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굿 전통과 굿음악축제의 방향 이 경 엽 * 국문초록 지역의 굿 전통과 연계된 굿음악축제의 방향에 대해 살펴보았다. 굿음악은 초자연 적 존재와 인간의 소통을, 그리고 사람들끼리의 교감을 극대화시켜주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급격한 사회문화적 변동 속에서 굿과 굿음악이 생애사적 위기에 처 해 있다. 그래서 새로운 전승과 계승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굿은 제의와 예술과 놀이를 두루 포괄하는 개념으로 사용되어 왔다. 무속의례만이 아니라 풍물굿[농악]과 대동놀이도 굿이며, 노래하고 춤을 추며 죽은 이를 보내는 축 제식 운상도 굿이고, 세시풍속에 맞춰 노는 것도 굿이고, 들에서 일하면서 풍물치고 노래하는 것도 굿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굿음악 역시 무속음악, 풍물굿, 두레굿(두레 풍물, 들노래), 상례굿(호상놀이, 상여소리 등) 등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할 수 있다. 굿음악축제는 굿음악의 전승의미를 현전화( 現 傳 化 ) 하자는 의도와 관련 있다. 이 글에서는 지역에 자리잡은 국립남도국악원의 역할에 주안점을 두고 축제의 방향을 모색하고자 했다. 왜 또 하나의 축제이고, 굿음악축제인가, 지역의 전통을 주목하 는 이유는 무엇인가,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것에 대한 답 을 찾는 방식으로, 굿음악축제가 추구해야할 방향성과 거기에 부합하는 축제 형태를 제안하고자 했다. 먼저 시대정신과 소통하는 축제를 내세우고, 지역의 굿 전통을 새롭게 응용해 지 속 가능한 사회를 지향하는 친환경 들굿음악축제 를 제안했다. 그리고 다양성이 지 닌 문화적 의미를 창조적으로 파급시킬 수 있는 강강술래축제를 제안했다. 또한 지 역적 특성이 두드러진 씻김굿의 전통을 활용해 굿음악축제를 새롭게 기획할 필요가 있음을 제언했다. 핵심어 : 굿음악, 굿음악축제, 음악축제, 무속음악, 강강술래, 강강술래축제, 씻김굿, 두레굿, 들굿음악축제, 국립남도국악원 * 목포대학교 교수 25
國 樂 院 論 文 集 제22집 목 차 Ⅰ. 머리말 Ⅱ. 왜 또 하나의 축제이고, 굿음악축제인가 Ⅲ. 지역의 전통을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Ⅳ.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가 Ⅴ. 맺음말 Ⅰ. 머리말 축제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일과 축제를 기획하는 일은 다르다. 전자에 익숙한 사람일지 라도 후자를 제대로 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 일의 성격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더 욱이 어느 쪽이건 뛰어난 안목이 없는 경우라면 더욱 난망해진다. 민속학을 전공하는 글쓴 이가 현재 존재하지 않는 굿음악축제의 방향을 설계하겠다고 나선 처지가 이렇다. 출산은 커녕 결혼조차 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의 성장을 운운하는 상황과도 다를 바 없으니 보통 의 경우라면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글을 쓰는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하나는 국립남도국악원에서 기획하고 있는 <굿음악 페스티벌>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필요한 제안을 하자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지역의 문화적 전통을 연구해온 입장이지만 실천적인 논의 역시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새로 만들고자 하는 굿음악축제의 방향을 지역의 굿 전통과 연계시켜 논의하고자 하는 것이다. 축제 기획자가 아님에도 축제 의 방향을 모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글은 국립남도국악원에서 추진하는 <굿음악 페스티벌>의 성격을 설계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학술대회 1) 주최 측으로부터 별도의 지침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난감한 부분이 있지 만, 사정을 접고 생각해본다면 논의의 시작점에 굿과 굿음악이 지닌 남다른 의미를 전제한 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고 본다. 굿의 가치와 의미를 재조명하고 발전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의도를 전달받지 못한 상태이므로 애써 1) 이 글은 국립남도국악원에서 주최한 굿음악의 신명 (2010.6.25.)에서 발표했다. 토론해주신 이진원 교수에게 감사드린다. 26
추정할 것 없이 필자 방식대로 상황을 진단하고 논의를 끌어갈 수밖에 없다.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굿 또는 굿음악의 개념과 범위에 대해 규정할 필요가 있다. 일반 적으로 무속의례를 굿이라고 지칭한다. 씻김굿, 진오기굿, 성주굿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전통 속에서 굿의 용례는 다양하고 포괄적이다. 무당이 진행하는 의례만을 굿이라 고 하지 않는다. 풍물을 치고 노는 것도 굿이고 줄다리기를 하고 차전놀이 하는 것도 굿이 며, 탈춤을 추고 노래하며 노는 놀이판도 굿이며 상여를 매고 나가면서 노래하고 춤을 추 는 것도 굿이라고 한다. 들에서 일하며 노래하고 풍물치는 것 역시 굿이다. 또한 구경거리 도 굿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시장에서 약장사가 떠들썩하게 약을 팔아도 굿 났냐고 하고 심지어 싸움판이 벌어져 사람들이 운집해 있어도 굿 벌어졌냐고 한다. 이렇듯이 한국의 굿 은 제의와 예술과 놀이를 두루 포괄하는 개념으로 사용돼왔다. 그렇다면 굿음악도 무속음 악만이 아니라 풍물굿과 두레굿(두레풍물, 들노래), 장례굿 (다시래기, 호상놀이, 상여소리 등), 보름굿 (강강술래, 줄다리기 등) 등을 두루 지칭한다고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이런 관점에서 굿음악을 다루고자 한다. 굿음악축제는 굿음악의 전승의미를 현전화하자는 의도와 관련 있다. 굿이 굿다울 수 있 는 장치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이 바로 음악이다. 그 굿음악의 의미를 새롭게 주목하자 는 것이 굿음악축제의 취지라고 할 것이다. 굿음악은 초자연적 존재와 인간의 소통을, 그 리고 사람들끼리의 교감을 극대화시켜주는 장치다. 굿이 한국인의 삶 속에서 신명난 잔치 로 지속될 수 있는 배경에 굿음악이 자리잡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굿음악을 통해 한국인의 정서와 신명과 예술세계를 폭넓게 조명할 수 있다. 하지만 급격한 사회문화적 변 동 속에서 굿과 굿음악이 생애사적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런 상황이므로 굿음악의 가치와 의미를 조명하고 그 위상을 새롭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굿음악의 현대적 계승을 위해 미래적 전망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학술대회의 기획의도도 여기에 있을 것이며, 굿 음악축제는 그것을 실천하고자 하는 노력이라고 판단된다. 그러므로 굿음악의 전통을 새롭 게 계승하고 재창조해갈 수 있는 실천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과제라고 할 것이다. 축제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가 검토돼야 한다. 언제 어디에서 개최할 것 인지를 다루는 시간과 장소성의 문제, 누가 운영하고 제공하고 참여하는지를 다루는 주체 와 구성원의 문제, 무엇을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를 다루는 콘텐츠의 문제, 축제를 왜 하고 무엇을 지향하는가와 관련된 성격 문제, 그리고 평가와 관련된 경영과 상품과의 문제 등등 이 논의거리가 된다. 하지만 여러 가지를 개별적으로 다루는 것은 너무 번잡하다. 서로 별개가 아니므로 연관 성을 고려해 초점을 모을 필요가 있다. 여기서는 진도에 있는 국립남도국악원이 추진한다는 27
