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차이나 없이 살아보기 (사라 본지오르니 지음/안진환 옮김/엘도라도/2007년 10월/312쪽/13,000원) 책 소개 2005년 1월 1일, 경제지 프리랜서 기자 사라 본지오르니의 가족은 중국 제품에 대한 일 년간의 보이콧에 돌입한다. 급성장 중인 중국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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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의 중국산 보이콧을 통한 한 가족의 세계화 체험기 메이드 인 차이나 없이 살아보기 (사라 본지오르니 지음/안진환 옮김 엘도라도/2007년 10월/312쪽/13,000원) 본 도서 정보는 우수 도서 홍보를 위해 원저작권자로부터 정식인가를 얻어 도서의 내용 일부를 발췌 요약한 것으로, 저작권법에 의하여 원저작권자의 정식인가 없이 무단전재, 무단복제 및 전송을 할 수 없으며, 원본 도서의 모든 출판권과 전송권은 원저작권자에게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메이드 인 차이나 없이 살아보기 (사라 본지오르니 지음/안진환 옮김/엘도라도/2007년 10월/312쪽/13,000원) 책 소개 2005년 1월 1일, 경제지 프리랜서 기자 사라 본지오르니의 가족은 중국 제품에 대한 일 년간의 보이콧에 돌입한다. 급성장 중인 중국 경제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산다는 게 가능한 일인지 궁금 했기 때문이다. '차이나 프리'를 선언한 후 저자는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난관에 적잖이 당황한다. 호시탐탐 보이 콧에서 빠져나가려는 남편을 달래야만 했으며 'Made in China'라고 표기된 장난감 앞에서 생떼를 쓰는 어린 아들을 지켜봐야만 했다. 프린터에 잉크가 떨어지는 바람에 기자라는 생업에 지장을 받기도 한다. 책은 이처럼 평범한 미국 가족이 중국산 보이콧을 벌이며 겪게 되는 갖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전 세계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의 위력과 글로벌 경제의 영향을 흥미롭게 담아냈다. 이미 전 세계의 공장으로 우뚝 서 있으며, 서비스 및 IT 분야로까지 그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해나가고 있는 중국의 위력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책이다. 또한 거부할 수 없는 중국 제품의 공세 속에서 한국의 소비자들과 기업 경영자들의 현명한 대응 방안을 고민해보고, 중국 경제의 세계화 현실을 생생하게 파악하여, 이를 역으로 활용한 소비와 생산의 창조적인 지혜를 얻을 수 있도록 한다. 출간 직후 CNN, 로이터통신, 워싱턴포스트 등 유 수 언론사들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세계화에 관한 충격을 불러일으켰고, <MBC 스페셜>로 방영 되어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저자 사라 본지오르니 캘리포니아와 루이지애나의 신문사에서 경제부 기자로 일한 바 있으며 현재는 전문 작가로 활동 하고 있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Christian Science Monitor) 상하이 데일리 뉴스 (Shanghai Daily News) 및 여타의 신문지면에 많은 기사와 글을 썼으며, 2007년에는 첫 책 메 이드 인 차이나 없이 살아보기(A Year Without Made in China) 를 출간했다. 본지오르니는 샌디 에이고 주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학사학위를 받았으며 블루밍턴 인디애나 대학에서 저널리즘학으 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남편, 세 자녀들과 함께 루이지애나 주에서 살고 있다. 역자 안진환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를 졸업했다.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인트랜스 번역원의 대 표이자 온라인 번역학교 트랜스쿨의 대표이기도 하다. 지은 책으로 한 줄만 잘 써도 Cool해지는 영작문 영어실무번역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 빌 게이츠@생각의 속도 애덤 스미스 구 하기 미운 오리새끼의 출근 피라니아 이야기 괴짜경제학 전쟁의 기술 골든 티 켓 이코노믹 씽킹 등이 있다. - 2 -

