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통일 시대로 나아가는 국어 문화 말 다듬기와 어휘 사용의 실제 서정목 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특 집 1. 아이스크림 의 명멸 현대조선말사전 제2판 (1981) 2709쪽에는 얼음보숭이 라는 올 림말이 있고 뜻풀이가 (1a)처럼 되어 있다. 끝에 [ 아이스크림]이라 표 시한 것으로 보아 얼음보숭이 는 아이스크림 이라는 외래어를 쓰지 말 고 그 대신에 사용할 다듬은 말로 제안된 것이다. 아이스크림 을 찾아 보면 (1b)처럼 되어 있다. (1) a. 얼음보숭이: 소젖, 닭알, 사탕, 향료 같은것을 섞어서 보숭이 처럼 얼쿠어만든 음식의 한가지. [ 아이스크림]. b. 아이스크림: (들어온말) (다듬은 말로) 얼음보숭이. 보숭이 는 떡보숭이 처럼 쓰이는 말로서 고물 에 해당하는 방언형이 다. 그러니까 얼음보숭이 는 크림 에 해당하는 우리말을 보숭이 라고 보고 방언을 살려서 외래어를 다듬은 말이다. 문화어 학습 1981년 3월호에는 다듬은 말을 널리 씁시다. 라는 제목 아래 얼음보숭이 를 [특집] 통일 시대로 나아가는 국어 문화 67
아이스크림 대신에 쓰도록 권유하는 광고가 실려 있다. 왜 크림 을 보 숭이, 즉 고물 이라고 판단했는지 지금도 알 수 없다. 언젠가 그 과정이 밝혀질 것이다. 그리고 이 사전에는 에스키모 라는 단어가 없다. 고유 명사는 올림말로 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민족 이름으로 보아 올림 말로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1992년의 조선말대사전 에서는 얼음보숭이 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대신 아이스크림 이라는 올림말에 (2)와 같이 뜻풀 이가 되어 있다. (2) 아이스크림: 1 소젖, 닭알, 사탕가루, 향료 같은것을 섞어 한데 풀어서 크림 비슷하게 만들어 얼음같이 차게 한 음식의 한가지. 2 =에스키모 [ice cream 영 ]. 그런데 이것은 (3a)의 아이스케키 를 처리한 것과는 차이가 난다. 이 경우에는 (3b)처럼 얼음과자 에다 뜻풀이를 한 것이다. 그러니까 얼음 과자 가 주된 단어이고 아이스케키 는 그에 대한 외래어로서 뜻은 다듬 은 말을 보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3) a. 아이스케키: 얼음과자. [ ice cake 영 ]. b. 얼음과자: 1 물에 사탕가루, 젖, 과일즙 같은것을 타서 얼군 것. 흔히 속에 꼬챙이를 넣어서 얼군다. 2 =에스키모. 이렇게 아이스크림 과 아이스케키 는 비슷한 성격의 외래어인데도, 하나는 당당하게 주된 단어가 되었고 다른 하나는 부수적인 외래어가 되었다. 그 이유는 얼음보숭이 가 잘못 다듬어진 말이고 얼음과자 는 68 새국어생활 제25권 제2호(2015년 여름)
잘 다듬어진 말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위에서 아주 이상한 것은 에스키모 라는 단어이다. 이 단어 는 아이스크림 의 뜻도 있고 얼음과자 의 뜻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에스키모 와는 너무나 차이가 난다. 할 수 없이 다시 에스키모 라는 올림말을 찾아보았다. (4)와 같이 되어 있다. 특 집 (4) 에스키모: 1 소젖을 기본원료로 하고 여기에 카카오가루 또는 카카오크림, 사탕가루, 젖기름, 유화제, 향기성물질 같은것을 넣어서 얼쿤 아이스크림의 한가지. 흔히 겉에 쵸코레트를 씌우 고 속에 꼬챙이를 넣어 얼구어서 종이에 싼다. 2 =아이스크림. [eskimo 영 ]. 그리고 그 뒤에 에스키모어, 에스키모어군 과 같이 언어명이 따라 온다. 민족 이름으로서의 에스키모 는 역시 올림말로 하지 않으면서, 언어명이나 어족의 이름으로는 올리고 있다. 북한은 2006년에 다시 조선말대사전 을 출판하였다. 이 사전은 어떻게 처리하였을까? 물론 얼음보숭이 라는 올림말은 이 사전에도 없 다. 이 말은 완전히 퇴출된 것이다. 그러면 아이스크림 은 어떻게 되었 을까? 찾아보니 (5)와 같이 되어 있다. (5) 아이스크림(ice cream 영 ): 에스키모 1 아이스크림 이 올림말로 올라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 지위는 1992 년 사전의 그것과는 매우 다르다. 이제는 완전히 에스키모 가 주된 단 어가 되었다. 이제 에스키모 가 아이스크림을 뜻하는 명사인 것이다. [특집] 통일 시대로 나아가는 국어 문화 69
다시 이 사전의 에스키모 를 찾아보았다. (6)과 같이 되어 있다. (6) a. 에스키모 1 : 소젖, 닭알, 사탕가루, 향료 같은것을 섞어 한데 풀 어서 크림 비슷하게 하여 얼음같이 차게 하거나 얼음과자처 럼 만든 음식의 하나. 제조기에서 균질화하여 종이에 싸거나 잔이나 종이고뿌에 담아낸다. 아이스크림. b. 에스키모 2 : 츄코트반도의 동쪽 및 남쪽연안지대와 미국의 북 극연안지대에 살고있는 종족. 이제 민족 이름인 고유명사로서도 뜻풀이하였고, 그 뒤에 에스키모 어, 에스키모어군 이 따라 나온다. 제대로 된 처리이다. 그런데 아이스 케키 도 아이스크림 과 마찬가지 운명의 길을 걸었다. 올림말로 하기는 하였지만 (7)과 같이 처리되었다. (7) 아이스케키(ice cake 영): 얼음과자. 다시 얼음과자 를 찾아보면 (8)과 같이 되어 있다. 얼음과자 에 대한 (8)의 뜻풀이는 1992년 사전의 에스키모 의 뜻풀이와 같다. (8) 얼음과자: 소젖을 기본원료로 하고 여기에 카카오가루, 사탕가 루, 젖기름, 유화제, 향기성물질 같은것을 넣어서 얼군 음식의 하나. 흔히 겉에 쵸콜레트를 씌우고 속에 꼬챙이를 넣어 얼구어 서 종이에 싼다. 이 사전만 보고 판단하면 이제 (9)와 같은 결론에 이를 수 있다. 70 새국어생활 제25권 제2호(2015년 여름)