國 樂 院 論 文 集 제22집 점과 축제의 지향성을 주목하는 입장에서 굿음악축제의 성격과 방향을 점검하고자 한다. 이 를 위해 먼저 왜 굿음악축제인가 라는 질문부터 생각하고자 한다. 이 질문은 기존 음악축제 에 대해 분석하고 기존 축제와 차별화된 전략을 찾고자 하는 과정에 해당한다. 이어 지역의 전통을 주목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굿음악축제에 어울리는 기본 모델을 설 정하고자 한다. 그리고 굿음악축제가 굿음악의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하나의 새로운 문화 로 자리잡기 위해서 추구해야할 방향성과 거기에 부합하는 축제 형태를 제안하고자 한다. Ⅱ. 왜 또 하나의 축제이고, 굿음악축제인가 왜 굿음악축제인가라는 물음은, 주제 또는 의도와 관련된 것이다. 하지만 굿음악의 중요 성과 의미를 다시 거론하기 위해 이 질문을 한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왜 굿음악축제를 하 려 하는가라고 질문하고 싶다. 이는 이 축제가 필요한가라는 존립 문제와 관련 있다. 그 만큼 심사숙고할 의제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답은 다른 축제와 다른 특장점이 무엇인 가를 찾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축제와 차별화된 목적과 내용을 추구할 때 굿음악축제의 필요성이 인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20세기 후반 이후 우후죽순처럼 수많은 축제가 생겨났다. 지방자치제가 실시 된 이후 지자체 단위의 지역축제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산업화와 도시화 속에서 전통 축 제가 약화되고 축소된 공백을 새로 만든 축제로 채우고자 했다. 금방 만들어지고 없어지는 축제들도 많아 현황 파악마저 힘들 정도다. 요즘에는 자발성이 높은 축제가 생기기도 하고 축제 형태와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선별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음악축제만 하더라도 가요제, 국제록페스티벌, 국제합창제, 국제음악제, 월드뮤직페 스티벌, 세계타악축제 실내악페스티벌 등과 같이 종류가 많고 국제성을 표방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음악축제에 대한 수요가 많은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대부분 스타시스템에 의존한 스타 초청 공연과 대규모의 청중, 가설무대가 일반적인 양식이다. 또한 많은 경우 지속성을 갖지 못하고 예산 확보 문제가 커서 대부분 관에 의존하곤 한다. 2) 지역음악축제 의 경우 자생력이 더 약하다. 부산지역 음악제를 다룬 연구에 의하면 1990년대 말에 닥쳐 온 외환위기 직후 쓰나미에 휩쓸리듯 부산의 모든 음악제들이 증발해버렸다. 3) 고 표현하고 2) 박미경, 세계음악과 월드뮤직: 우리 문화현장에서의 관련 쟁점과 존재 양상, 음악과 문화 20호 (세계음악학회, 2009), 20쪽. 3) 김원명, 지역음악축제의 방향과 과제, 음악연구 43(한국음악학회, 2009), 136쪽. 28
있는데, 현대의 신생 축제가 외부 환경에 그만큼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처럼 부침 이 심한 것은 외부 의존성이 강하고 축제의 자생력이 허약한 것과 관련이 있다. 우리 시대에 축제의 명멸이 심한데, 또 하나의 음악축제가 왜 필요한가? 앞서 던진 왜 굿음악축제인가 라는 물음을 염두에 둔다면 직접적인 비교 대상이 필요하다. 굿음악과 연관 있는 전통음악 축제의 현황을 검토해보고, 이들 축제와 대비되는 차별화를 어떻게 꾀할 것 인지 검토해야 한다. <표 1> 전통음악(관련)축제 현황 명칭 규모 횟수 기간 내 용 주관 비교 전주세계 소리축제 영동난계 국악축제 안동국제 탈춤 페스티벌 양주세계 민속극 축제 천안흥타 령축제 한국민속 예술축제 국제 9회 2010.10.01. ~10.05. 국제 (41회 부터) 국제 42회 2010.09.03. ~09.07. 2010.09.24 ~10.03 국제 3회 2010.09.30. ~10.03. 국제 8회 2010.10.05. ~10.10 국내 50회 매년 10월 판소리 명창명가, 판소리 다섯 마당, 새내기 명창, 국립창극단 공연, 한 중 일 타악 페스티벌을 비롯한 해외 초청공연을 통해 해외의 다양한 소리 와 만날 수 있다. 부대행사로 어린이 소리축제, 대학생 창극경연대회 등이 열린다. 난계사( 蘭 溪 詞 ) 참배, 민속놀이경연, 민속음악 가야금병창 난계추모제, 전국학생국악경연대회 한국 탈춤공연, 외국 탈춤공연, 창작 탈놀이 경연대회, 세계 창작탈 공모전, 탈춤퍼레이드 등. 민속극의 계승 및 현대적 재해석 대한민국의 대표 민요 흥타령의 춤, 노래, 의상을 테마로 흥타령의 발생지인 천안삼거리에서 매년 10월초 개최 1958년 정부수립 10주년 기념 축하행 사를 겸해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으며, 1959, 1960 년 두 해를 거른 뒤에 1961년부터 공 보부 주최로 매년 개최되고 있다. 1999년부터 문화관광부와 한국문화예 술진흥원이 공동 주최하며 대회 이름 도 한국민속예술축제로 바뀌었다. 광 역자치단체 단위로 출연한다. 출연 종 목은 농악 민속놀이 민요 민속무 용 민속극의 5종이다. 전라북도 난계기념 사업회 안동축제 관광조직 위원회 양주시 천안시 문화관광부 한국문화예 술진흥원 29
國 樂 院 論 文 集 제22집 명칭 규모 횟수 기간 내 용 주관 비교 대한민국 전통연희 축제 국내 3회 2009.09.16 ~09.20 줄타기, 남사당놀이, 탈춤, 풍물 등 61종의 공연과 탈 만들기, 배뱅이 배 우기 등 50종의 체험 및 교육프로그 램이 130회에 걸쳐 진행된다. 문화체육 관광부 http://efesti val.yonhapn ews.co.kr 2010 서울단오 민속축제 국내 - 2010.06.16 ~ 06.16 프로그램으로는 봉화산 도당굿, 봉산 탈춤, 전통무용, 사물놀이, 창극, 줄 타기, 전통 타악 공연, 퓨전 국악 등 다채로운 공연이 진행되며, 겨루기 마 당에서는 민속 경기인 씨름과 태껸의 시범 경기가 펼쳐진다. 서울시 http://efesti val.yonhapn ews.co.kr / 대보름 민속축제 국내 - 2010.02.27 ~ 02.28 서도소리, 서울풍물패의 지신밟기 공연, 길놀이공연 등. 국립민속 박물관 서울젊은 국악축제 국내 - 2009.12.11 ~ 12.18 국내의 대표적인 젊은 국악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펼치는 공연, 국악의 새 로운 방향을 모색한다. 국악 대중화에 앞장서온 연주단체와 연주자들이 참 여한다. 노원문화 예술회관 안성 바우덕이 축제 국내 - 2010.09.07 ~ 09.12 남사당 공연(풍물,살판,줄타기,덜미,덧 뵈기,버나놀이) 줄타기 공연( 水 上 ),예 술단체공연, CIOFF 초청 공연 안성시 장뜰 들노래 축제 국내 7회 2010.06.12 ~ 06.13 충북 증평 두레풍장과 밀 보리 나르 기, 보리타작소리, 가래질, 써래질 소 리 공연, 두레보존회 공연과 논두렁 밟기, 모찌는 소리, 모심는 소리, 기 우제, 김매는 소리, 논우렁이 잡기, 백중놀이 재연 등 충북 증평군 대한민국 민속음악 대축제 국내 25회 2010.06.20 영 호남, 충청 3대농요 현장공연, 한 중 민속음악 합동공연 고성농요 보존회 개괄적인 현황만 보더라도 굿음악 관련 전통음악축제가 여럿 있음을 볼 수 있다. 지역 단위에서 세시풍속 기간에 이루어지는 크고 작은 축제까지 더한다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 축제와 다른 어떤 특장점을 내세워 특색 있는 축제를 꾸려갈 것인가가 문제 가 된다. 전통음악축제의 경우 지역경제 활성화나 상품화 등의 평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 로운 편이다. 전주세계소리축제를 관광상품화의 측면에서 다룬 연구가 있고, 4) 난계국악축 4) 이준호, 민속축제의 관광상품화에 관한 연구-2001전주세계소리축제를 중심으로-, 관광품질시스템 연구 6(관광품질시스템학회, 2000). 30
