를 극복할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국민이 희생을 감수해야 하고 정부 부채는 증가하며 저 성장이 고착화된다. 그런데 제2의 외환위기 극복 시점부터 한국은 단군 이래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바로 고령화 문제다. 이는 정부정책과 기업, 내수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차기 정부부터는 국민연금, 건강보험, 노령연금, 기타 복지비용이 크게 증가한다. 반면 저성장 의 고착화로 정부와 지자체의 세수 부족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그래서 제2의 외환위기 극복 이후 10년 이내에 제3의 외환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확률적으로 70~80% 정도 예측한다. 이 것이 현실화되면 한국판, 잃어버린 20년 이다. 위기의 해법을 찾아라 임박한 위기에 대응하고 다가오는 기회를 선점하기 위한 근본적인 전략을 구사하기 전에 발등에 떨어진 불을 신속하게 끄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가 제안하는 응급처치 전략은 다음 4가지이 다. 첫째, 현금 보유량을 최대한 늘려야 한다.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평소보다 2~3배의 금융비용이 지출된다. 이 정도를 감당할 현금이 없으면 부동산, 공장, 기업 등을 헐값에 처분해야 한다. 둘째, 선제적으로 구조조정 해야 한다. 구조조정은 지출을 줄여서 현금 보유량을 늘려주며 기업 체질을 개 선시킨다. 셋째, 저성장 국면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준비해야 한다. 유니클로는 저성장 시기에 가 장 잘 어울리는 제품과 서비스 제공으로 글로벌 저성장 국면에서 매우 빠르게 성장했다. 넷째, 위기 를 끊임없이 모니터링해야 한다. 고혈압 환자가 혈압을 점검하듯 모니터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관리나 대응이 힘들고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한국정부는 두 가지에 집중해야 한다. 구조조정과 부채 축소다. 한국경제는 지금 시스템이 고장 나 있는 상황이다. 성장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수술을 먼저 해야 한다.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를 면밀히 관찰하면서 그 전에 가계 부채라는 도화선을 잘라내야 한다. 도화선을 자르면 저성장 국면이 발생하지만 한국경제를 외환 위기나 잃어버린 20년으로 몰고 갈 뇌관으로 불이 옮겨 붙는 것을 막 을 수 있다. 한국의 시스템적 문제를 고려하지 않으면 어떤 진단이나 처방도 효과를 보기 어렵다. 기존 산업의 성장 한계와 종신고용 붕괴, 저출산, 고령화, 재정적자 위기 심화, 경제 성장률 저하, 부동산 거품붕괴, 정부의 잘못된 정책, 심각한 사회적 갈등의 위험이 서로 관계를 맺으면서 구조적 위기를 만들고 있다. 강력한 구조조정과 시스템 재설계를 통해 이 뇌관을 해체해야 한다. 얼마나 빨 리 해체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진다. 2장 전략적 승부 한국은 다가올 미래 산업 전쟁의 승부를 결정할 5가지 관문을 돌파해야 한다. 1. 치열한 경제 전쟁에서 살아남아라. 이를 위해 필요한 핵심 능력은 경제 통찰력이다. 경제 통찰력 을 높이려면 나와 세상 사이, 나와 시장 사이, 나와 전문가 사이, 나와 글로벌 금융기관 사이의 정 보의 비대칭성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변화하는 글로벌 경제의 흐름을 빠르게 읽고 분석하는 능력을 기르고, 앞으로 벌어질 경제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출구를 찾아내는 데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14/331

2. 신산업 거품 전쟁과 특허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라. 신산업이나 신기술은 기술 거품 현 상을 쌍으로 가지고 있다. 미래형 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기술 거품의 쌍낙타봉 곡선 축, 즉 첫 번 째 낙타봉에서는 기술 거품 붕괴가 일어나고, 두 번째 낙타봉에서는 거품 붕괴 후 살아남은 신기술 과 기업이 본격적으로 부를 창출하며 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패턴을 알아야 한다. 한국 기업은 이러 한 미래 패턴을 고려하여 미래 산업 전략을 펼쳐야 한다. 3. 경계 파괴 전쟁을 선도하라. 미래에는 누가 더 빨리 더 창조적으로 결합해 새로운 상품으로 재탄 생시키느냐가 생존과 승리를 가늠할 것이다. 지식의 융합, 기술의 융합, 산업의 융합, 문화의 융합 심지어 도시의 융합, 가상과 현실 공간의 융합이 일어나면서 기존 경계들을 파괴할 것이다. 경계가 파괴될 때 새로운 업이 생겨난다. 예를 들어 미래의 자동차는 전통적인 자동차에 ICT, 인공지능, 지 식 생태계, BT, 신소재, 항공 산업이 융복합되면서 완전히 재편될 것이다. 4. 공간 전쟁에서 판을 주도하라. 미래의 산업에서 융복합을 통한 경계의 해체와 미래형 산업의 재 구조화의 기준이 되는 공간은 5개다. 손(Hand), 자동차, 집과 사무실, 몸(Human body), 길(Way)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5개의 공간을 선점하는 자가 미래 산업을 선점하게 된다. 예를 들어 미래의 자 동차는 전기자동차 기술과 무인자동차 기술이 결합하면서 3차원 지능적 모바일 네트워크의 대표적 디바이스가 될 것이다. 5. 미래 사람의 문제, 욕구, 결핍의 변화를 간파하라. 기술 개발과 관련된 두 가지 질문이 있다. 하 나는 기술을 어떻게 더 발전시키느냐? 라는 질문이고, 다른 하나는 미래 사회의 문제, 욕구, 결핍 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기술이 필요한가? 라는 질문이다. 전자의 질문을 던지는 기업은 기술 혁신 기업이다. 삼성전자가 이런 기업에 속한다. 후자의 질문을 던지는 기업은 비즈니스 혁신 기업이다. 애플이 이런 기업으로 최고의 기술도 추구하지만 시장에서 승리하는 기술에 더 관심을 둔다. 미래를 지배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싶다면 기술의 미래가 어떨지에 관심을 두기보다 미래 사회의 변화로 인한 사람들의 문제, 욕구, 결핍의 변화를 간파해야 한다. 경제 통찰력을 기르는 3개의 지도를 가져라 첫 번째 지도는 중앙은행이다. 옛날 중국에서는 황제를 잡아야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오늘날 경제 전쟁에서 황제는 중앙은행으로 막강한 경제 권력인 돈의 최초 발행자이자 최종 대부자 역할을 한다. 중앙은행이 경제를 조절하는 통화신용 정책의 가장 큰 무기는 금리다. 미국 중앙은행 이 기준 금리를 올리면 기축 통화국이 아닌 다른 나라들도 따라서 기준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국내적으로는 한국은행이 금리를 오르면 시중은행도 금리를 올려 가계 부채 위험도가 증가한다. 기 업의 자금조달에 문제가 생기고 내수 시장이 위축된다. 줄어든 시중 통화량으로 인해 물가가 하락하 고,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국민소득은 감소하고, 실업률이 증가하 고, 국가 신용도가 위협받게 된다. 두 번째 지도는 디플레이션에서 인플레이션으로의 전환기를 주목하는 것이다. 지금 전 세계 는 디플레이션 국면에 있다. 풀린 돈이 시장으로 흘러가지 않고 어딘가에 고여 있기 때문이다. 이는 디플레이션이 끝나는 순간 예전에 경험하지 못한 수준으로 시장에서 화폐 유동성이 폭발할 가능성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갑자기 인플레이션으로 전환되면 각국은 이를 통제하기 위해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낼 것이다. 금리 인상의 타격에 무방비로 노출된 개인은 소비 여력이 감소되고 기업은 원가 상승 의 위기에 급격히 빠지게 될 것이다. 그만큼 생존 가능성이 낮아진다. 미국은 2015~2017년 사이, 15/331

유럽은 2016~2018년 사이가 인플레이션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아시아는 2020년이 되어야 디 플레이션에서 탈출할 가능성이 크다. 세 번째 지도는 환율이다. 우리나라는 수출 경쟁력, 물가, 주식 및 부동산, 채권 가격 변화 가 환율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예를 들어 환율 상승이 유가 상승보다 물가에 미치는 영향 이 4배나 높다. 한국은 앞으로 중국과 기술력이 같아지거나 추월당할 것이 분명하다. 한국 기업은 생존을 위해 5~10년 이내에 사업 구조를 완전히 전환해야 한다. 이 기간 동안 생존력을 높여 주는 것들 중 중요한 것이 환율 대응 능력이다. 환율 대응력이 있어야 반격할 시간을 벌 수 있고 생존의 보루가 될 것이다. 그래서 환율의 이치, 구조, 흐름에 대해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한다. 일본 경제가 무너진 결정타가 환율이었다. 한국도 지금 환율의 위기가 시작되고 있다. 3장 미래 산업 전쟁 미래 산업 변화의 큰 그림 우리는 지금 환상사회(Fantastic society)로 가는 길목에서 더 나은 미래를 창조하고자 하 는 게임체인저들은 3가지 중요한 변화들을 먼저 시도할 것이다. 첫째, 경계 파괴를 통한 기술 및 산 업의 제2차 기술 진화다. 와이어드 의 편집장 케빈 켈리는 이런 현상을 테크늄(technum) 이라 불 렀다. 테크늄은 기술을 비롯해서 문화, 예술, 사회제도 등의 유무형의 지적 산물들이 서로 융합되고 복합되는 상태, 즉 상호 연결된 기술계를 칭하는 단어다. 둘째 변화는 가상과 현실의 공간을 파괴하 는 제2차 가상 혁명이다. 인터넷과 컴퓨터가 발명되면서 현실에 존재하는 공간 외에 가상이라는 새 로운 공간이 창출되었다. 이를 제1차 가상 혁명이라고 부른다. 앞으로 15년 동안 홀로그램, 가상현실, 지금보다 1천 배 빠른 통신 기술, 휴먼 인터페이스, 웨어러블 컴퓨터, 3D 그래픽과 디스플레이, 인 공지능 등의 기술이 결합하면서 가상 세계가 진일보하는 제2차 가상 혁명이 일어날 것이다. 셋째 변 화는 제2차 지능 혁신이다. 앞으로 15년 동안 인식 로봇의 탄생, 인간 두뇌의 자동화, 지구의 컴퓨 터화를 지향할 것이다. 기계와 인간의 지능을 결합하여 인류의 지능을 진일보시키는 대담한 시도를 감행할 것이다. 이를 통해 인류 전체의 지능이 높아지고 문명의 발전 속도도 빨라지게 될 것이다. 미래 산업의 놀라운 변화는 기존 경계의 파괴에서 시작하여 새로운 경계의 재구조화로 끝 을 맺을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 주목받는 공유경제는 이익 극대화를 위해 달려가는 현대 자본주의 가 낳은 부작용에 대항하는 새로운 흐름이다. 대표적인 자동차 공유 서비스인 우버(Uber)와 빈방을 공유하는 서비스인 에어비앤비(Airbnb) 등 공유경제는 기존 경제 질서 속에 있는 비효율적인 부분 이나 부작용을 무너뜨릴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경계 파괴는 새로운 연결을 촉진한다. 경계 파괴와 새로운 연결이 반복되면 기업 간의 경쟁이 네트워크 간의 경쟁으로 바뀐다. 삼성과 애플의 스마트폰 기업 간 경쟁이 아니다. 애플 네트워크와 구글 네트워크의 경쟁이 중요해진다. 스마트폰, 의료, 건강, 지식, 엔터테인먼트, 금융, 제조, 교육 등 이전에는 서로 이질적인 것들이 연결되며 기존 질서와 경쟁 구조를 파괴하고 재구축한다. 16/331