(9) 북한에서는 아이스크림 을 가리키는 데는 에스키모 라는 말을 주된 단어로 하고, 아이스케키 를 가리키는 데는 얼음과자 를 주된 단어로 한다. 그러면 왜 에스키모 라는 말을 이렇게 원래의 뜻과는 거리가 먼 뜻으 특 집 로 사용하게 되었을까? 매우 이상한 일 같지만 이것은 언어의 세상에서 는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한때 우리는 진로 한 병 주세요. 라는 말로 소주 한 병 주세요. 를 뜻하면서 살았다. 마산에서 이 말을 하면 무학 을 한 병 주었고, 강릉에 서 이 말을 하면 경월 을 한 병 주었으며, 목포에서 이 말을 하면 삼학 을 한 병 주었다. 그러나 특별히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이 아니라면 아 니, 진로를 달라는데 왜 무학을 주십니까? 라고 말하지 않았다. 이때 진로 가 누린 소주의 대명사 지위를 지닌 것이 바로 이 에스키모 이다. 그것은 아이스크림의 대명사인 것이다. 지금은 소주 한 병 주세요. 하 면 참이슬 드릴까요? 처음처럼 드릴까요? 하고 묻는 시대가 되었다. 나는 가끔 참이슬을 마지막처럼 주세요. 라고 답하는데, 이 썰렁 개그 를 듣고 파안대소하는 분이 있는 술집은 술맛이 특별하다는 것을 느낀 다. 약봉가( 藥 峯 家 ) 에서 만든 술 약주 가 술의 대명사가 되었고, 호치 키스사( 社 ) 에서 만든 스테이플러를 우리는 아예 호치키스 라고 불렀 으며, 제록스사 에서 만든 복사기를 제록스기 라고 부르고 제록스한 다 라는 동사를 만들어 쓰기까지 하였다. 백호(back-hoe) 를 의미하는 포클레인 이 굴삭기를 생산하는 프랑스 회사 이름이라는 것을 아는 사 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바바리 입고 가자. 는 잘못된 말을 일상생활에 서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는 것이 우리 언중이다. 이른바 대유법( 代 喩 法 )이 적용된 것이다. [특집] 통일 시대로 나아가는 국어 문화 71
이것이 정말 그런 것일까? 확인할 길은 얼마든지 있다. 이제 우리 주 변에도 북한의 폭정을 벗어나 그 땅을 버리고 어디론가 가는 백성들 이 무수히 많아졌다. 그들을 만나 물으면 바로 확인되는 일인데, 필자는 국립국어연구원의 연구부장으로 근무하면서 칼럼을 쓰던 1993년 월 간조선 12월호 말의 세계 에 짐작컨대 북한에 에스키모 라는 상표를 가진 아이스크림이나 얼음과자가 있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라는 문장 을 쓴 것이 죄가 되어, 틀린 글을 썼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아 직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어찌 그 사소한 두려움 때문에 확 인하지 못하겠는가? 필자는 내 강의실에 들어온 수많은 탈북 학생들을 만나서 가르치고 상담하면서 그들의 비참하고 딱한 처지에 가슴이 미 어지고 목이 메어 차마 이런 말을 물어볼 엄두도 내지 못하였다. 2. 그 많던 도시락 은 다 어디로 갔을까? 1981년의 그 현대조선말사전 에는 (10)과 같이 곽밥 이라는 올 림말이 있고 그 뜻풀이가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10) 곽밥: 1 밥곽에 담은 밥, 2 (려행하는 사람이 사먹을수 있도록) 곽에 담아서 파는 밥. 이 말이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도시락 이라는 말에 해당하는 일본 어 단어를 다듬은 말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다. 이 뜻풀이 2를 보 고 필자는 우리나라에서 1960년대까지 기차에서 팔던 도시락 을 떠올 렸다. 아아, 그거. 우리 어머니는 또 라는 일본말 단어로 부르던 하 72 새국어생활 제25권 제2호(2015년 여름)
얀 밥을 담은 그릇. 대패질한 것처럼 보이는 얇은 나무판자로 사각의 그릇을 만들어 그 안에 밥을 담아 앙 이라고 부르던 단무지 한 봉 지와 함께 홍익회에서 팔던 추억의 기차간 밥. 그러면서 그곳에는 여행 의 자유도 없다. 고 배웠는데 웬 려행하는 사람 이 있어 곽밥 을 사 먹 을 호사를 부린다는 것인지, 우리가 배운 것과 그곳의 실상이 다를지도 모른다는 환상에 빠져 살았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이 곽 이 무엇인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만 약 이 곽 이 郭 이나 廓, 槨 이라면, 이는 성곽( 城 郭 ), 외곽( 外 廓 ), 목곽( 木 槨 ) 에서 볼 수 있듯이 둘레, 테두리 를 뜻하는 말이다. 결국 한자인 것이다. 일본말 단어를 우리말 속에서 쫓아내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그럴 때는 가능한 한 고유어 언어재( 言 語 材 )를 사용 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어려운 한자어는 쉬운 우리말이나 쉬운 한자 로 다시 바꾸어야 하기 때문이다. 곽 도 성곽, 외곽, 목곽 하는 데서 는 어느 정도 짐작이 되고 나름의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이 세 단어 속 의 곽 이 한자가 다 다르고 뜻도 조금씩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아는 사람 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곽 하나만 떼어 놓으면 그것은 의미를 지니는 요소가 되기 어렵고 뜻도 짐작이 잘 안 된다. 이 어려운 곽 을 밥 과 합 쳐서 합성어를 만든 것이 곽밥 이다. 이 사전에서 밥곽 은 (11)과 같이 뜻풀이되었다. 그러니까 밥을 담는 그릇은 밥곽 이고 그릇에 담은 밥은 곽밥 인 것이다. 특 집 (11) 밥곽: 집을 떠난 자리에서 밥을 먹을수 있도록 알루미니움이나 비닐, 나무 같은 것으로 간편하게 만든 밥그릇. 가방에 넣어가 지고 다닐수 있게 보통 네모나게 만든다. [특집] 통일 시대로 나아가는 국어 문화 73