차례 한국의 독자들에게 추천의 글 저자 서문 1장 안녕, 내 삶의 일부여! 2장 중국산 신발들과의 치열한 전쟁 3장 선글라스 도둑이 된 남편 4장 나날이 드세지는 반대의 목소리 5장 타협안을 내밀다 6장 생쥐와의 한판 승부 7장 불만투성이로 시작된 여름휴가 8장 남편의 짝짝이 샌들 9장 꿈속까지 점령해버린 중국산 보이콧 10장 보라색 호박 전등 11장 중국을 위한 미국의 축제 12장 여정의 끝 에필로그 감사의 글 역자 후기 - 3 -

메이드 인 차이나 없이 살아보기 안녕, 내 삶의 일부여! 크리스마스 이틀 후 어둠이 내린 월요일 저녁, 아이들이 위층에서 잠든 사이 나는 집 안에서 메 이드 인 차이나 라는 글자가 박혀 있는 각종 플라스틱, 의류, 금속제품들을 몰아내기로 했다. 이 미 갖고 있던 몇몇 중국 제품은 남겨두었지만 더 이상 들여놓는 일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중국의 값싼 장난감, 잡동사니, 신발 등이 주는 즐거움에 푹 빠져 지냈 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나 중국의 인권 유린을 고발하는 서글픈 기사들을 볼 때는 못내 걱정 스럽기도 했지만, 그래도 우리 집에서는 싼 게 장땡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날 저녁, 소파에 앉아 크리스마스의 우울한 잔해를 둘러보는 동안 서서히 꿈틀대는 불안감이 내 몸을 휘감았다. 반박할 수 없는 사실 하나를 발견하고 만 것이다. 중국이 우리 집을 접수해버렸다는 끔찍한 사 실. 남편 케빈은 걱정스러운 눈치였다. 불가능할 것 같아. 지금은 무리야, 아이들이 있잖아. 그는 거실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는 소파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중국산 차가 든 컵을 손에 들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아들의 중국산 기차를 조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는 침묵을 깨고 내 생각을 털어 놓았다. 딱 일 년만이야. 1월 1일부터, 중국산 제품 보이콧에 들어가는 거야. 중국 장난감도 안 사고, 중 국 가전제품도 안 사고, 중국 의류도 안 사고, 중국 책도 안 사고, 중국 텔레비전도 안 사는 거야. 일 년 동안 중국산은 하나도 사지 않기, 그러니까 그렇게 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거지. 우리 가 족의 새해결심으로 삼는 거야. 어렵사리 남편을 설득시키고 새해를 하루 앞둔 날이자, 중국산 제품 중독자로서의 마지막 밤을 맞았다. 그날 밤 나는 다음날 아침에 대한 기대로 들뜬 나머지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을 지경 이었다. 차세대 세계 초강대국과 한 판 벌이는 건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지만, 재미있는 일이라 도 벌어진 양 몰려들 구경꾼들의 집중 조명은 내 결심을 굳게 만든다. 1월 1일은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똑같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내 가장 친한 친구가 파리에서 새해 인사를 하려고 전화를 걸어왔다. 나는 중국산 보이콧에 관한 소식을 전해주었는데, 그녀의 반응 은 뜻밖이었다. 그녀는 큰 소리로 웃더니 말하기 시작했다. 넌 발가벗긴 빈털터리가 될 걸. 미국산 제품으로 생활을 구려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넌 몽상 가야. 그건 과거의 일이라고. 사람들이 갖가지 상품들을 구매함으로써 미국 경제 전반이 돌아가 는 건데, 물건을 싸게 만들어서 소비자들이 쉽게 구매하도록 해주는 게 바로 중국이란 말이야. 미국인들이 먹고 있는 게 다 중국이 만든 거라고. 그녀는 마치 보이콧 반대편에 서서 토론이라 도 벌이려는 것 같았다. 중국은 이제 미국에 사정하지 않을 걸, 두고 보면 알게 될 거야. 그녀는 끝까지 초를 쳤다. 넌 절대 성공 못할 거야. - 4 -

