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눈으로 밝은 세상을 만드는 2012 Vol. 326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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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전체 :7 PM 페이지14 NO.3 Acrobat PDFWriter 제 40회 발명의날 기념식 격려사 존경하는 발명인 여러분! 연구개발의 효율성을 높이고 중복투자도 방지할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국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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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진: 노래를 좋아하는 분들은 많지만, 콘서트까지 가시는 분들은 많이 없잖아요. 석진: 네. 그런데 외국인들은 나이 상관없이 모든 연령대가 다 같이 가서 막 열광하고... 석진: 지 드래곤 봤어?, 대성 봤어?, 승리 봤어? 막 이렇게 열광적으로 좋아하더라고요.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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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Social Welfare 태화기독교사회복지관은 우리나라 사회복지관의 효시로써, 사회적 상황과 시대적 요구에 따라 가장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희망을 전하고 있습니다. 감사와 사랑을 실천하는 공동체 만들기!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는 희망이 되어드리고 도움을 주

02 THEATER 04 NEWS 05 PEOPLE 06 REVIEW 12 SPECIAL 14 SPECIAL 15 SPECIAL 16 COLUMN No ~10.24 NEXT plus NEXT plus NEXT plus NEXT plus

Transcription:

이달에 만난 법원사람들 6월호 표지에는 문화와 예술이 함께 하는 고양지원의 김용국 참여관, 김종욱 실무관, 박은정 속기사(표지 앞쪽 좌측부터), 오성우 부장판사, 황규연 주임, 나승택 사무국장(표지 뒤쪽 좌측부터)이 참여해 주셨습니다.