그러면 북한에는 도시락 이라는 말이 없는 것일까? 그것은 그렇지 않다. 그곳에도 도시락 이라는 말이 있다. 이 사전에서 도시락 을 찾아 보면 (12)처럼 되어 있다. (12) 도시락: (지난날에) 고리버들이나 대오리 같은것으로 고리짝 같이 결어 만들어 쓰던 작은 그릇. 흔히 점심밥을 담아가지고 다니는데 썼다. 여기서 (지난날에) 라는 말이 중요하다. 이것은 과거에 사용되던 말 로서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말이라는 뜻이다. 도 이라는 말이 근대 국어 자료에서 발견된다. 우리나라는 이 고유의 언어재를 이용하여 도 시락 이라는 말을 살려서 사용하고 있다. 초등학교 아이들도 일상생활 에서 자주 사용하는 이 도시락 을 일본말 단어로 불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은 광복 직후부터 있었다. 그리하여 우리나라에서 국어 순화의 역 사가 시작되는 순간에 이미 이 일본말 단어 또 를 도시락 으로 고쳐 부르게 한 기록이 1940년대 말의 문교부 국어 순화 자료에 남아 있다. 1961년에 나온 일석 이희승 선생님의 국어대사전 의 도시락 에 대 한 뜻풀이를 보면 (13)처럼 되어 있다. (13) 도시락: 1 고리버들이나 대오리로 길고 둥글게 결은 작은 고 리짝. 점심밥을 넣어 가지고 다니는 그릇으로 씀. 2 얇은 나무 판자로나 알루미늄 또는 알루마이트 같은 것으로 상자처럼 만 들어, 밥을 담아 가지고 다니는 그릇. 벤또. 현대어로도 사용되는 것으로 본 것이다. 이미 이 시기에 도시락 이 74 새국어생활 제25권 제2호(2015년 여름)
라는 말은 단지 고어로뿐만 아니라 현대어로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었 음을 증거해 주고 있다. 도시락밥 도 올림말로 올라 있고 줄여서 도시 락 으로 한다고 표시하였다. 이 도시락 에 대한 북한 사전의 태도는 어떻게 변했을까? 일단 곽밥, 밥곽 에 대한 뜻풀이는 변함이 없다. 1992년의 사전에는 1981년과 똑 같이 (14)처럼 되어 있다. 특 집 (14) a. 곽밥: 1 밥곽에 담은 밥, 2 (려행하는 사람이 사먹을수 있 도록) 곽에 담아서 파는 밥. b. 밥곽: 알루미니움이나 비닐, 나무 같은 것으로 간편하게 만 든 밥그릇. 보통 네모나게 만든다. 2006년의 사전도 (15)처럼 똑같이 뜻풀이하여 여기에 대해서는 전혀 변화가 없다. 상당한 자신감을 가진 다듬은 말로 보아도 될 것이다. (15) a. 곽밥: 1 밥곽에 담은 밥, 2 (려행하는 사람이 사먹을수 있 도록) 곽에 담아서 파는 밥. b. 밥곽: 알루미니움이나 비닐, 나무 같은 것으로 간편하게 만 든 밥그릇. 보통 네모나게 만든다. 그러나 도시락 에 대해서는 미세한 변화가 느껴진다. 1992년의 사전 에서는 (지난날에) 를 지웠다. 2006년의 사전에도 (지난날에) 가 빠졌 다. 뜻풀이는 1992년 사전과 똑같다. 그리고 이 두 사전에는 도시락밥 이라는 올림말이 도시락에 담은 밥 으로 뜻풀이되어 올라 있다. [특집] 통일 시대로 나아가는 국어 문화 75
(16) 도시락: 고리버들이나 대오리 같은것으로 고리짝 같이 결어 만 들어 쓰던 작은 그릇. 흔히 점심밥을 담아가지고 다니는데 썼다. 이제 왜 (지난날에) 가 빠졌을까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왜 그랬을 까? 지금은 북한에서도 도시락 이라는 말이 사용되는 것일까? (지난날 에) 가 빠짐으로써 일단은 지금은 이 말이 사용된다. 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면 그 뜻풀이가 고리버들 썼다. 로 만 끝낼 것이 아니라 밥곽 에 붙어 있는 뜻풀이 알루미니움이나 비닐, 나무 같은 것으로 간편하게 만든 밥그릇. 보통 네모나게 만든다. 도 있 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사전 전체에서 (지난날에) 를 쓰지 않기로 했 다면 별개 문제이다.) 지금의 사전대로라면 지금 사용하는 도시락 을 고리버들이나 대오리 같은 것으로도 만든다는 말이 된다. 1981년부터 1992년 그 사이에 도시락 이라는 말이 지난날의 말에 서 이제의 말로 되살아난 것일까? 맨 마지막에 썼다 라고 하였기 때문 에 지금은 쓰지 않는 말이라는 의미가 느껴진다. 실제의 사정은 어떻든 이 두 사전만 대조해 보면 우리나라의 도시락 이 철조망을 넘어 비무장 지대(DMZ)를 지나 북녘 땅으로도 스며들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어느 탈북한 동포가 텔레비전에 나와서 곽밥 은 기차에서 파는 밥이고 집에서 싸는 것은 또 라고 한다고 하던 말이 생각난다. 아직 그 일본 말이 사용되고 있는 것일까? 우리나라는 그 뒤로 도시락 만드는 기술이 최고조로 발달하여 보온 도시락 의 기능이 매우 진화하였다. 그런데 그 기술은 무상 급식 바람에 무용지물이 되었다. 그 많던 보온 도시락은 다 어디로 갔으며 그것을 만들던 회사들은 지금 무엇을 만들고 있을까? 곁들이로 우리가 단무지 라고 고친 그 노란 무 는 그곳에서는 겨절 76 새국어생활 제25권 제2호(2015년 여름)
임무우 로 다듬었다. 2006년 사전에서 그 뜻풀이를 보면 (17)과 같다. (17) a. 겨절임무우: 수들수들 말린 무우를 소금을 섞은 쌀의 속겨에 묻어서 익히는것 또는 그렇게 한 반찬감. 무우겨절임. b. 다꾸앙: 겨절임무우. 특 집 참고로 북한은 무우 를 문화어로 유지하는데, 우리는 무우 를 표준어 로 하던 것을 무 로 바꾸었다. 1980년대 말의 표준어 사정에서 정한 것 같 은데 이것은 잘못 정한 것이다. 단무지 때문에 무우 를 무 로 한다는 것 은 논리적이지 않다. 무 는 장음이다. 그런데 우리 맞춤법에 장음 표기를 반영하지 않으니 무우 로 할 수 없다는 것도 논리가 서지 않는다. 무우 는 단순한 장음이 아니다. 1음절 단어 가 길게 발음되는 것이 장음이다. 그 러나 무우 는 2음절 단어 이다. 중세 국어는 무 이고 방언형은 무시, 무수, 무꾸 등이다. 누가 책임져야 할 일인지 모르지만 국어심의위원들 속에 목소리 크고 잘 모르는 사람이 하나라도 끼면 이런 일이 생긴다. 이 런 것이 표준어의 권위를 떨어뜨리는데, 한번 잘못 정하면 알면서도 못 고 치는 것이 국민 모두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어문 규범의 숙명이다. 3. 길섶 에도 차가 다닐 수 있을까? 일본식 한자어 노견( 路 肩 ) 은 영어의 숄더(shoulder) 를 번역한 것 이다. 음으로 읽으면 노견 이 되고 음과 훈을 섞어 읽으면 로 타 가 된 다. 영어의 이 어깨 라는 단어가 길과 관련하여 원래 어떤 것을 가리켰 는지 모호하지만 지금은 고속도로의 주행선 옆에 있는 좁은 길, 비상 구 [특집] 통일 시대로 나아가는 국어 문화 77