2020년이 되기 전에 경계 파괴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은 3D 프린팅 기술이다. 이 기술은 개인과 기업의 경계를 파괴할 것이다. ICT 기술이 개인의 모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정보 혁명 을 일으켰다면 3D 프린팅 기술은 개인이 모든 것을 만들 수 있는 제조 혁명을 일으킬 것이다. 2030 년까지 주목해야할 미래 영역은 자동차, 인공지능, 로봇, 바이오 기술이다. 그중 본격적인 산업 경계 파괴를 선도하는 것은 자동차가 될 것이다. 무인자동차의 시대가 되면 자동차는 더 이상 기계장치가 아니라 사람과 연결되는 전기전자 디바이스가 된다. 전기전자 디바이스가 된 자동차는 컴퓨터화된 미래의 집과 사무실을 연결하는 중심 공간이 될 것이다. 자동차의 변화와 맞물려서 집과 사무실에 있는 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컴퓨터화되면 인간은 새로운 통제자를 원하게 된다. 여기에 가장 유력한 기술은 인공지능과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인공지능은 연결되어 있는 모든 디바이스를 중앙에서 통제하는 역할을 할 것이고 휴머노이드 로봇은 모든 디바이스를 관리하는 집사 역할을 할 것이다. 결국 사물인터넷 사회의 승패는 인공지능과 휴머노이드 로봇에서 결판이 날 가능성이 크다. 제2차 가상 혁명 앞으로 10년 이내에 컴퓨터, 모니터, 키보드, 데이터, 네트워크, 사물과 사람, 공간 등의 모 든 것에서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 도시와 도시, 가상과 현실이 연결되면서 지구 전체가 컴퓨터화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이것이 제2차 가상 혁명이다. 가상과 현실 의 경계가 파괴되면 내가 정보를 찾는 것이 아니라 정보가 나를 찾아온다. 가상의 정부, 가상의 정 치, 가상의 기업, 가상의 학교, 가상의 사회가 만들어지고 이들이 현실 세계와 절묘하게 결합된 사 회가 만들어질 것이다. 제2차 가상 혁명에서는 ICT가 모든 산업의 기초 인프라가 된다. ICT 분야에서 새롭게 대두 하는 사물인터넷 기술은 모든 사물을 연결하는 단계이며 동시에 모든 산업을 연결하기 전 단계다.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과 존재를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사물인터넷은 소통 혁명을 일으키는 동력 이다. 사물인터넷과 더불어 제2차 가상 혁명을 완성할 기술이 웨어러블 컴퓨터다. 사물과 사물이 연결 하는 데는 사물인터넷 기술이 필요하지만 사물과 사람을 연결하기 위해서는 웨어러블 컴퓨터가 필요하다. 이 기술은 인간을 가상 세계와 아바타에 완벽하게 연결해 주고 사람의 안과 밖을 연결하면서 사람 자체가 컴퓨터가 되는 시대를 열어 줄 것이다. 사람의 몸이 스마트 디바이스가 되는 길이 열리는 것 이다. 상상에서만 가능했던 지구의 모든 존재가 새로운 단계의 연결을 경험하는 시대가 오게 된다. 17/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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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보기] 제 88 호 (2015. 02. 02.) 서명/저자 출 판 사 발행시기 : 음식으로 읽는 한국생활사 / 윤덕노 : 깊은나무 : 2014년 11월 저자소개 : 음식문화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25년의 기자 생활을 바탕 으로 년 이상에 걸친 방대한 자료 조사를 통해 음식에 얽힌 역사와 문화 를 발굴해 스토리를 입히는 작업이다. 매일경제신문사에 기자로 입사하여 부국장, 사회부장, 과학기술부장, 중소기업부장, 국제부장을 역임했다. 베 이징 특파원으로 근무했으며 미국 클리블랜드 주립대에서 객원 연구원을 지냈다. 개 요 : 우리가 즐겨 먹으면서도 미처 몰랐던 음식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삶과 문화, 역사를 되돌아보는 책이다. 음식의 유래와 문화, 역사 속 이야기를 중심으로 우리가 흔히 먹는 음식 100가지에 얽힌 이야기를 모았다. 1장 밥상의 주인 - 밥류 죽류 돌솥비빔밥: 양반의 별미 한식에 익숙하지 않은 서양인 중에 돌솥비빔밥을 먹으며 감탄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외국인 의 눈에는 다양한 나물과 채소, 쇠고기와 달걀을 넣고 비벼 새로운 맛을 창조하는 것도 독특해 보이 는데, 음식 담는 그릇까지 돌을 갈아 만든 것이라니 더욱 관심을 보인다. 곱돌을 갈아 만든 개인용 솥에 밥을 짓고, 거기에 갖은 재료를 넣어 비빈 돌솥비빔밥은 우리에게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고 궁 금할 것도 없어 보이지만 자세히 따져보면 우리가 잘 몰랐던 역사와 이야기가 숨어 있다. 돌솥비빔밥의 유래를 알려면 먼저 돌솥밥의 기원부터 살펴야 한다. 곱돌을 갈아 만든 솥에 밥 을 지으면 뜸이 골고루 들고 밥을 지을 때 잘 타지도 않을뿐더러 먹을 때 쉽게 식지도 않는다. 게다 가 밥맛도 좋고 누룽지와 숭늉마저 구수하다. 밥은 무쇠 가마솥에 지은 밥이 으뜸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가마솥밥은 시골 사람들이나 서민들이 주로 먹었다. 궁궐에서 수라상을 따로 받는 임금이나 지체 높은 양반집에서는 놋으로 만든 새옹이나 돌솥에다 따로 밥을 지어 올렸다. 그중에서도 밥 짓 는 솥으로는 돌솥을 가장 선호했다. 영조 때의 실학자 유중림은 증보산림경제 에서 밥 짓는 솥은 돌솥이 가장 좋고 다음은 무쇠솥, 그다음이 유기솥이라고 했다. 비단 우리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돌솥을 최고로 여겼다. 11세기 말 송나라 시인 소동파는 돌솥[ 石 銚 ] 이라는 시에서 구리솥은 비린내가 나고 무쇠솥은 떫어서 좋지 않으니 돌솥이 물을 끓이 기에 가장 좋다고 읊었다. 9세기 초 당나라의 학자로 유명한 한유도 누가 산의 뼈[ 山 骨 ]를 깎아서 돌솥을 만들었나 라며 돌솥을 예찬하는 시를 지었으니 옛사람들의 돌솥밥 사랑이 지금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조선의 임금들은 돌솥으로 지은 수라를 들었다. 임금님의 수 라는 새옹이라고 부르는 조그만 곱돌로 만든 솥에 꼭 한 그릇씩만 짓는데 숯불을 담은 화로에 올려 19/331

놓고 은근히 뜸을 들여 짓는다. 조선왕조실록 에는 임금이 상으로 돌솥을 하사했다는 기록도 많이 보인다. 돌솥은 가마솥과는 달리 혼자 쓰는 개인용 밥솥인 동시에 그릇이다. 고종 때 영의정을 지낸 이유원은 돌솥에 시를 적어 자신의 소유임을 밝혔는데 이 또한 조선 선비의 풍류였다. 돌솥에 밥을 비비면 무엇보다 잘 식지 않고, 재료를 익히며 먹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그 런데 돌솥비빔밥과 비슷한 음식 역시 옛날부터 존재했다. 비빔밥은 한자로 골동반( 骨 董 飯 )인데 동 국세시기 에서 골동반은 젓갈, 포, 회, 구이 등 없는 것 없이 모두 밥 속에 넣어 먹는 음식으로 옛 날부터 이런 음식이 있었다고 했다. 동국세시기 에 나오는 골동반은 송나라 시인 소동파가 쓴 구 지필기 에 나오는 것이니 늦어도 11세기 무렵부터 비빔밥을 먹었음을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고려 때의 문헌에도 돌솥을 이용해 밥을 지었다는 기록이 자주 보이고, 역시 비슷한 시기 고려와 교류가 활발했던 송나라 문헌에도 갖가지 해산물과 고기 등을 넣어 밥을 지은 골동반이 보이니 진작부터 돌솥에 밥을 비비는 돌솥비빔밥이 있었을 수도 있다. 돌솥비빔밥이 우리나라 자체적으로 발달한 음 식이건 아니건 최소한 1천 년 이전부터 진화하고 발전한 것이 아닌가 싶다. 2장 국이 없으면 밥이 안 넘어가 - 국류 아욱국: 조강지처 내쫓고 먹는 아욱국 계절의 전령사는 여럿 있지만 그중 음식도 빼놓을 수 없다. 가을 음식의 대명사로 많은 사람 들이 전어구이를 꼽지만 사실 아욱국에서도 가을 정취가 듬뿍 느껴진다. 된장 풀고 아욱 넣어 끓인 아욱국을 보면 군침이 절로 돈다. 그 때문인지 민간에 떠도는 속설만 놓고 보면 내가 제일 잘나가 라고 외칠 수 있는 것은 아욱이다. 옛날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이야기를 보면 전어가 아무리 맛있어도 아욱국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가을 아욱국은 문 닫아걸고 먹는다 고 했다. 이웃과도 나눠 먹기 싫다는 것이니 맛있다는 것 은 알겠는데 그렇다고 전어 맛을 뛰어넘을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가을 아욱국은 자기 계집도 내쫓 고 먹는다 는 대목에서는 전어가 무색해진다. 소심하게 며느리 친정 보낸 사이에 눈치 보며 몰래 구 워 먹는 전어와는 격이 다르다. 나중에 삼수갑산을 갈지언정 마누라까지 내치고 우선 먹는 아욱국과 는 처음부터 비교 대상이 아니다. 그렇기에 아욱국은 아무하고나 함께 먹는 음식이 아니다. 세상에 서 제일 예쁘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이 막내딸이다. 그런데 속담에 가을 아욱국은 막내 사 위에게만 준다 고 했다. 조강지처도 내몰고 먹는 아욱국이지만 쥐면 꺼질세라 불면 날아갈세라 애지 중지 키운 막내딸을 데려간 사위에게만큼은 특별히 나누어주던 음식이다. 가을 아욱이 얼마나 좋은 지 아욱국과 관련된 속담은 계속 이어진다. 아욱으로 국 끓여 삼 년을 먹으면 외짝 문으로는 들어 가지 못한다. 아욱국 때문에 포동포동 살이 쪄서 외짝 문처럼 작은 문으로는 출입을 못한다는 말이 니 아욱의 영양가가 그만큼 높다는 소리다. 따지고 보면 된장 풀고 아욱 넣어 맛있게 끓인 아욱국에 밥 말아 먹으면 따로 보약이 필요 없을 것 같기는 하다. 이런저런 이유로 예전에는 아욱을 파루초( 破 樓 草 )라고 했다. 한자를 보면 깨뜨릴 파( 破 ), 정자 루( 樓 ), 풀 초( 草 )이니 정자를 허물고 심는 풀 이라는 뜻이다. 그까짓 아욱 하나 심는데 왜 멀쩡한 정자를 허무는지 얼핏 이해가 가지 않지만 속사정을 알고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옛날 어느 양반 집에서 봄에 채소를 심는데 안방마님이 하인에게 한마디를 했다. 쓸데없는 다른 채소 많이 심지 말 고 이왕이면 아욱을 심어라. 그러자 하인이 물었다. 이미 씨앗을 다 뿌려 심을 밭이 없는데 어찌 하오리까? 마님이 얼굴을 살짝 붉히며 말했다. 서방님이 아욱을 몹시 좋아하시니 심을 밭이 없으 면 저기 정자를 허물고 그 터에다 아욱을 심어라. 20/331