제에 대해 방문객 평가조사 분석을 한 연구도 있지만, 5) 경영학이나 상품화의 측면에서 전 통음악축제를 다룬 연구는 많지 않다. 그러나 그렇다고 전통음악축제가 문화적 성취나 축 제적 본질성을 충족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다른 분야에 비해 미약한 관심도의 반영일 수 있으므로 더 엄정하게 접근해야 한다. <표 1>에서 보듯이, 어느 정도 지명도와 기반을 갖고 있는 축제들도 있고, 성공 축제의 기준으로 제시되는 문화관광부 지정 축제도 있다. 또한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축 제도 있고, 무형문화재라는 명성을 이용하거나 대도시의 시장성을 활용한 축제도 있다. 진 도에 있는 국립남도국악원에서 기획하는 굿음악축제는 이들 축제와 대비해서 무엇을 내세 울 수 있을까. 차별화라는 기준으로 볼 때, 지명도 있는 공연단체를 초청해서 볼거리를 제 공하는 방식은 별로 매력적이지 않다. 여러 지역 굿음악 연희자 또는 연주단체를 불러 공 연하는 것도 새롭지 않다. 한국민속예술축제와 같은 경연대회는 더욱 방법이 될 수 없다. 도시민을 위한 회고형 체험 축제 역시 주제로 삼기 어렵다. 그러면 무엇을 내세울 수 있을까. 축제 참여자를 누구로 설정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진도라는 지역 조건과 추진 주체의 정체성이 중요하다는 점은 변치 않는다. 국 립남도국악원의 기능과 통하고, 굿음악이 상대적으로 더 활발하게 전승되고 있는 진도의 지역성과 어울리는 축제가 방법이 될 수 있다. 뒤에서 더 자세하게 검토하겠지만 이것이 차별화의 첫 번째 조건이 될 것이다. 그리고 굿음악의 장르적 특성을 고려하고 생활 현장 과 밀착된 기획을 한다면 다른 사례와 대비될 수 있을 것이다. 굿음악을 공연무대에 올리 는 것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오히려 그런 식으로 다루고 있어서 문제라고 할 정도 다. 그렇다면 다른 사례에서 접하기 힘든 굿음악 특유의 현장을 제공하고 공유할 수 있다 면 그 자체가 관심을 모을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지역적 기반에 토대를 두고 남도국 악원의 정체성과 어울리고 다른 지역에서 접하기 어려운 축제를 지향한다면 굿음악축제의 기본 조건은 충족되었다고 할 수 있다. Ⅲ. 지역의 굿 전통을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역의 굿 전통을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단순하게 답한다면 국립남도국악원의 소재 지가 진도이고 이 지역이 굿음악의 본거지로 꼽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6) 하지만 표면 5) 정강환 노용호 박미경, 영동 난계 국악축제 연구, 음악과 민족 28(민족음악학회, 2004). 6) 다른 지역을 염두에 둔다 해도 해당 지역의 문화적 전통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은 마찬 31
國 樂 院 論 文 集 제22집 적인 당위성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지역이 문화 생산의 중심지이고, 지역에 토대를 둔 축제 라야 또 하나의 축제로서 생존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곧 지역 밀착형 축제라야 최 소한의 존재의 의의가 있고 다른 축제와 차별화된 특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도를 일러 민속의 보고( 寶 庫 ), 문화예술이 가득한 보배섬이라고 말한다. 진도는 서화 ( 書 畵 )의 본 고장이며, 노래와 춤과 민속예술이 다양하고 풍부하게 전승되는 곳이다. 또한 삼별초 항쟁 유적지와 임진왜란 때 격전지 울돌목이 있고 신비의 바닷길축제가 있다. 그리 고 천연기념물 진돗개가 있고 특산물로 홍주, 구기자, 돌미역 등이 있어 남다른 명성을 얻 고 있다. 가는 곳마다 유적지이고 곳곳마다 볼거리, 먹거리가 풍부하다. 보배섬 진도( 珍 島 ) 라는 말이 허언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 중에서 특히 진도의 명성을 가장 잘 대변하는 것 은 무형문화재라고 할 수 있다. 진도에는 국가지정 4종, 지방지정 5종 등 9종목이 무형문 화재로 지정돼 있다. 아래에서 보듯이 진도의 무형문화재는 대체로 굿음악의 범주 속에서 다룰 수 있는 것들이다. 강강술래(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8호) 남도들노래(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51호) 진도씻김굿(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72호) 진도다시래기(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81호) 진도북놀이(전라남도지정 제18호) 진도만가(전라남도지정 제19호) 남도잡가(전라남도지정 제34호) 소포걸군농악(전라남도지정 무형문화재 제39호) 조도 닻배노래(전라남도지정 무형문화재 제40호) 진도아리랑(향토문화유산 제1호) 위의 목록은 진도가 민속예술의 고장이라는 명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 수만 헤아려 보 아도 다른 곳과 확연히 대비된다. 다채롭고 신명난 민속예술이 잘 보존되고 있으니 헛말이 아님을 금방 알 수 있다. 이것은 문화재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진도에 가면 노래 자랑하 지마라. 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일반 사람들도 노래 솜씨가 뛰어나기 때문에 노래 자랑해 가지다. 국립남도국악원의 관할 범위를 고려할 때 최소한 전남 전체를 염두에 둔 지역 범위를 생각 해볼 수 있다. 하지만 지역의 전통과 연계하고 그것을 계승하는 차원에서 굿음악축제의 방향을 생각 해본다면, 지역의 범위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진도를 주목하듯이, 예를 들어 나주를 다룬 다면 해당 지역의 문화적 전통과 연계된 축제를 기획할 수 있을 것이다. 32
봤자 별 소용없을 거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실제 크고 작은 놀이판에서 펼쳐지는 진도 사 람들의 노래 솜씨는 상당히 뛰어나다. 노래를 잘하기도 하지만 신명을 만들어가는 문화 자 체가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준다. 이와 같은 진도의 남다른 전통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관광 상품으로 개발돼 활용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진도의 굿음악이 새롭게 활성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 로 <진도토요민속여행>이다. 진도군립민속예술단이 주최하는 <진도토요민속여행>은 진도군 의 각종 민속음악 또는 민속연희들을 한 군데 모으고 재편성해서, 주로 관광객들을 상대로 공연하는 상설공연프로그램이다. 1997년에 진도향토문화회관이 준공되면서 상설화되었는 데, 연중(4월~11월) 매주 토요일에 공연하고 있으며 연간 약 13,000명 이상의 관광객들을 불러오는 성과를 내고 있고, 전통의 관광자원화와 진도산 농수산품을 포함한 문화상품의 가치를 고양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7) <진도토요민속여행>의 사례는 국립남도국악원이 기획하는 굿음악축제 가 어떤 방향을 지향해야 하는가에 대한 탐색점을 제공해준다. 굿음악축제는 진도지역의 굿 전통과 연계하 되, 무대 공연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굿음악을 공연 콘텐츠로 활용해서 축제화하겠다는 방식은 최소한 진도에서라면 진부하다. <진도토요민속여행>에서 잘 하고 있는 방식을 굳이 따라갈 필요가 없다. 그리고 <토요민속여행> 이외에 국립남도국악원의 <금요상설공연>이 있으므로 무대 공연은 축제 콘텐츠로서 새롭지 않다. 굿음악축제는 활용론보다는 계승론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전자가 문화콘텐츠와 문화산업적인 활용, 웰빙스포츠와 예술 치유적인 활용 등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후자는 굿음악의 계승과 교육과 재창조 문제에 대해 주목한다. 굿음악축제는 굿 전통과 접목하고 승계하는 방식으로 갈 필요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승계는 텍스트 차원에 국한되지 않으므 로 굿음악의 전승체계와 맥락, 다양성과 창조적인 변화양상 등을 주목해야 한다. 사실 진도가 특별한 것은 무형문화재 그 자체 때문이 아니다. 진도의 남다름은 문화재를 낳고 숙성시켜온 문화적 기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민속예술에 대한 진도 사람들의 각별한 애정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진도의 민속예술은 모두 생활 속에서 배태돼 생활 속 에서 숙성되고 공유돼왔다. 진도지역 민속예술의 두드러진 특징 중의 하나로, 다양성과 창 조적인 변화양상을 들 수 있는데, 진도 사람들의 삶 속에서 살아 있는 문화로 전승돼온 굿음악의 특질을 새롭게 주목해야 한다. 진도의 굿문화를 보면, 오래된 요소도 있고 더불어 새롭고 다채롭게 변화돼온 양상도 있 7) 이윤선, 민속문화 기반의 문화콘텐츠 기획론 (서울 : 민속원, 2006), 224쪽. 33
