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瞭 望 中 国 China Insight 2015.6 第 58 号 Business Review 1 한 기업가가 총리에게 보내는 공개편지 1 Business Review 2 세계의 공장 을 로봇으로 채우려는 중국 12 Hot Issue 경제하강 대책은 개혁과 혁신 18 Trend (61) 둘째 아이냐, 노후 여유냐 갈등하는 중국사회 24 People 선전의 여공에서 중국 최고 여자갑부로, 란쓰커지 저우췬페이 CEO 32 关 注 数 字 37 Graphic 信 息 주요산업 Top3 실적 비교 (2014년) 38
Business Review 1 총리님, 일 좀 하고 싶은데, 정말 답답합니다 한 기업가가 총리에게 보내는 공개편지 중국 기업가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베이징의 중소 호텔체인을 운영하는 경영자가 리커창( 李 克 强 ) 총리에게 보낸 공개 편지 때문이다. 우하이( 吴 海 ) 쥐즈수이징(Orange Crystal) 호텔 CEO가 경제주간지인 경제관찰보 3월 30일자에 실은 총리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은 국무원의 행정개혁 움직임과 맞물려 엄청난 파장을 낳았다. 인맥( 关 系 ), 특히 공직 사회와의 인연을 소중한 경영자원으로 여기는 중국 기업가 풍토에서 우 하이 CEO는 분명 별종이다. 10여년 이상 공무원들의 갖가지 부조리와 부패를 목도하면서 불만을 삭여온 그는 리 총리가 올해 들어 부쩍 행정개혁을 주문하고 나서자 실명으로 현실을 고발하기로 마음 먹었다. 오피니언 리더들이 즐겨보는 관찰보는 그가 보낸 편지는 물론, 고발배경까지 분석해 1, 2, 3면을 도배했다. <료망중국>이 그의 공개서한을 완역해 실은 것은, 그의 실명고발 속에 중국 공무원 사회의 음 성적 지대추구 행위와 현장 공무원들의 편의주의 및 복지부동 행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기 때 문이다. 아울러 그의 서한을 통해 중진국 함정 에 빠지지 않기 위해 중국 경제 및 사회가 추구하 고 있는 개혁노선이 현실에선 얼마나 많은 기득권 계층의 난관을 돌파해야 하는 것인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기득권 계층을 대표하는 것은 일당지배의 온실 속에서 커온 공직사회다. 우하이의 용기 있는 고발 이후 그의 가족과 친지들은 당연히 보복을 걱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국무원 판공실은 오히려 권력의 심장부라는 베이징 시내 중난하이로 세무총국 공상총국 위생국 등 유관 부서 대표들을 초치해 세미나를 벌였다. 우 CEO는 이 세미나에 주빈 자격으로 초빙돼 규제개혁은 시장 흐름에 부합돼야 한다 는 취지로 개혁 아이디어를 전달했다고 중국 언론들이 전했다. 리 총리의 개혁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편집자 주> LG 瞭 望 中 國 2015. 6 1
정부가 기업을 나쁘게 대한다면, 사실상 인민들을 나쁘게 대하는 것 우하이( 吴 海 ) 쥐즈수이징 호텔 CEO 저는 쥐즈수이징호텔( 桔 子 水 晶 酒 店 )그룹의 CEO 우하이( 吴 海 )입 니다. 1 이 기업을 창업했으며, 베이징시 둥청( 东 城 )구의 정협위원도 맡고 있습니다. 먼저 정부의 기업에 대한 대우가 나쁘다면, 사실상 국민에 대한 대우가 나쁜 것 이라는 제 주장부터 설명 드립니다. 우리 회사를 예로 들어보죠. 저와 제 동료 수천 명은 모두 국민입니다. 정부가 우리를 좋지 않 게 대한다면, 수천 동료는 물론이고 그들의 부모자녀도 불이익을 받 게 됩니다. 즉 수만 명의 국민이 힘들어집니다. 저희 회사는 호텔서비스를 하는 회사입니다. 만약 정 부가 우리 호텔을 좋지 않게 대한다면, 우리의 원가는 높아질 수 밖에 없고, 상승된 비용은 고스란히 고객의 부담으로 돌아갑니다. 매 년 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저희 호텔을 이용하며, 그들의 가족은 아마 천만 명이 넘을 것입니다. 그들 가정의 가처분 소득이 줄어든다면 이는 천만 명 이상의 국민들 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것입니다. 제 생각에 정부의 기업에 대한 대우는 좋지 않은데, 그 이유는 다음 과 같습니다. 공무원과 기업은 지위부터 다릅니다. 기업은 감히 반항할 수 없는 노예와 같습니다. 일부 공무원들은 서비스를 하기보다, 아버지처럼 군림하려 합니다. 지위 순서로 따지면, 정부관리는 적자이고, 국유기업은 서자, 민영기업은 사생아 와 같습니다. 모두 국가의 혈육이지만, 적자는 집안 일을 도맡으며, 저희를 관리합니다. 서자도 적자 를 두려워하지만, 감히 아버지에 매달려 호소할 수 있는 반면, 사생아와 같은 저희는 큰 형에게 왼뺨 을 맞으면 오른뺨도 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데도 저희가 감히 말하지 못하는 것은, 살아 남기 위해서입니다. 현재 국가에서 부패척결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확실히 적자에 대한 규율이 많아졌습니다. 하 지만, 믿을 수 있겠습니까. 시따따(시진핑 주석을 일반국민들이 부르는 애칭) 가 반 부패를 외치던 2013년 업계에서 속칭 삼절(3종류 명절) 이라 부르는 그 때, 어느 도시의 정부 산하 기구들은 총동 원돼 관리 대상 기업들을 검사하고선, 기업규모에 따라 모종의 요구를 늘어놓았습니다. 그들 중 대관 인맥이 있는 기업은 흥정을 해 요구를 깎기도 했고, 특별한 세금 을 감면 받기도 했습니다. 그 도시 수천 개 기업 중 단 한 기업도 이런 사실을 말할 수 없었습니다. 입 벙끗하는 순간, 자칫 1 베이징 둥청구 정협위원이자, 디자인 호텔로 잘 알려진 쥐즈수이징( 桔 子 水 晶 ) 호텔체인의 오너이자 CEO이다. 2 LG 瞭 望 中 國 2015. 6
문을 닫는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4, 5년 전 이 도시의 한 저가 호텔체인 가맹점이 공무원을 고발한 뒤 그 도시에서 이후 어떤 허가도, 개업도 할 수 없게 됐음을 알고 있습니다. 결국 호텔체인 최고경영자가 이 도시 정부기관을 찾아 사죄하고서야 문제가 해결됐죠. 우리는 세계 최대의 사모펀드 칼라일 이 투자한 회사이니만큼, 가끔 그들과 함께 이런 우리나라의 사정이 도마에 오를 때면 담담하게 말해줍니다. 부패는 어느 국가에나 다 있고, 단지 형태만이 다를 뿐 이라고. 위에 말한 수준의 극단적 부패행위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어찌됐던 특별한 세금 은 모두에게 똑같으니 공평한 셈이네요. 다만 이 세 부담을 우리는 수천, 수만 명의 고객에게 떠넘기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와 같은 업종 사람들은 단오절 중추절 춘절, 이 삼절 을 제일 두려워합니다. 특 별한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죠. 법규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한번은 우리 호텔 객실에 놓아두는 감자 칩 한 봉이 유통기한이 며칠 지났습니다. 대개 유통기한 이 다가오면, 회수해 호텔 직원들끼리 간식 삼아 먹어 치우는데 객실 하나를 빠트린 것이었습니다. 아무튼 우리 잘못이었죠. 결국 고객이 고발을 했는데 이 유통기한 며칠 지난 과자봉지 탓에 2, 3만 위안의 벌금을 냈습니다. 법에는 판매가격 만 위안 이하 식품의 경우 2천~5만 위안 벌금형에 처한다 라고 쓰여져 있어, 무 턱대고 5만 위안 벌금형을 받았지만, 나중에 사정을 해서 중간 정도의 벌금을 내게 됐습니다. 그래서 궁금해졌습니다. 어떤 때 2천 위안이고, 어떨 때 5만 위안의 벌금을 내는 걸까. 왜 물건 값의 10배, 20배 같은 구체적이고 충분한 설명이 없는 걸까요. 외자기업 관련 어떤 규정은 외상투자기업은 건물을 빌릴 때 토지사용료를 납부해야 한다 라고 해 놓았습니다. 중국기업이든, 외국기업이든 같은 임대료를 내고 건물을 빌리는데, 외자기업은 추가로 토지사용료를 따로 납부해야 합니다. 이 문제를 세무총국에 문의하자, 그들은 몇 십 년 전 국토자원 부에서 정한 규정인데, 우리가 대신 받아주다 지금은 지방재정국이 받아주게 된 것 이라는군요. 그 리고선 국토자원부가 신경을 쓰지 않아 개정하는 것을 잊어버린 모양 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정부는 이 규정을 취소하는 것을 잊었다지만, 선전 등 일부 도시에서는 이미 취소가 되었고, 대부분의 도시 에서는 매년 세금징수액이 목표에 미달될 때 징수하곤 한다고 합니다. 중개기관들이 법의 비호 아래 착취하고 있습니다. 주택도농건설위원회(이하 건설위원회)는 기업들이 투자금액 30만 위안 이상 혹은 300m2 이상의 인테리어 공사나 건축공사 시 착공증을 먼저 받아서 제출하라고 합니다. 건설위원회가 착공증을 요 구하는 것이야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이 증빙을 받으려면 사외 시공 팀들의 입찰을 거쳐야 하고, LG 瞭 望 中 國 2015. 6 3
이 입찰도 정부가 정해놓은 입찰기관을 통해야 합니다. 이 공사가 국가 프로젝트라면, 입찰기관을 통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 입니다. 어떤 사람들이 몰래 손을 써 부정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우리 같은 민영기업은, 왜 손발을 맞춰온 기존 시공 팀 과 일하지 못하는 걸까요. 건설위원회가 우리가 지정한 시공 팀과 설계도면에 대해 필요한 자질을 평 가해 인가한다면 안전 보장에는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입찰기관을 통해야 하니, 수십 만 위안을 내 고 수십 일을 기다려야 합니다. 법규가 남용되고 있습니다. 치안을 확보하기 위해 각 공안부문은 호텔을 특수 관리합니다. 그 중 하나는 호텔 투숙객은 반드 시 유효한 증명서를 제시하고 실명 등록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호텔이 범죄자들의 은신처가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엄격한 관리를 하는 것은 아주 합리적인 일로, 국가 안전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미국도 현재 실명 등록제로 법규를 바꿨지요. 하지만 문제는 어떻게 고객들이 실명 등록을 했는지 보증할 관련 세칙 등이 제대로 구비되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전국 각 파출소는 (저장성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고객의 방을 열고 들어가 신원과 실명등록을 검사 할 수 있는 권한이 있습니다. 여기서 무슨 근거로 문을 열고 들어가는지, 투숙객의 프라이버시 침해 여부는 따지지 않겠습니 다. 다만 어떠한 상황 하에서 검사를 어떻게 진행하는지조차 왜 규정이 없는 걸까요. 호텔도 영업을 하는 곳입니다. 공안요원이 멋대로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을 호텔이 참지 못하면, 자연스럽게 뒷거래 를 하도록 유혹을 받게 됩니다. 또 호텔 직원들은 파출소 간부 등의 감시가 심하지 않을 때 투숙객 중 한 명 정도 실명 등록을 하 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적발되면 경찰은 엿장수가 가위질 하듯 마음대로 벌금을 때립니다. 왜 벌금 을 숙박료에 비례해 정하는 등 정확한 법규가 없을까요. 물론 가장 강력하게 영업정지를 때릴 수도 있겠지요. 도대체 실명확인 할 때 유효 증명서란 무엇인가요. 어떤 도시에서는 여권이 유효하고, 또 어디서는 반드시 신분증만을 받습니다. 정확한 규정이 없어 저희는 고객들의 욕지거리를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규정이 정확하지 않으니 우리는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 관련 부문과 의 관계를 잘 쌓아놓기 위해 매일매일 전전긍긍하며 관복 입은 사람들을 주시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정부 부서마다 제 각각입니다. 저희 호텔 설계 팀은 종종 낡은 건물을 거액을 들여 호텔로 개조하곤 합니다. 그런데, 사실 지금 까지도 어떠한 건물이 호텔용인지, 어떠한 건물이 호텔로 부적합한지 모르고 있습니다. 이론적으로 4 LG 瞭 望 中 國 2015. 6
야 건축 소방안전 규정에 부합하고 공상관리 부문에서 기업용 건물이라고 허가한 건물이라면 호텔이 라 부를 수 있지만, 문제는 각 부문마다 어떠한 건물을 호텔이라 부를 수 있는지 의견이 분분하다는 점 입니다. 호텔 개업하려면, 공상부문, 건설위원회, 소방국, 공안국, 위생국 세무국 등 여러 부문의 허가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종종 각 부문은 서로 상대 부문의 관련규정에 대해 전혀 모릅니다. 예컨대 정부가 어떤 도시의 낡은 도심을 첨단기술구역으로 만들려고 한다면, 합리적인 업무처리 순서는 다음과 같을 것 입니다. 공상국: 규정에 따라 등기 가능여부를 판단한다. 관련 법규는 어떤 건물이 상업용 등기가 불가능한 지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 만큼 이런 것만 제외하면 대체로 등기가 가능할 것이다. 설사 제 도가 확립되기 전 세워져 부동산 등기증( 房 产 证 ) 자체가 없는 건물이더라도, 개발구 관리 위원회의 적절한 증빙을 갖추면 첨단기술구에 합당한 설비를 갖추기 위해 낡은 건물을 호 텔로 개조하는 것도 동의할 것이다. 건설위원회: 건축 설계 안전 및 시공 팀 자질 등이 요구에 부합하면 착공증을 내준다. 소방국: 소방 설계도가 규정에 맞는지 심사한 뒤, 설계도에 따라 시공되는지 검사 뒤 관련 증빙을 발급한다. 공안국: 소방증서를 발급받았다는 가정 하에, 호텔이 보안관리 체계와 고객 등기체제를 갖췄는지 확인하고 관련 증빙을 발급한다. 위생국: 설계도 지침에 따라 관련 환경 평가 등을 실시해 환경평가증서를 발급한다. 세무국: 요구에 따라 세무등록 수속을 마친다. 하지만 실제 업무 처리과정은 전혀 다릅니다. 어떤 건축물이 상업용인지 규정하는 것부터 각 부 문의 의견이 다른 것입니다. 공상부문의 업무여야 할 결정이 각 부문의 업무로 바뀌었고, 심지어 이 규정들이 제 각각입니다. 많은 개발구 기업들은 전전긍긍하며 관련 부문의 허가를 받을 수 있을지 걱 정합니다. 똑 같은 상황에서 서로 다른 규정을 들이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정부 각 부문이 얼마나 제 각각으로 일하며 의무와 권한이 불분명한 지를, 또 귀 찮은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나 혹은 권력남용을 위해 얼마나 많은 규정을 멋대로 없애버렸는지 보 여줍니다. 기업들이 따를 수 있는 기준이 없는 것입니다. 기업을 보호해야 합니다. 각급 정부가 지금 민생에 주목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한 것은, 일반 백성들이 만족해 하 는 정부가 좋은 것이고, 일반 백성들은 자기가 만족하는 지 여부를 끊임없이 표출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기업에 관해서는, 각급 정부는 세금 거둬들이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기업은 발언권이 없고 정부와 상호 점검할 균형장치가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다음과 같이 건의합니다. 정부기관 및 부문이 기업에 대해 봉사의식을 가져야 하며, 기업 관리 감독하는 부문은 준법기업 LG 瞭 望 中 國 2015. 6 5
