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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Social Welfare 태화기독교사회복지관은 우리나라 사회복지관의 효시로써, 사회적 상황과 시대적 요구에 따라 가장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희망을 전하고 있습니다. 감사와 사랑을 실천하는 공동체 만들기!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는 희망이 되어드리고 도움을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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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진: 노래를 좋아하는 분들은 많지만, 콘서트까지 가시는 분들은 많이 없잖아요. 석진: 네. 그런데 외국인들은 나이 상관없이 모든 연령대가 다 같이 가서 막 열광하고... 석진: 지 드래곤 봤어?, 대성 봤어?, 승리 봤어? 막 이렇게 열광적으로 좋아하더라고요.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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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전체 :7 PM 페이지14 NO.3 Acrobat PDFWriter 제 40회 발명의날 기념식 격려사 존경하는 발명인 여러분! 연구개발의 효율성을 높이고 중복투자도 방지할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국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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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지(교사용) 4-6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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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난 이 그림이 좋아 내가 좋아하는 것 준비물:잡지에서 잘라 낸 그림(모든 참가자가 쓰기에 충분한 정도), 작은 테이 블 하나, 참가자 수만큼의 의자(선택사항), 부드러운 배경음악(선택사항) 자기상 개발하기 자신을 소개하는 능력 향상하기 게임방식:의자를 원으로 배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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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산 시 보 차 례 훈 령 안산시 훈령 제 485 호 [안산시 구 사무 전결처리 규정 일부개정 규정] 안산시 훈령 제 486 호 [안산시 동 주민센터 전결사항 규정 일부개정 규


2014 경영학회_브로셔 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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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2011 SPRG Vol

02 THEATER 04 NEWS 05 PEOPLE 06 REVIEW 12 SPECIAL 14 SPECIAL 15 SPECIAL 16 COLUMN No ~10.24 NEXT plus NEXT plus NEXT plus NEXT plus

( 단위 : 가수, %) 응답수,,-,,-,,-,,-,, 만원이상 무응답 평균 ( 만원 ) 자녀상태 < 유 자 녀 > 미 취 학 초 등 학 생 중 학 생 고 등 학 생 대 학 생 대 학 원 생 군 복 무 직 장 인 무 직 < 무 자 녀 >,,.,.,.,.,.,.,.,.

Transcription:

2014 winter Vol.10 2014 winter vol.10 소소한 겨울 이야기 차이를 인정하는, 사이를 찾아가는 문화 차이를 인정하는, 사이를 찾아가는 문화 소소한 겨울 이야기 소소한 겨울이야기 이번 영상 작업을 통하여 진정 이것이 사람 사는 모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서로 아끼고 사랑하면서, 또 모르는 것은 배우고 느끼면서 카메라도 처음 접해 보았지만 서로서로 돕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608-801 부산광역시 남구 우암로 84-1(감만동) TEL : 051)745-7244(7262~7264) FAX : 051)744-7708 www.bscf.or.kr

열기 전상석 CONTeNTS 04 어가는 우리가 만든 영상이 작품이 된다는 것 김창식 BUSAN CULTURAL FOUNDATION 2014 winter vol.10 06 커버스토리 기획수기 생애 제 2막이 시작되다 김봉환 지금 여기, 내가 사는 우리집 09 10 12 14 18 작품. 하나 시 : 지리산에서 김원석 현장수기 천원의 행복 기운차림식당 이윤자 겨울을 맞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을 정래오 연재만화 겨울잠 예경수 동아리 수기 몸이 기억하는 기타동아리 딩가딩가 한대식 표지설명 영상동아리 아자아자 팀이 야외 촬영을 나갔다가 찍 은 일몰사진입니다. 저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듯 2014 년 한해가 저물어갑니다. 20 22 24 25 26 32 33 34 36 38 40 현장취재 음악과 나눔으로 달달해지는 가을밤 심순정 내 겨울의 창을 열다 포레, 시실리안 Op.78 조혜인 작품. 둘 시 : 가족 정유림 시 : 과거사 염동묵 현장동행 을 나누면 행복해집니다 이민아 작품. 셋 시 : 낙엽, 빛바랜 노숙인 서상훈 시 : 상훈 아저씨 비망록 이민아 탐방기 만원의 따뜻함을 찾아 국제시장 구제골목 탐방기 김헌수 모퉁이극장 연재 같은 하늘아래, 따스한 마음만은 한데 베길 바라며 김영광 징검다리 우리의 발걸음이 기적입니다 이재안 김씨의 익숙한 하루 전상석님이 이전에 살던 집의 부엌입니다. 좀 쓸만한 집을 만어보고자 여기저기 뜯고 헐어 지금은 이 모습마저도 사라졌지만 영상동아리 구성원으로 활동하면서부터는 사라져가는 시간과 공간을 사진으로 찍어 보려고 합니다. 42 44 46 정보 식사정보 응급잠자리 현황 독자후기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 김수현 발행일 2014년 12월 29일 발행인 이문섭 편집기획 이민경 편집위원 장병윤 김기태 김헌수 서상훈 박우신 이재안 이민아 발행처 부산문화재단 부산광역시 남구 우암로 84-1(감만동) T.051-745-7264 표지사진 김갑율 내지삽화 예경수 편집 디자인 김수인 제작 효민디앤피 051-807-5100 www.hyomindnp.com 은 아침햇살의 진정한 의미를 담아낸 말입니다. 길든 일상이 아니라, 모든 사람과 경이롭게 공존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그리고 공감을 향한 끊임없는 모험이 있는 아침입니다. 조금은 낯선 듯, 아침을 더 새롭게 꿈꿀 수 있을 때 우리는 행복한 여행자가 될 것입니다.

어가는 김창식 우리가 만든 영상이 작품이 된다는 것 이번에 배운 것을 통해 사는 동안 느낄 수 없을 행복을 느낄 수 있었 습니다. 이것이야 말로 정말 사람 사는 세상이라고 봅니다. <내 겨울의 창을 열다> Contest 2, 공식경쟁작 이번 영상수업으로 많은 것을 얻었고 많은 것을 알게 되었 습니다. 또 이것이 배움의 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 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아무것도 할 수는 없었지만 저는 이 모든 것이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다. 많은 도움과 아낌없는 사랑을 주신 모든 분께 머리 숙여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번 영상작업을 통하여 진정 이것이 다른 사람은 비웃을지 모르지만 최선을 다한 우리 모두 사는 모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서로 아끼고 사랑하면서, 또 가 정말 자랑스럽다고 생각합니다. 한때는 어렵고 힘든 점도 모르는 것은 배우고 느끼면서 카메라도 처음 접해 보았지만 많았지만 이런 큰 영상 상영관에서 모든 사람이 같이 동감 서로서로 돕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할 수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고 행복했습니다. 정말 수고해주신 관계자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또 우리 모두가 희망이고 사랑이었습니다. 간혹 실수도 있었 이번 우리 모두의 작품, 한 편의 다큐드라마 같은 것을 찍을 지만 하나하나 지적도 해주시고 모두를 사랑으로 보살펴주신 수 있었다는 것이 저에게는 큰 감동이고 걷잡을 수 없이 행복 모든 분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한 시간이었다고 봅니다. 언젠가 또 이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때는 정말 어느 하나 <내 겨울의 창을 열다>라는 제목처럼 모두가 따뜻한 마음 부족함 없이 촬영해보는 것이 저의 희망이고 생각입니다. 또 을 가지고 살아갔으면 하는 것이 저의 작은 소망입니다. 또 이런 기회가 온다면 이제는 한 점 부끄럼 없이 최선을 다할 이번 2014 메이드인부산 독립영화제에 우리의 작품이 선정 것입니다. 그동안 수고하신 모든 분께 깊이 감사를 드립니 내 겨울의 창을 열다 - 김창식 I 다큐멘터리 I HD I 컬러 I 42min I 2013 되어서 이렇게 정식 영화관에서 상영이 된다는 것은 감동이 다. 여러분 모두 사랑합니다. 연출/각본 김창식 아닐 수 없습니다. 모두가 힘게 촬영했고 최선을 다한 작 프로듀서/편집/조명 최정배 조연출 김성태 촬영 김헌수, 손병수 출연 김창식, 김석곤, 김헌수, 손병수, 한대식 시놉시스 SYNOPSIS 병마와 생활고를 이기며 한 때 노숙까지 했던 김창식은 쪽방상담소를 통해 임대주택이라는 보금자리를 마련한다. 새로 운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매일 기도하며 지금 현재의 모습에서 행복을 찾는다. 상담소에서 영상제작 수업을 받던 중 김창식은 자신의 일상을 영상으로 감아보고 싶어 한다. 어색했던 카메라에 점점 익숙해지면서 마음에만 담아두었던 자신의 과걱를 하나 둘 털어 놓는다. 연출의도 PROSUDTION NOTE 2013년 문화이용권기획사업으로 노숙인영상제작단이 만어졌고 이곳에서 영상제작수업을 받고 나의 이야기를 제작 해 보고 싶었다. 생활이 어렵고 주거지가 불안한 나와 같은 사람을 노숙인 이라고 통칭해서 부른다. 노숙까지 하면 나 의 삶은 어두웠다고 본다. 그렇지만 부정하고 감추고 싶지 않다. 오히려 마음의 창을 열어 밝은 곳으로 나아가고 싶다. 감독소개 DIRECTOR-INTRODUTION / 쓴이 <내 겨울의 창을 열다>(2013) 연출 -노숙인영상제작단에서 영상제작수업 후 만든 첫 작품. 4 5

커버 스토리 김봉환 기획수기 생애 제 2막이 시작되다 부산역에 도착 밤에는 부산역 벤치에서 잠을 자고, 낮에는 건설일용직을 하면서 나의 노숙생활은 시작되었다. 그 당시 뉴스에서도 자 1998년 IMF 경제위기가 왔을 때, 주 등장하였지만 IMF는 많은 실직자와 노숙인을 발생시켰으 나에게도 인생 최대의 위기가 닥쳤으며, 며, 나는 그 중의 한 명이었다. 그동안 남한테 굽혀본 적 없고 그 이후 나의 삶은 암흑기를 지나 지금은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직장 상사한테도 할 말 다하는 나였었는데) 남한테 아쉬운 소 리 을 일도, 할 일도 없이, 나 잘났다고 살아 왔었는데, 노 사가 있을 때나 일손이 필요할 때 봉사활동을 하면서 소소하게 시간을 보내는 중 상담소에서 오카리나 교육을 한다는 것을 알 게 되었다. 악기를 배워볼까 하며 막연히 시작한 오카리나는 내 생애 전환점이 되었다. 인생의 제2막이 시작되다 숙이라니... 노숙이 웬말이냐... 자괴감에 젖어 죽고만 싶은 오카리나는 7년 동안 저 밑바닥에 내려놓은 내 인생을 삶의 나날이었다. 무엇보다도 나로 인해 피해를 봤을 지인, 사 궤도에 다시 올려놓았다. 원래 하나에 꽂히면 끝장을 보는 성 랑했던 연인을 두고 와야만 했던 그 상황이 나를 너무도 힘 격 탓도 있지만, 오카리나는 음악을 좋아하던 나의 옛 정서를 게 했다. 웃을 일도 없었지만, 그렇게 내 마음은 황폐해져 끄집어냈으며, 그 음악과 함께 잊고 지냈던, 잊고만 싶었던 갔다. 기억을 하나둘씩 직면할 수 있게 해주었다. 가족과 직장 거제도 대기업 조선소에 근무하던 노숙생활 4개월 즈음이었을까. 누군가가 쪽방상담소라는 후배의 안부가 궁금해지고, 주위사람의 말을 좀 더 귀담 나는 건강하고 정말이지 앞길이 창창 곳에 가면 세탁과 샤워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썩 내키지는 않 아 듣지 못한 자신을 되돌아보며, 결국은 모두 내가 자초한 일 했으며, 성격 또한 확실해서 직장에서 지만, 필요에 의해서 방문하게 되었다. 언제까지 자존심을 고 이며, 내가 감당하고 책임져야 하기에, 그것을 하나둘씩 도 인정받는 근로자였다. 술을 즐겨했 집할 수 없었다. 지금의 상황을 받아이자고 스스로를 달래 털어버릴 줄 알게 되었다. 고, 음악듣는 것을 좋아해 레코드판을 며 상담소를 이용하게 되었다. 조선소 근무할 때부터 고질병 수집하러 전국으로 다녔다. 나는 젊었 이었던 허리디스크가 더 악화되어 힘든 일을 할 수 없게 되었 오카리나. 그 작은 악기도 처음에는 배우는 것이 만만치가 으며, 무서울 것이 없었다. 주식투자 고, 상담소의 도움으로 여인숙에 살면서 국가의 도움을 받게 않았다. 조급해 하지 않고, 수업에만 열심히 참석하자며 마음 를 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그 투자 되었다. 그 잘나가던 시절에 상상하지도 못했던 나의 현실을 을 비웠다. 그저 옛 기억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만 액은 점점 커져갔다. 그리고 IMF가 받아이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이렇게 살아가게 되는구 으로도 만족스러웠다. 사랑그루터기 오카리나 교실은 나를 포 터졌다. 내가 보유한 주식은 휴지조각 나... 무료한 일상이었다. 함한 7명의 멤버로 구성되어 있으며 상담소 선생님과 함께 이 되었으며, 부채문제에 허덕이고 있 외부공연도 여러 차례 해오고 있다. 공연 일정이 잡히면 매일 을 때, 형사이 이닥친다는 잘못된 상담소에서 운영하는 텃밭프로그램에 3년 정도 참여하면서 같이 상담소 연습실로 출근 아닌 출근을 한다. 무대에서는 긴 정보를 듣고서는 무작정 부산으로 도 몸을 움직이며 예전보다 활기를 찾기 시작하였으나, 술을 끊 장하여 실수도 많이 하며, 평소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 망치다시피 올라왔다. 은 것 외에는 내 심경에 큰 변화는 주지 못하였다. 상담소 행 서 아쉬울 때도 있지만, 오카리나 팀원의 서로에 대한 격려 6 7