아욱의 별명, 파루초는 이렇게 얻어진 별명인데 옛날부터 아욱은 양기를 보충하는 작물로 이 름이 높았다. 그러니 안방마님이 서방님 핑계를 대며 정자까지 허물고 그 터에 아욱을 심으라고 한 것이다. 사람들은 옛날부터 아욱이 양기를 보충해주니 정력에도 좋다고 믿은 것 같다. 실제로 14세 기 초, 중국 원나라 때 왕정이 쓴 농서( 農 書 ) 에 아욱은 양기를 북돋워주는 채소인 양초( 陽 草 )라고 했고, 채소 중에서도 으뜸이 되는 채소라고 했으니 안방마님이 앞장서서 정자를 허물고 아욱을 심을 만하다. 3장 쫄깃한 면발의 매력 - 면류 수제비: 옛날 양반의 고급 음식 수제비는 애증이 엇갈리는 음식이다. 가슴을 저미는 것 같은 그리움과 어려웠던 시절 떠올리 고 싶지 않은 기억이 동시에 담겨 있다. 수제비에는 어머니의 손맛과 고향에 대한 기억, 어린 시절 의 추억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된장찌개가 언제든지 다시 돌아가 안기고 싶은 그리움을 자아낸다면 수제비는 마음 시리고 그립지만 되돌리고 싶지는 않은 추억에 잠기게 한다. 중장년층에게는 특히 그 렇다. 수제비에는 밀반죽을 손으로 뚝뚝 떼어내 끓는 국물에 넣어주던 어머니의 모습이 투영돼 있 다. 한국인이 수제비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의 뿌리는 가난이다. 즉, 힘들었던 시절의 상징이다. 한국전쟁을 전후해 먹을 것이 없었을 때 끼니를 잇게 해준 음식이 수제비다. 어머니, 아버지, 할머 니, 할아버지는 원조 물자로 들어온 밀가루를 반죽해 끓인 수제비로 힘든 시기를 넘겼다. 그래서 배 고픈 시절을 직접 겪지 않은 세대에게도 수제비는 마음 찡한 추억이 서린 음식이다. 한 시절, 민족 과 고난을 함께 겪었지만 사실 수제비는 역사가 무척 오래된 전통 음식이다. 기원을 따져보면 국수 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뿌리가 깊다. 뿐만 아니라 일반 상식을 깨는 음식이다. 옛날 수제비 는 형편 어려운 사람들이 끼니를 때우려고 대충 만들어 먹던 음식이 아니었다. 양반들의 잔칫상에도 올랐던 고급 요리였다. 근대 초기까지만 해도 양반집에서는 별식으로 수제비를 만들어 먹었다. 밀가 루가 흔치 않던 지역에서는 밀가루 대신 쌀가루로 수제비를 끓여 잔칫상에도 올렸다. 지금도 그 시 절을 추억하는 노인들이 생존해 계시니 아득히 먼 옛날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쌀수제비라고 하면 낯설게 느껴지지만 추수가 끝났으니 쌀은 넉넉한데 밀가루는 없고, 그렇다 고 밀가루를 살 만한 현금도 없으니 굳이 쌀을 팔아 밀가루로 바꾸는 대신 쌀가루를 반죽해 수제비 를 끓였다. 쌀 수제비는 농촌에서 추수 무렵, 한철에만 먹을 수 있었던 별미 중의 별미였던 것이다. 근대 요리책인 조선요리학 의 저자인 홍선표가 1938년 신문에 발표한 글에서도 수제비를 가난한 사람들이 먹던 음식이 아니라 특별한 날 먹는 별식으로 그리고 있다. 여름 중에도 삼복에 먹는 음 식으로 증편과 밀전병, 수제비라는 떡국이 있는데 여름철 더위를 물리치는 데 필요한 음식 이라면서 수제비는 닭국이나 곰국에다 만들어 먹을 때도 있지만 미역국에 많이 만들어 먹는다 고 했다. 그러 면서 여름철 삼복의 복놀이 잔치에 수제비가 없으면 복놀이 음식이 아니 되는 줄로 알고 누구나 다 수제비를 만들어 먹는다 고도 했다. 사실 조선시대 문헌을 보면 곳곳에서 수제비에 대한 묘사를 발견할 수 있다. 영롱발어( 玲 瓏 撥 魚 ), 또는 산약발어( 山 藥 撥 魚 )라는 전통 음식이 일종의 수제비다. 다소 어려운 한자지만 발어( 撥 魚 )란 물고기가 뒤섞이는 모습을 표현한 단어다. 숟가락으로 떼어 넣은 밀가루 반죽이 끓는 물에 둥 둥 떠 있는 모습이 마치 물고기가 어우러져 헤엄치는 것 같다고 해서 생긴 이름이다. 산림경제 에 영롱발어라는 음식에 대한 설명이 자세하게 나온다. 메밀가루를 풀같이 쑨 후에 잘게 썬 쇠고기나 21/331

양고기와 함께 수저로 팔팔 끓는 물에 펴 넣으면 메밀수제비는 뜨고 고기는 가라앉는데 그 모습이 영롱하다고 했다. 여기에다 표고버섯, 석이버섯을 넣고 소금, 장, 후추, 식초로 간을 맞추어 먹는데, 지금 기준으로 봐도 고급 메밀수제비다. 산약발어는 메밀가루에 콩가루와 마를 섞어서 수저로 떼어 끓는 물에 넣은 후 익기를 기다렸 다가 먹는다고 했다. 지금이라면 참살이 식품으로 각광받을 마수제비였으니 역사 속에 보이는 수제 비는 양반과 부잣집에서 별미로 먹던 음식이었다. 지금 우리는 수제비를 별식으로 먹으며, 흘려보낸 것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먹는다. 한때 원조받은 밀가루를 반죽해 주린 배를 채웠을 수제비 역시 마 찬가지 아니었을까? 당장의 몸과 마음은 고달파도 여유롭던 시절의 고급 수제비를 떠올리며 마음의 위안을 삼지 않았을까 싶다. 따지고 보면 한국인에게 수제비는 영혼을 자극하는 솔(soul) 푸드다. 4장 얼큰 시원 담백한 국물의 유혹 - 탕류 청국장찌개: 전쟁 때 만들어서 청국장이다? 김치와 두부 송송 썰어 넣고 기름기 있는 쇠고기를 함께 넣어 끓인 청국장찌개는 맛있다. 마 치 행주 삶을 때처럼 퀴퀴한 냄새가 나서 질색을 하는 사람도 많지만 청국장찌개에 맛을 들이면 그 냄새까지도 식욕을 자극하는 향기로 바뀐다. 청국장은 빠르면 하룻밤에라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전쟁이 일어났을 때 만들어 먹던 된장에서 비롯됐다는 이야기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다. 청국장은 과연 어떻게 만들어진 음식일까? 사전을 찾아보면 한자로 맑을 청( 淸 )에 누룩 국( 麴 ) 자를 써서 청국장( 淸 麴 醬 )이라고 하는데 청국장의 제조 과정이 반영된 이름으로 짐작된다. 청국장은 콩으로 메주를 띄워 곰팡이, 효모, 고초 균, 젖산균, 유산균 등 다양한 미생물로 복잡하게 발효시키는 된장과 달리 호기성 세균인 고초균이 라는 단일 미생물로 발효시킨다. 된장에 비해 제조 과정이 단순하기 때문에 맑을 청, 누룩 국을 써 서 청국장이라고 한 것이 아닐까 짐작해 보지만 정확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옛 문헌에서는 淸 麴 醬 이라는 한자 이름조차도 찾아보기 어렵다. 주로 전국장( 戰 國 醬 ) 이라고 표기되어 있는데, 이 때문에 전국장의 발음이 변해서 청국장으로 바뀌었다거나 청국장이 전 쟁 때 먹던 음식이라는 이야기가 만들어진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병자호란 때 청나라 병사들이 군 용 식량으로 가지고 다니던 장에서 비롯됐다는 이야기는 청국장의 청 과 전쟁을 연결 지어 억지로 만들어낸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사실 청나라와의 연관설을 뒷받침할 만한 기록은 문헌에 보이지 않 는다. 하지만 전쟁 때 만들어 먹은 것에서 비롯됐다는 이야기는 조선시대 문헌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조선 후기인 19세기 초반의 실학자 이규경은 나라에 전쟁이 일어났을 때 군중에서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전국장이라고 부른다 면서 상고할 만한 근거는 없는 소문이라고 덧붙 였다. 이규경보다 두 세대 앞선 인물로 숙종 때 주로 활약한 김간 역시 사람들이 콩을 볶아 으깬 후 소금물을 섞어서 끓이는데 이를 전국장이라고 한다. 칠웅전쟁( 七 雄 戰 爭 ) 때 만들었다고 하는데 어디서 나온 이야기인지는 알지 못한다 는 기록을 남겼다. 칠웅전쟁이 언제 어디에서 벌어진 전쟁을 말하는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추정하자면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말기에 일곱 나라가 싸운 칠웅쟁패를 말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기원전 3~4세 기 무렵으로 전국( 戰 國 )시대 때 군대에서 만들었다고 해서 전국장 이 됐다는 소문이 있다는 것인데 22/331