國 樂 院 論 文 集 제22집 다. 지금도 진도에서는 상가에서 노래와 연극과 굿을 하며 상주를 위로하고, 출상할 때 호 상계의 부녀자들이 상여에 두 줄의 천을 매달아 인도하고, 또 풍물패가 풍물을 치고 춤을 추면서 노래를 부르며 운구하고 있다. 이런 모습은 隋 書 高 麗 (고구려) 傳 의 初 終 哭 泣 葬 則 鼓 舞 作 樂 以 送 之 라는 기록과 흡사하다. 고대의 기록에서 보이는 축제식 장례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옛것이 무조건 이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상가에서 연희 를 펼치고 노는 것으로 유명한 진도 다시래기는 조선후기에 들어온 남사당 연희와 연결돼 있다. 물론 유랑집단이 축제식 장례를 가져온 것이 아니라 축제식으로 장례를 치르는 진도 의 전통 속에 남사당 연희가 끼어들어온 것이다. 8) 또한 호상계의 여자들이 상여 앞에서 줄 을 끌고 가면서 춤과 노래를 하며 신명난 놀이판을 연출하는데, 이것은 20세기 중반 이후 지금의 모습으로 자리잡은 것으로 확인된다. 좀더 정밀한 논증이 필요하지만, 진도의 여성 호상은 이전에는 없던 것인데 외부의 방식을 수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축제식 여성 호상의 역사적 유래를 분명하게 밝히기는 어렵지만, 형태상으로 본다면 몇 가지 연결되는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여성들이 상여 앞에서 줄을 끌고 가며 노래하는 방식은 1961년에 국악인장 으로 치러진 명창 임방울의 장례 행렬에서 네 가닥의 줄을 끌고 가는 모습에서 찾을 수 있 다. 그리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고종황제와 순종황제의 운상 시에 상여 앞에서 네 가닥으 로 줄을 달고 들고 가는 장면과도 통한다. 물론 궁중의 장례에는 남자들이 줄을 잡고 가는 행렬만이 있고, 춤과 노래는 없으니 동일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더욱이 축제식 상장례 와는 무관하다. 하지만 변용을 통한 수용 과정을 추정해본다면 서로 연결은 가능하다. 성 대한 장례 행렬 장면을 차용해서 임방울 장례식에 여성 국악인들이 노래와 춤을 곁들여 새 롭게 재현하고, 그것이 진도의 여성 호상계에 또 새롭게 수용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렇게 유입된 진도의 여성호상은 상두꾼들이 주도하던 기존의 축제식 운상행렬과 결합돼 성 대하고 떠들썩한 상여굿 으로 연출되고 있다. 타지역이나 인접 다른 부문의 양식들을 수용 해서 굿문화를 더 풍성하게 꾸려왔음을 알 수 있다. 9) 진도 굿음악의 예술성을 다룰 때에도 고정된 텍스트 차원의 논의에 그쳐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진도 씻김굿을 평가할 때 거론하는 예술성과 연희성도 그 존재양상을 주목해야 한다. 실제 당골들은 음악적으로 화려하고 예술적으로 세련된 굿을 한다. 그리고 사령굿임 에도 놀이적 요소가 풍부하고, 주민들이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놀이판이 따로 만들어질 8) 이경엽, 진도다시래기 (대전 : 국립문화재연구소, 2004), 46-61쪽. 9) 한편 진도의 축제식 상여행렬은 다른 나라에서도 볼 수 있으므로 연구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 중 국 복건성 천주 일대에서는 장례 행렬 맨 앞에서 악대가 연주하고 뒤이어 두 줄로 상여를 끌고가는 여자들과 상여를 맨 남자들이 뒤따르는데 이러한 운구 행렬을 牽 龍 또는 牽 龍 鬚 라고 한다. 이에 대한 비교민속학적 연구가 필요하다. 34
정도로 연희성이 두드러진다. 그런데 씻김굿의 예술성과 연희성은 고정된 자질이 아니라서 매번 다른 모습을 띠며, 굿의 상황이나 목적에 따라 다층적으로 존재한다. 굿의 성격이나 규모, 상황 등에 따라 확대되기도 하고 축소되기도 하면서 가변적으로 존재한다. 10) 그러므 로 굿음악의 예술성을 고립시키지 않고 생동하는 자질로 현전화시키기 위해서는 연행과 전 승의 맥락 속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이 진도의 굿문화[굿음악]는 현장에서 다채롭게 생성되면서 변화돼왔다. 진도지 역 민속예술을 보면 새로운 양식이 수용되고 재창조되는 과정이 일반화돼 있다고 할 정도 로 역동적이다. 그래서 다른 지역과 비교해 볼 때 진도의 굿음악이 살아 있다 는 인상을 갖게 된다. 이와 같은 특징은 박제화되지 않은 창조성의 원천이라는 점에서 각별하게 주목 할 필요가 있다. 굿음악축제는 진도지역 굿문화가 지닌 창조적인 에너지와 접속하는 데 역 점을 두어야 한다. 그 생명력과 소통할 수 있다면 굿음악축제는 지속적인 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계승론적 관점에서 굿음악축제를 기획할 때 마을문화를 주목하게 된다. 굿음악축제는 민속 문화의 태반이라고 할 수 있는 마을의 전통과 접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진도에 는 마을마다 다양한 공동체문화가 전승되고 있다. 진도에서는 현재 46개 마을에서 동제를 전 승하고 있는데 11) 이와 같이 현행되는 굿문화의 전통과 연계하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한편 굿음악축제를 현행 마을신앙이나 공동체놀이와 바로 연결할 수는 없다. 주민들과의 협의가 필요하고 축제의 목적과 지향하는 바도 공유해야 한다. 현장과 결부된 굿음악의 계 승 방향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영광우도농악(전라남도지정 무형문화재 제17호)패들이 주 도하고 있는 우평마을굿축제 는 굿음악의 현대적 계승과 관련된 하나의 모델을 보여준다. 이들은 마을에서 오랜 동안 전승해온 주민들의 마을굿(도깨비고사) 속에 자신들의 연희를 끼워넣고 결합시켰다. 마을굿축제의 성립 과정에 주민들과의 협의가 있었는데, 주민들이 이전 방식대로 동제를 지내고 난 뒤, 며칠 뒤에 우도농악패가 기획한 연희를 펼치는 방식 으로 일정을 만들었다. 이렇게 해서 12년 전부터 실시된 우평마을굿축제에 대해 주민들은 대체로 우호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이들은 전문광대패의 전통마을굿 이란 주제로 마을 당 산나무 아래에서 마을굿 축제를 열고 있다. 필자가 관찰한 2007년 제9회 우평마을굿축제 는 마을굿 전과정(문굿부터 날당산굿까지), 판놀음, 대동놀이, 영광향토음식 나눔, 풍물악 10) 이경엽, 연행 및 전승 맥락에서 본 씻김굿의 예술성과 연희성-진도씻김굿을 중심으로, 구비문 학연구 19(한국구비문학회, 2004), 366쪽. 11) 나경수 외, 진도군 마을굿 (서울 : 민속원, 2007); 진도군지(하) (진도군지편찬위원회, 2007), 885-86쪽. 35