작품. 하나 김원석 천왕봉에서 중봉을 거쳐 서래봉도는 길은 대중없이 허튼거린다. 굽이마다 숨가빠하는 나를 원추리 꽃이 빤히 내다본다 늘 제사장 높이 세우는 구상나무도 아득하게 날 내려본다. 모두가 그 뒤가 깊고 서늘하다. 그 눈길에 끊임없이 키는 기분내내 내 뒷그림자 밟는 소리에 돌아보면 원추리의 골짜로 구상나무의 비탈로 얼핏해뜩 거리는 와 응원이 있기에 다음 무대를 기약한다. 함께 연습, 공연하 생각은 전혀 없으며, 나의 작은 나눔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 면서 그동안 닫혀져 있던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게 되었다. 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그동안 내가 사회로부터 받아온 도움 고나리 또는 바위이 뿜어내는 푸른 그늘 돌길 도드라지는 저녁엔 에 비하면 작은 것이지만, 조금이라도 그 고마움을 환원하 열일레 달이 그 그늘에서 솟지만 고 싶다. 골짜기 너머 사람이 놓은 덫에 걸려죽은 짐승이 누워 있는지 부족한 실력이지만 무대에 선다는 설렘은 좋았다. 떨리기 도 했지만, 공연을 끝낸 후의 그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 었다. 사실 사랑그루터기 오카리나 공연단은 그리 실력이 뛰 부산에서 혼자 지내온 지도 12년이 되어간다. 형님이 돌아 어나지는 않다. 노숙, 쪽방생활의 어려운 처지에도 불구하고, 가셨으며, 사랑하던 연인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잠깐 흔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어 우리 공연팀을 여기저기 린 적도 있었지만, 힘게 일어선 인생, 무너지지 않게 안 서 불러준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 감사하며, 욕심 간힘을 쓰며 버텼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니 그 아픔도 아물 을 내어 공연 참여에 의미를 두지 않고, 실력을 쌓기 위해 노 고, 나는 오카리나 제작자로서의 일상으로 돌아와 묵묵히 흙 력하고 있다. 을 빚고, 소리를 낸다. 매일 3시간 정도 흙을 만지면서, 내 마 음도 함께 빚어낸다. 내가 만든 오카리나를 누군가가 받아서 이렇게 오카리나와 인연이 되어 지금은 오카리나를 직접 만 기뻐하며 연주하는 모습을 생각하면 힘이 난다. 지금 내 삶의 고 있다. 처음에는 나만의 악기를 만어보자고 가볍게 시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나눔의 기쁨을 맛 볼 수 있는 지금 내 작한 것이 지금은 인생의 전부를 걸만큼 오카리나 제작에 매 인생의 제2막을 달리고 있다. 밤새 수군대며 달빛 흔드는 바람이 잘못 애읍하다 또 날 더듬는 볕뉘같은 눈길 김원석 _ 현재 고기집 취업으로 일에서 보람을 느끼고 있으며, 금정희망의집에서 생활하다 얼마 전 작은 방을 구하여 독립하여 지내고 있다. 가끔 취미로 시를 쓴다. 진하게 되었다. 지난 한해, 제작과정을 배우고, 익히는 견습 생 단계를 벗어나 올해는 제법 작품이 나와 현재 만어진 처음에 나는 가명을 썼으며, 주위 사람에게 내 얘기를 하 오카리나는 사회복지시설에 기증하고 있다(노인복지시설 20 지 않는 것은 물론, 말도 섞지 않았다. 지금 나는 사랑그루터 개, 지역아동센터 20개). 나름 사회복지기관 쪽으로 입소문 기 오카리나 공연단원자, 오카리나 제작자가 되어 있다. 이제 이 나서 기증 요청기관도 점점 많아져서 순서를 기다려야 한 나는 당당하게 내 이름 석 자를 말 할 수 있다. 나의 이야기가 다. 상담소나 주위에서는 판매할 것을 권하기도 하지만 그럴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 희망이 되기를 바란다. 김봉환 _ IMF이후 진구쪽방상담소와 인연을 맺고 오카리나 공연활동과 제작을 통해 문화나눔을 직접 실현하고 있다. 8 9

현장 수기 이윤자 천원 의 행 복 림1호점을 개업하여 매일 100분에게 1,000원에 점심식사 를 대접하기 시작했다. 그 뜻이 좋아 1호점이 개업될 즈음 기운차림식당 나는 약간의 돈을 기부하게 되면서 기운차림식당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그때는 그냥 그 뜻에 동참하는 정도로만 생각 해 매월 소액 기부하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역할을 다하는 것 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우연히 설거지봉사를 하게 되면서 어느새 겨울이 성큼 다가오더니 가을이 떠나간 그 쓸쓸함조차 메마르게 한다. 잔뜩 기운차림식당과의 좀 더 깊은 인연이 시작되었다. 기운차림 식당 은 말 그대로 기운을 차리게 해준다는 뜻이다. 대한민 웅크린 사람은 저마다 종종 걸음이다. 표정마저도 얼어버렸다. 웅크린 어깨를 펴게 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밥심 이 중요하므로, 갓 지은 따스한 하고 얼어버린 표정을 녹여내고 싶다는 욕심이 마음 한 편에 자리 잡는다. 밥 한 끼로 기운이 필요한 분께 삶의 용기와 희망이 되고 싶은 바람에서 탄생했다. 버스 한 번 탈 수 없는 적은 1,000원이지만 내 돈 내고 눈 요, 고맙습니다라며 식사를 대접하는 곳이랍니다.(이하 생 치 보지 말고 당당하게 밥을 먹게 하겠다는 뜻인 것이다. 밥 략) 라며 감사의 마음을 손 편지로 적어서 탁자 위에 올려놓 을 짓는 실장님과 설거지봉사를 해주시는 봉사자 분 모 고 가시기도 했다. 겨우내 병마에 시달린 어느 어르신께서는 두 그런 마음으로 기운차림식당에 오시는 분을 대했다. 그 봉사자에 대한 고마움과 몸을 움직일 수 없어 기운차림식 러니 오시는 분 모두 감사함과 희망을 갖게 된다고 했다. 입 당에 가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장문의 편지로 보내오시기도 소문을 통해 기운차림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게 되고, 후원 한다. 금을 내는 사람, 채소 한 박스, 쌀 한 포대 등 물품을 기부하 는 사람도 늘어나게 되면서 부전시장에서 시작된 기운차 기운차림은 그런 곳이다. 그냥 내가 가진 몇 푼 나누는 곳 림식당은 동래 칠산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금은 전국에 이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곳이다. 사람을 위로하는 곳이 아 12호점까지 생겼을 뿐만 아니라 3개 지역에서 개업하기 위 니라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곳이다. 봉사를 받는 입장에서 해 주1회 시범운영을 하고 있다. 처음엔 거의 어르신과 주 봉사를 하는 입장으로 바뀌게 하는 곳이다. 1,000원의 가치 변 노점상하시는 분이 오셔서 식사를 하셨는데 이젠 중산 를 빛 나 게 하 는, 그 리 고 그 1,000원 이 10,000원, 층이나 내 또래의 중년층도 와서 식사를 하는 경우도 많다. 100,000원의 가치로 돌아오게 하는 곳이다. 기운차림식당 기운차림식당에 와서 식사를 하시는 분은 이곳이 소외된 에서 봉사를 하시는 분도, 식사를 하시는 분도 모두 표 사람만의 자리가 아니니 더욱 당당하고 힘이 날 수밖에 없 정이 환하다. 매일 11시30분부터 100그릇이 나갈 때까지 다. 라고 입을 모은다. 운영을 하는데 11시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시는 분이 많 다. 더 많은 사람이 1,000원의 행복을 느낄 수 있기를 간 세상을 향한 나의 시선을 바꿔 놓은 만월님 얘기를 잠시 하 이 그 할머니와 같은 분께 따스한 밥 한 끼 해드릴 수 있는 자면 세상을 향하여 더없이 따스한 시선으로 오로지 공심으 식당을 차려야겠다는 것이었다. 다만 우리 주변에 쉽게 볼 어떤 분은 기운차림식당에 가고 싶습니다. 닫혀 있지 않 절히 바란다. 전국에 100개의 기운차림식당이 생겨난 것을 로만 마음을 쓰시는 그분이 2008년 추운 겨울 어느 날 재래 수 있는 무료급식소가 아닌, 적은 돈을 지불하고 당당하게 고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두고 환하게 맞아주시는 분이 계시 상상만 해도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오늘은 부산에 첫 눈이 시장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노점상을 하시는 할머니 한 분이 먹을 수 있는 그런 식당 말이다. 는 기운차림식당에 가고 싶습니다. 접할 때마다 녹색 앞치마 내렸다. 바람 끝이 매서워 출근길에 저절로 옷깃을 세우게 를 두르고 식당 안으로 어오시는 모든 이에게 어서 오세 되는 날씨임에도 79분이 다녀가셨단다. 기운차림 화이팅!!! 잔뜩 웅크린 채 차갑게 식어버린 도시락을 드시는 걸 보고는 너무도 마음이 아프셨다고 한다. 그날 내내 그 할머니 모습 생각을 바로 실행에 옮기기 위하여 그 뜻을 함께 공유하고 을 떠올리고는 밤잠을 설치시며 고민을 하시다가 내린 결론 같이 하겠다는 몇몇 사람이 모여 2009년 부전시장에 기운차 10 이윤자 _ (사)기운차림봉사단 부산동래지부 사무국장(2011.2~2013.1), 부산동래지부 회장(2014.2~현재) 11