어쨌든 뒷받침할 만한 근거는 없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전쟁 때 만들어 먹던 식품이라 는 이야기가 나왔을까? 전쟁 때 급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 이외에도 굳이 관련을 짓자면 전쟁과 연결되는 부분이 있다. 이규경은 강서인( 江 西 人 )들은 상처를 치료하고 한질에 걸렸을 때 청국장을 끓여 먹는데, 먹고 난 후에는 땀이 흐르며 치료가 된다고 했다. 상처를 치료하는 데 청국장을 썼다 니까 혹시 군인들이 전쟁 때 지니고 다녔기 때문에 생긴 이야기는 아니었을까 싶지만 역시 상상일 뿐이다. 다만 옛날 문헌에 청국장을 열병을 치료하는 약으로 썼다는 기록이 자주 보이는데, 청국장 이 노화 방지를 비롯해 성인병 예방에 좋다는 최근의 연구 결과들과 서로 통하는 부분이 있다. 청국장에 대한 의문점이 또 하나 있다. 청국장, 즉 전국장이라는 이름이 비교적 늦은 시기에 보인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숙종 무렵 문헌에서 전국장이라는 이름이 처음 등장한다. 물론 청국장 은 기원전부터 먹던 장류의 한 종류인 두시( 豆 豉 )라는 된장 종류에 가깝지만, 전국장이라는 명칭은 조선시대 중후반에 나타난다. 일본도 비슷하다. 일본의 낫토는 우리의 청국장과 비슷한 음식이다. 낫 토 역시 전쟁이 일어나자 피난민이 삶고 있던 콩을 짚으로 만든 가마니에 넣어 도망가다 만들어진 것이라고 하는데, 그 유래를 전쟁과 관련해서 설명하고 있다. 14~16세기 무렵인 무로마치시대 때 낫토가 만들어졌다고 하니까 역시 우리의 청국장과 닮은 꼴이다. 냄새는 독하지만 맛은 좋은 청국장 의 뿌리는 과연 무엇일까? 5장 김치없인 못 살아 - 김치류 동치미: 동치미 한 사발이면 의사가 필요 없다 서양에는 토마토가 빨갛게 익을 무렵이면 의사의 얼굴이 파랗게 변해버린다 는 속담이 있다. 토마토를 많이 먹으면 의사도 필요 없을 정도로 건강이 좋아진다는 것을 강조하는 말인데 동양에도 비슷한 속설이 있다. 늦가을 시장에 무가 나올 때가 되면 의원들이 문을 닫는다 는 말이다. 닥쳐올 불황에 대한 걱정으로 얼굴색이 바뀌는 정도가 아니라 무 때문에 아예 문을 닫고 휴업에 들어간다 는 것이니 혹시 무의 효능이 토마토보다 더 좋은 것은 아닐까? 어쨌든 겨울철에 먹는 무가 그만큼 좋다는 것인데 그저 속설로 전해지는 이야기만은 아니다. 명나라 때 의학서인 본초강목 에서도 가 장 몸에 이로운 채소가 무 라고 했다. 겨울철 저장 음식으로 무를 먹지 않는 나라가 거의 없는 듯한데, 우리 조상들 역시 동치미를 담가 겨울 음식으로 삼았다. 물기 많은 무를 골라서 껍질을 그대로 둔 채 깨끗하게 씻어 소금과 함 께 항아리에 넣어두면 무에 소금이 배면서 무의 수용성 성분이 빠져나와 청량음료처럼 톡 쏘는 맛 을 낸다. 고려 중엽의 시인 이규보는 무를 장에다 넣어 먹으면 여름철에 먹기 좋고 소금물에 절이면 겨울 내내 먹을 수 있다고 했으니 최소한 고려시대 이전부터 동치미가 겨울철 음식으로 발달했음을 알 수 있다. 동치미는 글자 그대로 겨울에 먹는 김치라는 뜻이다. 순수 우리말을 한자로 표현한 것인지 아 니면 한자에서 비롯된 우리말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우리나라 세시풍속을 적은 동국세시기 11월조에 작은 무로 김치를 담그는데 이것을 동침( 冬 沈 )이라고 한다는 기록이 있다. 겨울 동( 冬 )에 김치를 나타내는 침( 沈 ) 자를 써서 동침으로 표기했다가 동치미가 된 것으로 보인다. 동치미는 날씨 가 상대적으로 따뜻한 이남보다는 평양을 중심으로 발달한 겨울 김치다. 이북에서는 겨울이 되면 살 얼음이 동동 떠서 이가 시릴 정도로 차가운 동치미를 반찬으로 먹거나 아니면 동치미 국물에 메밀 국수를 넣어 냉면으로 말아 먹었다. 요즘은 냉면을 주로 여름철에 먹지만 예전에는 겨울에 먹는 음 식이었다. 특히 이북에서는 겨울철 차가운 동치미 국물에 성질이 찬 메밀국수를 말아 먹으며 겨울 23/331

별식으로 삼았다. 그렇지 않아도 추워 죽을 지경인 겨울철에, 왜 메밀국수를 살얼음 동동 뜬 동치미 국물에 말아서 먹은 것일까? 한의학적으로 따지면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한다. 늦가을에 나오는 무가 겨울철 건강을 지키 는 데 좋은데, 무로 만든 동치미는 몸속의 열을 분산시키고 소화를 돕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바깥 날씨가 무더운 여름에는 인체의 열이 신체 표면의 피부로 모여 몸속은 상대적으로 차가워지는 데 반해 겨울에는 체열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복부 깊숙한 곳으로 열이 몰린다. 차가운 동치미가 추운 겨울에 어울리는 것도 한겨울에는 체열이 배 속 깊은 곳에 모여 있어 위장의 활동이 지장을 받는데 찬 동치미가 들어가 그 열을 흐트러뜨리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중국 의학서인 황제내경 에 따르면 인체의 기질은 계절의 영향을 받아 변화한다고 한다. 일 반적으로 봄에는 기운이 상승하고[ 春 升 ], 여름에는 양기가 떠돌아다니며[ 夏 浮 ], 가을에는 기운이 내 려갔다가[ 秋 降 ], 겨울에는 가라앉는다[ 冬 沈 ]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계절 기운의 부침이 인체의 생 리에 변화를 주므로 병의 치료도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동치미가 열을 분산 시키는 역할을 하므로 추운 겨울 음식으로 제격이라는 해석이 그럴듯하게 들린다. 거창하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동치미는 그 자체로 소화제라고 할 수 있다. 무에는 디아스타아 제라는 효소가 있는데 소금에 절이면 동치미 국물에 녹아 나와 소화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게다 가 시원한 탄산 맛과 함께 무기질, 비타민, 유기산 등이 있어 천연 이온 음료 역할까지 하니 겨울을 대표하는 김치가 될 만했다. 요즘은 동치미를 계절에 관계없이 먹을 수 있지만 뭐니 뭐니 해도 동치 미는 추운 겨울날 살얼음 동동 띄운 것이 최고가 아닐까 싶다. 24/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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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보기] 제 91 호 (2015. 02. 23.) 서명/저자 : 가장 멍청한 세대 / 마크 바우어라인 지음 출 판 사 : 인물과사상사 발행시기 : 2014년 12월 저자소개 : 에모리 대학 영문과 교수로 미국국립예술진흥회에서 문화와 삶 특히 위기에 처한 독서 문화를 심도 있게 연구하고 있다. 개 요 : 이 책은 디지털이 어떻게 미래를 위태롭게 만드는지 가장 멍청한 세대 의 탄생과 특징을 지식, 독서, 영상, 전통, 미래에 걸쳐 상세히 기술한다. 또한 시대를 잠식하는 무지와 무관심에서 벗어 나기 위해서는 개인적 노력과 사회 전반에 이르는 공동의 노력이 필요 하다고 주장한다. 1장 지식 Knowledge 시청자들은 거리를 걷는 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즉석 상식 퀴즈를 내는 <투나잇쇼>의 제 이워킹 코너를 재미있어 한다. 이 코너를 특히 우스꽝스럽게 만드는 연령대는 20대이다. 교황은 어디에 사나요? 영국이요. 영국 어디죠? 음 파리. 이건 어떤가. 혹시 고전을 읽으시나요? 라 는 질문에 참가자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멍한 표정을 짓는다. 찰스 디킨슨의 작품이든 뭐든 읽어본 적 있어요? 역시 멍한 표정이다. 크리스마스 캐럴 알아요? 아, 영화로 보았어요. 여기 서 우리는 불편한 진실을 포착한다. 우리가 일상적인 대화에서 벗어나면 이런 간단한 질문에도 대답 못한다는 충격적인 사실이다. 1776년(미국이 영국에서 독립한 해)이 어떤 해인지, 영국 수상이 누구 인지, 묵비권이 무엇인지 모르고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이 모든 사실을 모르고 살아가려면 학교에 서 배운 모든 것을 잊어야 한다. 시사, 선거, 외교 정책에 대해서도 신경을 꺼야 한다. 신문, 잡지, 책을 아예 보지 말아야 하며 정치적 활동이나 공동체 활동 등의 사회활동도 해서는 안 된다. 이런 식으로 살아가는 젊은이가 현실에 아무 관심이 없으리라는 점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아니면 친 구, 직장, 옷, 페이스북 같은 눈앞의 현실에 매몰되어 그 너머의 환경은 차단하고 있다는 것이 맞을 지도 모르겠다. 오늘날 청소년들은 정보 시민으로서 지식을 보유하지 못했으며 대량의 정보를 처리해야 하 는 정보화 사회에 필요한 지식을 습득한 이도 극소수에 불과하다. 2006년 미국 지리학협회의 청소 년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3%가 지도에서 이라크를 찾지 못했고 30%가 세계에서 가장 경계가 강화된 국경으로 미국과 멕시코 경계를 선택했다. 지식의 결핍 정도로 따지면 외국어, 종교, 정치 분야 또한 만만치 않아서 무차별적이고 심각한 이 시대 무지의 초상이 더 뚜렷해지고 있다. 이 모든 사실을 종합하면 필립 로스가 소설 휴먼스테인 에서 처음 사용한 가장 멍청한 세대 라는 표 현이 적절해 보인다. 26/331