에게는 공복이 돼야 합니다. 기업인이 관리부문이 맘에 들지 않을 경우 고발할 수 있어야 하고, 하급 관리인들은 기업 측이 평가할 수 있는 제도가 갖춰져야 합니다. 물론 기업이 보복을 받지 않도록 보 호장치도 마련해야겠지요. 각종 관리감독 조치, 특히 처벌조항을 명확히 해 기업들이 법을 어길 때 어떠한 처벌을 받는지 명 확히 알게 해야 합니다. 기업과 관련된 법규는 검토를 거쳐 불합리한 것은 폐기하고, 불분명한 것은 명확히 해야 합니다. 정경유착에 연관될 수 있는, 정부와 기업간 각종 중개업무에 대해 분류 분석을 진행해 중개기관 의 합리성과 필요성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각 지방, 각 부문 심지어 각 말단부서가 제정한 기업 관리감독 규정에 대해 정리분석을 시행해 만 약 관리감독이 전국 범위라면, 최대한 중앙부처들이 상세한 규정 법규를 만들어야 합니다. 지방정부 들이 제정한 규정은 중앙의 법규를 벗어나지 않도록 중앙의 심사를 받되 해석이 자의적이거나 권력 남용을 막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지방정부가 법규를 멋대로 해석해 자신의 안전을 도모하지 못하 게 하기 위함입니다. 기업 관리감독 업무에 대해 권한과 책임을 분명히 해 특정 사안에 대해서는 특정 부문이 감독을 맡아 다른 감독부문의 다른 규정이 적용되지 않도록 교통정리를 해야 합니다. 기업을 경영하면서 너무나 답답했습니다. 본론은 이것으로 끝입니다. 혹시 이 글이 제 기업에 엄청난 재난을 불러일으킬지 모르지만, 어찌 되던 간에 말하고 싶습니다. 십 수년간 기업을 운영하면서, 저는 너무 답답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를 매우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칼라일 펀드가 제게 1억 달러가 넘는 돈을 투자하면 서 이민을 권했지만 거절했습니다. 우리나라의 나쁜 점을 봤지만, 좋은 구석도 보아왔기 때문입니다. 어렸을 적 외할아버지가 우파로 몰려 소 우리에서 살며 핍박 당하는 모습도 봤고, 자녀들이 더 나은 삶을 누리는 것도 봤습니다. 저는 특히 이번 정부에 큰 신뢰를 가지고 있습니다. 둥청구 정협위원으로서, 저는 3회 연속 우수위원에 뽑혔습니다. 여태까지 제 기업에 유리한 정협 안건을 한 번도 쓴 적이 없고, 정협 지도자나 동청구 지도자들에게 아쉬운 부탁을 해본 적도 없습니 다. 그렇게 해야 정직한 사람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이 편지를 빌어, 정협위원 활동을 하면서 썼던 제안서 2편을 간단히 소개하려 합니다. 그 중 한편 은 중국의 국가브랜드를 어떻게 구축해야 할까 에 관한 것입니다. 저는 정부의 홍보 부문보다 마케 팅 방면을 보다 잘 이해하고 있고, 일부 온라인의 SNS 인사들이 날조된 정보로 중국 국가브랜드를 해치는 게 안타까워 이 글을 썼습니다. 당시 베이징 시 정부 일을 맡았던 지인에게 알려주기 위한 것 이었는데, 지금도 유용한지는 모르겠습니다. 6 LG 瞭 望 中 國 2015. 6
또 다른 한편은 사실상 문화를 어떻게 번성하게 할 수 있는가 에 대한 것으로, 무엇이 문화인지, 그 다음 어떻게 꽃 피울 수 있는지를 다뤘습니다. 이 글을 쓴 것은 국가가 잘못된 곳에 돈을 쓰는 것 과 양심이 불량한 기업인들이 문화 라는 구실로 부동산을 통해 어마어마한 돈을 벌거나 세금을 안내 는 현실을 바꿔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글이 너무 길어졌습니다. 제가 정말 양심 있는 기업인일까 돌아봤습니다. 재작년 칼라일이 우리 해외법인에 투자했을 때 우리는 그들에게 팔아서 생긴 주식매각 대금 중 천만 위안이 넘는 거액을 소 득세로 내도록 했습니다. 베이징 시에서 이런 세금을 낸 기업은 우리가 처음이라고 합니다. 밤이 늦었습니다. 중국과 둥청구 모두 안녕히 주무세요. 기업인이 왜 총리에게 공개서신을 써야 했는가 2 우하이( 吴 海 )는 오랜 망설임 끝에 총리에게 보내는 장문의 편지를 자신의 웨이신 공개 페이지에 3 올렸다. 3월 23일 새벽 3시였다. 쥐즈수이징( 桔 子 水 晶 ) 호텔의 창업자인 이 최고경영자는 수년 동안 마음에 담아두었던 말들을 마 치 방금 떠오른 생각처럼 한 두 시간 만에 오천 자가 넘게 죽 써 내렸다. 초고는 <총리님께, 기업이 살아야 민생도 살 수 있습니다>라는 제목이었지만, 인터넷에 올리기 전 <기업을 운영하기가 너무 힘 이 듭니다>라고 수정했다. 자신의 글이 웨이신 자체 검열에 걸려 삭제 당할 것을 우려했던 것이다. 우 CEO는 글을 올린 다음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쉰 뒤 잠을 청했다. 깨보니 그는 밤새 스타가 돼 있 었다. 간밤에 그의 편지 조회 건수는 4만이 넘어 여태 그가 쓴 16개 글 중 단연 최다였다. 많은 사람들 이 그의 편지를 퍼 나르는 바람에 그의 이름은 단번에 검색 포털 바이두의 검색 순위 1위를 차지했다. 그의 글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자아냈지만, 이번 글이 처음은 아니다. 3년 전에도 그는 블로그 에 무례한 호텔고객을 도적 이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직원들이 어처구니 없는 봉변을 당한 사 건, 고객들의 비리와 환경을 오염시키는 행동을 들춰내며 자신의 대응원칙 3가지를 제시했다. 고객이 때려도 무조건 참는다는 규정을 없애고 무례한 고객은 접대하지 않아도 된다, 환경을 오 염시키는 고객의 프라이버시는 존중하지 않아도 된다 는 그의 원칙은 동종업계에서 큰 파장을 일으 켰고, 우 CEO는 기분파, 혹은 강단 있는 경영자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스스로에 대한 평가는 꽤 다르다. 스스로 앞뒤가 꽉 막힌 사람 이라고 한다. 말 주변도 별 로이고, 사교성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평가가 무색하게 그는 20년간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2 우하이 CEO의 편지 전문을 게재한 경제관찰보가 편지 작성경위와 게재 배경을 설명한 기사. 순치즈( 孙 琦 子 ) 우하이샨( 吴 海 珊 ) 기자가 공동 작성했다. 3 웨이신에 자신의 주장이나 컬럼을 일반에 공개하는 公 众 号 를 의미한다. LG 瞭 望 中 國 2015. 6 7
시작하거나 몸 담아왔다. 1987년 중앙재경대 경제정보관리학과에 입학, 졸업한 뒤 화학공업부의 과학기술 연구원에서 출납 업무를 보았다. 1년여가 지난 뒤 유학을 보내준다는 조건을 내건 외국계 항공사로 자리를 옮겨 예약 및 발권업무를 보았다. 출중한 영어 실력이 그의 밑천이었다.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 화북지역의 총 책임자를 맡게 된다. 그가 나중에 호텔업종에 뛰어들게 된 것은 이 같은 전력이 계기가 됐을 것이다. 1997년 그는 중국에서 처음으로 호텔예약 시스템을 개발한 뒤, 회원제 여행사를 직접 세웠다. 2000년 3월엔 이 회사를 매각하고 중국 최대의 여행사인 Ctrip( 携 程 )에서 일하다가 다시 재부여행 사( 财 富 之 旅 )를 창업한다. 이 회사 역시 2004년 SINA에 매각했는데, SINA는 이듬해 다시 ELong( 艺 龙 )여행사에 넘겼다. Elong의 인수조건에 우하이의 경영참여가 있었기에, 우하이는 2005 년 6월 ELong에 입사했다. 부총재로 순탄한 회사 생활이 예상됐지만, 이듬해 지인들과 투자자들을 모아 쥐즈수이징 호텔을 창업했다. 세계적인 사모펀드인 칼라일(CARLYLE)의 투자를 받은 이후, 이 호텔은 점점 더 크게 성 장하였다. 현재 국내 30개 도시에 약 100개의 호텔을 두고 있다. 꽌시( 关 系 ) 영업을 거부해온 독특한 이력 하나하나 내가 선택했던 게 아니었다. 운명이 시키는 대로 한걸음 한걸음 걸어왔을 뿐이다. 우 CEO는 자신을 꽉 막히고 사교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했지만, 블로그나 웨이신에 올라온 그의 글은 문장이 뛰어나고 표현이 날카롭다. 말 주변이 없기에 글을 쓸 때 더 격정적으로 되는 것 같다고 그는 설명했다. <총리에게 쓰는 편지>는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피드백을 받은 후 게재했다. 글을 올린 뒤 수많은 기업가와 공무원 및 협회 사람들의 연락이 쏟아졌다. 공감을 표하면서도, 그의 안위를 걱정하는 투였 다고 한다. 우 CEO는 기업과 개인의 입장은 다르기 때문에, 개인은 불만을 표출해도 아무 상관이 없지만, 나는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글을 올리기 전 많은 고민을 했다. 어찌 되었던 결 국 회사의 이익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라고 말했다. 글은, 그저 더 나은 기업 경영환경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총리가 전에 기업 경영환경이 좋아야 기업도 경제도 발전할 수 있다고 언급한 걸 나도 지지한다. 나는 사리사욕이 없다. 내가 운영하는 회 사는 이미 크게 성장해 위기대처능력도 뛰어나다. 공개서한의 시발점은 3월 20일 리커창 총리가 공상행정관리국( 工 商 行 政 管 理 总 局 )을 찾아가 현 장 지도하는 데서 비롯됐다. 리 총리는 공상부문은 정부와 시장의 매개체로서, 삼정합일( 三 证 合 一 ) 제도와 일정일호( 一 证 一 号 ) 4 등을 추진해 기업 등록과정을 최대한 단축할 것 을 지시했다. 리 4 기업 등록시 공상행정관리부서, 조직기관코드( 代 码 )관리부서, 세무부서 순으로 신청하여 발급받는 영업허가증, 조직기관대마증, 세무등기증을 한 번 의 신청만으로 발급되는 하나의 영업허가증으로 통일, 하나의 번호를 부여하겠다는 것 8 LG 瞭 望 中 國 2015. 6
총리는 아울러 이 자리에서 기업 및 시장감독기관의 자의적 법 해석 및 집행을 질타하고 공신력을 높 일 것을 주문했다. 리 총리의 방송화면을 이틀 뒤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접한 그는 평소 자신의 문제의식과 판박이 같 단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리 총리의 발언은 지난해 그가 베이징 둥청( 東 城 )구 정치협상회의에서 직접 제기했던 주제였고, 그 자리에 참석했던 다른 위원 및 구 정부 지도자들이 모두 동감했던 터였다. 그러나 그는 리 총리의 개혁이 방향은 옳으나, 실행여부가 확실치 않은 점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책 제정 단계에 문제가 있다. 보통 대부분의 정책들이 정책 부서에서 제정되지만, 이 때 참여 하는 전문가들조차 회사 경영 경험이 일천하다. 비록 그들이 기업현장을 조사하고, 정책을 마련한다 고 해도 기업들이 과연 진짜 자신들이 생각한 문제점을 털어놓을 지도 의문이다. 중앙정부의 지침은 간단하지만, 각 지방으로 전파되는 과정에서 이 지침이 달라지거나 범위가 달라지곤 한다. 내 생각이 미숙할지는 모르나 그저 총리에게 소박한 건의를 하고 싶었을 뿐이다. 꽉 막힌 공무원들 탓에 골병 드는 기업들 우 CEO가 창업하는 과정에서 가장 괴로웠던 문제는 정책을 해석하고 관철하는 각 정부부문이 해 석을 달리하거나 관할권 다툼을 벌이고, 이 과정에서 기업들만 골병이 드는 것이었다. 보통 건물을 빌려 호텔을 개업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건물관리 회사를 고른 뒤 각 부문의 비준 을 건설위원회 소방국 공안국 위생국 공상국 순으로 받은 뒤 환경평가까지 하게 된다. 호텔 인테리어 공사 이후 이 수많은 검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설계와 공사기간을 제외하고 심사 비준 절차에만 약 2, 3개월이 걸린다. 이 시기 호텔 영업자는 건물 임대료를 내기 때문에 개업 직전부터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우하이는 건물관리회사와 계약한 뒤 가장 먼저 건설위원회와 접촉했다. 건설위원회는 안전을 평 가하는 곳이다. 건축물이 국가표준에 부합하는지, 설계는 국가인증을 받은 곳이 시행했는지, 시공 역 시 국가인증을 받은 곳이 했는지 등을 따진다. 디자이너 호텔을 표방했기에, 쥐즈수이징 호텔의 설계는 비교적 복잡한 만큼 우 CEO는 직접 시 공 팀을 쓰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건설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반드시 국가인증을 받은 시공회사들 중 입찰을 통해 선별해야 한다. 이 규정을 따르지 않을 경우 호텔은 공사 허가증을 받을 수 없다. 공개입찰을 하면, 적어도 한 달의 시간이 필요한데, 한 달 임대료만 70만위안(한화 약 1억4천만 원)이 들었다. 익숙하고 믿을만한 시공회사를 공개입찰이란 형식을 거쳐 활용하려면 입찰회사와 충 분한 상의를 거쳐 조정을 해야 하는데, 이 모든 비용이 최소 10만위안(약 1,800만원)에서 최고 수십 만 위안까지 들었다. 국가 프로젝트라면 공개 입찰을 통해서 위법 가능성을 낮추고 안전하고 투명하게 해야 한다. 하 LG 瞭 望 中 國 2015. 6 9