현장 수기 정래오 바람흔적미술관 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언젠가 경남 합천을 지나며 우연히 렀던 미술관입니다. 그날따라 비도 흩날리고 사람의 손길이 더 이상 머무르지 않는 곳이라 을씨년스럽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아니었습니다. 우리로 인해 오늘하루 여행객의 추억이 손때처럼 묻어있고, 누군가의 사랑이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면 누군가의 아픔이, 누군가의 사연이 온기와는 그것이 겨울을 맞이하는 또 다른 따스함으로 그 공간을 채우고 있었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을... 그곳에 오래 머물며 스러져가는 것 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시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상동구장이 있 언제가 될지 모르는 봄만을 바라보며 버텨내기에는 이 겨 습니다. 프로야구 2군 선수, 등번호 100번 대의 선수의 울은 너무 길고 혹독합니다. 숨죽이고 눈물을 훔치며 따뜻한 땀과 애환이 가득한 곳입니다. 수천 명과의 경쟁 속에서 짧 계절만을 기다리기에는 이 계절은 너무 길고 아득하기 때문 게나마 관중의 관심과 박수를 받는 사람은 정말 일부에 이지요. 우리는 혹독한 계절 안에서 버려지고 잊히는 것이 가 불과하지만 이 선수은 상대팀이 아닌 자기 자신과 경기하 장 두렵습니다. 고 있습니다. 물론 그 중 위대한 선수도 나오겠지만 고단함 으로 점철되어 결국 잊히고 마는 선수도 나올 겁니다. 그러나 이 하루 많이 웃을 수 있다면... 이라고 되뇌어 봅 니다. 무엇인가 끊임없이 질문하며 겨울 문턱에서 제가 겨우 우리 시설에도 많은 분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 사연만 으로도 몇 편의 영화가 만어질 것 같네요. 사회에서는 이 얻은 대답은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우리 시설 분께 도 전달하려고 노력합니다. 분에게 노숙인 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지만 이분 역시 반짝이며 빛나던 순간이 틀림없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 행복이란 결국 관계 안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경험입니다. 누 나 속절없고 불공평한 시간 속에서 이분은 스스로 혹은 구에게나 겨울은 오고, 또다시 봄이 허락되지 않을 수 있지 떠밀려 변두리로 밀려나면서 이미 겨울이라는 계절에 어선 만 우리로 인해 오늘 하루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면 그것이 채 혹독한 추위를 맨 몸으로 견디고 있습니다. 겨울을 맞이하는 가장 좋은 방법임을... 정래오 _ 오순절평화의마을 사랑의집 사무국장 12 13

연재 만화 겨울잠 그림 예경수 14 15

예경수_ 그림을 전공했지만 좋은 기회가 없어 아직 날개를 달지 못한 예술가로 늘 창작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며 평범한 일상이 주는 행복이 얼마 나 삶을 풍요롭게 하는지 느끼면서 살고 싶은 젊은 캐리커쳐 작가. 16 17

동아리 수기 한대식 몸이 기억하는 기타 동아리 딩가딩가 어느 날 동구에 있는 시설에 있다가 퇴소하고 갈 곳이 아리에 참석한건 아니었는데 이미 우울증이 온 나는 중간에 타연주를 하면서 버벅거린 탓에 많이 느렸던 것과 연주할 때 없어 주변지인을 통해 동구쪽방상담소와 인연을 맺게 합류하면서 그 증세가 조금씩 줄어고 그동안 쌓였던 스트 손이 많이 저리고 시린 거였다. 되었고 기타동아리 모임도 꾸준히 할 수 있게 되었다. 레스도 조금씩 풀려 가는 것 같았다. 나도 예전 기타를 처음 연습할 때가 자꾸 생각난다. 신기 여기서 문득 이런 생각이 었다. 어렸을 적 자전거를 처 하기도 했지만 조금은 재미있었다. 그리고 해보니 그럭저럭 에는 양손 모두 시리도록 기타를 하루 10시간씩 연습했 음 배우게 되었을 때 무조건 힘차게 밟아야 안 넘어진다는 소 잘 연주가 되었다. 기타 연습을 매주 월요일, 수요일 이틀을 다. 군대에서도 일과시간 외 쉬는 시간에 연습을 했다. 그 리를 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나중에 자전거를 잘 타게 되 나누어서 연습하게 되었다. 나는 그중에서도 나름 아마추어 리고 전역 후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퇴근 후에 집에서 연습 었고 몇 십 년이 지나 또다시 자전거를 타야한다는 생각이 수준이었다. 그래서 난 진도가 그나마 빠른 것 같았다. 했고, 이런저런 계기로 여러 시설을 전전긍긍하면서도 기 때 잘 탈 수 있을까 생각이 었지만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타를 마련하여 연습을 꾸준히 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기타도 오래 전에 연주를 했었지만 동아리에 입문 우리 기타동아리는 나중에 가온 아트홀이란 곳에서 부산문 하면서 기타를 자연스레 연주하게 되었다. 역시나 몸이 기억 화재단 주최로 문화나눔 기타공연을 하게 되었는데 너무나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조금 신기했다. 긴장되고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직접 공연이란 것을 해보니 기타를 처음 접한 것은 약 5년 전이었다. 저도 처음 그러던 어느 날 동구에 있는 시설에 있다가 퇴소하고 나름 괜찮았던 거 같았다. 참 재미있고 스트레스도 풀려서 정 갈 곳이 없어 주변지인을 통해 동구쪽방상담소 와 인연을 맺게 되었고 기타동아리 모임도 그리고 나보다 연배도 많은 분과 함께 하면서 내가 처음 꾸준히 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부터 동 기타를 연습 할 때랑 비슷한 상황을 겪게 되었는데 그것은 기 말 뜻 깊었다. 딩가기타동아리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면 좋 겠다. 한대식 _ 여러 시설을 돌아다니다 동구쪽방상담소와 인연이 닿아 동아리 활동까지 하게 되었다. 지금은 본인보다 더 어려운 처지의 아저씨을 위해 아웃리치에도 동행한다. 한대식_ 18 19

현장 취재 심순정 올랐고, 첫 무대는 부산시립예술단의 축하무대로 시작되었 고 한껏 뜬 감상객과 연주자 모두가 함께 즐기고 어울 다. 동심초 와 넬라판타지아 두 곡의 성악무대는 조금은 얼 릴 수 있는 공연이었다. 어있던 분위기를 부드럽게 띄워주는 듯 음악회의 첫 무대로 써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익숙한 노래로 공간이 꽉 차면서 부산시립예술단의 설장고 독무대에서는 남녀노소할 것 없 쌀쌀한 가을 날씨 속에서 몸과 마음을 따뜻하고도 포근하게 이 모두가 썩썩 손뼉을 치고 발도 굴리며 한껏 흥을 돋 감싸주는 듯 했다. 우었다. 모든 무대에서 연습을 하는 연주자의 땀이 묻어 있고, 그 연주 모습이 너무나 행복해보여서 보는 이로 하여 금 더한 기쁨과 감흥이 일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어지는 공 떨림 그리고 미소가 묻어나는 기타연주 두 번째 순서는 동구쪽방상담소에서 네 곡의 기타연주를 선보였다. 클레멘타인, 고향의 봄, 돌아와요 부산항에, 개 연로 달아오른 열기가 끊이지 않게, 진구쪽방상담소의 난 타공연도 이어졌다. 내 나이가 어때서, 무조건 두 곡의 난 타를 보면서 다시 <>에서 보았던 동아리 이야기의 그분이구나 하는 마음에 반가움이 앞섰다. 생동감 넘치는 소리와 쌀쌀해지는 날씨가 무색하게 하는 뜨거운 열기가 느 껴졌다. 구쟁이 라는 곡을 순서대로 연주하셨는데, 어둑한 조명 아 래에서 연주를 하는 내내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여주셔서 연주를 감상하는 사람마저 뿌듯하게 만었다. 첫 곡을 연주 하실 때는 조금 긴장을 하셨는지 떨려하던 모습이 보였는데, 한 곡씩 연주를 하실수록 자신감을 찾는 듯 보였고 진심으로 즐기면서 여유 있는 미소도 선보이셨다. 사실 동구쪽방상담 재능나눔 음악회 <달달한 무대> 음악과 나눔으로 달달해지는 가을밤 따뜻한 사람이 이뤄낸 가을밤의 달달한 꿈 소의 노숙인 기타동아리의 연주를 직접 감상하는 것은 처음 부산시립예술단의 대금 독주 한 과 금사나너울지역아동센 이었지만, 등장할 때부터 반가운 마음은 숨길 수가 없었다. 터의 귀여운 루돌프 사슴코, 진구쪽방상담소의 창밖을 보 <>의 지난 여름호의 과 사진 속에서 만났던 바로 라 오카리나 연주까지 연이은 공연에 관객은 계속된 환 그 기타 연주소리.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다고, 정말 멋지시 호를 보내며 달달한 무대 의 나눔에 흠뻑 취해 있었다. 부산 다고 다시 한 번 응원과 감탄의 박수를 보냈다. 시립예술단의 신나는 YMCA, 부산갈매기 금관 5중주로 공 연의 마무리를 지었다. 추운 날씨 속 <달달한 무대>의 포근한 시작 11월 25일, 재능나눔 음악회 <달달한 무대>가 열리는 가 온아트홀에 어서니 반가운 얼굴을 먼저 발견할 수 있었 있어 <달달한 무대> 역시 어떠한 나눔이 어떠한 사람과 함께 이뤄질지 많은 기대가 되었다. 공연장소로 어가기 전 입구에서 안내책자와 기념품으로 손톱깎이와 생수를 나눠드 리며 친절하고 상세하게 안내를 드리는 모습에 문화를 나누 는 따뜻한 마음을 벌써 알 수 있었다. 공연을 보러 오신 많은 분을 고려한 배려를 무대 시작 전부터 느낄 수 있었다. 다. 문화나눔활동에서 열심히 봉사해주고 계시는 봉사단 벌 무리 의 벌님이 이번 문화나눔캠페인에서도 달달함이 배가 달달한 무대 에 걸맞게 아늑한 소극장이 꽉 차도록 많은 사 되도록 도움을 주고 계셨다. 나 역시 작년부터 벌무리로 부 람이 자리를 잡고 공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부 산의 문화나눔 현장을 종종 찾아가 작게나마 도움을 드리고 산문화재단의 이민경 선생님의 사회로 달달한 무대의 막이 20 관객과 연주자가 함께 즐기는 소통의 무대 나눔을 몸소 실천하려는 많은 사람의 따뜻한 마음이 모 여 완성된 재능나눔 음악회 <달달한 무대>. 음악 소리가 울 리고, 포근하고 편안한 공간에서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웃음 으로 이야기하는 그날의 달달한 가을밤의 기억이 오래도록 다음으로 부산시립예술단 여배우의 일인극 늙은 창녀의 따뜻하게 남을 것 같다. 무대 위에서 눈짓으로 이야기하고 서 노래 가 이어졌고, 뒤이어 진구쪽방상담소에서 홀로아리랑, 로 환히 웃으며 의지하는 그 모습 그대로 내년의 달달한 무대 문리버, 오블라디 오블라다 오카리나 연주 공연이 있었다. 에서 계속해서 꿈을 이루고 있는 그을 다시 볼 수 있길 기 잔잔하고도 맑은 소리로 소소하지만 꽉 채운 그 공간, 그리 대해본다. 심순정 _ 부산대 불어불문과 4학년에 재학 중이며 부산문화재단 봉사단 벌무리에서 꿀벌로 맹활약 중이다. 21

현장 취재 조혜인 다. 그리고 노숙인이 영상제작수업을 으며 또 다른 꿈 살아가고 있다는 착각에 폭주를 하더라도 그것마저 감 싸주는 무언가가 있다. 당사자는 고독, 슬픔과 시련에 우왕자왕 소동을 피우며 온갖 감정을 경험하지만, 사실 은 언제나 무언가가 지켜주고 있다. 을 꿀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했던 나의 생각이 영화 라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왕궁 1: 안드로메다 하이츠 의 한 에 잘 담겨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구절을 떠올린다. 이 영화를 보면서도 그랬다. 살다 보면 모 계단을 올라온 한 남자는 나무에 매달린 열매를 보고 예 쁘다, 잘 자라 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는 우리에게 어떤 이 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 궁금증을 가지게 하는 첫 시작이었 두가 어렵고 힘든 일을 겪을 때가 있지만 지켜주는 무언가 열매에게 좋은 말을 건네던 남자는 이 영화 제작감독이 에 대해 생각하며, 혼자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니 다함께 힘 다. 감독은 현재 동구 쪽방상담소를 통해 작은 거처를 마련 을 내었으면 좋겠다. 지켜주는 무언가는 개인의 해석에 따 하여 임대주택에 생활하고 있는 노숙인 출신이다. 아픈 몸 라 달라진다고 본다. 그렇다면 나는 희망이라고 이야기하고 으로 폐지를 모으며 생계를 꾸려나가는 어려움에도 불구하 싶다. 고, 오늘 하루 잘 지낼 수 있기를 바라며 매일 기도를 한다. 내 겨울의 창을 열다 포레, 시실리안 Op. 78 노숙인영상제작단의 활동이 때때로 중단되고 다시 시작하는 것을 안타깝다고 느꼈었는데, 어느새 그분이 직접 제작한 영화가 상영되었다. 영상제작수업 이러한 일상적인 모습과 꾸밈없이 매우 솔직한 말이 영화의 지금까지 유명한 감독이나 배우를 보고 영화를 선택하는 대사로 표현되고 있는 점을 통해,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며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요소이 영화에 대한 기대를 살아가는 것을 보여주지만 한편으로는 담담하게 어린 시절 높여주고 이를 통해 재미있게 관람한다면 그것이 나에게 좋 에 겪은 아픔과 노숙 등의 슬픈 과거, 지금까지의 모습이 드 은 영화, 최고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마음의 창 러나기도 했다. 춥고 외로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을 맞 을 열다 는 그런 요소를 전부 배재했으므로 기대할 것도 감 이하는 것이다. 그 과정이 영화를 통해 과거의 아픔을 예술 동스러울 것도 없을 것 같은 독립영화에 불과했지만 그 진 로 승화시켜 훌훌 털어버리는 것 같았다. 정성은 여느 감독만큼 진지했다. 관객은 그를 통해 감독 의 이름을 기억하고 또 다음에는 어떤 영화를 만까 관심 김창식 감독의 슬픈 겨울처럼 삶에 지쳐 우울할 때 나는, 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이러한 독립영화를 또 볼 수 있기 커다란 무엇이 언제까지나 한없이 지켜주는 가운데 살 아가다가, 가끔은 그것을 잊어 오만해 지거나 혼자서 를 바라는 마음이 이 순간, 포레의 시실리안 Op. 78 이 계 속 귓가에 맴돈다. 후 만어진 첫 작품, 내 겨울의 창을 열다 였다. 조혜인 _ 현재 부산문화재단 문화나눔 자원봉사단 벌무리에서 히포벌로 활동 중인 아기하마를 좋아하는 고고학과 대학생이다. 22 23