네 살 먹은 아들 웨스를 위해 경주용 자동차를 만들기로 했는데, 플라스틱 바퀴는 중국산이어서 대신 나무 바퀴를 만들어 썼다. 다음날 나무 바퀴들 중 하나가 두 동강 났다. 나는 아무도 보지 않을 때 그 차를 주워다 부엌 서랍장 선반 제일 뒤쪽에 쑤셔 넣었다. 시계의 가죽 밴드는 중국산 이었기에 사지 않았고, 배터리는 생산지를 물어봐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말하지 않았다. 나중 에 좀 더 느긋하게 배터리의 원산지를 물어볼 방법이 생각나면, 그때 그 가게에 전화하면 돼. 비 디오게임 하면 중국이 떠오르듯이, 배터리하면 미국이 떠오르잖아. 걱정할 것 없어. 곧 알게 되 겠지. 중국산 보이콧을 시작하기 전엔 아주 굉장한 일처럼 보였었는데, 별 것 아니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상표를 확인하고 나서, 중국산이면 안 사겠다고 말하고, 고맙다고 하면 끝이다. 그러면 모두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여준다. 이제 열한 달 남았다. 식은죽 먹기야, 라며 마음가짐을 다 시 새롭게 했다. 나날이 드세지는 반대의 목소리 장난감 코너는 중국산 보이콧 기간 중 시간을 보내기에 결코 좋은 곳이 아니지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곳에 가 있었다. 웨스가 생일 초대장을 받았고, 몇 시간 뒤면 그 파티가 시작될 것이 기 때문이었다. 생일파티는 곤혹스러운 문제다. 그것은 장난감을 사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장난 감 코너는 중국산 천지이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장난감이 중국산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날 아침, 타깃의 남아용 장난감 코너에 있 는 모든 트럭과 총, 라디오, 오토바이, 용, 공룡, 전투인형은 모조리 중국산이었다. 아이들이 잠 시 바닥에서 중국산 장난감들을 갖고 놀게 해두고 나는 할 수 있는 한 빨리 장난감 상자들을 뒤 집어 라벨들을 살펴보았다. 15분 후 나는 지쳐버렸다. 웨스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 보았다. 모두 중국산이야? 아들녀석이 물었다. 모두가 중국산이네. 내가 말하자 아이는 풀이 죽어 고개를 떨구었다. 아이의 사기를 북돋기 위 해 나는 약간의 거짓말을 섞었다 걱정할 필요 없어. 이제 막 시작인 걸 뭐. 설마 장난감이 모두 중국산이겠어? 다음 통로에서 우리는 레고 라는 행운을 만났다. 하지만 그곳에서 나는 모든 레고가 다 덴마크산 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스위스-미국-덴마크산 구난용 트럭을 확보해놓은 상태에서 케 빈이 덴마크-중국산 라벨을 발견했다. 중국의 손아귀로부터 자유로운 상품진열대는 정말 단 하나 도 없는 것일까? 또 덴마크인들은 어떻게 될까? 우리 미국인들과 나란히 그저 소비만 해대는 인 사불성의 상태로 자신들을 몰아넣게 되는 것일까? 스위스-미국-덴마크산 트럭을 쇼핑 바구니에 가뿐히 던져 넣는데 난데없는 여유가 나를 감쌌다. 요즘 들어 내가 운이 좀 없었을지는 몰라도, 지금 이 순간 나는 전 세계의 장난감 산업에 대한 중국의 장악력을 성공적으로 요리조리 잘 빠져나가고 있었다. 알 수 없는 만족감에 나는 그만 무 모한 짓을 자초해버렸다. 몇 분 전만 해도 공포감에 휩싸여 아찔해하던 내가 갑자기 자축하는 마 - 5 -

음에 들떠버린 것이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돌아서서 중국산만 아니라면 아무거나 하나 고르라는 갑작스런 발언을 하고 말았다.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웨스는 친구의 생일선물과 동일한 구난용 트럭 상자를 지목했다. 딸 소피를 위해 여아용 장난감 코너로 향했는데, 내 행운은 그 코너에서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마 이 리틀 포니(My Little Pony),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 집 주위에서 타고 노는 스틱 호스 (stick-horse: 한쪽 끝에 말의 머리 모양을 단 막대 장난감-옮긴이), 수십 개의 아기 인형들, 심 지어 크레욜라(Crayola)의 욕실용 물감까지도 모두 중국산이었다. 게다가 덴마크산 장난감들마저 도 소피를 저버렸다. 우리는 소피를 위한 장난감을 포기하고 계산대로 향했다. 