지만 우리는 사기업이라서 이러한 문제가 원천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건설위의 관심은 안전인데, 우리가 설계도면 기준에 부합하고, 기준에 맞는 시공 팀을 선택하고, 그들이 수시로 감독하면 되는 일이다. 시공사도 우리가 감독하면 되는데, 공개입찰이 왜 필요한가 그런데도, 공개입찰을 통하지 않으면 건설허가증을 받지 못해 호텔의 공사는 중단될 수밖에 없 다. 우하이는 이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공개입찰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다음단계는 소방안전성심사로 이 규정은 굉장히 복잡한데도, 도시마다 규정이 또 다르다. 각 지역마다 국가가 제정한 소방안전법을 제각각 해석한다. 국가가 제정해 놓은 큰 범위가 있어도, 각 지방이 설정해 놓은 작은 범위의 규정이 중요하다. 문제 는 기업을 접촉하는 소방안전 담당자들이 대개 규정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호텔은 소방설계는 최고의 설계회사에 맡기고 있는데, 그들이 괜찮다고 하는 것도 지역 소방국이 안 된다고 할 때가 많다. 해석이 다르니, 매번 설계를 변경해야 한다. 공안은 특히 자주 교류해야 하는 곳이다. 호텔에 대해서는 특별허가 가 필요하다. 공안국의 투숙 시스템 심사는 안전심사와 등기등록이 대부분인데, 예를 들어 몇 대의 CCTV가 어느 장소에 설치되 었는지 등을 확인한다. 문제는 관리감독의 기술적 부분에 있어 세밀한 규정이 없다. 카메라를 몇 대를 들여야 한다든지, 화질은 어느 정도여야 한다든지, 사각지대는 어떻게 없애야 한다든지 등을 알 수 없는 것이다. 정확 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공안국 사람들의 의견에 따라 허가 여부가 결정된다. 어느 도시에서는 아예 기술보안 담당들이 우리 호텔을 관리하곤 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지정한 컴퓨터를 구매하도록 강요했는데, 시장가격 3,000위안 짜리 컴퓨터가 그들의 지정가격으론 7,000 위안이었다. 이 도시 호텔 전부가 이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고, 투숙객 신분증 스캐너 역시 이 회사 제품으로 지정돼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공안부문의 통제 시스템에 연결시키지 않기 때문에 호텔을 영업할 수 없었다. 우 CEO는 안보와 치안에 대한 국가의 요구기준은 마땅히 따라야 하지만, 관련 규정이 너무 광범 위해서 지역마다 해석이 상이하다고 지적했다. 자의적 해석여지를 줄여야 오류가 나올 가능성이 줄 고, 비효율을 막을 수 있다. 세금과도 같았던 명절 떡값 어렵게 호텔을 개업하더라도 관련 부문의 모니터링은 피할 수 없다. 이 관리체제는 일정하지도 않고, 규칙도 없다. 어느 지역에선 특별한 종류의 세금 이 출현하게 된다. 단오절, 추석, 설 등이 다가오면, 당국자들에게 선물을 보내야 했다. 그는 특별한 세금 이라고 불렀 다. 모든 기업이 관례처럼 행하고 있기에, 선물을 보내지 않으면 이상하게 느껴졌다. 어느 도시에선 정 10 LG 瞭 望 中 國 2015. 6
부 당국자가 명절 전 기업들을 불러모아 매출규모에 맞춰 이 세금을 할당할 때도 있었다고 한다. 명절 때 찾아가더라도, 그들은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안 찾아가면 오히려 기억하고 불이 익을 당할 수 있다. 호텔 모텔 유흥업소 등의 업종은 정부 간섭이 많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기업이 그들을 불편하게 만들면, 곧바로 보복하지 않고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아주 사소한 문제를 걸고 넘어져 벌금을 때리 거나 기업 운영을 방해할 수 있다. 관련 부서와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각 도시의 최고급 관계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항상 그렇지만, 문제는 정책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 존재한다. 조직 말단부의 관계자들의 자질이 문제다. 정치협상 위원인 만큼 우 CEO도 공식경로를 통해 자기 의견을 냈다. 2014년 1월 둥청구 정치협 상회의에서의 일이다. 그는 그러나 우리 구는 규정이 비교적 명확하고 기업의 문제제기가 먹혀 들지 만, 전국적인 영향력이 크지 않아 개선할 수가 없다 고 아쉬워했다. 전국에 흩어진 100개 호텔체인이 모두 해당 지역규범을 따르는 것은 아니다. 종종 대도시일수록 규정이 더 복잡해지고, 기업들이 만나는 공상국 외 다른 부문들은 규정이 엄격하지 않아 문제 발생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총리에게 쓰는 편지>가 인터넷 검색순위 1위에 오르자, 전국 호텔체인의 경영진들이 걱정이 돼 우 CEO에게 연락을 해왔다. 편지내용이 자기들을 지칭하는 것인지 묻는 공무원들이 많았다는 것이 다. 우 CEO는 그들에게 편지에 구체적인 정부 기관을 지적하지 않았고, 우리 호텔은 크게 성장했기 때문에 위기를 막을 능력이 있다 고 안심시켰다. 벌금을 때리면 맞으면 되고, 지나치다 싶으면 크게 외쳐왔다 는 게 그의 해법이란다. 그의 건의는 간단하다. 법을 명확히 세워 정부 관련기관이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집행할 공간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집중시켜야 할 권력은 집중시키되, 풀어야 할 것은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통일시켜야 할 규정은 중앙이 명확하게 통일시켜 지방의 자의적 해석이 개입할 틈을 주지 말아야 한다. 호텔 투숙 시 신분증명도 여권이나 운전면허증 등이 도시마다, 한 도시 내에서도 구마다 다르다. 정부 부문의 대기업 창구도 단일화하거나 통일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공안부문이 객 실을 감정하는 업무는, 건설위원회에 넘겨야 하고, 소방당국이 건물 용도를 심사하는 것 역시 공상국 소관으로 권한을 넘겨야 한다. 이 편지의 파급력은 우하이의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지만, 그의 걱정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우리 같은 전통 업종은 정말 고생이 많은 게,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일이 정말 많다. 조금이라도 더 기업의 경영환경이 개선되길 바라고 중소기업들이 내가 지나온 수난의 과정을 겪지 않길 바란 다. LG 瞭 望 中 國 LG 瞭 望 中 國 2015. 6 11
Business Review 2 세계의 공장 을 로봇으로 채우려는 중국 1 중국이 세계의 공장 이란 지금의 지위에 오른 것은 절대적으로 저렴하고도, 넘쳐나는 노동력 덕택이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생존 수준의 임금을 받으면서도 3D업종을 마다하지 않았던 내륙 출신의 농민공들 덕택이다. 수많은 조립라인에 빽빽하게 들어앉은 수천 명의 여성 근로자들이 바 쁘게 손을 움직이는 모습. 세계의 공장, 중국의 지난 30년의 자화상 중 하나다. 그러나 앞으로 10년 뒤 세계의 공장엔 형형색색의 로봇들이 들어차있을 지 모른다. 인건비는 기업들이 타산을 맞추기 힘들 정도로 뛰었고, 그나마 주기적으로 구인난을 겪고 있다. 외지인력을 대거 고용해 공장을 돌려온 공장 중의 공장 광둥성 둥관에서만 2008년부터 5년동안 7만 개 넘 는 기업이 도산했다. 인구보너스 가 거의 끝나 쓸만한 유휴인력이 고갈된 지금의 구조적 난관을 넘어서려면 공장설비 자동화, 즉 산업용 로봇의 대대적인 도입 외엔 방법이 없다. 중국 정부도 소매를 걷어붙였다. 제조강국 목표에 로봇산업 육성을 명기하고, 주특기 인 재정 보조를 아끼지 않을 태세다. 이 분야에서도 빠른 캐치업(catch up)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광대 한 내수시장은 낮은 로봇 보급률 탓에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로봇 산업 육 성에는 산업 내 기술기반이 필요한 만큼 단기간 로봇 강국으로 부상하기란 쉽지 않다. 중국이 이 분야에서 선진 외국자본과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지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편집자 주> 최근 인민일보는 광둥성 선전( 深 圳 )의 핸드폰 부품 업체인 창잉정밀기술( 长 盈 精 密 技 术 )이 무인 공장 설립을 위한 첫 단계로 1,000여대의 로봇을 도입했다고 보도했다. 이 회사 천치( 陈 奇 ) 동사장 은 무인 공장도 사람이 필요하다. 다만 현재 약 2,000명 정도 직원이 로봇을 들인 뒤 200명 정도로 줄어들 것으로 본다 라고 예측했다. 이 회사만 유별나게 로봇을 좋아하고 필요한 것은 아니다. 로봇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점점 많아 지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가전기업 메이디( 美 的 Midea)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갓 입사한 미숙련 생산직 근로자에게 월 4,000위안 이상 지급하는 것도 부담이지만,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사람 조차 뽑기 어려워진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로봇을 도입하는 것은 여러 면에서 이득이며, 경쟁력을 유 지하기 위한 시급한 조치이기도 하다 라고 말했다. 1 Why China may have the most factory robots in the world by 2017(The Wall Street Journal, 15. 4.2.), 近 万 亿 促 制 造 业 转 型 机 器 换 人 粤 企 盘 算 (경제관찰 보, 15.4.11.), 无 人 工 厂, 探 营 东 莞 民 企 领 跑 机 器 换 人 热 潮 (인민일보, 15.5.7.), 家 电 业 变 局 : 机 器 人 或 取 代 人 工 (제일재경일보,15.5.6), 机 器 换 人 光 靠 补 贴 解 决 不 了 问 题, 机 器 换 人 奇 点 临 近 配 套 服 务 亟 待 跟 上 (이상, 21세기경제보도, 15.5.11.) 등 기사를 바탕으로 재정리 12 LG 瞭 望 中 國 2015. 6
메이디는 2011년부터 로봇화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퇴직자가 생길 때 제때 충원을 못 해 공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자, 아예 이직률이 높은 부문부터 로봇을 도입하기 시작 한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 안후이( 安 徽 )성 우후( 芜 湖 )의 에어컨 공장. 근로자 4명이 함께 70kg이 넘 는 에어컨을 15초마다 1대씩, 하루 1,700대를 작업대에 올리고 내리는 공정이 문제였다. 너무 힘이 드니 근로자들이 오래 붙어 있질 못했고, 성수기인 여름엔 이직률이 더 치솟았다. 에어컨 사업부 우 쇼우바오( 乌 守 保 ) 부총경리는 로봇이 할 수 있는 작업이라면, 사람 대신 로봇을 들이는 게 여러모로 낫다 라고 말했다. 이 회사 에어컨 사업부는 생산성 개선효과가 뚜렷하자, 생산직 3만 여명 중 6,000명을 올해 안에 퇴사시키고 2018년까지 추가적으로 4,000명을 더 줄일 계획이다. 대신 2011 년부터 작년까지 800여 대의 로봇을 도입했고, 올해도 600대를 더 구입하기 위해 9억 위안(약 1,680억 원)을 준비해놓았다. 가전산업, 경쟁적으로 로봇 도입 메이디가 경쟁하는 가전산업은 노동집약적인 생산공정이 많아 인건비 상승의 여파를 심하게 겪는 다. 따라서 로봇 도입에 상대적으로 적극적이다. 거란스( 格 兰 仕 Galanz)도 이미 작년에 30억 위안 (약 5,600억 원)을 투자해 광동 중산( 中 山 ) 전자오븐 공장에 로봇을 들였고, 올해 중반에는 세탁기 공장에도 로봇을 도입할 예정이다. 중국 가전을 대표하는 하이얼( 海 尔 )은 선양( 沈 阳, 냉장고), 정저 우( 郑 州, 에어컨) 칭다오( 青 岛, 온수기) 포산( 佛 山, 세탁기) 등 4개 생산설비를 자동화시켰다. 사람이 없다 세계의 공장, 중국이 로봇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일할 사람을 구하기 어려워서이다. 인구 대국이 지만, 노동력 부족 문제는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제조업체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광둥성의 경우, 올해 춘절에 약 60만~80만 명 정도의 인력이 부족했던 것으로 추산된다. 그 중 둥관의 인력 부족은 10만 명으로 가장 심각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제조업 공장라인을 채우는 농민공 절대 숫자는 늘어나고 있지만, 성 장세는 4년 연속 둔화하고 있다(2010년 5.4% 2013년 2.4%). 그나마 대도시로 온 농민공 평균 연 령이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40세 이상 비중이 2008년에는 30%에 불과했으나, 2010년 34%로 늘 었고, 작년에는 43.5%까지 높아졌다. 인력 부족이 가장 심한 공정은 페인팅처럼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주거나, 무거운 물건을 옮겨야 하거 나, 라벨 붙이기 등 단순 반복적인 지루한 작업 등이다. 90후 들의 3D 업종 기피 성향까지 겹쳐 대다수 제조업체들은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광둥성 포산시( 佛 山 市 ) 슌더취( 顺 德 区 )의 카이헝( 凯 恒 )전기도 작 년 생산 설비 자동화에 참여했다. 운영 인사행정부의 한 관리자는 대부분 조립공정을 로봇으로 대체하 LG 瞭 望 中 國 2015. 6 13