작품. 둘 작품. 둘 정유림 염동묵 사진 김병국 사진 김병국 하늘에 수많은 별 속에 외로운 사람에게 드리는 시 내 미치도록 그리워하는 별 하나 있어 황혼이 깃든 어두움이 다가오면 내 삶에 과거사 잊으려고 쓰고도 쓴 술을 독주처럼 마시며 허우적거리며 어느 집 둘러보면 다 있는 가족 어느 집 모여 있는 칫솔처럼 어르신 한 분 혼자 남아 우울한 표정 동네 집 둘러보면 다 있는 가족 동네방네 베개도 세 개쯤 참새 소리에, 아이 소리 철퍼덕 거리며 그대를 찾노라 미애야 창문을 열어라 먼 별 하나 바라보면 가신님 생각하면 세월도 가고 님도 가고 벗도 가고 돈도 가고 내 청춘도 가는구나 하하호호 모두 떠서 세상 집 둘러보면 신나게 뛰노는 것 같아도 다 있는 가족 수저까지 다섯 개 까마귀처럼 어두운 길 구석진 곳 여다보면 그 골목 걷던 길 위 까마귀 소리, 한숨 소리가 멈춰 서서 여다보면 홀로 터벅터벅 걸어간다. 정유림 _ 가야여중 1학년, 은하수 지역아동센터 24 염동묵 감수성 감수성풍부한 풍부한사랑그루터기 사랑그루터기이용자 이용자 염동묵 감수성 풍부한 사랑그루터기 이용자 염동묵 2014 winter vol.10 25

현장 현장 현장 현장 동행 동행 동행 이민아 어려운 이웃을 어떻게 도와야 좋을지 묻는 부유층이 늘어난 현상을 두고 프란치스코 효과 라는 말이 생기기도 했단다. 또 교 황의 지시로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 공중화장실 리모델링 공사가 시작됐다고 한다. 바티칸 우체국 뒤에 노숙인이 사용할 수 있는 세 개의 샤워시설이 마련된다니. 부산역과 지하도 곳곳에서 힘 겹게 겨울을 나고 있는 분이 더 생각난다. 부산의 복지 당국의 을 나누면 행복해집니다 하루를 나누세요! 크리스마스 & 행복한 동행 관심과 봉사의 유연함을 기대해보게 하는 소식이다. 관광객이 싫어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우려에 대해, 오히려 바티칸의 사회복지 책임 주교는 가난한 이이 씻을 수 있도록 로마의 다른 성당에게도 샤워시설 설치를 요청했다고 한다. 성당의 존재이유를 성체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고, 가난 한 사람에게 봉사하며 주님의 고통받아온 몸을 섬겨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프롤로그 기억을 더듬어보니, 지난해 겨울 에 봄을 기다리 며 라는 을 쓸 때에도 각자의 하루를 이웃과 나눌 것을 권유하 26 아저씨와 함께 동네 빵집에 어가 간식도 고르고 행선지도 정했다. 목적지는 요산문학관 으로 정해졌다. 송정 해안길이나 사찰 산책 후, 영광도서에 가서 최영철 시인의 시집 금정산을 아저씨를 설레게 한 행복한 동행, 크리스마스 선물로 시인이 배달되다 보냈다 (산지니, 2014)를 사오자며 서점 나이도 제안했지만, 인간단지 와 사하촌 등 김정한 선생님의 소설을 인상 깊게 읽은 는 을 싣기도 했다. 나는 과연 1년 동안 며칠이나 이웃과 하루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부산문화재단 문화나눔 활동에도 작은 를 나누었던가. 깊은 반성과 몇몇 소중한 추억이 함께 밀려온다. 도움이 되길 바라며 편집 담당자에게 어려운 이웃과 얼마 전 다리를 다쳐 걷기도 불편하고, 아직은 사람이 많은 2014년 봄, 국민 모두의 평범한 하루를 낯선 아침 의 충격에 하루를 나누는 행복한 동행 을 제안했다. 실제 에 꾸준 곳에 가는 것이 불편하다는 이유가 컸다. 서로의 하루일과를 이 휩싸이게 만었던 세월호 침몰사고. 세월호 사고와 함께 수많 히 시를 하면서 꼭 한번 시인 과 만나서 자신의 습작도 보여주고 야기하며 일상에서 공통점과 개성을 발견해 보기로 했다. 아저 은 고통과 아픔이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했다. 평범한 하루가 낯 시인과 작품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한 서상훈 아저씨가 떠올 씨는 생활과 건강, 자신의 시쓰기에 대해 차분히 려주었다. 알 설어지고, 가족과의 삶이 새삼 소중해지는 낯선 감각 경험을 하 랐다. 문화재단의 담당자를 통해 금정희망의집 에 연락을 했다. 코올 중독에서 벗어나려 술, 담배를 줄이고, 늦은 밤 술 생각이 게 했다. 단 며칠에 불과하지만, 노숙인과 쪽방 주민이 생활 시설을 통해 연락을 취할 수 있었다. 흔쾌히 동행 이 확정되었 나면 시를 썼다고 했다. 을 쓰다 잠고, 새벽에 일터로 나가 하는 현장에서 만나 함께 웃고 이야기를 나누던 추억이 떠올랐 다. 약속된 날짜에 금정희망의집으로 찾아갔다. 일전 10시간 일하고 돌아왔다는 그. 대인기피 증세를 극복하려 새벽 다. 서로 다른 나이, 출신지, 세상과 단절을 선택한 사연을 퍼 시화전 에 출품할 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러 찾아뵌 일이 있다 엔 걸어서 일터로 가고, 밤이 늦은 시간에는 버스를 타고 돌아오 즐처럼 내놓으며 조심스럽게 마주앉은 계절이 있었다. 대화를 고 하자 그제야 기억이 난다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는 생활을 했단다. 기억이 있다며 상훈 아저씨는 요산문학관을 반겼다. 단서 삼아 신산한 기억을 공유하던 낯선 만남이 떠오른다. 그 아저씨 는 습작 3편을 가져왔다면서, 수줍게 웃고는 차에 올 노동에 찌든 지친 몸을 씻고 나오다 그만 낙상을 하는 바람에 때 만난 쪽방, 노숙인 분과 한 약속을 얼마나 성실히 지켰는지 랐다. 시인과 함께 작품 이야기를 하고 싶으시다는 말씀이 생각 치료에만 몇 달이 걸렸다고 한다. 지난 초여름 만났을 때보다 몸 반성도 하게 된다. 나서 왔다며, 하루 동안 나와 부산을 여행하고, 관심 분야에 대 이 축나 있었다. 풀럭이는 바지 아래로 홀쭉해진 다리가 보였다. 그 순간, 자신이 한 말을 스스로 지키며 살아가는 것으로 위로 한 궁금증도 물어보는 시간이라고 설명해 드렸다. 이른바 크리 근심하는 나의 표정이 읽혔는지 자초지종을 려주었다. 그래 와 용기를 주는 한 사람을 떠올렸다.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중 스마스 & 행복한 동행 이라고. 제가 온 하루가 아저씨께 선물이 서 할 수 없이 다시 금정희망의집으로 돌아갔어요. 이제 그곳에 에 교황은 음성 꽃동네 를 찾아 노숙인 합창단의 환대에 감사를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과, 준비해 간 시집, 문예지 한 권을 전했 서 성실하게 생활하며 여생을 보내야 할까 봐요. 건강도 좋지 않 표하며, 장애복지시설인 희망의 집 에서 만난 장애인을 축복 다. 선물을 받자 책은 절대 버리지 않는다고 내게 사인을 청한 지만, 조금씩 일을 시작해서 생계를 잇고, 도 계속 쓰고, 여건 했다. 아프고 힘든, 가난한 이웃과의 만남을 교황은 가장 소 아저씨. 책을 받고 혼자 지은 미소를 아저씨는 내게 그만 키고 이 되면 봉사도 하고 싶고요. 술도 아예 끊어보려고요.이전과는 중한 일정으로 여겼음을 회상한다. 말았다. 다르게 착실히 살아봐야지요. 27