오늘날처럼 젊은이의 삶이 순조로웠던 시대는 없다. 물질적으로 매우 풍요롭고 학교에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손만 까딱하면 손쉽게 오락을 접할 수 있고 엄청난 자유를 누리고 있다. 디지털 혁명은 기적처럼 손쉽고 빠르게 각종 정보와 상품 오락과 친구를 접할 수 있게 해준다. 이에 따라 젊은이의 정신도 자아에 발맞추어 성장해야 하고 재미와 사회적 지위를 추구하는 만큼 지식에 대한 갈망도 커져야 하지만 계몽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늘날 젊은이에게는 배움을 위한 도구와 기회가 과 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풍부하게 준비되어 있지만 그들은 그것을 배움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사용한다. 젊은이가 시간과 기회를 낭비하는 것은 시대를 막론하고 항상 있었던 일이다. 그러나 가 장 멍청한 세대는 이런 습관을 야단스럽고 지속적인 것으로 한 단계 끌어올린 것 같다. 인류 역사상 물질적 조건과 지적 성취 사이에 이토록 깊은 골을 만든 집단은 존재하지 않았다. 2장 독서 Reading 저자는 메릴랜드 대학에서 젊은이의 독서 현황과 이것이 문화에 시사하는 함의성에 대해 250명 정도의 학생들과 논의했다. 그들은 정치, 사회, 역사 분야에는 아무 지식이 없지만 유명인의 일상이나 팝송 가사는 훤히 꿰고 있었다. 저자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기 모인 여러분이 미 국 하원 의장이 누구인지 알고 있을 가능성보다 최근 <아메리칸 아이돌> 프로그램의 우승자가 누구인 지 알 가능성이 6배는 높을 겁니다. 그러자 청중석에서 조소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야 아메리칸 아이돌이 더 중요하니까요. 그 여학생이 옳았다. 그녀가 속한 세계에서는 스타가 강력한 권한을 가 진 리더보다 중요했다. 오늘날 청소년이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또래의 유행을 좇아갈 시간을 허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청소년이 학교 운동장, 사교 클럽, 매점의 엄중한 패거리 문화에 서 성공하려면 최신 유행하는 동영상과 TV 프로그램을 꿰고 있어야 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청소년 독서에 일어난 중요한 사건조차도 독서 트렌드보다는 일종의 사회 현상으로 구분된다. 아이들이 해리포터 를 읽는 것은 다른 아이가 읽기 때문이다. 해리포터 가 전 개가 빠르고 아이들이 주인공이고 배경이 청소년에게 호소력 있는 기숙학교라는 사실은 엄청난 판매 를 이끌어낸 이유가 아니다. 진짜 이유는 이 책이 청소년 사이에서 정체성을 확인해주는 소유물이 되어 특별한 사회적 의미를 축적했기 때문이다. 이 시리즈를 읽는 행위는 방과 후 게임, 웹사이트, 클럽 등 놀이 환경에 들어갈 수 있게 해주는 열쇠다. 등장인물과 사건을 모르면 친구들의 대화에 끼 어들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책에도 이러한 열정을 갖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해리포터 를 향한 맹목적 추종의 안타까운 이면은 청소년이 지속적으로 다른 책을 안 읽게 된다는 현실이다. 독서의 위기 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1982~2002년 사이에 전 세대에 걸쳐 독서율이 하락했 다. 특히 젊은 연령대에서 하락세가 큰 폭으로 일어나 젊은이와 책 사이에서 무언가 심각한 일이 일 어나고 있음을 시사했다. 청소년이 책을 읽지 않는 이유는 읽을 만한 책이 없어서가 아니다. 그들은 독서를 할 충분한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있고 인터넷이나 도서관에는 무료로 읽을 수 있는 책이 넘 친다. 학교에도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이 있고 10대에게 책을 권장하는 캠페인을 벌인다. 학생들도 높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는 독해 능력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도 오늘날 청소년은 책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절반에 가까운 학생이 독서에 관심이 없으며 이게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독서를 하지 않는 것과 반지성적인 태도가 직업적 발전 에 전혀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이에 부끄러움도 느끼지 않는다. 27/331

존 스튜어트 밀은 1828년 절망적인 우울증에 시달린 적이 있다. 몇 달 동안 증세가 더 깊 어질 때 예기치 못한 만남이 그를 구원했다. 윌리엄 워즈워스의 시를 읽은 것이다. 워즈워스의 시는 시골의 아름다움과 경건한 동정의 순간을 묘사했고 밀에게 인간의 평범한 운명과 감정을 되찾아주었 다. 그는 우울증에서 벗어났으며 그 후 평생 워즈워스의 시를 내 심리 상태를 위한 약 이라고 칭송 했다. 월트 휘트먼은 인쇄소 도제와 삼류 작가 생활을 하다가 애머슨의 연설문과 수필집을 읽고 1855년 시집 풀잎 의 집필에 몰두하겠다는 목표를 세울 수 있었다. 이처럼 위인들은 책을 통해 고 통과 무기력에서 구원받았고 이전보다 더 나은 사람으로 변화하였다. 오늘날의 청소년도 이들처럼 우울함, 괴롭힘, 불안감 등으로 괴로울 것이다. 지금 세대가 독서를 통해 성장한 위인을 보며 부끄 러워해야 할 것은 그들의 개인적인 명석함이나 작품 선택이 아니다. 그들은 종이에 적힌 글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3장 영상 Media 미국에서 8~18세를 대상으로 이들이 미디어 콘텐츠에 소비한 시간을 조사한 적이 있다. TV 시청 3시간 18분, 비디오 게임 49분, 온라인 접속 48분을 더하면 스크린 시청 시간이 하루 295 분이라는 엄청난 숫자가 도출된다. 오늘날 가정에서 아이들 방은 멀티미디어 센터가 되었다. 아이들 은 대부분 6시 프로그램을 보며 저녁 식사를 한 후 방으로 들어가 자기가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틀 고 숙제하는 동안 아이튠즈를 돌린다. 아이들이 침실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으니 대부분의 부모가 이런 생활 방식을 저지하지 않는다. 부모가 아이를 TV 앞에 앉혀놓는 이유는 요리, 청소, 휴식을 위 한 자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DVD, 컴퓨터 게임을 TV에 더하면 어른의 자유 시간은 더욱 늘어 난다. 부모가 아이를 진정시킬 방법이 많아질수록 아이가 스크린 앞에서 보내는 시간은 이에 비례해 점점 더 증가한다. 스크린 시청은 학습 자체를 포함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특정한 학습 방법을 제공할 수는 있 다. 전반적인 독해, 작문 능력이 아니라 시청각 이해 능력 만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멀티태스킹에는 도움이 되지만 단일 활동을 집중하는 데는 맞지 않으며 한 가지 텍스트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한다. 스크린적 사고방식은 10시간에 걸쳐 300쪽의 소설을 천천히 숙독하지 말고 검색 엔진을 사용해서 20개의 웹사이트를 클릭하라고 장려한다. 이러면 정보를 빠르게 검색할지 몰라도 인내심이 부족해져 서 사실과 원리를 장시간에 걸쳐 이해하기 어렵다. 5초면 키보드를 두드려서 이름, 날짜, 사건, 정의를 확인할 수 있는데 어째서 이런 것을 기억하려 애쓰겠는가? 수년간 스크린에 노출된 청소년은 멀티태 스킹과 상호작용에 최적화되어 있다. 이는 청소년의 시각적 예리함을 향상시키고 빠르게 쏟아지는 이미지와 업데이트되는 정보를 받아들이게 해준다. 하지만 영상 이외의 경험을 쌓는 데는 적용할 수 없으며 특히 지식을 쌓고 구술 능력을 키우는 데는 도움이 안 된다. 오늘날 청소년들은 정신적으로 영민해 보이지만 동시에 문화적으로 매우 무지하다. 시각적 문화는 추상적 공간감각과 문제 해결 능력을 향상시켜 주었지만 다른 지능을 구축하는 데는 별 도 움이 되지 못한다. 청소년들은 매일같이 3개의 미디어와 2개의 청각 기기에 빠져 살지만 이는 취향 의 문제가 아니라 기질적인 것이다. 느리고 단일한 독서는 그들에게 어울릴 수 없는 낯선 것으로 다 가온다. 소설은 읽는 데 시간이 걸리고 역사책을 읽으려면 너무 많은 맥락과 지식이 필요하고 과학 적인 사실을 알려면 전문 도서보다 인터넷을 찾아보는 편이 훨씬 빠르다. 서적 혐오는 일종의 사회 적 증후군이다. 이들은 이베이(ebay) 중독자가 소매상점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책을 거부한다. 28/331