고 나니, 생산성은 50% 올라가고 사람은 거의 8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사람이 비싸다 사람이 귀해지니, 당연히 인건비가 올라가 이것저것 따지고 나면 로봇이 사람보다 싸진 경우가 많다. 용접처럼 고급 기술이 필요하면서 작업도 어려운 분야는 인건비가 특히 비싸다. 길게 보면 로 봇을 도입하는 것이 여러모로 이익이다. 에어컨을 생산하는 즈까오( 志 高 )공조의 황싱커( 黄 兴 科 ) 총 재는 현재 에어컨 공정에 들인 로봇 1대 값이 약 13만 위안으로 유지비를 합쳐도 대략 15만 위안(약 2,600만 원) 남짓하다. 이 로봇을 10년 정도 사용한다고 보면 매년 1만 몇 천 위안 정도 투입하는 셈 인데, 한 해 수 만 위안인 인건비와 비교가 불가능하다 고 말했다. 더욱이 로봇들 가격도 떨어지는 추세다. 글로벌 컨설팅사인 BCG의 최근 보고서에 의하면 10년 전 자동차 용접 로봇은 평균적으로 18만2,000달러였는데 작년에는 13만3,000달러로 27% 떨어졌 고, 향후 10년 내 22% 이상 더 하락할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로봇의 생산성은 매년 적어도 5%씩 상 승할 것으로 보여 중국 제조업이 로봇을 도입할 경우, 10년 뒤에는 약 18%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추정했다(비교 대상인 한국과 일본은 각각 33%, 25%의 비용절감 효과를 예상). 2 최근 로봇 생산업체들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가격 하락은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글 로벌 로봇 생산업체 중 하나인 ABB는 작년까지 50만 위안(약 9,300만 원)에 팔던 로봇을 중국 업체 인 신펑( 新 鹏 )로봇기술과 비슷한 수준인 20만 위안(약 3,700만 원)으로 낮췄다. 로봇의 도입은 이미 기업에게는 실적개선을 가져다 주고 있다. 메이디와 거란스가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전자오븐의 업계 평균 이익률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그러나 두 회사가 경쟁적으로 로봇을 들인 이후 업계 평균 이익률이 6% 정도로 상승했다. 거란스의 경우 로봇 생산라인의 생산성 이 사람 라인보다 62%나 높았는데, 특히 사람 실수에 따른 불량이 원천적으로 사라진 덕택이었다. 3 사람이 무섭다 경영자 입장에선 최근 부쩍 자주 들리는 노동쟁의나 파업 뉴스도 부담스럽다. 당연히 말 못하는 로봇에 눈을 돌리게 된다. 인력자원 및 사회보장부가 4월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올해 1분기에만 약 19만 건의 노동쟁의 조정 신청이 있었고(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 그 중 돌발사태(파업 시위) 는 7,664건이나 됐다. 이 부서가 노동쟁의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국가의 안정과 발전에 타격 이 올 것 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노동쟁의가 확산되고 있다. 반면 하루 종일 작업을 해도 군말이 없는 로봇은 한 번 파업에 엄청난 충격을 받는 기업인들 입장에서는 매우 매력적인 대안이다. 2 Takeoff in robotics will power the next productivity surge in manufacturing(boston Consulting Group, 15.2.20.) 3 China automation(inter China, 15.3.) 14 LG 瞭 望 中 國 2015. 6
성큼성큼 로봇대국으로 가는 중국 로봇 밀집도 는 노동자 1만 명 당 로봇 댓수로 따진다. 중국의 밀집도는 30으로 글로벌 평균 62 의 절반 수준이다. 한국의 437과 비교할 수도 없다. 그러나 세계의 공장 으로 부상했기에 이미 2년 넘게 세계 최대의 산업용 로봇시장으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중국로봇산업연합은 2013년 중국에서 팔린 산업용 로봇이 3만6,560대로, 글로벌 판매량 의 5분의 1이 팔렸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이런 추세라면 2014년 4만5,000대로 늘어나고, 2017년이 면 연간 판매량이 10만대가 될 것이라 추정했다. 그런데, 한 해 지난 올해 5월 이 협회가 발표한 2014년 실 판매 대수는 5만7,000대로 당초 예상치를 1만2,000대나 넘어버렸다. 글로벌 판매된 로 봇 중 4분의 1의 규모다. 그러나, 아직 공장에서 움직이고 있는 로봇 대수를 보면 세계 1위는 아니다. 독일의 국제로봇연맹 (International Federation of Robotics)은 현재와 같은 판매추세가 지속되면, 2017년경 활용되고 있는 로봇 대수에서도 세계 1위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산업전문 컨설팅사인 인터차이나도 중국 공장 자동화 시장은 3~4년 내 2배 이상으로 성장해 세계 최대 시장이 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 로봇 시장과 로봇 산업의 뒤에는 중국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최근 잇달아 내놓은 산업정책 메뉴에는 로봇 산업이 꼭 들어있다. 산업구조를 고도화하고 세 계적인 제조 강국이 되고자 하는 중국 입장에서 로봇 산업은 반드시 키워야 할 핵심이기 때문이다. 국무원이 이달 9일 발표한 '중국 제조 2025 행동강령 만 봐도 10대 집중 육성 대상에 고정밀 수치제 어기와 로봇 산업 이 포함됐고, 5대 중점 프로젝트에도 제조공정 스마트화와 로봇 대체를 통한 비 용 생산주기 불량률 50% 하향 이 들어있다. 한 가지 더 주목할 점은 정부 정책이 로봇 산업의 공급 측면만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수요 측면 에 대한 지원까지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로봇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가장 문 제가 되는 것은 도입 자금이다. 이 부분에 대해 각 지방 정부들이 지원에 나서고 있다. 가장 적극적 인 곳은 노동집약적인 산업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노동력 부족 문제를 심각하게 겪고 있는 광둥 성이다. 올해 3월 말 광둥 성정부는 공업형태 전환을 위한 3개년 행동계획 을 공포했는데, 향후 공업 기술 개혁을 위해 9,430억 위안(약 174조 원)을 투입해 1,950개 이상의 제조기업에서 사람을 기계로 대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동차 오토바이 제조, 가전, 철물, 전자통신, 방직의류, 민간폭발물, 건 축자재 등의 방면을 중점으로 로봇화를 시범 실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자금 부족으로 로봇 도입을 망설이는 기업들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광둥성 기술창신처( 经 信 委 技 术 创 新 与 质 量 处 ) 왕 위에친( 王 月 琴 ) 처장은 시정부가 제조사들의 로봇 구입 비용의 10~20%를 지원할 것 이라고 밝혔 다. 대표적으로 둥관 시는 작년 연간 2억 위안(약 351억 원) 규모의 로봇인력대체기금 ( 机 器 换 人 应 用 重 点 扶 持 项 目 ) 을 마련하여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로봇 구매비의 15% 지원). LG 瞭 望 中 國 2015. 6 15
로봇 강국도 가시권일까 세계의 공장, 중국이 로봇들로 채워지는 모습은 어찌 보면 신기하지만, 인구보너스가 끝나가는 처지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기서 하나 생각해야 할 것은 중국이 글로벌 저가 경공업 제품을 싹쓸이 했듯, 향후 중국산 로봇이 세계시장을 제패하는 날이 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로컬 로봇업체들도 거대한 내수 시장을 발판 삼아 급성장하고 있 다. 아직 산업용 로봇 보급률이 매우 낮아, 로컬업체들의 성장공간은 어느 나라보다 크다. 현재 중국 로봇 시장은 ABB(스위스), FANUC, Yaskawa(이상 일본), KUKA(독일) 등 글로벌 브 랜드들이 장악하고 있지만 4, 로컬업체들의 성장세도 만만치 않다. 중국 대표 선수라 할 수 있는 신송 ( 新 松 )로봇기술은 2013년 약 4억 위안의 매출을 올려 전년 대비 36%나 성장했다. 안후이 이커( 安 徽 怡 科 )지능설비도 20억 위안을 들여 2013년부터 산업용 로봇 프로젝트를 시작하여 연내 공장 가동이 시작되어 연간 1만대의 로봇을 생산하게 될 것이다. 20여개 국에 로봇을 수출하고 있는 선전의 따주( 大 族 )레이저과기의 천이( 陈 燚 ) 총재는 제품이 제일 중요하다. 제품이 좋으면, 정부의 지원을 받아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다 라고 자신한다. 정 부가 나섰으니, 따라잡는 것이 시간문제라는 투이다. 그러나 중국 로봇 산업이 해결해야 할 과제들 은, 다른 캐치업 산업과는 차원이 다르다. 마냥 재원을 투입한다고 단기간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이 아 니라는 것이다. 로봇을 키우려면, 기술인재도 키워야 공장에 로봇만 들여놓으면, 자동화가 되는 게 아니다. 로봇더러 이러저러한 작업 지시를 내려야 하는 게 사람이다. 이른바, 로봇 프로그래밍이다. 선전의 의료기구업체 메이하오촹이( 美 好 创 亿 )는 첨단 로봇을 들여왔다가 프로그래밍 때문에 곤혹을 치렀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자유도가 뛰어난 첨단 로봇을 들여왔지만, 제조사가 가르쳐준 사용법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고생했다 고 털어놓았다. 기 계 자체에 프로그램이 들어 있어 그대로 작동만 시키면 될 줄 알았다는 것이다. 만약 로봇을 운영할 기술인력이 없는 상태에서 맹목적으로 로봇만 도입한다면 생산도 못하고 돈 은 날리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노동집약적 공정이 많은 중소기업일수록 정부 보조를 받기 쉬운 만큼 이런 위험에 빠지기도 쉽다. ABB 중국법인장도 로봇이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고 오 히려 인재를 불러온다. 정부가 첨단 기술지식을 갖춘 기술형 생산직 및 엔지니어들을 대거 육성하지 않으면, 보조금만 날릴 수 있다 고 지적했다. 4 중국 로봇 시장은 글로벌 로봇 회사들이 74%를 차지, 특히, 로봇 제조 4강인 ABB, FANUC, Yaskawa, KUKA가 58% 차지(자료: Mir Industrial Consultancy) 16 LG 瞭 望 中 國 2015. 6
묻지마 중복투자로 버블 우려 상하이에 있는 코마우엔지니어링(Comau Engineering)의 스테판 색(Stefan Sack) CEO는 정 부 정책이 로봇 산업을 성장시키기는 하겠지만, 모두가 매력적이라고 뛰어든다면 버블은 불가피하 다 고 우려한다. 중국 로봇산업연맹의 추산으로도 이미 중국엔 500개 가까운 로컬업체가 있다. 대개 각 지방정부가 자기 지역 내 업체를 지원하게 될 것이고, 중앙정부 역시 로봇 산업 육성에 소매를 걷 어 부쳤기 때문에 중복투자 위험이 어느 때보다 크다는 것이다. 2009년 이후 중국 정부의 재생 에너 지산업을 키운다며 태양광산업을 지원한 결과 대규모 중복투자가 발생해 적자가 쌓인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회주의국가에서 벌어지는 노동자들의 소외 로봇이 값싼 인력을 대체하게 되면, 당장 실업문제는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이 나온다. 로봇 도입 에 가장 적극적인 광둥성 관계자는 로봇 산업이 오히려 상당한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것이라 기대한 다. 로봇화를 적극 추진 중인 둥관시의 위안바오청( 袁 宝 成 ) 시장도 생산라인의 노동자들이 서비스 분야로 옮겨가면 된다 고 자신한다. 그러나, 이 문제가 그리 간단하진 않다. 단순 반복작업을 하던 근로자들이 어느 날 갑자기 고부가 가치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길 리 만무하다. 상당기간에 걸친 교육 및 연수가 필수적인데, 이런 단순직일수록 대개 광둥성이 아닌 내륙 빈한한 지역에서 넘어온 농민공일 가능성이 높다. 광둥성 정 부로서는 외지인력에 재정지원을 투입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결국 광둥성 같은 연해지역 생산현장 의 로봇 도입은 실업문제를 악화시키거나, 완화시키더라도 지역간 실업 격차를 크게 벌려놓을 가능 성이 적지 않다. 현장 노동자들이 로봇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그리 곱지만은 않다. 신펑로봇의 친레이( 秦 磊 ) 창업 자는 로봇을 들여오기 전 생산라인을 사전 조사할 때마다 작업자들이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는 것을 느낀다 고 말했다. 로봇을 설치한 뒤 시운전 때까지도 현장 작업자들은 각종 문제를 지적하며 거부감 을 표출한다는 것이다. 그들 상당수는 마음 속으로는 로봇을 쫓아내고 싶을 것이라는 얘기다. 산업혁명의 종주국인 영국에서 초창기 기계를 도입할 때 일시적이나마 경쟁에서 패배한 수공업자 들을 중심으로 기계파괴운동(Luddite Movement) 이 벌어졌었다. 이 흐름은 자본주의의 발전에 따 라 일시적인 복고운동에 그쳤지만, 사회주의 진영에서는 노동자들의 비참함과 노동의 소외를 역설하 는 사례로 종종 이용됐다. 사회주의 중국에서 벌어지는 로봇 도입도 노동의 소외나 (내륙지역의) 실 업문제 해결을 도외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LG 瞭 望 中 國 LG 瞭 望 中 國 2015. 6 17