삶의 현장, 힘든 노동 끝에 얻는 소중한 시 한 줄 않게 중독입니다. 다독, 다작, 다상량. 그는 이미 시인 의 일과 니까, 꼭 시와 여행 생각을 놓지 말고 참여해 보시라고 말이다. 새벽같이 나가는 성실한 아저씨이기에 인력사무소에서도 인 를 살고 있었다. 돈을 벌어도 목적의식이 없으니까 안 모으고, 책을 읽고 싶 정을 받은 모양이었다. 다치기 전까지 일도 곧잘 했어요. 사무 소 소장이 잘 봤는지는 몰라도 일은 주더라고요(웃음). 일하러가 면 성실하게 해야 돼요. 눈썰미는 물론 잡부는 다재다능해야 돼 요. 건물 짓는 데 하는 일은 다 할 줄 알아야죠. 기능공처럼은 아 니더라도 미장이며, 철거며, 다 알아어야 이 사람이 신경질 안내고 다음에도 써주지요. 상훈 아저씨는 나름의 성실함이 새벽 인력시장에서 꾸준히 일 자리를 얻는 비결이라며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공사장 일 마치 고 집에 갈 때는 너무 힘이 드니까 마을버스를 타고, 새벽에 일하 러 갈 때는 걸어가요. 일은 10시간 한다고 보면 돼요. 사실 시설 에 있을 때 큰돈 연연 않고 일하면 돈이 모이게 됩니더. 지금은 몸이 아프니까 1주일에 두어 번 밖에 못나가서, 용돈벌이 밖에 안 되지요. 금정희망의집에서 마음을 추스른 상훈 아저씨는 최 근까지 여인숙에 생활하며 공사장 일을 하며 자립을 시작했었다. 거리를 가늠해보니 보니, 상훈 아저씨가 일터로 가려고 나서는 길은 대략 왕복 15km는 족히 넘었다. 다친 다리로 걸어서 다녔 다니 마음이 무거웠다. 그 시간이 시를 생각하고, 마음속으로 표 현을 정리하는 시간이라고 했다. 노숙을 하다 금정희망의집에 어온 이후, 독립해서 다치기 전까지의 아저씨는 이미 알코올중독 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물론, 노동으로 성실히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고, 지난 여름보다 더 열심히 시를 써놓고 있었다. 저는 몇 년 사이에 체중이 20kg 정도 줄었거든요. 다친 오 른쪽 다리는 질질 끌면서 일하면 되겠던데, 사실 힘이 없어요. 그 정도 체중 감소라면 건강도 많이 나쁠 텐데, 몸이 도대체 견 디느냐고 물었다. 봉투제작 자활근로사업단 같이 실내에서 하는 일을 해보면 어떻겠는지 권유도 해 보았다. 몸이 좀 덜 힘면 쓸 여유도 많이 생기실 거라고 말이다. 망설임 없이 돌아오는 대답에 나는 잠시 숙연해졌다. 힘든 노동일을 하면요, 을 더 많이 써요. 오며가며 그동안 내가 보고 느끼는 게 많아요. 1시간 일하면 10분간 쉬게 해 주 거든요. 그럴 때 앉아 있다가 몇 자 적어 보면은 그렇게 쓴 이 마음에는 훨씬 더 와 닿아요. 그러다 일이 없는 날에 서동도서 관 에 가서 시, 소설, 시론집을 봐요. 도서관 문 닫을 때까지. 독 서에 빠지면 지는 해를 붙잡고 싶을 때도 있어요. 책도 술 못지 요산문학관 앞 에서 습작시를 어루만지는 시간 차는 새로 지어진 부산외대를 지나 요산문학관 골목으로 접어 었다. 아저씨는 다치기 전에 여기 건설현장에 와서 일을 많이 했다고 했다. 숙소 근처의 서동도서관도 남부럽지 않은 자신의 서재라며 독서편력을 려주기도 했다. 시론서는 너무 어렵다 며, 언젠가 해석을 해주면 좋겠단다. 시 이론서는 국문과를 다 닌 나도 어렵다고 고백하자(?) 분위기가 훨씬 부드러워졌다. 요산문학관 앞에 도착했다. 준비한 간식과 습작시를 고 내리 자고 했더니, 상훈 아저씨는 문 손잡이만 잡고 열지 않는다. 학생 하교시간이 아니라 사람도 없고, 유품 전시실에 른 후에 작가 집필실로 가서 이야기를 하면 사람과 마주치지 않을 수 있 다고 다독였다. 그러자 상훈 아저씨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나직이 말했다. 사실은 운수업 30년 끝에 빈손으로 정리하고, 오늘 다시 승용차에 타보니 옛날 생각이 난다고. 고향에 온 것 같이 아늑하 니 이대로 차 안에 앉아서 시 공부를 하면 안 되겠느냐고. 기억은 때론 이렇게 공간을 지배하기도 하는 것이다. 행복한 동행 은 결론적으로 문학관과 희망의집을 오가는 이동경로에 국 한되었다. 오롯이 차 안에 앉아 3시간 이상 아저씨의 습작시를 놓고 합평을 이어갔다. 소형차 공간은 지난 50여 년의 추억 속 공간을 넘나드는 동행 의 배경이 된 것도 사실이다. 단팥죽에 어 있는 알밤과 해바라기씨가 풍성하다는 소감을 곁이며 대화가 이어지는 사이, 화물차 운전기사 시절, 친척, 헤어진 딸아이와의 이야기가 별똥별처럼 등장했다. 운수업을 하 던 세월에 헤어진 아내와 떼어놓고 떠나온 딸아이, 결별한 친척 과 실패한 생업. 그 모든 조각을, 시로 기억의 징검다리를 놓아가며 살뜰히 되새기고 있었다. 아저씨는 학력이 짧아 맞춤법도 틀리고, 행 구분이나 연 구분 도 잘 안 된다며, 문장과 상황을 연결할 때 어떻게 이어주는 게 좋은지 질문했다. 우리는 함께 시 한 편을 몇 번이고 낭독했다. 아저씨는 시작메모를 말하고, 나는 감상을 려주었다. 서로 나 눈 이야기를 참고로 아저씨가 직접 연 구분을 해보았다. 합평한 한 편은 이번 호에 투고를 하기로 했다. 시를 왜 쓰느냐는 질 문에 나는, 시가 돈이 안 되고, 시가 사람을 먹고 살게 해 주지 는 않는데, 살고 싶게는 해 주더라고 말을 건넸다. 아저씨도 그 말에 동의하면서 이렇게 보태고 싶다고 했다. 사 람이 배만 부르다고 사는 게 아니거든요. 마음이 풍족해지면 돌 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거든요. 뭐든지 포용할 수 있는 능력도 생기고. 그러면 결국은 그게 내가 살아갈 수 있는 길이라요. 시 는 이렇게 자신과 만나는 세상 가장 작고도 가장 절실한 고해성 소라는 생각에 우리는 동의했다. 이윽고 은 혼자 쓰는 게 다가 아니니 세상의 다른 면과 좀 더 만나보시길 권했다. 문화나눔 통합이용권 사업으로 순천만 여행 을 다녀온 분도 있던데, 집필 취재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기회 니까 내년부터는 잘 챙겨서 참여해보시라고. 그런 장소에 가면 다 풍경에 감탄하기 때문에, 아저씨만 보면서 부담 주는 사람 도 없을 테고, 사람 많은 곳에서 공포감을 느낄 겨를도 없어질 테 을 때는 헌책방, 도서관으로 갔지요. 이제 이렇게 시 공부를 하 고 보니, 돈 모으게 되면 책도 사보고, 문학기행도 갈 수 있게 준 비해야 되겠네요. 아저씨의 마음이 긍정적인 실천으로 이어지 길 기대해 본다. 시가 좋은 이유, 쓰면 쓸수록 맑은 정신으로 살고 싶어져 최 원장님(금정희망의집)이 시 두어 편 써보라고 권하면, 우 선은 소주를 먹어버렸어요. 그러면 감성이 풍부해지더라고요(웃 음). 그럴 때 괴로운 과거를 떠올리면 몇 편이라도 쓰겠어요. 재주만 있다면은 내 과거를 쓰고 싶더라고요. 지금까지 내가 쓴 시는 과거로부터 오는 시 라고 생각해요. 당분간은 어디 발표하 고 그러는 것 보다, 내 과거를 토해내고 쏟아내기 위해서 힘든 시절 이야기를 시에다 할 것 같아요. 어느 시점에는 내 자신에게 보여주는 시라도 올바른 시, 시다운 시를 새롭게 쓰고 싶어요. 그렇게라도 해야 답답한 가슴을 비우면서 살 수 있을 것 같다 며, 자신이 시에 기대는 마음을 털어놓고 긴 한숨을 쉬었다. 운 전하면서 뒤따르는 차를 위해 자주 양보했다며, 나름 배려의 30 년을 살았다는 그가 말했다. 고속도로에서 개구리가 튀어나오 면 그것도 비껴가고 싶어요. 살아있는 생물이니까. 쪼개진 손 톱에 상처 많은 손, 투박한 말투의 상훈 아저씨는 마음이 여린 사람이었다. 아저씨가 운전 일을 하던 시절에는 앞차뒷차도 보며 깜빡이를 켜고 양보도 하고 추월 못하게 저지하기도 했듯이, 시도 마찬가 지다. 아저씨는 지금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며, 시에 이 르는 마음의 길을 되짚어 달리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시적인 삶, 시적인 경험은 먼 데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저씨는 자신이 살아온 삶을 질료로 삼아 자신을 용서하고 자신을 질책하는 치 유의 나날을 시 를 통해 살고 있었다. 전에는 술을 먹고 시를 썼는데, 시를 쓰면 쓸수록 이제는 술 이 자꾸 멀어져요. 시는 그렇게 취해서 쓰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생기더라고요. 시를 쓰면 쓸수록 맑은 정신으로 살고 싶 어져요. 시를 쓰면서 희미한 기억을 되찾거든요. 집으로 가는 고 향길도 떠올리고. 이제는 얼굴도 목소리도 다 잊어버린 딸애도 생각하고. 그런 생각을 하면 술도 줄이게 되고요. 나름대로 국 28 29

어사전도 찾아보고, 고심을 많이 합니더(웃음). 좋은 낱말도 챙 아저씨 눈가에 어느새 눈물이 맺혔다. 형편 때문에 헤어진 딸이 겨보고요. 사진 찍는 김병두 씨가 자기 쓰던 국어사전을 선물로 생각난다며, 습작 시 이별 은 그래서 썼다고 했다. 딸애 헤어질 줘서, 틈틈이 보고 있습니다. 때 그 모습이 떠오르거든요. 그날은 굽이진 새벽길에 안개가 가 어렸을 때 가족과 헤어져 살며 공부할 시기에 공부도 제대로 득 덮였는데, 심란한 내 마음을 담은 것 같았어요. 그런 기억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타지에서 포목점을 하던 모친 가게에 화재 모아 시를 썼어요. 이런 이야기와 이름이 나가고, 예전의 상황 로 터전을 잃은 후 친척집에 살다 모친 곁에 있다 하기를 반복했 도 알려지는 것이 이제는 상처가 안 되시는지 묻자, 깊은 숨을 다. 먹고 살 길을 찾아 고군분투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지나 몰아 쉰 아저씨는 이렇게 말했다. 온 세월의 한탄과 안타까움, 가족의 해체와 건강 상실의 인생유 나는, 치유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한 번은 속에 있는 걸 전을 이루 다 적어 옮길 수 없으리만큼 아저씨의 삶을 듣는 시간 토해내야 한다고 봐요. 스스로 내 마음을 표현하면 이게 치유가 은 마치 옴니버스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안 되겠나 싶더라고요. 그렇게 되는 것 같기도 하고. 나는 상훈 그 시절부터 지금까지 팍팍한 삶을 살았던 분이 독서광이 된 아저씨가 몸소 겪고 려주는 시 치유론 에 잠시 할 말을 잃었 이유가 무엇일까? 아저씨가 처음 접한 책은 무협지였단다. 자신 의 처지나 신분에 비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정의의 편에 서서 성 공에 이르는 주인공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에서 독서 의 즐거움을 느꼈다고 한다. 그러다 패턴화 된 내용이 지겨워지 면서 소설에 눈을 돌렸단다. 특히 공선옥, 신경숙 같은 여성 작 가의 책이 가슴에 와 닿았다고. 책은 삶에서 버림받은 내가 선택한 가장 고마운 중독 일자 무식꾼으로 살았을 자신이 그나마 다른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건 책을 읽었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책은 자기가 못 가 는 다른 세계로 데리고 가 주었다고. 영화는 화면이 한정되어 상 상을 제한하더란다, 반면에 책은 그 장면을 상상하게 하더란다. 주인공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고뇌하는 느낌을 충분히 생 각하게 하는 기회였다고 했다. 특히 토지 를 읽으며 주요 인물 이름을 하나하나 기억해 내면서 소설을 온 마음으로 읽은 흔적 이 생생하게 전해져 왔다. 아까 안 가본 데 중에 꼭 가보고 싶은 곳 물어보셨는데, 토 지 에 나오는 화개장터 에 가서 국수 한 그릇 먹고 싶고, 이효석 이 쓴 메밀꽃 필 무렵 의 무대 봉평, 거를 꼭 한번 가보고 싶어 요. 내가 거서 힘게 벌목장 일을 했거든요. 보름달 허옇게 뜬 메밀밭을, 소달구지에 장짐 싣고 가는 장면... 책을 읽고 그런 풍경을 상상만 해보거든요. 열심히 시 쓰고 계시면 행복한 동 행 문학기행 을 동행하자고 했는데, 너무 먼 봉평 에 당황해하니 아저씨도 한바탕 웃는다. 이효석의 소설에 나온 헤어진 부자의 상봉 장면을 회상하는 다. 시를 읽지 않는 시대라고 한다. 시가 팔리지 않는 시대, 하 지만 상훈 아저씨는 누구보다도 유효한 시의 첨단을 살고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었다. 을 통한 시의 발견 이다. 이 시, 한 번만 다시 읽어봐 주세요. 상훈 아저씨는 단숨에 을 읽어 내려갔다. 구름에 힘 잃은 보름달 애써 어둠 비추고, 개울따라 굽이진 황토길 스산한 풍경이 심란함을 보태는데, 추위 에 떠는 어린 딸 등에 업고 서러운 그 길 내가 갑니다. 꼬물거리 는 두 손, 추위에 빨개진. 아저씨는 울고 있었다. 목소리도 내지 못한 채, 시를 든 왼손은 떨렸고, 빈 오른손은 시에 담긴 딸 애에 대한 기억 속 풍경 앞에서 추위에 떠는 어린 딸 의 빨개진 언 손을 어루만져 주듯이 떨리는 손으로 빈 주먹을 쥐었다 폈다. 차마 읽지 못한 시는 아저씨의 새로운 시가 되어 소개될 것이 다. 고통이 미안한 고백이 되고, 시가 되고, 편지가 될 것이다. 딸을 살리기 위해 남의 손에 보내야 하는 심정보다 부모에게 버 림받은 설움을 안고 세상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을 딸에 대한 사죄의 마음을 시로 적고 있었다. 어느새 내 손은 떨리는 상훈 아저씨의 손과 그 투박한 손에 쥐어진 시를 가만히 잡아주었다. 아직도 다섯 살로 남아 있는 딸을 떠올리는 추억의 사진관이 되어줄 아저씨의 시를 은 나도, 사실은 세 살 때 생모와 헤어 졌다. 내 곁을 떠나, 어느새 33년째 남이 되어 살고 있는 나의 생모도, 딸을 두고 집을 나온 상훈 아저씨와 같은 마음으로 기억 을 붙잡고 살고 있을까. 살아 있다면 서른 두 살쯤 되었다는 상 훈 아저씨의 딸을 향한 응원의 마음도 조심스럽게 전해본다. 오 늘의 동행은 아저씨의 다음 시에 대한 기대를 안겨주며 마무리 되어갔다. 에필로그 아저씨가 내게 려주려고 준비해 온 시 3편에 얽힌 대화는 서로의 눈에서 한 번씩 눈물을 쏙 빼놓은 후에야 끝이 났다. 요 산문학관 앞까지 와서 정작 문학관에는 한 걸음도 여놓지 않 고 문학을 이야기한 우리는 다음에는 꼭 문학관 안에서 이야기 하자는 다짐을 하며 기념사진을 남겼다. 오늘 동행의 소감을 서로에게 려주는 시간. 이렇게 지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이러면 한 단계 높아지겠네요(둘 다 웃 음). 그 대신! 전에는 한 번에 여러 편, 이래 썼던 시가 이제는, 한 달에 한 편 나오기가 힘겠네요. 이어서 나는 아! (아저씨 가 려주신 소감에 나는 허를 찔렸다! 무의식 중에 나온 외마디 감탄사로 소감을 대신할 수밖에!) 금정희망의집에 모셔다 드리자, 자신이 오늘 저녁 설거지 당 번이라며 걸음을 재촉했다. 함께 합평한 세 편의 시와 두 권의 책을 봉투에 넣고 꼭 안고 걸어가는 아저씨를 향해 나는 약속 하 나를 했다. 따뜻한 봄이 오면 봉평 대신 꼭 가보고 싶으셨던 하 동에 같이 가자고. 화재로 소실된 화개장터도 새 단장을 할 테니 국수도 한 그릇 먹고, 평사리문학관과 최참판댁 촬영세트장에서 같이 가자고. 평사리문학관 최영욱 관장님께 아저씨의 시를 보 여드리고 창작 레지던스 하룻밤 청해보자고. 그러니 건강히 일 하며 열심히 시를 쓰고 계시라고. 여고시절 국문과에 지원해 입시 면접을 보던 시절부터 내게는 꿈꾸던 일이 하나 있었다. 어려운 형편에 놓인 분과 함께 시를 쓰고, 시를 읽으며 서로를 위로하고 용기를 주는 시인이 되고 싶 다는 대답을 면접관 앞에서 한 기억이 생생하다. 이후, 신춘문 예를 통과한 시인이 되면서부터는 어려운 이웃이 문학의 울타 리 안에서 함께 쓰고 이야기를 나누고 문학기행을 다니며 서 로에게 또 하나의 가족이 될 수 있는, 그분의 삶이 문학이라는 응원을 전할 수 있는 문학 동인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서상훈 아저씨를 시작으로 1호 동인이 생긴 셈이다. 노숙인, 쪽방주민, 독거 어르신 등이 앞으로의 영입 대상. 아저씨와 나 는 한두 달에 한 번 습작을 고 만나기로 했다. 나올지 말지도 기약 없는 동인지 이름도 벌써 정했다. 가칭 낯선문장. 나의 기습 제안에 아저씨는, 언젠가 책 한 권에 묶일지도 모르는 자 신의 동인지를 꿈꾼다. 부끄럽지 않게 써야 되겠다며 함박웃음 이다. 나의 평범한 일상 이 누군가에게는 잊을 수 없는 순간이 되고, 고향에 온 것 같은 평온한 시간이 되었다니. 가난한 시인인 내 게도 나눌 것이 있어 다행이다. 아저씨는 내게 시인의 하루를 독 점 해서 이야기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지만, 나는 오늘 낯선 아침 을 통해 삶이 변화된 귀한 주인공 서상훈 아저씨 의 소중한 하루를 선물 받은 건 아닌지. 이 과 마주한 여러분에게도 다음 해에는 크리스마스 & 행 복한 동행 을 하며 특별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낯선 이웃이 많아 지시기 권유해 본다. 나 또한 크리스마스 & 행복한 동행 을 끊 임없이 나눌 수 있기를 다짐한다. 크리스마스를 연말까지 기다 리지 마시기를. 귀하가 이웃과 나누는 바로 오늘이 크리스마스 일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30 31