4장 전통 Tradition 2005년 타임 의 커버스토리는 트윅스터(twixter)라는 세대적 하부집단을 소개했다. 이 새로운 그룹은 22~30세, 대학 졸업, 중산층 가정 출신, 도시와 도시 근교에서 생활 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 다. 이들이 선택하는 라이프 스타일은 다음과 같다. 우선 그들은 장기적인 커리어 계획 대신 웨이 터, 상점 점원, 아이 돌보기 같은 서비스직을 연속적으로 거친다. 또한 자신만의 공간을 찾아 독립 하는 대신 부모님 집으로 이사해 들어오거나 다른 트윅스터와 함께 주택이나 아파트에 모여 산다. 이들은 결혼으로 연결되는 장기적인 교제를 하는 대신 연속적인 데이트를 즐긴다. 하지만 트윅스터 는 절대 소외된 저소득층이 아니다. 이들은 20대를 배회하면서 보내고 직업적으로 정체 상태이지만 이런 생활 방식을 좋아한다. 성취한 것은 별로 없지만 자기 자신을 긍정적으로 느끼며 목적 없는 라 이프 스타일을 자아 발견의 여정이라고 합리화한다. 그들은 성인기에 내리는 평범한 결정(직업, 결 혼)을 유보한다. 이는 진정한 자아를 찾고 인생 경로를 신중하게 선택하기 위한 욕망의 흔적이며 어 려운 고용 환경과 부모 세대의 높은 이혼율에서 기인한다. 트윅스터는 불확실한 세상에서 자신만의 개성을 단단히 구축하기 위해 일반적인 가치 하나 를 제외한다. 글과 이미지, 진리와 미를 통해 자신을 이해하는 것 말이다. 아무도 그들이 무엇인가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하지 않는다. 트윅스터의 세계에서 책은 무시해도 좋을 만큼 아무 역할도 하지 않는다. 교육은 그들의 삶을 형성하는 데 아무 영향도 주지 않는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대학을 졸업하면 똑똑하다는 것이 아무 의미도 없어요. 한마디로 이들의 비전은 10대와 완전히 일치한다. 모든 것이 또래 중심으로 돌아간다. 트윅스터는 책을 읽거나, 박물관에 가거나, 여행을 하거나, 정치 활동을 하지 않으며, 팝이나 랩 외에 다른 음악은 듣지 않는다. 독서를 하거나 외국어를 배우는 일 은 더욱 드물다. 대신 카드놀이를 하러 모이고 쇼핑을 하고 이 직장에서 저 직장으로 이 침대에서 저 침대로 옮겨 다닌다. 그들이 생각하는 성숙은 학습이나 지혜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들에게 성 숙한 자아란 전적으로 친구들을 통해 개발되는 사회적인 것이다. 1960년대 젊은이들이 캠퍼스 안팎에서 급진적인 문화를 구축했을 때 러트거스 대학 영문학 교수였던 리처드 포리에리는 청소년 문화를 가리켜 활기가 넘치고 기대감에 차 있으며 충동적이다. 무엇보다 인생에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모든 것과 이를 믿지 않아도 되는 자유가 있다. 이는 필수적 인 인간 조건이다. 라고 말했다. 세대 간극을 뛰어넘는 그의 발언은 학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포 리에리는 청년 운동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대신 연장자들에게 책임을 돌렸다. 그가 지목한 연장자들 은 청년운동의 과장된 자기상을 경멸하는 합리적 중도주의적 기득권 지식인들이었다. 그는 이들이 권력의 중심에서 차분하지만 냉혹한 분석을 내놓아 청년들이 무모하고 이치에 안 맞는 말을 외치는 것처럼 몰아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저명한 학자인 그가 청년층이 난동을 부리는 책임이 인위적인 사 회 구조에 있다고 해석하자 무책임한 청년 문화에 철저한 검토를 촉구하던 학자들은 더 이상 발붙 일 곳이 없어졌다. 포리에리의 글이 전문적인 견해로 자리 잡은 오늘날에는 호머와 셰익스피어, 워 즈워스와 오스틴의 작품을 읽지 않으면 미완성된 삶을 살게 될 거야. 라고 학생들에게 말하는 선생 님은 거의 없다. 반동분자, 보수주의자라는 꼬리표를 좋아할 사람은 없다. 청소년 논쟁에 대처하는 가장 좋은 해결책은 몸을 슬쩍 비켜 피해가는 것이다. 그 결과는 지식과 전통의 권위가 사라지는 것 이다. 로널드 레이건은 자유가 멸종하는 데는 한 세대 이상 걸리지 않는다. 라고 선언한 바 있는데 오히려 지식을 망각하는 데는 한 세대 이상 걸리지 않는다. 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교사들이 청년들의 충동을 현자의 사상이나 거장의 작품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배움은 목적을 상실한다. 지적 유산의 실타래는 끊어져버린다. 이는 크든 작든 모든 학생에게 영향을 준다. 29/331

청소년기의 자의식은 강하다. 그들은 자신의 존재를 강렬하게 느낀다. 판단의 척도는 과거 가 아닌 현재이고 과거의 현자들이 아니라 멋진 동급생이며 온 예술이나 사상이 아니라 순간의 문 화다. 그들은 늘 자신이 학교나 가정에서 어울리지 못하는 존재라고 느낀다. 오로지 또래의 존중을 받는 것만이 그들의 이상을 충족하는 방편이다. 오늘날 학습에 도움이 되는 여가 습관의 감소는 바 로 청소년 문화로 채워진다. 디지털 기술은 격리된 소셜 리얼리티를 장려하고 또래 집단의 압력은 더욱 거세졌고 청소년 콘텐츠는 24시간 멈추지 않는다. 그들이 접하는 모든 것은 자기 자신과 또래 문화에만 몰두하게 만든다. 과거에는 이 모든 것을 통제하는 데 전통과 지식이 큰 도움이 되었다. 충동은 언제나 일어났지만 가정과 교실에서 엄격한 도덕적 문화적 규범을 세워 관리해왔다. 이제는 이정표를 세워줄 이들이 없다.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청소년 문화와 무책임한 멘토에 의해 소 멸되고 있는 지식세계가 혼합되어 오늘날의 청소년을 탄생시켰다. 청소년의 마음에 지나친 칭찬과 인정보다 나쁜 것은 없다. 무책임한 인정은 건설적인 자기비판을 박탈하고 전통적 교훈을 잊어버리 게 만든다. 5장 미래 Future 자유사회를 위협하는 것 중 하나는 개인적 이익이 적다는 이유로 시민이 공공의 사건에 관 심을 보이지 않는 것이다. 한 표가 큰 차이를 가져오는 것도 아닌데 어째서 몇 주씩 후보들의 공약 을 듣고 투표하려고 두 시간씩이나 줄을 서야 하는가? 하지만 시민으로서의 의무를 지는 것에 이익 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정치에 참여하게 할 요소가 있다. 바로 지식이다. 선거에 투표 하고, 사설을 읽고, 정치인들에게 편지를 보내는 활동은 직업을 찾거나, 수입을 늘리거나, 근육을 키 우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활동은 분명히 공적 이익을 제공하지만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사적 이익은 금전이나 성공, 인기 등으로 계산할 수 없다. 단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행할 때의 도덕적 만족감을 가져다준다. 이런 만족감은 각자의 문화적 경험이 얼마나 풍부한가에 따라 차이가 난다. 지식은 논쟁을 낳지만 이것은 다원적이고 민주적인 사회가 경쟁적 이해관계와 이념을 해결 하는 방법이다. 가치와 사상과 전통이 공개투표로 맞붙어 겨루면 한쪽은 승리하고 다른 한쪽은 다음 번 선거에서 재대결하기 전까지 물러난다. 계속되는 상대방의 공략은 승리한 쪽이 집단 사고에 빠지 거나 안주하지 않도록 해준다. 좋은 생각은 도전을 통해 유지되고 나쁜 생각은 도태된다. 이것이 문 화 전쟁이다. 이러한 문화 전쟁은 지식인, 예술가, 저널리스트 등에게는 국가에 분열의 씨를 뿌리는 사건처럼 보인다. 오늘날의 사회적 환경은 내일의 지식인을 형성하기 위한 건전한 기반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이 조직을 만들고, 사회적 정치적 어젠다를 창안하고, TV를 끄고, 선거 캠페인에 참여 하는 것은 정말 장한 일이다. 그러나 그들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전에 먼저 카를 마르크스, 프리드 리히 하이에크 등을 읽어봐야 할 것 같다. 학생들은 일시적인 유행에 지나치게 몰입해 있으며 영속 적인 사상과 갈등을 무시하고 있다. 그들은 테러와의 전쟁이나 미국의 인종차별주의, 종교에 대해서 는 큰 소리로 논쟁을 벌이지만 상황에 따라 입장을 정하는 경향이 있다. 지식인들은 당면한 문제를 직시해야 하지만 이와 별개로 사상과 사건 속에서 호흡하고 살아가야 한다. 그들은 오늘자 뉴스의 헤드라인을 난해한 저술과 연결 짓고 공공장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위대한 책과 연결 지을 수 있 어야 한다. 예를 들어 역사의 종말 에서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소비에트 연방의 몰락을 헤겔의 욕망 30/331

과 변증법을 통해 해석한다. 지식인은 철학적 사상과 대중적 사건 사이에서 지식 전문가와 비전문가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그들은 양측의 성향을 모두 통제하는 긍정적인 매개자다. 그들은 경솔한 정 치인 못지않게 소수만 아는 전문성을 보유한 교수도 바로잡는다. 개방된 사회에서도 정작 교육 기관 은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한 채 자기들만의 세계에서 전문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지식인들은 양 극단에서 한 발짝 물러서서 민주적인 대화를 통해 독자들에게 사실과 이상의 아이디어를 제공해야 한다. 지식은 대중적인 감성 위에서 개인적인 신념 위에서 성장한다. 이를 위해 지적인 담론, 고 급 예술, 역사의식, 인문학적 학과 과정을 꽃피워야 하며 지식인 집단 밖에서 지지자들이 나와야 한 다. 지식인이나 전문가가 아니어도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이 충분히 있는 한 우리는 민주주의 신념을 유지할 수 있다. 활기찬 시민을 길러내려면 학자로부터 명상을 활동가로부터 전략을 얻는 것을 떠나 더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배움과 논쟁, 책과 사상은 반드시 여가 시간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이 것이 일반 대중의 여가 트렌드가 중요한 이유다. 그런데 현재 상태로 보면 앞으로 세계의 지적인 측 면은 어둡다. 경제, 기술, 의학, 미디어뿐 아니라 인문교육과 시민지식의 측면에서도 미래는 암울하 다. 청소년의 여가 선호도 유치하고 덧없는 행동 등이 여기에 한몫 거들고 있다. 가장 멍청한 세대 는 역사, 외교, 진지한 미디어와 예술에 대한 관심이 없고 잘 모른다. 인격 형성기에 편향적으로 치 우쳐서 지식을 추구하지 않으며 전통은 그들에게 낯선 외국어이다. 스크랩, 또래 문화, 직업적 목표 가 그들의 관심을 독차지한다. 청소년 사회는 디지털 테크놀로지로 멋지게 자주화되었고 멘토들은 이들을 지켜줄 방어벽의 높이를 너무 낮추어버렸다. 밀레니엄 세대에게는 지적인 생활보다 사교 생 활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들의 사교 생활에 지적인 면이 없다면 결국 전통은 갈 길을 잃고 사라져버 릴 것이다. 이런 상황이 가져올 파문은 암담하다. 우리는 학생을 훈련하는 최고의 교육기관을 갖고 있 지만 사회적 개인적 환경은 이를 무너뜨린다. 오늘날 청소년의 생활에는 사교 활동과 여가 활동의 비중이 너무 커서 문화가 죽어가고 있다. 공공 도서관에서 대출되는 책은 점점 줄어들지만 대출되는 비디오는 점점 많아지고 있다. 점점 많은 아이가 쇼핑몰을 배회하지만 박물관에 가는 아이는 줄어든 다. 부모와 교사가 여기에 대응하지 않는다면 양심 없는 사람이다. 이제는 모든 30대 이상의 어른들 이 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 모든 성인은 구식 퇴물이라는 딱지에 두려워하지 말고 무지와 무관심에 맞서 그들을 바로잡아주어야 한다. 이제 진실을 말하자. 가장 멍청한 세대가 무지를 극복하려면 자 신들이 몰두하는 문화가 사소한 갈등으로 이루어진 하급한 영역이며 성인기야말로 시민적 역사적 문 화적인 인식의 영역이자 영속적인 사상과 투쟁의 영역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3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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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보기] 제 92 호 (2015. 03. 02.) 서명/저자 출 판 사 발행시기 저자소개 : 왜 나는 감정 때문에 힘든 걸까 / 김연희 지음 : 소울메이트 : 2014년 12월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마인드스캔 클리닉 원장). 이화여자대학교 의대를 졸업했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한양대학교 의대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5년 전공의가 행한 연구 논문 중 비생물정신의학 분야 최우수 논문으로 선정되어 인송 논 문상을 받았다. 개 요 : 감정을 숨기지 말고 건강하게 표출해야 행복해진다! 감정이란 무엇이고, 감정을 효과적으로 잘 처리하는 방법은 무엇일 까? 이 책은 뇌과학 진화심리학 정신건강의학 정신분석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감정을 이해하고, 분석하고, 나아가 감정을 건강하게 표 현하는 방법, 자아의 힘을 기르는 방법 등을 구체적인 사례들과 함 께 살펴본다. 1장 감정에 대해 제대로 알자: 첫걸음 떼기 감정이란 무엇이고 어디에서 오는 걸까? 감정,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 보통 감정적이라는 말은 부정적으로 쓰인다. 감정적인 사람 은 정에 이끌려 손해를 볼 수 있고, 흥분을 잘하는 등 감정 기복이 큰 것으로 간주한다. 반면 이성 적인 사람은 냉철하고 합리적인 사고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리분별을 잘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우 리는 정신적인 활동을 할 때 생각하고 느끼는 상호작용 속에서 살아가지만, 감정은 이성에 비해 부 정적인 평가를 받는 경향이 있다. 특히 서양의 합리주의 철학사조에서는 최대한 감정을 억제하고 이 성에 의해 관리되는 합리적인 사고체계를 갖추는 것이 오랜 주제였다. 현대에 이르러 이성이 감정보다 우위를 점하고 또 그래야 한다는 주장은 과학적으로 그 근 거를 잃고 있다. 1994년 출판된 데카르트의 오류 라는 책에서 포르투갈 출신의 미국 뇌과학자 안 토니오 디마지오는 판단을 내리는 데 감정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자신의 환자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유능한 변호사였던 엘리엇은 이마의 종양 제거술을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직장에서 쫓겨나 는 형편없는 변호사로 전락했다. 그의 기억력, 주의력, 언어능력, 논리성 등 대부분의 인지능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면 대체 뭐가 문제였던 것일까? 그의 신경과 주치의인 디마지오 박사는 엘리엇이 자신에게 일어난 사건에 대해 전혀 감정이 없고 무관심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엘리엇은 과 거 자신의 실패 경험은 물론 뇌종양 수술 이후의 직업적 좌절에 대해 감정의 동요 없이 의사에게 33/331