공정한 눈으로 밝은 세상을 만드는 2012 Vol. 326 06

나의 일 나의 삶Ⅰ 건강레시피 글_ 최미정 순천지원 대리 글_ 권은미 푸드칼럼니스트 못 생겼다는 말을 비유할 때 '호 박 같다'라고 하지만 이제 옛말 이 되어버렸다. 호박의 모양새 도 동글동글 예뻐졌지만 항산화 물질이 풍부한 단호박은 타임지 가 선정한 세계 10대 슈퍼푸드 로당당히그이름을올렸다. 단 호박은 씨, 껍질 등 버릴 것이 없는 훌륭한 건강식품이다. 단호박 베타카로틴 : 100g 당 1145mg 비타민A : 100g 당 191mg 칼로리 : 100g 당 29Kcal 14 지난 연말, 12월이 다가오고 있었다. 미정씨, 이번 성신원 봉사활동에서 동화구연을 맡아주면 어떻겠습니까? 총무과 서무계의 전화였다. 고아원에 가서 청소하고 아이들 빨래 정도 를 하고 오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동화구연이라니? 말썽꾸 러기 아이들을 키우느라 평소에 목이 많이 잠겨 있어서 예쁜 목소리가 나올까 걱정이 앞서기는 했어도 아이들 앞에서 동화 구연을 할 상상을 하니 재미있을 것 같아, 해 보겠습니다 라 고 대답하고 말았다. 주사위는 던져졌으니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 그날 분위기에 어울릴 만한 동화를 골라야 하는데 어떤 이야기 가 좋을까?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가 공감할 수 있고, 웃을 수 있는 이야기가 좋을 것 같다는 점에 의견이 모아졌다. 배고픈 호랑이한테 잡힌 토끼가 기지를 발휘하여 호랑이를 골탕 먹이 고 위기를 모면하는 전래동화를 구연하기로 결정을 보았다. 호랑이 탈을 쓸까? 루돌프 머리띠를 두를까? 기왕에 하는 것이 니 재미있게 해 보자는 생각으로 의상까지 구상해 가며 파트너 인 강경미 계장님과 의기투합하여 함께 전문가의 지도를 받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얼마 후에 강 계장님이 병원에 입원하는 40 법원사람들_2012.06 15 일이 생겨 봉사활동 2주일을 앞두고 동화구연의 파트너가 강 계장님에서 오현석 실무관님으로 바뀌었다. 우리 순천지원의 봉사활동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되는 동화구 연이 성공리에 마무리되도록 토끼 목소리, 호랑이 목소리에 감 정을 넣고 표정을 바꿔가며 맹연습에 들어갔다. 일과 시간 후 에는 집에 가서 우리 아이들을 대상으로 연습했고, 반복하여 연습하다 보니 여섯 살인 막내가 이야기를 모두 외워서 다음 고교 시절에 친구 자취방이 성신원 근처이어서 자주 그 앞을 부분을 먼저 구연할 정도였다. 소품으로 밤송이가 필요하여 고 지나곤 했었다. 고아원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던 참에 어 민하고 있었는데 셋째가 엄마, 밤송이는 만들면 되지요 라고 느 날 친구가 성신원 에 한번 가보고 싶다고 해서 들어갔다가 걱정을 해결해 주었다. 이쑤시개 30개를 반으로 잘라 뾰족한 적막한 정원만 산책하고 돌아 나왔던 기억이 아련하다. 부분에 색색의 물감을 묻힌 다음, 물감이 묻지 않은 쪽을 동그 그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 세월의 흐름을 말해 주는 듯 새로운 란 모양의 스티로폼에 꽂으니 정말 예쁜 밤송이가 되었다. 아 건물들이 세워져 예전 정원의 맛이 줄어든 성신원 에 들어섰 이들이 쓰던 대나무 피리도 챙겨 두었다. 다. 최수환 지원장님을 비롯한 봉사단원들이 산타 복장과 사 랑나눔회 조끼를 나눠 입고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 순천지원에는 법관과 직원들로 구성된 사랑나눔회 라는 봉사 내고 있을 때에도 오 실무관님과 나는 동화연습에 여념이 없었 모임이 있다. 명절, 크리스마스 등이 되면 불우한 가정에 쌀과 다. 고아원에 왔으니까 아이들의 손도 잡아 보고 이름도 불러 생필품 배달을 하기도 하고, 독거노인 가정에 연탄배달을 하기 보며 함께 만든 음식을 나누어 먹고 싶은 마음 간절했지만, 더 도 하고, 사회시설 등에 가서 청소를 하기도 한다. 마음은 늘 있 큰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 우리는 그 자리에 있을 수가 없었 었지만 한 번도 참여를 못하고 있었던 차에 크리스마스이브에 다. 내 마음은 시험을 앞둔 수험생의 초조함으로 가득했다. 유 하는 이번 봉사활동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난히도 추위를 타는 내가 난로도 없는 곳에서 덜덜 떨면서 연 고아원이라면 내가 꼭 가야 한다는 왠지 모를 강한 끌림을 느 습했지만,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갔다. 꼈다. 크리스마스이브라면 우리 아이들과 함께 보내야 하는 드디어 우리 차례가 다가와 동화구연이 시작되었다. 예상했던 데. 봉사도 기회가 있을 때 하는 것, 지금이 아니면 늦겠다 대로 그 많은 아이들과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의 얼굴에 꽂혔 는 생각으로 우리 아이들에게는 양해를 구하였다. 고아원에 가 다. 바로 앞에 앉아 눈을 크게 뜨고 이야기를 듣는 아이와 눈을 서 청소하고, 빨래만 하고 돌아와도 보람될 것 같은데 동화구 마주치며 연습했던 만큼만 하자 는 생각으로 연극에 몰입하 연까지 준비해서 가니 꽤 괜찮은 선물을 가지고 간다는 생각에 였다. 오현석 실무관님도 기대 이상으로 실력발휘를 해 주셨 어깨가 으쓱해지기까지 했다. 다. 아이들이 즐거워했고 주위에서는 잘했다는 말씀들을 해 주 셔서 잘 끝났구나 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동화구연을 마치고 나니 비로소 주위의 아이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추운 날씨에도 네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뜰 에 나와 노닐고 있었고, 큰 아이들이 무리 지어 다니는 모습이 친형제들처럼 보였다. 현재 살고 있는 곳이 고아원일 뿐 여느 *악성빈혈, 신경과민 예방 맛과 영양이 뛰어난 단호박은 식이섬유와 미네랄, 탄수화물, 당 질이 풍부하고 비타민A, B, C, E 등을 함유해 비타민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 특히 단호박은 아주 특별한 성분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동물성 식품에 주로 많이 있는 비타민B12다. 이 성분이 부 족하게 되면 악성빈혈과 신경과민증세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 에 아주 중요하다. *면역력, 항암효과 단호박은 무엇보다 옐로우 푸드의 대표적인 특징인 항암효과로 호박의 카로티노이드 성분이 세포가 늙고 질병이 퍼지는 것을 막아준다. 또한 미네랄과 비타민 B, 비타민C, 필수 아미노산(호 박씨)이 풍부하여 면역력 강화 및 성장기 어린이의 성장발육과 두뇌발달에 좋다. 단호박은 인슐린 분비를 도와주는 효능으로 당뇨병 환자에게도 좋은 음식이다. *노화, 감기 예방 단호박은 항산화 작용을 하는 루테인 성분과 베타카로틴 성분 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노화방지, 각종 암 예방에 도움을 준다. 특이 노란색이 진할수록 성분이 많이 들어있다. 비타민과 칼슘 특히 당질이 풍부하여 피로회복을 촉진시켜준다. 또한 비타민 이 풍부하고 따뜻한 성질이 있어 몸이 찬 사람에게 좋으며 열을 식히고 해독작용을 하기 때문에 감기예방에도 탁월하다. *장운동에 효과적 베타카로틴 성분이 장의 기능을 원활하게 해주고 몸의 원기를 보충해주는데 도움을 준다. 단호박은 수분의 함량이 높고 섬유 질이 풍부해 갈증해소에 좋고 변비에 효과적이며 팩틴이라는 성분은 장의 운동을 도와 배변활동을 원활하게 도와준다. 호박 은 익을수록 당분이 높아지는데 이 성분은 소화 흡수를 도와 위 장이 약한 사람이나 위궤양 환자에게 좋다. 법원사람들_2012.06 41 *다이어트 식품 단호박에 풍부한 베타카로틴은 체내에서 비타민A로 전환되면 서 눈의 피로와 백내장을 완화시키기 때문에 장시간 전자파에 노출되거나 책을 봐야하는 사람에게도 효과적이다. 고구마의 절 반정도의 낮은 칼로리에 비해 포만감이 크고 소화속도가 다른 음식물에 비해 느리기 때문에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알맞다. R e c i p e 1 2 3 4 디저트로 좋은 단호박 양갱 재료 껍질 깐 단호박 500g, 물 200g, 우유100g, 한천가루 10g, 설탕60g, 올리고당1T, 소금 약간 요리하기 1. 껍질을 벗겨 찐 단호박은 뜨거울 때 곱게 으깨둔다. 2. 한천가루는 찬물과 우유에 섞어 10분 정도 충분히 불린 후 약불에서 설탕, 소금을 넣고 잘 저어가며 바글바글 끓인다. 3. 2에 으깬 단호박을 넣고 고루 섞어 끓여준 후, 걸쭉해지면 물엿을 넣고 불에서 내려 한 김 식힌다. 4. 원하는 틀에 양갱반죽을 부어 1시간 정도 굳힌다. Tip. 틀에 물 스프레이를 한 후 반죽을 부어주면 굳은 후 잘 떨어진다. 테마에세이 글_ 정윤수 문화평론가 문화예술, 우리 삶의 본질과 연관된 것 흔히 문화예술을 적당한 여가와 취미 정도로 여기곤 한다. 바쁜 일 상 속에서 잠시 틈을 내어 클래식을 감상하는 것, 잡다한 인터넷 정 보에 허덕대다가 오랜만에 정갈한 시집을 펼쳐 읽는 것. 이러한 행 위들의 일상적인 소중함은 틀림없이 있다. 그러나 여기서 멈춰서는 곤란하다. 이를테면 휴가를 생각해보자. 휴가, 그 자체가 목적이고 그것을 어 떻게 알차게 보내느냐가 중요한 요소가 되어야 할 텐데, 산업화의 팽팽한 긴장 속에서 살아온 한국의 관습에서 휴가는 대개 재충전 의시간 으로 작동한다. 이는 인간의 삶을 충전과 방전이 거듭되는 기계로 여기는 것이다. 휴가, 여유, 쉼, 성찰 같은 것은 방전된 배터 리를 충전하는 부수적인 행위로 전락한다. 문화예술을 여가와 휴식 정도로 접근하는 것 역시 그 소중한 가치들을 부수적인 수단으로 여기는 일이 되고, 이는 결국 자신의 삶을 항상 닦고, 조이고, 기름 쳐야 하는 기계로 전락시키는 상황이 되고 만다. 그렇다면 문화예술이 짬이 나면 잠시 가까이 해보는 취미가 아니라 우리 삶의 본질과 연관된 소중한 것임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행복에세이 Ⅰ 글_ 김수학 대구고등법원 법원장 주례입문 지난 4월 꽃샘추위도 잠시 머뭇거리던 화창한 주말에 결혼 식 주례를 섰습니다. 이런저런 인연으로 지인들의 요청을 거 절하지 못하고 승낙하다 보니 주례를 선 것이 벌써 열 손가 락으로 헤아릴 정도가 되었습니다. 지원장으로 근무할 당시 같은 직원끼리의 결혼을 축하해 주기 위하여 첫 주례의 테 이프를 끊었는데, 그때가 마흔이 갓 넘은 나이였으니 가히 약관의 경력이라 할 만합니다. 과거 사무실에서 이혼부부의 이혼의사 확인을 한 것이 이혼 주례를 선 것이라면, 이제는 젊은이들의 출발을 축복해주기 위한 결혼주례를 서는 것도 보람 있는 일이라 생각이 되어 법원장으로 근무한 최근 몇 년 동안 간간이 주례를 서 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생을 함께할 젊은 부부의 중대사를 앞두 고 주례를 한다는 것은 항상 부담스럽게 느껴지고, 젊은이들 에게 주례사를 들려줄 자격과 인격을 갖추었는지 반문하면 서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트렌드 글_ 편집실 귀농귀촌이 진화하고 있다 최근 서점가를 유심히 살펴보면 귀농귀촌 관련 책들이 많음을 알 수 있다. 그만큼 귀농귀촌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많다는 얘 기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보고에 따르면, 2000년 이후에 도 시에서 농촌으로 거주지를 옮긴 인구는 약 93만 명인 반면, 농 촌에서 도시로 거주지를 옮긴 인구는 약 83만 명이라고 한다. 매년 귀농인구 규모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2001년 귀 농인구가 880세대였으나 2010년에는 4,067세대로 늘어났고, 2011년은 1만 503세대에 이른다. 이는 전년대비 158%가 증가한 수치다.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세대 또한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 고 한다. 통계자료에서도 알 수 있듯, 귀농귀촌이 일시적인 것 이 아니라 새로운 사회적인 트렌드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 아가고있다. 04 19세기 말, 프랑스 인상파 미술을 살펴보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인상파 화가들에 대한 단편적인 인상은, 이를테면 밝고 자연 스러운 빛을 찾아 야외로 나간 화가들이며 파리 근교의 아름다운 풍경을 화폭에 담은 화가들이라는 점이 아닐까. 과연 그럴까. 표면 적으로는 그렇게 보이지만, 야외 풍경화를 그럴 듯하게 그렸다는 것 으로 그들이 근대까지 이어져온 서구 미술의 오랜 전통과 관습을 해체하고, 현대의 새로운 시선과 사상을 실천한 예술가라는 평가를 받았다고는 보기 어렵다. 끌로드 모네를 생각해 보자. 파리에서 태어난 모네는 1874년의 전 시회에 출품한 <인상, 해돋이>로 주목을 끌었다. 이 그림을 중심으 로 일련의 젊은 화가들이 모이기 시작하여 인상파가 되었다. 그가 그린 걸작은 파리의 생 라자르 역 시리즈 작품이다. 생 라자르 역은 파리에서 두 번째로 번화한 역으로 1837년 프랑스 왕 루이 필리프 의 아내 마리 아멜리에가 준공하였다고 한다. 처음에는 생제르맹 앙 레로 가는 단선이었다가 1843년에는 3개 노선의 시발역이 되었고, 1900년대에는 노선 수가 3배로 늘어났다. 모네는 밝은 햇빛과 하얀 증기로 인하여 시시각각 풍경이 변하는 법정과 예식장 예식장을 둘러볼 때는 항상 법정의 모습을 연상합니다. 법정 과 예식장은 닮은꼴입니다. 재판장의 자리에 주례가 서고 바 로 앞에 신랑 신부가 당사자처럼 주례를 향해 섭니다. 신랑 및 신부의 양가 혼주가 서로 상대방을 향해 마주 보고 앉으 니 양쪽의 대리인 내지 검사와 변호인의 모습을 보는 듯합 니다. 역할은 많이 다르나 자리가 흡사하고, 엄숙하고 진지 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회자의 소개에 따라 주례가 먼저 단상에 올라 하객을 향 해 정중하게 인사를 합니다. 이때는 재판장이 법정에 들어서 서 당사자와 방청객을 향하여 인사를 드리는 시간입니다. 신 랑 신부의 입장이 끝나면 주례가 맞절을 시키고 혼인서약 및 성혼선언을 한 다음 주례사를 하게 됩니다. 결혼식의 주인공은 신랑 신부이지만 주례는 위와 같은 순서 를 진행하면서 식장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역할을 합니다. 경 건하면서도 즐겁고 축복받는 예식이 되도록 하는 데에 주례 의 역할이 큰 점은, 법정에서 엄숙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해야 하는 재판장의 역할과 매우 비슷합니다. 국민들이 판결문을 잘 쓰는 판사 보다 재판을 잘하는 재판장 을원 하듯이 유창한 주례사보다는 예식장의 분위기를 밝게 만들 면서도 혼인의 엄숙함을 보여주는 주례의 역할을 더 원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너도 나도 귀농귀촌을 하고 있고, 희망하 고 있는 것일까. 사실 전원생활이라고 하면 도시인 누구나가 꿈꾸는 로망 이다. 도시의 팍팍한 삶에서 벗어나 삶의 질을 높이고 자연과 더불어 여유 있게 살기 위해 귀농귀촌을 꿈꾼 다. 또한 올해부터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 사이에 태어 난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가 시작되면서 인생 2모작에 대한 관 심이 높아졌고, 그 대안으로 귀농귀촌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이러한 관심이 중장년층에 한정되지 않 는다는 것이다. 실제 2011년 귀농 연령별 현황을 보면, 50대가 33.7%, 40대가 25.5%, 30대 이하가 16.5%로 나타남으로써 젊은 층의 귀농이 활발해졌음을 알 수 있다. 귀농귀촌이 과거에는 도시에서 사업에 실패한 사람이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길이었다면, 지금은 도시에서의 기 22 42 생 라자르 역을 그렸다. 왜 그렸을까. 그것은 바로 철도가 가리키는 것, 곧 현대의 질주하는 속도, 팽팽한 긴장, 새롭게 다가오는 20세 기적 삶의 생생한 증거가 바로 생 라자르 역이었기 때문이다. 진부 하고 관습적인 화풍을 강요해온 프랑스 왕립아카데미 화풍을 떨쳐 내고자 했던 모네에게 생 라자르 역은 단순한 교통 시설이 아니라 현대 문명의 상징이었다. 기차역을 가득 채우는 증기, 뿌옇게 소멸 하였다가 다시 환하게 개는 플랫폼, 자연 채광을 위하여 광대하게 펼쳐져 있는 유리 천장, 그곳을 투과하여 역사 안으로 환하게 스며 드는 햇빛들. 시인 기형도는 빛 속에 드러나는 한때의 영광과 패잔의 흔적을 최 대한의 지각능력으로 읽어내어 화폭 위에 담으려 했던 모네는 눈으 로 빛을 사고하고 색으로 표현한 눈의 인간 이었다 고쓴적있다. 이 표현은 바로 모네가 중세 혹은 근대까지 이어져온 서구의 합리 적 사고나 계몽적 시선, 더 나아가 유럽이라는 우월한 위치에서 세 계를 장악하고 해석할 수 있다는 단일 시점을 벗어나, 세계는 끝없 이 유동하고 쉼 없이 변화하며 단 하나의 시선(강대국의 지배적 위 치)으로는 결코 다양하고 다변하는 세계를 헤아릴 수 없다는 당대의 시대정신을 화폭에 담아냈던 것이다. 지적인 세계가 펼쳐져 있는 문화예술 이렇게 문화예술은 우리의 직관력을 드높이고 성찰적인 정서를 길 러주는 한편 세계를 사유하는 성찰의 힘을 단련시켜 준다. 단순한 여가나 취미가 아니라, 인류사의 변화와 지향을 모색해온 예술가의 치열한 가슴과 명민한 창조력을 도움 삼아 지금 우리 시대의 아픔 과 우리 내면의 황폐함을 직시하고 깨우치는 과정이 곧 문화예술을 가까이 하는 일이다. 이를 위하여 우리는, 일종의 한가로운 여가 선용이 아니라, 조금은 힘겹더라도 날마다 배우고 익히면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하는 경지를 지향해야 한다. 슈베르트의 한없이 아득하고 매혹적인 선율 이 사실은 1820년대 왕정복고에 따른 억압적 사회 분위기 속에서 예술가들이 탄식하고 방황하며 정서적 모색을 한 결실임을 깨달아 보는 것이다.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이 서구주의와 슬라브주의가 극 단적으로 대립하던 19세기 중엽의 러시아 영혼의 비밀을 파헤친 것 주례사 주례사는 모두가 대동소이합니다. 신랑 신부의 새로운 출발을 축 하하고 백년해로를 기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축복의 의미 를 담아 간결하면서도 감동을 주는 주례사를 하기란 그렇게 쉽 지가 않습니다. 대개의 경우 주례사를 미리 작성하여 낭독하거나 보면서 말하게 되는데, 간결하고 정제된 판결문을 작성하는 것이 쉽지 않듯이 예식장의 분위기나 신혼부부의 집안 사정에 맞추어 인생의 선배로서 축하와 충고의 말을 전하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저는 주례사를 만들 때 기본 매뉴얼을 정해 놓고 이를 수정해 가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면, 인사말 과 신랑 신부의 인적사항을 소개한 후에 부부는 사랑하기 위하 여 많은 노력을 해야 하고, 가정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서는 서로 가 존경심을 가져야 하며, 부부간에 의견 충돌이 생기더라도 인 내심으로 극복해야 하고, 화목한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건강 이 필수적이라는 것 등을 말한 다음에 마무리를 합니다. 좀 더 특별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부부간의 사랑을 말할 때는 태초에 신이 여자를 남자의 머리로 만들지 않은 것은 남자를 지배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또한, 그의 발로 만들지 않은 것 은 그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갈비뼈로 만들었던 것은, 여자는 남자의 가슴 곁에 있게 함이다 라는 탈무드의 말을 인용합니다. 부부 사이의 존경과 예를 강조하는 부분에서는 부부간에는 서 로가 여보, 당신 이라는 호칭을 사용함으로써 존경과 예를 표시 하여야 합니다. 이제는 자기, 오빠, 너 등과 같은 가볍고 예스 럽지 못한 호칭을 쓰지 않아야 합니다. 처음에는 다소 어색하고 쑥스럽겠지만 그렇게 호칭하는 것이 상대방에 대한 배려이고 나 아가 앞으로 태어날 자녀들에 대한 좋은 교육이 될 것입니다 라 고 말합니다. 인내심의 필요성에 대하여는 부부가 가정을 이루어 살다 보면 넘어야 할 고비도 있고 가끔 불화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서로가 이것을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의견충돌이 친구따라강남간다 는 말은 옛말이 됐다. 이제는 친구 따라 강남이 아니라 시골로 간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즉, 이전에는 산업화로 인해 농촌의 인구가 도시로 이동하는 현상을 의미했던 이촌향도 현상 이 사회적인 문제 였다면, 오히려 지금은 역으로 이도향촌 이라고 말을 바꾸어 야 할 만큼 귀농귀촌을 하는 인구가 크게 늘어나고 있으며, 당분간 이러한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법원사람들_2012.06 05 이며, 피카소의 그림이 서구 강대국의 단일 시점(원근법) 대신 다양 한 시선으로 세상을 다양하고 깊이 있게 표현(인식)하고자 했던 노 력임을 공부해보는 것이다. 물론 이런 공부를 진짜 수험생이 공부하듯이 한다면 하루 이틀 만 에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화예술은 무슨 공식 외우듯이 그 렇게 몰입한다고 다 습득되는 것도 아니다. 오랜 시간을 두고 여유 있게, 이를테면 도스토옙프스키의 소설 <악령>을 10년 격차를 두고 평생에 걸쳐 너덧 번씩 읽고 또 읽어본다는 마음으로, 높은 산에 오 르듯이 한걸음씩 내딛어 보는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렇게 걷다 보면, 단순히 여가 생활로 여겼던 문화예술 작품들이 우리에게 오묘 한 정서적 감동, 감각의 경이로운 상태, 신선한 지적인 충격 등을 선물한다는 것이다. 이 정도 되면 도저히 그것을 그만 둘 수가 없는 경지에 이른 것이다. 진부한 여가 생활이 아니라 치명적인 매혹의 정서적 충격과 경이로운 지적인 세계가 펼쳐져 있는 문화예술이라 는 신성한 숲. 그 속에서 한번쯤 길을 잃어보는 것도 결코 나쁘지 않다. 필자는 1994년 문화비평지 <계간 리뷰> 편집위원 과 2003년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의 논설위원 및 문화스포츠 담당 편집위원을 지냈으며, 2005 년 인문예술 아카데미 풀로엮은집 의 사무국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클래식, 시대를 듣다>, <인공 낙원> 등이 있다. 법원사람들_2012.06 23 생기더라도 이와 관련이 없는 상대방의 약점을 지적하거나 자존 심을 건드리는 말과 행동을 해서는 안 됩니다. 서로를 인정하고 격려해 주며 끊임없는 인내와 사랑으로 이를 극복해 나가기 바 랍니다 라고 충고를 합니다. 마무리 단계에서는 외국의 어느 주교 신부의 말씀을 인용함으 로써 끝을 맺습니다. 결혼하면 싱글 때보다 덜 예뻐 보이지만 더 안전해진다. 결혼하면 슬픔과 기쁨이 동반되고 더 힘겨운 짐 이 기다리지만, 사랑이 버팀목이 되어 주니 어떤 짐인들 무거우 리오. 저는 주례사를 만들 때 기본 매뉴얼을 정해 놓고 이를 수정해 가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법원사람들_2012.06 43 반을 바탕으로 그것을 농업과 접목시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 실이기 때문이다. 한 번도 시골에서 살아보지 않은 이들이 이 출하고자 귀농귀촌을 결심하고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론을 습득했다고 해서 교과서대로 살아지는 것이 아닌 것이다. 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때문에 도시형 농부, 도시형 농 그래서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귀농귀촌 인구가 늘어나는 것을 업 이 주목받게 됨으로써 귀농귀촌이 새롭게 진화하고 있음을 반기면서, 이들이 안정적으로 생활 기반을 닦고, 성공적으로 보여준다. 귀농귀촌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사업 및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귀농귀촌 종합센터(www.returnfarm.com), 통합농업교 성공적인 귀농귀촌을 위해서라면 육정보 서비스(www.agriedu.net) 등 다양한 온오프라인 교육 서점에 놓인 귀농귀촌 관련 책 제목만 보면, 나도 당장 귀농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으니 꼼꼼하게 체크해봐야 한다. 촌을 하면 성공해서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말처 지난 5월 19일에는 농림수산식품부 주최로 귀농귀촌 전문가와 럼 쉽지 않은 것이 귀농귀촌이며, 또한 할 일 없으니 시골 내 성공적인 귀농인의 이야기를 현장에서 직접 들을 수 있는 제1 려가서 농사나 짓지 뭐 하는 식으로 우습게 봤다가는 큰 코 다 회 귀농귀촌 콘서트 가 열리기도 했다.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 칠 경우의 수가 많은 것이 바로 이 귀농귀촌이라 할 수 있다. 그 는 곳이라면 발품을 파는 일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오랫동 래서 가장 중요한 것이 귀농귀촌을 위한 준비단계이다. 안 살아온 터전을 떠나 낯선 곳에서 그것도 농촌에서 또 다른 그동안 귀농학교를 졸업한 사람만도 3천5백 여 명이나 된다고 삶을 시작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성공적인 한다. 그렇다고 이 많은 사람들이 다 정착해서 잘 사느냐 하면 귀농귀촌을 꿈꾼다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기꺼이 수고로운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말 그대로 귀농귀촌은 이상이 아닌 현 삶을 살겠다는 굳건한 마음가짐이 아닐까. 공정한 눈으로 밝은 세상을 만드는 2012 Vol. 326 06 발행일 2012년 6월 1일 통권 326호 발행인 법원행정처장 차한성 편집인 공보관 윤성식 편집총괄 홍보심의관 서동칠 편집기획팀 김관호, 김 훈, 박지은 발행처 법원행정처 공보관실 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219 전화 02)3480-1456 팩스 02)533-5484 E-mail 법원사람들@scourt.go.kr 기획 디자인 인쇄 (주)서울기획케이투 전화 02)512-3296 블로그 http://blog.naver.com/law_zzang, http://blog.daum.net/law_zzang THEME STORY 문화와 삶 03 테마이야기 누리지 않는 자 유죄 04 테마에세이 문화와 삶 테마에세이 06 테마코트 생활을 예술로 바꾸는 사람들 10 테마앙케트 문화생활 얼마나 즐기고 계십니까? 12 테마인터뷰 감동 전하는 문화행복전도사를 꿈꾸다 主 禮 COURT STORY 14 나의 일 나의 삶 Ⅰ 봉사활동의 보람 18 나의 일 나의 삶 Ⅱ 국민가요 소양강 처녀와 오봉산 22 행복에세이 Ⅰ 주례( 主 禮 ) 이야기 나의일나의삶Ⅰ 행복에세이Ⅰ 25 행복에세이 Ⅱ 대한민국에서 아들 둔 엄마로 살아가기 28 행복에세이 Ⅲ 좌충우돌 딴따라 記 30 Book Cafe 책읽어주는부모 34 조사심의관 코너 두 가지 에피소드? 토막 이야기! 38 Court & People 그림이 곧 내 생각이요, 나 자신 슈퍼푸드 단호박 FUNNY STORY 40 건강레시피 단호박 42 트렌드 나도 한번 귀농귀촌 해볼까? 44 세계오지기행 에티오피아의 꽃 아디스아바바 건강레시피 트렌드 48 藝 스러운 사람들 779m 정상을 뼛속까지 즐기다 49 Court News 52 러브메신저 대전지방법원 유계영 실무관이 보내는 편지 53 문화산책 2012 여수세계박람회, 울지마 톤즈 외 54 Quiz Quiz 55 칭찬합시다