일전에 나는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과 유럽인들이 일자리를 잃는 사이, 지난 4년 동안 중국에 800만 개의 새로운 제조업 일자리가 생겨났다는 기사를 읽었다. 장난감 매장에 다녀오고 나니 중국에 늘어난 일자리가 고작 800만 개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하루는 시원하며 은은한 향기가 코를 간질이는 여성복 매장을 찾았다. 그리고 전 세계의 섬유 업 계마저 장악해버린 중국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것을 직접 눈으로 목격하고 나니 착잡한 기분이 들었다. 애초에 쇼핑몰로의 외출을 부추긴 요인이 바로 그런 걱정이었다. 최근 비즈니스 지면들 을 빼곡히 채우고 있는 기사를 보면서 내심 걱정하고 있던 참이었다. 노스캐롤라이나와 이탈리아, 아프리카의 섬유업계 종사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으며, 그 사이 중국이 전 세계의 봉제공장들을 접수하는 가운데 경쟁업체들을 역사의 뒤안길로 몰아가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좋은 시절에 도 거의 굶어 죽어가다시피 하는 아프리카의 노동자들은 셔츠와 내의들을 재봉해주고 받는 약간 의 돈마저 잃어버릴 위험에 처해 있었다. 거기서 나는 경고음을 알리는 수많은 것들을 찾아냈다. 그리고 중국산 블라우스 소매를 만지작거 리며, 중국이 우리에게 보내오는 물건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게 문제일 뿐 그 옷들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중국산 랄프 로렌(Ralph Lauren)의 라벤더 색 트렌치 코트의 가격은 178달러였다. 그 옷을 재봉 한 중국인들의 지친 손이 한 달에 178달러라는 돈을 만져보기나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면, 그 코 트에 감히 그런 높은 가격을 요구하는 랄프 로렌에게 화가 나야 마땅한 일이었다. 하지만 공기 중의 엷은 향기가 코를 찌르고 있었으며 보이지 않게 잘 숨겨놓은 스피커들에서는 부드러운 음악 소리가 잔잔히 들려왔다. 옷걸이들 사이를 지나면서 누가 무엇을 만드는지 기록하기 시작했다. 일부 라벨들은 제조국을 판 단하기가 쉽지 않았다. 미국에서 단순 가공된 제품(assembled in USA)', 니트 인 몽골리아(Knit in Mongolia), '피니시드 인 중국(Finished in China)'이라고 적혀 있는 라벨이 있었다. 그렇다면 그 옷은 어디에서 만들어진 것일까? 결국 메이드 가 뜻하는 게 뭘까? 중국산 보이콧이 우리 가족의 일상 곳곳에 여파를 남겼다. 우선 잡동사니를 넣어두는 서랍의 수 리를 위해 중국산 부품을 구입했다가 잃어버려 서랍이 몇 개월째 열리지 않는 상태 그대로 방치 되어 있었다. 중국산 커피메이커는 고장 난 그대로 뚜껑에 먼지가 수북이 쌓인 채 주방 조리대 - 6 -

위에 놓여 있었다. 케빈의 선글라스를 중국산이 아닌 새로운 것으로 바꿔주는 데 거금이 들 것 같다고 불평하자, 엄마는 뭘 기대한 거니? 라고 물었다. 이 세상에서 공짜를 기대할 수는 없잖 니, 특히 네 주변에 더 이상 중국을 포함시키지 않는다면 말이야. 중국산 없이 얼마나 더 많은 날들을 버텨야 할까? 달력을 보니 여덟 달이나 남아 있었다. 소피와 우리 집 강아지를 제외한 모들 이들이 보이콧이 끝나는 그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 다. 중국을 위한 미국의 축제 케빈이 전화로 좋지 않은 소식을 알렸다. 아이들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양모 침낭을 사고 싶었지 만 모조리 중국 제품이라는 것이었다. 남편에게 침낭 건은 참으로 유감이라고 말하고는 그가 당 신 잘못도 아닌데, 뭘. 괜찮아. 라고 말해주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케빈은 입을 다물어버렸다. 수 화기 저편에서 침묵이 흘렀다. 케빈의 기분이 정말 최악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나는 그의 기분을 북돋워주려고 애썼다. 공예품점에는 한국산 양모직물도 많이 있어. 거기라면 침낭을 구하는 데 문제가 없을 거야. 그는 잠시 더 침묵을 지켰다. 필시 나를 곤란하게 만들려는 속셈일 것이다. 마침내 입을 열었을 때 그는 평소의 유쾌한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한국산 양모에 지퍼를 달아서 침낭을 만들어줄 것이라고 했다. 