난차가 다니는, 길 아닌 길을 가리킨다. 노견 주행 금지 를 온 고속도로 의 가에 써 붙여야 할 시점에 마침 문화부 장관은 이어령 선생님이었다. 그분은 노견 을 참을 수 있는 분이 아니었다. 우리는 1992년 가을의 국 어심의회에서 갓길 로 쓰기로 결정하였다. 이 말을 그곳에서는 어떻게 다듬었을까? 1981년 사전에서 로견 을 찾아보면 (18)처럼 되어 있다. (18) 로견: (다듬은 말로) 길섶. 다시 이 사전에서 길섶 을 찾아보면 (19)처럼 되어 있다. [ 로견]으로 표시하였으니 원말을 쓰지 않도록 한 것이다. (19) 길섶: 1 길의 가장자리. 2 길의 옆, 길녘과 같은 말. 3 ((운 수))길에서 차길의 량쪽으로 차길과 가지런한 부분. [ 로견]. 1992년 사전의 로견, 길섶 을 찾아보면 거기서도 (20)처럼 거의 같 이 되어 있다. 3의 의미로서의 용법에 대한 뜻풀이가 더 자세해졌다. (20) a. 로견: (건설) (다듬은 말로) 길섶. [ 路 肩 ]. b. 길섶: 1 길의 가장자리. 2 길의 옆, 길녘과 같은 말. 3 ((운 수)) 자동차길 같은것의 량옆부분. 포장을 지지해 주고 보호 하며 차들이 다닐 때 운행의 안전성을 보장한다. [ 로견]. 2006년의 사전에서는 (21)과 같이 로견( 路 肩 ) 길섶 으로 하였다. 거의 확립된 것으로 보인다. 78 새국어생활 제25권 제2호(2015년 여름)
(21) a. 로견( 路 肩 ): 길섶 b. 길섶: 1 길의 가장자리. 2 =길녘. 3 ((운수)) 자동차길 같 은것의 량옆부분. 포장을 지지해 주고 보호하며 차들이 다 닐 때 운행의 안전성을 보장한다. 특 집 그런데 3의 용법으로서의 길섶 을 세밀하게 뜯어보면 그 의미가 숄 더(shoulder) 의 현재의 뜻이 아니다. 포장을 보호하고 운행의 안전을 확보한다. 는 말은 숄더(shoulder) 에 대한 설명이 아니다. 그냥 길가의 풀이 나 있는 좁은 공간을 의미한다. 이 길섶 은 길 가다가 지치면 주저 앉아 쉬어 갈 수 있는 길의 가장자리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면 물론 길섶 으로는 차가 다닐 수 없다. 따라서 길섶 주행 금지 라는 말은 성립되지 않는다. 길섶 으로 차를 몰고 달릴 운전자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해당 용법으로 사용되는 숄더(shoulder) 를 번역한 노견 은 평지보다 높은 고속도로의 바깥에 있는 좁은 길로부터 둥그스 름하게 휘어지는 부분- 길 을 사람으로 보았을 때 어깨 부분-을 가 리키는 말이다. 이것은 미국 중서부의 끝없이 곧게 뻗은 평지보다 높은 고속도로를 보지 않고서는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 개념이다. 비상 구난 차나 경찰차가 다니는 이 좁은 길로 주행하지 말라는 것이 노견 주행 금지 의 원뜻이다. 그러면 노견 은 길섶 이 될 수 없다. 우리는 1992년에 갓길 로 하기로 합의를 본 후에 우여곡절은 겪었지 만 이제 갓길 하면 적어도 고속도로 가에서는 그 좁은 길을 가리킨다 는 것을 다 알게 되었다. 갓길 은 그 사전들에는 어떻게 되어 있을까? 1981년 사전에는 갓길 이나 가길 이 올림말로 올라 있지 않았다. 그 러나 1992년 사전에는 올림말로 올라 있고 (22a)와 같이 뜻풀이가 되 어 있다. 갓길 을 2006년의 사전에서 찾아보면 (22b)처럼 되어 있는데 [특집] 통일 시대로 나아가는 국어 문화 79
둘이 똑같다. (22) a. 갓길: 1 큰길에서 떨어져서 난 변두리의 길. 2 보람이 없 는 생활 을 비겨 이르는 말. b. 갓길: 1 큰길에서 떨어져서 난 변두리의 길. 2 보람이 없 는 생활 을 비겨 이르는 말. 만약 우리가 사용하는 갓길 이라는 말을 알았으면 3의 뜻으로 ((운 수))의 용법을 뜻풀이하였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 이를 보면 현재로서 는 갓길 을, 우리가 새로 뜻을 부여하여 사용하는 그 용법으로는 쓰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아직 그곳에는 갓길 주행 금지 가 필요할 만큼 고 속도로가 일반화되지 않은 것일까 하는 어리석은 생각을 한다. 길섶 주 행 금지 를 써 붙여야 할 사정이 생겼을 때 이 노견 은 길섶 으로 하기 어렵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4. 그곳에서도 훈제 연어 를 볼 수 있을까? 우리가 훈제 라고 쓰는 말, 그 말은 사실 어려운 한자어이다. 훈제 연어 는 연어를 연기에 그을려서 오래 두고 보관하여 먹을 수 있게 한 것이다. 훈제( 燻 製 ) 의 훈( 燻 ) 은 훈( 熏 ) 과 같은 글자로서 연기 낄 훈 이다. 밑에 있는 불 화( 火 ) 가 충분히 그 뜻을 나타내고 있는데 다시 곁 에 화( 火 ) 를 붙여 강조했다고나 할까? 어떻든 이 한자가 불 화( 火 ) 변 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1981년 사전에는 내굴쏘임 이라는 올림말이 있다. 필자에게는 전혀 80 새국어생활 제25권 제2호(2015년 여름)
낯선 말이었다. 그 뜻풀이는 (23)처럼 되어 있다. [ 훈연] 표시가 있어 훈연 도 찾아보았다. (23) a. 내굴쏘임: 연기를 피워서 그슬리는 것 또는 그 그슬린 연기. [ 훈연]. 특 집 b. 훈연: (다듬은 말로) 내굴쏘임. [ 훈연]이라는 표시는 훈연 이라는 말을 다듬어서 내굴쏘임 이라고 하기로 했으니 훈연 은 쓰지 말라는 뜻이다. 그다음 올림말로 내굴찜 이 있다. 거기에는 (24)와 같은 뜻풀이가 붙어 있다. (24) 내굴찜: 고기나 물고기를 소금에 약간 절여서 내굴에 그슬려 오 래 두고 먹을 수 있게 만드는것 또는 그러한 식료품. 그러니까 내굴 은 연기 라는 말이다. 실제로 북녘 여러 지방에서는 내, 내굴 을 연기의 방언형으로 사용한다. 우리나라 남부 지방에서도 내 를 사용하는 지역이 많다. 필자는 연기가 독하여 눈물이 날 지경인 상태 를 형용하는 내다 라는 말을 기억하고 있다. 내굴길 은 [ 연도] 라 고 표시하여 연기길 임을 알 수 있다. 내굴막 은 어떤 군사 행동을 적 이 보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피우는 짙은 내굴 로 [ 연막] 이라는 말을 다듬은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내 에 대하여 (같은 말)로 내굴, 연 기 를 두고 있다. 는 근대 국어 자료에서 볼 수 있다. 내 는 우리 언어 재를 살려 쓴 연기 를 뜻하는 말인데 내굴 은 낯선 것이다. 훈제 는 어떻게 처리하였을까? 1981년 사전에는 (25)와 같이 되어 있 다. 그리고 훈연 에 대해서는 앞에서 본 대로 (23b)와 같이 처리하였다. [특집] 통일 시대로 나아가는 국어 문화 81