T H E M E Story 공정한 눈으로 밝은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 누리지 않는 자 유죄 드라마 작가 노희경은 사랑하지 않는 자는 모두 유죄 라 했다. 사랑만이 아니라 눈앞 에 자연을 두고도 방관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또한 유죄가 아닐는지. 문화생활이라고 해서 거창한 것이 아니다. 집 앞 공원에 가 서 자연 위를 걷고, 꽃과 하늘을 감상하고, 시원한 바람을 느끼는 것. 자연은 한 번도 예술을 동경한 적이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테마에세이 글_ 정윤수 문화평론가 04 문화와 삶 문화예술, 우리 삶의 본질과 연관된 것 흔히 문화예술을 적당한 여가와 취미 정도로 여기곤 한다. 바쁜 일 상 속에서 잠시 틈을 내어 클래식을 감상하는 것, 잡다한 인터넷 정 보에 허덕대다가 오랜만에 정갈한 시집을 펼쳐 읽는 것. 이러한 행 위들의 일상적인 소중함은 틀림없이 있다. 그러나 여기서 멈춰서는 곤란하다. 이를테면 휴가를 생각해보자. 휴가, 그 자체가 목적이고 그것을 어 떻게 알차게 보내느냐가 중요한 요소가 되어야 할 텐데, 산업화의 팽팽한 긴장 속에서 살아온 한국의 관습에서 휴가는 대개 재충전 의시간 으로 작동한다. 이는 인간의 삶을 충전과 방전이 거듭되는 기계로 여기는 것이다. 휴가, 여유, 쉼, 성찰 같은 것은 방전된 배터 리를 충전하는 부수적인 행위로 전락한다. 문화예술을 여가와 휴식 정도로 접근하는 것 역시 그 소중한 가치들을 부수적인 수단으로 여기는 일이 되고, 이는 결국 자신의 삶을 항상 닦고, 조이고, 기름 쳐야 하는 기계로 전락시키는 상황이 되고 만다. 그렇다면 문화예술이 짬이 나면 잠시 가까이 해보는 취미가 아니라 우리 삶의 본질과 연관된 소중한 것임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19세기 말, 프랑스 인상파 미술을 살펴보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인상파 화가들에 대한 단편적인 인상은, 이를테면 밝고 자연 스러운 빛을 찾아 야외로 나간 화가들이며 파리 근교의 아름다운 풍경을 화폭에 담은 화가들이라는 점이 아닐까. 과연 그럴까. 표면 적으로는 그렇게 보이지만, 야외 풍경화를 그럴 듯하게 그렸다는 것 으로 그들이 근대까지 이어져온 서구 미술의 오랜 전통과 관습을 해체하고, 현대의 새로운 시선과 사상을 실천한 예술가라는 평가를 받았다고는 보기 어렵다. 끌로드 모네를 생각해 보자. 파리에서 태어난 모네는 1874년의 전 시회에 출품한 <인상, 해돋이>로 주목을 끌었다. 이 그림을 중심으 로 일련의 젊은 화가들이 모이기 시작하여 인상파가 되었다. 그가 그린 걸작은 파리의 생 라자르 역 시리즈 작품이다. 생 라자르 역은 파리에서 두 번째로 번화한 역으로 1837년 프랑스 왕 루이 필리프 의 아내 마리 아멜리에가 준공하였다고 한다. 처음에는 생제르맹 앙 레로 가는 단선이었다가 1843년에는 3개 노선의 시발역이 되었고, 1900년대에는 노선 수가 3배로 늘어났다. 모네는 밝은 햇빛과 하얀 증기로 인하여 시시각각 풍경이 변하는

법원사람들_2012.06 05 생 라자르 역을 그렸다. 왜 그렸을까. 그것은 바로 철도가 가리키는 것, 곧 현대의 질주하는 속도, 팽팽한 긴장, 새롭게 다가오는 20세 기적 삶의 생생한 증거가 바로 생 라자르 역이었기 때문이다. 진부 하고 관습적인 화풍을 강요해온 프랑스 왕립아카데미 화풍을 떨쳐 내고자 했던 모네에게 생 라자르 역은 단순한 교통 시설이 아니라 현대 문명의 상징이었다. 기차역을 가득 채우는 증기, 뿌옇게 소멸 하였다가 다시 환하게 개는 플랫폼, 자연 채광을 위하여 광대하게 펼쳐져 있는 유리 천장, 그곳을 투과하여 역사 안으로 환하게 스며 드는 햇빛들. 시인 기형도는 빛 속에 드러나는 한때의 영광과 패잔의 흔적을 최 대한의 지각능력으로 읽어내어 화폭 위에 담으려 했던 모네는 눈으 로 빛을 사고하고 색으로 표현한 눈의 인간 이었다 고쓴적있다. 이 표현은 바로 모네가 중세 혹은 근대까지 이어져온 서구의 합리 적 사고나 계몽적 시선, 더 나아가 유럽이라는 우월한 위치에서 세 계를 장악하고 해석할 수 있다는 단일 시점을 벗어나, 세계는 끝없 이 유동하고 쉼 없이 변화하며 단 하나의 시선(강대국의 지배적 위 이며, 피카소의 그림이 서구 강대국의 단일 시점(원근법) 대신 다양 한 시선으로 세상을 다양하고 깊이 있게 표현(인식)하고자 했던 노 력임을 공부해보는 것이다. 물론 이런 공부를 진짜 수험생이 공부하듯이 한다면 하루 이틀 만 에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화예술은 무슨 공식 외우듯이 그 렇게 몰입한다고 다 습득되는 것도 아니다. 오랜 시간을 두고 여유 있게, 이를테면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악령>을 10년 격차를 두고 평 생에 걸쳐 너덧 번씩 읽고 또 읽어본다는 마음으로, 높은 산에 오르 듯이 한걸음씩 내딛어 보는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렇게 걷다 보면, 단순히 여가 생활로 여겼던 문화예술 작품들이 우리에게 오묘 한 정서적 감동, 감각의 경이로운 상태, 신선한 지적인 충격 등을 선물한다는 것이다. 이 정도 되면 도저히 그것을 그만 둘 수가 없는 경지에 이른 것이다. 진부한 여가 생활이 아니라 치명적인 매혹의 정서적 충격과 경이로운 지적인 세계가 펼쳐져 있는 문화예술이라 는 신성한 숲. 그 속에서 한번쯤 길을 잃어보는 것도 결코 나쁘지 않다. 치)으로는 결코 다양하고 다변하는 세계를 헤아릴 수 없다는 당대의 시대정신을 화폭에 담아냈던 것이다. 지적인 세계가 펼쳐져 있는 문화예술 이렇게 문화예술은 우리의 직관력을 드높이고 성찰적인 정서를 길 러주는 한편 세계를 사유하는 성찰의 힘을 단련시켜 준다. 단순한 여가나 취미가 아니라, 인류사의 변화와 지향을 모색해온 예술가의 치열한 가슴과 명민한 창조력을 도움 삼아 지금 우리 시대의 아픔 과 우리 내면의 황폐함을 직시하고 깨우치는 과정이 곧 문화예술을 가까이 하는 일이다. 이를 위하여 우리는, 일종의 한가로운 여가 선용이 아니라, 조금은 힘겹더라도 날마다 배우고 익히면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하는 경지를 지향해야 한다. 슈베르트의 한없이 아득하고 매혹적인 선율 이 사실은 1820년대 왕정복고에 따른 억압적 사회 분위기 속에서 예술가들이 탄식하고 방황하며 정서적 모색을 한 결실임을 깨달아 보는 것이다.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이 서구주의와 슬라브주의가 극 단적으로 대립하던 19세기 중엽의 러시아 영혼의 비밀을 파헤친 것 필자는 1994년 문화비평지 <계간 리뷰> 편집위원 과 2003년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의 논설위원 및 문화스포츠 담당 편집위원을 지냈으며, 2005 년 인문예술 아카데미 풀로엮은집 의 사무국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클래식, 시대를 듣다>, <인공 낙원> 등이 있다.

테마코트 글_ 김경순 기자 사진_ 장현선 포토그래퍼 06 일상을 격조 있게 생활을 예술로 바꾸는 사람들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고양시는 사방으로 한 발 내딛기만 해도 삶을 풍요롭게 하고 가슴 설레게 하는 것들이 다양하게 갖춰져 있는 문화예술도시이다. 일 일이 장소를 다 열거하지 않아도 도시가 하나의 거대한 복합문화 예술 공간이라고 해도 손색없을 정도다. 이러한 환경적 문화적 혜택을 오롯이 누리고 있는 고양지원 사람들은 소소한 즐거움을 만끽하며 몸에 맞는 문화생활을 즐기기에 여념이 없다.

법원사람들_2012.06 07 문화와 예술이 함께 하는 고양지원 최근 고양지원 청사 내에서 봄, 설렘 이라는 테마로 화랑전이 열려 화제다. 단순히 청사 벽면을 미술 작품으로 장식해 놓은 것이 아니라, 한국미술협회 고양시지부와의 협의를 통해 계절별로 테마에 어 울리는 정상급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기로 한 것. 한 마디로 법원 자체가 문화공간인 셈이다. 작가들 은 비용 부담 없이 작품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갖고 또 민원인들은 법원에서 미술작품을 감상하며 잠 시나마 지친 마음을 달랠 수 있는 1석 2조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법원속의화랑 展 은평소법 원의 분위기가 무겁고 딱딱한 것이 마음에 걸렸던 조원철 지원장의 아이디어다. 법원은 소송당사자 들이 이용하는 공간이지만 넓게는 관내 시민들의 공간이고, 보다 넓게는 국민 전체의 공간입니다. 고 양지원에서의 그림 전시가 법원을 밝게 정화( 淨 化 )하고, 또 시민들의 법원 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조 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앞으로도 법원 속 화랑 에서는 단체전 및 개인전을 기 획하고 있고, 화가뿐만 아니라 사진작가, 서예가들에게도 전시공간을 개방할 계획이라고 한다. 남신향 판사와 곽용헌 판사는 복합예술문화센터인 고양아람누리를 추천한다. 문화생활이라고 해봐야 영화관람 정도였던 곽 판사는 아람누리에서 뮤지컬, 콘서트, 전시회 등 말 그대로 다양한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고, 특히 주변에 맛집들이 많다고 전한다. 남 판사는 아람누리에서 서울모테트합창단 공연 을 본 적이 있는데 지휘자의 설명과 지도를 받으면서 직접 노래할 수 있는 연주회라 인상 깊었다고 한 다. 음향시설은 물론, 교통편도 편리하고 무엇보다 고양지원에서 걸어갈 수 있어 더욱 좋다고 한다. 깊이 있는 시선으로 삶을 풍요롭게 같은 것을 보고 얼마만큼 감상할 수 있느냐에 따라 풍요와 빈곤이 나뉜다고 한다. 곧 삶의 풍요는 감 상의 폭이라는 것. 때문에 다른 시선으로 사물을 관찰하고 들여다 볼 수 있는 깊이를 가지기 위해 문 화생활이 필요하다. 조정근 사법보좌관은 디지털 시대에 냉철한 이성 이상으로 정서적으로 뛰는 가슴이 필요한데, 아날 로그의 감성을 자극하는 대표적인 것이 바로 책 이라고 믿는다. 가족들과 파주출판단지를 종종 찾 는 그는 문화적인 쉼터이자 교육적인 면에서 매우 좋은 장소라며 강추한다. 주말에 가볼 만한 곳으로 빠지지 않는 곳이 바로 헤이리예술마을. 작년 초 고양시로 이사 온 서영국 참여관이 첫 번째로 가족 나들이한 곳이기도 하다. 매달 문화 스케줄을 작성할 만큼 문화생활에 열성적인 그는 헤이리예술마 을이 가족나들이하기에 안성맞춤이라고 말한다. 올 4월 결혼한 새내기 부부 강영목, 이초아 실무관에게 일산호수공원은 남다른 추억 장소다. 호수공 원 잔디밭에서 즐기는 점심식사는 마냥 즐거운 시간이라고. 무엇보다 호수가 있고, 나무가 있고, 너른 잔디밭이 있는 이곳에서 분위기 있게 데이트를 즐기며 사랑을 키웠으리라. 정경민 주임에게 아픈 기 억(?)을 선사했던 중남미문화원 은 우리에게 조금 낯설고 접하기 힘든 마야, 아즈텍, 잉카문화 등 중남미문화를 보고,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그녀는 조각공원에서는 조각품도 감상하고 사색을 즐길 수 있어 부족함이 없는 문화공간이라고 적극 추천한다.

08 문화와 예술을 즐기는 6 人 6 色 팍팍한 삶에 한 줄기 빛이 되어 주는 것 중에 하나가 문화생활을 즐기는 것 일 게다. 그리고 다행 히도 이 세상은 그러한 빛이 되어 주는 문화생활이 참으로 다양하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알차게 문화생활을 즐기는 6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남신향 곽용헌 판사 남신향 판사는 공연전시 다이어리를 쓰 는 것을 추천한다. 보고 싶은 공연이나 전시회를 놓치지 않아서 좋고, 감상평을 정리해 두면 감정의 여운을 두고두고 느 낄 수 있어 좋다고. 그녀에게 문화생활이 란 비타민 이다. 지친 마음의 피로를 풀 어주기 때문이다. 곽용헌 판사에게 문화 생활은 삶의 활력소 다. 기분전환을 하 고 싶을 때마다 문화생활을 즐기면서 아름답거나 재미있는 것 을 보면기분 도 좋아지고, 일도 더 잘 되는 것 같다고. 조원철 지원장 법원 속 화랑을 계획한 것이 계기가 되 어 시간 여유가 있을 때면 미술관, 전시 회를 찾는다는 조원철 지원장. 최근에 는 생전 처음 그림 한 점을 구입했다고 한다. 성남지원에 근무했을 때는 광주, 이천, 여주 일대에 있는 도자기를 보러 다녔던 그에게 문화생활이란 삶의 향 기 다. 마음에 여유가 있을 때, 마음에 서 우러나오는 대로 하고 싶은 것을 하 면서 나 자신을 표현하는 가운데 나만 의 향기가 나기 때문 이라고 말한다. 조정근 사법보좌관 문화생활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자라는 게 조정근 보좌관의 얘기. 가 깝고 쉽게 그리고 마음이 원하는 것을 즐긴다면, 바로 그게 알찬 문화생활이 라는 것이다. 그의 경우도 손이 닿는 곳에 책을 두고 읽고, 틈만 나면 테니 스장으로 달려 가곤 한다. 그에게 문화 생활이란 자기의 재발견 이다. 문화 를 즐기면서 미처 파악하지 못한 자신 의 모습을 보게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 이라고 말한다.