작품. 샛 작품. 셋 서상훈 상훈 아저씨 비망록 사진 김병국 하나 남은 감잎처럼 문 밖에 매달려 덤프트럭 뒤 칸에 2년을 태워 다니며 키운 딸 아이가 하던 말 아부지, 언제 와? 다섯 살 때 헤어져 성도 모르고 이름도 모른다오 그게, 그 애와 마지막 본 거지요, 그러고 이별이라오 공사판, 고물상, 닥치는 대로 일해도 화물차 뒤 칸 요람으로 알고 자던 딸 다시 딸애에게 가는 길 열리지 않더이다 빛바랜 노숙인 걸어갑니다 이부자리도 변변찮게 깔고 덮으며 키웠지요 화물차 뺏기듯 팔고 마음의 끈을 놓자 구부러진 허리 곧추세워 앞을 보고 버너에 라면 끓여 먹이며 저도 살고 나도 살고 어느날 눈 떠보니 부산역에 있더이다 맥 풀린 다리 힘주어 나도 아비라오, 아이 꼬라지 안되는 것 알아채곤 급식소 배식에 늦을세라 그날 밤중으로 예천 큰아배 집 향했지요 헤어진 지 30년, 여태 대답하지 못한 말에 20리 안개 길, 아이 업고 걸어 어가 사람 사이 말문 닫고 그림자처럼 사는데, 오리무중의 골목, 빈 등으로 돌아 나오던 그 세월 되짚어 꿈에라도 찿아 가려고 그 시린 새벽길이 부녀 영영 이별일 줄 머리맡에 한 줄 한 줄, 시를 쓰다 잠든다오 종종걸음도 쳐보지만 며칠 전 공사장에서 다친 다리는 사진 이재안 집 나간 각시 대신 3살 난 딸을 맡아 추적추적 내리는 겨울비 속을 빛바랜 노숙인 걸어갑니다 이민아 아부지, 언제 와? 아이가 하던 말에 중매 선 큰아버지 댁에 아이 떼어놓고 나올 때, 참회록처럼 쓴 시 한 줄로 날마다 대답한다오 급한 마음 따라주질 않네요 비에 젖은 백발은 자꾸만 눈앞을 가리는데, 남은 음식 담아 갈 비닐봉지 손에 쥐고 국수 면발 같은 흰머리 쓸어올리며 야속한 겨울비 속 빛바랜 노숙인 걸어갑니다 서상훈 _ 젊은 시절 일이 잘 안풀려 생과 사의 기로에 섰을 때 금정희망의집을 만나 다시 삶의 기운을 찾았다. 최근 시설 근처 여인숙에서 생활했으나 낙상으로 크게 다 쳐 고초를 겪은 후 금정희망의집에 다시 깃었다. 시 쓰기를 좋아해 시 동아리 에서 활동 중에 쓴 작품을 에 꾸준히 기고 중이다. 32 이민아 _ 시인, 2005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 2007년 동아일보와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조에 당선 되었다. 쓸쓸한 이웃이 사는 마을에 찾아가 한 사람의 삶을 한 편의 시로 갈무리해 선물 하는 일을 하고 있다. loginnow@naver.com 33

탐방기 김헌수 만원의 따뜻함을 찾아 국제시장 구제골목 탐방기 쪽으로 곳 벽 장 주차 류를 파는 구제의 1. 부산진역에서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자갈치역에서 하차, 2번 출입구에서 11시 방향 인도 쪽으로 도보로 70미터 앞 부산은행 가기 전 골목으로 어가면 주차장 벽 쪽으 로 구제의류를 파는 곳이 있습니다. 2. 3,000원에 이런 옷 건지기 쉽지 않습니다. 단추는 제대 로 달려있는지 오염은 심하지 않은지 잘 살펴보시고 구입 하세요. 그리고 겨울철 바지는 손가락 하나가 충분히 어갈 정도로 넉넉한 것을 저는 선택했습니다. 바지구입비 3,000원 바지기장 수선비 1,000원 바지 기장을 구입과 나뭇가지 사이로 바람이 차갑게 울고 있다. 나는 무엇을 위 부산진역 무료급식소를 찾아가는 내 모습을 보시고 야 헌 동시에 그 자리에서 수선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해 부딪히는 고달픈 현실을 살아가고 있을까? 왜 그런지 알 수야! 이리로 빨리 와 봐 길 건너 슈퍼 앞 길바닥에 신문지 겨울 잠바는 5,000원에 조금 크고 가벼운 옷으로 구입 했 수 없지만 저무는 한 해가 꽁꽁 얼어붙고 있으니 이 겨울과 한 장 깔고 막걸리 한잔 쭈욱 이키면서 담배 한대 꼬나문 습니다. 만원으로 1,000원 커피 값까지 오늘은 재수 좋 새해를 맞을 준비를 단단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형님이 나에게 말했습니다. 은 날입니다. 발품 팔아서 얻어지는 만원의 행복은 그 어 단추는 제 대 않은지 잘 로 달려있는지 오염 살펴보시고 은 구입하세요 심하지. 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습니다. 안녕하세요. 김헌수 입니다. 저도 한때는 세상을 원망을 너 입고있는 바지에서 그리고 잠바에서 퀴퀴한 냄새가 많 하고 나 스스로에 대한 절망감에 힘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이 나드라. 쫌 깨끗하게 씻고 다려라. 담배 값, 술값, 노름 저와 같이 부산진역 무료급식소에서 형님 한분을 만나면서 할 돈은 있으면서 단돈 만원이 없나, 너 언제 인간 될래 이 은 노숙인의 삶의 이야기를 통해 거리의 생활이 짐작이 되 말씀이 가슴 속에 화살처럼 박혔습니다. 가슴이 불붙는 것 같 었습니다. 아 견딜 수가 없었지요. 이 겨울 따뜻함과 외로움은 내 주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었습니다. 백화사 컴퓨터 세탁 구제옷 집은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 까지는 영업합니다.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저와 같은 형제 분이 끝까지 포기하지 마시라는 의미에서 부족한 제 경험 만원만 가지고가면 자갈치시장 구제옷 가게에서 바지랑 이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성당과 교회 그리고 단체 등을 그 날부터 형님을 따라 일주일 7일을 정신없이 절, 성당, 따뜻한 잠바 살 수 있다. 한번 가봐라. 내 몸 청결이 중요하 통하여 좋은 옷도 많이 주지만 가능하다면 힘더라도 이 겨 교회 돌아 생기는 30.000원을 가지고 담배, 술, 경마장에서 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정작 시간을 내어 세탁하기란 여간 울에 필요한 바지와 잠바를 내가 직접 골라내는 노력 정도는 오후4시에 부산진역 무료급식소로 찾아가는 내 마음은 결코 힘든 일이 아닙니다.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 겨울 살기 위해서는 헌수야 발품을 팔아야 한다. 가볍지 않았습니다. 이런 저런 일로 쫓기는 삶을 살아가다 보 니 다람쥐 쳇바퀴 도는듯한 나의 삶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 그래서 그 형님이 신문지에 그려주신 지도를 가지고 지금 부터 단돈 만 원짜리 따뜻한 동행을 시작합니다. 았습니다. 34 어떤 옷을 입든 이 겨울 내 몸에 맞는 옷으로 따뜻하게 보 내자 노숙 생활을 통해 배우는 슬기와 지혜는 우리 모두의 생존의 지혜입니다. 복은 지는 만원의 행. 어 얻 서 아 팔 니다 발품 비교할 수 없습 도 과 것 떤 어 그 김헌수 _ 삶의 의욕상실로 노숙하던 중, 사회적 안전망을 통해 자립하면서 현재는 매입 임대주택에서 생활하고 있다, 봉사활동 및 적은 돈 을 푼푼이 모아 더 나은 꿈을 이루고자하며, 최근 영상동아리 모 임과 편집을 통하여 삶의 활기와 재충전으로 뭉쳐 산다. 35