國 樂 院 論 文 集 제22집 기 목공예, 민속놀이한마당, 마을 서당 축원하기 등으로 진행되었다. 12) 이날의 마을굿은 형식화된 무대 공연과는 비교할 수 없는 축제적 활력과 신명을 보여주었다. 현장성 회복과 연계된 굿음악의 계승 방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진도에는 마을의 전통을 새롭게 발전시키고자 노력하는 마을들이 많다. 이런 마을들과 굿음악축제를 연계해서 공동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마을로 지산면 소포리를 들 수 있다. 이 마을은 진도 내에서도 굿문화가 잘 전승되고 있고 주민들 의 예술적 끼가 남다른 곳으로 이름나 있다. 소포리 사람들은 마을의 굿문화를 육성하는 데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근래에 민속체험마을로 지정되면서 걸군농악과 강강술래, 어머 니 노래방, 다시래기, 장례 등을 매개로 체험객들과 만나는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이와 같이 마을의 전통을 새롭게 발전시키고 현대적으로 계승하려고 하는 마을과 굿음악축제를 연계할 수 있다면 작지만 내실 있고 역동적인 축제를 펼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Ⅳ.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가 1. 시대정신과 소통하는 축제 굿음악에는 무수한 정보가 담겨 있고 긴 기간 축적된 의미가 녹아 있다. 그리고 한국인 이 꿈꿔온 이상과 신명풀이가 담겨 있다. 무형문화재 제도를 통해 굿음악을 보존하는 이유 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무형문화재는 보존에만 초점을 두고 현대적 계승 문제는 소홀히 다룬다. 굿음악의 현대적 계승을 위해서는 탈맥락화를 극복해야 한다. 계승은 오늘에 맞게 재창조해가는 과정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창조는 답습이 아니라 현재의 문화로 살 아 있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에서 무형문화재에 심혈을 기울이지만 현장성을 회복 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것의 직접적인 동기는 급격한 사회변동에 있지만, 독립된 공연물로 무형문화재를 보호하겠다는 쪽으로 보존 정책을 마련하다보니 탈맥락화가 더욱 고착화되고 있다. 민속현장을 상실한 무형문화재의 경우 의미의 재생산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표면적 인 성대함과 그 기예만이 특징화되어 전수되고 있다. 이런 현상을 바로잡기 위해 전승맥락 을 회복하고 살아 있는 문화로 전승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런 차원에서 전승환경의 변화에 따른 문제를 진단하고 문화운동적인 실천 방향을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13) 하지만 현 문화재 제도에서는 이것을 기대할 수 없다. 현장성과 맥락 12) 영광우도농악 홈페이지(http://www.woodogood.com/) 참고. 36
을 살리는 쪽으로 계승방향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채택된 과거적 모습을 원형 으로 고집하고 그 절차나 내용을 고정화하는 길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굿음악축제는 굿음악을 매개로 시대정신과 소통할 수 있도록 기획돼야 한다. 이렇게 할 때 박제화되고 있다고 진단을 받는 무형문화재에도 숨결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시대 정신은 특정 이념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다.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군사독재 시대에는 독재에 저항하고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것이 당위성이었다. 1980~90년대 대 학가의 대동제는 당대의 시대정신을 표출하던 축제였다. 미국 우드스톡이나 영국 글래스턴 베리축제는 그 안에 담긴 시대정신과 자발성 때문에 유명해진 축제다. 우드스톡은 히피와 플라워 무브먼트(반전운동)로 대변되는 1960년대의 시대정신을 담고 있던 페스티벌이었다. 글래스턴베리 또한 그 배경에 바탕을 두고 반핵 시민단체와 연계하며 역사를 쌓아왔다. 14) 이런 사례들처럼 굿음악축제도 우리 시대의 창조적인 가치 및 미래적 전망과 연계될 때 또 하나의 축제로서 존재의 이유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시대에 추구할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오늘날 생태계가 위기에 처했다는 절박성과 환경오염, 지속 가능한 삶의 문제가 심각하게 거론되고 있다. 산업화의 역기능과 기술 문 명의 폐해로 생태계가 크게 훼손되었다. 또한 인간 중심적 사고방식 탓으로 자연의 생명성 을 인정하지 않은 채 끊임없이 자연을 정복하고 자원을 착취했기 때문에 자연의 생명력이 지속 불가능하게 되었다. 이제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연의 생명성을 인정하고 생태 계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회복해야 한다. 이와 같은 진단에 기초할 때 친환 경 생태주의는 지속 가능한 사회를 지향하는 시대정신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진도 지역사회에서 꾸준히 실천해온 친환경농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친환경농업은 화 학비료와 농약 사용으로 황폐화된 생태계를 복원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 과 연결돼 있다. 경제개발 논리와 농촌부문의 식량증산운동이 전개되는 1970년대 초반부터 한국 농촌은 사람이 편안하게 살아가는 곳 에서 식량생산공장 으로 재편되는 과정을 거치 는데, 그것을 추동하는 과학적 방법이 화학비료와 농약, 영농기계화였다. 15) 과학으로 포 장된 기술이 근대화와 산업화의 신화로 작용하고, 전통적인 기술과 공동체문화는 미신시되 고 부적합한 관행으로 폐기되었다. 그러나 그 결과 생태적 불균형이 초래되고 공동체문화 가 해체되는 위기에 봉착하게 되었다. 농약은 표토층에 사는 유기물 생산자인 벌레들까지 13) 이경엽, 단절 위기 공동체놀이의 전승현황과 계승 방향-강강술래를 중심으로, 한국민속학 49 (한국민속학회, 2009), 325-26쪽. 14) 김작가, 5월 1일, 진짜 페스티벌이 열린다, 한겨레 (서울 : 한겨례신문사, 2010.4.24.), 22면. 15) 전경수, 환경친화의 인류학 (서울 : 일조각, 1997), 163-64쪽. 37
國 樂 院 論 文 集 제22집 박멸함으로써 죽은 흙이 되게 했다. 또한 인공적으로 표토층에 생산력을 부양시키는 화학 비료를 사용하면서 곡물은 병충해에 더 허약해지고, 농약에 내성을 가진 강인한 병충해가 새로이 등장하면서 더 강한 농약을 필요로 하는 악순환을 불러왔다. 이런 점에서 농약과 화학비료라는 기술을 사용하여 일시적으로 기술적인 낙관주의를 구가한 체계는 장기적으로 생태적인 비관주의를 동시에 수반하고 있다는 점을 주의 깊게 성찰해야 한다. 16) 친환경농 업은 이와 같은 성찰과 실천을 담고 있다. 진도에서는 20년 전쯤부터 친환경농업의 중요성이 대두되었다. 초기에는 고만술 씨를 비롯한 소수가 주도했지만 지금은 수백 명이 참여하고 있다. 친환경농업은 저농약 / 무농 약 / 전환기 유기농 / 유기농 의 네 단계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단계에 맞는 엄격한 기준 을 심사해서 인증을 부여하고 있다. 친환경 농업은 최근 들어 확대되는 추세다. 지산면 소 포리의 경우 7년 전부터 도입되었는데 150가구 중에서 80가구가 참여하고 있고, 그 면적 은 180헥타르에 이른다. 굿음악축제는 지역사회에서 새로운 움직임을 형성하고 있는 생태주의와 연계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진도의 굿문화 속에 담겨 있는 생태문화적 전통을 주목해야 한다. 굿문화 는 자연의 질서와 어긋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섬기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생적 태도를 보여준다. 그래서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삼는 자연 지배의 문화 가 아니라, 자연 을 섬기며 자연의 이치에 맞추어 살아온 적응의 문화 라고 할 수 있다. 17) 생태계라는 용어 를 사용하지 않지만 굿 전통 속에는 생태계의 균형에 대한 관념을 담은 의례들이 있다. 대 표적인 사례로 진도 사람들이 전승해온 충제( 蟲 祭 )를 들 수 있다. 충제는 말 그대로 병충해를 방지하기 위해 지내는 제사다. 농사를 짓는 농민들에게 큰 골칫거리 중의 하나가 병충해다. 그래서 논밭에서 병충해가 가장 심할 때인 음력 6월에 마 을에서 생기복덕을 보아 제관을 뽑고 정결하게 준비를 해서 산신에게 병충해 방제와 풍년 을 빌었다. 그런데 벌레 때문에 농사짓기가 힘드니까 벌레를 없애 주기를 축원하면서도 그 종자만은 남겨 주시오. 라고 빌었다. 제관이 읽는 축문 중의 마지막 부분에 있는 초절 멸후유종( 剿 絶 滅 後 遺 種 ) 이라는 구절이 있는데, 그 내용은 벌레를 없애더라도 종자만은 남 겨주라는 것이다. 해악만을 준다고 여기는 벌레에 대해서도 종자까지 완전히 없애서는 안 된다는 사고로 대하는 것이다. 절멸과 유종이라는 인식체계가 동시에 포함된 충제라는 의 례 속에서 생태계 구성의 중요 속성인 균형의 개념을 발견할 수 있다. 18) 여기에는 벌레 역 16) 전경수, 위의 책, 165-67쪽. 17) 임재해, 민속문화의 자연 친화적 성격과 현대적 계승, 98경주세계문화엑스포 국제학술회의 발표논문집 (조직위원회, 1998), 5쪽. 38