(25) 훈제: 오리나 닭 같은것을 연기에 그슬려서 오래두고 먹기에 알맞게 만드는것. [다듬은 말로: 내굴찜]. (23b)의 훈연 에 대해서는 아예 뜻풀이를 하지 않고 내굴쏘임 을 보 라고 하였다. 그러니까 훈연 은 아주 어려운 한자어라고 판단하여 쓰지 않을 단어로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훈제 는 그렇게 많이 어려운 한자 어로는 보지 않아 거기에도 뜻풀이를 하고 다듬은 말인 내굴찜 에도 뜻 풀이를 하였다. 훈제 정도는 사용해도 되는 한자어로 판단한 것이다. 1992년 사전에서 내굴쏘임 과 훈연 을 찾아보면 (26)과 같다. 이것 은 거의 1981년 사전과 같다. 그런데 (26b)의 훈연 1 과 훈연 2 는 한자가 바뀌어 있다. 1992년의 사전이 매우 서둘러서 출판된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26) a. 내굴쏘임: 연기를 피워서 그슬리는것 또는 그 그슬린 연기. [ 훈연]. b. 훈연 1 : 냄새가 좋은 연기. [ 燻 煙 ]. 훈연 2 : (다듬은 말로) 내굴쏘임. [ 薰 煙 ]. 그러나 1992년 사전의 내굴찜 은 (27a)처럼 1981년 사전과 거의 같 이 뜻풀이하였으면서도, 1981년 사전에는 없던 [ 훈제]라는 표시를 덧 붙였다. 그리고 뜻풀이가 약간 변하였다. 이제 훈제 도 사용하지 않도 록 지정된 것이다. 훈제 연어 를 쓰지 않고 내굴찜 연어 라고 해야 되는 상황이다. 82 새국어생활 제25권 제2호(2015년 여름)
(27) a. 내굴찜: 고기나 물고기를 소금에 약간 절여서 내굴에 그슬려 오래 두고 먹을 수 있게 만드는것 또는 그러한 식료품. [ 훈제]. b. 훈제: 물고기나 육붙이 등을 소금에 절구고 연기에 그슬려서 오래 두고 먹기에 알맞게 만드는것 또는 그런 제품. [다듬은 말로: 내굴찜]. 특 집 2006년 사전은 (28)과 같이 처리하였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 훈연], [ 훈제] 표시가 없다는 것이다. 이제는 굳이 쓰지 말아야 할 순화 대상 단어로 표시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면 이 한자어들은 이제 더 이 상 사용되지 않아 순화할 필요가 없는 것일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28) a. 내굴쏘임: 연기를 피워서 그슬리는 것. b. 내굴찜: 고기나 물고기를 소금에 약간 절여서 내굴에 그슬려 오래 두고 먹을 수 있게 만드는것 또는 그러한 식료품. c. 훈제( 燻 製 ): 물고기나 육붙이 등을 소금에 절구고 연기에 그 슬려서 오래 두고 먹기에 알맞게 만드는것 또는 그런 제품. (28b)의 내굴찜 은 뜻풀이가 1981년의 (24), 1992년의 (27a)와 똑 같 다. (27a)에서 [ 훈제]라 표시했던 것이 (28b)에는 없다. (28c)의 훈제 는 뜻풀이가 1992년 사전의 (27b)와 똑같고 (다듬은 말로: 내굴찜)이라 는 표시가 없다. 이것은 이제 이 훈제 가 내굴찜 과 거의 대등하게 사용 되고 있음을 인정하고 이제는 훈제 대신에 내굴찜 을 사용하라고 강제 하지는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내굴에 그슬려서 와 연기에 그슬려 서 가 공존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이다. 훈 을 내굴에 그슬려서 로 다듬 었는데 그 말을 뜻풀이하면서 다시 연기 를 사용하고 있다. 연기 는 어 [특집] 통일 시대로 나아가는 국어 문화 83
쩔 수 없이 사용하는 한자어인데 훈연 의 연 은 사용하지 못하게 했던 것이다. 이에 비하여 2006년 사전에는 훈연 이 (29)와 같이 처리되었다. 훈 연 1 에는 뜻풀이를 하였고 훈연 2 에는 하지 않았다. (29) a. 훈연( 薰 煙 ) 1 : 냄새가 좋은 연기. b. 훈연( 燻 煙 ) 2 : 내굴쏘임. 훈연 2 에 뜻풀이를 하지 않고 다듬은 말을 권장하는 것은 훈제 와는 차이를 둔 것이다. 훈연 은 어려운 한자어로서 바꾸어 쓸 대상이고 훈 제 는 쉬운 한자어여서 그대로 써도 된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제 우리는 그곳에서도 훈제 연어 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1992년 사전에서는 이 두 훈연 의 한자어가 뒤바뀌어 있었는데, 2006년의 사전에서는 한자를 제대로 바로잡았다. 1992년의 조선말대사전 이 서둘러 만들어졌음을 보여 주는 예는 또 있다. 이 사전의 가장 큰 결함은 236쪽의 편집 오류였다. 거기에는 고 항하다 라는 올림말이 나오고 나서 고혈 2 가 나온다. 왜 갑자기 고혈 2 가 나올까? 필자는 1994년쯤 이 사전을 검토할 때 깜짝 놀랐다. 이럴 리가 없는데. 그리고 21개의 올림말을 헤아려 내려가면 고혹 이라는 올 림말이 나온다. 그다음에 고향 이라는 올림말이 나오고 다시 22개의 올 림말을 헤아려 나아가면 그 아래에 고혈 1 이 나온다. 그러니까 고향 부 터 고혈 1 까지의 부분이 고항하다 와 고혈 2 의 사이에 들어가야 하는 것 인데, 잘못 편집되어 고혈 2 부터 고혹 까지가 앞으로 나와 있는 것이다. 편집 오류임에 틀림없었다. 마침 의학 용어들을 검토한 것을 발표할 기 회가 있어서 이를 서정목(1996: 48)에서 지적하였었다. 84 새국어생활 제25권 제2호(2015년 여름)