Hot Issue 경제하강 대책은 개혁과 혁신 1 중국 경제의 하강추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해 4분기 7.3% 성장에 이어 올 1분기도 7%에 턱걸이했다. 신창타이(New Normal)에 따른 구조적인 전환기라며, 경기하강을 마냥 방치할 수는 없는 수준이다. 정부는 경기 파급력이 가장 큰 부동산 수요 억제책 중 중고주택 거래제한 조치를 해제했고, 인민은행도 지준율 인하에 이어 기준금리도 낮췄다. 가장 최근의 지준율 인하만 해도 금융권에서 모두 합쳐 1조6천억 위안 규모의 통화량 증대효과를 낸 것으로 추산된다(통화승수까 지 감안하면 훨씬 커질 것이다). 경기급락을 막으면서 구조조정을 성공시켜야 하는 정부의 고민은 중국의 대표적인 경제학자들 의 처방전이 엇갈리는 데서도 찾아볼 수 있다. 경기 하강이 주기적인 원인에 의한 것인지, 구조적 인 원인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두 가지 원인 모두 존재하는지 등에 대해 이견이 적지 않다. 다만 돌파구는 개혁과 혁신에서 찾아야 한다는 게 대부분 공감하는 처방전이다. 중국 공산당이 개혁, 또 개혁 을 외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개혁개방 초기와 달리, 작금의 개혁은 기득권의 재배치를 통해 진전될 수 있다. 중국 공산당이 행정권력이란 기득권부터 도마에 올리면서 사법개혁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솔선수범을 통해 대 중의 지지를 얻음과 동시에 개혁의 불가역성( 不 可 逆 性 )을 높이기 위한 포석일 것이다.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 중국 경제가 중국 공산당의 국정능력도 시험하고 있다. < 편집자 주 > 2010년 1분기부터, 중국경제 성장 속도는 계속 둔화 돼, 올해 1분기 GDP성장률은 7%에 불과했 다. 경제 하강 압력이 점점 더 커지면서 그 원인은 무엇인가, 중국 경제는 언제 바닥에 도달할 수 있 을까 관심이 크다. 그 연장선 상에서 자연스럽게 경제안정을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인가 라 는 질문도 나온다. 성장률 하락 : 주기적 현상인가, 구조적 요인에 따른 것인가 경제하강 압력을 저지하고 상쇄시키기 위해서는 원인부터 찾아야 한다. 이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관점은 다양하다.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北 京 大 学 国 家 发 展 研 究 院 ) 린이푸( 林 毅 夫 ) 명예원장은 1 경제지 < 经 济 参 考 报 >에 4월 24일 게재된 분석기사 以 改 革 创 新 对 冲 经 济 下 行 压 力 改 革 和 创 新 是 关 键 를 완역 18 LG 瞭 望 中 國 2015. 6
린이푸( 林 毅 夫 )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명예원장 저우치런( 周 其 仁 )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교수 차이팡( 蔡 昉 ) 사회과학원 부원장 칭화대에서 열린 중국과 세계경제 논단 에서 2010년 들어 경제하강 속도가 빨라진 것은 글로벌 경 제주기의 영향이 결정적이다 라고 강조했다. 수출 관점에서 보면, 개혁개방 후 2013년까지 연평균 수출 증가율은 17%에 달했지만, 작년 대외 무역 증가 속도는 3.4%에 불과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들의 수입수요가 예전 수 준으로 회복되지 않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선진국의 GDP총액이 글로벌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이기 때문에, 선진국 경제성장이 느려지면 중국의 수출 역시 느려진다. 투자 관점에서 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각 국은 모두 확장적 재정정책을 채택해 국내 투자를 늘렸 다. 이런 흐름이 5, 6년 계속되자, 더 이상 새로 투자할 프로젝트가 없어져 전반적인 투자 증가세가 둔화됐다. 또 소비 측면에서는 지난 몇 년간 계속 7% 이상의 증가 속도를 보였지만, 글로벌 경제의 주기적인 원인으로 인해 가계부문의 경기 개선 기대심리가 악화하면서 소비 증가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国 家 发 展 研 究 院 )의 저우치런( 周 其 仁 ) 교수도 성장률 하락의 가장 주요 한 원인으로 글로벌 수요의 상대적 위축을 꼽았다. 그는 최근 열린 전세계 혁신 포럼 2015: 혁신이 미래를 움직인다 에서 작년 한해 수출 증가율 목표를 7%로 설정했지만, 실적은 2%에 불과했다고 지 적하며 수요 축소 외에 원가상승 요인이 중국 수출의 경쟁력을 낮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사회과학원( 中 国 社 科 院 ) 차이팡( 蔡 昉 ) 부원장은 주기성만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도 있다며, 정부는 경제성장 감속원인을 세가지 변곡점이 겹친( 三 期 叠 加 ) 때문으로 본다고 밝혔다. 즉, 발전속 도 변환기, 경제구조 조정의 진통기, 이전 경기진작책의 (후유증)소화기가 한꺼번에 복합적으로 영향 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경제성장 속도가 느려지고 있는 가운데 실업이 심각하지 않다는 것은 경제 성장률 이 잠재성장률과 일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생산요소 공급, 특히 노동력 공급 및 생산성 제고에 의해 결정되는 잠재성장률이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차이팡 부원장은 중국경제의 고속성장은 자본과 노동요소 투입에 의존하는 인구 보너스 덕분이었 LG 瞭 望 中 國 2015. 6 19
는데, 이게 사라지면서 앞으로의 경제성장은 인적 자본과 생산성 제고에 의존해야 되는 시기라고 강조한다. 만약 제때 체제 전환 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경제성장 속도를 유지할 수 없다. 경제 주 기의 출현, 즉 각종 외부 요소 및 내수 침체는 성장속도를 잠재성장률보다 늦춰 경제 하향을 초래한다 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국가정보중심( 国 家 信 息 中 心 ) 판젠핑( 范 剑 平 ) 수석경제학자도 중국 국제경제교류중심이 주최한 월례좌담회 에서 지금 중국 경제는 요소중심형에서 혁신중심형으로 전환되는 중요한 길목에 놓여있 다 며 차이팡 부원장과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노동, 토지, 환경 등 기존 저렴하던 요소들이 더 이상 저 렴하지 않게 되면서 과거처럼 환경을 희생시켜가면서 GDP성장을 추구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작년 부터 경기하락 폭이 컸던 산업들은 저렴한 노동력 등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산업이다. 이들이 올해 1분 기 성장률 하강을 초래하는 가장 주요한 배경이다. 요소비용이 계속 상승하면서 많은 산업에서 이윤은 낮아지고, 생산설비는 과잉인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생산을 늘리거나, 투자를 확대한 다면 성장동력을 잃고 말 것이다. 국무원발전연구중심( 国 务 院 发 展 研 究 中 心 ) 류스진( 刘 世 锦 ) 부주임은 2015 중국도시화 포럼 에서 현재 가장 큰 도전은 기업 수익성 악화와 그에 따른 재정수지 악화라고 주장했다. 류 부주임은 작년 8월부터 기업 수익률이 계속 감소하고 있으며, 특히 올해 1, 2월 수익률 감소가 두드러졌다. 수익감 소가 재정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추산에 따르면, 이윤 하락의 80%는 석유, 석탄, 석유화학, 강철, 철광석 등 5대 산업에서 비롯된다. 이들 산업은 생산과잉 문제도 심각하다 라고 지적한다. 류 부주임은 과거 10%대의 고속 성장은 인프라, 부동산 및 기타 산업의 빠른 성장 덕분이지만, 구체적으로 철강, 석탄, 석유, 석유화학, 건설자재 등의 부흥 덕분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문제는 최 근 몇 년 동안 수요는 이미 더 이상 커질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지만, 방대한 생산 인프라를 구축해 놓은 공급은 축소가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생산과잉이 심각한 산업은 축소할 방법을 모색해 야 한다. 판젠핑( 范 剑 平 ) 국가정보중심 수석경제학자 류스진( 刘 世 锦 ) 국무원 발전연구중심 부주임 관건은 개혁과 혁신 경제하강의 원인을 놓고 이견이 있는 만큼, 경제 하강을 멈출 수 있는 해법에 대해서도 차이가 적 지 않다. 린이푸 명예원장은 비록 건축자재, 시멘트, 유리, 알루미늄 등 산업들이 과잉생산 문제에 봉착해있지만, 대부분 현재의 중저급형에서 고급형으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만큼 내수 투자에 아직 20 LG 瞭 望 中 國 2015. 6
여유 공간이 있다고 말한다. 또 인프라 건설 투자도 여지가 있다고 한다. 지난 몇 년간 인프라 투자에 집중해왔지만, 대부분 고속도로, 철로, 공항, 항구 등에 집중되어 있고 도시 내부의 지하철, 하수시설 등의 인프라 건설은 미미하다는 것이다. 또 환경보호 및 도시생활 서비스 분야 투자도 빼놓을 수 없다. 린 명예원장은 만 약 재정정책과 화폐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펼친다면, 인프라 환경보호 도시화 투자를 자극하여 일 자리 창출 및 그로 인한 수입 증가를 기대할 수 있어 최종적으로 투자와 소비가 증가할 것이라고 제 안했다. 이 같은 좋은 투자 기회는 중국이 개발도상국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선진국은 경제 하향시 투자할 곳을 찾기 힘들지만, 개발도상국은 무궁무진한 투자 기회가 존재한다 또 린이푸는 중국의 강점으로 우월한 투자재원을 꼽았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3.8조 달러나 되 는 반면, 일본과 같은 선진국 정부는 240%나 되는 부채를 짊어지고 있다. 다른 선진국들도 평균적으 로 120%가 넘는 부채를 가지고 있고, 개도국들도 대개 100%가 넘는 부채를 짊어지고 있다. 차이팡 부원장은 노동력 공급, 기타 생산요소 공급 및 생산성 제고에 관련된 제도적 요소가 문제 해결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호구제 개혁 등을 통해 노동력 공급을 늘리고 경쟁을 통 해 생산성을 끌어올림으로써 개혁보너스를 얻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관련 개혁이 모두 자리를 잡아 노동력과 인력 자본 공급이 늘어나고, 요소 생산 속도가 빨라지고, 생산성이 제고되는 등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 낸다면, 긍정적인 노동력 공급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개혁성과를 한 데 모으면 1%에서 2% 정도 개혁 보너스를 얻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저우치런 교수도 혁신을 통해 경제하향 압력을 상쇄시킬 수 있다고 본다. 중국인의 평균 수입은 선진국의 10% 수준인데 수출경쟁력을 잃는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저우 교수는 만약 생산성 향상이 임금 상승세보다 느리면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지만, 반대라면 우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라고 답했다. 혁신은 조직 재정비를 통해서도 나타날 수 있다. 가전 대기업 하이얼은 장루이민( 张 瑞 敏 ) 총재의 리더십 아래에서 수직적인 대형 전통 가전기업에서 수평적인 혁신 플랫폼으로 변화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저우 교수가 강조하는 혁신은 기술혁신뿐 아니라 제도혁신도 포함한다. 최근 리커창 총 리가 인터넷 요금은 왜 그리 비싸고 속도는 왜 그리 느린지 지적한 적이 있는데, 이는 중국 시장 경 쟁이 치열하지 않아 인터넷회사들이 가성비를 높이는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8항 규정 2 이후 절약된 돈을 인터넷 속도 개선에 사용 할 수 있을 것이다 라고 덧붙인다. 또 그는 혁신이 불러일으키는 새로운 변화를 디디다처( 嘀 嘀 打 车 )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택시 앱 2 당과 정부부문의 관료주의 척결, 판공비 절약 등을 명기한 8가지 행동강령 LG 瞭 望 中 國 2015. 6 21
의 등장은 택시난, 신뢰성, 효율성 등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 소비자의 만족을 얻어냈는데, 이러한 혁 신은 성장률 하락을 막는 과정에서 더욱 큰 작용을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올해의 정부공작보고 중 리커창 국무원 총리는 두 번에 걸쳐 대중혁신, 만민혁신 을 언급했다. 공 공상품, 공공서비스 공급을 늘려 중국 경제의 품질과 효율성 제고를 도모하는 두 개의 엔진( 双 引 擎 ) 의 하나이다. 혁신은 경제 발전의 새로운 자극요소가 될 수 있다. 류스진 부주임은 중국 경제의 수요가 현재 균형점에 달했다고 평가한다. 따라서 이젠 공급을 줄 여 최종적으로 수급 균형에 달해야 한다. 그는 이를 구조전환 재균형 이라 부른다. 우리에게는 이러한 구조전환이 꼭 필요하다. 만약 구조전환이 제대로 실현된다면, 5대 산업은 이익 창출이 가능해 질 것이다. 여타 산업의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류 부주임은 다수의 산업이 상당 한 수준의 이윤을 유지 할 수 있으면 재정수입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고, 성장속도가 약간 느려져도 문제가 크지 않다고 본다. 칭화대 중국세계경제연구중심( 清 华 大 学 中 国 与 世 界 经 济 研 究 中 心 )의 리다오쿠이( 李 稻 葵 ) 주임은 경제 안정을 위해서는 화폐 재정 정책의 조정 외에도, 지방 정부를 격려할 수 있는 추가적인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고 말한다. 흔히 볼 수 있는 지방정부 공무원들의 게으른 행정 업무 처리는 경제 정책의 수행과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 일부 의식이 낮은 지방 정부는 비리를 저 지르고 있다. 개혁개방과 안정 성장 등을 기준으로 모범 지방사례를 선발하여 재정 지원을 하거나, 공로가 큰 공무원에 금전적 장려를 하는 등 자극을 준다면 지방정부의 적극적 참여를 기대 할 수 있 다는 것이다. 리 주임은 이런 방법이 제대로 실현만 된다면, 3분기부터는 경제가 반등해 내년과 내후 년의 경제 회복의 굳건한 초석이 될 것이라 믿는다. 판젠핑 수석경제학자는 경제 안정에 제일 중요한 것은, 제한된 정책 자원을 새로운 경제 분야 육 성에 분배하는 것이다 라고 말한다. 요소 변화로 인한 전통 산업의 하향은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마 땅히 받아들여야 하며,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구조조정은 더 나은 방향으로 진화하는 과정이니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하반기 경제 반등 가능할 것 올해 1분기 거시경제 수치가 발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4월 19일, 인민은행은 전격적으로 지준 율 1% 인하 및 일부 정책성 지준율 추가인하를 단행했다. 정부 정책이 연달아 시행된 뒤, 일각에서는 추가 자극이 있을 경우 경제가 2분기부터 바닥을 치고 반등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리다 오쿠이 주임은 바닥을 칠 때까지는 아직 1분기를 더 기다려야 할 것 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수출과 부동산이 중국 경제를 이끌어 나가는 중요한 요인들인데, 이 분야 추이를 볼 때 긍정적 요소가 나타 난다면 3, 4분기에야 경제회복이 일어나 연간 7.1%의 성장을 이룰 것이라는 예상이다. 22 LG 瞭 望 中 國 2015. 6
