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원 탐구 잘못 알고 있는 어원 몇 가지(4) 조항범 충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1 이 글은 평소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어원을 찾아 그것을 바로잡는 데 목적이 있다. 이미 우리는 이러한 목적하에서 가랑비, 가시내, 가시버시, 갈보, 고릿적, 까치설, 노털, 도루묵, 샛강, 시집, 억지 춘향(이), 영계, 자 린고비, 짱개, 환장 등의 어원을 다룬 바 있다. 여기서는 대박, 업둥이, 어음, 총각무, 해장국 을 대상으로 한다. 2 2.1. 대박 새로 나온 노래가 히트하여 음반이 엄청나게 팔리거나 개봉한 영화가 적중하여 많은 관객이 몰려들 때 어떤 표현을 쓰는가? 또한 주식으로 크 어원 탐구 85
게 돈을 벌거나 복권에 당첨되어 횡재하였을 때 어떤 표현을 쓰는가? 아 마 요사이 유행하는 대박이다, 대박이 나다, 대박이 터지다 와 같은 표현 을 자연스럽게 쓸 것이다. 이들은 흥행에 성공하다 또는 큰돈을 벌다, 횡재하다 를 대신하는 최신 유행어이다. 흥행에 성공하고 큰돈을 버는 것은 절대 나쁜 일이 아니다. 당연히 권 장할 일이다. 다만 부단한 노력과 정당한 방법으로 얻은 결과일 것을 기 대하는 것뿐이다. 요행과 편법으로 얻은 부와 명예는 오래가지도 않을뿐 더러 그렇게 가치롭지도 않다. 그런데 요즘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를 얻고자 하는 풍조가 만연 되어 있다. 이와 같은 물질 만능의 한탕주의 를 잘 보여 주는 것이 대박 이다, 대박이 나다, 대박이 터지다 와 같은 유행어의 등장이 아닌가 하여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그럼 이들 표현 속에 등장하는 대박 은 언제부터, 누가, 어떤 의미로 쓴 것인가? 이와 관련하여 10여 년 전에 어떤 영화배우가 텔레비전의 연 예 프로그램에 나와 한 말이 생각난다. 내가 찍은 영화가 대박이었으면 해요. 대박이란 우리 영화계에서 작품이 흥행되었을 때 쓰는 말이지요. 이 말에 따르면, 대박 은 10여 년 전부터, 영화계에서, 흥행에 성공함 을 표현하기 위해 쓰기 시작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말이 사실인지 아닌 지는 잘 모르지만, 적어도 대박 이 영화계에서 흥행에 성공함 을 비유하 기 위해 쓰였다는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이 대박 이라는 단어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처음부터 흥행에 성공함 을 뜻하는 단어는 아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아 직 이 대박 의 어원은 잘 밝혀져 있지 않다. 다만 몇 가지 가능성 있는 설만 제시되어 있을 뿐이다. 이 가운데 하나가 大 舶 설이다. 대박 은 말 그대로 큰 배 라는 뜻이 다. 예전에 밀항선이나 화물선과 같은 큰 배가 항구에 들어오면, 온갖 진 귀한 물건들을 접할 수 있었고, 또 그 물건을 팔아 돈도 벌 수 있었다. 그 86 새국어생활 제15권 제4호(2005년 겨울)
러므로 밀항선이나 화물선과 같은 큰 배는 재화를 버는 원천이 될 수 있 었다. 그래서 큰 배 를 뜻하는 대박 에 큰 이득 이라는 비유적 의미가 생겨났고, 이것이 다른 분야에까지 확대되어 지금과 같은 대박 의 의미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큰 배 의 기능을 생각하면 대박( 大 舶 ) 에 큰 이득 이라는 의미가 생 겨나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또 이와 같은 의미를 바탕으로 하면 얼마든 지 흥행 성공, 횡재 등의 의미가 생겨날 수 있으므로, 대박 설이 아주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대박 이 본래 배라면 대박이 들다, 대박 이 오다 등으로 표현되어야 할 터인데, 대박이 나다 로 표현되고 있는 것을 보면 대박 이 배 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래서 제시된 설이 노름 용어 박 설이다. 