필자는 2006년 사전을 처음 접하자마자 바로 이 부분을 찾아보았다. 그 사전의 342쪽 고혈 1 다음에는 정확하게 고혈 2 가 와 있었다. 그리고 고향 은 이제 제자리를 찾아 고항하다 의 바로 아래 올림말로 자리 잡 았다. 2006년 사전에서는 고향내기, 고향친구 의 두 올림말이 더해져 서 고향 부터 고혈 1 까지의 24개의 올림말이 앞으로 옮겨가 제자리에 놓인 것이다. 이것이 고쳐진 것을 보고 필자는 그곳의 우리 동업자들이 참으로 성실하게 자신들의 할 일을 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그 리고 고혹( 蠱 惑 ) 1 과 고혹( 固 惑 ) 2 가 있다. 고혹( 蠱 惑 ) 1 에는 지난날에 쓰이던 한자말이나 한문 투의 말에 대한 표시인 (낡)이라 표시하고 치 우치게 사랑하고 좋아하는것. 이라 뜻풀이하였다. 새로 등재된 고혹 2 는 몹시 반하거나 마음이 끌리는 것 으로 뜻풀이되었다. 어려운 한자어 들이 많이 등재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 집 5. 아이가 하늘소기침 을 한다 이제 전문 용어 다듬기가 진행된 과정을 추적해 보기로 한다. 1960년 7호 말과 글 에는 이렇게 고치면 어떻습니까? (의학 부문) 에 방광- 오줌통(오줌깨) 이 있다. 방광 이라는 어려운 의학 용어를 우리말인 오 줌통 과 오줌깨 로 고치자는 제안이다. 1981년 사전에서 이 말들을 찾아보니 (30)과 같이 되어 있다. 오줌 통2 가 오줌깨 와 같고, 오줌주머니 와 더불어 그 셋이 방광 을 다듬은 말이다. [ 방광]이라고 표시해 방광 은 일단 안 쓰기로 권장되었다. (30) a. 방광: ((생리)) 콩팥에서 흘러나오는 오줌을 일단 받아두는 [특집] 통일 시대로 나아가는 국어 문화 85
주머니모양의 기관. b. 오줌통: 1 오줌을 누거나 받아서 담아두는 통, 2 =오줌깨. c. 오줌깨: ((생리)) 콩팥에서 흘러나오는 오줌을 일단 받아두는 주머니모양의 기관. (같은말) 오줌통, 오줌주머니. [ 방광]. 1992년 사전도 역시 방광 을 올림말로 하였다. (31b)의 오줌통 이 약 간 변화가 있다. 이제는 오줌통 의 제1 뜻이 오줌깨 가 되었다. (31c) 도 큰 변화는 없지만 [ 방광] 표시가 없어졌다. (31) a. 방광: ((생리))=오줌깨. [ 膀 胱 ]. b. 오줌통: 1 오줌깨. 2 오줌을 누거나 받아두는 통. c. 오줌깨: ((생리)) 콩팥에서 흘러나오는 오줌을 일단 받아두 는 주머니모양의 기관. 오줌통1. 오줌주머니. 2006년 사전에도 역시 방광( 膀 胱 ) 을 올림말로 하였고 (32)와 같이 처리하였다. (32) a. 방광( 膀 胱 ) 1 : 1 =오줌깨. 2 고려의학에서, 귀침혈에 속하는 침혈이름. 큰 귀테아래모에 있다. 방광염 신우콩팥염, 신경쇠 약 등에 침을 놓는다. 3 고려의학에서, 코침혈에 속하는 침혈 이름. 코날개가 끝나는 곳에 있다. 방광 및 오줌관결석수술때 에 침마취혈로 쓴다. b. 오줌통: =1 오줌깨, 2 오줌을 누거나 받아두는 통. c. 오줌깨: ((생리)) 콩팥에서 흘러나오는 오줌을 일단 받아두 는 주머니모양의 기관. 방광1. 오줌주머니, 오줌통1. 86 새국어생활 제25권 제2호(2015년 여름)
1981년의 사전이 가장 강력하게 방광 을 쓰지 말고 오줌깨, 오줌 통, 오줌주머니 를 쓰도록 한 것 같지만, 1960년에 제안되어 40년 동안 추진해 온 말 다듬기 운동 이 조금도 나아가지 않고 답보 상태에 있다 고 할 수밖에 없다. 방광 퇴출은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 아주 특이한 것은 1960년 7호 말과 글 의 이렇게 고치면 어떻습 니까? (의학 부문) 에서 제안된 백일해-당나귀기침(백날기침) 의 경우 이다. 1981년 사전에는 (33)처럼 되어 있다. 백날기침 에만 뜻풀이가 되어 있다. 이런 경우 백날기침 이 주된 단어임을 의미한다. 특 집 (33) a. 백일해: (다듬은 말로) 백날기침. b. 백날기침: ((의약)) 돌림병의 한 가지. 공기전염으로 아이들 이 많이 걸린다. (같은말) 당나귀기침. c. 당나귀기침: 백날기침 을 달리 이르는 말. 1992년 사전에는 (34)와 같이 되어 있다. 백날기침 에 뜻풀이를 하여 이 단어가 주된 단어임을 나타내었다. [ 백일해]로 표시해, 백일해 는 안 쓰기로 하였다. (34c)의 깇는다 는 기침을 깇는다 는 동사로 깇다 가 등재되어 있다. (34) a. 백일해: (다듬은 말로) 백날기침. [ 百 日 咳 ] b. 백날기침: ((의학)) 백날기침막대균의 감염으로 어린이 호흡기성 전염병. 당나귀기침. [ 백일해]. c. 당나귀기침: 백날기침 을 당나귀울음같이 깇는다고 하 여 통속적으로 이르는 말. [특집] 통일 시대로 나아가는 국어 문화 87
2006년 사전에도 백일해( 百 日 咳 ) 가 올림말로 되어 있다. (35b)의 하 늘소 우는 소리 가 매우 이상했다. 1992년 사전에서는 당나귀울음 이라 한 것이다. 그래서 당나귀 를 찾아보았더니 (35c)처럼 되어 있다. 당나 귀 를 하늘소 1 로 바꾸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하늘소 1 을 찾아보았더니 과연 하늘을 보며 우는 소 라고 하여 당나귀 의 뜻풀이를 주고 있었다. 그 밑에는 하늘소 2 가 나온다. 돌드레 라고 뜻풀이를 했다. (35) a. 백일해: 백날기침. b. 백날기침: ((의학)) 백날기침막대균의 감염으로 어린이 호흡기성 전염병. 마지막에 가서는 들이쉬는 숨소리가 마치 하늘소 우는 소리처럼 들린다. c. 당나귀: 하늘소 1 d. 당나귀기침: 하늘소기침 e. 하늘소 1 : 말과에 속하는 집짐승의 한가지. 말보다 몸이 작고 귀가 길고 쫑긋하며 털빛이 누런 갈색, 재빛이 도는 노란색 또는 검은색이다. 힘이 세여 부리기에 좋다. 하늘소 는 하늘을 보며 우는 소라는 뜻에서 붙인 이름이다. f. 하늘소 2 : 돌드레 를 달리 이르는 말. g. 하늘소기침: 백날기침을 하늘소울음같이 깇는다고 하여 통 속적으로 이르는 말 h. 돌드레: <<돌드레과에 속하는 곤충>>들을 통털어 이르는 말. 힘이 세여 돌도 든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이하 생략) 이 부분을 쓰고 있을 때 마침 곽충구 교수가 전화를 걸어 왔다. 곽 교 88 새국어생활 제25권 제2호(2015년 여름)