모퉁이극장 연재 김영광 따스함을 남긴 집으로 찾아가는 영화관 9개월 간 진행된 집으로 찾아가는 영화관 상영회는 재밌는 일화을 많이 탄생시켰습니다. 문화의 날 행사로 열린 포크 밴드공연에서 성악처럼 노래를 따라 부르던 한 사람, 마술공연 에 당당히 도우미로 나섰으나 그만 쩔쩔매고 말았던 한 사람, 노래경연에서 음정, 박자 무시하며 열창과 댄스를 선보인 한 사 람, 웃음치료사보다 크게 웃으려고 온몸으로 심호흡을 하던 한 사람. 그 사람 덕분에 피어오른 웃음은 그 공간에 온기를 돌 게 하였고, 곧 마주 앉은 얼굴에 훈훈한 미소를 짓게 했습니다. 그리고 제 마음에 남은 소소한 일화도 있습니다. 영화 상 영 중에 받은 따뜻한 커피 한 잔, 이소룡이 등장하자 려오던 열정적인 기합소리, 엔딩 장면에 말없이 뜨거워진 눈시울, 다음 상영회를 기약하며 악수로 보드랍게 포개진 손이 그러 했습니다. 물론 재미나고 소소한 이야기이 더 남아 있습니 같은 하늘 아래, 따스한 마음만은 한데 배길 바라며 9개월 간 집으로 찾아가는 영화관 을 통해 노숙인과 많은 추억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긴 겨울방학에 접어어 그이 느낄 추위도 가늠하기 어렵지만, 그과의 동화같은 재회가 이뤄질거라 믿습니다. 다만... 저는 마지막 상영회만이 남은 지금 입을 떼기 조금 망 설여집니다. 그과 나눈 마음을 온전히 품다 저는 올해 마지막 연재에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고민 을 했습니다. 그건 집으로 찾아가는 영화관 이 기나긴 겨울방 학에 어서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제가 노숙인이 어디서 추위와 허기를 달래는지, 그에게 겨울은 어떻게 피 부로 와 닿는지 가늠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뜨끈한 밥 을 먹을 수 있는 가족과 따끈한 집에서만 겨울을 보내왔으니 말입니다. 이제 저는 상영회가 있던 날 다른 일정을 소화하고 자연스레 집으로 향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날씨가 점점 추 워질수록 고개를 잔뜩 움츠리고 더 이상 길거리에 눈길을 주지 않게 되겠지요. 늘 그래왔던 것처럼 찾아가는 영화관 에서 함 께한 기억도 조금씩 희미해져갈 것입니다. 아마 제 망설임과 고민은 이 매서운 날씨에 그에게 도움 이 못되고 막연히 걱정만 해야 하는 제 무력한 처지에서 비롯 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다른 생각이 드는 거예요. 내 가 지금 해야 하는 건 그에 대한 걱정이 아니라, 그과 함 께 나눈 마음을 지키는 쪽일지도 몰라. 기다림의 미학 <겨울 이야기> 저는 괜스레 겨울과 기다림에 관한 영화을 찾아보게 되었 습니다. 그러다 1992년에 만어진 <겨울 이야기>를 보게 되 었어요. 어느 겨울, 따스한 해변에서 여름 같은 사랑을 나눈 남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자가 남자에게 주소를 잘못 알 려주는 바람에 둘은 때 아닌 이별을 하게 되었지요. 남자는 외 국으로 홀연히 떠나버리고 시간은 5년이 훌쩍 지나가버립니 다. 그리고 지금 추운 겨울, 여자는 그 남자 사이에서 낳은 딸 아이를 데리고 자신에게 호의를 베푼 남자 집에서 잠을 청하 곤 합니다. 그녀는 남자에게 신세를 지지만, 마음만은 따뜻 한 한 때를 함께한 그 남자, 자신에게 딸을 선물한 그 사람에 게 향해 있어요. 반면 주변 사람은 외국 어디 있는지도 모르 는 남자 따윈 잊으라며, 기적이 아니면 다시 만날 수 없다고 여 자를 계속 설득합니다. 그러나 영화의 마지막쯤, 두 남녀는 정 김영광 _ 모퉁이극장 기획팀장. 현재 찾아가는 영화관 스텝으로 참여 중이다. 말 기적처럼 버스 안에서 마주치게 됩니다. 변한 모습에도 한 눈에 알아본 두 사람은 당신과 만나기만 기다려왔다고, 마치 5년의 기다림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기 위한 시간이었던 것 처럼. 그렇게. <겨울 이야기>는 두 남녀와 한 소녀가 재회의 기쁨을 나누는 장면에서 끝이 난답니다. 믿음으로 재회를 기다리다 그냥 동화 같은 이야기일까요? 저는 다르게 생각하고 있습 니다. 두 사람이 만날 수 없는 현실에 처해 있다기보다, 그저 같은 하늘 아래 있는 것이니 언젠가 만나게 될 거라고. 세상은 추운 겨울이지만, 함께 나눈 따뜻한 마음을 지킨다면 한눈에 서로를 알아볼 거라고. 그렇게 믿었던 건 아닐까요? 부끄럽지만, 저는 노숙인과 함께 영화를 볼 수 없는 지금 에서야 노숙 의 의미를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하늘을 가리지 않은 장소에서 자는 잠 혹은 한데에서 자는 잠. 그래요. 제 가 그과 함께 나눈 마음을 지킬 방법이란 소소한 믿음 같은 것입니다. 우리는 각자 기나긴 겨울방학을 보내겠지만 여전 히 같은 하늘 아래 있다는 것, 그리고 함께 나눈 따스한 마음 만은 한 데 베고 자야한다는 것이에요. 정말 동화처럼, 기쁘게 재회할 날을 기다리며... 이만 올해의 마지막 연재를 마칩니 다. 건강하세요! 36 2014 winter vol.10 37

징검다리 이재안 우리의 발걸음이 기적입니다 창간호 표지를 보면 부산역 횡단보도에서 깔끔한 모자를 쓴 채 누워서 신문을 바라보는 한 남성분이 있다. 스쳐가는 사람은 그저 스쳐 갈 뿐 어느 누구도 그에게 말을 걸지 않는 느낌의 한 컷짜리 사진이다. 이 사진을 찍기 위해 쌀쌀한 초가을 새벽부터 영도다리, 중앙동, 부산역을 다 니면서 편집위원과 함께 여러 컷의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이 그려낸 궤적 의 편집위원 활동만 벌써 2년째인 창간호 모델로 누워 계신 그 분이 지난 12월 첫날부터 어느 디자인회사 사 장님의 배려로 회사 일을 돕고 계신다. 이라는 이름의 잡지가 세상에 태어난지도 어언 2 년 2개월, 창간호로 발간된 날이 2012년 10월 5일이다. 그 렇게 낯설게 시작했던 은 이번 겨울호가 나오면 10 호 째가 된다. 10번째이지만 마치 10년 같은 짧지만 길었던 기간이다. 지나고 보니 가히 기적이라 할 수 있을 만한 궤적 을 그려 내었다. 자신을 드러낼 공간 의 마련 상담소 프로그램인 희망의 인문학 이 2009년 9월부터 시 작하여 쓰기 과정을 경험했으나 꾸준한 이 필요한 요구, 즉 담아낼 장이 없어서 고민 할 때, 은 아저씨의 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벗게 하는 일등공신이 되었고 자신 을 드러내는 공간으로 값지게 사용되었다. 혼자 을 쓰 게 된 분이 4명에서 5명 정도, 이제 이 분은 스스럼없이 후 딱 을 쓰신다. 이건 기적이다. 지나고 보니 정말 기적이다. 전체 을 게재하신 분은 10명이 넘는다. 자신의 삶을 오롯 이 드러내고 치유의 길을 걸어가는 분도 계신다. 직접 시를 쓰던 분도 2명~3명 발굴되었다. 이 분 가운데 한 분은 등단 하고 싶다고 말씀하신다. 무엇보다도 함께 해 준 창단 편집 위원의 노고도 잊을 수 가 없다. 직접 몸으로 함께 뛰고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누었 다. 예전처럼 급식소 봉사 장소에 봉사자와 수혜자의 관계가 아니라 그저 같은 사람으로, 편집위원으로, 부산시민으로 만 나서 눈을 맞추고 함께 식사도 나누는 손과 발, 마음과 정신 으로 활동하는 위원의 노고가 있었기에 10번째까지 낯선 아침이 나올 수 있었다. 그때의 기반은 앞으로도 귀한 발걸 음으로 진행될 것이다. 미래의 일은 예측 가능한 변수가 많 기에 오히려 기대와 비전을 꿈꿔본다. 우리의 삶, 그 자체에서 비롯되는 기적 특히나 10회째의 결실이, 24개월의 열매가, 2년의 작은 수확이 있어서 감사하다. 그중 한분이 디자인 회사에 아르바 이트지만 입사를 했고 지금도 일을 하고 계신다는 사실이다. 사장님 말씀으로는 아침에 출근하자말자 누가 말하지 않아도 사무실 청소를 도맡아 해주시고 작은 일에도 보탬이 되고자 하는 노력이 보여 이것저것 가르치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 게 드신다고 했다. 특히나 어쩌다 한 번씩 아이디어 내는 걸 유심히 어보면 상품성 있는 아이디어를 말해 깜짝 놀랄 때 가 있다고 하신다. 이 아저씨의 이러한 무한한 가능성은 지 금 이순간이 아니었다면 결코 알아볼 수 없었을 것이다. 한명의 소중한 인격이 새로운 발돋움을 하게 된다는 것은 신의 영역이라 할 만큼 어려운 일이다. 그만큼 난관이 많았 고 앞으로도 무수한 난관이 우리의 여정에 장애물로 돌연히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물처럼 흘러가리라 생각한다. 큰 바 위가 나타나면 옆으로 흐르고 낭떠러지가 나타나면 폭포가 되어 멋진 풍경을 연출하며 떨어지고 그렇게 흐르고 흘러 바 다에서 다 같이 만날 것이다. 앞으로도 많은 사건이 발생 할 것이다. 주위에서 또는 우리 스스로 만어 나갈 것이다. 기적은 바라보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면서 하나하나 발걸음을 내딛을 때 발걸음에서 보이는 것이 기적이리라. 오 늘도 김씨 아저씨는 출근을 해서 작은 소일거리를 배우고 오 토바이를 타고 부산을 누빌 것이다. 그의 발걸음이 부산 시 민으로 당당히 살아가는 그분의 삶이라고, 기적이라고 크 게 말하고 부둥켜안고 싶다. 우리의 삶 자체가 기적이 아니 라고 누가 감히 말할 수 있을까. 이재안 _ 동구쪽방상담소 상담사 38 39

징검다리 김씨의 익숙한 하루 목 (제공단체에 따라 일정이 변경 될 수 있습니다.) 오전 09:30 좌천역 1번출구 부산제일감리교회 커피1, 육개장사발면1 오전 09:00~09:20 매월 마지막주 부산진역 1번출구 성일교회 새우탕면 1 월 오전 10:30 부산진역 카스테라빵 1, 요구르트 2 금 화 오전 09:20 경성대 부경대역 5번출구 용호동 한빛교회 1,000원 주위 성당 및 교회 등을 방문하시면 더 많은 금액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오전 09:20 매달 첫 주 화요일 양정역 2번출구 양정교회 주차장 경비실 500원 오전 10:00 초량역 5번출구 삼일교회 1,000원 오후 01:00 못골역 4번출구 성결교회 500원 오전 11:00 거제역 8번출구 법원 뒤 무상사 식판식사 (번호표 확인) 토 오전 08:30 매월 마지막주 체육공원역 2번출구 대지장로교회 예배 후 1,000원 지하에서 아침 제공 오전 11:00 거제역 8번출구 법원 뒤 무상사 식판식사 (번호표 확인) 수 오전 09:20 대티역 1번출구 산정현교회 500원 (선착순50명) 오전 10:00 첫째주~셋째주 양정역 2번출구 제일교회 1,000원 오후 01:30 부산진역 7번출구 수정교회 육개장사발면 1, 요구르트 1 40 오후 02:00 연산동 양문교회 예배 후 1,000원 일 오전 07:00 양정역 2번출구 양정중앙교회 예배 후 1,000원 지하에서 국수 제공 오전 09:00 온천장역 5번출구 소정교회 9시 예배 후 2,000원 10시 20분에 아침 겸 점심 제공 오후 02:00 남포역 6번출구 영도화평관 예배 후 1,000원 41