박 은 노름에서 여러 번 패 를 잡고 물주 노릇을 하는 일, 또는 그렇게 해서 얻은 몫을 가리킨다. 이 박 에 大 가 첨가된 것을 대박 으로 본다. 이에 따라 대박 을 여러 번 패를 잡아 얻은 큰돈 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이 돈은 그야말로 횡재한 돈이다. 대박 이 횡재한 큰돈 을 가리킨다면, 지금의 의미와 더더욱 가깝 게 여겨진다. 다만 대박 이라는 단어가 사전에 올라와 있지 않고, 박 이 한 박 잡 았다, 한 박 떴다 와 같은 표현에서 보듯, 한 의 수식을 받는 형식 명사 로 잡다 나 뜨다 와 어울려 쓰인다는 점에서 보면 박 에 大 가 붙을 수 있는 것인지, 노름 용어로서 대박 이 존재한 것인지, 대박 이 나다 와 연결될 수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 든다. 이렇듯 대박 의 어원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자, 흥부가 큰 박을 터뜨 려 횡재하는 장면을 연상하여 대박 을 큰 박 으로까지 설명하려 든다. 흥부에게 큰 박 이 복을 가져다주었듯이 큰 박 을 뜻하는 대박 이 복을 가져다주는 원천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실제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래서 나온 표현이 대박 터지다 이다. 이는 분명 대박 을 큰 박 으로 생각한 뒤에 만든 것이다. 그러나 큰 박 설은 앞의 두 설보다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대박이다, 대박이 나다 가 대박 의 의미 를 고려한 기원적인 표현일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어원 탐구 87
2.2. 업둥이 요즘에도 간혹 젊은 처자가 갓난아이를 남의 집 문 앞에 갖다 놓고 간 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미혼모라서 혼자서는 아이를 키울 수 없기 때문일 것이리라. 축복받지 못한 생명일지라도 자기 자식인데, 버리고 가는 어미 의 심정이야 오죽하겠는가. 개중에는 강보에 쌓인 아이만 달랑 놓고 아이의 이름이나 생년월일, 아 이를 놓고 가는 기막힌 사연 등을 적은 쪽지 하나 없이 가는 어미도 있다 고 하니 비정하기 짝이 없는 세월이 아닐 수 없다. 남의 집 앞에 갓난아이를 놓고 가는 일은 예전에도 아주 드문 일이 아 니었다. 먹고살기 힘든 시절에 입 하나라도 줄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 택이었으리라 짐작된다. 동네마다 누구 집 자식은 어찌어찌하여 주워 온 자식이라는 입소문이 무성했던 시절이 엊그제였다. 문 앞에 누군가가 갖다 버린 아이를 주워 기를 때 그런 아이를 업둥 이 라고 한다. 주로 자식이 없는 집 앞에 버려지며 보통 그 집에서 거둬 키운다. 물론 우연히 얻어서 기르는 아이도 업둥이 라고 한다. 업둥이 를 어떤 사람들은 업어다 버린 아이 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는 업 을 동 사 업- 으로 오인한 까닭이다. 갓난아이는 주로 업고 다니기에 업 을 업 - 과 관련시켜 이해하는 것이 아주 무리는 아니지만, 업둥이 에는 버려진 아이라는 나쁜 의미는 들어 있지 않다. 오히려 복을 몰고 들어온 아이라 는 좋은 의미가 들어 있다. 업둥이 에 좋은 의미가 들어 있다는 것은 이 단어의 어원을 분석해 보면 쉽게 드러난다. 업둥이 는 업 에 접미사 -둥이 가 결합된 어형이다. 업 은 본래 한 집안의 살림을 보호하거나 보살펴 준다고 하는 귀신, 동물, 사람 을 가리 킨다. 그것이 귀신이면 업귀신 이라 하고, 그것이 동물이면 업구렁이, 업 두꺼비, 업족제비 라고 한다. 이들은 집안에 살면서 재물을 늘게 하여 주 는 상서로운 귀신이나 동물이어서 함부로 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들이 불 미스러운 일로 다치거나 집을 나가면 그 집안에 액운이 낀다고 믿는다. 