법원사람들_2012.06 09 서영국 참여관 서영국 참여관은 고양시로 이사 온 뒤 소식지를 정기 구독하면서 매달 문화 스케줄을 계획하고 작성한다. 계획만 으로도 이미 문화생활의 반은 했다고 보는 그에게 문화생활이란 로맨틱하 게도 데이트 다. 아직 아이들이 어려 부부만의 문화생활을 하기가 쉽지 않 은데,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고 난 후 늦은 밤 아내와 오붓하게 바깥나들이 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초 등학교 저학년생 아이를 둔 부모들은 절대 공감할 거라고. 정경민 주임 꼭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만 좋은 문화생활이 아니라는 게 정경민 주임 의 지론이다. 전국의 유명한 곳을 찾 아 보는 것도 좋지만, 주변을 둘러보 면 소박하게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의외로 많다고 말한다. 눈을 크게 뜨고 잘 찾아보라는 조언까지 아 끼지 않는 그녀에게 문화생활이란 103배 절 수련 과도 같다. 그 이유는 더 행복한 삶의 원동력이 되고, 더불 어 몸과 마음의 건강까지 찾아주기 때 문이라고 말한다. 이초아 강영목 실무관 새내기 부부답게 아기자기하게 문화생 활을 즐기는 두 사람은 고양시청 홈페이 지를 자주 방문해 공연일정을 체크한다. 특히 고양아람누리를 자주 이용하는 편 인데, 이곳에 회원가입을 해 두면 할인 혜택이 있어 그 재미가 쏠쏠하다고 귀띔 해 준다. 두 사람에게 문화생활이란 충 전소 다. 두말하면 잔소리지만 문화생 활을 통해 자신을 돌아볼 수 있고, 지친 몸과 마음을 충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테마 앙케트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10 문화생활 얼마나 즐기고 계십니까?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다 는 건 큰 행복입니다. 복합문화예술 공간인 고양아람누리를 비롯해 일산 호수공원 인근에 자리하고 있어 문 화적인 혜택을 다양하게 받고 있는 고양지원 직원들의 문화생활 스타일 을 알아봅니다. 문화생활 을 테마로 진행된 6월호 앙케트에는 115명의 고양지원 직원들이 참여했습니다. 그 결과를 보면, 문화생활을 즐기는 횟수 를 묻는 질문에 한 달에 한 번 이라고 답한 직원이 45명(39%)으로 가장 많았고, 한 달에 두세 번 이라고 답한 직원이 43명(37%)으로 그 뒤를 이 어 고양지원 직원들의 상당수(응답자 중 76%)가 정기적으로 문화생활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문화생활을 거의 하지 않는다 는 직원도 18명(16%)으로 그 뒤를 이었습 니다. 한 달 문화생활비로 지출하는 액수 를 묻는 질문에 42명(37%)이 5~10만 원 미만 이라 고 답했으며, 그 뒤를 이어 3~5만 원 미만 (23%), 1~3만 원 미만 (15%), 1만 원 미만 (12%) 순 으로 나타났습니다. 문화생활을 즐기는 이유 로는 47명이 여유 있는 삶을 즐기기 위해서 (41%), 38명이 가족 나 들이 겸 자녀교육 목적 (33%)이라고 답했으며, 문화생활 만족도 를 묻는 질문에 30~50점 미 만 (35%)이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50~70점 미만 (28%), 1~30점 미만 (26%) 순으로 나타나 문화생활 만족도는 비교적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Q1. 문화생활을 즐기는 횟수는 어느 정도입니까? 16% (18명) Q2. 한 달 문화생활비로 지출하는 액수는 어느 정도입니까? 10% (12명) 3% (3명) 12% (14명) 1%(1명) 7% (8명) 39% (45명) 15% (17명) 37% (43명) 한달에한번 한달에두세번 일주일에 한 번 일주일에 여러 번 거의 하지 않는다. 37% (42명) 1만 원 미만 1~3만 원 미만 3~5만 원 미만 5~10만 원 미만 10만 원 이상 기타 23% (27명)

법원사람들_2012.06 11 Q3. 당신이 문화생활을 즐기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13% (15명) Q5. 가장 기억에 남는 문화생활은? 1 작품(공연, 전시, 뮤지컬, 체험 등) 2이유 5% (6명) 33% (38명) 41% (47명) 1 뮤지컬 관람 2 역동적이고 생생한 현장감 1 꽃박람회 관람 2 가깝고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1 수목원 관람 2 공기 좋고, 밤에 조명설치가 멋있었다. 8% (9명) 여유 있는 삶을 즐기기 위해서 자기계발 및 소양을 쌓을 목적으로 가족 나들이 겸 자녀교육 목적으로 연인(배우자)과 데이트를 즐기기 위해서 특별히 다른 할 일이 없기 때문에 1 1 양평농촌체험 2 아이들과 함께 시골생활 체험 1 조수미 콘서트 2 평소 좋아하는 성악가의 공연 운동 2 스트레스 해소 1 뮤지컬 2 종합공연예술의 미학 1 클래식 공연 2 영혼을 울리는 감동 1 노트르담 드 파리 2 남자 배우들의 수준 높은 노래실력과 박진감 있는 안무 Q4. 현재 당신의 문화생활 만족도는 몇 점입니까? 28% (32명) 8% (9명) 3% (3명) 26% (30명) Q6. 법원 가족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문화생활 장소는? 1 장소(전국 어디든) 2이유 1 정선 레일바이크 2 경치가 좋다. 1 고양 아람누리 2 쾌적한 공연관람 가능 1~30점 미만 30~50점 미만 50~70점 미만 70~90점 미만 90~100점 35% (41명) 2 1 방산 계곡캠핑 2 여름휴가로 좋은 장소 1 장흥 아트파크 2 가까운 곳에서 문화생활 만끽 1 상암 하늘공원 2 캠핑하기 좋은 장소 1 영화관 2 여름에 시원한 문화생활 영위 1 서울시내미술관 2 다양한 장르의 전시 1 워터파크 2 시원한 물놀이 1 2012 여수세계박람회 가족, 연인과뜻깊은체험

테마인터뷰 글_ 김성주 기자 사진_ 장현선 포토그래퍼 12 감동 전하는 문화행복전도사를 꿈꾸다 문화예술기획자 김순국 감동적인 공연으로 대중에게 문화의 가치를 일깨우기 위해 20여 년 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땀방울을 흘려 온 이가 있다. 기획, 컨설턴트, 조연출, 프로듀서 등 다양한 역할로 공연계에서 실력 있는 문화예술기획자로 자리 잡은 김순국 씨 이야기다. 공연기획은 좋은 인력을 키우는 일 흔히 문화예술공연에서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들이 정해져 있다. 무대 위에서 관객에게 직접 감동을 전해주는 연기자나 공 연자 그리고 전체 무대를 지휘하는 연출가나 작가 정도다. 하지 만 하나의 공연이 만들어지기까지는 그 외에도 많은 사람의 열 정이 필요하다. 각종 기술 스태프들은 물론이요, 공연을 기획하 고, 마케팅하고, 현장을 조율하는 여러 사람의 노력이 합쳐져야 비로소 하나의 온전한 공연이 준비되는 셈이다. 그래서 혹자는 말한다. 공연예술의 진짜 드라마는 공연이 펼쳐지는 무대 위가 아니라 무대를 준비하는 현장에서 펼쳐진다고. 지난 23년 동안 문화공연예술의 다양한 분야에서 그 현장들을 체험해 온 김순국 씨는 그 드라마를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하는 이라 할 수 있다. 바쁜 와중에도 지난해 12월, <김PD의 공연기 획>이라는 책을 세상에 내놓게 된 것도 바로 그 애정에서 비롯 된 일이다. 이쪽 일을 하다 보면 가장 절실하게 깨닫게 되는 게 바로 사 람 이 중요하다는 거예요. 공연기획은 전문 지식과 경험과 종합 사고를 필요로 하는 사업 분야이거든요. 기술이나 자본도 중요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게 바로 좋은 인력을 키우는 일이라 는 거죠. 제가 오랫동안 현장에서 겪은 경험들을 통해 한 사람이 라도 더 문화예술기획에 관심을 두게 되고, 또 그 일을 하는데 실질적인 측면에서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법원사람들_2012.06 13 각종 극단 및 예술단, 협회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해 왔던 그 는 지난 3월부터 경기도립극단에서 기획실장 일을 하고 있다. 지역 시민에게 감동을 전할 수 있는 공연을 기획하고, 경기도 문 화예술의 발전을 위해 궂은일을 마다치 않는 자리다. 사실 국내 지자체마다 각종 문화시설이 많잖아요. 하지만 대부 분의 시설이 각 지역 특유의 색깔이나 역사, 문화 등을 아우르고 있지는 못한 상태죠. 제가 고민해야 할 부분은 단순히 어떤 공연 을 기획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문화로 어떻게 주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느냐는 거예요. 꿈 많은 할리우드키드에서 능력 있는 문화예술기획 자로 지금이야 문화예술, 그중에서도 공연예술계에서 잔뼈가 굵은 현장파 프로듀서로 자리 잡은 그이지만, 원래 그는 영화의 매력 에 사로잡혀 있던 전형적인 할리우드키드 였다. 영화가 주는 감동에 사로잡힌 까닭에 그 자신도 그 감동을 자아내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서울예대에 진학해서 졸업 후에는 영화판에 뛰어 들리라 각오를 다지고 있던 시절, 우연한 기회에 공연계에 발을 디디게 된다. 선배이기도 한 연출가 이윤택 선생의 제의가 있었어요. 잘 맞 을 것 같다고, 해보지 않겠냐고. 그 후 4년을 연희단거리패에서 이윤택 선생과 함께 일했죠. 그러면서 공연의 매력에 눈을 뜨게 된 것 같아요. 예술 기획의 일에도 매력을 느꼈고요. 1990년대 연극계에서 가장 큰 이슈를 불러일으켰던 작품 중 하 나인 <문제적 인간, 연산>에서 조연출을 담당했던 그는 그 뒤로 도 연희단거리패의 많은 작품과 함께했다. 이후 97세계연극제, 과천공연예술제 등에서 기획 및 프로듀싱을 담당했고, 2006년 에는 국립극장의 기획위원이자 국립극단의 책임프로듀서로 일 했었다. 문화, 예술을 사랑하는 진실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어야 좋은 기획을 할 수 있어요. 사실 한국 사회에서 공연예술 분야에 종사 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때로는 수입이 전혀 보 장되지 않는 경우도 많죠. 하지만 그럼에도 공연예술을 사랑하 는 진실한 마음이 있기에 모두 최선의 노력을 다 하는 거 아닐까 요? 그 자신도 마찬가지다. 그러기에, 바쁜 와중에도 사이버대학에 서 공부하며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땄고, 소년소녀가장들을 초 청해 공연을 보여주는 일도 오랫동안 해 왔다. 그 외에도 경영이 나 마케팅에 대한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고, 조만간 공연기획에 이어 극장경영에 대한 책을 내기 위해 준비 중이기도 하다. 언젠가는 국립극장장이 되고 싶거든요.(웃음) 농담이고요. 될 수 있다면 물론 좋지만, 제 궁극적인 목표는 아니에요. 그저 지 금까지 그래 왔듯이 제 일에 최선을 다해서 사람들에게 좋은 공 연을 보여주고,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해 주는 것, 그것이 진짜 제 꿈이고 목표죠. 문화예술이 선사하는 좋은 에너지를 더 많은 사 람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나의 일 나의 삶Ⅰ 글_ 최미정 순천지원 대리 14 지난 연말, 12월이 다가오고 있었다. 미정씨, 이번 성신원 봉사활동에서 동화구연을 맡아주면 어떻겠습니까? 총무과 서무계의 전화였다. 고아원에 가서 청소하고 아이들 빨래 정도 를 하고 오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동화구연이라니? 말썽꾸 러기 아이들을 키우느라 평소에 목이 많이 잠겨 있어서 예쁜 목소리가 나올까 걱정이 앞서기는 했어도 아이들 앞에서 동화 구연을 할 상상을 하니 재미있을 것 같아, 해 보겠습니다 라 고 대답하고 말았다. 주사위는 던져졌으니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 그날 분위기에 어울릴 만한 동화를 골라야 하는데 어떤 이야기 가 좋을까?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가 공감할 수 있고, 웃을 수 있는 이야기가 좋을 것 같다는 점에 의견이 모아졌다. 배고픈 호랑이한테 잡힌 토끼가 기지를 발휘하여 호랑이를 골탕 먹이 고 위기를 모면하는 전래동화를 구연하기로 결정을 보았다. 호랑이 탈을 쓸까? 루돌프 머리띠를 두를까? 기왕에 하는 것이 니 재미있게 해 보자는 생각으로 의상까지 구상해 가며 파트너 인 강경미 계장님과 의기투합하여 함께 전문가의 지도를 받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얼마 후에 강 계장님이 병원에 입원하는

법원사람들_2012.06 15 일이 생겨 봉사활동 2주일을 앞두고 동화구연의 파트너가 강 계장님에서 오현석 실무관님으로 바뀌었다. 우리 순천지원의 봉사활동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되는 동화구 연이 성공리에 마무리되도록 토끼 목소리, 호랑이 목소리에 감 정을 넣고 표정을 바꿔가며 맹연습에 들어갔다. 일과 시간 후 에는 집에 가서 우리 아이들을 대상으로 연습했고, 반복하여 연습하다 보니 여섯 살인 막내가 이야기를 모두 외워서 다음 부분을 먼저 구연할 정도였다. 소품으로 밤송이가 필요하여 고 민하고 있었는데 셋째가 엄마, 밤송이는 만들면 되지요 라고 걱정을 해결해 주었다. 이쑤시개 30개를 반으로 잘라 뾰족한 부분에 색색의 물감을 묻힌 다음, 물감이 묻지 않은 쪽을 동그 란 모양의 스티로폼에 꽂으니 정말 예쁜 밤송이가 되었다. 아 이들이 쓰던 대나무 피리도 챙겨 두었다. 순천지원에는 법관과 직원들로 구성된 사랑나눔회 라는 봉사 모임이 있다. 명절, 크리스마스 등이 되면 불우한 가정에 쌀과 생필품 배달을 하기도 하고, 독거노인 가정에 연탄배달을 하기 도 하고, 사회시설 등에 가서 청소를 하기도 한다. 마음은 늘 있 었지만 한 번도 참여를 못하고 있었던 차에 크리스마스이브에 하는 이번 봉사활동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고아원이라면 내가 꼭 가야 한다는 왠지 모를 강한 끌림을 느 꼈다. 크리스마스이브라면 우리 아이들과 함께 보내야 하는 데. 봉사도 기회가 있을 때 하는 것, 지금이 아니면 늦겠다 는 생각으로 우리 아이들에게는 양해를 구하였다. 고아원에 가 서 청소하고, 빨래만 하고 돌아와도 보람될 것 같은데 동화구 연까지 준비해서 가니 꽤 괜찮은 선물을 가지고 간다는 생각에 어깨가 으쓱해지기까지 했다. 고교 시절에 친구 자취방이 성신원 근처이어서 자주 그 앞을 지나곤 했었다. 고아원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던 참에 어 느 날 친구가 성신원 에 한번 가보고 싶다고 해서 들어갔다가 적막한 정원만 산책하고 돌아 나왔던 기억이 아련하다. 그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 세월의 흐름을 말해 주는 듯 새로운 건물들이 세워져 예전 정원의 맛이 줄어든 성신원 에 들어섰 다. 최수환 지원장님을 비롯한 봉사단원들이 산타 복장과 사 랑나눔회 조끼를 나눠 입고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 내고 있을 때에도 오 실무관님과 나는 동화연습에 여념이 없었 다. 고아원에 왔으니까 아이들의 손도 잡아 보고 이름도 불러 보며 함께 만든 음식을 나누어 먹고 싶은 마음 간절했지만, 더 큰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 우리는 그 자리에 있을 수가 없었 다. 내 마음은 시험을 앞둔 수험생의 초조함으로 가득했다. 유 난히도 추위를 타는 내가 난로도 없는 곳에서 덜덜 떨면서 연 습했지만,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갔다. 드디어 우리 차례가 다가와 동화구연이 시작되었다. 예상했던 대로 그 많은 아이들과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의 얼굴에 꽂혔 다. 바로 앞에 앉아 눈을 크게 뜨고 이야기를 듣는 아이와 눈을 마주치며 연습했던 만큼만 하자 는 생각으로 연극에 몰입하 였다. 오현석 실무관님도 기대 이상으로 실력발휘를 해 주셨 다. 아이들이 즐거워했고 주위에서는 잘했다는 말씀들을 해 주 셔서 잘 끝났구나 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동화구연을 마치고 나니 비로소 주위의 아이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추운 날씨에도 네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뜰 에 나와 노닐고 있었고, 큰 아이들이 무리 지어 다니는 모습이 친형제들처럼 보였다. 현재 살고 있는 곳이 고아원일 뿐 여느