시 생태계의 구성원으로서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인 만큼 씨마저 없앨 수 없다는, 절충적 인 생태학적 관념이 내포돼 있는 것이다. 19) 충제는 농약 사용이 일반화되면서 주목받지 못한 전통이 돼버렸다. 기술과학주의의 입장 에서 본다면 충제는 미신으로 간주될 것이다. 그런데 과학적 방법으로 등장한 농약이 농 산물의 안전을 해치고 생태계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살충제로 쓰이는 BHC나 DDT 등은 토양이나 물 속에서 분해되지 않고 플랑크톤과 물풀 등에 흡수된다. 그러다가 먹이 연쇄를 따라 상위 단계로 옮겨가면서 더욱 농축되어 인간의 생명을 위협한다. 20) 농약 사용이 물과 토지를 오염시키고 있다는 사실과 나아가서는 인간의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다 는 사실을 보면서 과학기술이 인간의 생명을 지속적으로 보호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하늘과 땅을 섬기고 하찮은 미물의 생존까지 염려하는 세계관이야말로 과거의 전통이 아니라 우리가 다시 만들어가야 할 미래의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충제는 현행되는 동제로 전승되고 있다. 1987년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12개 마을에서 충 제가 행해지는 것으로 보고되었고, 21) 2005년에 조사된 보고서에 의하면 7개 마을에서 전 승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2) 친환경 생태주의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서 충제 가 현행 동제로 전승되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 있게 조명할 필요가 있다. 굿음악축제가 충 제의 전통과 연계해서 친환경 생태주의라는 시대정신을 제시할 수 있다면 차별화되고 의미 있는 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가칭 친환경 들굿 음악축제 (들굿 축제 23) )를 제안하고 싶다. 들굿 축제 는 땅과 물을 살리고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친환경 굿음악축제를 표방할 수 있다. 들굿 축제에서는, 병충해 방제와 생태계의 균형에 대한 관념을 담고 있는 충제를 지내고, 18) 전경수, 앞의 책, 161쪽. 19) 조경만, 자연환경과 인간생활, 교양환경론 (서울 : 님, 1999), 298쪽. 20) 이런 까닭에 농약을 쓰지 않는 대안 농업의 한 방식으로 천적농법 이 주목받고 있다. 딸기 농사에 치명적인 해를 입히는 점박이응애 를 퇴치하기 위해 천적인 칠레이리응애 를 넣어 무 공해 딸기를 생산하고 있다. 또 그린 머슬(green muscle) 이라는 아프리카산 버섯은 농작물 을 공격하는 메뚜기떼를 죽이는 천연살충제 구실을 하고 있다. 버섯균은 감자 딱정벌레를 잡 아먹기도 한다. 곤충 암컷의 생식 분비물인 페르몬(pheromone) 은 과수원에서 풋과일에 기 생하는 나방을 퇴치하는 데 쓰인다. 이런 해충 방제는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 자연 법칙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농약을 내쫓는 해충의 천적, 한겨레21 (한겨레신문사, 2001. 8. 1.)] 21) 이종철 조경만, 진도지방의 민속자료, 진도군의 문화유적 (진도군 목포대 박물관, 1987). 22) 나경수 외, 진도의 마을굿, (서울 : 민속원, 2007). 진도읍 수역, 전두, 군내면 덕병, 정자, 의신 면 거룡, 신정, 만길 등 일곱 마을에서 현행되고 있다. 한편 4-5년 전에 중단했던 진도읍 포산마 을의 경우 다시 재개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23) 들굿 은 들에서 펼치는 축제라는 뜻으로 만든 말이다. 전통적으로 많이 사용해온 두레굿이 두레라 는 공동체를 주목한 것이라면 들굿 은 농작물이 자라는 들판을 부각시키고자 만든 말이다. 임시로 만든 말일 뿐이므로 용어 문제는 비중 있게 다룰 필요가 없다. 39
國 樂 院 論 文 集 제22집 유기농 농업을 하는 들판에 채일을 치고, 들노래와 두레풍장과 같은 친환경 굿음악을 펼 쳐보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들판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관람객들이 새참을 나누고 고시레 를 하면서 풍년을 비는 의례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1970년대에 과학적 영농법이라고 해 서 도입된 농약과 화학비료, 영농기계화 등으로 인해 생태적 불균형이 초래되고, 더불어 공동체문화가 해체되었던 상황을 떠올린다면, 되살아난 친환경 농업과 굿음악은 생태주의 의 의미를 새롭게 환기시켜준다. 진도에는 지산면 인지리, 의신면 돈지리 등에서 들노래가 전승되고 있는데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모습은 플라스틱 모를 만들어 무대나 운동장에서 공 연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현장과 무관하게 인위적인 공연물로 남아 있는 굿음악을 들판으 로 다시 이끌어낼 수 있다면 새로운 의미 창출이 가능해질 것이다. 들노래와 두레풍장이 들판에서 연행된다고 해서 곧바로 뿌리내릴 수는 없겠지만 본래의 의미를 회복시켜준다는 점에서 그리고 살아 있는 문화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친환경 들굿음악축제 는 지속 가능한 사회를 꿈꾸는 굿음악축제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을 수 있다. 또한 최근 새로운 흐름을 형성하고 있는 지역의 사회문화운동과 더불어 꾸려갈 수 있는 지역밀착형 축제가 될 수 있으므로 발전적인 모델이 될 수 있다. 친환경 농업을 새롭 게 조명할 수 있고 친환경 농산물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으므로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축제로서 자리매김 할 수 있다고 본다. 시대정신과 통하고, 우리의 삶을 건강하고 활기차게 이끌 수 있는 축제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2. 문화적 창조력을 파급시키는 축제 굿음악축제는 문화적 창조력을 일구고 파급시키는 축제를 지향할 필요가 있다. 국립남도 국악원이 주최하는 축제라면, 일반 축제들이 집착하는 상품화나 경영학적 성과들과 별도로 축제가 지닌 문화적 성취와 축제적 본질성을 추구할 수 있다. 축제는 일회적인 이벤트가 아니다. 축제의 신명과 의미가 삶 속에 스며들고 그것이 다시 축제로 발현되도록 해야 한 다. 축제가 삶 속에 새로운 문화를 파생시키고, 그것이 다시 축제로 수렴될 수 있도록 해 야 하는 것이다. 굿음악축제가 문화적 창조성을 북돋우는 축제를 지향한다면 먼저 굿음악의 다양성을 주 목하고, 교육과 확산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 주변에 널리 알려진 굿음악을 보 면 대개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것들이며 고정된 레퍼토리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모 의적인 상황을 재현한 공연물이기 때문에 매번 비슷한 내용을 감상하는 데 그칠 수밖에 없 게 된다. 지금처럼 대표적인 굿음악 중심으로 획일화하지 말고 다양성을 유도하고 그것이 40