업족제비 비행기를 탔다(집안의 재산을 늘려 준다고 하는 업족제비가 비 행기를 타고 몰래 가 버렸다는 뜻으로, 집안이 망하여 모든 일이 잘 안된 88 새국어생활 제15권 제4호(2005년 겨울)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와 같은 속담은 그래서 생긴 것이다. 업 이 사람이라면 업둥이 이라 한다. -둥이 는 (일부 명사 뒤에 붙어) 그러한 성질이 있거나 그와 긴밀한 관계가 있는 사람 의 뜻을 더하는 접 미사이다. 귀염둥이, 막내둥이, 바람둥이, 해방둥이 의 -둥이 가 바로 그 것이다. -둥이 는 기원적으로 한자 童 에 접미사 -이 가 결합된 동이 가 접미사화한 것이다. -둥이 가 본래 어린아이 를 뜻하므로 업둥이 는 업과 같은 아이 라는 뜻이다. 들어온 아이이지만 업 과 같이 집안에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뜻을 담고 있다. 업 과 같이 보배로운 대상이니 귀하게 대접하는 것은 당연하 다. 얼핏 생각하면 주워 기르는 남의 아이이기 때문에 함부로 다룰 것 같은 데, 오히려 그 반대로 귀하게 여기고 있다. 아이에 대한 배려가 이만저만 한 것이 아니다. 업둥이 를 우연히 얻은 복덩어리 라는 뜻으로 얻은복 이 라고 하는 것만 보아도, 우리 민간에서 업둥이 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 었는지를 알 수 있다. 2.3. 어음 우리가 자주 쓰는 경제 용어에 어음 이라는 말이 있다. 어음 은 일정 한 시기에 일정한 장소에서 일정한 금액을 지불하겠다고 약속한 유가 증 권( 有 價 證 券 )이다. 어음 에는 발행인 자신이 지급을 약속하는 약속 어 음 과 제삼자에게 지급을 위탁하는 환어음 이 있다. 이 어음 이라는 말은 한자어(즉, 於 音 )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고유 어이다. 어음 이 고유어라는 사실은 이 단어의 형성과 변천 과정을 살펴 보면 쉽게 드러난다. 어음 은 옛 문헌에 어험 으로 나온다. 어험 을 한자 魚 驗 으로 이해 하기도 하나, 이는 같은 음을 가진 한자를 빌려 표기한 취음자( 取 音 字 )에 불과하다. 어험 은 그 자체가 우리 고유어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어 험 이 어흠 을 거쳐 지금의 어음 이 된 것으로 보인다. 어음 은 지금 엄 으로 축약되어 쓰이기도 한다. 어원 탐구 89
어험 은 동사 엏-(베어지다) 에 접미사 -엄 이 결합된 구조로 이해된 다. 동사 어간에 접미사 -엄 이 결합되어 파생된 단어에 무덤, 주검 등 도 있어서 어험 을 엏- 에 -엄 이 붙어서 파생된 단어로 보는 데 문제는 없어 보인다. 지금 엏- 라는 단어는 사라졌지만 몇몇 단어에 그 흔적을 남기고 있다. 엏- 에 뎡 이 결합된 엏뎡(이) 이 변한 언청(이) 의 언 이 바로 그것이 다. 그리고 엏- 에 접미사 -이- 가 연결되어 만들어진 어히다 가 어이 다 를 거쳐 축약된 에다(베다) 의 에- 도 엏- 의 흔적이다. 에- 는 잘 쓰 이지 않지만 살을 에는 듯한 추위(칼로 살을 베어내는 듯한 추위) 라는 관용적 표현에 오롯이 남아 있다. 또한 에누리 라는 단어에서도 엏- 의 흔적이 확인된다. 에누리 의 에 - 도 엏- 와 관련된 동사 어간 에- 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에누리 가 값을 올리는 일 과 함께 값을 깎는 일 이라는 뜻을 갖기 때문에 깎 다 에 초점이 맞추어져 그 명칭을 만드는 데에 베다 라는 의미의 에- 가 이용될 수 있었다고 추정된다. 어험 이 엏- 와 관련된다는 사실은 어음을 작성하여 나누어 갖는 방식 을 살펴보아도 쉽게 수긍이 간다. 예전의 어음 은 돈 치르기를 약속하는 표쪽이었다. 돈 얼마를 치르겠다는 표시를 종이의 한가운데 내리 적고( 어음 을 적 은 종이를 엄지 라고 한다.), 한옆에 만든 날짜와 돈 낼 사람(채무자)의 이름을 쓴 다음 수결( 手 決 )이나 도장을 지른다. 그리고 한가운데를 잘라 ( 어음 을 쪼갠 한 쪽을 엄쪽 이라 한다.), 이름을 쓴 쪽은 돈 받을 사람 (채권자)에게 주고, 이름을 쓰지 않은 쪽은 자기가 갖는다. 