말했다고 한다. 디마지오 박사는 뇌종양 수술로 전두엽의 일부가 제거되면서 감정의 중추인 편도와 관련된 신경회로, 사고기능을 하는 신피질 사이의 연결고리들이 함께 제거되었기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 결과 엘리엇은 진료예약 날짜를 잡을 때조차도 결정을 내리지 못해 우왕좌왕했다. 의사 가 제시한 날짜에 대해서 논리적으로 좋고 나쁜 점을 지적할 수는 있지만 자신이 어떤 것이 좋고 싫은지는 느낄 수가 없기 때문에 선택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엘리엇의 사례를 통해 우리는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도 중요하지만 감정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모두가 기억하는 세월호 사고에서도 이성을 압도하는 감정의 힘을 볼 수 있다. 배가 뒤집혀 물이 차오르는 상황에서 밖으로 나가야 자신이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친구와 제자를 구하기 위해 배 안으로 들어간 사람들이 있 다. 이들의 판단은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감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사회생물학자들은 이렇 듯 위급한 순간에는 감정이 이성을 압도해 행동을 하게 만들고 이러한 상황이 인류의 역사 속에서 반복되면서 감정이 가지는 존재 가치가 증명되어왔다고 주장한다. 감정에 휩싸인 결정이 손해로 이어지거나 좋지 못한 결과를 낳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감정을 완전히 배제한 채 결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성과 감정을 대립적으로 보고 어느 하나를 배 제하려고만 하는 태도는 잘못이다. 누군가와 사귀고 결혼을 하고 직업을 선택하거나 이직을 하고 아 기를 낳고 집을 사는 등 인생의 무수한 선택의 기로에서 우리는 이성의 판단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감정의 호소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2장 부정적 감정을 다시 보자: 양파껍질 벗기기 분노, 나를 지키기 위한 건강한 자기주장 왜 화가 나는 걸까? : 화가 나는 상황은 문화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이가 귀여우면 흔히 머리를 쓰다듬지만 피지에서 멋모르고 아이 머리를 쓰다듬었다가는 봉변을 당할 수 있다. 피지 사람들은 머리를 쓰다듬으면 영혼이 사라진다고 믿기 때문이란다. 구체적인 상황은 문화 나 나라마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어도 공통점이 있다. 인지주의 심리학자들이 주목한 것은 바로 그 상황에 대한 공통된 해석 내지는 평가다. 인지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분노가 일어나는 상황은 예상하지 못한 일이나 원하지 않은 일이 발생해 좌절을 하게 되는 경우, 자신의 신념이나 가 치 체계와 반대되는 일이 생긴 경우, 화를 내서 통제할 수 없는 경우 등이다. 치매 환자의 보호자로 진료실을 찾은 L부인의 경우 인지심리학자들이 말하는 분노가 일어 날 만한 모든 상황에 처해 있었다. 50대인 L부인의 남편은 고위 공무원으로 20년 넘게 성실하게 근 무하고 있었다. 최근 6개월 사이에 기억력이 급격하게 나빠져 진료를 받게 되었는데 검사 결과 남편 은 조발성 알츠하이머 치매였다. L부인이 더 화가 나는 데는 사연이 있었다. 남편이 밖에서는 성실 하고 유능해서 인정받는 사람이었지만 집에서는 반대로 폭군이었던 것이다. 이기적이고 돈만 아는 구두쇠로 아내와 자식들에게는 한 푼도 쓰길 아까워했지만 자기 어머니와 동생들에게는 아낌없이 퍼 주었다. 당연히 L부인과 갈등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남편은 L부인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주먹질을 해댔고 바람까지 피웠다. 34/331

수도 없이 이혼을 생각했지만 L부인은 자식 때문에 참고 살았다. 그런데 자식을 결혼만 시 켰더라면 당장 이혼해도 미련이 없는 남편이 치매에 걸린 것이다. 그리고 그 수발은 고스란히 L부인 의 몫이 되었다. 남편이 경제적인 도움을 줄 때는 형님으로 받들던 시댁 식구들은 남편이 치매 진단 을 받자 나 몰라라 했다. 누가 보더라도 화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었지만 L부인은 초인 처럼 화를 다스리고 있었다. 그런 L부인이 유일하게 화를 내는 때는 남편이 치매센터에 가지 않겠다 고 떼를 쓰거나 약을 먹지 않겠다고 버틸 때였다. 어르고 달래도 남편이 말을 듣지 않을 때 L부인 은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 화를 터트렸고 이는 주효했다. 남편이 고분고분해졌기 때문이다. 화를 다스리는 다양한 방법 : 욕구가 좌절되어 분노, 갈등, 불안 등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 하면서 마음의 평정을 잃는 경우, 사람은 마음의 평정을 회복하기 위해 특징적인 방법들을 사용한 다. 정신분석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처음 제기했던 이 심리적인 기제에 대한 개념을 프로이 트의 딸인 안나 프로이트가 정리 완성했고, 이를 방어기제라고 부른다. 화가 나는 상황뿐만 아니라 화가 났을 때 그것을 다스리는 방법이 사람에 따라 다른 것은 바로 주로 사용하는 방어기제가 다르 기 때문이다. 억제, 승화, 유머 등은 성숙한 방어기제로 개인이 상황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집 단의 이익에도 도움이 된다. 반면 미성숙한 사람은 투사, 전치, 반동 형성, 격리, 신체화 등의 방어 기제를 더 많이 사용한다. 방어기제가 미성숙하다고 해서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 은 성숙한 방어기제와 미성숙한 방어기제를 함께 쓴다. 어떤 것을 더 많이 쓰느냐에 따라 성격이 결 정되기도 하고 병이 생기기도 하는 것이다. 지난 결혼생활을 돌이켜 보면 남편이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웠지만 L부인은 화를 잘 억제 하며 치매에 걸린 남편을 돌보고 있었다. 남편의 규칙적인 생활과 균형 잡힌 영양식단을 꾸린 것은 반동 형성이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하고 싶은 것과는 정반대의 행동을 하는 것이다. 간병으 로 인한 스트레스를 푸는 L부인의 유일한 취미가 골프와 십자수 뜨기라는 것이 흥미롭다. 공을 때리 고 바늘로 찌르며 사회적으로 용납되는 형식으로 화를 풀었다고 보면 바로 승화인 것이다. 열등감,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묻지마 범죄의 심리 : 미국의 범죄학자 셰이(Hsieh)에 따르면 실업과 가난, 경제적 불평등 등이 불특정 다수를 향한 살인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경쟁에서 낙오한 사람들이 느끼는 상 대적 박탈감과 분노가 사회 전체에 대한 분노로 확대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범죄를 저지 르는 사람의 심리로 보자면 강한 분노가 공격적 행동으로 표현된 것인데, 그 분노의 바닥에 열등감 이 자리 잡고 있다. 열등감은 자신이 다른 사람에 비해 못났거나 뒤떨어졌다는 만성적인 의식이나 감정으로, 다양한 다른 감정을 복합적으로 불러일으킨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못난 점을 알아차리 고 무시할까 봐 불안해하기도 하고, 자신감이 없고 무기력감에 빠져 우울해지기도 한다. 자신보다 낫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시기하고 질투하기도 한다. 열등감이 피해의식과 결합되는 경우 느끼는 억 울함과 분노는 묻지마 살인 과 같은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는 것이다. 열등감의 종결자, 히틀러 : 피해의식과 결합된 열등감이 가져온 비극을 세계적 인물에서 찾 는다면 히틀러가 대표적이다. 물론 묻지마 살인을 사회적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듯이 히틀러가 벌인 광기 어린 유대인 학살 범죄를 한 개인의 문제로만 축소시킬 수는 없겠지만, 비트겐슈타인과 히틀 러 라는 책을 보면 히틀러의 심리에 대한 재미있는 분석이 나온다. 35/331