16 아이들과 다를 바 없는 다 같은 아이들이었다. 봉사를 간 우리 사랑나눔회 회원들을 위해 그곳 아이들이 준비한 벨리댄스 는 가히 일품이었다. 전남시설아동 종합예술제에서 우승한 실 력이라고 했다. 순천지원의 사랑나눔회 봉사활동에는 광주 KBS TV 방송국 의 행복 실은 달구지팀 도 합류하여 케이크용 스펀지 빵 만들 기 체험, 짤주머니를 이용한 생크림장식 케이크 만들기 체험, 마술쇼 등의 이벤트를 아이들에게 선보여 우리의 봉사활동에 다채로움을 더해주었다. 뭐라고 해도 아이들에게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산타할아버지 의 선물을 받는 시간이었다. 여기저기서 아이들의 함성이 울렸 다. 총무과에서는 미리 성신원 측과 연락하여 아이들이 원하 는 선물을 파악해 두었는데, 최수환 지원장님께서 아이들 한 명 한 명 이름을 불러가며 선물을 전달하셨다. 갖고 싶었던 선 물을 끌어안고 좋아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어른들 이 더 행복해하였다. 금강산도 식후경, 모두 함께 준비한 그날의 점심은 아주 특별했 다. 100인 분량의 떡을 한꺼번에 투하하고 2분 안에 접시에 담 아내는 자칭 자취경력 20년 베테랑인 정기운 형사과장님만의 비법으로 만든 떡볶이는 냄비 바닥을 긁을 정도로 맛있었고, 꿀 맛 같은 자장면, 케이크, 쿠키, 찰보리빵 등 그곳에 있는 아이들 과 어른들 모두가 푸짐하게 먹고 즐기는 축제의 시간이 되었다. 그로부터 보름 후, 사랑나눔회 에서 연탄배달을 간다는 공지 사항을 전해왔다. 동화구연처럼 연습이 필요한 것도 아닐 것이 고 남들 앞에 나가 말하는 것도 아닐 것이어서 이번에도 선뜻 참여하였다. 우리가 찾아간 곳은 순천의 구도심에 위치한 오래된 주택가였 다. 할머니 혼자 사시는 두 집에 연탄을 배달하였는데 추운 날 씨 탓인지 골목은 더 그늘지고 쓸쓸해 보였다. 큰길에서 50여 미터 거리를 1m 간격으로 줄을 지어 연탄을 받아 다음 사람에 게 전달하는 방법으로 배달이 시작되었다. 연탄에 대한 추억과 경험이 많으신 과장님들께서 창고에 차곡차곡 연탄을 쌓아 올 리고 우리는 옮기는 작업을 맡았다. 연탄배달을 처음 해 본 나 는 덩치 큰 남자들이 서너 번 오갈 때 여자들은 두세 번 오가면 될 거라 생각을 했는데 그건 오산이었다. 여자라고 해서 예외가 있을 수 없었다. 나보다도 몸집도 작고 연약한 정현설 판사님도 힘든 내색하지 않고 똑같이 동참하셨다. 사랑이 갑니다!, 군 고구마! 등의 구호로 한 장의 연탄을 상징화하여 주고받기를 계속하는 손 위에서 연탄 1,000장이 옮겨지고 있었다. 춥고 다 리도 아프고 잠시 앉아 쉬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사랑을 전 달한다는 뜨거운 가슴을 가진 모두의 얼굴에서는 힘든 기색은 없었다.

법원사람들_2012.06 17 다시 한 달 후, 우리의 봉사 활동하였던 모습들이 KBS 광주방 송의 열린 마당 이라는 아침 생방송 TV 프로그램에서 소개될 것이라고 한다. 서무계장님은 동화구연을 한 나도 방송에 출연 해야 된다고 하신다. 생방송 전날 오후 4시, 큐시트를 받아 보았다. 이건 아닌데? 잠시 후 지원장님실에서 내일 생방송을 위한 짧은 미팅이 있었 다. 지원장님께서는 나를 보시자마자 미정씨는왜대사가하 나도 없어요? 라고 물어보셨다. 글쎄요, 원장님, 같이 준비하 고 함께 공연했는데 마치 혼자서 한 것처럼 방송이 나간다면 그것은 어색할 것 같습니다. 미정 씨, 방송이라는 것은 전적으로 PD의 오더에 따라 움직 이는 겁니다. 대사가 한 마디도 없다면 출연하는 게 의미가 없을 듯싶어 다 음 날 새벽 5시의 집결 장소에 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심하며 잠을 설쳤지만 일단 가기로 하였다. 방송국에 도착해서 분장실 에 있는데 작가 선생님이 내 옆으로 오더니 동화구연자 맞으 시죠? 못 오신다는 말을 듣고 원고에서 뺐는데 바로 수정해 드 릴게요. 준비하세요 잽싸게 말하고 휙 가버린다. 준비한 것도 없는데 무얼 준비하라는 말인가? 생방송은 성신원 의 봉사활 동과 연탄배달 등의 활동을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이며 출연 자들과 그때의 즐거움을 되살려 보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진행 자의 요청에 따라 봉사활동 가서 했던 그대로 동물 분장을 하 고 오 실무관님과 함께 동화구연의 실력을 생방송에서 재연해 보는 기회를 가졌다. 봉사라는 것은 꼭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성신원 에갔을 때 실감했다. 아이들과 함께 트리를 만들고 풍선을 불며 놀아 주고, 빵을 잘 만드는 분은 빵을 만들고, 마술을 잘하는 분은 마술을 보여주고, 음식을 잘하는 분은 맛있는 점심을 준비해 준 것처럼 자신이 가진 재능을 즐겁고 재미있게 함께 나누는 것이 봉사 라는 것을 느꼈다.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하듯 그곳의 아이들에게 동화 구연을 해주었다. 아니, 나의 정성을 다하여 동화책 한 권을 몸과 마 음으로 읽어 주었다. 봉사하는 사람은 장수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그렇게 종일 봉사하는 우리 모두의 얼굴에서는 웃음 꽃이 떠나지 않았으니 건강해질 수밖에 없으리라. 다녀온 내 가 얻은 것이 더 많은 봉사, 순천지원 사랑나눔회 의다음봉 사활동 메뉴는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나의 일 나의 삶Ⅱ 글_ 오은주 서울중앙지방법원 실무관 18 대망의 2012년 새해의 시작과 함께 나에게 설렘 을 준 무언가가 있었으니, 그 것은 단연 중앙지법 산악회의 신년 산행 일정이었다. 매 연초에 분기마다 마련 된 여러 후보 산들의 지역구와 특징을 하나씩 확인해보면서 탁상달력의 해당 일자에 동그라미를 그려보는 깨알 같은 재미는 이제 나의 소박한 기쁨 중 하나 가 되었다. 그렇게 기다리던 올해의 첫 번째 산이 시산제 장소로 낙점된 오봉산이었으니, 나는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싶은 마음에 어린아이처럼 신이 났다. 내가 산악 회 회원이 된 2년 남짓의 짧은 역사로 보았을 때, 지금까지의 산을 감히 일명 동 틀 무렵에 새벽같이 출발하여 해지고 한참 후에 돌아왔던 꽉 찬 하루의 당일치 기 산으로 분류한다면, 이번 산은 서울 도심을 살짝 벗어난 그곳, 춘천에 있는 다섯 개의 봉우리 가운데서 산정( 山 頂 )이 고작(?) 779m 정도인 제법 쉬운 이미 지의 산으로 남게 된다.

법원사람들_2012.06 19 이런 착각에 가까운 넘겨짚음 하나만으로 배낭은 금세 가벼워졌고, 짐을 꾸 리던 내 마음은 오직 산행 후 유람! 소양강 댐에서 뱃놀이를 즐기기에 바빴다. 심지어 간밤에 나 홀로 해에~저어문~~소오양 가앙에~ 로 곡절이 이어지는 국민가요 소양강 처녀 를 꺼이꺼이 구성지게 불러보다가 혹시 버스에서 노 래라도 시키면 빼지 말고 이걸로 할 거야 라며 배가 삼천포로 빠지는 상상까 지 해봤다. 물론 나뿐만 아니라 이날 함께한 법원 가족 여러분들도 즐거운 마 음으로 주말의 귀한 시간을 내어 이번 산행에 참여하셨을 것이다. 룰루랄라~ 그렇게 강산( 江 山 )에 다녀오는 기분으로 출발한 3대의 버스가 서울을 벗어나면서부터 갑자기. 웬걸? 성긴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더니 도로 갓길과 저 멀리 바라보이는 강원도 초입의 풍경에는 이미 흰 눈이 뒤덮 여 있었다. 잠시 들른 휴게소에서 삼삼오오 모여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던 일행들과 나는 어느새 봄날의 낯선 눈을 대하는 신기함만으로는 오늘 산행이 조금 버거워질 수 있겠다는 불편한 진실을 느꼈다. 그나마 준비물이었던 장 갑, 아이젠과 바람막이를 간과하지 않고 챙긴 것이 다행스러웠다. 五 峯 山 또한, 일행 중에는 보온병의 따뜻한 물과 컵라면을 센스 있게 챙겨 오신 분도 계셨다. 아! 그 온기를 생각하니 다시 기쁜 마음에 불끈 힘이 솟았다. 지난 12 월 중앙지법 태백산 송년 산행을 다녀오신 분들이라면 엄동설한의 눈 산에서 맛보는 라면 국물 맛이 생각만 해도 침이 꼴깍 넘어갈 만큼 기막히다는 것을 아실 테지. 설령 연말의 다채로운 행사 때문에 그 기회를 놓치신 분들이라 하 더라도 이번 설산 등반은 그날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덤 으로 주어진 선 물이라고 여기셔도 될 것 같다. 그럼 여기서 잠깐 오늘 오를 산에 대한 개략적인 소개의 말씀을 드리려 한다. 강원 춘천시 북산면과 화천군 간동면 사이 소양강댐 옆에 있는 이 산은 비로 봉, 보현봉, 문수봉, 관음봉, 나한봉의 다섯 개의 봉우리가 있다 하여 오봉 산 이다. 배후령에서 올라오면 오르게 되는 첫 번째 봉우리가 1봉, 평탄한 바 위의 암릉이 있는 멋진 전망대가 2봉, 첫 번째 쇠줄이 걸린 봉우리가 3봉, 2번 째 쇠줄이 걸린 암봉이 4봉, 그다음 정상이 오봉이다.

20 기차와 배를 타고 떠나는 철도 산행지이자 산과 호수를 동시에 즐길 수 있 는 호반산행지로도 잘 알려진 참으로 멋진 산에 우리를 실은 버스가 멈춰 선 시간은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때였다. 해발 700m가 넘는 배후령에서 귀가 먹먹할 정도의 고도를 느끼며 가벼운 체조로 몸을 풀고 나서 아이젠 과 등산화를 고쳐 맨 뒤에 일행 모두는 본격적인 입산을 감행했다. 발아래 한껏 쌓인 흰 눈을 힘주어 밟으며 내딛는 우리의 걸음걸음은 가녀린 가지 에 한가득 눈을 얹고 낑낑대는 길옆의 소나무만큼 무거웠다. 간간이 불어 오는 바람은 장난처럼 나무 위의 눈을 흩뿌려댔고, 이따금 등을 돌려 멈춰 선 순간 아득한 곳에서는 또 다른 바람의 음성이 쇳소리처럼, 때론 아직 물 러나지 않은 겨울의 마지막 몸부림처럼 고독하게 들려왔다. 昭 陽 江 그렇게 얼마쯤 올라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마른 가지 사이로 바라본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마치 연륜이 묻어나는 화가 가 인고의 세월을 이겨내고 그려낸 한 폭의 수묵화 같다고나 할까? 그는 산 능선을 향해 거침없는 필치를 발휘하기보다는 정성껏 한 굽이 한 굽이 종 이에 베어내는 섬세한 그림을 그리는 듯했다. 자연이 지어낸 아름다움에 동양의 여백의 미 와 절제 를 담은 이 수묵화를 내 나름 오봉제설도 라 고 명명해보는 것으로 고단함을 달래다 보니 어느새 시산제를 올릴 장소에 도착했다. 이날의 행사는 알뜰하게 마련된 공간에서 경건하게 잔을 올린 뒤 산신께 절을 하고 축문을 낭독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헌작 후에 철상을 하고 이른 점심이 된 제사 음식과 막걸리를 나누어 마시며 내 마음속으로도 중앙지방 법원 산악회의 무사산행과 사법부의 희망찬 한 해를 간절히 염원해보았다. 현 위치가 어디쯤인지 이정표를 살피다가 틈틈이 사진도 찍고, 담소를 나 누면서 도착한 오봉산의 정상(779m). 그 높이에 비하자면 결코 녹록치 않 았지만 이제부터는 발걸음과 마음가짐을 가볍게 해야겠다. 아기자기한 매력을 갖춘 결코 심심하지 않은 산이라고 기억할 테니 앞으로는 편안한 하산 길을 내어주면 좋겠다 라고 소망하던 찰라. 너무나도 소중한 가느다란 로프(두근두근 무서워서 차마 제대로 확인해본 바는 없지만, 그 옆은 낭떠러지)가 나타났다. 이곳을 지나려고 동아줄을 잡

법원사람들_2012.06 21 듯이 휘청휘청 내려와 잠시 한숨을 돌리다가 얼마쯤 더 내려가다 보니 의 문의 정체구간이 나타났다. 산 중에 때 아닌 병목현상의 원인은 잠시 후 등 거리에 철심을 알알이 박고 우리를 기다리던 또 다른 암릉 구간의 등장으 로 밝혀졌다. 폭과 높이가 좁아 장정들도 고개를 숙이고 몸을 낮춰야 겨우 지날 수 있는 공간은 아슬아슬한 경사면으로 이어졌다. 후아~ 이제 큰 고비는 넘겼다 며 다시 한 번 숨을 고르고 적멸보궁 터를 지나 내려오다 보니 가까운 곳에서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앉 아서 아직은 차가운 맑은 물에 손을 첨벙해보는 장난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햇볕에 슬러시처럼 녹은 눈을 조심스럽게 피해 내려오다 보니 어느새 청평 사에 도착했다. 이 절은 천 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진 고찰로 청평사 회전문과 중국 원( 元 ) 순제의 공주와 상사뱀의 전설이 얽힌 삼층석탑을 둘러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15분 남짓 휴식 후, 우리 일행은 구성폭포를 지나 선착장에서 소 양강 유람선에 몸을 실었다.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은 맑은 햇살에 반짝반 짝 별이 뜬 듯 일렁거렸고, 각자 마음속으로 충만한 감성의 노래를 불러보 는 듯 사람들의 표정은 온화하게 미소 짓는 것만 같았다. 도시 생활에 알게 모르게 지쳐있던 심신이 정화되는 기분을 느끼며 소양강댐 선착장에 내렸 을 때는 평화로워 보이던 풍경과 달리 거의 태풍 수준의 강바람이 불어댔 다. 그 거친 강풍을 온몸으로 맞으며 전망 좋은 곳에서 한눈에 들어오는 소 양강을 굽어보다가 개인별로 자유롭게 마지막 기념사진을 찍는 것을 끝으 로 오늘의 회식 장소로 이동했다. 춘천의 명물! 지글지글 숯불 닭갈비가 익어가는 동안에 모두가 무사히 올 해의 첫 산행을 마친 것을 기념하는 뜨거운 건배를 했다. 화기애애한 시간 을 보내고 해거미가 깔릴 무렵, 하룻밤의 꿈같았던 짧은 일정의 아쉬움을 뒤로한 채 우리 모두는 다시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후기를 작성하는 지금. 시간이 많이 지났음에도 기억 속에 각 인된 이날의 추억 몇 장을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 한편이 훈훈해지는 듯하 다. 바쁜 일상의 업무를 핑계로 곁에 있는 사람들과 못다 한 이야기도 나누 고,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재발견의 시간을 마련해준 중앙지방법원 산악 회! 우리들의 다음 행보를 기다리며 부족한 글을 마치려 한다.