그리고 돈을 지불할 날짜가 되면 두 쪽을 맞추어 본 다음 현금을 주고받는다. 만약 지 불 날짜를 맞추지 못하면 이른바 부도가 나는 것이다. 이렇듯, 어음 이 두 쪽으로 나뉜 표쪽이라는 사실에서 새말 만들기에 베어지다 라는 의미 의 엏- 를 이용한 것이다. 이것은 두 쪽으로 나뉜다는 점을 강조한 단어 만들기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어음 은 한자어 於 音 이 될 수 없고, 엏- 에서 파생된 명사 어험 에서 변한 고유어일 가능성이 높다. 90 새국어생활 제15권 제4호(2005년 겨울)
2.4. 총각무( 總 角 -) 총각무 는 총각들이 먹는 무인가? 총각무로 담근 총각김치 나 총각깍 두기 를 먹으면서 종종 이러한 의문을 가져 보기도 한다. 아울러 총각무 가 있으면 처녀무 도 있는 것인가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 본다. 그러나 총각무 는 총각들이 먹는 무가 아니다. 그러므로 총각무 에 대 한 처녀무 란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각무 가 결혼하지 않 은 성인 남자를 뜻하는 총각 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떨쳐 버리 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것은 총각무의 외양이 총각의 생식기 와 너무나 유사하기 때문이다. 실제 총각무 는 숫총각의 생식기처럼 약간 작은 듯 뭉툭하게 생겼다. 그러면서 여물지 않은 음경처럼 색이 하얗다. 그래서 총각무 를 보고 젊 은 남자의 성기를 연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더 나아가 총각무 의 총각 이 결혼하지 않은 성인 남자를 뜻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여자들은 총각무 로 담근 총각김치 를 먹는 것을 꺼려 한다고 한다. 민망스러워서 어찌 먹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민망해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총각무 의 총각 이 결혼하지 않은 성인 남자 를 가리키지 않을뿐더러 총각무 가 젊은 남자의 생식기 를 상징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총각 은 무엇인가? 이는 한자 總 角 이다. 지금은 결혼하지 않 은 성년 남자 를 가리키고 있으나 처음부터 그러했던 것은 아니다. 그 본 래의 의미는 總 角 의 한자 그대로의 뜻으로 잘 드러난다. 總 은 거느리 다, 묶다 라는 뜻이고, 角 은 뿔, 두발 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總 角 은 한자 뜻 그대로 머리를 땋아서 뿔처럼 묶음 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그래서 옛 문헌에서는 총각은 어린아이가 두 머리를 모아 묶는 것이다., 총각은 그 머리를 묶어 두 뿔 모양으로 하니, 어린아이의 꾸밈이다. 와 같이 기술하고 있다. 이것이 총각 의 본래 의미인 것이다. 총각무 의 총각 도 머리를 땋아서 뿔처럼 묶음 이라는 그 원래의 의 미와 무관하지 않다. 다만 머리 대신 무청(무의 잎과 줄기) 을 땋아서 뿔처럼 묶을 수 있다는 점만이 다르다. 사람의 머리 와 무의 무청 은 땋 어원 탐구 91