케빈은 나무 보트나 기타를 만들 줄은 알았지만 내가 아는 한 바지에서 떨어진 단추 하나 못 다는 사람이었다. 어려워 봤자 얼마나 어렵겠어? 그냥 꿰매면 되는 거지. 아무 것 도 아니라는 듯 케빈이 말했다. 케빈이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덧붙였다. 물론, 당신 도움이 필요할 거야. 돕고 싶지 않아. 그저 보고 싶을 뿐이야. 다시 잠시간 침묵이 흘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케빈이 입을 열었다. 아하, 벨크로. 일명 찍찍이를 이용하면 되겠군. 나 역시 산타클로스에게 전하는 웨스의 선물 목록에 중국 외의 다른 곳에서 생산하는 제품이 있 는지 확인 작업에 들어가야 했다. 그 일은 따분했고 대부분의 전화 통화는 실패로 끝났다. 사실 매번 낭패를 겪었다. 지금까지 문의했던 장난감들은 모두 중국에서 건너온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카탈로그의 번호로 전화를 걸어 특정 품목의 제조국가를 알아보는 과정도 매번 비슷했다. 수화기 너머로 고객서비스 담당자의 성가신 듯한 한숨이나 짜증 섞인 낌새가 전해왔다. 그리고는 그 장 난감을 만든 곳이 중국이라는 답변을 듣고, 인사를 한 후 전화를 끊었다. 어느 날 저녁, 웨스는 냉장고 문에 붙여 두었던 선물 목록을 떼어내더니 정말 받고 싶은 선물들 로만 새로 작성하겠다고 선언했다. 나는 새로운 목록을 들여다보았는데, 이전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몇 가지 물품을 추가해도 괜찮은지 물었다. 모트 캐트럴 이 있는 몬스터트럭, 그 리고 모트 캐트럴 경주용 자동차. 산타할아버지에게 내가 정말 갖고 싶어한다고 전해줘. 모르는 물건이었다. 요즘 아이들의 최신 장난감인가? 우리 어머니가 스쿠비 두를 몰랐던 것처럼, - 7 -

나도 어머니처럼 되어가는 걸까? 혹은 최근 스웨덴 여행 기념선물로 미국 만화 <심슨가족(The Simpsons)> 포스터를 사온 아버지처럼 되어가나? 모트 캐트럴. 나는 혼자 되뇌었다. 아하, 리모트 컨트롤. 나는 목록에 몬스터트럭과 경주용 자동 차를 추가했다. 그렇다고 해서 웨스에게 그 선물을 사줄 생각은 아니었다. 미리 알아본 바에 의 하면, 리모컨으로 작동되는 장난감들과 중국의 관계는 마오쩌뚱과 중국의 관계만큼이나 뗄 수 없 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장난감 카탈로그에서 주문한 독일산 크리스마스 장난감이 도착한 것을 보니 상자의 크기가 너무 작았다. 고작 신발 상자 정도의 크기였다. 나는 그 상자 속에 든 선물들에 200달러나 지출했다. 최근 나는 케빈에게 크리스마스 선물 비용으로 681달러를 넘지 말자는 상한선을 제안했었다. 당 시에는 그 금액이 벌 받을 만큼 많은 액수라고 생각되었지만, 이제는 681달러라는 지출 상한선 을 지키지 못할까봐 걱정해야 할 형편이었다. 결국 이 조그만 상자에는 웨스를 위한 선물이 두 개밖에 들어 있지 않았으니까. 하나는 폴란드산인 줄 알았으나 중국산으로 밝혀진 나무 보트로 곧 반품할 예정이었고, 또 하나는 고무 밴드로 움직이는 독일산 나무 보트였다. 다시 말하면 나 는 크리스마스 선물 예산의 30퍼센트를 이미 날려버렸고 웨스를 위해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에 놓아둘 선물을 거의 살 수 없게 되었다. 모트 캐트롤 로 움직이는 장난감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이보다 더 작은 물건이 있기나 할까, 생각하며 독일산 장난감들을 쳐다보며 깨달은 바는, 아이들 에게 메이드 인 차이나 가 아니면서도 부피가 큰 선물을 사주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또한 우 리에게 선물을 보내고 아마도 우리 역시 무언가를 보낼 거라 생각할 친구들과 친척들 문제도 있 었다. 하지만 지금은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을 만큼, 이미 다른 문제들이 차고 넘쳤다. 웨스에게 줄 만한, 멋지고 크며 중국산도 아닌 선물을 찾아냈다. 그러다 달력을 보니 빠르게 다 가오고 있는 또 하나의 날짜가 눈에 띄었다. 산더미 같은 중국산 장난감들과 마주치게 될 또 하 나의 날. 2주 후가 체스의 다섯 번째 생일이었다. 재난이 닥쳐오고 있었다.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 - 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