행복에세이 Ⅰ 글_ 김수학 대구고등법원 법원장 22 主 禮 법정과 예식장 예식장을 둘러볼 때는 항상 법정의 모습을 연상합니다. 법정 과 예식장은 닮은꼴입니다. 재판장의 자리에 주례가 서고 바 로 앞에 신랑 신부가 당사자처럼 주례를 향해 섭니다. 신랑 주례입문 지난 4월 꽃샘추위도 잠시 머뭇거리던 화창한 주말에 결혼 식 주례를 섰습니다. 이런저런 인연으로 지인들의 요청을 거 절하지 못하고 승낙하다 보니 주례를 선 것이 벌써 열 손가 락으로 헤아릴 정도가 되었습니다. 지원장으로 근무할 당시 같은 직원끼리의 결혼을 축하해 주기 위하여 첫 주례의 테 이프를 끊었는데, 그때가 마흔이 갓 넘은 나이였으니 가히 약관의 경력이라 할 만합니다. 과거 사무실에서 이혼부부의 이혼의사 확인을 한 것이 이혼 주례를 선 것이라면, 이제는 젊은이들의 출발을 축복해주기 위한 결혼주례를 서는 것도 보람 있는 일이라 생각이 되어 법원장으로 근무한 최근 몇 년 동안 간간이 주례를 서 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생을 함께할 젊은 부부의 중대사를 앞두 고 주례를 한다는 것은 항상 부담스럽게 느껴지고, 젊은이들 에게 주례사를 들려줄 자격과 인격을 갖추었는지 반문하면 서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및 신부의 양가 혼주가 서로 상대방을 향해 마주 보고 앉으 니 양쪽의 대리인 내지 검사와 변호인의 모습을 보는 듯합 니다. 역할은 많이 다르나 자리가 흡사하고, 엄숙하고 진지 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회자의 소개에 따라 주례가 먼저 단상에 올라 하객을 향 해 정중하게 인사를 합니다. 이때는 재판장이 법정에 들어서 서 당사자와 방청객을 향하여 인사를 드리는 시간입니다. 신 랑 신부의 입장이 끝나면 주례가 맞절을 시키고 혼인서약 및 성혼선언을 한 다음 주례사를 하게 됩니다. 결혼식의 주인공은 신랑 신부이지만 주례는 위와 같은 순서 를 진행하면서 식장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역할을 합니다. 경 건하면서도 즐겁고 축복받는 예식이 되도록 하는 데에 주례 의 역할이 큰 점은, 법정에서 엄숙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해야 하는 재판장의 역할과 매우 비슷합니다. 국민들이 판결문을 잘 쓰는 판사 보다 재판을 잘하는 재판장 을원 하듯이 유창한 주례사보다는 예식장의 분위기를 밝게 만들 면서도 혼인의 엄숙함을 보여주는 주례의 역할을 더 원할 것입니다.

법원사람들_2012.06 23 주례사 생기더라도 이와 관련이 없는 상대방의 약점을 지적하거나 자존 심을 건드리는 말과 행동을 해서는 안 됩니다. 서로를 인정하고 주례사는 모두가 대동소이합니다. 신랑 신부의 새로운 출발을 축 하하고 백년해로를 기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축복의 의미 를 담아 간결하면서도 감동을 주는 주례사를 하기란 그렇게 쉽 지가 않습니다. 대개의 경우 주례사를 미리 작성하여 낭독하거나 보면서 말하게 되는데, 간결하고 정제된 판결문을 작성하는 것이 쉽지 않듯이 예식장의 분위기나 신혼부부의 집안 사정에 맞추어 인생의 선배로서 축하와 충고의 말을 전하는 것은 결코 간단한 격려해 주며 끊임없는 인내와 사랑으로 이를 극복해 나가기 바 랍니다 라고 충고를 합니다. 마무리 단계에서는 외국의 어느 주교 신부의 말씀을 인용함으 로써 끝을 맺습니다. 결혼하면 싱글 때보다 덜 예뻐 보이지만 더 안전해진다. 결혼하면 슬픔과 기쁨이 동반되고 더 힘겨운 짐 이 기다리지만, 사랑이 버팀목이 되어 주니 어떤 짐인들 무거우 리오. 일이 아닙니다. 저는 주례사를 만들 때 기본 매뉴얼을 정해 놓고 이를 수정해 가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면, 인사말 과 신랑 신부의 인적사항을 소개한 후에 부부는 사랑하기 위하 여 많은 노력을 해야 하고, 가정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서는 서로 가 존경심을 가져야 하며, 부부간에 의견 충돌이 생기더라도 인 내심으로 극복해야 하고, 화목한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건강 이 필수적이라는 것 등을 말한 다음에 마무리를 합니다. 좀 더 특별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부부간의 사랑을 말할 때는 이를 수정해 가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는 주례사를 만들 때 기본 매뉴얼을 정해 놓고 태초에 신이 여자를 남자의 머리로 만들지 않은 것은 남자를 지배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또한, 그의 발로 만들지 않은 것 은 그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갈비뼈로 만들었던 것은, 여자는 남자의 가슴 곁에 있게 함이다 라는 탈무드의 말을 인용합니다. 부부 사이의 존경과 예를 강조하는 부분에서는 부부간에는 서 로가 여보, 당신 이라는 호칭을 사용함으로써 존경과 예를 표시 하여야 합니다. 이제는 자기, 오빠, 너 등과 같은 가볍고 예스 럽지 못한 호칭을 쓰지 않아야 합니다. 처음에는 다소 어색하고 쑥스럽겠지만 그렇게 호칭하는 것이 상대방에 대한 배려이고 나 아가 앞으로 태어날 자녀들에 대한 좋은 교육이 될 것입니다 라 고 말합니다. 인내심의 필요성에 대하여는 부부가 가정을 이루어 살다 보면 넘어야 할 고비도 있고 가끔 불화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서로가 이것을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의견충돌이

24 결혼과 인생 집의 딸아이가 지난 2월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결혼식을 올 렸습니다. 요즘 결혼연령이 늦어져 조금은 이른 듯한 나이지 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몄습니다. 혼 례를 치르고 나니 개혼이어서 그런지 모든 것이 서툴고 생 소하여 정신이 없었던 기억만 납니다. 좀 더 신경을 쓰고 챙 기지 못했던 점도 떠올라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결혼식 날 보통 신부의 부모가 섭섭해 눈물을 흘린다고 하 는데 딸아이가 일찍 우리 곁을 떠나 생활해서 그런지 실감 이 나지 않아 눈물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집사람은 시 간이 지나면서 차츰 빈자리가 느껴지는지 요즈음 조금씩 허 전해합니다. 그러고 보니 아내와 결혼식을 올린 지도 벌써 삼십 년이 훌 쩍 넘었습니다. 주례사를 되뇌면서 그동안의 생활을 되돌아 보니 부끄러움과 회한이 앞섭니다. 제가 그렇게 살아오지 못 했으니 앞으로라도 후회 없는 훌륭한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 天 賜 芳 緣 佳 約 結 鴛 鴦 琴 瑟 百 年 和 (천사방연가약결 원앙금슬백년화) 우리 모두 배우자를 만나 가정을 이룬다는 건 우연한 만남 이 아니라 스스로의 소중한 선택입니다. 부부가 매사에 모범 이 되는 행복한 결혼생활이 되도록 노력하고, 가족의 따뜻한 품 안에서 사랑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도록 해야 합니다. 가 정은 평화와 행복을 누리는 보금자리요, 바깥세상의 힘든 풍 파를 막아주는 안식처입니다. 마르틴 부버는 인간의 길 이란 책에서 보배를 찾을 수 있 는 곳은 다름 아닌 바로 이곳이다. 내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환경, 나에게 운명으로 주어진 처지, 날마다 내게 생기는 일 들, 매일같이 나를 부르는 일들이 나의 주요 소임과 내게 가 능한 실존의 성취를 내포하고 있다 라고 말합니다. 하늘이 내린 아름다운 인연으로 백년가약을 맺은 부부가 금 슬 좋은 한 쌍의 원앙처럼 백년해로 하시기를 기원하면서, 법원의 모든 가족들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짐해 봅니다.

행복에세이 Ⅱ 글_ 최미화 서울북부지방법원 사법보좌관 법원사람들_2012.06 25 대한민국에서 엄마로 산다는 것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참 힘든 일 이다. 옛날은 옛날대로 많은 자녀를 낳아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먹이고, 입히고, 공부시키느라 그야말로 등골이 휘었다. 그리고 지 금은 지금대로 자녀를 하나나 둘을 낳아 최고로 키우겠다는 일념 하에 뱃속에 있을 때부터 좋은 음악을 듣고, 좋은 음식을 먹고, 좋 은 생각을 하고 최상의 조건을 유지하며 열 달을 키워 세상을 보게 한다. 태어나면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각 과정마다 할 수 있는 한 최선의 지원을 하여 일차 목표인 대학에 이르게 된 다. 그런데 이 무렵 아들을 둔 엄마에겐 한 가지 의무가 더 추가된 다. 아들 군대 보내기, 아니 아들의 병역문제 해결해 주기. 대한민국의 남자로 태어나면 피해 갈 수 없는 것(유력한 대권 주자 를 낙마시키고, 선거 때나 청문회 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하는)이 병역문제이다.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어서 아들이 고등학교 3학년 을 마칠 무렵 신체검사를 받으라는 통보를 받았다. 내가 봐도 군대 와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왜소한 체구와 지독한 근시, 소심한 성 격의 아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군대는 가기 싫다고 했었다. 요즘 아 이들은 단체생활을 싫어하는데 특히 우리 아들은 그 정도가 심했 다. 병무청에서 정해준 기한을 이틀 남겨 두고 울며 겨자 먹기로 몇 년 전에 천식을 앓았다는 병사용 진단서를 첨부하여 혹시나 공 익 판정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신체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3급, 아들은 시대를 잘못 만나 예전 같으면 충분히 공익근 무를 할 수 있었는데 연일 매스컴에 등장하는 병역비리와 인적자 원 부족 탓으로 현역을 가게 되었다며 자신이 병역비리의 최대 피 해자라고 운도 없다고 하였다. 대학교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더 이상은 미룰 수 없어 2011년 9월 27일 대한민국 국민의 4대 의무의 하나인 국방의 의무를 완수하기 위하여 의정부에 있는 306 보충대로 입대하게 되었다. 아들은 입 대 전날까지 청춘이 끝나기라도 하는 양 아쉬워하며 친구, 친지들 과 작별하는 의식(?)을 거행하였다. 2주에 한 번씩 306 보충대로 입대하는 인원은 약 1,000명 정도 되는데 1명당 따라오는 가족들 과 친구들을 합하여 평균 4~5명은 되다 보니 주변 음식점들은 이 때를 놓치지 않고 입대하는 오후 2시 전까지 손님을 여러 팀 바꿔

26 제발 아들 앞에 남겨진 시간도 무사히 지나가길. 그리하여 오성장군 부럽지 않다는 병장 계급장도 달고, 더 건강하고 멋진 모습으로 전역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받아 가며 호황을 누리고 있어 심란한 마음에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아이들과 대조를 이뤘다. 오후 2시 드디어 아들은 민간인과 격리되어 병영 안으로 들어가 버 리고, 난 허탈한 마음으로 발길을 돌렸다. 돌아오는 내내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났다. 내 아들만 군대 가는 것 같아 억울하기 도 하고, 징병제를 시행하고 있는 대한민국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복무기간이 짧아 졌다고는 하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찬란하고 빛나는 이십 대 초반을 뚝 잘라 군복 속에 가두고 마음껏 누리던 자유를 반납한 채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려야 한다는 막막함에 얼마나 답답할까. 분한(?) 마음에 난 큰 결심을 했다. 앞으로 병역을 마치 지 않은 사람은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구청장이든 절대 찍어 주지 않겠다고. 며칠 후 입고 갔던 옷과 걱정하지 말라는 짤막한 편지 한 통을 받았다. 또 한 번 눈물을 흘리고. 그리고 며칠이 더 지나 아들이 25사단으로 배치되었다는 문자를 받았다. 그때부터 엄마들은 바빠지기 시작한다. 우선 25사단 제1신교대(신병교육대)에서 운영하는 카페에 가입하여 등업신청을 해 놓고 소속을 알게 되면 그때부터 편지를 쓰고 가끔씩 올려주는 훈련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에서 아들도 찾아봐야 한다. 훈련소 카페 에 들어가 아들 앞으로 편지를 쓰면 주말에 정훈장교가 출력하여 훈련병들에게 나누어 준다고 한다. 그렇게 도 할 말이 많을 것 같더니 막상 쓰려고 하면 쓸 말이 별로 없는데, 다른 사람들은 자식에 대한 사랑과 관 심을 뽐내기라도 하듯 매일 그것도 재미있고 길게 편지를 쓴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흘러 5주간의 훈련을 마치고 면회(천안함 사건 이후 훈련기간이 8주로 늘어나면서 중간 에 면회가 허용됨)를 가게 되었다. 1주일 전부터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과 필요한 물품을 준비하여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모시고 갔다. 당시는 영외 면회가 안 되어 영내에서 돗자리를 깔고 휴대용 버너에 음식을 조 리해서 먹었다. 어떤 집은 곰솥까지 들고 와 닭백숙을 끓이는 집도 있었다. 정말 대단한 모성이다. 입대 전 까지 불규칙한 생활로 불쌍할 정도로 말라 비틀어졌던 아들은 규칙적인 생활 탓인지 얼굴에 살이 오르고 햇볕에 적당히 그을려 오히려 보기 좋았다. 군대체질인가 보다고 다 한마디씩 덕담(?)을 했다. 아들은 5주 만에 만져보는 휴대전화로 친구들과 전화하느라 우리와 말할 틈도 없었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그동안의 훈련이 견딜만했던지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고 의기양양했다. 짧은 면회시간이 끝나고 아들은 나 머지 3주간의 훈련을 받기 위해 25사단 제2신교대로 갔다. 엄마들은 재빨리 제2신교대 카페에 가입하여 또 편지를 썼다.