리 주임은 중국 경제를 지지하는 관건을 소비라고 봤다. 소매 수치를 자세히 분석해 보면, 유가 추이 혹은 자동차 경기를 제거하고 봤을 때 거의 모든 소비재의 소비가 올 1분기에 12%의 상당히 안 정적인 성장을 보였다. 따라서 소비의 지속적 상승이 긍정적인 측면이며, 경제 안정의 중요 작용을 할 것이다. 판젠핑 수석경제학자는 올해 하반기 중 중국 경제가 안정적 소폭 반등을 보일 가능성이 굉장히 높 다고 예측했다. 첫째 근거로 글로벌 상품가격 상승 추세를 꼽았다. 경제 둔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대중상품의 가격 상승 둔화로 기업의 재고가 쌓인 것인데, 만약 대중상품 가격이 바닥을 치면 기업은 다시 생산을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수많은 기업의 재고가 쌓이지 않고 잘 팔려 상품을 찍어내는 상황이 온다면, 경제도 다시 살아날 것이다. 둘째 근거는 거시조정 정책의 효과다. 작년부터 중국 정 부는 계속해서 선택적인 경기 진작책을 펼쳐왔다. 최근에도 침체된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는 정책과 전기요금 인하를 통해 기업부담을 줄이는 등 일련의 선별적인 진작책을 발표했다. 이러한 정책이 올 하반기에 경제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더라도 중국경제가 이자율 및 지준율 인하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중국의 미래 더 큰 희망은 개혁을 통해 혁신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과도한 정부의 영향력이나 불필요한 심사를 줄 여 시장의 자원배분 능력을 키워야 한다. 주목해야 할 것은 현재 성장률 하락 압력이 적지 않지만, 현재의 정책조합이 정부의 굳건한 의지 위에서 개혁과 안정성장, 구조조정 사이의 균형을 지속적으 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LG 瞭 望 中 國 LG 瞭 望 中 國 2015. 6 23
Trends 61 둘째 아이냐, 노후 여유냐 갈등하는 중국사회 정선옥 에디터 sojung@lgeri.com # 중국 정부기구 중엔 위생 및 계획생육위원회 란 생소한 이름이 있다. 수십 년 동안 이 기구의 시책을 따르지 않고 둘째를 낳았을 경우 직업을 잃거나 막대한 벌금을 내야 했던, 공안부문만큼 무서운 곳이었 다. 그런데 올 1월 이 부서의 상하이지부는 가족구조의 안정과 사회발전을 위해 두 자녀를 낳아야 한다 고 주장하고 나섰다. 위원회의 강요 아닌 강요 로 아이 하나 낳고 늙어버린 부모세대들에겐 상전벽해가 따로 없다. # 광저우에 사는 샤오쥔(가명)은 아이 하나를 둔 80허우(80년대 출생세대) 아버지다. 자매가 있는 아내와 달리 외롭게 큰 그는 몇 년 전 어머니 간병을 하면서 형제자매가 절실해져 자신도 둘째를 낳고 싶어졌 다. 때마침 정부 정책이 바뀌어 외동아들로 큰 자신도 둘째를 낳을 수 있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러 나 아내와 상의 끝에 둘째 출산 신청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돈 때문이었다. 부부가 맞벌이를 해도 매 달 월급의 3분의 1이 집 살 때 진 은행 빚으로 나가고, 차도 아직 못 샀다. 양가 부모님에게 둘째 키워달 라고 부탁하기는커녕 노후를 돌봐드려야 하는 형편이다. 이 부부에게 둘째 양육은 사치였던 것이다. 중국 정부가 2013년 말 산아제한 정책을 한층 더 완화한 단독이태( 单 独 二 胎 ) 실시를 선언했다. 부부 양쪽이 외동일 경우에만 둘째를 낳을 수 있었던 걸 더 풀어 이제는 둘 중 한 사람만 외동이어도 둘째를 낳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당초 정부는 이 정책으로 신생아가 연간 130만~160만 명 증가할 것 으로 예상했지만, 지난해 말까지 신청한 커플은 예상보다 훨씬 저조한 107만 쌍에 그쳤다. 다산다복 의 전통문화를 가지고 있던 중국, 수십 년 동안 산아제한 정책으로 어쩔 수 없이 둘째를 포기해야 했던 중국인들이 언제부터 아이를 낳지 않으려 하게 됐을까. 엄혹했던 산아제한 불효유삼 무후위대( 不 孝 有 三 無 後 爲 大 ), 즉 세 가지 불효 중 후대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불효 라 는 경구는 맹자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50~1960년대 마오쩌둥 시절까지만 해도 중국 사회엔 인구가 힘( 人 多 力 量 大 ) 이라는 사고방식이 통했다. 맬더스의 인구론을 구실로 중국의 엄청난 인구와 식량문제를 우려했던 미국에, 마오쩌둥은 이렇게 대답했다. 인구가 많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몇 배 로 늘더라도 상관없다. 혁명을 통해 생산력을 높이면 된다. 24 LG 瞭 望 中 國 2015. 6
상황이 바뀐 것은 1970년대였다. 가파르게 증가하는 인구를 자원과 식량이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 는 우려가 나오면서 1971년 경제발전계획에 처음으로 계획생육(산아제한) 이라는 단어가 포함됐다. 1980년대 들어 위기감은 더욱 커졌다. 1949년 건국 당시만 해도 5.4억 명이었던 인구가 30년새 4억 이 넘게 늘어 10억에 육박했던 것이다. 이대로라면 20년 후엔 12억, 30년 후엔 15억의 인구대국이 될 것, 의식주와 공공서비스 부족으로 빈곤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등 우려가 쏟아졌다. 결국 개혁 개방 직후인 1982년 12대 당대회에서 산아제한이 국가의 기본정책으로 규정됐다. 두 달 후, 헌법 제 49조에 부부 쌍방은 계획생육을 시행할 의무가 있다 는 조항이 포함됨으로써 산아제한이 의무화됐 다. 이 때부터 태어난 80허우 세대들은 대부분 형제자매가 없는 한 자녀 시대 가 시작된 것이다. 계획생육은 만혼( 晚 婚 ), 만육( 晚 育 ), 소생( 少 生 ), 우생( 优 生 ) 으로 요약된다. 늦게 결혼해 늦게 하 나만 낳아 잘 키우자는 것이다. 1980년대 한국 사회의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와 유사하게, 당시 중국 농가의 담벼락에는 하나만 낳는 것이 좋다( 只 生 一 个 好 ), 적게 낳고 잘 낳아 일생을 행복하게( 少 生 优 生 幸 福 一 生 ) 와 같은 표어를 쉽게 볼 수 있었다. 피바다가 될 지라도 초과출산을 허용할 수 없다 와 같은 섬뜩한 문구가 걸리기도 했다. 그러나 하나만 낳는 것이 국가적으로는 좋은 일일지 몰라도, 모든 가정에게 그런 것은 아니었다. 특 히 자녀가 노동력이자 자산이었던 농촌에서는 더욱 그랬다. 이에 따라 정부 몰래 태어나 출생신고를 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어둠의 자식들, 소위 헤이하이쯔( 黑 孩 子 ) 들도 무수히 생겨났다. 2010년 인구센 서스 조사에서는 어둠의 자식들만 1,300만 명을 헤아릴 정도다. 물론 예외도 있었다. 부모가 한족( 漢 族 )이 아닌 소수민족인 경우 둘째를 낳을 수 있었고, 농촌에 서는 첫째가 딸인 경우 둘째를 허용하는 소위 1.5자녀 정책이 시행됐다. 첫째가 비선천성 장애로 노동이 어려운 경우 등도 둘째를 허용했다. 예외조항에 해당되지 않는데도 둘째를 출산하면 거액의 사회부양비 를 내야 한다. 거주지 기준 도시평균소득을 내거나 이보다 형편이 좋으면, 연소득의 2~10배를 내야 한다. 거부 들이 벌금으로 때우는 것을 막기 위해 사회부양비를 소 득과 연동시켜놓았다. 영화 붉은 수수밭 등으로 유명한 중국의 국민감독 장이머우 ( 张 艺 谋 )가 아이를 셋이나 둔 것이 2013년 드러나면서 우리 돈 약 13억원의 벌금을 낸 것이 유명한 예이다. 공 중국 산아제한 정책의 역사 시기 산아제한 여부 대표적 내용 1960년대 1970년대 1980년대 1990년대 산아제한 없음 산아제한 등장 산아제한 의무화 산아제한 완화 2013년~ 산아제한 본격 완화 인구가 힘이다 ( 人 多 力 量 大 ) 하나도 적지 않고, 둘은 딱 좋으며, 셋은 많다 ( 一 个 不 少, 两 个 正 好, 三 个 多 了 ) 하나만 낳는 것이 좋다 ( 只 生 一 个 好 ) 쌍독이태( 双 独 二 胎 ): 부모 둘 모두 외동이면 둘째 출산 가능 단독이태( 单 独 二 胎 ): 부모 중 한쪽만 외동이어도 둘째 출산 가능 LG 瞭 望 中 國 2015. 6 25
무원의 경우 둘째를 낳으면, 퇴 직해야 했다. 산아제한의 법망을 피해 몰 래 아이를 낳는 각종 수법들도 생겨났다. 홍콩 원정출산, 서류 상 재혼해 둘째 낳기, 심지어 농 촌에서는 첫째 아이 출생신고를 일부러 미루다, 둘째가 태어나 면 쌍둥이로 신고하는 경우까지 계획생육 포스터. 혁명을 위해 만혼과 계획생육을 시행하자 (좌), 계획생육은 나라의 기본국책 (우) 생겨났다. 올해 초에는 조직적으로 갓난 아기를 인신매매한 조직범죄단이 붙잡혀 충격을 주기도 했 다. 중국의 산아제한 정책은 국제적으로 인권 이슈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맹인 인권변호사 천광청 ( 陈 光 诚 )이 강제낙태 행태를 폭로하고 미국으로 망명하기도 했고, 노벨문학상 수상자 모옌( 莫 言 )은 농촌을 돌며 강제 낙태를 시술하는 의사 이야기를 소재로 산아제한 정책이 초래한 뒤틀린 사회상을 그려내기도 했다. 산아제한 완화, 그 효과는 엄격했던 산아제한 정책은 1990년대 말 들어 완화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부모 양쪽이 모두 독자인 경우 둘째를 낳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쌍독이태( 双 独 二 胎 ) 정책이 출시된 것이다. 동북3 성에서 시범적으로 먼저 실시된 이 정책은 2011년 허난성을 마지막으로 전국적으로 확대 적용되었 다. 당시 아이를 둘 낳고 싶어하는 미혼자들 사이에선 배우자 감이 외동인지 여부가 중요한 고려대 상이 됐다. 더 나아가 2013년 시진핑 지도부가 국가권력을 완전 장악한 뒤 열린 연말 공산당 18대 3중전회에 서, 산아제한을 한층 더 완화하는 단독이태 정책이 채택됐다. 쌍독이태의 전국 확산이 완료된 지 불 과 2년만의 일이고, 그것도 시범구 실시 후 전국 확산도 아닌 곧바로 전국 시행이었다. 출산율 높이 기가 발등의 불이 됐던 것이다. 갑작스런 정책변경으로 베이비 붐이 일어날 것이란 예상이 있었지만, 기우로 판명됐다. 당초 연 간 130만~160만의 신생아가 더 태어날 것으로 전망했는데, 정책이 시행된 지난해 4월부터 연말까지 신청자는 107만 쌍에 불과했다. 107만 쌍도 신청을 했다는 것이지 당장 107만 명의 신생아가 태어나 는 것이 아니다. 신청 부부들이 가족 계획, 경제적 여건 등에 따라 앞으로 몇 년 동안 나눠 출산할 것 이기 때문이다. 이번 단독이태 정책이 시행되지 않았더라도 벌금을 내고서라도(또는 등록하지 않고) 둘째를 낳았을 부부들까지 감안한다면 이번 정책선회가 효과가 거의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 26 LG 瞭 望 中 國 2015. 6
온다. 지난 해 11월 중국청년보가 전국적으로 샘플조사를 진행한 결과, 단독이태 자격을 갖춘 부부 중 25%만 신청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건을 갖춘 부부의 절반은 신청할 것이란 기대가 절반만 맞은 셈이다. 상하이의 경우에는 출산 적령기 여성의 90%가 단독이태 조건에 부합하지만, 둘째 신청 비율 은 5%에도 미치지 못했다. 사실 상하이는 이미 쌍독이태 시행 당시에도 신청률이 저조한 도시였다. 정부는 부부가 아직 준비가 덜 된 것일 수 있다며 점차 늘어날 것이란 입장이다. 둘째를 낳기 위 한 신체적, 정신적, 금전적 준비에 시간이 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산아제한 벌금이 재정 수입원인 지방정부가 중앙의 정책 전환에 여전히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40년간 거둬들 인 산아제한 위반 벌금은 무려 2조 위안(약 360조 원)에 달한다. 1 얼마 전에는 임신 5개월째인 구이 저우성의 한 여교사가 고향인 안후이성으로 호적을 옮겨 둘째 출산증을 받았으나 구이저우 측이 전 결혼에서 아이가 있다면 단독이태에 해당이 안 된다 고 해 사단이 났다. 구이저우 지방정부는 낙태 를 하지 않으면 교사 직을 박탈하겠다 는 시대를 거꾸로 사는 듯한 통지를 보냈다가 비판여론이 거 세지자 결국 백지화했다. 늘어나는 딩크족 둘째 제한을 사실상 풀어도 정책 효과가 미지근하자, 중국 언론에서는 본격적으로 저출 산의 함정 을 우려하기 시작했 다. 사회과학원은 2015년 경 제전망 보고를 통해 중국의 합 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 는 신생아 수)이 1.4에 불과해 인구를 유지할 수 있는 마지노 선인 2.1보다 낮을 뿐 아니라, 저출산 함정의 기준점인 1.3에 근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 애초에 출산율을 떨어뜨린 국가별 합계출산율 스위스 인도 프랑스 북한 호주 미국 OECD 평균 중국 일본 싱가포르 한국 홍콩 마카오 것은 산아제한 정책이 아니었다는 주장도 최근 나오고 있다. 한 자녀 정책이 의무화된 1980년대가 아니라 이미 1970년대부터 출산율은 낮아지는 추세였다는 것이다. 이 연구에 따르면 중국의 합계출 1 정치학자 토마스 펜핀스키(Thomas Penpinsky) 2 중국의 합계출산율은 조사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2010년 6차 인구센서스는 1.18로 집계, 세계은행은 2013년 1.67로 집계 1.19 1.12 1.08 1.19 1.43 1.74 1.67 1.92 1.87 2.01 1.99 2.48 출처 : 세계은행 (2013년, 명) 3.33 LG 瞭 望 中 國 2015. 6 27