아 묶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공통된다. 이렇게 보면, 총각무 는 (땋아 묶을 수 있는) 무청이 있는 무 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실제 총각무 는 무청 이 짤막하고 실하다. 이렇게 해서 총각무 의 반대가 처녀무 가 될 수 없고, 처녀무 란 있을 수도 없음을 알 수 있다. 총각 이라는 단어는 오랫동안 머리를 땋아 묶는 일 이라는 의미로 쓰 였다. 그러다가 어느 시기부터인지는 모르지만 머리를 땋아서 묶고 있는 남자 라는 의미로 변하였다. 관례를 행하지 못하고 머리카락을 땋아 늘인 남자아이를 가리키게 된 것이다. 더벅머리 총각 이니, 떠꺼머리 총각 이 니, 덜머리 총각 이니 할 때의 총각 이 바로 그와 같은 의미로 쓰인 것 이다. 머리를 땋아 묶는 일 이라는 의미에서 머리를 땋아 묶고 있는 사람 이 라는 의미로의 변화는 아주 자연스럽다. 이는 어떤 행위에서 그 행위와 관련된 사람으로의 변화인데, 이러한 변화는 다른 단어에서도 엿볼 수 있 는 보편적인 것이다. 그런데 총각 의 의미 변화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머리를 땋아 묶고 있는 사람 이라는 의미에서 혼인 전의 성인 남자 라는 좀 더 구체적인 의 미로 변한다. 머리를 땋아 묶는다 는 것이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증거 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의미 변화는 자연스럽다. 이러한 의미가 19세기 말 이후 확인된다. 이로 보면 총각 이 지금과 같은 의미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전의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아주 일찍 이 만들어졌을 총각무 라는 단어 속의 총각 이 혼인 전의 성인 남자 라 는 의미를 가질 수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총각무 는 알타리무 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 외 달랑무, 알무 라고 도 한다. 그런데 알타리무 나 달랑무, 알무 는 표준어가 아니고, 총각무 만 표준어이다. 2.5. 해장국( 解 --) 술 은 적당히 먹으면 약이 되지만, 과하게 먹거나 한꺼번에 많이 먹으 면 독이 된다. 과음 과 폭음 뒤에는 늘 고통이 뒤따르게 된다. 이른바 92 새국어생활 제15권 제4호(2005년 겨울)
술병 이 나는 것이다. 갈증은 나지, 머리는 지근지근 아프지, 속은 뒤틀리 지, 온몸은 쑤시지 정신이 없다. 심하면 생명까지 빼앗아 가는 것이 술이 다. 과음 과 폭음 뒤에 따르는 고통은 숙취 가 원인이 된다. 이 숙취 는 몸에 수분과 전해질( 電 解 質 )이 부족하여 생기기도 하지만, 직접적으로는 아세트알데히드 라는 대사산물이 몸에 쌓여 생긴다. 아세트알데히드 는 알코올과 물이 이산화탄소로 분해될 때 생기는 대사산물이다. 술을 마시 는 속도를 미처 간이 따라 잡지 못하면 아세트알데히드 가 몸에 쌓이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얼굴이 홍조를 띠고, 구토를 하고, 어지럽고, 머리가 아프고, 시야가 흐려진다. 숙취를 풀기 위해서는 수분과 전해질을 공급하고, 몸 안에 쌓인 아세트 알데히드를 속히 분해시켜야 한다. 특히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하는 일이 시급하다. 아세트알데히드를 빨리 분해하려면 간에서 탈수소 효소 의 활 동을 촉진해야 한다. 탈수소 효소 의 생성을 도와주는 성분으로 아스파 라긴산 을 들 수 있는데, 아스파라긴산 은 콩나물에 가장 많이 들어 있다 고 한다. 북어 에도 간의 피로를 덜어 주고 해독을 도와주는 메티오닌 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고, 김치 에도 숙취를 푸는 데 효력이 있는 뇌코 노스톡 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어 북어 와 김치 도 숙취 제거에 도움이 된다. 콩나물, 북어, 김치 는 다름 아닌 우리가 술 먹은 뒤에 자주 먹는 국의 재료이다. 우리는 예전부터 콩나물, 북어, 김치 등을 재료로 한 시원한 국으로 과음과 폭음으로 생긴 숙취를 풀어 왔던 것이다. 우리 조상들이 국을 끓이는 재료의 성분을 일일이 따져서 끓인 것은 아니었겠지만, 콩 나물, 북어, 김치 를 넣고 끓인 국이야말로 숙취를 푸는 최고의 음식이었 다. 체험으로 터득한 조상들의 지혜가 놀라울 뿐이다. 콩나물, 북어, 김치 를 넣고 끓인 국을 해장국 이라고 한다. 해장 을 解 腸 으로 이해하여, 해장국 을 뒤집힌 속을 푸는 국 정도로 알고 있는 데 이는 잘못이다. 왜냐하면 해장국 은 해정국 이 변한 말이기 때문이다. 해정 은 한자 解 酲 으로 숙취를 풂 이라는 뜻이다. 이에 따라 해정국 은 전날의 술기운을 풀기 위해 먹는 국 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해정국 어원 탐구 93