법원사람들_2012.06 27 아들로부터 제2신교대에서의 훈련은 지난 5주간의 훈련과 비교할 수도 없이 힘들고, 그보다 더 견디기 힘 든 것은 배고픔이라며 6시에 저녁을 먹은 후 아무것도 먹지 않고 10시에 잠자리에 들면 배가 고파 잠이 오 지 않는다는 편지를 받았다. 아들의 편지를 받고 너무 속상하고 안쓰러워 울었다. 이렇게 먹을 것이 흔한 세상에서 내 아들은 배가 고파 잠이 오지 않는다니. 3주간의 훈련도 무사히 마치고 파주에 있는 25사 단 8567부대로 배치를 받고 부대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제는 훈련병이 아닌 이등병이 된 것이다. 자주는 아니지만, 부대 내에 있는 공중전화로 전화도 할 수 있고, 신검 때 받은 나라사랑카드로 매점도 이 용할 수 있다고 한다. 자대배치 받고 처음 2주간은 적응기간이라며 특별한 임무를 주지 않고 선임병들이 잘 적응하도록 지도해 준다고 한다. 이 기간 동안 대부분 첫 면회 외박을 한다기에 우리도 자대 배치를 받은 그다음 주에 면회 외박을 신청하여 위수지역 내에 있는 동두천에 숙소를 정하고 아들과 하루를 보냈다. 아들은 시간 가는 것 이 안타까워 잠자는 시간도 아까워하며 TV도 시청하고, 컴퓨터도 하고, 전화도 하고, 한정된 공간에서 민간 인이 누릴 수 있는 자유를 최대한 누리려 애를 썼다. 아들의 안타까움은 아랑곳하지 않고 시간은 흘러 귀대 할 때가 되었다. 앞으로 기대할 것은 휴가밖에 없다고 하면서 정말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부대로 돌아갔다. 이제부터 진정한 군 생활의 시작이라고 했다. 자대배치를 겨울에 받으면 더 고생이라고 하는데 아들은 한겨울에 졸병생활을 시작하였다. 저녁 먹고 10시 까지는 자유시간이라며 가끔 전화를 걸어 푸념도 하고, 필요한 물품(스킨, 로션, 폼클렌징, 과자류, 방한용품 등)도 보내달라고 하였다. 아들이 부탁한 물품을 보내기 위해 준비를 할 때면 남편은 옆에서 꼭 한마디 한다. 군대 많이 좋아졌다. 우리 때는 어쩌고, 저쩌고., 어쩌겠어요 당신은 20세기의 군인이었고, 아들은 21 세기의 군인인걸요. 그래도 국방부 시계는 간다고 하더니 혹한기 동계훈련도 무사히 마치고 지난 3월 19 일 일등병이 되어 4박 5일의 첫 휴가도 다녀갔다. 아들은 이제 많은 부분을 포기했는지, 피할 수 없으면 즐 기라는 말을 좌우명으로 삼아 나름 군 생활에 의미를 부여하며 잘 지내려고 하는 것 같았다. 보는 이의 마 음도 조금 편해졌다. 아들이 입대한 이후 뉴스를 열심히 본다. 특히 북한의 동향과 일기예보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지난 총선 때 는 사병 월급을 50만 원으로 올려 주겠노라는 어느 후 보자의 선심성 공약도 귀에 들어왔다. 월급 인상까지는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저 팔팔한 젊음을 저당 잡힌 그 시간에 대한 보상이라도 제대로 해 주었으면 좋겠다. 아 마도 아들을 군대 보낸 엄마들의 한결같은 소망일 것이 다. 그럭저럭 복무기간의 3분의 1이 지나갔다. 제발 아들 앞에 남겨진 시간도 무사히 지나가길. 그리하여 오 성장군 부럽지 않다는 병장 계급장도 달고, 더 건강하고 멋진 모습으로 전역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행복에세이 Ⅲ 글_ 유철희 전주지방법원 판사 28 記 결혼식 10분 전. 여느 결혼식장이 그러하듯 북적대고 부산하다. 지금은 수도권에서 판사로 재직하 고 계신, 당시 사법연수원 같은 반 형님의 결혼식이다. 하객들의 떠들썩한 목소리가 한가득하고, 예식장 관계자들도 이리저리 뛰어다니시는데-어찌 관계자들의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이 식은땀 같다. 전화를 받으면서 표정이 일그러지는 게, 긴장한 빛이 역력하다. 순간 내 귀가 먼저 반응했다. 아하, 음악이 없구나. 하객들의 왁자지껄 소리가 아무런 거침없이 예 식장 안에 퍼져 나가고 있었다. 무슨 일이죠? 지나가던 예식장 관계자를 붙잡고 물었다. 오늘 식장 연주해 주실 분들이 오던 길에 교통사고를 당했데요. 땀을 닦는 젊은 여자 관계자가 곧 울 음을 터뜨릴 판이다. 이렇게 크고 좋은 예식장에 결혼행진곡 MR 하나가 없을까 싶긴 한데, 관계 자들이 고개만 이리저리 돌리고 별 대책이 없어 보인다. 당황해 하는 관계자에게 조심스럽게 말문 을 열었다. 제가 해 드려도 되겠습니까? 그리하여 예정에도 없던 결혼식 반주를 시작하게 되었다. 악보도 없고, 결혼식 순서에 맞춘 레퍼 토리도 없었다. 지난 사법연수원 생활 동안 형, 누나들의 결혼식에서 반주를 해왔던 감각 만이 있을 뿐이었다. 이럴 때는 곡을 길게 연주하면 할수록 실수가 드러나는 법이다. 다행히 신랑 형은 남자답게 성큼성큼 걸어오셨고, 형수님은 아버님의 품보다는 새신랑의 팔짱을 좋아하셨던 것 같 다. 그 이후에는 뭐, 하객들은 내가 무슨 곡을 연주하는지 별 관심이 없으니까, 유키 구라모 토, 쇼팽, 이루마, 김광민 등 그냥 아는 거 다했다. 2011년 9월 문을 연 남양주 프라움 악기 박물관 에서 기념촬영. 필자 뒤의 피아노는 1890년대에 Steinway & Sons 社 에서 만든 제품으로서, 상감기법으로 문양을 가 미한 피아노계의 걸작입니다. 하객들은 전혀 모르는 풍파가 지나간 후, 구석진 곳에서 뒤늦게 식사를 하고 있는데 예식장 관계 자분들이 오셨다. 고맙습니다. 저희가 이 답례를 어떻게 해 드려야 하는지. 가뜩이나 하객들 거의 다 빠져나간 후에 식사를 해서 허겁지겁 먹고 있는데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물음을 하기 에, 하마터면 체할 뻔했다. 별말씀을. 제 기쁨인걸요. 나중에 혼주 어르신들 정산할 때 참작만 해 주십시오 라고 말했더라면 정말 멋있었을 텐데, 그리스 역사에 나오는 데모스테네스만큼 지독한 선천적 말더듬이라, 실제로는, 그, 그거, 그, 그냥 놔 두두세요. 하하. 뭐, 히, 힘든 일두 아닌데요. 하하, 뭘. 하하. 얼굴이 새빨개져서 부끄러운 웃음만 지은 채 입도 안 닦고 나왔다. 피아노와 나의 인연은 7살 때부터 시작되었다. 교회 성가대 반주하는 누나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부러워서 무작정 배우기 시작한 피아노였다. 할아버지는 종이판에 건반을 그려 연습하는 손자의 모 습이 안타까웠는지, 당시(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너무나 생소한 브랜드인 고가의 대우 피아노 를 선뜻 선물해 주셨다(아이러니한 사실이지만, 당시에는 삼익이나 영창보다 대우가 훨씬 더 비쌌다). 이렇게 햇수로만 따진다면 20년이 훌쩍 넘어야 하겠지만, 음악 하면 가난하게 산다는 어머니의

법원사람들_2012.06 29 필자의 최근 피아노 연습 장면 교육정책(?)과 실제로 내가 어릴 적 읽었던 위인전의 슈베르트, 베 토벤, 모차르트, 쇼팽이 모두 가난이나 질병 중 어느 하나에는 해 당(?)되는 분들이셨기 때문에, 나는 교회 반주 이상의 음악 활동은 하지 않았다. 솔직하게 말하면, 그것은 핑계이고 그 이상의 재능이 없었던 것이 맞기는 하다. 사법연수원에 들어오니 어찌나 재주가 뛰어난 분들이 많으시던 지. 피아노, 바이올린, 성악, 뮤지컬 등 각 방면에서 전문가, virtuoso 의 터울을 넘나드는 분들이 많으셔서 나는 엄연히 딴따 라 였다. 공부는 어떻게 하셨지? 하는 부러움을 품고, 나는 그냥 연수원 후문 근처의 조그마한 피아노 학원만 드나드는 정도였다. 그래도 신랑신부, 그것도 나와 삶의 영역을 잠시나마 같이 했던 분 들이 나의 반주를 필요로 하고, 하객들이 음악도 없는 썰렁한 예식 장에 나앉아 있지 않는다면, 나는 그것으로 족했다. 언제인가, 현재 신랑은 판사로, 신부는 변호사로 계시는 커플의 결혼식에 플루트를 전공하신 신부님 친구분과 함께 축주를 하게 된 적이 있었다. 전화 상으로 연주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처음 접하는 곡이었다. 사전에 함께 맞춰 볼 기회가 없었고, 프리랜서 인 내가 협연(?) 이 라는 것을 해본 적은 더더욱 없었다. 뿐만 아니라, 더욱이 그분은 모 시향에서 플루트 주자를 맡고 계신, 그야말로 나와는 신분 자체가 다른 분이셨다. 많은 상념을 할수록 머리만 복잡해지니, 마음을 비우 고 결혼 커플을 축하하는 마음만 충만히 담아 연주하기로 마음먹었 다. 결혼식이 끝난 후 피아노를 정리하는데 그분이 다가오셔서 하는 말 잘 치시는데요? 곡 분위기를 잘 살리시네요. 이 말을 듣는 순 간, 요즘 표현대로 한다면 보이스코리아 에서 신승훈이 버튼 누르 고 의자를 돌려 박수쳐주는 것만큼이나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내가 피아노 연주 자체를 잘하는 편은 못되지만, 피아노, 나아가 음악 전체를 경애( 敬 愛 )하는 마음은 누구 못지않다. 음악은 청각 적유희, 그이상의힘을가졌다. 몇년전안산성포고등학교에 강 연을 간 적이 있었는데, 아이들이 지루해 하는 것 같아 이루마의 너를 그리다 를 피아노와 함께 불러주었다. 물론 순서에 없던 것 이라 실수도 있었지만, 꿋꿋하게 끝까지 소화했다. 아이들 앞에서 무슨 망신인가 싶었는데, 이게 웬걸 아이들은 내 강연 내용보다 자 신들을 집중시키려고 노래도 불러주고, 실수를 하면서도 끝까지 열 심히 해내는 나의 모습에 더 감명을 받았다고 하였다. 얘들아, 사 인 한 장 해줄까? 판사 임관 이후, 결혼식 반주 일감 이 대폭 줄었다. 주변에 미혼인 남자들도, 나를 비롯하여 이제는 멸종위기종 이 되어간다. 어떤 지인 분이 남들 결혼식 반주는 다 해주면서 정작 내 결혼은 언제 하느냐고 농을 건네신다. 그러면 한껏 거창하게 답한다. 하하, 음 악에서 배운 조화(harmony)의 정신을 재판에 쏟아본 이후에요. 요즘에는 소박한 꿈이 하나 생겼다. 어느 CF를 보고 영감을 얻 게 된 것인데, 내가 결혼도 하고 나이가 들어, 내 아들딸이 결혼 하게 된다면, 내가 직접 반주를 해주고 싶다. 지금뿐만 아니라 그 때가 되어서도 음악 자체를 사랑하는 아마추어 로 살고싶은것 이다. 그 사랑인지 집착인지 모를 감정 때문에 얼마 전에는 전주 시내를 다 뒤져 괜찮은 중고 피아노 한 대를 관사에 들여놓았다. 좌충우돌로 가득했지만, 지금까지의 특별한 경험이 앞으로의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겉 으로는 실수투성이인 딴따라 이지만, 마음만은 정녕 베토벤 이 다.

Book Cafe 글_ 김호준 밀양지원 참여관 30 책 읽어 주는 부모 오해하지 말고 들어주길 바란다. 축구선수 중에서 독서를 취미로 가진 선수가 몇이나 될까? 나는 다시 태어나면 축구선수가 되고 싶은 사람이다. 이런 꿈을 갖고 있어서일까, 나는 사실 책을 잘 안 읽는다. 학 교 다닐 때 교과서를 제외하고 읽은 책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손으로 꼽히는 몇몇 책을 살펴보면 어릴 때 집에서 할 일이 없어서 집에 있는 책을 뒤지다 우연히 발견한 나의라임오렌지나무. 이 책의 내용 은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지만,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건 내가 책을 읽으면서 눈물을 펑펑 흘렸다는 사 실이다. 그리고 중학생 시절 한창 사춘기일 때 우연히 집에 있던 정비석 작가의 노변정담 이라는 책도 읽은 기 억이 난다. 노변정담의 이야기는 여행을 다니면서 만난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잡담 같은 내용을 기록한 것이다. 내가 읽은 당시에 총 8권 정도인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틀인가 삼일 안에 다 읽은 기억이 난다. 그리고 군에 복무할 때 혼자뜨는달 이라는 소설도 재밌게 읽은 기억이 난다. 이렇게 나는 살면서 책 을 많이 읽지 않았기에 그동안 읽었던 책을 다 기억하고 있는지 모른다. 만일 내가 책을 많이 읽었다면 이렇게 몇 가지를 특정해서 기억하지는 못할 것이다. 특히 두 아이의 아빠가 된 후로는 나를 위한 독서는 없었다. 읽기 싫어서가 아니라 육체적, 정신적 여유 가 없어서 읽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책 을 많이 읽어 주려고 한다. 그러한 이유는 빌 게이 츠의 얘기로도 유명하듯이 상상력의 원천은 책 이고, 21세기는 상상력과 창의력이 앞서 가 는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이다. 이것은 책 상머리 공부가 아니라 책을 읽으면서 자

법원사람들_2012.06 31 연스럽게 습득되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 학부모들 사이에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하는 독서 운동가 버니 스 E 컬리컨 박사의 말처럼 우리가 자녀에게 책 읽는 버릇을 길러주는 것은 놀라운 유산을 물려주는 것 이다. 또한, 아이를 낳아 기르다 보니 누구나 자기 아이 교육에 대해 생각하고, 누구보다도 똑똑한 아이로 키 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나의 아내는 초등학교 교사인데 아내가 담임으로 있는 반에서 공 부 잘하는 아이의 독서습관을 알아본 결과, 대부분 상당한 독서량을 가진 것을 알게 되었다. 결국, 독서 를 많이 하는 아이들이 공부도 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특히 아이가 말귀를 알아듣기 전부터 아 이의 엄마가 책을 읽어줬다는 얘기를 듣고서는 더욱더 독서습관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평생 책 한 권 잘 읽지 않던 나와 부부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 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다. 물론 생각한대로 잘 이뤄지지 않는 게 현실이고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 주는 게 쉽지 않은 일인 건 사실이다. 그리고 귀차니즘에 빠진 나는 초심을 잃고 책 읽는 걸 사실 아내에게 많이 미룬다. 하지만 아이가 둘이기 때문에 첫째가 엄마랑 책을 읽으면 둘째는 엄마와 언니가 책 읽는 것을 방해하기 도 하고 때때로 자기도 책을 읽고 싶으면 마치 술 취한(?) 것처럼 책을 들고 나에게 다가와 빠 빠 하고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을 하면서 내 무릎에 앉는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나는 마치 자상한 아빠인 것처 럼 기차 소리, 동물 소리를 내어가면서 최대한 재미있게 책을 읽으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하다 보니 어느새 동화책을 읽은 권수가 하나 둘 늘어나 차츰 동화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고, 이 젠 하루라도 동화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칠 정도가 되었다. 이러한 책들은 주로 동화책이기 때문에 내가 추천하고 싶은 책을 써 달라는 원고 청탁을 받았 을 때 상당히 난감하였다. 하지만 나는 수많은 동화책을 읽었 기 때문에 내가 읽은 동화책 중에서도 아이를 둔 부모들이 아 이들과 같이 읽어서 재미있고 아이들도 좋아할 만한 책을 몇 권 소개하기로 하겠다. 첫 번째로 추천하고자 하는 책은 클로드의 깜짝 선물 이 다. 인생에는 깜짝 선물이 있어야 재미있겠죠? 북극 할머니 댁 에 갔다 오면 깜짝 선물을 준비해 두겠다는 말을 듣고 난생처