새롭게 확산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먼저 널리 알려진 진도씻김굿을 중심으로 현재의 상황을 진단해보기로 한다. 씻김굿은 호남 전역에서 지역마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모습으로 전승되고 있다. 진도 내에도 세습무 계에 따라 약간 다른 양상을 띠고 있는데, 예를 들어 박병천 일가가 전승해온 굿과 함인 천 채정례 등이 전승해온 굿은 절차나 음악 등이 다르다. 그리고 다른 지역에서는 대부분 굿당에서 굿을 하지만, 진도의 경우 개인 집에서 굿을 연행하고 있고, 여러 상황과 함께 어우러져 있으므로 생생한 굿의 현장을 만날 수 있다. 초상이 나서 곽머리굿을 하는 경우 라면, 무당굿과 더불어 한편에서 조문객이 문상을 하고 술과 음식을 나눠 먹고 윷놀이를 하고 화투를 치는 놀음판이 벌어진다. 또한 주민들이 밤을 새워 굿을 지켜보며 함께 노래 하고 춤을 추는 놀이판이 만들어진다. 이런 배경이 있으므로 진도의 씻김굿은 의례만 따로 독립돼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맥락 속에서 생동감 있게 연행되는 특징을 보인다. 진도 씻김굿이 음악적으로 고도의 즉흥성과 다양성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런 특징과 관련이 있다. 24) 하지만 요즘에는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있는 팀의 굿 위주로, 그것도 무대 공연화된 자료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어 진도 씻김굿다운 특성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굿의 전승환경이 예전보다 악화된 데 첫째 이유가 있지만, 굿 전승 전반을 헤아리지 않고 문화 재 위주로, 고정된 텍스트 위주로 접근하는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 그런 태도보다는 다양 성을 새롭게 회복하고 확대해 갈 수 있는 쪽으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제 더 구체적인 방안을 강강술래를 중심으로 탐색해보기로 한다. 강강술래는 보름날 달밤에 여성들이 또는 여성과 남성이 어울려 풍요다산을 빌며 노는 마을 축제다. 세시풍속 상의 명절, 특히 보름날 밤에 펼친다는 점을 주목한다면 보름굿 이라고 할 만하다. 강강술 래를 하게 되면 원무를 만들어 춤을 추다가 갖가지 변형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신명 나게 어우러지게 된다. 축제적 신명이 가득한 놀이라고 할 수 있다. 강강술래는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8호로 지정돼 있다. 해남 우수영과 진도 강강술 래가 그것이다. 대중화된 공연이나 축제 현장에서 마주하는 강강술래는 대부분 문화재로 지정된 팀에서 공연하는 것들이다. 그래서 우리는 강강술래하면 무형문화재 제8호를 떠올 리게 된다. 그 이외의 자료에 대해서는 모르거나 무관심하다. 강강술래가 지역마다 다르고 시대 변화에 따라 달라지고 새로워진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문화재로 지정된 강강술래 만 보고 있다가 다양성이 잊혀지고 사라져가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강강술래의 연행형태는 지역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었다. 여성들이 주도하는 강강술래가 24) 박미경, 한국 굿음악의 변화 연구-진도 씻김굿을 중심으로, 음악과 문화 3(대구 : 세계음악학회, 2000), 15-16쪽. 41
國 樂 院 論 文 集 제22집 일반적이긴 하지만, 그와 다르게 신안 도서지역에서는 청춘남녀가 어울려 술래판을 이끌었 다. 또한 마을 내의 놀이판이 아니라 마을 간의 교류 활동의 일환으로 강강술래를 연행하 는 지역도 있다. 장흥, 강진 일대에서 전승되던 중로보기가 그것이다. 이처럼 강강술래의 연행 형태는, 여성들 중심의 술래판, 남녀가 함께 어울리는 뜀뛰기판, 이웃마을과 어울리 는 중로보기 등이 있다. 25) 또한 강강술래를 구성하는 놀이도 매우 다양하다. <표 2>에서 보는 것처럼 지역에 따라 비슷하면서도 다른 놀이들이 풍부하게 전승되고 있다. <표 2> 강강술래의 놀이 구성 청 어 엮 기 덕 석 몰 기 긴 중 자 개 고 남 고 사 기 대 꼬 강 강 진 강 생 리 리 와 문 리 술 밟 열 따 래 강 강 강 아 타 꺾 령 기 풀 풀 기 기 기 기 기 진도 해남 신안 도초 영광 송이도 장흥읍 나주 산포 광주 충효동 담양 봉산 칭 이 나 칭 칭 보 따 리 으 쌰 으 쌰 외 따 기 군 사 놀 이 달 넘 자 발 자 랑 등 단 이 야 당 그 레 춤 춤 신 간 아 <그림 2> 관매도 <둘렁태> <그림 3> 관매도 <청어엮기> 25) 이경엽, 앞의 논문(2009), 306쪽. 42
같은 지역 내에서도 더 세분화된 다양성이 발견된다. 진도군 의신면 일대에서 전승되는 남원산성 도척이야 는 색다른 강강술래형 민속놀이의 면모를 보여준다. 또한 문화재로 지 정된 자료 이외에 진도에는 손치기 발치기, 바늘귀 뀌기, 밭갈이 등이 더 있다. 이외에도 자세히 보면 다른 것들이 더 있다. 진도군 관매도에서 전승되는 강강술래를 보면 진도 본섬 의 것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많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구체적인 설명을 위해 악보를 제시하기로 한다. <그림 1>에서 보는 <굴렁테 도롱테>는 문화재본 강강술래에 없는 자료다. 그리고 <손치기 발치기>는 본섬과 달리 연출이 안 되어 있으므로 토속적인 형태를 보여주 며, <그림 2>의 <청어엮기>도 사설 내용과 노래가 본섬과는 완전히 다르다. 진도군 조도군 도의 여러 섬에는 이처럼 제각기 다른 자료들이 다양하게 전승되고 있다. 그러므로 진도의 강강술래도 문화재로 지정된 자료만 보게 되면 다양성을 못 보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굿음악축제에서는 이와 같은 다양성을 인식하고 그것을 새롭게 회복하고 되살려낼 수 있 도록 해야 한다. 이런 문제의식을 토대로 가칭 강강술래축제 를 제안하고자 한다. 강강술래 축제는 기존에 알려진 공연을 되풀이 하고 그것을 감상하자는 것이 아니다. 알려진 팀의 공 연도 기존처럼 판에 박힌 공연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생동감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유도하고,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여러 강강술래의 각기 다른 특성이 드러나는 쪽으로 가야 한다. 강강술래축제는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어른들의 강강술 래축제이고, 다른 하나는 어린이들의 강강술래축제다. 두 가지 모두 각기 지역마다 유지해 온 전통성과 다양성이 자연스럽게 표출될 수 있도록 하고, 더불어 재창조도 유도된다면 살 아 있는 강강술래판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어린이들의 강강술래에서는 그 창조 성이 더 자유분방하게 드러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할 때 굿음악의 신명이 폭넓게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설명한 강강술래축제는 국립남도국악원의 교육 기능과도 연결된다. 굿음악의 세대적 승계는 교육을 통해 이루어지게 된다. 학교 교육에서도 강강술래를 가르치고 있지 만, 대개 문화재로 지정된 진도 해남 강강술래를 염두에 두고 가르치고 있다. 앞에서 본 지역별 다양성의 의미를 환기시켜야 한다. 그 다양성이 교육에 반영되어야 하며 새로운 형 태로 재창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강강술래축제는 다양성을 회복하게 하고 다양성이 지 닌 문화적 의미를 창조적으로 파급시키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43