정보 편집부 밥 먹으며 쌀알 하나에 스민 햇살을 잘게 씹는다. 콩알 하나에 배인 흙내음, 농부의 손길 되씹는다. 삶을 소화하는 것처럼, 밥을 씹는다는 것은 어쩌면 나의 인생을 삼키는 일은 아닐까? 더운 밥 한 주걱 퍼주는 손길이 다정하다. 식판 위에 정성을 수북이 담고, 사랑을 한 국자 퍼 담아 오늘도 감사로 배를 채운다. 밥을 먹었지만 마음이 부르다. 식사 정보 아침 매주 수요일 06:30 두촛대교회 국밥 매주 금요일 06:30 두촛대교회 국밥 점심 월 10:30 기장 살렘회복선교센터 카스테라1, 요구르트2 12:00 물만골 사랑나라 식판식사 화 12:00 밥퍼 식판식사 12:00 대한적십자(매월 셋째주) 식판식사 수 12:00 김해 가나안교회 식판식사 14:00 찾아가는영화관 빵, 커피 목 12:00 신빈회 식판식사 금 12:00 밥퍼 식판식사 토 12:00 김해 가나안교회 식판식사 일 12:00 무지개 식판식사 부산진역 8번출구 무료급식소 저녁 월 16:30 광장밥상 국밥 화 16:30 밥퍼 국밥 18:00 개인(매월 2번) 수제비 수 16:30 밥퍼 국밥 목 16:30 수영로교회 식판식사 금 16:30 명장동 예인교회 국밥 토 16:30 한우리 식판식사 일 16:30 신빈회 식판식사 42 43

정보 편집부 터 부산희망등대 종합지원센 우리의 물건을 안전하게 보관해줄 사물함!! 이곳은, 안락한 잠자리 응급잠자리 현황 한번, 살펴볼까요?!! 화장실에는 안전바까지 설치되어 있군요^^ 3. 응급잠자리 근무자 가. 직원 : 2명 나. 자활근로자 : 3명 4. 응급잠자리 입소조건 가. 입소대상 1) 본 시설에 입실을 희망하는 자 2) 시장, 군수, 구청장 및 경찰관서 등에서 의뢰되어 온 자 3) 기타 시설이용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자 이곳은, 쾌적한 샤워실 이곳은, 잠자리 나. 이용제한 대상 1) 당직자의 업무를 방해하는 자 : 1주일간 이용 정지 2) 건강(재)검진 미검자 : 건강(재)검진 결과 확인 시까지 이용 정지 3) 음주자 : 당일 이용 금지 4) 약물의존자 : 약물치료 관련 프로그램 참여 시까지 정지 5) 시설 물품을 임의로 가져가는 자 : 3개월 이용 정지 6) 금품갈취자, 기물파손자, 폭행자 : 3개월 이용 정지 7)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수급권자 : 익일 관할 동/구청에 통보 8) 기타 단체생활에 적합하지 않은 자 5. 응급잠자리 이용현황 어멋! 세탁실 1. 응급잠자리 설립일자 : 2008년 1월 2일 월별 1 2 3 4 5 6 7 8 9 10 11 12 평균인원 50 49 39 29 25 21 21 21 22 16 17 18 328 6. 응급잠자리 위치 및 연락처 가. 주소 : 부산시 부산진구 동천로 108번길 14 (전포2동 667-3) 나. 연락처 : 051) 463-1127 다. 위치 2. 응급잠자리 면적 44 (2013년 12월 현재) 넓이( ) 평수 취침 가능인원 순서 장소 단위(mm) 1 취침실 7600 11800 89.68 27.12 27.12 2 코골이방 2513 5800 14.58 4.41 4.41 3 신규방 2400 3000 7.20 2.18 2.18 4 여자방 3000 3000 9.00 2.72 2.72 소수점3자리에서 반올림 2014 SUMMer vol.08 45 계

독자후기 김수현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 어쩌면 매일 익숙하게 느끼는 감정이라 아무렇지 않게 흘러 보내겠지만, 난 그렇지 않다. 아침에 어떤 감정을 느끼 는 지에 따라 그날 하루의 기분이 판단되기도 하니, 아침마 다 오는 복합적인 감정이 나의 하루를 좌우한다. 이렇듯 나 처럼 아침을 매번 새롭게 소중하게 느끼는 또 다른 누군가, 누군가이 있다. 한 일을 했다. 나에게 특별함을 안겨준 그에게 고맙기도 했다. 특별함을 찾는 그의 이야기가 조금 더 세상에 알려 지면 얼마나 좋을까? 시민이 이의 특별한 이야기를 듣고 읽었다면 수많은 감정을 느낄 수 있을 텐데. 이이 만어 가는 영상과 노래, 기타와 하모니카연주를 본다면 스스로가 부끄럽고 화남을 느낄 텐데. 나처럼. 2014년의 해가 얼마 남지 않은 12월 지금, 나에게 있 어 아침은 항상 여러 감정을 느끼게 한다. 눈이 쉽게 떠지는 그런 날이라도 있으면 괜히 기분 좋고, 눈 뜨기 싫은데 억지로 일어나야 하는 그런 아침이면 괜히 짜증 도 나고. 아무런 이유 없이 좋기도 싫기도 했던 아침. 각각 다른 인생을 살고 다른 생각을 가진 이이 모였다. 다른 년도, 다른 시간에 태어난 이이 한데 모여 새로운 아 침을 맞이하고 있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낯선 아 침 을 겪고 있는지 이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쪽방상담소와 의 인연, 부산문화재단과의 인연으로 과거보다 조금은 다른 삶을 살려고 노력하고, 그렇게 살고 있기도 한 이에게는 늘 낯선 아침 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눈을 뜨면 어제보다 더 낯선 아침에 기뻐한다. 이을 바라보는 시민의 낯선 눈빛에 늘 기분이 상하고 움츠러었을 지난날이 괜히 걱정된다. 나 역시 낯선 아침 을 접하기 전 그을 바라보는 시선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이런 시선을 점차 개선하고 그의 자립심에 힘을 주는데 앞장섰던 쪽방상담소와 부산문화재단의 노력과 그 이전에 스 스로 자립심을 갖기에 마음을 다잡았던 그 덕분에 이렇게 세상의 낯선 아침 을 맞이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과 조금은 다르게 살아왔던 이은 과거 누구에 게도 말할 수 없는 아픔을 겪었고, 생각하기 싫은 환경에 놓 였을 수도 있다. 그래서 오히려 지금의 생활에서 특별함을 찾 으려 노력했다. 그만의 특별한 이야기가 담긴 낯선 아침 에는 나조차도 부러워할 이야기가 가득 담겨져 있다. 과연 부 럽기만 할까? 열정과 의지를 가지고 특별함을 만어내는 이 에 대한 부러움과 동시에 나에 대한 자책과 한탄도 해본다. 오히려 이을 통해 나 역시 일반 시민이 쉽게 겪어보지 못 벌써 낯선 아침 을 읽은 지도 약 2년의 시간이 지났고 그 의 삶을 나도 모르게 2년 동안 즐겁게 훔쳐보았다. 그리고 이 렇게 낯선 아침 을 마주했던 한해가 또 지나간다. 다가올 2015년도 1월 1일 보다, 눈을 뜨는 매순간 느끼는 아침 을 특별하게 여겼으면 좋겠다. 누군가에게는 어제보다 훨씬 행 복한 아침이 될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나에게도 항상 낯선 아침 이 오길 바란다. 46 47

제작리뷰, 광고 편집부 노숙인 제작 리뷰 시설 현황 시 도 또 한해가 시작됐습니다. 새해를 맞으면서 이번에는 지난해와 같은 참담한 일이 일어나질 않기를 빌어봅 니다. 여전히 우리 가슴속에 묵직한 돌덩어리로 남아 있는 세월호 도 극복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 땅의 모 든 생명이 존중받고, 공동체의 가치가 우선될 때 가능한 일입니다. 일찍이 수운 선생께선 내유신령(內有神 靈) 이라고 했습니다. 내 스스로가 우주의 중심이자 우주와 한 호흡이란 말이지요. 우리는 존재하기 때문에 귀하디귀합니다. 내 자신과 세상의 뭇 생명과 사물이 한뿌리요, 모두가 하늘임을 깨달았으면 합니다. 김헌수 I 편집위원 나는 누구이며 지금 현재 이 자리에서 어떤 생각을 하느냐, 어떤 마음가짐을 가졌느냐에 따라 나의 미래의 삶이 펼쳐진다는 사실이다. 물론 내 인생이 내 뜻대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 또한 내가 바라는 대로 모든 것이 이루 어지지 않는다. 자신의 노력을 굳게 믿어라 아무도 그것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거리의 노숙생활을 통해 절제와 인내를 배우는 우리 모두가 갖추어야 할 이 겨울의 생존 지혜다. 이재안 I 부산 동구쪽방상담소 상담사, 편집위원 10호째가 산고의 고통을 겪고 세상에 태어나네요. 눈 깜짝할 새였습니다. 지나고 보니 아저씨의 솜씨이 훨 씬 좋아지신걸 알겠네요. 후딱 후딱 한편을 써내시는 분도 계시네요. 다음호부터는 어떤 사건이 벌어질지 기대 반 우려 반입니다. 항상 그렇듯 우리네 삶은 뚜껑을 열고 지나봐야 뭔가가 보여지네요. 그저 흐를 뿐입니다. 아저 씨과 함께 쪽방주민과 함께... 이민아 I 시인, 편집위원 창간호부터 다시 꺼내 읽었다. 새해 달력에 기념일을 옮겨 적으며 떠오르는 것은 지난 달력에 남아 있 는 지키지 못한 일 이었다. 지난 여름, 을 읽는 쪽방 이웃과 마주앉아 계절이 바뀔 때마다 만나기로 한 약속을 못지킨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연말에는 1년동안의 실패를 기념한다는 한 시인의 말처럼, 따뜻한 인 정과 환대를 잊고 살아온 시간을 반성하며 편집을 마친다. 자발적인 행복한 동행 으로나마 의 이웃 과 환대의 추억을 나누는 삶을 살겠다는 소박한 다짐을 남긴다. 이민경 I 부산문화재단 문화복지팀 올해는 작년보다 더 많은 일을 경험하고 더 많은 분을 알게 되는 한 해였습니다. 소소한 일상이 우리 의 이야기가 되고 우리의 이야기가 엮어져 하나의 책으로 남게 되는 이 순간은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니었음을 기억하겠습니다. 48 주소 전화번호 비고 동구 고관로 46(초량동) 463-7707 부산희망등대종합지원센터 부산진구 동천로 108번길 14(전포동) 463-1127 무료진료소 노숙인무료진료소 (사랑그루터기) 부산진구 동천로 108번길 14(전포동) 441-5662 응급잠자리 응급잠자리 부산진구 동천로 108번길 14(전포동) 441-5662 응급보호 동구 고관로 46(초량동) 464-4602 응급보호 영도구 태종로 50번길 15(대교1가) 412-0191 응급보호 금정구 서부로 40(서동) 526-1033 응급보호 사상구 가야대로 187(주례동) 312-0675 응급보호 응급잠자리 부산진구 동천로 108번길 14(전포동) 441-5662 응급보호 마리아마을 사하구 장림로 198(장림동) 263-3902 응급보호 양산시 하북면 양산대로 1870-63 (055)375-1797 응급보호 밀양시 삼랑진읍 삼랑진로 453 (055)352-4241 응급보호 사하구 장림로 198(장림동) 263-3902 응급보호 동구 고관로 67(수정동) 462-2017 부산진구쪽방상담소 부산진구 동천로 108번길 3(전포동) 807-5663 부산알코올상담센터 남구 용소로 46번길 4 우양빌딩 2 (대연동) 246-7574 246-7570 해운대구 반송로 853(반송동) 749-6992~3 동구 중앙대로 233 해정빌딩 7층(초량동) 242-2575 종합지원센터 장병윤 I 편집주간,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부이사장 시설명 부산노숙인종합지원센터 소망관 자활시설 화평생활관 금정희망의집 삼복의집 여성 일시 보호소 재활 요양 시설 쪽방 상담소 인성원 오순절평화의마을 마리아마을 동구쪽방상담소 기타시설 알코올 상담센터 정신보건센터 해운대구알코올상담센터 광역정신보건센터 해운대구직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