32 음 혼자 북극에 간 클로드(곰)는 북극 체험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엄마, 아빠에게 줄 선물로 눈사람 을 포장해 왔는데 집에 돌아와서 보니 눈사람은 이미 다 녹아 있었다. 실망한 클로드에게 부모님이 준 비한 깜짝 선물을 주었다. 무엇인지 궁금하죠? 그건 바로 클로드의 동생이랍니다. 우리 첫째도 동생을 처음 만날 때 이런 비슷한 경험을 겪었는데 이런 떨어짐의 시간을 통해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을 배우게 되는 것 같다. 두 번째로, 소시지가 먹고 싶어 이다. 고양이 가족이 소풍을 갔는데 깜박 잊고 소시지를 두고 왔 다. 소시지가 너무 먹고 싶은 막내 티미가 가족들이 소시지를 구해오지 않아 자기 혼자 집까지 소시지 를 가지러 갔다 오는 과정의 이야기다. 얼핏 보면 고집쟁이 아이에 불과하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바 를 이루어내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보여 준다. 집에 서 돌아올 때에는 가족들을 위한 간식까지 챙겨오 는 배려심까지 보인다. 돌아오는 길은 어둑한 저녁 길인데 무서워서 발걸음을 재촉하는 모습에서 어릴 적 심부름 갔다 오던 무섭고도 꼭 오줌이 마려웠던 밤길의 향수까지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모든 것에 일장일단이 있다고 했던가? 애독자인 우리 딸도 소시 지를 무척 좋아하는 반면 자의식도 강해졌겠지요? (아직은 알 수 없으니) 세 번째로, 공원 산책길에 꽃단장하고 나들이 나온 애완견만 봐도 꼼짝마 하는 우리 부부, 동물비애호 가로서 동물 이야기로 가득한 아이들 세상에 그래도 자신 있게 사랑하자, 예쁘지 하고 말할 수 있는 건 토끼밖에 없다. 그런 엄마, 아빠의 유전자를 그대로 물려받은 소심한 우리 딸이 좋아하는 토끼를 소 재로 한 태티레티는 어디 있을까 는 우리 집 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책이다. 어린 딸 몰리가 잠잘 때 껴안고 자는 토끼인형 태티레티를 잃어버려 상실감에 빠져 있다. 하지만 몰리 는 태티레티가 자신의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곰 세 마리, 신데렐라, 해적선, 공룡, 달나라 아저씨 등 온 갖 환상적인 모험을 겪으면서 돌아오고 있다고 상상한다. (어른의 눈으로 본다면 토끼 인형가게에 가서 새 인형을 구입하는 과정에 불과하지만) 아이들이 자주 겪게 되는 상실감을 이렇게 기분 좋게 극복할

법원사람들_2012.06 33 수도 있다는 자신감을 부모인 나에게 심어준 책이다. 그리고 토끼를 잃어버린 이야기 속에 토끼가 주인 을 찾아오는 모험이야기가 펼쳐진다. 액자식(?)스토리가 전개되는 동안 처음에는 미아가 된 토끼처럼 책을 읽어주는 부모나 듣는 아이도 책 속에서 길을 잃게 되지만 결국에는 토끼도, 부모도, 아이도 모두 액자식 구성에 감격하면서 집에 돌아오게 된다. 집을 잃어버린 슬픈 경험을 하면서도 낙심하지 않고 흥 미진진한 모험을 겪어내고 돌아온 토끼처럼 우리 딸도, 나도 인간관계든 결혼생활에서든 슬픔을 기쁨 으로 승화시킬 줄 아는 지혜를 선사한 책이다. 네 번째로, 한 생명을 보호하고 책임져야 하는 부모가 되면 근거가 있든 없든 몹쓸 공포감에 시달린다. 나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아이들과 관련된 기분 나쁜 뉴스만 봐도 세상을 무서워하는 사람들에게도 이 책을 권한다. 무시무시한 꽥꽥이 는 이러한 사람들에게 공포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책이다. 따라서 아이들의 책이라고 무시하지 마시길 바란다. 쓸데없이 자주 드는 공포감을 극복해야 하는 아이 도, 혼자서 극복하기 힘든 공포감 극복을 도와주어야 하는 부모에게도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둘째를 키우면서 큰 곤경에 빠졌다. 몸이 약한 아내와 잘 때 신경질적인 첫째를 위한답시고 밤중에 둘 째가 빽 하고 울면 신속하게 달려가 안고 두세 번 다독이다 안 그치면 얼른 엎었더니 지금 16개월 돼가 는 둘째가 밤마다 한 시간 간격으로 벌떡 일어나 먼저 엄마에게 안아 안아 (섬뜩하게도 정확한 발음으 로)하고 엄마가 바로 안아주지 않자 휘청휘청 아빠에게 달려와 빠 안아 한다. 그럼 난 큰 여자 눈물엔 강했는데 작은 여자 눈물엔 왜 이리 마음이 약한지 오늘 밤에도 아빠인 내가 아이를 업게 된 사연이다. 그래서 우리 큰 아이는 내가 퇴근할 때 문 앞에서 그러죠, 윤하엄마온다, 윤하엄마 (퇴근길 당연 아 내와 첫째는 시큰둥하니 나를 맞지만 둘째는 집 나간 엄마가 돌아왔는지..빠...빠 하며 와락 안긴다) 이 맛에 아이를 또 업는다. 오늘 밤도(피곤하게 살죠). 이런 동생과 운명적으로 한방을 써야만 하는 첫째는 정말 여동생이 싫을 것이다. 업기 전쟁에서 지친 엄마아빠가 하소연하듯이 첫째에게 동생밖에버릴까? 하면 아니 하고 대답한다. 내 생각엔 이것이 독서의 위 력이라고 본다. 주인공은 동생의 탄생과 함께 질투와 상실감을 겪게 되지만 여러 사건을 통해서 동생을 점점 인정하고 사랑하게 된다. 보고 또 보고, 듣고, 또 듣는(차 안에서) 이 책으로 우리 첫째도 둘째를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었다. 정말이랍니다.

조사심의관 코너 글_ 조찬영 법원도서관 조사심의관 34

법원사람들_2012.06 35 소통 몇 년 전 우연히 일본에서 형사법정을 방청했을 때 일입니다. 10대 후반 정도 되는 남자 피고인이 법대 앞에 섰습니다. 재판장이 법정에 들어온 다음 인정신문 을 하는 것 같은데 재판장과 피고인이 한참 대화를 나누 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니, 사람 이름 확인하고 주소 확인하는데, 이 나라는 인정신문도 정말 길게도 하네. 이러니 한 사건을 10년씩이나 재판하지! 본론에 들어 가 재판을 어떻게 진행하는지 보고 싶은데 인정신문하 느라 날을 새겠다 싶은 생각이 들면서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무슨 사정이라도 생겼나 해서 법정을 안 내해준 분에게 살짝 이유를 물었습니다. 설마 했는데, 정말 피고인의 주소와 본적을 확인하느라 한참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알고 보니 일본에서 는 우리나라 이두 처럼 같은 한자라도 어떤 경우는 음 독으로, 어떤 경우는 훈독으로 읽는데, 특히 지명의 경 우 한자 읽는 방법이 매우 다양해서 이렇게 확인하는 경 우가 종종 있다는 겁니다. 그런가 보다 하고 법정을 바라보는데, 이번에는 재판 장이 잔뜩 인상을 찌푸리면서 피고인을 훈계하고, 피고 인은 연신 머리를 조아리면서 뭐라고 대꾸하는 것이 아 니겠습니까. 피고인이 뭔가 큰 잘못을 했나 싶어 다시 옆에 있는 분에게 이유를 물었습니다. 웬걸요. 피고인이 반성문인가 자술서인가를 제출했는데, 한자를 쓸 줄 몰 라전부발음나는대로 히라가나 로 작성하여 제출하 였다고 합니다. 읽는 것이 불편하여 짜증이 나서 그랬는 지 모르겠습니다만, 재판장이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한자를 쓸 줄 모르냐? 라고 하면서 요즘 학교 교육에 문제가 있다며 핀잔을 주었다는 겁니다. 피고인도 재판 장한테서 꾸중을 듣다 보니 겁이 났던 모양이죠? 머리 를 들지 못하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변명하는 듯 보였습 니다. 들어 본즉슨 부모가 일찍 이혼하여 직장에 다니는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는 바람에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 하였다고 하네요. 그리고선 한참 동안 자신이 어떻게 살 아왔는지 성장배경을 늘어놨다고 합니다. 방청을 마친 후 해당 일본인 판사를 면담할 기회가 있 었습니다. 안내해준 분 소개로 가볍게 인사를 나눈 뒤 제 명함을 건네고, 일본인 판사한테서도 명함을 건네받 았습니다. 으레 명함을 주고받으면서 나누는 인사가 그 렇듯 저도 명함을 건네받고 대충 훑어본 후 지갑 속으 로 명함을 집어넣으려고 하였습니다. 그 순간 일본인 판사가 잠깐 설명할 것이 있다고 하면서 건네준 자신의 명함을 다시 손에 쥐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러고 나 서 연필로 명함에 뭔가를 써가면서 진지하게 설명을 하 기 시작하였습니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가 해서 통역하 는 분에게 물어보았더니, 글쎄 명함에 있는 자기 이름 이 한자로만 기재되어 있어서 읽기 어려울 거라며 어떻 게 읽는지 설명해준 다음 히라가나 로 읽는법을써주 었다는 겁니다. 아~ 이 황당함은 뭐지? 우리나라에서 는 자신을 좀 더 자세히 소개하기 위해 명함을 보면서 설명하는 경우는 있어도, 이렇게 자기 이름을 어떻게 읽는지 모를까 봐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경우는 좀처 럼 없으니까 말입니다. 모름지기 문자 는 말로 표현하 지 않더라도 쉽게 그 뜻이 전달되도록 만든 인류문명의 산물인데, 말로 설명하지 않으면 읽을 수 없는, 명함 구실 못하는 명함 을 보면서 문자의 한계를 살짝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문자의 불완전성은 일본어뿐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인류공통어라고 하는 영어 는 얼마나 완전 할까요? 얼마 전 딸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쳐 보겠다고 영어로 된 동화책을 하나 샀습니다. 문장 중에 knight 라는 단어가 나오자 딸아이가 [크니그흐트]라고 읽는 것

36 이 아니겠습니까. 틀렸다고 하였더니 [크나이그흐트]라 고 읽더군요. 조근조근 k 나 gh 는 소리가 나지 않으 니 [나이트]라고 읽어야 한다고 얘기하였더니, 버럭 화 를 내면서 왜 k 와 gh 가 있는데 읽지 않느냐며 되레 화를 내는 겁니다. 읽지도 않는데 왜 쓰냐고 반문하면서 말이지요. 억지스럽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틀린 말도 아 닌 것 같아 저도 모르게 그러게 말이다. 라며 꼬리를 내리고 말았습니다. 어디 영어 철자에 문제가 있겠습니 까. 자기는 중학교 때부터 배웠으면서 어설프게 남들 따 라 한다며 철없는 어린 딸내미에게 영어를 가르쳐보겠 다고 한 제가 어리석은 것이겠지요. knight 는 그래도 봐줄 만합니다. a 가 나오면 딸아 이의 불만은 불평을 넘어 분노 수준에 이릅니다. cake(에이), arm(아), many(에), all(오), adult(어), village(이)와 같이, 같은 철자라도 발음이 천차만별인 것 을 어린아이가 알 리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기억을 되새 기면 제가 영어 공부를 할 때는 딸아이가 불평하는 내용 을 별로 신경쓰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당연히 뜻과 발음을 외워야 한다고 배웠고, 같은 철자가 달리 발음되는 단어는 시험에 자주 출제되기 때 문에 오히려 주의 깊게 살펴보았으니까요. 이것도 딸아 이 영어 공부시켜보겠다는 제 욕심에서 비롯된 억지일 까요? 그러고 보니 우리말만 어렵다고 불평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중국어는 말할 필요도 없고 일본어와 영어도 어렵긴 마찬가지이니까요. a 처럼 어떤 경우는 우리말 보다 훨씬 비과학적인 면도 있고요. 그런데 이런 생각도 듭니다. 불완전한 문자 덕분에 잠깐 스치고 지나가는 만 남일 수도 있는데, 한참 자기 이름을 소개하였던 일본인 판사 이름을 저는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설프게 시류에 편승하는 엄마, 아빠 한테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자기에게 영어 공부시키지 말고 마음껏 놀게 해달라는 철부지 딸내미의 강력하면 서 진한 요구는 명확히 전달되었다는 점 말입니다. 물론 제가 모른 체하고 있긴 합니다만. 문자의 불완전성 으로 인한 소통 부재 가 새로운 소통 을 낳았다고나 할까요. 갑자기 소통 부재 덕분에 판사 앞에서 자기가 살아온 인생을 열심히 변론해야만 했던 젊은 피고인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집니다. 띄어쓰기 완전정복법 작년 조사심의관 코너 중에 이런 말이 있었는데 기억하십니까? 법 중에 제일 어려운 법이 맞춤법 이라 고. 어렵다는 이 맞춤법 중에서 띄어쓰기 를 따라올 만한 경쟁자가 있을까요? 띄어쓰기 야말로 법 중에서 제일 어려운 법일 것입니다. 사실 띄어쓰기 원칙은 간단 합니다.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쓴다. 라는 원칙만 지 키면 됩니다. 세부적으로 들어가 조사는 그 앞말에 붙 여쓴다. 든가, 의존명사는 띄어 쓴다. 든가, 단위를 나타내는 명사는 띄어 쓴다. 등 조금만 주의하면 모두 극복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띄어쓰기는 다들 어렵게 느낍니다. 문제는 어 떤 것이 단어냐 아니냐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 습니다. 복합어(합성어)만 예를 들어봐도 그렇습니다. 같은 작은 이라 하더라도 작은 마을 은 두 단어이므 로띄어쓰고, 작은아버지 는 복합어이므로, 즉 한 단 어이므로 붙여 씁니다. 작은 의 예와 같이 특별한 원칙 이 있어서 하나는 두 단어로 취급하고, 다른 하나는 복 합어로 보는 것이 아닙니다. 결국 어떤 것은 복합어이고 어떤 것은 두 단어, 즉 구( 句 )인지를 구별하는 기준은 아 직 뚜렷하게 확립된 게 없습니다. 그때그때 알아서 판단 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이지요. 복합어 중에 특히 어려운 것은 동사끼리 결합한 것일 겁니다. 말하자면 띄어쓰기 의 에베레스트라고 할 수 있지요. 먹다 만예를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