國 樂 院 論 文 集 제22집 Ⅴ. 맺음말 지금까지 지역의 굿 전통과 연계된 굿음악축제의 방향에 대해 살펴보았다. 굿음악은 초 자연적 존재와 인간의 소통을, 그리고 사람들끼리의 교감을 극대화시켜주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굿음악 속에는 한국인의 신명과 예술세계가 반영돼 있다. 하지만 급격한 사회문 화적 변동 속에서 굿과 굿음악이 생애사적 위기에 처해 있다. 그래서 새로운 전승과 계승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굿음악축제는 굿음악의 전승의미를 현전화( 現 傳 化 ) 하자는 의도와 관련 있다. 이 글에서 는 지역에 자리잡은 국립남도국악원의 역할에 주안점을 두고 축제의 방향을 모색하고자 했 다. 왜 또 하나의 축제이고, 굿음악축제인가, 지역의 전통을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것에 대한 답을 찾는 방식으로, 굿음악축 제가 추구해야할 방향성과 거기에 부합하는 축제 형태를 제안하고자 했다. 굿음악축제는 지역의 굿 전통과 연계하고 시대 정신과 소통하고 문화적 창조력을 확산하 는 방향을 지향해야 한다. 이 글에서 제안한 친환경 들굿음악축제 는 지속 가능한 사회를 꿈꾸는 굿음악축제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씻김굿과 강 강술래 등의 사례에서 보듯이 다양성의 문화적 의미를 창조적으로 파급시킬 수 있는 축제 가 필요하다. 특히 강강술래를 교육과 연계해서 축제화하고 다양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유 도할 필요가 있다. 이 점은 국립국악원의 기능과 부합하므로 더욱 의미 있게 적용할 수 있 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굿음악 축제를 기획하는 데 필요한 이론적인 배경을 제공하는 데 치중했다. 구체적인 실천 모델을 정립하고 실천하는 일이 과제라고 할 수 있다. 44
<참고문헌> 김원명. 지역음악축제의 방향과 과제. 음악연구 43. 한국음악학회, 2009. 나경수 외. 진도의 마을굿. 서울 : 민속원, 2007. 박미경. 한국 굿음악의 변화 연구-진도 씻김굿을 중심으로. 음악과 문화 3. 세계음악학 회, 2000. 박미경. 세계음악과 월드뮤직 : 우리 문화현장에서의 관련 쟁점과 존재 양상. 음악과 문 화 20호. 세계음악학회, 2009. 이경엽. 진도다시래기. 대전 : 국립문화재연구소, 2004. 이경엽. 연행 및 전승 맥락에서 본 씻김굿의 예술성과 연희성-진도씻김굿을 중심으로. 구비문학연구 19. 한국구비문학회, 2004. 이경엽. 단절 위기 공동체놀이의 전승현황과 계승 방향-강강술래를 중심으로. 한국민속학 49. 한국민속학회, 2009. 이윤선. 민속문화 기반의 문화콘텐츠 기획론. 서울 : 민속원, 2006. 이종철 조경만. 진도지방의 민속자료. 진도군의 문화유적. 진도군 목포대 박물관, 1987. 이준호. 민속축제의 관광상품화에 관한 연구-2001전주세계소리축제를 중심으로-. 관광 품질시스템연구 6. 관광품질시스템학회, 2000. 임재해. 민속문화의 자연 친화적 성격과 현대적 계승. 98경주세계문화엑스포 국제학술회의 발표논문집. 조직위원회, 1998. 전경수. 환경친화의 인류학. 서울 : 일조각, 1997. 정강환 노용호 박미경. 영동 난계 국악축제 연구. 음악과 민족 28. 민족음악학회, 2004. 조경만. 자연환경과 인간생활. 교양환경론. 서울 : 님, 1999. 진도군지편찬위원회. 진도군지(하). 진도군, 2007. 45
國 樂 院 論 文 集 제22집 <Abstract> The Tradition of Gut in Regions and the Direction of Gut Music Festival Lee, Kyung Yup(Mokpo Univ.) Gut[굿] has been used as a concept which comprehensively includes religious rituals, art, and play. Shamanic rituals as well as Pungmulgut[Nongak] and Dadongnori are gut; festive coffin carrying which has singing and dancing to send away the deceased; playing according to seasonal customs is gut; and finally playing musical instruments and singing while working on the field is also gut. Therefore, gut music can be used as a term which comprehensively includes shamanic music, Pungmulgut, Duregut(Dure Pungmul, Deulnorae), funeral gut(hosangnori and Sangyeonori), etc. Gut music is an instrument that helps the communication between the supernatural beings and humans as well as among humans. In gut music, there is body and life of Korean and their artistic world. However, in the midst of rapid sociocultural change, gut and gut music are on the verge of a serious danger. Therefore, it is time to look for new transmission and its direction. Gut music festival is related to with the intention to modernize the transmission meaning of gut music. This article focuses on the role of the National Center for Korean Namdo Performing Arts and looks for the direction of festival. With the questions such as Why another festival, Why gut music festival?, Why focusing on the tradition of regions?, In which direction?, it attempted to find answers for them and suggest the direction the gut music festival we should pursue and the form of the festival fitting the requirements. Firstly, it suggests a festival which communicates with the modern people, and Environment-friendly Deulgut Music Festival which applies the gut tradition of regions to pursue the sustainable society. 46
Also, Ganggangsullae festival is suggested because it can spread the cultural meaning of diversity in a creative manner. In addition, we raised the need to plan the gut music festival by utilizing the tradition of sitgim gut which are rich in the regional characteristics. This article focuses on providing the theoretical background which will be needed to plan the gut music festival. Coming up with concrete model and practicing it are remaining yet. Keywords : gut music festival, music festival, shamanic music, Ganggangsullae(강강 술래), sitgim gut(씻김굿), Duregut(두레굿), music festival, The National Center for Korean Namdo Performing Arts, Pungmulgut (Nongak) 제출일 심사기간 수정본 제출일 2010. 9. 30. 2010. 10. 25.~11. 5. 2010. 11. 30. 47