수에게 물었더니, 그의 첩보는 함경도 방언에서는 장수하늘소 를 돌드 레 라고 한다는 것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백일해, 백날기침, 당나귀기 침, 하늘소기침 이 같은 말이 되었다. 본질적으로는 46년 동안 아무런 진전이 없는 것이다. 한자어는 사라지지 않았고, 고유어 쪽이 자꾸 새 로 만들어지고 바뀌면서 2중 어휘 체계가 더 복잡하게 얽히고 있기만 할 따름이다. 특 집 6. 영화 자막의 나오는 사람들 은 배역 이라고 해야 하겠다 북한의 말 다듬기는 공산 체제 확립을 위한 문맹 퇴치에서 출발한다. 광복 당시 북한 지역에만 230여 만 명의 문맹자가 있었다고 한다. 소련 군 장교 출신을 중심으로 소련의 지원에 의하여 북한 정권을 수립한 그 들은 주민들에게 공산주의 사상을 주입하여 자신들의 지배를 공고히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런데 문맹자들을 그대로 두고서는 공산주의 사 상 교육을 할 수 없었다. 주민에 대한 공산주의 사상 교육을 위해서는 글을 읽을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하였다.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을 없애는 일, 그 지름길은 한자를 폐지하는 일이었다. 한자를 쓰지 않고 한글로만 문자 생활을 하는 것이 효율적인 공산주의 사상 교육을 달성하는 길이었다. 한자를 폐지함에 따라 자연 스럽게 어려운 한자어를 쉬운 말로 다듬는 일이 필요하였다. 1948년 2월 앞으로 출판물에 한자를 쓰지 말고 우리 글자만으로 쓰 는 데 대한 방침이 발표되었다. 1948년 10월 내각 지시 38호 동기 문맹 퇴치 및 성인 재교육 추동에 관하여 를 채택하여 남은 문맹의 최종적인 퇴치를 위한 조치로 1948년 12월부터 1949년 3월까지 4개월간 제2기 [특집] 통일 시대로 나아가는 국어 문화 89
돌격 운동 기간, 제2차 동기 문맹 퇴치 및 성인 재교육 돌격 기간 으로 설정하였다. 1949년 3월까지는 문맹 퇴치가 기본적으로 완료되고 신 문, 잡지, 단행본 등 일체의 출판물에서 한자를 쓰지 않고 순한글만 쓰 게 되었다. 한자를 폐지하고 나서 어려운 한자어를 한글로만 적다 보니 독해력 이 저하되었다. 그에 따라 어려운 한자어를 쉬운 한자어나 고유어로 바 꾸어 쓸 필요가 있었다. 여기에 한자어는 일제 시대의 유산이라는 의식 이 작용하여 바꾸어 써야 한다는 당위성이 확보되었다. 결국 말 다듬기 는 공산화 고착을 위한 사상 교육에 방해가 되는 문맹을 퇴치한다는 정 치적 목적 아래 출발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과학, 기술 용어를 비롯한 학술 용어들이 지나치게 어려 운 한자어로 되어 있어서 이들을 우리말로 다듬는 것이 과학 기술 발전 의 기초가 된다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하여 1949년 2월 교육성 에 학술용어사정위원회 를 설치하게 되었다. 이때 한자어 문제에 관한 (36)과 같은 3원칙이 발표되었다. (36) a. 한자말과 순조선말 두 가지가 있을 때는 순조선말로 한다. b. 새말을 만들 경우 순조선말로 한다. c. 순조선말에 없는 한자말도 더 좋은 순조선말로 고칠 수 있는 것은 고친다. 1964년 1월 3일에 조선어를 발전시키기 위한 몇 가지 문제 라는 담 화가 발표되었다. 말 다듬기와 관련된 사항을 요약하면 (37)과 같다. 1964년에 국가 심의 기관으로 국어사정위원회 를 설치하였다. 90 새국어생활 제25권 제2호(2015년 여름)
(37) a. 단어체계를 고유어와 한자어의 2중 체계로 할 것이 아니라 고유어에 근거하여 하나의 체계로 만들어야 한다. b. 굳어진 한자어는 버릴 필요가 없다. 과학 논문이나 정치 보 고에서는 한자어를 많이 쓸 수 있다. c. 정치 술어는 좀 복잡하다. 한자어가 많을 수밖에 없다. 중국 특 집 어를 발음만 고쳐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d. 외래어는 고유어로 다듬어야 한다. 영어나 일본어가 많이 섞여 있는 서울말을 표준으로 할 수 없다. 1966년 5월 14일 조선어의 민족적특성을 옳게 살려나갈데 대하여 라는 교시가 발표되었다. 말 다듬기 관련 중요 사항을 정리하면 (38)과 같다. (38) a. 평양말을 중심으로 다듬어진 공통어를 문화어로 부른다. b. 고유어와 한자어가 뜻이 같을 때는 고유어를 쓰고 한자어를 사전에서 삭제해야 한다. c. 방언에서도 좋은 것을 찾아내어 써야 한다. d. 새로운 말은 고유어로 만들어 써야 한다. e. 일본식 한자어는 무조건 고친다. f. 새로 들어오는 외래어는 그때 우리 말로 고친다. g. 학술용어는 너무 풀어쓰지 말아야 한다. h.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대중의 평가를 받아서 해야 한다. i. 일상용어부터 하라. 군사 용어는 앞으로 사정을 보아 고치 겠다. j. 학술용어는 중앙에서 하라. [특집] 통일 시대로 나아가는 국어 문화 91
이 교시에 의하여 1966년부터 내각 직속 국어사정위원회, 사회과학 원 국어사정지도처, 언어학연구소의 18개 전문 용어 분과위원회를 통 하여 말 다듬기를 정부 주도로 전개하였다. 그런데 정치 용어와 군사 용어는 뒤로 미루었다. 대중이 강요된 사상 교육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정치, 군사 용어들이 한자어의 성역 지대로 남은 것이다. 정치, 군사 종 사자들은 거리낌 없이 한자어를 상용하는데 일반 민중과 전문가들에게 는 어려운 한자어 쓰지 말고 쉬운 말 골라 쓰라고 해서야 제대로 될 리 가 없다. 1970년대부터는 이른바 주체의 언어 이론이란 이름으로 주 체사상의 한 축으로 자리 잡는다. 이러한 사정이 반영된 것이 1981년 의 현대조선말사전 제2판 이다. 그러나 1992년 사전, 그리고 2006년 사전을 보면 1981년의 사전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한자어에 대한 무조건적인 다 듬기가 중단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한자를 사전에 노출한 점이다. 1992년 사전에는 한자를 뜻풀이 뒤에 [ ]에 넣어 표시하였다. 2006년 사전은 이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방광( 膀 胱 ) 과 같이 직접 한자어에 한 자를 표시해 주는 방법을 택하였다. 이런 변화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1985년의 문화어 학습 에 영화예술론 이 발췌되어 실린다. 이 내용이 종합적으로 정리된 책에서 말 다듬기에 관한 것을 요약하면 (39)와 같다. (39) a. 널리 알려지고 굳어진 말은 다듬지 말아야 한다. b. 오랜 역사적 과정을 거쳐 고착된 말은 한자어에서 온 것이라 도 그대로 두어야 한다. c. 영화의 자막에 나오는 사람들 이라고 쓴 것은 뜻이 맞지 않 으므로 배역 이라고 해야 하겠다. 92 새국어생활 제25권 제2호(2015년 여름)