산율은 1970년 5.8명에서 1979년 2.8명으로 절반으로 떨어졌다. 3 결국 중국인들은 산아제한 정책으 로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낳을 수 없던 것만이 아니라 낳고 싶지 않았다 는 해석도 가능하다. # 1960년대 태어난 상하이 공무원인 장다(50)는 아이가 없다. 서른 무렵까지는 여전히 더 놀고 싶어 아 이를 갖지 않았으나 마흔이 넘자 딱히 아이가 필요하지 않다 란 생각이 들었고, 쉰이 된 지금도 재미있 게 나날을 보낸다. 가방 끈이 긴 아내도 처음엔 남편을 이상하게 생각했으나, 지금은 부부만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대학이나 고등학교 입시생을 둔 친구들을 보면, 장씨 부부는 더욱 자유롭고 행복하다고 느낀다. 소득이 꽤 높은 이 부부는 노후를 위한 각종 보험도 들어놨다. 장씨는 우리는 외둥이들이 아니 라 아이가 없어도 괜찮았지만, 우리 다음 세대는 외둥이들이 많아 딩크족으로 살기엔 부모세대의 반대 가 심할 것 이라고 말한다. # 80 허우 세대인 펑제(31)와 그의 아내는 8년 전 아이 대신 애완동물을 키우자고 결심했다. 경제적으로 여력이 되자 시츄 종 강아지 한 마리를 입양해 커허라고 이름을 붙였다. 펑제는 커허 덕택에 우리 부부 도 집 밖에도 자주 나가 산책하게 됐다 고 말한다. 애완동물에 쏟는 돈이 만만치 않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계생위가 5월 발표한 <가정발전보고(2015)>에 따르면, 중국 가정은 규모가 작아지고 가족형태는 다양해지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2, 3인 가구가 주류를 이루며 1인가족, 노인가족, 딩크족도 늘어난 다는 것이다. 중국의 딩크족 현황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2012년 중국 대도시의 딩크족이 60만 가구에 달한다고 한다. 상하이의 경우 2002년에 이미 딩크족 비율이 전체 가정의 12%에 달했다는 주장도 있다. 영문으로 Double Income, No Kids 를 뜻하는 딩크(DINK)는 중국어 로 딩커( 丁 克 ) 라고 쓴다. 딩커의 앞 글자인 딩( 丁 ) 앞에 공연히, 헛되이 라는 뜻의 바이( 白 ) 를 붙인 바이딩( 白 丁 ) 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는데, 딩크족을 고수하다가 결국 아이를 낳은 사람들이 해당된 다. 이와 반대로 결심이 매우 굳은 철의 딩크족 은 무쇠를 뜻하는 톄( 铁 ) 를 붙여 톄딩 이라고 부른 다. 이외에도 아이 대신 애완동물을 기르는 딩충( 丁 宠, 딩펫족), 딩크족을 고수 중이라는 뜻의 딩커 잉(ing), 어쩔 수 없이 딩크족이 됐다는 뜻의 딩커드(ed) 등 딩크족에 관한 다양한 신조어들이 나타 나 사회적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딩크족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고 있는데, 2008년 인민대학 사회학과와 홍콩과기대학 사회과학부 의 조사에 따르면 70허우와 80허우 세대의 30%가 딩크족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답했다. 2014년 중국 결혼중개 사이트 바이허왕( 百 合 网 )에서는 배우자가 아이를 갖지 말자고 한다면 이라는 질문에 여성의 3 <Population, Policy, and Politics: How Will History Judge China s One-Child Policy?>, 2013.2, Feng Wang, Yong Cai and Baochang Gu 28 LG 瞭 望 中 國 2015. 6
19%, 남성의 6%가 나 역시 같은 생각이다 라고 답했고, 약 40%가 고려해볼 수 있다 고 답했다. 왜 안 낳나? 가정의 출산 의향과 실제 출산 행위를 결정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더 이상 정부의 정 책이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요소임은 분 명해 보인다. 중국인들이 전보다 아이를 덜 낳 고 싶어하게 된 이유와 배경은 무엇일까? 조사에 따르면, 4 단독이태 조건에 부합함에 도 둘째 출산을 신청하지 않은 이유 중 가장 많 은 대답은(복수응답) 육아의 경제적 비용이 너 무 높아서 (58.1%)였고, 두 번째가 육아의 시간 적 비용이 너무 높아서 였다. 아이 대신 애완동물을 키우는 딩펫족 이 늘어나고 있다 크레딧스위스 은행의 계산에 따르면 중국의 가정에서 아이를 낳아서 18세까지 기르는데 매년 23,000위안(약 400만 원)이 들어간다고 한다. 이는 보통 가정의 연간 소득(약 54,000위안)의 절반 에 해당한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한 블로거는 임신부터 자녀를 대학에 보낼 때까지 비용을 단계적으 로 계산해보니 최소 43만 위안(약 7,500만 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만약 중국산 제품을 믿을 수 없어 아이에게 수입 분유를 먹이려 한다면 육아 비용은 더 늘어난다. 실제로 최근 멜라민 분 유와 같은 사건으로, 값비싼 수입 분유와 기저귀를 찾는 부모들이 많아졌다. 중국 부모들이 홍콩에서 분유를 쓸어가는 바람에 품귀사태가 자주 빚어지자 홍콩정부가 1인당 국외로 가지고 갈 수 있는 분유 를 두 통으로 제한하기도 했다. 농경사회에서는 아이를 낳고 키우는 비용은 적었던 반면 효용은 컸다. 몇 년만 자라면 노동력으 로서 구실을 할 수 있었고, 늙으면 자연히 부모를 봉양했기 때문에 생산자원으로나 노후 보험으로나 큰 의미를 가졌다. 그러나 현대 산업사회에서는 돈벌이할 만큼 교육을 받기까지 많은 자원이 투입돼 야 하고, 노후부양은 엄두도 못 내는 경우가 많으니 출산은 투자대비 효율이 매우 낮아졌다. 사고방식의 변화도 경제적인 이유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다. 지금 결혼하고 출산하는 80허우, 90허 우 세대는 외동으로 풍요롭게 자란 세대다. 조부모 넷, 부모 둘의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자란, 소위 4-2-1 가정의 소황제 들이다. 이들에게 한 자녀 는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며, 삶의 중심을 나에게서 아이로 옮겨야 하는 일도 쉽지만은 않다. 이들은 하이누( 孩 奴, 아이의 노예) 가 되느니 차라 리 딩커 가 되겠다고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앞의 조사에서, 둘째를 원하지 않는다고 대답한 전체 응 4 앞의 조사, 중국청년보가 2014년 11월 전국 2,05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 LG 瞭 望 中 國 2015. 6 29
답자의 비율이 47.3%였는데, 80허우와 90허우 세대는 이 비율이 56.8%로, 뚜렷하게 높았다. 만혼도 출산 저하의 원인이다. 상하이시의 경우 지난해 평균 초혼연령이 남성 30.1세 여성 28.1 세로 3년 전에 비해 1살 가까이 많아졌다. 안정적 삶의 기반 구축에 긴 시간이 소요되면서 만혼과 미 혼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출산도 줄어드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는 남성 32.4세 여성 29.8세로 약 2 년 더 늦지만, 초혼 연령이 늦춰지는 속도는 중국(상하이)이 더 빠르다. 저출산의 원인은 한국이나 중국이나 유사하다. 그러나 육아비용의 증가 외에, 한국과 같이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서 여성이 일 을 그만둔다거나, 아이를 돌보기 힘들만큼 노동시간이 길거나 출산 및 육아휴직을 편하게 쓰지 못하 는 분위기, 경단녀(경력단절녀) 등의 문제는 중국에서는 아직까지 큰 이슈가 되고 있지 않다. 그런 면에서는 우리나라보다는 덜 심각한 상황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사회 전반의 변화 없이 저출산 해결은 어려울 듯 인구의 급증을 우려했던 중국은 지금 부유해지기 전에 늙어버릴 것을 걱정하고 있다. 1980년, 중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5%도 되지 않았으나, 2014년 10%로 늘어났다. 반면 15~59세의 노동가능 인구는 2012년을 기점으로 절대 수가 지속 감소하고 있다. 노동 수급 구조의 변화는 구인난과 인건 비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구구조의 변화는 노동시장뿐 아니라 중국경제 전반에 큰 변화를 미치 는데, 바로 인구보너스의 상실이다. 노동 인구는 풍부하고 부양해야 할 노년층은 적었던 보너스 시절의 인구구조는 경제성장에 유리 했다. 이제 풍부한 저임 노동력을 바탕으로 성장해온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 이러한 배 경 속에서 중국정부는 성장방식을 전환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는 한편, 변화의 충격을 늦추기 위 해 산아제한 완화에 나선 것이다. 최근 인터넷에는 단독이태에 이어 곧 산아제한 정책이 전면적으로 폐지될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다. 당국은 결정된 바가 없다 고 부인했지만, 인구구조의 변화 및 기존 둘째 출산 자격이 있어도 신청하지 않는 이유 몇 명의 자녀를 원하는가 육아에 드는 경제적 비용이 너무 높아서 육아에 드는 시간적 비용이 너무 높아서 37 58 3명, 4% 아이 원하지 않음, 9% 한 아이면 충분하다 32 가치관이 변해 많이 낳고 싶지 않다 생각해볼 시간이 필요하다 29 29 2명, 49% 1명, 38% 신청수속이 복잡해서 23 주거조건의 제약 때문에 23 일 때문에 22 여성의 희생이 너무 크다 출처 : 중국청년보, 2014년 11월 15 (단위 : %) 출처 : 중국청년보, 2014년 11월 30 LG 瞭 望 中 國 2015. 6
정책효과 분석 결과에 따라 현 완화정책을 한층 더 완화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 산아제한을 했던 중국이 반세기만에 또다시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출산 을 장려하는 모습은 일견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그러나 이미 변화해버린 사회적 환경과 사고방식으 로 인해 정책만으로 상황을 돌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2세를 갖고 싶다는 것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반영한다. 현 사회에 만족감이 낮거나 미래가 더 나아질 것이란 기대가 없다면 출산 의향은 높아지기 힘들다. 최근 환경 및 경쟁악화 등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출산 의향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산아조절 정책이 아닌 종합적인 사회의 개선이 있어야 출산율은 높아질 것이다. LG 瞭 望 中 國 LG 瞭 望 中 國 2015. 6 31
People 선전의 여공에서 중국 최고 여자갑부로, 란쓰커지 저우췬페이( 周 群 飞 ) CEO 1 3월 18일, 애플의 주요 부품업체로 유명한 란쓰커지( 蓝 思 科 技 )가 선전증권거래소의 차스닥(창업반)에 상장하던 날 저우췬페이( 周 群 飞 ) CEO가 종을 치러 나타났다. 공장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렸던 10대 소녀가 400억 위안의 여성 최고갑부가 되는 날, 저우는 30년 인고의 세월을 회고하며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 틀림없다. 유리여왕 으로 불리는 저우 CEO는 이 회사 주식의 88%를 소유하 고 있다. 3월 하순 현재 보유주식 시가는 420억 위안. 경제주간지 포 브스가 선정한 부자 순위에서 현 1위인 푸화( 富 华 )국제그룹 천리화( 陈 丽 华 )일가(275억 위안)를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다. 후난성 류양( 浏 阳 )에 들어선 란쓰커지 공장에선 주로 액정강화 유리를 생산한다. 휴대폰, 태블릿 PC, 노트북 컴퓨터, 카메라용이다. 주 고객은 애플 삼성 화웨이 등. 지난해 매출은 145억 위안, 순익 은 11.8억 위안이었다. 매출의 절반을 애플에 의지할 정도로 수년 째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시골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사장의 샤오싼( 小 三 유부남의 어린 애인)으로 시작해 둘째 부인, 첫째 부인 자리까지 꿰찼다. 남편을 꾀어 자기 회사를 차린 뒤 고객을 대부분 빼 돌리고 나서 차버렸다. 이제 곧 상장하면, 중국 최고의 여성부호가 된다. 저우췬페이( 周 群 飞 ) 란쓰커지 CEO 란쓰커지가 유명해진 것은 상장과 함께 벼락부자가 될 저우CEO를 둘러싼 이 같은 뒷소문 때문이 다. 일부 투자가들은 아예 대놓고 샤오싼 개념주 라고 부른다. 1993년 창업 후 저우는 거의 언론에 나서지 않았기에 풍문은 사실처럼 퍼져왔다. 샤오싼이냐, 여장부냐, 어느 쪽이 사실일까. 겸손해서가 아니라, 내세울 것이 없었다 저우의 고향 집은 후난성 샹샹( 湘 乡 )의 산 속에 있다. 샹샹 시에서 산 기슭까지 2시간 차를 타고 와 또 산 길을 4Km 걸어야 닿는 곳이다. 저우의 2층 옛 집은 아버지 오빠 언니 등 가족들이 모두 선 전으로 오래 전 이사를 갔기에 마당엔 잡초가 무성했다. 아직도 옆집에 살고 있는 작은 어머니는 기 자에게 저우 어머니는 저우가 5살 때 세상을 떴고, 아버지 역시 1960년대 화약 폭발 사고로 두 눈과 손가락 2개를 잃었다 고 말했다. 저우의 아버지는 손재주가 좋아 대나무 바구니 등을 만들었다고 한 1 이 란은 료망중국이 LG 독자들의 중국 기업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이번 호에 신설한 인물기사이다. 저우췬페이는 애플 납품으로 성가를 올리고 있는 란쓰커지의 창립자로서, 펑파이( 澎 湃 )망에 지난 3월 20일 게재된 원문을 취지에 맞게 재정리했다. <편집자 주> 32 LG 瞭 望 中 國 2015. 6