에서 변한 해장국 도 그와 같은 의미를 띤다. 이 해정국 을 성주탕( 醒 酒 湯 ) 이라고도 불러왔다. 술을 깨기 위해 먹 는 국 이라는 뜻인데, 해장국 의 본래의 의미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요즘 식당에서 파는 해장국 은 콩나물, 북어, 김치 등을 넣은 전래의 해장국이 아니다. 북어 나 김치 등을 빼고 콩나물 만 넣어서 끓 이거나, 북어 대신 아예 뼈다귀 나 선지 를 시래기와 함께 끓이기도 한 다. 이들을 차례로 콩나물 해장국, 뼈다귀 해장국, 선지 해장국 이라 부른다. 북어 를 이용한 북어 해장국 은 없는 것이다. 뼈다귀 나 선지 는 숙취 제거와는 거리가 있는 음식이다. 그래서인지 해장국 을 더 이상 숙취를 풀기 위해 먹는 국 으로 이해하지 않는다. 그 저 쓰린 속을 풀기 위해 먹는 국이거나 아니면 보통의 국으로 생각한다. 해장국 의 역할이 무색해진 것이다. 술꾼들은 해정 을 꼭 해장국 만으로 하지 않는다. 그것을 술 로도 하 는 것이다. 술 로 생긴 숙취를 술 로 다스린다. 술 이 무슨 숙취 제거에 도움이 될까 생각하면 숙취 해소를 핑계로 또 술을 먹는 것으로밖에 비치 지 않는다. 숙취를 제거하기 위해 먹는 술을 해정술( 解 酲 -), 해정주( 解 酲 酒 ) 라고 부른다. 물론 해정 이 해장 으로 변하면서 지금은 해장술, 해 장주 로 쓰이고 있다. 해장국 이든 해장술 이든 완전한 숙취 제거와는 거리가 멀다. 이들은 숙취 때문에 생기는 고통을 조금이나마 줄여 보기 위해 먹는 보조 음식에 불과하다. 이 세상에 술 의 심술을 잡을 수 있는 음식이나 보약은 없다. 오직 자신의 의지만이 있을 뿐이다. 자신의 주량을 측정하여 적당한 선에 서 술 마시기를 끝낼 때에만 술 의 심술에서 벗어날 수 있다. 3 지금까지 언급된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대박 의 어원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大 舶 (큰 배) 이라는 설, 노름 94 새국어생활 제15권 제4호(2005년 겨울)
용어 박 에서 온 것이라는 설, 큰 박 이라는 설 등이 전하나 아직 정설 은 없다. 이 가운데 큰 박 설은 설득력이 약하다. (2) 업둥이 는 업어다 버린 아이 로 이해하기도 하나 그렇게 볼 수 없 다. 업 은 한 집안의 살림을 보호하거나 보살펴 준다고 하는 사람 을 가 리키고, -둥이 는 접미사이다. 그러므로 업둥이 는 업과 같이 귀한 아이 라는 뜻이 된다. (3) 어음 은 어험 으로 소급한다. 어험 은 엏-(베어지다) 에 접미사 - 엄 이 결합된 어형으로 추정된다. 엏- 가 이용된 것은 예전의 어음 이 두 쪽으로 나뉜 표쪽이기 때문일 것이다. (4) 총각무 를 숫총각의 생식기처럼 생긴 무로 생각하기도 하나 이는 잘못이다. 총각 은 한자어 總 角 으로 본래 머리를 땋아서 뿔처럼 묶음 이라는 뜻이다. 이에 따라 총각무 는 땋아 묶을 수 있는 무청(무의 잎과 줄기)이 있는 무 로 해석된다. (5) 해장국 은 해정국 의 모음 변화형이다. 해정 은 한자어 解 酲 으 로 숙취를 풂 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해정국 은 숙취를 푸는 국 으로 해석된다. 장 을 腸 으로 보아 해장국 을 뒤틀린 장을 푸는 국 으로 해 석하기도 하나 이는 잘못이다. 참고 문헌 김민수 외 편(1977), 우리말 語 源 辭 典, 태학사. 안옥규(1980), 어원사전, 동북조선민족교육출판사. 조영언(2004), 한국어 어원사전, 다솜출판사. 조항범(1997), 다시 쓴 우리말 어원 이야기, 한국문원. 조항범(2004), 정말 궁금한 우리말 100가지(1, 2), 예담. 조항범(2005), 그런, 우리말은 없다, 태학사. 어원 탐구 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