d. 지금 말 다듬기를 한다고 하면서 이미 굳어진 말까지 쓸데없 이 풀어쓰다 보니 오히려 뜻이 모호하고 어색한 것들이 적지 않다. 인쇄공장, 인쇄날자 라고 하면 될 것도 책 찍은 곳, 책 찍은 날 이라고 하고 있다. e. 말을 다듬어 쓴다고 하여 망탕 고쳐서는 안 된다. 특 집 이러한 생각이 반영된 것이 1992년 사전이고, 이를 보완한 것이 2006 년 사전이다. 7. 맺는 말 이상에서 우리는 194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60년 동안 진행된 북 한의 말 다듬기에 대하여 외래어, 일본어, 일본식 한자어, 어려운 한자 어, 전문 용어 등에서 대표적인 구체적 예들을 뽑아 개략적으로 살펴보 았다. 말을 다룬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필자 는 아버지 에 의하여 시작된 인위적 언어 순화 정책이 아들 에 의하여 종식되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이 글을 쓰면서 필자는 국립국어원에서 발행한 남북한 언어 순화 대 조 자료집들을 모두 검토하였다. 총체적인 느낌은 순화 대상으로 삼은 말들도 비슷하고 순화한 말도 거의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 글은 남북한 의 순화한 말이 차이 나는 것을 중심으로 자료를 수집하여 그중에서도 가장 극적인 효과를 보여 주는 말들을 대상으로 작성하였다. 이 글만 보면 차이가 큰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한자어를 다듬은 고유어는 대부분 일치한다. 그 한자에 그 우리말이기 때문이다. [특집] 통일 시대로 나아가는 국어 문화 93
걱정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수표 가 서명 이냐 돈 대용품 이냐 같은 것이 문제가 되는데, 2006년의 사전에는 명쾌하게 (40)과 같이 개념 규정을 하고 있다. (40) a. 수표( 手 票 ) 1 : 증명이나 확인을 위하여 도장 같은 것을 찍는 대신 자기 손으로 자기의 이름 또는 이름을 나타내는 일정한 표식을 하는것 또는 그 표식. b. 수표( 數 表 ) 2 : 과학과 기술 분야에서 자주 쓰이는 함수관계를 쉽게 찾아볼수 있도록 계산하여 차례로 적어놓은 표. c. 수표( 手 標 ) 3 : 돈이나 물건의 대차관계 등에서 주고받는 증서. 우리나라에서 주로 쓰는 수표 는 수표 3 이다. 우리 국민들에게 북한 사람들이 수표 라고 할 때 서명 을 뜻할 때도 있다는 교육만 하면 아무 런 문제가 없다. 2006년 사전에는 한자어도 많이 등재되어 있고 실생활 에서도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우리 젊은이들이 한자, 한문을 모르는 것을 걱정해야 할 것이 다. 어느 지하철역에 써 붙인 시의 제목으로 <미물( 美 物 )>이 있어 무슨 시인가 하고 보았더니, 내용은 미물( 微 物 ) 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시인도 의미 있는 미물 같이 살고 싶다는 구절의 미물 을 버젓이 미물 ( 美 物 ) 이라고 쓰는 데에까지 이르러서야 되겠는가? 어안이 벙벙해질 뿐이다. 최고의 중앙 일간지라 자부하는 신문의 기자가 전자 신문에 실 은 중국 기행문에서 관우( 關 羽 ) 를 모신 관림( 關 林 ) 을 가는 길을 안내 하면서 관림 으로 가는 버스에는 미림( 美 林 ) 으로 적혀 있으니 조심해 야 한다고 아는 척하는 세상이다. 관( 關 ) 을 중국 간체자로 쓴 것이 그 에게는 미( 美 ) 자로 보인 것일까? 최근 필자는 삼국유사 의 번역 94 새국어생활 제25권 제2호(2015년 여름)
서들을 검토하면서 너무나 오역이 많다는 것을 알고 기가 막혀 앞으로 고전 연구가 위기에 놓일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 많은 한자어를 다듬는 노력으로 초등학교 아동들부터 조금씩 조금씩 한자를 가르쳤다 면 이 지경에 놓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외래어도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영어에서 유래한 외래어도 많다. 다만 많은 국명, 지명 등의 외래어가 러시아어에 바탕을 두고 이 루어져서 웽그리아(헝가리), 뽈스카(폴란드), 깜빠니야(캠페인) 등 낯 선 것이 많다. 된소리를 적는 것도 우리와 달라 낯설게 느껴진다. 남북한의 사전은 서로 매우 다르다. 올림말 배열 순서가 북한은 아 버지, 어머니 등 모음으로 시작되는 말이 맨 뒤로 가 있다. 모음도 우리 는 아, 애, 야, 얘, 어, 에, 여, 예 순서인데, 그쪽은 아, 야, 어, 여 애, 에 순서이다. 단어의 배열 순서가 다 달라진다. 어문 규범도 차이가 많다. 그러므로 이를 절충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 하다. 사전은 실용할 책이다. 쓰이지 않는 사전은 불필요한 사전이다. 전혀 다른 두 종류의 사전을 절충하여 새로운 통일 사전을 만들면 남북 한 아무 데서도 사용할 수 없는 불필요한 사전이 된다. 괜히 혈세를 낭 비하지 말고 차분히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다. 저쪽으로 통일되면 우리 것은 다 버리게 될 것이고, 우리 쪽으로 통일되면 관용을 베풀어 저쪽의 좋은 점을 최대한 받아들이면 된다. 특 집 [특집] 통일 시대로 나아가는 국어 문화 95
참고문헌 사회과학원 언어학연구소(1981), 현대조선말사전, 과학, 백과사전출판사. 사회과학원 언어학연구소(1992), 조선말대사전, 사회과학출판사. 사회과학원 언어학연구소(2006), 조선말대사전, 사회과학출판사. 서정목(1996), 북한의 전문 용어 다듬기에 대하여-의학, 약학 용어를 중심으로-, 의학용어와 의학교육, 대한의사협회. 96 새국어생활 제25권 제2호(2015년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