책에서 저자는 히틀러가 가졌던 반유대주의 정서의 싹을 그의 초등학교 시절 같은 반 급우 인 천재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과의 관계에서 찾는다. 두 사람은 오스트리아 린츠국립실업학 교의 동급생으로 히틀러의 저서 나의 투쟁 에서 언급한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는 유대인 소년이 바로 비트겐슈타인이라고 추정한다. 비트겐슈타인은 학창 시절 말더듬이에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하는 왕따 였다. 히틀러는 다른 급우들보다 훨씬 더 비트겐슈타인을 미워했는데 그 감정은 열등감에서 생 겨난 질투, 시기, 분노로 생각된다. 히틀러는 술꾼에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 밑에서 태어나, 미술과 건축에 흥미를 가졌지만 가난 때문에 꿈을 펼칠 수 없었다. 이에 비해 비트겐슈타인은 오스트리아 철강 재벌 가문의 막내로 어머니는 피아니스트이자 예술 후원가였다. 요하네스 브람스가 집에서 사 적인 연주회를 열고 구스타프 클림트가 누나의 초상화를 그리는 등 예술가들과 교류가 깊은 비트겐 슈타인의 집안 배경에 히틀러가 열등감을 가졌다는 게 터무니없는 해석은 아닐 듯싶다. 3장 감정, 이렇게 대하면 된다: 감정소화법 나를 관찰하는 자아의 힘을 기르자 사소한 오해가 부른 비극 :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거든.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영 화 <파수꾼>에 나오는 이 대사는 주인공 기태(이제훈 역)가 당혹과 충격 속에 어쩔 줄 모르며 내뱉 는 말이다. 사소한 오해 끝에 비극으로 치닫는 사춘기 소년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섬세하게 묘사한 이 영화에서 안타까워 가슴이 먹먹해지는 장면이었다. 기태를 비롯한 등장인물들뿐만 아니라 관객도 마찬가지로 정확하게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인지 확실히 모른 채 끝나는 불친절한 영화. 하지만 그래 서 더욱 이야깃거리가 많아져 기억에 남는지도 모르겠다. 영화 속에서 몰라. 라는 대사가 여러 인물을 통해 반복되어 나온다. 어릴 때 엄마를 잃고 외롭게 성장해 따뜻한 사랑과 관심이 고픈 기태의 마음을 잘 모르는 친구들의 무심함을 드러내는 장치일 수 있지만, 정작 기태 자신도 자기 마음을 잘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영화에서 여러 번 나오는 모르겠다. 라는 말을 상담실에서도 종종 듣는다. 육아와 업무를 병행하며 받는 스트레스가 심해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며 찾아온 Y씨도 그때 마음이 어떠셨어요? 하는 질문에 늘 모르겠어요. 라고 대답했다. 제가 원래 생각을 잘 하지 않아요. 생각하면 골치 아 프고 신경이 쓰이니까 잊어버리는 편이에요. 정말 Y씨는 자기가 상담을 받으러 온 진짜 이유도 잘 모르고 있었다. 표면적인 이유는 육아와 업무 스트레스였지만 상담을 하면서 남편과 사소한 말다툼 을 할 때마다 자살을 생각하는 Y씨를 발견했다. 진심으로 Y씨를 힘들게 하는 것은 조금 무심한 남 편과의 관계였다. 잘 모르겠어요. 라는 한마디를 하고 입을 다물고 마는 Y씨 때문에 상담 초기에는 침묵과 어색함으로 지지부진했지만 Y씨는 점차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과 마주하는 것에 익숙해졌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생각이 들고 어떤 마음이 느껴졌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떠올려보도록 격려하다 보면 모호하던 것들이 명확해지고 새로운 의미를 알게 된다. 이런 상담 기법을 명료화라고 한다. 관찰하는 자아의 힘 : 나는 상담을 하면서 무심코 지나쳤기에 그냥 모르겠다고 말하는 상황 을 다시 한 번 자세히 들여다보도록 질문을 던졌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 무엇이 연상되는지, 어떤 36/331

느낌이 드는지, 자신이 왜 그렇게 행동한 건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무엇이 싫은 것인지 묻는다. 이런 과정을 통해 Y씨는 자신을 관찰하는 자아를 기를 수 있다. 자아는 인간의 마음이 자아와 이드, 초자아 라는 3가지 구조로 되어 있다는 프로이트의 이 론에서 나왔다. 이드는 즉각적이고 본능적인 욕구와 충동을 담당하는 부분이고, 부모에게서 형성된 사회적 가치와 기준, 도덕성, 양심 등을 대변하는 것이 초자아다. 이드와 초자아 사이에서 자아는 욕구를 현실적인 방법으로 충족시키기 위해 우리의 생각, 행동, 감정을 통제하고 타협하는 기능을 한다. 관찰하는 자아의 힘이 커지면 무심코 지나칠 때는 인지하지 못했던 자신의 숨은 생각, 감정, 소망 등을 알아차리게 되고 그것이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과 생각과 감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거 리를 두고 관찰할 수 있게 된다. Y씨에게 길러진 관찰하는 자아가 어떤 힘을 발휘할 수 있었는지 보자. 자신의 마음과 마주 하는 연습을 한 Y씨는 최근 남편과 다투는 과정에서 눈물을 흘리거나 화를 터트리지 않고 하고 싶 은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남편과 다투는 상황이 되면 Y씨는 늘 혼나는 어린아이가 된 듯 억울하 고 화가 났다. 그래서 감정이 북받쳐 올라와 눈물을 흘리고 할 말을 제대로 못해 지나고 나면 더 분 하고 약 오르는 마음이 되곤 했다. 그런데 자신을 관찰하는 힘이 생기자 해묵은 감정까지 올라오는 것을 조절할 수 있게 되었고, 그 상황에만 집중해서 감정을 다스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감정, 솔직하고 건강하게 표현하자 사회문제로 모든 걸 돌려버린 S양 : 선생님, 프로이트가 한 말은 다 맞는 거예요? 지금은 21세기인데 19세기에 태어난 사람의 말을 믿어야 되는 거냔 말이죠. 소위 엄친딸 인 S양은 신자유 주의에 대한 비판과 88만 원 세대의 비애를 토로하며 지금 이 시대에 프로이트가 가당키나 한 것이 냐고 반문하곤 했다. 중학교 때부터 전교 수석을 놓치지 않았고 유명 사립대에 진학해 남들이 부러 워하는 배경까지 다 갖추었지만 우울했던 S양. 진로 걱정, 부모에 대한 불만, 외모에 대한 자신감 저하, 남자친구를 사귀면서 생기는 불안감 등 그 나이 또래 학생이 해봤을 만한 개인적인 고민을 이 야기하면서 S양은 모든 원인을 부조리한 사회현상에서 찾았다. 남들처럼 영어 점수나 고시 등에 매달려 스펙을 쌓고 취업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출하자니 사회적 모순에 눈감은 채 속물이 되어버리는 것 같고, 외모가 스스로 마음에 차지 않는 것은 늘씬한 8등신에 조각 같은 미모를 잣대로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평가하는 문화에 길들여진 탓이고. 사 실 S양이 지적하는 사회적 모순, 다 옳은 말이다. 하지만 S양은 그것이 개인적인 경험과 엮어져 다 채롭게 변주를 하고 특별한 의미를 가지게 되는지 바라보기보다는 피하고 싶어 하는 모습이 역력했 다. S양이 10살 때 교통사고로 세상을 먼저 떠난 언니에 대한 기억, 그 죽음 때문에 우울증에 걸려 S양에게 한동안 신경을 쓰지 못했던 엄마가 대학 간 딸의 귀가 시간을 뒤늦게 염려하는 것에 대한 분노, 세상에서 제일 멋진 사람처럼 느껴졌던 아빠가 속세에 물든 초라한 남자로 보일 때의 실망 감. S양이 사회적 모순에 화살을 돌리며 피하고 싶었던 주제들이다. 왜 그 이야기를 피하고 싶어 했을까? 아마도 고통스러웠기 때문일 것이다. 슬프고 화가 나 고 죄책감도 들어서 마음을 아프게 하는 여러 감정들과 나름 거리를 둔다는 것이 그 원인을 다른 대상에게로 전치해버리는 방식이었다. 전치는 S양이 구시대 인물이라고 평가절하했던 프로이트의 정 신분석학에서 중요한 인간 심리의 방어기제 중 대표적인 것이다. 사람들은 내면적인 갈등을 경험할 때 그것을 다루고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 다양한 심리적 방어기제를 사용한다. 건강하지 못한 방어기 37/331

제를 사용하는 경우 타협은 오래가지 못해 증상으로 나타나고 한 개인이 특징적인 방어기제를 지속 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결국 성격 특성을 결정한다. 건강한 감정 표현법 - 자기주장 훈련 : 화가 날 때 그냥 막 화를 내면 되는 건가요? 감 정을 억누르지 않고 표현하는 게 좋다는 말에 환자들이 묻는다.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도 좋 지만 건강한 방법으로 해야 한다. 건강한 감정 표현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고 참는 사람은 자신의 감 정과 생각을 빙빙 돌려서 말하거나 이심전심으로 상대방이 알아주기만을 바란다. 이것은 수동적인 대화 유형이다. 다른 사람의 생각에 잘 맞추어주어서 좋은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을지 모르지만 남들 의 의견에 휘둘리면서 후회와 분노가 쌓이기 쉽다. 반대로 공격적인 대화 유형은 상대방의 감정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자신의 감정과 생각만 강조하는 경우로 결국 큰소리로 싸우게 될 수 있다. 수 동적인 유형과 공격적인 유형은 모두 효과적이지 못한 감정 표현법이다. 가장 효과적인 대화법으로 자기주장 유형이 제안된다. 이는 상대방의 감정을 해치거나 비난 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대화법이다. 이런 대화를 시작하기 위해 서는 먼저 특정한 상황에서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생각, 권리, 바람 등을 잘 파악해야 한다. 앞서 설명한 관찰하는 자아가 작용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상대방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내 용과 상황을 목표를 정해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표현하고 자신의 감정을 설명한다. 이렇게 자기주장 훈련에서 감정을 표현할 때 중요한 3가지 법칙이 있다. 첫째, 감정 표현을 의견처럼 말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공포영화가 싫은 것 같아. 라는 표 현보다는 나는 공포영화가 싫어. 라는 표현이 좀 더 명확하게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는 방법이 다. 둘째, 감정을 표현할 때는 나는 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너는 이라는 말을 사용해서 감정을 표현 하게 되면 상대방을 비난하게 된다. 셋째, 나는 이라는 말을 상대방의 특정 행동에 연결시켜 감정을 표현한다. 둘째와 셋째 방법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경우, 예를 들면 넌 정말 무심해. 내가 얼마나 서운했는지 알기나 해? 라는 말을 네가 데이트 약속을 취소했을 때 난 서운했어. 라고 바꾸어볼 수 있다. 이런 감정 표현과 함께, 원하는 것이 있다면 이해하기 쉬운 짧은 문장으로 명확하게 표현한 다. 알아서 헤아려주기를 바라거나 감정적으로 격한 표현을 하는 것은 금물이다. 그냥 자신의 생각 을 간단히 이야기하면 된다. 예를 들면 넌 꼭 공포영화만 골라 보더라. 가 아니라 오늘은 꼭 멜로 영화를 보고 싶어. 라고 표현하는 식이다. 38/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