다. 사고를 당한 뒤에도 이 기술로 아이 셋을 먹이고 교육을 시켰다. 상장 기념행사가 끝난 뒤, 저우 CEO는 간수( 甘 肃 )성 위성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내가 어릴 때 삼자경( 三 字 经 ) 2 을 외우고, 증광현문( 增 广 贤 文 ) 3 을 베껴 쓰게 했다 며 내가 새로운 것을 만들고 연구개발을 좋아하는 것은 아버지 덕분 이라고 털어놓았다. 작은 어머니는 저우는 학교를 다니면서도, 대나무 바구니에 땔감, 대나무, 돼지 꼴 등을 베어와 돼지와 닭에게 먹이를 줬다 며 열 심히 집 일을 도운 착한 아이였다고 기억한다. 부친의 거동이 불편했던 탓에 저우의 가족은 대나무 바구니와 직접 재배한 벼로 근근이 배를 채웠다. 저우와 어린 시절을 같이 보냈고, 또 선전 아르바이트를 함께 시작한 친구는 학비를 내지 못해 저우의 오빠와 언니는 소학교도 마치지 못하고 생계에 뛰어들었고, 저우만이 중학교 2학년을 마칠 수 있었다 고 말했다. 이웃사람들은 저우의 부친이 몇 번이나 자살을 시도했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고도 말했다. 부친은 2001년 70세를 넘기지 못하고 선전에서 세상을 떠나 고향에 묻혔다. 저우는 최 근 후난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이들이 나를 겸손하다고 말하지만, 단지 난 내세울 만한 것이 없 을 뿐 이라고 말했다. 조용하지만, 욕심이 많았던 아이 중학교 2학년 담임교사는 저우를 조용하고 내성적인 아이 로 기억했다. 자격지심이 있었으며 다 른 친구들과 쉽게 어울리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저우 친구는 열등감이 심하거나 사람과 어울리기 싫어하는 게 아니라, 집 형편이 어려워 친구들과 어울릴 시간이 없었을 뿐 이라고 말했다. 그의 기억 에는 저우는 고통과 어려움을 잘 견뎌내면서도, 항상 남들보다 뛰어나고 싶어했던 친구였다. 15살 때 타지로 나가 돈벌이를 결심한 것은 외삼촌이 광둥의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었기 때문이 다. 외삼촌의 소개로 4개월간 현장 감독을 도왔던 저우는 이어 선전의 아오야( 澳 亚 )광학에서 아르바 이트를 시작하며 이 업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아오야는 당시 손목시계용 유리를 만들었는데, 저우는 낮에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에는 야간학교를 다녔다. 당시 남쪽 지방에서는 공장 아르바이트가 붐 을 이뤘던 시기로서, 때마침 외지 여자 란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었다. 저우는 본인도 모르게, 당 시 드라마 주인공의 성공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었던 셈이다. 공장 아르바이트는 2년 계속됐다. 저우의 작은 어머니는 명절 때 아버지를 만나러 온 저우가 일 이 힘들다며 발에 잔뜩 잡힌 물집을 보여줬다 고 털어놓았다. 아오야광학에서 함께 아르바이트를 했 던 고향 친구는 저우는 정말 열심히 돈을 벌었다 며 그 돈으로 옷 가게도 차렸다 고 회고했다. 당초 저우가 선전으로 갔던 것이, 의류디자인을 배우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1993년 회사가 많은 이윤을 남기는 데도, 봉급인상을 거부하자 고향친구를 비롯한 100명 직원이 퇴사했다. 저우는 이 기회를 놓 2 중국에서 어린아이에게 한자를 가르칠 때 주로 사용하는 책, 송나라때 왕잉린( 王 应 麟 )이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음. 3 어린아이 교육에 많이 사용되는 책으로 저자는 불명, 채근담, 명심보감과 함께 중국 3대 격언서로 꼽힘. LG 瞭 望 中 國 2015. 6 33
치지 않고 아오야광학 옆에 작은 작업실을 차려 드디어 자기 사업을 시작했다. 란쓰커지가 상장일을 3월 8일로 잡은 것은 바로 22년전 그날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사장과 결혼했지만 샤오싼( 小 三 ) 은 아니었다 후난일보에 따르면, 1990년 아오야광학은 공장을 증축하다 중간에 투자를 취소하기로 했다. 저우 는 사장을 찾아가 자신에게 경영을 맡겨달라고 제안했다. 성공하더라도 봉급은 정해주는 만큼 받고, 실패하면 평생 연봉 없이 일하는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사장은 포기할 바엔 저우에게 일을 맡기기로 했다. 새로 완공된 공장은 주로 손목시계 유리에 글 씨나 그림을 인쇄하는 공정을 맡았는데, 저우는 따로 배운 실크인쇄 기술을 접목시켜 대히트를 쳤다. 그러나 이 회사에서 일하던 사장의 일가 친척들에겐 저우가 눈엣가시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의 생 산라인에선 이익이 그만큼 나지 않았던 것이다. 텃세에 밀리기 시작한 저우는 결국 떠나기로 결심한 다. 이 아오야광학의 사장이 나중에 저우의 첫 남편이 되는 양다청( 杨 达 成 )이다. 저우의 작은 어머니 말에 따르면, 독립한 지 1년 뒤인 1994년 23살이었던 저우는 16살 연상인 양 다청과 후난의 고향집에서 혼례를 치렀다. 양다청이 이혼경력이 있었기에 작은 어머니와 아버지 등 많은 친척이 결혼을 반대했으나, 저우가 가족들의 형편이 좋아질 것이라고 설득해 마지못해 승락했 다. 저우의 학교시절 교사는 저우의 근면 성실한 모습이 양다청의 눈에 들어 사랑에 빠진 것 이라고 말했다. 이 결혼을 두고, 인터넷에선 소문이 무성하다. 저우가 일종의 미인계를 써서 결혼하고 결국 회사 기밀을 빼돌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자가 확인한 결과, 아오야광학의 도산은 경영 실패 원인이 컸 다. 저우와 함께 이곳에서 일했던 고향친구도 실적이 점차 악화하면서 하나둘 직원들이 빠져나갔 다 며 이직자 중 몇몇은 저우의 공장에 취직했다 고 전한다. 이 친구는 세간의 샤오싼 소문은 황당 무계하다며 양사장이 저우와 만날 때는 이미 이혼한 상태였다 고 말했다. 하지만 저우췬페이와 양다청이 언제 이혼했는지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두 사람은 딸 하나를 뒀는데, 저우는 현재 영국 유학 중인 딸의 학비를 대고 있다. 저우의 현 남편은 2008년 결 혼한 정쥔롱( 郑 俊 龙 )이다. 선전에서 열린 두 번째 결혼식은 저우가 고향 친지들을 비행기로 초청해 성대하게 치러졌다. 한 살 연하인 정쥔롱은 후난 닝위안( 宁 远 ) 출신으로, 1994년부터 저우와 사업을 시작했다. 남편 정씨는 란씨커지의 주식 1%를 보유하고 있으며, 저우에 이어 회사경영의 2인자이다. 저우의 언니인 저우이후이( 周 艺 辉 )와 오빠 저우신린( 周 新 林 ), 올케 조카 등이 주식 일부를 가지고 있지만 회 사 경영에선 손을 뗐다. 34 LG 瞭 望 中 國 2015. 6
우연히 맺어진 애플과의 인연 다시 22년 전으로 돌아가보자. 저우의 첫 사업은 선전시 바오안구의 방 3개 딸린 개인주택에서 시작됐다. 가족 일가 8명이 긁어 모은 2만 위안이 자본금이었다. 생산품목은 저우가 강점을 가진 실 크 스크린인쇄였다. 방 세 칸 중 큰 곳에선 여자들이, 작은 곳엔 남자들이 함께 잤다. 거실은 인쇄, 완제품 검사, 포장 을 하는 공장 이었다. 먹고, 일하고, 자는 24시간이 모두 이 곳에서 이뤄졌다. 저우의 오빠는 도구를 만드는 것을 도왔고, 형부는 코팅을 맡았고, 언니는 포장과 완제품 검사를 맡았다. 사촌 동생들은 나 눠 인쇄를 하고 품질 검사를 했다. 매일 새벽 두 세시까지 정신 없이 일했다. 가족친지만 참여한 것 은 다른 직원에겐 월급을 줄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1994년 정쥔롱이 처음으로 외부에서 들어와 구매 수주 배송을 맡았다. 저우의 공방 은 힘들게 기반을 잡아나갔다. 1997년 금융위기 때, 대금을 못 갚는 고객들은 설비 들로 갚게 했다. 덕택에 저우 공방은 손목시계용 유리의 완전한 생산라인을 갖출 수 있었다. 첫 결혼 도 이 때 했다. 저우의 고향친구는 양사장이 저우에게 사업상 많은 도움을 줬다 고 말했다. 저우 공방은 2001년 한 회식 자리에서 중대한 전환점을 맞는다. 후난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TCL 의 휴대폰 패널을 주문 받은 레이띠( 雷 地 )과기 사장이 저우 등 친구 몇을 저녁자리에 초청해 분업을 제안한 것이다. 저우는 핸드폰 패널 표면가공을 맡게 됐는데 시계유리 공예기술을 핸드폰 패널에 접 목한 것이다. 저우의 유리 스크린은 당시 유행했던 유기유리 스크린을 대신한 것이었다. TCL 휴대폰 이 히트를 치면서, 중싱( 中 興 ), 캉자(Konka) 등도 유리 스크린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글로벌 브랜드 중에서도 유리 스크린 도입이 대세를 타기 시작했다. 2003년 저우는 선전에 란쓰커지를 세워 본격적으로 휴대폰 스크린 사업에 나섰다. 란쓰는 영어 lens 와 소리가 같아 외국 바이어가 인터넷에서 lens 를 찾으면 바로 란쓰커지가 등장한다. 그러나 애플과의 관계는 우연히 만들어졌다. 애플의 주문을 받은 경쟁사가 애플규격과 수량을 못 맞추자 란 쓰커지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애플은 이후 란쓰커지와 장기계약을 맺었고, 주문량을 늘려가기 시 작했다. 잃어버린 고향 란쓰커지는 2006년 류양경제기술개발구에 공장을 세운 데 이어 법인 본부도 이곳에 뒀다. 개발 구 투자유치 담당 국장은 11년 전 란쓰커지의 한 경영자가 이곳 투자현황을 조사한다고 해서 만났는 데, 청바지에 큰 배낭가방을 매고 와 처음엔 사장인 줄 몰랐다 고 털어놓았다. 저우는 당초 고향 샹 샹에 생산거점을 세울 것을 검토했으나, 투자여건이나 물류입지가 류양보다 열악해 포기했던 것으로 LG 瞭 望 中 國 2015. 6 35
알려진다. 류양개발구는 후난성 성회도시인 창샤에서 고작 35km가 떨어져 있다. 저우의 투자계획에는 반대가 많았다. 내지( 內 地 )였기 때문이다. 회장이 직접 입지 자료와 투자 인 센티브 등을 챙긴 끝에 부품업체와 고객들을 가까스로 설득할 수 있었다. 현재 란쓰커지의 6개 공장 중 류양 공장이 가장 규모가 크다. 이 공장은 지난해에만 류양시에 15억 위안의 세금과 5만 명의 현 지 일자리를 창출했다. 이곳 개발구 내에서도 최대 기업이다. 고향인 샹샹시 정부로선 피를 토할 만 큼 억울한 일이다. 멀리 천국을 보고, 가깝게는 은행을 보며 기계실에 들어선다 그렇지만, 란쓰커지가 류양에 행복만을 준 것은 아니다. 류양 공장의 설비는 쉬는 법이 거의 없 다. 생산직 노동자들은 2교대로 움직인다. 바쁠 때는 2주 근무 후 1일 쉬는 강행군이다. 초과근무 수 당은 기본수당의 1.5배를 받는다. 급여는 초과근무를 적절히 할 경우 비숙련자라도 월 5,000~6,000위안을 받을 수 있다. 내지 류양 주민들에겐 적지 않은 유혹이다. 류양 공장 입구에선 매일 면접 희망자들이 대기하고 있지만, 이직하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저우의 공장에는 지인들이 적지 않지만, 특별대우는 없다. 저우 숙모의 며느리는 3년동안 말단 일만 하고 있다. 숙모의 아들 역시 이 공장에서 일하다, 힘들어 집에서 쉬고 있다고 한다. 직원들이 당신을 따르게 하려면 세뇌가 아니라, 진정으로 아끼고 가족처럼 여기며, 직원이 기업 을 집으로 여기게끔 해야 합니다. 저우 회장은 후난일보 인터뷰에서 창업한 이후 직원 월급을 미룬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월급 날을 맞추기 위해 집도 2번이나 팔았다고 한다. 그러나 류양의 근로자들은 돈을 벌려면, 기계처럼 초과근무를 해야 한다 고 말한다. 멀게는 천국을 보고, 가까이 은행을 보며, 기계실에 들어간다 는 자조적인 표현은 그래서 등장했다. 란쓰커지의 숙소 창문은 철망이 덧대있다. 직원들이 한 순간 뛰어 내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LG 瞭 望 中 國 36 LG 瞭 望 中 國 2015. 6
关 注 数 字 -7.3% 1~4월 중국 수출액 증가율로 총액은 7조 5천억 위안. 중국 내수 및 해외수요 부진과 주요 상품 의 국제가격이 하락해 급감. 수입은 전년동기대비 17% 감소 5.1% 1년만기 대출 기준금리. 작년 11월 이후 올해 5월 세 번째로 기준금리 인하(-0.25%p) 단행. 주 요 경제지표가 부진하고 CPI는 낮아 안정적인 성장을 위한 적절한 조치라는 평가 11% 지난해 전체 소매총액 중 B2C 전자 상거래의 비중. 상무부의 <중국 전자상거래보고(2014)>에 따 르면 B2C 시장 규모는 2.8조위안으로 전년대비 29% 증가했으며 그 중 모바일 전자상거래 규모 는 약 9천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234% 증가 2,400위안 베이징-톈진 간 출퇴근족의 한달 교통비. 2008년 베이징~톈진 고속철 개통 후 매일 약 5만명이 출퇴근하고 있음. 편의성은 증가했으나 교통비가 적지 않은 부담이라는 평가 4,800위안 4월 취업포털 즈롄자오핀( 智 联 招 聘 )이 조사한 올해 대졸 신입 월급(약 89만원). 기대보다 약 500위안 낮은 수준. 한국은 254만원 3만4천 대 1~4월 중국 내 신에너지차(NEV) 생산량으로 전년 동기대비 약 3배 증가. 최근 정부의 다양한 NEV 지원정책 등에 기인한 결과 2,150만 명 지난해 말 기준 베이징 상주인구 규모. 전년보다 37만명이 증가했으나 증가세는 둔화 중. 이는 산업구조조정과 비 수도기능의 주변지역 이전, 거주 및 교통비용이 증가한 때문으로 풀이 LG 瞭 望 中 國 2015. 6 37
Graphic 信 息 주요산업 Top3 실적 비교 (2014년) 매출액 및 순이익 (억 위안) 매출액 순이익 석유 및 화공 은행 시노펙 489 31.5% 28,259 공상 은행 2,763 5.1% 6,589 페트로 차이나 1,190 16.3% 22,830 건설 은행 2,283 6.1% 5,705 해양석유 (CNOOC) 602 6.6% 2,746 농업 은행 1,795 8.0% 5,209 통신 서비스 보험 차이나 모바일 1,093 10.2% 6,415 핑안 보험 393 39.5% 4,629 차이나 텔레콤 177 0.8% 3,244 런서우 보험 322 30.1% 4,458 차이나 유니콤 119.7 16.3% 2,886 태평양 보험 111 19.3% 2,198 부동산 인터넷 플랫폼 완커 193 5.4% 1,464 텅쉰 238 53.6% 789 헝다 126 0.1% 1,120 알리 바바 270 22.8% 708 완다 248 1.1% 1,082 바이두 132 25.4% 491 출처 : 재신망, Wind 38 LG 瞭 望 中 國 2015.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